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예정된 미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지방대학에서 근무하다보니 출산율에 민감한 편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국가거점국립대학으로 주변의 사립대학에 비해 형편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조금씩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우리 대학은 ‘탄력정원제’라는, 경쟁력이 없는 학과의 정원을 인기 있는 학과에 배분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인문대학에 정원 미달인 학과가 있는 까닭에, 입시철이면 경쟁률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겨났다.1인 가구는 세계적 추세이지만 출산율이 1이 안 되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출산율 감소는 한국 고유의 문화인 셈이다. 통계에 의하면 2005년 이후 43만 명 이상을 유지하던 연도별 출생아 수는 2016년 40만 명 수준으로 떨어지고 이후 급감하여 2022년 25만 명 수준이 되었다. 출생아 수가 43만 명 이상을 유지하던 시절 태어난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는 현재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2016년 출생아가 대학에 입학하는 2035년 이후의 상황은 상상조차 두렵다.출산율의 급격한 감소라는 한국적 문화 현상에 대한 치밀한 분석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과거와 현재를 돌아볼 때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 부위원장에 임명되었다가 정당 내부의 역학관계에 따라 사직하면서 널리 알려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2005년 출범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05년은 40만대 후반을 유지하던 출생아 수가 43만으로 급격히 떨어지며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점이다. 이후 현재까지 단체는 유지되었지만, 출생아 수는 20만대로 진입했다. 이 정도면 진작 해체해야 마땅한 조직이다.2023년에 출생아 수는 어디까지 또 떨어질까? 어쩌면 출생아 수를 늘릴 고민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에 적응할 준비를 하는 편이 현명한 것일 수 있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 어울릴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점점 심각해지는 ‘고독사’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뭐 하나 쉽게 답하기 어려운 난제이다. 우리는 이런 물음에 답을 찾을 준비가 되어있나.입학정원 감소라는 정해진 미래를 앞두고 대학개혁은 필요하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산업 동향과 취업률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현재의 방향성이다. 그런데 한국 대학은 20년 전부터 비슷한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의 자화상이다. 인문학은 20년 전에도 지금 현재도 위기다. 산업과 자본의 시각에서 인문학은 언제나 불필요한 지식이었기 때문이다.‘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정치의 수단으로 저출산 문제를 다루어서는 지금까지 그랬듯 문제해결은 불가능하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개혁은 눈앞의 산업 동향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변화 방향에 대한 협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가령 앞서 제기한 미래 사회 로봇과 인간의 공존이나 고독사 문제에 대한 질문과 그 해법을 찾는 곳이 대학이 되어야 한다. 시각을 바꿔야 예정된 미래를 조금이라도 웃으며 맞을 수 있을 것이다.

2023-01-18

고교평준화제도의 명과 암

홍석봉 대구지사장 중학교 교육이 고교입시 위주로 과열되자 교육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학교별로 선택 지원하는 고교입시를 폐지했다. 고교평준화제도다. 교육격차를 줄이고 교육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반계 고교는 학생을 선발하지 못하고 학생들은 지역별로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받는다.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첫 시작됐다. 1975년에는 대구·인천·광주가 1979년에는 대전·수원·마산·전주·제주·청주에서 시행된 후 중소 도시까지 확대됐다.하지만 학력 저하, 교육여건 미비 등 문제가 발생했다. 학부모 등이 반발하자 일부 지역에서 평준화를 해제했다. 2000년대 이후 다시 적용지역을 확대했다. 2008년에는 포항에서 고교평준화제도가 시행됐다. 이 제도는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렸다. 고교 진학을 위한 입시 과열을 막고 학력 격차를 줄이며 학생 간 위화감을 없앨 수 있었다. 반면 교육의 하향평준화, 학생의 학교선택권 제한, 교육의 획일화, 사립고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2023학년도 대입수시합격자 발표 결과 비평준화 때 한해 30여 명을 서울대에 합격시켰던 지역 명문 포항고가 고교평준화 이후 쇠락을 거듭, 올해는 단 한 명의 서울대 합격자도 내지 못했다. 대신 포항영신고와 동성고는 각각 4명씩 합격했다. 평준화의 명암이다.기대됐던 사교육비 감소와 과열 교육 해소의 효과는 별로 없었다. 학습 부담을 줄이지도 못했다. 보완책으로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율학교, 자립형 사립고 등이 도입됐지만 또 다른 1류고를 낳았다.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평준화제도다. 교육의 기회균등과 경쟁을 통한 수월성 추구라는 상반된 이념을 조화시킬 방안은 없을까./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1-18

일자리만큼 문화가 급하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지역의 인구 위기가 전국뉴스에까지 다루어졌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누구도 신통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가히 대학도시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역에서도 졸업과 함께 젊은이들이 사라진다. 뉴스에 등장한 청년들은 ‘지역에서 일자리를 발견하지 못한 걸 첫째 이유로 꼽는다. 혹 두 번째 까닭을 물어는 보았는지.필자가 대학에서 발견한 또 하나 중요한 까닭은, ‘지역에는 재미가 없다’였다. 문화적 토양이 척박하고 삶을 풍성하게 할 거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혹 수도권과 비슷한 무엇이 있다고 해도 규모나 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같은 값이면 지역이 아닌 큰 도시에서 즐기고 싶다고 한다.무엇이 있어봤자 수도권에는 이미 있었던 게 뒤늦게 펼쳐진 정도라고 평한다. 4년 이상 머물러 공부했던 지역에 대하여 그들은 이처럼 부정적이다. 대학이 지역에 있어도 ‘지역의 대학’은 아닌 셈이다. 짧지않는 시간이었음에도 지역은 대학생들에게 비전과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 터이다. 대학생들이 재학 중에 지역에서 재미와 보람을 찾고 졸업 후에도 머물러 삶을 이어가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문화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역에 문화가 있다는 말은 타지와는 ‘다른’ 무엇이 있다는 뜻이어야 한다. 타지에도 있는 걸 여기서도 발견할 수 있다면 모방 또는 추격이면 몰라도 지역의 문화라 부르기엔 부족한 게 아닐까. 다른 곳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 만나보지 못한 볼거리, 맛보지 못한 먹거리와 찾을 수 없는 놀거리가 우리 지역에 있어야 한다. 문화가 힘이 되려면 차별성과 독립성이 느껴져야 한다. 달라야 하고 여기에만 있어야 한다. 놀라워야 하고 타지에는 없어야 한다. 비슷한가 싶어도 다르게 만들어야 하고 이곳이 아니면 찾을 수 없어야 한다. 희소성이 있어야 문화가 되고 독창성이 보여야 사람이 모인다. 지역의 분위기에 문화의 상상력이 넘실거리면 재미를 느낄 발길이 머물게 된다.문화에 젊은 감각을 실어야 한다. 대학생 청년층과 다음 세대에 주목해야 한다. 문화를 ‘옛 모습을 복원하는 정도’의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름다운 전통을 살리고 멋진 이야기를 재현하는 일이 소중하지만 젊은이들이 즐기고 누릴 만한 재미를 싣지 못하면 구태를 찾아낸 이상의 의미를 건질 수 없다. 멋진 옛이야기와 오랜 전통에 오늘의 감각을 실어 쉽고 재미있게 나눌만한 문화상품으로 재창조해야 한다. 어린 세대가 반기는 문화가 만들어질 때 문화에도 비전이 실리고 미래가 열린다. 멈춰선 느낌을 가져야 문화라 여기는 생각을 벗어야 한다. 문화를 청년의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일자리를 찾는다 해도 재미가 없으면 지역은 또다시 젊은이들에게 외면당하고 만다. 문화의 마당에 젊은 감각이 흐르고 청년문화가 깃들며 다음 세대가 호흡해야 한다. 굳이 붙들지 않아도 찾아와 머무는 지역이 되려면 문화의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다른 지역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문화콘텐츠에 젊은 감각을 입혀야 한다. 문화가 지역의 내일을 당기도록 이끌어야 한다. 문화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

2023-01-18

블랙아이스(Black Ice)

우정구 논설위원 2019년 12월 14일 새벽 상주~영천간 고속도로에서는 43중 충돌사고로 차량 40여 대가 부서지고 7명이 숨지고 32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 사고의 원인을 블랙아이스로 지목했다.블랙아이스는 겨울철 도로 표면에 얇은 얼음막이 생기는 결빙 현상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 도로 위에 녹았던 눈이 다시 얇은 빙판으로 얼어붙게 되는데, 이때 자동차가 급제동을 하면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얼음막이 아스팔트와 비슷한 색깔을 띠고 있어 운전자도 빙판 여부를 잘 구별할 수 없어 겨울철이면 자주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 블랙아이스 사고는 일어났다면 대형이어서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지난 15일 밤 경기도 포천시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40여 대의 추돌사고도 당국은 블랙아이스를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도 오전부터 포천에 내린 눈으로 도로가 얼어붙어 사고수습에 애를 먹었다고 전하고 있다.언론이 고속도로상에서 발생한 빙판길 사고를 블랙아이스로 부른 것은 불과 10년 전부터다. 살얼음이나 빙판길 같은 우리말을 두고 굳이 블랙아이스라 표현한 데 대해 일부 학자는 외래어 남용이란 지적도 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살얼음이나 빙판길이란 표현보다 블랙아이스란 표현을 씀으로써 일반인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었다는 주장이다. 국립국어원이 블랙아이스 대신 살얼음으로 다듬어 쓸 것을 제안한 적도 있지만 여전히 블랙아이스가 통용어다.블랙아이스를 겨울철 침묵의 암살자로 부른다. 그만큼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겨울철만 되면 발생하는 블랙아이스 사고 근본적 대책은 없을까./우정구(논설위원)

2023-01-17

‘친윤계’만의 리그전, 민심은 뒷전인가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정치권 뉴스의 블랙홀이 돼 버렸다. 3·8전당대회 당권레이스 출마여부를 저울질하면서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거론했다가 대통령실과 친윤계 의원들로부터 매일 실황중계를 하는 것처럼 공개망신을 당하고 있다.지난주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 자리까지 ‘해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파면’ 다음으로 센 중징계 처분이다. 대통령실은 “다양한 해임 사유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불쾌감이 액면 그대로 노출된 인사다.이러한 노골적인 인사조치는 나 전 의원이 지난 9일 올린 페이스북 글이 촉매가 됐다고 한다.나 전 의원은 이날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사표를 낸 후, 윤 대통령 측근들을 겨냥해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공격성 글을 올렸다. 이 글을 읽고 대통령실과 친윤계 의원들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면서 ‘제2의 유승민’이라는 죄목을 붙여 해임조치를 했다는 소문이다.나 전 의원 해임에는 장제원 의원이 총대를 멘 것 같다. 장 의원은 지난 주말 나 전 의원을 향해 “마치 박해를 받아 직에서 쫓겨나는 것처럼 전형적인 약자 코스프레 하고 있다.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며 반윤(反尹)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직격하면서, 연속해서 그를 공격하고 있다.나 전 의원은 그동안 당권레이스에서 가장 앞서왔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장 의원과 ‘김장 연대’를 맺은 김기현 의원에게 2등으로 밀려났다. 친윤계 의원들의 당 장악력이 그만큼 세다는 의미다. 특히 대표적 ‘윤핵관’으로 통하는 장 의원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정치권에선 만약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장 의원이 차기 총선의 공천을 주도할 것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온다.지금도 장 의원은 여러 현안에 대해 ‘대통령 의중’을 대변하는 메시지들을 내놓으면서 권력자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전형적인 예를 한 개 들자면, 얼마 전 ‘한동훈 당대표 차출론’이 나왔을 때 그는 “우리 대통령께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장 의원의 여권내 위치는 그가 주도하고 있는 ‘국민공감’에 당 소속 의원 115명 중 절반이 넘는 65명이 정식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만 봐도 짐작이 간다.윤 대통령도 지난해 11월말 당 지도부 회동을 며칠 앞두고 대통령 관저에 장 의원을 비롯한 측근 4인방(윤핵관) 멤버들을 가장 먼저 부부동반으로 초청해 만찬을 하면서 힘을 실어줬다.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장 의원이 전면에 나섬으로써 ‘윤심(尹心)’을 둘러싸고 당권레이스가 과열되는 것은 내년 총선민심을 고려하면 지극히 좋지 않은 모양새다.만약 전당대회가 현 판세대로 진행돼 친윤계가 당권을 장악한다면,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폐쇄적인 정당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들만의 리그전을 하기 위해 울타리를 쳐놓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에게 어떤 명분으로 ‘다양한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

