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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연두색 번호판

우정구 논설위원 올해부터 법인이나 관공서 등에서 고가의 차를 구입하면 연두색 전용 번호판을 달도록 하는 제도가 생겼다.국토교통부는 고가의 슈퍼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놓고 사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법인 등이 8천만원 이상의 차를 구입하면 연두색 번호판을 달도록 조치한 것이다.이에 따라 올 들어 전국적으로 1천661대의 차가 연두색 번호판을 달았고, 대구와 경북에서도 120대의 법인 차가 연두색 번호판을 단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은 많지 않아 낯선 번호판을 보기가 쉽지 않다.작년까지만해도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입하면 차량 구입비와 보험료, 유류비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고 연간 최대 1천500만원까지 경비 처리도 가능했다. 이런 점을 이용해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입해 놓고 실제로는 회사 대표 가족 등이 차를 몰고 다녀 사회적 물의가 잦았다.연두색 번호판의 개시로 이같은 사적 이용이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제도 정착에는 의문도 없지 않다. 제도 시행을 하면서 기존의 법인 차량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을 하지 않았던 점 그리고 일부 법인에서는 제도 시행전 서둘러 차량을 구입해 제도 시행의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도 있다.또 8천만원 이하 중·저가 차량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법인 차의 사적 사용이 사실상 제한적이란 평가도 있다.정부는 제도를 소급 적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회적 자율규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다고 밝혔으나 정부 기대만큼 자율 분위기 조성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처음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부작용은 보완하고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15

경북형 분산에너지, 지역경제 성장 견인하길

경북도가 오는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에 대비해 경북형 분산에너지 모델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분산에너지란 에너지를 사용지역 인근에 설치해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하의 발전설비를 말한다. 특별법에는 중앙집중식 전력시스템의 한계 극복을 목표로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지역별 전기요금제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경북도는 특별법에 근거해 전력 설비가 많은 경북지역의 특성을 살린 경북형 분산에너지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용역을 통해서 특화지역 개념을 정립하고 특화지역에 대한 전력수급 계획과 신사업 모델,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까지 검토할 예정이다.특히 원자력 발전소가 집중된 경북의 특성을 반영한 경북형 분산에너지 모델을 만들어 지역민이 저렴하게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값싼 전력을 바탕으로 기업 유치에도 공을 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경북은 국내 25기 원전 가운데 12기가 집중돼 있고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확장 가능성도 높은 곳이다. 앞으로 울진 신한울 원전 건설이 재개되면 전력자급률을 더 높일 수 있다.현재 경북의 전력자급률은 200%가 넘는다. 전력을 많이 쓰는 서울의 11%, 경기도 62% 등과 비교해 볼 때 월등히 높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지역 내에서 생산된 전기를 지역에 판매하고 남는 전기는 전력업자를 통해 타지역으로 판매할 수도 있게 된다.경북은 그동안 에너지 분권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북형 분산에너지의 모델이 지역발전을 선도할 수 있게 잘 만들어져야 한다. 전력 생산이 높은 경북지역 산단이 전기 부족으로 기업 유치에 애로를 겪는 모순은 앞으로 사라져야한다.특히 전력설비가 많은 지역으로 기업이 스스로 찾아와 지역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 체계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분산에너지 사업의 최적지라는 장점을 살리는 경북형 분산에너지 모델 개발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2024-02-15

끝나지 않은 ‘건국전쟁’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세간의 화제다.이승만이란 인물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이념이나 정파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대한민국을 건국한 국부(國父)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보다는 독재자에다 미제의 앞잡이요 친일파로 매도하는 국민들이 대부분이다. 지금 상영 중인 영화 ‘건국전쟁’이 화제인 것은 바로 그런 대다수 국민들의 인식에 상당한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조선이 패망하고 일제의 식민지를 거쳐 대한민국이 탄생하는 과정에 이승만이라는 걸출한 인물의 등장은 한편의 영웅신화를 연상케 한다.무엇보다 그는 한반도 오천년 역사에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한 사상가요 지도자였다. 그가 아니었으면 남한의 해방정국은 지리멸렬 분쟁을 하다가 결국 김일성의 적화통일 야욕에 휩쓸리고 말았을 것이다.그러지 않아도 6·25 남침으로 패망직전까지 간 것을 이승만의 활약으로 겨우 막아내지 않았던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기까지 이승만은 혈혈단신 적진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는 장수와 같았다. ‘건국전쟁’이라는 영화의 제목도 그래서 붙여진 게 아닐까 싶다.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지만, 자유대한민국의 기반과 초석이 되는 어느 것도 이승만을 통해 나오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정부의 수립과 시장경제체제 도입을 기반으로 안보를 확보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사유재산제도를 일반화한 농지개혁법 시행, 초등교육 의무화와 해외유학 장려 등의 교육개혁으로 80%의 문맹률을 22%로 낮추었고,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지원과 원조를 이끌어 냈으며 충주 비료공장, 문경시멘트, 원자력발전 기획 같은 경제적 기반도 마련했다.대한민국 국민 중에 이승만 대통령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그의 업적을 알고 기리기는커녕 대다수 국민들이 혐오와 저주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막힌 노릇인가. 그렇게 된 제일의 원인은 그가 투철한 반공주의자이기 때문이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잔재하는 좌경화 세력들이 끊임없이 세뇌하고 선동한 결과였다. 특히 교육계에 침투한 좌파 운동권 세력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사상을 주입하여 국민 대다수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좌경화 된 것이다.대한민국의 완전한 건국은 통일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다. 거기에 이르는 길은 아직 멀고 험해 보인다. 그러나 절실한 염원과 굳은 의지가 있고 부단한 노력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번 4월의 총선은 그 과정에 놓인 한 고비가 될 것이다. 좌파 정권에 의해 와해의 길로 들어섰던 자유민주주의 정체를 수호하고 재정비한다는 의미에서 제2의 건국이 될 수도 있는 선거다. 아직은 끝나지 않은 건국전쟁이지만 예감과 징조가 나쁜 것은 아니다. 아무쪼록 이승만 대통령의 정신과 업적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이 국민들의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 하나의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24-02-15

세시풍속의 변화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설 연휴를 가족들과 보내고 이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오니 그 며칠간의 모습들이 잔잔한 기억으로 가라앉는다. 차례상도 간소하게 하였고 떡국 올려서 조상님께 한해의 복을 빌어보았다. 자식들에게 세배를 받으며 덕담도 해주고 깨끗한 봉투에 마련해 둔 세뱃돈을 주고 보니 또 한 살 더 먹었다는 세월을 가늠해 보기도 한다.옛 같으면 형제자매가 설날에 다 모여 북적대며 즐거웠을 텐데 가족 수가 줄어드는 요즈음 그나마 모두 자기들의 생활을 찾아 훌쩍 떠나버리면 허전한 가슴엔 때때옷 입은 손주들의 웃음소리만 귀에 아른거릴 뿐…. 더욱이 이웃 어른을 찾아뵙고 세배를 드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옛날 설날에는 가족들 모두 모여 앉아 윷놀이도 하고 밖으로 나가 들판에서 연날리기도 했었지만 이제 모두 바빠서인지 세시풍속을 즐겨야 할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힘이 든다. 전통 명절이 조금씩 쇠퇴해 가는 느낌이다.14일은 밸런타인데이(St. Valentine’s Day)- 여자가 남자 친구에게 초콜릿을 선물한다는 날, 근래 들어 청소년들 사이에서 새로운 세시풍속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유래는 3세기경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병사들은 황제의 허락 없이는 결혼할 수 없었는데,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안타깝게 여긴 성인 발렌티노는 몰래 결혼식을 주례해 주었으며 그 죄로 처형을 당했고, 그 후 순교한 이날을 축일로 기념해 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일본에서 유입됐다. 조선시대에도 ‘연인의 날’이 있었고 경칩(驚蟄)과 칠석(七夕)이 우리의 풍속이다.밸런타인데이에 주로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도 1936년 일본의 어느 제과업체가 광고하고 나서라고 한다. 요즘이야 연인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친구나 가족에게도 뜻있는 선물을 하며 새로운 세시풍속이 되고있는 현실이니 농경사회의 뿌리 깊은 전통을 융합해 가며 청소년들의 감각에 맞는 명절로 자리하는 것도 나무랄 수 없겠다. 이날을 계기로 3월 14일은 남자가 여자에게 답례하는 ‘화이트데이’가 있고, 또 4월 14일은 위의 두 날을 기념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짜장면을 먹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블랙데이’도 있다. 이러한 날들이 마케팅 목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비난도 받지만 젊은이들 사이에는 매달 14일에 이름을 붙여 ‘포틴 데이’로 즐기고 있다고 한다.또 24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라 이것을 숨기려 했다는 ‘일본 음모론’도 있지만 겨울을 보내는 음산한 계절에 사랑을 담은 꽃다발을 건네며 달콤한 초콜릿을 선사하는 맑은 마음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 작년 밸런타인데이는 코로나의 사회적 거리가 해제되어 마스크를 벗은 날이었고 올해는 전국 곳곳이 20도 안팎으로 역대급으로 더운 밸런타인데이가 되어 홍매도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이제 입춘첩을 붙여둔 문간에 봄비가 내리고 햇살 받는 창가에 동백꽃 향기가 넘치면 각급 학교의 졸업식도 있고 3월의 개학 준비도 해야겠지…. 세시풍속은 해마다 일정한 시기가 되면 전통대로 반복 거행하는 의례적인 생활행태이지만 세월 따라 조금씩 변하며 새로운 것이 탄생하기도 한다.

