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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0세 건강 비결… 삶 소중히, 사랑 실천하라

“최선의 건강은 최고의 수양과 인격의 산물.”‘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올해 102세가 됐다. ‘100세 시대’라고들 하지만, 실제로 100세를 넘긴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02세의 나이에도 강연과 책으로 ‘사랑하며 사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김 명예교수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김 교수의 주치의인 한의사 박진호 씨가 김형석 교수의 백세 건강비결을 들여다본 ‘한의학 박사가 본 김형석 교수의 백세 건강’(비전과리더십)을 출간했다. 저자는 김 교수와 오래 교제하고 진료하면서 유달리 허약한 체질을 타고났던 김 교수가 어떻게 장수를 누리고 있는지 비결을 연구해 보고자 했다.책은 동양철학과 한의학을 씨줄로 삼고, 김 교수의 기독교적 인생관을 날줄로 엮어 아주 특별한 그림으로 완성했다. 인격을 갖춘 인간이 되기를 추구하며 실천하는 사람이 결국 아름다운 건강 100세를 이룰 수 있다는 게 결론이다.저자는 김 교수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웃과 사회에 사랑과 행복을 전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 원동력이 바로 건강이라는 것이다.김 교수의 생활습관과 그간 펴낸 책, 상담 등의 내용을 살피는 과정을 거쳐 이 책을 4년 만에 완성했다는 저자는 한의학자로서의 연구 결과와의 공통점에 주목했다. 그것은 바로 신체적인 건강 못지않게 소중한 것은 정신적 건강이며, 이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고 육성케 하는 것이 인격 또는 인간적 삶의 가치, 즉 인생관이라는 것이다.김 교수의 평상시 모습을 보면 건강 비결로 꼽을 수 있는 습관이 적지 않다.심호흡과 명상(기도), 규칙적 생활과 수영, 일을 사랑하는 자세와 긍정적 사고, 사색과 고른 식사 등이다. 선한 목표와 성실함, 봉사 정신도 뺄 수 없다. 저자는 이런 요소를 살펴보다가 이들을 아우르는 한 단어를 발견했다.바로 ‘참사랑’이다. 한의학으로 보면 음양의 조화, 건강한 상태로의 기순환 수승화강(水升火降)의 상태라 볼 수 있다는 것. 즉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을 실천하려 한 김 교수 건강은 결국 ‘참사랑의 선물’인 셈이다.저자가 김 교수의 건강 비결로 꼽은 6가지는 다음과 같다.1. 즐겁게 일한다. 2. 생활이 규칙적이고 웃을 때는 활짝 웃는다. 3. 식사할 때 골고루 천천히 먹는다. 4. 책 읽기와 운동을 즐기고 외국어 구사력도 탁월하다. 5. 낮잠을 자며 일기를 쓴다. 6. 기회 되면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2-04

박완서 10주기… 그리운 목소리를 다시 만난다

‘한국 문학의 어머니’로 불리는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10주기를 맞아 9권짜리 산문집 ‘박완서 산문집’세트(문학동네)가 나왔다.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살고자 했던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비롯해 세상과 소설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이 촘촘히 포진돼 있다.산문은 소설과 달리 양식적인 기교에 휘둘리지 않고 작가의 심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기 쉽다. 이런 점에서 한 작가의 산문들을 시기별로 구획해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일은 그 작가의 정신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1977년 평민사에서 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시작으로 박완서 작가는 꾸준히 산문집을 출간했다. 각각의 책에는 그의 작품 이면에 숨겨진 인간 박완서의 삶과 어머니이자 아내, 중산층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선,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과 즐거움이 오롯이 담겨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소설과는 또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한다.문학동네에서 펴낸 박완서 산문집은 1977년 출간된 첫 산문집을 시작으로 1998년에 출간된 ‘어른 노릇 사람 노릇’에 수록된 작품까지 모두 465편의 산문을 엮었다. 초판 당시의 원본을 바탕으로 중복되는 글을 추리고 재편집했다. 박완서 작가의 맏딸 호원숙 작가가 출간 과정을 함께했으며, 각각의 표지를 장식하는 이미지들은 이병률 시인과 박완서 작가의 손녀 김지상씨가 사진으로 찍은 박완서 작가의 유품이다.1931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광복과 한국전쟁, 남북분단, 4·19, IMF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격랑을 몸소 견뎌낸 박완서 작가는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문단에 데뷔해 2011년 영면에 들기까지 40여 년간 수많은 걸작들을 남겼다.“삶의 길목마다 사는 맛이 마련돼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라고 작가는 산문 ‘한 길 사람 속”에 썼다. 전 지구적 팬데믹 상황 아래에서 다시 읽는 그의 문장은 한층 더 울컥한 마음이 들게 한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냉철하게 우리를 보듬던 그의 부재가 새삼 더 크게 느껴지는 시기인 한편으로 작가는 우리의 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그 사랑이 영원할 것임을 예감하게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1-28

25년간 세계 곳곳서 만난 예술 기행

‘예술과 풍경’(을유문화사)은 영국 미술비평가 마틴 게이퍼드(69)의 예술 기행서다. 게이퍼드는 영국 주간지 스펙테이터에 기고하는 저명한 평론가로, ‘내가, 그림이 되다’ ‘다시, 그림이다’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등 명저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책에서는 25년간 세계 곳곳을 누빈 예술 여행이자 순례를 통한 경험을 전한다. 까다로운 용어나 난해한 미술사를 설명하는 비평서가 아니라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솔직한 감정을 담아 에세이처럼 풀어냈다.선사 시대 동굴 벽화부터 이탈리아 르네상스, 추상 표현주의를 거쳐 행위 예술, 설치 미술까지. 그리고 자신이 직접 보고 만난 미술 작품과 예술가들을 알려준다.저자는 미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슬로 루킹(slow looking·느리게 보기)’이 중요한데, 이는 작품 앞에서 가장 잘 이뤄진다고 주장한다.아는 만큼 보이는 게 아니라 ‘발품 판 만큼’ 보인다는 것. “예술 작품을 정확히 감상하려면 거의 항상 돌아다녀야 한다. 단순히 집에 앉아서 이미지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는 작품에 담긴 방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 가상의 경험이 아닌 실제 경험, 즉 실제 작품을 감상하고 실제 사람과 만나는 것이야 말로 가장 깊고 풍요로운 경험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1-28

이어령의 80년 인생은 어땠을까?

신간 ‘이어령, 80년 생각’(위즈덤하우스)은 한국의 지성을 대표하는 이어령 교수(이화여대 명예 석좌)와의 100시간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저자 김민희는 이 교수의 마지막 제자이자 인터뷰 매거진 ‘톱클래스’ 편집장인 인터뷰 전문 기자다. 그는 이 교수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여에 걸쳐 나눈 100시간이 넘는 대화를 정리했다.책에는 무엇보다 이 책이 자신에 대한 ‘용비어천가’나 ‘회고록’이 아닌 “나로서, 나처럼 생각하는 힘”을 담아내야 한다는 이 교수의 진심에 ‘철저한 고증’과 ‘자기를 내세우지 않은 문체’로 책을 엮은 작가의 응답이 담겼다.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어령이라는 한 사람이 어떻게 창조적 생각의 지도를 그려왔는지, 그만의 지도를 그리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책 속에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채우지 말고 비워라’‘오래된 정원에서 새로운 생각이 꽃핀다’‘글로컬리즘, 극과 극을 끌어안아 결합시켜라’‘관료주의는 창조의 적이다’‘창조적 상상력은 생활의 밑바닥에서부터 우러나온다’‘위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진짜 창조다’‘모두가 안 된다고 하는 걸 되게 하라’ 등 이 교수의 22개 지적 탐험이 3장에 걸쳐 펼쳐져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1-28

“창의성 계발하려면 인문학·과학 섞여야”

