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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윤석열의 오판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국민의힘 윤석열호가 위기에 빠졌다. 경선 이후 한 달이 지났는 데도 원팀 선대위 구성이 지지부진하고 내부 잡음만 무성하다. 더 큰 문제는 선장을 맡은 윤 후보가 이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줄 모른 듯 보인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문고리 3인방’ 원성을 듣고도 외면하고, 당 대표가 당무를 거부한 채 연락을 끊어 후보 따로 대표 따로. ‘따로 국밥’신세다.중도와 2030세대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젊디 젊은 당 대표가 당무 거부를 정치적 승부수로 던졌다. 그 결과 2일 오전 열릴 예정이었던 선대위 두 번째 회의마저 취소됐다. 당 대표가 정식 일정을 전면 취소한 채 잠행하는 바람에 선대위 전체가 마비된 셈이다.사태의 전말을 들어보니 한 달 전에 잡힌 외교사절과의 면담일정에도 불구하고 하루 전날 충청권 유세 참석여부를 묻는 패싱 논란이 도화선이었다. 뒤이어 후보의 제의로 홍보미디어본부장을 맡았는 데, 뒤돌아서자 마자 막대한 홍보예산을 탐낸 행보라는 식의 음해성 뒷담화가 결정타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태의 발단은 당 대표를 적대시하고 배척하려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이중 플레이에 있다. 이준석 당 대표의 이유있는 당무거부에도 윤 후보는 “무리하게 연락않겠다”며 소극적인 반응이다.내년 3월 대선지형을 보면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유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대선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국민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좋아서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문재인 정부가 젊은 층 일자리를 만드는 데 실패했고, 부동산 값 폭등을 막지못해 내집마련 꿈을 포기하게 만든 실정 탓이다. 잘한 것 없는 정부여당이 정권 연장을 꾀하니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이 제1야당 후보에게 모여들었을 뿐이다.이 대표의 당무거부는 벌써 일부 청년 지지자들의 지지철회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20대 지지자 모임인 ‘팀 공정의 목소리’는 1일 “이준석 당 대표의 지위를 부정하며 ‘패싱’으로 일관하고 변화를 갈망해 모여든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사익만을 앞세워 각자가 챙겨갈 전리품 챙기기에 혈안”이라며 윤 후보 지지를 철회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중도층과 2030세대의 지지가 절실한 윤석열 후보에게는 뼈아픈 실점이다.당 주변에서는 오만과 불통으로 귀닫은 ‘이회창 대세론’의 실패를 거론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수 십차례의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하던 윤 후보가 이제 대선 본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뒤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불길하다. 해법은 윤 후보가 직접 나서서 수습하는 길뿐이다.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후보가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주고, 유권자를 설득하느냐에 달려있다. 젊은 당 대표 이준석을 설득못하면 어떻게 중도층·2030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2021-12-02

내 생애 최고의 사춘기를 위하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거리마다 가로펼침막이 전시회를 이루었다. 대부분이 수험생을 응원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상당수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정치인들이 불법으로 내건 것들이다.12년 무상교육을 마무리 짓는 시험! 오로지 이날을 위해 가장 빛나야 할 청소년 시기를 너무도 아프게 보낸 학생들! 과연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어떤 보상을 해 줄 수 있을까? 보상을 떠나서 올해 수능부터는 제발 불수능, 물수능과 같은 말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지난주부터 필자의 심장에 꽂힌 뉴스가 있다. 그것은 대학 순위 발표! 물론 해당 기관은 좋은 의도로 발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뉴스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수험생 자녀를 둔 지인은 대학 서열을 조장하는 짓을 왜 하느냐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대학 순위는 국내 순위, 아시아 순위, 세계 순위 등 다양하게 발표되었다. 국내 대학 중 세계 순위가 가장 높은 대학 순위는 129위였다. 이 수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순위다. 그 이유를 해당 기관에서는 “피인용 상위 논문·출판물 비율과 국제 공동연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기 때문이라고 하였다.필자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대학 순위가 아니다. 이 결과에 대해서는 대학교와 많은 교육 연구 기관에서 연구가 진행될 것이고, 비록 실효성 없는 해결책이지만 해결책도 제시될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고등학교 제자 이야기다. 이맘때만 되면 유독 더 생각난다.“세계 100위 안에도 못 드는 대학은 안 가겠습니다. 대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습니다.”이 말을 들었을 때 필자는 큰 충격에 빠졌다. 왜냐면 수도권 대학에 갈 성적도 되고, 그래서 당연히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당연함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알기에 필자는 더 이상 학생들에게 예전의 당연함을 강요하지 않는다.필자의 학교에서도 얼마 전 신입생을 위한 입학 전형이 있었다. 중학교에 무슨 입학 전형이 있느냐고 의아해하겠지만, 아주 엄정하게 입시가 진행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전형 방법은 서류 전형과 면접이며, 서류 전형의 핵심 문제는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이다.이 문제를 넣은 이유는 교육 수요자들의 생각을 직접 듣기 위해서다. 전형을 진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가면 갈수록 학교 안보다는 학교 밖에서 교육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정체된 학교 안과 변하려는 학교 밖! 그 차이 정도가 곧 공교육 붕괴의 속도와 비례한다면 너무 억지일까! 올해 단연 으뜸 답은 주문과도 같은 다음 말이다.“첫째 아이가 그랬습니다. ‘○○○중학교에서 내 생애 최고의 사춘기를 보냈다고….’”모든 수험생에게 이 주문을 꼭 전하고 싶다. 비록 지난날이 그렇지 못했다면, 앞으로 다가올 시간은 분명 자신의 생애에 최고의 날이 될 것이라고!

2021-12-01

잠을 자야 꿈을 꾸지

사람이 잠을 자는 시간은 하루 8시간 정도이다. 인생의 1/3이나 잠을 자는 셈이다. 백 년도 못 사는 유한한 삶에서 그만한 시간을 무의식으로 보낸다니, 낭비도 이러한 낭비가 없다. 잠만 없다면 얼마든지 인생을 즐길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고단한 우리네 인생에서 잠만큼 달콤한 것이 없다.우리말은 잠도 여러 갈래로 나누었다.때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나누고 깊이에 따라 나눈다. 모양에 따라 비유해 이름만으로도 잠자는 모습이 그려진다. 잠의 종류를 음미해보면 다시 느끼게 된다. 어느 언어가 이처럼 세밀하고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우리말의 표현력은 알면 알수록 놀랍다.개잠 : 개처럼 머리와 팔다리를 오그리고 옆으로 누워 자는 잠.겉잠 : 겉눈을 감고 자는 체하는 잠. 선잠.괭이잠 : 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면서 자는 잠. 노루잠.굳잠 : 아주 깊이 드는 잠. 귀잠.그루잠 :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 두벌잠.꾀잠 : 거짓으로 자는 체하는 잠.꿀잠 : 꿀맛처럼 달콤한 잠. 단잠.나비잠 : 어린아이가 반듯이 누워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낮잠 : 낮에 자는 잠.노루잠 : 자다가 자꾸 깨어 깊이 들지 못하는 잠. 괭이잠.늦잠 : 아침 늦게까지 자는 잠.단잠 : 깊이 달게 자는 잠. 곤하게 든 잠.도둑잠 : 자지 않아야 할 시간에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자는 잠.도적잠 : 자는 시간이나 곳이 아닌데, 사람의 눈을 피하여 살짝 자는 잠.돌꼇잠 : 누운 자리에서 빙빙 돌며 자는 잠.두벌잠 : 한 번 들었던 잠이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 개잠.등걸잠 : 옷을 입은 채 아무 데서나 나뒹구는 잠.말뚝잠 : 앉은 채로 자는 잠.발칫잠 : 다른 사람의 발치에서 자는 잠.발편잠 : 발을 죽 펴고 편안하게 자는 잠.밤잠 : 밤에 자는 잠.사로잠 : 마음을 놓지 못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자는 잠.새벽잠 : 새벽에 깊이 드는 잠. 아침잠.새우잠 : 새우처럼 모로 누워 몸을 구부리고 자는 잠. 시위잠.선잠 : 깊이 들지 않은 잠. 겉잠. 여윈잠. 수잠.속잠 : 깊이 든 잠.수잠 : 깊이 들지 않은 잠. 선잠. 여윈잠.시위잠 : 활시위 모양으로 웅크리고 자는 잠. 새우잠.아침잠 : 아침에 자는 잠. 새벽잠.안잠 : 남의 집에서 그 집 일을 해 주고 그 집에서 자는 일.여윈잠 : 깊이 들지 못한 잠.온잠 : 밤새 온전히 자는 잠.이승잠 : 병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줄곧 자는 잠.쪽잠 : 짧은 틈을 타서 불편하게 쪼그리고 잠깐 자는 잠.칼잠 : 비좁은 방에 여러 사람이 잘 때, 한쪽 어깨만 바닥에 대고 옆으로 길게 뻗어 자는 잠.풋잠 : 잠든 지 오래지 않아 깊이 들지 않은 잠.한뎃잠 : 한데서 자는 잠.한잠 : 한창 깊이 든 잠.헛잠 : 자는 체하는 잠.늘 불안한 노루처럼 자는 잠, 눈은 감고 귀는 살아 있어 고양이처럼 자는 잠, 자리가 비좁아서 모로 누운 칼처럼 자는 잠, 꼿꼿하게 박힌 말뚝처럼 앉아서 자는 잠,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등걸처럼 자는 잠, 실을 감고 푸는 돌꼇처럼 빙빙 돌며 자는 잠, 나비처럼 팔다리를 활짝 벌리고 자는 잠, 이처럼 우리말은 비유가 살아 있어 말만 들어도 어떻게 잤는지 알 수 있다.- 쟤는 얼마나 피곤한지 등걸잠을 자더라.- 노루잠을 잤어.- 쪽잠이라도 청하세.- 한뎃잠 잤더니 삭신이 쑤시네.잠은 때와 곳을 가리지 않는다. 때에 따라 새벽잠, 아침잠, 낮잠, 초저녁잠, 밤잠이다. 곳에 따라 집 밖에서 자면 한뎃잠, 바깥잠, 남의 발치에서 자면 발칫잠이다. 목적에 따라 속이려면 헛잠, 꾀잠, 시간에 따라 나누어 자면 쪽잠, 두벌잠, 토막잠, 깊이에 따라 괭이잠, 단잠, 꿀잠, 풋잠, 여윈잠이다. 말만 들어도 잠을 잘 잤는지 못 잤는지 알 수 있다.잠을 잘 여유가 많지 않은 세상이다. 잠을 줄이며 공부해야 하고 잠 안 자고 일해야 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모자라는 잠을 채우려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는데, 피로가 쌓였을 때 눈꺼풀은 역기보다 더 무겁다. 운전하다가 아주 가벼운 눈꺼풀조차 들어 올리지 못해 영원한 잠에 빠지기도 한다.잠은 삶을 건강하게 하는 생물학적 장치이다. 언제 어디서든 잠을 잘 수 있으면 좋겠다. 일상의 스위치를 끄고 눈을 감아야 꿈을 꿀 것이 아닌가. 인간은 꿈꾸는 동물이고 꿈을 먹고 사는 동물이므로. /수필가·문학평론가

