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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싱크홀 공포

우정구 논설위원 2007년 2월 중앙아메리카 과테말라시티에서는 깊이 100m의 싱크홀이 생기면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2010년에는 2007년 사고가 난 곳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에서 집 4채가 또다시 땅속으로 함몰되는 사고가 일어나 충격을 주었다. 전문가들은 과테말라 싱크홀 현상에 대해 화산이 많은 지형적 특성을 이유로 든다. 화산재, 화산퇴적물, 석회암 등과 같이 단단하지 않은 과테말라의 토양이 열대성 폭풍우 등의 영향을 받아 침식된 때문이라는 것. 그 외 과테말라시티의 노후한 하수관과 부실한 관리가 싱크홀 사태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었다. 땅꺼짐 현상으로 표현되는 싱크홀은 물이 지하로 스며들면서 토양이 약해지거나 지하수가 부족해 땅이 허물어지는 것이 보통의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자주 발견되는 현상이다. 2012년 중국 어느 마을의 할머니가 싱크홀로 무너진 옆집을 구경하러 갔다 오니 자신의 집도 무너져 내린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한다. 동일본지진 후 일본에서는 2000개가 넘는 지하공동화 현상이 발생해 비상이 걸린 적도 있다.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가 많이 들어선 현대 도시에선 지하수 유입량이 감소하거나 혹은 고갈되면서 땅속에 빈공간이 생겨 부분 침하하는 현상이 잦다. 자연적 현상보다 인공적 이유로 싱크홀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지난달 서울 연희동 한 도로에서 차량 1대가 통째로 함몰되는 싱크홀 사고가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싱크홀에 대한 공포감이 커졌다, 만에 하나라도 나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하면 아찔하다. 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01

대구 온 공공기관 지역기여 언제쯤 좋아지나

대구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윤권근 시의원은 지난달 29일 대구시의회 임시회 자유발언을 통해 대구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사회에 대한 역할론을 문제 삼았다. 전국 혁신도시로 이전한 150여 개 공공기관의 공통의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혁신도시 이주 정책이 펼쳐진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공공기관의 지역기여도가 낙제점이라는 게 안타깝다. 대구 혁신도시에는 2012년부터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부동산원 등 12개의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이 신서동 혁신지구로 이전했다. 임직원 수만 4000여 명에 이른다.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사업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가장 강력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으나 정작 성과는 늘 기대에 못 미친다.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통해 지역의 우수 인재가 지역에 남고, 지역에서 물자를 조달하고 관련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 공공기관 이전의 취지다. 그러나 지역인재 채용이나 지역물자 활용은 여전히 저조하다. 특히 지역인재 채용은 의무비율을 30%로 높였지만 시행령의 예외 규정을 활용해 지역인재 채용을 실제로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물품 우선 구매도 2023년 실적이 전체의 10%에도 못 미친다. 가스공사의 경우 전체 1106억원의 11% 정도만 지역에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상생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실질적 진척이나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은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의지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공공기관의 지역 기여도와 관련 “지역에 내려와 지역기여를 안하면 공기업으로서 가치가 없는 것”이라 꼬집은 적 있다. 공기업의 지방 이전은 앞으로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차원에서 지속될 사업이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대안 사업으로 진행되는 정책인 만큼 해당 공공기관이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윤 시의원의 지적처럼 소명의식을 가지고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 미래와 지역발전을 위한 일이다.

2024-09-01

즐거운 추석 가스 알고 사용하면 충분히 사고 예방

오정렬 차장 한국가스안전공사 경북동부지사 홍보담당 곧 추석이 다가오는데 예전만큼 설렘과 기대가 느껴지지 않는다. 고유의 명절 추석이라 전통시장, 대형마트를 가보면 그나마 추석이 다가옴을 직감할 수 있다. 그래도 추석은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만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만남을 통해 모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멀리 오고 가는 길도 안전하게 잘 다녀왔으면 한다. 특별히 좋은 연휴기간 동안 가스사고가 없었으면 한다. 따라서 가스안전에 대해서 몇 가지 알려드리고자 한다. 최근 크고 작은 가스 사고가 전국 몇 곳에서 안타깝게 일어났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인데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하였다. 가스사고는 평상시 아무리 잘 사용했다 하더라도 ‘이 정도쯤은 괜찮겠지’라고 방심하면 큰일이 일어날 수 있다. 최근 5년간 가스사고 통계을 살펴보면 전체 480건 중 사용자취급부주의 130건, 시설미비 110건, 제품노후가 83건, 타공사 54건, 공급자취급부주의 33건, 기타 70건이 발생하였으며 인명피해는 83명이 발생하였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 가운데 사용자취급부주의 사고가 가장 많다. 사용자취급부주의는 말 그대로 사용자가 가스를 잘 못 취급해서 일어난 사고이다. 가스를 사용 또는 취급할 때는 반드시 안전 수칙을 준수해야 함에도 나의 짧은 생각 잘못된 습관으로 사용하면 큰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 맛난 음식, 가족동반 캠핑 등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은 반드시 가스의 위험성을 생각하고 안전 수칙을 꼼꼼히 숙지하여 사용했으면 한다. 특히 조리할 때 휴대용가스레인지 과대불판기구 사용금지, 캠핑할 때 텐트안 즉 실내에서 조리 금지 및 춥다고 텐트 안에서 가스난로는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경우가 부탄캔 파열사고 일산화중독사고 산소결핍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휴기간 출타할 때는 반드시 가스밸브를 잠그고 다시 귀가 했을 때는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충분히 시킨 다음 사용했으면 한다. 행여 가스 냄새라도 난다면 절대 전열기구나 점화원은 일체 사용을 금하고 바로 공급자에게 연락하여 안전하게 조치를 받고 사용하길 당부드린다. 최근 평창 LPG충전소 폭발사고, 부산 CO중독사고가 우리에게 아픔을 더해 주고 있다. 사고는 없어야 한다. 한번의 실수 한번의 잘못으로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는 모두가 가스의 위험성을 충분히 숙지하고 안전 수칙을 잘 지켜서 가스 사고 없는 즐겁고 행복한 추석연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2024-09-01

미래세대 환경권을 위한 첫걸음

유영희 작가 22년 쓴 작은 에어컨이 올해 이상이 왔다. 작년까지는 한여름 며칠 잠깐씩 틀었지만, 올여름은 너무 덥고 습해서 2주 이상 매일 켰더니 과부하가 왔나 보다. 에어컨 실외기 열기가 기온을 더 올릴 것이라는 걱정도 지구 역사상 최고라는 올해 무더위에는 너무도 무기력했다. 기후변화 앞에서 개인의 힘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고 자책하던 중 한 신문 기사를 읽고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여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는데, 그런 판결을 이끄는데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이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국제 선언으로 탄소제로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한 법을 제정했으나, 우리의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는 2030년까지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감축해야 한다고만 되어 있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해서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청소년 19명이 이 조항에 대해 2020년에 헌법소원을 냈고, 2021년에는 시민기후소송, 2022년에는 ‘아기기후소송’, 그리고 2023년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 등 4년에 걸쳐 다양한 연령의 시민과 어린이가 헌법소원을 냈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판결 기사에 처음 눈길이 간 것은 ‘동생 사진 손에 쥐고 눈물 쏟은 초등생’이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읽어 보니, 2년 전 아기기후소송을 냈던 서울 흑석초 6학년 한제아 어린이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기자가 한제아 어린이에게 2년 전과 지금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질문하자, 어릴 때는 키가 작아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더 더웠는데, 그때보다 키가 많이 큰 지금도 여전히 덥다고 대답한다. 두 살짜리 사촌 동생은 키가 엄청 작아서 자기보다 더 더울 것이라며 마음 아팠다는 대답도 있다. 이날의 판결에 정말 적절한 대답이었다. 이 대답은 어린이다운 감수성을 보여주어서 인상 깊기도 했는데, 실제로 8월 14일 한 일간 신문에 실린 서울 보라매공원 특별 관측 결과를 보면, 아이 발밑은 ‘성인 키’ 기온보다 덥다고 한다. 특히 햇볕에 노출된 아스팔트 도로의 지면 온도는 지상 1.5m보다 11.2도나 높다니, 키가 작으면 확실히 더위를 더 느낄 것이다. 게다가 지면 가까이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도 많으니, 도시에 사는 어린이의 고통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에도 물어보니, 몸이 작으면 체적에 비해 체표면적이 더 크고 근육도 적어서 기온에 민감하다고 한다. 미래세대에 이런 걱정을 끼치니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린이의 야무진 활동에 안심이 되기도 한다. 다만, 어른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 운동이고,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게 되면서 우울증에 걸렸었다니, 한제아 어린이에게 밝고 즐겁게 활동하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전하고 싶다.

