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풀러가 ‘제3의 물결’이란 책을 발간한 지 40여 년이 지났다. 그는 수렵·채집의 시대를 지나 농업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문명의 시대로 들어선 것을 제1의 물결로, 증기기관이나 전기 등의 새로운 에너지의 발명으로 일어난 산업혁명을 제2의 물결로 보았다. 이어서 제3의 물결이 도래할 것인데, 그것은 곧 정보혁명 시대가 시작될 거라고 했다. 과연 그의 예측대로 21세기 들어 정보통신의 혁명적 발전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것은 곧 지식기반의 서비스 중심 사회를 의미하기도 한다.한편 다보스포럼의 슈밥 회장은 18세기 말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한 산업발전을 제1차 산업혁명으로, 19세기 말부터 전기와 동력기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발전을 제2차 산업혁명, 20세기 중반부터 컴퓨터와 정보 통신을 중심으로 한 산업발전을 제3차 산업혁명으로 규정하고, 모든 기술과 콘텐츠가 상호 연결하고 융합돼 발전하는 단계를 제4차 산업혁명 시기로 정의했다. 그래서 그 4차 산업혁명이 곧 제4의 물결이 될 것이란 전망이었다.우리나라의 경우 뒤늦게 제2의 물결에 합류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저만치 앞서 가는 선진국들을 따라가기 위해 불철주야 허겁지겁 달려온 거였다.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만 같던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가서 제3의 물결이 밀려왔을 때는 앞서 가던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금부터는 새로 시작하는 제4차 산업혁명, 제4의 물결을 맞이한 출발점에서 당당하게 선두 주자로 달려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그런 희망을 가지게 된 것에는 그럴 만한 인프라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정보화 지수는 세계 1~2위를 다투고, UN이 평가한 국가별 전자정부체계도 연속 세계 1위로 평가되고 있다. 명실공히 세계적인 선도 국가로서의 고도화된 정보화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미래학적 상상력이 절실한 시대에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행태는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요 첨단산업의 선두주자인 나라에 정치는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80년대 운동권의 정체성을 고수하고 있는 좌파 정치인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무리들은 나라의 흥망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어떻게든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려 정권을 되찾을 궁리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것 같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국민들의 의식은 바뀌지를 않았고, 좌파노조가 장악한 방송언론을 비롯해서 지난 정권이 각 부처에 ‘알박기’해 놓은 잔재들이 국가 정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좌파정권이 망가뜨려 놓은 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심을 혼란케 하고 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린 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는 경찰들까지 정부시책에 반대하고 나선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경찰조직은 군대처럼 무력을 가진 공권력이다. 지휘계통이나 국가의 통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하는 이유다. 정부의 시책을 자의로 판단하고 반기를 든다는 것은 국가에 대한 반역행위나 다를 게 없다. 끊임없이 혼란을 조장해서 정권을 흔드는 세력들에 굴복해서는 닥쳐오는 새로운 물결에 침몰하지 않고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2022-07-28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민심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독재자를 만들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도 그런 민심을 반영한다. 정권이 출발할 때의 지지율은 문재인(84%), 김영삼(71%), 김대중(71%), 이명박(52%) 순이었고, 지지율의 최고점은 문재인(84%), 김영삼(83%), 김대중(71%), 박근혜(67%) 순으로 기록했다. 임기 말의 지지율은 문재인(45%), 노무현(27%), 김대중(24%), 이명박(23%) 순이었는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노무현은 친인척의 비리가 드러나 지지율이 하락했고 박근혜는 탄핵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 했다.눈여겨 볼 것은 직선제 이후 역대 대통령 중에서 문재인의 지지율이 단연 1위라는 사실이다. 평균(52.6%)도 1위고, 최고점도 1위, 임기말 지지율도 압도적 1위다. 불가사의한 일이라는 말도 있지만, 갈라치기와 ‘쇼통’의 효과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민중이 촛불시위로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흥분된 분위기에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기대가 절대적 지지로 모아진 것일 터이다. 편을 갈라 상대를 적폐로 몰고, 포퓰리즘과 프로파간다로 민심이반을 막은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최고의 지지율을 자랑하지만 정작 임기 5년 동안 문재인 정권이 잘 한 거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경제를 파탄내고 외교를 망쳤으며 안보는 오히려 적을 이롭게 하기에 급급한 꼴이었다.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인데도 소위 ‘대깨문’들은 사이비 교주를 맹신하는 신도들처럼 요지부동이다. 그들은 목이 터져라 ‘조국수호’를 외쳤고, 이제는 ‘개딸’들이 되어 수많은 범죄 의혹에 연루된 이재명을 결사옹위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보노라면 민심이란 게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이명박 정권은 상당한 기대를 모으며 출발했지만 얼마를 못가서 광우병파동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그 여파로 그의 대표적 국책사업인 4대강사업도 최악의 실책으로 매도되었다. 하지만 4대강사업은 서울시장 시절의 청개천복원사업과 함께 역사적인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정권도 엄두를 못 낼 일을 토목사업의 CEO였던 대통령이 해낸 것이다. 광우병파동은 그야말로 광란이었고, 박근혜를 탄핵시킨 촛불시위도 그보다 훨씬 더 나쁜 정권을 탄생시킨 동력이 되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이제 겨우 시작한지 두 달 남짓 되었는데 이전 정권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 것과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자유우방들과의 외교를 정상화 한 것, 지난 정권이 파괴한 법치를 바로 세우고 그동안 은폐해온 악폐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등이다. 인사과정에 다소의 잡음이 있었던 것과 불어닥친 경제난의 활로를 열지 못 한 아쉬움이 있지만, 벌써부터 폄하하고 실망하기 보다는 기대를 가지고 응원할 여지가 더 많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지금은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 좌파세력의 무조건적인 음해와 저항을 막아낼 우파의 결집이 절실한 시점이다.
