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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330년 고택에서의 하룻밤, 봉화 바래미마을로 오세요

처서가 지나고 어느덧 여름의 끝자락에 서있다. 비가 오고 무더웠던 여름 더위의 기세도 한풀 꺾이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것만 같다.아직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면 여유롭고 한적한 고택에서 늦여름의 정취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봉화군에는 옛 아름다운 정서를 고이 간직한 고택들이 모여 있는 전통문화마을이 있다. 과거에 마을이 하상(河上)보다 낮아 바다였다는 뜻을 가진 바래미마을이다.바래미마을은 봉화읍에서 영주쪽으로 약 2㎞ 정도 떨어진 해저리에 있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옛 정취가 지금까지 간직되어 내려온 작은 마을로 독립운동 훈장을 받은 유공자만 14명이나 배출한 유서 깊은 마을이기도 하다.병풍을 두른 듯한 마을에는 수십여 채의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고즈넉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고택마다 가지고 있는 매력이 달라 취향껏 고르는 재미가 있으며, 하룻밤을 머물며 다양한 전통체험도 함께 즐길 수 있다. □ 330년이 넘은 국가 지정 문화재 만회고택바래미마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만회고택은 영주·봉화 지역의 첫 국가민속문화재이자 바래미마을 내에서는 유일한 국가 지정 문화재이다.만회고택의 안채는 1690년에 준공돼 33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전통 한옥이다. 사랑채는 200년이나 된 국가문화재로 문화유산부문 최고등급인 관광공사지정 명품고택으로 지정됐다.만회고택은 최소 1인에서 최대 4인까지 이용가능한 객실들이 준비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방 내부에 화장실이 있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만회고택에는 정자와 방이 함께 있는 명월루가 있는데 그 시절에는 보기 힘든 건축양식으로 풍경이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여름에는 태백산의 바람이 루를 감싸고 돌아 자연이 주는 바람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밤이면 이름에 걸맞게 밝은 달을 품고 있어 이곳에 앉아 있으면 자연에 둘러싸인 봉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또한 삼애실에는 다락방을 개조해 만든 전용 공간이 있는데 계절별로 소품 등을 바꿔 꾸며 놓는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공간으로 사진을 찍으며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기에 좋다.이곳에는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 혹은 커플들이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것들도 가득하다. 부채, 보석함 등을 채색해 보는 민화체험과 컵매트 등을 만들어 보는 직조체험, 이밖에도 악세사리를 만드는 칠보체험 등을 해볼 수 있으며 체험들은 일정 인원수 이상 사전 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 1천500평 규모의 아름다운 정원을 갖춘 토향고택토향고택은 11대째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오고 있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명품 고택이다. 고택의 방은 전통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현대식이라 불편함 없이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다.객실은 한 칸 크기의 아담한 문간방을 비롯해 최대 4명까지 이용가능한 다양한 객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간단한 과일로 구성된 아침식사가 제공된다.특히 별도 마련된 독채는 최대 8명까지 머물 수 있는 신축 한옥으로 가족들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용호정이라는 신축 한옥에서는 연꽃 연못을 바라볼 수 있어 운치 있는 하루를 만들어준다.고택정원에는 연못과 다양한 꽃들이 있어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토향고택 이곳저곳을 산책하며 맑은 공기와 함께 온전한 휴식을 누리면서 하루를 보내기에 충분하다.토향고택 앞 정원에는 연꽃 연못과 각종 야생화와 나무, 산책길, 도자기 장작가마, 바비큐장 등이 있으며 마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야생화 언덕과 함께 전통그네와 투호던지기, 활쏘기를 할 수 있는 민속놀이터도 마련되어 있다.특히 도자기 체험, 서예 체험은 토향고택의 독특하고 특별한 자랑으로 자연과 예술이 함께 하는 힐링과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차분한 휴가를 즐기려는 가족 나들이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 고즈넉한 한옥의 멋이 매력적인 소강고택과 남호구택소강고택은 100여 년이 넘은 말 그대로 전통한옥집이다. 조선조 후기의 전형적인 양반가의 형태로 문살 하나까지 전부 춘양목으로 지어졌다. 중후한 멋이 깃든 만큼 조선 후기의 양반가의 옛 가옥을 느껴볼 수 있다.소강고택의 객실은 어사방부터 사랑방까지 총 6개이며 많은 객실 중 도령방은 고택에서 유일한 황토방으로 방문을 열면 사랑마당과 큰 정원, 담 넘어 나지막한 산이 보이는 정겨운 풍경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소강고택 맞은편에 위치한 남호구택은 응방산 줄기의 낮은 야산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양질인 고급 목재를 사용해 100년이 넘은 고택인데도 불구하고 변형되거나 보수한 흔적이 많지 않다. 대청마루와 사랑채의 문을 올리면 넓은 공간이 생기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이용할 수 있고 마당까지 넓어 워크숍 같은 행사 장소로도 이용 가능하다.특히 별채 영규헌은 옛날 도서관 용도로 지은 건물로 독채로 되어있다. 방 2개, 대청마루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대 6인까지 지낼 수 있어 가족 단위로 조용하게 하룻밤을 보내기 좋다.널뛰기, 제기차기, 투호, 윷놀이 등 민속놀이가 무료로 이용 가능하며 한복 입고 사진찍기 체험을 비롯해 사전 예약을 하면 전통혼례 체험도 가능하다./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3-08-29

고적하면서도 예술향기 물씬

일본의 중부도시 시코쿠(四國) 북동 해안 에히메현(愛媛縣)의 마쓰야마는 소박하고 한적하지만 따뜻한 곳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인 도고온천을 비롯해 일본의 국민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도련님(坊っちゃん·봇짱)’의 배경지이기도 한 마쓰야마는 깊은 여운이 남는 곳이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도 마찬가지다. 때로 여행은 볼거리가 많지 않아도 번잡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다. 소도시 마쓰야마와 나오시마가 바로 그런 곳이다. ◇도고온천, 3000년 역사 지닌 문화재마쓰야마 첫 여행지가 이마바리 타월미술관이라고 했을 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숱한 여행지를 두고 겨우 수건을 보러 가느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타월미술관을 둘러보고 나서는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실감하게 해줬다.타월미술관은 일본 내 타월 생산의 6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는 이마바리시의 타월문화를 소개하는 세계 최초의 타월을 주제로 한 미술관이다. 땀이나 물기를 닦는 수건이 이곳에서는 예술의 옷을 입고 작품이 됐다. 전시관으로 향하기 전에 타월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기계 설비를 전시해놓았다. 실제 공장과 똑같은 시설이지만 3분의 1 속도로 기계가 가동한다. 제품을 만드는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판매하는 물품을 생산한다고 한다.본격적인 전시관에는 원피스 모양의 타월을 비롯해 일본의 타월전문작가가 만든 회화를 방불케 하는 작품도 전시돼 있다.하이쿠(일본 전통 시), 한시, 동화 이야기 등도 타월로 디자인돼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작품 ‘무민’의 세계를 그린 ‘무민 특별 박물관’도 전시돼 있다.마쓰야마에서 가장 큰 관광지는 역시 도고온천(道後溫泉)이다. 일본 최고(最古) 온천이기도 한 도고온천은 무려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연간 한국과 중국 등에서 한 해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온다. 1894년에 지어진 도고온천 본관은 1994년에 온천 시설로는 일본 최초로 국가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됐다.3층 목조 건물로 ‘가미노유(신의 온천)’ ‘다마노유(령의 온천)’등 2개의 욕실을 선택할 수 있고, 목욕 코스는 ‘다마노유 3층 개인실 코스’ ‘다마노유 2층석 코스’‘가미 노유 2층석 코스’ ‘가미노유 아래층 코스’ 4가지로 나뉘어 있다. 무엇보다 도고온천이 유명한 것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2001년에 감독한 만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지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처럼 도고온천은 고색창연하고 입구와 기와형태까지 비슷하다. 몸무게를 재는 저울까지 바늘이 움직이는 아날로그 느낌이 물씬나는 도고온천은 낡고 퇴색했지만 왠지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다.도고온천 본관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는 도고 기야만 유리 박물관이 있다. 물과 녹음이 우거진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는 유리박물관은 관내는 빨간색과 검은색을 기조로 한 현대적인 구조로, 밤에는 조명을 비춰 환상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관내에는 도고온천 본관의 상징인 진 로각의 빨간 판유리를 비롯해 에도 시대의 희귀한 유리제품과 메이지, 다이쇼 시대의 일본 유리작품 약 300점을 전시 중이다. 큰 볼거리는 아니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마쓰야마 시내에는 도고온천역이 있다. 한국에도 도고온천역이 있는데 같은 이름의 역이 한국과 일본에 나란히 있다는 사실이 묘하다. 도고온천역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 고베의 기타노이진칸점처럼 역사적 유적지에 스타벅스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도고온천역 앞 광장에는 메이지시대에 사용했던 대형 솥에서 흘러나오는 온천수를 이용해 만든 무료 족탕시설인 호조엔이 있다. 호조엔 옆에는 1994년 도고온천 본관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자동인형시계가 세워져 있다. 오전 8시~오후 10시까지 매시 정각이면 시계 속에서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추앙받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속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이 음악과 함께 차례로 나타난다.일본 1000엔권의 화폐인물이기도 한 나쓰메 소세키는 마쓰야마의 중학교를 배경으로 그의 대표작인 소설 ‘도련님’을 집필했다. 자동인형시계의 대각선 방향으로 증기기관차가 세워져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증기기관차는 1888년부터 67년간 실제로 시내를 달리고 있고, 소설의 영향으로 ‘봇짱열차’라고 불리게 됐다. 현재 시내를 달리고 있는 열차는 2001년에 디젤 기관차로 복원한 것인데 복고풍의 차량이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기차표는 물론 승무원 유니폼도 옛날 유니폼을 재현했다. ◇순례자의 길을 걷거나 성을 구경하거나도고온천에서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는 거리에 있는 이시테지(石手寺)는 728년에 쇼무 천왕의 칙명으로 국사 오치 다마수미가 창건했고, 본존인 약사여래상은 교키 스님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1318년에 불사한 ‘인왕문’이 국보로 지정돼 있으며, 본당, 삼중탑, 종루 등 국가 중요 문화재 6개가 있다. 일본의 4개 주요 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에는 88개의 절을 걸어서 도는 1200㎞에 이르는 순례길이 있는데 이시테지는 51번째 절이다. 88개의 절을 걷는 사람들을 오헨로(걷다)라고 부르는데 순례길을 가리켜 시코쿠 오헨로라고 한다. 시코쿠 오헨로는 1200년 전 진언종의 흥법대사가 88개의 절을 걸은 것에서 유래됐다. 자발적인 순례자들은 길을 따라 절을 순례하며 참배를 한다. 불교신자가 주를 이루겠지만 굳이 신자가 아니어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들처럼 많은 이들이 길을 걷는다. 사원 주변 식당에서는 이시테지의 명물인 ‘오야키’라고 불리는 떡을 팔고 있다.에히메현 중앙에 있는 마쓰야마 성은 현재 전국에 12개 밖에 현존하지 않는 에도시대 이전에 건축된 천수각을 가지고 있는 성곽의 하나다. 축성 당시의 천수는 5층이었지만 후에 3층으로 개축됐다. 히메지 성, 와카야마 성과 함께 일본 3대 연립식 평산성으로 알려져 있다. 가토 요시아키가 축성을 시작했다. 마쓰야마란 지명의 유래는 이 시기 가토 요시아키가 자신의 영지를 마쓰야마라 칭했기 때문이다. 마쓰야마성은 국가 사적으로 21채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벚꽃 명소로도 이름이 높다. ◇아트 프로젝트로 살아난 나오시마여행의 하루를 예술의 섬인 나오시마에서 보내기로 했다. 마쓰야마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다카마쓰에서 북쪽으로 13㎞에 있는 나오시마는 원래 구리 제련소였다. 한때 지역경제가 활성화됐지만 제련소에서 나온 폐기물로 섬이 황폐화되면서 주민들이 하나둘씩 떠났다. 다 죽어가던 섬이 다시 살아난 것은 출판기업인 ‘베네세’가 1989년 시작한 ‘아트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섬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아트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일본이 낳은 천재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있었다. 그는 파격적 형태의 미술관인 지추(地中) 미술관을 건축해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데 일조했다.지추미술관은 섬 남부 산 위에 있는 계단식 밭 형태의 염전 터 지하에 만들어졌다. 시설 전체가 지하에 묻혀 있으면서도 자연광을 받아들여 하루 중에도 시간에 따라 작품이 달라 보이는 것이 매력이다. 프랑스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와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단 3명의 작품만 전시돼 있다. 모네의 전시공간은 이탈리아 대리석 70만 개로 바닥이 장식돼 있으며 마리아의 전시공간은 엄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안도 다다오의 건축물뿐만 아니라 실내외에 놓여 있는 다양한 예술 작품부터 일본의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마을 풍경까지 섬 곳곳에서 예술과 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나오시마의 입구인 미야노우라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설치 미술가인 쿠사마 야오이의 작품인 대형 호박이다. 1993년 제45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거울로 장식된 방에 설치돼 있던 작은 호박이 1994년 나오시마에 검은 무늬가 있는 대형 호박 조각으로 이어졌다. 물방울 무늬와 무한 증식하는 반복과 통일의 호박은 어느새 나오시마를 상징하는 예술품이 됐다.항에서 거리를 돌아가면 곳곳에 재미있는 미술품을 볼 수 있다. 공중목욕탕이 예술품이 된 아이러브유(I Love Yu (I♥湯))가 대표적이다. 탕(湯)을 의미하는 일본어 발음 ‘유’를 재치있게 활용한 공중목욕탕으로 2009년 오타케 신로가 실제로 입욕할 수 있는 미술시설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나오시마의 입구인 미야노우라 항구에 만든 작품이다. 욕실에는 코끼리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욕조와 욕탕 내 그림 화장실의 변기까지 익살스러우며 독특하다.안도 다다오의 또 하나의 건축물인 미술관과 부티크 호텔이 결합한 베네세 하우스는 그 자체로 예술품이다. 거친 대리석 계단을 내려가면 숲으로 이어지며, 아트리움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객실 창문을 넘나들 정도다. 예배당을 연상시키는 중앙 갤러리 위에는 유리 피라미드가 삐죽 솟아 있다. 어디에서나 윤을 낸 콘크리트 벽과 옅은 빛깔의 나무 바닥을 볼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와 일본에서 떠오르는 신성들의 작품이 놓여 있다. 관람객들은 미술관에서 하룻밤 묵으며 밤이나 낮이나 조각 작품을 손으로 만져보고, 그림을 코앞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여행 정보시코쿠 섬 내 국제공항은 마쓰야마 국제공항, 다카마쓰 국제공항 등 두 곳이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제주항공과 에어서울이 각각 인천~마쓰야마 노선, 인천~다카마쓰 노선을 운항한다. 다카마쓰에는 우동을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시설이 있다. 가가와현은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으로, 수타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우동을 먹을 수도 있다. 손으로 쳐낸 우동은 가지고 돌아갈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졸업 증서를 붙인 족자를 받을 수 있다. 이 족자에는 우동 만들기 비법이 붙어 있으며, 부속으로 달려 있는 막대는 면 밀대로 사용할 수 있다. 마쓰야마의 먹거리 중 명물로 꼽히는 것은 다이메시(도미밥)다. 쌀에 다시마를 깔고 도미 한 마리를 통째로 뚝배기에 얹어 짓는 향토요리. 도미와 다시마의 풍미, 간장의 고소함이 쌀에 스며들어 깊은 맛의 밥이 된다.올 시코쿠 레일 패스(ALL SHIKOKU Rail Pass)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교통 패스로 시코쿠 전역을 연결하는 6개 철도 노선(약 1100㎞)을 이용할 수 있다. 3일권, 4일권, 5일권, 7일권이 있으며 국내에서 미리 구입하는 것이 현지보다 저렴하다. 11만300원부터./최병일 작가