2024-02-15

[기고] 난세의 영웅, 대한민국의 국부 이승만

김소현 경주시의원 ‘건국전쟁’영화가 지난 1일 개봉 이후, 2주도 안돼 박스오피스 2위, 누적관객 38만명을 돌파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던 대한민국 건국과 이승만 대통령의 역사를 다룬 객관적인 사실 기반의 영화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고 살아가야 하는 미래세대와 대한민국 정치가 리셋(reset)되기를 바라는 이들은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역사적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현재 대한민국의 젊은 층들은 한국정치를 바라보며 저마다 ‘자기의심’을 하기 시작했다.지금도 이승만정권 타도라고 외치는 북한 공산정권과 진보라 일컫는 전교조, 주사파 및 운동권들이 만든 역사적 프레임, 언론 및 교육의 테두리에 갇혀있다가 어느 날 문득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내가 배운 것이 맞는 걸까?’‘내가 믿어 왔던 것을 의심하는 것이 맞을까?’‘내가 지금까지 배운 것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이는, 그 너머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합리적 사고의 시민들이 움직이고 깨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는 그동안 알고 있던 것, 배우며 사고했던 것들이 모두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직면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극심한 국민 갈라치기와 이념적 배타성이 팽배한 한국사회에서는 결코 쉽지않다는 것도 비극적이다.그럼에도 왜곡된 역사와 그동안 내가 믿고 있었던 신뢰의 체계에 직면하는 ‘자기검열’의 시간은 진정한 애국심과 공명심을 가진 국민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 더 이상 경제 민주화, 지식의 민주화를 외치는 변질된 반대한민국 사상으로 문화세뇌를 시키는 좌파세상이 대한민국의 주류층이 되게 놓아둘 수는 결단코 없지 않은가.이제는 대한민국의 기반이 되는 사상과 건국의 뿌리, 근․현대화 및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으로 나라를 일으켰던 시대적 소명의 지도자들을 새롭게 만나야 한다.영화‘건국전쟁’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건국 과정의 배경이 그토록 치열하고, 경이로웠던 것은 시대적 소명을 가진 절대적이고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지도자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홀로 외로이 두었던, 지난 시간에 가슴이 먹먹할 정도의 애통함과 미안함을 불러일으킨다. 짧지 않은 101분의 러닝타임이 주는 몰입의 힘은 실로 굉장하다.우리가 살고있는 이 땅, 대한민국의 많은 동료 시민들이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영화‘건국전쟁’을 반드시 관람하길 염원한다.

2024-02-15

공부에 때가 따로 있을까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인공지능 AI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앞서 이끌어가는 첨병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인간의 소외와 고통에 더욱 그림자를 드리울 흉물이라는 부정적인 예측이 함께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그게 무엇이든 알아야 한다는 것. 제대로 배워 깨우친 다음에야 분석과 예측이 가능하고 활용이든 거부든 결정이 된다.사람은 언제까지 배워야 할까. 6세에 시작하는 교육과정을 16년 정도 거치며 어른이 된다고 이해하였다. 초-중-고-대로 이어지는 교육모델은 충분했을까. 근대적 교육개념이 정리되기 시작하던 아주 초반에 만들어졌다. 구한말 교육개혁을 시도했던 이래 일제를 거쳐 해방 후 1951년에 이 학제가 교육당국에 의해 정책적으로 결정되었다.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기본골격은 아직껏 그대로다. 그러는 사이 세상은 변하였고 우리 사회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대학을 나오는 청년들은 어떤 미래를 기대하는가. 획득한 학사학위는 그들의 삶에 어떤 약속을 하고 있을까. 20대 초중반에 대학교육을 마치면 앞으로 펼쳐질 60년도 넘을 여정에 충분한 준비가 된 것일까. 무엇인가 더 배워야 할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당연히 더 배워야 한다.빌게이츠(Bill Gates)는 그의 책 ‘The Road Ahead(미래로 가는 길)’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상의 투자는 바로 ‘교육’이라면서 ‘교육의 목표를 학위를 받는 것으로부터 평생 배우는 일(Lifelong Learning)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유네스코(UNESCO)는 통합적 평생교육을 21세기 교육의 중요한 정책 목표로 삼아 산하에 평생교육원(UIL)을 두고 성인 교육에 방점을 둔 국제적인 재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독일 시민들은 이미 평생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교육적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미국은 지역 대학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시민들이 끊임없이 교육의 기회를 가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국은 ‘정교한 평생교육제도의 구축’을 핵심 교육정책 목표로 삼고 국민 모두를 위한 평생교육을 구현하려 시도하고 있다.우리는 어떤가. 지역에는 평생교육을 지원할 어떤 자원들이 있는가. 평생교육은 이제 정부 교육당국에만 의존할 수도 없게 되었다. 지역에서 실질적인 평생교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대학이 나서야 한다. 대학이 해야 할 일들이 여러 가닥이지만 소재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의 발전을 가져올 가장 좋은 통로는 평생교육이다. ‘지역협력’ 슬로건을 슬기롭게 구현할 방법도 평생교육이 아닌가. 언제까지 지역에 존재하면서 정부의 지원만 바라보며 지낼 것인가. 소규모로 진행하는 문화교실 성격의 연성(軟性) 평생교육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본격적인 지식습득이 일어나고 실질적으로 다시 배우는 경성(硬性) ‘평생교육’이어야 한다.대학이 지역사회와 공존상생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발전에 기여하며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어 낼 열쇠는 ‘평생학습’에 있다. 대학이 언제까지 20대 청년들만 가르칠 것인가.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하는데.

2024-02-14

여당의 공천 교통정리, TK에서도 시작됐다

국민의힘이 4·10 총선 공천 신청자가 몰린 서울 일부 지역구에 대해 ‘후보 재배치’를 검토하면서, TK(대구·경북)지역도 어떤 방식으로든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그저께(13일) 공천 신청자 면접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서울 중·성동을 등 일부 지역구에 대해 후보 재배치를 하겠다고 했다. 중·성동을 지역구는 하태경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중진급 의원 3명이 공천 신청을 한 곳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강세 지역에서 오래 봉사해 온 중진들은 자체적으로 굉장한 힘을 갖고 있어 그 힘을 우리가 이기는 데 잘 쓰려면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PK(부산·울산·경남)지역의 경우, 이미 후보 재배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3선 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민주당 김정호 의원 지역구인 김해을에, 5선 서병수(부산진갑) 의원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지역구인 부산 북·강서갑에, 3선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은 민주당 김두관 의원 지역구인 경남 양산을에 도전하기로 했다.TK의 경우에는 PK지역과 달리, 후보재배치 방식이 아닌 불출마 종용, 또는 컷오프 방식으로 물갈이 비중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공관위는 개인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현격하게 낮은 현역의원을 유력한 교체후보로 지목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TK지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국민의힘 TK지역 공천신청자는 대구 44명(3.7 대1), 경북 68명(5.2 대1)이다. 신청자가 많은데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총선 때마다 공천 후유증이 심각하다. 당 공관위가 ‘시스템 공천’ 원칙을 밝히며 인위적 물갈이에 선을 그었지만, 혹시라도 전략공천 잡음이 나오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특히 TK지역 공천은 한동훈 비대위의 ‘개혁공천’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에 탈락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4-02-14

청도 소싸움의 운명

홍석봉 대구지사장 문화재청이 ‘소싸움’을 올해 새롭게 무형문화재 지정 대상에 포함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매사냥, 울산쇠부리소리 등 8종을 신규 조사 대상으로 발표했다. 그러자 동물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동물 학대 지적을 받는 소싸움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전통 보존이 아닌 학대라고 주장했다. 깜짝 놀란 문화재청도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동물 학대 논란은 ‘투우 경기’가 국기(國技)로 되어 있는 스페인에서도 일고 있다. 스페인의 식민지배 영향으로 투우 경기가 열렸던 중남미의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에서도 중단 사례가 잦다고 한다. 잔인하게 소를 죽이는 경기가 비윤리적이며 동물권을 침해한다는 여론을 수용한 것이다.‘동물권’은 1975년 윤리철학자인 피터 싱어에 의해 시작됐다는 것이 통설이다. 인간이 아닌 동물도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개념이다. 불교에서도 동물의 살생을 금하고 있다.지난 설 연휴 이틀간 진행된 청도소싸움 경기장에 1만2천여 명의 관람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가족 나들이를 겸한 관람객들이 싸움소의 거친 숨소리와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함성을 쏟아냈다고 한다.지난해 10월 전북 정읍의 소싸움 대회가 27년 만에 폐지됐다. 소싸움을 하는 전국 11개 지자체 가운데 처음이다. 개식용금지법도 올 초 국회를 통과했다. 2027년부터는 개 식용이 전면 금지된다. 소싸움 놀이도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이다. 동물권의 확대와 사회 분위기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에 민속경기의 하나로 사랑받아온 청도 소싸움 대회도 존치가 위협받고 있다. 조만간 사라질지도 모른다. 세태의 도도한 흐름과 추이는 거부할 수 없을 터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14

주차와의 전쟁 벌이는 대구 구청 민원인들

대구시내 구청마다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차량은 날로 증가하는데 민원인을 위한 주차공간 확보는 아예 손놓고 있어 만성적인 주차난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원인은 5분짜리 민원을 봐야하는데 30분 내지 1시간동안 주차하느라 허둥대야 하는 게 보통이다.한 민원인이 “주차하기가 어려워 구청 방문하기가 겁난다”고 말할 정도이니 대구시내 각 구청 주차난의 심각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겠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청 직원들은 아예 주차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한다. 대구 서구청의 경우 청사 내 56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나 민원방문 차량 편의를 위해 직원 대부분의 주차를 막고 있다. 직원 일부는 1시간 이상되는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불편도 감수한다. 대구시내 9개 구군청 중 외곽에 위치한 달성군과 군위군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비슷한 상황이다.본지 취재팀 조사에 의하면 대구시내 구청이 보유한 주차 대수는 북구청이 86면으로 가장 적고, 중구가 217면으로 가장 많다. 구청이 보유한 주차대수는 평균 100여 대에 불과해 하루 방문민원 차량 500∼2천500대를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직원의 차량을 통제하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민원인의 차량 방문이 보편화되면서 각 구청의 주차난이 일반화됐으나 해당기관들은 대책 마련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외곽지의 군청사 말고는 모두 도심에 위치해 확보할 부지가 마땅치 않고 예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이러다 보니 민원인의 주차난을 당연시 여기며 민원인의 양해를 구하는데만 급급하다. 수성구청은 청사 이전을 이유로 주차장 확보 계획이 없고, 다른 구청도 주차타워 건립 등 별도 대책에 나서야 하나 도심에 위치해 쉽지 않다는 말만 하고 있다.구청은 지역주민이 민원을 이유로 자주 찾는 곳이다.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방치할 일도 아니다. 청사 인근부지를 매입하거나 승용차 요일제를 시행하는 등 주차난 해소를 위한 적극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민선단체장의 관심이 필요하다.