2023-01-17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ChatGPT의 출현

김정현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2022년 11월 3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인공지능 연구조직 오픈에이아이(OpenAI) 가 인공지능 기반의 언어 생성 모델인 챗지피티(ChatGPT) 서비스를 무료로 출시하였다. 해당 서비스는 출시 5일만에 100만명의 사용자를 달성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혹자들은 “구글과 같은 전통적인 검색 서비스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주장과 함께 검색 엔진의 새로운 미래기술로 챗지피티를 지목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챗지피티가 기존의 검색 서비스를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과연 챗지피티는 어떠한 서비스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필자는 202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소프트웨어개발팀과 지피티-2(GPT-2) 언어 모델을 활용하여 펌웨어(Firmware) 제품에 적합한 코드 자동 완성 기능을 개발하는 공동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당시에도 지피티-2 언어 모델의 성능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불과 3년이 지나 출시된 이번 챗지피티의 서비스를 필자가 직접 실험해보니 현재 많은 외신들이 해당 서비스에 대하여 대서특필하고 있는 이유가 쉽게 납득이 되었다. 실제로 필자와 같이 많은 이용자들이 해당 서비스를 실험해보고 다양한 후기들을 남기고 있다.가령, 사용자가 특정 질문을 했을 때 완성된 형태의 글로 답을 내놓는 경우, 컴퓨터공학 관련 종사자가 작성한 코드를 입력했을 때 해당 코드의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된 코드를 제공하는 경우, 대학생들의 작문 숙제를 대신 수행해주는 경우 등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의 여러 가지 맥락과 조건을 고려해 맞춤형 대답을 어느 정도 적절하게 제공하고 있다.이제 인류는 기존의 검색 엔진을 통해 무엇인가를 탐색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능력보다는 챗지피티와의 소통을 통해 적절한 질문을 하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게 되었는 지도 모르겠다.챗지피티의 성공적인 데뷔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챗지피티의 악용에 대하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미국 학교의 몇몇 학생들이 챗지피티를 활용하여 컴퓨터 관련 과제물을 해결하거나 작문과 관련된 과제물을 챗지피티를 활용하여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많은 기자들을 통해 보도되고 있으며, 챗지피티가 한국어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는 대한민국에서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1956년 다트머스 학회를 통해 처음으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소개된 이후로 인공지능 관련 기술들은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과 함께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칼럼을 작성하는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르겠다.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막을 수 없다면,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에게 주는 다양한 혜택들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칼럼을 수정하고 있는 필자를 그려본다.

2023-01-17

44년 時調의 보법, 맥시조문학회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무슨 일이든지 마음먹기는 쉬워도 이루기는 어렵다. 시작의 첫 마음은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을 꾸준히 지키고 지탱하며 실천해 나가기는 더더욱 만만찮다. 누구나가 마음먹은 바를 무난하고 순조롭게 이루고 싶어도, 현실의 여건이 녹록찮고 의지와 상황의 변화가 부지불식간에 일어나 뜻한 바들이 잘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심이 굳지 못함을 이르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니, ‘창업보다 수성(守城)이 어렵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그러나 요새는 작심삼일을, 마음먹는데 3일씩이나 걸린 것으로 보고 최소한 30일 정도는 해봐야 일의 지속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여기기에, 일단 무슨 일이든지 부딪치며 시작하려는 결단과 시도가 대세인 것 같다.어떤 일을 계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처음 시작의 결심 못지않은 확고하고 결연한 의지와 자세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 마음만 먹고 이어가지 못한다면 시작하지 않음만 못하다고들 한다. 이른바 ‘중도포기’란 물 속에서 수영을 하다가 자맥질을 멈춘다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페달링을 못하는 것과 비슷하여, 멈추는 순간 그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거나 길바닥에 쓰러짐을 의미한다. 그만큼 어떤 일이나 목표를 향한 계속적인 몸놀림과 실행력이 중요하고 지속가능한 추동력이 관건임을 시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똑같이 시작하고 출발해도 낙오되거나 주저앉는 것은 결국 과정에서 비롯되는 자신의 의지와 신념의 차이가 아닐듯 싶다.그런 측면에서 한 문학단체의 동인지를 40년 이상 해마다 발간, 작품활동을 하며 문학적인 교감과 소통으로 문학의 저변확대를 꾀하는 노력은 가상한 일이 아닐까 싶다. 강산이 네 번씩이나 바뀌는 동안 몇몇의 동인들이 오고 가거나 활동의 부침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44년째 명맥을 유지하며 시조창작과 작품발표의 소신을 이어오고 있음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율격이나 음보, 자수 등의 제한이 엄격하게 요구되는 우리나라의 전통 정형시인 시조(時調)를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려는 문학활동이기에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복잡한 세상에 편하게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대에 애써 전통을 고수하며 시조의 튼튼한 맥이 되기 위해 시를 향한 외로운 보법(步法)을 꺾지 않고 유장하게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포항지역에 본거지를 두고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맥(脈)시조문학회 동인들이다.맥시조문학회는 1979년 창립 이래 회원 모두가 시조와 문학을 사랑하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하는 문학적 소신으로 현재까지 끈끈한 결속력과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경북지역의 대표적인 시조문학 단체다. 치열한 시정신을 바탕으로 정갈한 언어의 형상을 단아하고 팽팽한 율과 격이 흐르는 시조 3장에 담아내고자 부단히 노력하며 시조문학 진흥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한 맥시조에서 최근 동인지 42집을 발간하고, 동인 중 한 명이 빼어난 작품으로 한국시조시인협회이사장 본상까지 받게 돼 한층 고무적이다. 시조의 굳건한 맥이 줄기차게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2023-01-17

꼬리 없이 사는 사람들

‘꼬리 자르기’라는 말이 있다. 공동체가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한 명에게 책임을 지울 때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꼬리를 자르는 대표적 동물은 도마뱀이다. 이규리의 시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도망가면서 도마뱀은 먼저 꼬리를 자르지요 / 아무렇지도 않게 / 몸이 몸을 버리지요” 포식자가 나타나면 도마뱀은 별 쓸모없는 꼬리를 먹이로 내어주고 본체는 그사이에 도망간다. 꼬리는 꿈틀거리며 적을 유인한다. 마치 여전한 생명력이 있다는 듯이. 온전하게 안위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기 일부를 내어준다는 것이 ‘꼬리 자르기’의 핵심이다.인간에겐 꼬리가 없다. 대신 꼬리가 있었다는 흔적은 있다. 꽁무니에 살랑거리는 꼬리가 있었어도 꽤 멋졌을 텐데. 왜 없어졌을까. 인간이 이족보행을 하게 되면서 꼬리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학설이다. 빨리 달리거나 앉을 때 꼬리가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이젠 쓸모가 없어져 흔적으로 남은 기관. 그런 것이 인간에겐 백 개가 넘는다고 한다. 지금 남은 신체 기관들도 모두 유의미하진 않다. 이를테면 사랑니. 뽑아버려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이빨은 유용성은커녕 고통만 안겨주는 기관이다. 맹장이야말로 없어도 되는 대표적인 장기다. 잡식성으로 주식이 변화한 인간에게 식물성 먹이를 분해하는 역할은 더 이상 필요 없다.그러니 지금 인간의 형태가 완전하다고도 할 수 없다. 손가락이 열두 개였다면 더욱 빠르게 컴퓨터 자판을 칠 수 있을 것이다.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있다면 시야가 더욱 넓어지는 것이 아닌가. 당장 내일 새로운 신체 기관이 만들어진다고 한들 당장엔 불편할지 몰라도 금방 적응하게 될 것이다.치열한 생존 경쟁을 통해 발전해온 생명체는 끝끝내 완전무결한 존재가 될 순 없었다. 그러니 앞으로의 인류가 어떤 모양으로 진화하게 될지는 결코 모를 일이다.동물의 꼬리, 그중에서도 강아지의 꼬리는 감정표현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강아지는 확실한 감정적 동요가 있을 때 꼬리를 움직인다. 기쁘거나 반갑거나 신나거나 화나거나 슬플 때. 움직이는 모양은 기분에 따라 다르다. 프로펠러처럼 빠르게 흔들 때도 있고 꼿꼿하게 세우기도 하며 축 늘어뜨리기도 한다. 이토록 선명하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존재라니. 이 얼마나 위험하고도 사랑스럽단 말인가.만약 인간에게도 꼬리가 남아 있다면, 그것이 의사소통하는 용도로 쓰인다면, 그러한 신체 기관으로 인해 감정을 결코 속일 수 없게 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았을까?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의 진심을 들여다볼 수 있고 진정성을 외치는 정치인의 발화가 우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상대의 꼬리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일이야말로 진의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시선이 되며 피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힘으로 작동했을 것이다.인간은 언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언어는 얼마든지 모습을 바꿀 수 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쏟아내는 것처럼 쉬운 일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통제할 수 없는 꼬리를 붙드는 것보다 거짓말을 내뱉는 것이 훨씬 편안하다. 어쩌면 그래서 인간의 꼬리가 사라진 것일지도 모른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감정을 전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궁극적인 수단이니까. 꼬리가 없어야만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 인간에게 여전히 꼬리가 남아있다면 누군가는 진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자기 손으로 ‘꼬리 자르기’를 할지도 모른다.거침없이 자기의 신체를 자르는 도마뱀은 비정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어떤 면에서는 숭고한 지점이 있다. 자기 살을 내어주고 심장을 지키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다른 인간을 자른다. 그게 가장 쉬운 해결책이 된다. 문제는 잘려 나간 사람들, 그러니까 불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버려진 사람들이다. 포식자에게 먹히는 것이 유일한 미래인 자들. 혹은 자신이 잘린 꼬리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관성적으로 꿈틀거리는 자들.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는 건 이런 것이다.단단한 꼬리뼈를 만져본다. 꼬리가 사라진 줄도 모른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당연하게 여기던 내 육체에 진실을 감추기 위한 목적이 깃들어 있음을 잊지 않는다. 우리 중 누구도 잘린 꼬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2023-01-17

