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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빨려들 것 같은 웅장함에 오랜 세월의 연륜까지

길일을 택하여 나즐로(나 홀로 즐겁게) 노거수 탐방에 나섰다. 길일을 택한다고 하여 사주나 주역 풀이가 아니라 날씨나 교통 혼잡, 나의 일정 등을 고려하여 편안한 날을 잡는다는 의미이다.상주시 화서면 상현리 천연기념물 제293호 반송 노거수를 찾았다. 대구에서 상주-청원 간 30번 고속도로를 달리다 화서 IC를 빠져나와 화서면 소재지 화서초등학교 뒤편 도로를 따라 상현리 마을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은 지름길로 좁은 농로 길을 안내했다. 이를 무시하고 멀리서도 보이는 거대한 소나무 노거수에 빨려들 듯 끌려갔다. 마을 앞 허허로운 공간을 소나무 한 그루가 꽉 채워주었다.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과 화장실, 쉼터용으로 정자를 설치해 놓아 반송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는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마을 앞 넓은 공간에 천연기념물 반송 노거수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었다. 그 늠름하고 우람한 모습에 압도당하여 고개를 숙이고 경배를 드렸다. 해는 하늘 중천에 있지만, 소나무 키를 벗어나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걸려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그림자를 밟으면서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죄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경외감이 들었다.키 15m, 가슴 높이 나무 굵기 5.1m, 수관 폭 28m나 되었다. 크기만큼이나 오랜 세월의 연륜이 나무 곳곳에 묻어났다. 나이가 무려 500살이라 했다. 양팔을 벌려 노거수를 안아 보았다. 심호흡하면서 노거수와 교감해 보았다. 그 웅장한 힘의 에너지를 가슴에 담고 연륜으로 얻은 삶의 지혜를 가르쳐 달라고 마음속으로 소원했다. 기운이 솟고 정신이 맑아졌다.주변 공원에는 예쁜 돌탑을 8개나 쌓아 놓아 옛 이름을 연상하게 하였다. 돌탑은 시간과 노력의 상징물이다. 꾸준한 노력과 인내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반송이라는 소나무 성질의 일반명사 대신에 탑송이라는 옛 이름이 더 정감이 갔다. 앞으로 탑송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다.주민들의 나무 사랑이 돋보였다. 나무 주변에는 빗물이 잘 빠지도록 물 빠짐 작은 도랑을 설치해 놓았다. 나무 둘레에 목책을 설치하여 함부로 들어가서 나무를 훼손하지 못하게 해 놓았다. 그로 인하여 답압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되었다.처음 나무를 심었을 때 뿌리 주변에 북을 돋우어서 심었는지 아니면 오랜 세월로 인하여 흙이 빗물에 씻겨 주변의 땅이 낮아졌는지는 몰라도 나무의 생육에는 최적지로 만들어 놓았다. 주변의 환경을 보아도 먼 옛날 마을 주민이 심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연유로 인공 식재를 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을 경관은 물론 마을 품격까지 올려놓은 우리 조상의 지혜로움이 돋보였다. 워낙 나무가 거대하다 보니 나뭇가지의 부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지지대를 세우고 가지와 가지를 서로 줄로 연결하여 묶어 놓았다. 100여 년 전에 벼락으로 인하여 고사한 나뭇가지는 수피를 벗기고 균이나 충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방수 방부처리를 해 놓았다. 반송이라는 이름처럼 나무의 수형은 우산형으로 나뭇가지가 땅을 향해 흙과 맞닿을 듯 치렁치렁 늘어져 있었다. 빛을 향하는 나무의 속성으로 보아 푸른 하늘로 뻗어나가야 할 나뭇가지가 반대로 흙냄새 맡으려는 듯 땅으로 뻗어가는 모습이 신기해 보였다. 먼 훗날 땅과 맞닿아 뿌리와 서로 만나리라.주변에 빛을 방해하는 그 무엇도 없어 자유로움인지 아니면 나무의 DNA가 그런 것인지 참으로 신통방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뿌리는 예상컨대 틀림없이 연리근일 것이다. 하늘로 뻗어 올린 줄기를 봐도 그렇고 웅장한 수형을 보아도 그렇다. 나무의 수관 폭만큼 뿌리도 뻗어나간다고 하니 상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몸을 지탱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뿌리의 강인함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 보이지 않는 도움에 나무는 살아가고 있다. 우리 또한 이러한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옛날부터 이 소나무 노거수에는 이무기라는 상상의 동물이 살고 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주민들은 나뭇가지가 부러져도 가져가지 않을뿐더러 나무 아래 떨어진 솔갈비도 긁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정월 대보름날이면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마을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이러한 노거수 설화는 마을을 지키고 주민들의 재앙을 막아주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노거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노거수 설화의 향유집단인 마을 주민들은 인간 행위에 대한 노거수의 징벌과 영험을 이야기하면서 노거수를 신성시하였다. 노거수는 마을 주민들의 어떤 운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암시를 나타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당산나무를 베어낸 사람이나 가족이 결국은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어느 마을에서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오랜 세월 동안 조상 대대로 마을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며 또한 후손까지 살아가는 당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노거수 설화는 민속문화, 민속신앙의 차원에서 노거수가 보호되는 설화로서 설화 속에는 우리 조상의 자연숭배 사상, 조상숭배 사상, 영혼 불멸의 사상 등이 있다. 이러한 노거수 설화는 전승 집단의 의식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되어 흥미와 교훈을 주기도 하며, 삶의 지혜를 얻게 해 준다. 그뿐만 아니라, 마을의 결속을 강화하고 마을의 경관을 이루는 노거수를 보호해 주는 기능으로 발전하여 전체적 생태계 천이의 자연성과 생물 다양성을 높여주는 기능으로 발전하였다.상주 상현리 천연기념물 탑송도 노거수 설화로 인하여 오늘날까지 500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무탈하게 살아오고 또 앞으로 살아갈 것이다. 우리 조상들의 나무사랑을 설화로 옷을 입혀 보호한 지혜로운 삶에 감탄할 따름이다. 늘 느끼는 감정이지만, 노거수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있고 싶어 떠날 때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고 몇 번이고 되돌아보곤 한다.노거수에 얽힌 설화들노거수에 대한 고사와 설화는 여러 유형으로 구분하여 이해할 수 있다. 징벌담(懲罰談)은 당산나무를 신성시해야 하고 제사를 소홀히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노거수 설화이다.영험담(靈驗談)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견하거나 인간에게 풍요를 가져다주고, 당산나무에 해를 가하면 울거나 혈흔을 나타내는 영험이 있다는 노거수 설화이다.동물담(動物談)은 노거수에 특정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 생물에게 위해를 가하면 천벌을 받는다는 설화이다. 동물담의 노거수 설화 속에는 뱀이 높은 빈도로 나타나고 있다. 뱀은 사탄과 같은 사악함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지만, 당산집 또는 당산나무를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킴이 동물로도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3-06

고령 고분군의 아름다운 풍광… 봄밤에 만나는 세계유산

“2024 고령 대가야축제가 곧 열립니다. 새로운 봄을 맞이해 다양한 체험과 즐길거리가 있는 세계유산도시 고령으로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고령군이 ‘2024 고령 대가야축제’ 개최를 알렸다. 벚꽃이 만개할 즈음인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지산동 고분군을 중심으로 대가야박물관 일원에서 화려하게 펼쳐질 고령 대가야축제의 올해 주제는 ‘세계유산,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다.“전 세계적으로도 주요한 문화유산으로 주목받는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에 발맞춰 고분군의 매력을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현해 고령군민과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신선함과 즐거움을 선물할 계획”이라는 게 고령군청의 설명이다. □축제 참여자들에게 즐거움과 만족을 줄 프로그램 운영올해 고령 대가야축제는 지산동 고분군을 직접적인 축제의 현장으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지산동고분군 트레킹 구간의 양 끝에 별도의 출입문을 연출해 또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공간을 형성하고, 다양한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숲속 놀이터도 운영한다는 것이 고령군의 복안이다.또한 포토존을 만들고, 넉넉한 쉼터와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도 다양하게 구성하게 된다.사흘간 이어질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축제 주제와 부합된 ‘세계 속의 대가야’가 준비됐다. 이는 세계유산이란 무엇이며,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기까지의 추진 과정, 대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적 가치까지를 알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지산동 고분군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것인지 쉽게 알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고령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특별공연으로 준비된 ‘100대 가야금 공연’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축제의 특성과 문화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대가야축제의 또 다른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로 평가된다. 토요일과 일요일 각 1회씩 총 2회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며,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업그레이드를 통해 공연을 지켜볼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간다는 것이 축제 주최측의 각오다.이러한 대표 프로그램 외에도 축제 아이템을 더욱 강화하고, 다양한 협력사업의 진행으로 지역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동시에 방문객들의 만족도 역시 높인다는 것이 고령군의 향후 계획이다.축제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고, 그 시간 동안 불꽃놀이와 다채로운 공연, 참여자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야간 체험프로그램 등이 구성된다. 이는 ‘이색적인 휴게 공간 연출’로도 눈길을 끌게 될 듯하다. □몸과 마음 모두 봄기운에 빠져들 고령 대가야축제이번에 준비된 대가야축제의 1일차 행사로는 고령군민의 끼를 한껏 발산할 군민화합 한마당이 예정돼 있고, 이 프로그램은 ‘TBC 생방송 굿데이’의 중계로 축제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게 된다.2일차에는 가야문화권 합창페스티벌과 창작뮤지컬 ‘도둑맞은 새’, ‘100대 가야금 공연’이 축제 참가자들과 지역 주민을 만나게 된다. 이와 더불어 가야풍류(加耶風流) 공연 또한 운영되며, 밤에는 고령의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을 ‘대가야 별빛 쇼’가 펼쳐져 봄의 정취와 낭만을 만끽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축제의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대가야의 길거리 퍼레이드’가 성대하게 펼쳐져 이목을 모으게 된다. 그밖에도 도립국악단의 특별공연과 다종다양한 소규모 문화공연이 상시로 이루어지기에 관광객들은 심심할 틈이 없을 것 같다.봄밤에 더욱 매력적인 풍광을 드러낼 지산동 고분군과 테마관광지, 우륵지의 화려한 야간 경관을 배경으로는 고분군 야간 투어와 야간 특별 프로그램이 축제 기간 내내 펼쳐지게 된다.이와 관련 이남철 고령군수는 “2024 고령 대가야축제는 안전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축제로 만들어갈 예정”이라며 “지난해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대가야축제에 가족·지인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몸과 마음 모두 흥겨운 봄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초대의 말을 전했다. □축제의 현장 역할 할 지산동고분군은.올해는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 1년차에 들어서는 해이기도 하다. 고령군은 이를 널리 알리고 다 같이 향유할 수 있는 프로젝트 준비에 고심해왔다.그 고심과 노력 끝에 고령군 ‘2024 세계유산축전’과 ‘2024 문화유산야행’ 등 고분군을 주제로 한 문화재청 공모사업에 선정됐고 사업의 구체화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특히 세계유산축전은 국내에서 세계유산을 활용한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는 것이기에 가야고분군 단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이 축전 외에도 어린이 해설사, 순회 전시, 사진전,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유산도시 고령군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는 것이 고령군의 계획이다.고령은 세계유산을 무조건적으로 상품화하는 것을 지양하고,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 가진 의미와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동시에 지산동 고분군이 가야 문명을 증명하는 독보적 증거라는 세계유산적 지위를 방문객들에게 올바르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는 문화를 향유하는 보다 세련된 태도일 것이다.또한 세계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염두에 둔 정비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유산의 성격 규명을 위한 발굴조사 기초자료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이는 향후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접목할 계획.고령군청 관계자는 “지산동 고분군 주변에 이미 조성돼 있는 대가야박물관,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 대가야생활촌 등과 연계해 지산동 고분군의 벨트화를 추진함으로써 한국의 대표적 역사문화도시로 성장하고자 한다”는 말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령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달빛철도’의 건설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적 주목과 함께 또 한 가지 호재가 고령군에 더 있다. 영호남을 잇는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 통과가 바로 그것. 군은 이를 통해 고령을 영호남 내륙권 산업물류의 거점으로 도약시킬 발판이 마련됐다고 자평한다.향후 달빛철도 고령역사가 건립되면 고령역에서 서대구역을 거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물론, 포항 영일만항까지 교통망이 연계된다. 그렇기에 고령군이 도로, 항공, 항만, 철도 4대 SOC의 연결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령은 대구와 연접한 산업경제도시이자 도농복합형 도시다. “늘어나는 산업물류 이동은 달빛철도가 건설됨으로써 더욱 원활해질 것”이라고 전망한 고령군청은 “달빛철도를 중심으로 광역 교통체계의 변화를 일으켜 접근성 향상은 물론, 산업물류 수용량 확대 등의 효과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달빛철도 개통과 고령역 건립을 통한 역세권 개발로 낙동강을 중심으로 하는 대구·경북 혁신경제벨트 구축과 지방시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고령군. 눈앞으로 다가온 대가야축제와 더불어 지산동 고분군과 달빛철도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4-03-06

희망과 꿈의 은유로 가슴을 따스하게 만드는 ‘봄’

우수와 경칩이 지났으니 머지않아 새로운 계절이 올 것이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잦은 요즘. 아직은 바람이 차갑지만 언제나 봄은 새로운 희망과 꿈의 은유로 사람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만든다. 그 먼 옛날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변함없이.지구 반대편에선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의 죽고 죽이는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가파르게 오르는 장바구니 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가지만, 그럼에도 그것들과는 무관하게 봄은 빠른 속도로 우리 곁에 오고 있다.매서운 추위와 폭설이 어깨를 웅크리게 만드는 혹한의 겨울이 가면, 벚꽃과 개나리 피고 환한 햇살이 청춘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봄이 오는 것은 세상사 정한 이치.비극적인 사건과 우울한 시간을 떨쳐낸 뒤 가벼운 옷을 걸치고 흩날리는 꽃잎 아래를 산책하는 빛나는 봄을 기다리며 읽을 만한 시 3편을 소개한다.시인들은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가진 사람들이라 누구보다 먼저 봄을 감지해냈다. 한국문학사에 이름을 새긴 빼어난 시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봄을 노래했을까? 박재삼 시집. ▲우울을 떨치며...박재삼 ‘봄바다에서’미당 서정주가 “앉아서도 서서도, 심지어 잘 때도 시인임을 잊지 않았다”고 상찬한 제자가 박재삼(1933~1997)이다.질박한 방언으로 우리 언어가 가진 매력을 누구보다 아름답게 사용할 줄 알았던 박재삼은 짙푸른 ‘바다’에서 연분홍 ‘꽃밭’을 상상하며 봄을 맞았던 듯하다. 이런 노래다.화안한 꽃밭 같네 참.눈이 부시어, 저것은 꽃핀 것가 꽃진 것가 여겼더니, 피는 것 지는 것을 같이한 그러한 꽃밭의 저것은 저승살이가 아닌것가 참. 실로 언짢달것가. 기쁘달것가.거기 정신없이 앉았는 섬을 보고 있으면,우리가 살았닥해도 그 많은 때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숨소리를 나누고 있는 반짝이는 봄바다와도 같은 저승 어디쯤에 호젓이 밀린 섬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것가.우리가 소시적에, 우리까지를 사랑한 남평 문씨 부인은, 그러나 사랑하는 아무도 없어 한낮의 꽃밭 속에 치마를 쓰고 찬란한 목숨을 풀어헤쳤더란다.확실히 그때로부터였던가. 그 둘러썼던 비단 치마를 새로 풀며 우리에게까지도 설레는 물결이라면 우리는 치마 안자락으로 코 훔쳐 주던 때의 머언 향내 속으로 살달아 마음달아 젖는단것가.돛단배 두엇, 해동갑하여 그 참 흰나비 같네.인간의 삶과 죽음이 결국은 멀리 있지 않음을 간파한 시인은 봄을 ‘한낮의 꽃밭 속에 치마를 쓰고 찬란한 목숨을 풀어헤치는’ 절절함으로 봤다.그 절절함 속으로 날아드는 ‘흰나비’는 절망과 우울 속에서도 끝끝내 환히 빛나는 봄의 전령사가 아니었을까. 김광섭 시집. ▲그래도 기어코 찾아올 계절...김광섭 ‘봄’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식민지의 지식인인 동시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은 독립유공자인 김광섭(1904~1977) 시인. 그가 살아낸 청년시절은 군국주의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던 냉혹한 겨울이었다.그런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광섭에게 봄은 멀어 보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누가 감히 봄을 막을 수 있을까? ‘가장 먼 데서부터’ 오고 있는 새로운 계절을 시인은 아래와 같이 예감한다.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봄은 멀다먼저 든 햇빛에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처음 노란빛에 정이 들었다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집 사이에 쌓은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사람들이 그 이야기를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모든 거리가 풀리면서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나무는 나무로꽃은 꽃으로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사람은 사람에게로산은 산으로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후략)‘멀리 간 것이 돌아오는’ 또는, ‘모든 것이 근원으로 돌아서는’ 놀라운 시간이 결국 우리 곁에 올 것임을 노래한 김광섭. 그는 새로운 계절 봄 안에서 사람은 물론, 나무와 꽃까지 서로를 반기며 뜨겁게 포옹하는 희망을 잃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동엽 시집. ▲쇠붙이도 녹이는 거대한 힘... 신동엽 ‘봄은’자신의 문학을 통해 통일과 자유를 소리 높여 외치던 ‘민족시인’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신동엽(1930~1969). 신 시인에게 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크나큰 힘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직접 겪었던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평화와 공존의 중요성을 체득한 신동엽은 다가오는 ‘봄’이 남과 북이 화합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원했다.봄은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오지 않는다너그럽고빛나는봄의 그 눈짓은,제주에서 두만까지우리가 디딘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겨울은바다와 대륙 밖에서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이제 올너그러운 봄은삼천리 마을마다우리들 가슴속에서움트리라움터서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눈 녹이듯 흐물흐물녹여 버리겠지.‘바다와 대륙 밖에서 매운 눈보라를 몰고 온’ 겨울이 끝나면, 이 나라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를 온통 뒤덮고 있던 ‘미움의 쇠붙이’가 눈 녹듯 사라질 봄이 올 것을 의심하지 않았던 신동엽.남북관계가 대립과 갈등만으로 치닫는 위태로운 2024년 오늘. 다시 펼쳐 읽어보는 시인의 ‘봄 노래’는 여전히 찬란하지만, 그 찬란함의 크기만큼 서글프다. 그래도 봄은 오겠지?/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3-05

해송숲 마른 수풀 위 겨울 햇살이 내려앉다

텅 빈 푸른 하늘 아래 겨울 바닷가 해변의 숲, 울진 월송정 숲을 찾아 걷는다. 겨울은 비움의 계절이다. 높고 넓은 파란 하늘도 텅 비었다. 하늘을 뒤덮은 뭉게구름도 볼 수 없다. 깊고 넓은 푸른 바다도 조용하다. 바다는 적막한 해변을 끊임없이 속삭이며 수만의 동굴을 배 불릴 뿐 해변을 삼킬 듯 성난 파도의 흰 물보라는 볼 수 없다. 금빛 모래밭 해변도 조용하다. 밀물처럼 밀려오던 피서객 인파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하얀 모래만 햇볕에 반짝인다. 들판도 텅 비었다. 누렇게 익은 황금벌판의 벼들도 볼 수 없다. 수풀로 속이 꽉 찬 산도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휑하다. 자연은 모두 비우고 있는데, 우린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이 허전하고 쓸쓸하여 그 무언가를 채우고 싶은 욕망에 몸부림친다. 도시 번화가의 뒷골목을 헤매고 때론 유명한 고적의 문화재와 관광지를 찾아 먹거리 볼거리 머물 곳을 찾지만, 이 모두가 우리 본연의 외로움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말초신경만 자극할 뿐 다음 날이면 후유증에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이열치열이란 말이 있듯이 비움의 계절, 겨울에 우리 또한 비움으로 쓸쓸함과 그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울진 평해 월송리 겨울 바닷가 송림은 여름의 무더운 열기도 가을의 곱게 물든 단풍잎도 사라지고 텅 빈 나의 가슴을 채워줄 것이라고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어찌 생각해 보면 채우려면 비워야 하고 비워야 채워지는 법이 아닐까.지난 가을 이곳을 찾아 습지 생태 탐방길을 걸었다. 조류 탐조대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았을 때 사구습지 내 갈대와 마름의 싱싱한 자태는 사라지고 볼품없는 몰골만이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사구습지는 생태학적으로 유의미한 곳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파도에 생성된 사구로 인하여 뒤쪽 배후에 습지가 생긴 것으로 그리 흔치 않다. 삭막한 사구습지가 강한 동류의식과 연대감으로 다가와 외로운 내 마음을 위무했다.해송으로 밀집된 숲속 마른 수풀 위로 겨울 햇살이 내려앉아 한낮의 오수를 즐기고 있다. 솔바람과 파도 소리가 정겹다. 맑은 하늘, 푸른 바다, 흰 모래밭, 늘 푸른 소나무 숲은 흐린 동공을 맑게 한다. 눈길을 끄는 화려한 물상들이 보이지 않으니, 생각의 샘물이 가슴을 적시며 온몸을 타고 흐른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할 것 없이 너무 많은 것들에 대해 걱정하고,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미래의 행복을 꿈꾸면서 현재의 몸과 영혼을 파괴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본다, 있다면 지금 멈추어야 한다. 지금을 최고의 멋진 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려놓고 비울수록 더 많이 행복해질 것이다.미래만을 위해 달려가는 것도, 과거의 일들에 괴로워하는 것도 멈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간적 여유와 마음의 평화를 가질 수 있다. 멈춤은 과한 욕망을 내려놓는 것이고 이것은 바로 비움에서 시작된다.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의 같은 시간대라는 평범한 진리를 왜 잊으며 살아갈까.숲을 빠져나와 바라보이는 곳에 팽나무 노거수가 있다기에 찾았다. 원추형의 팽나무가 느티나무 노거수와 이웃하여 살아가고 있었다. 팽나무와 느티나무 노거수는 소나무 숲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느티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었으나 팽나무는 아직 무명의 노거수로 서러움에 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느티나무 노거수보다 내가 무엇이 모자라는가?”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팽나무 노거수는 가지가 조화롭게 뻗어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여름에 잎이라도 무성히 있다면 정말 풍성해 보일 것이다. 겨울이라 잎을 떨군 채 앙상한 가지만 겨울바람에 회초리를 들고 허공을 삿대질하고 있다. 하늘에 무슨 원한이 있길래 바람이 불 때마다 회초리를 휘두르는지 모르겠다. 옆에서 푸른 대나무가 함께 소리를 지른다. 응원의 함성이런가. 송림 속에는 멋진 소나무가 숨어 있었다. 이곳 팽나무가 있는 송림과 월정리 생태 습지 숲, 월송정을 연결하여 멋진 풍광을 연출하면 관광자원으로 최상의 자원이 될 것 같다. 사계절 테마 여행길로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관동팔경 중의 하나인 월송정 송림은 입구에서부터 소나무 노거수가 도열해서 맞이했다. 월송정은 여름이면 많은 피서객이 찾아온다. 지금은 텅 비어 허허롭기까지 하다. 월송정에 올라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겨울 바다 풍경의 분위기에 젖어 들었다. 하늘과 바다가 입맞춤하고 있다. 무슨 사랑의 말을 주고받을까. 아니면 무언으로 애무만 할까. 먼 파도가 밀려와 소리만 지르다 사라진다, 생과 사가 끝없이 이어지는 파도에 묘한 감정이 이입된다. 사라지면 또 새로운 것이 나타나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하늘은 바다를 품고 바다는 하늘을 떠받들고 있다. 월송정 송림 사이로 밤에는 달이 스며들어 잠들고, 낮에는 햇살이 스며들어 한낮의 오수를 즐긴다. 월송정에는 옛 시인묵객이 써 놓은 액자가 걸려 있었다. 아마 월송정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노래였으리라.숲속 흙길을 걸으면 불안감과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말이 생각났다. 현대인 질병의 원인은 잘못된 생활 습관과 과중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숲속의 맑은 공기는 우리의 피를 맑게 한다. 맑은 피는 질병을 막아주고 피로를 풀어준다. 발바닥 작은 신경을 자극하여 시각, 후각, 촉각 등 오감이 작동한다. 피트니스 클럽의 러닝머신보다 흙길을 걷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 흙냄새는 흙 속 미생물인 방선균이 만들어 내는 휘발성 물질인 지오스민의 냄새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지오스민은 숲속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처럼 심리적 안정을 주는 효과가 있다. 숲은 박테리아와 흙에서 사는 진균류, 나무 등에서 휘발성 테르펜 등 다양한 향기를 뿜어내는 고유한 냄새의 보고이다.이런저런 이유로 숲에서 비전 퀘스트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비전 퀘스트란 자신을 깨닫고 비전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육체적 영적인 숲 여행이다.미국 환경심리학자 카플린(kaplan)은 ‘비전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적고, 관찰하고, 숲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또 황혼의 하루해가 서산에 저물면 숲속의 바람 소리와 함께 나즐로(나 홀로 즐겁게) 여행의 발걸음도 멈춘다. 나그네와 숲은 어둠 속에 잠이 든다. 욕망에 몸부림치던 영혼도 겨울의 비움을 깨닫고 봄을 기다리며 함께 평화롭게 잠이 든다. 습지(濕地)란 뭘까지구상에서 가장 영양물질이 풍부한 생태계다. 각종 생물의 서식지다. 특히 미생물 및 유기물이 풍부하다. 일반적인 습지의 기능을 보면 수질 정화, 지하수 저장, 침식조절, 생물종 서식처, 산란처 제공, 교육 학습 장소 제공, 홍수 범람원 방지, 물질 생산 등이다.람사르 협약에서는 습지의 물리적, 생물학적, 화학적 구성요소, 토양물, 식생, 동물간의 상호작용으로 물 저장, 홍수 억제, 호안의 안전성 확보, 침식조절, 지하수 보충 및 유지, 수질 정화, 기후 환경적 안정화 등 생태와 환경에 유익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사구습지는 세계적으로 그리 흔치 않은 습지로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2-28

