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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윤석열 총장 누구를 향한 충성인가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검찰 총장 윤석열에 대한 평가는 매우 상반된다. 청와대를 향한 그의 칼날을 극찬하는 사람도 있고, 그의 기소를 정치 행위로 매우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에 이어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청와대 비서관 등 13명을 전격 기소하였다. 윤석열 총장의 과묵한 언행과 뚝심은 포청천을 연상시키면서도 정무적 판단력을 상실한 고집불통의 이미지로 비쳐지기도 한다. 어느 여론 조사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차기 대권 후보 2위까지 급상승했다는 보도도 있다. 권력 핵심부를 향한 그의 기소권 행사를 보는 시각도 양분되어 있다.강경 보수층과 제1야당은 윤석열 총장의 검찰권 행사를 적극지지 옹호하는 입장이다. 특히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반문 태극기 세력들은 ‘윤석열 검찰 총장을 지켜내고 문재인을 끌어내자’는 광고까지 내 걸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총장이 이 시대 정의의 징표임으로 그를 지켜 ‘국민혁명’(?)을 완수하자고 주장한다. 결국 윤석열 총장의 청와대 권력 핵심에 대한 수사범위 확대와 기소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의 부당성을 공수처 폐지와 윤석열 보호라는 명분을 적극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반면 집권 여당과 진보층에서는 청와대를 겨낭한 윤석열 총장의 수사권 행사는 상도를 벗어난 탈선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며칠 전 검찰청에 출두하면서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기획된 정치적 수사’라고 강력히 비판하였다. 여당 대표도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한 행사는 국민의 인권 침해라고 경고한바 있다. 결국 이들은 윤석열 총장의 조국 교수 가족에 대한 수사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기소에는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다. 그러므로 윤석열 총장의 기소권 남용은 검찰의 기득권 보호 차원이며 검찰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우리는 이 상반된 입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우선 윤석열 총장에 대한 평가는 진영논리에서는 탈피해야 한다. 그는 취임식에서 ‘개인에 대한 충성이 아닌 조직에 대한 충성’을 다짐했다. 대통령도 ‘살아 있는 권력’에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하였다. 그의 권력 핵심부를 향한 기소권 행사를 항명이나 청와대와의 대결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그의 충성은 임명권자를 향한 충성이기 보다 검찰 조직을 위한 충성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의 조직에 대한 충성이 자칫 검찰의 기득권 유지나 집단 이기주의로 연결될 때 그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윤석열 총장의 기소권 행사 문제는 현재로서는 판단을 유보해야한다. 그것이 정쟁의 수단이 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그의 기소권 행사가 ‘조직에 대한 충성’도 ‘정치적 행위’도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도 조직에 대한 맹목적 충성보다는 정의 실현의 기수이기를 바랄 것이다. 그는 타협이 통하지 않는 강직한 검사, 원칙론자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검사 윤석열은 과거 자신의 원칙과 소신 때문에 전 정권에서 좌천(左遷)된 적도 있지 않는가. 그는 현 상황에서 사퇴할 수도 없고, 사퇴해서도 안 된다. 그의 행적은 임기 후 정확히 평가되길 바란다.

2020-02-02

변화의 문을 여는 방법

1997년 미 해군 전투함 벤포드호(USS Benfold)의 함장 이취임식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전임 함장이 인사말을 마치자 병사들의 야유와 휘파람소리가 난무했습니다. 벤포드호는 당시 가장 군기가 엉망이고 형편없는 부대로 유명했습니다.새로 취임한 아브라쇼프 함장은 그 모습을 보며 몇 년 후 자신의 이임식을 상상했습니다. 부대원들의 존경 어린 눈동자, 감동적인 이임 연설과 우레 같은 함성, 절도 있는 경례를 받으며 함선을 떠나는 모습이었습니다.그는 ‘경청’을 시작했습니다. 몇 달간 모든 장병과 대화를 나누며 가장 큰 불만이 무엇인지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깡깡이’라고 하는 배 밑바닥 청소와 페인트칠 작업과 수천 개의 녹슨 나사를 교체하는 일이었습니다. 바다의 신사라고 해군에 입대했는데 한 달이 멀다 하고 배 밑으로 내려가서 망치를 두들기거나 녹슨 나사를 뺐다 끼웠다 하는 일만 하니 사기가 떨어지는 것도 당연했습니다.함장은 곧바로 나사를 녹슬지 않는 알루미늄 나사로 교체하고, 깡깡이 작업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병사들이 해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독은 장병들에게 함포 사격과 출동 훈련 같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했습니다.결국, 벤포드호 부대원들은 그 이듬해 전투력 측정에서 미 해군함 중 최고 점수를 얻는 영예를 차지했고 장병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으로 변했습니다.귀 기울여 듣는 일은 이처럼 거대 조직에도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게 합니다. 지도자가 부하의 신뢰를 얻으면 조직은 살아나기 마련입니다. 메를린 퍼거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변화의 문고리는 손잡이가 안쪽에만 달려있다. 그 누구도 논리적 설득, 감정적 호소로 그 문을 밖에서 열 수는 없다.”조용히 귀 기울이며 다가갈 때 비로소 변화의 문이 딸각 열리는 마법의 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02

2020년 포항경제의 5대 과제

2020년 포항경제는 2019년보다는 희망적일 것이다. 세계 경제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외부요인이라고 가정할 경우 포항 지역경제 전망을 살피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철강생산은 세계 교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전년 수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지역 제조업 설비투자도 기존 설비의 유지보수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고용도 은퇴 인력의 빈자리를 메꾸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건설투자는 지진복구 등에 대한 기대감과 저점을 확인한 아파트 등 부동산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전년보다는 나아질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소비심리도 다소 회복하고 도쿄 하계올림픽 등에 따른 가전특수 등으로 미약하나마 회복 조짐을 보일 것이 기대된다. 따라서 종합적인 경제지표는 적어도 전년과 비슷하거나 미약한 우상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절대 수치 자체는 낮을지라도. 이러한 전망하에 포항은 과연 2020년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현실을 직시한 상황에서 어떠한 이벤트에도 포항이 대처 가능한 탄력적인 체질을 갖추어야만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아래의 5대 과제만큼은 적어도 유의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지진복구사업의 로드맵을 5월 말까지는 완성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해 끄트머리에야 겨우 지진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모든 사업이 법만 있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가에서 ‘예산’이라 부르는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예산’이라는 것은 미리 정한 대로 지출하는데 일반적으로 그해 사용할 돈은 그 전해 7월이면 정해진다. 아쉽게도 지진 특별법 자체가 연말에나 통과되었다. 이는 중앙정부가 특별히 선심을 쓰지 않는 한 특별법에 기반한 예산집행이 2020년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포항은 시행령이니 규칙이니 하는 세부적인 절차 마련에 적극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어느 부문에 어떤 사업을 얼마의 예산으로 언제까지 투입할 필요가 있음을 중앙정부에 주장하기 위한 최종사업계획의 청사진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두어야만 한다. 구체적인 견적까지 포함한 계획서를 늦어도 5월말 정도까지는 예비해두어야만 긴급 예비비라도 올해 당겨쓰거나 늦어도 2021년에 필요한 ‘돈’을 확보할 수 있다.앞으로 중장기 포항발전방안을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 총선 이후 ‘4자회담’을 통해 지역 주요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를 7월 말까지는 확정할 필요가 있다. 포항경제라는 물레방아가 정상작동하려면 일반적으로 3개 축이 필요하다. 포항경제라는 물레방아로 물길을 유도하는 홈통과 마지막 방아머리를 조절하는 역할은 ‘행정’이다. 물레방아의 핵심인 물레바퀴가 ‘포스코’라면 이와 연동되어 작동되는 방아굴대와 눌림대는 지역 기업들이 모인 ‘상공회의소’다. 평상시에는 이 ‘3자’에 의해 지역경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올해는 4월 21대 총선이 있다. 선거법 개정 등으로 포항 정계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포항의 대표선수로 중앙정치에서 활약할 21대 국회의원은 지역 현안이 무엇이고 그 완급과 시한에 대해 충분히 지역경제의 ‘3자’와 공감하고 결정하는 데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포항경제라는 물레방아가 지속 정상작동할 수 있게 된다. 총선종료와 동시에 지역에서는 반드시 포항경제의 앞날에 대한 중요 핵심사안과 우선순위를 ‘4자회담’을 거쳐 확정하였으면 한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4자의 대표선수가 바뀔 때마다 포항의 앞날을 위한 전략을 새로 짜내느라 세월만 허비하기 쉽다.영일만관광특구는 포항상륙작전 70주년의 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포항이 낙동강 방어선의 격전지로서 포항상륙작전을 성공시키고 형산강전투로 대반격에 나선 증거는 지금도 포항의 전적비, 전승기념관 등에 생생히 살아있다. 방문자가 즐겁지는 않더라도 전쟁과 평화, 한국전쟁 당시를 되새기며 호국 정신을 일깨우는 포항만이 가능한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포항의 숭고한 관광자원이다. 마침 2020년은 포항 상륙작전을 포함한 기계 안강전투, 형산강 전투, 비학산 전투로 이어지는 한국 아니 포항 전쟁 70주년이다. 대대적으로 관광방문객들에게 호국 도시 포항을 영일만 관광특구와 연계, 홍보한다면 포항 관광의 새로운 콘텐츠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왕이면 세계 각국에서 포항전투에 참전했던 참전용사 가족들까지 초청하는 행사도 나쁘지 않다.국제크루즈의 오아시스 농수산식품 가공유통센터 조성계획을 10월 말까지는 확정하자. 포항이 오랫동안 바랐던 영일만항의 국제여객부두와 터미널공사도 올해 마무리된다. 하지만 국제크루즈산업은 단지 항만에서 크루즈선이 출항하거나 기항한다고 절로 관련 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경제효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크루즈 관광객들이 도착한 항구도시에서 먹고, 자고, 사고, 즐기는 데 기꺼이 그들의 지갑을 열어야만 가능하다. 문제는 포항에 그들이 돈을 마음껏 쓰고 싶어도 이를 수용할 ‘소비기반’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게다가 특급호텔, 면세점이나 카지노, 고급음식점 등 소비기반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항은 대안 마련에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영일만항의 장점인 냉동 냉장 컨테이너 처리능력과 궁합이 맞고 지역 농수산물을 활용한 식품 가공산업은 안성맞춤이다. 이왕이면 가공은 물론 식품전시 및 판매까지 모두 갖춘 ‘농수산식품 가공유통센터(가칭)’를 항만 배후단지에 만들면 좋겠다. 게다가 웰빙 시대에 맞는 ‘햇섭(HACCP)’이나 ‘할랄(HALAL)’인증까지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 센터는 관광객에게 보고, 먹고, 사는 것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게다가 언제든지 페리선, 컨테이너선, 크루즈선 할 것 없이 그들에게 식료품을 공급하는 기지도 될 수 있고 대북경협사업의 한 꼭지도 될 수 있다. 이는 사막과 같이 끊임없는 망망대해를 거친 선박이 보급품까지 조달하는 국제크루즈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엔 최소한 조성계획만이라도 확정하였으면 한다.남북관계 개선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실리적 지역참여전략을 마련하자. 모두 남북 또는 북미 간 정상회담만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이후다. 유엔제재가 풀려야만 비로소 남북 간의 경제협력사업이 정상 가동될 수 있다. 물론 순식간에 실현될 수도 있다. 때가 되면 지역마다 대북경협사업을 선정하니 누가 나설 것이니 하며 호들갑을 떨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어쩌면 미국, 일본 등은 준비를 마치고 그들의 ‘국익’ 극대화를 위한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포항의 지정학적 위치가 어떻고 대북 전진기지로서 가장 적합하다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리부터 지역 산업계 모두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대북사업이 개시되었을 때를 대비해야만 한다. 대북관광사업프로그램, 북한의 철도현대화와 러시아-북한-남한으로 이어지는 가스파이프라인의 바람직한 공급노선계획과 지역 철강업계의 참여 가능성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치밀하게 주판을 튕겨둘 필요가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다./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2020-02-02

