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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경산문화 산실 문예회관 건립에 부쳐

심한식 경북부경산시민들도 드디어 지역 문화를 꽃피울 문화예술회관을 갖게 될 꿈에 부풀어 있다.경산시는 인구 28만 명을 자랑하고 있지만,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을 체계적으로 감당할 공간이 없다.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은 정기발표회 등을 시민회관 대강당과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무대를 이용해 왔다.이들 무대는 협소한 강단에 불과해 막이 바뀔 때마다 극에 맞는 세트를 설치해야 하는 등 불편이 아만저만이 아니었다.다행스럽게도 시 중심부 상방근린공원을 민간특례사업으로 2023년까지 개발하는 A 업체가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해 시에 기부키로 했다.이 업체는 1천500석 규모의 문화예술회관과 300석 규모의 야외광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다.그러나 시는 어려운 작업 없이도 공연에 적합한 환경으로 손쉽게 바꿀 수 있는 1천석 규모의 무대인 가변무대를 선호했다.가변무대는 역동성을 보여주는 장점에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지만 A 업체도 가변무대 조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문화예술회관은 지역 문화를 대표하는 특성이 있다.이 때문에 밋밋한 외관이나 특색이 없는 건물, 체육관 형태의 건물은 문화예술회관이 피해야 할 건축구조로 꼽힌다.구미문화예술회관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문화예술회관도 그 지역의 특색을 담고 있다.지역을 대표할만한 문화예술을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경산시의 문화예술회관의 외관이 어떤 모습을 갖추게 될지 몹시 궁금해진다.원효대사와 설총, 일연선사를 지역의 삼성현(三聖賢)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전국적인 이슈는 아니다.옛 압독국의 문화와 삼국통일의 전진기지로 김유신 장군이 병사와 화랑을 단련시켰던 연무장 등의 고유 문화와 젊은 도시, 미래가 있는 도시를 아우르는 건축물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사업시행자와 경산시, 문화예술단체가 서로 고집만 내세우지 말고 시민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경산/shs1127@kbmaeil.com

2019-11-28

자연인 신드롬

거두절미, 나도 자연인이 되고 싶다. 나도 고향 예산 덕산 가까운 산골에 들어가 계곡물로 세수를 하고 더덕을 캐고 버섯을 따고 뜨는 해 지는 해 보며 황토방 오두막에서 자고 싶다.텔레비전은 지난 십 년 동안 아예 담을 쌓고 지내다시피 했다. 뉴스라는 건 이쪽 저쪽 다 어찌나 잘 ‘만드는지’ 진실 쪼가리 캐는 데 지칠 대로 지쳤는데 요즘에는 유튜브도 범람 지경이 되어 이상한 좌우 자처하는 세력들의 ‘손님끌이’ 장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며칠 전 경향신문 11월 21일자 1면에 오늘도 세 사람이 퇴근하지 못했다고, 신문 전면을 하단 광고도 없이 산재로 희생된 사람 이름만 빼곡히 적어 놓은 것을 보고 아직도 세상이 변하지 않았음을 알았다.변하지 않은 게 어찌 노동문제뿐일까. 조국 사태는 좌우가 공수를 뒤바꾸어도 세상이 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권력을 가지면 그것을 지렛대 삼아 어떻게든 해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생리라고 생각된다. 그게 없어지면 갑자기 정의로운 체 하는 것도 사람의 체질 가운데 하나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이 이 생물 그룹의 구성원임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그렇게 쓸모 없어 보이던 텔레비전 화면이 갑자기 환하게 빛이 난다. 이승윤, 윤택 두 개그맨이 방방곡곡 숨어사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데, 이쪽을 돌려도 자연인 재방송이요, 저쪽을 돌려도 자연인 재방송이다. 뭐랄까, 자연인 신드롬이라 할까. 요즘 남자들 로망이 ‘나도 자연인이다’란다.산속에서 손수 밭을 갈고 산약초를 캐고 한 끼 밥을 손수 지어먹는 ‘풍경’이 그렇게 귀해 보일 수 없다.악병에 걸린 사람도 깊은 산중에 들어가면 생명이 되살아나고 부도가 나고 사람살이에 지칠 대로 지친 사람도 산속에 들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바로 아래 동생이 마음이 좀 나아져 자주 연락을 한다. 십 년 전 대장에 암이 생겨 죽을 고생을 한 동생이다. 삼형제 중 내가 장남이고, 셋째도 서울에 사는데, 이 친구만 대전 부모님 곁에 지내며 내가 치러야 할 고생을 했다. 참 미안하고 염치가 없다.방민호 서울대 교수유튜브에서 시골 집을 하나 봐둔 게 있다 했다. 한번 가보자 해서 서로 못한 이야기도 나눌 겸 같이 갔다 대실망을 하고 근처 절에서 맛있는 절밥만 먹고 돌아왔다.동생은 요즘 자연인이 되고 싶은 모양이지만 돈은 잘 못 벌어도 응급의다. 큰 병원 삼십 분 안에는 도착할 수 있어야 한단다. 나는 그게 대수냐고 응수한다. 마음 속에 ‘자연인’에서 본 산의 놀라운 치유력을 품고 말이다.나도 자연인이 되고 싶다. 너무 오래 ‘좌연인’ 하며 살았다. 산속으로 돌아가 세속 사람 때를 벗겨내고 싶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

2019-11-28

신뢰 국가

영어의 trust는 편안함을 의미하는 독일어 trost가 기원이다. 즉 신뢰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말이다. 상대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 불필요하게 상대를 경계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개인이 사람을 교제할 때 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국민의 믿음도 마찬가지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으면 대체로 후진국으로 평가한다. 미국의 저명한 일본계 학자인 프란시스 후쿠야먀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한 나라의 경쟁력은 그 나라가 가진 신뢰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한국이 국민에게 얼마만큼 신뢰를 갖고 있느냐는 것은 국가를 통치하는 위정자에게는 소중한 통계다. 위정자가 집행하는 정책에 대한 신뢰이자 성과로 평가된다.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에서 우리 국민은 우리 사회에 대해 절반 가량이 “믿을 수 없다”고 답해 충격을 주었다. 특히 20대와 30대는 사회를 불신하는 비율이 54.9%와 51.5%로 절반을 넘었다. 사회에 대한 신뢰를 묻는 설문이 올해 처음이라 그 추이는 알 수 없으나 국민의 절반이 우리 사회를 신뢰할 수 없다면 우리 사회에 내재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뜻이다. 조사 결과에는 요즘 젊은이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반영된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거나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보는 것이 바른 분석이다. 청년 실업난과 자영업자의 몰락,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 등 지금의 경제적 위기감이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것이다.내로남불이라는 유행어도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의 불신을 풍자한 표현이다. 불신과 갈등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에 대한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몫이 크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1-28

황교안의 단식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이 8일째인 27일 밤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감으로써 끝났다. 목숨을 걸고 시작한 단식이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청와대측의 반응은 그저 의례적인 수준이었다. 청와대는 정무수석을 보내 단식을 만류하는 수준에 그쳤고, 여당도 이해찬 대표가 찾아와 단식을 풀고 대화를 하자는 제의를 하고는 돌아갔다. 진정성이 없는 단식 만류에 황 대표로서는 단식을 풀기 어려웠으리란 짐작이 든다.황 대표가 단식중에 쓴 글을 보면 단식에 임하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진다. 황 대표는 지난 25일 단식 엿새째 페이스북을 통해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다. 육신의 고통을 통해 나라의 고통을 떠올린다. 저와 저희 당의 부족함을 깨닫게 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 길에서 대한민국의 길을 찾는다”며 “중단하지 않겠다. 자유와 민주와 정의가 비로소 살아 숨 쉴 미래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간밤 성난 비바람이 차가운 어둠을 두드린다. 잎을 떨어뜨려도 나무 둥지를 꺾을 수는 없다. 몸은 힘들어도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다”며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는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고 적었다. 그랬던 황 대표가 끝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가자 정미경·신보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밤을 새운 뒤 황교안 대표의 뒤를 이어 동반 단식에 들어갔다. 정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로서 황 대표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신 최고위원과 함께 단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역시 선거법개정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자유한국당 황 대표와 의원들이 벌이는 단식 투쟁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현대적인 의미의 단식투쟁은 국가입장에서 국민이 한 명이라도 아사를 하게 되면 곤란하게 된 시점부터 세계 곳곳에서 시작된 투쟁 방식이다. 대표적 사례가 인도의 성웅 마하트마 간디다. 그는 75세의 나이로 옥중에서 3주간이나 단식을 했다. 단식 투쟁은 본래 부당한 권력에 구금된 수감자들이 주로 행한 투쟁방식이다. 사회에서 존경받거나 인지도가 있는 사람일수록, 단식 투쟁을 하면 여파가 크다. 우리나라 정치인 가운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7년 진주교도소에서 면회 및 변호사 접견 제한에 항의하며 6일간의 단식 투쟁을 했고, 1990년에는 내각제 반대와 지방자치제 실현을 주장하며 13일간 단식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의해 가택연금 당시 언론통제 전면 해제, 정치범 석방, 해직 인사 복직, 정치활동 규제 해제,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며 무려 23일간 단식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세월호 특별법 지정을 놓고 단식 투쟁을 하는 김영오를 말리려다 같이 9일간 단식 투쟁을 한 바 있다.목숨을 건 단식투쟁 속에 황교안 대표가 찾아낸 정국해법은 무엇일까, 패스트트랙 철회를 향한 야당의 강대강 대응이 한 겨울 이 나라 정치를 꽁꽁 얼리고 있다.

2019-11-28

21세기 판 잭과 콩나무 2

2018년 9월 23일. 우주 엘리베이터 개발을 위한 실험을 시작합니다. 시즈오카대 연구팀이 작은 위성 두 대를 우주공간에 보내고 길이 10m의 강철 케이블 위에서 미니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는 소꿉장난 같은 실험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기술 자문을 맡은 오바야시 구미는 2050년까지 우주 엘리베이터를 공급할 것이라는 구상을 발표했지요.이런 환상적인 아이디어에 위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난관은 우주의 혹독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밧줄’을 만드는 겁니다. 탄소 나노 튜브가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지만 낙관할 수 없는 기술적 장애가 있습니다. 전기를 공급하는 문제, 운석과의 충돌 등을 피할 안전 대책 등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꿈은 저 멀리 하늘 궁궐에 있는데 내게는 콩 다섯 알도 없고, 금 동아줄도 내려오지 않고 있는 상황인가요? 동화나 신화에서는 오직 행운이라는 변수만이 우리에게 해결책을 제공하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우리에게 하늘 궁궐을 향해 올라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할 것입니다.액션페이커(Action Faker)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꿈만 꾸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 달달한 꿈에 취해 현실을 부정하며 스스로 자기기만에 빠져 있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우주 엘리베이터라는 달콤한 꿈을 오래전 누군가 꾸었지만, 누군가는 가로세로 10㎝의 초미니 위성을 만들어 10m까지 케이블을 연결해 우주 공간에서 실험을 시작합니다.액션 페이커는 동화와 신화에 머물러 자기를 위안하지만, 진정한 행동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온갖 거센 반대와 저항을 물리치고 첫 번째 행동을 시작합니다.오늘 그 꿋꿋한 걸음을 다시 한 발짝 내딛으실 그대를 위해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하늘에서 금 동아줄이 내려오는 순간을 반드시 맞이하실 겁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11-28

