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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구·경북 첫 ‘독서축제’ 포항에서 개최

“갑진년 새해, 남녀노소 시민 모두가 일상에서 책을 통해 성장하는 즐거움에 빠질 수 있길 기대합니다.”포항시립도서관(관장 도병술·사진)이 22일 2024년 주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대구·경북 지역 최초로 전 국민 독서축제인 ‘2024년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개최한다.도서관은 오는 3월 ‘책의 도시’선포식을 시작으로 독서 문화를 확산시키는 프로그램을 연중 시립도서관 8곳과 작은도서관 38곳, 스마트도서관 9곳 등 전 도서관 및 지역 곳곳에서 진행하면서 독서의 달인 9월에 독서대전 본행사를 3일간 연다. 이번 본행사에서는 100여 개 출판사가 참여하는 책 장터 외에 작가와 문학평론가의 각종 강연과 대담 등 50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또 2017년 발생한 포항 지진 피해지역 및 구도심지역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 조성 중인 ‘포은흥해도서관’은 5월 건물 준공을 목표로 한참 공사가 진행 중이다.포항의 복합문화공간 확충과 더불어 북구 지역 거점도서관 역할을 맡을 포은흥해도서관은 건물이 준공되면 도서·집기·장비 구입과 서가 설치를 이른 시일 내 완료하고 임시 운영을 거쳐 올해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포은흥해도서관 명칭은 지난해 12월 시민 공모로 명칭을 선정했으며 경북 지역 최초의 음악 특성화 도서관이다.향후 도서관을 개관하면 본연의 도서관 역할 뿐만 아니라 지역 음악인들과 다양한 협업을 추진해 음악 관련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시립도서관은 최근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해 음악 특성화 도서관으로 개관한 의정부음악도서관 벤치마킹을 다녀온 바 있다.여기에 도서관을 사람과 문화를 잇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2024년 원 북 원 포항, 4월 도서관 주간 및 9월 독서의 달 행사 개최, 도서관별 특성화 및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 상주작가지원사업, 독서 아카데미 등 다양한 독서문화 사업을 운영한다.이밖에 상호 소통하는 사랑방 역할을 하는 작은도서관 38개소를 통해 시민의 문화, 여가생활 향유를 위한 프로그램, 동아리 독서회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도병술 포항시립도서관장은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성공적 개최와 도서관 운영 활성화, 도서관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겠다”며 “시민들의 독서문화 확산과 더불어 책읽기 좋은 도시 포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1-23

예술가·지역민 함께하는 ‘꿈틀로’ 만들 것

제6대 꿈틀로작가연합회장으로 선출된 이진희 작가 와이어공예작가 이진희(48) 씨가 제6대 포항 꿈틀로작가연합회장으로 선출됐다.꿈틀로작가연합회는 최근 문화경작소 청포도다방에서 회장 선출을 위한 회의를 개최하고 회장에 이진희 작가를 뽑았다.이날 회의에는 꿈틀로작가연합회의 5대 회장 최수정을 비롯해 이영식, 김주헌, 윤승빈 등 5대 임원진 등 총 23명의 작가들이 참석했다.이 신임 회장은 “예술가와 지역민이 함께 살아가는 꿈틀로가 되는데 정성을 다할 것”이라며 “신구의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위한 고문단 결성, 자발적 친목 도모와 유대강화를 위한 공방 오픈 이벤트(OPEN EVENT), 아트마켓과 체험마켓의 효율적 운영, 문화예술체험 특화를 위한 기부금 활용방안, 투명한 재무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진희 회장은 계명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수료했으며 2006년 한국와이어공예협회 공모전 최우수작품상, 2016년 제11회 포항포스코 불빛미술대전 최우수상, 2017년 제35회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상전 입선 등을 수상했다. 그동안 개인전 4회, 단체전 25회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다음은 이 신임 회장과 일문일답.-신임 회장으로서 소감과 포부 그리고 꿈틀로작가연합회의 핵심 역할은?△큰 책임감을 느낀다. 부족하지만 구도심 꿈틀로 활성화와 문화도시 포항 조성을 위한 봉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 회원과 꿈틀로에 있는 소상공인들과 의논을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모으고 싶다. 해외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가져올 것이다. 사업 횟수에 집착하기보다는 행사를 양보다 질의 관점으로 준비하겠다.-구체적인 사업 계획은?△상당수 꿈틀로작가연합회 회원들은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을 주업으로 삼고있다. 예술이라는 자존심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려고 하지만 현실의 높은 벽을 뛰어넘기는 불가능하다. 낮에는 삶의 터전에서 바쁘게 살고, 늦은 밤 꿈틀로에서 예술의 열정을 불태워 연습에 매진한다. 이러한 열정을 바탕으로 올해에는 ‘꿈틀로 298놀장 아트마켓’을 포항시를 대표하는 거리예술 축제로 승화시키고 시와 시의회, 기업의 협조를 바탕으로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꿈틀로작가연합회를 소개해달라.△포항시가 지난 2016년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원도심 문화예술 창작지구 조성사업을 시작하면서 회화, 공예, 음악, 공연, 조각 등 포항 지역 예술인들이 꿈틀로(포항시 북구 중앙로 298번길 일대) 내 유휴공간에 입주해 둥지를 틀고, 시민공모를 거쳐 ‘꿈틀로’로 공식 명칭을 정하며 꿈틀로작가연합회가 설립됐다. 현재는 27명의 작가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도 설립했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꿈틀로가 조성된 이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공방임대료 지원, 도시재생사업비 등 다양한 예산이 투입되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사업을 주도해나갈 주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꿈틀로에 자리잡은 예술인들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고, 더욱 조직적인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2021년 꿈틀로 작가들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을 출범해 꿈틀로 활성화에 필요한 좀 더 조직적이고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해왔다.-시민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이벤트와 아트마켓, 공연, 포토존 등 거리 축제의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보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겠다. 시민과 관광객, 예술인 등 누구나 문화예술을 가까이에서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창작지구로 거듭나겠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1-22

“백일장 등 지역 문학행사, 시민과 소통하는 축제로”

앞으로 2년간 포항문인협회를 이끌어갈 신임 회장에 손창기(57) 시인이 선출됐다.포항문인협회는 지난 18일 포항서밋컨벤션에서 2024년도 정기총회를 열고 손 시인을 제21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또한 부회장에는 김동헌 시인·성정애 수필가를 선임했으며 감사에 이상준 수필가·홍인자 시인을 선임했다.손창기 신임 포항문인협회장은 “포항문인협회 회원들 간에 문학적인 자극을 받아 수준 높은 지역문예지 ‘포항문학’을 발간하고, 문학의 향기를 누릴 수 있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또한 백일장을 비롯한 각종 문협의 행사에 회원들과 시민들이 많이 동참하여 소통하고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손 신임회장은 대구 군위 출신으로 2003년 ‘현대시학’신인상으로 등단해 시집 ‘달팽이 성자’ ‘빨강 뒤에는 오는 파랑’과 논저 ‘白石 詩의 원전 비평적 연구’등의 저서가 있다. 포항문학 편집주간을 역임했으며 ‘우리詩’ 편집위원, 푸른시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총회 이후에는 포항문인협회 문예지 포항문학 통권 50호 출간 기념회와 2023 포항문학작품상 시상식도 함께 가졌다. 2023 포항문학작품상은 김성찬 시인과 정서윤 수필가가 수상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1-21

‘황리단길 핫플레이스’ , 한옥호텔 ‘헤리티지 유와’