“봉사는 도움 받는 사람보다 도움 주는 사람이 더 행복”

‘에너지와 신명이 넘치는 사람’.포항제철공고 김명훈(58·사진) 동창회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든 생각이다. 덩치는 크지 않지만 김 회장의 목소리와 행동에서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온 이들에게서 보이는 특징일 터.중학교 때까지는 고향인 충청북도 제천에서, 고교 시절과 사회 초년생 시절은 경상북도 포항에서, 20대 중반부터는 전라남도 광양에서, 50대를 넘어서면서는 광양과 포항을 무시로 오가며 살고 있는 김명훈 회장.그는 잘라 말한다. “어디서건 지역감정 같은 걸 느껴본 적이 없다. 자신이 발 딛고 선 곳에서 최선을 다해 생활한다면 그런 걸 느낄 시간도, 이유도 없을 것이다.”김 회장은 젊었던 시절은 물론 요즘도 이런저런 모임이 있거나, 운동을 할 때면 포항제철공고 교가를 큰 소리로 부르곤 한다. 충청도 사람이, 경상도 고등학교 교가를, 전라도에서 부르는 보기 드문 풍경을 연출하면서도 거침이 없는 사람이 바로 김명훈 회장이다. 그만큼 자신이 졸업한 학교와 동문수학한 동창들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깊다.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학급 간부를 맡으며 형성된 책임감과 리더십은 30대 초반 광양주식회사에 들어가면서 제대로 발휘된다.1998년. 그가 다니기 시작한 광양주식회사의 기계 부문 매출액은 겨우 500만 원. 2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같은 회사의 매출액이 290억 원으로 상승했다. 대리에서 과장과 부장, 상무를 거쳐 지금은 대표이사가 된 김명훈 회장.그는 더불어 고생하며 회사를 성장시킨 직원들에게 “잘 되건 못 되건 남에게 기대거나 책임을 미루지 말고, 자기 몫의 희망은 자신이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김 회장 스스로가 그렇게 살아왔기에 가능한 조언이 아닐까?넉넉하지 않았던 경제적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는 나눔과 봉사에도 관심을 가지지 시작했다.지난해 ‘포철공고 행복나눔 봉사단’을 창단하고 단장을 맡은 김명훈 회장은 이전에도 태인장학회와 모교인 포철공고에 장학금을 흔쾌히 내놓고, ‘희망의 집짓기’와 포스코 공급사·협력사의 ‘기업시민프렌즈 봉사단’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왔다.포철공고에 입학한 후에야 바다를 처음 봤고, 바닷가 마을에 사는 고교 동창의 집에서 먹었던 문어의 맛을 아직도 기억한다는 김 회장과 지난 21일 만났다. 그의 삶과 생각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였다.1시간 남짓 이어진 대화는 김 회장이 뿜어내는 에너지로 인해 더없이 유쾌했다.아래 그날 오간 이야기를 정리해 옮긴다. 영일대해수욕장 정화 활동에 나선 포철공고 행복나눔 봉사단. -고향은 어디이고 포항에는 언제 왔나.△1966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1982년 고교에 진학하면서 포항에 왔다. 당시는 전국 각 지역에서 포철공고로 오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기숙사에는 나처럼 꿈을 품고 서울과 강원도, 전라도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다.-포철공고에서의 추억은.△충청북도엔 바다가 없다. 포항에 와서 처음 바다를 봤다. 동창 중 한 명이 포항 송라 출신인데, 그 친구 동네로 놀러가서 맛본 문어가 기가 막혔다.-학창 시절은 어땠고, 졸업 후에는 어디 취직했는지.△고등학교 땐 학생회 간부도 하며 즐겁게 지냈다. 졸업 후엔 포항제철에 입사했다. 1985년 한 해는 포항에서 보냈고, 이후엔 광양제철소로 옮겼다. 광양에 제철소가 만들어질 무렵이었는데, 거기로 갈 사람을 뽑는다기에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어 지원했다. 충청도와 경상도에서 살아봤으니 전라도에서 생활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광양에서의 생활은 어땠나.△1986년부터 9년 정도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했다. 낯선 곳이지만 재밌게 지냈다.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볼링 동호회와 모터사이클 동호회 등을 만들어 그곳 사람들과 어울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교성은 좋았다.(웃음)-큰 회사를 그만두고 비교적 작은 회사인 광양주식회사에 들어간 이유는.△역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다. 광양제철소를 그만두고는 잠깐 지역 정보신문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금 등이 쉽지 않았다. 그때 퇴직금을 다 까먹었다. 하지만, 귀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광양주식회사에 들어간 건 30대 중반이었다. -입사 후 대표가 되기까지의 과정은.△포항제철에 다닐 때부터 격의 없이 교류하는 친구와 선후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직장생활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 공부한 기계 관련 업체인 광양주식회사에서 미래를 설계하려 했다. 입사하면서 기계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총무 업무부터 계약, 납품, 트럭 운전까지 1인4역을 맡았다. 첫해엔 매출액이 5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몸담은 일터를 키워나가는 보람이 더 컸으니까. 지금은 매출액이 290억 원 정도 된다. 그런 도전과 성취의 과정에서 과장과 부장, 상무 등을 거쳐 대표이사가 됐다. 현재 회사의 상시 근무 인원은 70명쯤 된다.-일하면서 항상 마음에 담아두는 원칙은.△신뢰와 품질이다. 1만 원짜리 물건을 팔 때도 그렇고, 1억 원짜리 물품을 거래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드는 제품이 바로 내 얼굴이다.-어려운 시절의 기억도 있을 텐데.△서른 살 땐 아내가 내 생일에 미역국 끓여줄 돈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나는 무엇이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했다. 자기 몫의 희망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안다.△젊을 땐 돈이 없어 하고 싶어도 봉사활동을 할 수 없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후에는 광양 포철공고 동문회를 주축으로 봉사단을 만들었다. 그게 2007년쯤이다.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세상엔 나보다 어려운 형편에 처한 사람이 많다는 걸 실감으로 깨달았다.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게 봉사라고 생각한다. 그게 동창들이나 친구들에게 ‘야, 우린 그래도 밥은 먹고사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라고 말하는 이유다.-봉사활동을 해오며 기억에 남는 사람은.△2014년쯤에 광양에 사는 ‘국악 3남매’를 후원했다. 그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고 싶었다. 동창회 행사 등에 매번 초대하고, 독도에 가서 진행한 수궁가 완창공연도 지켜봤다. 그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한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 -포철공고 동창회장으로서의 향후 계획은.△작년에 ‘포철공고 행복나눔 봉사단’을 만들었다. 장학회가 동문 가족과 후배들을 위한 것이라면 봉사단은 나눔의 영역을 지역사회 전체로 확장한 것이니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다. 이익의 사회적 환원을 위한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광양과 포항의 동창들이 서로가 거주하는 지역을 오가며 교차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도 즐거움이 될 것이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사태’로 진행하지 못했던 동창 체육대회도 다시 크게 열었다. 포철공고를 포함한 포항 지역 고등학교 동창회 사이의 교류 활성화에도 노력할 생각이다.-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인생은 짧다. 그러니, 감동과 울림이 있는 삶을 살아야하지 않겠나. 이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후배는 물론, 친구들도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감동과 울림이 있는 삶을 지향했으면 한다. 더 큰 가치의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건 인간만의 특권이니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2-27

초고령 사회 진입… 웰에이징·웰다잉 ‘건강복지’ 퍼팅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로 이행하고 있고, 그 속도가 엄청 빠르다. 초고령사회는 전체인구 가운데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을 의미한다.고령인구는 스스로 건강을 제1로 삼는다. 웰빙은 웰에이징과 웰다잉을 목표로 삼는다. 고령인구가 희망하는 웰에이징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고, 웰다잉은 아프지 않고 요양병원에서 수명연장하지 않으며 정든 세상을 편하고 아름답게 떠나가는 것이다. 고령인구의 증가는 그만큼 고령인구의 정책수요가 커짐을 의미한다.그러면 어떻게 고령인구가 희망하는 웰에이징과 웰다잉을 실현할 수 있는가? 필자는 고령인구의 건강수요에 부응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글은 필자가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 거주 이 년 차에 파크 골프에 입문한지 한 달여를 지나면서 강창학 파크 골프장과 칠십리 파크 골프장의 경험에 기반하여 파크 골프의 의미와 특징, 그리고 파크 골프장의 확대에 대한 정책제언이다. 먼저 파크 골프에 대해 보자.파크 골프는 나무로 된 채를 이용해 공을 잔디 위 홀에 넣는 운동이다. 파크(park)와 골프(골프)의 합성어로 공원처럼 쾌적한 자연환경에서 치는 골프이다.파크 골프의 역사는 198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일본뿐만 아니라 하와이, 호주, 중국, 미주 등에서도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골프를 조금 더 가볍게 느낄 수 있는 파크 골프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파크 골프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파크 골프의 기본적인 룰은 골프와 비슷하다. 티오프(출발)에서 홀을 향해 볼을 치고 차례대로 코스를 돌게 된다.다음은 파크 골프의 의미와 특징에 대해 보자.필자가 강창학 파크 골프장과 칠십리 파크 골프장의 짧은 경험에 기반하여 정의한 파크 골프는 3친 3평 3자 운동이다. 즉 친화3, 평등3, 자유3 운동이다.첫째, 파크 골프는 3친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고령인구, 자연환경, 그리고 소소익선의 세 가지 친화적인 운동이다. 파크 골프의 1친은 고령층 친화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온몸을 사용하는 전신활동이고 전신운동이다. 고령인구는 타 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온몸을 사용하는 전신운동이 부족하다. 전신은 사지 또는 사대 육신으로 두 팔, 두 다리, 몸통, 머리통을 일컫는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고령층의 전신운동에 적합하다. 파크 골프장에서 고령자가 삼삼오오 모여서 함께 놀이하는 모습을 보면 천국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다. 미래의 우리 모습으로 연상된다.파크 골프의 2친은 자연환경 친화 운동이다.파크 골프장은 공원부지와 고수·하천부지 등 한계토지에 조성되어 자연환경의 훼손이 적고 관리비용이 적게 든다. 파크 골프장은 골프장에 비해 작은 규모로 조성되고 파크 골퍼의 이용도가 높아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높다. 또한 파크 골프장은 골프장과 달리 이용시설과 부대시설이 작아 저탄소 에너지 절약형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장은 자연의 보존과 이용의 적정한 환경보전시설이고, 파크 골프는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자연환경 친화적인 운동이 된다.파크 골프의 3친은 작은 것이 아름다운(small is beautiful) 소소익선 친화운동이다.파크 골프는 크면 클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이 아니라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는 소소익선 운동이다. 소소익선은 3S로 부드럽고(soft) 짧고(short) 느린(slow)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파크 골프는 골프와 반대로 강한(strong) 것보다는 부드럽게, 긴(long) 것보다는 짧게, 빠른(fast) 것보다는 느린 것이 좋다. 물론 골프도 부드러워야 하나 파크 골프보다는 덜하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소소익선의 3S 친화 운동이다.둘째, 파크 골프는 3평 운동이다. 평등은 차별이 없이 고르고 한결같은 것을 말한다. 평등은 인간의 존엄, 권리, 인격, 가치, 행복의 추구 등에 있어 차별이 없이 같은 상태를 말한다. 파크 골프의 3 평등은 양성평등, 부부평등, 그리고 사회평등이다. 파크 골프의 1평은 양성평등 운동이다. 기본적으로 남녀는 정신적 신체적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남녀는 유별하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남녀는 다르게 차별성이 주어진다. 골프는 남녀의 티샷 위치가 다르다. 그러나 파크 골프는 남녀가 티샷을 같은 위치에서 한다. 이는 파크 골프가 소소익선 운동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하기보다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따라서 파크 골프는 양성평등 운동이고 남녀동행 운동이 된다. 파크 골프의 2평은 부부평등 운동이다. 전통적으로 부부는 역할이 달랐다. 남편은 바깥 양반이고, 아내는 안사람이었다. 일상 활동은 부부가 함께 하기보다는 따로 하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부부의 지위와 역할의 경계가 없어졌다. 따라서 부부가 함께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옛날의 남편이 앞장서는 부창부수가 지금은 아내가 앞장서는 부창부수가 되었다. 이와같은 시대변화를 잘 반영한 것이 파크 골프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부부평등 운동이고 부부동행 운동이다. 특히 건강한 고령층 부부는 더욱 그러하다.파크 골프의 3평은 사회평등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골프와 마찬가지로 4인이 한 팀이다. 골프는 4인의 팀원이 사전에 구성되고 현장에서 조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파크 골프는 사전에 팀원이 구성되기는 하나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조인하는 사람은 남녀· 연령과 파크 골프 경력·직업과 사회적 지위는 무관하고 그대로 하나의 팀원이 된다.파크 골프는 처음 만나 운동하면서 자연스레 좋은 이웃이 되고 이웃사촌이 된다. 우리는 이를 유연적 소셜 믹스(social mix) 즉 사회적 융합이라 부른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좋은 이웃을 만들고 이웃사촌과 동행하는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사회평등 운동이고 궁극적으로 사회통합 운동이 된다.셋째, 파크 골프는 기술과 비용, 그리고 기회로부터 자유로운 3자 운동이다. 자유는 무엇으로부터 구속이나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파크 골프는 기술과 비용과 기회 면에서 타 운동, 특히 골프와 비교하여 자유로운 운동이다.파크 골프의 1자는 기술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운칠삼기 또는 운구일기 운동으로 불린다. 운칠삼기는 운이 칠이고 기술이 삼이며, 운구일기는 운이 구이고 기술이 일이라는 의미이다. 파크 골프는 실력보다 운이 많이 좌우한다는 말이 된다. 필자는 파크 골프에 입문한지 이주만에 서귀포 강창학 파크 골프장 4번 홀과 7번 홀에서 홀인원을 두 번 하였다. 이에 반해 자주하지는 못했지만 이십여 년 이력을 가진 골프에서는 한 번도 홀인원을 못하였다. 무엇보다 골프는 틈날 때마다 연습을 해야 하고 현장에서 잘 안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그렇다고 파크 골프가 기술을 깡그리 무시하는 운동은 아니다. 파크 골프는 골프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연습없이 실전에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기술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다. 언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인생과 같은 운칠삼기 또는 운구일기의 운동이다.파크 골프의 2자는 비용으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다. 파크 골프와 골프의 비용비교는 골프채와 골프공 등 골프도구, 그린피라 불리는 골프장 사용료, 이동에 필요한 카트비, 골프운동을 도우는 캐디피, 이들 비용에 부과되는 세금, 식사비 등이다.파크 골프 도구는 골프채 1개와 골프공 1개가 기본이다. 이에 반해 골프도구는 채가 열 개를 넘고 채값도 고가이다. 나머지 항목에서 파크 골프는 비용이 거의 없는 편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비용으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라 할 수 있다.파크 골프의 3자는 참여기회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예약과 시간과 이용 횟수가 자유롭다. 일부 파크 골프장은 이용객이 많아 격일제로 제한하기도 하나 대부분의 파크 골프장은 자유롭고 제주는 더욱 자유롭다. 이에 반해 골프는 예약이 필수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누구나 언제든지 예약없이 도착한 순서대로 이용하는 기회균등한 운동이다.마지막으로 이 글을 요약하고 정책제언으로 마치고자 한다.먼저 이 글의 요약이다. 필자가 정의한 파크 골프는 3친 3평 3자 운동이다. 즉 친화3 평등3 자유3 운동이다. 첫째, 파크 골프는 3친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고령층, 자연환경, 그리고 소소익선의 세 가지가 친화적인 운동이다. 둘째, 파크 골프는 3평 운동이다. 파크 골프의 3 평등은 양성평등, 부부 평등, 그리고 사회평등이다. 셋째, 파크 골프는 기술과 비용과 기회로부터 자유로운 3자 운동이다.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다음은 정책제언이다.최근 고령인구의 대세는 파크 골프이다. 급속한 초고령사회의 진행과 파크 골프 인구는 정비례 하고 있다. 최근 지자체에서 파크 골프 수요 증가에 따라 파크 골프장 조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주는 관광객 유치와 파크 골프를 연계시키려고 하고 있다.중앙정부도 초고령사회의 정책 대응 차원에서 고령인구를 위한 파크 골프장 조성에 정책적 관심과 재정지원을 바란다. 이는 고령인구의 건강복지로 여러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사회적 편익을 확대하는 좋은 정책이 될 것이다. 특히 고령인구의 입장에서는 파크 골프가 웰빙의 목표인 웰에이징과 웰다잉으로 가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재정지원에 대한 기대가 한층 크다.□용어해설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는 만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고령사회는 14% 이상이고, 고령화사회는 7% 이상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집계한 이래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가능인구와 초등학교 입학 예정 인구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노인 1인 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등 한국 사회의 초고령화와 인구구조의 기형적 현상이 통계숫자로 나타났다.

2024-02-26

발길 닿는 곳마다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문화유산

경주 천군동 신라인들이 인공으로 조성한 고양수(高暘藪)를 지난 가을 햇덧에 찾아 해껏 돌아다녔다. 고양수 숲은 오늘날 황성공원으로 개명하여 울창한 참솔 수림으로 시민의 문화, 체육, 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신라 천 년의 수도 경주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적인 역사문화 도시다. 도시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유일한 곳이다. 눈길 가는 곳마다 발길 닿는 데마다 문화재로 가득 찬 노천 박물관이다. 석굴암, 불국사, 다보탑, 석가탑, 첨성대 등 다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명품 문화재가 많다. 그중에서도 남들이 무어라 하던지 나는 살아 숨 쉬는 황성공원의 옛 이름인 ‘고양수’를 제일의 문화재로 올려놓고 싶다. 진흙 속의 진주처럼 고양수 숲이 품은 노거수는 숨겨진 문화유산의 진수가 아닐까. 신라 경주는 숲의 도시였으리라. ‘삼국유사’에 천경림(天鏡林), 신유림(神遊林), 계림(鷄林), 나정(蘿井) 숲, 고양수(高暘藪) 등 숲 이름이 등장한다. 그중 고양수는 경주 형산강 들판의 넓은 평지에 조산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조성한 숲이다. 숲을 조성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오로지 시민의 울력으로 나무를 심고 물을 주며 풀을 베는 작업은 예삿일이 아니다. 오늘날 공원 조성처럼 시민의 건강과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숲을 조성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옛날 우리 조상들은 숲을 성소로 여겼던 만큼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서낭나무, 당산나무라 하였다. 이처럼 나무와 숲을 경배의 대상으로 삼았기에 오늘날까지 유산으로 남아 우리를 품고 있지 않나 싶다.고양수 숲은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노거수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주류는 참나무와 소나무로 구성된 참솔 숲이다. 참솔. 그 이름만으로 힐링이 된다. 다람쥐, 청설모가 도토리를 찾고 있다. 소쩍새, 꿩, 뻐꾸기가 숲속 나뭇가지 위에 둥지를 틀어 살아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잠자리, 나비, 메뚜기, 딱정벌레, 말똥구리,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매미 등 수많은 곤충과 미생물이 함께 작은 생태계를 이루며 살고 있는 생명의 숲이다. 신라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자연관을 엿볼 수 있다.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는 화랑도 ‘세속오계’가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상이 아닌 숲에서 자연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숲의 참나무는 다양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참나무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등 수종이 다양하다. 몸매가 날씬한 상수리나무가 어찌 배불뚝이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굴참나무 보굿은 아버지 손등을 연상하게 하여 연민의 정을 느낀다. 숲의 소나무는 즐비하게 들어서서 서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진선미를 겨루고 있다. 진선미를 골라 몸매의 아름다움을 카메라 렌즈에 담고 가슴에도 담았다. 숲의 느티나무는 괴목(槐木)이라는 이름으로 옛날에는 삼공의 벼슬자리에도 올랐다. 오늘날에는 새천년 밀레니엄 나무로 국민의 선택을 받아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몸에서 무한한 힘을 느낀다.난분분한 나뭇잎들이 만추의 스산함을 더하고 있다. 숲은 세월이 빚어 놓은 예쁜 잎과 잘 익은 열매를 내려놓고 꽉 찬 공간을 비우고 있다. 비워야 또 채울 수 있다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있다. 그것이 춥고 삭막한 겨울을 지내기 위한 최선의 방편일 지도 모른다. 또다시 만화방창한 봄이 되면 숲은 새 희망의 꿈을 꽃피우겠지. 그때도 나 또한 이곳을 찾아 환호작약 하리라. 숲속 황톳길을 시민들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고 있다. 천천히 또는 빠르게 황톳길을 걷고 있다. 잔잔한 웃음 띤 얼굴에는 거친 숨소리도 들린다. 나도 따라 걸어본다. 묘한 발바닥 촉감에 신경이 곤두선다. 모든 감각 기능을 총동원하여 숲속을 걷는다. 건강에 좋다고 하니 기분이 덩달아 좋아진다. 비용도 들지 않고, 계절에 구애됨도 없고, 신체에도 무리가 가지 않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숲은 배움의 장이며 심신 수련장이란 생각이 든다.오늘날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으로 건강 문제는 삶의 질적인 문제와 직결된다. 환경이 옛날과 같지 않게 오염돼 건강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많은 질병을 유발하고 있다. 숲과 나무는 우리 몸속의 병원균을 죽이고 정혈작용으로 혈액순환이 잘되게 한다. 오늘날 숲의 사계절 체험은 우리 몸을 치유하는 대체의학으로 아로마 치유, 명상 치유, 자연 치유 등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숲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웰빙의 최적 장소가 아닐까. 숲은 병원이며 명의란 생각이 든다.숲속을 걷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맑은 것이 흐린 것의 근원이 되고, 움직이는 것은 고요한 것의 터전이 된다고 한다. 숲속은 맑고 고요하며 어찌 보면 순간순간 아름다운 꽃과 같다. “영혼이 피로하거든 산으로 가라”고 한 어느 독일 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숲은 조금도 숨기지 않고 흉허물 없이 대할 수 있다. 초목의 행복은 빛에 있다. 나무와 숲은 빛을 섭취하고 하늘로 무럭무럭 뻗어나간다. 우리의 행복은 사랑에 있다. 사랑에 물들면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슬픔과 외로움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우리를 변화시키는 숲의 요소들은 동물, 식물, 경관이다. 풋풋하고 신선한 신록의 봄 숲, 싱그러운 녹음이 우거진 여름 숲, 단풍이 곱게 물던 가을 숲, 고요와 적막이 감도는 겨울 숲, 사계절 내내 우리에게 평화와 안식을 선물한다. 신라 고양수 자연의 숲이 만신창이로 변해가고 있다. 숲 사이 아스팔트길은 숲을 파편화시키고 미생물을 감옥에 가두었다. 변하는 공원의 동물과 새, 곤충 등 뭍 생명체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떠나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경기장에서 지르는 함성에 장수풍뎅이는 그만 놀라 땅으로 곤두박질을 친다. 운도 지독히 없는지 지나가는 취객의 비틀걸음에 밟혀 소리도 못 지르고 세상을 하직한다.상수리나무는 비닐봉지 쥔 사람의 무차별적인 발길질에 다람쥐와 약속한 마지막 몇 알의 도토리도 못 지키고 그만 손을 놓는다.다람쥐는 공원 숲을 빠져나가는 비닐봉지 속 도토리만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숲의 나무는 동물, 곤충, 미생물의 생활 터전이고 그들의 집이다.황성공원이 아닌 신라 천년의 고양수란 숲이 그립다. 태초에 인간은 숲에서 출현하여 숲에서 살다가 또다시 숲으로 돌아간다는 자연의 섭리를 신라인은 이미 깨달은 것일까. 숲과 노거수가 더는 훼손되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기를 희망해 본다.‘고양수’라는 이름의 숲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이름이 바뀌면 규모와 성질도 변한다. 숲의 주인 나무를 쫓아내고 그곳에 주민센터를 비롯해 공설운동장, 충혼탑, 동상, 시비, 실내체육관, 시립도서관, 호림정, 테니스장, 롤러스케이트장, 씨름장, 레포츠공원, 게이트볼장 등이 들어섰다. 원래의 규모에서 70%가 줄어 30%만 겨우 숲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숲이 붕대를 감고 숨을 헐떡이며 누워 있는 느낌마저 든다. 누구도 치료해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양수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이 정도라도 형상을 유지하며 보존돼 있다는 것도 다행일까./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2-21

