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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건희 특검, 권성동 전격 구속영장 청구···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8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전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보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 오후 권성동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전날 권 의원을 특검팀 사무실에 불러 13시간 넘게 조사한 지 하루 만에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특검 역사상 불체포특권을 가진 현직 국회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7월 차례로 출범한 내란특검과 순직해병 특검을 포함해 현재 운영 중인 3대 특검 중에서도 첫 사례에 해당한다. 현직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가결 시 영장심사 기일이 정해진다. 부결 땐 법원은 심문 없이 영장을 기각한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구속기소)씨로부터 통일교 행사 지원 등을 요청받으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권 의원은 전날 특검팀에 출석하며 취재진에 “특검 측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저는 결백하다. 그렇기 때문에 당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형남기자

2025-08-28

한여름밤의 귀호강 Insound

2주 전쯤 SNS에서 공연정보 하나를 발견했다. 실감형 입체 사운드 기술인 이머시브(Immersive)를 활용해 관객을 소리의 한가운데로 초대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라는 설명이다. 총 50개의 스피커가 무대를 감싸며 관객은 그 안에서 공연을 감상하는 구조다. 경북지역에선 최초로 시도되는 공연 형태라니 궁금해졌다. 의레 주말에 공연을 하겠거니 했는데 뜻밖에도 일요일과 월요일 저녁이다. 일요일은 다른 일정으로 가지 못하고 월요일을 택했다. 공연은 지난 17일과 18일 양일간 오후 7시 30분에 이뤄졌으며 ‘2025 한수원과 함께하는 지역예술 상생프로젝트 쌍쌍경주’의 일환이다. 월요일 공연은 협동조합 문화채움이 준비하고 가수 라디(Ra.D)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하였다. 퇴근 후 갈 수 있는 시간이라 부러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갈 수 있겠다 싶어 알람을 설정해뒀다. 넓은 황성공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주차도 수월하고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공연장을 둘러싸고 50개의 스피커로 재차 두른 새 둥지 같은 구조 속에 관람석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연히 만난 지인과 함께 중간쯤 자리를 잡았다. 이번 공연의 총기획과 연출을 맡은 이장은씨의 사회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KBS 국악한마당 국악꿈나무 및 안동국제탈춤 페스티벌 금상을 수상한 리틀예인무용단이 첫 무대를 보여줬다. 무용수들의 섬세한 몸짓과 주변을 둘러싼 다수의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정교한 음들이 조화를 이루며 무대가 완성되었다. 이어서 유지원의 기타 연주가 이어졌다. 분명 눈앞에선 한 명이 연주를 하고 있지만 밴드가 함께 하고 있나 하는 착각에 빠졌다. 두 곡의 연주가 마치자 이번엔 랩퍼들이 등장했다. 비록 가사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몸이 절로 움직여졌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자들이 함께하는 건 이번 공연의 장점이다. 이우진과 Arawww의 무대가 끝나자 파래소의 공연이 이어졌다. 50개의 스피커로 전달하는 섬세한 작업이어서인지 중간 부분 예상치 못한 대기 시간이 있었지만 사회자의 능숙한 대처로 그마저도 재밌게 마무리되었다. 덤으로 짧지만 다음 공연자인 파래소의 국악 일타 강의까지 곁들여졌다. 센스있는 대처로 한차례 웃음이 터치고 다시 본격적인 공연으로 넘어갔다. 금세 네 명의 도깨비에게 홀린듯이 빠져들었다. 주변의 둘러싼 소나무 그리고 화면에 등장하는 붉은 달, 네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신비한 음들. 서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냈다.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두 곡이 연주되었다. 국악이 이렇게나 젊고 멋질 수 있구나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어진 마루밴드의 공연으로 18일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한 무대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잘 비벼진 비빔밥을 한 그릇 먹은 기분이다. 십여 년 전부터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이야기 되어왔다.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예술과 딱딱한 기계적인 느낌의 기술의 조합이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둘이 조합은 예술의 세계를 확장시켜줬다. 한여름 밤의 선물 같은 시간으로 공연 내내 음악에 푹 빠지다보니 월요일이라는 것조차 망각했다. 내키지 않는 월요일 밤은 그곳에 남겨두고 덩실대는 마음만 챙겨 서둘러 돌아왔다. 다음에도 오늘처럼 귀가 호사스런 기회가 닿길 기대해본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8

다른 이의 수고로움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저녁 식사로 돼지고기를 양념해서 프라이팬에 볶았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를 보다가 문득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라는 시구가 떠올랐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한참 붉은 고기를 바라보았다. 인간을 위하여 제 몸을 내어주는 생명이 있어서 밥을 먹게 된다는 것에 새삼 숙연해졌다. 한두 번 고기를 먹은 것도 아니건만 갑자기 이 고기를 어떤 마음으로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날마다 먹는 것은 모두 누군가의 목숨이지 않은가. 그 감사함을 잊고 그저 먹기에 바빴음을 반성한다. 다른 동료의 희생으로 삶을 이어가는 누 떼의 이야기인 시를 읽는다. “건기가 닥쳐오자 / 풀밭을 찾아 수만 마리 누 떼가 / 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에 모여 섰다 // 강에는 굶주린 악어 떼가 / 누들이 물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 / 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가 /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하여 강물에 몸을 잠그는 것을 // 악어가 강물을 피로 물들이며 / 누를 찢어 포식하는 동안 / 누 떼는 강을 다 건넌다 //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 그래서 / 누들은 초식의 수도승처럼 누워서 자지 않고 / 혀로는 거친 풀을 뜯는가”( 복효근 시 ‘누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먹거리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는 필연적으로 다른 이의 수고를 입고 살게 마련이다. 스위치만 올리면 환하게 전기가 들어오는 것도 보이지 않는 이들의 노고가 있어 가능한 것이다. 편리하게 이동하게 도와주는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어두운 지하에서 선로를 깔고 공사를 한 이들의 노동이 있어서 가능했다. 안전하게 늘 점검하고 운행하는 관계자들이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모두 다른 이의 도움과 노력을 통해 편리함을 누리며 살아간다. 자연이 주는 혜택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 들이쉬고 내쉬는 이 공기가 없으면 우리는 살지 못한다. 무한정으로 공급되는 이 공기의 고마움을 얼마나 생각하고 사는가. 물은 어떤가. 물이 없으면 생명 유지가 안 되고 생활도 어렵다. 수도꼭지만 틀면 쏟아지는 맑은 물에 감사함을 느끼며 살고 있는가. 돌아보면 커다란 혜택을 공짜로 받으면 살고 있다. 모두 무언가를 쫓느라 잊고 살 뿐이다. 막바지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처서를 지났으니 여름의 기세는 꺾이고 가을이 오고 있다. 불타는 더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누구나 피하고 싶어하는 이 뜨거움도 식물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여름이 있어야 벼가 익고 과일이 익는다. 서늘한 날만 있으면 쭉정이만 남는다. 뜨거움 덕에 알곡이 익고 과일에 단맛이 고인다. 나를 살게 하는 사람들과 자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하루를 기쁨으로 채워줄 것이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8

