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기획ㆍ특집

변혁의 새 발걸음 뗀 경산시 약속과 기회의 도시 만든다

지난 1일 민선 8기 조현일 경산시장의 후반기가 시작됐다.조 시장의 민선 8기는 ‘꽃피다, 시민 중심, 행복 경산’을 슬로건으로 △살고 싶은 도시환경 △일자리 중심 미래 경제 △사람 중심 교육문화 △지켜주는 행복복지 △시민 중심 적극 행정 등을 시정 목표로 출발했다. 이러한 시정 목표를 향해 달린 조 시장의 전반기 2년은 ‘변화’와 ‘새로운 시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코로나 펜더믹을 이기기 위한 시정 추진에 미래 먹거리를 찾고자 전력투구했다. 코로나19를 지나오며 힘들어하는 시민들을 위해 특별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벤처창업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임당 유니콘파크,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과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에 이바지할 42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설립, 지역문화를 통합 관리할 경산문화관광재단 설립 추진 등의 성과를 보였다.특히 지역의 현안 사업인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의 지역 입점을 위한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변경안의 승인은 지역 경제지도를 바꾸게 될 것이다.조현일 시장은 앞으로 책상 앞 행정을 벗어나 현장에서 답을 찾는 행정으로 민선 8기 후반기 경산시정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 도시브랜드 개발2024년 화두를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有志竟成’으로 삼은 조 시장은 시정의 주안점을 △스스로 빛나는 항성 도시의 기반 구축 △종횡무진, 탄탄대로를 거침없이 뻗어가는 도시 △다 함께 행복한 경산 △다양한 콘텐츠로 쉼이 있는 경산 △현장에서 답을 찾는 소통행정 △삶의 만족도가 높은 도시에 두는 등 전반기 시정은 내일이 설레는 경산을 만드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조현일 시장은 가장 먼저 지역 얼굴인 도시브랜드를 새롭게 개발했다. 경산시의 도시브랜드는 민선 5기인 2013년 개발된 ‘투게더 경산’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차별화되고 독창적인 비전을 담은 도시브랜드의 필요성에 따라 시민들의 선호도 조사를 거쳐 빛나는 항성의 형태로 균형감 있는 정방형의 비율은 풍부한 인재와 인프라, 문화 등 우수한 정주 여건이 균형 잡힌 도시를 의미하는 ‘My Universe Gyeongsan’을 새롭개 개발해 지난해 10월 선포했다.새로운 도시브랜드는 위성이 아닌 스스로 빛을 발하는 항성과 같은 도시, 젊고 활기찬 도시, 시민이 중심이 되는 행복한 도시, 꿈이 있고 내일이 더욱 설레는 경산을 만들겠다는 미래 비전과 의지를 담았다.새롭게 개발된 도시브랜드는 ‘2024 글로벌 도시브랜드 도시 다양성 부문 대상’과 ‘한국의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도시브랜드(BI) 부문 대상’ 수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경산시는 도시브렌드 가치 확산을 위해 대표 상징물인 CI와 캐릭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새로운 CI는 개발을 마치고 조례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 임당 유니콘파크조 시장의 민선 8기 전반기 시정에서 빼어 놓을 수 없는 것이 임당 유니콘파크다.청년 도시 경산을 위해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임당 유니콘 파크는 대구도시철도 2호선 임당역에서 영남대역 사의의 자족시설용지와 업무시설 용지 5만 평에 ICT 기반 스타트업 기업을 집적하기 위한 자원시설과 특구조성, 기업 유치 방안 등의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벤처창업생태계의 구심점이 된다.임당 유니콘파크의 특이점은 지식산업센터와 창업 열린 공간 등 두 사업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동시 유치한 것으로 경산시는 지난해 12월 국비 286억 원 등 총사업비 995억 원으로 지하 2층, 지상 6층, 전체 면적 2만 1702㎡에 120여 개의 기업 입주 공간과 다양한 기업 편의시설을 마련해 쾌적한 근무환경을 제공한다. 이로 스타트 기업부터 경쟁력을 갖춘 성정 벤처기업까지 입주시켜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 기업으로 성장시킬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시는 총 5만 평 규모의 경산대임 공공주택 지구에 기업과 연구기관이 입주할 수 있는 ICT 벤처창업 밸리를 조성해 임당 유니콘파크 역할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 프리미엄 쇼핑몰 입점또 하나 거론할 수 있는 것이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의 경산 입점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경산지역에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 입점 가능성은 지난 2020년 9월 신세계사이먼과 경북도, 경산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경산지식산업개발(주)가 경산 프리미엄 아울렛 조성을 위한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시작됐다.하지만, 아울렛 부지가 산업용지로 개발돼 물류·유통단지로 변경돼야 하는 문제에 부딪히고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이 지구 지정 목적에 어긋난다며 불가라고 밝혀 사업이 좌초 위기에까지 내몰렸었다.민선 8기 경산시장으로 취임한 조 시장은 시민 서명 운동을 펼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는 등으로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계획 변경안을 승인받아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의 지역 입점을 가능하게 했다.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이 경산지식산업지구에 입점하면 연간 방문객 800만 명에 취업유발 효과 1만 3천여 명, 생산유발 효과 1500억 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600억 원 등 지역 경제에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 정주여건 개선대구도시철도 1호선 안심~하양 연장사업이 연말 개통을 앞두고 있으며 경산역에 정차하는 KTX 운행 횟수 증편, 경산 시티투어와 백자산 치유의 숲 운영, 소아ㆍ청소년 야간 진료 서비스 등 시민의 행복을 위해 진력하고 있다.취임 2주년 기념식을 직원과 시민 위주의 간소한 정례회로 대신한 조 시장은 공무원 노조를 방문해 시정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청년들을 위한 생활 인프라 확충과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건립된 청년지식놀이터 개소식에 참석해 청년들의 복합문화공간 조성 등 청년인구 유입을 유도하고 머물고 싶은 경산을 만들기 위한 청년 정책들을 펼칠 것을 약속했다.또 새마을회 회원들과 함께 주거환경 열악한 노인과 장애 가정에서 도배와 장판, 싱크대 등 집수리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조현일 시장은 “내일이 기대되는 행복도시 경산은 시장 혼자서 만들 수 없고 시민과 공직자가 함께할 때 가능하다”며 “경산의 발전을 위한 구상과 준비, 미래로 가야 할 방향 설정은 끝났으니 산업구조를 첨단 신산업으로 바꾸고 청년들이 일하고 결혼해 아이 낳아 키울 수 있는 약속과 기회의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4-07-09

비엔나를 ‘비엔나답게’ 하는 것들

오스트리아 비엔나,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 빼어난 풍광과 매력적인 관광자원으로 많은 여행자가 사랑하는 동부 유럽 도시들이다. 프라하는 ‘지구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로 불리는 필스너 우르켈을 시원스레 마시는 낮이 아름답고, 부다페스트는 세체니 다리를 배경으로 하는 야경이 엄지를 치켜세우게 만든다. 헌데, 비엔나는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답다. 앞서 언급된 두 도시를 압도하는 비엔나의 매력은 어떤 게 만들어내는 걸까?△클림트와 실레를 함께 만나는 벨베데레 궁전2개의 궁(宮)과 프랑스 스타일의 정원으로 꾸며진 벨베데레 궁전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미학적 성취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전쟁 영웅이자 귀족인 오이겐 폰 사보이가 사랑한 여름 별장이었는데, 1752년 마리아 테레지아(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친)가 매입해 지금의 이름 ‘벨베데레’를 지었다. 미술을 잘 모르는 이들이라도 한 번은 이름을 들어봤을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와 에곤 실레의 ‘죽음과 여인’, 여기에 나폴레옹 초상화 등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전적 건축미의 수작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1869년 모차르트의 ‘돈 지오반니’가 초연된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는 연주자와 지휘자가 출입하는 통로가 놀라움에 입을 틀어막게 만든다.플라시도 도밍고, 요나스 카우프만 등 최고의 테너 가수가 종종걸음으로 오간 그 통로를 일반인들에겐 개방하지 않는 게 안타까울 정도. 로마 제국의 위상과 견줄 수 있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재력과 예술적 관심이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축물이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주연해 한국에서도 인기 높았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의 무대가 된 도시가 바로 비엔나. 이 영화를 자세히 본 사람이라면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 바라본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의 옆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샘’ 쇤부른 궁전비엔나의 랜드마크로 역할하는 쇤부른 궁전은 18세기 왕과 여왕, 왕자와 공주가 사랑했던 별궁. 쇤부른은 ‘아름다운 샘’이란 뜻을 지닌 단어다. 이름값을 하듯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이 궁전 정원은 자그마치 50만 평. 지금도 해질 무렵이면 비엔나 시민들이 개를 끌고 나와 산책을 즐긴다. 유명 예술품으로 장식된 1441개의 방은 당대 합스부르크 왕가의 힘과 권위를 짐작케 해준다. 6세 꼬마 모차르트가 여왕을 위해 연주회를 열었던 ‘거울의 방’은 1년 내내 관광객들로 넘쳐난다.△유럽 3대 미술관의 위용 비엔나 박물관비엔나 미술사박물관은 애초부터 미술관으로 사용하겠다는 목적 아래 축조된 건물이다.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가 세운 것으로 1891년 개관 이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과 함께 유럽 3대 미술관으로 호평되고 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장엄한 벽화가 있고, 운영되는 미술관 내부의 카페는 비교 대상을 쉽게 찾을 수 없는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모처럼의 여행이니 명품 하나쯤은… 비엔나 도심 거리케른트너와 그라벤은 ‘거리 이상의 거리’로 불린다. 슈테판성당부터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케른트너 거리에 서면 고풍스럽고 세련된 건물들을 보며 행복한 눈요기를 할 수 있다. 깔끔하게 장식된 레스토랑, 노천카페도 부지기수. 케른트너 거리 끝에 위치한 슈테판광장과 이어지는 그라벤 거리는 부자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고급 명품 매장이 밀집돼 있다. 이 거리에서 오스트리아의 색다른 먹을거리인 슈니첼(송아지 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튀긴 요리)과 자허토르테(살구잼과 초콜릿을 재료로 만든 케이크)를 맛보지 않으면 후회한다. /정리=김채은 수습기자

2024-07-09

비엔나와 닮은 경주, 낮과 밤의 아름다움 느껴보라

2011년과 2018년, 두 번에 걸쳐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여행했다.동부 유럽 특유의 서정과 낭만에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와 에곤 실레(1890~1918·화가)라는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예술가’를 낳은 도시는 낮과 밤이 모두 매력적이었다.더없이 미려한 쇤부른 궁전과 벨베데레 궁전을 돌아본 후 장엄하게 우뚝 선 슈테판성당을 올려다보며 마시는 커피는 그 향과 맛이 각별했다. 비엔나가 지닌 낮의 매력이다.어둠이 내리면 저렴한 입장권을 끊어 비엔나 오페라하우스에서 클래식 공연 한 편을 감상한 후 오스트리아 전통음식인 슈니첼이나 이탈리아나 프랑스 요리를 만들어 파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녔다. 서양식 저녁 식사가 싫은 여행자라면 태국, 중국, 베트남, 레바논, 이란, 심지어 자수성가한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식당을 찾아가면 될 일. 식당은 차고도 넘쳤다. 소박하지만 세련된 간판을 단 세칭 ‘명품 숍’을 구경하거나, 형편이 허락한다면 한두 개쯤 구입하는 것도 비엔나의 밤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실물로 만나는 에곤 실레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은 시인 황지우가 말한 바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빼어난 예술품을 접했을 때 감흥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상 반응)을 불러올 만했다. 250년 장구한 세월을 뛰어넘어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를 들으면서는 왜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진짜 천재는 내가 아닌 모차르트”라고 말했는지 짐작하게 됐다. ▲경주가 비엔나보다 못할 이유는 없다2022년 통계에 의하면 그 해 비엔나를 여행한 한국인은 3만여 명에 가깝다. 지난해는 더 늘었다. 오스트리아 관광청은 “2023년 가을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한 한국인 입국자는 전년 대비 390%, 숙박 일수는 335%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를 반영하듯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를 묶은 ‘동유럽 일주 패키지여행’은 인터넷은 물론 TV 홈쇼핑에서까지 인기 상품으로 팔린다. 젊은이들은 일정을 스스로 짤 수 있는 자유여행으로 비엔나를 다녀오기도 한다.그렇다면 역사 유적을 포함한 다양한 볼거리, 여기에 입맛 까다로운 미식가들에게도 만족감을 주는 레스토랑, 국보를 여러 점 소장한 박물관까지 갖춘 ‘비엔나와 닮은’ 경주의 ‘여행지로서의 인기’는 어떨까.과거와 현재, 미래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황리단길이 경주를 상징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숫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게 관광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말엔 20~30대 외국인 방문자를 어렵지 않게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황리단길. 경주시는 황리단길과 인근 교촌마을, 대릉원, 동궁과 월지, 국립 경주박물관 등을 엮어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적과 무관하게 대부분의 청년층이 좋아할 각종 이벤트를 열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경주, 비엔나처럼 명소 이어주는 교통수단 있었으면…”서울에 거주하는 50대 K씨는 올해 초 20대 딸과 함께 비엔나와 경주를 연이어 여행했다.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매력 가득한 두 도시’를 두루 돌아본 K씨는 이렇게 말한다.“비엔나 슈테판성당이 중세 건축양식의 수려함을 보여준다면, 경주 천마총은 천년왕국 신라 역사 속에 숨어있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그림과 만난 비엔나의 미술관도 좋았지만, 경주박물관에서 들었던 에밀레종 소리와 금동약사여래입상의 아름다움도 잊을 수 없다. 비엔나에서 맛본 슈니첼은 맛있었다. 그런데, 경주 한 식당에서 먹었던 두부 요리는 그보다 더 맛깔스러웠다. 각각의 매력이 다를 뿐이지, ‘비엔나가 경주보다 좋다, 혹은 경주가 비엔나보다 멋진 관광지다’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그렇다면 20대 젊은 여행자인 K씨 딸은 비엔나와 경주를 어떻게 느꼈을까?“비엔나의 명소를 이어주는 트램(tram·도로 위에 깔린 레일 위를 주행하는 노면전차)이 너무 편하고 좋았어요. 경주도 각각의 여행지를 효과적으로 잇는 트램을 만든다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경주 명물이 되지 않을까요?”흥미롭고 수긍 가능한 의견이었다. 다음 기사에선 황리단길을 시작으로 경주의 주요 역사·문화·예술 명소를 연결하는 트램 설치를 제의해볼까 한다. (계속)/글: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4-07-09

해양쓰레기 발생 1위, 포항 어민 버린것 아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해양쓰레기 발생 경감정책인 어구보증금제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어업 종사자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한 보완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7면해양수산부가 지난 1월 12일부터 세계 최초를 자부하며 전격 시행하고 있는 어구보증금제 중 통발에 대한 보증금제는 해양쓰레기 줄이기에는 실효성이 없는 반면 소규모 연근해 통발 어민들에 대한 규제만 심화시켰다는 불만이다.7일 동해안 대게잡이 등 연근해 자망 통발 업에 종사하는 어업인들에 따르면 어구실명제에 따라 소유자, 선명 등 어업허가 사항을 적어 바다에 설치한 어구의 부표 또는 깃발이 몸집 큰 어선들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는 이 대형 어선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들이 쓰는 일회용 자망을 단속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어구보증금제는 어구 판매금액에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포함해 어업인에게 판매하고, 어업인이 나중에 사용한 폐어구(통발·자망·부표 등)를 각 지역별 지정 집하장으로 가져와 반납하면 어구를 살 때 미리 지급했던 보증금을 돌려주는 자발적 회수 제도다. 2024년부터 2025년말까지 2년간 통발 어구만을 대상으로 하며 이후 2026년부터 자망 그물, 부표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해수부는 이 제도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23억 원, 올해는 시행을 위한 예산으로 96억 원을 편성하는 등 ‘어구 보증금제도’ 시스템 구축에 각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연안에서 자망 통발 어구를 사용해 게나 오징어잡이를 하는 어민들은 어구가 해양쓰레기 배출의 주 요인은 아니라며 해양쓰레기 경감정책에 대한 철저한 현장조사와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포항 항에만 수천 척의 상선이 오가는데 이 배들이 어민들의 조업 구역을 지나다니며 유령 어구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어선과 동해구기선저인망의 조업 구역 재설정 문제도 과제로 남아있다. 서로 조업 구역이 겹쳐 어민들의 어구 손상과 분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일부 대형 어선들의 부주의한 어업활동과 상선들의 어구 훼손으로 발생하는 어구 쓰레기가 심각한 해양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해양 자원 관리와 보호를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단정민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07-07

“부표 훼손으로 분실… 너무 아까워요”

“부표가 훼손됨으로 인해서 분실되는 어구들이 부지기수야.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버려지는 거야. 안타까워. 전부 재산인데. 해양 오염? 문제 되지. 해양쓰레기가 돼버리고. 유령 어구가 되면 내가 찾고 싶어도 찾을 수가 없어”지난 5일 오후 2시.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는 오전 조업을 마친 배들이 한데 모여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 점 그을린 데 없는 새하얀 몸체에 저마다 까만 이름표를 달고 고단한 듯 삐걱삐걱 한숨을 내쉰다. 그 앞으로는 통발과 그물이 힘을 다한 듯 맥없이 널브러져 있다.마침, 배에서 내리는 10t급 연안 자망어선을 운영하는 선장 박모(63·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삼정리) 씨를 만나 물었다. “조업 활동하시면서 바다에 버리는 어구들이 많나요?” 박 씨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이 한마디를 시작으로 입을 열었다. “버려지는 어구가 아니고 분실되는 어구라고 해야 해.” 23년간 뱃일을 했다는 그를 붙잡고 이유를 묻자, 그간 참아온 억울함이 봇물 터진 듯 터져 나왔다. “상선들이 동해로 드나들면서 부표를 훼손하는데 이게 엄청나. 여기에서 조업하는 배들은 부표 훼손이 상당히 많아. 상선들은 워낙 덩치가 크고 어선 줄은 가느니까 잘리거나 터져도 항해에 별 지장이 없으니 신경을 안 쓰고 지나다니지.”박 씨는 어업활동 중 분실되는 어구로 인한 해양쓰레기 발생 원인으로 조업지역을 오가는 상선과 동해구기선저인망을 꼽았다.7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포항의 상선 출·입항은 지난 5월달에만 무려 4023척으로 집계됐다. 포항에서 상선이 출항하는 항구로는 영일만항, 포항구항, 포항신항 등이며 여객, 컨테이너, 시멘트, 모레, 철제, 석탄 등을 싣고 운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동해구기선저인망은 대게 어업인과 조업 구역을 두고 몇 차례 분쟁을 겪어왔다. 지난 2010년 11월 9일 경북 환동해지역본부에서 수산자원 관리를 위한 ‘어업인상생협력협약’이 체결됐지만, 협약 이행은 미지수로 남아있다.지난 2020년 8월에는 경북 동해안에서 동해구기선저인망의 막가파식 싹쓸이 조업으로 대게 조업에 종사하는 자망 어업인이 어구 파손 및 분실로 수억 원에 이르는 큰 피해를 입었다.일부 어민들 사이에서는 조업 구역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해구기선저인망, 동해구트롤 두 대형 어선과 조업 구역이 겹쳐 손상되거나 잃어버리는 어구의 양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포항, 경주,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안지역 각 시·군청 조사 결과 현재 어업 허가를 받아 조업하고 있는 동해구기선저인망은 모두 21척, 동해구트롤은 총 29척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 어구 분실을 막고 해양쓰레기 감소를 위해 어구 보증금제·생분해 어구 사용·어구 실명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쓰레기 감소는커녕 어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환경생태공학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경상북도 해양쓰레기 발생원조사 및 관리 방안 수립’ 보고서는 유령 어구의 발생 증가가 해양생물에 직·간접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요 해양생물의 사망률 증가로 어획량이 감소하여 경제적 손실 및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이준모 경북대학교 생물해양학과 교수는 유령 어구의 발생 증가에 대해 “바닷속 유령 어구들에 대형 어류들이 갇혀 빠져나갈 수 없게 되면 부패하게 되는데 이는 해양생물들이 입는 일차적 피해가 된다”고 지적했다.이 교수는 대부분의 어구는 플라스틱 재질로 이뤄져 오랜 시간을 두고 분해되는 미세플라스틱에 해양생물이 노출되고, 이는 생태계 전체의 문제로 번진다고 설명했다.이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물들의 체내에 쌓이게 되면 생명에 지장을 받게 되고 이에 오염된 해양생물들은 결국 인간의 생리학적 이상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상선들의 횡포가 해양쓰레기 만들어”인터뷰 / 포항 구룡포수협 소속 연안자망어선 선장포항 구룡포수협 소속 연안 자망어선을 운영하는 선장 박모(63·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삼정리)씨는 7일 “상선들이 저지르는 횡포 등으로 여러 피해가 많다”며 20여 년 조업을 하며 해양쓰레기 배출의 주범으로 오해받고 있는 데 대한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포항시와 해양수산청 등에서 조속하게 대책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며 “해양쓰레기 1위 도시가 포항이라는 불명예를 지우고, 어업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청정 동해안의 이미지를 되찾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다음은 박 선장과의 일문일답이다.규정 이외 통발 구입이 가능하니어구 보증금제가 무슨 의미 있나실명제 깃발도 상선이 잘라 버려부표값만 더 올려놓은 꼴이 됐다시, 지도·단속부터 제대로 해야-어업활동에 얼마간 종사했는지?△23년간 뱃일을 했다. 통발, 그물로 문어·고동·대게·오징어를 잡는데 통발은 약 4000개, 대게 그물은 약 100포 정도 사용하고 있다.-해양수산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어구보증금제에 대해 알고 있는지?△어구보증금제는 통발 한 개를 1000~3000원에 살 때 일정 금액을 보증금으로 더 주게 된다. 그러면 그 업체에서 보증금을 받아 관할 내 소속된 시·군에 그 보증금을 보낸다. 받아서 또 포항시에 보내줘야 하니 통발 업체에서도 귀찮아한다. 누가 붙이는지 모르지만, 어구 보증금제를 표기하는 태그는 통발에 붙인다. 이게 또 분실하게 되면 난감하다. 어구보증금제를 하게 되면 동해안에 통발은 4000개, 서해는 3000개, 서·남해안은 3000개 이상은 통발을 구입할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해양수산부에 전화해 보면 4000개든, 4만 개든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어구 보증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보증금제는 규정 이외의 통발은 구입을 못 하도록 만들어 바다 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당장 내 마음대로 사용이 가능하니 보증금제 시행에 의미가 없다. 쉽게 말해 분실된 통발을 나라에서 수거하면서 비용을 어민들한테 미리 받는다는 건데 분실하고 싶어서 분실하는 어민이 어디에 있나. 상선들, 저인망 어선들이 부표를 다 훼손시킨다. 다른 쪽에서 그 돈을 받아야지 왜 어민들한테 받는지 억울하다.-해양오염과 유령 어구를 막기 위해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생분해 어구는 사용하고 있는지?△ 3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고기 잡는데 효과가 별로 없다. 일반 그물, 우리가 과거에 쓰던 나일론 그물보다 생분해 어구가 고기 잡히는 확률이 좀 낮다. 생분해 어구의 특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어구실명제는 지키고 있는지?△어구실명제는 10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부표에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악법이다. 행정처분 하는 도구로 삼아 범법자로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어구 실명제에 사용되는 부표에 꽂을 깃발은 한 개 1000원, 1500원씩 주고 사는데 상선들이 지나가면서 다 잘라 훼손시켜 부표값만 더 올려놓는 꼴이다.-많은 지자체 중 포항이 해양쓰레기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생각은?△구룡포 수협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으니 해양쓰레기 발생 전국 1위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수협에서는 수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우리 어업인들이 알고 있기로는 서·남해안 중 서해안이 해양쓰레기가 제일 많이 나오는 장소다. 포항에서는 구룡포 수협에 예산을 책정해 준다. 우리가 바다 쓰레기를 구룡포 수협에 가지고 가면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과거에 없던 쓰레기가 기록으로 잡힌다. 포항은 기록이 나타나고 다른 데는 기록이 나타나지 않으니, 포항이 당연히 1위를 할 수밖에 없다. 어선 척수로 봤을 땐 전라도가 훨씬 많다.-어업인으로서 포항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포항시에서 동해를 오가는 상선과 동해구기선저인망에 대한 지도·단속부터 철저히 실시하고 제대로 된 정책 마련으로 더 이상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어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단정민 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07-07

