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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퀵 커머스 시대

코로나19가 유통업계에 가져 온 변화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배달서비스의 대중화요, 짧은 시간에 각 가정에 배달해주는 퀵 커머스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가다.퀵 커머스 선두업체인 바로고가 24일부터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10분만에 집앞에 배달하는 동네 편의점·마트 배달서비스 ‘텐고’를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운영중인 창고를 거점으로 현장에 대기중인 라이더가 주문 즉시 역삼동·논현동 일대에 10분 이내 단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10분 배달’을 모토여서 앱명칭도 ‘텐고(Tengo)’로 정했다.소비자는 요리하다 급하게 필요한 마늘, 영화보면서 먹을 수 있는 시원한 아이스크림, 아이스 커피 등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즉시 받아볼 수 있다. 창고에 상시 대기하고 있는 라이더가 주문 즉시 출발하고, 다른 경유지 없이 한 곳만 배달한다.배달대행 업계가 정보기술(IT)기반 종합유통·물류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도심형 거점 창고를 구축해 식당에서 갓 조리한 음식은 물론 편의점·마트 물건이나 제조약, 스마트폰, 유심칩 등 배송가능한 모든 상품을 30분 이내 배달한다. 바로고는 현재 GS25, CU,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편의점 업체와 계약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6월엔 CJ올리브영 즉시 배송서비스 ‘오늘드림’주문 건 배달을 시작, 최대 3시간내 배송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대면진료지원 플랫폼 ‘닥터나우’와 손잡고, 처방약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퀵커머스 사업은 10분 배달로 독일 스타트업중 최단시간 유니콘 반열에 오른 식료품 배달업체 고릴라스가 모델이다. 비대면·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퀵 커머스 서비스는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 추세로 읽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8-23

공무원

조현태수필가 요즘 뉴스 중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두 가지를 간추려보면 코로나19 관련 보도와 차기 대선 주자 관련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둘 다 ‘어떻게 국민을 안전하고 바르게 섬길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응대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공무’라는 어휘 자체가 공중을 위한 업무를 뜻하기 때문에 모든 공무원은 업무의 대상이 국민이어야 한다는 기본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국민을 상대하다보면 별별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 많은 사람들에게 빠짐없이 흡족하도록 맡은 업무를 처리하기란 대단히 어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맡은 바에 열과 성을 다할 수밖에 없는 직업도 공무원이 아닌가 한다.특히 모든 국민을 상대로 가장 힘겨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종사자들의 노고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어떤 한 부분에 애써 노력하면 그에 반하는 사람이 있고, 그 분야를 고려하면 또 다른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이런 보도를 보노라면 미국의 유명한 공무원 ‘라 구아디아’를 떠올리게 한다. 법원 판사와 뉴욕시장을 맡았던 그의 놀라운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La Guardia Airport라는 공항 이름까지 생기게 했을까.그의 명 판결이 있던 날, 법정에 참관한 사람들 마음이 한결같지는 않았다. 그의 판결이 옳다고 여긴 사람도 있었고 그르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뜬금없는 십 센트의 벌금까지 참관인들에게 부과했지만 아무도 싫어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원이 같은 마음이 되도록 하나로 묶어 준 판결이었다. 심지어 피고와 원고까지 공감하게 했으니 말이다.사람의 생각이란 각양각색이어서 의견도 분분하지만, 같은 생각으로 공감되어지는 요건이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마음이 꿈틀거릴 때 아무도 그 사랑을 억누르지 않게 되고 긍휼한 마음으로 통일되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 어쩌고 해도 그 순서에 자신을 앞장세우면 반드시 반론에 맞서게 된다. 사랑은 남을 위해야 한다는 말이리라.나는 선거 시기가 올 때마다 우스운 경우를 본다. 선거 전에는 재래시장이나 뒷골목까지 나타나 구십도 절을 하면서 성실한 머슴이 되겠다고 호소하고는 당선 후 자신의 권세나 명예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말이다. 어떻게 국민 없는 공무가 있으며 자신이 앞서는데 남을 사랑할 수가 있을까? 물론 모든 공무원이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차라리 봉사보다는 직장 개념으로 근무하는 말단공무원이 더 사랑스럽지 않은가.어떻게 보면 예비후보들이 선별진료소 간호사 또는 자원봉사자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시작할 때와 끝날 때의 긍휼함에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4차 대유행을 치달리고 있는 요즘, 자연재해 측면에서 보면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누구를 지도하며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아무리 좋은 헌법이 있더라도 그 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소용없듯이, 감염병이 아무리 무섭다 하더라도 모든 국민이 하나같이 바이러스에 대처한다면 이기지 못할 것도 아니라고 본다. 우리 국민 전체가 스스로 공무원이 되어야겠다.

2021-08-22

국경일에는 태극기를 달자

윤영대수필가 광복절 아침, 맑은 하늘을 보며 아파트 베란다에 태극기를 꽂고 머리를 내밀어 밖을 살펴보니 태극기의 펄럭임이 드물다. 지난 제헌절에도 토요일이라 그랬는지 국기게양이 적었다.다른 곳은 어떤지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정오쯤 나서서 우리 아파트부터 둘러보았는데 가끔 내리는 소나기 탓인지 드문드문 4~5개, 아예 없는 통로도 있다. 인근의 신축 고층아파트 단지는 베란다가 안 보이는 유리 벽면이라서 그런지 국기 단 곳이 아예 안 보이고 어쩌다 한 집의 창밖으로 꽂아둔 태극기는 절벽에 홀로 외롭게 핀 한 송이 꽃 같다. 환여동을 지나 양덕동과 장성동의 대단지까지 둘러보는 큰 도로변에는 그래도 가로기(街路旗)가 열 지어 펄럭이고 있으니 아름답다. 몇몇 아파트 단지 안에도 들어가 보았으나 몇 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뿐 마찬가지다. 연휴라서 그런지 즐비한 상점에도, 한적한 마을 골목길에도 드물었다. 텅 빈 학교에는 외롭게 게양되어 있는데 값비싼 조각작품들이 놓여있는 대단지 아파트 입구에는 국기 게양대가 아예 없다. 무언가 아쉬웠다.국기는 5대 국경일과 국군의 날, 그리고 정부지정일에는 게양해야 하고 현충일과 국장일에는 조기(弔旗)를 걸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기법과 그 시행령에는 국기 관리 및 선양 방법 등과 함께 ‘모든 국민은 국기를 존중하고 애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국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국가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 홍보 활동 등 국기 선양사업을 추진·지원한다’고 되어있다. 또 국기에 대한 경례, 맹세, 그리는 법 등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고 게양방법과 위치도 정해 두고 있다.단독주택은 대문 왼쪽, 공동주택은 난간 중앙 또는 왼쪽에 달도록 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 도시에서는 거의 아파트에 살다 보니 태극기 달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난간이 있으면 건물 벽면에 기울여 달 수 있겠지만 앞면이 거의 유리도 덮어져 있는 경우 달 곳이 마땅찮으니 방법을 마련해야겠다.국기게양의 전국 실태는 어떨런지 SNS를 훑어보았더니, 높은 빌딩에 홀로 게양된 곳도 있고 대부분 10% 미만의 상태라고 알리고 있다. 그런데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공동주택 태극기 달기 운동’으로 수십 층 난간에 일렬로 나란히 걸려 있어 장관을 이룬다. 높은 아파트의 벽면 가득히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거대한 화판에 태극 꽃을 그린 퍼포먼스와도 같겠다. 그런데 수원과 안양시청에서는 평화를 기원한다며 한반도기를 내걸었다니 참 어이가 없다.코로나 지원도 좋겠지만 태극기를 전국 가구에 나누어주고 앞으로 국경일에는 온 나라가 태극기의 물결로 일렁이도록 하면 어떨까? 지자체 민원실, 편의점, 문구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시상품이나 기념물로도 주고 전입자, 혼인신고자에게도 증정품으로 나누어 주자는 의견도 있다.국경일을 그냥 놀아버리는 공휴일로 보내지 말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드높이고 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여 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아름다운 그 날을 보고 싶다.국경일에는 우리 모두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충성을 굳게 다짐해 보자.

2021-08-22

대마 주산지 안동, 국가 헴프 산업 전초기지 되다!

권영세안동시장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미소년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져 연못만 바라보다가 빠져 죽고 말았고, 그 자리엔 수선화가 피어났다. 수선화(narcissus) 향기의 마취 성분에 연유하여 마약을 뜻하는 영어 단어 ‘narcotics’가 유래했다고 한다.마약은 의학이 발달하기 전 고대부터 고통을 억제하는 민간 요법으로 사용돼왔다. 기원전 3천여 년 수메르인들이 아편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됐고, 기원전 1천500년 파피루스에도 이에 대한 기록이 있다. 동양에서는 기원전 2천727년 중국 최초 약물학 서적인 신농본초경에 대마 씨앗을 치료에 사용한 기록이 있고, 삼국지에는 화타가 대마로 마취해 수술했는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 동의보감에도 대마가 오장의 기가 부족할 때, 정신을 맑게 하고 딸꾹질, 타박상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최근 우리나라에서 수백년간 삼베옷의 원료로 이용해온 대마가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대마 속 유용한 물질이 의약 원료 등으로 활발히 사용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일반적으로 대마라고 알려진 대마초(마리화나)는 대마의 꽃이나 잎에서 추출된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이라는 환각 성분을 이유로 역사적으로 숱한 사회적 이슈를 생성하며 부정적 시각을 고착화해왔다.이와 구별하여 ‘헴프’는 대마 속 환각 성분인 ‘THC’(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가 0.3% 미만인 대마식물과 그 추출물을 의미한다. 헴프에는 CBD(칸나비디올)라는 천연 성분이 있어 통증과 염증을 줄이고, 간질 발작을 조절하며 정신질환과 중독을 치료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아뇌전증, 치매, 파킨슨병에 효과가 크다고 한다. 이미 캐나다, 미국, 영국, 호주 등 50여개 국가에서는 의료용 목적으로 대마를 합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칸나비디올(CBD)은 이미 하나의 새로운 산업 분야로서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어어나가고 있다. 미국 그랜드 뷰 리서치(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7년 전세계 대마 시장 규모는 약 150억 달러(1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에 이어 대마 산업으로 자금이 몰리며 ‘그린러시’라 불리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마초 합법화 공약과 함께 기대감을 모으던 지난해 12월, WHO 권고를 받아들인 UN 산하 마약위원회가 60년 만에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는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국내에서도 대마 활용을 위한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2020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는 대마 주산지인 안동 일대를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 자유특구에 지정했다. 이로써, ‘마약’은 곧 ‘범죄’라는 사회통념과 마약류관리법 등에 막혀 70여 년 동안 시도조차 못한 대마를 활용한 산업화의 문이 비로소 열리게 됐다.안동시 임하면과 풍산읍 일대의 헴프특구에는 2021년까지 약 38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된다. 특구사업에는 (재)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한국콜마(주), (주)유한건강생활, 교촌에프앤비(주), (주)우경정보기술 등 21개의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안동 대마 재배지에는 최신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팜이 조성됐고, 앞으로 6개 기업에서 약 20t의 헴프를 재배해 총 62kg의 CBD(칸나비디올)를 추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원료의약품 제조와 전주기 이력관리하기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헴프 활용을 위한 모든 실증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공정 전주기에 대한 표준 방식이 도출되면 이를 근거로, 마약류관리법도 개정될 전망이다.안동시는 헴프 실증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대한민국 헴프 산업을 견인해나갈 수 있도록 관련 기관, 기업과 협력하고 행·재정적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특구 사업으로 30여 개 기업이 안동에 유치되면 신규고용 약 70여 명과 함께 수출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대형 공장이나 중견 기업이 없는 안동으로서는 청년 일자리 마련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수백년간 옷감으로 활용되며 명맥을 이어온 대마가 바이오 신기술을 만나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면서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고령화, 인구감소에 시달리는 지역 경제에도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1-08-22

