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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보수가 살려면 좀 더 참을 줄 알아야 한다

김진국 고문 김효원의 집이 동쪽에 있어 동인이라 하고, 심의겸의 집이 서쪽에 있어 서인이라 했다. 남인도 서애 류성룡의 집이 남산에 있어 붙은 이름이다. 이렇게 쪼개진 붕당은 권력과 자리를 둘러싸고 분열과 갈등을 반복했다. 이름은 여러 가지여도 결국 두 개의 큰 당파 사이의 갈등이 이어졌다.1천 명이 넘는 동인을 학살한 ‘동인 백정’이 ‘사미인곡(思美人曲)’을 아름답게 불렀지만, 결국 임금이 다시 불러주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심(邪心)이라 비난받지 않았는가.기축옥사 이후 당쟁은 서로 죽고 죽이는 혈전으로 치달았다. 당파가 다르면 혼인은 물론 상종도 하지 않으려 했다. 지금 우리 정치가 꼭 그 짝이다.이번 선거 결과를 표시한 지도를 보면 동쪽은 빨간색, 서쪽은 파란색이다. 동서 분열이 선명하다.한동안 경상도에 기반한 정권은 영원할 줄 알았다. 대구·경북 인구가 호남 전체 인구와 비슷하다. 부산·울산·경남은 호남 전체 인구의 1.5배다. 영남 전체 인구는 호남의 2배 반이라는 말이다.그러니 대통령 선거에서 영호남 대결이 벌어지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영남 후보가 이긴다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김대중 정부 때부터 영남 출신 대통령 후보를 양자로 들이는 전통까지 생겼겠는가. 그렇게 해서 노무현·문재인 정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원하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게 이번 투표에서 보인다. 심지어 전남지사까지 지낸 함평 출신 이낙연 후보의 날개를 꺾어버렸다.계산에서 빠진 게 수도권이다. 서울(48)·인천(14)·경기(60)를 합쳐 122석이다. 전체 지역구 의석 254석의 절반에 가깝다. 인구는 50.8%다. 이곳을 장악하면 정권을 차지한다. 수도권도 선거구마다 특색이 있다. 국민의힘이 유리한 선거구도 있고, 민주당이 유리한 지역도 있다. 그렇지만 영호남과는 분명히 다르다. 양대 정당의 경합이 박빙이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대부분 지역이 한꺼번에 영향을 받아 쏠림 현상을 보인다.민주당은 이번 총선의 서울 지역구 투표에서 52.2%를 얻었다. 그런데 의석은 77.1%(37석)를 가져갔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유효투표의 46.3%를 받았지만, 의석은 절반도 안 되는 22.9%(11석)를 가져갔다. 가장 많은 의석 60석이 걸린 경기도에서는 민주당은 54.7%를 득표해 88.3%(53석)의 의석을, 국민의힘은 42.8%의 득표로 10%의 의석(6석)을 차지했다.민주당 위성정당과 관계없이 의석을 차지한 군소정당은 개혁신당(3석), 새로운미래(1석), 진보당(1석)이다. 이 5석을 제외하고 지역구에서 얻은 득표대로 전체의석을 나누면 민주당(50.5%)에 156석, 국민의힘(45.1%)에 139석이 돌아간다. 민의(民意)라고 할 수 있는 투표를 같은 가치로 환산한 의석이다.사실 이것은 정치공학적 분석이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새겨보아야 할 수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무엇보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조선시대 당쟁에서는 반대 당파를 완전히 밀어내고, 권력을 독점할 수 있었다. 북한 같은 전체주의 독재 국가도 유일사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렇게 정치하면 민주주의는 죽는다. 자기와 다른 의견을 품는 관용(톨레랑스) 없이 정당정치는 불가능하다.배타적인 당파주의로는 정권을 잡을 수 없다. ‘권력을 탐하지 않는다’라고 오기 부릴 거라면 중앙정치에 관심은 왜 두나. 이제 수도권이 민주당 우세로 고정돼 간다. 산업화 이전에는 영호남 인구가 큰 차이가 없었다. 지금 호남 인구가 영남의 절반 이하인 건 수도권으로, 영남 산업도시로 이동한 인구가 더 많기 때문이다. 반대편 같아도 끌어안으면 내 편이다. 내 목소리가 클수록 상대정당 지지자는 더 똘똘 뭉친다.노론과는 결혼도 하지 않는다는 고집보다 함께 잘 사는 나라를 고민하는 세력이 국정을 맡아야 한다. 낯선 사람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경계하는 것이 인간 본능이다. 위험을 피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지나치면 차별과 편견과 혐오주의자가 된다. 나치도 그렇게 등장했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04-14

10년 세월이 흘렀건만!…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있다. 유구하되 무상(無常)한 것이 자연이니 10년 세월에 변화가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처럼 과학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시대에 10년은 참으로 장구(長久)한 세월처럼 느껴진다. 똑똑한 전화기 스마트폰이 불러온 변화를 생각할라치면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경천동지도 유만부동 아닌가?!내일이면 2024년 4월 16일이다. 그렇다! ‘세월호 대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많은 사람은 잊고 살아왔겠으나, 참사의 희생양이 된 가족을 둔 분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특히 단원고교 2학년생 250명 부모님이 그러하리라. 만일 그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올해 28세 나이의 꽃다운 청춘남녀로 성장했을 것이다.나는 내일도 조기(弔旗)를 걸어 그날 희생된 310명의 영령을 위로할 생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고 답답하다. 다른 한편으로 돌이키면 2009년 일어난 ‘용산 참사’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재작년인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죽고, 195명이 다쳤다. 이 무슨 참괴(慙愧)한 일인가?!2차 대전 끝나고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쟁취한 유일한 국가로 자부하던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연이어 터져 나온 대형사고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무리한 공권력 남용으로 죽어야 했던 철거민들과 진도 팽목항 인근 해역에서 차가운 바닷물에 수장(水葬)되어야 했던 어린 고교생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저린다.그런 안타까운 죽음도 모자라서 다시 수백 명이 죽고 상하는 이태원 참사가 이어지는 재난 공화국이라니! 만일 우리가 사람의 생명을 가장 존귀하고 고귀한 대상으로 여긴다면, 이런 참사는 되풀이되지 않았을 것이다. 참사가 일어나면 잠시 경각심을 가지도록 인도하는 행사가 열리지만, 우리는 시간과 더불어 참사를 까맣게 잊어버린다.역사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 오직 그것이 아닐까 하는 참담한 생각마저 든다. 인간은 성공한 사례와 경험에서 배우는 것보다 실패한 사람과 이야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 마련이다. 우리가 위인전을 읽는 까닭은 그들이 숱한 패배와 좌절을 어떻게 극복하고 부도옹(不倒翁)처럼 일어설 수 있었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많은 돈과 넓은 평수의 아파트와 주식과 코인과 땅에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다. 차고 넘치는 재화와 풍요의 물결 속에서 허우적대며 욕망의 노예로 살아간다. 조상들이 대대로 물려준 고귀한 영성(靈性)은 내팽개치고 저급한 물성(物性)의 하수인이 되어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쳇바퀴를 열렬하게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참다운 반성과 처절한 자기 혁신 그리고 따뜻한 미래기획과 젊은 세대를 위한 장쾌한 일정 마련이 시급하다. 이 나라 젊은이들을 더는 사지(死地)로 몰지 말고 그들에게 빛과 꿈과 웃음을 선사해야 할 역사적 책무가 나이 든 자들의 몫이라는 뼈아픈 인식이 새삼스러운 아침이다.

2024-04-14

민심의 바다

우정구 논설위원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를 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와 비례를 합쳐 108석을 겨우 확보함으로써 가까스로 개헌 저지선을 고수하는 데 그쳤다. 집권 여당이 야당에게 이처럼 크게 패한 것은 역대총선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의 총선 패배로 임기 5년 내내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선거 참패 후 여당 내 터져 나오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국민의힘을 환골탈태의 경지로 이끌지 주목된다.국내외 언론들은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원인에 대해 제 나름의 분석들을 내놓았다. 이를 종합해 보면 한마디로 민심(民心)으로 귀결된다. 민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여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는 것이다.특히 작년 10월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이미 민심의 흐름이 감지되었음에도 이에 대비하지 않고 무심했던 것이 결정적 패배 요인으로 꼽았다.야당의 승리에 대해서는 그들이 잘해 얻은 것이 아닌만큼 “오판 말라”는 경고를 했다. 민심의 수렴보다 정권심판론의 반사이익이 컸을 뿐이라는 것이다.정치는 민심을 위해 존재한다. 모든 정치인이 입만 열면 민심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다. “민심은 바다와 같아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말은 정치인에게 상식과 같은 금언이다.실패를 교훈삼아 나의 가르침으로 삼는다는 반면교사(反面敎師)는 큰 의미로 보면 시행착오와 유사한 말이다. 시행착오 과정에서 빨리 벗어나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개인뿐 아니라 집단도 마찬가지다.이번 총선은 정치와 민심이 한몸인 것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확인시켜준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14

저출생과 전쟁 벌이는 경북도의 분발 기대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국가적 어젠다의 하나인 저출생 극복에 남다른 소신과 의지가 있다. 경북도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예산과 정책을 펴는 것도 그의 의지가 반영된 탓이다. 그동안 이 지사가 밝힌 생각과 발언들을 살펴보면 그 내용을 더 잘 알 수 있다. 저출생 문제만큼 우리 세대가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없다는 점에서 경북도의 정책 방향에 동의한다. 지난 2월 경북도는 도내 23개 기초단체와 기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최초로 ‘저출생과의 전쟁’선포식을 가졌다. 이 자리서 이 지사는 “경북도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돌봄, 주거 등을 초단기로 실시하고 저출산 극복을 제2의 새마을 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고 했다.국가와 전국 자치단체들이 저마다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경북도만큼 광범위하고 세밀한 정책을 펴는 곳은 드물다.최근 경북도는 규제개선 총괄부처인 국무조정실을 찾아 저출생 극복을 위한 각종 규제 혁파와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등 12개 과제의 개선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보도 보였다. 이와 관련 이 지사는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규제만 과감히 풀어도 저출생 문제 해결에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고 했다.저출생 문제에 경북도가 사활을 거는 이유에 대해 이 지사는 “목마른 사람이 샘물 파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1970년도까지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던 곳이다. 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쏠리면서 지금은 경북이 전국에서 가장 노령화되고 출생률도 가장 낮은 지역으로 변했다.경북도가 2024년 추경을 편성하면서 경북 자체예산 1천600억원의 40%가량을 저출생 극복 관련 분야 예산으로 편성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안전돌봄, 안심주거, 일 생활균형, 양성평등 등에 예산이 투입된다. 경북도의 예산이 생활현장으로 흘러들어 저출생 극복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국가적 어젠다인 저출생 문제가 국가 차원에서 할 일도 있지만 지자체의 노력도 필수다. 경북도의 저출산 극복 노력은 이런 점에서 더 돋보인다.

