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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벽가' 감상하기

내방가사가 2022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 아태목록에 등재되자 대구와 경북의 관심 있는 여성들은 내방가사 공부에 더 큰 열망을 가졌다. 물론 오래전부터 안동내방가사보존회에서 내방가사 공부방을 열어 안동과 주변 지역의 뜻있는 여성들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이 있긴 했다. 대구에서도 동호회나 연구모임 같은 자생단체가 있어 공부한다는 정보도 들어 알고 있었다. 나는 퇴직 후 여러 사회단체에서 특강 형식의 강의를 하긴 했으나 단발성이어서 아쉬움이 컸다. 강단에서 연구하고 강의하던 것을 사회적 교육으로 지속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긴 했으나 용렬한 탓에 뜻을 비쳐 내지도 못한 터였다. 그러던 차에 몇 달 전부터 대구에서 뜻을 같이하는 몇 분과 같이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비록 카페에서 만나서 한 달에 두어 번, 한두 시간 공부하는 거지만 나로서는 제대로 수업하고 싶다는 생각에 강의 준비를 나름 열심히 했다. 내방가사 이론을 제대로 알고 창작까지도 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잡았다. 강의계획서를 만들어 나누고, 내방가사의 역사를 짚고, 이론을 정리하여 수업 준비를 했다. 내방가사에 대한 이론을 단단히 잡은 후에야 창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훌륭한 작품 감상에 특히 공을 들였다. 내방가사 창작을 꾸준히 하는 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론적 바탕만 있으면 좀 더 나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변 소회 정도의 시적 소재와 내용을 4.4조의 운문 형식에 맞춘 듯한 작품이 많아 안타까움이 컸다. 공부하는 분들의 열정이 크고 넘쳐 나기에 강의 준비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었다. 무엇보다 국문학 사상 손꼽히는 훌륭한 가사를 먼저 읽어 이해하고, 문체와 구성을 익히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했다. 정극인의 ‘상춘곡’, 송순의 ‘면앙정가’, 송강 정철의 ‘속미인곡’과 같은 명작 가사를 세심하게 읽고 문체와 표현과 구조 분석을 하면서 내용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나로서도 새삼 다시 공부하는 기회가 되었기에 나름 귀한 시간이었다. 며칠 후 잡힌 시간에는 ‘쌍벽가’를 감상해 볼까 준비하고 있다. 현전 대부분의 내방가사가 작자와 연대가 미상인 데 비하여, 이 작품은 작자와 연대가 잘 알려진 작품이며 연대가 가장 오래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강의 주해만 있을 뿐 제대로 된 해석본은 없어 감상하기 어려웠다. 한자어 많음에도 한글로 쓰여진 것도 원인이었다. ‘쌍벽가’는 1794년(정조 18) 안동 하회의 연안이씨(延安李氏)가 지은 내방가사인데,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애독되었던지 경북 여러 집안에서 발견된 이본도 상당히 많다. 작자는 예조판서의 딸로 한양에서 하회로 시집와 신고를 겪은 뒤 58세 되던 해, 맏아들과 조카가 한 해에 과거에 급제하는 경사를 맞는다. 당시 임금 정조가 제문을 지어 내리자 이를 경축하는 내용의 가사이다. 제목에 쓰인 ‘쌍벽’은 과거 급제한 두 형제의 준수하고 출중함이 서로 백중함을 칭찬한 것이다. 구성의 일관성, 뛰어난 표현과 유려한 문장이 초기 내방가사임에도 수작으로 꼽힌다. ‘쌍벽가’를 필두로 다양하고 훌륭한 내방가사를 감상해 볼 계획이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5-12-03

李대통령 “계엄극복 국민 노벨상 충분…12월 3일 국민주권의 날”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국민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이날을 ‘국민주권의 날’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3일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통해 현 정부를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국민주권정부”라 지칭하고 “우리 국민의 위대한 용기와 행동을 기리기 위해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역설적으로 지난 12·3 쿠데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놀라운 회복력을 세계만방에 알린 계기가 됐다”며 “저들은 크게 불의했지만 우리 국민은 더없이 정의로웠다”고 높은 국민의식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국민께서는 폭력이 아니라 춤과 노래로 불법 친위 쿠데타가 촉발한 최악의 순간을 최고의 순간으로 바꿨다”면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민주주의 위기를 평화적 방식으로 극복한 대한국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성명 발표를 끝내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노벨평화상 관련 언급에 대해 실제로 국민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하는 절차를 밟을 거냐는 질문을 받고 “저는 그런 의견을 갖고 있지만 이것도 국민의 의사가 중요하다”면서 “세계 시민들의 의사도 중요한데 제가 이 말씀을 드린 걸 계기로 현실 가능성 등에 대한 논의가 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12·3 비상계엄일을 법정공휴일로 제정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빛의 혁명이 시작된 날, 국민주권이 진정으로 실현된 날로 법정공휴일로 정해서 국민이 하루쯤은 이 날을 회상하는 건 어떨까”라고 언급하면서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최종적으로 국민 의사에 따라 가부가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2-03

추경호 구속영장 기각…대구시장 선거판 요동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내년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군에 포함된 추 의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보수 텃밭’인 대구시장 선거판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새벽 추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며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 점, 피의자 주거·경력, 수사 진행 경과 및 출석 상황, 관련 증거들의 수집 정보 등을 볼 때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이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대구시장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의원은 그동안 내란 특검 수사를 “짜맞추기”라며 비판하는 등 여권과 싸우는 과정에서 투사 이미지가 부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와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내며 행정과 정치 분야에서 내공을 갖춘 이력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다만, 특검이 추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향으로 정했다는 점은 악재일 수 있다. 구속은 피했지만 향후 재판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은 점을 거론했다. 그는 이날 “(계엄 당시 추 의원의 행동이) 단순한 머뭇거림에 불과하느냐, 고의가 있었나(를 두고) 법원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택했다”며 “불구속이 종국적인 면죄부는 아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덕수도 같은 케이스(구속영장 기각)로 불구속되었지만 그는 (결국)기소돼 그 재판은 결심되었고 내년 1월 21일 판결 선고가 예정돼 있다”고 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6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지역 정치권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특검과 정부의 수사가 잘못됐다는 점이 나타나면 추 의원이 당원들의 힘을 받아 대구시장 공천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불리한 내용이 나온다면 당 전체는 물론 대구시장 출마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 추 의원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안갯속 국면이었던 국민의힘 대구시장 공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구시장 후보에는 주호영(대구 수성갑) 국회부의장을 비롯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 등이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고,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유영하(대구 달서갑) 의원도 대구시장 출마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3선 구청장들도 가세하는 분위기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2-03

