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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수카바티 안양!

인구 55만명의 위성도시 안양에는 프로스포츠 구단이 세 팀이나 있다. 농구의 정관장 레드부스터스, 아이스하키의 안양한라 아이스하키단, 그리고 축구의 FC안양이다. 스포츠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이 굉장히 뜨거운데, 특히 FC안양 향한 사랑은 애틋하고도 감동적이다. FC안양의 창단에는 눈물겨운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안양에는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안양 LG 치타스 프로축구팀이 있었다. 지역민들의 자부심이라고 할 만큼 안양 LG를 응원하는 팬들의 함성은 굉장했다. 서포터즈 ‘RED’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큰북을 치면서 선수들을 응원했다. 하지만 2004년 안양 LG는 열성적인 서포터즈와 지역민들을 버리고 서울로 연고지를 옮겨 버렸다. 당시 지역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 연고지 이전을 반대하는 삭발 투쟁과 가두행진, LG전자 불매운동 등이 펼쳐졌지만 소용없었다. 팬들은 하루아침에 그들이 사랑하는 팀을 빼앗겼고, 그때부터 무려 9년 동안 안양에는 축구팀이 없었다. 그 9년 동안은 눈물겨운 세월이었다. 지역민들을 배신하고 팀명을 바꾼 FC서울은 빅클럽으로 승승장구했다. 안양 축구팬들은 FC서울을 ‘북쪽 패륜아’로 부르며 야유했지만 그 야유는 공허한 마음을 더욱 시리게 만들었다. 안양에 다시 축구팀을 유치하기 위해 시민들이 나섰다. 공청회를 열고, 서명운동을 하고, 축구계에 호소하면서 다수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애썼다. 서포터즈를 비롯한 시민들의 갖은 노력에 안양시가 응답하면서 마침내 2013년, 시민이 주인인 시민구단 FC안양이 창단됐다. 우리나라 프로축구 K리그는 승강제로 운영된다. FC안양은 창단 이후 계속해서 2부 리그인 K리그2에 있었다. K리그2 우승팀은 K리그1로 자동 승격된다. 10년 동안 K리그1 승격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렸지만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2024년 11월, FC안양은 K리그2 우승을 확정지으며 꿈에 그리던 K리그1 무대를 내년부터 밟을 수 있게 됐다. 승격이 확정된 날 팬들과 선수단, 구단주인 최대호 시장까지 모두가 얼싸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2000년대 초반 안양 축구를 사랑하던 20대 청년들은 어느새 40대 중년이 됐지만 가슴속 붉은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승격을 확정하고 홈구장인 안양종합운동장 ‘아워네이션’으로 돌아오는 선수단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수백 명의 서포터즈가 안양 축구 응원의 상징인 홍염을 환하게 밝히고 응원가를 부르며 구단 버스를 맞이한 것이다. 선수들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버스에서 내려 서포터즈와 함께 춤추고 노래했다. 시즌 최종전이 열린 지난 11월 9일에는 아예 시 차원에서 공식 축하 행사를 열었다. 구단주 하려고 시장 출마한다는 우스개가 있을 만큼 축구에 진심인 3선의 최대호 시장이 주장 이창용 선수와 함께 머리를 보라색으로 염색했다. 승격 공약을 지킨 것이다.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시청까지 2㎞ 도로를 안전하게 통제한 뒤 3000여 명의 시민과 서포터즈, 선수단이 함께 어깨를 부여잡고 행진했다. 거리 곳곳에 승격을 축하하는 보랏빛 현수막이 내걸렸다. 안양은 예로부터 포도 농사로 유명한데, 포도의 보랏빛이 안양 축구를 상징하는 색깔이 됐다. 시민들이 이룬 보랏빛 물결이 늦가을 노을과 어우러져 장관이었다. 축구 사랑이 뜨거운 독일이나 영국에서 볼 법한 광경이 경기도 안양에서 펼쳐진 것이다. 시민들과 선수단은 한 목소리로 ‘수카바티 안양!’을 외쳤다. ‘수카비티’는 산스크리트어로 ‘극락’을 뜻한다. 안양(安養)은 괴로움이 없고 지극히 안락한 불교의 ‘안양정토(安養淨土)’에서 온 지명이다. 시민들은 모처럼 걱정도 고민도 없이 마냥 기쁘고 평안한 주말을 보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전쟁이다. 안양 시민들은 FC서울을 안양종합운동장으로 불러들여 경기하는 날만을 기다려 왔다. 그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아마 도시 전체가 열광의 도가니가 될 것이다. 이제 안양에 이사 온 지 5년이 된 나는 조금씩 안양시민이라는 지역적 정체성을 쌓아가고 있는데, FC안양의 감동적인 서사 덕분에 내가 사는 동네를 더 사랑하게 됐다. 내년 봄 나는 시즌입장권과 보랏빛 유니폼을 구입할 것이다. 그리고 외쳐야겠다. 수카바티 안양!

2024-11-18

2024년과 보통의 일상

2024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되돌아보면 참 여러 일이 있었고 일도, 주변 사람도, 환경도, 사는 곳도 참 빠르게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곁에 남아 좋은 영향을 주는 것들이 있어 올 해도 참 부지런히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배운 것 중에 가장 좋은 것은 뜨개질이다. 뜨개질은 앞을 향해서만 나아간다는 점에서 달리기와 비슷하다. 달리기는 일정한 호흡과 함께 더 멀리, 더 빠르게 몸을 활용하여 나아가는 것이면, 뜨개질은 바늘과 실을 반복해서 통과하며 정신으로 집중해서 나아간다. 달리기가 온몸으로 하는 것이라면 뜨개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섬세하게 나아가는 일종의 정신 수련과도 같달까. 물론 달리기와 뜨개질이 크게 다른 점이 있는데, 앞으로 빠르게 뛰는 달리기와는 다르게 뜨개질은 다시 뒤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안뜨기나 바깥뜨기만을 반복하는 대바늘 뜨기는 특별한 기법이 없어 단순하다. 쉬운 난이도 덕분에 뜨개를 처음 접할 때에 가장 먼저 배우는 기법 중 하나기도 하다. 단순히 반복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자칫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 들기도 쉽다. 생각이 다른 길로 세는 순간 바늘은 기다렸다는 듯 엉뚱한 실의 구멍으로 들어가 버린다. 바늘코가 빠져 커다란 구멍이 생기거나 또는 패턴이 망가져 전체적인 편물의 모양에 흠이 나고 만다. 정갈하게 촘촘히 짜여있는 패턴에 흠 하나가 너무 잘 보일때의 스트레스란… 어느 때엔 화가 나서 씩씩거리게 되지만 그럴 땐 빨리 마음의 평화를 찾으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푸는 방법은 간단하다. 모조리 바늘에 걸린 실을 모두 빼어 그대로 쭉 풀면 된다. 어느 때엔 잘못 뜬 부분을 늦게 발견해서 한 두시간 뜬 결과물을 모조리 풀어야 할 때도 있다. 물론 실 특성마다 달라 풀자마자 끊어져 버리거나 눈에 띄게 상하는 실도 있어 되도록 실수는 안 하면 좋다. 다행히 두께가 어느 정도 있거나 비교적 튼튼한 실일 경우엔 어느 정도 부담을 덜고 풀 수 있다. 뜨개인들은 잘못 뜬 부분을 다시금 푸는 것을 ‘푸르시오 엔딩’이라고 하는데, 실수를 자책하는 시간에 어서 이 실패의 엔딩을 끝맺음하고 실을 다시금 모조리 풀으라는 뜻의 우스갯소리다. 푸르시오 엔딩이 유독 잦은 날은 화가 많이 나는 날이나 또는 과거의 사건에서 자꾸만 마음이 머물러 뜨개에 집중하지 못할 때다. 과거 내가 한 선택들로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결과들, 어쩔 수 없는 상황과 나의 실수로 멀어진 사람들, 과거와 내가 크게 달라진 부분 등등. 왜 자꾸만 과거를 떠올렸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 앞자리가 바뀌는 나이, 그에 따른 책임감, 어른으로서의 일인분의 몫은 무엇인지, 내가 과연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아함에 뒤숭숭했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괜시리 그 답을 자꾸만 과거에서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아직도 어른으로서의 의문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젠 뜨던 편물에 구멍이 생겨도 조금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잔 실수로 구멍이 여기저기 얼룩덜룩 보이는 결과물일지라도 여전히 형태는 여전하고 가치 또한 그대로 유지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잔 실수가 보여도 조금 더 너그럽게 애정을 가지고 차분히 뜨개질을 하면서 겨울에 쓰일 유용한 물건들을 이것저것 많이 만들고 있다. 뜨개를 좋아하는 이유 중 또다른 하나는 단순 반복 행위는 오히려 자칫 지루한 삶을 견디게 해준다는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는 것,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 간단한 아침식사를 꼭 하고, 주 2회 정도는 되도록 저녁 일곱시쯤 운동 하기, 주말엔 정해 놓은 공부를 한 시간 정도 하는 것 등등. 일상에 정해 놓은 반복되는 일들은 자칫 지루할지라도 일정한 손놀림으로 만들어내는 손뜨개처럼 소박하고 정직하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하루하루이지만 결국 무탈한 한 해가 되면서, 생의 지루함에서 조금 물러나 충직하게 살아가게끔 한다. 하루하루 또는 매해가 영화 속 주인공처럼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거대한 사건이나 이벤트가 생기지 않는 다소 심심한 일상이어도 그저 현재에 충실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딘가 심심하고 무언가 지루하지만 충실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 뜨개질이 알려준 행복에 충실했던 올해가 빠른 속도로 가고 있다.