울릉공항 착공, 2020년 울릉 도약 원년

김병수 울릉군수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보내고, 꿈과 희망의 2020년 경자년이 시작됐다. 한해를 돌아보면 감격스럽고 기쁜 일도 있었지만, 평생 가슴에 묻고 기억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먼저, 2019년 한해도 우리 울릉도가 한층 더 도약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한 해였다. 오랫동안 모든 군민의 숙원으로 남아있던 울릉 일주도로가 지난해 3월 완전히 개통됐다.한 시간 이상 갔던 길을 되돌아왔던 북면 지역이 20여 분으로 단축되면서 주민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일본의 수출규제 경제전쟁에 따른 국민적 노 재팬 운동과 울릉도 섬 일주도로 완전 개통과 맞물려 울릉도 관광객이 증가하는 계기가 됐다.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건설하고 산을 깎아 여객선터미널을 만드는 울릉도 개척이래 최대 공사 금액 6천633억 원 규모 울릉공항 건설의 시공사가 선정됨에 따라 올해 착공에 들어간다.서울은 물론 전국을 울릉도와 1시간대로 연결하는 획기적인 공항건설은 울릉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물이 맑고 풍부하고, 공기 좋고 자연경관이 빼어난 세계 최고의 섬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래서 관광객들로 넘쳐날 것이다.공약 1호인 대형여객선 유치 사업의 협상대상자로 (주)대저건설이 선정됐다.건조비 500억 원을 들여 총톤수 2천125t, 정원 932명, 최고속력 41노트 재원의 여객선을 내년 초 발주할 계획이다. 역대 국내 여객선 중 최고의 성능을 보유한 여객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 여객선은 승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어떤 경우에도 15% 이상 기울지 않는 카타마란형(쌍동선) 여객선이다. 2021년 취항을 위해 최대한 노력 하겠다.5천t급 여객선이 접안할 수 있는 울릉(사동) 항이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다.지난해는 하늘길, 땅길, 바닷길을 열고자 염원했던 울릉 주민의 소망에 한 걸음 더 나아서는 뜻 깊은 한해였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독도 인근 해상에서 소방헬기가 추락, 온 국민을 비통하게 만들었다. 대형 화재로 인해 15가구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일도 있었다.울릉도는 오징어 수산업으로 가장 발달한 섬이다. 그런 울릉도가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싹쓸이 조업에 오징어 씨가 말라 버렸다. 정부차원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새롭게 시작한 2020년은 과거를 거울삼아 한 걸음 더 전진하는 군정을 이끌어 나가겠다. 꿈이 있는 친환경 섬 건설을 위한 군정 기조를 바탕으로 2030년 미래 울릉에 대비한 군 전체를 아우르는 중·장기 종합발전계획과 전략계획을 수립·실천하겠다.울릉도·독도와 동해에서는 우리나라 수천 척의 어선이 조업하고 외국 어선도 많이 조업하고 있다. 울릉주민은 물론 동해에서 조업하는 선원들의 1차 응급처치를 울릉군보건의료원이 담당하고 있다. 응급헬기를 운영할 수 있는 울릉소방서 유치를 통해 응급, 화재 진압 헬기를 상주배치, 생명을 중시하는 안전한 울릉을 건설하겠다.계층별 세대별 맞춤형 주민 복지를 추진해 군민 모두의 행복 구현을 위해 노력하겠다.울릉도의 주산업인 관광산업과 아울러 농어업 인구의 고령화와 섬 지역 특수성으로 인해 점차 쇠퇴하는 농·축산, 임업, 수산업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서로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울릉도를 잘 보존하고 친환경적으로 개발해 울릉도를 군민 모두가 행복하고 살고 싶은 섬으로 건설하겠다. 물론, 전 세계와 함께 누릴 수 있는 꿈이 있는 친환경 생태 관광섬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경자년 새해는 새로운 울릉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섬 독도와 태고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울릉도를 더 잘 가꾸고 보존할 것을 다짐한다.모든 국민들이 꼭 한번 울릉도를 방문해 주길 소망한다. 독자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2020-02-02

연대의 힘

박현미 회사원TV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상대를 짓밟고 생존하는 정글을 보는 느낌이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더 거북하다. 이들의 꿈을 지원한다는 미명 하에 가해지는 잔인함은 시청하는 내 인간성마저 파괴하는 기분이다.입시와 취업 등, 세상 속에서 우리는 이미 매일 서바이벌 게임처럼 살고 있다. 학창 시절에는 성적순으로 자리를 지정하는 순간, 친구는 경쟁 상대로 변했다. 더 높은 곳에 오르겠다며 끙끙거리다가 대상을 알지도 못하는 분노로 마음이 가득 차기도 했다. 결국 능력 부족, 근성 부족, 체력부족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체념하고 말았지만.오디션 서바이벌은 나처럼 뒤처지는 것이 싫어 도망치는 부류가 맘 편히 볼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늘 경쟁에 져 울고 있는 이들에게 시선이 먼저 간다. 그들이 겪는 좌절이 안타까웠고 잘 털고 일어나길 바라는 무거운 맘으로 지켜봤다.어느 휴일,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시선이 저절로 갔다. 사회자의 멘트 한 마디가 가슴에 콕 박혀왔다. “여러분은 옆에 친구들이 다 경쟁자라고 느껴지나요?” 참가자들은 어깨를 나란히 걸쳤지만 불안한 눈빛으로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이제부터 주어지는 팀 미션과 경연은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입니다. 모두 최선을 다해 커트라인을 넘겨 전원 생방송 무대에서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와!”그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도 환성이 터졌다. 기존의 오디션 방식에서 봤던 수없이 딛고 올라야만 하는 피라미드 구조가 아닌 함께 오르는 정상이라니. 왕좌에 올랐다 해도 미안함에 고개만 떨구던 승리자들, 그들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야 했던 탈락자들, 기쁨과 좌절, 두 감정으로 얼룩진 현장을 보는 일은 나를 얼마나 피곤하게 했던가?이번은 달랐다.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어린 소년들은 얼싸안고 비명을 지르며 서로를 향해 맘껏 웃는다.나는 이들의 동반성장을 무척 기대한다. 시간이 닿는 한 그들의 발전과 성장 과정을 지켜보려 한다. 승자독식 세상에 오래 함께 가는 것이 진정한 힘이고 바른길임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다. 개별 인터뷰에서 벌써 이들은 한 뼘 더 자라 있었다. 본인들의 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다 함께 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해내겠다는 포부가 당차다. 결국에는 이들도 일부만 데뷔하고 각자 다른 길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를 끌고 당겼던 기억은 살아가는 동안 큰 힘을 주고 자신감의 원천이 되어 줄 것이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연대하며 서로를 지지했던 추억을 오래 간직할 것이다.얼마 전 포항에 이런 연대의 철학을 담은 ‘잉클링스’라는 북클럽이 생겼다. 잉클링스(Inklings)는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수들이 만든 문학 토론 모임이다.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 C.S.루이스와 그의 형 워렌 루이스, ‘반지의 제왕’을 쓴 J.R.R. 톨킨이 주축이 되어 1930년부터 모임을 시작했다. 브런치를 나누며 읽은 책과 쓰고 있는 작품을 매주 1~2회 모여 잡담처럼 나누던 소모임이다. 포항 잉클링스도 전국 각지에 흩어진 멤버들과 책으로 연대하고 동행하는 것을 추진한다. 함께 호흡하며 느슨하게 연대해 서로를 격려한다. 포항 지역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작가연구 소모임’에 참여해 위대한 작가의 작품으로 토론하고 이 결과를 한 달에 한 번 전국 각지의 멤버들과 문서로 공유하고 결국 책으로 출간해 모든 멤버들에게 선물한다. 포항에서 시작하고 전국 각지로 소모임을 확산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지지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큰 용기를 얻는다. 연대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한마음이 되어 힘을 합해 추진하면 못해 낼 것 같은 일도 결국 해내게 된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임계점을 넘는 순간 혼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진짜 변화를 느끼는 것이다.나만 아니면 된다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 무수한 경쟁 속 공감받지 못하는 고민과 현실 앞에서 이런 모임 하나 간직하며 연대한다면, 서바이벌 같은 세상도 조금은 살만하지 않을까? 모두 같이 성장하는 원팀(One team)을 상상해본다.

2020-02-02

아버지

한밤에 찾아 들어간 대전 집은 아버지 혼자 지키고 계셨다. 어머니가 척추 디스크 수술로 입원하신 지 두 주째다.여러번 문을 두드려도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는데, 귀가 안 좋아 못 들으신 것이었다. 결국 내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고서야 문은 열렸다.간단히 씻고 건넌방에 눕는데 전등 둘 중 노란 보조등 하나만 켜졌다. 발밑 쪽을 비추고 있어 그닥 부담스럽지 않았다.고향에 돌아온 탕자 같은 심정으로 전전반측 이런저런 상념에 시달리다 겨우 잠이 들었다.새벽부터 건넌방 바로 앞 주방 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잠 없어진 아버지가 팔십팔세의 노구를 움직여 밥을 지으시려는 것이었다. 일어나 만류하려다 그대로 한참을 있었다. 어머니 입원 하시고는 저렇게 혼자 밥을 지어 드시는 것이었다.식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아버지와 아들이 맛없는 아침밥을 먹는다. 아버지는 문득 옛날 옛적 인천에서 공고 다니던 시절에 서울로 대학 입학 시험 보러 가던 이야기를 하셨다. 충남 태안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인천으로 가출을 하다시피 올라온 아버지였다. 나와 아버지는 동창지간이었다.식사를 하고 나서야 제대로 씻고자 하는데 어젯밤부터 욕조에 던져져 있는 속옷 한 벌이 눈에 심히 거슬린다.아버지의 속옷을 난생 처음으로 손으로 주물러 빨았다. 기왕 시작한 것, 덤으로 벽에 걸려 있는 수건 두 장도 함께 빨았다.체육학과를 나오실 정도로 건장하셨던 아버지는 십 년 전에 위암 수술을 받으시고 나으셨지만 이제는 몸에 뼈만 남다시피 하셨다.체육을 전공하셨어도 아버지는 문학 지망생이기도 했다. 집에 남아 있는 문고판 영소설들, 펄벅의‘북경에서 온 편지’같은 소설책들은 아버지가 대학시절에 보시던 것들이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응모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어보기도 했다.고학생으로 입주 과외를 하며 대학시절을 보낸 아버지는 소설에 당선되지 못하고 대학원에 갈 수도 미국으로 유학을 가지도 못하셨다.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은 아버지는 홍성, 덕산, 대전, 부여 등지로 전근을 다니다 장학사 시험을 보고 교육청에 들어가 계시다 교감을 거쳐 교장으로 퇴직을 하셨다.지금은 술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으시지만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엄청 많이 드셨다. 한번은 겨울밤에 마중을 나갔다 눈길에 쓰러져 계신 아버지를 부축해서 모셔온 적도 있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못다 이룬 꿈을 약주로 달래신 것은 아니었던가 한다. 딸 하나를 두고 새로 어머니를 만나 아들 셋을 키우면서 당신의 삶은 무언가에 포박 당하신 셈이었다.이제 어머니 계신 병원으로 가야 할 참이다. 이제는 내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음을 말없이 깨닫는다. 본래 인생의 순환이 그러한 것이리라./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

