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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 미인대회서 성상납 제안”

영국 여성 주장… 통역은 “허위 사실” 부인 한국 미인대회에 참가했던 영국 대표가 주최측 관계자들이 성추행하고 성상납을 제안했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돈을 주고 무마하려 했다고 말해 경찰이 사실 조사를 벌이고 있다.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대구 패션페어와 미스 아시아퍼시픽월드대회에 영국 대표로 참가했던 에이미 윌러튼(19)씨는 “지난 13일 새벽 대회 주최측으로부터 `입상하려면 성적인 호의를 제공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는 등 성희롱을 당했다”며 112로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경찰은 “출동 당시 현장에서 통역을 맡은 김모씨를 통해 `대회관계자 등이 서울에서부터 대구로 오면서 행사 도중 어깨 허리 등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말을 듣고 `지금 바로 경찰서로 가서 처리하는 방법과 추후에라도 고소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경찰은 또 “피해자는 경찰서로 가지 않고 자국에 가서 국제변호사와 상의해서 처리하겠다고 언급해 피해자와 대회관계자, 통역자 등 인적사항 등만 확인했다”면서“출동 당시 현장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고 대회관계자가 주는 명함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이같은 사실은 월러튼씨가 영국에 귀국한 뒤 “이날 성추행 관련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구 북부경찰서 산격지구대 경찰관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 주최자가 참가자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게 돈을 주며 무마하려 했다”고 주장, 영국 데일리 메일(Daily Mail)지와 BBC방송 등에 잇따라 보도되면서 국내에 알려지게 됐다.이에 따라 경찰은 20일 오후3시5분께 당시 통역을 맡았던 김모씨에게 확인한 결과 “월러튼씨 등이 대회에 입상하지 못하자 귀국 후 술수를 쓰는 것”이라면서 “심야에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해 본인이 통역을 맡았던 현장에서 조직위가 돈을 건네주고 무마하는 등의 내용은 전혀 없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김영태기자

2011-10-21

“이름 몰라도 종이에 적힌 번호만 찍으세요”

이상한 새마을금고 대의원선거자료 명단 유출에 선거홍보도 부족“선거법 저촉여부 검찰에 판단 요청” “이름은 모르고 그냥 쪼가리(쪽지) 대로 찍으면 돼. 1, 6, 9는 찍지 말고 3, 8, 12, 14, 15… 찍어서 대의원돼야 지금 이사장 다시 할 수 있잖아.”최근 선거에서 당선된 한 경북도내 한 새마을금고 대의원이 투표 후 자리에서 내뱉았다가 다른 투표권자에게 녹취됐다는 내용이다. 누군지 알 것 없이 이 번호 저 번호에 무조건 찍어라, 그래야 현재의 이사장이 또 이사장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릴 소지가 있는 이야기다. 여러 후보 번호가 나열된 것은 한꺼번에 10여 표를 행사해야 하는 해당 새마을금고 투표 방식 때문이라고 했다.일부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이 문제되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경영자의 잘못이 도사리고 다시 그 배경에는 경영자 선출 과정의 결함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돌고 있다. 선거가 도대체 어떻게 이뤄지길래 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일까, 최근 실시된 한 새마을금고 선거 뒷모습을 들여다 봤다.해당 새마을금고는 이미 불법대출로 문제를 일으킨 적 있는 곳이다. 경영자인 이사장은 벌써 20년 이상 그 자리를 지켜왔다. 이번에 또 당선되면 재임기간이 30년에 이를 참이다. 이사장은 대의원을 먼저 뽑은 후 그들이 간접선거로 선출토록 돼 있다고 했다.이 금고의 대의원 피선거권자는 600여명. 그 중에서 120여명을 공식 대의원으로 뽑는다고 했다. 10개 이상의 선거구로 나눠 회원들이 대의원 선출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일부는 그런 사실조차 몰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선거 자체가 제대로 홍보 안 됐다는 뜻일 것이다. 그걸 들어 일부에서는 이사장에 가까운 사람들을 중심으로 출마가 권고된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었다.둘째는, 누군가가 주도해서 만들었을 `대의원 선출 기초자료 명단`이라는 게 공공연히 유통돼 의심스럽다고 했다. 거기에는 `예비 대의원` 139명의 이름, 연락처, 주소, 현 경영진과의 관계(친척·친구·지인·화수회원관계 등)가 기록돼 있었다.때문에 일부에서는 그 명단이 실력자 측이 특정인을 대의원에 당선시킬 목적으로 작성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실제로도 그 명단에 오른 사람들은 거의가 대의원에 당선됐다. 그런 중에 어떤 선거구에서는 한 대의원이 투표장을 찾아 당선시킬 후보자 번호가 적힌 쪽지를 돌리다 발각돼 공개사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선거가 이렇게 진행되자 한 새마을금고 회원은 “많은 회원들과 만나 왔지만 대부분은 대의원 선거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고 통지서를 받은 적 있다는 사람은 더 없었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박근혜 전 대표가 출마하더라도 당선되지 못할 것”이라고 힐난했다.말썽이 퍼진 뒤 해당 새마을금고의 일부 대의원과 회원들은 이런 선거가 법에 저촉되지 않을지 검찰에 판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2011-10-18

