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22대 총선이 있던 날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끝났다. 이제부터 새로운 국정 방향이 정해질 것이다. 여당은 100석을 겨우 넘겼고 야당 측은 200석 가까이 차지하였으니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서 보였던 두 당의 표정이 대조적이었다.선거 날 오후, 아파트 내에 마련된 투표장으로 갔다. 주민증을 보여주고 받은 두 장의 투표지가 한 장은 엽서 크기였지만 비례투표 용지는 나의 팔 만큼 길어서 무슨 당이 적혀있었는지 다 읽어보지도 못했다. 빨간 도장을 찍고 접어서 투표함에 넣고는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했다’는 마음에 이제 더 알찬 국회가 되기를 빌어보았다.이번 선거의 뜻을 기려, 내 차를 손보고 시골집 정원을 다듬기로 했다. 먼저 엔진 오일을 교체하러 가까이에 있는 카센터로 갔다. 교체한 지 1년이 지났고 주행거리도 1만km를 넘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도 4년마다 새로 뽑는데 엔진 오일도 새로 갈아야지…. 뚜껑을 여니 까맣게 변해버린 기름이 줄줄 나온다. 맑은 새 기름을 넣고는 일부러 고속도로를 달려 시골집으로 갔다. 짧은 거리지만 살짝 속력을 높여 보았는데 엔진이 부드럽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도로변 하얀 벚꽃은 어저께 분 세찬 바람으로 꽃눈 되어 쌓여있다.날은 맑았고 바람도 없었다. 따뜻한 봄의 기운이 내려앉은 화단에는 앵두나무 하얀 꽃이 포근하고 빨간 철쭉이 소담스럽다. 두 해쯤 손보지 않았던 탓인지 배롱나무는 내 키의 두 배쯤 자랐다. 가지치기를 해야겠다고 나무의 모양새를 잡고 죽은 가지는 자르고 서로 엉킨 가지와 쭉 뻗은 가지도 잘라냈다. 내친김에 보리수나무와 모과나무도 담장 높이로 깔끔하게 정리하며 이번 국민의 투표로 참된 새 인물들이 뽑아졌기를 바랐다. 좀 떨어져 보면 수형(樹型)이 어색해서 몇 차례 사다리를 오르내리면서 내가 키우고 싶은 모양을 만들어 갔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고 평화롭게 꽃피우며 알찬 열매를 맺어주기를 기대하며….물 한 잔 마시고 채소밭도 가꾸었다. 지난주 거름을 뿌려 섞어둔 조그마한 밭에 이랑과 고랑 만들고 모종을 사서 심기로 한다. 상추 배추 고추-‘추 삼남매’를 알맞게 심어 잘 가꾸면 여름까지 채소 걱정은 없을 터다. 허리를 펴니 엄나무와 가죽나무가 쭉 뻗은 키를 자랑하는 듯하여 새순이 잘 나오도록 자르고 가벼운 마음으로 귀가했다.TV를 켜니 출구조사 발표 때는 국민의힘이 100석 미만일 거라 해서 여당 의원들의 얼굴이 찌푸려졌었는데, 개표 10% 때 ‘민주 80-국민의힘 129’라 해서 웬일이지? 했으나 자꾸 수치가 변하더니 밤 9시경에는 반반, 밤 11시가 되니 상황은 반대로 되어 출구조사 값과 거의 같이 되었다. 참 신기하다. 새벽 5시까지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지도를 보니 좌우, 그러니까 전라-경상이 파랑과 빨강으로 나누어져 태극기를 세로로 놓은 형상이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색깔이 이번 선거로 동과 서로 갈라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쓰리다. 이제 정치권도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며 민생을 살피는 마음으로 국정을 논하며 시민의 심부름꾼이 되어 세계 10대 경제 대국, K-문화가 퍼져나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할 것이다.

2024-04-11

[기고] 4월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입니다.

경북남부보훈지청   보훈과 이용주 4월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입니다. 우리는 학교에서도 배우고 다른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하여 3·1절과 광복절이 무슨 날인지 잘 알고 있지만 4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기억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4월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며 이는 3·1운동 정신을 계승해서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되찾고, 나라의 자주독립을 이루고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역사적 의의를 기리고 선열의 독립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나가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정한 기념일이다.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제 강점기 식민지 해방운동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한 조직으로서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입법, 사법, 행정이 분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 공화정부로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특히 한인애국단의 이봉창 의사와 윤봉길 의사의 의열투쟁 활동은 우리나라의 독립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국내외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이러한 임시정부의 활동을 기념하기 위해 1989년 12월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고, 또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이 개관되었다. 이 기념관에서 국가보훈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기념식은 제105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기념하며 “새벽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개최된다.앞으로 4월 11일에는 모든 국민이 자유와 광복을 위해 고된 투쟁을 이어갔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여정을 기억하며 수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꺾이지 않았던 선열들의 독립 정신을 기억하였으면 좋겠다.

2024-04-11

선거의 묘미 ‘박빙’

홍석봉 대구지사장 여리박빙(如履薄氷)이라는 말은 ‘살얼음을 밟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중국의 고대 시가집 ‘시경’에 “두려워서 벌벌 떨며 조심하는데, 마치 깊은 연못을 건너는 듯, 살얼음을 디디는 듯 한다”고 했다. 여리박빙을 줄여 ‘박빙’이라는 표현도 널리 사용된다. 스포츠와 선거판의 아슬아슬한 싸움을 ‘박빙 승부’라고 표현한다. 근소한 차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선거판에서 박빙은 통상 5%p 이내의 차이를 말하며 1%p 미만은 ‘초박빙’이라고도 한다.선거 때마다 어떤 지역구는 큰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반면, 어떤 지역구는 손에 땀을 쥐는 접전 끝에 아주 적은 표 차로 당락이 갈리곤 한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승부가 뒤집어 질 때마다 해당 후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결국 표 집계가 끝나고 승부가 결정되면 승자는 환호작약한다.22대 총선 막바지에 각 정당이 우세와 열세 지역을 분석하고 ‘박빙 승부’를 펼치는 지역구를 꼽았다. 이곳을 집중 공약해 자당이 승리를 거두겠다는 전략 차원의 분석이다.역대 총선에서 박빙 승부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때 경기도 광주에서 한나라당 박혁규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문학진 후보 간 대결에서 접전 끝에 단 3표 차로 박 후보가 당선됐다. 역대 최소 표 차 당선 기록이다. 당시 100표 차 미만의 차이로 당락이 갈린 곳이 모두 4곳이나 됐다. 17대 총선 때는 충남 당진군의 자민련 김낙성 후보가 9표 차로 승리를 거뒀다.22대 총선에도 적잖은 곳에서 박빙 승부가 펼쳐졌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흥분과 짜릿함을 선사한다. 선거의 묘미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10

정부·여당은 성난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라

4·10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어제 저녁 투표마감 직후 공개된 지상파 방송 3사 공동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범야권은 200석 안팎을 확보해 21대 국회에 이어 입법권을 장악하게 됐다.출구조사대로라면 민주당은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합쳐도 100석 안팎에 머물러 ‘TK지역당’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총선결과 여·야 리더들의 미래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게 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을 겨냥한 정권교체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완전히 ‘친명’ 중심으로 재편한 만큼, 과반 승리의 과실을 가장 크게 누리게 됐다. 이 대표는 정부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이번 총선에서 10석 이상의 비례의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과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 대표는 최근 “6월 국회가 개원하면 우선순위를 정해서 김건희 종합특검법이나 한동훈 특검법 같은 것을 민주당과 협의하겠다. 민주당과 빨리 합의할 수 있는 것이 10가지는 된다”고 했다.여권에선 선거패배 후폭풍이 세차게 불 것이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을 피할 수 없다. 최근 국민의힘 중진들 사이에서도 “총선에서 참패하면 야당의 공격에서 윤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발언이 나왔었다.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한동훈 위원장의 입지도 흔들리게 됐다. 그는 선거기간 중 “본인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라고 했지만, 정치권에 계속 머물기 어려울 수 있다.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불량 후보들을 대거 공천했다. 막말·불법대출을 일삼거나 범죄에 연루된 후보가 한둘이 아니다.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후보자 상위 10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범법자다. 그런데 왜 유권자들은 이러한 야권이 아니라 여당에 회초리를 들었을까.정부·여당은 이 점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윤 대통령부터 성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2024-04-10

이름값하는 국회를 기대한다

장규열 고문 총선이 지나갔다. 떠들썩한 몇 달 동안 정권심판을 떠올리고 국정안정을 기대하며 새 국회가 선출되었다. 이모저모로 세상의 이목을 끌면서 민주주의의 잔치는 한 자락 역사가 되었다. 국민은 살아 움직이는 정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목격하였다. 한 표의 가치가 얼마나 육중한지 절감했으며 정치의 지향성을 설정하는 시민의 힘을 다시 보았다. 당선의 기쁨을 누렸거나 낙선의 쓴잔을 들었어도 국민의 결정 앞에 모두 겸허해야 한다. 우리의 모습이 거울이 되어 새 국회는 나라와 국민에게 희망과 격려가 되는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국민은 ‘일하는’ 국회를 기대한다. 진영으로 편을 갈라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 볼 만큼 보았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 우리 국회가 발맞추어 정책과 제도로 대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릴없이 좌와 우로 가르며 허장성세로 세월을 보낼 일이 아니라 실속있게 민생경제를 살려야 한다. 실력과 의지가 함께 드러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국민은 ‘하나가 되는’ 국회를 바란다. 생각의 차이와 의견의 다름을 인정하고 치열하게 헤아리고 견주어 나라와 국민을 위한 최적의 해결방안을 만들길 기대한다. 방법이 다르고 이념에 다소 차이가 있을지언정, 의원들은 모두 국민을 위한 ‘한 편’이었음을 확인해야 한다. 온갖 어려움 앞에 하나가 되는 국민들에게 이제는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을 국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국민은 ‘품위있는 국회’를 기대한다. 선동과 막말을 수다하게 겪은 국민은 실체있는 담론과 결실맺는 토론을 기다린다. 사이다 말펀치가 간혹 속시원했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냈던 기억이 없다. 당신을 뽑아준 지역유권자를 부끄럽게 하고 국가의 의정단상을 욕보이는 행태를 더는 안 보았으면 한다. 다음세대에게 본이 되는 국회가 되어주시라.물론 국민도 바뀌어야 한다. 임기 내내 감시와 견제를 게을리 아니하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유권자를 우습게 보게 하며 선거 때만 큰절을 받는 구태를 끊어내야 한다. 우리를 대신하여 일하는 국회의원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되 끊임없이 결실과 성과를 요청하는 적극성을 길러야 한다. 국회를 통해 민의가 구체적으로 반영되도록 소통하여 아이디어를 던지고 제안에도 나서야 한다. 정치가 긴장하여 열매를 맺으려면 국민이 부지런해야 할 모양이다. ‘국민이 스스로 다스리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실현하려면, 국회의 임기 4년을 국민의 목소리로 채워야 한다.세상이 달라졌다. 새 국회가 만나는 나라가 새로운 나라이며,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놀라운 국회를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한 번도 만나보지 않았던 신선한 국회의원이 되어 주시라. 세상을 바꾸는 기대로 가득한 길 위에 당신의 노력과 성과가 분명히 보이는 민의의 전당을 만들어 주시라. 국민의 요청에 국회가 귀를 기울이고 국회의 노력에 국민이 화답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 가슴 뿌듯한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2024-04-10

