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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허영선의 제주 해녀들의 노래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허영선 시인의 시집 ‘해녀들’(문학동네 시인선 95)은 21명의 제주해녀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사랑을 품지 않고 어찌 저 바다에 들겠는가”라는 주제시 21편과 산문 한 편으로 엮었다. 제주의 바다는 단 한 번도 누워있질 못한다. 늘 물거품을 일으키며 세로로 일어서려고 몸부림친다. 물의 깊이에 따라 흰색에서 푸른색, 검푸른 색으로 끝없이 펼쳐진 제주의 바다를 일터로 삼은 해녀들의 노래이다.허영선 시인은 “내 안에 오래도록 꽉 차 있던 소리/숨이 팍 그차질 때 터지는 그 소리/숨비소리/그 소리를 따라 여기까지 왔다.”며 해녀들이 깊은 바다 속에서 참을 대로 참다가 내뱉는 가쁜 숨소리인 숨비소리에서 가슴에만 담아오며 단 한 번도 내뱉지 못한 제주의 한 많은 역사의 소회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허영선 시인의 눈에는 제주바다가 푸르지 않고 붉다. 심장을 드러낸 칸나같은 붉은 빛이다. 4·3항쟁의 아픈 희생을 입 밖으로조차 표현하지 못한 제주토박이들의 한을 해녀의 숨비소리로 형상화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제주방언, 제주의 소리, 제주의 토박이 언어로 자신들의 삶을 노래한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는 어느 한 군데도 원한에 찬 언어는 없다. 오히려 죽음이라는 위험과 맞바꾸어온 벅찬 생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해저 깊이 납덩어리를 차고 잠영하는 제주의 여성들, 둥그런 태왁을 안고 풍덩 거꾸로 내려잠수하는 해녀와 그들이 채취해온 ‘ㅁ·ㅁ’의 동그란 모양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제주의 아픈 역사가 불그레 물든 제주의 바다에서 숨이 찰 때까지 물질로 걷어낸 아픔과 슬픔으로 끓인 ‘ㅁ·ㅁ국’ 한 사발로 추위와 고통을 풀어낸다. 4·3항쟁 당시 450여 명의 민간인들이 희생당한 북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 ‘북촌 해녀사’를 읽어본다. “남자들이 모두 핏빛 바다로 떠난 그날 이후/북촌 여자들은 물질할 수 없으면/바다를 떠나야 했다//그날 이후/북촌 여자들은 온통 바위섬을 건너야 했다//(중략)모두가 대군/물질 끝나 돌아가던 통통배/순간 한 치 눈치챌 수 없이 매복하던/강골의 바람살이/물귀 물 아래 위태위태하더니/엎어지고 까무라치고 부서지더니//북촌 해년 너도 나도 혼 줄 모아/기댔다 두렁박 하나에/등대처럼 기다리는 힘 하나/파도 건너 또랑또랑/어린 입, 입들.” 파도에 휩쓸려 죽음을 이겨야 하는 해녀, 그녀들은 왜 물질하는 해녀가 되었으며 집에 남겨둔 아이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품지 않고는 어이 저 컴컴한 죽음과 같은 바다 속으로 들어갔겠는가?“우린 몸을 산처럼했네”에서는 물질을 하여 ‘ㅁ·ㅁ’을 산처럼 채취만 한 것이 아니라 이것을 다시 팔러 나선 해녀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얘기한다. “깊은 바다 그것이 미욱거릴 적/물결 따라 스러져 너울거릴 적/우린 맹렬하게 구애를 했지/몸이 베이는지/몸이 베이는지/ㅁ·ㅁ 삽서/ㅁ·ㅁ 삽서/밀어닥친 흉년에도 우리 몸으로 ㅁ·ㅁ을 했네”에서처럼 제주어에 남아 있는 고어 ‘아래아’를 현대어로 옮기면 ‘ㅁ·ㅁ’이 ‘몸’이 되어 ‘모자반’을 채취한 것인지, 아니며 물질하는 해녀 자신의 신체, 즉 몸을 벤 것인지 모를 정도다. 열심히 모자반을 채취하여 이것을 “ㅁ·ㅁ 삽서, ㅁ·ㅁ 삽서” 외치며 팔러 다닌다. 밀어닥친 흉년에도 굶을 수는 없어 깊은 바다 속으로 몸을 던져 ‘ㅁ·ㅁ’을 건져 올리는 제주 여성들의 고달픈 삶이 선연하다.삶이라는 사랑을 가슴에 품지 않고서야 우주의 분홍 젖꼭지를 드러내며 너울거리는 심연의 바다 속으로 뛰어 들 수 있을까? 빈 몸통으로 깊은 숨을 쉬었다가 깊은 고통이 가득 차오르면 겨우 숨통을 틔우는 해녀들. “어디서 징징징 쇠북소리 울리거든/붉은 칸나가 심장을 드러낸 채 바다로 가거든/한번 돌아보셔요/먼 바다 바람타고 떠나가는 내가 보일 거예요.”“우리 애기 울면 젖 호끔 멕여줍서”에서는 거친 물결에 휩쓸려 죽기 직전 “저 차귀섬 위 큰 마당까지 헤쳐갔다지/물 터지면 올라오지 못해/몸은 자꾸 아래로 허우적허우적/금릉인가 어디까지 막 밀려갔다지 순간,//그 여자 막숨 하나 부여잡고 소리쳤다지/“우리 애기 울면 젖 호끔 멕여줍서”/라고 외치며 죽어간 김녕 해녀의 눈물 쏟는 이야기를 전한다. 허영선 시인의 제주 해녀들의 힘들고 벅찬 삶의 순간순간을 제주의 생생한 목소리와 눈물로 써서 우리에게 전한다. 허영선은 늘 세로로 일어서려는 붉은 제주 바다를 거닐고 있다.

2024-04-29

시코쿠헨로를 아시나요?

1월 28일부터 1월 31일까지 이루어진 이번 마쓰야마 학술기행은, 일본고전문학을 전공한 Y교수가 자신의 전공과 밀접하게 관련된 시코쿠헨로(四国遍路) 학술답사를 계획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흔히 오헨로(お遍路)라 불리기도 하는 시코쿠헨로는 시코쿠섬에 위치한 88개 사찰을 참배하는 순례길을 말하는데요. 전체 거리는 1450㎞에 이르며, 보통 걸어서는 40일 정도가 걸리는 그야말로 길고 긴 순례길입니다.88개의 사찰은 모두 일본의 고승인 고보다이시(弘法大師, 774-835년)와 관련돼 있는데요. 고보다이시는 시코쿠에 있는 지금의 가가와현에서 태어나 장래가 보장된 엘리트 코스를 밟아 나가다가, 어느 날 깨달은 바가 있어 출가합니다. 그는 이후 당나라에 유학하여 2년간 불교를 더욱 깊이 있게 공부하고 돌아와 전설적인 고승이 되는데요. 진언종을 창시한 고보다이시는 수많은 사람들을 제도하다 고야산에서 입적합니다.저와 C교수는 미리 시코쿠에 도착하여 88개 사찰을 답사하던 Y교수와 1월 28일에 마쓰야마 공항에서 만난 것입니다. 우리 일행은 마쓰야마의 여러 곳을 돌아보던 중, 시코쿠헨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미를 지닌 이시테지(石水寺)를 함께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이시테지는 728년에 쇼무 천황의 요청에 따라 창건되었으며, 오랜 역사를 가진 진언종의 대표 사찰입니다. 1318년에 지어진 니오몬(仁王門)은 국보로 지정되었으며, 이외에도 본당, 삼층탑, 종루 등의 국가중요문화재가 산재한 명찰인데요. 시코쿠 88개 사찰 중에서는 51번째에 해당하는 사찰이기도 합니다.시코쿠헨로의 기원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요, 그 중의 하나는 헤이안 시대 오늘날 에히메현의 호족이었던 에몬 사부로가 순례길을 떠난 것에서 시작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 전설은 저희 일행이 방문했던 이시테지(石水寺)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기도 합니다. 에몬 사부로는 부자이며 권세도 있었지만, 탐욕스럽고 포악했다고 하는데요. 어느 날 자신의 집을 찾아온 승려에게 자선을 베풀기는커녕, 그만 대나무 빗자루로 승려의 발우를 여덟 조각으로 부숴 버렸다고 하는데요. 그날 이후로 사부로가 애지중지하던 여덟 명의 자식들은 차례로 죽어나갔고, 뒤늦게 사부로는 자신이 박대했던 승려가 바로 고보다이시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큰 충격을 받은 사부로는 대사에게 사죄하고자 시코쿠헨로를 시작합니다. 다행히도 사부로는 순례길에서 대사를 만나지만, 이미 중병에 걸린 사부로는 “다음 생애에는 고노 가문에 태어나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뜻을 대사에게 밝히고 죽습니다. 이에 대사는 돌을 주워 거기에 ‘에몬 사부로’라 새겨 사부로의 손에 쥐어주었다고 하는데요. 이듬해 그 지역의 부유한 집안인 고노 가문에 한 남자아이가 태어나고, 신기하게도 그 아이는 꽉 쥔 오른손을 펴지 않습니다. 당황한 아이의 부모는 안요지(安養寺)를 찾아가 기도를 올린 후에야 아이의 손을 펼 수 있었는데요. 거기에는 ‘에몬 사부로’가 선명하게 새겨진 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인요지라는 절은 에몬 사부로 이야기에 따라 ‘돌의 손’이라는 뜻을 가진 이시테지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이시테지에는 이 전설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절 입구에서부터 에몬 사부로의 석상이 세워져 있고, 절의 박물관에는 설화 속의 돌이 전시돼 있습니다. 시코쿠헨로를 대표하는 슬로건은 ‘동행이인(同行二人)’입니다. 1450㎞의 길을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의미인데요. 이 때 누군가는 말할 것도 없이 고보다이시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시테지에서는 멀리서부터 사람들의 눈을 한눈에 사로잡는 거대한 조형물이 하나 있었는데요. 이경재 숭실대 교수 절이 자리한 뒷산 정상에 있는 고보다이시의 석상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놀랍게도 이 조형물은 전체 높이가 16m이며, 얼굴 길이만 2.4m, 붓 길이는 3m에 이릅니다. 더군다나 이것은 산의 정상에 있기에 더욱 웅장하게 보이는데요. 고보다이시의 몸은 그가 유학했던 중국의 시안(西安)을, 얼굴은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를 향해 있다고 합니다. 이 거대한 고보다이시 석상은 이시테지로부터 3㎞ 떨어진 마쓰야마성에서도 선명하게 보였습니다.요즘 전세계적으로 순례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오늘 소개한 시코쿠헨로 이외에도 일본의 구마노고도, 포르투갈의 파티마, 스페인의 산티아고, 미국의 세도나 등에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사람들이 영혼의 갈증에 시달린다는 증거겠지요. 본래 여행이란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갔다가, 그 곳에서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익숙한 곳으로 돌아오는 인간의 오래된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일상의 질서와는 확연히 다른 신성과 신비로 가득한 성지를 다녀오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는 궁극의 여행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4-04-29