어린 어른은 운전을 배운다

사람들은 스무 살이 넘으면 어른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운전을 할 줄 알아야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정신분석학에서 ‘언어’를 배움으로써 상징계에 진입하듯이, 운전을 배움으로써 우리는 도로에 진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심각한 소리지만, 사실은 그냥 내가 이제껏 어른이 아니었다는 얘기. 그런데 이렇게까지 ‘고작 운전’을 힘줘 말하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에 ‘도로’ 위의 암묵법이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마냥 틀린 말은 아니다. 조금의 과장이 섞였을 따름이지.조금 별개의 얘기지만, ‘올 해엔 노력하지 않겠다’고 말한지 2주도 지나지 않았는데 운전을 배우고 있다. 사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나는 주기적으로 파주와 화전에 가야 할 일이 있는데 지금 내가 사는 곳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2시간 쯤 걸리고, 퇴근 시간에 막히기라도 했다간 3시간이 걸리는 때도 있다.가뜩이나 차가 많은 한국에서 나까지 차를 탈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거니와 갈수록 심해지는 지구 온난화 문제에 나까지 힘을 보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지금껏 차를 끌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건 학생의 치기어린 생각이었고, 막상 사회 초년생이 되어 1년을 살아보니 시간 강사에게 자가용은 필수에 가깝다. 가끔 특강이라도 할라치면 대중교통으로 2시간이 걸리기 십상이니, 하루가 그냥 슥 지나가는 경우도 많아 시간이 아까울 때도 많았고. 솔직히, 지하철에서 책 읽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도 계속 쓰고 있어야 하고, 겨울에는 롱패딩을 입은 사람이 많아 앉으나 서나 고욕이다.그렇다보니 ‘올 해엔 노력하지 않겠다’는 마인드가 ‘올 해엔 기필코 차를 사리라’로 바뀌고 말았다. 일단 마음먹은 김에 곧장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했다. 수업을 들을 때 든 생각은 ‘운전 못 하겠다’. 시험에 나오는 문제들에 대한 설명과 도로 위에서 좌회전, 우회전 하는 법, 표지판 보는 법, 차에 대한 기초 지식 등등 온갖 것들이 쏟아지는 데 정말 하나도 이해가 안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문과-인문대로 이어지는 순수혈통 문과생인데다, 그간 차에 관심도 없었다보니 선생님들이 하는 소리가 무슨 기계공학의 정수에 대한 설명쯤으로 느껴졌다.그렇게 학과 수업을 3시간 듣고, 다행히도 필기시험은 한 번에 합격. 무슨 패기인지 오전에 필기시험을 보는 날 장내 운전 연수를 신청해놔서 바쁘게 면허학원으로 직행해 처음으로 차를 몰았다. 엑셀도 밟아보고 브레이크도 밟아보고 좌회전도 해보고 우회전도 해보고. 옆에 선생님이 앉아있어 마음은 편했지만 머리속으로는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거 못하겠다. 나 같은 놈은 도로에 풀어놓으면 절대 안 돼.’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못하겠다고 생각했던 이유에는 선생님의 교습 스타일 탓이 크다. 나는 이론을 배우고 그걸 적용하고 해석하는 소위 먹물형 인간인데, 선생님은 자꾸 나보고 ‘감을 익히세요. 외우려고 하지 마세요’ 따위의 말만 하는 것이 아닌가. 참고로 나 같은 인간은 ‘감’이라는 말을 제일 싫어한다. 체계에 대한 이해 없이 무언가를 할 때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실수할까봐 벌벌 떠는 인간이라 그렇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내 질문에는 ‘감’이라는 마법의 단어만 난사했다. 그리고 그건 도로 연수 때에도 이어졌다. 나는 우회전이 ‘도로 상황에 따라, 다른 차량의 운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진입’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뭐라고? 그냥 상황 봐서 ‘감’으로 하라구요? 제 감을 어떻게 믿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제 감을 모르면 어떡해요?그렇게 어찌어찌 연수를 다 마치고, 다행히 시험에도 합격해서 2종 면허를 땄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도 어떻게 내가 시험을 통과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면허를 따는 것과 실제 자차로 운전하는 건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면허를 따면서 느낀 게 있다면, 한국 사회의 운행 방식은 도로 위의 ‘차’의 운행 방식과 비슷하다는 생각. 이론이나 체계를 세우기보다는 ‘감’과 ‘상황’을 중시하고, 타인의 상황에 자신을 맞춰서 움직이면서도 급할 땐 ‘빵!’ 하고 클락션 세게 눌러주고 등등. 한국 사회의 도로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한국 사회의 도로 위의 관습이 사회 구석구석에 녹아있는 걸까. 어쩌면 선후 관계는 없는 걸지도. 마침 ‘태계일주’라는 프로그램에서 볼리비아의 교통상황이 나온다. 와. 저긴 더 개판이네. 한국은 양반이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한 해의 시작이다.

2023-01-17

‘2030 미래 전망’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해는 전 세계가 극심한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고,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대부분의 관련 연구기관에서 지난 연말 예상보다 더 낮게 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 아마도 2023년 내내 암울한 저성장의 긴 터널을 지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새해 시작을 임하는 마음이 비장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워져 오듯이 새벽 넘어 다가올 찬란한 미래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지혜로움이 더없이 필요한 것이 지금이다. 아마도 지금부터 그다지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미래 시점으로 2030년이 많이 올려지는 것 같다.2030년에는 어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어떤 비즈니스가 탄생할 수 있을까? 아마도 탄소중립 사회로 더욱 진전되어 축전지, 수소, CO2 재이용 등 탈탄소를 실현하는 요소기술의 개발과 이용이 진행될 것이다.우리나라는 2020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2050년 탄소 중립 선언’이 큰 추진력이 되어 에너지 산업은 물론 제조업이나 유통업 등 대부분의 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수소경제 활성화는 화석연료가 주용도였던 전력, 연료, 원료를 대체하여 탈탄소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기대가 높다. 아울러 공급망과 응용해서 활용하는 다양한 수소관련 요소기술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IoT 주택이라는 신개념주택이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loT와 AI를 활용하여 주택용 전력제어나 엔터테인먼트 등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소비의 시각화와 거대 IT기업의 참가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며, IT와 통신부터 자동차, 주택, 전력·가스까지 다양한 업역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IT를 이용한 모니터링이나 조명 그리고 보조식품 등으로 밤잠이나 낮잠의 질을 높이는 행동방식 개혁으로 인해 생산성 향상과 치매예방의 큰 요소로서 수면관리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건강이나 IT, 식품에 의한 서비스 제공에 더해 건강경영 대책으로 이 업역은 크게 주목받고 있다.AI 기술의 진화로 태어난 많은 스타트업 기업에 의해 응용 분야가 넓게 퍼지고 있다. 화상인식이나 음성인식에 더해 마케팅 등의 데이터 해석 기술 개발도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의료, 금융, 제조, 유통 등 폭넓은 분야에서 파괴자로서 기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AI벤처가 부상하고 있다.하늘을 나는 자동차, 하늘과 땅 모두에 적용되는 신형차량을 활용해서 사람의 이동이나 화물의 배송 등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의 실현이 가능해진다. 비행기와 무인드론 사이에 위치하는 수직이착륙기나 에어택시서비스 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차량과 서비스의 개발, 효율적 운항을 위한 각종 제도의 도입 등으로 정부와 기업 간 연대가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앞에서 열거한 새로운 기술과 업역 외에도 미래 2030년까지 상상도 못한 다양한 기술과 직업이 생겨날 것이다. 이런 미래가 계묘년을 미래 50년을 향한 ‘대구굴기’의 원년으로 삼고자 하는 대구광역시와 ‘동해안의 기적, 낙동강의 기적’으로 지방 성공시대를 펼치고자 하는 경상북도에 먼저 오길 바란다.

2023-01-16

문화재관람료의 운명

홍석봉 대구지사장 2021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비유해 불교계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후폭풍이 거셌다. 결국 정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사과해야 했다. 정 의원은 2022년 4월 문화재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문화재 관람료 감면 지원 예산이 반영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정 의원이 불을 지르고 직접 끈 셈이다.문화재 관람료 전면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 조계종은 오랫동안 논란을 빚어 온 문화재 관람료의 전면 폐지를 추진키로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신년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의 불편을 없애고 문화재 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사찰 문화재 구역 입장료 징수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 관리 비용을 사찰이 관람료 징수로 충당해 온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 소유자는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 하지만 금액 책정 규정이 없어 그동안 사찰마다 관람료가 들쑥날쑥했다. 특히 문화재 관람과 상관없는 산행 때도 사찰에서 통행료처럼 걷는 일이 적지 않았다. 곳곳에서 마찰이 일었다.결국 나랏돈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나왔다. 문화재청이 올해 확보한 예산은 421억원이다. 관람료를 징수해 온 전국 57개 사찰이 오는 5월부터 정부 지원을 받을 전망이다.이젠 전국의 모든 사찰이 무료 이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주차료는 별도다.일각에서 입장료 대신 세금을 지원하는 방식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원금이 사찰의 유지보수와 관리에 쓰일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1-16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두 나라의 전쟁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유가 약세와 식량 가격 상승 등 다방면에서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전 세계는 이 전쟁이 조속히 끝나길 고대하지만 전망은 좋지 않다. 일각에서는 두 나라 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들면서 서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저마다 다른 셈법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당분간 평화적 협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경상북도 예안 오천리(현재 안동 와룡면 오천리) 출신의 선비 계암(溪巖) 김령(1577~1641)은 1627년(인조5) 3월 18일의 일기에서 아래와 같이 기록했다. 조선과 후금이 정묘화약(丁卯和約)을 체결한 직후였다. 아민(阿敏)이 이끄는 후금군 3만은 정묘년(1627) 1월 8일 조선 땅을 침공해 보름 만에 의주성 · 정주성 · 안주성 · 평양성까지 차례차례 점령했다. 이에 인조는 강화도로 옮겨 전쟁을 대비했고, 소현세자는 전주로 피신했다. 후금은 평산까지 밀고 내려왔지만, 더이상 남쪽으로 내려오지는 못했다. 명나라와의 대치 상황 속에서 조선과 장기간 전쟁을 벌이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데다가 조선 깊숙이 내려와 싸우기에는 병력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건을 걸고 조선에 강화 의사를 표시했다. 3월 3일 조선이 이 제안을 수용하면서 정묘호란은 일단 끝났고, 후금군은 철수 길에 올랐다. 전쟁이 일어난 지 3개월 만이었다.적군 병사가 비록 물러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해주(海州)와 수안(遂安) 등 여러 곳에 머물면서 사람과 가축을 죽이고 약탈하니 절대로 돌아갈 뜻이 없는 것이다. 적군의 장수 이왕자(二王子·아민)가 진창군(晋昌君) 강인(姜絪)과 서로 헤어질 때 말을 멈추고 손을 잡으며 조정에 말을 전달하길 ‘나는 마땅히 이번 달 내로 압록강을 건널 것입니다. 그러나 몇몇 장수들은 이곳에 머무르며 반드시 모문룡(毛文龍)을 사로잡은 뒤에야 돌아갈 것입니다’고 했다고 한다. (‘계암일록’ 1627년(인조5, 정묘년) 3월 18일 일기 중에서)이 말대로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예안에 거주하던 김령이 후금군의 변방 침공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1627년 1월 20일이었다. 마침 자신의 숙부와 조카들이 산송 때문에 감영을 방문했다가 선전관(宣傳官)이 급하게 당도해 변방의 전황을 전달하는 것을 전해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전쟁이 일어나자 비교적 거리가 먼 예안 지역도 타격과 동요를 피할 수는 없었다. 당장 다음 날부터 군사를 징발하는 문제로 마을이 소란스러웠고, 김령 개인적으로는 집안에서 추진 중이던 이장(移葬)을 중단했다.이후 김령은 전쟁의 경과와 동향을 수소문했고, 듣는 만큼 상세하게 일기에 기록했다. 어떤 날은 전쟁 소식을 전해 듣지 못해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더불어 영남 지역에서 의병을 모집하는 과정과 성과에 대해서도 듣고 보는 대로 생생하게 기록하며 그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3월 18일, 정묘화약을 맺고 적군이 물러났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 김령은 전쟁의 정보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불안 속에서 전쟁이 끝나기만을 바랐지만, 전쟁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김령이 일기에서 기록한 것처럼, 아민은 자신이 이끄는 후금군은 3월 안에 압록강을 건너 조선을 빠져나갈 예정이었지만 다른 몇몇 장수들은 모문룡을 사로잡기 위해 조선에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실제로 서북 변경 지역에서는 소규모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 4월 16일의 일기에서 김령은 용골산성 전투의 승리에 대해 기록했다. 난리 이후로 승전한 것은 처음이라며, 3월 20일에 있었던 일인데 이때에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적군이 여전히 안주의 서쪽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장차 사태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최은주 한국국학진흥원책임연구위원 정묘호란 이후 1636년(인조14) 병자호란이 일어날 때까지, 조선과 후금은 충돌과 갈등을 수반한 긴장 관계를 지속했다. 김령 역시 이와 관련해 조정과 서북 변경의 동향을 드문드문 기록했다. 그러나 우려하고 또 불안해하면서도 당장 겪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가끔 들리는 소식을 기록할 따름이었다. 오히려 그가 걱정하고 분노했던 것은 혹독한 세금 수탈과 전쟁 및 흉년으로 인한 식량 부족이었다. 이로 인해 백성들이 겪는 극심한 고통을 직접 보면서 김령은 자주 분통을 터뜨렸다.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현실이었기 때문이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건물 파괴, 인명 참사와 같은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곳에서는 잊으려면 또 잊는다. 한참 떨어진 곳의 전쟁이라 물리적 피해를 몸으로 겪지는 않으니 그렇게 잊고 산다. 전쟁이 초래하는 경제적 위기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했음에도 경제적 곤란에 따른 고통과 불편함을 되새길 뿐 참혹한 전쟁에 대해서는 그렇게 종종 잊고 있다.

