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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여백…묵향 그윽한 고고함의 정수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04-19 02:01 게재일 2016-04-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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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 경북지회 `묵향춘풍전` 포스코갤러리<BR>포항·경주·안동 등 작가 50여명 100여점 전시<BR>팔조화·화조화·동물화 등 작품마다 개성 넘쳐
▲ 최영조작 `경주안압지의 음율`

문인화는 그림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선비나 사대부들이 여가로 자신의 심중을 표현해 그린 그림으로 사인지화(士人之畵), 사대부화(士大夫畵), 문인지화(文人之畵)로도 불린다. 서예, 인물화, 대나무, 동물 등 주제에는 구애받지 않지만 직업적으로 그린 그림과는 기교면이나 담고 있는 정신에서 분명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 북송 시대부터 유래돼 문인들의 행동양식이나 의식과 잘 어울리는 매난국죽(梅菊竹)의 사군자(四君子)와 수묵산수화가 크게 유행했다. 주로 먹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현란한 채색화에 비해 다소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먹의 농담과 건습에 따라 먹색이 주는 풍부함을 느낄 수있다는 것이 문인화의 큰 장점이다. 특히 먹의 담박함과 고아함은 전통예술이 주는 너그러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작품의 생명력으로 승화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 손성범작 `세한송`
▲ 손성범작 `세한송`

한국문인화협회 경북지회(회장 손성범)가 다음달 6일까지 포스코갤러리에서 초대전 `묵향춘풍`전을 갖고 있다.

일곱번째 정기회원전이 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손성범 회장을 비롯해 포항, 경주, 안동, 경산 등 각 지부에서 50여 명의 작가들이 작품을 출품했다. 한국의 선비정신을 담은 문인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현대적 조형 감각과 각 작가의 개성이 스며있는 팔군자, 화조화, 동물화 등 100여 점을 내놓았다. 옛것을 법으로 삼고 새로움을 창조하고자 매일 새벽이면 먹을 갈고 붓을 드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작가들의 정신과 마음이 모인 자리로, 모든 주제와 소재에 있어 자유롭게 각자의 멋을 표현하고 있다.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등의 사군자는 모진 계절의 변화에도 의연히 제본분을 지키는 군자다운 삶의 절개를 투영하고, 꽃, 풀, 새를 주제로 한 화조도는 예부터 길상과 기복적 성격을 띠고 있어 그 의미에 중점을 두기도 한다. 대상 요체의 정확한 파악과 능숙한 필선에 의한 뛰어난 묘사 뿐 아니라 각종 동물의 조형적 특징을 예리하게 표현한 동물화는 해학적이고 정감 넘치며, 우리 민족의 소박한 기질과 한국적 감성을 엿볼 수 있다. 그림마다 작가가 지은 시(時)로 화제(話題)를 달거나 호를 쓰기도 하지만 때로는 낙관(款)만 처리한 구성에 묘미와 재치를 발휘하고 있다. 작가의 심오한 생각들을 절제의 선과 여백의 미로 강조하고 있는 작품들 속에 퍼진 봄날의 묵향이 바쁜 일상에 지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 주기 충분해 보인다.

▲ 김종호작 `솔`<br /><br />
▲ 김종호작 `솔`

손성범 한국문인화협회 경북지회장은 “시서화(詩書畵) 일치 정신을 바탕으로 30년 넘게 전통 문인화에 예술과 삶에 대한 자신의 성찰을 투영해온 만큼 관람객들에게 봄의 전령사가 돼 진한 묵향의 감동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품 작가 명단은 다음과 같다.

강성호 김경혜 김복수 김성덕 김숙필 김영자 김영희 김정애 김정희 김종호 김혜람 노명숙 류내경 류선 박경희 박정숙 박종현 박창오 박철우 배미정 서길수 손경화 손성범 손영주 손홍락 송윤환 심금섭 심상대 양정근 윤옥순 윤종순 이동희 이명희 이용기 이은구 이재하 이정혜 이현정 임순덕 정남이 정도자 정성숙 정용숙 조현옥 지영숙 최길구 최순이 최영조 한종환 허일행 김예선 김현숙 나창교 황미선.

문의 (054)220-0950.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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