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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집행부와 의회의 힘겨루기

홍석봉 정치에디터 #1. “첫 출발부터 좌초됐다” “대구시 신청사 용역 5건 모두 보류, 더 이상 논쟁 없었으면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최근 언급이다.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대구시 신청사 건립 사업을 두고 맞부딪혔다. 대구시는 최근 3년 전 시민평가단 회의 등을 거쳐 마련한 신청사 사업계획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의회는 130억 원의 내년도 신청사 설계용역비를 전액 삭감하며 맞불을 놓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즉각 신청사 용역사업 5건을 모두 보류했다. 시청 내 관련 조직도 없앴다.홍준표 시장의 일부 신청사 부지 매각안이 발단이다. 신청사 건설 재원을 마련키 위한 방안이었다. 달서구 출신 등 일부 시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시의회의 관련 예산 전액 삭감과 관련부서 폐지 및 용역 보류로 이어졌다. 시청사 건립사업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최악의 경우 무산 가능성도 제기된다.대구 시민의 숙원 사업이 예산 조달 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채 무산 위기다. 지역간 치열한 유치경쟁과 갈등, 공론화와 시민 합의까지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신청사 건립안이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판이다. 소통부재의 현장이다.#2. 지난 15일 대구 중구의회의 여성의원 3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 직원들이 예산 감액을 이유로 욕설하고 공포감을 조성했다”며 구청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틀 전 예결특위 최종 심사 직후 간부 공무원들이 회의장에 들어가 “예산을 다 깎으면 일하지 말라는 말입니까”라며 위협적인 태도와 고성으로 두려움을 느꼈다고 주장했다.내년도 중구청 예산안 심사가 단초다. 중구의회는 구청이 당초 제출한 예산안 3천25억 원 중 58억 원을 삭감했다. 삭감 예산 중 52억 원은 구청장 핵심 공약 사업 예산이다. 중구의회는 해당 관광 사업의 실효성이 부족했다고 했다. 중구청은 예산 삭감을 수용할 수 없다며 소명 기회를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폭력 시비로 번지며 대화가 단절됐다. 뒤 이어 의회 의장 등 구의원 4명이 ‘집행부 폭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폭력’을 주장하는 구의원들의 예결위 복귀도 촉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예산 갑질을 넘어 폭력이라며 가세했다.중구청의 경우 대규모 예산 사업에 대해 집행부가 사전에 구의회와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 후과다. 서로 감정 싸움만 벌이고 있다.위 두 사례는 대화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 부족이 요인이다. 소통부재다. 집행부와 의회가 힘겨루기를 하며 서로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몫이다. 집행부는 의회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원칙만 내세우면 행정 만능주의로 흐르기 쉽다. 의회는 집행부가 머리 숙이고 대접해 주길 바란다. 서로 맞부딪히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집행부와 의회는 행정의 양축이다. 집행부는 의회의 기능과 권한을 인정하고 의회는 집행부가 행정을 잘 펼 수 있도록 협조하고 감시하는 것이 그 주된 역할이다. 서로 힘을 겨루면 주민만 죽어난다.

2022-12-22

소득 4만달러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에서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는 유럽의 룩셈부르크다. 1인당 국민소득 11만7천달러로 우리나라 3배다. 1990년 이후 30년 동안 연속 1위를 차지한 나라다. 독일과 프랑스, 벨기에 둘러싸인 이 나라의 인구는 63만명. 면적은 제주도의 1.5정도 되는 소국이다.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를 보면 대개 국토가 작고 인구가 적은 소국이 많다. 아일랜드, 스위스, 노르웨이 등이 그렇다.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으면서 잘사는 나라는 미국이다.2022년 기준 국가별 국민소득은 룩셈부르크가 1위, 미국(7만5천달러)은 7위, 일본(3만4천달러) 28위, 한국(3만3천달러) 30위다.룩셈부르크는 기업에 대한 세금을 낮춰 매출이 많은 해외의 유수 기업 본사가 이곳에 몰려있다. 유럽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고 금융업이 잘 발달된 나라로 알려져 있다.반면에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들은 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부룬디는 1인당 소득이 272달러로 세계 194위로 꼴찌다. 세계적으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하다.윤석열 정부가 2027년에 1인당 국민소득을 현재 3만4천달러에서 4만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만약 달성이 된다면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3만달러 시대를 넘어선지 10년만이다.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글로벌 경제위기를 넘어 4만달러 시대가 열린다니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가 암울하고 불과 5년 후 4만불시대가 열린다고 내 주머니 경제 사정이 확 좋아질 것으로 느끼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개인소득 양극화와 지역간 성장 불균형 등 국가적 난제가 풀려야 개인이 느끼는 소득에 대한 만족감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2-22

경주시 간부인사 앞두고 각종설(設)에 술렁

황성호 경북부 “시장님 인사가 만사 입니다”경주시의 올해 마지막 4급 서기관 인사를 앞두고 신상필벌은 뒤로 한채 ‘밀실인사’설(設)이 나돌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이번 하반기 인사는 능력과 근무평정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겠느냐는 직원들의 희망은 사라지고 밀실인사로 인한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역시나로 끝날것 같다는 볼멘 목소리가 높다.경주시는 이달 말 4급 서기관 승진인사를 실시한다. 승진 인사는 1년에 전·후반기 2차례 나눠하며 이달 말께 4급 승진인사를 단행한다.공직사회 승진 요인은 근무성적 평정(이하 근평)이 승진·전보 등을 결정짓는 객관적인 요소로 근평을 거쳐 부여받은 고가점수 등을 감안해 대상자를 선정한다. 그런데 4급 서기관 승진인사 두자리를 두고 최근 경주시청 내에서 A과장과 B과장이 승진을 한다는 소문이 두달 전부터 돌기 시작했고, 국·소장들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밀실인사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이번 4급 서기관 승진은 12월 말에 인사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주낙영 시장이 최종적으로 결정을 한다.이들의 낙점 밀실인사에 대한 무성한 소문은 항상 직렬 파괴가 반복돼 그대로 발표된 탓인지 “원칙은 어디 갔느냐”는 볼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고 있다.특히 A과장은 경주시의회 요청으로 경주시와 사전 조율해 의회 4급 서기관 자리로 낙점됐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으며 경주시 간부들도 공공연하게 부정을 하지 않고 있다.또 B과장은 퇴직을 6개월을 남겨두고 있으나 언제부터인가 국장 택호를 바꿔주기 위한 방편으로 계속 이어지는 6개월 국장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6개월 국장은 각 과에 대한 업무파악 시작도 전에 자신의 정년이 끝나 시정에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익명을 요구한 직원 A씨는 “경주시 인사위원회가 열리기전에 시장도 모르는 특정인 승진이 거론되는 것은 인사관련 주요부서 직책의 직원들에게 문제가 많다다”며 “이러한 인사를 계속 반복하면 직원들 업무의욕이 저하되고 조직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만 점점 커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언제 인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인사에 대해 책임져본 적이 있느냐”며“그래서 그런지 인사때만 되면 이런 이야기가 터져나온다”고 불만을 터뜨렸다.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진급 대상자 후보군에 있는 A과장과 비록 6개월 정년이 남았지만 B과장은 기술직렬로 가장 근접한 관계로 직원들간에 추측성 소문이 나는 것 뿐이다”며 “최종 결정은 시장님이 하신다”고 밀실 인사설을 일축했다.앞서 민선8기 출범 후 첫 인사에서도 불공정·보은인사라며 경주시청본청에 인사불만을 표출하는 유인물이 시장실 등에 뿌려져 논란이 된적이 있다. 앞으로 있을 경주시 인사가 불공정, 보은·밀실인사라는 소문과 논란대로 이루어진다면, 인사위원회와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마저 신뢰를 잃게 될 수있다는 점을 경주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hsh@kbmaeil.com

2022-12-21

성탄과 새해, 정치와 언론

장규열 한동대 교수 다사다난 2022. 디지털시대를 만나 수북이 쌓이는 뉴스들 가운데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자락이 별로 없다. 언론이 뉴스가치를 매기는 기준은 늘 슬프고 힘들거나 충격적인 소식들만 따라다닌다. 올해의 ‘10대뉴스’도 마음을 어렵게 만드는 소식들로 한가득이다. 그런 틈을 비집고 2022년에 희망을 선사하고 마음을 즐겁게 했던 뉴스들이 있다.지난 6월, 우주의 문이 열렸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목표고도 700킬로미터에 인공위성을 거뜬히 올려놓았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1톤 이상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는 우주선진국이 되었다.또한, 8월에 달탐사선 ‘다누리’가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한국 첫 우주탐사가 시작되었다. 인사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최근 소식이 걱정스럽지만, 이제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꿈이 드디어 날개를 단 소식은 모두에게 희망을 준다.‘오징어게임’. 발표는 작년에 했지만 넷플릭스의 한국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지난 9월 에미상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기생충’과 ‘미나리’, 그리고 BTS의 활약은 K-콘텐츠의 성공을 넘어 창의와 상상력의 가능성에 한계가 없음을 새삼 증명해 준다. 이들 작품에 실린 예능적 기예뿐 아니라, 콘텐츠에 담긴 메시지도 모두의 관심과 느낌을 불러일으킨다.한국축구. 온 국민의 애증의 대상인 한국축구가 큰일을 했다. 모처럼 겨울에 감상한 세계축구 축제마당에서 당당히 겨루어 16강에 오른 선수들에게 한없이 감사하다. 사방을 에워싸는 궂은 뉴스들 한복판에서 밤을 지새며 응원에 집중한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에 보답한 쾌거가 아닌가. 다음 월드컵에도 좋은 성과를 내려면 축구협회가 세간의 의혹을 떨치고 멋진 지원을 해야할 터이다.과학, 문화, 체육이 해냈다. 정치, 경제, 언론이 걱정만 끼치는 와중에 그래도 오늘이 살만한 날임을 증명해 주었다. 내일을 향한 희망과 기대를 다시 걸게 하였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어려운 소식 틈바구니에 좋은 뉴스자락들을 더많이 만나고 싶다. 언론이 분발하여 사건사고의 고발과 함께 문제해결방법을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충격과 함께 해결의 실마리도 더불어 제공하는 언론을 만나고 싶다. 디지털문명과 함께 쏟아지는 이야기들 가운데, 훈련되고 정제되어 조리정연한 분석기사들은 오히려 희귀해져 간다.신문과 방송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 오히려 필수산업이 되어가는 중이다.책임있는 언론행위, 표현과 언론의 자유, 사실확인 취재보도, 양심바른 권력견제, 진실추구 원칙언론, 시민독자 중심언론, 불편부당 독립언론 등 온라인의 어지러움 가운데 혹 잊었을까 싶은 언론의 기준들은 못내 절박하도록 유용하다.정치와 경제가 난해할수록 독자시민에게 알 권리는 소중하다. 형태를 불문하고 힘을 가진 이들을 바르게 견제하는 일도 언론만 할 수 있다. 성탄과 새해를 맞으며, 언론이 언론다운 나라를 기원한다. 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2-12-21

고향세 답례품 경쟁

홍석봉 정치에디터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 시행을 열흘 가량 앞두고 가장 핵심이랄 수 있는 기부자들에 대한 답례품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자체마다 기부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답례품 선정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색적이면서도 파격적인 답례품을 찾았다.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자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10만 원 초과분은 16.5%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다.지자체는 기부액의 30% 범위 내에서 답례품을 줄 수 있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최대 13만 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1인당 연간 기부 한도는 500만 원이다. 기부금은 해당 지역의 주민 복지나 문화 혜택 등에 사용된다.지자체마다 답례품 선정위원회를 두고 심의와 조례 입법을 거쳐 다양한 답례품을 마련, 출향인 마음잡기에 나섰다. 고향 특산품이 많다.눈길을 끄는 답례품이 적지 않다. 영천시는 조상 묘 벌초 대행 이용권을 내놓았다. 출향인의 벌초 일손을 대신해 주겠다는 취지다. 경주시는 관광도시의 이점을 살려 관광지 이용권과 숙박권을 제시했다.포항시는 과메기, 김천시는 지례흑돼지, 안동시는 간고등어, 울릉군은 명이와 부지갱이 등 지역 특산물을 내걸었다. 영주시 인견, 경산시 대추, 의성군 마늘소, 영덕군 대게, 청도군 반시, 성주군 참외, 고령 딸기 등도 있다.고액 기부자를 위한 고가의 상품도 마련됐다. 호텔 숙박권과 한우·한돈 세트, 대게, 송이버섯, 도자기 등이 대표적이다.고향세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마련됐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13만 원을 돌려받고 고향 발전에 기여한다. ‘일석삼조’의 효과다. 내년에 고향세가 얼마나 걷힐지 기대된다. /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2-21