2024-09-01

세상을 변화시키는 지혜 : 최소의 법칙

신일철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최소량 법칙은 생물학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작물이나 생물체의 성장과 생존은 특정한 환경 요소 중에서 가장 제한적인 요소가 전체적인 성장과 생존을 결정하며, 특정 영양소가 부족하면 그 영양소가 성장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19세기 독일의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식물의 성장과 생물학적 프로세스에서 어떤 인자가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증명하였다. 그는 실험을 통해 어떤 식물이 생장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을 제공하면서 각각의 요소의 양을 달리 조절한 후 생장이 느리게 일어나는 경우를 발견하였다. 질소, 인산, 칼륨, 석회 중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다른 것이 많이 있어도 식물은 제대로 자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가장 제한적인 인자가 생장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단일적으로 존재하는 제약요소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극복함으로써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최소의 법칙에 해당되는 사례가 많이 있다. 추석명절이 되면 고속도로는 병목 구간이 발생하여 북새통을 이룬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역 귀성이나 출발 일자 및 시간을 변경하는 나름의 지혜를 발휘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검색 속도는 컴퓨터, 회선, 모뎀 중 가장 성능이 떨어지는 요소에 의해 결정되며, 오디오 소리는 가장 성능이 떨어지는 기기에 의해 결정된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팀 내에서 10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팀의 수준은 가장 성과(Performance)가 낮은 팀원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이 넘치는 부분의 잠재력을 저해시키고 있는 것이다. 제조공정에서도 가장 생산성이 낮은 병목 공정이 공장 전체의 생산수준을 결정하므로 이를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관리자의 최우선 과제이다.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 관리도 최소량 법칙이 적용된다. 모든 안전 장비와 절차가 완벽하더라도, 한 가지 작은 위험 요소가 존재하면 전체 안전이 그 요소에 의해 좌우될 수 있으므로 작은 위험 요소까지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기업에서 인재육성에 전력을 다하는 것은 다양한 경영 요소들 중 임직원들의 수준이 기업의 성정과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최소의 법칙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신체 기능적 영역과 심리적 영역에서 취약한 영역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을 넉넉하게 만드는 길일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병원 진단을 받는다. 나쁜 결과에 대한 막연한 걱정 속에 진단을 받고 얼마 뒤에 그 결과를 받는다. 중요한 것은 전체 신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제약요소를 발견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방식에 적극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라 판단된다. “행복한 사람은 모든 행복의 요소가 충족되었을 때이지만 불행한 사람은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요소에 의해 불행을 느낀다”라고 한 톨스토이 표현에서도 최소의 법칙을 공감할 수 있다.

2024-09-01

글로컬대학30 선정 마냥 반길 일인가?

심한식 경북부 28일 교육부가 글로컬대학30 사업의 2차 본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은 대학 내·외부 벽을 허물고 지역과 산업계 등과 동반관계를 기반으로 대학과 지역의 동반성장을 이끌어 갈 대학 30개를 2026년까지 지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며 국비 1000억 원을 지원한다. 지정대상이 소재지가 비수도권인 일반재정지원대학 또는 국립대학으로 지역에서는 대구한의대가 본 지정을 받아 2028년까지 경북도 250억 원, 경산시 500억 원, 청도군 100억 원, 영덕군 100억 원의 지방비를 부담해야 한다. 대구한의대는 글로컬대학30 사업선정으로 대학 강점 분야인 한의학의 과학화와 산업화, 세계화를 토대로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경계 없는 교육혁신과 한의학 초 산업화 허브 조성, K-MEDI 글로벌 가치 창출 등의 3개의 혁신 과제를 추진한다. 하지만, 500억 원이란 지방비를 부담해야 하는 경산시민들의 입장은 글로컬대학30 지정이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다. 현재 경산시의 재정자립도는 19.79%에 그치며 당장 지방비로 건설하기로 한 진량하이패스IC 등에 앞으로 선정될 공모사업에 따른 지방비 매칭으로 지방비를 지출해야 한다. 특히 10개 이상의 대학에 지금까지 많은 예산을 투입한 경산시민들은 대학들이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혜택은 아주 미약하다고 느끼고 있어 글로컬대학30 선정은 대학에는 축하할 일로, 주민들에게는 시민들이 낸 세금을 먹는 하마로 다가온다. 특히 중앙정부가 추진해야 할 일을 지방에 일정 금액의 예산만 던져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식의 스타일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30에 1차 선정된 대학들에 아직 제대로 된 국비를 지원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계획도 중요하지만, 실천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담당자들이 깨닫기를 바란다. 사업을 추진하는 대학도 세계화도 중요하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역민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세금만 먹는 하마로 인식되는 현실을 타개하길 바란다. /shs1127@kbmaeil.com

2024-08-29

모함의 정치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정치판에서 정적(政敵)을 제거하는데 모함(謀陷)을 하는 것만큼 손쉬운 수단은 없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모함으로 정적을 제거한 예는 무수히 많을 것이고, 그로 인해 역사의 흐름이 바뀐 것도 부지기수일 터이다. 특히나 공산주의혁명처럼 일거에 정세를 장악하기 위해서 수많은 정적들을 한꺼번에 숙청할 때 가장 유효하게 쓰이는 것이 모함전략이다. 소련의 스탈린이나 중공의 마오쩌둥, 북한 김일성의 정략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모함을 하고 누명을 씌우면 해를 입지 않을 인물이 없다는 걸 역사가 잘 말해준다. 성인(聖人)으로 손꼽히는 소크라테스와 예수도 사실이 아닌 모함으로 죽임을 당했다. 소크라테스는 신성모독죄와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사약을 받았고, 예수는 유대 당국에 의해 로마에 대한 반역의 주모자로 고소를 당해 십자가형을 받았다. 성웅으로 불리는 이순신도 원균의 모함으로 파직을 당했고 프랑스를 구한 잔다르크도 마녀이자 역적으로 몰아 화형에 처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좌파 세력들에 의해 모함의 정치가 판치고 있다. 그들은 오랜 학습과 경험으로 국민들을 선동하고 대세를 장악하는데 모함만큼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작은 꼬투리만 있어도 침소봉대하거나, 사실을 왜곡·조작하여 가짜뉴스로 만들어 내고, 자신의 죄를 적반하장으로 상대에게 뒤집어씌우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상당수 국민들은 ‘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며 휩쓸리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큰 모함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친일 반역자이자 독재자로 몰아간 것이다. 물론 그분들에게도 공과가 있겠지만, 과가 둘이면 공은 팔이라는 게 국내외 양식 있는 논자들의 평가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거나 적으로 간주하는 세력들이 사회 곳곳에 침투하여 활동하는 바람에 국민 대다수가 좌경화 되어 대한민국의 근간을 훼손하고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함의 정치가 판을 치는 나라가 위태롭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상식과 분별을 상실한 대다수 국민들이 모함과 조작과 선동에 부화뇌동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온갖 반국가적이고 파렴치한 범죄자들이 대거 국회에 몰려들어 나라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특히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세대가 전교조에 의한 좌편향 교육을 받고 잘못된 역사관과 가치관을 가진 세력이 되었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노릇이 아니다. 그들이 가담한 사법부와 언론과 교육계가 국가의 기강을 흔들고 민심을 어지럽힌 과오는 이미 뿌리가 깊다. 결국 새로운 세대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들이 올바른 역사관과 가치관을 갖도록 교육 현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창궐해 있는 몰상식과 비이성, 반지성, 비윤리, 불순한 사상이 청소년들에게 침윤되지 않도록 교육을 바로 잡는데 민의를 모으고 국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망상에 사로잡힌 불순분자들이 교육현장을 오염시키는 걸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2024-08-29

변학도 재판과 지방자치

정태옥 ​​​​​​​​​​​​​​경북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 유럽이나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한적한 시골에도 꽤 크고 아름다운 성 (城)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성이 있었다는 것은 살아있는 권력(귀족)이 살았다는 뜻이다. 서울을 벗어나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산사(山寺)를 제외하고 변변한 역사문화재를 찾아보기 힘들다. 양반의 고장이라고 자랑하는 경북에도 류성룡 가(家) 외는 판서댁 하나 없다. 몇몇 서원이 남아 있지만 벼슬길 끊어진 선비가 낙향하여 주변 농민들 힘으로 세운 것들이다. 요약하면 우리 역사에 지방에는 변변한 권력(권한)이 제대로 없었다. 필자가 지방시대위원회 토론회를 갔을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왜 지방분권이 잘 안되느냐’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는 봉건제를 비롯한 지방자치의 경험도 개념도 없었다. 지방은 그저 중앙에 예속된 존재였고, 중앙에서 파견된 벼슬아치가 생처녀를 잡아다가 ‘네 죄는 네가 알렸다’하면 머리를 조아려야하는 존재였다. 그 해결책도 중앙에 가서 출세하고 중앙권력에 의지한 이도령에 의해서 한풀이가 가능했다. 21세기 지금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나라가 거두는 500조쯤 되는 세금 중 국세가 80%, 지방세가 20% 정도 된다. 그런데 실제 집행은 지방자치단체를 통하여 집행되는 것이 전체 예산 중 60% 정도다. 즉 중앙정부가 거두는 세금 중에서 40%는 지자체에 주어서 집행된다는 뜻이다. 중앙정부가 거두어 지자체에 나누어주는 세금은 용도와 사용 대상을 모두 중앙정부가 정해서 내려보내준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 예산 중에서 70% 정도가 복지 예산인데 거의 100% 중앙정부가 정해주는 용도기 때문에 지방에는 재량권이 하나도 없다. 나머지 30% 예산도 중앙정부가 하고자 하는 사업에 소위 매칭펀드로 다 들어간다. 지방자치단체는 인건비 빼고는 거의 한푼도 쓸 돈이 없다. 문제는 이와같은 제도 뿐 아니라 우리 국민의 무의식도 지방을 차별하고, 열등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TV에 지방이 나오는 것은 시골 할머니들이 서울서 온 연예인이나 손주에게 토속 음식 만들어주는 장면 외는 없다. 서울 외는 모두 시골이고 그저 토속 음식이나 해서 서울 손님 대접하는 곳으로 인식된다. ‘춘향전’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구 경북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와서 소위 출세하여 서울에 사는 선후배들조차 무심코 하는 말이 차별적이다. ‘우리나라 같이 작은 나라에 지방마다 공항이 필요한가’한다. 서울에서는 한시간만에 공항가서 외국 가고, 지방에서는 새벽부터 네시간 다섯시간 허겁지겁 인천공항 가야 된다는 말인가. 소득 3만불이 넘는 인구 500만인 대구경북에 국제공항 하나 가지는 것이 그렇게 국가적 낭비인지 모르겠다. 대구경북 통합하자고 하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도청사 어디 두는지, 대구 경북 누가 이득인지만 관심이다. 대구경북 통합의 핵심은 통합할 테니 예산 더 나누어 가져오고, 중앙정부가 가진 과도한 권한 나누어 달라는 것이다. 그냥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수도권과 경쟁 가능한 규모로 키우고 기획 기능도 대폭 살려서 지방도 좀 자율적으로 잘 살아보자는 뜻이다. 힘 좀 모으자.

