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최씨 일가 재산형성 과정 밝혀라

문세광의 흉탄에 영부인을 잃은 박정희 대통령은 마음 둘 곳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재혼을 권했지만 대통령은 “근혜때문에….”라며 고사했다. 그 무렵에 최태민이 장녀 박근혜에게 접근했다. “영부인이 될 것이다”하고, “영적인 부부 사이”란 말도 흘렸다. 최태민은 딸이 셋인데, 둘째 순실이 4살 많은 박근혜를 언니라 부르며 달라붙었다. 최씨의 예언대로 재혼하지 않은 아버지 옆에서 딸은 외교사절들을 접견할 때 영부인 역할을 했다. 1979년 박 대통령이 김재규에 의해 서거하자, 전두환 정권이 들어섰고, 청와대 금고에 있던 6억원이 박근혜에게 주어졌다.이 무렵 최태민은 단칸방 살이를 하고 있었지만 박근혜와 친해진 후 사정이 달라졌다. 박근령씨의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씨 일가가 당시 6억원을 포함한 재산을 대신 관리했다. 이를 빼돌려 부를 축적한 것”이라 주장했다. 당시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이 200만원인데, 근령씨와 지만씨에게 각각 아파트 한 채씩을 사주었고, 나머지는 어떻게 된 것인가. 최씨 일가가 그 돈을 어떻게 관리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이번 검찰과 세무당국의 최대 과업이다.2012년 대선 TV토론 때 박근혜 당시 후보는 6억원을 사회 환원하겠다고 했으니 이 기회에 최씨 일가의 부를 낱낱이 조사해서 환수해야 한다. 임한수 국세청장은 최근 국회 예결특위에서 최씨 일가의 재산 취득 경위와 탈세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지금까지 밝혀진 것을 보면, 최순실씨의 재산은 강남 일대의 부동산과 승마용 말 등이 350억원에 달하고, 10억원짜리 말과 매월 수천만원이 드는 관리·훈련비 등을 감안하면 현금자산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53개 기업의 팔을 비틀어 뜯어낸 800억원 중에서 딸의 `승마비용`으로 상당 부분 들어갔을 것이고, 따로 삼성은 35억원을 독일로 보내 딸의 말 구입과 관리에 사용했다는 정황이 나왔다.단칸방 살이 하던 최씨 일가의 재산은 지금 약 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최순실씨의 언니와 동생도 서울 강남 일대에 1천억원 이상씩의 부동산을 가졌다고 한다.동생 최순천씨는 1천300억대의 부동산을 갖고 있고,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6층 상가빌딩을 가지고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언니 최순득씨도 도곡동 빌라 외에 삼성동에 7층빌딩을 갖고 있으며 빌딩관리 회사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세 자매는 사업수완도 상당히 있었겠지만 그 종자돈이 어디서 나와 어떻게 굴렸으며, 권력의 후광을 빌리고, 개발정보를 미리 얻어 땅짚고 헤엄치기식 재산증식을 한 일은 없었는지, 당국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부정축재가 있었다면 몰수해 국고에 환수해야 국민적 분노가 얼마간은 풀릴 것이다.

2016-11-04

포항시가 나서서 두호동마트 결자해지해야

오랫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왔던 포항 두호동 대형마트 추진사업에 최근 의외의 변수가 나왔다. 죽도시장상가번영회의 회장이 바뀐 뒤 2일 오후 상인들의 찬반 투표가 열린 것이다. 전임 회장이 완강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상황에서 이번 투표는 예상 밖의 일이었다. 이미 죽도시장의 어시장과 회상가의 상인단체들은 두호동 마트 입점에 찬성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상가번영회의 결정은 결과를 떠나 상당한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지난 2008년 이후 6년 동안 추진돼온 이 사업의 갈등은 골목상권 침체라는 전국적 논란을 기본으로 지방선거에 생사를 걸만큼 민감한 단체장들의 고민까지 더해지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전임 포항시장은 마트 부지 내의 도시계획도로를 폐도한데 이어 2011년에는 건축허가까지 내주는 등 포항의 대표적 슬럼가로 전락한 부지에 대한 사업 재개를 적극적으로 도와줬었다. 하지만 그는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호텔 규모가 줄어들어 곤란하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대규모점포 등록을 불허하면서 돌아섰다. 물론 전임 시장도 골목상권에 대한 고려가 판단의 가장 중심에 있었겠지만 지방행정에도 신뢰·성실의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에서 과연 최상의 선택이었는지를 회의할 수밖에 없다.사정이야 어찌됐든 시행사업자는 1천400억원 이상을 포항에 쏟아붓고 지금 상당한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포항과 아무 연고도 없던 기업이 먼저 두호동 마트를 추진하다가 부도가 난 기업 대표의 간청에 사업을 인수했다가 엄청난 고초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은 전국의 시행사들에게까지 알려지면서 포항이 민자사업을 하기가 어려운 곳이라는 오명까지 얻고 있다고 하니 도시재생과 기업 유치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포항으로서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강덕 시장으로서는 취임 당시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의 리스트에 이 일이 올라간 만큼 숙고에 숙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청렴을 강조해온 이 시장으로서는 사업자가 여러 요로를 통해 손을 써오자 상당한 호통을 칠만큼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전통상권을 지키고 행정의 자존심을 유지하려는 이 시장의 노력은 그 정도면 충분히 확인됐다.간부회의에서 초등학교 근처인 점을 몰라서 나이트클럽 용도변경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겠는가. 이 시장도 외지 기업이 슬럼지역의 토지를 개발하고 도심활성화 사업효과도 겸하는 판매시설을 건립해준 점을 알고 있기에 계속 판매시설 등록 불허를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치단체가 저런 거대 자본이 투자된 사업장에 대해 아무런 행정 노력도 취하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상당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포항시는 이제 상인들을 설득해서라도 지역의 오랜 골칫거리가 된 두호동 마트 개설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2016-11-04

새누리당 재창당 앞서 계파 청산을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새누리당이 난파선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상초유의 혼란에 대한 해법을 놓고 내홍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재창당`을 주장했다. 비박계가 주축인 중진 의원 20여 명이 별도의 회동을 갖고 당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내일신문-디오피니언의 11월 정례여론조사(전국 성인 1천명 대상 10월 31일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도는 9.2%로, 10월 34.2%보다 25.0%포인트 급락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지지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구체적으로, 연령대별로는 50대(40.0%→7.9%)와 60세 이상(64.5%→20.8%)의 장·노년층의 지지율 이탈이 두드러졌다. 지역별로도 `텃밭`인 대구·경북(44.3%→8.8%)에서 전체 평균보다 더 낮은 지지율을 기록해 지지기반이 무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수층(69.6%→20.2%)과 새누리당 지지층(77.2%→32.4%)에서 모두 급락했다. 응답자의 67.3%가 박 대통령 하야에 `동의한다`고 답해 혼돈 상황은 바야흐로 끔찍하게 흘러가고 있다.김무성 전 대표·오세훈 전 서울시장·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남경필 경기도지사·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5명은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긴급 회동을 갖고 `재창당` 불가피성에 의견을 모았다. 오 전 시장은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새누리당은 재창당의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당내 3선 이상 의원들도 1일 이 대표를 포함해 지도부의 총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비박계 중진의원들은 이날 `최순실 국정농단 `수습을 위해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설득하기로 했다.황영철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를 강제로 물러나게 하는 방법보다는 당원과 국민 입장을 받아들여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게 하는 방법, 이를 위해 얼마나 이 사태가 엄중한지 잘 전달하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여권 잠룡들이 모여 처음으로 `재창당`을 논의한 사실에 주목한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의 원인 중 하나인 극심한 당내 계파갈등에 대한 자기반성이나 해소방안 없이 과연 `재창당`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악다구니가 존재하는 한 재창당은 결국 새누리당의 처참한`붕괴`만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최순실 게이트`로 만신창이가 된 박근혜정부의 실패로 인해 침몰 직전에 있는 새누리당 앞에는`계파청산-재창당`외길만 남아 있다. 또 다른 분열은 참사를 부를 따름이다.

2016-11-03

이념편향 역사교과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사태로 수렁에 빠지자 역사교과서가 또 `전쟁터`에 끌려나왔다. 분단국가에서 `역사전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우파 좌파 갈라진 국가에서 “어느 쪽이 역사를 장악하느냐” 하는 것은 “국민정신을 어느 편이 지배하느냐” 하는 문제여서 양 편 모두 사생결단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국정(國定)을 밀어붙이면서 편찬위원의 명단까지 비공개하는 바람에 좌파들이 잠잠하지만 이것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오는 28일 `현장검토본`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e북 형태로 게시되면 야당들과 전교조 등이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의 위력이 `최순실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달라지니 국정교과서의 운명도 `갈대 신세`다.좌파들은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란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 시비를 건다. `혼`이란 말을 최태민의`영세계`에 결부시킨다.“역사는 국민의 혼이다” “제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혼이 없는 민족이다” 이것은 흔히 쓰는 말이다. `역사와 민족혼`은 늘 함께간다. 그런데 이것을 두고 최태민을 결부시키고 심지어 `최순실 교과서`로 폄하한다. `최순실`만 갖다 붙이면 무엇이든 부정적이고 혐오스럽게 되는 분위기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도 그 속에 몰아넣는다.우리나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니고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이다. 그런 나라에서 “남한은 창녀가 낳은 사생아 정부”라 기술한다면 또 북한의 역사관에 따른다면 그것은 `역사를 바르게 배우지 못하는 일`이 된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다는 사실도 가르치지 않는 북한의 역사교과서,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갈라놓고 지도층의 역사는 완전히 무시하고 민란·반란 등을 역사의 중심에 놓는 역사관을 우리 학생들에게 주입시킬 수는 없다.박근혜정부가 지금 비록 곤경에 처해 있지만 할 일은 빈틈 없이 해나가야 한다. 국정 전반이 마비되면 북한과 친북만 웃을 것이다. 역사교과서에 관한 한 시류에 밀려서는 안 된다. 다행히 이준식 교육부총리는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 했고, 신광수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기획단장도 “국정교과서는 정해진 일정대로 간다” 했다. 이념 편향을 벗어나 균형된 시각으로 기술해야 한다는 원칙이 결코 동요돼서는 안 된다. 남한은 창녀가 낳은 사생아 정부이고 정통성은 북한에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역사를 가르칠 수는 없다.과거 박정희정부가 고속도로와 포항제철소 건설을 추진할 때 김대중·김영삼 등은 길바닥에 드러 누워 반대시위를 했다. 극렬한 반대를 극복한 소신정치가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 박근혜정부는 1년 4개월 남은 임기 동안 `최순실 악몽`을 씻어낼 소신정치를 펴기 바란다.

