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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과감한 변화와 혁신·도전적인 행정 추진 펼쳐 나갈 것”

김학동사진 예천군수는 올해 사자성어로 ‘심상사성(心想事成)’을 선정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을 모으면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김 군수는 “저와 공직자는 함께 뛰고, 군민 여러분께서는 한마음 한뜻으로 군정에 협조하여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경북의 중심, 도약하는 예천’ 건설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가겠다”고 표명했다.올해도 ‘변화’, ‘혁신’, ‘도전’ 3가지 핵심 가치에 중점을 두고 군민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지역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원도심과 신도시의 상생발전을 위한 인프라 개선 △농가소득 증진을 위한 농축산업 경쟁력 강화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사업과 미래 인재 양성 교육 지원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한 관광자원 개발과 스포츠마케팅 노력 △군민 안전 및 성숙한 군민 의식 함양을 위한 노력 등 변화와 혁신으로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더 선진적이고 도전적인 행정을 펼쳐 나갈 것을 다짐했다. - 원도심과 신도시의 상생발전을 위한 인프라 개선 방안은.△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전선지중화 그리고 간판개선 사업, 예천읍 관광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장난감도서관, 다 함께 돌봄 센터, 학습지도관을 갖춘 아이사랑 안심케어센터를 개관하겠다.진행 중인 간판개선사업과 원도심 총 4㎞ 구간의 전선지중화 사업은 연말까지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경북선 폐철도 부지의 예누리길과 봉덕산 등산로에 힐링 공간을 조성하여 군민의 휴식처로 가꾸겠다.이 밖에도 예천사랑상품권 발행, 상가 시설 개보수 및 소상공인 특례보증 지원 등 장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자생력을 키우고 전통시장 청년 상인을 육성해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신도시에는 3월에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준공하여 행정·문화·복지·체육 공공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도록 하겠다.중앙호수공원 주변에는 물놀이장, 풋살장, 농구장, 캠핑장, 다목적 잔디광장, 파크골프장을 갖춘 유럽 스타일의 패밀리파크를 조성하여 가족 단위 휴식·여가 공간을 확충할 계획이다.그뿐만 아니라 송평천 주변에 80억 원의 예산으로 미세먼지 차단 숲을 조성하여 쾌적한 힐링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아울러, 공동주택 단지별 문화페스티벌, 공동체 활성화 사업, 공동주택관리 민간전문감사관제 등의 사업으로 주민 간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하는 공동체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농가소득 증진을 위한 농축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은.△농업에 전체 예산의 22.7%에 달하는 1천467억 원을 투입하여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펼치겠다.안정적인 영농을 위해 농업인 맞춤형 3대 보험가입(농작물재해보험, 농업인안전보험, 농기계종합보험)을 지원하여 자연재해와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고 농민수당을 지급하겠다.미래농업을 이끌어 갈 청년 농부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지역 농축산물의 명품화와 가공, 유통 활성화로 농업 소득을 끌어올리겠다.그리고 지보면 매창리 일대에 200억 원 규모의 곤충·양잠산업단지와 100억 원이 투입되는 임대형 수직농장, 200억 원 규모의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하여 혁신농업타운이 되도록 하겠다.또한, 한우특화센터 건립과 축산환경개선으로 한우 브랜드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농산물가공지원센터를 통한 시제품 개발과 가공 기술지원 그리고 시설원예 현대화로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겠다. -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사업과 미래인재 양성 교육 지원 방법은.△주민복지실을 사회복지과와 주민행복과로 분과하여 늘어나는 복지행정 수요에 적극 대응하여 모든 군민이 소외되지 않도록 생애주기별로 섬세하게 보살피는 복지체계를 구축하겠다. 사회활동 지원사업과 맞춤형 돌봄서비스, 행복도우미 사업 등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사업과 장애인일자리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출산가정에 축하금 100만 원을 지급해 출산을 축복하고 장려하는 인구증가 시책을 추진하고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하겠다.국·공립유치원 및 어린이집, 다함께돌봄센터 등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한 도시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 초·중·고등학교 입학생들에게 30만 원의 입학준비금을 지원하고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초·중학생 대상 미래교육지구사업, 고등학생들의 명문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여건 개선사업 그리고 효율적 군민장학회 운영으로 교육도시 명성을 이어가겠다.-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한 관광자원 개발과 스포츠마케팅 방향은.△용궁역과 회룡포, 삼강문화단지를 연결하고 전망대를 건립하여 관광 수요를 늘리고 예천박물관과 천문우주센터, 목재문화체험장, 곤충생태원은 체험형 관광지로 금당실마을과 초간정, 용문사, 명봉사, 태실은 전통문화 관광지로 각광받을 수 있도록 관광 상품화에 주력하겠다.아울러 도심 외곽의 관광 수요를 도심과 연결하기 위해 남산공원, 개심사지 석탑공원, 예누리길 등을 명품 관광공원으로 조성하고 그 중심에 박서보미술관을 건립하여 예천 관광의 허브가 되도록 하겠다.특히, 6월 4일부터 4일간 열리는 아시아U20육상선수권대회를 철저히 준비하여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육상과 양궁의 기반 시설을 이용한 전국대회 개최는 물론 전지훈련을 적극 유치하는 한편, 미래 육상지도자 및 선수를 집중훈련하게 될 육상교육훈련센터를 착공하고 양궁훈련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에도 자질이 없도록 하겠다.-군민 안전 및 성숙한 군민 의식 함양을 위한 노력은.△군민의 행복한 삶은 무엇보다도 ‘안전’이 우선이다. 집중 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자연재해 위험지구 정비, 용궁 풍수해생활권 정비, 그리고 예천읍 도시침수 피해 예방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인공지능 스마트 관제시스템 운영, 스마트모빌리티 안전솔루션 사업을 추진해 범죄와 사고로부터 안전하고 편리한 스마트시티를 실현해 나가겠다. 그리고 전국 ‘환경 대상’을 수상한 클린예천만들기 운동이 전국적인 모델이 되도록 ‘쓰담달리기’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올바른 ‘주·정차 교통질서 지키기’를 범군민운동으로 적극 추진하여 선진 교통문화 의식을 함양토록 하겠다.-2023년부터 시행하는 ‘고향사랑기부제’추진 방법은.‘고향사랑기부제’는 예천군에 주소를 두지 않은 외지인들이 예천군에 기부를 하고 세금 혜택과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의 성공 여부는 해당 지자체 구성원들의 지역사랑 실천 정도에 달려 있고 예천인의 저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예천군의 재정을 확보하고, 지역을 알리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저와 공직자들은 ‘고향사랑기부제’ 홍보에 심혈을 기울여 노력하겠다.비록 몸은 떠나 있어도 늘 마음은 고향에 있는 출향인, 지역출신 동문들께서도 열정을 갖고 고향사랑 운동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예천/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3-01-04

부동산·건설경기 여전히 침체… 철강업, 올해도 어둡다

지난해는 국내 냉연·철스크랩 업계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온 한 해로 평가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불확실한 부동산과 건설시장 때문이다. 2023년 전망은 어둡다. 냉연도금판재류를 비롯해 컬러강판 등 표면처리강판 업체들은 가전 및 건설 수요가 줄어들고, 수입재 가격 하락과 수주 경쟁까지 본격화되면서 수익성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철스크랩 시장은 주택수요 둔화와 정부의 SOC예산 감소로 인한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주요 구매처인 철강업체들의 유동성 위기 관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냉연도금과 철스크랩 시장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올해 시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점검해 본다.글 싣는 순서1. 열연·후판·강관 시장 전망2. 냉연·도금·철스크랩 시장 전망3. 철근·H형강·STS 시장 전망 □ 냉연·도금 모두 감소냉연강판의 경우 수입은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와 수출 감소 영향으로 생산과 판매 모두 감소했다.용융아연도금강판은 팬데믹 이후 자동차용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주춤해진 건설 및 가전용 수요 영향으로 판매가 주춤해진 것으로 보인다.생산의 경우 주춤해진 내수를 수출이 만회하며 765만t을 기록해 전년 대비 0.3% 증가했지만 전체 판매는 728만t으로 전년 대비 3.2%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판매 가운데 수출이 300만톤 수준으로 1.2% 증가했지만 내수의 경우 자동차 및 건설, 가전 등 주요 수요 산업의 회복 지연이 나타나면서 전년 동기대비 6% 줄어든 427만t을 기록해 전체 판매 감소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컬러강판의 경우 건재용의 경우 다소 위축되는데 그치지만 가전용 침체 영향으로 내수와 수출 모두 2021년 대비 감소가 이어지면서 생산과 판매 모두 전년 대비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 철스크랩, 건설경기와 함께스크랩 수요와 가장 직접적인 관련을 보이는 건설경기의 침체 전망도 스크랩 수요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2022년 국내 스크랩 구매 총량은 2천595만t 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스크랩 국내 구매량은 1천719만t이다.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했고 감소량 중 상당수를 수입 스크랩이 차지했다. 2022년 상반기까지의 수입량은 예년보다 많은 양이었으나 하절기 이후 스크랩 수입이 급감했다. 유가와 금리상승으로 수입 재개 가능성이 요원한 가운데 일본산 스크랩과 국내산 스크랩의 가격차 역전이 발생한 상황이었고, 이후 국내산 스크랩 가격이 바닥을 찍고 다시 상승해 일본산 스크랩과의 적절한 스프레드를 회복하기까지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미분양 증가와 공사비용 증가 등으로 건설경기는 침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건설투자는 지난해보다 0.2%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전세거래량 비중(국토교통부 자료 기준)은 2021년 평균 56.5%에서 2022년 9월 46.4%까지 감소했다. 2023년에도 대출금리 상승, 가격 상승 기대 약화심 리로 주택매매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며 부동산 경기 침체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최근 2~3년 간의 부동산 시장 거품으로 여전히 수주면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신규분양 위축으로 착공면적은 감소세에 있다.제강사들은 2023년 철근을 작년보다 100만t 가량 축소생산한다는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인 감산 기조에 유동성 위기에 따른 보유재고 규모 축소까지 이어지면 구매경쟁에 따른 공급부족 현상과 가격상승은 예년만큼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그러나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HMR(Hot Metal Ratio) 조정으로 인한 스크랩 수요 증가와 한국특강의 철근 판매 본격화에 따른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현대제철과 포스코는 탄소중립실현을 위해 HMR을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낮춰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대제철은 현재 85% ~ 90% 정도의 HMR을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80% 이하까지 HMR을 낮추겠다는 심산이다. 포스코 역시 HMR을 7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두 거대 철 강회사의 HMR이 70%까지 낮아지면 2천만 t에 가까운 철스크랩 추가 수요가 발생한다. HMR 70%가 한두해 만에 달성될 수치는 아니지만 단계적으로 양 사가 80%까지 낮춘 HMR만 유지해도 1천만t 가량의 스크랩 수요가 발생한다.정부가 완전한 탄소중립실현 목표를 2050년, 2030년까지는 기존 배출 량의 40% 감축을 목표로 하는만큼 HMR 저하 속도는 빨라질 수밖 에 없는 상황이다. □냉연·도금, 주요 수요산업 침체 영향 불가피2023년 냉연도금판재류 제품의 수요에 대해 자동차용은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나 건설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가전용은 침체가 예상된다. 자동차 생산의 경우 반도체 수급완화와 이에 따른 이연 수요 영향 등으로 2022년 360만대 수준의 국내 생산을 기록했다.2023년에는 이보다 더 늘어난 370만대 수준의 생산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설 수요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자금 조달 어려움 등 부동산경기 침체와 건설투자의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 수요 역시 경기 침체와 긴축 기조 영향으로 구매력이 저하되면서 회복 기대감이 낮아 보인다. 냉연 강판의 2023년 생산은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반면 컬러 강판은 경기 불확실성과 자금 경색 우려에 따른 건설용 판매 감소와 가전업체들의 판매 부담에 따른 재고 조정 영향 등에도 불구하고 2022년 감소 영향으로 생산과 판매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냉연도금판재류 업체들은 국내 생산 능력과 수입재 대응 영향으로 수입재의 국내 유입량이 조절되면서 그나마 2022년 수준의 수급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내다 봤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고가 원자재 사용 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면서 적자 전환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급등과 급락 반복할 것2022년 스크랩 시장의 가격 변동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 시세가 크게 오르기 시작했던 것을 시작으로 2분기동안 급격한 하락을 보였다.이후에도 반등폭은 컸고, 하락세는 급격했다. 스크랩 업체들의 리스크는 커졌다. 유통 이윤을 통해 수익을 내는 스크랩 유통업체의 구조상 가격 예측이 어렵고 가격 변동폭이 큰 시장에서 수익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올해도 한동안 수요감소와 수입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리먼사태 이후 최대의 하락장을 맞이한 국내산 스크랩 시장의 가격 약세는 수입에 대한 관심을 더욱 떨어트릴 동인이다. 제강사의 구매전략이 시장의 ‘완충’보다는 ‘수익성’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전반적인 수요 감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제강사의 이와 같은 구매전략은 가격 하락기의 폭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고, 상승기엔 폭등이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시장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3년 하반기까지 고금리 기조와 긴축재정이 계속되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제강사들이 재고자산을 보유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비축보다는 적시의 구매와 생산-판매가 빠른 속도로 회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3-01-03

여성들이 마주하는 삶 속 문제, 영화서 찾다

누구라고 특정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과 빛나는 꿈을 이야기하는 새해가 밝았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엔 이 모든 꿈과 희망이 현실로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누군가 말했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여성 특유의 포용력과 이해심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검은 토끼’와 함께 온 새로운 1년이 시작됐다. 여성의 삶을 소재로 여성들이 주연한 영화 2편을 소개한다. 막막한 어두움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꿈과 희망을 발견하길 기대하면서. 여직원들의 연대가 이뤄낸 기적… ‘삼진그룹 영어토익반’8만7000원과 250만원.기억 속의 자리한 1990년대 풍경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갈 무렵. 작은 섬에서 도시로 온 고졸 여성 노동자를 만났다. 8만7000원은 그 친구의 월급이었다. 잔업과 특근까지 했음에도 그 돈은 일당이 아닌 한 달치 임금.250만 원은 같은 해 방송사 뉴스에 등장한 이른바 ‘압구정 오렌지족’의 한 달 용돈이었다.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그 아이가 말했다. “아버지는 제가 달라는 돈은 언제나 주니까요.”‘평등’은 교과서에 나올 뿐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았다. 기자와 같은 동네에 살던 A는 1989년 중학교 모의고사 성적이 전국 2.5% 안에 들었음에도 여자 상업고등학교로 진학했다.그 아이의 친구 하나는 울면서 고교 과정을 무료로 가르치는 공장으로 갔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를 외웠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가난 탓이었다. 가난은 사람의 기를 죽인다. 한 달에 겨우 8만7000원을 벌면서 자신보다 30배의 돈을 가져가는 사람에게 대들기란 쉽지 않다. 그게 ‘계급’이다. 그 상황에 접해보지 않은 이들은 엄연한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가난에 의한 주눅은 치유도 어렵다.그럼에도 여기 용기를 가진 월급 8만7000원의 여성들이 있다. 용기가 발현된 사건은 아주 단순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용기는 세상을 바꾼다. 자그마치 1억 원이나, 10억 원을 가진 사람들에 관한 두려움을 의식적으로 떨쳐낸다.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아무 것도 가지 못한 사람들이, 모든 것을 가진 사람에게 안간힘을 다해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 20세기를 아프게 반추하게 한다.어떤 일류대학 졸업자보다 명료하고 정확하게, 요즘 말로 ‘쿨 하게’ 회사 일을 처리함에도 겨우 대리라는 직함을 달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새벽부터 영어수업을 들어야 하는 고졸 평직원들. 누구도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정말 그런 때가 있었어요?”라고 묻는 MZ세대도 있을 듯하다. 그 질문에 관한 답은 “네. 불과 20~30년 전이었죠”다.아무도 관심 기울여 보지 않는 하찮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그 일의 가치와 본질을 보려 하는 고아성(이자영 역), 박혜수(심보람 역), 이솜(정유나 역)의 열정은 우리가 ‘왜 직장에서 자존심을 꺾고, 월급쟁이로 살아가는가’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자본은 열정 뜨거운 그들을 배척했지만, 그들은 차갑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회사를 사랑했다. 그래서 잘못된 회사의 시스템에 저항한다.‘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줄거리는 간명하다. 거대 기업의 후계자와 빼먹을 것만 빼먹고 재빨리 도망치는 다국적자본을, ‘선의’를 지닌 고졸 여성직원들이 뭉쳐진 힘으로 막아 낸다는 이야기.통쾌하고 시원하다. 그러나, 영화가 아닌 현실을 떠올리면 다시 마음 아프다. 고졸 여성 직원을 미국 유명 대학을 졸업한 CEO보다 아끼는 경영자가 과연 존재할까? 세상 어떤 사업주가 20대 평직원의 진의을 제대로 알아줄까? 그러나,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 영화는 빛난다.카타르시스(Catharsis)는 현실이 아닌 예술 또는, 문학적 상황에서 발현되는 것. 가난한 노동자가 돈 많은 자본가를 이긴다? 현실에선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잠시잠깐 영화와 만나는 시간은 현실이 아닌 유쾌한 환상 때문에 웃을 수 있다.‘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1990년대부터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구나’.아직도 한국 어딘가에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청년들이 죽고 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낡은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어두운 공장에서. 2023년엔 청년들의 절망과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빈다. 세상의 약자를 구하는 것은 누굴까?… ‘내가 죽던 날’세상엔 3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처럼 함께 앓아주는 자, 자신 외에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고통 속에 빠뜨리는 자.어떤 게 지향할 만한 태도일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첫 번째와 같은 경우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게 쉬울까? 매우 어렵다. 그래서다. 역사는 타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을 성자(聖者), 혹은 위인이라 부른다.영화 ‘기생충’을 통해 빼어난 연기력이 확인된 이정은과 10대 때부터의 연기 경력이 30년을 넘긴 김혜수, 여기에 젊은 배우 노정의.이 세 사람이 힘을 합쳐 영화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자극하는 작품 하나를 만들어냈다. 이름 하여 ‘내가 죽던 날’.부도덕한 밀수로 부(富)를 이룬 아버지는 비명횡사하고, 삼촌이라 부르던 아버지의 부하도 죽고, 남편의 돈에 기대 살던 새엄마는 제 삶 찾아 떠나고, 자신이 감당 못할 돈으로 마약의 유혹에 빠진 오빠는 감옥에 가고….여고생 세진(노정의 분)은 겨우 열여덟 살에 까마득한 절벽에 선 입장이 된다. 주위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어린 소녀. 부잣집 여고생은 단숨에 천덕꾸러기 천애고아의 형편에 처한다.그리고, 영화 속 주연이라 할 나머지 두 사람. 남편의 오랜 기간 불륜을 알아챈 현수(김혜수 분)는 세상 어디에도 지금의 상황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 남편은 외려 “네가 먼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했다”고 겁박한다. 뱃일을 하다가 폭풍 몰아치는 바다에서 죽은 오빠의 치유 불가능한 아픈 딸을 제 목숨처럼 여기는 순천댁(이정은 분)의 처지도 딱하기는 마찬가지. 그녀는 조카딸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까지 잃는다.‘내가 죽던 날’의 영화적 상황은 막막하고 어둡고, 동시에 눅눅하다. 나이와 형편에 무관하게 3명의 여성은 견디고 이겨내기 힘든 입장에 처해 있다. 어떤 좋은 약을 한 주먹씩 먹어도 치유될 수 없는 병.더 큰 문제는 아무리 찾아봐도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피붙이도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어린 소녀(노정의)만이 아니라, 중년의 여성 경찰(김혜수)과 조로한 섬 아낙(이정은)은 낭떠러지에 매달린 것과 다를 바 없다.이 영화의 상영 시간은 116분. 짧지 않다. ‘감독은 대체 마무리를 어떻게 지으려고 이야기를 이처럼 무한대로 확장하는 것일까? 세 여자 중 한 사람의 고뇌만으로도 러닝 타임이 모자랄 텐데’란 걱정을 했다. 그런데 그건 그야말로 기우(杞憂)였다. 이전엔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내가 죽던 날’의 감독 박지완은 마지막 10여 분의 화면으로 앞서 100분 이상 펼쳐 놓은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단숨에 풀어낸다. 이 정도면 ‘연출력이 놀랍다’는 문장이 레토릭이나 과장이 아닌 팩트가 아닐까?소급되는 주연들의 과거와 추정 가능한 세 여성의 현재, 그리고 “너를 위해 나를 버릴게”라는 세 명 여성의 미래를 위한 눈물겨운 연대.‘내가 죽던 날’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흡족한 영화적 결말이다.웃긴 소재로 우스운 영화를 만드는 건 쉽다. 하지만 청승맞은 소재로 청승맞지 않은 결과물을 내놓는 건 어려운 일이다. 영화가 그렇고 연극이 그러하며 문학 또한 마찬가지.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관객이 원하는 건 너나없이 유사하다. 입장권 가격에 상응하는 감동을 얻고 싶다. 잘라 말한다. ‘내가 죽던 날’은 그런 감동을 선물하는 영화다.그리고 마지막 하나. 불법과 위법, 위조와 변조도 때론 아름다울 수 있다. 그게 고통과 아픔에 처한 어린아이를 구해내는 방법이라면. 영화가 끝날 때쯤 이 마지막 문장에 당신도 고개를 끄덕일 게 분명하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01-03