2023-01-16

카롤루스 대제와 카롤링거 르네상스

프랑크 왕국의 궁재 카를 마르텔(c.690-741)은 약해진 왕권을 틈타 나라의 실권을 손에 넣으면서 카롤링거 왕조의 시조가 되었다. 카를 마르텔의 권력을 물려받은 것은 둘째 아들 피핀이다. 키가 작아 ‘단신 왕’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용맹하고 지혜로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카를 마르텔이 카롤링거 왕조의 문을 열었다면 피핀은 카롤링거 왕조의 첫 번째 왕으로 754년 교황 스테파누스 2세가 자리한 가운데 그를 위해 생-드니 대성당에서 성대한 대관식이 거행되었다. 768년 피핀이 쉰 넷으로 세상을 떠나고 둘째 아들이 왕좌에 올랐는데 그가 바로 카를로스이다.유럽의 역사는 특별히 위대한 업적을 남긴 왕에게 ‘위대한(magnus)’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카를로스의 이름에도 명예로운 수식어가 따라붙어 우리는 그를 ‘샤를마뉴’라고 부른다. 샤를마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강한 군사력으로 영토를 확장했고, 체계적인 행정제도를 도입해 정국을 안정시켰으며, 안으로는 문화와 예술이 융성하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샤를마뉴는 재위하던 45년 여 동안 무려 60여 차례나 전쟁을 치뤘다고 한다. 그 결과 이슬람이 지배하던 스페인으로부터의 위협을 제거하여 국경을 곤고히 지켰고, 강력한 적군 색슨 족을 엘베 강 유역에서 완전히 제압했다. 영토 확장과 국내 정세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던 샤를마뉴가 놓치지 않았던 분야가 있었는데 바로 문화와 예술, 학문의 부흥이었다.서로마제국의 멸망 후 서유럽은 끊임없는 침략과 전쟁 때문에 문화적으로 피폐한 상태였다. 국운을 좌우하는 것이 강한 군사력과 넓은 영토만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던 샤를마뉴는 적극적인 문화정책을 펼치며 중세문화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었다. 이 시기를 가리켜 ‘카롤링거 르네상스’라고 부른다.샤를마뉴는 각 수도원들이 교육에 앞장설 것을 명했다. 왕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수도원에는 학교가 세워졌고 읽기와 쓰기를 가르쳤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샤를마뉴는 잠자리에 들기 전 라틴어 쓰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안정적인 통치를 위하여 정치적 중심지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샤를마뉴는 게르마니아 지역과 가까운 아헨(Aachen)을 수도로 정했다. 아헨에는 왕궁이 지어졌고 부속교회와 왕립학교가 함께 세워졌다. 왕은 고대 그리스 학문을 장려하였는데 이를 위해 당시 최고의 학자로 명성을 날렸던 알쿠인(Alcuin)을 영국 요크로부터 초청하는 등 각지에서 인재들을 불러들였다.중세시대에는 당시 교육의 근간으로 볼 수 있는 ‘일곱 가지 자유학’(septem artes liberales)이라는 것이 있었다. 여기에는 수사학과 문법, 논리학과 음악, 기하학과 수학 그리고 천문학이 포함된다. 이것 역시 샤를마뉴가 동력을 불어 넣은 고대의 재발견의 결과이다. 일곱 가지 자유학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교양으로 습득했던 지식들로 중세 혼란기를 거치면서 완전히 잊혔고 샤를마뉴의 문예부흥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샤를마뉴는 건물을 짓고 도시를 정비하는 등 자신의 제국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가장 중요했던 건축사업으로는 수도 아헨의 왕궁과 대성당을 꼽을 수 있다. 마인츠에는 라인 강을 가로지르는 대규모 교량이 설치되었고, 낡은 교회들은 보수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라인 강과 도나우 강을 연결하는 운하가 건설되었고, 바닷가에는 등대가 세워졌다.프랑크 왕국을 이끌었던 두 번째 왕가 카롤링거 가문이 배출한 샤를마뉴는 그 이름에 걸맞게 밖으로는 외세로부터 나라를 굳건히 지키며 국토를 넓혔고, 문화, 예술, 학문을 장려함으로써 중세의 정신의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김석모 미술사학자

2023-01-16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성공적인 스토리텔링 조건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슬램덩크’는 ‘드래곤볼’과 함께 1990년대 일본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지만 그 인기는 한국에서도 대단히 뜨거웠다. 우리가 ‘사쿠라기’와 ‘루카’가 아니라 ‘강백호’와 ‘서태웅’을, ‘쇼호쿠’(원작에서 강백호의 소속 학교명)가 아니라 ‘북산’을 기억하고 또 추억한다는 것은 ‘슬램덩크’가 단지 수입된 일본 문화가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의 일부분으로 녹아들었음을 의미한다. 강백호를 비롯한 북산고의 주전 5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는 ‘초심자가 노력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라는 소년만화의 왕도를 따르면서도, ‘모두가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는 없다’라는 스포츠 세계의 냉혹함을 잘 보여주었다. 그 냉혹함은 비단 스포츠 세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독자들이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의 속성과도 닮아 있는 것이기에, 우리는 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 최강 산왕고를 제압한 북산이 토너먼트의 다음 경기에서 탈락하는 ‘슬램덩크’의 이야기를 가슴 시리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현명하게도 연재 종료(1996년) 후 27년이라는 시간이 흐를 동안 단 한 번도 산왕전 이후의 스토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수많은 후속작을 쏟아냈던 ‘드래곤볼’과 비교하면 대단히 인상적인 행보이다. 이러한 인내와 절제가 있었기에 ‘슬램덩크’의 이야기는 독자의 상상력이라는 영역에 머물렀고, 덕분에 원작의 메시지와 가치를 훼손하지 않은 채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2023년에 재탄생할 수 있었다.‘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산왕전 이후, 혹은 강백호의 재활 성공 이후의 이야기를 섣불리 건드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오히려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산왕전의 스토리라인을 송태섭이라는, 주연 5인 중 하나이지만 원작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캐릭터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전략을 취했다. 송태섭이 현대 일본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지역색을 띠는 오키나와 출신이고, 불행한 가족사로 인해 고통받는 인물이라는 설정을 추가함으로써, ‘열정과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슬램덩크’의 메시지를 수도권 지역(원작의 배경인 가나가와 현은 도쿄 인근에 위치한 지역이다)과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한정시키지 않고 사회 보편적으로 확장 시킨 것이다.이러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스토리텔링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 스토리텔링, 도시 스토리텔링, 마을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 사업들이 한동안 유행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토리텔링은 ‘기존에는 없던 것’,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을 열심히 찾아내어 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제철 도시’ 포항과 같이 강렬한 스토리를 이미 갖고있는 지역이라면 굳이 ‘더하기(+)’ 방식의 스토리텔링 전략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산왕전의 메인 스토리를 건드리지 않고 그 맥락과 배경(context)만을 풍부하게 만들었듯이, ‘제철 도시’라는 스토리를 국가나 기업이 아니라 노동, 여성, 생태, 문화와 같은 다양한 관점에서 보다 풍부하게 이야기해내면 된다.

2023-01-16

인류와 역학

오낙률 시인·국악인 검정 털빛의 암컷 토끼를 상징하는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뜀박질을 시작했다. 필자에게도 송구영신의 아쉬움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건 아직도 심장에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거니와 가슴에 소망 하나쯤 간직하고 있는 탓이 아닐까 싶다.해마다 이맘때면 많은 사람이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의 한해 운수를 가늠하려 한다. 그러나 한두 달쯤만 지나면 연초에 가진 궁금증은 뒤로하고 역학(易學)과 관련된 이야기는 깡그리 미신으로 치부해버리고 귀담아듣지 않으려 한다. 해서 필자는 나름의 조그만 지식으로 역학과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짧게나마 더듬고자 한다.역(易)이란 해와 달의 운행에서 생기는 기운과 변화를 뜻하고 역학이란 易이 인간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易은 자연이라는 포괄적 개념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으므로 그 범위는 해와 달을 정점으로 피라미드 모양의 자연계가 도표처럼 구성된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역의 기운 변화에 대응하며 살아가는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역(易)의 종속 자연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하고 당연한 사실마저도 망각하거나 무시하고 사는 것이 보편적 현대인의 삶이고 보면, 그것은 필자가 새삼스레 역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역을 연구하고 학문으로 계승 발전시키며 오늘에 이르렀다. 다만 그렇게 발전해온 역학이 언제부턴가 점성술과 그 개념이 혼동되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 학문으로 전락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인간 생활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며 우선적이어야 하는 학문이 역학이며 오늘날의 찬란한 문화발전을 가능케 한 것도 알고 보면 역학에 기초하고 있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역학은 곧 자연학이며 인류가 삶을 영위하는 것에 있어서 기본학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보편적 의미에서의 역학이 이용되는 예는 수도 없이 많은데, 집마다 한두 개쯤 걸려 있는 달력이 그 대표적 예이며 세계인이 사용하고 있는 숫자의 개념 또한 역학의 기원이 된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에서부터라고 전한다.달력은 역학이 만들어낸 인류 생활 최고의 도표이다. 언젠가 필자는 달력에 적힌 요일의 배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일월(日月)의 운행 법칙이 남북에 해당하는 화(요일)와 수(요일)를 기준 축으로 해서 동서에 해당하는 목(요일)에서 금(요일) 방향으로 회전하듯 운행한다는 사실을 달력에서 읽어 낸 바가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동기의 원리와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의 생성 원리가 남북을 그 축으로 하고 동에서 서로 회전하는 일월의 운행 원리에 있다는 나름의 해석을 가져 본 기억이다.계묘년은 도약의 해이자 다산의 해이다. 토끼라는 짐승은 여타 동물처럼 한쪽 발씩 번갈아 내딛지 않고 두 발로 도약하듯 껑충껑충 뛰면서 이동하는 동물이며 다산을 상징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계묘년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의 소망이 토끼 걸음처럼 껑충 도약하는 해가 되었으면 싶고, 출산에 의한 신생아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예년보다 더 많이 울렸으면 좋겠다.