2024-04-14

50일 넘은 의료공백, 이제 국회가 나서야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의료 공백이 지난 주말 50일을 훌쩍 넘겼다. 곳곳에서 응급환자들이 수술병원을 찾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혼란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 현재 대구시내 대부분 수련병원은 신규 인턴 수급이 끊겨 병원에 남아있는 소수 전문의들이 중환자실에 입원한 여러 과(科) 환자들을 동시에 보고 있다. 야간이나 휴일 당직 근무도 의사 두세 명에 의존하고 있어 매일 아찔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선 직후 총리와 대통령실 참모진이 사의 표명을 한 후 개각 분위기까지 형성되면서, 의정(醫政) 갈등 해소를 기대할 만한 입장 표명은 나올 것 같지 않다. 의대 증원 추진동력을 상실한 정부가 의료계와 적극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추측이 있지만, ‘2천명 증원’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경 입장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의료 개혁에서 성과 없이 물러날 경우, ‘레임덕’을 앞당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의료계가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의정 갈등을 더 꼬이게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현 비대위와 차기 회장간의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전공의 대표가 의대교수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리면서 사태는 더 악화하고 있다.이제는 국회가 중재에 나서 의정간 대화테이블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각계가 참여하는 공론화 특위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자. 증원 규모는 400∼500명이 적당하다”며 의료 공백 해법을 제시했다.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부가 무리하게 2천명 증원을 밀어붙여 선거 패배를 자초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대학별로 다음 달까지 수시 모집 요강을 발표해야 하는데 그 이후 정원을 조정하면 극심한 혼란이 발생한다. 국회가 의료시스템이 더 이상 망가지기 전에 임시회를 소집해서 초당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4-04-14

똑똑한 지능형 공장, 스마트 팩토리

장광일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3월 말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자동화 산업전 전시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내년에도 개최할 이 전시회는 최신 제조 기술과 솔루션을 선보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 팩토리, 자동화 산업 전시회이다. 필자는 작년에 다녀와서 올해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한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공장을 벤치마킹하고 왔다. 이 회사는 로봇을 활용한 공장 자동화율이 78%에 달하고 있었으며, 자재 입고부터 출하까지 통합관리는 물론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명실공히 스마트 팩토리 등대 공장이라 할 수 있었다.특히 비접촉 홀로그램 버튼, 안면·음성 인식 장치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엘리베이터 구현 모습은 감동적이었다.그러나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에서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미래를 준비하는 경영자 관점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지향점은 맞지만, 초기 투자 자본이 많이 들고,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모르는 불투명한 방법론이라 바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경영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라고 하였다. 경영의 본질은 회사가 돌아가는 흐름을 잘 보고 잘 관찰하여 잘 측정하는 데 있다. 또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당신에게 보이는 것이 전부이다”라고 말하였다. 이는 보는 행위보다는 얼마나 제대로 보는가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경영자가 공장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바로 대상에 대한 관찰능력, 분석 능력, 제어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산업혁명 3.0시대까지는 작업자에 의존하여 공장을 관찰, 분석, 제어를 실시하였다면 산업혁명 4.0시대에는 관찰은 사물인터넷, 분석은 빅데이터, 제어는 AI가 주로 담당한다. 필자는 이를 융합한 것이 스마트(Smart)이고, 이런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라고 생각한다.스마트 팩토리로 유명한 회사가 바로 지멘스이다. 이 회사는 독일 암베르크 공장에서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고 있다. 이 공장은 매일 5000만건, 연간 182억건의 데이터를 분석을 수행하여 제품 불량률은 100만개 가운데 11.5개, 즉 0.001% 수준으로 낮췄으며, 생산성은 800% 이상 증가하였다.이 방법을 응용하여 Smart X로 추진하여도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산업현장의 스마트 안전모, 코웨이 스마트 정수기, 나이키의 스마트 운동화, 낭비를 없앤 스마트 빌딩, 센서를 활용한 스마트 에너지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이처럼 산업혁명 4.0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마트 팩토리에 앞선 기업이 되거나, 여건이 어렵다면 스마트 X처럼 스마트 개념을 현장에 하나하나 접목해 나아가면서 현장을 제대로 보고,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나씩 적용해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2024-04-14

취리히에서 저상버스를 타고 눈물을 쏟은 이유

유영희 작가 여행을 즐기는 성격도 아니고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여유도 많지 않아서 국내 여행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며칠 전 멀고도 먼 스위스로 여행을 다녀왔다. 딸이 취리히로 떠난 지 3년이 되도록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하면 아름다운 자연과 부자 나라라는 이미지만 있었는데, 직접 가보니 검색으로 깨닫기 어려운 것을 알게 되었다. 딸이 사는 동네는 물론, 취리히 시내에서도 한두 명의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부모들이 정말 많았다. 알고 보니 스위스 출산율도 아주 높은 편은 아니어서 한동안 1.5를 유지하다가 2022년에는 1.3으로 내려갔다는데도, 정말 아기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못지 않게 대중교통도 놀라웠다.취리히 시내는 모두 버스, 트롤리 버스, 트램 등 대중교통으로 이동했는데, 출입문이 두 사람이 동시에 탈 수 있을 만큼 넓었다. 거기에다 차가 정차할 때 튀어나오는 발판이 승강장과 수평이 되어 승차할 때 계단을 오를 필요가 없었다. 한국도 저상 버스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취리히의 모든 버스는 저상이었고 승강장과 발판 간격이 거의 맞붙을 만큼 좁아서 더욱 안전했다. 스위스 경계 내 기차도 같은 방식이었다.출입문이 충분히 넓은 데다 단차도 없고 틈도 없으니,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유아차를 끌고 다니는 부모들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버스를 탈 수 있다. 게다가 휠체어를 탄 사람이 승강장에 있으면 버스 기사가 내려서 휠체어가 타기 좋게 더 넓은 발판을 펼쳐주고 휠체어를 밀어준다. 버스 정류장의 전광판에는 장애인 승차 가능 여부가 표시되는데 거의 모든 버스가 장애인 승차가 가능하다.한층 더 놀라운 것은 버스나 열차를 탈 때 매번 카드를 태그하지 않고 그냥 타고 내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료는 아니고, 여행객은 프리패스권을 사고, 취리히에 살고 있는 사람은 정기권을 결제하거나 앱이나 정류장에서 구매하는데, 버스 안에 태그하는 기계가 없는 것이다. 아주 가끔 불시에 승차권을 검사는 하고, 걸리면 요금의 20배정도 벌금을 물린단다. 벌금이 무서워서인지 명예를 중시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시스템이 취리히에서는 잘 운영된다고 한다. 이렇게 매번 카드를 태그하지 않는 편리함은 상상을 넘는다. 짐이 많거나 어린아이를 동반하거나 몸 균형을 잡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승하차 때 카드를 꺼내는 일은 정말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딸에게 스위스의 풍경보다 취리히 대중교통의 편리함에 감동받았다고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나는 장애도 없고, 나이가 들면서 승하차 불편감을 조금 느끼는 정도인데도 이 편리함이 이렇게 크게 다가오는데, 실제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얼마나 소외감을 느낄지 사무쳐왔기 때문이다. 전장연 시위 때 그들의 불편에 더 공감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도 들었다.며칠 전 22대 국회가 구성되었다. 물가는 물론이고, 더 많은 민생의 삶을 구석구석 세심하게 살피는 정책 입안에 여야 모두 마음을 모아 노력해주기 바란다.

2024-04-14

성난 총선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야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선거의 광풍이 한 달 이상 몰아쳤다. 결과는 집권여당 108석, 범야권 192석이다. 집권 여당의 패배와 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버렸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3년은 무척 어려울 것이다. 집권당은 선거의 처절한 패배의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 사실 총선 전에도 정치 평론가들은 대체로 여당의 패배를 예상했었다. 강서 보선 이후 민심은 국정쇄신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대통령도 여당도 이를 적극 수용치 않았다. 대통령은 ‘국민은 언제나 옳다’라는 말만 남겼지 실천은 따르지 않았다. 선거 패인은 윤 대통령의 지난 2년간의 부진한 업적, 소통 부재의 리더십, 선거 전략의 부재 등 복합적 총체적 실정 결과이다. 이번에는 집권 여당이나 용산 대통령실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흠결 많은 야당 대표나 야당 탓만 해서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시대는 저만큼 앞서가는데 대통령과 집권당은 구태를 탈피하지 못한데 근원이 있다.윤석열 정부는 0.73% 차이의 짜릿한 대선 승리에 도취하여 거부와 오만의 정치로 치닫게 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공정과 상식’의 정치는 어디론지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검찰 총장 출신 참신한(?) 대통령에 걸었던 기대는 실망으로 반추하였다. 정권 초반의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사건에는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여소야대 정국 하에서 이태원 특별법이나 김건희 특별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었다. 인사 청문회 보고서 없는 장관의 무리한 인사 강행은 불만을 키웠다. 대선 시의 교육, 노동, 연금 3대 개혁 공약은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했다. 갑작스런 의사 2천명 증원발표는 의정 갈등만 초래했을 뿐이다. 정부의 부자 감세는 60조원의 세수 손실마저 초래하였다. 미일 편중의 외교는 남북관계를 교착시키고 안보 불안을 더욱 조성하였다. 정부의 이러한 누적된 실정이 총선에서 정권 심판에 가세하였다.여기에는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까지 한몫 하였다.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은 상하 수직관계로 고착되어 버렸다. ‘윤심’에 의한 여당 대표의 잦은 교체는 당내 민주주의마저 소멸케 하였다. 집권 여당관계도 경직된 일방적 구조가 정착되어 버렸다. 더구나 개방화 시대의 대통령의 직접적 언론 기피 현상은 소통 부재의 리더십으로 각인되었다. 집권 3년차인 올 초에도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마저 없애고 특정 보수 언론과의 대담방식을 채택하였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시의 명분으로 삼았던 도어 스테핑도 사라진 지 오래다. 집권당의 방통위 구성과 언론사주의 교체는 권위주의시대 언론관으로 후퇴했다는 비판도 따랐다.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의 대통령의 20여 회의 전국 민심 투어는 ‘관권 선거’라는 비판마저 따라다녔다. 이처럼 대통령의 소통 부재의 리더십은 관행처럼 굳어졌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0% 중반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해외의 연구기관마저 한국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했지만 대통령 실이나 여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총선의 성난 민심의 역행 배경이다.집권 여당의 총선 전략은 선거패배를 자초하였다. 야당의 ‘정권 심판’에 대한 한동훈 비대 위원장의 ‘이·조 심판’은 언어적 유희일 뿐 여당의 정치 프레임은 될 수 없다.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만성화되어 대증적인 설득력을 잃어 버렸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전격 등장은 선거 초반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부족한 한동훈 일인 선거 사령탑은 갈수록 한계를 노출시켰다. 민주당의 3명의 선거 트로이카 체제에 비해 상대적 취약성을 빈번히 노출시켰다. 여의도 문법을 그렇게 질타하던 한동훈의 정치 어법은 저질 정치인들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였다. 그의 야당 대표를 향한 ‘쓰레기 같은 말’등 저속한 언술은 그에 대한 실망만 키웠다. 더구나 대통령의 고착된 이미지 극복용 젊은 당 대표의 기용은 대통령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윤 대통령을 밟고 지나가야한다는 당심과 민심에도 부응치 못한 결과이다.집권 여당과 대통령은 총선의 민심을 말이 아닌 가슴으로 적극 수용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여당 지도부의 총선을 통한 야당의 응징 프레임이 오히려 선거 패배의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필자는 본 란을 통해서도 대통령의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을 여러 번 제안한 바 있다. 이재명 당 대표도 기회 있을 때마다 회동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거부하였다. 대통령은 피의자와는 만날 수 없다는 검사식의 고정된 인식 틀을 탈피하지 못한 결과이다. 야당 대표와 조건 없이 만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망국적인 상호 부정과 갈등의 정치를 푸는 방식에 합의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협치의 방식일 것이다. 차제에 대통령은 초연한 입장에서 진정어린 대국민 사과도 필요할 것이다. 야당도 지도부도 대통령의 이러한 결단을 수용할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소통 부재의 리더십,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탈피해야 한다. 그리하여 ‘공정과 상식’의 정치가 회복될 때 총선의 성난 민심은 수구려 들고 대통령은 국민적 지지를 회복할 것이다.