“‘젊음의 힘’ 키워 새로운 고령 만들겠습니다”

민선 8기 고령군정의 진정성 있는 첫 걸음은 군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며 이남철 군수는 취임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각계각층의 군민과 소통간담회를 가져왔다.이 군수는 군은 모든 행정의 최우선은 단연 ‘군민의 삶’임을 강조하며, 군민의 하나된 힘으로 항상 함께 해주기를 제안하면서 손 내밀고 있다.지난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고령군은 국내외적인 여러가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선택과 집중, 혁신과 변화의 힘으로 지역을 살리기 위한 군민과의 담대한 여정을 힘차게 시작했다. 시작도 군민과 함께였고, 앞으로 그려갈 ‘젊고 힘있는 고령’ 또한 군민과 화합의 힘으로 만들어 갈 것을 강조했다.고령군은 2023년 역대 최대 규모인 4천31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역을 살리고, 새롭게 변화하기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범 군민 ‘고령사랑 주소갖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또 인구증대와 지역발전을 위한 역점시책 ‘5·5·5 프로젝트’를 추진해 청년의 꿈을 키워줄 젊은 고령으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를 닦아갈 계획이다.이 군수는 “앞으로도 지역이 활기를 되찾고, 더 많은 군민이 행복감을 느끼는 군민 모두가 ‘자랑스러운 도시’ 고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과감한 변화와 전에 없던 도전과 혁신의 과정을 거치며 힘차게 전진해 나가겠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 청년희망 선도, 청년행복 견인고령군은 미래를 열어갈 주체이자 지역의 가장 역동적인 힘인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청년 임대주택 및 월세 지원, 청년복합 귀농타운 조성, 귀농·귀촌 통합플랫폼인 스마트팜 운영 등을 통해 청년의 주거안정과 정착을 지원한다. 청년 일자리 지원과 취·창업을 위한 청년드림센터 운영, 청년 예비창업가 육성 및 지역정착 지원금 지원, 청년몰 사업을 추진한다. 문화 및 여가를 즐기는 풍요로운 삶을 위해 체류형 창작공간 ‘문화예술창작소’ 운영, 웹툰 창작공간 마련, ‘메타버스 고령’ 기반 구축 등 젊은 고령으로 변화하기 위한 사업들을 다양하게 시행할 것이다. □ ‘빛’나는 웰니스 관광경북 남부권이자 낙동강변의 천혜 자연자원을 보유한 고령군은 새정부 관광산업의 큰 축인 웰니스 관광 활성화와 지역특화 관광개발에 발맞춰 나간다.낙동강 은행나무숲 힐링단지 및 수변테마파크를 조성하고, 테마관광지 야간경관 및 명소화 사업 등을 추진해 천혜자원을 활용한 자연과 쉼, 문화와 힐링이 공존하는 새로운 웰니스 관광거점을 탄생 시킨다.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수많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고령군을 좋은 인상으로 각인 시킬 수 있도록 전 방위적으로 대비하고, 홍보를 병행한다. 동시에 도시 전체 경관과 역사문화자원을 활동해 글로컬의 표본이 되는 도시로 그려 나갈 계획이다.대가야 고대(古代) 뱃길 재현 사업, 대가야고도(古都) 지정, 대가야박물관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대가야의 역사적 가치를 드높이고, 대가야문화의 독창적 가치 확산에 주력한다.고령군의 대표축제인 ‘대가야축제’는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컨셉트로 구상하고, 더 많은 이들을 축제장으로 유인할 다채로운 아이템으로 채워 지역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탈바꿈킨다. □ 스마트농업 혁신생태계 조성장기화된 펜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정한 세계정세 속에서 농업과 식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면서도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경영 안정화를 도모한다. 농업인력뱅크 운영, 농기계 임대사업 확대 등으로 영농 안전망을 구축하고 주력작물 미래전략 6차 산업화 추진과 시설현대화 및 스마트팜 보급 확대, 과학영농실증시범포장 조성 등 스마트농업 혁신생태계를 조성한다.지역 농·특산물의 판로 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대도시 인접 직거래장터 개설, 농산물 산지유통센터와 고령몰 활성화, 농산물가공 종합처리장 설치 등으로 농업생산성과 농업인소득 모두를 끌어 올린다. 농촌협약, 농촌공간 정비사업으로 농촌지역 정주여건 개선과 생활권 복원에 힘써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들 것이다. 또한 한우·한돈 경쟁력 강화 및 조사료생산 기반 확충, 축사 악취저감시설 지원 및 가축분뇨처리시설 개선으로 앞서가는 축산인프라 조성에도 힘써 ‘6차 농업융복합 선도도시’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경제 발전의 토대 조성양질의 주거 인프라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의 기반 조성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투자 유치 세일즈를 펼쳐 대가야읍과 다산면에 집약적 신규 주거단지 개발을 추진한다.또 물류 및 유통의 요충지로서 산업단지 조성의 최적화된 입지 여건을 살려 스마트 그린산업단지를 조성, 첨단기술 산업 및 중견기업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소상공인에 대한 특례보증 및 이차보전지원 확대와 중소기업 운전자금 지원, 기업 환경개선 및 기업판로·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과 기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겠다는 복안이다. 지역경제의 뿌리인 대가야시장은 자체이벤트사업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시장 활성화방안을 모색하고, 지역상품권 발행을 확대해 경쟁력 있는 전통시장을 만든다.대가야 하이패스 IC 설치와 도시계획 도로 정비 등 교통인프라 확충·개선을 통해 접근성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지역경제의 활력을 유도할 계획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대대적인 홍보로 지방재정 확충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 따뜻하고 안전한 고령어려움에 놓인, 힘든 이들이 함께 일어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찾아, 무엇보다 가치 있는 복지행정을 소홀함 없이 추진한다.노인복지센터와 장애인 종합복지관 건립, 스마트 경로당 구축 및 노후경로당 보수, 저소득층 일자리 확대 등으로 누구에게나 열린 사회참여 기반을 조성해 소외되는 구성원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취약계층에 대한 체계적이고 촘촘한 지원을 위해 희망나눔위원회 설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운영 확대로 놓치고 있는 소중한 이웃이 없도록 최대한 빠르게 손 내밀어 주는 따뜻한 지역사회를 건설한다.군민체감형 보건·의료서비스 인프라를 강화하고, 종합병원과 연계한 의료협업시스템 구축, 마을주치의 사업을 통해 누구에게나 평등한 건강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군민 건강수준 증진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한다.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맘 행복센터 건립 및 어린이 놀이공원 개장, 국·공립 어린이집 및 지역아동센터 확대 등 영유아부터 아동·청소년까지 폭넓은 지원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한층 더 성장시킨다.주민의 건전한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실내체육관과 다산 건강가족센터 건립, 파크골프장 조성 및 확장 등 생활체육 활성화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자연재해 예방에 힘쓰고 발 빠르게 대응하며, 범죄 예방과 각종 재난·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해 군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으로 군민 모두에게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고령/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3-01-03

세계경제 직격탄 철강산업… 건설·가전업계 회복이 관건

2022년 철강업계는 국내외적으로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대형이슈들로 영향을 받은 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에너지 가격 급등, 생산업계의 정책적 변화, 서방의 통화긴축 기조, 경기침체 우려 등 변수로 인해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이와 더불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10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파업, 6월과 11월 두 차례 벌어진 화물연대 파업 등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본지에서는 2022년 철강 시장을 정리하고 2023년을 전망해본다. /편집자주열연과 후판업계는 드라마틱한 한 해였다. 열연과 후판업계는 상반기 급등한 원부자재 및 수입재 가격 영향으로 상당한 실적 개선을 냈지만 하반기에는 줄어든 공급에도 가격이 하락하는 등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2022년 상반기까지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수익성이 크게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강관 판매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적고 대미 수출 역시 쿼터로 물량 제한을 받고 있다.글 싣는 순서1. 열연·후판·강관 시장 전망2. 냉연·도금·철스크랩 시장 전망3. 철근·H형강·STS 시장 전망 □ 상하반기 대조적인 성적표2022년 제품수요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눌 수 있다. 상반기엔 실적 호조를 보였다. 지난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철광석과 점결탄 등 철강 원자재 가격 급등을 가져왔다. 이는 국내외 글로벌 철강업체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이에 국내 판재류 제조 및 유통업체들의 경영실적은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가격 급등과 수요 개선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그간 경기 부양을 위해 시장에 풀린 자금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다.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이 잇따르면서 주요 철강 경기도 침체기를 맞았다. 철강재 가격 급락과 공급 우려, 수주경쟁 심화와 이에 따른 수익성 하락 현상이 재현됐다. 가격을 앞세워 중국과 일본산 열연 유입량이 확대되고 건설과 가전 등 주요 수요산업 경기의 침체는 판재류 제품의 가격 하락과 수주경쟁 심화를 가져왔다.△냉온탕을 오간 열연유통시장 내 열연 가격은 지난해 4월 급등하면서 상반기까지 국내 판재류 제조 및 유통업체들의 경영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이후 열연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요는 좀처러 회복되지 못하는 못습을 보였다. 가격을 앞세워 중국와 일본산 열연 유입량이 확대되고 건설과 가전 등 주요 수요산업 경기의 침체는 관련 업체들의 하반기 수익성 저하로 연결됐다.△ 후판 수요, 조선용만 꾸준최근 이어진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량 확대는 국내 후판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만들었다. 국내산 후판의 수요는 오히려 올해 더 줄어든 탓이다. 조선업체들의 인력난으로 인해 건조 물량 확대가 어려운 상황인데다 범용재를 중심으로 가격이 낮은 일본과 중국산 후판 유입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 후판업체들은 올해 조선업체들에 대한 후판 공급량이 지난해에 비해 100만t(톤)수준 줄어들었으며 수입재 유입은 100만t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봤다. 비조선향 후판 수요 역시 국내외 건설 경기 회복 지연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낮아졌다. 지난해 9월 이후 국내 포스코 포항제철소 후판 공장의 침수 피해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파업 영향으로 국내산 후판의 생산과 판매 역시 지난해에 비해 다소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관 시장,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회강관 시장은 내수와 수출에서의 온도차가 갈렸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침체에 구조관을 비롯한 배관재 업계의 판매 부진이 이어졌으나, 국내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할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세아제강과 휴스틸의 경우 호실적을 거뒀다.1분기는 국내 강관 제조사들이 고가의 열연 원소재 매입이 이뤄지던 시기였다. 원소재 가격의 인상분을 강관 제품 가격에 적기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또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됐다. 철광석과 점결탄 등 철강 원자재 가격이 높은 상태가 유지되자 강관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2분기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봉쇄정책에 따라 철강 원자재 가격 강세 지속, 중국의 수출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원자재 확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구조관 업체들의 경우 단가 경쟁이 심화돼 단가 하락세가 나타나기도 했다.3분기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게 흘러갔다. 포항제철소 태풍 피해로 원소재 공급 불안이 최고에 달했던 시기다. 강관사들은 인상을 실시했고 그간 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각 사들의 단가이상이 이어졌다.4분기인 10월에는 1차~2차 유통업계의 매입이 꾸준했고, 구조관 업계의 경우 일부 업체들을 제외 하곤 단가 인상분을 최대한 지키기 위한 노력에 동참했다. 하지만 11월부터는 국내 경기 침체로 판매 악화가 본격화됐다.□ 2023년, 건설·가전 회복 시기에 달렸다판재류 수요는 2022년 대비 개선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판재류 제품의 주요 수요산업 가운데 건설과 가전의 회복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수요산업 가운데 사정이 나은 자동차 생산의 경우, 2023년에도 반도체 수급 이슈 등으로 발생한 이연 수요와 전기자동차 생산 확대 등의 영향으로 생산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건설의 경우 미국의 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건설업체들의 자금 확보 부담이 가중되면서 건설투자 감소가 우려된다. 가전 수요의 경우에도 경기 불확실성과 가전업체들의 재고 감소 영향으로 가전 생산이 2022년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열연은 2022년 수준 예상2023년 열연 수요는 2022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열연 가격은 2023년 1월 선적분 열연코일 수출 가격 하락 영향으로 1분기까지는 약세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움직임 여부에 따라 하반기 회복 가능성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열연 시장은 중국과 일본 등 우리나라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수출 가격이 국내 열연 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금리상승 영향이 지속된다면 하반기까지 철강수요 개선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철강재 가격의 약세 기조가 이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다.△조선용 후판 수요, 확대 기대2023년 조선용 후판 수요는 꾸준히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을 중심으로 꾸준한 수주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다만 조선업체들이 가격을 앞세워 수입재 사용량을 확대하고 국내산 물량을 축소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 조선을 제외한 건설 등 후판 수요에 대해서는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본격 시작 여부 역시 수요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일반 건설향 후판의 경우 국내외 건설 경기 회복 지연 우려로 수요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선용을 포함한 2023년 후판 전체 수요는 2022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강관 산업, 신규 시장 개척해야올해 강관 산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 강관 업계 종사자들은 올 하반기부터 나타난 수요 침체가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건설 경기 전망’ 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건설수주는 2022년 대비 7.5% 감소한 206조원을 기록한다. 건설수주 하락 배경에는 SOC 예산 감소와 기준 금리 상승, 불확실성 증대 등을 꼽았다.강관업계의 2023년 국내외 판매량은 2022년 수준을 힘겹게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수주 부진 속에서도 대미수출 쿼터제한으로 해외 판매 확대가 제한적인 만큼 미국을 제외한 비미주 지역에서의 업계 간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은 열연·GI 등 코일 원소재 가격의 등락 여부가 관건이다.수출에서의 판매 확대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강관사들의 경우 대미 수출 연간 쿼터 물량이 100만t 수준이다. 쿼터 확대 없이는 미주 지역으로의 판매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미를 제외한 비 미주 지역으로의 신규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각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의 활발한 영업 활동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부용기자