2023-01-16

당 대표를 임명하려 하나

김진국 고문 국정이 비틀거린 지 한참 됐다.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압박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겹다. 법안 처리가 어렵고, 예산도 마음먹은 대로 안 된다.국정을 정상화하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와 내년 총선을 잘 넘어야 한다. 임기 중반 총선은 중간평가다. 패배하면 국회 주도권만 놓치는 게 아니다. 대통령 임기 전반기의 실패를 의미하고, 레임덕을 앞당길 각오를 해야 한다.총선을 지나면 당내 세력 판도가 완전히 바뀐다. 이기려면 좋은 후보를 내야 하지만, 정파적 이해는 좋은 후보보다 ‘내 편 후보’다. 그러니 공천권을 쥔 당대표에 목을 맨다.그런데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 불안하다. 취임 이후 줄곧 ‘배제의 정치’를 한다. 국정 지지도가 조금 올랐다고 만족할 일이 아니다. 기존 지지층을 조금 회복한 정도다. 그것만으로는 총선 승리가 불확실하다. 물론 이준석 전 대표의 ‘내부 총질’은 참기 힘들었으리라.유승민 의원이 또 그 길을 갈까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렇더라도 최근의 행보는 지나치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이준석 전 대표를 밀어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해 선출 방식을 바꿨다. 그것도 부족해 이제 당내 지지율이 가장 높은 나경원 전 의원을 주저앉히려 한다.지난 11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전체 유권자 지지 1위는 유승민 의원,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1위는 나경원 전 의원이었다. 다른 조사도 대부분 비슷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참조)결국 윤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대표로 만들겠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총재를 겸하고, 당 대표를 임명하던 민정당 시절을 떠올린다.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나 전 의원 처신이 옳다는 건 아니다. 당 대표로 나서려면, 석 달 만에 물러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맡지 않았어야 했다. 당헌을 바꾼 뒤 지지율이 앞서가자 갑자기 욕심이 생겼겠지만, 저출산 고령화는 그렇게 가볍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그렇더라도 나 전 의원을 대놓고 저격하는 대통령실 언행은 이해가 안 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중앙일보에 “나 전 의원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애정이 여전히 크다. 사의를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다”라고 말한 지 이틀 만에 나 전 부위원장을 전격 해임했다. 애정을 가졌는데, 나 전 의원이 자기 구상을 내놓자마자 공개 반박하나. 그런데도 그 일을 계속하라는 건 뭐며, 그만둔다고 발끈해 해임하는 건 또 뭔가. 공개적인 모욕 대신 윤 대통령이 직접 만날 수는 없었나.이중재 평민당 수석부총재는 1988년 대통령 선거에서 실패한 양김씨(김영삼·김대중)의 통합을 추진했다. 평민당 회의 도중 쫓겨난 이 부총재가 당료들의 구타와 야유를 받으며 9층에서 옥외 비상계단으로 쫓겨 내려가던 장면이 떠오른다. 6대 국회에서부터 무려 25년을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한 정치적 동지였다.박근혜 대통령 시절 ‘친박’, ‘진박’은 어디로 갔나. 위기의 순간 어떤 역할을 했나. 가진 것이 많을 때는 쉽게 버린다. 그러다 순식간에 빈털터리가 된다.정치에서는 51대 49에서 49대 51로 바뀌는 건 쉽다. 그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 건강한 정당은 여러 가지 의견을 품는다. (和而不同) 다른 의견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정치다.이준석 사태의 충격이 정치 초보 윤 대통령에게 힘겨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걸 손아귀에 쥐려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쪼개고 버리면 ‘윤핵관’만 남는다. 의견이 조금 다르다고 ‘반윤’으로 만들 이유가 뭔가. 안아야 한다.나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절대 화합”을 공개적으로 외쳤다. 굳이 사정이 있다면 ‘제2의 이준석’으로 낙인찍을 게 아니라 대화로 풀었어야 한다. 그게 정치다. 자신이 낙점한 사람 이외에는 모두 적으로 돌리는 것은 어리석다.당장 껄끄러워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지도자다. 경쟁자를 다 쫓아내고 낙점받은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그 모양은 또 어떻게 되나.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본사고문

2023-01-15

실리콘밸리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 최대 IT융복합 박람회인 CES가 끝나고 미국 최대 첨단산업단지인 실리콘밸리로 참가자들이 대거 몰렸다는 소식이다. 한국 스타트업기업 대표와 투자자, 대기업, 정부 관계자 등에 이르기까지 CES에 참가했던 많은 이들이 실리콘밸리를 찾아 미국의 최첨단기술업계의 상황을 살펴봤다는 것이다.올해는 한국기업들이 미국 다음으로 CES 박람회에 많이 참여한 것을 보면 이번 실리콘밸리 방문도 글로벌 테크에 대한 한국 기업의 관심도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기업은 CES 박람회에서도 역대 최대인 111개의 혁신상을 받아 벤처산업에 대한 우리기업의 열기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지난 10일 포스코홀딩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체인지업그라운드 실리콘밸리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다. 포스코는 포항, 광양, 서울 등에서 운영 중인 스타트업 공간을 미국으로까지 확장한 것이라 했다. 대구시와 포항시 등에서도 단체장과 많은 스타트업 관계자 등이 참여해 올 CES 박람회는 지역에서도 유난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실리콘밸리는 미국의 첨단기술을 상징하는 지역이다. 샌프란시스코만 남쪽 산타클라라 계곡에 위치한 공업지역이다.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최첨단산업이 발달해 이름도 실리콘밸리로 붙여졌다.실리콘밸리가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캘리포니아 해안지역의 온화한 날씨와 이곳에서 1시간 이내에 있는 스탠퍼드대학 등 명문대가 많이 포진해 인력 조달이 쉽다는 것이다. 또 규제없는 지방정부 정책 등도 성공 이유로 꼽힌다.글로벌 과학기술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는 세상이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점을 찾아 벤치마킹하는 우리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1-15

오지선다와 확증편향

김규종 경북대 교수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의 끝에 독자에게 다섯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그것은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로 나뉜다. 이것은 하나의 기사를 두고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예를 들어보자. 2023년 대학입시에서 정시 지원자가 하나도 없는 학과가 26개에 이르렀는데, 이들 학과의 공통점은 지방대라는 것이다.지방대 위기가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해법은 단순·명료하다. 지방대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교육부가 가지고 있던 대학재정 지원 권한을 2025년까지 모두 지방자치단체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와 장기 간의 대학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재정 악화, 서울과 경기도 소재 대학과 지방대 격차 심화 같은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지방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정책이다.이 기사를 본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추천해요 1, 좋아요 1, 감동이에요 2, 화나요 7, 슬퍼요 4였다. 좋아요와 추천해요를 누른 독자는 이 기사의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논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화나요와 슬퍼요를 누른 독자는 지방대 위기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 방안에 부정적인 태도와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난해한 대목은 감동이에요를 누른 사람들의 내면세계일 것이다.감동적이라는 말에는 ‘어떤 대상이나 정황에 마음이 크게 동요하는 것’을 뜻한다.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거나 평균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자기희생이나 지고지순한 행위를 경험할 때 우리는 감동하게 된다. 그런데 지방대 위기의 현황과 해법에 관한 정부-여당의 대응에 관한 기사에서 감동적인 구석은 찾기 어렵다. 사정이 이럴진대 감동이에요를 선택한 사람들은 평균인의 사유와 인식을 초월하는 지경에 있다.2차대전 이후 일본 영화의 중흥을 이끈 영화인 가운데 한 사람이 구로사와 아키라다. 그가 1950년 연출한 ‘라쇼몽’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 ‘라쇼몽’(1915)과 ‘덤불 속’(1922)을 결합한 것이다. 1951년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라쇼몽’은 하나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엇갈리는 세 가지 시선을 보여준다. 백주(白晝)에 벌어진 사무라이의 죽음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시각이 극명하게 나뉘어 관객을 전율케 한다.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견해와 태도를 지키며 살아간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 환경이나 사회·정치적인 상황 등에 따라 개인의 사유 방식과 행동 방식이 결정된다. 이렇게 형성·고착된 의식을 확증편향이라 한다. 확증편향은 편견과 선입관으로 강화되며, 그 결과 나이 든 세대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 이런 경향을 보이는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비아냥거리는 풍조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민주주의에 필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공론장이다. 나와 당신, 우리와 너희의 엇갈리는 견해와 태도를 열린 공간에서 말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그리함으로써 우리는 단 하나의 관점, 획일적인 동조, 편파적인 정파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긍정적인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 감동이에요를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2023-01-15

생산 현장의 안전 확보와 개선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지난해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2003년 192명이 사망했던 대구 지하철 참사와 304명이 사망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대한민국에서의 최대 인명 사고이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로는 502명이 사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최대의 사고로 기록되었다. 이 사고로 159명의 안타까운 청춘들이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였으며 정부는 특별수사 본부를 설치하여 74일간의 수사를 실시 6명을 구속하며 종료되었다.우리나라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막지 못하고 일이 터진 이후 뒷북 치는 것을 꼬집어 말한 것이다. 늘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는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한 목소리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외치지만 구체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은 여전히 미흡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기업도 마찬가지로 어느 회사나 공장에 가도 안전제일을 외치는 간판, 깃발, 포스터 등이 가장 눈에 띄고 안전을 무엇보다도 우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경영자나 관리자들이 아직도 안전 대책이 중요하고 실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해는 하면서도 돈이 들뿐 생산성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남아 있다. 또한 직원들 스스로가 안전 개선에 참여하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은 지금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그러나 좋은 활동을 이미 실행하고 있으면서 또 다른 곳에서 획기적인 방안을 찾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 필요도 있다. 생산현장에서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은 고객의 주문에 따라 변화하는 4M(재료, 설비, 사람, 방법)의 변동이며 이 변동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며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재해 발생률이 약 5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4M을 잘 관리하여 변동 요인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면 많은 재해는 줄일 수 있는 것이다.그런 측면에서 필자는 P사의 QSS활동을 추천하고 싶다. 먼저 재료의 경우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필요한 물건은 정돈을 통해 어디에 무엇이 얼마나 있는지 찾기 쉽고 사용 후 되돌리기 쉽도록 표시하여 작업 동작을 줄여 안전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으며, 설비는 전원이 참여하여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위드 마이머신 활동을 통해 고장을 예방하고 있고, 사람은 작업표준의 세부 작업에 대하여 위험의 빈도과 강도를 파악하여 위험도를 낮추는 개선을 하고 있다. 방법은 사람의 수작업을 기계화 자동화하여 기계와 접촉을 줄이고 있으며 설령 접촉을 해도 사고로 연결되지 않도록 개선하고 있기 때문이다.아무리 법을 강화하고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직원들이 참여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퇴보할 수 밖에 없다. P사와 같이 직원들 스스로 자기 담당 구역에 대하여 주인의식을 가지고 현장의 관리 요소인 4M의 개선을 지속한다면 작업은 더욱 편해지고 안전은 지속 향상될 것이다.

2023-01-15

가난해져도 우아하게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평생 정규직이었던 적은 없어서 월급을 받아본 적도 없고, 재테크에 눈이 밝은 것도 아니어서 근로 소득으로만 살아왔으나, 그래도 몇 년 전까지는 그럭저럭 소득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 조금씩 강의가 줄기 시작하더니 3년 전부터는 코로나까지 겹쳐 강의가 더 줄었다. 그렇다고 수입이 괜찮았을 때만큼 일할 자신도 기회도 없으니 이제는 이 상황에 적응하는 법을 터득해야 할 것 같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을 쓴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역시 나와 비슷한 선택을 한 모양이다. 작가는 기자로 일하다가 해고된 후 전업 작가로 살아가면서 적은 돈으로 우아하게 사는 법을 찾아 나섰다. 마침내 그는 절약을 몸소 실천한 부모님의 모습에서 실용성뿐 아니라 우아함을 발견하고 현대 소비문화를 비판하기에 이른다. 당연한 말이지만, 적은 돈으로 우아하게 살기 위해서는 내공이 필요하다.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렇게 세상에서 정한 기준에 연연하다 보면, 항상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히려 내 삶의 우선순위를 알면 사회적 인정 여부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면 큰돈 없이도 자신의 멋을 누릴 수 있다. 폰 쇤부르크 역시 진정한 가난이란 물질적 결핍이라기보다는, 건강이나 아름다움, 부유함을 좇으면서 그것이 완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러니 내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작가가 생각하듯이 값비싼 헬스클럽에서 화면을 바라보며 달리는 것을 경멸할 생각은 없다. 부자의 삶은 부자의 삶이고 나의 삶은 나의 삶일 뿐이다.작가의 관점에 가장 많이 동의하는 부분은 집에 대한 생각이다. 집이란 손님을 맞아들이는 자연스러움을 통해서 아름다워진다고, 그는 생각한다. 런던이나 파리, 빈 같은 도시에서는 집이 크든 작든 상관없이 스파게티뿐일지라도 친구들 몇 명을 집에 초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단다. 음식은 대화를 나누기 위한 매개일 뿐, 음식이 조촐하든지 화려하든지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는 고성능 음향기기나 대형 텔레비전, 디자이너 가구가 있다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 것은 아니라면서 친구들이 모여드는 집을 가진 사람, 가슴 답답한 비 오는 날에 찾아갈 수 있는 친구를 가진 사람이 부유하다고 한다.나 역시 수입이 줄다 보니, 소비에도 우선순위를 두게 되었다. 세워두기만 하던 승용차도 팔았고,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할 상황을 대비해서 책도 계속 없애나가고 있다. 책으로 공간을 채우기보다는 지금처럼 친구들과 공부하면서 김밥과 소금빵을 먹는 공간이 내게는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굳이 숲을 고집하지도 않으니 어디로 이사 가더라도 동네 골목을 더 많이 걸을 것이다. 특히 은퇴하면 대부분 현업에 있을 때보다 줄어든 돈으로 살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상실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의 생활 양식을 자신의 척도로 삼지 않고’, ‘불필요한 일을 피하고 정말로 중요한 일을 존중’하다 보면, 참된 만족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노년에 우아해지는 지름길일 터이다.