2024-04-14

뉴스 접하기가 겁난다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연합뉴스 2월 8일자 기사에 “마지노선 넘었다… ‘속수무책’”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최근 1년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처음으로 1.5℃를 넘어선 것으로 관측됐다고 영국 BBC 방송이 2월 8일 보도했다. 1.5℃는 국제사회가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약속한 마지노선이다. BBC는 EU(유럽연합) 기후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 (C3S)의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2℃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전 세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2050년까지 1.5℃ 이내로 유지하기로 195개국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COP21)을 통해 목표로 정한바 있다.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의 서맨사 버지스 부소장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는 것만이 지구 온도상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2월 2일자 SBS 기사에서는 “탄소 중립만으론 지구온난화 못 막는다… 바다의 역습”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대기 중의 온실효과로 발생하는 열의 90% 이상이 해양에 저장된다는 것이다. 즉 현재는 바다가 열을 흡수해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추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열을 저장하고 있던 바다가 다시 대기 중으로 열을 방출하는데 현재 기후변화 상황이 그러한 되돌릴 수 없는 터닝포인트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탄소배출 감소를 넘어 지구의 열을 종합적으로 낮출 수 있는 추가적인 방안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는 것이다.2월 15일자 전기신문에는 “글로벌 태양광 성장세 무서운데… 한국만 뒷걸음질”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이 400GW를 돌파했으며 올해 사상 첫 500GW를 넘어설 것이라는 내용이다. 중국과 미국이 이끌어 나가는 태양광 설치량의 엄청난 글로벌 성장세에 비해 한국은 지난해보다 15% 감소해 2.5GW 안팎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설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것이다.2월 27일자 경향신문 기사에서는 “한국에 경고장 날린 ‘슈퍼 을’ 기업이 탈 원전 선언”이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이 2040년까지 자사와 고객업체를 포함한 기업의 모든 생산, 유통 과정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 했다는 것이다. 고객사도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가능성을 내비추었다.3월 2일자 CBS 노컷뉴스에서는 “원전으로 만든 전기는 안된다? 기업들 전전긍긍”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글로벌 기업, 친환경 목표 달성에 고객·납품사 동참 요구 원전 생산 전력 배제한 RE100 요구. 불응엔 불이익 우려 국내 100% 재생에너지 전력 10% 수준. 용어 혼재에 혼란도’ 이런 부제와 함께.2월 6일 전기신문(기자의 눈)에 “기업 생사 달린 RE100 실종된 산업부 업무계획”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부제는 ‘원전 24 재생 17 무탄소 15 태양광 4 풍력 3 RE100 0’. ‘한국이 우리만의 기준(CFE)을 외치는 사이 중국은 재생에너지 세계 선두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쓰고 있다.2월 27일 경향신문 기사엔 “한동훈 ‘RE100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떤가’”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기후위기 관련 총선 정책을 발표하면서 한 말로 “RE100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탄소를 낮추는 것을 중심으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했다.간단히 살펴본 근래 기사들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해 온통 걱정이 앞서고 EU, 미국, 중국 이제 더 나아가서 중동 산유국들조차도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전환 경쟁에 뛰어드는 형국인데 우리나라만 무대책이라는 것이다.지난 수 백 년 간 에너지 패권을 쥔 나라가 세계 질서를 주도했다. 산업화 초기엔 석탄에너지 기반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과 유럽이, 그리고 석유에너지 기반 산업혁명을 주도한 미국이 오늘날까지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가 재생에너지라고 부르는 햇빛과 바람과 빗물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에너지’는 지구상의 어느 나라든지 에너지를 자립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주어져 있고, 값없이 무한 재생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우리 국토를 지혜롭게 활용하면 에너지 자립이 충분히 가능하다.2022년 우리나라 무역적자가 472억 달러인데 그해 에너지 수입에 쓴 돈이 1천908억 달러다. 우리나라는 자원도 부족한데다가 수출에 목매다시피 하는데 에너지 자립을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인들 못할 것인가.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에너지자립이 힘들다”, “우리나라는 RE100이 힘들다”는 말을 아무나, 아무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내 뱉는다.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일어선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우리나라는 안된다”는 의식이 팽배한 나라가 되었을까?대통령은 대통령경선 TV 토론에서 “RE100, 현실적으로 가능하겠어요?”라고 하더니 여당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RE100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라고 말한다. 정치인들로부터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 진취적인 말을 듣고 싶다. 뉴스에서 재생에너지를 선도해 가는 한국을 이야기하는 기사로 넘쳐나는 날을 보고 싶다.

2024-04-14

꽃은 꺾어도 봄은 온다

이희정 시인 뒤돌아서서 사진을 태워야미련을 갖지 않는다고 했다얼굴이 흐려질 동안두 눈에 담았던 풍경이재가 될 동안입술에 감추었던 고백과지상의 영광과 모욕이애월 봄볕이진언이 될 동안나는우리의 모든 죄를용서해 달라고등으로봄 햇살을 할퀴며표범처럼 울었다― 서안나 ‘재의 풍경’ 전문 (애월, 여우난골)아름다운 것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아픈 쪽으로 향한다. 시인은 뒤돌아서서 사진을 태운다고 했다. 시인이 태우는 얼굴은 흐려지고 재가 되어간다. 흐려져 가는 그 얼굴을 애월(涯月)이라 쓰고 애절(哀切)이라 불러봄직하다. 서안나 시인에게 봄은 달려들어 햇살을 할퀴어야 할 만큼의 아픈 봄이고, 표범처럼 울어야 할 만큼의 잔인한 봄이다.누구에게나 몸의 거주지, 마음이 거하는 본적지가 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서안나 시인의 애월은 어디로든 애월이어서 손이 시리고 마음이 시리다. 애월은 한자로 풀면 물가(涯)와 달(月)이 합쳐진 말로, 물가에 얼비친 달이다. 달빛의 젖은 풍경이 재가 되는 풍경이라니. 이 얼마나 애잔한 당신인가. 애월이 주는 정감은 언어의 음성과 잔상만으로도 그 수심이 깊다.이 시에는 제의적 고백이 담겨 있다. ‘재의 풍경’에는 T.S 엘리엇(Eliot)의 전언처럼 잔인한 4월이 서려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시인이 두 눈에 담았던 풍경은 “재가 될 동안” “진언이 될 동안”의 표현처럼 상태가 아니라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태(動態)의 순간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에서 ‘재’가 주는 심상과 현재진행형으로서의‘동안’이라는 시어에 천착해 보자. 시인이 미련을 갖지 않겠다고 하는 다짐은 지나온 생의 풍경을 산화시킴으로써 그 선업을 잊지 않겠다는 회향의 염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태운다는 것, 회향의 행위를 살펴보면. 범어로 ‘회향’은 “우리의 모든 죄를 / 용서해 달라”는 기도의 의식과 같다. 애월의 봄볕은 “입술에 감추었던 고백과 / 지상의 영광과 모욕”을 모두 태우는 진언의 주문과 다르지 않다.우리가 아는 진언이란 상실이 다시 시작이 되고, 잃음이 새 세상의 문이 되는 간절한 기도처럼 폐허의 재 위에 한 세계가 얹어지는 모습이다. 태우는 것으로 시작한 이 시는 선근의 업을 평화롭게 나누기 위한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다, 시인의 애월은 잃은 것을 찾고 있는 그 재의 풍경 중에서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한 풍경을 잊지 않으려는 참혹한 몸짓이다.당신의 얼굴이 흐려질 동안 ‘재의 풍경’은 상실의 존재에서 빚어졌지만 더 이상 무력하지 않다. 봄이 형체가 아닌 움직이는 동체인 것은 시인의 의지를 생성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죽은 재의 풍경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재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까. 시인이 마음에 담고, 눈에 담고 시에 담았던 존재들이 바로 이 고결한 진언에 닿아 있음이리라. 대개 아름다운 것들이 지극한 슬픔에서 오는 것처럼 아픈 곳에서 꽃은 핀다.“애월 봄볕이 진언이 될 동안”