“파리올림픽서 꼭 금메달… ‘경북 유도’ 자부심 높이세울 것”

운동선수에게 올림픽 출전이란 개인적 영광인 동시에 자신이 살아온 국가의 이름을 드높이는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각자의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이란 목표를 가지고 오랜 세월 피땀을 흘린다.여기 안타깝게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유도인이 있다. 현재 경북체육회 유도팀을 맡아 지도하고 있는 김정훈(43) 감독.김 감독은 현역 시절인 2004년과 2008년 아테네올림픽과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아쉽게도 두 번 모두 2위. 한 국가에서 단 한 사람만 출전할 수 있는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했다.그러나, ‘운동선수를 그만둔 이후에도 인간의 삶은 남는다’고 믿었던 김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성실한 유도 지도자로 성장하고 있는 것.올 여름엔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김정훈 감독이 가르치고 있는 경북체육회 소속 허미미(22), 김지수(24) 선수는 파리올림픽에 한국 유도 대표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제자들과 함께 빛나는 성과를 얻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지난 15일 “30년 넘게 유도를 해오며 인간이 갖춰야 할 예의와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길을 배우고 있다”고 말하는 김 감독을 본사 편집국에서 만났다. 아래는 그가 들려준 유도와 삶에 관한 이야기를 요약·정리한 것이다. -고향과 나이는.△1981년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났다. -어떻게 유도를 시작하게 됐는지.△중학교 때까지 김천에서 생활했다. 그 시기엔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도의 인기가 높았다. 유도복을 입고 국제대회 시상대에 오르는 선수들을 TV에서 보곤 했으니까. 나도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기에 자연스레 동네에 있는 유도체육관을 찾았다. 그게 초등학교 4학년 때다.-고교 시절은 포항에서 보낸 것으로 안다.△당시 김천엔 유도부가 운영되는 고등학교가 없었다. 포항 동지고등학교가 유도 명문으로 알려져 있던 때고, 감독님이 찾아와 입학을 권유하기도 했다. 유도를 잘하는 동문 선후배들도 적지 않았다. 동지고에 입학하면서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중고교 시절 추억은.△내가 중학생이었을 땐 김천만이 아니라 대구경북 전체에 유도 붐이 일었다. 지역마다 유도체육관이 적지 않았다. 그즈음 한국 유도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메달도 따고 그랬으니까. 김천 출신 유도선수인 최민호, 동지고 후배이자 고향 후배인 김재범 선수 등과 함께 운동하며 서로를 격려하던 기억이 난다.-운동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방황은 없었는지.△마음속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고민의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면 내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게 유도밖에 없었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본 적이 별로 없다. 대회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얻었을 땐 마음이 떠났다가도 돌아보면 다시 유도로 돌아와 있었다.-학창 시절을 보내며 아쉬웠던 건 뭔가.△운동이 위주였으니 수업을 거의 듣지 못했고, 운동부 선후배와 동료 외에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나이가 어렸으니 주말마다 제법 먼 길인 포항과 김천을 오가는 게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대회에 나가 입상하게 되면 그런 힘겨움은 잊고 다시 운동에 매진했다.-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생활한 것은 언제부터인지.△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은 내려놓고 은퇴를 생각할 무렵에도 도민체전과 전국체전 등에는 참가했다. 그때 지도자의 역할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고향에 내려왔고, 2016년부터 경북체육회 유도팀을 맡았다. 이듬해엔 국가대표 코치도 겸임하게 됐는데, 두 팀을 오가며 정신없이 바쁘게 생활한 것 같다. 팔렘방 아시안게임과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코치로 현지를 다녀온 기억도 떠오른다. -선수와 지도자 생활 중 어떤 게 더 어렵나.△선수 때는 한 사람 몫의 역할만 하면 된다. 하지만, 지도자는 그렇지 않다. 자신보다는 가르치는 선수들을 중심에 놓고 생활해야 한다. 잘하는 선수는 자만하지 않도록, 못하는 선수는 절망하지 않도록 다독이고 격려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 아닐까. 선수를 위해 희생하는 게 지도자의 길이라고 본다. 그래서 쉽지 않다.-제자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조언은.△시련에 굴복하지 말고 처음 세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고 말해준다. 스포츠의 세계는 치열한 경쟁이다. 거기서 이겨야 주목받고 자신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선수생활이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 그렇기에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했더라도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다면 실망할 필요 없다고 가르치려 한다.-선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몇몇 대회에선 상위권에 오르며 메달도 땄지만, 오래 준비하고 기다렸던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제 선수생활을 정리하고 감독이 됐으니 내가 가르치는 선수들이 그 아쉬움을 풀어줄 것으로 믿는다.-현재 주목하는 제자는 누구인가.△가르치는 선수들 모두에게 애정이 간다. 그중 경북체육회 유도팀 허미미 선수는 고등학생 때부터 주목해 보고 우리 팀으로 데려온 터라 관심이 조금 더 간다. 허 선수는 재일교포 3세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허 선수를 우리 팀에 입단시켰고, 그 과정에서 ‘한국·일본 입국시 2주 격리’ 등 여러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지금은 한국 국적을 취득해 여러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좋은 성적을 얻고 있기에 유도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란 것이 알려져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 더불어 우리 팀 김지수 선수도 주목받을 만하다. 두 선수가 파리올림픽에 나가게 된다면 여러분들의 뜨거운 응원을 부탁한다. -유도가 가진 매력은 무엇인지.△예의를 중시하는 운동이다. 선배와 후배의 관계가 엄정하다. 인간 상호간 지켜야 할 위계질서와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예의범절을 배울 수 있는 운동이기에 어린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당신에게 유도란 무엇인가.△인생의 전부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유도 선수 출신인 아내와 결혼했다고 들었다. 아이들이 ‘나도 유도를 하겠다’고 한다면.△딸이 초등학교 5학년이다. 지금 열심히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웃음). 엄마와 아빠 영향인지 딸도 유도를 좋아한다. 하지만, 꼭 유도선수가 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낯설고 새로운 땅으로 가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한다면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식들이 스스로를 믿고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으로 커가기를 바랄 뿐이다. -올해 계획은.△함께 고생한 선수들이 파리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물했으면 한다. 비단 유도선수만이 아닌,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 전부가 선전했으면 좋겠다.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 선수들 모두가 올림픽 때만이라도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으면 한다.-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살아오는 내내 유도는 내게 적지 않은 기쁨과 성취를 맛보게 해줬다. 그러니, 앞으로도 유도의 저변 확대를 위한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2-20

더 나은 환경·더 좋은 물… 군민이 행복한 ‘산소카페 청송’

청송군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사회 전반의 녹색전환을 뒷받침하고 더 맑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한다.청송군은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4년 환경 분야의 군정 추진방향을 ‘더 나은 환경, 더 좋은 물로 군민이 행복해지는 미래환경 구현’으로 정했다.군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산소카페 청송군’조성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녔다.윤경희 청송군수는 “다각적인 환경관련 사업과 폐기물 적정처리를 통해 군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며 “맑은 물 공급과 적극적인 하수처리로 최상의 물 복지를 실현하고 삶의 질을 높여 머물고 싶은 ‘산소카페 청송군’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탄소중립 생태환경청송군은 지역의 청정한 자연생태계를 유지 보존하기 위해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예방 및 질병확산방지 사업 등에 58억원을 투입한다.지방도로 단절된 생태축을 연결하는 질고개 생태통로 조성사업을 3년간 연차적으로 시행해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고 로드킬 감소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또한 탄소중립 본격이행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기본계획 수립한다. 군정 소관 부서별로 긴밀히 협력해 탄소감축사업 발굴을 추진하고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인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사업비 27억원을 투입한다.이를 통해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보상금 지원, 매연저감장치 부착, 건설기계 엔진교체 보조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보기기(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노인, 어린이 등이 미세먼지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대기환경정보를 상시로 나타내는 미세먼지 신호등 1개소를 구축한다.또 초미세먼지와 바이러스 차단효과를 거둘 수 있는 스마트 에어 샤워기를 미세먼지 취약계층 이용시설에 설치한다.노후슬레이트 처리에도 사업비 9억원을 투입해 건축물에 사용된 슬레이트 및 방치 슬레이트를 안전하게 처리해 군민들이 생활 속 환경 안전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군민들이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22억원의 예산을 들여 공공시설 및 민간시설 위탁 적기처리로 폐기물 적체를 최소화해 환경오염 예방에 앞장선다.농가에서 발생한 영농폐기물 및 재활용품의 수거 촉진과 배출 장소 개선을 위해 4억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동집하장 및 재활용동네마당을 설치할 예정이다.재활용품(종이팩, 폐건전지) 교환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고 자원의 낭비를 방지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계획이다. □ 맑고 깨끗한 수돗물군민들에게 맑고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지방상수도 시설확충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한다.현재 계획된 비장상수도 사업은 진보상수도 시설확장공사(총사업비 420억예정), 안덕(현서)·부남상수도 시설확장공사(총사업비 253억) 및 정비사업, 청송군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 1차(청송읍·진보면 사업비 280억), 청송군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 2차(주왕산·부남·안덕·현동·현서면 200억), 청송군 지방상수도 비상공급망구축사업(사업비 143억) 등이 있다. 특히 2023년에 준공된 청송상수도 시설확장사업(사업비 398억)은 지방상수도 미급수 880세대 1천792명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연이어 추진하는 안덕(현서)·부남상수도 시설확장공사 또한 2023년에 순조롭게 착공해 2026년 12월까지 완공해 670세대 1천208명에게 지방상수도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진보상수도 시설확장공사(420억)는 진보정수장 내구연한 증가로 인한 시설개량 및 선진화를 통해 용수용량 증가에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경북북부교정시설의 청송군 지방상수도 공급구역 편입은 향후 여자교도소 유치 등 관련사업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사업들이 완료되면 지방상수도 급수보급율(77.3%→86.1%) 향상 및 지역 주민들의 정주여건 개선, 공중위생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효과가 입증된 사업을 연이어 청송군 전역으로 확대·추진할 수 있게 돼 더 높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와 함께 군은 하수처리시설 확충 및 하수관로 정비사업을 통한 주민 생활환경 개선에 적극 나선다. 군은 미처리 소규모하수처리구역인 파천면 신기리, 안덕면 신성리, 주왕산면 상평리·지리에 총사업비 275억원을 들여 환경부 재원협의를 거쳐 현재 공사 착공에 들어갔다.하수처리장 3개소, 하수관로 17.5km, 배수설비 444가구의 농어촌마을하수도 설치공사를 추진, 2025년 말까지 준공할 계획이다.또한 안덕면 감은리, 성재리 일원에 총사업비 89억원을 들여 하수관로정비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하수처리시설 확충 및 하수관로 정비사업을 통해 공공수역 수질을 개선하는 등 쾌적하고 깨끗한 지역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이다.나아가 ‘산소카페 청송군’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공중화장실 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청정 이미지에 걸맞은 깨끗한 화장실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

2024-02-19

디지털 혁신의 요람 ‘에이블스쿨’… 대구서만 119명 인재 배출

KT가 AI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KT대구경북광역본부(본부장 최시환)는 현재 디지털 혁신 파트너를 지향하며 지역 청년들을 AI(인공지능)·DX(디지털 전환)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고 취업기회까지 부여하는 에이블스쿨(AVILE School)을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KT의 인재양성 경험과 노하우를 외부로 확대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에이블스쿨의 지원 자격은 4년제 대학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로 만 34세 이하이며, 미취업자이다. 비전공자도 도전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에이블스쿨은 코딩 교육을 비롯해 AI·DX 분야 프로젝트 실습 등 6개월 840시간으로 구성된다. 2021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대구지역에 4기, 총 119명이 에이블스쿨을 수료했다.이들은 AI개발자라는 이름으로 취업에 도전할 수 있다.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름이지만, 최근 어디서든 AI를 활발하게 활용하기에 매우 전망 높은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특히 에이블스쿨을 통해 역량이 검증된 우수 수료생들의 채용에 대해서는 KT와 그룹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에이블스쿨로 KT에 입사해서 AI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사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강준모 씨 강준모 씨프로젝트 관리부터 웹 개발데이터 분석·AI 모델링까지다양한 분야 수련 기회 얻어 여호준 씨 여호준 씨실무 활용 데이터 제공받아프로젝트 진행 노하우 습득프로그래밍 역량도 급성장 손현우 씨 손현우 씨경영·인문계 전공자들에겐기초 개발 역량 제고에 도움이공계열 학문 장벽 없애줘- 취업 준비는 어떻게 했나.△ 여호준 씨 : 학부시절부터 프로그래머를 염두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중 AI 서비스 개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프로그래밍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중요한데 KT 에이블스쿨에서 실제 실무에 활용되는 데이터를 제공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 덕에 프로그래밍 역량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같은 진로를 선택한 동기들과 교류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KT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나.△ 손현우 씨 :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는 AI와 웹, RPA(Robotic Process Automatic, 업무 자동화) 등이 포함된다. 단순반복 업무나 대량의 자료 처리를 위한 RPA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업무 담당자를 자동 매칭해주는 웹 플랫폼 개발에 참여했다.현재는 플랫폼 기반의 공정관리를 통해서 공기(工期)를 줄이고 업무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분산돼 있는 통신 시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공사의 경우 여러 부서와 직원이 복잡하게 연관된다. 부서 간, 직원 간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고 관리자에게 공사 진척 현황과 부가 기능을 실시간 제공함으로써 편의성과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다.- 전공과 무관한 직무다. 어렵지 않나.△ 손현우 씨 : 경영학을 전공했고 어렵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과생이라 유리하고 문과생이라 특별히 어려웠다는 말은 아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AI가 이공계열의 학문이고 도구라는 생각이 가장 높은 진입장벽이 아니었나 싶다. AI 개발 도구가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점이 그런 편견을 갖게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에이블스쿨은 AI개발자 트랙과 DX컨설턴트 트랙의 2개로 나누어져 있어서 이공계 전공자들에게는 제안·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역량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경영·인문계 전공자들에게는 기초 개발 역량을 갖추고 레버리징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도와준다.요즘은 ‘노코드’라고 코딩없이 AI나 앱을 개발하는 도구가 많다. 코딩도 중요하지만 개발자의 통찰력과 소통능력 또한 중요하다.개인적으로는 경영학이 인과 관계에 대한 분석을 요구하고 동시에 미래의 기대효과를 의식해야 하는 학문이라 오히려 AI를 공부하고 활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이다.- 에이블스쿨에서 익힌 지식이 실무에 어떻게 도움이 됐나.△ 강준모 씨 : 에이블스쿨을 통해 기초적인 컴퓨팅 지식부터 프로젝트 관리, 개발 방법론, 웹 개발, 데이터 분석, AI 모델링까지 다양한 분야를 수련했다. 에이블스쿨에서 배운 다양한 툴들이 실무와 관련이 있고 거의 95% 정도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관리와 개발 방법론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분야라 먼저 기초 지식을 습득하고 실무를 할 수 있어 좋았다. 교과목이 끝나면 미니프로젝트를 통해 팀으로 협업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런 활동들은 현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도 팀원들과의 효율적인 소통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꿈이나 포부를 말해달라.△ 여호준 씨 : AI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서는 AI 학습에 사용할 큰 규모의 데이터 셋을 수집해야 하고 그 과정에 굉장히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데 대구경북네트운용본부 여러 선배님들의 도움이 컸다. 부서와 업무는 다르지만 본부 프로젝트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며 ‘원 팀’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고 든든했다.아직은 부족함이 많은 초보 개발자지만 열심히 배워 소프트웨어 개발뿐 아니라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고수가 되고 싶다.- 취업준비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준모 씨 : 개인사정으로 남들보다 취업 준비가 늦었다. 예상은 했지만 주변에서 하나 둘 씩 취업하고 떠나니 어쩔 수 없이 조급했다. 하루가 지날수록 부족한 부분만 두드러져 보이고 채워야 할 스펙들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대기업의 본사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수도권 위주의 취업 시장이다 보니 지역 인재들도 수도권 쪽으로 가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 에이블스쿨이 지역 학생들을 위한 기업 실무형 교육과정을 운용하고 또 취업기회까지 주어진다는 게 매력적이었다.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우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만 집중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취업을 고민하는 취준생들은 에이블스쿨과 같은 프로그램을 눈여겨 보면 좋을 것 같다.에이블스쿨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AI는 결국 확률이란 점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목표로 방향성을 갖고 올곧게 노력하면 성공확률은 점점 높아지고 언젠가는 쌓아놓은 확률로 보상을 받을 날이 온다고 믿는다.KT대구경북광역본부장 최시환 전무는 “KT는 실무형 디지털 혁신 인재를 지속 배출해 청년고용을 늘리고 지역사회 AI경쟁력과 저변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2024-02-18

낯선 간이역에도 애틋한 사연이 숨어 있을것 같은…

어떤 여행지를 한 단어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전북 남원을 여행할 때면 이곳은 ‘사랑의 고장’ 같다는 생각을 한다. 비단 신분을 뛰어넘은 영원한 사랑의 고전 ‘춘향전’의 고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는 기차도 다니지 않는 간이역에도 애틋한 사연이 숨어 있는 것 같고 뜨끈한 추어탕 한 그릇에도 살가운 남원 사람들의 사랑의 마음이 느껴진다. 남원은 그런 곳이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어도 마음을 건드리는 풍경이 남아 있는 남원으로 주말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춘향이의 사랑이 느껴지는 광한루원남원 여행의 시작점은 광한루원이다. 광한루원의 광한루는 ‘춘향전’에서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과 성춘향의 인연이 시작된 곳이다. 두 사람의 신분을 뛰어넘는 로맨스는 거침이 없다. 농밀한 애정 신부터 애달픈 이별과 박진감 넘치는 만남까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의 법칙을 제대로 보여준다. 춘향전은 판소리는 물론 수많은 창극과 신소설, 현대소설, 연극,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래서인지 광한루원은 남원의 젊은 남녀들이 데이트 장소로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 광한루원은 누각인 광한루와 연못, 그리고 연못 한가운데 조성된 세 개의 섬과 오작교 등으로 이뤄져 있다.광한루 옆 오작교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에 나오는 다리라 ‘춘향전’의 배경인 광한루 앞에 놓였다는 점이 약간 생뚱맞지만, 이 다리를 건너면 부부간의 정이 깊어진다는 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광한루 앞 ‘은하수 연못’ 중앙에는 ‘삼신산’이 있다. 이 ‘삼신산’은 전설 속에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을 섬으로 만들어 조성한 것이라 한다. 작은 섬들을 잇는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광한루원은 국내 조경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다. 우리나라 문인(文人)들은 평양 부벽루,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와 더불어 국내 4대 누각의 하나이자 한국의 정원을 대표할 만큼 독특한 조경지로 평가받고 있다.광한루원은 관아가 주도해 지은 관아 원림이다. 관아 원림이란 고을의 관원이나 시인 묵객들이 연회와 풍류를 즐긴 야외 정원이다. 광한루원은 중심 누각인 광한루(보물 제281호)와 그 일원에 조영된 원림을 통틀어 지칭하는 이름이다.광한루는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된 팔작지붕 형태의 누각이다. 남쪽에서는 간결한 구조로 보이지만, 북쪽에서는 매우 복잡하고 장식적인 외관에 눈길이 쏠린다.역사적으로 광한루는 조선시대 명재상이었던 황희 정승과 관련이 깊다. 황희 정승은 1418년 양녕대군의 세자 폐출을 반대하다 태종의 진노를 사서 경기 파주 교하리로 귀양 보내졌다가 남원으로 유배됐다. 이때 황희 정승이 지금의 광한루에 누각을 짓고 광통루라 불렀다. 1444년 전라도 관찰사 정인지가 이곳을 찾아 “달나라 궁궐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와 비슷하구나”라고 감탄했다 하여 광한루라 불리게 됐다.광한루는 조선의 성리학적 세계관이 오롯이 담겨 있다. 세조 때인 1461년 남원 부사 장의국은 은하수를 상징하는 인공 연못을 조성하고 돌다리인 오작교를 놓았다. 훗날 전라도 관찰사로 부임해온 송강 정철은 연못에다 신선이 사는 봉래산(금강산), 방장산(지리산), 영주산(한라산)을 의미하는 세 개의 인공 섬을 조성하고, 섬마다 영주각과 방장정을 세웠다. 남원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광한루는 안타깝게도 정유재란 당시 완전히 불에 타고 말았다. 현재의 광한루는 인조 때인 1639년 새로 지은 것이다.광한루엔 당대 문호들이 쓴 시문 편액이 즐비하게 걸려 있다. 멋들어진 정자가 있으니 드나든 시인도 허다했다. 호남을 지나는 선비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렀다고 한다.광한루는 낮에도 풍광이 빼어나지만 특히 교교한 불빛이 건물을 비추는 밤이 더 아름답다. 땅거미가 지고 주변이 어두워지면 삼신산의 방장정과 그 너머 대숲까지 조명이 들어온다. 불빛은 물과 나무 누각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만든다. 아침부터 찌푸렸던 하늘에 눈이 내리자 불빛과 눈이 어우러져 황홀한 색의 잔치를 벌인다.광한루원 근처에 있는 만복사지도 꼭 둘러볼만 하다. 고려 문종 때 창건한 만복사는 조선전기 최초 한문소설인 ‘금오신화’의 저자 김시습과 관련이 깊은 사찰터다.만복사는 불상을 모시는 법당이 있었고, 그 안에는 높이 35척(약 10m)의 불상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에는 대웅전을 비롯한 많은 건물들과 수백 명의 승려들이 머무는 큰 절이었으나 정유재란(1597)당시 남원성이 함락되면서 불타 버렸다고 한다.발굴조사 당시 청자와 백자, 많은 기와가 출토되어 고려시대 미술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한다. 5층 석탑(보물 제30호)· 당간지주(보물 제32호)·석불여래입상(보물 제43호) 등이 현재 절터 내에 남아있다.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지 노봉마을남원은 춘향의 고향이자 ‘혼불’의 고장이기도 하다. 최명희의 대하 장편소설 ‘혼불’이 남원 매안 이씨 집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혼불’은 조선시대의 봉건문화 속에서 대를 이어가는 종가의 모습과 신분 해방을 꿈꾸는 하층민 간 갈등 및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작품의 무대인 노봉마을에는 소설 속의 종가, 노봉서원, 청호저수지, 새암바위, 달맞이동산 등 마을 주변이 그대로 살아 있다. 혼불문학관에는 고인이 된 최명희 작가의 원고를 형상화한 디오라마가 전시돼 소설 속의 느낌과 정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혼불문학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옛 서도역 또한 ‘혼불’의 무대가 된 곳이다. 옛 서도역은 1930년대 서도역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남원의 숨은 보석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도역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문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서도역은 원래 논바닥이었는데 전라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철도역이 됐다. 전라선의 이설로 새로운 서도역이 생기자 구 서도역 역사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마을 주민들과 남원시가 힘을 합쳐 역사와 부지를 매입하여 지금의 구 서도역 영상 촬영장소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한성으로 가기 위해 역에 나타난 애기씨 고애신(김태리)을 고동매(유연석)가 기다리는 모습이 촬영된 곳이다. 서도역은 나무로 만들어져 다른 폐역보다 더욱 더 애틋한 느낌을 준다. 오래된 철길의 양옆으로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옛 철길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남기려는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함께 가면 좋은 곳…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은 2018년 3월 2일 문을 열었다. 남원 출신이자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유명한 동양화가인 김병종 작가가 기증한 작품을 바탕으로 건립됐다. 미술관은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기하학적 디자인과 계단식으로 내려오는 물의 정원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미술관 뒤편이 숲이어서 작품을 감상한 뒤 자연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미술관에는 모두 3개의 전시실이 운영되고 있다. 제1갤러리에서는 김병종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순서대로 관람할 수 있다. 2, 3갤러리는 초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남원=글·사진 최병일 여행전문기자

2024-02-15

천하명당 찾다 희생된 영혼 지키는 ‘무송’