안동

자두가 맛있는 계절이다. 물렁한 것보다 단단한 식감이 취향이라 과일가게에 가면 주먹만 한 자두를 골라 바알간 부분 한 입 깨물어보고 산다. 새콤한 맛이 입안에 번진다.어릴 적 내 고향 안동에서는 자두를 자두라 부르지 않았다. 우리 집 담장에도 이웃집 미정이네 마당에도 한 그루씩 있던 추리나무, 누구보다 봄을 부지런히 준비해 잎보다 먼저 하얀 꽃을 피웠다. 후루룩 봄바람 따라 꽃이 떨어지면 그 자리에 꽃잎 대신 초록색의 열매를 내민다. 새끼손톱만 하던 초록색이 하루하루 옅어지다 연두색이 될 즈음 우린 나무를 흔들어 추리를 따먹었다. 한꺼번에 나무를 터는 게 아니라 올려다보고 젤 굵은 것을 골라 하루에 몇 개씩 골라 먹었다. 빨갛게 다 익을 즈음엔 몇 개 달려 있지 못했다. 글을 쓰는 지금, 생각만으로도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우리 동네에서는 추리였던 과일이 자두라는 걸 포항으로 전학을 오며 알았다. 포항이 고향인 남편은 자두를 애추라 불렀다. 애추를 따먹다 나무에서 미끄러져 발목을 가물탔다고 했다. 가물타다, 진짜 오랜만에 듣는 소리였다. 함께 일하는 선생님이 한쪽 발에 반깁스를 하고 출근했다. 발을 잘 못 디뎌 접질렸다며 한동안 절룩거려야 한다니 여름에 고생이라고 위로해 주었다.출근 전에 남편이 ‘가물탔다’라고 해서 웃었다고 했더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묻는다. 발목 접질렸다는 말이라고 해도 듣느니 처음이라고 포항에서 나고 자란 사람조차 모른다고 했다. 고향 친구들 단톡방에 물어도 안 쓰는 말이라니 나만 아는 말이었나?저녁에 남편에게 가물탔다라는 말을 아무도 모르더라고 하니, 핸드폰을 펴서 한참을 찾더니 글 한 편을 보여주었다. 경상도 사투리를 모아 명사, 동사, 형용사로 나눠 뜻풀이를 자세히 해 놓았다. 한쪽 발로 뛰기는 깨금뛰기, 그저께는 아~레, 인지 가 온나는 지금 가져오라는 뜻이다. 도련님은 대렴, 빻은 가루는 채가 아니라 얼기미로 곱게 치고, 방문에 구멍이 나면 한지 대신 문조오를 발라야 한다. 많은 사투리 사이에 가물탔다도 껴 있다.옆에서 큰아이가 혼자 하기 제일 힘든 일이 갈비집에 가서 고기 구워 먹는 일이라니 누구든 ‘비우만 넙적하면 된다’고 남편이 답한다. 아들에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냐고 하니, 문맥상 얼굴에 철판 깔면 된다는 뜻 같은데 비우가 무엇인지 넓적하면 된다는 게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단다. 그렇지, 뜻만 통하면 되지 정확한 의미까지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여름 방학 특강 마지막 날, 안도현 시인의 시를 주제로 수업을 했다. 안동 옆 동네인 예천에서 태어난 시인도 자두를 추리라고 불렀다고 썼다. 포항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문제로 내었더니 처음 듣는 말이라 전혀 떠올리지 못해 ㅊ, ㄹ 초성까지 힌트로 주어도 온갖 모음을 다 갖다 붙이고 나서야 정답을 맞혔다. 자두가 추리라니 신기하고 재밌단다.수업을 끝내고 핸드폰을 켜자 울릉도에 살러 간 친구의 문자가 당도해 있었다. 안도현 시인의 신간을 읽다가 ‘안동’이라는 제목의 시를 보자 내 생각이 났다며 시 전문을 꾹꾹 눌러 적어 보냈다. 시 속에 시인의 어머니는 매화로 피고, 누이에 대한 시를 적어서 어머니를 기쁘게 하고 싶지만, 집 나간 아버지가 30년 넘게 돌아오지 않아 누이는 태어나지 못하고, 그래서 누이에 대한 시는 한 줄도 시인에게 오지 못 한 채 안동시 태화동 어머니 아파트로 저녁은 절룩거리며 오고 있다고 읊조렸다.문자를 읽으며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포항에 어느 교실에서 내가 안도현의 시를 아이들 입에 떠먹이는 순간에 친구는 바다 건너 울릉도 학교 관사에 엎드려 같은 시인의 시를 읽다니, 그것도 많은 시 중에 안동을 읽다니. 혹시 우리 교실에 CCTV 달아 놓고 지켜본 것이냐고 농담을 건네니 친구도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고향 떠나와 포항에 산 지 40년이다. 안동에 살았던 시간은 겨우 14년, 그 안동이 이런 기적의 시간을 만들어 내게 보내준다. /김순희(수필가)

2021-08-22

섬의 날과 울릉도(독도)의 현실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지난 8월 8일은 섬의 날이다. 정부에서는 국민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자 미래의 잠재 성장 동력인 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국민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2018년부터 섬의 날을 지정했다.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유인도 464개를 포함하여 약 3천300여개의 섬이 분포하고 있다.독도를 부속 섬으로 두고 있는 울릉도는 우리나라 섬 중에서(제주도 제외) 육지부 면적기준으로 8번째로 큰 섬이며, 인구 기준으로는 12번째인 섬이다. 그러나 본토와 다리로 연결되지 않는 섬만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섬 중에서 육지부 면적이 가장 넓은 섬이며,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섬이다. 또한 지리적으로 울릉도의 부속섬인 독도는 한반도 본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동해 한복판에 위치한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우리나라 항로 중에 연간 100일 내외로 여객선 결항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1974년 최고 2만9천810명의 정점을 찍었던 인구는 올해 7월말 기준 8천990명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 추세와 함께 우리나라 유인도서 중에서 향후 평균인구 예측 감소율보다 2배 가까이 인구감소가 추정되는 섬이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05년 16.9%에서 2018년 22.7%로 급격한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섬이다.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1년에 50회 이상 응급환자가 해양경찰청 헬기 등의 도움을 받아 육지로 긴급 후송되는 섬이기도 하다.최대 수산 소득원인 오징어 어획량은 해양환경변화에 따라 2000년 1만359t에서 2019년 711t으로 급감했다. 더욱이 북중어업협정에 의한 2004년부터 매년 많게는 수천 척 이상의 중국 어선의 동해 북한 수역 조업에 따른 동해 오징어 남획과 기상 악화시 중국 어선의 울릉도 연안 피항에 따른 해저시설물 훼손, 해양쓰레기 배출, 기름 누출 등으로 2중고를 겪고 있는 섬이다.지난해 9월 울릉도를 강타해 아직까지도 복구가 한창인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보여 주듯 동해 한 복판에 위치하여 각종 자연재해에 수시로 노출되어 있다. 해안가 50t의 육중한 테트라포드를 터널 내부로 옮길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였고, 방파제가 유실되고, 울릉도 해안 지질 관광 명승지인 해안산책로가 파손되고, 항구내부에 정박하였던 10여척의 선박들도 침몰되거나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지만, 태풍 피해보다 울릉도 주민들을 더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은 섬 주민으로서 소외감이었다. 언론에서 흔히 태풍이 동해상을 빠져 나간다고 보도할 때 울릉도는 본격적인 태풍 영향권의 시작이다. 그래서 울릉도 주민들은 절규하였다. “울릉도도 대한민국 땅입니까?” 그동안 태풍 때마다 울릉도를 유령 섬 취급하였던 언론의 태도와 함께 육지와의 교통, 의료, 교육, 문화 등 총체적인 낙후 지역에 사는 울릉도 주민들의 뿌리 깊은 소외감을 대변한 절규였다.울릉도는 육지와의 교통, 의료, 교육, 문화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1년에 100일 넘게 여객선 결항은 물론이요, 3시간 이상의 배 멀미로 주민들은 고통받고 있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 또한 마찬가지이다.다행히 울릉도 교통여건 개선에 관심을 둔 뜻있는 분들이 모인 업체에서 9월 16일 예정으로 2만t급 초대형 카페리호를 취항한다고 하니 결항률의 획기적 개선이 기대되지만, 코로나19에 의한 관광객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항이 유지될 지는 여전히 걱정이다. 통제와 규제의 여객선 안전 대책에서 벗어나 섬 복지 차원에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연안 여객선 공영제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사의 영세성, 여객선의 노후화 등 문제와 함께 육상 교통비보다 과도한 여객선 요금(포항-울릉간 여객선 요금은 km당 316원, 서울-부산간 ktx 요금은 km당 135원 가량)이 주민과 관광객의 발목을 잡고 있다.역사를 돌이켜보면 2가지 섬 정책의 민낯을 보게 된다. 1629년 조선 조정은 제주도민들이 육지로 나가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을 200여년간 펼쳤다. 제주도민들이 말, 전복 등 특산물의 지나친 진상과 그에 따른 부역 증대 등으로 섬을 떠나자 특산물 진상, 군액 축소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편으로 1417년 조선 조정은 울릉도(독도) 섬을 비우게 하는 정책을 400여년간 펼쳤다. 섬에 사람이 거주하면 왜구들의 노략질이 많아지고 섬을 기반으로 본토에 침략하기 때문에 섬을 비우자는 논리였다. 섬 주민의 삶과 섬의 가치를 등한시한 정책이었다.섬의 날 제정을 계기로, 그리고 한국섬진흥원 개원을 계기로 보다 섬 주민 중심의 섬 정책을 기대해본다. 더불어 섬은 그 특성상 섬마다 높은 다양성과 함께 단편적인 학문체계로는 접근하기 힘든 복합성이 존재한다. 육지와 바다의 통시적 접근이 필요한 공간이다. 다학제간 현장 중심의 접근이 가장 필요한 곳이다. 살고 싶은 섬, 가고 싶음 섬, 지속가능한 섬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풀 열쇠가 있다. 그 핵심에 울릉도(독도)가 있다.

