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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섬진강 품은 곡성, 시선 머무는 곳마다 감성을 적신다

곡성은 시골스러운 풍경을 가장 잘 간직한 곳이다. 곡성을 휘감아 흐르는 섬진강은 어머니의 젖줄처럼 푸근하기만 하다. 맑은 물길은 들판과 만나고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감성을 적시는 풍경이 펼쳐진다. 가을의 중턱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자연의 순정함이 가득한 곡성으로 떠나보자.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의 가을. ◇섬진강의 무릉도원 ‘침실습지’전남 곡성에 있는 섬진강은 수많은 보물을 품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연 생태가 고스란히 보존된 침실습지는 아름다움의 으뜸으로 칠 만하다. 침실습지는 섬진강과 곡성 군내에서 흘러든 곡성천, 고달천, 오곡천 등이 만나는 길목에 형성된 자연형 하천 습지다. 침실은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는 명당’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어 ‘섬진강의 무릉도원’으로 불리는 침실습지는 203만㎡ 규모로 형성돼 있다. 수달과 삵, 남생이, 흰꼬리수리 같은 멸종위기 야생 생물을 비롯해 6천665종이 넘는 생물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습지 인근 주민들도 수달을 종종 목격하는데, 수달 서식지가 있다는 것은 습지의 생태 피라미드가 건강하다는 증거다.침실습지 전역에는 청정 지역에서만 자라는 버드나무 군락이 있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홍수로 많은 나무가 쓸려 내려가 숲처럼 무성했던 모습이 사라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살이 돋듯 조금씩 회복하는 중이다. 스스로 상처를 회복하는 습지의 모습에서 자연은 스스로 정화하고 치유하는 능력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여울지는 강물과 물에 비친 산 그림자, 소박한 들꽃 등 침실습지의 주변 풍경도 매력적이다. 특히 새벽 풍경은 필설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습지 사이로 갈대가 흔들리고 안개가 짙게 피어오르면 물고기들은 숨을 죽이고 밤을 새운 왜가리만 푸드덕거린다.새벽 추위를 떨치고 섬진강 서편 강둑에 새벽 출사를 나온 사람들이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카메라 렌즈로 강물을 응시하고 있다. 침실 습지가 제법 넓기 때문에 인근만 둘러보려면 침실목교와 퐁퐁다리를 왕복한 뒤 생태 관찰 데크를 거쳐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코스가 좋다. 습지를 가로지르는 침실목교는 제법 길고 외형이 아름다워 포토존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사진작가들이 모여드는 곳은 해뜰녘에는 고달교 남쪽으로 200m 지점에 있는 섬진강 서편 강둑이나 생태데크가 시작되는 지점, 혹은 침곡목교 위쪽이다. 해질녘에는 동악산으로 떨어지는 풍광을 렌즈에 담는 포토그래퍼들을 볼 수 있다.침실습지는 물을 바라보며 멍한 상태를 유지하는 ‘물멍’의 최적지다. 모든 시름을 떨쳐버리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을 터다. 하이라이트 구간은 퐁퐁다리다. 철제 다리에 작은 구멍이 뚫려 물에 잠겨도 떠내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퐁퐁다리 한복판에 있으면 흐르는 물소리만 끊임없이 들린다. 쉴 새 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노라면 복잡하던 머릿속이 말끔히 비워지고 자연과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코키아 단지가 조성된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침실습지 인근의 또 다른 명소는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이다. 4만㎡ 부지에 유리온실, 초콜릿을 만들어보는 로즈카카오체험관, 장미공원 등이 들어서 있다. 이국적인 분수대와 연못, 정자가 어우러진 장미공원은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가을 끝 무렵인 이맘때에는 붉게 물든 코키아(댑싸리) 단지가 사람들로 북적인다.기차마을답게 증기기관차를 타고 가정역까지 짧은 기차 여행도 할 수 있는데, 열차 안에서 쫀드기와 별사탕처럼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주전부리도 판다. 가정역에 내리면 섬진강을 따라 옛 전라선 철도를 달리는 레일바이크를 체험할 수 있다.기차마을에서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곡성의 숨은 명소인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다. 국도 17호선이 지나는 신기 교차로에서 곡성 군내로 들어서는 2차선 도로를 따라 메타세쿼이아가 하늘로 시원스레 뻗었다. 녹색으로 쭉쭉 뻗은 여름철에도 좋지만 나뭇잎이 갈색으로 물드는 가을 풍경이 으뜸이다. 800m 남짓 늘어선 나무 사이로 드러나는 논 풍경도 볼거리다.영화 ‘곡성’을 본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종구(곽도원 분)가 딸 효진(김환희 분)과 오토바이를 타고 가며 환하게 웃던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도로변에 주차공간이나 갓길이 없지만 차량통행이 적은 편이라 느긋하게 드라이브 하기 좋다.숲속에 스며든 가을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동악산 자락에 있는 도림사가 제격이다. 도림사(道林寺)는 신라시대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옛이야기에 따르면 도인이 숲처럼 모여들어 도림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규모는 작지만 보물로 지정된 과불탱과 아미타여래설법도 등 문화재를 품고 있다.도림사 앞에 이르면 돌을 층층이 쌓아올려 만든 돌계단이 보인다. 수작업으로 한 칸 한 칸 쌓아 올렸을 계단은 보기에 아름답고 편안하다. 절에 들어서기 전 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마음을 추스른다. 한 칸씩 계단을 오를수록 도림사의 기품 있는 풍경이 눈으로 가득 들어온다. 고즈넉한 절 마당에 청량한 목탁소리가 울려 퍼진다. 푸른 숲을 배경으로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도림사의 전경 앞에 마음이 맑아지는 순간이다. 곡성 8경 가운데 하나인 도림효종(道林曉鐘)은 도림사의 종소리가 새벽 기운을 타고 먼 곳까지 은은하게 퍼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요하고 한적한 경내에 맞은편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잔잔한 음악처럼 퍼지고 가을빛으로 물든 나무가 하나, 둘 잎을 떨어뜨린다. 계곡 암반에 앉아 계절이 지나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어느새 자연과 하나 된 자신을 발견한다.동악산 북쪽에 있는 치유의 숲은 가을철 산책로로 명성이 높은 곳이다. 산림청 산하기관인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곡성 치유의 숲에서는 동악산 등반, 꽃차 블렌딩을 비롯해 산림을 이용한 치매 예방, 수면 건강 증진 프로그램, 숲에서 실시하는 태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별빛 가득한 곡성섬진강천문대곡성섬진강천문대는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고 서 있다. 순하게 흘러드는 물줄기처럼 둥글둥글 참 유한 모습이다. 한데 여느 천문대와 달리 평지에 자리해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게다가 주변으로 민가도 더러 눈에 띈다. 사실 이곳 곡성섬진강천문대가 들어서 있는 고달면 가정마을길 일대는 천문대가 들어서기에 그리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천문관측을 위해서는 주변의 인공광원이 없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곡성섬진강천문대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건 천문대 측이 마을주민들과 불리한 여건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합심하여 노력한 덕이다.우선 천문관측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마을과 도로에 설치된 가로등에 갓을 씌워 빛이 위로 향하지 못하게 했고, 천문관측이 이뤄지는 시간대 도로를 지나는 마을 차량들은 스스로 헤드라이트의 불빛을 끄고 지나기도 한다./곡성=글·사진 최병일 여행전문기자

2023-10-26

멈추었던 이야기가 다시 흐르는 곳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인 채 남아있을 수 있다는 건얼마나 큰 축복인가.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채로함께하는 사람과는 함께인 채로누구도 떠나지 않고무엇도 끝나지 않으며그렇게 영원할 수 있다는 것은.어렸을 땐 이야기의 끝이 무서웠다.그들의 행복이 영원할지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었으므로.그들이 떠나간 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그들의 손 한번 잡아 볼 수 없고숨결 한번 느껴 볼 수 없으므로. 그럼에도 이야기의 끝이란 얼마나 큰 축복인가.시간이 멈춘 청하 공진시장을 거닐며공기에 벽돌에 슬레이트 지붕에 스며 있는사랑과 따스함을 만져 볼 수 있다는 것이.크릴새우 먹는 펭귄과바다사자 먹는 북극곰이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는 곳에우리도 크고 작은 발을 얹어 볼 수 있다는 것이. 그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가 그를 사랑하듯내가 너를 사랑하고 네가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그 멈춘 이야기 속에 우리 이야기 한 스푼 섞어서다시 한번 이어 나가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글 : 이가은(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 임주은 임주은 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 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10-23

영덕 바닷가 46m 청동 약사불… 노래하는 스님 ‘10년의 꿈’

영덕군 영덕읍 영덕대게로. 시원스레 펼쳐진 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거대한 약사불(藥師佛·약사여래, 약사유리광여래, 약사불로 불리는 부처. 불교에서 중생의 병을 고쳐주는, 즉 의사와 약사 역할을 하는 부처를 지칭)이 우뚝 서게 된다.길이 46m의 약사불 아래로는 법당을 만들어 10만의 부처를 봉안할 예정.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예산만 200억 원.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다. 이름하여 ‘청동 동해 약사불 대작불사(大作佛事)’이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영덕 기원정사의 주지 자명 스님(58·속명 김상노).호방한 웃음과 거침없는 몸짓으로 대중에게 설법하고, 또한 자신이 작사한 노래를 통해 보다 친근하게 불교의 교리를 전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청명한 가을 햇살이 좋던 지난 19일 오전이었다.그와 주고받은 이야기는 유쾌하고 희망적이었다. 자명 스님은 마주 앉은 사람을 편안한 웃음으로 이끄는 힘을 가진 승려였다.아래 그날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명 스님의 과거와 현재를 요약하고, 나아가 그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향후 10년의 꿈을 그려보려 한다. □ 가난했던 중고교 시절… “나를 위로해준 건 음악”1965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마산(지금의 창원시)으로 이주한 자명 스님.몸이 불편해 경제활동이 어려웠던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는 도축장에서 고기를 사다가 바구니에 이고 다니며 팔았다. 행상으로 3남 1녀를 키우던 어머니가 자명 스님이 열두 살이던 때 세상을 떠났다. 이어 3년 후엔 천식을 앓던 아버지까지 돌아가신다.불행은 연이어 오는 것일까? 자명 스님의 중고교 시절엔 형님 둘도 불귀의 객이 됐다. 안타까운 요절이었다. 소년 김상노(자명 스님)는 험한 세상에 누이와 단 둘이 남겨졌다. 그 시절 ‘외로운 소년 김상노’를 위로해준 건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노래들.‘경남의 명문 고교’로 불리는 마산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대학 진학은 생각할 수 없었다. 학비가 없었으니까. 고교를 졸업하고는 고물 수집을 시작했다. 그런데, 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고물을 모은 자명 스님은 20대 초반에 작지 않은 돈을 벌게 된다.자신이 번 돈으로 대학을 갈 수 있게 되자, 경남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한다. 이후에도 막노동 등으로 학비를 마련하며 대학을 다녔다. 낙천적이고 활달한 기질은 대학에서도 자명 스님을 주목받게 했다. 학교를 마치고는 다소 생뚱맞게도 보험 영업에 뛰어들었다.자명 스님은 보험 영업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거둔다. 당시 프로야구 선수 선동열이 약 1억 원쯤의 연봉을 받았는데, 자명 스님은 보험왕이 돼 한 달에 1천만 원 이상을 벌었다.드라마 같은 자명 스님의 인생은 30대에도 이어진다. 1995년엔 무소속으로 출마해 만 30세에 최연소 도의원이 된 것.그때 지역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차의 유리창을 닦아주고는 ‘맑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쓰인 조그만 명함을 와이퍼에 끼워둔 선거운동 방식은 지금까지도 마산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정치판에서 부대끼며 권력의 덧없음을 돈오(頓悟·갑작스런 깨달음)한 자명 스님이 출가를 결심한 건 2005년이다. 산속의 컴컴한 토굴에서 1년 6개월을 지내며 마침내 자명 스님은 석가모니의 진면목에 눈뜨게 된다.□ 스승 영경 스님의 화두 “칼끝에 묻은 꿀을 빨고 살지 마라”2012년 출가한 지 7년이 흐른 후 자명 스님은 양산 통도사에서 영경 스님의 상좌(上佐)가 된다. 스승은 이런 공안(公案·화두)을 자명 스님에게 던졌다고 한다.“대장부답게 살아라. 칼끝에 묻은 꿀이나 핥고 살아서는 안 된다.”자명 스님은 최근 10년 동안 10장의 찬불가 앨범을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설법하는 방식으로 ‘노래’를 택한 것이다. 그 이유는 뭘까? 자명 스님은 이렇게 답했다.“불교 신자들이 늙어가고 있다. 이는 저변의 약화로 이어진다. 한국에선 기독교 신자가 17%, 가톨릭 신자가 7%, 불교 신자가 16%쯤 된다고 한다. 이는 종교 자체에 무관심하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이 60% 이상이라는 이야기다. 1천600년 한국 불교의 역사와 부처님이 펼친 뜻을 보다 쉽고 편안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게 ‘노래로 하는 설법’이다.”거기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내가 만들어 부르는 찬불가가 사람들에게 작은 치유와 위로로 다가설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 동해안의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는 청동 약사대불찬불가로 보다 친숙하게 불교의 교리를 설파해온 자명 스님은 지난 10년간 또 하나의 큰 불사를 차근차근 준비해왔다.영덕 기원정사 주변을 깔끔하게 정비하고, 입구에는 도로를 만들었다. 도로 개설 허가를 받고 완공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고 한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이제 ‘청동 동해 약사불 대작불사’의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일단 오는 29일 일요일엔 ‘불두봉안(佛頭奉安) 봉축법회’와 이를 축하하는 ‘산사 음악회’가 열린다.‘불두봉안’이란 부처의 머리를 받들어 모시는 행사를 말한다. 이미 기원정사 인근엔 11m에 이르는 불두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음악회엔 가수 김범룡과 윤태화, 광우 스님과 범준 스님이 초청됐다.46m의 대형 청동 약사불만으로도 영덕을 넘어 동해안의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자명 스님의 미래 계획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앞으로 10년 동안 대형 와불(臥佛·누워있는 불상)과 아미타불(阿彌陀佛·서방 극락정토의 주인인 부처)을 만드는 불사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짙푸른 동해 곁에 우뚝 설 초대형 약사불의 ‘불두’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한 이들은 이번 휴일 영덕 기원정사를 찾아 가을날 정취와 찬불가, 가수들의 공연까지 즐겨보는 건 어떨까./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10-23