2024-04-14

포스텍 의대 설립, 결코 포기 해서는 안 된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울대는 되고 포스텍은 왜 안되는가?최근 25년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37%가 의사과학자이고, 세계적인 제약회사의 대표 과학책임자 70%도 의사과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의과대학의 경우 한해 졸업생 4만5천명 중 3.7% 가량이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는다. 매년 1천700명가량의 의사과학자가 배출된다.미국은 연구중심 의대를 별도로 운영한다. 이런 의대들은 공과대와 협업하거나 아예 공과대가 의대를 설치해서 신약개발이나 바이오산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이에 비해 한국은 의대 졸업생 중 의사과학자가 되는 이들이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모집정원이 3천58명이므로 30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이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 첨단의학 기술의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그런데 충격적인 뉴스가 연일 들린다.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 신청 대상에서 의대 신설은 제외되면서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한 포스텍의 의대 설립도 미뤄지고 있다.기존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이 이뤄지면서 의대가 없는 대학은 정원 확보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의료계의 반발도 크다. 의료계는 “의대 가운데 연구중심의대를 지정해야 한다”며 포스텍의 계획에도 반대하고 있다.과기정통부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과기의전원 설립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지지부진하다.정부는 의대 증원 논의를 마친 뒤 의대 신설을 차례대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서울대는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따라 15명 증원을 신청했다.이와 별개로 의과학과 신설을 전제로 한 학부 정원 50명을 별도 요청했다. 서울대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서울대는 65명을 추가로 육성할 수 있게 된다.서울대는 되고 포스텍은 왜 안되는가?이런 와중에 포스텍이 이제는 의과학대학 설립에 소극적이라는 어리둥절한 소식이 언론에 보도 되고 있다.포항시에서도 크게 당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의대 정원 증원과 신설 의과학과 배정받기, 이사회의 인준받기, 연차적 재원 확보 등 문제가 많이 앞에 놓여 있긴 하다.의대 증원이 이뤄져도 교육부에 의과학대 설립과 정원 배당을 신청하자면 그보다 먼저 포스텍 이사회의 승인을 받고 재원 계획을 확립해야 하는 것이 필요한건 다 안다.그러나 의과학자 양성, 의대 설립의 목표를 놓아서는 안 된다. 더 고삐를 당겨야 한다.축구에 run-and-kick(뛰고 공차기)도 있지만 kick-and-run(일단 공을 차고 뛰기)도 있다, 공을 차고 뛰는 것이다. 먼저 목표를 설정하고 달리는 것도 중요한 전략 중에 하나이다.포스텍 리더십은 의과학자 양성과 의과학대학 설립의 목표에서 한걸음도 물러 나서는 안 된다.포스텍은 생명과학이 아주 강하며 인프라도 한국 최고 수준이고, 의과학은 의학·공학·기초과학을 융합하니, 그것이야말로 포스텍 전체에 재도약의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폭발점이 될 것이다.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가진 과학자다. 진료보다는 임상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를 연구하고, 이러한 연구 성과가 환자 치료나 의약품, 의료기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줄기세포 치료제, 인공장기, 유전자검사, 면역항암제 등 바이오산업과 의료 분야의 최신 연구와 기술 개발을 맡고 있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핵심 인력이 의사과학자이다.최근 포항시장은 포스텍에 협력을 촉구하였고, 이에 최근 시장과 총장 두 분이 만났다고 한다.이날 비공식 만남에서 정확한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대 설립에 대한 공동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만은 확인되었고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소문은 다행이다.지금은 의대 설립 인가를 받는 것에 집중해야지 다시 수억원을 들여 의대를 설립할지 말지를 물어보는 용역은 시간과 비용 낭비이다. 그런 용역을 하면서 시간낭비나 이미 수렴되고 지역민들이 서울까지 올라가 데모까지 한 사항을 검토할 시간과 여유가 우리에게 있지 않다고 본다.포항시와 포스텍은 우선 소통창구 정비부터 들어갈 계획이고 기존에 어긋났던 소통 조직을 재구성해 보다 활발한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것인데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려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든다.포스텍은 어떤 대학인가?지역에서 사립대가 전국과 세계적인 명성을 갖는 신설대학 세계 1위의 신화를 쓴 대학이 포스텍 말고 또 있는가?포스텍이 걸어온 개척자 정신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포스텍은 그저 하나의 대학이 아니다.누군가 한국의 미래를 묻거든 관악이 아닌 형산강을 바라보도록 포스텍은 그러한 시대를 끌어가고 있다는 걸 하루도 잊어서는 안 된다.

2024-04-14

마음에도 없는 후보 찍었다고?

홍석봉 대구지사장 #1. 투표지를 받아들고 기표소 안에 들어서면서부터 한참을 망설였다. 지역구 선거 출마 후보는 단 두 명뿐이었다. 대구·경북 상당수 지역이 비슷한 실정이다. 1번과 2번 중에서 골라야 했다.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 명은 보수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물이다. 지역과는 별 연고가 없다. 지역에는 그동안 수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낙하산 공천이 관례화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후보 개인은 명망 있고 능력도 있는 인물일 터이다. 그래도 못 미덥다.진보 후보는 애초에 마음이 가지 않았다. 보수 텃밭인 지역 탓에 통상적으로 진보 쪽 후보는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거나 중량감 있는 인물은 좀체 보기 힘들다.진보 후보는 인물 됨됨이는 둘째 치고, 지역에서 수차례 선거에 나서 낙선한 전력의 인물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앞섰다. 당 대표부터 잡범 수준의 전과자에 막말 등 품격없는 언행으로 눈밖에 났다. 여러 명의 후보들이 막말과 사기대출, 위선 등으로 지탄받았다. 이런 이들이 금배지를 달면 국회가 어떻게 돌아갈지 불보듯 뻔했다. 아니 아예 국회의원 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탁월한 정치력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고민 끝에 기표를 했지만 마음에도 없는 후보를 찍고 말았다. 투표소를 나오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2. 현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의사 집단은 윤석열 정부와 완전히 등을 진 모양새다. 지역의 한 개업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멸문지화를 초래했다”며 “의사들은 무조건 2번 후보는 안 찍기로 했다”고 발끈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사집단과 정부와의 정면 대치는 선거판에도 영향을 미치는 형국이다. 의사집단은 보수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다.#3. 대구 북구갑에 출마한 한 후보는 “16년째 국민의힘은 낙하산 후보만 내려 보내고 있다”며 “선거는 스타가 탄생해야 한다. 이변이 생기고 균열도 생겨야 대구경북도 발전하고 변화한다. 이번에 이변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지역에 필요한 인물론을 설파했다.선거 결과는 민주당 압승과 국민의힘 참패로 나타났다. 국민은 정권 심판을 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이 문제였다. 정부여당은 앞으로 험난한 파고와 맞부딪힐 일만 남았다.이번 총선에서 지역 유권자 중에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진 이들이 적지 않다. 정치인 꼴보기 싫어 투표를 않았다는 이들도 꽤 있다. 찍을 만한 후보가 없다고 했다. 대구·경북의 낮은 투표율이 이를 반증하는 듯 하다. 유권자들의 가슴만 더욱 공허하게 만들었다.‘합리적이면서도 모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민주적인 투표나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학자도 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차악이라도 택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상황이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방법이 선거 뿐이라는 사실에 절망한다.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제발 국민과 나라를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란다.

2024-04-11

염색산단 악취관리지역 지정에 거는 기대

대구시가 서구 평리동 일대에 풍기는 고질적 악취의 원인으로 지목된 염색산업단지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시는 지정을 위한 착수 조치로 11일부터 26일까지 시군구 홈페이지에 의견수렴 공고를 제시하고 지역주민과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후 검토과정을 거쳐 다음 달 중으로 염색산단을 악취관리지역으로 확정, 고시하게 된다.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염색산업단지 내 악취 배출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장은 지정 고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악취 배출시설 설치 신고를 하고 1년 내 악취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또 악취 배출기준을 초과하면 조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도 받게 된다.1980년 설립 인가가 난 염색공단에는 현재 127개의 섬유염색업체가 입주해 있다. 염색공단에서의 악취 문제는 공단 설립 이후 꾸준히 제기돼온 민원이다. 기업부담과 예산 등의 여러 문제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2020년 한국환경공단이 실시한 악취실태 조사에 따르면 염색산업단지의 악취가 주거지역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고, 서구청 조사에서도 매년 사업장의 8∼15% 정도가 악취 배출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대구시가 이번에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한 것은 서대구역사 개통과 역세권 개발로 서구지역의 인구유입이 대거 늘면서 악취관련 민원이 폭증한 때문이다. 2022년 173건이던 악취 민원이 지난해는 1만3천여 건으로 급등했다.대구시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효과적인 사업장 관리가 이뤄져 시민들의 정주환경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서·북부지역에는 하·폐수처리장, 음식물처리시설, 환경자원시설 등이 산재해 있어 염색산단 관리만으로 악취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구시는 서구지역 일대 악취문제가 주민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주민들이 만족할 때까지 악취관리에 엄격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 조치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도 그만큼 크다.

2024-04-11

대가족에서 1인 가구 시대로

우정구 논설위원 한 가족의 구성원이 삼대(三代) 이상으로 구성되고 결혼한 자녀들이 분가하지 않고 함께 사는 가족 형태를 대가족이라 한다. 가족 구성원의 수가 많고 엄격한 가부장적 권위가 있다. 조선시대 양반의 가족 형태가 주로 이러했다.대가족제의 기원은 농사를 짓고 살았던 농경시대로 본다. 혈연을 중심으로 뭉쳐 살면서 공동으로 농사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족애가 좋으나 가부장적 권위로 독립성이나 자율성이 없다.반대 개념으로 핵가족제가 있다. 부부와 그들의 미혼 자녀들로 구성된 가족 형태다. 사회가 분업화 도시화되면서 부부 중심으로 변화한 가족 구조다. 결혼한 자녀들이 독립하여 생활을 할 수 있어 부모 등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아 자유롭다. 그러나 가족간 결속보다 이기적 성향으로 흐르는 단점도 있다.가족은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삶의 터전이다. 영국의 소설가 웰스는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며 사랑이 싹트는 곳”이라고 말했다. 가정을 행복의 안식처로 표현하는 이유다.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혼자 사는 1인 세대수가 지난달을 기점으로 1천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세대수에 차지하는 비중이 41.8%다. 불과 20년 사이 1인 세대수가 두배 늘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변화로 핵가족보다 더 분화된 1인 가구가 대세가 됐다.전문가들은 1인 세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혼자 사는 청년도 늘지만 혼자 사는 노인의 증가가 더 가파르다고 한다. 나 홀로 가구를 위한 정부 차원의 선진복지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11

여당 ‘TK석권’, 지역발전에는 걸림돌 된다

4·10총선에서 야권이 압승을 거두었지만, TK(대구·경북)지역에선 여당이 25개 선거구 모두를 싹쓸이했다. 선거막판 야권이 개헌가능 의석인 200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하면서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몰린 결과다.민주당과 무소속 후보 강세지역으로 주목을 받은 대구 중남구에서는 공천번복으로 뒤늦게 여당후보로 출마한 김기웅 전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이 60%에 가까운 득표율을 보이며 민주당 허소 후보와 무소속 도태우 후보를 따돌렸다. TV3사 출구 조사에서 경합지역으로 분류됐던 경산 선거구도 대통령실 행정관을 지낸 여당 조지연 후보가 4선 출신 무소속 최경환 후보를 이겼다. 사실상의 전략공천인 국민추천제로 여당후보 티켓을 따낸 대구 동구군위갑 최은석 전 CJ제일제당 대표와 북구갑 우재준 변호사도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대구 수성갑에서는 주호영 후보가 당선돼 당내 최다선인 6선 국회의원이 됐다. 대구 정치권에서는 6선이 처음 나왔다. 지역에서는 ‘TK 국무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4선고지에 오른 윤재옥(대구 달서구을) 원내대표와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의 활약도 기대된다. 포항북구 김정재 후보와 상주문경 임이자 후보는 TK지역 최초로 여성 3선의원이 돼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다.TK지역의 경우,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대구수성을에 출마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당선돼 그나마 ‘특정정당 싹쓸이’를 피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이번 선거캠페인 과정에서 TK지역 상당수 선거구에서는 여당후보의 유세차량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선거분위기가 냉랭했다. 그 흔한 정부·여당의 지역공약조차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구·경북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이유도 유권자들이 투표 자체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인물이 썩듯이, 묻지마 투표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민심의 무서움을 알 수가 없다. 지역발전과 정치적 다양성은 함수관계에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2024-04-11