2016-11-03

포스코건설 위기, 지역경제 영향 점검을

한동안 건재하던 포스코건설이 5년여 만에 적자로 돌아서며 위기에 직면해 지역사회의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포스코건설의 포항 북구 죽도동 본사 사옥 매각설까지 나돌고 있다. 200여 명 이상의 직원들이 떠나면서 포항 죽도동 본사는`유령건물`이 될 처지에 놓였다. 반기보고서가 공시됐던 지난 8월에는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1`으로 한 단계 강등한 바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8월 16일 반기보고서를 통해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3조3천655억623만원, 영업손실 1천771억3천63만원, 반기순손실 2천145억4천547만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2분기에는 더욱 심각하다. 매출 1천677억7천375만원, 영업손실 1천798억1천356만원, 당기순손실 1천681억251만원으로 암울한 성적표다.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4조4천488억5천26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1천381억6천551만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둔 바 있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의 실적 부진은 해외 플랜트 사업의 악화가 치명타로 작용한 가운데, 해외지사들의 손실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브라질 CSP 철강플랜트 사업과 베트남, 해외지사 등에 무리하게 투자한 것이 직격탄으로 되돌아온 상황이다.실제로 지난 1분기 브라질지사의 반기순손실은 무려 1천982억8천900만원에 달했고, 베트남지사 88억9천800만원, 엔지니어링 태국지사 87억500만원, 인도지사 24억6천100만원, 미얀마지사 18억2천800만원 등의 손실을 입었다. 지난 2011년 12월 계약했던 브라질 CSP 철강 플랜트 사업 프로젝트의 경우 당초보다 늦어진 올 8월에서야 준공됐다. E·P(설계 및 조달) 분야에서는 시운전 지연으로, C(시공) 분야에서는 현지 불법파업 및 통관 지연으로 공사가 지연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악재도 겹쳤다. 지난 6월 공사 중이던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14명의 사상자를 낸 이 사고로 포스코건설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또 대구지하철 3호선 공사에서 담합을 한 대가로 지불한 52억5천만원의 반환소송에서도 패소해 망신살까지 뻗쳤다.당장 일자리를 잃게 될 포스코건설의 수백 명 직원들이 문제다. 구조조정은 기업에 보장된 정당한 경영행위이자 자구책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포스코건설의 결정을 무턱대고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의 조치는 과하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포항 죽도동 본사 `폐쇄설`과 함께 한찬건 사장의 경영능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장기불황에 한껏 위축돼 있는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이 걱정이다. 포스코건설의 위기가 불러올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2016-11-02

국가를 좌초시킬 수는 없다

나라가 지금 많이 흔들린다. 박근혜정권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레임덕과 함께 온 악재가 정권을 흔들고 나라 전체를 흔든다. 북한은 쾌재를 올릴 것이고, 좌파들은 살판 난 듯이 날뛰고, 야당들은 표정관리에 애를 많이 쓰는 듯하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태산같은 걱정에 싸여 있다. 이 나라가 지금 수렁에 빠지는가, 벼랑끝에 몰리고 있는가. `최순실 게이트`는 `사실`과 `낭설`이 뒤섞여 있는데 낭설은 흔히 사실처럼 포장된다. 검찰의 수사가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겠지만 그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러는 동안 “카더라”는 확대 재생산될 것이다. 지금 경제지표들이 국가적 위기를 반영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쌍끌이 침체`에 빠져 있다. 기업정보분석기관들이 30대 대기업의 경영실적을 분석해본 결과 그 절반이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고 영업이익이 낮아졌다. 특히 전자, 자동차, 철강, 정유 등 대표적 수출 주력 기업들의 부진이 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 전망하는 기업이 좋아질 것이라 전망하는 기업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기업이 곤경을 맞았는데 국정(國政)까지 불안하니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국정불안은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오는 8일에 있을 미국 대선에서 새 대통령이 나오면 `대북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선제타격·예방타격 운운하지만 전(前) 정권의 정책을 그대로 따라갈 지는 미지수다. `민간차원의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더 그러하다. 북핵과 미사일이 엄중한 안보 위협이 되고 있는데, 정권이 흔들리고 국가가 요동치면, 안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경제의 추락과 함께 외교 안보가 걱정인 이유다.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고, 궁하면 통하는 길도 보인다고 했지만 그런 요행수를 기대하기 보다는 우선 `국가의 간성`인 공무원 사회가 바로 서야 한다. 정권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관료사회는 흔들리지 않는 `정치적 중립·신분보장`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관료사회만 굳건히 서면 염려 없다 해서 만들어진 제도이다. 지금은 경제관료와 안보·외교 관료에 대한 기대가 크다. 경제정책이 바로 가고, 국방과 외교가 제대로 작동하면 나라가 벼랑에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최순실 사태는 지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구미역 KTX 유치가 교착상태에 빠졌고, 구미 제5공단 내 유치 업종 변경 신청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구미는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히 애정을 기울이는 지역이어서 애로사항 해결이나 발전방안 지원에 힘이 실렸지만 호사다마라, 최근의 사태가 발목을 잡는다. 이럴 때 일수록 국민 모두가 정신을 차려서 국가를 바로 세워야 한다.

2016-11-02

`거국중립내각` 구성하고 `개헌` 추진해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정권 최대 위기에 직면한 박근혜 정부는 갈 길을 잃었고, 온 국민은 일대 혼란에 빠져들었다. 정치권에서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 사실상 대통령의 2선 후퇴를 뜻하는 `거국중립내각` 방안은 대통령이 임기 도중 하야하는 불행을 막는 마지막 해법으로 논의되고 있는 고육책이다. 새누리당은 30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거국중립내각은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여야가 각각 추천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꾸리는 내각이다. 촛불시위 등 혼란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책임총리제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상황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야당에서 먼저 시작된 `거국중립내각` 방안은 새누리당 비박계에서도 줄곧 거론돼왔다. 정병국 의원은 “거국내각을 구성해서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하태경 의원도 “국가기능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은 2선 후퇴하고 국회가 합의하는 거국책임총리에게 실질 권력을 넘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여야 대권주자들도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언급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대통령 권한을 최소화하고 여야가 합의해 새로 임명된 총리가 국정을 수습해나가야 한다”고 밝혔고, 문재인 전 대표도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무총리를 임명해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라”고 밝혔다.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새누리당이 거국내각 구성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한데 대해 “짜고 치는 쇼”라며 평가절하하고,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그건(거국 내각은) 최순실씨가 귀국하기 전 얘기”라며 입장을 뒤집었다. 새누리당의 거국내각 발상을 박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을 고리로 내각제 입장의 야권 일각을 포섭하려는 시도로 보는 의심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풀이된다.오늘날 국가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하는 `개헌`을 추진하게 하는 것이 묘책이다. 야당도 곤경에 처한 정권을 아주 짓밟을 궁리에만 빠질 것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물론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쉬운 일은 아니다. 또 다른 정쟁의 불씨로 작동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여야가 함께 인정하는 중립내각이 구성돼 `분권형 개헌`을 주도하게만 한다면 국정혼란도 잠재우면서 낡은 헌법도 국민 여망에 부합하도록 바꿔내는 이중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여야 모두 대승적인 안목으로 사태의 해법을 궁구해 가길 바란다.

2016-11-01

주민들이 공감하는 행정을 하라

국민의 세금으로 녹봉을 받는 공무원은 당연히 국민의 뜻에 맞는 행정을 해야 할 것인데 `공무원의 마음`에 맞춘 행정이 적지 않다. 지금이 왕조시대도 아니고 북한 같은 일인독재국가도 아니고 중국같은 집단지도체제도 아닌 자유민주국가이고 위민행정(爲民行政)과 현장행정이 최고의 덕목인데 오히려 관청이 주민에 군림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하는 일을 관청이 강행하다가 집단반발에 부딪히는 일도 많은데 `관청과 업자의 결탁`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경주시가 음지에 태양광 발전사업을 허가해준 것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이 시와 시의회에 허가취소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음지의 태양광발전`은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장수군의 풍력단지 조성 허가와 관련해 전기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난개발 방지와 지역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불허 처분한 것을 경주시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경주시가 상식 이하의 행정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최근 환경연합 명칭을 사용한 태양광발전소 건립 안내 홍보전단이 주민들에게 대량 발송됐다. 주민들은 전단지 내용이 “주민간 불신을 조장하고 분열을 꾀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비상식적인 행정이 반대에 부딪혔을때 관청이 흔히 쓰는 수법이 `주민간 갈등 분열 조장`이다. 주민들끼리 싸움을 붙여 놓고 관망하다가 결국 양쪽이 다 지칠 때 `공무원의 뜻`대로 가는 것인데, 이 수법이 지금의 똑똑한 주민들에게 통하겠는가.포항 송도해수욕장 연안정비사업의 안전시설물 설치계획이 부실하다는 본지의 지적과 관련, 지역 개발자문위원회를 비롯한 자생단체를 중심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에서는 “미관을 좋게 하려고 안전시설을 적게 설치”하겠다는데,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송도는 해수욕장 기능보다 해양레포츠 쪽으로 갈 것인데, 안전시설 부실로 사고가 발생하면 이미지만 나빠진다”는 것이다. `스피드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수상레저객들의 안전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은 물론이다. 안전시설이 미관을 해친다는 생각도 동의하기 어렵다. `장식적 효과`를 최대한 살리면 될 일이다.울릉도와 육지간 정기여객선이 최근 기상악화로 결항 또는 회항이 잦아지면서 울릉(사동)항`여객선 부두` 필요성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드세지고 있다. 썬플라워호가 최근 높은 파도로 도동항 부두에 접안하지 못하고 회항했다. 도착 20분을 남긴 시점이었다. 주민들은 “울릉 주민들의 육지 왕래가 이렇게 어려운데, 해양수산부가 울릉(사동)항 제2단계 축조공사에 여객선부두를 제외시킨 것은 이해 불가”라며 투쟁을 결의했다. 현장행정은 말 뿐인가.