2020-01-30

뿌리깊은 대나무 키우기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대구·경북(TK)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자유한국당의 물갈이론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4·15 총선에서 공천 가산점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원외 인사도 컷오프(공천배제)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밝혔다. 그동안 한국당 공관위가 발표한 안대로라면 최고로 많이 받는 게 50%의 청년 가산점이었다. 여기서 가산점은 절대점수가 아니라 자기가 받은 점수의 50%를 가산하는 방식이다. 가산비율을 받은 점수에서 올릴 게 아니라 절대적인 점수를 올려주는 방식을 채택할 필요성이 있다.정치권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대목은 바로 권역별 컷오프 비율이다. 총선기획단이 현역 의원의 30%를 컷오프해 전체 50%를 물갈이하겠다는 기준을 발표한 바 있는 만큼 현역의원이 많은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은 컷오프 우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다. 무엇보다 컷오프 기준 지역구 여론조사 방식이 대국민 조사와 당원조사로 정해지면서 집단적인 반발움직임도 보인다. 당 지지율이 50%를 훨씬 상회하는 곳이 대부분인데, 개별 의원들의 지지율이 이에 못 미친다고 해서 컷오프시킨다면 지역 민심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이렇듯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들에 대한 컷오프기준은 어떻게 결정하든 군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다가오는 총선 결과를 미리 예측할 때 쇄신과 보수통합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전국적으로는 그리 신통한 결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렇다면 전국 각 지역에서 젊고 참신한 인재들을 적극 공천해 새 일꾼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새로운 씨를 뿌려 향후 다가올 대선, 또 그다음의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중국 어느 마을에 새로 이사온 장사꾼이 있었다. 그는 마을 농부들의 대나무 키우는 방법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농부들이 심은 대나무는 다른 곳과 달리 싹도 나지 않고, 제대로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사꾼이 농부들에게 잘 자라지도 않는 대나무를 왜 심는 지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두 해가 지나고, 4년이 되었지만 대나무는 여전히 순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농부들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자신들이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갈 뿐이었다. 그런데 5년째가 되자 대나무 밭에서 갑자기 죽순이 돋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자 대나무는 무려 15m이상 자라서 빽빽한 숲을 이뤘다. 농부들은 그제서야 대나무를 베어냈다. 깜짝 놀라는 그에게 한 노인이 이렇게 답했다.“모소라는 이름을 가진 이 대나무는 순을 내기 전에 먼저 뿌리가 땅속에서 멀리까지 자란다네. 그리고 일단 순이 돋으면 길게 뻗은 그 뿌리들로부터 엄청난 양분을 얻어 순식간에 키가 자라네. 부질없어 보인 4년이란 시간은 대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준비기간이라네.”우리 정치판에서 민심의 양분을 충분히 받아들여 울창한 숲을 이루고 싶다면 이처럼 묵묵히 대나무를 심고 가꾸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해답없는 컷오프 기준에 큰 깨달음을 던져주는 일화다.

2020-01-30

‘팬데믹’ 경고

팬데믹(Pandemic)은 국경을 넘어 광범위한 지역으로 번지는 전염병을 일컫는다. 우리말로 범유행전염병이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염병 경고단계를 6단계로 나누고 그중 최고 경고등급을 팬데믹이라 한다.역사적으로 팬데믹으로 지칭된 사례는 여럿 있다. 6세기경 이집트에서 시작한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최악일 때 도시인구가 4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동로마제국의 확장을 멈추게 한 배경이라는 설도 있다. 정확한 병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페스트 계열로 짐작하고 있다.14세기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도 팬데믹의 사례다. 페스트는 사람의 피부가 검은색으로 변해 썩는다하여 흑사병이라고도 부른다. 지금까지 발견된 전염병 중 가장 단시간에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이 병으로 1억명 가량이 목숨을 잃었다니 놀랍다.1918년 유행한 스페인 독감도 2년 동안 5천만명의 목숨을 뺏어간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다. 당시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15만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세계보건기구는 범유행전염병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질병으로 2009년 멕시코에서 시작해 세계로 번진 신종플루와 사스, 아프리카 전역에서 유행한 AIDS 등을 손꼽고 있다. 특히 중국 우한에서 이번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팬데믹의 일종으로 본다.우한 폐렴으로 전세계가 긴장감에 빠져 있다. 발생지인 중국에서는 연일 감염자가 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당국의 조치가 거의 속수무책처럼 보여 안타깝다. 빌게이츠는 2017년 뮌헨 안보 콘퍼런스에서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 변화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해 주목을 받았다. 그의 발언이 실감 나는 지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30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한국이 미군 지프차를 해체하여 차를 만들기 시작한 게 50년대이다. 그리고 1960년대 한국에서 차를 생산한 새나라 자동차가 있었다. 그러나 전적으로 일본의 기술과 부품에 의존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외환사정의 풍랑을 겪으며 몇 년을 못 버티고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그 후 등장한 것이 신진자동차의 ‘코로나’택시였다.일본 도요타자동차와 기술제휴로 1966년 5월 처음 나온 코로나는 우리나라 도로사정에 알맞게 만들어져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고 70년대 중반 현대 ‘포니’가 나오기까지 10년 가까이 한국의 도로를 지배했다.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의미로 보면 참 좋은 단어이다. 그런데 그 왕관인 코로나 때문에 지금 전 세계가 난리가 났다. 정부가 중국을 옹호하기 위해 우한폐렴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불러달라고 요청을 한다고 해서 세간의 여론이 분분하다. 동기야 어쨌든 50년 전 인기였던 ‘코로나’라는 단어가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이번엔 아주 악성으로 다가왔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감염 확진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전파속도가 2002년의 사스, 2012년의 메르스 보다 빠르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 사스 메르스 모두 중간숙주가 박쥐라고 한다. 메르스는 중동이 발원지라고 하나. 사스는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하였기에 이번 중국 우한의 코로나까지 세 개 중 두 개가 중국발 바이러스이었다.사진에서 보는 중국 음식점 메뉴는 가히 충격적이다. 중국은 박쥐는 물론 일반 쥐까지 각종 설치류를 날것으로도 먹는 지독한 미개한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도저히 음식이 될 수 없는 것들이 인간 몸속에서 변이를 일으켜 폐렴같은 것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형성되고 이것이 접촉, 호흡기 등으로 급속히 전파되는 것이다.혹자는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1위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들은 장차 세계 1위의 국가의 모습이 전혀 아니다. 물리적으로 1위가 될 수는 있어도 문화적으로 도덕적으로 1위가 될 수 없다면 중국은 영원한 후진국일 뿐이다. “도대체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멀리 6·25시절 통일을 방해한 것도 중국 때문이다. 북한이 저리 날뛰면서 핵실험을 하면서 한국을 깔보는 것도 모두 중국 때문일 것이다. 겉으로는 핵실험에 반대하고 유엔의 제재 결의에 찬성하는 척하지만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고 개별국가 제재에는 반대하는 등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매캐한 황사와 미세먼지를 발생하는 것도 중국의 근원일 경우가 많다.이제 바이러스 전파로 중국 때문에 난리이다. 그것이 중국의 미개한 음식문화에서 발생하였기에 당하는 한국은 더욱 억울하다. 제발 중국이 정신 차렸으면 한다. 북한의 핵문제에서도, 환경관리에서도 음식문화에서도 이제 큰 나라의 정도를 찾았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영원한 미개국일 뿐이다.

2020-01-30

배움의 자세에 대해

첫 독주회를 갖는 첼리스트 피아티고르스키는 무대 위에 오른 순간 온몸이 굳고 말았습니다. 맨 앞 자리에 세계적인 첼리스트 파블로카잘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저분에게 내 연주는 얼마나 우습게 들릴까?’그는 덜덜 떨면서 연주를 시작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연주가 끝나 있었습니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인사를 하는데, 열렬히 박수를 치는 카잘스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형편없는 자신의 연주를 비웃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피아티고르스키는 자존심이 상한 채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그 후 피나는 연습을 거듭한 그는 마침내 세계적인 첼리스트가 되었습니다.어느 날 한 모임에서 카잘스를 만났습니다. 첫 연주회를 회상하며 카잘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그날 내 연주는 형편없었는데 왜 그리 열렬한 박수를 보내셨습니까?” 카잘스가 대답합니다. “글쎄요, 그날 연주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기억해요. 그날 밤, 당신은 내가 오랫동안 고민해 오던 음을 휼륭히 연주해내었소. 바로 이런 자세로.”카잘스는 피아티고르스키가 연주하던 자세를 취해 보이며 말했습니다. “설사 당신의 연주 중 열 가지 음이 엉망이었다고 해도 한 가지 음은 분명히 나보다 월등히 좋았소. 나는 그날 당신의 연주회에 간 덕분에 그 음을 정확히 연주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답니다. 당신은 분명 그런 큰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었어요.”피아티고르스키는 카잘스 말에 저절로 머리를 숙였습니다. 세계적인 대가는 자신보다 한없이 부족한 사람에게서도 얼마든지 배울 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지요. 21세기 문맹은 읽고 쓰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배울 의지가 없는 사람입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배우려는 자세를 다짐하는 새벽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30

확실한 행복

김병래시조시인살다보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할 때가 있다. 하는 일이 잘 풀리거나 분주할 때는 그럴 겨를이 없지만, 삶이 여의치 않아 고달프거나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했을 때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는 각자의 처지와 경우에 따라 다를 것이다. 종교인들이라면 신의 뜻이나 교리에 따라 사는 것을 최선으로 칠 것이고, 특정한 이념이나 가치관을 삶의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재물이나 권세, 명예를 얻기 위해 노심초사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대다수 사람들은 성공하고 출세했다는 사람들을 롤모델 삼아 그들의 성공전략과 처세술을 배우고자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한다고 모두가 성공하고 출세하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절박한 질문에 맞닥뜨린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실패하고 좌절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마땅히 가져야할 가장 본질적인 물음이고 삶의 명제라는 것이 성인 현철들의 한결같은 가르침이다.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기에 앞서 왜 사는가를 물어야 한다. 목적이 있고서야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왜 사는가에 대해서도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 마디로 줄이면 ‘행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불행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행복을 바라지만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바란다고 다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이 세상이기 때문이다. 행복하지 못한 것을 비관하고 생을 포기하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살아 있는 한 행복해지려는 바람과 노력을 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막상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아무튼 행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불행의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으로 버려야 할 것은 탐욕이다. 인간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불행과 비극은 대부분 탐욕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노력은 것은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서 채울수록 갈증이 더 심해진다고 한다. 욕망이란 채울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적당한 선에서 절제를 할 줄 알아야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버려야 할 것은 타인과 비교하거나 지나치게 남의 눈을 의식하는 버릇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훨씬 낮은 나라에 비해서 행복지수가 낮고 자살률이 높은 것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라고 한다. 나보다 풍족한 사람들과 비교를 하고, 그들의 눈에 초라하게 보일 것을 비관하기 때문에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매사에 남과 비교를 하고 남의 이목을 살피기에 급급하다 보면 소위 자아상실의 상태가 된다. 세상을 다 얻고도 자신을 잃어버리면 공허할 뿐이다.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고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곁에 있다고 한다. 요즘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이라 한다. 주변이나 이미 가진 것 중에서 찾은 행복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것이라는 얘기다.