월동준비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겨울이 오고 있다. 벌써 얼음이 얼고 눈이 내린 곳도 있다. 살아있는 것들에게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다. 그래서 모두들 겨울이 닥치기 전에 겨울나기 준비를 한다.털이 있는 동물들은 방한용 털갈이를 하고, 땅속이나 굴속에서 동면을 하는 동물들도 있다. 곤충들은 대다수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풀들도 보통은 씨앗이나 뿌리를 남기고 말라 죽지만, 살아서 겨울을 넘기는 풀도 상당수 있다. 나무들의 겨울나기가 그중 비장해 보인다. 앙상한 가지로 혹한을 견디는 나무들의 월동전략은 버리고 비우는 것이다. 나뭇잎을 다 떨고 몸 안의 수분까지 최소한으로 줄여서 빙점을 낮추는 것으로 동사(凍死)를 면한다. 잎을 달고 겨울을 나는 상록수들은 어쩌면 더 처절한 전략으로 월동을 하는지 모르겠지만.지금의 북한이 그러하듯 우리에게도 불과 몇 십 년 전까지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었다. 최소한의 생존조건인 식량과 땔감의 마련도 어려운 사람이 많았다. 끼니때면 바가지를 들고 밥을 얻으러 다니는 거지도 동네마다 한둘은 있었다.굶어 죽고 얼어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북녘의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가슴이 아린 것은 굶고 떨어본 사람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남아돌아 처치 곤란한 옷가지라도 보내줄 수 있으면 오죽이나 좋은가. 세습 신격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인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김정은 일당과 그에 동조하는 무리들에게 부디 천벌이 내리기를 바란다.아직도 굶어 죽은 사람이 있다고는 하나 백방으로 노력을 하면 먹고 입는 것의 해결은 가능한 것이 대한민국이다.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노숙을 하는 사람들까지도 누군가 먹고 입을 것을 갖다 주는 나라가 되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살만하지 않은가. 빈부의 양극화니 상대적 박탈감이니 하는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그다지 절박한 사정이 아닐 수 있다. 그 때문에 절망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어리석고 나약한 정신이기 때문이다. 맨몸으로 겨울을 견디는 저 나무와 풀들에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겨울이 되어도 굶어 죽고 얼어 죽을 걱정이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제는 겨울이 생존을 위협할 만큼 혹독한 계절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비를 해야 할 것은 계절의 추위보다 개인이 겪는 마음의 추위인 것 같다. 중병에 걸리거나 사업이 망하거나 사고를 당하는 등의 이유로 극한상황에 몰리는 경우가 겨울에 해당한다. 무엇보다도 배고픈 게 가장 섧다고는 하지만 배가 고프다고 자살을 하지는 않는 것처럼 심리적인 이유가 더 절박할 수도 있는 것이다.며칠 전에도 젊은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 자살자가 연간 1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 중의 8할은 우울증이 있는 경우라고 하니 마음의 병, 심리적인 원인이 죽음이라는 극단으로까지 내모는 것이다.마음의 겨울에 대비하는 월동준비가 필요한 시절이다. 무성한 잎들을 다 떨어내고 최소한까지 수분을 내보내 빙점을 낮추는 나무들에게서 배울 일이다.

2019-11-28

치열해지는 대학경쟁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최근 부산권의 모 대학이 한 세계대학평가기관이 발표한 랭킹에서 동남권 10위에 올랐다는 보도가 큰 주목을 끌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QS가 최근 공식 발표한 ‘2020 세계대학평가’에 따르면 이 대학은 동남권 10위에 해당하는 대학으로 선정됐다고 한다. 반면 이날 발표된 랭킹에서 전통적인 서열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랭킹도 발표됐다. SKY로 대변되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순서가 성균관대의 등장으로 크게 흔들렸다. 이번 발표에서는 ‘서고성’이 된 것이라는 보도도 눈길을 끈다. 벌어지는 카이스트와 포스텍의 간격도 화제로 떠올랐다. 이 지역의 자부심인 포스텍의 랭킹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포스텍은 최근 중앙일보 랭킹에서 카이스트를 누르고 국내 1위의 과기대로 등극한 것과 대조적으로 이 세계랭킹에서는 카이스트가 1위로 랭크된 반면 포스텍은 국내 7위로 랭크되면서 보는이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들었다. 평가기관마다 들쭉날쭉한 기준과 기준의 비중으로 인해 랭킹은 수시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텍의 이번 결과는 개교 이래 가장 낮은 평가로 무엇이 문제인가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경북대는 최근 대학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기 위한 ‘제11회 한국대학랭킹포럼(URFK)’을 개최했다. 경북대가 주관하고, 한국대학랭킹포럼이 주최한 이번 포럼은 대학평가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내·외 대학 평가 지표 및 방법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학 발전과 경쟁력 향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포럼은 2014년 필자를 비롯한 몇몇 평가 관련 교수들이 모여 만든 포럼이다.‘연구와 랭킹: 양인가 질인가?’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타임스고등교육(THE), QS코리아, 엘스비어, 네이처 인덱스 등 주요 해외 대학평가기관 관계자와 포스텍, 카이스트, 서울대 등 30여 개 주요대학이 참가했다.대학평가 기관들의 들쭉날쭉한 대학평가 기준의 모순 그리고 이에 따른 상업적인 활동, 관련 보도기관들의 이권관계 등 여러 가지 모순에도 불구하고 대학간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당초 URFK의 목표는 “각종 평가지표를 통해 대학을 발전시키고 한국 대학의 경쟁력과 순위를 끌어올리는 동반자 관계”였다. 이 목표는 여전히 숭고한 목표이긴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대학간의 경쟁은 생존의 경쟁처럼 치열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이는 곧 밀어닥칠 인구감소에 따른 학생 수 하락으로 대학들의 상당수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유학생에 의지해야 하는 국내대학들의 재정과도 관련이 있다. 또 세계의 대학시장이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향 통행이라는 대학의 세계시장화와도 맞물려 있다.상위권이든 하위권이든 이제 한국 대학들은 치열한 환경 속에 쉽지 않은 경쟁에 내던져 지고 있고 이 경쟁에서 어떻게 생존할지는 각 대학의 몫이다. 대학 총장들의 어깨가 무거워 지고 있다.

2019-11-28

죽음의 형식과 방식

김규종 경북대 교수야스나야 폴랴나에 있는 레프 톨스토이 생가에 녹음이 한창인 어느 해 7월, 오솔길을 걷노라니 목소리 들린다. “여기가 톨스토이 무덤이에요.” 순간 걸음을 멈춘다. 아무런 표지도 비석도 없이 관 모양의 직육면체가 초록의 풀로 덮여 있을 뿐. 일행은 잠시 숨 고르고, 나는 선글라스 벗고 고개 숙인다. 그것이 톨스토이 무덤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무심코 지나칠 법한 수더분한 공간에서 인류 최후의 타이탄은 누워 있었다.“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크레타의 이라클리온에 잠들어 있는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묘비명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자유롭게 살다가 영면한 카잔자키스. 이승과 저승 모두에서 아무 욕망도 어떤 두려움도 없이 초월적이고 자유로운 경지에 도달한 시인이자 소설가. 나무 십자가 뒤편 투박한 석관 위의 묘비에 새겨진 글귀는 인생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톨스토이와 카잔차키스 무덤만큼 심금(心琴)을 울리는 무덤은 없다. 지극히 간명하되 폐부를 찌르는 소박함. 살아서나 죽어서도 거대한 족적을 자랑하는 거인들의 단순하고 질박(質朴)한 주검의 그릇!무덤이 죽음의 형식이라면, 임종은 죽음의 방식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길가메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21세기에도 삶과 죽음의 마지막 경계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는 여전한 과제다. 주변을 돌아보라. 오늘 받은 부고장의 주인공은 대개 요양병원이나 응급실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다가 세상과 작별한 분들이다. 필시 그들 대다수는 최후의 순간에 자식도 알아보지 못한 채 임종을 맞이했을 것이다.죽음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가 7만을 넘었고, 그런 의향을 밝힌 사람도 43만을 넘었다.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도입된 2018년 2월 4일 이후 올해 10월 말까지 21개월 동안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사람은 7만996명이라고 전한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 환자에게 행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투여 같이 임종과정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이다.생물적인 목숨만 남아있는 상태를 지속하는 연명의료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인간적인 존엄을 지키지 못한 채 죽음과 대면하는 환자. 정신적-물질적인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가족. 그들 모두의 무겁고 수고로운 짐을 덜어주려고 시행된 제도가 차분하게 착근하고 있는 것이다. 짐작하기로 연명의료 중단의향을 지지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생의 마지막 길만큼은 자유의지로 선택하고 싶기 때문이다.정신이 또렷한 채 가족과 작별하는 임종의 자리는 경건하고 엄숙하며 숙연하다. 인공호흡기를 꽂은 채 맞이하는 처참한 죽음과 천양지차다. 누구나 맞이하는 생물적인 죽음에 직면한 인간의 거룩한 표정과 목소리를 온가족이 함께해야 한다고 믿는다.

2019-11-27

21세기 판 잭과 콩나무

‘잭과 콩나무’는 1500년대 무렵부터 구전되는 이야기입니다.이 멋진 동화는 전 세계 어린이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습니다. 1895년 러시아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는 동화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를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합니다.로켓을 만들면 인류가 꿈꾸던 저 하늘 위의 궁궐, 우주에 올라갈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인류 최초로 말합니다.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처음 띄운 것이 1903년이었으니, 치올콥스키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 가시지요? 치올콥스키는 로켓 이야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우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적은 비용으로 우주로 나갈 수 있다는 원리를 상세하게 밝히지요.120년의 세월이 흐릅니다. 그 사이 인류는 로켓을 만들어 달에도 다녀오고 지구 궤도에 온갖 위성을 쏘며 차근차근 우주로 나가는 길을 텄습니다.치올콥스키의 초기 이론이 대단한 공헌을 했습니다. 그의 예견대로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일은 이미 진행 중입니다. 잭이 콩나무에 올라타고 하늘 궁궐로 쭉 올라가듯, 지구 궤도 밖 3만 6천㎞ 지점에 설치한 정거장에서 지구로 늘어뜨린 콩나무 가지, 즉 강철보다 100배 강한 소재에 달린 엘리베이터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지구에서 우주 정거장까지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른다는 개념이지요.로켓의 한계는 막대한 비용입니다. 1㎏ 물건을 대기권 밖으로 올리려면 2천400만원이 듭니다. 로켓으로 70㎏ 성인을 대기권 밖으로 올려 보내려면 16억 8천만원이 듭니다.승용차 한 대를 옮기면 120억원.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에 성공하면 비용은 100분의 1로 줍니다.저렴한 비용에 물자와 사람을 실어나를 수 있어 3D프린팅으로 우주 정거장에서 이후 우주 개발에 필요한 온갖 부품을 제작, 조립할 수 있다면 우주 개발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11-27