2021-08-22

반세기 동안 땀과 수고로 바꾼 대한민국의 위상

박문하전 포항시의회 의장 우리나라가 태극기를 달고 국제 마라톤 경기에서 처음 우승한 것은 서윤복 선수가 출전한 1947년 미국의 보스톤 마라톤 대회였다. 160cm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체구의 동양인 선수가 태극기를 가슴에 붙이고 결승선으로 다가 올 때도 저게 어느 나라 국기인지 대한민국을 아는 나라가 없었다고 한다.동대문에서 서대문까지 전차를 따라 다니며 연습을 했고 일본이 버린 헌옷을 주워 입고 리어카 바퀴에서 떼어낸 고무를 신발에 덧대어 뛰었다는 안타까운 후문도 있다.마라톤 출전을 위해 보스톤으로 갈 때는 미 군용기를 얻어 타고 갔지만 귀국할 때는 여비가 없어 화물선을 얻어 타고 18일 만에 도착했다고 하니 실로 믿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눈물겨운 이 모습이 그 당시 대한민국의 실상 이었다.지난 20세기의 대한민국은 시련과 절망의 연속이었고 더불어 고난과 도약이 교차한 격동의 나날 이었다. 1945년 식민지 시대가 종식되고 1948년에 남북한이 각각 독자적인 정부수립을 한후 전쟁과 정치불안,보릿고개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북한과 달리 민주와 자유, 시장경제를 채택한 대한민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수출중심의 새로운 경제 정책의 시동을 건다. 그 정책원년인 1962년 수출규모 5천660만 달러는 아프리카의 우간다, 카메룬에게도 뒤지던 세계 104위 였다.대한민국의 경이로운 발전을 상징하는 백미는 2010년, 국제사회의 엄격한 실사과정을 통해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가입된 일이다.전문가들은 지난 50여년 동안 한국이 받은 원조규모는 개략 127억달러 정도로 지금의 가치로 환산하면 6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반세기 전만해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대규모원조를 받던 수혜국에서 드디어 원조를 주는 공여국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이고 세계에서는 23번째 쾌거이다. 이처럼 놀라운 성공스토리는 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얼마전 코로나19 와중에 감동스런 기사하나가 실린 것을 보았다 ‘50여년 만에 한국으로부터 받은 보답’이란 제목의 이 보도는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격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미국 뉴욕주에 사는 샌드라 네이선씨는 은퇴한 인권, 노동변호사로 올해 75세인 그녀는 하루에 20만명 이상이 발생하는 코로나 와중에 50년전 한국에서 평화봉사단으로 일한 자신에게 ‘코로나19 생존박스’라는 소포가 배달되고 있다.이 예기치 못한 선물 안에는 한국을 위해 봉사한 귀하의 헌신에 감사함을 표시하고 마스크 100장, 항균장갑, 홍삼캔디, 은수저, 비단부채, 피부보호제 등이 들어 있었다. 네이선씨는 여러 언론인터뷰에서 ‘마치 1968년부터 나를 향해 기나긴 여행을 다녀온 상자 같았다. 거기에 담긴 마법 같은 것이 나를 눈물짓게 했다’고 밝히고 있다.시카코 대학을 갓 졸업하고 21세 때 한국평화봉사단에 자원한 네이선시는 춘천에서 여고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그 당시 한국은 질병과 독재, 가난과 6·25전쟁으로 폐허처럼 찌들어 있었다.아이들은 신발도 없이 돌아다녔고 밤이면 쥐들이 천장을 뛰어다니는 소리로 밤잠을 설쳐야 했다. 뒷간에는 화장지도 없었고 겨울에는 얼음을 깬 물로 세수를 해야 했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교실에는 작은 숯불난로 하나가 전부였다.이런 환경에도 학생들의 영어공부에 대한 열정은 추위를 녹일 정도였다. 그리고 2년 후 정든 학생들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그로부터 50년 후 눈부신 발전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나이 든 네이선씨를 지켜 주겠노라며 잊지 않고 코로나 19 생존 물품을 보낸 것이다.10년전 2011년에 한국정부로부터 초청을 받아 남편과 함께 서울을 찾은 그는 ‘상전벽해’라는 말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며 감동했다는 말도 전 한다.독일의 역사가 슈펭글러는 그 어떤 강대국이나 민족도 흥망성쇠를 피할 수 없다고 했지만 토인비는 그런 역사 숙명론을 거부하면서 자연 조건이 지나치게 좋은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문명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 한다.이집트 역사도 독사가 우글거리는 나일강변 밀림지역으로 옮겨 농경과 목축을 선택한 부족이 찬란한 문명을 일궈냈다. 중국의 문명도 온화한 기후와 맑은 물이 흐르는 쾌적한 양쯔강 아니라 쿤룬 산맥의 혹독한 추위로 배조차 다닐 수 없고 사시사철 혼탁한 물이 흐르는 험난한 황허 강변에서 꽃피웠다.오천년 동안 외침과 가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 부존자원 하나 없이 분단위협에 시달리면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반세기만에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꾸어 놓은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오직 앞만 보고 다려 온 반세기 동안 피땀으로 쌓아 올린 금자탑을 다가올 50년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더 높이 더 튼튼하게 쌓아가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2021-08-22

비극의 땅

지난 14일 발생한 7.2 규모의 강진으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는 최소 2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실종자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조그만 섬나라가 온통 쑥대밭으로 변했다.섬 주민들은 다 무너진 집앞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서 있다. 비가 내리는데도 많은 사람이 바깥에서 잠을 청한다. 여진으로 더 많은 건물이 무너질 것이 두려워서다. 적어도 7만7천여 가옥이 완전 파손되거나 손괴됐다.아이티는 서쪽으로 바다를 마주하고 동쪽에는 도미니카공화국과 접해 있다. 지난 2010년에도 대지진으로 30만 명이 목숨을 잃어 아이티하면 지진을 떠올린다. 1804년 프랑스에서 독립했지만 경제적 기반이 약해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1인당 GDP 719달러(2017년), 실업률은 60%를 넘는다. 지난달에는 아이티 현직 대통령이 총격으로 암살당했다. 이번 대규모 지진이 겹치자 외국에선 이곳을 비극의 땅이라 부른다.비극의 땅이 한 군데 더 있다. 미군의 철수로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이다. 이곳 역시 혼돈 중이다. 탈레반이 대통령궁을 장악하자 이곳 국제공항은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비행기에 타지 못한 일부 시민은 비행기 랜딩기어나 날개에 붙어 있다 떨어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최근에는 아프간 정부군과 관료들이 처형당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나돌며 그곳의 참혹한 현실이 있는대로 전해졌다. 아프간은 러시아와 중국, 인도, 중동이 교차하는 교통요지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과거에도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았다. 비극의 땅이라 불리는 나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국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강한 국력만이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8-22

경북 100명대 감염, 방역 고삐 더 죄야

코로나 청정지역인 경북에서 하루 1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해 코로나 4차 대유행의 흐름이 끝 간데없어 보인다.지난 21일 의성군 공립요양병원에서 34명의 집단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날 경북도내 확진자는 모두 111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신천지 사태로 115명이 발생한 이래 도내서는 1년5개월만에 처음으로 100명대를 넘었다. 대구 34명을 포함하면 이날 대구와 경북에서 145명의 확진자가 하루 만에 발생한 것이다. 의성군은 1단계인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했다. 비교적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평가되던 경북 농촌지역까지 코로나 확산세가 뻗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졌다. 특히 의성 요양병원의 확진자 34명 중 24명은 2차 백신접종을 완료하고도 감염된 돌파 감염자로 확인돼 백신을 맞았다고 안심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경북은 최근 포항과 경주지역을 중심으로 번진 코로나가 농촌지역까지 확산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농촌지역이라고 긴장감을 늦추고 있어선 안 된다.경북에서 111명의 환자가 발생한 20일 전국에서는 이틀째 2천명대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로 300명대 수준이던 중증환자 수가 400명대로 올라섰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현행(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대로 2주 연장키로 하고 수도권 업소에 대해서는 영업제한 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또 현재의 코로나 대응체제를 ‘위드(with) 코로나’ 방식으로 전환할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는 접종률이 높아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어 현재 20%대인 국내 접종 완료율로는 아직은 시기상조다.22일 0시 현재 대구와 경북에서는 101명(대구 51명, 경북 50명)의 신규 확진이 발생, 여전히 높은 감염세를 보였다. 오랜 기간 코로나 사태로 피로감이 누적된 주민 사이에는 긴장감이 다소 이완된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 신규 확진자 3천명대 발생을 우려하는 전문가 의견도 나오고 대안없이 당국이 거리두기만 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럴수록 방역 기본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을 넘기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2021-08-22

巨與의 ‘언론중재법 폭주’ 막을 방법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을 오는 25일 강행처리하기로 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언론재갈법은 제2, 제3의 조국을 만들어내고 날개를 달아주는 악법”이라며 “자유가 박탈된 탈레반 같은 국가에서 살기보다 목숨걸고 싸워서 인간답게 사는 길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과 필리버스터 등을 검토 중이며, 민주당이 이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경우 헌법소원을 낼 방침이다.민주당 대선주자 대부분은 언론중재법 폭주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언론사 망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징벌이 필요하다”고 했고, 기자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는 “제가 현직 기자라면 언론중재법을 환영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박용진 의원만이 유일하게 “소위 돈 있고, 힘 있고, 빽있는 사람들이 ‘한겨레, 경향. 그래 잘 걸렸어’라면서 이 법으로 소송을 건다고 하면 기자도, 데스크도, 회사도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민주당은 야당과 국내외 언론 등의 강력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을 일방 처리한 데 이어, 내일(24일) 법사위를 거쳐 25일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이 법안에 대해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배상액을 손해액의 5배까지 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과 ‘허위·조작기사’에 대한 판단기준의 모호성 때문이다. 이 법률이 통과되면 언론사 사회부에 근무하는 사건·사고 담당 기자라면 언제든지 ‘허위·조작기사’의 덫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취재기자나 편집국 간부들이 한층 더 ‘셀프검열’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폭로·비판기사나 의혹기사를 쓰거나 편집할 때 5배 징벌규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문재인 정부 들어 여권 권력자들이 언론중재위를 거치지 않고 언론사와 기자를 형사범으로 고발하는 사례는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적용될 경우, 언론의 권력감시기능 약화는 물론 권력에 대한 눈치보기가 더욱 더 심해질 것이다.