에드워드 윌슨(92) 하버드대 명예교수의 신간 ‘창의성의 기원: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사이언스북스)이 나왔다. 윌슨은 통섭(通攝·consilience), 바이오필리아(biophilia·생명 사랑) 등의 개념을 만들어 낸 저명한 학자다.사회성 동물학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섬 생물 지리학,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이기도 한 윌슨은 ‘창의성의 기원’에서 “생물학의 그 어떤 것도 진화의 관점에서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유전학자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의 말도 “과학과 인문학의 그 어떤 것도 진화의 관점에서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로 대담하게 확장의 필요성을 역설한다.창의성에 대한 연구는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18세기 후반 천재성에서 분리되기 시작한 이 개념은 195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연구됐고, 지금은 보통 ‘새롭고 적절한 일을 할 수 있는 특성 또는 능력’으로 정의된다.윌슨은 인간의 창의성을 키메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이한 짐승)적인 특성으로 파악한다. ‘수십만 년 전에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된 뇌와 신체, 구석기 시대에 만들어진 감정, 중세에 형성된 관습, 명확한 의미도 목적의식도 없이 신 같은 능력을 휘두르는 기술’을 모두 갖춘 존재가 현재 인간의 모습이자 인간 창의성의 기원’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창의성을 계발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인문학과 과학이 섞여야 한다는 게 윌슨의 강조점이다. “과학과 인문학은 창의성을 낳는 동일한 뇌 과정에서 기원한 것”이고, “통일된 과학과 인문학”의 조합만이 “인간 지성의 잠재적인 토대”라는 것이다. 우리 인류는 창의성 덕분에 과학을 토대로 한 첨단 기술 문명까지 이뤄냈다.윌슨에 따르면, 우리가 어디로든 선택한 곳으로 가고자 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게 과학이다. 그리고 이 과학이 무엇을 만들어 내든 그것을 가지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건 인문학이다.따라서 과학이 밝혀낸 사실들을 받아들이고 토대로 삼을수록 인문학도, 창의성도 범위가 넓어진다. 인문학과 과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자기 이해’이기 때문이다.‘창의성의 기원’ 194쪽. /(주)사이언스북스 제공“사람들이 흔히 믿고 있는 것과 정반대로, 인문학은 과학과 별개가 아니다. 현실 세계나 인간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과정 어디에서도 둘을 가르는 근본적 틈새 따위는 없다.”“과학이 인문학의 토대가 된다면, 인문학의 범위가 더 넓어진다. 과학적 관찰이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현상을 다루지만, 인문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무한한 많은 환상 세계까지 다룬다.”저자는 이처럼 과학과 인문학이 균형 있게 하나가 될 때 새로운 계몽 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과학이 사실적 지식을 제시한다면 그 지식이 가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인문학이어서다. 과학과 인문학이 더 깊이 융합할 때 두 분야가 상승효과를 보게 되고 창의성 계발 역시 새롭게 이뤄지게 된다.이 책은 창작 예술에 대한 저자의 찬양으로 가득 찬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사랑했고 본인이 나비학자이기도 했던 나보코프 등의 소설, 인간 감정의 토대를 이루는 이야기와 인물의 ‘원형’을 보여주는 위대한 영화들, 사냥꾼의 황홀경과 생물학자의 탐구 정신을 융합하는 자연 저술 장르의 논픽션들, 인간의 감각 경험을 확대하는 미학적 놀라움을 담은 회화 작품들이 윌슨의 비평이 곁들여 소개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1-21

한일간 힘의 역전현상… 근본 원인을 파헤치다

일본 전문가로 꼽히는 이명찬 전 동북아역사재단연구위원이 쓴 ‘일본인들이 증언하는 한일 역전’(서울셀렉션)은 일본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일본이 한국보다 뒤쳐지는 이유를 설명한 책이다. 일본의 경제 쇠퇴, 민주주의 후퇴 뒤엔 패전을 인정하지 않는 책임 회피적 사고가 근본 문제란 지적이다.10여 년간 일본에서 유학하며 게이오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12년을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한일 관계를 연구한 저자는 양국 간 힘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한다. ‘국뽕(국가에 대한 자부심에 도취돼 있는 상태)’ 섞인 주장이 아닌, 일본인들의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한일간 ‘갑·을’관계가 뒤집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그리고 최근 두드러진 한일 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와 혐한 역시 ‘한일역전’ 현상이 일어난데 따른 결과임을 밝히고, 한일갈등을 해소할 궁극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책은 일본이 한국에 추월당한 근본 원인을 일본의 정치·사회·문화적 후진성에서 찾는다. 먼저 시라이 사토시(白井聰) 교토 세이카대 교수가 쓴 ‘영속패전론(永續敗戰論)’을 소개한다. 일본이 패전을 종전으로 속여왔기 때문에 패전을 가져온 체제가 지속된다는 게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일본은 ‘패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차별한다’는 것이 ‘혐한(嫌韓)’의 근원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이어 한일 갈등을 불러일으킨 이유를 양국 정상의 차이점, 우경화 일본 대 민주화 한국, 한일 국력의 역전 등 세 가지로 설명한다. 가장 주된 원인은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결과적으로 가속한 한일 양국 간 국력의 극적인 변화에 있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1-21

‘푸른시’ 열아홉 번째 동인지 발간

포항지역 문단을 대표하는 시동인 ‘푸른시’(회장 김말화)는 최근 열아홉 번째 동인지 ‘푸른시’ 2020 제19호를 출간했다. 사진푸른시 동인은 포항문인협회에서 활동하는 젊은 시인들이 지역 문학의 한계를 극복하기위해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자 결성된, 이미 문단에 알려진 동인이다. 현재 활동 회원은 손창기, 김말화, 김선옥, 김성찬, 김동헌, 남정화, 조혜경, 김우전 등 모두 8명이다. 이들은 매월 1회 합평을 통해 창작욕을 다지고, 푸르른 시의 세상을 물들이고자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이번에 출간된 ‘푸른시’ 제19호에는 장인수 시인의 ‘여덟 가지(젖가슴, 달리기, 디카시, 미각, 반려견, 몸, 넝쿨손, 우주)에 대한 짧은 시론’과 울산에서 활동하는 ‘변방’ 시동인 11명의 지역 초대시인의 시를 실었고, 특집시 지면에는 하재영 시인의 신작시 15편을 실었다. 동인 작품으로는 신작시 64편과 오홍진 평론가의 ‘차가운 세상 너머에서 빛나는 푸른시’ 제목의 동인시 해설을 실었다. 또 두 권의 회원 시집을 회원이 서평한 손창기 시인의 김말화 시집 ‘차차차 꽃잎들’ 서평과 김말화 시인의 김동헌 시집 ‘지을리 이발소’ 서평을 수록했다.김말화 푸른시 회장은 “푸른이라는 말 속엔 ‘첫’이란 싱싱함이 들어있다. ‘첫’은 시작이고 관계이며 마음이다. ‘푸른시’는 그 ‘첫’을 잊지 않고 변함없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1-20