철강·배터리 중심 경제 불균형 벗어나 산업 균형화 이뤄야

2022년 1월 제정된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이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않고 이들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발전’이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포용적 사회, 깨끗하고 안정적인 환경이 ‘지속가능성’에 기초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발전으로, 우리가 반드시 추구해야만 한다.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과 함께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들을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①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② 경북 지역 인구 소멸… 해결해야 할 과제는③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은④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⑤ 한국 경제의 미래는… 포항이 나아가야 할 길 - 포항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균형발전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핵심만 얘기하면 지금 포항의 불균형은 딱 하나다. 어떤 경제가 발전하면 대기업이 있고 중소기업, 소기업이 따라가는 자체적인 기업 그룹 군이 생겨야 한다. 그런데 배터리 계열에서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에코프로 하나, 철강 계열에서 포항 제철 하나 이렇게 딱 2개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 두 개의 기업군 외에는 별 볼 일 없는 취급을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별로 위 두 대기업 말고도 대표될 수 있게끔 균형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포항은 포스코가 뭐 한다고 하면 온 도시가 그냥 난리가 난다. 이렇게 대기업에 이목이 집중 되는 것을 해소해야 한다. - 포항 경제의 아픈 부분을 지적한 것 같다. 위원님의 말씀은 포항경제의 축이 2개의 대기업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는 측면을 우려하는 것 같다.△그렇다. 포항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산업 집중 현상, 다시 말하자면 불균형 현상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불균형을 그냥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현재는 제철만 있으니까, 제철에 이어 기계 금속, 가공, 조립 그리고 열처리까지 해서 최종재까지 갈 수 있게 해 철강 산업을 더욱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포항 내에서 최종재까지 만들어지면 이로 인해 파생되는 일반 산업, 유통 물류까지 성장해 저절로 균형 발전이 될 것이라 본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보여주기식 행정, 중장기 전략이 부재한 성과위주의 정책 때문이라 본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인지.△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싱크탱크(Think Tank)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인간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제일 먼저 꿈이 있어야 한다. 그 꿈을 꾼 것을 나름대로 지혜롭게 생각해서 위기를 헤쳐 나갈 꾀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원리가 산업이나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럼, 포항의 꿈은 누가 그리고 포항의 앞으로의 미래를 계획할 꾀는 누가 내어야 하는가. 지금 포항에는 꿈을 꾸거나 꾀를 부리는 사람이 없다. 꿈을 꿀 수 있는 제일 좋은 사람은 정치인인데, 문제는 정치인이 헛된 꿈을 꾼다는 것에 있다. 정치인이 꿈을 위해서 생각해 내는 꾀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자기의 장기 집권, 정치적 역량 강화를 위한 꾀이지 포항이라는 도시를 위해서 내는 꾀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담당할 싱크탱크(Think Tank)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그 탱크에서 나오는 모든 꿈이나 꾀는 지자체장이 바뀜에 따라 방향성이 바뀌는 것이 아닌 흔들림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 개인적으로 포항은 지금 기로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위원께서는 어떤 부분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하는가?△지금 현재 포항은 인구 50만을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인구 50만 이상이면 국토개발 국회법상 포항을 대도시로 인정을 해준다. 대도시가 되면 포항 시내에 있는 개발 사업에 경북도지사의 사인이 필요가 없다. 대도시가 되면 포항시장이 다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구가 설정이 될 수 있다. 현재 남구, 북구가 있다. 물론 포항시 인구가 앞으로 48만, 47만으로 4~5만 명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포항의 체급이나 경제력이 확 줄어들지는 않는다. 인구가 조금 줄어들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구 유출로 50만이 깨지고 대도시가 아니게 되면 멋지게 지어놓은 북구청, 남구청 그리고 남·북구로 갈라진 각종 지자체 소관의 어떤 기관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그러면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과거 관공서가 흩어지면서 지금 도심 공동화 현상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온갖 건물 근처에 임대가 붙어있고 그런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건물이 띄엄띄엄 있었다고 한다면, 보기 흉한 임대 건물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결국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책을 써야 한다는 말인 것 같다.△지금은 구도심이 된 지역에 너무 사람이 많다, 복잡하다, 하드웨어가 부족하다 등의 불만이 생기면 주말에는 공실이 되어버리는 학교공간을 활용해 장사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임대업을 한다든지, 이미 있는 것에 융합을 하는 방식을 예전부터 개발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급격한 도심 공동화 현상을 다시 살리겠다고 ‘꿈틀로’를 만드는 등 무리한 정책을 안 썼어도 됐다. 정치하는 분들은 어떤 사업을 얼마를 들여서 얼마나 대규모로 진행하는가에 눈길이 많이 가기 쉬운데, 그것보다는 그게 왜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꼭 노인복지회관이 있어야 노인의 복지가 향상되는가를 고민하고, 만약 노인복지회관이 없으면 새로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닌, 현재 남는 시설을 임대하는 방식을 채택해 비용적 측면을 절약할 수도 있다. 앞으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꼭 눈에 안 띄더라도 내실 있는 걸 했으면 좋겠다. 그게 되려면 결국은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적인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시장과 시의원을 뽑아야 한다./정리=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7-07

500년 역사 인재 요람서 시민의 ‘대학거리’를 꿈꾸다

튀빙겐에 도착했을 때는 캄캄한 밤이었고 강한 비도 내렸다. 당연히 어디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었으나 상관없었다. 동생이 든든하게 옆에 있었고, 여기서 4일을 머물 것이었고, 이 도시와 주변의 도시까지도 둘러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단했던지 단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청량한 공기가 반겼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단정하고 조용한 동네였다. 남편은 20여 년 전 1년간 살았던 도쿄와 매우 비슷하다고 했고 나도 동의했다. 비온 뒤라 적당히 습했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정원이며 가로의 화단과 나무의 수종까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었다. △튀빙겐 시민들의 여유와 자긍심아침을 먹은 후 튀빙겐 시내로 버스를 타고 갔다. 마침 금요일이라 시청 앞 광장에서 농부들이 직접 나와 채소며 육류, 소시지, 치즈 등을 파는 시장이 열린다고 했다. 직접 식사를 해먹을 작정이었다. 집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오는 버스, 기차와 버스를 탈 수 있는 티켓을 동생이 미리 사두었고, 각자 소지하고 있었지만, 거기 머무는 동안 티켓을 지갑에서 꺼낸 적이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사회적 신뢰가 탄탄하다는 느낌이었다.시내까진 약 15분 정도 걸렸다. 거기 머무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을 버스로 다니면서 금방 길을 익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거의 모든 버스들이 튀빙겐대학교를 가로질러 다닌다는 사실에 놀랐다. 튀빙겐은 마치 도시 전체가 대학 구내라는 느낌이었다. 버스로 대학 투어를 한다는 느낌, 대학 본부 건물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코너를 돌면 도서관이 있었다. 튀빙겐대학교가 1477년 설립되었다 하니 500년이 훨씬 넘는 역사를 가진 이 대학교를 일상의 공간으로 누리는 시민들에게도 크나큰 자긍이 되리라. 동생이 가리키는 이런저런 대학 건물들이 시민들에게는 그저 내가 사는 동네일뿐이라는 건 얼마나 큰 자랑이자 축복일까. 철옹성까지는 아니지만 대학 공간이 왠지 근접하기 어려운 곳인 우리의 대학이 안쓰럽다.강 위 다리에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비온 뒤라선지 누런 흙탕물이 제법 거칠게 흐르는 네카어 강이었다. 플라타너스나무가 섬의 양 옆을 에워싸며 1km나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는 좁고 기다란 섬이 있었다. 강 건너 대학이나 구도심의 아름다운 집들을 올려다보면서 걷는 것으로 튀빙겐의 첫 여행이 시작되었다.야트막한 언덕 위의 11~12세기의 건축물인 호엔튀빙겐성으로 갔다. 튀빙겐대학교 박물관으로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유적들이 전시되어있었고, 무려 고고학 전공 박사가 상세하고 전문적인 해설을 해주었다.고성으로 오르는 길옆 옛 집들은 식당이거나 카페였다. 더러는 학생들이 세 들어 산다고 했다. 인구 10만도 채 안 되는 작은 도시 튀빙겐, 인구의 약 25%가 학생이고 대학 관계자를 포함하면 40%를 차지한다고 했다. 시민의 평균연령이 35세 정도로 젊은 도시로 과연 대학도시였다. 튀빙겐에는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온 학생들이 많아, 시민들은 붙임성있고 개방적이라고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맞는 말인 듯했다. 대학을 도시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그곳에서 일상을 사는 시민들의 여유와 자긍심이 보여 부러웠다. 단 며칠이지만 만난 시민들은 온화하되 유쾌했으며 시장은 북적거렸으나 소란스럽지 않았다. 치즈를 팔고 사는 사람과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모두 웃으며 얘기하고 있었다. 단 100g 치즈를 사기 위해 10개 이상의 치즈를 맛보여주며 맛보며 일상 대화는 끝이 없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먹은 ‘학식’하이델베르크 역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하이델베르크대학교를 가진 도시이며 뛰어난 학자와 시인들이 사랑한 도시였다. 대학 도시다운 분위기를 충분히 맛볼 수 있는 도시다. 물론 고성과 박물관 등의 볼거리도 많으며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배경으로 미국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더욱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하이델베르크엘 도착하면 가장 먼저 성에 올라가는 리프트를 줄지어 기다려 타고 올라간다. 성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이델베르크대학을 조망하기에도 딱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성을 둘러보는 데만 2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볼거리도 많다. 성내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와인술통, 약사박물관도 있다. 전쟁과 낙뢰, 화재로 파괴된 성을 일부 복원했고, 지금도 복원 중이지만, 복원을 보류한 채 그대로 방치해 둔 고성의 전경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오랫동안 머물렀다.시내로 내려오자마자 하이델베르크대학교로 갔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하이델베르크대학교의 학생식당(멘자·Mensa)은 홀은 크고 값은 싸서 학생들에겐 성지같은 곳인데, 일반인도 식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학생보다는 비싼 값이지만 바깥 어떤 식당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단다. 뷔페 형식으로 원하는 음식을 담으면 무게로 계산을 했다. 홀 크기도 어마어마해서 빈자리가 있지만 바깥에도 식탁이 많았다. 학생들 틈에 앉아 여유롭게 ‘학식’을 즐겼다. 우리나라의 대학 중에도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학생식당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포스텍도 예전에는 시민 접근이 가능한 카페테리아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학생식당 바로 옆은 하이델베르크 인문대 건물이었고, 이곳저곳 어슬렁거리면서 대학 구경을 했다. 이 대학 역시 캠퍼스와 시내의 구분이 없어 도서관을 찾으러 갔다가 카페를 마주치고, 학교 뒤쪽을 나오면 유명한 크리스마스마켓을 만난다. 학교 건물을 쭉 따라 독일에서 가장 긴 골목을 거닐면서 곳곳에 표지된 유명인들의 흔적을 발견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괴테도 헤겔도 이 골목에서 머물며 이 길을 걸었다. △뮌헨대학교 부근 슈바빙거리뮌헨대학교는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대학교로 노벨상 수상자를 43명이나 배출한 공립연구 중심종합대학교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뮌헨대학교는 슈바빙으로 먼저 알려졌다. 뮌헨대학교를 잠시 유학했던 수필가 전혜린 덕분이었다. 동생은 우리의 요구대로 뮌헨대 근처 레오폴드거리부근의 숙소를 맞춤맞게 찾았다. 숙소 바로 앞의 영국정원, 슈바빙거리를 완벽하게 누렸다. 슈바빙은 우리나라의 대학촌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대학생들이 즐길 만한 장소가 즐비했다. 실제 거리에서 만난 시민과 잠시 얘기 나눈 동생은 이분도 맥주 마시고 싶으면 슈바빙으로 간다고 알려주었다. 뮌헨의 마지막 밤엔 우리도 슈바빙의 한 호프집에서 맥주를 즐겼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지방대학을 생각한다대학을 가진 도시는 축복이다. 그 대학이 크든 작든 중요하지 않고, 대학의 유명세도 그닥 상관없다.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학이 있어 그저 자랑스러울 뿐이다. 독일의 대학도시에서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그러면서 떠올린 우리의 현실은 뼈아프다. 지방은 공동화되어가고, 지방의 대학 또한 고사 직전이다. 지방의 광역정부와 기초단체도 안간힘을 쓰지만 ‘서울로 서울로’의 이동 욕구, 진학 욕구는 가속화되고 있다. 인구 10만도 안되는 도시에 500년이 넘는 역사의 대학이 있고, 시민과 함께 하는 학생식당이 존재하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학거리를 왜 우리는 만들 수 없을까.글·사진/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4-07-04

“다시 한번 신발끈 동여매고 멋스러운 청도 만들자”

‘청도를 새롭게, 군민을 힘나게’슬로건으로 힘차게 출발한 청도군의 민선 8기가 반환점을 돌았다.김하수 군수는 혁신하는 친환경 농업도시와 살고 싶은 행복한 복지도시, 성장하는 상생의 균형도시, 매력적인 고품격 관광도시, 변화하는 창의력 교육도시 등 5대 군정 목표와 평생학습 행복도시와 문화·예술·관광 허브도시, 농업 대전환 등 3대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쉼 없이 달렸다.그동안 평생학습행복관 개관과 청도행복헌장(십계명) 전국 최초 제정, 전국 최초 청도인적자원개발학과를 설치 등 괄목한 성과를 냈다. 군은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천 년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김하수 군수는 “취임 후 2년간은 동료 공직자와 함께 청도군의 미래 비전을 설정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신발끈을 동여매고, 군민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 수 있는 멋스러운 청도를 만들고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평생학습 행복 도시청도평생학습행복관을 개관해 평생학습 기반체계를 마련하고 온누리 대학과 여성대학(원) 운영으로 모든 군민의 수준 높은 평생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평생학습 동아리 지원 등으로 교육공동체를 강화했다.지역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해 청도인적자원개발학과를 개설하고 등록금 지원, 대학생 기숙사 지원, 작고 강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등을 추진했다.앞으로 청도군은 명품교육 도시로의 생애주기별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교육 발전 특구 지정을 통해 지역발전의 큰 틀에서 지역교육 혁신과 인재 양성 및 정주 여건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 문화예술관광의 허브 도시청도반시축제 세계코미디아트 페스티벌, 정월 대보름 행사, 청도읍성예술제 등 지역 명품축제들은 새롭고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으로 매년 최고 방문객 수를 갱신하고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담은 관광 9경을 새롭게 선정했다.읍면별 특색있는 음악회와 마을 유래석 및 청도 관광 웹 드라마 제작, 유천문화마을 및 운문사 역사문화관 조성 등 다양한 문화 혜택을 누리고, 신화랑 풍류마을에 국내 최대규모 스카이 트레일 및 롤러코스터 짚라인 설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마련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앞으로 700석 규모의 아트홀과 수영장을 갖춘 생활문화복합센터, 예술인 정주 여건 마련을 위한 예술인 창작공간, 반려동물 힐링센터, 전국 최고 수준의 산림치유힐링센터, 성곡댐 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 등이 완료되면 명실상부한 영남 최대 문화예술관광 허브 도시로 생활인구 확보로 침체한 지역 경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또 해외 새마을운동 조성사업을 베트남에서 스리랑카로 확대해 새마을 발상지 청도의 독창적 정신문화 확산·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 희망을 꿈꾸는 농업 대전환청도군은 농업 대전환의 역점사업으로 농업의 규모화와 첨단화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개념의 혁신농업타운 조성으로 소득 배가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성장 농업인 육성사업과 전문농업경영인 양성 교육, 국제농업학술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혁신을 선도하는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고, 청도형 스마트팜 조성, 딸기 스마트팜 생산기반 지원 등 농산물 재배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한다.농산물 안전분석실 준공과 청도반시 비상품 자원화센터 건립으로 농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계획이다.특히 농업인 숙소를 건립해 외국인의 안정적 거주와 부족한 일손을 확보, 새로운 소득작목 개발로 수출 품목 다양화로 해외판로 확대, 아열대 작물개발 및 재배단지를 조성으로 기후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고장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고자 지방소멸 대응 기금 272억 원 확보로 인구 증가를 위한 다양한 시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경북 최초 소아청소년과를 보건소 내에 운영하고 보건소 외래산부인과, 지역특화 보육프로그램 운영, 청년 월세 지원, 신혼부부 주거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도 추진 중이다.이외에도 청도군은 출산지원금 확대, 출산 농가 영농도우미, 신생아 및 입양 영아 건강보험료, 유치원 무상급식, 중고등학생 교복 구입비 지원 등 1인 최대 1억 9000만 원을 지원하는 생애주기별 지원정책을 진행 중이다.2025년까지 인구정책 기본전략 4대 분야 23개 과제에 700억 원 이상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 모두가 행복한 따뜻한 복지노인복지기금과 농축산물 가격안정 기금, 인재 육성장학기금을 확보하고 아동 복지기금, 고향사랑기부금, 저출생 극복 성금 등을 추가 조성하는 등 다양한 계층별 지원을 위한 든든한 기반을 마련했다.전동보조기기 보험 가입 지원제도 신설,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70세 이상 군민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통해 어려운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더 두텁게 지원하고 생활민원 바로 처리반을 시행해 주민 불편 사항을 조기 없애고 있다.□ 미래 맞춤형 지역개발700여 명의 일자리 창출과 생산·가공·연구·물류단지, 문화·숙박시설이 융합된 자연드림파크 조성사업의 본격 추진과 첨단 의료시설, 레포츠 시설을 갖춘 해외동포를 위한 명품 전원주택단지 조성사업 등은 지역거점 정주기반 조성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설레임마당 조성사업과 청도 상상마루 조성사업,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으로 도심과 농촌의 조화로운 발전을 꾀하고 재활용 분리 로봇 도입, 로봇카페 조성으로 로봇 친화적 인프라를 구축했다.광역 철도망 청도 연장, 마령재 터널 개설, 청도·경산 대중교통 버스 연계, 대구버스 노선 청도 연장 추진, 대구·경산·영천 등 인근 8개 지역 시내버스 무료 환승 등 관광객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편리한 교통망을 이용한 대규모 물류단지 조성도 계획 중이다.□ 주민자치로 안전한 도시주민참여예산학교와 군민 아이디어 프리 토크, 주민참여 확대간부회의, 라운드테이블, 읍면정 보고회, 비전 2040 중장기 발전계획 군민워크숍 등을 통해 함께 소통하고 군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확대했다.화재피해주민 지원사업을 신설하고 지능형 CCTV 및 스마트 마을 방송시스템 구축, 디지털 기반 노후 위험시설 안전 관리시스템 구축 등 안전을 강화했다.각북지구 풍수해생활권 종합 정비사업 외 16개 자연재해 예방 사업과 하천 정비사업, 노후 상수도 정비사업 외 11개의 상·하수도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특히, 전국 군 단위 최초로 동창천이 국가하천으로 승격되어 국가 차원의 신속한 정비에 대규모 지방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이러한 민선 8기 전반기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기획예산담당관을 기획예산실로 개편하는 등 2국 1실 12과 체제로 조직개편을 단행해 청도군 미래 3대 비전의 성공적인 추진을 꾀한다./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4-07-04

정신적 마음을 보호하는 신성한 ‘신내림 나무’