2021-12-01

한판 승부 성공 방정식

장규열 한동대 교수 구도, 조직, 사람, 정책, 홍보, 여론, 시대정신. 선거를 앞두고 늘 고심하는 가닥들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치르는 한판승부에서 무엇이 승패를 가를 것인지 모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관심이 평균적으로 높은 우리는 누가 무엇을 잘 활용하여 최후 승리에 이를 것인지 궁금하다. 이른바 보수와 진보진영을 오가며 정권의 향배가 길을 찾는 이즈음에는 특히 선거전략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모두에게 흥미깊은 관전거리다. 백일도 안 남은 결전의 순간까지 양 진영은 치열한 수싸움에 집중할 터이다.미국 국무장관을 지냈던 콜린파월(Colin Powell)은 리더십에 대하여 말하면서, ‘조직은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한다. 계획이 무엇을 성취하지 않는다. 경영이론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성패는 어떤 사람이 일하느냐에 달려있다. 위대한 성공에 이르려면, 최고의 인재를 끌여들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특히, ‘조직구도와 직위명칭은 거의 무의미하다’고 선언하였다. 디지털과 온라인이 주도하는 지식경제에서 최고의 자산은 ‘사람’이다. 고정관념에 빠져 오래된 습관에 의지하면 정작 해야할 일에 집중하기 힘들고 자리다툼에 몰입하게 되어, 가장 중요한 사람을 놓치고 만다.정치권이 딱 그 모양이다. 대선판에서 후보가 물론 잘 해야 하지만, 그의 곁을 지키며 판을 이끌어갈 장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시대정신과 사회적 트렌드를 잘 짚으며 직전 선거에서 중요한 승리를 이끌었던 젊은 기수가 신음하고 있다. 실로 오래간만에 신선한 바람을 기대하였던 국민은 정치적 경향성을 떠나 그의 부침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가 이 가닥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든든하게 일어서기를 기대한다. 정치적 기득권이 옥죄는 모습에도 물러서지 않을 용기와 기백에 희망을 걸고싶다. 변화가 어려운 까닭은 익숙하고 편안한 방식을 답습하면서 새로움에 도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우리 정치는 말로만 변화를 외칠 뿐, 실제로는 ‘내일을 향한 변화’를 거부하는 게 아닌가.기억과 전통이 필요하기는 하다. 지나간 흔적 가운데 실수와 패착을 발견하고 진정한 혁신을 이어가기 위하여 돌아보아야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가 아닐까. 오래된 이름들과 식상한 직책들에 매달리는 오늘 저들의 모습은 비전과 꿈으로 펼쳐가야 할 우리의 내일과는 너무 먼 게 아닐까. 무엇을 바꾸겠다는 집단이 옛 모습만 끌어모으는 행태도 이해하기 힘들다. 구태와 암투의 그늘에서 힘들어하는 젊은 리더를 다시 불러와야 한다. 진영의 이쪽저쪽을 넘어 정치가 젊어져야 한다. 나이는 물론 생각이 맑고 신선해야 한다. 싱싱한 기운으로 가득해야 한다. 바라보는 국민이 안심하고 내일을 맡기려면, 그 내일을 닮은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어제의 습관만 반복하는 당신들의 오늘에 실망하는 중이다.돌아올 그가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새롭게 던질 돌직구와 변화구를 기대한다. 발상이 전환되고 상상력이 발동되는 대한민국 정치권을 회복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보고 있으니.

2021-12-01

Z세대 신조어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는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며 신조어를 만들어낸다. Z세대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온라인 활용에 능숙하고, 디지털 DNA를 기반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Z세대는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은 기본이고 틱톡, 트위치, 아프리카에서 트렌드를 선도한다.이들은 2000년대 초반 ‘즐’, ‘OTL’, ‘깜놀’, ‘갑툭튀’ 등을 채팅 용어로 썼으나 자연 도태됐다. 새로 등장한 Z세대 신조어로는 ‘어쩌라고’라는 뜻의 신조어로, ‘어쩔티비’가 대표적이다.‘어쩔티비~ 저쩔티비~’ 또는 ‘어쩔티비~ 어쩔냉장고~’ 식으로 쓴다.‘완내스’는 ‘완전 내 스타일이야’라는 뜻으로 음식, 장소, 사람 등이 마음에 들때 쓴다. ‘오저치고’는 ‘오늘 저녁 치킨고?’란 뜻이고, ‘반모’는 ‘반말 모드’의 줄임말이고, 반대인 ‘반말 모드 박탈’은 ‘반박’이다. 더 이상 반말 모드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킹리적 갓심’은 ‘합리적 의심’이란 말에다 ‘킹’과 ‘갓’을 붙여 구체적인 상황이나 사실에 기반해 매우 의심할 만한 상태를 가리킨다. ‘꾸민 듯 안 꾸민 듯’의 뜻인 ‘꾸안꾸’에 이어 ‘꾸꾸꾸’는 ‘꾸며도 꾸질 꾸질’이란 뜻이다. ‘자낳괴’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줄임말로 돈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알잘딱깔센’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를 줄인 말이다. ‘박박/나나/짜짜’는 각각 대박, 겁나(혹은 비속어 X나), 진짜를 두 번 반복한 말을 줄인 말이다. 갓(god)과 인생의 합성어인 ‘갓생’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삶을 말하고, ‘캘린더 박제’의 준말인 ‘캘박’은 일정을 캘린더에 저장한다는 뜻이다.Z세대의 신조어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 문화를 반영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01

허경영 현상

허경영 국가혁명당 20대 대통령 후보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특이한 대목을 마주할 수 있다. 취미는 평범한 등산이라 했지만 좋아하는 운동은 축지법과 공중부양이라 했다. 애창곡도 특이하게 은하철도 999라 했다. 보통의 생각과는 분명 다른 면이 엿보이는 부분들이다.그는 17대 대선 출마 때는 결혼수당 남녀 각 5천만원, UN본부 판문점 이전, 국회의원 출마 고시제 도입 등을 주장했고 국회의원 수도 1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지만 다소 황당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그가 예전에 발표한 공약의 일부가 20대 대선에 와서는 다른 후보의 벤치마킹이 된다는 이야기가 조금 나온다.그는 정치인이자 가수다. 폴리테이너로 불리기도 한다. 두 번의 대선에서 낙마하였지만 특이한 정치 공약을 내세운 탓에 다수 국민의 기억에 각인돼 있는 인물이다. 지난 4월에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도 출마했다. 이번 20대 대선에 나섬으로써 그는 대통령 선거만 세 번째 도전한다.이번에도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결혼하는 부부에게 3억원 지급,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1억원과 국민배당금 월 150만원 지급을 공약했다. 자신 공약이 포퓰리즘은 아니라 했다. 국회의원 수와 보좌관 수를 줄이고 대통령 월급도 없앤다고 했다.지난 24일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이 조사한 대선후보 가상대결에서 그는 4.7%의 지지를 받아 윤석열 후보(45.5%)와 이재명 후보(37.2%)에 이어 3위를 해 주목을 받았다. 황당하다고 했던 그의 공약이 이제와 먹혀드는 것일까. 허경영 현상이 지지율 변화로 이어갈지 궁금하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1-30