무자(戊子)

육십갑자 중 스물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무자(戊子)다. 천간(天干)은 무토(戊土)이고, 지지(地支)는 자수(子水)다. 무자일주는 척박하고 건조한 땅(사막)에 물이 있는 오아시스다. 마르고 거친 산과 땅(무토)이 물(자수)을 만나 생명이 살 수 있는 좋은 땅으로 바뀐 모양이다. 무토는 둑, 제방, 댐 같은 물상으로 흙으로 물을 가둔 상태다. 돈과 재물이 많이 모인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신용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며, 도량이 넓고 성실하며, 언행일치하는 결단력도 있다.우직하고 통이 커서 큰 사업을 꾸준하게 진행하며, 욕심과 욕망이 많아 가정보다는 사회나 직장 일을 중요시하며, 가정생활은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의외로 허영심과 허식이 있어 복권이나 경마, 경륜, 도박을 좋아하기도 한다. 자신 이득을 우선하므로 나쁜 평가를 받는다. 타인에 의해서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갑작스럽게 화를 내거나 남을 의심하며 흥분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한 예로 어느 고을에 부자(富者)가 있었다. 어느 날 일찍이 보지 못했던 큰비가 내려 그의 집 담장이 무너졌다. 그러자 그 부자의 아들이 “담장을 다시 잘 쌓지 않으면, 반드시 도둑이 들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웃에 살던 어떤 노인도 똑같은 말을 하였다.그날 밤, 공교롭게도 부자의 집에 도둑이 들어서 많은 재물을 잃어버렸다. 그러자 부잣집의 모든 사람들은 그 아들의 총명함에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였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재물을 훔쳐간 사람이 혹시 이웃집 노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훔쳐간 사람보다는 잘 간수하지 못한 자신의 실수를 남에게 떠넘겨 스스로 위안을 받으려는 생각이다. 무토(戊土)는 흙으로 다져 물을 가두어 놓는 제방이고, 자수(子水)는 동물로는 황색 쥐다. 쥐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상(象)이다. 여기서 물은 술일 수도 있어 술독에 빠져 사는 사람으로 비유한다. 술로 인해서 고집은 있으나 박력이 없어 큰일을 성취하가 어렵고, 또한 귀가 얇아 실수가 잦고 잘 속는다. 밤늦게 마시는 술을 조심해야 한다.천성이 내성적이라 주위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잘 드러내놓지 않는다. 다재다능하고, 한 가지 일에 집착하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업무 처리에 빈틈이 없으며, 임기웅변에도 능하다. 사색을 즐기며 신앙심이 깊기 때문에 종교나 철학 계통에도 관심이 있다. 남자는 배우자 몰래 다른 여자를 만들기 쉽고, 그로 인해 금전적 손해나 송사를 겪는다. 배우자에게 가권을 넘기고 성실하게 일하면 된다. 여자는 배우자의 건강이나 생이별로 인하여 가정을 꾸려야 하는 여성 가장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무자일주는 쥐의 성질로 밤에 주로 활동하고, 주위의 환경변화에 민감하며 다른 사람과 나의 사생활을 구분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싫어하고 대인관계가 좁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보수적이고 빈틈없는 성격으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성향이 강하다.우리는 3년 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어둡고 긴 터널에 갇혀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소설 ‘페스트’가 생각난다. 해안도시 오랑에서 발생한 ‘페스트(흑사병)’가 점차 도시를 공포로 마비시키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전염병이 번진 상황에서 인간이 가진 나약함과 무력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가감 없이 묘사하고 있다. 알제리 해안도시 오랑에서 피를 토하고 죽은 쥐들이 나타난다. 주인공인 의사 리유는 아파트 경비원 노인이 원인 모를 열병으로 사망하자 예전에 사라졌던 페스트임을 확신하고 시에 전염병 확산방지 조치를 강력히 요청한다.시는 상황을 인지 못한 채 허둥대다 도시 전체가 페스트로 퍼진다. 뒤늦게 페스트 사태를 선포하고 도시를 봉쇄한다, 여행객 장 타루는 자원봉사대를 모집하여 보건대를 만든다. 임시직 공무원 그랑은 타루의 보건대에 참여하여 도운다. 이때 파리에서 취재 온 기자 랑베르는 도시에 갇히게 된다. 탈출을 시도하지만 의사 리유가 아내를 요양소로 보내고 페스트에 맞서는 것을 보자 마음을 바꾼다.신문기자 랑베르도 개인적인 안위만을 추구하는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보건대에 합류한다. 마을에서 존경받는 파늘로 신부는 “페스트는 오랑시의 죄에 대한 신의 벌”이라고 설교한다. 기약 없는 도시봉쇄로 시민은 혼란과 공포를 느낀다. 나중에 신부도 전염병 때문에 죽는다. 평소 공포와 불안을 느끼면서 와인과 양주를 파는 여행가 코타르는 자기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 공포를 느낀다는 것을 알고 이 와중에 담배와 술을 밀수하여 큰돈을 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죽음의 공포와 혼돈 속에서도 의사 리유와 다른 사람들이 묵묵히 받은바 소임을 다하는 성실성을 보여준다. 페스트가 종식되고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애도한다. 의사 리유는 아내의 죽음에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페스트는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고, 수십 년간 가구나 옷 속에서 잠들어 있을 수 있다. 방, 지하실, 손수건, 폐지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가 사람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쥐들을 깨운다. 그리하여 어느 행복한 도시에서 죽으라고 보내는 날이 분명 올 것이라는 사실을….이라며 소설은 끝난다.소설은 페스트의 확산으로 봉쇄된 도시 안에서 재앙에 대처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잔혹한 현실과 죽음의 공포 앞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공동체와 연대하여 각자 맡은 바 임무를 다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코로나가 장기화하고 일상화되는 가운데 자칫 방심하면 더 큰 재앙이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위기 속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성실성이 필요한 시기다.

2022-12-21

담장을 허물다

배문경 수필가 바람이 분다. 건물과 담벼락 사이로 세찬 바람이 지나간다. 담장아래서 병아리처럼 아이들이 모여 햇빛바라기를 했다. 흙담은 따뜻했고 바람을 피해 앉아서 종알종알 어린 우리의 일상은 바람을 맞지 않아 좋았다.형제가 떠난 자리는 허전했다. 언니 둘이 결혼해서 어린 나를 놔두고 자신의 둥지로 떠났다. 애지중지 머리를 닿아주고 서캐를 옮겨왔을 때 참빗을 들고 머리를 쉴 새 없이 빗어 내리던 언니들의 빈자리는 가을 추수한 들녘처럼 쓸쓸했다. 어린 막내라고 목마를 태워주던 오빠들이 그리워 담벼락에 붙어 서서 자주 훌쩍였다. 해가 뉘엿해지면 덩달아 그늘진 담은 더 차갑게 나를 밀어냈다.어둠살이 내리던 골목길 담벼락은 나처럼 혼자일 때가 많았다. 인적이 끊긴 겨울 늦은 시간이면 졸고 있는 전봇대가 불을 밝히고 긴 그림자를 끌고 피곤한 진수네 아버지가 지나갔다. 자주 술을 마신 채 비틀거렸다. 동네 까까머리 중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우당탕탕 시끄럽게 귀가했다. 서로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동네가 떠들썩하게 사랑했던 순자언니의 사랑은 담 그늘에서 사랑의 꽃으로 결실을 맺었다. 담장 너머로 서로를 향한 뜨거운 눈빛이 마주쳤던 모양이다.요즘은 담장에 스토리를 그려 넣거나 문화재나 시(詩)를 보기 좋게 써두지만 그때는 무서운 가위가 그려지거나 귀신같은 것이 자국을 남겨두곤 했다. 싸리를 꽂아 담장을 쳐둔 창식이네 집은 멀리서도 뭐하는지 다 보였다. 하지만 뒷집 기와집 할배네 집은 담장이 높았다. 철대 문이 한 번씩 삐거덕 거리며 열렸지만 간혹 사람보다 가래 뱉는 소리가 더 잦았다. 새벽이면 그 집에서는 요강을 들고 나와 밤새 볼일 봐둔 것을 개울물에 부어 버리곤 했다. 혼자만 대단한 듯이 담장을 높인 집이라 사람들도 얼씬 하지 않았다.최근 한양도성 탐방이 인기라는데 서울을 두른 성문과 성곽이 과히 높지 않다고 한다. 소실된 성곽이 상당 부분 복원되면서 한양도성(성문과 성곽)을 돌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순성(巡城)놀이다. 한양을 둘러싼 도성에는 8개의 성문이 있고 성곽의 길이는 40리(18.6km)다. 하루에 한양 성곽을 다 돌면 과거시험에서 장원 급제한다는 속설이 생겨나면서 순성놀이는 더욱 유행했었다고 한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도성, 궁궐, 성곽 짓기였단다. 울창한 소나무 숲도 곳곳에 보이고 공간을 아늑하게 만드는 조선식 조경기법인 취병(翠屛)이 있다고 하니 나도 언젠가 낮은 성을 돌며 서울구경을 제대로 해볼 참이다.지금은 살만큼 살아서 일까. 어디에 가더라도 주위를 파악하고 행동하지만 어릴 때는 주눅이 잘 들었다. 보리자루처럼 서있었다. 그렇지만 몸이 가벼워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는 혼자 타잔처럼 담장을 타고 놀고 집 뒤란에 서있는 감나무에 올라 노을을 혼자 보곤 했다. 담장은 계단처럼 느껴졌다. 차곡차곡 올려둔 블록 위에 올라서면 세상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다.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것도 그때 간곡히 기도한 때문이지 싶다.오래되어 낡은 것들이 정감 있게 살아나던 부산 감천마을을 떠올려보면 집의 담장 들이 서로를 연결시키고 있었다. 옆집이 무엇을 하는지 쉬이 알 수 있었으리라. 담은 가리개가 되고 혹은 적당한 소통의 간격으로 보였다. 곳곳에 그려진 그림은 삶이 묻어나 있고 벽을 스치며 그림과 조우하는 나는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이제 높은 담장을 쌓아 경계를 두는 일들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낮은 꽃 화단이 겨우 이곳과 저곳을 나눌 뿐이다. 내 것이 허물어지고 타인이 들어올 때 소통은 훨씬 편해진다. 곳곳에서 공사하는 현장들도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배려한다. 내 것이 열리고 타인을 받아들여야 공감의 장은 넓어진다.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졌다…. 공시가격 구백만원짜리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나는 큰 고을의 영주가 되었다.(공광규의 ‘담장을 허물다’)나또한 생(生)의 담장을 낮추어 불어오는 바람을 가슴으로 맞고 인연을 맞고 기쁨을 맞을 생각이다.

2022-12-21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윤석열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문재인 케어’를 건보 재정을 파탄내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며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부의 시각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정확한 팩트를 확인하고 따지는 일은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이번 논란의 본질이 아닐 수 있다.돈 때문에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의 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명제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코로나19’ 가 한창 유행하던 당시에 미국의 코로나 검사 비용은 400만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정부가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 맡긴 탓이다. 그러니까 세계 최강 미국에서 국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 보장을 해주는 것은 비효율적인 행위일 뿐이다.미국의 사례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OECD 수준으로 높이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문제는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 개선하면 될 일이다. 보장성 강화 정책에 부작용이 있다고 물줄기를 바꾸자는 것은 자본과 경쟁의 논리, 즉 시장 중심의 사고방식이 국민의 건강을 대상으로도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뿐이다.최근 집안 어른이 갑자기 쓰러져서 간병비로 하루에 최소 13만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거동이 어렵거나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일일 간병비는 더 올라간다. 간병비로 한 달에 400만원을 감당할 수 있는 집이 얼마나 있을까. 간병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집에서 환자가 발생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알다시피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동 간병인 제도는 문재인 케어의 대표적인 성과이다.나는 정부가 폐기하려는 문재인 케어의 구체적인 항목을 알지 못한다. 다만,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죽음을 맞는 사람이 생기지 않게 국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국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평범한 국민의 삶과 죽음의 경계가 결정된다. 다시 묻자. 가야만 하는 길이 비바람으로 엉망이 되었다고 목적지가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가? 처음부터 다른 목적지로 갈 마음이 있었던 것 아닌가?지난 16일은 ‘이태원 참사’ 49재였다. 여전히 여당 일각에서는 그날의 참사를 이태원에 나간 대학생 아이들을 말리지 못한 부모 책임으로 돌리려는 시각에 존재한다. 100명이 넘는 시민이 서울의 한복판에서 죽었지만, 시스템에 대한 성찰은 조금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나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건강보험 보장성을 폐기하려는 시각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2022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2023년은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며 유례없이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새해에는 부디 각개전투가 아니라 공동의 전선이 마련될 수 있기를! 국가에 기대하지 말고, 내 가족의 건강과 함께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새해가 되길 기원한다.