2024-08-29

프로야구가 좋아

우정구 논설위원 한국 프로야구가 역대급 관중몰이로 최고조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한국 프로야구 누적 관중 수는 573경기 동안 847만명을 기록해 신기록을 수립했다. 역대 가장 많았던 2017년의 720경기 840만명 기록을 완벽히 깼다. 경기 수에서 147경기나 앞당겨 신기록을 수립해 경기장은 매경기마다 관중열기로 가득하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시즌 관중 10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달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민 200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프로야구 흥행은 남성보다 여성, 40∼50대보다 20대, 기혼자보다는 미혼자가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말하자면 20대. 미혼, 여성이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등장하면서 경기장 분위기를 화끈하게 달구고 있다는 것. 삼성라이온즈도 올 시즌 선두 다툼을 이어가면서 대구시민의 뜨거운 응원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경기를 기점으로 삼성은 한 시즌 총 관중 100만명을 돌파했다. 1982년 구단창단 후 42년만에 처음이다.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두산베어스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선수는 관중의 함성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닐까. 관중들의 열화같은 응원이 있으면 선수들의 사기가 절로 올라가고 경기도 잘 풀리는 게 순리다. 요즘 대구에서는 프로야구 홈경기 표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프로야구가 인기가 대단히 높다. 삼성의 약진 때문인지 응원문화가 재미있어선지 모르나 즐길 곳이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8-29

용산은 정말 응급실이 관리가능하다고 보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026학년 의대증원 보류’ 제안을 대통령실이 즉각 거부하면서 여권 내 갈등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회의에서 의대 증원 1년 유예를 건의한 후, 이틀 후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2026년엔 2025년 증원분까지 합한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을 감안해 증원을 1년간 유예하자”는 중재안을 재차 내놓았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한 대표의 제안을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늘(30일)로 예정됐던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간의 만찬 일정을 연기하면서 추경호 원내대표에게 3시간 먼저 통보하는 등 ‘당대표 패싱’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윤-한 갈등’이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대표의 제안은 전공의들을 하루빨리 병원에 복귀시켜 의료대란을 막아보자는 차원에서 나왔다. 당 대표로선 당연히 할 수 있는 소리다. 지금 모든 국민은 일반병원이 쉬는 추석연휴에 집에 환자가 생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증환자가 있는 가족들은 수술날짜를 잡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일부 응급실에서 온전히 운영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말 기가 막히는 인식수준이다.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의료대란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적극적인 자세로 의정갈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나경원 의원까지 의정갈등 해법을 위해 새로운 정부책임자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가. 의정갈등 책임자 문책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가 지금처럼 의대증원 숫자에 매몰돼 전공의들을 적대시할 경우, 의료계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된다. 만약 응급처치나 수술을 받지 못해 환자들이 생명을 잃어가면 그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가. 자칫 정권유지가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 대통령실은 의료혼란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당과 논의해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2024-08-29

혁신역량 시험대 오른 대구경북 글로컬대학

경북대와 대구보건대, 대구한의대, 한동대 등이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2년차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작년에 본지정에 선정된 포스텍과 경국대(안동대와 경북도립대 연합)를 합치면 대구경북에서는 6개 대학이 글로컬대학 간판을 달게 됐다, 글로컬대학은 대학구조를 전면 혁신할 의지와 지역성장을 견인할 역량을 갖춘 지역대학을 이르는 말로 교육부가 심의를 거쳐 2027년까지 비수도권 중심으로 전국에 30개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선정한다. 선정된 대학에는 1000억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하게 된다. 비수도권에 글로컬대학을 육성하게 된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와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격차 심화, 지역소멸 등의 문제가 깔려있다. 지역의 인재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대학은 교육자원 부족으로 사실상 존폐위기에 몰려 있다. 지역대학의 존폐위기가 지역소멸의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대학교육 체제 전반에 대혁신이 필요해 진 것이다. 글로컬대학 선정을 두고 사실상 지역대학의 구조조정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지역대학은 교육부 선정위원회에 제출한 혁신기획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해야만 국가의 지원을 끝까지 받을 수 있다. 경북대는 청년 연구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연구중심대학, 대구보건대는 초광역 연합으로 기술별 특화캠퍼스 조성, 대구한의대는 한의학의 세계화, 한동대는 미래대학 전인기능 교육모형 실현 등을 혁신 내용으로 담았다. 이제는 대학들이 혁신기획서대로 얼마나 잘 실천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단순히 대학 통합이나 연합으로 글로컬대학 간판을 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대학의 혁신 바람이 세계적 연구성과를 만들어내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실질적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부도 선정된 글로컬대학이 성과를 낼 수 있게 지원하고 성과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글로컬대학들은 이제 혁신역량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번에 탈락한 영남대와 국립금오공대도 다시 한번 기회가 있는 만큼 분발 노력이 필요하다.

2024-08-29

균형발전 저해하는 예타, 무엇이 문제인가

구자근 국회의원 (국민의힘, 구미갑) 최근 구미~군위 고속도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됐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54년 만에 구미시를 동서로 관통하는 고속도로가 생기는 것이다. 추정사업비 1조4965억원으로 대구경북신공항과 함께 경북 발전의 시대를 열기 위한 필수 사업이다. 대규모 도로·철도·항만 등 사업의 당락을 결정짓는 예비타당성조사는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고, 우선순위와 사업효과 등을 사전에 검증한다는 취지로 운용되는 제도로 1999년 시작되어 25년을 맞았다. 불필요한 사업을 방지한다는 효과도 있지만, 경제성 논리에 치우쳐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19년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하고, 경제성 비중을 낮추고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 항목 비중을 높이는 개편을 시행 한 바 있다. 효과는 어땠을까? 올해 국책연구원인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비수도권보다 수도권에 유리하게, 낙후지역보다 발전지역에 더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의 사업이어도 경제성 비중이 여전히 최대 45% 차지할 수 있고, 평가위원마다 그 비중을 30~45% 범위 내에서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몇 가지 사업들의 예타조사결과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똑같은 사업을 두고서도 평가위원마다 경제성을 30%, 35%, 40%, 45% 제각각 매기고 있다. 지역마다 형평성, 공정성 문제까지 생길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혹자는 경제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인 것이 맞지 않냐고 지적할 수 있다. 경제성 논리 위주의 예타는 정책적 시각을 더 멀리, 넓게 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2022년 11월 예타를 통과한 중부내륙철도 문경~김천 단선전철사업의 예를 보자. 당초 예타 조사 진행 도중 경제성이 나오질 않아 위기를 맞았었다. 국토부는 조사 도중 김천~동대구 간 연결이 포함된 사업계획변경을 제출했고, 이를 통해 타당성을 확보해냈다. 국토부는 현재 기본계획 용역 등 절차를 진행 중에 있고, 서울 수서와 구미, 대구를 연결(편도 7회)하는 편성안이 사업에 포함됐다. 올 12월 개통하는 대구권 광역철도와 신공항 배후도시의 이점 등 KTX-이음 김천역, 구미역 정차 효과 시너지는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다. 당초 사업대로 중부내륙철도 노선만 놓고서 경제성 위주 심사로만 끝났다면, 이 사업은 예타의 벽에 막혀 지금도 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비용 대비 편익(B/C)가 0.11이었으나, 지금은 연간 500만명이 이용하는 KTX 강릉선, B/C가 0.39에 그쳤지만 지금 역사 증축까지 하고 있는 호남고속철도 등 경제성 논리만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업들이 있다. 예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2019년 개편 시행 5년을 맞아 효과와 한계를 살펴보고, 추가로 개선해야 할 점들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특히 경제성 논리로 인한 지역 차별과 격차 문제, 수치·계량화로 인해 지역 특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는 점, 평가위원에게 과도하게 부여된 재량 등은 개선이 시급하다. 국회에서도 공론화에 적극 앞장서겠다.