2022-07-21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저의 대선 슬로건을 ‘사람이 먼저다’로 정했습니다. 이념보다, 성공보다, 권력보다, 개발보다, 성장보다, 집안보다, 학력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만들어 보자는 거죠. 가슴이 뛰지 않습니까? 슬로건이 우리를 이끌고, 시대를 이끌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2012년 7월 15일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의 트위터에 올라있던 글이다. 정철이라는 카피라이터가 대선캠프 슬로건으로 만든 문구라는 ‘사람이 먼저다’는 인권변호사란 타이틀과 함께 문재인 정권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한 ‘사람’이란 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통명사가 아니었다. 자기들 편이 아니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사람’에서 배제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한 사건이 다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당시 정부의 발표는 그들이 동료 어부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했으며 귀순의사에 진정성이 없어 강제 송환했다는 것인데, 법적인 측면에서나 인도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들이 탈북을 결행한 진상을 파악하려면 적어도 몇 주에서 수개월은 수사를 해야 할 일인데, 고작 2, 3일 신문을 하고 황급히 북송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정치적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북쪽에서 송환 요구를 하기도 전에 강제 북송을 통보한 것은, 몇 주 후에 열릴 한·아시아 특별정상회의에 북한의 김정은을 초청하기 위해 환심을 사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서면으로까지 귀순의사를 밝혔음에도 눈을 가리고 결박을 한 채 판문점으로 끌고 가서 북한군에 넘겨준 것은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상으로도 위법의 소지가 다분한 반인륜적인 처사라는 것이 사계의 중론이다. 문재인 정권이 자행한 그런 조치의 과정 어디에도 법치나 인권에 대한 고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그것을 한 번의 과오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해양수산부 직원이 표류 중 북한 경비정에 발견되어 사살 소각되기까지 방치하다 뒤늦게 월북몰이로 조작하는 한편, 당시 정황에 대한 기록을 삭제하는 등의 증거인멸까지 저질렀다는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사람이 먼저다’라는 가면 뒤에 사악한 반인도적인 얼굴이 숨어있는 줄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자기들 이전 정권에 대해서는 적폐청산이란 명목으로 온갖 무리한 죄명으로 먼지 털이씩 수사를 해놓고 막상 저들의 적폐가 드러나자 수사팀을 해체하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수사를 방해하고 급기야는 법을 바꿔서 ‘검수완박’까지 자행한 사실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 속에는 저들 편이 아닌 사람은 아예 없는 것이다.정권이 바뀌어서 이제 그 진상이 하나씩 밝혀지자 지난 정권 당사자들은 당연히 극구 부인하고 정치보복이니 검찰공화국이니 뒤집어씌우기에 혈안이지만, 인과응보요 사필귀정이란 말을 믿어보고 싶다. 사악하고 이율배반적인 무리들의 두 얼굴을 백일하에 밝히는 것만으로도 현 정권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절반의 역할은 하는 것이다.
2022-07-14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대한민국이 장차 세계의 중심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언가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예언들 대부분은 대한민국이 오늘과 같은 성장과 번영이 있기 전에 있었다. 당시에는 황당하게만 들리던 것이 나라의 위상이 현격히 높아진 지금에 와서는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제3의 물결’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앨빈 토플러 같은 세계적인 미래학자도 일찍이 한국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내다보고, 20여 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김대중 대통령에게 ‘21세기 한국사회의 비전 보고서’라는 장문의 보고서를 전달하기도 했다.우리나라에 오늘과 같은 날이 올 거라곤 우리도 예측을 하지 못했다. 일제 가전제품들이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시절에는 우리의 전자제품이 일본을 추월한다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더구나 삼성전자 하나의 매출이 일본 10대 전자산업의 총매출을 훨씬 웃돈다고 하니 실로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IT산업 외에도 조선, 자동차, 원전기술, 의료, 건설업 등 세계 일류의 기술을 가진 업종이 많고 문화·예술과 스포츠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가 속출하고 있다.그러나 무엇보다 뿌듯하고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우리의 공공시설이나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부러워하고 선진국의 한 모델로 평가를 한다는 사실이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교통수단의 편리함과 특히 화장실문화가 세계 최고라는 칭찬에는 절로 어깨가 으슥해진다. 시위가 끊이지 않은 나라이면서도 약탈이나 방화 같은 범죄를 동반하지는 않는, 치안의 모범국이라는 사실도 그만큼 시민의식이 높고 국민성이 선량하기 때문일 터이다.예언가들과 미래학자들의 전망처럼 과연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 국가가 될 수 있을까? 그들은 그 가능성으로 한국인들의 지적능력과 근면성, 그리고 높은 영성(靈性)을 꼽는다. 무엇보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건국이념으로 가진 나라야 말로 전 인류를 이끌어갈 자질을 갖춘 것이 아니겠냐는 평가다. 하지만 나라의 운명이란 결국 국민 스스로 결정짓는 것이다. 우리에겐 남다른 자질과 능력이 있다는 건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지만, 그것을 최대한 발휘했을 때 밝은 미래가 열리는 것이다. 그릇된 선택과 자중지란에 휩쓸릴 때는 그 반대의 결과도 올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지금 우리나라는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가중되는 북핵 위협과 혼란한 국제정세, 골이 깊은 남남갈등, 심각한 경제위기 등이 산적한 위험요소로 상존한다. 이쯤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자기성찰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상황에 대한 냉철하고 정확한 분석과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치인들이 갈라놓은 좌우 양편의 대립과 갈등의 골이 너무 깊다는 것이다. 특히 진영논리에 함몰돼 상대편을 무조건 악마화하고 내로남불, 적반하장, 후안무치가 판을 치는 것은 조선말의 당파싸움을 방불케 하는 망국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건 분명 정상이 아니다. 우선 법치를 바로 세우고, 양식을 갖춘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조악하고 비뚤어진 민심을 바로잡는 일에 힘을 모아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