2022-12-21

원시반본(原始反本)

오낙률 시인·국악인 ‘원시 반 본’이라는 말이 있다. 원불교 사전에 나오는 말로 정확한 한자 해석은 시원을 살펴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필자는 이 말에 대하여 종교적 의미와는 별도로 오랜 세월 동안 의식 깊은 곳에 새기며 살아온 것 같다. 예컨대 ‘원시 반 본’이란, 생명의 씨앗이 자라서 또 씨앗이 되는 일이며 모든 생명이나 사물이 이 세상에 생겨나서 결국은 제자리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니, 이 네 글자로 이루어진 짧은 단어에서 실로 오묘하고도 커다란 순환의 진리를 고스란히 느끼는 것은 오히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당연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필자가 생활하는 농촌 환경은 오십여 년 전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사뭇 다르다. 이는, 앞서 말 한 ‘원시 반 본’의 순환 원리에 따른 자연의 변화된 모습이면서도 바쁜 현대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대자연의 변화라 할 수 있다. 과거 우리네 부모님께서 금쪽같이 여기시던 비탈밭 하며, 산자락에 붙은 제법 큼지막한 농토까지 점차 산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농촌에서 자랐거나 현재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니면 잘 보이지 않는 변화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각의 차이는 각자의 삶에서 그 의식하는 바의 초점이 다르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자연은 참으로 관대하거니와 그 품이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그것과 흡사하다. 먹거리가 곤궁하던 시절에 흔쾌히 제 등짝 같은 산자락의 개간을 허락해주고, 인간이 풍요로울 때를 기다려 묵묵히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니, 인간이 고향 산천에서 느끼는 정은 가히 우리네 어버이에게서 느끼는 그 정과 흡사하다 할 수 있겠다.곡괭이로 일군 ‘때기 밭’ 서너 자리를 합쳐서 밭 한 마지기가 되고, 산골짝 ‘다랑논’ 너덧 자리를 합쳐도 논 한 마지기가 될까 말까 한, 오십여 년 전의 우리네 목숨줄 같은 농토가, 이제는 촘촘히 소나무며 참나무 등이 자라는 건강한 모습의 산자락으로 돌아간 것이다. 흙 쟁기 끌던 늙은 암소가 해 그름에 저 혼자서 제집을 찾아가던 그 꼬부랑 논길도, 천수답 골짝논에서 수확한 볏단을 지게로 져 나르던 논둑길도, 이제는 건강한 산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다.사람들이 주말이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찾는 산행이 그 시절 산이 인간에게 베풀어준 은혜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위한 발걸음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부모님께서 일구시던 야산 자락이 오랜 농사일에 늙고 탈색한 어머님 아버님의 흑백 사진처럼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이, 단지 겨울 산을 바라보는 필자만의 생각일까도 싶다.생각해보면,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와 어머니 아버지께서도 태어나신 고향 산천 자락에 묻히셨으니 그 또한 자연으로의 회귀이며 ‘원시 반 본’의 진리를 따르셨음이다. 내 어린 시절 귓전에 머문 산새 소리하며 앞산에 울던 고라니 소리, 그리고 안산 자락을 붉게 물들이던 진달래꽃들도 아마 지금쯤 ‘원시 반 본’에 들어 끝없이 순환하고 있을 것이며 필자 또한 어느 장래에, 내 태어난 고향 산천에 뼈를 묻으며 ‘원시 반 본’하는 순환 원리를 따르게 될 것이다.

2022-12-21

개 눈에 똥

조현태 수필가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뜻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 있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사람 사는 세상이면 어디에도 이런 현상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필자가 학생 시절에 만원버스를 타면 학생들은 학교생활과 학업에 관한 이야기로 집중되었다. 막노동하는 사람들은 노동 현장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다. 장사꾼은 물건 사고파는 이야기를, 농부는 농사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요즘은 지하철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마도 그 휴대폰에는 그 주인의 최대 관심사가 검색되어 세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터이다.한 가지 일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집중시킨 경우를 꼽으라면 2002년 월드컵 경기 때가 아닌가 한다. 그 당시의 축구 응원은 대한민국 전체를 넘어서 온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로 뜨거웠다. 생각해보면 개의 눈이라서 똥만 보였다기보다 똥만 보였기 때문에 개의 눈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쳤던 대한민국 국민의 결집력이 자랑스럽기까지 했었다.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을 중심으로 말하고 듣는다. 한발 더 나아가보면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일이나 확신하고 있는 것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지만 월드컵 게임의 경우 처음에는 자기중심에서 우러나는 응원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한국 팀을 응원하니까 축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덩달아 응원했다. 군중심리가 작동했는지도 몰랐다. 그러다보니까 어느덧 축구 경기에 몰입하게 되고 저절로 한국 팀을 응원하게 된 것이다. 내가 볼 때 남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면 나도 슬퍼지는 것과 유사하다. 그것은 남에게서 자신의 모습이 반영되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내가 슬프기 때문에 남도 슬퍼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논리에다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남이나 사회에 그 탓을 돌리게 된다. 그러므로 남을 탓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일은 다 ‘옳다’고 우기면 참으로 무서운 논리다. 내가 믿는 것만 옳고 다른 것은 다 ‘틀려’도 매우 어리석은 판단이다.정치는 가장 이성적이고 냉철해야 한다. 국민의 살림살이를 맡은 정치에도 연예인과 같은 좋고 싫음의 잣대를 대는 것 역시 잘못된 짓이다.이성계가 한양을 도읍지로 정하여 건설한 후 축하 파티를 열었다. 그때 이성계가 농담 삼아 무학대사에게 말했다. 오늘 무학대사가 돼지 같아 보인다고 말하자 무학대사는 태연하게 전하께서는 부처님처럼 보인다고 대답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는 예리한 꼬집음을 일컫는다.비슷한 뜻으로 채근담에도 ‘자신이 성실하기 때문에 남도 성실히 보아서 그 사람을 믿게 되고, 자신이 남을 속이기 때문에 남을 의심하게 되어 그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작금의 세태에는 차라리 월드컵 군중심리라도 좋으니 국민 전체가 부처님 눈이기를 빌어본다.

2022-12-20

1인 가구의 코로나 투병기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코로나에 걸렸다. 지난 2년 동안 운 좋게 피해왔는데 결국 걸려버리고 말았다. 백신은 2차까지 접종했지만 시일이 꽤 지나서 항체가 거의 없어졌던 모앙이다. 증상은 일요일 아침부터 발현됐다. 발열, 몸살, 오한, 목과 가슴 통증, 기침, 콧물과 가래 등 전형적인 코로나 증상이었다. 마련해두었던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하니 아니나 다를까, 두 줄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사람도 많다는데, 나는 꽤 심하게 앓는 축이었다. 코로나에 걸렸던 동료들을 내심 부러워하며 ‘나도 가볍게 코로나 좀 걸려서 일주일쯤 쉬었으면’하고 생각했던 것을 깊이 후회했다. 일반적인 감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고열과 통증이었다. 특히 처음 며칠 동안은 가슴과 목을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어 코로나가 폐렴의 일종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상비약으로 구비해 둔 타이레놀 덕분에 일요일은 겨우 넘기고, 월요일 아침에 선별진료소를 찾아 PCR 검사를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나는 포항시에서 살고 있는 1인 가구다. 선별진료소는 집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기에 조금 힘들지만 혼자 걸어서 다녀올 수 있었다. 문제는 PCR검사 결과 확진임을 문자로 통보받은 뒤다. 코로나19 감염증 홈페이지(https://ncov.kdca.go.kr/)에 안내된 의료기관에 전화를 걸어 원격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홈페이지 안내에 따르면 확진자는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절대 스스로 약을 받으러 가지 말고 가족 또는 대리인에게 부탁하라고 나와 있었기에, 원격진료 의료기관에 의약품을 집으로 배달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현재 그런 서비스는 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직접 차를 몰고 원격진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보낸 약국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해당 약국의 유리문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약국 앞에서 전화하면 약사가 약국 밖으로 나와서 약을 건네준다는 내용이 붙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내가 직접 약국 안까지 들어가서 약을 받고 결제까지 해야 하는 환경이었다. 치료의 온상이 되어야 할 약국이 오히려 코로나 감염의 허브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포항시는 산업구조의 특성상 1인 가구가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며, 전국적으로도 1인 가구는 급격한 증가세에 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코로나19 감염증 홈페이지’의 확진자 행동 지침이 1인 가구를 고려하지 않고 가족 또는 동거인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은 문제가 크다. 가족공동체는 빠르게 그 수명을 다해가고, 사회구조는 1인 가구를 양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수많은 1인 가구들의 노동력이 산업현장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은 아직도 가족중심주의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족에게 부여된 의무를 국가와 사회가 나눠서 짊어질 때 가족을 만들어 볼 생각도 드는 게 아닐까?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한국사회라면 출산, 육아, 노인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실행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은 멍에가 아니라 기쁨이어야 한다.

2022-12-20

당신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꽃같이 젊디젊은 나이에 하늘로 간 영혼들을 두 번 죽이는 유족들”, “#우려먹기_장인들”, “자식팔아_장사한단소리_나온다”, “#나라구하다_죽었냐”. 지난 12일 국민의힘 소속의 창원시 의원 김미나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아마도 그는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과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생각되는 자들을 향해 쓴소리를 하려던 것이겠지만, 그 소리는 쓰지도 않았고 달지도 않았다. 그건 단지 인신공격에 불과했을 뿐이다. 감정적으로 가장 약해져 있는 사람을 향한, 불필요한 인신공격.심지어 김 의원은 지난 달 말에도 방송사 인터뷰에 참여한 한 유족의 발언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망언을 하기도 하였다. “지 XX를 두 번 죽이는 무지몽매한 XX”라며 “자식 팔아 한 몫 챙기자는 수작”, “당신은 그 시간이 무얼 했길래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가! 자식 앞세운 죄인이 양심이란 것이 있는가”. 엄연히 “지 XX”, “자식 팔이” 등의 원색적이고 악의적인 워딩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의 해명은 다음과 같았다. “유족들을 이용하는 단체를 향한 발언이지 유족들을 향한 발언이 아니다. (중략) 유족들이 들었을 때 부적절한 내용이 있다고 하면 죄송하다”.아마도 김 의원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으리라. 참사를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사건은 불의에 벌어진 참사일 뿐, 어떤 의도가 개입되어 벌어진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를 계기 삼아 정권을 공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김 의원의 생각이 이와 같다면, 이건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생각이다. 그것이 불의에 벌어진 참사이며 어떤 의도가 개입되어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와 같은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었을 기회가 우리에게는 여러 번 있었다.예컨대, ‘정치’란 무엇인가. 그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다스린다는 말은 어떤 누군가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축적하는 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보살피고 관리하는 일, 정리하고 수습하고 바로 잡는 일을 의미할 뿐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에서 그 다스림의 자리는 특정한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선출된 국민의 대표가 그 자리에 위치하더라도, 그것은 법이 정한 기간 내에서의 점유일 뿐, 영속적인 것이 아니다. 이렇게 잠시 ‘다스림’의 자리를 점유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은, 현실화되지 않은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것, 그리하여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막는 것에 있다.김 의원의 말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슬퍼진다. 그와 같은 ‘정치’의 의미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모두 망각한 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자기보전적인 말하기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예컨대, 자신이 행해야 할 정치와 다스림의 근본에 대한 고민을 망각하고, 자신을 그 자리와 동일시하며,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고 여겨지는 정치권력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능력과 책임에 대한 고민이 존재하지 않는다. 진실과 거짓에 대한 판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동일시한 것에 대한 공격과 그것에 대한 방어만이 존재할 뿐이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인문학 강사로서 그의 말이 한층 더 처참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와 같은 정치적 방어의 언어가 어떠한 논리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시의원이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으로서, 유가족의 말에 자리하고 있는 논리에 대해 논리로서 이야기해야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택한 것은 논리적으로 유가족의 말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 자체를 공격하고, 그들을 부도덕한 정치적 악의를 가진 사람으로 규정하고자 했다. 그것도, 아주 원색적인 표현들을 남용하면서.진실과 거짓에 대한 판단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엇이 남는가. 김 의원을 비롯해 막말을 쏟아내는 여러 의원들을 바라보며 그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진실은 단순히 사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이 연루된, 그렇기에 자신의 양심을 걸고 지켜야 하는 거짓 없는 사실, 그것이 바로 진실이다. 막말을 일삼는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어떤 것을 진실로 여기며 살아가는가. 어떤 진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그러한 말을 쏟아내는가. 그리하여, 당신들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당신이 원하는 국가란 정녕 어떤 모습인 것인가.