보굿이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찢겨 나간 살결에는 보기 민망한 속살을 감추어 놓았다. 주민들의 정성으로 보듬고 꿰매었지만, 큰 상흔은 훈장처럼 남아있었다. 거구의 늙은 몸을 지탱하기 힘들까 봐 노파심에 마을 사람들은 지팡이를 선물해 주는 배려심도 잊지 않았다. 키는 아파트 6층보다 높은 13m이고 몸 둘레는 장정 세 사람이 두 팔 벌려 안아야 겨우 안을까 말까 한 3m 50cm이다. 나이는 400살, 사람의 나이로 치면 150세를 넘긴 즉, 한계 수령을 훌쩍 뛰어넘었다. 우리나라에서 생존하고 있는 뽕나무 중에는 서울 창덕궁 천연기념물 뽕나무와 쌍벽을 이루지만, 크기와 매년 열리는 오디의 양과 잎의 생산량 등 모든 면에서 유일무이하게 단연 최고이다. 늙음의 추함보다는 지혜로움과 늠름하고 우람한 모습에서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이가 바로 경상북도 기념물 제1호에서 국가 천연기념물(제559호) 반열에 오른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뽕나무 노거수이다.검붉은 오디는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혀 고샅길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꿈틀거리는 누에를 밟는 느낌과 함께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어릴 적 악몽과 그리운 추억이 잇따라 떠올랐다. 누에와 한방에서 자고 살았다. 누에가 밥을 달라고 고개를 내저으며 아우성치다 그만 천리만리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만다. 채반에서 떨어진 누에가 잠결 속에 몸부림치는 내 몸에 압사당하여 방바닥과 옷은 푸른 핏물로 얼룩졌다. 아침에 일어나 만신창이가 된 누에를 볼 때마다 어젯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는 몸서리를 치곤했다.대문을 들어서는 아버지 바지게 위에는 새까만 오디가 달린 뽕나무 가지가 춤을 추었다. 대청마루 위에 놓인 뽕잎을 딸 때면 어머니는 먼저 오디부터 따서 나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 새콤달콤한 오디는 입과 손을 진한 핏빛으로 물들였다.누에고치에서 실을 뽑고 난 뒤 덩그렇게 남은 번데기를 얻어먹으려고 온종일 이웃집 할머니 물레질 옆에 서서 기다렸다. 눈앞의 주름 잡힌 번데기는 징그럽기도 하지만, 입안에 씹히는 번데기의 고소한 감칠맛에 방앗간 참새처럼 번질나게 이웃집을 드나들던 그리운 추억은 지금도 엊그제 일 같다.뽕나무는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한다. 고대 중국의 은나라 때부터 시작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중국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실크 로드는 우리의 누에고치에서 뽑은 명주가 중국과 유럽인들의 몸을 감싸고 또 멋을 내는 비단길이다.수천 년을 이어온 양잠도 기계문명의 발달로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 시절 비단은 부와 명예의 상징물이기도 하고 비단 장수 왕서방 이야기처럼 우리 서민의 애환이 담긴 산업이다. 뽕나무 노거수는 흔치 않은데 어떻게 천연기념물 노거수가 되었는지 천운을 타고났다고나 할까, 아니면 잠사의 고장답게 양잠의 상징적 의미로 보호하고 가꾸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뽕나무 노거수는 그저 오래되고 거대한 나무로써 만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설과 고사의 주인공으로서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스승이요 살아 숨 쉬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자연이 빚어내고 주민이 다듬은 진품명품의 예술품으로 마을의 품격을 높여주고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 석가모니는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고 공자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나무 숲속을 거닐면서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성현들도 나무는 인간의 영원한 스승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특히 옛날부터 뽕나무는 부상목(扶桑木)이라 하여 신내림 나무로 신성시했다. 신상구(愼桑龜) 고사의 옷을 입혀 교만함을 삼가고 겸손을 가르쳤다. 이제는 누에를 치는 양잠의 뽕나무에서 고사의 ‘신상구 부상목’으로 이름표를 달아보면 어떨까.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 로드는 자연스럽게 스피릿 로드로 이름이 바뀔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육체적 몸을 보호하기 위한 양잠 산업은 새로운 의류 산업에 밀려났지만, 정신적 마음을 보호하는 고사의 ‘신상구(愼桑龜) 부상목(扶桑木)’ 은 우리 모두의 스승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공연히 자신을 자랑하는 말 몇 마디로 죽음을 맞이한 뽕나무(桑)와 거북(龜)을 생각하여 늘 말하기를 삼가(愼)라는 뜻에서 신상구(愼桑龜)라는 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늘날 자기 자랑에 도취한 사람을 많이 본다. 특히 사회지도자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돈 자랑, 힘 자랑, 학벌 자랑, 가문 자랑에 바빠 겸손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로 인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학벌을 자랑하려다 학력 허위 기재를 하거나 청렴을 자랑하려고 있는 재산을 숨기려다 결국은 자드락 나서 국민으로부터 비난받는 부끄러운 사회지도자들을 심심찮게 본다.신상구 고사의 또 다른 뜻을 잊고 된통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다. 가까운 지인들과 돈독한 정을 나누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친목 모임 가졌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학벌을 과시하고 외국어 능력을 은근슬쩍 뽐내기도 했다. 다방면에 높은 식견을 가진 양 자랑했다. 외국 여행에 가이드를 자청하면서 여행 경비를 입금토록 하고, 노후 생활을 보장해 준다며 투자금도 받아 챙기고, 곧 돌려준다며 돈도 빌려갔다. 그리고는 연락을 끊었다. 교만의 자기 자랑은 남들로부터 시새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이 능력으로 보여 모두 홀라당 넘어가 재산적 손실과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나름대로 배우고 세상을 안다는 우리는 부끄럽고 창피스러워 어디 하소연도 못 하고 속앓이를 했다.교만의 말이 화를 불러오기 쉽다. 잘난 척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한편으로는 교만의 자랑이 능력으로 보일 수 있다. 능력 있는 사람을 믿고 따르는 것 또한 인간 세상이다. 신상구 고사에서 교만함을 삼가고 겸손의 미덕은 물론이고 자기 자랑을 일삼는 교만한 사람을 조심해야 하겠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단했다.상주 은척면 두곡리 천연기념물 뽕나무 노거수를 신상구 고사의 시조(始祖) 나무로 ‘신상구 부상목’이라고 부르면 어떨까.신상구(愼桑龜)란…중국 오나라 때 한 효자가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였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꿈에 나타난 신령이 “수백 년 된 거북이를 잡아 고아 먹으면 병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고생 끝에 천년 묵은 거북이를 잡아서 지게에 지고 오다 뽕나무 노거수 아래에서 쉬는데 거북이가 “나는 100년을 삶아도 힘이 세어 죽지 않는다”라는 말을 뽕나무가 듣고 “뽕나무 장작으로 삶으면 금방 죽고 만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집에 와서 거북이를 삶아보니 그야말로 쉽게 죽지 않아 뽕나무를 베어 와서 그 뽕나무 장작불로 삶으니 쉽게 죽고 말았다”라는 이야기로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고사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7-03

“1조5000억 국책사업 주춧돌, 군민 주인인 희망찬 봉화 건설”

봉화군의 민선 8기 전반기는 1조5000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인 양수발전소 유치, K-베트남밸리 조성사업 국가정책화 추진, 스마트 농업 생산기반 조성 등 봉화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한 주춧돌을 놓은 시기였다.봉화군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역 개발사업들을 내실있게 추진하고 완성시켜 군민들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부자 농촌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박현국 군수는 “지난 2년간의 성과들을 바탕으로 민선 8기 후반기에도 주요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박 군수는 이어 “이제 시작한 사업들을 착실히 추진함과 동시에 중부권 동서횡단 철도 및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 산림특화공공기관 및 교육기관 유치 등 취임 초에 구상하고 준비했던 계획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실천해 ‘군민이 주인인 희망찬 봉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국책사업 양수발전소 유치봉화군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에 걸쳐 군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양수발전소 유치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봉화군 소천면 두음리와 남회룡리 일원에 건설되는 양수발전소는 500MW 규모로서 약 10년의 공사 기간 동안 1조5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봉화군청 개청이래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으로 전체 사업비의 약 70%가 지역자금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또한 양수발전소 건설(약 10년) 및 가동기간(약 60년) 동안 지방세,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 등 직접 지원금 1200억 원과 고용효과 6700여 명,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 1조3000억 원 등 막대한 직간접 경제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양수발전소 주변에 홍보관을 비롯한 관광시설을 개발해 분천산타마을,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K-베트남 밸리, 청량산을 연계한 체류형 관광자원을 구축해 관광활성화도 추진할 계획이다.양수발전소 건설로 수량 조절이 가능해져 기상이변에 따른 홍수피해 예방, 농업용수 부족 해소, 산불진화 용수 확보 등 날로 커져가는 일상생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스마트팜 기반 구축봉화군은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농업 생산력을 증대하고, 미래형 스마트영농 구축과 경쟁력 있는 농촌을 위해 농업 체질 개선에 힘썼다.새로운 소득작물 발굴과 스마트 농업 예비 창업농, 기존 농업인의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올해 9월 완공을 목표로 ‘스마트 온실 테스트 베드’를 조성한다. 총사업비 196억 원이 투입되는 봉화농업의 미래모델이 될 ‘봉화 임대형 스마트팜 단지’는 대상지 확정을 마치고 실시설계 중이며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또한, 청년의 농업 분야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임대형 스마트팜 창업농 교육’도 실시해 봉화군 스마트농업을 이끌어가는 전문가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농촌인력확보를 위한 전담 부서를 설치했으며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과 MOU를 체결하고 농식품부 공모사업으로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립을 추진해 안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유입해 농가 일손을 돕고 있다.농업 생산성 향상과 농촌 일손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업기술센터 맞은 편에 농기계임대사업소를 확장 이전하고 농기계임대사업소에는 키오스크(무인안내기)를 설치해 농기계 임대 예약, 출고, 결제 등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지난 5월에는 전국 유일 공공형 버섯 배지센터인 ‘약용버섯종균센터’를 개소해 경북 북부 지역의 버섯 산업을 이끌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체류형 관광자원 개발봉화군은 봉성~춘양~소천~명호를 연계하는 체류·체험형 관광벨트 조성으로 머무는 관광기반 구축에 나선다.먼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을 위해 4억 원의 용역비를 확보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뜨선시와 자매결연 체결, 정부 관계자와 베트남 정부에 지속적으로 ‘K-베트남 밸리 조성 사업’을 한국-베트남 국가 간 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봉화의 관광지로 빼놓을 수 없는 분천 산타마을의 관광명소화 사업을 시행해 산타하우스, 사계절 썰매장, 미니기차, 산타 전망대 등 체험형 관광 인프라를 대폭 확충한다.또한, 분천 산타마을 킬링 콘텐츠 확충사업도 함께 추진해 벽화, 정원 등 산타마을 전반에 대한 경관을 개선하고 전망대와 대형 산타 조형물을 설치해 산타마을의 랜드마크로 조성한다.폐교인 소천초등학교 분천분교를 매입해 15실의 숙박시설, 카페, 레스토랑을 갖춘 친환경 숙박시설을 조성하고 있으며, 천혜의 트레킹 코스인 낙동강세평 하늘길을 재정비해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 난다는 계획이다.아울러 아시아 최대 수목원인 백두대간 수목원과 연계해 관광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벚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물야저수지 주변에 산책길을 조성하고 있으며 인근 오전약수탕을 새롭게 정비해 힐링 산책코스로 개발하고 있다.봉화군의 대표 여름 축제인 봉화은어축제는 ‘2024~2025년 경상북도 지정 최우수 축제’로 선정돼 콘텐츠 및 프로그램 개발, 축제 운영, 홍보마케팅을 위한 도비 9500만 원을 확보했으며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로 오는 27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 목재친화도시 조성국가유산 수리용 목재와 각종 부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국가 유산청에 건의해 법전면에 건축 중인 ‘국가유산 수리 재료센터’가 올해 하반기 준공될 예정이다.또한, 그 인근에 춘양목으로 목공예 체험을 하기 위한 ‘춘양목으로 만들어 가는 마을학교’를 건축 중이다. 이 두 곳이 완공되면 봉성면에 위치한 ‘목재문화체험장’과 더불어 국가유산수리재료센터와 연계한 체험 관광자원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봉성면 우곡리 일대 100ha에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한 산림휴양, 산림치유, 산림교육 등 다양한 산림복지시설과 서비스를 결합한 ‘문수산 산림복지단지’ 조성과 함께 ‘향기식물 치유단지’, ‘휴양형 산림숙박시설’을 함께 조성해 문수산자연휴양림과 더불어 대한민국 대표 산림 휴양공간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생활 인프라 개선명호·재산·법전·춘양·석포면에 기초생활거점센터를 조성하고 읍면에 노인 체육시설 확장 및 생활체육공원 조성을 통해 지역주민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법전면 풍정리의 봉화요양원을 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로 확충, 전환, 소아·청소년의 빠른 진료를 위한 해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설, 석포면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 등 주민 복지시설을 확충한다.도시발전의 기본이 되는 교통망 확충을 위해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조기건설과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지도 88호선 선형개량과 지방도 915·918호선 확포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이밖에 농어촌버스 요금 무료화, 행복택시 운영 확대를 통해 정주여건을 개선한다. 전원주택단지 및 작은정원 조성사업과 도시재생사업,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을 통해 누구나 살고 싶은 농촌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4-07-03

늙어가는 대구·경북, 외국인 근로자와 공존 ‘선택 아닌 필수’

대구·경북은 전국에서 청년인구 유출이 가장 극심한 지역이다. 어느 것 할 것 없이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노동인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출산율·인구 감소와 함께 청년층 외부 유출이란 두 가지 악재가 겹친 경북은 나날이 줄어드는 내국인 노동인구를 대신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속화되는 세계화 추세 속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계속 증가해왔고, 지난해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숫자는 한국 전체 인구의 4.87%를 넘어섰다. 학계에선 사회구성원 중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어서면 그 나라를 ‘다문화 사회’로 분류한다. 최근 국내 거주 외국인의 증가 추이를 볼 때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미국과 캐나다 등의 선례를 살펴보면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예상되지만, 우리에게 외국인 근로자와의 공존은 이제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됐다. 수많은 이민국가가 존재하지만 한국과 비슷하게 ‘노동력’에 초점을 맞춰 이민 정책을 실현해온 호주의 선례는 우리 사회가 참고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이에 호주의 이민자 현황과 정책이 우리에게 어떻게 반면교사 되고 벤치마킹될 수 있을지 점검하고, 대구·경북의 외국인 근로자 유입 실태와 미래 전망을 짚어보는 기사를 5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의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 대구·경북 “일할 사람이 없다”대구·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빨리 지역소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지역의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는 타 지역과 유사한 수치를 보이지만, 부양비 부담이 큰 고령인구의 비율 증가 속도와 청년인구 유출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만을 놓고 보자면 대구와 경북은 한국 전체에서도 위험 수위로 손꼽힌다.지난 2022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실시한 ‘노년 부양비’(만15~64세 100명 대비 고령인구 수) 집계에서 상위 10개 지자체 중 7곳이 대구·경북(의성, 군위, 청송, 영양, 봉화, 영덕, 청도)에 속한 지방자치단체인 것으로 드러났다.이처럼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청년인구 역외 유출로 인해 지역의 중소기업과 농가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8559개였던 경북의 빈 일자리가 2023년에는 1만1599개로 늘었다. 급속하고 가파른 속도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대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의 설명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6337개의 일자리가 비어있는 상태다.□ 청년층을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지역의 노동 인구 감소세가 심화되자 경북도는 비어있는 일자리를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선택했다. 내국인 청년들이 대구·경북을 떠나고 있는데 반해 외국인 청년 노동인구의 유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경북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은 총 10만4564명으로 전년 대비 6367명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이중 20∼30대가 5만5477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현재 경북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2만474명이 5627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대구시까지 더하면 3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현재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다.특히 경주시는 전체 근로자 중 약 18%(4439명)가 외국인일 정도로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지역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실제로 경주의 식당 주인들은 “외국인 종업원이 없으면 가게 운영을 그만둬야 할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이처럼 외국인 근로자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9(비전문취업 비자)을 통해 경북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데이터로도 드러난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경북의 E9 외국인 근로자는 1만6737명으로 지난 2022년 3월의 1만243명 보다 63.4% 늘어났다.외국인 근로자 수가 많아질수록 이들의 경제활동 반경도 자연스럽게 넓어지기 마련. 초기에는 제조업과 농어촌 단순 노무를 중심으로 유입되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최근엔 서비스업을 비롯해 건설 현장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특히 파종·수확기 등 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업과 어업 분야에 외국인을 고용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큰 호응을 받으며, 이들 계절근로자의 수 도 매년 늘어나는 상황이다.법무부가 운영 중인 이 프로그램의 경북 배정 인원은 2022년 2577명에서 올해는 8873명으로 3년 만에 3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포항시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수산 분야에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 과메기 제조·생산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포항에서 과메기 건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어업 인구가 많이 줄어든 만큼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과메기 생산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 “외국인 근로자 모십니다”몇 해 전부터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인구소멸 극복을 위해 이민관리청 설립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이민정책이 추진되고 있다.이런 상황이니 한국 지자체 대부분이 너나 할 것 없이 이민·외국인 정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게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어렵게 말할 것 없이 향후 한국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선 당장 부족한 인력을 충당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와 이민자 유치가 절실한 탓이다.경북도는 올해 지방시대정책국에 외국인공동체과를 신설해 이민·외국인 근로자 관련 정책 수립과 시행에 고심 중이다. 또한 경북도는 지난 4월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이민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도는 향후 이민자 유치와 유학, 취·창업, 정착까지 이민자를 위한 모든 과정을 일괄적으로 원 스톱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 참여형 비자 제도인 광역비자(R비자) 도입과 우수 인재 패스트트랙 확대, 경북 인재유치센터 설치, 이주민의 취업 지원을 위한 외국인 전용 ‘K드림 워크넷’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있다.이처럼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외국인 인력 확보를 위해 속력을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역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만큼의 숫자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대구와 경북의 중소기업들은 “20만 명 정도의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올해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들어올 외국인 노동자는 16만5000여 명. 3만 명 이상이 모자라다는 이야기가 된다. 거기에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는 모양새다. 통계청의 ‘2023년 이민자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권의 외국인 취업자 수는 6천700명으로 전국 총 인원인 92만3000명의 6.7%p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취업자 수는 53만9000명으로 전체의 58.3%를 차지하고 있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이민 정책은…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효율적인 외국인 근로자 유치·이민 확대 정책을 위해 지자체가 주도권을 쥐고 실정에 맞는 현실적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이에 귀 기울인 경북도는 최근 2030년까지 외국인 10만 명을 추가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외국인 근로자 유치에 동분서주하고 있다현재 도는 기존의 외국인 정책에 더해 해외 현지에서 한국어와 관련 기술을 교육해 인재를 만들고, 이들을 국내에 유입시킴으로써 경북에서 바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 지원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경북도에서 필요한 외국인 인력을 중앙에 건의하면 정부가 비자를 발급해 주는 형태의 ‘지역 기반형 외국인 광역비자’ 추진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금으로선 중앙정부가 비자의 설계부터 발급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있어 외국인의 수도권 집중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외국인 이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지방소멸 위기-실천적 방향과 대안’ 세미나에서 경북도는 광역비자 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외국인 정책 방향은 1세대 1노동자에서 2세대 핵가족 정주형 정책으로 나아가야 하며, 지역이 필요한 외국인 인력과 우수 인재를 주도적으로 선정하고 유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최근엔 경북도뿐만 아니라 전라남도에서도 지자체가 주도권을 쥐고 외국인 근로자 이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4월 시도지사협의회 임시총회에 참석, “광역지자체가 비자 권한을 가지고 지역에 필요한 외국 인력을 주도적으로 유치하는 광역비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위기 상황인 인구 감소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민자를 통해 지역의 활로를 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02

청송 군민에 약속한 공약 이행률 57% ‘순항 중’

청정한 자연 환경과 맑은 공기로 여행자들을 유혹하며 ‘산소카페’로 불리는 작지만 볼거리와 즐길거리 많은 청송군. 2022년 6월 재선한 윤경희 청송군수는 “하나 되는 청송, 그 이상의 도약”을 슬로건으로 삼고 군정을 운영했다. 벌써 윤 군수의 민선8기가 2주년을 맞았다.군민에게 약속한 73개 공약사업은 2024년 1분기 기준 57%에 달하는 공약 이행률로 순항 중이라는 게 청송군청의 설명.이 데이터에 의하면 청송군은 경북 평균 공약 이행률 34.8%보다 비교적 높은 이행률을 보이고 있다.주요 완료 공약은 ‘농산물 유통 및 판매지원 확대’ ‘청송군 농어촌 무료버스 운행’ ‘진보 지역아동센터 확충’ ‘주왕산 관광지구 주변정비사업’ ‘행정혁신 프로그램 청송어람’ 등이다.주요 사업을 포함한 총 23개의 공약 사업이 완료돼 ‘2024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지방자치단체장 공약이행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 분야별 주요 성과청송군이 지향하는 ‘소외계층 없이 모두가 공정한 행복을 누리는 청송 건설’의 분야별 주요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농업 분야에서는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시스템 구축을 위해 ‘무적엽 청송사과 시범유통’ ‘청송사과 미래형 과원 조성’ ‘미세살수장치 설치’를 지원했다.복지 분야에선 보편복지의 확대를 위해 ‘8282 민원처리반 운영’ ‘청송군 농어촌 무료버스 운행’이 현실화됐고, 관광·경제 분야 및 지역활기 소생을 도모하는 ‘파천면 산소카페 청송정원 조성’ ‘제17회 청송사과축제 개최’ ‘제1회 청송백자축제 개최’ ‘청송사랑화폐 700억 확대 유통’ 등이 눈에 띄는 성과다.지역 이미지 향상 분야에서는 ‘청송읍 중앙로·금월로 전선지중화 사업’ ‘청송읍 야간경관 조명 조성’ ‘청송읍 회전교차로 설치’ 등이 주목받았다. 이는 ‘산소카페’로 요약되는 청송군의 도시브랜드 경쟁력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다.이를 토대로 윤 군수는 민선8기 3년차에는 주요 군정성과를 밑바탕으로 군민과 관광객의 환한 웃음 넘치는 ‘활력 청송’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새삼 하고 있다. 결국 청송군만이 아니다. 지자체 공약의 성공적 실현 여부는 다양한 도전과 변화의 시도가 아닐까.청송군은 현재 농업재해를 예방하고 영농일손 절감으로 사과 생산력을 늘리는 농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송사과는 타 지역 사과보다 생산량이 많아야 시장에서 입지가 견고해지고 사과 주산지로서의 명성을 이어 갈 수 있다. 이를 위해 군민소득을 높이는 청송사과 생산량 증대 방안 연구를 위해 현동면 거성리에 ‘새 소득 시범사업(사과 시설재배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새 소득 시범사업은 조·중생종 사과 조기생산, 다수확 사과 재배 기술 개발, 스마트팜 기술연구, 청송사과 품질 향상 요인 등을 발굴하게 된다.올해 준공을 앞둔 ‘청송황금사과 연구단지’는 병충해에 강한 대목 육성, 재해 예방기술 보급으로 과수화상병과 탄저병을 선제적으로 대비해 우수한 품질의 청송사과 생산을 유지할 계획이다.또, 영농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무적엽 청송사과 시범유통’ ‘영농 일자리센터 운영’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영농환경도 개선할 방침이다. □ 군민 웃음꽃 피는 복지사업청송군은 세대를 아우르는 복지서비스를 차별 없이 군민들에게 제공하려 노력 중이다. 육아 부담이 큰 젊은 부부들에게 ‘유모차와 출산축하 박스’를 지급해 아이 키우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진보 공공도서관 리모델링’과 ‘청소년 수련관 야외 문화·체육시설 확충사업’으로는 청소년 놀이공간을 제공해 인재 양성의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전국 최초로 시행해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열풍을 일으킨 ‘청송군 농어촌 무료버스 운행’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서~진보 단일노선을 신설하고, 승강장을 추가로 설치한다. 이는 대중교통 소외지역 개선과 군민의 교통편의를 향상시킬 전망이다.그외에도 ‘8282 민원처리반’ ‘건강마을 조성사업’ ‘정신건강 증진사업’의 쉼 없는 추진으로 행복한 청송군민의 삶을 보장하겠다는 게 청송군의 약속.청송군과 지역 대학, 기업이 힙을 합쳐 ‘청송군 K-U시티 항노화 사업’도 추진한다.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확보함으로써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청년창업을 돕는 항노화 연구지원센터 건립, 기업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연구결과 상품화, 지역학생 연계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창업지원 등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청송읍 월막리 옛 군수 관사 부지에 조성하는 ‘청송공공주택 청년 빌리지’와 진보면에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의 지역 청착을 돕겠다는 것도 청송군의 계획.공모사업에 선정돼 추진 중인 ‘주왕산 사계절을 맛보다!’ ‘주왕산 산소맛길 조성사업’ ‘달빛이 내려앉은 달기약수거리 활성화사업’을 진행하며, 동시에 청송군의 대표 음식을 추가로 개발·홍보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 모두가 행복한 청송 건설지역 자원을 활용한 관광상품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경북형 이색숙박시설’을 추진한다. 호텔의 편리함과 캠핑의 즐거움이 결합된 ‘경북형 이색숙박시설’은 옛 주왕산 초등학교 부지에 조성된다. 이를 주왕산면의 다양한 관광자원과 결합해 ‘머무르는 관광지’ 조성으로 지역 경쟁력과 관광소득 향상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파천면 일대에 만들어지고 있는 ‘청송산림레포츠 휴양단지’는 지난 5월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조성을 위해 교보증권 컨소시엄과 126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 역시 향후 청송군의 이미지 변화와 지역경제에 활력을 일으킬 사업으로 눈길을 모은다.군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주거공간도 대대적으로 개선한다. ‘청송군 농촌협약 346억원’ ‘청송읍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180억원’ ‘청송읍 거대리·주왕산면 신점1리·부남면 하속 1리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60억원’ ‘진보면 각산리 외 3곳 마을 만들기 사업 20억원’, ‘덕리지구 농촌공간 정비사업 180억원’ 등 총 사업비 786억원의 농촌생활 공간개선 사업의 추진이 그 구체적 결과물이다.이를 통해 청송군의 정주인구를 늘리고 청송의 가치를 높여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게 된다. ‘진보면 및 산남지역 전선지중화 사업’으로는 도시미관을 정비하고, 더불어 ‘산소카페 청송’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갈 방침이다. ‘진보면 파크골프장’ ‘산남지역 파크골프장’ 조성은 군민의 여가활동을 용이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그간의 성과와 함께 3년차의 청사진을 제시한 윤경희 청송군수는 “지난 2년 군민들의 지지와 응원에 감사드린다”며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농업정책을 추진하고, 군민의 건강을 유지하고 만족도 높은 삶을 위한 복지정책 보급에도 힘쓰겠다. 덧붙여 농촌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모두가 행복한 청송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김종철·홍성식 기자