황리단길은 경주를 찾는 사람들이 빠짐없이 들르는 곳 가운데 하나다. 거기에 지난해 12월 경주시 주최 ‘제10회 경주시 건축상’ 전통 한옥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한옥 호텔 ‘헤리티지 유와’(경주시 포석로 980-26)가 있다. 이곳은 전통문화와 힐링이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와 인식 속에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헤리티지 유와’의 모양은 다른 한옥 호텔과 확연히 다르다. 왜 저렇게 특이한 모습일까. 지난 16일 ‘헤리티지 유와’를 설계한 손명문 건축가를 만나 그 궁금증을 물어봤다. 손명문 건축가 -‘헤리티지 유와’라는 호텔명이 좀 독특하다. △‘유와’는 걸음 유(迶) 누울 와(臥) 자를 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힘을 빼고 누운 듯 편안한 휴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신라 삼국통일의 명장 김유신 장군의 생가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지역의 정체성에 입각해 디자인했다. 신라의 유적이 잠들어있는 경주 월성지구와 대릉원 지구, 그리고 경주의 핫 플레이스 황리단길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다. 헤리티지는 번역하면 ‘인류 문화유산’이다. 건축주 이상춘씨가 주변 문화유산권에서 편안한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호텔명을 지었다. □ 손명문 건축가의 역작인 ‘헤리티지 유와’‘헤리티지 유와’는 건축가 손명문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옥과 가든디자이너 황지해가 경주 월성의 해자에서 출토된 한국 자생종의 씨앗을 모티브로 조성한 정원들이 어우러져 있다. 호텔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자연휴양림을 산책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 받는다.‘헤리티지 유와’의 콘셉트는 신라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 장군에 관한 설화로부터 출발한다. 백제와의 전쟁을 앞두고 자신의 집 앞을 지날 때 가족들이 모두 문밖까지 나와 장군이 잠시라도 집에 들러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김유신 장군은 그대로 집을 지나쳐 가고 부하를 시켜 자신의 집 우물물을 떠 오게 한 다음 그 물을 마시며 “우리 집 물맛이 아직도 옛날 그대로구나. 됐다. 가자”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헤리티지 유와’는 비록 ‘한옥’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모든 면에서 전통적 한옥과는 조건이 바뀐 동시대적 산물이다. 본 부지는 역사문화환경보존육성지구로 지정돼 한옥의 형태로만 건축이 가능한 지역이다. 부지 주변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경관-남산·선도산·반월성·재매정·월정교·남천 등 주변부 자연·역사·사적지-의 남다름, 게다가 부지의 배를 가르는 듯한 ‘남북 관통의 공공도로 설치’ 등 ‘헤리티지 유와’의 환경조건은 모두가 새롭다. ‘헤리티지 유와’를 두고 조선조 유교·성리학 기반의 전통 한옥을 넘어 ‘신한옥’ 건축 풍경을 연출해 낸 장인의 탁월한 걸작품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옥을 정의하면.△한옥은 자연에 순응하는 집이다. 자연과 건축이 어우러져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준다.‘헤리티지 유와’는 걸음을 멈추고 쉬어가라는 뜻이다.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손명문의 ‘공간건축’과‘오브제 건축’ 손명문이 ‘헤리티지 유와’를 디자인하며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한옥의 전통적 유전형질을 동시대에 맞는 새로운 유전형질로 변이시키는 일이었다.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지친 삶을 치유하기 위해 유와를 찾는 여행객, 그들이 곧 ‘유와’의 주인으로 머물게 하는 것이다. 손명문은 ‘휴(休)’·‘낙(樂)’·‘기(氣)’ 즉 쉬고, 즐기고, 다시 활력의 정신을 찾아 몸과 마음을 치유해 가는 것을 한옥호텔 유와가 품어야 할 기준으로 삼았다. 언뜻 보면 한옥인 듯 한데 그 한옥은 전혀 새로운 유전형질을 품고 있고, 단순한 한옥 건축의 모습인 듯 한데 마치 건축으로 풀어낸 원림처럼 하나의 새로운 ‘건축 풍경’으로 승화시켜 낸 원천이다. 그래서인지 손명문이 열어젖힌 한옥 호텔 유와의 건축은 동시대 한옥이 나아가야 할 길, 또는 미래 한옥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법, 어쩌면 본질적으로 한옥이 지녔던 구시대적 관념의 벽을 극복하고 동시대 한옥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계획 과정에서 손명문이 쏟은 고민의 흔적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는 부지를 관통해야만 하는공공도로를 전통 한옥에서는 숨겨져 있는 ‘축(軸)’의 개념을 밖으로 노출해 ‘돌담 골목길’이라는 실용 미학으로 끌어냈다. 그리고 이 축선을 따라 양쪽 부지에 독특한 형태의 ‘ㅜ’자형과 ‘ㅁ’자형의 평면을 가지는 한옥 군을 배치해 한옥호텔 유와가 전체적인 좌우 비대칭의 균제미를 이뤄내는 단지계획으로 그렸다.  또한 비워놓은 땅을 ‘건축하고 남은 자투리 공간이 아니라 건축물의 가치와 필적하는 또 다른 의미와 유형을 갖는 ‘무형의 건축’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공간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문을 정자(亭子)형으로 대체함으로써 전통 한옥에서 낯선 자와의 경계로 여겼던 대문을 초대와 환영의 개념으로 승화해 냄으로써 ‘오브제 건축’이라는 신개념 건축의 길을 열었다. 고색의 돌담과 함께 야생의 자연처럼 다지(多枝)의 관목과 나무들이 위·아래로 서로 휘어지고 엮이고 그 틈 속에서 자연스럽게 꽃으로 피어나는 야생화들이 어울려 마침내 이 정원들은 상호 연결된다. 한옥과 통합돼 전체적으로 풍부한 자연과 어우러지는 미(美)가 살아 있는 ‘원림 건축’의 탄생으로 마무리된다. □ 한옥과 정원의 미학‘헤리티지 유와’ 입구에 도착하면 허리를 거의 90도로 꺾은 듯한 특이한 형태의 수목과 자생종 나무들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입구 정원에 눈길을 빼앗긴다. 독채로 이뤄진 프리미엄 객실과 하나의 안뜰을 공유하는 여러 개의 스탠다드 객실을 구분하는 정원으로, 입구부터 ‘헤리티지 유와’ 가장 안쪽에 위치한 ‘작가정원’까지 직선으로 조성돼 있다.입구에서 한 발짝 들어서면 나무 뒤에 가려져 있던 기와지붕 형태의 ‘지붕 난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소위 ‘불멍’을 하는 곳으로, 날이 어두워지면 장작을 태워 불의 생명력을 느끼고, 낮에는 정원 곳곳에 세심하게 수놓은 우리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헤리티지 유와’의 가장 안쪽에는 황지해 작가의 ‘작가정원’이 숨어있다. 경주 월성의 해자에서 출토된 오얏나무, 가래나무 씨앗이 주된 정원의 구조를 이룬다. 이 나무들은 입구에서부터 나란히 이어지는 세 개의 독채에도 식재돼 있으며, 이 독채들과의 연장선에서 정원에는 보이지 않는 네 번째 집을 개념예술로 승화했다. 이 정원은 고(故) 이어령 선생이 황지해 정원디자이너에게 준 ‘화왕계’ 아이디어와 김유신 장군의 우물 ‘경주 재매정’을 편집해 만든 정원이기도 하다. -경주에서 멋진 작품을 많이 남겼다. 다음 계획은. △황리단길 주변 마을에 경주의 정체성을 더 담아보고 싶다. 한옥과 사색의 정원이 있는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선조들의 혼이 서려 있는 땅 위에 자유와 낭만을 그려 넣어야 그 멋을 제대로 살리고 세대를 넘어 많은 사람의 발길을 모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비우면서 그리는 손명문의 철학손명문의 신한옥 건축 풍경 감상의 첫걸음은 이처럼 사람을 순간적으로 느끼고 지각하고 인지해서 동시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들고, 그것을 기제로 의아함과 낯섦이 안도의 쾌감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감흥 유발, 유혹의 건축계획과 디자인 마법을 구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는 평론에서 “동·서편 한옥 군의 공간을 기묘하게 엮어내는 건물 평면과 배치 형태, 거기서 빚어지는 절묘한 유형의 마당 공간(空間), 모든 것들의 조합을 통해 자연이 빚어내는 생명의 프랙탈 미학(Fractal Aesthetics)으로 승화돼 발현되고 있다”고 평한다. 조 평론가는 “이 마법 구사의 기제로 사용된 것이 바로 ‘공간건축(Space Architecture)’과 ‘오브제 건축(Object Architecture)’의 두 요소”라고 읽어낸다.건축할 수 있는 땅을 건축하지 아니하고 비워서 또 다른 건축 의도의 공간으로 건축하는 것, 그것도 분명한 건축공간의 한 장르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외부공간으로 디자인하는 것, 이것이 이런 바 ‘공간건축’의 정의다. 또 한편으로 ‘정자형 대문’처럼 시선을 유도하는 랜드마크로 작동하되 단순히 시각에 머물지 않고 공간적 행위의 매개적 기능을 수행하는 건축, 이른바 ‘오브제 건축’이다. 손 건축가는 고향 경주에서 그간 이 건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남모를 고민을 거듭해 왔다. ‘헤리티지 유와’ 외에도 그의 대표적인 한옥 작품인 황남관, 소설재, 월성과자점, 위연재, 경주 테라로사 등에 그 흔적이 쌓여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1-17

대구근대역사관 개관 13주년 행사 다채

‘대구근대역사관 개관 13주년 기념 문화행사’ 포스터. 대구근대역사관은 개관기념일을 맞아 2024년 첫 행사로, 24일 ‘대구근대역사관 개관 13주년 기념 문화행사’를 펼친다.대구근대역사관은 지난 2011년 1월 24일 개관해 올해로 13주년을 맞이한다. 개관기념일인 24일 오후 2시 이를 기념해 교육 문화행사인 ‘열린 역사문화 강좌(제13회)’를 개최한다.행사는 제1부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축하 작은 음악회와 제2부 역사문화 특강으로 진행된다. 특강은 지난해 11월 대구근대역사관에 기증된 대구 의연공덕비의 내용과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경북대 이문기 명예교수를 초청해 ‘대구 의연공덕비(1900년)를 통해 본 대구지역 기부자, 기부문화’에 대해 강의한다.이문기 교수는 김용익 전(前) 계성고 역사교사와 의연공덕비에 대한 판독과 연구를 했으며 신라사를 비롯한 한국 고대사 전문가로 경북대 역사교육과 교수, 한국고대사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퇴임 이후에는 경상감영 홍살문과 수창사에 대한 연구, 호국성의 위치 비정 등 대구 지역사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의연공덕비는 1900년(광무 4) 건립된 것으로 대구에서 일어난 큰 화재로 손해를 입은 가게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의연금을 낸 사람들의 이름과 의연금 사용 내역 등을 기록한 비다. 대구 유지와 부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과 이웃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행동으로 보여주는 대구 사람들의 상호부조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대구 정신이 이후 1907년 국채보상운동과 1910년대 광복회 활동으로 이어졌다.이번 행사는 대구근대역사관 2층 문화강좌실에서 진행되며, 선착순으로 30명을 모집한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전화 신청(053-606-6434), 또는 대구근대역사관에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잔여석이 있는 경우 당일 현장 신청도 가능하다.한편, 대구근대역사관은 24일 ‘너도 나도 대구근대역사관에 덕담 카드쓰기’ 이벤트도 진행한다. 2월 12일까지 대구근대역사관 1층에서 카드에 축하의 말과 덕담을 적고 자유롭게 꾸며 걸어둘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1-16