2022-12-20

말랑말랑하면서 단단한 것

예리하지 못한 사람에겐 그만큼의 말랑말랑한 구석이 있다. /언스플래쉬 누군가와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상대의 말에 관해 곱씹고 생각해보기도 전에 고개부터 끄덕인다. 고치고 싶은 나의 오래된 습관 중 하나다. 상대가 무안해하지 않도록 대하는 나름의 배려일까. 혹은 생각의 편협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 방어적으로 취하는 행동이 아닐까. 무엇이 됐든 나는 상대의 의견에 긍정하는 형태를 자주 취하고 돌아서면 매번 후회하기 일쑤다.특히 그것이 고개를 끄덕여서는 안 될 내용이었을 때, 상대의 생각에 힘을 실어주면 안 되었을 때,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취한 단순한 행동이었을 때, 나는 나의 나약함에 무너지고 만다. 왜 면전에 대고 말하지 못하지? 그건 틀렸다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고. 무분별한 긍정과 무책임한 승낙 사이에 있는 건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려는 얄궂은 태도다.모두와 다 잘 지내고 싶다는 이기적인 마음이다. 올바른 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꾸자꾸 행동하는 게으른 관성이다.글을 쓸 때는 살짝 용감해진다. 몇 번이고 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면서 내 생각을 가장 가깝게 표현해낼 수 있는 언어를 찾을 수 있다. 거칠고 뾰족한 마음을 가지런하게 정리한다. 그러나 나는 당연하게도 내 마음을 완벽하게 드러내는 것에 실패하고 만다. 내가 뱉어내는 이야기는 오해를 사기 쉽고 가장 싫어하는 나의 부분까지 들키고야 만다.글이란 참 이상한 것이라서 교묘하게 돌려서 보여주려고 해도 결국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은근히 탓하는 마음까지도 드러나게 된다. 내가 적은 문장은 수정될 수 없으며 끝끝내 내 뒤를 따라다닌다.어쩌면 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가닿은 언어는, 그것이 고약한 내용일수록, 쉽게 휘발되지 않는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모르는 것이 많고 미래의 나 역시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아서 나는 매일같이 나의 언어를 의심한다.정말 그렇다. 말이든 글이든 행동이든 쉬운 것이 없다.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데… 좀 더 뻔뻔해져도 될 텐데… 그게 어렵다. 긍정도 부정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노라면 한숨부터 나온다. 의도적으로 딱 잘라 선을 그어보아도 마음이 편해지는 건 아니다. 그건 내 안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자기혐오의 일종일 수도 있고 흔한 자기 검열의 발현일지도 모른다.언젠가 그런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불분명한 태도를 해명하고 싶다는 욕구와 내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을 이불처럼 덮었다. 어느 순간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두기로 했다.관계를 맺는다는 건 어떤 면에선 필연적인 오독이 필요하니까. 단 하나의 오해도 없이 타인을 안다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또 있을까. 누군가에게 나는 우유부단함으로 점철된 사람일 수 있고 불편하리만큼 내면을 보이지 않는 사람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사실이다.어떤 면에서는 예리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또 그만큼의 말랑말랑한 구석이 있다. 냉철하고 적확한 문장을 구사하지 못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을 잘하는 부류가 있다. 딱 잘라 표현하는 사람은 그만큼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운용한다. 어떤 것도 완전한 답이 될 순 없다. 자기 태도가 옳다고 믿어버리는 순간 찾아오는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미워하는 적의 손을 동시에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답을 내리는 것을 유보하고 현상을 찬찬히 마주하려고 하지만 누구보다 성급하고 저돌적인 면이 있다. 모순으로 똘똘 뭉쳐있으나 그것이야말로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첨예하면서도 여유로운. 말랑말랑하면서도 단단한. 그런 것이 어디에 있겠나 싶으면서도 또 아주 없을까, 골똘히 생각해본다.그러니까 그것은 복숭아의 성질과 비슷하다. 복숭아라는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각각 고유의 특질을 지닌 맛 좋은 과일. 물복과 딱복이 섞인, 어떤 부분은 말랑하고 또 어느 부분은 단단한 그런 복숭아를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그래, 이런 형태도 있는 거지. 중요한 것은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깨닫는 것. 반성하고 후회하면서도 ‘나’라는 구심점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것. 그뿐이다.

2022-12-20

봉화 분천 산타마을

우정구 논설위원 산타클로스는 북극에서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빨간색 옷을 입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다. 선물과 너그러움의 상징이다.산타 할아버지는 3세기경 현존하던 인물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정설이다.그는 지금의 터키 파타라지역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상속받은 많은 재산을 나눠주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으로 일생을 보낸 인물로 전해진다. 그는 후에 대주교가 되어서도 남몰래 선행을 베풀었는데, 이것이 산타클로스의 주인공으로 태어나게 된 배경이 됐다고 한다.네덜란드에서는 그가 성인이 된 날인 12월 6일을 ‘니콜라스의 날’로 기념하고 있으며, 아이들은 이날 쿠키와 사탕을 받기 위해 신발을 바깥에 내놓기도 한다고 한다.산타할아버지가 양말 속으로 선물을 전달하게 된 동화 같은 이야기 하나가 있다. 자신의 선행을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산타는 어느 날 한 가정의 굴뚝 안으로 동전을 던지게 된다. 공교롭게도 그날 집안 화롯가에 걸어둔 양말 속으로 동전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부터 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는 굴뚝을 통해 선물을 주고 간다고 믿게 됐다는 것이다.경북 봉화군 소천면에 있는 분천 산타마을은 산타클로스를 주제로 조성한 관광지다. 산림면적이 95%에 달하는 오지 중의 오지인 분천은 핀란드 산타마을을 벤치마킹한 아이템 하나로 사람이 몰려드는 관광지로 변신했다.한국관광 100선과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겨울 여행지 선호도 2위에 오르는 영예도 안았다. 지난 주말 분천산타마을이 3년만에 개장식을 가졌다. 이번 겨울 크리스마스 축제는 이곳에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우정구(논설위원)

2022-12-20

소아환자 받는 응급실이 없어진다면…

심충택 논설위원 이대로 가다간 소아환자를 치료해줄 종합병원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쇼킹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밤늦은 시간에 갓난아이가 아파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본 부모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이다.최근 전국 수련병원(대학병원) 69곳에서 내년 전반기 소아과 전공의(레지던트)를 모집한 결과, 대구·경북을 포함해 영남권 병원에서는 한 명의 의사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련의가 지원한 병원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11곳에 불과하며, 정원을 채운 곳은 서울아산병원과 강북삼성병원 2곳뿐이다. 정부가 지난해 소아과 전공의를 4년제에서 3년제로 단축하는 극약 처방을 단행했지만, ‘백약이 무효’임이 드러났다.지금 가장 큰 문제는 수련병원 중에서 당장 내년 2월 4년차 소아과 수련의들이 나가고 나면, 소아과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병원이 속출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상당수 대학병원에서는 소아과 전공의가 모자라 교수들이 당직을 나눠 하고 있는데 내년 2월에 4년차 전공의들이 빠져나가고 나면 대구·경북을 포함해 대부분 대학병원이 소아의료 공백 상태를 맞이하게 된다.대구·경북 수련병원(5곳)의 경우도 현재 1~3년차 전공의 충족률이 정원대비 8%밖에 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전국 대부분 대학병원의 야간 소아 응급진료가 불가능한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 최근 인천지역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이 소아과 입원을 중단한 것도 밤에 환자를 돌볼 레지던트가 없기 때문이다.전공의들이 소아과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의료보험 수가(酬價) 때문이다. 소아과는 특히 모든 진료가 보험에 적용돼 환자를 어지간히 많이 보지 않고선 병원으로선 적자운영을 벗어나기 어렵다. 소아들은 수술과정이 힘들지만 어른과 수가가 똑같고, 약물투여나 검사비도 적게 나와 수입이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선 적을 수밖에 없다.저출산도 소아과 기피 주요 원인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초혼 신혼부부(혼인신고 후 5년이내) 중 절반(45.8%) 정도가 자녀를 가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초혼 신혼부부 평균자녀수는 0.66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병원을 찾는 소아환자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귀한 아이’ 환자에 대한 의료사고 소송도 갈수록 늘어나 전공의들이 굳이 소아과를 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한 종합병원에서 아픈 아이를 오래 기다리게 했다는 이유로 전공의가 환자 보호자에게 뺨을 맞았다는 소문도 의사들 사이에선 화제가 되고 있다. 소아과에 오는 보호자들은 극도로 예민해져 의사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건강보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돼 만약 대학병원 응급실에 소아과 전공의가 없어진다면 한밤중 소아 응급환자는 누가 치료할 것인가. 소아과의사들은 우리사회의 필수적인 ‘의료안전망’인 만큼, 전문의 양성에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수가 현실화 외에는 소아과를 살릴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2022-12-20

뷰카(VUCA)의 시대

2022년이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올해는 팬데믹에서 엔데믹의 시대가 열리며 일상회복을 꿈꿨던 한 해였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뚫고 나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그래서였을까. 터널 앞 눈부심에 주춤하듯이 올해는 나아가려는 힘과 머무르려는 힘이 팽팽히 맞섰다. 평범했던 일상이 ‘뉴노멀’이라는 이름 앞에 변모했고, 새로운 변화가 일상의 많은 부분을 대체했다. 일시적이었던 재택근무가 엔데믹시대에도 혼용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고, 기술혁신으로 등장했던 메타버스와 AR 등은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세상을 구축하며 승승장구 중이다.그 중 가장 큰 변화는 ‘관계’로 꼽힌다. 대면 중심의 관계가 비대면으로 이어지면서 SNS(소셜미디어)세상의 관계로, 직장의 사회적 관계에서 가족 중심의 관계로 확장·변모했다. 가족, 공동체, 쉼, 돌아보기 등의 단어가 유독 회자된 이유이기도 하다. 고즈넉한 풍경을 벗 삼아 불멍, 풀멍, 물멍을 즐기려는 이들로 산과 들, 바다가 붐볐다. 물론 가족 중심 등 소규모 여행이라 차분하게, 조용히 머무른 이들이 많았다.힐링을 위한 촌캉스와 워케이션의 장소로 단연 1위는 어촌마을이다. 바다 풍광의 감성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서핑 등 액티비티를 즐기려는 MZ세대까지 몰리면서 활기를 띠었다. 비대면 맞춤형 취미인 낚시인들도 꾸준히 바다를 찾았다. 단절된 관계의 헛헛함을 ‘훌쩍 떠나는 여행’과 ‘타지에서 1달 살기’ 등과 같은 낯선 체험으로 채우는 시간이기도 했다.자연이 내어주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일상의 불안을 잠재워준다. 파도소리와 바다내음, 수평선 위 반짝거리는 햇볕 등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유자원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불안에 맞서 다양한 형태로 고군분투했다. 다만 그 사이,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대외적인 상황도 급격하게 변했다.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은 경제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었다. 최근 자본주의 경제의 순환주기인 회복과 성장, 둔화, 침체의 완만한 곡선에 변화가 감지된다. 경기 침체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현상도 뚜렷하다. 감염병 팬데믹이 불황으로 옮아가고, 곧이어 경제 위기로 향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 위기에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대증요법’ 외에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다. 동시에 뷰카(VUCA)라는 경제 용어도 자주 회자된다.뷰카는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함(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뜻하는 단어로 기업 경영에 쓰는 용어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 상황과 대외적 요인이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크며, 복잡하고 모호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지금의 경제 상황을 뜻하는 말로 확장된 것이다. 코로나발 경제 위기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비견되며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이 또한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워낙 천문학적인 금액이 실물경제에 스며들었고 어떤 형태로든 해소되어야하기 때문이다.뷰카의 시대를 맞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팬데믹도, 경제위기도 개인의 노력과 의지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올해 가족, 공동체(커뮤니티), 지역(로컬) 등의 화두가 사회 전반에 퍼졌다는 분석이 많다. 결국 위기와 불안 앞에서 사람들은 가족 중심으로 모여 지역의 공동체 안위를 살피며 버텼다는 해석이다. 글로벌 대신 ‘로컬’이란 단어에 먼저 반응하고, 네트워크 중심의 오픈 관계보다는 지인 중심의 커뮤니티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정현미 작가 이 지점에서 내년의 화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 동안, 자본주의의 특징인 성장과 개발의 논리는 주춤했다. 동력이 부족해진 자본주의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우리나라도 그 과정에 있다. 경제분야의 뷰카는 곧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경기 침체 속에서 실직과 고물가 등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작용해 지금보다 훨씬 팍팍한 삶을 살아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IMF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은 견고해졌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도 비슷한 진단을 한다. 결국 우리는 묵묵히 오늘을 살아내며 이 위기를 지나가야한다. 또 다시 힐링이다. 다만 이번에는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며 견고한 연대와 유대를 갖춰야 할 듯하다. 팬데믹 동안 각자 도생의 고군분투 역량을 키웠지만, 단절된 인간은 반복된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바다가 내주는 품과 커뮤니티가 안겨주는 안정감 등 어떤 형태로든 결속감을 키워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관계가 중요하다. 2023년에도 감성여행, 상담예능, 힐링 등의 키워드가 여전히 대세가 될 듯하다. 그리고 그 대세 속에서 바다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할 것이다. 내년에도 바다에서 희망을 길어보길 바래본다.