포항문학 통권 47호 발간

‘포항문학’47호 표지.포항문인협회(회장 서숙희)는 최근 기관지 ‘포항문학’ 통권 47호를 발간했다. 연간지로 발간하는 ‘포항문학’은 이번 47호에서 특집1 ‘코로나 시대의 문학’과 특집2 사진에세이 ‘치유와 회복의 길-포항 그린 웨이를 가다’를 필두로 전국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초대 작품들과 문인협회 회원들의 시, 수필, 소설, 서평 등 90여 편의 작품을 실었다.호를 거듭할수록 전국 문단과 문인들의 주목을 받아온 ‘포항문학’은 올해 사회에 좀 더 천착하고자 특집‘코로나 시대의 문학’과 사진 에세이 ‘치유와 회복의 길-포항 그린 웨이를 가다’를 마련했다.특집 1은 우리가 직면한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코로나 시대의 문학을 마련해 코로나 시대를 진단하고 문학의 미래를 짚어본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의 ‘혐오와 분리의 감각 그리고 타자 윤리 사이-코로나 시대의 시 읽기’와 안지영 청주대 교수의 ‘최근의 SF 문학과 포스트-코로나 상상하기’를 실었다.특집2 사진에세이에서는 소설가 김영씨가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포항 그린 웨이를 걸으며 쓴 사진 에세이를 실었다. 일상의 행복, 아름다운 동행,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는 생명의 길을 김주영 사진가긔 사진과 함께 적었다.문예지 특성을 살린 본격 문학작품으로 김나연, 조혜전, 민구식 시인들의 신선한 시들과 김강, 김도일, 안준우의 회원 소설, 회원 수필 이순혜 ‘오월의 마늘 밭에서’등 17편을 실었다. 초대작품들은 현 한국문단의 흐름과 수준을 가늠케 하는 수작들이다. 또한 포항문인협회 작가들은 지역과 이웃의 삶을 통해 그 수고로움과 아픔, 기쁨 등을 문학적 언어로 담아냈다.이밖에도 서평으로 현택훈의 ‘은유의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손창기 시집 빨강 뒤애 오는 파랑’등 7편을 실었고 회원 시조 김귀현 ‘중간 정산’등 18편을 소개하고 있다.서숙희 포항문인협회장은 “전 인류의 삶을 혼돈으로 몰아넣으며 엄청한 사회적 문화적 현상을 가져온 코로나19 팬데믹이지만 올해엔 다시 찾은 일상, 맑고 정돈된 생활환경 속에서 더욱 알찬 기획 아래 100여 명 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활기 넘치고 풍성한 포항 문학의 발전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1-18

평화를 꿈꾸지만, 현실은 전쟁의 연속

지난 3천년간 인간은 평화를 꿈꿔왔지만, 전쟁은 언제나 인간의 삶을 파괴하며 아직도 우리 곁에 맴돌고 있다. 지금도 예멘과 우크라이나 등에서는 내전이 계속되고, 오래된 앙숙 파키스탄과 인도에서는 일촉즉발의 상태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정전이 아닌 휴전 상태가 지속되는 중이다. 인류 역사상 전쟁은 한시도 멈춘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평화라는 이상이 전쟁이라는 현실에 번번이 밀려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째서 인간은 그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일까?조너선 홀스래그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국제정치학 교수의 ‘권력 쟁탈 3,000년’(북트리거)은 철기 시대부터 현대에 걸친 3천년 전쟁과 평화의 역사를 들여다보며, 나라와 민족 간에 전쟁이 벌어지는 다양한 원인을 탐색한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조감하면서, 고대 이집트부터 중국 한나라, 로마 제국, 이슬람 제국, 냉전을 거쳐 21세기 초입에 이르기까지 전쟁과 평화의 균형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가를 추적한다.저자는 이 방대한 역사 안에서 시대와 지역을 가로질러 반복돼 온 패턴을 찾아내고, 전쟁에 관한 우리의 일반적인 관념을 뒤흔들며, 국제정치의 본질을 파헤치는 질문을 던진다. 상업과 무역은 정말로 국제 평화를 증진할까? 민주주의와 참여가 전쟁을 예방할 수 있을까? 전쟁은 권력에서 비롯되는 보편적 죄악인가? 지정학적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지금, 저자는 인간이 지금까지 어떤 길을 선택해 왔는가를 밝히며 우리가 평화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저자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되는 원인은 네 가지다. 첫째는 지배자의 권력과 야심이다. 나라의 힘이 너무 커져도, 너무 작아져도 전쟁은 일어났다. 국가의 힘이 강해지면 인근 지역을 정복하려고 공격했다. 국력이 쇠하고 내부 정치세력이 붕괴되면 이웃 나라가 쳐들어왔다. 국내 반란과 소요를 진압하려고 외세를 끌어들였다가 오히려 더 큰 혼란에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둘째는 안보강화다. 한 나라가 안보를 강화하기 시작하면 주변 나라들은 불안해한다. 안보력을 키우는 게 공격을 위한 것인지 방어를 위한 것인지 속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안보 경쟁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다.그 다음은 중요 교역로를 장악하려는 욕망. 가장 대표적인 곳이 실크로드다. 고대 이란 왕국이던 파르티아제국, 인도의 쿠샨제국, 흉노 연합국 등이 실크로드를 차지하기 위해 난투를 벌였다.마지막은 지나친 종교 신념이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등 모든 종교와 신념은 반드시 ‘성스러운 전쟁’을 일으켰다. 역사상 많은 종교가 평화와 자비를 설파했지만, 한편으로는 모두 전쟁의 원인과 근거가 됐다. 십자군전쟁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평화를 만드는 건 도덕이나 이상이 아니라 전쟁의 공포”라며 “인간의 도덕성에 기대어선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살아남으려면 권력을 키워야만 하고 권력은 일단 최선의 안보”라고 설명한다.힘이 있으면 타인에게 지배당하지 않는다. 힘이 없으면 착취와 결핍과 학대를, 최악의 경우엔 죽음까지 강요당한다. “황금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식을 전쟁에 내보내야 했고 무거운 세금을 내야 했다. 전쟁은 수평선에 걸린 불길한 먹구름처럼 언제나 거기에 있었다”는 것이다.저자는 “안보와 탐욕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주장한다. 발전은 새로운 욕망을 낳고, 인간의 욕구는 충족되지 않는다.평화라는 이상이 전쟁이라는 현실에 그토록 빈번하게 밀려난 이유를 설명할 단 하나의 완벽한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념해야 할 점은 있다. 전쟁은 어쩌다 실수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시기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 사건이라는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1-14

독립운동가 19명의 생애·운동사 조명

“세 차례에 걸친 의병투쟁 과정에 전사한 선조들의 숫자는 알 길도 없고, 3·1만세운동으로 살해된 이가 7천500여 명, 만주에서 무장투쟁을 하다가 희생되어 중국 정부가 집계한 항일열사만도 3천 명을 넘는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형당하거나 고문 후유증으로 옥사한 이도 수백 명이다.” -‘항일 전사 19인’ 책 중‘항일 전사 19인’(단비)은 한국 현대사를 다룬 장편소설 ‘경성 트로이카’ ‘연안행’등을 펴낸 안재성 작가가 쓴 독립운동가 19명의 약전(略傳·간략한 전기)을 모은 책이다.1890년대부터 1945년 해방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 일본의 지배를 받던 당시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항일 운동가 19명의 생애와 운동사를 기록했다.책은 전 재산을 팔아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짓고 독립운동을 한 이회영, 만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단일 국가를 염원했던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김구 , 의열단과 조선의용대의 창립자 김원봉 등의 생애와 활동 이력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특히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민주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린 남자현, 황포군관학교 최초의 한국 여성 독립운동가 김금주, ‘백마 탄 여장군’으로 불린 김명시 등을 소개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1-07