호국의 고장 영덕서 ‘우리의 영웅’을 노래하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숨결이 살아있는 영덕에서 지난 21일 호국 벨트 조성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호국보훈 음악회 ‘다시, 우리의 영웅들과 함께’가 성황리에 개최됐다.이날 오후 영덕군 장사상륙작 전승기념공원에서 열린 행사는 영덕군과 경북남부보훈지청이 주최하고, 경북매일신문이 주관했으며 김동희 영덕군 부군수, 김지현 경북남부보훈지청장과 손덕수 영덕군의회의장, 최윤채 본지 대표이사 등 내빈과 영덕군민 1천여명이 대거 참석했다.식전 행사는 영덕줌마난타의 신명나는 공연으로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어 인칸토솔리스트의 앙상블이 가을 하늘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였다.이후 박문태 역사해설가의 장사상륙작전 의미에 대한 설명과 제2작전사령부 의장대의 절도 있는 시범 공연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었던 772명 학도병의 숭고한 희생을 소재로 한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장면을 보여주며, 국군장병들의 고마움과 행복한 오늘, 밝고 희망찬 내일을 기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죠이풀어린이합창단의 맑고 청아한 음색과 흥겨운 율동은 관람객들에게 순수한 감동을 선사해줬다.곧이어 ‘미스트롯 2’ 경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인기 가수 은가은을 비롯해, 듀엣가수 최성과 서후의 공연이 이어지자 관중들이 동시에 환호하며 한껏 열기를 더했다.이들은 댄스와 함께 신나는 ‘인기곡 메들리’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했다.마지막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마야였다. 마야는 ‘쿨하게’, ‘붉은 노을’, ‘진달래꽃’ 등 히트곡을 잇달아 부르며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다.관객들은 객석까지 내려와 열창하는 출연 가수들과 함께 환호하고 춤을 추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김동희 영덕군 부군수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피지도 못한 이들의 넋을 기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호국의 고장 영덕에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지현 경북남부보훈지청장은 “국토 수호를 위해 애쓴 호국영령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리다”면서 “그분들의 뜻을 받아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나아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이어 손덕수 영덕군의회의장은 “오늘 음악회는 보훈단체 뿐만 아니라 주민과 함께하는 음악회다”며 “모두 즐기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최윤채 경북매일신문 사장은 “오늘 이 자리가 영덕군이 호국보훈의 중심지로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영덕이 호국보훈의 성지가 될 수 있도록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윤식·이시라기자사진=이용선기자

2023-10-22

순국선열 기억하며… 영덕서 호국보훈 음악회 열린다

“영덕군은 목숨을 걸고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한 의병장 신돌석의 고향인 동시에, 일제강점기 애국항일운동의 역사적 한 장면으로 기록된 3·18 영해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곳이다. 또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해낸 학도병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기억되는 장사상륙작전이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숨결이 살아있는 영덕군과 오늘날 한국을 있게 한 국가 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담당하는 경북남부보훈지청(지청장 김지현)이 ‘호국 벨트 조성 프로젝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영덕은 228명의 독립유공자가 생활하고 있고, 이는 군 단위로는 경북 최대 숫자다.김광열 영덕군수를 비롯한 공무원과 영덕군민들은 이러한 ‘호국보훈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고, 나라를 위해 기꺼이 희생한 이들의 넋을 기리고자 호국 벨트 조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오는 21일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덕군과 경북남부보훈지청이 공동 주최하는 호국보훈 음악회가 열린다. 이름 하여 ‘다시, 우리의 영웅들과 함께’.21일 오후 2시 장사상륙작전이 펼쳐진 장사해수욕장 전승기념공원에서 진행될 이번 음악회엔 지역민들이 준비한 식전 공연이 열리고, 영덕군 어린이 합창단도 참여한다. 최성과 박혜민, 은가은, 마야 등의 가수는 공연을 통해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될 순국선열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게 된다.“이날 행사엔 생존한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어르신들도 초대한다”는 것이 영덕군청의 설명이다. 음악회 사회는 아나운서 문채희가 맡는다.향후 다양한 방면에서 추진될 영덕군의 호국 벨트 조성사업과 호국보훈 음악회 ‘다시, 우리의 영웅들과 함께’에 앞서 위에 언급된 신돌석 의병장과 3·18 영해 독립만세운동, 장사상륙작전에 관해 알아보고자 한다.이는 영덕군의 긍지이자, 나아가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다시 학습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서른 살이 되기 전 안타깝게 순국한 신돌석… 사후 건국공로훈장 추서의병(義兵)은 ‘국가가 적으로부터 침탈당해 위기에 처했을 때 통치권자의 명령 없이 스스로 뜻을 세워 외적에 대항해 싸우는 민간인 병사’다. 의병이 된다는 건 하나뿐인 목숨을 걸어야하는 일이니 누구도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조선이 기울어가던 무렵부터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강점기까지 영덕에선 적지 않은 의병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조국을 위해 싸웠다. 그들이 보여줬던 애국정신은 오늘날까지도 선명하다. 사학자들은 영덕 출신 의병장 신돌석을 지목해 “최초의 평민 의병장으로 견인불발(堅忍不拔)의 용기와 저항의식을 보였기에 영덕을 넘어 경상북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말한다.1878년 영덕군 축산면 도곡리에서 태어난 신돌석은 어릴 때부터 부당한 일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던 기개 높은 소년이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후 나라의 운명이 위험에 처하자 신돌석은 일본과 싸울 것을 결의하고, 1906년 영릉의병진(寧陵義兵陣)을 만든다. 이후 동해안과 태백산맥을 거점으로 일본군과 여러 차례 전투를 벌였다.당시 신돌석은 일본군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신장군실기’는 신돌석을 “그 모습이 장대하고 여력이 뛰어나 수십 길의 언덕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고 썼고, ‘의병대장신동유사’는 “전신주를 뽑아 일본 공병 5~6명을 무찔렀다”고 기록했다.신돌석은 영덕과 영해를 넘어 강원도 삼척에서까지 우리의 농수산물을 약탈하는 일본군에게 치명적 타격을 가해 이름을 높였다. 그랬으니 1907년 경기도 양주에서 전국 의병장들이 모였을 때 교남창의(嶠南倡義) 대장으로 추대된 것은 당연한 수순.호국과 애국의 마음으로 자신을 나라에 바친 신돌석은 서른이 되지 못한 채 젊은 나이에 순국한다. 국가는 그의 높은 충절과 의기를 기려 건국공로훈장을 추서했다.□ 김세영과 권태원이 주축이 된 1919년 3·18 영해 독립만세운동3·18 영해 독립만세운동은 8명의 순국자와 1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1919년 대표적인 독립만세운동의 하나다. ‘두산백과’는 이 운동을 비교적 상세하세 서술하고 있다. 아래 인용한다.“영덕 지역의 독립만세운동은 고종의 장례에 참례해 3·1운동을 직접 보고 귀향한 김세영이 구세군 참위 권태원 등 군내 인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서 추진됐다. 권태원은 정규하·남효직·남여명·박의락 등과 뜻을 모아 영해읍 성내동의 장날인 3월 18일에 거사하기로 결의했고, 이 일대의 향반과 유지들에게도 참여 약속을 받아냈다. 당일 오후 1시. 정규하와 박의락이 영해 주재소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자 장터에 모인 3천여 명이 일제히 호응했다. 행진에 나선 시위대는 저지하는 일본 경찰에 저항했고, 영해공립보통학교와 영해면사무소, 영해우편소 등을 차례로 파괴했다. 이 만세 시위는 인접한 병곡면까지 이어져 밤이 새도록 시내를 누비며 ‘독립 만세’를 불렀다.” □ 장사상륙작전, 10대의 학도병들 나라를 위해 목숨 걸다장사상륙작전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초기 불리했던 전황을 단숨에 뒤집어엎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견인했다. 작전의 성공 뒤에는 수많은 10대 학도병들의 희생이 있었다. 한국전쟁이 시작된 지 3개월. 경상남·북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남한 땅이 북한군의 손에 들어갔다.한국군 수뇌부와 UN군 사령부에겐 상황을 단숨에 역전시킬 획기적 작전이 필요했다. UN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는 “성공 확률이 낮고, 큰 희생이 예상된다”는 미국 워싱턴 정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인천상륙작전을 추진한다.그때 한국군 총참모장이던 정일권 육군 소장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전쟁의 승패가 좌우될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위해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만들어졌다.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이 있기 몇 시간 전. 경상북도 영덕군 남정면 장사동 해변으로 학도병 772명이 헤엄을 치거나 해변 소나무에 연결된 로프를 이용해 육지에 올라섰다. 장사상륙작전의 시작이었다.90% 이상이 총 한 번 쏴본 적 없는 어린 학생들로 구성된 그들은 당시 북한 조선인민군 최정예 부대로 평가받던 2군단과 당당히 맞서 7번 국도를 봉쇄해 조선인민군의 보급 루트를 끊었고, 소련제 기관총이 쏟아내는 수천 발의 총탄 앞에서도 두려움을 이기고 ‘200고지’를 탈환하는 전과를 거둔다. 이는 학도병들의 순정한 애국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터.이번에 호국보훈 음악회 ‘다시, 우리의 영웅들과 함께’가 열릴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은 바로 이들 수백 명 학도병의 순수한 열정과 나라사랑 정신을 받들어 만들어진 공간이다. 영덕군의 호국 벨트 조성사업과 호국보훈 음악회 개최 소식을 들은 다수의 영덕군민들은 “내세워 당당히 자랑할 수 있는 영덕의 애국정신을 알리고, 독립과 자유를 위해 희생된 순국선열의 뜻을 기리는 의미 있는 사업과 행사”라고 입을 모았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10-15

CCUS 최적지 인도네시아서 탄소 저장·활용 방안 찾는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 제도 시행이 본격화됐다. EU는 탄소배출량에 따라 수출 품목의 세금을 매기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위한 전환기 가동을 지난 1일부터 시작했다. 전환기 가동에 따라 2025년말까지 EU 외 제 3국에서 생산된 시멘트, 전기, 비료, 철 및 철강제품,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제품군을 EU에 수출하려면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산출해 EU에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이처럼 ‘탄소 배출량’이 무역시장 경쟁력 확보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표로 떠오르면서 산업계는 저탄소 생산 프로세스 개발, 저탄소 친환경 제품 개발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런 세계 산업계의 흐름을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탄소중립과 관련된 친환경 사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인도네시아는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글 싣는 순서1. 포항 영일만의 기적, 인도네시아에 닿다2. 이차전지 날개 단 인도네시아, 포항시 기회 찾으려면3. 인도네시아와 포항 기업 간의 교류 현 주소4. K기업문화, 인도네시아에 퍼진 한국기업 저력5. 탄소중립 시대,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떻게 ◇ 인도네시아 탄소중립 정책인도네시아는 아세안(ASEAN) 국가 중 탄소배출량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함께 아세안 국가 중 가장 선도적으로 탄소중립에 뛰어 든 국가이다. 인도네시아는 한국보다 다소 늦은 2060년까지 단계적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탄소중립을 위해 2025년까지 인도네시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3%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3천686기가와트(GW)에 달하는 동남아시아 최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력을 실현시키기 위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토지 확보 절차를 간소화하고, 유리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등 규제 장벽을 혁파하는 옴니버스법을 입안했다.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전기차 비즈니스도 탄소중립 트렌드와 맞물려있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산업이라는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을 통해 탄소중립 시대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자국 탄소 배출 저감을 꾀하고 있다.◇ CCUS, 국내 철강업계 ‘탄소’ 고민 해소하나인도네시아가 탄소중립시대에 주목하고 있는 또다른 사업은 바로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CCUS)’이다. 제철, 화력발전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분리, 포집해 저장하는 것이다. CCUS 기술은 탄소중립 실현의 가교가 되는 ‘브릿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2021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감축량의 14%를 CCUS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탄소포집 기술을 이용하면 대기중에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해 고갈 유전, 가스전 등에 수십~수백만년 저장할 수 있다. 탄소 포집, 운송, 저장 기술은 이미 어느정도 상용화돼 있고, 기술 성숙도도 높아 단기간 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인도네시아는 CCUS 사업을 추진하기에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CCUS 사업 추진 시 탄소는 주로 폐가스전, 폐유전에 저장되는데, 인도네시아는 수많은 가스전과 유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탄소 저장 공간이 풍부한 점을 활용해, CCUS를 활용한 수소·암모니아 발전 기술 개발을 발표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과 인도네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페르타미나가 진행한 공동 연구에 따르면 페르타미나 소유 석유 및 가스전에 10억 톤(t)의 잠재 탄소 저장 용량이 발견됐다. 한국의 경우, 이산화탄소 저장 공간이 부족해 탄소포집기술 활용이 제한적이다.한국석유공사(KNOC) 주도로 동해가스전 저장소를 개발하고 있지만, 연간 40만 t 수준에 불과하다. 철강업계에서만 연간 탄소배출량이 1억t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많은 민간 기업들은 탄소포집, 저장, 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말레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탄소 저장소를 확보하고 있다.포스코는 인도네시아를 눈여겨보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국영가스공사인 ‘페르타미나(Pertamina)’와 탄소 포집 및 저장 사업을 추진하고자 협력하고 있다. 찔레곤에 위치한 크라카타우 포스코에서 50~250㎞ 떨어진 인근 해상에 고갈중인 유전과 가스전을 활용해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 계획이다. 포스코는 2030년부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폐유전 및 가스전에 보관하는 실증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SK ES도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와 MOU를 체결해 CCS 분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페르타미나는 미국 엑손모빌, 프랑스 에르리퀴드, 일본 미쓰이 등과 협업해 CCUS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유전, 가스전을 탄소 저장소로 활용할 경우 탄소를 가스전에 넣는 과정에서 유전과 가스전에 남아있는 석유, 가스 또한 완전히 추출해 사용할 수 있어 탄소 저장과 활용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시, 탄소 중립 시대에 생존하려면포항시도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화두에 주목하고 있다. 포항시는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 선점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포항시가 집중한 5대 신성장 사업은 이차전지, 수소, 바이오, 철강신소재, 미래기술 분야다. 이 중에서도 포항시는 탄소중립 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급부상하고 있는 이차전지와 수소 분야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이차전지 분야에서의 성과는 뚜렷했다. 포항시는 빠르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예견하고 전기차의 심장인 이차전지 산업 유치에 총력을 다했다.전국 최초로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지정에 나선 결과, 지자체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우수 특구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를 건립하고 관련 산업 육성 조례를 제정하는 등 이차전지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2023년 상반기에만 5조 5천억원의 기업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등 유수의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는 포항시는 올해 7월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지정되며 지역 산업 구조 다변화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이차전지 산업과 더불어 수소 산업도 포항시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예타조사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최종 통과하면서 포항시는 친환경 수소경제 허브도시 비전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 기업 70개사를 유치하는 등 수소 생산과 소비가 연결되는 수소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포항시의 계획이다.핵심은 포스코의 포항제철소에 있다.포스코 포항제철소에는 이미 생산 공정에서 부생 수소가 발생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이미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 일부를 포항철강공단 내 수요기업에 공급하는 배관 공사에 착수했다. 총 172억원을 투입해 포항제철소 수소공장에서 수소저장탱크를 추가 건설하고 수소공장부터 포항철강산업단지 구간(5.4㎞)과 제철소 산소공장부터 포항철강사업단지 구간(4.3㎞)에 배관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포항제철소가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포항시에게 큰 기회다.포스코는 205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추진에 따라 수소환원제철 설비 하이렉스 (HyREX) 3기, 전기로 1기, 제강공장, 수소저장설비, 원료저장설비 등이 신규 설치될 예정이다.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포항, 광양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포스코 자체 수소 수요만 연간 수백만t에 이르게 된다.포스코는 자체 수요를 바탕으로 2050년까지 연 700만 t의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 기업이 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막대한 양의 수소 수요가 예상되는 만큼 수소 관련 인프라도 빠르게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수요가 확보되고, 수소 공급, 운송, 저장 시설들이 들어서게 되면 연관 산업체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수소, 이차전지가 유망산업인만큼 많은 지자체들이 두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여러 지자체와의 경쟁 속에서 이차전지 산업이 포항에서 둥지를 틀 수 있었던 것은 이차전지 산업의 가치를 알아본 선구안과 빠른 행정력 덕분이었다. 아직 초기 단계인 수소산업이 포항에서 영글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인터뷰 포스코 인니 최부식 박사“친환경 탄소중립, 탄소포집기술 중요”인간이 오랜 기간 사용 해 온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를 개발한다는 것은 당연히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기술 개발을 기다릴 수는 없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지구에게 시간을 벌 기술이 필요하다.지난 8월 31일 자카르타에 위치한 포스코 인도네시아 법인 사무실에서 최부식(51·사진) 박사를 만나 탄소중립 및 인도네시아 투자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탄소중립 시대에 탄소 포집이 왜 중요한지 설명해달라.△수소환원제철이나 신재생에너지 같은 기술은 기존에 탄소를 배출하던 산업의 생산 공정을 혁신해 완전히 탄소 배출을 없애는 것인 반면, CCS/CCUS 기술은 그대로 생산 공정을 유지하되, 배출하는 탄소를 포집해 격리해 이산화탄소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없애는 것이다. 전자는 원천적으로 탄소 배출을 없애는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CCS/CCUS 기술은 탄소 배출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장공간이 언젠가 고갈될 수 있는 등 제약이 있지만 단기간에 상용화가 가능하다. 국제사회에서도 CCUS의 탄소 중립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EU는 그린 택소노미에 CCUS를 포함했고, 미국의 경우 IRA 법안을 통해 CCUS기업에게 세금 공제 혜택을 부여했다. CCUS를 탄소중립 핵심 수단으로 바라보고, CCUS 관련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동해가스전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 저장소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탄소포집, 활용 기술만의 장점이 있다면.△비교적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 이미 탄소 포집, 운송, 저장 등 주요기술은 상용화가 됐고 기술성숙도도 최고 수준이다. 고갈 유전, 가스전에 저장할 경우 수십에서 수백만년 동안 안정적인 저장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고갈돼 가는 가스전이나 유전에 이산화탄소를 투입하면 잔류가스나 석유를 추출할 수도 있다. 기존에는 물을 집어넣어 추출하는 방식이었는데 따로 잔류 가스, 석유 추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산화탄소 저장 과정에서 바로 자원을 추출할 수 있으니 경제적이다. 활용에 있어 여러 장점이 있어 포스코도 탄소포집기술을 눈여겨보고,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CCUS/CCS 기술 분야에 많이 주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탄소 포집을 할 수 있는 저장소로 주로 폐가스전, 폐유전이 사용된다. 가스나 석유가 나오는 나라들이 탄소포집관련 사업을 하기 유리하다. 철강 산업 최초 CCUS 프로젝트를 추진한 곳도 아랍에미리트 최대 철강사인 에미레이트스틸이다.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와 함께 저장소를 개발해 연간 80만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는 말레이시아가 각광받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말레이시아와 CCU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와 삼성, SK, GS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이 추진하고 있는 셰퍼드 프로젝트는 한국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말레이시아로 이송해 저장하는 사업이다. 현대중공업도 페트로나스와 이산화탄소 운송체 연구 개발을 하고 있고, 한국전력공사와 포스코 등도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그 다음으로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도 산유국이기 때문에 폐가스전, 폐유전이 많다. 엑손모빌, BP 등 글로벌 석유 대기업 등이 총 15개의 CCUS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CCUS 프로젝트 추진에 인도네시아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CCUS프로젝트 중 일본 정부 지원에 기인한 프로젝트가 40% 수준이다. 일본은 현재 2050년 연간 CCUS 저장량을 1.2~2.4억톤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가지고자본투자, 재무 지원부터 국가간 정책, 사업 협력 지원까지 다양한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에서 어떻게 CCUS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가.△크라카타우 포스코 인근 50~250㎞ 해상에 고갈중인 유전과 가스전이 다수 포진해있다. 가스전 운영 주체인 국영 석유기업인 페르타미나가 현재 여기서 엑손모빌과 CCUS 활용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환경을 활용해서 CCUS 허브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핵심은 운송비다. 한국에서 말레이시아에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운송하려면 해상으로 운송해야되는데, 운송비가 많이 소요된다.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가스전 인근에 위치해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운송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파이프라인을 활용하면 해송에 비해 획기적으로 운송비를 줄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탄소 저장소를 확보하고 탄소포집기술을 활용하면 거세지는 탄소 중립 변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탄소포집기술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슬라브를 한국에 공급할 수도 있고, 한국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이송해 저장하는 방안도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여러 기관들과 협력해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끝/인도네시아에서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0-15