2023-01-02

인구 41만 회복·투자 유치 30조 시대 활짝 연다

지난해 ‘새희망 구미시대’라는 비전을 제시한 민선 8기 구미시는 6개월의 짧은 기간에도 반도체, 방위산업 등 첨단산업분야 1조9천67억원 투자유치, 사상 첫 예산 2조원 시대 진입, 2025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회 유치 등의 성과를 거뒀다.2023년 새해 시정목표를 ‘미래의 시작, 혁신의 중심! 구미재창조’라 정한 구미시는 교토삼굴(狡兎三窟 : 꾀 많은 토끼는 숨을 수 있는 3개의 굴을 파놓는다)의 정신으로 세계적 복합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3대 전략 7대 역점시책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 □ 3대 전략, 7대 역점시책구미시는 2023년 시정목표 ‘미래의 시작, 혁신의 중심! 구미재창조’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유치로 민생경제 활력 제고 △도시공간 재창조를 통한 인구 41만 명 회복 △끊임없는 혁신으로 지방시대 선도 등의 3대 전략을 제시했다. 또 7대 역점시책은 △K-신산업 중심지로 도약하는 자생적 경제혁신 도시 △활기찬 골목, 웃는 소상공인 행복한 로컬경제 △명품 정주 여건으로 완성하는 인구활력도시 △활기찬 낭만이 넘치는 문화관광매력도시 △두텁게 보호받고, 촘촘히 챙김 받는 따뜻한 동행 도시 △청년의 희망이 되는 농촌, 첨단디지털 농업특화도시 △낡은 행정규제 혁파, 변화 그 이상의 시정혁신으로 수립했다. 특히 △방산혁신클러스터 △첨단반도체 소재부품특화단지 △한류 메타버스 전당 등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공모사업을 착실히 준비해 민선 8기 ‘투자유치 30조 시대’목표를 실현할 방침이다.이와 함께 지방시대 주도형 4대 특구(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글로벌혁신특구, 경제특구) 및 공항배후단지조성을 추진하고, 전략적 투자유치 활동과 기업애로전담팀 구성 등 투자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관리에 힘쓸 예정이다.□ 적극적 투자유치 민생경제 활력구미시는 방위산업, 반도체, 메타버스 분야의 전략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투자유치 30조 시대를 위한 전략적 유치활동을 전개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관(官) 위주의 투자유치 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민·관 협력 네트워크인 ‘구미시 범시민 기업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담팀을 꾸려 기업애로 처리사업(5억원)을 추진한다. ‘중소·중견기업 ESG 경영 지원(0.7억원)’, ‘디지털전환 성장기반 구축 지원(3억원)’사업을 추진해 스마트·친환경 산단을 조성하고, 산단대개조사업, 강소연구개발특구 육성사업으로 주력산업의 고도화를 지원한다. 또 중소기업육성자금 지원 이차보전금을 확대 편성하고, 해외시장 판로개척 지원(3억원), 대표 향토기업 우대·지원(2억원), 중소기업 토탈 솔루션 사업의 업체당 지원 한도를 확대(500만원→1천만원∼1천500만원)하는 등 지역 중소기업의 경영안정과 역량 강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여기에 소상공인 카드단말기 이용료를 전국 최초로 지원하며, 소상공인 지원센터 운영(2억원) 및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해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에도 앞장선다. □ 도시공간 재창조대구·경북 신공항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체계적인 지역개발과 권역별 관광단지 조성 등 도시공간을 재창조해 2023년 말까지 인구 41만 명 회복을 위한 정주여건 개선에도 박차를 가한다.이를 위해 송림네거리, 원지평로네거리, 사곡오거리, 구미고에 입체교차로를 단계적으로 설치하고, 도심 전반에 걸쳐 도시계획도로를 확장·개설한다. 또 신공항 개항에 맞춰 구미∼군위 간 고속도로 건설, 구미∼군위IC 간 국도 67호선 개량 등 도로망 사업과 대구∼경북 광역철도, 대구권 광역철도 등 철도망 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공영주차장 조성 확대를 통해 상권 활성화 및 주차난 해소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2021년 5월부터 폐쇄된 구미역후광장 지하주차장을 시민들께 개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공영화물차 차고지 조성 추진, 권역별 주차타워조성, 산업단지 지하주차장 및 전통시장 주차장 개선 사업을 추진해 공영주차장 주차 면수 1만8천45대를 확보할 계획이다.여기에 ‘구미 원도심 활력사업 기본계획 수립용역(5억원)’을 추진해 유입인구 정착 기반 강화를 위한 주택공급에도 힘쓸 예정이다. 권역별 관광단지 조성을 위해 금오산 리프레시 사업을 추진하고, 낙동강 일원에 명품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낙동강 둔치 활용 기본계획 변경 및 실시설계 용역’에 이어 ‘천생산 힐링관광단지 조성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한다.민선 8기 처음으로 개최했던 구미라면축제, 구미-푸드 페스티벌 등이 지역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선산 장원방 조성, 신라불교초전지 미로공원 조성, 구미1969 산업투어, 구미산업문화유산 웹툰 제작 등 구미만의 특색있는 문화콘텐츠 사업도 강화한다. □ 끊임없는 혁신으로 지방시대 선도구미시는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소외 없는 복지정책과 농촌의 동반성장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부모의 부담을 덜고 아이가 행복한 꼼꼼한 돌봄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출산축하금을 확대(출생아당 10만원씩 증액)하고, ‘아픈아이돌봄센터’를 경북 최초로 운영하며, 야간 및 공휴일에도 응급상황 발생 시 소아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소아청소년 응급환자 진료센터’를 운영한다. 청소년을 위한 ‘진학진로지원센터’운영 및 신입생 교복 지원을 확대(1인당 10만원→20만원)하고, 구미형 미래전략산업 대응 청년일자리 지원, 청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료 지원, 청년의 날 행사 추진 등 구미형 청년정책을 추진한다. 김장호 시장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1사 1경로당 자매결연 사업(100개소), 고독사 예방 및 관리체계 구축, (가칭)강동노인종합복지관 건립 등을 추진하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처우개선 사업(1인당 복지포인트 10만원)으로 양질의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한다. 참전유공자 명예수당 인상(시비지급액 10만원→15만원), 보훈예우수당 지급 제한 연령 폐지 및 인상(65세이상 삭제/시비지급액 5만원→10만원), 사망한 참전유공자의 배우자 복지수당 신설(월5만원/660명 정도)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 대한 사회 책임성을 강화한다.또 ‘경북 디지털혁신 농업타운’, ‘밀산업 밸리화 시범단지’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한국식품연구원 경북본부’설립 및 식품 관련 연구기관과 기업이 집적된 수출지향형 ‘식품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농촌경제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농업기반을 조성한다.여기에 유통구조개선사업(9천만원) 및 지역농산물 출하 위탁수수료 지원(2억1천만원)도 추진할 계획이며, 차세대 영농리더(청년농부)육성을 위한 귀농귀촌 유치지원(2억2천만원),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기술보급(8천만원) 등 농촌의 혁신과 활력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추진한다.김장호 구미시장은 “2023년 새해 시정목표와 역점시책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직사회의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기능 중심 전략적 조직개편을 단행한 만큼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는 정신으로 시민들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 2023년을 힘차게 시작하겠다”고 밝혔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3-01-02

연말연시 ‘위로와 위안의 선물’ 책 한권 어때요

그 옛날 현자(賢者)들은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그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책망할 건 없다. 솔직히 말하면 인터넷과 휴대폰이 장악한 지금 시대에 ‘책’에서 ‘길’을 찾는 이들이 주위에 얼마나 있겠나. 지극히 적은 숫자일 게 뻔하다. 그러나, 다시 돌아보면 책은 인간에게 위로와 위안을 선물해왔다. 아주 오랜 시간 전부터. 그것까지 부정하긴 어렵다.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곧 닫히고, 이어 새로운 희망으로 맞이할 2023년이 열리는 시기다. 시끌벅적한 연말 모임도 나쁠 것 없지만, 책과 함께 조용히 새해를 설계해도 좋을 이때. 1권의 시집과 1권의 산문집, 1권의 장편소설을 독자들께 정중하게 권한다. 강우식 ‘살아가는 슬픔, 벽’ 2줄 짧은 시로 세상을 해석하다강우식 ‘살아가는 슬픔, 벽’빼어난 시는 짧다. 이에 관해선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시가 드러내야 하는 세상과 인간의 본질이란 결국 간명한 것이니. ‘2행 시집’이란 부제가 붙은 강우식의 책이 빛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 1941년 강우식과 같은 해에 태어난 많은 작가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시인 조태일과 소설가 이문구 등. 그보다 아래 연배인 문학평론가 김현과 시인 이성부, 소설가 김성동도 이미 지상의 사람이 아니다.20~30대 젊은 시인들이 문제적 작품을 들고 나오며 한국 시단의 새로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오늘. 나이를 잊고 ‘삼국지’의 노장 황충을 닮은 시적 결기를 보여주는 강우식의 작품들이 독자는 반갑다. 서시격으로 읽히는 ‘시인의 말’은 오랫동안 시를 써온 사람의 간절한 바람이 읽힌다.‘무릎장단 저절로 쳐지는좋은 시 한두 수쯤 있었으면 한다.’앞서 말한 것처럼 강우식의 이 책은 모두 2행짜리 단출한 시로 이뤄졌다. 19세기 중반 활동했던 프랑스 시인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라는 제목의 산문시집으로 유명한 그지만, 기실 로트레아몽 최고의 절창은 2줄짜리 시 ‘나무’다.‘나무는자신의 위대함을 모른다.'다시 강우식으로 돌아간다. 나이 먹어 부드러워진 눈으로 보면 세상의 질서와 이치, 사람의 도리와 본성이 명료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가을비 3’이 그렇다. 불평등에 땅을 치던 젊은이도 세월이 흘러 세상 보는 눈을 가지게 되면 마침내 이런 결론에 가닿지 않을까?‘빈한하게 살아 한 생이었다고 푸념치마라누군들 저 비울음에 젖어 목줄 떨며 안 지나가겠는가.’책에 실린 짤막한 연애시 또한 흥미롭다. 애틋하면서도 웃음을 부르는 ‘삼월이’란 작품이다.‘가시내를 사랑했나봐 지금도 못 잊는 걸 보니어릴 때 3월이 오면 기를 쓰고 놀렸던 이름삼월이.’책의 끝부분. 강우식은 2행의 짧은 시 작업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촌철살인은 못되더라도 시의 군더더기 없는 맛을 나타내려고 쓴다.”조금이라도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강우식은 문단에 나온 후 20년을 4행시 작업에 매달렸다. 그리고, 다시 발견한 2행시. 시인도 그와 함께 더 가벼워지고 명료해졌다. 유영갑 ‘갈대 위에는 눈이 쌓이지 않는다’ 자연을 친구 삼아 홀로 살아내다유영갑 ‘갈대 위에는 눈이 쌓이지 않는다’시인에겐 세상의 진실과 인간의 본질이 길게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짧게 요약되는 게 아닐까.‘월간문학’으로 등단해 ‘푸른 옷소매’ ‘달의 꽃’ 등을 쓴 소설가 유영갑을 여러 차례 만났다.자기 뜻을 먼저 앞세우지 않고, 조용히 앉아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점잖은 사람. 동그란 낡은 안경테 뒤로 비치는 눈빛이 선하고 정 깊어 보였다. 그는 네온사인 번득이는 도시에서의 삶을 접고 고향인 시골마을 강화도로 들어가 빈 집을 수리해 산다. 이미 오래 전부터다. 바다 냄새와 쓸쓸한 하늘이 그의 친구들이다.유영갑의 산문집 ‘갈대 위에는 눈이 쌓이지 않는다’는 정갈한 식탁과 닮은 책이다. 투박하지만 맛깔스럽다. 이 책은 나이 지긋한 사내가 유배지처럼 한적한 시골에 살며 맛보는 삶의 쓸쓸함과 달콤함, 사람살이의 고단함과 즐거움, 어릴 적 뛰놀던 고향의 풍광과 기억까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책도 사람을 닮는 것인가? ‘갈대 위에는 눈이 쌓이지 않는다’에 실린 문장들은 유영갑처럼 따뜻하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겨울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인내와 끈기를 강요한다. 그런 점에서 이 계절은 내 삶의 어떤 부분과 닮아 있다. 하지만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고통이라는 불방망이에 두드려 맞을수록 내면이 단단해진다는 사실을.-위의 책 ‘강화극장’ 중에서.혼자 견뎌야 하는 차가운 겨울에도 다가올 봄의 희망을 잃지 않고, 외딴 마을 가는 길에서 만난 텅 빈 도로에서 풍선처럼 부풀어야 마땅할 생에 대한 기대를 떠올리는 사람이 바로 유영갑이다.이 책은 훈훈한 문장 외에도 아마추어 실력을 뛰어넘는 유영갑의 사진을 보는 기쁨까지 선물한다. 그가 렌즈를 통해 본 강화도의 바다와 벌판, 그곳에 기대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모습 역시 정겹고 따스하다.때로는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살림살이를 한탄하고,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강화도 사람’ 유영갑은 행복해 보인다. 왜냐? 유년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나 하나만이 아닌 ‘우리’를 위해 기쁘게 밥 한 술 덜어줄 수 있는 이웃들이 존재하는 고향에서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 웃음과 씁쓸한 뒷맛을 주는 읽을거리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일부일처제’라는 굳어진 사회 시스템을 유쾌하게 깨부수는 작가. 그걸 읽는 독자들은 재밌고도 놀랍다.비독점적 다자연애의 결혼관을 소설적으로 풀어낸 박현욱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가볍고 경쾌한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도 관심을 끈다.이 작품은 평범한 회사원 덕훈과 온몸으로 자유연애를 실천하며 사는 분방하고 독특한 여자 인아의 연애담으로 시작된다. 둘의 사랑 이야기 속에 양념처럼 섞여드는 게 바로 축구.작가는 축구를 통해 인간보편의 삶을 설명하는 독특한 방식을 구사하는데, 이를 위해 수십 권의 축구 관련 서적은 물론, 오만가지 스포츠 인터넷사이트를 섭렵한 듯하다.현실에서의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소설 속 설정은 아슬아슬한 게임처럼 이어지고, 인아는 누구의 자식인지 확인하기 힘든 딸까지 낳는다. 묘한 건 덕훈의 태도다. 인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음에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 속에서 덕훈과 인아, 그녀의 딸과 두 번째 남편은 뉴질랜드로 떠나기로 합의하는데….세상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곧잘 벌어지고, 이해하기 힘든 사랑의 방식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생경한 소재와 특이한 발상의 작품 ‘아내가 결혼했다’는 한국사회의 상식으로는 수긍하기 힘든 여성의 복혼(複婚)을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큰 거부감 없이 술술 읽힌다. 이는 박현욱 문장이 가진 ‘몰입의 힘’ 때문이다.누군가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의 가부장제를 극단적으로 묘사한 블랙 코미디로 이 소설을 읽었다고 한다. 맞다. 기자 역시 웃음 끝에 묻어나는 씁쓸한 뒷맛이 나쁘지 않았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12-27

1천25개의 섬 천국… 보랏빛 세상이 펼쳐진다

전라남도 신안군은 바다 위에 1천25개 섬이 별처럼 무수히 떠 있는 섬 천국이다. 우리나라 전체 섬의 25%와 갯벌 대부분이 신안에 있다. 섬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며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보물이 많은 곳이다.바다에 흩어진 섬들은 2019년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개통되면서 목포와 연결돼 육지가 됐다. 바다의 오지로 불렸던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같은 섬들을 차량으로 쉽게 갈 수 있다. 땅이 얼어붙고 매운바람이 불어오는 겨울,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바다와 너른 갯벌,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매력적인 섬들이 수 놓인 신안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동백 파마머리 부부 벽화가 익살스러운 암태도흩어진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섬을 둘러싸고 있어 이름 붙은 암태도는 1923년 8월부터 1924년 8월까지 소작농들이 항쟁을 벌인 ‘암태도 소작쟁의’로 유명한 곳이다. 일제강점기 암태도 소작 농민들에게 8할의 소작료를 징수한 대지주와 이를 비호하는 일제에 저항한 대표적인 농민항쟁이다. 소작인 400~500명이 배를 타고 목포로 나가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청을 점거하며 저항했다. 일본 경찰은 농민대표들을 구속했다. 소작농들이 암태소작인회를 조직해 투쟁하며 소작료를 4할로 내리게 하고, 농민대표들도 풀려나게 한 항쟁의 역사가 깃든 섬이다.‘암태도소작인항쟁기념탑’이 세워진 암태도는 길가 담장에 그려진 벽화 하나로 관광 명소가 됐다. 기동 삼거리의 노부부가 사는 집 담장에 부부의 얼굴이 벽에 그려져 있고 담장 위로 애기동백이 마치 파마머리를 한 듯 동그랗게 피어오른다. 동백꽃 피는 겨울, ‘동백 파마 벽화’에서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 위로 붉은 꽃이 화려하게 부풀어 오른다. 그림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벽화는 신안군수의 아이디어로 할머니의 얼굴만 먼저 그렸다. 할머니는 담장에 얼굴이 크게 그려지자 부끄럽다며 벽화를 지우고 싶어 했다.동백나무 머리 벽화가 인기를 끌면서 남편인 할아버지도 자기 얼굴을 그려 달라 요청했지만 할머니 파마머리와 비슷한 크기의 애기동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제주에서 동백을 구해와 부부의 모습으로 완성된 재치 넘치는 벽화는 마을의 명소가 됐다. 벽화 앞에서 사진 한 장 남기려 섬과 섬을 넘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아름다운 해변을 품은 자은도‘자애롭고 은혜로운 섬’ 자은도(慈恩島)는 신안군의 면 단위 섬 중 가장 크다. 주민들이 손으로 둑을 쌓아 바다를 간척해 농토를 일구어 면적이 넓어졌다. 암태도가 육지와 연결되면서 연도교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자은도에는 유난히 아름다운 해변이 많다.울창한 소나무 숲이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분계해변에는 거꾸로 매달린 여인의 모습 같은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여인송’이라 이름 붙여진 소나무에 슬픈 사연이 있다. 금실 좋은 어부 부부가 말다툼한 후 남편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시간이 흘러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날마다 분계해변 솔숲에 올라가 남편을 기다렸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소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바다를 바라보니 남편이 탄 배가 돌아오고 있었다. 다음날부터 아내는 큰 소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의 배가 돌아오고 있는 환상을 보며 기뻐하다 나무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얼마 후 바다에서 돌아온 남편은 아내를 소나무 아래 묻어주었다. 소나무는 점차 거꾸로 선 여인의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 나무가 바로 그리움이 사무친 여인송이다. 여인의 간절함이 차가운 바람으로 불어오는 듯 솔숲은 흔들리고 겨울 바다는 스산하다.둔장해변에는 자은도의 명물인 인도교가 있다. 섬과 섬이 다리로 연결돼 육지와 끊임없이 이어져 끝없이 발전하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담아 무한대(∞)를 뜻하는 ‘무한의다리’로 이름 지었다. 다리 난간의 곡선도 기호 모양처럼 보인다. 1004m 길이의 해상목교는 자은도와 구리도, 고도, 할미도를 잇는다. 물이 찰랑일 때 다리를 건너면 바다 위를 걷는 듯하다. 썰물이 되면 아름다운 갯벌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둔장해변에서 무한한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듯 쭉 뻗어 있는 다리를 건너면 구리도에 닿는다. 구리도는 들어갈 수 없다. 왼쪽으로 연결된 긴 다리를 건너면 할미도로 이어진다. 할미도에는 동양 최대규모의 독살이 있다. 독살은 서해안의 조수간만 차이를 이용하는 원시 고기잡이 방식이다. 해안에 돌을 쌓아놓고 밀물에 고기가 들어왔다가 썰물에 물이 빠지면 돌담에 남아 있는 고기를 잡는다. 섬이 아담해 기암괴석 절벽과 돌탑을 쌓아놓은 해변을 따라 금세 돌아볼 수 있다. 다리를 건너 다시 둔장해변으로 돌아오면 바다 너머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들이 석양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섬은 낭만으로 물든다.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의 예술혼이 깃든 안좌도안좌도에는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세계적인 화가 김환기 화백의 생가가 있다.수화(樹話) 김환기는 1913년 안좌도 읍동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때 경성으로 유학 갔다가 다시 일본으로 떠나 그림을 공부했다. 그림값이 가장 비싼 한국 화가로 손꼽히는 김환기가 살던 생가는 그의 그림 한 점 없이 고택만 오롯이 국가 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생가 앞에 ‘요코하마 풍경’이라는 복사본 그림만 걸려 있다.고택은 백두산 소나무로 지어 견고하고 기품 있다. 대문 앞에는 고인돌처럼 생긴 큰 바위가 하나 있는데, 수화는 청년 시절 이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스케치했다.방 한 칸 크기만큼의 뒤주가 있던 지주 집안에서 풍족했던 그는 1942년 넓은 농토를 모두 농사짓던 소작인들에게 나누어주고 안좌도를 떠났다. 맞은편 앞집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 등 동네 곳곳에서 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자은도 분계해변 여인송. 안좌도는 보랏빛 섬으로도 유명하다. 안좌도 남쪽에서 형제처럼 마주 보고 있는 바가지를 엎어놓은 모양의 박지도와 어느 쪽으로 봐도 반달 같은 반월도를 통틀어 퍼플섬이라 부른다. 2007년, 배를 타고 드나들던 두 섬에 처음 다리가 놓였다. 평생을 박지도에서 산 김매금 할머니의 ‘걸어서 섬을 건너고 싶다는 소망’이 이루어졌다.안좌도에서 박지도까지 547m, 박지도에서 반월도까지 915m의 길이인 해상인도교는 두 섬에서 많이 나는 도라지꽃과 콜라비의 보랏빛 색감에서 영감을 얻어 다리를 보라색으로 칠하고 퍼플교라 불렀다.세 군데의 섬을 넘나들 수 있는 퍼플교는 보랏빛 옷, 신발, 모자, 우산 등을 착용하면 무료로 건널 수 있다. 박지도는 퍼플교로만 오고 갈 수 있지만 반월도는 나룻배가 있어 퇴촌마을과 안좌도 두리마을을 오가기도 한다. 온통 보랏빛 섬에서 바다를 천천히 떠가는 배와 포구의 풍경은 오히려 정겹다.섬 안의 아름다운 해안길을 산책하며 둘러보면 촘촘히 붙어있는 지붕, 도로, 휴지통, 식당, 그릇 등도 보라색이다.마을을 닮아 하늘도 청잣빛으로 빛난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면 다리에 보라색 조명이 불을 밝힌다. 검은 바다도 보랏빛으로 물드는 섬은 신비롭다./신안=글·사진 이솔 객원기자