K-문화 독창성 버무린 ‘케데헌’ 글로벌 ‘문화주권’ 이끌 마중물

지난 6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K-Pop Demon Hunters(케데헌)’. 한국적 리얼리티가 스며든 판타지가 세계인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역설(力說)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인다. 작품 속 배경으로 등장한 북촌한옥마을, 남산타워, 낙산 성곽길, 명동거리 등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새로운 성지가 되었고, 그들은 작품 속 김밥, 컵라면, 설렁탕 등의 음식을 즐기며 한국 문화를 체험한다. 특히, 한국 민화 ‘호작도’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 ‘더피’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 조선의 미학을 세계에 알리는 매개체가 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작품 속 등장으로 성지가 되면서 뮤지엄숍의 호랑이 굿즈는 오픈런 품절사태까지 빚는다. 제품 품질을 우려해 극히 제한적으로 생산하다 보니 올 12월까지 주문 마감상태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은 ‘세계적인 규모의 박물관이 무료’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케데헌’은 가상의 K-Pop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 세계에서 등장한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와 경쟁하며 그들의 정체를 밝혀내고 음악으로 팬들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해 악귀로부터 세상을 지킨다는 서사다. 그 속에 한국적 디테일이 촘촘히 스며있다. 매기 강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외계어 같은 억지 한국어를 담았던 지난 콘텐츠들과 달리 한국을 사실적으로 담는다. 설렁탕에 보이는 소면, 식당 테이블에 휴지를 깔고 수저를 올리는 모습, 바닥에 앉아 소파에 기대는 등의 디테일은 오히려 한국인마저 놀라게 한다. 우리는 한 때 ‘토박이 문화’를 폄하하여 미개하고, 뒤떨어졌고, 미신에 가깝다며 지우고 잊고 버리려 했었다. 고(故) 이어령 박사는 한국 문화의 뿌리를 ‘막 문화’라고 했다. 우리 선대가 일상을 기록한 글을 잡문(雜文)이라 경시하는 잡이 ‘막(雜)’에 해당하며, 정제되지 않은 잡문, 막사발, 막걸리, 막춤 등에서 무한한 창의성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토박이 문화는 ‘막춤’과 ‘난타’ 같은 독창적 예술로 세계 시장을 열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날치의 국악에서도 그 ‘막’의 힘이 살아있다. ‘케데헌’ 또한 이런 맥락에서 K-문화의 생명력과 독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케데헌’은 넷플릭스가 투자하고 소니 픽처스가 제작했다. 흥행으로 인한 직접적인 이익은 미국과 일본으로 돌아가며 한국이 얻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라는 간접적 효과가 전부다. ‘오징어게임’은 세계적인 흥행을 이루었음에도 관광객 유치와는 큰 연관이 없었던 것과 상반된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작 디테일한 우리문화의 가치를 알아보고 활용한 것은 ‘케데헌’ 제작진이었다. ‘케데헌’은 ‘세계적 K-문화의 자생력’을 보여주었지만 수익 모델에 있어서는 외부에 종속된 사례다. 문화는 단순한 창작을 넘어 국가의 소프트 파워이자 경제력으로 연결된다. 지금처럼 세계인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K-문화가 한국의 직접적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생각과 함께 문화주권과 IP주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어찌됐든, 판타지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면서 한국문화의 자부심을 느낀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8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 두고 갈등 재현되나?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다음 달 축제 개최를 예고하자 반대 단체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혀 분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퀴어축제조직위는 지난 26일 대중교통 전용지구에서 퍼레이드를 할 것으로 기자회견에서 예고한 바 있어 갈등의 골은 깊어질 전망이다. 28일 대구퀴어반대대책본부와 동성로상점가상인회, 대구경북다음세대지키기학부모연합은 “퀴어축제로 대중교통 전용지구가 전면 차단되고 버스가 우회한다. 대한민국 어느 집회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특혜이고 시민의 교통권을 짓밟는 행위”라며 “동성로 상인회와 함께 축제 개최 저지를 위해 1인 시위를 벌이고 가처분 신청, 소송 제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집회 참여 인원이 신고한 3000명보다 현저히 적은 400여 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소수 집회 참가자를 위해 대중 교통지구를 차단함으로써 다수 시민의 이익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또 수년째 해당 축제로 인한 인근 상인들의 매출 타격, 청소년 보호 등을 근거로 들며 개최에 반대해왔다. 앞서 지난 2023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는 등 갈등이 심화했다. 홍 전 시장은 축제 당일 강제 철거까지 시도했고, 이후 축제 조직위가 대구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1심과 2심에서 모두 대구시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경찰이 시민 불편을 이유로 집회 장소를 일부 축소하는 제한 통고를 하자 축제 조직위가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대구지방법원은 축제 개최 자체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허용했지만, 공공 복리와 교통혼잡 개선을 위해 개최 장소는 제한하도록 했다. 한편 조직위는 26일 기자회견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는 보편적 인권, 다양성의 존중, 환경과 연대를 중요한 가치로 가지는 인권 축제이자 연대의 장”이라며 “평등을 염원하는 모든 시민을 환대하고 혐오와 차별 없는 축제를 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8-28

경북소방본부, 상황실 근무 체험… 응급의료 협력 강화

경북소방본부가 구급상황관리센터와 현장 구급대원 간 협력 강화를 위해 체험 근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소방본부는 지난 27일부터 2주간 도내 22개 소방서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근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은 119 종합상황실과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진행된다. 구급대원들은 상황관리센터에서 근무를 하며 응급처치 상담, 이송 병원 선정, 다수사상자 관리시스템과 119구급스마트시스템 운영 등을 직접 경험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병원 전 단계 응급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현장 대원과 상황관리요원 간 고충을 공유하기 위해 추진됐다. 특히 최근 의료계 갈등으로 병원 선정 업무가 상황관리센터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현장과 센터 간 긴밀한 협력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소방본부는 체험 근무 이후 설문조사와 의견 수렴을 거쳐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응급의료 체계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박성열 경북소방본부장은 “현장 대원과 상황관리센터가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고 소통을 강화하는 것은 재난 초기 대응력을 높이는 핵심”이라며 “이번 체험 근무가 현장 대응 체계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08-28

“평생 남을 위한, 통일 위한 삶 살았죠”

