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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긍정의 기대를 심으면

잭 웰치 GE 전 회장은 어린 시절 말을 심하게 더듬어서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습니다. 어머니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네가 말을 더듬는 이유는 생각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야. 너는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2차 세계대전 말, 헝가리군 소속 부대가 알프스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고립되어 길을 잃었습니다. 기온은 떨어지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 이들은 모두가 얼어 죽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필사적으로 탈출 방안을 찾던 중 누군가 고함을 지릅니다. “제 배낭에 지도가 있습니다!”지도를 보며 탈출 경로를 의논했고 마침내 탈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부대 복귀 후 상관은 그들이 탈출할 때 사용한 지도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이 지도는 알프스 지도가 아니라 피레네 산맥 지도로구만!”수백 ㎞ 떨어진 피레네 산맥 지도를 알프스 지도로 착각하고 필사적으로 지도 하나 붙들고 탈출을 시도하고 결국 성공해낸 것은 긍정적 기대감이 우리 행동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오래 전, 강화도에서 세미나를 진행할 때 한 참여자가 나눈 이야기입니다.“아들이 이번에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이유가 있어요. 학교 선생님이 한마디 해 주신 것 때문입니다. 아이가 2학년 때는 반에서 최하위권이었어요. 3학년에 올라와 새로 온 담임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대요. ‘지훈아. 얼마 전에 보니까 입술에 뾰루지 났던데 이제 다 나았네?’ 아들은 선생님이 자기 입술에 났던 뾰루지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한 거에요. 그날부터 우리 아들, 노트에 쓰는 글씨체가 달라졌어요. 학교 가는 걸 즐거워하고 숙제를 척척 해내더니 마침내 이번 시험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답니다.”오늘 하루, 내 주위 사람들에게 긍정의 눈빛과 표정, 말투, 언어와 몸짓으로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멋진 긍정의 날이시길!/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11-13

“교육 독립 운동”이라도!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지금 교육은 정치에 교육 주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입맛대로 재단되어 지금은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괴기스럽게 변해버렸습니다.한 나라의 교육은 그 나라의 희망입니다. 교육은 그 나라의 국운(國運)을 책임질 일꾼을 키우는 국가대사(國家大事)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나라의 희망이어야 할 교육이 오히려 나라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정치인들 손에 교육을 계속 맡겨둔다면 우리 교육은 희망과는 영영 결별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엔 혼돈과 혼란, 갈등과 절망밖에 남지 않을 것입니다.희망이 부재한 교육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학교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자신과 나라, 나아가 세계의 밝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학교생활을 해야 할 학생들이 한줄 세우기 시험에 숨도 못 쉬고 있습니다. 정치판 교육시스템에 꿈을 저당(抵當)잡힌 채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이미 많은 아이들이 교문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교육 당국은 통계 숫자로 학교 밖 청소년들이 줄었다고 하지만, 글쎄요?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말합니다. “여기가 어디야?” 필자에게 내민 휴대전화 화면에는 서울대학교 정문 사진이 있었습니다. 필자는 아이의 그 다음 말이 궁금했습니다. 혹시나 거기를 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 걱정을 하며 아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습니다. “내 친구들 정말 불쌍하다. 엄마들이 억지로 가자고 해서 지금 여기에 가 있대. 내 친구들 이제 초등학생밖에 안 됐는데도 서울대 가려고 학원 엄청 다녀. 아는 중학교 언니는 학원에서 벌써 고등학교 수학한대! 이거 너무 심하지 않아!”이 말은 결코 ‘SKY 캐슬’과 같은 입시 풍자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대사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정부나 교육청에서는 선행학습 금지법 등을 들며 학교교육과정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또 사교육 현황과 같은 신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수치로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학교 교육을 믿고 학교에서 자녀의 미래를 준비하는 학부모가 얼마나 될까요? 심지어 교육계 종사자들도 입시를 위해 당신 자녀는 학원을 보내는 게 이 나라 교육 현실입니다.“그래서 어떻게 하자고?”라고 물으시면, 죄송하지만 저 또한 뾰족한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편향된 정치 이념에 사로잡혀 이 나라 교육을 일류, 이류 등으로 나누는 어용 정치 교육 관료들을 교육계에서 내모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육만큼은 대통령도 간섭할 수 없도록 초강력 법적 장치를 만드는 것입니다.인구 절벽으로 세계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합니다. 이런 비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교육부터 살려야 합니다. 그 방법은 교육 독립 운동입니다. 그 시작은 정치인들에게 빼앗긴 교육 주권을 되찾는 일입니다. 교육이 정치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룰 때만이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미래의 희망이 싹틀 것입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외칩니다. “정치인 여러분, 강탈해 가신 교육 주권을 돌려주세요!”

2019-11-13

플라잉 택시

플라잉 택시는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택시다. 도심 상공을 비행하며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른다.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교통체증도 없어 고질적인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하던 플라잉 택시가 조만간 선보일 전망이다. 우버가 내년 플라잉 택시(Flying Taxi) ‘우버에어’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현재 보잉, 에어버스, 아우디, 도요타 등 세계 150여 기업이 300종의 플라잉 카를 개발 중이다. 이중 미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플라잉 카 개발에 가장 앞서 있다. 우버의 플라잉 카는 시속 241㎞ 수준으로 비행한다. 친환경 배터리는 한번 충전하면 약 96km까지 날 수 있다. 4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형태로 헬리콥터와 비행기를 결합한 구조로 설계됐다. 우버는 올해 초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도 헬리콥터 제조사인 벨과 함께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플라잉 카 ‘벨 넥서스’를 발표했다.미국 항공우주기업 보잉도 올해 초 길이 9m, 폭 8.5m의 플라잉 카를 수직 이륙해 1분간 비행 후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보잉은 올해 안에 200㎏ 이상의 사람과 짐을 싣고 비행할 수 있도록 개량해 내년부터 상용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플라잉 카 전담사업부를 새로 만들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전문가를 영입, 플라잉 카 시장에 뛰어들었다. 궁금하다. 하늘을 나는 우버에어를 우리나라에서도 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까다로운 항공 규제 탓에 한국은 ‘드론’조차 자유롭게 띄울 수 없다. 우버엑스 같은 해외 승차공유 서비스도 까다로운 규제와 택시업계 반발로 제대로 안된다. 규제혁파가 그리 어려운 모양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1-13

글을 생각하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한글은 우수하다. 소리가 그대로 눈에 보이도록 고안된 글자를 가진 민족이 세상에 드물다. 문맹률이 제로에 육박하는 겨레가 아닌가.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수년 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문서독해력에서 조사대상 22개국 가운데 꼴찌였다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국민들 가운데 생활정보가 담긴 보통 문서해득에 취약한 사람이 38%나 되고, 고도의 문서독해능력을 가진 사람은 2.4%에 불과하다고 한다. 적힌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과 글에 담긴 생각을 짚을 줄 안다는 것이 다르다면, 우리는 ‘글’에 대하여 생각을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 우수한 글자를 가졌으면서 글을 이해함에는 어째서 더딘 것일까. 기계적인 글 읽기를 넘어, 글을 이해하며 분석하고 비판하고 다루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누군가 적어 발표한 글이라 해서, 일방적으로 비판없이 수용하지도 말아야 한다. 디지털 문명이 펼쳐지는 길목에 글과 내용에 그럴듯한 모양을 입히는 일은 너무나 쉽다. 사실을 전하고 있는지, 진실을 담았는지, 필자는 누구인지, 인용한 내용의 출처는 분명한지, 글의 의도는 무엇인지, 전하려는 의미는 어떤 것인지 묻고 물으며 글을 대하여야 한다. 언급하기도 부끄럽지만, 가짜뉴스가 기성언론을 무색하게 하는 지경이 아닌가. 일인 미디어가 언론기관에 도전하는 환경이 아닌가. 미디어시스템과 언론매체들이 긍정적으로 작동할 것인가는 이제 소비자에게 달려있다. 이전보다 더 많이 읽어야 하고, 비교하고 분석하며 날카로운 비평적 시선을 가질 때 언론이 긴장하고 미디어가 제 역할을 회복할 터이다.가짜뉴스에 포위되어서일까, 매체들이 ‘팩트체크’를 한다는데. 글의 내용이 팩트,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를 체크, 즉 확인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럼, 이전의 기사들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썼다는 말인가? 코바크(Bill Kovach)와 로젠스틸(Tom Rosenstiel)은 명저 ‘저널리즘의 기본(Elements of Journalism)’에서 ‘언론행위의 기본은 사실확인에 있다’고 하였다. 차라리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보겠다거나 한 걸음 더 들어가 살핀다는 정도였으면 좋았을 것을 ‘팩트체크’를 이제 한다니 공연히 불안해지는 게 아닌가. 사회의 기본적인 소통은 언론이 바로설 때 가능해진다. 언론이 보내준 글에서 독자들이 유용하고 신뢰할 만한 내용을 접할 수 있도록 잘 적어 주길 바란다.글은 소중하다. 생각을 전하고 마음을 나누며 소통하고 설득하는 일은 모두 글을 통해 일어난다. 기자나 작가 뿐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지 내 생각을 남에게 전하려면 잘 써야 한다. 좋은 글을 잘 쓰려 해도 기본은 역시 글 읽기에서 출발한다.‘실질문맹률’도 다시 낮아져야 한다. 보고 읽을 뿐 아니라 살피고 새기는 데에도 앞서가야 한다. 글이 독자를 두려워 해야, 가짜뉴스도 사라질 게 아닌가. 대학입시에도 성공해야 하지만, 글을 다루는 솜씨를 길러야 한다. 다음 세대의 성공이 글을 벼르는 능력에 달려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019-11-13

칠곡 향사아트센터는 개점휴업 중

김재욱경북부칠곡군 출신 향사(香史) 박귀희 명창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칠곡 향사아트센터가 ‘개점휴업’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칠곡군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관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이다.칠곡군은 ‘제7회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기간에 맞춰 지난달 12일 아트센터를 개관했다. 개관일에는 향사 박귀희 명창의 유품 160여점을 기증받은 전시실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가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인 안숙선을 비롯해 향사 박귀희의 직계제자,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왕기철 교장 외 학생 60명이 개관 기념 공연을 펼치는 등 시작은 화려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후 향사아트센터에서 펼쳐진 행사라고는 칠곡군이 주관한 주민공청회뿐이었다.향사아트센터는 116억원을 들여 3만6천㎡부지에 240석 규모의 공연장과 교육실 겸 연습실 2개소, 전시실을 갖췄다. 교육과 연습, 전시와 공연이 한 장소에서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고는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향사아트센터는 올해 전시나 공연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센터 안내책자나 홈페이지도 만들지 않았다. 아마도 올해안으로 개관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칠곡군은 왜 준비도 되지 않은 센터를 서둘러 개관 했을까.칠곡군 관계자는 “상징성이 있어서 우선 개관해 홍보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군 관계자의 말처럼 홍보효과를 거두었을까. 항상 비어있는 ‘빈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였다면 성공한 듯하다.일각에서는 향사아트센터 개관을 무리하게 추진한 이유가 백선기 칠곡군수가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백 군수가 지난 6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의 뜻을 밝혔지만, 군민들 사이에서는 총선 출마설이 파다하다. 향사 박귀희 명창은 국악의 어머니로 칭송받고 있다. 그분의 국악에 대한 열정과 정신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더욱 안될 말이다./kimjw@kbmaeil.com

2019-11-12

개들도 질투를 느낄까?