2022-07-07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들판을 가로질러 난 고가철로 그늘에 의자를 놓고 앉아 피서를 한다. 사방이 탁 트인 들판 한가운데라 늘 어디서든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모를 낸지 한 달쯤 지났으니 옛날 같으면 김매기가 한창일 철이지만, 지금은 이따금 오토바이나 트럭을 타고 물꼬를 보러오는 사람들이 고작이다. 잡초나 병충해는 다 약으로 해결하니 태풍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만 없으면 해마다 풍년을 기약할 수 있지만, 그만큼 자연생태계와는 멀어진 들판이다. 개구리나 물벌레, 곤충들이 어쩌다 눈에 띄면 반가울 정도로 드물어졌다.초록이 짙어가는 벼논 위에 하얀 나비 한 마리가 이리저리 날고 있다. 벼의 초록과 나비의 하얀색 대비가 선명해서 팔랑거리는 날갯짓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런데 한참을 바라보아도 꽃도 없는 벼논 위를 나비가 날아다니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논가에 개망초꽃이 피었는데도 정작 꽃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나비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하기야 나비가 오로지 꿀을 빨고 꽃가루의 수정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내 눈앞의 나비는 지금 그저 열심히 놀고 있는 것 같다.팔랑팔랑팔랑…. 나비가 난다. 그것이 존재이유인 듯 나비가 날고 있다. 모든 생명의 본질은 놀이(遊)에 있는 게 아닐까. 무생물까지는 몰라도 모든 생명체들의 생명현상은 환희가 아닐까. 불가에서는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말하지만, 이 여름날의 무성한 초목과 꽃들이 괴로움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우주선을 타고 대기권 밖으로 나가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생물이 살지 않는 태양계의 다른 별들에 비해 지구가 얼마나 가슴 벅차게 아름다운 별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 역시 괴롭기 위해서 태어난 것은 아닐 터이다.인생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선 동서고금에 무수한 주장과 담론이 있었지만 하나로 귀결된 해답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어느 인생도 슬픔이나 괴로움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쁘고 즐거운 것이야 말로 인생의 목적이고 의미가 아니겠는가. 인생을 즐거운 소풍이었다는 시인도 있지만, 팔랑거리며 날고 있는 저 나비처럼 인생도 한바탕 놀이라야 하지 않을까.아마도 인류가 문명화되기 이전, 그러니까 구석기시대쯤의 호모사피엔스에게는 인생의 목적이나 의미란 개념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인지의 발달로 종교나 철학 등의 인문학적 사유체계가 형성되면서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나 가치부여 같은 인식작용도 따랐을 것이다. 그래서 문명화된 인류에게는 문명사회에 부합하는 책임과 목적과 가치가 있는 것이고,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반인륜적이라는 지탄과 제재를 받게 되는 게 현실이다.그런 문명사회에 잘 적응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서 인정을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도 분명 기쁨과 즐거움의 하나일 터이다. 하지만 세속을 떠나 유유자적하는 즐거움도 있는 것이고, 지극히 사소하거나 무용한 것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거나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기쁨인 삶도 있는 것이다. 그런즉 인류의 문명이란 것도 결국 놀이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2022-06-30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세상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진다. 자연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인간사회가 그렇다는 얘기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어 급격히 발전하는 기계문명에 따라 삶의 양식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왔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편리해졌다고 하지만 그만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정보화시대에 들어선 지금, 노년층 서민들은 각종 생활의 정보나 기기들을 따라잡기에도 벅찬 형편이다. 그런 생활양식의 변화는 그대로 사람들의 심리나 사고에도 반영이 되어서 정신적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복잡계(複雜系) 이론이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산타페연구소의 브라이언 아서 교수는 “복잡계란 무수한 요소가 상호간섭해서 어떤 패턴을 형성하거나, 예상외의 성질을 나타내거나, 각 패턴이 각 요소 자체에 되먹임(Feedback) 되는 시스템이다”라고 정의했다. 예일대학의 제롬 L. 싱어 교수도 “복잡계란 상호 작용하는 수많은 행위자를 가지고 있어 그들의 행동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만 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행동은 비선형(Nonlinear)적이어서 개별요소들의 행동을 단순히 합해서는 유도해낼 수 없다”고 했다. 한 마디로 세상은 물리적 현상이나 사회적 현상이나 너무 복잡해서 방정식이나 간단한 논리체계로 환원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요즘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온갖 현상들은 그야말로 복잡계로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특히나 지난 수 년 동안 우리나라에 있었던 정치적 난맥상과 그에 따른 민심의 동요는 어떤 논리나 이론으로도 명쾌한 해석이 될 것 같지 않다. 하나의 사건이나 사안을 두고도 편을 갈라 정반대 논리와 주장으로 극렬하게 대립하는 것은 합리적 판단을 불가능하게 하는 혼란일 수밖에 없다. 특히 그릇된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무리들은 난동이랄 수밖에 없는 집단행동으로 나라 기강을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인간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복잡성은 결국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인류도 본질적으로는 단순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의 한 종이라는 사실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보듯이 복잡한 사회를 떠나서 지극히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을 하면서도 오히려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게 사람이라는 것이다. 인간사회의 복잡성은 인위의 산물이며, 그것이 필연적이거나 최선의 선택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서 돌이킬 수야 없지만 반성과 활로의 모색까지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세상이 아무리 복잡해도 성인들이 제시하는 삶의 진리는 간단명료하다. ‘네 이웃을 사랑하기를 네 몸같이 하라’는 예수의 말씀이 그렇고, ‘네가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공자의 말씀도 다르지 않다. 불교의 팔정도나 유교의 인의예지가 다 단순하고 명쾌하다. 세상이 아무리 변할지라도 이것이 인간사 모든 문제의 열쇠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온갖 혹세무민하는 요설과 선동에 미혹하지 않을 분별도 거기서 나온다.