검버섯이 핀 양손을 펴자 검게 물든 손톱이 보였다. ‘해방둥이’라고 한 백발의 그는 “검정초당옥수수를 연구하느라 손톱이 새카맣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뜨거운 눈빛을 가진 그는 포항시 북구 청하면 국제옥수수재단 근처 옥수수밭에서 만나기를 청했다. ‘아프리카의 옥수수 추장’이라는 위인전기의 주인공 김순권(80) 옥수수 박사다. 한동대 석좌교수인 김 박사는 최근 16년의 연구 끝에 사료 효율성과 바이오에너지 생산성을 갖춘 하이브리드 옥수수를 개발했다고 한다. 식량 안보와 친환경 에너지 생산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획기적인 성과라고 설명했다. 김순권 박사는 1998년 슈퍼옥수수 개발사업으로 북한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해외 국가의 이웃, 힘들게 살아가는 국내 이웃들에게 희망을 선물해온 국제옥수수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평생을 옥수수에 천착한 이유가 궁금했다.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바다 마을에서 태어난 소년 김순권은 태풍으로 집을 잃고 사고로 아버지마저 여의었다. 온몸으로 고단하기만 한 고기잡이와 농사일로 생계를 도우면서도 늘 가난 탈출을 꿈꿨다. 농업고에 이어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했고, 수원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 농업연구사보로 공직에 입문하면서 옥수수 연구 부서에 배치됐다. 김 박사의 인생이 뒤바뀌는 결정적 순간이다. 미국에서 옥수수 육종 등에 관한 공부를 계속했다. 옥수수 분야 연구에서 가장 앞선 미국에서 배워 우리나라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원나라에서 붓대 속에 목화 종자를 들여와 전국에 목화씨가 퍼지도록 한 고려 말 문신 문익점이 떠올랐다. 조국을 살리겠다는 사명감으로 미국 하와이대와 일리노이대에서 연구에 매진한 결과 “옥수수를 위해 태어난 괴물 같은 연구자”라는 칭송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기대와는 달리 “벼도 아닌 옥수수에 매달리는 게 말이 되느냐”, “옥수수는 선배 연구자들이 실패한 분야”라는 비아냥과 비판이 쏟아졌다. 물러날 김 박사가 아니다. “우리 민족도 잘살게 해주세요”라면서 강원도 산골짜기에 옥수수 씨앗을 뿌리며 기도하고 울부짖었다. 결국 김 박사는 자체 기술로 교잡종 옥수수 개발에 성공했고, 강원도 농민의 소득이 크게 올랐다. 사람들은 김 박사를 ‘옥수수 박사’로 불렀고, 옥수수는 ‘제2의 녹색혁명’의 주인공이 됐다. 김 박사의 눈은 다시 아프리카고 향했고, 말라리아로 쓰러지면서도 17년간 아프리카를 누비며 옥수수 품종 개량과 재배법 전수를 반복했다. 빈곤의 땅에 옥수수가 뿌리를 내리는 모습을 본 아프리카 국민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북한도 빼놓을 수 없었다. 1998년 남쪽 강원도에서 개발한 ‘수원 19호’ 종자를 들고 북한을 방문해 연구성과를 전수하고, 종자 개량 사업도 펼쳤다. 협동농장의 옥수수 수확량이 20% 늘었다. 굶주렸던 북한 주민들에게 더 많은 옥수수 수확의 기쁨을 준 김 박사는 “내 땀과 노력으로 수백만 명이 굶주림을 면하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왜 태어났는지, 죽기 전에 무엇을 할 것인지 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 김 박사는 “남을 위해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남을 위해 살아온 사람, 통일을 위해 옥수수를 바친 사람으로 세상에 남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글·사진/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28

130가구 터잡은 시골마을에 ‘마구잡이’ 불법 건축물 신고

포항시 북구 죽장면 두마리에서 40건이 넘는 불법건축물 신고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130가구 208명이 사는 두마리에서 최근 불법건축물 신고가 42건이나 접수됐다. 대부분의 신고 대상은 허가 없이 설치한 사료 보관창고나 비가림막 등이지만, 방치했다가는 수사기관에 고발될 수 있어서 주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불법건축물 신고가 접수되면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해 위반사실을 확인하면 원상회복이나 시정명령을 내린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행강제 부과금을 매기고, 심각한 경우에는 건축법 위반으로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될 수 있다. 건축법 제108조에 따르면, 건축법 위반 혐의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신고된 불법건축물 중 사후 허가 또는 승인이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자진 철거가 요구된다. 포항시 북구청은 법적인 조치가 불가피하고, 절차에 따른 집행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두마리 주민들은 불법건축물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도 마구잡이로 신고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두마리를 넘어 죽장면 전체에서 신고가 계속되면 주민들끼리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 주민은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마을이 갈등으로 얼룩져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별다른 대책이 없는 주민들은 지역 시의원에게 대응책 마련을 요청했지만, 해당 시의원은 “특별히 대책이 없다”는 답만 내놨다. /최진호기자

2025-08-28

풍력발전기 허위광고 피해 구제 받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풍력발전기 설치 허위 광고로 손해를 본 농민을 구조해 계약 무효를 인정받았다고 28일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2022년 풍력발전기 설치 업자 A씨는 농민 B씨에게 “주택에 풍력발전기 두 대를 설치하면 에너지 효율 60%를 보증한다”며 “미달 시 철거 및 시공비 환불을 약속했다”고 했다. A씨는 B씨에게 계약금 800만 원 납부시 국가보조금 3000만 원과 설치 후 잔금 2000만 원 지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A씨는 B씨로부터 계약금 800만 원을 받고 풍력발전기를 설치했지만,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공사대금 2000만 원 지급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B씨는 항소하고 공단을 찾아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공단은 A씨가 계약을 체결한 이유 중 하나가 정부 보조금 지급과 풍력발전기 설치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기대였음을 주장하며, A씨가 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고지하고 계약했다고 항변했다. 공단은 해당 지역의 풍력발전기 설치가 보조금 지급 대상 사업이 아니며, A씨가 설치한 풍력발전기는 한국에너지공단의 인증을 받은 제품이 아닌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낮은 등급의 제품임을 확인했다. 또 업자가 발전 설비 공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임을 입증했다. 대전지법 제2민사부는 공단의 항변을 받아들여 “설치 공사에서 정부 보조금 지급 여부는 이 사건 계약의 중요한 사항이며, 인증 정품인 풍력발전기 설치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이를 속이고 체결한 계약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공단 소속 홍영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농촌 지역을 돌아다니며 법을 잘 모르는 농민들을 상대로 허위 영업을 하는 일부 무자격 업자에 대해 법원이 계약의 무효를 인정한 사례”라며 “향후 유사 분쟁 해결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8-28