2022-12-19

세 개의 동사로 이루어진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포스터 불현듯 삶이 공허해진다. 안정적인 직장에 원만한 결혼생활, 경제적인 안정까지 꾸준히 쌓아 올렸던 일상,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일상에 의문이 든다. 진정 내가 원했던 삶은 무엇인가. 누구나 살아오면서 한번쯤 던졌을 질문이 시작된다.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인생의 행로를 수정하며 살고 있는가. 쉽지 않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얼마나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가를 깨닫는 순간 의문 가득한 불안한 일상 속에 머문다.물론 누군가는 과감히 떨치고 반복되는 일상의 궤도를 이탈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어진 여건(경제적이거나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속에서 환기의 차원에서 잠시나마 다른 궤적을 그리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혹은 상상에 그친다.선택은 크고 작은 희생과 용기를 동반한다. 한쪽을 선택하게 되면 다른 한쪽을 희생해야 한다. 그 가치에 따라 끊임없이 저울질 한 끝에 택하게 되는 것. 하지만 그 선택이 늘 더 큰 이익과 삶의 가치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저하게 되고 후회하게 되며, 머뭇거린다.다시 반복된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의 삶이 불현듯 공허해지고 이것은 아니라는 의문이 든다. 떠나야할 이유와 떠나지 못하는 이유 사이에서 발목을 잡는 것들의 총량을 가늠해보지만 전자는 구체적이지 않은데 반해 후자는 구체적이며 지극히 현실적이다. 떠나야할 이유가 불분명한 하나라면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면서도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용기가 필요한 당신을 위한 기적같은 여행’이라고 시작한다. ‘머무는 것보다 힘든 건 떠나는 거’라는 선택의 어려움을 전제에 깔고 있다. 이 영화는 홍보 문구처럼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가볍게(?) 해소했을 때 찾아오게 되는 이상적인 여행의 전형을 그린다. 그리고 맹렬히 먹고 기도하며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그 무언가, 공허함의 원인을 찾아 다닌다.안정적인 직장에 결혼을 했으며 뉴욕에 집까지 마련한 저널러스트인 리즈는 “아침에 눈 뜨면 어떤지 알아? 열정, 희망, 감정, 아무 것도 안 느껴져. 제일 힘든 순간은 지나간 줄 알았는데 계속 이렇게 사는 건 죽음보다 잔인해”라고 하며 갑자기 찾아온 삶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그리고 발리의 어느 한 점쟁이에게 들은 점괘처럼 결혼생활과 일상을 정리하고 이탈리아로 떠난다. 크고 작은 희생과 용기를 동반하는 자아와 행복 찾기에 있어서 분명 이 영화는 일반적이지 않으며 판타지에 가깝다.아픔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탈리아의 폐허로 변해버린 유적지에서 리즈는 이곳이 온통 무너져 내린 처참한 자신의 삶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때론 무너져도 괜찮아. 무너지면 다시 세울 수 있잖아”라며 “두렵지만 한 번은 무너져야 한다”고 자신을 다독인다.인도의 수도원에서 기도를 마친 리즈는 “내 안에 있는 신을 발견하는 거다. 신은 완벽한 인간을 기대하지 않는다. 신은 내 모습 그대로 내 안에 존재한다”고 인도에서의 여정을 정리한다. 그리고 다시 발리를 찾아가 “때론 사랑하다가 균형을 잃지만 그래야 더 큰 균형을 찾아가는 거야”라며 또 다른 사랑을 만난다. “비행기 표 세 장이 복권”이라며 떠나 온 자아찾기의 결과다.영화의 제목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모두 동사(動詞)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렇게하라는 권유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어쩌면 명령인지도 모른다.버리고 비우면서 채워지는게 여행이라고 할 때, 이 영화는 간명하고 단순한 버림 뒤에 발견하고 찾아지는 것, 획득하는 것이 두드러진다. 우리가 쉽게 끊어내지 못하는 일상의 끈에서 상상만으로 그칠 때, 이 영화는 세 개의 동사처럼 즉각적으로 행동하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권유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다음 남는 것은 “내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좀 더 솔직히 “내가 그럴 수 있는 경제적인 형편이 될까?”라는 의문이다./(주)Engine42 대표

2022-12-19

솔선의 중요성과 개선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회사나 동호회 등 어떤 조직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솔선이다. 솔선(率先)은 ‘남보다 앞장서서 먼저 함’을 의미한다. 어느 조직이든 모두가 솔선하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좋은 성과는 물론 트러블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열광의 조건’의 저자인 데이비드 시로타는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변으로 추구하는 것이 공정성, 성취감, 동료애라 하였으며 불만이 생기고 트러블이 발생하는 원인이 공정하지 못한 업무나 평가라고 한다.심지어 요즘과 같이 맞벌이하는 부부가 많은 가정에서 조차도 다툼의 원인이 아내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돌아와 피곤함을 무릅쓰고 밥도 짓고 빨래도 하는데 남편은 거실에서 TV를 보거나 쉬기만 할 뿐 가사를 공평하게 하지 않는다는 이유이다. 그렇다 보니 요일 별로 서로 가사를 분담하여 적어 놓고 실천하는 집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정에서의 솔선은 서로 정해진 가사가 있더라도 시간이 되는 사람이 스스로 나서서 먼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리고 서로 시간이 되는 사람이 먼저 가사를 했더라도 그 대가를 바라지 않아야 불만도 생기지 않고 부부싸움의 원인도 발생하지 않는다. 서로 가사를 하고 대가를 바라는 순간 ‘나는 이만큼 했는데 당신은 왜 그것 밖에 안해’하는 불만이 생기기 때문이다.직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직원들 간의 솔선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 동료의 일을 조금 더 하는 것이며 상사는 남보다 앞장서서 어떤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부하는 상사의 등을 보고 배운다’라는 말까지 있다.포스코의 혁신활동이 지금까지 잘 되고 있는 가장 큰 원동력 중의 하나는 솔선활동이다. 솔선하는 방법도 초기에는 현장 직원들과 설비 주변의 오염 개소를 같이 청소하는 수준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단순한 청소보다는 마이머신과 과제해결 방법론을 직접 해보고자 공장에서 쉽게 활용하는 팁(Tip)을 직원들에게 제공한다거나, 최근에는 ‘공장장/리더 모델 Plant 활동’을 통해 문제가 되는 공정 전체를 직접 주도, 개선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이렇게 장기간의 혁신활동을 통해 꾸준히 솔선을 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이번과 같이 대형 태풍 힌남노로 냉천이 범람하여 제철소 대부분의 설비가 물에 잠겨 가동이 불가하게 되었음에도 본사와 현장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직원들과 직책자들이 스스로 솔선하여 놀랄 정도로 빠르게 대부분의 설비가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2006년 QSS활동을 처음 시작하여 모든 직원들이 너나 없이 참여하여 마이머신활동을 하기 시작할 때 2열연공장의 800m가 넘는 지하의 설비들을 새것 같은 설비로 만든 것을 당시 경영진이 현장을 보시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했다’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회사든 개인이든 살아가면서 어려움은 늘 있겠지만 ‘남보다 앞장서서 먼저 한다’는 솔선의 의미를 새기면서 노력한다면 극복 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2022-12-19

반가움의 온기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따스한 아랫목을 찾게 되는 겨울이다. 북풍에 한설이 휘몰아치고 논배미나 개울가로 얼음이 얼어붙어 스산하고 황량한 겨울 삽화가 그려지고 있다. 인파가 붐비는 길거리에서는 따끈한 호빵이나 군고구마 장사가 등장하고, 간혹 찹쌀떡 장사의 호객 외침이 애절한 듯 천연덕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연말에 추위까지 더해지지만 사람들은 주변을 한번 더 살피고 챙기면서, 뜸해졌던 사람들과 연락하고 소통하며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한 해를 지내오면서 잊을 건 잊고 지울 건 지워서 다가오는 새해를 보다 새롭고 알차게 맞이하기 위한 송구영신의 모임을 으레 열면서 그간의 안부를 나누며 정을 다지기도 한다.이른바 송년회란 지난해를 보내며 성찰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가진다는 뜻으로, 연말이 되면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서 지인이나 친구, 직원들 간의 사이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명목상 송년회라 하지만, 다같이 모여서 밥 한끼나 술 한잔을 하면서 우애와 친목을 다지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 싶다. 1년을 줄기차게(?) 살아왔으니 한 해의 끝자락에서 서로 얼굴 한번 보며 건재함을 확인하고, 지난날의 되새김 속에 새로운 날들의 기대와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들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3년만에 제대로 모임다운 송년회를 열 수 있다니, 그간의 회포를 풀며 여간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 아닐까? 그렇게 회합과 성찰의 시간을 통해 사람들은 조금씩 두터워지고 익어가는지도 모른다.사람은 만남이나 교류를 통해 친숙해지고 소통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모바일시대에 온라인 상의 SNS나 비대면 방식의 소통, 상호작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지만, 사람이 직접 만나 얘길하거나 친분을 나누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 것이다. 직접 만나는 것에는 스스럼없이 악수를 한다거나 가벼운 터치, 익살스러운 농담, 싱그런 웃음, 특유의 얼굴 표정이나 장난기 섞인 언행 등을 서로 주고받거나 부담없이 대하면서 한결 푸근한 정감을 느낄 수가 있다. 그만큼 반가움의 온기가 피어나고 전해진다고나 할까? 애써 시간을 내어 먼 길을 오고 가서 만나는 것도 그러한 설렘과 정겨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연이든 예정된 모임이건 만난다는 것은 곧 살아가는 감칠맛을 더해주는 활력의 요소가 아닐까 싶다.“인간 세상은 험한 바다/사람은 모두 외로운 섬/그대와 나 함께 술잔 띄움은/다리 하나 서로 놓는 것”(塵5BF0(환)是險洋 人衆皆孤島 爾我共浮杯 一橋相築造) -강성위 한시 ‘致藝誠’ 오언절구 전문어쩌면 만난다는 것은 뜸해진 가슴에 마음의 다리를 하나 놓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차(茶) 또는 밥이거나 술이건 만날 수 있기에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가 있는 것이다. 옷깃을 여미는 계절에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의 다리를 놓으며 교감과 왕래의 온기를 서로 느껴보면 어떨까?