말 무덤과 노비 무덤을 지키는 춤추는 무송 노거수는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 965번지 황장산 자락의 도로변에 살아가고 있다. 소나무가 춤추는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여 무송(舞松)이라 이름을 짓고 그곳을 무송대(舞松臺)라 하였다.무송대 거대한 바위 위에 마총(馬塚·말 무덤)과 노총(奴塚·노비 무덤)이 무송(舞松·춤추는 소나무) 노거수가 삼각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말 무덤 앞에는 마총이라는 작은 비석과 노비 무덤 앞에는 노총이라는 작은 비석이 세워져 있어 무덤의 주인공을 알 수 있다,소나무 노거수 앞에는 무송대(舞松臺)라는 작은 비석이 세워져 있다. 무덤의 영혼이 소나무로 화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굵은 가장이에서 뻗어 나온 붉은 나뭇가지가 용수철같이 몇 번이나 굽혀진 모습에서 응집된 힘을 느낄 수 있다. 이곳 무송대는 풍수지리설 연주패옥(聯珠佩玉) 형세에 관련된 전설이 있다. ‘1592년 선조 때 임진왜란이 일어나 명나라 장수 이여송(李如松)을 따라 조선에 온 명군의 부장 두사충(杜思忠)은 당시 명성이 높은 풍수지리학자로서 조선에 귀화한 사람이다. 그가 조선의 팔대명당(八大明堂) 가운데 하나라고 전하는 연주패옥을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에서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는 임진왜란 당시 벽제관(碧蹄館) 전투의 패전으로 문책을 당하게 되었으나 약포(藥圃) 정탁(鄭琢) 대감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었는데, 은혜를 입은 대가로 연주패옥의 명당을 정탁 대감의 신후지지(身後之地·살아있을 때 미리 잡아둔 묏자리)를 이 일대에 잡아두고 묘지로 사용토록 그 위치를 정 대감의 심복인 말을 돌보는 머슴에게 가르쳐 놓았다. 그 후 정탁 대감은 천하의 명당 연주패옥을 자기 아들에게 찾아보도록 그 위치를 알고 있는 머슴과 함께 문경으로 내려보냈는데, 현 위치에 이르러 그 명당의 위치가 어디냐고 머슴에게 묻자, 타고온 말이 갑자기 뒷발질하여 머슴이 즉사하고 말았다. 천하의 명당을 잃게 된 아들은 화가 나서 말의 목을 베어 이곳에 묻고 머슴도 말의 무덤 옆에 묻어주었다.’명당에 묻히려다 애마도 충복 노비도 모두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연에 가슴이 아렸다. 지금도 이 명당을 찾으려는 풍수가가 있다고 한다. 죽어서도 후손들에게 벼슬을 내려주고 싶은 조상의 마음이야 이해할 수 있다지만, 오늘날에까지 명당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심지어 돌아가신 조상을 잘 모셔야 한다면서 설, 추석 명절에 제사 음식 준비와 집안 손님맞이로 맏며느리들이 심한 후유증을 겪는다고 한다. 이는 죽은 조상이 산 후손을 괴롭히는 것이다.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물리친다는 삼국지 역사소설을 읽은 적은 있지만, 죽은 조상이 산 후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예전에 한 스님이 다비식에서 타들어 가는 장작더미 불꽃을 바라보면서 장례문화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인도에는 마지막 인생을 출가하여 살면서 천상에 태어나기 위해서 신의 강인 갠지스강에 목욕하러 간다고 했다. 그곳에서 죽으면 화장할 때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시체 태우는 장작 수가 결정되지만,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외국 관광객은 잘못 알고 거지로 오인하기도 한다고 했다. 인연에 따라 살면서 장작 수가 적어 시체가 일부 타지 않고 남아있으면 강에 던져 물고기의 밥이 되어 사라진다고 했다.어떤 나라는 조장(鳥葬)의 풍습이 있어 사람이 죽으면 칼질해 산에 갖다 놓는다고 했다. 그러면 독수리가 달려들어 10여 분 만에 사체 살점은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기를 기다렸다가 남은 뼈는 수습하여 갈아서 주먹밥을 만들어 던져놓으면 독수리들이 받아 삼킨다고 했다. 남은 해골은 가져와 바가지로 사용한다고 했다. 어떤 지역에는 개장(犬葬)의 풍습이 있어 사람이 죽으면 사찰 주변에 시신을 던져놓으면 수십 마리의 개들이 달려들어 시체를 먹어 치운다고 했다. 외국 관광객이 개한테 물리어 항의하자 사찰 주변의 개들을 모두 사살한 사실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풍습이 남아있다고 한다.시신 훼손과 같은 장례는 죽은 사람을 모독하는 것이 아닌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실제로 남미 페루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우르밤바에서 마추픽추로 가는 도중에 들린 마을에는 집 안 선반 위에 조상의 해골을 모셔놓은 것을 보았다. 나에게는 소름이 끼치는 장면이지만, 그들에게는 일상생활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이 밖에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양한 장례문화가 있다고 했다. 장례문화가 다른 것은 기후의 영향과 비용 때문이라고 했다. 땅에 묻어도 시체가 썩지 아니하는 지역에는 매장은 곤란하다고 했다. 문화야 어떻든 간에 죽음에 대하여 애도하는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보면 장례문화를 가지고 선진국이니 미개국이니 구분하고 차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스님은 부도를 만들에 안장한다고 했다. 우리의 장례문화도 많이 변했다. 묘봉을 만드는 매장보다는 화장하여 유골을 납골당. 수목장 등에 모시거나 산천에 뿌리기도 한다. 조상들이 명당이라고 하여 모신 산소가 벌초할 때면 뱀이나 벌에 쏘여 후손이 다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보다 장례문화의 변화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명당을 찾는다고 산의 나무를 베어내거나 땅을 훼손하는 일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무송 노거수는 수령 340년이라고 하나 연주패옥 명당 이야기를 보면 지금으로부터 432년 전에 임진왜란이 일어났으니, 나무의 나이는 400년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큰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것으로 보아 다른 노거수보다 자람이 더디었다. 20여 년 전 노거수의 키 8m, 가슴 높이 둘레 2.5m, 수관 폭 14.5m가 지금도 그때의 크기와 별다르지 않았다. 말과 머슴의 무덤을 만든 후 소나무를 심었든지 아니면 그 후 황장산 소나무 솔씨가 바람에 날아와 자연 발아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주민들이 보호하여 온 것만으로도 민속 문화적 가치가 있는 소나무 노거수이다. 고도 359m, 위도 36.775994, 경도 128.289548 있는 무송 노거수 품격을 높여주면 어떨까.명당으로 희생된 충성스러운 말과 머슴의 영혼을 지키는 춤추는 무송 노거수가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연주패옥의 명당 이야기를 보면서 명당은 형이하학적인 땅이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조상의 은덕과 삶을 추모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다.연주패옥(聯珠佩玉) 형세란…선녀인 옥녀가 화장하기 위하여 거울을 보며 목걸이를 벗어놓은 형세를 가진 곳에 산소를 쓰면 옥관자(玉貫子) 서 말, 금관자(金貫子) 서 말이 나온다는, 즉 벼슬한 사람이 많이 태어난다는 명당을 말한다. 옥관자(玉貫子)는 조선 시대 옥을 재료로 하여 망건의 당줄을 꿰게 만들어 달던 작은 고리. 금관자(金貫子)는 망건(網巾)에 부착된 금으로 된 작은 고리로, 당줄을 꿰어 걸어 넘기는 구실을 한다. 조선 시대 정2품, 종2품 관리가 사용하였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2-14

‘람사르습지 인증’ 등 4관왕 달성, 글로벌 생태관광 메카로

문경돌리네습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습지이자 생태 여행지이다. 2011년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추진한 ‘생태·경관 우수 발굴지역 조사’에서 발견된 이후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이같은 노력은 국제 주요기구의 인증 사업들이 성과로 돌아오고 있어 앞으로 생태관광의 메카로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국내 유일한 돌리네습지문경돌리네습지는 물이 고이기 힘든 돌리네 지형에 습지가 형성된 매우 희귀한 곳이며, 세계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사례로서 지형·지질학적 측면에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돌리네(doline)는 석회암지대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지하수 등에 용해되어 형성된 접시모양의 웅덩이(와지)로 빗물 등이 지하로 배수가 잘 되어 통상적으로 물이 고이지 않는 지역이다.또한, 육상·초원·습지 생태계가 공존해 좁은 면적임에도 원앙, 소쩍새 등 천연기념물과 수달, 담비, 삵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그리고 낙지다리, 꼬리진달래 등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을 포함하여 932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석회암이 빗물에 녹아 석회동굴을 만드는 일반적인 돌리네 지형의 메카니즘과 달리 문경돌리네습지는 물이 고이기 힘든 돌리네 지형에 습지가 형성된 매우 희귀한 곳으로 습지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6월 15일 환경부 지정 국내 23번째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되었다. □ 람사르습지, 람사르습지도시‘문경돌리네습지’는 세계적으로 희소성이 높은 습지로 그 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 국제적인 인증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세계 람사르습지 인증, 세계 람사르습지도시 후보지 선정, 환경부 생태관광지역 지정, 국가지질공원 후보지 선정까지 국내ㆍ외 인증사업 4관왕을 달성했다.람사르습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습지로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람사르협회가 지정·등록하여 보호하는 습지를 말한다. 람사르협회에서는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보호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따라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징을 가진 곳이나 희귀동식물종의 서식지, 또는 물새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가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람사르습지로 지정·보호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대암산 용늪, 우포늪 등 24개 지역의 람사르습지가 있다.문경돌리네습지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지정하기 위한 9개의 기준 중 3개 기준을 충족해 람사르습지로 2024년 2월 2일 인증되었다.전 세계 람사르 습지 2천503곳 중 돌리네(doline) 지형 또는 돌리네가 2개 이상 연결돼 움푹 패인 우발라(uvala) 지형에 발달한 습지는 문경돌리네습지를 포함해 총 6곳 뿐이며, 국내에는 유일하다. 또한, 람사르습지도시는 람사르습지 등 습지보전지역의 인근에 위치하고 습지 보전 및 현명한 이용에 지역사회가 모범적으로 참여·활동하는 도시나 마을로서 세계습지협약 기구인 람사르협약에서 인증하는 도시이다.우리나라 람사르습지도시는 2018년에 인증받은 1차 람사르습지도시 4곳(창녕군 우포늪, 인제군 용늪, 제주시 동백동산습지, 순천시 순천만)과 2022년에 인증받은 2차 람사르습지도시 3곳(서귀포시 물영아리오름, 고창군 운곡습지·고창갯벌, 서천군 서천갯벌)으로 총 7개 도시가 있으며, 전 세계에도 43개 지역만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되어 있다.지난해 국내 최종후보지로 선정된 세계 람사르습지도시의 인증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준비해 2025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열리는 제15차 람사르 총회에서 인증을 받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8번째 람사르습지도시가 된다. □ 세계 유네스코 지질공원 등재문경은 백두대간의 중심지로 우수한 지형·지질 자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 제28차 지질공원위원회를 통해 문경돌리네습지를 포함해 문경새재, 베바위, 쌍룡계곡, 오정산 바위공원, 옥녀봉층, 용추계곡, 토끼비리, 은성탄광 석탄채굴지(에코월드), 하내리 삼엽충 화석산지, 희양산 등 총 11개의 지질명소가 ‘국가지질공원 후보지’에 선정됐다.국가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한 지질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교육 및 관광 프로그램에 활용함으로써 주민과의 상생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다. 특히,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여타의 제도들과 달리 별도의 용도지구 설정이나 지역주민의 재산권을 제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된 면적은 문경시 전체를 공원구역으로 가지며, 선캄브리아시대부터 중생대까지 다양한 암석과 복합한 지질구조를 가지고 있어 지질다양성이 우수하며, 백두대간과 옛길의 대표도시의 정체성과 연계 가능한 지질명소가 분포하고 있다. 또한, 레포츠 및 체험, 생태, 역사 및 문화유산 등의 다양한 관광자원도 보유하고 있어 국가지질공원으로서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문경시는 이번 후보지 선정을 발판 삼아 2025년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이후, 나아가 2028년 세계 유네스코 지질공원에도 등재할 계획이다.□ 환경부 생태관광지역 지정생태관광지역은 환경부에서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있고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체험·교육할 수 있는 지역을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하여 육성하고 있는 지역을 말하며 2023년 문경돌리네습지가 국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신규 지정되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에 문경돌리네습지를 포함해 총 35곳이 선정되어 있다.문경돌리네습지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 3년간 국비 지원, 생태탐방로, 에코촌, 자연환경보전 이용시설 등 관련 사업 우선 지원, 전문가 맞춤 컨설팅, 대중매체 중점 홍보 등을 지원받게 된다. 그리고 지정과 동시에 환경부에서 주최하고 한국생태관광협회,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이 주관하는 ‘제7회 생태관광 페스티벌’을 유치했다. 생태관광 페스티벌은 환경 보전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와 생태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5년부터 환경부에서 생태관광 홍보·체험을 위한 대국민 참여를 유도하는 전국 규모의 행사이다. □ 세계적인 생태관광지 도약문경시는 국내·외 인증사업과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은 ‘문경돌리네습지’는 더 나아가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습지로의 접근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습지로의 진입도로 개선과 단산터널 개통에 따른 접근성 확보 등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차근차근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주차장 및 숙박시설, 음식점 등 편의시설을 조성하여 단순히 습지를 구경하는 관광에서 벗어나 체류형 생태관광을 위한 에코촌 조성, 생태관광 코스 개발, 특색있는 먹거리 개발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습지의 학술적 가치와 더불어 탐방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제공할 계획이다.올 연말 탐방지원센터가 준공되면 돌리네습지의 가치를 한번에 체감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미디어 등 다채로운 전시컨텐츠를 제공하고, 돌리네습지에 자생하고 있는 야생화단지를 조성하여 사계절 내내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복원사업을 추진한다. 그리고, 숲속콘서트 등 다양한 테마의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탐방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색다른 생태여행을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문경의 미래문경돌리네습지의 세계 기구인 람사르와 유네스코의 국제적인 인증으로 문경시 지역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생태·지질자원을 보전·교육 및 관광에 활용하여 지속가능한발전을 도모하고 체류형 생태관광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새로운 생태관광의 메카로 발전시키고 국내·외 관광객 증가로 고용 기회 확대 및 지역주민 소득 증대 등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또한, 현재 추진 중인 문경새재 케이블카와 하늘길, 문경새재 테마파크를 연계한 문경새재지구 관광지 조성과 더불어 문경돌리네습지가 세계적인 생태관광의 명소로써 문경시의 천만 관광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24-02-14

올봄… 갈등 넘어 분홍빛 희망을 맞이하는 꿈을 꾼다

맹렬한 추위 속에서 시작된 갑진년. 하지만 설 연휴가 지나고나니 어느덧 봄기운이 찾아들었다. 앞으로도 꽃샘추위 정도야 있겠지만, 혹한과 폭설 소식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올해 봄은 세계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는 분쟁과 다툼, 이번 명절에도 어김없이 반복된 가족들 사이 불화가 깔끔하게 사라진 분홍빛 희망으로 맞이하고 싶은 게 사람들의 꿈 아닐지.아래 차별과 갈등을 넘어 화해의 웃음으로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찾아보면 좋을 영화 2편을 권한다. ▲‘헤이트풀 8’..… 인종 차별의 갈등을 극복할 방법은 뭘까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장 많이 죽어나가야 했던 이유는 종교와 인종이 야기한 갈등 때문이었다.가톨릭과 이슬람이 서로를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것을 경쟁하던 중세로 갈 것까지도 없다. 1990년대 초반 ‘유럽의 화약고’로 불리던 발칸반도에서 벌어진 학살과 전쟁, IS(이슬람국가)의 테러,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 등은 대부분 종교의 다름을 이유로 자행된 반인륜적 행위.히틀러가 일으킨 2차대전은 종교와는 다른 이유로 수백만 명의 목숨이 사라진 사례다.오스트리아 태생의 조그만 독일 사내는 인종적 배타성을 정치적 헤게모니를 얻는데 사용했고, 아리안족이 아닌 다른 인종을 학살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알다시피 유대인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2차대전 이전, 인종차별이 비극적 현실로 첨예화돼 나타난 것이 미국의 남북전쟁 (1861~1865)이다. 이 전쟁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흑인 노예의 신분을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 것인가”였다.노동집약적 산업이 주류를 이루던 미국 남부는 저임금으로 수월하게 다룰 수 있는 흑인 노예가 유지되길 원했고, 반면 공업생산 기반이 발전일로에 있던 미국 북부는 ‘노예 해방’이란 휴머니즘을 지지하는 쪽이 많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만든 ‘헤이트풀 8’의 시간적 배경은 남북전쟁 직후다. 타란티노 감독이 이전 영화들에서 보여준 끔찍한 유머와 피와 살점이 튀는 연출은 이 작품에서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헤이트풀 8’은 뭔가 조금 다르다. 그게 뭘까?영화 도입부. 카메라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조각상을 오랫동안 비춘다. 저 멀리 그 조각상의 뒤편에서 설원을 달리는 마차. 거기엔 자신이 인식하건 그렇지 않건 인종적 편견으로 가득 찬 백인 악당들이 타고 있다.이어 등장하는 화면은 흑인 현상금 사냥꾼(사무엘 잭슨 분)이 ‘교수형 집행자’로 불리는 백인 현상금 사냥꾼(커트 러셀 분)의 마차를 얻어 타는 장면이다. 흑인 현상금 사냥꾼은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지휘관으로 백인 병사 수십 명을 불태워 죽인 것으로 악명이 높다.백인 악당들과 이들 두 현상금 사냥꾼이 만나는 곳은 눈보라 치는 허허벌판의 조그만 식당. 그런데 이게 무슨 일? 거기엔 북군 흑인병사 수백 명을 살해한 남부군 전직 장교(브루스 던 분)가 앉아 있다.‘헤이트풀 8’은 예전에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가 보여준 시간과 시점을 무시로 넘나드는 재기발랄한 연출에 더해 ‘잔인함 속의 폭소’라는 불협화음이 변주되는 수작이다.‘관객이 열광하는 영화’가 뭔지 아는 감독이 지휘하는 감각적 즐거움이 있기에 3시간에 가까운 긴 상영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여기에 하나 더. 타란티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에게 덧씌워진 ‘철학 부재의 천방지축’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한다. 미국의 악질적 고질병인 흑백갈등 문제를 진지하고 은유적으로 제기함으로써.영화에서는 “신은 흑인의 편도, 백인의 편도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에선 타란티노 특유의 장황하고 우스꽝스런 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도입부, 지루했던 예수상을 비추던 장면도 그때가 되면 이해된다.‘헤이트풀 8’은 너나 할 것 없이 일생 나쁜 일만을 저질러온 이들의 피 튀기는 복수극으로 단순하게 해석될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선 죽음을 눈앞에 둔 백인우월주의자와 흑인우월주의자가 나란히 누워 누군가의 편지를 읽는다.그 누군가는 과연 누구였을까? 그 편지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을까? 바로 이 장면이 이전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와 향후 그의 영화를 구별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될 듯하다. ▲‘고령화 가족’… 불화 이기는 힘은 결국 식구의 정(情)‘만다라’와 ‘길’을 쓴 소설가이자 우리말 연구자였던 김성동(1947~2022). 그는 가족(家族)은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일본식 어법이기에 식구(食口)가 적절한 표현이라고 말했다.그렇다면 식구란 무엇인가? 누구나 알 수 있는 2개의 한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먹는 입’이다. 이를 확장해석 하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나눠 먹는 사람들’이 될 터.맞다. 아버지와 엄마, 아들과 딸, 조부와 조모, 숙부와 조카 등은 그런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같은 집안의 혈족으로 해석 가능한 가족과 달리 식구는 꼭 같은 핏줄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혈통의 순수성을 중시해온 동양 특히, 한국사회에서 가족이 아닌 식구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은 한국인이 그렇게 꽉 막힌 민족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이 문제는 역사학자나 언어학자들이 보다 면밀하게 연구해야 될 사안이니 여기서는 더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파이란’과 ‘역도산’ 등의 영화를 통해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의 재주를 보인 송해성의 작품 ‘고령화 가족’은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꾼으로 문단 안팎에서 이름이 높은 천명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송해성과 천명관이 그려놓은 영화와 소설 속 주인공 가족(식구)은 거칠게 말하면 ‘개판 5분 전’인 동시에 속된 표현으로 ‘콩가루 집안’이다.40대 중반에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장남 오한모(윤제문 분),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왔지만 변변치 않은 재주 탓에 영화판에서 쫓겨난 차남 오인모(박해일 분), 두 번 이혼하고 세 번째 결혼을 꿈꾸는 천방지축 막내딸 오미연(공효진 분), 여기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남학생들과 몰려다니며 가출을 일삼는 오미연의 중학생 딸(진지희 분), 일흔을 목전에 둔 나이에 자식들 창피하게 혼자 사는 동네 할아버지 방을 드나드는 엄마(윤여정 분)까지.영화는 이들이 왜 이런 삶을 살게 됐는지 설명하는 과정을 담았다. 사실 인간이 처한 입장과 지나온 삶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 그건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이 다르지 않다.‘고령화 가족’은 얼핏 비루해 보일 수 있는 실패하고, 고통 받고, 초라한 생을 살아온 한 식구의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댐으로써 ‘실패한 삶은 있어도 가치 없는 생이란 없다’는 진실을 담담한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연출 기법이 할머니의 옛이야기 같은 방식이라 정감도 더해진다.여기서 배우 윤제문은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의 캐릭터 소화력은 ‘비열한 거리’ ‘이웃집 남자’ 등의 영화를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공원에서 노인들을 따라 에어로빅을 추거나 훨씬 어린 건달 후배 앞에서 의도적으로 으스대며 폼을 잡는 장면, 엄마 역을 맡은 윤여정과 하모니를 이루는 철없는 늙은 아들의 모습은 영화 속 인물 오한모와 완벽하게 합치를 이루는 경지를 보여준다. 사실 연기라면 차남 역할을 맡은 박해일이나 철부지 딸을 소화한 공효진도 여타 배우들에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원체 빼어난 연기를 보여준 윤제문 탓에 두 사람의 연기력이 영화의 배경 뒤로 밀리는 느낌까지 든다.윤제문의 연기와 송해성의 연출이 가닿은 끝. 영화는 이 5인 가족(혹은 식구) 출생의 비밀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들 모두는 핏줄이 아닌 정(情)으로 연결된 구성원이었다는 게 자연스레 밝혀지는 것.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 언급은 피하려 한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말할 수 있다. 결국 식구란 즐거움과 웃음의 공동체라기보다는 ‘눈물과 수난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동아리’ 같은 것이었다.앞서 말했다. 가족이 같은 집안의 혈족이라는 개념이 강한 명사라면, 식구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나눠 먹는 사람들이란 뜻을 품은 단어.영화를 마주한 관객들이라면 왜 이 영화의 제목으로는 ‘고령화 가족’이 아닌 ‘고령화 식구’가 더 어울리는지 깨닫게 될 게 분명해 보인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2-13