혁명의 봄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혁명군처럼 봄이 진군해왔다. 그처럼 기세등등하던 동장군이 퇴각하고 음지로 숨어든 겨울의 잔병들도 봄볕에 소탕되었다. 대지에는 바야흐로 찬란한 혁명의 신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어둡고 냉혹하던 구악과 폐습을 말끔히 청산하고 눈부신 신생의 기운이 폭죽처럼 터져 나온다.혁명(revolution)이란, 정치사회학이나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급격한 변화를 일컫는 말이다. 정치사회학적 혁명의 경우, 대중 또는 군을 동원해서 정치권력을 가진 체제를 강제적으로 전복하여 새로운 정치체제를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의 사회과학자인 허버트 사이먼이 정의한 정치적 혁명의 개념은 정치권력의 교체 후 정치사회제도에 일관된 변화·계획이 추진된 경우로 그 의미를 한정한다.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잭 골드스톤 교수는 기존 권력의 붕괴를 목적으로 기성 정치구조와 사회 내 정치적 권위의 정당성을 합법적·비합법적인 대중 동원 및 제도권에서 벗어난 행동 따위로 변혁하려는 시도라고 정의 했다.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이론철학가 중 한 사람인 한나 아렌트는 혁명과 반란의 차이를 엄격하게 구분했는데, 그녀의 관점에 의하면 혁명은 자유(freedom)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에 반란은 해방(liberty)을 목적으로 한다. 혁명이란 단지 폭정을 뒤집었다고 해서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폭정의 종결 이후 자유를 체제에 성공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완료된다고 했다. 그러나 모두가 한나 아렌트처럼 혁명과 반란을 이질적인 개념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니며, 혁명을 반란의 한 형태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경우 반란(rebellion)은 혁명보다 더 넓은 의미의 총체적인 반정부활동 개념을 지칭하며, 혁명은 정의 그 자체로 반란의 일종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대체로 실패하면 반란, 성공하면 혁명으로 구분된다.대한민국 대법원 판결에는 ‘어떤 국가의 헌법 내지 기본적 법질서가 자연법에 어긋나는 부당한 것이라는 인식이 그 사회에 팽배하여 마침내 그 불일치를 힘에 의하여 극복하려는 급격한 투쟁이 전개될 때 이것을 혁명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대한민국 수립 이후 혁명으로 불리는 사태는 ‘4·19혁명’이 유일하다. 5·16 군사정변도 당시에는 ‘5·16 군사혁명’이라 했으나 지금은 쿠데타로 통용되고 있다. 대중의 동원이 없이 군대만을 활용한 강제적인 정권교체는 쿠데타로 규정하지만, 지배계층의 교체를 넘어서 정치 사회 전반에 있어 체제의 급격한 변화가 뒤따른다면 혁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간 대규모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으로 부르는 세력도 있지만 국민 모두가 인정하는 공식 명칭은 아니다.혁명이든 쿠데타든 대한민국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런 급격한 변화가 밑거름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혁신적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만연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들을 일소하는 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이고 시대정신이다.

2024-04-11

22대 총선이 있던 날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끝났다. 이제부터 새로운 국정 방향이 정해질 것이다. 여당은 100석을 겨우 넘겼고 야당 측은 200석 가까이 차지하였으니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서 보였던 두 당의 표정이 대조적이었다.선거 날 오후, 아파트 내에 마련된 투표장으로 갔다. 주민증을 보여주고 받은 두 장의 투표지가 한 장은 엽서 크기였지만 비례투표 용지는 나의 팔 만큼 길어서 무슨 당이 적혀있었는지 다 읽어보지도 못했다. 빨간 도장을 찍고 접어서 투표함에 넣고는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했다’는 마음에 이제 더 알찬 국회가 되기를 빌어보았다.이번 선거의 뜻을 기려, 내 차를 손보고 시골집 정원을 다듬기로 했다. 먼저 엔진 오일을 교체하러 가까이에 있는 카센터로 갔다. 교체한 지 1년이 지났고 주행거리도 1만km를 넘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도 4년마다 새로 뽑는데 엔진 오일도 새로 갈아야지…. 뚜껑을 여니 까맣게 변해버린 기름이 줄줄 나온다. 맑은 새 기름을 넣고는 일부러 고속도로를 달려 시골집으로 갔다. 짧은 거리지만 살짝 속력을 높여 보았는데 엔진이 부드럽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도로변 하얀 벚꽃은 어저께 분 세찬 바람으로 꽃눈 되어 쌓여있다.날은 맑았고 바람도 없었다. 따뜻한 봄의 기운이 내려앉은 화단에는 앵두나무 하얀 꽃이 포근하고 빨간 철쭉이 소담스럽다. 두 해쯤 손보지 않았던 탓인지 배롱나무는 내 키의 두 배쯤 자랐다. 가지치기를 해야겠다고 나무의 모양새를 잡고 죽은 가지는 자르고 서로 엉킨 가지와 쭉 뻗은 가지도 잘라냈다. 내친김에 보리수나무와 모과나무도 담장 높이로 깔끔하게 정리하며 이번 국민의 투표로 참된 새 인물들이 뽑아졌기를 바랐다. 좀 떨어져 보면 수형(樹型)이 어색해서 몇 차례 사다리를 오르내리면서 내가 키우고 싶은 모양을 만들어 갔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고 평화롭게 꽃피우며 알찬 열매를 맺어주기를 기대하며….물 한 잔 마시고 채소밭도 가꾸었다. 지난주 거름을 뿌려 섞어둔 조그마한 밭에 이랑과 고랑 만들고 모종을 사서 심기로 한다. 상추 배추 고추-‘추 삼남매’를 알맞게 심어 잘 가꾸면 여름까지 채소 걱정은 없을 터다. 허리를 펴니 엄나무와 가죽나무가 쭉 뻗은 키를 자랑하는 듯하여 새순이 잘 나오도록 자르고 가벼운 마음으로 귀가했다.TV를 켜니 출구조사 발표 때는 국민의힘이 100석 미만일 거라 해서 여당 의원들의 얼굴이 찌푸려졌었는데, 개표 10% 때 ‘민주 80-국민의힘 129’라 해서 웬일이지? 했으나 자꾸 수치가 변하더니 밤 9시경에는 반반, 밤 11시가 되니 상황은 반대로 되어 출구조사 값과 거의 같이 되었다. 참 신기하다. 새벽 5시까지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지도를 보니 좌우, 그러니까 전라-경상이 파랑과 빨강으로 나누어져 태극기를 세로로 놓은 형상이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색깔이 이번 선거로 동과 서로 갈라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쓰리다. 이제 정치권도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며 민생을 살피는 마음으로 국정을 논하며 시민의 심부름꾼이 되어 세계 10대 경제 대국, K-문화가 퍼져나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할 것이다.

2024-04-11

[기고] 4월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입니다.

경북남부보훈지청   보훈과 이용주 4월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입니다. 우리는 학교에서도 배우고 다른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하여 3·1절과 광복절이 무슨 날인지 잘 알고 있지만 4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기억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4월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며 이는 3·1운동 정신을 계승해서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되찾고, 나라의 자주독립을 이루고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역사적 의의를 기리고 선열의 독립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나가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정한 기념일이다.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제 강점기 식민지 해방운동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한 조직으로서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입법, 사법, 행정이 분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 공화정부로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특히 한인애국단의 이봉창 의사와 윤봉길 의사의 의열투쟁 활동은 우리나라의 독립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국내외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이러한 임시정부의 활동을 기념하기 위해 1989년 12월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고, 또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이 개관되었다. 이 기념관에서 국가보훈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기념식은 제105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기념하며 “새벽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개최된다.앞으로 4월 11일에는 모든 국민이 자유와 광복을 위해 고된 투쟁을 이어갔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여정을 기억하며 수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꺾이지 않았던 선열들의 독립 정신을 기억하였으면 좋겠다.

2024-04-11

선거의 묘미 ‘박빙’

홍석봉 대구지사장 여리박빙(如履薄氷)이라는 말은 ‘살얼음을 밟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중국의 고대 시가집 ‘시경’에 “두려워서 벌벌 떨며 조심하는데, 마치 깊은 연못을 건너는 듯, 살얼음을 디디는 듯 한다”고 했다. 여리박빙을 줄여 ‘박빙’이라는 표현도 널리 사용된다. 스포츠와 선거판의 아슬아슬한 싸움을 ‘박빙 승부’라고 표현한다. 근소한 차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선거판에서 박빙은 통상 5%p 이내의 차이를 말하며 1%p 미만은 ‘초박빙’이라고도 한다.선거 때마다 어떤 지역구는 큰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반면, 어떤 지역구는 손에 땀을 쥐는 접전 끝에 아주 적은 표 차로 당락이 갈리곤 한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승부가 뒤집어 질 때마다 해당 후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결국 표 집계가 끝나고 승부가 결정되면 승자는 환호작약한다.22대 총선 막바지에 각 정당이 우세와 열세 지역을 분석하고 ‘박빙 승부’를 펼치는 지역구를 꼽았다. 이곳을 집중 공약해 자당이 승리를 거두겠다는 전략 차원의 분석이다.역대 총선에서 박빙 승부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때 경기도 광주에서 한나라당 박혁규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문학진 후보 간 대결에서 접전 끝에 단 3표 차로 박 후보가 당선됐다. 역대 최소 표 차 당선 기록이다. 당시 100표 차 미만의 차이로 당락이 갈린 곳이 모두 4곳이나 됐다. 17대 총선 때는 충남 당진군의 자민련 김낙성 후보가 9표 차로 승리를 거뒀다.22대 총선에도 적잖은 곳에서 박빙 승부가 펼쳐졌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흥분과 짜릿함을 선사한다. 선거의 묘미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10

정부·여당은 성난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라

4·10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어제 저녁 투표마감 직후 공개된 지상파 방송 3사 공동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범야권은 200석 안팎을 확보해 21대 국회에 이어 입법권을 장악하게 됐다.출구조사대로라면 민주당은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합쳐도 100석 안팎에 머물러 ‘TK지역당’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총선결과 여·야 리더들의 미래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게 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을 겨냥한 정권교체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완전히 ‘친명’ 중심으로 재편한 만큼, 과반 승리의 과실을 가장 크게 누리게 됐다. 이 대표는 정부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이번 총선에서 10석 이상의 비례의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과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 대표는 최근 “6월 국회가 개원하면 우선순위를 정해서 김건희 종합특검법이나 한동훈 특검법 같은 것을 민주당과 협의하겠다. 민주당과 빨리 합의할 수 있는 것이 10가지는 된다”고 했다.여권에선 선거패배 후폭풍이 세차게 불 것이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을 피할 수 없다. 최근 국민의힘 중진들 사이에서도 “총선에서 참패하면 야당의 공격에서 윤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발언이 나왔었다.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한동훈 위원장의 입지도 흔들리게 됐다. 그는 선거기간 중 “본인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라고 했지만, 정치권에 계속 머물기 어려울 수 있다.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불량 후보들을 대거 공천했다. 막말·불법대출을 일삼거나 범죄에 연루된 후보가 한둘이 아니다.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후보자 상위 10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범법자다. 그런데 왜 유권자들은 이러한 야권이 아니라 여당에 회초리를 들었을까.정부·여당은 이 점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윤 대통령부터 성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2024-04-10