2016-11-01

`최순실 게이트` 수습책, 타이밍 놓쳐선 안 돼

정치는 타이밍이다. 특히 위기국면을 맞았을 때 제 아무리 훌륭한 비책이 있다 해도 늦으면 별무소용이다. 한 발 늦은 대응책이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서진 전면 물갈이 등`최순실 게이트` 난국을 타개할 묘방을 암중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악화일로에 있는 국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져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서둘러야 한다. 새누리당의 원로 정치인인 상임고문들이 29일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상임고문들은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2시30분까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총 33명의 새누리당 상임고문 중 김수한·박희태 고문 등 10여 명만 참석했다.회동 직후 김수한 상임고문이 전한 바에 따르면 회동은 청와대에서 먼저 요청한 것으로 돼 있다. 이날 회동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소상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김 상임고문은 “현 시국에 관해 걱정을 나누는 자리였다”면서 고문단이 수습책을 제안하거나 요청한 내용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함께 힘을 합쳐 이 난국을 수습해야 한다는 총론적이고 원론적으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면서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위해 다각적 방향에서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회에 나와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저 말잔치가 되고 말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청와대는 29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안종범 수석비서관과 정호성 대통령부속비서관의 집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하며 거부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검찰이 우리에게 이럴 수 있느냐”며 흥분된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이다.박근혜정부의 이런 반응들을 `안일`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한 비판일지 모른다.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수습책 마련이 지난함을 토로한 것으로 의역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그러나 자칫, 사태의 심각성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고 생각하면서 눈 질끈 감고 버티면 되리라 여기는 참모들이 있을까 걱정이다.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를 효율적으로 진압하는 절대적인 요소는 소화기 작동 시간을 단 1초라도 앞당기는 일이다. 아무리 작은 불씨도 제 때 제압을 하지 못하면 대형화재로 번지기 십상이다. 현 시점에서 격앙된 민심을 가라앉힐 방도는 `통렬한 반성`과` 철저한 책임 행동` 밖에 없다. 국정마비가 길어지면 더 큰 불행이 온다. 신중하되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신실한 조치들을 하루속히 내놓아야 한다.

2016-10-31

김영란법이 나라를 얼어붙게 한다

부정청탁금지법에 의하면, 공직자와 교원, 언론인은 배우자가 금품 등을 받은 사실을 알면 즉시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어기면 3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에 처한다. 자식이 부모를 고발해서 정치범수용소로 보내는 북한보다는 낫지만 우리도 북을 닮아간다. 뇌물은 흔히 배우자나 제3자 등을 통해 전달되는 구조를 생각하면 `배우자 처벌`이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가정 파탄`이 따른다. 법이 가정을 파괴해서야 되겠는가. “부모 자식 간에 서로 잘못을 숨겨주는 것이 바르지 못한 듯 보이지만 사실 `정직`은 그 가운데 있다”란 공자의 말씀을 되새겨본다. 가족간의 천륜은 `도덕`의 차원이고 도덕은 법률에 우선한다.김영란법에 `핵심`은 빠져버렸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청탁과 민원 활동을 제약한다`는 이유로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빼고 `공직`이 아닌 사립 교원과 언론기관을 끼워넣었다. 한국은 확실히 국회의원 천국이다. 자기들 마음대로 법을 주무르니 자신들에게 불리한 조항은 없다. 결국 알맹이 없는 김영란법이 통과됐는데 그 후유증이 너무 심각하다. 가정을 살벌하게 만들뿐 아니라 나라경제를 얼어붙게 한다. 소비경제가 지금 겨울이다. 서민들의 살길을 막아버렸다. 저녁 식사 술자리가 줄어드니 식당들이 어렵고 대리운전업이 된서리를 맞는다.식당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자 관청들이 매주 하루씩을 `외식의 날`로 정했다. 공연한 오해를 받기 싫어서 매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지만 주 1회 정도는 시내 식당을 이용해 문 닫는 식당을 다소나마 줄이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군소 가게들을 살리기 위해 대형 매장들이`의무 휴일`을 정한 것과 같다. `규제`가 적은 나라일수록 좋은 나라라 하는데 김영란법 이후 그 규제가 늘었다. 늘어도 엄청 늘었는데 김영란법 전문가도 “아리송한 것이 많다”고 실토한다. 규제가 하도 얽히고 설켜서 `규제 하고 안 하는 경계`가 지극히 모호하다.주무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장도 말이 엇갈린다. 국정감사때의 말 다르고 언론 인터뷰 때 말이 다르다. “학생이 교수에게 커피를 주거나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의 위법 여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이 오락가락한 것이다. “시험 등 성적평가 기간일 경우 유죄, 다른 때는 무죄”란 대답밖에 나올 것이 없으니 이 얼마나 코미디 같은 법률인가.당초 `공직자 부패`를 막자는 법률인데 그 핵심인 국회의원이 빠졌고 서민대중만 억울한 폭탄을 맞는다. 게다가 가뜩이나 침체된 소비경제가 더 얼어붙는다. 나라경제가 걱정이다. 설상가상으로 국정이 마비될 사태까지 벌어져 국민의 불안은 실로 `전시상황`이다. 김영란법의 `유동적 해석`이 우선 필요하다.

2016-10-31

박근혜정부, 민심 받들어 진실 밝히고 쇄신해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일단의 국정농단 의혹으로 나라가 온통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도 불구하고 더욱 확산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특검 방침에 이어 새누리당도 즉각적인 특검실시를 결정했다. 분초를 다투어 폭로되는 갖가지 의심들이 국민들의 격앙을 보태는 중이다. 터져 나오는 모든 의혹들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산일로에 있다. 들려오고 전해지는 뉴스들은 차라리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싶을 만큼 험악하다. 언론과 정치권은 마치 피 맛을 본 상어 떼처럼 달려들어 최순실 모녀의 숨겨진 전횡과 이해할 수 없는 권세행동들을 앞 다투어 까발리고 있다. 흥분한 국민들은 동요 일변도다.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는 한 여인의 치마폭에서 이 나라 국정이 오락가락했다는 갖가지 소식에 자존심을 다친 국민들은 어찌해볼 수 없는 허탈감과 분노에 휘말리고 있다.최순실씨가 쓰던 태블릿PC에 남아있던 증거들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국정농단의 증거다. 발각된 박 대통령 연설문 44개 등 200여 개의 파일 증거들은 그동안 쏟아진 숱한 의혹들을 한 발짝 더 사실로 뒷받침하는 증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밝혀진 문건 중 일부 구절은 빨간 줄로 표시돼 수정한 흔적마저 있다. 일개 시민인 최순실씨가 이런 중요한 국가 문서를 미리 받아보고 고치기까지 했다니 어이가 없다.드레스덴 선언문에서 남북군사 접촉 등 중요한 대북정책에 대한 정보에 이르기까지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나랏일은 한도 끝도 없다. 마치 박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의 모든 업무를 아무런 권한도 없는 최순실이라는 오직 한 사람의 조언을 받아 결정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그동안 언론은 물론 여야 정치권과의 소통을 단절한 채 지독한 불통 행태를 보인 박 대통령의 치세 이면에 한 여성의 농단이 있었다는 의혹들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청와대의 그 많은 참모들과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화려한 이력의 정치인들은 그동안 무슨 역할을 해왔는지 의문이다. 말도 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전근대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해서 정부여당의 인사들은 왜 속수무책이었는지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권력을 감시하고 모순을 바로잡아야 할 언론들 또한 이 전대미문의 사태에 대해서 반성할 일이 없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어쨌든 대한민국은 굴러가야 한다. 날로 위태로워지고 있는 국가안보와 헤쳐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경제불황이 엄중하기 짝이 없다. `탄핵`이라는 험구마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이 현실을 박근혜정부는 정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심을 받들어 모든 진실을 낱낱이 고백하고 모두가 납득할만한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2016-10-28