질투의 정신의학적, 사전적 정의는 사랑하고 있는 상대가 자기 이외의 인물을 사랑하고 있을 때 일어나는 대인 감정 같은 것을 말한다. 경쟁자의 실제적 혹은 가정된 이득에 대한 부러움을 의미하는데, 질투는 종종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의심을 수반한다. 질투의 목적은 욕구 충족이나 관심만이 아니라 사랑을 얻는 것이다. 복잡한 인지들이 질투라는 감정에 포함되므로 인간만이 느끼는 감정으로 여겨진다.개들도 질투를 느낄까? 개를 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개가 질투심을 드러낸다는 말을 자주한다.다른 개와 함께 있을 때 개가 질투를 느끼고 다른 개를 밀쳐내고 옆으로 밀고 들어온다든지, 다른 개를 밀어내고 기댄다는 이야기는 흔한 이야기이고, 다른 개의 배를 문지르면 슬쩍 옆으로 다가와서 문질러달라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개와 함께 사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질투라고 부르는 감정을 목격하는데, 개들이 폭넓은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캘리포니아 대학의 해리스와 프로보스트의 2014년 ‘개들의 질투’라는 연구에 의하면 개들이 다른 개체의 성공, 이익, 행동, 소유 등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방식으로 질투를 경험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인간 유아에 대한 질투연구와 동일한 실험을 통해 36마리의 개를 조사했다. 주인이 개를 무시하고 다른 일을 하는 동안 비디오로 개의 반응을 촬영했다. 주인은 짖거나 꼬리를 흔들게 작동시킨 장난감 개와 놀거나 색다른 대상(헬로윈 축제때 사탕을 담는통)을 만지거나, 유아용 책을 큰소리로 읽었다. 개들은 주인이 장난감 개에게 애정어린 행동을 보일 때 확연히 질투하는 행동(달려들거나, 주인과 개사이에 끼어들거나, 주인이나 개를 밀치고 건드리는 등)을 나타냈지만 무생물 대상에 관심을 보일때는 훨씬 질투행동이 덜했다. 개와 인간이 긴밀하고 지속적인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주인이 옆에 있으면 개의 왼쪽 눈썹이 더 많이 움직이는 반면에, 매력적인 장난감을 보더라도 개의 눈썹 움직임이 없다는 것을 관찰한 연구결과가 있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주인에 대한 개의 애착을 반영한다고 해석한다.또한 개 12마리를 fMRI(기능적 자기공명장치)기계에 들어가도록 훈련해서 활동중인 뇌를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개들은 다른 개의 냄새에 비해 인간의 냄새에 더 강하게 반응했으며, 개들이 아는 사람에게 반응할 때 꼬리핵이라는 뇌부위가 가동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이 결과는 사람들도 자신이 즐기는 것을 기대할 때 꼬리핵이 가동된다는 점과 비슷했다. 여러 연구의 결과들은 개들의 사회적 삶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fMRI를 사용한 다른 연구에 의하면 개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좌반구를 사용해 단어를 처리하고 우반구로 억양을 처리하며 그런다음 그 둘을 결합해서 무슨 말인지 이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이동훈개의 뇌에 있는 보상중추에서는 억양과 의미가 모두 칭찬을 나타낼 때만 불이 켜졌는데, 결국 개들은 사람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어떻게 말하는지를 모두 알아차린다는 의미이다.2017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함으로써 개들이 인간의 감정을 파악할 뿐 아니라 주인의 특정한 개성요소를 채택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주인이 불안성향이 있을 때 개들도 위협과 스트레스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는데, 주인이 음울하고 불안해하면 곁에 있는 개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개는 질투를 느낄 정도의 감정적 존재이며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살아가는 사회적 감정을 가진 존재임을 개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알고 배려하고 공부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서라벌대 반려동물학과 학과장

2019-11-12

인간이 만든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따라오려면

인공지능을 뜻하는 AI는 Artificial Intelligence의 약어이다. AI는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능을 의미한다. 그럼 여기서 문제. 지능이 있느냐 없느냐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뭘까? 그것은 스스로 선택할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다. 단세포인 아메바도 지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누구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먹이가 있는 쪽으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고, 장애물이 나타나면 다른 쪽으로 움직인다. 아메바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선택이라는 것을 한다. 그러니 지능이 없다고 할 수 없다.이런 것이 지능이라면 승용차도 지능을 가지고 있다. 앞차와의 거리가 너무 바트거나, 사각지대에 차가 있을 때 경고음을 울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정도의 인공지능을 약한 인공지능이라 부른다. 강한 인공지능은 인간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를 강한 인공지능으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바둑은 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지구를 포함한 우주의 모든 원자 수(약 10의 80제곱)를 합친 것보다도 월등히 많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최대 250의 150제곱에 달하므로 알파고의 학습능력은 바둑의 모든 경우의 수에 턱없이 부족하다. 알파고는 최선의 착점을 위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계산하는데 1초에 1천조 개 이상의 명령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그렇다고 해서 인간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인간의 뇌 역시 1초에 1천조 개의 명령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알파고는 바둑에 관한 정보만을 처리하지만, 이세돌은 바둑 외에 삶과 관련된 문제 전반에 관한 정보도 처리해야 한다. 종합적인 처리 그리고 삶에 생기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결정은 바둑이 가진 경우의 수보다 훨씬 많다.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는 3천만 개의 수를 학습하였는데, 학습량으로 따지면 인간이 1천 년동안 학습할 분량에 맞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 이를테면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고, 나무와 풀을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은 수천만 년 동안 인간의 DNA 속에 축적되어 온 지식 때문에 가능하다. 인간에게는 하찮은 이러한 능력을 현재의 인공지능은 제대로 익히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런 것에는 정확한 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바둑은 이기고 지는 것이 명확하지만 삶에는 그런 것이 명확하지 않다. 삶은 명확하지 않는 길 위에서 무수히 많은 선택과 만난다. 이 불안정한 삶 속에서 발생하는 숱한 문제는 답도 없으며 데이터도 부족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에 근접하려면 불가해한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무어는 18개월마다 반도체 칩에 집적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 수가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이런 ‘무어의 법칙’을 바탕으로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 무렵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앞설 것이라 예언했다. 그리고 그는 이런 지점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 불렀다. 이와 함께 진단의학 기술도 함께 발달해 불멸의 시대가 올 것이라 믿으며, 그날까지 살아남기 위해 하루 150개의 알약을 먹는다.어쩌면 커즈와일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특이점이 찾아오기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하지만 그의 주장은 어려울 것 같다. ‘무어의 법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존재 기반이 무너졌다. ‘네이처’지는 2016년 2월호에서 특집으로 ‘무어의 법칙’을 다루면서 이 법칙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가 ‘무어의 법칙’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 컴퓨팅 시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모바일 컴퓨팅은 자꾸만 작은 것을 원하고 있다.반도체 회로 크기는 계속 작아져서 지금은 14나노미터(㎚)다. 참고로 1㎚는 10억분의 1m에 해당한다. 그런데 모바일에 사용되어야 하므로 회로가 작아진 만큼 기판도 작아져야 한다. 이 작은 기판에 성능을 높이려면 더 많은 회로를 넣어야 한다. 이 회로에는 전기가 지나간다. 1초에 많게는 1만 번 정도. 작은 회로에 이 정도의 전기가 지나가면 열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도 아주 높은 온도의 열이 발생한다. 뜨거운 감자도 아닌 뜨거운 스마트폰이라니! 이런 스마트폰을 원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공강일 서울대 강사·국문학정리하자면 인간의 지성을 뛰어넘은 인공지능에 대한 꿈을 이루기엔 무리가 있다. 우선 인간이 지닌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인간은 답이 주어지지 않는 막막한 상황에서도 기어이 길을 찾아낸다. 이러한 인간의 역설적이고 지난한 삶의 방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연산능력만 인간과 동일하게 만든다면, 인공지능이 뛰어넘은 것은 인간의 지성이 아니라 인간의 계산능력에 불과할 것이다.다음으로 물리적 차원에서 특이점에 도달하는 것은 어렵다. 인간의 뇌는 1초에 1천조에 달하는 명령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빠르게 뇌가 작동할 테지만 뇌에 불이 붙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이 정도의 횟수의 전류를 흘려보내도 감당할 수 없는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 기판을 사용하지 않는 양자 컴퓨터와 같은 기술이 상용화되는 것 역시 요원하긴 마찬가지다.

2019-11-12

미중 간 무역전쟁의 향방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추가관세를 서로 부과하면서 과열되던 미중 간 무역 전쟁이 각국의 사정으로 일시 휴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의 경우 제조업구매자지수(PMI)가 9월 49.8에서 10월에는 49.3으로 6개월 연속 업황의 확대와 악화를 구분하는 기준선인 50을 밑돈 데다, 홍콩의 민주화운동도 지속되며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무역전쟁을 일시 봉합할 사정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추가관세 부과 조치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국내 소매점, 의류업계 등을 다독여야 하는 데다, 중국이 조류인플루엔자를 빌미로 2015년 1월 이래 미국산 닭고기와 계란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미국 농가의 표도 의식해야하기 때문이다.양국 간 부분합의 협상이 진전되면서 미국은 지난 10월 예정했던 추가관세 제3탄으로 관세율 25%에서 30%로 인상하는 조치를 보류한 바 있고 12월 15일까지 부분합의가 이뤄지게 되면 9월의 추가관세 제4탄의 일부(1천100억 달러)의 잔여부분(스마트폰 등 1천600억 달러)에 15%의 추가관세를 적용하는 조치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양국 실무진간 합의가 이뤄져 양국 정상간 합의서명만 남은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11월 7일 로이터통신은 워싱턴과 베이징발로 미중 통상협의의 ‘제1단계’합의로 추가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날 중국 상무성 가오펑(高峰) 보도관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2주간 쌍방이 추가관세의 단계적 폐지에 합의했다고 밝혔고, 국영 신화사도 중국세관총서와 농업농촌성이 미국산 닭고기 수입금지조치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하지만 미중 간 ‘제1단계’의 합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단지 양국의 정치 정세에 따라 일시 휴전한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말 폐막한 중국의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회 전체회의(약칭 ‘사중전회(四中全會)’)에서 결정한 13개항에 이르는 요지를 보더라도 분명하다. 당의 지도시스템이라는 절대적인 명제 하에 미중 간 무역마찰과 관련하여서는 자주자립의 평화외교정책의 견지정비를 제시하면서 국가주권이나 안전, 발전의 이익을 확고한 것으로 지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당장은 국내의 혼란으로 협상에 나섰지만 강대국으로서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는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국내의 대중 강경파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기 때문에 이번 합의의 기간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내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여부에 달려있다고 본다.미중 간 무역전쟁의 합의가 일시적이라도 지역 철강업계에는 긍정적인 신호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포항 지역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취약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전쟁 상황에 있든지, 평화 상태에 있든지를 불문하고 절대 우위를 가지는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혁신과 창의를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통해 이룩한 고기술, 고품질, 고부가가치의 경쟁력을 갖춘 지역제품으로 무장하는 것이다.