2024-08-29

디지털 성범죄 강력한 제재로 원천봉쇄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그저께 국무회의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영상물은 익명의 보호막에 기대 기술을 악용한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달라”고 말했다.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개인의 얼굴을 음란물과 합성한 가짜 영상물인 딥페이크가 우리 사회 전반에 기승을 부리자 대통령까지 나서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n번방 사건으로 성착취 동영상이 사회문제화 된 지 벌써 5년이 됐으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대응이 허술하다.특히 놀라운 것은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 가해자 가운데 70%가 10대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소셜 미디어 사용이 일상화된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딥페이크 음란물에 대한 범죄 인식이 희박하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뿐이다.최근 서울의 한 대학에서 여학생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나돌고 비슷한 종류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발견돼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피해자 가운데는 대학생뿐 아니라 교사, 여군 또는 중고교생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5일에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학교 400군데의 목록이 올라와 전국의 초중고, 대학들이 발칵 뒤집힌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피해를 입은 학교의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한다.대구에서도 경찰이 딥페이크 관련 사건을 집계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올 7월까지 모두 42건의 관련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사건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히고 있다.딥페이크 영상물이 피해자에게 주는 정신적 충격은 말로 다할 수 없다. 특히 일반범죄와 달리 불특정 다수에게 확산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크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를 “사회적 테러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했다.정치권과 당국은 관련법을 강력하게 보완하고 학교와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에 대한 윤리교육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쉽게 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드는 시대다. 빠르고 강력하게 원천봉쇄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에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할지 모른다.

2024-08-28

고시엔, 장훈, 교토국제고

장규열 고문 장훈(張勳) 선수가 있었다. 한국인이었지만 일본 야구인들은 그를 영웅이라 부른다. 생애 홈런 504개와 안타 3085개를 치는 등 기록적인 선수생활을 했다. 재일한국인으로 어쩔 수 없었던 멸시와 홀대를 받으면서도, 치욕적인 한계상황에서 인내와 끈기로 자신의 분노를 실력으로 이겨내며 삭였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오사카 나니와상고에서 어렵게 어렵게 야구를 시작했던 무렵, 당시 프로선수 등용문인 고시엔(갑자원)대회에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하였다. ‘조센징’이 고시엔에 나가면 대회가 더러워진다고 놀려대는 바람에 밤새 울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장훈 선수는 이후 놀라운 성장을 거쳐 1990년 일본 ‘야구의 전당’에 입성하는 멋진 마무리를 일구었지만, 한국인으로 받았던 상흔은 늘 가슴깊이 남아있지 않았을까.고시엔(甲子園). 전 일본고등학교야구대회. 2024년 고시엔대회는 한국계 고등학교인 교토국제고(京都国際高)가 우승배를 거머쥐었다. 1947년에 한국계 고등학교로 시작하였지만, 이제는 딱히 한국학교라기보다는 일본 내 국제고 정도로 이해된다. 전교생 160명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한국학생이며 나머지는 일본인 학생들. 그럼에도, 학교의 뿌리를 간직하고자 한국말로 적힌 교가를 부른다. 고시엔대회 결승토너먼트에서 매 경기를 이기면 교가를 불렀다. 일본에서 한국말 교가가 일곱 번이나 우렁차게 흘러나왔다. 장훈 선수는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소년 장훈은 초등학교 시절 일본인 급우들에게 둘러쌓여 구타를 당하거나 싸움에 휘말리곤 하였다. 학교에서 경고를 받고 돌아온 아들에게 어머니는 ‘한국인은 우수하고 용감하며 성실한 민족’이라고 자랑하였다. 어머니의 높은 긍지와 세심한 격려 덕에 굽히지 않고 일본 생활을 이어갔다고 한다.‘동해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교토국제고 교가의 4절을 읽으면 가슴이 더욱 웅장해 진다.‘힘차게 일어나라 대한의 자손 새로운 희망 길을 나아갈 때에 불꽃같이 타는 맘 이국 땅에서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이 되자.’누구였을까. 척박했을 여건으로 사면초가 환경에서 학교를 짓고 두고 온 나라 대한을 생각하며 아이들을 가르쳤을 그 사람들은. 역사를 되짚다 보면 뜻이 깊었을 사람들을 수없이 만난다. 눈앞의 이익에 목이 말랐다면 절대로 할 수 없었을 일들을 누군가 해낸 덕에 오늘 세상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필자가 어렸을 적에 들은 경고가 있다. ‘한국인 개인들은 우수하지만 그들을 모으면 힘을 잃는다.’ 이도 어쩌면 일본인들이 한국사람을 비하하느라 만들어낸 표현일지도 모른다. 고시엔의 고지를 점령해 내고야 만 학생선수들의 기개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힘들어도 우리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부심을 살려야한다. 오늘처럼 나라 안에 뒤엉킨 문제들 앞에도 우리만의 긍지와 지혜로 돌파구를 열어내는 발걸음을 기대해 본다. 일본쯤이야 넘고도 남는 기백을 되살려야 하고, 오대양육대주로 뻣어가는 디아스포라의 정신을 일으켜야 한다.

2024-08-28

계좌 이체된 위자료 20억 원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위자료란 ‘불법 행위로 인해 생기는 손해 가운데 정신적 고통이나 피해에 대한 배상금’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부당한 짓을 했을 때 이를 보상하라고 요구해 받는 돈이다.혼인 관계가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의 잘못으로 파국에 이르렀을 때, 그 원인을 만들거나 제공한 이는 상대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게 된다. 그러니, 일종의 ‘금전적 단죄’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서울가정법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씨는 노소영(최태원의 전처)씨에게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김희영 씨와 최태원 회장의 부정행위, 혼외자 출산, 최 회장의 일방적인 가출과 별거 등이 노소영 씨와 최 회장 사이의 신뢰를 훼손하고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이혼이 흔해진 세상이니 단순히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가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는 일은 드물어졌다.하지만, 최 회장과 노씨의 이혼은 재벌과 전 대통령의 딸이란 그들의 신분과 천문학적이라 할 거액의 재산 분할 소송, 복권 당첨금에 육박하는 위자료 액수 탓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1조3800억 원에 이르는 재산 분할 소송 소식에 이어 며칠 전 김희영 씨가 20억 원의 위자료를 ‘가볍게’ 계좌로 이체했다는 뉴스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을 놀라움에 빠지게 했다.김씨가 노씨에게 보낸 20억 원은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한 푼도 쓰지 않고 80년을 모아야 손에 쥘 수 있는 돈이다. 이혼도 부자가 하면 ‘핫 이슈’가 되는 모양. 놀라움과 함께 상대적 열패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8-28

TK행정통합 논의가 중단돼선 안 된다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 또다시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지난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다. 충분한 공론화작업 없이 출범 시한을 못 박아두고, 시간에 쫓겨 급히 진행했던 게 주원인이다. 지난 2019년 추진됐다가 공감대 형성 부족으로 3년만에 중단됐던 TK행정통합은, 지난 5월 17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전격 제안하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화답하면서 재추진됐다.홍 시장은 그저께(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경북도의회가 대구시장 성토장이 된 것은 유감이다. 도의회 동의는 어려울 것 같다. 통합논의는 장기과제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경북도의회 본회의에서는 행정통합과 관련, 홍 시장을 수위 높게 비난하는 의원들의 발언이 여과 없이 공개됐다. 행정통합은 반드시 시·도 광역의회 의결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경북도의회 반대가 심하면 사실상 성사되기 어렵다.홍 시장과 이 지사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행정통합에 전격 찬성한 것은 통합만이 저출생, 기업유치 같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통합 비용 지원과 행·재정적 특례 부여를 아끼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약속했다. 이런 긍정적인 상황인데도 통합논의가 청사 소재지와 시·군 권한 문제로 무산된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다행인 것은 이 지사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중단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점이다. 이 지사는 “서로 협의하며 조정하는 가운데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대구경북 통합의 길을 열어가자”고 제안했다. 통합논의가 이어질 희망은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이 지사가 언급한 것처럼, TK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체제의 부산물인 비수도권 소멸과 저출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대개조사업이다. 정부가 행정통합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행정통합에는 다양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홍 시장도 장기과제로 넘긴다는 여운을 남긴 만큼, 대구시와 경북도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행정통합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