“포항 철강산업 새 도약 기회” 환영… ‘전기 전용 요금제’ 시급

포항이 28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자 포항시와 지역 정치권, 산업계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저가 중국산 철강과의 경쟁과 더불어 철강 관세 50% 유지 등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철강업계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생존의 기로에 선 철강산업의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삼을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하고, 최근 발의된 ‘K-스틸법’이 조속히 제정·시행되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이 더 큰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등 에너지 비용이 철강기업의 가장 큰 부담 요인인 점을 고려해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 장치를 마련하고, 울진과 포항을 잇는 해저 전력망인 ‘에너지 고속도로’와 수소에너지 고속도로 배관망 구축 등의 사업 추진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포항시의회는 "이번 지정이 일시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 철강으로의 전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구조 개편 등 철강산업의 구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포항상공회의소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라면서 “맞춤형 지원 등을 통해 절체절명의 어려움에 직면한 철강산업을 지켜내고, 지역경제가 하루속히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산업은 제조원가에 전기료의 비중이 매우 높아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키고 있어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라면서 “그동안 건의한 ‘철강산업 전용 요금제 한시적 도입’이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지역 철강 부문의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철강산업의 위기가 중국산 저가 덤핑 문제와 대미 수출 제품의 고율 관세 등과 같은 근본적인 원인에 있어서 국가제조업의 근원이라는 차원에서 전방위적이고 미래지향적 지원제도를 마련해야만 철강 관련 공급망 전체에 활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포항 북)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환영한다”라면서도 “지정만으로는 포항의 산업 위기가 저절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 예산과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포항 남울릉)은 “이번 지정은 포항의 위기를 넘어 대한민국 제조업 전반의 위기를 산업정책 차원에서 풀어가겠다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라면서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점검해 포항이 대한민국 제조업 재도약의 심장으로 다시 뛰게 하겠다”고 했다. /배준수기자·김진홍경제에디터 baepro@kbmaeil.com

2025-08-28

“1년간 매달 막걸리 한 상자”···포항 동해면이 막걸리 축제를 여는 까닭은?

해수욕장 백사장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와중에 이 남자를 둘러싼 시민들은 두 손 모아 간절하게 기도했고, 한 남성이 막걸리 병을 양손에 쥐고 3차례에 걸쳐 심장 충격기처럼 가슴을 누른 뒤 막걸리를 입에 들이부었다. 쓰러진 남성이 벌떡 일어났고, 기도하던 시민들은 환호했다. ‘제1회 동해면 막걸리 축제’를 알리는 홍보 포스터로 마무리하는 17초 분량의 영상이다. ‘멈춰 있던 당신의 심장을 깨우는 포항 막걸리’를 주제로 만든 이 동영상에는 동해면 공무원 5명이 직접 출연했다. 포항시 대변인실 소속 공무원도 환자역할로 힘을 보탰고, 미디어팀은 동영상 제작도 도왔다. 정영석 동해면 주무관은 “35도의 폭염 속 촬영 당일 포항시 대변인실 직원이 뜨거운 모래 위에서 고생을 많이 해 안타깝기도 했지만,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흥미롭게 지켜봐줬던 기억이 난다”라면서 “주민들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행정이 꼭 필요하다는 걸 이번 작업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이 올해 처음으로 막걸리 축제를 열기로 해 관심을 끈다. 이유를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해면 도구리에는 유명한 양조장이 있다. 1955년 문을 연 이후 3대째 가업을 잇는 이 양조장은 지금까지 약 600t의 포항 쌀로 막걸리를 빚어왔다. 바다와 가까운 입지 덕분에 발효에 좋은 조건을 갖추면서 맛을 지켜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쌀과 전통을 고수한 덕분에 이번 축제 무대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동해면은 ‘막걸리 축제’를 통해 다른 해수욕장보다 덜 알려진 도구해수욕장을 널리 알려 관광객을 모을 계획이다. 동해면에 있는 음식점과 전통주 제조 업체가 직접 참여해 지역 상권 살리기와 전통 막걸리 홍보에도 나선다. 무엇보다 지난해 포항시가 공모한 추모 공원 유치 경쟁 당시 불거진 갈등으로 주민들 사이에 남은 불편함을 막걸리로 화합하면서 풀자는 뜻도 담았다. 막걸릿잔이 화합의 매개체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이벤트도 흥미롭다. 양조장 대표가 황동 주전자에 막걸리를 따라주는 옛 방식을 재현한다. 특히 추첨을 통해 선정한 2명에게는 1년간 매달 막걸리 한 상자를 보내준다. 축제는 30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포항 남구 동해면 도구해수욕장 주차장에서 열린다. 7080 무대 공연을 비롯해 꽁치숯불구이와 부침개, 회무침 등을 막걸리와 먹을 수 있는 부스 10개도 준비돼 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8-28

'7명 사상' 경부선 열차사고 기관사 첫 소환 조사

7명의 사상자를 낸 '경부선 철도 참사'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이 27일 사고 무궁화호 열차 기관사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첫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경북경찰청은 이날 오전 9시쯤 A씨를 경북청 형사기동대 사무실로 불러 오후 3시까지 6시간가량 조사를 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사고 당일 풀숲이 우거진 커브 구간을 지나면서 선로 주변 근로자들을 인지했는지, 제동 장치 조작이나 경적 사용 등 전반적인 안전 수칙을 준수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A씨가 열차 운행 전 또는 운행 중 사고 구간에서 상례작업(열차 운행 중 시행하는 선로 유지보수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라는 사실을 역 관계자 등으로부터 통보받았는지 여부도 조사했다. 또 사고 발생 전 기관사와 사고 구간을 담당하는 남성현역, 청도역 관계자들 사이에 주고받은 무전 교신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역 관제사는 열차 운행 구간에 공사나 변경 내용 등이 있으면 기관사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며 "A씨뿐만 아니라 사고 구간 담당 역 관계자 등도 조사해 법 위반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A씨가 사고 구간에서 상례 작업이 예정돼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는 수사 중인 내용이라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9일 청도군 경부선 선로 근처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시설물 안전 점검을 위해 이동 중이던 코레일 직원 1명과 하청업체 근로자 6명을 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하청업체 근로자 2명이 숨지고 나머지 5명이 다쳤다. 숨지거나 부상한 하청업체 근로자 6명 가운데 2명은 당초 해당 업체가 작성한 작업계획서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인원으로 드러났다. 사고 발생 후 경찰은 남성현역 역장 등 코레일 관계자들을 상대로 작업 지휘 과정, 열차 운행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했다. 현장 조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열차 경보장치 작동 여부 등도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주 안으로 사고 관련 주요 관계자 조사를 마무리한 뒤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28

