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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낙타처럼

배문경수필가 사막을 걷는다. 모래에 한 땀 한 땀 발자국이 남았다. 제대로 걸어온 길일까. 중간쯤에서 돌아보니 곧은 길이 아니라 삐뚤다. 바람이 불어와 먼 곳 발자국부터 지운다. 모래언덕을 바라보는 나는 낙타다. 놀라 깨어보니 꿈이다.월요일 아침은 부산하다. 씻어둔 유니폼을 꺼내 보니 허벅지 쪽 실밥이 풀렸다. 침대에 걸터앉아 바느질을 시작한다. 바늘귀에 실을 꿰려니 실이 귀를 통과하지 못한 채 그대로다. 돋보기를 끼니 이젠 영락없는 세월을 느낀다. 눈 하나는 타고났다고 스스로 자만했다. 하지만 이젠 세월이 일러주는 길을 따라 낙타처럼 천천히 따라 걷는다.얼마 전, 몽골의 낙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래서 스스로 낙타가 되어버린 꿈을 꾼 걸까. 낙타는 단봉낙타와 쌍봉낙타의 두 종류가 있다. 단봉낙타는 혹이 하나로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남서부에 분포하며, 쌍봉낙타는 혹이 두 개로 단봉낙타보다 몸이 작으며 중앙아시아에 분포한다.발가락은 2개로 모래땅을 걸어 다니기에 알맞은 구조다. 또, 콧구멍을 막을 수 있으며, 귀 주위의 털도 길어서 모래 먼지를 방지할 수 있다. 등 위의 혹은 물주머니가 아니고 지방 덩어리이다. 따라서 며칠 동안 먹이를 섭취하지 않아도 활동할 수 있는데, 이때에는 혹이 점점 작아지고 종래는 소실된다. 3일간 물을 마시지 않아도 별 지장이 없는 것도 탈수로 혈액이 짙어져도 타원형의 적혈구가 농축된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혈관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기에 가능하며, 적혈구가 수분을 잘 빨아들여서 수분 유지가 가능하다. 1회에 57ℓ의 물을 마실 수 있으며, 임신기간은 1년, 수명은 40∼50년이다.한 번에 500㎏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세며, 장시간 물을 마시지 않고 지낼 수 있어서 일찍부터 가축화되었다.운반이나 승용(乘用) 이외에 고기는 식용으로, 젖은 음료로, 털은 직물에 이용되므로 사막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축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초에 거란인이 타고 온 낙타 54필을 만부교 아래에 매어 굶어 죽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바지를 뒤집어 솔기를 찾아보니 손가락 두 마디쯤이 터졌다. 매듭 묶은 실이 바늘에 딸려 솔기를 지날 때마다 삶의 편린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 낙타가 사막의 계곡을 지나 언덕을 오르듯이 고단한 순간도 지나고 나니 웃음이 난다.이 바지를 입은 것이 십 년이 넘었다. 유니폼 두 벌로 매주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세탁해서 입었으니 십 년으로 계산해도 대략 520주다.그것을 반으로 나누면 260번을 세탁해서 말렸다. 양봉 사이에 인간을 싣고 모래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는 모습은 이 바지를 입은 내 모습이다. 누군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삶의 무게 바로 그것이었다.내가 나이를 먹는 사이 아이들은 자랐다. 간호사 유니폼은 낙타가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눈과 귀를 닫고 묵묵히 사막을 횡단하듯 내 직장생활을 버티는 갑옷이 돼주었다. 어느덧 나보다 키가 크고 목소리에 힘도 들어간 아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보면 대견하고 어찌 보면 곁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을 바라보는 일이 속 쓰리고 슬프다.얼마 전 직장을 옮겼다. 새로운 자리에 적응하려니 힘에 겨워 몸살이 났다. 낙타의 봉에 가득하던 지방을 다 소진해 혹이 사라져버린 것 같다. 며칠은 물을 마시지 않아도 견디던 젊은 낙타가 아닌 삶에 지친 나이가 된 것이다. 한 땀씩 내 삶에 그려 넣었던 많은 추억들을 낙타처럼 되새김질한다. 서서 바라보는 수평선이며 지평선 아래 얼룩덜룩 남루한 것과 햇빛에 반짝이는 고운 것들도 있으니 잘살았다, 잘살았다. 나의 등을 두드려준다.주섬주섬 바느질을 마치고 낙타처럼 훌쩍 일어선다. 사막에 해가 저문다. 언덕 위에서 모래폭풍이 지나간 사막 저 끝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가리라. 황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낙타의 뒷모습이 애잔하다.

2024-02-21

급성 통증 담결림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겪는 질환은 급성 통증 질환이다. 갑자기 목이나 어깨 등 혹은 허리쪽과 관절이 많이 아프고 가동이 안되는 질환이다. 그중에서도 목과 어깨 쪽이 갑자기 너무 아프고 돌아가지 않는 것이 제일 흔하고 등과 허리가 다음으로 흔하다. 팔꿈치나 다른 관절이 그런 경우 있고 이럴 땐 흔히 담결렸다 삐었다고 표현한다.목과 어깨는 보통 자고 일어나면 통증이 발생하고 안돌아간다. 갑자기 발생해서 이유가 없이 아프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동안 조금씩 목과 어깨쪽의 근육이 뭉친 것이 잘 때 잘못된 자세로 인해서 뭉치고 늘어나서 염증이 생겨 통증이 발생한다. 목만 아픈 경우 목과 그 옆의 승모근이 아픈 경우, 목과 견갑거근 혹은 능형근쪽으로 일직선으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 등 약간의 차이가 있다. 통증이 심한 경우는 목을 아예 움직이지 못하지만 대부분은 한쪽은 어느 정도 가동이 되고 다른 한쪽으로는 가동이 힘들다. 허리나 관절쪽은 무리가 되었던 부분들이 무거운 것을 들거나 사용을 할 때 순간적으로 뜨끔 하면서 통증이 발생한다.이런 통증의 특징은 날카롭게 순간적으로 아프고 움직일 때마다 뜨끔뜨끔해서 생활이 불편하다. 통증이 심한 경우는 움직임이 너무 힘들어 큰 병원에 내원해 검사를 받고 오는 경우도 있으나 실제로 큰 구조적인 문제가 발견 되지는 않는다. 환자와 한의사가 보는 괴리가 큰 질환들이 이런 담결림 통증이다. 환자는 너무 아프고 움직일 수가 없어 걱정이 크지만 치료자가 보기엔 며칠만 치료하면 아픈게 금방 좋아지기 때문이다.환자는 디스크나 근육 손상 인대의 파열을 의심하지만 그럴 땐 신경이 눌리는 증상이 나타나거나 그런 증상이 없더라도 정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보통은 심한 통증이라도 문제가 있는 곳의 근육 힘줄 인대를 정확히 찾아서 부항으로 피를 뽑아 주거나 약침 혹은 침으로 풀어 주면 하루 이틀 내에 심한 통증은 잡힌다. 대부분 일주일 안에 거의 정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좋아지니 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를 보고 따라하는 경우도 있으나 권장하지 않는다. 담결림도 사람마다 조금씩 아픈 위치가 다르고 원인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잘못 따라하면 손상 부위의 자극이 더 심해져서 염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약간의 구조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추나요법을 병행하면 좀 더 빨리 회복된다. 허리가 삐뚤어져 있거나 목과 어깨 높이가 맞지 않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으면 조금더 적극적인 치료를 해주면 되는 것이다. 추나를 추가하거나 초음파로 보면서 정확한 곳에 약침을 주사하는 치료를 하면 좀 더 빨리 회복된다. 운동은 절대 권장되지 않는다. 운동은 아플 때 하는 것이 아니고 아프지 않을 때 해야지 근육이 강화되고 건강해진다. 당연히 일도 쉬어 주는 것을 권장하지만 일을 꼭 해야 하는 경우는 보호대로 감싸거나 조심히 일을 하면서 치료를 하면 된다. 아주 심한 경우만 아니라면 일과 치료를 병행해도 회복이 된다. 담결림 통증은 심한 통증과 몸의 움직임 제한으로 걱정을 많이 하지만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빨리 나으니 빨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2024-02-21

빗자루에 대한 단상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빗자루는 먼지나 쓰레기를 쓸어 내는 청소도구인데 본말은 ‘비’다. 엄밀히 말하면 빗자루는 ‘비’의 ‘자루’이고 청소 도구는‘비’가 맞지만 ‘비’에는 마땅히 자루가 있어야 하니 ‘비’를 그냥 빗자루라고 부른다. 예전 방을 청소할 때는 당연히 빗자루를 써서 먼지를 한켠으로 모아 쓰레받기에 담고, 걸레질을 했다. 진공청소기가 나오기 전의 청소 풍경이다. 진공청소기도 진화하여 긴 줄이 달린 굉음 큰 유선청소기에서 시작하였고 이젠 무선청소기가 대세다. 물걸레질은 물론, 스스로 움직이며 구석구석 청소하는 로봇청소기까지 있으니 요즘 아이가 빗자루를 알까. 빗자루를 청소도구가 아니라 마녀의 교통수단으로나 알고 있을 거다.며칠 전 이사를 하면서 청소를 하게 되었다. 유선청소기, 무선청소기에 물걸레청소기도 있었으나 하나같이 마뜩찮았다. 그것들은 구석과 틈새에 켜켜이 쌓인 먼지와 쓰레기를 대충 치우는 정도였다. 알뜰살뜰한 청소에는 역부족이었다. 쓰레잘비라는 신박한 빗자루가 있어 사용해봐도 뻣뻣한 게 마음대로 청소되는 느낌이 없었다. 빗자루가 없을까? 차 트렁크에 눈 올 때 쓰려고 사둔 짧은 빗자루가 보였다. 바닥에 앉은자리 모양새로 엉덩이를 밀면서 먼지를 쓰니 이것만한 게 없다 싶었다.예전 방에서 쓰던 빗자루는 예쁘기까지 했다. 빗자루의 목을 청홍색실로 묶기도 하고 왕골끈으로 매듭묶어 치장도 했다. 방빗자루는 벼의 줄기를 길게 묶어 마디마디를 조인 비였다. 자루 부분은 단단히 조여 묶었고 아랫도리의 쓸 부분은 부챗살처럼 퍼져 아름답기까지 했다. 부엌에서는 수수비를 썼고, 댑싸리나 대나무를 통째로 묶어 만든 길고 커다란 마당비도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었다. 방빗자루는 진공청소기에 밀려 거의 사라졌지만 마당비는 절간의 너른 마당이나 학교 운동장, 군대 생활관 등에서는 아직도 많이 쓰인다. 다만 재질이 싸리나무나 대나무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뀌어졌을 뿐이다.꿩의 긴 꽁지깃을 모아서 맨 장목비가 있었다. 알록달록한 꿩의 깃도 아름답지만 손잡이나 깃을 모아 묶는 색색의 끈도 멋스러웠다. 빗자루라기보다는 벽에 걸어두는 장식품 같기도 했다. 외할아버지 방에서 자주 봤던 개꼬리비도 있다. 꼬리가 긴 개의 꼬리만을 잘라 안의 것을 발라내고 나무심을 박아서 맨 비인데, 외할아버지께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이불을 거두고는 개꼬리비를 들고 무릎걸음으로 방을 돌며 비질을 하셨다. 폭신한 털이 보들보들 예쁘다고 손바닥으로 쓸어보다가 개꼬리라는 걸 알고는 기겁을 한 기억이 있다. 오래 쓰면 털이 닳아서 꼬리 속의 거죽이 다 드러나 보였다.서양의 비는 나무막대 끝에 마른 풀을 단 빗자루였다. 긴 나무막대가 있으니 마녀가 하늘을 날 때 요긴하게 탈 수 있었을 것이다. 보통 빗자루의 나무막대기 중간에 걸터앉아 타는데. 막대기와 볏부분에 걸터앉아 방석삼아 타는 경우도 있고, 스케이트보드 타듯 두 발로 서서 타기도 한다. 현대에는 청소기가 빗자루의 기능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청소기나 로봇청소기를 타고 다닐 수도 있겠다. 로봇청소기를 타는 고양이를 본 적도 있다.