2020-01-30

당신의 오늘을 파괴하라

장규열 한동대 교수세상이 바뀌었다.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디지털과 온라인은 이미 생활이 됐다. 인공지능은 생활의 지평에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불안정과 불확실이 오히려 상수가 됐다. 내일을 예측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태도마저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 전통과 관습이 푯대가 됐던 어제와는 결별해 오늘 우리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사이버 세상에는 정답이 실종됐다. 이전의 상식과 누군가의 권고에는 늘 물음표가 달린다. 트렌드의 유효기간이 짧아졌으며 유행의 속도는 상상을 넘는다. 이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새해를 맞으며 우리 자신은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세상이 바뀐 만큼 나는 변화하고 있는가.‘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주창했던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이 최근 별세했다. 방대한 경영 사례들을 통해, 진정한 미래가치를 열어가는 방법이 ‘파괴적 혁신’임을 증명했다. 현대 경영의 모든 영역에서 그런 방식의 변화가 상식이 되어간다고 했다. 조금씩 바뀌어 가는 변화로는 부족하다고 하였다. 정답이 없어진 세상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려면, 상식을 거부하고 격식을 파괴하며 새롭게 만들어가는 혁신을 불러와야 한다는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현대경영의 트렌드는 2010년 이후에는 상식이 됐다고 했다. 파괴의 수준에 이를 만큼 오늘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파괴를 통해 혁신에 이르는 경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도모해야 한다. 완전히 다른 내일을 만들어 내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정치의 계절, 구호로만 변화를 외치는 정당들과 겉으로만 바꾸겠다는 정치인들이 차고 넘친다. ‘새정치’가 뭘 말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새롭다는 외침 가운데 옛 모습이 춤출 뿐, 변화와 혁신이 이처럼 공허하게 들릴 수 있을까. 풍성한 말들이 실제로 무엇을 바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어느 한 자락 바뀔 것으로 아무도 믿지 않는다. 우리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세상은 빛의 속도로 바뀌어 가는데, 우리가 어제의 모습만 반복하고 있다면! 정치가 ‘변화’의 참뜻을 구부리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내일을 맞을 것인가. 이런 고답적인 정치환경이 혹 문화와 경제, 종교와 언론에도 나쁜 영향을 끼쳐, 누구도 진정한 변화를 도모하지 않고 아무도 바뀌기를 기대하지 않는다면!변화를 포기하면 내일이 없다. 과거를 반복하면 미래가 없다. 변화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변하지 않고 살아남을 길은 없다. 변화를 위해 우선 부수어야 한다. ‘파괴적 혁신’은 경영뿐 아니라 삶의 모든 과정에 적용돼야 한다. 변화하기 위해 부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당신의 오늘을 파괴하지 않고, 내일의 변화를 만날 재간이 없다.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지름길은 먼저 파괴하고 앞서 변화에 이르는 게 아닐까. 당신의 오늘을 파괴하길 기대한다.

2020-01-29

다크넛지 마케팅

‘다크 넛지’마케팅은 소비자가 비합리적인 구매를 하도록 유도해 기업이 이익을 취하는 행태를 말한다.넛지(nudge)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에 의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반면 ‘다크 넛지’는 선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결과로 유도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이 번복하기 귀찮아하는 점을 노려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최저가를 찾아 결제하려고 하면 추가 비용이 생기는 것, 디지털 음원 할인행사 후에 이용권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것 등이 대표적인 다크 넛지의 예이다. 온라인에서 자동 결제나 서비스 해지 방해 등도 포함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구독 결제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50개를 임의로 조사한 결과, 무료 서비스 기간 경과 후 유료로 전환하는 앱 26개 중 유료 전환 3일 전 ‘결제 예정’을 고지한 앱이 2개(넷플릭스, 유튜브뮤직)에 불과했다. 이용약관에 ‘매월 일정 시기에 정기 결제 내역을 고지한다’고 명시한 곳은 한 곳밖에 없었다. 모바일로 계약했는데도 전화로만 해지 신청이 가능한 곳도 있었다. 모두 다크 넛지 마케팅을 의식한 공급자의 횡포다.온라인 결제에 익숙치 않은 기성세대에게 다크 넛지 마케팅은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불쾌한 마케팅 기법이다. ‘눈 감으면 코베어가는’세태를 그냥 둬선 안 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사업자에게 자율 시정을 권고하고 유료 전환 시점이 가까워져 오면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콘텐츠 이용자 보호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관계부처에 건의한다니 모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29

날 선 합리성 속에 우리가 잃어가는 것

서구문물이 들어오고 근대화가 한참 진행된 후에도 여전히 긍정적 의미를 가져왔던 인정(人情)이나 의리(義理)와 같은 말이 언제부턴가 ‘합리적’이라는 말에 의해 대체되어왔다. 말 자체로 보자면 ‘합리적(合理的)’이라는 수식어는 이치에 맞는, 그에 합당하고 부합하는 것이라는 뜻을 갖는다. 그에 대한 영어의 대응어인 rational이라는 말에는 이성(理性, reason)에 부합하는, 즉 어디에서나 옳고 현실에 부합하는 규범과 법칙에 따라 행동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 어쩐지 우리가 쓰는 ‘합리적’이라는 말에는 우리 본래의 것이 아닌 앞선 서구에서 들어온 더 발전되고 세련된 태도를 지칭하는 뉘앙스가 담겨있는 듯하다. 어찌 되었건 이 말은 젊은 세대나 도회적 삶의 정서와 사고방식을 대변하는 것으로, 그리고 이들을 정치, 경제적으로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 슬로건으로 광범하게 쓰이면서 자신을 전통적인 보수가 아닌 ‘합리적’ 보수로 지칭하는 정치인들도 등장하게 되었다.합리적이라는 말의 현재 쓰임은 뭔가 이해득실을 꼼꼼히 따지거나, 단지 이전부터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통용되는 것을 거부하고 비판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우리가 마트에 가면 바로 보게 되는 합리적 가격, 합리적 소비라는 말은, 부풀려져 있거나 그렇게 비쌀 이유가 없는 상품의 유통비용을 줄이고 브랜드 로열티를 없앤 가격에 제공하고 구매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 합리적이라는 말이 ‘납득할만한(reasonable)’이라는 의미보다는 조금도 손해 보고 살지 않겠다는 근래에 들어 더욱 강팍해진 한국사회의 분위기, 지고는 못사는 현대 한국인의 메마른 성벽을 비추어주는 말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필자는 오랜 유학생활과 수도권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대구에서 또 다른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한지 1년이 되어간다. 이런저런 예상과는 달리 대구에서의 삶은 사람들 사이가 조밀하고 서로 밀치고 당기고 문제 삼고 삿대질이 빈번한 수도권에서의 삶과는 다른 것이었다. 무엇보다 인구 250만이 넘는 대도시임에도 낯선 이들 간의 만남에조차 인정과 예의가 여전히 상당한 정도로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가장 신선했던 것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서로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나눈다는 것이었다. 이웃사촌이나 공동체적 삶 같은 말에 딱히 열렬히 공감해본 적이 없음에도 필자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있는 사람들 간에 서로 우호적인 감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척’이라도 하는 것, 그 정도 ‘수고’를 할 자세가 되어있다는 것은 꽤 중요한 차이(쓸모있는 것을 넘어서)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건전하고 쾌적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기실 눈에 안 보이는 ‘진심’이라기보다는 이런 ‘척’과 ‘제스처’의 관행들, 그리고 사람들이 그에 부여하는 의미라고 믿기 때문이다.김찬호 선생같은 사회비평가들은 한국사회의 사회적 삶이 서로 주고받는 모멸감과 그 과정에서 쌓여가는 원한으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주었는데, 필자의 체험으로 보건대 이 점은 수도권 도시에서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수도권에서의 삶을 떠올릴 때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손해 볼까 봐 늘 전전긍긍하고 자신을 문제 삼을까 싶어 먼저 공격할 태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이는 일차적으로 수도권이라는 그 좁은 지역에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으로 많은 사람이 몰려 산다는 단순하고 기본적인 사실에 기인한다. 어이없을 정도로 상승해 있는 부동산 가격과 천만 자영업자의 파산을 먹고 사는 높은 월세는 수도권에서의 삶을 강팍하고 성마르게 만든다. 이는 단지 의식변화의 촉구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물질적 조건이지만 사태의 더 본질적인 면은 사회와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기본적인 태도에 있는 것 같다.10년 만에 돌아온 한국사회는 어느 곳을 가던 어디에 전화하건 똑같은 ‘아기 목소리,’ 걸그룹의 말투를 듣게 되는 곳이었다. 매장에서의 친절은 번지르르하고 표준화되어있고, “2만원 되시겠습니다”라는 표현처럼 돈 액수에까지 경어를 붙이는 이상한 존대법의 인플레가 극에 달했지만 정작 그런 말들에서 조금의 마음도 배려도 느낄 수 없다. 그에 비해 필자의 집 주변에서건 포항에서건 안동에서건 사람들은 악에 받쳐 장사하는 모습이 별로 없다. 애써 호객행위하고 일부러 친절한 척하지도 않으며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판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물어보면 스스럼이 없고 성의를 보이며 응대해준다. 물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상황이나 필자가 이들 속에 이웃이 되었을 때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런 수준과 상황에 국한되서라도 그런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었다.사회학자 알랭 뚜렌(A. Touraine)은 현대적 인간(modern man)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짐가방을 들고 이제 낯선 곳으로 떠나려는 여행객의 모습이라고 했고, 뉴미디어의 철학자 삐에르 레비(P. Levy)는 정보화시대로 불리는 오늘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윤리는 ‘환대(歡待)’라고 했다. 현대화된 세상에서 우리는 모두 일종의 여행객이고 늘 어느 정도 낯선 이로서 서로와 조우하고 세상을 접한다. ‘환대’는 단지 능란한 처신과 체면을 위해 면식있는 이들을 열심히 대접하는 척하고 떠받들어 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동등한 존엄을 가진 또 다른 동류 인간으로서 낯선 타인을 대접하고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환대의 전통을 민중적 차원에서 ‘인정(人情)’이라는 말로 간직해 왔다. 공자가 말한 ‘인(仁)’이라는 유교적 덕목은 차마 그럴 수 없다, 인정 상 그럴 수 없다는 보통 사람들의 상식적인 정서와 정오(正誤) 관념에 의존하는 윤리였다.물론 현대화된 사회, 수많은 산업과 직종, 이질적인 사회계층, 집단으로 분할되고 복잡해진 근대사회에서 이 인정의 윤리는 결코 충분치 않다. 합리적, ‘합리성’이라는 구호는 인정과 의리, ‘인간적인’ 등의 말이 끈끈하고 불합리한 결탁과 부패, 권위주의적 태도와 부당한 기득권의 옹호하는 말에 다름 아닐 때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우리의 사회적 삶은 합리성과 합리적 태도가 퍼지고 우세해지면서 더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것이 되었을 뿐 획기적으로 더 공정한, 무엇보다 더 견딜만한 것이 된 것 같지는 않다. 맹목적이고 날이 선 합리성이 발달하는 동안 우리의 삶은 인정이란 말을 통해 어느 정도 보존하고 있었던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를 잃어버린 것이다.인정과 합리성, 이 두 말 사이에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혼란스러움은 산업화와 근대화의 선도지역으로서뿐 아니라 전통과 보수의 상징으로도 자천타천 비쳐지고 있는 우리 대구경북지역에서 더 가중되는 것 같다. 서로 갈등하고 있는 양 진영 중 어느 한 편을 맹목적으로 따르기에는 복잡한 현실과 가치의 상태를 ‘양가적(兩價的)’이라고 부른다면 우리가 우리의 정치와 사회, 문화의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 관점 또한 그런 양가성과 복합성에 충실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점을 충분히 그리고 정직하게 의식하면서 한국정치, 대구경북지역의 정치가 갖는 고유한 난맥을 살펴보는 일로부터 우리의 사회적 삶이라는 엉켜있는 실타래를 함께 풀어보기로 하자. /구자혁 경북대 강사(사회학)구자혁 서울대 법대 졸업 후 사회학과에서 석사, 미국 Virginia 대학교에서 사회학박사 취득. 성공회대학교 사회문화연구원에서 박사후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역임, 현재 경북대사회학과 강사. 최근의 저서로 꿈의 사회학(공저), 역동적 현대화와 한국인의 ‘우리’: 한국 집단주의의 논리와 역사적 형성이 있다.