2019-11-12

지역 예술의 역사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며칠 전 포항문화원 전임 원장님이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다. 2007년 제6대 원장으로 취임하여 7대까지 8년간 포항문화원장직을 역임하셨고, 경상북도문화원 연합회장직을 겸직하기도 하며 포항과 경북의 전통문화 계승 발전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한 그의 타계 소식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지역문화 태동기의 애환을 비롯하여 문화도시의 미래에 대한 염려까지 열변을 토하시던 모습이 생생히 떠올라 이별의 아쉬움이 더욱 각별하였다. 생자필멸은 불변의 이치니 아무리 아쉬운 일이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우리도시의 문화예술을 지탱하던 든든한 기둥이 빠져버린 그 빈자리는 또 누가 채울 것인가?그와의 갑작스런 이별이 당황스럽기는 하나 예견된 일이기도 하였다. 2015년 건강에 이상 징후를 발견하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병문안을 간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이 ‘메르스’라고 하는 당시로서는 매우 생소한 질병으로 전국이 공포에 휩싸여 있을 때였다. 멀리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입원실에서 만난 그는 늘 그랬듯이 만면에 웃음을 가득 담으시고는 “염려했던 질환이 아니라 담낭 쪽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했으니 이제 아무 염려 없다”고 하셨다. 평소 남다른 건강을 자랑하셨고, 언제나 젊은 생각으로 청춘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셨으니 이별의 시간이 이토록 급하게 올 줄은 예상치 못하였다.원장님은 재임 중 지역의 언어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포항사투리 경연대회를 시작하여 큰 호응을 얻었고, 경북의 23개 시군문화원을 직접 탐방하며 문화원 발전 방안의 모색과 정보교환에 힘썼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책자 ‘경북문화’를 창간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고,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다.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 기품 있는 한복을 즐겨 입으셨고, 더러 화장도 멋지게 하셨으며 혼자서 영화관을 즐겨 찾기도 하는 낭만 넘치는 멋쟁이셨다. 문화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부지런히 참석하셨는데, 인자한 성품임에도 불구하고 문화계 대표에 대한 예우가 부족하면 크게 화를 내셨다. 소탈한 성품이었으나 문화예술을 푸대접하는 일에 대하여는 준열하게 나무라시며 선진국의 경우 문화예술인에 대한 예우가 얼마나 극진한가에 대하여 자주 얘기하셨다.예술의 향기가 없는 도시, 그 삭막한 도시를 어찌 상상할 수 있겠는가! 문화예술이 생기를 잃지 않도록 마음을 모으고 그 내용을 기록하여 후대에 남기는 일은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직전 문화원장님의 타계에 이어 지역문화 태동기의 주역들이 유명을 달리하는 일이 이어지니 포항예술사의 편찬을 더욱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예술사 편찬을 위한 예산편성을 몇 차례 요청하였으나 재정적 어려움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아무리 어려워도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문화예술 운동의 증인들이 생존해 계실 때 지역예술사 정립을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포항의 예술사 편찬은 만시지탄이나 당연지사다.

2019-11-12

쯔빙글리와 염소

험준한 산악으로 둘러싸인 알프스 출신의 신학자요 종교개혁가인 쯔빙글리의 어릴 적 이야기입니다. 알프스의 한 산자락을 산보하고 있던 쯔빙글리는 낭떠러지 위의 좁은 비탈길에 염소 두 마리가 대립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 마리는 위로 올라가려 하고 다른 한 마리는 아래로 내려가려 합니다. 워낙 좁은 길이라 서로 비켜 갈 수 없었는데 이 둘은 뿔로 상대방 염소를 받아 밀어내고 자기가 먼저 지나가려 다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염소는 모두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져 죽고 말았지요.얼마 후 쯔빙글리는 산보를 하다가 또 그 장소에서 염소 두 마리가 마주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이번에도 둘이 싸우다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하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한 염소가 좁은 비탈길에 엎드리고 고개를 숙입니다. 다른 염소가 그 위를 밟고 지나가지요. 그러자 엎드렸던 염소가 일어나 산 위로 올라갑니다. 쯔빙글리는 이 염소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나도 저렇게 남에게 양보하자!”이후 평생을 남에게 양보하며 살아간 쯔빙글리는 수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는 위대한 사상가로 명성을 떨칩니다.자신의 후계자를 정하기 위해 세 명의 사위 후보자들에게 손거울을 선물한 임금을 기억하시나요? 3년 여행 기간 동안 세 번째 후보자는 그 거울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지혜임을 깨닫지요. 임금의 테스트에 멋지게 통과합니다.우리에게는 손거울 대신 연필 한 자루와 노트가 필요합니다.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거울입니다. 질문을 쓰고 찬찬히 답을 정리하며 캐물어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쯔빙글리가 염소의 양보를 보면서 인생의 의미를 터득했듯 내 노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삶의 비밀을 깨닫는 순간이 차고 넘치는 하루이기를 소망합니다./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11-12

동상이몽(同床異夢)

문재인 정부 들어 시중에서 가장 많이 유행한 말 중 하나는 ‘내로남불’이 아닐까 싶다. 내로남불은 얼핏 사자성어 같아 보이지만 사자성어는 아니다.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의 줄임말이다. 비슷한 사자성어를 찾는다면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들 수 있겠다. 나는 옳고 당신은 그르다는 것이다.내로남불은 1990년대 정치권에 등장해 간간히 사용되다 문 정부 후 지금은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전 정권시절 현 민주당 인사들의 정부에 대한 비판적 언행이 정권을 잡은 후 180도 달라졌다는 뜻이다. “남이 하면 안 되고 내가 하면 이해되는 일”이라는 의미로 현 정부한테는 비판적 용어로 쓰인다. 현 여권의 이중적이고 모순적 태도를 꼬집는 표현이다.조국 전장관의 언행 불일치가 드러나면서 우리사회는 내로남불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더욱 공고해진 측면이 있다. 동상이몽은 내로남불과는 다르다. 하지만 나만의 생각대로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한 침대에서 잠을 자면서 각자가 다른 꿈을 꾼다는 이 뜻은 겉으로는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다르게 행동할 때 쓰이는 말이다. 꿈은 혼자 꾸면 꿈에 불과 하지만 모두가 함께 꾸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성공한 시대의 영웅들은 항상 백성과 함께 미래를 열어왔다는 의미다. 국가가 지향하는 꿈이라면 국민과 함께라야 그 꿈의 실현성이 높다.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맞았다. 앞으로 남은 2년 반은 전반보다 훨씬 힘든 시간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문 정부 전반부가 보여준 내로남불의 인식을 이제 깰 때다. 국민의 신뢰를 생각할 때다. 행여 후반부가 국민과는 동떨어진 동상이몽을 꿈꿀까 우려해서 하는 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11-12

총선과 한국당의 환골탈태?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11월 1일)에 의하면 조국 사태로 반짝 반등했던 한국당 지지율은 장관 사퇴 이후 다시 급락하고 있다. 민주당 40%, 한국당 23%로서 17%의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한국당의 지지기반인 TK지역과 선거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도층의 하락폭이 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혁신과 변화를 모르는 한국당은 조국 낙마에 취해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자충수까지 두었다. 생업을 뒤로한 채 거리에 나선 국민들이 조국의 사퇴를 이끌어내었는데 당 지도부는 인사청문회 위원들에게 상품권·표창장을 나누어주면서 자축행사를 벌였으니 어이가 없다. 또한 자신들이 여당일 때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지키지 않은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물러섰다. 민심과는 거리가 먼 당 지도부의 ‘오만과 오판’의 결과이다.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당이 총선 승리를 말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시대는 바뀌었는데 여전히 구태의연한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기득권 유지에 급급하니 국민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당이 진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면 ‘환골탈태’의 각오로 다음과 같이 ‘혁명적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첫째, 한국당은 ‘영남’과 ‘극우’에 갇혀서는 안 된다. 영남지역과 극우 태극기부대에 의존하는 정치는 더 이상 ‘확장성’이 없다.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 나아가 젊은 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영남안일주의’와 ‘보수 꼴통’의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TK지역 의원들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둘째, 당의 혁신을 위한 전면적 물갈이, 즉 ‘인적 쇄신’이다.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대대적으로 영입함으로써 ‘당 혁신의 동력’을 얻어야 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주의자들은 당의 혁신에 방해가 될 뿐이다. 당 지도부는 ‘엄격한 현역 평가’와 ‘혁신적 공천 룰’을 적용하여 낡은 인물들을 대폭 교체하고 ‘미래형 인재들’이 정치에 입문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어야 한다.셋째, 수권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대안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당의 힘, 즉 ‘수권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외교·안보 등 전반적 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당의 지지율이 저조한 것은 대안정당·정책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의 실정에 기대어 반사이익만 챙기려는 정당은 희망이 없다.마지막으로 한국당은 보수 통합을 위하여 ‘박근혜’를 넘어서야 한다. 아직도 탄핵책임을 두고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는 것은 당시 거리에 나섰던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최선의 총선전략은 ‘박근혜’와 ‘탄핵’을 넘어 ‘국민이 명령하는 당의 혁신과 보수 통합’에 매진하는 것이다. 이제 5개월 후 한국당이 받아 쥐게 될 총선 성적표는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2019-11-12

지혜의 길은 언제나 내게로… 봉화 축서사(鷲棲寺)

문수산 800m 고지에 독수리 한 마리 웅크리고 있다. 독수리가 깃든 축서사(鷲棲寺)는 지혜를 상징하는 4대 문수성지의 하나로 신라 문무왕 13년(서기 673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단체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붉은 마가목 열매 사이로 빠져 나가자 휴일 오후의 사찰은 고요하다. 붉게 타오르는 문수산과 지형을 제대로 살려 배치된 큰 전각들이 위압적이리만치 장엄하다. 높은 계단 위의 보탑성전과 대웅전을 향한 소백의 준령들조차 무릎을 꿇고 낮은 자세로 물결친다.전각은 대부분 새로 지었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된 오층 석탑은 세월이 가져다 준 애잔한 소박미는 없지만 조각이 섬세하면서도 화려하다. 장대한 풍광에 걸맞은 중창불사는 불심의 정성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수천 년 뒤 고졸미가 흐르는 축서사를 상상하면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진다.오래된 전각은 보광전 하나뿐이다. 젊은 대웅전에 자리를 내주고 조용히 옆으로 물러나 앉은 조선 중기 건물, 신라 문무왕 때 만들어진 석조 비로자나불상과 화려한 목조광배(보물 제995호)를 지키며 묵언 중이다. 을사늑약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일본군의 방화로 소멸의 아픔을 안고 흑백 필름처럼 살아가는 꽃이다.지혜의 빛으로 세상을 두로 비추는 비로자나불의 수인, 오른손으로 왼손 검지를 말아 쥔 지권인에 마음이 한참 머문다. 오른손은 부처님의 세계이며 왼손은 중생의 세계를 뜻하며, 부처와 중생, 깨달음과 어리석음은 둘이 아님을 말한다. 고색창연한 중후함은 없지만 천년고찰의 명맥이 단단히 뿌리내린 절이다. 문득 주지 스님이 뵙고 싶다.총무 스님을 뵙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시자 스님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주지 스님 뵙기를 간청했다. 어떤 마음의 준비도 없이 차방에서 주지 스님을 기다린다. 눈이 부시도록 맑고 정갈한 노스님이 문을 열고 나오신다. 선원장 무여 스님이란 걸 뒤늦게 알았다. 삼배의 예가 채 끝나기도 전에 편하게 앉으라고 손짓하신다.정적이 흐르고 스님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신다. 무엇을 여쭤봐야 할지 당황스럽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감돈다. 말씀도 움직임도 낮고 조용조용하다. 할 일이 산더미처럼 불어나 노예처럼 끌려 다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갈증과 갈등으로 지쳐 있던 몸과 영혼에 촉촉한 단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차향 같은 자비로운 기운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눈물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뜨거움으로 변해 걷잡을 수가 없다. 난감하다.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난생 처음 경험하던 성전암의 새벽 예불 종성 앞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그 날의 눈물과 흡사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을 쏟고 있다.나직나직 스님이 말씀하신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정을 줄이고 꾸준히 수행해 나가야 내면의 참 기쁨을 얻을 수 있노라고.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수행을 하다보면 글에 힘도 생기고 일도 즐거워질 거라며 호흡법으로 하는 백팔배를 가르쳐 주신다. 이미 스스로 알고 있는 답이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정신과 육신은 텅 빈 것처럼 고요하다.마음 편한 것 만한 행복이 있던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곧 수행임을 알면서 나는 어떤 간절한 목표도 없이 어설픈 앎만 가지고 주변을 얼쩡거렸다. 초심으로 돌아가 염불과 법문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각오로 산사를 찾고 글을 써야겠다는 각오가 선다. 삼매에 드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자세로 어떤 길을 가느냐는 참으로 중요하다.조낭희 수필가책이 나오면 꼭 보내달라고 말씀하신다. 의욕과 효능감을 주기 위한 말씀이란 걸 모를 리 없다. 부처님 대하듯 공경하는 자세로 따뜻하게 맞고 배웅해 주시던 스님, 내 눈물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선지가 깊고 계행이 청정하신 참된 선지식의 모습이다. 무지함이 불러온 뜻밖의 행운, 그것은 수도 없이 회의가 들던 ‘산사 가는 길’의 연재가 가져다 준 인연이기도 하다.그동안 고색창연한 전각이나 고즈넉한 사찰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절집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얻은 평화는 수명이 짧았다. 허기진 몸과 영혼은 뜬금없이 마찰을 일으켰고, 나는 그런 나를 다독이느라 늘 분주했다. 절을 내려가도 내게 깃든 감동과 향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는 길을 잃고 헤매지 않았으면 좋겠다.응향각을 빠져나오는데 보광전 앞 석등이 나를 잡는다. 그도 나도 허공처럼 무심한데 발아래 굽이치는 산 물결은 지극히 잔잔하고 따뜻하다. 의무와 무게로 느껴졌던 일들이 은혜롭게 다가온다. 산세가 빼어난 명당터에 자리잡은 축서사, 영겁의 세월을 살아온 독수리의 지혜로운 날갯짓이 들린다.지혜로 가는 길은, 언제나 나를 향해 뻗어 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고 했던가.