경기고보 수석 입학한 흥해 신동

경북사격연맹 회장을 지낸 최승태(崔升泰) 선생을 만나 부친 목운(木雲) 최원수(崔遠壽, 1912∼1987) 선생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최원수 선생은 건국 후 초대 영일군수와 제2대 국회의원을 지낸 분으로 남은 기록도 기억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그의 남다른 정치 역정을 보면 우리가 이어가야 할 뜨거운 정신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최승태 선생이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며 부친의 기억을 되살려내는 데에는 최승태 선생과 오랜 세월 함께한 김기철 선생의 도움이 있었음을 밝혀둔다. 김도형(이하 김) : 근황은 어떠신지요?최승태(이하 최) : 나이도 있고 하니 조용히 보내지. 지인들과는 틈틈이 연락하면서 일이 있으면 바깥에 나가기도 하고.김 : 선생님 집안은 원래 흥해에 있었다고 들었습니다.최 : 맞아. 포항으로 나오기 전에 흥해에 있었지. 할아버지가 흥해에서 한의원을 하셨거든.김 : 조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군요.최 : 할아버지 이름은 최봉래(崔鳳來)야. 독학으로 한의사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머리가 좋은 분이셨지. 지금 포항세무서 건너편에서 구생(九生)한의원이라는 큰 한의원을 하셨어. 당시 포항에서 가장 큰 한의원이었을 거야. 한의원은 입 구(口) 자의 적산가옥으로 대지만 300평이 넘었거든. 나중에 포항역 앞으로 옮겼는데 거기도 대지가 300∼400평 정도 되었어. 6·25 전쟁 때 두 군데 모두 소실되었고, 전쟁 후에 덕수동에 한옥으로 한의원을 새로 지었지. 할아버지는 포항노인회 회장을 맡으셨는데 1962년에 돌아가셨어. 작고하기 직전까지 진료를 보셨지.김 : 조부께서 남긴 일화가 있는지요?최 : 한마디로 원칙주의자였지. 꼬장꼬장하셨어. 1950년대에 이런 일화가 있어. 제3대 부통령인 함태영이 포항에 왔다가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며 어디로 오라는 연락이 왔어. 그런데 할아버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어. 나어린 함태영이 찾아와야지 내가 왜 그를 찾아가느냐고 말이야.함태영(1872∼1964)은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3·1 운동 후에 주동 인물로 잡혀 경성복심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출옥 후 평양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되었으며 광복 후에 한국신학대학장을 지냈다. 1952년에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 제3대 부통령에 당선되어 1956년까지 재임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조김 : 부친 최원수 선생은 어린 시절을 흥해에서 보내셨는지요?최 : 아버지는 흥해국민학교에 입학하셨는데, 그전에 서당에 다녔어. 청하에서 기청산수목원 가는 길에 있는 서당이었는데, 그곳에서 일곱 살이 되기 전에 ‘소학(小學)’과 ‘대학(大學)’을 다 뗐다고 해. 흥해에 신동 났다는 소문이 퍼졌지.김 : 최원수 선생이 흥해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경기고보에 수석으로 입학했다고 들었습니다.최 : 맞아. 흥해에서 국내 최고 명문인 경기고보에 수석 입학을 했으니 흥해가 떠들썩했겠지.1899년 개교한 경기고등학교는 1922년 경성제일공립고등보통학교로 교명을 바꾸었고, 1938년 4월 1일 경기공립중학교로 또다시 교명을 개칭했다. 따라서 최원수 선생은 경성제일공립고등보통학교 시절에 학교를 다녔다.흥해초등학교는 1908년 4월 4일 사립 의창소학교(義昌小學校)로 인가가 나면서 개교했고, 1911년 3월 18일 흥해공립보통학교로 설립 인가가 났다. 1937년 의창공립심상소학교, 1941년 의창공립국민학교로 교명이 바뀌었다. 1946년 흥해국민학교로 변경되었고, 1996년 현재 교명이 되었다. 1970년 흥해서부초등학교, 1998년 흥해남산초등학교가 흥해초등학교에서 분리 개교했다. 흥해초등학교는 1906년 3월 11일 개교한 연일초등학교(개교 당시 사립 광남학교)와 더불어 포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초등학교다.김 : 최원수 선생이 어릴 때부터 친분을 나눈 분은 누구십니까?최 : 코오롱그룹 창업주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이원만과 검사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한 김장섭이 있지. 두 사람은 아버지와 동향(同鄕)에 흥해국민학교 동창이어서 가깝게 지냈어. 아버지와 이원만, 김장섭 모두 일본 유학생이라는 공통점도 있고. 어머니가 칼국수 끓이는 솜씨가 좋았는데 이원만과 김장섭이 이따금 우리 집에 칼국수를 먹으러 왔지.니혼대학(日本大學)을 중퇴한 이원만(1904∼1994)은 경북 영일군의 산림을 관리하는 산림 기수보로 근무하다가 1933년 일본 오사카로 떠나 1935년에 광고용 모자를 생산하는 아사히공예주식회사를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코오롱그룹의 창업주로 우리나라에 나일론을 최초로 들여와 ‘현대판 문익점’이라 불린다. 정부에 수출입국, 공업단지 조성을 건의하고 한국산업수출공단 창립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구로공단과 구미공단 조성을 이끌었다. 1960년 참의원 선거에서 경상북도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었고, 제6, 7대 국회의원(민주공화당, 대구 동구)을 지냈다.메이지대학(明治大學) 법학부를 졸업한 김장섭(1909∼1993)은 일본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후 일제강점기 때 판검사를 했으며 1954년에 서울지검 검사장을 했다. 제1공화국 말기에는 내무부와 농림부의 차관을 지냈다. 1960년 1월 제4대 총선 보궐선거(영일군 을)에서 자유당 공천으로 당선되었고 4·19 혁명 후 참의원(무소속)에 당선되었다. 이후 제6, 7대 국회의원(민주공화당, 포항시·영일군·울릉군)을 지냈다. 오천중학교와 동해중학교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김 : 경기고보를 졸업한 후에 일본 유학길에 오르셨지요?최 : 일본의 리쓰메이칸대학(立命館大學)에 입학했는데 졸업은 못하고 중도에 귀국했지.리쓰메이칸대학교는 1900년 일본 교토에서 설립된 사립 종합대학교다. 간사이대학(関西大學), 간사이가쿠인대학(関西學院大學),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과 함께 일본 간사이 지역의 4대 명문 사립대학으로 알려져 있다.김 : 중도 귀국한 이유는 무엇입니까?최 : 일본이 전쟁을 확대하면서 일본에 있던 조선 유학생들의 삶도 고달파졌지. 한반도는 물론 일본 열도에서도 온갖 무리한 일이 벌어졌고, 조선 유학생들은 결국 견디기 힘들게 된 거야. 단적인 예로, 식량 사정이 악화되어 단무지 하나로 밥을 먹었다고 하더군. 아버지는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지만,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귀국하셨지.김 : 귀국해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최 : 포항으로 돌아와 형산면사무소에서 몇 년 근무하셨어. 일본 유학을 해서 일어에 능통했고 ‘아사히신문(朝日新聞)’과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을 평생 구독하셨지.김 : 일제강점기 때 포항에도 일본에 유학 갔던 조선인 자녀가 꽤 있었다고 들었습니다.최 : 지금의 중앙상가 북포항우체국 앞에 나가면 하오리(羽織)를 입고 뒷굽이 높은 게다(下駄)를 신은 일본 유학생들이 많이 다니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지역 원로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제강점기 때 동해안은 어자원이 풍부해 포항·영일에서도 수산업으로 큰돈을 번 사람이 꽤 있었다. 이들 중에 자녀들을 일본으로 유학 보낸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최승태1937년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초등학교와 포항중학교, 계성고등학교, 국민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포항으로 돌아와 사업을 하며 부친(최원수, 건국 후 초대 영일군수, 제2대 국회의원)의 정치적 기반을 지켰다. 민주화추진협의회와 민주산악회에 참여해 김영삼 대통령 당선에 헌신했으며, 경북사격연맹 회장, 국제사격연맹 심판관, 라이온스클럽 경북 309-N 지구 총재를 맡았다.