2020-01-29

교육 백신 1 - 교사 재교육부터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바이러스의 대공습이 시작됐다.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에 갇혔다. 사스, 메르스 등 과거의 바이러스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예방백신이나 치료 약은 없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못 보던 변종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료 과학이 발달했다고 해도 인류 과학 기술은 바이러스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그때서야 인간들은 야단법석이다. 우한 폐렴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러다 국가봉쇄령이 내려지지 않을지 이미 바이러스의 공포는 경제성만 따지는 돈벌레 인간을 이겼다.바이러스들이 인간이 가진 단어 중에서 제일 우습게 생각하는 단어는 면역력이다. 이 단어가 사어(死語)가 되기 전에 그 뜻을 적어본다. “사람이나 동물의 몸 안에 병원균이나 독소 등의 항원(元)이 공격할 때, 이에 저항하는 능력”. 그런데 적어보니 얼마나 인간 위주의 이기적인 단어인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또 이 말만 보면 인간은 방어만 하는 존재라는 착각마저 든다. 인간이 면역력을 가졌다면 바이러스는 내성(耐性)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다. 과연 이 둘을 비교한다면 어느 것이 강할까? 우한 폐렴만 봐도 내성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이러스가 공포로 느껴지는 이유이다.문제는 지금이 아니다. 인류 문명이 현재처럼 인간 편의로만 흐른다면 가까운 때에 상상도 못 할 바이러스의 대공습에 인류는 초토화될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재난 영화처럼 지하로 숨어들어 살아야 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러기 전에 인류는 인간만을 위한 이기적인 발전을 멈춰야 한다. 인간 간의 상생을 넘어 자연과의 상생을 위한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교육뿐이다. 교육만이 대위기에 처한 인류의 희망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교육다운 교육을 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사항이 아닌 인류 생존을 위한 필수 의무사항이다. 교육다운 교육이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안다. 인간을 인간답게 키우는 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다운 인간이란 인성교육 핵심 덕목에 잘 나와 있다.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교육이 이 덕목들만 학생들에게 잘 인지시키고,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이들만 정확하게 실천한다면 세계는 이토록 혼란치 않을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이 나라에는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할 교사가 없다는 것이다. 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진지하게 인성 이야기를 한다면 학생들은 어떤 반응일까?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할 교사도 없지만, 듣는 척이라도 해줄 학생은 더 없다. 시험과 성적이 교육 전부라고 생각하는 교사들을 학생들은 신뢰하지 않은 지 오래다.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교육이 더 무너지기 전에 교육을 살려야 한다. 그 시작은 교사 재교육이며, 그 방법은 인성교육이다. 과연 이 나라 교사들의 인성 지수는 얼마나 될까? 교사들이 먼저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인성의 사표(師表)가 된다면 교사들에게 등을 돌렸던 학생들도 다시 신뢰의 눈으로 교사를 볼 것이다. 그 순간이 바로 바이러스가 대공습을 멈추는 시간이다.

2020-01-29

강과 호수

어느 마을 큰 강 옆에 작은 연못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연못이 강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참 불쌍하군요. 항상 쉬지도 못하고 흘러가야 하니까요. 화물을 가득 실은 배를 운반하기도 하고, 뗏목을 운반하기도 해야 하고요. 그뿐인가요? 폭풍우가 몰아치면 바위에 몸을 부딪치기도 하고, 흐르다 폭풍을 만나면 온몸은 상처를 입게 되지요. 그러나 나는 언제나 평화롭고 행복하답니다. 언덕에 둘러싸여 늘 평안하고 조용하게 지내지요.”호수의 말을 듣던 강이 말했습니다. “내가 강이 된 것은 안락함을 버리고 끓임 없이 흐름으로써 깨끗함을 간직하기 위해서랍니다. 몸은 고달파도 자연과 인간에게 유익을 선물하고 칭송을 받습니다.”강의 말이 맞았습니다. 연못의 물은 세월이 흐르면서 썩고, 말라서 고기도 살 수 없게 되었지만, 강은 지금까지 깨끗하게 흐릅니다.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 있는 몬트레이 마을은 오랫동안 게으름뱅이 펠리컨의 천국이었다고 합니다. 어부들이 그물로 잡은 물고기를 씻을 때 잔챙이는 해변에 버렸는데 펠리컨들에게는 기가 막힌 먹을거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몬트레이의 펠리컨들은 점점 살이 찌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부터 어부들은 잔챙이 고기를 더 이상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기 시작합니다. 먹잇감이 다 사라졌음에도 펠리컨들은 여전히 버려진 물고기만 찾아다녔습니다. 결국, 몬트레이의 펠리컨들은 굶어 죽기 시작했습니다. 어부들이 궁리한 끝에 남쪽 지방에서 먹이를 스스로 잡을 줄 아는 펠리컨을 몇 마리 포획해 풀어놓았더니 비로소 몬레이 펠리컨들도 열심히 뛰어다니며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고 합니다.도산 안창호 선생은 집회를 마칠 때 참석자들과 함께 이렇게 외쳤습니다. “너도 행동하고, 나도 행동하고 우리 모두 행동하자!” 안주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때 삶의 기적은 나를 향해 활짝 웃음 짓습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9

성묘하고 나서

김규종 경북대 교수조상의 산소를 찾아 인사하고 묘소 돌보는 것을 성묘라 한다. 성묘는 설날과 한식, 추석에 주로 이뤄진다. 지난 설에도 나의 성묘는 어김없이 이어졌다. 서울 모친댁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음성군 생극 공원묘지에 19년째 누워계신 선친을 찾은 것이다. 급작스레 닥친 아버지의 별세로 인해 사촌형이 서둘러 구한 묘터가 공원묘지였다. 나는 기회 닿는 대로 그곳을 찾아 선친께 소주 한 잔 권하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설이나 추석 당일에는 그야말로 입추(立錐)의 여지 없을 만큼 인산인해다. 고속도로가 막히는 일이 다반사(茶飯事)여서 당일을 피해 이튿날에 묘소를 찾는다. 온화하기가 4월 중순 같은 1월 26일 정오 무렵 산소에 당도한다. 차를 세워두고 비탈진 언덕길을 느릿느릿 오른다. 등에 실린 소주병이 듬직하다. 언제부터인지 선친묘소까지 차 타고 가는 일을 그만두었다. 게으름과 속도에 대한 자발적인 저항이랄까?!소주 한 잔 올리고 묵상에 든다. 까마귀 울음소리와 어린아이 우는 소리 들린다. 사방팔방 눈길 닿는 모든 곳에 자리하는 묘소들의 장려(壯麗)한 대열. 그리고 넘쳐나는 햇살과 정밀(靜謐)에 가까운 고요가 공원묘지임을 알려준다. 시원스레 열린 전망 아래 수백 수천의 사연을 담은 사자들의 집이 묵연(默然)하다. 아하,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토록 단출하다면 생사의 갈림길 역시 멀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나이 먹고 나서 결혼식은 가지 않아도 장례식은 거의 빼놓지 않는다. 경사에는 사람 하나 없어도 그만이되, 애사에는 인총 하나 그리운 법 아닌가. 설령 무연한 분이라 해도 그의 자제와 맺은 연이 각별하니 짬을 내서 상가에 들르는 것이다.아버지 산소에서 병풍처럼 서 있다가 홀연히 찾아온 생각은 단순한 것이었다. 죽음이 지척인데 인간은 영원히 살 것처럼 욕망하고 다투며 욕하고 사는구나.세월이 흘러서 나와 형제들마저 소멸하게 되면 아버지 묘소는 어찌 될 것인가. 여기 누워있는 저들의 묘소는 또 어떻게 될 것인지, 사념한다. 모친은 화장(火葬)을 주장했는데, 형과 아우가 산소 쓰자 해서 이리로 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 세월 아니겠는가. 한 세대 남짓 지나면 불귀의 객이 될 것은 자명한 이치. 이런 묘터를 구하고자 했던 형제들의 바람 또한 더불어 스러질 터.길을 달리고 달려 당도한 산소에서 인생의 허망함과 일상의 누추함을 떠올리자니 마음이 짠하다. 살아서 영화를 누리지 못한 부친이나, 늘그막에 병들고 쇠약해진 육신 탓에 괴로운 모친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러하되 그것 역시 우리에게 허여된 숙명 같은 굴레라고 서둘러 변호한다. 다만, 한 가지. 허욕과 탐욕에서 자유롭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저이들도 얼마나 많은 욕망과 희망과 기대를 이고 지며 살았을까, 생각하니 안쓰럽다. 들숨은 있되 날숨이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 망연히 깨우친 미망 아니었을까, 하는 상념. 성묘하고 나서 만감이 교차하는 산등성이에 태양만 홀로 장렬(壯烈)하다.