2023-08-17

“젊고 힘 있는 고령 만들자” 인구증가 정책 추진 총력전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는 어느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한국 농어촌이라면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보편적 문제다. ‘앞으로 한 세대가 더 지나면, 우리 마을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경북 역시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다.결국 문제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인지가 아닐까? 이를 위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으고, 예산을 투여하며, 여러 형태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개별 지자체의 존속을 위해 낮밤 없이 애쓰고 있다.고령군도 이런 추세에 발 빠르게 적응 중인 것은 당연한 이치. 이와 관련 이남철 고령군수는 “젊은 고령, 힘 있는 고령이란 군정 목표의 성공을 위해서도 모든 정책이 인구 늘리기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전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지역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정책의 내실 있는 추진을 통해 활력 넘치는 고령군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아래에서 인구 감소를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지역 소멸이란 위기의식을 잠재우기 위해 고령군이 펼치고 있는 각종 정책을 상세하게 알아보고자 한다. □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조직개편 후 인구정책과 신설가장 먼저 고령군이 선택한 주요 정책은 지역 소멸 위기 극복과 인구 감소 문제 대응을 위해 지난해 10월 조직개편을 통해 인구정책과를 신설한 것이다.그간 지역의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단기대책으로 ‘고령사랑 주소갖기’ 운동에 행정력을 집중해 매월 30여 명에 달하는 인구 자연감소 폭을 최소화 하고 있다. 또한 이에 발맞춰 고령군 인구증가시책 지원 조례 개정을 통해 전입장려금을 전입자 1인당 10만원 지급하고 있다. 이주세대에 대한 주택대출 이자 지원, 인구 증가 우수마을에 대한 상사업비 지원 등도 전입 유도를 위한 정책 강화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또한 지난해 12월 교육, 청년, 여성, 학부모, 농업인, 기업인 등 각 계층을 대표하는 55명의 위원으로 ‘인구증가시책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는 것이 고령군의 설명. 이와 관련해 아파트 예비입주자 모임, 고령군 거주 희망 청년, 다자녀가구 등 각계각층의 주민들과 소통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단기대책과 더불어 중장기대책도 수립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160억 원을 투자해 청년창업센터, 임대형 스마트팜, 농산물가공센터, 문화예술창작소 등의 지역 정착여건 향상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 또한, 주민의 정주여건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행정복지센터, 마을 소공원, 어르신 돌봄시설, 아이 돌봄시설, 주민 커뮤니티시설, 공용주차장 등의 주민복지·편의시설과 주민 대상 교육·컨설팅 등을 포함하는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에도 2019년부터 2026년까지 총 사업비 700억 원을 투자한다. 현재 관련 사업이 8개 읍·면에서 60여 개 추진 중이다.인근 신도시로의 전출이 인구 유출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취약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신규 주거단지 조성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곽촌지구 도시개발사업은 경북개발공사가 시행한다. 다산면 곽촌리 일원 26만2천917㎡ 면적에 인구 수용 4천600명, 주택 계획 1천849세대의 규모로 개발이 예정돼 있다. 현재 개발제한구역 해제 절차를 진행 중이며, 향후 도시개발사업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 절차를 밟은 후 2025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대가야읍 도시개발사업은 민간기업에서 시행하는 사업이다. 올해 투자계획을 받았으며, 대가야읍 장기리 189번지 일원, 8만1천690㎡ 면적에 인구 수용 1천250명, 주택계획 625세대의 환지 개발방식으로 추진된다고 한다. 총 사업비는 1천700억 원으로 예상된다.□ 미래세대인 청년을 위한 각종 사업에도 노력 기울여그밖에도 고령은 삶과 일자리, 문화와 교육이 결합된 로컬주거단지를 조성하는 경상북도 역점사업인 ‘천년건축 시범마을 조성사업’에 경북 8군데 대상지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이와 함께 앞으로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7개 부처 협력사업으로 주거·문화·복지·일자리·돌봄·여가 등을 통합한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인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에도 공모할 계획이라는 게 고령군청의 부연이다.주요한 사업은 또 있다. 가장 많이 지역을 떠나고 있는 세대인 청년인구를 붙잡기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도 펼치고 있는 것.올해 일자리·청년창업지원센터와 청년소통 플랫폼 ‘드루와樂’을 개소했으며, 청년 월세 지원사업, 청년근로자교통비 지원사업, 청년창업자 임대료 지원사업, 청년 창업공간 리모델링 지원사업 등을 통해 가능하면 많은 청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또, 경북도내에서 두 번째로 산후조리비 지원사업을 실시해 출산을 돕고 있고, 청년 임대주택 조성사업, 전통시장 청년몰 조성사업, 청년 복합귀농타운 조성사업 등도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는 게 고령군청의 설명이다.이런 청년정책의 성과로 최근에는 행정안전부 주관 ‘2023년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에 고령군 1호 청년기업인 청년다운타운의 ‘플레이리스트(Playlist)’가 최종 선정돼, 3년간 국비 6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 인구 늘리기 정책 통해 머물고 싶은 고령으로올해 1월부터는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지역에 월 1회 이상 체류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생활인구’ 개념이 도입됐고, 이러한 정책 변화에 대응한 결과 경상북도 공모사업에 3건이 선정돼 총 51억5천만 원의 사업비도 확보했다. 도시 사람들이 지방에 제2생활거점을 마련해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작은정원(클라이가르텐)사업’에 40억 원, 전입자의 주택 신축, 리모델링, 도로, 상하수도, 전기 등의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생활SOC 지원사업’에 10억 원, 도시지역 중장년들이 지속적으로 고령을 찾고, 교류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1시군-1생활인구 특화프로젝트’에 1억5천만 원을 확보한 것이다.이밖에도 생활인구의 주요한 축인 외국인의 지역 정착을 위한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에도 선정돼 지금까지 33명의 외국인이 지역 정착을 위한 혜택을 받았다.인구 감소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지역 소멸을 막아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이남철 군수는 “군정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의 중심에 인구 늘리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령의 지역적 특성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인구 감소-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각종 사업들이 ‘가고 싶은 고령, 머물고 싶은 고령, 활력 넘치는 고령’이란 군정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발걸음에 실질적인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3-08-07

싱그러운 초목과 깨끗한 물, 올 여름은 ‘산소카페 청송군’으로

올 여름은 ‘엘니뇨 현상’으로 오랜 기간 폭염과 열대야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가파른 물가 상승의 여파 등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도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그럼에도 ‘코로나19 사태’의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왔기에 고약한 바이러스의 영향에서 일정 부분 벗어난 ‘엔데믹 시대’를 즐기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렇기에 관광에 대한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여행자들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언택트 생활문화의 확산과 정착이다. 이는 기존의 관광 형태를 대폭 변화시켰다. 이와 관련해 여행과 관광 전문가들은 “휴가와 휴양을 즐기는 다양한 요소들이 적지 않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다.이런 추세를 반영한 듯 2023년 여름 현재 보이는 관광·여행 트렌드의 가장 큰 변화는 과거에 관광명소로 유명세를 떨치던 휴양지보다 비교적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여행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그 연장선에서 조용하고 공기 맑은 산과 계곡을 곁에 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낼 수 있는 경북의 여행지는 어딜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이미 오래전부터 깨끗하고 청정한 자연을 배경으로 최고의 여름 휴가지로 각광받고 있는 지역 중 하나가 청송군이다. 청송을 휴가지로 선택해 여행한 사람들은 “행복하게 여행하려면 가벼운 마음이 필수다. 청송은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선물 같은 관광지”라고 입을 모은다.‘청송군 세일즈맨’이자 ‘청송 관광홍보맨’을 자처해온 윤경희 군수는 “힘들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성큼 다가온 여름의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하는 분들 많다”며, “번잡한 도심을 피해 싱그러운 자연과 깨끗한 물, 한여름 8월의 풍성한 기운을 받으며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산소카페 청송군’에서 여유롭게 삶의 쉼표 하나를 찍어보시면 어떨까요”라며 청송 방문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이번 여름. 청송을 휴가지로 선택한 여행자들을 위해 ‘청송 100배 즐기는 방법’을 미리 알려주고자 한다. 그럼 지금부터 볼거리와 먹을거리, 거기에 더해 즐길거리까지 풍성한 청송으로 떠나보자. 출발지는 싱그런 녹음이 유혹하는 신성계곡이다.□ 여유로운 여름 산책 즐기는 ‘신성계곡 녹색길’신성계곡 녹색길은 관광공사 주관해 평가한 ‘여름철 관광지’로 선정된 걷기 좋은 여행길이다.갯버들 하천 길, 갈대 봇도랑 길, 방호정 길, 자암 길, 하천 과수원 길, 백석탄 길로 이어진 12km의 짙푸른 녹색길은 맑은 물과 푸른 숲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보너스로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까지 들으며 걷다 보면 갑갑한 일상에서 훌쩍 벗어났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특히 녹색길을 아우르는 신성계곡은 절경과 맑은 물, 그리고 빽빽한 소나무숲을 자랑한다. 방호정에서 고와리 백석탄에 이르는 계곡 전체가 청송군의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불리는 청송8경의 제1경으로 지정된 곳이다.또한, 이곳은 신성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방호정 감입곡류천, 백석탄 포트홀 등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 4곳을 품고 있기에 아이들의 지구 환경 학습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라는 게 다녀온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다.신성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산사태가 발생해 약 400개의 공룡발자국이 발견된 곳이다. 공룡 모형이 설치돼 있는 소공원은 학습장의 역할과 동시에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방호정 감입곡류천은 아름다운 하천, 퇴적암 절벽, 도지정 민속문화재 ‘방호정’이 어우러진 명소로 유명하다. 방호정은 조선시대 선비 방호 조준도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해 생모 안동 권씨의 묘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 세운 정자다. “신성계곡을 찾게 된다면 이곳을 빼놓으면 안 된다”는 게 청송군청의 친절한 설명이다.안덕면 고와리 계곡에 위치한 백석탄 포트홀은 알프스산맥의 미니 암봉 같은 바위 군이다. 하얀 바위 사이로 흐르는 깨끗하고 맑은 물은 ‘이곳은 신선이 산다는 선계(仙界가 아닐까’라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계곡의 흐름에 따라 오랜 시간 동안 침식돼 바위에 항아리 모양의 깊은 구멍들이 생겨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조선 인조 때는 경주 사람 송탄 김한룡이 백석탄의 시냇물이 맑고 아름답다 하여 고계(금)라 칭한 적도 있다고 한다. □ 깊은 골짜기에서 나무 향기와 함께 하는 ‘청송 얼음골’신성계곡을 돌아봤다면 다음 방문지로는 청송 얼음골을 추천한다. 여름의 최고 여행지로 손꼽히는 청송의 또 다른 명소가 얼음골이다.얼음골 계곡 주변은 한여름 외부 온도가 섭씨 32℃를 넘으면 얼음이 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종의 더위가 불러오는 기적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장소이기도 하다.청송 얼음골은 골이 깊고 갖가지 나무들이 울창하며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물어 산새들의 지저귐 속에서 일상의 피로를 날려버릴 수 있다. 또한, 계곡 골짜기를 따라 부는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를 한껏 호흡할 수 있는 잘 알려진 관광명소다.□ 달기·신촌 약수 한잔 마신 후엔 약수 백숙 먹으러달기약수탕은 청송읍 부곡리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30여 년 전 조선 후기 때 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하가 벼슬을 마치고 낙향해 이곳 부곡리에 살면서 마을 사람들과 수로 공사를 하던 중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약수를 발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수로를 만들던 이들이 물을 마셔보았더니 소화가 잘 되고 속이 편안해져 그 후 주민들이 즐겨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 달기약수탕은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솟아나는 양에 변함이 없고, 찬바람 부는 엄동설한에도 얼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색과 냄새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상주-영덕간 고속도로 동청송IC 인근에 있는 신촌약수터는 조선 말 조정에서 전국의 약수를 점검하고 평가한 일이 있는데, 당시 이곳 약수가 가장 무겁고 맛이 독특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이 약수는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여행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는 후문이다.달기약수터와 신촌약수터에서 솟아나는 물에는 철분이 많아 약수터 주변이 붉게 산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탄산수는 톡 쏘는 맛이 특징인데, 이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근처 가게에서 판매하는 달콤한 엿과 함께 먹어보는 것도 좋다. 또 약수로 밥을 지으면 푸른색 윤기가 도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밥은 찰기가 있어 지친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라고 한다.약수터에서 시원한 달기약수를 한 모금 마셨다면, 주위의 먹을거리를 찾아보는 것 역시 여름휴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일 것이다. 달기·신촌 약수탕 근처에는 이곳 약수를 사용해 우려낸 약수 닭백숙이 여름철 보양식으로 잘 알려져있다.약수 닭백숙은 철분 함량이 높은 약수가 닭의 지방을 제거해줘 맛이 담백하고 소화가 잘돼 위에 부담을 덜하다.약수에 닭, 인삼, 황기, 감초, 대추, 녹두를 넣어 푹 고아서 닭이 알맞게 익으면 닭은 건져내 따로 담고, 국물에 쌀을 넣고 죽을 쒀 닭고기와 함께 먹는다. 닭죽은 위장병에 좋고, 몸의 기운을 돋우어 준다고 해서 많은 여행자들이 약수탕 인근 백숙 식당을 찾고 있다.□ 청송 여행의 마지막 보너스는 쾌적한 ‘캠핑장’수려한 산세와 울창한 수목을 가졌기에 전국에서 가장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장소로 호평 받는 청송군에는 캠핑과 삼림욕을 즐길 공간도 적지 않다.청송자연휴양림, 부남면 청송오토캠피장, 상의자동차야영장, 수달캠핑장 등이 바로 그런 곳들이다. 청송의 휴양림과 캠핑장, 야영장 모두는 비단 여름만이 아닌 봄과 가을, 겨울에도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캠핑을 즐기며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공간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중이다./김종철·홍성식 기자

2023-08-03

책을 보며 온전하게 휴식 취하는 북스테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보면서 온전하게 휴식을 취하는 여행을 꿈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책과 더불어 그림 같은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북스테이(book stay)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아직 우리에겐 북스테이가 다소 낯설지만 유럽에는 책방이나 북스테이와 관련된 체험공방 등이 마을 전체에 들어선 곳이 적지 않다. 그런 곳을 책마을이라고 부른다. 영국 웨일스 지방의 ‘헤이 온 와이’, 벨기에 플랑드르의 ‘담(DAMME)’, 프랑스 부르고뉴의 ‘퀴즈리’ 같은 곳이다. 여름의 절정, 책과 함께 쉼을 얻는 북캉스를 떠나보면 어떨까? 북스테이를 하기 좋은 두 곳의 서점과 전북 완주에 있는 한국형 책마을을 소개한다. ◇ 온전히 책 속에 몰입하다… ‘숲속작은책방’10년전 국내 최초 충북 괴산에 터 잡아소설부터 팝업북까지 책 3천여권 소장산막이 옛길 산책코스도 함께 즐겨볼만충북 괴산의 ‘숲속작은책방’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북스테이를 시작한 곳이다. 서울에서 작은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던 김병록·백창화 부부가 이곳에 터를 잡고 서점과 북스테이를 시작한 지 올해로 벌써 10년째다.숲속작은책방은 오봉산 기슭 평온한 전원마을에 있다. 유명세를 치른 곳이니 구경삼아 들락날락하는 사람은 없을까. ‘책방에 들어오면 책을 꼭 사는 것’을 원칙으로 내걸었더니 ‘인증샷’을 찍으려는 이들이 눈에 띄게 줄었단다.정갈한 정원에는 해먹을 걸어둔 정자와 피노키오를 조각한 오두막이 있고, 그 뒤로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듯 예쁜 이층집이 그림처럼 서 있다. 책방의 1층에는 인문서를 비롯해 에세이, 소설 등 3000여 권의 책이 진열돼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과 팝업북도 빈틈없이 갖췄다. 서점 벽면을 가득 채운 책꽂이와 가구는 모두 김병록 씨가 만들었다. 볕 잘 드는 거실 창 옆으로 그림책 작가를 위한 원화 전시공간도 마련했다. 창가 쪽에는 부부가 좋아하고 추천하는 책이 놓여 있는데, 책마다 일일이 소개 글과 감상을 적어 띠지로 둘렀다.2층은 오롯이 북스테이를 위한 공간이다. 두 곳의 객실을 서재와 침실로 꾸몄다. 서재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이 대부분이지만 ‘식객’‘송곳’ 같은 유명 만화도 있다. 침대와 에어컨을 갖춘 침실에 텔레비전을 두지 않은 건 조용한 공간에서 편안히 독서를 즐기라는 책방지기의 배려다. 특히 거실은 여느 작가의 서재 같다. 김병록 씨는 “책을 편하게 읽을 공간이 없어서 책을 잘 안 읽게 된다”며 “어느 곳에서든 책을 접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이곳의 콘셉트”라고 말했다.제약이 많은데도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것에 대해 책방지기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책에 관한 얘기, 사는 얘기를 주고받으며 하루를 보내면 금세 ‘가족’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곳에선 이름난 관광지 여느 펜션의 밤 풍경을 떠올리면 안 된다. 마당을 거닐며 머리를 식히고 의자에 앉아 달과 별을 보며 게으름을 부리는 일은 가능하다. 마당도 정갈하다. 북스테이 공간에는 작은 책상과 노트가 놓여 있다. 묵었다 떠날 때에는 반드시 노트에 글을 한 편 남기는 것도 원칙이다. 다시 찾았을 때 각자의 글을 펼쳐보며 추억을 곱씹고 마음도 다잡아보자는 취지란다.숲속작은책방이 있는 미루마을 산책도 꼭 해볼 만하다. 원래 교육문화를 테마로 조성된 전원마을이어서 동네 전체가 그림책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처럼 아름답다. 집집마다 파스텔톤 외벽으로 단장했다. 잔디 마당과 정성스레 가꾼 나무와 화초를 품은 정원도 갖췄다. 평온한 마을 풍경이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든다. ‘산막이 옛길’까지 갔다 오는 이들도 있다. 숲속작은책방에서 산막이 옛길까지 걸어서 약 20분 거리다. 산막이 옛길은 칠성면 사오랑 마을에서 산막이 마을까지 괴산호를 따라 약 4㎞에 걸쳐 만들어진 산책로다. 호수를 끼고 가는 길은 풍경이 수려하고 오래된 느티나무 위에 만든 ‘괴음정’, 바닥을 강화유리로 마감한 고공전망대, 연하협 구름다리 등이 볼거리도 많다. 대부분 구간이 나무데크로 조성돼 걷기가 편하고 경사도 거의 없다. 30~40분이면 완주할 수 있다. 산 좋아하는 이들은 산책로 말고 호수를 에두른 등잔봉(450m), 천장봉(437m), 삼성봉(550m)을 잇는 능선 길을 타기도 한다. 등잔봉과 천장봉 중간에선 산막이 옛길의 상징이 된 ‘한반도 지형’도 볼 수 있다. 숲속작은책방에서는 갈론구곡(갈은구곡)도 가깝다.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다. 화양구곡, 쌍곡구곡 등 괴산의 이름난 계곡에 비해 조금 덜 알려진 곳이다. 칠성면 갈론마을을 지나 2~3㎞ 계곡을 따라 거슬러 가면 강선대 등 9곳의 비경이 펼쳐진다.숲속작은책방 북스테이 입실은 오후 3시, 퇴실은 다음날 오전 10시다. 오직 한 가족만 이용할 수 있다. 1박 숙박 비용은 조식 포함, 2인 10만원, 3~4인 15만원, 5~6인 20만원(매주 수, 목, 금, 토요일 운영) ◇ 책 속에서 노는 ‘이루라책방’네이버 예약으로 하루 한팀만 이용 가능오두막·루프탑서 즐기는 바다전망은 덤200여 권의 책으로 만든 ‘책조명’도 이색강화군 내가면 구하리에 있는 ‘이루라책방’도 대표적인 북스테이 전문 책방이다. 이루라책방은 운영 시스템부터 특이하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매일 시간대별로 단 한 팀만 받아 방문객이 방해받지 않고 책방 공간 전체를 오롯이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내부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 분위기다. 아동서부터 소설·경제·문학 등 다양한 책이 3층 높이의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책방에 앉아 있으면 통유리창 밖으로 강화의 시원한 풍경이 그대로 들어온다. 바닷바람과 정원 너머의 푸른 숲 덕분에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200권의 책으로 만든 ‘책조명’이 특히 눈길을 끈다. 책방지기인 이정훈 씨의 작품이다. 책방을 연 김영선·이정훈 씨 부부는 모두 작가다. 부인 김씨는 아동문학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동화작가, 남편 이씨는 경제·경영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다.숙박 공간은 2층과 3층으로 분리돼 있다. 3층은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글램핑장으로, 주로 가족 단위 방문객이 찾는다. 2층의 다락방처럼 생긴 오두막에서는 천창을 통해 달을 보면서 책과 함께 뒹굴 수 있다. 오두막 손님만을 위한 벚꽃정원도 따로 마련돼 있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3층 루프톱의 글램핑 시설에서는 황홀한 노을을 감상하고 온갖 새 소리,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 한국형 책마을, 완주 삼례 책마을일제 강점기때 만들어진 양곡창고 개조희귀한 동서양 고미술품 판매숍도 인기서점 옆 박물관에선 ‘만화전’ 등 열기도 전북 완주시 삼례에는 책마을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김제와 익산, 정읍 등지의 쌀을 옮기기 위해 만들었던 양곡창고를 개조해 조성한 삼례책마을이다. 영국의 책마을 ‘헤이 온 와이’를 모델로 삼았다. 북 하우스, 한국학아카이브, 북 갤러리, 삼례책마을센터 등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책마을로 들어서면 2층 천장까지 들어찬 책더미에 순간 멈칫한다. 입구에 옛 책방의 향수가 느껴지는 무인서점이 자리잡고 있어 누구나 마음에 드는 책을 구입할 수 있다. 희귀한 동서양의 고미술품을 전시, 판매하는 뮤지엄 숍도 인기다.서점 옆 박물관은 1년에 두세 차례 기획전을 열어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박대헌 삼례책마을 이사장이 중학생 때부터 수집해온 희귀 기록과 인쇄물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시집 연애보’와 ‘철수와 영이: 김태형 교과서 그림’ ‘옛날은 우습구나: 송광용 만화일기 40년’을 전시 중이다. /글·사진=최병일 작가