불화하는 아름다움

화가 르네 마그리트 작품 ‘사람의 아들’. 이따금 내 존재가 잘못 놓인 바둑돌 같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기능하는 와중 나 홀로 삐걱대는 것 같을 때 특히 그렇다. 이런 기분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드라마가 왠지 모르게 따분하고 유명 평론가가 극찬한 작품에서 어떠한 감흥도 느껴지지 않을 때.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들이 내겐 너무 커다란 이벤트처럼 다가오거나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을 건너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마찬가지다. 나 자신이 지구라는 배경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처럼 여겨지면, 현실을 추동하는 모종의 질서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대부분의 하루는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지만 어쩐지 불안은 떠나질 않고,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과 별 탈 없이 하루를 끝마친 것에 감사하려 노력하다가도 문득 어떤 의심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렇게 사는 거, 조금 이상하지 않나?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에 질문을 던지면 나를 둘러싼 세계가 낯설게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분은 찰나에 그치는 것이며 당장 몇 시간 뒤의 현실이 등을 떠미는 중이니까.그런데 만약 눈앞의 현실을 거부하고 일상의 걸음을 멈추면 어떻게 될까? 원활한 도로에서 급정거한 자동차처럼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흰 토끼를 따라간 앨리스처럼 미지의 세상과 조우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트 여왕이나 모자 장수를 만나 나 자신보다 훨씬 더 이상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수도 있다. 어떤 결과를 낳듯, 외부 세계로 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처럼 낯설고 불쾌한 기분은 그저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마크 피셔는 본인의 저서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에서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을 문화적 사례를 토대로 설명한다. 특히 H. P. 러브크래프트는 ‘기이한 것’을 설명하기에 탁월한 작가다. ‘기이한 것’이란 “함께 어울릴 수 없는 것이 공존”하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감각”을 포함한다. 어떤 공간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을 떠올려보자. 이를테면 바다 위를 부유하는 거대한 야자수나 공중을 떠다니는 낙타 같은. 가능해선 안 되는 것이 가능한 존재도 이에 해당한다. 르네 마그리트 같은 초현실주의 화가의 그림을 예로 들 수 있겠다.‘기이한 것’은 단지 환상적인 영역이 아니다.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을 보자. 그것들은 워낙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요소를 재결합한 것에 불과하기에 어떤 기이한 감각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기이한 것’이 되려면 완전히 낯설면서도 현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평범한 회사원이 어느 날 갑자기 중세 시대의 기사가 되는 것보다 게으른 상사의 정수리에 해바라기가 피어나는 것이 훨씬 더 ‘기이한 것’으로 다가온다. 우리 주변의 세계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로 “무한하고 무시무시한 미지의 것”을 보려고 하면 오히려 따분해질 우려가 있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러브크래프트는 공포 소설가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매혹적이다. 소설의 주된 배경인 뉴잉글랜드는 완전히 불가능한 외부 세계가 아니며 친숙한 현장이다. 거기에 난입한 기이한 존재는 허구의 것이나 현실 안으로 들어와 더욱 새로워지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불쾌한 것을 향해 끌리는 충동, 이례적인 사건을 바라보는 즐거움, 일상적인 현실 속에 작은 균열이 생기는 순간 느껴지는 묘한 해방감까지.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기도 하다.이렇듯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을 나란히 놓았을 때, 우리는 기이한 감각과 동시에 낯선 끌림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나와 세계가 불화할수록 빚어지는 오묘한 아름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책상 위 반듯하게 펼쳐진 책보다 모래사장에 파묻힌 텍스트가 더욱 궁금하지 않은가. 왜 거기에 놓였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오히려 깊이 탐구하고 싶어지는 충동. 재미있는 사건은 그런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결국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어딘지 모르게 뒤틀리고 엉뚱한 생각이 튀어 오를 때야말로 삶이 가장 강렬해지는 순간이 된다. 낯선 기분과의 조우가 항상 유쾌할 순 없지만, 그것이 가진 특이성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 현실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양립할 수 없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이 예술이 되는 순간이 아니겠는가.

2024-04-29

거절을 딛고 일어나는 능력

농업 종사자들에게 농번기와 농한기가 있는 것처럼 공연 예술인들에게도 바쁜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가 있다. 우선 1월부터 3월까지 공연계는 꽁꽁 얼어붙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날씨가 춥기도 하거니와 지자체와 기업, 재단 등 공연을 기획하는 곳들의 예산이 확정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매년 새해가 밝으면 3개월간의 한가하고도 궁핍한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그렇다면 1월부터 3월까지 공연 예술인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봄과 여름을 겨냥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국가 지원 사업에 응모하기 위한 지원서와 각종 기획서, 제안서 등을 쓰며 시간을 보낸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한 해 동안 경제적 어려움 없는 나날을 보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힘든 해를 보내기도 하는 것이다.문제는 이 지원사업의 응모나 제안들이 좋은 결과로 돌아오는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창작 자체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은 물론, 공연비를 지원하는 사업, 예술인의 다양한 활동을 주선하는 사업 등의 경쟁률은 매우 치열하다.그래서 공연 예술인들은 여러 곳에 응모와 제안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상당히 많은 양의 서류들을 작성하며 비수기를 난다. 그리고 3월 중순부터 4월까지 그 결과를 통보받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성공률이 높지 않기에 거절의 말들을 마주하기 일쑤이다. 그러다 보면 아쉬운 마음도 들고 때로는 상처를 받기도 하는 것은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이런 것에 무뎌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단지 빨리 털고 일어나 다시 창작이나 새로운 기획에 몰입하게 되는 속도가 빨라질 뿐.예술 활동은 거절의 연속이다. 앞서 말한 방식의 거절도 흔하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거절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작가가 책을 내기 위해서는 글을 쓰기 위한 인내심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출판사로부터의 거절을 견뎌내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그렇게 책이 탄생해도 그 책이 대중들로부터 거절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야구선수가 3할만 쳐도 준수한 선수라고 했듯이, 한 출판사 관계자는 내게 ‘작가는 2할만 쳐도 훌륭한 작가다.’라고 귀띔을 해 준 적이 있다. 나머지 8할은 숱한 거절 앞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가수들의 음반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친다. 오디션에 붙는 배우들보다 떨어지는 배우들이 훨씬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극장에 걸린 영화 중 박스오피스의 정상을 차지하는 작품들이 그렇지 못한 작품들보다 적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어쩌면 예술인들은 이러한 거절에 맞서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잘 된 사람들도 없지는 않으나, 거절을 당하더라도 다시 굳세게 일어서서 예술 활동을 이어나가며 결국 살아남아 걸작을 만들어내는 이들도 존재한다. 지금은 대중가요계의 정점에 올라 있는 BTS와 아이유 같은 가수들에게도 당시에는 대중들에게 거절을 당하고 만 초창기 작품들이 있다. 봉준호 감독의 첫 작품도, 박찬욱 감독의 첫 작품도 마찬가지다. 예술인의 성공이란 무엇일까. 마스터피스를 남기는 것도 성공이겠지만 대부분의 예술가에게는 생존 그 자체가 현실적인 꿈이다. 오래 생존한다면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확률도 올라간다는 점에서 그 생존이라는 것이야말로 예술가가 추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일 수 있다.그것을 위해 갖추어야 하는 자질 중에는 남다른 예술적 재능도 있고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도 있고 영민한 비즈니스 능력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거절을 견뎌내는 능력을 이야기하고 싶다.혹시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 예술인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싶다. 당신 앞에는 무수히 많은 거절과 거절들이 존재할 것이고, 그것에 걸려 고꾸라지는 일은 일상다반사가 될 것이라고. 중요한 것은 거절당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거절을 뒤로하고 다시 일어나 걷는 것이라고.

2024-04-29

보수 정당은 어떻게 정권 재창출할까

김진국 고문 국민의힘 홈페이지를 열면 “국민의 회초리 겸허히 받겠습니다”라는 큰 글자가 뜬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받들겠다는 뜻이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무엇일까. 국민은 무엇을 나무라며 회초리를 든 것일까.선거는 유권자가 갖고 있는 개인 성향과 각 정당의 활동, 시대 상황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다. 더구나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집중돼 있고, 아주 적은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소선거구제라 조금만 민심이 흔들려도 결과는 천양지차가 된다. 그러니 표를 찍었건 아니건, 국민 전체가 회초리를 들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그러면 무엇에 회초리를 들었나. 선거운동을 시작할 무렵 국민의힘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비명횡사’ 공천으로 민주당이 혼란스러웠다. 이낙연 전 대표와 비주류 의원들이 나가고, 박용진 의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파문으로 절정에 달했다. 연합공천과정에 진보당, 시민단체가 공천한 인물들이 파문을 일으켰다.민주당이 공천 파문을 수습할 무렵 국민의힘에서 계속 사고가 터졌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동영상이 폭로됐다.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하자는 의견을 야당 프레임에 말렸다고 생각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로까지 번졌다.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 한 달만 기다리면 될 것을 굳이 선거기간에 출국금지까지 풀고 내보냈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기자들 앞에서 “MBC 잘들어”라며 1988년 정보사 군인들의 언론인 회칼 테러를 들먹였다. 누가 봐도 협박이다. 그런데 뭉개다 뒤늦게 경질했다. 이 과정에도 윤-한 갈등이 있었다.의정 갈등이 길어지자, 대통령 담화를 준비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말한 내용은 비서실이 준비한 것과 달랐다. 강경했다. 여론이 들끓었다. 정책실장이 급하게 TV에 출연해 “그게 아니고요”라며 ‘번역기’를 돌렸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담화가 됐다.윤 대통령이 농협 하나로 마트에 갔다. 대파를 들고, 가격표를 보며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선거의 상징이 됐다. 권장 소비자가격은 4250원. 정부 지원금 두 가지와 자체 지원금까지 붙어 할인됐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지친 국민이 분개했다.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야당의 프레임에 말려든 결과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이 잘못했다’라고 인정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바람에 여론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차기를 노린 이미지 전략이라고 비난한다. 눈만 감으면 이미 벌어진 일이 사라질까. 그나마 선거 막판 민주당의 양문석·김준혁 후보의 몰염치한 전력이 드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선은 지켜냈다.홍준표 대구 시장 인식도 비슷하다.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 뒤 한 전 위원장을 저격했다. 그는 “우리에게 (총선 참패의) 지옥을 맛보게 했던 정치검사였고, 윤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며 “더 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의 4시간 술자리에 한 전 위원장이 안주였다는 말이 나온다. 개 목걸이 소문도 나돈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냉랭한 관계가 이어진다.윤 대통령은 많은 사람을 버렸다. 대통령 선거 직후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냈고, 대표 경선 과정에는 초선의원들의 연판장까지 돌려 나경원 의원을 궁지에 몰았다. 안철수 의원에게 ‘이념 정체성이 없다’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라고 비난했다. 김기현 전 대표도 ‘격노’해 강제로 끌어내리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세웠다. 양파처럼 계속 갈라내 무엇을 남기려는 걸까.윤 대통령은 무엇을 지키려 할까. 보수 이념에 충성하는 걸까. 검사로서 그는 이념을 가리지 않는 전문 칼잡이였다. 그는 여주 지청장 시절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기용설은 중도 확장을 노린 걸까. 아니면 이념과 상관없는 지인 챙기기일까. 보수정권 재창출을 고민하는 걸까. 총선 참패로 식물 정권이 됐다. 보수 유권자들마저 편을 갈라 책임론 공방을 벌이는 동안 집권당은 회복될 수 없게 무너져 간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04-28

맹견 사육허가제

우정구 논설위원 이달 24일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 인근의 작은 마을에서 생후 15개월 된 남자아이가 맹견 핏불테리어 2마리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이 사고는 마을 외딴 이층집 마당에서 일어났는데, 아기의 어머니가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순식간에 벌어졌다. 아기의 어머니는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해당 맹견은 동물보호소로 옮겨져 안락사 여부를 결정받는다고 한다.일반적으로 맹견이라함은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개를 말한다. 특정한 상황이나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여 사람이나 동물에게 심각한 위협을 주는 개다.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탠퍼드셔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이 해당되며 우리나라에선 동물보호법에 따라 해당 맹견이 외출시에는 반드시 입마개를 해야 한다.4년 전 서울 은평구 한 골목길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 로트와일러가 산책 나온 소형 스피츠를 물어 죽인 사고가 발생했다. 스피츠는 로트와일러의 공격을 피해 견주 뒤로 숨었으나 끝내 물려 숨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견주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줄을 이었다.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27일부터 맹견을 기르는 사람은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맹견에 대해서는 책임보험 가입, 동물 등록, 중성화 수술의 요건을 갖추도록 법을 강화했다.미국서는 개에 물려죽는 사람이 매년 500명 정도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서도 매년 2000건 이상 개물림 사고가 벌어진다. 맹견이 아니더라도 개는 일반적으로 공격성을 갖고 있다. 맹견관리를 강화한 조치는 잘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28