2024-11-18

대선 불복 넘어 사법 불복인가

김진국 고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지난 금요일 선거법 위반 1심 재판 결과다. 집행유예라고 가벼운 처벌이 아니다. 선거법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으면 10년간,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5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제266조) 대법원에서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가 앞으로 두 번의 대통령 선거와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뿐이 아니다. 현역 의원이 피선거권을 잃으면 의원직을 내놓아야 한다. (국회법 제136조 제2항) 이 대표가 국회의원직도 잃게 된다는 뜻이다. 또 당선무효의 형이 확정되면, 그 사람이 선거 때 보전받은 비용을 모두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265조의2 제1항)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은 434억 원을 보전받았다. 이 대표가 못 내면 민주당이 물어내야 한다. 징역형은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여권도 마찬가지다. 여당 의원이 100만 원 이하 벌금을 예측해 비난받기도 했다. 터무니없는 형량일까. 아니다. 허위 사실 공표는 엄중하게 처벌해 왔다. 국민의 선택을 방해하고, 민주주의의 기초인 선거를 왜곡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1야당의 대표이니 봐주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관측이 퍼져 있었다. 정치권에 불러올 엄청난 파장이 부담스러울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우리는 정치를 욕한다. 해마다 신뢰도 조사를 하면 언제나 정치 분야가 꼴찌다. 욕을 하면서도 정치인에 대한 특별 대우는 묵인한다. 정치인을 보는 자세가 ‘팬덤’으로 변했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기준이 너무 감정적이다. ‘내로남불’이다.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은 무엇을 해도 응원한다. 음주 운전을 한 연예인을 두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문빠’(문 전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만 ‘우리이니(문재인 전 대통령)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외치는 게 아니다. 법을 만든 국회의원이 법을 조롱하면 그 법을 누가 지키나. 지지 정치인을 무조건 응원하는 유권자도 책임이다. 민주당 김동아 의원은 대장동 사건 변호를 하고 벼락 공천받았다. 그는 선거 직후 “4·10 총선 전날 이 대표를 굳이 재판에 불러 세워 놓은 것이 이번 총선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민주적’이라는 말만 붙였지,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사법부까지 좌지우지하겠다는 말이다.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민주당 독재’다. 민주주의가 건강해지려면 정치권력이 사법 권력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사법 권력이 정치권력을 견제해야 한다. 민주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부패다. 그냥 두면 돈과 자리를 나눠 먹는다. 어느 나라에서나 다나카 총리, 닉슨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사람을 구속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무지막지한 정치권력을 견제할 마지막 보루가 사법부다. 이 대표에 대한 1심 판결을 두고 ‘정치의 사법화’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로 풀 것을 사법부로 떠넘기는 걸 의미한다.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권 내에서 풀어야 할 것을 재판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승자와 패자로 가르는 것은 최악의 정치다. 불법행위를 사법부가 심판하는 것과는 다르다. 불법행위를 사법부가 아닌 정치권이 어물쩍 처리하는 것은 ‘사법의 정치화’다. 정치의 ‘사법 방해’다. 무법 사회를 만든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에서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라고 외쳤다. “손가락 하나라도 놀리고, 전화라도 한 통 하고, 댓글이라도 쓰고…” “손을 잡고 싸우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변호사들에게 공천을 줘 민주당을 로펌처럼 만들었다. 모든 당력을 방탄에 모았다. 재판을 지연하고, 위증했다. 수사 검사를 탄핵하고, 검찰 예산을 깎았다. 이제 법원과 판사를 협박한다. 대선 불복을 넘어 재판 불복이다. ‘사법의 민주적 통제’가 이런 건가. 정치가 사법을 쥐고 흔들면 사악한 정치인만 살아남는다. 정치의 사법 방해를 방치하면 불법과 사기가 지배한다. 정치의 사법화는 우둔하지만, 정치의 사법 통제는 훨씬 더 위험하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11-17

도로망 확충 전력투구 ‘육지의 섬’ 오명 벗는다

오도창영양군수 지금 영양군은 ‘육지속의 섬’이란 오명을 벗어나 희망찬 변화 행복한 영양으로 도약하기 위해 고속도로 건설과 국도·지방도 확장 등 도로망 구축에 전력투구 중이다. 영양군은 지역만이 가진 특색을 살린 생태관광과 문화적인 발전, 정주여건 개선으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지만 처참한 교통망은 오지 중에 오지, ‘육지 속의 섬’이라는 오명을 남겨주고 있다. 주민들의 위한 다양한 정책과 복지 향상으로 삶의 질은 높아졌다지만 4차로 없는 지자체, 고속도로와 철도가 없는 낙후 지역이란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군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결국 남북 9축 고속도로 개통과 지역을 오가는 국도·지방도의 개량이 절실하다. 교통의 편의와 삶의 윤택함은 비례한다. 교통망이 갖춰지면 생존을 위협받는 노령의 환자를 위한 의료공백 해소는 물론 불편한 접근성으로 방문을 꺼렸던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국가의 혈관인 도로망 구축과 빠른 이동은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요소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로 국가가 지향하는 지역균형개발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과 강원도 지역의 10개 시군이 ‘남북9축 고속도로’의 조기 건설을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남북9축 고속도로 추진협의회(회장 박현국)는 조선시대 만인소를 모티브로 지난 7월부터 각 시군 주민 1000명 이상씩 총 1만38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달 22일 정부에 청원서와 함께 제출했다. 남북9축 고속도로는 양구∼인제∼홍천∼평창∼정선∼영월∼봉화∼영양∼청송∼영천 등 강원도와 경북도를 잇는 309.5㎞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만 14조8천870억원이 소요된다. 이 사업은 국토종합계획과 고속도로 건설계획 등 관련 국가 계획에는 반영돼 있었다. 그러나 장래 추진으로 분류돼 수십년째 진척이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1970년 개통된 경부고속도로는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묶으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다. 호남고속도로는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수도권 연결을 통한 호남지역 균형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또 88고속도로는 영·호남 교류의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고속도로가 지역개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고속도로가 개발되는 지역마다 경제와 문화, 관광 등 산업전반에 걸쳐 눈부신 발전을 이룰 때, 고속도로 없는 강원과 경북은 급속한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아직도 오지와 두메산골로 불리는 영양군이 도시민들에게는 정감 있게 들릴지 모르지만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낙후지역이자 소멸지역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주민들은 지역의 발전이 곧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지방시대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오지의 도로 교통망 개선은 필수적인 사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속도로 건설만이 이러한 불균형과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고 있으며 실례로 2016년 12월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개통되자 15만명이던 동해안 관광객이 개통 1년 만에 33만명이 몰리는 등 2배 이상 급증한 사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남북9축 고속도로가 준공되면 한강의 기적을 이은 지방시대의 기적을 이뤄낼 것이라며 조속한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영양군은 지역을 오가는 국도와 지방도 확장과 선형개량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영양군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외부와의 연결 도로망 구축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도 31호선 확장 공사, 지방도 920호선 도로개설 및 도로 확장 공사, 자라목재 터널건설공사 등을 추진했다. 지역 교통의 편의를 위해 영양전통시장에서 산촌문화누림터 간 연계도로와 군도 14건 및 농어촌도로 13건 등 관내 도로망을 구축해 군민들의 불편함을 해결하는데 나섰으며 주민들의 발인 버스와 행복택시도 확대했다. 영양군은 ‘내륙의 섬’ ‘교통 3무(철도, 고속도로, 4차로) 지역’으로 불릴 만큼 교통 여건이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인구소멸 위기 극복과 미래 세대에 체념이 아닌 희망을 주는 일이라면 언제든, 어느 곳이든, 누구든 만나서 남북9축 고속도로 조기 건설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건의할 것이다. 지역의 활력을 되찾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며 전 국민이 찾고 싶은 지방정원 조성, 기후변화 대응 농업대전환, 외국인 계절 근로자 유치 확대, 건강·노인복지 증진, 군민의 안전과 편리를 보장하는 생활 SOC 확대 등 다양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이다. 희망찬 영양을 목표로 행복한 변화를 거듭하는 영양군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2024-11-17

모과가 모개에게

이희정시인 향이 나지 않아 속이 썩은 것 같다고 해서 얻어온 모과 제 방에 들어오니 향이 살아납니다 향이 없었던 게 아니라 방이 너무 컸던 거예요 애옥살이 제 방에 오니 모과가 방만큼 커졌어요 방을 모과로 바꾸었어요 여기 잠시만 앉았다 가세요 혹시 알아요 누가 당신을 바짝 당겨 앉기라도 할지, 이게 무슨 향인가 하고요 그대 잠시 모과가 되는 거죠 살갗 위에 묻은 끈적한 진액이 당신을 붙들지도 몰라요 이런, 저도 어찌할 수 없는 고독의 즙이랍니다 오세요, 누릴 수 있는 평수가 몇 발짝 되진 못해도 죽은 향이 살아나라 웅크린 방 ―손택수,‘모과의 방’전문 (‘시와 사람’, 2021) 종종 모과를 모개라고도 한다. 못생겼다는 놀림의 비유에 애정을 담았을 때가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손택수의‘모과’는 웅크린 방에 들어선 ‘모개’처럼 따스한 감성이 빚은 소박하고도 끈적한 산물이라고. 여기서 ‘모과의 방’은 가장 좁은 공간에 안구를 밀착해서 들여다보았을 때 그 공간이 거대하게 팽창해 우주적 부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시인은 단 한 줄의 행갈이도 없이 배행을 붙여놓았다. 촘촘하게 바싹 당겨 앉힘으로써 모과의 공간에 밀착하게 한다. 언젠가 안동 가는 길에 들렀던 권정생 동화 작가의 방을 들여다본 기억도 그랬다. 관광객들이 뚫어 놓은 손가락 구멍의 렌즈에 들어찬 한 뼘 작은 방이 투명해서 외려 가늠할 수 없는 크기로 부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손택수 시인의 많은 작품들처럼 이 작품 또한 사소한 잔영이 점점 커다랗고 짙게 일렁거린다. 가령‘붉은빛’이라는 시에서 “볼이 떨어져 나갈 듯 추운 날/ 大口처럼 벌어진 진해만과 가덕만 사이 / 한류와 난류도 볼을 부비면서 살이 오르는 곳”처럼 대구라는 생선을 커다란 입으로 병치해 대구가 대구(大口)가 되는 것과 같은 문법이 되는 것이다. 화자의“애옥살이” 방에 들어온 모과는 이내 방만큼 커지니 말이다. 여기서 커지는 것이 향이건 공간이건 중요하지 않다. 사소하고 조그마한 그것도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진 낙과인 모과가 하강에서 상승하는 것처럼, 죽었다고 생각했던 향이 “몇 발짝 누릴 수 없는” 공간과 함께 살아나는 것이다. 이 훈훈한 동화적 알레고리 모과에는 하찮은 듯 쓸쓸하지만 끝내 숨겨지지 않는 향이 있고 두드러지진 않아도 억누를 수 없는 팽창의 힘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과의 발향과 관련해 특히 마음을 붙드는 것은 “누가 당신을 바짝 당겨 앉기라도 할지 / 이게 무슨 향인가 하고”“살갗 위의 끈적한 진액이 / 당신을 붙들지도” 모른다는 언술에 있다. 그 모과의 향처럼 누군가의 생을 불러내는 이 연상은 모과가 몇 평 누릴 수 없는 방을 구하고, 방이 모과의 향을 살리듯 방과 모과가 같은 동세로 “어찌할 수 없”이 타자화된‘고독의 즙’인 대상들을 자기의 방, 의식의 방으로 불러들이는 것에 있다. 때때로 우리 사회의 부패한 시스템이 오작동하거나 무신경한 상황에서 약한 것들이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더 약한 자를 보살피게 한다. 마치“향이 나지 않아 속이 썩은 것 같다고 해서 얻어온 모과”처럼 말이다. 시인 손택수 특유의 재치와 넘치지 않는 해학은 모과의 방이라는 개별 에피소드를 우화적인 묘사를 통해 비판적 메시지를 소박한 실감으로 전하며 모과와 방이 동질적으로 맞붙은 채 바짝 당겨 앉게 한다. ‘모과의 방’ 근저에 흐르고 있는 것은 세상이라는 무관심을 겪은 왜소한 생애의 필사적인 공감이다. 그러니 이제 나와 당신이 바짝 당겨 앉아 모과의 향을 구해낼 차례다. 밀착은 모과와 방 그 둘만이 아니라 그 좁은 공간에 다가가 둘만의 발화에 참여함으로써 소통하는 것이다. 비록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더라도 둘은 지상의 밑바닥으로부터 구원될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존재와의 공감과 소통이 서로를 보살피는 주체가 된다. 시인의 세계에서 희망은 추운 날 볼을 부비며 밀착하는 붉은빛의 고백과 같으리라. 모과의 향이 방만큼 커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화자가 지속해서 고독의 살갗에 밀착해 간 것처럼. “오세요, 누릴 수 있는 평수가 몇 발짝 되진 못해도”