‘변화의 초석’ 발판 딛고 ‘기회의 달성’ 만든다

대구 달성군이 ‘빛나는 군민’을 위한 초심을 그대로 이어갈 달성군의 2024년 주요 사업 계획을 밝혔다.앞서 달성군은 지난해 빛나는 변화의 초석을 놓았다. 대구 국가 스마트기술산업단지(제2국가산단) 등을 유치해 지역 산업 동력을 마련한 것은 물론, 화원읍의 대구교도소가 하빈면으로 이전하며 지역 풍경의 대변화를 예고했다. 또 달성교육재단의 출범으로 체계적인 교육사업 발판을 마련했고, 유가읍 행복한 병원 개원 등으로 지역 의료복지에 새바람이 불었다.달성군은 이 같은 변화의 움직임이 내실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맞춤형 교육도시’ 조성 독보적 사업지난해 장학, 진로진학, 도서관 등 교육사업을 아우르는 달성교육재단이 출범했다. 그간 달성군에서 진행하던 여러 교육사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할 컨트롤타워가 탄생한 셈이다. 어린이집 영어교사 전담배치 등 전국 지자체 중 처음 시도한 사업들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달성군은 이 같은 변화의 고삐를 죄기 위해 새해에도 힘을 쏟는다. 우선 교육부의 교육발전특구 지정을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교육발전특구는 지역에서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도록 지자체, 시·도교육청, 대학, 기업 등이 협력·지원하는 정책으로, 교육을 통한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및 최대 100억 원 예산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한다. 대구시는 2월 초 구·군별 사업모델을 반영한 특구 지정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달성군은 그간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교육 혁신에 힘을 보태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각 지자체의 특성을 살린 교육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특구 지정의 열쇠로 작용하는 만큼 대구국가산업단지·대구테크노폴리스와 디지스트 등 지역 내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한 산학연계 사업 및 한국어·한국 문화 교육 등 관내 다문화 가족 대상 특화 사업, 늘봄학교 활성화 등 돌봄서비스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하빈면의 달서중·고등학교는 학령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다사 세천지역에 2027년 개교할 예정이다. 기존 달서중·고등학교의 후적지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지난해 학교복합시설 공모사업에는 화원초등학교와 달성중학교가 선정됐다. 이를 통해 학생에게 더욱 쾌적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주민들은 그간 부족했던 커뮤니티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이 밖에도 테크노3초등학교 조기 개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화원읍 본리 창의놀이터 건립 등 교육과 보육을 아우르는 맞춤형 지원정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대구 최초 법정문화도시, 지역사회 연계 사업 선보인다달성군이 대구 최초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지 어느새 1년이 넘었다. 2023년 한해는 총 4천709명의 시민이 문화활동에 참여해 911회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그 결과 전체 군민의 약 60%에 달하는 15만7천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달성군은 올해도 주민 공동체와 지역 문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호혜로운’ 권역별 문화도시 사업을 이어간다. 사문진을 주제로 기획하는 시민참여형 야외오페라, 달성문화기획학교 1기 수료생 중심의 문화기획 심화과정 등이 그 예다.이미 전국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대구현대미술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로컬100(지역문화매력 100선)’에 선정된 달성 100대 피아노 공연은 지역사회와의 연계 활동을 강화한다. 콘서트에 출연하는 지역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들이 상대적으로 문화 혜택에서 소외된 지역으로 찾아가 공연을 펼치거나, 미술제에 지역 청년작가들과 주민이 함께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식이다.지역 산단 등의 근로자들을 위한 행사 ‘문화한끼’, 문화도시 비전인 호혜로움을 실천하기 위해 전입세대와 신생아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달성보따리’ 등 지역민은 물론 달성군을 오가는 시민들의 마음까지 세심하게 어루만지는 사업이 계속 펼쳐진다.지난해 말 대구교도소가 하빈으로 이전하며 후적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달성군은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국립근대미술관, 국립뮤지컬콤플렉스를 유치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동시에 교도소가 떠난 자리의 슬럼화를 막을 수 있도록 후적지 내 주민 휴게공간을 신속하게 조성할 예정이다.관광객 유입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최근 지역민의 이목이 쏠린 호재 중 하나가 비슬산 내 경찰수련원 건립이다. 비슬산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뛰어난 접근성 덕에 경찰수련원 위치로 낙점됐다. 달성군은 경찰 관련부서와 발빠르게 협력하는 한편 호텔아젤리아, 현풍향교, 현풍 백년도깨비시장 등 인근 관광지 방문이 함께 늘 수 있도록 유도한다.지역 풍경 역시 새해를 맞아 더욱더 달라질 전망이다. 달성군은 현풍읍 성하리 일원에 국내 최대 규모의 친환경 목조전망대를 만드는 국비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달성 관문도로의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화원 관광지 내 가족테마파크, 세천 금호강변 가족캠핑장 등 온 가족이 함께 건전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힐링공간도 제공한다. △새해에도 박차를 가할 달성군 미래 먹거리 사업달성군은 지난해 대구 국가 스마트기술산업단지(제2국가산단),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 예타 통과, 모빌리티 모터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등 주요 국책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역시 2032년 하빈면에 새롭게 터를 잡는다. 모두 지역민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달성군에 활력을 불어넣을 미래 먹거리 사업이다.달성군은 관련 기관들과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각종 민원 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TF팀 구성과 매뉴얼 구축 등 군 차원에서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아울러 지역 내 기업에 세제, 금융, 정주여건 혜택을 제공하는 기회발전특구 지정도 추진 중이다. 기회발전특구는 균형 잡힌 지역 발전을 위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내놓은 계획으로, 대구시가 수립하는 계획에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와 대구테크노폴리스가 포함된다.달성군은 두 권역 내 주거, 교육, 문화체육, 공원녹지 인프라 확충과 기반시설(SOC) 지원 계획, 기타 재정 지원계획 등을 마련해 대구시에 자료를 제출했다. 달성군이 기회발전특구에 포함된다면 지역의 주거, 녹지 등 인프라와 조세혜택 등이 합쳐져 기업 하기 좋은 지역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어르신들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노인일자리를 지난해보다 확대한다. 총 4천800여 개의 노인일자리 지원을 위해 예산 53억 원을 추가 확보한 상태다. 올해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고령화 등으로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위해서다. 남부 농기계 임대사업장 확장 이전 등에도 앞장선다. △건강하고 안전한 복지도시, 달성군에서 실현한다지난해 달성군은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유가읍 ‘행복한 병원’ 24시간 응급실 개소, 이동건강버스 ‘달성건강빵빵이’ 등 의료사업을 시작했다. 행복한 병원 응급실은 현재까지 1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주민 건강과 안전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꾸준히 사업에 힘을 쓰겠다는 다짐이다.저소득 가정에 신선한 농산물 등 식품을 제공하는 ‘농식품바우처’ 사업도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2년 연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취약계층에 안전한 먹거리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달성군 농가 소득 증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이다. 아울러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난해에 이어 100억 원 규모 소상공인 특례보증을 시행한다. 달성군은 대구신용보증재단에 10억 원을 출연하고, 출연금의 10배인 100억 원에 대해 대구신용보증재단의 전액보증으로 농협은행달성군지부와 대구은행 화원지점에서 경영안정자금을 융자한다. 달성군은 지난해 대구시 구·군 중 1회 출연금으로 최고 금액인 10억 원을 출연했으며 자금이 조기 소진돼 3억 원을 추가 출연, 총 130억 원 규모의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했다.지역 내 다양한 계층의 어려움도 꼼꼼히 살핀다. 일단 해마다 이용자가 늘고 있는 북부노인복지관을 증축하고 주차장을 확보해 더욱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논공읍 등 우리 지역 다문화 가정을 위한 글로벌 센터 등 맞춤형 지원공간 건립에도 나선다. 결혼이주여성의 취업 및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도 추진한다.나라를 위해 헌신한 보훈가족 예우 역시 잊지 않는다. 호국공적비 건립, 90세 이상 참전유공자 특별명예수당 지원 등이 그 예다. 이 외에도 장애인이동나드리콜과 장애인복지관 이동복지사업을 확대 운영해 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최재훈 달성군수는 “지난해 군민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 덕에 달성군은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며 “2024년도 초심을 잃지 않고 변화를 위해 전 공직자가 함께 발로 뛰는 달성군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4-02-12

국비 1천566억 투입, 피해 원상 회복 넘어 항구적 재발 방지까지

지난해 여름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피해가 컸던 봉화군이 수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지난해 대규모 수해 피해의 아픔을 잊고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봉화가 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상운면 운계리의 구천과 봉성면 봉양리 토일천의 재해복구사업 현장을 방문해 복구진행 상황 등을 점검하고 사업 추진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지구단위 종합복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오그래미 마을을 방문해 그간의 추진 경과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조속히 사업이 추진되도록 주문했다. 수해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항구복구 공사를 진행하고, 재발 방지에 중점을 두고 신속한 복구를 진행하며 주민들이 안심하는 봉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 일상생활 회복 우선 복구먼저 군은 응급 피해 복구를 위해 예비비와 특별교부세를 재원으로 신속히 추경성립전예산 40억 원을 편성해 10개 읍면에 응급복구를 위한 장비대를 교부했다. 하천 제방 붕괴 복구, 마을진입로를 포함한 주요 도로 응급복구, 사면정비 등 주민생활 불편함과 위험요인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역 민간단체와 관계기관에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자발적 수해복구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특히 수해 발생 이후 약 한 달여간 각 담당부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매일 현장을 방문해 응급복구현장을 위로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등 공직자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과 모범을 보였다. □ 신속한 재난지원금 지급군은 수해 피해를 입은 4,614세대에 135억 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을 추석 전 지급 원칙으로 지급 완료해 주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했다.직접 지원금 외에도 재산 피해를 입은 가구에 대해 지방세 감면(재산세 7천447건 2억 500만 원, 주민세 3천798건 4천200만 원 등) 1만1천314건 2억 5천200만 원, TV 요금 지원, 전기요금 감면, 예비군 훈련 제외 등 간접 지원을 했다. 특히 주택 전파, 반파 등 수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10가구 21명을 위해 임시조립주택을 설치하는 등 생활보금자리를 조속히 마련했다. 임시주택은 이재민들이 기존의 생활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거주지 주변에 설치했으며 최장 2년 동안 지원된다.또한 일상생활 불편 해소를 위해 생활가전제품도 지원했으며 삶의 터전을 새로이 일궈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피해 복구 국비 1천566억 원박현국 봉화군수는 조속한 피해 복구를 추진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호우피해 개선복구사업 투자 우선순위에 참석하는 등 국비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피해가 발생한 구간만 땜질식으로 원상복구할 경우 지금과 같은 폭우 시에는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으니 피해가 재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정부에서 지원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 결과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심의 의결된 확정 복구계획에 군에서 요구한 개선복구사업 112억 원과 그 외 하천의 기능복원사업 124개소 947억 원이 반영되는 쾌거를 거뒀으며, 특별재난지역선포에 따른 국고 추가 지원 또한 490억 원에 달한다.□재발방지 항구적 복구군은 피해시설의 단순 원상복구를 넘어 재해예방을 위한 전면적 개선복구 추진에 힘쓰고 있다. 호우에 유실됐던 하천정비,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 및 교량 재가설, 사면피해 복구 등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작년 10월 수해복구 조기 추진 T/F를 구성해 인력자원을 총동원하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특히 복구금액이 10억 이상인 7곳을(지구단위 2곳, 도로시설 2곳, 하천 1곳, 산림 2곳)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특별관리하고 있다.주요복구 공사에 대해 신속한 발주를 위해 중앙정부로부터 복구비 교부 전에 군 예산을 긴급히 편성해 실시설계를 조기에 발주, 지난해 12월 중 완료했으며, 재해복구 추진 지침에 따라 3억 원 미만 현장은 4월, 50억 원 미만 사업은 6월까지, 50억 원 이상 현장은 10월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또한 피해시설의 단순 원상복구를 넘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의 전면 개선복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봉성면 오그래미 지구(수로개선 1km, 마을안길 0.4km), 소천면 살래천 지구(도로 1.6km, 하천 0.8km)는 군에서 직접 공사를 실시하며, 경상북도가 관할하고 있는 지방하천인 봉성면 창평천, 춘양면 운곡천, 상운면 구천과 토일천 지역에도 750여억 원을 투입해 경북도에서 주변 환경에 적합하게 하천 복구 공사를 실시한다.박현국 봉화군수는 “지난해 6월 30일과 7월 14일 두 차례에 걸쳐 봉화군에 내린 폭우로 4명의 주민이 사망하고 107동의 주택이 피해를 입는 등 봉화군 전역에 걸쳐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지만 지역 주민, 공무원, 군장병, 자원봉사단체 등 수많은 봉사의 힘으로 빠르게 응급복구를 완료해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 군수는 이어 “하지만 유실된 농경지 원상복구, 무너진 하천, 도로 항구복구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수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역주민과 공무원, 그리고 관계기관 모두가 한 마음, 한 힘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조속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힘써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전했다./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4-02-12

경북관광공사 설 연휴 경주 안동서 즐길거리 '풍성'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청룡의 해 설 연휴는를 맞이해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했다.■ 경주 보문호반 광장과 엑스포대공원에서 즐기는 설 이벤트▷ 보문관광단지 호반광장에서는 10일부터 2일간 ‘복(福)작 복(福)작 보문관광단지’ 설맞이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의 메인공연으로 통기타, 트로트, 국악, 전자 현악기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며, 가족 레크리에이션, 민속놀이 경연대회, 보문노래자랑을 통해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소정의 상품을 가져갈 기회도 마련되어 있다.체험존에서는 가훈 써주기, 요술 풍선 만들기, 신년운세 봐주기, 민속놀이를 통해 즐거움을 선사한다.▷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는 9일부터 3일간 오전 10시부터 곡수원 일대에서 민속놀이 체험, 버스킹 공연, 경품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버스킹 공연은 K-POP 댄스, 마술, 트로트 공연으로 오후 12시30분, 오후 2시 1일 2회 진행된다. 설맞이 한마당 이벤트의 가장 큰 즐길 거리는 가족 단위로 참여 가능한 레크리에이션과 ‘청룡을 찾아라!’ 보물찾기로 즐거운 추억과 함께 푸짐한 선물을 마련했다.1월 1일부터 진행 중인 입장 요금 할인은 2월 12일까지 진행된다.용띠 해에 태어나거나, 이름에 용이 들어가 있거나, 한복을 입은 분들은 공원 입장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다.■ 안동문화관광단지 유교랜드에서 즐기는 설 이벤트▷안동 유교랜드에서는 2월 1일부터 29일까지 입장료를 2천원 할인해 운영하고, 9일부터 12일까지는 한복 착용 입장객과 이름에 ‘용’자가 있는 관람객, 용띠 출생연도 관람객은 무료로 입장 할 수 있다.11일부터 12일까지 가훈 쓰기,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를 일일 각 200명 한정으로 체험할 수 있다.  그 밖에 전통 놀이 체험, 한복 입어보기, SNS포스팅 다채로운 이벤트를 펼친다.지난해 10월 메타버스 콘텐츠를 선보인 유교랜드는 미디어아트 전시관, 체험형 콘텐츠를 도입해 총 10개의 새로운 콘텐츠가 배치되어 연일 단체관람객과 가족 단위 관람객 방문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도립자연휴양림에서 즐기는 설 이벤트안동호반, 팔공금화 도립자연휴양림에서는 투호놀이, 제기차기, 윷놀이 등 다양한 전통 민속놀이 체험 행사를 진행하며, 정월대보름 기간인 23일부터 24일까지 입실 고객 대상으로 부럼 깨기 세트도 제공한다.또한 안동호반자연휴양림에서는 숙박객과 도민에게 심신안정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치유와 힐링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힐링타운 입장료를 할인(입장료 : 5천원 일괄 적용) 운영한다. ■ 온라인에서 즐기는 ‘새해 복받아용’ 이벤트경북관광 온라인 채널인 경북나드리에서는 ‘청룡과 함께하는 새해 복받아용’이벤트를 2월1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한다.청룡의 해를 맞아 용과 관련된 경북 여행지를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로 퀴즈와 설문을 통해 경북의 전통주와 다과를 경품으로 선물한다.■ 설 명절 ‘설 연휴 종합계획’ 수립을 통해 관광객 맞이 전념공사는 안전하고 쾌적한 관광단지 환경 유지와 관리를 위해 ‘설 연휴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관광단지와 공사가 운영하는 영업장을 찾는 관광객들의 즐겁고 안전한 여행을 돕기 위해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영업장별 관리책임자 지정과 시설 환경정비를 위해 연휴 기간 연인원 430여명이 비상 근무를 통해 관광 편의를 제공한다.김일곤 사장직무대행은 “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아 열리는 설맞이 이벤트를 통해 명절 연휴 경북에서 안전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면서 “올 한해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4-02-08

한 몸처럼 얽히고설킨 ‘사랑나무’ 연리지

질풍노도의 청소년 시절 앞날이 궁금했다. 혈기 왕성한 때라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으나, 가난이라는 궁핍과 시골 농촌의 힘든 농사일의 굴레가 몸과 마음을 묶어 놓았다. 유년 시절 집안 농사일을 도우며 함께 뛰어놀던 동네 형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나둘씩 도시로 살길을 찾아 떠났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마을 사람도 알음알음으로 시골 농촌을 떠났다. 청소년 시절 그믐날 감감한 밤을 걷는 기분으로 방황하고 있을 때이다. 팔만대장경에 답이 있다면서, 깨달음을 얻은 스님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고향 청도 호거산 운문사를 찾았다. 운문사(雲門寺)는 신라 진흥왕 527년에 한 신승이 3년간 수도하여 깨달음을 얻은 후, 다섯 곳에 절을 창건하였는데, 그중 대작갑사가 현 운문사이다. 600년 신라 원광 국사가 귀산과 추항 두 화랑에게 세속오계를 전수한 곳이기도 하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원동력이 되었다. 1277년 일연 스님이 주지로 머물면서 ‘삼국유사’를 집필하여 우리의 고대 역사를 5천년의 역사로 끌어올려 놓았다. 현재는 승가대학과 대학원이 개설되어 전국 최대 규모의 비구니 교육 도량으로 자리매김한 고찰이며 명찰이다.소문만 듣던 운문사는 산중에 숨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을 앞을 흐르는 동창천의 발원지를 따라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길은 끝도 없이 연속되었다.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맡긴 채 창밖의 풍경에 눈길을 보내면서 나의 미래를 그려 보았다. 버스 종착 정류장에 내려 숲이 무성한 솔밭 길을 한참 걸었다.숲속 시원한 솔바람이 목덜미를 핥고 지나갔다. 마침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숲속에 웅장한 절이 나타났다. 댓바람에 주지 스님이 묵는 곳을 찾아서 막무가내로 주지 스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졸랐다. 재무 스님이라는 젊은 여 스님이 가로막았다. 스님이 머무르는 도량이니 못 들어간다고 했다. 그냥 물러설 수는 없었다. 몸으로 밀치고 들어갔다. 어쩔 수 없는지 주지 스님이 계시는 방으로 안내했다. 주지 스님을 기다리는 동안에 별의별 생각이 떠올랐다. 부자가 될 것인지, 높은 사람이 될 것인지, 성공할 것인지, 궁금한 것도 많았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주지 스님이 들어왔다. 생각을 멈추고 주지 스님을 톺아보았다. 인자하고 엄숙해 보였다. 일어나서 공손하게 큰절을 올렸다. 주지 스님께서 놓여진 과자를 먹으라고 했다. 먹을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이었다. 용기를 내어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저의 손금을 좀 보아주세요”라고 했다. 주지 스님께서는 “손금 볼 줄 모릅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또 얼굴을 내밀고는 “저의 관상을 보아주세요”라고 했다. 주지 스님께서는 “관상을 볼 줄 모릅니다”라고 했다. 제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앞으로 성공할 것인지 봐 달라고 했다. 주지 스님은 또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 주지 스님께서는 아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반문했다.지금 생각하면 기가 막히는 질문이다. 그야말로 어이가 없는 질문이다. 나의 이러한 부끄러운 언행에 주지 스님은 얼마나 당혹스럽고 황당하였을까? 그러나 주지 스님은 조금 뜸을 들인 후 조용히 말씀하셨다. “젊은이, 젊은이의 앞날 인생은 손금에도 관상에도 나타나 있지 않아요”라고 했다. 나의 앞날을 점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하나로 여기까지 왔는데, 실망의 눈길로 주지 스님을 바라보았다. 이제 일어나 돌아가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일어서려 했다. 그러자 주지 스님은 “젊은이, 젊은이 앞날의 운명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어요, 자신의 앞날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자신이 쓴 불교에 관한 서적을 내게 주면서 한번 읽어보라 했다. 그 주지 스님은 안말례 스님이었다.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채 인사를 드리고 물러났다. 올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웅장하고 아름다운 소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늘 푸른 솔잎이 햇살에 반짝이며, 바람에 출렁이며 춤을 추었다. 이런 거대하고 아름다운 소나무가 절 마당의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니 놀랍기만 했다. 우산처럼 늘어뜨린 푸른 솔가지 잎 사이로 붉은빛을 띤 근육질의 몸통이 보였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나무 밑으로 들어갔다. 동서남북으로 뻗친 줄기가 우산살처럼 사방으로 늘어뜨려져 있었다. 우산살이야 일정한 간격으로 짜져 있지만, 솔의 가지는 얽히고설킨 모양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두 나뭇가지가 만나 하나의 몸이 되었다. 그때는 신기한 것으로만 여기고 몰랐지만, 사랑과 효의 나무라 하여 모두가 귀히 여기는 소나무 연리지였다.소나무도 스스로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연리지로 만드는 능력이 있는데, 이는 그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는다. 단지 도움을 받았다면, 공간과 세월이라는 자연이었다. 공간과 세월은 우주의 바탕인데 이는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고 그렇다고 누구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이다. 미래의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석가모니도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경이로운 소나무 품속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가슴에 품고 온 책을 밤새도록 읽고 또 읽었다. 반야심경을 이해하고, 읽다 보니 개경계를 외우게까지 되었다.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隅), 아금문견득수지(我今聞見得修持), 원해여래진실의(願解如來眞實意)-끝없이 심히 깊은 미묘한 법은 백천만겁 만나기 어려우니, 이제 보고 듣고 배우니, 부처님의 진실한 뜻 바로 알기 원하노라-.그로부터 50여 년이 훌쩍 지나 운문사를 찾았다. 많은 신도와 관광객이 찾아와 처진 소나무 노거수를 보고 감탄을 자아내었다. 소원을 빌기도 하고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나에게는 아름다움보다 자신감과 자신을 찾게 해준 스승 같은 신령스러운 나무다. 방황을 끝나게 해준 나무에 경배했다. 운문사 처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되었다. 키가 6m, 둘레가 3.5m, 수관 폭은 24m로 키의 4배나 된다. 나무의 키에 비해 수관 폭이 이렇게 넓은 소나무 노거수는 아마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보기가 드물 것이다. 매년 봄에 비구니 스님들은 막걸리를 소나무 뿌리 주변에 뿌려주고 있다.원광 국사의 화랑도 세속오계의 이름을 따서 처진소나무를 화랑송(花郞松)으로 부르면 어떨까. “젊은이, 젊은이 앞날의 운명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어요, 자신의 앞날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입니다”라고 한 주지 스님의 말씀이 귀에 들리는 듯 지난 추억이 아삼아삼하다. 화랑송 노거수를 자주 찾아가 볼 수 없지만, 주지 스님이 한 말씀은 내 가슴속에 남아 미래를 설계하고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다.원광국사의 화랑도와 세속오계운문사는 원광국사가 일생의 좌우명을 묻는 귀산과 추항에게 세속오계를 주었다고 하는 역사적인 절이다. 사군이충(事君以忠), 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기고, 사친이효(事親以孝), 효로써 부모를 섬기고, 교우이신(交友以信), 믿음으로써 벗을 사귀고, 임전무퇴(臨戰無退), 싸움에서 물러서지 말고, 살생유택(殺生有擇),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일 때는 가림이 있어야 한다는 게 바로 세속오계다.화랑도의 세속오계는 신라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성취하는데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그리고 고려왕조의 항몽 정신과 조선왕조의 의병 정신, 대한제국의 독립 정신으로 이어져 불굴의 민족정기로 자리매김해 오늘날에 이어지고 있다. 혈기 왕성한 청소년 시절에 배우고 터득한 정신은 일생의 버팀목이 된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2-07

"설 연휴 경주 명소 둘러보며 추억 담아 가세요"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 경주에 걸맞게 지난해 경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한국관광데이터랩에 의하면 47,680천명이 경주를 찾았다. 아늑하고 포근한 천년의 역사를 가진 경주에서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을 맞아 경주 탐방 주요 명소에서 친구, 연인, 가족 등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보자. ● 경주의 핫플레이스 ‘황리단길’ 2015년 말부터 대릉원 뒤편 포석로 구간에 매력을 느낀 몇몇 상인들이 외관은 옛 모습을 유지한 채 젊은 층이 좋아하는 개성 넘치는 가게를 열기 시작하여 이태원 경리단길에 힌트를 얻어 황리단길이라는 명칭을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반응으로 일평균 5만명이 찾아오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천3백여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경주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다. 길이 760m 황리단길은 1960-70년대의 낡은 건물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옛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전통한옥, 음식점, 사진관, 경주 10원빵, 핫한 카페 등 즐비한 맛집 등 골목 퓨전 상권이 결합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레트로적인 외관과 개성 있는 다양한 콘텐츠의 400여 점포가 즐비하다. 특히 인근에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월지, 봉황대, 교촌마을, 월정교 등 관광명소를 함께 둘러 볼 수 있다. ● 동궁과 월지 동궁은 통일 신라 왕궁의 별궁으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푸는 장소로도 쓰였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문무왕 14년(674년)에 '궁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진기한 새와 기이한 짐승을 길렀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 연못이 바로 월지인데, 조선 시대에 폐허가 된 이곳에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들어 '안압지'라 부르기도 하였다. 연못과 어우러진 누각의 풍경이 아름답고, 밤에는 화려한 조명에 비친 야경이 더욱 유명하다. ● 대릉원 미추왕은 재위 23년만에 돌아가니 대릉에 장사 지냈다라는 삼국사기 기록에서 대릉원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또한 대나무가 병사로 변하여 적군을 물리쳤다는 전설에 따라 ‘죽헌릉’이라고도 한다. 미추왕릉, 황남대총, 천마총 등 23여기의 고문이 밀집해 있으며 특히 자작나루 껍질로 만든 말다래에 그려진 천마도와 함께 금관과 금제허리띠 등 국보급 유물 수집 점이 발굴됐다. 천마총은 유물과 함께 내부를 공개하고 있어 신라인의 무덤형식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인근에는 젊은층의 핫플레이스인 ‘황리단길’이 있어 대릉원, 황리단길, 첨성대, 봉황대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 월정교 월정교란 이름은 삼국사기에 통일신라 경덕왕 19년(760년) 월성 궁궐 남쪽 문천에 월정교, 춘양교 두 다리를 놓았다.는 기록을 통해 알려졌다. 월성의 서쪽에 있으며, 남천의 남북쪽을 연결하여 남산과 월성 왕궁을 잇는 교통로이자 화려한 왕궁의 다리였다. 조선시대에 유실되어 없어진 것을 10여 년간의 조사 및 고증과 복원을 진행해 길이 66m, 폭 9m, 높이 8m 규모로 2018년 4월 모든 복원을 완료했다. 문루 2층에는 교량의 복원과정을 담은 영상물과 출토 유물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낮에는 월정교의 자태를 오롯이 볼 수 있고, 밤에는 강 위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월정교를 담을 수 있다. ● 첨성대 첨성대는 상원하방(上元下方)의 우아한 형상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천원지방(天元地方)설을 상징하고, 365개 안팎의 돌은 1년의 일수를 나타낸다. 27단의 몸통은 선덕여왕이 27대 왕인 것과 관계가 있고, 꼭대기 우물 정(井)자 모양의 돌을 합치면 29단과 30단이 되는데 이는 음력 한 달의 날수와 일치한다. 평시에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관광객들에게는 옛 선인들의 천문관측의 신비한 사진촬영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1998년 세계 최초로 문화예술을 주제로 한 국제 박람회로 출범하여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바탕으로 친구, 연인,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365일 힐링테마파크이다. 특히 경주타워는 신라 선덕여왕 시기 세계 최고(最古) 목조 건축물인 황룡사 9층 목탑의 실물크기 82m를 구현한 타워 내부에는 1,300년 전 서라벌로 시간여행을 선사하는 ‘천년대계‘ 전시와 짜릿한 스카이워크, 신라 왕경도, 카페선덕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자리해 있디. 특히 2.9-2.11 3일간 10시-17시 까지 널뛰기, 제기차기, 투호, 윷놀이, 화포, 엽전던지기 등 민속마당과, PDS 댄스, 마술, 트로트 가수 우향 공연이 준비돼 있으며, 행사참여자에게는 청룡쿠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한다. ● 경주 동궁원 동궁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으로 알려진 신라 시대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신라 “문무왕 14년 동궁(왕궁의 별궁)과 월지에 화초와 진귀한 새, 짐승을 길렀다”는 삼국사기 기록을 바탕으로 동궁원을 조성했다. 실내 식물원과 농업연구체험시설과 조류 250여종이 살고 있는 버드파크(Bird park)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추위를 피해 따뜻한 온실 속에서 관람할 수 있고 특히 보문호수와 연계한 야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으로 개관 이후 지난해까지 385만4012명이 다녀간 보문단지 관광명소이다. ● 한국의 역사마을, 강동면 양동마을 양동마을은 500년의 역사를 이어온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마을이다. 오랜 건축 및 생활양식이 전송, 보존되고 있는 마을임을 인정받아 동강서원, 옥산서원, 독락당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조선시대 상류주택을 비롯해 150여 채의 고택과 초가집들이 고색창연함을 자랑하고 있다.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 양 가문에 의해 형성된 집성촌으로 많은 인재들이 배출된 마을이다. 이 곳에서는 옛 환경과 생활모습을 감상할 수 있으며, 유교 전통문화와 관습 그리고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다. ●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불국사, 석굴암 불국사는 751년 경덕왕 때 김대성이 창건한 사찰로 1973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다보탑, 석가탑, 청운교, 백운교, 연화교, 칠보교 등 경내의 조형물 하나하나가 신라 불교 미술의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다. 석굴암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굴사원으로 김대성이 현생의 부모를 위하여 불국사를, 전생의 부모를 위하여 ㅅ헉굴암을 창건했다. 거친 화강암으로 아름다운 부처님의 모습을 표현한 것은 통일신라 불교 미술의 백미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 양남-오류까지 청정해안 100리 경주 동해안에는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대왕 수중릉을 비롯해 감은사지, 기림사, 골굴사, 이견대를 비롯해 묵묵히 빚어낸 세월의 흔적인 천연기념물 제536호 주상절리군과 해안선을 따라 1.7km 파도소리길과 43.5km 해파랑길, 6km 감포깍지길 등에 수많은 전국의 사진작가와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스노쿨링 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감포 송대말등대를 비롯해 양남 하서항의 사랑의 자물쇠에는 연인들의 사진 찍는 명소로도 유명하다. 경주/황성호기자

2024-02-07

[설 연휴 대구 여기 어때!] 근대골목서 역사투어하고 이월드서 아이들과 추억쌓고...