어떤 전화

김규종 경북대 교수 우리는 문명의 이기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집 안팎에는 인간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물건들이 자리한다. 그중에서 나는 가끔 전화기를 생각한다. 1980년대 초에 거금 20만원 넘게 들여서 구한 전화기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당시 사립대학 한 학기 등록금이 25만원 정도였으니, 전화기가 얼마나 비쌌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받은 전화번호는 아직 나의 비밀번호로 살아 남아있으니, 그 위력은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과 아들들로 인해 괴로웠던 어머니가 한시름 놓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전화기. 가정의 풍속도마저 바꾸어놓았던 전화기에 얽힌 일화를 누구나 하나쯤 기억하고 있을 터. 러시아의 계관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였던 알렉산드르 푸쉬킨이 1830년에 출간한 ‘벨킨 이야기’에 아픈 사연이 나온다. 순정파 처녀 마리아를 사랑한 사내 블라디미르가 도둑 결혼하려다 눈보라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이야기다.프랑스 감상주의 소설로 교육받은 마리아와 첫눈에 사랑에 빠진 귀족 청년 블라디미르. 그는 마리아의 집에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마을에 주례를 담당할 신부와 증인까지 구해놓는다. 하지만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눈보라로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다.소설을 읽으면서 ‘아, 전화기만 있었더라도 이런 불행은 피할 수 있었을 터인데’ 하며 구슬픈 심사를 금할 수 없었다.200년 전에 이런 사연이 어디 러시아에서만 있었겠는가?! 예기치 않게 걸려오는 반가운 소식부터 언짢고 슬픈 이야기까지 전화는 담담하게 사연을 이야기할 따름이다. 얼마 전 아픈 전화를 받았다. 재작년에 담도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면서 건강을 상당 정도로 회복한 친구에게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 듣자마자 속이 짠하고, 마음 한 자락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전남대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학교 안팎에서 아름답게 피어난 온갖 꽃과 풀을 사진으로 찍어 그에게 보내곤 했다. 다행히 2019∼20년 겨울은 포근했다. 눈 속에 빨갛게 피어난 장미 사진을 보내기도 했더랬다. 그런 마음이 통했는지, 그는 항암치료 없이 베트남에서 생산된 ‘개 구충제’만으로 2년 이상을 버텨왔다. 우리는 가까운 곳에서 기적이 실현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맑고 투명한 그의 웃음소리에 환호하곤 했다.그런데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모든 기쁨과 환희와 미래기획을 눌러버린 것이다. 아, 하는 짧은 탄식과 아픈 가슴 그리고 무거운 마음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의 가족과 학생들과 그가 기획한 미래가 스러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상념(傷念). 하지만 우리는 단념하지 않기로 한다. 2년도 넘게 버텨온 그의 생명력과 낙천성 그리고 강고한 긍정적 사유와 환한 웃음이 그를 반드시 살려내리라 믿는다.우리가 오늘 하루도 멋지게 살아갈 수 있음은 내일과 모레, 그리고 그 내일의 장밋빛 희망과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꿈과 기적 같은 미래가 그와 함께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2021-11-30

낙엽 이불

강길수 수필가 낙엽경기라도 벌어진 걸까. 높하늬바람이 내려 부는 아침, 출근길이 온통 낙엽축제다.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정신없이 하늘을 난다. 은행잎은 갈 곳 잃은 노랑나비들의 군무를 춘다. 멀리 커다란 느티나무는 어느새 앙상한 몸이다. 사시 푸를 것만 같던 벚나무도 옷을 거의 다 벗었다.시선이 나무 밑 잔디밭에 머문다. 샛노란 은행잎들이 매스게임이라도 하듯 정연하게 도열해있다. 말라가는 잔디이파리 사이사이에 은행잎이 들어있는 모습이 아늑하다.순간, 은행잎들이 작은 황금색 이불로 보였다. ‘내년 봄도 새싹을 돋구려면 겨울잠을 잘 자야 해….’ 은행나무가 잔디에 조곤조곤 일러주는 말이 귀를 일깨운다. 도로 가장자리나 가로수 아래 잔디밭과 화초밭, 학교나 공원 화단은 이미 두꺼운 이불이 내려앉아 겨울 채비를 한다.나도 나뭇잎 이불 같은 이불로 어린 시절을 살았다. 왕골자리 위에 깐 두툼한 무명 이불이다. 목화씨를 심고 가꾸어 딴 목화송이 솜을 어머니가 직접 타서, 일부는 무명 베를 짜고 나머지는 이불 솜으로 썼다. 어머니 손길이 닿지 않은 곳 없는, 온전한 자연산 이불이다. 그 이불을 덮고 우리 동기들은 잠자고 자라났다. 집에 화학섬유가 없던 때를 산 어린 시절이, 지금은 왜 그리도 소중하게 생각될까.어릴 적 산골 마을 사람들은 가난해도 행복했다 싶은 것은 웬일일까. 마음은 하늘, 산, 구름, 골짜기, 내, 들이 나타나고 나무, 풀, 곡식, 꽃, 잎, 열매들이 떠오른다. 가족 같던 이웃들, 소, 개, 돼지, 닭 같은 짐승들, 야생동물들과 양서류, 파충류, 곤충들도 생각난다.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길, 한 건물에 살면서도 남같이 사는 도시 사람들과는 너무 대비된다.약 반세기 전, 나라는 강력한 경제개발 정책을 추진했다. 그에 따른 시골 엑소더스 물결에 따라 나도 도회지로 떠나와 산다. 고등학교 때는 대도시에서 자취를 했다. 그때가 예비 엑소더스였으리라. 자취방에도 어머니의 목화이불은 함께했다. 머리맡에 둔 마실 물이 꽁꽁 얼어붙는 강추위도, 목화이불은 너끈히 이겨냈다.군에서 제대하고 직장 따라 공업도시로 왔다. 이불은 화학섬유 제품으로 바뀌었다. 자투리 화학 천들을 성글게 뜯어 솜 대용으로 써서 누빈 커다란 이불이다. 간편히 이불 반을 접어 요로 쓰고, 반은 덮었다. 어머니의 이불은 까마득하게 잊고 바삐 살았다. 세월 흐르는 줄도 잊은 체, 모두가 일에 매달렸다.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결혼하고 아이들 둘도 태어났다. 이불은 모두 화학제품으로 바뀌었다.나라 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정치 격변을 겪으면서도, 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일어섰다. 산업화 입국 반세기 여가 흐르는 동안, 지구촌도 많이 변했다. 기후변화, 환경재앙을 목전에 두게 되었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려다가 당하는 후과(後果)일까.컴퓨터 모니터에, 손주 또래 어린아이들이 낙엽 이불을 덮고 활짝 웃고 있다.

2021-11-30

나는 왜 술자리를 좋아했을까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사람들과의 술자리가 부쩍 줄어들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어느새 술 약속을 잡는 것마저 어색하게 느껴진다.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정책에 따라 많은 제한들이 사라졌지만, 심리적인 저항감 탓인지, 술 약속을 잡는 것은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하지만 술을 끊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서, 요즘엔 집에서 혼자 개인방송을 시청하며 마시곤 한다. 예전이라면 혼술 같은 건 상상도 못했었을 텐데, 코로나가 불러온 변화인 셈이다.나는 술자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대학에 다닐 때에도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것에 별다른 거리낌이 없었고, 처음 보는 학우들과 합석을 하는 것도 힘들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단체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주도하거나 어울리는 것에 꽤 최적화된 인간이었다. 술자리가 있다고만 하면 상대가 누가 됐든 찾아가고, 모르는 사람과 합석을 하게 되더라도 지루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쓰곤 했으니 말이다.지금은 그런 행동들이 너무나도 피곤하고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그땐 그런 자리 자체를 꽤 재밌게 받아들이기도 했었고, 왠지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어깨가 으쓱해지곤 했었다.하지만 내가 단체 술자리에 기를 쓰고 참석했던 건 단지 재미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술자리에 참석해 흥겹게 놀고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하면서 그 안에서 내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려고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람들을 재밌게 하는 사람이야, 나는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야, 나는 이 안의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야… 같은 느낌들을 무척이나 필요로 했던 것 같다. 그런 느낌마저 없으면, 내가 왠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으므로.그렇다보니 나는 술자리에서 내 진심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늘 상대방의 이야기에 휩쓸리기 일쑤였고, 나와는 별 관계도 없는 사람들의 험담을 하거나, 지킬 수 없는 약속에 사람들을 실망시킨 적도 많았다. 술김에 하는 말들이 늘 그렇듯이, 내 대답은 깊게 생각해서 나온 것들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매번 그 말들을 수습하느라 바삐 지냈고, 그걸 핑계로 또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술을 먹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했었다. 성글은 말과 어설픈 진심으로 나와 주변 사람들의 삶을 피곤하게만 만들었을 따름이다.사실 나는 외로웠던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인지 그런 자리에서라도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술에 취하고 기분에 취한 사람들은 늘 나를 추켜 세워줬고, 나는 그런 분위기에서 스스로가 뭐라도 된 양 굴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건 취기와 함께 사라지는 기분일 따름이었다. 술자리가 끝나고 남는 거라곤 늘 텅 빈 지갑과 피로감뿐이었다. 그래도 나는 다시금 술자리를 찾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술에 취해 흥겨워하는 사람들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 했다.그런 사람이었던지라, 코로나가 시작된 후 사람들과 술을 못 마시게 되었을 때 느낀 외로움은 상상보다 컸었다. 맨 정신의 사람들과 하는 대화는 어딘가 엉성하고 모자란 기분이 들었고, 왠지 모르게 다들 속내를 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어렵게만 느껴졌다. 어느새 나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진심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있었고, 사람들의 말조차 쉽사리 믿지 못하는 불신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사실 생각해보면 이건 어딘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 불러온 참사가 아닌가 싶다. 누구라도, 자신의 속마음을 쉽사리 털어놓지는 않는다. 정말로 속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술을 마셨는지 아닌지 따위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눈을 마주보고, 서로의 말에 담긴 진심을 헤아리는 건 술기운이 없이도 얼마든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왜 그렇게 술 취한 사람들의 말을 덥썩덥썩 믿곤 했던 걸까. 어쩌면 나에게는 누구라도 좋으니, 진심을 다해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나를 진심으로 믿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참으로 성글게 믿음을 구하며 살았었던 셈이구나 싶다.술이 아니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외로움을 해소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고, 그렇게 말하기에는 내가 상처를 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어떤 이에게 나는 단지 무례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에게는 내가 건방지거나 피곤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건 그 순간엔 도저히 알 수 없었던 일. 지나고 나서야 겨우 비로소 깨닫게 되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가 늘 할 수 있는 거라곤, 지금이라도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일 뿐이겠다.