2024-07-02

한때 수학여행 명소, 이제는 국제적 핫플로

경주는 이미 한국에서 손꼽히는 관광도시다. 곳곳에 자리 잡은 역사 유적은 거리 전체를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만들었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핫 플레이스’로 불리는 황리단길의 현대적 매력은 ‘문화관광이 강한 도시’ 경주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최근 내년에 열릴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결정되며 겹경사를 맞은 경주시. 그렇다고, 지금에 만족해 여기서 멈추는 게 옳을까?그렇지 않다. 한 단계 더 진화된 관광 환경을 고민하고, 방문객들의 편의를 높여줄 각종 시설을 만들어내는 건 경주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명품도시’로 만드는 첩경이 될 것이므로.본지는 앞으로 진행될 3회의 기획연재 기사를 통해 경주 관광의 현황을 짚어보고, 세계 속 명품 도시와 명품 거리가 어떻게 조성됐는지 알아보며, 도처에 흩어진 유용한 관광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어줄 교통수단 등을 제시함으로써 경주가 보다 진일보한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한다. ▲청춘들의 ‘경주 여행’ 출발지 황리단길1960~70년대 경주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다.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가는 신혼부부도 드물었던 시절이다. 그때 결혼한 부부들의 집엔 그들의 젊은 날이 찍힌 낡은 흑백사진이 남아 있는 경우가 흔하다. 뒷배경은 첨성대나 불국사의 다보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1980~90년대엔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역할 한 게 경주다. 10대 청소년 수백 명이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당시엔 안압지(현 동궁과 월지)로 불렸던 신라의 인공 연못 앞에서 우정을 다졌다. 그들이 지금은 학창시절 추억을 곱씹는 40~50대 중년이 됐다.그리고, 21세기. 2024년을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경주 여행의 출발지를 묻는다면 열 중 아홉은 “황리단길”이라 답할 게 분명하다.황리단길은 경주 황남동과 서울 경리단길이 합쳐져 만들어진 조어(造語). 과거엔 주거 지역이었다. 하지만,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카페와 레스토랑, 독특한 상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통 한옥이 커피숍이나 게스트하우스로 변모하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중반.황리단길의 인기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경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황리단길을 찾은 방문객은 평일엔 하루 3만 명, 주말의 경우엔 5만 명에 육박했다”고 말한다. 벚꽃이 절정을 이뤘던 화창한 4월엔 165만 명에 이르는 여행자들이 황리단길과 그 일대를 돌아다녔다.명성을 실감하고 싶어 지난주 사진기자와 함께 경주 황리단길을 찾았다. 평일이었음에도 꽤 많은 젊은이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한식부터 일식, 이탈리아와 스페인 요리까지 원하는 것을 골라 먹어볼 수 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소품 상점에 메인 도로는 물론 골목 곳곳이 이른바 ‘포토 존’으로 손색이 없기에 20~30대가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을 듯했다.황리단길이 경주 관광의 출발지로 자리 잡은 이유 중 하나는 지척에 다양한 역사·문화유적이 있다는 것일 터. 고대 신라의 위상과 빼어난 예술성을 느낄 수 있는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 국립 경주박물관 등이 모두 걸어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황리단길 인근 경주박물관 주차장에서 떠올린 비엔나황리단길에서 청년들과 섞여 가볍게 점심을 먹고 대릉원을 거쳐 국립 경주박물관으로 향했다. “경주는 외국인들이 큰 관심을 가진 한국의 관광지”라는 이야기가 과장된 것이 아님을 확인했던 한 장면.경주박물관 주차장. 전세버스에서 내리는 20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만났다. “어디서 온 것인가” 묻자, 한 여성이 “난 캐나다고, 저 사람은 미국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원체 여러 나라에서 온 이들이 모였기에 나도 다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잠시 후면 경주박물관에서 992년이란 장구한 세월 동안 존재하며 ‘황금의 고대 왕국’으로 불렸던 신라의 진면목을 볼 생각에 들뜬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을 보며 그 역시 한 해 수백 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떠올렸다.비엔나는 고풍스런 중세 성당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과 박물관, 현대적인 감각을 갖춘 화려한 상가와 전통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 유서 깊은 오페라극장 등이 불협화음을 내지 않고 조화를 이룬 역사·문화·관광도시로 이름이 높다.다음 연재 기사에선 경주와 비엔나의 어떤 점이 닮았고, 어떤 것이 다르며, 과거와 현재를 결합해 보다 큰 매혹을 줄 수 있는 관광지로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할지 살피고자 한다. 세계 속 명품 도시·거리는 어디에?좁은 한국을 벗어나 좀 먼 곳으로 눈을 돌려보자. 유럽과 미국은 물론, 아시아에도 고풍스런 역사 유적과 새로운 문화예술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이른바 ‘명품 도시’ 혹은, ‘명품 거리’가 적지 않다.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이 매력에 흠뻑 빠졌을 그 거리 몇 곳을 소개한다. △프랑스 파리의 마레지구파리 센강 우측엔 마레지구(Le Marais)가 있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조화’ 차원에선 건축학도들의 연구 대상이 될 정도.마레지구는 본래 센강 늪지대에 형성된 17세기 왕족의 저택들이 모여 있던 곳이다.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상당수 저택이 파괴됐으나 1960년대 일부를 복원해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 들어섰고, 시간이 흐르며 인근에 세련된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들어오면서 파리를 대표하는 현대적 관광지가 됐다.마레지구의 자리한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집은 위고가 1832년부터 1946년까지 살았던 곳으로 현재는 박물관이다. 그 외에도 카르나발레 박물관, 보쥬 광장, 피카소 미술관 등이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영국 런던의 쇼디치런던의 옛 중심가인 시티 오브 런던과 신도시 도클랜드를 잇는 역할을 하는 쇼디치(Shoreditch)도 명품 거리로 손색이 없다. 구도심과 신도시 중간에 위치해 두 지역 간 이동을 용이하게 한다. 관광의 주요 인프라 중 하나인 교통이 좋다는 것.여기에 쇼디치 인근 올드 스트리트역은 테크시티와 실리콘 라운드어바웃 지척에 있어 런던에 산재한 비즈니스와 금융산업 중심지로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통해 영국은 스타트업 기업의 집적화로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쇼디치는 벽화로도 유명하다. ‘전위 미술가’로 불리는 뱅크시를 포함한 많은 예술가들이 그래피티(graffiti·거리 벽면에 낙서처럼 그려진 그림) 등을 통해 도시가 지닌 매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는 재론의 여지없이 빼어난 관광 상품으로 여행자들에게 받아들여진다.△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지난 2009년 문을 연 미국 하이라인 파크(The high Line)는 뉴욕 중심부와 구도심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하이라인 파크는 폐쇄된 고가철도를 활용해 만든 공원.뉴욕 맨해튼 남서쪽 첼시에 자리 잡았는데, 사람들이 통상 떠올리는 네모난 공원이 아닌 철로를 따라 만들어 일직선으로 뻗은 독특한 형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이라인 파크가 조성되며 인근 상권도 함께 성장했다. 주변엔 여행 잡지와 각종 방송에 소개된 레스토랑과 갤러리가 여러 곳이다.근처에서 영업 중인 첼시마켓은 과거 내셔널 비스킷 컴퍼니의 공장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현재는 쇼핑몰과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푸드 코트로 탈바꿈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다녀온 이들은 입을 모은다.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기 편하고, 매력적인 건물과 시원스런 공원이 결합된 하이라인 파크는 누가 뭐래도 뉴욕 최고의 ‘힙한 여행지’다.”△일본 교토의 기온 거리교토는 매년 5000만 명의 여행자가 몰리는 관광도시다. 그중에서도 기온 거리에만 한 해 수백만 명이 방문한다. 기온 거리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교토의 역사와 문화를 현대적 관광 요소와 결합해 구도심과 새로운 시가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곳”.기온 중심부에 위치한 야사카신사(八坂神社)는 기온 축제의 중심지로 이름이 높다. 약 1400년 전 만들어진 이 고대 신사는 교토의 중요 문화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신사 옆에 위치한 마루야마 공원은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 벚꽃이 필 때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하지만, 지난 4월부터는 관광객들이 사유지 골목 일부로는 들어갈 수 없다. 폭이 1~2m에 불과한 매우 좁은 기온 거리를 찾는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리면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탓에 나온 조치다. 관광객들에게도 높은 시민의식이 필요한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다.(계속)/홍성식기자·정리=성지영 인턴기자/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4-07-02

긍정적인 변화의 물결 이는 달성군, 힘찬 전진 이어간다

민선 8기 대구 달성군의 시작은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깊은 역사와 다채로운 문화를 품은 넓은 권역에 전국 최연소 단체장 군수와 평균연령 42세의 젊은 인구가 어우러지며 마침내 그 잠재력을 폭넓게 실현하고 있다. 전 공직자의 땀과 노력은 복지에서 산업까지, 교육에서 문화까지 빛나는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민선 8기의 2주년을 지나며, 여전히 안주하지 않고 내실 있는 사업 추진에 몰두하고 있는 달성군의 그동안의 성과와 비전을 살펴본다. △‘최초’, ‘최대’ 수식어 가득한 교육·보육 사업달성군의 지난 2년은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군민에게 꼭 필요한 참신한 교육·보육 사업을 추진한 덕분이다.우선 달성군은 지난해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어린이집 영어교사 전담배치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신청한 관내 어린이집 172곳에 주 2∼3회 영어교사를 파견해 놀이와 체험 등을 접목한 영어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과감한 시도도 있었다. 올해 초 달성군 첫 초등 영어 방학캠프를 통해 지역 초등학생 50명이 필리핀 바콜로드로 떠난 것이다. 이는 지자체에서 참가자들의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는 대구시 최초의 해외 어학연수·체험 프로그램이다. 캠프는 올해 여름에도 필리핀에서 진행한다.2024 중등 영어 여름방학캠프 역시 처음으로 이뤄진다. 지역 중학생 30여 명은 다음 달 미국 샌디에이고로 떠난다. 현지 원어민과 함께하는 집중 영어교육은 물론, 명문 사립학교 방문 등 문화체험으로 글로벌 감각까지 키울 수 있도록 한다.초·중등 영어 여름방학캠프 등 교육 사업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기관이 달성교육재단이다. 기존 달성장학재단에 교육, 진로진학, 도서관 업무를 더해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곳이다. 교육사업의 전문성을 높여 학군, 대입 등과 관련한 인구 유출을 줄이는 것이 달성군의 청사진이다.또 지역인재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교육발전특구사업도 성과를 냈다. 올해 2월 달성군을 포함한 대구시가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달성형 창의적 체험활동 및 방과후 학교 혁신, 대학·연구기관 등과 연계한 맞춤형 교육체제 구축 등 공교육 혁신을 통한 인재양성 및 정주여건 개선 활동이 한창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 교육청, 대학 등이 협력하며 각종 규제 완화와 최대 200억원 예산 혜택도 주어진다.아울러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활동으로 진정한 의미의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실현 중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대구시 구·군 최초 365일 24시간제 어린이집이다. 보호자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제도다. 달성군의 넓은 권역을 고려해 총 3곳에서 전면 운영 중이다.이 같은 노력에 답하듯 달성군은 올해 초 전국 82개 군 지자체 중 출생아 수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달성군의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3명으로, 출생아 수 1000명 이상 지자체 중 1위를 차지했다. 출산·양육 가정에 진짜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읽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임을 상기할 수 있는 기록이다. △1인가구 대책부터 국가유공자 예우까지, 복지사업의 끝없는 발전아이가 자라기 좋은 도시는 곧 가족구성원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사업의 혜택이 아동·청소년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달성군은 다양한 연령·계층을 아우르는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의료혜택이다. 지난해 달성군은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유가읍 ‘행복한 병원’ 24시간 응급실을 열었다. 현재까지 1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이동건강버스 ‘달성건강빵빵이’는 지역 곳곳을 방문하며 벌써 100건 이상의 순회를 마쳤다.고독사 위험군인 1인 가구의 안전도 생각했다. 상반기 수립한 2024년 달성군 고독사 예방 시행계획은 고독사 위험군 발굴 및 이들의 사회적 고립 해소를 과제로 담고 있다.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가 스마트폰 달성안심서비스앱 무료 배포다. 앱을 설치한 1인가구, 거동불편자 등이 일정 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을 시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해 미리 등록된 다수의 가족과 지인 등에게 자동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이다.이와 더불어 노년층의 삶의 질도 생각했다. 어르신의 빈곤문제를 덜고 생활에 활력도 줄 수 있는 일자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달성군은 올해 19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4700여 명의 어르신을 위한 지역 맞춤형 노인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보훈대상자 지원 예산은 달성군 역대 최대인 33억3천만원으로 편성했다. 특히 90세 이상 참전유공자 특별명예수당은 지방자치단체 중 달성군이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제도로 월 17만원씩 100여 명에게 지급 중이다. 대부분 고령인 참전유공자분들이 더 늦기 전 조금이라도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예우를 강화한다는 취지다.달성군은 올해 보건복지부의 2024년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지자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애인활동지원 급여의 10∼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장애인이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올해 7월부터 전국 8개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이 이뤄지며 대구·경북에서는 달성군이 유일하다.△대구 미래먹거리 책임진다, 산업 중심지로 거듭나는 달성최근 달성군에 전해진 기쁜 소식 중 하나가 대구시 기회발전특구 지정이다. 기회발전특구는 기업의 대규모 지방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사업으로, 입주기업에 세제, 금융, 규제특례 등 혜택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교육청 등 19개 기관이 협약을 체결했다.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신청에 나선 대구시의 기회발전특구에는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가 포함돼 있다.달성군은 사업 대상지의 주거, 교육, 문화체육, 공원녹지 인프라 확충과 기반시설(SOC) 지원 계획 등을 수립했다. 특구 입주 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 제공도 계획하고 있다. 달성군의 주거, 녹지 등 인프라와 조세혜택 등이 어우러져 ‘기업 하기 좋은 달성군’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 것이다.이에 앞서 지역 곳곳에 전해진 호재 역시 적지 않았다. 달성군은 지난해 대구 국가 스마트기술산업단지(제2국가산단),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 예타 통과, 모빌리티 모터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등 주요 국책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역시 2032년 하빈면에 새롭게 터를 잡는다.달성군은 관련 TF팀을 마련하는 등 행정지원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새롭게 유입될 임직원들을 위해 지역 환경 개선 및 관광산업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군민이 함께 만드는 문화콘텐츠, 진정한 의미의 문화도시 달성하다‘대구 최초 법정문화도시’ 달성군의 활약은 눈부시다. 2022년 12월 대구시 최초 법정문화도시에 선정된 후 군민이 주인공이 되는 여러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4709명의 시민이 문화활동에 참여해 911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폐허처럼 방치돼 있던 옛 화원우체국은 시민들의 손길 아래 ‘문화우체국’으로 거듭났고, 옛 화원운전면허시험장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 가득한 ‘2023 도시문화캠프’가 열렸다. 모두 달성군만의 문화자원을 활용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이다. 사업은 국비 포함 최대 200억의 예산을 활용해 2027년까지 이어진다.올해 하반기에도 멋진 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야외오페라 ‘사문진- 피아노, 그 첫 번째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피아노가 처음 들어온 사문진 나루터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10월 5일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출연자의 대부분은 달성군민을 포함한 대구 시민이다. 이달 공개오디션을 통해 출연자를 선정했으며 남은 기간 다사읍의 연습공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준비한다.지역의 풍경도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대구교도소의 하빈면 이전이다. 달성군은 교도소가 빠져나간 화원읍 후적지에 국립근대미술관·뮤지컬콤플렉스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홍준표 대구시장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조성을 건의하는 등 그 계획 역시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다만 시설 유치까지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 기간 후적지가 우범지대로 변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달성군은 옛 교도소 터에 주민을 위한 휴게·편의 공간을 꾸며 이 같은 우려를 덜 예정이다.교도소가 옮겨간 하빈면에는 체육시설 등 주민친화시설이 들어서, 변화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교도소 역시 최신식 첨단 경비 시스템이 적용돼 지역민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했다.최재훈 달성군수는 “민선 8기 2주년을 맞는 현재 달성군에 긍정적인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음을 군민 여러분도 체감하고 계시리라 믿는다”라며 “달성군의 가장 좋은 나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전 공직자가 한마음으로 노력하는 만큼 앞으로도 힘찬 전진을 이어가는 지자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4-07-01

“지자체 간 연대와 상생틀 마련으로 지방소멸 위기 대응”

인구 소멸이 심각한 경제난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인구 감소를 넘어 지방 소멸, 국가 존립의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층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자체들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자치단체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각자도생할 경우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해법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지역의 인구 감소가 지역총생산의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역연대와 상생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과 함께 지역의 인구 소멸을 막기위한 방안과 지자체간의 상생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알아봤다.- 포항시를 비롯한 경북권 대부분의 도시가 인구소멸의 위기에 놓여 있고 지역경제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 이를 위해 위원님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 바 있는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경북권의 경우, 포항에는 없는데 전국으로 놓고 보면 돌아가는 것들이 있다. 포항 철강 산업도 여기는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소재인 제철만 있지만 전국으로 확장하면 자동차도, 선박도 생산한다. 나름대로 국내 자체에서 내수가 돌아가는 게 있다. 그러나 국가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최소한 자율적인 선순환 경제가 되려면 최소 인구가 1억은 돼야 한다. 그래서 일본이 지금 잃어버린 몇십 년 속에서도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경북 자체는 돌아갈 수 있는데 포항만 놓고 보면 안 돌아가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우리가 남이가”라는 개념을 경북 전체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시·군 지자체장의 입장에서는 “나는 내 것만 보면 된다”고 하지만, 포항과 경주가 서로 합쳤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도 많다. 글 싣는 순서①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포항 경제에 미칠 영향② 경북 지역 인구 소멸…해결해야 할 과제는③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은④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⑤ 한국 경제의 미래는… 포항이 나아가야 할 길 - 2025년 APEC 개최도시로 경주가 확정됐다. APEC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경북 내 지자체 간 상호 협력이 그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이번 APEC 경주 개최를 계기로 지자체간 상호협력과 연대의 틀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지난 2010년에는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경주에서 열리기도 했다. 나도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여해 서포트 했었다. 포항의 경우에도 국제 불빛 축제라는 큰 행사를 열었다. 그런데 불빛 축제 보러 온 관광객들 입장에서는 인근 숙박 시설이 깨끗하지도 않고 휴가철에는 가격도 터무니없이 오르는 데다 장기 투숙도 쉽지 않은 탓에 경주 보문단지 힐튼 호텔이나 라한호텔(당시 현대호텔) 등 주변 호텔에 머무는 경우들이 많았다. 다른 지역에서 축제하니까 몸만 가서 축제를 즐기고 결국 다시 경주로 돌아온다. 축제를 여는 포항시 입장에서는 “이거 뭐 내가 돈 들여서 남 좋은 일 시켰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 이기주의에 머물일이 아니다. 서로 상생하고 돕는 연대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 APEC 회의를 경주에서 개최할 때 행사 기간 동안 경주 시내만 사람들이 몰려 있게 둘 게 아니라, 포항에 오면 스페이스 워크도 있고 볼거리도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포항공대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동한 방사광가속기와 네 번째로 가동한 차세대선형가속기(XFEL) 등이 있다. APEC정상들은 본적이 없거나 자국의 첨단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견학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APEC관계자나 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견학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 맞는 말씀이다. 그런 점에서 포항시도 경주시장, 경북도지사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APEC을 경주시 단독으로 치르는 행사로 보지말고 포항은 물론 인근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경북 전체를 보면 그냥 1이 아니라고 1.5가 될 수도 있고 2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시·군 지자체 간 연대하고자 하면 융합까진 안 되더라도 서로 피해를 주지는 않지 않겠는가. 그 다음에는 경북에서 큰 행사를 한다고 하면, 포항시가 먼저 도움의 손을 내밀어야만 또 우리가 어려울 때 다른 지자체에서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것이다. ‘빨대 효과’라는 것이 있다. 길이 잘 뚫려 있어서 어느 도시와도 협업하면 할수록 포항이 빨아들일 확률이 높지, 포항에 있는 사람들이 청송이나 청도 등으로 유출될 확률은 적다고 본다. 포항이 그래도 경북의 제1도시라고, 자주 얘기가 돼 왔다. 지금처럼 22개 시군이 따로따로 돼 있는 것보다 서로 원활하게 움직이면 인구가 줄어드는 효과를 벗어나 제3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포항과 경주, 포항과 영덕, 포항과 울진 등 함께 하는 프로젝트가 이뤄지면 그걸 보러 포항으로 올 수 있다.- 위원님은 ‘지역행복생활권’을 지역발전정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박근혜 정부에서 생활권을 같이하는 2개 이상 지자체의 연계사업을 공모해 사업비를 지원하는 ‘지역행복생활권’을 추진한 바 있다. 이 사업은 지자체의 소지역 의식을 허물어 정책의 경직성을 완화시키는 창의적 지역발전정책의 표본으로 꼽는다.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은 시군의 경계를 넘는 주민의 생활영역을 고려해 복수의 지자체가 함께 추진하는 주민복리증진 사업이다.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새뜰마을사업)은 주거여건이 열악하고 안전과 위생이 취약한 저소득층 주거지역에 대해 최소한의 기본 인프라를 확충, 기본적인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새마을 운동이 그랬듯이 지역위의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역발전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광역의 경계까지 허물고 접근할 수 있는 인접 시·군끼리의 윈-윈(Win-Win) 아이디어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웃마을끼리 자조정신으로 합작기획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은 전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접근이었다. 그런데 이게 제대로 먹히질 않았다. 너무 뜬구름 잡는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거꾸로 해석하면, 생활경제권 개념이 포항의 생활 경제권이 어디까지 커버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 ‘행복생활권’을 포항 지역에 대입시켜 보면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나.△예를 들어 경주대는 몰라도 위덕대는 아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서 위덕대를 보는 것과 전국에서 위덕대를 바라보는 것은 조금 다르다. 그런데 포항의 입장에서는 지역의 경계선을 넘어가니까 선을 긋고 어차피 경주 지역의 대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경주시 입장에서는 경주시 행정구역 끝자락이고 도로만 건너면 포항인데다 포항에서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많으니까 또 신경을 안 쓴다. 그래서 현재 위덕대가 낙동강 오리알처럼 돼 버렸다. 그저 대학 혼자 생존을 위해 엄청 고생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것들도 이제는 어떤 행정적인 지도의 개념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력이 미치는 영향권으로 보고 행정이나 정책, 산업 등을 함께 해야 한다. 경주의 외동이 왜 컸겠는가. 쉽게 얘기하면 외동은 울산 경제권이다. 경주시는 외동에 신경도 안 썼다. 결론적으로는 외동에 현대자동차 부품의 2, 3차 계열사들이 있으니까 현대 자동차가 외동을 신경 썼다. 그러다 보니까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지원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 자금의 경우에는 경주시 지역이 한국은행 포항본부 소관이니 포항에서 다루고 있었다. 경주 외동지역 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거래처가 울산 현대자동차의 계열사들과 얽혀있으니까 이왕이면 한국은행 울산본부에서도 이 한국은행 포항본부 관할인 경주 외동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지원자금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고, 한국은행에서도 이 부분을 조정해 줬다.- 생활경제권의 개념과 범주를 경북 내에서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인구소멸과 다이렉트로 연결이 되는 해결책이 아닐지라도, 인구는 적어도 오히려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정책은 우리 지역 사업 저 정책은 다른 지역 사업, 이렇게 나눌 것이 아니라 이번에 포항, 영천, 경주로 동남권 호국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듯 경북을 묶은 시공간 융합 사업을 많이 해 나간다고 하면 인구소멸에 따른 문제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첨언하자면, 앞으로 인구소멸 등과 관련해 지방간 통·폐합이야기는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다. 뜬금없이 지역을 통합할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견해로는 우선 생활경제권으로 지역 간 교류, 경제적 끈끈한 연결이 이뤄진 지역을 묶어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의 선거구 통합도 이러한 개념으로 이뤄지고, 어느 정도 주민들이 ‘우리가 남이가’라는 생각이 들 때 광역시든 무엇이든 통합이 이뤄져야만 무리가 없다고 본다. 행정편의로 통합부터 하고나면 시너지 효과를 거의 기대하기 할 수 없다./정리=이부용 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6-30