교권보호, 교사 스스로는 안 되는 시대

조현명 시인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싸움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P선생님이 달려가서 지도하고 훈계했다.그날 오후 선생님에게 멱살이 잡혔다고 학부모가 학생을 데리고 와서 항의했다. 그 학부모의 눈에는 교사 모두가 다 자신의 아들을 멱살 잡은 깡패로 보이는지 소리 지르고 막무가내였다. 불려온 K선생님은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결국 책임자가 CCTV 화면으로 확인해보자고 했다. 확인해보니 멱살은커녕 아무 일도 없었다.마침 그 방향 쪽으로 화면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학부모의 의도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증거 앞에서는 사과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씁쓸하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사건이었다. 이미 사회에서는 교사가 존경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낸 세금이나 등록금으로 월급을 받아가는 존재’가 되어버렸다.체육 시간 후 씻고 온 얼굴과 손을 커텐에 닦는 것을 지도하는 선생님에게 ‘이거 우리 부모님이 낸 돈으로 산 건데 어떻게 쓰든지 선생님이 간섭하지 말아요’라고 하는 학생이 생겨날 정도가 되었다.학부모가 교권에 대해 침해하는 사건이 2018년 기준으로 21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한국교총 2019년 5월 발표). 그것도 드러나고 문제가 된 사건의 경우이고 앞에 적은 것처럼 사소하고 그냥 지나간 사건들은 훨씬 더 많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조사 발표에 의하면 학생들의 교권침해 사건은 2018년 기준으로 2천244건으로 역시 증가하고 있다. 교권 침해사건은 교육활동 부당방해와 상해 폭행이 가장 많고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다음 순이다. 성적굴욕감이나 공무방해, 협박, 손괴, 성폭력 등도 일어났다.세세한 사례들을 다 읽다보면 놀랄만한 내용도 많다. 그중 언론에서 온통 떠들썩했던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만해도 도대체 2000년대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인가 의아하기까지 하다.결국 대부분의 국민이 선생님을 존경하던 시대는 이미 끝나 버린 것이다. 사실상 그와 궤를 같이하여 가르침과 배움이 학교에서 끝나버린 듯하다. 그러나 교사를 존경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아직도 있긴 있다. 그 학생과 학부모들은 스스로 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교사를 존경하는 학생이야말로 스스로 좋은 교육을 받고 있을 테니 말이다. 잘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깡패 쯤으로 여기고 자신의 노예처럼 여기고 하면 결국 스스로 깡패에게 배우는 것이고 노예에게 배우는 셈이 된다.해마다 교권보호주간을 시행하라고 공문이 오고 그래서 교사들로 하여금 교문에서 띠를 두르고 플래카드를 걸게 하고 캠페인을 하게 한다.그것은 교권보호를 교사 스스로 해야 한다 말하고 싶은 어떤 행정가가 만들어내었는지 모르지만 시대에 한참 모순됐다. 이제 교권을 교사 스스로 높여야 할 시대는 끝났다.학부모 학생이 막무가내이니 교원지위향상법과 교권침해에 대한 처벌을 더 심각하게 높이는 수준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이런 수준으로 가다가는 앞으로 교사, 공무원 기피사유 1번이 민원인들의 권리와 인격 침해가 될 것 같다.

2019-11-27

폭력, 차별, 야만

장규열 한동대 교수두 연예인을 떠나 보냈다. 젊디젊은 여성 재주꾼을 둘이나 잃고서 우리는 무엇을 바꿨는가.인터넷, 악성 댓글, 익명성…. 어느 한자락 직접 대응하기도 버거웠을 공격과 비난을 만나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비참하였을까. 비겁하고 비열한 당신은 지금도 버젓이 숨쉬고 있는가. 꽃다운 딸이며 누이였을 그들의 넋을 보내면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안타까운 마음이 깊었겠지만,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빗장 하나쯤 마련하였는가. 떠나버린 한 생명도 세상없이 슬펐을 터에, 한 달 반도 못 채워 우리는 둘씩이나 잃고 말았다.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는지 뾰족한 대안도 방지책도 나누는 이가 없다. 목숨이 얼마나 귀한 것인데, 그냥 각자 알아서 지키라는 말인가.유엔(UN)이 정한 ‘세계여성폭력주간(16 Days of Activism Against Violence Against Women)’을 지나고 있다. 열여섯 날 동안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비정함과 무자비함을 살피고 여성에게 가해지는 여러 모양의 폭력에 적극 반대하기 위한 날들이라고 한다.특히 올해는 장소와 연령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성폭행에 주목해 각종 캠페인을 벌인다고 한다. ‘미투(MeToo)운동’ 등을 통해 알려진 피해자들의 고통과 활동가들의 목소리 덕에 여성에 대한 폭력의 심각성을 이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인류의 절반을 그 나머지 절반이 우습게 생각하고 도구화하여 비참한 결과를 빚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개인적 수치와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하여, 굴욕적인 침묵으로 가라앉게 되는 일도 너무나 아픈 게 아닌가.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여성자살률 1위라는 오명도 쓰고 있다. 여성경제활동참여율도 조사대상 36개국 가운데 32위라고 하며, 성별 간 임금격차도 무려 36%나 되어 최하위라는 게 아닌가. 우리에게 여성은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남성에 비해 턱없이 버거운 삶을 굽이굽이 넘는다. 소설도 읽었고 영화도 보았다. 그러고도 폭력과 차별을 마주하여 두려움과 처절함의 막다른 골목에 처한다면, 이는 비정함을 넘어 야만이 아니고 무엇인가. 더 이상 참아내지 말아야 하고 이제는 힘들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목소리를 내고 고발한들, 관련 폭력에 대한 처벌과 대응수준이 흡족하지도 않아 보인다. 경각심과 인식을 새롭게 하고 제도적 보완에도 함께 주목하여, 여성에 대한 폭력이 실효적으로 감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여성운동가 앤더슨(G.D. Anderson)은 ‘페미니즘은 여성을 강하게 만들려는 운동이 아니다. 여성은 이미 강하다. 단지,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할 뿐이다’고 하였다. 비뚤어진 눈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이 바뀌어야 한다. 여성 스스로 당당함도 회복하여야 한다. 전통문화가 잘못 전달해 준 시선을 돌아보아야 한다.여성과 남성이 차별과 폭력을 걷어내고, 맑고 밝은 길을 함께 다듬어 가야 한다.

2019-11-27

스미싱 주의보

스미싱(Smishing)은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해 금전적인 피해 등을 유발하는 수법을 말한다.주로 ‘무료쿠폰 제공’ ‘돌잔치 초대장’ ‘모바일 청첩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인터넷주소를 클릭하면 악성코드가 스마트폰에 설치돼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에 소액결제로 돈이 빠져나가거나 개인금융정보가 유출되고 만다. 특히 최근에는 ‘우체국 택배 확인을 부탁한다’는 택배사칭 스미싱이 유행하고 있다니 주의해야 한다. 스미싱에 이용된 변종 악성코드는 소액결제 인증번호를 가로채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소록 연락처, 사진(주민등록증·보안카드 사본), 공인인증서, 개인정보 등까지 탈취해 더 큰 금융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스미싱 피해를 예방하려면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문자메시지의 인터넷주소를 클릭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설령 지인에게서 온 문자메시지라 해도 인터넷주소가 포함된 경우 클릭 전에 반드시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또 미확인 앱이 함부로 설치되지 않도록 스마트폰의 보안설정을 강화하는 게 좋다. 스마트폰의 보안설정 강화방법은 환경설정 보안 디바이스 관리 ‘알 수 없는 출처’에 V체크가 되어있다면 해제하면 된다. 이동사 고객센터에 전화하거나 이통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해 소액결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결제금액을 제한하는 것도 예방법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용 백신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디지털시대, 금융사기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만큼 스마트폰도 기본적인 예방법을 따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1-27

거대한 전환: 과학을 입은 인간

칼 폴라니는 자본주의가 태어나면서 “거대한 전환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가 말한 거대한 전환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이다.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인간의 자유와 이상을 파괴한다”고 보았으며, 이때부터 “인간의 삶이 비극적으로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머지않아 자본주의가 자신의 문제를 노정하며 결국 도태되거나 붕괴될 것이다”고 보았다.자본주의는 그가 활동했던 제2차 세계 대전 무렵보다 현재 더 깊이 우리의 삶에 침투해 있으며,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예견은 여전히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삶의 방식을 폐허로 만들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창조해나갈 것인가를 깊이 숙고해 보아야 한다.미래사회에서 신재생에너지와 대용량전기저장장치의 급속한 발전은 화석연료의 의존도를 낮출 것이며,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자동차 수를 격감시키며, 자동차와 연관된 운송과 금융, 보험과 같은 서비스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킬러로봇의 등장은 전쟁, 대테러, 범죄예방과 같은 국가안보와 치안을 새로운 형식으로 정립할 것이다. 동시에 인간에게 위협을 가할 것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발전은 대규모 정보를 기반으로 지식노동자에게도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방대한 양의 법률과 판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빅데이터로부터 판결을 내려주는 인공지능 판사와 변호사, 개인의 병력에 합당한 처방을 내려주는 인공지능 내과의사와 영상의학과 의사, 인공지능 기자는 신문이나 방송기사를 자동으로 생성해낼 것이다.이러한 인공지능이 들어서면 인간은 쫓겨날 수밖에 없다. 인간만 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던 인간의 오랜 경험과 지식, 연륜을 바탕으로 했던 영역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인간의 단순지식노동을 밀어낼 것이다. 실제로 시카고 트리뷴지가 자사의 지역신문 기자 20여 명을 해고하고 저너틱사에 외주를 주어 기사를 작성하기로 했다.화제가 된 것은 기사를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아웃소싱 방법을 채택했다는 것이 아니라, 기사작성의 주체가 로봇이라는 점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에 의한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하여 뉴스를 제공해 준다. 2010년에 설립된 저너틱사는 소셜 사이트를 포함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와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자동으로 기사를 생성, 제공한다. 이러한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폴라니처럼 과학기술문명의 불길한 미래를 예측하며 이 시대가 어서 끝나기를 바랄 것인가, 아니면 이러한 과학기술을 이용해 이것을 기회로 삼아 새롭게 나아갈 것인가? 다가오는 첨단기술시대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보수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뇌의 명령인지도 모른다.거대한 전환에 맞서려면 생물학적이고, 유전학적인 차원에서 요청되는 뇌의 명령을 거부하고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익혀나가야 한다.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지식을 배우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밀려올 미래는 양날의 칼이다. 미국의 과학철학자 돈 이데는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확장·축소·변형’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과학기술의 사용은 대상이나 경험의 특정한 측면을 확장시키지만 한편으로 축소시키기도 한다. 자동차의 경우 주어진 시간 안에 보다 먼 공간적 이동이 가능하도록 우리의 경험을 확장시키지만,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에 펼쳐진 파노라마 같은 공간을 사라지게 만듦으로써 도보여행이 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축소시켰다.걸어다니는 사람에 비해 자동차를 사용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체험한다. 그런 점에서 과학 이전의 인간과 과학을 입은 인간은 동일할 수 없다. 과학기술은 우리의 경험을 확장시키며 이를 통해 정체성을 변화시킨다. 인간이 새로운 과학기술을 만들지만, 과학기술이 인간과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과학기술을 입은 미래인간은 지성의 앰프(Intelligence Amplication, IA) 효과로 더 창의적이고 행복한 인간으로 변모할 것이다.공강일 서울대 강사·국문학이와 함께 과학을 입은 인간은 과학기술이 가진 양면성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고 말겠지만, 그 변화를 무작정 따라간다면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이 양면의 압력을 이겨낼 수 있는 교육제도가 필요하다. 그러한 교육제도는 공학만을 강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공학만큼이나 인문학·예술 등도 함께 강조되어야 한다. 공학자가 인문학이나 예술교양을 쌓아야 하듯 인문학이나 예술분야에서도 공학교양을 쌓아야 한다. 이런 융합교육이 불투명한 미래를 투명하게 만들 것이다.미래는 미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형성된다.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지식을 배우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때 미지로 남겨진 미래는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는 국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몫이기도 하다. 미래의 일을 미래에 준비할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준비해 나가야 한다. 오늘이 미래를 결정한다.