2024-11-17

포항發 ‘철강위기’…선제대응만이 해법

현대제철 포항 2공장이 결국 문을 닫기로 했다. 그동안 국내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공세로 공장 가동률을 낮춰가면서 대응해 왔지만,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최근 이 공장 가동률은 지극히 낮아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다. 주요 수요처인 국내 건설 현장이 높아진 공사비 때문에 멈춰 서면서 극심한 수요 부진을 겪어 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 등 노조원들은 지난 15일 현대제철 포항 1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 2공장 폐쇄를 현대제철 2000명 노동자의 가정을 파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투쟁을 시작한다”고 했다. 노조가 우려하는 것은 포항 2공장 생산직 직원 수백명의 생계문제다. 앞으로 포항공장은 직원들의 생산라인 전환배치 문제로 장기간 노사분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출장중인 이강덕 포항시장은 SNS를 통해 “지역 경제와 일자리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포항2공장의 제강·압연라인 생산량은 각각 100만t, 70만t이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전체 생산량의 30% 수준이다. 포항1공장은 2공장보다 규모가 두배쯤 크다. 현대제철은 포항공장 외에도 주력 사업장인 당진제철소와 인천공장, 순천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현재 사면초가 상태다. 중국산 저가제품 공세가 심각한데다 ‘트럼프 위기’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20%까지 인상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미국의 ‘관세폭탄’이 현실화하면 우리 철강업계는 특히 건설용 철강재 시장에서 중국의 저가공세에 부딪혀야 한다. 국내 철강사들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친환경 분야에서 선제대응을 해야 한다. 중국산 철강제품은 EU가 추진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벽을 넘기가 어렵다. 포스코가 탄소제로 실현을 위해 수소환원제철(HyREX) 프로젝트를 서두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2024-11-17

의성 군립 도서관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지난 11월 15일 낮 12시 2분 승용차 한 대가 흐릿한 구름장 아래로 청도 화양을 출발한다. 죽음과 마주하는 나이 든 부부의 마지막 여정(旅程)을 영화로 만든 ‘해로(偕老)’(2012)를 중심으로 노년과 죽음에 관한 인문학 강연을 위해 길을 떠난다. 나의 목적지는 화양(華陽)에서 대략 105km 떨어진 의성 군립 도서관이다. 안계(安溪)에 자리한 의성 군립 도서관은 내게 낯설지 않다. 3-4년 전에 인문학 강연을 하러 두어 차례 들렀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 청중들의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행태를 보면서 ‘이런 강연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기억이 생생하다. 쓸모 있고 가치 있는 강연을 아무리 많이 들은들 저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평소와 달리 이번 행장(行狀)에는 기타도 차에 실었다. 훌륭한 솜씨는 아니지만, 나 혼자 혹은 가까운 친지들과 어울려 노래할 정도는 되기에 마음을 낸 것이다. 더욱이 의성 군립 도서관의 실무 담당자가 기타를 가져와 노래하는 것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기로 용기백배했다. 1시간 40분 남짓 걸려 도착한 의성 안계 하늘은 가녀린 햇살을 내비치고 있다. 담당자가 준비해준 악보대(樂譜臺) 위에 노래책을 펼치고 의자에 앉는다. 소월(素月)이 작시한 ‘못 잊어’와 혜은이의 명곡 ‘비가’를 부른다. 오랜만에 부르는 신통치 못한 노래지만, 강연장을 가득 메운 60여 노년의 청중은 주의 깊게 노래를 듣는다. 담당자의 연사 소개 후에 청중을 보노라니 몇 분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 적잖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리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되니 흐뭇한 마음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죽음이나 죽음과 연관된 말이나 생각, 혹은 대화 자체를 꺼리는 수가 많다. 하지만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 두렵다고 외면한다 해서 죽음이 피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생각으로 강연을 시작한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강연 도중에 화장실을 오가고, 옆 사람과 쉬지 않고 떠들고, 심지어 큰소리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던 그들이 아연 조용한 것이다. 간간이 전화기가 울리고, 옆 사람과 떠들고, 강연장에 늦게 나타난 사람도 있긴 했으나, 예전과 현저히 대비되는 장면이 펼쳐진 게다. 오후 2시에 시작한 강연은 3시에 10분의 휴식 시간을 가지고 4시 무렵 끝났다. 도서관장의 요청에 따라 연사를 향한 박수가 이어진다. 이윽고 청중이 모두 빠져나간 다음 관장과 잠시 환담한다. 그이도 청중의 태도 변화를 물어온다. 예전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하는 관장의 물음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요, 하고 내가 묻는다. 지난 4-5년 의성군에서 인문학 강연을 계속 진행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인문학은 개인의 독서와 사유 그리고 글쓰기가 동반돼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인문학 강연 역시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결과를 확인하는 자리가 이번 의성 군립 도서관 강연에서 얻은 망외(望外)의 소득이다. 붓다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2024-11-17

초고령사회 임박

우정구 논설위원 UN의 기준으로 초고령사회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일 때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올 10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9.8%가 됐다. 통계 추정치로 보면 빠르면 올 12월에,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1000만명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노인인구는 경상북도와 같은 지방도시일수록 높다. 경북 의성군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45%에 달한다. 출산율은 줄고 기대수명은 늘어나니 노인인구 증가는 필연적 현상이다. 세계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는 22개국 정도 된다. 일본과 이탈리아 등이며 대체로 장수 국가로 분류되는 나라다. 우리나라도 장수 국가에 손꼽히나 문제는 초고령사회에 대한 국가의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느냐 하는 것이 고민거리다. 초고령사회가 도래하면 노동인구 감소, 경제성장률 둔화, 복지수요 증대, 국가 재정부담 증가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또 젊은세대와 노인층의 가치관 차이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도 우리가 감당할 문제다. 특히 주목할 것은 노인빈곤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률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교역국이면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한 노인들의 삶은 아직 척박하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노인 자살율이 높은 것은 빈곤과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은 노인인구 증가를 한국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로 꼽는다. 초고령사회가 임박한 지금 우리사회는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되돌아 볼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17

물산업 허브 대구…글로벌 기업 많이 배출해야

지난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물주간 2024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물산업 중심도시 대구를 세계에 알리고 물산업과 관련한 국제간의 협력과 물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이번 행사에는 세계 70여 개국에서 1만여 명이 다녀갔다. 특히 대구시는 이번 행사기간에 성장 잠재력이 큰 3개 기업을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기업집적단지에 유치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주)나무 등 3개 기업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해외시장을 선도할 역량있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시가 미래성장 사업으로 삼고 있는 물산업은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사업단을 중심으로 매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클러스터에 입주한 기업의 수출액은 1065억원으로 전년보다 34%가 증가했다. 클러스터 내 입주기업 총매출은 1조4000여 억원으로 매년 25% 성장한다. 대구시가 2017년 달성군 국가산업단지에 조성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국내 물산업의 핵심 기지다. 국제 최고 수준의 물기슬 인증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110개 기업이 입주, 물관련 기술개발과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가 물산업의 허브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런 인프라와 물기업이 집중해 있기 때문이다. 물산업은 친환경을 지향하는 블루오션 산업이다. 매년 물산업 분야는 4.2%씩 급성장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물시장 투자가 활발하고 환경규제에 적합한 수처리시장 수요는 지속 늘고 있다. 관련업계는 2027년의 물산업 시장 규모를 1조 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 물산업 시장을 선도하는 자가 글로벌 시장의 강자가 될 것이라고도 한다. 대구시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 한국물기술인증원, 물분야 국제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는 등 물산업 중심도시로서 선도적 위치에 있다. 유망 물기업 발굴이나 유치 또 물분야 기술개발 등을 통해 전국 최고의 물산업 도시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져 나가도록 대구시의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물 분야 허브도시로서 세계물포럼과 같은 국제행사도 열어 물 분야 글로벌기업을 더 많이 유치하고 육성해야 한다.

2024-11-17

TK행정통합은 메가시티 첫 단추

윤재호 경북상공회의소 회장 지난 10월 21일 경북도지사, 대구시장, 행안부 장관, 지방시대위원장은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하고 대구경북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출범하기 위한 본격적인 첫 단추를 끼웠다. 그것은 진정한 지방시대의 실현이다. 본 회의소에서는 청년이 모이고 기업투자가 끊이지 않는 메가시티 실현을 항상 꿈꿔왔다. 지방에 입주한 기업에 대한 법인세·상속세는 물론, 지방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에 대한 근로소득세를 깎아달라고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였으며, 그렇지 않고는 지방이 살아나기 힘들다고 주장해 왔다. 경북상공회의소는 물론, 경남, 전북, 전남상공회의소 등 비수도권상공회의소 모두가 지방이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내년도 비수도권상공회의소협의회 발대식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시동을 거는 것은 참으로 반길만한 일이다. 우리 대구경북은 영토 면에서나 핵심기반시설 면에서나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주도한 섬유와 전자, 철강 등 핵심 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각자도생 식의 힘이 분산되는 정책으로 동력을 잃어가는 동안 수도권은 사람과 기업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 수도권이 GTX로 더 촘촘하게 연결되는 동안 우리나라 산업을 견인한 구미국가산단에는 KTX조차 서지 않는 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대구경북은 태초에 한 몸으로 시작한 만큼, 행정통합으로 힘을 합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며, 지방 실정에 맞도록 많은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특례를 만들어줘야 한다. 파격적인 개발·투자·재정특례를 통해 풍부한 산업용지 확보는 물론 신속한 개발사업 추진을 가능하게 하고, 규제프리존·첨단 신산업 예타 면제, 조세감면, 보조금 집중 지원 등을 통해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첨단산업간 융·복합을 확산하고 산학연계를 확대해야 한다. 또 TK신공항·달빛철도는 물론, 올 연말 대구권광역철도가 개통하면 교통편의성과 기업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인데 행정통합으로 이러한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대구권광역철도가 개통하면 구미-대구 간 출퇴근 편의성 증대를 통해 구미산단 인력난 해소는 물론, 금오산·낙동강을 활용한 관광인프라 확대와 푸드페스티벌·라면축제 등 구미 대표 축제를 통해 외부 관광객 유입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경북 경제1번지 구미는 반도체, 방산, 이차전지 등 신산업을 필두로 재도약의 기로에 서있으며, 이를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통해 언덕을 오르는 리어카를 밀어주어야 한다. 상공회의소 차원에서도 경북과 경남, 전북과 전남이 힘을 합쳐 지방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어젠다를 공동으로 채택하고 지속적으로 한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아무쪼록 필자는 대구경북시도민에게 단 10원이라도 득이 된다면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적극 지지할 것이며, 지자체와 정치권, 정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순조로운 행정통합을 이루어 ‘진정한 지방시대’를 앞당길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2024-11-17