행정이 제 구실 못 하고 흔들린다

나라가 몹시 어지럽다. 정권 말기 레임덕이 닥쳤다. 역대 모든 정권들이 `말기 현상`을 피하고 싶어 했지만 다 실패했다. 박근혜정권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곪은 것이 터졌고 그것은 정권의 숙명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이 있다” “1위는 최순실, 2위는 남편 정윤회, 3위는 대통령”이라는 항간의 말들이 실체를 드러냈다. 야당은 살판 났고 언론들은 신바람 났다. 그러나 국민은 참담한 심정이다. 정권 말기를 무사히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 빗나갔다.대통령을 원망하는 소리가 가득하다. “공과 사를 구별 못하고, 편애가 심했다”란 비난이 많지만, “부모를 참담하게 잃고 정 붙일데 없었던 탓” “정에 목마르고, 한 번 믿으면 끝까지 애정을 쏟는 성격 탓” “신의를 너무 앞세우다가 그 부작용을 생각 못했다” “언론과 야당에 너무 척을 졌다” “두루두루 어루만져줄 줄 모르는 성격” 등등 이해하려는 축도 있고, “대통령은 늑대 소굴에서 만신창이가 되는데 뒤에서 단물을 빨아먹는 진딧물을 키워준 결과” 라는 동정론도 있다.대통령의 하야, 탈당, 탄핵 등 극단적 말까지 정치권에서 나오지만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는 말 한 마디가 있다.“이 또한 지나가리라” 다윗왕이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말 한 마디를 새겨달라”며 세공사에게 반지를 맡겼고 그는 지혜로운 솔로몬에게 물었는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말을 가르쳐주었다는 옛이야기가 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것은 바람 같아서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나라가 이럴 때는 지방행정이라도 정신차려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하니 걱정이다.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는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을 진행하면서 관련법을 무시해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경주시 건천읍 모길지구 공사를 하면서 사토장을 지정하지 않아 사토와 뻘 등으로 악취가 진동한다는 것이다. 법대로 하지 않으면 2차적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해양수산부는 울릉(사동)항 제2단계 접안시설 축조 공사 착공을 발표하면서 접안시설 규모와 도면을 엉터리로 발표했다는데 울릉주민들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지역 사정은 지역민이 가장 잘 아니 그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포항시가지의 관광명소인 중앙상가 실개천이 매일 쌓이는 쓰레기더미로 이미지 손상이 심하다. 외지 관광객들의 버스가 통행하는 길목이 상인들이 내놓은 각종 쓰레기로 어지럽다. 포항시가 철저한 계도와 단속을 하지 않은 탓도 있다.성주군의회는 1천750만원을 들여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미국 사드 배치를 결사 반대했던 사람들이 미국을 배우러 간다는 것이다.나라가 이렇게 어지러운데 외유나 하는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의문스럽다.

2016-10-28

대통령은 하야 할 각오로 사태 해결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위기다. 대통령이 여성 한명에게 휘둘려 국가 원수의 자존심을 내팽개친 채 온 나라와 국민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제발 국민과 소통해 달라는 여론에는 그토록 냉정하던 대통령이 언론방송의 폭로 앞에 형편 없이 허물어지고 있는 사태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 사태와 갤럭시노트7의 결함에 따른 단종 결정이 상징하는 나라 안팎의 위기에 불안한 국민들은 대통령이 직접 초래한 사태에 지금 일손이 잡히지 않고 있다.문제는 마치 소설 같은 온갖 추측들이 또 다른 보도로 인해 어디까지 사실로 확인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통령의 연설물 수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하루아침에 사실로 확인되는 마당에 온갖 더러운 추문으로 국민들은 전율하고 있다. 아마 그 정점은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제기한 `세월호 침몰사고 7시간 의혹`이 비슷한 내용의 사실로 확인될 경우가 될 것이다. 그 경우 국가적 재앙 앞에 과거 침략을 저지른 국가의 원수를 모독한다며 민족적 분노를 느꼈던 대다수 국민들은 엄청난 모욕을 당하게 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태의 전모를 풀 열쇠는 검찰이 아닌 특검에게 주어져야 한다. 검찰은 이미 사태의 몸통인 최순실의 출국을 막지도 않았으며 상당수 증거가 인멸되고 있는 동안에도 마치 대통령의 눈치를 보듯 중요한 한달을 허비했다. 정치 검찰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따라서 수사는 특별검사에게 맡겨져야 한다. 대통령을 옹위하는 새누리당도 이제야 친박들의 위세가 빠지다 못해 궁지에 몰림으로써 26일 긴급의총을 열어 특검 도입을 추인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야당에 세가 밀리면 안 된다는 정략에서 벗어나 협력함으로써 대통령의 과오를 막지 못한 책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대통령은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우병우 민정수석 등 참모진들을 교체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우 수석은 친박의 비호 속에 사퇴 시기를 늦춤으로써 이번 사태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다. 최순실이 벌여온 국정 농단을 가장 먼저 포착해 대통령에 직언하고 검찰 수사 의뢰 등 자신의 직무마저 소홀히 하거나 의도적으로 유기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는 역대 최악의 청와대 수석참모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인터넷의 최고 검색순위 키워드가 하야와 탄핵이라는 뉴스가 나오지만 지금 국민의 정서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대통령은 지금 자신의 아버지가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아가면서까지 이루려 했던 산업화의 성과마저 못 지키고 있다. 민주화에는 오명을 가져왔다. 지금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한 명예가 죽을 위기에 놓인 것으로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 그에 비하면 하야와 탄핵은 훨씬 가벼운 처결이다. 대통령의 개인적 불행은 감수될지언정 나라와 국민은 지켜야 한다.

2016-10-27

포항, 철강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절박

우리나라 근대화와 산업화의 원동력이었던 저력의 도시 포항이 중심산업인 철강산업의 깊은 불황 늪 속에서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포항철강공단 내 기업의 절대 다수가 현재의 철강시황을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포항이 철강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미래먹거리 산업을 개척하는 일의 절박성을 대변한다. 산업다변화를 통한 안정성 추구와 획기적인 성장동력 확보가 관건이다. 본지와 철강전문 연구기관인 스틸앤스틸이 27일 포항시청 대강당에서 열리는 포항철강포럼을 앞두고 공동으로 실시한 포항철강공단 내 72개 업체(50인 이상)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무려 98%가 현 철강시장을 심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철강 불황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 63%가 `매우 심각한 수준`, 35%는 `보편적인 불황`이라고 답했다.구체적으로 `현재의 위기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심각한가`라는 설문에 대해서는 38%가 `매우 그렇다`, 43%가 `그런 것 같다`고 응답해 `아니다`라는 답변 18%를 압도했다.포항경제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때문`이라는 응답자는 33%에 불과한 반면 65%가 `철강산업 과다의존`이라고 답해 특정 산업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를 문제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냈다.특히 포스코의 미래에 대해서도 절대다수가 비관적으로 응답했다. 응답자의 46%가 `어둡다`, 43%가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 철강을 대체할 적당한 산업에 대해서는 `자동차·조선 등 부품산업`이 24%, `철강 가공산업 `15%인 반면 `기타 업종`이 57%로 절반을 넘어 새로운 탈출구를 갈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전문가들은 그동안 포항이 철강기업을 중심으로 중후장대한 산업에 편중돼온 산업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을 꾸준히 내려왔다. 이번 조사에서도 산업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포스코에 버금가는 기업유치를 포함, 지역경제를 새롭게 견인해낼 기업육성에 발 벗고 나서야 할 시점이다.오는 2019년 시 승격 70년·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사업으로 파리의 에펠탑·마카오타워·도쿄타워 등 국내·외 랜드마크의 성공사례를 분석해 포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인 포항철강타워(가칭)를 건립해 역발상의 지혜로 포항의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려는 움직임 역시 새로운 시도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출구조차 불가측한 혹독한 철강산업 불황 폭우를 마냥 견디기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포항이 통째로 변해야 한다는 견해에 공감한다. 미래세대를 위해서, 아니 당장 살아남기 위해서 포항은 어떻게든 새로운 전기(轉機)를 마련해내야 한다.

2016-10-27

행정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다

야당과 좌파들은 무슨 꼬투리라도 잡아서 정부를 비판해야 존재감도 생기고 위상도 높아지는데 그런 트집거리가 없을 때는 `생트집`이라도 잡는다. `작은 꼬투리`라도 보이면 이를 부풀려서 각종 `의혹`을 만들어낸다. 무릇 의혹이란 “아니면 말고식”이어서 `자신의 피해는 적고, 상대의 피해는 큰` 전략이다. 이런 `의혹작전`에 언론도 잘 이용되는데 그것도 노이즈마케팅의 일종이다. 정부여당을 지지하면 `어용`이고 비판하면 `정의`요 뼈대 있는 언론이란 인식이 한국에는 아직 남아 있는데 이는 과거 `정치·행정의 부패`가 만들어낸 수치스러운 유산이다.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이 허용되는 자유민주체제는 사회주의 국가의 `전체 어용`에 비해 훨씬 우수한 체제지만, 아니면 말고식 의혹 제기로 노이즈마케팅을 하는 것은 `옥에 티`요 `역기능`이다. 또 한편,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정부 여당이 `터무니 없는 정치공세`로 치부하는 것 또한`지지율`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 `의리정치``신뢰인사` 도 좋지만 국민 상당수가 “이것은 문제”라 인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 나서서 해명을 하든지 유감표명을 하든지 해서 국민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옳다.중앙 정치·행정도 그렇지만 지방행정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불만의 소리가 높다. 경북도청 이전지 신도시는 아직 제대로 도시기반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상가는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 주민 생활편의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인구는 계속적으로 늘어나는데, 유치원·어린이집 같은 유아 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 도청 신도시 내에는 종합병원은 물론 일반병원조차 없다. 응급·위급 환자가 생겨도 30분 거리에 있는 안동시내까지 가야 한다. `생활인프라`가 완비되면 인구가 저절로 늘어날 것인데, 경북도는 그런 `바탕`도 제대로 마련해놓지 않고 `사람 끌어들이기`에만 공을 들인다.경주시가 북쪽방향 음지에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허가했다며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인허가 관련 공무원은 현장확인이나 주민의견 청취도 없이 이 사업을 허가했다는 것이다. 전기사업법에는 전기위원회의 심의나, 민원조정위원회의 심의 자문을 받아 허가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 이런 절차가 무시됐다고 한다. `행정의 독단`은 항상 문제를 만든다.봉화군 청량산에는 자란봉과 선학봉을 잇는 국내 최장의 현수교 `하늘다리`가 있는데 절경이 많아서 하루 수천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그런데 단풍철을 맞아 수많은 탐방객이 몰리는 이 계절에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여름에는 더워서 겨울에는 추워서 보수공사를 하기 어려우니 이 행락철에 공사를 벌여 고객들의 불만을 산다. 대표적 행정편의주의라 하겠다. 국민은 여전히 개 돼지인가.