평범한 순간에도 감동이 담긴 정채봉의 산문과 시

故 동화작가 정채봉. / 샘터 제공“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창을 열고 푸른 하늘빛으로눈을 씻는다.새 신발을 사면 교회나 사찰 가는 길에첫 발자국을 찍는다.새 호출기나 전화의 녹음은 웃음소리로 시작한다.새 볼펜의 첫 낙서는 ‘사랑하는’이라는 글 다음에자기 이름을 써본다.새 안경을 처음 쓰고는 꽃과 오랫동안 눈맞춤을 한다.”-정채봉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중‘첫 마음’‘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동화작가 고(故) 정채봉(1946~2001)의 20주기를 기념한 책 두 권이다.고인의 타계 20주기를 맞아 그가 젊은 시절 근무했던 직장인 샘터 출판사에서 기념해 최근 펴냈다.각박하고 고된 현실에서 많은 사람이 본래 마음,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혀 고통에 빠지게 된다고 여긴 동화작가 정채봉은 자신의 글로써 삶에 그을린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고 위로하고 싶어 했다.‘성인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 용어를 뿌리내리며 한국 문학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그는, 동화라는 장르적 틀을 넘어 놀라운 창작열로 소설, 시, 에세이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산문집 ‘첫 마음’은 생전에 정채봉이 펴냈던 ‘그대 뒷모습’,‘스무 살 어머니’,‘눈을 감고 보는 길’,‘좋은 예감’네 권의 산문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들을 엄선해 한 권으로 엮은 에세이집이다. 그가 평생 문학적 화두로 삼았던 마음, 삶에 대한 의지, 사람, 자연을 주제로 한 수필들이 실렸다.첫 번째 장‘슬픔 없는 사람 없듯’에서는 살면서 얻게 되는 마음의 생채기를 보듬으며, 단단하면서도 겸허한 마음을 가꾸는 일에 관해 이야기한다. 두 번째 장‘별빛에 의지해 살아갈 수 있다면’에서는 간암 판정을 받은 후 병상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여전히 형형한 필체로 삶을 반추하는 자기 성찰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세 번째 장 ‘흰 구름 보듯 너를 보며’에서는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피천득 수필가 등 당대 거목들과의 교감에서 얻은 인생의 지혜를 섬세하게 붙들어 놓는다. 더불어 유년 시절을 지켜줬던 할머니, 그리고 곰보 영감님, 문경의 농바윗골 사람들 등 주변 사람들의 평범한 순간에도 감동하는 인간 정채봉의 마음이 실려 있다. 마지막 장‘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에서는 자연 앞에 한낱 인간으로서 겸양과 자연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그의 태도가 담겨 있다.시집은 정채봉이 남긴 유일한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개정 증보판이다. 그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남긴 유작이기도 하다.정채봉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메모지나 찢어진 쪽지에 펜으로 쓴 시들을 지인인 정호승 시인에게 건넸고, 이를 엮은 책은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이 됐다.정채봉은 ‘성인 동화’, 그러니까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작‘오세암’이 프랑스에도 소개됐다. 첫 장부터 명성에 맞는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세상에 대한 통찰력, 담백하고 간결한 언어로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다독였던 정채봉. 그는 늘 자신이 발견한 삶의 순수를 이야기하고, 자분자분한 걸음걸이와 말투에서는 자신을 낮추는 겸양이 드러났다. 그가 많은 이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것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마음이 시리고 답답한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와 위안을 그의 글에서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1-07

‘형산수필 36집’ 출간

영남권 대표 수필문학 단체인 형산수필문학회(회장 윤영대)가 회원수필집 ‘형산수필 36집’을 펴냈다.형산수필은 포항지역 수필가들이 1984년 7월 7일 창립 이후 34회에 걸친 ‘형산수필’을 출간해 왔는데 이번 호에도 지난 1년간 회원들의 땀과 정성이 배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기획으로 공동주제 수필 ‘잊지 못할 그 사람’을 실었으며 서상은, 이삼우, 조유현, 윤영대, 이상윤, 이화련, 박안복, 서강홍, 성정애, 전미라, 조효선, 김경일, 김춘희, 손성범, 장숙경, 김순애, 오학임, 송귀연, 이명우, 서상문, 김태선, 김보영, 윤순옥 등 회원 23명의 신작수필 46편을 실렀다.공동주제 수필 ‘잊지 못할 그 사람’에는 박안복, 성저애, 전미라, 조효선, 윤영대 회원의 수필 ‘어머님 전상서’‘오대산에서 만난 여인’등 5편이 실렸다.‘우는 새와 노래하는 새’, ‘봄은 왔건만’, ‘도토리 꿀밤’, ‘상선약수 유감’, ‘코로나 사막 체험’, ‘들깨를 심어높고’, 꿈보다 해몽’, ‘기다림을 여는 시간’, ‘팔공이’등 주옥같은 회원들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원로와 중견, 신인들의 작품이 대조를 이뤄 세대감과 연륜을 느낄 수 있다.회원수필집 중간에는 ‘제9회 형산수필문학상’심사평을 실었다. 이밖에도 표지에는 원로 문인화가 손성범이 그려 넣은 빨간 단감 문인화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울한 마음에 맛있는 입맛을 다시게 한다. 또 화보애는 이화련 성정애 전미라 세 회원이 작품집을 출간한 후기 사진 등을 실었다.한편, 형산수필문학회는 1984년 7월 7일 수필가 김규련 초대회장을 중심으로 빈남수, 서상은, 장현, 성홍근, 이삼우, 박성준 등 7인의 작가가 모여 창립했으며 지난 36년간 향토적이고도 문학적 가치가 높은 수필이 실린 회원수필집‘형산수필’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포항 및 경북 동해안 지역의 역량있는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수필 공모전인 ‘형산수필문학상’을 개최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1-05

사무라이, 그들은 왜 칼 대신 책을 들었나

우리에게 일본과의 문제는 숙명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속에서 일본과 당당히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그들을 외면하고 밀어내는 것이 아닌, 그들의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본 역사의 이해는 어디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국내 최고의 일본사 권위자 박훈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근현대 일본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선 ‘메이지유신’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오늘날 일본은 메이지유신이 닦아놓은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메이지유신이란 19세기 중반부터 후반까지 일본열도를 강타했던 사회적 대변혁을 말한다. 성공적으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고 체제를 혁신하며 대변혁을 이루어 낸 일본은 이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명실상부한 근대 아시아의 강대국으로 우뚝 섰다. 그렇다면 메이지유신은 어떻게 가능했으며, 이를 설계한 사람들은 누구인가?‘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21세기북스)에서는 대변혁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네 명의 사무라이가 등장한다. 메이지유신의 정신적 지주 ‘요시다 쇼인’, 근대 일본의 아이콘 ‘사카모토 료마’, 마지막까지 사무라이로 남은 ‘사이고 다카모리’, 냉철한 판단력과 리더십으로 혼란을 정비한 ‘오쿠보 도시미치’를 중심으로 근대 일본이 탄생한 과정을 소개한다. 저자는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과감한 판단으로 극적인 혁신을 이뤄낸 이들의 드라마 같은 삶을 보여주면서, 대정봉환, 삿초맹약, 흑선사건 등 일본사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쉽게 풀어냈다. /윤희정기자

2020-12-30

한 권으로 이해하는 인류 20만 년의 역사

신간 ‘옥스퍼드 세계사’(교유서가)는 세계의 일류 역사가들이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부터 최근까지 20만 년에 걸친 역사를 서술한다. 대표 저자인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노터데임대학 역사학 교수를 위시한 11명의 저자들은 환경의 격변, 이념들의 상호작용, 문화의 단계와 교류, 정치적 충돌과 협력, 국가와 제국의 계승, 에너지의 해방, 생태와 경제,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만드는 데 일조해온 접촉과 갈등, 파급효과를 탐구한다.이와 함께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날을 전망할 때 유념해야 할 두 가지 장기 추세를 알려준다.그 하나는 인류가 처음부터 줄곧 자연에 속박된 존재였다는 것. 태양 극소기, 계절풍, 엘니뇨 등 지구 기후계의 변동은 문명의 흥망을 좌우해왔다.흥성한 문명의 배경에는 온난한 기후와 적절한 강우량이 작용했고, 쇠락한 문명의 배경에는 한랭한 기후와 폭우, 가뭄이 작용했다.산업혁명 이래 인간이 자연의 속박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전례 없는 자연재해와 기후 위기는 인간의 오만이 파국을 자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다른 하나는 때때로 창궐해 문명과 사회에 심대한 타격을 입혀온 전염병의 위력이다.저자들은 페스트, 두창, 출혈열, 인플루엔자 등의 전염병이 인구를 급감시키고 경제를 마비시켜 지정학적 판도를 바꿔왔다고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2-30