심각한 청소년 도박, 예방교육 강화해야

경북경찰청이 4월부터 7월까지를 청소년 도박예방 및 재발방지 집중 활동기간으로 정하고 청소년 도박 근절에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한다. 청소년 도박이 2차 범죄로 연결되는 등 사회적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는 데 대한 경찰 당국의 적극적 대응 움직임이다.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도박을 처음 경험한 평균 연령을 조사해 보았더니 2020년에는 12.5세인 것이 2022년에는 11.3세로 낮아졌다고 한다. 도박 첫 경험연령이 낮아진 데다 초중고 재학생의 중독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치유원은 전국 초중고 재학생 398만여 명의 4.8%인 19만여 명이 도박위험 집단에 포함된다고 했다.청소년의 도박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한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 이전보다 이후가 60% 정도가 증가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진 데 원인이 있다.문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과 같은 SNS에서의 광고 등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해환경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신적으로 미성숙 상태에 있는 청소년기의 도박은 중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 다양하고 적극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도박에 빠진 청소년이 디지털 성범죄나 보이스 피싱, 마약 등 2차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많아 사회 각계각층이 관심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작년 10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청소년의 도박문제와 관련해 범부처 대응팀 준비를 지시한 바 있다. 청소년기의 도박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끼칠 악영향이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청소년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로는 “재미를 느껴”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등이 가장 많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한 도박이 돈을 따고 잃고하는 과정에서 중독이 된다. 도박의 해악성을 청소년에게 잘 알리는 학교 차원의 광범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정책적으로는 온라인상 성인 인증절차를 강화하고 도박의 문제를 범사회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경북 경찰의 도박예방 활동에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2024-04-10

경산의 고대국가, 압량소국(押梁小國)

삼국이 미처 형성되기 전 경북 경산에는 압량소국이 있었다.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 7세기까지 천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존재했던 아주 오래된 소국이다. 압독으로도 불렸는데, 압은 ‘누르다’이고 독과 량은 ‘들’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압량과 압독은 ‘눌린 들’, 즉 산이나 대지로 둘러싸인 평평한 땅, 분지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 원삼국 시기에 넓고 평평한 땅 그리고 금호강처럼 풍부한 물과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이 살기 좋은 장소이자 작은 국가가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압독국은 이런 천혜의 장소에서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었다.압독국이란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실질 고분군에 대한 조사는 1980년대 도굴된 유물이 발견되면서 시작되었다. 임당동과 조영동·압량면 등에 고분들이 많이 분포되어 산재해 있는데, 다행히도 도굴되지 않은 고분도 발견되어 매장된 당시의 모습이나 문화 등을 고스란히 유추해 볼 수 있다. 목관묘와 목곽묘·옹관묘 등 다양한 묘제와 은제 허리띠·순금 귀걸이·금동관 장식·고리자루칼 등 3천여점의 유물과 지배자로 보이는 성인 유골과 순장된 어린이 유골의 일부도 출토되었다. 신상리 고분은 경부고속도로를 확장하면서 조사되었는데, 6세기 전반의 묘들로 돌무지 덧널 무덤이다. 뚜껑굽다리 접시·굽다리 목긴항아리·바리 등 20여 점의 토기도 함께 발견되었다. 또한 왕릉급 목관묘도 발견되어 왕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는 지배자의 무덤이 아닐지 조사되었다. 특이하게도 참나무 속을 통으로 파내고 사방은 나무판을 세워 만든 목관과 부장물이 출토되었다. 이 목관묘는 창원 다호리와 경주 조양동의 중간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목관 안에서는 인골의 일부가 출토되었는데, 유골의 얼굴은 깃이 달린 커다란 부채로 덮여있었고, 두 손에도 부채가 쥐어져 있었다. 부장품으로 청동거울·청동검·쇠도끼·철검·청동모양 말 등이 발견되었다.고분에서 발굴된 유물 중에서 새의 형상을 본뜬 물품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새의 깃털로 된 부채나 새날개모양의 금동관 장식은 하늘과 연관되어 지배자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또한 중앙정부에서 인정받은 권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임당동 유적에서는 금동관 장식이 부서져 조각난 채로 발굴되었다. 이 유물은 신라에서 하사받은 위세품으로 신라 중앙정부와 지방 세력 간의 친밀도를 확인시켜 준다. 금동관과 관장식은 주로 금이나 은을 재료로 사용하여 만들지만 도금한 유물도 꽤 존재한다. 임당동의 금동관장식은 얇은 금동판을 오려서 좌우 새날개 모양과 금동관에 연결하는 부위를 따로 만들고 테두리에 문양을 새긴 후 각각 도금하여 최종적으로 결합한 유물이다. 새날개 모양의 장식표면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위에 원형 달개를 세 번 꼬은 금동선으로 고정하여 장식하였다. 금동선은 구리를 얇게 만든 후 큰 구멍에서 작은 구멍으로 통과하여 더 얇게 만든 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동관장식은 만드는 기술도 현대 기술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나지만, 유물들의 디테일이 오늘날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이다. 지금으로부터 2천여년 전에도 이러한 섬세한 기술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금동관장식의 작은 원형 달개들이 움직일 때마다 찰랑찰랑 소리를 내고, 태양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마치 빛나는 날개가 달린 관을 쓴 것처럼 보일 것이다. 곧 하늘로 날아올라 신의 음성을 듣고 그의 뜻을 전해줄 것 같지 않았을까.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에서는 이러한 조익형관식이 5점이나 출토되었다.사실 천년에 가깝게 이어오던 압독국은 사로국이 정벌 활동을 벌이는 초기에 종속국이 되었다. 음즙벌국, 지금의 경주 안강 유역에 있던 소국과 실직국, 지금의 강원도 삼척에 있던 소국이 포항 인근의 지역을 차지하려 영유권 분쟁을 벌였다. 사로국의 파사 이사금과 금관가야의 수로왕도 이 분쟁에 큰 관심을 가졌다. 수로왕은 해상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실직국을 견제하기 위해 음즙벌국의 편에 섰다. 경주에서 수로왕·파사 이사금·음즙벌국·실직국이 참석하여 합의 연회를 벌이던 중, 수로왕의 부하가 사로국의 관리를 죽이고 음즙벌국으로 도망가는 사건이 일어난다. 파사 이사금은 그 길로 음즙벌국을 공격하여 포항의 영유권까지 차지하며 영토를 확장한다. 이때 음즙벌국과 수로왕의 편에 섰던 압독국이 지레 겁을 먹고 미리 사로국에 항복하여 복속국이 된다. 40년이 흐른 후 일성 이사금 시기에 종속국이던 압독국은 사로국의 월권에 반발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쉽게 제압당한 압독국은 종속국으로도 남지 못하고 완전히 사라졌으며, 그 백성들은 남쪽으로 강제이주된다. 이후 경산 지역은 신라의 산하에서 백제를 견제하기 위한 병영으로 활용되었다. 김유신이 선덕여왕 13년에 압량주의 군주가 되어 백제와 전쟁을 하여 승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사람이 살기 좋은 땅에 자리 잡고, 천년에 가까운 시간을 유지했던 경산의 고대국가 압량소국은 삼국이 형성되는 이른 시기에 신라의 종속국이 되었다. 비록 역사의 흐름 속에서 힘 있는 국가로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현재까지도 남아 지역의 특색있는 역사가 되었다. 압량이라는 지명에서, 고서에서, 고분과 유물에서도 그 오래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시간이 깃든 흔적을 찾아 경산의 고분군을 거닐어본다./최정화 스토리텔러◇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2024-04-10

벚꽃이 피던 날

배문경 수필가 ‘죽산 가는 길목, 머리 없는 석불 둘이 서서 비에 젖는다. 사그막골 두 노인네 점심 끼니로 찐 감자 두어 개 천일염에 찍어 먹고 종일 오시는 비나 내다본다.’ - 장석주 시인의 ‘석불(石佛)’중창문을 열었다. 열린 창으로 빛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환한 빛 속에서 기다리는 무수한 눈동자들 사이로 “밥 두가, 밥 두가” 노인의 목소리가 아침의 고요를 깬다. 그 소리를 중심으로 여기저기서 수런수런 들리는 소리로 인해 밤의 시간은 툭툭 털고 일어선다. 세 끼 식사는 어찌 그리 빨리 다가오는지. 세 끼 식사는 얼마나 마음을 짠하게 하는지. 산다는 것은 입으로 밥풀을 넘기는 일이다.아침과 점심시간 사이에는 종교적 위안을 주는 소리와 영상과 목회자가 있다. 따라 하는 음절 속에는 평화와 안식이 존재할 수 있다. 서성이던 사람들도 조금은 고요해지는 시간, 몰입되는 시간이 고맙다. 내일을 알 수 없다. 떠난 사람이 기억나지 않는 시간과 이후 새로울 것이 없는 내일이라는 미래. 창밖은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눈부시거나.이곳도 계급이 있다면 있다.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에 간식이 주어지고 다섯 끼의 음식 사이, 식사할 때 조미 김 하나를 더 먹을 자유가 있고 자식이 사 준 과자나 과일을 혼자 먹거나 나누어 먹으며 으쓱할 자유도 있다. 대부분 자식들의 챙김이 어르신의 자존심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유형의 보호자들이 부모를 찾는다. 음식과 필요로 하는 것을 서너 박스로 챙기는가 하면 잘 지내냐고 인사만 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 챙겨드리고 남은 음식을 자세히 적어두었다가 챙겨드리는 것은 직원들의 책임이다. 그래도 이미 자식들이 넣어준 과자며 과일은 다 먹은 뒤인데 치매로 떠오른 음식의 이미지로 사람을 몰아세운다. 남은 것은 없는데 누가 사다 준 그것을 달라는 어른이 인정할 때까지 시간이 소요된다.저녁 식사 후 양치가 끝난 어르신들의 잠자리는 일상의 마침표이지만 덜 끝낸, 그래서 또 하나의 시간이 시작되는 밤이다. 소리란 고요할 때 더 크게 들리니까. 낮과 밤이 구분이 되지 않는 몸과 정신으로 서성이는 어른들, 쉴 새 없이 오라고 알리는 벨 소리, 어둠과 함께 여러 형태로 만들어지는 밤의 전경들로 한밤의 고요는 없다. 때론 토닥토닥 어릴 적 어머니가 불러주시던 자장가로 재워드리며 당직자의 밤이 하얗게 물든다. 대, 소변과 밤새 주무시지 않고 소리를 지르거나 시끄럽다고 룸메이트를 겨냥한 욕설과 집에 가겠다고 배회한 사람들에 대한 이모저모가 타닥타닥 자판 속에서 잠자다 일어나 하품을 한다.노년의 무게가 큰 바위 같다. 언제 건너온 강 건너의 시간일까. 찬란한 시간이 모이고 모였던가. 그래서 人生(인생)이란 집 한 채를 지우고 자식을 그리워하다 지치고 지쳐야 이곳에 정착한다.이곳에서 자식은 만나고 싶을 때마다 만날 수는 없다. 서로가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기에. 오직 자식을 건사하고 먹이고 보살폈던 몸은 겨울나무처럼 메말라 거칠고 작아졌다. 몸피가 작아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다. 삶의 무늬는 어떤 것일까. 날실과 씨실의 시간이 교차하며 만든 곱고 아름다운 시간의 흔적은 숙연해지는 빛깔을 만드는 조각과 조각 사이.초록의 싹이 돋아나더니 벚꽃이 영글기 시작했다. 바람이 쏴아 파도치듯 지나가면 겨울 비킨 자리로 꽃의 계절이 눈부시게 카펫처럼 펼쳐진다. 벚꽃이 눈부시게 펼쳐진 길로 나아간다. 걷거나 휠체어를 타거나 부축 받거나 어르신들이 다시 소녀로 소년으로 변신하는 시간으로 들어간다. 봄바람이 파도처럼 넘실거리자 얼굴 위로 주름진 얼굴은 사라지고 리즈의 시절로 돌아간 모습이 되고 웃음소리 낭자하다. 그래, 다시 피어나는 거야.벚꽃의 꽃말이 잠시 머무는 아름다움이라고 했던가. 꽃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데 눈부신 어르신들의 웃음이 환하게 번져나간다. 오늘 지금이 행복이고 즐거움인 것을.