2024-08-28

달달한 자궁

피귀자 수필가 칼 맛을 보더니 더 독해진 걸까. 날 선 칼을 튕기며 길을 내주지 않는 단 호박. 남반구의 강렬한 햇빛이 키운 완강한 근육을 진작부터 알아봤지만 이리 돌 같을 줄이야. 칼의 길을 더 이상 용납 않는 호박과의 씨름이 낭패스러웠다.겉가죽이 검푸른 단 호박 한 덩이를 샀다. 작은 크기에 비해 묵직한 뉴질랜드산 호박이다. 깨끗한 공기와 끝없이 푸른 들판을 머금은 환경은 직접 보기도 했지만 숨긴 속내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 먼 길을 돌았어도 상처 하나 없이 암팡지게 내려앉은 모습이 유장하기까지 하다.말쑥하게 목욕시키고 식초 단장까지 마친 후 자르려고 칼을 넣었다. 처음부터 이가 약한 세라믹 칼을 들고 설친 게 실수였다. 칼끝을 날리고서야 겨우 빼낸 후 무쇠 칼로 바꾸었다. 쇠 칼날을 물고도 완강하게 버티는 호박을 도마에 대고 탕탕 치며 이리 돌리고 저리 흔들다 보니 겨우 한쪽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철옹성 같은 짙푸른 초록의 속이 샛노랗다 못해 주황빛이다. 드러난 속살에 옛 추억이 소환된다. 낡은 창고 지붕이 위태로울 정도로 큼지막하게 자리 잡았던, 늙은 호박 속과 닮았기 때문이다.할머니의 칼 아래 누르스름하게 골진 단단한 껍질이 벗겨지고 쫙 갈라지던 거대한 호박 속. 처음으로 자세히 본 호박 속은 어린 마음에 금화 가득한 흥부의 박 속처럼 신기했다. 늙은 호박은 겉도 누런 색깔로 골이 깊게 패이고 높이보다 옆으로 넓게 자리 잡은 모습과 달리 단 호박은 작고 껍질이 검푸른 탓일까 늙은 호박 속보다 더욱 붉게 보이니.환한 빛 내뿜는 단 호박 구멍 속에 손을 넣었다.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은 호박씨를 손가락에 힘을 주어 긁어내자, 미끌미끌한 실끈에 달린 호박씨들이 줄줄이 달려 나왔다. 근육을 키운 자양분 주황 물이 끈끈한 피 마냥 손을 적신다.오글오글 모여 있는 호박씨들이 곧 깨어날 개구리알 같다. 코끝에서 싱싱한 야생의 기운을 내뿜는 입김이 달착지근하다. 달달한 향이 솔솔 흘러나온다. 잘 익은 과일의 농익은 달콤함과 제철 과일의 싱싱함까지 품은 호박 향이 저절로 가을 들판을 달리게 한다.씨가 빠져나가자 움푹한 구덩이가 드러났다. 입김 달달한 경이로운 동굴이 옹골차다. 완강한 근육 속 고백, 단단한 몸이 만든 샛노란 자궁이다. 몸 전체가 자궁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으니 몸의 크기에 비한다면 아마 가장 큰 자궁이리라. 산도를 따라 피어난 저토록 야무진 둥근 방, 눈부시도록 환한 속은 계절을 삭힌 여백일까. 한 발 한 발 넓혀나가느라 운 울음의 깊이일까.반백년을 코앞에 둔 어느 날, 자궁을 잃어버렸다.정확히는 수술대 위에서 의사의 시술로 어쩔 수 없이 빈 궁마마가 되어 버린 것이다. 헛꽃 물혹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비록 생산의 소임을 다했다지만 여성으로서의 상징 같은 자궁을 상실한다는 의미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었다. 여성성을 도려내는 듯 상실감도 밀려왔지만 겉으론 쿨 한 척 이 또한 가볍지 않겠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던 기억이, 알알이 영근 씨를 가득 품은 호박 속을 보며 되살아났다.그 일로 수혈을 많이 한 까닭인지 수족냉증이 와서 겨울마다 오랫동안 고생했던 일도 이젠 추억이 되었다. 원래 피가 모자란다는 소리를 듣고 있었기 때문에 수혈 양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있던 피가 텃세를 한 탓일까. 들어온 피와의 화합이 그리 어려웠던 것인지. 아무튼 찬물에 넣으면 손과 발이 빨개지고 따가울 정도여서 괴로웠는데 세월이 약이었다.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듯, 모진 비바람과 땡볕과 가뭄을 이겨내고 익어서 제 소임을 다하는 호박 앞에서, 지금 이 시점이 내 인생의 어디쯤인가도 다시 가늠해 보게 된다. 언젠가 해는 서산으로 넘어갈 것이고, 나도 저물어 갈 것이니까. 지금은 품을 자궁이 없는 나, 저 달달한 자궁의 농익은 문장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저리 붉게 활활 토하는 저 문장을.

2024-08-28

‘짧지만 긴 여운 …’ 소설가 김강의 엽편소설 물을 주다

나무들은 뿌리가 깊으니까 아래에 있는 흙에서 물을 당겨올 수 있지만 꽃이나 풀들은 뿌리가 얕아서 조금만 비가 안 와도 힘들다며, 정말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물었다. /언스플래쉬 상사화 꽃대가 잘렸다. 하루에 한 뼘 이상 솟아오르던 꽃대의 허리가 두 동강이 났다. 자줏빛 꽃을 기대하던 K는 아연실색.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오늘 아침에 동네 전체에 약을 쳤거든. 약 치시던 분이 가지치기를 해 주겠다 하더라고. 고맙다 했지. 그런데 저렇게 해뒀더라고. 뭐라고 말도 못하겠고.”작년에는 황칠나무의 몸통을 자른 분이다. 다행히 옆으로 새 가지가 나오기는 했지만.“이 땡볕에 약 친다고 고생했을 텐데 뭐라 할 수도 없고.”K는 바닥에 널브러진 꽃대를 들고 서서 또 다른 이상은 없는지 주위를 살펴보았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한다 해서 상사화라 부른다지. 꽃과 K가 만나지 못하는 여름이 되어 버렸다.“이리 줘.”S는 내 손에서 꽃대를 빼내 집으로 들어갔다. 긴 유리잔에 물을 받고 꽃대를 담았다.다행히 꽃이 피었다. 하루 이틀의 간격으로 봉오리들이 자줏빛 꽃잎을 펼쳤다.“고마운 일이네.”“얘가 조금 빨리 나왔어. 조금 있으면 옆에서 다른 애들이 올라 올 거야. 너무 마음아파 하지마.”S가 위로를 했고 K는 가만히 상사화를 들여다보았다.며칠 뒤부터 한동안 비가 왔다. 이 비는 언제 그칠까? 이 정도 비면 땅 속 깊이까지 충분히 젖겠지. 처마 아래에서 비를 피해 서 있던 K는 이제 막 영글기 시작한 단감의 개수를 헤아리며 생각했다. 그리고 땡볕 더위가 이어졌다. 2주? 3주? 내일이면 조금 시원해질까 싶었지만 뜨겁다 못해 따가운 햇살은 이른 아침부터 초저녁까지 이어졌다. 축 늘어지고 말라가는 잎을 보며 물을 줘야 하나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너무 더운 탓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해가 있을 때 물을 주면 잎이 다 타버린다는,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핑계 삼아 저녁에 물을 주겠다 다짐했지만 그저 변명일 뿐이었다. K는 약속이 많았고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결국 물을 주는 것은 S였다.일요일 아침이었다. 밤새 더위로 뒤척였지만 K는 평소처럼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묵직한 두통과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일어나 앉았다. 멍하니 있다가 지난 밤 남겨놓은 수박을 찾아내 몇 조각 먹고는 믹스 커피를 탔다. 커피 잔을 들고 정원으로 나갔다. 잔디는 아직 견디고 있는 듯 보였고 국화와 나팔꽃 잎은 바싹 쥐면 바스락 소리를 내며 가루가 될 것 같았다. 늘어지고 말라비틀어진 고추 줄기와 잎 사이로 천천히 오가는 벌레들이 보였다. 약을 줘도 소용이 없네. 하지만 K는 호스를 끌어와 물을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일쯤 비가 오면 좋겠는데. 비가 온다 하지 않았나? 생각만 하고는 돌아서는데, 상사화 꽃대 두 개가 보였다. 저건 언제 올라왔지? 그런데 힘이 없어 보였다. 꽃봉오리도 마찬가지 끝부분이 말려들어가고 생기가 없었다. 물을 없나? 올해는 제대로 된 상사화를 보기 힘들겠네. K는 남아있는 커피를 홀짝거리며 처마 아래 그늘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바람은 조금 시원해진 듯 했다. 이제 곧 가을인가? 그런데 왜 이리 더운 거야. K가 혼잣말을 하는 사이 S가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침 일찍 운동을 나갔던 S였다.“상사화 꽃대가 올라왔어. 두 개나”K는 일어나 S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그런데 말라가네. 힘도 없어 보이고.”“물을 주지 그랬어.”S는 상사화를 살피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지친 꽃들, 풀들은 이제야 제 주인을 만났다는 듯 바람을 따라 살랑거렸다.“지금 물 줘.”“해가 있을 때는 물주면 안 된다고 했는데.”“다 죽을 판인데 그런 게 어디 있어. 여기도 주고 저기도 주고. 돌단풍도. 봐봐. 여기 정상인 게 있어.”K는 감나무와 소나무, 단풍나무를 가리키며 재들은 그래도 괜찮아 보이는 것 아니냐고 대꾸했고 S는 나무들은 뿌리가 깊으니까 아래에 있는 흙에서 물을 당겨올 수 있지만 꽃이나 풀들은 뿌리가 얕아서 조금만 비가 안 와도 힘들다며, 정말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물었다. K는 대답할 말이 없어서 머리를 긁적이다 물 호스를 쥐었다.“돌단풍, 상사화, 나팔꽃, 고추, 국화만 주면 되는 거지?”“이왕 주려고 마음먹었으면 다 줘.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잖아. 알면서 왜 이래?”K는 괜한 고집을 부렸다. 나무 밑 그늘에 있는 애들은 괜찮아 보이지 않냐고, 잔디는 잘 견디고 있는 것 같고, 돌단풍은 원래 낮이면 저렇게 풀이 죽어 있지 않았냐고.“물을 너무 많이 줘도 안 되는 거잖아. 필요한 아이들만 주면 안 돼?”K가 볼멘 목소리로 말을 했다. S는 기가 찬다는 듯 K를 보다 한 마디 내뱉고는 집으로 들어갔다.“아, 마음대로 해.”K는 집으로 들어가는 S의 뒷모습을 보며 잔에 남은 커피를 마신 후 한숨을 잠깐 내쉬고는 따라 들어갔다. S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고 K는 거실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았다.“지금 뭐하는 거야? 거부권이야? 자기도 누구처럼 거부권이라도 행사하려는 거야?”주방에 들어갔다 나온 S가 말했다.“아니야. 하려고 했어.”K는 현관으로가 긴 팔 작업복을 꺼내 입었다. 모자까지 찾아 썼다.“다 주란 말이지?”“그래, 몇 번을 말해야 하는 거야? 정이 많은 사람이 왜 그래? 다 쓰러지고 말라비틀어진 뒤에 물을 주면 뭣해. 거름 만들 거야? 큰 나무들은 괜찮다 쳐. 우리 정원에 큰 나무만 있으면 되는 거야? 그럴 거면 전부 벽돌이나 시멘트로 발라버리면 되지. 그렇게는 안 된다고 한 게 자기잖아. 정원이란 것이 나무도 꽃도 풀고 돌도, 심지어 벌레도 있어야 한다고 한 게 자기 아니야? 그런데 왜 그래? 한 두 시간 물주고 와서 샤워 한 번 하면 될 것을.”“알겠어. 알겠다고.”K는 신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수도꼭지를 열고 호스에 있던 더운 물을 모두 빼낸 후 물을 주기 시작했다. 반쯤 주었을 때 S가 물이 담긴 유리컵을 들고 왔다. 시원한 물이었다. K는 땀을 훔친 후 컵을 받아들었다.“물주니까 좋잖아. 집도 시원해지고.”“나무도 줘? 그 아래 그늘에 있는 팔팔한 놈들도?”“뭐라고?”K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은 S가 컵을 받아들며 말했다.“자기도 참, 이럴 땐 애 같아. 어휴. 정말 힘들면 나무는 안 줘도 돼. 재들이야말로 잘 견딜 수 있을 테니까. 지난번에 내린 비로 아직까지는 아래 흙은 촉촉할 테고, 또 다른 것들에게 물을 충분히 주면 그 물이 아래까지 가겠지. 그늘도 그래. 이 땡볕에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은 소중하기는 하지. 하지만 그게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더운 날씨를 모두 감당하지는 못해. 잘 알면서. 오늘 자기 좀 이상하다.”물을 다 주고 들어온 K는 샤워를 했다. S와 함께 아침 겸 점심을 먹었고 담배 한 개비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뜨거운 햇살에 금방 땀이 배어나오기는 했지만 바람은 조금 더 시원해진 듯 했다. 늘어져있던 나팔꽃 잎이 조금은 펴졌고, 색을 되찾은 고춧잎 사이 매달린 초록 고추가 반짝였다. 상사화 꽃대는 힘을 찾았는지 내일은 십 센티미터는 더 올라올 듯 보였다. 덩달아 감나무 잎도, 소나무 잎도 더욱 푸르렀다. 끝 김강 소설가·내과의 김강(52)은 소설가인 동시에 내과의사고, 포항에서 ‘도서출판 득수’를 운영하는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다. 2017년 단편 ‘우리 아빠’로 심훈문학대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단편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소비노동조합’을 썼다. 지난해엔 장편 ‘그래스프 리플렉스’를 펴내 문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2024-08-27