출생 19일만에 아버지에 의해 어머니 살해된 아기 베트남 외할머니 품에서 자란다

태어나자 말자 결혼이주해 왔던 어머니가 아버지에 의해 살해당해 보육시설에 맡겨졌던 `영아`가 베트남 외할머니에게 가게 됐다. 2010년 청도에서 발생했던 비극적 사건의 주인공 이야기다.당시 베트남에서 청도로 시집왔던 황(23)씨는 아기를 낳은지 19일 만인 지난 5월24일 새벽 남편 임모(37)씨가 휘두른 흉기에 비참하게 살해됐다. 구속된 남편 임씨는 아들에 대한 친권 포기각서를 국선변호인을 통해 제출했고, 친조부모도 양육 의사를 보이지 않아 결국 영아는 보육시설에 맡겨졌다.이에 대한변호사협회 다문화가정 법률지원위원회는 아기를 돕기로 하고 대구지법에 `친권상실 및 후견인 지정` 소송을 냈다. 아버지 임씨의 친권을 박탈하고 양육 거부 의사를 밝힌 친조부모 대신 외할머니를 후견인으로 지정해 달라는 것이다.변협은 소송에서 “친권을 가진 아버지가 수감돼 있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데다 친권 행사를 원하지 않고 친조부모도 아이의 후견인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만큼 외할머니에게 후견권을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이에 법원은 13일 외할머니와 변협의 주장을 받아들여 아이의 후견인을 친조부모에서 외할머니로 변경하라고 판결했다.대구지법 가정지원 이은정 판사는 “아기를 양육하기에 정서적으로 가장 적합한 친족은 양육을 한결같이 희망하는 외할머니로 보이고, 친할아버지는 양육의사를 번복하는 등 양육의지가 의심스러운 만큼 아기의 후견인을 외할머니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김영태기자piuskk@kbmaeil.com

2011-10-14

경주 새마을금고 직원 고객예치금 26억 날름

최근 서민금융인 새마을금고의 부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일부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하는 등 고객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10일 업계에 따르면 포항 경주 등 경북도내 지자체마다 횡령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경주의 모 새마을금고에서는 직원 김모씨가 96차례에 걸쳐 고객 예치금 26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확인됐다.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9년 7월부터 지난 3월 말 사이 2천만원까지 대출해 줄 수 있는 부장 전결권을 악용, 친동생 등 가족 명의로 5억여원을 부정 대출 받았다.또 그는 금고 예치금 21억여원을 관련 증권사에 투자하지 않고 허위전표를 작성한 후 전산 입력하는 방법으로 전산망을 조작해 횡령, 선물투자와 주식 투자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안동의 모 새마을금고에서도 거액의 불법대출 사례(본지 10일자 4면 보도)가 최근 드러났으며, 그 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포항새마을금고연합회의 횡령사건도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횡령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포항 사건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불필요한 전표를 발행하는 등의 수법으로 허위전표를 발행해 3억5천여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금고 이사장 선출을 둘러싸고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7월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금품을 살포한 혐의(새마을금고법 위반)로 대구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 A(68)씨를 구속하고 B(42·여)씨 등 선거운동원 3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5월 치러진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10여명의 집을 방문해 현금 30만원씩, 모두 300여만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이처럼 새마을금고에서 말썽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단독 법인으로 운영되다보니 예금주가 각 지점별 경영 상태를 알기 어렵다는 특성과 당국(행정안전부)의 감독이 일선 금고에까지 미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들어 적기 시정조치를 받은 새마을금고는 77곳이며, 그 중 72곳이 2008년 이후 3년 연속 적기 시정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기 시정조치란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 감독 당국이 경영상태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행정처분을 말한다. 전국의 새마을금고가 1천464곳(6월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20곳 중 1곳 꼴(전체의 4.9%)로 3년 내리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셈이다.새마을금고 감독기관인 행안부는 순자본비율(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눠 100을 곱한 수치)이 4% 미만인 새마을금고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내린다.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 행안부에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영업정지 절차를 밟게 된다./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2011-10-11