2022-06-23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대한민국 현대사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두 축을 이룬다. 국민소득이 100불도 안 되는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을 했고, 외신기자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어려울 거라던 민주주의도 보란 듯이 성취를 했다. 일견해서 이 두 축은 상조관계이기보다는 서로 대립하고 길항하는 관계를 지속해온 것처럼 보인다. 산업화의 성공신화를 이루기까지 적지 않은 독재와 인권침해가 있었고, 그것에 저항하면서 민주주의도 발전을 해온 터였다. 그러나 산업화와 민주화를 상당한 수준으로 달성한 지금에 와서는 그 대립과 갈등이 상쇄작용만 해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분야에서 개인이나 단체가 권력을 차지해 모든 일을 상의 없이 독단으로 처리하는 것’을 독재(獨裁)라 한다. 독재에는 개인이 행하는 일인독재, 군인들이 행하는 군사독재, 민간인이 행하는 문민독재, 그리고 민중 등 계급이 행하는 계급독재(프롤레타리아독재), 다수가 행하는 대중독재가 있다. 또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독재와 국민 다수에 의한 독재, 그리고 국민 대중의 지지를 받는 독재로 나누기도 한다. 이른바 민주화운동권 사람들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독재에 항거한 투쟁의 역사로 규정하고 있다.민주화운동이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이라는 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제2조에 명시된 정의다. 한편 그 법의 시행령에는 민주화운동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해당하는 운동 목록은 3·15의거, 4·19혁명, 6·3한일회담 반대운동, 3선개헌 반대운동, 유신헌법 반대운동,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10항쟁에다 행정안전부장관이 관계기관 및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고시하는 운동을 포함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동력이었던 민주화운동정신을 국가적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2001년 7월 24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을 제정하고, 행정자치부 산하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도 설립했다. 민주주의 발전과정을 기념하고 나아가 이러한 역사적 성취 위에서 올바른 역사를 정립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정신을 기리며, 민주화운동의 소중한 경험과 자산을 후대에 물려주자는 취지로 6·10민주항쟁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였다. 그동안 정치권은 산업화를 앞세우는 보수 세력과 민주화를 주창하는 진보 세력으로 양분이 되어 보수 쪽은 반공우익을 고수하는 반면 진보 쪽은 점차 용공좌익으로 변모해갔다. 우파와 좌파가 엎치락뒤치락 정권을 바꿔가며 편 가르기를 하는 바람에 두 세력 사이의 반목과 질시의 골이 깊어져서 지금은 극단적인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까지 정치인들이 갈라놓은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좌파와 우파가 원수라도 되는 양 적개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민주화가 산업화와 적대관계일 수 없으며, 사회주의나 전체주의가 민주화의 지향점이 될 수는 없다는 인식의 전제가 통합의 공통분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22-06-09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세모시 옥색 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구름 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보더라.// 한 번 구르니 나무 끝에 아련하고/ 두 번을 거듭 차니 사바가 발아래라/ 마음의 일만 근심은 바람이 실어가네”김말봉의 시에 금수현이 곡을 붙인 이 노래를 듣노라면 아리따운 처녀가 그네를 타는 모습이 선하게 그려진다. 요즘 놀이터에서 흔하게 보는 그런 그네가 아니라, 높다란 나뭇가지에 밧줄을 매어서 길게 늘어뜨린 그네라야 이런 정경이 된다.특별한 기술이나 훈련이 필요한 게 아니라서 누구라도 탈 수 있는 게 그네지만, 기왕지사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 여성이면 한결 멋스러울 것이다. 위의 노래가 그리는 장면은 아마도 단옷날 추천대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체력이 좋고 간이 큰 여인들은 거의 수평으로 날아올라 나뭇가지를 발로 차기도 하는데, 그야말로 물 찬 제비처럼 날렵하고도 우아한 모습이었다. 그네라는 단순한 도구를 이용해서, 고도의 훈련을 쌓은 발레리나의 동작보다도 오히려 시원스럽고 짜릿한 쾌감을 주는 몸짓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가사를 쓴 김말봉 작가도 어린 시절 그네를 많이 타본 모양이다. 그래서 그네를 타는 모습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2절에는 그네를 타는 기분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그네뛰기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사바세상을 발아래로 마음의 온갖 근심을 날려 보내는 초월적 유희처럼 그려낸 작가의 상상력이 통쾌하다. 조지훈 시인은 승무(僧舞)의 절제된 몸짓에서 종교적 법열을 보았다면, 그네를 타는 몸동작은 그보다 날것의 생동감으로 삶의 환희를 보여준다고 할까.그네뛰기는 ‘고려사’를 시작으로 여러 문헌에 단오절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로 기록돼 있다. ‘고려사 최충헌전’에는 “단오절에 충헌이 그네뛰기를 백정동궁(柏井洞宮)에 베풀고, 문무 4품 이상을 초청하여 연회를 사흘 동안 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최이전’에도 “5월에…. 관원들을 초청하여 연회할 때에 채붕(彩棚)을 매어 산같이 만들고 수를 놓은 장막과 깁 휘장을 둘러치고 그 가운데는 그네를 매어 무늬 놓은 비단과 채색 꽃으로 꾸몄다”고 하였다. 그 밖에도 한림별곡, 열왕세기 등에 기록이 있어 그네뛰기 풍습이 성행해온 것을 알 수 있다.“오월이라 단옷날은 천중가절이 아니냐/ 수양청청 버들숲에 꾀꼬리는 노래하네/ 후여넝츨 버들가지 저 가지를 툭툭 차자/ 후여넝츨 버들가지 청실홍실 그네 매고/ 임과 나와 올려 뛰니 떨어질까 염려로다/ 한 번 굴러 앞이 솟고, 두 번 굴러 뒤가 솟아/ 허공중층 높이 뜨니 청산녹수 얼른얼른/ 어찌 보면 훨씬 멀고 얼른 보면 가까운 듯/ 올라갔다 내려온 양 신선선녀 하강일세/ 난초같은 고운머리 금박댕기 너울너울/ 외씨 같은 두 발길로 반공중에 노니누나/ 요문갑사 다홍치마 자락 들어 꽃을 매고/ 초록적삼 반호장에 자색고름도 너울너울….”민요에 담긴 그네뛰기 역시 흥겹고 멋스럽다. 그네를 타는 사람의 짜릿한 쾌감에 못지않게 보는 이를 즐겁게 하는 시각적인 멋도 있으니, 예술적인 요소를 겸비한 놀이라 할 것이다.