2019-11-26

개와 사람, 많이 닮았고 많이 다르다

모든 개들은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까지도 정확히 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개들은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끼리의 만남에서 상대방 눈썹의 작은 움직임에도 얼굴 표정의 변화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 개들도 사람의 작은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사실 개는 소리보다는 손동작과 같은 시각신호에 더 쉽게 반응한다. 앞 또는 뒤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것을 사람들은 거의 알아차릴 수 없지만 개는 네온사인을 보는 것처럼 뚜렷하게 느낀다. 몸을 기울이는 방향의 변화는 개에게 매우 중요한데, 앞 또는 뒤로 1∼2㎝만 기울기가 달라져도 겁에 질린 길 잃은 개를 우리 쪽으로 유인할 수도 있고 쫓아버릴 수도 있다. 사실 개를 사람들 앞으로 오게 하려면 개로부터 돌아서거나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이름을 부를 때마다 개를 당신 앞으로 오게 하는 횟수를 늘릴 수 있다.사람들이 개와 함께 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는 모든 동작들, 즉 시각신호들은 개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개가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인간이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펴보면 부분적으로나마 밝혀낼 수 있다. 사실 사람들은 개가 사람과 너무나도 닮았다는 점 때문에 개에게 끌린다.개는 사람들처럼 실수투성이고 다정하며, 혼란스러워하고 쉽게 실망하고 즐거움을 열망하고 친절과 작은 관심에 감사할 줄 아는데 이러한 공통점들이 사람과 개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람이 좋아하는 행동을 개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여 실수를 하는 경우들을 보게 되는데, 많은 어린이들이 개를 안아주기 위해 팔을 뻗었다가 개에게 위협을 받거나 실제 얼굴을 물리는 사례도 보게 된다. 아이들은 개를 꼭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것이 따뜻한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하는 반면, 개는 그 포옹을 무례하거나 위세를 부리려는 위협적인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길을 가다 인사하고 싶은 개를 만나면 몇 걸음 떨어져 멈춘 후 정면보다는 옆에 서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개를 무작정 쓰다듬어서는 안 된다. 길거리를 지나는 낯선 사람들이 너도나도 우리 몸에 손을 댄다면 어떤 기분일지를 상상해 보면 된다. 만약 개가 긴장하지 않고 평온한 상태로 다가온다면 개의 머리 위가 아닌 아래쪽에 손을 내려서 냄새를 먼저 맡게 해주어야 한다. 낯선 개들을 만질 때는 항상 턱 아래 또는 가슴을 만져야 하는데 절대 머리 위로 손을 뻗지 않아야 한다. 손을 펼쳐 누군가가 우리의 얼굴 쪽에 갑자기 손을 뻗어서 뒤통수를 만진다고 상상해 보면 그런일을 당하는 개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이동훈오늘날 전 세계에는 약 4억마리의 개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의 개들은 유기농 식품, 그레인 프리 식품을 먹고, 개 전문 척추지압사, 개 전문 스파, 개 전용 탁아소와 유치원에서 놀고 연간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장난감을 소비하고 있으며, 고급화된 샴푸와 에센스를 사용하고 있다. 아이를 잘 낳지 않는 이 시대에 반려동물은 사회의 새로운 흐름과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반려동물들을 떠나보낼 때 4억명의 사람들은 세계 어디에 살든 함께 깊은 슬픔을 느낀다.신이 반려동물을 창조한 이유는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사랑과 헌신, 조건없는 사랑을 깨닫게 해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반려동물과 사람들은 많이 닮았고, 많이 다르다. 사람이 개에게 보여주는 행동들이 개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 더 많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서라벌대 반려동물학과 학과장

2019-11-26

지역의 활발한 메세나 활동을 기대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한 나라나 지역의 문화예술이 꽃을 피웠다면 그곳의 토양에는 반드시 선조들이 남긴 유무형의 유산을 기반으로 하는 인문학적 소양과 정신문화 유산의 철학이 존재한다. 또 그러한 지역일수록 밑바탕에 흐르는 정신적 유산은 문화예술의 맥을 잇는 후손들의 철학으로 녹여져 새로운 독특한 문화의 흐름을 탄생시키기 마련이다. 문화예술 활동의 원리는 컴퓨터의 작동원리와 유사하다. 한 지역의 문화예술 전반을 관통하는 정신적 문화유산은 마치 컴퓨터의 운영체계가 수행하는 역할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일관된 큰 틀로서 작동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예술회관, 극장, 공연시설 등과 같은 창작무대가 컴퓨터의 하드웨어라면 그곳을 무대로 열리는 각종 행사나 공연프로그램은 소프트웨어다. 실제 해당 지역의 문화예술 유산을 계승하고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문인, 사가, 예술가, 학자들은 어디에 속할까. 컴퓨터에 비유하면 하나하나가 데이터일 것이다. 양질의 데이터가 많아지고 다양해질수록 큰 틀인 운영체계 속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들은 더욱 잘 돌아가고 결과적으로는 매우 양질의 결과물을 생산하면서 또 다른 새로운 데이터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 마련이다.우리는 그동안 그저 제대로 먹고 사는데 급급하다보니 외형의 확장과 경제력에만 무게중심을 두어온 것도 사실이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힘의 논리는 경제력이 좌지우지하고 있지만 나라의 품격은 문화예술과 그 바탕을 이루는 인문학의 수준이 결정하는 것도 사실이다. 시험을 통한 경쟁사회에서 무시했던 인문학이야말로 지금과 같은 혁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영감이 모든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필요한 핵심소재인 것이다. 이는 이미 시카고대학의 시카고플랜이 입증한지 오래다. 앞으로도 문화예술과 인문학의 중요성은 변치 않을 것이다.그러한 맥락에서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부를 축적한 기업이 해당 지역의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메세나(Mecenat) 활동은 가장 기초 데이터인 해당분야 종사자들을 확대재생산하는 효과를 높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2019년 현재 한국메세나협회에서 메세나 활동에 참가중인 회원기업은 232개사에 이른다. 포항도 포스코, 티씨씨스틸 등 메세나 활동을 지속해온 기업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포항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은 매우 많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할 젊은 인재들을 키워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저변의 확대와 다양성을 지닌 젊은 인재들이 무엇보다도 많이 육성되어야할 분야는 인문학분야다. 포항의 문화예술이 고유의 특성과 정체성을 나타내려면 그 밑바탕의 정신과 철학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인문학적 기반이 함께 하여야만 균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역 청년들의 지역학,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러한 때에 지역 기업들이 금액의 크기와는 무관하게 지역의 문화, 역사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자발적인 메네사 활동이 활발하게 확산되었으면 한다. 퇴근시간 빨라진 분들은 가족들과 꿈틀로 탐방이라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2019-11-26

세상을 변화시키는 특이점(Singularity) 3

유전자 가위질 기술은 인간 편집(human editing) 단계로 발전하리라 예측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 열풍은 이 기술 하나로 순식간에 잠잠해질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크리스퍼(CRISPR)를 통해 완벽한 시력, 절대음감을 지닌 청력, 불치병 요소를 완벽히 제거한 태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거기에 우사인 볼트 수준의 빠른 다리, 최상의 아이큐, 심지어 대머리 유전자를 삭제해 디자인한 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거지요. 기술적 문제가 아닌 윤리적 문제만 남겨 둔 상태입니다.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까요? 유전자 가위질 기술은 불과 3만∼4만원 (30달러)정도면 시술이 가능합니다. 내 유전자가 혹시라도 불치병의 확률이 있는지를 체크해 볼 수 있는 유전자 해독 방법 역시 무척 저렴합니다. 200달러(25만원)에서 300달러(40만원) 내외만 지불하면 어떤 유전자적 문제를 지니고 있는지 금새 판정해 휴대폰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미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입니다.“장차 이룰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는 내가 미친 거요? 아니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만 보는 사람이 미친 거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나오는 구절입니다.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인간 수명 150세, 200세가 코앞 현실입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노동에서 해방된 미래는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이런 시대에 우리의 삶은 과연 무엇으로 그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유전자편집이나 인공지능, 로보트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특징, 그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내면의 풍요입니다.성찰 능력, 직관, 따스한 감성. 오직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로움을 키워 가는 것. 따스한 손을 서로 잡고 격려하는 일. 이런 능력을 갖추려 애쓰는 일은 슬기로운 이들의 표지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11-26

사랑의 연탄

가스나 기름, 전기 등이 난방용 연료로 대체되면서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 있다면 연탄이다. 서민의 연료로 서민의 삶과 애환을 함께 해온 우리의 연탄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민을 상징하는 대표적 아이콘으로 주목을 받았다. 서민들이 월동준비를 한다고 하면 김장과 더불어 연탄을 사두는 것을 의미했다. 겨울철 연료인 연탄이 집 창고에 가득 채워지면 그해 겨울은 큰 걱정없이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다.연탄이 서민 연료로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화력이 좋고 오래가는 경제성 때문이다. 그러나 일산화탄소 등의 가스와 나쁜 냄새가 나고 타고나면 많은 재를 남기는 단점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후 보급되기 시작해 30년 가까이 서민 연료로 사랑을 받았다. 연탄 값이 오를 때쯤이면 연탄기근 현상이 벌어져 시내 곳곳에는 연탄을 사려는 주부들이 연탄가게 앞에 줄을 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그 시절엔 자주 연출했다. 무연탄을 연료로 한 원통 모양의 땔감인 연탄은 공기구멍이 뚫려 있어 구공탄 혹은 구멍탄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런 연탄이 세월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저소득계층에게는 생활의 필수품으로 애용되고 있다. 경기가 나쁠 때면 연탄 수요가 갑자기 불어나기도 한다. 연탄 사용이 늘면 불경기로 서민의 삶이 팍팍해졌다는 뜻이다.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되돌아 볼 때다. 사랑의 연탄 배달 소식이 올해도 어김없이 들려오고 있다. 포항에서도 대구에서도 전국 곳곳에서 따뜻한 이웃을 위한 사랑의 연탄 배달 소식이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계절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11-26