2023-10-15

신문왕의 권력독점 뒤엔 수많은 이들의 희생 있었다

무열왕 김춘추의 돌올한 외교 수완과 정치력, 무열왕의 손위 처남 김유신의 탁월한 전쟁 수행 능력과 상대를 압도하는 전략적 병법(兵法)을 앞세운 신라는 660년 황산벌전투에서 승리하며 백제를 병합했다.이어 668년에는 평양성전투에서 고구려 군대를 궤멸시키며 삼한일통(삼국통일)에 한 걸음 더 다가섰고, 문무왕 김법민의 집권 이후인 676년엔 당대 아시아 최강대국 당나라 세력을 몰아냄으로써 온전한 통일국가의 형태를 갖춘다. 그리고, 삼국이 통일된 5년 후인 681년. 문무왕은 “죽어서도 나라를 위협하는 일본 해적들을 막아내는 용이 되겠다”는 말을 남기고 붕어(崩御)한다.문무왕의 아들이자 무열왕의 손자인 신문왕 김정명은 효자였다. 아버지의 뜻을 그대로 수용해 일본 도적들이 출몰하는 서라벌 바닷가에 문무왕의 뼈를 묻었다. 그리고, 인근에 완성한 사찰이 지금의 경주시 문무대왕면에 자리한 감은사(感恩寺)다. ◆통일 이후 최대 과제는 권력의 중앙집중화와 왕권 공고화7세기 후반 이처럼 새롭게 재정비된 신라 통일왕조의 제1과제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지방 귀족들에게도 나눠주었던 권력을 빼앗아 중앙으로 집중시키고, 통일 왕조 군주의 권력을 최대치로 강화하는 것이었다.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다. 자신 앞에 놓인 권력과 돈을 “저는 관심 없어요. 제가 가졌던 권력이건 돈이건 모두 가져가세요”라며 쉽사리 허락할 이는 드물거나 아예 없다. 남들이 가진 권력을 자신 앞으로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강제력과 희생양이 필요한 법. 신문왕 김정명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그랬기에 신문왕 집권 초기엔 한 차례 거센 피바람이 불어닥친다. 수많은 이들이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다. 특히 처가가 풍비박산(風飛雹散) 났다.우리역사문화연구소 김용만 소장의 책 ‘인물한국사’엔 이와 관련된 서술이 등장한다. 다소 끔찍하기까지 한 내용이다.“신문왕은 냉정하면서도 판단력과 실천력이 뛰어난 임금이었다. 그는 즉위한지 한 달 만에 반란 모의죄로 소판(蘇判) 김흠돌, 파진찬(波珍湌) 흥원, 대아찬(大阿湌) 진공 등을 처형했다. 놀랍게도 김흠돌은 신문왕의 장인이었다. 김흠돌은 661년 6월 김유신을 도와 고구려 공격에 참여했고, 668년엔 대당총관 자격으로 고구려 정벌에 참여해 그 공으로 고위 공직인 소판에 올랐다. 흥원과 진공도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이다. 신문왕은 김흠돌을 처형한 지 8일 후에 그들을 참수한 이유를 발표했다. 김흠돌 등이 사악한 자를 끌어들이고 궁중의 내시들과 결탁해 반란을 일으키려고 했다는 것. 이어 얼마 후에는 이찬(伊湌) 군관의 목을 베었다. 신문왕은 그가 김흠돌이 반역할 것을 알고도 고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형하고, 그의 장남까지 자살해 죽게 만들었다.”자신의 권력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인어른”이라 부르던 사람에게도 가차없었던 게 신문왕. 아내가 슬픔 속에서 흘릴 눈물은 ‘통일된 국가의 왕권 강화’라는 대의명분 아래 무시됐다.◆중국과 일본, 조선왕조에서도 권력 독점을 위한 희생이…그런데, 권력의 독점과 강화를 위해 친족이나 처족을 죽인 사례는 비단 신문왕 통치 시기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다.우리와 가까운 나라 일본과 중국, 신라와 고려왕조 이후 등장했던 조선에서도 그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가마쿠라 막부(鎌倉幕府)에 이은 무로마치 막부(室町幕府) 시대. 그 카리스마가 수백 년 세월을 넘어 아직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는 “권력을 나눠달라” 요구하는 동생의 목을 잘라버린다. 같은 시대 또 다른 다이묘(大名·중세 일본의 봉건 영주) 하나는 인근 지역 다이묘에게 생포된 아버지를 어렵게 빼내 와서는 죽여버린다. “늙은이가 바보 같이 사로잡혀 내 권력 쟁취 가도에 걸림돌이 될 뻔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무시무시하다.중국 최초의 통일왕조인 진나라의 시황(始皇)은 친모가 ‘노애’라는 사내와 밀통해 낳은 동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어머니를 찾아가 “다시는 임신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수십 차례 배를 걷어찬다.씨가 다른 젖먹이 동생은 가죽부대에 넣어 돌바닥에 패대기쳐 죽인다. 생후 몇 개월도 되지 않은 아기를. 그 젖먹이가 커서 자신이 독점한 권력을 찬탈할 걸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중국 고서 ‘사기(史記)’에 등장하는 이 이야기 역시 잔인하기 짝이 없다.초나라 항우와 권력을 다투던 유방은 “당신 아버지가 포로가 됐다. 항우가 그를 끓는 물에 삶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잘 삶기면 다리 하나 얻어먹으면 되겠네”라며 외면했다.이 일이 있기 몇 해 전에는 적군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마차가 무거워 속도가 나지 않는다”며 함께 탄 아들을 발길질해 마차 아래로 떨어뜨린 사람이 유방이다. 왕이 되기 위해서 아버지와 아들 관계라는 혈족의 인연까지 잘라버린 것이다. 결국 유방은 한나라의 제1대 황제가 됐다.일본이나 중국까지 갈 것도 없다. 조선 건국 초기. 태종 이방원은 이복동생 이방석을 쇠몽둥이로 때려죽였고, 계유정난(癸酉靖難)을 통해 집권한 세조 이유(李瑈)는 16세 어린 조카 단종 이홍위(李弘暐)의 목에 밧줄을 걸어 죽였다.조선이 기틀을 잡아가던 14세기 후반부터 15세기 초반까지 왕들은 수많은 처가 사람들을 참수하고, 입에 사약을 퍼부었다. 이를 ‘살육의 역사’라 부르는 건 터무니없는 과장이 아닐 터. 모두 권력을 쟁취해 독점하고,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통일신라의 위엄과 권위를 위해 첫 아내 내치고, 새 아내 맞아신문왕이 신라의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오른 건 겨우 열여섯 살 때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병약하고 왜소했다고 알려진 그는 오래 살지도 못했다. 스물일곱에 사망했으니. 그러니, 집권 기간은 겨우 11년이다.그럼에도 신문왕은 괄목할 만한 정치·사회적 개혁을 주도한 군주로 평가받는다. 김부식이 집필한 ‘삼국사기’는 신문왕 김정명의 통치 당시 행적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신문왕은 지방 조직 정비와 지방 통치제도를 확립했으며, 전국을 9주5소경으로 나누고 행정조직을 강화했다. 청주에 서원경(西原京)을 설치하고 달구벌로 수도 이전을 계획하기도 했다. 687년 5월엔 문무 관료전을 최초로 지급했고, 689년 1월에는 귀족에게서 노동력 징발이 가능한 녹읍을 폐지해 귀족의 권한을 약화시킴으로써 왕권의 전제화를 이뤘다.”21세기인 요즘이라면 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니며 취직을 고민할 나이에 불과한 10~20대에 위와 같은 일을 해냈다면 신문왕은 ‘워커홀릭(Workaholic)’이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그런 그가 장인을 죽이고, 아들을 낳지 못한 아내를 궁궐 밖으로 내치고, 전처(前妻) 보란 듯이 새로운 아내를 성대한 혼인식 속에 맞아들인 냉혈한의 모습을 보인 것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앞서 언급한 ‘인물한국사’를 다시 살펴본다.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전략) 신문왕은 왕권을 강화하고 귀족들의 저항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그 첫째가 외척의 발호를 막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막강한 권력을 가진 김흠돌을 제거하고 배후 세력이 없는 여성을 왕비로 새로 맞이했다. 신문왕은 김씨 왕후를 쫓아낸 지 2년 후인 683년 김흠운(金欽運)의 딸을 왕후로 삼기로 하고 폐백 15수레, 쌀, 기름 등 135수레, 벼 15수레를 보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5월 7일 그녀를 부인으로 책봉하고, 여러 대신들을 보내 그녀를 맞이하게 했다. 수레에 탄 그녀 곁에 시종하는 관원들의 숫자가 엄청났다. 이런 성대한 결혼식은 처가가 대단한 세력가였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결혼을 최대한 이용해 왕실의 위엄을 드러내 보이려는 의도에서였다.”그랬다. 바로 ‘왕실의 위엄’, 넓게 해석하면 통일왕국 권력의 중앙집중화와 왕권의 공고화(鞏固化)를 위해 처가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이는 삼한일통을 이룬 신라의 찬란한 빛 아래 숨겨진 또 하나의 ‘어두운 그림자’ 같은 역사가 아닐까.(계속)/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23-10-10

역사강사 최태성 “김유신이 삼국통일 위업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김유신은 몰락한 금관가야의 후손이라는 태생적 약점에 절망하지 않고, 언제나 미래를 직시하며 노력과 땀을 아끼지 않았기에 무열왕 김춘추와 함께 삼국통일이라는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성큼 다가선 가을을 몸과 마음으로 실감할 수 있었던 10월 7일 오전.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경북매일신문이 주관한 강연회 ‘신라의 삼국통일-무열왕과 김유신의 시대’엔 경주시민과 경북도민, 내외빈을 포함 1천500여 명의 사람들이 찾아 발 디딜 틈 없는 성황을 이뤘다.경주 화백컨벤션센터 3층 대강당에서 열린 ‘신라의 삼국통일-무열왕과 김유신의 시대’라는 주제의 강연회에 강사로 나선 이는 공중파와 케이블방송, 유튜브 등에서 ‘큰별쌤’으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최태성 씨.최태성 강사는 백제와 고구려의 병합(660년과 668년), 당나라의 축출로 이어지는 삼국통일의 과정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김유신과 무열왕(김춘추)에 얽힌 이야기를 1시간 10분의 시간 동안 누구나 알기 쉽고 재밌게 풀어내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경주시장, 경북도·경주시 의원, 신라문화원장 등도 참석강연회엔 주낙영 경주시장과 이동협 경주시의회 부의장, 경주시의회 이경희, 정원기 의원, 경북도의회 배진석, 황명강 의원, 진병길 신라문화원장 등도 자리를 함께 해 시민들과 유쾌한 만남을 가졌다.강연회가 시작되기 전 무대에 오른 주낙영 시장은 “연휴의 시작을 신라 역사와 함께 하려는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최태성 강사의 인기를 실감했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삼국통일이 이뤄진 7세기 중후반 우리나라의 역사에 관해 짤막하지만 인상적인 ‘소강연’을 펼쳐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이어 이동협 부의장은 “경주시민은 물론 국회의원들까지 이번 강연회에 참가 의사를 전해왔었다”는 말로 ‘신라의 삼국통일-무열왕과 김유신의 시대’ 강연회에 쏠린 지역민들의 관심을 알려 박수를 받았다.강연회를 주관한 경북매일의 최윤채 대표는 “너무나 짧은 시간에 참가 신청이 마감돼 참석을 원했던 분들 모두를 이 자리에 모시지 못해 송구하다”며, “내년에는 더 큰 공간에서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살필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유신의 고뇌와 환희를 흥미로운 강연으로 풀어낸 최태성 강사본격적인 강연에 나선 최태성 강사는 ‘금관가야의 마지막 통치자 구형왕(김유신의 증조부)-김무력(김유신의 조부)-김서현(김유신의 부친)-김유신’으로 이어지는 가계도를 그려, 어떤 과정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 밀려온 유민(流民)에 불과했던 김유신이 신라의 핵심 정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인지 설명했다.그 과정에서 최 강사는 특유의 유머와 재치 있는 어법으로 ‘김유신의 아버지 김서현과 어머니 만명부인의 러브 스토리’ ‘김유신과 기생 천관의 만남과 이별’ ‘김유신의 여동생 문희가 무열왕 김춘추와 결혼하게 된 사연’ 등을 자연스레 이끌어내 객석의 웃음과 감탄을 불러냈다.이날 강연회엔 아버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참석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이를 감안한 듯 최태성 강사는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 친절하게 신라와 삼국통일의 역사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의 답변을 이끌어내는 정감 있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줬다.“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김유신은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뤄낸 인물로 오늘날까지 기억되고 있다”는 말로 강연을 마친 최 강사는 “여러분도 자신의 세운 목표를 향해 쉼 없이 꾸준히 달려간다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말로 강연장을 찾은 어린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강연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참석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찍는 사진에 포즈를 취해주는 등 ‘팬 서비스’에도 충실했던 최태성 강사의 ‘신라의 삼국통일-무열왕과 김유신의 시대’ 강연회.아침 일찍부터 준비해 경주 화백컨벤션센터를 찾은 울산의 한 가족. 딸과 아들의 손을 잡은 아버지는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선물 받은 강연회였고, 아이들에게 좋은 가을 선물이 된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10-07

가을에 물든 사찰·정자·고택으로 떠나볼까

가을이면 산사로 떠난다. 산사로 가는 길에선 왠지 청량한 향기가 나는 듯하다. 바람 소리, 물 소리, 새 소리를 벗 삼아 걷다 보면 세속의 번뇌가 시나브로 씻겨지는 듯하다. 경상남도 밀양의 작은 절인 만어사(萬魚寺)로 떠났다. 1만 마리 물고기에 관한 전설이 있는 만어사는 무려 2천년의 세월을 견딘 고찰(古刹)이다. 가을이 깊숙이 밀려온 만어사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이 가을 감성 가득한 여행지 밀양으로 떠나보자. ◇ 1만 마리의 물고기 같은 너덜이 펼친 절경경남 밀양 남쪽 삼랑진에 있는 만어산을 차로 오르다 보면 중턱쯤에 작은 절이 보인다. 만어사다. 만어사는 규모는 작지만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에 나올 정도로 오래된 절이다. 금관가야를 세운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 때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니 역사가 2천년 가깝다. 창건 이후 왕들이 불공을 올리는 장소로 이용됐고, 고려 명종 10년(1180년)에 중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지금의 만어사는 보물 제466호 삼층석탑과 근래에 지은 대웅전, 범종각, 삼성각이 전부인 조촐한 산중 사찰이다. 기이하게도 만어사의 가장 큰 볼거리는 사찰 앞마당을 가득 뒤덮고 있는 돌들이다. 크고 작은 돌이 쏟아져 내린 듯 널브러져 있는 곳을 흔히 ‘너덜겅 지대’라고 하는데, 전국의 너덜겅 지대 중 가장 규모가 크고 풍광이 빼어난 곳이 바로 만어사 주변이다.만어사의 너덜겅은 폭이 약 100m, 길이는 500m나 된다. 만어사는 바로 이 돌들을 1만 마리 물고기에 비유한 명칭이다. 한여름 소나기가 내린 날이면 수많은 물고기가 주둥이를 물 위로 내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너덜겅은 고기들이 변해서 된 것이라 하여 만어석(萬魚石) 또는 어산불영(魚山佛影)이라 부른다.믿을 수 없는 풍광이 펼쳐지는데 전설이 따라붙지 않을 리 없다.동해 용왕의 아들이 자신의 수명이 다한 것을 깨닫고 낙동강 건너에 있는 무척산이란 곳의 신승(神僧)을 찾아가 새로 살 곳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신승은 용왕의 아들에게 ‘가다가 멈추는 곳이 바로 그곳’이라고 말해줬다. 용왕의 아들이 길을 떠나자 수많은 물고기 떼가 그의 뒤를 따랐는데, 그가 멈춘 곳이 만어사다. 만어사에 이르자 용왕의 아들은 큰 미륵돌로 변했고, 그를 따르던 물고기들은 크고 작은 돌로 변했다고 한다. 전설처럼 만어사의 돌들은 마치 물고기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돌들을 두드리면 맑은 종소리가 나서 만어산 경석이라고 부른다. 화강암의 성분에 따라 소리가 조금씩 다르다.경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대웅전 옆에 있는 높이 5m의 자연석이다. ‘미륵바위’ 또는 ‘미륵불상’이라고 한다. 전설 속 동해 용왕의 아들이 변한 돌이다. 자연석 표면에 붉은색이 감도는 부분이 가사(袈裟)처럼 보인다고도 한다. 주지스님은 잉어를 닮았다거나 물고기가 입질하는 모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보존 상태가 너무나 좋아서 기나긴 세월을 견뎌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미륵바위는 병자호란이나 임진왜란, 갑오농민전쟁, 경술국치, 3·1만세운동, 6·25전쟁, 4·19혁명, 5·16 군사정변 등 역사적 격변의 시기마다 돌의 오른쪽 면에서 마치 눈물을 쏟듯 물이 흘러내렸다고 한다.신비한 이야기 때문인지 미륵바위에 기원하면 아기를 낳지 못하던 여인이 득남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만어사의 돌도 특이하지만 사찰 마당에서 바라보는 첩첩의 산 능선이 절경이다. 마치 진경산수화처럼 산이 겹쳐 있는 운해는 밀양 8경으로 꼽힐 정도로 매력적이다. ◇ 이팝나무 ‘데칼코마니’가 매혹적인 위양지만어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신라 때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된 저수지가 있다. 경상남도의 문화재 자료이기도 한 위양지다. 위양지는 밀양 시내를 보호하듯이 감싸고 있는 밀양의 진산인 ‘화학산’ 아래 있는 연못이다. 저수지 주변의 수백 년 된 이팝나무가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은 이색적이면서 경이롭다. 아침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저수지에 깔리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위양지는 신라 때 축조된 저수지다. 위양지 주차장 앞 현판에는 “선량한 백성들을 위해 축조됐다”라는 설명이 쓰여 있다. 원래 논에 물을 대던 수리 저수지였지만, 인근에 거대한 가산저수지가 들어서면서 역할을 빼앗겼다. 대신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 쓸모가 바뀐 셈이다.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온 사람들은 봄보다 가을의 풍경에 손을 들어준다. 저수지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청둥오리들이 한가롭게 물위를 떠돌며 산책을 즐기고 있고, 그 물속으로는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은 산과 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호수 주위의 수백살 된 이팝나무와 느티나무는 물속에서 꿈꾸듯이 고요하다. 여기에 물에 투영된 산그림자는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듯이 아름답다. 가을 이른 새벽마다 이 빼어난 풍경을 담으려는 사진 애호가들이 곳곳에 자리잡는 이유다. 특히 아침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에 젖은 저수지는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자아내 이색적이면서도 경이롭다.위양지는 사철 모두 아름답지만 봄에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저수지 둘레의 오래된 이팝나무들이 일제히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저수지 가운데 5개의 작은 섬과 완재정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다. 완재정은 안동 권씨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재실로, 1900년에 조성된 정자다. 건축 당시 완재정은 배로 출입하도록 했지만 지금은 길을 놓아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가수 아이유가 주연으로 나온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여행정보밀양강 지류인 남천가에 있는 금시당은 1566년 조선 명종 때 좌승지를 지낸 학자 이광진이 고향에 내려와 학문을 가르치기 위해 세운 집이다.이광진은 ‘중종실록’‘인조실록’ 편찬에 참여했으며 관직에서 물러난 뒤 고향으로 돌아와 밀양강이 굽이치는 언덕 위에 금시당을 짓고 노년을 보냈다.금시(今時)는 지금이 옳다는 뜻. 금시당은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는데 이광진의 5대손 백곡 이지운(1681~1763)이 복원했다. 백곡재는 이지운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재사(齋舍)로 금시당 동쪽 축대 위에 있다.금시당 백곡재의 자랑은 이광진이 직접 심었다는 450년 된 은행나무다.밀양 여행의 필수 코스 중 하나는 영남루다. 양쪽에 침류당과 능파당이란 건물을 거느린 웅장한 규모의 영남루는 진주 남강의 촉석루, 평양 대동강의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꼽힌다. 누각은 규모부터 현판의 글씨까지 시원시원하다.영남루는 밀양강 건너편에서 보는 야경이 특히 아름답다. 조명 켜진 영남루를 바라보면서 천변을 따라 느릿느릿 걷는 것만으로도 가을밤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기회송림유원지’는 영화 ‘밀양’의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150여 년 전 남기리 기회마을 주민들이 북천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폭 200m, 길이 1천500m의 방수림이다./밀양=최병일 여행전문기자