전국에서 재봉틀을 가장 오랫동안 돌린 사람

1953년 포항 육거리서 문 연 ‘코주부사’ 마크 ·명찰 제작 가게, 새학기땐 북새통 포항 육거리 시립중앙아트홀 옆에 코주부사라는 아담한 가게가 있다. 상호가 독특해 행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쳐다보게 되는 곳이다. 이 가게는 명찰과 마크, 휘장 등을 만드는 마크사로 1953년에 개업했으니 원도심의 터줏대감이다. 학생들이 가슴에 명찰을 달고 다니던 시절, 새 학년이 시작될 때면 코주부사는 장사진을 이루었다. 명찰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 체육복과 교련복에 학교 마크를 붙여야 했기 때문이다. 한 학교 학생만 몰려도 북새통을 이룰 텐데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으니 그 풍경이 어떠했을까. 하지만 이제는 개점휴업 상태다. 학생 명찰은 사라져버렸고 마크사의 일감도 대부분 컴퓨터로 대체되면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주부사를 지켜온 박영준 대표는 이제 고령(85세)이어서 더 이상 일하기가 힘들어졌다. 박영준 대표는 1940년 포항 신흥동에서 태어났다. 포항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건강이 안 좋아 2년 동안 쉬었다가 동지중학교 야간부에 입학했다. 그 무렵 중앙동 신한은행(구 조흥은행) 뒤편에 인쇄소가 있었고 그 옆에 코주부사가 있었다. 박영준의 친구가 인쇄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박영준이 친구를 만나러 인쇄소에 갔다가 우연히 당시 김대정 코주부사 대표를 만났다. 손재주 좋고 똑똑했던 박영준 대표 중학생 시절 창업주 김대정 대표 만나 재봉틀 배우며 1978년 가게 이어받아 체육복·태권도복 등 다양한 품목 소화 중학생 때 처음 재봉틀 잡아 김대정 대표는 착하고 똑똑해 보이는 박영준에게 재봉틀을 다뤄보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박영준은 머리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 처지였던 박영준은 재봉틀 다루는 일이 괜찮아 보였다. 곧이어 김 대표는 박영준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혀놓고 재봉틀 다루는 기술을 차근차근 가르쳤다. 슬하에 자녀가 없던 김 대표는 박영준을 양자처럼 여기며 일을 전수했다. 발로 밟는 재봉틀을 다룰 때는 손가락을 다치기가 예사였고 힘이 들었지만 새로운 일을 배우는 재미도 있었다. 박영준은 일을 배우며 자신에게 손재주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크사 일을 원활하게 처리하려면 한문과 영어, 일본어도 웬만큼 알아야 하는데 박영준은 이를 빨리 습득했다. 일제 주키(JUKI) 자동 재봉틀이 들어오면서 일이 조금 쉬워졌다. 박영준 대표는 중학생 때 쓰던 주키 재봉틀을 70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다. 동지중학교를 졸업한 박영준은 동지상고와 포항수산전문대학 야간부를 다녔다. 중학교부터 전문대학까지 8년을 주경야독한 것이다. 동지상고 야간부 1년 선배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초창기 코주부사는 명찰, 마크, 휘장은 물론 체육복, 작업복, 태권도복 등 다양한 품목을 다뤘다. 박 대표는 손님들한테 “가게 이름이 왜 코주부냐”라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다. 상호는 김대정 대표가 만들었다. 주고객인 어린 학생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당시 인기 절정의 만화였던 「코주부 삼국지」의 주인공 이름에서 빌려온 것이다. 코주부사는 원도심의 하나뿐인 마크사였기에 일감이 몰려들었고 한창 바쁠 때는 2~3일 철야 근무를 했다. 당시는 체육복이나 작업복을 양복처럼 맞춰 입었기에 학교나 공장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특히 1970년대 포항제철이 들어오면서 호황을 맞았다. 한때는 열 명이 넘는 직원을 두기도 했는데 일감을 소화하지 못할 때는 대구의 기술자를 부르거나 큰 공장에 주문을 넣었다. 다른 한편으로 포항에서 처음으로 등산복과 등산장비를 취급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1978년에 코주부사를 물려받아 오지에서 불러도 군말 없이 달려가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박영준 대표가 당시를 회상했다. “상옥, 하옥은 시내에서 먼 곳이잖아요. 그쪽 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릴 때면 교사용 체육복 치수를 재러 와달라고 해요. 지금도 그곳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데 과거에는 어땠겠어요. 그 멀고 험한 길을 안 갈 수가 없었지요. 그보다 더 먼 분교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어요. 체육복이 겨우 다섯 벌 정도 필요하다고 해도 달려갔습니다. 그런 곳에 다녀오면 하루가 다 갔어요.” 김대정 대표는 1978년 코주부사를 박영준 대표에게 물려주었다. 가게를 넘겨받은 박 대표는 더 부지런히 일했다. 박 대표의 부인이 일화 한 토막을 들려주었다. “그때는 돈 쓸 시간도 없었어요. 돈이 들어오면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집 안 장롱에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곤 했지요. 대신동 해동아파트에서 살다가 해도동 동아타운으로 이사 갈 때 장롱을 옮기는데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툭 튀어나왔어요. 무언가 싶어 봉지를 뜯어보니 지폐 뭉치가 들어 있어 깜짝 놀랐지요. 곰곰이 생각하니 지폐를 넣어둔 비닐봉지 중에 새까맣게 잊고 있던 것이더군요.” 컴퓨터 기술 변화 속 쇠락한 수작업 친구들의 사랑방 ⋯ 가게만 덩그러니 재봉틀과 함께한 70년, 추억 속으로 “몸만 괜찮다면 재봉틀을 돌리고 싶어” 지금도 재봉틀을 돌리고 싶어 1970년대까지는 어느 분야에서든 기술을 가진 사람이 대접받았다. 하지만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많은 기술자가 사라지고 말았다. 재봉틀 기술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손으로 하던 자수(刺繡)도 컴퓨터가 대신했다. 작업복이나 체육복을 만드는 기술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흐름 속에 코주부사의 규모는 점차 줄어들었다. 코주부사는 박 대표 친구들의 사랑방이었다. 원도심 한복판에 있기에 친구들이 오며 가며 들르기에 좋았다. 친구들이 칠순, 팔순을 넘기며 “누가 먼저 저세상에 갈 것 같냐”고 얘기를 꺼내면 “아무래도 영준이가 먼저 가지 않겠냐”고들 했다. 박 대표가 어릴 때부터 건강이 안 좋은 탓이다. 그런데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던 친구들은 하나둘 저세상으로 떠나고 이제는 박 대표만 남았다. “포항이 좋았던 시절을 다 지켜봤지요. 육거리에 남은 노포는 코주부사와 길 건너 로타리냉면밖에 없군요. 전국에서 재봉틀을 저처럼 오래 돌린 사람은 없을 겁니다. 지금도 몸만 아프지 않다면 재봉틀을 돌리고 싶어요.” 박 대표는 필자의 이름을 묻더니 재봉틀을 잡았다. 재봉틀 굉음이 울리면서 파란색 명찰에 이름이 새겨졌다. 50여 년 전, 초등학생인 필자의 명찰을 새기던 박 대표의 모습이 환영처럼 떠올랐다. 글 : 김도형(작가) 사 진 : 김 훈(작가)