2021-11-30

올바른 교실, 올바른 국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수행평가로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국가는 어떤 모습인지 기술하라’는 문제를 냈다. 조지오웰의 ‘1984’를 읽은 뒤에 그에 따른 자기 생각을 정리하라는 의도였다. 동시에 내가 완수하지 못한 질문에 대한 답을 아이들이 내어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아이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한참을 고민하다가 저마다의 답을 써 내려갔다.답안지를 찬찬히 살펴보니 자연스럽게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내가 너무나 가혹한 문제를 주었다는 자괴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비뚤게 써 내린 문장마다 나에 대한 원망과 함께 열여덟 인생의 고뇌가 묻어 있었다.대부분 비슷한 답을 내어놓았는데,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이다. 그러므로 국민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가가 올바른 국가이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웃음을 짓게 되는 재미있는 답도 꽤 있었다.‘인간에게 필요한 건 자유다. 국가는 국민의 자유를 통제한다. 그러니 국가는 차라리 사라지는 것이 낫다’는 입장부터 ‘국민의 삶에 국가가 너무 깊게 관여하게 되면 국민들은 화가 날 것이다. 여러 제도를 통하여 국민을 적당히 어르고 달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 ‘대한민국의 땅과 건물을 공평하게 나누어서 국민에게 재분배해야 한다. 그것이 완전한 평등을 이루는 길이다’는 입장도 있었다.나를 가장 즐겁게 했던 답은 이것이다.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는 사실 멀리 있지 않다는 이야기로 시작된 내용은 우리 주변에서 행해지는 억압과 검열에 관하여 설명한다. 여러 매체를 통하여 교묘하게 주입되고 있는 사상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이야기들은 얼마나 위험한가. 그러므로 국가의 역할은 국민이 세계를 의심할 수 있게끔 교육하는 것이다. 세계가 음모로 얼룩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기 소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 국민의 역할이며 그러한 국민을 양성하는 것이 올바른 국가라는 것이었다.학생의 답을 읽고 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교실을 둘러보았다. 볼펜을 딱딱거리며 문제집을 푸는 학생,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는 학생…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반짝거림을 뒤로 한 채 책상 앞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들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은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달려가는 역할이었고 나는 아이들이 시스템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 중이었다. 이것은 과연 올바른 교실의 모습인가.점심을 먹으며 선생님들과 한 인간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의 맹점과 그럭저럭 유지되는 허울 좋은 자율성, 의심이 말살된 상태에서 대입에만 매진하는 학생들이 과연 제대로 된 선택을 하고 있는가에 관한 의구심을 차례로 내던졌다.자연스럽게 다음 대선 이야기로 넘어갔다. 누구를 택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는 의문과 누가 되었든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냉소의 가운데에서 우리는 다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모르겠죠. 정말 모르겠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끝맺었다.올바른 교실 그리고 올바른 국가는 과연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 돌고 돌아 원론적인 이야기만 내어놓을 수밖에 없다.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적절한 배분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며 소통을 놓치지 않고 갈등을 비폭력적으로 해결하는 장치를 구축하는 일. 어느 정점에 도달했다고 하여 방심할 수 없이 시스템을 경계하고 긴장해야 하는 일. 이 모든 것은 너무나 이상적이며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어느 날 문득 세상에 내던져진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도출된 결론이 아주 형편없는 것이라도 스스로가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냉소와 허무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어차피 망한 세상에서 내 할 일만 하면 그만이다는 기조가 성행하는 가운데서도 나는 올바른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활자를 꺼내어 놓기를 원한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하염없는 과정이다.아직도 촌스럽게 유토피아적 열정을 가지고 있네. 누군가 그렇게 말해도 별수 없는 노릇이다. 그 어리석음이야말로 올바른 인간이 되기 위한 나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2021-11-30

공포의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

델타변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 중이어서 지구촌이 또 한 번 코로나 변종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보고된 변이 바이러스(B.1.1.529)를 ‘우려 변이(VOC·variant of concern)’로 지정하고, 그리스 알파벳 15번째 글자인 오미크론(ο)이란 이름을 붙였다.이 바이러스가 최초로 확인된 건 지난 달 9일 남아공에서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5번째로 지정된 우려 변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비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와 비교했을 때 약 50개 부분에서 변이가 확인됐다. 특히 인체와 결합하는 부위인 스파이크(S) 유전자 단백질에서 30개 이상의 변이가 확인됐으며, 감염 위험을 높이는 부분(D614G·N501Y·K417N 등)에서의 변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한때 이 바이러스는 PCR(유전자 증폭) 검사로 진단할 수 없다는 낭설이 번졌지만 사실과 다르다. 오미크론을 포함한 모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금의 진단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확진자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는 데엔 다소 시간이 걸린다.특정 유전체(4000여개)를 분석하는 유전체 분석에는 검체 확보 후 3일, 전장 유전체 분석(3만여개)에는 5일 가량이 걸린다. 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달도 채 안 돼 우려 변이로 지정돼 전염력이 얼마나 강한지, 중증도, 백신 효과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선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류가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가 주는 공포와 위협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29

‘일상의 회복’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

장욱현영주시장 코로나19라는 긴 터널 끝에 조금씩 빛이 보이고 있다. 1년 10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지속됐던 코로나19가 관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상회복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것이다.단계적 일상회복은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과 방역체계를 바꾸어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오랜 봉쇄에 지친 모두의 일상과 침체에 빠진 경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의료비 부담 등을 줄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그렇다면 사회경제적 대변혁의 시기를 맞아 지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영주시는 이에 현명하게 대응하기 위해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을 앞둔 지난 10월 영주시청 일자리 경제과, 문화예술과, 총무과, 보건소 등 일상회복과 밀접한 17개 부서를 경제민생, 문화복지, 행정안전, 방역의료 분야로 나누어 시민의 삶 곳곳을 살피는 일상회복 지원단을 만들었다.지원단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해소와 체력증진을 위한 심신치유 목적의 사업은 물론, 영주방문 활성화, 지역 소상공인 소득증대, 주민주도 네트워크 형성 등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지원시책 발굴에 집중했다.특히 ‘위기’는 우리 사회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드러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또한 제시해주었다.코로나19가 가져온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사회적 재난은 위기상황에서 서로 돕는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는 점이다.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영주지역 관광산업은 침체되었고 지역의 소상공인들 또한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어려운 중에도 영주시는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첨단베어링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 추진도 중앙선 복선전철을 비롯한 영주의 철도사업도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가치 있는 일이라 여겼기에 시민 모두가 포기하지 않았고 하나씩 해내고야 말았다. 착한 임대인 운동과 지역의 소상공인을 위한 영주사랑 상품권 사용 등 서로를 위해 힘을 모으면서 연대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이제 코로나19를 이겨내고 더 새롭고 규모 있는 영주의 내일을 만들어 갈 시간이다. 내년에 영주시는 대한민국 문화를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선비세상 개장’, 우리 지역의 자존심인 풍기인삼을 세계에 알리는 ‘2022 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 개최’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철도 교통망 구축도 도시재생사업도 힘을 내어 추진해야 한다.이제 코로나와 공존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일상이 시작됐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듯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일상회복은 그만큼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 방역과 백신, 경제와 민생이 조화를 이루고 자율 속에서 더욱 절제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기에 어려움과 위기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 하나하나가 더 값지고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일상회복은 결국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동안 잘 헤쳐왔듯이 성숙한 공동체 의식으로 힘을 모은다면 일상회복에서도 성공적 모델을 만들어 영주는 위기를 넘어 한계를 넘어 희망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2021-11-29