안동서도 새마을금고 거액 불법 대출

저축은행 불법대출 사태가 터지고 신협과 새마을금고에 대한 특별검사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안동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거액의 불법대출 사례가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9일 새마을금고 경북연합회 징계자료에 따르면 자본금 760억원에 주 거래자가 1만여명에 달하는 안동의 한 새마을금고는 2007년 1월26일 대구 동성로 물건 외 20필지를 담보로 36억원을 A씨 등에게 대출해 줬다.그러나 서류상 대출자는 총 6명이었으나 실제는 전액 A씨에게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고, 채무자는 대출 이후 원금 및 이자를 단 한 차례도 갚지 않아 금고 측이 담보물건 경매를 통해 대출금 회수에 들어갔다.징계자료에 따르면 그러나 경매마저 3차례나 유찰돼 내정가가 떨어졌으며, 금고 측은 결국 원금에서 9억여원의 손실을 입고 2009년 8월 이사회 의결로 대손충당금 범위 내 상각이란 방법으로 사안을 일단락지었다. 그때까지 입은 총 손실은 연체이자를 포함해 17억여원에 달했다.이와 관련해 금융전문가들은 당시 새마을금고법 등에 따를 경우 2007년 개인 담보대출 한도는 최고 6억원으로 36억원의 대출 자체가 개인 대출한도를 초과한 것이며, 분산대출로 위장한 것은 명백한 부실대출이라고 지적했다.이에 따라 새마을금고 경북지역본부는 부실대출을 해 준 이사장 및 임직원들에게 경고·정직·감봉 조치와 함께 6천만원을 변상하라는 징계를 내렸지만 정직 징계를 받은 간부는 계속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사건은 단독법인으로 운영돼 예금주가 각 지점별 경영 상태를 알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금융 감독이 허술해 새마을금고가 사각지대화 한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한 새마을금고 회원은 “금고 운영의 객관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외부인사 영입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담보가 부실함에도 거액을 대출해 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출에 관여한 금고 임직원들이 전액 변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2011-10-10