한동훈 리더십은 ‘용산’이 좌우한다

심충택 논설위원 취임 한 달을 넘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력과 리더십 성적은 어느 수준일까. 나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친정체제를 구축했고, 거대야당의 입법공세와 친윤(윤석열)계 견제에 맞서 ‘민생이슈’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우수한 점수를 주고 싶다. 정치 입문 8개월밖에 안 된 데다 원외 당대표라는 취약한 입지에서 ‘뇌관’이었던 당 지도부 구성을 속도감 있게 마무리한 것은 정치력과 리더십이 없으면 불가능했다.한 대표는 취임 이후 정치공학적 이슈보다는 정책에 올인했다. 정쟁(政爭)과는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격차 해소’를 비롯해 민생문제에 이슈를 집중시킨 것은 ‘이재명 정치’와 차별화된다. 한 대표가 내건 민생이슈는 모두 시의성과 관심도가 높았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반도체특별법 제정, 간첩법 개정, 취약 계층 전기료 감면, 청년 고독사 문제, 티메프사태 대책, 전기차 안전 대책 등은 모두 민생문제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각종 특검법과 탄핵에 몰두한 민주당과 대비된다.한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오는 30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을 하면서 다양한 현안을 논의한다니 기대가 크다. 최대 민생현안인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당정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한 대표는 지난 20일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장시간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지금 추석연휴를 앞두고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 대형병원 응급실은 의료진 부족으로 언제 ‘셧다운’ 될지 모르는 상태에 있다. 만약 간호사·의료기사 등이 실제 총파업을 단행하면, 응급실 의료공백 사태는 어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정부가 대형병원 응급실 위기를 지금처럼 내버려두면, 자칫 정권위기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병원을떠난 지 6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이번 당정회의는 반드시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국민은 응급환자가 늘어날 추석 연휴를 앞두고, 끔찍했던 2020년 코로나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한 대표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곳곳에 지뢰가 널려 있다.대표적인 지뢰는 민주당이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고리로,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한동훈 특검안’을 수용하겠다며 압박강도를 높이는 것도 여권분열을 노리는 포석이다. 한 대표로선 윤 대통령과 친윤계가 특검법 발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상태다.한동훈 특검안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의 부정적 기류는 한 대표가 자신의 리더십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 대표의 리더십과 정치력은 윤 대통령의 신임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대표로선 용산과 소통을 자주하면서 현안을 풀어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윤 대통령도 건전한 당정관계를 위해 한 대표의 위상을 존중해 줘야 한다. 채상병 특검법으로 인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갈등이 더 커지면 양측 모두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2024-08-27

스프링클러 없는 숙박시설 수두룩…대책은?

지난 22일 경기도 부천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는 노후건물의 부실한 소방시설 등이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수사가 진행돼 봐야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는 노후건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기적 요인과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이 유력하다고 한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우리나라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1843건에 달한다. 해마다 300건 이상이 각종 숙박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 중 모텔화재가 35%로 가장 많고 펜션과 여관, 호텔 등이 뒤따른다. 같은 기간 대구와 경북에서도 총 170건의 화재가 일어나 33명의 인명피해가 났다.특히 화재 발생 시 강력한 제어장치인 스프링클러가 없어 인명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많다. 부천호텔 경우도 9층 규모에 64개의 객실이 있으나 스프링클러 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아 인명피해가 더 커진 케이스다.스프링클러는 1981년 11층 이상 시설에 11층 이상에만 설치하도록 규정이 만들어진 후 2005년 11층 이상 숙박시설 전층 설치를 의무화했고, 2018년에는 6층 이상 숙박시설, 2022년에도 층수와 상관없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법이 강화됐다. 그러나 관련 기준이 강화돼 왔음에도 소급 적용은 되지 않아 과거 건축된 숙박시설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1년 된 부천의 호텔도 소급적용 대상이 아니다.숙박시설뿐 아니라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건축물은 우리주변에 여전히 많다. 부천의 호텔과 같은 화재 위험이 상존한다는 말이다.노후건물 소방안전을 위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보강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도 기존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경우 정부의 지원이 있으나 큰 공사를 벌여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건물주들이 기피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사각지대에 놓인 노후건물의 안전시설 보강을 위한 새로운 입법 조치와 함께 소방당국의 철저한 안전점검 노력이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2024-08-27

TK행정통합, 소통과 양보로 해법 찾아라

대구·경북(TK) 행정통합 논의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어 안타깝다. 대구시는 “경북도가 28일까지 대구시가 제시한 최종 합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통합은 장기 과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대구시·경북도가 합의서에 서명을 마쳐야 중앙정부 협의·국회 입법절차를 거쳐 새 통합시장이 취임하는 2026년 7월 ‘대구경북통합시’가 출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대구시와 경북도가 대립각을 세우는 핵심쟁점은 두 가지다. 통합시 시군구의 권한 축소 문제와 경북도내 청사 소재지 문제다. 통합시 시군구 권한과 관련한 대구시 안(案)은 ‘대구경북 31개 기초자치단체의 명칭과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며 사무 권한은 서울특별시 체계로 조정하자’는 내용이다. 대구경북특별시는 서울시처럼 집행기관이 되기 때문에 기존 시군구 권한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경북도는 중앙정부로부터 넘겨받는 권한을 재이양 할 경우, 오히려 ‘현장을 아는’ 시군에 더 많은 권한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국토계획, 산림, 환경, 수자원, 농업, 문화·관광, 재정 분야는 시군에 권한을 이양하자는 주장이다.청사 위치와 관할 문제에 대한 견해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 안동(경북청사), 포항(동부청사) 3곳에 특별시 청사를 두자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경북도는 “경북 시군 권역을 통합시의 직접 행정 체제로 편입하려는 의도로, 행정통합의 원칙과 방향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TK행정통합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합의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해야 정부 차원의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 30년 넘게 유지돼 온 대구시와 경북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대구시나 경북도 모두 통합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는 만큼, 적극적인 소통과 양보로 합의점을 찾기를 바란다. TK행정통합은 국가적으로도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신호탄이 되는 매우 중대한 일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빨리 절충안을 짜내 특별법 합의안을 도출해 내야 한다.