옛 이야기 들려줄 이야기할머니 찾아요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15일부터 2월 16일까지 유아교육기관을 방문해 유아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줄 제16기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500명을 공개 모집한다.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여성 어르신이 전국 유아교육기관을 방문해 옛이야기와 선현미담을 들려주는 사업으로, 2009년 대구·경북 지역에서 제1기 30명 선발로 시작해 현재 3천여 명의 이야기할머니가 8천600여 개 유아교육기관에서 활동하는 사업으로 전국적으로 발전했다.이야기할머니로 선발되는 데 학력이나 경력사항 등은 고려사항이 아니며 1950년 1월 1일∼1968년 12월 31일 출생한 대한민국 국적의 여성으로 평소 자원봉사에 관심이 있거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한 여성이면 누구든 지원할 수 있다. 다만 기초자치단체 중 선발제외지역이 있으니, 공고문의 지역별 선발 현황을 확인해야 한다.지원방법은 이야기할머니사업단 누리집(www.storymama.kr)에서 선발 공고문을 확인 후 15일부터 2월 16일까지 지원서를 작성해 우편 또는 온라인으로 접수하면 된다.1차 서류심사와 이야기 구연 능력을 포함한 2차 면접심사를 거치게 되고 면접심사에 합격한 예비 이야기할머니들은 4월부터 10월까지 60여 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향후 5년간 거주 지역 인근의 유아교육기관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활동을 하게 된다.지원서 접수 등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문체부 및 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할머니 누리집(www.storymama.kr) 또는 이야기할머니사업단 대표전화(080-751-0700)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1-15

“행복 추구의 ‘애정의 끈’ 놓지 않아야”

서웅교 소설가 “나이가 많아 좌절한다고 해서 남은 인생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좌절이란 패배자의 멍에만 덧씌울 뿐이죠. 거대한 자석에 속절없이 끌려가더라도, 남은 내 생은 오롯이 나의 것이라는 의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70대 초반, 노년의 삶을 즐기며 문학과 리듬에 빠져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사람이 있다. 소설가 서웅교 작가다. 그의 말은 이어진다.“인공 관절을 넣어 건강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물을 많이 마시란 말을 믿었다가 소화불량에 걸린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학과 음악은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절망의 나락에서 희망의 등불로 마법처럼 변화시켜 주었습니다.”‘나이가 들어서, 몸이 아파서, 가슴에 상처가 많아서, 만사 귀찮아서’ 이런 말은 과거를 부정하는 단어다. 비록 상처가 동반된 과거라 하더라도 반전의 시간은 충분할지도 모른다. 삶의 종심(從心)은 낡아서 빛바랜 것이 아니다. 포기하는 순간 생명을 반사하는 에너지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긍정의 기제가 내게는 더 할 수 없이 지혜로 작동되었다. 글이 곧 삶이고, 삶이 글이라는 생각이다. 그것에 리듬이 더해지면서 활력소가 된다”는 서 작가를 지난 14일 만났다.-서 작가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인지.△살아오면서 단 한 순간도 행복을 추구하려는 애정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천명을 훌쩍 넘기면서 인생에 새로운 기로에 서 있는 나를 보았다. 평소에 생각하던 생활 철학과 버릇처럼 길든 사색에서 우러나온 생각의 부유물을 건져 올려 문장으로 표현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긍정의 기제가 내게는 더 할 수 없이 지혜로 작동되었던 까닭이다. 그때부터 글이 곧 삶이고, 삶이 글이라는 생각이다.-소설은 물론, 시와 음악까지 넘나든다고 하는데.△소설과 시는 습작처럼 쓴 글을 공모전에 실험처럼 툭 던진 글이 연이어 입상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물론 행운의 여신이 제 등을 토닥여준 것이라는 생각이다. 노력 없는 결과는 없다. 내 안에 빛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그 빛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음악은 풍물단과 지역 합창단에 발을 들이면서 인연을 맺었다. 무덤덤하기만 했던 내 삶에 리듬을 심어 주면서 갈라진 땅에 단비가 되어주었다. 결국에는 이 모든 것이 나를 사랑하면서 나온 인연이라고 생각한다.-글을 잘 쓰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어려운 질문이다. 글쓰기에는 비기가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길뿐이다. 고독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고독은 외로움과 다르다. 세상의 주인공인 나를 위해 사색을 즐기고, 주변의 것들을 예사로이 넘기지 않으며, 생활 철학에 인생관을 대입해 철저하게 다독이는, 도덕성 충만한 인성을 지니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지금도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제4회 포항소재문학 작품 공모대상을 수상한 단편소설집 ‘미디어 파사드’를 짧게 소개하면.△수필이 경험 문학이라면 소설은 허구다. 그렇다고 소재가 하늘에서 툭 떨어지지는 않는다. 허구와 사실을 적절하게 섞어 내 삶의 주변을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삶에서 겪는 갈등과 누구나 쉬이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인간 내면의 치열한 갈등을 드러내고자 노력하였다.-음악에 자신을 대입했을 때 리듬이란.△삶에 리듬을 살려서 하루를 스스로 행복의 시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열정이 뒤따른다. 꽹과리는 물물론, 북과 장구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었다. 꽹과리는 스승이 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집에서 따라 연습하였다. 물론 주변이 시끄럽지 않게 수건으로 앞을 덧대어 손목이 아프다며 아우성칠 때쯤 손에서 놓는다. 에어로폰과 리코더, 기타는 나 홀로 독학으로 배웠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른다. 이제는 춤을 춘다. 지르박, 블루스도 같다. 학원 선생이 보여주는 동작을 영상에 담아 연습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바닥에 발 모양을 그려 놓은 뒤 순서에 맞게, 그리고 몸동작을 익히며 허리의 유연성을 익히는 법도 놓치지 않는다.-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게 반목과 갈등을 조장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라, 도덕을 허물라고 부추길 수는 없다. 스스로 마음과 정신을 밝게 염색해 내 속에 생명체가 살아 꿈틀댄다고 증명하려면 지금 당장 무엇이든 시작하여야 한다. 글쓰기, 노래 부르기, 난타, 풍물단, 하다못해 봉사를 받아야 할 입장이라 할지라도 봉사단체에 기웃거려 보라. 단언컨대 나도 모르게 삶의 가치가 저 위에 가 있음을 확신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1-15

창경궁 야간탐방 프로그램 ‘물빛연화’ 운영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올해 창경궁 야간탐방 프로그램인 ‘물빛연화’를 신설 운영하고, 기존 4대 궁궐의 시각장애인 대상 안내해설을 종묘까지 확대하는 등 궁궐 활용 프로그램을 강화한다.15일 문화재청에 따르면‘2024 봄 궁중문화축전’ 기간 중 운영될 ‘물빛연화’는 빛과 창경궁의 자연경관, 첨단 영상기술이 어우러진 미디어아트, 그리고 구간별 해설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문화와 교감할 수 있는 가족 대상 야간 프로그램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물빛연화’의 ‘물빛’은 물과 빛이 어우러진 창경궁 춘당지의 아름다운 전경을, ‘연화’는 봄의 경치라는 뜻으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를 의미하는데 관람객들에게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다.궁능유적본부는 프로그램의 세부사항을 확정해 향후 공개할 예정으로, 창경궁 ‘물빛연화’가 창덕궁 ‘달빛기행’(2009년~), 경복궁 ‘별빛야행’(2016년~), 덕수궁 ‘밤의 석조전’(2021년~)과 함께 4대 궁궐 야간탐방 프로그램의 완성으로 궁궐 대표 활용 콘텐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지난해 4대 궁궐(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에서 총 60회 운영되며 호평을 받은 ‘시각장애인 대상 현장영상해설’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운영 횟수를 확대하고, 하반기부터는 종묘에서도 프로그램을 개발해 신규 운영할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2024-01-15