2024-04-10

오일장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작년 봄부터 모두의 집에 나무며 꽃을 심고, 텃밭을 가꾸면서 오일장을 자주 가게 되었다. 달성군에만 해도 규모가 큰 오일장이 몇 있고, 인근의 군 단위 지역의 오일장도 꽤나 크게 열려서 가볼 만하다. 오일장날을 메모해 두고 장을 찾아다니는 재미를 누린다. 인터넷에 전국오일장 앱도 있어 다운 받아 두었다. 현풍 장은 5일과 10일, 화원 장은 1일과 6일, 인근 성주 장은 2일과 7일이고, 4일과 9일엔 고령 장이 선다. 작년부터 남편은 주로 꽃나무와 연장을 둘러보고 사는 재미에 오일장에 푹 빠진 듯했다. 미리 날짜를 검색해 두고는 작정하고 오일장을 찾아가서는 나무 몇 그루를 사오곤 했다. 그렇게 사서 모두의 집에 심은 나무가 10여 그루는 넘을 것이다. 올봄 들어서는 모두의 집보다 이사한 아파트의 베란다에 둘 나무를 수집하듯 사오니 더 이상 둘 곳 없이 빼곡하다. 이 장 저 장 다니며 나무 구경하고 흥정하고 상인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같다. 남편이 장을 보는 것이 내겐 낯설지가 않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와 몇 년 전 영양고택 어르신이 제삿장을 보는 걸 익히 본 적 있기 때문이다.나는 텃밭에 심을 채소 모종에 관심이 있다. 이맘때쯤 심을 모종의 가짓수는 얼마나 많고 또 심고 싶은 채소도 많아 골라와 심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년엔 방울토마토, 오이, 가지, 고추와 상추는 기본으로 심고, 명이나물, 고수, 청겨자를 심었다. 더러는 따 먹었으나 오이와 가지는 손가락 정도로 열매 맺는 걸 봤을 뿐이다. 거름을 하지 않은 탓이 컸다. 올해는 작년같은 실패를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지난 주 고령 장에 가서 살충제와 영양제가 섞인 비료를 사와 미리 뿌리고, 검은 비닐로 덮어 텃밭을 손질해 두었다. 며칠 후 현풍장이 서는 날, 채소 모종을 잔뜩 사올 참이다. 현풍 장에 채소 모종이 가장 많다는 걸, 이 장 저 장 다녀 본 한 해의 미립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엔 간식거리도 많은데 듬뿍듬뿍 쥐어주는 맛보기를 얻어먹기도 뭣해 이것저것 사게 된다. 유과보다 거칠게 만든 넓적한 과즐이며, 돼지감자 튀김도 먹을 만하다. 화원 장에선 거창농장에서 바로 나왔다는 달걀을 보면 무조건 사야 한다. 값도 싸거니와 싱싱한 게 꽤 오래 냉장고에 두어도 노른자가 유독 짙고 탱글탱글하다.장보는 재미만큼이나 쏠쏠한 것이 장터음식이다. 현풍장과 성주장은 수구레국밥이 유명하다. 수구레는 소가죽 껍질과 고기 사이의 부산물이라는데, 그걸로 끓인 국이라고 했다. 값비싼 소고기를 못 먹는 서민들이 싸게 먹을 수 있었던 국밥이다. 가게 앞에 늘어있는 커다란 국솥에서 허옇게 오르는 김 사이로 식당으로 들어가서 국밥을 시켜 먹어 봤다.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있다는데 난 살짝 구린내 나는 그 맛이 역해 두 번 다시 먹지는 않았다. 그래도 고령 장의 뒷고기는 싸고 맛있다. 장터 길가에 함부로 놓여있는 둥근 양철식탁, 그 가운데 벌겋게 달아오른 연탄불 위에 석쇠를 얹고 구워 먹는 뒷고기를 작년 처음 먹어 보고 푹 빠졌다. 고령 장을 갈 때마다 찾게 되는 뒷고기 식당에 앉아 연탄가스 냄새를 맡으며 고기를 굽고 있으면 마치 장돌뱅이가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2024-04-10

중년 남성 활력 찾기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여자만 갱년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남자도 갱년기가 있다. 물론 여자들의 갱년기와는 좀 다르지만 40대가 되면서 중년이 되면 일부 남성들도 여자들의 갱년기와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 이를 남성 갱년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확히는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는 질환을 일컫는 말이고 주된 증상은 발기가 약해지는 증상이다. 흔히들 정력이 약해진다고 한다.결과만 봤을 때는 남성호르몬 수치의 감소지만 그 결과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결과론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원인을 찾아서 해결을 해야 한다. 남성 갱년기의 주 증상은 성욕과 발기기능의 감소, 특히 야간 발기의 감소이고 그 외 기분의 변화, 지적능력 및 공간 지각력의 감소, 피로감, 우울증을 보이게 되며 신체적으로는 근육량 감소, 내장지방의 증가, 체모의 감소, 골밀도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증상을 잘 분석하면 나이에 따른 신체능력 저하에 따른 피로감과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성욕과 발기력이 저하되는 증상들을 남성 갱년기라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르몬 수치에 신경을 쓰지 말고 전체적인 건강을 회복해야지 남성성을 회복 할 수 있다.첫번째는 운동이다. 잃었던 성욕을 찾고 발기력을 향상 시키는 것 중 제일 첫 번째가 운동이다. 달리기가 제일 좋고 사이클과 걷기도 좋다. 어떻게든 안하던 운동을 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근력운동도 하면 도움이 되는데 스쿼트 같은 하체 운동 위주로 하면 된다. 안하던 운동을 시작 하면서 욕심낸다고 무리하지 말자. 걷기 위주로 시작해 조금 뛰어도 보고 사이클을 하나 사서 유튜브 같은 것을 보면서 다리를 굴려도 된다. 헬스장에 가서도 상체 운동은 하지 말고 하체 운동 위주로 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남으면 러닝머신이나 사이클을 하면 된다.다음은 음식 조절이다. 적게 먹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 고기나 채소 등은 충분히 섭취한다. 본인의 식생활에 따라서 고기위주로 먹어도 채소 위주로 먹어도 된다. 단 밥과 빵 국수 라면 과자와 같은 탄수화물은 줄여야 한다.잠을 잘못자거나 긴장을 잘하는 사람은 한의원에서 한약을 지어 먹는 것이 좋다. 비아그라처럼 직접적인 효과가 나는 것은 아니나 몸의 긴장을 풀어 주는 한약을 먹으면 잠을 조금 더 깊이자고 피로를 회복할 수 있다. 피로가 줄어들면 남성성도 좋아진다.그리고 한의원에서 성상신경절에 약침을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초음파를 보면서 성상신경절에 정확히 약침을 놓아 교감신경의 흥분을 가라 앉히면 마음이 안정되고 잠을 깊이 잘수 있고 꾸준히 맞으면 남성 발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성상신경은 교감신경의 관문으로 이 곳에 정확히 약침을 놓게 되면 여성 갱년기 증상 뿐만 아니라 면역력 향상과 피로 감소 등의 효과가 난다. 몇 번의 시술로 몸에 맞는 보약을 먹는 효과를 낼 수 있다.하루아침에 성욕이 좋아지고 발기력이 향상 되지 않는다. 당장 좋은 것을 먹는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운동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고 좋은 식생활 그리고 한약이나 도움 되는 시술 등이 복합적으로 오랜 시간 작용해야 남성성을 찾을 수 있다. 지금 시작하면 내년에 강한 남성으로 태어날 수 있다. 당장 밖으로 나가서 걷고 뛰자.