“눈 아픈데 안약 대신 피부약 줬다” 말썽

눈이 아파 병원을 찾은 50대 여성에게 안동의 한 약국에서 피부병 치료약을 조제해 줘 말썽이 되고 있다. 5일 주민 지모(53·여·태화동)씨에 따르면 지씨는 최근 통증과 함께 눈앞에 날파리 같은 것이 어른거리는 증상으로 지난달 27일 시내 J병원 안과에서 처방전을 받은 뒤 인근 T약국에서 조제한 안약을 받았다. 지씨는 지난 1일까지 5일 동안 약국에서 받은 안약을 투약했지만 차도는커녕 오히려 뻑뻑한 이물감과 함께 급속도로 시력이 감퇴되는 부작용이 왔다고 말했다.이를 이상하게 여긴 지씨는 쓰다 남은 안약을 검토의뢰한 결과 피부병에 사용하는 약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지씨가 사용하다 남은 이 약은 `메타파손겔`로, 습진, 두드러기, 피부염 등 피부병에 사용하는 외용 스테로이드 연고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용기 표면에는 `1일 2회 투약`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했다.안동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이 약 용기는 겉보기에 눈에 투여하는 안약 용기와 비슷해 자칫 혼동될 수 있다” 며 “만약 눈에 장기간 투약했다면 결막염 등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어 전문의의 치료가 시급하다”고 충고했다.지씨는 이런데도 약국에서 부실하게 다뤄 안약으로 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지씨가 받은 약은 모두 8일 분이었지만 조제 받은 약 겉봉지에는 3일 분이라고 적혀져 있기도 하다고 했다.뒤늦게 투약을 중단한 지씨는 지난 3일 약국을 찾아가 항의했으며, 약국 측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지만 나중에 발을 빼 지씨는 6일 안동경찰서에 고소장을 내겠다고 했다.T약국 관계자는 “8일 분량으로 조제한 약 겉봉지에 3일 분량으로 적은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당시 기록된 녹화 장면을 아무리 살펴봐도 누가 잘못했는지 판별할 수가 없었다” 며 “어쨌든 해당 고객을 찾아 사과와 함께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명했다.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2011-10-06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조직적으로 은폐 했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당시 사건을 학교 측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인화학교에서 수화 통역을 했던 A씨는 28일 오후 광주시내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2005년 6월 처음으로 성폭행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 보다 훨씬 이전에 학교에서도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그는 “당시 피해 학생이 수화가 서툴러 사건 상황을 자세하게 표현은 하지 못했지만, 교장이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사실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며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자 입을 연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조직적 은폐 의혹에 대해선 “한 피해학생이 담임 선생님에게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자 `다시는 (성폭행을) 못하게 말 할테니 참아라`라고 말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조직적인 은폐가 가능한 것은 장애인학교에 있는 교사 조차 장애인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사람이 아닌 소유물 처럼 대한 결과로 밖에서 알게되면 은폐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최근 영화 `도가니`로 사건을 재조사하라는 여론이 일면서 인화학교를 졸업한 동문이 10-20여년전에 일어난 성폭행 사건을 알리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정리 김상현기자

2011-09-29

멧돼지 잇단 농가 습격 농민들 한숨 깊어진다

멧돼지 때문에도 농사를 손털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옛날에는 깊은 산골에서나 멧돼지 피해를 입었으나 지금은 산이 거의 없는 들판 지역까지 멧돼지 천지로 변했기 때문이다. 멧돼지는 본래 늑대의 먹이가 되면서 개체수가 조절됐으나 늑대가 사라진 후 근래 몇 년 사이 급증했다.지난 19일 오후 안동시 남선면 현내리 바람티골에서는 해질녘인데도 서석용(76) 어르신이 경광등을 켜들고 논을 지키고 있었다. “요사이 멧돼지가 대여섯 마리씩 무리를 지어 출몰해 논을 망쳐놨습니다. 안 그래도 날씨가 나빠 소출이 줄게 된 판인데 말이요.”어르신의 300여평 논은 마치 트랙터가 지나간 듯했다. 인근 박병찬(71)씨의 논 세마지기도 비슷했다. 산돼지가 밟아 쓰러뜨려 놓은 벼는 들쥐가 먹어 치운다고 했다.가까운 원림리 권영태(70)씨 80여평 고구마 밭은 아예 멧돼지에게 내 줬다. 열흘 전쯤 한차례 훑고 지나가더니 이후 또 찾아와 다 파뒤집어버렸기 때문이다. 안동시청에 따르면 지난해 안동에서 신고된 멧돼지·고라니 등 야생조수 피해는 320여 농가 14만5천㎡에 달했다. 올해는 지금까지만도 벌써 400여 농가가 피해를 신고했다.영양 경우 지난 8월 말까지 250여건 3만㎡의 피해가 신고됐다. 하지만 보상 제한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만 신고토록 하고 있어 실제로는 피해면적이 훨씬 넓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영양읍 감천리 과수농가, 일월면 가천리·용화리, 청기면 산운리·정족리, 석보면 소계리·화매리, 수비면 등 군 전역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영양 청기면 김기환(44)씨는 “열매가 제대로 여물기 시작하는 이달 말부터는 멧돼지들이 더 기승을 부릴 터여서 정말 걱정이 태산이다”고 했다.상황이 이렇게 나빠지자 안동경찰서는 20명으로 구성된 야생동물피해방지단의 엽총 사용시간을 지난 19일부터 밤 12시까지로 늘려줬다. 영양군청은 11월부터 허용하려던 수렵을 앞당겨 가능케 하는 등 대응책을 서두르고 있다.안동/권광순기자·영양/장유수기자