2022-06-02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에 새 집무실을 마련하고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개방했다.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왜 돈과 수고를 들여가며 집무실을 옮기려고 하느냐는 반대여론이 많았음에도 후보시절의 공약을 관철한 것이다. 오랜 세월 권위의 상징이자 금단의 성역이었던 곳이 활짝 열려 일반 시민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휴식공간이 된 것은 실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내부를 공개하는 텔레비전 화면을 보니 그 규모나 시설이 과연 현대판 구중궁궐이라는 말이 나올 만했다.윤 대통령이 청와대 입주를 한사코 거부한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한다. 그게 집무실을 바꾼다고 될 일이냐는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청와대라는 상당한 혜택을 포기하는 단호한 결단력에서 그 가능성을 보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취임한 지 2주일 남짓 된 지금까지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은 날마다 사가(私家)에서 집무실로 출퇴근을 하면서 대통령의 거동이 수시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출근길에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는 모습도 전에는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윤 대통령이 인용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도 있지만, 청와대라는 구중심처로 들어가 버렸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우리나라는 집권자에게 많은 권력이 부여된 대통령중심제이다. 대통령이 그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면 삼권분립을 무력화하고 법치를 파괴하는 독재도 가능하다는 걸 지난 정권이 잘 보여주었다. 더구나 편향된 이념에 사로잡혀 그릇된 방향으로 가게 되면 나라를 망칠 수 있다는 것도 실감했다. 지도자가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관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오만이나 권위의식에 빠지는 것도 못지않게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 된다. 온갖 국정과제를 대할 때마다 겸허하게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놓고 사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최선책을 찾아야 과오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높은 자리에 오르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말을 흔하게 듣는다. 그것을 인지상정이라고 당연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실지로 심리학적인 실험이나 생리학적인 측면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승자의 뇌’라는 책을 쓴 뇌신경 심리학자 이안 로버트슨은 “성공하면 사람이 변한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이다. 권력을 잡게 되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출을 촉진해 보상 네트워크를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을 더 과감하고, 모든 일에 긍정적이며, 심한 스트레스를 견디게 한다. 또한, 권력은 코카인과 같은 작용을 한다. 중독된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오만하게 만든다. 권력은 시야를 좁게 만든다. 권력은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나를 바라보기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사람은 권력이 많아지면 오만해지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며 타인을 자신과 차별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거기다가 구중궁궐 같은 곳에 거주하다보면 점점 더 민심과는 괴리될 수밖에 없을 터이다. 아무튼 일제 때부터 100여 년간 권력의 상징이었던 곳이 개방되는 것을 계기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2022-05-26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지난 25일 재건국민운동본부에서는 1차로 국민운동을 실천해야 되는 몇 가지 사항을 발표하였다. 우리 어린이가 꼭 알아야할 일은 ①아침·저녁 인사에 ‘재건합시다’를 불러야 되며 ②농사 돕기를 서로 권하고 ③자기 일은 자기가 하고 ④산과 들을 잘 가꾸고 ⑤푼돈을 모아 저금을 하며 ⑥교통질서를 잘 지키고, 버스나 전차에서 나이 많은 사람이나 앓는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등의 운동을 일으키게 하자는 것이다.” 1961년 7월 30일 자 부산일보의 기사다. 아마도 195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 기억을 할 것이다.물론 ‘재건국민운동’은 어린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운동이 아니었다, ‘재건국민운동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복지국가를 이룩하기 위하여 전 국민이 민주주의이념 아래 협동단결하고 자조자립정신으로 향토를 개발하며 새로운 생활체제를 확립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의 7가지 실천요강은, 용공중립사상의 배격, 내핍(耐乏)생활 실천, 근로정신 고취, 생산 및 건설의식 증진, 국민도의 앙양, 정서순화, 국민체위 향상 등이었다. 