인문학 강연 소회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언제부턴가 불어닥친 인문학 열풍이 요즘도 상당하여 곳곳에서 다채로운 강연이 펼쳐지고 있다. 수많은 사립대학이 앞장서서 인문대학을 폐하고, 인문학 전공 교수들을 저잣거리로 내몰고 있는 상황과 현저히 모순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인문학의 뿌리이자 근본인 인문대학이 사라지는 형국이니, 인문학 열풍도 머지않아 스러질 것이 자명하다.세계 곳곳에 이른바 ‘한류열풍’이 분다고들 입에 게거품을 물지만, 그것은 상업주의와 결탁한 부분적인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세기 90년대 중반에 몰아닥친 세계화 광풍이 신자유주의 바람을 후폭풍으로 동반한 결과가 물신-배금주의 풍조다. 물적(物的)으로 풍족하지 못한 시절에도 잊지 않았던 정신과 영적인 가치와 의미가 급속도로 퇴락의 길을 걷고 있다.그 무렵 전국 인문대학장들이 시대를 통탄하고, 인문학의 가치를 고양해야 한다는 선언문까지 작성하여 배포하지만, 상황은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걸어왔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하고, 전국의 철학과와 국문과가 간판을 내리는 지경까지 이른다. 그런 풍경이 요즘엔 일상사가 된 것이니, 새삼 돌이켜보면 가슴에 생채기만 깊어질 따름이다.그런 와중에도 전국적으로 시작된 인문학 열풍은 도회와 농어촌을 가리지 않고 불어와 곳곳에 강연회가 성행한다. 나 역시 2008년부터 지금까지 멀리는 경기도 오산부터 가까이는 창녕과 부산까지 강연하러 다니고 있다. 거기서 만나는 청중은 크게 두 부류로 갈린다. 호기심으로 들른 사람들과 알고자 하는 열망으로 참가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전자는 한두 번 강연회에 왔다가 ‘핫바지 방귀 새듯’ 사라진다. 삶과 일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문학의 고담준론(高談峻論)에 아까운 시간과 정열을 낭비할 이유가 없어서다. “삶을 돌이키지 않는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설파한 소크라테스의 2400년 전 가르침이 여전히 유효하구나, 하는 깨달음을 불러오는 사람들이 그들이다.후자는 계 모임 하는 사람들처럼 무리 지어서 이곳저곳으로 사냥감을 찾듯 배회한다. 그들은 인문학 강연에 빠짐없이 출근한다. 그런 성실성과 근면함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고자 한다. 그것은 귀만 가지고 강연회에 오면 별로 남는 게 없다는 사실이다. 오직 듣기만 하여 그 자리와 작별하면 피와 살이 될 자양분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만일 고전 그리스의 서사시와 비극이 강연 주제라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야’, 그리고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은 미리 읽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강연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전제를 소화한 청중과 그냥 참여한 청중 사이의 거리는 측량 불가다. 특히 강연이 끝난 뒤 가슴이나 의식에 남은 기억은 현저히 다를 수밖에 없다.낯익은 청중과 만날 때면 그들에게 조용히 말한다. “강연을 듣는 것도 좋지만, 책을 꾸준히 읽고 기록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훨씬 쓸모가 있습니다.” 강연을 듣는 일은 쉽지만, 책을 읽는 것은 굳은 의지의 소산이다. 독서와 청강의 양립이 인문학 소양 습득의 지름길이다.

2024-04-28

與野, 오늘 영수회담을 ‘협치’의 계기로 삼길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오늘(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을 한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공식 회동을 하는 것은 2022년 5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회담은 오찬이 아닌 차담(茶談) 형식으로 오후 2시 열린다. 난항을 겪었던 두 사람의 회동은 ‘이 대표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윤 대통령 뜻과 ‘의제 합의를 접어두고 먼저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에 따라 성사됐다. 관심사는 이 대표가 제안할 의제다. 이 대표는 우선 주요 총선공약이었던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과 이를 위한 추경편성, 그리고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한 각종 특검수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직접 거론할지가 주목된다. 최대현안인 ‘의료공백’과 관련한 의제도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와 민주당도 의대증원 필요성에는 공감하기 때문에 의료파국을 피하기 위한 대안이 전격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의 경우, 첫 회담에서는 이 대표의 제안을 경청하는 것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 쟁점 법안에 대한 합의는 여·야·정 협상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오늘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한 국민기대는 크다. 그동안 ‘얽힌 실타래’와 같았던 현안이 풀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첫 회담에서 실질적 성과가 나오긴 어렵겠지만, 이제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사실상 국정 파트너로 인정한 만큼 두 사람이 자주 만나 대화하는 것 자체가 ‘증오정치’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오늘 회담이 그동안 국민에게 보여준 오만·불통 이미지를 바꿀 주요 기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으로선 민심의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하고,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려면 야당과의 협치가 기반이 돼야 한다. 이 대표도 21대 국회가 ‘협치’로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대통령실, 그리고 여당과의 대화와 소통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은 첫째도 둘째도 민생을 살리라는 것이다.

2024-04-28

경산에 대형 아웃렛, 지역경제 마중물 돼야

경산시의 오랜 숙원 중 하나인 경산지식산업지구 내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 유치가 가능권에 들어왔다.산업통상부는 지난주 경제자유구역위원회를 열고 대형 아웃렛 유치가 가능한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계획 변경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당초 연구개발(RD) 및 제조업 위주의 산업시설단지에서 지식산업, 서비스, 유통 등이 가능한 복합경제산업시설로 개발계획안을 변경한 것이다.경산지식산업지구는 2008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후 경산시 하양읍 대학리와 와촌면 소월리 일대 약380만㎡ 규모에 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다. 현재 166개 기업과 7개 국책연구기관이 들어와 있다.하지만 문화와 여가생활을 영위할 정주 여건이 미비해 인근에 10개 대학 10만여명의 학생들이 있음에도 우수한 인력자원들이 대도시로 매년 빠져 나가고 있다.경산시와 경자청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사업지구 내 일부시설의 변경을 산자부에 건의했고, 2020년에는 신세계사이먼과 투자양해 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신세계사이먼은 1200억원을 투자해 2023년 개장을 목표로 프리미엄 아웃렛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그러나 유통상업시설 유치는 본래 목적과 다르다는 이유로 산자부가 반대해 대형 쇼핑몰 유치는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다. 이번에 산자부가 계획안을 변경함으로써 드디어 이곳에 대형 프리미엄몰 유치가 가능해진 것이다.조현일 경산시장은 26일 쇼핑몰 조성을 공약으로 내세운 조지연 22대 국회의원 당선자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쇼핑몰 입주와 연계해 경산지식산업지구를 청년들이 머무는 성공한 복합도시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프리미엄 쇼핑몰 입점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대형유통업체들의 물밑 경쟁도 예상이 된다. 경산시는 이곳에 전국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 쇼핑몰을 조성한다는 각오로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곳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마중물이 돼야 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지역대학생들의 취업기회의 장으로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또 인구소멸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경산지식산업지구가 성공리에 마무리돼야 할 것이다.

2024-04-28

낭비와 헛일 그리고 행복

신일철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주어진 시간과 자원을 헛되이 사용할 때 우리는 “낭비했다 또는 헛 일 했다”라고 이야기 한다. 열심히 무엇인가를 했는데 원하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 때 실망감과 허탈감 속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라는 재생불가능한 소중한 자원이 아깝기도 하고 그 시간 속에 투입된 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서 더욱 아쉬울 것이라 생각된다. 미국 달러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 중 대통령이 아닌 인물은 10달러의 알렉산더 해밀턴과 100달러의 벤자민 플랭클랜 두 사람 뿐이다. 1706년 양초를 만드는 집안의 15번째 아들로 태어난 벤자민 프랭클린은 인쇄업에 성공하였고 정치인이자 과학자 그리고 발명가로서 두루 많은 업적을 남겨 ‘미국인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8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기 자신을 완벽히 다듬어 나가기 위해 침묵과 결단, 절약과 근면 등 13가지의 덕목을 정하고 매일 이를 확인하고 지켜나갔다.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소지하고 있는 프랭클랜 다이어리(일상 기록부)로 개인의 목표 설정과 시간별 일정관리를 돕기 위해 프랭클린의 덕목을 기반하여 고안되었다.상대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 이외에는 필요없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고 모든 일은 시간을 정하고 지키며, 결심한 일은 반드시 실천하는 것을 기준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라는 원칙하에 하루하루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새해 계획 등 무수히 많은 계획을 세우고 포기하고 일부는 바꾸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걷다 보니 제자리”라는 생각을 매년 가지게 된다. 그 이유는 목표를 잘못 세웠거나, 이를 구체화하는 실천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계획을 수립했더라도 실천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루 하루의 삶을 영위할 때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 인생의 절반을 회사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시간관리는 매우 소중하다. 그 구성은 연간 목표를 세우고 이를 분기계획으로 다시 월간 계획으로 세우는 구조이다. 일상행동으로 묘사되는 주간 계획이 매일의 활동계획으로 연결되면 이러한 목표의 체계적인 달성이 이루어지는 것이다.시간의 흐름과 변화속에 우리는 어떠한 가치를 싣고 지혜를 발휘해야 할까?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리의 걸음걸이도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이동해야 하고, 조금씩 변화가 보여야 한다. 이런 변화가 하나씩 쌓여 크고 작은 목표를 이루고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자아 성취는 가치 있는 인생의 산 결과물의 하나이고 이를 통해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은 일주일에 168시간으로 구성돼 있고 이중 하루 평균 7시간의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119시간이 활동하는 시간이다. 시간은 지구상의 모든 인류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 이 시간과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 가는 개인의 인식과 판단으로 결정된다. 분명한 것은 흐르는 시간이라는 배 위에 자원을 활용하여 어떠한 가치를 만들고 인생이라는 항로는 개척해나가야 할 것인가를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 “나는 잘살고 있고 행복하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2024-04-28

25만원의 얼굴

유영희 작가 더불어민주당에서 총선 기간에 발의한 전 국민 25만 원 지역 화폐 지급에 대해 논란이 많다.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고 개혁신당과 민노총,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사까지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실질소득을 보충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 화폐라서 실질적인 민생 회복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코로나19 때 재난지원금 14조 원 이상을 풀었지만 전체 투입 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을 뿐이고, 고소득 계층은 소비 변화의 폭도 크지 않았다고 하면서, 전 국민을 지원하는 방식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이런 논란을 보면서, 나에게 25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니기에 주면 좋지 하는 마음도 있지만, 단 1회만 주는 25만 원으로는 실질소득 증가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13조 원의 예산을 이렇게 써도 되는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미 작년 재정적자가 87조 원이라고 하니 더 걱정스럽다.그래서인지 13조 원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용혜인 의원의 보충 설명이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반대입장과 맞장토론이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러다가 인플레이션 공부까지 하게 된다.총 6부로 진행되는 EBS1의 ‘돈의 얼굴’ 중 지난주 방영된 3부 ‘돈이 떨어졌습니다’에서는 인플레이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영상에 나오는 어느 노동자는 월급이 80만 원일 때가 더 행복했다면서 지금은 월급이 두 배로 올랐지만 물가는 더 올라서 오히려 그때가 더 좋았다고 말한다.실제로 제작진은 M사 햄버거 가격 변동을 보여주며 인플레이션의 위력을 증명해준다. 1960년에는 45센트로 햄버거 한 개를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2분의 1조각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정말 물리적으로 객관적으로 우리 삶이 팍팍해졌나 하는 의문도 든다. 이런 의문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이 영상에 흥미로운 댓글이 달려 있다. ‘지금은 부모 세대보다 노동시간이 줄었고, 지난 50년간 명목 임금은 100배 이상 올랐으며, 공산품 물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임금 상승 비율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아졌다.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는 주요 원인은 물가가 아니라 집값, 정확하게는 땅값인데, 서울의 강남 땅값은 3천 배 올랐다. 물가가 오른 것이 아니라 욕망이 많아졌다.’ 실제로 2020년 동아일보에도 짜장면 50배, 돼지고기 133배 오를 때, 1인당 소득은 415배 늘었는데, 그래도 통장이 텅장 되는 이유는 집값과 소비 욕구 때문이라고 분석해놓은 기사가 있다.이런 자료를 보면, 25만 원이라는 지원금이 인플레이션 조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그러나 87조 원 재정적자 상황에서 13조 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고, 매출 증대 효과가 미흡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겠다. 혹시나 돈을 풀어서 정부만 이득을 본다는 토마스 사전트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원금 방식은 더욱 신중해야 할 일이다.