2021-08-22

국민의힘 최고위는 캠프대변 기구인가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당 중진들의 공격 속에 사면초가 상황에 처한 이준석 대표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중도층 지지를 가져올 수 있는 정당 개혁 과제에 집중하겠다”고 한 말이 귀에 남는다.이 대표가 밝힌 정당개혁과제는 “유력자에게 줄 잘 서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다고 인식되는 폐쇄적 당 문화를 개방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일례로 그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선출직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 제도를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했다.내년 지방선거는 대선결과가 나온 후 3개월여 뒤에 치러진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연히 대통령 당선자가 주도적으로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이 대표가 이러한 상식적인 생각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자격시험이라는 제도도입을 통해 공천과정을 시스템화하겠다는 발상이다.지금 국민의힘 원내·외 중진 상당수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의식해 유력 대선주자에게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여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야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 비중있는 정치인들이 몰려 있다. 이들 중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 시스템을 언급한 것은 이런 현 상황을 감안해서 나온 말이다.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캠프이익을 대변하는 인사들로 인해 ‘다중분열’됐다는 소리는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최고위 회의에서 “정권교체라는 국민 열망을 뒤로하고 경선 주도권부터 잡고 보자는 식의 ‘캠프식 당내 정치’에 모두 지쳐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유권자 눈으로 보면, 국민의힘은 지금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위태하다. 곧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지만, 너도나도 당 대표를 흔들면서 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선버스가 출발하면 곧 대형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 각 캠프 이해관계자들이 일일이 ‘밤놔라 대추놔라’며 트집을 잡을 경우 국민의힘이라는 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선관위원장 선출문제가 대표적인 뇌관이다. 여기에다 압박면접이나 역선택 방지 조항 삭제 등 경선룰을 두고서도 각 후보 간 이해관계가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원내·외 중진 대부분이 이미 유력 대선주자 캠프에 합류해 진지를 구축하는 바람에 이러한 갈등을 흡수할 ‘중간지대’도 없어져 버렸다.윤 전 총장이 기존의 태도를 바꿔 오는 25일 경선준비위가 개최하는 비전발표회에 참석하기로 해 갈등이 진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야권이 내년 대선 국면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경고음은 여러 곳에서 들리고 있다. 국민의힘과 당내 유력대선주자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있는 것이다.홍준표 의원이 지난 19일 “당 분열은 곧 패망이니 모두들 한발 물러서 당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자”고 한 말에 공감이 간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은 바로 자신들이 ‘봉숭아학당’과 ‘콩가루집안’의 주역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2021-08-22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작고하신 부친의 가훈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였다. 글자를 새긴 명판을 거실에 걸어놓곤 하셨다.자기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자는 하늘도 돕지 않는다는 교훈은 어려서부터 귀에 박히도록 새기게 되었다.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으로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탈레반의 수도 카불 장악 이후 카불 탈출의 대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서도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1조 달러가 넘는 돈을 써가면서 30만 명의 아프간 정부군을 훈련시키고 무장시켰지만 탈레반에 무기력했는데, 미군이 더 남아 지원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며 “그들이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군이 더이상 싸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국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는 국가를 위하여 싸우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자국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개입을 마다하지 않았던 냉전 시대의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점에서 미국은 초당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모양새이다.스스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울 의지가 없는 나라를 위해 미국이 언제까지라도 대신 싸워 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동맹국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북한의 주한미군 철수는 단골 메뉴로 나오는 북한의 주장이다. 최근 김여정의 하명에 따른 한미군사훈련 축소가 실현화 되면서 주한미군 철수의 목소리는 높아질 조짐이다.북한이 주장하는 주한미군 철수의 핵심은 “우리끼리”를 앞세우지만, 침략전쟁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미국이 유럽과 한국에서 미군이 현 세력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북한의 주장에 흔들리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큰 근심거리다. 남북교류 건물을 폭파해도 한마디 항의도 못하는 상황은 한국이 과연 북한의 침략야욕과 싸울 의지가 있는지 의문케 한다. 남북 군사 합의 이후 북측이 말하는 것처럼 남측은 무엇을 배신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다.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 보듯이 싸울 의지가 없는 국가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원칙이 적용된다면 한국의 앞날은 위태롭다. 과거 김관진 국방 장관은 북한이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계획에 대해 전단을 뿌리면 군사적으로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북한은 우방과의 관계를 약화시키기 위해 늘 “우리끼리”라는 구호로 유혹한다. 그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대한민국의 대북 정책이 아니고 북의 대남, 대미 공작의 하청 용역이었다는 혹평들도 있다. 이제 하청업자 역할을 더이상 해서는 안 된다.이제는 강한 한미, 한일 공조를 통해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핵우산이든 자체 핵개발이든 강한 모습을 보여줄 때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다.미군의 주둔은 우리가 싸울 의지가 확고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통일을 구걸하지 않을 때 통일의 기회는 더 가까이 올 수 있다. 북한과의 평화는 우리가 싸울 의지의 강한 힘을 보여 줄 때에만 가능할 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 뿐이다.

2021-08-19

가을은 오는데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일제히 벼가 팬 들판에 가을빛이 일렁거린다. 바람의 감촉도 많이 달라졌다. 개망초와 달맞이꽃은 쇠어가고 코스모스와 쑥부쟁이가 제철 준비를 하고 있다. 잠자리들이 무리지어 날고 메뚜기가 뛰어다닌다. 입추를 지났으니 절기로는 가을에 들어섰지만 팔월 말까지는 아직 여름철이다. 아무튼 날마다 들에 나가서 계절의 미세한 추이까지 온몸으로 맞으며 살다보니 아무런 여한도 있을 게 없다.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엔 하루도 풍진이 가라앉을 날이 없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친 대한민국 대선정국은 아수라장이다. 시시각각 대선을 향해 치달아가는 정국은 온갖 음모와 훼방과 이전투구가 난무하고 있다. 이만큼 거리를 두고 개괄하는 정세에는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수준은 고사하고 뒷골목 불량배를 방불케 하는 인성을 가진 인물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는데도 상당수의 국민들이 지지를 한다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상을 뭐라고 해야 하나. 한편 야당의 대표가 정권교체를 위한 대여투쟁이 아니라 자기당의 대권주자들과의 싸움에만 집착하는 것도 기가 막히는 일이다.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후반은 코로나19로 유지한 정권이라고. 코로나19를 핑계로 반대시위를 원천봉쇄할 수 있었고, 재난지원금을 명목으로 돈을 퍼주고 표를 사는 금권선거를 맘 놓고 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국회의석 180석을 차지할 수 있었고, 그래서 저들 맘대로 법을 만들거나 바꿀 수도 있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무슨 수로 반정부 시위를 막고 정권을 유지하겠는가.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통일혁명당이 주최하는 ‘문재인 탄핵’ 시위를 원천봉쇄한 것도 코로나19를 빌미로 해서였다. 좌파세력을 주축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간, 소위 ‘촛불혁명’이라는 시위로 탄생한 정권이면서 이제 와서 저들의 실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대해서는 원천봉쇄하는 걸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가. 얼마 전에 민노총이 불법집회를 강행했을 때는 몇 마디 형식적인 우려와 경고의 표명 정도로 넘어간 정부가 이번에는 코로나 수칙을 엄격하게 지키겠다는데도 비상계엄 이상의 삼엄한 통제로 봉쇄했다. 이 정권의 정체성과 뿌리가 어디인지 잘 보여주는 일이다.반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뜻있는 사람들의 불안과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정권교체에 걸림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공정한 경쟁을 하기에는 여권이 움켜쥔 기득권의 칼자루가 너무 많다. 기왕의 기울어진 운동장에다 전염병을 핑계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칼자루와 국민의 혈세를 무조건 퍼주고 표를 살 수 있는 칼자루, 북한을 끌어들여 평화쇼를 연출할 수 있는 칼자루, 장악한 언론을 통한 선전선동으로 민심을 왜곡할 수 있는 칼자루 등을 쥐고 불공정을 자행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정국을 이렇게 몰아가는 좌파세력들 뿐 아니라 묵인하고 방관하는 것도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국민들의 각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거듭 강조해도 지나친 게 아니다.

2021-08-19

위드 코로나로 가는 지름길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등으로 인한 영세·자영업자들의 고난이 1년여 넘게 이어지고 있다.이제는 코로나 방역대책이 이대로 좋은가 근본적인 검토를 할 때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K방역을 통해 유행 통제에 성공했다. 코로나가 확산되면 검사 수를 크게 늘려서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고, 물 샐 틈 없이 역학조사하고, 생활치료센터를 만들어서 확진자를 모두 격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 이후 2차, 3차 유행이 지나갔고, 4차 유행까지 왔다. 그동안 코로나19 유행의 성격과 규모는 1년6개월 전과 차원이 달라졌다. 그러면 상황에 맞게 대응 방식을 고민하고 전략을 짜야 하는데, 정부는 아직도 기존 방식의 방역대책을 재고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이제 코로나와 함께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 대책을 논해야 할 때다. 우선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는 가운데 과연 집단면역이 달성 가능할까.현재 대세를 이루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감염재생산지수(R0)가 최소 5 이상이다. 현 정부가 집단면역 달성수준을 백신접종률 60~70%로 잡은 것은 코로나19 R0 값 2.5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R0가 5이면 백신접종률이 80%로 올라가야 집단면역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최근 10부제로 예약한 18∼49세 연령층의 백신접종 예약률이 60.3% 수준에 불과하다. 추가 예약을 받아도 접종률 70%를 넘기기 어렵다. 과연 집단면역이 달성 가능할까.더구나 바이러스 역시 생명체여서 계속 변이종이 나타난다. 지난 연말에 인도에서 델타변이가 등장했다는 소식에 남의 집 불구경하듯 했는데,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델타변이가 국내 우세종이 됐다. 지난해 10월 페루에서 처음 확인된 람다변이 바이러스가 이달 들어 일본에 이어 필리핀에서도 검출돼 새로운 우세종으로 번질 기세다. 람다 변이도 델타 변이처럼 백신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위협적이다.영국의 경우 델타변이 때문에 6월에 확진자 5만명 정점을 찍고 내려와 지난 7월 19일에 ‘자유의 날’을 선언하면서 방역을 다 풀었다. 유행세가 다시 심해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확진자가 급증하지는 않고 있다. 높은 백신접종률과 자연감염으로 면역을 획득한 인구가 합쳐져 일종의 집단면역 상태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영국의 확진자는 2만~3만명에 이른다. 한국으로 환산하면 일일 확진자 1만5천명 수준이다. 우리가 집단면역을 이뤄도 방역을 풀면 매일 이 정도 확진자가 생긴다는 얘기다. 집단면역을 완성하지 못해도 백신은 매우 중요하다. 확진자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걸 막는 ‘중증 예방 효과’가 높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이쯤되면 정부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이기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백신 물량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중증환자를 돌볼 의료자원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게 K방역을 위드 코로나로 바꿔나가는 지름길이다.

2021-08-19

온라인 쇼핑몰 ‘사이소’ 국민 장터로 성장하길

경북도의 농특산물 온라인 쇼핑몰인 ‘사이소’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도 연일 대박 행진을 이어간다고 하니 생산 농가에게도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경북도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사이소의 매출액은 114억 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가 증가했다. 사이소 몰에서 21억3천만 원, 네이버, 우체국, 쓱닷컴 등 사이소 제휴 쇼핑몰에서 91억7천만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경북도는 사이소의 하루 평균 매출액이 2007년 4월 정식 오픈이후 처음으로 5천500만 원을 돌파해 연말쯤에는 200억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고무적이다. 7월말 기준으로 입점농가(11%)와 상품수(49%), 회원수(27%) 등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경북도는 온라인을 통한 각종 이벤트와 소비자 욕구와 수요 등을 데이터한 정확한 시장상황 분석으로 실질구매를 끌어낸 것으로 분석했다.경북지역 온라인 농특산물 판매 장터인 사이소는 경북도가 도내 농가들이 생산한 농특산물을 인증 보증해 농가 소득증대에 기여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농가 개개인이 직접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을 덜어주는 수단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공신력이 큰 힘이 된다.코로나 사태 후 온라인 쇼핑몰은 비대면 문화 확산에 힘입어 품목에 관계없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사이소도 이런 추세에 영향을 받아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비대면 문화가 새로운 소비 형태로 정착할 가능성도 높아 온라인 몰 사이소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지금의 콘텐츠를 보강하고 한단계 높은 수준의 쇼핑몰로 자리를 잡아가는데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 경북도도 회원가입 증대, 쌍방 소통이 가능한 라이브 커머스마케팅 강화, 신규고객 확보 등 사이소의 인지도를 넓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혀 온라인 몰에서 사이소의 향후 입지가 관심이다.코로나19가 휩쓸면서 언택트 문화가 대세다. 시대변화에 맞는 변신은 기본이다. 대박 행진을 벌이는 경북도의 사이소도 지금의 성장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 몰은 시간과 장소에 구분이 없는 장점도 있지만 무한경쟁 장소란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2021-08-19