2020-01-29

세습정치의 폐해

강희룡 서예가세습(世襲)은 신분이나 재산, 생활양식 및 각종 규범 등이 혈연이나 지연에 의하여 다음 세대로 전수되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 왕조사회에서는 세습이라는 말을 그 대상에 따라 여러 가지로 표현하여 왔다. 왕권세습 경우에는 정치적, 법률적 용어에 한정하여 사용되어 왔으며 재산세습은 특별히 상속(相續)이라는 말로 표현했고, 학문이나 기예의 세습은 사사(師事)라는 용어가 널리 쓰였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들을 담은 포괄적인 생활언어로는 대물림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경국대전, 예전편(禮典篇) 노비토전사패식조(奴婢土田賜牌式條)’에는 왕이 공이 큰 신하에게 ‘종과 토지 몇 결(結)을 상을 주어 영구히 세전(世傳)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교지가 있다. 이 기록을 보면 왕이 특정 가문에서 노비와 토지를 세습할 수 있도록 법으로 인정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과거제도는 조선시대의 신분구조를 결정지었던 교육제도로 각 신분에 따라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문과·무과·잡과·역과 등으로 과거의 분야가 결정되었다. 결국 한 가문의 신분이 대대로 세습되도록 하는 법적 근거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과거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조차 없었던 노비나 죄인은 자연히 신분세습이 될 수밖에 없었다.학문의 세습은 학연에 따라 이루어졌기에 일정한 학통(學統)을 형성했다. 그리하여 한 학자의 학통을 보면 그의 가문, 학문적 성향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예컨데 ‘계문(溪門)’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퇴계 학파를 줄여서 부르는 말로 안동지역에서는 학통이 계문과 연결되어야만 그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학문의 세습은 당파싸움이나 각종 시비의 원인을 제공하게 되었다.현대의 민주주의사회에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며, 모든 분야에서 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 2018년 말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산하 기업노조에서 간부들에 의한 고용세습이 있었던 것이 드러나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근로기준법과 고용기본정책법, 직업안정법 등을 위반한 불법행위를 ‘오래된 노사 간의 관례’라고 변명한 것을 보면 고용세습이 흔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어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 면을 보여주었다.결혼 후에도 자립되지 못하고 부모에 기대어 사는 사람을 ‘캥거루족’이라 한다. 정치판에도 캥거루족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이 아버지의 지역구에서 출마하겠다고 하면서 지역구세습 시비에 휘말렸다. 문 의장 역시 의장 역할은 잊은 채 아들 공천을 염두에 두고 작년 연말 제1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을 4+1협의체를 만들어 앞장서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하지만 아들이 아버지 지역구를 세습한다는 싸늘한 민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난 23일 총선출마를 포기했다. 세습 정치의 폐해는 바로 부녀 대통령시대를 연 박 전 대통령으로 정치인으로서 스스로 이뤄낸 성취보다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권력 정점까지 올랐다 국민들 손에 의해 권좌에서 내려왔다. 그의 몰락은 오늘날 정치인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2020-01-28

상가지구(喪家之狗) 유감

박화진전 경북지방경찰청장죽음 앞에는 모든 이들이 경건합니다. 원수처럼 싸우던 형제도 부모의 상사(喪事)를 계기로 화해하기도 합니다. 혼사는 초대받지 않은 사람이 가는 것이 부자연스럽지만 상사에는 초대받지 않더라고 가게 됩니다.​​​​​​​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그만큼 다른 어떤 일보다 엄숙하고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천수를 누리고 돌아가신 분의 상사를 호상(好喪)이라 합니다.호상을 치르는 상갓집은 때로는 잔칫집 분위기같이 떠들썩하기도 합니다. 호상이라도 황망한 죽음을 맞이한 슬픔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하는 유족의 마음은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그래서 문상객은 복장에서부터 언행에 경건함을 잃지 않아야하는 것이 기본예의입니다. 장례의식도 많이 변했습니다. 가정에서 이뤄지던 장례식이 결혼식처럼 식장에서 이루어져 상갓집이라는 말이 틀릴 수도 있겠습니다. 문상 후 모처럼 만난 지인들끼리 새벽까지 이어지던 화투판도 사라졌습니다. 건전한 장례문화로 바뀐 것입니다. 문상은 고인이나 유족과의 인연으로 하게 됩니다.문상객의 규모나 면면이 죽은 자나 유족의 사회적 지위를 가름하게 합니다. 문상은 고인과 유족에 대한 추모와 애도행위입니다. 더하여 얽히고설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사회관계망이 드러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얽음으로 함께 자리하면서 고인에 대한 추념보다는 그동안 바쁜 사회생활로 못다한 문상객끼리 만남의 장이 됩니다. 세상살이 이야기 경연장이 됩니다. 직장 상사, 친구, 거래처 등 스펙트럼이 넓은 만남의 장입니다. 얼마 전 모 기관의 사람들이 상갓집에서 업무적인 견해로 상하간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상갓집에서 가족끼리 언쟁이 일거나 죽음에 대한 부당함이나 억울함으로 유족이 고성을 지르는 일은 가끔 있습니다. 그런데 문상객으로 온 사람들이 말다툼을 해서 언론에 대서특필되었습니다.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기관의 고위 공무원들이었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소속 장관이 힐난을 하며 경고를 할 정도였습니다. 공적인 일이라도 사석에서 논의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때와 장소가 분명히 있습니다. 사회적 민감 이슈에 대해 감정 관리를 하지 못하고 고성으로 장례식장에서 말다툼을 했습니다. 특종을 놓친 언론은 후속 기사를 위해 장례식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을 겁니다. 망자가 누구인지? 말다툼을 한 사람과 어떤 관계인지?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지 등등. 조용하고 경건해야할 상갓집이 북새통이 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참 개가 웃을 일입니다. 상을 당한 유족은 그 기관과 관련된 사람일 것입니다. 경건하게 추모해야할 사람들이 오히려 남의 상사를 망치는 행위를 했습니다. 말다툼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어이없는 일입니다. ‘상가지구(喪家之狗)’란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되며 드나드는 상갓집 구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개라는 말입니다. 춘추전국 시절, 노력과 재능에도 불구하고 알아주지 않는 공자의 처량한 처지를 빗댄 말입니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을 상갓집 개 취급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하찮게 취급받는 상갓집개로부터 한 소리 듣게 되었습니다.“잠 좀 자게 남의 초상집에서 쌈질하지 마시요. 왈 왈”

2020-01-28

인생 책을 만나려면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어렵게 사는 고등학생이 있었습니다. 책을 좋아했지만, 마음껏 공부할 수 없었던 그는 도서관에서 심부름하며 틈틈이 책을 읽었습니다.하루는 서가 맨 끝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책 한 권을 뽑았습니다. 에밀 드페브리에가 쓴 ‘동물학’이었지요. 동물에 흥미가 있었던 그는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러다 맨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빨간 잉크로 쓴 손 글씨를 발견합니다. “이 책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와 깊은 인연을 맺은 당신에게 성의를 전하고 싶습니다. 법원으로 가서 엘제이(L.J)14의 보관 서류를 수령해주세요.”법원 담당자가 건넨 봉투에는 문서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나의 유언장입니다. 나는 평생 동물을 연구하고 한 권의 책을 썼습니다. 당신은 처음으로 내 책을 끝까지 읽어 주었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전 재산을 드립니다. 나는 하늘에서나마 기쁠 것입니다.”4백만 달러를 상속한 소년은 곳곳에 도서관을 세워 누구나 책을 읽게 했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생 장 포로 라코스트입니다.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 금전적 혜택이 생기지는 않지만, 책에는 그보다 더 값진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이 때로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하니까요. 빌 게이츠는 말합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좋은 책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내 지식수준을 뛰어넘어 글을 이해하기 위해 많이 생각하고 곱씹어 사색하고 책을 덮은 후에도 한참 지나서야 울림이 계속 머무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1년 동안 운동을 10번 했다고 건강해지기를 기대하는 일은 터무니없는 생각입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꾸준히 읽는 습관을 만들 때, 우리는 그 과정에서 내 삶을 뒤바꾸는 운명의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8

대구·경북 정치권의 고민거리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총선이라는 큰 일정을 두고 여야 각 당은 인재영입과 각종 공약발표 등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30대 층을 공략하는 차원에서 젊은층 인재영입에 총력을 기울이며 오는 총선을 디딤돌로 삼아 2년 뒤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통합과 인적쇄신 등을 통해 당의 면모를 바꾸는 행보를 통해 오는 총선을 치르려는 의도를 보이며 중산층 공략을 위한 인재영입에도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여야의 이 같은 움직임과 함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세 결집을 통해 여야에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만큼 오는 총선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내포한 셈이다.대구·경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당은 대구 수성갑과 북구을 교두보를 더욱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경북지역에서 첫 지역구 의원 배출을 노리는 상태다. 본격적인 총선에서 여당 측이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집중포화가 예상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은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현역 70% 물갈이론 등을 통해 인적쇄신을 거듭 천명하며 당 지지세 부상에 노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와 달리 대구·경북지역에 정치신인들의 도전이 만만찮다.하지만, 대구·경북지역민들은 한국당의 이런 움직임에 맘이 편치만은 않다. 현역 70%를 물갈이한다는 데 따른 반응으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대구의 경우 12명 중 9명을 친박 인사로 과감하게 교체했다. 이번 총선에도 역시 공천 물갈이의 우선 대상을 대구·경북지역으로 언급하며 강도 높은 인적쇄신을 한다고 했다.대구·경북에서 대폭 물갈이를 하는 것이 강도 높은 것인지는 지난 20대 총선을 봐도 그 근거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심지어 지역 식자층은 대구·경북을 정치 식민지로 다루는 듯한 한국당의 공천룰이 무척이나 불쾌하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종 말 잔치를 통해 대구·경북을 칭송했던 한국당이 총선에서 또다시 지역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불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구 신공항 이전이나 대구 상수원이전, 포항 지진 등 지역의 최대 현안이 발생해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적극적인 모습이 거의 없었던 정치권이 총선만 되면 지역을 거론하느냐고 반문하는 지역민들도 많아졌다. 대구 경북 70% 물갈이론은 한국당의 대구·경북에 대한 이상한 애착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만만한 것이 대구·경북이냐는 내용이다. 4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한국당은 똑같은 공천룰을 제기한다면 과거 중앙당에서 찍어 내리면 무조건 표를 주었던 지역민들도 이제는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2명,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구미시장을 선출하는 모습을 통해 이미 경고를 날린 셈이다.대구·경북지역이 우파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민들도 이제는 학습효과가 충분하다. 부동산에만 풍선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지역민들은 이미 표로서 드러냈다. 과거보다 더 똑똑해진 지역민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2020-01-28

‘라테 파파’

1974년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부모휴가제를 도입했다. 부모휴가 중에 아빠는 의무적으로 3개월의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이 제도로 스웨덴은 여성에게 집중됐던 육아와 가사노동의 부담이 아빠에게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계기가 된다.복지의 나라 스웨덴에서는 이젠 아빠의 육아 등 돌봄 참여문화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라테 파파는 한 손에는 카페라테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유모차를 미는 아버지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라테 파파라 부른다. 그 유래는 당연히 스웨덴이다.직장과 가정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벨 문화가 시작되고, 남녀 성평등이 강조되면서 우리나라도 남성의 육아휴직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통계로 확인된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부문의 남성육아 휴직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2001년 육아휴직제도가 도입 후 가장 많은 아빠가 육아휴직을 한 것이다.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도 21.2%로 사상 처음으로 20%대를 넘었다고 한다. 남성의 가사 참여가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남성의 육아 및 가사노동 참여가 늘어나는 현상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남존여비(男尊女卑)를 부르짖던 우리 조상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가히 격세지감이 있는 변화다. 아내는 반드시 남편의 뜻에 좇아야 한다는 여필종부(女必從夫)의 의미 역시 무색해지는 요즘이다.대구에서도 지난해 남성의 육아참여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는 뒤지는 12%선에 머물렀으나 큰 폭의 증가세를 드러냈다. 대기업이 없는 대구의 처지를 생각하면 2015년 3.4%와 비교하면 급진적 변화다.남성은 바깥 일, 여성은 집안 일로 구분되는 종전의 성 역할의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28