2025-12-03

가을·겨울에 더 맛있는 ‘오징어 내장탕’ 숙취 해소에 탁월

오징어 내장탕 - 흰색 찾자 중 심장·수란관·맹장·난소 등 재료로 사용 오징어 똥창찌개 - 적갈생 내장 이용 ⋯ 식당서 맛 볼 수 없는 토속요리 오징어 순대·오징어 잡채·오징어 홍합꼬지 등 여행 즐거움 더욱 커져 △ 겨울에 맛있는 오징어 내장탕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토속 음식이다. 울릉도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오징어 요리들은 울릉도 맛 기행의 백미다. 오징어 내장탕은 오징어 내장 중 흰 창자를 이용해 끓인 울릉도 토속 음식이다. 오징어 내장은 쉽게 부패하고 내장에 기생하는 기생충 아나사키스 때문에 식용으로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식량이 부족했던 울릉도에서는 오징어잡이가 시작될 때부터 내장을 버리지 않고 식용했다. 오징어 내장탕은 냉동을 해 두고 사철 먹지만 본격 오징어 철인 가을과 겨울에 먹는 것이 더 맛있다. 울릉도 사람들이 식용하는 오징어의 내장은 하얀 창자와 적갈색 창자 두 종류가 있다. 적갈색은 간장 부위, 흰색은 기타 내장기관이다. 흰색의 내장 가운데 심장, 수란관, 맹장, 난소 등을 내장탕 재료로 쓴다. 내장탕은 계절마다 제철에 나오는 야채를 이용한다. 내장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호박이나 호박잎, 콩나물, 파, 무, 양파 등을 넣고 끓인다. 호박, 양파는 비린 맛을 잡아 준다.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릉도의 일부 노인들은 오징어 내장탕을 ‘이카 창대기국‘으로 부르기도 한다. 오징어의 일본 말인 ‘이카‘(イカ)와 내장의 비속어 ‘창대기‘가 결합한 말이다. 오징어 똥창찌개는 식당에서는 맛볼 수 없는 울릉도 토속 요리다. 적갈색 내장인 간장으로 끓인다. 울진 등 오징어가 많이 나던 동해안 내륙 지역에서도 즐겨 먹던 음식이다. 오징어의 간장을 소금에 절였다가 끓인다. 끓일 때 냄새가 고약해서 일반 식당에서는 팔지 않는다. 오징어의 건조를 위해 내장을 제거할 때 하얀 창자는 급랭하거나 즉석에서 오징어 내장탕을 끓여먹고 적갈색인 간장은 소금에 절여 항아리에 1년 정도 숙성시킨 뒤 끓여 먹는다. 이 음식은 똥창찌개 혹은 오징어 누런창 찌개라고도 한다. 소금에 절여 숙성된 간장에 된장과 마늘을 넣고 달달 볶다가 시래기와 고춧가루, 제피 등을 넣고 졸여서 먹다. 찌개나 탕이라기보다는 조림에 가깝다. 울릉도에서는 1980년대 후반까지도 주민들의 식탁에 자주 오르내리던 소울 푸드 같은 음식이다. △ 오징어 간장, 오징어 순대 등 다양한 요리로 변주 오징어 간장은 쌈장으로 요리해 먹기도 한다. 쌈장은 ‘뽀글장‘ ’빡빡장‘이라 부른다. 빡빡장은 간장과 된장을 냄비에 넣고 볶다가 물을 조금 부은 뒤 고춧가루와 양파, 마늘, 고추 등을 넣고 졸여낸다. 배추 같은 생채소가 나는 철에는 주로 쌈장으로, 생채소가 없을 때는 찌개로 끓여 먹었다. 오징어 간장은 방어 잡이 미끼에도 최고로 친다. 그만큼 맛있다는 뜻이다. 오징어순대는 오징어 몸통 속에 각종 야채를 다져넣고 쩌낸 요리. 오징어순대는 만드는 방법이나 형태가 순대와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징어순대 만든 법은 어렵지 않다. 먼저 오징어 몸통에서 오징어 다리를 분리한다. 오징어 몸통 속의 내장은 제거한 뒤 소금을 뿌렸다가 물로 씻고 오징어 몸통 속을 전분이나 밀가루로 깨끗이 씻어낸다. 오징어 다리와 당근, 양파, 부추, 숙주 등을 잘게 다진 뒤 찹쌀밥이나 으깬 두부 등을 섞어 양념한 소를 만든다. 오징어 몸통 속에 만들어진 소를 채워 넣고 입구를 꼬치로 봉한다. 오징어 몸통 곳곳을 바늘로 찔러둔다. 내용물이 팽창하면서 오징어가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익으면서 생긴 수분이 밖으로 흘러나와 순대 속과 오징어 몸통이 분리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순대는 김이 오른 찜통에 15분 정도 쩌 낸다. 울릉도에서는 오징어의 내장으로 순대를 만들기도 했다. 오징어 내장 중에서 먹통만 떼어내고 다른 내장을 남긴 채 뱃속에 고추, 당근, 쪽파, 양파 등을 다져 넣은 뒤 묶어서 쪄냈다. 생오징어로 만든 오징어순대는 강원도 해안이나 울릉도 지방의 향토 음식이지만 생오징어를 구할 수 없었던 옛날 경기도 지방에서는 마른 오징어로 순대를 만들기도 했다. 마른 오징어를 불린 뒤 물기를 없애고 밀가루에 파, 마늘, 참기름, 설탕, 간장을 섞어 반죽한 것을 바른 다음 돌돌 말아 실로 꽁꽁 묶어서 찜통에 쪄냈다. 울릉도에서는 오징어 내장탕뿐만 아니라 오징어의 살과 야채를 넣고 끓인 국도 있다. 오징어국은 생오징어와 마른오징어 모두가 사용된다. 오징어 내장이 주로 국 끓이는 재료로 이용된 것은 몸통은 상품으로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유가 있는 집은 오징어 몸통으로도 국을 끓였다. 울릉도 뿐만 아니라 내륙에서도 옛날부터 건오징어와 생오징어 모두 국으로 끓여 먹었다. 그래서 1809년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말린 오징어는 물에 불려 썰어 닭 속에 깻국을 탕하여 잣 띄워 여름에 쓰면 먹음직스럽다”고 건오징어 요리법을 소개한다. △ 1830년대 농정회요에도 오징어 요리 기록 있어 1830년대에 최한기가 편찬한 ‘농정회요農政會要’에도 “오징어의 흰 살점을 썰어 볶아 국을 만든다. 달궈진 솥에 기름과 술을 두르고 오징어를 재빨리 볶아 5~6할 가량 익혀낸다. 기름, 간장, 물과 재료를 솥에 넣고 끓어오르면 오징어를 넣고 조금 더 끓인다. 역시 참깨즙을 뿌려 올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오징어국은 먼저 적당한 양의 물에 무를 넣어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넓적하게 자른 오징어를 넣는다. 거기에 콩나물, 매운 생고추, 마늘 등 갖은 양념을 하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기호에 따라 고춧가루를 넣기도 한다. 울릉도 토속 오징어 요리 중에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오징어 잡채도 있다. 내륙에서는 잡채를 만들 때 고명으로 고기를 넣고 만들지만 울릉도에서는 홍합이나 오징어 등 해산물을 이용했다. 그중 가장 흔하고 대중적이면서 비리지 않은 생선인 오징어를 재료로 만들어 먹었던 것이 오징어 잡채다. 오징어 잡채는 일반적인 잡채 재료에 고기 대신 오징어를 주재료로 하고 홍합을 사용하는 점만 다르다. 오징어 2마리 기준으로 잡채를 할 경우 부재료는 조선 홍합 4개, 당면 200g, 풋고추 4개, 당근 1개, 마늘, 파 약간, 식용유, 간장, 설탕, 깨소금, 참기름 등이다. 더러 부추를 넣기도 한다. 오징어는 껍질을 벗기고 끊는 물에 데쳐 4cm정도 길이로 썬다. 홍합은 어슷하게 저민다. 당면은 삶아둔다. 후라이팬에 파, 마늘을 볶다가 오징어, 홍합과 풋고추, 당근 등 야채를 넣어 함께 볶아낸다. 당면은 따로 볶다가 간을 한 다음 오징어, 홍합, 야채 볶음과 섞은 뒤 깨소금, 참기름을 첨가해 완성한다. 오징어홍합 꼬지도 울릉도만의 특별한 토속 음식인데 오징어와 홍합을 꼬챙이에 끼워 구운 산적이다. 각 지역마다 고기나 홍합, 바지락, 대합 등의 조개나 전복, 소라 등을 대나무 꼬챙이에 꽂아서 굽거나 말려서 먹는 꼬지 요리가 있다. 낙지를 꼬챙이에 말아서 구워 먹는 낙지꾸리도 꼬지 요리의 일종이다. 내륙에서는 주로 고기를 이용하는 반면 해안이나 섬 지방은 해산물을 꼬지 요리에 활용했다. 울릉도에서는 옛날에 흔했던 수산물인 오징어와 토종 홍합을 이용해 꼬지 요리를 만들어 명절이나 제사상에 올렸다. 오징어는 생물을 두툼하게 자르고 홍합은 삶아서 껍질과 알을 분리한 뒤 물기를 뺀다. 대나무 꼬챙이에 오징어와 홍합을 번갈아 끼운다. 꼬지가 만들어지면 후라이팬에 참기름을 살짝 두른 뒤 구워내면 완성된다. 단순해 보이는 오징어 하나에도 이토록 많은 요리가 깃들어 있다. 울릉도가 보전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2-03