2023-08-03

전통시장·소상공인에 진심인 김천, 다각도 지원으로 날개 단다

김천시가 전통시장 상인들과 소상공인이 직면한 경영 위기 해결을 넘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갖춘 튼튼한 자립기반을 구축, 민생경제 되살리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김충섭 김천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일상회복의 단계에서 소비심리 위축, 경기침체 등으로 영세 소상공인들의 완전한 회복을 이루기에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김천시에서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위기를 함께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발굴하고 추진해 소상공인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김천사랑상품권 할인 혜택 10%유지김천시는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방지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소상공인 살리기의 일환으로 2019년부터 ‘Happy together 김천사랑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올해는 국비 지원의 대폭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비를 최대로 반영해 월 50만원 한도, 할인율 10%를 유지해 운영중이다. 2023년 발행목표는 1천251억원으로 6월 말 기준 표의 63%에 달하는 794억원이 판매됐다. 이는 김천사랑상품권에 대한 시민들이 끊임없는 관심과 이용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주요 이용처는 일반음식점(30%), 슈퍼마켓·편의점 등 소매점(14%), 주유소(13%), 병원·약국(10%), 학원(6%) 등으로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업종의 사업장에서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또한 김천시에서는 전입지원금(1인 20만원), 임신축하금(1인 20만원), 입영지원금(1인 10만원), 경북도 농어민수당(1인 60만원, 상·하반기 각 1회) 등 다양한 정책지원금을 김천사랑카드로 지급해 시민들이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도 김천사랑카드로 제공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공동체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소상공인 특례보증한도 상향지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자금난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경북신용보증재단의 100%보증으로 융자를 지원하고 2년간 3%의 이자를 시비로 보전하는 소상공인 특례보증사업을 시행중이다.특히 올해는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과 소상공인의 빠른 회복 지원을 위해 보증규모를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보증한도 또한 2천만원에서 최대 3천만원까지 상향했다.이 사업은 지난 2018년 시작으로 2022년까지 5년간 시비 80억원을 출연해 800억원 규모로 총 3천200여명에게 지원하며 복합위기에 놓인 소상공인들의 경영 회복과 성장을 위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상공인 고용보험료 지원 대상 확대김천시는 지난해부터 소상공인의 사업자 폐업이 불가피할 때 생활 안정과 전직·재창업 준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소상공인 고용보험료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지난해는 1인 소상공인만 지원 대상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전체 소상공인으로 대상자를 확대했다. 또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업무 협약을 맺어 소상공인의 고용보험 가입을 활성화와 정보 공유하는 등 소상공인 지원에 힘쓰고 있다.지난 4월 사업 공고 후 대상자를 상시 모집중이며 대상자로 선정된 소상공인은 납부한 고용보험료의 40∼60%를 김천시에서 최대 3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한 고용보험료의 20∼50%을 추가 지원받아 최대 90%보험료 지원으로 고용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소상공인 온라인 시장 진출 지원소비 및 유통환경의 비대면·온라인화, e커머스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두드러진 가운데 김천시에서는 소상공인의 온라인시장 진출을 집중지원 한다.각종 SNS나 오픈마켓 등에서의 광고를 통해 사업장을 알리고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온라인 홍보비용을 최대 30만원까지 지원하는 ‘온라인 마케팅 홍보비용 지원사업’을 지난해에 이어서 시행중이다. 이 사업은 지난 6월 공고 이후 많은 소상공인들의 관심으로 신청이 이어지고 있으며 예산소진 시까지 온라인 또는 방문(김천시청 일자리경제과)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온라인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나 온라인이라는 진입 장벽과 준비 없는 창업으로 실패를 맞는 소상공인에게 판로개척과 경쟁력 제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8월에 ‘온라인 마케팅 역량강화 컨설팅’도 예정되어 있다.□ 착한가격업소 이용 활성화김천시는 지역 평균 가격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를 지원함으로써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업소 23곳을 ‘착한가격업소’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착한가격업소들은 인근 상권 평균 가격 대비 10∼20% 저렴한 가격을 일정기간 이상 유지하고 있으며 업소에는 매년 15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대상 업소를 상시 모집 중에 있으며 가격뿐만 아니라 위생, 이용만족도, 공공성 등을 통해 착한가격업소의 당위성을 갖춰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불금불토 밤나들이 야시장’ 운영김천시는 전통시장에 활력을 북돋기 위해 지난 5월 19일부터 4주간 ‘불금불토 밤나들이 야시장’을 운영했다. 평화시장 일원에서 개최된 야시장은 여름밤 가족들과 함께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기는 기회를 제공하여 뜨거운 호응 속에 시즌1이 완료됐다.이동통신 기지국 기반 빅데이터에 따르면 야시장 기간동안 평화시장 일대 유동 인수는 야시장 이전과 비교하여 평균 4∼5천명 차이를 보여 전체 시즌1 기간동안 총 3만에서 4만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돼 시민들이 찾는 전통시장으로 한 발 더 다가섰다.더욱 알찬 구성으로 오는 8월 25일에 ‘불금불토 밤나들이 야시장 시즌2가 예정돼 있다. 평화로상가와 평화시장 축제가 함께 시즌2를 이끌어 원도심 상권 활성화도 도모할 예정이다.김천/나채복기자 ncb7737@kbmaeil.com

2023-07-31

끝없는 초록… 제주의 숲에서 즐기는 온전한 휴식

“‘숲’이라고 모국어로 발음하면 입 안에서 맑고 서늘한 바람이 인다.” 소설가 김훈이 ‘자전거 여행’에서 예찬한 것처럼 숲에는 언제나 청량한 기운이 넘친다. 제주의 숲은 화산 지형이 만들어낸 독특한 풍광과 울창한 원시림이 어우러져 이채로운 느낌을 준다. 사려니숲길 외에도 제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숲길이 꽤 많다. 한적하게 걸으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길부터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걸을 수 있는 숲길까지 토박이들만 아는 제주 숲길을 소개한다. 숲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의 숨결을 느껴보면 어떨까?주민 즐겨 찾던 산책로 사색의 길 단장 ◇ 삼다수숲길… 빽빽한 삼나무 사이 이국적 풍경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의 삼다수 숲길은 원래 지역 주민이 즐겨 찾는 산책로였다. 제주를 대표하는 생수인 삼다수 공장이 인근에 있지만 삼다수숲길이 있다는 걸 아는 이는 의외로 드물다. 원래 이 지역은 말을 풀어 기르는 방목터이자 사냥터여서 ‘테우리(말몰이꾼)’와 ‘사농바치(사냥꾼)’만 출입하던 곳이었다. 2010년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교래리 주민이 숲길을 정비해 ‘삼다수숲길’이란 이름을 붙여 개장했다.삼다수숲은 용암이 식은 땅 위에 형성됐다. 숲길 초입의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하다. 삼나무들은 1970년대에 심은 것인데 어느새 훌쩍 자라서 30m가 넘는 거목이 됐다.숲길에 들어서자마자 상쾌한 피톤치드 기운이 몸 구석구석 스민다. 촘촘하게 얽힌 나뭇가지들이 만든 그늘도 시원하다. 삼나무 아래에는 고사리와 푸른 이끼가 자라고 있어 마치 원시림을 향해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삼다수숲길은 언제나 한적한 분위기여서 오롯이 자신만 생각하며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숲길은 3개 코스로 나뉜다. A코스 꽃길은 1.2㎞, B코스 테우리길은 5.2㎞, C코스 사농바치길은 8.2㎞다. A코스는 짧은 ‘맛보기용’ 산책로로 마을 주민이 주로 이용하는 길이기도 하다. 가장 인기있는 B코스에선 탐방로 옆으로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다. C코스 사농바치길은 온전히 숲길을 다 걷는 코스다. 봄에는 복수초 군락을 볼 수 있고 여름에는 산수국, 가을에는 하천을 따라 물든 단풍을 볼 수 있다. ◇ 머체왓숲길… 영화 ‘킹덤’ 속 울창한 원시림서귀포시 한남리에 있는 머체왓숲길은 드넓은 목장 초원과 원시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머체는 돌이 엉기정기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곳, 왓은 밭을 일컫는 제주어다. 머체왓은 ‘돌로 이뤄진 밭’이라는 뜻이다. 머체왓숲길은 최근 전지현이 주연한 영화 ‘킹덤’과 예능 ‘네바퀴집’ 등에 나오면서 유명해졌다. 제주 중산간의 울창한 원시림을 탐방할 수 있는 숲길은 날것 그대로의 제주 숲을 만나게 한다.숲길 입구를 지나면 방목 중인 소들이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입구가 꺾인 출입구가 나온다. 한라산을 보며 초지를 가로지르면 잠시 뒤 어두컴컴한 숲길이 시작된다. 길은 대체로 완만하며 깊이 들어갈수록 울창한 활엽수가 펼쳐져 있다. 쌓인 돌 위로 짙은 이끼가 자라는 특이한 풍광을 만날 수 있다.머체왓숲길 외에 머체왓소롱콧길(6.3㎞), 서중천탐방로(7.0㎞) 등 3개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머체왓숲길 코스 중간 즈음에는 제방남기원쉼터가 있고, 전망대에서는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망원경도 있다. 소롱콧길 코스 삼나무숲에는 40~50년 전 주민들이 실제 거주했던 머쳇골 옛집터도 볼 수 있다. ◇ 화순곶자왈생태탐방숲길… 암석·가시덤불·야생식물 한눈에곶자왈은 제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지형이지만 안덕면 화순리에 있는 화순곶자왈생태탐방숲길은 의외로 덜 알려졌다. 화순생태탐방로는 곶자왈 생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곶자왈이란 제주 말로 ‘숲’을 의미하는 ‘곶’, 암석들과 가시덤불이 뒤엉켜 있는 곳을 가리키는 ‘자왈’이 합쳐진 제주 방언이다. 곶자왈은 화산 폭발로 분출된 용암 지형으로 나무와 돌 따위가 제멋대로 뒤섞여 있는 제주의 독특한 숲을 의미한다. 돌과 바위를 비집고 태어난 나무들은 휘어지고 구부러진 채로 자라났다.탐방길을 걷다 보면 아열대 식물인 천량금, 주름고사리, 개톱날고사리 등 남방계 식물은 물론 한라산 고지대에서 서식하는 좀고사리와 골고사리, 큰지네고사리 등 북방계 식물도 볼 수 있다. 탐방로는 왕복 3.2㎞의 코스인데 가족끼리 탐방한다면 자연곶자왈길보다는 데크길이 조성된 송이산책로가 좋다. 걷다 보면 소나 말을 방목해 기르기 위해 쌓아 놓은 돌담인 ‘잣담’을 볼 수도 있고, 때로 방목 중인 소떼와 마주칠 수도 있다. ◇ 비밀의 숲… 감성사진 최고의 핫플레이스제주 스냅 사진의 비밀 명소로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안돌오름 편백나무 숲길은 이미 많은 이들이 찾는 숲 명소가 됐다. 길 양쪽에 펼쳐진 나무사이로 난 오솔길이 이색적이다. 원래 사유지였으나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했다.해가 쨍한 날, 흐린 날, 비오는 날 어느 때나 가도 분위기가 좋다. 날씨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숲에서 다양한 감성 사진을 찍을 수 있다. MBC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서 신혼여행을 온 임수향과 하석진이 손을 잡고 걷다 이마에 입맞춤하던 곳이기도 하다. 숲길은 공원처럼 조성돼 있는데 돌담길, 야자수와 그네 오두막, 나홀로 나무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초록 숲과 잘 어울리는 민트색 푸드 트럭은 비밀의 숲 전용 카페로 아메리카노, 한라봉주스, 타르트와 쿠키, 빵 등 다양한 디저트를 팔고 있다. 원래 유랑하는 푸드 트럭이었지만 이제는 안돌오름 비밀의숲에 정착해 이곳을 관리한다. 숲이 생각보다 넓어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입구에서 지도를 촬영해 참고하는 게 좋다. 휴무일은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공지한다. ◇ 절물자연휴양림… 삼나무 숲속 데크서 즐기는 쉼봉개동 화산분화구 아래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에 조성된 숲이다. 수령이 30년 이상 된 울창한 삼나무숲으로 삼나무 외에도 소나무, 산뽕나무 등이 서식한다. 까마귀와 노루도 볼 수 있다. 쭉 뻗은 삼나무숲 곳곳에 마련된 평상처럼 넓은 데크에 앉아 책을 보거나 누워서 나무 사이로 파란하늘이 보인다.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맡으면 세상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듯하다.휴양림 가운데 자리 잡은 절물오름은 해발 650m의 기생화산으로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말발굽형 분화구가 펼쳐진다. 분화구 전망대에 오르면 제주시와 한라산이 내다보인다. 오래전 절 옆에 약수가 있어 ‘절물’이라 이름 지은 제주시가 지정한 제1호 약수터도 있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아 예전에는 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했다고 한다./제주=글·사진 최병일 작가

2023-07-20

고령군,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감동 복지 실현’ 박차

‘복지는 감동’이라는 목표로 탄탄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체감할 수 있는 복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고령군의 올해 사회복지예산은 823억원. 이는 고령군 전체 예산의 19%에 해당된다.고령은 장애인, 노인, 저소득층의 경제적 지원과 정서적 지원, 초고령화 사회의 활기찬 노후생활 지원 등 대상자별 맞춤형 복지를 통한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이는 인간다운 생활 보장과 삶의 질 향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고령군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아래에서 각 분야별로 고령군의 복지 정책이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과 노인복지 향상복지기획 분야는 복지·보건·고용·주거·의료 및 저출산·고령화 등 지역사회 전 분야에 걸쳐 복지정책을 수립 중이다. 특히, 지역사회 보호 체계 구축을 통해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역 내 복지자원 개발·연계 등에 주력하고 있다.민관협력 강화를 위해 유관기관과 전문가, 주민 대표 등이 참여하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고령군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일촌보다 이웃사촌’이란 비전으로 군·읍면 협의체위원 200여 명으로 구성돼 활동 중이다.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역사회 보장에 관한 심의·자문 및 복지서비스의 연계·협력추진과 지역 내 복지자원 개발 등 민관협력기구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 행복나눔공동체, 경북모금회사업, 기초푸드뱅크, 지역특화사업 등에도 노력한다.여기에 더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의 삶이 원활하게 유지되도록 참전명예수당, 보훈예우수당, 참전유공자 미망인복지수당을 지원해 그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에도 힘쓰고 있다.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어려운 저소득 군민의 의료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급여사례관리사를 통해 수급자의 자가 건강관리능력을 향상시켜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유도하는 것도 고령군의 역할이 되고 있다. 이는 군민 삶의 질 향상과 의료급여 재정 안정화에 기여한다.2023년 6월 현재 고령군은 노인 인구가 35%인 초고령화 사회다. 이런 인구구조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소득·일자리, 돌봄, 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노인복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어르신들의 사회참여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을 벌여 1천336명의 어르신이 공익형, 시장형, 사회서비스형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활동에 참여하도록 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중이다.노후의 안정된 소득기반 제공을 위해 기초연금을 8천491명에게 지원 중이며, 경제적으로 어렵고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위해 밑반찬 배달사업과 무료급식소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노인 건강증진과 기본적인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일상생활이 어렵거나 안전에 취약한 어르신들에게 노인맞춤 돌봄서비스, 독거노인 응급안전 서비스를 지원한다. 양로원과 요양원 9곳을 지원해 시설 입소 노인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도 제공하고 있다.노인 여가복지시설인 경로당 210곳에 운영비, 냉·난방비, 양곡 등을 지원하고 경로당 보수도 지원하며, 건강기구와 필요 물품 역시 제공 중이다. 행복경로당 운영을 통해서는 밑반찬 지원 및 경로당 입식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한다.지난 2019년 10월부터는 경로당 행복선생님 지원사업을 실시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획일적이고 답습적인 여가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경로당별 이용자 욕구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고령군의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이 되고 있다. □ 소외계층 발굴과 지원책 모색희망복지 분야에서는 복지사각지대와 소외계층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민관협력을 통한 지역단위 통합적 서비스 제공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복합적 욕구를 가진 위기가구에 다양한 맞춤형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제공 및 지역주민의 복지체감도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 이는 긴급지원, 공동모금회 긴급지원, 함께모아 행복금고 등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 역시 필수다.또한, 희망복지지원단 운영으로 3명의 통합사례관리사가 8개 읍면을 3개의 권역으로 나눠 고난도 사례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공적서비스, 심신건강지원, 일상생활지원 서비스, 주거환경개선, 사회적 기능향상 서비스 연계 등의 활동을 통해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효율성과 주민의 복지체감도 향상에 힘쓰고 있는 중이다.올해 고령군이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함께모아 행복금고’ 사업을 통해서는 저소득계층 지원 및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긴급한 생계·주거·의료 문제는 적극 지원한다. 이를 위해 특화사업비도 편성했다.생활이 어려워지는 위기가 닥쳤을 때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가구 여건에 맞는 지원을 위한 복지급여 대상자 조사 및 책정, 생활보장업무도 중요하다. 고령은 이를 위해 기초생활보장 급여지급, 정부양곡지원 및 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사업, 저소득주민자녀 장학기금 업무 등 생활전반에 걸친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직접 급여를 지급하는 업무이기에 공정하고 정확한 서비스로 수혜자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고령군청의 부연.고령군 관내 기초생활수급자는 1천300여 가구. 이들을 대상으로 생계, 의료, 주거, 교육, 해산장제급여로 올해 72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특히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집수리 사업은 자가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 노후도에 따라 지붕 개량, 화장실 보수, 도배장판 및 주방 교체 등을 실시 중이다. 해마다 평균 40여 가구가 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또한 임차가구에게는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급여를 지원하며, 2021년부터는 주거급여 수급가구원 중 취학, 구직 등을 목적으로 부모와 따로 거주하는 20대 미혼청년(만19세 이상 30세 미만)에게 별도 주거급여를 지급 중이다.2015년 맞춤형 급여체계로 개편 이후 수급자의 가구 특성과 소득인정액을 조사해 필요한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통합조사팀에서는 저소득층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고, 단계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장애인도 당당한 지역사회의 일원고령군의 장애인들과 저소득 주민을 위한 장애인복지업무(장애수당, 일자리, 바우처 등)와 자활시설 관리·지원도 주요하게 다뤄야 할 사업이다.고령은 관내 장애인들의 경제활동과 생활안정을 위해 장애인일자리 및 장애인연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장애인일자리는 경북 내에서 포항 다음으로 많은 사업량을 확보했고, 현재 204명의 장애인들이 고령군청, 읍·면사무소, 장애인시설 및 단체에 배치돼 참여하고 있다. 또한, 근로능력이 상실되거나 줄어든 중증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인연금은 매월 450여명의 장애인들이 지원받고 있다.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로 인해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활동 보조, 방문 목욕, 방문 간호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96명이 지원받고 있는 중이다.기존에는 대가야읍에만 제공기관이 있어 이용자들의 불편이 있었으나, 올해 초 다산면에 활동지원 제공기관이 추가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장애인거주시설(성요셉재활원, 성요셉요양원)에서는 중증장애인에게 거주·요양·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동아리활동 및 일상생활 촉진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회 적응력을 높이고, 단계별 자립지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직업재활센터에서는 박스 제조업과 장갑 제조사업을 통해 고령군 관내 재가장애인과 시설생활인에게 직업재활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업을 통한 자활과 자립을 돕고 있다. 현재 11명의 계약근로자는 70~17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고, 35명의 훈련생은 월 평균 35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직업재활에 참여 중이다.수어통역센터는 청각·언어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해 수어통역 및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생활이동지원센터는 이동의 제약이 있는 장애인을 위해 차량 운행을 통한 이동서비스를 하고 있다.지체장애인협회는 주요사업으로 장애인 편의시설 증진, 여성 자립, 장애인식 개선, 문화예술 체험, 주거환경 개선을 진행 중이다,또한, 장애인권익협회는 장애인의 권익신장 및 인권옹호 사업을, 장애인정보화협회는 컴퓨터 정보화 교육을, 한국교통장애인협회는 교통사고 예방교육 및 안전캠페인을, 시각장애인협회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초재활교육을, 농아인협회는 수어교실 운영을, 지적발달장애인협회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권익옹호·재활·복지증진을 도모하는 등 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와 복지증진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상시 운영되고 있다.저소득 주민을 위해서는 근로 기회를 제공하고, 자활기반을 조성을 위한 자활근로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대상자 43명은 공공건물 청소, 분식카페 근무, 식품 제조 분야 등에서 일하고 있다.근로소득이 있는 기초수급자와 차상위자를 대상으로 한 자산형성지원사업도 추진된다. 3년 동안 본인적립금 10만원을 모으면 근로소득장려금 10~30만원의 매칭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저소득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 41명이 이 제도의 지원대상자다./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3-07-18