변화와 모색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올해도 이젠 달랑 한 달만 남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조마조마 위태위태 살얼음판 걷듯이 지내온 날들이 어느새 이다지 빨리 지나고 말았는지, 바람결 같은 세월의 흐름이 새삼 느껴진다. 들녘 길섶의 노란 야국(野菊)이 늦가을의 자락을 애써 잡는 듯해도, 서걱이는 몸짓으로 잔추(殘秋)를 배웅한 억새는 희디흰 손을 자꾸만 흔들어대고 있다. 늦은 가을이지만 늦지 않고, 또한 무엇이 거리낌이 있겠는가(晩秋不晩 又何妨)? 늦으면 늦은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그냥저냥 굴러가고 흘러가는 것이 세상의 시류가 아닐까 싶다.변화하는 일상들에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나날이다. 낯설고 물설은 일들이나 환경도 시간이 흐르고 하나씩 접하다 보면 조금씩 적응이 되고 달가운 모습으로 다가와, 어쩌면 당연한 듯 새로운 일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마치 꽃향기나 어물전의 생선냄새를 맡고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다 보면 그 향이 이미 자신의 몸 속에 들어와 잘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환경과 여건에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고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며 변화와 모색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리라. 천변만화하고 만상갱신(萬狀更新)하는 세상인데 어찌 변화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우리는 분명 많이 달라진 세상에 살고 있다. 언제부턴가 물을 사서 마시고 파란 하늘이 그리워지는 미세먼지에 시달리는가 하면, 희대의 감염병으로 온 지구촌이 신음하며 불안과 암울의 안개에 갇힌 채 살아가는 듯하다. 환경은 이렇게 시시때때 변화하기 마련이고 세상만사가 녹록치 않음을 일깨워주기에, 우리는 이런 때일수록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이변에 적극적이고 긴요한 자구책을 마련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위협과 위험은 늘 있어왔고 모험과 위기극복은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늘 함께 이겨 나가야 한다.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일상회복을 위한 ‘With 코로나’를 시행한지 한 달, 예견된 일이었지만 일일 신규 확진자가 4천명을 넘어서고 사망자, 위중증자가 역대 최다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생활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며 방역 전환의 인식과 필요성, 생업 다중시설의 제한 완화, 방역 패스, 재택치료, 사회 경제적인 효과 등 위드 코로나로 가는 여정의 평형점을 찾기에는 아직도 숱한 난항이 있어 보인다. 기대와 우려 속에 출발했지만 두려움과 고민을 떨쳐버릴 수 없는 난국이다. 기본적이고 치밀한 방역의 토대 위에 높은 백신 접종률, 그리고 국민들의 자율적인 참여와 굳건한 의지가 순조로운 위드 코로나 일상의 관건이 될 것이다.위험을 범하고 모험을 시도하면서 도전과 성취의 역사를 쌓아온 인류에게는 코로나19가 크나 큰 시련이고 고비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의 변화와 주변의 개인 방역, 안전하고 철저한 방역지침을 지키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단순히 예전의 일상을 회복하는 차원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더 나은 일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패턴을 정립해야 한다. 어쨌든 삶은 계속되고 앞으로 나아가길 원하기 때문이다.

2021-11-29

고대 와전(瓦塼)기술의 결정체 ‘치미’

고대사회의 지배층은 권위를 드높이기 위해 신전을 비롯한 궁궐과 사원을 지었고 건물의 지붕은 기와를 덮어 마감하였다. 그리고 용마루의 양쪽 끝에는 장식기와인 치미(鴟尾)가 올려졌다. 기와는 방수성과 방화성, 그리고 방한성이나 내구성 등의 기능 외에도 목조건물의 경관을 돋보이게 하는 미관성과 길상과 벽사를 의미하는 상징성 등을 지니고 있다.용마루의 양쪽 끝에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아 있는 치미는 용마루의 미관을 강조하며 사악한 기운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벽사(辟邪)적 역할을 하였다. 중심 건물에만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치미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형태와 문양이 달라, 유적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자료다. 국가, 지역 혹은 시대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발전하였기에 당시 시대상과 사회상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일반기와보다 대형이므로 제작이 어려워 숙련된 장인들의 고차원적인 기술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치미는 당시의 건축술과 공예수준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치미의 기원에 대해서는 중국의 사료에 치미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기록들이 보이고 있고, 한대(漢代)의 화상석, 벽화, 석관 등에 고대 치미와 유사한 형태의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늦어도 중국의 한대 이후에는 건축물의 용마루 끝을 장식하는 건축의장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중국으로부터 선진문물을 수용해여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우리나라에서는 4세기 고구려고분벽화에서 치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357년의 묵서명이 있는 안악3호분에 치미가 묘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4세기 중엽 전부터 치미를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4세기경에 고구려에서 제작하기 시작한 치미는 6세기경에 백제와 신라까지 파급되어 지역에 따른 독자적인 양식으로 발전했다. 이후 통일신라시대에는 중국의 당(唐)과 고구려, 백제의 영향을 받아 문양과 기종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며, 일부 지역에선 이런 형태가 고려시대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치미의 제작은 일반기와의 제작보다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의 소성물(燒成物)이다 보니 재료(점토)의 성질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가마에 구워낼 때 자유롭게 불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형태를 온전히 유지하여 완성하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고 이를 발판삼아 더욱 발전된 기술을 터득하였을 것이다. 경주 황복사지에서 출토된 치미와 같이 외면에 녹유가 발려진 치미의 제작을 위해서는 기와를 제작하는 집단뿐만 아닌 유약을 제작하는 집단과의 협업도 필요할 것이다. 당시 최고의 기술간 협업을 통하여 치미가 만들어지고 건물의 지붕에 설치되었을 것이다.치미의 제작과정은 일반기와의 제작과정과 마찬가지로 성형→건조→소성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치미의 성형을 일어나는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 세분하면, 첫 번째 작업은 뼈대를 형성하는 공정으로 일정한 두께의 점토를 테쌓기하여 전체 틀을 구성하게 된다. 두 번째 작업은 갖추어진 뼈대에 각 부위별로 양감을 표현하며 형체를 형성하게 되는 공정. 세 번째 작업은 형체가 갖추어진 치미의 내외면을 전면적으로 정면 처리하여 다듬는 공정이며,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문양을 표현하여 치미를 장식하게 되는 공정이다. 성형작업 후 치미는 건조과정을 거친 후 가마에서 소성해 완성된다.요즘 과거의 문화재 제작기술을 파악하기 위해 과학적인 분석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치미와 같이 흙으로 제작한 문화재를 분석하는 경우, 문화재 내부 구조 파악을 위해 X-선 투과분석과 X-선 CT 분석법을 문화재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을 파악하기 위해 형광 X선 분석법, ICP 분석법 등을 이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X선 회절분석법, 주사전자현미경분석법, 열 분석법 등을 분석에 이용한다. 최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는 분황사·사천왕사지·인왕동사지 등 경주지역에서 출토된 8세기대 치미의 제작기술을 파악하기 위해 과학적인 분석을 이용한 바 있다. 내부 구조 파악을 위한 X-선 투과분석과 소성 온도를 파악하기 위해 X선 회절분석 및 열분석 등을 하였다. 분석 결과 점토를 테쌓기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가마에서 570~900℃ 사이의 소성온도를 경험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도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 치미는 용마루의 양쪽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꼬리를 치켜든 새의 형상과 같기도 하고 물고기의 형상 같기도 하다. 치미의 모습에 대해서는 세 가지 의견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후한대(後漢代)의 화상석이나 건축명기의 용마루 양쪽에 올려진 상상의 새 봉황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치미의 모습으로 변해갔다고 보는 것이다. 즉, 치미라는 명칭이 새의 꼬리 인 것에 중점을 둔 것이다. 두 번째는 후한대 역사서 ‘오월춘추(吳越春秋)’의 기록에 주목하여, 소성의 남문 양쪽에 올려진 용의 뿔을 닮은 반우(反羽), 즉 물고기의 모습을 띤 예묘(鯢鱙·범고래)가 치미의 형상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고대 인도에서 전래된 상상의 물고기 마카라(摩伽羅·MaKara)의 모습이 치미라는 것이다. 마카라는 고대 인도신화 속의 해중괴수로 당나라에서 출토되는 마카라 무늬와 치미가 닮았기 때문에, 치미가 이 마카라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치미의 형상은 대부분 전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 형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치미는 길상(吉祥)·벽사(辟邪)·장엄(莊嚴)의 용도로 제작되어 건물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기이한 형태를 띠고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 위치하여 가장 먼저 하늘의 소리를 듣고 사람들을 지켜주길 바라는 고대인의 간절한 바람이 치미 제작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하여 본다.