보수는 어떤 인적 쇄신을 해야 하는가

박준섭 변호사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국 사건 이후에 27%까지 올라갔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다시 20% 가까이로 떨어졌다. 여기에는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논란이 악재로 작용한 면도 있다. 국민들은 민주당의 경제정책의 실패 등 총체적인 실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유한국당 등 보수당에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이는 보수의 부활이 결코 상대방의 잘못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다.결국 보수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보수통합, 보수의 가치의 재정립, 인적쇄신이 필요하다. 인재영입 1호인 박찬주 대장은 자유한국당이 인적쇄신을 하면서 어떤 인재를 보수의 미래의 대표로 이해하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되었다. 그는 군관료이고 대장으로 경력의 마지막에까지 도달한 사람이었다. 그는 사실여부를 떠나 권위주의적 처신이 문제되었고, 군사정권 시절에 인권침해가 논란이 되었던 삼청교육대를 교육의 장소로 인식하고 있어서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지에 뒤처져 보였다. 이번 일을 통해 국민들은 더이상 권위주의적인 인물이 보수의 대표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 안보와 산업화의 성과뿐만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 등 현대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관료출신을 주로 공천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베버가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썼던 1919년 당시에 독일은 참의원(국회의원)을 주로 행정부의 차관 출신으로 충당했다. 그 당시에는 국가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관료밖에 없었다. 따라서 국가정책을 입법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국회의원으로 다시 소환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현재까지 차관출신 국회의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이다. 이 시스템의 약점은 입법부가 행정부의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소위 통법부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행정부입법이 다수를 이루고 국회의원들이 당론에 따라 거수기 역할을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국가정책을 입안할 국회의원을 관료 출신들이나 명명가들로 채워서는 안 된다. 아직은 약간 부족하더라도 정책을 이해하고 입법할 능력이 있는 비관료 출신 정치가들로 채워서 이들이 입법활동을 하면서 성장하도록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당은 독일과 같은 정치 선진국처럼 십대 때부터 정당활동을 하면서 국가정책을 이해하도록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미약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정당에서 정책으로 무장된 당원들을 키워야 한다. 이들이 자라서 구의원, 시의원도 되고, 구청장, 국회의원으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될 기초가 생기고, 선진화된 입법부가 행정부의 견제와 균형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있다. 이번에 보수혁신을 위하여 인적쇄신을 하면서 관료출신 의원을 배제하고 다시 다른 관료출신으로 채우는 물갈이는 보수의 미래를 위한 인적 쇄신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9-11-26

숲으로 난 명상의 길… 영천 진불암(眞佛庵)

바쁘게 달려온 일상이 덧없어질 때, 숲길을 걸어보라. 바람이 불 때마다 떨어지는 나뭇잎 세례가 찌든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다. 몸은 젖지 않고 영혼이 촉촉해져 어느 새 활기를 되찾게 된다. 다리가 아프고 호흡이 가빠올 무렵이면 진불암 법구경이 마중을 나와 반겨주던 길, 한때 내가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길은 팔공산 비로봉을 향해 숲으로 이어져 있다.바람보다 먼저 떨어지는 나뭇잎 아래를 걸으며 일상을 잊는다. 한때의 사랑과 우수, 너무도 허무하게 지나가버린 젊음을 돌아본다. 욕망과 집착으로 눈이 멀었던 날들을 반성하고 작지만 빛과 같은 시간도 있어 흐뭇하다. 남은 생은 좀 더 베풀고 사랑하다 나뭇잎처럼 대지로 돌아가고 싶다. 인생은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고 나를 돌아보는 일의 연속이다.다리가 아파온다. 공산폭포의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낙수 소리, 낙엽 지는 소리 그리고 책 읽는 소리만큼 맑고 겸허하게 하는 소리가 있을까. 첨단 기기의 소음 속에서 벗어나 자연에 온전히 나를 맡긴다. 발밑에서는 늦가을을 위한 시심(詩心)이 뒤척이고 나는 천천히 산길을 오른다.마음에도 제법 낙엽이 쌓일 무렵, 길가에 비스듬히 서 있는 지게 하나 만난다. 시멘트 길이 끝나고 자연 그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오솔길이 시작되는 구간이다. 반갑기보다 애잔하다. 속도와 편리함의 강박증을 벗어나 자연과 한 몸으로 살겠노라는 고독한 맹세 하나 보인다. 지게는 가볍고 견고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지만 모노레일이나 드론에게 숲을 빼앗기지 않고 지켜내는 뚝심이 사랑스럽다.지게를 지고 산길을 오를 스님과 불자를 떠올린다. 내 몸 편하기를 바라지 않고 불편함을 감내하며 묵묵히 수행으로 삼는 사람들, 구도와 명상, 깨달음의 길은 편리함을 좇아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 쌕쌕거리던 숨소리가 잠시 부끄럽다.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내릴 누군가를 생각하면 육신의 무게쯤이야 한낱 가랑잎에 지나지 않으리라. 깊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도 구도자가 된 기분으로 산길을 오른다.진불암 가는 길은 삶의 길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부도 하나 외롭게 서 있는가 하면, 연인처럼 다정한 부도도 만난다. 크고 작은 염원을 담은 돌탑들이 이야기를 건네 온다. 숲이 돌탑을 지키고, 그 돌탑들이 또 숲을 지킨다. 허리 잘린 돌비석에 새겨진 ‘나무아미타불’은 희미해져 가고, 쉬어가는 순간조차 엄숙하다. 숲이 커다란 법당이고 나무와 돌, 지저귀는 새들이 부처님이다.나도 모르게 ‘불정심 관세음보살 모다라니’ 진언을 왼다. 떠듬떠듬 기억을 되짚어가며 읊조리다 보니 벌써 진불암이 보인다. 작은 법당에는 관세음보살 부처님이 반갑게 맞아 주실 것이다. 십여 년 전 친구 따라 어색한 삼배를 올렸던 그날의 첫인연을 기억하고 계실까?진불암은 신라 진평왕(서기 632년)때 창건되었다는 설과 고려 문종때 환암혼수 국사가 창건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많은 선지식들이 이곳에서 정진하여 도를 이루었다고 하지만, 비로봉 아래 있어 불자보다는 동봉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이 드나드는 소박한 암자다.잠시 혼란스럽다. 내가 기억했던 진불암은 간 곳이 없고 변화의 몸살로 진통 중이다. 기와가 얹힌 반듯한 돌담 아래 비탈진 채마밭을 파헤치고 무법자처럼 서 있는 포클레인, 그 옆에 들어선 태양광, 모든 게 낯설다. 법당문을 열자 관세음보살 부처님은 보이지 않고 커다란 유리문 밖으로 부처님 진신 사리탑이 보인다. 적멸보궁으로 변해 있었다.어머니가 계시지 않은 고향집에 온 것처럼 허전하다. 아무도 없는 빈 절을 이곳저곳 둘러보는데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심술을 부리며 따라다닌다. 요사채 주련으로 걸려 있는 함허득통화상의 게송이 눈에 들어온다.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세상에 태어남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나는 것이며/ 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자취 없이 사라지는 것.조낭희 수필가짧은 생, 무언가에 집착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게송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인데 나는 지금 절집에 와서 무엇을 구하는가.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느껴진다. 주련 옆에 ‘누구든지 과일, 차 드십시오’ 하얀 보드판 위에 쓰인 글귀가 보인다. 맞은 편 천막 아래 일회용 커피와 종이컵, 커피 주전자가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한 번도 뵌 적 없는 스님의 정성과 배려가 추위에 떠는 길손을 맞는다. 드나드는 등산객들을 위한 세심한 노력들, 넉넉하지 않을 절 살림에 불자와 비불자를 가리지 않고 나그네를 맞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담장 너머로 늦가을 팔공산 자락이 환하게 들어온다.활짝 열린 공양간에 들어가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인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훈훈한 맛이다. 사람을 섬길 줄 아는 절, 그것은 곧 부처님을 섬기는 일이기도 하다. 처음 가도 편안한 암자, 진불암을 만나려면 훼손되지 않은 숲길을 한 시간쯤 올라야 만날 수 있다.

2019-11-25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그리움의 음악

필자는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 길을 걷더라도 잘 정돈된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보다 문패가 붙어 있고 대문에 녹이 쓴, 무엇이 나올지 모를 예측불허의 오래된 골목을 헤매기를 좋아한다, 경주의 첨성대 앞을 거닐자면 먼 과거에도 누군가가 나와 같은 자리에 서서 저 건축물을 바라보았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고 이 후에도 누군가 같은 자리에 서리라고 생각하면 세월의 무상함마저 느껴진다.클래식 음악의 매력도 이와 비슷한데 오래전 누군가가 작곡한 것을 악보를 보며 연주한다고 생각하면 그 과정들이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무엇을 소유했는가’보다 ‘어떤 것을 경험했는가’를 더욱 중요시하며 자랑의 대상이 된다. 세월이 묻은 건물을 보거나 현재 상연되고 있는 뮤지컬 공연을 보고도 소중한 경험으로 여기는데 먼 과거에 만들어진 작품을 직접 연주하고 그 곡을 만든 이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한다면 일반적인 체험에서 느끼는 간접경험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필자가 피아노를 열심히 배우던 어린 시절, 유난히 만든 이의 감정이 느껴지는 곡들이 있었다. 바로 프레데릭 쇼팽의 음악이다. 쇼팽의 곡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같은 다른 이들의 곡들과는 달랐다. 귀족적인 우아함과 도도함이 있었고 청년스러운 열정과 모험이 존재하였으며, 밤새 사랑에 이유없이 아파할만한 센티멘털함이 있었다.쇼팽은 여러 가지 고뇌를 가진 외로운 작곡가였다. 그가 연주활동을 위해 폴란드를 떠나 오던 날(쇼팽은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사랑하던 여인(콘스타치아 글라도코프스카)과도 헤어져야 했으며 다시는 조국에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즉 조국을 떠나는 것부터 결심이 쉽지 않았다. 친구들은 떠나는 쇼팽에게 조국의 흙을 선물하였으며 그의 예감처럼 살아생전에 돌아오지 못했다.쇼팽이 폴란드를 떠나기 전 연주회를 열었는데 이때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며 고국과 작별을 고했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그 전 해에 1번보다 먼저 작곡되었지만 출판이 늦어져 번호가 뒤바뀐 것이다. 쇼팽은 ‘피아노 작곡가’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피아노 전문 ‘싱어송 라이터’이다. 쇼팽의 작품 중 피아노곡을 제외하고 나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곡밖에는 남지 않는다. 그래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두 곡은 매우 귀한 오케스트라 작품의 곡이다.많은 평론가들이 두 협주곡의 관현악 파트가 수준이 낮다고 평가하며 심지어는 ‘누군가에게 오케스트레이션을 의뢰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지만 필자에게는 두 곡 모두 너무 아름다우며 청년 시절의 쇼팽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필자는 2번 협주곡을 더 좋아한다. 이유는 즉흥적인 쇼팽다운 특징이 더 많이 느껴져서이다. 하나 더 추천할 만한 오케스트라곡은 쇼팽 콩쿠르의 단골곡인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폴로네이즈 op.22’인데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전쟁이 끝난 후 다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는 바로 그 곡이다.쇼팽은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작곡가가 아니었다. 당시 조국 폴란드는 러시아와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의 분할통치를 받고 있었으며, 쇼팽이 떠난 지 1주일 후 독립을 위한 ‘바르샤바 봉기’가 일어난다. 그가 조국으로 돌아갈 것을 고민한 흔적이 그의 편지에서 발견되며 돌아가 독립운동을 실천할 용기와 의지가 없음을 부끄러워한 것 같다. 하지만 다음 해 7월 러시아에 의해 바르샤바가 다시 함락되며 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한 소식을 듣게 된다. 그 당시의 감정은 ‘에튀드 op.10 No.12 혁명’을 들으면 느낄 수 있으며 당시 쇼팽이 느꼈던 분노와 독립에 대한 열망이 음악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포항예술고 교사