에이펙과 화백회의

유영희 작가 11월 16일 대한상공회의소는 내년 ‘에이펙 시이오 서밋’(APEC CEO Summit) 회의가 한국 경주에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경주, 인천, 제주가 경합하다가 경주로 결정된 것은 4개월 전이지만 오늘 공식화된 것이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지 20년 만의 일이다. 경주가 에이펙 유치를 위해 노력한 지 3년만의 성과이기도 하다. 에이펙은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유럽과 북미의 지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환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만든 경제협력체인데, 1989년 호주 총리가 제안하여 1993년 11월 시애틀에서 12개국이 모여 제1차 정상회의를 개최한 이후 올해로 31회를 맞았다. 현재 참여 국가는 21개국이다. 각국의 정상이 참석하지만 참가 자격은 국가가 아니라 경제체여서 국가라는 표현도 안 쓰고 국기 게양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회의의 의장도 경제인이다. 올해 열린 페루 리마 회의 의장은 페르난도 자발라 페루 최고경영자였고, 내년에 열리는 경주 회의 의장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다. 경주는 이미 2022년 보문관광단지 안에 178만㎡에 달하는 지역을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지정한 데 이어 올해는 보문단지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1979년 개장한 대한민국 제1호 관광단지 보문관광단지는 코로나19 이후 관광객 급감한 후 시설 노후로 회복이 더뎠는데, 이번 회의를 계기로 다시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회의 개최로 경북과 경주는 전국 단위로는 1조8000억 원, 경북에서는 1조4000억 원 등 많은 경제적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손님이 가장 많이 오는 시기는 각국 정상이 개최국에 모이는 10월의 2~3일뿐이지만 각급 회의가 연초부터 1년 동안 300여 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회의가 장기간 여러 차례 진행되는 이유는 에이펙에서는 참여국가 모두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한다는 독특한 의사결정 방식 때문이다. 만장일치라는 의사결정 방식은 우리에게는 매우 친숙하다. 한국 사람이라면 신라시대 화백회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화백회의에 대한 기록은 우리에게는 없고 중국의 ‘신당서(新唐書)’‘신라전’에서나 기록을 찾아볼 수 있지만, 그 실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화백회의의 원형은 신라시대 6부족이 박혁거세를 추대한 회의였다고 하니, 이때 만장일치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화백의 만장일치 정신이 에이펙이라는 거대 조직에서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다. 페루 회의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내년 에이펙 주제를 “‘브릿지’, ‘비즈니스’, ‘비욘드’(b·b·b)”라고 발표했다. 기업이 정부와 연결하고 현실과 이상을 연결하면서 혁신 성장의 주체가 되어 에이펙 공동체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자는 뜻이다. 현실과 이상을 연결하기도 어렵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공동체의 발전을 동시에 만족하는 만장일치를 이룬다는 것 역시 너무나 어려운 주제다. 혹시라도 ‘답정너’(답은 어차피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3500억 원의 예산이 1년 깜짝 흑자 효과로 끝나지 않고 지속가능한 경북 발전으로 이어져서 지방 발전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2024-11-17

고준위방폐장 특별법 또 해 넘겨선 안 된다

경주시 주최, 본사 주관의 2024 경북원자력 포럼이 13일 많은 시민의 관심 속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포럼서는 원자력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현실적 수단이며 국가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핵심 전략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특히 원전지역으로 글로벌 반도체 및 빅테크 기업들이 모여들 것이 예상되면서 원전산업 중심지인 경북과 경주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북은 경주와 울진 등에 국내 원전 절반 가까이가 모여 있다. 특히 경주는 한수원과 연구시설, 기업들이 집결돼 원전 전주기 관장이 가능한 첨단과학 산업도시로 발전이 기대되는 곳이다. 알다시피 원전은 이제 탄소중립을 실현할 중요 에너지로 세계가 주목한다. 국제원자력기구(IEA)는 보고를 통해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 용량을 현재의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원전 생태계 부활을 선언한 우리 정부는 원전산업에 대한 장기 비전을 제시하며 신한울 3·4호기 착공식도 가졌다. 한국의 뛰어난 원전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우리는 24조원 규모의 체코원전 건설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의 원전시장이 커질 것이 예상되면서 원전산업은 한국 경제발전에 새로운 도약 기회로 등장했다. 다만 사용후 핵연료를 관리할 법적 근거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아 큰 장애다. 고준위 특별법은 고준위 방폐물의 저장시설 건설과 운영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안이다. 원전을 주요 전원으로 활용하는 국가 중 고준위 방폐장 건설계획을 갖지 못한 나라는 한국과 인도뿐이다. 원전업계는 방폐장 없는 원전건설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를 짓는 것과 같다고 했다. 환경 중시의 유렵 등지의 원전수출도 제약을 받는다. 고준위방페장 특별법은 수십년 전부터 논의했으나 아직 해결점을 못찾고 있다. 21대 국회서도 발의는 했으나 끝내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현재 발의 중이나 극심한 여야 정쟁으로 아직 손을 못대고 있다. 원전의 안전을 보장할 특별법이 어떤 이유든 올해는 해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

2024-11-14

경주 APEC, ‘리마행사’ 철저히 벤치마킹을

2025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경북도·경주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4일부터 20일까지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리는 ‘2024 APEC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수행 자격으로 참가한다. APEC 정상회의에 지방자치단체장이 수행하는 사례는 이 지사가 처음이다. 이 지사는 연말 단행될 것으로 알려진 내각쇄신 인사에서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분류돼 이번 대통령 수행 방문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지사와는 별도로 주낙영 경주시장과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최근 조직된 경주APEC 추진단 단원 7명도 경주 APEC 홍보와 함께 정상회의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지난 13일 출국했다. 이 지사 일행은 이번 방문길에 페루에 진출한 한국기업인 포스코인터내셔널, 도화엔지니어링, 고려아연, 삼성물산, OCI 상사, 현대건설 관계자들과도 만나 남미 지역 산업 동향을 파악하고 연관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페루에 진출한 기업들로선 경영 전반에 걸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주 APEC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직전 행사 개최국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APEC 다자외교 무대에서 각국 정상들은 개별 양자회담을 하면서 국익을 위한 치열한 외교활동을 벌인다. 이번 페루 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내년 APEC 의장국 정상으로서 연설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시바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각각 한일, 한중 정상회담도 추진한다. 경주 APEC회의 때는 이러한 각국 정상회담이 불편하지 않게 추진되도록 잘 지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국 정상들이 주최국 배려에 감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정상회담 주 회의장과 언론취재의 각축장인 미디어센터, CEO Summit 장소, 오·만찬장, 문화행사 장소 등도 꼼꼼하게 챙겨 경주행사 때는 한 치의 실수나 오점이 없도록 해야 한다.

2024-11-14

2024 코리아 세일페스타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넷째주부터 시작되는 미국 내 최대규모 쇼핑 할인행사다.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일어나는 매출은 미국 연간 발생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미국인들은 한 해 동안 아끼면서 닫아두었던 지갑을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을 맞아 활짝 열고 쇼핑에 나선다고 한다. 블랙 플라이데이의 어원도 많은 소비가 일면서 상인들의 적자(red ink) 장부가 흑자(black ink)로 전환됐다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비슷한 대규모 쇼핑 할인행사가 매년 벌어진다. 코리아 세일페스타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처음 시작한 거국적 할인 행사다. 올해로 9번째 맞는 국가대표 축제인 코리아 세일페스타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롤 모델로 삼는다. 지난 9일부터 30일까지 2024년 할인행사가 벌어지는데,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찾아올지가 관심사다.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2600개 기업이 행사에 참여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가전제품과 생필품, 자동차, 숙박시설, 놀이공원 등 거의 모든 서비스 업종이 동원됐다. 특히 코리아 세일페스타의 목적은 내수경기 진작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있다. 극심한 불경기를 맞는 올해는 그래서 더 많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경제학에서 소비를 미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소비가 바람직하게 이뤄지면 기업의 생산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일자리도 많이 창출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균형 잡힌 소비가 바람직하다. 2024 코리아 세일페스타가 힘든 우리 경제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14

“아직 ‘달빛 철도’를 놓을 때가 아닙니다”

신광조​​​​​​​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2023년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달빛 고속철도는 사람과 도시, 영호남을 이어 동서화합과제를 해결하고 영호남 상생발전과 국토균형개발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리고 그가 원했듯 최다(議員) 261명이 특별법을 공동발의 하고, 예비 타당성조사를 면제시켰다. 건설 사업비는 고속화 일반철도로 수정, 10조원에는 조금 못 미칠 것이다. 이 사업을 두고선 아직도 논란이 적잖다. 사회기반 시설이 어느 정도 구비되어, 대구에서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40분 간격의 고속버스를 타면 지리산 완상하며 광주로 갈 수 있다. 고속버스 좌석은 보통 반도 안 찬다. ‘공공투자의 모순’이라는 것이 있다. 건설 열심히 하면 더 좋은 세상이 오고, 효율성이 제고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도록 하는 것이다. 광주지하철 2호선 건설 때였다. 지하철 운영 수요 확보 기준은 현재 대구 인구인 250만 명인데 145만 명의 광주가 이걸 추진하다니, 이건 아니다 싶어 광주시 도시계획, 교통국장을 지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건설저지를 위해 싸웠다. 하지만 공론화 투표에서 지고 승복을 했다. ‘빛의 도시’가 아닌 ‘빚의 도시’광주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애잔한 슬픔은 스스로 달랬다. 나의 지역 살리기 전략은 명예나 이름을 버리는 데서 시작된다. 2005년 광주광역시 기획관 시절,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있었다. 한국 전력공사는 앙꼬였다. 광주, 전남은 부산과 경남, 대구와 경북에 뒤질 수밖에 없었다. 묘수가 필요했다. 숙고를 거듭했고, 그렇게 나온 안이 광주, 전남 ‘따로 백반’ 두 혁신도시를 합해 나주에 공동혁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께서도 힘을 보태주셨다. 두 광역자치단체가 힘을 합하니 시너지 효과가 낳고 결국 황금 알을 낳을 거위로 평가받던 한전을 품에 안았다. 밤새 코피를 흘리며 고민하다 동이 트는 순간 떠오른 아이디어 한 방이 올린 성과였다. 고정관념과 편견, 선입견, 평범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달빛 철도’ 건설하면 좋은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회비용관점에서, 지역발전의 승부수인 중요프로젝트를 다 포기해야 할 정도로 화급한 일이냐고 묻고 싶다. 운영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다. 이제 광주전남, 대구경북은 지방으로부터의 역전과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 ‘달빛 철도’ 건설을 연기하는 대신, 소요되는 재원 10조원을 양 지역에 반씩 나누어주도록 하자. 그 돈으로,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 의료병원시스템을 포항과 화순 지역에 각각 도입하면 국민들에게 의료천국 선사해줄 수 있다. 의사숫자를 늘리는 것과 같은 양적 확대, 하향평준화가 아니다. 질적 개선 상향평준화를 하자는 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전기에너지인프라가 열쇠다. 포항 영덕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수소경제 착근과 혁신 중소원자로(i-SMR)건설도 매가 지상의 먹이 낚아채듯 전속력으로 수직낙하 해보자! 대구경북이 선구자로 튀어나가, 전국을 가르쳐주자. 정치적 합리성이 경제적 합리성을 찬탈하면 지방은 파국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2024-11-14