2022-12-22

언어의 연금술사 시인들이 전하는 사랑과 희망

계절은 저마다 제 이름값을 한다. 뚝 떨어진 기온 탓에 두꺼운 외투 차림으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겨울.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도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몸만이 아닌 마음까지 추워지는 이 계절.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인 인간에겐 육체와 정신을 데워줄 위로가 필요하다. 그 위로의 주요한 재료가 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사랑’과 ‘희망’이 아닐지.고래로부터 시인은 언어의 조탁을 통해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왔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세밑. 차가운 세상과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시집 3권과 만나보는 건 어떨까? 사랑 때문에 울 수 있어야 시인박철 ‘사랑을 쓰다’‘김포행 막차’와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의 시인 박철이 사랑을 노래한 시만을 골라 묶은 책이 있다. 이름하여 연시집 ‘사랑을 쓰다’. 거기엔 아래와 같은 눈물 어린 사랑 노래가 가득하다.끈이 있으니 연이다/묶여 있으므로 훨훨 날 수 있으며/줄도 손길도 없으면/한낱 종이장에 불과하리/눈물이 있으니 사랑이다/사랑하니까 아픈 것이며/내가 있으니 네가 있는 것이다/날아라 훨훨/외로운 들길, 너는 이 길로 나는 저 길로/멀리 날아 그리움에 지쳐/다시 한 번/돌아올 때까지.-위의 책 중 ‘연’.이미 100년 전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가 말했다. “혼자서는 절대 저지르지 못하는 죄가 사랑”이라고. 박철 역시 발레리처럼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에 익숙한 시인.하여, 그는 연과 끈, 눈물과 아픔, 날아오름과 지상의 길을 짝지어주며 사랑을 노래한다. 두 존재의 합일을 통해서만이 온전히 실현되는 사랑이라는 극적인 사건.그렇게 실현된 사랑은 현실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가? 박철은 시력이 35년인 문단의 중견. 하지만, 여전히 소년의 미소를 지닌 사람이다.때론 간명함이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아름답다. 번지르르한 수백 마디의 말보다 자신 앞에 앉은 누군가에게 맑은 물 한 잔 따라주며, 그 사람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는 것. 진실한 사랑이란 바로 그런 소박한 정적(靜寂) 속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닐지.사랑 때문에 눈물짓는 사람이 드물어진 시대. 시집을 읽은 가수 김창완은 박철이 “초등학교 학생 같은 순수한 사람”이기에 “울지 않도록 안아 주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시간을 들여 ‘사랑을 쓰다’ 속을 산책한 기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시인이란 천형처럼 주어진 말간 슬픔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지도 없이 혼자 먼 길을 가는 사람. 사랑이 그를 울릴지라도, 세상에서 저 혼자만 서러울지라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가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그 운명을 박철은 이렇게 노래한다. 이 차가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는 ‘꽃잎을 열면’이라는 시다.그대의 꽃잎을 열면 푸른 하늘/비 개인 맑은 날/붉게 타는 그대의 숲 속을 헤매이다/꽃잎을 열어 목을 적시면/어두운 세상/나만 홀로 서럽다. 절망 속에 숨은 희망을 찾아서국내외 시인 50명 시모음 ‘설운 서른’누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서른은 서러운 나이”라고 선언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30세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서글픈 나이다.20대의 정열이 걷힌 메마른 시기. 꿈과 낭만, 이상과 희망보다는 일상과 현실에 가까워지는 나이. 앞으로 다가올 40~50대 지지부진한 삶에 대한 걱정으로 움츠러드는 때.세상과 인간을 읽는 ‘예민한 촉수’라고 할 시인들이 이처럼 서러운 나이 서른을 그냥 두고 넘길 리 없다. 오래전부터 수많은 시인들은 바로 이 ‘문제적 나이’ 서른을 각자의 방식과 목소리로 노래해왔다.‘설운 서른’도 그 연장선에 있다. 국내외 시인 50명이 서른에 관해 쓴 시를 모은 것이다. 딜런 토마스와 잉게보르크 바하만에서부터 천양희와 최승자, 여기에 서른 즈음에 요절한 시인 기형도의 작품까지 담긴 시집 ‘설운 서른’. 그들은 각자의 스타일로 서른에 관해 읊조린다.‘푸른빛과 싸우다’의 시인 송재학은 서른을 ‘더러운 청춘의 끝’으로 정의하며 아래와 같은 음울한 노래를 부른다. ‘노을’이란 시다.나는 더러운 청춘의 끝에 서서 부글거리는 강물을 후회로 바라보았다/썩은 폐를 거쳐간 연애와 밥을 생각할 때 검은 강은 거품과 기억을 섞었다/누군가 창밖으로 찢어진 편지와 노래를 던졌다….더 이상 정열과 열정이 있을 수 없고, 생에 대한 장밋빛 낙관도 사라진 서른 살. 시인은 아름다웠던 연애의 기억마저 ‘썩은 폐’ 혹은, ‘검은 강’이란 시어로 어둡게 그려낸다. 여기서 창밖으로 던져진 ‘편지와 노래’란 젊음의 영역을 뺏긴 시인이 애타게 그리워하는 청춘의 은유가 아닐지.‘이 시대의 사랑’ ‘내 무덤 푸르고’ 등의 시집을 통해 절망과 회의의 시학을 독자들에게 보여준 최승자는 송재학보다 암울 쪽으로 한걸음 더 나간다.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서른 살은 온다/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위의 책 중 ‘삼십 세’.‘설운 서른’에 담긴 시 대부분은 잿빛으로 음울하고, 동굴처럼 어둡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시인은 추락하는 것들의 서러움만을 노래하진 않는다. 절망과 회의 속에서도 전망을 찾아가는 사람이 또한 시인이지 않겠나.‘사람의 등불’로 독자들에게 친숙한 고재종 시인은 서른이란 서러운 나이 또한 생의 여정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걸어야 할 피해갈 수 없는 ‘길’임을 새삼 알려준다. 그 노래가 독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길이 길이라 하면 늘 그러한 길이 아니어서/나는 다시 피에 젖은 흙빛의 길 위에 섰다/길은 항상 저만큼의 풍광 속에서 일렁거렸다….-위의 책 중 ‘길의 길’. 모든 걸 견디게 하는 힘 사랑송기원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송기원의 시집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은 출생에 대한 열등감으로 자살 충동에 시달렸던 중학생 시절 송기원의 절망과 예민했던 문학청년 시절의 고뇌가 오롯이 담겼다.송기원의 생애는 그야말로 기구했다. 지난 세기엔 민주화운동에 투신, 감옥을 4번이나 들락거렸고, 그 와중에 어머니가 사망하는 아픔도 겪었다. 세상과 문학에 염증을 느끼고 인도로 떠나기도 했으며, 오랜 기간 절필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이처럼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은 송기원이 긴 세월을 침묵으로 이겨내고 혼란과 혼돈으로 점철된 인간사를 한 발자국 뒤에서 그윽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게 바로 이 시집이다.“그대여, 얼마나 오래 숨어살면서 그대에게 가는 길을 찾아야/ 그대는 치자꽃 향기처럼 나에게 풍겨올는지요”라는 시구(詩句)는 우리들 가슴을 아프게 친다.시집은 ‘바람꽃’ ‘각시붓꽃’ ‘수선화’ ‘달맞이꽃’ ‘능소화’ ‘망초꽃’ 등 갖가지 꽃 이름으로 환하다. 그중 복사꽃은 이 책의 ‘절창 중 절창’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이런 노래다.갓난애에게 젖을 물리다 말고/사립문을 뛰쳐나온 갓 스물 새댁/아직도 뚝뚝 젖이 돋는 젖무덤을/말기에 넣을 새도 없이/뒤란 복사꽃 그늘로 스며드네/차마 첫정을 못 잊어 시집까지 찾아온/ 떠꺼머리 휘파람이 이제야 그치네.읽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한 폭의 수채화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시. 모질고 모진 첫사랑을 떠올리는 순간만은 이 혹한의 추위도 잠시 물러가려나./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12-20

역사문화관광·신성장사업·열린 교통망 ‘천년고도 경주’만의 도시 가치 높인다

민선8기 경주시에 대한 25만 경주 시민들의 기대감은 매우 높다. 재선에 성공한 주낙영 경주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경주의 큰 변화를 강조해 온 만큼, 새로운 경주에 대한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그렇다고 경주시민들이 희망만 갖고 사는 것은 아니다. 3년 째 이어져 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올해 초 발발 이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영웅은 난세가 만든다고 했던가.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성장률 잿빛 전망 속에 주낙영 경주시장을 만나 ‘보릿고개’를 넘을 그의 복안을 직접 들어봤다. □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 도시 조성을 위해 모든 역량 총동원할 것신라왕경복원·정비 사업에 대해 별도 예산 과목 신설, 추진단 활성화, 국비 보조율 상향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천년 신라왕경 디지털(메타버스) 복원으로 시간적·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작정이다. 이를 통해 경주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관광 도시의 정체성과 가치를 제고시킨다.먼저 문무대왕 성역화 사업과 문무대왕 해양역사관 건립에 박차를 가해 문무대왕의 호국정신과 진취적인 기상을 습득하는 배움의 장을 열 계획이다. 또 경주 읍성 권역 활성화를 통해 성곽도시 경주의 옛 모습과 시가지 역사문화 거점기능을 회복시키고 해월 최시형 선생 생가 복원, 고운 최치원 선생 기념관 건립, 수운기념관 및 교육수련관 운영으로 경주의 역사적 인물 부흥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적지로 지정된 손곡동과 물천리 경마장 부지에 대해 정비·활용계획을 수립해 문화재의 보존과 부지 적정 활용의 길을 조화롭게 모색할 계획이다.이밖에도 황리단길을 비롯한 대릉원, 읍성 일원에 디지털로 관광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관광도시를 조성하고 경주의 무형자산과 도시자원을 토대로 왕릉, 화랑, 동학, 경주학, 실크로드, 향가, 신라달밤, 남산, 형산강, 경주바다를 콘텐츠로 한 10대 뉴브랜드를 개발해 미래 도시이미지를 가꾸어 나갈 작정이다. □ 신성장 산업과 일자리 육성은 물론 민생경제 활성화에도 역량 집중e모빌리티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 자율운행 자동차 스마트캐빈 기술개발 실증사업 등을 토대로 미래형 자동차부품산업의 혁신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무엇보다 경주시는 미래 꿈의 에너지인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지난해 착공한 문무대왕과학연구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SMR 국가산업단지 조성에도 총력을 기울여 경주를 미래에너지산업의 메카로 만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이와 함께 방사성폐기물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월성원자력 환경관리센터와 분석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사성폐기물 정밀분석센터를 설립해 시민의 안전과 환경보전에도 철저를 기할 계획이다.특히 산단대개조 사업의 빈틈없는 추진과 자동차 분야의 소재부품장비 특화산업단지, 국내외 혁신기업 유치로 다양하고 풍성한 일자리 창출에도 행정력을 집중한다. 이어 경주역사 및 부지를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도심 뉴타운을 건설해 도시공간 재창출을 통해 침체된 도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 온 가족은 물론 청년에게도 희망을 주는 도시 조성에도 힘 쏟는다경주시는 지난해 여성친화도시 선정에 이어 올해는 유니세프의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획득해 경주시가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며 건강하고 안전한 도시임을 인정받은 바 있다.이에 힘입어 경주시는 행복결혼식과 신혼부부 전세자금 이자 지원, 난임부부 시술비와 출산 축하금·장려금, 영아수당과 24시간 영유아 응급진료센터 확충 등 결혼부터 임신, 출산, 육아에 이르는 전 과정의 집중케어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경주시는 먼저 어린이집과 부모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육아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기관인 육아 종합지원센터를 건립하고 장난감도서관 추가 설치, 공동주택 내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해 양육의 부담을 덜어줄 작정이다. 또 등·하교 및 1인 여성가구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아동과 여성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안심거리를 확대해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초등학생 입학 축하금,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구입비, 경주시 장학금 등 교육 관련 지원예산을 지속적으로 증액하며 미래지향적 인재 양성에 행정력을 집중한다.이 뿐만이 아니다. 복합문화 도서관·미술관 건립 추진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교 급식 통합지원센터 운영으로 고품질 학교급식을 실현하며, 청소년 문화마당 조성, 신라랑(新羅郞) 자기개발 프로젝트, 진로교육체험센터, 꿈드림센터 운영 등 청소년 비타민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체험과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 젊은이가 돌아오는 부자 농어촌으로 살맛나는 경주 만들기에 집중신농업혁신타운 조기 준공, 농산물 가공 종합지원센터와 농기계 임대사업소 추가 건립, 친환경 식물영양센터 조성으로 미래 농업을 선도하고 ICT 기반의 스마트팜과 스마트축산을 확대시켜 농가 소득 증대에도 앞장설 계획이다.또 기후변화 등 예상치 못한 재해·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 지원율을 확대하고 신기술과 신품종 보급으로 새로운 소득작물을 육성하며, 무인 헬기·드론을 활용한 병해충 방제 등 예찰 강화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우수한 지역 자연환경과 농촌자원을 활용한 치유센터, 팜센터, 치유농장 등 친환경 치유농업 돌봄단지를 조성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회복과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농어민 수당, 삼광벼 재배농가 경영안전 지원,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황금과일 마케팅, 외국 농업연수생 농촌현장 투입 등 안정적인 농업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브랜드 전용 사료 생산을 위한 조사료 가공시설 등 경주한우 품질 제고를 위한 지원을 대폭 늘리고 축산농가 악취문제 해결과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개선으로 축산업 환경개선을 추진한다. 시설 노후화와 연령 고령화에 대비해 자동제어기, 자동 급이기, 로봇착유기 등 자동화 시설을 갖춰 경영비 절감과 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미래지향적인 축산 발전을 이끌 작정이다. 주낙영 시장 □ 친환경 도시 조성과 편리한 교통망 확충하며 열린 소통 시정 약속동천~황성 도시바람길숲, 신라왕경숲, 유아숲체험원 조성으로 맑은 공기와 숨 쉬기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 친환경 도시가스 공급망 확대로 보급률을 끌어올리는데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다.또 마을단위 생활쓰레기 및 영농폐기물 공동 집하장과 도심지역 소규모 공동주택 분리수거대 설치 등 제로 웨이스트 경주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재활용선별시설 현대화와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시설 증설로 종합자원화시설을 확충하고, 탄소중립시대에 발맞춘 기초환경교육센터 설립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으로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주요 진입관문 경관 개선과 노후된 건축물에 경주 특화색채인 경주8색을 적용하는 신라 경주다움 디자인으로 밝고 아름다운 도시환경을 조성한다. 전통한옥 건축물 건립·수선비를 확대 지원해 역사문화도시의 품격을 지키고, 국립공원 정원벨트, 서라벌 황금정원, 신 형산강 프로젝트 등 새로운 문화관광 정원도시를 구현할 계획이다.사계절 색채감 있는 꽃길을 조성하고 도심을 관통하는 신라달밤 황금조명 갤러리로 걷고 싶은 산책공간을 제공해 24시간 볼거리가 있는 쾌적하고 아름다운 가로환경을 만든다. 동남권 광역생활 전철망 개통 추진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고 지방도 945호선의 국지도 승격과 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안전한 교통망 확충에 힘쓸 작정이다.특히 내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는 황금대교와 보문~구정 간 도로, 흥무로, 칠평로 확포장 등 주요 도로망의 조기 개설로 시민이 편리한 도시교통체계 구축에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의지도 밝혔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늘 희망은 있고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꿈을 이룰 수 있듯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노적성해(露積成海)의 마음으로 힘을 모은다면, 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2-12-19