구체적인 세부항목에는 민족긍지의 앙양, 수입 내 지출, 창의력 앙양, 협동적 생산활동, 부정부패 배척, 국민단합, 전통계승 등을 담고 있었다.얼마 전 텔레비전으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보다가 참 오랜만에 ‘재건’이라는 말을 들었다. “저는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박정희 군사정권의 혁명공약을 연상케 하는 이 말은 지금의 시대상황에 대한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60년대 초에 쓰였던 재건이라는 말이 지금 다시 소환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다. 지난 9일에 퇴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다짐한 여러 공약들 중에 단 한 가지만을 달성했다는 게 과반수 국민의 중론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그것이다. 그 ‘한 번도 경험하니 못한 나라’는 한마디로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나라였다. 그릇된 이념으로 경제와 외교를 망친 것도 모자라 법치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정권이었으니, 나라를 정상화한다는 의미의 재건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한 형편이다. 물론 60년 전과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으니 이 시대에 필요한 재건운동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새 정권은 지나친 의욕이나 영웅심으로 대단한 업적을 이루려는 것보다는 상식을 회복하는 일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거짓과 위선, 조작과 공작, 포퓰리즘과 프로파간다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내로남불, 후안무치, 적반하장, 자화자찬이 상식인 양 횡행하는 나라를 바로 잡으려면 대통령부터 영웅이나 혁명가가 아니라 건강한 상식을 가진 진솔하고 소탈한 인품이어야 한다. 그래서 언제나 진정성으로 국민 앞에 서기 바란다. 잘못된 정책이나 제도를 고치는 것 못지않게 무너진 상식을 재건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2-05-19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사람의 일생 중 가장 행복한 시절은 언제일까? 환경과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개는 부모의 사랑과 보호를 받고 의식주를 직접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어린 시절을 꼽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들 중에서 최하위권이라 한다.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과 출세 지향적 사회분위기가 주요 원인인 것 같다. 우리나라도 먹고 살기 급급했던 절대빈곤의 시절을 벗어난 만큼 어린이들의 행복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어린이들은 행복하게 하는 첫 번째 조건은 맘껏 뛰놀게 하는 겻이 아닐까 싶다. 다른 동물들도 어린 새끼들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잠시도 가만있지를 않는다. 몸과 마음의 성장과 학습에 즐겁게 노는 것보다 좋은 게 없다고 한다. 놀 때는 혼자서 노는 게 아니라, 형제나 동무들과 어울려 놀아야 더 즐겁고 학습효과도 크게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은 등하교 시간이 아니면 골목에서 아이들을 보기가 어렵고, 잘 꾸며진 놀이터에도 어울려 노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혼자서 인터넷게임을 하거나 만화영화를 보는 것으로 놀이를 대신하는 모양이다.가급적이면 자연과 친해지는 것으로 어린이들의 행복감을 높여주면 좋을 것이다. 맑고 안정된 정서를 길러주는 데 자연보다 좋은 게 없을 터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철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자주 대하는 것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신비와 감동을 체험하는 일이 된다.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김치나 된장, 채소나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듯이, 자연과 친해지는 것도 처음부터 자주 접해서 길이 들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틈나는 대로 풀이름 나무이름, 새와 곤충의 이름도 익히고 모양과 생태에 대한 지식도 쌓아가야 친근감이 생기게 된다.배움의 기쁨도 행복감을 높이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하나다. 성인의 반열에 오른 공자님도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했으니 범인들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부모의 닦달에 쫓겨서 학원을 순례하는 공부 말고, 예능이든 운동이든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라야 행복감을 가질 것이다. 학교 성적과 상관이 없는 과목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결코 쓸데없는 일이 아니란 걸 어른들이 알아서 지나친 참견을 하지 않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가장 좋은 행복한 진·선·미에서 나온다고 한다. 거짓되고 악하고 추한 것에서 쾌락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얘기다. 비뚤어진 욕망의 충족이나 말초적인 쾌감 따위에 집착하는 것은 심성을 피폐하게 해서 결국 행복과는 멀어질 뿐이다. 그리고 정서와 감성의 깊이가 행복감의 깊이가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한 송이 풀꽃을 보고도 감탄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 감흥이 없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행복감이란 사물과 현상에 대한 정서적 반응인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존감을 갖게 하는 일이다. 경쟁의 우위에서 오는 자만심이 아니라, 무한한 우주 속에서 오직 하나뿐인 존재라는 생각을 가질 때, 자존감과 행복감은 물론 남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생기는 것이다.