대구형 공교육 혁신, 미래 교육 ‘마중물’ 되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10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돼 대한민국 교육의 한 축을 맡았고, 대구시와 9개 시군이 함께 참여하는 대구교육발전특구 사업을 유치해 3년 동안 연 200억원의 국비를 확보함으로써 공교육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대구교육청이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한 IB프로그램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 최근 폐막한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 34개를 포함해 100개의 메달을 따 역대 최고의 성적도 거뒀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 교육 공동체가 대구교육에 거는 기대감이 커지는 만큼 대구시교육청의 주요 정책과 계획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 IB프로그램 전국 확산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인 IBO(Internatio 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개발·운영하는 국제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며, 개념기반 탐구학습 활동을 통해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는 학교 교육 체제다. 대구교육청이 지난 2018년 전격적으로 IB의 한국어화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올해 현재 전국의 11곳 시도교육청 300여 개 이상의 학교에서 IB 프로그램을 연구·실천하고 있다. 도입 초기에 비용과 적용상의 이견 등으로 인해 일부 반대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관련 교원연수를 집중적으로 시작했다. 또, 그동안 국제학교 등에서만 인재 양성을 위해 영어로 운영되던 IB 프로그램을 한국어화(DLDP) 함으로써 소수 학생뿐만 아니라 공교육권에 있는 일반 학생도 IB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게 해 전체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미래를 선도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최근에는 국가 교육과정의 개정 방향 또한 IB 프로그램의 철학과 방향과 유사하게 개편해 IB 프로그램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뜨겁다. 교육계 여론 또한 IB 프로그램이 자신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제 상황에 적용하고, 새로운 해결 방안을 모색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학습력과 문제해결력을 갖추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공교육 혁신 정책 중 가장 효과적으로 학교 교육을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큰 성과는 대구지역 IB 학교의 탄생이다. IB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학교 정책, 교사 역량, 학교 문화, 교육과정 체계 등을 갖춘 최고 수준의 학교가 IB 월드스쿨이다.전국 공교육권 31곳의 IB 월드스쿨 중 대구지역의 학교가 초 9곳, 중 11곳, 고 5곳 등 25곳으로 전국 IB 월드스쿨의 약 87%가 대구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다만, 대학 입시와 관련한 IB 교육 프로그램 해결 과제가 남아있다. 국가가 인정하는 국제공인 교육과정 중의 하나인 IB프로그램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대학 진학을 위한 여러 경로와 기회가 보장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수학능력시험을 응시하지 않아도 되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만 대학에 지원 가능하다. 현재 대입 제도의 여건과 환경은 이웃나라 일본처럼 IB DP 이수자를 위한 특별 전형 등도 운영되고 있지 않다.이에 대해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우리가 IB를 도입·운영하는 이유도 고교 단계에서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분석하는 수업과 평가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머지않아 깊이 있는 사고와 상당한 학습력을 갖춘 학생들을 원하는 대학과 대입 제도가 합의점을 찾아갈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현재 다수의 국내 대학에서도 IB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어 앞으로 대학 진학의 통로도 점차 넓어질 전망이다. △ 전국소년체육대회 대구 학생들 성과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대구교육청선수단은 금 34개, 은 24개, 동 42개, 합계 10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 기록은 6곳 광역시 중 1위고, 지난 2004년(금메달 37개)이후 2번째로 많은 숫자다. 808명의 학생선수가 35개 종목에 참가해 28개 종목에서 골고루 메달을 획득함으로써 더욱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특히 육상 여중부 100m 허들은 23년 만에 여중부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웠고, 사격(공기권총) 남중부 개인전에서는 대회신기록을 수립했다.이러한 성과에는 ‘다:體로운 365 프로젝트’란 대구시교육청의 학교체육 활성화 사업이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종목, 다양한 시기,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학교별 특색에 맞게 아침 0교시 체육 활동, 틈새 시간을 이용한 자율체육활동 등 학교단위 자율체육활동 활성화 사업이다. △ 교육발전특구 1차 시범지역 선정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은 화두가 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교육발전특구 정책이 발표됐고, 대구지역이 1차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교육발전특구는 지자체와 교육청, 대학, 지역 산업계 등이 협력을 통해 지역의 교육혁신과 인재 양성을 견인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하겠다는 현 정부 지방정책이다. 이번 교육발전특구 사업은 대구형 공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인재 정주 여건 조성에 꼭 필요한 정책이다.대구시교육청은 지자체와 대학, 지역기업체 등과 협의를 거쳐 교육발전특구 추진 방향에 맞도록 6가지 핵심 전략을 제안했다. 특히 국제인증(IB) 교육특구를 제안함으로써 다른 시도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 확대 △교원 선발, 양성, 전보 시 교육청 권한 확대 △대학의 학생 선발권 자율적 확대 등이다. 유보통합, 늘봄학교, 협약형 특성화고교, 자공고 2.0 운영 등 종합적인 내용도 포함했다. △ 제10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선출2008년부터 9명의 회장이 역임했지만,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강 교육감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으로 선출됐다.지난 2018년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교육 정책을 펼쳤고 교사, 기업인, 국회의원, 장관을 역임하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교육현장과 정부,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의 결과다. 특히 6년 전 대구시교육청이 선도적으로 도입한 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의 성공적 안착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해 우리나라 공교육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란 점도 반영됐다.최근 교육계는 저출생, 학령인구감소, 국가재정의 위기에 따라 풀어내야 할 과제가 많다. 늘봄학교 전면시행, 유보통합, 2022 개정 교육과정 현장 안착 지원과 고교학점제 전면시행, 대입제도 개편에 따른 학교현장의 바뀐 정책의 안착, 교권보호, 학생심리 안정, 기초학력 향상, 지역 계층간 교육 불균형 문제 등 시도교육감들과 교육부가 지혜를 모아 함께 풀어가야 할 난제들이다.강은희 교육감은 “교육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17개 시도교육감의 의견을 수렴, 성숙한 지방교육자치를 실현하겠다”며 “특히 미래세대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토대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언급했다. /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

2024-06-26

700년 세월 ‘할배나무’ 다섯 가지 하늘 향해 뻗어가다

옛날 마을에 큰 홍수가 났는데 수형이 반듯한 어린 느티나무 한 그루가 떠내려 오는 것을 이 마을에 이주해 살고 있던 안동 권씨 입향조가 목격했다. 신기하게 여겨 어린 느티나무를 어렵게 건져 자기 집 방안에 두었다. 흙도 없고 물도 주지 않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죽지 않고 살아있기에 집안 좁은 뜰에 심었다. 나무가 점점 자라 집안에 둘 수 없어 좋은 날을 받아 마을 입구 개울가에다 옮겨 심었다.자식이 없던 안동 권씨는 마치 친자식처럼 나무를 돌보았다. 이런 정성 탓인지 나무는 쑥쑥 자라 우람한 모습이 될 때쯤 권씨는 병으로 죽게 되었다. 죽을 때 권씨는 느티나무를 가리키며 “내가 죽거든 저 나무를 나로 알고 술 한 잔 권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무덤 자리를 정한 풍수지리가 ‘무자천손(無子天孫)’터라고 말하고 떠났다.어떻게 슬하에 자식을 두지 못하고 외롭게 죽어 간 권씨의 자손이 천대를 잇는다는 말인가? 마을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하면서 지관의 말은 세월이 흘러가면서 까맣게 잊어버렸다.권씨가 심은 느티나무는 우람하게 커 갈수록 다섯 가지가 동, 서, 남, 북, 중앙 다섯 방향을 상징하듯이 단정하게 자랐고, 권씨의 유언에 따라 마을 사람들이 ‘할배 나무’라 부르며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이때부터 할배 나무는 절 받는 당산목이 되었고, 권씨를 마을 입향조로 모시게 되었다. 아들이 없어 후손은 끊어졌지만, 자손이 없는 권씨의 분신으로 마을 주민들은 매년 정월 대보름날 제수를 장만해 정성껏 제사를 지내고 있다.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할배 나무는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손자·손녀를 자청한 사람들의 정성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나라에서 풍년 농사를 위하여 저수지를 만든다고 했다. 할배 나무를 그대로 저수지에 수장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사 비용으로 4억 원이 넘는 돈을 감당할 수도 없거니와 7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자리에서 살아온 할배 나무가 다른 곳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다행히도 포항 노거수회에서 손자·손녀를 자처해 150m 남쪽 산기슭, 포항시 신광면 마북리 70번지로 나이 740살, 키 20m, 가슴 둘레 6.8m인 할배 나무를 이사시켰다.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미담으로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칠월칠석에는 노거수회에서 회원들이 막걸리를 대접하고 천수를 다하기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세월은 쉼 없이 흐르고, 사회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 가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자식으로 대를 이어가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부자지간 또는 조손간에 유산을 볼모로 효도 계약서를 쓰기도 하고, 계약 위반을 이유로 무효 소송까지 벌이는 슬픈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깜냥도 안 되는 자식에게까지 지위와 부를 넘겨주려고 하다 불법, 특혜 의혹에 휘말려 패가망신을 당하고 있는 높은 양반이나 부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무자천손 할배 나무를 본보기로 이제는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가 이어지고 남는 것은 자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심은 나무가 천 년을 가고 우리가 쌓은 탑이 천 대를 이어간다. 보이지 않는 ‘화향 천리 품향 만리’라 하였으니, 우리의 미풍양속이 만대를 잇는다. ‘무자천손 노거수 설화’에서 나무 생명의 귀중함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노거수는 전통 마을 공동체 문화의 독특한 산물로서 ‘전통 마을 나무’다. 세계화와 첨단과학 시대라 하여 이를 미신이나 원시 토속신앙으로 폄하하는 것은 특색 있는 문화 기반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화의 경쟁 속에서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노거수는 분명 독특한 우리의 생명 문화이다. 노거수는 보존 가치가 있는 민속 문화유산이며, 전통 마을 나무로서 민속 생태학적 국민 교육과 녹색 갈증을 풀어줄 중요한 국가 자연자산이다.무자천손 느티나무 설화에서 나무 생명의 귀중함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문학인들이 먼저 옛 노거수 설화에다 오늘날 새로운 문학과 예술의 아름다운 옷을 입혀보면 어떨까? 사단법인 노거수회는…설립연도는 1992년. 이삼우 원장(기청산 식물원)이 노거수를 중요한 자연자산이자 문화유산으로 인식해 시민사회운동으로 경북 포항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했다.설립 목적은 산림환경 전반에 관한 조사연구와 향토 순례를 통해 노거수. 희귀수목 및 보전 가치가 높은 숲에 대한 보호 운동을 전개하고 출판 및 홍보를 함으로써 산림환경 보전과 향토 사랑 실천운동을 국민 속에 뿌리내리게 하는데 있다.그간 진행한 사업은 ▲산림생태 탐사, 향토 순례 및 기행 ▲노거수. 희귀수목 및 보전 가치가 높은 숲에 대한 보호와 복원, 연구 활동 ▲산림문화의 발굴 및 보전과 창달 ▲법인의 사업과 관련한 홍보 및 출판사업 ▲국내외 관련 학회, 업체, 국제기구와의 교류. 협력 및 정보의 교환 ▲기타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사업 등이다.주요 활동 내용을 살펴보면 ▲노거수 보호, 구명, 조사 활동(399그루) ▲마을 숲 조사(40곳, 마을숲 복원(3곳), 해당화 자생지 복원 ▲포항시 보호수 안전 진단 용역 수행 ▲모감주나무 천연기념물 군락지(371호) 발견 및 지정 ▲내연산 망개나무 군락지 조사 및 국내 최대 개체 보고 등이 있다.가입 자격은 자연 및 노거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가족 단위 활동 역시 권장한다. 임원은 명예회장 이삼우, 회장 이문수, 사무국장 박영규, 회원 강기호 박사(국립세종수목원 본부장) 외 118명이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6-26

일찍 다가온 여름, 가족과 함께 이 영화 어때요?

‘영화팬들의 기억 속에서 불멸할 20세기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 분명한 알폰소 쿠아론(63·멕시코). 그는 영화 ‘이 투 마마(And Your Mother Too)’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산다는 건 파도타기 같은 거야. 겁내지 말고 물결에 몸을 맡겨.”무언가가 되기 위해,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말라고 사람들을 위로하는 알폰소 쿠아론.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시원스럽게 ‘파도타기’를 할 수 있는 여름이라고 한다.이른 폭염이 닥친 한국. 덥다고, 아침에 입고 나온 셔츠가 땀에 젖었다고 과하게 스트레스 받지 말자. 어차피 매일 울어도, 매시간 웃어도 생은 누구에게나 단 한 번뿐인 것.일찍 찾아온 여름 밤. 편안한 숙면으로 독자들을 이끌 영화 2편을 아래 ‘피서용 선물’로 소개한다. 짙푸른 바다가 그리운 시절이니 ‘그랑 블루’푸르게 일렁이는 파도와 하얀 거품을 물고 자지러지는 포말, 원색의 비키니가 달리는 해변과 첫사랑의 기억인 양 붉게 멍드는 석양.다장조의 동요 같은 도시의 회색 일상들. 잠시잠깐의 떠남이 그 단조로움을 얼마만한 힘으로 치유할지는 미지수지만, 누구나 바다로 가는 기차를 타고 싶은 목마른 초여름의 6월 말이다.하지만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있기 마련. 햇살 부서지는 낭만의 금빛 해변을 꿈꾸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리운 옛날 영화’ 뤽 베송의 ‘그랑 블루’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차갑고 서늘한 페루와 그리스의 바다 풍광을 배경으로 ‘인간이란 끊임없이 외로움과 싸우는 가여운 존재’라는 깨달음을 주는 슬프고, 그 슬픔 때문에 끔찍하게 아름다운 영화이기에 그렇다.자크 마이욜(장 마르바 분)과 엔조 몰리나(장 르노 분)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다. 가난한 그리스의 해변마을에서 누가 깊이 자맥질하는가를 내기하던 철부지들.영화는 그 철부지들의 성장과 좌절, 희망과 소멸을 ‘짙푸른 바다’의 색채와 구원의 여인으로 상정된 조안나(로잔나 아퀘트 분)를 통해 보여준다.36년 전인 1988년. 프랑스 칸 영화제 오프닝 작품으로 상영된 ‘그랑 블루’는 3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하늘만큼 파랗고 광대한 심해(深海)의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지금 이곳이 싫지만, 다른 저곳으로 갈 용기가 없는 인간들의 소심함을 다독이며 위로해왔다.혼자선 외로움을 견딜 용기가 없고, 그 외로움을 나눠 가질 다른 사람을 사랑할 여건과 용기마저도 없는 사람들. 그래서였을까?“내 우주는 바로 당신이에요”라는 로잔나의 고백은 새벽녘 해미 같은 서늘함으로 우리들의 가슴을 적셨다. 영화를 본 늙은 시인은 자신의 젊은 날과 지나온 여름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너를 향한 그리움으로 바다는 내내 푸르렀다”고. 영화 ‘그랑 블루’ 포스터. 눈으로 보는 바다는 단지 아름다울 뿐이다. 파라솔 아래에서 밀어(蜜語)를 속삭이는 연인들, 모래성을 허물며 발가락을 간질이는 파도, 수평선 저편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별빛. 그러나 인간의 삶에 어찌 아름다움만이 있을까.눈이 아닌 가슴으로 바라보는 바다는 막막함으로 우리 가슴을 막아선다. 맑은 서정시의 소재가 되고 고운 노래의 가사가 되었던 바다.하지만, 그 푸르름 안에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과 슬픔이 녹아있었던가? 세상사의 회한(悔恨)이란 인간에게나 바다에게나 마찬가지인 것을 나이를 먹어가며 알게 된다.바다로의 떠남을 꿈꾸었지만, 떠나지 못하고 식은땀 끈적이는 도시에 남은 사람들. 떠난 사람들에게 ‘바다’는 분명 눈과 육체를 즐겁게 해주었을 것이다. 허나, ‘그랑 블루’를 통해 가슴과 영혼에 쌓인 일상의 묵은 때를 씻어내는 즐거움과 만족감은 영화가 플레이 될 커다란 TV가 방에 있는 우리들 몫이다.영화의 마지막 장면. 자크는 돌고래의 노래 소리만이 적요함을 깨는 심해로 사라진다. 죽으러 갔을 수도 있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은 아름다울 수도 있는 법.라스트 신이 펼쳐지는 동시에 떠오르는 요절시인(夭折詩人) 한 명이 있었으니 박정만(1946~1988)이다. 박 시인은 죽기 며칠 전 딱 2줄짜리 시를 남겼다. 이런 것이다.“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우리도 셔츠를 땀으로 적셔야 하는 지긋지긋한 여름을 피해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 그곳이 심해건, 우주건, 또한, 피안(彼岸)이건. 무더운 여름밤 색다른 피서가 될 ‘마리 이야기’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것은 어떤 힘일까?1871년 프랑스 파리. ‘파리 꼬뮌’을 눈앞에서 지켜본 시인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는 열일곱 나이에 조숙하게도 이런 말을 했다던가.“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그로부터 100년이 훌쩍 지난 시대의 한국. 시인 허수경(1964~2018)은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란 제목의 시집을 낸다.그로부터 꽤 긴 시간이 지난 후 애니메이션 감독 이성강은 앞서 언급된 두 사람의 말에 이런 진술을 덧붙인다.“비록 상처와 슬픔으로 가득했을지라도 유년을 추억하는 것은 눈물겨운 아름다움이다.”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를 통해서다. 이미 성장한 관객들에게 ‘마리 이야기’는 추억한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새삼 가르친다. 그러나, ‘마리 이야기’가 더 큰 애정을 가지고 접근하려는 대상은 상처와 슬픔 속에서 자라난 어른이 아닌, 상처와 슬픔 없이 커가고 있는 ‘오늘의 아이들’이다.괴이한 모습을 한 우주 종족을 싸움 붙여 레이저 광선을 난사하는 컴퓨터 게임도, 커다란 풍선이 천장에 매달려 돌아가고 그 아래에선 물놀이를 하는 놀이공원도 없던 아빠의 어린 시절.‘대체 아빠는 뭘 하고 놀았을까?’라는 궁금증에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다. 아… 이걸 어떻게 말해줘야 하나? 온통 아스팔트 천지인 도시에서만 생활하는 21세기의 아이들에겐 맨땅에서 막대로 나무 조각을 쳐 날려 보내던 ‘자 치기’도, 하굣길 연탄 화덕에서 설탕을 녹여 만들어먹던 ‘뽑기’도 설명하기가 난감하다.‘가족 애니메이션’을 표방한 ‘마리 이야기’는 이런 곤혹스러움과 마주친 아버지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유년을 추억하는 아릿함’이 있으니까.가난했지만 희망 또한 가득했으며, 겪어야 했던 슬픔만큼 기쁨도 곳곳에 숨어 있던 20세기 아이들의 유년. 아빠가 겪은 그 시절을 함께 겪어보는 동지의식을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바람 빠진 축구공을 차고, 구슬치기를 하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가난한 아이들의 바닷가 마을. 태풍으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 남우는 할머니와 엄마, 고양이 ‘요’와 함께 산다.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 포스터. 일찌감치 겪은 죽음의 체험은 남우를 우울하고 말수 적은 아이로 만들어버렸다. 곧 도시로 떠나게 될 유일한 친구 준호는 이런 남우가 걱정스럽다. 남우의 엄마를 짝사랑하는 경민 아저씨의 친절과 보살핌도 남우에겐 별다른 위로가 되지 못한다.그러던 어느 날 문방구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구슬을 발견한 남우에게 신비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환상 속의 소녀 ‘마리’와 산처럼 크고 구름처럼 부드러운 강아지 ‘몽’이 나타나 답답하고 짜증나는 현실에서 남우를 해방시키고 꿈의 세계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앞서 랭보와 허수경의 말처럼 크건 작건 슬픔과 상처 없이 성장하는 사람은 이 땅에 없다. 그것은 아버지를 잃고 희망마저 잃은 남우만이 아니다. 궁핍과 결핍의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 세대’에겐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지워지지 않은 생채기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마리 이야기’는 바로 그 상처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이성강 감독의 나지막하지만 따스한 목소리에 다름없다. 전체적인 화면의 주조를 이루는 나른하고 따스한 색감과 실사에 버금가는 배경의 사실성은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가난한 희망’과 ‘궁핍 속에서 자라는 꿈’을 키우던 시대로 아버지와 아이들을 여행시킨다. 상처와 슬픔도 성장의 자양분이니까.어려웠던 시절을 아름답게 추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건 즐거움의 기억만은 아닐 터. 상처와 슬픔의 기억도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모자라고 부족한 것 하나 없이 크는 2024년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모든 것이 모자라고 부족했지만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어린 시절 아빠의 건강한 삶을 ‘마리 이야기’를 통해 일부나마 보여주는 것.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듯하다.오늘 밤엔 에어컨과 거실의 형광등을 꺼보자. 그 어둠 속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마리 이야기’를 본다는 건 색다르고 의미 있는 피서법이 될 것이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6-25