“모두의 염원 결실”… 포항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산업통상자원부는 경북 포항시와 충남 서산시에 대해 28일부터 2년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다고 공고했다. <관련기사 2면>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저가 중국산 철강과의 경쟁과 더불어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적자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다. 포항은 태풍 힌남노 피해를 본 이후인 2022년 10월 30일부터 2년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경북도는 글로벌 공급과잉, 불공정 수입재 유입 등으로 포항 철강산업의 현저한 악화가 우려된다고 판단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신청했다. 산업부는 지난 5일 포항 현지 실사에 이어 관계부처와 지자체 실무협의, 산업위기대응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우대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정책금융기관에서는 중소기업에 만기 연장·상환유예를 지원하고,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에서는 협력업체·소상공인에 우대보증 지원프로그램을 출시한다. 이 밖에도 정책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담당자를 면책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10억 원 한도에서 3.71% 금리로 2년 거치 5년 만기 대출을 제공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도 7천만 원 한도에서 2.68% 금리로 2년 거치 5년 만기 대출을 제공한다.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비율도 대기업 설비투자의 경우 기존 6%에서 12%로 상향 적용된다. 중소기업 설비투자의 경우 기존 10%에서 25%까지 높아진다. 또 2차 추경으로 신설된 지역산업위기대응 사업을 통해 산업위기지역 소재 주된 산업 관련 기업의 대출에 대한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이차보전, 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맞춤형 지원(기업지원, 인력양성)을 추가로 지원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시와 지역사회, 국회, 시의회, 경북도, 지역 기업이 산업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염원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28

‘尹계엄 방조’ 한덕수 전 총리 구속영장 기각···“다툴 여지 있어”

법원이 내란 방조 및 위증 등 혐의로 청구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의 현재 지위 등에 비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의 경력, 연령, 주거와 가족관계, 수사절차에서의 피의자 출석 상황, 진술 태도 등을 종합하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제1 국가기관’이자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로서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 또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하게 돼 있다. 국무회의 역시 국무총리가 부의장 역할을 한다. 특검팀은 제헌헌법 초안을 작성한 유진오 전 법제처장이 ‘대통령의 독주를 막기 위해 국회 승인을 거쳐 총리를 임명하도록 했다’고 밝힌 점 등을 근거로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또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이전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것도 계엄을 막으려는 목적이 아닌, 절차상 합법적인 외관을 갖추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구속영장에 기재했다. 특검팀은 수사결과를 토대로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허위공문서 행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은 핵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위증 관련 내용을 제외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통령의 뜻이 워낙 강해 말릴 수 없었으며, 국무회의를 소집한 것도 계엄을 만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해왔다. 사후에 작성·서명한 계엄 선포문은 작성 직후 폐기했기 때문에 계엄 선포를 합법화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없으며, 윤 전 대통령 등 계엄 주요 가담자들이 이미 구속된 상태여서 증거 인멸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이날 심사에 54페이지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362쪽 분량의 의견서, 160장의 PPT 자료, 폐쇄회로TV 영상 등을 제시하면서 혐의 및 구속 필요성 소명을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법원은 그러나 양측 주장을 따져본 뒤 특검팀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구속 수사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는다고 보고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형남기자

2025-08-28

“냉천교 재가설로 매출 타격… 경북도가 보상해야”

속보 = 포항시 남구 냉천교 재가설 공사로 인한 차량 통행의 어려움으로 발생한 상권 매출 하락 문제<지난 3월 25일자 5면 보도 등> 해결을 위해 상인과 경북도, 시공사 관계자들이 27일 한 자리에 모였다. 상인들은 “실태조사와 영업 손실 보상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경북도는 “소송으로 보상의 당위성을 증명하라”며 맞섰다. 27일 오후 3시쯤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 있는 청림동 상인회 사무실에서는 “올해 1월부터 진행된 냉천교 재가설공사로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주변 상권이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다"라는 상인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냉천교 인근에서 음식점 등을 하는 상인들로 구성된 청림상인연합회 관계자 20여명은 “매출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국가가 책임져 달라”고 호소했다. 경북도 측은 “사업 착공과 설계 계획 당시 영업손해에 대한 보상금에 대한 계획은 수립하지 않았다”면서 “보상을 원하면 소송 절차를 거쳐야 하고, 명분 없는 보상비 지급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상인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냉천교 재가설 기간 동안 차량이 평균 3만대에서 1만9000대로 대폭 감소했고, 이동이 불편해지면서 청림동 인근 상권을 방문하는 손님 역시 절반 이상 줄었다고 했다. 한 상인은 “작년과 올해 매출 전표를 보면 매출 감소를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다”면서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실태조사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은 냉천교 차로 확대와 진입로 확보도 요구했다. 애초 왕복 8차로로 계획했다가 왕복 6차로로 줄이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2년 뒤 완공 때까지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공사는 불가능하다"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경북도는 2022년 9월 힌남노 태풍 때 하천 범람으로 남구 오천읍 일대가 침수되자 통수 면적과 물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냉천교 재가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글·사진/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27

육상 기대주 나마디 조엘 진, 경북경찰청과 ‘기초 질서 확립’ 달린다

경북경찰청이 대한민국 육상의 기대주인 나마디 조엘 진 선수와 손잡고 ‘3대 기초 질서 확립’ 홍보에 나선다. 경찰청은 조엘 진 선수와 함께한 캠페인 영상을 제작해 도민 인식 제고와 공감대 확산을 적극 추진한다고 27일 밝혔다. 예천군청 소속의 조엘 진 선수는 2025 구미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400m 릴레이와 독일 라인-루르 하계 U대회 같은 국제 무대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육상의 차세대 간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영상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조엘 진 선수의 건강한 이미지와 3대 기초 질서인 △교통질서 △생활질서 △서민경제질서를 결합해 제작됐다. 45초 분량의 숏폼 영상으로, “기초를 지켜야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경북경찰청 SNS와 대형 전광판 등을 통해 송출될 예정이다. 조엘 진 선수는 “운동선수로서 규칙을 지키는 것이 좋은 성과의 출발점이듯, 일상에서 기초 질서를 지키는 것이 모두가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이 이번 캠페인에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부명 경북경찰청장은 “조엘 진 선수가 흘린 땀과 열정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듯, 경북경찰도 도민 안전을 위해 끊임없이 달리며 더욱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경북경찰청은 이번 영상을 시작으로 기초 질서 준수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홍보활동을 이어가며, 특히 오는 APEC 정상회의에서도 선진적인 질서 문화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08-27

“어획량 줄어 잡아도 남는 게 없어요”