2024-02-14

까치설날에

윤명희 수필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가 여느 날보다 더 반갑다. 하필이면 단대목에 프린트기가 말썽이란 말인가.“큰댁에 가셔야 할 텐데 죄송해요.”“어디 요새 설이 설입니까? 아침에 잠시 가서 절이나 하고 오면 한나절도 안 걸리는데요. 어디 보자, 빨간 잉크 분사가 잘 안 되는 모양인데.”어디까지 가셔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프린트기를 열어젖히며 말했다.본가가 저기 강 건너 산 아래 있는 집성촌이거든요. 지금이야 타성이 조금 있긴 하지만, 뭐 그래도 아직 우리집안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요즘 촌에 젊은 사람 있기나 한가? 나이 많은 어르신들뿐, 쉰 중반인 내가 가장 젊다니까요. 강 너머지만 가까이 살다보니 집안대소사 총무 일을 여태껏 맡고 있어요.우리 집안은 선산 한 귀퉁이가 도로 확장에 들어가는 바람에 집안 경비 통장에 돈이 많거든요. 1년 이자만으로도 해마다 봄에는 꽃놀이 가고 가을에는 단풍놀이 가고 했지요. 이제는 모두 나이가 많아서 어디 관광 가는 것보다 모여서 먹고 노는 걸 더 좋아합디다. 지난 연말에 큰 식당 빌려서 집안 어른들 다 모셨거든요. 분위기 띄우는 것도 내가 해야지 누가 하겠습니까. 부모 맞잡이 되는 형님 형수도 있고, 막내 형수가 나보다 댓살이나 많을라나. 술 분위기가 한껏 올라가는데, 평소에는 입도 잘 띠지 않던 막내 형수가 느닷없이 올해부터 제사는 각자 지내자고 하대요. 코로나도 끝났는데 그렇게 말하는 건 우리 집안에서는 반란이거든요. 얼른 옆에 앉아있는 대장 형수 표정부터 살폈지요. 무슨 소리냐며 탁자부터 칠 형수가 ‘그래, 그러자’는 말로 일축하는데 더 놀랐지요. 여기저기 형수들이 무슨 단합을 했는지 이젠 그래야 한다고 웅성거립디다.프린트기를 들여다보는 내게 그는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말했다. “잉크선 중간에 생긴 기포 때문이네요. 이런 건 간단합니다.”그는 잉크와 연결된 호수의 기포를 빼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뒷이야기가 궁금해 ‘그래서?’라고 추임새를 넣었다.형님들이 화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무 말 없이 술잔만 비우더라고요. 빈 술잔을 채워주면서 큰형님한테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지요. 그 형님이 어떤 사람인 줄 아십니까? 명절이면 아침 댓바람부터 갓 쓰고 도포자락 휘날렸거든요. 윗대 제사부터 지내고 우리 집 제사까지 오자면 오후 2시가 넘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는 법이 없었어요. 집안의 제사 참석으로 존재감을 보이는 양반이었다니까요.그런 양반이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시절 따라 가는 거지 뭐.’라고 하는데 이건 뭐지? 싶더라고요. 그날 그 장소는 의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선포하는 자리였단 말입니다. 알게 모르게 그동안 집집마다 많은 얘기가 있었겠지요. 누가 말을 꺼내주기만 기다린 분위기라는 게 느껴집디다. 물론 그동안 형수님들 힘들었지요. 집사람도 명절 지내고 나면 몸살 나는데요. 다들 그랬다 아닙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여겼지요. 코로나라는 복병이 나만 고마운 게 아니었더라고요. 단 얼마동안이었지만, 내가 안하려고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가 못하게 했으니 사실 나는 마음이 편했거든요.안하면 큰일 날 것처럼 이어왔지만, 코로나가 굳이 안 해도 괜찮더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사람은 누구나 총대를 메는 걸 두려워하거든요. 내 대에서 안 한다? 나 때문에 그렇다? 그런 말 듣는 거 자체가 쉽지 않아요. 그 역할을 코로나가 해결해 준 거 아닙니까. 사회적인 핑계가 되어 줬지요. 형님 말씀처럼 시절에 맞춰 갈 수밖에 없어요. 변화의 계기가 아닐까요? 그렇다고 설을 없애자는 건 아니고 우리 식구끼리 새로운 설날 문화를 잘 만들어가야지요.“자, 이젠 프린트가 깨끗하게 잘 되지요?”컴퓨터 가게 아저씨가 명절 잘 보내라는 말을 남기고 사무실 문을 나선다. 나 또한 명절 이틀 전부터 큰댁에 가야했고, 종숙 댁에서 지내는 제사까지 참석해야 했다. 설날 아침에나 잠시 왔다가라는 큰댁 형님의 전화가 반가우면서도 섭섭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2024-02-14

스마트 세상의 이모저모: 교차로와 신호등

인류의 문명사에서 디지털 기술의 역사는 20세기 중반 이후 불과 100년이 채 안 된다. 문명사의 시작 지점을 20만 년 전 정도로 본다면 100년은 그 중 0.05%에 불과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디지털 기술이 현대 인류의 삶을 변화시킨 가장 중요한 발명으로 꼽힌다는 것은,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실감케 한다.디지털화의 물결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세대로서, 디지털이 없는 인류의 삶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어느새 우리 삶 속 깊숙이 자리를 잡아 마치 만능 해결사처럼 여겨지게 된 디지털 기술. 그러나 디지털 세상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한계점이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필자는 앞으로 몇 편의 연재를 통해서 현재 도시 생활 속의 불편한 부분을 살펴보고, 미래 세상이 얼마나 더 똑똑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그러려면 우리는 물속에서 구조된 후 봇짐을 내놓으라고 말했다는 속담 속 그 사람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이 가져다준 편리함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이제 당연하게 여기고, 그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기대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인류는 과거에도 그런 방법으로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일상을 살아가다 크고 작은 불편을 겪게 되면, 그 불편을 해소해 줄 새로운 도구를 원하게 되고, 새로 도입한 그 도구로 인해 내 삶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경험을 하고 나면, 이후에는 그것이 없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이것이 인류를 도구의 인간으로 불리게 만든 인간의 본성이다.디지털의 21세기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 기술도 이런 인간의 마음을 토대로 창조되고 진화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마치 보도블록 사이에서 돋아나는 새싹처럼 불편함이 있는 곳에서 작은 틈새를 비집고 나와 우리 삶 속에 점점 더 큰 자리를 차지한 후 어느 순간 그것이 없이는 살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까.그 첫 번째 순서로 함께 살펴보고 싶은 것은 출퇴근길이다. 예를 들어, 차가 전혀 없는데도 건널목 신호에서 보행신호가 켜질 때까지 한참을 혼자 서서 기다려야 할 때. 버스를 놓칠까 열심히 달려갔지만, 정류장에 대기 줄이 엄청날 때. 버스가 도착했지만, 만원이라 탈 수 없어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할 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회사 엘리베이터 앞,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문이 열렸나 싶었는데,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서 타지 못하고 결국 지각하게 될 때 등등. 지구촌의 직장인이라면 출퇴근길에 누구나 겪을 법한 불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이런 불편들을 줄여줄 수 있는 스마트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보자. 스마트 기술의 도움으로 똑똑해진 교차로와 건널목이 차량과 보행자의 위치와 속도를 감지하여 신호등과 LED 조명을 제어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길을 건너려 서둘러 달려오는 사람이 있다면, 차가 없는지 살펴보고 교차로 신호등을 보행신호로 슬쩍 바꿔줄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분이나 초등학교 앞 등굣길에 아이들이 귀엽게 재잘거리며 길을 건너고 있다면, 건널목 보행신호를 몇 초 더 늘려주는 따뜻한 배려도 가능하겠다. 도로가 건널목을 건너려 다가오는 보행자를 감지하여 우회전하려는 운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준다면, 안타까운 우회전 건널목 교통사고를 줄일 수도 있다. 곽지영 태재대학교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장 사실 운전자로서도 교차로 신호 체계가 불만스럽긴 마찬가지다. 출퇴근길 아파트 단지나 회사 앞 진출입로처럼, 유독 좌회전 차량만 길게 줄을 선 교차로를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차가 없는데도 신호등은 우직하게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일정 간격으로만 운영되니 이런 현상이 생긴다.교차로 신호등이 스마트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대기 중인 차량의 수를 감지해서 신호등 간격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교차로 신호등의 운영 주기가 보통 3분 내외인데, 이 틀 안에서 수요에 반응하는 신호체계를 가변적으로 운영한다면 전체적인 교통 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스마트하지 않은 교차로와 건널목은 마치 말이 잘 통하지 않고 우둔하며 꽉 막힌 벽창우 고집쟁이처럼 사람들 마음속에 짜증이나 분노를 유발하게 되니 시민들의 정신 건강에도 해롭다. 급한 마음에 차선을 바꾸거나 이번 신호를 놓치면 안 된다며 무리하게 지나가 보려다 대형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마치 노련한 교통지도 경찰관이 배치된 것처럼, 교통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유연하게 차량을 이동시키는 똑똑한 교차로와 건널목이 도시에는 꼭 필요하다. 이를 통해 도시는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고, 교통 혼잡도 줄일 수 있게 된다.