2023-10-05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역대급 콘텐츠로 ‘대동난장’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2023이 구)안동역사부지, 원도심, 탈춤공원과 하회마을 등에서 9일까지 다채로운 축제 콘텐츠로 관광객들을 매혹하고 있다. 올해 탈춤축제는 10개국 11개 단체 해외 공연단이 국가별 특색있는 탈문화 공연을 진행한다. 또한, 축제의 킬러 콘텐츠인 대동난장 프로그램을 통해 탈을 쓴 사람들의 참여형 축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공모에 이어, 전국을 대상으로 한 버스킹 공모사업으로 MZ세대 등 젊은 층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했다. 여기에 매년 관광객으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탈놀이단은 ‘꽃눈깨비’라는 명칭으로 재미있고 역동적인 춤과 동작으로 신명나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축제공간 확대 및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진행되는 전통시장에서는 국내·외 공연단이 참여하는 퍼레이드와 마임, 탈춤외전, 시장가면 등을 통해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이 전통시장까지 함께 관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축제장에서는 300여 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부스들이 운영 중이며, 시내 곳곳에서도 문화예술공연장과 세계탈전시관, 탈춤축제 메타버스 체험관, 옛사진 전시 등 탈춤 관련 콘텐츠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안동/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3-10-05

횡성한우축제 최초 총감독 선임, 문화관광 도시로 디자인

“규모가 크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이 우수한 축제의 지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번 19회 횡성한우축제는 지역주민과 외지 방문객 모두 즐거움을 나누고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지난달 27일 횡성군청에서 만난 김명기 횡성군수는 축제의 성공의 열쇠는 어떤 콘텐츠를 제공하냐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횡성’ 하면 한우축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횡성한우축제는 지역의 대표 축제지만 이에 대한 남모를 고민도 있다. 관광객들이 한우축제만 찾는다는 것. 한우축제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횡성의 다양한 매력을 만날 기회를 놓치고 만다는 의미다. “횡성군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인 횡성한우축제를 비롯해 읍·면 지역에서 다양한 축제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안흥찐빵축제, 횡성더덕축제, 둔내토마토축제 등 주로 특산물을 메인 테마로 둔 축제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또 횡성호수길축제, 횡성회다지소리축제, 올해 첫 선을 보인 소(牛)맥프리미엄 페스티벌 등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을 근간으로 한 축제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이 같은 고민에도 불구하고 ‘횡성한우’를 테마로 한 횡성한우축제는 당연히 다른 지역축제들과 규모면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올 한우축제는 ‘횡성의 인심! 한우의 자부심!’을 주제로 오는 6~10일 닷새간 열린다. 이번 축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역대 최초로 축제 총감독을 선임해 축제를 기획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틀과 운영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기 위한 방안이다.올해 한우축제가 그동안 개최해온 축제와 크게 달라진 부분은 ‘먹거리축제’를 넘어 횡성한우를 테마로 지역의 문화성, 생활성을 담아내는 데 역점을 뒀다는 점이다. 김명기 군수는 “한우축제는 지역 대표 먹거리를 메인테마로 가진 축제의 특성상 먹거리 소비가 주를 이루는 한계점도 가지고 있었다”면서 “횡성한우 관련 단체와 생산자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벗어나 여러 지역주민과 방문객이 어우러지고 만족할 수 있는 ‘공유의 축제’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고 강조했다.올해 횡성한우축제에서 눈 여겨 볼 만한 것은 축제의 핵심공간인 ‘구이터’를 비롯해 다양한 횡성한우 부위를 코스요리로 즐길 수 있는 ‘미식파티’와 횡성한우 비선호 부위를 이용한 요리들이 펼쳐지는 ‘스트릿푸드존’이 새롭게 선보인다는 점이다.“횡성한우를 테마로 한 축제이기 때문에 먹거리 부분을 소홀히 할 수 없는데요. 올해 축제에선 단순히 방문객들이 특정 장소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방식에 그치지 않고 새롭고 신선한 공간을 구성한 점에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이 밖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준비돼 있다. 기존 대형 텐트에 여러 부스와 정보를 담아냈던 주제관은 걸어 다니면서 횡성군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는 ‘스트릿 에코뮤지엄’으로 전환했다. 또 횡성한우 크기의 모형에 지역 작가들이 색을 입힌 ‘카우쇼’, 횡성군 9개 읍·면을 스토리텔링한 체험존,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담아낸 주제공연, 건강, 행복, 웰빙을 테마로 잔디밭에 펼쳐질 ‘웰니스파티’, 볏짚을 이용한 미끄럼틀과 놀이터 등 다양한 공간과 프로그램이 준비 중이다.축제가 확 달라진 만큼 김명기 군수는 횡성을 문화관광의 도시로 디자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운영해온 횡성문화재단을 ‘횡성문화관광재단’으로 확대 개편하고 과거 지역 문화예술인과 단체와의 네트워크를 넘어 지역 관광 종사자까지 교류의 범위를 넓혔다.“차별화된 관광사업 발굴, 체류형 관광 인프라 확장, 다각적인 홍보·마케팅을 통해 횡성의 관광 경쟁력을 높이는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김명기 군수는 지난 1년간 다양한 성과를 거뒀지만 그중에서도 횡성의 미래 발전을 견인할 새로운 동력 기반을 마련한 것이 가장 보람있었다고 밝혔다.이모빌리티 산업생태계 조성 및 자율주행 상용화 거점도시로서 횡성의 기반을 다졌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모빌리티 연구실증단지건립에 들어갔고, 현대자동차 전기차 재제조 배터리 안전성 평가센터를 유치했다. 모빌리티 뿐만 아니라 의료헬스, 스마트 분야 대규모 산업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다.“먼저 관련 산업 유치를 위해 100만 평에 달하는 대규모 산업단지를 신규 조성할 예정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바이오 헬스 벨트 구축산업에 포함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되어 첨단산업 분야의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도록 선제 대응하겠습니다. 미래 모빌리티 거점특화단지와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을 성공 추진해 강원도형 모빌리티 특화도시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계획입니다.”이 외에도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제1, 2 문화복합단지 조성, 횡성 베이스볼파크를 중심으로 KBO 야구발전센터 및 다목적 스포츠 트레이닝 센터 조성, 친환경 복합 에너지타운 조성 등이 김명기 군수가 밝힌 중점 추진 계획이다.김명기 군수는 부자 농촌을 만들기 위한 의지도 나타냈다. 경관농업단지 발전을 통한 농업 관광자원화, 농업소득 보전을 위해 추진 중인 행복농자재 지원사업도 더욱 내실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 계절 근로자 배치를 통한 농업인력 부족 해결, 농가소득 보전, 영농비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농업인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경제활력도시 횡성이 완성되면, 인구 유입으로 군민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주변 상권과 경제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우리 군은 수도권 부럽지 않은 도농 복합도시로 앞서 나가게 될 것입니다. 명품 한우의 도시를 넘어 모빌리티 선도 도시로서 새롭게 성장해나가는 횡성이 되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횡성=최병일 전문기자

2023-10-03

오감만족 콘텐츠 가득 경주서 가을 즐기세요

지역 대표 명품문화 예술축제인 제50회 신라문화제가 역대급 콘텐츠로 6일 개막한다.이번 축제는 전년도 미비점은 보완하고 오감을 사로잡는 프로그램 규모는 더욱 확대해 축제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지난해 화백제전 수상객석(2천석) 부족으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던 부분은 인근에 대형 LED를 설치하고 돗자리 존(1천석)을 추가로 마련했다.먼저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뮤지컬, 풍물 퍼레이드, 향가·시낭송 등의 콘텐츠로 봉황대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어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화백제전, 실크로드 페스타, 달빛난장 등의 역대급 콘텐츠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를 선사한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올해는 무엇보다 방문객들이 안전하게 신라문화제를 즐길 수 있도록 경호·보조 인력을 대폭 확대했으며, 지역 특색을 담은 콘텐츠와 공간구성으로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성을 가진 축제로의 변화를 시도했다”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10월에 신라문화제에 반드시 오셔서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가득 담아 가시길 바란다” 고 밝혔다. □ 도심경제 활성화신라문화제 대표 먹거리 야시장인 ‘달빛난장’이 13일부터 15일까지 봉황대, 중앙로, 내남사거리 잔디밭 일원에서 펼쳐진다.참여업체는 지난해 21곳에서 올해 33개로 확대했다. 이는 중심상가 및 봉황·황리단길 연합회와 전통시장·노점상 연합회 등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상인들과 꾸준히 협의 끝에 얻은 결과물이다. 메뉴는 닭꼬치, 잔치국수, 탕후루, 케밥, 족발, 생과일 쥬스, 생맥주 등 다양하다.지난해 노란색 파라솔로 꾸민 레트로 가믹존(70곳)은 올해 그 개수를 늘려 제공하며, 감성 피크닉존(60곳)과 신라라운지존(60곳)도 확대 비치해 축제를 즐기러온 방문객이 축제장에 오래 머무르며 소비할 수 있게 준비했다.또 같은 기간 전문 거리예술공연 65회, 지역예술인 버스킹 49회가 진행되는 ‘실크로드 페스타’는 중심상가와 황리단길 등 도심 곳곳에서 음악과 공연으로 축제의 장을 만든다.10대들과 MZ세대를 겨냥한 ‘화랑무도회’는 로꼬, 김하온, 릴러말즈 등 유명 힙합 래퍼들의 참여가 예정돼 있다.이는 신라문화제가 지금까지 기성세대의 잔치에 머물렀다면, 지난해부터 시도된 ‘화랑무도회’로 전 연령층이 함께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진 것이라 말할 수 있다.또 내남사거리 인근 금관총고분관을 잇는 잔디밭에도 감성쉼터를 조성해 황리단길 청년들을 중심상가로 유도한다. □ 월정교와 화백제전월정교는 동궁과 월지와 함께 경주에서 야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조선시대에 유실되어 없어진 것을 10여 년간의 조사 및 고증과 복원을 진행해 2018년 4월 모든 복원을 완료했다.신라문화제는 이곳 월정교에서 화백제전으로 화려한 막이 오른다.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화백제전(和白祭田)은 13일 오후 7시부터 월정교 수상 특설무대에서 개최된다.지난해 2천석 수상객석을 가득 메운 화백제전은 더 많은 관람객이 안전상의 문제로 관람할 수 없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는 인근에 대형LED 500인치를 설치하고 화면 앞에 1천석의 돗자리 존을 마련했다. 또 부득이하게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24일 밤 11시 포항MBC에서 화백제전 특집방송을 준비했다.공연은 숭신전, 육부전 등 실제 문중이 참여하는 신라의 태동을 여는 신라왕 추대식으로 펼쳐진다. 이어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 물 위에서 펼쳐지는 수상 퍼포먼스가 결합된 수준 높은 창작 공연을 비롯해 경주시립고취대, 경주플라잉, 무용협회 등 지역 예술인들이 대거 출연해 월정교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빛낸다. □ 시민축제운영단 조기 출범과감히 관 주도형에서 벗어나 시민참여형 축제를 표방하고 있는 이번 신라문화제는 지난해 선보인 시민축제운영단을 조기 출범하고 그 규모를 대거 확대했다.시민축제운영단은 축제 SNS홍보단(시민서포터즈), 실크로드 페스타(시민축제학교), 친환경그린리더(화랑원화단)으로 구성됐다. 지난 3월부터 모집한 시민축제운영단은 지난해 180여명이 참여한데 반해 올해는 320여명이 참여한다.지난 7월부터는 친환경 그린 리더 ‘화랑원화단’ 중·고등학생 35명을 모집해 친환경 체험학습과 폐자재를 활용한 작품창작 및 플로깅 등의 친환경 활동을 수행했다. 시민축제학교는 13일부터 15일까지 봉황대 축제장 일원에서 시민들이 직접 기획한 양말목공예 체험, 술술 토크쇼, 주령구 놀이 등의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펼친다.□ 수준 높은 예술제로 감동 선사신라문화제 중 6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는 신라예술제는 (사)한국예총 경주지회에서 주관한다.뮤지컬 ‘세 그루 아래 만나다’는 같은 기간 봉황대 특설무대에서 지역의 역사적 인물인 처용, 홍도, 최준을 소재로 한층 높아진 수준의 공연을 선보인다.또 ‘다시, 경주를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미술, 사진, 문인화 등도 전시한다. 특히 사진작가협회에서는 50회를 맞아 그간 추억의 신라문화제 사진 6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옛 경주의 거리, 신라문화제를 추억하고 싶은 분들은 반드시 관람해 보길 추천한다.육부촌 풍물퍼레이드는 뮤지컬 공연 전 식전 붐업행사로 봉황대 인근 6곳에서 풍물패 300여 명이 신명나게 축제를 알리며 봉황대 특설까지 풍물패 소리와 함께 인파를 몰고 올 예정이다./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3-10-03

온 가족 함께 이층버스 타고 대구 도심 한바퀴 ‘씽씽’