우리나라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 다가왔다. 명절에 맞춰 대구에는 다양하게 가볼 만한 곳이 준비됐다. 가족단위나 지인 등 함께 방문할 곳을 소개하려 한다.우선 대구에는 옛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근대골목이 존재한다. 위치는 대구 중구이며, ‘계산예가(서성로 6-1)’와 ‘이상화·서상돈 고택’에서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했다.행사는 설 명절 연휴와 같게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이벤트를 진행한다.이곳에서는 제기차기, 윷놀이, 투포, 고리 던지기, 한복(근대복)체험, 느린 우체통 체험 등 민속체험과 룰렛게임, 양궁체험, 박 터트리기 등의 새로운 골목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또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공연연주, 아트체험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장구 체험, 아트체험도 준비돼 있어 더욱 풍성한 설맞이 이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이와 함께 ‘약령시 관광안내소 앞(약령시한의약박물관)’에는 포토존으로 이동형 홍보 차량인 청라버스를 배치해 관광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설 당일인 오는 10일에는 청라버스가 동성로(구 대구백화점 앞, 오후 2∼4시)에 머물며 더욱 많은 방문객과 만날 수 있다.담당 지자체인 중구청은 연휴동안 동성로 일원에 골목문화해설사도 배치해 관광객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근대골목 관광해설을 지원할 방침이다. 관광객 편의 및 안전을 위한 관광안내소 4곳(계산예가, 약령시, 김광석길, 메트로센터)도 운영한다.더불어 밤마실투어(금·토·일)도 연휴동안 정상운영한다. 중구를 찾는 관광객과 귀성객을 대상으로 해설사와 함께 중구의 근대골목을 돌아보며 골목마다 특색있는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 투어 신청은 계산예가 관광안내소(053-661-3323)로 하면 된다.이외에 향촌문화관에서도 설 연휴 기간에 윷놀이, 제기차기, 딱지치기, 활쏘기, 투어체험등의 이벤트가 진행된다. 대구근대역사관 등 대구시에 존재하는 공립박물관 3곳도 설 연휴 운영한다.장소는 대구근대역사관, 대구방짜유기박물관, 대구향토역사관이며, 갑진년 설 연휴(9일∼12일) 3일간 박물관을 운영한다. 단, 10일 설 당일은 하루 휴관한다.박물관에서는 대구의 역사와 전통기술을 소개하는 전시를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다.대구근대역사관에서는 근대 대구 역사와 함께 대구의 위상이 높았던 조선 후기 경상감영의 역사를 함께 답사할 수 있다. 전국 유일의 방짜유기 전문박물관인 팔공산 대구방짜유기박물관에선 방짜유기와 전통기술을 관람 및 체험할 수 있으며, 인근 팔공산 동화사·북지장사 등을 함께 답사할 수 있다. ‘달구벌 역사 여행의 시작’ 대구향토역사관에는 사적으로 지정된 대구달성(달성토성)과 동물원·기념비·노거수 등이 있다.이번 설 연휴에는 특별히 대구근대역사관에서 새해 연하장 쓰기 체험할 수 있고, ‘동요의 귀환’ 윤복진 기증유물 특별전을 관람할 수 있다. 아울러 대구방짜유기박물관엔 전래놀이 체험장이 있어, 제기차기·토호놀이·윷놀이 등을 상시 체험할 수 있다. 대구향토역사관에서는 팔공산맥 일출 사진에 새해 소원 적기 이벤트와 ‘대구야, 고고유물과 놀자’ 체험, 새해 연하장 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대구의 랜드마크인 이월드에서도 설날맞이 이벤트를 준비했다.이월드 측은 설날 빅데이 콘텐츠로 ‘2024 매직 뉴이어’행사를 설 연휴기간 진행한다.우선 신년 캐릭터 공연으로 행사 기간 중 오전 9시 55분, 오후 4시 55분에 설날을 맞이해 이월드에 찾아온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스페셜 그리팅(greeting·인사)을 준비했다. 비비포포와 셀레브레이션 요정으로 분장한 이벤트 진행자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이와 함께 정오와 오후 3시, 오후 5시 40분에는 판타지 광장에서 비비포포와 셀레브레이션 요정들의 신나는 댄스 타임을 관람할 수 있고, 포토타임도 준비됐다.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라라의 드림 포토타임도 이어진다. 장소는 타워 뮤지컬뮤지엄이고, 오후 2시, 4시, 6시에 라라의 꿈 극장 개관과 BTS 특별전을 살펴볼 수 있다.설 명절에 맞게 한해의 소원을 빌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됐다.이벤트는 ‘WISHLUCK’라는 이름으로 매직월드 회전목마 뒤 터널에서 진행되는데, 이곳에서는 위시카드에 소망을 적을 수 있다.이 밖에도 설날 기념 럭키드로우라는 이벤트도 열린다. 대상은 자유이용권 고객과 연간회원 고객이다.이월드 측은 선착순 1천 명에게 레버를 돌려나오는 여의볼을 열어 행운번호에 당첨되면 럭키 굿즈를 선물한다./심상선·김재욱·안병욱기자

2024-02-07

[설 연휴 경북 여기 어때!] 봉화 산타마을찍고 포항 스카이워크 스릴 맛보고...

우리나라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설, 올해는 설 연휴는 대체 공휴일을 포함해 4일간 쉬면서 귀성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거기다 눈까지 오면 고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은 도록에 묶이고 이는 명절 스트레스와 함께 짜증으로 바뀐다.이런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연휴는 짧지만 고향을 오가는 동안 가까운 곳에서 일상생활로 복위 전 지친 심신을 달래고 가족과의 추억을 쌓을 수있는 여행도 고려해 보는 것도좋다. 여행하는 동안 붐벼야할 도로가 뚫려 있을지도 모르니. 특히 고향이 경북이거나 경북 인근의 분들이 여독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겨울 경북의 대표 관광지 봉화 ‘산타 마을’겨울 경북 여행 하면 봉화 산타마을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봉화의 산타마을은 전국적으로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 겨울 경북의 대표 관광지가 됐다.봉화군 분천역 일대에 조성된 ‘산타마을’은 그 이름답게 다양한 크리스마스 조형물이 관광객을 유혹하고, 산타와 루돌프도, 눈사람도 모두 분천역 ‘산타마을’에서 어린이들과 어른들까지 동심을 사로잡고 있다. 산타마을에서 가장 잘 보이는 거대한 트리는 마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꿔온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고, 분천역 산타우체국 앞에 서면 자신도 모르게 산타에게 엽서를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산타마을에 루돌프 대신 살고있는 알파카 또한 인기다. 겨울을 맞아 보송보송해진 털이 매력적인 알파카들에게 간식주기 체험을 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된다.△한국관광공사 1월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한 ‘회룡포’2024년은 천간이 ‘갑’이고, 지지가 ‘진’인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다. 한국관광공사는 갑진년을 맞아 1월 가볼만한 곳으로 용과 관련된 예천 회룡포를 선정했다. 그 만큼 회룡포는 갑진년 용의 기운을 받기 위해 꼭 들려야 할 관광지다.예천 용문면 대은리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아 돌아 모래사장을 만든 곳이 회룡포다. 예천 8경으로도 선정된 회룡포는 장안사 앞 정자에서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곳에 올라서면 물도리 모양으로 굽어진 내성천과 그 안 섬과 같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주변 관광지로는 마을 건너편 비룡산에 있는 장안사, 원산성과 용문사, 석송령 등이 있다. △포항 ‘호미곶’과 ‘과메기’, 그리고 ‘스카이워크’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붉은 태양이 뜨는 포항 호미곶도 겨울 경북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사계절 모두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특히, 갑진년 용의 해를 맞아 구룡포와 호랑이 기운이 담겨있는 호미곶은 그 기운만큼이나 멋진 풍경을 지니고 있는데 탁 트이고 넓은 바다를 볼 수 있는 공원과 한국 유일의 국립등대박물관, 새천년기념관, 성화대 외에도 바다에 오른손, 육지에 왼손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상생의 손’도 있다. 특히 바닷가에 위치한 ‘상생의 손’은 해돋이와 함께 더할 나위 없는 포토존을 만들어낸다. 호미곶에 가기전에 꼭 들려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구룡포’다. 겨울철 포항의 대표 특산물인 ‘과메기’의 본 고장이기도 한 ‘구룡포’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지점, 훌륭한 조경 수역을 형성하는 포항의 바다로 인해 겨울이면 맛이 제대로 오른 제철 해산물로 가득한데 그중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고 만들어진 ‘과메기’는 최근 전국민이 사랑하는 대표 먹거리가 되고 있다. 그래서 해안가 일부 마을에서 겨울이면 바닷 바람에 맛있게 말라가는 과메기들을 볼 수 있다. 포항까지 갔다면 ‘스카이워크’도 꼭 들려야 되는 필수 코스다. 포항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해상스카이워크’는 바다 위에 설치된 평균 높이 7m, 총 길이는 463m에 달하는 전국에서 가장 긴 해상 스카이워크다. 특히, 바다를 향해 롤러코스터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다리는 일부 바닥이 특수 유리로 제작돼 발밑으로 출렁이는 파도가 보여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은 스릴감이 있다. 또한, 해상스카이워크 끝자락에는 동해안 770km를 잇는 해파랑길 중 17구간과 18구간으로 연결되며, 포항 해변둘레길과도 연결되어 있다. 포항 해변둘레길은 영일대길 10.1km, 주상절리길 13.7km, 조경대길 8.5km, 용치바위길 6.9km로 해안을 따라 시원한 바람과 바다를 바라보며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안동 예끼마을에서 즐기는 힐링여행한국의 대표 관광지인 안동에도 설 명절 즐길 수 있는 관광지가 많다. 안동하면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등이 떠오르지만 최근 마을 벽화·빈집 갤러리·선성현문화단지 등을 두로 볼 수 있는 ‘예끼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지난해 3월 한국관광공사 주관 가볼만한 곳에 선정되기도 한 ‘예끼마을’은 이름 그대로 ‘예술의 끼가 흐르는 마을’로, 도산면 서부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마을주민과 지역작가가 협업해 마을 전체에 벽화를 그리고 빈집을 갤러리로 리모델링 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차 있다.또한, 주변에 선성현문화단지, 한옥체험관, 도산서원을 비롯해 다양한 맛집과 카페, 봄꽃이 아름다운 연계 관광지도 많아 겨울에도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안동시는 ‘예끼마을→선성수상길→선성현문화단지→도산서원’을 둘러보는 당일 코스와 선성현문화단지 내에 있는 한옥체험관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 날 ‘월영교→안동민속촌→안동시립민속박물관→안동문화관광단지’까지 둘러보는 1박 2일 코스를 추천하고 있다. 또한,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이라면 KTX를 타고 와서 안동시티투어의 ‘도산서원예끼마을’코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의 대표 관광지는 누가 뭐래도 ‘경주’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경주’도 설 연휴 빼놓을 수 없다. 사게절 내내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경주를 왜 설 연휴에 방문해야 하는가 묻는다면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설 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경주 보문관광단지 등에서 풍성한 이벤트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문 호반광장과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 다양한 공연, 체험 행사도 진행된다.보문관광단지 호반광장에서는 10일과 11일 통기타와 트로트, 국악, 전자 현악기 공연이 펼쳐지고, 가족과 함께 하는 민속놀이 경연대회, 노래자랑 등도 진행된다. 선물은 덤이다. 또한, 입춘을 맞아 가훈 써주기와 요술 풍선 만들기, 신년운세 봐주기, 민속놀이 등도 열린다.경주엑스포대공원에는 9일부터 K-POP 댄스, 마술, 트로트 공연과 민속놀이가 이어진다. 가족 단위 오락행사와 ‘청룡을 찾아라!’ 보물찾기로 선물도 제공한다. 여기에 용띠생과 이름에 ‘용’‘이 들어간 관람객, 한복을 입은 경우는 오는 12일까지 입장료를 할인한다. △아이들에게는 추억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눈썰매장’설 연휴 기간 아이들에게는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 최고의 여행지다. 아이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하고 어른들에게는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을 수 있는 곳 바로 눈썰매장이다. 고향을 오가는 길에 눈 썰매장이 있다면 꼭 들려서 스트레스도 풀고 재미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일석이조다.경북에서 눈썰매장 하면 250m의 압도적 규모, 남부권 최대 길이의 스릴 넘치는 짜릿한 썰매를 즐길 수 있는 경주월드 스노우파크가 있다. 이곳에는 전용리프트와 썰매리프트까지 갖춘 영남권 최대 스노우파크다. 특히 아이들도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드림라인 어린이 썰매장이 별도로 마련돼 있고, 튜브 썰매와 플라스틱 썰매 둘 다 즐길 수 있는 어드벤처 라인 썰매장에서 스피드와 스릴을 즐기다 보면 따뜻한 에너지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또한, 눈 마을 플리트비체에서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군위군 의흥면에 있는 삼국유사테마파크 눈썰매장도 인기다. 이곳에는 한국의 대표적 역사서인 삼국유사 속 콘텐츠를 시각화한 다양한 전시조형물과 체험프로그램 외에도 겨울철 눈썰매를 즐길 수 있는 슬라이딩을 놀이시설이 어린이들과 어른들은 반긴다. 이곳 눈썰매장은 91m의 업다운 굴곡형 슬라이드 코스가 있는 일반코스와 175m의 곡선형 코스로 구성돼 있는 스피드코스 등 취향에 따라 눈설매를 즐길 수 있다.영주시 장수면에 있는 장수 조이월드 눈썰매장도 빼놓을 수 없다. 조이월드는 대대로 장수한다는 장수면, 그중에서도 꽃이 유난히 많이 피어난다는 화기리의 청정한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는 5만여 평 규모의 농원에는 잔디와 휴게시설, 어린이 놀이시설, 눈썰매장, 식당 등이 조성돼 있으며, 특히 눈썰매장을 비롯한 바이킹, 범퍼카, 회전그네, 레이스카, 슈퍼드래곤, 회전목마 등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겨울철 하얀 눈밭을 가르며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눈썰매장은 곳의 필수 코스다. /피현진 기자 phj@kbmaeil.com

2024-02-07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21세기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애틋하게 떠올릴 고향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눈 쌓인 낡은 기와집 지붕 위로 저녁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을 잘 따르는 강아지와 놀던 예닐곱 살 아이들이 “저녁 먹어라”는 엄마의 외침을 듣고는 각자의 집으로 흩어지는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동네.가끔은 그리워지는 이런 모습은 이미 지난 세기의 풍경으로만 남았다. 21세기에 태어난 10~20대들의 고향은 천편일률 ‘콘크리트와 네온사인의 도시’라고 해도 무방한 시절이다.하지만, ‘고향’이란 단어 안에 담긴 따스함과 포근함이 우리들 인식 속에서 온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듯하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흐려지는 것이야 세태니 어쩔 수 없다 해도.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인근 국가인 중국과 베트남 등도 설 명절이면 대다수의 자식들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는 곳을 향한다. 자신이 태어나거나 유년시절을 보낸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른바 ‘귀향(歸鄕)’.설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적지 않은 이들이 주차장처럼 변하는 도로와 북새통을 이루는 기차 객실도 마다하지 않고 부모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갈 터.이즈음 자연스런 연상 작용처럼 떠오르는 시 몇 편이 있다.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 역시 사는 내내 ‘고향’을 그리워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3편의 시를 아래 소개한다. 부모, 형제와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고향집에서 읽기 좋은 것들이다. 정지용의 시집. ▲그래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 정지용의 고향일제강점기. 한국인은 물론 일본 예술가들까지 ‘식민지 조선의 가왕(歌王)’이라 불렀던 정지용(1902~1950)은 빼어난 서정시로 100년 세월을 뛰어넘어 독자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시인이다.그의 고향은 충청북도 옥천. 정지용의 죽음은 비극적 기록으로 남아있다. 1950년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납북된 것인지, 그게 아니면 폭격에 목숨을 잃은 것인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 그래서일까? 그가 노래하는 ‘고향’은 이상스레 슬프다.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산꿩이 알을 품고뻐꾸기 제 철에 울건만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채 쉰 살이 되기 전 맞았던 죽음을 예언이라도 한 것일까? 고향에 돌아가도 ‘마음은 먼 항구로 떠돈다’는 시인의 우울한 진술은 떠도는 것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사람들만이 가지는 비극적 세계 인식을 보여준다.그러나, ‘유년의 풀피리 소리’와 ‘여전히 푸른 고향 하늘’은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 또한 거기 고향에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백석 시집 ‘사슴’. ▲그리운 아버지 떠올리는… 백석의 고향‘시인 중의 시인’ ‘시인들이 가장 흠모하는 시인’으로 유명한 백석(1912~1996) 역시 고향인 평안북도 정주 바깥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내야 했다. 어렵게 떠난 일본 유학과 경성에서의 기자 생활, 멀리 만주까지 오가며 지쳐 있던 그는 또 다른 타향 북관(北關·함경도)에서 더없이 따뜻한 한 노인을 만난다. 그를 매개로 백석이 ‘고향’을 떠올리는 방식은 이런 형태다.나는 북관에 혼자 앓아 누워서어느 아침 의원을 뵈이었다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그러면 아무개 씨 고향이란다그러면 아무개 씨 아느나 한즉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막역지간이라며 수염을 쓸는다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의원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그게 자의건 타의건 돌아가고픈 곳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20세기 사람들에게 고향이란 그리움과 갈증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고향을 자신을 진맥하는 늙은 한의사의 손길에서 느낀 백석. 거기에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고 쓴 건 비단 시인만이 아닌 누구에게나 그리움의 대상이란 하나가 아닌 다수임을 보여주는 게 아닐지. 그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모두 고향에 있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살아서 돌아가야 할 이상향… 윤동주의 고향일본의 강제 점령에서 해방되기 불과 6개월 전. 군국주의 일본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해사하고 순정했던 유학생 한 명이 안타깝게 사망한다. 시인 윤동주(1917~1945)였다. 겨우 스물여덟의 창창했던 나이.길지 않은 삶이었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이른 죽음과는 무관하게 한 세기 내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 영민하고 예민한 예술적 촉수를 가졌던 윤동주의 시 ‘또 다른 고향’은 다른 여러 작품들과 함께 여전히 독자들을 아프게 매혹한다.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 하는백골을 들여다보며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백골이 우는 것이냐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지조 높은 개는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어둠을 짖는 개는나를 쫓는 것일 게다.가자 가자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식민지의 서글픈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앙상한 ‘하얀 해골(백골)’에 빗대 자아를 잃은 민족의 눈물과 울음을 그려낸 이 시는 이상향(理想鄕)이라 불러도 좋을 ‘또 다른 고향’이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동시에 묻고 있다.자신만의 입신출세를 위한 공부를 거부하고, 척박한 조국의 현실을 빛나게 바꿔보고자 애썼던 ‘애국지사형 시인’ 윤동주에게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고향처럼 그리운 또 하나의 이데아가 아니었을까 싶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2-06