통합신공항 최대 수혜지 구미, 사통팔달 광역교통망 잇는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의 전제 조건이었던 경북 군위군의 대구광역시 편입 문제가 최근 국회에서 관련 법률안이 통과되면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신공항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신공항 영향권 도시들의 경제권 선점 경쟁도 본격화 되고 있다.신공항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구미시도 대구경북의 경제축으로 도약하기 위해 발빠르게 광역도로망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신공항 개항에 맞춰 산업물류 수송을 위한 구미∼군위 간 고속도로 건설과 구미∼군위 IC 간 국도 67호선 개량 사업 등의 도로망 확충과 대구∼경북 광역철도사업과 대구권 광역철도사업 등 철도망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이에 본지는 구미시가 신공항 개항에 맞춰 추진하고 있는 광역교통망 사업과 이로 인해 변화되는 도시의 모습을 미리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 통합신공항 중심지를 위한 광역교통망 확충구미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로 인한 항공산업시대에 맞춰 산업물류 수송을 위한 광역교통망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대표적으로 신공항 개항에 맞춰 산업물류 수송의 편의증진과 이동인구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구미∼군위 간 고속도로 건설(1조5천468억원) △구미∼군위 IC 간 국도 67호선 개량(482억원) △5산단∼서군위IC를 잇는 지방도 927호선 개량(511억원) △도개∼군위 간 국지도 68호선 확장(500억원) △산동∼군위 간 923호선 확장(450억원) △대구∼경북 광역철도사업(2조444억원) △대구권 광역철도사업(1천986억원) 등이다.특히, 구미∼군위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경부고속, 중앙고속, 중부내륙, 상주∼영천 민자고속 도로 등과 연계할 수 있어 구미산단 2천400여개 업체들의 산업물류 수송 원활과 교통 불편 해소로 국가산업단지와 남부권 항공물류수송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또 구미시 장천면에서 군위IC까지 약 10㎞ 구간을 개량하는 구미∼군위 IC 간 국도 67호선 개량사업은 신공항과 연결되는 국지도 확장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교통수요에 선제적 대응과 더불어 광역교통망 간 접근성 향상, 산단 입주기업 물류비용 절감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장천지역의 문화·관광사업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이 구간은 공사가 진행 중으로, 2024년 말 준공예정이다.여기에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 있는 대구∼경북 광역철도 사업 중 서대구와 신공항을 잇는 광역철도 구간 내 동구미역 신설에 대한 강한 의지도 표명하고 있다.구미시는 통합신공항 활성화를 위한 사회간접자본 중 최우선 과제로 동구미역 신설을 꼽고 있다.또 2015년부터 시작한 대구권 광역철도 건설사업도 원활히 진행됨에 따라 2024년 개통이 되면 구미시는 한층 빠르고 편리한 교통망이 구축된다. □ 교차로 통행방법 개선을 위한 도로입체구조화 추진구미시는 혁신적인 도로시설 개선을 통해 시민들이 편리하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로 입체교차화를 추진한다.민선 8기 비전 중 하나인 ‘정주여건 개선을 통한 인구 유입 확대’를 위해 도로 교통망을 개선하고자, 총 사업비 250억원의 예산을 투자하는 송림네거리 입체교차로를 필두로 원지평로 네거리, 구미고 네거리, 사곡오거리 등에 입체교차로 설치를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다.입체교차로 설치는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 단축은 물론 국가산업단지와 국도의 접근성을 높여 구미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은 물류비용 절감의 효과를, 구미시민은 편리하고 쾌적하고 편리한 도로 순환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또 구미시는 연결도로 개설사업을 추진한다. 2021년 개통된 북구미 하이패스IC와 국도대체우회도로는 구미 진출입 차량 교통 분산효과로,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인바 있다.이에 구미시는 시민들의 이동거리와 소요시간 단축 편의를 고려한 구평∼칠곡 중리 간 직주연계도로와 구미국가산업단지 제5단지 진입도로 개설 등 세밀한 도로교통망 개설로 구미 진입부터 도착지까지 이용하기 쉬운 도로망을 개설해 나갈 계획이다.□ 도로정비도 선제적으로구미시는 새로운 도로 개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도로정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한 시는 지난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를 대설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국도, 지방도, 시·군도 약 550㎞, 교량(터널) 204개에 대해 도로제설 종합대책을 수립했다.또 도로상황관제실을 구축해 지역 주요 도로 구간의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강설 시 염수분사장치 가동 등 즉시 대응이 가능한 현대적인 시스템을 조성했다. 제설대책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염화칼슘 40t, 비식용소금 307t, 모래 3천800㎥와 친환경 제설제도 15t 마련했다. 친환경 제설제는 자동차의 부식을 낮추고 도로의 콘크리트 파손을 줄여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는 장점이 있다. 읍·면·동에는 빙방사(모래주머니) 4만1천여 개를 배부해 제설 취약지역에 상시 배치하도록 했다.제설장비는 덤프트럭, 굴삭기, 모래살포기 등 총 58대를 확보했으며, 시청을 중심으로 선산출장소, 각 읍·면·동 등 관계기관 간 인력 및 장비 협력 지원체계를 구축해 효율적인 제설작업 이뤄지도록 했다.여기에 안전사고 사전예방을 위해 상시 응달지역 및 급경사지 등 결빙취약구간에 자동염수분사장치를 가동해 제설 취약구간 12개소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스마트한 도로 조명구미시는 적극적인 에너지 절감 실천과 효율적인 시설 관리를 위해 도로 조명 기구를 스마트 친환경 고효율 LED조명으로 교체해 나가고 있다.노후 가로등 2천789개를 고효율 LED 등기구로 교체하고, 첨단 IoT 기능을 활용해 원격 제어 및 고장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조명제어장치 1천656개를 국비 15억1천만원을 투입해 올해 2월부터 12월까지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했다.이를 통해 기존보다 야간에 도로가 1.5배 밝아지는 효과와 함께 직접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원격 관제로 실시간 도로 조명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신속한 민원 응대가 가능해졌다.또 기존 조명대비 약 40%의 에너지 절감 효과와 더불어 연간 탄소배출량을 1천449t에서 869t으로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의 모든 길을 새희망 구미시대로 통하는 안전하고 편리한 길로 만드는 것이 구미시의 사명이라 생각한다”며 “편리하고 안전한 도로정책을 통해 정주여건을 높여 인구유입 등 새희망 구미시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2-12-18

제대로 보고 즐기는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이 답

지난 2015년 고령군이 ‘2017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됨에 따라 지역관광 발전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경북에서는 최초로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되면서 경북의 작은 소도시이자 대가야의 도읍지 고령을 본격적으로 대외홍보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지역의 관광산업을 주도하며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민간조직 고령군관광협의회도 구성하였다.고령군은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을 통해서 관광산업에 대한 지역 주민의 인식개선, 콘텐츠 상품개발, 관광환경개선사업, 온·오프라인 홍보 이벤트를 통한 관광마케팅 등이 추진되었으며, 관광상품개발과 관광객 수용대세 개선 등 지역관광 발전을 위한 토대 마련과 매력적인 관광목적지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고령관광의 달민선 8기가 시작되자 고령군은 낙동강을 인접하고 있는 지자체간 연계 협력사업을 추진했다. 8월 29일 대구 달서구청에서 이남철 고령군수,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 등 3개 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연계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였고, 그 첫 번째 사업인 지역연계 투어버스 ‘달리고’(달서구+달성군+고령군=달2고) 사업은 3개 지자체의 주요 관광지를 연계하는 투어버스를 운영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며, 대구시관광협회를 통해 9월 중순부터 사업을 시작하여 고령관광의 달에도 대구지역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지역 간 연계협력을 통해 관광사업의 활로를 개척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지역 가치를 창출하는 모범 사례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관광객 유치활동으로는 ‘체험! 경북 가족여행’, 시군대표관광지 육성사업-‘왕의 길 현의 노래(王道絃歌)’, 고령 일주일 살아보기 등을 통해서 수도권 대상의 관광객을 모집하고 1박 2일 체류형 관광프로그램으로 시행하였다. 그 외에도 보조사업으로 추진된 버스투어 사업, 팸투어 등을 고령관광의 달에 집중하여 실행함으로써 침체된 지역의 관광산업 재건에 심혈을 기울였다. 대가야생활촌에서는 입장료 50% 할인과 3대 문화권 사업(사계)을 펼침으로써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광객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 고령관광의 달 운영성과이번 고령관광의 달 이벤트를 마치고 관내 주요 관광지점별 관광객 수를 집계한 결과 10월 관광객 수는 7만5천964명으로 전월(5만4천180명)보다 2만1천784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대비 40% 증가, 전년도 동월대비 24% 증가한 수치다.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일상 회복 움직임에 따라 즉각적인 홍보전략과 차별화된 관광마케팅 추진으로 지역 관광산업을 견인하고 내수 확대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진단된다.지산동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후를 대비한 ‘기념사업’을 ‘기원사업’으로 변경 추진함으로써 고령군에 대한 관심도를 증대시키고, 대가야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를 제시하여 여행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만족도를 상승시켰고, 세계적인 음악공연을 포함한 다채로운 공연프로그램은 글로벌 문화에 대한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게다가 친환경 캠핑페스타로 지역과 미래를 배려하는 바람직한 캠핑문화 정착과 기부문화의 선례도 남겼다.그렇지만 야간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부족, 관광의 달 이벤트에 관내 업체의 낮은 참여율과 할인율, 다양한 숙박시설의 부재로 체류형 관광상품의 부재, 지역민들의 낮은 인지도 등은 이번 캠페인의 한계점으로 드러났다. ◇ 빅데이터 분석결과고령군은 행정안전부 빅데이터 공통기반 플랫폼인 ‘혜안’을 활용한 고령관광의 달 동안의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대상으로는 고령군 관광에 대한 소셜데이터(뉴스, 블로그, 트위터)를 가지고 데이터과학 기반의 소셜분석기법을 활용하였다. 해당 기간에 ‘고령군’을 키워드로 하고 관광, 여행, 캠핑, 야행, 투어, 공연, 맛집, 숙박, 체험, 마케팅 등을 포함하도록 했고, 계약, 입찰, 검진 등 관광의 달 목적에 맞지 않는 다수의 배제어를 적용하였다.일별 검색추이 현황을 살펴보면 ‘고령관광의 달’ 캠페인 초기 2회의 주말연휴기간과 우즈베키스탄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초청공연, 문화재야행, 친환경캠핑, 트롯한마당 행사 전후 매체별 연급 빈도가 급증하였다.키워드 검색 현황에서는 지산동 고분군, 이남철, 경상북도, 대가야, 고령딸기, 가락 트롯마당 순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긍정적인 단어가 88.4%로 많이 언급되었고 긍정키워드는 기대, 노력, 발전, 최선, 행복 순으로 나타났다. 관광의 달 첫 번째 주말 연휴에 긍정키워드가 급증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여행수요의 폭증과 연관되고, ‘영주시’는 배제어로 포함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과 기대감의 키워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우즈베키스탄 초청공연과 부산국제관광전으로 긍정 키워드가 다시 증가하였으며, 문화재야행과 캠핑페스타로 지속적인 긍정어가 표출되었다. 이번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요약해본다면, 주요 미디어를 통한 고령군 관광 키워드 언급에 대하여 분석해본 결과 뉴스와 블로그에서 각각 69.8%, 16.1%로 나타나 뉴스매체의 언급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고령관광의 달 캠페인 기간 중 특히, 이남철 군수의 적극적인 행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관광지로는 지산동 고분군, 대가야박물관을, 지역특산품으로 고령딸기를 선호함을 주요 키워드로 알 수 있다.매체유형 검색결과 뉴스매체에서 월등하게 언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블로그를 통하거나 시대적 트렌드에 부합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의 매체를 통해서 집중적인 관광홍보가 필요하고, 지산동 고분군과 대가야박물관 등 관심도가 높은 관광지를 중심으로 주변 관광지 및 문화시설과 연계하고 이색적인 관광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고령군 방문 만족도를 극대화하여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는 관광서비스시스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 관광마케팅의 변곡점 도래고령군은 그동안 지역발전을 위한 방편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해왔다. 2014년 조직개편에서 관광 행정조직을 세분해 인력을 배치했고, 많은 예산을 들여 각종 관광자원개발사업을 추진했다. 대외적으로는 관광마케팅 부서와 고령군관광협의회라는 민간조직도 구성해 운영해왔다. 그런데도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유발효과는 미미하다. 이는 관광산업의 성장과정에서 고령군이 아직 체류형 관광지로 발전하지 못한 요인으로 진단할 수 있다.최근 관광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고령 관광객의 주된 연령층이 50~70대로 확인되고 있다. 물론 코로나 사태로 유·초등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 등 학생단체의 이동이 다시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도 있지만 20~30대의 고령군 방문율은 매우 저조하다. 이에 대한 원인을 살펴보면 고령군이 역사관광을 중심으로 관광자원 개발을 하다 보니 매력도가 떨어지고 지역문화 또한 가야금 등 정적인 요소가 대부분이다. MZ세대가 선호하는 역동적인 체험거리가 없고, 최신 관광트렌드를 반영한 매력물이 없다.지난 2015~2022년까지 약 8년간을 돌이켜보면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요소는 예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즉, 체험거리가 줄었기 때문에 체류시간도 늘어날 수가 없다. 관광시설은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되고 개발됐다. 그렇다 보니 단체관광객이 방문하면 시설 규모에 맞춰 프로그램이 운영돼 체험행사 운영시 정체현상이 빚어지고 불편하게 된다.다양한 체험거리가 있어야 고령이 체류형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다. 기초적인 관광인프라부터 점검하고 확충해야 한다. 교통, 숙박, 음식, 서비스 등 기본적인 태세를 잘 갖춘 상태에서 홍보·마케팅을 해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가령, 상점을 개점했으면 상품진열대에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하고 품질이 좋아야 장사가 잘되는 이치와 똑같다. 지금껏 지산동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만을 위해 노력을 해왔고 등재 이후 파생될 수 있는 지역의 관광수요에 대해 예측하고 준비하지도 못하고 있다. 민선 8기를 맞아 고령관광은 새로운 시대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관광트렌드를 외면하고 역사관광자원만 개발할 것인지, 관광객의 수요 욕구를 반영한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개발하여 지역에 대한 관광매력도를 끌어올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대응 전략12월 12일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7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제6차 관광진흥기본계획(2023~2027)을 심의·의결하였다. 2023년을 관광대국의 원년으로 삼고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한국문화(K-Culture)와 함께 관광매력국가’ 실현을 위한 관광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고령군은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사업추진과 더불어 정부의 관광진흥 기본방향을 충분히 검토하여 효과적인 관광개발과 관광마케팅을 펼쳐야 굴뚝 없는 산업의 대명사인 관광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즉흥적이고 임시방편의 관광은 결국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관광산업은 고령군의 지속가능한 발전모델로 육성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이제는 고령군의 미래관광을 고민하는 생산적인 관광행정을 펼쳐나가야 한다. 고령/전병휴기자

2022-12-14

겨울 그 너머에서 함께하는 성찰의 시간

불어오는 바람이 부쩍 차가워진 12월 중순. 매운 날씨 탓에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시기다. 너나없이 따뜻한 거실이나 방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이럴 땐 영화 한 편 감상하는 것도 잠시잠깐 추위를 잊을 수 있는 유용한 여가 보내기 방편이 아닐까.세상엔 감독과 배우의 숫자만큼 다양하고 많은 영화가 있다. 그중 어떤 걸 선택해 볼지는 개인의 취향에 달렸다.혼자 있을 때면 생각이 많아지고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해보는 계절인 겨울. 내친김에 인간과 세상이 어떤 양상으로 존재하고, 변화해나갈 것인지 한 번쯤 떠올려보고 싶은 이들에게 어울리는 영화 2편을 소개한다. 운명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살인자 ‘향수’20세기 초반의 유럽 진보 소장학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무정부주의와 변형된 마르크시즘이 횡행하던 때다.“모든 극단은 불온하고 위험하다. 그러나, 아름답다.”이 명제가 비단 사회학과 정치학에서만 적용된 건 아니다. 예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질서와 시스템에 대한 변혁이 숨 가쁘게 진행된 것처럼,사물을 유사하게 모사만 해오던 화풍이 변했고,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실존주의가 문학 서술의 새로운 사조로 떠올랐으며, 이른바 ‘전위예술’이 등장했다.그러나, 이 극단 추구가 20세기 초반부터 시작됐다는 건 어쩌면 우리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문학애호가라면 기억할 것이다. 지난 시절 한국에 불어 닥친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풍’의 진원지가 된 소설 ‘향수’가 톰 튀크베어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을.이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 된 때는 18세기 프랑스. 좀 더 구체적으론 파리와 그라스란 도시다. 원작자와 감독은 문장과 영상을 통해 말한다. “극단의 추구는 이미 그때부터 시작됐다.” 누구도 감지하지 못하는 미세한 향기까지 맡을 수 있는 한 사내가 파리 빈민가에서 태어난다.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 이 극단의 향기중독자는 극단적으로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어내는 게 꿈이다.그러나, 극단의 아름다움에 이르는 길은 극단의 수단 없이는 불가능한 법.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몰고 다니는 이 불온하고 위험한 사내는 아름다움을 위해 살인이란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다. 아니,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운명이 그를 ‘그 방식(살인)’으로 몰고 갔다고 봐야 옳겠다.대체 그 향수는 무엇을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었을까? 쥐스킨트의 명성을 제외하고도 빼어난 이 영화는 시종일관 우울하고 어두운 톤으로 진행되며, 침울한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묻는다.“만약 당신이 그루누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어쩔 수 없는 운명의 길과 피해가야 마땅한 현실의 길 사이에서 망연한 표정으로 헤매는 주인공과 관객들이 동시에 어른거린다.관객들이 ‘향수’에 열광한다면 그것은 쥐스킨트의 명성에 힘입은 바 크겠지만, 영화 자체로도 완성도가 빼어나다.당대 유럽 풍경의 사실적인 묘사는 물론, 속도감 있고 스릴 넘치는 편집과 연출기법이 튀크베어 감독의 만만찮은 공력을 짐작케 한다.고대 이집트의 전설에 매혹된 극단적 감각의 사내는 과연 불온과 위험을 넘어 극단의 아름다움과 조우할 수 있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는 진정으로 행복했을까? 또한, 그 행복은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읽는 행위가 전제돼야 상상력을 펼쳐 감동에 이를 수 있는 문자예술(소설)과 달리 가만히 앉아 보는 것만으로도 일정 정도의 깨달음과 즐거움을 주는 영상예술. 영화 ‘향수’는 읽는 재미와는 또 다른 보는 재미를 준다. 어떤 거냐고?한물간 향수 제조자 주세페 발디니 역할로 잠시잠깐 등장하지만, 그 존재감이 누구보다 강렬한 명배우 더스틴 호프만과의 만남, 영화 말미 광장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춤과 같은 난교, 마지막 장면의 충격적 재현이 그렇다. 실험과 독창성이 빚어낸 걸작 ‘홀리 마운틴’보통의 사람들로부터 “저 사람은 천재”라는 이야기를 듣는 예술가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독창성의 획득, 흉내 낼 수 없는 창조력, 거기에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慧眼) 등이 바로 그것.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남아메리카 칠레 출신의 러시아계 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는 재론의 여지없이 천재다. 그것도 앞에 ‘위대한’이란 수식어를 붙여도 좋은.대학에선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자유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파리로 훌쩍 날아가 마임(Mime·대사를 사용하지 않고 표정과 몸짓으로 전달되는 연극)을 수련한 그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전 유럽을 휩쓸었던 초현실주의의 세례를 받은 마지막 세대다.또한,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자신이 선택한 문예이론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바꾸고자 했던 혁명가였다.실험과 도전, 생경함과 낯설게 하기, 더불어 앞서 언급한 독창성과 창조력에 미래 예측력까지 두루 갖춘 조도로프스키의 영화.그가 자그마치 47년 전에 만든 ‘홀리 마운틴’. 영화는 그 당시부터 극장을 찾은 사람들의 경악과 고개 갸우뚱거림, 한숨을 불렀다.조도로프스키가 한국 관객들에게 전혀 생소한 감독은 아니다. 1989년에 연출한 ‘성스러운 피’는 국내에서도 개봉돼 흥행에선 실패했지만, 소수의 뜨거운 마니아를 만들어냈다.하지만, ‘성스러운 피’는 조도로프스키가 만든 가장 쉽고 대중적인 작품. 그럼에도 상영 도중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객석에서 일어선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홀리 마운틴’에는 ‘성스러운 피’보다 훨씬 더 많은 상징과 복선이 숨겨져 있다. 마치 매우 복잡한 추리소설 수십 권을 한꺼번에 읽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해석이 난감한 어려운 영화라는 이야기.영화를 시간 때우기 방편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홀리 마운틴’을 만난다면 감독과 관객 모두에게 불행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선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영화 한 편을 두고 의미 부여가 과하다”고 할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천만에.해괴한 영화 문법과 비교 대상이 없는 이질적인 촬영기법, 거기에 천재의 광기까지 참을성 있게 견뎌낼 각오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 ‘홀리 마운틴’ 관람은 고문에 가까울 것이기에.장황한 사전 설명과 달리 영화의 줄거리는 간략하고 간명하다.남아메리카의 한 나라로 짐작될 뿐, 어딘지 명확히 알 수 없는 땅에 떨어진 신(神)을 닮은 사내. 자기표현에 서툰 이 사내는 여러 협잡꾼들에게 휘둘리다 불구의 난쟁이와 함께 정체 모호한 지도자를 따라 불멸의 산을 찾아 나선다.그들 곁에는 권력과 돈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또 다른 일행이 있다. 그리고, 이어서 펼쳐지는 갖가지 사건들….2시간이면 볼 수 있는 영화 한 편 속에 감독이 담을 수 있는 메시지는 얼마나 될까?‘홀리 마운틴’ 안에는 자본주의 비판,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 유럽의 남미 침략에 대한 은유, 권력의 본질에 대한 연구, 구획되지 않는 자아와 타자 사이, 인간의 유한성과 세계의 영원성 탐구 등이 모조리 담겨있다.그것도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포장된 상태다. 이 영화가 1975년에 만들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하나하나가 초현실주의 회화 같은 수백 개의 영화 속 장면들이 하나로 융합되면서 뿜어내는 빛이 눈부시다.그 빛을 조율하는 조도로프스키의 감각은 “놀랍다”는 말만으론 표현이 불가능하다.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빼어난 예술품 앞에서 느끼게 되는 정신적 충격)을 불러온다는 평론가도 있었으니.아흔을 넘겼음에도 나이와 무관하게 창작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놓치지 않은 이 늙지 않는 천재는 알프레드 히치콕과 조지 로메로를 흠모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소설가를 지망하는 문학청년이라면 누구나 톨스토이를 읽는다. 그러나, 톨스토이를 읽는 청년 모두가 톨스토이처럼 쓸 수는 없는 법. 허나, 조도로프스키는 그걸 해냈다. 히치콕과 로메로를 뛰어넘은 것이다.이 단정이 비단 기자만의 판단이 아니라는 걸 영화를 본 사람들이 증언해줄 터.‘홀리 마운틴’을 만난다는 건 셀 수 없이 많은 명화가 끝없이 이어진 어두운 복도를 설레는 마음으로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가슴 떨림’에 동참해보길 권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12-13