2019-11-11

문학적 공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에드가 앨런 포우(1809∼1949)는 미국 단편소설의 선구자로, 미스터리와 환상, 과학소설 양식을 창조한 역사상 가장 독특한 작가였다.순간, 어두워진 스크린 속에서 눈으로 보기에도 끔찍한 존재가 튀어나온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다. 시각적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영화는 이렇게 끔찍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눈앞에 즉각적으로 소환한다.이처럼 지금 시대에 공포라는 감정은 마치 영화의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무엇이든 상상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시대의 영화는 우리의 상상적 영역 내에만 존재했던 기괴한 대상들을 우리 눈앞에 가져올 수 있다. 끔찍한 범죄나 괴물, 비인간적인 존재들에 대한 인간의 공포는 그렇게 우리의 현실과 공존한다.하지만 공포는 감각적 재현만으로 촉발되는 감정만은 아니다. 그보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상상과 관련되어 있다. 지금은 마치 그 자리를 호러나 스릴러 영화에 내준 듯 보이는 공포의 영역을, 이전 오랜 기간 동안 점유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문학이었다.사실 지금 이 시점에 생각해 보면, 공포라는 감정이 과연 언어로서 매개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의문이 찾아온다. 세계와 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시기에는 기괴하고 끔찍한 대상을 언어로 묘사하는 것만으로 공포를 자아내게 마련이었다. 과거에라면 살인하는 인간의 상황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공포가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포를 매개하는 감각적 재현이 우세한 때라면 어지간히 공포스러운 장면에 대한 묘사는 우스워 보일 뿐이다.분명 감각적으로 재현될 수 있는 공포와 문학적 공포는 그 궤를 달리하는 것이 틀림없다. 예를 들어 보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는 미지의 기괴한 형상에 대해 우리가 갖는 감정이 바로 감각적 공포이다. 엄청나게 큰 거미를 보고 깜짝 놀라 끔찍한 느낌이 드는 것이 그것이다. 주로 인간의 형상과 관계되어 있지 않은, 인간적인 요소로 규정되지 않은 대상에 대해 공포의 감정이 솟아난다. 역으로 말한다면, 인간성에 대한 규정의 바깥에서 드러나는 대상에 대해 공포의 감정이 생긴다. 그러니 더더욱 끔찍한 대상을 그려낼 수 있게 된다면, 감각적 공포는 극대화된다.이에 비해 문학적 공포는 좀 더 느리게 찾아온다. 예를 들어, 에드가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는 사실 지금 보면 그다지 공포스러운 소설은 아니다. 그 속에는 피가 튀는 장면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도, 기괴한 존재에 대한 공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술에 빠진 어디에나 있는 인간과 고양이가 있다.이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 플루토의 눈을 도려내고 그를 죽인 뒤 불의의 화재를 겪고 나서 곤궁한 생활에 술까지 마시며 피폐한 생활을 한다. 그러다 그는 우발적인 사고로 아내까지 죽이게 된다. 그는 죽은 아내의 시체를 지하실의 벽 속에 숨겼는데, 그가 아내를 죽일 무렵, 그의 주변에는 그가 죽였던 플루토와 비슷하게 외눈박이의 고양이가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결국,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의 실종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나’의 집 이곳, 저곳을 수색하다 결국 찾지 못하고 떠나려는 찰나, 나는 자만심과 광기에 지하실의 벽을 보란 듯이 두드리고, 아내와 함께 묻혀 있던 고양이의 기괴한 울음소리 때문에 나의 범행은 발각된다.문학적 공포의 대명사가 된 이 작품의 공포는 그리 즉각적이지 않다. 공포를 일으키는 스펙터클을 구성하지 않는다. 아마 독자는 이 소설을 읽고 난 뒤인 어느 순간, 나를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공포의 감정으로 스산한 느낌이 들게 될 것이다.어쩌면 이 작품에서 고양이의 울음은 실제의 그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것은 인간이 마음 깊숙하게 존재하는 심연을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죄책감의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문학적 공포는 서서히 나를 덮쳐 오싹한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송민호 홍익대 교수

2019-11-11

복어와 소동파

복어에 대한 지나친 찬사는 죄다 소동파(1037~1101년) 탓이다. 우리가 복어를 오해하는 부분도 마찬가지. 소동파 탓이다.“복어살은 서시유(西施乳), 서시의 유방처럼 부드럽다”고 ‘소동파가 말했다’고 전해진다. 엉터리다. 복어살은, 서시유 즉, 서시의 유방이 아니다. 빙허각 이씨(1759∼1824년)가 ‘규합총서’에서 이 부분을 정확하게 밝혔다. “이리(白卵)는 옛날에 ‘서시유’라 했다. 이리를 생선 배에 넣고 실로 동여 뭉근한 불로 두어 시간 끓여 먹어라, 제대로 만지지 못하면 이리가 터져 국물이 뿌예진다”라고 했다. 암놈의 알, 난소는 독극물 덩어리다. 먹으면 바로 죽는다. 수컷의 정소는 먹을 수 있다. 복어 마니아들이 “단골들에게 몰래 주는 진미”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복엇국을 끓이는 과정에 정소가 터지면 국물이 뿌예진다. 그게 마치 ‘액체 젓’ 같다. ‘서시의 유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와전된 것이다.소동파가 복어를 진미로 여겼음은 분명하다. 동파는 시, ‘혜숭춘강만경(惠崇春江晩景)’에서, “물 쑥은 땅에 가득하고 갈대 싹은 짤막하니, 지금이 바로 하돈이 올라오려는 때로다[正是河豚欲上時, 정시하돈욕상시]”라고 하였다(소동파시집_권26).‘하돈’은 복어다. 소동파만 유별나게 복어를 진미로 여기지는 않았다. 소동파보다 앞선 시대 사람인 송나라 매요신(梅堯臣, 1002~1060년)도 복어 찬사를 시구로 남겼다. 내용은 소동파의 시와 비슷하다.“봄 물가에 갈대 싹 나오고, 봄 언덕에 버들개지 난다/하돈이 이때를 만나면, 귀하기가 생선, 새우에 비교하랴?[貴不數魚鰕, 귀불수어하] (하략)”(‘범요주좌중객어식하돈어’ 중)매요신의 시가 오히려 복어 맛을 더 강조하고 있다. 매요신은 소동파보다 30년 정도 앞선 시대 사람이다. 소동파만 복어를 별미로 여기지는 않았다.소동파의 ‘죽음과도 맞바꿀 맛’이란 설명도 과장되었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복어에 대한 ‘과장’은 일본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일본은 바쿠후 시절, 복어 식용을 금지했다. 역시 독 때문이다. 오랫동안 혼슈 서쪽이나 규슈 지역에서만 먹었던 복요리는, 근대에 들면서 일본 전역으로 퍼진다. ‘복어 명산지’는 시모노세키였다. 일본 메이지유신 주인공들이 중앙 정계에 진출하면서 일본 전역으로 복요리를 전파했다는 ‘설’도 있다.복어를 두고 유난을 떠는 것은 일본이다. ‘복어 전문 조리사 자격증’을 처음 만든 것도 일본이다. 일본 에도[江戶] 시대 하이쿠 시인이었던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 1763~1828년]는 “(복어 독이 무서워) 복어를 먹지 않는 바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후지산”이라는 글을 남겼다. 만화 ‘맛의 달인(일본 이름, 美味しんぼ)’의 우미하라 유우잔의 모델은 실존 인물 기타오지 로산진(北大路魯山人, 1883~1959년)이다. 로산진은, “복어야말로 최고의 미식 중 하나라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는 복어는, 프랑스의 푸아그라나 달팽이 요리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시모노세키 복어가 가장 맛있다거나, “독이 무서워 복요리를 못 먹게 하는 것은 엉터리”라는 말도 로산진이 남겼다(‘무타협미식가_로산진’, 김유 역. 허클베리북스, 2019)우리는 복어를 두고 요란을 떨지는 않았다. 조선 시대 여러 기록에는 “복어가 각별히 맛있다”는 내용과 “독이 강하니 먹지 말자”는 내용이 뒤섞여 있다. 대표적인 ‘복어 식용 반대론자’가 청장관 이덕무(1741~ 1793년)다. 청장관의 ‘복어 식용 반대’는 뿌리가 깊다. 할아버지, 아버지 대부터 복어 식용을 반대한다. 단순히 반대한 것이 아니다. 후손들은 복어를 먹지 말라는 내용을 유훈으로 남겼다. 강계부사를 지낸 할아버지 부사공 이필익도 마찬가지.(전략) 왕고(王考)인 부사공(府使公)의 유훈에, “백운대(白雲臺)에 오르지 말고, 하돈탕(河豚湯)을 먹지 말라” 하였는데, 우리 제부(諸父)들이 그 유훈을 삼가 지켰고 나의 형제들 대에 와서도 역시 지킨다. 이 두 가지로 미루어 보면 위험한 곳에 가서는 안 되고, 먹는 일로 생명과 바꾸어서는 아니 된다. (후략) (청장관전서_사소절_근신)‘왕고’는 할아버지 이필훈이다. 할아버지의 유훈을 아버지, 숙부 대에 지켰고, 청장관 항렬에서도 지킨다고 했다. “먹는 일로 생명을 바꾼다”고 할 정도로 복어 독은 치명적이다.청장관의 아버지인 통덕랑 이성호도 마찬가지. ‘청장관전서_아정유고 8권_부록_선고부군(先考府君)의 유사(遺事)’의 내용이다.(전략) (아버지 통덕랑 이성호는) 평소 술을 즐겨 마셨는데 관직에 종사하고부터 술을 끊고 말씀하시기를 ‘마시면 과음하기 쉽고 과음하면 반드시 일을 그르친다’ 하였다. (중략) 흡연(吸煙)을 가장 싫어하고 하돈(河豚)을 들지 않았다. 항상 하돈 먹는 사람을 경계하기를 ‘어찌 구복(口腹)을 채우기 위하여 생명을 망각하랴’ 하였다. (후략)‘구복(口腹)’은 입과 배다. 맛있게 먹거나 배를 채우려고 생명을 망각하는 일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 청장관 이덕무는 할아버지, 아버지의 이런 유훈을 잘 지켰고 자신도 ‘복어 경계’를 글로 남겼다.이삼 월 사이에 어선(漁船)이 강에 정박하면 하돈이 왕왕 나타나므로 (중략) 먹고서 중독되어 죽는 자가 자못 많다.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니 어찌 그리 어리석단 말인가. (중략)/하돈(河豚)에 혹하는 자들의 말은/맛치곤 천하에 제일이거든/(중략)/어허! 백 년이 다 못 차는 몸/잘 죽어도 오히려 서글플 텐데/어쩌자고 독소를 마구 삼키어/가슴에다 칼날을 묻으려 드나/잠깐의 기쁨이야 얻겠지만/끝내는 목숨이 끊어지는 걸/(후략) (청장관전서 제1권_영처시고_하돈탄 병서)우리나라는 일찍부터 복어를 먹었다. 장유면 수가리의 신석기시대 패총에서 졸복 뼈가 출토되었다. 김해는 통영에서 멀지 않다. 두 곳 모두 남해안이다. 지금도 통영 일대는 ‘졸복탕’ ‘졸복국’이 유명하다. 기록이 없을 뿐이지 삼국시대, 고려 시대에도 복어는 널리 먹었다. 고려 말의 문신 목은 이색(1328~1396년)도 복어 예찬을 남겼다. 조선 초기에도 합포(마산)에서 복어 독 중독으로 집단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조선 시대 기록에는, 청장관 이덕무나 청장관 선조들의 ‘경고’와는 달리, ‘복어 맛 찬미’의 내용도 무수히 많다.겸재 정선(1676∼1759년)은 1740년부터 5년간 양천현령을 지냈다. 지금의 서울 양천구 언저리다. 이때 겸재가 남긴 그림이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 그중 한 장이 지금의 행주대교 일대를 그린 ‘행호관어(杏湖觀漁)’다. ‘행주대교 부근에서 물고기 잡는 그림’이라는 뜻이다. 이 그림에는 겸재의 친구인 사천 이병연(1671∼1751년)의 시가 붙어 있다. “늦봄의 복엇국이요/초여름의 위어회라/복사꽃 넘실넘실 떠내려오니/그물을 행호 밖으로 던진다”는 내용이다.복어 철은 복숭아 꽃이 떨어져서 강물로 내려올 때다. 소동파나 사천 이병연의 복어 모두 ‘복사꽃’이라는 공통어가 있다. 봄날 혹은 늦봄의 복어다. 두 사람의 복어는 황복(黃鰒)이다. 황복은, 바다에서 살다가 봄철에는 산란을 위해 강으로 거슬러 온다. 중국이나 우리나라 서해안 모두 황복의 명산지였다. 생선 잡는 도구가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얕은 바다나 강으로 접근하는 복어를 잡았다. 황복이다. 소동파나 조선 시대 문인들이 이야기한 ‘복사꽃 필 무렵의 복어’는 당시에도 비교적 잡기 쉬운 황복이었다. ‘복어=복사꽃 필 무렵’은 황복이다. ‘황복 1kg가 100만 원’이라는 말이 떠돈다. 황복이 그 정도로 맛있을까? 아니다. 황복이 사라지니 희귀성 때문에 생긴 말이다.대부분 복어는 겨울이 제철이다. 우리가 별미로 치는 검복, 자주복, 참복 등은 추운 가을부터 한겨울, 봄철까지가 제철이다. 까치복도 늦가을이 제철, 동해안의 복어 역시 겨울이 제철이다. 겨울철 복어에도 이리는 있다. 물론 충분히 맛있다. /맛칼럼니스트