우리의 삶이 더욱 환해지는… 의성 수정사(水淨寺)

첫눈이 내린다. 잔디밭에도 집 앞 상수리나무 가지에도 하얗게 눈이 내린다. 전원을 적시는 설경을 사진에 담아 친구에게 보냈다. 며칠 간의 해외 연수로 잠은 설쳤다던 그녀가 푸석한 목소리로 절에 가자고 제안한다.방점 찍히듯 남아 있는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흔쾌히 집을 나섰다. 생각이 많고 소심한 나와 달리 그녀는 늘 적극적이고 대범하다. 눈은 녹고 하늘은 무심히도 맑지만 모처럼의 수다가 눈꽃처럼 화사하다.“저 산에 묘를 쓰면 후손이 큰 부자가 되지만 마을에는 심한 가뭄이 든다네. 그래도 기어코 밤을 틈타 몰래 묘를 쓰고, 마을 사람들은 화가 나서 오물을 갖다 뿌리고…. 지금도 산에 가면 오물을 뿌린 구덩이가 남아 있대.”차가 금성산을 끼고 달릴 때, 친구가 전설 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고단하던 시절의 어두운 탄식들이 들릴 것만 같은데 산은 늠름하고 기품이 넘친다. 잘 생긴 기암괴석이 뿌리를 박고 있는 명산이다. 길은 비봉산과 만나는 지점에서 끝이 났다. 금성산과 비봉산 그 사이 계곡을 끼고 수정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아늑하다.고운사 말사로 신라 신문왕 때 의상이 창건한 절, 동국여지승람에는 수량사(修量寺)라고 소개된 절이다.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 유정이 머물며 승병의 보급기지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조선 헌종 때 대광전만 남기고 불에 탄 것을 뒤에 중수하였으며, 월산 스님과 탄허 스님 같은 대선사가 머무시기도 했다. 이 지역의 불자들에게는 성지처럼 사랑받는 절이지만, 내게는 친구의 유년을 담고 있는 곳이라 더 특별한 곳이다.수년 전 동짓날, 그날도 눈이 왔다. 불자인 그녀는 나를 이곳으로 데려와 팥죽을 먹였다. 좋은 곳이면 어디든 나를 데리고 가는 친구가 있어 절집은 더 편안했고 팥죽도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눈 쌓인 절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는 환한 미소와 함께 커다란 대접에 팥죽을 떠주던 공양주보살의 후한 마음이 아른거린다.금성산의 기운이 약수로 변하여 사시사철 샘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수정사(水淨寺), 오늘도 절의 입구에는 약수를 받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래 된 벚꽃나무 한 그루와 돌에 새겨진 약사여래불이 일주문을 대신한다. 크기와 높이가 다른 돌들이 어깨를 맞댄 채 운치를 더하고 앙상한 벚나무 그림자와 낮달이 우리를 경내로 이끈다.다행히 절은 변화의 물결을 비켜나 소박한 고졸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고향집을 찾아온 듯 포근하다. 대광전을 받치는 돌너덜을 연상케 하는 돌무더기는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걸작이다. 새파란 이끼 옷을 입은 돌들이 부처님을 모시는 수미단처럼 주법당과 나무들을 받쳐주고 있다. 이 질박하면서도 이색적인 풍경은 말더듬이 박 처사의 불심이 담긴 역작이라고 한다.오래도록 머물고 싶어지는 공간이다. 나는 법당에 들어가는 것조차 잊고 요사채 마루에 걸터앉아 돌무더기를 바라본다. 박 처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아는 이가 없다. 분주히 경내를 오가며 궂은 일을 하는 그의 젖은 목덜미와 활짝 열린 법당문 안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가 한 편의 영상처럼 흐른다.땔나무와 잡일, 절간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묵묵히 돌을 쌓아올렸을 박 처사의 불심을 생각한다. 그는 전생에 조금은 게으르고 절밥만 축내는 불목하니였을지도 모른다. 고단한 몸 하나 절집에 얹혀살면서 무슨 소원이 그토록 간절했을까? 돌무더기 옆에 시멘트 옷을 입고 서 있는 수정 같은 샘물은 알고 있으리라. 큰 법회나 예불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는 날마다 염불소리 들으며 업을 씻어 내렸고, 내면에는 종소리 같은 평화로움을 그를 즐겁게 했으리라. 오래된 돌무더기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준다.조낭희 수필가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대광전을 향해 나는 박 처사를 생각하며 가운데로 나 있는 돌계단을 오른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좁고 가파른 계단은 편리하고 정갈한 것을 외면하고 있는 그대로 세월을 다독이고 있다. 살다보면 묵직한 세월의 힘이 야속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감동의 눈시울을 젖게도 한다. 시간의 흔적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주지 스님의 지혜로운 안목도 고맙다.비로자나 부처님이 봉안되었을 거라 생각했던 대광전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이 계신다. 불목하니 박 처사의 외로운 불심이 더해져서 일까. 겨울 법당이 따뜻하다. 불목하니 박 처사에게 숙제처럼 따라붙던 업과 그의 길고 외로웠을 기도가 자꾸 내게 말을 건다. 숨 가쁜 세월 나는 어쩌면 빚쟁이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풀어야 할 이승의 업은 많은데 절간의 풍경은 쓸쓸하고 삭막하다. 공양주 보살 없는 절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불목하니는 이미 사라진 말이며, 불심 없이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물질에 밀려 외면 받는 세상이 되었다. 법당을 두리번거리는 나와 달리 친구는 다소곳이 절을 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생각보다 몸이 앞서는 친구다.뒤늦게 나도 오래된 것들을 위해 기도한다. 박 처사의 역작처럼 별 특징없고 평범한 돌도 기도와 정성이 더해지면 아름다워지듯, 우리의 오래도록 이어져온 우정에 감사했다. 사랑 없는 세상에 때때로 우리의 삶이 환해지도록, 수정사 앞뜰에 피는 벚꽃처럼 자비를 베푸시길.

2020-01-27

문학의 ‘인간다움’… 여전히 중요한가

프란츠 카프카인간이 언어를 만들고 그 언어를 가지고 눈에 보이는 세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려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인간’의 ‘인간성’을 규정하는 것은 가장 큰 과제였다. 오래전 그리스 비극의 사례로까지 올라갈 필요도 없이, 우리가 ‘문학’이라는 대상 속에서 느끼는 일말의 휴머니즘의 기운이 그러하고, 최근 문학 불황의 시대에 파편화된 인간성에 대한 이해에 대한 당혹감을 통해서도 역설적으로 증명된다.인간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단지 생존만을 위해 산다고 한다면, 여타의 동물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지금까지 인간이 문학을 창작해온 과정은 언어를 가진 인간이 던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부친을 살해하고 모친과 결혼한다는 금기를 피하기 위해 몸부림치다 결국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서구 비극의 모티프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압도적인 영향을 주는 까닭은 인간이 인간다움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계된다.여타의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윤리를 지키는 것이 인간다움인가, 아니면 그것을 지키고자 애쓰지만, 결국 신의 섭리에 압도되는 한계를 만나는 것이 인간다움인가. 이 간단하지만 모두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시대를 통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인간성의 규정이란 한 번의 창작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새롭게 바꾸면서 새롭게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대상인 까닭이다.한편,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를 고민했던 햄릿의 가장 인간다운 고뇌는 어떠한가. 우리가 그 고뇌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단지 생존만이 인간임을 증거하는 유일한 가치가 아닌 까닭이다. 그러니 결국 인간이 세워 올린 문학은 애초부터 인간의 인간성에 대한 규정의 문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물론, 인간다움에 대한 문학의 규정은 단순히 그것이 어떤 가치를 갖는가 하는 것에 대한 순진한 서술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문학에서 이뤄지는 인간성에 대한 규정은 언제나 극단적인 비인간성에 대한 반대급부로 주어지게 마련이다. 그것이 아니고서 인간은 인간다움의 영역을 체감할 수 없는 것이다. 대개의 휴머니즘의 문학이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비롯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이다.또, 어느 날 아침에 벌레가 되어 버린 카프카의 ‘변신’속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어떠한가. 그가 벌레가 된 것은 결코 ‘은유’가 아니었다. ‘은유’ 즉 ‘메타포(metaphor)’는 인간이 언어를 통해 외부 세계를 규정해온 표상의 기술 중 하나였으니, 인간이 외부 세계를 인간화된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전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 같은 은유가 결국 인간성을 표상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단지 비-인간성에 대한 은유가 아니라 진짜 벌레가 된 이 작품 속 주인공을 보고서 독자 모두가 느꼈을 놀람과 충격은 분명히 일종의 부조리에 닿고 있다. 분명 그것은 언어화되지 않는 물질적인 당혹감이다. 메타포의 기술에 익숙한 인간은 어떤 언어를 할애하더라도 규정하기 어려운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나 알베르 카뮈의 ‘뫼르소’의 파편화된 맥락과 닮아 있다.하지만, 그는 왜 벌레가 되었는가 혹은 카프카는 이 상황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하는 물음에 이르게 되면, 독자의 해석은 다시 ‘인간다움’이라는 문제와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마치 순수한 악이나 폭력 같은 비윤리적 신화를 마주하고서 충격을 받은 인간이 다시 어떻게든 그것을 인간다움으로 봉합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그러니, 문학에서 인간다움에 대한 규정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인가, 묻는다면, 인간이 언어를 세계 표상의 도구로 쓰는 한 그럴 수밖에 없다고 답해야 한다. 인류가 가진 어쩌면 가장 비인간적이고 가장 비언어적인 작품일 카프카의 ‘변신’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송민호 홍익대 교수

2020-01-27

국가의 원수인가 진영의 보스인가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오늘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역설하였다.이처럼 철석같이 약속했던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경쟁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개정 협상에서 제1야당은 배제하고 진보진영(4+1)의 정치적 야합으로 공수처법을 끼워서 패키지로 통과시켰다. 또한 신년기자회견에서는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은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대통령이 수많은 범죄혐의로 기소되어 재판 중에 있는 피의자는 감싸고, 그 피의자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의 고초를 겪었던 국민에게는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가 없다. 이게 국민에 의해 선출된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란 말인가?더욱이 재판 중에 있는 피의자를 대통령이 감싸는 것은 검찰과 재판부에 대한 압력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자신이 했던 발언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모순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과 2017년의 대선에서 두 차례나 “대통령 및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던 악습을 완전히 뜯어 고치겠다”고 공약하였고, 현재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하였다. 그런데 검찰수사의 칼날이 청와대와 진보진영으로 향하자 법대로 수사 중에 있던 ‘수사팀을 교체’하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강변하였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감히 이런 행태를 보일 수가 없다.사람(人)의 말(言)은 믿음(信)이 있어야 한다. 하물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진보진영의 장기집권이라는 권력욕 때문에 이성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는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한 진영의 보스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국가의 원수가 진영의 보스로 전락하는 순간 그의 불행은 시작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임을 왜 모르는가? 한국정치사가 증명하고 있는 대통령들의 비극적 종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던 포부들, 즉 ‘대통령의 새로운 모범,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 국민의 자랑으로 남는 대통령’ 등은 이미 코미디가 되어가고 있다. 견제 받지 않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포부는 진영논리에 갇힌 독재정치가 아니라 비판을 경청하는 공화정치에서 이루어진다. 부디 공화국의 원수로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4월 총선에서 확실하게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2020-01-27