대가야 500여 년 ‘망각의 역사’서 ‘기억의 역사’로

가야고분군 중 하나인 고령 지산동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는 언제 확정될까? 비단 고령군민만이 아니라 이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세계유산(世界遺産·UNESCO World Heritage)이란 유네스코에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지정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말한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유산들을 지속적으로 ‘세계 유산 목록’에 등재해왔다.가야고분군은 문화유산에 해당하며, 만약 등재된다면 한국의 16번째 세계유산이 된다. 지산동고분군은 연속유산(지리적으로 연접하지 않는 각 하위 요소로 구성된 유산)인 가야고분군 중 하나에 해당된다.가야고분군은 고령 지산동고분군을 비롯해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등 7개의 고분군을 포함한다.대가야의 역사가 숨 쉬는 고령 지산동고분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에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바 있다.지난 2018년에는 합천 옥전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등 4개의 고분군이 추가돼 가야고분군 유산 범위가 확대 결정됐고, 2019년 7개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것.지산동고분군은 올해 세계유산위원회를 통해 최종 등재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의 악화로 지금은 등재 여부를 논의할 세계유산위원회가 잠정적으로 연기된 상태다.현재 외교부와 문화재청은 국제 정세 변화를 파악하며, 지산동고분군의 세계유산등재 여부와 시기를 추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신라에 의해 대가야의 역사는 지워졌지만그렇다면 고령 지산동고분군은 어떤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가진 것일까? 지산동고분군은 5~6세기에 걸쳐 축조된 대가야 지배층의 집단묘역이다.대가야는 기원후 42년 시조 이진아시왕이 건국해 562년 멸망 때까지 지속된 고대국가다. 대가야의 중심은 지금의 고령군이었고, 고령군은 대가야 멸망 후 대가야군(大伽倻郡)을 두었다가 신라 경덕왕 시기(757)에 고령군(高靈郡)으로 개칭됐다.‘삼국사기’ 등 각종 역사서를 볼 때 당시 대가야는 ‘가라(加羅)’로 불리었음을 알 수 있고, 대가야라는 명칭은 고려시대 기록에서부터 나온다.대가야는 전기 가야사회를 주도했던 금관가야가 쇠퇴한 이후 5세기부터 급속하게 성장해 후기 가야사회를 주도했다. 6세기에는 그 영역이 합천, 거창, 산청, 함양, 남원, 장수, 여수, 순천까지 뻗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지산동고분군은 대가야의 전성기였던 5~6세기에 가야권역 최대 규모로 축조됐다.대가야는 562년 신라 진흥왕에 의해 멸망했는데, 신라는 대가야를 멸한 후 대가야군을 설치하고 지배세력을 해체시키는 등 대가야를 역사 속에서 지우려 했다.이로 인해 지산동고분군에는 대가야 멸망 이후 더 이상 가야고분이 축조되지 않았으며, 대가야를 점령한 신라의 고분만이 만들어졌다. 멸망 후 대가야의 고분문화는 의외의 지역인 강원도 동해시 추암동고분군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는 대가야 지배세력을 와해시킨 신라의 사민정책(정치적 목적에 의해 백성들을 강제이주 시키는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 역사학계의 추정.이처럼 대가야는 주체적 기록을 남기지 못했고, 나라의 역사가 철저히 지워지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현재는 각종 문헌과 고고학 자료를 통해 대가야의 역사가 복원되는 중이다. □ 발굴·조사, 지속적으로 진행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미루어 짐작하게 해주는 귀한 유적 지산동고분군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조선 초기에 작성된 ‘신증동국여지승람’ 고령현 고적조에 등장한다. 거기선 “현의 서쪽 2리 남짓 되는 곳에 옛 무덤이 있는데, 세간에서는 금림왕릉이라고 일컫는다”고 쓰고 있다. 그러니, 그 시기부터 지산동고분군을 왕릉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최초 발굴조사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 동경제국대학 세키노 타다시 교수가 조선총독부의 의뢰를 받아 진행했다. 일제강점기 동안 시행된 조사는 모두 8차례다.하지만, 그때 진행된 지산동고분군을 비롯한 가야유적의 발굴과 조사는 식민사관인 임나일본부설(일본이 한반도 남부 가야 지역에 일본부를 설치해 통치했다는 주장)의 증명을 위한 정치적 목적이 짙었다. 또한, 발굴·조사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조차 남아있지 않다.유일하게 위치를 알 수 있는 곳이 금림왕릉, 즉 현 5호분(구 39호분)인데 이는 지산동고분군 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가장 큰 고분이다. 이마저도 조사 기록은 남아있지 않고, 당시 사진과 출토 유물 일부만이 전해질 뿐이다.지산동고분군이 사적 79호로 지정된 것은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1962년의 이듬해인 1963년 1월 21일이다. 1970년대 후반엔 문화재관리국의 ‘가야문화권 유적 보존을 위한 정화사업’의 한 방편으로 지산동 44·45호분이 경북대학교 박물관과 계명대학교 박물관에 의해 발굴·조사됐다. 이 중 44호분은 직경 27m의 대형 고분으로 내부에서 주곽 1기·부곽 2기·순장곽 32기가 확인됐다. 이 고분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순장된 무덤이다.44·45호분의 발굴과 조사는 가야사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즈음부터 방치됐던 가야사 연구가 다시 적극적으로 진행된다. 1978년에는 32~35호분이 발굴·조사됐고, 이를 통해 대가야식 묘제의 정형이 재차 확인됐다, 32호분에선 가야 최초의 금동관이 출토돼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다음에는 30호분과 73~75호분 등 5세기 전반기, 그러니까 지산동고분군 조영 초기에 축조된 고분이 조사됐고, 최근엔 그간 비밀스럽게 존재했던 고분군의 남쪽 구릉에 위치한 518호분과 604호분이 조사되기도 했다. 남쪽 구릉의 고분 또한 북쪽 구릉 것과 마찬가지로 대가야 양식의 묘제와 부장품이 확인됐다.지산동고분군에 대한 발굴과 조사는 앞으로는 꾸준히 이어져 5세기 중후기에 축조된 고분의 형태를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고, 더 나아가 대가야 매장문화의 비밀을 밝혀낼 것으로 전망된다. □ 세계유산 등재로 가야의 비밀 밝혀지길지산동고분군은 고령시를 병풍처럼 감싼 해발 310m의 주산으로부터 남쪽으로 뻗은 가지능선을 따라 조영돼 있다. 능선의 정상부엔 대형분이 있고, 그 주변으로는 중·소형분이 분포된 것이 특징.현재까지 확인된 봉토분은 706기다. 봉토가 남아있지 않은 소형 무덤을 포함하면 그 수가 수천에 이른다고 한다.북쪽과 남쪽에 만들어진 고분은 크게 볼 때 ‘대가야 고분문화’라는 동일한 양상을 보여준다. 다만 북쪽 구역의 구릉은 주산의 주능선에 해당하며, 이곳에 축조된 고분은 남쪽 구역의 고분에 비해 입지와 규모면에서 우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는 보다 좋은 곳에 무덤을 만들어 대가야사회에서 지배층의 권위를 과시하고, 사회적 지배관계를 확립하는 효과를 기대했을 것으로 보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그러니, 북쪽 구릉에 자리한 대형분에 묻힌 이들은 대가야의 최고 지배층이었을 가능성이 높다.지산동고분군을 포함한 대가야고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순장곽. 한반도 고대사회에서 순장(신분이 높은 이가 죽었을 때 강제 혹은, 스스로 죽어 함께 묻히는 장례풍습)은 적지 않게 확인된다. 이런 경우 대개 매장주체부 또는, 부장공간에 순장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산동고분군의 경우엔 순장자를 위한 단독석곽을 묘역 안에 마련하고 있다. 이는 지산동고분군을 중심으로 한 대가야고분에서만 보이는 특징이다.지금까지 확인된 가야고분군은 모두 1천여 기. 수많은 가야고분군은 묘제양식과 토기양식의 분포를 통해 7개의 문화권으로 분류됐다. 고분군의 규모와 유물 등을 통해 각 문화권의 중심고분군이 확인된 것이다. 그 중심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를 기다리는 7개 가야고분군이다.우리나라 고대사회의 한 축이었던 가야는 500년 이상 한반도 남부에 실제로 존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체적 역사서가 없어 가야의 역사를 제대로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고령 지산동고분군을 포함한 가야고분군의 세계 유산 등재는 가야 역사를 비롯한 정치·경제·문화의 복원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기에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가야고분군이 언제 정식 등재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고령/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2-12-08

“문경~김천 고속철 예타 통과, 지역경제 살릴 디딤돌로”

문경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인 중부내륙철도의 문경~김천 구간 철도 건설사업이 지난달 통과되면서 그간 사업추진을 위해 노력해온 문경시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신현국 문경시장은 너무 기쁘고 반가운 소식이라며 사업 성사를 크게 반겼다. ◇중부내륙철도의 문경~김천 구간 사업 예타 통과 소감지난 11월 28일 예타를 통과한 이 사업은 중부내륙철도를 거제까지 잇게 되는 총사업비 1조3천31억원의 대형국책사업이다.2019년 5월 착수한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를 위해 문경시는 김천·상주시와 함께 서명운동을 실시해 3개시의 인구 중 80%가 넘는 24만5천명의 서명을 받아 대통령실을 포함 중앙부처에 탄원서 전달하고 총리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호소문을 제출하는 등 수십 차례 관련부서를 방문해 예타 통과를 위해 노력해왔다. 경북도를 포함한 문경·상주·김천 시민과 공직자의 하나된 마음과 노력으로 예비타당성조사 종합평가회의에서 비용편익분석(B/C) 결과가 기준값 1.0 보다 낮은 0.58 정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성 분석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1월 28일에 열린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극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된 것으로 보고 있다.신 시장은 “비록 비용편익 분석에서는 낮은 값을 받았지만 철도는 공급을 통해 또 다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국가기간사업이므로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낙후된 경북북부지방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역시 부지런히 두드리면 열리는 법이라며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재차 언급했다.◇중부내륙철도의 문경~김천 구간 사업 예타 통과 예상 효과중부선(수서~김천~거제) 노선 중 유일한 미연결 구간으로써 사업이 시행되면 서울에서 거제까지 준고속 철도망이 완성되어 수도권과 중부내륙의 낙후지역, 남부내륙을 연달아 연결하는 산업벨트 구축으로 지역 균형발전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이 최종 추진되면 수서에서는 문경까지 65분, 김천까지는 90분, 거제까지는 180분이 걸려 구간별로 기존 이동시간보다 짧게는 60분에서 길게는 100분 가까이 이동시간이 대폭 단축되는 효과가 생긴다.이렇게 되면 문경시는 수도권, 남부권이 연결되는 철도 교통 중심지로서 지역경제 신 성장의 중심축이 되어 인적·물적 교류가 활성화되고 특히 문경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 대학교 유치와 관광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 시장은 “이번 예타 통과까지 함께 노력해 준 문경시민과 중앙부처, 경북도 등 모든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한체대 유치 추진의 목적과 효과신 시장은 자신의 주요 공약사항으로서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의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체육대학교의 문경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한체대 이전으로 학생과 교직원을 전입인구와 상주 인구로 확보해 인구 감소를 막고 지역 내 경제 활성화를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국군체육부대를 위시해 각종 스포츠의 전지훈련장이자 크고 작은 대회가 열리고 있는 스포츠 중심 도시인 문경은 수도권과의 수월한 접근성과 편리한 교통, 쾌적한 훈련시스템이 구축되어 체육훈련 활동에 우수한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엘리트 국가대표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는 한체대가 이전할 최적지로 문경시가 최적지라는 것.◇한체대 유치 추진 진행 상황과 전망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 전담 부서를 신설하였고, 문경시민들의 간절한 꿈과 희망의 뜻을 모아 범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내부 의지를 다졌다. 곧 문경의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한국체육대학교 유치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유치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당장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꾸준히 관련 부처와 다방면 인사들을 직접 만나 추진 당위성을 설명하며 유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추가 기관 유치 계획한체대에 이어 숭실대 제2캠퍼스 유치도 추진중이다. 서울 상도동에 위치한 숭실대학교와 관내 위치한 문경대학교를 통합해 숭실대학교 제2캠퍼스를 만들어보자는 구상. 숭실대의 경우 문과대와 공과대학으로 편중된 학부 구성을 통합을 통해 다양화하고, 문경대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존폐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가 된다는 것.먼저 숭실대 측에는 이미 숭실대 연수원이 있는 점을 활용해 학교를 설득하고 있다. 지난 사과축제기간에는 직접 숭실대 캠퍼스에 가서 ‘문경감홍사과나눠주기’ 행사도 진행하였는데, 이렇게 잦은 접촉을 통해 숭실대 학내 구성원들에게 문경시의 존재를 알리고 친근감을 형성하려 노력중이다. 문경대의 경우 최근 통합을 우려하는 의견을 내기도 하였지만 학령인구감소라는 직면한 문제를 맞아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위해 우리시에서 내민 손을 잡으리라 확신한다. 얼마 전 구성된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문경시와 문경대, 숭실대간의 3자 MOU를 체결할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서로 간 큰 틀에서 통합이 합의되면 세부안을 맞춰 빠른 시일 안에 진행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문경관광 산업 발전을 위한 계획문경새재를 비롯한 우리시의 자연과 관광자원은 풍족하고 그것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이제는 추가적인 자본 유치를 통해 한 층 더 도약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오랜 시간 전부터 주장해왔던 문경새재 주흘산 케이블카 설치로 대규모 관광산업 활성화가 큰 과제다. 현재 문경새재 케이블카는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을 추진 중에 있으며 제영향평가와 같은 인허가 문제도 빠른 시일 안에 통과할 수 있도록 부서에서 지혜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수준이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문경시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선 가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가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지켜봐 주기 바란다.◇가을축제(오미자, 사과, 한우)에 대한 평가와 추후 개선점하반기 가을축제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오미자 축제는 동로면 이 떠들썩하게 사람들이 찾아 난리통을 이뤘고, 사과축제는 문경새재의 그 넓은 주차장이 가득 차고 축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축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투자’라는 시정방향에 따라 가을축제는 모든 프로그램 구성과 인기가수들이 출연한 축하공연까지 전국 최고의 수준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농가 매출 증대와 참여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며 다시 한번 더 축제를 위한 투자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행사였다. 특히, 우리시 주도로 전국방송으로 진행된 공중파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나서는 문경새재의 사과축제 현장뿐만 아니라 시청 당직실까지 문경사과를 찾는 사람이 많아 담당 부서에서 판매 안내를 하느라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될 정도였다.이 모든 게 중생종 대표 명품사과인 ‘문경감홍사과’의 우수한 상품성과 민관 모두의 힘을 모아 일궈낸 알찬 홍보와 축제 구성을 통해 탁월한 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라 생각한다.아쉬운 점은 지난 오랜 시간동안 축제 예산이 정체되어 더 크게 성장 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예산을 현실에 맞게 증액해 기간과 컨텐츠를 늘려 더 많은 분들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할 예정이니 이 역시도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문경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성원과 지지를문경시민들께서 오랜 시간 공백기를 보냈던 저를 다시 불러주신 것은 심각한 인구감소에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적극 대응해 문경의 미래인 우리 젊은 세대들이 살아갈 만한 문경 땅을 만들어 달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 생각한다.앞서 말씀드린 공약사항 중에 쉬운 내용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Yes’라는 긍정의 힘만이 위기의 절박한 문경을 구할 수 있는 만큼, 쉽지 않지만 조금씩 나아가야만 하는 우리 시정 목표를 시민분들께서도 함께 공유해주시고 격려와 적극적인 지지를 부탁드린다.문경/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22-12-07