2019-11-11

불평 없이 사는 지혜 (2)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 넓은 집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한 젊은이는 암소를 방안으로 끌고 들어와 여물을 주기 시작합니다. 좁은 방은 터져 나가기 일보 직전입니다. 음메 음메 울어대는 암소, 자꾸만 수탉을 쫓아 뿔을 들이미는 염소, 방안을 푸덕거리며 깃털을 날리는 수탉.녹초가 된 젊은이는 울면서 랍비를 찾아가지요. “시키는 대로 다 했지만, 저는 이제 완전히 미칠 지경입니다.” 랍비가 말합니다. “아주 잘했네. 그럼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동물들을 모두 방 바깥으로 끌어내게. ”젊은이는 집에 돌아와 닭장을 만들어 수탉을 넣고 염소와 암소를 마당 말뚝에 매어 놓은 다음 엉망진창이 된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없이 좁고 불편했던 집안이 이제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안락하고 넓은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젊은이는 더 이상 자기 집이 좁고 낡았다고 불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버트런드 러셀은 말합니다. “행복의 비결은 간단하다. 불평불만에 스스로 속지 않으면 된다.”사람은 울면서 태어나 불평하며 살다가 실망하며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구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기막히게 잘하는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불평’일 것입니다. 기름값이 비싸다고 불평하는 것은 당신이 자동차를 가진 덕분이고, 출근시간에 교통 체증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은 직장이 있는 덕분입니다. 바라보는 눈이 바뀌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순간 우리의 삶은 바뀌는 거지요.불평을 멈추는 변화는 4단계를 거치며 이뤄집니다. 무의식 가운데 불평하는 1단계. 의식하면서 불평하는 2단계. 의식하면서 불평을 억제하는 3단계. 무의식 가운데 불평하지 않는 4단계. 나만의 체크 방식으로 불평할 때마다 인식하게 장치를 만들면 만성불평증후군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혜를 모아 보면 어떨까요?/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11-11

대로(大老)가 없는 정치

강희룡 서예가인조실록(仁祖實錄)에 ‘왕이 하교하였다. 옛날에 은(殷)나라 임금 수(受)가 극악무도하였지만 삼인(三仁)이 떠나버리고 나서야 나라가 망했다. 이를 보면 나라에 어진 이가 존재하는 것은 물고기에게 물이 있고 가뭄에 비가 내리는 일에 비유할 정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세 사람의 어진 이는 은나라 왕 주의 이복형 미자와 종실인 비간 그리고 기자를 가리킨다. 인조반정 후 집권한 서인정권은 반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고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해 남인계 인사 이원익(1547∼1634)을 영의정으로 발탁했다. 이원익은 인조의 부름을 받고 조정에 나갔지만, 광해군을 죽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이에 반대하여 광해군의 목숨을 구하였다. 정묘호란 당시에도 도체찰사로서 세자와 왕을 호종했다. 그 후 노쇠함을 이유로 치사(致仕)를 청하다가 그대로 귀향하였는데, 인조는 그에게 다시 조정에 나와 주기를 이렇게 정중히 요청하였던 것이다.내용을 더 살펴보면 ‘영부사 이원익은 선왕조의 훈구 대신으로서 충성과 정절이 크게 드러났으며, 청렴한 덕이 옛사람들보다 뛰어났으니, 진정한 이 나라의 대로(大老)이다. 그런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서 마음을 돌려 조정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으니, 이는 과인이 무도하고 성의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중략)’여기에 ‘대로’라는 말이 나온다. 이 대로는 단순히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만인의 귀감이 되고, 시국을 꿰뚫어보는 혜안과 세상을 바르게 이끌 수 있는 경륜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이는 맹자가 주나라의 백이(伯夷)와 태공(太公)을 ‘천하의 대로’라고 말한 고사에서 나온 것으로,‘나라의 큰 어르신’이라는 뜻이다. 이원익은 오랫동안 벼슬살이하며 많은 업적을 남겼으면서도 두어 칸짜리 초가집에서 생활했고, 벼슬에서 물러난 후에는 끼닛거리조차 없을 정도로 청빈했다고 한다. 그런 그를 인조가 대로라고 일컬은 것은 그리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전례 없는 큰 갈등을 겪고 있다. 매사 이해관계에 따라 각 집단의 주장이 상반되고, 가짜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단적인 대립을 거듭하고 있다. 모두가 내 주장만 내세울 뿐 다른 쪽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상대편을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 편향된 시각, 아집과 독선은 격렬했던 왕조의 당쟁시기보다 더 심해진 듯하다. 누군가 나서서 대국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를 바라지만 사회 대통합은 고사하고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여 손에 촛불을 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국민의 주권행사로 위임받은 권력을 그들만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절대 권력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상의 한계를 넘는 각종 부정과 비리를 오랜 세월을 수없이 보아왔다. 위정자들의 권력 쟁취욕은 사회를 지역주의로 만들었으며 무소불위 정치권력과 경제가 야합을 하면서 언론까지도 결탁한 실상이 요즈음 우리 사회실상의 진면목도 드러냈다. 과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거나 구성원들의 의견이 대립될 때면 집안이나 고을의 큰 어른을 찾아뵙고 고견을 들었듯이,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을 지닌 큰 어른의 말씀이 없어진지 오래인 듯하다.