2016-10-26

`지방분권형 개헌` 관철해 균형발전 새 시대 열자

박근혜 대통령의 전격적인 `개헌 추진` 선언이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적 계산에 따른 여야 정치권의 논란은 복잡하지만, 참다운 지방자치발전을 추구해온 지역민, 지방정부와 지역 정치권으로서는 소원해오던 `지방분권형 개헌`을 달성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이번에야말로 개정 헌법 속에 `지역균형발전`의 가치를 꼭꼭 박아 넣음으로써 시대착오적인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일신해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했다.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국회에 대해서도 빠른 시간 안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박 대통령의 `개헌` 선언에 대해 여야 정치권의 셈법은 많이 다르다. 그동안 국회의원 대다수가 개헌에 대해 긍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대통령으로부터 의표를 찔리고 나서는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우선 정치권에 새로운 변수를 작동시킴으로써 정국주도권을 유지해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듯하다. 여소야대의 국회구조 속에서 전전긍긍하던 여당으로서는 또 다른 국면 전환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그러나 야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선언을 임기말 정국 전환용·국정 주도권 장악용으로 읽는 시각이 많다. 정부여당이 정국을 개헌 국면으로 끌고 가면서 레임덕을 최소화하려는 `고도의 전략`일 것이라는 의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대다수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고 여야를 불문하고 다수의 정치인들이 그간에 `개헌`의 당위성에 공감과 찬동을 표시해온 만큼, 무턱대고 반대 입장을 고집할 처지도 못된다.대통령의 의지가 살아있는 한,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일시적인 국면전환용으로 악용되지 않는 한 `개헌`은 실현가능성이 유지될 것이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개헌의 방향과 구체적인 조항들을 놓고 무차별로 벌어질 정쟁이다. 하고한날 개헌론을 놓고 갑론을박 지지고 볶는 일로 자고새는 나라가 될 확률이 없지 않은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개헌은 속전속결로 가야 한다. 순수하고 강력한 권한을 가진, 범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추진위원회 구성이 필수적이다.이 시점에 정말 다잡아야 할 일은 이번에야말로 지방분권형 개헌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사명이다. 헌법에다가 `지방분권`의 정신을 분명하게 박지 않고서는 철옹성 같은 중앙집권주의를 청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시행착오의 각성으로 귀결돼 있다. 지역이 똘똘 뭉쳐야 한다. 그야말로 물샐 틈 없는 전략으로 임해야 한다. 더이상 기회가 없다는 심정으로 분권형 개헌을 기필코 관철해내야 할 것이다.

2016-10-26

정책은 일관성·지속성이 생명

2002년 독일경제는 `통일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실업률은 올라갔다. 그런데도 실업수당에 의지하는 자발적 실업자가 많았다. 당시 슈뢰더 총리는 수당 받을 기간을 32개월에서 12~18개월로 줄이고, 연금을 받는 시기도 65세에서 67세로 늘렸다. 당연히 반발이 심했고, 그는 2005년 총선에서 패배했다. 그런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신임 메르켈 총리는 실패한 슈뢰더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아 노동·복지 개혁을 계속했다. 동독출신 여성 총리의 `소신·뚝심`에 세상이 경악했다.`메르켈 정책`은 효과를 냈다. 고용률 상승, 실업률 하락 폭이 유럽 다른 나라들을 앞질렀다.그런데 비슷한 상황을 맞은 프랑스는 `전임자의 정책을 뒤집는 리셋`을 선택했다. 보수파 사르코지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연금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늦췄지만, 다음에 집권한 올랑드 대통령은 이를 원점 회귀시켰고, 전임 대통령의 감세정책도 뒤집어 부유세 신설 등 증세정책으로 돌았다. 그 결과 경기는 더 침체되고 청년실업률은 무려 22%로 올라갔다. 전임자의 정책을 뒤집는 일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 중요 경제·재정정책의 평균수명은 고작 5년이다. 겨우 자리잡을만 하면 없어지고 다른 정책이 나왔다가 또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일관된 정책이 없으니, 경제인들은 투자를 망설이게 되고, 결국 정권이 바뀔때 마다 1%씩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진단까지 나온다.미국은 대통령직이 연임되니 8년 수명이고 중국은 10년간 지속되는데 한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이니 경제정책도 단명(短命)인데, 정책의 연속성마저 없다. 전임 정권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새 정책 내놓기를 관습처럼 한다.중국은 정책의 일관성 덕분에 전기차 생산 세계1위, 태양광·풍력 발전 세계1위, 드론 상위권, 우주정거장 건설 등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DJ정권때의 `벤처 창업 지원` 정책이 노무현정권때 사라지고 `동북아 금융 허브 전략`이 나왔고, MB정권때는`녹색성장 국가전략`이 나왔지만,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성장키워드로 등장시켰다. 다음 정권때 가장 먼저 없어질 것이 `창조경제`일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농정(農政)을 40년간 해온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쌀 직불금제도 개정, 쌀을 재료로 기능성 상품 제조, 절대농지 축소, 가공식품 개발과 수출, 대기업 농업과 중소 농업의 역할분담, 김영란법에 의한 화훼 축산 위축 해결방안` 등에 대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정권 바뀌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농업 하나만이라도 정부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2016-10-25

동해안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 타당하다

최근 경주일원에서 발생한 강진(强震)과 수백여 차례의 여진으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된 가운데 지진 빈발의 중심지인 동해안에 `국립 지진방재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받고 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며칠 전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부산시청에서 열린 동남권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 동해안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을 건의했다. 김 지사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 확인된 만큼 지진방재를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 설립이 절실하다”며 “지진 빈도가 가장 높고 원전이 집적된 경북 동해안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지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인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의 지진방재 연구를 위한 조직과 시설 및 예산은 비교하기조차 힘들만큼 초라하다.일본 정부 산하에는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가 설치돼 있는데, 내년도 지진 조사연구 관련 예산 요구액이 무려 146억엔(약 1천600억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 국민안전처의 연간 지진 관련 예산은 10억원에 불과하다. 일본에는 그 밖에도 국토지리원이 운영하는 `지진예지연락회`, 기상청이 담당하는 `지진방재대책강화지역판정회`가 있고, 국책 연구소 중엔 `방재과학기술연구소`와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등이 지진 조사 연구 및 대비를 담당한다.민간 전문가도 많다. 일본 지진학회가 추산한 지진학 연구자는 전국적으로 1천500명에 달한다. 지진 전문가가 고작 50여 명 수준인 한국과는 비교조차 할 형편이 못 된다. 도쿄대 지진연구소를 비롯해 10여 개 대학에도 지진 연구 및 관측 조직이 있다.우리나라에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소`가 지진과 관련한 연구를 맡고 있지만, 해저자원·광물자원과 같은 지질자원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지진방재 연구는 `센터` 규모의 기구에서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독립된 지진 전문 국책연구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결코 무리가 없다.최근 지진 재난으로 홍역을 치른 경북도는 지진방재 수준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달 19일 `경상북도 지진대응 5개년 종합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공무원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진대응팀`이 일본 고베를 벤치마킹하고 돌아왔다. 이와 함께 경북형 지진매뉴얼과 지진대응 안전앱 개발, 지진·해일 종합 DB구축 등 종합대책의 구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한반도에서 이제 지진은 과거처럼 행운에 기댄 채 방심하고 지내도 되는 재앙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육상 지진 중 절반 가까이가 발생하고 있는 영남 동부 동해안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을 건립하는 일은 지극히 요긴하고 타당한 국가사업이라 할 것이다.

2016-10-25

관리 엉망 통학전세버스, 지도감독 강화해야

퇴직 기념여행 관광객 10명이 사망한 지난 13일 울산 울주군 언양분기점 인근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 참사를 계기로 차량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통학전세버스가 관리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통학전세버스의 경우 관리 감독권한이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안전사고와 인권침해 등에 대해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포항교육지원청의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북구 전체의 통학차량은 어린이집 426곳(513대), 유치원 86곳(194대), 학원 212곳(259대), 초등학교 20곳(38대), 중학교 4곳(13대)이며 고등학교는 파악 중이다. 이 가운데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미취학 아동이 이용하는 차량은 최근 부산의 한 터널 안에서 발생한 사고를 계기로 교육청과 포항시가 안점점검 등의 조치를 벌인 바 있다.미성숙기인 아동과 청소년들이 집단으로 이용하는 특성상 통학차량의 안전은 매우 중요하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통학버스 안전 매뉴얼을 만들어 각급 학교에 배포했다. 여기에는 통학차량 운전기사와 인솔 교사들이 지켜야 할 안전수칙과 통학버스 관리지침 등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또 운전기사의 자질 문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마저 다분해 행정기관 등 사회의 철저한 대책이 요구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질이 부족한 운전기사로부터 폭언을 듣거나, 심지어는 내려야 할 집근처까지 데려다 주지도 않고 아무데서나 내리게 하는 등의 횡포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사정이 이러한데도 행정기관들은 관할기관이 제각각이라는 이유로 적절한 관리감독을 펼치지 않고 있다. 통학차량 관리 주관기관은 광역단체로부터 사업면허등록, 사업양도양수 신고 수리 등을 위임받은 시·군 자치단체다. 하지만 교육청 교육지원담당의 업무에도 `통학차량 관리 및 교육`이 포함돼 있다. 또 통학차량 운행 신고는 경찰이 맡고 있다. 결국 관할권이 중복돼 오히려 사각지대를 형성시키고 있는 것이다.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어린이 통학버스 단속 건수는 모두 53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6건에 비해 109.7%나 증가했다. 통합버스 사고의 공통점은 `관리소홀`과 `부주의` `안전의식 결여`다. 아무리 좋은 대책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여론 눈치 보기 행정이나 땜질식 대책도 문제지만, 관리 소홀이 더 직접적인 화근이다. 사고 등 부실관리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교육계 안팎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돼야 할 것이다. 자녀들의 등하굣길이 안전하고 편안하도록 만들 책임은 오롯이 어른들에게 있다.