2024-02-21

동물 팔자(八字)

홍석봉 대구지사장 얼마 전 서울 강남에서 음주 사망사고를 내고도 강아지를 끌어안고 구호조치를 않은 채 경찰 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은 20대 여성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람 생명보다 개가 소중하냐는 질책이 쏟아졌다.반려인구 1천500만을 바라보는 시대, 반려동물이 사람 못잖게 중시된다. 지자체마다 반려동물 복지시설 갖추기 경쟁이 불붙고 있다. 관련 산업도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추세 등이 맞물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가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구미시는 반려동물 문화공원을 조성, 시민과 반려동물에게 새로운 동물 친화적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구미시는 최근 선산출장소에서 ‘반려동물 문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역’ 착수 보고회를 갖는 등 문화공원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는 반려동물 화장장과 추모 공간을 조성 중이다. 광주시는 2028년까지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조성키로 하고 기본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반려동물 산업은 무한 진화 중이다. 호텔과 스파, 유치원, 돌봄 서비스 등 반려동물 복지가 인간을 방불케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개와 고양이 등 죽은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식에서 더 나아가 49재와 천도재를 지낸다. 조만간 반려동물 상조 서비스까지 나올 모양이다. ‘반려동물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하는 기업’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한 전문업체에서 상조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우울감인 펫 로스 증후군을 치료하는 센터까지 등장하는 판국이다. 이젠 반려동물은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사람만큼, 아니 오히려 사람이상 취급받는 세상이다. 동물권 존중이 동물 복지로 까지 확대되는 형국이다. 동물팔자가 상팔자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21

고준위 특별법 21대 국회서 폐기되나

21대 국회 회기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월 총선 일정을 앞두고 있어 이번 회기 내 특별법 통과가 불발되면 다음 국회로 법안이 넘어가야 해 그간 논의된 법안은 자동폐기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주민 등 각계각층의 법 제정 요구가 국회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20일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원전내 사용후 핵연료가 포화상태여서 저장시설 확보가 시급하다”며 고준위 특별법의 이달 임시국회 통과를 호소했다.그는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고리원전 순으로 원전 내 있는 습식저장조가 포화에 이르게 된다”며 “사용후 핵연료가 가득차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발전소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며 법 제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국내 원전 25기에서 이미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가 1만8천여 t에 이르고 앞으로 32기에서 발생할 사용후 핵연료는 4만4천여 t까지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처분을 위한 내용을 담은 고준위 특별법의 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이번 국회 회기 내에 법 제정이 이뤄지지 못하면 22대 국회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하루가 급한 법안이 또다시 1∼2년 정도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준위 특별법은 2021년과 2022년 여야 의원이 특별법을 발의했으나 탈원전을 기조로 한 야당의 반대로 현재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고준위 특별법은 탈원전을 하든 친원전을 하든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필수 과제라는 데 이론이 없다. 대승적 차원의 합의가 있어야 할 문제다.원전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원전소재 지자체, 산업계 등에서 20여 차례나 특별법 제정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범국민적 제정 여론이 높다. 여야를 떠나 국회는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특별법의 21대 국회 회기 내 제정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2024-02-21

선거는 누구의 것인가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봄 소식이 머지않았다. 매화가 피고 벚꽃이 올라오면 새봄이 펼쳐질 터이다. 계절과 함께 빠르게 다가오는 정치 일정이 총선. 50일도 남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는가. 봄은 서서히 올라오는데 정치는 이미 뜨겁다. 막말과 주장 가운데 누구 말이 맞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말에 진심과 성실, 공감과 배려가 실렸으면 좋겠는데 실제로 그런 지를 알 길이 없다, 오늘은 진정이었다지만 선거가 지난 후에 겪었던 배신과 혼돈을 생각하면 오늘도 안심할 수가 없다. 이번에는 잘 뽑아야 한다고 다짐해 보지만 그게 생각처럼 간단치가 않다.정치에 무관심하여 선거를 무시하고도 싶지만 플라톤의 한 마디가 섬칫하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덜 떨어진 사람을 당신의 대표로 선출하게 된다.’ 실제로 일이 그렇게 벌어지면 모두에게 고통이 아닐까. ‘한 표’들이 모여 나를 대변할 이를 선출한다면 모른 척 할 수도 없다. 링컨(Abraham Lincoln)도 ‘선거는 보통 사람의 것이다’라고 선언하였다. 선거가 특별한 출마자를 위한 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위한 것임을 확인한다. 동화작가 달(Roald Dahl)도 ‘세상을 바꿀 힘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하였다. 오늘이 마땅치 않은 사람일수록 선거에 임해야 한다. 바꾸어야 할 구석이 많이 보이는 사람일수록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정치가 춤추지만 국민은 힘이 든다. 총선에 참여하되, 판단은 내가 해야 한다. 구호와 선동이 아니라 정책과 사람됨을 살펴야 한다. 남의 소리에 솔깃하기보다 내가 내리는 판단을 신뢰해야 한다. 정당들이 총선에 그 어떤 정치적 의미를 건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누가 국민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는지 헤아려야 한다. 국민의 갑갑한 일상과 어려운 처지가 후보의 마음에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정에 따라 치르는 형식적인 선거보다는 진정으로 세상이 나아지는 그 한 판이 되어야 한다. 이번 총선이 그런 축제를 몰고 올 것인지 의심스럽다.화려한 말솜씨로 당신의 ‘생각없음’을 감출 수 없다. 거친 세월을 건너온 오늘의 유권자에게 텅 빈 철학과 빈껍데기 비전이 드러날 뿐이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정치가 언제쯤이면 정말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면서 말하고 행동하게 될까. 그런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건 오히려 보통 사람들이 깨끗한 한 표로 해야 할 터이다.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힘은 특별한 정치인이나 엄청난 지도자가 가진 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게 아닌가. 총선판에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여론조사에 응답하고 후보자에게 당신의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간섭해야 하고 오프라인에서 외쳐야 한다, 당신의 생각이 들리도록 온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백마타고 오는 초인은 없다. 내일을 생각하는 당신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총선이 뜨거운 까닭은 나라의 미래를 치열하게 고심하는 나를 기대함이 아닐까. 총선은 나의 것이다.

2024-02-21

이낙연과의 11일 동거로 6억 챙긴 개혁신당

개혁신당이 결국 쪼개졌다. 4·10총선에 임박해 제3지대 5개 정치세력이 ‘빅텐트’를 급조하더니 그저께(20일) 해체를 선언했다. 지난 2월 9일 설 연휴 첫날 4개 정당과 정치세력이 합당을 선언한 지 11일 만이다. 빅텐트를 주도한 이낙연·이준석 대표는 결별 당일에도 합당 파기 원인(총선지휘 전권,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 추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 등)이 상대에게 있다며 비난전을 폈다. 애초부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연대는 무리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두 사람은 지역 기반, 정치 노선을 고려해 보면 누가봐도 섞일 수 없는 이질적인 캐릭터다. 그럼에도 양측이 급하게 손을 잡은 것은 ‘무소속 상태에 있는 현역을 우선 확보해 기호 3번과 정당 보조금을 확보하자’는 공동이익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국민이 관심을 두는 부분은 개혁신당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정당 보조금 처리문제다. 개혁신당은 정치보조금 지급 기준일 하루 전인 지난 15일 현역 의원 5명을 확보해 선관위로부터 6억6천만원을 받았다. 그렇지만, 김종민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원내 4석이 돼 ‘국고보조금 수령 기준’에 다시 미달하게 됐다. 선관위 보조금은 현재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에 지급이 완료된 상태라고 한다.이준석 대표는 “의석수가 5석 미만이 되면 보조금을 전액 반납할 것”이라고 했지만, 중앙선관위는 “반납한다고 해도 받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 기부 역시 법률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현행법상 보조금은 정당 운영과 선거 등에만 사용할 수 있다. 결국 6억6천만원은 고스란히 이준석 개혁신당 몫이 됐다.국민세금이 이렇게 허무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앞으로 선거철마다 ‘한번 받으면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보조금을 타기 위해 떳다방 정당들의 무소속 국회의원 모시기 경쟁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됐다. 개혁신당이 이번에 적나라하게 보여준 보조금 수령 꼼수는 우리 정치사에 지워지지 않는 부끄러운 기록이 될 것이다.