2021-11-29

우리가 서로 멀어지고 있는 속도는 초속 몇 미터일까

한때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으로만 간주되었던 과학기술의 영역이 어느 샌가 알아챌 수도 없는 사이, 우리와 가까운 거리로 성큼 다가와 버렸다. 생각해 보면, 모든 변화란 그렇게 다가오게 마련이다. 저 멀리 보일 때는 아직은 실현되기에는 한 없이 먼 아련한 꿈만 같다가, 변화를 눈치 챌 쯤에는 어느새 주위를 가득 채워버려서 마치 처음부터 당연했던 것처럼 생각된다. 아직은 소설이나 영화 속 환상에 불과하리라고 생각했던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의 기술들이 단지 기호가 아니라 하나 둘 실현되어 인간에게 실질적으로 유용한 도구가 되고, 우주를 오가는 일 같은 것도 가시화 되는 것을 보면, 문득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사실, 이미 우리는 기존의 세계와는 다르게 과학 기술에 의해 새롭게 구조된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대학에서 과학이나 공학 수업은 몇몇 관심 있는 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필수적인 교양이 되고 있으며, 가장 인간적인 사유에 바탕을 둔 언어, 문학, 예술 등에 바탕을 둔 인문학의 개념은 점차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를 그 바탕에 두는 방향으로 변동해 나갈 것이다. 예의 그렇듯이,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의 속도로 변화는 우리 주변의 공기를 가득 채운다.최근 과학소설의 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불과 조금 전 SF, 즉 ‘사이언스픽션’이라는 특별한 장르로, 과학기술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을 중심으로만 조금씩 읽히고 있던 과학소설은 지금 새롭게 진화하여 널리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배명훈, 김보영, 김초엽 등 단지 SF라는 장르문학의 작가로서만이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는 점이 지금 과학소설 붐의 가장 흥미로운 점일 것이다. 과연 우리가 과학소설을 좀 더 많이 읽게 된 것은 우리가 어느새 과학기술에 익숙해져서일까, 새로운 주제를 다룬 소설들이 등장해서일까.지금까지의 과학소설은 물론 폭넓은 외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대개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술이 실현된 미래상을 보여주는 데 주력해왔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것이 유토피아가 되었건, 디스토피아가 되었건, 과학소설에 드러난 도래할 미래는 독자에게는 선명한 스펙터클로 작동하면서 환상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아이작 아시모프나 필립 K. 딕 등이 보여주었던 미래의 풍경은 고스란히 영화로 재현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소설을 쓸 당시에는 안드로이드나 홀로그램, 행성 간 여행 등의 아이디어는 구체화되었을 뿐인 순수 아이디어였을지도 모르지만, CG나 모션캡쳐 등이 가능한 영화 예술에서 그 과학기술이 보여주는 미래상은 시각적으로 재현될 수 있다. 대개 과학소설의 독자가 갖게 마련인 과학기술이 구현한 미래 풍경에 대한 환상은 그렇게 촉발된다.어쩌면 과거의 SF와 지금 나와 일반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는 과학소설들이 갖는 중요한 차이는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사이언스픽션이 신기한 미래의 풍경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그러한 세계가 점차 도래하고 있는 와중에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들에 주목하는 것이다. 기계의 단순한 알고리즘과 반복의 단위들, 그리고 복잡성에 기반을 둔 학습가능한 체계로서 기계를 규정할 때, 인간을 바라보는 자리는 새롭게 마련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이 노멀이 아닌 기계와 공존하는 새로운 노멀을 살아가고 있는 와중인 셈이다. 우리의 관계가 서로 멀어지고 있는 속도는 초속 몇 미터일까. 이것이 단지 문학적 비유가 아닌 세계 속에서 요즘 과학소설은 읽히고 있는 것이다./홍익대 교수

2021-11-29

무릎 관절질환, 운동이 약이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 우리나라 50대 이상 성인의 절반이 앓고 있다는 관절염은 암에 이어 두 번째로 미래에 발병이 염려되는 질환이다. 관절염은 60세 이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손꼽히는데, 우리 주변에서도 무릎 통증으로 재대로 걷지 못하거나 아침저녁으로 관절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은 관절이 불편하거나 통증이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 곧 나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65세 이상의 경우 나이가 들어 생기는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특히 무릎 관절질환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통증이 극심해져야 병원을 찾는다. 연골에는 신경세포가 없어 손상되어도 통증을 느낄 수 없고, 혈관이 없어 스스로 자가 재생과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관절염은 조기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신체의 고통에다 우울증 등 2차적인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를 통해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과 신체활동력을 개선하는 것은 노년기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노화는 다리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나이가 들면서 다리 근육은 급속히 약해진다. 60세 때 팔꿈치를 굽히는 힘은 평균 67%, 70세가 되면 60%로 낮아진다. 그런데 무릎을 쭉 펴는 힘은 60세에 55%, 70세에는 절반 이하인 40%가 된다. 고관절을 구부리는 힘도 60세에 60%, 70세에는 40%로 떨어진다.이처럼 나이가 들수록 상체에 비해 하체의 근력 저하는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하체 근력이 약해지면 무릎이 쉽게 손상되고 생각처럼 잘 걸을 수도 없게 된다. 그래서 평생 동안 자신의 다리로 마음대로 걷기 위해서는 운동으로 하반신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평일에 운동을 하지 않다가 주말에 몰아서 하고 나면 무릎에서 걸리는 소리가 나거나, 계단을 내려올 때 무언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고, 가끔 조깅을 할 때에도 어느 동작에서는 무릎 속이 바늘로 찌르듯 아프다면 반월상 연골판 손상일 가능성이 높다.반월상 연골판은 비틀림 방지와 충격 흡수를 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 연골판이 약간 찢어진 것을 의심할 수 있다. 일단은 병원에서 MRI 등 정밀검사를 통해 운동가능 여부, 시기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릎 꿇기 자세나 점핑동작, 구기운동은 연골판 손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체중을 싣지 않은 운동이 바람직한데, 실내 자전거타기, 미니 스쿼트 등 간단한 대퇴 근력운동과 운동 전후에 허벅지 스트레칭으로 근육의 위축을 예방하는 운동처방이 권장된다.평소 운동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언제부터인가 무릎에 물이 차더니 점점 차는 횟수가 잦다면 십자인대의 부분파열이나 반월상 연골판 손상, 연골염 등을 의심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은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통해 받아야겠지만 이런 증상이 있을 때에도 반드시 운동재활은 해야 한다.무릎통증이 동반할 경우 우선 통증 부위에 매일 2회, 20분씩 얼음찜질이 필요하다. 무릎, 아킬레스, 햄스트링 스트레칭 등 유연성운동과 눕거나 의자에 앉아 ‘무릎 펴고 다리 들기’, ‘무릎 밑 베개 짜기’, ‘무릎 사이 베개 짜기’ 등 근력운동이 효과적이다. 런닝, 등산, 구기 종목은 일단 피하고 통증이 없어지면 걷기부터 시작하여 운동 시간, 운동 강도 등 운동량을 점차적으로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출산 이후 앉았다가 일어서려고 하면 무릎부위에 통증이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 때문에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 지난 후에야 일어날 수 있다면, 체중과다로 인한 관절염 초기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체중과다와 근력저하로 인하여 관절주변 구조물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왔으며, 그로 인한 관절염이 되어가는 과정이다.이러한 경우에는 병원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진단되기 때문에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감량을 하는 것이 적절한 처방일 것이다.운동방법은 대퇴전후부 스트레칭 등 유연성운동과 걷기, 자전거타기 등 유산소운동과 계단오르내리기, 미니 스쿼트 등 근력운동을 조합해서 하는 복합운동이 적합하다. 운동시간은 최소 50분부터 최대 2시간까지 점차적으로 증가시키고, 운동빈도는 주 3회부터 시작해서 익숙해지면 5회로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다.나이를 먹었다고 운동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 특히 노약자나 고령자의 경우 다리와 허리를 다치지 않도록 바닥에 눕거나 의자에 앉아서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지며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반신의 근력운동을 꾸준히 실시하면 틀림없이 근력이 향상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요즘처럼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김장철이 되면 무릎 관절질환이 급증하게 된다. 무릎 관절질환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관리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못된 생활습관, 운동부족 등으로 인한 무릎관절의 변형은 통증의 원인이 되지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근육을 잘 단련하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2021-11-28

농촌 인력수급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승율 청도군수 인간의 힘, 인력은 고대부터 귀중했던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씨족이 생겨나고 국가로까지 발전하고 각종 문명이 탄생했다. 농경사회와 산업화사회에서 인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이었다. 하지만 기계가 인간의 힘을 대체하며 어느 날부터 인력에 대한 대접이 소홀해지고 가치관의 변화를 불러왔지만, 아직도 인력은 곳곳에서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농촌지역은 인력이 없다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농촌도시인 청도처럼 농업과 관련된 산업이 주축인 지자체는 영농을 지원할 인력을 찾고 공급하는 문제가 행정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중요하다. 코로나19 시대를 경험하며 인력의 소중함을 더 절실하게 깨달았다.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내일에 어떤 문제로, 어려움으로 사람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지 모르지만 여러 상황을 가정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자치단체장의 몫일 것이다.“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의 인력수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을 고민하며 청도군은 귀농과 귀촌 정책을 활성화하고 농촌일자리지원센터를 통해 이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하고 있다.군은 귀농귀촌 정책의 체계적인 구축을 위해 지난해 귀농귀촌담당부서를 설치하고 올해 경북 1호로 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를 설치했다.이를 통해 지원사업과 귀농인 농가주택수리비지원, 정착장려금, 농촌 미리 살아보기 등으로 귀농 적응과 귀촌을 유도해 지난 10월 말까지 청도로 귀농귀촌 가구가 632가구에 이르는 등 귀농귀촌 1번지를 실현해 가고 있다. 지난해에도 553가구가 지역으로 귀농귀촌했다.경북 1호로 지정된 청도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는 귀농귀촌을 망설이는 도시민에게 농촌생활을 체득할 수 있는 주말농장, 도시청년 농장주 육성 프로젝트 등을 지원하고 귀농귀촌인 재능기부행사 등을 기획해 지역민과 쉽게 동화되며 젊은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3년까지 귀농인과 농민의 안정적인 소득을 위한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100억원을 조성하는 것도 청도의 자랑으로 도시의 젊은 층이 귀농하고 싶은 지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협약 공모사업선정으로 2026년까지 마을 단위 맞춤형 생활개선사업과 문화 생태관광 활성화, 귀농귀촌 청년 역량강화사업이 진행되면 지금보다 훨씬 젊은 청도로 변해 있을 것이다.지난해까지 청도농협에 위탁 운영하던 농촌일자리지원센터를 농촌일손 부족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자 군에서 직영하고 있다. 1층 사무실을 마련하고 전담 인력을 배치해 일손이 필요한 농민과 구직자를 연결하며 자원봉사자 관리로 적재적소에 인력을 제공하고 있다.그 결과 지난해 농촌일자리지원센터를 1천453 농가가 이용했지만 지난 10월 말까지 2천280 농가로 확대되고 참여자도 7천329명에서 1만2천552명(10월 말 기준)으로 대폭 증가했다.청도군은 인력 수송 경비와 농가 현장 교육비를 지원해 농가의 경비 부담을 줄이고 자원봉사자에게는 도시락과 장갑 등을 지원해 많은 사람이 자원봉사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풍각면과 1사 1촌 자매결연을 한 경산의 (주)아진산업의 임직원 300여 명이 취약농가를 찾아 양파 수확을 돕기도 했다.많은 사람의 노력 덕분에 감사하게도 지난달에는 농협중앙회가 수여하는 제1회 귀농 활성화 선도인상을 받기도 했다.농업생산이 주를 이루는 자치단체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큰 상을 받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농촌지역의 일손 부족 해결은 정확한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다. 청도군이 비록 귀촌귀농담당 설치와 농촌일자리지원센터를 통한 인력확보로 농가에 수혜를 제공하고 있지만, 여기에 정주하지 않고 다양한 시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또 다양한 방범으로 인력을 지원하는 지자체들의 모범 사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열린 마음과 행정으로 안주하지 않겠다.농촌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시책마련과 함께 농사로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군정을 펼치고 빈번한 자연재해와 농산물 가격하락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농가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021-11-28