조선주 하회세계탈박물관 학예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수상

조선주(38·사진) 하회세계탈박물관 학예사가 2024 박물관·미술관 업무추진 유공 포상자로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한국박물관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2024 전국 박물관·미술관인 신년교례회’를 열고 박물관·미술관 발전에 이바지한 유공자에게 정부포상을 수여했다.조선주 학예사는 지난 7년간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운영하며 1만4천251명의 수혜를 통해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참여 대상을 확대하고 교육을 통한 박물관 운영 활성화에 기여했다.또한 2022~23년 ‘박물관·미술관 온라인콘텐츠제작지원사업’을 통해 14개의 콘텐츠를 개발 제작해 유튜브 구독자를 4천270명 증가 및 조회수 4만회 이상의 성과를 이루며 박물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힘을 썼다. 또한 ‘민속생활사박물관협력망 사업’을 통해 문화환경취약지역의 지역민들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2023년 ‘전시정보 수어영상 제작지원사업’을 통해 문화 취약계층의 문화 누림 기회 확대를 위해 노력한 점을 공로로 인정받아 이번 상을 수상하게 됐다.조선주 학예사는 “앞으로도 지역의 박물관 활성화를 통해 지역문화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1-10

재밌고 이야기하듯… ‘영문학 대중화’ 이끌고 싶어

“지난 3년 꾸준히 작업해 온 결실을 새해 벽두에 거두게 되는 셈이지요. ‘강의실 밖으로 나온 영문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시리즈로 나올 이번 저작들은 전공인 영문학 작품들을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듯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인문 교양서입니다.”여국현 시인의 신간 저서 4권이 잇달아 나온다. 영문학박사·번역가·시 전문지 편집주간·극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1월 중순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영시’ 1~2권을 발간하고, 2월 중순쯤에는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영미소설’ 1~2권 출간을 예정하고 있다.중앙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기 전 한동안 포스코에서 일하며 청춘을 보낸 인연으로 포항을 고향처럼 여긴다는 여 시인을 지난 8일 만났다. -먼저 출간을 앞둔 네 권의 저서는 어떤 내용인가?△‘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영시’ 1~2권은 필자가 주간으로 있는 ‘우리詩’에 3년 6개월간 연재했던 글을 사랑, 죽음, 자연, 사회, 인생 등 주제별로 나눠 묶은 것이다.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영미소설’ 1~2권은 18세기에서 20세기 영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들을 이야기하듯 소개하는 글인데, 2022년 여름부터 2023년 여름까지 ‘POSCO TODAY’에 20회에 걸쳐 연재했던 글에 몇 편을 더해 묶었다.-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영문학의 대중화를 위하여 기획한 시리즈 저작의 시작이다. 필자가 30년여 시간을 대학 강의실에서 강의해 온 작품들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들을 선별하여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해석하고, 관련된 시대 상황과 작가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붙인 다음 저의 감상과 현재 우리와 연관된 내용들을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야기 소설’의 경우, 이야기하듯 전체 줄거리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구성하였고, 중요한 본문의 번역과 해당 원문을 함께 배치하여 관심 있는 독자들이 흥미와 학습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영문학자인 저의 전공 분야를 중고등학생을 포함한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첫 저작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후에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영미희곡’ 등 시리즈로 이어가려고 한다. 특히,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영미소설’은 포항의 도서출판 득수에서 출판하게 되어 더욱 의미가 크다.-영문학자인 동시에 시인이기도 한데.△2018년 계간지 ‘푸른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시집 ‘새벽에 깨어’(2019), ‘들리나요’(2022), 전자 시집 ‘우리 생의 어느 때가 되면’(2021)을 발간했다. 37년 역사의 시 전문 월간지 ‘우리詩’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번역가와 극작가로서는 어떤 작업을 했나.△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2018), ‘종소리’(2021)를 번역했고, 19세기 미국 페미니스트 소설가인 케이트 쇼팽의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2019), ‘그녀의 편지’(2021)를 출간했다. 시론 비평서인 블리스 페리의 ‘시론’(2019) 외 다수의 이론서도 공역했다. 필자가 번역한 쇼팽의 단편 각색 작품이 공모전에 당선되어 2020년에 무대에 올린 바 있으며, 현재 쇼팽의 단편을 각색한 각본집을 집필 중이다.-우리 시 작품의 영역에 관심이 많다고 하는데.△3년 전부터 우리 시 작품을 영어로 번역하는 데 특히 집중하고 있다. 박인환 문학관의 의뢰로 박인환 시인의 선집을 번역한 ‘Park, In-Whan’s Poem Collection(2021)’과 임보 시인의 ‘산상문답’을 완역한 ‘Questions and Answers on the Mountain(2022)’이 있다. ‘우리詩’의 ‘권두영 역시’와 시 전문 포털인 ‘시인뉴스포엠’의 ‘여국현의 우리시를 영시로’라는 코너에 영역한 우리시를 정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번역한 60여 시인들의 영역시 100여 편을 상반기 중 출판하며, 개인적으로 의뢰받은 한 중견 시인의 시집도 2월 말까지 완역하기로 하고 작업 중이다. 우리시 영역(英譯)을 통해 우리시를 알리는 데 더 힘쓰고자 한다.-포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도 함께 말해 달라.△중학교 2학년 때 전학해와서 포철공고를 졸업한 후 포스코에서 7년 8개월 근무했다. 어려서부터 충청도, 전라도 등 여러 곳을 옮겨 다닌 터라 청춘을 보낸 포항이 내게 고향과도 같다. 1990년 ‘포항문학’ 10호에 신작시를 발표해 등단하면서 공식적인 시인의 이름을 얻었으며, 친가·처가는 물론 많은 선·후배들이 포항에 있다.2년 전부터는 환호동 포항시립미술관 앞에 있는 공방 시소에 머물며 서울과 포항을 주기적으로 오가며 작업 중이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시소에서 보낼 것 같다. 찰스 디킨스의 ‘벽난로 위의 귀뚜라미’와 쇼팽의 세 번째 작품집 역시 초벌 번역을 마치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출판할 계획이다.작년에 경북매일신문의 ‘원로들에게 듣는 포항의 근현대사 3’ 작업에 참여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포항에 관한 의미 있는 작업을 모색 중이다. /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4-01-09

클래식계 거장들 대구 무대 달군다

대구 달서구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전문 공연·전시장인 (재)달서문화재단 달서아트센터(관장 이성욱·DSAC)는 2024년 달서아트센터 프로그램 라인업을 최근 발표했다. 사라장 등 거장 예술가의 공연과 전시, ‘디즈니 인 콘서트’ 대구 첫 공연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은 센터는 새해 프로그램으로 국내외 최정상급 연주자들의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1월에 197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이자 ‘건반 위의 완벽주의자’라고 불리며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평가받는 ‘크리스티안 짐머만 피아노 리사이틀’이 펼쳐진다. 5월에는 미국 디즈니사 공식 라이선스 콘서트 ‘디즈니 인 콘서트’ 대구 첫 공연이 준비돼 있다. 이어서 9월에는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레이 첸 바이올린 리사이틀’이 열린다. 또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우승자와 2009년 코부르크 알렉산더 지라디 국제성악콩쿠르 우승자가 함께 출연하는 ‘소프라노 황수미 테너 김효종 듀오 리사이틀’이 개최된다.10월에는 2019년 차이콥스키 피아노 콩쿠르 우승 등으로 ‘리스트의 환생’이라고 평가받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피아노 리사이틀’이 계획돼 있고, 연말에는 매혹적인 최정상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무대에 올린다.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가족 공연 프로그램도 화려하다. 시민들의 시기별 문화예술 취향이 결합된 ‘DSAC 시즌 콘서트’는 3월에 ‘ADOY’, ‘SURL’ 등 국내 최고의 인디 밴드가 출연하는 ‘온 스테이지’와 팝스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사운드와 감각적인 무대 세트, 인기 클래식 연주자의 협연이 함께하는 신춘음악회 ‘Refresh’가 진행된다. 2021년 결성된 달서아트센터 후원회 ‘아모르 소사이어티’의 기부금으로 진행되는 송년음악회 ‘아모르 콘서트’가 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개최된다.지역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독창적인 달서아트센터 자체 제작 공연도 다수 선보인다. 달서구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인 ‘선사유적’을 주제로 노래와 타악 연주, 무용으로 스토리를 풀어낼 넌버벌 퍼포먼스 ‘선사시대’를 오는 8월쯤 선보일 계획이다. 그리고 아동문학가 고(故) 권정생의 마지막 동화이자 달서아트센터의 대표적인 자체 제작 어린이 공연인 그림자극 ‘랑랑별 때때롱’도 공연될 예정이다. 달서아트센터 전시장에서도 지구의 구조와 다양한 현상에서 영감을 얻은 세라믹 작품을 선보이는 미국의 ‘브래드 어반 테일러 초대전’과 국내 유수의 미술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다매체 작품으로 풀어보는 ‘주제전시’ 등 국내외 수준 높은 유명작가를 초대하는 기획전시가 열린다.이 밖에도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 기회를 제공한다.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미술 장르의 이해를 높이는 △‘5.5 아트데이’를 비롯해 △전문 오페라 브랜드 공연 ‘모차르트 베스트 컬렉션’ △예술 인문 특강 성악가 린다 박의 ‘드라마 같은 오페라의 세계’ △필획이 살아있는 붓글씨를 통해 본질적인 격렬함을 보여주는 ‘박세호 개인전’ △한국가곡 음악회 ‘2024 가곡 열전’ 등이 진행된다. 장르별 전문 예술 축제로는 △지역의 청년 연극인들이 꾸미는 ‘제4회 달서청년연극제’ △전문 국악 축제‘제4회 달서 국악’ 등을 선보인다.이성욱 DSAC 관장은 “2024년에는 개관 20주년을 기념하여 최정상급 공연·전시 개최를 비롯하여 지역 예술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협업 등 다양한 사업들이 준비되어 있다”면서 “새해에도 변함없이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문화예술의 진정한 가치와 소중함을 전달하는 달서아트센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2024-01-08