2019-11-25

‘닭고기+두부’ 조선 후기 화려한 연포탕

두부는 진화한다. 딱딱한 두부에서 부드러운 두부로, 순두부 넣고 끓여 먹던 단순한 두붓국에서 닭고기나 해물이 들어가는 프리미엄 두붓국으로. 조선 시대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두부는 진화한다. 목은 이색(1328~1396년)의 시다. 제목은 ‘새벽에 한 수를 읊다’이다,기름에 두부 튀겨 잘게 썰어 국을 끓이고/여기에 다시 총백(蔥白)을 넣어서 향미를 도와라/(후략)기름에 두부를 튀긴 뒤, 잘게 썬다. 두부가 어느 정도 딱딱하지 않으면 힘들다. 목은 시대의 두부는 딱딱했다. 가늘게 썬, 튀긴 두부로 국을 끓인다. 부재료는 총백이다. 다른 부재료는 없다. ‘총백’은 파 혹은 파의 뿌리 부분이다. 대파가 없던 시절이다. 지금의 쪽파 정도였을 것이다. 파 뿌리를 익히면 단맛과 특유의 향이 살아난다. 왜 날두부를 썰어 넣지 않고, 튀긴 두부를 사용했을까? 아마 맛 때문이었을 것이다. 날두부보다는 튀긴 두부로 끓인 국물이 맛있다. 기름을 가열하면 맛이 도드라진다. 튀기면 썰기도 한결 편하다.목은은 고려 말기, 조선 초기를 살았다. 고려 말에는 목은의 튀긴 두붓국 정도가 최고의 두부 요리였을 것이다.조선 초기까지도 별다른 두부 요리법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두붓국[豆腐羹, 두부갱]이다. 세종이 받아든 중국의 국서도 “두부를 정교하게 만드는 여인을 보내달라”는 것이었고, 성종 때, 도깨비 같은 존재가 먹었다는 음식도 단순한 두붓국[豆腐羹, 두부갱]이다. 조선 초기 두붓국은, 두부만 넣은 단순한 것이었다. 부재료는 쪽파 정도다.조선 초기 문신 사가정 서거정(1420∼1488년)의 ‘사가시집_권40_윤상인(允上人)이 두부를 보내 준 데 대하여 사례하다’에 실린 두붓국이다.보내오신 두부, 서리보다 더 하얀데/잘게 썰어 국 끓이니 연하고도 향기롭네/부처 숭상한 만년엔 고기를 끊기로 했으니/소순이나 많이 먹어 가냘픈 창자 보하려네소순(蔬筍)은, 푸성귀와 나물의 새싹, 대궁이다. 두부는 “잘게 썰어 국 끓였다”고 했다. 역시 평범한 두붓국이다. ‘부처’ ‘고기를 끊는다’고 했으니 채식이다. 소박하다.두부, 두붓국은 끊임없이 진화한다.서거정의 시대를 지나 200여 년 뒤다. 유암 홍만선(1643∼1715년)의 ‘산림경제’는 소 백과사전이다. 여기에 ‘자연포법(煮軟泡法)’ 즉, 연포탕 끓이는 법이 나온다. 유암의 두부, 연포탕은 17세기 모델이다. 그 이전의 단순한 ‘두붓국[豆腐羹]’이나 그 후의 연포탕과도 다르다. ‘산림경제_2권_치선’ 중 일부다.자연포법(煮軟泡法). 두부를 만들 때 꼭 누르지 않으면 연하다. 작게 썰어 한 꼬치에 서너 개씩 꽂는다. 흰 새우젓국[白蝦醢汁, 백하해즙]을 물에 타서 그릇에 넣고 끓인다. 베를 그 위에 덮어 소금물이 스며 나오게 한다. 그 속에 두부 꼬치를 거꾸로 담근다. 슬쩍 익혀 꺼낸다. 따로 굴을 그 국물에 넣어서 끓인다. 다진 생강을 국물에 타서 먹는다. 극히 보드랍고, 맛이 아주 좋다._속방(俗方)서거정의 순수 채식 두붓국이 200여 년의 세월을 보내며 진화한다. 새우젓국과 굴이 들어가는, 제법 화려한 연포탕이다.재미있는 것은 이 내용의 끝부분에 있는 ‘속방’이란 단어다, 조선 시대 상당수 책은 근거를 밝힌다. 원나라 서적인 ‘거가필용’이나 우리 책 ‘향약집성방’에서 따왔다는 식이다. 속방은 ‘민간에서 취하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넓은 의미로는 ‘다른 나라에서는 하지 않는, 그래서 유례가 없는 순수 우리식 방법’이다.연포탕은 화려하게 변신한다. ‘산림경제’의 ‘자연포법’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시기다. 숙종 7년(1681년) 6월 3일, 조정에서 ‘엉뚱한 일’이 벌어진다. 영의정 김수항이 여러 어사의 비리를 고발한다. 국왕 대신 지방의 실정을 조사하던 어사가 ‘비리, 적폐’로 몰린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이날의 기사 제목은 ‘김수항이 비리 어사들의 처벌을 아뢰고(후략)’이다.(전략) 영의정 김수항이 말하기를, “(중략) (어사) 목임일은 역마를 바꿔 탈 때 형장이 낭자하였으며, 또 본도(本道)의 찰방(察訪), 적객(謫客)과 어울려 산사(山寺)로 돌아다니며 놀았으며, 연포회(軟泡會)를 베풀기까지 하였습니다.”목임일은 숙종 7년(1681년) 평안도 암행어사를 지냈다. 암행어사는 말 그대로, 암행이 원칙이다. 어사 목임일이 ‘찰방, 적객과 어울려 산사에서 놀면서 연포회를 베풀었다’고 했다. 찰방은 조선 시대 역원의 관리 책임자다. 종6품으로 그리 낮지 않다. 이들은 지역의 도로를 관리하고 역이나 원의 시설, 인원도 관리했다. 암행어사는 암행이니,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마패를 보여주고 말을 구하고, 역원에 머물면 될 일이다.연포회는 연포탕을 끓여 먹으며 노는 모임이다. 적객은 귀양살이하는 이다. 죄인이다. 암행어사가 현직 관리, 죄인과 연포회를 베풀었다. 터무니없다. 신분도 다 드러났을 것이다. 어사 목임일이 먹었던 연포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그저 연포회를 베풀었다고 적었다. ‘산림경제’의 연포탕인지, 그 후 화려하게 변신하는 연포탕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연포회는 상당히 널리 퍼졌다.남인이었던 목임일은 나중에 대사간, 도승지, 대사헌 등을 지낸다. 이때의 ‘연포회 사건’이 이력에 그리 큰 흠이 되지는 않았던 듯하다.약 150년 후쯤에 다산 정약용이 남긴 시가 있다. ‘다산시문집_제7권’의 “절에서 밤에 두붓국을 끓이다”이다. 상당히 화려한 연포탕이다.다섯 집에서 닭 한 마리씩을 추렴하고/콩 갈아 두부 만들어 바구니에 담아라/주사위처럼 두부 끊으니 네모가 반듯한데/띠 싹을 꿰어라, 긴 손가락 길이만 하게/뽕나무버섯 소나무버섯을 섞어 넣고/호초와 석이를 넣어 향기롭게 무치어라/(중략) 연포(軟炮)라는 이름은 우리 풍속을 따르더라도/빈한한 선비의 풍류로 이름을 높여 부르니/(중략) 철마산은 골짝 얕고 강물은 넓기도 해라/속히 그대 따라 이곳에 은거하고 싶네이 시에는 두부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 있다. 다산은, “세속에서 두붓국을 연포(軟泡)라고 하는데 포(泡) 자가 너무 속되므로 지금 포(炮) 자로 고쳤다”라고 기록을 남겼다. ‘포(泡)’는 거품이다. 본질이 아니다. 쓸데없는 부분,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본질에서 벗어난 한낱 거품이니 ‘너무 속되다’고 표현했을 것이다.이 시를 쓴 시기는 19세기 초반이다. 다산은 강진에서 18년간 귀양살이를 하고 고향 마재[馬峴, 마현]로 돌아왔다. 다산의 강진 유배는 1801년 11월부터 1818년까지다. 다산은 1836년 세상을 떠났다. 이 시는 고향에서 노년을 보낸 1818∼1836년 사이에 쓴 것이다.철마산은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와 수동면 수산리에 걸쳐 있다. 다산의 고향이자 노년을 보낸 마재와 멀지 않다.다산의 두부는 19세기 초반, 우리 선조들이 먹었던 두부다. 상당히 화려한 연포탕이다. 두부는 주사위처럼 네모반듯하게 잘랐다. 네모난 두부를 띠 싹에 꿴다. 국물에는 여러 버섯을 넣었다. 후추와 석이버섯도 넣었다. 국물의 바탕은 닭고기다. 인근의 여러 젊은 선비들과 푸짐한 야외 파티를 했던 모양이다. 닭을 다섯 마리나 준비하고 절 밑에서 놀았다. 시회(詩會)도 베풀었을 것이다.다산의 연포탕은, 조금 뒤에 나온 책, ‘동국세시기’의 연포탕과 비슷하다. “10월 두부, (중략) 두부를 가늘게 썰고 꼬챙이에 꿰어 기름에 지지다가 닭고기를 섞어 국을 끓이면 이것을 연포탕(軟泡湯)이라고 한다.”‘닭고기+두부’의 연포탕이다. 다산의 연포탕이 바로 조선 후기 화려한 연포탕이다. 부드러운 두부, 연포로 끓였으니 연포탕이다. 낙지는 없다. 닭고기와 닭고기 국물을 준비해서 마치 오늘날의 전골 혹은 샤부샤부 같이 데쳐서 먹었다.교산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두부는 장의문(藏義門) 밖 사람들이 잘 만든다. 말할 수 없이 부드럽다”고 했다. 두부는 흔하지만 연한, 잘 만든 두부는 귀하다. 두부를 많이 먹지만, 새우젓국, 굴이나 닭고기 국물과 끓인 부드럽고, 맛있는 연포탕은 사라졌다. /맛칼럼니스트

2019-11-25

보리가 패는 교실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11월 말, 학생들이 분주하다. 몇몇 아이들은 필기도구를 들었고, 또 몇몇 아이들은 붉은 장갑을 꼈다. 간혹 장갑을 낀 아이들 사이에서 논쟁이 일기도 했다. 아이들은 논쟁의 정석(定石)을 보여주었다. 한 아이가 문제를 제기하면 다른 학생들은 그 소리에 귀 기울였다. 문제 제기가 끝나면 학생들은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은 묵언의 시간과도 같았다.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학생들은 먼저 눈으로 서로의 상태를 확인했다.그리고 대화 시작을 위한 동의를 구했다. 제일 먼저 동의를 구한 학생이 자신이 생각한 해결방법을 설명했다.말하는 어조에서는 성숙함이 풍겼다.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치인들의 말하기와는 수준부터 달랐다. 공손한 자세로 상대의 입장에서 말하는 모습은 말하기의 정석이었다. 정석은 정석을 불렀다. 듣는 학생들도 말하는 학생의 생각을 공감하며 말하는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잘 듣는 것이 잘 말하는 것이라는 화법의 정석을 실천하였다. 훌륭한 논쟁은 협동과 협력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창출한다는 것을 학생들은 활동을 통해 스스로 체득했다.학생들이 그토록 공을 들이는 작업은 바로 교실에 보리밭과 밀밭을 만드는 일! 학생들은 지난 주 목요일 아침 보리와 밀을 심을 미니 텃밭을 손수 만들었다. 학생들이 아름다운 논쟁을 펼친 작업 단계는 흙의 높이를 정하는 부분이었다. 학생들은 보리와 밀의 뿌리를 생각해서 각자의 학급에 맞게끔 밭을 만들었다.학생들은 개성 있게 보리와 밀을 심었다. 과연 학생들은 무엇을 바라고 보리와 밀을 심었을까? 물론 학교 교육 프로그램으로 한 활동이지만 분명 학생들의 모습은 달랐다. 억지스러움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학생들에게는 생명을 심는다는 경이로움만 있을 뿐이었다.11월 말, 학교는 참으로 혼돈의 시기이다. 입시에 성공한 학생들과 실패한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 공존하는 시간. 유종의 미에 대한 배움과 실천보단 입시를 끝낸 학생들은 학교에서 방치되는 시간. 1학년과 2학년은 학기말에 몰아치는 수행평가와 곧 있을 기말고사에 영혼이 탈탈 털리는 시간. 유의미한 것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학교의 11월 말이다.잠시 시간을 내어 보리나 밀 등이 심겨진 학급 텃밭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보리가 심겨진 반에서 한흑구 선생의 수필 ‘보리’를 같이 읽어 보면 어떨까! 그래서 혹독한 겨울 같은 힘든 시기를 이겨내야 할 우리 학생들의 마음 밭에 인내와 희망의 보리를 심어주면 어떨까!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보리를 보며 가슴 뭉클해 하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과 수필 ‘보리’를 읽는다.“(…) 이제 모든 화초는 지심(地心) 속의 따스함을 찾아서 다 잠자고 있을 때, 너, 보리만은 억센 팔들을 내뻗치고, 해말간 얼굴로 생명의 보금자리를 깊이 뿌리박고 자라왔다. 날이 갈수록 해는 빛을 잃고 따스함을 잃었어도 너는 꿈쩍도 아니하고 그 푸른 얼굴을 잃지 않고 자라왔다. 칼날같이 매서운 바람이 너의 등을 밀고, 얼음같이 차디찬 눈이 너의 온몸을 덮어 억눌러도, 너는 너의 푸른 생명을 잃지 않았었다. (…)”