하늘 길을 걸어 초겨울 서정속으로 ‘한탄강 주상절리길’

걷기 여행이 열풍이다. 사실 걷기 여행은 코로나19 시기에도 유행했지만 코로나 시대가 끝나가는 시기에도 가장 각광받는 여행 패턴으로 떠올랐다. 다비드 르 브르통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사회학과 교수는 “걷기는 사람의 마음을 가난하고 단순하게 하고 불필요한 군더더기들을 털어낸다”고 했다. 걷기를 통해 여행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삶의 깊은 성찰과 철학까지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주말 강원도 철원에 있는 한탄강의 비경을 따라 걷기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 한탄강을 발아래 두고 벼랑 사이를 걷다한탄강 주상절리길 트레킹의 시작점은 두 군데다. 강원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드르니마을 매표소와 순담매표소 중 어느 곳에서 시작해도 좋다. 물윗길까지 걷고 싶다면 드르니마을에서 들어가는 편이 낫다. 드르니마을은 ‘왕이 들렀다가 간 마을’이라는 뜻이다.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고려 왕건에 쫓겨 피신할 때 이 마을에 들렀다가 나갔다고 한다.전에는 한탄강의 깊고 험한 골짜기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배를 타야 했지만 최근 한탄강을 감상하는 법이 달라졌다. 철원군은 지난해 11월 한탄강 협곡의 험한 절벽 사이로 길을 내고 일반에 개방했다. ‘한탄강 하늘길’로 불리는 잔도(棧道)다. 잔도는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처럼 매단 길이다. 한탄강을 발아래 두고 벼랑 사이로 걷는 길이다. 지상에서 20~30m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길이 3.6㎞나 이어진다. 드르니 전망대에서 얼어붙은 한탄강을 내려다보며 서서히 길을 나섰다.“협곡에 잔도를 설치하는 데 꼬박 4년이 걸렸어요. 공사비가 300억원이나 들었죠. 강 건너편이 경기 포천 땅인데 이쪽에선 자재가 들어올 길이 없어 저쪽에서 협곡을 건너 이리로 줄을 연결해 날랐습니다.”김영애 한탄강지질공원 해설사의 설명이다. 예전에는 한탄강의 절경을 주마간산 격으로 감상했지만 잔도가 생기면서 주상절리의 협곡을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한탄강 협곡과 주상절리는 화산이 폭발해 마그마가 흐른 자리에 생긴 지형이다. 수십만 년 전 북녘땅 평강군 오리산에서 수차례 마그마가 분출했고 한탄강을 따라 철원과 포천, 연천을 지나 파주, 문산까지 100㎞ 이상 흘러온 마그마가 식은 뒤 용암대지가 강의 침식 작용을 받으면서 주상절리가 형성됐다. 국내에서 유일한 현무암 협곡이다. 2020년 7월 서울 여의도 면적의 400배에 달하는 한탄강 일대 1천165.61㎢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 아찔한 절벽, 한 폭의 수채화 풍경원래 한탄강은 사철 매혹적인 걷기 길로 유명한 곳이었다. 봄이면 분홍색 진달래꽃이 계곡을 물들이고, 여름이면 주상절리길 곳곳에 있는 폭포의 풍광이 장쾌하다. 단풍과 절벽이 어우러지는 가을을 지나 소복하게 눈이 내리면 한탄강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잔도라 걷는 내내 상공에서 협곡을 감상한다는 점, 스릴감이 넘친다는 점이 이 길의 인기 포인트다. 지상 수십 미터 높이에서 바라보는 주상절리는 올려다볼 때와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게다가 잔도는 격자형 철재로 만들어 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바닥까지 훤히 보인다. 풍경과 아슬아슬한 재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잔도길은 잘 정비돼 있다. 포인트마다 안내판이 있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곳곳에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됐다. 13개의 출렁다리(잔교)와 10개의 쉼터에는 각각 지질이나 풍경과 관련한 이름이 붙었다. 현무암 주상절리가 급경사를 이루는 ‘쌍자라바위교’, 주상절리 틈에서 자라는 돌단풍을 만날 수 있는 ‘돌단풍교’, 화강암과 현무암이 공존하는 ‘현화교’, 갈라진 암석이나 지층을 볼 수 있는 ‘단층교’, 빠른 물살에 깎여 우뚝 서 있는 듯한 화강암을 볼 수 있는 ‘선돌교’ 등이 대표적이다. 화강암과 현무암이 공존하는 한탄강의 절경을 감상하기 적당한 포인트는 현화교와 쌍자라바위교다. 화강암과 현무암의 부정합이 신비롭다. 단층과 이름이 아닌 2번 홀교는 예외다. 인근 한탄강CC 골프장 2번 홀에서 골프공이 날아오는 곳이라 붙인 이름이다. 골프공에서 탐방객을 보호하기 위해 다리에 보호망을 설치했다. ◇ 다리와 쉼터마다 이야깃거리 ‘풍성’쉼터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다. ‘동주황벽 쉼터’는 볕을 받아 황토 빛깔로 변한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동주는 철원의 옛 지명이다. ‘샘소쉼터’에는 암석 사이로 솟는 샘이 있고 ‘돌단풍쉼터’는 돌단풍이 아름다워 붙은 이름이다. 협곡의 비경이 드러나는 곳에는 전망대를 설치했다. 드르니 스카이전망대, 순담 스카이전망대, 철원한탄강 스카이전망대 등 3개다. 철원한탄강 스카이전망대는 잔도 중간 바닥이 투명한 강화유리로 돼 있어 한탄강 협곡 아래가 아찔하게 보인다.잔도 구간에는 매점이 없고 음식물도 먹을 수 없다. 트레킹 코스에 10개의 쉼터가 있어 쉬어 갈 수 있다. 매표소 입장 시간은 겨울철 기준으로 매일 오전 9시~오후 3시. 입장료는 일반인 기준 1만원인데 50%를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매주 화요일 휴무. 물윗길의 고석정 꽃밭에 임시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인근 놀이마당에는 얼음트레킹을 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겨울의 추억을 간직할 눈썰매장과 얼음썰매장, 얼음미끄럼틀 등이 조성됐다.철원한탄강주상절리길 순담매표소에서 고석정(강원기념물)이 멀지 않다. 고석정은 한탄강 변에 있는 정자로, 일대의 협곡을 통칭하기도 한다. 정자 앞에 우뚝 솟은 바위가 웅장하고, 주변에 은빛 모래톱이 펼쳐져 이색적이다. 지금의 정자는 현대에 새로 건립했으며, 일대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같이 가볼만한 곳 - 철원 한탄강 은하수교한탄강의 새 명물로 떠오른 철원한탄강은하수교도 놓칠 수 없다. 철원9경에 속하는 송대소 주상절리 협곡에 건설한 총 길이 180m, 폭 3m 현수교다. 주변 지형과 어우러지도록 설계한 은하수교는 철원군 상징물 중 하나인 두루미를 형상화했다. 은하수교 개통으로 양쪽 유역을 편하게 오가며 한탄강의 빼어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철원 노동당사(국가등록문화재) 맞은편에 조성한 철원역사문화공원도 꼭 가볼만하다. 철원이 번성했던 근대의 시가지 풍경을 재현해 놓았다. 철원역을 중심으로 학교, 우편국, 극장, 의원, 여관, 기와집, 초가집 등이 들어섰다. 철원역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소이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공원 입장료는 없다. 모노레일 이용료는 어른 5천원, 청소년 3천원, 어린이 2천원이며 요금의 절반 이상을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최병일 작가

2022-12-01

로컬크리에이터와 상생협력… 지역 창업생태계 살린다

대구·경북을 비롯해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역의 로컬크리에이터 발굴·육성에 앞장서고 있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2020년부터 영남권역의 유망 로컬크리에이터들의 사업화 자금 지원부터 네트워킹, 제품 및 기업 홍보, 판로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은 수도권 과밀화 현상, 지방 소멸 위기, 양극화 현상 등의 문제에 당면한 지방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혁신주체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 지원 사업들과 성공 사례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로컬크리에이터로컬크리에이터란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콘텐츠 제작하는 사람을 뜻하는 크리에이터(Creator) 합성어로 지역에 남거나, 혹은 지역으로 돌아와 지역의 생활문화(Lifestyle) 및 유휴자원에 비즈니스모델을 접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업가를 말한다.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면서 지역의 창조적 콘텐츠 발굴과 지역 특색에 맞는 로컬 산업의 성장이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로컬의 명소로 거듭난 부산 영도에서부터 천년고도 신라 문화와 황리단길 같은 문화·관광자원이 풍부한 경북 경주까지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며 다양한 유·무형의 자원을 가진 매력적인 지역에 맞는 사업을 지원하기로 하고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선발했다.선발된 영남권 로컬크리에이터들은 지역 고유 자원을 바탕으로 로컬푸드, 지역기반 제조, 거점브랜드, 지역특화관광 등 다양한 로컬 창업 분야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성과 또한 다채롭다.경북센터는 중기부 로컬크리에이터 사업 주관기관으로 올해 일반트랙 31개팀, 협업트랙(로컬크리에이터인 기업 3개사 이상이 한 개의 팀을 만들어 협업 과제를 수행) 2개팀을 육성하고 있다.□ 로컬크리에이터 지원경북센터는 영남권 로컬크리에이터에게 사업화 자금 지원부터 네트워킹, 제품 및 기업 홍보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로컬크리에이터 일반트랙에 31개사 선정해 운영중이며, 예비창업트랙 7개사(사업자등록이 없는 예비창업자)에게는 사업화자금 최대 1천만원을 지원하며, 기창업트랙 24개사(7년 미만 창업자)은 사업화자금 최대 3천만원을 지원한다.협업트랙은 2개사에게는 사업화 자금 최대 1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협업트랙 모집에 무려 66개팀이 지원해 3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사업자금 뿐만 아니라 로컬크리에이터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로컬 브랜딩 전략 전문 교육인 ‘로컬창업 아카데미’와 지역 내 로컬크리에이터 선진지를 탐방하고, 로컬 선후배 기업간 교류를 통해 우수 기업 벤치마킹 기회를 제공하는 ‘로컬 인사이트 트립’도 지원한다.이밖에도 로컬기업 대상 홍보영상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 □ 므므흐스 부엉이버거로컬크리에이터 사업의 대표적인 우수사례로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수제버거 판매와 6차산업 스마트마켓 등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므므흐스 부엉이버거’가 있다. ‘므므흐스 부엉이버거’는 지난 10월 28일 세종시 조치원 1927아트센터에서 열린 중기부 주관 ‘2022 로컬페스타’에서 올해의 로컬크리에이터 최우수팀에 선정됐다. 올해의 로컬크리에이터는 ‘2022년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에 참여한 전국 170개 로컬팀 가운데 우수한 성과를 보인 팀에게 수여되며, 최우수 1개팀, 우수 5개팀을 선발했다.므므흐스는 ‘모든날 매순간 행복한 사람들’의 초성을 딴 약자로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매원마을에 위치해 있다. 1년에 약 8만 명이 찾는 ‘시골 수제버거집의 기적’으로도 불린다. 이 곳은 1980년대 마늘공장이었던 폐허공장을 수제버거매장으로 재탄생시켜 흑마늘 진액 햄버거 번, 능이버섯 패티 등 인근 농가의 친환경 채소와 토마토를 활용해 로컬과 건강을 모두 잡은 아이템이다.햄버거의 종류는 총 17가지로 매콤해서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오리지널버거, 불고기소스 맛을 내 어린이와 남성 손님이 많이 찾는 데장부버거, 5가지 버섯소스를 아낌없이 넣은 트러플머쉬룸크림버거 등 기본구성 버거 외에도 커스텀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므므흐스는 지역의 식재료를 탐구하고, 인근 농가와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는 왜관 김인철 농부의 완숙 토마토를 버거 속재료로 사용중이며, 경북 양돈가를 살리기 위한 식재료 개발도 진행중이다. 협업한 농가에게는 무료로 홍보영상 제작을 진행해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구건호 대표는 청년창업사관학교 12기 출신으로 로컬식 재료의 RD 및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배민화 대표는 배달의민족 배민아카데미 사이다특강, 정부부처 멘토 등 다양하게 활동하며 므므흐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므므흐스는 로컬식재료와 음식점을 결합한 그로서란트 형태의 ‘므므흐스 로컬편의점’을 므므흐스 옆 공간에서 현재 공사중이며, 오는 12월 오픈을 앞두고 있다. □ 영남권 우수사례와 지속가능한 로컬크리에이터영남권 로컬크리에이터 우수사례로는 세계 수산업을 선도하는 통영 수산식품 ‘웰피쉬’가 있다. 경남 해양의 수산물 자원을 활용해 K-수산간편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2022년도 상반기 아마존을 통해 약 3만불의 수출실적을 달성했으며, 국내 유통부분에서는 GS25 편의점 납품 예정 등으로 전년도 대비 약 4배이상 매출 향상이 기대된다.통영 수제맥주 ‘라인도이치’는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맥주로 인지도 확보하고, 전국 브랜드로 발돋음하고 있다.특히 2022년도 개봉작인 영화 ‘한산’의 콜라보 제품을 출시했으며, 전국프랜차이즈 ‘생활맥주’ 납품을 진행했다. 해외수출을 위해 미국 괌 하야트 호텔 등과도 협의 중에 있어 국내외 다양한 판로 확보와 성장이 기대되는 로컬기업이다.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오는 12월 6일 부산 영도 ‘무명일기’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지속가능한 로컬비즈니즈’라는 테마로 ‘2022 영남권 로컬크리에이터 페스타 - 영남에 있데이’를 개최한다.영남권 로컬 창업의 미래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자리로 로컬크리에이터 명사 특강, 로컬 제품 전시 및 체험 등으로 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이문락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경북센터가 지역의 다양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지속 발굴해 청년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2-11-14

짙게 물든 오색단풍 문화여행… 가을 끝자락에 서다

가을의 끝에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깊은 슬픔 속에도 일상은 이어지고 햇살은 온기를 나누려는 듯 따갑게 쏟아진다. 짙게 물든 산이 병풍을 두른 강원도 원주에는 자연의 품에서 차분히 빛나는 문화 예술 명소들이 있다. 넉넉한 품을 지닌 자연과 예술 명소를 찾아 아픔으로 멍울진 마음의 위로를 받아보면 어떨까.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과 자연이 조화로운 뮤지엄산(Museum. Space. Art. Nature.)원주시 지정면에 있는 뮤지엄산(Museum SAN)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물이다.그는 오사카의 ‘빛의 교회’, 홋카이도의 ‘물의 교회’ 등 독특하고 창의적인 건축물을 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산속 깊은 곳에 있는 뮤지엄산은 노출콘크리트, 빛, 물을 조화롭게 사용해 자연을 건축물에 담아내는 건축가의 철학이 담겨있다.뮤지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플라워가든을 만난다. 여름이면 정원에 붉은 패랭이꽃들이 지천으로 깔린다. 꽃밭 너머로 안토니 카로 등 세계 유명 작가들의 조각품들이 자연과 어우러진다. 산책로를 따라가면 하얀 자작나무가 숲을 이룬 길에서 상쾌한 공기가 뿜어나온다. 맑은 숨을 들이쉬며 걷다 보면 뮤지엄 외관에서 가장 돋보이는 빨간 조형물 ‘아치웨이(Archway)’가 길을 열어준다. 그 사이로 보이는 단정한 건물은 고요한 물에 반영돼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하다. 워터가든은 빛과 물을 이용한 건축물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닌가 싶다. 워터가든과 이어진 본관은 네 개의 윙(wing) 구조물이 사각, 삼각, 원형의 공간들로 연결돼 있고, 종이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이용된다.내부에 전시된 작품 관람도 의미 있지만 자연을 건물 품 안에 들이고자 한 건축가의 의도를 찾아보는 것도 숨은 재미다. 종이박물관에서 청조갤러리로 향하는 길목에는 콘크리트 벽을 두른 삼각형의 작은 공간이 있다. 삼각코트 안에 들어가 고개를 들어본다. 벽으로 막힌 건물에서 삼각 모양으로 파란 하늘 보인다. 건축가는 이 장소를 무(無)의 공간이자 사람(人)을 상징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단절된 고요한 공간에서 하늘을 열어 대지와 하늘을 사람으로 잇고자 했다는 건축가의 마음이 드러난다.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미디어 작품 ‘커뮤니케이션 타워’를 볼 수 있는 특별전시관, 백남준 홀도 인상적이다. 약 9m 높이의 원형 공간 천장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둥근 유리창이 나 있다. 동그란 빛은 돌벽에 반사돼 어두운 방 안을 환히 비춘다. 바닥이 투명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작품은 빛을 받아 생동감 있다.건물 밖으로 나가면 뮤지엄의 마지막 정원 스톤가든이 나온다. 신라 고분을 모티브로 만든 정원은 돌을 쌓아 우리나라의 9개 산을 구현했다. 평평한 돌바닥에는 단아한 곡선이 아름다운 스톤마운드와 키 큰 소나무들이 솟아 있다. 해외 작가의 조각품이 더해진 정원은 근사하다. 스톤가든을 지나면 제임스 터렐관에서 빛과 공간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의 신기한 작품이 펼쳐진다. 건조한 콘크리트 건축물은 공간에 예술을 덧대고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의 빛을 머금어 시시각각 다른 매력을 뽐낸다. ◇한 그루만으로 웅장한 반계리 은행나무은행나무는 수많은 그루가 줄지어 물들 때 멋이 난다. 원주 반계리에는 그런 은행나무들이 떼로 몰려와도 비교되지 않는, 존재감 넘치는 전설의 은행나무가 홀로 서 있다. 멀리서도 황금빛 수형이 보일 만큼 거대한 반계리 은행나무는 높이가 32m, 둘레가 16.27m나 된다. 촘촘하게 잎사귀가 달린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있어 나무는 더 웅장하다. 은행나무의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으나 1964년 천연기념물 제167호로 지정할 당시 8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했다. 예전에 반계리에 살던 사람이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오랜 옛날 어떤 대사가 이곳을 지나다가 물을 마신 후 들고 있던 지팡이를 꽂아 놓고 간 것이 장엄한 은행나무로 자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모습 자체가 신비로워서였을까. 마을 사람들은 이 은행나무에 커다란 흰 뱀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이를 신성시해 아무도 손대지 못했다고 한다. 가을에 이 은행나무가 황금빛을 뿜어내면 다음 해 풍년이 든다는 전설도 전해진다.은행나무 앞에 가까이 서면 그 모습을 눈에 다 담을 수 없다. 나무 하나 빙 돌아보는데 숲을 둘러보는 기분이다. 황금빛 나무 아래 널따란 땅도 노랗다. 은행나무 하나 보기 위해 마을 좁은 길을 따라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 입에서는 저절로 탄성이 새어 나온다. 감히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라 꼽을 만큼 찬란한 반계리 은행나무에서 가을의 절정을 맛본다. ◇한국 문단의 대가 박경리문학공원흥업면으로 가면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살던 집을 공원으로 만든 박경리문학공원이 있다. 박경리 선생은 1980년 서울을 떠나 원주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 18년간 살았다. 텃밭에서 채소 농사를 지으며 ‘토지’의 제4부와 제5부를 집필해 완성했다.‘토지’는 26년 긴 시간에 걸쳐 완성된 5부 20권 분량의 대하소설이다. 갑오개혁 이후인 1897년 한가위부터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이할 때까지 한국 근대사를 배경으로 경남 하동 평사리, 지리산, 서울, 간도, 러시아, 일본, 부산, 진주 등에서 광활한 이야기가 펼쳐진다.박경리문학공원에는 ‘토지’의 육필원고와 만년필, 국어사전, 손수 옷을 지은 재봉틀, 귀하게 간직한 달항아리, 직접 조각한 여인상, 손수 지어 즐겨 입던 옷, 농사지을 때 쓰던 호미와 장갑 등 선생의 유품을 전시한 ‘박경리문학의 집’이 있다. 선생의 작품세계와 삶의 자취를 엿보고 나서면 그대로 보존된 집필실과 뜰이 있는 옛집으로 이어진다. 선생은 마당에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정붙이고 살았다. 마당에는 즐겨 앉던 바위에 고양이와 함께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의 동상이 있다. 선생이 뿌리를 내려놓은 듯 지금도 알이 굵은 배추가 자란다.소설의 배경지였던 평사리마당은 ‘토지’ 속의 주 무대인 평사리를 형상화했다. 마을 앞을 굽이치는 섬진강 물줄기, 선착장, 둑길 등을 소박하게 꾸며 놓았다. 옛집 뒤쪽에는 ‘홍이동산’이라는 언덕이 있다. ‘토지’의 어린 주인공인 ‘홍이’에서 이름을 따온 동산은 평사리 마을 뒷동산을 의미한다. 홍이동산에서 비탈을 따라 내려가면 평사리에서 신작로와 철길을 거쳐 간도 용정으로 떠나던 여정을 그려낸 용두레벌이 나온다. 하동 평사리에서 간도 용정까지 3천여 리의 무대가 3천여 평 작은 공원에 펼쳐진다.어깨 부빌 거리도 없고, 기대어볼 만한 언덕도 없었다던 추운 원주에서의 삶. 그러나 서울 갔다 오는 날 서원도로 들어서면 고향길 돌아온 듯 마냥 마음이 놓였다던 박경리 선생은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고 남몰래 시를 썼다. 선생이 정붙인 ‘옛날의 그 집’ 마당에는 가을빛 짙은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이내 후두둑 붉은 낙엽비가 내린다. /글·사진 이솔 객원기자