2019-11-11

양궁과 복싱, 그리고 입시제도

서정목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의 양궁은 세계 최고이다. 과거 올림픽 양궁경기에서 한국선수들이 금·은·동메달을 모조리 차지하니 결승전에서 화살의 발수도 줄이고, 활을 쏘는 시간도 줄이고 갖은 꼼수를 부려서 한국의 독주를 막고자 했다. 그 무엇보다도 한국의 양궁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엄정한 선수 선발과정이다. 과녁에 맞은 화살의 수를 헤아려 선발하니 공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에는 복싱을 보자. 복싱의 체급은 체중에 따라서 선수들을 구분해 놓았다. 보통 헤비급, 미들급, 웰터급, 라이트급 등 십여 개의 체급으로 나뉜다. 복싱에서는 체중이 곧 파워이기 때문에 체급을 무시한 복싱경기는 불공정하다. 그래서 체급별로 구분한 복싱은 그 과정이 공정하다 할 것이다. 80∼90㎏대의 헤비급 선수와 40㎏대의 플라이급 선수가 한 링에서 시합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나름 양궁은 양궁대로, 복싱은 복싱대로 공정하다. 과거 해방 직후에는 각 대학별로 입학시험이 시행됐다. 그 이후의 예비고사, 그리고 필자와 같이 386세대의 학력고사는 비교적 단순했다. 예비고사 시대에는 예비고사, 본고사를 병행하다가 예비고사와 내신 성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다. 그 이후에 학력고사로 대체됐다. 1994년부터 실시된 수학능력시험은 대학별 본고사, 내신 성적, 면접, 논술 등으로 구성되고 각 영역의 채택여부, 반영비율, 그리고 평가방법 등은 대학의 자율로 운영되도록 하였다. 시대에 따라 입시제도는 변화해 왔다.오늘날 대학입학 전형의 종류와 제도는 너무 복잡해서 대학교수인 필자도 다 알 수가 없다. 그럴 수밖에 대학별, 지역별, 전공별, 시기별로 합종연횡하다 보면 기하급수적으로 그 종류가 늘어난다. 수시전형에서는 정시전형 이전에 내신 성적, 면접, 논술 등의 시험을 통해 입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라면, 정시전형이란 일제히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고사의 결과를 근거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정시전형은 양궁에서 과녁에 적중한 화살의 수를 세는 것과 같이 본인이 득점한 순서대로 합격, 불합격을 가르면 된다. 가장 공정한 시험방법이다. 그래서 최근의 입시 불공정 문제와 관련해서 정부는 수능의 정시 비중을 확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겉으로 정시전형은 공정해 보이지만, 고소득, 고학력 가구의 자녀가 수능점수를 잘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수시전형은 기회의 균등을 제공하고 자신의 특기, 소질,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잠재력을 개발하는데 장점을 지니기는 하지만 학종, 스펙, 평가 등과 관련된 각종 부정과 비리의 가능성이 크다. 양궁과 같은 결과의 공정, 복싱과 같은 과정의 공정을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입시제도는 없을까! 이 정부가 풀어야 할 큰 숙제이다. 동시에 두 가지 가치를 구현할 수 없다면, 향후 어느 방안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더 부합되는 인재를 키울 수 있을 것인가도 고려해야 할 한 꼭지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2019년부터 수능을 폐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사회, 문화가 가장 많이 닮은 나라이다. 이들이 왜 수능을 폐지하는지, 다른 대안이 무엇인지 눈여겨 볼 일이다. 이유가 있을게다.

2019-11-11

알리바바 쇼핑축제

알리바바 쇼핑축제는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2009년부터 11월 11일 시작한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 이벤트다.중국에서 11월 11일은 연인이 없는 싱글의 날이라는 뜻의 ‘광군제’(光棍節)로 불렸는데, 알리바바가 이날을 쇼핑 축제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첫해 5천만 위안(약 82억8천만원)이던 거래액은 작년엔 4천배나 많은 2천135억 위안으로 폭증했다.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도 11월11일 할인 대전에 뛰어들어 11월11일 쇼핑 축제는 알리바바 차원이 아닌 전 중국 차원의 소비 축제로 자리잡았다.실제로 알리바바는 저장성 항저우시 본사에 마련된 프레스룸에서 쇼핑 축제 개시 1분36초 만에 거래액이 100억 위안(약 1조6천566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작년에는 같은 금액이 거래되는 데 2분 5초가 걸렸다. 역대 하루 전체 거래액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17분 6초 만에 2014년 하루 전체 거래액인 571억 위안을, 1시간 1분 32초 만에 2015년 하루 전체 거래액인 912억 위안을 각각 넘어섰다.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거래액은 작년 거래액인 2천135억 위안(약 35조3684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알리바바 측은 이날 자정까지 24시간 동안 작년보다 1억명 더 많은 총 5억명의 고객이 자사 플랫폼을 이용해 쇼핑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알리바바에서 팔리는 할인 상품은 화장품, 의류, 가구, 장난감 등 일반 소비 상품에서부터 일본 여행 패키지 상품, 주택까지 다양하다.알리바바 쇼핑축제는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을 넘어서는, 4차산업혁명의 대표적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1-11

영국보수당의 교훈-보수 통합해야 산다

박준섭 변호사1815년에 제정된 영국의 곡물법은 곡물가격을 유지해서 지주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곡물의 수출입을 규제하는 법이었다. 1845년에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감자마름병에 의한 기근은 전적으로 농업에 의존하면서 수백만명이 감자로만 연명하고 있던 아일랜드 주민을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게 하는 역사상 대참사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영국의 필 수상은 곡물법을 폐기하는 결단을 하면서 무역을 제한하는 관세들을 대부분 철폐하고 자유무역체제로 돌입하었다. 보수당은 필을 좇아 곡물법 폐지에 찬성한 사람들과 반대한 사람들로 나뉘어 싸웠다. 찬성파들은 자유무역주이자들로, 반대파들은 보호무역주의자들로 남았다. 보호무역주의자들이 지주계급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하고 상대파가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줄이려는 공장주들의 탐욕을 도울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 결과 보수당은 필 지지파와 보호무역파라는 두 당파로 분열되었고 필 자신은 실각하였다. 그 후 보수당은 1846년부터 1874년까지 오랜기간 거의 정권을 잡지 못했다. 박지향 교수는 ‘정당의 생명력’에서 보수당이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첫째, 곡물법을 둘러싼 논란은 보수당이 더 이상 과거의 좁은 지지기반에 의존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둘째, 유권자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정당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분열해서는 안된다는 것, 셋째 보수당이 영국의 미래와 그것을 위한 보수당의 역할에 대하여 적극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 즉 단순히 정적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으로 지지를 모을 것이 아니라 보수당 스스로 확고한 비전과 정체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보수당이 이 모든 일을 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은 바로 벤저민 디즈레일리였다. 그는 앞에 언급한 것 모두를 실천하였고 마침내 집권에 성공하였다.       자유한국당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두고 분열했다가 실권했다. 아직도 보수가 왜 괘멸당할 수준으로 패했는지에 대해서는 상대편의 잘못만 이야기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대통합을 공론화하면서 통합논의가 시작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시시비비가 아직도 걸림돌이지만, 보수의 철학이 인간의 불완전성을, 비록 의회의 탄핵의결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전통과 국가의 권위를 중시하는 보수의 관점에서 이제 넘어서야 한다.만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염두에 두고 현재 분열되어 있는 각자의 당의 기득권만 생각하면서 통합하기를 꺼린다면, 국민들은 분열되고 갈라진 보수를 국민을 위한 정당들로 생각지 않을 것이고, 곧 다가올 총선에서 보수·우파정당을 결코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의 이해찬 의원이 말했던 20년 장기집권이 허언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자신이 받은 소명에 따라 보수통합의 십자가를 지는 길은 보수의 미래를 연 디즈레일리에게 이르는 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2019-11-11

데이 마케팅

언제부턴가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라 하여 친구나 연인끼리 길쭉한 모양의 과자를 주고받는 풍속이 생겼다. 그 유래는 부산의 모 중학교 학생들이 11월 11일을 맞아 키도 더 커지고 날씬해지자는 의미에서 과자를 교환한 것에서 비롯됐다 한다. 이를 과자회사가 마케팅으로 활용하면서 빼빼로 데이가 생겨났다는 것이다.특정한 날을 기념일로 만들어 상품을 집중적으로 파는 행위를 ‘데이 마케팅’이라 한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도 같은 종류의 데이 마케팅이다. 외래식 과제를 대상으로 한 데이 마케팅에 반발해 기왕이면 우리 상품을 마케팅으로 하자는 운동도 일어났다. 3월 3일을 삼겹살 데이, 닭을 부를 때 ’구구’한다 하여 9월 9일은 닭고기와 계란을 먹는 날로 정한 것 등이다. 또 11일이 우리나라 가래떡과 비슷하다 하여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주고받자는 운동도 있다. 경기도 어느 도시는 11월 11일을 과자 대신 책을 선물하자는 캠페인도 벌였다. 대구에서는 매달 11일을 대중교통의 날로 정했다. 11일이 사람의 두 다리와 닮아 이 날로 정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미세먼지 등 환경운동도 겸할 수 있다는 취지다.적절한 데이 마케팅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경기를 촉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많다. 소비자의 건전한 선택은 데이 마케팅의 긍정적 측면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긍지와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날이다. 데이 마케팅에 정신을 빼앗겨 법정기념일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우리나라는 임금이 직접 권농을 할 만큼 전통적인 농업국이다. 농업인의 사기를 살릴 농산물에도 데이 마케팅을 한번 시도해 보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1-10

‘칼춤’ 주의보

안재휘 논설위원조선 시대 당쟁사의 이면에는 정적을 탄압하고 제거하기 위한 파당 정치꾼들의 무시무시한 ‘음모’와 ‘조작’이 난무한다. 그 중에도 중종(中宗) 14년 훈구파들이 신진사류 조광조(趙光祖) 일당을 죽일 목적으로 일으킨 기묘사화(己卯士禍)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역사는 대궐 뜰의 나뭇잎에 꿀물로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는 글씨를 써서 벌레가 갉아먹게 하여 사단을 만들었다고 적고 있다. 이 만화 같은 이야기는 오늘날 트집거리를 만들기 위한 조작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정적의 집에 무기들 몰래 갖다 놓고 들이쳐서 ‘반란죄’를 뒤집어씌우기도 했다는 야사의 틈새를 보면 사색당파 권력다툼의 살풍경은 상상을 초월한다.김대업(金大業)의 이회창 아들 병역 비리 조작사건인 ‘병풍(兵風)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악행이 정권의 향배를 가르는데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계량하기 어렵지만, 그는 승자의 편에 선 추악한 죄를 저지르고도 고작 1년 10개월의 징역을 살았을 따름이다. 김대업은 2016년 강원랜드 등의 CCTV 교체 사업권을 따주겠다며 2억5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필리핀으로 달아났다가 얼마 전 체포돼 송환됐다.‘조국 대란’을 넘어서자마자 정국은 급속도로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 격전으로 전환되고 있다. 집권세력은 쓰레기통에서 대략 두 개의 부비트랩을 끄집어냈다. 그 첫 번째는 지난 2017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에서 논의된 ‘계엄령 검토’에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루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다. 총대를 멘 인물은 진보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다.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촛불 정국 계엄령 문건에 대해 “청와대가 가짜 최종본 문건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국가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군인권센터 임태훈은 즉각 하 의원이 주장하는 문건을 ‘위·변조된 문건’이라고 반박했다.한편, 검찰은 더불어민주당의 ‘세월호 재수사’ 요구에 특별수사단을 만들어 다시 수사하겠다고 화답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책임자 122명을 오는 15일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제1야당을 이끄는 황교안 대표를 겨냥한 총공세가 시작된 것이다.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기무사령부 계엄문건 황교안 관여’ 의혹에 대해 “제1야당 대표를 흠집 낸 최악의 정치공작 작태”라면서 “제2의 김대업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역사는 돌고 돌아 또다시 한바탕 정치보복의 망나니 ‘칼춤’을 예고하고 있다. 온갖 실정(失政)으로 지탄받는 문재인 정권이 5년이 넘은 ‘세월호’ 화두를 여전히 동아줄로 여기는 모습은 만감을 부른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의 말처럼 이 ‘낡은 정치 문법’에 목을 매는 저질정치는 참으로 끈질기다. 여러 차례의 실험에도 나뭇잎 꿀물 글씨 ‘주초위왕(走肖爲王)’을 갉아먹는 벌레가 발견되지 않은 것은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