수능이 끝났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11월 14일 목요일, 수능이 끝났다. 2025학년도 대학입시를 위한 수학능력시험이 마무리된 것이다. 그동안 부단히 외우고 익힌 노력을 평가받는 과정이다. 이제 재학생들은 3년간의 고등학교 학업을 끝내고 자신의 10대를 마무리하는 길목에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며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올해 수능 총지원자 수는 작년보다 1만8000여 명이 증가한 52만2670명이다. 그중 재학생이 34만777명으로 65% 정도이고 졸업생이 16만1784명, 그리고 검정고시는 2만109명이라고 한다. 여기서 고3 재학생 1만4000명, 졸업생과 검정고시는 각각 약 2000명이 증가하여 졸업생 지원자 수는 2004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이는 올해 의료계 언쟁의 소용돌이 속에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 내년 전국 40여 개 의대 정원 축소 우려를 느낀 반수생 지원자 등 ‘N수생’이 몰려든 탓도 있을 것이다. 시험 하루 전 예비 소집 날, 수험표를 받고 시험장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후배들이 마련한 레드카펫과 격려문 피켓을 보며 ‘대박을 기원합니다’라는 격려도 받고, 또 담임 선생님들이 정성껏 마련한 쿠키와 떡 등의 간식 선물들을 받은 수험생들은 ‘잘 풀고 잘 찍자’라고 다짐하며 출정식을 즐겼다. 수험생들은 전국 85개 지구 1282개 시험장에서 자신의 꿈을 이룰 문제의 답을 하나씩 적어나갔을 것이다. 성적 통지일은 12월 6일이다.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N수생의 변수를 고려했을 문제들은 지난 6월과 9월의 모의평가에서 난이도가 높았다 낮았다 하는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불수능이니 용암 수능이니 하는 불평은 없어야 될텐데…. 한국사는 필수이니 응시하지 않으면 모든 시험이 무효되고, 당일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을 금지하여 소음도 막았다. 작년 수능 만점자는 1명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올해는 몇 명이나 나올까 기다려 보자. 예전에는 수능 감독들의 불만도 많았다. 하루 2~3시간 연속으로 감독할 경우 인권 침해의 우려도 걱정이 되었지만 ‘수고했어요’ 한 마디에 마음이 풀어졌을 것이다. 포항지역은 12개 시험장에서 4330명이 시험을 치렀다. 시험장이 없는 울릉고는 남학생 9명과 여학생 13명 모두 22명이 포항까지 먼 뱃길을 와서 시내 3~4곳에 분산되어 시험을 치른다고 했다. 공항이 없어 기상 여건에 따라 시험을 치르지 못할 경우를 염려한 것이고 선박비, 숙박비 등 비용 전액을 경북교육청에서 지원받는다고 한다. 이제 수능이 끝났으니 자유시간을 갖고 ‘불행 끝, 행복 시작’의 마음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별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 내년 전국 대학 입학정원은 330여 개 대학에 작년보다 3300여 명 감소한 34만명이라지만 학생부 위주의 수시모집은 이미 끝났고 앞으로 있을 정시모집은 수능 위주의 평가이니 문과 이과 통합교육 과정 등을 잘 살펴서 전공 선택도 신중했으면 한다. 학생들에게 ‘수능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물은 ‘알바 천국’의 조사를 보면, 첫째가 아르바이트, 둘째가 여행 그다음이 휴식이다. 아르바이트를 택한 이유는 경제적 자립과 경험을 쌓기 위한 욕구라고 했다하니 늦은 단풍을 구경하며 마음의 휴식을 갖기를 바란다.

2024-11-14

윤석열 대통령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어려서 백 환짜리 지폐에 그려진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을 본 후로 12명의 대통령을 더 거쳤다. 4·19혁명으로 탄생한 제2공화국의 윤보선 대통령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고. 18년간이나 통치한 박정희 대통령은 흑백텔레비전 뉴스로 자주 보았다. 박 대통령 서거 후 권한대행을 거쳐 7개월 남짓 재임했던 최규하 대통령도 별다른 역할이 없었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을 끝으로 소위 군사정권은 종식되고, 김영삼 대통령부터 문민정부가 이어졌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주로 좌파들의 지지를 받았고,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은 우파진영이 밀어서 대통령이 되었다. 지난 대통령들은 모두 결말이 좋지 않았다.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대통령은 중도 하야를 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김재규의 총탄에 서거했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후 감옥살이를 했고,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자식들의 비리 문제로 임기 말년이 순조롭지 못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긴 했으나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중에 탄핵을 당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검찰의 수사를 앞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월 10일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그동안 나름으로 국정에 전념해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무엇보다 큰 업적은 심각하게 기울어진 나라를 바로 잡은 노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정권이 다시 좌파 쪽으로 넘어가서 지금쯤 대한민국은 회복불능의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안보를 공고히 한 일이다. 한미동맹의 강화와 한미일 공조가 그것이다. 한미연합 훈련을 재개하는 등 해이해진 군의 기강을 바로잡은 것도, 북의 도발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한 것도 행여 헛된 망상을 갖지 못하게 한 일이다. 문재인 정권이 망쳐놓은 원전생태계를 서둘러 복원한 것도 결코 적지 않은 업적이다. 그로 인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기술이 엄청난 국익창출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국격을 높인 외교역량도 손꼽을 만하다.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란 조롱을 받으며 국제적 망신을 샀던 문재인 대통령과는 달리 당당하고 품격 있는 외교를 펼쳤다. 그 덕에 방상산업을 비롯해 조선이나 건설 같은 분야의 세계시장 진출에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한 게 없다는 국민이 70%이상이라고 한다. 임기 초부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야당·좌파의 악의적인 선동과 음해공작이 그만큼 먹혀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좌파무리들은 주말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만큼 중대한 헌법·법률의 위반이 있거나 권한을 남용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국민들을 선동해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게 저들의 목적이다. 그래서 코앞에 닥친 각종 사법리스크를 모면할 계기를 만들어 보려는 것인 줄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다하지 않았다면, 머지않아 대다수 국민들의 각성이 있을 것이다.

2024-11-14

어린 고래의 눈물

윤명희 수필가 잔디를 비집고 올라온 잡초를 뽑는다. 남편은 말없이 포와 과일로 간단한 상을 차린다. 오늘은 아버지의 봉분을 흠뻑 적실 술을 두병이나 준비했다. 잔을 채운 술이 넘쳐흐른다. 어릴 적 나는 제삿날만 되면 불안했다. 그날이 오면 일부러 바깥에서 오래 시간을 보냈다. 어스름한 시간에 대문을 들어서면, 마루 끝에 술 취한 아버지가 먼저 보였다. 제사음식 준비를 끝낸 엄마는 부엌에서 서성거렸고, 동생들은 방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 숨죽였다. 나는 저녁밥도 거른 채 아버지의 눈을 피해 내 방으로 들어갔다. 열시가 넘어가자, 제주(祭酒)를 든 삼촌이 들어섰다. 삼촌을 본 아버지의 코끝이 실룩거렸다. 동경에서 태어난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5남 1녀 중 셋째 아들이다. 형이 둘이 있었고 맨 위로 누나가 있다. 아버지가 아홉 살 되던 해, 해방이 되었다. 공부하는 두 형을 동경에 남겨둔 채, 할아버지는 나머지 식구들을 데리고 대구 칠성동으로 터전을 옮겼다. 현해탄 길에서 열감기로 아래동생을 잃고, 막냇동생만 남았다. 낯선 곳에 익숙해질 틈도 없이 누나가 멀리 시집을 가고, 어린 아버지는 어머니를 병으로 잃었다. 이별은 급물살로 휘몰아쳤다. 어머니를 잃고 일 년도 지나지 않아 아버지까지 돌아가셨다고 한다. 세 살 박이 막내의 엄마 찾는 소리만이 집안을 떠돌았다. 장례 치르러 온 큰형은 해야 할 공부가 남았다며 작은 형과 동생들을 남기고 다시 일본으로 갔다. 아버지는 작은 형의 옷자락을 놓지 않았다. 온 식구가 동경에 살았을 때, 형들은 언제나 든든한 파수꾼이었다. 합기도를 잘하는 형들이 있어 조센징이라고 놀리는 일본 아이들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마지막 버팀목인 작은형마저 떠날까 불안한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 밤, 어린 아버지는 대문 흔드는 소리에 잠이 깼다. 마당이 달빛으로 환했다.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버지는 문턱에 서서 파자마와 흰 러닝셔츠차림인 작은형의 뒷모습을 내다보았다. 대문 여는 소리와 동시에 형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건장한 남자들에게 끌려가는 형을 보았다. 대문 앞에 떨어진 형의 신발 한 짝을 손에 든 아버지의 우는 소리가 골목을 뒤흔들었다. 그 소리에 깨어난 막내의 울음소리가 마당까지 따라 나왔다. 작은형은 그렇게 꿈처럼 사라졌다. 이별의 무게에 눌려 숨도 쉴 수 없었다. 갑자기 홀로 남겨진 아이는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아무도 가르쳐주는 이가 없이 혼자서 어른이 되고, 아버지가 되었다. 내가 일곱 살 무렵이었다. 우리 집에 소포꾸러미가 배달되었다. 아버지의 큰형, 한 번도 보지 못한 나의 큰아버지 이름이었다. 꾸러미에는 옷, 양말, 생필품들이 가득했고, 그 사이에 사진 한 장이 있었다. 그토록 기다렸던 큰형이 사진으로 왔다. 사진 속 큰형의 가족은 아이까지 모두 정장차림이었다. 그들이 웃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그것들을 쓰레기장에 처박아 버렸다. 세파를 혼자 헤쳐 나온 아버지는 그 사진에서 버려진 자신을 본 것은 아닐까. 돌아가시는 날까지 형의 이야기는 입에 담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아버지는 제사 모시는 시간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일본에 사는 형 집에 가기 전에 먼저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했다. 밤 11시가 되면, 벽에 기댄 채 꼼짝도 하지 않던 아버지가 급하게 일어섰다. 제사상을 차리고 지방까지 써 붙였다. 나는 얼른 빨랫줄을 걷고 대문을 열었다. 삼촌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을 켰다.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 선 아버지의 얼굴이 곧 울음이 터질 기세였다. 절을 할 때마다 이마를 손등에 댄 아버지는 일어서지 못했다. 일어서던 삼촌이 다시 엎드려 곁눈질로 언제 일어나야 하는지를 살폈다. 아버지의 등이 한참동안 들썩거렸다. 아버지는 해마다 제삿날이 되면 종일 술에 취해있었다. 눈물로 할아버지 할머니께 어린 동생들을 유기한 큰형을 일러바치던 그 날은 막냇삼촌을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내가 큰아버지의 가족조차 뵐 기회는 끝내 오지 않았다. 세 살짜리 어린 동생의 손을 잡고 험난하고 외로운 항해를 해야 했던 어린고래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제야 뒤늦게 아홉 살의 아버지를 가슴으로 깊이 껴안는다. 남은 술을 병째로 봉분에 부어드린다. 오늘은 실컷 드시고 취해도 괜찮다. 봉분에 볼을 대고 가만히 쓸어안는다. 볼에 닿는 잔디가 아버지 수염처럼 깔끄럽다.