2024-02-21

1조 달러 행정, 2조 달러 전략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국가경영에는 국민들의 바람을 담은 미래의 성장 비전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꿈이 있는 민족이 새로운 도전을 낳고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국가 지도자는 자국의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미래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각 부처는 전략과 전술로 실행을 해나가야 한다. 비전과 목표없이 전략과 전술만 있으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잃은 선박처럼 좌초하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장 비전과 목표는 무엇이 있을까,한국은 2011년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하며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되었다. 6·25 잿더미에서 60여 년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그 비결은 가난을 벗어나고 부강한 나라로 가기 위한 국민적 염원과‘수출만이 살길이다’라는 구호 아래 정부와 민간이 하나가 되어 수출 최우선 경제시책을 펴나 간 결과가 아닐까. 국가 기간산업이 열악한 상태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체계적인 사회적 기반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진 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옛부터 쇠를 잘 다루는 민족이 강한 나라가 된다 했던가, 돈이 없어 민족의 피의 대가인 대일청구자금으로 제철소를 지어 철강을 생산하고, 한반도의 동맥이고 물류기반이 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다. 큰 배를 제조할 수 있는 기반도 없어 도크를 만들며 동시에 배를 건조하는 꿈의 도전이 계속되었고 기초 산업을 기반으로 자동차까지 생산하는 등 대기업중심으로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만들어 냈다.MB정부시절에는 사회적인 이슈가 경제 발전이었다. 특히, ‘동반성장’이란 이름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출자를 하거나 경영 자문, 교육지원, 혁신 컨설팅 등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필자도 2009년부터 인천 남동공단 중소기업 20여 개사를 건강한 조직, 낭비 없는 생산 현장을 만드는 지원을 했다. 그 중에 생산 프로세스 개선과 성장기반까지 만든 탑금속에서 정부와 대기업이 산업3.0 발대식을 개최하는 등 동반성장의 성공 모델이 되기도 했다.2조 달러 무역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만으로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중심 경제성장을 이룬 대만처럼 국내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켜 규모의 경제체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박근혜 정부시절 현역 지식경제부 장관이 대학에 와서 ‘1조 달러 행정, 2조 달러 전략’이란 제목으로 강연했고, 당시 수일 전 국무회의를 통과한 중견기업 탄생 소식을 전했다. 중소기업에서 직원 300인 이상, 매출 1000억이 넘으면 대기업으로 분류되어 정부 지원에서 제외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법적, 행정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했다고 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을 지속하여 국가 경제를 견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2조 달러 무역 강국이 되기 위한 전략으로 국민이 공감하는 국가 비전과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4차산업과 미래 성장산업에 역할을 하여 부강한 나라, 경제 선진국의 길로 거듭나길 기원해 본다.

2024-02-20

기룡산 봄맞이 산행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산골 어디메쯤 매화향기 날리는 마을을 지나 봄맞이 산행에 나섰다.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올라가서 고지대에 자리잡은 묘각사(妙覺寺)에서부터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됐다. 1400여년 전 신라 선덕여왕 때 의상대사와 동해 용왕의 설화가 서린 묘각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안치된 곳으로, 의상은 묘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여 절 이름을 묘각사라 하였다 한다. 그러고 보니 산 아래는 용화동·삼매동·정각동 등 불국정토를 나타내는 마을 이름이 많아선지 산골 전체를 절골이라 부르기도 한다.영천시 자양면과 화북면 경계에 있는 기룡산 중턱의 묘각사를 창건할 당시 의상에게 법문을 듣기 위해 동해의 용왕이 말처럼 달려왔다고 해서 기룡산(騎龍山)이라 했다던가?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일행은 차를 타고 달려와 용의 잔등을 타듯이 서서히 산을 올랐다.초입부터 약간 가파른 길이라 완급을 조절하며 숨 고르기 하듯 쉬엄쉬엄 올라 이내 능선에 당도했다. 한겨울을 지낸 산인가 싶을 정도로 능선엔 발목 높이 이상으로 낙엽이 수북했고, 간간이 주변에 설해목이나 고사목이 나타나 범상찮은 산세임을 보여주는 듯했다.북향의 능선으로 좀 더 오르니 등산로는 동쪽으로 꺾어지면서 주변의 탁 트인 조망이 들어왔다. 봄이 성큼 다가온 듯한 쾌청한 날씨에 비교적 순탄한 능선을 걸으며 좌우로 펼쳐진 전경을 눈에 담는다는 것은,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호사가 아닐 수 없었다. 서북쪽으로는 보현산 천문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고 그 옆으로는 포항시에서 가장 높은 면봉산이 우뚝 솟아 있으며, 베틀봉, 수석봉 등이 연이어져 있었다. 또한 남서쪽으로는 대구 팔공산까지 선명하게 보이는가 하면, 멀리 영남알프스가 희뿌연 운해 위의 섬처럼 코발트빛 실루엣으로 겹겹이 드리워진 장관을 연출했다.그 뿐만이 아니었다. 능선 북쪽의 응달진 곳의 잔설을 밟으며 올겨울 처음으로 눈구경도 하고, 이끼 위의 잔설이 녹아내려 수정 같은 고드름이 밤낮으로 자라 빙벽으로 이어지는 그림같은 능선길에서 산객의 발걸음은 한참동안 멈출 수밖에 없었다. 또한 요즘 보기 드물게 파릇한 이끼를 덮은 얼음과 끝자락에서 마치 용의 뒷덜미 마냥 날카롭게 돋아난 고드름을 대하니 불현듯 스쳐가는 시상이 떠오르기도 했으니….“말처럼 달려온 용왕/의상의 묘한 법문에//홀연 깨달음 얻어/승천하여 살피더니//온 들녘 메마른 염원/단비 뿌려 적셨다네//잔설이 머물러서/외려 파릇한 이끼//거울 같은 고드름/용왕의 숨결 마냥//기룡산 마루터기에/감로수로 어리네” -拙시조 ‘기룡산 이끼 고드름’ 전문이윽고 다다른 정상에는 온 사방 능선과 연봉들이 기룡산을 위시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망졸망 울퉁불퉁 용의 등같이 꿈틀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일망무제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원근감의 수묵화에 젖어 들어 쾌재를 부르고 찬탄하다 보니, 어느새 용의 기운(?)이 몸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모종의 희열감이랄까? 쾌청한 날 봄맞이 산행으로 올해 다짐한 ‘매월 1산행’의 약속이 지켜져서 다행스럽고, 설렘과 호기(豪氣)로 이어질 다음 산행이 은근히 기대된다.

2024-02-20

정부와 의사, 환자두고 감정대립 계속할건가

대형병원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대거 사표를 내고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경북대병원을 비롯한 대구의 상급 종합병원 전공의들도 예고한 대로 사직서를 내고 상당수가 진료실을 떠났다. 대구지역에선 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등 10개 병원에 전공의 829명이 수련을 받고 있다. 정부가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료현장을 떠나지 말라는 취지의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지만, 전국 1만3천여 명에 달하는 전공의의 집단 움직임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은 환자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응급실에서 수술보조와 응급처치 등을 맡기 때문에, 이들이 이탈하면 중환자와 응급환자 치료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공의 대부분이 어제부터 출근하지 않은 서울 대형병원들은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수술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으며, 진료·입원환자 대기시간도 길어지는 모양이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병원과 보건소 평일진료 시간을 연장하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는 불가능하다.자칫 의료시스템 붕괴로까지 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임에도 정부와 의료계는 극단적인 감정대립을 계속하고 있어 답답하다. 정부는 연일 ‘고발’, ‘의사면허 박탈’을 언급하면서 “타협은 없다”는 강경입장이고, 의사들은 “의료대재앙을 맞을 것”이라며 대응하고 있다.양측은 당장 비이성적인 감정대립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의대정원을 2천명 늘려야 하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의료계를 설득할 협상카드도 마련해야 한다. 필수의료 수가인상이나 위급환자치료에 동반될 수 있는 형사책임에 대한 부담경감 조치는 의료계의 해묵은 현안이다. 그리고 의사들은 1분1초가 급한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 복귀해야 한다. 종합병원 응급실이나 수술실을 방치해 환자들이 목숨을 잃은 사태가 발생하면 일차적인 책임은 병원을 떠난 의사들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4-02-20

주목받는 한동훈식 ‘TK 공천개혁’

심충택 논설위원 4·10총선을 50여일 앞두고 여당의 TK(대구·경북) 현역의원 물갈이 작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단수공천이나 경선이 확정되지 않은 현역들은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국민의힘은 20일 현재까지 TK지역 현역 25명 중 4명만 단수공천했고, 11명은 경선 대상으로 분류했다. 대구에선 현역 12명 중 주호영(수성갑) 김상훈(서구) 의원 등 5명이, 경북에선 현역 13명 중 김정재(포항북) 의원 등 6명이 경선대상에 포함됐다.만약 경선에서 현역들이 모두 승리하면 TK지역에선 최소 15명(60%)이 국회에 재입성할 가능성이 있다. 보통 경선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현역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경선대상 지역의 도전자들도 경쟁력이 만만찮아 현역들이 공천을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특히 가산점(정치신인·청년·여성)과 감산점(권역별 하위 10~30%에 해당하는 의원·동일지역구 3선이상 의원)이 적용되는 지역구는 이변이 일어날 확률도 있다.우선 대통령실과 검사 출신 후보들의 경선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6선에 도전하는 주호영 의원은 정상환 후보와 1대1로 맞붙는다. 경력이 화려한 주 의원에 도전하는 정 후보는 대구지검 특수부장 출신이며, 현재 국민의힘 법률자문위 부위원장과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중·남구는 현역 임병헌 의원에 대구지검장 출신 노승권 후보와 박근혜 전 대통령 형사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후보가 대결한다. 4선에 도전하는 서구 김상훈 의원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성은경 후보·대구시 경제부시장 출신인 이종화 후보와 3파전을 벌인다.포항남·울릉 지역구는 4파전 구도다. 현역 김병욱 의원에 최용규(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문충운(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이상휘(전 청와대 춘추관장) 후보가 도전한다. 구미갑에는 김찬영(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후보가 초선 구자근 의원에게 도전한다.단수공천과 경선 대상에서 제외된 대구·경북 현역 9명은 추가 경선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지만, 컷오프나 지역구 재배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도 “단수공천이나 경선이 발표되지 않은 현역 의원은 지역구 재배치와 컷오프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했다. 공관위가 현재까지 미발표한 지역 중에서 전략공천 지역을 먼저 설정한 뒤 후보자 재공모를 해 자발적인 교통정리를 유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TK지역 초선 의원 지역구는 대부분 경선대상에서도 제외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대구에선 홍석준(달서갑) 류성걸(동갑) 강대식(동을) 양금희(북갑) 이인선(수성을) 의원이, 경북에선 윤두현(경산) 김영식(구미을) 김형동(안동·예천) 박형수(영주·영양·봉화·울진) 의원이 추후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국민의힘은 현재 TK지역 공천파동을 우려해 현역교체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공천을 표방한 한동훈 비대위가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연결되는 TK지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공천문화를 선보일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2024-02-20

집토끼와 산토끼

우정구 논설위원 토끼는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등 전세계 많은 지역에 분포돼 있는 동물이다. 굴을 파고 사는 집토끼와 굴을 파지 않고 야생상태로 살아가는 멧토끼류로 구분이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토끼라 하면 집토끼인 굴토끼를 이르는 말이다.집토끼와 산토끼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집토끼는 우리가 떠올리는 모양인데 반해 산토끼는 대체로 귀가 크고 몸에 비해 얼굴이 작은 편이다. 다리가 집토끼보다 훨씬 길어 적을 만났을 때 재빨리 도망치기 적합하게 생겼다.집토끼는 순해 집에서 기르기도 하나 산토끼는 생물학적으로 사람을 두려워해 길들여지지 않는다고 한다. 집에서 기르려해도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가거나 죽는다. 영어의 Rabbit은 집토끼를 이르는 말이다.선거 때가 되면 집토끼와 산토끼가 정치권에 자주 회자된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집토끼는 우리 편이 확실한 고정 지지층을 말하고, 산토끼는 가서 데려와야 하는 부동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어의 스윙 보트(Swing Voter)는 부동층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마음이 흔들리는 유권자란 뜻이다.국민의힘 입장에선 TK지역은 집토끼다. 야당 지지층이 많은 호남지역은 민주당의 집토끼라 할 수 있다.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부동층 흡수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선거를 두 달 앞두고도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범위가 30%에 가깝다고 한다. 해당지역에 대한 공략이 곧 선거 판세를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산토끼 잡는다고 집토끼를 등한시 할 수 없는 게 선거 아닌가. 원칙과 정도(正道)로 승부해야 부동층의 마음도 붙잡을 수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20