2024-02-14

흉곽출구 증후군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한번씩 팔이 저려 내원 하는 환자 중에 흉곽출구 증후군인 환자들이 있다. 증상은 목디스크로 오인을 제일 많이 하고 가끔씩 오십견이나 회전근개 어깨 근육 문제로 듣고 내원 하는 경우가 있다. 주된 증상은 팔저림이고 팔에 힘이 없다 팔이 아프다 목이나 어깨도 저리고 아프다 등을 호소한다.흉곽출구 증후군은 선천성이거나 외상이 아닌 경우 대부분 잘못된 자세로 인해 발생한다. 대부분 현대인들이 취하는 잘못된 자세인 굽은등과 둥근어깨 거북목으로 목과 어깨에 부담이 가면 경추 흉추 쇄골 및 견갑골 등의 틀어짐으로 상완신경총과 같이 지나가는 쇄골하 정맥 동맥이 흉부쪽의 구조에 눌려서 발생하는 질환이다.상완신경총은 경추 신경과 연결되어 있고 팔로 내려 가면서 분지를 해서 요골 신경 정중신경 척골신경 등으로 분지되어 팔로 내려온다. 이게 흉곽쪽에서 눌리면 팔과 손이 저리는 증상이 유발된다. 가슴 쪽으로 가는 신경을 누르면 팔 뿐만 아니라 가슴에도 통증이 오는데 여성들의 경우 유방암이 의심될 정도로 심한 가슴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영상 검사상 목디스크가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닌데 지속적으로 팔저림이 발생하고 치료를 오래 받았음에도 큰 호전이 없다면 흉곽출구 증후군을 의심해 볼만하다. 그러나 사실 처음 왔을 때 스퍼링 테스트와 애드손 테스트 라이트 테스트 등을 통해 높은 확률로 목디스크 문제인지 아니면 흉곽출구쪽의 문제인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은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난 후 디스크는 심하지 않다고 듣고 오면 애드손 테스트나 라이트 테스트를 해 바로 파악이 가능하다.치료는 경추와 목옆쪽의 사각근 그리고 틀어진 쇄골교정 쇄골 근처의 소흉근과 대흉근이 뭉친 것을 푸는 등 복합적으로 목 어깨 상완골을 풀어 줘야 한다. 한의원에선 습부로 어혈을 제거한 후 침과 약침으로 근육을 풀고 추나로 약간씩 틀어진 부분을 미세 교정한다. 쇄골과 견갑골 교정이 효과적이고 경우에 따라 상완신경총 중 요골 정중 척골 신경의 압박이 테스트로 확인되면 추나로 풀어준다. 증상에 맞는 추나가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경우는 그 즉시 혹은 한두 번 만으로도 증상의 개선이 나타난다. 수개월 수년에 걸쳐 고생하던 질환이 금방 좋아지는걸 보고 별거 아닌 질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실제로는 발견도 어렵고 발견한다고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많아 알아도 고생하는 병이다. 그래서 치료가 잘되면 한두 달은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목 디스크의 경우에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나 심한 목디스크는 훨씬 강한 팔저림과 아둔한 감각 등을 호소하고 치료의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 치료는 흉곽 출구 증후군과 마찬가지로 치료를 하고 좀더 목의 교정에 중점을 둬서 치료를 한다. 디스크든 흉곽 출구 증후군이든 결국엔 구조적인 문제이고 원인 파악이 되고 어떤 구조에 문제가 생겼는지 판별만 되면 치료는 시간과 돈만 들이면 되는 문제다. 이미 병이 확인 됐는데 안 낫는다고 계속 검사를 하는 것보단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잘 안 낫는 질환이 있으면 가까운 한의원에 내원해 제대로 원인을 확인 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2024-02-14

설 명절 문자폭탄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지난해까지는 정당현수막이 난립하여 무척 불편했다. 어느 날부턴가 지역 국회의원 사진이 크게 박힌 현수막이 네거리에서 내내 펄럭거리고 있어 저이는 현수막으로 정치하나 비난했더니 그 옆에 또 다른 정당의 현수막이 질세라 걸렸다. 촌스러운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노란색의 굵은 글씨 현수막으로 빈틈없이 빼곡하게 둘러싸인 네거리는 차라리 음산했다.우리나라에 유독 많은 현수막을 두고 ‘현수막은 도시의 붕대’라고 누군가가 힐난한 걸 기억한다. 정치광고는 상업광고에는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 문구의 끝판왕이었다. 현수막 정쟁이요, 깎아내리기 비방 경연에 방불했다. 생업을 위한 홍보가 아닌 정치광고 아닌가. 얼마든지 디지털 시대에 맞게 삼박하게 할 수 있을텐데 현수막이라니 그 구태의연함에 기가 찼다. 내용은 또 얼마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가. 한창 글눈이 트여 간판의 글자나 거리의 글자를 보이는 대로 또박또박 읽는 6살 손녀는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글자의 뜻을 부지불식간에 물어댄다. 할머니 탄핵이 뭐예요? 친일매국 뭐예요? 민생은? 각성하라는? 대답하기 부끄러워 말꼬리를 다른 데로 돌린 적이 많았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 구청에 신고 전화한 친구가 있었다. 정당 활동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하거나 설치하는 현수막은 허가가 필요없어 함부로 붙여도 되는 법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단다. 그러면 그렇지 법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저희를 위한 법을 은근슬쩍 잘도 만들었구나 공분했다. 전국민이 같은 생각이었을 테고, 지속적인 민원이 와글와글했다는 뉴스, 인천과 광주의 지자체가 따가운 민원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법적 공방이 있었다는 뉴스, 그 후 난립해 지저분하던 현수막이 작년 봄부턴가 좀 숙지막해진 듯했다. 국회의원 그들도 낯 뜨거워 자제하기로 했나 싶었더니 개수와 게첨 장소의 제한을 두는 가이드라인이 새로 만들어졌다나 뭐라나….4월의 국회의원 선거를 두고 작년말부터 오는 전화와 문자는 더 심각하다. 시시때때로 오는 여론 조사 전화를 차단하기 위해 스팸 차단 앱을 깔았다. 전화번호 아래에 여론조사, 혹은 선거홍보임을 알려주어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있어 유용하고 고마운 앱이었다. 그러나 가히 폭탄 수준인 문자는 차단할 방법이 없다. 광고문자와 달리 무료수신거부 전화번호가 없는 문자가 더 많다. 무작위로 보내는 것이라면 불편하고 나의 정보를 알고 보내는 것이라면 두렵기도 하다. 해가 바뀌면서 새해 인사를 시작으로 오기 시작한 문자는 설 명절 대목을 맞은 듯하다. 설연휴 잘 보내시라, 잘 보내고 있느냐, 잘 보내었냐며 나날이 알뜰살뜰 챙기는 설날 전후의 문자들. 연휴 마지막 날엔 명절증후군 없는 연휴 마무리하시고 내일 또 힘차게 시작!하란다. 수십 명의 국회의원 예비후보에게서 하루 수십 건의 문자가 쉼없이 띵똥거리는 것, 여간 큰 스트레스가 아니다. 알림 소리가 싫어 꺼 두었다가는 정작 요긴한 메시지를 놓치게 되니 켜둘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문자 폭탄의 해방구는 어디 없을까. 귀찮고도 심란하다.

2024-02-14

문경 돌리네 습지

우정구 논설위원 습지는 물이 흐르다 흐름이 정체되어 오랫동안 고이는 과정에서 생성된 곳을 말한다.높은 산이나 깊은 계곡같이 물살이 세고 빠른 곳에는 습지가 잘 발달하지 않는다. 넓은 강 주변이나 하구, 갯벌같이 물이 느리고 고이는 곳이어야 습지가 발달하기 좋은 곳이다.문경 돌리네 습지가 지구촌 습지 보전을 위한 국제협약기구인 람사르 사무국이 인정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국내서는 25번째며 경북에서는 처음이다. 람사르 습지 등록은 지질·지형학적으로 희귀하거나 생물서식지로서 가치가 높아야 인정이 된다. 돌리네 습지의 생태학적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문경 돌리네 습지는 일반 습지와는 다른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엉뚱하게 산 정상부에 습지가 위치해 있고, 습지 발달이 어렵다는 석회암지대에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석회암지대에 형성된 습지로서는 국제적으로도 희귀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석회암지대 습지로는 유일하다.돌리네 습지는 전체 면적이 약 15만평에 이른다. 습지 둘레가 3.2km에 달하고 보통의 걸음으로 둘레를 도는데 한시간 정도 걸린다.또 돌리네 습지 일대에는 수달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 모두 932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생태계 보존상태도 우수하다.습지는 생물에게 다양한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힘도 있어 인류에겐 유익한 생태계다. 전 세계적으로 5∼8% 정도 차지하는 습지는 대기 중으로의 탄소 유입을 막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양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돌리네 습지는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을 받은 데 이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됨에 따라 경북의 새로운 관광명소로써 주목을 받게 됐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13

글로컬 시대… 지방공항 활성화는 필수

세계를 뜻하는 글로벌(Global)과 지역을 말하는 로컬(Local)을 합쳐 우리는 글로컬(Glocal)이라 부른다. 이는 우리시대의 지방화는 세계화와 필연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국가간의 상호의존도가 증가하면서 지구촌 사람들이 같은 생활권으로 수렴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21세기는 지방의 작은 도시도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도시로서 존립이 가능하다. 그래서 지방정부 차원의 국제화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외교활동을 펼치는 것도 글로컬시대에는 자연스런 현상이다.경북도가 포항경주공항과 울릉도공항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포항경주공항에 국제노선 부정기편 취항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방공항 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생각이다. 국제선 정식 취항에 앞서 부정기편 취항을 준비하기 위해 중국의 남방항공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남방항공은 중국 국영 3대 항공사 중 하나로 전세계 40개국에 항공기를 띄우고 있는 회사다. 이와 관련, 경북도는 국토교통부에 관련 지침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다.또 2026년 개항 예정인 울릉도공항에 면세점 도입과 울릉형 통합교통서비스(MaaS)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국토외곽 먼섬 지원특별법’의 개정을 통해서 이를 추진한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의 편의 제공을 통해 울릉도 관광객 100만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지방공항 활성화에 대해선 중앙 일각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지방공항의 수요 부족과 적자운영 등을 이유로 들어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지방공항 활성화를 통해 관광객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지방공항 98개 가운데 67개는 지방정부가 관리해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 곳곳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85% 이상이 수도권에 머물다 떠난다는 것은 지방공항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탓이다. 교통이 불편한데 지방도시를 찾을 리가 없다. 글로컬시대에 맞는 지방공항 활성화 전략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2024-02-13

TK지역 ‘공천 콘텐츠’, 여당이미지와 연결

국민의힘이 어제(13일)부터 공천신청자 면접에 들어감에 따라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중진희생론’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대통령실 참모들은 어느 정도 공천받을지 등이 주요관심사가 되고 있다.어제 서울과 제주, 광주 등 ‘험지’를 시작으로 공천 신청자 면접에 들어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는 16∼17일 양일간 ‘텃밭’으로 꼽히는 TK지역 공천신청자 면접을 진행한다. 본선보다 예선전이 더 치열한 TK지역의 경우 대통령실 참모, 전직 국회의원, 인지도가 높은 원외 인사들이 대거 공천경쟁에 합류하면서 각종 흑색선전도 난무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비방 자제를 당부하고 있지만, 공관위에는 경쟁자간의 진정과 투서가 쇄도하고 있는 모양이다.TK지역 공천의 최대변수는 최근 PK(부산·경남)지역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중진희생론 적용과 대통령실 참모들의 공천 규모다. TK지역은 PK지역의 ‘낙동강벨트’와는 달리 험지로 분류될 만한 곳이 없어 중진희생론은 ‘불출마 요구’를 의미하는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PK지역과는 달리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중진희생론과 연결된 대통령실 참모 출신들의 공천여부도 국민의힘으로선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참모가 공천을 받게 되면 어느 지역구든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논란이 불거질 것이고, 탈락자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예상된다.TK지역에서의 공천내용은 사실 ‘국민의힘 개혁공천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고민이 클 것이다. TK지역에서 역량 있는 정치신인을 얼마나 많이 공천하느냐는 전국 총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신인을 발굴하자면 자연적 현역물갈이는 불가피하다. 지난 총선에서 TK 현역의원 교체율은 64%에 달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역량 있는 정치신인을 얼마나 많이 발굴하느냐에 따라 총선 승부가 갈리게 돼 있다. 그러나 현역 컷오프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후폭풍이 따라오는 만큼, 객관적인 수치가 뒷받침되는 투명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2024-02-13