2024-04-28

하여간, 뭐든지 간에

이희정 시인 안다고 우쭐할 것도 없고알았다고 깔깔거릴 것도 없고낄낄거릴 것도 없고,안다고 알았다고우주를 제 목소리로 채울 것도 없고누구 죽일 궁리를 할 것도 없고엉엉 울 것도 없다뭐든지 간에 하여간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그게 활자의 모습으로 있거나망막에 어른거리는 그림자거나풀처럼 흔들리고 있거나그 어떤 모습이거나사람으로 붐비는 앎은슬픔이니….― 정현종,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전문 (‘한 꽃송이’, 문학과지성사)1992년에 발간된 정현종 시인의 시집 ‘한 꽃송이’에 수록된 이 시는 어렵지 않게 읽힌다. 하여간 단박에 읽히는 행간은 읽을수록 점점 더 쓸쓸해지고 점점 더 냉소에 다가가고 있다. 아름답고 쓸쓸한 내면의 슬픈 고백이다. 이때 슬픔이라는 고백은 어떤 지향점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의 뒷걸음질 같은 아이러니한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말하자면 이 시는 내면의 로드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안온한 체념과 정직한 성찰의 분위기가 묘하게 공존하는 이 시는 제목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가 환기하는 정서부터 예사롭지 않다. 온통 통념에 휘둘리는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관찰과 성찰을 대변하는 세계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시인이 던지는 질문들은 “활자의 모습”이거나 “망막에 어른거리는 그림”이거나 “풀처럼 흔들리는 / 그 어떤 모습”이건 모두 슬픔이라고 했다. 설령 그것이 어떤 대단한 명성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잠깐 머물거나 짧게 경험할 수 있을 뿐 결국은 사라져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 시의 정조는 내내 허무하고 쓸쓸하다. 실제 사람의 삶을 채우고 있는 것들은 본질이 아니라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사람을 좋아해서 어울리기를 즐겨하지만, 한편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 누구든 그렇지 않을까. 지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지지 않으려는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 적은 없는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창과 방패를 도구로 공격적으로 맞설 것인가. 방어하는 자세로 지독한 디펜더가 될 것인가. 사람은 과도한 경쟁사회에 내몰리게 되면서 피할 수 없는 이 두 가지의 의식적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사람으로 붐빔 가운데의 앎”은 허명을 단 욕망이 서로 쟁투하는 공간의 그림자를 적출해 보이기도 한다.“사람과 사람이 붐비는 앎”이 주는 피로도는 높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자질이 다양한 것만큼 사람을 견디는 일은 고통스럽다. 세상의 절반이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하며 남을 조롱하지만 실은 절반이 어리석다.사람에 관해서 때로는 모른 척하는 것이 지혜이고 미덕이라고 조언하는 처세술에 관한 책들이 넘쳐나는 현실은 지독한 블랙코미디이다. “안다고 우쭐할 것도 없고 / 누군가의 사람의 치부를 알았다고 깔깔거릴 것도 / 낄낄거릴 것도” 없다. 그 상대가 경쟁자이거나 경계를 침범한 불안의 대상이라면 그 목청은 높아지기 마련일 터인데 그렇다 해도 “우주를 제 목소리로 채울 것도 없”는 것이다.시인은 자전 시론집 ‘숨과 꿈’에서 자기 자신 안에 상반되는 힘의 갈등이나 나와 타인의 갈등, 이상과 현실의 불화로 인한 갈등. 세대간 혹은 이념과 계층 사이의 갈등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여러 불화와 갈등이 사람과 사람에게 붐빈다고 했다.1965년 등단한 정현종 시인(1939)은 참혹한 이데올로기의 폭풍 속을 관통하면서도 그 한편에서 자유의지를 노래하고 철학한 시인이다. 무거운 것을 가볍게 들어 올리려는 노력이 문학의 힘이고, 시라고 했다. 그 힘은 결국 그 자신에게 나온다고. 이 시를 여러 번 반복해 읽다 보면 니체의 ‘위버멘쉬’가 자연스레 떠오르게 되는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면 이 시의 제목이 궁구하는 세계를 인식하게 된다. 슬픔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슬픔의 그림자가 내내 일렁이는 이 시는 그러한 슬픔을 경유하는 현재를 보여주는 듯하다.“뭐든지 간에 하여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2024-04-28

지역발전은 교육에서부터

김학동 예천군수 동네에서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은 어김없이 도시로 떠나고 그곳에서 공부하고 그곳에서 자리 잡는다. 교육격차로 인해 발생한 인구 유출은 결국 일자리까지 이어져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예천군은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 발전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지정과 평생학습 도시 선정 등의 성과를 얻으며 교육명품 도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인재가 떠나지 않는 예천‘교육발전특구시범지역’ 선정으로 예천군은 대학, 기업, 공공기관 등 지역 주체들과 협력해 공교육을 발전시키고 지역 산업 인프라와 연계해 교육과 일자리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먼저 초등학생들의 방과 후 돌봄을 책임지는 온종일 돌봄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경상북도 교육청과 함께 경북형 돌봄거점센터 구축과 늘봄학교 운영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돌봄 공백으로 인한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고 교육 복지의 기초를 닦는다.또 K-인문 교육을 활용한 공교육 혁신모델을 정립한다. 중·고등학교 인성교육과 학력 신장을 위한 혁신 체계를 만들고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중심의 IB 교육과정을 시범 도입한다. 이를 위해 먼저 IB 수업 탐구학교를 선정해 운영하고 향후 공모를 통해 확대해가며 공교육 안에서 인성교육과 학력 신장 모두 공고해지는 환경을 조성한다.또 지역 기반 산업과 연계한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해 나간다. 지역산업과 연계한 학제 개설 및 운영으로 지역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일자리로 연결해 인재들이 지역에 남아 발전을 이끌어가는 환경을 만들어간다.△ 평생 학습 기반 구축예천군은 ‘인재양성, 화합정주, 생애설계, 기회균등, 미래 창조’의 5대 추진 전략 아래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학습 욕구 충족을 위해 평생 학습 체계를 구축해 왔다.평생학습관과 경북도립대학교 평생학습원, 경북도민 행복대학교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평생교육지도자와 전문가 양성, 학습동아리 육성과 재취업 교육, 산·관·학 연계 교육, 찾아가는 마을 평생 교육 등을 통해 군민 역량개발과 미래 학습도시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또한 배움에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청각장애인 미술 교육, 시각장애인 노래 교실 등 장애 유형별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성인 디지털 문해 교육, 읍면 행복학습센터, 노인대학, 예천군민 아카데미 등을 통해 지역민의 다양한 교육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지역 발전은 교육에서돌봄 공백이 줄어들고 공교육이 공고해지면 교육을 위한 인구 유출이 줄어들고 출생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구는 지역 발전의 가장 근본이며, 우수한 인재 양성은 지역 경쟁력의 필수적인 요소다.예천군은 이를 위해 온종일돌봄체계 구축을 준비하고, 초·중·고 학력 신장과 함께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미래교육지구사업과 창의적인재양성사업으로 단샘마을학교와 봉사단을 운영해 아이들의 방과 후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내고장 탐방, 청소년 꿈키움 탐방, 청소년 성장캠프 등을 추진하고 있다.또 초·중학교 독서골든벨, 고등학교 맞춤형 진학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교학점제를 대비해 다양한 공동교육 과정을 운영한다.군은 앞으로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위해 방과 후 특화 교육 과정과 대입 맞춤형 컨설팅을 추진할 계획이며, 글로벌 시대 어학 능력 배양을 위해 영어 원서 독서 교실, 원어민 영어교실 운영을 적극 검토 중이다.교육은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며, 최대한 배움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생애주기에 맞춘 교육으로 군민의 역량과 경쟁력을 높여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2024-04-28