제로 플라스틱 캠페인

2018년 중국은 플라스틱 공해를 고발한 ‘플라스틱 차이나’영화가 상영된 이후 자국으로 들어오는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이 일이 있은 후 한국에서는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 못해 곤욕을 치르는 일이 벌어졌다.일상에 편리함을 준다는 이유로 마구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이 얼마나 심각한 공해를 일으키는지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나 일반인의 경각심은 여전히 시큰둥하다.2018년 부산 칠산 바다에서는 그물에 걸려 올라온 아귀의 뱃속에서 500㎖ 생수병이 원형 그대로 발견돼 충격을 주었다. 해양생물 뱃속에 쓰레기가 발견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해양 쓰레기라고 해양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육지에서 발생한 것이 바다로 흘러들어 생기는 것이다. 해양 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이다. 한국인이 연간 사용하는 플라스틱 생수병은 약 49억개다. 나란히 세우면 지구 10.6바퀴를 도는 양이다.특히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15∼30%가 미세 플라스틱이다. 미세플라스틱은 5mm미만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크기가 작아 하수처리 시설에 걸리지 않고 바다로 그대로 유입된다. 이를 물고기가 먹고 그 고기가 사람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플라스틱은 사용하는데 5분이지만 썩는 데는 수백년이 걸린다. 값싸고 사용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인기지만 플라스틱이 안겨주는 공해는 의외로 심각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에 유통 중인 조개류와 낙지, 새우 등 해산물 14종에서 1g당 0.47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간 손에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돌고돌아 인간의 밥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얘기다. 제로 플라스틱 캠페인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8-19

연일 ‘폭로전’… 국민의힘 정권교체 포기했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갈등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통화녹음’에 대한 진실공방으로 번지며 명분없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표면적인 쟁점은 이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간의 전화 통화에서 ‘저거 곧 정리된다’는 이 대표의 발언 의미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원 전 지사는 정리 대상이 윤 전 총장이라고 주장한 반면,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의 갈등 상황이 곧 정리될 것이란 뜻이었다고 밝혀 진실 공방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의 갈등은 윤 전 총장이 지난달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계속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 대표가 다른 누군가를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다”며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고, 이 대표 측은 “윤 후보 캠프 인사들이 당 운영을 좌지우지하려하고 있다”며 못마땅해하고 있다. 양측의 충돌이 야권세력 재편 과정에서 불거진 충돌이라는 해석도 있다. 문제는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의 충돌이 당내 전방위 권력투쟁으로 번지면서 국민의힘 지지율과 윤 전 총장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달 둘째 주에 32%로 더불어민주당 31%보다 높았다. 그러나 이달 둘째 주에는 지지율이 28%로 하락하면서 민주당 33%보다 5%포인트나 뒤졌다. 윤 전 총장 지지율도 이달 들어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이같은 지지율 하락추세는 야권이 내년 대선 국면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러다가는 정권교체는커녕 정권 근처에도 못 갈 것”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 중 절반 정도가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19일 “오늘부로 실망과 상처를 묻고 모두 함께 미래로 가자”는 성명서까지 발표한 것을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경청해야 한다.더이상 ‘콩가루집안’이라는 소리가 나와선 안 된다. 지금과 같은 볼썽스러운 이전투구를 계속 벌이다간 정권교체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진다.

2021-08-19

오리는 꽉꽉, 여름이 가고 있다

양태순수필가 비가 온 뒤의 연못에 연잎이 활짝 기지개를 켰다. 해님은 찡긋 미소를 보내고 개구리가 연잎에 앉았다 물속으로 뛰어든다. 밀려가는 동심원 자락에 얹혀 있던 작은 곤충이 스르륵 사라졌다. 연못은 하늘과 구름을 담은 채 소리를 지웠다. 숨을 불어넣고 싶은 고요다.가만히 물속을 들여다본다. 비로 인해 한바탕 난리를 겪은 생물들이 연잎 아래서 동태를 살피고 있는지 기척이 없다. 손부채질을 하며 한참을 서 있으니 물 아래서 움직이는 것들이 있는지 물방울이 뽀글 일었다. 자세히 보니 붕어가 떼를 지어 왔다리갔다리 커다란 연(蓮)을 지분거린다. 살풋 간지럼을 타던 연들은 이내 새침한 표정이다.새침데기 연을 웃게 하는 것은 바람이다. 산바람 한줄기 징검징검 건너자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초록웃음을 푸르르 뱉어낸다. 돌연 연못에는 생기가 돈다. 어디에 몸을 숨겼다 나오는지 물맴이 맴을 돌고 게아재비 느릿느릿 물위를 걷는다. 몸을 낮추어 헤엄치던 붕어들도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고 더위를 피해 낮잠을 즐겼던 오리도 소리로 존재를 알린다.어미오리 뒤에서 새끼오리들의 해맑은 눈동자가 분주하다. 줄을 벗어나 곤충들을 쫓다가 부리나케 어미 품으로 달려오곤 한다. 발가락이 물속에서 어찌나 바지런한지 이쪽을 빙글 돌아 저쪽으로 쪼르르 간다. 어미의 시야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궁금한 것을 곽곽 물어댄다. 어미오리는 서두르지 않았다. 시간이 걸려도 재촉하지 않고 혹시 닥칠 돌발 상황을 위하여 항시 가시거리를 유지했다. 자리를 맴돌며 곁에 있는 새끼오리에게 먹이를 잡아주고 무심한 듯 깃털을 골랐다. 틈틈이 길게 목을 빼 멀리 있는 새끼가 들을 수 있도록 꽈~악 울었다. 새끼오리가 돌아오면 날개를 털어 앞장서 길을 잡았다.새끼를 향한 사랑과 서로를 온전히 믿는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모습이다. 나는 교육이란 이름 아래 아이들에게 늘 재촉과 채근을 했다. 정한 목표보다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모진 말을 해서 상처를 준적도 있다. 어미오리가 새끼를 기다려주는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 몰래 부끄러움을 삼킨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모자랐던 엄마였음을 인정하며 둘레길로 걸음을 옮겼다.연못 둘레를 걷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이다. 나무가 있고 그늘이 있고 새소리가 있다. 시원한 바람까지 보태져 피부가 보송해진다. 가볍게 걸으며 연꽃이 언제 피려나 눈길을 주었다. 연들이 막바지 작업을 하는지 수런거리는 잎들 위로 색을 머금은 봉오리가 어른거린다. 곧 연꽃이 가득할 연못을 상상하며 사진 찍으러 와야지, 했다. 그때 ‘으으음, 으으음’ 소리가 들렸다. 오리의 울음이 이상했다. 개구리가 짝짓기를 할 때면 크게 울듯이 오리도 짝짓기를 하려나 싶었다. 멈춰서 귀를 기울였다. 오리가 저런 소리를 내는 것이 신기해서 친구들에게 알려주려고 바짝 귀를 세웠다. 마침 내 곁을 스쳐 지나는 사람들이 황소개구리는 외래종, 덩치가 크고, 하면서 지나갔다. 웬 황소개구리? 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황소개구리의 울음이 황소울음 같다고 한 것이 생각났다. 나는 눈에 보이는 오리만 생각한 아둔한 머리를 탓하며 황소개구리를 찾아 주위를 둘레거렸다. 수풀에 몸을 가린 황소개구리는 소리만 들릴 뿐 보이지 않았다.하마터면 실수를 할 뻔했다. 내가 가는 연못에 있는 오리는 꽉꽉 울지 않고 으으음 운다고 했다면…. 아찔하다. 요즘은 이것과 저것을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이 한 박자 늦어져 뒷북일 때가 있다. 내 머리가 더이상 말랑하지 않고 굳은돌이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이다. 그것도 모른다 숙덕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잰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났다.오리는 꽉꽉 울어 새끼를 부르고, 황소개구리는 ‘으으음’ 울어대는 연못의 여름 오후가 산그늘을 늘이며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다가올 저녁에게 자리를 내주는 쨍쨍했던 햇살의 뒷모습이 불그레하다. 연못의 주인이 바뀌려는 지금 왠지 모를 숙연함이 찾아온다. 나는 연못에 어물거리는 여름을 연잎에 올려두고 후 불어본다. 또르르 달아나는 시간들을 손바닥에 가두고 싶은 오후다.

2021-08-18

감나무의 하안거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다. 살아있는 동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준다. 그러면서 조금도 으스대지 않고 조용하다. 어느 집에서나 있는 나무라 있는지 없는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무언가가 하나 빠졌다는 허전함은 베어지거나 죽은 뒤에 문득 떠오른다. 아, 그 집 뒤란에 감나무가 있었지.감꽃은 늦봄에 노랗게 핀다. 봄의 꽃들이 피고 지기를 할 때 감꽃은 조금 늦게 이어달리기에 참여한다. 감꽃은 나무의 커다란 잎에 묻혀 있어 잘 살펴야 초록을 품고 있는 꽃을 볼 수 있다. 커다란 잎에 숨어 수줍은 듯 삐죽이 고개를 내밀다가 금방 떨어진다. 감나무 아래에 감꽃이 떨어지면 노란 방석을 깔아 놓은 듯하다.금방 떨어진 감꽃을 무명실로 꿰어 목걸이를 만들었다. 한 겹 두 겹의 감꽃 목걸이를 걸고 땅에 떨어진 감꽃을 주워 먹었다. 배고픈 시절, 먹을 게 없던 계절에 그만한 간식도 없었다.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지만, 씹으면 쌉싸래하고 떨떠름했지만 그래도 입안에서 무언가를 오물오물할 수 있어 좋았다.감나무는 뙤약볕 아래서도 눈을 반짝인다. 가지마다 손바닥만 한 잎을 넉넉하게 달아놓고 나무의 눈처럼 이리저리 살핀다. 그러면서 동시에 폐의 역할도 한다. 잎 한 장마다 수천 개의 숨구멍이 있어 뿌리를 찾는 힘을 갖는다. 나무가 햇빛 가리개인 잎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까 걱정되는지 섬세한 잎맥으로 눈을 반짝이고 숨을 쉰다.감나무가 있는 풍경 사진이 있다. 조선 초기 이암의 ‘모견도(母犬圖)’이다. 여름이 깊어 잎이 무성한 감나무 아래에서 젖을 먹이는 어미 개를 중심으로 강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더운 날씨에 감나무는 사람이든 짐승이든 가리지 않고 그늘을 내준다. 사진 속의 주인공이 강아지가 되었다가 사람이 되기도 한다. 감나무는 우리 가까이에서 넉넉한 품을 내준다.마음 맞는 이와 조그만 밭을 일군다. 우리는 이곳을 종합백화점이라 부른다. 봄에 고랑을 만들어 상추, 오이, 가지, 고추를 심었다. 여름 내내 우리들의 식탁에는 싱싱하고 푸른 것들이 올랐다. 농사일에 서툰 우리는 밭 끄트머리에 감나무를 심었다. 봄이 몇 번 오고 가는 사이에 감나무는 키를 쑥쑥 키우더니 잎을 무성하게 매달았다.두 해 전, 내 키만 한 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가지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축 늘어졌다. 더러는 견디지 못하고 땅에 떨구고, 또 다른 가지에서는 더 많은 감을 꼬옥 매달고 있었다. 여름의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익어갔다.기다림은 타닥타닥 햇볕의 몸부림을 기억하는 것이다. 결정적인 모든 순간을 몸으로 드러내는 나무는 이제 주홍빛 감을 달아 놓고 시선을 끈다. 잘 익은 홍시는 다달한 맛을 주고, 곶감으로 만들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감나무 꼭대기에 있는 감은 까치밥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 무리하게 따려고 욕심내지 말고 자연의 것들과 함께 어우러져 나누면 좋다. 한 아름의 소쿠리에 감을 담으니 또 다른 가을 풍경이 거실에 가득했다.힘을 너무 쏟은 탓일까, 감을 다느라 기력을 모두 소진했는지, 작년에는 감 하나를 달지 않았다. 감나무가 열매 맺기를 거부하는 해거리였다. 스스로 해를 걸러서 쉬자는 것이다. 이렇게 결정한 나무의 마음을 알지 못해 노심초사했다. 감나무의 해거리는 하안거나, 동안거이다. 해거리하는 동안 에너지의 활동 속도를 늦추면서 숨 고르기를 한다. 더 달콤하고 더 풍성한 열매를 위해 쉼표를 찍는다.쉼표가 없다면 어쩌면 영원히 마침표를 찍을지도 모른다. 매년 쉬지 않고 열매를 맺는다면 오래 가지 못해 그 맛을 잃을 것이고,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 나무는 삶의 마지막을 고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텃밭의 감나무는 지난해 하안거에 들었다. 더 나은 열매를 위해 나는 그 여름을 여백으로 남겨두었다. 이순혜수필가 지난밤, 비바람에 감나무는 안녕한지 살핀다. 다행히 이파리도 감도 제 자리에 달려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햇볕 사이에 한두 개의 감이 주홍빛으로 물들려고 한다. 아직은 여름의 끝자락이 멀어 보인다. 매 순간을 열심히 살다 보면 저만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올 것이다. 그러면 하안거에서 깨어난 감나무는 줄기차게 감을 달고 제 열매를 지켜 낼 것이다. 감을 달고 있느라 처진 가지를 버팀목으로 지탱해주었다.잠시, 감나무 아래 머물다 햇볕을 피해 그늘로 도망간다. 내가 피한 햇볕을 고스란히 받아 감은 주홍빛으로 물들어가겠다. 늦가을이면 가지에 열린 까치밥이 추수가 끝나 황량해진 들을 노랗게 밝히겠다.