추위 녹이는데 그만… 좌식 생활의 맛 ‘온돌’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1월호가 발간됐다. 이번 호는 ‘뜨끈뜨끈 온돌의 맛’이라는 주제로 혹독한 겨울날, 우리의 선조들은 온돌을 통해 어떻게 추위를 녹였는지 살펴본다.김소라 경인교대 교수의 ‘구들을 덥히자 청계천이 범람했다’는 소빙기를 맞은 17세기 조선 시대, 왕의 침소까지 온돌이 깔리면서 달라지는 조선의 풍경을 생생하게 전해준다.박진기 연구원은 ‘조선 시대 ㅁ자집 온돌방의 확장과 건축 계획’이라는 글을 통해 한옥에 따뜻한 방 한 칸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자세히 전해준다. 옛 건축 장인들의 오랜 고민과 섬세한 설계 덕분에 경북 ㅁ자의 고택들이 오늘날까지도 주거공간으로 사용되며, 소중한 유산으로 남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서은경 작가의 웹툰 ‘독(獨)선생전’1화 ‘묵적(墨跡)만 못한 신세’는 쇄미록(024A0F尾錄)과 노상추일기(盧尙樞日記) 속 온돌 이야기를 웹툰으로 선보인다.이문영 작가의 소설 ‘백이와 목금’은 ‘목금’이와 ‘백이’ 두 소녀가 우리나라 전래의 여러 괴물과 신비한 존재들을 만나며 모험하는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는 구들에 사는 ‘불돌이’, 양수지조(陽燧之鳥)를 만난 두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다.이수진 작가의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오손도손이라는 환상’은 소리꾼 이자람의 판소리 ‘사천가’의 순덕을 통해 ‘평범’과 ‘착함’의 의미를 진지하게 담았다.‘오늘을 기록하며 삶의 온기를 전하는, 조성당(操省堂)’에서는 김택룡(1547~1627)의 당호이자 ‘항상 마음을 바로잡고 되돌아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조성당의 이야기를 전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1-08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 취임 “문화중심도시 만들 것”

포항문화재단이 3년여 간 공백이었던 대표이사를 새롭게 선임하고 법정문화 도시에 걸맞은 문화예술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포항문화재단은 8일 이상모사진 전 경북도 동해안정책자문관이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이사는 이날 포항문화재단 이사장인 이강덕 포항시장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포항문화재단을 대표해 재정과 사무를 총괄하며 지역 문화예술 진흥 및 발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시민 문화 향유 증진 등 문화예술 관련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다.이번에 새롭게 취임한 이상모 대표이사는 국회의원 보좌관 및 부의장수석비서관을 거쳐 동국대 인재교육원 교수와 (재)독도재단 대표이사, (사)도시전략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또한 경북도 동해안정책자문관으로 국비확보 자문 활동을 해온 해양문화 및 지역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이 대표이사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며 포항야구장 건설, 동빈내항 복원사업 등을 지원했으며, 특히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전환하는 상징적인 사업인 스틸아트페스티벌의 국비 예산 최초 확보를 지원해 철을 통한 지역에 특화된 예술 축제 자리매김에 큰 역할을 했다.이와 함께 국회부의장 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하며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 건립에 힘을 보탰으며, (사)도시전략연구소장을 역임하며 지난 2020년 포항역사문화 가이드북인 ‘공간·시간·인간’을 발행하기도 했다.아울러 도시전략연구소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포항시 도시재생 정책자문단 위원장, 흥해 특별도시재생현장센터장, 포항예총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의 기획에 참여한 바 있다.특히 이 대표는 정부 정책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문화 관련 역점 사업 추진 시 국비확보 등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이상모 대표이사는 “문화로 행복한, 문화로 자유로운, 문화로 잘사는 환동해 문화중심도시 포항을 만들어나가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1-08

“이번 겨울방학은 독서교실서 보람차게”

포항시립도서관(관장 도병술)은 겨울방학을 맞아 지역 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겨울 독서 교실을 운영한다.포은중앙도서관은 초등 3~5학년 15명을 대상으로 23일부터 26일까지 ‘공감, 마음으로 느끼는 그림책 속 세상’을 운영한다. 매일 점자책 등 다양한 도서를 함께 읽고 하브루타 질문, 만들기 체험 등을 경험하며 세상과 공감하는 법을 배운다.초등 2~3학년 15명을 대상으로는 9일부터 12일까지 ‘신나게 출발! 직업 탐험대!’를 운영한다. 4차 산업혁명, 우주,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과 관련된 책을 읽고 직업 체험 달력 꾸미기, 우주왕복선 만들기 등 다양한 직업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진다.또 초등 4~6학년 15명을 대상으로 16일부터 19일까지 ‘다 같이 둘러보자! 포항 역사 한 바퀴’를 운영한다. 포항의 문화재와 기념관, 지역 명소를 둘러보고, 한국사 관련 독서와 북아트 활동을 통해 창의력과 독서 능력을 높인다.대잠도서관은 초등 3학년 15명을 대상으로 9일부터 12일까지 ‘나를 만드는 첫걸음’을 운영한다. 매일 한 권의 주제 도서를 읽고 자개 거울 만들기, 목민심서 북아트 등 다양한 독후활동을 진행한다.영암도서관은 초등 3~5학년 15명을 대상으로 9일부터 12일까지 ‘어서와! 리더십은 처음이지?’를 운영한다. 이순신, 오바마 등 매일 한 명의 리더를 담은 책을 읽고 거북선 모형 만들기, 클레이 액자 만들기 등 다양한 독후활동을 통해 마인드 함양을 도우며 미래 인재를 양성한다.동해석곡도서관은 초등 1~6학년 10명을 대상으로 17일부터 19일까지 ‘실내스포츠 알팅고와 함께하는 보드게임’을 운영한다. 독서와 보드게임을 통해 팀워크와 협력을 익히고 토론을 진행하며 소통 능력을 키운다.구룡포도서관의 경우 초등 2~5학년 12명 정도를 대상으로 16일부터 19일까지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를 운영한다. 매일 한 권의 주제 도서를 통해 배려와 약속, 용기, 자기 존중을 배우고, 필통 만들기, 회전 연필꽂이 만들기 등의 독후활동을 진행한다.도병술 포항시립도서관장은 “각 도서관의 다양한 어린이 눈높이 독서교실은 알차게 마련됐다”고 말했다. 문의처: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http://phlib.pohang.go.kr/). /윤희정기자

2024-01-03

“존중·배려로 소통하는 21세기형 인재 육성”