2023-01-15

맞춤형 운동이 곧 성장호르몬이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인간의 키 성장은 유전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영양, 운동, 수면,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많은 연구에서 유전적인 요인이 30%, 환경적인 요인이 70% 정도로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성장환경조건 중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 중 적절한 영양공급과 운동이 대표적인 환경요인이다.운동을 하면 키가 잘 자라는 이유는 운동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여 성장호르몬의 양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실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아이들은 하지 않는 아이들보다 혈중 성장호르몬 농도가 2배 정도 높게 나타난다. 성장판을 자극할 수 있는 운동의 형태는 중력 방향으로 누를 수 있는 것이 좋으며, 같은 강도로 지속하는 것보다는 강도의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성장호르몬의 분비를 높이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운동의 강도와 빈도 못지않게 운동의 시간과 방법도 중요하다. 키가 크기 위해서 하는 성장촉진운동은 특정한 어떤 종목이 아니라 과학적인 운동부하 및 수행능력 검사에 따라 운동의 강도, 빈도, 시간, 형태를 개인에게 알맞게 설정한 맞춤형 운동을 실시해야 효과적이다.대개 줄넘기나 농구 등 점프 운동이 키 크는데 좋은 운동이라고 추천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런 운동을 했을 때 하체 근기능이 약한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피로를 누적시키고 육체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다시 말해 특정한 종목의 운동을 많이 한다고 키가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약이 되는 운동이 오히려 병이 될 수도 있다.줄넘기 및 농구는 점프운동이며 역학적으로 본인 체중의 열배 이상이 다리와 허리에 운동 부하로 주어진다. 다리와 허리 근기능이 좋을 경우에는 성장판 자극으로 키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능이 약한 경우 근육 및 관절에 무리를 주어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 성장호르몬이 키 성장보다는 피로회복을 위해 사용하게 되므로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그러므로 줄넘기나 농구가 키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아이들의 근기능 향상과 자세 교정부터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운동을 할 때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과 체력 및 신체기능 수준을 평가하여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운동량을 알고 운동의 강도와 빈도, 시간과 유형을 결정하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운동 시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시간대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운동 시작과 함께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기 시작하여 운동이 끝난 30분 후에도 성장호르몬은 계속 증가한다. 특히 성장호르몬은 운동을 하고 있을 때보다 운동을 한 후에 더욱 증가한다. 운동이 끝난 후 약 30분이 지났을 때 성장호르몬양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운동 후 90분까지도 안정시보다 상당히 높게 성장호르몬이 유지된다.운동 시 강도는 자신의 최대산소섭취량의 60~70% 정도의 달리기나 실내자전거 등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키가 자라는데 꼭 필요한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높이게 되고 성장판에도 충분한 자극을 주게 되어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강도의 운동을 할 때도 이미 다리나 허리의 근기능이 약화되어 있으면 운동의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 오히려 피로만 가져오고 관절이 손상되는 부정적인 측면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과거에는 아이들에게 근력운동을 시키는 것이 키 성장에 해가 된다고 권장하지 않았으나 많은 연구에서 성장기 아이들에게 근력운동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 주 1~2회 정도 실시하도록 권장한다. 근력운동을 하고 나면 최소 48시간 정도 회복할 시간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삼일에 한 번씩 하거나 부위를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한다. 관절을 움직여서 근육의 길이 변화가 생기는 근력운동이 효과적이며 7, 8세부터는 본격적인 근력운동을 시작해도 괜찮다고 알려져 있다.근력운동이라고 해서 어른들처럼 역기를 든다거나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가능도 하지만 중강도 이상의 무게를 일 년에 2~3개월 이상을 들다보면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으니 이 경우는 반드시 스포츠과학자나 트레이닝 전문가의 감독 아래 실시해야 한다.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근력운동에는 밴드를 이용한 운동, 체중을 이용한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턱걸이 등이 활용될 수 있다.키가 자라는데 있어서 이것만하면 된다고 하는 절대적인 운동은 없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맞춤형 복합운동을 하게 되면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안정시보다 25~45배까지 증가하여 성장기 아이들의 키 성장을 더욱 촉진하게 된다고 한다. 덧붙이자면 맞춤형 복합운동은 아이들 개인의 건강 상태와 체력 수준을 평가하고 진단해서 유산소운동, 근력운동, 유연성운동을 기능적으로 조합해서 하는 것이다.이같이 키 성장 운동은 아이들의 건강과 체력 및 신체기능 수준에 맞는 운동을 해야 스트레스와 상해를 방지하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더 촉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성장기 아이들의 몸에 최적화된 맞춤형 운동이 곧 성장호르몬인 것이다.

2023-01-15

대통령다움의 4가지 조건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일보와의 신년간담회에서 꺼낸 화두가 ‘대통령다움’에 대한 고민이었다. ‘윤석열다움’이 아니라 ‘대통령다움’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 실천하겠다는 의미다.윤 대통령은 이제 취임한지 7개월 되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다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보겠다는 것은 대통령과 정치인으로서 윤 대통령의 고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 깜(자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선거가 끝난 뒤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라는 보고를 듣자마자 국무총리에서부터 내각까지 2배 수의 인재를 적어낼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중 김 전 위원장이 말한 대통령감이 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윤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다움을 ‘국민이 든든하게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정의했다. 나는 대통령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고 싶다.첫째, 대한민국 수준에 대한 인식의 정도이다. 우리나라를 시대적, 세계적, 역사적 관점에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며칠 전 미국의 US월드리포트지에서 국가 역량 평가를 하였는데, 우리나라가 지난해 8위에서 일본을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어쨌든 세계에서 10위 이내에 들어 있다. 개량적으로 분석해보진 않았지만, 아마 현재 우리나라 국력은 단군 이래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계 10위권 강국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세계 6위든 8위든 그 국격에 맞게 대통령이 처신을 할 때 국민들은 대통령다움을 느끼며 든든해하고 뿌듯해할 것이다. 미국의 한 교수가 며칠 전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은 너무 북한 문제에 매몰되어 국격에 걸맞은 역할을 못하고 있다”라는 말을 했다. 참고할 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개발도상국 한국이 아니라 세계 6~8위 대국(大國)의 국격에 맞는 대통령의 처신을 기대해 본다.둘째, 지금은 18세기 중엽 산업혁명에 못지않은 거대한 ‘에너지전환의 시대’이다. 대통령이 이러한 시대 현안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이를 얼마나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느냐는 국가장래를 위해서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다.유럽의 선진국은 이미 1760년대에 내연기관 발명으로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그보다 200년이나 뒤진 1960년대에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서야 산업화가 시작됐다. 산업혁명의 낙오자인 우리는 그동안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와 6·25 전쟁이라는 큰 민족사적 불행을 겪었다.이제 세계는 또 다시 ‘탄소제로’라는 제2의 에너지 대전환시대에 직면해 있다. 지난 1995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시대를 대통령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이미 선진국보다 20여 년 뒤처진 에너지 전환시대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해답은 대통령이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기업이 안정된 가운데 세계 기업들과 수출경쟁을 할 수 있다.셋째,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불안에 휩싸인 우리 사회를 어떻게 희망의 사회로 전환시키느냐는 대통령의 역량에 달려 있다. 인구사회학적으로 여성이 많이 배우고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 4명의 여성 중 2명만 결혼하고, 결혼한 2명의 여성 중 1명만 자녀를 가진다는 보고서가 있다.정부의 현금지원이 출산의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각종 출산정책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 나는 한국을 제2의 미국으로 만들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남미 국가의 젊은이들이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이들이 한국에 정착해 일하도록 대통령이 나서서 적극 지원한다면 ‘대한민국 시민권’이 미국시민권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마지막으로 대통령다움은 통일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 모두가 문화, 예술, 스포츠, 국방, 과학기술, 첨단산업 등 모든 분야에 K자만 붙이면 세계 최고가 되는, 최고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이제 경제력 또한 북한의 2천배에 달해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대통령은 통일이 막연한 것이 아니고 분명히 가능하다는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더 많은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있겠지만, 이 네 가지를 바탕으로 야당과도 협치하고, 북한을 패주든 어르고 달래든 우리 주도하에 이끌어 가고, 미국·중국·러시아·일본과도 대등한 대한민국, 꿈과 희망이 넘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훌륭한 지도자로 거듭나는 것이 정치 초년생 대통령인 윤석열 대통령이 풀어갈 ‘대통령다움’이라고 생각한다.

2023-01-15

구미, 징크스를 깨다

김장호 시장 학창 시절 100m 달리기는 필자에게 썩 유쾌한 기억이 아니다. 또래에 비해 키는 큰 편이었지만 별로 날쌔지 않았고, 계주에서 넘어진 흑역사까지 더해 육상에 대해서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있었다. 공직생활을 하며 마라톤 하프코스까지 뛰면서 육상과 친해지고자 노력했지만 징크스를 완전히 떨치진 못했다.이번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서도 그런 개인적인 징크스와 함께 중국 샤먼(XIAMEN.厦門)이라는 막강한 경쟁도시와 겨루어야 하는 긴장감으로 징크스에 빠지는 게 아닌가 불안했다. 도전을 앞두고 실패를 걱정할 수는 없었다. 가장 큰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기에.중국 경제특구 중 하나인 중국 샤먼시는 인구 528만 명의 경제특구 도시답게 2023년 완공되는 신설 경기장, 국제공항, 30개가 넘는 호텔 등 풍부한 인프라를 가진 도시다. 우리는 아시아육상연맹 이사 한 명 없지만 중국은 투표권을 가진 이사회 18명 중 두 명의 위원(중국, 홍콩)도 있어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이었다.이에 필자는 구미가 아시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성장·발전한 도시라는 점과 아시아 각국의 공동 번영과 평화를 위해 경상북도와 구미시 차원에서 새마을세계화 운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점, 아시아 각국에 지역의 기업이 활발하게 진출해 있는 점, K-POP 등 한국이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점 등을 강조했다. 또한, 집약된 경기시설과 뛰어난 접근성, 코로나 팬데믹 상황 시 우수한 대응 능력을 부각시키며, 안전과 신뢰를 대회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이러한 구미의 적극 구애가 이사들의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20년 만에 국내에서 세 번째로 제26회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를 유치할 수 있게 되었다.어쩌면 구미도 최근 징크스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1969년, 박정희 대통령께서 구미 1공단을 조성한 이래 구미는 지난 50년 동안은 끝없이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 구미에 터전을 잡은 삼성, 엘지, 코오롱과 같은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구미는 대한민국의 수출을 견인하며 낙동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도시가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수도권이 비수도권의 사람과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구미발전이 정체돼 왔다. 많은 이들이 구미가 계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을지, 성장 동력을 지속 마련하고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 혹자는 ‘이제 구미는 어렵다’라는 심한 말까지 하기도 한다. 구미의 징크스다.필자는 이번 대회의 성공 개최를 통해 구미의 징크스를 날리고 싶다. 이제 구미는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를 통해 다시 미래 50년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시민의 역량을 모아 구미 브랜드를 아시아 전역에 알릴 것이다. 그럴 가능성도 높다. 마침 구미는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이전으로 공항 경제권 중추도시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고, KTX 이음 열차로 구미에서 수서까지 2시간대 이동도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 예산 확보액도 경북 도내 증가율 단연 1위다.지난주 구미는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를 위한 포럼’을 열고 유치에 힘을 모았다. 방산클러스터 유치와 메타버스 산업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도 착실히 하고 있다. 구미 미래발전 50년에 걸림돌을 제거하고 지속적인 도시발전과 성장을 다져가고 있다.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징크스에서 벗어난 감회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구미 역시 이제 징크스를 깨고 뭔가 될 것 같다는 분위기와 희망이 감지되고 있다.구미시는 23년 상반기에 조직 위원회를 설립하고 사무처 조직을 구성해 만반의 채비를 해나갈 예정이다. 기초단체인 구미시 혼자서는 성공시킬 수 없다. 중앙정부와 경상북도, 대한육상연맹, 구미시체육회 등 모든 기관들이 찰떡궁합을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조직위도 광역 차원의 격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협의 중에 있다.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구미라는 도시브랜드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국제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성공적인 대회가 되길 기대한다.