이름값하는 국회를 기대한다

장규열 고문 총선이 지나갔다. 떠들썩한 몇 달 동안 정권심판을 떠올리고 국정안정을 기대하며 새 국회가 선출되었다. 이모저모로 세상의 이목을 끌면서 민주주의의 잔치는 한 자락 역사가 되었다. 국민은 살아 움직이는 정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목격하였다. 한 표의 가치가 얼마나 육중한지 절감했으며 정치의 지향성을 설정하는 시민의 힘을 다시 보았다. 당선의 기쁨을 누렸거나 낙선의 쓴잔을 들었어도 국민의 결정 앞에 모두 겸허해야 한다. 우리의 모습이 거울이 되어 새 국회는 나라와 국민에게 희망과 격려가 되는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국민은 ‘일하는’ 국회를 기대한다. 진영으로 편을 갈라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 볼 만큼 보았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 우리 국회가 발맞추어 정책과 제도로 대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릴없이 좌와 우로 가르며 허장성세로 세월을 보낼 일이 아니라 실속있게 민생경제를 살려야 한다. 실력과 의지가 함께 드러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국민은 ‘하나가 되는’ 국회를 바란다. 생각의 차이와 의견의 다름을 인정하고 치열하게 헤아리고 견주어 나라와 국민을 위한 최적의 해결방안을 만들길 기대한다. 방법이 다르고 이념에 다소 차이가 있을지언정, 의원들은 모두 국민을 위한 ‘한 편’이었음을 확인해야 한다. 온갖 어려움 앞에 하나가 되는 국민들에게 이제는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을 국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국민은 ‘품위있는 국회’를 기대한다. 선동과 막말을 수다하게 겪은 국민은 실체있는 담론과 결실맺는 토론을 기다린다. 사이다 말펀치가 간혹 속시원했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냈던 기억이 없다. 당신을 뽑아준 지역유권자를 부끄럽게 하고 국가의 의정단상을 욕보이는 행태를 더는 안 보았으면 한다. 다음세대에게 본이 되는 국회가 되어주시라.물론 국민도 바뀌어야 한다. 임기 내내 감시와 견제를 게을리 아니하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유권자를 우습게 보게 하며 선거 때만 큰절을 받는 구태를 끊어내야 한다. 우리를 대신하여 일하는 국회의원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되 끊임없이 결실과 성과를 요청하는 적극성을 길러야 한다. 국회를 통해 민의가 구체적으로 반영되도록 소통하여 아이디어를 던지고 제안에도 나서야 한다. 정치가 긴장하여 열매를 맺으려면 국민이 부지런해야 할 모양이다. ‘국민이 스스로 다스리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실현하려면, 국회의 임기 4년을 국민의 목소리로 채워야 한다.세상이 달라졌다. 새 국회가 만나는 나라가 새로운 나라이며,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놀라운 국회를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한 번도 만나보지 않았던 신선한 국회의원이 되어 주시라. 세상을 바꾸는 기대로 가득한 길 위에 당신의 노력과 성과가 분명히 보이는 민의의 전당을 만들어 주시라. 국민의 요청에 국회가 귀를 기울이고 국회의 노력에 국민이 화답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 가슴 뿌듯한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2024-04-10

심각한 청소년 도박, 예방교육 강화해야

경북경찰청이 4월부터 7월까지를 청소년 도박예방 및 재발방지 집중 활동기간으로 정하고 청소년 도박 근절에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한다. 청소년 도박이 2차 범죄로 연결되는 등 사회적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는 데 대한 경찰 당국의 적극적 대응 움직임이다.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도박을 처음 경험한 평균 연령을 조사해 보았더니 2020년에는 12.5세인 것이 2022년에는 11.3세로 낮아졌다고 한다. 도박 첫 경험연령이 낮아진 데다 초중고 재학생의 중독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치유원은 전국 초중고 재학생 398만여 명의 4.8%인 19만여 명이 도박위험 집단에 포함된다고 했다.청소년의 도박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한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 이전보다 이후가 60% 정도가 증가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진 데 원인이 있다.문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과 같은 SNS에서의 광고 등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해환경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신적으로 미성숙 상태에 있는 청소년기의 도박은 중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 다양하고 적극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도박에 빠진 청소년이 디지털 성범죄나 보이스 피싱, 마약 등 2차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많아 사회 각계각층이 관심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작년 10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청소년의 도박문제와 관련해 범부처 대응팀 준비를 지시한 바 있다. 청소년기의 도박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끼칠 악영향이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청소년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로는 “재미를 느껴”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등이 가장 많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한 도박이 돈을 따고 잃고하는 과정에서 중독이 된다. 도박의 해악성을 청소년에게 잘 알리는 학교 차원의 광범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정책적으로는 온라인상 성인 인증절차를 강화하고 도박의 문제를 범사회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경북 경찰의 도박예방 활동에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2024-04-10

경산의 고대국가, 압량소국(押梁小國)

삼국이 미처 형성되기 전 경북 경산에는 압량소국이 있었다.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 7세기까지 천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존재했던 아주 오래된 소국이다. 압독으로도 불렸는데, 압은 ‘누르다’이고 독과 량은 ‘들’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압량과 압독은 ‘눌린 들’, 즉 산이나 대지로 둘러싸인 평평한 땅, 분지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 원삼국 시기에 넓고 평평한 땅 그리고 금호강처럼 풍부한 물과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이 살기 좋은 장소이자 작은 국가가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압독국은 이런 천혜의 장소에서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었다.압독국이란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실질 고분군에 대한 조사는 1980년대 도굴된 유물이 발견되면서 시작되었다. 임당동과 조영동·압량면 등에 고분들이 많이 분포되어 산재해 있는데, 다행히도 도굴되지 않은 고분도 발견되어 매장된 당시의 모습이나 문화 등을 고스란히 유추해 볼 수 있다. 목관묘와 목곽묘·옹관묘 등 다양한 묘제와 은제 허리띠·순금 귀걸이·금동관 장식·고리자루칼 등 3천여점의 유물과 지배자로 보이는 성인 유골과 순장된 어린이 유골의 일부도 출토되었다. 신상리 고분은 경부고속도로를 확장하면서 조사되었는데, 6세기 전반의 묘들로 돌무지 덧널 무덤이다. 뚜껑굽다리 접시·굽다리 목긴항아리·바리 등 20여 점의 토기도 함께 발견되었다. 또한 왕릉급 목관묘도 발견되어 왕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는 지배자의 무덤이 아닐지 조사되었다. 특이하게도 참나무 속을 통으로 파내고 사방은 나무판을 세워 만든 목관과 부장물이 출토되었다. 이 목관묘는 창원 다호리와 경주 조양동의 중간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목관 안에서는 인골의 일부가 출토되었는데, 유골의 얼굴은 깃이 달린 커다란 부채로 덮여있었고, 두 손에도 부채가 쥐어져 있었다. 부장품으로 청동거울·청동검·쇠도끼·철검·청동모양 말 등이 발견되었다.고분에서 발굴된 유물 중에서 새의 형상을 본뜬 물품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새의 깃털로 된 부채나 새날개모양의 금동관 장식은 하늘과 연관되어 지배자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또한 중앙정부에서 인정받은 권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임당동 유적에서는 금동관 장식이 부서져 조각난 채로 발굴되었다. 이 유물은 신라에서 하사받은 위세품으로 신라 중앙정부와 지방 세력 간의 친밀도를 확인시켜 준다. 금동관과 관장식은 주로 금이나 은을 재료로 사용하여 만들지만 도금한 유물도 꽤 존재한다. 임당동의 금동관장식은 얇은 금동판을 오려서 좌우 새날개 모양과 금동관에 연결하는 부위를 따로 만들고 테두리에 문양을 새긴 후 각각 도금하여 최종적으로 결합한 유물이다. 새날개 모양의 장식표면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위에 원형 달개를 세 번 꼬은 금동선으로 고정하여 장식하였다. 금동선은 구리를 얇게 만든 후 큰 구멍에서 작은 구멍으로 통과하여 더 얇게 만든 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동관장식은 만드는 기술도 현대 기술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나지만, 유물들의 디테일이 오늘날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이다. 지금으로부터 2천여년 전에도 이러한 섬세한 기술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금동관장식의 작은 원형 달개들이 움직일 때마다 찰랑찰랑 소리를 내고, 태양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마치 빛나는 날개가 달린 관을 쓴 것처럼 보일 것이다. 곧 하늘로 날아올라 신의 음성을 듣고 그의 뜻을 전해줄 것 같지 않았을까.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에서는 이러한 조익형관식이 5점이나 출토되었다.사실 천년에 가깝게 이어오던 압독국은 사로국이 정벌 활동을 벌이는 초기에 종속국이 되었다. 음즙벌국, 지금의 경주 안강 유역에 있던 소국과 실직국, 지금의 강원도 삼척에 있던 소국이 포항 인근의 지역을 차지하려 영유권 분쟁을 벌였다. 사로국의 파사 이사금과 금관가야의 수로왕도 이 분쟁에 큰 관심을 가졌다. 수로왕은 해상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실직국을 견제하기 위해 음즙벌국의 편에 섰다. 경주에서 수로왕·파사 이사금·음즙벌국·실직국이 참석하여 합의 연회를 벌이던 중, 수로왕의 부하가 사로국의 관리를 죽이고 음즙벌국으로 도망가는 사건이 일어난다. 파사 이사금은 그 길로 음즙벌국을 공격하여 포항의 영유권까지 차지하며 영토를 확장한다. 이때 음즙벌국과 수로왕의 편에 섰던 압독국이 지레 겁을 먹고 미리 사로국에 항복하여 복속국이 된다. 40년이 흐른 후 일성 이사금 시기에 종속국이던 압독국은 사로국의 월권에 반발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쉽게 제압당한 압독국은 종속국으로도 남지 못하고 완전히 사라졌으며, 그 백성들은 남쪽으로 강제이주된다. 이후 경산 지역은 신라의 산하에서 백제를 견제하기 위한 병영으로 활용되었다. 김유신이 선덕여왕 13년에 압량주의 군주가 되어 백제와 전쟁을 하여 승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사람이 살기 좋은 땅에 자리 잡고, 천년에 가까운 시간을 유지했던 경산의 고대국가 압량소국은 삼국이 형성되는 이른 시기에 신라의 종속국이 되었다. 비록 역사의 흐름 속에서 힘 있는 국가로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현재까지도 남아 지역의 특색있는 역사가 되었다. 압량이라는 지명에서, 고서에서, 고분과 유물에서도 그 오래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시간이 깃든 흔적을 찾아 경산의 고분군을 거닐어본다./최정화 스토리텔러◇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2024-04-10