송희복 시인, 현대사회 세태 풍자로 시대와 호흡

“산을 보며, 산아, 하고 부르면, 산이 저만치 내게로 다가오네.”- 송희복 시인의 2행시 ‘제목 없는 시’송희복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스무 편의 서정시와 한 편의 서사시’(글과마음)가 출간됐다.시집은 스무 편의 서정시, 한 편의 서사시, 프랑스 기행시, 2행시 등으로 구성돼 있다.시집의 제목인 ‘스무 편의 서정시와 한 편의 서사시’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제목인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전례로 삼았다.첫 번째 시편 ‘이어도’는 인간의 유한성과 죽음과 유토피아 의식을 주제로 삼은 깊이 있는 시다. 스무 편의 서정시 중에 세태 풍자의 작품들이 적지 않다. ‘무슨 기약이라도 있었기에’ ‘가짜 뉴스’ ‘세상의 원로들’ ‘문학상에 대하여’ ‘아이러니, 혹은 아나키’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또 코로나19를 소재로 한 시 ‘비대면 시대의 낯선 풍경’ ‘코로나19’ ‘코로나, 어지러운’ ‘괴질’ 등도 눈길을 모은다.송희복 시인서사시 ‘새벼리의 아적붉새’의 소재는 1923년에 일어난 진주 형평사 운동이란 역사적 사건이다. 진주 지역의 방언인 제목의 뜻은 ‘동쪽 벼랑의 아침놀’이다. 진주 남강이 굽이치는 동쪽 벼랑에 벌겋게 물이 든다는 것. 우리 백정의 마음속에도 그렇다는 것을 언표하는 제목이다.프랑스 기행시는 시인이 지난해 여름과 올 2월 파리와 남프랑스에 머물면서 메모한 견문과 생각이나 느낌을 시로 남긴 기행시 중 14편을 모았다. 2행시, 즉 두 줄로 된 시는 가장 축약된 형태의 시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올해 쓴 2행시 중에서 16편을 가렸다.송 시인은 “눈에 보이지 않은 괴질이 지구촌의 공동 과제가 되면서, 인간들에게는 세상이 더 좁아졌다는 느낌이 실감나게 다가왔다”며 “이 사실이 앞으로 미래 문학에 대한 감수성의 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송희복 시인은 시인 겸 문학평론가로 199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에 당선됐으며 시집 ‘저물녘에 기우는 먼빛’, 평론집 ‘불안한 세상, 불온한 청춘’ 등이 있다. 제9회 청마문학연구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진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윤희정기자

2020-12-30

‘포항촉발지진 국민감사청구서’ 특별호 발간

“포사연의 국민감사청구서, 감사원의 포상을 받다”포항의 시민단체인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대표 이재섭·이하 포사연)가 지난 1988년 창립 이후 32년째 펴내온 지역연구 및 시민운동 종합 계간지 ‘포항연구’의 통권 제54호를 펴냈다.이번 ‘포항연구’제54호는 포항촉발지진에 대한 국민감사청구서 전문과 감사원(원장 최재형)의 특별감사보고서 전문을 담은 특별호로 발간했다.2018년 11월 15일 포항지열발전소 건설 과정의 63회 유발지진들이 촉발했던 규모 5.4 지진 발발 1주년을 앞둔 2019년 11월 12일 포사연은 흥해읍 피해주민 대표들과 연대해 임해도부소장(전 포항문화방송 보도국장)을 대표 청구인으로 해 포항시민 1천821명의 연대서명을 받아 국민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이대환(작가) 이동철(의사) 임재현(언론인) 장태원(시인) 강호진(교육자) 권영락(교육자) 김광일(공학박사) 도형기(한동대 교수) 등 포사연 회원들이 숙의를 거쳐 작성한, 단편소설보다 긴 분량의 감사청구서를 접수한 감사원은 ‘감사착수 결정’을 통보히고 2번 감사지연 사정을 알려오다 올해 3월 A4용지 300쪽 분량의 특별감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했다.또한 감사원은 이달 초 임해도 대표청구인 앞으로 포사연이 주도한 국민감사청구에 대해 우수사례로 포상한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이에 포사연은 ‘포항연구’ 54호를 특별호로 발간해 포항 역사의 주요 사료로 남기고 코로나19를 극복한 어느 시기에 포항촉발지진에 대한 마무리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로 했다.이 밖에도 ‘포항연구’ 54호는 새해부터 국가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인 ‘수소연료전지발전사업’에 대비해 LNG가스를 800도에 태워서 수소연료를 생산하는 기존 방식이 안고 있는 석탄발전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이라는 심각한 반환경적 문제를 비롯해 작금의 한국사회에 대해 포항시민이 함께 생각해야 할 과제들을 칼럼특집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한편, 포항지역사회연구소는‘과학적 지역성, 민주적 진보성, 창조적 대중성’으로 출범해 영일만오염, 청하핵폐기장, 시민의식 문제들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며 지난 2000년 세계NGO대회에도 참여한 바 있다. 또한‘포항지진과 지열발전’(임재현 지음), ‘포항의 눈’(포사연 지음), ‘누가 어떻게 포항지진을 만들고 불러냈나?’(포사연 엮음) 등 단행본 발간을 통해 포항촉발지진의 진상 규명에 앞장섰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2-29

평화 텃밭에 희망의 씨앗을 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구촌을 억압해온 2020년이 저물어가는 요즘, 성탄의 기쁨도 신년하례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인간사회가 새삼 깨닫는 점은 일상의 평화가 행복한 삶의 기본조건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공기 중의 산소를 잊어먹듯이 그것을 망각하고 살아가다 전쟁 같은 재난 상황을 맞은 다음에야 평화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 각성과 그 인식이 바로 ‘평화의 씨앗’이다. 인간이 저마다 내면에 간직한 그 씨앗으로 자기 안의 평화, 민족의 평화, 인류의 평화를 자주 생각하게 해줄 ‘평화 텃밭’이나 ‘평화 화분’을 가꿔보자는 책이 나왔다.(사)아태평화교류협회(이하 아태협)가 2020년 겨울호로 창간한 신생 계간지 ‘평화친구’이다.발행인 안부수(아태협 대표)와 편집인 이대환(작가)은 창간사에서 이렇게 소망한다.“우리는 텃밭도 가꾸고 주말농장도 가꿉니다. ‘평화친구’는 평화의 씨앗과 희망을 키우는 조그만 밭의 역할을 자임합니다. 일상의 평화, 우리 민족의 평화, 더 나아가 인류의 평화, 그리고 식민지배와 전쟁의 폭력이 세계 도처에 버려둔 무주고혼의 평화를 기원하며 추구하는 ‘평화친구’는 누군가의 ‘평화 텃밭’이나 ‘평화 주말농장’이 되기를 갈망합니다. 아니, 누군가의 거실이나 사무실에 하나의 ‘평화 화분’으로 놓여도 더 바랄 것 없는 보람과 가치이겠습니다.”‘평화친구’는 몇 가지 고정지면들이 편집의 기본 틀이고 창간정신의 뼈대이다. ‘세계 명작과 경전(經典)에서 평화와 만나다’, ‘일제 강제동원 유골발굴과 조국봉환의 현장을 가다’, ‘한국문학에 남은 일제 강점의 상흔’, ‘우리가 기억해야 할 평화친구’, ‘우리 이웃의 평화친구’, ‘민족평화의 길을 달리고 싶다’, ‘내 안의 평화’, ‘평화의 메아리’, ‘평화 우체국’ 등이다.창간호에서는 방민호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의 ‘우리도 지금 페스트 시대를 살고 있다’를 통해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를 평화의 눈으로 읽어내고, 류영재 화가의 ‘절망을 딛고 피운 평화의 꽃, 게르니카’에서는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피어난 불후의 평화, 하종욱 음악칼럼니스트의 ‘절망과 희망의 파노라마, 탱고의 역사’에서는 탱고에 흐르는 평화에의 갈원, 김동환 부엉이영화사 대표의 ‘소년 아메드’를 통해 종교적 원리주의의 폭력성을 극복하는 휴먼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인류 정신의 근원과 같은 경전(經典)이 품은 ‘평화’와 다시 만나보는 연재는 박항준 아태협 부위원장의 ‘논어, 다시 읽기’로 시작한다.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발굴과 모국 봉환에 대한 안부수 아태협 대표의 체험수기를 연재한다. 해방 후 60년 가까이 지나도록 정부도 국민도 방치해온 그 역사적 책무의 실천에 2004년부터 앞장서 온 민족시민단체가 아태협이다. 이역만리 타관 땅에 쓸모없는 돌조각처럼 방치한 그 유해들을 발굴해 고국산천의 품으로 모셔오는 고투와 노역은 수많은 무주고혼의 오랜 원한을 풀어서 안식과 평화를 마련해 드리는 일이다. ‘한국문학에 남은 일제 강점의 상흔’을 연재하는 이유도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치유해 평화의 언어로 거듭나게 하려는 것으로, 이 연재는 이경재 숭실대 국문학과 교수가 맡아 김사량의 소설 ‘기자림’의 경우로 시작한다.‘평화의 메아리’에는 이대환 작가가 민족평화의 길을 통찰한 ‘평화가 터졌다는 그날이 오면’을 비롯해 평화의 메아리로 돌아와야 하는, 북한 대표단도 참석했던 ‘2018년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 대회 공동발표문’, 민족평화의 염원을 노래한 임종철, 정기복 시인의 시를 담고 있으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평화친구’는 베트남 전후(戰後)의 대표 작가 반레를 추념하고, ‘내 안의 평화’는 여섯 편의 잔잔한 수필들이 일상의 평화를 펼쳐 보인다.‘민족평화의 길을 달리고 싶다’는 어느 날에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꿰뚫어 통과할 날을 기다리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코너다. 창간호에서는 쌍방울그룹을 만나 그 길을 열어놓는다.그리고 ‘평화친구’는 창간호 준비 과정에 맞은 안중근 의사 하얼빈의거 111주년(2020년 10월 26일)을 기념해 ‘안중근의 총소리, 동양평화의 종소리’를 특별히 마련하고 있다. 널리 알려져 있는 듯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안 의사가 미완의 유고(遺稿)로 남긴 ‘동양평화론’을 다시 읽어볼 기회를 제공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2-23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직면했던 문제들