2024-04-10

내 삶을 바꾸는 선택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지천에 흐드러지게 봄꽃이 피어났다. 길거리의 꽃물결 마냥 벚꽃이 꽃터널을 이루며 장관을 이루고 있고, 산자락이나 들녘에서는 희끗희끗 불그스레한 꽃더미가 존재감을 드러내듯이 훈풍 결에 손짓하며 반기고 있다. 오랜 시간 다독이고 쟁여둔 응축된 에너지가 일제히 솟아나며 각양각색의 꽃으로 피어나니 봄이 절정으로 치닫는 듯하다. 막 돋아나는 움과 싹이며 풀잎도 앙증스럽게 환호하고, 벌 나비와 새들까지 합세해 봄날의 향연을 즐기는 듯하다.봄이면 피어나는 꽃들을 보고 옛 시인은 ‘해마다 피는 꽃은 같은데, 해마다 사람은 늙어 같은 사람이 아니네(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라고 읊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해마다 꽃이나 나무들도 조금씩 다르게 꽃이 피거나 잎차례를 하며 가지를 벌이게 된다. 기상이변이나 기후변화로 꽃덤불이 홍수에 휩쓸려 가기도 하고, 태풍에 나무가 뿌리째 뽑히거나 설해를 입어 가지가 부러지는 등의 수난을 당하기도 해서 해마다 피는 꽃자리가 약간은 다르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나무의 경우는 멀쩡하게 열매 맺던 가지가 어느 순간 끝부분이 조금 마르는가 싶더니 급기야 가지 째 나무의 수분공급이 중단돼 살아있는 나무에 죽은 가지로 남아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예컨대 감나무의 경우, 주변 나무들의 영향이나 나무 자체의 수형(樹形) 유지를 위해 해마다 새 움이 트는 이맘 때쯤이면 수 십 갈래의 나뭇가지가 다같이 물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가지는 물이 오르지 않고 마른 채 그대로 남게 된다. 어쩌면 나무의 생존법 같은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수종이나 꽃나무에게도 엇비슷하게 적용되는데, 하나의 생물체인 나무도 그냥 무덤덤하게 서있는 것 같지만 스스로의 생명과 영양, 생장, 증식을 위한 자구책으로 취사선택을 하며 살아난다는 것이다.한 그루 나무조차 생존을 위한 취사선택의 자구책이 이러할진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오죽 선택이 많으랴. 어쩌면 사람들은 매순간, 매일처럼 발생되는 선택의 기로에 직면해서 나름의 순간적인 판단이나 직감의 결정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무수히 이어지는 선택의 연속에 따라 무의식적이나 의도적으로 취사(取捨)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리라.자신의 생각이나 기준, 관점에 따라 선택하는 결정으로 삶의 향방이 달라지게 됨은 자명한 일이다. 일상적인 사소한 선택에서 학업이나 직업, 배우자 등의 중차대한 선택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며, 선택의 결과 역시 자신에게로 귀결된다. 숲 속에 나타난 두 갈래 길은 운명처럼 다가오지만, 인간은 동시에 두 길을 갈 수 없으므로 그 가운데 인생의 고뇌와 인간적인 한계가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자신의 선택으로 삶이 바뀔 수 있듯이, 지역과 나라를 이끌어갈 국회의원을 뽑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역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제22대 4·10 총선에 대한 관심과 심판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현명한 선택으로 공생하는 삶이 되길 기대해 본다.

2024-04-09

먼지와의 전쟁, 새로운 도약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오랫동안 익숙한 편함을 바꾸는 것이 혁신이다. 혁신에는 저항이 따른다. “시간이 없다, 어렵다” 라고 저항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개선하고 나면 바쁨이 줄고 더 편해지는 것을 인지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개선 활동의 모멘텀을 끌어내기 위해 바람직한 모습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시켜 전략에 따라 활동을 전개한다. 야생 코끼리를 산 중턱까지 원하는 시간 내에 가게 하는 것이 혁신이며 성공의 원리는 지속적인 변화관리라 할 수 있다.중소기업이 밀집한 인천 남공공단에 철도용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동양주공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의 일환으로 포스코의 혁신 지원을 받았다. 인천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시 환경과에서 진단한 결과 열악한 환경으로 3년 내 공장을 옮기라는 통지를 받고 시화공단에 1만평의 공장 부지를 사 놓은 상태였다. 주물 제조의 생산공정은 먼지로 안을 보기 어려웠고 모래 바람이라 할 정도의 열악한 작업장은 시 환경과의 진단을 이해할 수 있었다.‘먼지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활동 체계를 구성했다. 250명 직원을 전 생산공정의 28개 팀으로 개선활동에 들어갔다. 총무팀, 생산지원팀 등 스탭은 VP(Visual Planning) 활동을 통해 생산현장을 지원하게 했다. 노후화 된 집진기 7대 성능이 67% 수준으로 새로운 집진기 도입을 결정했으나 보류시키고 생산공정의 먼지 발생원을 찾아 나섰다. ‘See FeelChange’ 슬로건 아래 ‘열 번은 보고 생각하고 개선하자’라며 전 직원 ‘먼지와의 전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절박감에 참여하는 공장 환경개선활동은 10개월 지날 즈음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지 발생량은 반에 반으로 줄었고 집진기 성능도 복원하며 새로 도입없이 여유가 생겼다. 작업장과 직원들의 마음은 밝아졌고 공장 이전없이 새로운 도약의 길로 거듭났다.‘현장에 문제와 답이 있다’라는 말처럼 투자와 기술로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못 보거나 문제를 푸는 원리를 인지하지 못 하면 돈만 쏟아 붓고 문제는 남는 경우가 있다. 24시간 생산을 하고 있는 직원들이 설비, 생산공정상의 구조적 먼지 발생원을 찾고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전 직원이 먼지 발생원을 도출하고 함께 토론하며 풀어가고 개선이 어려운 먼지는 집진기로 해결한다. 만약 집진기를 새로 도입했다면 먼지 발생의 문제를 인정해버리는 셈이고 후처리 대책만 세우는 모양이 되어 쾌적한 생산 환경은 요원하게 되는 것이다.석회가 쌓여 오른 쪽 어깨가 아프면 칼로 수술한다. 6개월 후 재발한다. 오랫동안 오른 팔을 사용하다 근육이 오른 쪽으로 쏠렸고 뼈와 근육의 마찰로 석회가 쌓이고 통증으로 이어진다.인체파동 원리대로 근육 균형을 잡아주면 어깨 수술없이 문제는 사라진다. 전 직원이 문제 본질로 접근한 것이 시화공단으로 이전하는 일도 사라졌고 내일을 향해 도약하는 기회가 되었다. 문제의 인식과 풀어가는 원리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2024-04-09

조국이 구상하는 22대 국회는 ‘막장드라마’

심충택 논설위원 오늘 총선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야권이 200석을 확보하면 우리 사회는 극단의 분열과 증오사회로 치달을 수 있다.한 유력정치인은 “양 진영 간 내전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조국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6월 국회가 개원하면 우선순위를 정해서 김건희 종합특검법이나 한동훈 특검법 같은 것을 민주당과 협의하겠다. 민주당도 동의할 것으로 보는데 빨리 합의할 수 있는 것이 최소 10가지는 된다”고 했다.조 대표는 그동안 “한 위원장의 딸이 논문대필로 스펙 부풀리기를 했다는 의혹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며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공언해왔다.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나 개헌은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10가지 중에 포함돼 있을 것이다.조 대표는 지난 3월 비례정당을 창당하면서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검찰독재의 강이고 윤석열의 강이다. 조국혁신당은 오물로 뒤덮인 ‘윤석열의 강’을 건너, 검찰독재를 조기에 종식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벌써 국회의장 자리에 강경성향인 추미애 후보를 내세워 그동안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제동이 걸렸던 법안들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아직 선거결과를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야권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 조국혁신당도 타 정당 의원들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최소의석 10석 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내 제3당 등극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조 대표가 구상하는 국회 개원 이후의 ‘윤석열·한동훈 탄핵 내지는 식물화’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리얼미터가 가장 최근 조사(2~3일)한 비례정당 지지율에서 조국혁신당은 30.3%로 1위를 차지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조 대표의 구상이 실현될지 여부는 오늘 유권자의 심판에 달렸다. 이번 총선의 특징은 법적·도덕적 흠결이 있거나 과거 망언을 일삼은 인물들이 여야 정당의 심사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고 버젓이 공천장을 받았다는 것이다.대표적인 정당이 조국혁신당이다. 조국혁신당 후보 상당수는 형을 선고받았거나 재판·수사 중인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우선 조 대표 자신이 자녀 입시 서류를 허위로 작성·위조한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범법자다.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교도소로 가야 한다. 비례 8번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연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비례 1번인 박은정 전 부장검사는 검찰에서 해임되기 직전인 최근 21개월 동안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1억여 원을 급여로 받아 논란이 됐다.범법자들이 즐비한 정당이 비례정당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지만, 이는 여권이 자초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의료시스템 붕괴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현 정권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대한 민심이반이 가속하면서 총선판세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이제 유권자들이 정치권에서 걸러내지 못한 후보들을 투표를 통해 솎아내는 수밖에 없다.

2024-04-09

금배지

우정구 논설위원 국회 사무처가 22대 국회의원의 배지를 공개했다.이 배지는 오늘 개표를 통해 당선자가 확정되면 등록순서에 따라 배부하게 된다.배지는 99% 은과 미량의 공업용 금으로 제작돼 있다. 지름 1cm 크기로 무게는 약 6g정도다. 분실 시 재발급을 받으려면 국회의원이 3만5천원을 주어야 구입할 수 있다.국회의원 배지 한가운데는 국회라는 글자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늘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신분에 걸맞도록 직분을 수행하라는 의미다.그러나 보통의 시민들은 금배지라 부르며 권력의 상징처럼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도 금배지를 달면 당선 전과 후가 달라져 욕먹는 경우도 더러 있다.시쳇말로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에게 권력을 쥐어주면 안다”고 했다. 그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한 표를 부탁할 때와 전혀 다른 모습에 실망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선량한 사람도 특정 상황에 놓이면 악한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루시퍼 효과’라 부른다. 일명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라 부른다. 선량한 사람을 뽑아 상황극 속에 교도관 역할을 시켜보았더니 포악하고 가혹한 행동을 서슴지 않더라는 것이다.과거 김무성 전 의원은 국회의원 배지를 초선 때 말고는 달지 않았다. 권위적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 싫어서라고 했다. 또 모 의원은 국회의원 배지를 거꾸로 달고 다녀 화제를 모았다. 작금의 국회가 부끄러워서라 했다.새로 금배지를 달 22대 국회의원들은 당선의 기쁨보다 배지의 의미를 잘 새겨 국민에게 봉사하는 선량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09

“오늘 12시간이 대한민국 운명을 결정한다”

오늘(10일)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가 정당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에 여야 모두 민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사전투표에서 위기를 감지한 국민의힘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호남과 수도권 등)의 사전투표율은 크게 상승한 반면, 텃밭인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서초구의 상승폭은 미미했기 때문이다. 대구 달성군(22.88%)과 전남 신안군(54.81%)의 사전투표율이 2배 차이가 날 정도다. 국민의힘은 경합지역(55곳) 결과에 따라 개헌저지선(100석)이 뚫릴 수도 있다고 보고, 투표 참여 독려에 총력을 쏟고 있다.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오늘 12시간이 대한민국을 전진시킬 것인지, 망하게 할 것인지 정한다. 야권은 200석을 갖고 대한민국을 무너뜨릴 거다. 그걸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 12시간 있다”며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를 당부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힘이 눈물쇼를 벌인다”며 조롱했다. 그는 “국민을 거역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일을 맡긴 대리인들이 주인을 배반하고 주인이 맡긴 힘으로 주인을 고통스럽게 하면 혼을 내야 더는 그런 짓을 안한다”고 했다.사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야권이 200석을 확보할 경우 총선 이후의 우리 사회는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된다. 여권에서는 총선패배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탈당이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막혀 있던 민주당 발의 법안과 특검법안들이 한꺼번에 국회에 상정돼 통과될 것이다. 입법권 행사를 두고 진지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선거는 민주주의 꽃으로 불린다. 마음에 드는 정당과 후보자가 없다고 해서 기권하는 유권자가 늘게 되면 민주주의는 꽃을 피울 수 없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극단과 진영 논리의 온상이 되고 만다. 투표권 행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4-04-09