2023-01-15

‘이름’이라는 생애의 시

이희정 시인 자주 먼지 털고 소중히 닦아서가슴에 달고 있다가 저승 올 때 가져오라고어머닌 눈 감으시며 그렇게 당부하셨다.가끔 이름을 보면 어머니를 생각한다먼지 묻은 이름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새벽에 혼자 일어나 내 이름을 써 보곤 한다.티끌처럼 가벼운 한 생을 상징하는상처 많은, 때 묻은, 이름의 비애여천지에너는 걸려서거울처럼나를 비춘다.-‘이우걸 시조전집’(태학사, 2013) 중 ‘이름’현대시조에서 이우걸 시인(1947년~)의 위상은 각별하고 돌올하다. 이 시를 보며 오래전 초등학교 입학 사진 한 장을 떠올린다. 가슴에는 네모반듯하게 접은 하얀색 면 손수건과 이름표를 달고 입학식 운동장에 코흘리개들이 줄을 맞춰 서 있던 장면 말이다.화자는 “자주 먼지 털고 / 소중히 닦아서 // 가슴에 달고 있다가 / 저승 올 때 가져오라고” 어머니의 유언을 회고하며 이름에 부침하는 생의 의미를 환치하고 있다.어린아이의 콧물 닦기 손수건은 자라면서, 세상의 먼지를 닦듯 자기 삶의 먼지를 터는 용도로 바뀐다. 그렇게 이름을 잘 간수해서 명예롭게 가져오라는 어머니의 귀한 당부가 담겨 있다. 하나 실상은 이름에 먼지 묻히지 않고 살아내기란 쉽지 않다. “상처 많고, 때 묻기 쉬운” 이름의 비애다. 이름은 인생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리라.시간이 빚어놓은 인생, 그 안에는 고난도 있고 실패도 있다. 가족이라는 품에서 처음 사회라는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왼쪽 가슴에 손수건을 단 것은 공교롭게도 은유로 읽힌다. 이제 생필품이 된 티슈 같은 것이 없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가슴에 달린 이름표와 손수건은 완벽하게 짝패다. 삶은 어쩌면 성공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실패가 만들어낸 개인의 역사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화자는 이름을 생각하면 어머니가 떠오르고 티끌 같은 한 생을 이름이란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볍지만 무겁게 한 번 왔다 쓰고 가는 그 이름에 이름값을 한다는 것, 맨 처음 부모로부터 받은 생애 첫 시(詩)라고 불리는 이름은 어떤 뜻이 있을까.“이름 명(名)은 저녁 석(夕)에 입구(口)가 붙은 뜻과 뜻이 합쳐진 문자로 결국 저녁에 부르는 이름이 된다. 해가 떠서 날이 환할 때는 사람의 얼굴이 표식이 되어 누가 누구인지 분간이 될 터인데 날이 저물면 사정은 다르다. 그래서 만든 것이 이름이며, 이름은 나와 남을 구분하는 표식”이라고 했다. 달리 말하면 이름은 나와 타자와의 식별이고 관계 속에서 이름은 다르게 호명된다.사람은 결코 아름답지만도 추하지만도 않다. 지상의 생명체라는 독특한 삶의 현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불릴까. 유년 시절 동네 아이들과 해가 지는 것도 모르고 놀고 있을 때면 골목마다 아무개의 이름을 부르던 어머니들의 긴 육성이 들리는 듯하다. 사회적 관계에서 부르는 누구 씨의 짧은 스타카토 음이 아닌 길게 메아리쳐 돌아오는 이름이 귓가를 지난다. 그렇게 어머니의 긴 호명은 더 깊은 여음으로 거울을 거느리고 되돌아오는 것이다.여명이 밝은 날 아침이면 거울을 닦듯 소중히 이름 석 자를 써 볼 일이다. ◇ 이희정 시인 약력 ·2019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내 오랜 이웃의 문장들’

2023-01-15

불경기 신호탄?

우정구 논설위원 연초부터 복권 판매점이 인파로 붐빈다고 한다. 이른바 복권 명당으로 손꼽히는 곳은 몰려든 사람들로 줄을 서거나 교통정리까지 해야 할 판이라니 복권 인기가 대단하다.지난해 우리나라 복권 판매액은 6조4천억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년보다 7.6%가 증가했다. 복권 판매액으로 환산한 복권 구매자 수만 2천400여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의 절반이 복권을 한번 쯤은 구매한 셈이다.복권 판매액으로 발생한 수익금은 저소득층과 사회복지 증진사업 등에 사용된다. 개인적으로는 복권 구매를 통해 대박의 꿈을 기대하나 알고보면 내가 사용한 돈이 우리사회의 어두운 계층을 돕는 일에 쓰인다고 생각하면 당첨이 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섭섭할 것은 없다.기획재정부가 성인 1천20명을 상대로 복권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해 보니 “복권이 있어 좋다”는 응답이 74%나 됐다. 또 복권이 있어 좋다는 응답자의 40%가 “기대나 희망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복권발행이 사행성 조장과 노동의욕 저하 등의 역기능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 기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한편으로 당첨 기대감도 안겨주고 있으니 긍정적 면도 무시할 수 없다.중세기 유럽의 국가들이 복권을 처음 발행할 때도 국가 공익사업의 재원 조달이 목적이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다른 어떤 방법보다 모금도 쉬워 오랫동안 존속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방 후인 1947년 런던올림픽 참가경비 조달을 위해 복권을 처음 발행했다. 올림픽 후원권이 그것이다.연초부터 동네 복권 판매점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소식이 행여 불경기 탓은 아닌지 괜한 걱정이 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1-12

‘CES’와 ‘화공’이 열어준 상상력

홍석봉 대구지사장 #1. “신세계였다. 제품을 투자자와 대중에게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엔지니어들이 미래를 함께 상상하는 자리였다.”최근 폐막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3’에 참가했던 포스텍 학생은 안계를 확 넓혔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 세계 3천여 개 기업들이 참가한 이 박람회에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55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대구경북 스타트업 기업들도 뛰어난 기술력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대구시와 경북도, 포항시는 투자를 유치하고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을 찾아 협력 관계를 모색했다.특히 지역 대학생과 청년 창업가들이 대거 참여, 주목받았다.대구시는 CES에 대학생과 청년 창업가 등 2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30명의 ‘청년체험단’을 파견했다. 청년체험단은 대구시가 청년들에게 글로벌 신기술을 맛볼 기회를 제공하고 도전정신과 창의적 활동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9박 11일 동안 라스베이거스와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기업 견학과 신기술 및 창업 노하우를 습득하는 기회를 가졌다.포스텍도 180명의 학생과 교수들이 참가했다. 학생과 동문이 POSTECH 이름으로 21개의 부스를 운영했다. 학생들은 스타트업과 가전 등의 다양한 부스를 찾아 전공 공부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경험했다. 업계의 기술 트렌드를 확인하고 배웠다. CES는 젊은 과학도와 스타트업계에 상상력과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원천이 됐다.#2. 2018년 11월 자기계발과 공직사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작한 경북도의 ‘화공 굿모닝 특강(화공)’이 200회를 돌파했다.지난 3일 열린 201회 특강에선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정부의 지방시대 핵심과제와 추진방향을 제시했다. 오전 7시 이른 시간이지만 139석 좌석이 모두 찼다. 일부 직원들은 선 채로 강의를 들었다.‘화요일에 공부하자’는 의미의 ‘화공 굿모닝 특강’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이 지사는 지방소멸 위기의 경북 현실에 다급해졌다. “변해야 살고 변하려면 공부해야 한다”며 화공을 시작했다.대학총장·연구기관장·기업인 등 국내 유명 인사들을 초빙해 강의를 들었다. 주제는 통합신공항, 메타버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이차전지, 원자력, 양자기술, 그래핀 헴프 등 다양했다. 경북도의 역점사업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강의는 메타버스 등 신정책 발굴로 이어졌다. ‘화공’이 정책의 샘 역할을 했다.‘한국 대중문화사’를 쓴 김창남 교수는 BTS와 ‘기생충’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온갖 역경을 자양분 삼아 키워 온 우리 문화 저력의 산물이라고 했다. 개화기에 도입된 전차와 기차는 충격이었다. 신문이 보급되고 출판과 독서가 확산되며 대중이 각성했다. BTS와 ‘기생충’의 뿌리가 신문과 기차라고 봤다.배움을 갈구하고 신문물을 받아들여 재창조하는 슬기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번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CES에서 시대 흐름을 짚고 지식인 강의를 통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길 바란다.