가치다원주의 시대에 정치의 의미는 무엇인가? 국가는 왜 필요하고, 어떻게 수립되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사회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토머스 홉스(1588∼1679)는 근대 과학이 태동하던 시기에 철학과 윤리학을 새롭게 정립하고자 했던 사상가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홉스는 인간 본성을 필연적으로 악한 것으로 보고 인간적 결함들을 억제하는 전체주의 국가를 제안한 비관적 무신론자라는 평판을 들어왔다.‘홉스’(교유서가)에서 저자 리처드 턱은 그러한 신화를 불식시키며, 홉스가 과학과 윤리학 모두에서 회의론을 반박하는 데 큰 관심을 보였으며 근대철학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데카르트 철학과 견줄 수 있는 지식 이론을 발전시켰음을 보여준다.저자는 홉스가 대면했던 문제가 인간의 이기적 본성이 아니라 세계의 불확실성과 그로 인해 초래되는 의견의 불일치라는 사실을 설파한다. 또한 홉스의 철학 전체가 당대의 어떤 지적인 문제들과 씨름했는지를 재구성함으로써 그 해법으로 제시된 정치학에 대해서도 누구나 편견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저자는 “현대의 홉스 해설가들은 홉스를 그의 실제 모습보다 더 난해하고 덜 흥미로운 인물로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2-23

포항을 위한 따뜻한 헌사 詩로 표현

윤석홍 시인.포항의 중진 시인 윤석홍 시인이 최근 신작 시집 ‘북위 36도, 포항’(도서출판 나루)을 펴냈다. 시집에는 포항을 주제로 하는 69편의 산문시가 실렸다. 수록된 작품들은 낯익고 친근한 아저씨처럼, 때론 구수하고 정겹게 시인이 살아왔던 이곳저곳을 앨범을 펼치듯 풀어놓는다. 은유와 상징, 생략과 축약보다는 찻집에 앉아 꾸밈없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편안한 화법을 구사한다.‘북위 36도, 포항’ 시집 해설을 맡은 이달균 시인은 예순 중반에 쓴 윤석홍 시인의 이 시편들을 “포항에 대한 절절한 연서(戀書)”라고 요약했다.20일 윤 시인을 만나 새로 출간한 시집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지난 2018년 세 번째 시집 이후 네 번째인데, 소회를 듣고 싶다.△세 번째 시집 ‘밥값은 했는가’는 오랫동안 밥벌이를 하면서 규칙적인 일상을 벗어나는 과정을 정리한 시집이었다. 시인의 말에 썼듯이, 이번 네 번째 시집은 포항에 살면서 보고 느낀 애정 어린 마음의 시편을 모아 세상 밖으로 내보내게 되었다. 내가 몸담고 살고 있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포항이란 도시를 위해 따뜻한 헌사를 시로 표현하여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다. 살아오는 동안 많은 도움, 살가운 은혜로 내면의 근육을 단단하게 키워주었던 포항이란 곳에 무엇으로 보답하면 좋을까 늘 마음속에 남겨두고 있었다. 북위 36도는 지금 살고 있는 포항의 지구별 좌표다. 이 좌표를 중심으로 나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이나 느낌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을 꾸준하게 해왔고, 이 작품집 출간으로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시집에 담긴 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가 있다면.△시집에 실린 작품 모두 포항과 관련 있는 것이라서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도록 애정이 가는 시편들이다. 기계 다방, 상옥마을, 옛 포항역, 포항시립화장장, 호미곶 등대, 경북수목원 같은 작은 지명에서 출발하여, 칠포리 바위 그림, 청포도 여인숙, 기북 장날, 홍해 들녘, 구만리 보리밭, 다무포 고래마을 그리고 2017 11.15, 진도 5.4 같은 지진으로 인한 이웃의 아픔을 담아낸 시들이지만 아무래도 표제작인 ‘북위 36도, 포항’과 ‘진도 5.4 지진’을 꼽고 싶다.시집 ‘북위 36도, 포항’-시집을 읽고 주변의 반응, 다른 평론가들이나 시인들은 어떻게 평가하나.△장한용 시인은 ‘포항에 가려면 관광안내서 대신 이 시집을 들고 가시길 추천한다. 포항에는 우리가 잘 아는 과메기와 제철소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시인이 앞서 걸어가며 써낸 글은 시 작품이면서 인문학적 지리서이기도 하다. 우리는 현지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더구나 예민한 시인의 눈이 아니면 포착할 수 없는 풍경을 이 시집을 통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지역의 한 원로는 ‘포항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집으로 고향이 꼭 포항이 아니어도 이곳에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사는 사람에게도 좋을 것이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살고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줄 것이다. 고향의 기억과 아련한 꿈들을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속으로,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이 시집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는 말씀을 주셨다.- 앞으로의 계획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태어난 고향보다 포항에서 살았던 시간이 더 많다. 사람들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태어났거나 살고 있는 곳에 속 깊은 애정을 갖고 따뜻한 눈길로 보듬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인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이 시집을 시중에서 구입해 구석구석을 찾아가 볼 것을 권한다. 문화재단이나 도서관에서 이웃들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보고 싶다. 앞으로 포항을 빛낸 인물, 따뜻한 사회를 위해 헌신한 사람, 문화유산, 설화나 전설 등 이 작업 연장선에서 포항을 널리 알리는 일을 시어로 풀어내는 일을 해볼 생각이다. 지역에 있는 작은 출판사와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상생의 삶을 실천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2-20