노을 맛집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붉게 물들어 타는 저녁놀~.” 1984년 어린이날 MBC동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우리에게 다가온 ‘노을’이다. 아이들이나 부르던 동요가 전국 길거리에서 울려 퍼지도록 유행한 것은 이 곡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싶다. 노을 하면 바로 노랫말이 저절로 입안에 맴돈다.내가 사는 포항은 일출로 유명하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첫해를 보겠다고 호미곶 근처에 방을 잡고 새벽잠을 포기하며 마중을 한다. 그 틈에 한 번도 낀 적이 없는 이유는 일출보다는 저녁밥 짓는 연기 낮게 깔릴 때 서쪽 하늘 보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서나 노을을 볼 수 있는 서해까지 낙조를 보러 가는 일은 먼 거리라 큰맘을 먹어야 가능하다. 그보다는 우리 동네 노을을 찾아보기로 했다. 도시 숲에서 석양은 좁고 길게 보인다. 고층 아파트 동과 동 사이로 또 우리 집 뒷베란다 창살 사이로 가끔 핑크빛 노을이 걸린다. 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보려고 하면 그새 어둠이 깔리고 만다. 순식간에 건물 사이로 사라지는 빛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간차 공격이다.일몰 담당인 서해는 어디로나 해가 떨어지지만 동해는 일출 담당이라 노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서쪽으로 해가 지는 곳이 어디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호미곶이 떠올랐다. 삐죽이 튀어나온 곶 끄트머리에서 움푹 들어간 영일만 안쪽을 바라보면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거라 짐작했다.일몰 시간을 알아보니 5시 9분이다. 여름보다 두 시간 이상 짧아졌으니 4시에 집을 나섰다. 호미곶 중에 둘레길을 걸으며 노을을 보기 좋은 동네로 향했다. 도구에서부터 바다를 옆에 끼고 구불구불 달리다 보면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이 나온다. 공원 일월대에 올라 옆으로 비껴보는 낙조도 볼만하다. 정면이 아니라 난간에 서서 시내를 향해 몸을 돌리면 구름에 반사된 노을을 날이 좋은 날에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차를 더 달려 대동배 2리 마을회관 앞에 차를 세웠다.해파랑길 15코스 중에 이 동네가 노을 맛집이다. 구룡포 쪽으로 둘레길 따라 걷다 보면 저 데크 끝에 큰 바위가 우뚝 섰다. 멀리서 보니 사람의 옆 모습을 닮았다. 툭 튀어나온 매부리코에 굳게 다문 입, 눈썹 자리 즈음에 작은 소나무가 자란 것이 모아이 상이라 입간판에 이름 붙여질 만한 바위다. 가까이 가니 모아이 상은 사라지고 그냥 절벽이다. 다시 뒷걸음치며 보니 얼굴 형체가 서서히 나타나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건너편으로 해가 지는 걸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우리도 여기서 노을을 보기로 했다. 가만히 앉아 마음을 기울이니 파도 소리에 맞춰 하늘도 점점 붉게 물드는 소리가 들렸다. 일렁이는 바다에 바위섬 몇 개, 그 뒤로 먼 산이 지평선을 낮게 오르내리며 그려놓았다. 그 위에 동그란 해가 막 내려앉으려 주춤주춤거렸다. 마지막 남은 해의 힘이 어찌나 센지 빠알간 색이 파도 위에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그 사이로 갈매기가 한 줄 시를 쓰며 가른다.노을은 바라보기에 좋은 그림이다. 시간이 자연에 걸어놓은 걸작이다. 하지만 노을도 바라보지 않으면 가까운 곳에 전시회를 찾지 않아 놓친 거나 매한가지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 저렇게 붉은 노을도 언제나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착각이다. 비슷한 시간에 며칠을 찾아갔어도 그 시각에 구름이 덮여 파도 위 해그림자는 볼 수 없었다. 첫날만치 감동적이지 않았다. 조금씩 흐리고 조금씩 덜 붉었다.아쉬운 마음에 한참을 카메라에 담다 보니 해가 산 너머로 꼴깍 넘어 가버렸다. 노을이 가장 좋은 시간은 그다음에 찾아왔다. 사위가 어슴푸레해지며 하늘과 바다가 점점 더 붉게 물들었다. 해가 사라진 자리에 붉은 부스러기들이 하늘과 바다에 가득 흩뿌려져 세상이 오로지 붉은색 하나였다. 바라보던 친구들 얼굴도 수줍게 붉어졌다. 친구들 눈 속에 명화가 내걸렸다. /김순희(수필가)

2021-11-28

코로나 시대의 해외여행

윤영대 수필가 지난주 딸의 안내로 우리 부부는 지난봄부터 코로나가 줄어들기를 바라며 꿈꾸어 왔던 하와이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2년째 발이 묶여있었는데 다행히 위드 코로나를 맞아 자가격리 면제조건이 완화되었기에 비행기를 탄 것이다. 해외여행을 위해서는 필히 백신 접종 완료와 PCR 검사결과가 음성이어야 한다.최근 자가격리 면제가 가능한 국가로서 몰디브, 괌, 사이판, 싱가포르 등이 떠오르고 몇몇 곳은 관광 상품이 매진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하와이는 11월 초 제한이 많이 풀리면서 출국 72시간 내 PCR 음성판정을 받으면 격리 없이 입국이 가능하고 귀국할 때에도 음성이면 자가격리가 면제다. 우리 가족은 다행히 모두 백신접종 완료자여서 여행 하루 전날 서울 중부보건소로 가서 PCR검사를 하고 다음 날 ‘음성 증명서’를 받아냈다. 그리고 ESTA(전자여행허가서)도 발급받고 또 쿠버(COOV)라는 ‘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 증명서’ 앱도 깔았다. 이것은 해외에서 통용 가능한 글로벌 표준의 ‘백신 여권’이라는 앱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또 11월 8일 전까지만 해도 PCR증명서는 하와이주 당국과 업무협약을 맺은 대형병원에서 12만~13만 원의 검사비가 필요했지만 우리는 서울 중부보건소에서 무료로 검사하고 영문 증명서까지 받은 것이다. 또 세이프 트래블 신청서 작성도 필요가 없어졌다. 이러한 것들을 딸이 하나하나 해결해주었지만 스마트폰을 활용한 전자시스템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여행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들뜬 마음으로 도착한 인천공항은 텅 비어 있고 면세점도 닫혀있어 쓸쓸했다. 티켓도 자동발권기로 받고 기내에 들어갔더니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고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이렇게 어려운 절차를 해결할 수 있는 세대이리라. 승객은 80% 정도이고 승무원들도 모두 비닐 옷을 걸치고 있다. 그러나 도착한 호놀룰루 공항은 조금 활기가 있었다. 하와이는 여름 날씨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고 유명 맛집은 북적대었다. 열흘간 렌터카를 빌려 복잡한 곳은 가능한 피해 다녔고 11월이라 축제도 거의 없고 해서 와이키키 해변에서 수영하며 즐긴 반나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3개의 큰 섬을 이동하면서 관광은 잘하였지만 내내 코로나가 걱정되었다. 귀국하기 이틀 전 PCR검사를 또 해야 했기에 휴대폰으로 우리의 보건소와 같은 검사소를, 그것도 무료인 곳을 찾아내어 검사받고, 다음날 이메일로 증명서를 받아서 프린트도 직접 했다. 인터넷으로 증명서를 신청하고 무료검사에 국제증명서까지 가능한 우리나라 의료검진 시스템이 참으로 고맙다.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들어오니 마음은 놓였지만 QR코드를 찍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복잡한 절차가 있었다. 또 도착 1일 이내에 PCR검사를 해야 한다기에 일찍 포항에 내려와 북구보건소로 가서 검사했더니 다음 날 아침 ‘음성’이란 문자가 뜬다. ‘이제 자유다.’ 했으나 또 2차 검사 통보가 와서 했다. 코로나가 덮친 세상을 돌아다니기가 참 어렵다.