2022-12-19

‘시민햇빛발전’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12월 14일, 지역 주요 신문 조간에 “2050년 대구 온실가스 배출 ‘0’”이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가 동시에 게재된 사례는 환경보다는 경제를 우선시 해온 지역 정서상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탄소중립’이 우리 지역민 모두에게 익숙해져 있고 관심이 많은 이슈라는 것을 방증한다.대구시는 ‘시민중심! 탄소중립 선도도시 대구’를 비전으로 하고,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배출량대비 2030년 45%, 2040년 70% 그리고 2050년에 100%로 설정하였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85개 과제를 13조원을 투입하여 추진하기로 하였다.대구시가 수립한 2050탄소중립 정책은 ‘기후환경’ 등 8대 분야로 나누어 추진할 것이며, 시민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8Green’ 전략으로 명명하였다.그리고 ‘산단 지붕 태양광 프로젝트’, ‘Green Mobility 대구 구축’, ‘탄소중립 시민실천활동 “탄소줄이기 1110”’, ‘중수도 시스템 구축’, ‘Forest 대구 프로젝트’ 등 5대 대표과제를 선정하였다.아울러 ‘8Green’ 정책분야별 8대 핵심과제도 제시하였다. 대구시는 이들 과제선정에 지역의 특성과 여건, 탄소중립 선도 모델로서의 잠재성, 통합신공항 건설 등 대구시 미래 번영 50년 프로젝트와의 연계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하였다고 한다.5대 대표과제와 8대 핵심과제의 틀에서 살펴보면 엄청난 규모의 국·시비와 민간자본이 먼저 투입되어야 할 사업들도 있지만 결국에는 대구시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참여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이 대부분이다.대표적 사례를 들어보면 8대 정책분야 중 ‘에너지전환’ 분야다. 2030년 대구시가 계획한 온실가스 총 감축량(약 493만t) 대비 기여율이 16.6%(약 67만t)로 ‘건물·도시’ 26%, ‘녹색교통’ 24.7% 다음으로 기여율이 높은 분야이다. 이 분야 세부 사업에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시민에너지 복지향상’, ‘시민햇빛발전소’.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구축’ 등이 포함된다.이들 세부 사업 대부분은 민간사업자 대규모 선투자와 함께 국가와 대구시가 지원하는 사업들로 구성되는데, 기존 중앙정부 주도 화석연료 및 원자력을 기반한 대규모 에너지와의 시장경쟁 극복, 기존 전력망에 연결 확대 및 간헐성 문제 해결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이를 위해 지역에너지 분권 강화와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점진적 전환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에너지전환’ 분야 세부사업 중 유일하게 시민이 주도하는 ‘시민햇빛발전소’ 설치사업의 활성화가 매우 절실하다.대구시는 2030년까지 ‘시민햇빛발전소’ 설치사업 규모를 32㎿로 확대 계획하였다.이를 위해 ‘주민주도형 지역균형뉴딜’ 우수사업으로 추진 중인 ‘누구나 햇빛발전 플랫폼’과 ‘햇빛 마일리지’의 성공운영과 이를 견인할 대구 ‘지역에너지센터’와 ‘탄소중립지원센터’의 설립과 역량 강화가 더욱 필요하다.

2022-12-19

문화유산국민신탁

홍석봉 대구지사장 문화유산국민신탁은 국민과 기업의 기부로 문화재를 매입·보존·활용하기 위해 2007년 탄생한 문화재청 산하의 특수법인이다.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가 모델이다. 창립 15년 만에 회원수 1만5천명을 넘어서는 단체로 성장해 지난 10월 덕수궁에서 회원들이 힐링콘서트를 갖기도 했다.국민신탁은 그동안 덕수궁 중명전을 비롯 서울 이상의 집, 군포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택, 보성여관, 부산 문화공감 수정, 대전 소대헌·호연재 고택 등 문화유산의 보전, 위탁 관리 등에 힘써왔다. 지난 2018년 복원공사를 마친 워싱턴의 주미대한제국공사 매입과 복원으로 국민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국민신탁은 지역에도 뿌리를 내렸다. 2011년 울릉도와 독도의 근현대사를 체험할 수 있는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를 개소했다. 19일에는 ‘마지막 신라인’ 고(故) 고청 윤경렬(尹京烈) 선생의 생애를 기리는 고청기념관이 국민신탁의 도움으로 개관한다. 윤 선생은 평생 경주 남산을 조사 및 소개하고 어린이들에게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과 자긍심을 가르쳤다. 기념관은 경주시민들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국민신탁’은 개인, 기업, 단체의 기부·증여 등을 통해 위탁받은 재산·회비 등을 활용해 보전가치가 있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등을 취득하고, 민간차원의 자발적인 참여방식으로 유산을 영구히 보전·관리하는 운동을 뜻한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의 힘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보전하는 데에 힘을 쏟아왔다. 민간 차원의 자발적인 보존 관리 활동이라는 점에서 시민운동과도 궤를 같이 한다.우리 주변의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의 복원·관리에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2-19

‘문화 지체’와 ‘성장의 한계’

이정희위덕대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 최근 ‘문화 지체’와 ‘성장의 한계’라는 개념 탐구에 빠져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두 용어가 완전히 신개념의 새로운 용어가 아니다. ‘문화 지체’는 미국의 사회학자 W.F.오그번의 1922년 저서 ‘사회변동론’에서 처음 언급한 이론이다. 설명을 살펴보면, 비물질문화가 물질문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여기서 물질문화는 주로 과학 기술의 발달을 말하고, 비물질문화는 인간의 생활방식에서부터 각종 제도적인 면, 그리고 인간의 정신적인 부분까지 아우른다. 쉽게 말하자면, 예를 들어 자동차의 개발과 보급은 자동차공업의 발달과 함께 빠른 속도로 발전해나가는 반면, 자동차와 관련된 우리의 교통 질서의식이나 그에 따른 제도 확립 등이 갖추어지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이러한 문화 지체로 인해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건들은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파트라는 주거형태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층간 소음 분쟁도 문화 지체 현상으로 볼 수 있으며, 이태원참사 역시 문화 지체 현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문화 지체 현상은 인간의 존엄성을 경시하기에 이른 것이다.‘성장의 한계’는 1990년대 일본 유학시절에 읽었던 책으로 당시에는 빗나간 예측에 우울한 예언서 정도로 일축해 버려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최근 원폭문학이나 재난문학 등의 생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성장의 한계’책을 구입해서 다시 읽어보았다. ‘성장의 한계’는 1972년 로마클럽이라는 민간단체가 당시 전 세계를 감싸고 있는 여러 우려되는 상황들을 문제 제기해서 연구한 것으로,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인구 폭발, 식량 생산, 공업화, 환경 문제, 천연자원의 고갈 등의 주제로 인류 위기에 관한 프로젝트 보고서이다.다시 읽어본 ‘성장의 한계’는 놀라울 정도로 이 시대를 예견하고 있어서 나는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더군다나 책이 나온 지 50여 년이 된 이 시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사회와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던 팬데믹을 생각해보면 책의 내용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성장의 한계’의 기준에는 인간의 생태발자국을 측정해서 그것을 지구의 수용능력과 비교하는 것이다. 여기서 생태발자국은 인간에게 자원(곡물, 사료, 목재, 물고기, 도시로 수용된 토지)을 제공하고 지구촌이 배출하는 배기가스(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필요한 토지 면적을 이른다. 그리고 현재 지구의 사용 가능한 면적을 비교했을 때, 인간의 자원 사용량은 지구의 수용 능력보다 20퍼센트를 초과한 상태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우리 인간은 너무 많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즉, 앞으로 인류가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려면 인간 전체의 생태발자국을 줄여야만 하는 것이다. 문화 지체에서 오는 불평등과 갈등을 서서히 해소하고, 지구상의 모든 것들을 하나뿐인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갈 동반자로 생각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2022-12-18

뇌 말고 몸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한 달 전, 벼르고 벼르던 스탠딩 책상을 샀다. 최근 들어 30분만 앉아있어도 집중력이 떨어져서 까만 것은 글자고 하얀 것은 종이구나 하는 상태가 되고,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하면 다리도 저리고 허리도 아팠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큰마음 먹고 구매했는데, 서너 시간 지나도 멀쩡하다. 앉아있을 때는 허리가 불편하여 주의가 분산되는데, 서 있을 때는 덜 불편하니 작업 집중력이 더 높아지는 것 같다. 물론 깔창 있는 운동화를 신는다.애니 머피 폴의 책 ‘익스텐드 마인드’를 보니,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 미국의 초등학교 교사도 학생들 책상을 스탠딩 책상으로 교체하고 수업 듣는 자세도 편하게 하고 움직일 수 있게 했더니 학생들이 더 집중하고 자신감 있고 생산적으로 변했다고 한다.앉아있는 것보다 서 있는 것만 작업에 효과적인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일하는 것도 집중력이 증가한다고 한다. 방사선 전문의 제프 피들러 박사는 매일 1만5천 개 사진을 앉은 자세로 검토하다가 사진을 대형 스크린에 띄워 놓고 그 앞에 트레드밀을 설치해서 걸으면서 사진을 보았더니 이상 징후를 더 잘 찾아내게 되었다고 한다. 서 있거나 걸을 때 작업 능률이 오르는 이유는 신체 활동을 할 때 우리의 시각이 더 예민해지기 때문이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에 한두 시간을 꼭 달린다고 하니, 운동을 한 후에도 창의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제스처는 소통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어떤 개념을 설명하거나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제스처를 사용하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 말을 더 잘 이해하고, 제스처가 있을 때 한 말을 더 기억하기도 한다. 밀턴 에릭슨이라는 심리 상담사는 내담자의 동작을 은연중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내담자와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어 상담이 잘되었다고 한다.자연의 다양한 색과 형태 역시 창의성에 자극을 준다. 저자는 예술가 잭슨 폴록이 롱아일랜드에 갔다가 위안과 자극을 동시에 받고 바로 그 지역으로 이사 가서 걸작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사례를 소개해준다. 자연은 우리의 인지 부담을 줄여주어 창의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공간 역시 창의성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연극 수업을 받으러 갈 때 매시간 책상과 의자 배치가 달라서 수업에 관심이 더 생기고 다음 수업도 기대하게 되었던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셈이다. 국립도서관에서 한두 시간만 있어도 두통을 느꼈는데, 도서관 리모델링 후에는 서너 시간 있어도 컨디션이 좋았던 것 역시 이런 맥락일 것이다.생각은 뇌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움직여야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하는 저자의 말을 듣다 보니,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 온종일 교실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우리나라 수험생의 모습이 떠오른다. 교육 방식도 말로만 하거나 기껏해야 영상 자료를 활용할 뿐이다. 교실 모양도 천편일률적이다. 손과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많이 하고, 공간에도 다양하게 변화를 주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한창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학생을 움직이게 하라.