작지만 확실히 나쁜 기억에서 벗어나는 방법

어떤 기억으로 인해 내 마음이 가라앉고 불쾌하다면 그것은 나의 손실이 된다. 그러므로 아주 사소한 소확혐(小確嫌·작지만 확실히 나쁜 기억)일지언정 다시 떠올리는 것이 두렵고 싫다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것을 피하기 위해 행동 편향과 부작위 편향을 일으키고 남과 나를 컨트롤하면서 어설프게 개입한다. 가용성 휴리스틱에 휘둘려 중요한 본질을 놓칠 수 있고 자신을 보호하고자 편견과 혐오를 통해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도 한다.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평가를 받을 때 한 번 박힌 나쁜 기억은 잊히지 않으며, 타인의 제안을 거절했을 경우에 다수의 시선이 두려워 집단에 동조하게 되는 것도 허물이다. 현재의 감정에서 미래를 상상하기 때문에 지금 나쁜 기억에 둘러싸여 있으면 미래도 나쁘게 그려지게 되는 현재주의를 우리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고통이 지속되면 그것을 피하려고 일을 벌이며 즐거우면 즐거움이 사라질까봐 두려워하는 집착과 강박이 편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신간 ‘기억 안아주기’(글항아리)는 성균관대 의대 학장이자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의사인 저자 최연호 교수가 3년간 ‘나쁜 기억’과 관련된 연구를 하며 우리가 어떻게 ‘나쁜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정리한 책이다.최연호 교수는 소아청소년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서 명의로 꼽힌다. 약물농도모니터링 및 톱다운 전략으로 새로운 치료 기틀을 마련했으며, 기능성 장 질환에 기계적인 약물 처방 대신 원인이나 배경, 아이들의 심리상태까지 살피는 휴머니즘 진료로 유명하다.이 책에는 최연호 교수의 임상 경험과 뇌과학·심리학, 공학, 경제학 등의 통찰이 담겼다. 임상 현장에서 그가 만난 환자들은 생리적 이유가 아니라 나쁜 기억이 병으로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기억 안아주기’는 ‘작지만 확실히 나쁜 기억’에 대해 다룬다. 어릴 적 버섯처럼 미끌거리는 식감이 별로였던 걸 경험한 아이들은 평생 그 음식을 멀리하며, 학교 화장실에서 볼일을 봤다가 놀림당한 아이들은 그 상처가 기억에 뿌리를 내려 회사나 공중화장실에서는 큰일을 보지 못한다. 거절을 많이 당한 사람은 특정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내리려 해도 뇌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고 행동하지 못하게 붙들어둔다.나쁜 기억은 이상하게 잘 잊히지 않는다. 나이 들수록 기억력은 약해지건만, 안 좋은 기억만큼은 어제 일처럼 초롱초롱하다. 두려움의 기억은 편도체가 담당하는데, 그곳에 새겨진 기억은 잊으려 노력해서 더 안 잊히고, 자잘한 꼬리 기억인 주제에 몸통을 흔들어 좋은 판단을 하는 데 그르치는 역할을 한다. 뇌와 꼬리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매우 강하게 연결돼 있으며 꼬리(편도체)가 머리 행세(전전두엽)를 하곤 한다.저자는 진료실에서 아이들의 기억에 관여하는 부모들을 만나면서 기억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신체 증상과 통증으로 나타나는지를 간파한다. 사람들은 몸이 아프고 괴로워서 병원을 방문하지만, 저자는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덮어버림으로써 몸과 일상이 회복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성인이 돼서도 반복적으로 떠올라 똑같은 일상이 누구에게는 행복으로, 또 다른 누구에게는 불행으로 각인되고,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려서도 두려움과 호기심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나타내게 한다.젊어서 전전두엽을 충분히 이용하고 좋은 경험을 많이 한 치매 환자는 순하고 ‘예쁜 치매’로 가는 반면, 나쁜 기억에 집착하고 불안에 사로잡힌 치매 환자는 화를 잘 내는 ‘미운 치매’로 간다고 한다. ‘나쁜 기억’을 연구한 저자는 기억을 잃어버리는 건망증과 인지 장애를 앓더라도 나쁜 기억은 끝끝내 살아남는다고 말한다.그렇다면 나쁜 기억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첫째, 회피하지 말고 둘째, 나를 내려놓으며 셋째, 마음을 자각하고 넷째, 부딪혀보는 것 등의 네 가지 방법으로 나쁜 기억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다.우리는 자신의 기억을 안아주면서 자신과 타인을 우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책은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바꾸는 경험을 주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2-16

가젤·낙타·개·비둘기… 세상에 하나뿐인 독특한 대가족 이야기

‘사막의 우리집’(난다)의 사진을 찍고 글을 쓴 미나코 알케트비 씨는 아랍에미리트의 사막 ‘알 아인’이라는 곳에서 200마리의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다. ‘사막의 우리집’은 그가 사막의 집에서 그가 만난 소중한 인연들―가젤, 낙타, 개, 비둘기, 말, 고양이, 토끼 등 다양한 동물들의 일상을 담은 포토에세이다.세상에 하나뿐인 독특한 대가족. 생김새도, 먹는 것도, 각자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제각각이지만 함께 오순도순 살아가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70여 컷의 사진에 담았다.사진들의 끝에는 저자가 덧붙이는, 짧다면 짧은 부록이자 에세이가 실려 있다. 그는 사막에서 동물들과 함께하는 삶이 항상 근사하지만은 않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시간, 돈, 감정을 모두 다 바치고 있는데도, “가젤은 쌀쌀맞고, 고양이는 이게 좋다 저건 싫다며 너무 제멋대로고, 남편은 비둘기에게 퍽퍽 맞기나 하고”, 토끼님의 잠을 깨운 탓에 “겨우 잠들려던 참이었는데!”하고 야단을 맞기도 하는, 귀엽다면 귀엽고 서럽다면 서러운 일상이다.‘사막의 우리집’은 또다른 일상으로의 초대장이기도 하다. 아기 가젤과 고양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고, 비둘기가 낙타의 등에 올라타 여유 부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바쁜 생활에 쫓기던 마음 한켠이 평온해진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2-16

“깨달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삶속의 깨달음에 대하여

많은 사람이 깨달음은 비범한 일이고 은둔자가 돼 홀로 수십 년을 수행해야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보통의 깨달음’(판미동) 저자 영국의 심리학자이자 영성가인 스티브 테일러는 깨달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만나 본 후, 영적 지식이나 훈련 없이 다양한 직업을 갖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서도 깨달음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산후 우울증을 겪던 마리타는 남편의 분노가 폭발한 순간에 급작스러운 깨어남 현상을 경험했으며, 킴벌리도 모친 사망 후 급작스럽게 깨어났다. 서커스단에서 3년간 지극히 말을 돌보다가 깨달음을 얻은 러셀,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본의 아니게 금욕 생활을 하다가 단계적으로 깨어난 셰릴 등 수많은 사례를 소개한다.주로 이들은 아무런 계기 없이 어려서부터 자연적 깨어남 상태에 있거나, 영적 수행과 유사한 일상의 활동을 통해서 단계적으로 깨어나기도 하고, 사별이나 암 진단 등의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급작스럽게 깨어나기도 한다.‘보통의 깨달음’은 이러한 보통 사람들의 자연적·단계적·급작스러운 깨어남 현상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적·종교적 전통 안에서 말하는 깨달음과 그 전통 밖에서 깨달음을 이루고 창조성을 발현했던 예술가들(월트 휘트먼, D. H. 로렌스 등), 깨어난 상태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어린아이의 마음 등을 비교 분석하며, 깨달음이 일어날 때 우리 안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세심하게 짚어 본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2-09