백제 멸망은 신라 무열왕 김춘추의 복수극?

서라벌(현재의 경주)에서 황산벌(지금의 충남 논산시 연산면)에 이르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경부고속도로와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최단거리 노선도 대략 250km. 600리가 넘는다.2023년 오늘이라면 쌩쌩 달리는 자동차를 타고 3시간 만에 가닿을 수 있지만, 1천363년 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황산벌전투에 동원된 신라군의 숫자는 5만여 명.그들 중 말을 탄 지휘관은 소수였다. 무장한 고대 병력이 하루에 행군할 수 있는 거리는 고작해야 50리 정도. 멈춤 없이 걸어도 최소 12일이 걸리는 거리다.황산벌전투가 벌어진 때는 660년 음력 7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 시기를 요즘 사람들은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는 염천”이라 한다. 옛사람들이라고 더위를 몰랐을까? 그럴 리가 없다. ‘개도 지쳐 혀를 한 자나 빼무는 여름’이었다.5월 말에 서라벌을 출발한 신라군은 무열왕 김춘추와 상대등 김유신의 지휘 아래 한 달하고도 보름에 걸쳐 낮에는 사람을 태워 죽일 듯한 땡볕 아래를 걷고, 밤엔 숲이나 들판에서 노숙을 한 끝에 낯선 백제 땅 황산벌에 닿았다.그게 여행이라면 ‘고생 끝 즐거움 시작’이었겠으나, 서라벌에서 황산벌까지의 행군은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는 소풍이나 원족(遠足)이 아니었다.곧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무시무시한 전투가 신라와 백제의 병사들 사이에서 벌어졌다. 최소 1만 명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전사했다. ◆의자왕을 깎아내림으로써 신라의 백제 침공 정당화성골 출신이 이어가며 왕을 하던 신라에서 최초의 ‘진골 출신’ 왕에 오른 탁월한 외교전략가 김춘추(무열왕)는 백제와 고구려를 병합해 한반도를 하나로 묶으려는 큰 야망을 가진 사내였다. 660년 백제 침공은 그런 ‘정치·군사적 목적’ 아래 결행됐다.그러나, 그것만은 아니었다. 당시 백제의 최고 권력자는 의자왕(재위 641~660). 김춘추는 의자왕을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로 인식하고 있었다.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삼국사기-백제본기’와 ‘삼국사기-신라본기’를 보자. 이런 대목이다.“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은 초기에는 해동증자(海東曾子)로 불릴 정도로 영특한 군주였다. 재위 2년(642)에는 신라를 공격해 미후 등 40여 성을 빼앗았으며, 윤충(允忠)으로 하여금 대야성을 공격해 점령하게 했다. 당시 대야성주는 김춘추의 사위인 품석(品釋)이었는데, 윤충은 품석 부부가 항복을 하자 이들을 죽여 머리를 도성으로 보냈다. 이 소식을 들은 김춘추는 기둥에 기대어 서서 앞에 사람이 지나가도 알지 못할 정도로 심한 충격을 받았고, 백제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의자왕의 신하 윤충에게 목이 잘린 품석의 아내 고타소는 김춘추가 문명왕후(문희)에게서 얻은 딸이다. 그러니, 김유신의 생질이기도 했다. 고대 전투에선 항장불살(降將不殺)의 불문율이 있었다.그럼에도 항복한 사위 품석은 물론 전투와는 무관한 딸 고타소까지 죽이고, 소금에 절인 둘의 수급(首級)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했던 의자왕의 행위는 김춘추의 넋을 나가게 만들었다. 그의 분노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그래서였을 것이다. ‘승자의 관점’에서 쓴 역사 아래 의자왕은 정치적으로 무능하며 성적으로 타락한 왕이라 기록된다. 알다시피 660년 신라와 백제와 맞붙은 황산벌전투의 승자는 신라였다.전북대학교 박노석의 논문 ‘백제 황산벌 전투와 멸망 과정의 재조명’엔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백제의 멸망 원인은 승자인 신라에 의해서 기록된 것이다. 그렇다면 신라에서는 백제의 멸망 과정을 진실하게 기록하였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아래와 같은 서술이 등장한다.“의자왕은 삼천궁녀를 거느리고 주색에 빠져 정사를 소홀히 하였다. 백제의 군신들은 사치하고 음탕한 생활에 빠져 국사를 돌보지 않아 백성들의 원망이 가득하였고, 신이 노하여 변괴가 번번이 나타났다. 성충, 흥수와 같이 직언을 하는 신하를 감옥에 가두고 멀리하였다. 정부 내에 신구 세력간 권력투쟁으로 국정이 혼미하였다. 신료들이 신뢰하지 않는 왕비의 국정 개입의 도가 지나쳤다…(후략)”이처럼 백제 몰락 후 신라는 의자왕을 아름다운 궁녀에만 집착하고, 충신을 백안시하며, 영악한 왕비를 내버려둔 혼군(昏君·어리석은 임금)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백제의 관료들을 폄훼하고 ‘신(神)까지 백제를 버렸다’고 신랄하게 비난한다.이는 신라의 백제 침공을 ‘하늘의 뜻’으로 만들어 백제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고도의 ‘선전술’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크메르 루즈(Khmer Rouge)의 악행을 막기 위해 우리가 캄보디아를 공격했다”고 말한 1970년대 베트남처럼. ◆멸망의 위기에 빠진 백제를 구하려 분투한 장군 계백(階伯)백제사(百濟史)를 전공한 역사학자가 아닌 현대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 인식 속에 의자왕은 무능한 군주로 각인돼 있다.그렇다면 678년을 이어지며 31명의 왕이 통치한 백제를 떠올릴 때 가장 긍정적 이미지로 기억되는 사람은 누구일까.적지 않은 이들이 황산벌전투에서 겨우 5천 명의 병력으로 신라의 5만 대군에 맞서 발군의 전투 실력과 견인불발(堅忍不拔)의 꺾이지 않는 기개를 보여준 백제의 명장 계백(출생년 미상~660)을 지목할 것이다.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실린 계백에 관한 인물 소개를 인용한다.“계백은 삼국시대 백제의 황산벌전투에 참전한 장수다. 660년 김유신과 소정방이 이끄는 5만여 명의 나당 연합군이 요충지인 탄현과 백강으로 진격해오자, 결사대 5천 명을 뽑아 황산벌에 나가 맞았다. 그는 전장에 나아가기에 앞서 처자를 모두 죽이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릴 것을 다짐했다. 결사대의 용맹은 연합군의 대군을 압도하여 처음 네 번의 싸움에서는 모두 승리를 거두었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조선시대의 유학자들은 처자를 죽이고 절개를 지킨 그를 충절의 표본으로 여기고 부여 의열사, 연산 충곡서원에 제향했다.”혼란한 시대는 사서(史書)에 기록될 영웅적 인물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필연에 가깝다. 소설 ‘삼국지’와 ‘초한지’에 등장하는 범증, 장량, 관우, 조운이 그렇고, 우리가 겪은 일제강점기 이봉창과 김원봉이 그렇다.일기당천(一騎當千)의 기상으로 김춘추와 김유신의 명에 따라 황산벌에 온 신라의 5만 병사를 공포로 몰아넣은 계백은 백제의 관점에서 보자면 영웅이라 불러도 무방하다.물론, 그 전투에서 사망한 화랑 반굴과 관창 등 수많은 신라의 병졸 입장에선 ‘사납고 잔인한 적장’이었겠지만. 이처럼 예나 지금이나 ‘역사의 기억’이란 상대적이다. ◆논산의 계백 장군 묘를 찾아 떠난 먼 길1천363년이 흘렀다. 황산벌에서 말발굽이 일으키는 먼지와 신라와 백제 병사들의 함성이 사라진 지.그날 죽은 이들의 시신은 이미 뼈까지 흩어져 진토(塵土)로 바뀌었을 터이고,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전무했다.그럼에도 ‘삼국의 통일’을 이야기하면서 황산벌전투 현장을 직접 찾아보지 않는 건 게으른 처사로 느껴졌다. 그래서다. 초여름 더위가 몰려오던 7월 초순. ‘계백 장군 유적지’로 향했다.그 옛날 서라벌로 불리던 경주가 지척인 포항에서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갔다. 대전역에서 대전복합터미널로 이동해 시외버스를 타고 유성과 연무대를 거쳐 논산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거기서 ‘계백 장군 유적지’로 가려면 하루에 8차례 운행하는 307번 시내버스를 타고 30분을 더 달려야 했다.그 여정에서 기자의 눈길을 잡아챈 건 ‘계백로’였다. 경주에 ‘흥무대왕(김유신)로’가 있다면 충남 논산엔 계백로가 있었다. 논산에서 시작돼 대전 중구 서대전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도로의 이름.부끄러운 역사 인물의 이름을 따 도로를 만드는 경우는 없다. 변절자 신숙주와 매국노 이완용의 이름이 도로명으로 사용되지 않는 것처럼.그러니, 김유신이 경주의 자랑스런 역사 인물이라면, 계백은 자랑스런 논산의 역사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했다.오전에 포항을 출발해 계백 장군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묘 앞에 도착했을 땐 까무룩 해가 저물고 있었다. 붉은 기운이 스며든 황산벌전투 유적지.660년 7월 10일. 신라군의 칼과 창에 찔려 쓰러진 계백이 삶의 끝자락에서 올려다보던 석양도 그처럼 붉었을까?(계속)/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07-18

압독국∼조선시대 역사·자연 등 다양한 관광자원 보유

경산은 고대의 압독국이 자리 잡은 곳으로 일찍부터 고대인들의 생활문화 공간이었다.이를 뒷받침하는 임당·조영동 고분군 등의 각종 고분군과 대승불교를 전파한 원효(元曉, 617~686)와 이두를 풀이한 설총(薛摠, 655~?), 삼국유사를 저술한 일연(一然, 1206~1289) 등이 태어난 고장이다.경산시는 자연 자원과 문화재, 역사자원 등 다양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산자인단오제를 비롯한 압독국에서 조선 시대까지의 문화를 보여주는 요소들이 많다.경산의 문화와 관광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경산의 문화경산의 문화를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고대 압독국에서 현대까지, 농경사회에서 중소기업도시로 변모하며 문화적인 부침도 겪었지만 압독국이 지역 문화중심에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이 시기에 조성되었던 임당·조영동의 고분군을 비롯해 부적리, 신상리, 대동, 소월리 등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고분군에서 지금까지 봉분형태의 20기의 봉분 중 15기가 발굴돼 출토유물도 1만여점으로 방대하다.특히 고총·고분에서 출토된 금동관과 금동관식, 은제허리띠, 고리자루칼(環頭大刀) 등 최고 지도자를 상징하는 유물들은 압독국의 실체와 당시 문화예술을 규명하는 결정적인 자료다.고분 중 출토된 유물들을 봤을 때 왕이나 왕비의 무덤으로 추측은 가지만 확실하지 않으면 고총이라 한다.경산 문화의 또 하나의 흐름은 원효와 설총, 일연 등으로 지역에서는 이들을 삼성현(三聖賢)으로 추앙하며 그 덕을 기리고 있다.원효는 귀족불교를 민중 불교로 바꾸고 종파에 치우치지 않고 불교를 하나의 진리로 두어 조화를 이루고자 했으며 요석공주와의 사이에서 설총을 낳았다.충렬왕 때인 1283년 국존(國尊)에 올랐고 승려였음에도 효성이 지극해 어머니가 계신 경산지역과 가까운 곳에 머물렀다 한다.이들은 우리나라의 문화적 역량을 한층 심화시키고 현재까지도 그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조선 시대 유교문화의 흔적은 경산향교와 자인향교, 하양향교, 금호서원과 조곡서원, 관란서원 등에서 찾을 수 있다.경산의 문화 중 가장 시민들과 가까운 것이 경산자인단오제다,신라 또는 고려 시대의 사람이라 전해지는 한 장군이 도천산에 자리 잡고 자인지역의 백성을 괴롭히는 왜인들을 도천산 밑 버들 못에서 여자로 변장해 누이동생과 함께 화관을 쓰고 춤을 추어 유인한 왜인들을 섬멸했다.그 후 자인지역에서는 한 장군을 모시는 사당이 생기고 해마다 단오절에 가장행렬을 벌이고 여원무(女圓舞제)를 추며 제사를 지내는 한장군놀이가 자리 잡았다.한장군놀이는 1969년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고 197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로 지정되고 2007년 경산자인단오제로 명칭이 변경됐다.경산자인단오제는 한때 강릉단오제와 함께 단오제의 양대 산맥을 이루기도 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명맥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현실이다.현재의 경산자인단오제는 한묘제사와 여원무, 자인팔광대, 계정 들소리, 호장굿(가장행렬), 큰 굿 등이 시연되고 있으나 여원무와 계정들 소리는 참가자의 수가 줄어들고 시연자의 나이가 고령화되고 있어 개선책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경산의 문화예술은 1962년 설립된 경산문화원이 문화조사연구사업과 지역 축제개발과 육성,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접목, 자원봉사단 운영, 생활문화와 지역사회문화발전을 위한 문화 활동 등을 주도하다 2007년 경산시립합창단이, 2017년 경산시립극단, 2020년 경산시교향악단 등을 창단해 시민들의 문화 욕구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고 있지만, 아직 인근 대도시인 대구의 문화권에 묶인 형상이다.경산시의 문화예술은 2024년 10월에 발족할 문화관광재단과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방근린공원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시민들의 숙원사업인 문화예술회관이 문을 열어 괄목할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 경산의 관광자원과 현실경산은 자연 자원과 문화재, 기타 문화·역사자원 등 다양한 관광자원은 많으나 수익 창출과 지역을 알리는 큰 효과를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은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갓바위, 보물 제431호)과 사진찍기 명소 반곡지,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 경산자인단오제, 경산의 삽살개(천연기념물), 대구가톨릭대 스토로마톨라이트(천연기념물),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용산산성 등 다양한 국가지정문화재와 천연기념물, 국가무형문화재 등이 있으나 관람 위주로 숙박과 함께 즐기는 관광상품으로는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지역을 알리는 관광상품으로 첫 손에 꽂히는 팔공산 관봉 갓바위는 통일 신라 시대 불상으로 정성껏 소원을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고 알려져 불교의 3대 기도 도량의 하나로 기도 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특히 그 자리에 있던 바위를 깎아서 환조(丸彫) 기법으로 조성한 특징에 5.48m의 석조여래좌상이 머리 윗부분에 갓 모양의 모자가 얹혀 갓바위 불상이라고도 한다.하지만, 팔공산이 대구의 명소로 알려지며 관봉은 경산의 행정구역임에도 많은 사람이 갓바위를 대구의 명소로 알고 있어 경산시는 이를 타파하고자 갓바위축제를 1998년부터 열고 있으나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1903년에 축조돼 300년 이상의 버드나무가 물에 반영되는 그림자와 어우러져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로 선정된 반곡지는 2013년 안전행정부의 ‘우리 마을 향토자원 Best 30선’에 선정되고 이러한 이유로 전국 사진촬영대회,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소가 되기도 했다.‘경산의 삽살개’로 199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산의 삽살개가 아닌 삽살개로 불리고 지역에서도 경산의 삽살개가 아닌 삽살개로 불리고 있어 관련기관의 주의가 필요하다.삽살개(삽사리)라는 이름은 귀신이나 액운을 쫓는 뜻을 순수한 우리 말로 긴 털로 해학적 면모를 보여 가사와 민담, 그림 가운데 자주 등장하며 주인에게는 충직하나 다른 동물에게는 대담하고 용맹스럽다.서민의 개로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더불어 애환을 같이했다.삼국 시대 산성인 용산산성은 삼한 시대에 어깨에 날개가 달린 아기 장사가 동해로부터 침략하는 왜구를 막아내고자 축성한 성이라는 전설이 전해지며 용성면 용산리 용산에 있다.용산산성은 용성면과 자인면, 진량읍, 하양읍까지 관찰할 수 있는 요새로 청도군과 경주시를 잇는 길목으로 현재 남아 있는 성의 총 둘레는 1.4km 정도이며 성벽의 높이는 1.5~2.5m로 국방상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산성으로 그 가치가 아주 높다.이 외에도 지역에서는 많은 관광자원으로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수는 늘어나지만, 유로 관광지의 방문객보다 무료관광지 방문객 수가 월등하게 높게 나타나며 거쳐 지나가는 관광지의 이미지가 현재로서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경산시는 이를 해결하려고 관광 웹 드라마를 제작하고 VR 콘텐츠를 시 홈페이지에 업로드 하는 등의 노력과 함께 경산 5경으로 선정된 갓바위와 반곡지,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자인 계정 숲, 남매지 등을 활용할 예정이나 관광산업으로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으로 쉬어가는 관광자원의 개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3-07-12