2024-11-13

감기조심하세요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한여름 더위가 가을이 지나도록 지속되다가 최근 날씨가 급속히 추워지고 있다. 감기는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지만 날이 갑자기 추워지고 인체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많이 발병을 하고 전염력이 강해진다. 여름의 더위에 적응된 몸이 서서히 날씨가 추워지면 적응을 할 시간이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갑자기 온도가 떨어지면 인체가 가을의 날씨변화에 빠르게 적응을 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기에 걸린다. 인체 면역력이 약해지면 몸이 으쓸 해지면서 콧물이 나는 감기 초기 증상이 보이고 이때 건강 관리가 소흘해지면 그 해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따라 감기에 걸린다. 지금도 감기 환자가 전국에 넘쳐나고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는 사람도 많다. 감기는 약도 중요 하지만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치료 속도에 차이가 나고 또 후유증으로 고생을 덜한다. 우선은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날씨변화에 맞춰서 옷을 입고 나가야 한다. 덥다고 얇고 짧은 옷을 입고 외출하거나 운동하는 것은 삼가고 이왕이면 약간 두꺼운 옷을 입거나 답답하면 얇은 옷과 점퍼를 겹쳐 온도 변화에 대처를 하는 것이 좋다. 추위에 피부가 노출되는 것은 어떻게든 피하는 것이 좋다. 감기에 걸렸으면 옷은 무조건 따뜻하게 입고 피부를 찬바람에 노출을 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음식은 소화가 잘되는 따뜻한 죽을 먹고 고기나 생선 등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위장에 부담이 가는 고춧가루가 들어간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먹지 않는다. 샤워를 하고 나면 꼭 피부에 물기를 완벽히 닦고 몸을 다 덮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덥다고 얇은 옷을 입고 찬 기운을 피부에 노출시키면 감기가 잘 낫지 않고 후유증이 남는다. 감기를 일주일 안에 해결하지 못하고 한 달 정도 지속하는 경우엔 기침이나 가래 등의 후유증이 낫지 않아 또 몸에 기운이 없고 회복이 안되어 한의원에 내원하기도 한다. 사실 감기는 약이 없고 대증치료를 해야 하는데 약만 믿고 몸 관리와 면역 관리를 소흘히 하게 되면 감기 후 이렇게 골골 거리는 현상이 생긴다. 이럴 땐 몸의 면역을 올리고 보하는 한약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빨리 개선되고 몸의 기력이 약해 골골 거리는 증상들도 좋아진다. 계지탕이나 소시호탕 계통의 몸을 따뜻하게 하게 면역을 올리는 처방들은 감기 후유증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기침과 가래가 떨어지지 않으면 배와 꿀 도라지를 적당량 섞어 배가 푹 삭을 정도로 끓여 먹으면 기관지가 건강해지고 불편한 증상이 빨리 개선된다. 계피와 생강을 팔팔 끓여 계피생강차를 만들어 수시로 복용해도 속이 따뜻해지고 피부와 손발의 혈액순환이 좋아진다. 가을과 겨울철엔 수시로 끓여서 복용하면 몸을 따듯하게 유지할 수 있으니 참고해서 차로 끓여 먹으면 좋다. 수면을 취할 땐 보일러를 적당히 올려 새벽에 몸이 차가워지지 않게 방의 온도를 올려놓는 것이 좋고 얇은 이불이라도 덮어 새벽에 온도를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내 몸 관리를 한다면 가을 겨울 고생하지 않고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2024-11-13

내방가사의 세계기록유산적 가치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세계기록유산(MoW)은 유물이 진품으로서 해당 기록물의 소멸이나 약화가 전 인류 유산을 빈곤하게 만들 정도로 독특하며 대체 불가능한 기록물임을 입증해야 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는 세계사적 중요성이다. 세계적 가치는 시간, 장소, 사람, 대상과 주제, 형태와 양식 측면의 가치를 입증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 조건 외에 추가적으로 희귀성, 완전성, 위협요소의 유무 및 보존 관리 계획의 기재도 명시하도록 되어 있다. 내방가사는 위의 등재 기준을 충족하고 그 기록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2년 11월 16일,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MoWCAP)에 등재되었다. 내방가사는 종이에 기록된 필사류 원본으로, 개별 문서, 두루마리 또는 선장본(codex)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두루마리본의 경우 10m가 넘는 기록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20m가 넘는 형태의 기록물도 있다. 통일된 유형이 없는 유일본들로, 직접 붓으로 필사한 원본들이다. 내방가사는 1794년부터 1960년대 말까지 여성들이 공동으로 창작하고 낭송하여 기록한 여성들만의 문학 장르이다. 내방가사는 개인에서 집단 창작의 형태로 넘어갈 때 남길 수 있는 다양한 기록물의 형태적 전형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낭송과 필사 등의 재창작 과정을 통해 내용상 유사한 작품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이 역시 내방가사의 가치를 드러내는 중요한 특징이다. 내방가사는 18세기에서 20세기, 남성 중심주의가 주류였던 시대, 여성들이 그들의 주요 문자인 한글을 사용하여 여성들만의 생각과 삶을 주체적으로 표현한 여성 집단 활동의 결과이다. 또한 20세기 동아시아의 압축적인 역사변혁기에 대한 여성들만의 사회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작품이다. 더불어 내방가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 원리가 밝혀져 있는 문자인 한글로 기록된 문학 장르이다. 한글로만 창작된 내방가사는 창제된 문자가 한국어의 특징에 맞는 문자로 창작되는 문학 장르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내방가사를 통해 우리는 창제된 문자가 어떠한 활용 단계를 거쳐 한 사회의 공식 문자가 되는지 추적할 수 있다. 내방가사는 여성 개개인의 주체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집단적 문학 활동’을 통해 여성들 스스로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겼다. 전승의 필요에 따라 입으로 낭송하고, 또 필요에 따라 함께 베끼고 기록하며, 새롭게 내용을 만들어갔던,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집단 창작’의 결과물이다. 어떤 내방가사는 사회와 국가 구성원으로서 그들의 역할과 시대적 사명까지 함께 공유하는 노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내방가사는 한글 서체 미학 관점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낭송, 받아쓰고 베껴 쓰는 과정 등을 반복하면서 지속적으로 필사되었다. 이러한 필사는 여성들의 서체 훈련 과정이기도 했고, 서예사 측면에서 다양한 한글 서체로 발전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는 여러 종류의 민간 서체 발굴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동시에, 현재 한글의 사용 폭을 넓히기 위한 폰트 개발이나 새로운 디자인에 활용될 수 있는 원형 콘텐츠로서 가능성도 높다.

2024-11-13

수능 아침 생각

장규열 고문 수능날 아침. 아이들이 십대후반에 거쳐가는 통과의례 앞에 온 나라가 멈춘다. 마음은 기온보다 훨씬 춥다. 수험생은 마음이 떨리고 부모는 가슴이 아프다.‘잘 할 수 있어!’ 응원하지만, 무엇 하나 해줄 수 없는 속마음이 종일 힘들다. 실력만큼 실수없이 치르고 오기만 바랄 뿐. 정겨운 친구들이 차가운 경쟁의 대상이 되어버린 처지가 밉다. 선생님은 제자들의 이 하루가 안타깝고, 가족과 친지들도 아슬아슬하다. 온 나라가 몸살을 앓는다. 영어듣기 시험시간에 항공기 운항까지 멈추는 나라가 있을까. 수능만큼은 누구도 소홀할 수가 없다. 온 나라가 빡빡한 긴장에 빠져든다. 수능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능력을 시험한다는 데, 기본소양 인증인가 아니면 실제실력 평가인가. 대학입시 앞에 설정된 관문이지만, 실력을 평가해 줄을 세우는 도구로 삼는 일은 너무 낡은 생각이다. 대학공부를 해낼 수 있겠는지 기초적인 소양을 인증하는 정도로 그 기능을 조절해야 하지 않을까.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이 이제는 너무나 다양하다. 수능 한 번의 결과로 학생의 진짜 실력을 평가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겨울로 들어가는 길목 차가운 아침에 서 있는 수능의 낡은 모습은 유효기간이 지났다. 일 년에 ‘하루’만 치르는 것도 문제가 아닌가. 컨디션이 바닥이라거나 몸이 아픈 건 용납되지 않는다. 위급상황이 발생해도 오늘을 돌아가지 못한다. 깊은 슬픔을 엄청난 비극을 당해도 오늘은 수능이다. 무조건 오늘 치른다. 딱 하루 단 한 번. 거른다면 온통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한 해에 딱 하루 한 번만 치러야 한다는 생각은 누가 지어냈을까. 그동안 그래 왔지만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교육 관련 제도를 바라보는 정책적 안목이 왜 그런지 게으르고 느슨하다. 세상은 빛보다 빠르게 바뀌어 가는데 우리 수능은 수십 년째 멈춰 서 있다. 총기넘치는 Z세대 오늘의 십대에게는 일 년에 적어도 몇 차례 기회를 더 주어야 한다. 대학이 성역인가. 고등교육을 위한 준비상태를 살핀다면서 이처럼 불필요한 긴장을 유지할 까닭이 없다. 대학운영과 대학입시에 관한 업무를 과감하게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대학입학을 위한 기본소양을 검정하는 새로운 수능은 일 년에 몇 차례 치를 수 있어야 하며, 학생이 편안하고 유연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실수를 돌아보며 수정해 가는 값진 경험도 귀하지 않을까. 일 년에 딱 하루 로또처럼 만나는 수능은 이제 막을 내리자. 딱 한 번 시험을 잘 쳤던 경험을 평생 붙들고 국민 앞에 무례하게 서 있는 이들을 목격하지 않는가. 정책과 제도는 세대와 시대에 걸맞게 바꾸어야 한다. 수능 아침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온 수험생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기울였던 노력과 수고에 보상과 결과가 합당하게 돌아오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꾸준히 실력을 쌓으며 열심히 사는 사람이 끝내 이기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한판의 경쟁’만 떠올리는 건 정상이 아니다. 일등만 대접받는 교육은 부적절하다. 교육은 과정도 결과도 모두에게 뿌듯함과 보람을 안겨주어야 한다. 대입제도와 수능시험, 대학과 대학교육은 오늘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4-11-13