또 다시 우려되는 ‘의료시스템 붕괴’

심충택 논설위원 새해들어 대구 수성구에서 ‘삼도부(三都賦)라는 베스터셀러로 인해 낙양의 종잇값이 올랐다’는 중국 서주시대 고사성어가 현실화하는 일이 생겼다. 수성구에 있는 일부 명문고에서 2024학년도 수능시험 전국 수석이 나오고 수도권 의과대학 진학률이 높아지자, 해당 학교주변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의대 열풍’이 낳는 특이한 현상 중의 하나다.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최근 2025학년도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매년 2천명씩 늘리겠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하자, 사회 전체가 ‘의대입시 블랙홀’에 빠지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의대정원 확대는 우리사회의 가장 민감한 이슈인 ‘사교육비 뇌관’을 건드리기 때문에, 어느 정부도 선거를 의식해 피해왔었다.정원 2천명 확대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자연계 모집인원 총 4천882명의 41%에 해당한다. 카이스트와 포스텍(포항공대) 등 5개 이공계 특수대학 모집정원 1천600명 보다도 많다. 성적이 상위권에 속하는 자연계열 학생이면 누구나 의대진학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숫자다.사교육 시장의 큰손인 수도권 대형 입시학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미 ‘의대 마케팅’에 들어갔다. 그들로선 의대정원확대가 ‘황금알을 낳는 신시장’이기 때문에 정부정책에 두 손 들고 환영하게 돼 있다. 성적이 상위권인 초·중·고 학생들과 N수생(재수생 이상) 상당수는 입시학원의 새로운 수요자가 될 것이다. 대구학원가도 이미 의대반을 신설하거나 정원을 늘리고 있다. 일부 입시학원에서는 대학 재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의대재수 관련 문의가 급증하자 야간반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과학·산업계는 우수인재들이 너도나도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면 연구인력을 어디서 구할지 걱정이고, 재학생들의 대규모 자퇴가 예상되는 이공계 대학들도 비상이 걸렸다.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지역인재전형 확대 방침도 밝히자 약삭빠른 수도권 학부모들이 지방으로 자녀를 전학시키려는 움직임도 벌써 나타나는 모양이다. 2028학년도부터는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하려면 중학교도 해당 지역에서 나와야 한다.의료계는 지금 폭풍전야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 의사회는 내일(15일) 전국 곳곳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의사협회는 “정부가 싫증난 개주인처럼 목줄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격한 표현을 쓰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에서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전공의들과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집단행동에 가세할 예정이다.반면, 정부는 ‘면허 취소’라는 카드를 꺼내며 강경대응할 방침이어서 의료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게 됐다.대구·경북 시도민은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시스템 붕괴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피부로 체험했다. 앞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의료계 파업과 정부 강경대응이 이어진다면 응급환자들이 진료도 받지 못하고 숨지는 사태가 속출할 수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2024-02-13

신(新)? 신(愼)!

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설 명절이 지났다. 으레 즐거워야 할 음력설을 쇠고 나면 대한민국 곳곳에선 앓는 소리로 가득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 친지를 방문했다가 덕담(?) 아닌 독담(毒談)을 한 바가지 듣고 온 탓이다. 취준생에게 취업 이야기, 입시생에게 학업 이야기, 다른 형제자매와의 비교, 결혼 이야기, 난임으로 걱정인 부부에게 출산율 이야기, 여기에 더해 본인들 자랑질까지. 풀 세트로 받고 나면 그야말로 즐거워야 할 명절이 생지옥이 돼버리는 건 당연지사. 즐거운 시간만으로도 부족한 설, 왜 이렇게 아웅다웅하는 일이 많아진, 천덕꾸러기 명절이 돼버린 것일까?설은 ‘신(新·새로운)’의 의미를 지닌 순우리말로, 한해가 시작되는 새날 곧 설익은 시간을 의미한다. 익숙했던 시간을 지나 낯선 시간으로의 첫걸음을 떼는 날인 것이다. 우리는 보통 새로움 앞에서 긴장하고 설레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에 떨며 초조해하기도 한다. 이런 불안함은 새해 전날 잠자면 눈썹이 센다고 믿으며, 밤새는 풍속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즉 잠을 자지 않으면 날짜가 바뀌지 않을 테고, 낯선 생경함과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으리란 믿음의 결과였던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익숙한 것이 좋지 새로운 것은 두렵고 불편하다. 그 불편한 날, 우리는 바로 가장 편안하고 마음의 안정을 주는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것이 설날이다. 즉,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감당하는 것,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며 설 차례도 지내면서 말이다. 미지의 시간이자 불안한 새해를 축하하되, 조상과 후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서로 소통하는 의식의 시간인 설.그렇기에 전통 사회에서는 이렇게 뜻깊은 날을 단 하루로 마감하지 않았다. 보통은 정월대보름까지 큰 신년 의례 기간으로 보았고, 이 기간에는 일월(日月)에 예를 표하기도 했고, 왕에게 도움을 준 동물들(돼지, 쥐, 말, 까마귀)에 대해 고마움으로 12띠 동물날을 정해 기념하기도 했다. 이 중 까마귀는 띠동물은 아니지만 ‘오기일’이라 하여 찰밥을 차려 특별히 고마움을 표했는데, 이 오기일은 다른 말로 슬퍼한다는 뜻의 ‘달도(601B悼)’라고도 불렀다. 이는 익숙함에서 낯섦으로 전환되는 기간의 정점인 보름까지는, 새로움에 대한 불안함으로 슬프고 걱정되니, 모든 일을 금하고 삼가 조심하며 꺼리는 ‘신(愼·삼가다)’의 기간으로 간주했음을 의미한다. 해서, 우리 선조들은 설날 호들갑스럽게 떠들거나 자랑 또는 타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남에 대한 배려가 아닐뿐더러 스스로에게도 합당하지 않는 일이자 새해맞이 태도가 전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편안함을 나누며 조심스레 불안함을 떨쳐야 하는 중요한 날, 덕담 아닌 독담을 주고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것도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지들로부터라면?바야흐로 설은 막 지났다. 그러나 아직 보름까지는 며칠 더 남아 있다. 현재 여러 이유로 명절 증후군을 끙끙 앓는 많은 이들, 이 新의 시간을 스스로 삼가고 자숙하는 愼의 시간으로 되새기는 노력을 해 보면 어떨까. 아마 푸른 청룡의 해가 보다 더 의미 있게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니.

2024-02-13

밥값 하는 나잇값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평범한 일상이다. 모처럼 가족 친지를 만나 새해 인사를 나누고 차례를 지내면서 조상 섬기는 마음을 되새기는가 하면, 떡국을 먹으면서 새해의 소망과 덕담을 나누는 모습들이 정겹기만 하다. 시대적인 상황과 모바일 환경의 변화로 온라인 성묘와 원격 세배, 원격 세뱃돈, 온라인 연하장 등 설날 풍속도가 다소 달라지긴 했어도 설날 아침 떡국을 먹는 풍속은 그대로인 것 같다. 설날에 떡국을 한 그릇 먹어야 한 살을 더 먹게 된다는 말이 생겨나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 부르기도 한다.새해 첫날이나 설날이면 떡국을 먹고 나이도 한 살 더 먹으며 살아온 세월이 아슴푸레하고 까마득하기만 하다. 돌이켜보면 수십 그릇의 떡국을 먹으며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왔는데 과연 자신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떡국이 의미하는 밥값이나 나잇값을 제대로 해왔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매일 끼니를 때우면서 가정이나 직장에서 밥 먹은 값은 제대로 했는지, 또한 지금까지의 나잇살을 먹으면서 사회와 세월에 부끄럽지 않게 나이값을 떳떳하게 해왔는지 내심 의아스럽고 걱정스럽기도 하다.사람들은 대부분 하루 세끼 또는 두 끼의 밥을 먹으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툭하면 “밥값은 했나?” 또는 “밥값은 해야지”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그만큼 삶을 지속시키는 끼니가 중요하고 밥심으로 살아가는 나날이 소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매일 밥을 먹으면서 가족의 끼니를 책임지고 구성원들을 위해 진정한 노력과 성의를 다했는가에 대한 자조적인 말로 쓰여 지기도 하지만, 주어진 임무나 위치에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비아냥거리는 투로 일종의 욕처럼 쓰기도 한다. 그래서 특히 정치판이나 공직사회에서 일들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자기 밥그릇이나 챙기며 무사안일에 빠져있는 상황을 빗대어 얘기할 때 많이 쓰여 지기도 한다.‘밥값은 참으로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쌀 한 톨이 일곱 근 나가는 무게라는데/지금 밥값 못하면 다음에 밥값할 수 있을까//밥값을 해야 한다 반드시 밥값하고 살아야지/스스로 다짐하고 되새기며 밥을 먹는다/그래, 꼭 밥값은 하고 살아야지 암 살아야지//저녁에 다시 밥을 먹으며 밥값을 생각했다/더운 김 모락모락 나는 밥 냄새 맡으며/‘사람이 밥이고 밥이 사람이다’라고 써본다 -윤석홍 시 ‘밥값 했는가’ 전문밥값도 겨우 하는 사람들이 나잇값은 제대로 하고나 있을지 짐짓 궁금해진다. 나이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나잇값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을 볼 때면 개탄스럽고 한심스럽기만 하다. 처세에 능하여 기회를 잘 타는 사람들보다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며 밥값을 올바르게 하고, 나잇값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존경받는 사회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다.자신 있게 밥값 하고 나잇값 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테지만, 소리 없이 모두 밥값 하며 나이값을 해나가는 사람들로 사회가 한층 건전하고 밝아질 것이다.