인재양성 요람 경북학숙, 내년부터 전원 ‘1인 1실’

경북도가 지역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건립한 대학생 기숙사 (재)경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경북학숙(본부장 김만수·정치학 박사)이 화제다. 특히 내년부터는 전국 학숙 최초로 재사생 전원이 1인 1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운영방침을 밝혀 큰 관심을 끌고 있다.지난 1998년 3월 경북도가 출연해 경산시 진량읍에 세운 경북학숙은 302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서 지하 1층, 지상 8층으로 지어졌다. 경북 출신으로서 대구·경북 소재 대학을 다니는 우수한 대학생들에게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안정적인 면학 시설을 제공해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발전의 중추 역할을 할 지역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건립한 대학생 기숙사다. 지금까지 모두 8천540명의 도민 자녀들이 시설을 거쳐 갔다. 재사생들의 규칙적인 생활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경북학숙은 기존 대학 기숙사들과 달리 체력단련, 자기 계발을 위한 야외 운동장, 실내헬스장, 컴퓨터실, 독서실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학숙 직영으로 운영하는 식당은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그 밖에도 경북학숙은 토익, 요가, 컴퓨터 활용 등 재사생이 원하는 강좌를 특강으로 편성해 무료로 운영한다. 나아가 열린정보센터는 재사생뿐만 아니라 경북도민에게도 개방해 전자도서관과 8천여 종의 동영상 강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김만수 경북학숙 본부장은 “경북학숙이 2024년부터 1인 1실로 전환키로 하고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글로벌 라운지 설치와 학숙 시설 리모델링에 들어갈 계획으로 그동안 학생들이 사용하던 불용품 침대와 의자 151조 전량을 상생 경영의 일환으로 도내 노인복지시설과 독거노인들에게 기증했다”며 “학숙들 중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어서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지만,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아서 보람을 느낀다.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을 도와 이웃의 성장이 우리 사회 나눔 씨앗이 돼 선순환될 수 있는 기회기이기도 한 만큼 앞으로 다양한 활용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경북학숙은 지난 4월 26일부터 지난 5일까지 7회에 걸쳐 포항, 김천, 영덕, 고령 경로당과 영덕 영원노인복지센터, 포항 하얀연꽃마을요양원, 고령 대가야요양원, 영덕 농공단지 외국인 노동자 숙소 등에 경북학숙의 불용품 침대 및 의자 151조 전량을 기증했다. 특히 영덕군과 영덕군의회에서는 김성호, 김성철 군의원의 주선으로 사전 신청을 받아 영덕군내 경로당과 어르신들 60여 명에게 침대와 의자를 직접 전달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김만수 경북학숙 본부장학숙을 리모델링하면서 불용품으로 처리되는 침대와 의자 등을 필요로 하는 도내 어르신들에게 기증함으로써 어르신들에게 행복을 안겨줌은 물론, 불용품 폐기에 따른 부대비용을 제로화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기획한 김만수사진 경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경북학숙 본부장.그는 지난 2020년 5월 1일부터 (재)경북장학회 사무처장 겸 경북학숙 원장을 맡아 1995년 경북장학회 설립 이래 가장 많은 장학기금(7억8천만원)을 모금해 경북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금 모금 홍보 등에 탁월한 성과를 낸 주인공으로 평가되고 있다.부임 이후 경북학숙 미래를 위한 장학 기금 모금 활동으로 동주산업(회장 나채홍) 2천만원, 경북유치원연합회 1천만원, 국제로타리 3630지구 2천만원, 경북전문건설인협회 2천만원, 경북건축사회 500만원, 경북공공형어린이집연합회 매년 1천200만원 등 다양한 외부 장학금 8천700만원을 모금했다. 특히 동주산업 2천만원, 경북공공형어린이집연합회 1천200만원, 경북전문건설인협회 1천만원은 매년 정기 기부를 약정 받는 성과를 거뒀다.또한 각종 언론 매체와 도내 중·고·대학을 직접 방문, 홍보활동에도 열과 성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음과 동시에 그 공로로 내년 5월까지 1년간 연임이 결정됐다. 경북도, 입사생 연중 수시 모집경북도에서 운영하는 경북학숙은 입사생을 연중 수시 모집한다고 12일 밝혔다.수시모집 신청 자격은 경산시·대구시 소재 대학교(전문대 및 대학생 포함) 신입생·재학생으로 경북에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하는 보호자(부·모 중 1인)의 자녀다.원서 교부 및 접수는 정시 모집은 1월 중, 중도 입사는 연중 진행한다. 선발 기준은 성적우수자 위주로 모집하고 저소득층 자녀는 10% 이내 우선 선발하며 재사비는 20만원으로 숙식 및 학숙 내 모든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경북학숙 신청 관련 문의는 보호자의 주민등록지 시·군 교육협력업무 부서 및 경북학숙에서 한다. 자세한 사항은 경북학숙 사생지도실(053-850-9728~9)이나 경북학숙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김만수 경북학숙 본부장은 “도내 대학이 밀집된 경산에 위치한 경북학숙은 최신 시설에 저렴한 가격으로 도내 대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학숙에서 제공하는 맞춤형 교육을 통해 개개인의 능력과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경북학숙 입사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며 도민들의 관심과 이용을 당부했다.한편 경북학숙은 2017년 경북학숙 생활관 전면 리모델링 및 매트리스, 책상, 옷장 등 비품 교체를 완료했다. 타 학숙과 차별화된 경북학숙의 자랑인 ‘외국어특성화 교육’은 2007년부터 재사생의 영어회화 구사능력 향상을 위해 꾸준히 진행돼 오고 있다. ‘취업역량강화 교육’을 해 취업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으로 재학생의 취업률 제고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교육에 필요한 수강료, 교재비용 및 외국어회화능력시험 응시료 등 모든 비용은 학숙에서 부담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7-12

낮은 자세·열린 소통… 군민이 하나 되는 새로운 청송

세상사 무엇이건 다를 바 없다. 지나온 날을 꼼꼼히 돌아보고, 현재를 명확하게 판단해, 앞날을 준비한다면 실수는 적어지는 법이다. 이는 군정도 마찬가지.‘하나 되는 청송, 그 이상의 도약’을 슬로건으로 주민들과 함께 애혼 청송군이 최근 민선 8기 1주년을 맞아 그간의 군정 성과와 향후 군정 운영방향을 발표했다.윤경희 청송군수는 1년 전 취임식에서 “갈등과 반목을 극복하고 낮은 자세로 누구와 언제라도 소통하며 청송을 새롭게 변화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공약 이행은 군민에게 한 약속을 실천 과정에 다름 아니다. 윤 군수는 새롭게 피어나는 미래농촌, 발맞춰 함께하는 나눔복지, 문화로 미소 짓는 상생경제를 군정목표로 내세운 뒤, 각 부서에 공약사업 검토를 지시하고 업무보고를 통해 추진 방향을 설정했다.군민배심원단 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 73건의 민선 8기 공약은 △농업 시스템 혁신 △일자리를 창출하는 관광 기반 구축 △청정 도시 환경 조성 △하나 되는 보편적 복지 실현 △소통과 협치의 공감 행정 등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농어촌버스 무료 운행을 비롯한 13개 공약은 이미 완료됐고, 나머지 공약 또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청송사과의 품질 향상과 농업 시스템 혁신이중 윤경희 군수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농업 시스템 혁신이다. 청송사과는 11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브랜드에 선정됐다. 소비자들은 청송사과를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생각하고 있지만, 청송사과 명성을 이어가려면 품질을 향상하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현재 청송군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약 6만t 정도이고 전국 생산량은 56만t에 이른다. 사과 소비량 감소와 함께, 청송군 생산량의 3분의 1 수준인 강원도에서 본격적으로 사과가 생산되면 생산량 증가로 사과 가격 폭락이 우려되는 실정.이에 청송군은 늘어나는 사과 생산량 속에서 청송사과 브랜드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청송사과 시장을 국내에서만 찾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청송군이 집중하는 해외 시장은 동남아시아다.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며 동남아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한류 열풍으로 한국과 관련된 물품에 신뢰와 소비욕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청송군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에 청송사과 300t 수출 쿼터 승인을 얻어 냈다.사과주스는 5년간 무제한으로 수출한다. 6월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사과는 30t, 사과주스는 15t에 달하고 수출된 청송사과는 인도네시아 현지 롯데마트, 헤르그룹, GS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한, 지난 5월에 필리핀 현지 대형 유통업체 디존팜과 수출협약을 체결하고 11톤을 수출하기도 했다.향후 청송군은 청송사과 수출량을 1만t 이상으로 늘려갈 계획. 1만 t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올 3월 청송군 농산물 수출 촉진 지원 조례를 제정해 수출을 촉진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한국 문화와 한국 생산품에 관심이 높아진 동남아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수출용 청송사과 명칭을 ‘K-애플’로 바꾼 새 포장재를 개발했으, 청송사과 수출 촉진 자금과 글로벌 GAP 인증 농가 출하 지원 장려금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형 과원 조성과 주민 복지 향상에 주력청송은 이와 더불어 인건비와 재료비는 절감되고 품질과 생산성은 높은 미래형 과원 조성 사업도 추진 중이다. 미래형 과원 조성 묘목비 지원으로 생산비를 절감하고, 농산물 품질관리 센터 운영을 통한 과학적인 품질검사는 소비자의 신뢰를 높였다.또한, 청송 황금사과 기술혁신관과 우량대목 전문 육성센터를 갖춘 청송 황금사과 연구 단지를 이른 시일 내 완공해 청송사과의 품질 향상 기반을 다져나갈 예정.이런 노력이 있음에도 청송사과는 매년 서리와 냉해 피해를 상습적으로 받아 농가에 치명적인 손실을 불러오고 있다.윤 군수는 “군과 농가가 부담하는 재해 피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미세살수장치 보조 비율을 현재보다 높여 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재해로부터 안전한 과수 생산구조 혁신을 임기 내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주민 복지 향상도 빼놓을 수 없는 청송군의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해 청송군은 무료 버스를 운행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지방자치단체로 대중교통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현실로 만든 청송군을 향해 언론과 다른 지자체가 놀라움과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게 지금의 상황.여타 지자체들도 요금 무료화 정책을 추진하거나, 추진 예정이지만 무료 혜택이 주민과 특정 계층에 한정돼 있어 청송군처럼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청송을 방문하는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청송군청의 설명이다.요금 무료화로 얻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교통사고는 줄어들고, 지역경제는 활기를 띠게 되었다. 군민 누구나 교통비 걱정 없이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장을 보고, 목욕탕을 가고, 병원에 가면서 버스 이용자가 25%까지 늘어나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준다. 버스 요금을 받지 않아도 되는 기사는 승객 안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무료버스 운행은 환경개선에도 효과가 작지 않다. 1km를 이동할 때 승용차는 210g의 탄소를 배출하지만, 버스는 27g을 배출한다. 보기 드물게 맑고 건강에 좋은 공기로 유명한 청송군의 공기는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버스를 이용하면 할수록 더 맑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편 복지 실현하고, 관광객 찾아오는 청송 만들 것청송군은 노인인구가 40%를 넘는다. 군민을 위한 생계, 주거, 교육 등 다양한 복지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아쉬움은 늘 상존했다.형광등을 갈아야 할 때, 배수구가 막히고 현관문이 고장나면 어르신들이 직접 수리하기 어려워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이나 친척이 방문할 때까지 불편을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청송군이 운영하는 ‘8282 민원처리 기동반’이 있다. 주민이 전화만 하면 기동반이 현장을 방문해 형광등을 갈고, 보일러를 점검하고, 막힌 배관을 뚫어 준다. 지금까지 민원처리 기동반은 1천395가구 이상이 이용해 3천534건의 생활민원을 처리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그간 청송군의 도시 환경도 변했다. 삼자현 터널 개통으로 산남지역과 청송, 진보는 더 가까운 이웃이 되었고 더 많은 관광객이 청송을 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청송읍 중앙로와 금월로의 전신주와 전선이 없어지면서 도로는 넓어지고 아이들의 등굣길은 안전해졌다. 진보면 전선지중화 사업도 진행되고 있으며, 국비를 더 확보해 부남과 산남지역의 전선과 전신주도 없앨 계획.이외에도 청송군 주민의 생활환경을 바꿀 청송읍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금곡지구 도시재생 인정 사업, 진보 진안지구 도시재생 뉴딜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된다.이중 덕리지구 정비를 위한 사업비 180억 원 확보가 눈에 띈다. 덕리지구에는 주택가 옆에 개 3천 마리, 소와 염소를 키우는 견사와 축사 19동이 있다. 오랫동안 흉물스러운 견사가 도시 미관을 해쳤고 가축의 배변이 하천을 오염시켜 왔으며, 견사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악취와 소음으로 고통 받았다.윤경희 군수는 사업비로 용지를 매입하고 견사와 축사를 조속한 기간 내에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확보된 부지는 공공기관과 교육기관 유치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조성하고 스마트팜을 만들 예정.청송군은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도 빈틈없이 추진하고 있다. 소상공인 재정·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 경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청송사랑화폐 유통 규모를 700억 이상으로 확대해 지역 소비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대표축제인 청송사과축제에 참여한 인원이 50만 명을 넘기면서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으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주산지 왕버들 복원사업도 진행하고 있다.청송의 명소 가운데 하나인 주산지는 많은 사랑을 받아 왔지만, 안타깝게도 근래 들어 왕버들이 고사하면서 옛 풍광을 많이 잃었다. 이를 알고 있는 청송군은 반변천에 서식하는 왕버들 18주를 11월 중에 이식해 주산지 옛 경관을 회복할 계획이다.윤경희 군수를 포함한 청송군 공무원들은 “청송사과의 명성을 잇고, 보편 복지를 실현하며, 생활환경을 개선한다면 주민의 행복도는 높아질 것이다. 더불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청송을 만들어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지고 있다./김종철·홍성식 기자

2023-07-10

억겁의 세월로 빚은 절경이 가득 ‘영월 무릉도원’

4세기 중엽 중국에 있었던 옛날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한다. 산속을 헤매던 남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낙원’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풍요로운 논밭이 이어져 있고 사람들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며칠간 머물다가 남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그곳으로 가려고 하지만 낙원은 두 번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갔던 곳은 무릉도원이었다. 강원도 영월에도 무릉도원이 있다. 원래는 영월군 수주면이었는데 주민들의 요청으로 무릉도원면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물론 무릉도원처럼 이상향은 아니지만 자연이 수려하고 사람들은 순후하다. 억겁의 세월이 만든 기묘한 풍경들이 가득하다. 초여름 무릉도원에서 잠시 시름을 잊고 자연 속에 머물러 보면 어떨까. ◇절묘한 너럭바위 요선암에 경탄무릉도원면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주천강이 흐른다. 주천강은 강원 평창과 횡성의 경계에 솟은 태기산(1261m)에서 발원해 남한강까지 물길을 밀어낸다. 영월을 대표하는 동강과 서강 못지않게 풍광이 수려하다. 주천강의 물결은 급하지 않다. 강변 구석구석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천렵을 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영겁의 시간이 빚어낸 놀라운 풍경에 도달한다. 요선암(邀仙岩)으로 불리는 묘한 바위덩어리들에 관한 이야기다. 안평대군, 김구, 한호와 함께 조선 전기의 4대 서예가로 불린 봉래 양사언이 평창군수를 지낼 때 이곳의 풍광에 반했다. 양사언은 ‘신선을 맞이하는 바위’라는 뜻으로 ‘요선암(邀仙岩)’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거기서 이름이 유래했다. 세월이 흘러 글자는 찾아볼 수 없지만 양사언을 감탄하게 만든 풍경은 그때 그대로다.강가에 널브러진 너럭바위가 뭐 그리 대단하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신묘한 자연의 솜씨에 경탄하게 된다. 바위를 만져 보면 도자기처럼 매끈한 것이 마치 조각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깎아놓은 것 같다. 족히 50m는 돼 보이는 주변의 강바닥이 온통 기묘한 바위로 뒤덮여 있다. 바위는 모두 오목하게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를 돌개구멍 혹은 구혈(穴)이라고 한다. 돌개구멍은 암반의 오목한 곳에 물이 소용돌이칠 때 모래나 자갈이 함께 섞여서 암반을 마모시켜 만들어졌다고 한다. 돌개구멍은 지름이 1m에 달하는 것도 있고 깊이가 3m에 이르는 거대한 것도 있다. 파도처럼 너울너울 곡선을 그리기도 하고, 거대한 이무기가 지나간 것처럼 굵은 원통형의 모습도 보인다. 기묘한 풍경이다 보니 무수한 전설이 담겨 있다. 신선들이 탁족을 했다거나 선녀들의 목욕탕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숙종 어제시 걸려 있는 요선정요선암에서 10분 거리에 요선정(邀仙亭)이 있다. ‘신선을 맞이하는 정자’라는 뜻의 이름과 달리 요선정은 단출하기 이를 데 없다. 요선정은 일제강점기인 1915년 조선 19대 임금 숙종의 어제시(御製詩)를 봉안하기 위해 건립했다. 정자보다 유명한 것은 현판이다. 숙종이 내린 어제시 현판이기 때문이다.숙종의 어제시는 원래 영월군 주천면 청허루에 걸려 있었는데 화재로 소실됐다. 숙종에 이어 즉위한 영조가 숙종의 어제시를 직접 찾아내 다시 쓴 뒤 편액을 내렸다. 일제강점기에 청허루가 쇠락하고 걸려 있던 편액이 일본인 손에 들어가자 주천의 유지들이 편액을 재구입해 요선정에 봉안했다. 요선정 안에 영조가 쓴 숙종대왕 어제시와 정조 어제시 편액이 같이 걸려 있다.요선정 옆에는 무릉리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크기 3.5m의 석불은 머리와 어깨 부분이 바위에서 빠져나오려는 기묘한 형태로 새겨져 있다. 바위에서 나와 대중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부처의 마음을 담은 것일까. 요선정은 풍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마애불 뒤편으로 돌아가면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주천강과 법흥계곡의 물줄기가 내려다보이고, 온통 푸른 산줄기가 겹겹이 이어진다. 절벽 끝자락에는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주천강의 풍경을 더욱 고즈넉하게 한다.◇평창강 끝머리에 있는 한반도 지형무릉도원에서 10㎞ 정도 떨어진 평창강 끝머리에서도 자연이 만든 또 하나의 걸작을 볼 수 있다. 한반도면 옹정리에 있는 한반도 지형이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를 쏙 빼닮아 ‘한반도 지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이 굽이쳐 흐르는 한천의 침식과 퇴적 현상이 반복돼 만들어진 지형이다. 한반도 지형을 평지에서 보면 전체가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지형 주차장을 찾아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야 한반도 지형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지붕없는 박물관의 도시 영월영월에는 20여 개의 공·사립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어‘지붕 없는 박물관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이 중에서도 국제현대미술관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70개국의 조각 작품 350여 점과 60여 점의 상설 전시 등 수준 높은 다양한 작품이 마련돼 있다. 폐교한 삼옥초등학교를 활용해 만든 미술관으로 야외조각공원이 잘 꾸며져 있어 영월의 멋진 경치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세계의 음악과 악기를 통해 인류애를 나누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경기 파주 헤이리와 영월에 각각 자리 잡고 있으며,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영월관은 100여 개국 2000여 점의 악기를 소장하고 있다. 동아시아, 인도·서남아시아, 중동·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남태평양·대양주 등 문화권별로 악기를 분류해 전시하고 있다. 종교미술박물관은 프랑스, 독일, 로마의 목공방에서 도제 시절부터 평생 이어져온 최바오로 작가의 성화와 그만의 창조적 조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수장고에 있는 약 600점의 작품을 시기에 따라 교체하면서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은 부산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으로, 예수상의 크기가 3m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호야지리박물관은 지리 교육에 평생을 바친 호야 양재룡 선생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지리 테마 사설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우리나라 광물 자원의 천연 표본실이자 카르스트 지형, 석회암 동굴 등 각종 지리 지형 현상이 집약돼 있는 영월군에 있다. 지리학의 역사와 종류, 체험 등 지리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 직접적인 체험과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는 호야지리박물관은 단순한 유물의 전시 진열과 관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고 학문적 원리를 깨달을 수 있는 사회 교육 현장을 지향하고 있다. 인도미술은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바탕으로 수많은 신화와 의식 속에 인도만의 독특한 전통을 고수해 오고 있다. 인도에는 찬란했던 오랜 역사의 유산으로 가히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수많은 유적들과 미술품들이 남아 있다.인도미술박물관은 1981년부터 인도미술에 매료되어 인도에 살고 여행하며 여러 차례 인도사회와 인도인의 삶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개최한 미술가 박여송 관장과 인도 지역연구를 하는 남편 백좌흠 교수가 그동안 하나씩 모아온 다양한 인도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인도미술 기법들에 대한 체험과 헤나 바디페인팅, 인도 의상문화 체험, 인도 홍차 체험 등 다양한 인도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영월=글·사진 최병일 작가