2019-11-25

극단적 투쟁보다 개혁정당으로 국민 지지 얻어야

강희룡 서예가단식은 건강이나 항의 표시를 할 때 동원되는 행위이다. 의학계에서는 단식을 대체로 에너지 섭취를 1일 200㎉ 미만으로 정의한다. 대략 커피믹서 4개 먹는 정도이다. 만약 저항의 의미로 단식한다면 72시간 이상이 필요하며 이때는 물 이외 다른 것(소금은 예외)은 입에 대서는 안 된다. 단식에서 중요한 것은 72-72(72시간-72일)법칙이다. 의학적으로 72시간 가량 굶으면 체내 포도당이 모두 사용돼 인체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뼈와 근육, 장기 등에서 에너지를 모두 빼앗아간다. 학자들이 단식의 한계를 72일로 보는 경우는 대부분의 사람은 72일이면 굶어죽기 때문이다. 단식은 2500년 전 중국에서 발간된 한의학 최고의 원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책은 소문(素問)과 영추(靈樞) 두 부문으로, 소문편에서는 인체의 생리현상과 양생법에 대해 기술하였고, 영추편에는 침구의 임상적인 활용에 대해 서술했다. 조선 초 태종실록에 양녕대군에 대한 단식기록이 실려 있다. ‘세자(양녕)가 몰래 기생 봉지련을 궁중에 불러들였다.(중략) 임금이 듣고 수하에게 곤장을 때리고 봉지련을 가두니 세자가 마침내 걱정해 음식을 들지 않았다.(태종10년, 1410년 11월)’ 태종이 봉지련을 가두자 세자가 단식으로 저항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조선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인 사도세자의 죽음이다.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의 경우 역시 9일간의 폭염 속에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로 고통스럽게 굶어 죽어갔다.한국정치사에서 위정자들의 대표적인 단식투쟁은 1983년 5월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YS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이던 5월 18일부터 6월 9일까지 ‘대통령 직선제’등 5개항을 내걸고 23일간 단식을 했다. 이 투쟁으로 민주화추진협의회가 정식 출범하여 4년 뒤 6월 항쟁과 대통령직선제로 이어져 정치민주화에 이정표를 세웠다. 1990년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DJ는 10월 8일부터 20일까지 13일간 ‘내각제 포기와 지방자치체 도입’을 외친 단식을 통해 지방자치제 결실을 맺었다. 1995년 전두환 전 대통령도 수감 중이던 안양교도소에서 5공 청산에 항의하며 27일간 단식을 했으나 역사의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소미아, 공수처, 패스트트랙 등 굵직한 정치현안들에 대한 야당 요구를 내걸고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하지만 21세기의 깨어있는 국민들은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투쟁보다는 기존 패거리 정치에 함몰되어 있는 정당의 비합리적인 조직운영과 정치구도의 개혁을 더 바라고 있다. 인재등용이 없고, 진영논리에 빠진 패거리 정치의 결과는 한탕주의로 흘러 국가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이제라도 구태정치의 답습에서 벗어나 개인의 영욕을 내려놓고 국가의 미래지향적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민주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시점이라 본다.

2019-11-25

세상을 변화시키는 특이점(Singularity) 2

주목해 보아야 할 특이점이 있습니다. 생명공학, 유전자 공학 분야의 특이점이 거의 임박해 있다는 사실이지요. 과학자들은 거미줄이 얼마나 놀라운 소재인지 알고 있습니다. 거미줄은 사람이 만든 그 어떤 소재보다 가볍고 튼튼합니다. 이 소재를 무한 생산해 의복이나 첨단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대량으로 거미를 길러내 거미줄을 뽑아내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금방 실패하죠. 거미는 군집생활이 불가능한 개체입니다. 유전공학이 위력을 발휘합니다. 거미 몸에서 거미줄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를 뽑아냅니다.염소에서 젖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를 추출하죠. 두 유전자를 편집합니다. 염소의 젖을 짜면 그 젖에서 거미줄 성분이 들어 있는 소재를 수확해 내는 데 성공합니다. 염소 젖 1㎏에서 거미 10만 마리가 평생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의 거미줄을 뽑아 낼 수 있습니다.지금은 이 기술이 실용단계에 접어들어 우주복, 방탄복 등을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지요.유전자 가위기술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크리스퍼(CRISPR) 기술은 무궁무진한 적용 가능성을 앞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인간유전자 지도인 게놈과 결합해 난치병의 싹을 아예 다 잘라내 암이나 불치병의 발병 확률을 아예 없애버릴 수도 있고, 궁극적으로는 인간 생명의 길이를 좌우하는 염색체 성분 텔로미어가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으리라 예측합니다. 텔로미어가 노화를 일으키는 염색체 말단 부분입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어들지 않도록 편집이 가능하다면? 인간의 수명에 대한 우리의 개념은 완전히 뒤바뀔 수 있습니다.인간 장기는 이미 3D 프린팅 기술로 실제 복제가 가능한 임상단계입니다. 3D프린팅 기술은 이미 육류를 실제 먹을 수 있는 고기의 상태로 프린팅해 내는 단계까지 발전해 있습니다. 이쯤 되면 덜컥, 숨이 멎지 않으시는지요? (계속)/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11-25

베르테르 효과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 또는 평소 존경하거나 선망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모방 자살(copycat suicide), 자살 전염(suicide contagion)이라고도 한다.베르테르 효과는 독일의 대문호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됐다. 괴테가 1774년에 간행한 이 소설에서 괴테는 자신의 실연 체험을 바탕으로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불멸의 고전을 남겼다. 소설의 주인공 베르테르는 약혼자가 있는 로테라는 여인을 사랑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자 깊은 실의에 빠진다. 결국 베르테르는 로테와의 추억이 깃든 옷을 입고 권총 자살을 한다. 소설 발간 후 유럽의 청년들 사이에 베르테르의 열풍이 불었다. 청년들은 소설에 묘사된 베르테르의 옷차림을 따라했고, 베르테르의 고뇌에 공감했다. 심지어 베르테르를 모방한 자살 시도까지 하게됐다.미국의 자살 연구학자 필립스(David Philips)는 유명인의 자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일반인의 자살이 급증하는 패턴을 발견하고, 이 현상에 ‘베르테르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실제로 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죽음 이후 그를 추모하는 자살 행렬이 있었고, 영화배우 장국영이 투신자살하자, 그가 몸을 던진 홍콩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일반인이 목숨을 끊는 경우도 발생했다.24일 가수 겸 배우 구하라가 28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하자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 사망률 증가 역시 베르테르 효과가 원인으로 꼽혔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언론의 자살보도 권고기준에 따른 신중한 보도가 필요한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1-25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붙여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의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하여 25일부터 부산에서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는 2009년 제주, 2014년 부산에 이어 세 번째이며, 한·메콩 정상회의도 처음으로 개최된다.이 회의는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일환이다. 동남아시아의 경제적·전략적 가치가 매우 크고 한국 외교의 다변화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아세안 외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에 이미 아세안 10개 회원국 방문을 완료함으로써 정책추진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이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대통령직속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와 외교부 ‘아세안국’을 신설하고, 주아세안대표부를 격상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도 평가할 만 하다.그럼에도 신남방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협력파트너인 ‘아세안’과 ‘아세안 방식(ASEAN way)’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대통령의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 방문 때 있었던 ‘의전 실수’는 아세안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었고, 아세안의 독특한 국제협력방식인 ‘협의를 통한 합의, 점진적·비공식적 접근, 조용한 외교(quiet diplomacy)’에 대한 이해 없이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은 정책결정자는 물론이고 외교실무자들의 아세안에 대한 전문성이 크게 제고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둘째, 장기적 관점에서 ‘윈-윈’할 수 있는 호혜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아세안은 중국 다음으로 중요한 교역대상이며, 한국과 아세안 교역은 한국의 일방적 흑자이다. 한국의 무역흑자는 2018년 406억 달러, 2019년 10월 현재 300억 달러이다. 이러한 교역불균형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협력의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아세안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비롯하여 다양한 방식의 지원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셋째, 사회문화적 교류와 협력의 강화이다. 한·아세안 관계는 상호신뢰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쌍방향의 사회문화적 교류확대가 절실하다. 현재는 동남아지역의 한류 확산에 비해서 한국인의 동남아문화에 대한 이해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에 살고 있는 동남아 출신의 결혼이민자 및 이주노동자들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한·아세안 관계 발전에 가교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마지막으로 아세안을 국내정치나 대북정책에 이용하려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조용한 외교’를 선호하는 아세안의 협력방식을 고려할 때 ‘요란한 외교 이벤트’는 대국민 선전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실질적 협력을 증대시키기는 어렵다. 또한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대북정책에 활용하려고 김정은을 초청했다가 거절당한데서 알 수 있듯이,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외교’는 북한뿐만 아니라 아세안으로부터도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2019-11-25

오직, 책 읽어주기를!