신공항 SPC 마무리하고 이제는 속도내야

대구시는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종전부지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구성을 위한 민간참여자 공모에 국내 대형건설사 등 모두 47개사가 참여했다”고 밝혔다.지난달 대구시가 한국주택토지공사(LH) 등 5개 공공기관과 산업은행 등 8개 금융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국내 건설사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TK신공항 사업은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공항 사업은 특별법에 따라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SPC 전체 자본금 5천억원 가운데 49% 가량을 민간에서 참여해야 하는데 대형건설사의 민간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다.대구시가 발표한 47개 건설사 가운데는 시공능력평가 국내 상위 20위권 내 10개사, 100위권 내 6개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민간부문의 SPC 참여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건설사들의 관심과 참여는 TK신공항 사업에 대한 사업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제는 사업의 성공과 목표로 한 2029년 조기 개항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대구시 계획에 의하면 6월까지 특수목적법인 구성을 마무리하고 9월에는 법인 등기까지 완료한다는 것. 내년도 예산에 이미 설계비가 반영돼 있어 기본 및 실시설계도 내년에는 마무리된다.TK신공항은 대구경북민을 위한 백년대계 사업이다. 신공항 건설과 함께 공단과 물류단지, 레저시설 등 관련 인프라, 또 신공항을 잇는 교통인프라 확대 등을 고려하면 수십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역사다. 신공항 건설에 따른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건설 과정에서 일어날 경제적 파급력도 막대하다.사업을 추진하는 대구시와 특수목적법인의 역할이 막중하다. 이 사업은 특별법과 국책기관의 참여로 사실상 정부가 보증하는 사업이 됐다. 국가보증사업이라는 자부심으로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시는 SPC 구성 시점을 신공항 사업의 출발점이라 생각하고 지금부터 2029년 개항 때까지 온 힘을 다해 속도감 있게 추진해 시·도민의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

2024-04-09

종량제쓰레기 직매립금지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4월에 들어서면서 벚꽃이 만개하고 여기저기서 그간 잔뜩 준비한 크고 작은 많은 행사가 개최되면서, 행사를 마친 뒷자리에는 쓰레기가 넘쳐난다. 아파트나 일반주택 재활용 부스에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에도 줄지 않은 비대면 온라인 택배물 포장물이 가득하다. 모처럼 주말을 맞아 베란다 한쪽에 쌓아두었던 재활용 쓰레기와 종량제 쓰레기를 정리해 보니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양과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가 쌓일까, 하며 스스로 놀라워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이렇게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존에 조성한 위생적인 매립장의 사용 연한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모든 지자체는 매립지 부족에 따른 쓰레기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종량제 쓰레기를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소각 후 소각재만 매립하도록 하는 ‘생활폐기물 직매립금지’ 규정을 반영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2021년 7월 6일자 확정 공포하였다. 이 조치에 따라 수도권 3개 시·도는 2026년부터, 그 외 지역은 2030년부터 시행해야 한다.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이고 산지가 많아 매립 가능한 육지의 면적이 매우 좁아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엄격한 폐기물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2005년에는 ‘음식물류폐기물 직매립 금지’, 2009년에는 ‘음식물류 쓰레기종량제’ 시행, 2013년에는 음식물류, 하수슬러지 등의 ‘해양투기 금지’ 등의 제도가 차례로 시행되면서 생활쓰레기의 감량, 재이용 및 재활용 등이 한층 강화되었다. 급기야 기초 지자체 단위로 소각이나 매립시설에 반입하는 총량을 규제하는 ‘구·군 총량제’를 도입하여 반입 수수료를 할증 또는 할인해 주는 제도도 도입하였다.이처럼 생활 폐기물의 점차적 증가에 대응하여 폐기물관리 제도가 강화되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대수와 비대면 주문 소비량의 폭발적 증가 등 소비패턴의 변화로 인해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대구시의 종량제 대상 생활 쓰레기의 발생량 추이를 보면 2012년에 인구 252만 7천 명이 하루에 2천683톤을 발생하여 1일 1인당 1.06㎏이었는데, 이후 계속 증가하여 2020년에는 인구 244만 6천 명이 하루에 3천112톤을 발생하여 1일 1인당 1.27㎏로 증가하였다.대구시는 생활쓰레기 발생량 증가에 대응하여 순환이용률도 2018년 51.7%에서 2020년에 52.2%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순환 이용률을 늘려도 소각이나 에너지로 활용처리 이후 매립으로 가는 최종처분량은 늘어나 2018년에 36.4%에서 2020년에는 40.5%로 늘어났다. 불과 6년밖에 남지 않은 2030년 ‘종량제쓰레기 직매립금지’ 규정 대응에 대구시는 비상이 걸렸다. 대구시는 소각처리시설을 점차 확충할 계획이나 생산, 소비, 관리, 재생 등 자원순환 전 분야에서 ‘시민이 체감하는 대구형 순환경제 실현’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2024-04-08

침묵하는 다수

강길수 수필가 방송국 녹지에 2월 말부터 피어났던 진달래꽃이 가는 3월과 함께 시나브로 졌다. 옹골지고 아름다운 진달래꽃을 타고 오는 봄을, 도시 복판에서 만나는 행운을 누린지가 여덟 해다. 한데, 올해는 꽃이 전 같지 않았다. 어딘가 풀죽은 듯 초라해 보이고, 어떤 침묵이 스민 것만 같았다.올 이른 봄은, 같은 거리를 오가는데도 뭔가 달라졌다. 작년 3월, 은행나무 밑에서 새봄을 모셔오던 하얀 별꽃도 못 만났다. 흔하던 민들레꽃도 덜 보였다. 봄비 잦은 탓일까. 기온 이상인가. 사회 분위기 때문일까. 아무튼, 내가 본 올 이른 봄은 자연도, 사람도 예전보다 ‘침묵, 침묵하는 다수’로 다가왔다. 하지만, 4월이 오면 온갖 봄꽃 피어나 침묵의 구름을 걷어낼 테지.총선의 달 4월. 바야흐로 봄꽃 축제가 벌어졌다. 개나리, 벚꽃, 조팝꽃, 자목련, 민들레꽃, 영산홍…. 출퇴근 거리에서 만난 꽃들이다. 집에 도착한 선거홍보물을 일람해 보았다. 국회의원 지망생들의 나라 사랑은 보기 어렵다. 자신들의 입신과 이권만 추구할 뿐, 국민 사랑 마음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한 홍보물은 국민이 뽑아 법으로 보장된 대통령 임기를 대놓고 단축, 종식 시키겠단다. 법치 파괴의 파렴치한 망발과 뻔뻔함이 확증편향에다 과대망상의 극치다.국민은 상상할 수 없는 공직자 아빠 찬스 엄마 찬스 비리를 다 딸 입시에 썼다가 발각되어, 나라 젊은이들의 기를 꺾고 2심까지 유죄판결을 받은 자가, 갑자기 무슨 혁신 당을 만들었다. 스스로 대표가 되어 국회의원 하겠다고 비례대표 출마도 했다. 재판 중인 야당 대표를 벤치마킹해 자기 범죄 방탄 국회를 만들 속셈인가. 별주부전 토끼 간 같이 편리한 양심을 단 인간인가.정말 알 수 없는 일은, 이런 인간의 지지자가 많다는 언론 보도다. 이성(理性)과 양심은 어디에 버리고 짜인 대본에 놀아나거나, 감언이설 에테르 또는 떨어지는 떡고물에 마취당한 사람들인지 모를 요지경 세상이다. 더욱이 지지층이 40~50대라니 더 어처구니없다. 20~30대보다 진실을 못 보는 헛똑똑이들인가 보다.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무슨 혁신당 지지자들은 침묵하는 다수가 아니라 짖어대는 소수라는 사실이다. 개처럼 짖어대는 소수가 사회의 분위기를 망치고, 침묵하는 다수도 자칫 휩쓸리는 악순환이 임계점에 닿은 느낌이다. 상대방을 타도 대상으로 삼는 야만, 증오, 언어폭력, 조작의 검은 기운들이 여론, 선거 등에 침투하여 만든 각본대로 몰아가는 것만 같은 사회 분위기니까.지금은, 침묵하는 다수가 분연히 일어나 소리 내고 행동할 때다. 침묵하는 다수가 세상 식별안테나를 켜 들고, 이성과 진실의 소리를 골라 들어야 한다. 진실을 모르면 선전, 선동에 이용당할 수 있으니까. 불법적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침묵하는 다수 유권자가 본투표를 하는 일이다. 이것이 첫 번째 소리이자, 행동일 터이다. 만일 이 선거 후 또 부정선거 사실이 드러나면, 이번에는 침묵하는 다수의 진짜 힘을 보여 주자. 선거소송 법관들이 국민이 무서워, 양심 저버리는 판결을 감히 할 수 없을 때까지….