2011-09-22

사상 초유 사태에 경제 교통 학교 쇼핑 모든게 와르르

아파트 승강기 사고 잇따라…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불편교통신호등 끊겨 차량들 혼잡, 공장 가동 중단 생산차질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로 시가지 전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아파트 승강기가 멈춰 시민들이 갇혔고 고층아파트 주민들은 걸어서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시가지 도로 교차로의 교통신호등이 끊겨 차량들이 뒤엉키는 등 시민들이 대혼란에 빠졌다.비상발전기가 준비되지 않은 중소기업체에서는 공장가동이 중단돼 생산차질이 빚어 졌다. 일부 기업체는 생산원료를 모두 폐기하는 상황을 맞는 등 피해도 속출했다.대학들은 수시모집 원서마감을 연기했고 학력고사 준비로 바쁜 대도시 고3수험생들은 야간 자율학습까지 포기하고 일찍 귀가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사회 혼란○…포항시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오후 4시 56분 현재 포항시 전체 신호등의 30%인 289개의 신호등이 이번 정전으로인해 작동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포항남·북부경찰서와 지구대 경찰 80여 명이 긴급투입돼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하기도 했다.○…이날 오후 3시40분께 대구시내 1천350여개의 교통신호기 가운데 중구 반월당과 삼덕네거리 등에 설치된 180여개가 작동을 멈추거나 점멸상태가 되면서 이 일대는 차량이 한데 뒤엉켜 큰 혼잡이 발생했다.이에 따라 대구지역 교통경찰관 전원이 비상근무에 돌입해 수신호로 차량 흐름을 이끌었지만 동구 청구네거리와 남구 대명동 일부 지역에서는 한꺼번에 진입한 차량으로 인해 교차로가 30여분이나 교통이 마비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이어 오후 3시50분께 수성구 범어동 대구시교육청 건물과 주변 상가 일대에도 40여분간 정전되면서 이날 교육청 대회의실에서 실시중이던 교장·교감 연석회의가 유인물로 대체됐고 북구 검단공단, 서구 서대구공단 등에도 전기공급이 끊어져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정전사태가 계속되면서 곳곳에서 엘리베이터에 갖힌 시민들의 신고가 폭주했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오후 5시 현재 엘리베이터에 갇혀 구조를 요청한 신고건수는 20건이다. 같은 시간 포항시 북구에서만 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남부소방서 관계자는 “북부소방소로 구조요청이 많이 들어와 출동인원이 모자라 남부소방서로 지령이 내려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이번 정전사태로 소방서 다음으로 문의전화가 폭주한 곳은 KT와 SK 등 인터넷 회사들로 15일 오후 3시께는 거의 모든 전화가 불통되는 사태로 이어졌다.KT 관계자는 “한전의 정전 사태로 인해 발생한 인터넷 연결 불발에 대해 문의해오는 전화가 많아 네트워크망 팀은 일일이 한전 정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느라 다른 업무를 2시간여 동안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전국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다보니 문의가 폭주했다”고 설명했다.■지역 기업체○…포항철강관리공단 업체들은 전기공급이 갑자기 끊기자 생산을 중단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포항철강공단 3단지내 융진 이칠석 전무는 “갑작스런 정전으로 제품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비상전력 가동을 위해 예비 발전시설을 가동하지만 정상적으로 생산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2단지 P업체 직원인 이 모(35) 씨는 “종일 작업한 데이터가 정전과 함께 컴퓨터가 꺼지면서 몽땅 날아가버렸다”면서 “업무 마감에 쫓기는 동료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포항철강공단에는 이날 오후 4시까지 300여개 업체중 60개 업체가 30여분간 공장 가동을 중단했었다.하지만 비상시에 대비해 자가발전 체제를 갖추고 있는 포스코는 이번 정전 사태에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관계자는 “생산량의 70%를 자체 전기설비시설에서 공급받고 있어 외부 정전사태에도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전기로 업체들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전기로 특성상 한전과 단독으로 전기를 공급받고 있어 전력 대란이 일어났지만 정상적으로 전기가 공급됐다고 했다.