벚꽃이 피던 날

배문경 수필가 ‘죽산 가는 길목, 머리 없는 석불 둘이 서서 비에 젖는다. 사그막골 두 노인네 점심 끼니로 찐 감자 두어 개 천일염에 찍어 먹고 종일 오시는 비나 내다본다.’ - 장석주 시인의 ‘석불(石佛)’중창문을 열었다. 열린 창으로 빛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환한 빛 속에서 기다리는 무수한 눈동자들 사이로 “밥 두가, 밥 두가” 노인의 목소리가 아침의 고요를 깬다. 그 소리를 중심으로 여기저기서 수런수런 들리는 소리로 인해 밤의 시간은 툭툭 털고 일어선다. 세 끼 식사는 어찌 그리 빨리 다가오는지. 세 끼 식사는 얼마나 마음을 짠하게 하는지. 산다는 것은 입으로 밥풀을 넘기는 일이다.아침과 점심시간 사이에는 종교적 위안을 주는 소리와 영상과 목회자가 있다. 따라 하는 음절 속에는 평화와 안식이 존재할 수 있다. 서성이던 사람들도 조금은 고요해지는 시간, 몰입되는 시간이 고맙다. 내일을 알 수 없다. 떠난 사람이 기억나지 않는 시간과 이후 새로울 것이 없는 내일이라는 미래. 창밖은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눈부시거나.이곳도 계급이 있다면 있다.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에 간식이 주어지고 다섯 끼의 음식 사이, 식사할 때 조미 김 하나를 더 먹을 자유가 있고 자식이 사 준 과자나 과일을 혼자 먹거나 나누어 먹으며 으쓱할 자유도 있다. 대부분 자식들의 챙김이 어르신의 자존심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유형의 보호자들이 부모를 찾는다. 음식과 필요로 하는 것을 서너 박스로 챙기는가 하면 잘 지내냐고 인사만 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 챙겨드리고 남은 음식을 자세히 적어두었다가 챙겨드리는 것은 직원들의 책임이다. 그래도 이미 자식들이 넣어준 과자며 과일은 다 먹은 뒤인데 치매로 떠오른 음식의 이미지로 사람을 몰아세운다. 남은 것은 없는데 누가 사다 준 그것을 달라는 어른이 인정할 때까지 시간이 소요된다.저녁 식사 후 양치가 끝난 어르신들의 잠자리는 일상의 마침표이지만 덜 끝낸, 그래서 또 하나의 시간이 시작되는 밤이다. 소리란 고요할 때 더 크게 들리니까. 낮과 밤이 구분이 되지 않는 몸과 정신으로 서성이는 어른들, 쉴 새 없이 오라고 알리는 벨 소리, 어둠과 함께 여러 형태로 만들어지는 밤의 전경들로 한밤의 고요는 없다. 때론 토닥토닥 어릴 적 어머니가 불러주시던 자장가로 재워드리며 당직자의 밤이 하얗게 물든다. 대, 소변과 밤새 주무시지 않고 소리를 지르거나 시끄럽다고 룸메이트를 겨냥한 욕설과 집에 가겠다고 배회한 사람들에 대한 이모저모가 타닥타닥 자판 속에서 잠자다 일어나 하품을 한다.노년의 무게가 큰 바위 같다. 언제 건너온 강 건너의 시간일까. 찬란한 시간이 모이고 모였던가. 그래서 人生(인생)이란 집 한 채를 지우고 자식을 그리워하다 지치고 지쳐야 이곳에 정착한다.이곳에서 자식은 만나고 싶을 때마다 만날 수는 없다. 서로가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기에. 오직 자식을 건사하고 먹이고 보살폈던 몸은 겨울나무처럼 메말라 거칠고 작아졌다. 몸피가 작아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다. 삶의 무늬는 어떤 것일까. 날실과 씨실의 시간이 교차하며 만든 곱고 아름다운 시간의 흔적은 숙연해지는 빛깔을 만드는 조각과 조각 사이.초록의 싹이 돋아나더니 벚꽃이 영글기 시작했다. 바람이 쏴아 파도치듯 지나가면 겨울 비킨 자리로 꽃의 계절이 눈부시게 카펫처럼 펼쳐진다. 벚꽃이 눈부시게 펼쳐진 길로 나아간다. 걷거나 휠체어를 타거나 부축 받거나 어르신들이 다시 소녀로 소년으로 변신하는 시간으로 들어간다. 봄바람이 파도처럼 넘실거리자 얼굴 위로 주름진 얼굴은 사라지고 리즈의 시절로 돌아간 모습이 되고 웃음소리 낭자하다. 그래, 다시 피어나는 거야.벚꽃의 꽃말이 잠시 머무는 아름다움이라고 했던가. 꽃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데 눈부신 어르신들의 웃음이 환하게 번져나간다. 오늘 지금이 행복이고 즐거움인 것을.

2024-04-10

오일장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작년 봄부터 모두의 집에 나무며 꽃을 심고, 텃밭을 가꾸면서 오일장을 자주 가게 되었다. 달성군에만 해도 규모가 큰 오일장이 몇 있고, 인근의 군 단위 지역의 오일장도 꽤나 크게 열려서 가볼 만하다. 오일장날을 메모해 두고 장을 찾아다니는 재미를 누린다. 인터넷에 전국오일장 앱도 있어 다운 받아 두었다. 현풍 장은 5일과 10일, 화원 장은 1일과 6일, 인근 성주 장은 2일과 7일이고, 4일과 9일엔 고령 장이 선다. 작년부터 남편은 주로 꽃나무와 연장을 둘러보고 사는 재미에 오일장에 푹 빠진 듯했다. 미리 날짜를 검색해 두고는 작정하고 오일장을 찾아가서는 나무 몇 그루를 사오곤 했다. 그렇게 사서 모두의 집에 심은 나무가 10여 그루는 넘을 것이다. 올봄 들어서는 모두의 집보다 이사한 아파트의 베란다에 둘 나무를 수집하듯 사오니 더 이상 둘 곳 없이 빼곡하다. 이 장 저 장 다니며 나무 구경하고 흥정하고 상인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같다. 남편이 장을 보는 것이 내겐 낯설지가 않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와 몇 년 전 영양고택 어르신이 제삿장을 보는 걸 익히 본 적 있기 때문이다.나는 텃밭에 심을 채소 모종에 관심이 있다. 이맘때쯤 심을 모종의 가짓수는 얼마나 많고 또 심고 싶은 채소도 많아 골라와 심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년엔 방울토마토, 오이, 가지, 고추와 상추는 기본으로 심고, 명이나물, 고수, 청겨자를 심었다. 더러는 따 먹었으나 오이와 가지는 손가락 정도로 열매 맺는 걸 봤을 뿐이다. 거름을 하지 않은 탓이 컸다. 올해는 작년같은 실패를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지난 주 고령 장에 가서 살충제와 영양제가 섞인 비료를 사와 미리 뿌리고, 검은 비닐로 덮어 텃밭을 손질해 두었다. 며칠 후 현풍장이 서는 날, 채소 모종을 잔뜩 사올 참이다. 현풍 장에 채소 모종이 가장 많다는 걸, 이 장 저 장 다녀 본 한 해의 미립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엔 간식거리도 많은데 듬뿍듬뿍 쥐어주는 맛보기를 얻어먹기도 뭣해 이것저것 사게 된다. 유과보다 거칠게 만든 넓적한 과즐이며, 돼지감자 튀김도 먹을 만하다. 화원 장에선 거창농장에서 바로 나왔다는 달걀을 보면 무조건 사야 한다. 값도 싸거니와 싱싱한 게 꽤 오래 냉장고에 두어도 노른자가 유독 짙고 탱글탱글하다.장보는 재미만큼이나 쏠쏠한 것이 장터음식이다. 현풍장과 성주장은 수구레국밥이 유명하다. 수구레는 소가죽 껍질과 고기 사이의 부산물이라는데, 그걸로 끓인 국이라고 했다. 값비싼 소고기를 못 먹는 서민들이 싸게 먹을 수 있었던 국밥이다. 가게 앞에 늘어있는 커다란 국솥에서 허옇게 오르는 김 사이로 식당으로 들어가서 국밥을 시켜 먹어 봤다.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있다는데 난 살짝 구린내 나는 그 맛이 역해 두 번 다시 먹지는 않았다. 그래도 고령 장의 뒷고기는 싸고 맛있다. 장터 길가에 함부로 놓여있는 둥근 양철식탁, 그 가운데 벌겋게 달아오른 연탄불 위에 석쇠를 얹고 구워 먹는 뒷고기를 작년 처음 먹어 보고 푹 빠졌다. 고령 장을 갈 때마다 찾게 되는 뒷고기 식당에 앉아 연탄가스 냄새를 맡으며 고기를 굽고 있으면 마치 장돌뱅이가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2024-04-10

중년 남성 활력 찾기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여자만 갱년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남자도 갱년기가 있다. 물론 여자들의 갱년기와는 좀 다르지만 40대가 되면서 중년이 되면 일부 남성들도 여자들의 갱년기와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 이를 남성 갱년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확히는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는 질환을 일컫는 말이고 주된 증상은 발기가 약해지는 증상이다. 흔히들 정력이 약해진다고 한다.결과만 봤을 때는 남성호르몬 수치의 감소지만 그 결과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결과론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원인을 찾아서 해결을 해야 한다. 남성 갱년기의 주 증상은 성욕과 발기기능의 감소, 특히 야간 발기의 감소이고 그 외 기분의 변화, 지적능력 및 공간 지각력의 감소, 피로감, 우울증을 보이게 되며 신체적으로는 근육량 감소, 내장지방의 증가, 체모의 감소, 골밀도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증상을 잘 분석하면 나이에 따른 신체능력 저하에 따른 피로감과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성욕과 발기력이 저하되는 증상들을 남성 갱년기라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르몬 수치에 신경을 쓰지 말고 전체적인 건강을 회복해야지 남성성을 회복 할 수 있다.첫번째는 운동이다. 잃었던 성욕을 찾고 발기력을 향상 시키는 것 중 제일 첫 번째가 운동이다. 달리기가 제일 좋고 사이클과 걷기도 좋다. 어떻게든 안하던 운동을 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근력운동도 하면 도움이 되는데 스쿼트 같은 하체 운동 위주로 하면 된다. 안하던 운동을 시작 하면서 욕심낸다고 무리하지 말자. 걷기 위주로 시작해 조금 뛰어도 보고 사이클을 하나 사서 유튜브 같은 것을 보면서 다리를 굴려도 된다. 헬스장에 가서도 상체 운동은 하지 말고 하체 운동 위주로 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남으면 러닝머신이나 사이클을 하면 된다.다음은 음식 조절이다. 적게 먹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 고기나 채소 등은 충분히 섭취한다. 본인의 식생활에 따라서 고기위주로 먹어도 채소 위주로 먹어도 된다. 단 밥과 빵 국수 라면 과자와 같은 탄수화물은 줄여야 한다.잠을 잘못자거나 긴장을 잘하는 사람은 한의원에서 한약을 지어 먹는 것이 좋다. 비아그라처럼 직접적인 효과가 나는 것은 아니나 몸의 긴장을 풀어 주는 한약을 먹으면 잠을 조금 더 깊이자고 피로를 회복할 수 있다. 피로가 줄어들면 남성성도 좋아진다.그리고 한의원에서 성상신경절에 약침을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초음파를 보면서 성상신경절에 정확히 약침을 놓아 교감신경의 흥분을 가라 앉히면 마음이 안정되고 잠을 깊이 잘수 있고 꾸준히 맞으면 남성 발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성상신경은 교감신경의 관문으로 이 곳에 정확히 약침을 놓게 되면 여성 갱년기 증상 뿐만 아니라 면역력 향상과 피로 감소 등의 효과가 난다. 몇 번의 시술로 몸에 맞는 보약을 먹는 효과를 낼 수 있다.하루아침에 성욕이 좋아지고 발기력이 향상 되지 않는다. 당장 좋은 것을 먹는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운동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고 좋은 식생활 그리고 한약이나 도움 되는 시술 등이 복합적으로 오랜 시간 작용해야 남성성을 찾을 수 있다. 지금 시작하면 내년에 강한 남성으로 태어날 수 있다. 당장 밖으로 나가서 걷고 뛰자.