부동산 경찰

부동산 경찰은 내달 21일 출범하는 국토부 산하 부동산 조사팀을 가리키는 말로, 특별사법경찰이다. 부동산 경찰은 시장질서를 해치는 투기꾼에 대한 추적에 나서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특사경의 수사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토부는 15명 내외로 상설 부동산 조사팀을 구성하고, 세종청사 내부에 사무실도 연다. 기존에 지정된 부동산 특사경 6명 외에 추가로 특사경을 증원하고,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지에서 직원을 파견받는다. 주요 조사·수사 대상은 불법 전매와 청약통장 거래, 무자격·무등록 중개, 주택 구매 자금 조달 과정의 증여세·상속세 탈루 등이다. 여러 지방을 오가며 불법전매나 청약통장 거래 등 투기를 저지르는 전국구 투기세력에 조사와 수사 역량이 집중될 예정이다. 시장 과열지역에 대해서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정밀 분석하면서 주택 구입 자금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는 탈세 등 불법을 찾아내고 부정 대출도 가려내게 된다. 조사팀은 관련 기관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 받아볼 수 있는 권한도 부여받았다. 부동산 신고 요건도 까다로워진다. 우선 내달 21일부터는 실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일 60일 이내에서 30일 내로 단축된다. 부동산 거래를 신고한 이후 계약이 취소될 경우에도 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3월 중순부터는 부동산 구매 자금조달계획서 내용이 대폭 보강되고, 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 매수자는 계획서 내용을 증빙할 서류도 직접 제출해야 한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도 기존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주택과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으로 확대된다. 부동산 경찰이 투기꾼 근절을 위한 최선의 패가 되어주길 바란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27

스물두 번째 일기장

김현욱 시인작년 6월, 그림일기를 시작으로 은유는 지금까지 스물두 번째 일기장을 쓰고 있다. 권수보다는 은유가 1년 6개월 동안 날마다 꾸준히 일기를 써왔다는 점을 자주 칭찬하고 격려해주었다. 일기 쓰는 때가 꼭 정해진 건 아니지만 은유는 주로 저녁 8시쯤에 습관적으로 일기를 썼다. 일기를 써야 하루 일과가 끝나는 것이다.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일기를 쓰는 것은 날마다 식사 후에 양치를 꼼꼼히 하는 것처럼 분명 좋은 습관이다. 나쁜 습관은 저절로 자라는 잡초처럼 가만두어도 무성해진다. 좋은 습관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가꾸고 돌보아야만 거둘 수 있는 열매 같은 것이다. 세상 농사 중에 자식 농사가 가장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자식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뜻이다.‘우리 아이 독·토·글(독서, 토론, 글쓰기) 습관 기르기’라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2003년부터 학교에서 영재교육원에서 도서관에서 수많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토론하고 글쓰기를 했던 경험들을 담은 것이다. 2011년에 딸, 은유가 태어나면서 부모로서 자녀에게 독·토·글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도 담았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똑같은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유전도 환경도 부모도 그렇다.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하다. 다만, 독·토·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교사나 부모의 인내와 꾸준함, 모범보이기와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우리 아이에게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일기 쓰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다면, 부모도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글을 써야 한다. “일기 써라!”는 오래 먹히지 않는다. “같이 쓰자!”가 오래 간다. 우리 아이의 오늘 일기거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맞장구를 쳐주고 거들어주고 꾸준히 칭찬과 격려를 해줘야 한다. 은유가 일기 쓸 때, 나는 옆에 앉아서 시를 필사했다. 시를 필사하니 은유가 시에 관심을 가졌다. 가끔씩 일기장에 시를 쓰기도 한다. 겨울방학 과제로 자작 동시집을 만들어가겠다고 계획을 세운 것도 참 기특한 일이다.1월 7일부터 22일까지 운영한 영일도서관 겨울방학 프로그램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 것도 은유와 내게는 참 뿌듯한 일이다. 그림책 읽어주기와 보드게임을 합친 도서관 수업은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했다. 은유는 몇 번이나 도서관 수업 이야기를 일기로 썼다. 그러면서 아빠에게 당부했다. “아빠, 올해도 포은도서관 도서관 수업 꼭 신청해줘!” 매년 포항시립도서관(포은, 대잠, 오천, 석곡)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도서관 수업을 운영한다. 선착순으로 모집하는데 웬만한 클릭으로는 어림도 없다. 1분 안에 완료된다. 올해도 그 긴장감을 맛 볼 준비를 하고 있다. 역시나 그 긴장감과 과정, 결과는 나만의 비밀 일기장에 기록할 것이다.은유가 열두 살을 넘어서도 꾸준히 일기를 쓸지는 미지수다. 그때는 그냥 은유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다. 좋은 습관의 힘을 느꼈다면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2020-01-27

세시(歲時) 풍습은 사라지고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한국사회의 세시(歲時)풍습이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의 아름다운 미풍양속마저 사라지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내 어릴 때 시골 농촌의 섣달 그믐은 새해맞이 준비 기간이었다. 가난하지만 집집마다 쌀강정을 만들고 찹쌀로 유과를 만들기도 했다. 조청을 고아 엿을 만들고 집집마다 밀주를 담가 제주로 썼다. 당시 맷돌에 콩을 갈 때 어머니 곁에서 팔이 아프도록 도운 기억이 난다. 설 며칠을 앞두고는 이웃 동네의 물레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뽑아 오기도 하였다. 가래떡을 싣고 오던 우리 집 소가 얼음판에 넘어져 일으켜 세우느라 애태운 적도 있다.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섣달 아름다운 풍광이다.다시 2020년 구정(舊正)이다. 어릴 때처럼 기다려지고 설레던 마음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나 내 고향 어릴 때의 세시풍습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구정 전야 섣달 그믐날, 우리 또래는 모두 친구 집에 모여 밤을 새우기도 하였다. 배고프던 시절 우리는 어려운 살림에도 쌀을 한 홉씩 추렴하여 밤늦게 밥을 해 먹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과 목이 쉬도록 노래하고 윷놀이도 하였다. 내일 입을 새 옷을 생각하면 신명나는 그믐날 밤이었다. 그믐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쉰다는 말까지 있었다. 같이 놀던 그 고향 그 동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설날이 되면 더욱 고향 사람들이 그립다.설날 아침 우리 집안은 10촌까지 모여 합동 제례를 지냈다. 당시 우리 집안의 제관은 30명이 넘었고 마루뿐 아니라 댓돌위에서도 제사를 지냈다. 제일 서쪽의 큰집부터 작은집까지 제사 후 명절 음식을 나누다 보면 정오가 넘었다. 합동 제례 후 우리는 모두 동네 어른을 찾아 정성껏 세배를 드렸다. 6살 때 나는 동네의 천민인 고직이 어른께도 세배를 드려 조부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명절 막걸리에 취하여 호기를 부리던 집안의 어른들 모두 세상을 떠났다.당시 정월 한 달 동네 이곳저곳에서는 재미있는 윷놀이가 벌어졌다. 아랫동네와 윗동네로 나누어 놀기도 하고, 며느리와 딸네들이 편을 지어 윷을 놀았다. 당시 동편이 이기면 풍년이 들고 서편이 이기면 흉년이 든다는 속설까지 있었다. 정월대보름 뒷산의 달불놀이는 아직도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다. 둥그렇게 쌓아 올린 생솔나무 달집에 불을 붙였다. 불이 활 활 타오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달을 향해 소원을 빌었다. 마을입구에서는 동서로 나눠 줄 당기기기도 하고 제기차기와 팽이놀이도 하였다. 지금은 고향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이러한 세시풍습은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며칠 전 고향을 찾아가지만 그 옛날의 그 풍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었다. 이웃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인정이 넘치던 고향의 풍습은 찾을 수 없다. 옛날의 함께하던 놀이 문화는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요즘 아이들은 눈만 뜨면 게임에 빠져 들고, 이제 스마트폰이 그들의 노리개가 되어 버렸다. 공동체가 아닌 혼자 즐기는 개인주의 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 우리 모두는 각박한 세상의 ‘고독한 군중’이 되어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으로 빈곤하게 되었다.

2020-01-27

다시 시작하기

명조 말, 청나라 초기 역사학자인 담천은 20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역사서 ‘국각(國69B7)’을 완성했습니다.“드디어 내가 해냈어. 명나라의 역사를 후세에 전할 수 있게 된 거야.”오랜 세월 기울인 노력이 크나큰 결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자 지난 세월 겪었던 수많은 고초가 한꺼번에 떠오르며 그를 감회에 젖게 했습니다.며칠 후 그의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도둑은 담천의 살림이 워낙 궁핍해 변변한 물건이 없자 대나무 상자에 고이 담아 둔 ‘국각’을 값진 물건이라 생각해 가져가 버렸습니다.60세를 훌쩍 넘긴 담천에게는 청천벽력이었습니다. 20년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허탈했지만, 그는 곧 훌훌 털고 일어섰습니다.“그래. 여기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지. 다시 시작하는 거야. 나에게는 역사를 전해야 할 사명이 있어!”담천은 이후 10년을 다시 투자해 보다 훨씬 새롭고 완성도가 높은 ‘국각’을 썼습니다. 새로 집필한 ‘국각’은 총 104권에 500만 자가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었습니다. 내용도 전에 쓴 ‘국각’보다 현실적이며 생동감이 넘쳤지요. 그가 만일 그 일로 좌절해 책을 만드는 일을 포기했다면 우리는 역사서 ‘국각’을 영원히 만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플라톤이 그의 대표작 ‘국가(politeia)’에 만족하기까지는 다른 방법으로 이미 아홉번을 써 본 다음이었습니다. 대영박물관에는 토마스 그레이가 쓴 ‘Elegy Written in a Country Churchyard’의 각각 다른 초고 75권을 볼 수 있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쓰기 위해 원고를 200번이나 고치고 또 고쳐 썼습니다.설 명절 후 첫날, 2020년 새해 결심이 무너졌다고 실망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는 우리는 분명히 행복한 사람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포유류와 조류에서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RNA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전자 현미경으로 봤을 때 태양 외곽의 붉고 둥근 띠를 뜻하는 ‘코로나(corona)’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바이러스는 1930년대 닭에게서 처음 발견된 후 개·돼지·조류 등의 동물에 이어 사람에게서도 발견됐다.처음에는 소나 돼지와 같은 일부 동물에겐 매우 치명적이지만 사람에게는 대개 가벼운 감기만 일으키고, 어린이들에게선 설사 등의 장 질환을 일으키는 등 위험성이 높지 않은 질병으로 여겨졌다.그러다 다른 형태로 변이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나라를 강타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SARS)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MERS)다. 지난 2003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사스는 약 8천명의 사람이 감염돼 이중 10%가 사망했고, 지난 2005년 우리나라에 상륙한 메르스 역시 전 세계적으로 1천400여명이 감염돼 그중 37%인 557명이 사망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달 초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폐렴 유발 병원균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새로운 형태의 코로나 바이러스로,‘우한폐렴’이라고도 한다. 중국 우한시 화난 수산시장에서 첫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수산시장 내 상인들이 토끼나 뱀 등 야생동물을 도축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는 치명적 전염병인 만큼 철저한 방역대책이 필요할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