대구·경북 혈액 보유량 ‘관심 단계’⋯헌혈 참여 절실

“헌혈에 함께 동참해주세요.” 대구와 경북 지역의 혈액 보유량이 적정 기준인 5일분 아래로 떨어지며 비상이 걸렸다. 3일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지역 혈액 보유량은 4.8일분으로 집계됐다. 혈액 보유량 5일분 미만은 ‘관심 단계’로, 3일 미만은 ‘주의’, 2일 미만은 ‘경계’, 1일 미만은 ‘심각’ 단계로 각각 분류된다. 혈액형별로는 A형 4.1일, O형 4.2일, AB형 5.2일, B형 6.5일분이다. 하지만 정작 헌혈 현장은 한산했다. 3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헌혈의 집 동성로 센터를 찾은 시민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센터 관계자는 “과거 하루 평균 80여 명이 헌혈했지만, 최근에는 50~60명 정도로 줄었다”며 “점심시간 직장인 방문이 있을 때만 잠시 붐빈다”고 말했다. 겨울철은 혹한, 방학, 감염병 확산 등으로 헌혈자가 감소하고, 반대로 의료기관의 혈액 수요는 늘어나는 시기다. 특히 고령 인구 증가로 수혈 수요가 늘어나지만 젊은 층 헌혈 참여가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도 겹치면서 혈액 수급 상황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에 지역사회에서는 학교·기업·지자체와 연계한 단체헌혈 확대, 헌혈 친화적 환경 조성, 계절별 취약 시기 대응 등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층 참여 확대는 헌혈 기반을 유지하는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날 첫 헌혈을 한다는 이연서양(대구 중구·고교3년) 은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와 함께 헌혈하러 왔다”며 “주사가 아플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이 헌혈에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혈액원 관계자는 “안전한 혈액 공급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꾸준한 헌혈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겨울철에는 질환 증가와 외부 활동 감소로 헌혈이 줄어드는 만큼 안정적 혈액 확보를 위해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12-03

포항 도시철도,가능성은 0에 가까운데…또 다시 반복되는 `희망 고문 공약`

2026년 시장과 군수 등 단체장 선거를 비롯 시·도 광역의원, 기초의원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유권자들을 잡기 위한 공약 개발이 한창이며 이미 출마선언 등을 통해 일부 발표도 되고 있다. 본지는 이번 선거 기간 동안 후보들의 공약이 과연 실현 타당한지 여부를 실시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이 아니라 더 이상 헛 공약으로 선거판을 유혹하고 어지럽게 하는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시도이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 공약 시시비비에 대한 시민들의 제보(054-289-5060)도 받는다. ⓵ 포항 도시철도 공약은 가능한가, ‘희망 고문’인가 최근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 중인 몇몇 예비후보들로부터 도시철도 도입 공약이 나와 지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선 이 공약은 정치적 구호로는 화려하지만, 실제 추진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매우 낮음’에 가깝다. 국내 타 도시의 선례와 포항시의 인구,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시민의 기대를 키우는 무책임한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는 비판에 무게가 실린다. 냉철한 현실 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도시철도 최소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포항의 현실 도시철도 건설은 대규모 인구와 고밀도 도심 집중형 구조를 전제로 한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하는 기준은 하루평균 이용객 13만 명 이상이며, 안정적인 운영 도시는 보통 인구 80만~100만 명 이상이다. 현재 포항시의 인구는 50만 명 수준으로, 대구(240만), 광주·대전(145만)은 물론 경제성 부족으로 추진이 불가능했던 청주(85만)·창원(103만)보다도 훨씬 적다. 더 큰 문제는 도시 형태다. 포항은 북구(양덕·환호)에서 도심(죽도시장)을 거쳐 남구(오천·구룡포 진입부)로 이어지는 반원형·선형으로 길게 흩어져 있다. 이는 전형적인 ‘도심 집중형’이 아니어서 승객 수요를 단일 노선에 집중시키기 어렵다. 동일 인구라도 도심 집중도가 낮으면 사업의 경제성(B/C)은 급격히 하락한다. 인구 66만의 전주보다도 수요 집중도가 불리한 포항이 도시철도의 최소 경제성을 확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타 도시 사례가 증명하는 ‘예타 탈락’의 높은 벽 포항 보다 인구 규모가 크고 도시 집적이 유리한 비교 도시들의 사례는 포항 도시철도 공약의 비현실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인구 66여만 명의 전주시는 10년 넘게 검토했지만, 조사 때마다 B/C 0.3~0.6 수준에 머물러 사업비 과대와 운영 적자를 이유로 중앙정부가 사업 승인을 불허했다. 청주시도 마찬가지다. 85만 인구에 광역 수요 가능성까지 있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103만 인구 대도시인 창원시도 아직 벽을 넘지 못했다. 인구 분산형 구조와 심각한 운영 적자 예상으로 고배를 마셨다. 이 세 도시보다 인구가 적고, 수요 집중도도 낮은 포항시가 중앙정부의 예타를 통과할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것이 객관적인 판단이다. ◇도시철도는 재정의 ‘블랙홀’···포항은 그럴 여력도 없어 도시철도 도입은 단순히 건설비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포항시 연간 예산 규모(2.6조~3조 원)를 고려할 때, 건설 사업비는 도시의 1년 치 예산 전체를 투입하는 수준의 막대한 규모다. 보다 심각한 것은 만성적인 운영 적자 문제다. 대전·대구·광주 등 대도시들도 도시철도로 매년 수백억에서 천억 단위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인구 50만의 포항은 탑승 수요가 이들 도시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연간 400억~6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지방세 비중이 낮은 포항시가 이 같은 규모의 적자를 지속적으로 감당하며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도시철도가 아닌 포항시 재정의 ‘블랙홀’이 될 위험성이 크다. ◇시민을 우롱하는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식 공약 포항 도시철도 공약이 현실성이 부족함에도 계속 등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선거 국면에서 ‘교통 개선’과 ‘도시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기 쉽고 지역 발전의 이미지를 제시하기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실무적, 재정적 현실을 완전히 외면한 채 유권자의 기대를 볼모로 잡는 무책임한 행위라 할 수 있다.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공약은 결국 시민들의 소중한 정책적 관심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 뿐이다. 공약을 낸 당사자들도 포항 도시철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터다. 그럼에도 이를 공약으로 고수한다면 이는 시민을 우롱하는 기만행위에 가깝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12-03