2022-05-12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사람이나 무리’를 모리배(謀利輩)라 한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판에는 이런 모리배들이 득실거린다. 이들은 자신의 안위와 이득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기본 틀인 법치(法治)를 파괴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삼권분립은 무너지고, 입법·사법·행정부가 좌경이념의 진영논리로 한 덩어리가 되어 법치와 국가 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소위 ‘검수완박’을 놓고 온 나라가 뒤끓고 있다. 며칠 전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여·야 원내대표가 받아들여 합의를 하더니, 대다수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야당이 합의를 번복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헌의 소지가 있는 국기문란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것이 과연 문재인 정권이 추구하는 정의로운 검찰개혁이라면 당연히 정권 초기부터 공론화하고 입법절차를 밟아야 했다. 검찰이 지난 정권을 적폐로 몰아 수천 명을 수사하고 수백 명을 기소할 때는 박수를 쳐놓고 이제 저들의 적폐가 도마에 오르자 서둘러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은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법치파괴가 아닐 수 없다.좌파정권에 국회 다수의석을 몰아준 것은 망나니에게 칼자루를 쥐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기본 취지인 토의나 협상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망나니의 칼춤을 방불케 하는 전횡으로 법치를 누더기로 만들어 버렸다. 걸핏하면 수적 우세를 내세워 저들의 입맛에 맞게 법조문을 뜯어고치거나 위헌의 소지가 있는 법안을 밀어부치는 만행을 저질렀다. 흔히들 민주주의는 다수결에 의한 제도라고 하지만, 히틀러의 나치가 그랬듯이 다수에 의한 결정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국회의 다수의석으로 밀어부친 입법권의 횡포가 어떻게 민주주의와 법치를 훼손할 수 있는가를 역력히 보여주는 현실이다.영국에서 비롯된 법치주의는 절대군주의 권력을 견제하여 군주의 자의적인 통치를 막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에 의해서만 통치하게 하려는 데 그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통치를 법에 의한다는 것만으로는 권력자의 자의를 통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데 충분하지가 않다. 지금처럼 여당이 국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정권이 사법부를 장악한 경우엔 법치가 오히려 권력의 전횡을 합법화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실질적 법치주의’라는 개념이다. 국가권력을 단순히 형식적인 법치가 아닌 헌법의 실질적인 가치에 귀속시키는 원리다. 즉, 모든 국가권력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지게 되고, 모든 법률은 이 헌법의 최고 가치를 실현할 때에만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아무튼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훼손한 폭거로 역사에 남을 일이다. 자의로 법을 고쳐 형법체계의 근간을 파괴하는 짓을 공청회나 여론수렴은 물론 국회토론 등의 충분한 과정과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날치기로 의결한다면, 그 불의한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2022-04-28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후렴)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 동산 만들어 알뜰살뜰 가꾸세.”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작사했다는 ‘새마을노래’1,2절이다. 확성기를 통해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면 집집마다 한 사람씩 삽이나 괭이, 빗자루를 들고 마을회관 앞으로 모여들곤 하던 것이 1970년대의 시골 풍경이었다. 그래서 골목을 쓸고 도랑을 치고 길을 넓혔다.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에 허덕이던 조선 말기와 일제 식민통치의 수탈,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거치면서 피폐하고 무기력해진 민심을 다잡아 용기와 희망을 불러일으키는데 ‘새마을운동’이야말로 가히 혁명적 쾌거였다. 세계 최빈국이라는 절대빈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의와 좌절감을 벗어나는 정신개조가 우선이었고, 그것은 골목을 쓸고 하수구를 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발상은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것이었다. 농한기에는 술에 절어 푸념이나 하고 화투놀이로 세월을 보내던 사람들이 적은 않은 시절이었다.
2022-04-21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민들레는 여하튼 노랗게 웃는다./…./ 인도블록과 블록 사이, 인도블록과 담장 사이,/ 담장 금 간 데거나 길바닥 파진 데,/ 민들레는 여하튼 틈만 있으면 웃는다. 낡은 주택가,/ 너덜거리는 이 시꺼먼 표지의 국어대사전 속에/ 어두운 의미의 그 숱한 말들 속에/ 구석자리에, 끝끝내 붙박인 ‘기쁘다’는 말,/ 민들레는 여하튼 불멸인 듯 웃는다.” - 문인수 시 ‘밝은 구석’일부
2022-04-14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문재인 정권 5년은 불통과 분열의 정치였다. 입으로는 통합을 말하면서도 좌·우로 편을 갈라 반목과 적개심을 조장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임기 말까지 40%가 넘는 콘크리트지지율을 유지하는 성과를 얻었다. 그것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달성하지 못한 성공신화(?)인 셈이다. 그런 분열의 정치는 당연히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내로남불, 후안무치, 적반하장 같은 폐단들을 당연시 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것은 결코 쉽사리 치유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2022-04-07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세상이 바뀌었다. 겨울왕국이 물러가고 봄의 공화국이 시작되었다. 몇 차례 꽃샘추위의 저항이 있었지만 결국 평화적인 무혈혁명은 완성되었다. 이 땅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이제부터 봄 공화국의 주민이다. 저마다 생명의 깃발을 흔들며 진주한 봄의 해방군을 맞이한다. 아직도 기척이 없는 것들은 이미 죽은 것이다. 사람들도 살아있다면 나가서 봄을 맞을 일이다. 온 누리에 울려 퍼지는 봄의 팡파레를 듣지 못한다면 그게 어찌 살아있는 사람이겠는가. 봄을 맞이하는 데는 남녀노소가 없다. 흔히들 봄을 젊음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수백 년 늙은 고목에도 꽃이 피고 새잎이 돋아나는 봄이다.