2024-04-10

내 삶을 바꾸는 선택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지천에 흐드러지게 봄꽃이 피어났다. 길거리의 꽃물결 마냥 벚꽃이 꽃터널을 이루며 장관을 이루고 있고, 산자락이나 들녘에서는 희끗희끗 불그스레한 꽃더미가 존재감을 드러내듯이 훈풍 결에 손짓하며 반기고 있다. 오랜 시간 다독이고 쟁여둔 응축된 에너지가 일제히 솟아나며 각양각색의 꽃으로 피어나니 봄이 절정으로 치닫는 듯하다. 막 돋아나는 움과 싹이며 풀잎도 앙증스럽게 환호하고, 벌 나비와 새들까지 합세해 봄날의 향연을 즐기는 듯하다.봄이면 피어나는 꽃들을 보고 옛 시인은 ‘해마다 피는 꽃은 같은데, 해마다 사람은 늙어 같은 사람이 아니네(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라고 읊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해마다 꽃이나 나무들도 조금씩 다르게 꽃이 피거나 잎차례를 하며 가지를 벌이게 된다. 기상이변이나 기후변화로 꽃덤불이 홍수에 휩쓸려 가기도 하고, 태풍에 나무가 뿌리째 뽑히거나 설해를 입어 가지가 부러지는 등의 수난을 당하기도 해서 해마다 피는 꽃자리가 약간은 다르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나무의 경우는 멀쩡하게 열매 맺던 가지가 어느 순간 끝부분이 조금 마르는가 싶더니 급기야 가지 째 나무의 수분공급이 중단돼 살아있는 나무에 죽은 가지로 남아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예컨대 감나무의 경우, 주변 나무들의 영향이나 나무 자체의 수형(樹形) 유지를 위해 해마다 새 움이 트는 이맘 때쯤이면 수 십 갈래의 나뭇가지가 다같이 물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가지는 물이 오르지 않고 마른 채 그대로 남게 된다. 어쩌면 나무의 생존법 같은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수종이나 꽃나무에게도 엇비슷하게 적용되는데, 하나의 생물체인 나무도 그냥 무덤덤하게 서있는 것 같지만 스스로의 생명과 영양, 생장, 증식을 위한 자구책으로 취사선택을 하며 살아난다는 것이다.한 그루 나무조차 생존을 위한 취사선택의 자구책이 이러할진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오죽 선택이 많으랴. 어쩌면 사람들은 매순간, 매일처럼 발생되는 선택의 기로에 직면해서 나름의 순간적인 판단이나 직감의 결정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무수히 이어지는 선택의 연속에 따라 무의식적이나 의도적으로 취사(取捨)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리라.자신의 생각이나 기준, 관점에 따라 선택하는 결정으로 삶의 향방이 달라지게 됨은 자명한 일이다. 일상적인 사소한 선택에서 학업이나 직업, 배우자 등의 중차대한 선택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며, 선택의 결과 역시 자신에게로 귀결된다. 숲 속에 나타난 두 갈래 길은 운명처럼 다가오지만, 인간은 동시에 두 길을 갈 수 없으므로 그 가운데 인생의 고뇌와 인간적인 한계가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자신의 선택으로 삶이 바뀔 수 있듯이, 지역과 나라를 이끌어갈 국회의원을 뽑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역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제22대 4·10 총선에 대한 관심과 심판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현명한 선택으로 공생하는 삶이 되길 기대해 본다.

2024-04-09

먼지와의 전쟁, 새로운 도약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오랫동안 익숙한 편함을 바꾸는 것이 혁신이다. 혁신에는 저항이 따른다. “시간이 없다, 어렵다” 라고 저항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개선하고 나면 바쁨이 줄고 더 편해지는 것을 인지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개선 활동의 모멘텀을 끌어내기 위해 바람직한 모습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시켜 전략에 따라 활동을 전개한다. 야생 코끼리를 산 중턱까지 원하는 시간 내에 가게 하는 것이 혁신이며 성공의 원리는 지속적인 변화관리라 할 수 있다.중소기업이 밀집한 인천 남공공단에 철도용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동양주공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의 일환으로 포스코의 혁신 지원을 받았다. 인천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시 환경과에서 진단한 결과 열악한 환경으로 3년 내 공장을 옮기라는 통지를 받고 시화공단에 1만평의 공장 부지를 사 놓은 상태였다. 주물 제조의 생산공정은 먼지로 안을 보기 어려웠고 모래 바람이라 할 정도의 열악한 작업장은 시 환경과의 진단을 이해할 수 있었다.‘먼지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활동 체계를 구성했다. 250명 직원을 전 생산공정의 28개 팀으로 개선활동에 들어갔다. 총무팀, 생산지원팀 등 스탭은 VP(Visual Planning) 활동을 통해 생산현장을 지원하게 했다. 노후화 된 집진기 7대 성능이 67% 수준으로 새로운 집진기 도입을 결정했으나 보류시키고 생산공정의 먼지 발생원을 찾아 나섰다. ‘See FeelChange’ 슬로건 아래 ‘열 번은 보고 생각하고 개선하자’라며 전 직원 ‘먼지와의 전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절박감에 참여하는 공장 환경개선활동은 10개월 지날 즈음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지 발생량은 반에 반으로 줄었고 집진기 성능도 복원하며 새로 도입없이 여유가 생겼다. 작업장과 직원들의 마음은 밝아졌고 공장 이전없이 새로운 도약의 길로 거듭났다.‘현장에 문제와 답이 있다’라는 말처럼 투자와 기술로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못 보거나 문제를 푸는 원리를 인지하지 못 하면 돈만 쏟아 붓고 문제는 남는 경우가 있다. 24시간 생산을 하고 있는 직원들이 설비, 생산공정상의 구조적 먼지 발생원을 찾고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전 직원이 먼지 발생원을 도출하고 함께 토론하며 풀어가고 개선이 어려운 먼지는 집진기로 해결한다. 만약 집진기를 새로 도입했다면 먼지 발생의 문제를 인정해버리는 셈이고 후처리 대책만 세우는 모양이 되어 쾌적한 생산 환경은 요원하게 되는 것이다.석회가 쌓여 오른 쪽 어깨가 아프면 칼로 수술한다. 6개월 후 재발한다. 오랫동안 오른 팔을 사용하다 근육이 오른 쪽으로 쏠렸고 뼈와 근육의 마찰로 석회가 쌓이고 통증으로 이어진다.인체파동 원리대로 근육 균형을 잡아주면 어깨 수술없이 문제는 사라진다. 전 직원이 문제 본질로 접근한 것이 시화공단으로 이전하는 일도 사라졌고 내일을 향해 도약하는 기회가 되었다. 문제의 인식과 풀어가는 원리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2024-04-09

조국이 구상하는 22대 국회는 ‘막장드라마’

심충택 논설위원 오늘 총선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야권이 200석을 확보하면 우리 사회는 극단의 분열과 증오사회로 치달을 수 있다.한 유력정치인은 “양 진영 간 내전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조국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6월 국회가 개원하면 우선순위를 정해서 김건희 종합특검법이나 한동훈 특검법 같은 것을 민주당과 협의하겠다. 민주당도 동의할 것으로 보는데 빨리 합의할 수 있는 것이 최소 10가지는 된다”고 했다.조 대표는 그동안 “한 위원장의 딸이 논문대필로 스펙 부풀리기를 했다는 의혹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며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공언해왔다.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나 개헌은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10가지 중에 포함돼 있을 것이다.조 대표는 지난 3월 비례정당을 창당하면서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검찰독재의 강이고 윤석열의 강이다. 조국혁신당은 오물로 뒤덮인 ‘윤석열의 강’을 건너, 검찰독재를 조기에 종식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벌써 국회의장 자리에 강경성향인 추미애 후보를 내세워 그동안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제동이 걸렸던 법안들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아직 선거결과를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야권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 조국혁신당도 타 정당 의원들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최소의석 10석 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내 제3당 등극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조 대표가 구상하는 국회 개원 이후의 ‘윤석열·한동훈 탄핵 내지는 식물화’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리얼미터가 가장 최근 조사(2~3일)한 비례정당 지지율에서 조국혁신당은 30.3%로 1위를 차지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조 대표의 구상이 실현될지 여부는 오늘 유권자의 심판에 달렸다. 이번 총선의 특징은 법적·도덕적 흠결이 있거나 과거 망언을 일삼은 인물들이 여야 정당의 심사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고 버젓이 공천장을 받았다는 것이다.대표적인 정당이 조국혁신당이다. 조국혁신당 후보 상당수는 형을 선고받았거나 재판·수사 중인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우선 조 대표 자신이 자녀 입시 서류를 허위로 작성·위조한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범법자다.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교도소로 가야 한다. 비례 8번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연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비례 1번인 박은정 전 부장검사는 검찰에서 해임되기 직전인 최근 21개월 동안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1억여 원을 급여로 받아 논란이 됐다.범법자들이 즐비한 정당이 비례정당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지만, 이는 여권이 자초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의료시스템 붕괴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현 정권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대한 민심이반이 가속하면서 총선판세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이제 유권자들이 정치권에서 걸러내지 못한 후보들을 투표를 통해 솎아내는 수밖에 없다.

2024-04-09

금배지

우정구 논설위원 국회 사무처가 22대 국회의원의 배지를 공개했다.이 배지는 오늘 개표를 통해 당선자가 확정되면 등록순서에 따라 배부하게 된다.배지는 99% 은과 미량의 공업용 금으로 제작돼 있다. 지름 1cm 크기로 무게는 약 6g정도다. 분실 시 재발급을 받으려면 국회의원이 3만5천원을 주어야 구입할 수 있다.국회의원 배지 한가운데는 국회라는 글자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늘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신분에 걸맞도록 직분을 수행하라는 의미다.그러나 보통의 시민들은 금배지라 부르며 권력의 상징처럼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도 금배지를 달면 당선 전과 후가 달라져 욕먹는 경우도 더러 있다.시쳇말로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에게 권력을 쥐어주면 안다”고 했다. 그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한 표를 부탁할 때와 전혀 다른 모습에 실망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선량한 사람도 특정 상황에 놓이면 악한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루시퍼 효과’라 부른다. 일명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라 부른다. 선량한 사람을 뽑아 상황극 속에 교도관 역할을 시켜보았더니 포악하고 가혹한 행동을 서슴지 않더라는 것이다.과거 김무성 전 의원은 국회의원 배지를 초선 때 말고는 달지 않았다. 권위적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 싫어서라고 했다. 또 모 의원은 국회의원 배지를 거꾸로 달고 다녀 화제를 모았다. 작금의 국회가 부끄러워서라 했다.새로 금배지를 달 22대 국회의원들은 당선의 기쁨보다 배지의 의미를 잘 새겨 국민에게 봉사하는 선량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