대구시 工事 조기발주, 경기 부양 마중물 되길

대구시가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 중 1조원에 가까운 공공건설공사를 조기에 발주하기로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고금리와 자재값 상승 등으로 지역 민간건설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며 대구시가 발주하는 공공 건설사업 중 보상절차가 필요없는 사업은 내달 중 조기발주하고 상반기 내 나머지 사업도 발주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홍 시장의 지시로 조야-동명간 광역도로 2.3구간 건설공사(1천564억원), 중구청이 발주하는 복지누리 반다비체육센터 건립공사(303억원), 대구공공시설공단의 소각로 내화물보수공사(300억원) 등이 상반기 중 발주될 예정이다. 대구시가 올해 예정하고 있는 1억원 이상 발주물량은 시군구 6천603억원, 공사·공단, 교육청 등의 2천718억원 등 모두 1조2천814억원 규모다. 그 중 73%인 9천321억원이 조기에 발주된다.지역 건설업계로선 단비와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경기는 고금리와 부동산 PF문제, 고물가로 인한 시장 악화로 침체국면이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민간건설공사는 전년보다 약 30%정도 실적이 하락했다.대구지역은 주택건설경기 악화로 사정이 더 나쁘다. 작년 말 대구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1만여 가구에 이른다. 준공후 미분양도 늘고 있다. 관련업계는 과잉공급된 대구의 주택물량을 소화하려면 짧게 봐도 2∼3년은 걸릴 것이라 한다. 주택건설산업의 후방효과를 생각하면 지역경제가 받을 타격이 심각하다.올해 건설경기도 경기침체, 고금리 등 복합적 요인으로 여전히 전망이 어둡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의 공공분야 건설공사 조기발주는 가뭄에 단비가 된다. 문제는 지역의 공공공사가 지역업체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대구시도 이런 점을 고려, 하도급 실태 조사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지역업계와 좀 더 긴밀한 협조로 대구시 발주공사가 지역건설경기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대구시 공공공사 조기발주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24-02-20

출산을 위한 절박한 몸짓이 필요한 때

김규인 수필가 반가운 소식이다. 부영그룹에서 출산한 회사 임직원들에게 자녀 1명에 대하여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주었다.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70여 명에게 70억 원을 지급했다. 회사는 1억 원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출산장려금에 대해 정부에 세제 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정부도 출산장려금에 대하여 세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소멸 위기에 내몰린 지방자치단체들도 경쟁적으로 현금 지원책을 쏟아낸다. 충북 영동군은 관내에 정착하는 45세 이하 부부에게 1천만 원의 정착지원금과 결혼해 아이를 낳는 부부에게 최대 1억2천400만 원을 지원한다. 괴산군은 5천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고, 강진군은 한 명만 낳아도 5천40만 원을 주는 등 수천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자치단체가 늘어난다.아이를 낳아야만 산다는 절박함에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에 더하여 ‘1만 원 월세 주택’을 제공하고 젊은 사람들이 몰리는 서울시마저도 출산지원금을 지급한다. 출산율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은 안간힘을 쓴다.이러한 노력에도 지원금을 받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출산율이 가장 낮다. 2023년 3분기 기준 출산율은 0.7명으로 입학생이 0명인 초등학교와 폐교한 대학교가 늘어나 학생들에게 의지한 지역 상권은 여지없이 무너져 지역 경제는 크게 줄어든다. 인구의 감소로 산업은 쪼그라들고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모자라는 것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런데도 젊은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결혼하겠다는 비율은 17.6%에 그친다. 유치원이 요양원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점차 사라진다. 그 사라지는 웃음소리가 우리나라의 미래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부영그룹의 출산지원금 지급은 온 국민이 출산율을 걱정하는데 나온 희소식이다. 부영그룹은 보육과 복지의 사회 공헌을 위해 부영아파트 내 ‘부영 사랑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어린이집은 임대료 없이 그 비용이 어린이집 영·유아들의 보육과 복지를 위해 쓰이게 함으로써 보육의 질을 높이며 어린이집 원장도 공개 모집을 통하여 선발한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원칙으로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안심 어린이집’을 추구한다. 전국에 신규 어린이집 53개에 기존 어린이집 13개를 더하여 총 66개의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부영 사랑으로 어린이집’의 혜택은 임대료가 없고, 개원 지원금을 주고, 보육지원팀의 찾아가는 교사 교육과 보육 행사를 지원하고 무상보육 컨설팅을 하며 우수 유기농 식자재 및 교재교구 업체의 할인도 주어진다. 이러한 운영은 기업의 출산 지원을 위한 모범 사례로 손색이 없다.2024년은 인구가 늘어나는 원년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부영그룹의 사례가 기폭제가 되어 국가와 산업체와 모든 국민이 인구감소의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 인구가 곧 국력이 되는 시대이다. 대한민국의 소멸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한 몸짓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2024-02-19

누구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진주에서 서울 고속버스터미널까지는 편도 3시간 45분이 걸린다. 최종 목적지의 위치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진주 집에서부터 목적지까지는 어림잡아 5시간이 소요된다.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당일치기 일정은 피로감을 동반하지만 1박2일 일정은 잘 잡지 않는 편이다. 다음 날까지 허비되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5년 전 진주에 처음 내려오고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는 학술대회 발표·토론, 각종 회의 참석을 위해 한 달에 평균 1회는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에서의 만남은 학교라는 좁은 틀을 벗어난 학계 활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은 토론 제안도 감사한 마음으로 수락하고 상경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찾아온 회의감이 서울에 가는 횟수를 줄이게 했다. 서울에서의 몇 시간 일정을 위해 10시간을 왕복하는 내 상황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하고는 생각이 바뀐 것이다.나에게는 2022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북토크 팀이 있다. 격월로 도서를 1권 선정하여 저자를 초청하는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혹은 오프라인 북토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해야만 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점점 서울 가는 것이 버거워졌지만 힘듦을 말하기 어려웠다. 제주도에서 상경하는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분은 오프라인 북토크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2023년 초에는 우리 대학의 한 연구소에서 발간한 책이 북토크 도서로 선정되어서 팀원들 일부가 진주에 내려왔다. 제주도에서 서울에서 오신 선생님들과 진주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여름방학에는 제주도에서 북토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주도 북토크를 위해 더 많은 선생님이 바다를 건너왔다.나는 제주도에 거주하시는 선생님께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선생님께 진주와 제주를 거부감 없이 다니는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물리적 거리감을 극복한 2년이 넘는 시간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간 선정된 도서에서 배운 점 이상으로 이 분들과의 만남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뒤늦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진주에서 서울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데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과 물리적 시간, 그리고 육체적 힘듦에 대한 어떤 보상을 생각했다. 학술대회 발표를 위해서는 서울에 가고, 단순한 회의를 위해서는 가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기회비용을 따지고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정상적인 사고라 할 수도 있겠지만, ‘관계’를 결정짓는 이러한 정상성이 만든 현재 우리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이 정상성을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행사의 성격을 따져 상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이제 설 연휴가 지나고 개강이 눈앞에 다가왔다. 새 학기부터는 익숙한 관계 맺기의 방식을 벗어나서 좀 더 많은 사람과 자주 만나야겠다. 이해관계가 아니라 마음이 연결되는 사람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2024-02-19