2019-11-10

모나리자

김현욱 시인관점이 다르면 해석이 달라진다. 중국의 프랑스어학과 교수 우훙먀오와 프랑스 철학자 크리스틴 카욜의 동양인은 모나리자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에서 두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두고 서로 다른 관점과 해석을 주고받는다. 카욜은 ‘모나리자’를 보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떠올리지만, 우훙먀오는 ‘모나리자는 누구인가? 주변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가?’가 더 궁금하다. 집단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서양과 개인보다는 집단의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의 가치관이 흥미롭게 충돌한다.‘모나리자’만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고, 가장 많은 예술의 대상이 되고, 가장 많이 패러디되는 예술작품도 드물다. 나는 ‘모나리자’하면 다 빈치나 루브르 박물관이 아니라 조용필의 노래가 떠오른다. 명화의 조건은 ‘가장 고귀한 미적 가치를 제공하는 작품’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상징’이라는 관점에 동의한다. ‘모나리자’만큼 스토리텔링이 많은 그림도 드물다. 어쩌면 그 많은 스토리텔링 덕분에 유명해진건지 모른다.1911년 8월 22일, ‘모나리자’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2년 뒤에 범인이 잡히는데 놀랍게도, 청소실에서 숨어 있다가 외투 속에 숨겨서 갖고 나왔다고 한다. 범인은 루브르의 직원이었던 이탈리아인 빈첸초 페루자였다. 그 일로 루브르 박물관을 비판하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와 파블로 피카소까지 조사를 받는다. 페루자는 이탈리아 그림을 이탈리아에 돌려주기 위해 그림을 훔쳤다고 주장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이 일로 피해 본 사람이 없다. ‘모나리자’는 더욱 유명해졌다.”는 페루자의 변론이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이후에도 ‘모나리자’를 향해 황산과 돌멩이, 페인트, 도자기가 날아들었다. ‘모나리자’는 그야말로 수난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우훙먀오처럼 ‘모나리자’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일반적으로 피렌체 상인 조콘도의 부인 리자(Lisa)라는 설이 우세하지만, 다빈치의 어머니 카테리나, 동성 애인 살라이, 다 빈치 자신이라는 설도 있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모호하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까닭은 스푸마토 기법 때문이다. 스푸마토는 ‘연기’라는 이탈리아어 ‘푸모’에서 나온 말로 연기처럼 영역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드럽고 미묘하게 처리하는 기법이다. 다 빈치는 ‘모나리자’를 1503년에 그리기 시작하여 4년 만에 완성했지만 이후에도 여러 번 덧칠했다고 한다.원병묵 성균관대 교수는 “스푸마토 기법은 모나리자의 은은한 미소를 만들어 주지만 결과적으로 이 기법을 쓸수록 얼굴 피부가 갈라지는 크랙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스푸마토 기법의 숙명은 아름다움을 영원히 가꾸고 싶지만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과 닮았다”라고 썼다.사연 많은 ‘모나리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유명해질 것이다. 사연 많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스토리텔링으로 가득 찬 인생이라면 괜찮지 않은가!

2019-11-10

불평 없이 사는 지혜 (1)

유럽 농촌 마을에 사는 젊은이가 있습니다. 항상 불평불만을 달고 사는 청년이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불만은 자기가 사는 집이 너무 좁고 낡았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그가 유난히 불평을 심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이웃 어르신이 가서 마을 랍비를 만나라고 조언합니다. 젊은이는 지긋지긋한 이 집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랍비를 찾아가 조언을 청합니다.“수탉 한 마리를 사서, 방 안에 풀어놓으시오. 이 수탉을 절대 방 밖으로 나가게 해서는 안 되오. 당신이 좁고 낡은 집의 불행에서 벗어나는 비결이니 꼭 명심하시오.”젊은이는 신이 나서 수탉 한 마리를 방에 두고 지내기 시작합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방은 닭 깃털로 가득하고 닭의 똥과 모이가 흩어져 엉망이 되었습니다. 집안은 더 좁고 더럽고 악취로 가득했습니다.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자 다시 랍비를 찾아갔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이상하군.” 랍비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다시 지침을 내립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염소를 한 마리 사서, 수탉 옆에 두고 키워 볼 수 있겠나? 틀림없이 자네는 이 끔찍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네. 장담하네. 일주일만 버텨보게.”젊은이는 다시 희망에 부풀어 올라 염소에 돈을 투자하기로 합니다. 염소 한 마리를 사서 크고 넓은 집을 얻을 수 있다면 현명한 투자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일주일을 견디는 동안 젊은이는 거의 미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염소가 닭을 계속 쫓아다니는 바람에 가뜩이나 좁은 집안은 더 비좁고 악취가 진동하며 숨조차 쉬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지요. 일주일을 견뎌낸 젊은이는 랍비에게 달려갑니다.“이제 마지막 관문이네. 소 한 마리를 방 안으로 들여 일주일 동안 키워 보게. 그렇게 하면 자네는 틀림없이 고민을 깨끗이 해결할 수 있을 걸세.” (다음 편지에 계속)/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11-10

연극 ‘산불’을 통해본 분단의 비극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오랜만에 연극 ‘산불’을 보았다. 차범석 선생의 이 작품은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연극을 통해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극단 예전의 중견 배우들이 열연한 이 작품은 6·25 분단의 비극적 상황을 리얼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지방의 척박한 문화 예술 환경하에서도 지역 연극인들의 중후한 연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연극의 출연진들이 모두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여 작품의 토속 성을 높였고 무대와 관객의 거리를 훨씬 좁혀주었다.이 연극은 6·25 전쟁기간 중의 산골 주민들의 애환을 잘 보여주었다. 조용하던 시골 마을도 인민군 점령으로 좌우 이념의 갈등이 시작된다. 마을을 점령한 인민군이 ‘위대한 수령’ 만세를 외치고, 인민군 퇴출 후 국군이 진주하여 부역자를 색출한다. 동네의 청년 전직 교사 규복은 북한의 빨치산에 가담하여 활동한다. 그는 어디로도 갈 수 없어 대밭에 숨어 사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 극한 상황에서도 피어나는 과부와 규복의 3각 애정 관계는 관중을 무대로 끌어들인다. 무대 중간 중간 배고픈 김 노인의 밥을 달라는 ‘밥- 도-’라는 외침은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낸다. 토벌대에 의해 사살되어 돌아온 규복의 비극적 죽음이 이 연극의 피날레이다.몇 해 전 프랑스에서 피카소의 ‘조선의 비극’을 본적이 있다. 프랑스 공산 당원이었던 피카소는 미국의 침략전쟁을 상징적으로 작품을 그렸다. 미국에서 활동한 소설가 김은국은 ‘순교자’(martyr)를 통해 전쟁의 비극을 잘 묘사하였다. 북한 땅에서 ‘하느님이 있느냐’는 공산당의 질문에 돈독한 신앙심을 보였던 목사가 오히려 신을 부정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이 소설이 영화화되었을 때 기독교인들이 철저히 반대한 이유이다. 어릴 때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밤새워 읽은 적이 있다. 6·25전쟁 시기의 빨치산과 보수 우익 등 여러 군상을 만날 수 있다.이 연극을 보고 돌아오면서 나는 내 고향에서 겪은 나의 6·25를 회상해 본다. 내 나이 여섯 살 때 격은 전쟁의 비극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는 인민군 치하에서 여러 달을 보냈다. 나는 인민군 아저씨의 총을 만져 보기도 하고, 뒷산 굴속에 숨어 있는 고모의 심부름도 자주 하였다. 인절미를 해 달라는 인민군에게 그것을 할 줄 모른다고 손을 내젓던 아주머니, 인민군 퇴각 후에 사랑방에 남아 있던 그들의 물통, 탄피 통, 허리띠는 우리들의 생활용품이 되었다. 서울대 졸업식에 간 후 행방불명된 집안 아저씨도 당시의 주역들도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어언 해방 75년, 분단의 세월 70년도 함께 흐르고 있다. 주변에는 아직도 가족의 생사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내 주변에는 전쟁 통에 행방불명된 부친을 그리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남북의 통일이 어렵다면 헤어진 가족이라도 만나게 하는 것이 인간적 도리이다. 여하튼 연극 ‘산불’은 전쟁과 이념 갈등, 인간의 욕망, 좌절을 유감없이 보여준 훌륭한 작품이다. 이러한 분단 문학이 이념의 갈등과 분단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하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

2019-11-10

안동을 더욱 안동답게 “위대한 유산, 또 하나의 미래”

권영세안동시장비빔밥은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음식 중 예상을 뒤엎는 메뉴 중 하나였다. 치맥처럼 유행의 흐름을 따르거나 비교적 호불호가 적은 육류의 불고기와 달리 지극히 한국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덕에, 익숙해서 그 별미를 잊었던 비빔밥은 오히려 우리에게 그 가치를 재조명받게 되었다.한자로는 ‘골동반(骨董飯)’, 한글로는 ‘부뷤밥’으로 기록된 비빔밥은 19세기 말엽에 나온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역사를 살피면 제사에 올린 음식을 조상과 자손이 함께 먹는다는 음복설에서 그 유래를 찾기도 한다.안동에도 특산품을 비롯해 많은 먹을거리가 있지만 여전히 익숙한 채 우리 곁에 오래 머물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제사를 지낸 후 남은 여러 나물을 비벼 먹는 “헛제사밥”이다.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음식이 개발되고 변형되지만 오리지널이 가진 “꾸준한 수요”는 따라갈 수가 없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여전히 새로운 것이지만 새롭다는 것은 결국 경험하지 못한 누군가의 익숙한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를 다른 시각으로 돋보이게 하는 것. 새로운 것은 환영받지만 익숙한 것이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비빔밥은 유형의 유산이지만 그 안에 오랜 시간 담겨 온 지역성과 역사성은 무형의 유산이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그 안에 내재한 인간이 이룩해낸 시간의 깊이 때문이다.오늘에까지 총 5개의 세계유산·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한 안동은 올해 두 개의 서원(안동 도산서원, 병산서원)을 등재한 데 이어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외국인 6만여 명을 포함해 총 102만여 명이 다녀간 올해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시작은 이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원형으로 지금의 우리가 즐길 수 있는 탈춤축제라는 새로운 콘셉을 고민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있기에 가능했다.올해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대비 약 30% 증가해 글로벌 축제로의 인지도를 높였다. 축제는 새로운 것이지만 탈춤은 고유한 인류의 문화이기에 공감과 신명을 절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특히 지역의 문화인력 성장과 축제의 동반성장을 이뤄내 안팎으로 매우 의미 있는 한 해였기에 더욱 뜻깊다.익숙한 우리의 유산이 단순히 지켜나가야 한다는 관념적 틀을 벗어나, 이처럼 오늘의 일상 안에서 새로운 가치로 구현해 나가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자 숙명이 아닐까.선성현객사를 재발견한 선성현문화단지, 선비의 길을 수면 위로 그려낸 선비순례길인 선성수상길, 400년 전 원이엄마의 스토리가 오버랩 된 월영교, 오고감의 정이 싹텄던 안동역사 부지 일대의 공간 재창조 계획까지.모두가 우리의 옛것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발길을 잇고 있다. 이것은 허투루 지나친 일 없이 우리가 가진 소중한 유산을 모두 아낌없이 보았기 때문이다.도심 전역에 배치된 각각의 자원을 새로운 콘텐츠로 가꿔, 인위적으로 재현된 것이 아닌, 수백 년의 시간을 간직한 문화가 고스란히 살아있기에 안동을 찾는 누구에게나 그 감동이 오롯이 전해진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아 세계인의 문화가 된 유산을 품은 도시가 되었다.비빔밥이 롱런한 가장 큰 이유는 변형되지 않은 고유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안동은 우리 선조의 고유한 손길로 빚어진 문화의 보고이다. 위대한 유산을 품은 도시 안동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관광을 넘어 ‘정신’이 가지는 휴식의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계절이 깊어지는 이 가을, 안동이 세계가 주목하는 위대한 유산으로 물들고 있다.