27일 새벽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 있는 구룡포수협위판장은 평소보다 들뜬 분위기였다. 반가운 손님이 와서다. 7월 10일부터 8월 25일까지 50일간의 금어기를 지나 지난 26일 만선의 꿈을 안고 먼바다로 떠났던 어선들이 붉은 대게를 선보였다. 금어기 해제 이후 첫 경매다. 중매인과 상인들은 노란색 플라스틱 바구니(가구) 안에 가득 담긴 붉은 대게를 요리조리 훑어보며 신선도를 확인했다. 씨알이 굵고 속이 꽉 찬 붉은 대게에는 많은 중매인의 손길이 갔다. 20년 동안 붉은 대게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은 “구룡포항에서 위판하는 붉은 대게는 다른 지역 대개 보다 수심이 깊고 조류 변화가 심한 곳에서 서식해 살이 단단하고 단맛이 강하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종을 든 경매사의 추임새와 함께 507만성호가 잡은 29가구(상자)의 경매가 시작됐다. 1가구의 무게는 평균 22~24kg이다. 중도매인은 경매사가 지나갈 때면 상의를 펼쳐 다른 사람이 못 보도록 한 뒤 손가락 2~3개를 흔들며 가격을 제시했다. 혹여 경매사들이 못 볼까 싶어 큰 동작으로 경매사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경매사는 매서운 눈으로 빠르게 가격을 확인한 뒤 마지막에 낙찰 가격과 중도매인의 번호를 불렀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중도매인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원진 만성호 선장은 “홍게잡이의 경우 2박 3일간 조업을 나가는데, 기상 악화로 1박 2일 만에 항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물량이 적어 시세보다 가격은 좋았지만 크게 수익을 남길 정도는 아니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날 경매된 박달 붉은 대게 1마리의 최고가는 3만 원이다. 27일 하루 전체 위판량은 4t이고, 위판액은 2352만1000원이었다. 지난해 어획량(9t)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구룡포수협은 첫 경매에 나온 붉은 대게의 품질이 전체적으로 좋다고 평가했다. 권세광 구룡포수협 경매사는 “수온에 민감한 붉은 대게는 앞으로의 어획량 증가 여부에 대해 가늠할 수 없다”면서 “다만 더위가 한풀 꺾여 해수의 온도가 떨어지면 더 많은 양이 잡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어선 선주는 윤석열 정부의 동해 심해 유전 탐사·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보상과 관련한 아쉬움도 이야기했다. 선주는 “작년에 잠깐 보상 관련 여러 말이 오갔지만, 석유 찾는다고 어장만 파헤치고 보상금은 한 푼도 주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27

복합 현안 얽힌 안동댐, 지속 가능 해법 모색해야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안동댐이 수질 오염과 지역 개발 문제 등 복잡한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중금속 퇴적, 녹조 확산, 축산폐수 유입 등 환경위협이 지속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댐 건설 이후 교통 단절과 생활 불편을 호소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1977년 완공된 안동댐은 총 저수 용량 12억4800만t으로 전국 4위 규모를 자랑하는 다목적댐으로 수력발전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연간 약 18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현재 안동댐 상류의 수질은 1등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낙동강 하류로 내려갈수록 3등급까지 떨어지고 있다. 이는 대구·구미 산업단지와 축산농가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봉화지역 폐광산과 석포제련소에서 유입된 카드뮴, 비소 등 중금속이 안동댐 바닥에 퇴적돼 있어 상류지역 집중 호우나 태풍 등의 영향을 받을 경우 오염 물질이 수질에 녹아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동댐 상류 지역의 경우 준설 등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준설 과정에서 이물질이 떠올라 2차 오염이 유발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녹조 문제도 심각하다. 예안교~도산서원 구간에는 여름철 폭염과 축산폐수, 영양염류 유입으로 남조류 세포수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녹조 차단막과 제거선을 설치해 대응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오염원 차단일 수 밖에 없다. 안동 북후면과 서후면 일대 축산단지에서 유입되는 폐수가 수질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환경 개선과 생활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댐 건설 이후 일부 지역은 교통까지 단절돼 주민불편을 부추겼다. 안동시의회는 ‘생태복원 뉴딜’ 정책을 제안하며, 환경 개선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안동시도 320억 원을 투입해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친환경 퇴비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축산단지의 환경부 매입과 녹조연구센터 설치도 정부에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보다 정밀한 실태조사와 오염원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폐광산 침출수와 축산폐수의 유입 경로를 명확히 파악하고, 퇴적물 측정 지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환경단체들도 “대구 취수원 이전 보다 오염원 제거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며 “녹조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낙동강을 단순한 수자원이 아닌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바라보며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안동댐을 둘러싼 갈등은 수질 오염, 지역 개발, 주민 생활권,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복합적인 현안문제이다. 정부와 지자체, 지역 주민, 환경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27

경북소방, ‘하트세이버 왕’ 5명 선정

경북소방본부가 생명의 문턱에서 환자를 구해낸 구급대원들에게 특별한 영예를 안겼다. 본부는 27일 열린 제8회 경북 하트세이버 왕 선발 행사에서 심정지 환자를 5명 이상 소생시킨 대원 5명을 선정해 배지와 경북도지사 표창을 수여했다. 올해 ‘하트세이버 왕’은 안동하 소방장, 박효근 소방장, 김태욱 소방장, 황정호 소방장, 전상훈 소방교가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현장에서 침착하고 전문적인 응급조치로 소중한 생명을 지켜낸 주인공들이다. 경북소방은 지난 2018년부터 하트세이버 왕 제도를 도입해 심정지 환자 소생에 기여한 대원을 꾸준히 발굴해왔다. 특히 5명 이상을 소생시킨 대원에게는 ‘그레이트 하트세이버’, 10명 이상을 소생시킨 대원에게는 ‘마스터 하트세이버’라는 칭호를 부여해 그 노고를 기리고 있다. 이번 수상자들은 모두 ‘그레이트 하트세이버’의 반열에 올랐다. 박성열 경북소방본부장은 “위급한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전문성을 발휘해 생명을 구한 구급대원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번 수상이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도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08-27