대구시가 한가위를 맞아 황금연휴기간 대구시티투어를 운영키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대구시티투어는 대구의 주요 관광지와 문화유산 및 대구 지역을 순회하는 투어 사업을 운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외래관광객 유치 및 지역 관광산업 발전을 이끌 예정이다.투어의 추석 연휴 운영 일정은 6일이라는 긴 시간에 맞게 오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운영된다. 단, 추석당일인 29일과 월요일인 2일에는 운휴한다.시티투어의 경우 도심순환노선으로 1일 7회 운영될 계획이다.도심순환노선의 경우 10개 지점에서 3대(2층버스 1대, 1층버스 2대)로 운영되며, 테마노선 및 특별노선도 3대(1층버스)가 운영된다.정기노선은 팔공산, 비슬산, 수성가창, 낙동강, 야경의 테마를 가지고 있고, 특별노선은 고(故) 이건희 특별전 연계노선 군위군 노선, 갤러리투어,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노선 등으로 구성돼 있다.이용요금은 성인 1만 원, 중·고생 8천 원, 어린이·경로·장애인 6천 원이다. 운행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순환하며, 테마코스의 경우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된다.대구시는 추석연휴와 판타지아 대구페스타 행사 기간에 시티투어버스 도심순환노선 요금 5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도심순환노선은 동대구역을 시작으로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동성로, 근대문화골목, 이월드·두류공원, 앞산전망대, 수성못 등 대구 도심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는 것으로 1일 7회 운영된다. 올해는 테마노선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오는 10월 1일에는 대구시로 편입된 군위군에서는 새로운 투어가 진행된다. 이날 군위군 투어는 20명 이상 모객시 운영이 되며, 운행노선은 청라언덕역(오전 9시 30분)→동대구역(오전 10시)→군위삼존석굴→한밤마을→부계면(중식)→화본역→인각사→일연공원→동대구역(오후 5시)→청라언덕역(오후 5시 30분)으로 구성돼 있다.또 오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5인 이상 모객 시 운영되는 팔공산 코스와 비슬산 코스, 낙동강 코스 및 수성가창 코스도 운영될 예정이다.도심순환노선 주요 정류장은 10지점으로 나뉜다. 각 지점의 즐길거리는 다음과 같다.1 동대구역 출발 KTX, 고속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대구 교통의 요충지로 동대구역 앞 시티투어 승강장에서 버스를 탑승해 도심순환노선 승차권을 구입, 멋진 대구관광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대구아쿠아리움이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가 가볼만 하다. 시티투어를 신청할 시 연계해 20% 할인 행사도 진행 중이다.2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가수 고(故) 김광석의 옛 모습과 주옥같은 노랫말로 가득 채워진 아름다운 문화예술 거리다. 이색적인 벽화를 감상하며 옛 추억을 공감할 수 있고, 예술가 공방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주변에는 김광석 동상, 시민참여코너, 추억의문방구, 카페, 꽃집, 분식, 보리밥, 파전, 막걸리, 한우갈비 등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있다. 3 동성로 대구를 대표하는 가장 번화한 거리다. 유행을 선도하는 쇼핑몰과 백화점을 비롯해 영화관, 공연장 등 문화공간과 야시골목, 로데오거리, 화장품거리 등 곳곳에 명물거리가 자리해 있다. 주변에는 패션주얼리특구, 교동시장, 2·28기념중앙공원, 야시골목, 교동먹자골목, 호프골목, 커피골목, 떡볶이골목 등이 있다.4 근대문화골목 청라언덕은 대구의 기독교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정착하고 성장한 중심지다. 100여년전 옛 선교사 주택이 남아 있으며, 현재 의료선교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주변에는 은혜정원, 동산의료원 100주년 기념 종탑, 대구동산병원 구관 현관, 동무생각 노래비 등이 있다.5 청라언덕역·서문시장 조선시대 3대 시장의 하나였던 서문시장은 지금도 섬유 관련 품목들을 비롯해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달성공원은 우리나라 성곽 역사상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토성(서기261년)이다. 주변에는 관풍루, 향토역사관, 동물원, 상화시비, 수운 최제우 동상 등이 있고, 칼국수, 보리밥, 잔치국수, 납작만두 등 먹거리가 있다. 6 이월드·두류공원 이월드는 202m 높이의 83타워를 중심으로 스카이점프를 비롯해 다양한 놀이시설과 관람시설을 갖춘 유럽풍 테마파크다. 두류공원에는 문화예술회관, 야외음악당 등이 자리해 있다. 주변에는 문화예술회관, 야외음악당, 관광정보센터, 성당못, 이월드가 있다.이월드의 경우 시티투어와 연계해 주간 자유이용권 20% 할인행사를 진행한다.7 안지랑곱창골목 쫄깃한 양념곱창으로 전국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명물거리다. 전국 5대 음식테마거리로도 선정됐으며,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양념곱창을 맛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주변에는 앞산카페거리, 앞산맛둘레길, 안지랑골이 있다.8 앞산전망대 케이블카를 타고 앞산 정상부 전망대에 오르면 대구 시가지와 팔공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시가지 야경이 일품이며, 앞산 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주변에는 낙동강승전기념관, 은적사, 안일사가 있고, 카페, 레스토랑, 한식, 중식 등을 즐길 수 있다. 케이블카의 경우 시티투어와 연계시 왕복권을 할인한다. 9 수성못 1년 내내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수성못 일대는 음악분수를 비롯해 벤치와 수목, 산책로, 놀이공원 등이 어우러져 유원지를 이루고 있다. 들안길 먹거리타운과도 인접해 있어 나들이 코스로 좋다. 주변에는 수성유원지, 영상음악분수, 수성랜드, 오리배, 아이스링크 등이 있고 카페, 한식, 중식, 양식 레스토랑 등도 있다.10 국립대구박물관 대구·경북 지역의 출토유물을 전시하고, 영남지역의 선비문화와 민속문화를 재현하는 곳, 전시업무 외에 유적발굴 및 학술조사, 청소년문화강좌, 영화상영, 어린이 문화재그리기 대회 등이 진행된다. 주변에는 범어공원, 대구어린이대공원이 있다./김재욱기자·안병욱인턴기자

2023-09-26

“연휴 기간 네트워크 흔들려선 안되죠” 24시간 비상 출동 대기

우리가 매일 쓰는 데이터 양과 정보량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통신망이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다. KT대구경북광역본부에 따르면 유무선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북동부권의 무인시설만 약 600개소, 통신망 길이를 모두 합하면 지구둘레에 버금갈 정도로 광범위하다. 안정운용에 투입되는 KT경북동부권 네트워크본부 인력은 100여명이 넘는다.365일 24시간 통신망 운용에 고군분투하는 KT네트워크본부 직원 가운데 지난 96년 입사해 26년을 포항, 경주 등 경북동부권에서 근무한 김병철(52·사진·대구/경북NW운용본부 경북액세스운용센터 포항운용부) ‘KT 명장’에게 26년 근무기간의 애환을 들어본다.‘KT 명장’은 현재 직무를 7년 이상 수행했거나 Pre-Meister 자격을 유지한 전문성을 갖춘 직원이 대상이 된다. 입사 25년 이상자 중 최근 3년 이내 일정 수준 이상의 고과성적과 최근 2년 이내 CEO표창자 중에 심사를 거쳐 선발되는 만큼 우수한 실력은 기본이다. 김 명장은 KT대구경북직원의 1%에 해당하는 명예 명장이다.김병철 명장은 “요즘은 통신장비들이 자동화하고 원격제어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이동 거리가 많지 않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장비가 설치된 무인국사까지 직접 이동해서 점검이나 정비를 해야 했다”며 “경북동부권역만 해도 관할지역이 워낙 넓기에 부서원 한달 평균 이동거리가 3만 ㎞를 넘었고 개인적으로도 한달에 2천 ㎞이상 경북 방방곡곡을 다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연재해로 인해 통신서비스에 이상이 생기면 많은 고객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제적인 점검이 필수”라며 “명절이나 휴가철은 물론 최근 전국적으로 피해를 입힌 집중호우와 같은 자연재해에 대비해 비상근무는 일상이라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도 했다.김 명장처럼 전국에서 낮밤을 가리지 않고 본인의 일에 열중하는 통신사 직원들이 있기에 국민들이 마음 편히 전화, 인터넷 등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다음은 김 명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예천을 비롯해 경북지역에서도 상당한 피해가 있었다. 재해 관련 기억나는 일이 있는지.△작년 힌남노가 최근에 겪은 일이라 기억에 남는다. 항상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비를 한다고 하지만 막을 수는 없기에 긴장을 하고 있었다. 밤사이 회사 빌딩의 인근 변압기 터지는 소리를 시작으로 KT시설 피해가 있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안전에 유의하면서 신속하게 복구해 고객불편을 최소화 했다. 큰비와 바람으로 즉각적인 조치가 쉽지 않았다. 특히 고객들이 밀집해 있었던 포항 오천의 아파트는 대부분 지하에 통신장비가 구축돼 있는데 지하에 물이 차고 뻘밭으로 변하면서 장비와 케이블 교체가 난감한 상황이었다. 인근의 여러 아파트가 같은 조건이다 보니 제한된 장비와 열악한 환경에서 복구가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태풍으로 전기도 끊긴 상황이라 휴대폰 충전이나 IPTV가 나오지 않아 주민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는 ESG추진팀과 협의해 발전기를 사용해 스마트폰 충전서비스를 지원하고, 모든 직원이 총 동원돼 최우선으로 통신서비스를 재개했던 기억이 난다.-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면.△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전국적으로 PC방 붐이 일었고, 제가 근무하는 포항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PC방 인터넷 개통 업무를 전담하여 매일같이 PC방을 다녔었다. 개통도 개통이지만 초창기라 서비스 안정화가 되지 않아 24시간 고장 신고를 받았다. 그러던 중 한밤중에 고장신고 전화를 직접 받았다. 사정이 급하다 보니 PC방 사장님이 고객센터가 아닌 개통을 담당한 저에게 바로 고장 신고를 한 것이었다. 분명 전화를 받은 기억은 있는데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너무 죄송해 일어나자 마자 바로 해당 PC방을 찾았는데 사장님이 저를 보시더니 그냥 웃기만 하셨다. PC방 서비스 초기라 밤낮없이 개통과 장애처리를 하다 보니 너무 피곤한 나머지 통화를 하다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PC방 사장님도 밤낮없이 PC방 업무를 처리하는 제 사정을 알고 그냥 웃고 넘어가신 것이다. 지금이야 이런 일이 없지만 그때는 PC방에 컴퓨터 한대만 고장이 나도 KT에 고장 신고를 하던 시절이었다.또 다른 사례는 포항 오천에 있는 해병대 부대 내에 장병들 복지를 위한 사이버 정보방용 인터넷 전용회선을 설치하러 방문했을 때다. 부대 통신실에서 사이버 정보방 설치 장소까지 약 200m 거리인데 구내통신 선로가 없어 난감 했었다. 빨리 개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도저히 직원 2명이서 하루만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 때 현장 상황을 살펴보던 부대장님이 부대원들을 동원해 1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통신케이블을 포설해 줘 무사히 당일 개통을 마쳤다. 역시 ‘필승 해병대’ 라는 구호를 나도 모르게 떠올렸던 기억이 생생하다.-인터넷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지.△지역에서 발생하는 인터넷 장애의 대다수는 사외공사로 인해 KT통신장비가 피해를 입어 통신 서비스의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장애 알림을 받으면 내용을 분석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장애가 발생했는지 파악한 후 관련 부서와 협업해 이를 해결한다. 만약 케이블 끊어짐 등의 상황이라면 긴급 복구를 진행하거나 다른 경로의 케이블을 활용해 우회작업을 진행한다. 장비 불량이라면 동일 장비로 교체하거나 이중화된 장비로 전환해 지속적인 서비스가 되도록 조치한다. 또한, 소상공인들의 경우 유선인터넷 기반의 카드 포스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장애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이동통신(무선) 기반 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비를 긴급 투입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KT네트워크본부 경북액세스운용센터 포항운용부 김병철 명장 -장애 예방을 위한 활동은.△지역 네트워크의 안정 운용을 위해 네트워크 장비 이중화, 경로 이원화를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네트워크 장비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상태를 정밀하게 점검하고 클린업해 장애를 예방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외부기관 공사로 인한 케이블 단선 사례가 잦기 때문에 2019년부터 ATACAMA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공사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한 후 KT 케이블이 매설된 지역과의 거리를 산출하여 근거리 공사시 자동으로 관련 직원이 출동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한다. 시스템 도입전과 비교해 불필요한 출동이 줄어들어 대고객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공사업체 또한 출동한 KT직원으로부터 케이블 매설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어 유용한 시스템이다.-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지금까지도 그랬듯이 퇴직할 때까지 우리 지역 주민들이 편안하게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경북동부권 통신망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각오로 임할 생각이다./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3-09-26

“영일만에 연 5천t 공장 건립… 이차전지 리더 도약할 것”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 연산 5천t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 생산 공장이 건립된다. 포스코는 2025년까지 포항지역에 3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4월 4일 포항시청에서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실리콘 음극재 생산공장 건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포스코그룹은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7월 실리콘음극재 개발업체인 테라테크노스를 인수해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이름을 변경했다.이재우(43·사진) 포스코실리콘솔루션 대표와 최근 비대면 인터뷰를 가졌다. -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인지.△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실리콘산화물 음극재를 생산하는 회사이다.실리콘산화물 음극재는 기존 흑연계 대비 에너지 저장 능력이 크고 출력 특성이 좋아서 전기차의 주행거리 향상과 급속 충전을 가능하게 한다.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사에서 실리콘 음극재를 도입하고 있다. 향후 인조흑연 다음으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어떤 계기로 창업했는지.△오랜 기간 재료를 공부하면서 실리콘소재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실리콘소재가 더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최고의 실리콘 제조기술을 개발해보자는 연구자로서의 욕심이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회사를 현재까지 끌어올릴수 있는 계기였다.- 주요 보유 기술에 대해 설명하자면.△여타 실리콘산화물 음극재 제조업체들은 배치식 생산방식을 적용해 생산성 향상과 품질향상에 제약이 있는 반면,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철강 제조공정에서 착안한 고온액상 제조방식을 통해 연속생산이 가능하며, 음극재 내 실리콘 함량도 높일 수 있다.- 포스코가 100% 지분 인수를 하면서 사명 변경, 생산공장 포항 설치 등 사업 추진 속도를 내고 있는데, 어떤 인연으로 포스코와 이어지게 됐나.△포스코는 이차전지소재 분야의 선도업체로서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철강 제조공정에서 착안한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의 실리콘 제조공정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포스코홀딩스는 테라테크노스의 생산기술 및 제품 양산성에 대한 검증을 끝마치고 2022년 7월에 인수했고, 테라테크노스는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재탄생하게 됐다.이 인수를 통해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제조 공정 노하우 및 연구 인프라를 얻게 됐다. 더불어 포스코의 안정적인 시스템과 제도를 도입해 사업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다.- 포항 지역에 생산 공장 건설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생산 거점으로서 포항 입지의 매력도 얘기해 달라.△포스코실리콘솔루션이 포항 지역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계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포항은 포스코 철강사업뿐만 아니라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특화 단지로 발전하고 있는 지역으로, 향후 이차전지 사업 및 인프라를 활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또한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RIST와 같은 포스코그룹의 기업 및 연구소가 밀집해 있어 이차전지 기술을 고도화하는데 있어 포스코그룹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지역이다. 향후 포항실리콘솔루션은 포항의 인프라와 기술 생태계를 활용해 생산 공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 공장 건설 이후 어떤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사업적 목표는.△현재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의 사업적 목표는 2024년 상반기까지 연산 450톤 규모의 실리콘음극재 1단계 생산설비 준공하는 것이다.이 목표를 통해 안정적인 생산능력과 기술을 확보하고 단계적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로서의 입지를 확립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지속 가능한 미래에너지 산업에 기여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포스코그룹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포스코그룹은 실리콘 음극재 생산설비 투자가 완료되면 양극재, 천연흑연, 인조흑연 및 실리콘 음극재까지 모든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전체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이차전지 소재분야에서 확실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포항에서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역에서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포항에 지속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으로부터의 지원에 기대하고 있는 것들 또한 있다.먼저, 포항 지역 정착의 조기안정화를 위한 투자 인센티브와 행정적 업무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회사의 투자가 더욱 원활하게 진행되고, 지역사회와의 상호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공장 운영을 위해 많은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포항지역에서의 인력 확보와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사회와 산업체들의 협력을 통해 지역 인재들에게 적합한 교육과 기술 지원들이 충분히 제공됐으면 한다.무엇보다 지속적인 증설투자를 위해서는 포항 지역 내 전력공급 인프라가 중요하다. 향후 5천 톤 이상의 증설투자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공급 확대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지자체 및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이재우 포스코실리콘솔루션 대표 -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회사는 직원들께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분 한분이 바로 회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이다. 직원분들의 기여와 노력을 소중히 생각하며, 회사는 직원들이 가진 각자의 장점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회사와 직원들 모두가 서로를 지지하고 협력해 더 큰 성과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부탁드린다.- 포항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포항 지역 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통해 더욱 더 발전하고자 한다. 회사의 목표는 포항 시민들과 함께 이뤄야 할 목표이며, 이를 통해 더 나은 포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포항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에 감사드리며, 포항 지역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3-09-26