2019-11-10

포카전을 아십니까

용문중 포항공대 박사과정포항공대는 봄에는 교내 축제로, 가을에는 카이스트와 교류전으로 연간 두 차례 축제를 연다. 가을 축제의 명칭은 ‘포스텍-카이스트 학생 대제전’이고 줄여서 포카전 혹은 카포전이라 부르며, 해마다 장소를 번갈아 개최한다. 올해 17회째인데 포항공대가 8승 9패로 근소하게 뒤처져 있다.최종 승부는 여러 종목 승패를 합쳐 결정한다. 공대생들의 축제답게 과학 퀴즈나 프로그래밍 대결 같은 종목과 구기 종목인 야구와 축구, 농구도 있다.학부 시절, 나는 야구 선수로 포카전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학부생 시절인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포항공대는 카이스트에 2014년 한 번 이기고 세 번을 졌다. 학부 졸업 후에 나는 야구에 관한 관심을 접고 살았다. 얼마 전 야구 동아리 선배와 밥을 먹으며 올해 포카전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최근 포항공대 야구팀 실력이 좋아졌다고 했다. 내가 야구를 하던 시절에는 팀이 매번 4부 리그에 머물렀지만, 최근에 2부리그까지 승격했고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단다. 카이스트 야구팀은 예전부터 2부리그에 참가하고 있다.포항공대는 최근 2년 야구 경기에서 연달아 패했다. 초반에 앞서다가 후반에 역전을 당했다. 팀에서 분석하며 여러 이유를 찾아보았는데 카이스트에서 투수가 내는 사인을 훔쳤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 고전하다가 후반에 점수를 낸다는 가설이었다. 선배는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포수는 엉덩이 밑 쪽으로 손을 내려서 투수에게 사인을 줘서 던질 구질을 약속한다. 이 사인은 1루 주자가 쉽게 볼 수 있다. 타자는 1루 주자에게서 사인을 받아 투수가 직구와 변화구 중 어느 것을 던질지 미리 알 수 있다.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상대 팀이 사인을 훔친다면, 우리도 사인을 훔쳐야 하는가? 이에 대해 단호하게 반박할 사람이 떠올랐다. 공자였다. 논어 ‘안연’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듣지 말며, 말하지 말고, 움직이지 말라.’ 반면, 그런 공자에게 반박할 마키아벨리도 떠올랐다. 군주론에는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라며 승리를 위해 어떠한 방법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애초 상대 팀이 사인을 훔치지 않았으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지 상대 팀이 사인을 훔쳤기 때문에, 우리도 훔쳐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추어 야구 경기에서 사인 훔치기를 시도하면 평판이 나빠질 것이다. 즐기자고 하는 야구를 비신사적인 플레이까지 해가며 이기려 하는 것은 누구도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포카전 승리는 학교를 대표하는 동아리 1년의 가장 큰 목표며, 승리의 열매는 달콤하다. 특히 팀을 이끄는 주장은 승리가 더욱 간절하다. 주장으로서 한 해의 포카전을 이겼다는 자부심, 이긴 순간에 받는 헹가래, 근사한 트로피, 두고두고 자랑할 수 있는 추억이다. 게다가 이번 승리를 계기로 동아리 지원금이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못할까 하는 유혹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선배에게 굳이 포항공대도 카이스트의 사인을 훔쳤냐고 묻지는 않았다. 다만 상대가 사인을 훔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고는 들었다. 올해는 포항공대가 초반에 고전하다가 후반에 역전승을 했단다.프로 야구에서도 사인을 훔치거나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발전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실력이 있다면 상대가 무엇을 던질지 안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포항공대 야구 실력이 최근 좋아졌고 분명 이 때문에 승리했을 것이다.지금 보면, 포카전 경기의 승패가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승리한다고 보상이 생기지도 않고, 진다고 큰 손해가 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한 경기의 승리를 위해 두 팀 모두 땀을 흘렸던 순간들이 있다. 방학에 집에 가지 않고, 자발적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했던 시간들, 고된 훈련을 거쳐 뽑힌 학생들이 학교 대표로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어쩌면 포카전에서 승리하고 싶은 마음은 노력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물을 보고 싶은 욕망일지도 모른다.

2019-11-10

일엽지추(一葉知秋)

일엽지추는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안다는 말이다. 이 말의 숨은 본뜻은 사물의 작은 조짐을 통해 앞날을 미루어 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엽지추라는 한자 자체 의미로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기에 모자라지 않다. 온 산을 단풍으로 물들였다는 만산홍엽(滿山紅葉)과 함께 가을이 왔음을 알릴 때 한 번씩 쓰이는 멋진 표현이다.계절마다 자연의 색으로 갈아입는 산의 아름다운 자태를 표현한 말들은 많다. “산은 보랏빛이요, 물은 맑다”라는 산자수명(山紫水明)과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의 청풍명월(淸風明月)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사자성어다. 사철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의 변화는 인간에겐 늘 신비와 사모의 대상이다. 옛 성현은 계절마다 바뀌는 모습을 보고 그때그때의 아름다움을 간결한 말로 표현했다. 화조풍월(花鳥風月)이란 꽃과 새 그리고 산들바람과 구름 사이로 흐르는 달이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자연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밖에도 녹양방초(綠楊芳草), 녹수청산(綠水靑山), 만학천봉(萬壑千峰) 등 계절별로 바뀌거나 산세의 모습을 본 따 부른 사자성어가 있다.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하면서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난다. 특히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의 풍요로움과 여유로움은 한 여름의 더위에 지친 마음을 씻겨 준다. 이번 주말에는 단풍으로 울긋불긋 물든 우리고장의 명산을 찾아 나들이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가족과 함께라면 더 좋다. 어느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몸소 체험해 보자./우정구(논설위원)

2019-11-07

총선물갈이론의 맹점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정치권에 총선 물갈이론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겨냥한 물갈이론은 지역의원들에게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 지역 출신 대통령을 수차례 배출한 대구·경북지역이지만 총선 때만 되면 어김없이 물갈이론에 시달리는 지역의원들의 처지가 안쓰럽고 딱하게 여겨질 정도다.지난 5일 충청출신의 재선의원인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영남권, 서울 강남 3구 중진은 용퇴하거나 험지에 출마하라”며 ‘중진 용퇴론’을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동안 인위적 물갈이보다는 통합을 강조하던 황교안 대표에게 당 운영 방식을 당장 바꾸라고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김 의원이 지목한 영남권과 강남 3구의 3선 이상 의원을 꼽아보면 총 16명에 이른다. 6선 김무성 의원을 시작으로 △5선 이주영 정갑윤 △4선 김재경 김정훈 유기준 조경태 주호영 △3선 강석호 김광림 김세연 김재원 여상규 유재중 이종구 이진복 의원 등이다. 이중 불출마 선언을 한 사람은 김무성 의원뿐이다. 특히 김 의원이 거론한 ‘원외 지도자’에는 내년 총선에서 영남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등 한국당 대권후보들이 포함돼 실제 지목한 대상은 20여 명까지 늘어난다.대상 의원들의 반발 역시 거세다. 부산의 4선인 김정훈 의원은 즉각 기자회견을 통해 “기준 없이 특정지역만 거론한 것은 문제”라며 “게다가 3선이상 중진들은 정치를 10년 이상 한 사람들인데, 누가 나가라고 해서 나가고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올 사람들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구의 4선인 주호영 의원도 “현재 TK지역 한국당 의원들 가운데 초선 비율이 국회 평균 37.2%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63%인 이유도 우리 지역이 물갈이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된다면 지역의 정치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대로 따른다면 향후 대구·경북의 경우 원내대표, 국회부의장, 당대표는 맡을 생각 말라는 얘기가 된다는 설명이다.정치권에선 특정지역을 겨냥한 무차별 물갈이론은 형평성이 없고, 당내 분열을 자초할 뿐 아니라 현실적인 실현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만약 한국당이 영남권 중진의원을 모두 공천에서 제외할 경우 초·재선의원만 남게 될 텐데 누가 당을 이끌고 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더구나 정치의 난맥상은 총선 물갈이율과 관련없어 보인다. 16대 국회 이래 역대 총선의 물갈이 비율은 평균 46%였고, 17대 총선에서는 물갈이 비율이 무려 72.5%로 초선의원이 187명에 달했다. 20대 국회 역시 절반 가까운 49.3%가 물갈이됐다. 오히려 과감한(?) 물갈이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나아지지 않고 있는 이유가 뭘까 되짚어봐야 한다. 바로 자신만이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태도, 서로 타협치않는 좌우 진영논리 등이 더욱 큰 문제다. 이러니 물갈이론이 자칫 각 당의 당리당략이나 지도부의 편가르기에 악용되지나 않을까 걱정만 앞선다.

2019-11-07

왕다운 브루나이 국왕

유튜브가 세계로 향하는 창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티브이는 보기 싫고,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혼자 돌아가게 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문득 보니 브루나이 국왕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국왕이냐 하면, 현명하고도 자애롭고도 검소한 국왕이다.작가 김성한은 지금은 세상에 안 계시지만 의미 있는 우화적 소설들을 세상에 남긴 작가였다.그분의 소설들을 가지고 석사논문의 일부를 삼았던 나는 나중에 그분께 전화를 드리기도 했는데, 그때는 일본으로 떠난 작가 손창섭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당신은 몸이 아프시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삶의 막바지에 와 계시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도 몹시 송구스러웠지만 얼마 후 그분이 세상을 떠나시고 나자 뭣보다 그때 당신의 소설세계에 관해 여쭈어 보지 못한 것이 몹시 죄송스러웠다.그분이 남긴 소설 중에 ‘개구리’라는 것이 있다. 개구리들이 지도자를 얻고 싶어 제우스 신에게 가서 비는 이야기였다. 제우스 신은 처음에 코웃음을 치지만 하는 수 없이 통나무 하나를 내려보내 주는데, 지도자를 원하는 개구리들이 그에 만족했을 리 없다. 더 힘센, 살아있는, 왕 같은 지도자를 원하는 개구리들에게 제우스는 황새를 내려준다.개구리들은 황새에게 잡아먹히고 제우스에게 황새를 얻어온 얼룩이는 그 찌꺼기를 먹고 지도자를 청하기를 반대한 초록이는 수배자 신세가 된다….브루나이는 동남아시아 보르네오 섬 북부 해안에 위치한 인구 43만의 작은 나라로서 이슬람 술탄 국왕이 통치하는 군주제 국가다. 15세기에 이슬람 왕국이 세워진 이래 절대 군주에 의한 통치가 이어지고 있는데, 630년쯤 되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현재의 볼키아 국왕도 즉위한 지 50년 이상 된 듯한데, 그 나라 것은 ‘뭐든지’ 그의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백성들을 끔찍히 아끼고 돈도 아예 현금으로 나누어 주고 가난한 사람도 공짜로 대학 다니고 수술도 받을 수 있단다.민주주의가 뭐냐, 현대국가의 지도자란 무엇이냐 하고 따져도 답은 잘 나오지 않는다. 원유와 천연가스가 나오는 나라라서라지만, 부자라고 해서 모두 볼키아 국왕 같을 수 없음은 미국만 봐도, 중국, 일본을 봐도 알 수 있다.왕이 되려면 ‘적어도’ 브루나이 볼키아 국왕쯤 되어야 왕답다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한다. 백성을, 국민을 내 몸처럼 아끼고 헌신할 줄 아는 지도자가 아쉬운 세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삽화 = 이철진한국화가

2019-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