2021-08-18

그림자 노동

강영식 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요즘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진동벨을 주는데 그 벨이 울리면 가서 커피 잔을 받아 오고 나갈 때도 커피 잔을 직접 반납해야 한다.이런 일은 과거에 종업원들이 했던 일인데 고객이 직접하게 되었으니 고객이 왕이라는 시대는 지나가고 소비자가 종업원이 되었다가 고객이 되었다 하는 종객(從客)의 시대가 되어 버린듯하다.노동을 하고도 그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일을 이반 일리치는 그림자노동(Shadow work)이라 했다. 내 나름대로 그림자노동을 두 가지로 분류해 본다면 첫째는 상업적 그림자노동(Commercal Shadow Work)이다. 판매자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하여 직원을 줄이고 그 일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때 그 소비자의 노동이 이에 속한다. 둘째는 봉사적 그림자노동(Voluntary Shadow work)이다. 자원봉사는 무상노동으로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는다. 이에 대한 보상이 있다면 비 물질적인 보람과 기쁨으로 봉사적 그림자노동에 속한다.성경에 포도원의 품꾼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포도원 주인이 포도농사를 위하여 일꾼들을 찾아 포도원에 보낸다. 오전 6시에 온 일꾼이 있고, 오전 9시와 낮 12시, 오후 3시에 온 일꾼이 있고, 일이 끝나가는 저녁 5시에 온 일꾼도 있었다. 주인은 이들에게 품삯을 지불하였다.일찍 와서 종일 일한 사람이나 늦게 와서 단 한 시간을 일한 사람에게 똑같이 하루품삯인 한 데나리온을 주었다.그러자 일찍 와서 일한 사람들이 불평을 하였다. 잉여 노동에 공정한 대가를 받지 않은 노동을 그림자 노동으로 보고 그 노동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주인은 약속한 하루 품삯을 공정하게 지불하였고 늦게 온 사람에게는 내가 선을 베푼 것인데 그것을 당신은 악하다고 보는 것이냐 하면서 반문하였다. 늦게 온 사람에게 비하면 그림자노동을 한 셈이지만 약속된 하루 품삯을 받았으니 그림자노동이라 볼 수도 없다.이 이야기의 요점은 노동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말함이다. 일꾼들은 자신이 행한 일을 상업적 그림자노동으로 생각하였고 주인은 봉사적 그림자노동으로 생각했다. 그 이유는 이야기 서두에 이 이야기는 천국을 위한 일이라고 전제하기 때문이다.천국은 상업적 그림자노동으로는 만들어 지지 않고 오직 봉사적 그림자노동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림자노동의 대표가 되는 가사노동을 상업적 그림자노동으로 생각하여 대가를 바란다면 가정의 천국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대가를 바라지 않고 가정을 위해 봉사하는 그림자노동이라 생각하면서 할 때에 비로소 가정에 천국이 이루어진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도 봉사적 그림자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질 때에 천국과 같은 곳이 되어가지 않을까?

2021-08-18

올림픽과 병역 특례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 부모님께 큰절 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 가슴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김현성이 작사 작곡하고 직접 노래까지 부른 ‘이등병의 편지’ 1절 가사이다. 1986년에 처음 발표됐지만, 우리에게는 김광석의 노래로 더 잘 알려져 있고, 2000년에 개봉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OST로 더욱 유명해진 노래이다.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거의 모두 군대를 가야 하니, 이 노래는 우리에게 범상치 않게 다가온다.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병역 문제는 첨예한 관심거리이다. 최근 들어 모병제(募兵制) 도입 논의가 들려오기도 하지만 아직은 현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이야기이다.올림픽이 끝났다. 코로나19는 세계적인 축제인 올림픽마저 1년을 지각 개최하게 만들었다. 2021년에 열렸음에도 공식 명칭은 2020 도쿄 올림픽이다. 명칭과 별개로 근대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홀수년도에 개최된 하계 올림픽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고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기록도 갖게 됐다. 무관중으로 치러졌으니 광고와 중계권료가 많이 붙었다 하더라도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한 올림픽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 본다.나는 이러한 기록보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병역 면제 상황에 더 관심이 간다. 대한체육회 체육포털에 따르면, 선수들에게 병역 면제의 혜택을 처음 도입한 것은 1973년도로 프로레슬링과 프로복싱 외에는 프로 경기가 전무했고 아마추어리즘이 철저하게 강조되던 시절, 선수들에게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당근이 병역 면제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병역 면제의 폭이 매우 커 올림픽 동메달까지,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3위까지가 해당됐고 한국체육대학교 졸업성적 상위 10%까지도 병역 면제의 대상이 되었다가 1990년도 들어서 올림픽 3위, 아시안게임 1위로 병역 면제의 폭이 줄었다고 한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의 금메달리스트 양정모 선수 이후 운동선수로서 병역 면제의 혜택을 받은 사람은 2020년 10월까지 976명이었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는 야구와 축구가 금메달을 받음으로써 대규모의 병역특례자를 양산했다. 이에 비해 남성 구기종목이 메달권에서 비껴간 이번 올림픽에서는 병역특례 대상자가 김제덕(양궁), 안창림(유도), 장준(태권도) 등 3명에 불과해 2000년 대에 들어 가장 적은 병역 특례 기록을 남긴 올림픽이 아닐까 한다.지난 달 말 아들이 18개월 남짓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내가 군대를 다녀온 30개월의 기간과 아들이 군대를 다녀온 18개월의 기간. 길건 짧건 나라의 부름을 받아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그 기간 동안은 ‘이등병의 편지’ 가사처럼 모든 것이 낯설고 모든 것이 새롭다. 국민개병제의 나라에서 ‘특례’가 많다고 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더욱이 최근 우리 사회의 묵직한 화두가 ‘공정’이 아니던가.

2021-08-18

냉장고 학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하루가 멀다고 비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날씨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강한 바람을 동반한 장대비가 내리는가 해서 창문 단속을 하려고 하면 어느새 하늘은 맑게 개면서 태양이 세상을 향해 이글거린다. 그래서 다시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려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하늘은 먹구름과 천둥소리로 가득하다. 가을장마가 시작됐다는 뉴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북쪽으로 밀려나 흩어졌던 장마전선이 다시 한반도 부근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2차 우기, 소위 가을장마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기후가 점차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여름철 기상 공식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뉴스를 들으면서 필자는 무의식적으로 “예측 불가능 기후, 기후 공식 파괴”라고 썼다. 올해 지구촌은 대형산불, 홍수, 살인 더위 등 기후재앙의 모든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기온 상승에 의한 기후재앙이 이미 우리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었다는 기후변화전문가들의 말이 더이상 경고가 아님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변할 생각이 없다.잦은 비는 세상 소리를 바꾸어 놓았다. 밤낮없이 데시벨 높은 사이렌 소리로 사람들에게 기후재앙을 알리던 매미들이 서서히 소리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귀뚜라미, 소리쟁이 등이 더 다양한 소리로 채웠다. 그들이 내는 소리 또한 매미와 같이 기후재앙 경고이다. 하지만 마음의 귀를 닫은 사람들은 계절이 바뀌었다고 감탄만 하고 있다.필자는 지난주 경상북도교육청 연구원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 위기 대응 생태 환경교육의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경북교육포럼에 사례발표자로 참가하였다. 교육청에서 기후재앙 해결에 나선 것만으로도 감사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듣다가 급하게 차를 세웠다. 라디오에서는 냉장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냉장고와 학교가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필자는 다음과 같이 따르게 메모를 헀다.냉장고는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그 안심은 망각(忘却)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냉장고 안에 들어가는 순간 식자재, 음식 등은 유통 기한이 없어진다. 그러면서 결국엔 버려진다.차라리 냉장고가 없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식품과 음식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 그것이 곧 건강한 음식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음식에 관해 더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어차피 먹기 위해서 사는 게 인생인데 잘 먹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면 냉장고부터 버리면 어떨까.학교도 제 기능을 상실한 냉장고와 같다. 냉장고 속에서 버려질 날만 기다리는 음식처럼 우리 학생 중 누군가는 학교에 갇혀 유통 기한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 학교는 음식물을 보관하듯이 학생을 잠시 맡고 있을 뿐이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냉장고는 인위적인 것을 조작한다. 그럼 학교는 어떤가? 2학기 시작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진정한 행복한 2학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2021-08-18