고즈넉한 자연·탁트인 바다… 황금연휴 가족나들이 떠나요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풍성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낼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다.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무려 6일이나 이어지는 이번 추석 명절에는 차례와 성묘를 지낸 후에도 많은 시간적 여유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전국 각지에서 오랜만에 어렵게 모인 가족들은, 모처럼의 귀한 시간들을 즐길 나들이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경북 지역에는 가족 나들이에 적당한 관광 명소가, 어떤 곳이 있을까? 가족 단위로 산책하며 대화를 할 수 있는 편안한 곳, 새로운 분위기, 나만 알고 싶은 멋진 곳 등을 소개해 본다. △경주경주엑스포대공원이 추석 황금연휴맞이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이 가득한 ‘한가위 한마당 행사’를 마련했다.‘한가위한마당행사’는 체험마당과 공연마당으로 나눠 진행 되는데 추석 당일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공원 내 곡수원 일원에서 펼쳐진다.체험마당의 경우 관람객들은 다듬이놀이와 널뛰기, 말뚝이 떡 먹이기, 활쏘기, 떡메치기, 윷놀이 등의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프로그램 연계한 우리놀이인 깃털제기와 산가지, 실뜨기. 비사치기 등과 골든벨, 주령구 던지기 등 경품 제공 이벤트도 실시된다. 공연마당은 곡수원 옆에 마련되는 무대에서 마임과 트로트, 풍선아트, 브라스 밴드 등의 공연이 매일 오후 1시와 3시에 2차례 열려 관람객들의 흥을 돋울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인피니티 플라잉 공연도 추석연휴에 이어지고 29일 저녁에는 국악창작극 ‘오줌싸개 보희의 꿈’ 마지막 공연이 열린다.지구에 불시착한 네온 외계인을 쫓아가는 콘셉트의 체험형 야외이벤트인 ‘루미나 네온 카니발’도 추석 연휴기간 휴장 없이 개최된다.특히 경주엑스포공원은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한가위 입장료 50% 할인 이벤트도 진행한다. 한복 착용자와 3대 가족 관람, 달 관련 아이템 소지자에 대해서는 경주엑스포대공원 및 루미나 네온 카니발 입장료를 일괄적으로 각각 6천원과 5천원을 받는다.△안동온라인 커뮤니티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역시 다양하게 생기지만 가끔은 오래된 것들이 그립기도 하다.그럴 때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인 안동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안동은 고즈넉한 멋과 전통미, 현대미를 모두 갖춘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한 고장이기도 하다.안동하면 가장 먼저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이 떠오르지만 병산서원도 새롭게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세계문화유산이다.병산서원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으로도 손꼽힌다. 낙동강이 서원을 휘감고, 푸른 절벽이 서원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자연 속에서 힐링하기에 완벽한 곳이다.병산서원에 들어서면 ‘자기를 낮추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라는 ‘복례의 뜻’ 그대로, 소박함과 담백함을 갖춘 만대루와 입교당 마루를 만날 수 있다.고려 말 공민왕은 홍건적의 난을 피하는 피난 도중에도, 이곳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고 감동해 ‘서책과 땅을 하사했다’고 전해진다.조선시대 병산서원은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하며 많은 학자를 배출했다. 서애 류성룡 선생과 인연이 깊은 곳으로, 현재 서애 선생의 문집을 비롯해 각종 문헌 1천여 종 3천여권이 소장돼 있다. 병산서원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곳이기도 하지만 자연 경치가 뛰어나 인생 사진을 찍을 장소가 많다. △예천예천문화관광재단은 추석 연휴부터 10월까지 가을맞이 ‘삼강주막 나루터축제’, ‘삼강 낭만 나들이’, ‘금당야행’ 행사를 개최한다.‘삼강주막 나루터축제’는 추석 연휴 기간 삼강문화단지 일원에서 삼강주막과 보부상체험관, 강문화전시관 등을 개최해 다양한 콘텐츠 공연과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한다.축제는 Retro(레트로) ‘과거의 재현’과 Newtro(뉴트로) ‘과거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K-세일즈맨과 보부상운동회, 삼강골든벨, 스토리텔링 공연 등 삼강주막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전통 문화 체험이 준비돼 있다. 또 삼삼오오버스킹과 나룻배만들기, 전통의상, 막걸리만들기, 전통놀이 등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삼강문화단지에서는 ‘삼강 낭만 나들이 행사’가 10월 2~3일, 14~15일, 21~22일 등 3차례 진행된다. 이 행사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 트레킹 및 플로깅, 모꼬지, 포토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관광객들에게 제공한다.용문면 금당실마을 일원에서는 10월 7일부터 이틀간 ‘금당야행’이 개최된다.스탬프투어와 체험프로그램, 전통혼례, 어린이 공연, 스토리텔링 공연, 예술인공연 등을 진행해 참여자들에게 돌담길 사이사이를 오가며 예천군의 독특한 가을 정취를 만끽할 기회를 제공한다. △포항포항 북구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관광지로는, 사방기념공원이 있다.사방기념공원은 한국의 근대적 사방사업(산에 나무를 심고 강둑을 높이는 등 자연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하는 공사)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사방기술의 산교육장으로 야외 시범전시장을 조성해 국내외 방문자들에게 산림복구기술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사방전시기념관은 전시실 3개에 자료 445점이 보관돼 전시 중이다. 이곳의 정상 지점인 묵은봉은 경치가 뛰어난데다, 최근에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홍반장의 배가 있는 곳으로 유명해졌다.목은봉까지 가는 길은 산책로와 계단로 등 3개 코스가 있다.산책로 코스 중간 지점에는 실제 시공 현장을 모형으로 재현해 놓은 야외 사방 시설과 삼국시대 석실묘와 석곽묘 등을 전시해 놓은 문화유적 전시시설이 있다. 목은봉은 가족과 함께 산과 바다 경치를 내려다 보고 즐기며, 사진을 찍고 산책을 즐기기에 최고의 장소다.남구에서는 최근 장길리복합낚시공원이 인플루언서들의 각광을 받으며 새롭게 부각되는 곳이다. 이곳에는 확 트인 해안데크 산책로와 잔디공원, 부유식 낚시터 등이 인기 만점이다. 맑고 푸른 빛의 바다와 부드럽게 펼쳐진 해안 경관을 자랑하는 이 곳은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조류의 특성으로 전국 낚시꾼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최근 드론으로 보릿돌교에 서 있는 사람들을 촬영해 개인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면서 또다른 인기를 누리고 있다.하지만 보릿돌교는 군사지역으로 허가 없이 드론 촬영은 금지돼 있기 때문에, 보릿돌교 사진 촬영을 원하는 경우 인접 전망대 4층에서 사진 촬영을 하길 권한다.시원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가족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기 좋은 이곳 해안데크 중간에 마련된 포토존은 특히 가족 사진 촬영에 안성맞춤이다. /정안진·황성호·피현진·장은희기자

2023-09-26

홀수 길일 맞춰 차례… 안동 풍산 류씨 종가의 ‘중양명절’

오는 29일은 ‘추석’ 명절이다. 한가위·가위·가윗날·가배일(嘉俳日)·중추절 등으로도 불리는 8월 보름 ‘추석’은 ‘설’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로도 손꼽힌다.각 가정은 추석날 아침 햇곡으로 빚은 송편과 각종 음식을 차려놓고 조상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한다. 추석 전에 산소를 찾아 미리 벌초를 해 두기도 한다. 그럼에도 현재 명절의 모습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핵가족화로 급속하게 쇠락했다. 여기에 2019년 발생한 코로나19는 명절 예법을 간소화하거나 폐지시켰다.우리나라에서 유교 사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안동을 비롯한 경북의 종가나 종택에서 조차 예법들이 간소화 됐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명절 차례에 참석하지 못하자 영상으로 절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방법 등도 동원됐다. 우리 명절의 모습이 변한 것을 넘어 사라진 것이다. 다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그동안 전염병으로 고향을 찾지 못한 분들이 고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연휴가 6일로 늘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친지들을 만나고 함께 차례도 지낼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추석에 “해외 여행이나 다녀 오라”는 명문 종가가 있다, 그것도 유교 사상이 가장 강하다는 안동에.추석을 그저 빨간날이 이어져 있는 날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곳은 바로 ‘하회마을’ 풍산 류씨 집안이다. 서애 류성룡 선생 15대 류창해(67) 종손은 “우리 집안에서 추석은 해외여행을 가는 등 부담 없이 쉬는 기간”이라며 “각 집안 사정에 맞춰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하회마을이 특이하게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 것은 ‘중양절’에 차례를 올리기 때문이다. ‘중양절’은 9월 초아흐레 중구를 말하는 것으로, 숫자에서 홀수를 양수(陽數), 짝수를 음수(陰數)로 치는데 중양(重陽)이란 홀수인 양이 겹쳤다는 뜻이다.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이 모두 중일명절(重日名節)로 길일이다. 특히, 중구라는 말은 양수인 구(九)가 겹친 날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중구는 중국 한나라 때부터 널리 행해졌다고 전한다. 숫자 ‘9’는 하늘과 임금을 상징하는 수로, 옛날 중국에서는 하늘의 제일 높은 곳을 구중천이라 일컬었으며, 땅이 아홉 개의 주로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또한, 9는 황제만이 쓸 수 있는 숫자여서 일반 백성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중구는 임금을 상징하는 9자가 겹치는 날로서 양기가 센 날로 예로부터 경사스러운 날로 여겼다. 고려시대에 중구는 원단(설), 상원(대보름), 상사(삼짇날), 한식, 단오, 추석, 팔관, 동지와 함께 9대 속절로서 큰 명절이었고, 차례의 명절이기도 했다.‘풍류세시기(風流歲時記)’에는 ‘경북지방의 서북부지역에서는 1년 수확기가 추석 때보다는 아무래도 늦어지게 마련이어서 조령에 올리는 천신의 행제를 중양절에 가서야 올리게 되므로 이날이 곧 농공 추수감사제에 맞먹게 돼 명절답게 즐긴다고들 한다’고 기록돼 있다.사실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에서 추석날 차례를 지내기 시작한 것은 산업사회 전후로, 추석이 국가적인 공휴일이 되면서부터다. 경북 북부지역은 추석 무렵에 햅쌀이 나지 않으므로 중구를 앞두고 벼를 거두어 햅쌀로 만든 송편을 빚어 차례를 지낸 것이다. 현재도 하회마을에서는 중구 차례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추석 때 햇곡식으로 차례를 드리지 못한 집에서는 중구에 차례를 다시 지냈고, 일부 산간 지방에서는 마을 제사를 올리기도 했다. 또한, 기일을 모르는 조상의 제사나 연고자 없이 떠돌다 죽었거나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의 제사는 중구에 지내기도 한다.중양절이 되면 하회마을은 온통 한복을 입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거기다 마을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2010년)된데다 워낙 유명한 안동의 관광지다 보니 다양한 프로그램도 펼쳐진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하회마을의 중양절을 사진에 담으려는 작가들로 붐빈다, 이에 각 집안에서는 코로나19가 있기 전에는 이들의 접근을 막는 금줄을 치기도 했다.류한철 하회마을보존회 사무국장에 따르면 하회 류씨의 대종가인 양진당 차례는 늦게 시작된다. 충효당 등 아랫집에서 먼저 차례를 모신 다음, 대종가에 모여 차례를 지내야 많은 후손이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차(之次·맏이 이외의 자식들)들은 부모의 제사를 각 집에서 지내고, 돌아가신 분의 아버지가 속해 있던 큰집으로 가서 차례를 지낸다. 이후 점차 윗대로 올라가면서 차례를 지내다 고조부를 모시는 집에까지 이르면 그 집이 바로 종가다. 이날 양진당 안채에서는 문중 부인들이 모여 차례 음식을 차린다. 두 분의 불천지위(不遷之位·큰 공이 있어 영원히 사당에 모시기를 나라에서 허락한 신위)와 종손으로부터 4대를 모시려면 열두 상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 제수품은 간단해야 한다.원래 종가 차례상에는 많은 음식이 올라가지 않았다. 제례문화의 지침서인 ‘주자가례’에 따라 차례상에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다.하회마을에서는 상마다 떡과 적, 포와 탕, 나박김치와 갖가지 햇과일과 종부가 직접 담근 술 등 모두 7가지를 올린다. 기제사 때 올리는 밥과 국, 나물은 올리지 않는다. 특이한 점은 술안주 적(炙)은 모두 날것으로 올린다는 것이다. 사당에서 모시는 다례 순서도 간단하다. 먼저 음식을 차린 뒤 집사가 신주 문을 열고 종손이 분향(焚香) 강신(降神)한 후 제주 이하 참석자가 절한다. 다시 종손이 신주마다 술을 올리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손잡이가 신주로부터 오른편에 가도록 해 시접 위에 가지런히 올린다. 이것을 삽시정저(揷匙正箸)라 한다.이대 제주 이하 참석자는 ‘조상님 덕분으로 새로운 곡식을 수확하게 됐으니 많이 잡수시라’는 뜻으로 부복해서 아홉 수저 잡수실 동안 기다려야 한다. 이후 집사가 수저를 거두고 제주 이하 참석자들이 두 번 절하는 것으로 조상을 배웅한다. 이러면 중구절 다례가 끝난다. 이렇게 간단한 다례를 두고 무축(無祝·축이 없음) 단작(單爵·술 한 잔)이라 말한다. 이 다례의 특징은 분향 강신 때 쓰는 모사(茅沙) 그릇에 있다. 일반적으로 모사는 모래를 담고 그 위에 띠(茅)를 꽂았으나, 양진당 다례에는 유기 대접에 솔잎을 담아 모사를 상징했다. 또한 술안주인 적(炙)은 모두 날것이다.류한철 국장은 “이것은 혈식군자(血食君子)라 하는데, 군자는 익히지 않은 음식을 올린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날고기를 쓰는 더 구체적인 뜻은 배려와 나눔이다. 참석자들은 집으로 돌아갈 때 생선 한 토막씩 가져가는데 이는 봉송(奉送)이라는 제사 예절의 하나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내륙인 이곳에선 생선을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종가 제사 때 얻어가는 생선으로 탕을 끓여 온 가족이 나눠 먹으면서 오랜만에 생선 맛을 보았고, 조상의 음덕을 기렸다”고 전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3-09-26