2022-03-31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매년 삼월의 넷째 금요일은 ‘서해 수호의 날’이다. 2016년 1월 28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방안을 낸 것을 입법예고와 법제심사, 국무회의심의 등을 거쳐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2010년 연평도 포격 등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의 도발에 따른 대한민국 국군의 서해 수호를 위한 희생을 기리고, 국토수호 결의를 다지며, 국민의 안보의식을 결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하였다. 국군이 46명이나 사망한 천안함 피격사건이 일어난 3월 26일이 금요일이어서 그 날을 기념일로 정한 거라 한다.종북 좌파들의 지지를 받는 문재인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이 별로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임기 중 처음 두 해는 기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원성이 일자 삼년 째부터 기념식에 참석은 했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재발방지를 위한 경고나 대책을 말하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천안함 전사자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가 분향하는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서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묻는 해프닝까지 벌어졌겠는가. 그때 김정숙 여사가 그 유족을 ‘무섭게 째려봤다’는 논란이 있었다. 5·18 기념식에서 눈물을 흘리던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라는 거였다.어찌 서해를 수호하는 것뿐이랴.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일이야 말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우선의 과제요 사명이 아니겠는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이 오늘의 모습으로 존속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는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련과 중공에 인접한 지정학적 위치의 대한민국이 공산화 되지 않은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미 공산화된 반쪽까지 호시탐탐 적화통일의 야욕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체제의 안정과 성공신화를 이룩한 것은 이승만의 혜안과 의지, 미국의 도움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 과정에 무리와 과실이 없지 않았고 그에 따른 저항과 갈등도 적지가 않았지만 말이다.지금은 국제무대에서도 제법 행세께나 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오십여 년 전까지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처량하기 짝이 없는 약소국이었다, 그 약소국을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었던 것은 미국이란 세계 최강의 동맹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6·25전쟁 당시 수많은 사상자들의 희생을 무릅쓰고 적극적인 지원을 한 것도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에게는 생명의 은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안보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라는 튼튼한 방어벽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문재인 정권의 반미친중 외교는 한미동맹을 와해 직전까지 몰아갔다. 미국보다는 북한과 중국의 손을 잡고 사회주의체제로 가려는 것이 저들의 속셈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다행히도 이제 정권이 바뀌게 되어 그들의 꿈은 좌절되고 대한민국은 다시 자유민주주의로 선회할 수 있게 되었다. 한미동맹은 물론 한·일관계도 정상화하는 것이 나라를 수호하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2022-03-24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선거철이 되면 온갖 공약들이 난무한다.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해 국가재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선심성 퍼주기 공약은 기본이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무지갯빛 청사진을 늘어놓기도 한다. 오죽하면 어떤 후보가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공약을 하자, 여기에는 강이 없다고 했더니 그러면 강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까. 선거철에 후보자가 내 놓은 공약들 중에 막상 당선이 되어 실행한 경우는 평균으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는 통계다.
2022-03-17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반면교사(反面敎師)란 말이 있다.‘따르거나 되풀이해서는 안 되는 나쁜 본보기’를 일컫는 말이다. 1960년대 중국 문화혁명 때 마오쩌뚱이 처음 사용한 ‘반면교재(反面敎材)’란 말이 변한 거라 한다. 당시 마오쩌뚱은 제국주의자, 반동파, 수정주의자들을 반면교재로 삼아야 한다고 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추진한 문화혁명이 바로 후세의 반면교사가 되었다. 이번 선거의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반드시 지금의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물론 잘한 것이 있으면 본받고 이어가야 하겠지만 행적의 대부분이 버리고 바꾸어야 할 것들이 때문이다.우선은 종북주사파들이 주축이 되어 철지난 이념과 왜곡된 역사관으로 나라의 근간이자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사회주의국가인 중국과 인접해 있고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처지에서는 자유민주주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으로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나라의 안정과 발전의 기반이 된다는 걸 명심하시기 바란다.다음으로는 법치주의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법, 탈법을 당연시 하고 법 위에 군림하는 정권의 폐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삼권분립이 엄정하게 지켜지기를 바란다. 입법부는 물론 사법부까지 장악한 정권이 하는 일이 독단과 전횡 밖에 더 있는가. 위헌의 소지가 있는 법안들을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킨다거나, 정권의 비리와 부정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는 척 늑장을 부리거나 수사팀 자체를 해체해버리는가 하면 편파판정도 마다하지 않는 걸 보아온 터다.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 중의 하나가 용인술, 즉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능력이라는 건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하는 바다. 지도자가 자만심을 가지고 만기친람하려 들어도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지만, 그릇된 이념이나 당파에 매몰되어 편파적인 인사를 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원인이 된다. 문제인 정권은 능력이나 적절성 등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편이냐 아니냐가 인사의 기준이었다. 각 부처 장차관은 물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까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놓고 공정과 정의를 말하는 후안무치는 당연히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문재인 정권의 임기 말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최고라고 한다. 잘한 것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데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바로 ‘편 가르기’의 효과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일단 편을 갈라 상대를 적폐로 몰고 증오와 적개심을 부추기면, 소위 ‘대깨문’ 같은 맹목적 추종자들이 생겨나서 머리가 두 쪽 나도 일편단심 지지철회를 않는 것이다. 이것을 반면교사 삼지 않고는 아무리 통합과 공존을 외쳐봐야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그 밖에도 임기 5년을 고작 몇 차례 기자회견으로 끝낸 불통정치, 이념에 치우친 반미친중 외교와 굴종적 대북정책, 문정권 트레이드마크인 ‘내로남불’과 적반하장도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2022-03-10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선택을 하게 된다. 인생이란 바로 그런 선택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그 선택들은 대게 일정한 조건이나 제한 속에서 행해지기 마련이다. 경제적이거나 시간적인 조건이 있을 수도 있고, 정치적이거나 종교적 이유 등의 제약이 있을 수도 있다. 가령 한 끼 음식을 선택할 때도 주머니사정을 감안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시간이 급해서 빨리 되는 음식을 주문 한다든가, 종교적인 이유로 어떤 식품을 금기시 하는 것 등이다.
2022-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