더위에 약이 되는 운동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지난해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기록은 올해 바로 깨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 기상청은 2년 연속 새로운 평균기온 기록이 세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3~2027년이 역대 가장 더운 5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이처럼 더운 날씨와 상관없이 야외에서 매일같이 운동을 하는 마니아들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영 등 바이러스 전염성이 높은 실내운동보다는 자전거, 골프와 같은 야외스포츠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직 4월인데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고 있다. 점차 더 덥고 습한 날씨가 예상되는 가운데, 고온의 환경에서 운동이나 스포츠 활동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 해야 약이 된다.더운 환경에서 운동을 할 때는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피로다. 피로가 온다는 것은 흡수되는 수분과 염분의 양보다 배출되는 양이 더 많다는 의미다. 특히 급격한 땀 배출로 탈수현상이 생겨 심폐기능이 평소보다 빨리 저하된다. 그 결과 유산소성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피로가 빨리 오게 된다. 피로는 몸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 신호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운동이나 스포츠 활동을 계속하는 경우 열 관련 질환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열 관련 질환으로는 열경련(heat cramps), 열탈진(heat exhaustion), 열사병(heat stroke) 등이 있다.열경련은 발한으로 인해 염분이 과도하게 소실된 경우 발생한다. 더운 날씨에 축구나 농구 등을 하다가 다리에 쥐가 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땀이 많이 나는데 맹물만 계속 마시며 운동을 하면 생기기 쉽다. 일반적인 경우에 의식은 또렷하지만 피로감과 근육의 경련을 호소하게 된다. 이럴 때는 맹물 대신 소금기가 있는 물이나 이온음료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열탈진은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운동을 계속하면 땀으로 수분과 염분이 함께 소실되면서 발생한다. 그 결과 몸의 혈액량이 줄어들어 저혈압성 쇼크와 비슷한 증상이 발생한다. 빠른 맥박, 구역 또는 오심, 구토 증상을 보이며 심한 경우 실신하기도 한다. 피부가 건조하고 뜨겁지만 체온이 39도를 넘지는 않는다. 응급처치를 위해서는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하지를 상체보다 조금 더 위로하는 쇼크자세를 유지하고 이온음료 등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열탈진이 진행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고온에 노출되면 중심체온이 높아지는 열사병에 이르게 된다. 이 경우 체온조절 기능이 마비되어 체온이 계속 상승한다. 그 결과 체온이 41도 이상까지 오르고 땀도 나지 않으며 중추신경계 마비 증상도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열사병 환자는 우선 찬물에 몸을 담가 체온을 39도까지 떨어뜨리는 게 중요하다.노인의 경우에도 쉽게 탈수가 와서 열 관련 질환이 잘 발생한다. 특히 열에 대한 인지가 잘 되지 않아 갑자기 실신하기도 한다. 암환자도 주의가 필요하다. 암 치료과정에서 구토 및 설사를 겪고 있다면 탈수가 되기 쉬우므로 운동을 쉬거나 안전하게 해야 한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에게는 야간운동이 좋다. 뇌졸중 위험과 심장병이 있는 사람도 새벽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야간운동은 불면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수면 1시간 전에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더위에 약이 되는 운동을 하려면 본격적인 운동 전에 신체의 적응과정이 필요하다. 같은 양의 운동을 하더라도 고온 환경에서는 심장박동수와 체온이 많이 상승하여 피로감을 쉽게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신체의 적응을 위한 철저한 준비운동이 필수적이다. 준비운동은 낮은 강도에서 동적 체조나 스트레칭 등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준비운동을 하면 신체가 운동에 점차 익숙해져 혈액량이 증가하고 산소공급도 원활해진다.고온 다습한 환경에서의 운동은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의도적으로 수분을 보충하는 게 필요하다. 수분뿐만 아니라 염분도 충분히 섭취하여 고온에 의한 인체 손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운동 강도와 운동량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으나 하루에 5~8리터의 수분과 3~5그램의 염분을 추가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물은 온도가 4~5도일 때 위에서 섭취 효율이 높다. 포도당, 과당 등 단당류보다는 미네랄이 함유된 스포츠 이온음료가 흡수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든 음료는 이뇨작용으로 오히려 탈수를 부추기므로 금하는 것이 좋다.곧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극한의 더위가 다가온다. 다이어트 등 운동의 효과를 높이겠다고 운동량을 늘리는 사람에게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운동량이 적당하다. 습도가 높은 날은 운동량을 10~20% 더 줄이는 게 좋다. ‘30분 운동, 10분 휴식’ 등 개인의 건강과 체력에 맞게 운동과 휴식 시간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만성질환자는 열로 인해 인체 기능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24-04-28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사례] 21세 된 남자 대학생이 초시에서 한 과목을 낮은 점수를 받아 재시를 치르게 됐다.재시를 잘 치러야 F 학점을 면할 수 있는데 “나는 실패자야”라는 생각이 들고 “나는 또 실패할거야”라는 생각이 들어 재시 준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우리는 어떤 사건을 마주할 때 전체를 바라보지 않고 어떤 한 면에만 사로잡혀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또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있을 때 그것이 사실처럼 느껴진다. 그 생각이 시키는 대로 휩쓸려 자신을 잃어버리면 그 생각을 나와 동일시시켜 그 생각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앞의 사례를 살펴보면 그는 한 과목에서만 낮은 점수를 받았지, 사실 다른 과목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았다.전체성이 없는 일부의 정보만으로 자신은 실패자라는 판단의 오류를 범했다.또한 이 ‘실패자’라는 생각도 지금 이 순간 드는 생각일 뿐 사실도 아니고 그 자신도 아니다.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어떠한 생각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멸(生滅)하는 것이며 영원하지 않다.떠오르는 생각이 사실이거나 자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하나의 정신적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모든 생각은 단지 정신적 사건이고 생각들은 사실도 아니고 자기 자신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이전에는 자신의 생각을 사실이라 믿고 자신과 동일시했지만 생각이 사실이 아니며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자신과 자신의 생각을 탈동일시 할 수 있게 된다.순간순간에 경험하는 생각이 무엇이든 생각을 따라가려 하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단지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또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그저 바라보라.만약 생각이 오고 가는 것을 판단하지 않고 그냥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그 어떤 생각이 우리에게 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생각을 그냥 지나가도록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자신과 자신의 생각을 탈 동일시를 자각하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던 과거의 자동적인 반응에서 벗어나 탈 자동화하게 된다.탈 자동화를 통해 자동적 반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비로소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수용하게 된다.모든 것은 지나간다. 낮이 왔다가 밤이 되고, 밤이 왔다가 다시 낮이 되는 것처럼 지나온 인생 역시 좋은 시절이 있으면 나쁜 시절도 있고, 나쁜 시절이 있으면 좋은 시절이 있었다.가슴이 벅차오르던 기쁜 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결국에는 희미해지게 되어 있다.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는 사실을 잊을 때가 많다.그러한 마음은 일종의 착각과도 같은 것이다. 굳이 멀리서 볼 것 없이 자신의 지나온 삶을 한번 되돌아보면 된다.어떤 생각이 우리에게 왔을 때 한 발짝 물러나 그 생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정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고 선택할 수 있다.내 삶에서 바꿀 수 없는 부분은 의연하게 수용하고,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용기를 가지고 바꾸면 된다.지금 이 순간 자기 주체적으로 존재하고, 지금 이 순간 내 삶에서 바꿀 수 있는 정말로 필요한 일에 전념하면 된다.앞의 사례에서 살펴보면 이미 초시를 잘 치르지 못한 일은 바꿀 수 없다.초시를 잘 치르지 못한 상황은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지금 바꿀 수 있는 정말 필요한 일인 재시를 잘 준비하는데 전념하면 된다.초시를 잘못 본 상황을 작은 실패라고 본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실패할 일이 많다.실패는 우리가 더 잘 배우고, 더 잘 성장하고, 더 잘 성공할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이다. 사실 실패는 작은 성공이다. 작은 성공들을 저축해야 한다.자신의 실패를 또는 불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세상에 일어나지 못할 일이란 없다. 때로는 상식에 비추어 보아도 이해가 잘 되지않는 일조차 실제로 벌어진다.그런데 “반드시 성공해야한다” 또는 “그럴 수는 없다” 라는 생각 속에는 집착이 자리 잡고 있다.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고 누구든 부족함과 실수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 불운이 올 수도 있다.“그럴 수도 있다” 고 생각하면서 자신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의연하게 수용해야 한다.“생각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은 우리가 가지는 생각의 모든 것을 사실이라 믿고 자기 자신과 동일시 하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이다.특히 부정적인 생각은 단지 그 순간의 생각일뿐, 사실이 아니고 나 자신도 아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2024-04-28

사회질서 교육이 필요하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저녁을 먹고 밤바다 모래밭을 맨발로 걷으려고 나섰다. 작은 마트 앞을 지나는데 중3 학생인 듯한 남자애 3명이 그 옆 건물의 닫힌 문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웃으며 라면을 먹고 있었다. 반듯한 차림새에 책가방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 속으로 ‘참 별난 녀석들이네….’하며 힐끗 보는데, 눈이 마주치자 미안한 듯 ‘저 가게가 복잡해서요’한다. 길거리 식사, 학생 때는 그런 낭만도 있어야지 하며 웃어주었다. 그리고 해변을 한참 걷고 집에 오면서 그곳을 지나는데 계단 구석에 쓰레기가 보인다. 녀석들이 먹었던 라면 그릇과 휴지들이 버려져 있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쓰레기 버리는 곳이 있는데….그러잖아도 조금 전 해변에 즐비한 유흥음식점 밖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젊은 남녀들과 그들의 발밑에 버려진 담배꽁초들이 하얀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광경을 보며 ‘도대체 학교에서 뭘 배웠나!’ 하고 왔었는데…. 요즘 젊은 학생들의 행태에서 예의범절이 사라진 모습을 많이 보며 우리의 교육이 어딘가 잘못이 있음을 느낀다. 그냥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는 생각으로 공부, 그러니까 지식 충전에만 열중하는 현실이 아쉽고 사회인으로서의 교양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지하철을 타다 보면 흔히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있다. 노인들이 타면 으레 노인석에 앉게 되겠지만, 자리가 없어 일반석으로 가면 아무도 선뜻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더욱이 학생들은 휴대폰에 머리를 묻고 모른 체 한다. ‘노인들은 구석진 경로석으로 가쇼’라고 말하는 듯 어떨 때는 흘낏 올려다보고는 또 머리를 묻는다. 경로 정신이 많이 부족한 탓이다.교육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또한 바람직한 인성과 체력을 갖도록 가르치는 것’이라는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그 바람직한 인간이 갖추어야 할 지덕체(智德體) 교육 목적은 시대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기에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교육, 가정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참된 사회적 윤리는 훌륭한 가치를 가진다고 본다.25일은 ‘법의 날’이다. 준법정신을 앙양하고 법의 존엄성을 진작시키기 위해 60여 년 전 제정되었다. 옛날 기자조선 때는 ‘팔조금법(八條禁法)’이라 하여 8개의 조항만으로 사회질서가 유지됐겠지만 이후 불교와 유교 등의 가르침으로 도덕과 윤리가 나라의 근본 질서를 유지했었고 민주국가가 된 지금은 수백 명의 국회의원들이 제안해 내는 많은 법이 우리의 일상을 보호 또는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인간의 자유는 원하는 것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데 있다.’라고 프랑스 철학자 루소는 말했다. 우리들은 자유를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 즉, 방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느끼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우리의 교육목표는 홍익인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고, 그 교육 방향 또한 ‘백년지계(百年之計)’라 했듯이 거시적이고 장기적 안목으로 수립해야 한다. 요즘 우리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것도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가르침이다. 자신을 갈고닦아 올바른 인성을 갖추고 난 후 집안을 일구고 나라를 다스려야 할 것이다.

2024-04-25

대한민국, 이대로 무너지는가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자유우파가 또 참패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한 야권은 벌써부터 온갖 위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공공연히 ‘탄핵’이란 말을 입에 올리고 “협치란 말은 지워라”고 하는가 하면 “국회가 사법부를 통제해야 한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국민을 대표하는 자격을 갖는다. 의결은 다수결로 할지라도 소수의 의견도 가급적 존중되고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다. 다수당이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전횡은 그런 취지를 위배하는 폭거다.여당의 참패와 폭주하는 야권의 기세에 행정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한껏 자세를 낮추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에 지면 으레 하는 말이지만, 당 대표를 비롯한 다수의 범죄혐의자들과 좌편향 이념을 가진 자들을 선택한 국민의 뜻을 수용하겠다는 것은 어폐가 없지 않다. 여당과 정부가 정작으로 존중하고 받들어야 할 것은 오히려 지지해준 45%의 민의다. 민생을 위해 최선을 다함은 물론 정부가 지향하는 노선과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계도하는 일에 힘을 쏟을 일이다.국가의 체제를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제 구실을 못 하면 나라는 무너진다.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도록 공정한 판결을 해야 나라의 기강을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사법부는 신뢰를 잃었다. 대규모 촛불 시위와 탄핵의 바람이 불었을 때 사법부도 함께 시류에 휩쓸렸으며, 특히나 문재인 정권 때의 사법부는 우리법연구회나 민변 출신의 좌편향 판사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앉아 편파적인 판결을 자행해서 뜻 있는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선거법 위반 판결을 미루고 미루어서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한 재판지연이나 구속적부심의 불공정성 등 사법부의 편파성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나라의 운명은 결국 국민의 손에 달렸다. 입법, 사법, 행정부가 제 구실을 못 할 때는 최종적으로 국민이 선거로 심판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이 잘못된 이념에 물들거나 포퓰리즘·프로파간다에 부회뇌동 한다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다. 지금의 야권을 형성하고 있는 세력은 바로 그런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위협하는 무리들이 주축이다. 공공연히 사회주의자임을 내세우거나 친북·반미 활동의 전력을 가진 자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그들이 입법부를 장악하고 그 위세로 국가 정체성을 와해시키려는 것이다.이번 총선에서 노정된 가장 심각한 현상은 국민들의 의식이 피폐해져 있다는 것이다. 비리와 부정을 저지른 자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을 선택하는 비정상을 보인 것이다. 그게 바로 상식과 규범을 무시하는 좌경화의 특징이다. 정권이 바뀌어서 겨우 중심을 잡아가는가 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시 좌측으로 몰리면서 기울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다.

