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독일경제는 `통일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실업률은 올라갔다. 그런데도 실업수당에 의지하는 자발적 실업자가 많았다. 당시 슈뢰더 총리는 수당 받을 기간을 32개월에서 12~18개월로 줄이고, 연금을 받는 시기도 65세에서 67세로 늘렸다. 당연히 반발이 심했고, 그는 2005년 총선에서 패배했다. 그런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신임 메르켈 총리는 실패한 슈뢰더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아 노동·복지 개혁을 계속했다. 동독출신 여성 총리의 `소신·뚝심`에 세상이 경악했다.`메르켈 정책`은 효과를 냈다. 고용률 상승, 실업률 하락 폭이 유럽 다른 나라들을 앞질렀다.그런데 비슷한 상황을 맞은 프랑스는 `전임자의 정책을 뒤집는 리셋`을 선택했다. 보수파 사르코지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연금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늦췄지만, 다음에 집권한 올랑드 대통령은 이를 원점 회귀시켰고, 전임 대통령의 감세정책도 뒤집어 부유세 신설 등 증세정책으로 돌았다. 그 결과 경기는 더 침체되고 청년실업률은 무려 22%로 올라갔다. 전임자의 정책을 뒤집는 일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 중요 경제·재정정책의 평균수명은 고작 5년이다. 겨우 자리잡을만 하면 없어지고 다른 정책이 나왔다가 또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일관된 정책이 없으니, 경제인들은 투자를 망설이게 되고, 결국 정권이 바뀔때 마다 1%씩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진단까지 나온다.미국은 대통령직이 연임되니 8년 수명이고 중국은 10년간 지속되는데 한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이니 경제정책도 단명(短命)인데, 정책의 연속성마저 없다. 전임 정권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새 정책 내놓기를 관습처럼 한다.중국은 정책의 일관성 덕분에 전기차 생산 세계1위, 태양광·풍력 발전 세계1위, 드론 상위권, 우주정거장 건설 등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DJ정권때의 `벤처 창업 지원` 정책이 노무현정권때 사라지고 `동북아 금융 허브 전략`이 나왔고, MB정권때는`녹색성장 국가전략`이 나왔지만,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성장키워드로 등장시켰다. 다음 정권때 가장 먼저 없어질 것이 `창조경제`일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농정(農政)을 40년간 해온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쌀 직불금제도 개정, 쌀을 재료로 기능성 상품 제조, 절대농지 축소, 가공식품 개발과 수출, 대기업 농업과 중소 농업의 역할분담, 김영란법에 의한 화훼 축산 위축 해결방안` 등에 대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정권 바뀌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농업 하나만이라도 정부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201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