마타요시 에이키의 소설을 경건한 마음으로 읽는 이유

오키나와는 17세기 초부터 일본(정확히는 사쓰마번)의 침략을 받았고, 19세기에는 일본에 편입되었으며, 1945년에는 지옥과도 같았던 오키나와전을 겪었고, 이후에는 미국의 군사적 지배를 받다가, 1972년 일본에 반환된 이후에는 섬의 상당 부분을 군사기지로 내주어야 했습니다.이러한 역사를 지닌 오키나와에 대한 서사는 대부분 오키나와인의 ‘피해자 의식’을 강조하고는 했는데요. 마타요시 에이키(1947~)는 이러한 ‘피해자 의식’을 넘어 오키나와인 역시 욕망과 의지가 있는 ‘인간’이며, 가해자들 역시 양심과 선의지가 있는 ‘인간’일 수 있음을 형상화하는 문제적 작가입니다. 특히 ‘긴네무집(ギンネム屋敷)’(1980)은 오키나와에 사는 조선인 남자를 통해, 오키나와인의 ‘피해자 의식’을 성찰하는 문제적 작품입니다.마을에는 긴네무로 둘러싸인 집이 하나 있습니다.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어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그곳에는, 서른 전후의 조선인 남성이 혼자 살고 있는데요. 유키치는 ‘나’와 요시코의 할아버지를 꼬드겨서, 조선인 남자에게서 돈을 뜯어내려고 합니다. 실제로는 자신이 요시코를 겁탈했으면서도, 조선인 남자가 요시코를 겁탈했다고 거짓말을 하여 협박하려는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할아버지나 ‘나’도 조선인을 경멸하고 무시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그런데 미군의 엔지니어라는 직업은 조선인 남자의 위상을 애매하게 만듭니다. 조선인 남자가 미군의 엔지니어로 일하기에 ‘나’를 비롯한 유키치나 할아버지가 조선인 남자를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선인 남자는 그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합니다. 남자는 다른 미군 엔지니어들이 사는 “철망 안 미군 하우징”도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현재 살고 있는 긴네무집에 대해서도 “제 것이란 느낌”은 갖지 못하니까요.‘긴네무집’에서는 조선인 남자와 그의 연인이었던 조선 여인 고샤리(コシャリ)를 통해 오키나와에 살았던 조선인의 기구한 처지가 잘 드러납니다. 본래 조선에서 남자는 고샤리와 결혼을 약속했지만, 곧 징용에 끌려갑니다. 요미탄에서 비행장 건설 강제 노동을 하던 남자는, 일본군 대장(隊長)과 함께 있는 고샤리를 발견하는군요. 이후 오키나와전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남자는 미군의 포로가 되어, 연안을 따라 숨어 있는 일본군에게 항복을 권유하는 방송을 하기도 합니다.남자는 오직 오키나와에 고샤리가 살아 있다는 확신 하나로 살아왔는데요. 종전 이후 팔 년이 더 지난 후에야 남자는 매춘소에서 고샤리와 만나게 됩니다. 성병에 걸려 미군에게도 버려진 고샤리는 거지꼴을 한 오키나와 사람들이나 찾아오는 매춘소에서 꿈틀대고 있었던 겁니다. 실로 고샤리는 “일본 병사, 미군 병사, 오키나와인”에게 능욕당한 존재였던 거네요.남자는 고샤리를 낙적시켜 긴네무집에 데려오지만, 고샤리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으며 눈조차 마주치려 하지 않습니다. 남자는 고샤리에게 “한마디라도 해봐!”라고 애원하지만, 샤리는 비명을 지르며 남자의 얼굴에 침을 뱉을 뿐입니다. 결국 남자는 샤리를 목졸라 살해합니다. 남자는 언제고 죽을 기회가 있었던 전쟁 중에는 고샤리를 떠올리며 살아남았지만, 전쟁이 끝나고 죽을 염려가 없어지자 고샤리를 간단히 죽여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샤리는 일본 병사, 미군 병사, 오키나와인에게 능욕당한 것은 물론이고, 조선인 남자에게도 능욕당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오키나와에서 나고 자라 오키나와에서 평생을 살아온 마타요시 에이키는 ‘오키나와인’과 ‘외지인’을 결코 ‘선인/악인, 약자/강자. 피해자/가해자’라는 구도에 가두지 않습니다. 그 곡절 많은 역사가 만들어낸 수많은 맥락 속에서 다양하게 펼쳐진 인간군상의 천변만화를 담담히 그려낼 뿐입니다.그렇기에 오키나와인 마타요시 에이키는 조선인 남자의, “당신들은 뼈는 오키나와 주민 것이거나, 미군 것이거나, 일본 병사의 것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지요. 그럼 수백 수천 명에 이르는 조선인은 뼈마저도 썩어 버린 것일까요.”나 “경찰은 한 번도 오지 않더군요. 아마, 피해자가 조선인 매춘부라서 일겁니다. 아니면, 가해자가 미군 엔지니어 조선인이라서 일까요?”와 같은 말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이겠죠. 결국 조선인 남자는 자살하고, 그는 모든 재산을 “친구”라는 이유로 오키나와인인 ‘나’에게 남깁니다. 아마도 작가는 오키나와인에게는 갚아야 할 조선인의 유산이 남아 있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경재 숭실대 교수 원래 인간은 자신의 피해자성과 타인의 가해자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는 합니다. 그러한 경향은 개인이 아닌 국가나 민족과 같은 공동체의 경우는 더욱 강해지는데요. 만약 자신의 피해자성만 기억하게 되면, 우리는 폭력과 복수를 정당화할 수도 있으며 나아가 스스로를 영원한 타자로 전락시킬 수도 있습니다.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이 인간, 즉 피해자이기도 하면서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역사의 상흔을 온몸으로 받아낸 오키나와인이면서도, 자신의 (비)인간성을 함께 성찰하는 마타요시 에이키의 소설은 늘 집이 아닌 절이나 교회, 혹은 성당에서 읽고 싶습니다.글·사진=이경재(숭실대 교수)

2024-02-19

‘잘코사니’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북에서 핵으로 남쪽을 불바다를 만든다고 위협할 때 남에서는 부랴부랴 거창한 베를린 구상으로 아부를 했다. 그러면 다시 “가을 뻐꾸기 같은 수작”을 부리지 말라며 북의 김여정은 남한의 국가 원수를 “삶은 소대가리”라고 한 방 날렸다. 북에서는 묘한 가을 뻐꾸기를 불러와서 모욕을 주는데 남한의 최고 지도자는 평화를 위해 자존심을 다 버렸다. 온 국민의 자존심도 짓밟았다. 낱말의 선택은 이렇게 정치외교에서처럼 궁뚱망뚱한 언어로 쓰는 것이 아니다. “가을 뻐꾸기”에 대응하여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적장의 이마빡에 명중하면 전쟁은 끝이 난다.”며 화답한 시인이 있다.지난 연말 세상을 떠난 오탁번 시인은 잊혀가는 우리말을 지극히 사랑했다. 동자승 같이 살던 글쟁이 오탁번이 쓴 시집 ‘두루마리’(태학사)를 읽어보면 어떻게 요렇게 야물딱지고 찰진 오래된 우리말과 변두리 방언을 잘도 이용했을까 새삼 감탄하게 된다. 그의 시 어느 언저리에도 한 푼어치 섞인 허위를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시는 순수하고 정직한 영혼의 흔적이 아닌 것이 없다. 필자와는 깊은 인연은 아니나 그가 쓴 옛 책 ‘헛똑똑이의 시 읽기’라는 책에 방언을 사랑하던 내 이름을 번듯하게 올려준 인연으로 늘 그의 문적을 헤적이고 있다.그의 시나 소설은 모두 따뜻하면서도 진중한 맛을 갖추었기에 읽는 내내 빠져들게 된다.그의 마지막 시집 ‘비백’에는 좁쌀처럼 흩트러진 고어와 방언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스스로 “말 하나를 가지고 별별 오두방정을 떠는 철부지 시인이다.”라며 겸손을 부렸지만 필자가 보기엔 그는 우리말의 깊은 뿌리와 말맛을 찾아 시를 남긴 보기 드물게 당당했던 시인이다.그의 작품 ‘노루잠’이라는 시를 읽었다. “괭이잠이라는 말은 알았지만/노루잠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노루목, 노루발, 노루꼬리, 노루종아리/사전을 찾아보니까/예쁜 우리말이 깡충깡충 뛰논다….”이 시에 나오는 ‘노루종아리’는 말 그대로 노루의 다리 마지막 긴 마디를 뜻하는 줄 알겠지만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노루종아리’는 소반의 상다리의 마지막 부분 매끈하게 흐르는 부분, 또는 문살에서 가로 살은 성기고 세로 살만 촘촘한 부분이라고 풀이했다. 진짜 익은 우리말, 변두리에 내쳐진 말 하나를 건져내어 준 그가 ‘별별 오두방정을 뜨는 철부지 시인’일까. 우리말의 숨과 결을 이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시인이 우리 곁에 있었다. 한때 방언시가 유행한 때가 있었다. 욕지거리에 가까운 변두말로 쓴 시를 방언시라며 낯 두껍게도 방언시집이라 한 시인도 있었다. 시가 가지고 있는 예민한 현을 연주하기도 전에 다 터뜨려버린 그런 시들은 진정한 우리말의 맛깔을 호도한다.그런 면에서 오탁번 시인은 모국어의 원형을 고이 복원하기 위해 몇몇 날밤을 새우며 각고의 노력을 한 시인이다. 미궁과 같은 자리에 방언을 꼭 집어넣어 살짝 깔아 놓으면 시가 낯설어지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고단위 영양제 역할을 한다.그가 쓴 ‘겨우살이’라는 시를 들쳐보자. “쥐코밥상 앞에서/아점 몇 술 뜨다가 만다/저녁은 제대로 먹으려고/밥집 찾아 들랑날랑하지만 늙정이 입맛에 영 아니다/다 버리고 고향을 찾아왔는데/입은 서울을 못 잊었나 보다/야젓하게 살고 싶지만/뭘 먹어야 살든 말든 하지//강풍경보가 발령된 겨울밤/몰아치는 눈보라에/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요란하다/다 낡은 분교사택/지붕도 몽땅 날아가겠다/낙향하여 선비처럼 산다고?/그래 잘 살아라/쌤통!/잘코사니”.그가 이 시를 쓴 이유는 바로 ‘잘코사니’(고소하게 여겨지는 일·주로 미운 사람이 불행을 당한 경우에 하는 말이다.)라는 낱말 때문이다.‘쥐코밥상’, ‘아점’, ‘야젓하게’와 같은 지난 결의 사라져가는 언어들도 절묘한 빛을 발휘한다.오탁번 시인이 정년을 하고 고향 제천 산골마을에 문학관을 세워 겨울을 보내는 전경이 눈에 훤하게 들어온다.서사적으로 기상천외하게 계급과 이념의 극단을 늘 끌어들여 당혹스럽게 했던 창비와 같은 이념의 문풍시대에도 고결하게 글쓰기 명줄을 놓지 않은 살가운 글쟁이 오탁번 시인이 보고 싶다.

2024-02-19

스포츠와 인간성

홍석봉 대구지사장 스포츠는 이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스포츠의 규칙과 규율을 지키며 팀원과의 협력과 융화 속에 승부를 겨루는 것이 기본 덕목이다. 스포츠는 인간애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축구와 같은 단체경기는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더욱 선수 간의 배려와 양보, 화합이 필요하다.한국 축구의 스타 이강인이 큰 사고를 쳤다. 그것도 아시안컵 결승전을 앞두고 발생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선수 간 내분은 전 세계 매스컴을 장식했다.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쳤다. 불매운동 등 광고계까지 불똥이 튀었다.요르단과의 4강전 바로 전날 주장인 손흥민과 이강인이 시비 끝에 멱살잡이와 주먹질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시안 컵이 끝 난지도 1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관련 속보가 쏟아지고 있다. 이강인이 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축구팬들의 분노는 숙지질 않고 있다. 이를 방치한 외국인 감독은 경질됐다. 축구협회가 나서 사태의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고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축구계 일각에서는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생활한 이강인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며 이해를 바라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감독과 협회장의 무능과 방관이 가져온 사고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을 잘 차는 것이 최고의 가치는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인간성이 발라야 한다. 선수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와 예절은 알아야 한다.이번 축구대표팀의 사태를 보면서 국민은 경악하고 있다. 스포츠의 일탈행위는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 일벌백계로 축구대표팀의 총체적 난맥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차제에 국가대표에 대한 인성교육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19

정부와 의사간의 감정대립, 의료대란 키운다

파격적인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서울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 뒤 오늘(20일) 병원을 떠나기로 함으로써 환자와 그 가족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주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들은 어제 이미 사직서 제출과 함께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들 병원 외에도 전공의들의 사직은 잇따르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약 1만3천명이다.각 병원은 현재 전공의들의 총파업을 가정한 채 수술 스케줄 조정 등을 하고 있다. 정부와 각 병원이 비상 진료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전공의 집단사직이 현실화되면 수술·입원연기 등 환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해진다. 2만여 명에 이르는 전국 의대생들도 동맹휴학을 결의한 상태다.우려되는 점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지지를 앞세우며, 강경일변도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전국 22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사직 연가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발령한 상태다.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자에 대해서는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해 엄중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화나 타협은 없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부정책에 대해 반대할 권리가 있는 의사단체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는 자세다. 대한의사협회 비대위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의사를 악마화하면서 마녀사냥을 하는 행태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정부가 국민지지를 믿고 의료계와 막가파식 감정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다. 국민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정부라면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왜 의대정원을 꼭 2천명 증원해야 하는지, ‘의대블랙홀’ 현상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등을 조목조목 설명할 수 있어야 의대정원 확대정책의 타당성이 입증된다.