2024-04-08

로마제국 발칸반도 완전 정복-그리스, 서구 문명의 선봉이 되다

‘세계의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처럼 로마는 정복지라 해도 도로와 수로를 만들어 시민의 일상적인 삶에 혜택을 골고루 부여했던 그들만의 지배 방식이었다.도로란 반란에 대비해 정벌을 위한 것일 수도 있었고, 변방 민족이 침략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기반이기도 했다. 우리 조선시대 당시 ‘무도안전(無道安全)’이란 말이 있었다. 도로가 없어야 오랑캐와 왜구의 침략을 늦출 수 있다는 사고와 비교하면 들숨 날숨이 가빠진다. 약탈에 무방비로 노출된 변방의 하층민을 구해 줄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알렉산드로스가 죽자 휘하 장수들이 그리스 본토를 비롯해 각 점령지역을 나누어 통치하게 된다. 흩어지면 반목과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힘이 고갈되어 가던 중 로마라는 거대한 쓰나미를 만났다. 로마는 기원전 3세기 중엽부터 대략 1세기 동안 포에니전쟁을 치르면서 카르타고를 점령하고 지중해와 오리엔트 지역에까지 위세를 떨쳤다. 남프랑스를 점령하면서 이탈리아반도 깊숙하게 쳐들어간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 명성도 로마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장군을 만나면서 막을 내렸다. 그는 ‘나의 허락 없이는 바닷물에 손도 담글 수 없다’며 서쪽 지중해를 장악하고 있던 한니발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린다.로마는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충분한 자원이 필요했다. 이때 로마가 눈을 돌린 것이 발칸반도다. 발칸반도에는 일리리언이 로마 상선을 털고 노략질을 일삼았다. 일리리언인 눈에 로마상선은 우리 바다를 휘젓는 침략자일 뿐이었다.로마는 이들을 소탕코자 본격적으로 발칸정벌에 나섰다. 그러나 지금의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등 해상무역으로 살아가던 발칸반도 원주민 격인 일리리언인의 저항에 부딪혔다. 하지만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로마군을 막을 수 없었다. 로마는 아드리아해 서쪽 해상로를 쉽게 장악했다. 마케도니아마저 굴복시킨 로마는 기원전 146년, 비실대는 스파르타를 마지막으로 그리스를 완전히 정복하고 도나우강 남쪽 영역 발칸반도는 로마 우산 속에 들게 된다.기원전 28년 아우구스투스(옥타비아누스)가 권력을 잡으면서 제정시대가 열리고, 서기 9년 드디어 발칸 전 지역이 로마 제국에 완전히 무릎을 꿇는다. 이로부터 5백여 년간 로마의 철권통치를 받아야 했다.시간이 흐르자, 아드리아해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 스스로 로마와 그리스 역사가 뒤섞이는 경험을 이상하게 받아들였다. 신들의 땅 그리스가 곧 로마고 로마가 곧 그리스였다. 그리고 정령숭배, 즉 숲과 나무, 주피터, 태양신 등 다양한 신이 판치던 로마종교가 그리스신화를 만나면서 일취월장(?) 재창조된다. 시기와 질투, 폭력, 사랑 등 인성을 갖춘, 인간보다 조금 더 크고 잘생기고 아름다운 그리스 신들에게 로마인으로서는 감히 신을 인간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에 묘한 쾌감을 느꼈다. 서기 3세기 말이 되자 드디어 발칸반도에서 황제가 나온다. 첫 번째 인물이 디오클레티아누스(244~311, 재위 285~305)다. 지금의 달마티아 땅에서 태어난 그는 태생적 하층민 자손이었다. 황제 친위대를 이끌던 그는 누메리아누스 황제가 암살되면서 군인들 추대로 황제에 등극한다. 그리고 발칸반도 판노니아 출신 동료 막시미아누스를 또 한 명의 황제에 올려 로마를 동서로 구분해 서쪽을 맡긴다.황제는 각각의 정부에 부제를 두어 통치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4두 정치(4분치제도·四分治制度)에 돌입한다. 이때 막시미아누스 부제 중 한 명이 콘스탄티우스 클로루스였다. 그는 에스파냐에서 프랑스 지방인 갈리아와 오늘날 영국의 브리타니아를 맡았다.‘4두 정치체제’는 군인황제를 종식하는 토대로 작용했다. 이러한 정치적 결단이 또 한 명의 발칸반도 출신 황제에게 날개를 달아주게 된다. 제국 수도를 비잔티움으로 옮긴, 기독교 공인 등 로마 역사에서 황제 중 큰 획을 그은 콘스탄티누스대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콘스탄티누스대제는 발칸반도 세르비아 동남부 지금의 니슈 지방에서 태어났다. 니슈는 동쪽 변방 국경을 노략질하는 고트족 방어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아버지 콘스탄티우스가 고트족을 물리치기 위해 이곳을 지나다 여관집 딸이었던 헬레나와 사랑을 나눠서 태어난 아들이다. 황제에 오른 콘스탄티누스는 ‘밀라노칙령’을 반포해 기독교를 정식으로 공인했다.330년, 발칸반도 서쪽 끝자락 비잔티움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로마의 신권과 왕권을 모두 가져왔다. 궁극적으로는 진일보된 부활을 꿈꾸었지만, 이때부터 60여 년간 버려진 듯 남겨진 서로마 사람들과 갈등의 불씨를 묻어두게 된다.정치권력이 비잔티움으로 이동하면서 로마에는 교황이라는, 교권을 시민 위에 두는 권위적이면서 신과 인간세계 구분이 확연하게 진화, 혹은 퇴화한 가톨릭이 자리잡게 된다. 반면 그리스와 발칸반도에는 신과 인간 사이에 중재자 없는 원리주의적인 동방정교가 뿌리내리면서 또 하나 종교 갈등이라는 뇌관이 작동한다./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4-04-08

백제어의 깊은 바다, 전라도 방언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전라도를 흔히 예향이라고 한다. 전라도 시내 엔간한 음식점에는 품격 있는 그림 몇 점은 걸려 있다.전라도 사람과 만나 한 잔 술을 나누다 보면 절로 흥겨운 가락이 쏟아져 나오고 그 중 누구든 판소리 한 자락 정도는 풀어낸다. 어쩌면 판소리에 담겨 있는 애절한 가락은 전라도 방언이어서 제 맛깔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전라도에서는 장음을 이중모음으로 소리내어 아주 끈끈한 부드러운 정감으로 판소리에서 전라도 소리미학을 담아낸다. 판소리가 전라도에서 발달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전라도 방언의 특징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전라도 방언의 말씨는 입을 적게 벌리고 발음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춘향전의 한 구절을 들어보자. “춘향이 깜짝 놀래, “향단아, 저 건너 누각 위에 선 것이 누구냐?”/“통인 서고 방자 선 것 봉게, 이 고을 사또 자제 도련님인개비요.”/춘향이 놀래어, “벌써 나왔겄구나.”/“버얼써부터 나왔어라우.” ‘보니까’가 음절 사이가 뭉쳐져 ‘봉께’로, ‘갑이요’가 움라우트 실현되어 ‘개비요’, ‘벌써’가 장음의 음절 늘이기로 ‘버얼써’, 종결어미가 ‘왔었어요’가 ‘왔어라우’로 실현된 남부전라도 종결어미는 노래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거시기’만 알아도 전라도 방언을 거의 다 배운 셈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채만식의 ‘천하태평춘’과 ‘탁류’에는 “아니야 저 거시기 서울아씨 시집 안보내우?”/(‘천하태평춘’)과 “저 거시기 조사나 잘 좀 해보았수?”‘탁류’)와 같이 ‘거시기’가 곳곳에 보인다. ‘거시기’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대명사로서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이 얼른 떠오르지 않을 때, 그 이름 대신으로 쓰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감탄사로서 “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얼른 말하기 거북할 때, 그 말 대신으로 쓰는 군말”의 뜻을 가지고 있다. 전북방언에서는 ‘거시기허다’로 동사를 대신하는 용법으로도 쓰인다. ‘거시기’는 명확하지 않은 사물이나 사실을 말할 때 쓰이고, ‘거시기허다’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나 동작을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전라도 구어 가운데 대표선수라 할 수 있다.채만식의 소설에는 ‘돌라먹다’(속이다), ‘갱기찮다’(괜찮다) 등 전북 군산 방언, 혹은 채만식의 개인 방언(idolect)이 작품 속에 소복하게 담겨져 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아리랑’, 이병천의 ‘모래내모래톱’과 최명희의 ‘혼불’에 나타나는 ‘달챙이’(허기는 달챙이 숟가락 하나라도 빼놓고 가면 거그서 아쉬울팅게. -‘모래내모래톱’, 놋숟가락 닳아진 달챙이가 거꾸로 꽂혀 있어 이상해 보인다.-‘혼불’)는 ‘놋쇠나 무쇠로 만든, 끝이 상당히 많이 닳은 숟가락’을 의미한다.이 숟가락은 누룽지를 긁을 때 주로 사용하였고, 닳아서 쓸모가 없게 되면 문고리에 거꾸로 꽂아서 열쇠처럼 사용하던 것이었다. ‘매급시’, ‘매럽시’(맥없이), ‘매시럽다’는 “솜씨가 매시랍다, 손끝이 매시랍다”는 표현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걸로 보아 ‘솜씨가 좋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라 방언에는 “꽤 많다”라는 의미로 ‘솔찬하다’라는 낱말이 있다, 전라 방언의 대표적인 낱말이다. 솔찮다’는 전라도 작가들이 쓴 문학작품에 전라도답게, 전라도스럽게 심심찮게 보인다.장일구는 ‘혼불의 언어’(한길사)에서 요절한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에 담긴 절절한 전라방언을 가려내어 분석하고 있다. “근디 누구는 남원산성 그 거창헌 거이 입 안으로 옴시레기 들왔다고 허고이.”, “사랑마당에서 우세두세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상머슴이 고한다.”와 같이 ‘옴시레기’(모두, 전부), ‘우세두세’(조용하다, 두런두런)와 같은 찰진 전라도 특유한 방언은 대화체에서뿐만 아니라 지문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몇 년 전 작고한 칼럼니스트 김서령의 ‘김서령의 家라는 수필집에는 전남 나주 죽설헌에 살고 있는 박태후 화가와의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봄에 서령 씨가 만지던 배꽃이 자라서 된 열매요. 쌍다구는 시퍼래도 맛은 괜찮을 거요, 먹고 더 달라고는 마쇼, 잉.” 일상의 생생한 구어체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쌍다구’(생김새, 또는 생긴 모양)나 문말 어미 ‘마쇼, 잉’에서 전남 방언 특유의 맛깔을 느낄 수 있다.비음을 섞어 길게 끄는 전라방언을 들으면 백제어의 깊은 방언고고학의 심해에 풍덩 빠진다.

2024-04-08

막장 총선, 성찰과 반성을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철면피(鐵面皮)들의 행진이었다. 염치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정치꾼들의 목소리만 높다. 내로남불과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난무하고, 범죄자들까지 총선에 뛰어들어 ‘견강부회(牽强附會)’하니 어처구니없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민주주의의 무덤’이 되었다. 정치가 난장판이니 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내일은 민심 심판의 날이다. 패자의 반성은 물론, 승자도 박수 받을 처지는 아니다. 여야가 하나같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소명의식 없이 사익만 추구한 정상배(政商輩)들이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고 굽신거리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정치의 퇴행이며 민주주의 위기다. 오직 진정한 자기성찰과 반성만이 공동체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무엇을 성찰하고 반성해야 하는가? 정치지도자들은 오만과 불통, 언행불일치와 표리부동부터 고쳐야 한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는데 불신을 자초했다. ‘시스템 공천’을 말하면서 ‘고무줄 공천’을 했고, 국민을 빙자하여 권력을 남용했다. 통합을 말하면서 분열을 획책했고, 법치를 말하면서 법원의 판결을 비웃었다.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뻔한 거짓말’로 주권자를 기만했으니 그 죄가 매우 크다.권력을 탐하여 ‘편 가르기’와 ‘혐오 정치’를 한 것도 반성해야 한다. ‘통합의 수단’인 정치를 ‘분열의 도구’로 악용함으로써 나라는 ‘심리적 내전상태’가 되었다. 반역자집단·범죄자연대와 같은 막말로 상대를 악마화하고 내편의 분노를 부추겨 나라를 두 동강 내었다. 물론 이들의 선동에 놀아난 주권자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국민의 수준이 정치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어떻게 해야 희망의 정치를 만들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각성이 시급하다. 베버(M. Weber)는 그의 저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에게는 ‘열정·책임감·균형감각’ 등 세 가지가 필수조건이라고 했다. 우리 정치인들도 공익을 위해 희생·봉사하려는 열정이 있어야 하고, 권력을 위임해준 국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야 하며, 독선과 아집에서 벗어나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이러한 정신적 각성과 함께 제도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적대적 공생정치를 심화시켰고, 연동형비례대표제는 꼼수 위성정당을 양산하여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 법학 교수였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회복을 하겠다”면서 비례정당을 창당했다. 법학자가 범법자가 되어 법을 부정하고 정치적 면죄부를 받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이제 이 난장판 선거가 끝나면 반드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은 공정과 정의를 말하면서 불공정과 불의를 일삼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을 반성해야 하고, 국민은 파렴치하고 몰상식한 정치인들의 선동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한 어리석음을 깨달아야 한다. 희망의 정치도, 파멸의 정치도 모두 우리가 만든 인과응보(因果應報)다. 성찰과 반성 없이는 미래도 없다.