입추(立秋), 그 너머-오도 바다* 고운 모래알과 몽돌

입추(立秋), 그 너머 -오도 바다* 고운 모래알과 몽돌 생각해 보니 실패가 성공이었다 그러나 과정은 무너지지 않는다 겨울이 와도 어떨까, 과연 우리에게 어떤 빙하기가 있었는가 물기가 없으면 얼지 않는다 하여 암각화가 될 수도 있고 물욕이 없으면 망할 일도 없을 것 업적이 초라해도 그것으로의 역사가 되고 벼락박 똥칠도 무늬가 된다며, 깨달음은 없다고(悟道) 가르치는 오도 가을 바다, 마른 눈길 늘 울음을 참는, 그래서 나의 가을 풍향계처럼 그 바다를 탐지하며 결국엔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만 하소연 없는 태연하고 불량한 바다 그래서 행복하고 불행했지만 그래, 밑천 뻔한 한 끗 차이, 마치 마을에 가닿지 못하는 저 파도 소리.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작은 바다 마을 …. 시간에는 절대 상처가 나지 않는다. 방치와 외면으로 흘러 지나가는 무서운 존재, 파괴가 없는 절대적인 무형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무책임에 분연히 항거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과거에 머물러 지금에 와서 상처를 입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무기가 되고 훈장이 되어야지 굴레는 아니다. 경험의 반복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된다는 클리세는 그만두어야 한다. 상처는 새 살을 돋게 한다. 박테리아 혹은 세균도 사람을 돕는다. 거부에 집착하다 보면 외딴 섬이 된다. 진정한 섬은 고립이 아니다. 가능성의 신호, 혹은 미지의 공간에 대한 개활지이다. 존재가 작다고 의미가 축소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2-03

대만 관광객 매혹한 돼지국밥

2025년 상반기 부산을 찾은 대만 관광객이 대략 24만90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부산을 여행한 외국인 5~6명 중 1명이 대만 사람이라는 이야기. 숫자로도 비율로도 가파른 상승률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대만 여행자들은 부산에 와서 뭘 먹었을까? 알다시피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싱싱한 해산물과 밀면, 돼지국밥 등을 꼽는다. 대만인들은 자신들의 나라에서도 돼지고기는 물론 돼지의 내장까지 요리해 즐겨 먹는다. 이는 한국인과 유사한 섭식 형태다. 이 사실을 증명하듯 대만 관광객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맛있다~”를 연발하는 음식은 부산 도처에서 판매되는 돼지국밥이라고. 유명세를 얻은 돼지국밥 식당 앞에서는 몰려든 대만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최근 대만 관광객 1만579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돼지국밥은 66.9%라는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부산을 찾는다면 꼭 먹어봐야 할 한국 음식’으로 대만인들 사이에서 자리 잡았다. 그 뒤를 어묵(37.4%), 씨앗호떡(22.4%), 장어구이(19.4%)가 이었다. 그렇다면 돼지국밥의 인기 요인은 뭘까. 대만과 달리 뽀얀 국물에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고, 여기에 양념을 더해 얼큰함까지 느낄 수 있는 매력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잡내가 나지 않기에 부모를 따라온 대만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면서 국가의 경계는 물론, 즐기는 음식의 경계 또한 무너지고 있다. 대만과 같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남북 아메리카 사람들의 입맛을 매혹할 한국 요리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는 관광산업 발전을 가져올 키워드가 될 수도 있으니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2-03

가득찬 빔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빛이 실내의 공기를 묘하게 흔들고 있다. 허윤희 화가의 개인전 ‘가득찬 빔’. ‘가득 차다’와 ‘비다’라는 두 의미가 한 문장 안에 놓인 제목이 막상 미술관에서 햇빛을 마주하니 더 깊게 와닿는다. 빛이 채워지는 순간 비워지고 비어 있는 자리에 다시 들어오는 반복을 보며, 화가가 펼쳐 보이는 작품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는 전시회에 오기 전, 화가의 책 <나뭇잎 일기>를 먼저 읽었다. 실존적 사유와 생태적 감각을 결합한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그의 시리즈 작품들 중 하나를 엮은 책이다. 그는 13년 동안 산책길에서 매일 나뭇잎을 채집해 실물 크기로 그리고 단상을 기록했다. 자연과 교감하며 예술과 생활을 분리하지 않고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며 수행자적 삶을 살았다. 작가의 시선은 사라지는 것에 머물렀다. 나뭇잎은 사계를 통해 빛을 품었다가색을 잃고, 낙엽으로 뒹굴다가 결국 땅으로 돌아간다. 나는 책장을 넘기며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소멸은어쩌면 슬픈 일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젠가는 소멸될 나뭇잎이 그림으로 그려져 영원히 남겨진 흔적을 보며, 내가 죽은 뒤에도 누군가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를 기억해 준다면 죽어도 살아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 같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았다. 오늘 전시회 문턱을 넘으니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목탄 벽화 드로잉의 크기에 놀라고, 멸종위기식물을 그린 그림 앞에서는 환경의 회복을 작가와 같은 마음으로 염원한다. 그 중에서 단연 최고는 현장에서 예약해 15분간 ‘관집’을 혼자 체험하는 것이다. 작가가 독일 유학 시절에집짓기 프로젝트를 하며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라고 한다. “매일 새로운 날을 상상하며 관집을 짓는다. 그 안에서 나는 매일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난다.” 관집을 만들게 된 배경을 떠올리며 직원의 안내에 따라 관집에 들어간다. 지치고 힘이 들 때 고향을 생각하며 동쪽으로 누웠다는 작가를 따라 나도 관집 안에 눕는다. 죽은 이의 전유물인 관 속에, 산 자인 내가 들어가 있다니.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나는 죽음을 생각하면 두려움보다는 사랑하는 이들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먼저 떠오른다. 죽기 전에 나와 인연이 닿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리라. 내가 다짐하는 그 순간, 온몸 가득 죽음이 아닌 살아갈 이유로 채워진다. 그렇다면 이 작은 관집은 죽음을 위한 방이 아니라 삶을 다시 살아내기 위한 장소 같다.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내 마음에 응어리져 있는 묵은 불안과 억울하게 남겨둔 말들, 정리되지 못한 관념이 바닥으로 찬찬히 내려앉는다. 관집에서 나오자전시실의 빛은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집안의 어둠에서 빠져나온 탓인지빛은 나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전시실에서 ‘해돋이 그림’을 마주한다. 관집에서 발산되던 정적과는 반대로 생성 에너지가 내 몸을 스친다. 제주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해. 세상 모든 어둠을 뚫고 올라오는 돋을볕을 반복해서 그린 작품을 보며 나는 포항 바다의 일출을 떠올린다. 늦가을 새벽, 집 근처 바닷가에 앉아 있으면 바람은 차갑고 어둠이 짙어 해가 뜨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다가 한 순간 수평선이 붉게 열리기 시작한다. 아침노을은 늘 비슷하지만한 번도 같은 적이 없다. 허윤희 작가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해가 떠오르기 전의 깊은 어둠과 붉은 선이 그림마다 똑같지 않고 변주되어 있다. 똑같은 장소, 똑같은 시간대에 해돋이를 그린 화폭에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숨결 같은 것이 스며있는 듯하다. 미술관을 나오는 길에 산책로에 잠시 머무른다. 단풍잎으로 풍성한 나무가 이제 곧 찬바람이 불어오면 앙상하게 비워질 것이다. 그러나 비워진 공간에서 겨울 풍경으로 채워질 나무를 떠올리니 그리 애석하지만은 않다. 나는 이제 ‘가득찬 빔’이라는 말이 제대로 이해가 된다. 비워진다는 것은 다시 채울 준비가 되었다는 것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정미영 수필가