2022-11-10

뛰어난 경관·풍부한 유적·편리한 교통이 만든 힐링 명소

금오산(金烏山)은 매년 3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구미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1970년 6월 한국 최초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금오산은 뛰어난 경관과 수많은 문화유적, 편리한 교통으로 전국 산악인과 관광객, 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오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 대부분이 당일 일정으로 금오산도립공원을 찾다보니 금오산 지역을 관광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구미시도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구미시가 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을 금오산도립공원을 중심으로 알아봤다. ◇다양한 이름을 가진 금오산금오산(金烏山)은 다양한 이름을 가진 산으로도 유명하다. 지금의 금오산은 아도가 부처님의 자비를 전하고자 고구려에서 내려와 구미 도개에 있는 모례네 집에 머물고 있던 중 어느 날 저녁놀 사이로 황금빛(金) 까마귀(烏)가 바위산 속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그 산을 금오산(金烏山)이라 불렀다고 전해지기도 하고, 천지개벽이 일어나 온 세상이 물에 잠겼을 때 산봉우리가 거무(거미)만큼 남아서 금오산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 한 때는 중국 달마대사와 소림사로 유명한 숭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해 해주의 북숭산과 짝을 지어 남숭산이라고도 했다.금오산은 총 면적이 37㎢로 구미, 김천, 칠곡 3개 기초자치단체에 걸쳐 있다. 3개 기초자치단체에 걸쳐있어서인지, 아님 산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 달라서인지 지역마다 금오산을 다 다르게 부르기도 했다. 산 동쪽인 칠곡·인동에서 바라보면 산 능선이 부처님이 누워 계신 모습과 닮았다하여 와불산(臥佛山)이라 부르고, 산 북쪽 선산에서 바라보면 산봉우리 끝이 붓끝 같다고 해 필봉(筆峰), 산 서쪽 김천에서 바라보면 부잣집의 곡식을 한데 쌓아놓은 노적 같다고 해 노적봉(露積峰)이라고 불렀다. ◇금오산 관광 자원금오산도립공원은 구미시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만큼 다양한 관광자원들을 품고 있다. 신라말기 도선이 창건했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된 옛 대혈사 터 위에 1925년 다시 세워진 사찰 해운사를 비롯해 도선이 참선해 도를 깨우친 곳이라는 도선굴, 보봉(성주봉 933m) 아래 절벽바위에 새겨진 부처님 전신상인 마래여래입상, 약사봉 절벽에 붙어있는 암자 약사암, 세상을 먼저 떠난 손주가 다음 생에는 건강한 몸으로 태어나길 바라는 할아버지의 사연을 담고 있는 오형돌탑, 금오산성과 성안마을습지, 다혜폭포 등이 금오산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이다. 여기에 1974년에 개통돼 지금까지 운행되고 있는 케이블카와 험한 비탈길로 숨이 할딱거린다고 해 붙여진 이름의 할딱고개와 너른바위 전망대도 있다.60년 만에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관광자원도 있다. 달이 걸린다는 뜻의 금오산 정상 현월봉(懸月峯)이 그 주인공이다.1953년 주한미군이 산 정상을 포함한 2만2천585㎡ 부지에 통신기지를 세워 일반인들은 해발 고도로 10m 낮은 지점까지 올라가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던 중 2011년 구미시가 미군 측과 협상을 벌여 무인기지로 운영되던 군 부대 중 일부 5천666㎡를 돌려받았다. 이후 통신사 중계탑 철거 등의 작업을 마치고 2014년 10월 25일 공식 개방되면서 많은 산악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산 입구에는 호텔 금오산, 금오랜드, 성리학역사관, 채미정, 금오산 생태올레길 등이 관광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금오산 올레길금오산의 사계절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금오산 올레길은 구미시민들에겐 일상의 공간으로, 관광객들에겐 잊지 못할 추억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금오산 저수지는 1945년 1월 1일 저수지 공사를 시작해 1946년 완공한 인공 저수지이다. 644만 4천㎡ 규모 면적에 수혜 면적은 60만㎡이다. 금오산 올레길은 저수지 둘레 2.4㎞ 구간으로 조성됐다. 이 길에는 수변산책로, 부교, 생태습지, 수변공연장, 전망대, 조각공원, 휴식공간 등이 조성돼 있어 구미시민들이 사계절 가장 산책하기 좋은 장소로 꼽는다. 다른 지역의 여느 올레길과는 다르게 출발점이 정해져 있지 않다. 금오산 저수지 밑 대주차장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이 출발하긴 하지만, 백운교 인근과 경상북도환경연수원 주차장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어떤이는 금오랜드 맞은편에 위치한 박희광 선생의 동상이 출발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지점에서 출발하든 금오산 올레길은 사계절 내내 절경을 선사해 주는 곳이다. 날이 좋은 날이면 수달 가족이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도 있고, 백운교 밑에서는 잉어떼들이 모여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물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부교도 이색적인 체험이 될 수 있다.부교 끝 지점에서 야산으로 약 400m 올라가면 금오산 저수지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올레길을 걷다보면 곳곳에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도 나온다. 또 금오산 올레길에는 구미시 최초 공립박물관인 성리학역사관이 위치해 있다. 2020년 10월 개관한 성리학역사관은 8만4천285㎡ 부지에 전시관 3개동, 체험관 3개동, 강당, 카페동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넓은 부지를 이용해 모든 시설을 한옥건물로 지어져 금오산 풍경과도 매우 잘 어울리며, 건물 사이사이 만들어진 연못과 폭포도 볼거리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금오산 올레길을 찾는다면 아름다운 풍광의 올레길을 걷다 잠시 성리학역사관에서 전통문화 체험도 해 볼 것을 추천한다. ◇금오산 관광활성화구미시는 금오산도립공원의 관광자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들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금오산 관광 시설 개선을 위해 전망대와 케이블카 등의 관광인프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금오산 인근 관광 편의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한 개발계획 수립을 위해 지난달 타당성조사 및 기본구상계획용역을 시작했다. 시는 내년 4월 공원계획변경 및 기본계획용역도 시행하고, 2024년 10월에는 실시설계 용역을 시행할 계획이다. 시는 이 모든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2026년 5월쯤에는 금오산 관광자원개발 사업을 착공한다는 방침이다.구미시가 추진하는 관광활성화 방안을 들여다보면 우선 금오산도립공원 주 진입로 상습정체를 해결하기 위한 진입도로망 확장 및 우회도로 개설 사업과 금오지에 춤추는 경관분수 조성사업, 금오산 잔디광장 야외공연장 설치사업, 제5 주차장 조성공사, 할딱고개 전망대 설치공사, 등산로 위험구간 정비사업 등이 있다. 구미시는 케이블카 조성사업은 민자로 추진할 계획이다. 구미시의 이러한 노력을 당일 여행지였던 금오산도립공원을 머무는 여행지로 거듭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구미시만 이러한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구미의 대표 숙박시설인 호텔 금오산도 머무는 관광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객실 수 130개인 4성급 호텔 금오산은 그동안 관광객보다는 비즈니스를 위한 국내외 바이어들에 초점이 맞춰진 숙박시설이었다. 하지만, 구미시의 관광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금오산도립공원과 연계한 관광상품으로 전국의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인근 관광자원들과 연계한 상품을 만들어 홈쇼핑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금오산의 가을 정취를 고스란히 담은 이 상품은 방송시간 마감 전에 모두 소진되면서 매주 주말 80여 그룹의 전국의 관광객들을 금오산으로 불러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2-11-02

‘단풍 맛집’ 찾아 가을에 떠나는여행

안동과 영천 등 유명 관광지에도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다. 한 번 가보고 싶어도 못가봤던 두 지역의 단풍명소들을 소개한다. 이번 주말 모든 것을 훌훌 털고 꼭 한번 단풍여행을 떠나보자.낙동강변 유려한 물길 따라 형형색색 안동이 빛난다△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낙강물길공원’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 등이 주를 이룬 안동댐 수력발전소 입구는 10월 말이면 울긋불긋 색깔의 향연을 펼친다. 특히 발전소 입구 좌측에 자리한 낙강물길공원(구 안동폭포공원)은 초록의 수련이 짙게 깔린 인공연못 위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드리워진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안동시가지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안동루에 오르면 왼편의 샛노란 은행나무 길과 오른편의 새빨간 단풍나무 길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가을 감성으로 가득해진다. △ 옐로우 카펫 따라 거니는 월영공원국내 최장 목책교로 안동호를 가로지르는 월영교가 있는 월영공원 은행나무 길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특히 강변을 따라 백여 미터가 넘게 조성된 은행나무 길은 샛노랗게 물든 잎들이 길 위로 소복이 내려앉아 장관을 이루고 있다.연인과 걷기에는 최고의 장소다. 특히, 은행나무 길 뿐만 아니라 울긋불긋 소소한 단풍나무와 물안개 낀 월영교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함께해 매년 이맘때 즘 사진작가들로부터 사랑받는 곳이기도 하다.△‘안동민속촌’과 ‘안동호반나들이길’안동민속촌은 또 하나의 작은 안동이다. 안동댐으로 수몰된 민속 문화재가 한자리에 모여 있어 그 의미로도 남다르지만 안동호의 풍광을 안고 에두른 8만여 그루의 나무와 민속촌의 초가 지붕은 예 선조들이 보는 가을의 못브을 재현한다. 또한, 안동민속촌을 지나 안동댐 보조호숫가를 따라 도는 호반나들 역시 단풍 명소이다. 이 길은 호수 속에 반영된 단풍과 고요한 숲 내음으로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천년사찰 세계유산 ‘봉정사’천년사찰인 세계유산 봉정사는 늦가을 정취가 만연할 때 고즈넉함이 더욱 깊어지는 곳이다. 봉정사를 에두른 비스듬히 살아온 고목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축물인 봉정사 극락전의 품위에 걸맞게 고혹적인 붉은 단풍으로 자태를 뽐낸다.특히, 이곳에는 단풍 외에도 가을 국화가 만개해 꽃과 단풍이 어우러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세계유산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세계유산 하회마을에 가을이 오면 제방을 따라 심긴 벚나무와 전통가옥, 그리고 집안에 심어진 감나무 등이 단풍에 물들어 각각의 색깔을 뿜어내며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도선서원은, 진입로의 진 붉은 빛깔의 단풍나무는 물론 도산서당과 전교당에도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아름다운 서원의 곡선미와 함께 더욱 화려해진다. 시사단을 마주하고 앉아 나지막이 내려다보이는 풍광에 노을까지 가세하면 그 풍광은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갑시다, 나랑. 나랑 ‘만휴정’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장소로도 유명 ‘만휴정’도 추천하는 장소다. 가파른 기암에 흐르는 송암폭포 곁으로 자리한 아담한 정자가 하나 눈에 띄는데, 바로 만휴정이다. 이곳은 가을이면 본래 하나의 자연인 듯, 단풍으로 물든 깊은 산새 안에 어우러진 정자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가을엔 핑크샤워 ‘안동강변 핑크뮬리 그라스원’울긋불긋 익숙한 가을단풍에 질리면 탈춤공연장 앞을 찾으면 된다. 바로 안동강변의 ‘핑크뮬리 그라스원’이다. 이곳은 가을이면 이색적인 ‘핑크샤워’ 할 수 있는 곳이자 영가대교를 배경으로 다양한 포토존을 담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핑크뮬리는 실물로도 고혹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사진에 담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살짝 밝은 필터를 적용하면 어디서나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아기자기 숨은 단풍비경이 반기는 ‘별의 도시’ 영천별의 도시 영천 가을이 깊어가면서 밤 하늘의 별빛은 더 영롱해지고 대지는 울긋 불긋 오색 물감으로 물들어 간다. 영천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만큼 발길 닿는 곳마다 단풍이 선사하는 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하늘을 향해 걷는 길, 보현산 천수누림길전국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영천시 보현산 정상(해발 1천124m)에는 국내 최대 천문대인 보현산천문대가 위치해 있다.보현산 정상인 시루봉에서 천문대로 약 1km 이어진 천수누림길은 천수를 누릴 수 있는 하늘길이라 해 붙여진 이름이다. 산림 훼손 없이 친환경적으로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름 모를 야생화와 오색 단풍나무로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다.데크길 정상에 서면, 맑은 가을 하늘을 향해 걸어온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사방이 뻥 뚫려 영천시가 발아래 펼쳐진다. 산 정상에 있는 천수누림길로 가기 위해서는 산허리를 타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억새로 어우러져진 이 길 또한 절경이다. △ 자양면 곳곳에 숨겨진 단풍 명소자양면은 영천댐과 어우러진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자동차로 영천댐 일주 도로를 달릴 때 보이는 가을 경치는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영천댐은 높이 42m, 제당길이 300m에 9,640만톤의 저수량을 가진 다목적댐이며 댐 주변을 따라 펼쳐진 벚꽃나무 길로 계절마다 다른 절경을 이뤄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특히 자양면에는 문화유적도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자양면 소재지 입구인 성곡리에는 강호정, 하천재, 삼휴정 등 유형문화재인 6개의 고택이 모여 있는 고즈넉한 산길이 있다.영천댐 수몰지구로 편입되어 현 위치로 이건 되었으며, 들어오는 입구부터 우거진 소나무 숲은 찾아오는 이들에게 대자연의 청량함을 선사한다. 송림을 지나 단풍으로 둘러싸인 6개의 고택을 따라 걷노라면 속세에 찌든 고단함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다. △은해사 굽이굽이 암자 기행영천시 청통면에 자리 잡고 있는 천년고찰 은해사는 국보 제14호인 거조암 영산전을 비롯해 백흥암, 운부암, 중암암, 기기암 등 8개의 산내 암자와 54여 개의 말사를 거느린 조계종 제10교구의 본사로 그 위용이 남다르다.일주문을 지나 대웅전, 템플스테이 연수원까지 이어지는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뒤덮인 산길을 쉬엄쉬엄 걷다보면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100년 넘은 소나무숲과 100여 년생 참나무와 느티나무가 서로붙어 자라고 있는 연리지가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특히 천년고찰이라는 역사에 걸맞게 괘불탱(보물 제1270호), 대웅전 아미타 삼존불 등 많은 소장 문화재들이 있으며, 대웅전 보화루, 백흥암 등의 현판 글씨가 모두 조선시대 명필 추사 김정희의 친필이어서 더욱 새겨 볼만 하다.△ 500년간 자리 지켜온 은행나무가 있는 임고서원500년 동안 임고서원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은행나무는 가을에 더 우아한 자태를 뽑낸다. 가을이 되면 노랗게 흐드러진 은행나무는 은은하면서도 웅장한 자태에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지난 세월을 품고 있는 듯하다.영천시 임고면 양항리에 소재하는 임고서원은 고려 말 충절을 지킨 충신 포은 정몽주(1337~1392) 선생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임고서원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알록달록하게 물들어 고즈넉한 서원의 지붕들과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경치를 제공해준다.특히 임고서원 옆 임고 초등학교는 아름다운 학교 숲 대상에 선정된 적이 있을 정도로 플라타너스 나무와 은행나무 등 수령이 오래된 아름드리나무가 인상적이다./조규남·피현진기자

2022-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