‘착한 농부’ 정성 담은 영주 특산물로 선물하세요

소백산을 감도는 500여년의 인삼 향 고을 영주. 소백산 청정 환경속에서 자라난 달콤한 사과. 맑은 물, 맑은 공기 철저한 관리속에서 생산 되는 영주 한우.영주시 곳곳은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한 고장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환경적 요소뿐만이 아니다.최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온 정성을 쏟는 농부의 땀 방울과 노력이 합쳐져야 한다.영주시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은 구정 명절을 맞아 좋은 사람에게 귀한 마음을 전달하는 착한 농부의 농심이 담겨 있다. 홍삼 가공식품 □ 천년건강 선물 ‘풍기 인삼’절편삼·홍삼차·홍삼비누·젤리까지 만들어국내 최초 재배삼의 시효지인 영주 풍기 지역은 500여년의 재배인삼 역사를 통해 우수한 인삼을 생산하고 있다.풍기인삼은 소백산록의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에서 생산돼 타지방 생산 인삼에 비해 내용 조직이 충실하고 인삼향이 강하며 유효사포닌 함량이 매우 높다.특히, 다양한 홍삼제품은 웰빙건강 식품뿐만 아니라 선물용으로도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인삼은 혈압 조절, 간장 보호, 항암 작용, 항당뇨, 피로 회복, 식욕 증진, 면역력 강화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인삼의 종류에는 밭에서 캐낸 인삼 원형상태로 75% 내외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수삼. 수삼을 원료로 해 껍질을 벗겨 수분함량이 14% 이하가 되도록 건조시킨 백삼. 홍삼은 주로 6년근 수삼을 수증기로 찐 것으로 색상은 담적황갈색이며 품질별로 천삼(天蔘), 지삼(地蔘), 양삼(良蔘)으로 구분하는 홍삼은 인삼 중에서 최고로 친다.인삼가공제품에는 절편삼, 홍삼절편삼, 홍삼차, 홍삼정과, 홍삼정, 홍삼타브렛, 홍삼액, 홍삼분말, 인삼분말, 홍삼정, 홍삼캡슐, 황금홍삼비누, 홍삼벌꿀비누, 홍삼우유비누, 홍삼제리, 홍삼캔디 등이 있다.문의 : 풍기인삼공사영농조합법인 054)638-2304, 풍기인삼협동조합 054)636-2714.당도 높은 ‘영주 사과’포장 단위 다양화로 소비자 욕구 충족영주는 국내 사과 생산의 14.5%를 차지하고 있다.전국 제1의 사과 주산지에서 생산되는 영주사과는 백두대간의 주맥인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분기하는 지역의 소백산 남쪽에 위치한 산지과원에서 생산, 풍부한 일조량과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에 의해 맛과 향이 뛰어나며 성숙기 일교차가 커서 사과의 당도가 높다. 특히, 쓰가루 품종은 품질의 우수성이 입증돼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사과는 대부분 15kg 상자로 포장되어 출하되고 있으나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포장단위를 5kg,10kg 단위로 다양화 체제를 갖췄다. 사과는 피로회복, 피부미용, 위장장애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문의 : 영주농협부석지점 054)633-4093, 풍기농협공판장 054)636-3209, 영주농산물유통센터 054)630-9000.□ 철저한 관리 받은 ‘영주한우’한우고급육 표준사양관리프로그램 사육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소백산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에서 사육된 영주한우는 개량된 암소에 1등급 정액으로 인공수정해 생산된 우량 수송아지를 5~6개월에 거세하고 한우고급육 표준사양관리프로그램에 의거 사육한다. 비육 후기에는 영주시와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이 협력해 1996년부터 1997년 2년에 걸쳐 개발한 아마종실을 첨가한 특수사료를 급여하고 초음파 육질진단을 실시해 출하 적기를 판단, 고품질의 육질만을 생산·판매한다.부루세라병 등의 악성가축전염병을 완전차단하고 축산물의 위생·안정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확보를 위해 사육·도축·가공·판매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을 2006년부터 시범실시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 체계는 생산단계 → 도축단계 → 가공단계 → 판매단계 → 소비자 조회단계 순이다.문의 : 영주축협한우프라자 054)630-6720, 영주축협한우풍기프라자 054)631-8400, 서울 청계산역점 02-579-9292. □ 저지방 웰빙식품 ‘정도너츠’지역 생산 찹쌀·인삼·생강 등이 ‘듬뿍’영주지역에서 생산되는 국내산 찹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찹쌀 도너츠로 지역의 특산물인 인삼, 사과, 생강, 고구마 등을 재료로 만든 웰빙 식품으로 찹쌀을 주재료로 하기 때문에 밀가루로 만든 도너츠 보다 영양 성문검사를 해보면 적게는 7배 많게는 10배 이상 지방함량이 낮게 나오며 콜레스테롤과 트렌스지방이 0%로 먹을거리로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정도너츠 포장은 일반 포장과 선물용 포장으로 구분된다. 도너츠의 종류는 인삼, 깨찰현미, 흑미고구마, 사과, 생강, 갈릭, 크림치즈, 블랙초코, 화이트초코, 딸기초코, 녹차초코, 블루베리초코, 커피, 들깨, 허브, 고구마가 있다.문의 : 본사 054)636-0043, 영주점 054)631-0061.□ 100% 국내산으로 만든 ‘고구마빵’칼륨 등 영양 풍부 남녀노소 즐기기에 그만맑고 깨끗한 청정지역 영주에서 재배한 고구마를 바탕으로 가공한 자연 웰빙 건강제품이다.100% 국내산 고구마로 만든 영주고구마빵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수 있는 빵이다.영주고구마는 칼륨, 섬유질, 베타카로닌,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대장암, 고혈압, 지방간, 비만, 변비, 소화촉진, 노폐물 배출, 간의 신진대사, 피부노화 방지, 체내지방 분해, 체중감량과 몸의 산성화를 막아주며 노화방지, 콜레스테롤, 원기회복, 야맹증, 시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문의 고구맘 054)638-5955, 미소머금고 054)636-1599.□ 영주 전통명주서 와인까지선비들이 즐겨 마시던 약용주 비법 전수영주에서 생산되는 술에는 옛날 사대부가의 선비들이 건강 약용주로 마시던 술로서 소백산 청정약수, 우리 쌀, 우리 밀로 만든 누룩, 소백산에서 자생하는 약초로 빚어 만든 전통 명주 오정주가 인기다.저온에서 백일이상 장기 숙성해 뒤끝이 깨끗한 오정주는 영주시 고현동 박찬정가에서 4대째 그 비법을 전수해 오고 있다. 영주 술에는 밤에 빗장을 열어주는 약초라는 야관문을 이용한 약용주 비수리야, 영주사과와 포도를 이용해 생산되는 상떼마루 와인, 단산포도 생산 농가가 개발한 쥬네트 와인과 소백산산향기 와인이 있다. 상떼마루 아이스와인은 2013년 샌프란시스코 국제와인품평회에서 은상을 받았다.문의 : 소백산오정주 054)633-8166, 청춘(비수리야)054)638-0038, 쥬네트와인 054)633-5316, 소백산산향기와인 054)637-2434. 한과·쌀·기지떡·계란 등 다양한 특산물도이밖에도 영주지역의 특산품인 인삼, 마, 하수오 및 자연 식품인 쑥, 솔잎 등을 이용해 생산하고 있는 영주한과, 서리꽃처럼 희고 아름답다는 뜻으로 상화떡, 상화병이라고도 불리는 순흥기지떡, 청정수목에서 추출한 목초산 분말 재제와 유산균을 급여해 생산된 계란으로 일반계란에 비해 A, B12, 토코페롤 함량은 높고 콜레스테롤 함량은 낮아 비린 맛이 없고 단백하며 고소한 소백네프란과 영주쌀이 있다.영주/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4-01-31

산줄기 바위 움켜잡고하늘로 용솟음 치는비천하는 청룡의 자태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포항 계원리는 대숲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아담한 항구마을이다. 520살 용송 노거수가 응회암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마을 터줏대감으로 살아가고 있다기에 선바람에 찾아 나섰다. 괭이갈매기는 항구 뱃머리에 앉아 따스한 햇살에 날개를 말리고, 늙은 어부부부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따고 있는 풍경이 참으로 정겹다. 그때 한 점의 바닷바람이 일어 한낮의 정적을 깨고 뱃머리 태극기가 펄럭인다. 괭이갈매기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탐하고 물고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파닥인다. 어부가 손에 든 빨간 고무대야는 시나브로 물고기로 가득 찼다. 어부 곁에서 물고기를 구경하던 아이들이 저 멀리 할머니의 고함에 쏜살같이 방파제로 달려간다. 할머니의 낚싯대에 매달린 물고기가 공중에 날아올랐다. 방파제에 앉아 불을 피우고 냄비에 채소를 썰어 넣고 있던 아들과 며느리가 눈길을 주는가 싶더니, 대수롭지 않은 듯, 하던 일을 계속한다. 물고기 매운탕 요리를 할 모양인 것 같다. 할머니 가족의 행복한 분위기를 깨트릴 것 같아 멀찌감치 바라보다 용송으로 발걸음을 향했다.언덕 위 용송 노거수는 몸에 금줄을 두르고 있었다. 금줄은 마을 수호신 당산목으로 제사를 받는 경배의 나무이니 함부로 손대지 말라는 금지의 표시이기도 하다. 외모는 꿈틀거리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의 모습 같아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우람한 근육질의 몸통 줄기에서 뻗은 나뭇가지는 하늘이 아닌 땅으로 향하고 있다. 그중 한 줄기의 나뭇가지는 땅에 닿다시피 자라다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함을 알아차렸는지 방향을 바꾸어 수평으로 자라고 있다. 눈이 있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노거수에 영혼이 깃든 듯한 느낌을 받았다.하늘에서 여름 폭우로 마을을 물바다로 만들고, 겨울 폭설로 마을 고샅길을 메우면 주민은 난리 북새통이다. 그러나 용송 노거수는 폭우로 몸을 씻어 더욱 푸름을 자랑하고 폭설로 눈꽃을 피워 아름다운 모습을 뽐낸다. 그저 하늘에 감사하며 붉은 태양을 쳐다보면서 살아간다. 바다를 향한 산줄기 언덕 바위를 움켜잡고 꿈틀거리며 용솟음치는 늘 푸른 용송은 비천하는 청룡의 모습이다. 한 번쯤은 기도 꺾이고 시르죽을 뻔한데도 꿈틀거리며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자태는 무한한 에너지와 함께 자강의 삶을 느끼게 한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수백 년을 주민과 동고동락하며 살아가고 있는 신령한 용송 노거수는 철인이란 생각이 든다.조선 시대 중앙 관료들 중에는 죄를 짓거나, 권력 싸움에 밀려나거나, 간신배들의 모함으로 이곳 장기로 유배와 귀양살이를 한 이들이 적지않다. 그들은 임금님이 있는 한양을 그리워하고 억울함을 글이나 시로 표현하며 소견세월 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자신을 한탄했을지도 모른다. 눈앞에 펼쳐지는 하늘과 바다, 산은 우리 삶의 현장이며 터전이다. 그러나 고마움보다 원망의 눈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하늘의 날씨가 덥다고 불만이고 춥다고 불평한다. 바다가 거칠다고 불평하고 안개가 끼었다고 불만이다. 그렇다고 하늘과 바다는 우리의 불만과 불평이나 원망을 들어주지 않는다. 용송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면 그들의 삶이 크게 달라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어촌마을에서 용왕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다. 고요한 바다도 때로는 성난 파도로 돌변하여 고깃배를 침몰시키고 어부를 바다에 수장하기도 한다. 부모를 잃은 자식, 자식을 잃은 부모, 또 이들 형제자매들의 슬픔의 고통을 누가 겪어보지 않고 알 수 있을까. 파손된 고깃배야 또다시 만들면 되지만, 잃은 가족은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 그 애통한 심정은 이루 말 수 없을 것이다. 바다는 생활의 터전이지만, 언제 또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라 늘 두려움의 대상이다.사람은 죽으면 선산의 땅에 묻혀 구천에서 가족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지만, 어부가 바다 위에서 뜻밖의 재난을 당하여 죽으면, 아무도 찾아올 수 없는 바다에 묻혀 심해를 떠도는 영혼이 되고 만다. 주민들은 용송에 희생된 이들의 영혼이 용궁에서 편안한 안식과 이런 불행한 일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기를 비는 제를 올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용송은 주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이며, 또한 마을의 평화와 풍어를 기원하는 수호신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고 삶에 위안이 된다면 이 또한 미신이 아니라 민속문화로 어촌 주민들의 생활 방편이다.아주 어릴 때이다. 어머니는 나에게 태몽을 꾼 이야기를 해주었다. “밝고 둥근 보름달을 내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용띠의 해에 너를 낳았다. 너는 커서 보름달처럼 빛이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해 주었다.그로부터 보름달은 유난히도 크고 밝아 보였다. 하늘과 바다가 입맞춤하는 수평선에서 찬란히 빛나는 해와 달의 기운과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고 살았다. 새해 해맞이와 정월 대보름 달맞이는 평소와 같은 해와 달일지라도 느끼는 감정은 달랐다. 새해 아침 해돋이와 정월 보름달 맞이를 하면서 소원을 빌었다. 그때마다 어머니가 하신 태몽 꿈을 생각하고 꼭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 굳게 믿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걸 믿었다는 내가 우습기도 하다. 그러나 가난을 벗어던진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은 거두지 않았나 싶다.신라 문무왕은 죽어 동해의 용왕이 되어 나라 앞바다를 지키겠다고 했다. 혹여나 문무왕의 영혼이 용송으로 옮겨오지는 않았는지. 등대처럼 바다를 바라보며 어촌을 지키고 바다에 희생된 어민의 영혼을 보듬어 주는 용송 노거수! 그 푸름이 만대에 이어지리라 믿어본다.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이하여 늘 푸른 용송 노거수에 가족을 위해 바다에서 물질과 고기잡이하다 희생된 어민의 영혼을 위로하고 우리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 보면 어떨까?/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1-31

우리 문학과 예술의 뿌리 찾아가는 여정에 올라…"

‘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다’.부정할 수 없는 이 사실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절실하게 체감하게 된다. 2024년 푸른 용의 해가 불과 며칠 전 시작된 듯한데, 벌써 그 첫 달이 다 지나갔다.한국 곳곳이 혹한과 폭설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겨울의 한복판. 아직 새해 계획을 온전하게 세우지 못한 사람이라면, 지루한 일상을 훌쩍 떠나 낯선 여행지에서 남은 11개월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궁리해보면 어떨까.눈발 흩날리는 풍경을 보며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싣는 건 누구에게나 설레는 일이다. 이럴 때 맞춤한 시가 있으니 바로 저 먼 북쪽 함경도 출신의 가객 이용악(1914~1971)의 ‘그리움’이다. 이런 노래다.눈이 오는가 북쪽엔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백무선(白茂線) 철길 위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화물차의 검은 지붕에연달린 산과 산 사이너를 남기고 온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어쩌자고 잠을 깨어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눈이 오는가 북쪽엔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북한 땅을 가보기는 어려우니 이 책을…시에 등장하는 ‘백무선’은 함경북도 백암(白巖)에서 두만강 침엽수림을 가로질러 무산(茂山)에 이르는 철길의 이름. 겨울 강과 빽빽하게 늘어선 나무들 사이를 달리는 기차를 상상하면 ‘낭만’이란 단어가 연이어 떠오른다.하지만, 최근 남북 관계를 감안하면 그게 함경도이건 평안도이건, 두만강이건 압록강이건, 백두산이건 묘향산이건 북한 땅을 여행하기는 한동안 불가능할 것 같다.새해 벽두부터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들려오고 있다. 평화와 공존을 지향해야 할 남북한 모두에게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다.멀리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시대지만, 남한 사람들에겐 여전히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는 북한.그러니, 지금은 앞서 언급한 함경도 시인 이용악과 평안도 출신의 시인 백석(1912~1996)의 시를 읽으며 북녘을 여행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여기에 형편상 겨울 여행을 준비할 수 없는 이들을 위로해주는 책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김남일(67)의 ‘한국 근대문학 기행’이다. 책을 낸 출판사는 ‘한국 근대문학 기행’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지도에서 사라진 길, 마음마저 멀어져 쉬이 갈 수 없는 곳, 그 길을 안내하는 소설가 김남일이 글로 그린 근대의 풍경이다. 책은 한국 근대 문학의 출발지이자 보고인 서울에서 시작한다. 식민지 ‘경성’에서 개화의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던 작가들은 소설과 시를 통해 그 시대의 언어로 세상을 그렸다. 당대의 작가들이 보여준 생활상과 시대정신은 평안도와 함경도, 지도에서 사라진 북한 지역까지 넘나들며 ‘한국 문학의 영토’가 어디까지 뻗어 있었는지를 되새기게 해준다.”문학을 집에 비유하자면 그걸 구축하는 3가지의 중요한 기둥이 있다. 가장 먼저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라는 것. 이를 통상 주제, 혹은 주제의식이라 칭한다.두 번째는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인물이다. 산문 형식을 취하는 소설은 물론이고, 운문이라 해도 담시(譚詩·이야기 형태의 짧은 서사시)의 형식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축이다.마지막은 우리가 학창 시절 교과서와 참고서에서 여러 차례 배운 바 있는 배경. 이 3가지 기둥으로 완성되는 것이 바로 소설과 시다. □ 김남일이 안내하는 함경도와 평안도장편소설 ‘청년일기’와 ‘국경’, 소설집 ‘일과 밥과 자유’ ‘산을 내려가는 법’ 등을 출간하며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해온 김남일은 반세기 가까이 성실한 태도로 소설과 산문을 써 온 작가.고통 속에서 핍박 받는 제3세계에 대한 관심도 커서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 창립을 주도했고, ‘아시아 문화 네트워크’와 문인단체 ‘한국과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에서의 활동으로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한국 근대문학 기행’은 바로 그 김남일이 문학의 3요소라고 부를 수 있는 주제, 인물, 배경 중 ‘배경’에 주목해 한국 문학사를 정리한 노작(勞作)이다. ‘함경도 이야기’ ‘평안도 이야기’ ‘서울 이야기’ ‘도쿄 이야기’ 등 모두 4권으로 엮였다.한국 근대문학의 역사는 이미 100년을 넘어섰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시기, 여기에 집약적 경제개발 시대와 짧지 않은 시간 이어진 군사독재시대. 그 시간을 넘어 억눌린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빗발쳤던 1980년대를 거쳐 오늘까지.지난 몇 년에 걸쳐 서울과 도쿄, 함경도와 평안도 곳곳에 숨겨진 이 나라 근대문학의 배경을 찾아다니며, 선배 작가들의 시와 소설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살핀 김남일. 그는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나는 우리 문학의 근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말 그대로 풍경화였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이어 죄인처럼 수그리고 코끼리처럼 말이 없던 이용악의 두만강이나 어느 날 소설가 구보 씨가 하루 종일 돌아다녔던 식민지 서울의 도처처럼 우리 문학의 무대로서 뚜렷한 아우라를 지닌 장소들. 진달래꽃이 피고 지던 소월의 그 영변이 이제는 끔찍하게도 핵으로만 기억된다. 이럴진대 100년 전 백석이 함흥 영생고보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는지, 또 제 고향 평안도에 가서는 다시 이름도 생소한 팔원 땅에서 추운 겨울날 손등이 죄 터진 주재소장 집 가련한 애보개 소녀를 만났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지 알아보고 싶었다.”□ 책 속에서 여행하는 미답의 땅‘한국 근대문학 기행’에선 독자들이 잊고 살았거나, 소홀히 살피며 넘어갔던 소설과 시의 공간적 배경이 생생하게 그려진다.‘서울 이야기’에선 장마철 북촌 풍경과 종로를 서성이던 어린 소녀, 시인 이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미쓰코시 백화점의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난다.‘함경도 이야기’에서는 함경선 기차에 오른 소설가 이석훈과 두만강을 서성이는 작가 최인훈의 그림자가 바로 어제 일처럼 자연스레 떠오르고 있다.평안도를 설명할 때 시인 백석을 빼놓을 수 있을까? 당연히 없다. 백 시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우난골’이 대체 어떤 곳이었는지, 20세기 초중반 평양은 작가들의 문학적 영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는 건 ‘평안도 이야기’에서다.관동 대지진과 불령선인(不逞鮮人)이란 단어를 발음할 때면 연상 작용처럼 떠오르는 일제강점기 도쿄.일본 군국주의 수도의 뒷골목에서 울분과 환멸의 술잔을 들고 비통해하던 젊은 조선 작가들의 영상은 ‘도쿄 이야기’에서 확인이 가능하다.김남일이 내놓은 4권의 책은 독자들을 우리 문학과 예술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자로 만들어준다. 눈보라 치는 함경도, 또는 삭풍에 마주 선 움집에서 여우 울음소리를 듣는 평안도를 대리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책에서 아주 멀어진 21세기 오늘. ‘한국 근대문학 기행’은 김남일의 문학적 열정과 출판사 학고재의 통 큰 결정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이 책을 접한 문학평론가 고명철은 “문학의 시선으로 함경도의 사회문화와 문화지리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문학사를 공부하면서 미처 주목하지 못하고 스쳐갔던 지명, 배경, 사건, 풍속 등 함경도의 박물지가 거느린 이야기에 매료됐다”는 감상을 전했다고 한다.이런 ‘독서의 기쁨’, 나아가 책을 통해 미답(未踏)의 여행지로 떠나는 즐거움을 여러분도 누려 보길 권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1-30

“ALL ON… 기술과 혁신의 흐름에 동참할 시대가 왔다”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로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며 앞으로의 세계 전자산업의 흐름을 가름해 볼 수 있었던 CES 2024가 성황리에 막을 내린 가운데 경북 3대 도시로, 자동차 관련 산업의 집중도시이며 중소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도시로 자리 잡은 경산시도 CES에 참관단을 파송해 세계 흐름을 지역에 접목할 방법을 모색했다.CES 2024는 ‘AII ON’을 주제로 모든 산업의 AI와 on-device AI를 키워드로 IoT, 스마트 시티, 로봇, 헬스테크, ARVR 등의 제품이 전시됐다.지역에서도 (주)아진산업과 (주)한국아이티에스, 리플라 등 8개 업체가 참가해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특히 리플라(대표 서동은)는 재활용 플라스틱 재질 스캐너와 재활용 플라스틱 순도 향상 미생물 소화조 개발로 2개의 혁신상을 받았다.(주)한국아이티에스(대표 하승태)도 세계 최초로 지상 파노라마 뷰와 동시에 공중의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AI 카메라를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경산시는 300만 평의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미래의 먹거리 산업 유치에 적극적인 경산시의 입장에서는 CES 2024가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임당 유니콘파크 등으로 지역 인재 발굴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자 CES 2024 참관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했던 조현일사진 경산시장에게서 지역 산업생태계에 불 변화의 바람과 행정 서비스에 대해 들어 보았다. -CES 2024에 경산시 참관단을 인솔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경산시는 인구 30만으로 ICT 벤처·창업 도시로 변화시키고자 임당 유니콘파크 건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기업에 많은 관심이 있다.CES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최신 기술 및 전자제품에 대한 혁신을 소개하는 플랫폼으로 동료 공직자들이 함께 참관해 빠른 기술변화를 체감하고 앞으로 시정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자 시의 출연기관인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 연구원들의 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선제로 사업발굴과 기업 지원 정책을 모색하고자 동행했다.앞으로도 더 많은 공직자와 연구인력들이 세계적인 박람회, 포럼, 세미나 등에 참가해 얻은 경험으로 선도적인 행정을 추진해 경쟁력 있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CES 2024를 참관하고 느낀 소감은.△개인적으로 예상한 것 이상으로 기술의 발전이 빠르고 산업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AI와 로봇, 미래 차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연구하고 상품화하고 있다.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기사가 벌인 세기의 바둑 대결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최근에는 Chat GPT가 개발되어 전 세계가 놀랐었다.AI를 통해 세상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AI가 전면에 나서며 모든 산업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예고했다.생성형 AI 개발이 빨라지는 가운데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이번 CES 참관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이 많았다.얼마나 많은 일상생활의 변화가 나타날지 앞으로 기대되고 우리 경산도 전통적인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구조 속에서 많은 기업이 성장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기를 바란다.경산시장으로서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경산을 만들고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참관 이후 지역의 산업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는가.△이번 CES의 키워드는 ‘ALL ON(모든 산업의 AI화)’였다. 많은 사람이 지금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AI 혁명이라고 부른다. 산업혁명과 디지털혁명과 같이 혁명이라는 단어는 인류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데 사용된다.우리 경산의 기업들도 이미 변화하며 공장 자동화·첨단화, 로봇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식당에서도 서빙 로봇을 흔하게 볼 수 있다.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고 가격 경쟁력과 생산 효율성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변화이다.그리고 AI 산업에서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중요해질 것이고 우리 지역의 IT 벤처기업과 인력들이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제조 분야 기업에는 스마트 공장 보급 및 확산, 제조 로봇 도입지원, 첨단 스마트센서 고도화 지원, 기술혁신개발사업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기업 맞춤형 지원정책을 강화해 나가겠다.-변화에 적응하고자 경산시는 어떻게 행정력을 집중할 것인지.△일단 국가 정책사업과 우리 시의 전략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경산지식산업지구를 통한 다양한 기업 유치와 경산5일반산업단지와 농공단지 조성을 위해 타당성 조사용역을 진행 중이다.또 벤처창업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임당 유니콘파크 조성, 우수 IT 인력양성을 위한 42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운영, 자생적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소벤처 제조 창업 융합타운을 조성해 지역 산업의 발전과 균형을 통해 혁신적인 성장을 이루어 내겠다.경산시의 역할은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인프라를 제공하며 우수인력을 양성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특히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보인다. 경북IT는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가.△경북IT융합산업기술원은 지역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연구기관으로서 ICT 융합, 미래 차, 바이오 분야 연구지원과 벤처기업 발굴 및 육성을 담당하고 있다.이를 위해 CES와 같은 중요 전시회를 통해 지역 기업에 미래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의 애로 기술 지원과 최신 기술 동향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다양한 지원사업으로 많은 지역기업의 제품이 세계무대에서 소개될 기회를 마련하고, 나아가 글로벌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업 지원 사업을 지속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산업생태계 변화에는 공직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공직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공직자들은 많이 보고 경험해서 견문을 넓혀야 한다.대학·산업·연구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선진국의 행정·사업의 벤치마킹으로 공직자 각자 맡은 바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며 예리함과 남다른 감각으로 공무원 중심이 아닌 항상 시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란다.시장으로서 건전한 노사문화와 일하기 좋은 공직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경산/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4-01-28

포항 오천은 왜 인구 늘고 젊은세대들이 많이 살까?