2024-02-19

마지막 학술대회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지난 수요일부터 등이 독한 벌레에 물린 것처럼 아파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말 벌레에 물린 줄 알았다. 빈대가 새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뉴스의 기억이 오래되지 않았다. 지구 온난화라니, 사람들 모르는 벌레가 상륙할 수도 있었다.피부과에 가야 하지만 여유가 없었다. 설날 연휴, 돌아가신 지 일 년 되신 아버지 기일, 미뤄 두었던 만남들, 밀린 논문, 비평의 원고들. 무엇보다 금요일 날 학술대회가 있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학술대회를 잘 마치고 보자는 심산이었다.금요일이 오자 새벽부터 일찍 집을 나섰다. 여러 손님들을 초빙한 대회였다. 오전에는 드크레센조라고, 프랑스 마르세이유 대학의 한국학 전공 교수 분이 발표를 하기로 했다. 창원의 시낭송대회 때 이 분 발표가 참 경청할 만했다. 국립국어원 원장으로 가신 장소원 선생님도 모처럼 학교에 오셔서 발표해 주신다. 오후에는, 국회의원 김종민, 우리 과 선배인데다 내게는 동아리 선배이기도 하다. 바깥의 시국이 어지럽기는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3.0’ 시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언론에게 알리지 않는 비공식 초청이다. 영국 추리소설가협회던가에서 수여하는 대거상 번역소설 부분의 수상자 윤고은 작가가 와주기로도 했다. 마지막, 김남일 작가, 내가 1994년 등단해서 알게 된 작가 가운데 이렇게나 솔직, 소박, 성실한 사람이 있을까 싶은 선배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그린 오수연 선배의 ‘황금지붕’을 가지고 발표를 해주기로 했다.그밖에도 발표자가 많았다. 이번 학술대회는 특별히 통상적인 학계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람들을 초청해서 ‘한국 어문학의 미래’를 주제로 삼아 이야기하기로 했다. 특별히 ‘미래소설’들을 다룬 세션을 둔 것도 이제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화두로 삼아 보자는 취지에서였다.일요일인 오늘 결국 대상포진으로 판명이 났다. 침인지 칼인지로 등을 쿡쿡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견디며 가급적 맨 앞자리를 지키려고 했다. 여러 생각이 났다.스무 해 가까이 어떤 과제의식에 쫓기듯 살아온 것이었다. 정체성은 자유이지만 구속이기도 하다고 밀었다. 그래도 뭔가 이뤄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긴 시간이었다. 어렵게 ‘BK21’ 지원 프로그램을 따냈지만, 중간평가에서 밀렸다.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 돈이 없으면 움직이기도 어려운 오늘의 연구 환경이다.한국학 연구는 나의 터전이고, 내가 아무리 창작에 관심이 있다 해도, 떠날 수도 없고 버려서도 안되는 터전이다. 그리고 이제 막 포스트 콜로니얼조차 벗어나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게 된 참이다. 당혹스러운 상황이다.착잡한 심중에서 한 가지 생각이 인다. 이제는 나 개인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는. 연구팀이다, 학회다, 를 넘어 홀가분한 상태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든, 글쓰기든 해야 할 때라는 것.그러고 보면 놓치는 것은 얻는 것일 수도 있다. 좋은 일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듯, 나쁜 일도 모든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2024-02-19

공공요금 인상 5년 새 최대… 물가부터 잡아야

지난해 서민경제와 직결된 지방의 공공요금이 최근 5년 새 가장 높게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행안부에 의하면 상하수도, 시내버스, 지하철, 택시, 쓰레기봉투 등 6종의 공공요금이 작년 한 해 동안 3.7%가 인상됐다고 한다. 2019년 3.5% 인상된 후 5년 만에 가장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2022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최고다. 그 여파로 지난해 초 5%대의 상승률로 시작한 국내 물가는 1년 내내 3%대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 지난 한해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6%였다.정부의 물가관리로 3%대의 물가를 겨우 유지했지만 전기와 가스, 수도요금은 20% 이상 올라 사실상 공공요금이 물가상승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한해 서민들은 1년 내내 물가와의 전쟁을 벌여야 한 것이다.물가가 오르면 서민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실질소득이 줄어 얄팍해진 지갑으로 돈 쓸데가 없다. 직장인은 1만원으로 점심 한끼 사먹기도 힘들다. 또 물가상승은 소비시장을 위축시켜 식당 등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경제도 어렵게 만든다.정부가 물가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은 민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크기 때문이다. 그중 공공요금은 민간 물가를 자극하기 십상이어서 정부의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지난해 지방의 공공요금이 오른 것에 대해 정부는 원가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요금이 5년 새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일반 물가를 자극하고 이에 따라 서민경제가 힘들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올해도 물가불안 기조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으로 물가가 자극받을까 걱정이다. 올해도 민생 최우선 과제는 누가 뭐래도 물가다. 공공요금이 안정돼야 물가 안정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 정부는 시내버스 등 6종의 공공요금 안정에 행정력을 모아야 한다. 지방정부도 서민과 저소득층의 고통을 덜어주는 지방의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2024-02-19

‘이재명의 민주당’이 총선 목표인가

김진국 고문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52일 뒤면 총선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마음이 급한지 급발진한다. 그는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라고 말했다. 물갈이에 대한 여론은 나쁘지 않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워낙 깊어서다. 혁신하겠다는 것이니 박수를 받을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가깝지 않은 사람은 자르고, 자기 계파를 내리꽂아 당을 장악하기 위한 명분으로 이용된다면 다르다. ‘비명’(非이재명)계는 그렇게 의심한다.민주당이 대선에서 진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누가 뭐래도 가장 큰 책임은 후보자 본인 몫이다. 국민은 후보를 보고 표를 찍었다. 민주당에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다. 그런데 이 대표 책임론은 없다. 몰래 만든 대선 백서에도 이 대표의 책임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후보를 제외하면 전임 정부 책임도 크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투표에큰 영향을 미쳤다. 국정을 잘 운영했으면 국민의 다시 표를 줬을 테고, 정권을 재창출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그런데 최근 거론된 책임론은 그것과 전혀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후보가 될 기회를 왜 주었느냐고 따진다. 왜 검찰총장으로 임명하고, 임기 중 파면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나, 불공정, ‘내로남불’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고 책임을 따지는 게 아니다.윤 대통령이 여론 지지를 받았던 건 검찰총장이어서가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불공정·내로남불과 대비돼 ‘공정’ 아이콘이 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을 만든 ‘공로’ 내지 ‘책임’은 전 정부 인사 가운데 조국·추미애 전 장관에게 가장 많다. 유인태 전 의원이 지적한 대로다.그런데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먼저 꺼낸 사람은 바로 추 전 장관이다. 그는“석고대죄해야 할 문재인 정부의 두 비서실장(임종석·노영민)이 총선을 나온다고 한다”라면서 “책임감과 정치적 양심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출마하지 말라는 말이다. 심지어 그는 문 전 대통령 책임까지 거론했다.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도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의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맞장구쳤다. ‘친명’ 진영의 의견인 셈이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을 방문해 “우리는 명·문(이재명·문재인)정당”이라는 말을 끌어냈다. 그러나 인사치레에 그쳤다. 공천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가고 있다.‘올드보이’를 밀어낸다고 한다. 그런데 올드보이는 누구를 말하나. 임종석 전비서실장은 올드보이고, 박지원·정동영·추미애 전 장관은 ‘영보이’냐고 묻는다.여론조사도 의심받고 있다. 이 대표는 당 공식 조사 결과라며 문학진 전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문 전 의원은 “당 후보 측근을 점찍기 위한 조작”이라며 경선을 요구하고 있다. 여론조사라는 것이 워낙 미덥지 않지만, 조사기관 자체도 불투명하다. 하필 곳곳에서 이 대표의 측근들이 내리꽂히고 있다. 이 대표가 여기저기 직접 전화해 사퇴시킨 것도 말썽이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처신이다.도덕성 문제는 더 큰 걸림돌이다. ‘새 술’을 찾는 명분은 혁신이다. 도덕성이다. 그러나 집에서 돈다발이 발견돼 재판 중인 노웅래 의원은 출마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도 재판 중인데 출마한다. 노 의원을 포기하라고 설득할 명분이 없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에게도 할 말이 없다.이언주 의원은 7년 전 친문 패권을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쳐 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갔다. 한때 극우성향까지 보였다. 이제 “함께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하자 이 대표가 받아들였다. 기준이 모호하다. 친문 부활을 막자는 건지, 경쟁자의 싹을 자르겠다는 건지.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한국 선거에서 양당의 공천은 당선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당선 보증수표다. 진영대립 탓이다. 한 사람의 방탄, 대권욕을 위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02-18

혁신 활동의 공감 필요성, 왜(Why)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필자는 90년대 포스코 현장에 입사했을 즈음에 현장 혁신 활동으로 QC 분임조 활동을 하였다. 이 활동은 품질관리(Quality Control) 활동으로 회사 설립 초기인 72년대부터 진행하고 있는 활동이라 들었다. 이때만 해도 이런 혁신 활동은 본업 외의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업무다’라고 인식하고 열심히 묵묵히 활동하던 시절이었다.지금은 컨설턴트로 QSS(Quick Six Sigma)란 현장 혁신 활동을 기업에 전파하고 있고, 많은 직원에게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옛날에 비해 직원들에게 땀 흘리는 현장 혁신 활동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특히 MZ세대는 왜(Why) 자기 자신이 해야 하는지, 하고 나면 자신에게 무엇이 좋아지는지를 명확히 이해해야 하며, 필요성을 공감해야 함께 활동하는 세대이다. 사례로 구글은 ‘측정 가능한 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론’으로 OKR(Objectivekey Results) 방식’을 적용하였고 이 OKR 방식은 목표가 선명하고, 활동 후 성과에 따라 보상을 명확히 하여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평을 받았다.이처럼 혁신 활동 방법론에 대한 공감도 변해야 한다. 필자는 주로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이 지구상에 살아남은 종족은 가장 강한 종족도 아니고, 가장 지적인 종족도 아닌 가장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족이다.”, 맥킨지의 ‘Creative Destruction’ 중에서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따라서 과거 방식을 고집하는 기업은 언제나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망한다.”라고 하면서 당위성을 강조하였었다.하지만 P사 임원은 왜(Why) 혁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첫째 회사의 발전, 성장이 없으면 자신에게 더 어려움이 온다. 회사는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서 돈을 많이 벌고 지속 생존하여 안전한 일자리와 더 많은 급여를 줄 수 있는 것이다. 둘째 혁신은 지식근로자 양성에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로봇처럼 단순 운전하는 일보다는 혁신을 통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지식근로자가 되어야 한다. 이 사람은 자긍심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더 좋은 승진·보상의 기회가 주어지며, 동종업계로 가더라도 더 좋은 일자리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셋째 혁신 활동을 통해 자신이 일하는 일터가 더 안전하게. 더 깨끗하게, 더 편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터를 후대에 넘겨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직원 관점에서 혁신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위에 필자의 설득 방법은 틀린 말은 아니나 MZ세대에게 공감을 얻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P사 임원의 말은 직원의 관점에서 설득하여 마음을 얻고 공감을 얻을 만하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왜(Why)를 외치면서 본질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때이다.기업의 흥망사를 분석하였던 지브랏의 “잘 나가는 대기업이나 작은 기업이나 생존 확률은 같다”라는 말을 생각하면서 왜(Why)를 되새겨 본다.