2024-08-27

확대되는 교통복지

우정구 논설위원 경북도내 최고 오지인 청송군은 지난해 1월부터 농어촌버스 무료운행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연령과 소득, 주소지 등 조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청송에서 운행되는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군은 무료버스 전면 시행과 관련, 군민의 대중교통 편의 증진과 줄어드는 농촌지역 인구 감소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했다.청송군의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운행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남 완도군은 청송군의 제도를 상세히 벤치마킹한 후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기도 했다.경북에서는 봉화군이 올해부터 관내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운행을 실시했다. 군은 주민의 이동권을 개선하고 공공교통 활성화가 목적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경북 의성군이 내년 1월부터 시내버스 무료 승차제를 시행키로 하고 준비 작업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경북에서는 청송군, 봉화군에 이어 의성군이 세 번째로 전면 무료승차제도를 도입하면서 무료승차제 도입 군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청송군은 무료버스 운행으로 지역민의 시내버스 이용률 증가와 더불어 경제적 성과도 커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했다. 이용객이 20% 이상 늘고 버스회사 지원금보다 더 많은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대중교통을 활용한 복지정책은 65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대도시 지하철 무임승차제도가 대표적이다. 지하철 없는 농촌의 시내버스 무료승차는 교통복지 측면에서 보면 자연스런 현상일지 모른다.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세종시가 내년부터 시내버스 무료화에 도전한다고 하니 교통복지의 범주가 갈수록 커진다. 다만 교통복지 확대에 따른 예산이 얼마나 뒷받침될지는 숙제로 남는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8-27

생각의 힘과 성과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인공지능의 탁월한 역량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시대, 역설적으로 인간 고유의 사고력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최고의 IT 기업과 제조업에서는 면접 자리에서 엉뚱한 질문이 튀어나오곤 한다. ‘맨홀 뚜껑은 왜 둥근가’ ‘뉴욕에 있는 신호등은 모두 몇 개인가’ 등과 같은 물음이다. 지원자의 생각하는 힘을 가늠하기 위함이다. 생각하는 능력, 창의적인 사고력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최고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생각의 역량을 기르고 품격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방법 6가지는 첫째, 질문을 바꿔본다. 질문은 생각의 새로운 차원을 여는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다른 차원, 다른 관점, 다른 관심사를 바탕으로 차별적인 질문을 해본다. 질문의 각도가 달라지면 생각의 각도가 달라지고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의 길이 열린다. 둘째, 대상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기른다. 통찰력은 대상의 전후, 깊이와 넓이를 한 눈에 굽어보는 고도의 사고력이다. 오랜 경험이 농축되어야 도달하는 경지이지만 적절한 사고력 훈련을 통해서도 연마 할 수 있다. 전체를 파악하는 프레임워크 사고력, 복잡한 구조를 하나로 압축하는 추상적 사고력, 결론을 예견하는 가설적 사고력을 두루 기르고 발휘한다. 셋째, 섬세함과 단순함을 기른다. 섬세함과 단순함은 동시에 추구할 수 없는 미덕으로 보이지만 생각의 실제에서는 함께 발현되곤 한다. 세밀한 관찰과 분석은 실제적 정보를 명확히 파악하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디테일하면서도 심플한 사고가 생각의 격을 정한다. 넷째, 역 발상의 지혜를 발휘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보통의 생각을 파괴하고 뒤집고 비트는 의식적인 과정에서 탄생한다. 세상을 바꾼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거꾸로 생각하기’에서 나왔다. 다섯째,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휘한다. 부정적인 사고는 염려와 절망으로 이어진다. 부정적 감정이 압도 할 때는 생각이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고 사고력은 정지된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플러스 발상법의 유무에 따라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 부자와 빈자의 운명이 나뉜다. 여섯째, 생각의 근육을 키운다. 다양성을 확장시키는 훈련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수용함으로써 사고력의 지평을 확장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습관으로 생각의 근육을 단련한다.기업에서 보면, 구성원의 생각과 성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생각하거나 기존의 정보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효과적일 때 좋은 성과를 도출 할 수 있다. 또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조직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생각은 제품 개발, 프로세스 개선,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나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사람의 생각에서 조직의 문화가 달라지고 구성원 생각 수준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2024-08-27

붓으로 다듬는 먹빛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더위를 마감한다는 처서(處暑) 지난 지도 한참이고 태풍도 한 두 차례 올라왔지만, 여전히 한낮으로는 노염(老炎)의 기세가 만만찮은 것 같다. 여름날의 끝자락을 잡고 매미는 막바지 울음을 여기저기서 스테레오로 울리는데, 이에 뒤질세라 가을을 마중하는 풀벌레들의 합창은 옥양목을 자르는 가위질 소리마냥 나날이 또렷해지고 있다. 산업의 고도화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계절의 변곡점도 갈수록 모호해지는 것 같다.유난히 무더웠던 여름날이 무색하리만치 자신의 의지를 불태우며 집념과 몰입으로 자신의 기량을 꾸준히 가꿔온 사람들이 있다. 20대의 청순한 대학생에서부터 80대 노익장의 작가지망생까지 남녀노소 실로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여 붓끝에서 쓰여지고 그려진 한판 작품 겨루기가 펼쳐진 것이다. 이들은 지난 봄, 아니 어쩌면 연초부터 새로운 계획과 목표를 세워 숱한 나날 먹을 갈고 붓을 다듬어 습작과 교정을 거듭한 끝에 자신의 작품세계를 당당히 내보이며 경쟁과 평가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즉, 지역에서 펼쳐진 서예작품 공모전에 출품하여 자신의 노력과 기예를 시험해 본 것이라 할 수 있다.포항지역의 서예가들이 두루 참여하여 서예인구의 저변확대와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을 도모하는 포항서예가협회가 주최한 ‘제32회 전국공모 포항시서예대전’의 작품접수와 심사가 관심과 기대 속에 지난 주 열렸다. 신진작가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서예 공모전은 그동안 갈고 닦은 자신의 붓글씨 솜씨 발휘와 작품 인정을 받으며 조금씩 서예작가의 면모를 갖춰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서예대회를 통해 한글·한문·문인화·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부문의 서예작가가 배출되고 아울러 서예문화의 확산과 발전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마음의 뜨락에 서(書)의 창을 드리워/먹 갈고 붓 잡기 위안으로 삼은 나날/무채색 끝 모를 깊이에 솟아나는 빛 줄기//순백의 설원에 그리움의 점을 찍고/마르고 거친 맥박 애환의 획을 그어/들끓듯 뿜어진 먹빛/눈부신 침묵이어라//잡힐 듯 멀어지는/보일 듯 사라지는/불가해(不可解)의 숨결인가 미몽(迷夢)의 필화(筆花)인가/또 한 겹 껍질 벗기며/먹빛 순수 솎는다’ -拙시조 ‘먹빛 솎기’전문모든 예술과 창작행위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육신의 고단함과 마음의 척박함에도 애써 붓을 잡아 먹물을 찍어 획을 긋고 점을 찍는 이유는 좀더 순수와 궁극의 세계에 이르기 위해 자신을 가다듬는 곡진한 노력이 아닐까 싶다. 한 발짝 파고들수록 벽에 부딪치고 타성에 사로잡혀도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먹빛의 번뜩임을 향해 외롭고도 쉼없는 걸음을 옮겨 나갈 때, 필묵의 메아리가 비로소 기운생동으로 굽이치리라. 눈물을 이겨낸 자만이 인생의 눈부신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뜨거운 여름날에 후끈한 열정으로 서예삼매(?)에 빠져 무수한 붓질과 숱한 파지(破紙)를 쌓으며 전심전력한 결과가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서예농사라는 것이 어찌 일희일비에 그치랴. 필묵의 밭을 일구는데는 부지런함이 지름길이요, 배움의 바다는 끝이 없기에 배를 노저어 가듯이 인내하고 극복하며 꾸준히 나아가야 하리라.

2024-08-27

공무원들 안일한 업무대처로 수해복구 부실 공사 우려

정안진 경북부 지난해 7월 예천군은 기록적인 폭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어 수해복구 공사가 시공 중인 가운데 공무원들의 안일한 대처로 부실시공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당시 산사태 등으로 1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도로(지방도 포함) 66곳, 하천(지방하천 포함) 83곳, 수도시설(지방상수도 등) 34곳, 주택 피해 253동, 농경지 침수 1108㏊ 등의 피해를 입었다. 사유시설 피해도 컸다. 주택 전파·유실 40동을 포함한 주택 피해 253동, 농경지 침수 및 유실 등 1108㏊, 비닐하우스 침수 및 유실 13.9㏊, 각종 농작물 피해 등이 집계되었다.채상병 사망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고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많은 이재민들이 컨테이너 생활을 하고 있다.올해 예천군 지역 내 수해복구공사가 252건, 소요예산 1922억 원 정도(예천군 168곳 예산 766억885만6000원, 경상북도 84곳 예산 1155억9285만5000원)를 투입해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유례없이 많은 공사가 발주되자 건설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소리가 높다. 이때 예천군 일부 기술직 공무원의 현장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8월 초 부실시공 논란이 발생한 대왕보 공사는 감독관청의 안일한 업무대처로 재시공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민이 수차례 지적하였으나 담당공무원은 확인하겠다고 답을 해놓고 공사현장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사이 공사는 진행되었고 마무리 단계까지 왔다. 또 해당공무원은 제보자 개인정보를 업체에 알려줘 말썽의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현대인들의 정신은 공직자들보다 한 발 앞서고 있다. 예천군 기술직 공무원들의 노고가 많다고 하지만 맡은 일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작품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공무수행에 임하는 것이 혈세 낭비를 막는 길이다.특히 각 언론사에서 군 홍보 기사가 게재되면 행정 내부망 게시판에 기사를 공유하여 공무원들에게 홍보를 하지만, 군정의 비판기사가 게재되면 게시판에 올리지 않고 빼는 것으로 알려져 공무원들의 알권리를 묵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전재난과, 건설교통과, 농촌활력과, 도시과, 건축행정 등 각 부서에서 수해복구공사가 진행 중에 있어 각 실과 기술직 공무원이 행정 내부망 게시판을 함께 공유해 잘못된 점을 지적한 기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반성하면서 현장을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군수와 부서장들은 기술직 공무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졌을 때 예산낭비와 부실공사를 막는다는 것을 직시하고, 다시 한 번 수해복구 공사 현장을 관리 감독하는 기술직 공무원들에게 책임의식 소양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ajjung@kbmaeil.com