“낯선 곳에 절 버리시나요” 여름 휴가철은 반려동물 수난시대

여름 휴가철 피서객이 많이 찾는 포항 등지 관광지에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동물등록 때 외장 칩 대신 내장 칩을 의무화해 유기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무엇보다 각 지자체가 돌봄 안전망을 강화해 반려동물 유기 방지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26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유기·유실 동물 발생 건수는 7월에 가장 많았다. 5~7월에만 전체의 30%가 집중됐다. 포항의 경우 2022년에는 7월에만 176건으로 월별 최다였고, 2023년 7월에도 162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7월 131건, 올해 7월 104건 등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에 100마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포항에서 구조된 유기 동물 881마리 가운데 절반은 입양되거나 원래 주인을 찾아갔지만, 나머지 상당수는 안락사 처리했다. 실제 2023년 900여 마리의 개가 구조됐고, 200여 마리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안락사했다. 포항시 동물보호센터의 사정도 살펴본 결과 얼마 전 들어온 몰티즈는 먹던 사료와 함께 남구 일월동의 한 전봇대에 묶인 채 버려졌다. 보호센터 관계자는 “7살 추정의 노령견인데 사랑으로 키워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버려져 있었다“면서 “마치 쓰레기를 버리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주로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 고령이거나 병든 반려동물은 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인데,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보호자들이 유기를 선택하고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에 돌봄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동물보호법상 의무인 동물등록을 할 때 무선식별장치의 훼손·분실·파기 가능성이 큰 외장형 칩 대신에 쌀알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동물의 어깨뼈 사이 피하에 삽입하는 내장형 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년구 선린대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반려동물 등록을 내장형 칩으로 의무화해 책임 회피를 어렵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등은 개와 고양이를 내장형 칩으로 등록할 때 4만~8만 원이 드는 점을 고려해 선착순 한정 등의 방법으로 1만 원 내에 등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반려동물 돌봄 안전망 구축도 시급하다. 정 교수는 “단순히 개인의 무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민간 애견 호텔이 하루 3만~4만 원 이상의 비용 부담이 생기는 등의 이유로 돌봄 대안을 찾지 못해 반려동물을 유기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정 교수는 ”지자체가 나서서 휴가철 임시 돌봄을 제공하거나 유기된 동물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새 가정에 입양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공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류성원 포항시 축산과 반려산업동물보호팀장도 “외장형 칩은 손쉽게 제거할 수 있어 제도적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내장형 칩 의무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글·사진/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27

이강덕 시장 美 워싱턴서 “철강관세 인하” 호소

이강덕 포항시장이 한미 관세 협상에서 철강 품목 관세가 50%로 유지돼 직격탄을 맞은 포항 철강산업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찾는다. 집권 여당 지도부도 포항에 초청해 주요 철강업체의 현실을 직접 보여주고, 국가 차원의 철강 관세 인하 노력을 촉구할 예정이다. 실제 중국과 비교되지 않는 가격 경쟁력, 값비싼 전기료 부담에 관세 50% 폭탄, 내년 1월 1일 시행하는 유럽탄소국경 제도 등 악재 더미에 쌓인 포항의 주요 철강사는 사업장 폐쇄 등으로 생산과 고용이 감소했다. 이강덕 시장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 일정으로 9월 3일부터 8일까지 영국과 독일을 방문하는데, 이에 앞서 9월 1~2일 미국 워싱턴DC를 찾는다. 9월 1일에는 워싱턴한인회와 간담회를 갖고, 9월 2일에는 코트라(KOTRA) 워싱턴DC 무역관에서 북미지역본부장을 만나 미국 철강 업계 현황과 50% 관세 부과 이유 등의 동향을 파악하고, 철강 품목 관세율 50%에서 더 낮은 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지 여부도 타진할 예정이다. 미국 행정부에서 일했던 경제 관료 출신이 주로 포진한 글로벌컨설턴트기업 대표들과의 면담을 통해서도 철강 품목 관세 인하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시장 명의의 대정부 건의서도 코트라, 컨설턴트사, 백악관과 정부 각 부 처 온라인 등 4가지 방법으로 미국 행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여당 지도부를 포항으로 초청해 심각한 위기에 처한 철강업계의 현실을 보여주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이 시장은 “야당은 물론 정부와 여당이 직격탄을 맞은 포항 철강산업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호소하고 있고, 국민도 관심을 두도록 발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지도부를 포항에 모셔서 위기에 처한 포항 철강산업의 현실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적극적으로 호소해서 정부와 여당이 관련 정책 추진과 관세 인하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27

포항 숲강아지, 유기견 입양∼사후 관리까지 ‘희망의 다리’ 역할

포항시 산림조합 마당에 숲강아지 센터가 있다. 26일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촬영이 이곳에서 있을 예정이라고 자랑거리가 많다고 연락이 왔다. 센터가 처음 열렸을 때 방문하고 오랜만에 찾아가니 새로운 것이 더 생겼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봉사자들이 강아지를 보살피느라 바삐 움직였다. 문을 들어서니 낯선 사람이 방문해서인지 강아지 한 마리가 유독 짖었다. 한 마리는 앞발을 들고 초롱한 눈으로 쳐다보아 보호자를 기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렸다. 휴가 기간이 지나고 센터에 들어오는 유기견이 늘었다. 한국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휴가 기간에 반려견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 “집을 장기간 비우면서 관리하기가 힘들어 버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8월에 버려진 유기견이 전체의 45%라 한다. 그렇게 사람에게 버림받아도 사람이 다가가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숲강아지 센터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찾아온다. 미 해군, 포스텍, 한동대, 세명고, 포항여고, 에코프로 등에서 찾아와 목욕을 시켜주고, 센터 청소며 유기견 산책까지 봉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버리는 이도 사람이지만 돌보는 이도 사람이다. 이렇게 센터에 봉사하러 왔다가 입양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방울이를 입양한 김나래(18)씨도 봉사와서 산책시키며 정이 들어 부모님을 설득해 가족이 되었다. 보통 성견이 아닌 아기를 많이 입양하는데 방울이는 4세 정도 추정되는 성견이었다. 지금은 기다려, 손, 산책, 밥 먹자 등 보호자와 소통이 가능해 함께 잠자며 하루 종일 같이 붙어 사는 ‘찐친’이라고 했다. 오빠들이 있어도 방울이를 데려오자고 한 자신이 책임지고 돌보는 중이라고 말하는 김나래씨는 어린 나이지만 목소리에 어른스러움이 묻어났다. 한 생명을 보살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또 그것을 지켜나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포항 숲강아지 센터는 입양을 보내고 난 후 사후 관리도 잘하는 센터였다.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또 센터에 방문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반려인들에게 친정 같은 입양처가 되어 주었다. 김나래씨도 방울이를 데리고 한 달에 한 번 이곳에 오면, 방울이가 직원들에게 달려가 안기며 센터에서의 시간을 기억한다니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숲 강아지 센터 개린이의날 행사에 반려견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포항시 산림조합 잔디마당에 여러 개의 부스가 차려졌고 펫 푸드 부스나 기본 미용해 주는 부스, 한쪽 부스에서는 훈련사 선생님이 강아지 행동 교정 상담도 해주셨다. 행사 중간에 숲강아지 센터에서 반려견을 입양 받은 분들은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입양 전 미리 친해져 볼 수 있는 기회 같다. 이날 행사는 반려견 가족뿐만 아니라 반려견을 동반하지 않고 유기견 입양에 관심 있는 분들도 많이 참석했다. 숲강아지 센터 내부에는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이 여러 마리 있었다. 이곳에 있는 친구들이 끝이 아니라 포항시 유기견 센터에도 많은 친구들이 있다. 포항시 유기 동물 입양 정보는 포인핸드 앱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혹시 가족을 입양하실 생각이라면 동물 사랑 배움터에서 두 시간 수업을 듣고 수료증을 받고 난 뒤 입양 신청할 수 있다. 입양 후 안부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행사도 진행하고 연락도 꾸준히 하시는 거 같아서 더욱 보기 좋은 포항시 유기견 센터였다. 포항시 유기 동물 입양센터인 숲강아지 센터 건물이 산림조합 잔디마당과 맞닿아서 자리하고 있어서 처음엔 나무 사러 왔다가 숲강아지 센터에 있는 유기견을 발견하고 들어왔다면 이젠 숲강아지 센터에 왔다가 산림조합에 볼일을 보는 경우도 늘었다. 서로 상생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6