2023-07-06

문경 태고 신비 간직한 기암괴석·층암절벽 ‘탄성 절로’

여름 무더위가 시작됐다. 35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되고, 밤새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 잠 못드는 열대야로 고통스럽다. 도심의 더위를 피해 바다, 산과 계곡으로 ‘피서(避暑) 여행을 떠난다.내리쬐는 태양에 맞서는 이열치열의 바다도 좋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조용하게 휴식을 보내는 산과 계곡은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의 심신을 달래줄 휴식처로 최상이다.수려한 자연 경관을 품은 문경으로 여름 휴가를 떠나보자. 문경은 예로부터 산세가 뛰어난 곳으로 전국 100대 명산 중 4곳이 포함되어 있다. 신림욕과 계곡 캠핑, 체험 관광으로 보내는 문경 여름 휴가는 올 여름 최고의 선물이다.물 맑고 골 깊어 물놀이 하기 좋은 곳 1위쭉쭉 뻗은 소나무 숲서 솔향 맡으며 힐링□ 쌍용계곡 대정숲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에 자리 잡은 쌍용계곡은 골이 깊고 물이 맑으며, 청룡 황룡 두 마리가 놀다 간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곳이다.속리산봉 동쪽 골짜기 따라 흐르는 물이 낙동강으로 합류하기 전 농암천 상류쪽 도장산 기슭 4km 구간에 펼쳐놓은 계곡이다. 태백준령에서 내륙 깊숙히 서남쪽을 향해 달려온 소백산맥이 마지막 힘을 모아 빚어 놓은 비경이다.도장산과 불일산의 기암괴석과 층암절벽 등 솜씨를 자랑하는 조물주의 작품들이 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옥계수가 구비구비 휘감아 돌며 부딪혀 깨어지며 수천년 세월속에 거대한 암석을 갈고 쪼아내서 훌륭한 예술품으로 조각한 걸작들을 이곳 저곳에 펼쳐놓아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울리게 한다.문경의 물놀이하기 좋은 계곡하면 1위로 손꼽히는 쌍용계곡은 오랜 시간 동안 물의 흐름에 의해 깎여진 천연암반이 절경이며, 널찍한 곳에 앉아 쉬기도 좋다.수심이 깊은 상류에서 수심이 얕은 하류까지 여름철은 더위를 피하고 물놀이를 즐기러 온 피서객들로 계곡 전체가 붐비고 있으며, 특히 늑천정 주변이 물놀이 포인트로 유명하다.마찬가지로 농암면에 위치한 대정숲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었으며, 의자와 원두막 등 도란도란 앉아 쉬며 힐링하기 좋은 명소이다.계곡에서 물놀이를 마친 뒤 그냥 돌아가기 아쉽다면 솔향 내음 가득한 대정숲에서 산책도 하고 잠깐의 힐링의 마무리를 해도 좋을 것이라 추천한다. 무료 숲 해설·산림교육프로그램 제공 인기용 승천 때 남긴 화강암 바위 비늘 흔적 장관□ 대야산 자연휴양림 용추계곡대야산자연휴양림은 문경시 가은읍에 위치한 용추계곡, 선유동계곡 등 물놀이 명소와의 용이한 접근성으로 인해 여름철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휴양림이다.대야산자연휴양림에서는 용의 전설을 간직한 용추계곡을 탐방하며 즐기는 무료 숲해설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숲은 살아있다’는 산림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 그 인기가 뜨겁다.용추계곡은 문경시가 지정한 문경팔경 중 하나로, 계곡의 화강암 바위에는 용이 승천할 할 때 남겼다는 용비늘 흔적도 찾아 볼 수 있어 장관이다. 폭포 아래로 하트 모양으로 깊게 파인 소는 보기 드문 모양을 하고 있어 많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 중 하나다.바로 아래로는 바위 경사가 있고, 너른 바위가 펼쳐져 있어 천연 워터슬라이드가 형성돼 아이들이 미끄럼틀 타듯이 내려오곤 하지만, 무당소는 최대 수심 3m로 안전에 유의하는 것이 좋다. 문화콘텐츠 테마파크로 충청 이남 최대규모석탄 역사 살펴볼 수 있는 은성갱도 관람 가능□ 에코월드 가은역 꼬마열차문경시 가은읍에 위치한 ‘에코월드’는 가은오픈세트장, 에코타운, 야외체험시설 등을 갖춘 문화 콘텐츠 테마파크로 충첨 이남 최대 규모를 갖추고 있다.석탄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거미열차도 체험할 수 있으며, 94년까지 실제로 사용되었던 은성갱도도 관람 가능하도록 개방해 두었다.은성갱 안은 서늘하고 시원해서 에코월드 야외놀이터로 조성된 자이언트 포레스트를 즐기다가 땀을 식히러 들르기 제격이다. 다만, 석탄박물관의 경우 올해 리모델링 관계로 휴관하고 있으므로 방문객들의 유의가 필요하다.가은읍 에코월드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는 ‘가은역 꼬마열차’도 운행하고 있는데 아이와 어른이 함께 탈 수 있어 어린 유아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근처에는 폐역을 활용한 ‘가은역’카페도 있고, 카페 뒤편으로는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철길이 위치하고 있어 감성 포토존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으니 문경시 가은읍을 여행지로 계획하고 있다면 에코월드. 가은역 꼬마열차, 카페 가은역까지 함께 묶어 여행하면 200%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미자 와인·오미자 가공식품 홍보 판매장태조 왕건 남진 때 지나간 ‘토끼비리’도 볼만□ 오미자테마터널 토끼비리덥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시원한 국내 여름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문경 마성면에 위치한 오미자 테마터널을 추천한다. 진남교반 고모산성 아래에 위치한 오미자테마터널은 입구부터 문경 특산물인 오미자를 만나볼 수 있다.터널 초입은 오미자를 테마로 꾸며놓았으며, 오미자 와인을 맛볼 수 있는 휴게공간은 물론 오미자로 만든 가공식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홍보 판매장도 마련되어 있다.색색의 조명과 각종 포토존이 잘 조성되어 있어 무더운 여름이면 인생샷을 건지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이기도 하다.오미자테마터널만 방문하기 아쉽다면, 근처에 토끼비리, 고모산성, 진남교 등이 함께 위치하고 있으니 돌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토끼비리는 ‘토끼가 지나간 길’이라는 의미로, 토끼비리에서 ‘비리’란 강이나 바닷가의 위험한 낭떠러지를 말하는 ‘벼루’의 사투리라고 한다.이 이름의 유래는 태조 왕건이 남쪽으로 진군할 때 이곳에 이르러 길이 없어졌는데, 마침 토끼가 벼랑을 따라 달아나는 것을 보고 따라간 것에 기원한다고 전해진다.‘토끼비리’는 문경 가은에서 내려오는 영강과 문경새재에서 내려오는 조령천이 합류하는 협곡에 있는 길이 500m의 천도로, 데크길로 잘 정비되어 있으며, 그 길의 끝에는 진남교반의 절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바로 앞을 흐르는 동강과 고모산성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작은 연못 뒤 배 형상 바위 위에 위치한 정자여름이면 능소화·연꽃 활짝 펴 포토존 핫플□ 주암정 근암서원문경하면 문경새재는 이제 그만, 잘 알려지지 않는 여름 문경 여행지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명소, ‘주암정’이다. 문경시 산북면 금천변에 위치한 ‘주암정’은 그 이름 그대로 배의 형상을 한 바위 위에 위치한 정자이다. 주암정은 조선 현종 때의 선비인 주암 채익하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후손들이 1944년에 세운 정자로. 정자 앞으로는 작은 연못이 있고 여름이면 능소화와 연꽃이 그 분위기를 더하고 있어, 많은 사진작가들이 앞다투어 찾고 있는 명소이다.산북면에 위치한 한 곳을 더 들른다면 ‘근암서원’을 추천한다.근암서원은 조선시대 명현인 칠현을 배현하는 서원으로 고종 때 서원 철폐로 사라졌다가, 2011년 지역 유림과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옛 모습대로 복설되었다.지원루를 지나면 동재와 서재가, 전면에는 강당이 위치하고 있으며, 강당 뒤에는 내삼문과 경현사로 이루어진 사당 공간이 별도로 배치되어 있다. 근암서원에서는 ‘출사동이 선비체험교실’, ‘한자왕 선발대회’, ‘인문학 아카데미’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기도 했다.이번 여름 선비정신을 되새기고 고즈넉한 서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근암서원을 찾아 힐링의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23-07-06

대의와 명분의 이름으로 ‘비극의 굴레’에 갇힌 명장

몰락한 금관가야의 후손으로 신라사회에 편입한 김유신의 가문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갖춘 신라 귀족과는 거리가 멀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그럼에도 열다섯 살에 수백 명의 용화향도(龍華香徒)를 이끄는 화랑이 됐고, 이후 백제·고구려와 수십 년 이어진 전투에서 신라의 다른 어떤 장수도 흉내 내지 못할 전공(戰功)을 세웠다. 뿐인가. 내란이 발생했을 땐 왕의 곁에서 듬직한 보디가드 역할을 했다.다섯 명의 아들과 딸 넷을 뒀으니 자식복도 없지 않았다. 남성의 평균수명이 겨우 마흔 안팎이었을 7세기에 머리는 물론 수염까지 하얗게 센 일흔여덟까지 살았으니 천수(天壽)를 누렸다.죽음 이후에는 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존재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고, 사후 1천30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문맹의 노인들까지 ‘김유신은 신라의 명장’이란 걸 모르지 않는다.논쟁의 여지가 없이 분명하다. 김유신은 삼국통일, 또는 삼한일통((三韓一通)을 이야기할 때 가장 첫머리에 언급되는 인물.그렇다면 입이 아프도록 앞서 열거한 ‘화려한 이력’만이 김유신의 전부일까? 당연지사 아니다. 그럼 무엇이 그의 삶에 드리웠던 어둡고 습한 그림자였을까. ◆ 사랑하는 여인에게 등 돌려야했던 서러운 사연비단 역사 속에 뚜렷한 이름을 남긴 사내만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남자들 절대다수는 ‘첫사랑’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이는 ‘감성적 생물’로서의 인간이 가진 특질이니까.김유신이 화랑이 된 후인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시기로 추정된다. 그에게도 생애 처음인 사랑이 찾아왔다. 천관(天官)이라는 여성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기녀(妓女).김유신의 부모가 그녀를 두 팔 벌려 환영했을 가능성이 있었을까? 없었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신라 정통귀족이 아닌 것에 콤플렉스를 가졌을 김유신의 집안에서 술 따르고 춤추는 여자를 아들의 배필로 원하지는 않았을 터.고려의 학자 이인로(李仁老·1152~1220)는 ‘파한집(破閑集)’에서 김유신과 천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관해 쓰고 있다. 요즘의 방식으로 풀어 쓰면 이런 내용이다.“김유신이 젊었을 때 어머니인 만명부인은 엄한 가르침에 더해 교유(交遊)함을 잊지 말도록 했다. 만명부인이 말하기를 ‘나는 이미 늙었다. 밤낮으로 네가 성장하는 모습만을 바라보고 있다. 공을 세워 나라의 영광이 되어야 하거늘, 너는 술 파는 아이와 유희나 즐기고 있구나’라며 울었다. 이에 김유신은 다시는 천관에게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 하루. 만취한 김유신을 태운 말이 옛길을 따라 가다 천관의 거처에 이르고 말았다. 김유신은 한편으론 기뻤지만, 눈물을 흘리며 반갑게 맞이하는 천관을 못 본 척했다. 그곳까지 자신을 데려간 말은 목을 잘라버리고, 안장은 그곳에 버렸다. 이에 천관이 크게 절망해 노래 하나를 지어 불렀다고 한다. 경주의 천관사(天官寺)가 그때 그 집이다.”그렇다면 실연(失戀)한 천관은 어떻게 됐을까.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소설 속 주인공 ‘베르테르’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또 다른 속설에 의하면 “머리 깎고 여승(女僧)이 돼 다시는 환속(還俗)하지 않았다”고 한다.이처럼 김유신에게도 첫사랑에 실패하고 좌절했던 홍안의 소년 시절이 있었다. 몇 주 전 경주를 찾아 천관사지(天官寺址·천관사가 있었다고 추정되는 절터)를 돌아봤다.슬픔으로 기록된 신라 청춘남녀의 눈물겨운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은 푸른 풀만이 무심하게 바람에 나붓거리고 있었다. ◆ 계백과 맞선 황산벌에서 조카를 죽음으로 내몰다삼국통일의 과정에서 가장 드라마틱하며, 후일담이 많이 떠도는 사건 중 하나가 ‘황산벌전투’다. 백제의 맹장 계백과 김유신이 맞붙었던 싸움. 여기서 만들어진 게 ‘신라 화랑의 전설’로 남은 관창과 반굴의 피비린내 나는 에피소드다.TV드라마와 영화로 수십 차례 재탕된 것이니 황산벌전투에 관해선 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660년. 지금의 충남 논산 일대에서 죽음을 각오한 백제의 ‘오천 결사대’에 밀리던 신라군이 화랑 두 명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고는 분노했고, 이에 전의(戰意)를 불태워 백제 군대를 전멸시킨 게 바로 황산벌전투. 백제는 이 전투 이후 몰락한다.바로 여기서 피어보지도 못한 꽃봉오리처럼 사라진 두 화랑 중 한 명이 김유신의 조카 반굴이다.당시 국방부장관 겸 육군참모총장의 역할을 수행하던 김유신에겐 황산벌전투의 양상을 뒤집을 카드가 절실하게 필요했다.‘젊은 지휘관의 희생’이 그가 선택한 ‘히든 카드’였다. 당시 김유신 동생 김흠순의 아들 반굴은 겨우 20대 초반, 좌장군(현재 육군참모차장 정도의 계급에 해당) 김품일의 아들 관창은 만으로 15세에 불과했다.육군사관학교 군사학과 이상훈 교수의 논문 ‘황산벌의 위치와 전투의 재구성’은 반굴과 관창의 죽음을 감정은 배제한 채 드라이하게 서술하고 있다.“황산벌전투 당시에는 백제군이 참호나 목책 등으로 방어시설을 구축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신라의 반굴은 ‘입진(入陣·맞서 싸우는 상대의 진영으로 들어가는 것)’하여 싸우다가 사망하였고, 관창은 말을 타고 ‘적진(敵陣·상대편 군대가 밀집한 진영)’에 뛰어 들어갔다가 포로가 된 후 되돌아왔다. 관창은 신라군 진영에 돌아온 후, 우물물을 마시고 다시 적진에 뛰어들어 싸우다 사로잡혀 참수됐다. 백제군은 관창을 참수한 후 말안장에 매어 신라군 진영으로 돌려보냈다.”비단 신라만이 아니다. 나라의 명운을 건 전쟁에 최고 권력층의 자제가 참전하거나, 거기서 전사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중국 국가주석 모택동(毛澤東)의 아들 모안영(毛岸英)은 인민지원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죽는다. 70여 년 전 이야기다.영국 왕위 계승 서열 5위였던 해리 윈저(Henry Windsor·39) 왕자는 10년을 영국군에서 복무했다. 그는 헬기를 조종할 줄 알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아프가니스탄에 두 차례나 다녀온 걸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높은 지위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의 완수를 위해 조카 반굴을 죽음의 길로 보내야했던 김유신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보통의 사람들로선 짐작이 어렵다. 그러나, 그게 흔쾌한 결정이 아니었음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듯하다.조카 반굴의 전사는 김유신이 예순다섯에 겪은 참혹한 비극이다. 이 또한 김유신의 삶에 드리운 눅눅한 그림자가 분명하다. ◆ 왕에게 전투에 패한 아들을 처형하라고 청하다앞서의 언급처럼 김유신은 일흔여덟에 사망한다. 그가 죽기 1년 전. 당나라와의 전투가 석문에서 벌어진다. 김유신의 차남 원술(元述)이 참전한다. ‘삼국사기-김유신열전’에 이 싸움이 기록돼 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원술은 672년 석문전투에 비장(裨將)으로 참가하였다가 패배했다. 당시 원술은 나아가 죽고자했으나, 그를 보좌하던 담릉이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고 만류해 결국 죽지 못했다. 원술이 살아서 돌아오자, 김유신은 국왕(문무왕)에게 ‘왕명을 욕되게 했을 뿐 아니라 가훈을 저버렸기에 목 베어야 합니다’라고 했다. 국왕의 만류로 처형당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 김유신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듬해 원술이 김유신의 사망 소식을 듣고 찾아오자, 이번에는 어머니가 원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원술은 675년 매소성전투에서 공을 세워 상을 받았으나, 부모에게 용납되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여겨 결국 벼슬을 하지 않고 세상을 마쳤다.”문무왕은 김유신 여동생 문명왕후(文明王后)의 아들이다. 그러니, 문무왕과 원술은 사촌지간. 아무리 큰 실수를 했더라도 사촌을 처형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그 실수는 원술이 의도한 것도 아니었다.물론, 김유신 역시 그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자식이 듣는 앞에서 “너는 죽어 마땅하다”며, 다시는 얼굴을 마주보지 않았다는 건 21세기의 상식으론 이해가 쉽지 않다.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까?대의와 명분을 위해 “내 아들의 목을 베라”고까지 말해야했던 김유신은 그날 무너지던 심정을 가까스로 남들 앞에서 숨겼을 게 분명하다. 바로 그게 그의 삶을 가장 넓고 깊게 그늘지게 했던 그림자였을 것이다.(계속)/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23-07-04