2024-02-13

대통령의 소통, 무엇이 문제인가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윤석열 대통령은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는 이유를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항상 언론과 소통하고 언론 앞에 자주 서겠다”고 하면서 “질문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도어스테핑’은 6개월 만에 중단됐고, 신년기자회견도 하지 않은지 2년째다. 국민은 왜 청와대를 나왔느냐고 묻고 있다.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대통령의 소통 대상이 ‘제한적이고 선택적’이라는 사실이다. MBC기자는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반면, 조선일보에는 대통령 단독인터뷰라는 특혜를 줬다.소통의 본질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내가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는데 있다. 편안한 여당, 우호적 언론만 상대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야당이나 비판언론이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고언(苦言)은 국정운영에 좋은 약이 된다. “언론과의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했던 대통령이 불편하다고해서 기자회견을 피한다면 되겠는가.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의 소통방식이 ‘일방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사실이다. 소통은 ‘민주적 대등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호적이어야 한다.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문제에 답해야 소통이 된다. ‘홍보’와 ‘소통’의 차이는 ‘쌍방향 여부’에 있다. 국무회의의 일방적 중계는 홍보의 일환이며, 대통령실에서 기획했다는 ‘민생토론회’는 참석자와 질문자를 사전에 선별한다는 점에서 소통이 아니라 ‘쇼(show)통’이며 일종의 홍보다.소통의 요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통한 공감능력에 있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욱 중요한 까닭이다. 소통을 위해서는 ‘대화의 수평적 관계’가 보장돼야 한다.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권위적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장악하면 제대로 소통할 수 없다. 언론(조선일보)이 지적한 ‘59분 대통령’이라는 표현은 불통의 상징이다. 대통령이 상명하복의 검찰조직문화에 익숙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니 참모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하버마스(J. Habermas)는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에 기초한 의사소통, 즉 홀로 결정하는 ‘나’가 아니라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우리’가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고 했다.소통의 최대 장애요인은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다. 야당과 국민을 계도(啓導)의 대상으로 보면 소통할 수 없다.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참모들에게 “소통을 강화하라”고 지시만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솔선수범해야 한다.재임 8년 동안 158회의 기자회견을 한 미국의 오바마(B. H. Obama) 전 대통령은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나를 단련시켰다”고 했다. 언론과의 소통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반면에 윤 대통령은 올해도 생방송 신년기자회견은 하지 않고 KBS와의 대담을 녹화, 편집해 3일후에 공개했다. ‘도어스테핑’을 하던 그 대통령이 아니다. 소통을 위해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2024-02-12

투표용지 길이?

홍석봉 대구지사장 지난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거에 나선 정당은 35개다. 역대 가장 많았다.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가 사상 최장인 48.1㎝에 달했다.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 자동투표용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결국 수작업을 해야 했다.이를 두고 당시 북한 선전매체는 ‘정당 홍수가 터졌다’며 비아냥댔다. ‘괴이한 48.1㎝’ ‘역대 최장의 선거표’라고 비꼬았다.제22대 총선 투표용지 길이는 21대 총선보다 더 길어질 전망이다.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며 위성정당 난립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3지대 신당 등장도 투표용지 길이에 한 몫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2일 현재 등록 정당 수는 49개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및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 수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오는 3월 22일 최종 결정된다.여야는 위성정당 출범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창당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민주당은 범진보 소수정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꾸리기로 했다. 조국, 송영길 신당 등이 줄줄이 등장할 전망이다. 정치권이 개선약속은 외면한 채 4년 전의 ‘꼼수’를 되풀이 하고 있다.거대 양당 간의 비례의석 나눠 먹기와 선거법을 피하기 위한 각종 꼼수 선거운동도 재연될 조짐이다. 국민들은 정당의 실체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표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생겼다. 국민을 우롱하는 정도가 지나쳤다. 수작업 개표 등 예산 낭비도 불가피해졌다.이번 총선에선 투표지 길이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기네스북에 올라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국제 사회에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12

대구銀 전국화 성공, ‘TK충성도’ 유지가 변수

DGB금융그룹은 새해들어 역사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 자회사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가시권에 들어온데다, 3월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선임된다. DGB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현재 1차 후보군을 대상으로 평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달 중순까지는 숏리스트를 추린다. 대구·경북 경제계는 새로운 CEO가 내부에서 발탁될지, 아니면 외부인사 중에서 영입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공고한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인가신청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대구은행은 지난 연말 시중은행 전환 절차를 마칠 계획이었지만, 불법 계좌개설 사고가 터져 지난주에야 인가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금융위는 1분기 중 시중은행 전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며, 주요 심사 내용은 대주주와 임원 요건, 사업계획의 타당성 요건, 인력·영업시설·전산설비 요건이다. 영업범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내부통제시스템도 집중 점검한다고 한다. 대구은행은 주요 인가요건(자본금 1천억원 이상, 동일인 지분율 10% 이하, 산업자본 보유 한도 4%)을 모두 충족한 상태다.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추진은 정부가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은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직후 수차례 5대 시중은행이 금융산업을 독과점함으로 인해 은행의 공공재 기능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해 왔다. 금융위도 시중은행간의 경쟁 유도가 발등에 떨어진 현안이기 때문에,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대해서는 경제계나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대구은행이 금융시장의 ‘메기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시중은행과 비교해 자본력과 영업망에서 격차가 큰 대구은행이 전국적으로 신규고객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이런 측면에서 대구은행이 전국화를 추진하더라도 충성도가 강한 대구·경북지역 고객을 유지하는 영업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4-02-12

달빛철도를 기반으로 시동거는 남부경제권

지난주 대구시와 광주시 그리고 달빛철도 경유지 8개 기초자치단체가 만나 달빛철도특별법 통과를 축하하고 이를 토대로 남부 거대경제권 조성에 힘을 모으자고 결의했다. 행사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 담양군, 순창군, 남원시, 장수군, 함양군, 거창군, 합천군, 고령군 등 8개 시군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달빛철도가 남부 거대경제권의 기반 인프라가 되도록 조속히 건설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그리고 달빛철도 주변을 중심으로 첨단산업단지 등 신산업벨트를 조성해 수도권에 대응할 남부 거대경제권 조성에 힘을 모으자는 협약을 체결했다.남부 거대경제권 조성의 필요성은 지난해도 여론화된 바 있다. 박양호 대구정책연구원장은 지역의 한 심포지엄에서 “수도권 집중을 막으려면 영호남과 제주를 아우르는 남부 거대경제권 형성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경제권역을 과감하게 확대해 국토균형발전을 이루자는 논리로 균형발전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장한 것이다.역대 정부마다 국토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삼았지만 실제 투자는 수도권은 크게, 지방은 작게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논리로 투자가 지속된다면 국토균형발전은 실현되기가 어렵다.윤석열 정부도 500조원이 투자되는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수도권에 조성하고, 수십조원이 드는 광역 고속철도열차를 수도권 일대에 놓겠다고 했으니 일자리가 있고 지방보다 살기 좋은 수도권으로 가는 사람은 줄지 않을 것이다.지방도시 중심으로 초광역권 경제동맹 움직임이 나오는 것은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6조원의 달빛철도를 경제성없는 투자로 바라보면 비수도권은 영원히 낙후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이미 인구의 절반이 모여살고 있다.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 구조로는 국가도 지방도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신공항과 달빛철도 건설을 계기로 1천800만명의 남부경제권을 형성한다면 지방시대를 열 수 있다. 초광역권 경제동맹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심도 당연히 높아져야 한다.

2024-02-12

함께 가는 지구촌, 정겨운 미래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지구촌에 살아가는 사람, 동물, 식물, 미생물 등 모든 생명체는 생자필멸(生者必滅)의 원칙에 따라한 번 살다가 간다. 어떤 생명체라도 고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지구촌 실상은 잘 사는 나라, 못 사는 나라, 한나라 같은 민족 간에도 신분에 따라 차별을 받는다. 조선시대를 보더라도 양반과 상민, 천민 등 살아가는 삶의 질이 다르기도 했고 오늘날에는 선진 민주화를 통하여 누구나 성장의 기회, 존중 받는 사회가 되었다.최근 일본에 사는 외국인은 300만에 육박하고 전체 인구의 2%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도 중국,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외국인이 250만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단일민족, 백의민족 하며 독자적으로 울타리를 치고 살아가는 지구촌은 소수 민족 외는 없는 것 같다. 국가의 경계선은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이미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투자에서부터 기업 운영체계, 이익 분배 등 자국 기업이라고 말하기에는 기업 경영이 세계화 되어 있다.필자는 코로나 이후 수 년 만에 열린 일본 오사카대학 동창회 총회에 갔다. 20여 년 전 유학중일 때와는 시내 거리와 사람들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동남아 언어를 쉽게 들을 수 있고 얼굴 색깔도 다양하다. 2차대전 후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한 일본이지만 저출산으로 노동자의 손발이 부족하여 동남아 인구가 크게 유입되는 변모된 거리의 모습이다. 호텔 근처 축제가 열리고 있는 곳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중국, 베트남, 태국, 미얀마 등 일본에 사는 외국인의 축제인데 각 나라의 문화 특징을 살려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참여자 모두의 표정은 밝고 정겨움 마저 느껴졌다. 이것은 일본사회와 지역에서 이방인을 위한 사회적 배려와 친절이 몸에 밴 문화가 주는 정겨움이 아닐까.일본인은 두 가지의 국민성이 있다. 하나는 사무라이 정신에서 이어오는 ‘룰을 지키는 매뉴얼 문화’이고, 하나는 ‘혼네다테마에(本音建前)’로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치켜세운다는 뜻이다. 이것을 속과 겉이 다르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고 원류의 뜻은 아닌 것이다. 상대에게 조건없이 친절하게 대하는 국민성과 사회적 제도,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가 외국인이 일본 사회에 어렵지 않게 적응하는 키가 아닐까.또 다른 사례를 보면, 일본은 문부성 주관 동경과 오사카 중심으로 나뉘어 외국인 유학생을 초청해서 ‘선상대학’ 이름으로 하루 유람선을 타고 유학생활 중 어려운 점을 서로 나누고 합당한 내용은 제도에 반영하여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는 사회 문화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외국인이 선진국에 오는 것은 유학, 일자리, 이민 등의 이유가 많다. 쉽지 않은 타국 생활에 따뜻한 미소와 배려가 어울림이 되는 것이다. 사회적 제도와 문화는 사람들의 생각에서 나오는 산물이다.문화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지만 오랜 역사에서 흐르는 국민성과 성숙된 사회적 제도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정겨운 사람 관계를 만드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과 말투와 태도에서 나온다.