2024-04-25

의료개혁특위 출범, 의정갈등 돌파구 찾길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출범했다. 여기서는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수가 등 보상 체계 공정성 제고를 핵심으로 하는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의대 증원 규모는 다루지 않으나 현재 심각한 상황에 빠진 의정갈등을 고려해 증원규모와 관련한 의료계의 통일된 안이 제시된다면 특위의 의제에 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의료계의 적극적 참여 여부에 따라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백지화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특위 불참을 밝혀 의정 갈등 해소는 여전히 안갯속이다.지난주 정부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에 따라 2025학년도 각 대학별 의대 증원 규모를 50∼100% 범위 내에서 자율모집토록 허용했다. 정부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피해를 방지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민과 환자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자율조정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경북대는 학장 회의를 통해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정부 발표의 50%만 반영한 155명으로 결정했다. 영남대와 계명대는 증원분의 100%를 반영키로 했으며 대구가톨릭대도 100% 반영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와 별개로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반대해 지난달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했던 의대교수들이 25일부터 순차적으로 병원을 떠난다고 밝혀 의료대란이 불가피하다. 지역의 5개 의대에서는 아직 구체적 움직임이 없으나 내부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여 불안한 상태다.정부가 2000명 증원에서 한발 물러서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의사단체들은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만 되풀이하고 있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의정 갈등이 두 달을 넘기면서 환자들의 불편과 고통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알 수 없다. 의료개혁특위 출범을 계기로 의정갈등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어느 누가 승리해도 승리가 아닌 것이다.

2024-04-25

野 ‘입법폭주’에 무기력한 여당, 집권당 맞나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초강경 기류로 온 나라가 혼돈상태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이 ‘식물 정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난다. 민주당은 여당의 반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독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한 쟁점법안을 21대 국회에서 모두 처리하겠다는 태세다. 이러한 민주당의 강경 자세 때문에 이번 주 계획됐던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마저 깨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민주당은 다음 달 2일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이 그동안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쌍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 등 9개 법안)을 비롯해 ‘채상병특검법’, 전세사기피해특별법 등 쟁점법안을 단독처리할 예정이다. ‘여야 협치’의 첫걸음으로 인식됐던 영수회담도 민주당의 과도한 의제요구로 회담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23일 첫 실무회담 후 ‘민생 문제 해결’을 의제로 삼겠다고 발표했으나,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각종 특검 법안(이태원 참사·채상병 사망 사건·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및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거부권 자제 등을 요구해 협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22대 국회에서는 야권의 강경노선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기간 중 ‘대통령 탄핵’이 거론됐을 정도로 강경성향의 인물들이 대거 원내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야권과의 소통을 강화해 작은 협조라도 얻어내야 할 여당이 무력감에 젖어 있는 것은 문제가 많다. 지금 국민의힘 분위기를 보면, 역대 최악의 총선 성적표를 기록한 여당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한가하다. 보수정당 존립을 위한 반성은커녕 다시 친윤 원내대표를 뽑아 총선이전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민주당이 민심을 내세워 국회권력을 남용하는 것도 비판대상이 되지만, 여당의 안이한 자세는 더 큰 문제다.국민의힘은 앞으로 민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국정이 마비된다는 현실을 철저히 깨닫고, 여야 협치를 실현하는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2024-04-25

기본소득 25만원

우정구 논설위원 기본소득이란 재산이나 소득이 많든 적든 일을 하든 안 하든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돈이다.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복지 개념이다.2016년 스위스는 전 국민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할지 여부를 물었다. 전국민 투표 결과, 국민의 76%가 반대했다. 18세 이상 성인에게 매달 2천500 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지급하고, 어린이·청소년에게는 650 스위스프랑(약 78만원)의 기본 소득을 나눠주자는 것인데 반대가 훨씬 많았다.스위스 국민의 반대는 지금보다 세금을 2∼3배 정도 더 내야하고 현재의 사회복지제도 중 상당 부분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서라고 한다. 소득이 없거나 경제활동을 못하는 국민에게 기본소득은 큰 도움이 된다.그러나 어느 나라든 재정상 국가가 지속적으로 기본소득을 보장해 주기는 어렵다. 또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감당할지도 문제다. 기본소득으로 국민이 일할 동기를 잃어버리는 문제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놀고 먹어도 생활할 수 있으니 땀 흘려 일할 필요가 없다. 도덕적 해이는 당연하다.대통령과 영수회담에서 민주당은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최우선 의제로 삼겠다고 한다. 포퓰리즘이라는 거센 비난에도 이를 관철하려는 야당의 기세가 등등하다. 국가 부채가 1000조를 넘어 빚을 내 빚을 갚는 국가 재정은 안중에 없다.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를 두고 “25만원의 합리적 근거를 대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가벼운 경제적 인식을 비판했다. 25만원으로 민생이 살아나기도 어렵지만 국민을 달콤한 유혹에 끌어들이는 야당의 저의가 오히려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4-25

의정 갈등 때문에 나라 골병들어서야

홍석봉 대구지사장 서울의 한 식당이 인스타그램에 “당분간 의료파업에 동참하는 관계자분을 모시지 않는다. 정중하게 사양한다”는 글을 올려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유명 식당이다. 반응이 엇갈렸다. 응원 댓글도 많고 별점 테러를 하겠다는 이도 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며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식당 주는 최근 종합병원을 찾았다가 의료 파업 현장을 보고 이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쟁취하려는 게 도대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타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의정 갈등에 국민의 피로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식당주의 의료관계자 입장 거부는 상징적인 사례다.병법의 교과서 격인 손자병법은 ‘전쟁을 피하라’고 가르친다. 전쟁이 벌어지면 이기든 지든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충돌로 우리 사회가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 환자들은 제때 진료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큰 병원들은 이용객이 줄면서 손실이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한다고 예상한다. 국민 전체가 피해자가 됐다.결국,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정원 조정 문제에서 발을 뺐다. 정부가 고수하던 선에서 절반 정도로 낮췄다. 그런데 의사 단체는 이마저도 원점 회귀하지 않으면 현장복귀는 없다고 으름장이다. 원점 재논의와 1년 유예까지 주장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정부에 백기 투항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발 더 나가 전국 의대 교수가 사직과 휴진으로 압박하고 있다.의사에 대한 사회 불신이 쌓여만 간다. 이렇게 해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조선 망하고 대국 망하는 꼴이 된다. 손자병법의 전쟁을 피하라는 가르침을 망각한 후과가 너무 크다. 정부가 한발 물러선 만큼 의사들도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환자를 볼모 삼아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것은 엘리트주의의 오만이자 집단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애초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묻지 않은 것이 정부의 큰 실책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 사업은 크건 작건 간에 이해당사자와 국민의 뜻을 묻지 않고는 정책시행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집단 간의 이해가 맞물려 있을 때는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시행착오가 적다.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 숙의와 공론을 거쳐 집행해야 별 탈이 없다. 일방통행은 적만 만들고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의사단체가 만나야 한다.의정 갈등 사태에 한발 비켜서 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의료대란 해소 공론화 특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의료개혁특위와 성격은 비슷하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공론화를 통해 해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자존심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서로 밀고 당기기에는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 정부가 한발 양보한 만큼 의사들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의사도 살고 국민도 산다. 의정 갈등 때문에 나라가 골병들 수는 없지 않겠나?

2024-04-25

바람, 불다

정미영 수필가 어제부터 강한 꽃샘바람이 분다. 겉옷이 날릴까봐 양팔로 감싸고 걷는데도 옷깃을 들추며 스며드는 바람 때문에 수시로 옷섶을 여미고 있다.나무는 나와는 달리 온몸으로 바람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다. 오히려 바람의 손길에 운명을 맡긴 듯하다. 그런 연유로 벚꽃 잎이 하르르 하르르 떨어지더니 길섶마다 소복하게 쌓인다.꽃잎을 밟으며 걷는데, 문득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이 생각난다. 얼마 전에 중고등학생들과 이 시로 수업할 때였다. 나는 문학 작품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수업을 할 때에 ‘역할 바꾸기’를 자주 요구한다. 소설에서는 등장인물, 시에서는 화자와 청자의 입장이 되어 보라는 것이다.예전에는 관점을 달리해 보고 작품 속 인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웬만하면 중심인물이나 주변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옹호하고 변호를 이끌어 내는 경우가 많았다.그런데 요즘은 청소년들의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진달래꽃’ 시에서의 역할을 바꿔 생각해 보라고 했더니, 도저히 공감할 수 없다는 학생들이 늘었다. 이별하는 자체도 나와 상대방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기분이 상하는데, 떠나는 임에게 꽃을 뿌리며 축복하고, 더군다나 사랑의 승화까지 기원하는 여인의 마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감정 소모를 많이 시키고 자기들 마음에 상처를 주며 헤어졌는데, 어떻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느냐며 나에게 반문했다.민족적 한과 정서를 표현한 시인이라고 설명하면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별을 대하는 의식과 가치관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리라.“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나는 소리 내어 시를 읊어본다. 다시 한 번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밟으며 한참을 걸으니, 괜스레 시 속의 애절한 화자가 되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소소리바람 탓이려나! 학생들에게 이런 내 마음을 이야기하면 가식적이라며 야유를 퍼붓겠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오늘의 모임 장소에 다다른다.포항시립미술관 앞에서 일행을 기다린다. 차량이 밀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연락이 왔다. 환호공원을 산책하면서 기다려야지. 길을 따라 걷다가 가게에서 파는 풍선을 보았다. 풍선을 보면 꿈과 자유, 희망과 순수라는 낱말이 떠오르며 정겹다. 내 유년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풍선의 모습은 놀이동산이나 유원지에서 솜사탕과 함께 한다. 노랑, 빨강, 파랑 등 색색의 풍선이 매달려 있는 실을 놓치지 않으려고 손으로 꽉 잡고 다니면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린 마음에도 풍선처럼 하늘을 자유로이 날고 싶었나 보다.미술관으로 되돌아오는 길은 호젓한 곳으로 고른다. 새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고, 봄 햇살 머금은 나무들이 초록 잎을 반짝거린다. 기분 좋은 설렘을 안고 걷는데, 나뭇가지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는 풍선이 보인다. 어쩌나! 주변에 장대라도 있으면 구해주려는 시도라도 해보련만. 봄꽃이 사계절 동안 화사하게 피어 있는 것이 아니듯이, 풍선도 늘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나는 것이 아니다.풍선은 바람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 바람의 힘에 영향을 받아 방향을 바꾸거나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나뭇가지에 걸린 풍선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싶어 애처롭다.우리네 삶도 이와 같은 이치이리라. 내 가슴에 꿈을 담고 바람을 잘 이용해 더 높이, 더 멀리 날고 싶지만, 생활 속에 이따금 찾아오는 거센 태풍으로 인해 좌절하고 포기하고 두려워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변곡점 위에 섰을 때 바람이 불어온다면 다부지게 옷깃을 여미든가, 나무처럼 온몸으로 순응하든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내 몸 안의 세포와 감각을 온전히 열어 세밀하게 세태의 기류를 잘 읽고, 주변의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허방을 딛지 않을 것이다.내 인생에 무시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을 슬기롭게 이용해야겠다.