‘젊치인’ 시대 오나

젊은 정치인을 가리키는 ‘젊치인’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30대인 이준석 씨가 제1보수야당인 국민의힘 당 대표로 뽑힌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청년 정치인들의 진출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비영리단체 뉴웨이즈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젊치인들이 다수 당선돼 기초의회 평균연령을 낮추는 것을 도모하고 있다. 이들은 MZ세대인 1980~2000년대생 젊은 정치인들을 후원하고 있다. 나이가 많을수록 경험과 노련함이 쌓인다면, 젊을수록 새로운 시각, 도전정신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대의민주체제에서 특정세대가 과소대표되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기준 만40세 미만 유권자 비율은 34%였지만 당선자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청년정치인들이 기초의회에 대거 진출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서울 관악구의 경우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2030 구의원 4명이 당선돼 전국 기초의회 평균 6%에 비해 3배인 18%에 이르렀다. 이후 조례발의건수가 3.7배 가량 늘었고, 청년의원들의 본회의 5분 자유발언 횟수도 비청년의원보다 많았고, 구정질문 횟수 역시 평균의 2배였다. 젊치인들의 기초의회 진출은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뉴웨이즈는 국민의힘, 기본소득당, 미래당,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등 6개 정당과 함께 젊치인의 기초의회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젊치인을 응원할 지역구 유권자들을 ‘캐스팅 매니저’란 이름으로 모집하고 있다. 현재 전체 선거구의 74%가 넘는 지역에 2천명이 넘는 캐스팅 매니저가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지방선거에 젊치인이 대거 당선돼 구태의연한 한국정치 문화가 기초의회부터 바뀌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8-18

4차 대유행 속 2학기 개학, 철통 방역해야

연휴가 끝나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 주말과 광복절 연휴가 끼면서 한때 1천300명대까지 떨어졌던 확진자 수가 17일에는 1천800명대로 올라섰다. 더 걱정되는 것은 휴가철과 연휴 후유증이 나타날까 봐서다. 정부도 이번 주 상황을 지켜보고 내주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등 방역조치를 결정할 방침이다.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와 사적모임 인원수 규제에 대한 수위를 조절한다.경북에서는 포항과 경주 등을 중심으로 번진 코로나19가 여전히 위중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전파력이 센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전국적으로 급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 국내에서 발생한 델타 변이 감염자는 국내 감염자의 98%를 차지했다.17일부터 전국적으로 2학기 개학이 시작됐다. 대구는 125개 중학교 중 54곳, 98개 고등학교 중 88곳이 개학을 했고, 나머지도 대부분 이번 주 개학을 한다. 초교는 다음 주 중 개학을 한다. 포항에서도 전체 128개교 중 28개 초중고가 개학을 했다.교육부는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3∼4단계가 이어지고 있지만 등교 확대 방침을 세웠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학습 결손을 더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등교수업은 정서적으로나 사회성 함양을 위해 절대 필요하다. 학생들은 교우관계 형성이나 학교생활 적응으로 사회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등교는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현장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한 학습결손 해소를 위해서라도 등교수업은 꼭 필요하다.그러나 집단수업이란 환경으로 코로나 감염증 전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학부모가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으나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다. 개학 첫날, 학생 스스로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자가진단앱에서 오류가 일어나 학부모의 비난을 샀다. 학교는 밀집생활 장소다. 대다수 학생은 백신접종 대상이 아니다. 학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지역사회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학교 내 방역관리가 철통처럼 엄격해야 하는 이유다. 개학은 했지만 학생 안전관리에 사회 이목이 집중돼 있다. 안전한 학교생활에 학교당국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한다. 등교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꺾는 불행한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2021-08-18

더는 속지 않는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실망이다. 대통령을 선출할 판이 열리면 하고 상상하였던 국민은 기대를 접어야 하는가. 대선판에 나선 이들이 스물이 넘는데 나라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들어본 적이 없다. 자기들끼리 말다툼에 골몰하고 있어 국민은 싸움판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흥행이라지만 나라와 국민을 위한 거대담론과 정책논쟁은 그림자도 안 보이고 날마다 좁쌀영감 말꼬리 잡기만 거듭하는가 싶다. 티격태격거리다 결판이 안 나면 국민을 끌어들인다. 국민이 심판을 봐야 할 주제는 당신들 말장난이 아니라 이 나라 미래를 이끌어낼 꿈과 비전이 아닌가.역사에서 배운다. 제2공화국에서 잠시 의원내각제를 시험해 본 때를 제외하고 우리는 내내 대통령중심제였다. 한 사람 지도자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개척해 온 그간의 발자취는 나름 효과적이었다. 그 한 사람의 전횡을 막기 위해 ‘5년 단임제’로 헌법을 바꾼 일도 제법 작동하였다. 이같은 골격이 우리의 미래에도 바람직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걸어온 길 위에 어두운 구석이 없지 않지만,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 소리를 들으며 세계질서에서 당당한 위치를 만들어 간다. 나라가 처한 오늘의 위치에 걸맞는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 발자취 위에 드러난 공과를 적절하게 살피며 오천만 겨레를 넓게 보듬을 사람이었으면 싶다. 바꿀 일이라면 과감히 바꾸되 국민의 마음을 거뜬히 담아내는 그였으면 한다.나라를 더는 흩지 말아야 한다. 영남과 호남,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하는 버릇이 사라져야 한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지방색은 암적 존재임이 분명하며, 수도권집중 현상은 건강한 견제와 균형을 회복하도록 수정해야 한다. 화목해야 할 세대 간의 갈등과 긴장도 해소해야 하는데, 정치권은 이를 오히려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청년도 살아야 하지만 노년도 행복해야 한다. 가운데 중장년도 소외할 수 없다. 지역 간 불균형도 문제지만 세대 간 부조화는 사회적 불화를 부른다. 평화와 소통 위에 민족의 통일을 앞당기고 내일을 열어갈 남북대화도 필요하다. 긴장과 불통을 극복하며 포용적 교류를 이끌어낼 리더십을 기대한다.지역과 세대, 남북관계와 국제관계, 경제와 사회, 문화와 소통 등 굵직굵직한 생각거리가 산더미가 아닌가. 역량이 미치지 못할 양이면, 자신이 제일 먼저 깨달을 터이다. 차라리 용기있게 내려놓든지 아니라면 치열하게 겨루어 주시라. 국민이 지혜로운 것은 역사가 이미 증명하였다. 국민의 눈높이를 속일 방법은 없다. 말싸움을 국민에게 끌어대는 당신의 헛수고에 국민이 더는 휘둘리지 않는다. 당신이 오늘 하는 생각이 나라의 미래에 닿아있는지 스스로 살펴보기 바란다. 국민의 생각은 당신보다 높은 데 있다. 헌법1조가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얄팍한 계산으로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 나라의 운명은 국민의 행복과 함께 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의 얕은 수가 국민을 이길 수 없다. 국민이 깨어야 나라가 산다.

2021-08-18

대구·경북 대학 9곳 ‘교육부 殺生簿’에 올랐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대학들의 구조조정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그저께(17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1년 대학 기본 역량 진단 가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했다. 교육부는 평가결과를 토대로 일반대학 136교와 전문대학 97교 등 233곳을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했다. 진단참여를 신청한 285곳(일반대학 161곳, 전문대학 124곳) 중 82%다.선정된 대학은 내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재정을 지원받고 적정 규모로 정원 감축 등을 추진하게 된다. 일반대학은 연간 평균 48억3천만 원씩, 전문대학은 평균 37억5천만 원씩을 받는다. 이번에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한 학교는 이의신청할 수 있으며 최종 결과는 이번 달 말 확정된다. 그러나 이전 진단에서 이의신청으로 선정결과가 바뀐 사례가 없어 사실상 확정적으로 보면 된다.이번 역량진단에서 일반대학 25곳, 전문대학 27곳 등 모두 52개 곳이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대구·경북의 경우 일반대학은 김천대, 대신대, 동양대, 위덕대 등 4곳, 전문대학은 경북과학대, 대구공업대, 성운대, 수성대, 호산대 등 5곳이 미선정됐다. 이들 대학은 앞으로 3년간 일반재정지원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게 됐다.교육부는 “이번에 탈락한 대학은 기본적 역량을 갖춘 곳으로 한계 대학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번 발표로 해당 대학은 부실 낙인이 찍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지난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시행된 교육부의 대학진단평가는 구조조정과 직결돼 있어 ‘대학살생부’로도 불려왔다. 고교 졸업생의 급격한 감소(지난 한해 6만여명)로 지방대학의 경우 신입생 확보가 어려워 생존을 위협받은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학은 많고 학생은 없어 버티기 힘든 대학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대학의 몰락은 곧 그 지역의 위기를 부른다. 지역경제를 위축시키고 청년 인구 유출을 가속화해 지방 소멸로까지 이어진다. 대학의 위기가 지방 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학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2021-08-18

아, 아프가니스탄!

김규종 경북대 교수 20년 만에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한다. 요즘 외신은 아프가니스탄 관련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우리와는 특별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나라 아프가니스탄.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사람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쾰른에서 어학 과정을 다닐 때 도이칠란트 남성과 혼인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중년 여성과 ‘사전’에 관해 이야기한 일이 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독일어 사전이 없어서 답답하고 힘들다고 그녀는 말했다.멀고 낯선 나라에서 온 사람이구나, 하는 기억만 아직도 남아있다. 외국인들을 가장 많이 만나서 이야기한 시공간은 어학 과정 다닐 때였다. 30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나 도이칠란트 체류 외국인들이었다. 한반도 남단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세계의 문제에 어렴풋하게나마 눈을 떴던 것이 그 무렵 일이다.아프가니스탄은 대단한 요충지에 있다. 동으로는 파키스탄과 중국, 북으로는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서쪽으로는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앙아시아 한가운데 있으면서, 인도 아대륙과 접경하고 있으며, 중동의 강경파 이슬람원리주의가 득세하는 이란과도 이웃한다. 구소련의 세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중국의 신강(新疆)과 국경이 닿아 있다.그런 까닭인지 모르지만, 세계열강의 아프가니스탄을 향한 욕망은 유구하다. 우리가 기억하는 아프가니스탄은 소련과 연관돼 있다. 1979년 12월 소련은 이슬람원리주의 무장세력인 무자헤딘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다. 10년 동안 소련은 100조원에 이르는 전비(戰費)와 5만의 병력손상을 입은 채 철군한다. 대영제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랜 세월 경험한 쓰라린 패배의 교훈을 새기지 못한 까닭이다.이번에는 미국이다. 2001년 미국은 9·11 테러 배후 조종자로 지목한 오사마 빈 라덴을 내놓으라고 탈레반을 압박한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실질적인 지배 세력인 탈레반은 미국의 요구를 거절한다. 같은 해 10월 7일 미국은 대규모 공습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다. 20년 세월이 흐른 지금 미국은 쫓기듯 황망하게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단행하고 있다. 영화 ‘모가디슈’에서 목숨을 걸고 소말리아를 탈출하던 사람들의 처절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19세기 대영제국과 20세기 후반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에 이어 21세기 유일 강대국 미국마저 아프가니스탄에서 패퇴한 원인은 무엇인가?! 분석가들은 아프가니스탄의 가혹한 기후, 거친 산악 지형과 토착 세력의 완강한 저항 따위를 꼽는다. 험준한 산악에 의지하여 끈질기게 게릴라전을 펼치는 저항 세력에 막혀 침략자들은 패퇴를 반복해온 셈이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결과한 것은 사망 24만, 난민 500만, 전비 1,100조원으로 드러났다.인도차이나반도가 도미노처럼 공산화할 것이라는 불안에서 시작한 베트남전쟁에서 처참하게 패배했듯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실패한 첨병이 되고 말았다. 21세기 세계는 특정 제국의 일방적인 지배와 점령이 아니라 우의와 친선에 기초한 평화가 이뤄졌으면 한다.