2024-02-12

‘성직자들의 타락’

강길수 수필가 우리 사회가 걱정된다. 총선 두 달 앞. 예비후보들의 나라 사랑 없는 자찬 문자 폭탄에 짜증이 난다. 엎친 데 덮쳐, 한 자칭 성직자의 타락행위가 우리를 분노케 한다.성직자 신분을 정치공작 도구로 쓴 사악함을 국민은 목도 했다. 목사를 자처하는 사람이 대통령영부인을 상대로 함정 몰카 범죄를 자행한 것이다. 그는 재작년 성직자 신분과 동향 출신을 내세워 관저 입주 전인 영부인에게 접근, 아무도 모르게 선물전달 몰카를 찍었다. 1년 반 가까이 두었다가 총선 직전에 영상을 공개하며, 무슨 투사인 양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다. 저의가 무엇일까.어느 종단(宗團) 할 것 없이 성직자가 정치꾼으로 타락하여, 국민을 허탈케 하고 종교에 정나미가 뚝 떨어지게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작년 성공회와 가톨릭의 성직자가,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떨어지기를 비는 기도문과 그림을 SNS에 올려 국민과 신자들을 절망케 했었다. 어떤 종단은 성직자들이 이권개입 칼부림까지 한 적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와 종교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종교는 삶의 궁극 목적을 알려주며, 현세초월의 인생길을 안내하는 주체다. 하여, 성직자는 신앙 인도자이며 모범이다. 성직자가 현세에 집착하면, 그게 바로 타락일 것이다. 정치에 관여하거나 통일운동을 하는 성직자들은 대체 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걸까. 자기네가 신봉하는 교리나 신앙 규범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라야 영위될 수 있음에도 하나같이 좌파적이거나 친북, 친중적일까. 오랫동안 성당에 다닌 나에겐, 이해할 수 없는 성직자 타락 현상이다.우리가 누리는 자유, 민주, 풍요는 절대로 그저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벌써 이를 잊은 건가.오늘의 나라 번영은 걸출한 선각 지도자들과 근면한 선배 국민이 함께 피땀으로 이룩한 것임을, 삿된 정치판에 물든 타락 성직자들이 알기나 할까.예수그리스도의 죽음은 구원이란 종교적 진리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희생이었음이 사실이다. 죄 없는 종교 성자(聖者)들을 지금도 타락 성직자들이 능욕하고 있다.타락 성직자들은, 그 종교의 창시자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눈에 보인다. 십자가 길을 걷지 않거나, 고행길을 따르지 않는 모습들이 드러나니까 말이다. 신자들은 종교집회에서 정치 선동을 당하고 싶지 않다. 함께 십자가를 진 성직자, 같이 고행하는 성직자와 살고 싶은 거다.선교와 통일운동을 겸하는 성직자라면, 북한의 인권·자유·민주를 신장시키는 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성직자라고 정치적 신념을 못 가질 이유는 없다. 하지만, 종교의 공적 집회에서 성직자가 본인의 정치적 신념을 신앙이나 교리처럼 주장하면, 그가 바로 하늘에서 땅으로 타락한 것이다.자유민주주의는 과정이 결과만큼 중요한 정치체제다. 만일, 선거 과정이 부정했다면 무효이듯, 성직자의 사악한 정치참여는 그의 타락이 된다. 부디 우리 사회의 성직자들이, 본분에 어긋나는 타락의 길을 가지 않기를 빈다. 그리하여, 국민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24-02-12

돔배기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대구 경북 방언으로 방언시를 즐겨 짓고, 경상도 방언시집을 많이 출간한 상희구 시인의 시 중에 ‘돔배기’라는 시가 있다.“지삿날 큰집 백모님이/음복식을 나누어 주실 때/돔배기는 항상/제기 맨 우에 얹혀있었다./당당하게, 돔배기는 모든 지사 음식을 앞으로 끌어간다./지가 지일로 앞장서고/콩나물 고사리나물 무시나물…./소고기 산적도 끌어가고/민어 산적도 끌어가고…./이렇게 돔배기는/모든 지사 음식을 다 끌어간다/”경상도 제사상에서 으뜸인 제수가 돔배기임을 알 수 있는 시이다.돔배기는 무엇인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돔배기를 찾으면, 도마의 방언, 도막의 방언, 돔발상어의 방언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모두 잘못된 풀이다. 오픈사전에서야 “제사상에 올리는 상어고기”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가장 근사한 정의다. 더 정확하게 정의하자면 “주로 경상도에서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상어를 네모나게 토막낸 것”이어야 한다.그런데 경상도라도 모든 지역에서 돔배기를 제사음식으로 올려 쓰지는 않는다.우리말의 물음법은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 대표적으로 wh-의문사가 들어가는 의문과 의향을 묻는 yes no-의문법으로 크게 구분한다. 경상북도 방언은 의문사 의문법의 어미에 따라 크게 3그룹으로 구획된다. 대구, 경주, 포항지역은 “-는교”형, 안동, 영주, 의성 지역은 “-니껴”형, 김천, 구미, 선산 일부 지역은 “-여”형으로 나뉜다. 이들 지역의 방언 차이는 아마도 큰 산맥이나 강 등의 지형으로 구획되는 것 같은데 오랜 역사와 문화의 차이와 구분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의의 절차나 형식, 제수음식 차이점을 보인다.“-니껴”형의 안동권역에서는 제수로 반드시 문어를 사용한다. 이 지역에서는 문어 없는 제사는 제사가 아니다. 문어(文魚)가 글을 숭상하는 안동의 문화와 관련있고, 문어의 먹물이 문방사우 중 먹을 상징한다는 것은 제의관습 이후의 해석일 것이다. 그런데 고대국가 신라권역이었던 “-는교”형의 대구, 영천, 경주, 포항지역에는 돔배기를 반드시 제수로 올린다. 돔배기 없이는 제사를 지내지 못한다고 할만큼 제수 가운데 최상으로 손꼽는다. 돔배기를 길게 네모나게 잘라 꼬치로 꿰어 구운 돔배기 산적이 있고, 상어껍질이나 연한 뼈와 함께 무를 토막내어 푹 끓인 어탕국도 빠지지 않는다.경산 진량 고분이나 대구 불로동 고분에서 상어의 등뼈가 발굴된 것으로 보아 “-는교”형 지역에서 돔배기가 제수나 음식으로 사용된 역사가 무척 오래임을 짐작할 수있다. 동해안을 타고 신라로 내려온 예족계열의 문화적 연계성은 아닐까 조심스러운 추정을 해본다.같은 경상도 안에서도 돔배기가 “-는교”형 지역에서만 사용하고 “-니껴”형 지역인 안동권으로 넘어가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문화 현상이요, 연구해 볼 만한 문화유산인 셈이다.한국의 근현대시 100년, 그리고 한국현대시단을 대표해온 한국시인협회 50주년을 맞아 우리가 살고 있는 국토를 노래한 시들을 모아 엮은 작품집이 있다. ‘노래하자 아름다운 우리 국토를 : 국토사랑시집’(한국시인협회, 천년의 시작, 2007)에 필자는 ‘돔배기’라는 시를 발표한 적이 있다. 경상도 “-는교”형 지역에 살지 않아 돔배기를 먹어보지 못한 분들은 이 시를 통해 돔배기의 맛을 경험해 봐도 좋을 듯하다. 푹 삭힌 상어고기를 네모나게 토막(돔박)을 낸 돔배기의 싸한 맛과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의 맛을…. 어쩌면 이 맛은 잘 삭아서 익은 전라도 홍어의 깊은 맛과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요즘은 냄새나고 알싸한 맛의 삭힌 돔배기를 잘 먹지 않는다.설날, 제사상에 오른 귀한 음식 돔배기를 소재로 한 시작품을 통해 오랜 역사의 틈새에 비친 우리 제사 문화의 잔영을 찾아보았다.