2024-04-24

입하(立夏)와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일곱 번째가 입하(立夏)다. 태양의 황경이 45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어린이날인 5월 5일(음력 3월 27일)이다. 음력으로는 4월의 절기다. 입하는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에 해당한다.명리학에서는 동지(冬至)를 새해로 보지 않고, 입춘(立春)을 새해로 본다. 하늘은 이미 새해가 되었지만, 땅은 입춘이 되어서야 새해가 되는 것이다. 하늘의 기운이 땅으로 내려오는데 그만큼 시차가 필요한 것이다. 입하(立夏)의 입(入)은 계절이 시작됨을 알리는 절기를 표현한다. 실제로 이전 기운인 봄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지구에서 여름이 되려면 한 달 반의 시간이 더 지나야 한다. 태양열이 지구를 데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복사열 때문이다.입하(立夏)를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涼), 맥추(麥秋)라고 한다. 초여름으로 진입하는 시기이기에 맹하(孟夏), 초하(初夏)라고도 부른다. 입하가 되면 봄은 서서히 물러나고, 산과 들은 신록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청개구리가 여름을 알리면서 울고, 땅에 숨어있던 지렁이가 바깥으로 나오는 때다. 못자리에는 벼 싹이 터져 자라고, 보리 이삭이 추수를 기다리기에 농사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시기다.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맹하(孟夏)인 입하는 음력 4월 진월(辰月)이다. 이 시기에는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진(辰) 방향을 가리킨다. 이달의 방위는 남쪽이며, 수는 7이다. 맛은 쓴맛, 냄새는 그을린 내다.입하(立夏)는 불(火)의 덕이 왕성하며, 색깔은 붉은색이다. 이달의 생물은 깃털 달린 것이고, 양기가 왕성하게 작용하면 비늘 달린 것이 사라진다. 깃털 달린 것 중에는 봉황이 으뜸이다. 하늘타리가 돋아나고, 씀바귀가 무성하게 자란다.천자는 삼공, 구경, 대부들을 이끌고 몸소 남쪽 교외로 나아가 여름을 맞이한다. 궁궐로 돌아와서는 상을 내리고, 제후를 봉하고, 예악을 정리하고, 좌우 신하들을 대접한다. 태위에게 명령하여 국가의 준걸을 천거하게 하고, 벼슬과 녹을 내린다. 토목공사를 하지 않고, 큰 나무는 벌목하지 않고, 전답과 산림을 관리하는 관원에게 명령하여 농토와 들판을 순시하면서 농사일을 권장하게 한다. 또 야생 짐승이나 가축을 멀리 쫓아내 짐승들이 곡식을 상하지 못하게 한다. 냉이가 죽고 보리가 익으면 가벼운 죄를 판결하여 경범죄로 처리한다. 때에 맞는 정령을 시행함으로써 백성의 살림살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입하 때 하는 우리의 세시풍습은 쌀가루와 쑥을 한데 버무려 쪄먹는 떡, 이른바 쑥버무리를 절식(節食)으로 먹기도 한다. 마을에 따라 색다른 음식을 마련해 농사꾼들의 입맛을 돋우기도 하였다. 속담으로는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가 대표적이다. 입하 때 못자리를 만들게 되는데, 이때 바람이 불어 볍씨가 한쪽으로 몰리게 되면 못자리의 물을 빼서 피해를 방지하라는 뜻이다.입하는 사월(巳月)의 시작에 해당하는 절기이며, 여름의 시작이다. 이때부터 나무(木) 기운을 받아 뻗어 나가던 줄기는 성장을 멈추고 화려하게 잎을 펼친다. 본격적인 불(火)의 기운이 펼쳐지기에 천지만물이 충만한 양기를 받아 성장한다. 사주에서 사(巳)가 강한 사람은 맹렬한 에너지가 돋보인다. 물러날 곳도 물러날 이유도 없어 물러서지 않는 기운이 있다. 즉, 어떤 일에도 포기하지 않는 기운을 가지고 있는 성격이 많다. 두려움과 거침이 없는 편이다.사화(巳火)의 상징 동물은 뱀이다. 뱀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어서 대체로 눈에 잘 띈다. 양기가 너무 지나쳐 발이 없이도 잘 다니고 날기도 한다.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매우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외골수의 측면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한다.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을 만든 사람은 소파 방정환(1899∼1931) 선생이다. 방정환 선생은 1923년 색동회를 발족하였다. 민족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아이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양하고, 아동문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 색동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문화 운동단체다. ‘어린이’라는 잡지를 창간하고,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해 기념행사를 시작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이 행사에서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어린이들을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자!” 그만큼 당시에 아이들에게 일상적으로 힘든 일을 시키거나, 때리고 욕하는 것이 다반사인 처참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그전에는 어린이를 ‘아동’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인식은 그 당시로는 시대를 앞서간 대단히 선구적인 생각이었다. 일종의 어린이 권리선언이다. 1946년에 5월 5일로 바뀌었다.‘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섞으며, 봄비로 생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1888~1965)의 장시 ‘황무지’의 첫 구절이다. 봄은 새싹이 돋고 꽃이 피어나며, 동물이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는 계절이다. 하지만 길고 긴 동토에서 새싹을 피우려는 고통을 인내하면서 자라난 것이다. 모든 동식물이 생존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연에 적응한 것만 생존한다. 자연의 섭리만 있을 뿐이다.입하는 생존한 것을 보존하고 육성하기 위해 수분, 영양소와 함께 따뜻한 온기와 햇볕을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자라나는 어린이에게도 이해, 배려, 보살핌, 그리고 조건 없는 사랑이 필요하다.

2024-04-24

주목받는 경북도 AI·메타버스 영화제

경북도가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국제 AI·메타버스영화제(GAMFF)가 개막전부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도가 지난 18일부터 한달간 영화제 작품 공모에 나선 결과, 미국 등 42개국에서 527편의 작품이 응모해와 일찍부터 대박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영화제라는 대중예술에 AI와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영화제는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고, 독특한 아이디어와 접목하고 있다는 점이 대중의 인기를 모은 비결이라 한다. 작품 공모에 응모한 사람들도 영화감독을 비롯해 AI·메타버스 전문가, 일반인, 학생까지 폭넓게 참여해 처음 시도하는 AI·메타버스 영화제에 대한 반응과 평가가 어떻게 나타날지 벌써 관심이다.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를 활용한 디지털 분야는 이미 우리들의 생활과는 밀접한 분야다. 앞으로 이 부분이 산업과 일상에서 더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번 영화제는 관련 분야 뿐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도 높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작품이 응모한 것 또한 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결과다.경북도가 처음 시도하는 AI·메타버스 영화제는 시대 변화에 맞는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만하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분야에서 과감한 도전을 해 흥행 대박을 얘고하고 있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철우 지사는 AI·메타버스 영화제에 대해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창작의 장”이라 평가하고 “경북도가 그 기회의 장을 제공하겠다”고 했다.영화제가 창작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하고 디지털 분야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영화제로서 가치는 충분하다. 이번 영화제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북도는 일찍부터 메타버스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AI와 메타버스에 대한 행정의 관심과 비중을 높이 두었다. 예산도 많이 배정했다. 이번 영화제는 기대만큼이나 성공적 결과가 나오도록 단단한 준비가 있어야겠다. 경북도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원전 등 신산업으로 경제 동력을 키워가고 있다. AI·메타버스 영화제가 대박 난다면 경북도의 신산업 이미지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2024-04-24

한개마을 저잣거리

홍석봉 대구지사장 ‘저자’는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가게, 작은 규모의 시장을 이르는 말이다.‘저잣거리’는 가게가 늘어서 있는 거리라는 뜻이다. 가방(街坊), 시항(市巷) 등으로도 불렸다.저잣거리는 원래 서울시 마포구 밤섬에 있던 마을 이름이다. 조선시대 나루터가 발달한 곳에 저자가 형성됐다. 지금은 이름만 남았다. 전국 민속 마을에 저잣거리가 조성되고 있다. 조상의 생활상과 정취를 맛보게 할 목적이다.충남 아산시 외암마을은 16세기 중반에 조성된 예안 이씨 종족마을이다. 민속문화재 등 전통 가옥이 많은 충남 지역의 대표적인 민속 마을이다.아산시는 이곳에 저잣거리를 조성했다. 외암 저잣거리는 먹을거리와 즐길거리에 옛 문화 요소를 가미, 조선 시대 서민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인기다.전남 강진에는 다산 정약용이 귀양 와 머문 사의재 주변에 2018년 저잣거리가 조성됐다. 이곳에선 강진의 역사와 인물을 재현한 문화 관광 프로젝트가 펼쳐지며 아마추어 배우들이 마당극을 공연한다. 주모가 다산에게 차려주던 아욱국 등 특색 있는 먹을거리, 초의선사와 메롱 무당 등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이 조선 시대를 재현,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성주 월항면 성산 이씨 집성촌 한개마을은 전통 한옥과 토석 담이 잘 보존돼 있다. 경북도 문화재인 건축물 등 75호의 전통 가옥이 남아 있다. 한개마을에도 저잣거리가 조성된다. 최근 용역 보고회를 가졌지만 관광센터와 식당, 주차장 등 편의시설 조성이 고작이다. 너무 빈약하다. 이야기와 문화를 덧입히고 고유한 색깔을 내야 한다. 다른 저잣거리를 벤치마킹, 한개마을 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관광객이 온다. 돈만 들인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24

교육이 민생이다

장규열 고문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마주 앉는다. 만시지탄이지만 반갑다. 두 사람 모두에게 국민과 나라를 위한 진정과 진심을 기대한다.시대정신과 역사담론은 차차 살피더라도, 급한대로 민생을 돌아보는 공감과 배려가 나타났으면 한다. 시장이 한산하고 가게에 사람이 없다. 도시마다 도심이 사라졌고 마을마다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시내버스가 빈 차로 달리고 지역공동체가 활력을 잃었다. 경제적으로 힘이 빠지고 문화적으로 생기가 없다. 누구 탓이라 할 것 없이 사회 일반이 가라앉는 느낌이다.대통령과 정부가 심기일전의 각오로 경제와 민생을 살피고, 야당과 비판세력은 실질적 대안과 담론을 이끌어야 한다. 생각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모두가 한 팀이 되어야 한다.국민은 기대한다. 여와 야가 공감대를 발견하여 국민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빚어내길 바란다. 들어설 적에 소통을 강조했던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 귀를 열길 바란다.오래 기다린 야당 대표는 국민을 향한 진심을 담아 제의하길 바란다. 만남에서 결실이 컸으면 좋겠지만 그간의 분위기로 보아 국민은 거기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반목과 대결이 대화와 소통으로 바뀌기만 해도 환영할 터이다. 어려움을 올려놓고 함께 고민하는 테이블이 마련되길 바란다.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할 까닭이 없고 불화를 자초하며 목소리를 키울 명분도 없다. 국민의 하루하루가 처절한 난관에 봉착한 오늘, 두 사람은 절체절명의 각오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대화의 기회가 정쟁과 분란의 빌미가 된다면 현명한 국민은 그 책임의 소재를 눈치채고 말 터이다.무엇을 나눌 것인가. 야당이 대국민 사과, 채 상병 특검, 거부권 자제와 25만원 국민지원금을 포함한 3+1을 주장하겠다고 한다.야당으로서는 그간의 아쉬움과 기대를 엮어 요청할 만한 대목들이다. 총선이 보여준 국민 과반의 생각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국가수반다운 모습으로 나서야 한다.우선, 소통의 창구를 상시화하겠음을 천명하여 국민이 안심하도록 했으면 한다. 구시대적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겠음을 밝혀 미래를 향한 나라의 지향성을 알렸으면 한다. 어느 진영에 묶이지 않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임을 확인하면서 선이 굵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면 좋겠다. 세세한 입씨름 거리에 묶이지 않고 큰 획으로 나라의 어려움을 헤쳐가는 장수의 모습으로 나섰으면 한다.누구도 말하지 않는 가닥이 있다. ‘교육’을 돌아보는 지도자를 기대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매일 겪어야 하는 민생은 바로 교육이다. 만5세 초등교육과 유보통합의 가능성을 말했던 정부가 아닌가.의정갈등 소용돌이에도 대학입시와 고등교육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디지털과 온라인이 폭주하는 현실에서 백년대계 교육의 현장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이 상징적인 협의체를 넘어 구체적이며 실증적인 대안을 도출하도록 바꾸어야 한다. 나라의 내일이 바뀌려면 교육이 오늘 바뀌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두 지도자의 현명한 통찰이 교육을 소재로 드러났으면 한다.