“공감대 없는 밀어붙이기는 역효과” 경북 북부권 등 곳곳 우려 목소리

대구·경북 행정통합론이 다시 과열되면서 경북도민 특히 북부권의 안동·영주·문경·예천지역 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이들은 5년 전 민선 7기에서 관 주도로 통합을 밀어붙이다가 무산됐는데 8기에서도 똑같은 식으로 시·도지사가 행정절차법에 의한 정책수립과 의회협의와 시·도민공청회 등 그 어떤 합리적 절차 없이 정략적 판단만으로 일단 선포부터 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안동과 예천을 비롯한 경북북부지역 주민들은 통합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통합을 반대하는 측은 수도권 견제라는 대의명분 만으로 지방 균형발전에 실속 없는 정략적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 같은 행위는 월권이고 위법이라는 의견이다. 행정통합은 헌법과 행정절차법에 따라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진을 해야 함에도 그런 절차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이들은 절차적으로 헌법, 특별법, 지방자치법 등의 법·제도부터 제·개정해 효력을 갖추고, 정책수립을 통해 전문기관 자문, 관련부서 협의, 의회 동의, 공청회 토론, 시도민 의견수렴 여론조사 등을 거쳐서 3분의2 이상의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외면한 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합 논의는 지방자치 분권을 잘못 이해한 탓이거나 아니면 정략적인 차원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의 추진대로 대구·경북 통합이 이뤄진다면 경북에 속한 기존 시·군은 권한이 대폭 축소돼 소멸 위기를 맞은 일선 시·군은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개발과 효율성 제고로 국가나 광역발전을 이룰지는 몰라도 농촌지역은 서울에 이어서 지방광역수도로도 집중될 것이라고 주장한다.이런 이유로 이들은 이번 통합에 동의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나 광역발전의 대의명분이 있더라도 고향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구조개편 차원에서도 광역 통합보다는 생활권의 기초 시·군 통합이 합리적이라고 1992년 지방자치 초기부터 평가됐다고도 한다.안동시의 반대는 더욱 구체적이다. 2008년 경북도청이 안동시로 이전하면서 그동안 낙후됐던 경북북부지역이 도청이전 효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대구·경북의 통합은 이런 기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이를 두고 홍준표 시장은 대구에 본청을 두고 안동과 포항에 청사를 두고 차관급인 부단체장이 관할 지역을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기에 산하 기관·단체를 안동으로 이전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안동 달래기에 나섰지만 반대측은 수도권 1극을 그대로 두고 다원화한다고 농촌지역이 균형발전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경북도의회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경북도의회 도정질문에서도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홍 시장 주도로 도민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면서 흡수 통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이에 이철우 지사는 “아직 논의가 설익은 단계라 먼저 상의하지 못했지만, 통합안의 윤곽이 나오면 당연히 도의원들과 대화할 것”이라며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을 최대한 이양 받는 것이 이번 통합의 목적”이라고 말했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06-23

지방소멸 해결 묘수찾기 ‘광역 협력’으로 통했다

대구·경북 통합의 첫 신호탄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쏘아올렸다. 홍 시장은 지난 5월 17일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과 함께하는 대구경북 발전결의회’에서 대구경북 통합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이 자리에 있던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긍정적으로 화답하면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급물살을 탔다.홍 시장은 이날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모임에서 “2006년에 중국 청두시를 방문했다. 그때와 달리 18년 만에 방문한 청두시는 인구 2500만의 도시가 됐다. 거기서 돌아오는 길에 대구와 경북도 통합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며 통합에 착안한 이유를 밝혔다. 그간 홍 시장은 대구·경북 통합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구경북신공항, 달빛철도 건설 등 대구·경북 공통 현안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심하는 과정에서 광역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이에 이철우 지사는 “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는 정체돼 있고, 저출산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며 “대구와 경북이 통합해야 발전한다고 늘 주장했고, 우리만 통합하는 것이 아닌 광역시가 있는 지역을 다 통합해야 수도권 일극 체제를 막을 수 있다”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18일 밤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 경북이 통합해 500만의 대구직할시가 되면 대구는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된다. 도를 없애고 광역시와 국가가 바로 연결되는 2단계 행정체계가 되면 중복 기능 기관들도 통폐합되고, 행정체계도 단순화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고 주장했다.이런 상황에서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지방행정 체제 개편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5월 20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간부회의에서 “대구·경북 통합이 완료돼 대구직할시가 된다면 대구는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될 것이며, 앞으로 대한민국은 서울, 대구의 양대 구도로 지방행정이 전환하게 된다. 이를 위해 기획조정실장을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해 이철우 경북지사가 제시한 로드맵에 따라 2년 뒤 한 사람의 대구직할시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사도 같은 날 도청 간부회의에서 행정통합 실현을 위해 대구·경북 태스크포스(TF)와 중앙정부 범부처 TF의 투트랙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지난 6월 4일엔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와 관련 단체장 등이 모여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첫 4자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에서 참석자들은 대구시와 경북도, 정부가 2026년 6월 지방선거 직후인 7월 1일 대구·경북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시킨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특별법 제정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이행하기로 전격 합의하기도 했다. 이후 대구시는 지난 11일 경북도와의 행정통합을 보다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대구경북행정통합추진단’을 신설했으며 지난 17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홍 시장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대한민국 양대 경제축을 형성하게 돼 정체된 대한민국 경제가 재도약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래된 행정체제를 개편하는 대혁신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국내·해외 통합 사례주민 투표과정 없이 추진 ‘마창진’인구감소·재정난 등 난제 수두룩하남·성남·광주 성남권은 수포로美, 40여개 통합 자치단체 운영중日도 100년 걸쳐 7만 여→ 1718개대구·경북의 행정통합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과거 국내 지방행정 통합과 해외 행정통합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행정구역 자율 통합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마산·창원·진해 이른바 ‘마창진’은 가장 높은 지지율로 2009년 통합 대상으로 확정됐다. 의견 수렴 절차인 주민 투표는 거치지 않았다. 통합과정은 순조로웠지만 통합 후의 상황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았다. 창원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사회복지비가 급증하고, 재정 자립도는 하락했으며, 가용예산도 줄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청주, 청원은 무려 네 번의 시도 끝에 2014년 7월 통합시로 출범했지만 비교적 성공적인 통합사례로 남아 있다. 청원지역에 대한 지원과 배려에 중심을 둔 상생발전 방안은 5개 분야 39개 항목 75개 세부 사업으로 구성됐다.반면 2009년 하남·성남·광주를 통합하려던 성남권 행정구역 통합시도는 ‘지역 여론을 무시한 밀실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수포로 돌아갔다해외 각국에서도 행정을 효율화하고 재정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정구역간 통합시도는 꾸준히 시도됐다.미국의 경우 1809년 카운티-시티 통합이 시작된 이후 현재 40여 개의 통합 자치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는 2001년 1개의 광역 자치단체와 그 안에 있던 기초 자치단체를 통합하면서 기초 자치단체의 지위를 없애고 단층제(광역·기초 자치단체가 합쳐짐)로 개편했다.이외에도 스위스, 뉴질랜드,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행정 도시 통합을 진행해 왔다.일본은 100년에 걸쳐 3번의 대합병(메이지, 쇼와, 헤이세이)을 통해 시·정·촌의 수를 7만여 개에서 1718개로 줄였다. /단정민 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06-23

군위, TK 글로벌 신공항 날개 달고 ‘미래 100년’ 힘찬 비상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품에 안은 군위군이 대구·경북 미래 100년을 이끌 ‘글로벌 신공항 관문도시’로 떠오르고 있다.TK신공항이 들어서는 군위군에는 신공항과 연계한 첨단산업단지, 배후 주거단지 및 생활 SOC 구축을 위해 최대 20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신공항 인근지역을 각종 규제를 배제하는 ‘TK신공항프리존’으로 조성해 중남부 신경제권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변모하게 된다. 또한 ‘첨단산업1·2지구’, ‘신 주거지구’와 함께 ‘문화·관광지구’, ‘군부대이전지구(후보지)’가 추진되고, 군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교통망, 미래형 에너지, 정수장, 소각장·매립장, 하·폐수처리장 등 사회기반시설도 들어서게 된다. △첨단산업을 담은 최대 30.7㎢(930만 평) 산업벨트 구축신공항 첨단산업지구는 당초 대구-군위 공동합의문의 공항 배후산업단지 3.3㎢(100만평)를 훌쩍 넘는 파격적인 최대 30.7㎢(930만 평) 규모로 추진될 예정이다.동서 산업벨트 형태로 최대 3개 단지를 계획해 반도체, 미래차, UAM, 수소, 친환경소재, 미래 섬유 등 첨단산업과 연구시설 등을 도입해 순차적으로 조성한다.개발주체가 특성에 맞게 추진할 수 있도록 공영, 민간, 원형지 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첨단산단에는 반도체, 미래모빌리티 등 미래 첨단산업과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를 활용해 미래 신산업의 융복합 기술단지로 특성화된다. 도심항공, 자율주행차 등 수소 기반 모빌리티 생산 가치사슬(제조·기술서비스) 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탄소중립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를 활용한 스마트 전력망 시스템과 기반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첨단 모빌리티 관련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지원, 제조업 파운드리 공급을 통해 공항이 조성되는 시점에 항공물류를 활용한 미래 첨단업종(ABB, 반도체, UAM 등)의 대규모 투자도 기대된다. 또한 첨단산단 내에는 수소 연료전지발전, 지붕형 태양광 뿐만 아니라 680MW 규모의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군위군 전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복합단지’가 조성된다. 이를 통해 입주 기업에 값싼 전기를 공급해 기업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고 신공항 시설과 주민 주거 지역에 지역난방을 공급할 예정이다.‘염색산업단지 이전’ 사업은 미래 고부가가치의 ‘첨단섬유복합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염색 관련산업은 무방류시스템을 도입하고 자원회수시설을 설치해 신소재, 탄소섬유 등 고부가가치, 고기능성 복합섬유소재 클러스터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시는 2027년 보상과 공사를 시작하고 TK신공항이 개항되는 시점에 맞춰 첨단산업단지를 완공할 예정이다. △25만명 규모의 미래형 도시신공항 및 산업단지 종사자 등이 정주하는 에어시티는 신공항 근접지에 12.5㎢(380만평)으로 조성한다. 구도심인 군위읍 일대를 포함해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해 미래 도시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에어시티는 스마트시티, 중수도, 증기열을 이용한 지역난방, 친환경에너지가 공급되고, 신공항을 중심으로 철도, 도로를 비롯한 신교통수단(UAM, 무인자율주행 등)이 도입되는 미래형 도시로 거듭나게 된다.조종사, 승무원 등의 교육·훈련을 위한 ‘종합항공연수시설’도 도입한다. 신공항 경제권 조성을 앞당기기 위해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산·관·학·연의 혁신자원을 집적할 수 있도록 ‘산업기술단지 지원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대구 테크노파크 군위캠퍼스’를 조성해 국제 RD 거점을 구축한다. 특히 신공항, 에어시티, 첨단산업단지 일대는 과감한 국내외 기업 유치 및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TK신공항프리존(TKAFZ)’을 조성해 세계적 수준의 신성장 거점으로 만들 예정이다.△군부대 이전과 문화·관광 향유공간 조성시는 2023년 12월 국방부와 민·군상생 군부대 이전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군위군으로 이전지가 결정될 경우, 군위군이 신청한 우보면 일대를 이전부지로 확정하고 군부대 이전 사업들을 조기에 추진한다. 이전지역에는 ‘국군종합병원’을 건립해 지역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산성면, 부계면 일대의 문화·관광지구는 대구시와 구·군 공무원 약 1만 4천 명의 공무원 연수시설을 포함해 골프장 등 레저시설, 호텔, 리조트, 고급 타운하우스, 산림휴양시설 등 복합 휴양관광단지로 개발한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 군위군 도시공간개발 종합계획은 군위가 향후 TK 미래 100년을 이끌 명실상부한 글로벌 신공항 도시로 발돋움 하기 위한 것”이라며 “후속 절차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군위군을 중남부 신경제권을 이끌 글로벌 관문도시로 건설하겠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공항도시 차질없는 추진 총력”김진열 군위군수 인터뷰철도·고속도로 사통팔달 교통망공항중심 산업 생태계 조성 필수여객·물류 두 토끼 동시에 잡아중남부 신경제권 중심 도시 도약인구 2만 3000명의 소도시로 지방소멸위기 한 복판에 있는 군위군이 대구경북신공항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힘찬 비상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신공항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김진열 군수를 만나 군위군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일문일답.△군위군이 글로벌 공항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걸맞은 도시공간계획에 대한 군수님 생각은?-그동안 대구시와 군위군은 대구경북신공항의 개항에 대비해 ‘글로벌 에어시티 군위’ 위상에 걸맞은 청사진을 준비해왔다. 대구시의 ‘군위군 도시공간개발 종합계획’은 군위군이 대구 미래 50년의 선봉장이 될 첫걸음이다. 첨단산업단지, 복합휴양단지, 에어시티, 군부대 이전 등 최대 20조원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군위군은 인구가 25만명으로 11배가 늘고, 일자리는 10만개 이상 늘어난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사업들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전 행정력을 동원할 것이다.△신공항이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거점관문공항으로 거듭나기위한 핵심 인프라는 어떤 것이 있으며, 진행 상황은?-대구경북신공항이 향후 거점 관문공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여객’과 ‘물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여객 수요 핵심은 접근성 확보를 위한 ‘교통망 확충’이며, 항공물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항 중심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신공항 철도 구축과 중앙고속도로 확장 등 국가 계획 반영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계획이 완성되면 팔공산 관통고속도로, 달빛철도, 신공항철도, 중앙고속도로 확장 등 사통팔달 교통망이 구축돼 중남부 신경제권을 이끌 글로벌 관문도시로 도약하게 된다. 또한 항공물류 활성화를 위한 첨단산업단지는 약 191만평 규모로 약 1조 2000억원을 투입해 조성된다. 이 첨단단지엔 반도체, 미래모빌리티 등 미래첨단산업과 수소 활용한 미래 신산업 융복합 기술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군부대 이전도 당면 현안 중의 하나인데 유치 전략은?-군부대 이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민 수용성이다. 군위군은 5개 유치 경쟁 시군 중 유일하게 군부대 이전 후보지 주민 16개 단체에서 군부대 유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같은 광역시 안에서 군부대를 이전하므로 인허가 등 신속한 사업추진이 가능하고 후보지 일원을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이미 마련했다.△군위군의 강점을 이용한 관광, 문화 인프라 강화 전략은?-삼국유사테마파크, 인각사 등 삼국유사와 관련한 관광자원과 김수환추기경 생가 및 사랑과 나눔공원, 영화 리틀포레스트 촬영지 등 다양한 문화관광자원을 개발해 인근 도시민들의 힐링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다. 대구편입과 신공항 건설,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등으로 관광객의 꾸준한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관광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체류형 관광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마지막으로 군위군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민선8기 임기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 지난 2년간 저와 군위군 공직자를 믿고 응원해주신 군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지난 2년간 굵직굵직한 일들을 해왔다. 대구시로 편입된 지난 1년간 군의 크고 작은 변화를 군민들께서도 느끼셨을 것이다. 군위군이 마음껏 날개를 펼칠수 있도록 저를 비롯한 군위군 모든 공직자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2024-06-23

독립정부 준하는 자치권 부여… 인구 500만 ‘메가시티’ 만든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쏘아올린 통합에 정부가 적극 나서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시·도지사 등 통합의 주체세력은 통합에서 가장 시급한 특별법을 올해내에 마무리짓고 2026년 7월에는 통합시도지사를 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이들 양 수장은 통합으로 인해 현재 중앙에 편중돼 있는 절대 권력을 지방으로 완전히 분산시켜 거의 독립정부에 준하는 자치권을 부여받아 소멸하는 지방을 부활시키겠다는 빅 프로젝트로 시도민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하지만 이렇게 되기에는 상당한 험로를 넘어야 한다. 많은 시도민들은 행정통합에 무관심하다. 오래동안 불경기가 이어지는 등 민생이 최악인 상황에 시도지사가 서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통합에 행정력을 집중하는데 대해 불만도 많은게 사실이다.수면위로 떠오른 후 너무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통합에 대해 시도지사들이 자신의 개인적 입장과 차기 진로를 고려해 행정통합을 밀어붙이려는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 예로 홍준표 대구시장이 그동안 꾸준히 통합을 반대해오다 느닷없이 지난달 갑자기 통합카드를 꺼냈고, 이를 기다리듯 이철우 지사가 덥석 받아들였기 때문이다.이에대해 지역 일각에서는 통합의 명분을 내세우며 양 시도지사가 차기 자신의 입장을 겨냥한 이슈선점이라는 시각도 갖고 있다.양 시도지사 모두 다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광역단체장 수장으로 차기 대권의 잠룡후보들인 만큼 시도통합으로 뉴스메이커가 돼 몸집을 최대한 불린 후 대권후보로 가거나, 아니면 통합시도지사로 가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2019년 시작돼 그동안 5년여간 수면위로 올랐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당선되면서 중단됐다가 다시 재 점화된 통합의 로드맵은 어떤것인가. □ 통합 방향은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를 통합하자는 행정구역 개편안이다. 대구 경북의 시도지사 모두 통합이라는 큰 틀에서는 합의했다.하지만 내부사정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광역시가 경상북도를 흡수하는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가칭 대구광역시 포항시, 대구광역시 안동시 등 경북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도 없는 흡수방식이다. 경북을 통째로 대구와 합치는 것은 사실상 전례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지자체이다. 홍 시장은 총리실로부터 지휘받는 (가칭)‘대구직할시’ 구상을 내놓았다. 그는 과거 대구시와 경북도간 행정통합 논의는 3단계 행정체제를 유지하는 것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했었다.이번에 추진하는 것은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로 연결되는 기존 3단계 행정체계를 2단계로 대폭 간소화하는 것이다.통합된 ‘대구직할시’는 서울특별시처럼 행정안전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곧바로 총리실의 지휘만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구직할시는 서울에 이어 인구 500만명의 한반도 제2 도시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홍 시장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시와 경북도간 통합 논의와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시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대통령은)통합되는 대구직할시의 권한은 미국처럼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준하는 그런 독립된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홍 시장은 기존 기초자치단체의 자치권에 대해서는 통합 추진 과정에서 논의를 좀 해봐야 할 문제라고 언급하고, 현재 서울시와 서울시내 자치구간 권한 배분 관계 등에 대한 연구를 해야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이에 대해 이철우 지사는 완전한 자치정부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이 지사는 이번 통합의 성격은 단순한 지방간 통합이 아닌 ‘완전한 자치정부’ 모델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중앙정부의 모든 권한을 이양토록 하고 이민, 비자, 환경, 산림, 저출생 정책 등에 대해서도 완전한 지방자치가 가능토록 해야한다는 구상이다.재정문제와 관련해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현재 받는 교부세를 그대로 받고 통합에 따른 플러스 알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합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양 지자체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제일 조건”이고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성공하면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고 지방시대를 활짝 열어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로 만드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통합 절차는통합을 위한 절차는 여론조사와 대구시·경북도 통합특별법 제정이 필수다.기초자치단체간 통합은 주민투표와 의회 의결 등의 과정을 거치도록 되어있지만 광역자치단체간 통합은 이를 규정한 법률이 없어 주민투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치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도의회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시도의회가 강력히 반대할 경우 진척이 어려울 수도 있다. 최근 이철우 지사도 도의회 답변에서 “도의회가 강력히 반대하면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전문가들은 두 자치단체의 장이 이견이 없고 중앙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해 진행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문제는 통합특별법 제정이다. 양 시도지사를 비롯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에서 지지한다고 해도 특별법제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아직 국내에서 광역자치단체의 통합전례가 없고, 여소야대가 심각한 현실에서 민주당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통합에 대한 문제점통합논의가 빠르게 급진전하면서 통합 과정에 불가피한 조직 통폐합과 슬림화, 통합 자치단체의 명칭에 대한 상호 이해 등 풀어야할 과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현재 가장 큰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통합 후 탄생할 자치단체의 명칭이다. 홍준표식의 대구직할시 명칭에 대해 경북도민의 반발은 싱상이상이다. 경북 북부권을 중심으로 벌써 반대 현수막이 나붙는 등 생각이상의 반대기류가 강한상태다.이철우 지사도 이를 익히 알고 있는 만큼 현재는 통합자체를 성사시키고 대구시나 경북도 등 명칭은 추후 의논하자는 입장이다.통합이 이뤄져 가칭 ‘대구직할시’가 탄생하면 기존 대구 중심으로 발전 계획이 수립돼 경북 외곽지역은 오히려 낙후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대구광역시에서도 상당수 시민들은‘자세한 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1981년 대구직할시 승격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시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냐’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대구시와 경북도간 행정통합은 2019년부터 추진해오다가 2023년 홍준표 대구시장의 취임과 동시에 중단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홍 시장이 지난달 17일 전격 제의하고 이 지사가 화답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지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의가 급진전하고 있다. 김호진 경북도 기획조정실장“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역사적으로 한 뿌리였던 대구경북의 정체성을 다시 회복하고 완전한 지방시대를 열어 지방소멸과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대적 결단이자 중요한 전환점이다. 인구 500만과 지방재정 50조가 넘는 거대 규모로 통합돼 수도권에 대응한 대한민국 제2의 초광역 행정·경제권으로 도약하고 공동의 통합발전전략을 실행해 국가 발전을 주도적으로 선도하려는 것이다.”행정통합의 실무 총 책임자인 김호진 사진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통합에 혼신의 힘을 쏟겠다는 각오를 밝혔다.김 실장은“대구경북 통합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 받고 재정을 보장받으면서 경제와 산업, 지역개발, 주민생활과 복지 등의 지방행정과 교육, 경찰, 소방 등 통합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완전한 분권형 통합자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행정안전부, 지방시대위와 함께 한 4개 기관 통합 간담회에서 이러한 통합방향을 제시했으며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검토 입장을 확인하고 범정부 통합지원단 구성과 활동도 합의했다.“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통합에 대한 시도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통합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과 활발한 연구를 통해 최선의 방안으로 대구경북의 의지와 역량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것이다.”이를 위해 행정통합추진단, 통합자문위원회, 통합연구지원단을 중심으로 한 행정통합 민관합동추진단 체계를 구성하고 통합절차의 적극적인 추진과 시도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활동을 최우선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24-06-23