2021-08-17

‘공짜’에 갇힌 포항

박창원 수필가 21세기 들어 포항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각종 기념관과 역사관을 건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무료 관람’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서 투입된 예산에 비해 포항시의 세수 증대에는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구룡포근대역사관과 장기유배문화체험촌,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이 대표적인 사례다.구룡포근대역사관은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일본인가옥거리 내에 위치하는, 일제강점기 이곳에 집단으로 거주했던 일본인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시설물이다. 근대역사관으로 쓰고 있는 건물은 1920년대 일본 가가와현에서 이주해 온 하시모토 젠기치(橋本善吉)가 지은 일본식 목조가옥인데, 2010년에 포항시에서 매입, 복원공사를 거쳐 구룡포근대역사관이란 이름으로 개관하였다. 일본인가옥거리는 한말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일본인이 구룡포에 집단으로 이주하여 살던 곳으로 일본식 가옥 수십 채가 남아있던 것을 2010년 포항시에서 정비하여 관광지로 개방하고 있는 곳이다. 근래에 이곳이 인기 드라마 촬영지가 되면서 구룡포근대역사관은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지만 입장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장기유배문화체험촌은 포항시에서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장기면 서촌리 일대에 총 38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성한 다음, 2019년 3월 24일 개장한 유배체험시설이다. 장기면 지역은 조선 500년 동안 200여 명의 유배인이 거쳐 간 곳으로 경남 남해, 전남 강진, 제주도 등과 더불어 조선시대의 주요 유배지였다. 장기유배문화체험촌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하여 당대의 거목 우암 송시열과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많은 유배인들이 남긴 발자취와 정신을 통해 유배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개장 후 근처에 있는 장기읍성과 함께 이색 관광지로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입장료는 받지 않고 있다.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은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전하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한 기념공원이다. 2013년에 착공하였고, 2016년 부분 개장하여 운영해 오다가 2019년에 핵심 시설인 귀비고(貴妃庫)를 준공하면서 완성하였다. 2019년 4월 17일, 준공식과 함께 개관한 귀비고는 연오랑·세오녀 설화의 내용과 의미를 알리고 체험하는 전시시설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에 연면적 1천890㎡ 규모로 약 1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했다. 공원 앞에 펼쳐진 영일만, 바다 건너 포스코와 포항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입지조건과 주변의 해안둘레길 덕분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지만 이 역시 입장료 한 푼도 받지 않는다.이처럼 근래에 포항시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기념관과 역사관이 대부분 ‘무료 관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공짜’에 갇힌 형국이다. 이들 기념관·역사관은 건립비용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년 운영비도 만만찮게 들어간다. 기념관·역사관을 건립하면서 계속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보다는 관람객에게 최소한의 비용을 부담시킴으로써 기념관·역사관의 가치를 높이고, 포항시의 세수에도 보탬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21-08-17

초보자의 마음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멈춰있는 상태지만 꽤 오랫동안 운영했던 클래스가 하나 있다. 이름하여 ‘강백수의 작작 클래스’. 여기서 작작은 작사와 작곡이다. 노래를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태어나서 처음 자신만의 자작곡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수업인데, 수십 명의 수강생이 첫 자작곡을 완성했다. 사실 수강생들에게 내가 해 주는 것은 별로 없었다. 작곡이라고 해봐야 간단한 코드 몇 개를 알려주고 그에 맞추어 멜로디를 자유롭게 흥얼거리도록 했을 뿐이었고, 작사라고 해봐야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적은 글을 멜로디에 맞게 다듬는 것 정도만 알려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의외로 당장이라도 훔치고 싶을 만큼 참신하고 기발한 곡들이 많이 나왔다.그 중에 특히 재미있었던 곡들을 조금 꼽아보자면, 스물 다섯 살 연극배우 Y와, 여행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싱글, H누님의 노래들이 먼저 생각난다. Y는 “너는 애가 매사에 왜 그렇게 어중간하니?”라고 비아냥거리는 한 선배에게 “그래, 나 어중간하다. 심지어 좋아하는 숫자도 어중간하게 ‘5’야. 그런데 그가 뭐 어때서? 어중간 한 게 아니고 적당한 거거든?” 이라고 발칙하게 대드는 노래를 만들었다. 그리고 H누님은 나를 디스하는 곡을 만들었다. 누님은 노래 속에서 ‘수업에 오면 다 초짜들만 있을 거라고, 누구나 쉽게 기타와 작사 작곡을 배울 수 있다고 해서 수업에 들어왔건만, 나만 빼고 다 잘하는 것 같고 이 놈의 F코드는 왜 이렇게 안눌러지냐’고 따졌다. 노래의 킬링파트는 ‘강백수 뻥쟁이’라는 가사였다.이 노래들을 비롯해 재기발랄한 노래들이 정말 많다. 수업 마지막에는 스튜디오에 가서 각자의 창작곡들 레코딩하기도 했는데, 그 결과물들이 담겨있는 내 컴퓨터 속 어느 폴더는 그야말로 보물창고 같다.그들이 이렇게 보석같은 자작곡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그들이 초보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음악가가 아니기 때문에 잘 해야 한다는 욕심으로부터, 그리고 남들이 이 음악을 좋아해 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대중의 반응을 미리 예상하고 의식하며 노래를 만들어야 하는 나와는 달리 그냥 맘이 이끄는 대로 흥얼거리고 이야기할 수 있기에, 판에 박힌 노래가 아니라 정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색깔로 빛나는 노래들을 빚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가끔은 무언가 능숙하게 해내려고 애쓰는 것보다, 초보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그저 본능에 맡기는 것이 필요한 때가 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는 농구를 시작한지 몇 달 밖에 안된 풋내기로 나온다. 강백호가 속해 있는 북산과 강호 능남의 전국대회 도 예선 최종전, 초보자 강백호 덕분에 북산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야말로 한 골로 승부가 결정될 수 있는 그 때, 능남의 에이스이자 농구천재인 윤대협은 골밑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거기에 다른 선수를 마크하고 있었어야 할 강백호가 있었다. 강백호에게 공격을 차단당한 윤대협은 다시 공을 잡고, 이번에는 센터 변덕규에게 기가 막힌 패스를 뿌렸다. 변덕규를 마크하던 채치수가 한 발 늦었다고 느낀 순간, 또다시 강백호가 나타나 변덕규의 슛을 블로킹 해냈다. 강백호야말로 북산의 불안요소라며 승리를 확신하던 능남의 유명호 감독은 놀라서 외쳤다.“어째서 강백호가 거기에 있는 거냐!” 강백수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강백호는 그저 초보자답게 몸이 이끄는대로 공을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제멋대로인 플레이 덕분에 천재 윤대협의 파상공세를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그래, 우리는 사람들의 허를 찔러야 한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내어 놓고 싶다. 그런데 때로는 우리의 능숙함이 오히려 그것을 방해할 때가 있다.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다 보면, 어쩐지 이 대목쯤에서는 남들 다 하는 기교를 한 번 넣어 줘야 할 것 같고, 이런 이야기는 대중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며 자기검열을 해버리는 때가 있다. 이런 식으로는 참신한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기가 쉽지 않다. 가끔 그런 것들에 사로잡힐 때, 거기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작작클래스 수강생들의 어설픈 자작곡을 찾아 듣곤 한다. 능숙해지면서도 처음의 그 대책 없는 과감함을 지켜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21-08-17

우아한 세계와 지난한 몸짓

고시원에서 지냈던 적이 있다. 나는 스물셋의 대학생이었다. 셋방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 급하게 방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장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이었다. 그곳은 내 몸 하나 겨우 뉠 수 있는 침대와 노트북을 올려놓을 수 있는 책상이 가구의 전부였다. 다행으로 침대의 머리맡에는 창문이 크게 나 있어서 나름대로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할 수 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나무의 잎사귀가 사락사락 흔들리는 모양을 바라보았고 해가 지기 직전 아무렇게나 흩어지는 빛의 파편을 집요하게 관찰했다. 이따금 얇은 벽 너머로 딱, 딱, 하는 정체 모를 소리가 들리기도 했는데 그것의 기원에 관하여 상상하다가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작은 방일수록 어둠은 빠르게 번졌고 묵직한 외로움이 어깨를 눌렀다. 그러면 노트북을 켜고 이런저런 상념을 적었다. 목구멍 가득 꽉 막힌 감정을 배설해야만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었기 때문이다.나는 어떤 고민을 써 내려갔던가. 그때 쓴 일기는 모두 휘발되고 없지만 어느 정도는 유추해볼 수 있다. 언제까지 이 작고 불편한 방에서 살아야 할까. 언젠가는 내 앞가림은 하고 사는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어째서 나는 삼성가의 자식으로 태어나지 못했는가, 하는 실없는 이야기를 투덜거렸던 것도 같다. 쓰는 행위로 완전히 해소할 수 없는 지점은 분명히 있었다. 내 삶이 너무도 나쁘고 누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래서였을까. 아르바이트비를 정산 받고 가장 먼저 산 건 구두였다. 발목이 뒤틀리고 발뒤꿈치가 쓰라렸지만 도도하게 거리를 거니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러한 아픔쯤은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나는 구두를 신고 부지런히도 돌아다녔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사지도 않을 철학 서적을 괜스레 들춰보기도 하고 한 잔에 팔천 원씩 하는 밀크티를 마시면서 친구들과 한국 문학의 미래에 관해 논했다. 강남의 술집에서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의 칵테일을 홀짝홀짝 들이켜면서 이상한 고양감에 취하기도 했다. 그러다 집으로 갈 시간이 다가오면 초조하고 불안해졌다. 그건 이제 높은 굽의 구두에서 내려와 진짜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었다.나는 고시원의 입구에 서서 한참을 망설였다. 새로 산 구두를 넣을 신발장조차 없는 작은 방. 어둡고 습하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답답한 공간. 저릿한 발목을 붙잡으며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하고 중얼거렸다. 나에게 이런 사치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차라리 그 돈으로 전공 서적이나 살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허영과 아둔함을 질책하면서 상실감을 공기처럼 들이마셨던 기억이 생생하다.그 시절을 청춘의 기록으로 미화할 수 있는 것은 아마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뜻일 것이다. 억지로 꾸며낸 어설픈 모습도 사랑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대단한 것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수면으로 떠오르고 싶었을 뿐이었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 동동거리는 백조의 지난한 발짓처럼 그저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나는 세계의 표면을 멋지게 거니는 사람들을 본다. 아득한 시간을 거스르지 않고 물살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이들에게는 대체 어떠한 힘이 있는 것일까. 나는 여전히 그것이 어렵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그러면 발에 맞지도 않는 구두를 신고 뒤뚱뒤뚱 걸어가는 이십 대 초반의 나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삶의 품위를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것을 간절히 원했던 나를. 동시에 미숙하고 어리석은 현재의 나를 본다. 번듯한 사회적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행하는 많은 일들. 삶의 주인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우스운 모양으로 얼렁뚱땅 살아가는 날들. 그리하여 지금까지 한 뼘도 자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어린애처럼 울고 싶어진다.이제는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관처럼 답답한 고시원을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나를 가두는 이 거대하고도 좁은 세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통속적인 삶을 살아내는 동안에는 필연적으로 자꾸만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그러니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경박한 몸짓으로 허우적거리는 오늘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지금을 살아내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2021-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