2016-10-24

이런 의로운 사람들도 있건만

소현섭(30) 동해시 묵호고 윤리교사는 13일 경부고속도로 언양IC 부근에서 불붙은 관광버스를 보았다. 연료통이 터져 대형폭발이 일어날 수 있지만 그는 버스속으로 뛰어들어 부상이 심한 4명을 구출해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갔으며 자신을 `교사`라고만 밝힌 후 바로 갈 길을 갔다. 부상자의 가족이 그의 연락처를 갖고 있었기에 뒤늦게나마 그를 취재할 수 있었다. 한 대기업 계열 공익재단이 그를 `의인상(義人賞) 수상자`로 결정했지만 그는 굳이 사양했다.그 날 사고로 10명이 사망했는데 그 유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며 고사한 것이다. 이 대기업 공익재단은 그동안 20여 명의 의인들에게 5천만원씩의 상금을 주었는데 극력 사양한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이 소식이 SNS에 오르자 “실천으로 윤리를 가르친 참스승”이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소 교사는 언론의 추가 취재에도 응하지 않았다. 불 붙은 버스를 보고 그냥 지나갔더라면, 몇 명의 희생자가 더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폭발위험을 감수하면서 인명을 구했다. 충분히 의인으로 추대받을 일이지만, 정작 본인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다.소 교사와 같은 의인이 지난해 1월에도 있었다.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큰 불이 났을때 밧줄을 타고 주민 10명을 구한 `동아줄 의인` 이승선(52)씨가 한 공익법인의 성금 3천만원을 사양했다.이 달 9일 새벽 4시20분쯤 서울 마포구 5층 건물에 불이 났다. 안치범(28)씨는 화재사실을 알았고, 밖으로 뛰어나가 119에 신고한 후 다시 건물속으로 들어갔다. 화재사실을 모르는 이웃들을 깨우기 위함이었다. 그는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불이 났어요. 나오세요!” 소리치며 뛰어다녔다. 원룸 21개가 있는 이 건물에서 안씨 덕분에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은 생명을 잃었다. 독가스를 마시고 옥상 입구 부근에 쓰러져 있다가 입원 11일 만에 숨지고 말았다.그에게는 `초인종 의인`이란 존칭이 붙었다. 그는 봉사활동에도 열심이었고, 특히 장애학생들을 잘 돌봤다. 1남 2녀의 외아들을 잃은 아버지 안광명(62)씨는 고인의 친구들을 오히려 위로했다. 그는 행정고시를 거쳐 기획재정부에 오래 근무했다. 고 안치범씨의 빈소에는 일반 시민들도 조문을 왔고 황교안 총리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정관계 인사들이 다녀갔다.이렇게 남들을 위해 생명도 바치고 자신의 생명을 생각하지 않는 의인들도 있는데 억대 연봉을 받는 귀족노조들은 파업을 하고 정치권은 `나라 걱정`은 접어둔 채 권력다툼으로 나날을 보내고 좌파들은 이 나라가 잘못되기를 바라며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이것은 비상사태다. `혁명적 조치`가 필요하다.

2016-10-24

팔자 좋은 사람들은 따로 있네

지금 경북 동해안 주민들의 시름이 깊다. 지진 후유증에, 태풍 후유증에, 중국 어선들의 횡포에, 철도 노조의 장기간 파업, 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지역 자동차 부품 업체의 곤경이 겹친다. 공인(公人)이라면 함께 걱정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인데 국민이 낸 세금으로 보수를 받는 시의원들은 그렇지 않으니 시민들이 탄식을 한다.포항시의원들이 줄줄이 관광성 외유를 다녀왔다. 한 팀이 나가는데 1천수백만원씩의 시민혈세를 썼다. 얼굴 두껍고 속 검은 사람이 정치를 한다지만 너무 심하다는 비난의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서해에서 중국 어선들이 해적선 같은 짓을 했다. 불법조업을 단속중인 우리 해경의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켰다. 서해 뿐만 아니고 동해와 남해에서도 중국어선들의 `인해전술적 횡포`는 자행된다. 전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노략질을 한다. 1천900척의 중국 배가 북한 해역에서 조업을 하는데 7~9월 오징어떼가 남하하는 길목을 가로막고 싹쓸이 한다. 그것도 200t이 넘는 대형 어선들이 촘촘한 그물로 바다밑까지 긁어내는 저인망으로 잡으니 어족자원이 남아나지 않는다.북한이 한척 당 6만~8만 달러를 받고 어장을 팔아넘겼는데, 중국 어선들은 남해와 동해를 지나 북으로 가면서 우리 어민들의 어구를 훼손하고, 우리 해역으로 넘어와 불법조업을 자행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동해안 어획량은 해마다 줄어들다가 3년만에 20%나 감소했다. 울릉도 어민들은 오래전부터 “중국 어선때문에 생업조차 유지하기 어렵다”하소연하며 정부의 강력한 단속을 요청하고 있지만 해경은 `강력히 대응할 인력 장비`가 모자라는 형편이다.동해안은 지진에 이어 태풍까지 설상가상의 피해를 입었고 아직 후유증을 앓고 있다. 경주 문화관광이 타격을 받으면 포항의 산업관광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또 홍수·태풍 때는 강과 하천이 오염된다. 그 때를 틈타 중금속·극독물을 배출하는 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형산강의 어패류는 이미 식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중금속에 오염됐고, 경주 보문단지 한 골프장 인근 하천에서는 물고기가 떼죽음했다. 골프장 해저드(연못)에는 잔디에 뿌린 살충제가 흘러들어 모여 있다가 홍수때 하천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지역이 이렇게 엄중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포항시의원들은 팔자 좋게 외유를 했다. 경제산업위원회 의원들은 두바이와 아부다비로 출발했고, 건설도시위원회는 호주의 관광명소를 구경했고, 자치행정위원회는 중국과 대만을 관광했고, 복지환경위원회는 미국 호놀룰루를 관광하는 등 시의원 전원이 `공무국외여행`을 즐겼다. 각각 1천600만원 가량의 국민혈세를 쓰면서 말이다. 어려운 시기에 자숙하는 공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2016-10-21

포항철강공단 환경단속, 일원화 시급

지류 퇴적물에서 기준치 3천배가 넘는 수은이 검출돼 충격을 주는 등 포항의 젖줄 형산강이 최악의 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는 이유 중 중요한 한 가지가 밝혀졌다. 포항철강관리공단의 환경을 관리하고 단속하는 일이 그 동안 어이없는 허술한 시스템으로 운영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구환경청 출장소가 폐쇄된 이래 업체들은 환경담당부서를 없앴고 민간협의체마저 유명무실한 상태에서 오염원인 구무천 환경감시도 방치되고 있었다. 지난 2009년 포항철강관리공단 내 대구지방환경청 포항출장소가 폐쇄되면서 업체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도 크게 떨어졌다. 심지어 철강경기 침체를 이유로 환경담당부서를 아예 없애거나 안전담당자에게 환경업무를 겸임시키는 등의 폐단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공단의 환경오염 가속화는 필연적인 현상이었던 것이다.우선, 공단 내 대규모 업체의 1~2종 환경관리는 경북도가 맡고 있어서 포항시도 느슨하게 대처하면서 그동안의 환경단속은 겉돌 수밖에 없었다. 포항철강공단 내 100여 곳에 이르는 1~2종 사업장에서 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할 경우 단속권이 없는 포항시는 손을 놓을 수밖에 없고, 설사 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단속관청인 대구지방환경청이나 경북도 관계자의 즉각적인 출동도 어렵다.더욱이 경북도청이 대구에서 안동으로 이전하면서 포항까지 오는데 1시간30분 이상 걸려, 신고를 받고 출동한다 해도 현장에 도착하면 상황이 종료되기 일쑤여서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형산강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구무천에 대한 환경감시마저도 당국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었던 것이다.대구지방환경청은 지정폐기물 및 화학물질 배출업체를, 경북도는 1~2종 업체, 포항시는 3~5종 업체의 단속업무를 맡고 있다. 게다가 대구지방환경청 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포항철강공단의 대기오염 개선사업 민간협의체도 사실상 활동이 전무해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해버렸다. 환경단속 기관들의 단속 업무가 분산돼 있는데다, 협력체제도 유야무야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얘기다.극심한 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는 형산강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경북도가 갖고 있는 1~2종 단속권을 포항시로 이관하든지, 폐쇄된 포항환경출장소를 부활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현재 3원화돼 있는 환경단속 시스템을 일원화해 관리 및 단속의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 맹독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형산강을 맑고 깨끗한 청정 하천으로 되살려내는 일에는 변명도 핑계도 다 소용이 없는 시점이다.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해 지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생명의 젖줄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역민들의 환경의식이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강이 죽으면 인간의 삶이 결코 지속될 수 없다는 각성이 절실하다.

2016-10-21

동해안지역 환경문제 심각하다

최근 울산, 포항, 경주, 경남 창원 등지의 8개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석면조사를 벌였다. 동해안지역에서 5.8 지진이 지나가면서 피해를 본 학교들이 조사대상이었는데,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8개 학교 모두 석면 함유 건축자재를 사용했고, 4개 학교는 교실 먼지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먼지석면`은 여전히 교실 안을 떠돌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 학교는 모두 석면이 포함된 마감재를 썼고, 대부분 지진 영향으로 천장 마감재가 손상됐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고 석면에 노출되면 2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과 석면폐, 악성중파종이 발병할 수 있다. 조사에 참여한 환경단체는 “지진 발생 약 1개월 뒤 지역 교육청이 조사를 했는데도 그때까지 석면이 검출됐다”며 “발생 직후 전수조사를 했더라면 검출률이 훨씬 높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면이 검출된 교실은 즉시 폐쇄하고 석면전문업체가 완전히 청소한 후 수업을 해야 한다. 운동장에 깐 우레탄에서도 중금속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데, 이번에는 교실석면까지 겹쳤다. 전면적인 조사를 거쳐 학생 건강을 근본적으로 돌봐야 할 일이다.지난 6월 말 형산강 섬안큰다리 밑에서 채취해 유통중이던 재첩에서 수은이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된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형산강 하류의 퇴적물을 조사한 결과 일부 지역에서 수은이 기준치의 3천배 이상 검출됐다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포항시에 환경행정이 있기는 한가”라는 원성이 쏟아진다. 포항시가 최근 형산강 6개 지점의 퇴적물을 채취해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한 결과 1개 지역이 3등급이고 5개 지역이 4등급이었다. 3~4등급은 어패류에서 독성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연일대교 인근에서는 매년 2회 퇴적물 중금속 검사를 하는데, 그동안 1~2등급으로 나타났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갑자기 4등급으로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올 가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왔고, 비 오는 날에는 공단이나 축산농가에서 폐수를 흘려보낸다고 하는데, 그것이 원인이 아닌가 여겨진다. 포항시 관계자는 “철강공단과 연일읍 하수관거와 배수설비를 정비해 오염원이 강에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고 했다. 형산강의 물고기로 매운탕을 해먹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과 발전 5사가 2010년 이후 독극물인 디메틸폴리실록산 함유 소포제 1만t 이상을 동·서·남해에 무단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물질은 호흡기 손상과 태아의 생식능력까지 해치는 맹독성이다.발전사들은 해수부가 구체적 용량 제한 규정을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단방류했다는 것이다. 법규의 맹점이 국민건강을 심히 위협한다. 국회는 무엇하고 있었는가.