‘선진대국’ 대구발 혁신 속도

-민선 8기 전반기에 대구 미래 50년 비전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다. 전반기 시정혁신 성과와 후반기 시정운영 계획은.△민선8기 2년 대구가 다시 우뚝 일어설 수 있도록 미래, 산업, 공간 등 전 분야에 걸쳐 100가지 혁신으로 대구를 변화시켜 왔다. TK신공항과 달빛철도로 새로운 하늘길, 철길을 열고, 산업동맹으로 대한민국 남부 거대경제권 조성의 기틀을 마련했다. 군위군 편입으로 특·광역시 중 전국 최대 면적(1499㎢) 확보, 도심군부대 통합이전, 규제프리존 K-2 후적지 개발을 통해 경제 영토를 확장해가고 있다. ABB, UAM, 로봇 등 5대 미래 신산업으로 개편하고, 2년 만에 8조5532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제2국가산단 유치 등 산업을 혁신했다.맑은 물 하이웨이 국가주도 추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등 민생 분야에 대해 집중 혁신했다. 기득권 타파와 공공기관 통폐합, 최단기간 청렴도 전국 1위 달성, 민선 출범 최초 2년 연속 지방채 발행없는 예산 편성,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등의 혁신에 대구경북행정통합을 더해 대구혁신 100+1의 틀을 완성했다. 남은 2년은 대한민국이 선진대국시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대구발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TK신공항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신공항특별법 연내 개정과 SPC 구성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TK신공항 건설은 남부 거대경제권 조성을 통해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 100년 핵심과제다. 지난해 4월 TK신공항특별법이 제정되고 민간공항 예타 면제, 군 공항 기부대양여 심의 등을 거쳐 군 공항 이전 사업대행자(SPC) 선정 절차를 추진 중이다. 개정안에는 초과사업비 국가지원 명시, 민간공항 건설 일부를 대구시에 위탁, 지방채 발행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연내 SPC 설립을 위한 LH 등 공공시행자와 SPC 구성 방안 협의와 민간참여자 공모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공능력 20위권 내 10개사 등 47개사의 사업 참여 의향을 확보했다.-최근 지역 이슈인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의미 및 효과와 경북 북부지역의 반대여론 확산 우려에 대한 해결방안은.△대구경북 행정통합은 100년 이상 된 지방행정조직 대혁신의 출발점이자 대한민국 행정체제 대개혁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통합으로 대구경북특별시는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되어 서울과 함께 대한민국 양대 경제축을 형성하게 된다. 경북 북부지역에는 산단 조성, 통합공기업 이전,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더 발전된 지역으로 만들 것이다.-동대구역과 대구 대표도서관에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사업 추진의 의미는.△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구국정신, 2·28민주화 운동의 자유정신,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품은 긍지 넘치는 도시다.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5000년 가난과 빈곤에서 벗어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산업화 정신만은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셨는데 대구의 산업구조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ABB산업의 경우 지역 디지털 혁신거점 조성사업 선정, 8000억 원 규모의 SK AI데이터센터 건립 MOU 체결 등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반도체 분야는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해 RD 인프라 확충, 기업 유치 등의 성과를 창출해냈다. 모빌리티산업은 모터소부장특화단지 유치, UAM산업 육성 관련 MOU를 각각 체결했고 로봇산업은 국내 유일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성사업 예타통과 이후 후속절차를 진행 중이다.-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현재 추진 상황은.△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은 환경부가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부 대안(취수량 46만㎥/일+α, 관로신설 L=110㎞, 사업비 1조4200억원)을 마련하고 지역 부단체장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지는 등 의견수렴 중이다. 7월 중에 정부 대안을 확정할 예정이며 필요시 특별법(예타면제 등) 제정과 후속 행정절차인 낙동강물관리위원회 심의를 연내 완료할 예정이다./이곤영기자lgy1964@kbmaeil.com

2024-06-23

수도권 대항 ‘메가시티’ 급선무

-지난 2019년 시작된 행정통합논의가 홍준표시장의 취임으로 중단됐다 최근 되살아났다, 통합에 대한 의견은.△인구가 급격하게 소멸돼가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경북의 경우 상당한 시군이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현재 지방정부는 할 수 있는게 거의없는 등 모든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한 예로 수해로 인해 사람이 죽고 다치고 엄청난 피해가 나도 국가하천의 경우 경북도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행정통합을 해 지역을 수도권에 대항하는 메가시티로 키우고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가져와 광역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지역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대구나 경북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젊은이들이 수도권에 가면 지방은 공동화가 될 수밖에 없다.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지금까지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절대로 사심이 있어서 하는게 아니다. 거대화되는 수도권과 맞서고 지역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역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덩치를 키우고 지방자치를 실현하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다.-경북에서 통합에 대한 반대의견이 심하다. 대구의 경우 경북이라는 말을 아예 하지않는 등 흡수통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대해 경북민들의 상실감이 크다. 특히 북부권을 중심으로 도청이전이 정착도 안된 상황에서 통합은 안된다라는 생각이 강하다.△경북이 사라지면 안된다. 그렇지않아도 많은 시도민들로부터 대구경북통합 명칭을 ‘대구직할시’ 또는 ‘대구광역시’로 한다는 언론 보도에 적극 대응하라는 주문이 많다. 분명히 밝히지만 지금은 통합자체의 성사가 매우 중요하므로 보다 큰 틀을 성사시켜놓은 후 세부 논의과정에서 명칭을 정하면 된다.이 문제로 통합의 근본을 깨뜨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통합명칭, 청사 위치 등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시도민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충분한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청사 위치도 현 위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시·도민 공감대 형성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북부권은 현재 도청 청사에 더해 중앙으로부터 이관받은 공공행정기관들을 집적하는 통합 대구경북의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겠다.도의회 협의와 관련, 먼저 상의했으면 더 좋았으나 아직 통합 논의가 설익은 단계로 통합안을 짜서 의원들과 대화하겠다,홍준표 대구시장도 경북 반박을 우려해 ‘대구직할시’나 ‘대구광역시’(명칭을) 고집하지 않고 통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있다.이 문제는 추후 협의과정에서 잘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시도민들이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관건은 미국의 주처럼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이양 받아 완전한 자치를 이뤄 한나라처럼 운영,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로 가는 선도적 역할이 되도록 합심, 노력하는 것이다.-행정통합 로드맵은 어떻게 되나△지금 행정통합을 늦추면 더 이상 통합은 못 한다.더는 시간을 늦추면 굉장히 어렵고 단체장을 새로 뽑은 후에는 서로 양보를 하지 않을 테니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일부에서는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알고 있다. 하지만 거듭 강조하거니와 지금을 넘기면 통합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양 시도는 2026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올해 안에 시도의회 동의와 특별법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특히 특별법 국회통과는 쉽지가 않은 만큼 시도와 협력해 지역정치권을 비롯해 국회 등과 활발하게 접촉해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여당의원을 비롯 야당의원과도 긴밀히 접촉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도의회와도 긴밀히 협력하겠다. 주민투표는 여러사정상 어렵더라도 시도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하는 만큼 도의원들에 여러사정을 잘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겠다.이를 위해 지역균형발전 방안을 통합하기 전에 미리 내놓겠다. 경북 북부, 서부, 동부 등 각 지역 발전 방안을 특색있게 만들어 청사진을 보고 도민이 공감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 만큼. 총력을 쏟겠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24-06-23

경주가 마침내 해냈다…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 확정

주낙영 경주시장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의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에 성공해 APEC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롤모델의 걸작을 만들어 낼 것을 다짐했다.경주시가 지난 2021년 7월 전국 최초로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 도전장을 내고 약 3년간 전 시·도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경주유치에 최선을 다했다.그 결과 지난 20일 외교부 산하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에서 경주를 선택했고, 조만간 외교부 준비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사실상 경주로 확정된 것이다.주낙영 경주시장은 “APEC 최적의 인프라를 갖췄지만 경주가 유일한 중소도시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불릴 만큼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260만 경북도민의 결연한 의지가 있었기에 두 광역도시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마침내 유치에 성공을 했다”면서 “위대한 성과가 있기 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철우 경북지사와 김석기 국회의원을 비롯해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소회를 전했다. □ 범시민 유치 노력경주시는 일찌감치 경북도와 함께 범시민추진위와 민간추진위, 도시의회 유치특위 구성 등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APEC 경주유치 공감대를 전국적으로 전파했다.이어 경북지사, 지역 국회의원과 함께 대통령실, 외교부 등 여러 요로로 대정부 유치활동을 전개해 왔다.그리고 싱가포르 APEC 사무국을 찾아 경주 당위성을 피력했고 APEC 유치 기원 경주 벚꽃마라톤 대회와 슈퍼 콘서트, 각종 포럼 및 시민사회단체 등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APEC 유치 물결이 끊이지 않았다.특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단순한 회의가 아닌 외교·경제·문화적 역량을 십분 발휘해 국격을 높이고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경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도시이자 국가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도시로 신라 천년 역사를 품고 있으며 한반도 최초의 통일문화로서 국제교역과 K-컬처의 출발지이자 불국사·석굴암 등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역사적 품격이 깊어, 세계 정상들에게 진정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곳임을 주장해 왔다.특히 지난해 9월 ‘APEC 경주유치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한 결과 불과 85일 만에 25만 경주인구 보다 약 6배 많은 146만3874명이라는 많은 국민들드리 지지와 성원 보내줬다. 경주가 APEC 정상회의 최적지로 손색이 없고 국민적 공감대가 완성되었음을 대변한 것이다.□ 최적의 입지 조건경주는 유치 3파전을 벌인 인천, 제주 중 유일한 지방중소도시이다. 일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경주시는 경쟁 도시들과 비교 우위를 부각하며 경주 유치의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했다.경주는 APEC 교육장관회의와 세계물포럼, G20 재무장관회의,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등 다양한 국제행사의 성공 개최 노하우가 풍부하다.특히 6월 국제컨벤션협회(ICCA) 발표 전국 기초단체 중 국제회의를 가장 많이 개최한 도시 1위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APEC의 포용적 성장과 지방화 시대 지방균형발전 가치 실현의 최적모델 역시 경주다. 그간 멕시코 로스카보스(2002),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2012), 인도네시아 발리(2013), 베트남 다낭(2017) 등 역사와 문화가 있는 세계 중소도시들의 성공 개최 사례를 보면 경주의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경주는 정상 경호와 안전에 최적 요새다. 보문관광단지는 회의장과 숙박, 전시장 등이 3분 이내 모든 인프라가 집적되어 있어 회의진행 및 정상경호의 최적이다.또 경재 후보도시와 달리 바다와 접해있지 않고 보문관광단지 전체 1200만㎡를 민간인출입통제구역으로 설정, 시민 불편 없이 완벽한 경호가 가능하다. 2005년 APEC이 부산에서 개최될 때 한미정상회담은 보문관광단지에서 열렸음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숙박시설도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 회의장 주변 3㎞ 이내에 5성급 호텔을 비롯해 45~250평 규모의 초특급 스위트룸 187실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황룡원(43실)와 교원드림센터(104실), 온협경주연수원(235실), 소노벨경주(417실), 한화콘도(395실), 켄싱턴리조트(555실) 등 럭셔리한 연수시설과 초특급 리조트가 103개소가 있다. 4463실의 정부대표단 수요대비 157%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반경 10km 이내에는 1333개소 1만3265실을 확보하고 있어 경제대표와 미디어 관계자, 행사요원 등의 수요대비 280% 객실 확보하고 있다.또한 2005 부산 APEC 정상회의 시 소요된 회의장 및 기능실 사용면적 2만6185㎡와 비교해 2만8199㎡의 충분한 회의공간을 갖추고 있다.50분대의 김해국제공항과 대구국제공항, 포항경주공항, 울산공항 4곳을 활용할 수 있고 이 중 울산공항을 제외한 3개가 민간·군사공항이다. 이는 기상악화나 일정변경 등 상황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고 혼잡한 민간공항에 비해 통제와 관리가 용이해 비용적 이점이 크고 무엇보다 국빈 의전과 경호 측면에서도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최근 포항경주공항 국제선 부정기편 취항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해 경주 최단거리 공항에서 국제선 운항도 기대되고 있으며, KTX·SRT 등 완벽한 교통망도 빼놓을 수 없다. 주낙영 경주시장 □ APEC 경제 효과경주는 영남권 산업벨트의 중심허브 도시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일구어 낸 성장축의 중심에 있어 대한민국 경제발전상을 공유할 수 있는 최적지다.경주의 한수원·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와 포항(포스텍, 이차전지), 울산(완성차, 조선), 구미(반도체), 안동(바이오) 등으로 이어지는 산업 대동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APEC이 개최될 11월은 형형색색의 단풍 최절정기로 세계 정상과 영부인들이 한복을 입고 불국사, 동궁과 월지, 대릉원 등에서 찍은 사진이 전 세계에 소개되면 세계의 이목이 경주와 대한민국에 집중될 것이다.APEC 유치로 국내외 관광객 증가 등 생산유발효과가 1조8863억, 부가가치유발효과 8852억, 1만4438명의 취업유발효과를 비롯해 국제MICE 관광도시 위상제고 등 경주의 미래 100년 대계를 앞당길 마중물이 될 것이다.경주는 APEC 개최 효과가 국한될 수밖에 없는 광역도시가 아니라 국제회의 인프라와 역량, 발전 가능성을 모두 갖춘 지방도시에 유치해 APEC의 이념적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각료회의를 비롯한 200여 관련회의를 대구, 울산, 부산, 경남의 동남권 전체로 파급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지방화시대 국가균형발전에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앞으로의 임무는 세밀하고 철저한 준비로 경주의 미래 100년 대계를 앞당기고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APEC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롤모델로 승화시키는 걸작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시도민들이 다시 한마을 한뜻으로 뭉쳐 APEC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도록 많은 협조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4-06-23

‘해양생태계 지킴이’ 포항제철소, 건강한 바다 환경 조성 앞장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지역 해양생태계 보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건강한 바다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포항제철소 직원들로 구성된 ‘클린오션봉사단’과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이 꾸준히 해양 환경 정화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도 수산자원 증진을 위한 바다숲 조성을 추진하는 등 노력을 쏟고있다. ◇ 바다 수중은 우리가 지킨다, 클린오션봉사단포항제철소 클린오션봉사단은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가진 임직원들이 제철소 인근 해역에 직접 잠수해, 수중 바다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는 봉사단이다. 2009년 11월 창단돼 포스코 포항지역 직원, 자회사, 사외봉사자로 구성됐다. 이들이 꾸준한 활동을 펼친 결과, 포항 지역 바다에서는 2023년 약 58t(톤)의 해양 오물이 사라졌으며 15년 간 누적 1110t의 해양쓰레기가 수거됐다.클린오션봉사단은 지난 15일 포항 영일만 해역 일대에서 수중 정화 활동을 펼치며, 해양 폐기물로 불편을 겪는 인근 지역 주민들과 청정한 지역 해양 생태계를 위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이날 단원들은 깨끗한 해양 환경을 위해 타이어, 폐플라스틱, 폐어구 등 쓰레기 수거를 했다. 전용 선박을 이용한 대형 해양 폐기물 수거 활동도 병행해 보다 청결한 해양생태계 조정에 앞장섰다. ◇ 해안 둘레길은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올해로 창단 3주년을 맞이한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은 해변에 떠밀려온 표류물과 쓰레기를 수거하는 봉사단이다.지난달 26일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은 포항 두호동과 환호동 해안가를 방문해 해안 둘레길 환경정화 활동을 펼쳤다. 이날 봉사단은 두호동과 환호동 일대 해안을 청소하면서 주변에 버려져 있던 폐어구와 폐스티로폼 등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며 바다 사랑을 실천했다. 봉사단은 정화 활동과 함께 해양환경 지키기 캠페인 활동을 함께 진행하며, 인근 주민들의 해양생태계 관련 인식 개선에도 앞장섰다.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장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강설비부 김영학 과장은 “평일에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봉사 단원들이 함께 모여 포항 해안가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있다”며 “관광객들이 포항을 깨끗한 도시로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어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며 더 많은 사람들이 해양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동해안 보존을 위한 포스코의 노력포스코의 노력은 동해안 깊은 바다 속까지 전해지고 있다.지난 4월 포스코는 해수부 등 4개 기관과 함께 바다숲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이 협약은 포스코의 대표적인 해양생태계 보존 활동 중 하나로, 바닷속 인공어초인 ‘트리톤’을 활용해 바다숲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트리톤은 포스코의 철강 부산물인 ‘슬래그’를 활용해 만든 인공어초로, 해양생태계에 유용한 칼슘과 철 등의 미네랄 함량이 일반 골재보다 높아 해조류의 생장과 광합성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실제 포스코는 2020년 5월 울릉도 남양리 해역과 2023년 5월 포항 청진 3리 해역에 트리톤을 활용한 바다숲을 조성하기도 했다.그 중 울릉도 남양리 바다숲은 3년간 해조류 생체량이 조성 초기 40배 이상 증가하고, 해조류의 출현 종수는 초기 10종에서 19종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다채로운 해양 생태 복원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철강슬래그는 트리톤 외에도 시멘트 원료 및 토목 공사용 골재 등 다방면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자원으로, 향후 포스코가 추진하는 ‘수소환원제철’ 용지조성사업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지속 가능한 제철소 구현에 앞장한편 2023년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89년부터 2022년까지 34년간 지구온난화 등 기후 위기로 인해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면이 매년 평균 3.03㎜씩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동해안은 해류의 영향으로 서해나 남해보다 수온 상승과 열팽창 효과가 더 두드러져 평균 해수면 상승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포스코는 해양생태계 보존을 위한 노력과 함께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하고,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춘선 클린오션봉사단장클린오션봉사단은 가입자 대상 자격증 취득비와 스쿠버 장비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포항 앞바다를 지키고 싶은 영웅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바닷속에 방치된 해양쓰레기는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선박사고 등의 위험 요소가 되는 만큼 더욱 신경써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해 나가고 있다. 청정한 해양 환경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클린오션봉사단장인 포스코 포항연구인프라그룹 이춘선(52) 과장과 최근 인터뷰를 가졌다.-‘클린오션 봉사단’에 참여한 계기는.△아이들이 어릴 때 가족이 함께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철새로 보이는 제법 큰 새 여러 마리가 바닷가에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죽은 새 옆에는 생활 쓰레기와 스티로폼 덩어리, 여러 가지 비닐 쓰레기 등이 잔뜩 있었다. 아마도 이 새들은 오염된 물고기를 먹었거나 사람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죽은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철새들이 죽지 않도록 어떻게 도울까 상의 끝에, 우리 가족이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후 관련 봉사 단체를 찾다가 2011년 아내와 함께 ‘클린오션 봉사’ 활동을 시작하고, 아들 둘은 2017년부터 ‘클린오션 봉사단’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클린오션 봉사활동 참여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빠에게 이끌려서 나올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자원해서 토요일 봉사활동을 어디서 하는지, 친구를 데리고 와도 되는지 물어보는 등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가족 모두가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부간 대화도 많아지고, 자식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어 가족이 더욱 화목해진 것 같다.-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해양쓰레기 총량으로 보면 우리가 주워서 처리하는 해양쓰레기는 너무나 적다. 우리의 미미한 활동결과 보다 활동을 대외적으로 알림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조금씩 영향을 받아서 바다의 관심을 가지고 바다가 깨끗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희망을 갖고 봉사하는 것이 보람의 시작인 것 같다.- 앞으로의 포부는.△클린오션 봉사활동을 통해 해양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책임의식이 더욱 강해졌고, 해양 환경 정화와 포항 바다 생태계 보호에 작게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클린오션 봉사단 활동에 참여하며, 해양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 또한, 더 많은 사람들이 해양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가족과 함께 시작한 이 봉사활동이 나에게 큰 의미를 주었듯이, 앞으로도 꾸준히 해양 환경 보호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6-23

포항의 미래는 항만… 북방물류 중심항으로 나아가다

포항항은 경북 동해안의 관문역할을 하는 수출입 무역 전진기지로 산업화 시기 철강제품을 수송하면서 국가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포항항은 삼국유사를 통해 역사전면에 모습을 드러낸다. ‘연오랑 세오녀’의 전설에 따르면 연오와 세오는 현해탄을 건너 일본국의 왕과 왕비가 된다. 포항항이 신라 초기 부터 해상교류의 중요한 거점이었다고 짐작되는 부분이다. 조선시대 포항은 영일현에 속했는데 1732년(영조 8)에 통양포(通洋浦) 아래에 포항창(浦項倉)을 설치하고 별장(別將)을 파견했다. 포항창에 모인 곡식은 함경도로 진휼할 재료였기에 포항창 주변은 함경도와 경상도를 잇는 동해안 해로의 구심점이 됐다. 1919년경에는 현재의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일대에 접안시설이 축조돼 어업과 해운업이 활성화되면서 근대적인 항만기능을 갖추게 됐다.포항항은 1962년 6월 12일 국제무역항으로 지정 공포돼 새로운 도약을 맞게 된다. 포항항이 실질적인 무역항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은 포항종합제철소(현 포스코)의 건설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969년 포항신항 부두를 준공하고 철강제품을 수송하면서 포항항은 본격적으로 국제 무역항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대북방 교역에 대비한 환동해권의 국제물류 거점항만으로써 영일만항이 건설되면서 포항항은 재도약 계기를 맞았다. 포항시는 영일만4산업단지에 이차전지기업,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이차전지, 철강부품, 수소연료전지 기업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이들 기업과 함께 영일만항은 환동해 관광·물류 중심항으로 뛰어올라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항만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항 물동량 회복 ‘잰걸음’포항항의 부두길이는 1만1915m, 하역 능력은 9133만5000t이며 접안시설은 선박 55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는 국제무역항이다. 포항구항은 1962년 동빈동에 개항해 9선석을 확보했으며 연안모래나 기름 등의 물류 이동을 돕는다. 포항신항은 1972년도 청림동에 첫 부두가 완공된 이후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포스코와 철강공단을 지원하는 철강산업의 중추항만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 38선석을 보유하고 있다. 영일만항은 2009년 흥해읍에 개항해 컨테이너부두 4, 일반부두 2, 국제여객부두 1, 관공선부두 1선석 등 8선석을 갖췄다.포항항은 2020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인 공장 셧다운과 국경폐쇄, 글로벌물류운송 차질로 영일만항의 물동량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2022년 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도 받았다. 2019년 포항항의 컨테이너 185만4633t, 비컨테이너 5901만5798t이던 물동량이 점점 감소해 2022년 81만5999t, 5004만6753t으로 각각 56%, 15%까지 줄었다.포항항 물동량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컨테이너 28만1000t, 비컨테이너 1539만8000t로 빠르게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도, 포항시와 포스코, OCI 등은 지역 수출입기업체의 지역 상생협력 노력의 일환으로 포항항 이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포항시는 영일만산단, 블루벨리산단 내 이차전지 관련 물동량 유치에 나섰다. 이차전지 화주와 선사, 국제물류주선업자인 포워더 연결을 추진 중이다.더불어 대경권 내 자동차 부품 177개 업체들도 대경권 내 대형화물 물동량 발굴, 유치에 나서, 동일 수출지역 화주의 물동량을 수합하고 신규항로 개설에 필요한 물동량을 확보키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우드팰릿 물동량 증대를 위해 주 5회 운행되는 영일만항 인입철도를 8월부터 주 10회로 증편 운행함에 따라 물동량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대구·경북 유일의 컨테이너 항만인 영일만항포항 영일만항은 우리나라의 17곳 컨테이너 항만 중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컨테이너 부두를 보유한 동해안 종합 무역항이다. 1992년에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영일만항은 2009년 컨테이너 부두 4선석을 갖춘 항만으로 개항했다. 영일만항은 현재 안벽1000m, 폭600m, 수심12m의 규모로 3만t급 선박 4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다. 영일만항은 총사업비 2조8463억원이 투자되는 사업으로, 내년 7월 준공예정인 해경부두에 이어 2030년까지 연안여객부두·연안여객터미널 건설, 항만배후단지 2단계 사업, 항만시설용부지 등 건설이 추진된다.포항시는 항만이용장려금(인센티브) 지원과 홍보를 통해 지역 내 부산항 이용 화주와 포워더의 물동량을 영일만항으로 전환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부산항이 세계 2대 환적 중점 항만임을 감안해 항로부족과 항차수 부족의 문제는 부산항 환적을 통해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또 시는 포스코 물동량 중 소(小)코일(냉연코일, 전기강판, 스테인레스강판)을 컨테이너화로 추진한다. 포스코는 선재 화물을 컨테이너화 해 연간 40만t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영일만항이 환동해권을 순회하는 크루즈 노선의 기항지로서 역할할 수 있도록 노력해 관광산업 활성화는 물론 포항이 국제관광 도시로 도약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포항해수청은 영일만항의 국가 기간산업 지원 및 환동해와 북방 물류·관광 거점항을 목표로 각종 항만 인프라를 늘려가고 있다. 영일만항 내 국제여객터미널 확충과 연계, 기존 포항구항의 연안여객터미널을 영일만항으로 이전하고, 기존 연안여객터미널은 중소형 화물부두로 전환하도록 준비 중이다. 국가어업지도선부두 기능을 도입해 동해권 어업지도 활동 지원과 어업지도선의 안전 운영이 가능한 피항지를 확보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항만 환경개선에도 나서 미세먼지 저감 등 항만대기질 개선을 위한 육상전원공급설비(AMP)를 도입한다. 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환경규제 강화로 온실가스 배출관리를 위한 통계시스템 도입과 선박 배출가스 저감 추진 방안 또한 마련한다.△포항항 발전 과제포항시·포항해수청은 포항항의 물동량을 늘려 지역산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와 산업 기능을 전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영일만항이 지금보다 더 다양한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항만배후단지에 단순한 물류창고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물동량을 창출할 수 있는 제조업, 유통업, 수산물 활어보세장 등 다양한 업종을 입주시켜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에는 수입 활수산물 통관에 필요한 활어보세장치장이 없어 대부분 부산항과 동해항을 통해 공급되는 실정이다.영일만항은 앞으로 개발될 항만 인프라와 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대구·경북의 관문항으로, 북방물류 중심항으로 한 단계 더 도약이 필요하다. 현재 영일만항 2단계 개발구역 55만9000㎡과 시멘트 부두, 모래 부두, 수리조선 부두가 개발될 예정이나 개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포항항만의 문제가 아니라 포항구항 재개발과 도시재생 사업과 맞물려 있어 조속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전국의 항만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과 시설 투자를 하고 있다.경북 유일의 종합항만인 영일만항도 미래 항만물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자생력을 높일 수 있도록 발 빠른 준비와 움직임을 보여야 된다. 이와 더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발전 가능한 항만개발이 추진돼야 한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최근 영일만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에다 포항과 강원 삼척을 잇는 동해중부선 철도가 올해 개통이 예정돼 포항 항만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며 “향후 포항항을 더욱 개발해 환동해권 중심 항만을 넘어 우리나라 대표 항만으로 발돋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4-06-23