죽음 부른 불법 사금융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20만원 빌려주고 일주일 후 128만원을 갚으라고 했단다. 이쯤 되면 폭리를 넘긴 살인적인 이율이다. 금융 관련 상담센터엔 1140만원을 빌린 영세 자영업자가 58일간 매일 30만원을 갚았던 사례도 접수된 적이 있단다. 이자가 568%였다. 최근 불법 사금융업체로부터 “빌린 돈을 갚으라”는 독촉과 협박을 받다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어린 딸을 남겨둔 채 스스로 세상을 등진 30대 여성의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실제로 위와 유사한 불법 추심이 우리 주위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돈을 빌린 사람 사진을 수배 전단지 형태로 만들어 이웃들에게 배포하고, 낮밤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수십 차례 전화로 협박하고, 채무자 자녀를 살해하겠다 위협하고, 여성 채무자를 유흥업소에 팔아버리겠다고 윽박지르고…. 국세청의 불법 사금융업자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은 많은 이들의 혀를 차게 한다. 취업준비생이나 주부가 몇십 만원의 작은 금액을 짧은 기간 대출할 경우엔 2만%가 넘는 이율을 적용한 사금융업체도 있었다니, 이 정도면 그들의 행위 자체를 ‘살인 압박’이라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악질적이며 비인간적이다. 오죽하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두고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을 했겠는가. 이 소식을 접한 윤석열 대통령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채권 추심 행위는 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엄단을 지시했다고 한다. 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사금융업자들이 향후 어떤 수사와 처벌을 받게될 지 경찰과 검찰의 행보를 주목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13

일본산 대게 유통에 비상 걸린 동해 어민들

일본산 스노우 크랩(암컷 대게)이 국내시장에 대량 유통되면서 경북 동해안지역 어민들이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일본 대게의 수입허가 철회 및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대게어업인연합회는 지난 7일 모임을 갖고 일본산 스노우 크랩 수입허가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부산세관을 통해 들어온 일본산 스노우 크랩 20t이 대구, 포항, 인천 등에 유통되면서 대게시장의 유통질서를 크게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체장 9㎝ 미만의 대게와 암컷 대게는 연중 포획 및 유통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체장 8cm 이하 대게까지 포획할 수 있어 일본산 대게가 유입될 경우 국내에서 불법으로 포획한 암컷 대게와 혼합해 유통되면 단속이 사실상 안 된다는 것. 따라서 대게 유통시장이 크게 교란되고 대게 본고장인 동해안 어민의 생존권까지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 어민들의 주장이다. 어민들은 국내법의 허점을 이용해 들어오는 일본산 스노우 크랩의 수입을 허가한 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이를 방치할 경우 어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은 물론 수자원까지 황폐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가 대책 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으나 실효적 성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북도는 해양경찰과 협력해 해상단속 및 감시를 확대하고 일본산과 국내산의 명확한 구분을 위해 원산지 단속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민들 주장처럼 일본산 대게 유통증명서를 내세워 국내서 불법조업한 암컷대게와 혼합해 유통하면 단속이 사실상 어렵다. 국내 수산법이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는 만큼 관련법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6월부터 11월까지 금어기를 정해 대게를 못잡고 있으나 일본은 금어기가 없다. 일본 대게가 대거 몰려올 경우 대게 본고장이라는 울진, 영덕, 포항 삼척 등의 어민들 생계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대게 철을 맞으나 동해안 어민들은 지금 비상이다. 관련 지자체는 일본산 스노루 크랩의 유통과정과 국내법의 맹점 등을 면밀히 살펴 정부에 건의하고 조속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24-11-13

李, 1심 선고… 法理와 판례 따라 판결하길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이 전쟁 치르듯 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고 당일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연다.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 대표 무죄 촉구 집회를 열기로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그저께(12일) ‘이재명 민주당의 사법방해 저지 긴급대책 회의’라는 별도 회의체까지 구성했다. 여당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 선고 공판 생중계를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지만, 법원은 생중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정국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보고 여야가 총력 대결에 나선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이달 들어 주말마다 주택과 학원이 밀집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어 14일 대입 수능 시험과 16일 대입 논술 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가족들로부터 세찬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그가 지난 대선 당시 대장동 사업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씨를 몰랐다고 말하고, 국토교통부의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고 말하는 등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만약 1심 재판부가 이 대표 혐의를 일부라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하고, 이 형량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한다. 동시에 피선거권을 5년간 잃게 돼 2027년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이 박탈된다. 지난 2022년 9월 기소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처리 기간은 모두 799일이 걸리는 셈이다. 재판부가 중간에 교체되고, 그리고 이 대표가 단식투쟁을 벌이다가 병원에 입원하는 등 재판이 한동안 중단되면서 길어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선거법 사건 1심은 6개월, 2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마쳐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정치권의 공방과 협박에 절대 흔들려선 안 된다. 국민은 재판부가 반드시 법리와 기존 판례에 근거해 공정한 판결을 내리길 기대한다.

2024-11-13

포항 발전 모체가 된 대흥산과 대흥골

포항에 가장 먼저 사람이 살았을 곳은 어디일까.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단은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산명(山名)으로 등장하는 대흥산 기슭과 대흥골을 먼저 꼽고 있다. 이는 중앙동행정복지센터 홈페이지 대흥동 지명유래에서도 일부 내용이 나타난다. “조선시대 칠성강 북서쪽 대흥산 앞에 마을을 형성하여 영일현 북면 대흥리로 불리었다. 1694년경 엔 60-70여 호의 마을을 형성하였으며, 1700년대 초 이 고장의 세곡(稅穀)을 수송·보관하는 포항창(浦港倉)이 설치되면서 부락명이 포항리로 되고, 포항장(1일과 6일)을 형성하였다. 대흥동 영일현 북쪽 우물곡동(雨勿谷洞)에 대흥제(大興提)가 있어 18결의 논에 물을 대었다는 기록이 있는 유래 깊은 명칭이다. 해방 후 택지로 변한 대흥못의 옛 자리는 지금의 용흥동 현대타워 아파트 정문 앞 부근이 된다. 오늘날 대안산·대왕산과 대안곡의 명칭은 대흥산과 대흥곡이 변음된 것이다.” 대흥산과 대흥골은 어디 쯤 될까? 포항시사를 살펴 정리해 보면, 1731년 지금의 용흥동과 대흥동이 포함되는 넓은 지역의 대흥리는 포항리로 개칭되면서 지명이 없어졌다가 1910년 포항동 일부와 용당동 일부를 더해서 용흥리가 만들어졌다. 용당동의 용(龍), 대흥동의 흥(興)을 더하여 용흥리(龍興里)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1946년 초음정을 개칭하면서 예전 대흥동의 지명이 다시 살아난듯하나 현재 대흥리의 영역은 1731년 이전의 극히 일부만 포함하고 있고, 예전 대흥리 대부분은 현재 용흥동으로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 대흥동과 용흥동 영역에서 대흥·대왕·대안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대흥동에서는 연관성 있는 지명이 없고, 용흥동에서는 용흥우방아파트단지 뒤편 대흥초등학교와 대흥중학교가 나오고,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서북쪽으로 난 골짜기에 대안지와 소류지, 대흥지 체육공원, 대안길(용흥 현대타워 2차 앞-대안지 지나 용흥동 590번지까지 2.4km 정도), 또다른 대안길(용흥동 378-10번지-성안 교회, 200m 정도), 대안길 16번길(참행복한 교회-성안 교회, 220m 정도) 등이 검색되고 있다. 이 일대가 대흥골이 틀림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지명 확정시 대흥지 소류지, 대흥지 체육공원, 대흥길, 대흥길 16번 등으로 명명되어야 함이 타당하나 고증이 부족해서인지 반영되지 않았다. 대흥못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대흥동 지명유래에 “대흥제(大興提)는 용흥동 현대타워 아파트 정문 앞 부근이 된다.”고 적고 있다. 주민센터에서 서북쪽으로 1.7km 지점에 있는 대안소류지로 표기된 곳과 대흥못은 상관성이 없는 듯하다. 대흥산은 지리서 및 옛 지도에서도 나타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제23권, 경상도 영일현의 ‘산천’ 조에는 “대흥산(大興山) 현의 북쪽 23리에 있다.”고 적힌 문구가 있다. 조선시대 1리가 449.28m이므로 23리는 10.3km 정도이고, 남성리 영일읍성-칠성천-연일대교-탑산까지가 보행거리 10.3km 쯤 된다. 또한 ‘토산’조에는 “죽전(竹箭) 대흥산에서 난다.”는 부분이 발견된다. 죽전은 대나무 화살을 뜻하는데 대흥산에 이대나 신이대로 불리는 대나무가 많이 난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영일현 관할지역에 포항창을 적고, 뒤편에는 흥해 관할 경계지점에 산을 그리고 대흥산으로 적었다. 같은 ‘조선지도’의 흥해군 관할에는 연일과 경계되는 산을 그려 봉림산으로 적고 있다. 또한 ‘광여도(1737-1776년 간행)’ 흥해 관할에도 포항창으로 보이는 ‘浦’자를 쓰고 그 뒤로 산을 그려 봉림산으로 적고 있다. 고산자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에는 영일현 관할지역에 浦項을 적고, 뒤편에 흥해 관할 경계지점에 산을 그리고 봉림산으로 적고 있으며, 인터넷 두산백과에는 “옛날 용흥동을 죽림산(竹林山) 아래에 있다 하여 죽림동이라고 하였으며, (중략) 조릿대가 많이 자라고 있는데, 산 정상에는 전몰학도충혼탑이 있다.”고 적고 있다. 박상구 경주대 대학원 특임교수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봉비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도심 속의 전통 사찰인 죽림사는 불국사의 말사이며 신라 때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라고 적혔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정리해 보면, 영일현의 북쪽 23리에 대흥산이 있고, 산형이 숲에서 서남방을 향해 앉아있는 봉황 형국을 하고 있어서 봉림산으로도 공식적으로 쓰고 부른 듯하다. 한국전쟁 이후에 전몰학도충혼탑을 세운 이후부터는 탑산이 산명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이며, 화살대로 쓰는 신이대가 많이 나서 민간에서 죽림산이라 간간이 부른 듯하는데 현재 일부 단체 등은 유래와 어울리지 않게 ‘봉황이 날아오른다’는 봉비산(鳳飛山) 이라는 명칭도 쓰고 있다. 지명은 우리 조상들의 삶의 향취와 멋이 담겨져 있는 문화와 역사의 일부분으로서, 바로 알고 잘 보전해서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백두대간의 큰 기운을 품은 낙동정맥을 지나 포항의 대표 산줄기인 비학지맥을 거쳐 도음산의 분맥으로 내려온 대흥산은 ‘자연이 베풀어 크게 발전 한다’는 산명처럼 오늘날 포항 형성 발전의 모체가 된 포항 제일의 위계를 차지하는 소중한 지명이다. 따라서 탑산·봉비산·대왕골·대안지 등을 정리하고, 대흥산과 봉림산을 병행사용하며, 대흥골·대흥지 소류지·대흥지 체육공원·대흥길 등으로 지명 회복시키는 일이 포항 문화의 뼈대를 충실하게 만들고 가꾸는 일이다.