2024-08-26

정치의 존재이유를 명심하라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정치인은 ‘정치의 존재이유’를 제대로 인식하고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기 때문에, 그 존재이유는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이해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 나가는데 있다. 정치인에게는 특별히 균형감각과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까닭이다.그럼에도 정치인들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진영정치·부족정치·팬덤정치·방탄정치 등 특정집단의 이익을 도모하는 ‘패거리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나눠 가진 여야가 상대를 죽이고 나만 살겠다고 야만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인들이 ‘한 나라 두 국민’을 만들어놓고서도 잘못을 모르니 어이가 없다.‘정치의 실종’은 ‘진정한 정치인(statesman)’의 부재를 의미한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권력만 탐하는 정치꾼(politician)’들의 성찰과 반성이 시급하다.권력은 마약이다. 마약에 중독되면 초심을 잃고, 초심을 잃으면 정치괴물이 된다.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항상 자신의 정치행태를 성찰·반성·혁신해야 한다. 자기성찰에는 인색하고 상대비판에만 열을 올리는 ‘정치꼰대들’은 결코 정도정치를 할 수 없다.정치인에게 중요한 것은 ‘확고한 소명의식’이다.베버(M. Weber)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에게는 ‘열정·책임의식·균형감각’이 필수라고 했다.‘열정’은 대의(大義)에 대한 헌신이고, ‘책임의식’은 권력의 통제와 조절에 필요하며, ‘균형감각’은 열정과 책임의식 사이의 균형을 말한다.‘서로 다름을 인정’하는데 필요한 ‘관용과 자제’, 그리고 ‘갈등의 통합’에 필요한 ‘대화와 타협’이 민주정치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정치인이 국민에 대한 ‘책임윤리’는 없고 자신의 ‘신념윤리’만 고집하면 ‘정치가 전쟁’이 된다.정치인에게 권력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권력 자체가 목적이 된 정치꾼들은 권력이 ‘국민을 위한 정치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이 누려야 할 힘’이라고 착각한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은 ‘자기 멋대로’가 아니라 ‘국민 뜻대로’ 행사되어야 한다. 물론 이때의 국민은 ‘내편 국민’이 아니라 ‘전체의 다수 국민’이다. 권력에 연연해서 비굴하게 패거리정치에 줄서지 않았던 정병국(5선)·김세연(3선)·표창원(초선)의 경우처럼, 아니라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물러나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진정한 정치인은 ‘가물에 콩 나듯’하고, 권력에 혈안이 된 정치꾼들만 득실거리니 정치가 실종된 지 오래다. 정치를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게 1억5000만원의 연봉에 180여 가지의 특혜를 주고 있으니 말이 되는가.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야 마땅하다. 말기암 투병 중인 팔순 투사 장기표가 “정치가 도덕성과 인간성을 상실하면 나라는 망한다”고 한 충고를 명심하라. 정치를 잃어버린 정치인들에게 다시 묻는다. 당신은 왜,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가? 권력 때문에 정치를 잃어버린 당신이 정말 쪽팔리지 않는가?

2024-08-26

청년들 취업포기…‘급여 양극화’탓이 크다

지난달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었다’는 청년(15~29세) 니트(NEET)족이 44만3000명에 달했다. 이 중 75.6%인 33만5000명은 ‘일할 생각이 없다’고 답해 충격적이다. 니트족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말한다. 무직청년들이 취업이나 창업 준비를 하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자포자기한 상태로 놀고 있다면 큰일이다.니트족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양극화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세전)은 대기업 591만원, 중소기업은 286만원이다.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러니 청년 대부분이 대기업 취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의 억대급여나 성과급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는데, 청년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중소기업에 취업할 마음이 생기겠는가.대기업 고용 시장에 찬바람이 분지는 오래됐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채용 방식을 대규모 공개채용 위주에서 경력 위주로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 4대 기업 중 공채를 유지하는 곳은 삼성그룹뿐이다. 2019년 현대차를 시작으로 LG, 롯데, SK그룹이 공채제도를 폐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 대기업 100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공채를 유지 중인 대기업 5곳 중 1곳은 올해까지만 공채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해진 기간 일정 인원을 선발하던 정기 공개 채용 제도 대신 수시·상시 채용을 늘리겠다는 의미다.청년들의 구직포기는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취업의욕은 한 번 떨어지면 여간해선 회복하기 어렵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결혼·출산을 포기하게 되고, 결국 국가가 인구소멸 위기로 치닫게 된다. 가장 좋은 해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근무환경 격차를 줄이는 것인데 쉽지 않다.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는 우리 사회의 그늘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2024-08-26

되풀이되는 가축폐사 동물복지도 생각해야

최근 5년간 폭염으로 전국에서 폐사된 가축 수가 700만 마리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희용(고령·성주·칠곡) 의원이 농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무더운 날씨 때문에 매년 전국에서 수십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하고 있으며 폭염이 유난히 기승을 부린 올해는 8월 현재 104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올해는 8월 중에 전년도 폐사한 92만 마리를 벌써 추월해 앞으로 폐사가축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짐작이 된다. 경북에서는 최근 5년간 47만 마리가 폐사했다.폐사가축을 종류별로 보면 닭이 607만 마리로 가장 많고, 돼지 32만 마리, 오리 17만 마리, 소 등 기타가 66만 마리다.이로 인해 지급된 가축재해보험금만 648억원에 이르고 있다. 재해보험금 지급으로 축산농가의 피해를 일부 보상은 하겠으나 경제적 손실을 완전히 만족시켜줄 수 없다. 또 대량의 가축폐사가 일어나면 생산자 가격 인상 등의 각종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가축폐사는 매년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되나 피해를 줄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작년부터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이상기후로 여름철 기온이 더 높아지고 더위 일수도 더 증가해 가축폐사에 대한 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가축폐사는 밀집사육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단위 면적당 권장 사육두수를 준수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가축 중에 돼지와 닭, 젖소 등은 체온조절이 취약해 폐사 위험이 크다고 한다. 폭염기의 가축관리 요령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축들은 고온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열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사료 섭취량이 줄어든다. 깨끗한 물을 충분히 마실 수 있게 하고 사육장의 청결 유지로 세균의 번식을 막아야 한다.동물복지 차원에서 보더라도 가축폐사는 줄여나가야 한다. 올여름 두 달 동안 폭염으로 100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건강한 동물은 곧 축산물의 안전을 보장한다. 여름철 가축폐사에 대한 행정당국의 더 많은 관심과 대책이 나와야 한다.

2024-08-26

김정은의 흡연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화기(火氣)로 한담(寒痰)을 공격하니 가슴에 막혔던 것이 자연히 없어졌고, 연기의 진액이 폐장을 윤택하게 하여 밤잠을 안온하게 잘 수 있었다.”담배는 조선 중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조선 22대 왕 정조의 ‘담배 사랑’은 대단했다.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위와 폐를 편안하게 해 불면증을 없애주는 게 담배라고 믿었다.당시 담배는 ‘남령초’라 불렸다. 담배의 유래와 활용법이 과거시험 문제로 출제됐고, 흡연에는 반상(班常)의 구분도, 남녀노소도 없었다.그로부터 수백 년이 흘렀다. 오늘날 담배는 ‘공공의 적’ 수준으로 그 지위가 추락했다. 흡연자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진다.게다가 거의 ‘공포스럽다’ 할 수준의 흉물스런 사진이 담뱃갑마다 새겨졌다. ‘이런 끔찍한 꼴이 될 텐데, 그래도 피울래?’라며 끽연자를 겁박한다.만약 사무실이나 버스, 식당 안에서 담배를 꺼내 문다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가 예닐곱 살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서 담배를 피운다면? 애들 부모에게 몰매 맞을 일이다.남한에선 불가능한 흡연 형태가 북한에서 벌어진 모양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수재민 아이들의 수업을 참관했는데, 그 자리에 담배와 재떨이가 있었다고. 그는 열 살 안팎으로 추정되는 딸 곁에서도 담배를 피운다고 알려졌다.지난 2020년 북한은 금연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큰 권력을 가진 자들은 중세의 왕들처럼 법 위에 군림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법은 힘없는 자들이나 지키는 것인가? 김정은 위원장은 전제국가(專制國家)의 통치자 정조 흉내를 내는 걸까?/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