2025-12-03

한국도로공사 “12월 고속도로, 졸음운전·눈길 과속 특히 위험”⋯안전운전 당부

겨울철로 접어든 12월,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과 눈길 과속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3년간의 교통사고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밝히며,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3일 도로공사에 따르면, 12월에는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차량 내부 히터 사용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졸음운전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야간 시간대 사고 비율이 크게 늘어난다. 최근 3년간(2022~2024년) 12월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35명 가운데 졸음운전 사망자는 11명으로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화물차 사망자 17명 중 82%인 14명이 야간(오후 6시~익일 오전 6시)에 발생한 것도 위험성을 보여준다. 실제 사고 사례에서도 졸음·주시태만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2024년 통영대전선 서상나들목 부근에서는 승용차가 갓길에 정차한 화물차를 들이받았고, 중부내륙선 문경휴게소 부근에서는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한 화물차가 앞서가던 차량을 추돌했다. 겨울철 눈길 사고 또한 12월에 집중된다. 최근 3년간 12월 눈길 과속으로 사망한 인원은 4명으로, 서해안선 당진 부근에서는 2023년 눈길에서 미끄러진 차량을 뒤따르던 버스가 제때 속도를 줄이지 못해 연쇄추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도로공사는 “강설 시 제설 작업이 이뤄져도 제동거리가 크게 늘어난다”며 최고 속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속 운행하고, 차간거리를 충분히 확보할 것을 강조했다. 출발 전에는 윈터타이어 장착, 스노우체인 준비 등 월동장구 점검도 필수다. 특히 교량, 터널 입출구 등의 그늘진 구간은 도로살얼음(블랙아이스) 발생 위험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졸음운전 예방을 위해서는 주기적 환기와 충분한 휴식이 필수적이다. 도로공사는 “피로감을 느끼거나 2시간 이상 연속 운전할 경우 가까운 휴게소나 졸음쉼터에서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12월은 졸음운전과 눈길 과속이 겹치며 사고 위험이 커지는 시기”라며 “운전자 스스로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 사고를 예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3

대구 달성군, 영양플러스 사업 우수기관 선정⋯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

대구 달성군이 3일 열린 ‘2025년 지역사회 영양·신체활동·비만예방 사업 합동 성과대회’에서 영양플러스 사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번 성과대회는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주관, 전국 보건소의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우수기관을 시상하는 자리로, 달성군은 영양 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달성군은 ‘Youth-풀(Full) 달성, 영양-풀(Full) 달성!’을 슬로건으로 영양 위험에 처한 취약계층 임산부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맞춤형 상담과 교육, 보충식품 제공 등을 추진했다. 올해는 중부·남부·북부 권역별 순회 교육을 실시하고, SNS와 인터넷 매체를 활용한 홍보로 젊은층 참여율을 높였다. 특히, 대상자 주도형 식품 검수 교육 자료 배부와 임산부 구강 관리 교육 연계를 통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달성군은 보충식품 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고 지역 건강 관리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이번 수상은 우리 군의 지속적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맞춤형 영양 교육과 서비스를 통해 군민들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3

대구시교육청, ‘2025 대구미래교육콘퍼런스’ 부모 공감 토크콘서트 성료

대구시교육청이 3일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2025 대구미래교육콘퍼런스’의 학부모 대상 프로그램인 ‘AI 시대, 우리 아이 미래리더로 키우기’ 부모 공감 토크콘서트를 1200여 명의 학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AI 확산 시대를 맞아 자녀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고민을 나누고 미래 교육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프로그램은 △강은희 교육감 특강 △패널 토크 △김상욱 교수 특강 순으로 진행됐다. 강 교육감은 ‘AI 시대 교육의 변화와 학부모의 역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지식을 단순 암기하는 방식만으로는 AI를 이길 수 없는 시대”라며 학부모의 역할 변화를 강조했다. 강 교육감은 학부모가 △디지털 사용을 돕는 ‘디지털 코치’ △아이의 주도성을 키우는 ‘학습 코치’ △정서적 회복력을 지원하는 ‘감정 코치’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AI가 아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줄 수는 있지만, 방향을 결정하는 나침반은 결국 인성과 가치관”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 토크에서는 김현욱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강은희 교육감, 김상욱 교수, 김명미 아나운서가 참여해 △AI 시대 핵심역량 △창의성 교육 △AI 윤리와 가정교육 △미래 진로 설계 등을 주제로 학부모 질문에 답하며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마지막 순서로 김상욱 교수는 ‘AI 시대의 교육’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며 “AI의 편리함 속에서도 인간 고유의 사고력과 인간다움을 확장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속도보다 방향, 성적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확신을 얻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은희 교육감은 “교육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대구시교육청은 학부모와 함께 아이들이 AI 시대를 주도하는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3

대구소방, 실화재 훈련시설 구축 완료⋯12월 시범운영 돌입

대구소방안전본부는 대구소방교육훈련센터(동구 매여로 86)에 실전형 화재대응 훈련시설 구축을 완료하고, 이달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시범운영을 통해 시설 안정성과 교관 운영체계, 안전관리 기준, 훈련 시설 작동성을 점검한 뒤, 2026년부터 정식 교육과정으로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훈련시설은 화재성상 변화 관찰, 진입·배연 전술, 팀 단위 복합전술, 고열·농연 적응훈련, 동료구조(RIT)훈련 등 총 10종으로 구성됐다. 특히 플래시오버와 백드래프트 훈련장은 연기거동과 열축적, 가연성 기체 폭발 메커니즘 등 실제 화재 환경에서 위험 요소를 체감할 수 있어 교관과 교육생의 전술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시범운영 기간에는 교관 중심의 셀 작동 평가, 안전관리 절차 검증, 시연훈련 등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운영 결과는 2026년 정규 교육과정 편성에 반영해 체계적인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전술훈련까지 연계해 교육 품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다. 엄준욱 대구소방안전본부장은 “이번 실화재 훈련시설 구축은 현장 중심의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시범운영을 통해 발견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전국 최고 수준의 소방 실전훈련체계를 조기에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소방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강한 대응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교육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3