2024-04-08

與野의 막말 난타전, 유권자가 우습게 보이나

4·10총선 선거일이 임박하자 여야 간 막말 수위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할 태세다. 상대진영 유권자에 대한 예절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된 대파가격 논란을 끝까지 ‘여권조롱’의 무기로 사용하고, 국민의힘도 덩달아 네거티브전에 합류해 국민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막말 난타전을 여야 대표가 주도하는 모습도 한심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지난 주말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왜 삼겹살을 안 먹고 삼겹살을 먹은 척하나?”라며 “입만 열면 거짓말한다”고 공격했다. 한 위원장은 그동안 야당을 향해 ‘쓰레기’, ‘범죄자’, ‘정치를 ×같이’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비난 수위를 높여왔다.이재명 대표의 막말수위는 선을 넘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는 최근 서울 동작을 지원 유세를 하며 나경원 후보를 향해 ‘나베’라는 낙인을 찍었다. 나베는 일본어 ‘냄비’를 뜻하는 성적 비하 발언이다. 지난 주말에는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을 향해 “제주 4·3 학살의 후예”라고 했다. 여당 지지자를 혐오하는 ‘2찍’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언급을 흉내내며 “광주에서 온 사람들 잘 들어. 너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 대가리 깨진 거 봤지? 조심해. 농담이야”라고 말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이번 총선과정에서는 그 어느 선거때보다 네거티브 공세전이 심한 것 같다. 이 때문에 각 당의 정책과 비전은 사라져버렸다. 선거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유권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증오심과 혐오감을 부추기는 단어들뿐이다. 이러한 선거캠페인 수준은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심판을 하는 게 민심이다. 이번 선거승패는 아직도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표심에 따라 결정된다. 내일 투표장에서 겉으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증오심을 부추겨 시민사회를 분열시킨 정당과 후보자에 대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2024-04-08

4월에 집중되는 대형산불, 예방이 최상책

산림청 조사에 의하면 봄철에 발생하는 산불은 전체 산불의 56%에 해당한다. 그 중 달로 보면 4월이 가장 많다. 경북도는 2020년에서 2023년까지 발생한 대형산불의 38%가 4월에 발생했다고 밝히고 4월 한달을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동안 전 행정력을 동원해 대형산불 차단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대형산불이란 산림 피해면적이 100만㎡ 이상이거나 24시간 지속된 산불을 말한다. 2022년 3월 울진군 북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축구장 1만9천800개 면적의 산림을 태우는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산불 진화헬기 70대, 산불 진화요원 4천여 명이 동원돼 열흘만에 불을 껐다. 이재민만 6천여명에 달했다.이상기후 여파로 산불 발생이 매년 늘고 있다. 4월은 국지성 강풍이 자주 발생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대형산불이 자주 일어난다. 작년 경우 최근 10년간 국내서 발생한 산불보다 건수는 27%, 피해면적은 36%가 증가했다. 지난 주말에도 강원, 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14건의 산불이 발생해 산림당국을 긴장케 했다. 산불은 사소한 부주의에 의해 일어나나 좀처럼 근절이 되지 않는다. 쓰레기 소각이나 논밭두렁 소각, 등산객의 담뱃불 등이 주 원인인줄 알면서도 매년 되풀이되는 문제점이 있다.재산상 피해도 늘고 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산불로 인한 재산피해는 2천270억으로 전년보다 62배가 증가했고, 인명피해도 56명으로 3배가 늘었다. 대형산불이 늘어난 탓이다.산불은 앞서 지적대로 사소한 부주의나 실화 등에 의해 일어나는 전형적인 인재다. 주민 각자가 경각심을 갖고 주의를 한다면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등산을 할 때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불법 소각을 삼가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실수에 의한 산불일지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법 규정도 엄하다. 주민에 대한 이해와 홍보를 강화하고 지자체별로도 산불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한다. 산불은 예방이 상책임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올해는 산불 발생이 한 건도 없는 경북이길 바란다.

2024-04-08

사전 투표의 유·불리

홍석봉 대구지사장 사전 투표는 유권자가 지정된 선거일 이전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선거일에 선거할 수 없는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도록 해 유권자의 선거권을 보장해준다. 투표 참여율을 높여 주고 투표일이 분산, 투표 당일의 혼란을 막아 준다. 이전에는 부재자 투표가 비슷한 역할을 했지만 불편했다.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선거권자는 선거일 5일 전부터 이틀 동안 전국 어디서든 사전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됐다. 2013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처음 시작됐다. 전국 단위 선거로는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첫 시행됐다.미국에서 2000년 조기투표가 도입, 시행된 후 한국과 일본 등에 잇따라 도입됐다. 유럽 각국에도 사전 투표제가 시행 중이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 학계에서는 이 제도의 위헌성과 위험성을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전투표가 아니라 1, 2, 3차 투표로 나뉜 선거는 투표시기에 따른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투표의 등가성을 문제 삼는다. 언제 투표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정치성향이 드러날 수도 있는 공개투표의 부작용도 지적된다. 21대 총선 때는 사전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등 부정선거 논란까지 일어났다.22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31.28 % 로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사전투표의 높은 투표율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고 여당에는 불리하다는 분석이 통설이다. 이번 총선의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여야가 서로 유리하다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한다.선거 막판까지 막말 공방 등 정치 혐오감이 높지만, 사전 투표율이 이렇게 높게 나온 것은 의외다. 각 정당의 독려때문일까. 내 한 표에 대한 관심과 권리의식이 강해졌기 때문일까./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08

정치인의 범죄까지 감싸줄 건가

김진국 고문 지난달 한 걸그룹 멤버가 팬들에게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에스파의 카리나(24·본명 유지민)다. 배우 이재욱(26)과 교제한 일 때문이다. 처음 이 사실이 알려진 뒤 팬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소속사 앞에서 트럭 시위까지 벌였다. 트럭 전광판에는 “팬이 너에게 주는 사랑이 부족한가”라고 적혀 있었다.팬은 연예인의 힘이 되지만 사생팬은 골칫거리다. 연예인과 팬의 관계를 넘어서 마치 현실 세계에서 연애한다는 착각에 빠져 선을 넘는다. 공연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함께 소리치고, 춤추는 잔치마당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연예인의 집안으로 몰래 들어간다든지, 스토킹과 범죄 수준으로 발전하기까지 한다.우리 정치가 이렇게 돼 간다. 나와 공동체, 나라를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좋을지 걱정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런 정책을 추진하는데 누가 적임자인지를 가리는 일은 포기했다. 아이돌을 사랑하듯 내가 좋아하는 영웅을 정하고, “네가 하는 일은 뭐든 다 좋아”라고 외친다.문재인 전 대통령이 후보로 나섰을 때 열성 지지자 그룹을 ‘문빠’라고 불렀다. 아이돌 열성 팬처럼 ‘빠’를 붙였다. 문빠는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것 다해”라고 외쳤다. 무슨 일을 하건, 지지하겠다는 말이다. 그만큼 신뢰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공동체가 아니라 사람에게 충성하는 것이 건전한 민주주의에 도움이 될까. 나치도 그렇게 시작했다.형법 151조 2항에 “친족·호주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은닉·도피시켜 준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친족간의 정의(情誼)를 고려해 형을 면제하는 것이다. 또 범인의 자수나 타인의 고소·고발을 막는다든지 진범을 대신해 범인인 것처럼 신고하는 행위도 면책한다. 요즘 정치인과 지지자의 관계는 마치 현실 세계의 친족처럼 ‘무조건’이다.민주당의 양문석·김준혁 후보는 민주당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다. 김부겸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당에서도 여러 가지 유감스럽다는 것하고, 또 후보도 여러 가지 사과를 했으니까요. 이것은 국민 심판을 기다려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민주당이 책임을 지지는 않겠다. 공천은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두 후보에 대한 여론이 매우 나쁘다는 건 안다. 하지만 국회 의석은 차지해야겠다. 그로 인해 다른 후보가 영향을 받지 않게 막겠다는 것이다. 당직자들도 방송에 나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국민에게는 그런 후보에게 표를 찍어달라고 하나.민주당이야 그렇다 치자. 유권자는 더 문제다. 한병도 민주당 전략본부장은 지난 3일 두 후보와 관련한 수도권 판세에 대해 “큰 변화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유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이 판단하게 하겠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범죄를 저질러도, 막말해도, 무조건 지지다. 사생팬과 다를 바 없는 덕질이다.양문석 후보(안산갑)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유사 불량품’, ‘매국노’라며 “참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당내 반대파를 향해서도 ‘수박’, ‘쓰레기’, ‘바퀴벌레’, ‘똥파리’ 등 자극적인 혐오 표현을 퍼부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을 잡는다며 임기 중 27번이나 고강도 규제책을 발표했다. 15억원이 넘는 아파트 담보 대출도 막았다. 그런데 정권 핵심 인사는 허위 문서로 돈을 빌려 핵심 규제 지역 아파트에 투기했다. 본인이 말한 내용만으로도 범죄 혐의가 분명하다. 공천 당시 공천 취소를 요구하던 친노·친문 인사들도 이제 침묵으로 돌아섰다. 사생팬의 항의에 겁을 먹었다.민주당 김준혁 후보(수원 정)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부끄럽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위안부, 초등학생과 성관계했을 거라고 말했다. 김활란 초대 이화여대 총장은 여대생을 미군들에게 성상납했다고 말했다. 연산군은 사대부 부인들을 궁으로 불러 스와핑했다며, 윤석열도 “유사하다”라고 비난했다. 그런데도 무조건 지지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유권자의 수준을 따라간다. 국민이 깨어 있지 않으면 정치는 부패한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디로 가는지 걱정이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04-07