공감을 넘어 저마다의 삶의 향기가 더해지길

“사랑은 어리석음이요, 유치함이요, 수치요, 절망이요, 나락입니다. 사랑을 일컬어 현명함이요, 세련됨이요, 자긍이요, 희망이요, 천국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사랑이란 감정을 초월했거나 겉보기 사랑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사랑이란 말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의 뜰’ 181쪽 부분포항의 여류 소설가 김살로메씨가 최근 포토에세이 ‘엄마의 뜰’(문학의문학)을 출간했다.‘엄마의 뜰’은 그의 세 번째 저서로, 에세이로는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에서’에 이어 두 번째 작품집이다. 첫 에세이집에서 관심을 뒀던 일상과 문학에 대한 고찰과 열정이 좀 더 세분화되면서 객관성을 학보해 나가고 있다.부모님과 지인들, 일상의 순간들, 그리고 인생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과 우정에까지 어느 하나 무심할 수 없는 데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투명한 고뇌가 읽힌다. 청춘 에세이에선 쉽게 느낄 수 없는 중년의 삶과 생각이 지적 성찰에 이르는 과정들이 자연스럽다. 고급한 감성까지 얹혀 읽을수록 여운이 찾아오는 글들의 모음이다. 소박하고도 정갈한 음식상을 대하고 의외의 융숭한 맛과 정서적 감응을 느낄 때의 사소한 충격들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공감의 차원을 넘어 우리의 삶과 생각에 깊숙이 개입하는 듯한 작가의 글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가 직접 찍은 담백한 사진들도 감상거리다.1부, ‘괜스레 사무치게’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아직도 재봉틀을 돌리고 계신 어머니에 대한 헌사로 읽어도 무방하다. 보수적인 집안의 분위기를 벗어나 문학에 투신했던 청춘의 방황과 열기도 함께 읽혀진다. 세월이 흘러 저자는 아버지의 존재, 그 애틋함에 물기를 머금는다. 그리고 어머니의 신산한 삶에 애정을 보인다.2부 ‘날마다 다사롭게’에선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주목한다. 적당한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관계는 언제나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해 온다. 부담과 애정 사이를 오가는 저자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때로 친분은 우정으로 승화되기도 한다.3부 ‘짬짬이 서늘하게’는 지적 삶의 일면이다. 앞자리에 실린 ‘사랑의 저울추’에서 저자는 토마스 만의 소설 ‘토이노 크뢰거’를 인용해 ‘더 사랑하는 자가 더 많이 괴로워 하는’ 역설의 일면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불온한 여자’에서 피력하는 여성의 신분으로서의 독서의 역사는 오늘날의 페미니즘의 한 유래를 유추해볼 수 있게 한다.4부 ‘어쩐지 눈물겹게’는 말 그대로 비애의 순간들과 작은 감동의 순간들을 엮은 일상의 글들이다. 저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사람다움에 대한 생각을 기초로 편편이 드러나 있다.5부 ‘이따금 삐딱하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과 현상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미처 보지 못했던 진실의 영역을 탐색한다. 그리하여 일상에서 누구나 겪는 사소한 부딪침의 순간들조차 작가적 시선으로 자아를 들여다보는 데까지 이어진다.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추려낸 사십여 편의 글과 사진은 가족을 추억하고 연민한다는 것, 사람을 좋아하고 찬미한다는 것, 책 바람을 쐬고 그 서늘한 쾌감에 전율한다는 것, 사랑과 관계에 대해 의미 있는 시선을 찾으려 한다는 것, 세상일 의문에 가끔 혼잣말로 대거리한다는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심상의 산문이었다가 담백한 칼럼이었다가 뜻밖의 단상이기를 마다않는 이미지들이 독자에게 닿아 저마다의 향기가 더해졌으면. 공감 가는 글을 한 편이라도 만났다는 독자의 피드백을 기대하는 것 말고 뭘 더 바랄까”라고 적었다.김살로메 소설가는 안동 출신으로 경북대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폭설’이 당선돼 소설과 에세이를 쓰고 있다.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 , 일천글자 미니에세이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이 있다. ‘라요하네의 우산’은 세종우수도서에 선정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2-09

포스트 코로나 시대, 포항을 주목하라

‘사이디오 시그마’(아시아)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대비한 한국의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에 도전하는 ‘준비된 인프라’와 그 전망을 점검하는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나온 ‘바이오 텍스트북’인 셈이다. ‘CYDIO CIGMA(사이디오 시그마)’란 지상에 갓 태어난 신생의 이름으로, 여섯 분야를 융합한다. CYber education(사이버 교육), DIgital bio(디지털 바이오), Oral bio(오럴 바이오), CIty bio(시티 바이오), Green bio(그린 바이오), MArine bio(마린 바이오) 등이다. 이들의 머리에 대문자로 표기한 알파벳을 조합했다.저마다 비전이 구체적으로 원대하다. ‘사이버 교육’은 글로벌 우수 대학·의료기관·연구기관·보건기관 등과 글로벌 사이버 아카데미 클러스터를 육성하고 세계인 5천 명 내지 1만 명이 수강하는 글로벌 사이버 바이오전문대학원을 설계한다. ‘디지털 바이오’는 디지털 융합기술을 통해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오럴 바이오’는 경구 제형(먹는 약)의 바이오신약과 백신을 개발하고, ‘시티 바이오’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토털 스마트 헬스케어 에코시티의 모델을 만든다. ‘그린 바이오’는 식물생명공학 기술로 신약과 백신을 개발하고, ‘마린 바이오’는 해양미생물 연구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신약을 개발한다.‘사이디오 시그마’는 프롤로그(지상좌담)와 여섯 분야에 대해 전문가(교수, 연구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한 6편의 에세이로 구성돼 있다.사이디오 시그마의 실현을 통해 한국에도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어 보자는 도전의 장소로서 이 책은 경북 포항을 최적 후보지로 꼽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준비된 인프라들의 강점이다. 현재 포항에는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를 자랑하는 스위스 바젤에 비견할 만한 인프라들이 갖춰져 있다. 3세대, 4세대 방사광가속기, 그린(식물)바이오지원센터 등을 비롯한 설비 인프라와 세계 일류의 포스텍 생명과학 인재들과 AI대학원을 비롯한 디지털 인재들, 그린 바이오 벤처들, 마린(해양) 바이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해양 연구소들, 그리고 경북도와 포항시의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선택과 집중, 1조원 벤처 벨리 조성, 활발하게 스타트업이 출현하는 바이오벤처 생태계 등이 준비돼 있다.더구나 근접한 대구지역의 생명과학 및 의대 인재들,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제약 연구와도 유기적 협력관계를 형성할 지리적 이점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이러한 역량과 조건은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균형 뉴딜’의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사이디오 시그마와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라는 제하에 이뤄진 비대면 지상좌담은 그러한 준비된 인프라들을 점검하고 더 보강할 현안 과제와 비전을 가다듬는 자리로,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장순흥 한동대 총장, 임종윤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이 참여했으며, 사회는 이대환 작가가 맡았다.1장 ‘사이버 교육’은 홍원기 포스텍 교수와 김경선 포스텍 교육혁신센터 부원장이 맡았다. 지난 9월 토종 영상회의 ‘브이미팅’을 개발해 무상 출시한 홍 교수는 이 글에서 미국 일류대학 조지아공대가 사이버 석사과정으로 2만 명을 가르치는 사례와 조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는 인공지능(AI)의 사례도 주목하고 있다.2장 ‘디지털 바이오‘는 백재현·이정민 한동대 생명과학부 교수, 3장 ‘오럴 바이오’는 서귀현 한미약품 연구센터장, 4장 ‘시티 바이오’는 안태진·김아람 한동대 생명과학부 교수, 5장 ‘그린 바이오’는 황인환 포스텍 교수와 김도영 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장, 6장 ‘마린 바이오’는 도형기 한동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차형준 포스텍 화학공학과 석좌교수가 각각 집필했다. 이 글들은 공통적으로 해당 분야의 개념과 역사, 앞서나가는 세계적 실태, 한국의 현황과 한국 바이오의 가능성을 점검하고 일반 독자도 이해하기 쉽도록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2020-12-02

“오 과장 무슨 고민 있나?”… 장자에게 듣는 직장생활 조언

‘장자에게 배우는 직장인 필살기’(싱긋)는 장자가 2천 년의 세월을 뚫고 한 기업의 ‘직장고민상담소장’으로 소환돼, 여느 회사에서나 흔히 만날 법한 ‘오 과장’이 겪는 직장생활의 고충을 상담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은 니체의 사상을 현대 직장인의 삶에 잘 녹여냈다는 평을 받으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니체 씨의 발칙한 출근길’을 쓴 생활인문학자 이호건 박사의 신작이다. 흔히 장자는 자연에 파묻혀 속세와 떨어져 사는 인물로 연상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동양의 니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장자야말로 현대인의 삶과 매우 잘 어울린다.특히 ‘쓸모없음의 쓸모’를 강조한 장자의 철학은 언제라도 당장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할 수 있는 오늘날의 직장인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자세이다.이 책은 ‘나와 맞지 않은 업무 때문에 속앓이하거나, 승진은커녕 해고당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등 직장생활을 하며 나의 쓸모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장자의 지혜를 통해 자유롭고 주체적인 ‘나’로 거듭나 지독하게 괴롭던 직장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책 말미에서는 장자에 관한 호기심을 한껏 끌어올린 이들을 위해 장자를 더 깊이 알게 해주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