너무 쉬운 쇼핑 말고 수선하는 즐거움

오늘도 휴대폰 속에선 충동구매를 부채질하는 광고가 불볕더위만큼 뜨겁다. 휴대폰을 켜는 순간 개인에 맞추어진 알고리즘 광고는 언제라도 거침이 없다. 시민기자도 손안에 들린 전화기 속 화려한 광고에 혹해서 망설임 없이 클릭하고 만다. 너무 쉬운 쇼핑이다. 이렇게 잠깐의 클릭으로 구매한 바지며 셔츠가 여러 개다. 필요한 거였다고 스스로 변명을 하지만 막상 제품을 받으면 몇 번 입지도 않고 이내 심드렁해진다. 처음 광고에서 느꼈던 감흥은 없어진 탓이다. 온라인 쇼핑은 이런 소비를 부추긴다. 소셜 미디어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면 클릭해서 바로 구입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가격이 아주 저렴한 탓에 큰 고민 없이 새 옷을 사고 옷이 많다고 하면서도 옷을 산다. 옷이 없어서 옷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이렇게 충동구매로 산 옷은 수선하기보다는 몇 번 입어보다 싫어지면 그냥 버리고 다른 새 옷을 구매하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 패스트패션의 유행으로 너무 많이 만들어진 옷은 40% 정도는 그냥 버려지고 전 세계 탄소 배출량도 1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소비량이 생산량을 미처 못 따라가고 있다. 1초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이 버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과잉 소비가 아닌 나에게 정말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고 옷은 수선해서 오래 입어보는 생활이 필요한 이유다. 수선은 이런 과잉 쇼핑이 아닌 우리의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옷의 수명을 연장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새로 사는 것과 고쳐서 다시 입는 것 사이에서 늘 고민이 되면서도 수선할 때는 쇼핑할 때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 수선을 즐겨하는 50대 주부 김희연(포항시 북구 장성동) 씨는 “평소에 새 물건을 잘 사지 않는 편이다. 고쳐서 오래 사용하는 습관이 있는데 아이들이 셋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수선을 하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물건에 생명 연장하는 느낌이 좋다”고 말한다. 수선은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무엇보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새로 옷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경제적이고 아끼던 옷을 계속 입을 수 있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자연히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다 수선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과 장식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즉각적인 쇼핑에서 오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만든 사람의 특별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끔 집에 있는 반짇고리로 단추를 달 일이 종종 생긴다. 아이들 교복이며 원피스의 단추가 달랑달랑할 때 바늘과 실로 새로 단 단추를 보면 간단하지만 내 손으로 만든 즐거움이라는 기쁨이 크다. 아끼던 옷에 얼룩이나 자국이 있을 때는 어울리는 다른 조각으로 덮어서 새로운 옷으로 만드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바지가 치마가 된다거나 하는 스스로 수선이 어려운 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손재주가 없어서 직접 수선할 자신이 없거나 귀찮다면 처음부터 옷을 구매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니면 무심코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잠시 화면을 끄고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장바구니에 담아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6

건강한 밥상으로 늦여름 무더위를 이겨요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다. 기승을 부리던 파리, 모기가 사라지는 무렵이란 뜻이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되는 때이건만 더위는 여전하다. 연일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있다. 이런 더위에는 시원한 음식으로 식도락을 즐기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안동에는 민가 최고의 고조리서 ‘수운잡방’과 한글조리서 ‘음식디미방’이 전해져 온다. 조선시대의 식생활과 음식 문화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수운잡방’은 1500년대 초에 저술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서 중의 하나로 조선 중종 때 오천군자리의 탁청정 김유와 문정공 김령이 우리나라의 전통 요리법에 관해서 저술한 책이다. 음식 조리는 물론이고 술 빚기, 김치, 장류, 식초, 채소 저장하기 등 재료의 사용에서 조리, 가공법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식생활 형태를 추정할 수 있는 희귀서이다. ‘음식디미방’은 영남의 신사임당으로 불리는 장계향이 말년에 저술한 한글조리서로 복숭아, 가지, 생포 간수법 등 냉장고가 없던 시절 어떻게 음식을 보관했으며 제철이 아닌 나물 쓰는 법 등을 보면 비닐하우스 재배와 같은 방법으로 겨울철에도 채소와 과일을 즐겼음을 알 수 있다. 농경사회에서 우리 민족은 음력 정월부터 섣달까지 해마다 같은 시기에 제철 음식을 먹고 저장하면서 세시풍속을 지켜왔다. 늦여름 무더위에 지쳤을 때는 살얼음 띄워진 시원한 콩 국물에 국수를 말아 한 그릇 뚝딱해도 좋고 달콤한 초장을 얹은 비빔국수에 오이, 삶은 달걀을 얹어 먹어도 별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땅에서 자란 채소로 만든 건강한 음식으로 이 더위를 거뜬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 삶아 건져내 간이 슴슴하게 무쳐낸 콩나물,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린 여름 무 생채, 식이섬유가 풍부한 고사리, 마늘을 빻아 넣어 풍미를 더한 시금치, 해독 작용이 뛰어나고 시원한 맛으로 여름 입맛 살리기에 좋은 미나리, 겨우내 말렸던 묵나물, 삶은 호박잎에 갓 캐낸 감자를 쪄내고 거기에 강된장까지 곁들여 먹으면 든든한 한 상 완성으로 늦여름 무더위 따위야 물러날 것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