지역 소멸 파도가 거세다. 지역 소멸의 근본 원인은 저출생이다.출생아는 줄고 반대로 사망자는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결국 도시는 활력을 잃고 쇠퇴하게 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경북은 소멸위험지역 비중이 87%로 전북(92.9%), 강원(88.9%)에 이어 세 번째 높은 지역이다.이미 10개 지자체가 소멸위험진입, 또 다른 10곳은 소멸고위험에 속한다.지자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지자체 힘만으론 지역소멸을 감당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이런 현실 속 포항시 오천읍의 인구증가와 도시 활성화는 주목된다. A씨는 얼마 전 저녁을 먹으려고 포항시 오천읍 원동로 식당에 들렀다 깜짝 놀랐다. 테이블마다 영아를 데리고 외식 나온 젊은 부부들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낯선 풍경에 50대인 자신이 젊은 부부 전용식당에 잘못 들어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젊은 세대들이 많이 사는 지역임을 체감하기에 충분한 현장이었다.포항시 오천읍은 시내 중심의 공동화와 대조되는 별천지다. 문덕에서 원동간 남북으로 수km 이어진 중심대로를 따라 좌우로 형성된 상권을 처음 본 사람들은 “우와, 포항에 이런데가 있었어!” 하고 놀란다.프랜차이즈 식당부터, 커피숍, 마트, 영화관, 수영장, 병의원 등 각종 편의시설은 다 갖추고 있다.젊은 세대들은 굳이 시내에 나가지 않고도 이곳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이 때문에 오천은 아이들을 데리고 살기에 불편함이 없는 신흥주거지로 자리잡았다. 현재 오천읍 인구는 포항시 29개 읍면동중 장량동(7만1천여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힐스테이트 등 대단지 신규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지난해 4월 5만6천57명이던 인구는 한 달이 지난 5월 말 706명이나 늘어난 5만6천763명이 된데 이어 7개월이 지난 작년 연말 에는 1천622명이나 증가해 5만7천679명을 찍었다.한때 경북의 웅군이었던 의성군(5만88명), 울진군(4만6천661명)의 인구보다 오천읍 인구가 7천명에서 1만여명 이상 더 많다.이처럼 오천읍의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젊은 세대로 구성됐다는 게 특징이다.작년 12월말 기준 포항시 전체인구 50만명중 65세이상 노인인구가 10만3천542명으로 20%가 훌쩍 넘는다. 반면 오천읍은 13.76%다. 그 만큼 다른 읍면동에 비해 젊은 세대가 많다는 의미다.오천읍의 인구 증가는 인근에 포항제철과 포항철강공단 등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데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인근 직장으로 출퇴근하기 편한 배후도시로서 장점이다.여기에 시내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덜 든다는 이점도 있다.좀 더 경제적으로 주거만족도가 높은 아파트를 구할 수 있기에 오천으로 젊은 세대들이 몰린다.특히 과거 문덕동 중심으로 원룸타운을 형성했던 오천은 원동을 중심으로 새로운 택지 조성에 따른 시가지 확대에 이어 대단위 브랜드 아파트가 하나 둘씩 건설되면서 정주환경이 크게 개선된 점도 큰 작용을 했다.오천에는 현대힐스테이트 이외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현대 아이파크와 태왕아너스와 같은 브랜드 아파트들의 공사가 한창이다. 이들 아파트 공사가 끝나면 오천읍 인구는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중요한 것은 오천읍의 미래는 더욱 밝다는 점이다.인근 블루밸리국가산단이 지난해 7월 정부에 의해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굵직굵직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이로 인해 오천은 배후주거단지로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편의시설도 꾸준히 확충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지난 10월 포항오천도서관엔 어린이 특화도서관이 새로 생겼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책읽기에 안성맞춤 공간이라 아이들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는 젊은 엄마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지난해 12월 중순엔 ‘다원복합센터 생활 SOC 복합화 사업’이 착공됐다. 오천읍 등 남구 지역주민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시설로 원동택지지구내 현대힐스테이트옆에 들어선다.연 면적 7천765㎡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주민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용도의 생활 친화형 시설이다.2025년 5월 준공을 목표로, 8레인 50m 수영장과 청소년문화의집, 다함께돌봄센터 등으로 구성된 생활 SOC 복합시설이 건립된다.오천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오천은 남포항 IC 개통으로 교통의 중심지가 됐다. IC가 가깝다 보니 고속도로를 타면 울산까지 30분이면 도착한다. 우회도로를 이용하면 대구, 영덕 등으로 막힘없이 갈 수있다.영일만 대교가 개통될 경우 오천은 그야말로 교통요충지로 부상하기에 충분하다.오천읍 부동산 관계자는 “앞으로도 오천은 계속 젊고 활기찬 인구유입의 1번지가 되리라 생각된다”며 오천의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정상호기자 jyr933@kbmaeil.com

2024-01-28

푸른물결 휘어져 돌아가던 동강엔 눈바람 속 고요만이…

강원 정선의 겨울은 뼈대만 남은 것처럼 앙상하다. 정선을 가로지르는 동강도 반쯤은 얼어붙었다. 시리도록 푸른 물이 휘어져 돌아가는 골짜기는 드문드문 눈이 쌓여 있고 고요 속에 잠겼다. 동강과 함께 정선을 대표하는 것은 만항재, 문치재, 두문동재, 병방치, 백봉령, 자개골, 싸리골, 박달재 등 한 굽이 돌 때마다 만나는 수없이 많은 고개다. 오죽하면 정선아리랑에서 “태산준령 험한 고개 칡넝쿨 얼크러진 가시덤불 헤치고 시냇물 굽이치는 골짜기 휘돌아서”라고 했을까? 정선은 오직 꾸밈없이 순수한 것들만 자리잡은 듯하다. 순후한 자연이 그렇고, 정감 넘치는 사람들이 그렇다. ◇고원드라이브의 명소, 만항재와 문치재해발 1330m인 함백산 만항재에 오르니 삭풍이 분다. 만항재는 국내에서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다. 지리산 정령치(1172m)나 태백과 고한을 잇는 싸리재(1268m)보다도 높다.만항재는 원래 눈꽃보다 ‘천상의 화원’으로 유명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로 뒤덮인다. 새벽이면 안개가 자주 몰려와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야생화부터 눈꽃까지 사시사철 꽃이 만발한 만항재로 오르는 고갯길은 고원 드라이브의 정수로 꼽힌다.고원 드라이브의 또 다른 명소는 문치재다. 정선 읍내를 빠져나와 지그재그로 이어진 해발 732m를 오르면 전망대가 보인다. 여기부터 급경사의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이 구간이 문치재다. 경남 함양의 오도재와 충북 보은 말티재, 신안군 흑산도 12굽이길과 함께 손꼽히는 고갯길이다. 문치재는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산에 둘러싸인 문(門)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이야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일부러 찾는 여행지가 됐지만 가난한 시절의 문치재는 애환의 다른 이름이었을 것이다.도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길은 S자로 심하게 구불거린다. 오랜 시간 사진작가들의 촬영지로만 알려져 있다가 최근에는 롱보드 성지로 유명해졌다. 문치재는 도로 폭이 좁아 중간에 차를 세워둘 곳이 마땅치 않다. 한 번 진입하면 고갯길이 끝나는 무내리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한다.문치재를 넘으면 화암동굴·몰운대 등 화암팔경(畵岩八景)의 절경이 잇달아 펼쳐진다. 100년이 넘은 백전리 물레방아도 이 길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정선읍 북실리에도 또 다른 고개가 있다. 해발 583m인 병방치에 오르면 일명 ‘뼝대’로 불리는 경이로운 기암절벽, 한반도 지도를 닮은 밤섬을 휘감아 도는 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밤섬과 동강의 풍경을 제대로 즐기려면 병방치 스카이워크를 걸어야 한다. 절벽 끝에 U자형으로 돌출된 길이 11m의 구조물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아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콧등치기·수수부꾸미 등 향토 먹거리 가득병방치에서 읍내 쪽으로 나오면 대표적 전통시장인 정선아리랑시장을 만나게 된다. 끝자리 2일과 7일에 열린다. 정선 군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몰려든다. 1966년 2월에 처음 개장했는데 시골 장터로 시작은 작았다. 석탄이 번성했던 시기에 가장 큰 인기를 누렸다가 석탄 산업이 쇠퇴하면서 함께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다 1999년 정선 5일장 관광열차가 유명해지며 부활했다.정선 5일장에서는 모든 것이 신토불이다. 강원도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과 약초가 지천이고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감자, 황기, 더덕, 마늘 같은 농산물이 주종을 이룬다. 방문객도 대부분 싱싱한 약초와 채소를 구하기 위해 온다고 한다.시장 어귀에 들어서니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가마솥 뚜껑같이 생긴 번철에 하얀 전을 부치고 있다. 종잇장처럼 얇게 편 반죽이 금세 익으면 그 위에 김치, 갓김치, 무채 등으로 버무린 소를 넣고 돌돌 만 메밀전병인데, 정선 주전부리의 대표 선수다. 메밀부치기는 메밀 반죽에 배춧잎을 올려부친다. 밀가루 반죽으로 부치는 경상도식 배추전과 비슷하다. 심심해 보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달큰한 배추 맛이 매력적이다. 수수한 음식 속에 정선의 향기가 느껴졌다.쌉싸래한 맛이 일품인 곤드레나물을 듬뿍 넣어 만든 곤드레밥 한 그릇 뚝딱하고 막걸리 한 잔에 메밀전병, 배추전까지 한 점 하면 든든하다. 묵사발에 콧등치기, 올챙이국수, 수수부꾸미도 빠지면 아쉬우니 먹기만 하다가 해가 질 수도 있다. 볼거리도 많은데 장이 서는 날이면 신명 나는 공연과 함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다양하다. 정선아리랑의 고장인 만큼 아리랑과 연관된 시설과 공연도 여럿이다. 방문하기 전 정선아리랑문화재단에 확인해서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다.정선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웰니스 관광도시다. 여행으로 왔다가 몸과 마음의 쉼도 얻고 갈 수 있는 고장으로 인정받은 셈이다.세 곳이 추천 포인트인데 가리왕산 화봉에 있는 로미지안 가든이 먼저다. 화학 제조업을 하던 손진익 회장이 부인을 위해 조성한 정원이다. 33만㎡의 넓은 공간에 23개의 테마로 4시간 이상 트레킹과 명상, 쉼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바쁜 도시민에게 오롯한 쉼과 함께 자연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치유와 성찰을 테마로 운영하고 있다. 가족이나 연인의 방문이 많지만 혼자 찾아와 조용히 사색하며 머물기에도 좋다. 사계절 고요하고 수려한 풍경에 맞게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도 열리니 방문 전 확인은 필수다.하이원과 파크로쉬 리조트의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카지노로 잘 알려진 하이원리조트에는 포근한 숲길과 함께 웰니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투숙객은 물론 방문객에게 쉼을 선물한다. 차분히 숲길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웰니스센터 건물이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요가·명상, 조향 테라피, 차 클래스 등이 열린다. 일상에서 굳은 몸을 이완하기도 하고 안정을 더하는 향을 조합해 내게 맞는 향수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몸에 좋은 차를 골라 나만의 차를 시음해 보는 것도 좋다. 지금은 겨울 별자리를 찾는 교감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TIP 함께 가볼 만한 곳…삼탄아트마인‘굽이굽이 732m 내려다보니 우리네 삶이었네.’함백산 자락의 삼척탄좌는 1970년대 탄광촌으로 전성기를 누린 석탄산업의 메카였다. 2001년 폐광된 뒤 2013년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삼탄아트마인으로 재탄생했다. 갤러리와 역사관, 스튜디오, 예술체험관, 레스토랑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췄다. 광부들의 고단한 삶의 현장에서 문화를 캐는 탄광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정선=글·사진 최병일 여행전문기자

2024-01-25

하늘로 날아오를 듯 날개 펼친 이름 없는 소나무

경북 청송(靑松)은 늘 푸른 솔의 고장이다. 낙동정맥의 크고 작은 산줄기에 에워싸여져 함부로 범접하기 힘들다. 청송으로 처음 전근을 오거나 부임한 사람들은 산 고갯마루 길을 넘을 때마다 오지란 생각에 눈물을 흘리고, 청송을 떠날 때는 정들어 섭섭한 마음에 눈물 흘린다고 한다. 나 또한 그랬다. 청송이란 고장은 올 때도 떠날 때도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지금이야 산 고갯마루를 넘는 도로는 터널을 뚫어 빠르고 편하게 청송을 드나들 수 있지만, 그 옛날에는 산 고갯마루를 넘는 버스는 곡예사와 다름없었다.청송의 자연은 아름답다. 깨끗한 하천은 녹색의 산자락을 부여잡고 굽이굽이 돌면서 골골이 흐른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은 산마루에 걸터앉아 가던 길을 멈추고 숨결을 고른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늘 푸른 솔, 산소 카페의 고장이다. 청송인은 예와 효뿐만 아니라 조선의 선비처럼 곧은 절개와 고결하고 순결한 성품을 닮기 위해 늘 송죽매난(松竹梅蘭)을 가까이하고 문예를 즐기며 좋아한다. 남북으로 가로지른 길 따라 아담한 마을에는 솔밭과 함께 옹기종기 고구마 줄기처럼 형성되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청송읍 소재지에서 국도를 따라 영천으로 가다가 금곡리 도로변 무명의 소나무 노거수를 찾았다. 높은 언덕 위에 숨어서 살던 노거수가 우회도로가 생기면서 본의 아니게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접근할 길이 마땅찮아 절개된 풀숲 언덕을 기어올랐다. 사과밭을 지나 겨우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아직 무명이어서인지 나이, 키, 몸 둘레 등을 기록한 이름표도 없었다.많은 사람이 노거수 나이에 대해서 궁금해한다. 오래된 나무의 나이를 측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나무는 한 해에 하나씩의 나이테를 새기기 때문에 나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노거수 나이테를 헤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몸에 구멍을 뚫어 나이테 수를 세어 본다는 것도 해서는 안 될 짓이다. 나이테 측정기로 나무를 뚫어 본다고 해도 오래된 노거수는 속이 비어 나이테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노거수의 나이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힘들다. 기록이나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 등 다른 나무와 비교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나이를 측정할 수밖에 없다. 가장 궁금하게 여기면서 정확히 아는 것은 힘든 일이다.소나무 노거수의 나이는 알 수 없지만, 굵기와 수형에서 세월의 연륜을 느낄 수 있었다. 범상치 않아 보였다. 도로 옆 언덕 위에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는 학의 날갯짓 모습이었다. 날으는 학이라 하여 비학송(飛鶴松)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눈옷을 입은 날이면 설송(雪松)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가까이 가서 보니 용송(龍松)이라 해도 좋을 것 같았다. 하늘을 향한 범상치 않은 가장이 모습이 용틀임하는 용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바라다보는 방향에 따라 비학송으로 보였다, 설송으로 보였다, 용송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나의 대상물이 다양한 모습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만이라도 비학송, 설송, 용송이라는 몇 가지 별호를 붙여주고 보호수라는 이름표를 달아주고 싶다.소나무 노거수는 잎의 녹색을 강조하기 위해 여름에 촬영한다고 하지만, 예외가 있구나, 청량한 하늘 아래 은세계의 비학송은 지상천하(地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이다. 그림자로 보아 햇볕에 남아있는 솔가지의 잔설이 주변 경관과 조화롭다. 흰 눈으로 목욕한 녹색의 솔잎은 더욱 짙고 금방이라도 날갯짓하며 날아오를 것 같다. 아름다움은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편안하게 하고. 또한 기쁘게 한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아름다운 미를 창조하고 또 그것을 찾아 노래하고 있다.소나무 노거수는 고결하고 숭고한 모습으로 마음을 정결하게 해준다. 맑은 하늘 아래 소나무 노거수는 순결함을 자랑이라도 하듯 흰 눈옷을 입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 티 없이 맑은 모습은 아름답다기보다 맑고 순수해 고결한 품위를 갖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다. 바쁜 생활 속에 자신도 잃어버리고 경쟁 사회에 내몰려 허상을 쫓아다니느라 구정물에 몸은 더럽히고 허물에 마음은 주접이 든다. 설송을 보고 있으면 고결한 품성을 갖춘 사람으로 닮아가고 싶어진다. 소나무 노거수는 울퉁불퉁한 붉게 물든 근육질이 오른쪽을 돌면서 나선형 곡선을 이루고 있다. 근육질의 몸통이 하늘 높이 치솟으면서 붉게 물들고 솔가지는 용의 발톱을 하고 있다. 땅에 덮인 흰 눈에 대비된 종아리의 검은 근육질은 더욱더 검게 보인다. 몸통의 거북 등 껍질은 수백 년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연륜이 있어 보인다. 용은 상상의 동물로써 우리에게 무한한 힘과 용기, 가능성을 심어준다. 올해는 갑진년 청룡의 해이다. 청룡이 상징하는 행운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기원해본다.인공적으로 심어져 기른 것인지, 자연적으로 생육하였는지 확실하지 않다. 태풍에 의해 훼손될 수도 있고 낙뢰로 훼손될 수 있다. 송진이 많은 소나무는 낙뢰에 의하여 불이 붙으면 모두 타버린다. 독립적으로 생육하는 수목은 낙뢰와 태풍, 돌풍의 과도한 에너지의 집중으로 피해를 쉽게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주변에 에너지를 분산할 수 있는 단목군 수준의 수림 조성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주변은 묘소가 있고 개인의 사과밭이 있어 그것도 어려울 것 같다. 도로변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길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발자국만 남기고 떠나려니 미안한 마음이 앞서 두 팔 벌려 안아본다. 얼마나 덩치가 큰지 품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만수무강을 마음속으로 기원해 본다.노거수에 대해 뭐가 궁금한가요첫째, 수령이 얼마나 되었는지? 둘째, 크기와 수형은 어떤지? 셋째, 언제 누가 심었는지, 아니면 자생한 나무인지? 궁금증은 이처럼 크게 대별된다.노거수 안쪽 나이테 부분이 잘 썩어 정확한 수령 측정이 힘들다면 기록이나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 등 다른 나무와 비교하여 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 크기는 실제로 도구를 가지고 가슴 높이의 둘레 길이를 재어보면 된다. 이를 흉고 둘레라 한다. 수관 폭은 동서남북으로 뻗은 가지의 길이를 재어본다. 인공인지 자생한 나무인지는 기록을 통하여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알 수 있다.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특별한 일을 기억하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 옛사람들은 아들을 낳으면 소나무와 잣나무를 심었으며,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아들은 소나무처럼 사철 푸른 절개를 가진 선비가 되라는 의미였고, 오동나무는 딸이 시집갈 때 장롱을 만들어 주기 위해 심었다.소나무는 솔처럼 생긴 잎 모양새와 가마솥 설거지에 사용되었던 솔에서 유래한 이름이라 한다. 예전에는 솔방울로도 가마솥 설거지를 하였다. ‘솔’은 정감이 가는 이름이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1-24

“청년이 미래다”… ‘산소 카페’ 청송, 청년 정착 해법 찾는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산소 카페’라 불리는 청송군이 청년인구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고, 생활인구 증가로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신규 사업을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청송군은 청년층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고 지역 경제순환을 일으키는 생활인구의 증가를 위해 다양한 신규 사업을 2024년 내내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오늘날 한국의 청년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주거 불안정. 연고지가 있는 청년들은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청송의 청년들은 직장 근무로 인해 지역에서 1인 가구로 거주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 청송군의 주거지 부족은 청년 인구가 인근 도시로 이탈하게 되는 결과로 나타났다.이로 인한 청년들의 이동으로 지역 내 소비와 투자 기회가 감소했고, 출퇴근 교통비 증가와 직장을 오가기 위한 체력적 부담으로 지역에 활기가 떨어지는 여파까지 초래하고 있다. □ 공공임대주택 건설로 청년층 지역정착 도와이런 문제를 파악한 청송군은 지역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해 지역 활기를 되찾고자 청송읍 월막리에 ‘청송 청년빌리지 건립사업’과 청송읍 ‘덕리지구 농촌공간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예정이다.“최신식 시설로 건설되는 공공임대주택을 저렴한 가격으로 청년들에게 제공해 정주인구 증가로 인한 지역 활기 소생을 도모하고, 다양한 청년지원사업을 발굴해 효율적으로 시행하는 기틀로 활용할 것”이란 게 청송군청의 부연 설명.2023년 농림축산부가 주관한 농촌공간정비사업공모에 최종 선정된 청송읍 ‘덕리지구 농촌공간정비사업’은 주민들에게 유해 지역으로 인식됐던 덕리지구를 군에서 매입해 쾌적한 주거·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총 18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할 계획.흉물스러웠던 낡은 견사와 장기 방치건물을 철거해 공공임대주택, 영농실습농장, 복합문화센터, 편의시설을 조성함으로써 고품질 주거공간에서 오는 심리적 만족감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청송군의 복안이다.이로써 청년층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청년인구 증가 위한 ‘청송군 K-U시티 항노화 사업’ 추진대도시로 떠나는 지역 학생과 청년 유출 방지를 위해 청송군-대구 가톨릭대학교-지역기업이 연계한 전략사업 발굴로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청송군 K-U시티 항노화 사업’도 더불어 시행한다.항노화 사업은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2026년까지 ‘지역산업(항노화 산업) 기반 연구지원센터’를 건립한다.연구센터 안에 입주 기업실, 연구실, 실험실 등의 시설을 구축해 청송 사과와 청송의 특산물을 활용한 항노화 기능성 평가 및 기업 협업을 통한 상품화 추진으로 연구 인력 유치와 공동연구를 통한 창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여기에 덕리지구 농촌공간정비사업과 연계한 ‘K-U시티 주거환경’ 또한 추가로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청송군 K-U시티 항노화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 학생과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항노화 센터 연구원들이 청송군에서 거주하고 근무하는 환경을 만들어 청년인구와 생활인구의 증가라는 이중 효과를 기대하는 것. 이는 지역 재투자 여건을 만들어 활기찬 청년들의 일상을 청송군이 제공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한다. □ 육아 고민 해결 위해 아동돌봄센터 운영그밖에도 지역에서 거주하며 생활하는 청년들을 위한 사업은 또 있다.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년예비 창업가 육성사업’ ‘시골청춘 뿌리내림 사업’ 등이 진행될 예정인 것.지역 청년의 창업을 지원할 ‘청송특화형 청년 정주 활성화 사업’은 청송군에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둔 45세 이하 사람들이 주목할 만하다.지역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 공모전, 분야별 로컬 창업팀 도약 패키지, 청년 로컬 커뮤니티 협의체와 사회적 경제조직 육성지원, 청년 공동체형 로컬마켓 구축과 대도시와 연계한 팝업스토어 오픈 지원 등은 청년들의 정주 기반을 튼튼히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청년층의 주거 불안정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제공했다면, 젊은 부부의 육아 고민을 해결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청송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출산 친화적 환경 조성도 소홀히 할 수 없다.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청송군의 대책도 마련됐다.출산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숲속 태교 프로그램, 찾아가는 산부인과 운영, 임신부·영유아 건강플러스 사업 등의 시행으로 초보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게 군의 방침이다.이를 위한 조치로 진보면과 산남 지역에 아동돌봄센터를 운영해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을 해소함으로써 아이와 부모 모두 안심할 수 있는 양육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지역 아동돌봄센터는 정규 수업 외의 다양한 체험과 생활교육을 통해 향후 청송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와 관련된 설명이다. □ ‘경북형 이색 숙박시설’로 관광 활성화생활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한 방안도 청송군이 보유한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준비 중이다.옛 주왕산 초등학교 부지에 조성되는 이색 숙박시설은 젊은 세대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자연 속 캠핑의 즐거움과 호텔의 안락함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사시사철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하게 된다.이색 숙박시설 조성은 2023년 경상북도가 주관한 ‘경북형 이색 숙박시설 조성사업’ 공모에 청송군이 최종 선정돼 총 1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프로젝트다.2026년까지 가족호텔(1천840㎡ 규모)을 비롯해 글램핑장 15곳, 바비큐장 15곳, 트리 하우스 4곳, 야외 물놀이장 1곳, 레스토랑과 카페 둥이 부대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이색 숙박시설은 ‘산소 카페 청송군’의 이념인 청정자연에서 누리는 힐링과 쉼이 있는 공간 제공으로 청송군 관광 다양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또한 인근 주왕산 관광단지의 꽃돌박물관, 청송 백자체험관과 연계한 방문객 증가로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윤경희 군수 “사업 차질 없도록 최선의 노력”청송의 대표적 음식거리인 주왕산 상가 지역과 청송읍 달기약수탕 거리 개선과 메뉴 개발을 통해 생활인구 증가에 도움을 줄 또 다른 프로젝트도 있다.주왕산 상가 지역을 개발하는 ‘주왕산, 사계절을 맛보다’ 사업은 보행자 도로 개선, 조형물 설치, 굿즈 제작, 대표 메뉴 개발 및 상인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함께 추진될 ‘주왕산 산소맛길 조성사업’은 업소 간판 교체와 옥외 영업장 정비, 관광 플랫폼 조성, 도시락·밀키트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게 청송군의 설명이다.여기에 ‘달빛이 내려앉은 달기약수탕 거리 활성화’ 사업은 청송읍 달기 약수탕 주변거리 개선, 수변데크 설치, 야간 경관조명 설치, 대표 메뉴 개발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앞에서 언급된 각종 사업들은 청송군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게 만드는 주요 프로젝트로 ‘산소 카페 청송군’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군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동시에 향후 인구소멸 대응 방안으로도 활용된다.쾌적한 주거환경 조성, 양질의 일자리 인프라 구축과 관광상품의 다양화로 청년층과 생활인구 증가를 모색하고 있는 청송군의 혁신을 위한 노력은 지금도 쉼 없이 진행 중이다.이와 관련해 윤경희 청송군수는 “모든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추가 인프라 조성을 위한 재투자와 다양한 일자리 창출의 연쇄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들이 차질 없이 순차적으로 완공될 수 있도록 군민과 힘을 모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김종철·홍성식 기자

2024-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