2016-10-20

울릉항 접안시설 입찰, 지역기업 참여 보장해야

울릉(사동)항 제2단계 선박 접안시설 공사 입찰에 울릉도 육상레미콘업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한 것은 해상레미콘 업체에 대한 특혜라는 반발이 일고 있다. 이 사업의 낙찰업체가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울릉도 현지의 육상 레미콘 업체는 아예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린 것은 온당치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하는 지역사업에 지역기업을 교묘히 홀대하는 그릇된 관행은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해묵은 병폐 중 하나다. 이 사업의 낙찰업체인 (주)동양건설산업은 울릉항 제2단계 선박 접안시설 축조공사를 종합심사낙찰제로 입찰공고하면서 울릉도 육상레미콘업체를 배제하고 해상 B/P(Barcher Plants : 레미콘을 만드는 시설) 레미콘만 사용하도록 했다. 이 바람에 울릉도에 소재하는 레미콘업체들은 `닭 쫓던 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해상 B/P 는 해상의 바지선에서 콘크리트를 공급하는 방식이다.이에 대해 울릉지역 육상레미콘 업체들은 관련규정을 들며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로 중소기업청 고시 제2016~44호 `레미콘 직접생산정의 기타 3호`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장이 해당 현장 B/P의 설치 또는 해상 B/P 레미콘의 납품이 필요한 경우 공사현장의 주변 중소기업의 납품 가능 여부 및 비용절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방중소기업청장과 협의한 경우에 한해 직접 생산 확인증명서를 발급한다.국토교통부 고시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제43조` 등에 따르면 `해상B/P레미콘`납품은 국가기간산업 관련 공사 중 공공기관의 장이 현장에 발생하는 골재활용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단, 공장레미콘(육상레미콘)의 반품이 가능하고 해양 또는 해안선을 벗어난 공사 현장으로서 육상 운반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해상 B/P레미콘을 납품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해상 B/P레미콘 지정사용에 대한 이 사업 관계자의`원가 절감을 위한 목적`이라는 해명에 대해서도 육상레미콘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공사 중인 방파제 입찰단가와 비교하면 육상 레미콘은 강도 규격에 따라 5천~2만 원 정도 차이가 날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정부에서 시행하는 공공사업에 울릉지역 중소업체를 살리기는커녕 특정 레미콘업체에 특혜를 준다는 합리적인 의심마저 불러일으킬 여지가 충분한 상황이다.정부가 주도하는 지역의 사업에 갖가지 이유를 들어 적격기업의 참여를 원천 배제하는 일은 지방화시대에 걸맞지 않는 명백한 구태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적격기업을 우선 참여시키는 것이 올바른 처사다. 납득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울릉항 공사에는 더 많은 울릉도 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순리다. 해양수산청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각성과 시정조치가 필요하다.

2016-10-20

경북도 공무원의 도덕성 문제

과거에는 공직자가 개발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일이 잦았다. 자신의 이름이 아닌 제3자 명의로 하거나 이 정보를 팔기도 했다. 서울 강남지역이 개발될 무렵 한 요정 사장이 술회한 후일담이 있다.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고위층들이 지도 한 장을 내놓으면서 마음대로 찍어보시오. 큰 돈 벌테니”했다는 것이다. 개발정보는 요정에서도 이렇게 새나갔다. 정책담당자들이 취급하는 개발계획은 극비사항이고 이를 유출시키는 것은 주식시장의 `내부자 거래`와 다를 바 없다. 경북도청 이전지에 대한 부동산 투기는 기정사실이었고 개발정보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공무원들의 움직임은 관심의 초점이었다. 도청 이전지 주변의 땅값이 고속 폭등을 할 것은 뻔한 일이고 `핵심 개발지역`이 어디이냐 하는 정보를 얻은 사람들이 횡재를 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여유 자금을 가진 사람들은 “담당 공무원들이 어떻게 움직이나” 주시했었다. 그런데 우려가 현실화됐다. 경북도청 공무원들이 도청이전지 인근 땅을 수의계약으로 매입했고 최고위급 공무원들은 부인의 이름으로 계약했다는 것이다.지난해 3월 경북도·예천군 공무원, 그리고 경찰공무원 등 34명이 `송곡지구 마을정비조합`을 만들었고 예천군은 이 조합에 도청이전지 인근의 땅을 감정가 12억9천800여 만원에 매각했으며, 이 땅은 1년 6개월 사이에 7배나 뛰었다. 더욱이 이 부지는 정부로부터 14억원이 넘는 국고를 지원받아 택지 조성 사업을 벌이는 곳인데, 이 주택사업 정보를 미리 알았던 공무원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로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군유지를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매각한 것도 문제다. 불법 여부도 따져야 하고 공무원의 도덕성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경북도는 조사에 들어갔는데 관련 공무원 30여 명 중 간부공무원만 14명이고 감사관실 직원이 4명이나 포함돼 있어서 도청 자체의 조사가 제대로 될 지 의문이다. `자체감사`가 으레 형식에 흐르는데 감사관실 직원들이 끼어 있으니 더 그렇다. 이런 일은 중앙감사기관이 처리해야 하고 검·경 사정기관이 개입해야 할 사건이다.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강석호 의원이 받은 자료에 의하면 전국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중 경북도의 것이 가장 많은 26곳이고 그 중 12곳의 대표가 퇴직 공무원이었다. 산하기관을 많이 만들어서 퇴직 공무원들의 `2모작 인생`을 보장해주는 일이 경북도는 좀 심하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7포 인생`이 되는데 공무원들은 노후보장까지 확실히 해놓고 있으니 이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강석호 의원은 “낙하산은 조직의 전문성 하락은 물론 기존 임직원의 사기 저하와 경역실적 악화의 원인”이라 했다. 경북도가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2016-10-19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이번엔 실천돼야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특권개혁안을 확정해 정세균 의장에게 보고하고 활동을 마감했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찾는 것(緣木求魚)만큼 어렵고, 설혹 특권 내려놓기에 나선다 해도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동안의 관측이었던 만큼 그 내용과 실천의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의장 직속 자문기구로 출범한 추진위원회는 90일의 활동기간 동안 총 4차례 전체회의와 9차례 분과위원회 회의 및 한 차례의 공청회를 개최했다. 추진위원회가 보고한 내용에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을 의무화해 사실상 불체포특권을 철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입법·특별활동비를 수당에 통합해 15% 정도 월급을 감액했다.이와 함께 국정감사 증인·자료 요구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 등 공청회를 통해 발표된 내용이 대부분 반영됐다. 국회의원 보수산정위원회 구성과 출판기념회 금품모금·제공 금지 및 개최 신고 의무화 등의 내용도 들어있다. 외유성 해외출장을 막기 위해 사후 `백서` 발간 등 정보 공개도 강화했다. 국회의원도 민방위 훈련 대상에 포함키로 한 내용도 있다.그러나 추진위원회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이 다양한 입법·정치 활동을 수행하는 만큼 논란이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해 `게리맨더링`이란 지적을 받았던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선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최종적으로 국회 정치발전특위가 다룰 과제로 넘겼다.뿐만 아니라 친·인척 보좌진 채용의 경우 8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최종안에는 4촌 이내 친·인척 채용을 불허하고 5~8촌은 신고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다소 완화됐다. 현역 의원의 대선캠프 참여에 대해선 우리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를 들어 “특권이라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정세균 의장은 개혁안이 담긴 국회관계법과 국회규칙 개정안을 의장 의견제시 형태로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정치발전특별위원회가 발의할 의원 특권개혁과 관련한 법 개정안과 함께 운영위의 심사를 거쳐 정기국회에서 입법화가 추진된다. 정 의장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과 관련된 개혁안에 대해선 안전행정위원회에 법 개정을 요청할 계획이다.국회의원들의 특권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적마다 `내려놓기`의 당위성이 언급되고 금방이라도 실천할 것처럼 공언했지만 번번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 국민들의 실망을 보태곤 했던 구태를 기억한다. 비록 이번에 제출된 `특권 개혁안`이 국민 눈높이에는 미흡한 내용이라고 해도 입법을 통해 실천을 담보하기를 기대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2016-10-19