2022-12-18

당심과 민심 사이, 양당제의 그늘

김진국 고문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규칙을 놓고, 논란이다. 당 대표를 선출하는데 일반 시민 여론을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문제다. 현행 당헌 26조는 ‘선거인단의 유효투표 결과를 70%, 여론조사 결과를 30% 반영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여론조사 비중을 10%로 줄이거나 없애자는 것이다. 일반 시민의 생각과 상관없이 당원이 원하는 대표를 뽑자는 주장이다.정당은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집단’이다. 일반 사회단체도 회원들의 의견으로 대표를 뽑는다. 그렇게 보면 정당도 당원의 뜻을 모아 대표를 선출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여론조사를 포함한 건 선거 때 더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해서다. 선거에서 이기는 게 정당의 목표다.물론 당원이 선택한 사람은 중도층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거나, 국민 여론을 반영하면 중도층의 지지를 더 끌어온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당원 투표만 하면 아무래도 후보들이 당원들이 좋아할 주장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당의 노선이 강성으로 흐를 수 있다.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모두 당원 투표로만 대표를 선출해왔다. 여기에 여론조사를 처음 도입한 건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다. 2004년 탄핵과 차떼기 후폭풍으로 총선에서 참패한 뒤 당원 외에 국민여론조사 50%를 반영하도록 바꾸고, 2년 뒤 30%로 줄인 뒤 지금까지 유지했다. 민주당은 2013년에야 국민여론조사를 도입했다. 이재명 대표를 선출한 지난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여론조사 비중이 논란이었다.“경기 도중 골대를 옮기느냐”는 지적이 옳다. 경기 규칙은 여유 있게 미리 고쳐야 공정하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정당 내부 선거도 초읽기로 규정을 고치는 나쁜 습관이 우리 정치권에 있다. 후보들 윤곽이 드러난 뒤 규칙을 바꾸는 건 위인설법(爲人設法)이 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도 선거 막판에 후보자에 맞춰 게리맨더링 하는 게 버릇처럼 됐다.굳이 내년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표 선출 규칙을 바꾸려는 국민의힘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답답한 심정은 이해는 간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주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유승민 전 의원이 37.5%로 압도적 1등이고, 안철수 의원 10.2%, 나경원 전 의원 9.3% 순으로 나왔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나 전 의원이 18.0%, 한동훈 법무부 장관 16.0%,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14.2%, 안철수 의원 13.6%, 김기현 의원 11.0%였고, 유 전 의원은 8.7%로 6등이다. 반대로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유 전 의원이 60.0%로 압도적 1위다. 다른 조사도 대체로 비슷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중도층 확장도 좋고, 민심 반영도 필요하다. 특히 선거에 나갈 후보는 중도층 확장성이 당락을 가른다. 그렇지만 당원에게는 비호감 대상이면서 경쟁 정당 지지층이 열광해 당 대표가 된다면 문제가 있지 않은가. 극심한 진영정치, 팬덤 정치, 증오 정치가 낳은 부산물이다.국민의힘 안에도 문제가 많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제껏 여야 협치는커녕 당내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잊을만하면 ‘윤핵관’ 논란이 반복된다. 이러다가는 거수기가 되기에 십상이다.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한 기반은 어림도 없다. 당심-민심 논란도 국민의 마음을 얻을 카리스마 있는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그런데 여론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은 왜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당원들이 모인 그런 정당에서 대표가 되려 할까. 왜 정치적 견해가 같은 동지들과 따로 정당을 만들지 않을까. 문제는 한국에서 양대 정당 이외에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3정당을 만들어 성공한 예가 없다. 유 전 의원도 경험이 있다. 제3정당은 고생길이다. 선거제도를 포함해 모든 규정이 양대 정당에 지나치게 유리하다.정상적인 정치에서 당심과 민심이 다르면 다른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도 갈등과 분열 요인을 안고 있다. 억지로 양당으로 묶는 건 부당한 특혜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정당을 만들고, 연대할 수 있도록 선거법부터 고쳐야 한다. 정치적 자유의 기본이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본사고문

2022-12-18

나에게도 감동 준 포르투갈 대통령의 칭찬

김하수청도 군수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한국팀의 8강 진출이 아쉽게도 좌절되었다.그러나 조별 리그에서 보여준 한국팀의 기량과 전술, 투혼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ESPN을 비롯한 유수의 세계적인 스포츠 매체도 매우 관심 있게 다루었다.지난달 28일 열린 한국-가나 경기는 비록 우리가 2대3으로 아깝게 지긴 했지만, 내용에는 카타르 월드컵 조별 리그 최고의 게임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특히 한국의 극적인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지난 3일의 포르투갈전은 믿기 어려운 기적의 드라마로 평가되고 있다.비록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훌륭한 경기력과 투혼을 보여 준 한국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에게 축하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한국이 포르투갈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을 확정하자 지켜보던 축구팬들은 물론 전 국민이 기뻐하고 환호했으며 윤석열 대통령도 직접 축전을 전하며 대통령 휘장이 선명한 축하와 응원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까지 했다.한 마디로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축하하고 기뻐한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이러한 가운데 외신은 짤막하게 새로운 소식 하나를 전했다.포르투갈 언론 코레이오 다 마냐와 마이스푸테볼 등에 따르면 한국-포르투갈전이 끝난 직후 드소자 대통령은 한국팀의 벤투 감독에게 “포르투갈이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유능한 벤투 감독이 한국팀을 잘 이끈 결과다”며 “우리는 한국보다 좋은 전력을 갖췄지만, 오늘 경기는 한국이 더 잘했고 나는 벤투를 좋아한다”고 자국 출신의 한국 대표팀 감독이 16강 진출한 것을 기꺼이 축하하고 나섰다.벤투 감독은 알려진 것처럼 현역 시절에는 포르투갈의 국가대표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출전하기도 했던 포르투갈 출신 감독이다.이러한 외신의 짤막한 보도를 접하며 나는 매우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일국의 대통령이 자국팀에 패배를 안기며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벤투 감독을 향해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다니.이처럼 공정한 경기 규칙에 의해 치러진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비록 자신이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해도 승자를 축하해 주는 스포츠 정신은 참으로 위대하다.여기에서 정작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자국 출신 지도자가 경쟁국의 감독이 되어 자국 대표팀에 패배를 안겼음에도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 드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의 마음가짐이다.어찌 보면 이렇게 거창하게 찬사를 보낼 일이 아닌지도 몰라도 그의 솔직한 축하 메시지에 나는 감동 받을 수밖에 없다.우리는 살면서 자연환경이나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를 통해 배움과 깨달음을 얻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지혜를 구하고 영감을 얻기도 하는데 포르투갈의 드소자 대통령은 그의 짧은 메시지 하나로 한국의 지방 소도시 군수의 마음을 설레게 한 것처럼 진실함은 모든 것을 넘어선다.속담에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가 있다.천냥은 현재 가치로 5천만원에서 7천만원 상당이라 한다. 이처럼 큰 금액이라도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지만, 보통은 말을 잘못하거나 같은 말을 해도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어서 손해를 본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이상한 현실에 살고 있다.내가 전하는 말 한 마디가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된다.우리의 삶도 다양하고 치열한 경쟁의 상황에 놓일 때가 잦은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 끝에 오는 결과에 대하여 겸허히 받아들이고 승자를 축하해 주는 문화가 확산하기를 바라본다.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는 승자를 축하하며 각각의 요인을 분석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 삶의 질도 더 높아지고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긴장과 흥미를 더해가는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의 와중에 들려온 먼 나라 대통령의 메시지를 통해 작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2022-12-18

사그랑주머니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시로 쓰는 자서전’ 수업할 때였다. 어르신들의 삶을 이야기로 나누고 그것을 받아 적으니 모두 시가 되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몇 부분으로 나누어 질문하고 어르신들의 생각을 끌어냈다. 결혼할 때는 어떠했는지, 그땐 그랬지요, 라고 맞장구를 쳐 드렸다. 아이들 키울 때는 어떠했는지? 그래도 그때가 제일 좋았다며 어르신들은 이미 추억 속에 가 있었다. 금방 웃으시다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도 있다며 시무룩해하셨다. 끝없이 달려 나오는 이야기를 녹음하고 기뻤을 때는 기쁜 표정으로 추임새를 넣었다.그날은 사진을 보고 시를 쓰는 수업이었다. 어르신들이 갖고 온 사진은 다들 꽃 속에 찍은 것들이다. 예쁘게 차려입은 옷은 봄 산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같은데, 표정은 어둑해 보였다. 가물가물한 추억이 된 사진을 보고 오늘에서야 어르신들이 환하게 웃는다. 언제, 어디를 누구와 갔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마다 사진에 관한 추억을 반죽하고 부풀리느라 교실이 시끌벅적했다.“옜다, 선물이다.”“니, 엄마 보고 싶제?, “니, 엄마도 있고, 나도 있다.”엄마 친구가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설악산 어느 바위 뒤에서 세 명이 찍은 사진이었다. 꽤 오래된 사진 속에 젊은 엄마가 보였다. 한 장의 사진은 추억으로 가는 빗장을 열어주었다.생각해 보니 젊은 엄마는 싸움을 잘했다. 산비탈 돌짝밭에서는 크고 작은 돌멩이와 숨바꼭질하듯 싸우고 동구 밖에서는 논에 물 대는 일로 이웃과 자주 싸웠다. 옆집 논에서 물길을 돌려야 할 때는 아버지를 앞세우고 뒤에서 요목조목 큰 소리로 따졌다. 그 무엇보다 엄마가 제일 잘하는 것은 자식들을 위한 모든 싸움이었다.엄마 주머니에는 항상 먹을 것이 있었다. 산골 마을에 어스름이 내리면 엄마는 대문을 들어서고 수돗가에 하루치 노동을 부려놓았다. 우리는 엄마 곁에 쪼르르 달려갔다. 엄마의 양쪽 주머니에는 이것저것 먹을 것이 나왔다. 주머니를 탈탈 털어 아무것도 없는 날은 부엌에서 눈 깜박할 사이 주전부리를 만들어 냈다. 이순혜 수필가 사진 속의 엄마를 뚫어지게 보았다. 사진 너머 있는 엄마의 무심한 표정에 자꾸 눈길이 갔다. 힘든 농사일에서 잠시 벗어나 친구들과 어울려 나들이해서 좋을 텐데, 여행이 즐겁지 않았는지. 엄마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만약 단 몇 초라도 엄마를 만날 수 있다면 이때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갑자기 교실이 시끌벅적거린다. 모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았다.한 사람씩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정했다. 흑백에서 컬러사진까지 다양했다. 이제는 그때를 생각해보자고 했다. 엄마 친구도 설악산의 어느 바위 사진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엄마와 같이 죽도시장에서 옷도 사고 신발도 샀다고 했다. 설악산의 커다란 바위를 보았던 그날은 힘들게 산에 올랐지만 힘들었던 만큼 많은 것을 보았단다. 마치 햇살이 따스한 고향 집 툇마루에 앉아 있는 듯했다. 손에는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에서 구입한 ‘효도 관광’이라고 쓴 등 긁개를 들고서.아마도 그날은 강원도 어떤 간식을 먹었을 것이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 고이 싸 온 간식을 우리에게 주었고, 우리는 그것을 아주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엄마의 부른 배를 두드렸을지도 모를 일이다.그날의 기억은 이제 사진에서만 볼 수 있다. 나는 사진 속 엄마 옷 주머니를 훑어보았다. 아직은 밋밋하지만, 산에서 내려왔을 때는 엄마의 사랑이 불룩했을 것이다.엄마는 그랬다.