2021-11-28

개천용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공한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개천처럼 작은 물고기만 사는 곳에서 용이 난다는 것이니 보통사람이 생각하기에 불가능한 일을 해낸 성공한 사람이란 뜻이다. 자수성가(自手成家)와 비슷하다.개천용의 대명사처럼 여겼던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로스쿨이 생기자 일각에서는 개천용이 사라지게 됐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어려서부터 좋은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은 부유한 집 자녀에게 유리한 제도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직도 빈익빈 부익부 측면에서 로스쿨을 바라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부모찬스 전면 폐지의 명분으로 수시폐지와 사법시험 부활을 청년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국사태 이후 더욱 부각된 우리 사회의 불공정 문제를 이슈로 삼은 것이다.개천용 불평등지수를 처음 개발한 서울대 주병기 교수가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발간 브리프에서 ‘대학입시 성과에 나타난 교육기회 불평등과 대입전형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해 화제다. 주 교수는 논문에서 “출신 환경이 좋지 않으면 타고난 잠재력과 노력에도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확률이 적어도 70%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했다. 주 교수는 “명문대일수록 계층간 격차가 컸고 특히 수시전형에서 출신지역간, 가구환경간 기회 불평등도가 높았다”고 주장했다.사회학에서 말하는 사회이동이란 사회적 불평등 체계 안에서 개인이나 집단의 서열이 달라지는 현상이다. 과거 소득수준이 낮아도 노력에 따라 충분히 계층이동이 가능했던 것이 지금은 그 가능성이 극히 낮아졌다는 것을 말하는 연구결과다. 우리 사회 기회 불균형이 악화된다는 것은 사회의 폐쇄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후진적 현상이라 안타깝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1-28

‘국민의힘 안녕한가’라고 묻고 있다

심충택 논설위원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하던 중 당 대변인으로 선발된 국민의힘 임승호 대변인이 지난주 당의 선대위 인사와 관련 “정말 지금 저희 당의 상황이 안녕한 것인가. 매일 선대위 명단에 오르내리는 분들의 이름이 어떤 신선함과 감동을 주고 있나”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솔직히 요즘 당 상황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활력이 넘쳐나던 신선한 엔진이 꺼져가는 느낌”이라고 했다.국민의힘 지지자 중에는 임 대변인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준석이라는 젊은 정치인이 당 대표로 당선되면서 활기찼던 국민의힘의 신선한 엔진동력이 꺼져가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준석 대표의 등장으로 새롭고 건강한 바람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과거 ‘낡은 정당’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오는 12월 6일 출범을 앞두고 이상기류에 휩싸인 윤석열 대선후보 선대위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선대위 총괄위원장으로 내정됐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특유의 벼랑끝 전술을 펴면서 윤 후보의 리더십을 흔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윤 후보의 끈질긴 구애에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당과 선대위를 흔들고 있다. 당내에서는 “빼고 가자”는 견해도 있는 모양인데, 충분히 나올 만한 소리다.지난주에는 더불어민주당 핵심인사들이 김 전 위원장을 만나 국민의힘 선대위 참여를 만류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민주당 인사들이 야당의 선거사령탑으로 거론되는 인물을 만나 ‘거기 가면 안된다’는 식의 무례한 태도를 보인 것은 순전히 김 전 위원장의 처신 때문이다. 노련한 정객인 김 전 위원장이 자신의 최근 행태가 야당과 윤 후보 리더십에 얼마나 큰 상처를 줄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혼란한 시국에 우리 국민이 정치 신인 윤석열을 야당 대선 후보로 뽑은 것은 새롭고 건강한 정치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국가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강력하게 실천해 달라는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집권 후의 국가운영 로드맵을 고려해 구성하고 있을 선대위 진용을 보면 이러한 국민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지금 윤 후보 주변에 여의도 정치인들만 들끓고 있는 현상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윤 후보가 더 잘 알겠지만, 국민의힘이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은 전적으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 덕이다. 선대위 구성을 놓고 이번 주에도 혼란한 상황이 계속되면 민심은 돌아설 수 있다. 누가 뭐래도 선거의 중심은 후보다.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을 더 이상 보여선 안된다. 대선은 아직 3개월 이상 남았다. 윤 후보가 그동안 컨벤션 효과에 힘입어 여당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앞서왔지만, 선거 판세는 여러 번 요동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선대위를 정상적으로 가동해서 집권 후 시행할 분야별 주요 정책제시를 통해 민심을 얻어야 한다.

2021-11-28

작은 실천으로 안전한 겨울나기

류득곤포항북부소방서장 지칠 줄 모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위협 속에서 격동의 2021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늘 그렇듯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좋은 일과 나쁜 일, 성공과 실패가 수없이 반복됐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후회도, 미련도 없어야겠지만 앞으로 남은 한 달을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에 따라 그 해에 대한 모든 감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남은 한 달, 우리가 더욱 화재예방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짧았던 가을이 지나고 본격적인 겨울을 맞이하면서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겨울철은 난방기구 사용량이 많아질뿐더러 건조한 날씨로 인해 주택화재 발생이 잦아지는 시기다.주택화재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소방서에서도 불조심 캠페인을 진행하고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을 추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주택화재의 경우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각 가정 스스로도 화재 예방을 위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그럼 주택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첫째, 전기제품 사용 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화재위험 3대 전기제품인 전기히터, 전기장판, 전기열선 가열기 등 난방기구를 사용할 때에는 전원이 켜진 상태로 오랜 시간 방치하지 않도록 하고, 반드시 KC마크 등 공식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둘째, 음식물 조리 시에는 자리를 이탈하지 않는다. 특히 장시간 조리가 필요한 음식이나, 튀김 요리 등은 더욱 화재 발생 빈도가 잦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주방 내에는 주방화재 전용 소화기인 K급 소화기를 비치해 화재 발생 시 빠른 초기대응이 가능하도록 대비해야 한다.마지막으로 각 가정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의 49.7%가 주택화재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화재의 초기발견 및 진압을 돕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의 중요성은 몇 번을 다시 말해도 부족할 정도다.안전한 겨울나기, 후회 없는 한 해의 마무리를 위해 내 주변의 기본적인 안전수칙부터 돌아보도록 하자. 앞서 언급한 사항들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나와 내 가족을 화마로부터 지키는 동시에, 안전하고 따뜻한 한 해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다.

2021-11-25

포항은 한국의 시애틀이 될 것인가?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미국 서북부에 캐나다 밴쿠버와 맞닿은 시애틀이란 도시가 있다. 도시 인구는 포항보다 약간 많고 메트로로 크게 확대하면 경북 인구 정도가 된다.어찌 보면 포항과 경북의 관계와 비슷하다. 1800년대 중반 목재집산지에 불과하였으나 타코마와의 사이에 철도가 개통되고, 1900년대 중반 비행기 제조업체 보잉이 들어서면서 이 지역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그러나 보잉으로 단순화된 산업구조는 다양화된 경제구조에 대응하지 못하고 고전하였다.그리고 1970년대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가 둥지를 틀면서 스타벅스 아마존 등 기업이 다양화되기 시작했다.지금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모여 있는 지식의 보고로 알려진 도시가 되었고, 워싱턴 주립대학이 지식을 공급하는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이와 대조적인 도시가 미국 동부에 있다. 뉴헤이븐은 미국 동부 롱아일랜드해협의 북쪽 해안에 자리한다. 인구는 10만 남짓하지만 메트로는 50만 정도로 역시 포항과 비슷하다.아이비 리그이며 미국 정계를 이끄는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한 예일대학이 자리잡고 있는 대학도시이다.과거 뉴헤이븐의 주요산업은 화기제조였고 서부를 주름잡던 윈체스터 연발권총이 이곳에서 만들어졌으며, 윈체스터 권총박물관이 있다.그러나 아름다운 대학도시로서 명성이 압도하면서 산업도시로서의 명목은 크게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포항시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역점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의료산업의 혁신 도약을 위해 연구중심 의과대학이 꼭 필요하고, 포스텍에 연구중심 의대 설립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선언했다.포항의 미래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의료 산업 육성이 중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포스코를 필두로 철강 산업으로 성장한 포항은 이제 항공제조업을 넘어서 산업다각화와 IT 선두로 올라선 시애틀 모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필자가 80년대 박사학위를 받았던 일리노이 어바나 샴페인에 있는 일리노이 주립대(UIUC)는 2015년 새로운 의대를 설립했다.공학 분야 최정상의 UIUC는 칼 재단(Carle Foundation)과 손잡고 세계 최초 공학 기반 의대를 설립했다.정체 상태에 이른 의료기술에 도전하는 한편,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새로운 길을 찾는 의학 혁신가(Physician-innovator)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대학이 선택한 것은 공학과 의학의 융합이다.이들은 의학자와 과학자, 공학자가 함께 공학과 의학을 융합한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만성신장질환 진단키트, 코로나19 신속진단 시스템 등 다양한 시제품이 공학-의학의 융합에 의해 개발되었다.포항은 포스코의 경영다각화와 함께 이러한 공학형 의대 설립으로 바이오 쪽으로 포항이 발전해 나가야 한다.그건 포항이 뉴헤이븐이 아닌 시애틀로 가는 길이다.포항은 한국의 시애틀이 돼야 한다.

2021-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