대구시 완성차 개발계획, 큰 성공을 기대한다

대구를 미래형 자동차산업 중심도시로 발전시키려는 권영진 시장의 야심찬 계획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시가 대구를 자동차부품 생산도시로서의 역량을 발판으로 완성차를 생산하는 중심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7월 국내 최초 전기상용차 완성차 공장의 국가산단 입주를 결정한데 이어 9월에는 자율주행 차량 및 전기차 생산 운영에 관한 종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구시는 17일 시청상황실에서 `1t급 경상용 전기차 개발사업`에 대한 보고회를 열어 지역 기업 등의 전기차개발 사업 지원방안 등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미래 유망산업인 전기차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2019년까지 국비 147억 원, 민자 100억 원 등 247억 원을 들여 1회 충전 주행거리 250㎞ 배터리, 전기차용 파워트레인시스템 및 부품을 국산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대구시가 농기계 생산으로 기술력을 다져온 대동공업을 주관기업으로 르노삼성차와 LG전자·포항공대·자동차부품연구원·자동차안전연구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이 사업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전기차 양산과 함께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와 국가산업단지에 전기차 클러스터를 조성해 국내 전기차 생산 중심도시로 육성한다는 스케줄을 짜놓고 있다.대구시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나서 기본형인 콘셉트카를 만들고, 2019년까지 완성차를 개발한 뒤 2020년부터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로써 대구는 1996년 성서공단에 설립한 삼성상용차가 외환위기 여파로 문을 닫은 지 20년 만에 다시 자동차도시로 복귀하는 셈이다. 대동공업의 전기차 개발에 따라 대구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래형자동차 선도도시 구축사업은 전반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앞서 대구시는 지난 7월 전기자동차 완성차를 생산하는 디아이씨와 대구국가산업단지 입주를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또 9월에는 권영진 시장이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에 직접 참석해 대구시의 자율주행 차량 및 전기차 생산 운영에 관한 종합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구를 `IT 첨단 산업 도시`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계획이 착착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자동차 부품을 중심으로 하는 기계금속 중심의 전통산업도시를 완성차까지 생산하는 미래형 자동차산업 중심도시로 탈바꿈시키려는 대구시의 계획은 우선 잘 디자인된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평가할 만하다. “전기화물차 개발 사업을 통해 완성차 생산 도시로의 도약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권영진 시장의 꿈이 이뤄져 풍성한 미래먹거리를 개척하길 기대해마지 않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2016-10-18

좌파정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던 송민순씨가 펴낸 회고록이 큰 파장을 몰아오고 있다. 친북정권이 으레 그럴 것이라 여겨지기는 했지만, 북한의 의향을 물어보고 외교정책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사실`로 밝혀지니 그 충격은 엄청나다. “정신적 적화통일은 이뤄졌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지경이다. 막대한 핵개발 자금을 퍼준 것도 이해가 된다. “한국은 북한의 현금자동인출기. 북한은 빨대를 꽂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돈을 빨아먹는다”는 말이 낭설이 아니었다.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의하면 2007년 유엔이`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있을 때 노무현정부는 `찬성·반대·기권`을 놓고 논의를 했고 “북한의 입장을 들어보고 결정하자” 했고 북한은 당연히 `찬성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북남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 협박했으며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그냥 기권으로 가자”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친노 국회의원들이 오랜 세월 `북한인권법`에 발목을 걸다가 국제사회 전체의 분위기에 밀려 마지못해 통과시켰는데, 설마 이 때도 `북한의 의향`을 물어본 것은 아닐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북의 심기를 건드리는 정책은 극력 반대하는 DNA를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2007년 남븍 정상회담 후 발표된 10·4공동선언에 “3자 또는 4자 정상의 6·25 종전 선언”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3자 또는 4자`란 문구를 `직접 관련 당사자`로 바꾸자고 했으나 북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 사항이라 변경의 여지가 없다”해서 그대로 수용했다고 한다. `북의 의향을 물어보고` 또는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며` 남북관계를 정립했다는 이야기이니, “한국은 북에 조공이나 바치는 속국이 아닌가” 하는 자탄의 소리가 나왔던 이유를 알 것같다.1988년 “북한을 동반자로 삼자”는 내용의 `7·7 선언` 이후 `이승복 동상`은 남북 화해의 걸림돌이 되었고 1997년부터 교과서에서 그 이름이 사라졌다. 좌파들은 기를 쓰고 `이승복 기사 조작설`을 제기했다. “공산당이 싫어요, 이승복 신화는 이렇게 조작됐다”란 기사의 진위여부를 놓고 장장 8년간이나 소송을 벌였고, 법원은 `좌파들의 주장은 허위`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서울시내 초등학교에 있던 `이승복 동상`은 대부분 철거됐다.아홉살 난 이승복 소년은 북한 무장공비가 집에 들이닥치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했다가 칼에 입이 찢어진 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좌파들은 이 사실 자체가 싫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조작`으로 몰아갔지만 진실을 가식으로 덮을 수는 없었다.

2016-10-18

중국은 국제법에 무지하다

법치국가가 아니고 인치(人治)·당치(黨治) 국가인 중국은 法에 대한 인식이 낮다. 법치를 해본 경험이 별로 없기때문이다. 해경 고속단정을 중국 어선이 침몰시킨 해역에 대해 중국은 “북위 37도 23분, 동경 123도 58분 56초로 이 해역은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어업활동이 허용된 곳으로 한국 해경이 법 집행을 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했다. 우리 외교부는 “우리 수역인 북위 37도 28분 33초, 동경 124도 2분 3초 지점에서 적발해 해경이 추적한 끝에 우리 수역밖으로 나간 것”이라 했다. 중국은 `사고지점이 공해상`임을 주장하고 우리 측은 `추적권`을 주장한 것이다.한·중 양국이 가입해 있는 공해상(公海上) 추적권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보장된 권한이다. 협약 제111조 1항에, 연안국은 자국 법령을 위반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 외국 선박을 공해상까지 추적해 나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범법자가 공해로 도망가 단속을 피할 수 없도록 해놓은 `국제적 장치`다.중국이 국제법을 무시한 일은 한 두 번이 아니다. 남중국해를 강점하려 하다가 국제중재재판소가 “불법이다” 판결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힘과 권력`으로 찍어누른 `국내적 습관`이 국제사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래서 “중국은 아직 국제사회에서 미성년자”란 소리를 듣는다.중국은 아직도 한국을 변방의 약소국이고 속국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제주도는 중국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고,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어서 그런지 “제주도는 중국의 식민지”란 인식을 가진 유커들이 있는 것 같다. 식당에서 자신들이 가져온 술을 만류하는 식당 주인을 폭행하더니, 성당에서 기도하는 여성을 이유 없이 칼로 찌르기도 했다. 불법조업을 한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해경의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켰다. 흉기로 해경을 폭행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자국 어선들의 처벌에 대한 언급도 없고, 해적질에 버금가는 행위에 대한 사과조차 없다.한국 정도는 힘으로 찍어누르면 된다는 그 생각을 고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참아주는 것`을 오만한 자들은 `굴복·무대응`으로 오해한다.한국의 방어무기인 사드를 두고도 중국은 `속국에 대한 간섭` 수준의 내정간섭을 한다. 여기에 야당 초선 의원 6명은 부화뇌동해서 국론분열을 조장했다. 이런 일들이 중국을 더 오만불손하게 만든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란 금언도 중국에 적용할 것은 아니다. 과거 DJ정권시절 `마늘파동` 처럼 간단히 굴복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경제보복에는 우리도 맞서면 된다. 우리 경제력이 그만큼 강성해져 있다. 자긍심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국제법 등 법치에 무지한 중국을 가르쳐야 한다.

2016-10-17

도청 이전지 투기의혹,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예천군이 도청 이전지 인근 군유지 임야를 도청 공무원 등에게 수의계약 형태로 싼값에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이 확대되고 있다. 이 땅은 불과 1년 반 만에 가격이 7배 가량이나 상승해 공무원 청렴성에 대한 지역민들의 신망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일선 시·군이 군유지 임야를 매개로 공무원에게 특혜시비를 일으키는 일은 구태의연한 병폐에 속한다. 지난 13일 경북도에 따르면 작년 3월 초 예천군은 경북도청 소재지(안동·예천)와 차량으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호명면 송곡리 산 20-1과 산 21 내 2필지 임야 3만7천488㎡를 도청 공무원과 경찰관 등 공무원 34명으로 구성된 송곡지구 마을정비조합에 12억9천800여만 원에 매각했다. 이들은 마을정비조합을 결성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국비 14억 원까지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검찰은 진상 파악에 들어갔다.예천군은 이 과정에서 농촌마을 개발사업이라는 목적을 내세워 군유지 임야 입찰을 통한 공개 매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당시 예천군의회는 지역민 등의 반발을 우려해 수의계약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뒤늦게 매각을 승인했다. 2014년 예천 부군수로 근무했던 경북도 K모 국장이 도청 공무원들에게 이 땅을 설명하고, 행정절차 진행과 군의회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문제의 중심인 송곡지구 조합에는 경북도청 소속 간부급 14명을 포함한 공무원 31명(2급 1명, 4급 4명, 5급 9명, 6급 12명, 7급 4명)과 안동경찰서 소속 간부 경찰관 1명, 군 공무원 및 일반인 각 1명이 참여했다. 도청 공무원 중에는 부인 명의로 참여한 2급 1명을 비롯해 도내 부단체장 3명, 도 감사관실 직원 4명 등이 포함돼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게다가 신도시 조성과 관련한 부동산 정보 등을 꿰고 있는 도청신도시본부, 건설도시국, 환경산림자원국 등에 근무하는 실무자들이 매입자 명단에 다수 포함돼 공무상 정보를 이용한 투기라는 의혹을 면키 어렵게 됐다. 현재 이 일대 임야 거래가는 3.3㎡(1평)당 70여만 원으로 군이 이들에게 매각한 평당가 11만5천원보다 무려 7배에 이르고 있다.더욱 놀라운 것은 물의가 일자 예천군 관계자가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는 사실이다. 공무원은 결코 법적으로 문제만 없으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이 없는 직종이 아니다. 사태의 전말을 철저하게 가려내고 `위법` 여부만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갖추어야 할 `윤리의식` 기준에 입각하여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역사 속에 남은 우리 청백리들은 `외밭에서 벗어진 신발을 다시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머리에 쓴 관을 고쳐 쓰지 말라(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는 금언을 잊지 않고 살았다.

201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