포항에 300억대 전세 사기, 철저히 수사하라

포항에서 전세사기로 추정되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사법당국의 수사 등 발빠른 대응이 없으면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하니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포항지역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포항시에 접수된 피해자 수가 64명으로 집계됐으나 현재 대책위에 접수된 피해자는 30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개인당 피해금액을 1억원 안팎으로 본다면 피해규모가 300여 억원에 달하는 것이다.피해자 일부는 극단적 선택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전세사기로 인한 후유증도 심각하다.작년 2월 인천서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면서 이후 전세사기가 사회문제화 됐다. 사기로 전세 보증금을 날린 서민들의 피해 고발이 전국적으로 잇따랐다.정부와 정치권이 전세사기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 구제에 나섰지만 실제적 구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세주택 경·공매 유예나 피해자에 대한 우선 매수권 부여 등의 지원을 하고 있으나 상당수 피해자는 요건 미충족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전세사기는 경제적 약자인 서민과 청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층에게는 삶의 의욕을 잃게 할만큼 충격적이다. 또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면서 건물관리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2차 피해도 발생, 이들의 삶은 만신창이가 되기 쉽다.피해대책위에 의하면 “전세기간이 남아 있어 본인이 피해자인 줄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고 하니 포항시와 사법당국의 신속하고 엄중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전국적 점조직으로 추정되는 전세사기 카르텔이 포항으로 침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니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피해자들은 “선구제 후회수”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필요하다면 특별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그들의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전세사기는 집값 폭락과도 무관치 않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에도 힘써야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대책과 사전방지를 위한 홍보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2024-04-07

경탄(驚歎)에 관하여

김규종 경북대 교수 이탈리아의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와 리카르도 페드리가의 편저(編著)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1’ 첫머리에 기억할 만한 구절이 나온다. 철학은 과학이 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탐구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 그 하나다. 이것은 충분히 이해 가능한 명제이기에 논외로 한다. 그 둘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출발한다. “그리스인들의 철학은 경이로움에 대한 반응에서 비롯한다.”경이로움에서 시작한 고전 그리스 철학이 오늘날 서양철학의 기초가 되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식은 무척 흥미롭다. 경이(驚異)로움은 놀랍고 낯설며 비일상적이고 신이(新異)하며 익숙하지 않은 대상에서 오는 감정을 일컫는다. 경이로움을 감촉할 때 우리는 경탄(驚歎)의 소리를 내지르거나 환호한다. 예기치 못한 장면이나 상황 혹은 풍경을 연상하시기 바란다.학창 시절 경춘선을 타고 강촌역에 내렸다. 마음속에 무엇인가 응어리져 풀리지 않은 채로 야간열차에 올라탄 것이다. 역전 부근에 있는 술집에 들어가 ‘경월 소주’와 간단한 안주를 시켜 독작(獨酌)하고 있는데, 생면부지의 사내가 맞은편에 앉는다. 나보다 너덧 살 많아 보이는, 수더분한 인상의 사내가 양해를 구하더니 자리를 잡는 것이다.몇 잔 소주를 나눠 마시고 났을 때 그가 내게 던진 질문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살면서 경탄해본 적 있어요?!” 아주 간단한 단문(短文)의 질문이었는데, 대답할 수 없었다. 스물두 살 나이의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경탄’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경탄’이란 말을 호명하는 그가 정말 경이롭고 그래서 나는 경탄했다.시를 쓰고 막노동을 하면서 세상을 떠돌고 있다는 그가 아주 낯설지만 경이로운 존재로 불쑥 다가왔다. 25도짜리 쓰디쓴 경월 소주와 더러 이해되지 않는 대화와 풀리지 않는 내부 인식의 혼란으로 그날 밤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문득 두툼한 철학책에서 ‘경이로움’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과 마주하니 만감이 교차하는 것이다.그랬을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밤하늘을 보며 정신없이 걷다가 우물에 빠지는 바람에 하녀의 우스개가 되었다는 철학자 탈레스를 떠올리면 그런 생각이 든다. 자기는 물론이려니와 거의 모든 인간과 무관하게 빛나는 한밤중의 별을 보다가 우물에 빠진 철학자라니! 그런 인간이야말로 진정한 철학자라고 플라톤은 탈레스를 극력(極力) 옹호했다 한다.탈레스가 올려다본 밤하늘의 경이로움은 어떤 것이었을까?! 별을 보고 길을 갔고, 가야만 했던 고대의 나그네를 부러워하던 낭만주의자 게오르크 루카치의 사유와 인식이 떠오르기도 한다. 혹은 ‘별 헤는 밤’의 시인이 멀리 북간도에 있는 어머니를 그리며 오래전 이국 소녀들의 이름을 하나둘 소환하는 장면도 경이롭지 않은가.그리스 철학이 경이로움에 대한 반응에서 시작되어 연면부절(連綿不絶) 그 뿌리를 내려 오늘날 유럽의 철학적 사유의 원류가 되었다니, 경이롭기 그지없다.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경이로운 순간을 경험하고, 실로 경탄하는지 새삼 생각하도록 하는 문장을 돌이켜본다.

2024-04-07

醫政해법과 60대이상 본투표율이 남은변수

4·10총선 사전투표율이 31.28%를 기록했다. 역대 총선 사전투표율로는 최고치다. 선거전이 진영싸움으로 흐르면서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다. 예상대로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25.60%)을 기록했다. 제3지대 정당이 무기력했는데다, 본선과 다름없는 국민의힘 공천이 끝나자마자 선거관심도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높은 사전투표율을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역별 판세는 대구·경북, 호남·제주를 제외하고는 예측불허다. 양당은 아직까지 경합지역이 50~55곳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의석이 몰려 있는 수도권과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낙동강벨트’에서 초접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의석과 경합 지역의 선전 여부에 따라 130석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민주당은 비례 의석과 경합지역 성적을 더하면 151석까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비례의석에서는 여야 모두 조국혁신당 돌풍으로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10일 본투표일이 이제 이틀 남았다. 이틀 동안 여야 모두 지역구 의석 254석 중 절반에 가까운 122석이 몰려 있는 수도권 표심 확보를 위해 총력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기존 판세를 흔들 수 있는 변수는 있다. 특히 50~55곳에 이르는 경합지역은 의정갈등 해결여부와 투표율 등에 따라 판세가 얼마든지 출렁일 수 있다.선거기간 내내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며 사회혼란을 야기시킨 의정갈등은 만약 오늘, 내일 해결 실마리가 잡히면 선거 흐름이 바뀔 수 있다. 윤석열 정권심판 분위기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여권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이 높아진 만큼 이들이 투표장에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 유권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도덕성에 흠결이 있거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후보들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국회입성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2024-04-07

나쁜 정치 심판날

우정구 논설위원 정치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대의정치란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여 정치를 하는 제도다. 국회의원은 그 지역 주민이 선거를 통해 뽑아 지역을 대표하여 국정을 감독 관리하는 사람이다.그런 사람이 위임받은 권력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권력을 잡은듯 폼을 잡는다면 유권자는 뽑지 않아야 한다. 또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품위를 잃은 망언이나 쏟아내고 자식 이름으로 돈을 빌려 쓰는 편법대출을 일삼아도 부끄러운줄 모른다면 당연히 뽑지 않는 게 옳은 일이다.민주당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가 이화여대 초대총장이 학생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상납했다는 등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과거 망언으로 여성단체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또 같은 당 경기 안산갑 양문석 후보는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원을 대출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다.문제는 이처럼 부도덕한 행위가 명백한데도 후보들이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지역 모두 민주당 우세지역이다. 부도덕한 부분을 뭉개고 우세 판세에 기대겠다는 생각이다.이번 총선은 유죄선고를 받고 재판 중인 사람들까지 줄줄이 선거에 나서 논란이다. 국회가 범죄자의 도피처가 돼선 안 된다는 거센 비판에도 그들은 아랑곳 않는다.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나쁜 현상이다.공자는 제자 자공의 물음에 군대를 버리고, 식량을 버리더라도 백성의 믿음(民信)을 얻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성의 믿음없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는 뜻이다.나쁜 정치는 나라를 병들게 한다. 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을 잘 뽑아야 하는 이유는 나쁜 정치가 나쁜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유권자는 윤리적 단호함을 선택의 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07

군자의 의리, 소인의 의리

유영희 작가 며칠 전, 국민의 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일러 정이 너무 많다고 하면서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을 가져온 사람을 차마 박절하게 끊지 못했다고 변명한 것을 옹호했다.또 마피아도 부인과 아이는 안 건드린다면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야당과 국민의 비판을 너무 심하다고 비난했다.이런 뉴스를 듣자니 중국 고대의 재상 관중이 생각난다. 관중은 관포지교라는 사자성어로도 유명한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재상이다. 제나라의 군주 자리가 공석이 되었을 때 포숙아가 모시던 소백이 먼저 제나라에 들어와 환공이 되었다. 그런데 그 전에 관중은 자기가 모시던 규를 군주자리에 앉히려고 소백을 죽이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다. 그래도 포숙아는 관중을 소백에게 추천했고 환공 역시 자신과의 사사로운 관계는 잊고 그를 재상으로 임명했다. 그후 관중은 환공을 도와 제나라의 국력을 키웠다.이러한 관중의 처세에 대해 공자 제자들과 공자의 의견이 갈린다. ‘논어’헌문편에서, 자로는 환공이 공자 규를 죽였는데도 관중은 따라죽지 않았으니 어질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자는 관중 덕분에 환공이 제후를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었으니, 관중을 어질다고 평가한다. 자공 역시 자로 편을 들면서 관중은 자신이 모시던 공자를 따라죽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도리어 원수에게 충성했으니 어질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자는 관중이 없었으면 한족은 모두 오랑캐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관중이 어질다고 옹호한다. 그러면서 공자는 개인 관계의 작은 도리에 연연하는 것은 필부의 의리이고, 백성을 위한 큰 의리를 실현하는 것은 군자의 의리라고 부연한다. 이것을 군자의 의리와 소인의 의리라고 한다.한편, 군자와 소인의 차이에 ‘논어’ 위정편에서 군자는 의를 추구하는 사람이고, 소인은 이익을 밝히는 사람이라고 하고, 맹자 역시 어떻게 하면 이익을 키울 수 있느냐는 양혜왕의 질문에 군자는 이익이 아니라 의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나 이런 맹자도 의리란 결국 군주가 백성이 즐거워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라고 하면서 의리와 이익이 서로 관계가 깊다고 보충한다.정은 가까운 사람과 나누는 교감이므로 정이 많다는 것은 자기와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말이다. 대통령이건 대통령 부인이건 모두 공인 중의 공인이므로 사사로운 정보다는 국민 모두를 위한 정의와 공정에 힘써야 한다. 공직에 뜻을 두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출마한 인요한 선거대책 본부장이 정이 많은 것을 약점이라고 포장하면서 옹호하는 것은 군자의 의리와 소인의 의리를 혼동한 처사이다.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대의를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사사로운 관계를 무조건 끊어야 한다고 하기도 어렵고, 정이 많은 것을 나쁘다고 탓할 수만은 없다. 다만, 사사로움을 확대하여 그 다정함을 누구를 위해서 사용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공직에 있거나 공직을 꿈꾸는 사람은 자신의 다정함과 즐거움을 얼마나 많은 사람과 나누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기 바란다.

2024-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