2022-12-18

겨울철 우울증 주의보

사공정규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고운 단풍이 낙엽이 되고, 상쾌한 가을 바람 스산한 바람 되는 늦가을을 넘어 일조량이 급격히 줄어 어둡고 추운 겨울로 계절이 바뀔 때 우리는 마음과 몸의 변화를 겪곤 한다.떨어진 낙엽에서 감성적인 분위기를 넘어 생명의 쇠진함을 느끼며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다 못해 울적해진다.만사가 귀찮아지고 무기력해지며 자도자도 피곤하며 단 것이 자꾸 당기고 식욕은 부쩍 늘고 뱃살도 는다.이런 증상들은 겨울의 문턱에 자리한 늦가을에 시작하여 겨울에 많이 나타난다.최근 연구에 의하면 성인의 약 15%가 겨울철이 되면 기분이 울적해짐을 경험하는 일시적인 우울감을 보이고, 2~3%는 소위 ‘겨울철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특정 계절에 반복되는 우울증, 소위 계절을 앓는 사람들, 이를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계절성 우울증 중 가장 흔하고 심한 소위 ‘겨울철 우울증’은 남위도 지역보다 북위도 지역에 더 많으며 11월과 12월에 가장 악화한다. 또한, 여성이 전체의 60∼90%를 차지할 정도로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특히, 20∼40대 여성에서 계절성 감정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겨울철 우울증의 원인은 복합적일 수 있으나, 현재까지 밝혀진 주요 생물학적 원인은 다음과 같다.첫 번째는 겨울철에 일조량이 줄어 비타민D 합성과 세로토닌 생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햇빛을 통해 비타민 D를 합성하며 비타민 D는 행복한 감정과 긍정적 사고를 하게 해주는 세로토닌이라는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 그런데 일조량이 줄어 비타민 D가 부족해지면 세로토닌 결핍이 일어나 우울감을 경험하게 된다. 두 번째는 겨울철에 낮이 짧고 밤이 길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과다 분비돼 수면 욕구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겨울철 우울증은 전형적인 우울증과 다른 증상 양상을 보인다. 전형적인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정신운동성 초조, 식욕저하, 체중감소, 불면을 나타낸다. 그러나 겨울철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한 기분보다 무기력감과 피로감이 더 특징적이다. 정신운동성 초조보다는 정신운동성 지체가 심하여 팔다리가 마치 납처럼 무거워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귀찮고 식욕이 늘어나는 기현상(奇現象)을 경험한다. 특히 달거나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잠들기 전에 식욕 증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기 때문에 밤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체중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겨울철 우울증의 경우, 수면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기 때문에 아침에는 일어나기 힘들고 온종일 자고 싶다. 아무리 잠을 많이 자도 피로는 풀리지 않는다.겨울철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햇볕 쬐기와 운동이다. 첫째, 겨울철 우울증의 원인이 일조량 부족에서 오기 때문에 답은 햇빛이다. 온몸으로 햇빛을 맞이하자. 햇볕을 많이 쬐면 망막 속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뇌를 자극해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매일 낮 시간에 30분 이상 햇볕을 쬐고 비타민 D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D는 세로토닌을 많이 만들게 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억제한다.다만, 비타민D의 복용은 과잉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둘째, 우울할 때는 몸을 움직이자. 우울할 때 우울한 기분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우울할 때 몸을 움직이는 운동은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고 세로토닌 등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해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연구에 의하면, 걷기 시작 5분 후부터 세로토닌이 분비되기 시작해 15분 후에는 최고도에 다다른다고 한다.걷기 운동을 할 때는 평소보다 보폭을 넓히고 조금 빠르게 걷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햇볕을 쬐며 걸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춥다고 실내에서 웅크리지 말고 밖으로 나가 움직이는 시간을 늘릴수록 우울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고 운동을 통해 칼로리를 소모하면 겨울철 우울증의 폭식으로 인한 체중 증가도 예방할 수 있다.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누구나 쉽게 겪을 수 있지만, 때로는 감기가 심해져서 폐렴으로 이어지기도 하듯 감기라고 마냥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겨울철이 되면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겨울철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아진다. 감기에 걸린 사람이 스스로 병원을 찾듯, 만약 겨울철 우울증 증상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줄 정도로 심하거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신의학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우울증을 방치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 등에 생물학적 변화를 초래해 후에 심한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높이고, 우울증을 앓는 동안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자살 등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겨울철 우울증의 치료방법으로는 일반적인 실내조명보다 약 20배 정도 강한 밝기인 1만룩스(lux) 정도의 광선을 쪼여주는 광선치료와 선택적 세로토닌재 흡수억제제와 같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약물치료, 부정적인 인지왜곡을 긍정적인 인지체계로 바꾸고 활동을 많이 하도록 해주는 인지행동치료 등이 있다.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겨울은 일조량이 적어 어둡고 추운 날씨지만 마음만은 밝고 따뜻한 계절이 되기를 소망한다.

2022-12-18

의대 열풍, 문제는 없는가?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금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수능) 채점 결과 만점자 3명이 나왔고 이 지역 포항의 고교에서도 만점자가 나왔다고 한다.그런데 이 만점자 전원이 의대를 지원하고 합격했다는 뉴스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 의학이 중요하지 않다는건 아니지만 의대는 물론 치대, 수의대의 약진은 대학 전공의 선택이 점점 더 현실적으로만 되어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70년대는 이과는 물리, 문과는 경제 등이 인기가 있었다. 물리는 순수학문이고 경제도 취업보다는 정책적으로 인기를 끄는 학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과는 의학, 문과는 경영이 압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선택은 졸업 후 취업과 금전적 수입과 관련된 현실적 전공 선택이며 이러한 현상이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대학에 상관없이 의대 들어가기가 최우수 대학들의 이공계 들어가기보다 힘들다고 하니 참으로 의대 열풍의 시대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의대생의 실력은 대학을 막론하고 최상위권 학생들이 선택하는 전공이다. 의과대학을 향한 학생들의 열기는 무척이나 뜨겁다.이러한 와중에 포스텍, 카이스트 등 연구중심 과학기술대학의 ‘의과학자 양성 연구형 의과 대학’설립에 의사협회가 적극적으로 반대를 하고 나서고 있다.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추어진다.의대 열풍이나 연구형 의대 설립 반대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물리나 화학 같은 순수학문보다 의대를 선호하는 것도 그리고 의사협회가 연구형 의대 설립을 반대하는 것 모두 인류를 위한 학문의 발전보다는 금전적 이득의 현실적 이유일 것이다.그런데 한편 의대 광풍의 사회문제도 한번 짚어볼 만하다. 요즘 이공계 대학의 저학년에서 휴학하고 의대 진학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대학들은 소위 “반수”를 하는 친구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이공계 학생들은 친구들의 의대 입시 공부로 친구 만나기도 꺼린다는 소문이다. 의대에 최상위권 학생이 쏠리는 현상은 그러한 배경에 안정된 수입이 있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의대 내의 전공 선택도 수입이 절대적 기준이 되면서 의과학을 선택하는 의대생은 소수이다. 많은 수입이 보장되는 의대 내의 세부 전공에 지망생이 압도적으로 몰리고 있다고 한다.이러한 가운데 의학계가 의과학자 육성 의대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환자의 목숨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보다는 수입이 보장되는 전공으로 몰리는 것은 장기적 의학발전 관점에서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현재 병을 치료하는 ‘수만 가지 의약품 중 한국이 개발한 건 하나도 없다’라고 한다. 한국의 의사들은 다른 나라가 개발한 약을 처방해 주고 수입을 올리는 일에만 관심이 있지 그 약을 개발하는 일은 방치되고 있다.의대와 약대가 함께 관련된 문제이겠지만 한국의 의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신약개발 같은 분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좀 더 많아져야 한다.미국에는 의대 출신으로 신약개발에 종사하는 ‘의사과학자’가 많다고 한다. 의사과학자는 의사이면서 과학연구를 하는 과학자이다.포스텍, 카이스트 중심으로 의과학자 양성 방안으로 공과대가 주도하는 연구중심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우리는 지지해야 한다. 미국은 연구중심 의대를 별도로 운영한다. 이런 의대들은 공과대와 협업하거나 아예 공과대가 의대를 설치해서 신약개발이나 바이오산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의료계가 의과학자 육성 의과대학 설립을 줄기차게 반대하자 의사과학자들이 임상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는 법적 조항을 마련하겠다는 의견이 국회에서 나오기까지 했다.“의사과학자를 육성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바이오 헬스 산업의 주도권을 잃게 되고 새로운 국가 동력을 잃게 된다. 연구중심 의과대학이 설립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라는 지역 국회의원의 호소와 함께, “진료하는 임상의와 연구하는 의사과학자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개원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최근 카이스트 총장 역시 “의사과학자는 바이오 신약 부분의 핵심이다. 체계적인 양성이 필요하다”면서 “카이스트와 포스텍은 (연구중심의대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전문의가 될 수 없으며 임상으로 가기도 굉장히 어렵다.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해서도 법적 장치를 마련해 예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최근 만나본 한 의사는 “믿지 못한다”라고 하면서 연구형 의대 설립에 반대를 표시했다. 의대 열풍은 그 열풍이 단순히 개인의 수입과 영달이 모티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신약은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의대 열풍’은 그 자체가 이공계의 다른 학문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의과학 발전으로 보완될 수 있다. 의학계의 대승적인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2022-12-18

MZ세대와 정치

우정구 논설위원 MZ세대를 제대로 알려면 플렉스 문화를 이해해야 하고, 미닝아웃 소비가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영어의 플레스(Flex)는 몸의 근육 등을 푼다는 의미다.MZ세대에게 플렉스는 몸이 아닌 돈이다. 돈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행동 등을 플렉스 문화라 일컫는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젊은세대의 플렉스 문화가 필요 이상의 돈을 쓰며 분수에 맞지 않는 생활을 뜻하는 사치와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한 트렌드 분석가는 그의 저서에서 밀레니엄 세대에 대해 “있어 보이기 위해 비싼 물건을 사는 것보단 자기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것에 더 주목한다”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른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 형태다. 의미를 뜻하는 meaning과 드러낸다는 coming out의 합성어인 미닝아웃 소비는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이 기능과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한다면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다. 소비 행위를 신념 표출의 수단으로 삼는 거와 같다.언제부턴가 MZ 세대는 고가명품 브랜드업계에서도 큰손으로 등장했다. 가격을 올려도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가 되니 가격을 덧붙여 명품을 되파는 리셀러까지 나타났다.MZ세대에게 소비는 가치에 대한 투자 개념이다. 미래보다는 현재에, 가격보다는 취향을 먼저 따지는 세대다. 휴대폰,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그들에게 민주화와 산업화로 대표되는 정치 구호는 무의미하다.이미 잘사는 나라에 태어난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청년들이 어떻게 먹고 잘사느냐 하는 문제다.정치가 MZ세대에게 인기가 있으려면 MZ세대와 마음이 통할 수 있는 공감 능력부터 갖추는 것이 순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2-18

수사(修辭) 과잉의 나라

김규종 경북대 교수 늦게 시작한 겨울이 조금씩 겨울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겨울이 겨울답지 아니하여 온화하면 이듬해 농사와 어로(漁撈)에 애로가 생기기 마련이다. 차고 넘치는 벌레들의 향연과 은성(殷盛)한 축제도 그렇고 해양 생태계 역시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35세 청년 공자의 명언 ‘군군 신신 부부 자자’가 떠오른다. 제(齊) 경공(景公)이 정사(政事)에 관해 물었을 때 당대 최고 천재 중니(仲尼)의 답변이 그것이었다.일기 예보에 관한 일간지들의 협박성 보도를 보자. “일요일 ‘최강한파’ 닥친다…아침 체감기온 영하 21도.” 12월 18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과 체감온도는 각각 영하 14도와 영하 21도로 예보된다. 여기서 기자의 주안점은 ‘최강한파’다. 최강(最强)이란 말은 더는 강할 수 없다는 말이다. 기자의 머릿속에 자리한 최강의 한파가 영하 14도에 체감온도 21도라는 얘기다. 정말 그것이 지구와 대한민국의 최강한파인가?!1805년 출간된 현동 정동유의 ‘주영편’에 따르면, 그때까지 조선에는 쇠바늘이 없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글이 유씨(兪氏) 부인의 ‘조침문’이다. 청나라 사신으로 간 시삼촌에게 바늘을 얻어 27년을 쓰다가 바늘이 부러지는 바람에 애통한 심사를 수필로 풀어낸 것이 ‘조침문’이다. 사대부 집안 처자(妻子)야 청국의 쇠바늘을 얻어쓸 수 있었으나, 민초(民草) 아낙들은 대바늘로 옷과 이불을 꿰맸을 터 겨울의 우심(尤甚)한 추위를 어찌 견뎠을까?!4∼50년 전 서울 최저기온 14∼5도는 연례행사였다. 그 정도 추위는 당연했고, 석유-가스보일러 따위는 언감생심이었다. 문풍지 사이로 황소바람이 들이닥쳤고, 윗목에서는 아버지의 자리끼가 쩍쩍 얼어붙었다. 연탄 한두 장으로 하룻밤 나는 게 예사였고, 식전 댓바람에 세수할라치면 문고리가 손에 쩍쩍 달라붙었다. 그때 기자들은 ‘최강한파’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첨단의 창호와 난방으로 한겨울 실내온도 25∼6도에 딸기와 열대과일이 넘쳐나는 시절에 ‘최강한파’ 운운하니 기가 막힌다. 기후 온난화로 밋밋하고 맹숭맹숭한 겨울을 보내는 판국에 조금 내려간 기온을 두고 ‘최강한파’라고 호들갑 떤다. 여기에 맞장구치듯 날씨를 보도하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감기 조심해라, 건강 유의해라, 하면서 어린애 다루듯 시청자를 희롱한다.3주 연속 베를린의 최저기온이 영하 30도, 최고기온이 영하 18도였을 때 최강이라 과장한 도이칠란트 언론사를 본 적 없고, 최저기온 영하 20도인 흑룡강(黑龍江) 추위를 중국 기자들이 ‘최강한파’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 없다. 평상시 영하 40도 최저기온이 영하 28도로 올라가자 ‘따뜻한 겨울’이라 서운해하는 러시아인들의 표정은 환하고 밝았다. 고작 영하 14도 가지고 숱한 언론사 기자들이 합창하는 ‘최강한파’ 놀음에서 벗어났으면 한다.수사의 과잉은 언어의 과잉을 낳고, 언어의 과잉은 행동의 과잉을 낳는다. 필요 이상의 꾸밈과 언어와 행동은 사회 구성원들의 불화와 충돌을 초래한다. 적절한 기준선을 지키는 언어와 행동이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규준(規準)으로 자리했으면 한다.

202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