김현욱 시인기해(己亥)년도 어느덧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12월은 갈무리하는 달이다. 갈무리는 정리, 저장, 마무리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한국어 대사전 예문으로 ‘어머니는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의 갈무리 때문에 바쁘셨다’나 ‘갈무리를 제대로 못 하면 그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로 쓰인다. 12월은 ‘시작이 반이다’보다는 ‘석 달 장마에도 개부심이 제일’이라는 속담이 어울린다. 개부심은 큰 장마가 끝난 후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퍼붓는 비를 말한다. 아주 새롭게 하는 것을 뜻한다. 마무리가 중요함을 빗된 속담이다.올 한 해 ‘책 읽어주기’ 강의를 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선생님과 학부모와 아이들을 떠올려 본다. 지난주에는 경주 감포초등학교 학부모와 선생님을 만났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책 읽어주기 연수는 9시 30분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쉬는 시간도 없이 책 3권을 읽어드렸다. 다비드 칼리의 그림책 나는 기다립니다, 고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김소연 시인의 에세이집 한 글자 사전이 그 주인공이다. 언제나 그랬듯 책 읽어주는 시간은 순수한 웃음과 따뜻한 공감이 넘치는 시간이다. 책 읽어주는 시간은 재미와 감동, 눈물과 성찰이 촛불처럼 타오르는 시간이다. 자신과 타인과 가족과 세상을 동시에 발견하는 시간이다. 아, 이토록 소중한 시간을 함께한 그리운 이들에게 축복을!많은 부모가 자녀를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 한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줄 안다. 그렇지 않다. 방법이 아니라 실천만이 있다. 집에 책이 많으면, 교실에 학급문고가 많으면, 학교도서관이 훌륭하면, 공공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면, 자녀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한 것뿐이다. 책이 많다고 도서관이 좋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 읽어주기다. 뉴먼(Neuman)의 연구에 따르면,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생후 6개월 정도부터 낮잠을 잘 때나 잠자리에서 부모가 매일 책을 읽어주었다고 한다. 또한 교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그 이야기에 대해 토의하는 활동을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더 많이 읽는다고 한다.부모와 교사의 책 읽어주기는 우리 아이의 리터러시(읽고 쓰는 능력)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집이나 학교에서 꾸준히 책 읽어주기를 경험한 아이들은 독해력과 어휘력에서 매우 우수한 성적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잠자리에서 엄마나 아빠의 품에 안겨 책 읽어주는 부모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아이가 이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다. 교실에서 매주 책 읽어주는 선생님의 눈빛과 목소리는 아이의 영혼에 그대로 아로새겨진다. 책 읽어주기는 우리 아이에게 햇빛을 쫴 주는 것과 같다. 생명수를 떠 먹여주는 것과 같다.막상 해보면 쉽지 않다. 책 읽어주기는 실천이 제일 어렵다. 강연장에서 만난 학부모와 교사들의 고충에 십분 공감한다. 퇴근하면 쉬고 싶다. 묵언하고 싶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꾸준히 책 읽어주기를 실천하는 위대한 부모와 교사들이 있다. 그들을 보고 힘을 내자. 우리도 할 수 있다. 오직, 책 읽어주기를!

2019-11-24

전쟁의 상흔(傷痕) 3곳을 찾아가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6·25 전쟁은 민족적 비극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남침한 북한 공산군은 전쟁 발발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해 버렸다. 당시 우리 국군은 무엇을 했을까. 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분단의 상흔은 아직도 남아 있다. 천만 이산가족 당사자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2세, 3세들은 가족 상봉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주 실향민과 탈북민이 함께하는 부산 거제 탐방여행에 동참하였다. 부산의 임시 정부청사, 유엔군 묘지,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둘러보는 이틀 일정이었다.부산 임시 정부청사부터 찾았다. 이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부산 부민동 2만8710㎡의 임시 정부청사, 붉은 벽돌식 2층 건물은 아직 잘 보존되어 있었다. 1923년 설립되어 일제 시부터 경남도청으로 사용했던 이 건물은 6·25 전쟁 시 임시 정부청사로 이용되었다. 이 건물에서 비상 국무회의가 개최되고, 대통령의 긴급 전시의 행정이 집행되었다. 당시의 도지사 관사는 오늘날 임시수도 기념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부산 임시 정부도 전황이 나쁘면 제주도로 옮길 계획을 세웠다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 아픈 역사의 상처를 잊어버린 듯 이곳을 찾는 사람은 적었다.오후에는 새롭게 단장하여 6·25 참전 전사자 2천300기를 모시는 대연동의 유엔 기념공원을 찾았다. 공원 내에는 전쟁 시 희생된 4만869명의 희생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진 위령벽도 있었다. 공원 내에는 16개 참전국과 의료 지원국 5개국 등 22개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1955년 유엔 총회는 이곳을 세계 유일의 유엔군 공원으로 확정하였다. 우리 일행은 이역만리에서 파병되었다가 전쟁에서 산화한 이들에게 정중한 묵념을 올렸다.우리는 마지막 일정으로 거제 포로수용소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북한 인민군 포로 15만, 중국군 포로 2만 명, 최대 17만3천여 명의 포로가 수용되었던 역사의 현장이다. 여기에 여성 포로 300여 명도 포함되어 있음에 놀랐다. 현장에 재현된 형편없는 수용소 막사는 당시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이곳에서는 반공포로와 친공포로간의 유혈 살상도 있었다. 1952년 5월 7일에는 수용소 관리관 돗드 준장이 포로들에게 납치되는 사건도 있었다. 반공 포로가 석방되고 휴전 협정이 체결되어 이 수용소는 폐지되었다.이번 탐방은 우리 모두 전쟁 아픈 상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방문객들은 대부분 6·25의 비극을 체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다. 최근 북한을 탈출하여 새롭게 출발한 이들은 신기한 눈으로 비극의 현장을 바라보았다. 북에서 그들이 배운 6.25를 미화한 ‘민족해방’ 전쟁의 부당성만은 충분히 목도했을 것이다. 전쟁 시 남한으로 피난해온 실향민들은 전쟁의 참화를 체험하고 철저한 반공주의자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전쟁의 상흔을 바라보는 그들 간 시각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비극이 이 땅에서 재현될 수 없다는 교훈은 모두가 깨닫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2019-11-24

세상을 변화시키는 특이점(Singularity)

특별한 재주나 지혜가 있는 이들을 초청해 들어보고 마음에 드는 만큼 상을 베푸는 왕이 있었습니다. 한 발명가는 체스 게임을 발명해 왕 앞에서 몇 게임을 시연합니다. 왕은 체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지요. 발명가에게 어떤 상을 받고 싶은지를 묻습니다. 발명가는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소원을 말합니다.“임금님. 제가 받고 싶은 상은 아주 간단합니다. 이 체스판의 첫째 칸에는 쌀 한 톨을 주시고, 둘째 칸에는 두 톨만, 셋째 칸에는 네 톨. 이렇게 한 칸을 지나갈 때마다 앞칸의 2배씩 주시면 고맙겠습니다.”왕은 순수해 보이는 발명가의 요청에 흔쾌히 그렇게 하겠노라 답을 하고 쌀을 준비해 당장 선물로 보내라고 지시합니다.잠시 후 얼굴이 하얗게 변한 신하가 왕에게 헐레벌떡 달려옵니다. 체스 칸의 절반을 채우면 논 한 마지기의 쌀이 필요했고, 쌀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왕이 가진 모든 재산과 영토를 다 합해도 상을 줄 수 없을 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맙니다. 64칸을 다 채울 경우 필요한 쌀의 양은 922경 3천372조 톨입니다. 문화마다 결말은 다릅니다. 왕이 발명가를 죽이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기도 하고, 왕이 모든 재산을 발명가에게 빼앗긴다는 결말이 있기도 합니다.임계점을 넘을 때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지점을 싱귤레러티(Singularity), 우리말로는 특이점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컴퓨터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발전 속도입니다. 처음에는 아주 느린 속도로 발전하더니 어느 순간 기하급수적으로 속도와 용량이 급증하죠. 휴대폰은 불과 30년 전만 해도 이 정도의 기능을 갖추려면 약 90억원 정도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특이점이 온 덕분에 지금은 누구나 90억짜리 물건 하나씩 주머니에 넣고 다닙니다. 앞으로 양자 컴퓨터가 펼칠 세상은 아찔하지요.(계속)/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11-24

계승해야 할 청도의 정신문화

이승율청도군수청도는 산이 푸르고 물이 맑고 인심이 좋은 삼청(三淸)의 고장, 소싸움의 고장으로 불릴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성지로 불린다.화랑정신과 새마을운동의 발상지가 청도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삼국통일을 이룩한 화랑정신, 조국근대화의 초석이 된 새마을운동 등 이 두 가지 정신문화가 청도에서 시작됐다는 역사적 사실로 청도가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성지라는 데에 이견(異見)이 있을 수 없다.청도를 화랑정신의 발상지라고 부르는 이유는 사군이충(事君以忠), 사친이효(事親以孝), 교우이신(交友以信), 임전무퇴(臨戰無退), 살생유택(殺生有擇) 등 세속오계(世俗五戒)가 이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서기 600년(진평왕 22년) 원광법사가 수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대작갑사(현 운문사)와 가슬갑사에 머물고 있을 때, 신라 화랑인 귀산과 추항이 찾아와 세속오계를 지침으로 받아 실천함으로써 세속오계가 화랑의 행동지침으로 보편화 돼 청도가 화랑정신의 발상지가 된 것이다.우리 청도는 이러한 화랑정신의 발상지라는 정신문화 자산을 계승·발전시킴과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그 옛날 신라 화랑도의 수련도장이었던 운문산 일대에 화랑정신의 뿌리를 잇고 참된 가치를 구현하고자 2009년 ‘삼국 통일 초석, 화랑정신의 발상지 청도’란 안내간판을 운문면 삼계리 입구에 세우고 가슬갑사지로 추정되는 곳에는 두 화랑이 세속 오계를 든 조형물을 세웠다.또 운문면 방지리 일대 30여 만㎡ 규모의 ‘청도신화랑 풍류마을’을 총 610억원의 사업비로 2018년 3월 개관해 화랑정신을 이어가는 교육·체험시설 및 문화시설로 조성했다.잊힌 화랑혼을 현대로 전승하고자 세워진 청도신화랑 풍류마을에는 화랑도의 세속오계 정신과 풍류도를 계승하기 위한 화랑정신발상지 기념관, 화랑VR체험존, 화랑국궁장, 어린이 수련장 등을 갖추고 있다. 군은 2012년 화랑정신 발상지의 역사적 가치를 기념하고자 9월 1일을 ‘청도 화랑의 날’로 제정해 다채로운 행사들을 열고 있다.새마을운동발상지 청도읍 신도리는 새마을운동에 앞서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에 착안토록 아이디어를 제공한 최초의 마을로 대한민국 전역을 새마을운동으로 점화시키는 데에 불씨가 됐다. 예로부터 신도마을은 일찍이 노는 사람이 없고 술독에 빠진 사람이 없으며 노름하는 사람이 없는 3무(三無)의 마을로 주민들의 협동심이 유달리 강하고 부지런해 개미 마을로 불렀다. 이러한 신도마을의 협동심과 근면성을 바탕으로 새마을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새마을운동의 효시가 된 신도마을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고 지역의 정신문화를 재조명하고자 2009년 새마을운동발상지 기념관을 건립하고 2015년에는 새마을 테마파크를 건립해 새마을정신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녹색성장 실천을 위한 새마을백일장 및 사생대회를 매년 개최해 후손들이 새마을운동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최근 새마을운동의 국제화에 걸맞게 개발도상국가의 많은 지도자가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려고 우리 청도를 찾고 있고 외국인 새마을연수단의 필수 방문지로 자리매김하는 등 새마을운동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이처럼 우리 청도의 화랑정신과 새마을운동이라는 정신문화는 미래세대에게 온전하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산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귀중한 정신문화 유산을 넘어 세계인들과 함께 나눠야 할 정신적 가치이다.우리가 계승하는 정신문화는 눈에 보이는 건축물과 조형물들을 통해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에 스며든 실생활이 몸에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다. 앞으로 청도군은 화랑정신과 새마을운동 정신을 널리 보급·확산해 건강한 국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후손들에게는 참다운 정신문화를 전파해 지역민임을 자랑스럽게 할 것이다.

2019-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