2024-02-18

나와 너를 살리는 잠깐 멈춤

유영희 작가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반칠환(1964~)의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전문이다. 얼핏 보면 알 듯도 한데, 썩 개운하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이 시를 인용해서 칼럼을 쓴 작가도 씀바귀꽃과 제비만 언급하고 있으니, 시인이 왜 노점상 할머니나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나를 다시 걷게 한다고 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강의 시간에 이런 의문을 말하니, 칼럼을 소개한 글벗은 그 대상들이 나의 감각을 깨웠다는 뜻인 것 같다고 한다. 눈이 번쩍 뜨였다. 실제로 감각이 깨어나면 활력이 생긴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서 대부분 알고 있다. 무기력하면 무감각해지고, 무감각해지면 무기력해진다.그런데 시인의 말대로 이렇게 감각이 깨어나기 위해서는 잠깐 멈춤이 꼭 필요하다. 다만,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큰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도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을 멈춰 세울 수는 없다. 멈추게 하는 힘은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잠깐 멈춤은 개인에게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며칠 전, 지난 2021년 서울대 휴게실에서 숨진 청소 노동자의 유족에게 법원이 8천6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숨진 노동자는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혼자 날랐고, 그런 노동자에게 학교 측에서는 필기시험까지 보게 했다. 학교 건물 이름을 한자로 쓰라거나, 자신이 속한 조직을 영어로 쓰라는 문제도 있었고, 건물이 몇 년도에 지어졌는지도 물었다고 한다. 일이 끝나고 회의를 할 때는 정장에 구두를 신고 오게 했다고 한다. 법원은 이런 서울대의 방침이 갑질이라고 판결한 것이다.서울대 측은 이것을 갑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울대 측이 청소 노동자에게 요구한 것은 지식인에게는 당연하고도 쉬운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엘리트의 독단일 뿐이다. 잠깐만 멈출 수 있었다면, 그래서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질질 끌고 가는 청소 노동자를 바라볼 수 있었다면 그런 요구가 당연한 것도 쉬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청소부가 맡은 일이 과중하지 않아서 퇴근 후에는 문학 작품도 읽고 정장을 입고 음악회에도 갈 수 있기에 행복하다는 동화를 문학적 상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청소 노동자에게 강제로 한자와 영어를 익히게 하고 정장을 강요하는 것은 잠깐 멈춤을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3년간 송사를 하느라 서울대도 괴로웠을 것이다. 멈추어 바라볼 줄 알았다면 괴로울 일도 없었을 것이니, 멈출 줄 알면 남만 살리는 것이 아니라 나도 산다. 이번 판결이 잠깐 멈춤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2024-02-18

밤하늘의 비행기를 보면서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봄기운이 완연하다. 경북대의 성질 급한 홍매와 백매(白梅)가 환하게 세상과 만나고 있다. 화양(華陽) 들판 마당에도 영춘화(迎春花) 노란색이 화사하다 못해 화려하다. 춘하추동 사계 가운데 유독 봄이 기다려지는 것은 분명 까닭이 있는 셈이다. 대상을 본다는 행위, 즉 봄은 우리를 전연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정령인지도 모른다. 하되, 무엇을 본다는 말인가?!저녁 산보(散步) 나갔다가 천상에서 세 대의 비행기가 삼각 편대를 이루고 남쪽 창녕으로 날고 있음을 본다. 드문 현상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새삼스러운 장면으로 남는다. 그럴 즈음, 남산 하늘 한편에 작은 불꽃이 미세하게 움직인다. 다른 비행물체가 천상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비행체는 망설임 없이 신속하게 하늘을 주름잡고 내게 날아온다.비행기는 서둘러 오리온자리 사각형 좌측(左側) 상단(上端) 모퉁이를 직선으로 관통하여 나의 정수리 위를 지나간다. 나는 손을 흔들며 비행기를 전송한다. 비행기의 좌측 위쪽으로 상현(上弦)의 환한 월광이 천상을 감싼다. 여기서 궁금증이 솟구친다. ‘저 비행기 승객 가운데 누가 오리온자리와 반달과 지상의 나를 보고 있는가?!’지상의 낮은 곳에서 비행기와 별과 달의 세 가지 대상을 보면서 나는 사유를 진척하고 있는데, 훨씬 높은 고도의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과 나 사이의 뛰어넘을 수 없는 경계를 생각하다가 문득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나가르주나(용수 보살)의 인식과 사유로 생각이 달려간다. 아, 삶이란 얼마나 신비한 것이냐?!양자 물리학 연구자이자 서책의 지은이 카를로 로벨리는 인도의 중관(中觀) 사상 대표자 나가르주나를 인용하여 사유와 인식의 지평을 확장한다. 나가르주나의 ‘공(空)’을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물은 자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른 어떤 것 덕분에, 다른 것의 결과로, 다른 것과 관련하여, 다른 것의 관점에서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비어 있다.”양자 물리학자의 설명으로 나는 지난 4년 나를 결박한 ‘오온개공(五蘊皆空)’의 족쇄에서 벗어난다. 관자재보살은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오온(五蘊)이 왜 모두 공하다고 했을까, 하는 미해결의 과제를 하나의 문장으로 풀어낸 나가르주나를 소개하는 이탈리아 출신 물리학자라니! 일상적인 행위에 담긴 비자립성과 상호의존성 그리고 인과율과 상호 연관성으로 오온의 실체에 담긴 ‘공’의 본질을 포착하고 깨우치는 아름답고 절제된 문장!여기서 나아가면 아인슈타인의 물음이 문득 유치해진다. “내가 달을 보고 있지 않다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당연한 이야기다! 달을 보고 있는 나는 우주를 구성하는 숱한 사물 가운데 하나일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 달 사이의 인과성과 의존성 그리고 연관성을 뛰어넘는 대승적인 철학적-인간학적 통찰이 슬며시 다가온다.관계와 역사적 맥락을 제외하면 우리는 우주의 먼지와 다르지 않다. 고로, 우리는 이미 공한 존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것을 밤하늘 비행기가 전해주며 날아가고 있었다!

2024-02-18

與 TK 4곳만 현역공천, 대규모 물갈이 예고

4·10 총선 공천 신청자 면접을 끝낸 국민의힘이 18일 대구지역 단수공천자를 마지막으로 발표하면서 최종 대진표 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날 면접을 진행한 대구·울산·부산·강원지역 공천결과를 발표했다. 대구에서는 3선의 윤재옥 원내대표(달서구을)와 재선의 추경호(달성군) 전 경제부총리를 단수공천했다. 이로써 TK지역은 이미 공천이 확정된 경북의 이만희(영천·청도)·정희용(고령·성주·칠곡) 의원과 함께 모두 4명의 현역이 공천심사를 통과했다. 선거구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안동·예천선거구와 영주·영양·봉화·울진 선거구, 의성·청송·영덕 선거구의 단수공천자 발표는 미뤄졌다.4곳을 제외한 대부분 TK지역은 국민의힘 현역과 도전자간(2~4파전)의 경선구도가 확정됐다. 단지 일부 지역구는 전략공천을 배제할 수 없다. 경선은 일반국민 1천명 여론조사와 선거인단(당원 50%, 일반국민 50%) 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TK지역은 이번 총선에서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예상된다. 지난 총선에서 기록한 64% 물갈이를 넘어설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 지역에서 얼마나 새 인물을 등용하느냐가 ‘정치인 한동훈’의 과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현역교체 비율이 예상외로 커질 수 있다. 특히 상당수 TK지역구는 ‘현역’대 ‘용산’ 대결구도가 형성돼 공천후유증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국민의힘 공관위는 공천이 처음 계획한 대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언한 대로 객관적 기준과 데이터, 점수를 가지고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이 현재까지 발표한 공천결과를 보면, 일단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낙하산 공천 논란은 차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공천 잡음이 커질 수 있는 뇌관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시스템 공천의 성패 여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현역의원 물갈이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데다 전략공천 발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2024-02-18

결혼은 선택?

우정구 논설위원 얼마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은 “결혼은 반드시 해야한다”는 물음에 30%만이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도 같은 질문에 73.2%가 긍정적 대답을 한 것과 비교하면 11년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전국 초중고생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여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결혼관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결혼이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라면 인구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당연히 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0년 후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유소년 인구보다 7배나 많아질 것이라 했다. 현재의 인구구조 추이를 근거로 한 조사 결과지만 우리나라 청소년의 결혼관과도 무관하지 않은 예측으로 짐작할 수도 있다.인구증가와 국가경제 성장은 비례한다. 특히 생산가능 인구인 젊은층의 인구증가는 국가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 경제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생산가능인구 1%가 감소하면 GDP는 약 0.59%가 줄어든다. 지금과 같은 인구 추세라면 2050년 우리나라 GDP는 2022년보다 약 28%가 떨어질 것이라 했다.국내총생산인 GDP는 한 나라의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동안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여 합한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발전을 가늠하는 척도다. 지난해 한국의 GDP는 1조6천억달러로 세계 13위였다. 2021년보다 3단계가 하락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청소년의 결혼관부터 바꿀 국가 차원의 획기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국가적 인구소멸 위기감을 청년 세대도 공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18