임귀희 (사)한국인성예절교육원장“고전에서 우리 미래 청소년의 길을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에 인성예절교육원을 열어 실천해 온 지 햇수로 10년이 넘었습니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정직하며 책임감으로 소통하고 협동하는 21세기형 인재를 키우는 것이 우리 교육원의 궁극적 목표입니다.”(사)한국인성예절교육원은 2013년 4월, 2014년 6월 민간자격 ‘인성·예절지도사’ 자격 검증기관이 된 이래 민간자격 ‘전통문화체험지도사’ 자격 검증기관, 교육청 지정 특수분야 직무연수기관에 잇따라 선정되는 등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대구의 아양초를 비롯해 13개 교의 유치원·초중등학교의 한문 교실,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소화했고, 대구 남구청의 위탁사업으로 관내 초중등학교 4천990명 창의 인성 체험사업을 실행했다. 옻골전통체험장에서는 600여 개교 8만3천여 명, 도동서원·육신사·한천서원 350개교 2만9천400여 명, 2022년에는 초·중등학교 99개교 1만1천여 명이 각각 체험 행사를 거쳤다.이 모든 사업과 행사를 총지휘한 이가 바로 임귀희 (사)한국인성예절교육원장(70)이다. 2023년이 저무는 구랍 31일, 한해의 사업을 마감하고 2024년 사업을 준비하느라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어렵게 만났다.-교육의 내용과 사업의 규모가 엄청나고 중차대하다. 어떻게 이런 착안을 하게 됐나?△우리 예절은 우리의 고유문화다. 예절은 언어와 같은 것이다. 생활권에 따라 쓰이는 말이 다르듯이, 예절도 같은 생활권에서 행해지는 생활방식이다. 예절은 단지 형식이 아니라 바로 인격의 바로미터다. 요즘 부모 세대가 간과하는 예절을 가르치면 성정이 바르게 되고 인성이 올곧아진다. 그러면 저절로 성적도 올라간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 교육과 체험을 거친 학생들의 몸가짐이 달라지는 것을 십수 년째 확인하면서 나의 신념은 확신이 됐다.-예절지도사 자격증인 국가 공인 ‘실천예절지도사’와 ‘인성예절지도사’ 양성부터 한 이유는?△학생들을 가르치려면 교육사가 필요했다. 제도권 어디서도 이런 교육을 하지 않았다. 전통문화체험을 지도하는 체험장 강사가 되려면 (사)한국인성예절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생활 예절과 가정의례’ 강좌를 수료하고, ‘실천예절지도사’·‘인성예절지도사’ 자격시험에 응시하여 필기와 실기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전통 체험을 지도하는 예절지도사들은 대부분 경력단절 여성과 정년 퇴직자, 가정주부 등 유휴 인력들이다. 개개인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제2의 인생을 활기차고 보람있게 보낼 수 있고, 잊고 있던 자신을 찾아 다시 활동하는 게 기쁘다고 말한다.-서원에서 체험교육을 하는 까닭은?△원래 서원의 기능은 스승이나 선조의 제사를 지내는 제향의 기능과 학문을 갈고닦고 연구하는 기능인 강학의 기능 두 가지다. 그런데 현재 제향의 기능만 할 뿐 학교의 기능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안타까웠다. 서원을 관광지로만 아는 젊은 세대에게 굳게 닫힌 서원의 빗장을 풀고 깨워서 선조가 해 왔던 ‘공부’를 직접 맛보고 경험함으로써 가정에 돌아가서도 ‘강학’을 잊지 않고 실천하게 하고 싶었다. 2020년 도동서원과 육신사, 한천서원 외 대구 시내 향교와 서원 등에 전통 체험장을 개장했고 대구 교육청 지원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었다.-(사)범국민예의생활실천운동본부의 이사장도 맡고 있다.△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동방예의지국이었지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서양 문물의 유입과 산업사회 발전, 가족제도의 변화와 함께 의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고, 개인주의와 배금사상이 만연하여 하늘로부터 받은 인간 본성을 잃어버리고 이웃을 모른 채 사는 세상이 되었다. (사)범국민예의생활실천운동본부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것을 연구하여 새로운 것을 알다)’과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해 냄)의 정신으로 시대에 맞는 예의와 전통문화를 지키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하여 만들어졌다. 성균관 유도회 지부들과 전국 234개 향교와 함께 예절 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그동안 가장 보람된 일은?△제 석사논문이 ‘한국전통혼례의 예학적 탐구’이며 대구시 작은결혼식(전통혼례) 지정업체로써 2016년부터 전통혼례 작은결혼식 운동을 펼치며 2017년부터 매년 여성업(UP)엑스코 부스에서 다문화가족이나 북한이탈주민을 위해 무료 혼례식을 해주기도 한다. ‘사람답게’ 더불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건전한 시민 정신을 기르는 일은 문화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하고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시민들에게 예절을 가르치고 그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생활 속에 실천하는 많은 시민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만나면서 나 또한 기쁘고 행복하다.-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은.△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물질문명이 발달하는 급격한 사회의 변동 속에서 이기주의 확산, 가치관의 혼란 등으로 인한 전통적 윤리와 생활 예절의 부재로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윤리와 도덕, 효와 공경 등 시대를 막론하고 중요한 인본주의 정신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도록 전 국민운동으로 승화하는 데 여생을 바쳐 시민들이 행복한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1-03

연극 외길 김삼일 연출가의 ‘영남연극사’

포항시립극단 명예연출가인 김삼일(81) 연출가가 영남지역 연극의 역사를 총정리한 ‘영남연극사’(대경사·사진)를 펴냈다. 지역 연극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단행본 성격의 종합적 사료 정리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부산, 경남, 울산과 대구·경북의 위상이나 한국 내에서의 비중에 비해 영남 연극사에 관한 책은 국내에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대구·경북지역의 대표적 연출가로서 배우이기도 한 김 연출가는 평생을 연극인 외길을 걸어오며 지방 연극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 포항 연극사의 산증인으로서 여전히 ‘뜨거운 현역’으로 무대 위의 삶을 살고 있다. ‘사실주의 연극’을 표방하며 지역의 연극계를 지키며 맏형 노릇을 해온 그는 1963년 KBS포항방송국 성우 1기로 입사해 연극에 입문했다. 이후 1965년 포항 극단 은하를 창단한 뒤 포항시립연극단 연출자(1983 ~2012년), 경산시립극단 객원 연출, 대경대 교수 등으로 활동했다. 연극 인생 60년 동안 200여 편의 연극에 출연하고 연출을 해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이해랑연극상, 홍해성연극상,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등을 수상했다.특히 지난 2014년 ‘포항연극 100년사’를 펴내는 등 그동안 영남지역 연극사를 기록하려는 의지가 컸던 그는 이번 작업에 ‘영남 연극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찾는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연극사에는 3·1운동 전·후의 연극, 경상남도의 해방·6·25 이후의 연극, 부산·울산 연극, 경상북도 연극사, 1960년대 대구 연극, 포항·경주 연극의 발자취, 포항·경주 연극의 역사가 실려 있다.특히 일찍부터 한국연극사를 수놓은 현철(1891∼1965), 유치진, 홍주식, 이광래, 이응호, 이병복, 여석기 등 영남지역 출신의 기라성 같은 연극인들의 자료를 찾아 정리함으로써 한국연극사 정립에도 크게 기여하게 됐다는 평가다.연극평론가 유민영 단국대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지역을 망라한 지역 연극사는 극히 드물었던 실정이다. 특히 ‘영남연극사’는 처음 발간된 것으로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고 일찍부터 한국연극사를 수놓은 여러 명의 빼어난 인물들이 태어나 자란 유명 연극인들을 많이 배출한 고장으로 영남연극사의 정리야말로 한국 연극사 정립에 적잖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김 연출가는 향후 2, 3편에서 지역 극단별 활동 내역, 시대별 주요 이슈 등을 조사해 1편에서 빠지고 누락된 자료를 정리할 계획이다.김삼일 연출가는 “올해로 한국 연극 115년, 1908년 서울에서 일본 유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공연된 ‘은세계’를 시작으로 우리의 연극은 예술보다는 운동의 수단이었다. 우리 연극은 그야말로 근현대사의 축소판이랄 수 있다. 포항을 중심으로 경북, 대구에서 연극 인생을 살아온 지 60년, 대구·경북을 넘어 경남연극 등 영남지역 태동과 발전의 역사를 정리한 이 책이 무엇보다 선후배 예술인들의 자부심과 창작 의욕을 높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1-02

모두를 위한 청와대 ‘활짝’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와대에서 2024년 새해를 뜻깊게 맞이할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한 청와대’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모두를 위한 청와대’ 문화프로그램은 춘추관에서 1월 매주 목·금요일,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강의, 체험 행사 등으로 만나볼 수 있다.‘새해맞이 차 한잔, 덕담 나누기’ 행사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90분간 열린다. 행사를 통해 우리 차 문화에 담긴 배려의 정신을 배우고, 참여자가 손님과 주인의 역할을 번갈아 해보며 차와 다식을 즐길 수 있다. 내·외국인 모두 참여할 수 있으며, 보호자를 동반한 어린이도 참가할 수 있다.매주 금요일 오후 2시와 4시에는 ‘청와대 관물도’ 프로그램이 각 90분간 진행된다. 문체부는 폐쇄 공간에서 개방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청와대의 구석구석을 관찰하고 그 경험을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인문학 강의와 체험 행사를 기획했다. ‘장소’와 ‘기억’, ‘풍경’, ‘사물’이라는 4개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고 김세훈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이재원 도시건축정류소장 등이 매주 관람객과 만난다. 카드 키트를 활용해 청와대에서 보고 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모으고, 참여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그림지도 만들기’ 체험 행사도 이어진다.청와대관리활용추진단 유병채 단장은 “청와대는 2024년 새해를 맞이해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마련했다. 청와대 삶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듣고, 읽고, 경험하는 이번 행사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고, 우리 시대의 문화유산인 청와대를 더욱 넓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이번 행사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예약 안내는 청와대 누리집(https://www.opencheongwada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약 취소로 공석이 발생하면 현장에서도 바로 참여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1-02

“김천 수도암 신라 김생비는 비로자나불 조성기”