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했다.○…예고없는 정전사태는 구미와 칠곡지역 공단업체에도 불똥이 튀었다.정전사태에 대비해 비상전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등 구미국가산업단지내 대규모 공장들은 피해가 없었지만 소규모 업체는 정전피해를 벗어나지 못했다.구미시 산동면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의 한 플라스틱 성형업체 관계자는 15일 발생한 정전 사태와 관련해 큰 피해를 봤다며 하소연했다.이 업체는 이날 오후 3시15분부터 1시간 정도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돼 생산라인에 있던 원료를 모두 폐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구미국가산업단지의 한 섬유업체도 정전으로 수십억원 어치의 원료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다.이 업체 관계자는 “업종의 특성상 잠시만 정전돼도 피해가 크다”며 “예고 없이 정전으로 수십억원의 피해가 났다”고 불평했다.특히 구미 고아읍과 장천면에 있는 개별단지 기업체와 고아농공단지 입주업체들도 정전피해를 봤다.개별단지에 입주한 고사 관계자는 “약 50분간 정전됐는데 인조실을 만드는 업종이다 보니 정전이 되면 원료가 다 굳어서 못쓰게 된다”며 “다시 공장을 가동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피해가 막심하다”고 털어놓았다.정전 사고는 영세 중소기업체가 밀집한 칠곡군 왜관공단 입주업체에도 피해를 줬다. 이날 정전으로 왜관공단내 200여개 입주업체 가운데 30여개 업체가 가동중단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백화점·유통업체○…지역 백화점과 대형유통업체들도 정전사태가 길어지자 자가 비상발전기를 가동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이마트 포항 이동점에서는 이날 오후 3시께 전체 전력 공급이 갑자기 중단돼 10여 초 동안 정전되자 자체 발전기를 가동해 긴급히 전력을 공급했다.롯데백화점 포항점에서도 이날 오후 5시35분께 갑자기 전력 공급이 중단돼 매장 내 전등과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이 5초 동안 작동되지 않았다.■금융기관○…이날 오후 4시 이후 영업시간이 종료된 금융기관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대구은행 경북1본부와 한국은행 등의 금융권은 은행 자체 비상용 배터리를 긴급 가동했다. 한국은행과 대구은행 등의 관계자는 “UPS(무정전전환장치)가 있기 때문에 갑자기 전력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대부분의 금융권은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단위 농협도 이날 현금인출기 등에도 큰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이날 은행 영업점 417곳이 정전 피해를 당해 마감업무가 지연됐다. 오후 7시 현재 이 가운데 304개 영업점은 복구됐지만 113개 영업점은 아직 복구되지 못했다.일부 보험사와 카드사 등에도 정전피해가 발생했으며, 은행 점포 밖에 있는 자동입출금기(ATMㆍCD) 역시 정전으로 일부 가동이 중단되는 피해를 봤다.한은 지급결제망에 가입된 한 증권사는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약 20분 동안 전력공급이 끊겨 지급결제 기능이 잠시 마비되기도 했다.일선 창구의 업무처리가 지연되거나 원활하지 못한 탓에 고객들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통신업체 비상근무○…유무선 통신회사들은 15일 낮 전국 곳곳에 정전이 일어난 것과 관련, 일제히 비상시스템을 가동시켰다.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기지국 가동이 중단돼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되기도 했으며 초소형 중계기로 연결된 지역은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야구경기 중단○…정전사태은 프로야구 경기에도 영향을 미쳤다.1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두산 경기가 넥센이 1-0으로 앞선 1회말 공격 도중 갑자기 조명이 꺼지면서 66분 동안 중단됐다.오후 6시44분께 외국인 타자 코리 알드리지가 타석에 나서는 순간 정전으로 목동구장의 모든 전기시설 가동이 멈췄다. 경기장이 어두워지자 나광남 주심은 곧바로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더그아웃에서 기다리던 양팀 선수들은 66분 만인 오후 7시50분께 전력 공급이 재개돼 조명이 켜지자 경기를 재개했다./사회부·제2사회부·경제부

2011-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