2024-02-12

로마제국 침탈의 기록

서기 83년 로마가 스코틀랜드를 침략했을 때다. 브리튼 섬 북부 스코틀랜드 일대의 칼레도니아족은 사활을 걸고 격렬하게 저항하였다. 칼레도니아 칼가쿠스 족장은 로마인을 ‘세상의 악당’이라고 비난했다.“약탈과 학살을 하면서 웃기게도 제국이라 칭하고, 세상을 사막으로 만든 후 평화라고 거품 문다”멋진 조상을 둔 민족이다. 그들은 칼레도니아, 즉 ‘강인한 민족’이란 뜻처럼 로마로부터 끝끝내 지켜냈다.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아우렐리우스, 콘스탄티누스, 유스티니아누스 등 이들이 엮어냈던 로마는 ‘세계의 머리(Caput mundi)’, ‘영원한 도시(la Citt00E0 Eterna)’라고 불렸다. 페르시아, 이집트, 잉카, 무굴, 오스만트루크, 몽골 등 무작위로 떠오른 제국 중에서도 로마가 앞서는 것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세계의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정복지라 해도 도로와 수로를 만들어 시민의 일상적인 삶에 혜택을 골고루 부여했던 그들만의 지배방식에 있었다.도로란 반란에 대비해 정벌을 위한 것일 수도 있었고, 변방 민족이 침략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기반이기도 했다. 로마가 그들이 야만족이라 부르는 민족에게 유린당할 때 이용되기도 하지만 말이다.조선시대 ‘무도안전(無道安全)’이란 말이 있었다. 도로가 없어야 오랑캐와 왜구 침략을 늦출 수 있다는 사고와 비교하면 들숨 날숨이 가빠진다. 약탈에 무방비로 노출된 변방의 하층민을 구해 줄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왜구가 기승을 부릴 때 섬을 비우는 공도정책(空島政策)을 폈다. 왜구 침략에 노출되지 말라는 뜻이다. 섬에 들어가 살면 죄를 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도가 우리 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민족 질긴 삶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각설하고, 로마제국의 참 매력적인 특징은 인종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정 세금을 내면서 군사, 정치, 행정제도에 온전히 따르기만 하면 로마 시민이 될 기회가 제공되었다. 이뿐 아니라 로마 황제까지 오를 수 있는 기회의 제국이었다. 차별이 만연한 현대와 비교했을 때 파격적인 질서다. 기실 차별에 증오심을 느껴본 인간일수록 차별에 앞장선다. 굴욕을 맛본 그들로서는 신분 차별철폐는 너머의 영역인 까닭이다. ‘혹독한 시집살이를 해본 며느리가 지독한 시어머니가 된다.’란 우리네 옛말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이랬던 로마였지만, 뼈아픈 침탈의 역사도 있다. 제국이 관리해야할 땅이 비대해질수록 이민족 침략이 기승을 부렸다. 제국의 땅을 통제하고 다스리는 데 기력이 달리면서 이민족은 살금살금 간 보기로부터 시작해 점점 노골화된다.멀게는 기원전 390년 켈트족에 의해 7개월 동안 탈탈 털린 것을 시작으로, 서기 384년 훈족의 침략으로 서로마 멸망, 뒤이어 406년 동고트족, 반달족, 알란족 등 이민족 침략, 410년 서고트족 로마 침탈, 이후 반달왕국의 알라리크에 의한 로마 완전정복, 439년 반달왕국에 의한 지중해 침탈, 특히 455년 로마는 반달족에 의해 보름간 남김없이 털리기도 했다. ‘반달리즘’이란 이때를 두고 한 말이다. 교황 레오1세는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고문하지 말고, 불태우지 말고, 죽이지 말라 조건을 걸었다. 반달왕국 알라리크 왕은 약속을 지켰다. 단 약탈 기간에 대해 정해놓지 않았던 탓에 보름간 교회 지붕까지 뜯겼고, 황녀까지 포로로 잡혀가면서 로마는 폐허로 변했다.기독교인에 의한 약탈도 빠질 수 없다. 1204년 교회 십자가를 내려 장검으로 사용했던 약탈의 끝판 4차 십자군이 저지른 동로마 비잔티움에 대한 악행 역시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왔다. 비잔티움 제국이 식물 상태로 놓이면서 로마가 본격적으로 기울기 시작했다.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술탄 메메트 2세의 약탈도 기억해야 한다. 그는 3일간 약탈을 허락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중지 시켰다. 더는 털 곳이 남아 있지 않았고, 죽이고, 강간하고, 노예로 끌고 간 후 남은 것이 없었던 까닭이다.이뿐 만이 아니다. 또 한 번 기독교인에 의한 파괴의 아픔도 겪는다. 1527년 합스부르크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가 메디치 가문 출신 교황 클레멘스 7세의 변신(프랑스 프랑수아 1세와 결탁)에 격분해 2만이 넘는 군사를 보내 로마를 무참하게 짓밟았다. 야만족은 약탈에 만족했지만, 이들은 살인 방화 강간은 물론 도시를 파괴하고, 오랜 서류를 불사르는 만행을 저지르고서야 멈춘다.기이하게도 침략당하면서 비대해지는 나라도 있다. 자칭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는 중국이다. 황허 문명, 양쯔강 문명을 자랑하지만, 속내는 이민족 침략에 시달리다 대항하고, 정벌을 꾀하다 먹히면서 비대해지는 중화사상, 즉 문화의 자존감을 지켜온 것이 원인이다. 만주족에 의해 청나라가 태어났고, 더 멀리는 원나라, 거란, 말갈, 서융, 북적, 동호 여진도 중국에 땅을 확장하는 데 한몫했다. /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4-02-12

여당의 매서운 공천칼날, TK현역 겨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의원을 겨냥한 물갈이 공천심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잠잠했던 ‘중진희생론’이 재거론되고, 현역에게 불리한 경쟁력조사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공관위는 최근 PK(부산·경남)지역 중진인 서병수(5선)·김태호(3선) 의원에게 민주당 현역의원이 포진한 ‘낙동강 벨트’로 지역구를 옮길 것을 권고했다. 표면적으로는 권고형식이지만 당에 대한 헌신요구다. 이러한 분위기는 당연히 TK(대구·경북)지역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당장 5선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에 대해 ‘동일 지역구 3선 페널티 대상’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주 의원은 수성을에서 4선을 하고 수성갑으로 옮겼기 때문에 그동안 ‘동일지역구 페널티’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공관위의 TK현역 물갈이 의도는 현재 진행되는 ‘여론조사 방식’에서도 읽힌다. 공관위는 현역의원 컷오프 조사와는 별도로, 지역구별 공천신청자 전원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공천신청자 간의 지지율을 묻는 게 아니라, 타 정당 후보와의 경쟁력을 묻는 조사다. 보수텃밭인 TK지역의 경우 모든 공천신청자의 경쟁력이 큰 격차 없이 당 지지율과 비슷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역 의원 프리미엄은 줄어드는 대신, 인지도가 높은 정치 신인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평가점수가 산출될 수 있다.국민의힘은 설 연휴 이후인 14일부터 면접을 진행한다. TK지역은 16일(경북)과 17일(대구) 일정이 잡혀있다. 공관위는 면접을 마치는 대로 단수추천과 우선추천, 경선지역을 발표하고 현역 컷오프 결과도 발표한다. 공관위는 출범직후 이번 총선부터 ‘시스템 공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시스템 공천 핵심은 현역 페널티 부여, 수도권에서의 여론조사 비율 상향, 정치신인 가산점 부여 항목이다. 각 항목마다 현역들이 피해의식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대규모 물갈이가 현실화하면 심각한 공천후유증이 예상되는 만큼, 객관적인 수치가 뒷받침되는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2024-02-07

의대 증원, 불균등한 의료환경 개선 계기돼야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의 정원을 2천명 더 늘리기로 했다. 1998년 이후 27년만이나 그 규모가 예상보다 커 의료계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 해소와 공공, 필수의료의 위기상황 등을 고려하면 의대 증원은 불가피하다. 정부도 급속한 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수요 등을 감안하고 이를 근거로 정원을 조정했다고 밝혔다.이번 발표에서 지역별·대학별 의대 정원에 대해선 구체적 내용은 없다. 4월쯤 별도의 발표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한 것은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 등을 위한 조치여서 의대 증원은 지방대와 미니대 중심으로 할 것이라 한다. 복지부도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배치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비수도권 소재 의과대학의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있다.지방소재 의대 출신 의사들이 수도권 등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방의대에 집중 배치한다는 정부 원칙은 바람직하다. 특히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기존 40%에서 6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정부의 계획은 지역에 의사가 남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비수도권에서 양성한 의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면 의료격차 해소라는 증원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평균의 70%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지역별로 보면 의료격차가 더 심각하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1천명당 의사 수 평균이 2.13명이다. 경북은 1.38명에 불과하다. 세종, 충남, 충북, 울산 등도 비슷하다.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연구중심 의과대학의 신설을 희망하는 포스텍의 의대 설립은 모든 비용을 재단측이 부담하겠다는 것인데, 지역균형발전과 의료격차를 위해 차제에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정부의 이번 조치가 지역·공공·필수의료의 위기상황을 적극 해소하겠다는 배경에서 출발한만큼 지방중심으로 흔들림없이 추진돼야한다. 양성된 의료인력이 지방에 남을 수 있는 세심한 후속 조치들도 잘 준비해야 할 것이다.

2024-02-07

청년을 어찌해야 하는가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세대를 포위했었다. 지난 대선을 이긴 보수여권이 청년의 표를 끌어모았다. 기존 60대 이상과 신규 30대 미만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데 성공했다.청년들의 표심은 이념이 기준이었을까. 그렇지 않아 보였다. 실용에 뿌리를 두고 현실에 밝은 젊은이들의 시선을 살펴야 했다. 가르치려 하기보다 배워야 했고, 말하려 하기보다 들어야 했다.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또 다른 골칫거리로 생각하지 말고 한 세대의 성난 몸부림으로 해석해야 했다. 진보도 보수만큼이나 기득권력이 되어버린 이상 새롭게 나타난 경보가 아니었을까. 다시 생각하라는 경고장이며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독촉장이었다. 트럼프가 다시 대세가 됐다는데, 우리 보수는 잘하고 있었는지. 미국의 인종갈등이야 경계선이 분명하지만, 한국에서 세대차이는 구분선이 모호하다. 표심으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우리 청년들은 그만큼 절박했던 터였다.혜안과 통찰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빛나는 법이다. 명철과 지혜도 위기를 만나야 번득인다. 케케묵은 이념을 고집하기보다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으로 나서야 한다. 이론보다 현실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어야 하고 하루하루의 삶에 보탬이 되는 결정이어야 한다. 젊은 세대가 일상으로부터 용기를 회복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꿈과 용기만 있어도 회복과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세상만 바뀐 게 아니었다. 사람이 더 많이 바뀌었다. 그들이 당신을 지지하려면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갈등과 혐오가 들끓는 세상에 ‘청년’이 열쇠로 등장하였다. 이번에는 누가 젊은이의 마음을 획득할 터인지 귀추가 주목된다.가벼운 구호로는 부족하다. 진심이 통해야 하고 진정이 보여야 한다. 성과가 있어야 하고 생활이 나아져야 한다. 기대만 높일 게 아니라 실질로 승부해야 했다. 정권을 심판한다는 총선의 표심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떠올랐던 청년들의 마음이 이번에는 누구를 지지하게 될까. 실용이 가라앉고 이념이 떠오르는 외침은 공허할 뿐이다. 과거에 혹 껍데기와 겉치레가 통했다면 미래로 건너가는 다리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혀야 한다. 모호한 외침은 수명을 다했으며, 분명한 길이 느껴져야 한다. 세대는 흐른다. 어제의 60대가 아니고 과거의 20대가 아니다. 결정의 방향이 다른지 몰라도, 모든 세대는 똑똑하고 현명한 방향으로 움직여 간다. 거짓말과 현수막에 쉽게 현혹될 국민이 이제는 없다.정치가 달라져야 한다. 선거판도 바뀌어야 한다. 민심을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다. 국민은 저 앞에서 달리는데 정치는 구태만 반복하는 모습이 아닌가. 국민의 갈급함이 어디에 있는지, 청년의 절박함이 무엇에 달렸는지 헤아리고 살펴야 한다. 낡은 이념과 해묵은 지방색은 벗어야 하고, 새로운 세대와 변화하는 시대의 표심을 획득해야 한다.청년은 오늘도 지켜보고 있다. 한 번은 몰라도 연거푸 속일 수 없다. 진심으로 겨루고 실질로 승부해야 한다. 젊은이의 표심이 궁금해진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사니까.

2024-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