2023-01-12

새 일기장을 펼치며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해가 바뀌면 새로 마련하는 것이 일기장이다. 예전엔 그냥 대학노트에 썼었는데 약 20여 년 전부터 표지가 고급 양장으로 된 같은 규격의 다이어리를 사용해 오고 있다. 올해는 ‘검은 토끼해’라 표지가 검은 것을 택했다.처음 다이어리에 쓸 때는 그야말로 계획과 일정을 간단히 적어두고 실행 여부를 첨부하는 일과의 기록이었으나 차츰 아래 여백에 그날그날 느낀 마음을 기록해 두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나의 인생 기록물이 됐다. 지난해 일기장을 정리하며 몇 장을 넘겨보면 잘 기억나지도 않는 무수한 일들이 적혀있고 설핏 뇌리를 스친다. 또 펜글씨는 글쓰기 훈련이 되어 필력도 향상됐다.매년 해 오던 대로 새해의 바람과 다짐을 담아 맨 첫 장에 토끼를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생활환경 속에서도 마음 흔들림이 없이 내가 선택한 일들에 긍정적 사고를 견지하려는 몇 마디 덕담을 써 본다. 나름대로 새해에 알맞은 사자성어를 골라보는데 올해는 무엇으로 할까? 수처작주(隨處作主)를 하려니 칠순 넘은 나이에 어디 뻗대고 나서는 게 미안하고, ‘토끼해’라고 교토삼굴(狡FA32三窟)로 하려니 위기 대책이 크게 필요한 것도 아니니 그냥 수산복해(壽山福海)를 마음에 담고 평안한 생활을 하고 싶다. 새해가 되면 각 지자체나 단체들도 신년 사자성어를 공모하는 곳도 있는데 포항시는 춘색만성(春色滿城) 즉, ‘추운 겨울의 어려움을 이겨내면 따뜻한 봄기운이 세상에 가득하다’는 뜻을 택했으니, 지방소멸과 경제위기 등의 불안함을 이겨내고 밝은 미래의 도시 포항을 만들겠다는 희망찬 표현이다.책꽂이에 꽂혀있던 50여 년 전 옛 일기장을 정리하며 펼쳐보니 빈칸이 많다. 매일 매일 쓰지 않았고 글의 길이도 몇 줄의 짧은 것에서부터 2페이지가 넘는 날도 있다. 우연히 그중 한 권을 넘기다 보니 시 한 편이 눈에 띈다.“무엇을 쓸까/ 어떻게 쓸까/ 하루의 끝에 서서/ 하루를 반성하며// 어제의 ‘나’와 함께/ 지금의 ‘나’를 쓰고/ 또 내일의 ‘나’를 위해/ 조금씩 모래성을 쌓아가는 것이다”또박또박 펜글씨로 쓴 나름의 일기가 사회에 익숙해지기 전의 젊은 나를 마주하게 한다. 이렇듯 일기는 시가 되기도 하고 짧은 수필이 되기도 한다.매일 밤,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그날 일정의 결과를 정리하며 일기를 써 내려 가면서 ‘참 잘했구나’하고 칭찬도 하고 ‘이건 해결하지 못했네’ 하는 반성의 표시를 하기도 한다. 수년 전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하루 다섯 가지 감사를 적는 것을 10년간 반복했다는 ‘감사 일기’의 사연을 알고 나서부터 나도 그 흉내를 내고 있다. 좋았던 일들, 잘 처리된 일들을 쓰고 나서 그 끝에 ‘….감사’라고 덧붙여 두곤 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하루에도 예상외로 감사한 일들이 많이 생기고 경험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요즈음은 카톡이나 문자 또는 밴드와 같은 SNS를 이용하여 손글씨 보기가 쉽지않지만 나의 일기장엔 붓글씨로 새해 소망을 썼고 또 펜글씨로 정성껏 펼쳐나갈 것이니 올해도 풍요로운 일상들이 가득히 쌓이기를 바라며 작가 이태준의 말을 되뇌어본다. ‘일기는 사람의 훌륭한 인생 자습서다.’

2023-01-12

희망의 나라로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강력한 국가가 되었다. 미국 시사전문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지난 달 31일에 발표한 ‘2022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순위에서 한국이 6위를 차지한 것이다. 지도자, 경제적 영향력, 정치적 영향력, 강력한 국제동맹, 강력한 군사력, 수출 등 여섯 가지 지표를 점수화해서 순위를 매긴 것으로, 프랑스와 일본을 제치고 작년보다 두 단계 오른 성적이다.대한민국 현대사에 윤석열 정권의 출범은 하나의 혁명이었다. 소위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좌파정권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더이상 연장되지 못하게 막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불과 0.73% 차이였지만, 지난 대선의 승리는 나라의 운명이 걸린 역사적 전환점이라는 의의를 갖는다. 하지만 아직은 반쪽짜리 혁명에 불과하다. 절대다수의 국회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에다 언론과 사법부 등을 장악한 전 정권 관련 세력들이 사사건건 훼방을 놓는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대한민국은 태생적으로 반공을 기반으로 한 나라다. 이승만 대통령의 투철한 반공정신이 아니었으면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정책도 반공을 국시로 한 토대 위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폭압적이고 비정상적인 집단인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반공정신의 해이가 얼마나 위험한 사태를 초래하는 지는 문재인 좌파 정권 5년 동안 뼈저리게 실감을 했다. 반공의 기반 위에 세워진 나라는 종북좌파들이 득세하면 그 체제와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이러한 인식을 갖지 못한 국민들이 너무 많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개발독재로 불리는 밀어붙이기식 경제정책의 추진과정에 부작용이 없지 않았고, 그에 대한 저항도 민주화운동이란 이름으로 한국 현대사의 한 축을 형성해 왔다. 문제는 반독재 민주화라는 명분 속에 친북용공세력이 스며든 것이다. 더이상 민주화운동의 명분이 없어진 지금에 와서는 그 좌파세력이 정치권력이 되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체제를 부정하고 전복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기에 이르렀다.당면한 국가적 난국을 타개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좌경화된 국민들의 의식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것이 통일을 앞당기는 일이고 명실상부 세계 굴지의 나라로 가는 길이다. 그 과정의 최우선 과제는 주사파와 같은 오열의 척결이다. 모조리 색출해서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국민 대다수가 반공정신으로 무장해서 그들이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절박한 호소에도 무슨 케케묵은 소리냐고 코웃음 치는 국민이 상당수인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혁명이란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권은 정당하지도 못했고 성공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이 작년의 대선에서 과반수 국민들이 내린 평가다. 좌경화된 나라를 바로잡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확립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윤석열 정부가 완수해야 할 혁명과업이다. 부디 새로운 희망의 나라로 순항하길 바란다.

2023-01-12

은퇴 후 버킷리스트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코로나19가 다 망쳤다. 은퇴 후의 찬란한 삶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심혈을 기울여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그 또한 아름답고 원대하다. 그러나 모두 이룰 수 있는 리스트라고 벅차게 짰다. 25년간 몸담았던 학교엔 할 만큼 했다. 자타가 공인한 바였다. 조금의 후회도 미련도 없으니 이젠 내 몸과 마음 모두 나를 위해 쓸 것이다.우선 한 나이라도 젊을 때 전공을 살려 해외봉사를 할 것이다. 코이카에 입회해두고 일정을 수시로 확인했다. 한국어강사 전문가그룹을 선발할 때 신청하고자 만반의 준비를 해 두었다. 그 봉사를 2년 한 후엔 해외여행을 할 것이었다. 지인과 친척 동생이 있는 미국, 독일, 일본, 제자가 있는 베트남과 네팔에서도 언제 올 거냐는 성화가 빗발같지만 순서를 기다리라고 간신히 주저앉힌 상태였다. 어느 곳이든 한 번 가면 한 달 이상씩 살기를 할 거라면 협박을 해도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태세다. 그 계획조차도 구체적으로 짜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리스트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독일에선 튀빙겐을 거점으로 해서 오스트리아, 스위스 헝가리까지, 일본에선 시코쿠 오헨로 108순례길, 네팔에서는 4월의 트레킹, 이런 식이다.엄청 바쁘게 살긴 했지만 게으른 천성 탓에 몸을 돌보지 못함을 반성하며, 몸만들기 프로그램도 오지게 짜봤다. 요가배우기, 필라테스배우기, 실내클라이밍 도전, 자전거 타기, 하루 5천 보 이상 걷기, 차 팔고 대중교통 이용하기….해외 봉사 실행되기 전, 틈을 봐서 국내 봉사도 가능하면 해 봐야겠다. 가정복지관도 기웃거려 보고, 지역 주민센터나 문화센터에서 자원봉사할 것을 찾기 위해 집으로 다달이 배달돼 오는 구청소식지를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오히려 배울 정보들이 더 많았다. 재봉, 그림, 서예, 피아노도 쳐볼까….그래도 공부가 체질인데 공부 계획도 세웠다. 이참에 천자문 쓰기 1년 완성, 오래전 잠시 배우다 만 일본어기초, 영어회화기초도 배워야지, 외국여행을 위해서도 유용할 테니, 그보다 먼저 한국사능력시험도 도전할 거야…. 제일 먼저 수험서를 두 권이나 사고, 유튜브에 한능검 채널도 구독했다.무엇보다도 난 온전히 할머니 역할을 하고 싶었다. 바빠 이따끔 얼굴 보고 밥 먹는 할머니 말고, 최소 일주일에 하루이틀을 데리고 자고 보살펴 주는 할머니, 내가 직장 다닐 때 내 아이들을 할머니께 맡겨두고 잠시 망중한을 즐겼던 때를 생각하며 며느리에게 숨구멍을 주고 싶기도 했다.실제 주위의 많은 이들이 나의 은퇴 후가 궁금한지 더러 물었다.“퇴직후에도 뭔가 더 하실 거지요?” “아뇨. 할매만 할 거에요. 사회에서는 잊혀진 여자가 되고 싶어요.”이렇게 격정적으로 할머니이고 싶었다.그러고도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다면 딱 좋은 거, 밤새워 영화를 보면 될 것이었다. 비싸지 않은 영화채널을 구독해 두고 장르별로, 국가별로, 감독별로, 배우별로 묶어 보아도 좋을 것이었다.이렇게 연도별, 순서별로 짜놓은 나의 찬란한 버킷리스트 24개가 전면 수정될 지경이 온 것이었다. 코로나19때문이었다.

2023-01-11

코로나 후유증에서 빨리 벗어나기

나선택 포항 행복한의원장 코로나가 발생한지 3년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확진자가 2천700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2명 중 1명은 걸린 셈이다.작년에는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대유행하면서 코로나 발생 초기의 위험성과 공포감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에 걸린 후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일반 독감은 타미플루(알약)나 페라미플루(주사약)라는 특효약이 있어서 비교적 후유증 없이 빨리 회복할 수 있으나, 코로나의 경우는 치료제가 일반화 되어 있지 않아서 해열제 등으로 나을 때까지 버티다보니 후유증이 심하면서 오래 가고 있다.코로나 후유증은 단순한 ‘불편감이 남아 있다’가 아니라, ACE2 수용체를 통하여 전파되는 염증 반응과 섬유화 반응에 의해 실제적인 손상이 일어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혈액 응고 체계에 작용하여 혈전 형성을 촉진하는 점도 중요하다. 그래서 코로나 후유증을 ‘시간 지나면 나을거야!’라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적절한 조치를 해서 손상된 조직의 빠른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피로감은 가장 흔한 후유증이다. 여러 가지 염증으로 인해 피로감이 지속된다.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염증 반응이 남아 있다는 얘기이므로 꼭 치료를 해야 한다.호흡곤란, 기침, 가래 증상은 코로나 급성기에 폐와 호흡기관의 내피세포에 일어난 손상 때문에 생긴다.심장 불편감은 심근염 등으로 심장 근육에 무리를 주어 맥박이 너무 빨리 뛰거나, 가슴 답답함, 가슴 통증 등으로 나타난다.머리 증상은 신경염증 증상이 낫지 않으면, 머릿속에 안개 낀 듯이 멍한 느낌이나 두통 등으로 나타난타.후각 및 미각 기능 장애는 후각 신경과 맛을 느끼는 수용체에 손상을 주어 냄새와 맛을 못 느낀다.한의학에서는 대병(大病) 후에 소진된 기력과 진액을 보충하여 인체가 스스로 정상 기능을 회복하도록 해 주는 방법이 있다. 인삼 황기 숙지황 당귀 녹용 등의 약재가 주로 사용된다. 아울러 항염증 작용이 강한 황련 황금 시호 등의 약재, 폐와 호흡기관의 손상된 내피세포의 회복을 도와주는 맥문동 천문동 사삼 등의 약재, 심장 근육의 기능을 돕고 혈전 생성을 막아주는 삼칠근 단삼 등의 약재, 신경염증의 증상을 완화하여 머리를 맑게 해주는 천마 백지 박하 등의 약재, 후각과 미각 기능의 회복에 도움을 주는 신이 유근피 창이자 등의 약재를 후유증의 종류에 따라 적절히 가미하여 처방한다.개인의 체질과 후유증의 종류에 맞게 처방된 한약을 복용한 분들은 증상이 빠르게 소실되어 쉽게 일상으로 복귀한 경우가 많았다.코로나 후유증은 인체 내부에 실제적인 손상을 일으킨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냥 쉰다고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격리가 끝나면 가까운 한의원을 방문해서 후유증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한약 처방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새해에는 코로나가 종식 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코로나가 계속 된다면 몸에 좋고 부작용 없는 한약 전문가인 한의사와 친해져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 해를 잘 보내시길 기원드린다.

2023-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