‘경제·인구회복’ 두 토끼 잡기 나선 구미

경제, 문화, 인구 등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른바 ‘수도권 블랙홀’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소멸’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처지가 됐다. 수도권 블랙홀 현상으로 인한 국가 불균형으로 국가적 재난(災難)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이러한 상황에서 기초자치단체인 구미시가 경제와 인구회복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이를 극복하고 성장을 주도했던 K- 제조산업의 중심이었던 구미시였지만, 다른 지방도시들과 같이 침체기를 보내던 구미시. 그런 구미시가 기지개를 켜고 대한민국 최첨단 산업도시로 다시 태어나려 한다. 이에 본지는 구미시가 준비하고 있는 경제와 인구회복 방안을 들여다봤다. □ 경제가 살아야 인구도 늘어난다많은 지자체들이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전개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은 급감하는 가운데 지역 인구를 늘리는 방법은 전입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소갖기운동’등을 전개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효과만 거둘 뿐 실질적인 인구 증대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구미시는 민선8기를 시작하면서 지역경제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굵직굵직한 경제회복 정책들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다. 지역경제가 살아야 인구도 늘어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미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초격차 달성을 위한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 유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준비했다.구미에는 신속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입지(국가5산단 2단계 81만평)에 풍부한 공업용수와 전력, 통합신공항과의 거리가 10㎞ 이내로 수출 물류 경쟁력 등 기반시설이 확보돼 있고, 여기에 반도체 소재·부품 등 반도체 관련 기업이 359개사가 밀집해 있어 클러스터 구축이 용이하다. 여러모로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구미시이기에 7월 발표에서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또 구미시는 방산혁신클러스터 유치, 이차전지 육성 거점센터 구축, 동북권 메타버스 허브 구축 등 총 1천615억원에 이르는 국가 공모사업들을 유치해 추진하고 있다. 국가공모사업 뿐만 아니라 민간투자에 있어서도 민선8기 1년 만에 약 4조원에 이르는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면서 지역경제 회복에 신호탄을 올렸다.□ 청년 인구를 잡아라구미시는 경제회복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인구를 유입한다는 기본 전략과 더불어 기존 청년(19∼39세)인구가 더이상 빠져 나가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청년정책들을 전개하고 있다. 시는 지난 1월 인구청년과를 신설하고 청년정책과 인구감소문제에 대응하도록 했다.특히, 청년 문제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구미시가 청년인구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미래산업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청년인구가 2023년 1월 기준 11만5천956명으로, 2018년 13만6천677명에 비해 1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2년 전체 전출자의 51.6%(2만4천231명)가 20∼30대 청년으로, 지역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청년들의 이탈은 구미시의 평균연령을 40.5세로 끌어올렸다. 이에 구미시는 취업부터 주거, 결혼까지 전 생애를 아우르는 ‘구미시 SE7EN UP 청년정책’을 지난 2월 발표하고 청년 지역 정착 다지기에 나섰다. 3대 분야 7개 과제 68개 사업으로 구성된 ‘구미시 SE7EN UP 청년정책’은 구미지역 학생들에게 지역 기업에 취업을 보장해주고,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역 기업에는 우수한 청년 인재를 적기에 제공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취업 지원과 더불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치는 청년들을 위해 창업 지원사업도 활발하게 추진해 청년 CEO 육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청년들이 저출산 원인의 1순위로 지목하고 있는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 월세 지원사업 확대 △청년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보증료 지원사업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 지원사업 등 청년들의 주거 부담 완화 대책과 더불어 청년들의 안정적 자립 기반, 결혼 장려를 위한 지원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들기구미시는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아이 키우기 가장 좋은 도시 만들기’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미시가 아이 키우기 가장 좋은 도시 만들기에 집중하는 것은 민선 8기 김장호 시장의 시정 운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그 중 올해 1월 문을 연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는 김 시장의 공약사업으로 소아청소년 전문의가 연중 24시간 상시진료하는 체계를 갖춰 지역 소아응급 의료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를 중단하고 소아과 폐과를 선언하며 소아진료 대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구미시의 선제적인 대응 사례는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는 구미지역 뿐만 아니라 인근 다른지역 주민들도 이용하면서 개소 첫 달인 1월에는 464명, 지난 4월에는 918명이 진료센터를 찾아 4개월 동안 2천200여 명의 환자가 센터를 이용했다.또 구미시는 도내 최초의 ‘구미형 아픈 아이 돌봄센터’도 하반기 개소를 준비하고 있고, 지난 4월부터 자정까지 운영하는 ‘야간연장 어린이집’은 10개소 더 지정해 총 29개소를 운영 중이다. 밤 12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마을돌봄터(9개)’도 도내 최대 규모(70명 정원)로 비산동에 추가 조성한다. 여기에 시민들의 선호가 높은 국공립어린이집(18개소)은 올해 3개소, 내년에 4개소를 추가 설치해 공공보육을 강화할 방침이다.구미시는 최근 다자녀가정 혜택도 강화했다. 공영 주차장 이용시 다자녀가정 감면 기준을 19세 미만 2자녀 이상으로 확대하고 주차요금을 50% 감면에서 전액 감면으로 확대했다.또 공공시설 이용료를 50∼60% 감면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다자녀가정이 전기자동차 구입시 보조금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종량제봉투 무상 지급혜택과 지역화페인 구미사랑상품권 충전시 구미 다둥e카드와 연계해 자녀수별 추가 마일리지도 지급한다. 세자녀 이상 가정에는 기존 소외계층에게 지원하는 공용차량 무상공유사업과 수도요금 지원 대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여기에 공공부문 고용과 출산·양육 친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올해부터 환경관리원 채용시 다자녀 가산점 제도를 대폭 확대하고 공무원 다자녀 직원에 대한 근무성적평정 실적 가점을 부여하고 승진우대도 보장한다.□ 인구유입 견인할 성장동력 확보구미시는 지속적인 인구유입을 위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시는 우선 내년부터 국가5산단 1단계(분양률 95%)에 기업들의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 인구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분양받은 기업 83개사 중 입주 완료한 기업은 10개사이며, 입주예정인 73개사 중 토지사용허가가 완료된 기업은 32개사이다. 토지사용허가 후 입주완료까지 통상 대기업은 2∼3년, 중소기업은 1∼2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인구유입이 점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또 건국이래 대구경북 최대사업이라 일컫는 대구경북신공항이 인근지역에 건설되면서 구미시는 공항배후도시로서 성장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 인천공항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항공물류의 변화도 구미지역에는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한국무역통계진흥원 2022년 항공수출입 기준에 따르면 대구경북 항공수출입의 구미시 비중은 금액으로는 전체 200억달러 중 159억달러로 79.5%를 차지하고, 중량으로는 6만8천790t 중 2만2천618t으로 32.9%를 차지하고 있어 대구경북신공항의 항공물류 최대 수혜지역을 될 전망이다.구미시는 신공항 배후도시와 항공물류를 위해 신공항연계 광역철도망구축, 5개 고속도로 연결, 국·지방도 개량 등을 추진하고 있다.김장호 구미시장은 “학업부터 취업, 주거, 결혼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청년 지원 정책을 마련해 청년들이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기업과 구미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3-06-22

“60년 낙후·소외지역 벗자” vs “여기서도 복지혜택 누려” 갈등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여부가 올 상반기 지역을 달구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기행위)는 23일 대구시가 제출한 ‘수성구와 달성군의 담당구역 경계변경 조정 신청 동의안’을 심사한다.이때 동의안이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동의를 얻으면 큰 막힘 없이 편입이 진행되겠지만, 부결될 시 상황은 또 한번 복잡해지게 된다. 하지만,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심의 유보를 촉구하는 등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미뤄질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대구참여연대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정책적 숙고와 주민 공론이 필요한 사안이 홍준표 시장의 막무가내식 행정 속에 권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달성군과 달성군의회가 편입에 반대하고 주민 찬반 의견도 분분한 만큼, 대구시의회는 동의안을 유보하고 합리적인 절차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가창면의 수성구 편입론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3월 9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기자실을 찾아 시정 현안에 대해 설명하다 처음 언급했다. 당시 홍 시장은 “가창면의 위치가 복잡하다. 달성군 다른 지역으로 건너가려면 비슬산을 지나야 하는 등 섬처럼 돼 있는 상황”이라며 “수성구에 편입시키는 게 가창면민의 편의를 위해서도 좋은 일 아니겠나”고 편입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 가창면 주민들, 극심한 대립가창면의 수성구 편입은 홍 시장이 추진의사를 밝힌 이후 상황은 급물살을 탔다. 지난 3월 15일 대구시는 가창면 수성구 편입 관련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이때부터 가창면 주민의 분열이 본격화됐다.특히 최재훈 달성군수는 편입과 관련, “가창을 잃어버린 군수가 되고 싶지 않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즉 달성군수로서는 다음 지방선거에서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창이라는 지역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셈이다.가창면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하중환 대구시의원(달성군1) 역시 “일방적 가창면 수성구 편입은 달성군 자치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주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주민들도 각자의 입장차이로 인해 찬·반으로 양분되면서 양측 간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갔다. 지난 3월 21일 가창면 주민 10여 명으로 구성된 ‘수성구 편입반대 추진위원회’는 수성구 편입 반대 현수막 30여 개를 지역에 내걸었다.바로 다음날 이에 대응하는 ‘수성구 편입찬성 추진위원회’도 가창면 곳곳에 수성구 편입을 찬성하는 현수막 100여 개를 게시했다. 또 가창면의 편입 찬성 주민들을 제외한 달성군 타 지역의 번영회는 일제히 달성군 전역에 편입 반대 의사를 표시한 현수막을 붙이는 등 찬반 의견이 현수막 경쟁으로 옮겨갔다.이런 상황에서 최 군수를 포함한 대구시 관계자들이 주민설명회를 여러차례 열었지만, 결과를 낼 수가 없었다. 심지어 한 설명회에서 찬반 양측 주민들 간의 사소한 언쟁이 결국에는 몸다툼으로 번지는 등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결국, 현 시점까지 주민들 간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어제까지 웃고 즐기며 형·동생으로 불리던 주민들이 원수가 된 것 처럼 ‘으르릉’ 대고 있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찬성 측은 “가창면은 개발제한구역에다 상수도보호구역으로 규제가 심한데, 수성구로 편입되면 시장 권한으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지상철 3호선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이어 “지난 60년 동안 가창면은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이었다”면서 “노인이나 여성들이 달성군 노인복지회관·여성문화복지센터를 이용하려고 단체로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이상 이동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반대 측은 “달성군에서 더 많은 복지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도 근거가 없다”며 “달성군과 수성구의 연간 예산은 비슷한데, 인구는 수성구가 갑절이 많다. 달성군이 가창면에 지원하는 예산이 한해 300억 원 수준인데 이같은 지원이 계속될지 미지수”라고 반박했다.아울러 “수성구로 편입되면 그린벨트가 풀린다는 보장도 없고 부동산 개발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불확실한 기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한 주민은 “갑자기 동네 주민들끼리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면서 “의 좋던 가창면 사람들이 서로 으르릉대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넋두리했다. □ 정치적 책임에 대한 관계자들의 부담주민들의 극심한 대립으로 홍 시장과 대구시의회 역시 찬반 어느 한쪽 손을 들 경우 불어올 역풍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눈치다. 홍 시장의 경우 “대구시의회 판단을 맡기겠다”고 언급해 시의회 기행위에 공을 넘겼다.시의회 기행위는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을 표명해야 하지만, 서로 얽히고설킨 이해 당사자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데다 홍 시장과의 관계도 고심해야 상황에 처했다.이렇다 보니 기행위는 달성군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동의안의 찬반 표결을 앞두고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달성군과 달성군의회를 중심으로 편입 반대 기류가 강한데다 일부 시의회 기행위 의원들은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대구시의회 기행위의 한 위원은 “수성구 편입 동의안을 유보 판단으로 유예하고 앞으로 안건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지역 사회 내 갈등을 줄이는 길”이라며 “설익은 판단으로 각종 역풍을 맞는 것보다 나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대구시가 이해 관계자들과 합의를 거쳐서 다시 시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하면 그때는 시의회가 큰 부담 없이 찬반 의사를 밝힐 수 있지 않겠느냐”고 언급하며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앞으로의 진행은23일 시의회 기행위의 심사에 따라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결과는 드러난다.가결로 끝날 시 편입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고 부결 시 편입 추진은 중단되지만, 다시 한번 조정을 거쳐 동의안에 대한 심사를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임인환 기획행정위원장은 “해당 지역 주민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며 결정만 남았다”며 “심도있는 심사를 거쳐 찬성이든, 부결이든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동의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시의회는 주민들의 찬반 의견도 팽팽하게 대립하는데다 동의안을 유보하고 합리적인 절차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동료 시의원들의 주장도 있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형국이다.현재 대구시는 수성구 편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당사자가 공식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는 자율협의체 구성까지 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자율협의체에서 협상이 결렬되면 분쟁조정위원회 심의를 받게 된다”며 “이 단계까지만 가도 대구시로써는 충분히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만일, 이날 시의회 기행위가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을 결정하게 되면 대구시는 지방자치법 6조에 따라 △대구시의회 동의 △행정안전부에 편입안 신청 및 자율협의체 구성 등 단계를 거쳐야 한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3-06-22

‘포항시립박물관 건립’ 희망의 불꽃을 쏘다

2026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 예정인 ‘포항시립박물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앞두고 있다. 올해 말 평가를 통과하면 실시 설계, 조직 구성 및 예산편성 등 향후 추진 과정에 돌입하게 된다.반세기 넘도록 지역의 역사 유물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 연구하는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공간과 기관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포항시는 지역 여론을 수렴해 지난해부터 포항시립박물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인구 50만의 경북에서 가장 큰 도시인 포항시가 ‘철강산업도시’에서 ‘해양관광역사문화도시’로 변신하기 위한 시립박물관 건립을 앞두고 시와 시민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포항시립박물관 건립은 포항 시민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다.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외지인들에게 포항을 알리는 전진기지 역할을 할 시립박물관 건립에 대해 중앙정부는 적극적으로, 그리고 시급히 응답해야 할 책무가 있다. ◇ 포항시, 랜드마크로서 포항시립박물관 건립 준비 박차최근 포항시는 시립박물관 건립에 대한 기초적인 방향 설정과 실천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시는 그동안 과업 지시서 등 제반 서류 준비와 함께 박물관 기본구상에 대한 내부 협의 절차를 거쳐 여수, 영천, 창원 등의 타 지역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실무 검토를 마친 상황이다. 지난 2021년 1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포항시립박물관 기본계획 및 건립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했고, 지난 4월에는 박물관 조성 관련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효율적인 운영방안 등을 논의했다.시는 이 수행 결과물을 중심으로 오는 7월 문체부 사전평가를 신청해 8∼11월 평가 결과에 따른 보완작업을 하기로 했다. 이후 포항에서 출토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라 비석 중성리 신라비와 냉수리 신라비 등 국보를 비롯해 서울과 대전, 경주 등 다른 지역 수장고에 보관 중인 문화재 수만 건을 모으는 한편 유물 구입·기증 공모를 통해 전시 유물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어서 2024년 박물관 건축·전시설계를 마치고 2025년 상반기에 건립공사를 착공, 오는 2026년 완공과 동시에 개관하겠다는 구상이다.박물관 건립 사업은 도비 170억원(문체부가 경북도로 이관), 시비 190억8천만원 등 총사업비 476억8천만원이 투입되는 부지면적 1만5천㎡, 연면적 1만㎡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포항시는 지난해 포항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문화체육관광부 건립 타당성 사전평가에서 부적정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유물 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둘째, 유물 편성 예산이 부족하다. 셋째, 전시 주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박물관 건립 예정부지(당시 포항시 남구 동해면 일월리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인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포항시는 지적된 사안을 보완하기 위해 ‘매머드급’ 자문단을 꾸렸다.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문화체육부 장관을 역임한 최광식 고려대 명예교수가 자문위원장을 맡고, 천진기 전 국립민속박물관장 등 전문가 13명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 4월, 1차 회의에서 박물관의 콘셉트 개발, 건축 방향 규정의 필요성, 특색있는 박물관을 위한 전시 방법과 콘텐츠의 중요성, 박물관 건립 추진 전담팀 신설 등을 제안했다.현재 포항에는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적 특성을 드러내는 박물관으로서의 시설과 공간이 갖춰진 공립계 박물관이 없다. 포항시에 시립박물관이 조성된다면 지역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뿐만 아니라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 국보 2점 등 포항 출토 다른 지역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포항에서 발굴된 문화재 수만 건이 지역에 보관 전시되지 못하고 다른 지역에 흩어져 있다는 것은 지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수치다. 국보인 포항 냉수리 신라비는 신광면사무소 앞마당 비각 안에 허술하게 보관돼 있다. 2009년 포항에서 발굴된 국내 최대 나무화석이자 천연기념물인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은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천연기념물센터에 들어가 있다. 포항 흥해읍에서 발굴돼 현존하는 신라비 가운데 가장 오래된 포항 중성리 신라비(국보)도 국립 경주문화재연구소에 있다. 포항은 지난 1995년 옥성리고분군 발굴조사를 통해 많은 유물을 수습했고 이후 성곡리 및 호동 유적지 등 많은 조사를 통해 1만5천점 가량의 유물을 발굴했다. 그러나 수장고를 갖춘 박물관이 없어 발굴된 유물은 인근의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등지에 분산 소장돼 있다.◇ 도시에 박물관이 건립돼야 하는 까닭▲지역의 문화적 정체성 수립= 박물관은 하나의 사회적인 인프라로서, 그 건물이나 유적지가 지역의 유형적 문화 자산인 동시에 지역의 자랑거리다. 자체 건축물 이외에 관련 도로나 주차 공간의 확충, 인근 녹지 확보를 통해 지역의 준사회간접자본의 시설로 존재한다. 동시에 지역성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전시물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역사적 삶의 증거로, 지역 주민들에게 강한 정체성을 부여해 준다. 박물관은 비공식적인 교육 기관인 동시에 지역문화의 중심체로서, 잠재적인 관람객과 지역 주민에게 시설과 공간을 제공해 다양한 문화행사와 활동을 용이하게 해준다. 또한 지역공동체의 주거환경, 서비스와 제조업, 도서관, 극장, 콘서트홀과 같은 문화공간을 총체적으로 묶어 문화 인프라 기반이 된다.▲생활문화 공간으로서의 박물관= 박물관은 지역 공동체의 일상적인 삶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문화시설을 총체적으로 묶어서 발전시킬 수 있는 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행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지역민을 위한 사회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박물관이 대중들에게 일상생활의 연장으로서 다가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로 하며 박물관의 물리적 영역에 얽매이지 않고 대중과 좀 더 적극적인 만남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박물관은 지역문화의 요체로서 후원자 그룹, 자원봉사자 프로젝트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역 공동체가 박물관 업무에 실질적인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 지역 문화재는 지역에 있어야 생명력이 있다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 문화관광사업을 통해 지역발전 동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에서 지역박물관이 폭발적으로 건립되고 있다. 지역박물관은 지역문화의 보존센터인 동시에, 그 지역의 역사나 민속자료를 수집 보존 조사 연구 전시 보급함은 물론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 지역 문화시설이다. 지역박물관은 지역 연구 및 지역발전 실천의 장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제대로 된 박물관 하나 없어서 소중한 지역 문화유산이 타 지역으로 보내져야 하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일 뿐만 아니라 중대한 모순이다. 박물관 건립과 함께 문화유산 되찾기의 당위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박물관 건립은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와 지역문화의 정체성 확립, 역사의 보고(寶庫)라는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갖는다.◇ 중앙정부도 포항시립박물관 건립에 용단 내려야포항시립박물관 건립 필요성은 2009년 중성리 신라비가 발굴된 이후 15년째 꾸준히 거론돼왔다. 청동기 시대부터 고려와 조선,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풍부한 문화유산에도 불구, 소규모 박물관만으로는 제대로 된 지역 역사 보존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포항의 국립박물관 유치·건립을 위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포항시도 국립역사박물관을 비롯해 민속박물관, 해양박물관 등 각종 박물관 건립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중복 투자 문제, 전시물 확보 어려움, 부지 선정, 예산 등의 문제로 모두 무산됐다.포항시는 그런 실패의 경험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제대로 된 포항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절차를 빈틈없이 차곡차곡 밟아나가고 있다. 지역의 자존심과 결부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깊은 이해와 용단이 필수적이다. 포항시립박물관은 포항의 참다운 지방자치를 이끄는 민심의 중심 기둥을 세우는 일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6-22