수도산(해발 1천317m) 정상 아래 해발 1천m 지점에 위치한 수도암은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김천 직지사 말사인 청암사 부속 암자다. 하지만, 한때는 위세를 떨친 산중 사찰로, 그때의 영광은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과 동·서 삼층석탑을 비롯한 많은 성보문화재가 증언한다.남쪽 너머로 가야산 주봉 상왕봉(해발 1천430m)이 바라보이는 이곳에 ‘창주도선국사(刱主道詵國師)’라는 6글자를 큼지막하게 새긴 대강 사각형 기둥 가까운 석주 하나가 서 있다. ‘이 절을 개창한 사람은 도선국사다’ 이런 뜻이다.그런데 이 돌이 본래는 적지 않은 글자를 빼곡히 새긴 신라시대 비석이었다는 사실이 지난 2016년 11월 중순 무렵, 보존 처리를 맡았던 김선덕 서진문화유산 소장에 의해 드러나게 된다. 글자 흔적을 확인한 김 소장이 그 내용을 당시 위덕대 박홍국 박물관장(현재 위덕대 명예교수)에게 제보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여러 차례 단독 혹은 여러 전문가와 현장 조사와 탁본 조사를 거친 박 관장은 본래 이 비석에는 190자 정도가 새겨졌음을 밝혀낸다. ‘창주도선국사’라는 글자를 새기는 과정에서, 그리고 장구한 세월이 흐르면서 글자가 지워지거나 판독 불명으로 빠졌지만 ‘毗盧遮那佛(비로자나불)’, ‘元和三年(원화3년)’, ‘金生書(김생서)’와 같은 구절을 확인해 공개했다.김천시와 수도암, 서진문화유산이 최근 김천시립도서관에서 개최한 ‘2023년 김천 수도암 신라비 학술회의’는 한국 고대 금석문으로서는 이 비석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집중 탐구한 자리였다.먼저 김정원 불교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이 수도암의 역사와 불교 문화재 현황을 짚었다. 그다음, 신라비 공식 보고자인 박홍국 위덕대 명예교수가 이 신라비 조사 과정과 그것이 김생의 필적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발표를 했고, 박남수 동국대 선임연구원이 이 비석 건립의 배경 탐구 결과를 설명했다.가장 주목할 발표는 기존 판독을 보완하고 새로운 글자를 보강한 내용을 토대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박남수 연구원의 연구 성과였다. 그는 탁본과 정밀 사진 촬영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전에 보고한 ‘비로자나불(毗盧遮那佛)’, ‘원화3년무자3월(元和三年戊子三月)’, 김생서(金生書)와 같은 구절에 더해 ‘진적(眞蹟)’이라는 글자를 비롯해 ‘불흥산(佛興山)’, ‘죽산(竹山)’, ‘밀연감□□(密演甘□□)’, ‘항중방당(斻中方啺)’, ‘고김□충(考金□冲)’, ‘금88푼(金八十八分)’, ‘임인개기(壬寅開基)’ 등의 글자를 새로 판독했다고 공개했다. 이를 토대로 그는 이 비석이 기록한 내용은 대체로 “본 수도암이 있는 불흥산(수도산의 옛 이름)에 비로자나불이 나투는 진적이 있었고, 여기에 두 명의 큰 스님이 불법을 강설하다 죽산에서 중국으로 떠났다가 되돌아왔다. 이에 고 김□충을 위해 금 88푼을 기부하여 비로자나불상을 조영하였는데, 본 사찰은 임인년(762)에 개창하였고, 원화 8년(808)에 비로자나불을 만들었다. 이러한 연기와 사적을 김생의 글씨로 본 비명을 새겼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나아가 762년에 개창한 수도암 석조비로자나불 조상을 만들도록 돈을 댄 사람은 금 88푼을 기부할 정도로 재력을 갖춘 김씨 성의 진골 귀족으로 인정되며, 불흥산에서의 비로자나불 출현이라는 진적에 힘입어 수도암을 돌아가신 아버지 김□충(考金□冲)이 모시는 원찰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박홍국 명예교수는 2019년 발표를 보강하는 관점에서 시종 이 비석이 신라 명필 김생(711∼?) 친필임을 주장하는 논거를 보강하고자 했다. 이를 증명하고자 기존에 김생 친필이라 알려진 금석문들을 비교하고, 나아가 그의 글씨를 집자(集字)했다는 자료들도 분석했다.박 명예교수의 발표에서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 비석을 원화 8년(808)에 김생이 직접 쓴 비석이라 했을 때, 삼국사기에서 말하는 김생 출생연대 711년과 어떻게 합치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이 수도암의 신라비를 세울 때 김생은 백수에 가깝게 된다.이때까지 김생이 살아있을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백수 노인이 글씨를 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 박 명예교수는 삼국사기가 말하는 김생 출생연대는 믿을 수 없고, 그의 출생연대는 그보다 뒷 시기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서 종합토론에서 여러 의견이 오갔다. 미술사 관점에서 수도암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도 주요 논점이었다. 절에 남은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과 삼층석탑을 비롯한 여러 성보문화재를 탐구한 김정원 연구원은 수도암 역사를 조망할 때 가야산 해인사와의 관계 설정이 특히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간단히 말해 가야산 해인사 문화권이라는 관점에서 수도암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발표들을 토대로 좌장을 맡은 김창겸 김천대 특임교수가 진행한 종합토론에는 박방룡 전 국립공주·부여박물관장, 이완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황이연 박사, 김태식 국토문화재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여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김선덕 서진문화유산소장은 “김천시에서는 이처럼 중요한 수도암 신라비에 대한 정밀 조사와 분석을 거친 후에 경상북도 문화유산 지정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번 학술회의를 계기로 김천지역 내 더 많은 다양한 문화유산을 발굴 보존하고, 나아가 주민들과 함께 소중한 역사교육과 문화관광자료로 활용할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2-28

지역 클래식 음악계에 꼭 필요한 아티스트

박현주 피아니스트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처음 연주하는 작품을 마주할 때면 유명한 곡을 연주하는 것보다 더 설렌다고 할까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나 처음 연주하는 작품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예상치 못한 감정과 인상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처음 연주하면 작품에 관한 연구와 탐구를 통해 음악의 역사나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나만의 해석을 찾는 과정이 흥미로워요”지난달 30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열린 박현주(41)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연주회 ‘세 번째 산책(Promenade III)’에는 낯선 작품이 있었다.2019년 미국에서 귀국 후, 2020년 Promenade I 독주회를 통해 박현주라는 피아니스트를 지역사회에 알리기 시작했다. 2022년 Promenade II에서는 브람스 서거 125주년을 기념해 특별한 연주를 선보였다. 브람스의 첫사랑이었던 클라라 슈만과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하며, 브람스의 감미로운 음악을 지역사회에 소개해 전 세계적인 기운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기여했다. 다양성이 부족한 지역 클래식 음악계에 그는 꼭 필요한 아티스트임이 분명하다.-‘세 번째 산책(Promenade III)’ 연주회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관람객들의 반응은 매우 다양하고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죠지크롬의 ‘대우주’ 중 ‘천체의 역학’ ‘증폭된 피아노를 위한 우주의 춤들’, 그리고 드뷔시의 ‘바다’ 그리고 앙코르 곡으로 드뷔시의 ‘달빛’이 연주되었다. 포항 도시의 특징인 철강과 해양을 표현한 이번 음악회에서 특히 음악적으로 새로움을 시도한 죠지크롬의 ‘대우주’ 곡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이 주목받았다. 피아노를 통해 죠지크롬의 곡에서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의 오묘한 느낌을 전달한 부분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 같다. 관람객 중 일부는 자신의 인식의 방향성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언급한 분도 계시는데, 예술적 영감과 깊은 생각을 주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해서 기쁘다.-김주영 사진작가의 바다 사진 작품을 배경으로 무대를 꾸몄다. 평소에도 사진 작품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그렇다. 사진을 통해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아름다운 예술의 형태다. 음악은 연속적으로 전개되는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는 반면에 사진은 한 프레임 안에서 순간의 감동과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어서 특별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회에서 김주영 작가님의 작품이 음악적 흐름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바다 도시인 포항에서의 찰나를 공유함으로써 포항지역 관객들에게 더 특별한 경험이 되었기를 바란다.-새로운 공연 형태와 작품을 즐기는 것 같다. 이번 연주도 낯선 무대와 작품이 포함돼 있다.△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처음 연주하는 작품을 마주할 때면 유명한 곡을 연주하는 것보다 더 설렌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나 처음 연주하는 작품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예상치 못한 감정과 인상을 전달할 수 있다. 또 새로운 음악적 세계를 탐험하고 배울 수 있으며 해석의 여지가 더 많아지고 연주자는 스스로의 감정과 경험을 작품에 담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그동안 Promenade 공연을 통해 다양한 협업 무대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협업이 박 피아니스트의 음악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지?△포항에 연고가 없는 나로서는 이런 연주 기회가 너무나 소중하다. 나를 알릴 기회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음악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기도 하다. 나를 모르는 이곳에서 직접 기회를 만들고 확장해가는 이 여정이 재미있다. 다양한 음악적 경험과 색채를 습득하며, 협업을 통해 상호간의 영감을 주고받는 것은 예술가로서의 큰 행운이다. -클래식은 지루하고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클래식의 매력은 무엇인가.△다양한 시대와 문화에서 탄생한 수많은 작품은 각자의 독특한 특징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심오한 깊이와 아름다운 선율, 복잡한 조성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 있어, 듣는 이에게 귀한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클래식 음악은 각 시대의 문화, 역사, 예술적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메시지는 듣는 이에게 다양한 영감을 준다.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즐길 때는 오히려 그 다양성과 복잡성이 흥미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클래식 음악을 고전이라 한다. 고전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문학, 예술, 음악, 철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고전의 역할은 현대사회에 계속해서 영감을 제공하며, 그 지식과 가치는 오랜 세월을 거치더라도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고전 음악 또한 음악의 역사와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과 같은 거장들의 작품은 음악의 기초를 형성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그들의 활동으로 인해 음악의 형식과 규칙이 정립되었고, 이는 현대 음악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고전은 우리의 문화유산이자 예술, 인간학, 역사, 도덕, 창의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깊은 이해와 창의성를 제공하여, 현대사회에 필요한 통찰력과 가치를 전달하기 때문에 우리는 고전을 중요시해야 한다.-마지막으로 피아니스트로서 꿈꾸는 앞으로의 방향은 무엇인지.△마지막 질문에 나는 언제나 비슷한 대답을 하곤 한다. 피아니스트라는 타이틀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게 다가오는데, 아마도 내가 맡은 다양한 역할로 인해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나는 항상 그 역할들에 따른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내가 가진 것을 잘 나누어 주며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2-25