2024-11-12

작가 사이를 오갔던 예술적 우정 색깔

우리는 지금 평범한 글쓰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글쓰기의 기술이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하면서, 그것은 빛을 잃게 되었다. 물론, 글쓰기가 특별한 특권층의 무엇이었던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는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다만, 빛이 죽어버린 글쓰기를 위해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이었던가 생각해보고 싶은 것 뿐이다. 과거, 진정 특별한 기술이었던 글쓰기는 이제는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이 되었다. 대학에서도 아직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고,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도 존재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글쓰기를 잘하지 못해서 가슴 태우는 이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글쓰기의 기술이 평등해지고, 평범해져버렸다는 것을 반증한다. 문해력의 위기 같은 진단도 나오지만, 글쓰기가 테크닉의 문제일 뿐이라면, 지금 한국에 있는 학생들이 조선시대의 어떤 지식인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 단지 그것으로 무엇을 써내고 표현해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뿐이다. 사진을 찍어 전달하는 것이 훨씬 빠르지 않은가. 글쓰기의 진정한 불황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글쓰기를 토대로 이뤄왔던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을 더 이상 글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에서 도래한다. 이미지로도, 동영상으로도 감정은 전달되지만, 지나칠 만큼 투명한 그것은 전달되는 감정을 지나치게 납작하게 눌러버린다. 애초에 그것뿐이었다면, 우리는 아쉬움을 느낄 리 없다. 사랑을 표현하는 색깔이 본래 한 가지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사랑을 표현하는 색깔이 한 없이 밝은 것에서, 한 없이 어두운 것까지, 한 없이 가벼운 것부터, 한 없이 진득한 것까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기억을 가진 사람이 단 한 가지 사랑의 색깔에 탐탁해 하지 못하는 것이야, 당연할 일 아닌가. 그처럼 한 줄의 문장이 찬연히 빛났던 시대를 기억하는 것 정도는 용서되리라 믿는다. 사실, 지금이야 작가들 사이의 우정 같은 것은 작가의 신화를 구축하는 데 하등 도움을 주지 못하는 요소겠지만, 작가라는 존재가 지금의 연예인 같은 지위를 갖고 있던 시대에 작가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들 사이에 오고 갔던 우정과 사랑은 현재 아이돌 스타들 사이의 그것을 넘어서는 파급력을 가졌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처럼 모두가 글쓰기의 기술을 습득한 시대에야 철지난 이야기로 웃고 말아 버리겠지만, 한 줄의 문장이 찬연히 빛나는 것처럼 보였던 시대에는 글쓰기의 재능이란 천부의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었다. 시인 이상이 경영하던 제비다방에서, 소설가 박태원이 찾아와 친구가 되고, 서로 끝없는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를 당대의 시인 정지용과 이태준에게 소개하고, 이상은 ‘오감도’를 발표한다. 그렇게 연재되던 ‘오감도’가 독자들의 비난에 싸여 중단될 무렵, 박태원이 발표했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이상은 삽화를 그렸다. 박태원은 이 소설의 말미에 이상을 등장시켰다. 박태원이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어 떠올린 한 명의 친구, 하얗고 납작한 찻집을 경영하며 석 달이나 집세를 밀려 내용 증명 우편을 받았던 친구, 그래도 오늘은 술을 사 달라는 박태원의 제안에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오케이했던 그가 바로 이상이었다. 박태원은 1937년 이상이 죽었을 때, 누구보다도 슬퍼했고, 누구보다도 많은 작품을 통해 그를 기억했다. 이것이 찬연한 글쓰기의 시대, 작가들 사이의 우정이었다. 앞으로 글쓰기라는 기술이 사라질 것인가, 글쓰기는 AI의 전유물이 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아도, 우정과 죽음, 사랑 같은 기억의 색깔만큼은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송민호 홍익대 교수

2024-11-12

APEC회의는 경주로서는 둘도없는 기회

경북도와 경주시가 그저께(1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추진위 출범식을 가졌다. 경북도지사와 경주시장이 공동위원장인 추진위는 8개 분과위(광역지원, 기초지원, 정부기관, 소통협력, 경제, 문화·관광, 언론·홍보, 교육·의료)로 구성됐다. 각 분과위원은 내년 가을 APEC회의가 열릴 때까지 관광 프로그램 개발과 홍보 마케팅, 안전 대책 마련,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행사 준비를 지원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경주로서는 APEC회의가 신라 삼국통일 이후 가장 큰 국제적 행사”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APEC회의를 잘 활용하면, 경주가 세계인이 꼭 방문하고 싶어하는 역사문화도시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현재 APEC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예산마련에 총력을 쏟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10일 APEC지원 예산 885억원(화백컨벤션센터 리모델링, 전시장·행사장 정비, 숙박시설 리모델링, 자원봉사 운영)을 편성해 경북도의회에 넘겼다. 주낙영 경주시장도 최근 보문단지 야간경관 개선과 APEC 문화동행 축제, 숙박시설 정비, APEC 기념관 건립에 소요되는 국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를 몇 차례 방문했었다. 외교부는 APEC 준비를 위해 내년도 예산에 1008억원을 반영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8월 ‘APEC 준비위’ 소속을 외교부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상시켰으며, 조태열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준비기획단이 경주를 방문해 주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비롯해 더케이호텔, 힐튼경주, 소노벨 경주 등 숙박시설을 둘러봤다. APEC회의에는 미·일·중·러 세계 4강을 포함해 아·태 21개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지난 2005년 11월 부산 누리마루에서 열린 정상회의 때는 21개국 정상과 각료, 기업인, 언론인 등 2만48명이 등록했다. 경주로서는 세계인이 지켜보는 APEC회의가 국제적인 역사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다.

2024-11-12

다시 볼 트럼프의 골프 외교

우정구 논설위원 정치가 골프와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정치 9단으로 통하는 박지원 의원은 “골프와 선거는 고개를 쳐들면 지는 것”이라 말했다. 유권자에게 오만하게 보이면 표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골프처럼 정치는 중독성이 있다는 말도 있다. 실패를 반복해도 끊기가 어려운 게 닮았다는 것이다. 또 힘을 빼야 골프를 잘 칠 수 있는데 정치도 힘을 빼야 유권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골프 외교의 시작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 때부터라고 전해진다. 6·25 전쟁이 끝나고 당시 한국에 주둔하던 미군 장교들이 주말이면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골프를 친다는 사실을 안 이 대통령이 서울에 골프장 건설을 허용한 것을 두고 외교적 발생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후 1990년 YS(김영삼)와 JP(김종필)가 골프장 회동 후 민주·공화 두 당의 통합을 발표하면서 골프장은 수시로 정치의 주요 무대로 등장한다. 골프가 정치의 연장선이라는 말까지 생겨난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골프광이라 불릴 만큼 골프 애호가다. 트럼프 1기 임기 4년 동안 골프장 방문횟수가 300번을 넘는다고 한다. 주말이면 거의 빠짐없이 골프장을 찾았다. 라운딩에는 각료와 상하의원은 물론 타이거 우즈와 같은 골프 스타들도 자주 회동했다. 일본의 전 총리 아베 신조는 트럼프의 골프 사랑을 잘 알고 황금 골프채를 선물로 전달하고 다섯차례나 라운딩을 같이해 골프 외교의 성공 모델로 회자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만남을 염두에 두고 골프 연습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의 골프 외교가 또 한 번 세계적 화제를 모을 전망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12

반쪽 의정협, 시작이 반이란 각오로 해법 찾자

9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을 풀 여야의정협의체가 그저께(11일) 처음으로 출범했다. 정부측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정책실장, 여당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참석했다. 의료계에서는 대학병원 교수가 주축이 되는 대한의학회와 대학병원장 중심의 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참여했다. 민주당과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가 빠져 반쪽짜리란 비판도 있으나 9개월만에 협의체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의미가 있다. 여야의정협의회는 첫 모임에서 사직 전공의 복직 문제 등을 논의하고 앞으로 주2회 회의를 통해 연말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의정갈등 당사자인 전공의 단체가 빠져 실제적 성과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민주당이 협의체에 참여하면 전공의 단체를 설득할 명분이 생기고, 교착상태에 빠진 의정갈등을 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나 그렇지 못해 아쉽다. 민주당은 지난 9월 가장 먼저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당사자다. 전공의 단체의 불참과 의대정원 논의가 없다는 이유로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은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 행동이다. 지금은 의료 정상화 만큼 시급한 민생현안도 없다. 응급실 뺑뺑이가 계속되고 제때 수술을 받지못해 전전긍긍하는 환자들이 많다. 정치권은 어떤 명분으로도 협의체와 같은 공론회장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 정치적 득실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2025년 의과대학 정원 조정은 수능을 앞둔 현시점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 큰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정부가 2026년 정원에 대해서는 논의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만큼 민주당은 협의체에 참석해 의정갈등 해소에 진력을 다해야 한다. 의료개혁과 의정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야의정협의회는 비록 완전체는 아니더라도 국민과 환자에 대한 책임감으로 문제 해결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시작한 지금은 어렵지만 끝까지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과 전공의단체도 협의체 출범을 계기로 국민 기대에 부응하려는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202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