긴 추석연휴 갑자기 아플 땐? 이 병원 기억하세요

28일부터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 황금연휴가 시작된다.정부가 휴일 사이에 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28일부터 10월3일까지 무려 6일간의 최장 ‘추석 황금연휴’가 이어진다.누구나 오랫동안 못 봤던 가족과 친척, 친구를 만나 그간의 회포를 푸는 등 연휴기간 많은 모임과 즐거움을 기대하며 마음이 들뜨기 십상이다.하지만 한편으로는 혹시나 모를 급병 걱정이 머리를 스치면 ‘추석 연휴 때 문을 여는 병원이 있을까?’하는 염려가 일순 생기기 마련.세상만사 ‘혹시’가 사람 잡는 법.급병은 대상과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응급상황을 대비해 반드시 연휴기간 문을 여는 병원들을 미리 확인해 둬야 한다.특히 어린이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은 더더욱 그러하다.게다가 반드시 병원 질환별 맞춤 전문 치료도 감안해야 한다.의료 공백 없는 안전한 추석을 위해 연휴 기간에도 24시간 문을 여는 포항 지역의 대표 종합병원 3곳을 소개한다. □ 에스포항병원골든타임 내 치료 가능한 ‘뇌혈관 전문병원’최신검사장비 보유, 진단~수술 30분 최소화뇌혈관 질환은 흔하면서도 중요한 사망 원인이지만, 골든타임 안에 치료가 이뤄지면 건강 회복도 가능하다.추석 명절, 응급 뇌혈관 환자들의 신속한 진료를 위해 지역 유일의 ‘뇌혈관전문병원’ 에스포항병원 응급실이 운영된다.에스포항은 1기 신경외과 전문병원을 시작으로 2·3·4기 뇌혈관 전문병원까지 4회 연속 전문병원으로 지정될 만큼, 국내 대학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경북지역의 유일한 전문병원이다.신경외과 전문의 14명이 근무 중이며, 지난해 뇌수술을 917차례나 실시했다.이 가운데 뇌동맥류 클립 수술은 84차례, 뇌동맥류 코일 수술은 235차례, 파열돼 뇌출혈을 동반한 뇌동맥류 환자 69차례, 미세 혈관을 우회 연결하는 뇌혈관문합술의 경우 15차례를 진행했다.특히 응급 뇌혈관 재개통술의 경우 110차례나 된다.이같은 전문성으로 인해 에스포항 응급실에 뇌혈관 환자(상병코드 I60∼I64환자)가 내원할 경우 수술이 불가능해 타 병원에 가거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실제 지난해 응급실을 내원한 뇌혈관 환자 773명 중, 단 3명만이 권고 전원을 갈 만큼 그 치료 성과도 뛰어나다.이는 최신 장비를 통해 Acute stroke MRI 검사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뇌혈관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에스포항병원 관계자는 “응급 환자의 골든타임 내 신경외과와 신경과 의료진이 직접 진단하고 적시 치료하기 위해 24시간 상주하고 있다”면서 “진단부터 수술에 이르는 시간을, 빠르면 30분 내로 최소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좋은선린병원포항·영덕·울진·울릉 응급환자 24시간 대응골절·교통사고 등 정형외과적 치료도 가능좋은선린병원은 오랫동안 동해안 지역 응급의료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사고와 질병에 대해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연휴기간 포항과 영덕, 울진, 울릉 지역 응급환자에 대해 24시간 야간과 휴일 진료와 입원이 가능하다.정형외과적인(골절 및 교통사고) 응급치료 및 입원도 가능하다.또 북구 유일의 급성기 암 전문 통합병동도 운영 중에 있다.암센터 운영으로 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관리 중인 환자들의 항암 및 방사선 치료 부작용에 대해서도 이번 연휴기간 입원 치료가 가능하다.물론 급하게 항암 치료나 면역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입원할 수 있다.간호간병통합병동으로 간호전문인력이 케어하는 병실과 암 병동 전용식당도 구비돼 있다.지속적인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로 지친 환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피로와 통증완화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특히 경북 유일의 보건복지부 지정 코로나 거점 전담병원인 좋은 선린병원은, 코로나 격리병동과 응급실을 운영 중이다.5년 연속 폐렴 적정성 평가 1위, 만성폐쇄성 질환(COPD) 적정성 평가 1위로 지정돼 있어 호흡기와 고열 환자 집중관리 및 응급진료도 효율적이다.좋은선린병원 관계자는 “전국 100대 명의로 선정된 실력 있는 정형외가 의료진이 상담부터 진료, 수술, 수술 후 관리까지 책임 진료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포항시민의 건강 지킴이로서 의료 질을 중시하는 병원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 포항성모병원복지부 지정 ‘경북동해안 권역응급의료센터’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65일 진료체계 구축포항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지난 2017년 7월 보건복지부로부터 ‘경북동해안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았다.포항을 비롯한 경주와 영덕, 울진, 울릉 지역 중증응급환자의 최종치료와 권역 기반 응급의료체계 강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특히 응급의학과 전문의 11명과 응급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4명, 내과 전문의 3명 등이 상주 근무 중이고, 각 진료과 전문의가 이번 연휴에도 당직 근무를 한다.포항 지역 종합병원 중 소아청소년과 전문 진료의 경우 24시간 야간과 휴일의 진료와 입원이 포항성모병원에만 가능하다.포항성모병원은 응급실과 소아응급환자에 대해 진료·격리구역을 구분하고 있으며 병상도 운영 중이다.응급전용시설의 경우 수술실과 중환자실, 입원실을 준비해 응급실 포화에 항상 대비하고 있다.포항성모병원은 응급전용 수술실을 지정해 운용 중이고 응급환자진료구역, 중증응급환자진료구역, 음압격리실병상, 일반격리실병상, 소아응급환자진료구역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특히 응급전용 중환자실(EICU)은 20병상을, 응급전용 입원실(병동)은 30병상 운영 중이다.환자 포화 시 병상 확대 운용이 가능한 시스템이다.포항성모병원 관계자는 “권역 응급의료센터로서 포항뿐만 아니라 경북 동해안 중증응급환자를 위해 신속·정확한 응급 진료 차원의 의료진과 장비,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며 “명절 연휴에 발생할 응급상황을 대비, 비상진료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3-09-26

끊임없는 혁신 추구…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어지다

인도네시아가 하나의 ‘테스트베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잠재력이 높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허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허브가 되기 위한 자원, 노동력, 시장성은 풍부하지만 기술력은 다소 부족하다. 자력으로 전기차 허브로 거듭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에 전기차와 관련된 많은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투자 유치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전기차 분야에 일찌감치 뛰어들어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전기차와 관련된 밸류체인 전체를 갖추고 있는 나라가 드물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해외 한 거점에서 꽃을 피워야 한다. 인도네시아가 그런 꽃을 피울 거점이자 기회의 땅이다.글 싣는 순서1. 포항 영일만의 기적, 인도네시아에 닿다2. 이차전지 날개 단 인도네시아, 포항시 기회 찾으려면3. 인도네시아와 포항 기업 간의 교류 현 주소4. K기업문화, 인도네시아에 퍼진 한국기업 저력5. 탄소중립 시대,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떻게 ◇ 제2의 내수시장, 아세안포스코는 아세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이미 저성장 국면에 돌입한지 오래된 내수 시장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등으로 아세안 국가의 가치는 더욱 더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은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만해도 일대일로 정책을 바탕으로 자동차, 철강업계, 니켈 등 다양한 분야에서 MA와 합작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풍부한 자원, 2억7천만명의 인구에서 비롯되는 거대한 시장 규모로 인도네시아에 전세계의 투자가 몰리고 있다. 2022년 인도네시아 외국인투자(FDI) 규모는 456억달러로 2021년보다 44% 증가했다.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경제가 급격히 성장한다는 것은 철강업체에게 큰 기회다. 산업·인프라 투자에는 반드시 철강 수요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6개국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4% 가량 조강 수요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철강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국가다. 포스코는 이러한 적기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 성장의 기회지난해 포스코는 행정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누산타라로 옮기는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MOU를 인도네시아 정부와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사업은 오는 2045년까지 보르네오섬에 350억달러(50조원)을 투입해 서울 면적 4배 넓이(2천560㎢)의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건설 부문을 비롯해 신수도 사업 건설에 필요한 철강재는 약 900만t 규모다. 포스코로서는 엄청난 철강 수요가 이미 확보된 셈이다. 전기차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비전 또한 크라카타우 포스코에게 또다른 기회다. 2기 건설을 통해 조강 생산 능력은 물론, 냉연, 도금 생산 라인을 확보하게 되면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동남아시아 유일의 고급강 생산 가능 일관제철소로 거듭나게 된다. 고급강 생산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내 전기차 생산 기지에 전기차 강판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인도네시아 정부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소재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지면 완성차 업계의 투자를 이끄는 것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 인도네시아의 중심에서 K-기업문화를 알리다포스코는 인도네시아에서의 사업을 ‘장기전’으로 보고 있다. 저임금 신흥국의 생산기지로서의 이점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미래의 유망 시장이자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포스코의 아성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인 파트너로 인도네시아를 바라보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크라카타우 포스코를 좋은 일터로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노력도 그런 시각에서 시작된 것이다. 특히, 최근 포스코는 동반성장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에 철강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BK 인도네시아와 함께 조성한 ‘철강생태계 상생 펀드’가 바로 그것이다. 포스코는 이미 한국에서 ‘철강ESG상생펀드’를 조성해 중견·중소기업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철강생태계 상생펀드도 유사하다. 크라카타우 포스코의 협력사·공급사·고객사에 시중금리보다 2%p 낮은 금리로 총 1천만불까지 무담보 대출을 지원한다. 담보대출이 일반적인 인도네시아에서 무담보 저리 대출인 철강생태계상생 펀드는 중소 협력사·공급사·고객사 유동성 확보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인재 육성에도 큰 힘을 쏟고 있다.지난달 29일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산업부 PIDI 센터에서 인도네시아 산업부 산업인력개발청과 철강산업 현장인력 육성 협약을 맺었다. 인도네시아 산업부 산하의 기술대학교와 특성화 고등학교에 포스코 기업 문화·한국어 과정 등이 포함된 철강산업전문과정을 신설, 3년간 이론 교육과 현장실습 후 우수 졸업생을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에 우선 채용하는 것이다.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및 현장 실습을 지원한다. 포스코는 크라카타우 포스코에서 경험을 쌓은 우수 인재를 한국으로 보내 한국 철강 산업계에 다가오고 있는 인력난을 해소하는 것 또한 검토하고 있다.포스코는 인도네시아 현지 근무 환경도 가족 친화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월 찔레곤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 인근에 직장내 어린이집과 유사한 ‘꿈꾸는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부족한 보육시설로 보모를 고용해야하는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육시설을 조성한 것이다. 어린이집은 특히 육아 부담으로 장기 근속이 어려웠던 여성 직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문 육아교육기관에 위탁해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보육환경도 우수하기 때문이다.제선부 원료소결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인도네시아에는 직장 내 어린이집이라는 게 흔치 않고, 가정 보육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 아이가 있는 어머니들은 회사를 다니는 게 쉽지 않다”며 “믿을 만한 어린이집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건 큰 장점” 이라고 설명했다.“탄소중립 위한 그린스틸 생산체계 구축” 포스코 인니 김광무 법인장 인터뷰 포스코 인니 김광무 법인장날씨부터 문화까지 모든 게 다른 타국에서 일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특히 자카르타와도 거리가 먼 찔레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경우도 많다. 쉽지 않은 타국살이를 감수하고, 산업 현장을 지키며 인도네시아, 나아가 아세안에 한국 철강의 위용을 알리는 이들이 있다.지난달 29일 자카르타에 위치한 포스코 인도네시아 법인 사무실에서 김광무 법인장사진을 만나 인도네시아에서의 계획에 대해 들어 봤다.- 인도네시아라는 국가를 포스코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포스코그룹은 배터리소재부터 전기강판, 자동차 강판까지 전기차 산업에서 필수적인 소재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진, 포스코그룹이 가진 장점을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통해서 시장을 넓혀 한국에서 갖춘 역량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포스코그룹의 전기차 밸류체인의 가치가 글로벌로 실현될 수 있는 좋은 시험장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포스코가 가동 초반에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극복했고, 앞으로 어떻게 실적을 개선해 나갈 계획인지.△해외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것 자체가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포스코에겐 큰 도전이었다.하지만 포스코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그 과정에서 위기를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기업이다. 포스코의 탄생부터가 ‘불가능을 향한 도전’ 아니었는가. 해외에서 처음 고로를 가동해 보는 것이었고, 생각보다 시장 확보도 어려워서 힘든 시간이 분명히 있었다. 특히 반제품인 슬라브와 후판 두가지 제품밖에 팔 수 없었던, 제품 포트폴리오의 한계가 있었다. 원가 절감, 내수 판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을 정말 많이 했고, 파트너사와 협의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해 파트너사와 협의 끝에 열연공장 현물 출자를 받아서 열연공장 가동을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많이 안정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년간 쌓은 경쟁력이 이제 정말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다. 내부적으로 조금 더 좋은 경영환경을 만들기 위해 2기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아세안 전체로 보면 철강 공급이 약 6천만 톤 정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 곳에서 메인 플레이어가 되어서 아세안을 내수 시장처럼 키워갈 것이다.- 추가 설비투자 계획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2016년에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과 함께 ‘찔레곤 1천만 톤 철강 클러스터’를 만들기로 선언을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파트너사인 크라카타우스틸과 함께 40억달러를 투입해 2기 투자를 진행했다. 자동차강판을 포함해 600만 톤의 철강을 생산하는 3자 MOU를 맺었다. 아직은 밑그림 단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3기까지 증설해서 탄소중립을 기반으로한 1천만 톤 체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2기까지는 기존 포스코가 강점을 가진 고로 기반의 제철소를 만들었다면, 3기부터는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기술인 하이렉스(HyREX)를 기반으로 한 제철소를 만들고자 한다.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을 실현시키기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2기까지는 고로 체제를 유지하되 CCUS 기술을 바탕으로 탄소 배출을 상쇄하고, 3기부터는 수소환원제철기술을 도입해서 그린스틸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포스코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끊임없는 혁신’ 이라고 생각한다. 철강이 무너지면 철강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관련 산업들도 휘청인다. 그런 사명감에서 포스코는 언제나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왔다. 이런 포스코만의 ‘혁신 문화’가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어지고 있고, 현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한 번 건설한 설비에 의존해 조업을 하는 것이 아닌, 일상 업무에서 설비 혁신 활동을 지속해 안전, 환경을 개선하는 QSS 혁신활동을 통해 내부 경쟁력을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QSS 혁신활동을 현지 고객사, 파트너사에도 전수해 포스코만의 K-기업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혁신 활동이 인도네시아 현지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부산물 자원화 사업이다. 고로, 제강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슬래그’는 시멘트, 콘크리트의 원료, 비료로도 쓰인다. 시멘트를 제조할 때 탄소가 발생하는데, 슬래그를 재활용해서 쓰면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장점이 있다. 슬래그를 활용한 비료의 경우 규산질이 필요해 산성화된 토양의 토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비료 또한 산성화 된 땅이 많은 인도네시아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슬래그를 인도네시아 현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철강생산도 중요하지만, 이런 철강생산에 따른 부수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민하고, 혁신하는 태도가 크라카타우 포스코가 가진 강점이라고 생각한다./인도네시아에서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