대구 중구 인구유입률 전국 1위, 유지가 관건

대구시 중구가 23년 만에 인구 9만명선을 회복했다. 1980년 인구 21만8천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대구 중구 인구가 2022년도에는 7만7천명까지 떨어졌으나 작년 처음 반등세로 돌아섰다는 것.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중구의 인구는 전년보다 8천865명이 늘어나 인구 순유입률 10.6%를 기록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위다. 올 들어 지난 14일에는 중구 인구가 9만5명을 기록하면서 2001년 이후 23년 만에 9만명선을 처음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중구청은 중구의 인구가 이같이 늘어난 것은 원도심을 활용한 도시재생뉴딜사업과 재개발, 재건축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된 결과로 풀이했다. 내년에는 인구 1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했다. 현재 중구에서 진행 중인 재건축·재개발사업 규모가 22곳 1만여가구에 이르러 사업이 완공되면 가능도 하다는 해석이다.그러나 재개발과 재건축만으로 인구가 지속 증가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대구 중구의 인구 감소는 원도심의 낙후와 도심공동화, 부심권 발달에 따른 인구 이탈 등이 원인인데 아파트만 짓는다고 인구가 계속 늘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인구 유입도 자연스레 중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중구의 상업 시설이 빠진 자리에 주상복합 아파트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 중구의 상권이 오히려 약화될 소지가 있다고 한다. 중구의 최대 장점인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대구시가 현재 추진 중인 동성로 활성화 프로젝트가 제대로 이뤄져 대구 중심지 상권이 살아나야 인구 회복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인구 증가에 걸맞는 문화·복지 등 각종 정주시설을 확충하는 등 중구의 정주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도 주문했다.특히 상업시설 활성화를 위한 주차난 해소에 대한 집중 투자도 지적했다. 유입된 인구 정착을 위한 행정당국의 다양한 정책이 병행돼야 비로소 인구유입 효과를 지속 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4-02-18

‘건국전쟁’ 열풍의 의미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영화 ‘건국전쟁’이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개봉 보름이 지나 관객 50만을 넘어 다큐영화로는 드물게 큰 흥행을 보이고 있다. 필자도 소문을 듣고 몇 일 전 관람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옆에 있는 아내는 계속 울고, 영화가 끝난 후 관중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이러한 열풍과 돌풍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동안 특히 진보정부아래에서 이승만은 폄하되었고 심지어 런승만이라고 하여 6·25전쟁 당시 비겁한 대통령으로 포장한 것은 진보정부였다. 진보파 영화로 다큐 영화가 많이 생겨날 때 ‘건국전쟁’같은 진정 역사를 바로 알고 애국적인 다큐영화가 돌풍을 일으키는 현상은 참으로 주목할만하다.영화를 관람한 많은 관객들이 감동을 받고 박수를 보낸 것은 위대한 업적을 이룬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너무나 역사적으로 푸대접을 받아왔던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의 업적에 대한 감동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다큐 영화 ‘건국전쟁’은 소중한 현대사 교과서로 손색이 없는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김덕영 감독은 이를 위해 3년반을 자료 수집의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이승만 전 대통령과 건국과정에 대해 왜곡되어 있거나 잘못 알려진 내용을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바로잡아 주고 있다. 우리의 현대사 교과서는 학생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남한에서는 반공이념으로 인해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대한민국정부수립의 탄생 자체를 폄훼해 왔다.한반도 분단과 관련해 이승만 전 대통령의 1946년 6월 ‘정읍발언’을 들어 이승만 책임론을 거론하는 내용도 교과서에 실려 있기도 하다.그러나 다큐 영화 ‘건국전쟁’은 남한과 북한의 초기 내각 명단을 비교해 오히려 북한이 친일파를 더 많이 기용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또한 이 영화는 한강 인도교 폭발과 관련해 피난을 가던 주민들이 다수 사망했다거나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자신은 도망가면서 국민들을 향해서는 국군들이 선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방송을 했다는 소위 ‘런승만’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다.한국전쟁 막바지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반공포로를 석방은 이승만의 신의 한수로 여겨진다.미국을 당황하게 만들고 한국전쟁 종식을 공약한 미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경제원조 등을 이끌어 낸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놀라울 정도로 다양히게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관련해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또한, 국내외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사실에 기반한 내용을 전달하려고 노력한 제작자의 의도가 잘 반영된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작년에 고교 졸업 50주년 기념으로 단체 부부여행으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를 관람한 후 화진포로 이동하던 기억이 떠올랐다화진포에서 한국 건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별장을 관람하고, 그리고 김일성 별장이라는 곳을 관람하게 되었다.이승만 별장을 구경하면서 생각보다 낡은 모습의 별장이 유지되는 것은 과거의 역사를 구현하는 것으로 이해했으나, 곰팡이 냄새가 나는 듯 관리 자체가 부실해 보였다. 옛 역사를 구현하려면 어쩔 수 없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김일성 별장을 관람하면서 바뀌어 갔다. 그곳은 비교적 잘 관리되고, 남북한 교류의 사진들과 홍보로 가득하고 이승만 별장보다는 훨씬 최신식 건물로 지어져 있었다. 과거 역사의 건물이라기보다는 홍보관 같은 느낌이었다. 왜 김일성 별장으로 명명하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옛날 모습이 구현되지도 않았고 구현할 필요도 없는 건물이 김일성 별장으로 명명돼 있었다. 누구에 의해서 어떤 정부에 의해서 이런 건물이 세워지고 이렇게 명명됐을까?참으로 그러한 명명을 한 이유가 궁금했다. 캐나다 선교사들의 예배당으로 명명하는 게 맞지 어떻게 김일성 별장으로 이름을 지었을까? 김일성이 잠시 머물렀다고 하여 김일성 별장으로 명명하는건 정치적 상업적인 냄새가 너무 나는듯했다. 실제로 당시 모습도 구현되지 않았고 남북교류의 홍보물로 가득한 건물이었다.진보정권 시절인 2005년 새단장을 하고 그 예배당을 김일성의 별장이라고 명명했다고 하는데 전쟁의 원흉인 김일성을 기념할 아무런 이유도 없어 보였다. 이승만 별장은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습한 냄새 나는 건물로 남겨두고, 김일성 별장은 에어컨이 돌아가는 시설로, 두 별장은 운영조차 차별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일반인들이 별칭으로 김일성 별장이라고 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공식 명칭을 그렇게 부르는 건 역사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전쟁의 원흉 김일성을 그렇게 대접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영화 ‘건국전쟁’의 열풍의 의미는 이제 더 이상 한국의 건국 대통령을 소위 진보파들이 폄하하지 말라는 대 반격의 신호로 보인다.공과가 있을 때 과만을 크게 부각하고 한국의 건국을 부정하는 진보파들이 설자리는 이제 더 이상 없어야 한다.우리는 자유대한민국의 뿌리를 견고히 찾아야 한다.‘건국전쟁’의 열기는 이제 이러한 우리의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고 있다.

2024-02-18

반기문 전UN사무총장의 호소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얼마 전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짧은 연설을 듣게 되어 옮겨 보고자 한다. 이 글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용인시에서 강의한 내용으로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발전하는 도시를 만들 수 있고,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말씀이다.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지금 Global Boyling(뜨거워서 펄펄 끓는 지구)시대를 살고 있다. 탄소중립, 기후위기에 대한 적절한 장치를 갖추고 살아야 한다. 시민들에게 Climate friendly한 삶을 살고 실천하기를 당부한다.반 사무총장은 UN사무총장 10년 재임기간 업적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을 꼽으라면 다음 네 가지라고 했다.첫째,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파리기후협약 체결. 둘째,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지속가능하게 잘살아갈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한 지속가능발전계획 17가지 선포. 셋째,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기초를 마련하고 청소년 특사 제도를 제정. 넷째, 여성의 공평한 지위부여와 지위향상.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지구가 기후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UN 역사상 UN193개 회원국이 한마음 한뜻이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후딱 2번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첫째는 지속가능발전 채택이고, 두 번째가 기후변화협약 채택이라고 한다.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없앨 수 있는 것이 기후변화다. 어느 누구도, 어떤 나라도 자연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나 나라는 없다고 했다.북극이 녹고 있고, 남극이 녹고 있다. 얼음 산 남북극이 산업혁명 후 배출된 매연으로 인해서 지구가 더워지기 시작해 지금은 남북극이 녹고 있다. 2000년까지 해수면이 60cm-2m 상승했다. 당장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인간이 지구에 살 수가 없게 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수도를 옮긴다. 피지는 나라를 옮긴다.태양에서 오는 열이 땅에 부딪혀 복사열이 생기는데 이 복사열이 하늘로 올라가서 없어지면 땅의 열이 내려가는데, 산업혁명 후 발생한 매연으로 인해 하늘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매연 층에 부딪혀 다시 땅으로 내려와 지구를 달구게 되어 지구 온난화 현상이 생겼고 지금은 글로벌 보일링(펄펄 끓는) 상태가 된 것이다.우리가 만일 2050년까지 1.5도 이내로 지구 온도 상승을 막지 못하면 인류에게는 희망이 없어진다. 이것은 UN기상전문기구로 2천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나온 경고다. 현재 이미 1.15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비상사태다. 이제 남은 0.35도를 가지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만들어야 한다.우리나라는 부자로는 세계 13등이나 탄소 배출로는 G7(7대 강대국)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4번째로 2030년까지 2018년 기준 탄소를 4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선언했다. 그리고 국회에서 입법을 하여 법제화를 했다. 그러나 실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산업체나 시민들이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 전체 탄소배출을 100이라고 할 때 탄소 12%가 포스코 한 회사에서 나온다. 두 번이나 포스코를 찾아가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 하고 설득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게 했다. 석탄 공법에서 수소 공법으로 바꾼다.현대자동차도 회장을 만나서 현대자동차 “이렇게 하면 희망이 없다”고 설득하여 2035년까지 전부 전기자동차로 만들기로 했다. 2035년이 되면 현재 상태로는 하나도 수출을 못하게 된다.국제사회가 특히 유럽, 미국 이런 선진국에서 탄소가 1%라도 들어가면 과도한 세금을 부담시키기 때문에 할 수없이 현대자동차가 2035년부터 전기차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모든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를 쓰겠다고 선포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청년들의 장래가 없다. 젊은 여러분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장, 군수를 뽑을 때 기후위기에 대한 정확한 의지가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2019년 UN총회에서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각국 정상들 앞에서 “나는 절대로 UN과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겠다. 내가 어른이 되기 전까지 기후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빨리 해결하라!” 하고 호통을 쳤다. 우리 젊은이들이 이러한 기개를 가져야 한다.앞으로 100년 내에 대 멸종(Mass Extinction)이 온다. 모든 생물의 70%가 없어진다. 과거 5차 대멸종은 6천500만 년 전에 있었다. 공룡이 다 죽었다. 인간이 없어질 수 있다. 인간의 역사 30만년도 채 안되는데 100년 안에 멸종하면 억울하지 않은가? 여러분의 책임이고 우리의 책임이다. 젊은이들 여러분이 실천해서 기후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시민 개개인의 생활 태도, 습관을 바꿔야 한다. 수돗물 한 방울 종이 한 장이라도 낭비를 없애야 한다. 에너지와 관련해서 모두가 청정에너지를 써서 기후위기를 극복하도록 솔선수범해야 한다. 우리의 모든 생활을 Climate Friendly(기후 친화적으로) 하게 해야 한다.지속가능한 세상,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기후위기부터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2024-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