대구시, 미래 도시재생 로드맵 ‘2035 전략’ 시민 참여로 완성

대구시가 향후 10년간의 도시재생 방향을 시민과 함께 설계한다. 시는 5일 오후 3시 대구경북디자인센터 8층 아트홀에서 ‘2035 대구광역시 도시재생전략계획(안) 공청회’를 열고,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맞춤형 재생 전략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번 공청회는 인구 구조 변화와 산업 구조 개편, 도심 노후화 등 새롭게 등장한 도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공식 의견 수렴 절차로 마련됐다. 시는 계획안 발표를 통해 △대구 도시재생 여건 분석 및 쇠퇴 진단 결과 △기본구상과 목표 설정 △생활권별 재생 전략 △도시재생 추진 방안 △활성화지역 지정(안) 등을 공개하고, 시민과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수집할 예정이다. 특히 청년 정착, 문화 활성화, 산업 혁신 등 미래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잠재 자원 활용 방안이 논의되며, 쇠퇴 지수 기반 진단 결과와 활성화 후보지 선정 기준 등 실무적인 내용도 함께 다뤄진다. 이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춘 생활권별 재생 전략과 목표가 구체화될 전망이다. 시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전략계획(안)을 보완하고, 관계 행정기관 협의와 시의회 보고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홍성주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도시재생전략계획은 향후 10년간 대구의 변화를 이끌 핵심 로드맵”이라며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적극 반영해 시민과 함께 전략계획을 완성하고, 사람이 돌아오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대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3

허시영 대구시의원, 운수종사자 교육 온라인 방식 도입 촉구

허시영(달서구2·사진) 대구시의원은 3일 서면 시정질문을 통해 최근 대구교통연수원의 운수종사자 교육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온라인 교육 도입을 촉구했다. 허 의원은 “운수종사자들에게 온라인 교육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며 “이미 다른 시도(서울, 인천, 대전, 경기, 경북, 충남)에서 온라인 교육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구교통연수원은 연간 약 2만 5000명의 운수종사자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만, 한정된 공간과 주차 부족 문제, 교육생 소음 등이 주민들과 교육생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구교통연수원의 대면 교육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약 10억 원으로 추산되며, 온라인 교육 도입으로 이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 교육 도입에 따른 예산 증액은 불가피할 수 있지만, 절감되는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의원은 “대구시와 대구교통연수원은 주차 문제와 교육생 불편을 해결하고, 운수종사자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온라인 교육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2-03

김재용 대구시의원, 산격‧복현 도서관 재추진 촉구

김재용(북구3·사진) 대구시의원은 3일 서면 시정질문을 통해 산격‧복현 생활권 공공도서관 건립 사업이 돌연 중단된 것과 관련해 시의 대응과 향후 계획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대구시는 산격‧복현 생활권의 공공도서관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모든 행정절차를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중단했다”며 “이로 인해 주민의 문화 접근권과 교육 기회가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도서관 건립이 의회 승인 등 모든 행정절차를 완료한 후 전액 삭감된 것은 명백한 행정 신뢰 훼손”이라며 “사업 중단을 결정한 내부 검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공도서관 건립 중단에 따른 행정적·사회적 기회비용 문제를 지적하며, “현재 도서관 예정부지는 잡초만 무성하게 방치돼 있고, 이미 집행된 지반조사 용역비 또한 손실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건립 사업 재개 의지와 구체적 계획을 요구하며 “주민 1000여 명 이상이 서명운동을 통해 도서관 건립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대구시는 예산 반영 시기와 건립 절차별 목표 일정을 명확히 제시하고, 주민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2-03

수성구 중장년 기술창업센터 입주기업 디앤유(D&U), ‘2025 대만 이노테크 엑스포’ 금상 수상

대구 수성구는 중장년 기술창업센터 입주기업 디앤유(D&U)가 지난 10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5 대만 이노테크 엑스포’에서 금상을 수상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수상은 지역 기술창업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인한 성과로 평가된다. 대만 특허청이 주최하고 대만대외무역발전협회가 주관하는 대만 이노테크 엑스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발명·기술 전시회로, 올해는 19개국 530여 점의 발명품이 출품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디앤유는 국내 특허 기술인 ‘이동자석식 자전거 페달·신발 결합장치’를 선보여 금상을 거머쥐었다. 이 기술은 혁신성과 독창성, 시장성, 산업적 파급효과 등 전 평가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기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디앤유의 대표 제품 ‘레오페드(LEOPED)’는 독자 개발한 ‘MMP-System(Moving Magnet Pedal-System)’을 적용해 페달과 신발의 신속한 분리가 가능하며, 페달링 효율을 극대화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또 초경량 티타늄 합금과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해 내구성과 경량성을 확보했으며, 디자인에는 표범의 역동성을 담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했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디앤유의 이번 수상은 수성구 중장년 창업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우수한 창업기업이 해외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지역 창업 생태계를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3

대구 수성구, ‘시민 자율 빗자루’로 참여형 공원관리 확산⋯범어공원 새 모델로 부상

대구 수성구가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공원관리 방식 도입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성구는 올해 초 총연장 4.61㎞ 규모의 범어공원 순환산책로를 개방한 데 이어, 산책로 곳곳에 ‘시민 자율 빗자루’를 비치해 시민이 직접 공원을 가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행정 주도가 아닌 ‘시민 자율 관리’라는 점에서 지역 공원문화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성구는 범어동 주민 이범일(69) 씨의 제안에 따라 순환산책로 주요 지점에 10여 개의 빗자루를 설치했다. 공원을 찾은 시민이 자유롭게 빗자루를 사용해 낙엽과 주변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생활 속 청소 참여’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 씨는 “가을철 낙엽을 치우면서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 뿌듯하다”며 “구청이 조성한 산책길을 주민이 함께 가꾼다는 의미에서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범어공원은 도심 산지형 공원 중에서도 긴 산책로를 갖춘 곳으로, 순환산책로는 성인이 약 1시간 30분이면 한 바퀴를 둘러볼 수 있어 산책·운동을 즐기는 시민들의 이용이 꾸준하다. 산책로 개방 이후 공원 이용객이 증가한 가운데, ‘시민 자율 빗자루’ 설치는 공원 환경을 유지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범어공원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유지·관리되는 대표적인 공원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른 공원으로도 ‘시민 자율 빗자루’ 제도를 확대해 시민과 함께 만드는 공원관리 문화를 더욱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3

포항상공회의소, 해외 전략지역 바이어 화상 수출상담회 최종보고회 개최

포항상공회의소 수출지원센터가 지역 기업의 해외 판로 확장을 위해 추진한 ‘해외 전략지역 바이어 화상 수출상담회 지원사업’을 마무리하고 3일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보고회는 이날 오후 포항상의 2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사업은 포항시 수출지원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해외 바이어와의 비대면 상담뿐 아니라 영문 거래제의서 발송, 온라인 플랫폼 기반 기업·제품 홍보 등 접근성을 높이는 지원 프로그램을 포함한다. 상공회의소는 인도·아세안 등 전략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은 기업을 연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경도공업 △삼원강재 △이스온 △엠에스파이프 △제일연마공업 등 5개 기업이 추진한 상담 실적이 공유됐다. 포항상의에 따르면 올해 화상 수출상담을 통해 총 20건의 상담 실적이 기록됐으며, 일부 기업은 후속 계약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과 공급망 재편이 겹치며 수출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비대면 방식의 화상 상담은 시간 효율성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기업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지역 중심의 시장 개척과 수출 성과 창출을 위해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상공회의소는 내년에도 지역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수출 진흥을 목표로 다양한 지원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5-12-03