2024-04-24

포항시의 ‘국회의원 푸대접’ 의전, 정상적이냐

포항시가 주최한 ‘제44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국회의원 의전문제가 제기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 포항체육관에서 열린 기념식 행사 과정에서 주최 측은 이강덕 시장과 김일만 시의회 부의장 축사에 이어, 4·10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김정재 의원(포항 북구)과 이상휘 국회의원 당선인(포항 남구·울릉군)을 경북도의원, 포항시의원과 같이 단상에 불러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인사말을 하도록 했다. ‘지방의원급’ 예우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두 국회의원으로선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의전이었다.행사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국회의원을 너무 홀대한다”는 말과 함께 “시장과 국회의원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다고 한다.행사 후 이상휘 당선인이 참지 못하고 포항시 담당자를 불러 의전 문제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을 두고,‘국회의원 갑질’ 논란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일선 시·군 행사 때마다 내빈 의전문제가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북도에서는 특히 경북도의원들이 푸대접을 받는 단골손님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경북도의원들의 경우 시·군이 주관하는 행사 때마다 초청장을 받고도 가야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자리배치나 축사순서 등의 의전에서 기초의원에 밀리는 수모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사소한 축사 순서 문제로 소인배처럼 화까지 내느냐는 비판을 할 수도 있겠지만, 포항시는 입장을 바꿔 의전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 손님 예우를 하기 싫으면 초청장을 보내지 않는 것이 맞다. 정상적인 내빈예우도 하지 않으면서 행사 외관을 그럴듯하게 하려고 정치인이나 기관단체장 등에게 초청장을 남발하는 행위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전국적으로 상당수 시·군에서는 행사 시간을 축내지 않기 위해 축사나 인사말 같은 의전 순서를 과감히 생략하는 곳이 많다. 포항시도 과거 의전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시 주최 행사 초청자를 최대한 줄이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었다.

2024-04-24

치매예방을 위하여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사후 시신기증서를 썼다. 2000년 어느 봄날이었다. 죽으면 없어질 몸이다. 땅에 묻기 전, 불 속에서 타기 전, 의대생들의 공부에 도구로 쓰이는 것이 더 유용할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내 몸이 공부용으로 쓰일 것이라 생각하니 더 귀하게 여기게 되었다. 되도록 온전히 그들에게 넘겨주기 위해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되도록 내 몸의 병력도 제대로 기록해 두어야 할 것 같아서 수술할 일 있을 땐, 가능한 한 시신기증한 병원에서 했다.그때 아들들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서명을 받으면서 동시에 유언 비슷한 얘기도 남겼다.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으니 나의 무덤을 만들지 말라.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으니 제사를 지내지 마라. 만약 죽기 전에 내가 스스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거나 스스로 판단을 못하게 된다면 지체없이 시설에 맡겨라.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을 상상도 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아픈 노부모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은 더구나 상상도 하지 못하던 때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난 24년 전에 오늘날에는 당연시되는 노후나 사후의 문화를 예견했나 싶기도 하다.당시 15살의 아들은 엄마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엄마가 보고 싶으면 갈 수 있는 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명절이나 제사 때라도 가족이 모이면 좋지 않아요? 눈 깜빡하지 않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는 네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해라. 가족들이 모이면 그 때 어디 놀러라도 가렴. 그 곳이 외국이라면 그날 아침을 먹기 전에 잠시 생각해주면 되겠네. 아들은 볼멘소리를 툭 던진다. 난 제사음식이 맛있단 말이에요. 그러자 난 목소리의 톤을 더 높여 말했다. 그럼 네가 만들어 먹든가….그 당시 실제로 내가 가장 우려한 것은 사후의 일들이 아니었다. 늙어 죽지 않은 채 스스로 판단력을 잃고 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치매라는 큰 병이 가장 무서웠고, 지금도 그렇다. 평소에 깜빡깜빡하는 건망증이 자라 치매가 될까 끔찍하고 두렵다. 50대 일찍 돌아가신 선친도 84세에 돌아가신 어머니도 초롱초롱한 기억력을 가지셨기에 가족력으로는 무결하지만, 내가 부모님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한다면 어찌 장담하랴.평소 치매예방에 좋다는 처방을 들으면 반드시 시도해 본다. 무엇보다 책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려 한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머리맡에 책과 신문을 두고 읽으셨다. TV 보기 대신 두뇌운동에 좋다는 놀잇감을 찾아본다.예전에 주말신문에 꼭 있었던 십자말풀이를 즐겨했는데 최근 그와 유사한 모바일게임을 발견했다. 제목조차도 어쩌면 ‘치매야 잘가라’인 것이, 딱 내가 찾던 치매 예방게임이었다. 구독을 해두고 알림 설정까지 해 두고 ‘좋아요’도 누른 후 게임을 즐기고 있다. 무의미한 글자를 가로세로 24자 정도 나열해두고, 상하좌우 또는 대각선으로 세 글자 또는 네 글자의 유의미한 단어를 조합해 찾는 게임이다. 휴대폰을 많이 보는 것도 유해하다 싶으면 퍼즐을 다시 찾는다. 한 번 빠지면 밤을 새워 문제지만 취미로 즐길 만큼 자주 한다.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아 치매예방이 되기만 하면 더없이 좋으련만….

2024-04-24

위장 건강하게 만들기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물과 에너지가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식물과 동물도 방식만 다를 뿐 물과 에너지를 이용해 살아간다. 사람도 입으로 음식과 물을 섭취해서 살아간다. 이건 선택하는 문제가 아닌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일이다. 먹어야 하기 때문에 위장의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입으로 들어온 물과 음식은 식도를 통과해 위장으로 들어가서 분해된 후 소장 대장을 거쳐 대변으로 나가고 또 물은 소변으로 배출된다.이 필수적인 과정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가 위장의 문제이다. 음식이 들어가면 필연적으로 위장 소장 대장을 통과해야 하고 위장에선 강력한 위산이 들어온 음식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들어온 음식물들이 가볍고 자극적이지 않으면 위장에 부담이 적고 무겁고 많이 들어오고 자극적이면 위장에 부담을 준다. 위장의 움직임이 순간 멈춰 체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위장벽에 염증이 생기거나 위장벽이 푹 패여 닳는 궤양이 생길 수도 있다.현대인의 대부분은 위장병을 달고 산다. 소비수준이 높아 예전 보다 많이 먹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다. 우리나라 음식은 매운 고춧가루가 대부분의 음식에 깔려 있고 또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운 음식은 위장벽을 자극하고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위장만이 아니라 소장 대장을 거쳐 대변으로 나올 때까지 우리 몸의 육부를 긁어 버린다. 우스개 소리로 변비가 있으면 아주 매운 음식을 먹어 설사를 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고춧가루는 장에 아주 큰 자극을 주고 문제를 일으킨다.현대인은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뿐만 아니라 먹는 음식의 양도 아주 많고 자주 먹는다. 위장이 음식 처리하느라 쉴 시간이 없다. 음식 칼로리도 높아 대부분은 음식을 과다 섭취 한다고 보면 된다. 적게 먹어도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은 위장에 부담을 준다. 식사 후 중간 중간 간식을 먹어 위장이 쉬는 시간도 없다. 위장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적게 먹고 위장에게 쉬는 시간을 줘야 한다.위장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적게 먹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먹고 하루 두 번 혹은 세 번만 먹으면 된다. 너무 쉽다. 이 쉬운 걸 못해서 전 국민이 위장병을 앓고 있다. 현재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무조건 적게 먹고 자극적이지 않게 먹어야 한다. 위장이 안 좋은 것은 모두 자기 책임이다. 많이 먹고 여러 번 먹고 자극적이게 먹어서 위장이 나빠진다. 내가 만든 병이다.내가 만든 병이라 내가 치료할 수 있다. 위장의 상태에 따라 죽을 먹어도 되고 적게 먹어도 된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무조건 피해야 하고 밀가루 음식도 피한다. 커피 음료수 과자 등등은 먹지 않는다. 좋은 약을 써서 위장을 치료해줘도 내가 음식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다시 위장병은 돌아온다. 큰 병이 있는 환자는 음식을 극도로 가린다. 그 병이 낫고 나서도 음식을 극도로 조심한다. 적게 먹고 자극적이지 않게 먹는다. 그래야만 병이 재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병이 나기 전에 음식 관리를 해 위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다.

2024-04-24

인사가 혁신과 성과에 미치는 영향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인사는 조직 내 혁신과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좋은 인사정책은 직원들의 창의성과 열정을 촉진하여 혁신을 유도한다. 효과적인 리더십과 인재 관리는 직원들의 역량을 향상시켜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인사는 조직의 문화와 성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잘 구축된 인사 전략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 세계 선진기업들은 경영 비전과 전략에 맞춰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인사에서 제시하고 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혁신의 모멘텀도 인적자원관리에서 기인되며 기업 문화로 간다.최근 4차 산업혁명에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다 수소 차가 친환경 공법의 미래 차로 떠오르면서 두 차의 동력으로 배터리가 중요해졌다. 필자가 4년 간 컨설팅 했던 포스코퓨처엠은 배터리 원료를 생산한다. 포항에 본사를 두고 있고 제철소 용광로 내벽에 들어가는 내화벽돌을 만들어 공급하고 구미와 세종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여 LG화학에 전기차 배터리 원료로 공급한다.혁신은 생산 공정에 낭비를 줄여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 하고 경쟁력을 확보하여 지속가능 경영을 만들어 나간다. 포항 청림에 위치한 내화물 사업부는 물류 개선과 공정별 생산 조건 불합리를 찾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내화물사업실장은 연초부터 7가지 혁신 전략을 밝히며 4개 공장 각각의 특징에 맞춰 실행 안을 수립하고 직책 간부 변화관리와 현장 진단을 통해 개선 지원을 했다. 구미 양극재 공장은 좁은 공간에 창고가 부족하여 생산 물류 흐름의 효율성이 약했다. 새로운 품종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고객사인 LG화학의 3번의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그때마다 다량의 원료와 중간재를 옮기는 낭비가 발생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6주간의 물류 분석과 개선안을 도출해 해결하기도 했다. 포항 광양 로재사업부는 수작업이 대부분이고 열악한 작업장은 많은 위험이 노출되어 있었다. 일의 편리성과 효율성,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며 즐거운 문화가 될 혁신 명품 12선을 선정하기도 했다.퓨처엠은 16개 공장과 부의 혁신활동을 7월 중간 진단과 11월 최종 진단을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승진, 유지, 보직 이동 등 인사에 반영된다. 조직의 혁신 모멘텀이 인사에서 시작되고 이를 바탕으로 전 직원이 스스로 참여하여 아이디어를 내고 개선하는 조직 문화가 형성되었다. 혁신활동이 잘 되는 기업은 시너지를 창출하게 되어 시간이 흐를수록 성장하는 기업이 된다. 이것은 혁신에 인사를 매칭하여 제도화 하고 시스템화 하여 조직과 기업 문화의 모멘텀 역할을 해준 성과라 할 수 있다.인사가 만사이고 일류 기업은 일류 사원이 만든다. 전 직원이 생각을 넣어 자기 생산 공정에 끊임없이 개선하지 않으면 기업의 미래는 없다. 선진 기업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도요타자동차의 개인 성장 비전은 인사에 의해 제시되고 평가되며 ‘개선하러 출근한다’라는 문화가 형성될 정도다.

2024-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