“국가산업 DNA 가진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 최적지”

포항시가 정부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포항시는 최근 글로벌 산업기술 패권의 핵심으로 부상한 이차전지산업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여기에다 포항시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까지 얻을 수 있다면, 중장기적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확고히 다질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지난 2014년 이강덕시장 취임 이후 ‘제2 영일만의 기적’을 실현할 미래 먹거리로 이차전지(배터리)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어느 도시보다 발 빠르게 생태계 육성과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포항은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견인해 왔으나 ‘성숙기의 철강 중심 산업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면 자칫 미국 피츠버그 처럼 쇠락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20여년간의 최대 고민거리였다.하지만 포항은 미래를 안정적으로 이끌수 있는 신성장 동력을 찾아냈다.‘3+1(이차전지·바이오·수소+철강고도화) 신경제지도’를 승부수 전략으로 추진하면서 특히 이차전지의 역점 육성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지난 2017년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에코프로가 신축공장 부지를 물색한다는 소식을 접한 포항시는, 이강덕 시장이 직접 기업을 방문하는 등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 유치에 성공했다.이어 2019년에는 포항시가 전국 최초로 ‘배터리 규제 자유특구’ 지정에 성공했다.‘배터리 규제 자유특구’는 혁신·전략 신사업 육성을 위한 각종 규제가 대폭 완화돼 포항의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 조성을 촉진시키는 근간이 됐다.결국 포항배터리 특구는 지역 경제 성장과 국토 균형 발전,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성과를 인정 받아 ‘전국 유일’ 3년 연속 우수특구로 선정되면서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특구사례로 손꼽히고 있다.2021년에는 ‘이차전지 산업 육성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가 문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이차전지산업 육성 조례를 제정하는 등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 조성에 불을 붙였다. 포항시의 이같은 노력은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이어져 2027년까지 포항에 확정된 투자액만 무려 12조 원에 달하게 됐다.먼저 이차전지 선도기업인 에코프로는 영일만산단에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구축에 나서고 있다.에코프로는 이차전지 생산 수직 계열화를 위해 양극 소재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집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양극재 밸류체인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국내 유일의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함께 생산하는 포스코 퓨처엠의 경우 포항에 양극재 공장을 건립중이며, 음극재 2단계 공장 추가 건립에도 나섰다.에너지머티리얼즈(GS계열사)는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을 건립하고 있고 전구체 생산 글로벌 1위인 중국 CNGR도 포항에 생산 공장을 세우기로 확정했다.이외에도 솔루엠과 미래세라텍 등 영일만산단과 블루밸리국가산단에 입주했거나 예정인 중견기업은 모두 25개사에 이른다.이들 기업들은 배터리 원료와 리사이클링, 부품 생산 등 동반 성장을 위한 상생·혁신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치열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 경쟁에서 기업 투자에 따른 성장과 RD에서 포항이 최적지임을 대규모 기업 투자가 입증한 셈이 됐다.포항시는 수년 동안 산 넘고 물 건넌 끝에 ‘배터리 분야 국내 최초·최고 도시’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거어쥐면서, ‘대한민국 글로벌 배터리 강국을 선도하는 도시’라는 닉네임을 얻어냈다.한편 포항시는 앞으로 다가올 배터리 산업의 미래에 대한 준비 작업에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이차전재 시장 확대에 따른 폐배터리 재활용 및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고안전 보급형 배터리 상용화 기반 구축‘ 등의 신산업 인프라 기반 작업에 이미 돌입했다.△ 포항은 ‘배터리 심장’인 양극재, 2030년 100만톤 생산 70조 매출기대.- 포항은 이미 이차전지 핵심소재 대량 생산과 소재 공급 요충지로 급부상했다. 원소재부터 양극재, 음극재 생산까지 대량 생산시설 집적에 성공했기 때문이다.특히 지난해 포항은 양극재 생산량 15만t을 기록하며 생산량 1위에 올랐다.‘배터리의 심장’이라 불리는 양극재는 이차전지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며 출력,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소재이다.포항시는 2030년 양극재 연산 100만톤을 점치고 있는데 그럴 경우 연매출 70조원이 추정된다.연매출 70조원은 글로벌 양극재 수요량 605만톤의 약 16.5%를 차지하는 막대한 규모다.여기에다 포항의 리튬과 전구체, 음극재 등 원료·소재 생산량까지 더하면 총생산은 200만톤을 웃돌게 된다.포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배터리 허브도시’로 대도약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기준 포항 지역 철강산업의 총 매출액은 35조원이었던 반면 이차전지 산업의 총매출액은 5조원이었다.하지만 이차전지 산업의 빠른 성장성을 감안할 때 머지않아 지역 내 이차전지 매출액이 철강 매출액을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포항이 ‘산업의 쌀’ 철강에 이어 ‘미래 산업의 쌀’ 이차전지로 대한민국 신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는 것이다.△ 포항은 ‘기업 집적+RD인프라+인재 양상’ 3박자 갖춘 도시.- 포항시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지정될 경우 핵심 인프라 구축, 인허가 간소화, 세제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글로벌 산업 패권·경제 안보 경쟁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포항시는 특화단지 유치를 위해 ‘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 ‘초격차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건실한 산업 생태계 확립’ 등 3대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물론 포항 특화단지 지정이 국가 발전과 큰 맥을 함께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현재 포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전문 인력 공급이 원활하고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갖춘 점 등이 최고 장점으로 인정 받고 있다.포항은 포스텍과 가속기연구소 등 대학과 연구소, RD기관이 밀집해 있어 이차전지 분야 연구 및 기술 개발을 지원할 최적의 생태를 갖추고 있다.여기에다 포스텍을 중심으로 4개 대학과 마이스터고 2개교에서 배출하는 이차전지 전문인력은 연간 5천600명에 달하고 있다.포항시는 맞춤형 미래 인재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현장 운영과 전문 연구인력 양성 투트랙 전략으로, 지역 대학부터 마이스터고까지 이어지는 산업 최적화한 인력 확보 범위를 대구·경북 대학 등지로 확대하는 중이다.포항이 특화단지로 지정 되면 2030년 이후 7천200명에 달하는 핵심 인력을 매년 배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또 포항시는 ‘물류 요충지’로서 동해안 유일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과 동해선 철도, 대구-포항, 울산-포항고속도로, KTX, 포항경주공항 등 광역 물류망을 보유하고 있어 배터리 원료, 소재 수출입이 매우 수월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포항이 특화단지로 지정 되면 대구, 경주·경산, 울산 등지의 전기차 부품·소재 벨트를 연계시키면서 대구·경북의 새 성장동력으로 부상시킨다는 폭 넒은 구상도 가지고 있다.이는 포항의 양극재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전기차부품 산업벨트, 울산의 완성차와 연계한 클러스터를 조성해 미래차 신산업 대전환을 주도해 나간다는 복안인 것이다. △ 포항시민들의 용광로보다 뜨거운 유치 열기.- 지난해 11월 유치 구심점인 ‘경북 이차전지 혁신 거버넌스’가 포항시와 경북도,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등 도내 민관산학 30개 혁신 기관이 모여 출범했다.이어 혁신 산업 생태계 구축 및 인재 양성을 위한 기관 간 업무 협약, 국제컨퍼런스 등이 이어지고 있다.최근에는 이차전지산업의 미래 인재들인 대구·경북지역 대학생들이 포항을 방문해 현장 투어를 한 후 유치를 기원하는 종이비행기를 날려 눈길을 끌었다.지난 10일 ‘포항시민의 날’ 행사에서도 각계 각층의 시민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을 기원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신병 치료 중인 이강덕 시장 역시 이차전지 특화단지 포항 지정을 위해 최근 국회와 중앙정부, 포항시를 오가며 광폭 행보를 펼치며 유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이 시장은 지난달 서울 스퀘어에서 진행된 특화단지 전략 발표 평가에도 참석, 포항 지정 당위성을 역설한데 이어 13일에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이창양 산업부 장관을 국회에서 만나 ‘이차전지 특화단지 포항 지정’을 건의했다.특화단지 공모사업 최종 선정 결과 발표가 7월 초로 예정됨에 따라 이 시장은 향후 국회와 정부 기관을 연이어 방문, 포항이 이차전지 특화단지 최적지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이강덕 시장은 “포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철강으로 국가 산업화를 견인한 특별한 DNA를 가지고 있다”라면서 “포항에 특화단지를 유치해 국가적 미래 먹거리뿐 아니라 경제·안보 전략 자산인 이차전지의 글로벌 시장 선점과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진홍기자

2023-06-22

신공항 조기 개항… ‘글로벌 대구’ 성큼

지역 전통산업인 섬유산업 몰락과 함께 새롭게 대체할 산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지난 30년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대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아 비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과거 대구는 대한민국 3대 도시였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의 폐쇄성과 현실 안주로 지난 10년 간 인구가 250만 명에서 237만 명으로 감소하고, 경제는 30년 연속 1인당 GRDP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그러나 민선 8기 홍준표 시장이 취임하면서 대구는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구 50년 미래 먹거리 발굴과 하늘길 개척을 통한 ‘미래번영 대구’를 슬로건으로 공공혁신, 재정혁신, 민생혁신, 3대 대구 대혁신으로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대구는 세계와 경쟁하는 ‘글로벌 대구’로 도약을 위해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 투자유치, 국제교류 확대 등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홍 시장이 대구 미래 50년을 위해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핵심사업은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이다.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지난 4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함에 따라 2030년 개항을 목표로 ‘항공산업 허브 도시’로 힘찬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일극 체제인 공항 산업에 맞서 ‘중남부권 항공물류 허브 기지’가 되기 위한 신공항 마스터플랜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신공항 건설 사업은 특별법 통과로 국가가 보증하는 사업이 되면서 안정적이고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군 공항의 기부 대 양여 차액 국비지원, 예타 면제, 종전부지에 대한 특별구역 지정 등 핵심 내용이 반영됐다. 법안의 발효 시기도 당초 6개월에서 4개월로 2개월 단축하는 등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게 돼 당초 2030년 개항 보다 2년 일찍 개항한다는 목표로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최근 대구시는 최초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국제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LH와 대구도시공사, 중앙·대구 1군 건설업체 간 공동출자법인(SPC) 구성에 집중하고 있다. 특별법을 토대로 국가가 보증하는 사업인 만큼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사업은 역대 지역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30조 원 이상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신공항은 인천공항에 집중된 항공 여객물류의 30% 이상을 책임지고, 미주, 유럽을 드나드는 3.8㎞ 이상 활주로를 갖춘 글로벌 첨단 물류 중심 여객 복합공항을 목표로 건설된다. 커퓨 타임 없는 ‘24시간 잠들지 않는 공항’으로 만들고, 유사 시 30분 만에 마비되는 인천공항을 대체하게 될 대한민국 핵심 안보의 새로운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대구시는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사업설명회를 열고 건국 이래 대구·경북 최대인 30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대구경북신공항의 군 공항 이전과 후적지 개발을 맡을 SPC 설립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두바이식 후적지 개발군 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식, 민간 공항은 국토교통부가 재정사업으로 건설한다. 후적지 개발 등 미래 50년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두바이(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조호주(말레이시아) 출장을 다녀온 홍 시장은 대구국제공항 후적지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처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후적지는 대규모 공공개발과 함께 세제감면, 규제개혁 등 투자유치를 위해 금호강 물길을 돌려 마리나 베이처럼 수변도시로 조성하고 랜드마크 대표빌딩을 중심으로 첨단기업, 상업 밀집 스카이라인을 이룬 글로벌 명품 도시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또 특별법에 따라 관광, 규제자유, 자역특화발전, 연구개발, 특별건축경제자유구역, 스마트도시 특화단지, 6개 특구를 반영해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로 만들어 대구의 신성장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대구시는 사업대행자(공공+민간) 선정 후 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실시계획 수립의 절차를 거쳐 2030년 공항 후적지 조성공사를 착공해 2032년 조성완료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대구 신공항 중심의 거대 신경제권 출범신공항이 개항되면 인천공항 여객과 항공 물류의 역할 분담에 따라 신공항을 중심으로 대구·경북과 호남·충청권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제2경제권이 생기게 된다.그동안 높은 분양가와 민원 등 때문에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한계에 부닥친 대구시(883.552㎢)에 군위군(614.34㎢)이 편입되면 대구는 1천497.86㎢ 확대된다. 신공항이 건설되는 군위·의성지역은 각종 규제 완화, 세제감면 혜택 등 대한민국 최초의 규제프리존이 만들어진다.인천공항에 버금가는 중남부권의 중추공항 역할을 하게 될 군위군 신공항 만항청사 주변으로 도심항공(UAM), 호텔, 컨벤션센터, 공공시설 등이 들어거게 된다.또 신공항 배후지에는 항공·물류 중심의 초거대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등 공항 및 주변 산업단지 종사자와 가족 등 군위는 30만 인구 수용이 가능한 새로운 에어시티로 변신하며, 첨단산업단지 전초기지로 자리잡아 미래 대구의 산업·경제를 견인하는 핵심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글로벌 항공교통 요충지로 부상신공항을 중심으로 광역교통망 등이 건설되면 대구는 하늘길을 여는 새로운 항공교통 요충지가 된다. 현재 발표된 광역교통망은 총 9개의 노선이다.대구 외곽순환도로가 지난해 3월 개통됐으며 신천대로와 팔공산터널을 잊게 될 조야~동명 간 광역도로가 기본 및 실시설계에 들어가 2027년 개통 예정으로 진행 중이다. 중앙고속도로 6차로 확장과 북구미IC~신공항 도로는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반영됐고, 군위관통도로도 군위군의 대구편입으로 대구시가 대구시민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또 서대구와 신공항을 잊는 대구경북 광역철도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됐다. 중앙선 도담~영천 간 복선화는 올해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이며 김천에서 신공항간 철도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광역교통망 건설이 완료되면 신공항은 국내 항공 물류의 30%를 책임지는 물류공항으로 거듭나며 이를 계기로 대구·경북은 물론 호남권과 충청권을 아우르는 새로운 하늘길의 교통요충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5대 신성장산업 육성과 대구 산업단지 재편대구시는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5대 신산업(UAM, ABB, 비메모리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육성에 돌입하면서 산업구조도 속속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지난해 SK텔레콤,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티맵모빌리티와 UAM 시범사업과 상용화 추진, UAM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시는 2030년 신공항 개항에 맞춰 항공모빌리티 서비스까지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서울 등 외지 기업 10여개가 대구 수성알파시티로 본사를 옮기거나 지사, 연구소를 신설하는 등 ABB 산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30년까지 수성알파시티에 2조 2천억 원을 투자키로 해 수성알파시티를 비수도권 최대 디지털 혁신거점 지구로 육성할 계획이다.올해 센서 반도체용 ‘D팹(Fab·반도체 기반 생산공정)’ 건립을 위한 설계 용역비 193억 원을 확보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D팹을 구축할 예정이다.대구는 2020년 7월 로봇 분야 전국 최초로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다양한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의료 분야도 제조업 중심에서 인공지능, 디지털치료기기, 전자약 등 디지털 헬스케어로 전환해 육성할 계획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 미래 50년 밑그림을 시작으로 핵심 사업들도 힘차게 출발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기본 틀을 완성 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며 “다시 한번, 대구가 한반도 3대 도시의 영광을 반드시 되찾을 수 있도록 250만 시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이곤영기자lgy1964@kbmaeil.com

2023-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