“나와 같은 공간서 태어나 현재도 같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뿌듯”

34년, 34세.꿈과 도전의식으로 의기양양했던 10대와 20대를 지나고, 질풍노도와 시행착오의 청년기를 마무리하며 장년으로서의 성숙을 준비해야 할 시기고, 나이다. 이는 조직이나 개별 인간이 크게 다를 바 없다.눈 밝은 옛사람들은 34년, 34세를 이립(而立·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당당하게 선다는 뜻)을 지나 불혹(不惑·세상 잡사에 현혹되지 않는다는 의미)으로 가는 중간 지점이라 봤다.본지가 올해 창간 34년을 맞았다. 장구한 세월이라 할 순 없지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앞서 언급처럼 ‘성숙을 준비해야 할 때’인 것이다.포항에 기반을 둔 신문사로서 동갑내기 지역민 중 주목할 만한 사람을 찾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아닌, 조직과 사람 사이에도 벤치마킹과 반면교사(反面敎師)가 가능하니까.1990년 6월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공대에서 공부했고, 현재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일하는 오은진(34)씨가 기자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오 교수는 지난해 1970년대부터 연구된 중요한 과학적 과제의 해결 실마리를 제시한 논문으로 학계에서 주목받았고, 교수가 되기 전엔 컴퓨터 이론 분야 우수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리제 마이트너상(Lise Meitner Award)을 한국인 최초로 받은 사람.인간과 사물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제대로 판단하는 현명함을 얻기 위해선 성실과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그 외엔 어떤 게 더 필요할까?이 질문은 34주년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본지와 아직 ‘걸어야 할 길’이 먼 34세 젊은 학자 모두에게 의미 있고 유용할 듯했다.포항공대 오은진 교수는 바쁜 일정임에도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초여름 햇살이 목덜미를 기분 좋게 간질이던 지난주. 강의를 마친 오 교수를 만났다. 무엇보다 환한 웃음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1990년생으로 알고 있다. 정확한 출생일과 출생지는.△1990년 6월 17일에 포항 성모병원에서 태어났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인데 ‘경북매일’과 태어난 달까지 같다.(웃음)-그렇다면 유년시절도 포항에서 보낸 건가.△태어난 직후 부모의 직장을 따라 경기도 안양과 충청남도 천안 등에서 생활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경기도에서 졸업했다.-대학에 입학하며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 셈인데, 포항공대를 선택한 이유는.△어릴 때 수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니, 수학 공부도 열심히 했다. 포항공대에 오기로 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수학이 재밌었고, 그 분야를 더 빨리 더 많이 알아보고 싶어서다. 포항이 ‘내 마음속 고향’이라 고민의 시간도 짧았다. 더불어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했는데, 우리 학교는 타 대학에 비해 조기 졸업생이 많았고, 그들에게 호의적이었다. 입학을 위한 면접을 보러 왔을 땐 조용한 캠퍼스 분위기와 따뜻한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공부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모두 포항공대에서 했다. 학교를 떠나기 싫었던 것인지.△포항공대엔 학사 과정을 마친 후 석·박사 과정을 그대로 여기서 이어가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타 대학에 비해 그 비율이 높다고 알고 있다. 학사 과정 공부를 해보니 학교와 포항이란 도시가 썩 마음에 들었다. 굳이 석·박사 과정을 이어갈 다른 학교를 찾아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성격이 내향적이라 익숙한 공간이 편하기도 했고. -‘박사 후 과정’(Postdoc)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했다고 들었다. 어떤 곳인가.△독일 여러 곳에 산재한 독립적인 연구소의 집합체라고 보면 된다. 일반과학 전 분야를 다루는 연구기관이다. 2018년 봄부터 1년 6개월쯤 거기 있었다.-당신의 주요 연구 분야가 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컴퓨터공학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면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그걸 수학적으로 정의하고 풀어내는 일이다. 예를 들면 택시 여러 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중 어떤 택시를 선택해 승차하는 게 사람들에게 가장 유리하고 합리적인지 찾아내는 거다. 좀 더 확장하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연구를 한다고 설명하면 될 듯하다.-과학자(연구자)로 산다는 건 어떤가. 재미는 없을 것 같다.△왜 연구자의 삶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웃음) 풀고 싶은 문제가 있는데 그것의 해결을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하고 고민하다가 마침내 그 문제가 풀렸을 때 느끼는 연구자만의 ‘카타르시스’ 같은 게 있다. 내 경우 다른 일을 하면서는 그런 감정을 맛본 적이 잘 없는데, 연구 과정에선 자주, 그리고 강하게 느낀다.-연구와 강의 외의 시간에 즐기는 취미는 뭔가.△사실 공부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일이 일상생활의 거의 대부분이다. 남자친구와의 가벼운 산책은 언제나 즐겁다. 출장이 잦은 편인데 그걸 여행처럼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바다 보는 걸 좋아하는데 포항에 살고 있으니 행운이라 생각한다. 독일에서 공부할 땐 해변이 그리워 스웨덴 스톡홀름(Stockholm)의 차갑고 맑은 바다를 보러 가기도 했다.-스물아홉 살에 교수가 됐으니 벌써 5년차다. 포항공대 학생들의 특징과 따뜻한 사제 관계를 맺는 노하우는.△다른 대학 학생들을 만난 적이 드물어 비교하긴 조심스럽다. 다만 우리 학교 학생들은 순수한 면이 있는 것 같다. 학문적 열정이 느껴져 그것도 좋아 보인다. 관계 맺기의 노하우라…. 제자들이 힘들어하면 “나도 10년 전엔 너희와 같은 입장이었어”라고 해준다. 이런 말이 ‘너를 이해하려 노력할게’라는 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연구자와 교수로서 세운 장기 계획과 단기 계획은.△짧게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몇 가지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마무리가 중요하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연구라 잘 마치고 싶다. 최근에 장기간 진행할 연구 과제를 하나 받았다. 이걸 받기 위해 고심하며 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거대 목표를 향해 가는 게 아닌 당장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써왔다. 좋은 기회가 왔으니 앞으로의 10년은 보다 큰 문제의 해결을 지향하는 삶을 살아볼 생각이다.-당신이 삶에서 이루고 싶은 건 뭔가.△나는 심오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연구도 지금 당장이 재밌으니까 했고,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한참 후의 일이 되겠지만 사람은 죽어도 그가 쓴 논문은 어떤 형태로든 남는다. 내가 사라진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내 논문을 읽고 길을 찾는데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다. 어떤 연구는 1~2년이 지나면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반면, 어떤 논문은 10년이 지나도 읽힌다. 오래 기억될 논문을 쓰고 싶다.-당신과 같은 해, 같은 달 태어난 ‘경북매일’이 창간 34주년을 맞았다. 꽤 긴 시간 알게 모르게 같은 공간 포항에서 지내온 지역 언론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 한마디 부탁한다.△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34년 동안 꾸준히 시민과 함께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듯하다. 나와 같은 공간에서 태어나 현재까지도 같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포항에서 오래 살았음에도 이 지역을 잘 몰랐고, 지역사회에 기여한 부분도 거의 없어 부끄럽다. 이에 비해 신문사는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작지 않은 사회적 기여를 한 것 아닌가?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6-23

사람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교육도시 ‘구미’ 만든다

반도체 특화단지,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유치한 구미시가 첨단산업도시 특성에 맞는 ‘전생애 맞춤 교육체계’구축에 나섰다.그동안 구미 국가산단에는 반도체·방산·이차전지 등 첨단산업과 관련된 소재·부품 기업들이 많이 위치해 있음에도 정작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은 구미 국가산업단지로의 이전을 기피해 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재 수급 문제였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역 인재들은 지방에 대기업과 같은 좋은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것이고, 대기업은 이러한 수도권 인재 쏠림 현상을 핑계로 지방으로 이전을 회피하는 이상한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미시는 민선 8기에 들어서며 ‘사람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교육도시’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전생애에 걸친 맞춤 교육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구미시가 만들어가고 있는 교육도시의 모습을 알아본다. □ 지속 가능한 돌봄 제공지난 2월 교육부의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공모사업에 선정된 구미시는 젊은 도시의 특성에 맞게 아동 중심의 지속 가능한 돌봄 지원을 가장 먼저 강화했다. ‘365 소아 청소년 진료센터’, ‘구미시아픈아이돌봄센터’, ‘신생아 집중치료센터’등의 의료·보건 시스템을 구축한 구미시는 이를 연계한 돌봄 지원을 강화하고, ‘구미24시 마을돌봄터’를 2026년까지 3개소 확대, ‘다함께 돌봄센터’를 13개소로 확대해 수요맞춤형으로 보육 시간 트랙을 다양화하고 있다. 또 돌봄 지원 온라인 시스템 LMS 구축으로 신개념 돌봄 체제를 마련한다. 학교복합시설을 통한 늘봄학교 시설의 단계적 확충, 구미 거점형 돌봄센터 건립 추진을 통해 공백없는 돌봄 서비스 제공, 유보 및 유초 연계 이음 프로그램 운영으로 아동 중심의 지속 가능 돌봄을 실현할 계획이다. 특히, 신도심 학령인구 과밀지역인 산동, 옥계 일원의 돌봄교실이 부족함에 따라 거점형 돌봄센터 ‘구미 늘품뜰’을 2024∼2026년까지 72억원을 투입해 산동초에 3층 규모의 돌봄교실 6개실(150명), 방과후 학교 6개실(200명)을 건립한다. ‘구미 늘품뜰’은 2026년 하반기부터 대상자를 선정해 맞춤형 돌봄 프로그램을 무료 운영하며, 틈새·수시 대상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기업이 참여하는 공교육 혁신공교육 혁신을 위해 고등학교-구미시-대학-산업계 연계를 통한 ‘산학 협약형 자율형 공립고 2.0’을 추진하고, 구미교육의 다양성 강화를 위한 ‘예술·과학 중점 통합 중·고등학교’를 운영한다. 또 사교육 부담 경감을 위한 공교육 지원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중심의 ‘기업공유형 산학연계 교육과정 운영·지원 강화’로 기업 실무형 인재양성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여기에 장학재단을 교육재단으로 재편해 지역 교육자원 통합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역 교육자원 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산업 맞춤형 인재 육성을 위해 시-교육청-대학-기업체 협력 거버넌스를 통한 구미지역의 실효성 있는 직업교육체계를 구축하고, 반도체·방산 등 구미 특화 전략산업과 연계한 관련분야 전문 연구 인력과 현장 실무인력 집중양성 등을 통해 지역의 인재가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주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 시는 교육부 컨설팅을 통해 사업별로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도교육청-구미교육지원청-지역대학 등으로 구성된 구미교육발전특구 지역 협력체를 중심으로 실무협의회, 사업추진단을 구성해 실효성 있고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든든한 길잡이… 구미시 진학진로지원센터수도권, 대도시와의 교육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개소한 구미시 진학진로지원센터가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든든한 길잡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도권 입시 전문기관과 연계한 ‘대입 1대 1 맞춤 컨설팅’과 ‘상시 상담’등 무료 입시컨설팅 프로그램은 대입 합격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또 변화된 입시제도를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입시 설명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과목 폐지, 고교 내신 평가 5등급제 변경 등 주요 개편안의 내용분석에 따른 전망과 대응 방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수험생의 불안감을 해소했다. 지난 4월에는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및 관리’라는 주제로 경쟁력 있는 학생부 관리 방안에 대한 대입 설명회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밖에도 지역의 명문 학교 육성과 공교육 역량 강화를 위해 학력 제고 공모, 고교 특성 프로그램, 특성화 학교 지원, 동영상 수능 강의 등 학교별 맞춤형 교육지원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사업 선정구미시는 구미대학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역 소멸 및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부 주관의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공모 사업에 지난 4월 최종 선정됐다. 이번 공모사업 선정으로 구미시와 구미대는 2년간 국비 36억원, 시비 4억원 등 총 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 특화 분야인 반도체, 메타버스 마케팅, 도시조경디자인 분야의 인재 양성을 주축으로, 정주 인력 확대를 위한 반도체 생산공정 전문과 과정 등 다양한 직업교육역량 강화사업,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특히, 지역 특화 분야 인력양성을 위해 반도체전자통신공학부는 반도체 8대 생산공정 실습실 환경 구축과 실험 실습 기자재를 구입을 완료했다. 메타버스디지털마케팅과와 도시조경디자인과 역시 메타버스디지털 실습실과 1인 스튜디오, 스마트팜 실습실 환경 구축과 더불어 실습 기자재 구입을 완료했다. 이 3개 학과는 2024년도 모집정원 100% 충원을 달성했다. □ 지역산업기반 인재양성 및 혁신기술개발 지원사업구미시가 시행하는 ‘지역산업기반 인재양성 및 혁신기술개발 지원사업’은 지역 주도로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 및 실용화를 지원하고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으로, 지역의 금오공대, 경운대, 구미대, 한국폴리텍대 구미캠퍼스 등 4개 대학이 참여한다. 특히, 이번 사업은 첨단사업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지자체 권한을 확대한 점에서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어갈 핵심 정책으로 꼽힌다. 구미시는 지역 4개 대학을 대상으로 △반도체 및 방산 분야 역량강화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 지원 △지역산업기반 첨단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 및 교육지원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 및 실용화 지원 △현장기반 실무형 인재양성 등의 사업을 내년 8월까지 총사업비 30억원을 들여 추진한다. 시는 이번 사업추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정주여건 개선, 산업환경 변화 중점 대응 분야(방위산업 및 반도체 산업연구)구성으로 지역 발전 전략의 실효성 확보, 지역 내 혁신기관 간 협력체계 강화 및 기업지원 프로그램 통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DGIST 공학전문대학원 설립구미시가 지역 첨단산업의 도약을 이끌 현장 리더형 공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경상북도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손잡고 금오테크노밸리에 ‘DGIST 공학전문대학원’(DGIST 경북 구미캠퍼스)을 설립한다. 이르면 내년 3월 개원하게 되는 DGIST 공학전문대학원은 학사 학위자 중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가진 20명 내외의 입학생을 선발해 2년제 공학 전문 석사 과정을 운영하며, 코어과목(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로봇·모빌리티, 의료·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수요자 맞춤형 오픈 커리큘럼을 구성한다. 공학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학제적 접근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직면하는 고난도 문제를 프로젝트 형식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DGIST 연구원과 교수진이 함께 이론과 실습을 통합한 팀티칭을 추진한다. 구미시는 오는 7월까지 지역기업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통해 반도체, 방산을 필수로 한 전문분야를 설정한다. 지난해 7월 지방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선정된 구미시는 소재·부품 기술 자립화, 초격차 반도체기업 육성, 글로벌 반도체 시장 초격차 유지 목표 달성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DGIST 공학전문대학원 설립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외 굴지의 기업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김장호 구미시장은 “반도체와 방산산업 등 구미의 미래신산업 육성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를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라며 “지역의 인재가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주하는 선순환 체계를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4-06-23

시민·작품·작가… 제2 미술관 소통 ‘활짝’

올해로 개관 15주년을 맞이한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제2관 건립을 추진하며 문화도시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그동안 포항시립미술관 제1관은 문화도시 포항의 랜드마크로서 역할을 해오며 호평받아왔다.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제2관이 건립되면, 포항은 지역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가치를 드높이며 문화 중심도시로 더욱 더 발돋움 할 것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 34주년을 맞아, 제1관에 이어 또 하나의 문화 상징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포항시립미술관 제2관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경북 최초 공립미술관으로 첫발 … ‘시민이 감동하는, 작지만 차별화된 세계적인 미술관’경북 최초의 공립미술관인 포항시립미술관은 2009년 12월, ‘시민이 감동하는, 작지만 차별화된 세계적인 미술관’을 목표로 개관했다.포항시 북구 환호동 347 환호공원에 세워진 미술관은 ‘철강 산업을 통해 조국 근대화를 견인한 도시’, ‘영일만의 기적’이라는 수식의 도시 포항에서 지역의 상징성과 이슈로 미술관의 정체성을 제대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항문화의 근간인 스틸(steel)을 테마로 미술관 외에도 스틸아트공방, 스틸아트페스티벌 등에 주력하며 지역문화를 견인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함으로써 스틸아트미술관을 실현해왔다. △제2관, 환호공원 부지 내 242억 투입, 지상 2층 연면적 6125㎡ 규모로 2027년 완공 목표포항시는 포항시립미술관 제2관 건립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현재 포항시립미술관이 위치한 환호공원 부지 내에 건립할 계획이며, 총사업비 242억 원에 지상 2층, 연면적 6125㎡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지난 3월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계약을 맺고 기본 설계를 추진 중이며, 2025년 4월 착수할 예정이다.제2관은 환호공원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시민의 삶에 녹아들도록 하고자 한다. 세계 유일의 스마트 미술관을 목표로 문화예술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용·복합 커뮤니티 허브 조성 및 다양한 문화·여가 활동이 이뤄지는 이용자 중심의 스틸 스마트 뮤지엄을 구축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포항시는 제2관 구축 TF팀을 발족했다. 앞으로 수집·보존·연구 중심의 1관, 지역 소통형 커뮤니티 중심의 2관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운영할 예정이다.앞서 시는 지난해 12월 설계 공모를 실시해 5개의 제안서 중 포스코AC의 공모안을 당선작(최우수작)으로 선정한 바 있다. △스틸 뮤지엄 너머 해양관광도시 비전 담아낼 새로운 랜드마크포항시립미술관은 변화하는 시대와 가치, 창작환경과 미술관의 패러다임 등에 대처하며 ‘사람’ 중심의 목적 지향적 공간으로서 제2관을 건립해 예술과 시민이 동등한 주체로 존재할 수 있는 미술관 실현에 집중하고자 한다.포항시립미술관은 지난 2009년 개관 이후 매년 관람객 및 체험 교육 참가자들이 증가해왔다. 2관 건립은 늘어나는 시민들의 문화·예술을 즐기려는 욕구들을 충족시킬 필요성에서 비롯됐다. ‘스틸 아트 뮤지엄’을 표방한 전형적 역할의 미술관인 1관에 이어 2관은 ‘철’이라는 지역 특성을 가진 동시에 시민, 작품, 작가 등 모든 매개가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 등으로 이례적 역할을 하는 미술관으로 건립할 가치가 있다. △‘라키비움’ 형태의 공립미술관으로서의 전문성 역할 수행포항시립미술관은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권 증대에 이바지하고, 시민과의 열린 소통을 통해 지역문화를 조성하고자 ‘고급 문화(high culture)’라고 부르는 문화의 재생산 도구가 아닌 시민의 지적·정신적·윤리적 함양에 이바지한다는 미술관의 역동성, 창의성 및 미래지향적 역할을 실현해왔다.특히 포항시립미술관은 현대미술관의 아카이브(자료보관소) 역할 중요성에 대해 공감, 이미 개관 초, 지역 출신 장두건 화백이 기증한 아카이브를 비롯, 지역 미술 관련 자료를 꾸준히 수집해 왔다. 과거의 기록뿐만 아니라 오늘 진행 중인 미술관의 전시 및 학예의 역사가 담긴 아카이브를 정리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으며 그간 수집한 자료로 지역 미술사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세계 미술관의 관심사는 수장-전시-교육-연구기능으로 확장되고 있다. 좋은 미술관이 되기 위해서 모든 주요 박물관에서는 연구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포항시립미술관 또한 제2관 개관 시 ‘라키비움(도서관·기록관·박물관의 기능을 가진 복합문화공간)’의 형태로 공립미술관으로서의 전문성 역할이 요청된다.△제2관은 시민의 삶의 질 고취·미래의 꿈과 희망 심어주는 역할 수행해야미술관의 핵심 기능은 일반인이 다른 곳에서는 접할 수 없는 훌륭하고 희귀한 사물을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사람들이 풍부한 지식과 새로운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이를 ‘최고의 경험(peak experiences)’이라고 했다. 미술관은 영혼을 고양시켜 사고와 감각의 폭을 넓히고 상상력을 자극해 매혹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다.이러한 경험들은 어떤 새로운 지역, 독특하고 이국적인 문화가 담겨져 있는 미술관을 방문할 때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즉, 미술관은 지역주민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그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에게는 신비감과 경외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장소다. 미술관은 방문하는 이들에게 아름다움과 삶의 여유를 통해 미래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다양한 문화와 관람자의 견인차 역할로서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 기대미술관 건립은 지역 작가들의 자유로운 창작 기반이 되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에게는 문화·예술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구미 각국의 미술관 건립은 이미 콘텐츠뿐만 아니라 외부의 건축물까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식, 세계적인 관광 콘텐츠로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최근 미술관 건립 패러다임의 현대적 양상을 뉴뮤지올로지(미술관학)의 관점에서 보면 과거 소장품의 중요성에서 인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막시현대미술관이나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중심에 위치한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 사례와 같이 유연한 미술관에 대한 관심과 리서치를 통한 새로운 유형의 미술관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나오시마현대미술관은 미술관 안에 최상의 서비스 시설뿐만 아니라 숙박시설까지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능동적인 주체자로서 현재를 질문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미술관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