‘부커상 최종후보’ 정보라 작가 포항서 북토크

‘언니네 책다방’ 홍보 이미지.2022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후보에 이어 한국인 최초로 2023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던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가 포항에서 북토크를 열 예정이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포항 문학전문서점 책방 수북(포항 북구 장량로 174번길 6-15)은 오는 21일 오후 7시 정보라 작가 초청 북토크 행사 ‘언니네 책다방’을 갖는다.이번 행사는 정보라 작가가 최근 펴낸 장편소설 ‘고통에 관하여’(다산북스)를 쓰게 된 배경과 이 작품을 통해 독자와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신랄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고통에 관하여’는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고통’이란 주제에 관해 탐색하는 소설이다. SF(과학소설) 스릴러란 틀 안에 고통의 실체를 추적하는 작가의 내밀한 해부와 탐구가 담겨있다. 서늘한 문체로 호러와 환상 문학에 천착했던 작가가 처음 집필한 스릴러란 점에서 ‘정보라 월드’의 변곡점에 있는 소설이다.포항에 거주하고 있는 정보라 작가는 ‘저주토끼’로 2022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죽은 자의 꿈’, ‘붉은 칼’, ‘그녀를 만나다’,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등을 발표하며 장르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한편 ‘언니네 책다방’은 2019년부터 매달 포항 지역의 작가를 초청해 지역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을 응원하며 지역민들의 문학 향유 기회와 문화의 폭을 넓히고자 지속해서 오프라인 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책방 수북으로 자리를 옮겨 도서출판 득수와 함께 시민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책방 수북(010-7675-1490)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사전 접수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2-19

포항시 북구 거점도서관 명칭 ‘포은흥해도서관’으로

포항시가 북구 지역 거점도서관 명칭으로 ‘포은흥해도서관’을 선정했다.포항시는 지난 13일 포은중앙도서관에서 도서관 명칭선정위원회를 열고 북구 지역 거점도서관 명칭으로 ‘포은흥해도서관’을 선정했다.당선작으로 선정된 ‘포은흥해도서관’은 지역명 ‘흥해’에 포항 대표 인물인 정몽주 선생의 호 ‘포은’을 함께 넣어 흥해뿐만 아니라 포항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 있는 명칭이다.포항시 도서관의 주축이 되는 포은중앙도서관, 남구 거점형 포은오천도서관과 함께 북구 거점형 도서관을 나타내는 통일성 있는 명칭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종 명칭으로 선정됐다.도서관 명칭 공모는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8일까지 포항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해 총 101건의 응모작이 접수됐다. 흥해읍 지역단체·주민과 역사·문화 등 분야별 관계자 12명으로 구성된 명칭선정위원회를 통해 포은흥해도서관이 당선됐으며, 우수작으로는 ‘흥해한마음도서관’, ‘흥해미질부도서관’을 선정했다.김세원 포항시립도서관장은 “명칭 공모에 참여해 주신 포항 시민분들께 감사드리고, 포은흥해도서관이 북구 거점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한편 포은흥해도서관은 부지 5천687㎡, 연 면적 1만1천424㎡,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음악 특성화도서관으로, 내년 하반기 개관할 예정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2-18

“사진은 감동과 메시지 그 이상의 매력”

황정희 사진작가“인도인의 정신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로서 그들이 갖고 있는 초월적인 삶까지 만날 수 있었죠. 종교 이상의 의미를 지닌 힌두교와 힌두교 사상에서 비롯된 카스트 제도 등 인도인들의 정신세계에 따른 그들의 여유로운 삶은 정말 매력이 넘쳤습니다.”황정희 작가(53)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1999년부터 장애아동 특수교육 실무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2002년 사진에 입문해 전통시장을 시작으로 순수한 영혼의 땅 라오스, 힌두교의 성지 인도인들의 삶을 앵글에 담아오고 있다.오는 26일부터 내년 1월 26일까지 호텔 영일대 갤러리 웰에서 두 번째 개인전 ‘멈추어 인도를 바라보다’전 개최를 앞둔 황 작가를 지난 17일 만났다.-이달 계획 중인 개인전을 소개해 달라.△첫 개인전 라오스 사진전에 이어 이번 두 번째 개인전은 인도 사진전이다. 인도 북부지방을 중심으로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로 힌두교의 성지 바라나시, 조드푸르, 자이푸르, 인도의 수도 델리 등 북인도인들의 삶과 음식 그리고 문화와 종교를 체험하고 그들의 소박한 일상 등을 담았다. 이번 작업과 전시를 통해 내 삶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고 관람하는 분들이 다른 환경에서의 다른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으면 한다.-두 번째인 이번 개인전이 인도 사진전인데 작가는 여행사진가라고 불러도 되는가?△스스로 편향된 장르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나의 사진은 타지의 환경이나 그 속에서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타인의 삶을 느끼고 그 감정을 기록한 것들이다. 다큐멘터리 사진 또는 기록사진은 객관성과 사실성이 담보된 역사적 사건이나 시대상을 통해 시대적 공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현대 사진에서 다큐멘터리 또한 작가의 주관적이고 편향된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여행사진가이며 더불어 다큐멘터리사진가이길 스스로 지향한다.-첫 개인전인 라오스 사진전을 소개한다면.△2013년부터 2018년까지 라오스를 여행하며 느낀 감정을 기록하고 표현한 사진전이었다. 라오스 여행은 평상시 내가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졌던 인간의 본성과 사회성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전시를 통해 그것을 풀어낼 수 있어서 행복했었다. 첫 개인전 준비 중 라오스 남부 세피안 세남노이댐 붕괴사고로 많은 이재민과 실종자가 발생하는 큰 사고가 일어났었다. 인연이 깊었던 관계로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개인전을 마치고 전시 수익금과 성금을 주한 라오스 대사관에 전달하고 마음으로나마 그들을 응원했던 기억이 있다.-지난 사진 발표 중 기억에 남는 전시는?△‘포항산책2019·어머니’ 전에 참여했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어머니와 평상시보다 대화를 훨씬 많이 했다. ‘사진 작업은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더 큰 의미가 생긴다’는 말을 실감하는 때였다. 어머니를 더 많이 더 깊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어머니가 100일 전 세상을 떠나셨다. 이별을 준비할 틈도 없이 떠나신 어머니의 흔적은 그 당시 촬영했던 그 모습으로 영원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사진을 하게 된 동기는.△다른 여성 사진작가들처럼 시작은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였다. 포항여성문화회관에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고, 꽃 사진·풍경 사진 등 누구나 좋아하는 소재를 촬영하면서 사진을 배웠다. 그 후 가족이나 이웃 등 주변 사람들로 포커스가 옮겨졌고 사람과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를 통해 나와 인간의 본질을 투영해 보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사진을 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현대사회에서의 사진은 우리 일상 깊이 들어와 있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카메라는 필수품이고 사진은 힘 있는 소통의 수단이 되어있다. 나아가 예술로서의 감동과 메시지 그리고 그 이상의 무엇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 사진은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이면서 짧은 순간에 보고 느끼기에 부족했던 부분들이나 유효기간이 짧은 감정들을 카메라라는 나의 또 다른 시선으로 담을 수 있어서 좋다.-황 작가가 지향하는 사진 작업은?△나의 사진 작업은 여행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이루어질 듯하다. 머나먼 타국이거나 가까운 이웃 동네이거나 항상 내 시점은 여행자의 시점이 될 것 같다. 대상과 깊은 조우도 좋고 기묘한 현상을 만나기 위한 오랜 기다림도 좋겠지만, 나는 스치는 인연도 소중히 여기며 그 순간의 느낌조차 담아내는 사진가이고 싶다. 때론 좀 더 가까이 가고 때론 스쳐 지나기도 하는 여행자의 시점으로 주변의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앞으로의 계획은?△이번 두 번째 개인전인 인도 북부지역의 작업이 일단락되면 인도의 중부와 남부 지역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 멀리 있는 계획으로는 인도 델리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의 전시도 꿈꾸고 있다. 나는 카메라를 든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여행하는 인간)로서 오늘도 내일도 길을 걷고 느끼고 담고 싶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