포스코1%재단, 국가유공자 36명에 첨단 로봇 의수·의족 전달···누적 219명 지원

포스코1%나눔재단이 국가유공자와 현직 소방관·군인 등 36명에게 첨단보조기구를 지원했다. 재단은 3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전달식을 열고 맞춤형 로봇 의수·의족, 다기능 휠체어, AI 보청기 등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포스코1%나눔재단의 ‘국가유공자 첨단보조기구 지원 사업’은 전상·공상으로 장애를 입은 국가유공자에게 사회 복귀와 실질적인 자립을 돕기 위해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국가보훈부와 협력해 2020년 6·25전쟁 70주년을 계기로 시작됐으며, 올해까지 총 219명이 지원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강윤진 국가보훈부 차관, 윤종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포스코1%나눔재단 이사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장인화 회장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앞으로도 유공자 지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강윤진 차관도 “매년 꾸준히 지원을 이어온 포스코1%나눔재단에 감사한다”며 “보훈 문화를 확산하고 예우 강화를 위해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달식에서는 1999년 군 복무 중 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입은 이지운 씨가 첨단 휠체어를, 군 장갑차 정비 중 손 일부를 잃은 김도경 중사가 로봇 의수를 각각 받았다. 이 씨는 “이동 제약이 크게 줄어 사회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중사는 “장애를 극복하고 정비 전문가로 성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포스코1%나눔재단은 포스코그룹 3만8000여 임직원의 기부와 회사 매칭그랜트로 운영되는 공익법인으로, 2013년 설립 이후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5-12-03

전공의협 “전공의법 통과는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중요발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3일 전공의들의 노동·수련 환경 개선 내용을 담은 전공의법(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중요한 제도적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전공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동안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논의가 제도 변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전공의 연속 수련시간 상한을 기존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하고, 예외적으로도 28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며 "또 휴게, 휴일, 연장·야간 및 휴일 수련에 대해 근로기준법의 보호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전공의가 최소한의 안전한 근로 환경 속에서 수련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육아·질병·입영 등의 사유로 휴직한 전공의의 수련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 신설됐다”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오늘의 성과는 끝이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과정”이라며 “쉽지 않은 과정 속에서도 전공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회원 권익 보호와 올바른 수련환경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2-03

세계인권선언 77주년 기념, ‘2025 대구인권주간’ 운영

대구시는 세계인권선언 77주년을 맞아 오는 10일까지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함께 ‘2025 대구인권주간’을 개최한다. 대구시 전역에서 인권 관련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 참여를 통한 인권 의식 확산에 나선다. 첫 행사로 3일 대구예술발전소 수창홀에서는 ‘통일 북콘서트’가 열렸다. 북한 출신 예술인인 이효주 아코디언 연주가와 박성진 소해금 연주가가 참여하며, 평안남도 순천 출신 설송아 작가와의 만남도 진행돼 북한의 문화와 사회적 현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오는 6일 2.28기념중앙공원에서는 ‘인권버스킹’이 진행된다. 밴드 포프, 마임 아티스트 명도, 무용 그룹 한국파릇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인권 홍보부스를 통해 시민들이 인권을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7일에는 오오극장에서 인권영화 ‘사람과 고기’ 상영과 양종현 감독과의 관객 대화가 진행된다. 9일에는 대구시민인권증진단과 함께 ‘인권 산책’을 진행한다. 2·28민주운동 기념회관 등 중·남구 일대 인권 현장을 돌아본 뒤, 여성 장애인의 자립을 다룬 연극 ‘괜찬타! 정숙아’를 관람한다. 10일 청년센터 상상홀에서는 ‘인권 대 잡담회’가 열린다. 인권 관련 영화 상영과 함께 시민, 시·구·군 및 공공기관 인권 담당자 간 토의를 진행해 인권 의식을 강화하고 지역 인권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한다. 이밖에 3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대구도서관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주관 인권공모전 수상작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안중곤 대구시 행정국장은 “앞으로도 지역 내 인권 존중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3

위기의 식물원 살려낸 은혜 갚는 낙우송 3父子

카톡으로 보내온 이삼우 원장님의 기청산식물원 동영상을 보고 불현듯 가 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 포항 기청산식물원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원장님께서 지난 11월 8일 개통된 포항-영덕 동해안 고속도로 한번 자동차로 달려보고 싶다고 하셨다. 월포․청하 IC를 통하여 영덕 방향으로 향했다. 창밖의 동해 풍경을 즐기도록 천천히 운전했다. 그러자 원장님께서 고속도로는 쾌속의 재미도 있다며 빨리 달리기를 원했다. 영덕에서 되돌아서 고속도로 ‘포항휴게소’에 들려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창밖으로 내다본 동해 뷰는 정말 환상의 풍경이었다. 바다의 경관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과 몸이 힐링 되었다. 식사를 끝내고 곧장 뻥 뚫린 고속도로를 질주하여 월포, 청화 IC를 빠져나와 기청산식물원에 도착했다. 오늘 함께 기청산식물원을 관람하기로 약속한 진원대 전 구룡포 읍장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기청산식물원을 오늘날까지 꾸미고 가꾸어 온 주인공은 바로 이삼우 원장이다. 그는 온화한 성품으로 서울대학교 농대 임학과를 나온 전문 나무 사랑꾼이다. 졸업 후 바로 소년 시절의 꿈을 찾아 고향으로 내려왔다. 1968년 청하중학교 재단 농장 관리인으로 부임하여 과수 농업을 하면서 독자적으로 농장을 확장하고서 향토 고유 수종 연구개발 보급 테마로 하는 기청산식물농원을 설립하였다. 지금까지 일평생을 나무와 인연을 맺고 나무와 함께 익어가는 삶을 살고 있다. 이제 그는 정원의 나무와 닮아 있었다. 나무 백과사전과 같은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원장님과 함께 우리는 정원 숲의 가을 정취에 빠졌다. 이삼우 원장은 차향처럼 잔잔한 목소리로 기청산식물원의 존재 이유를 들려주었다. 식물을 배우는 일은 곧 자연을 이해하는 일이며, 자연을 이해하는 일은 인간이 다시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깨우치는 길이라는 그의 말은 오래된 진리처럼 가슴에 스며들었다. 식물원은 이 땅 고유의 자생종을 연구하고 되살리며, 희귀하고 멸종위기에 놓인 생명들을 서식지 밖에서 보듬어 지키고, 다양한 전시와 문화 행사를 통해 식물의 언어를 사람들에게 되돌려주는, 묵묵한 시간의 숲이었다. 원장님은 이곳을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한국적이며, 무엇보다 인간에게 가장 유익한 숲”으로 만들고자 했다. 포항시 북구 청하면 청하로 175길 50번지 기청산식물원 울타리 안은 아직도 가을을 붙잡고 있었다. 단풍 든 나뭇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세상과는 달리 아직도 감태나무의 붉은 단풍잎, 은행나무의 노란 단풍잎, 풍향수의 푸른 잎이 어울려 정원의 숲은 아름다운 세계를 연출했다. 아름다움은 모두가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자연 숲의 느낌이었다. 정원 숲은 마음과 몸을 힐링하기에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나무와 교감은 아픔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의 손길이 가슴을 쓰다듬어준다. 우리의 날숨 공기는 나무가 들숨으로, 나무의 날숨 향기는 우리의 들숨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는 연인의 입맞춤과 무엇이 다르랴.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나무 특유의 치료 향기를 나누어 준다. 기청산식물원은 토종의 다양한 식물로 구성된 인공 정원이었으나 이제는 그들 스스로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 정원으로 변모했다. 대나무 울타리를 배경으로 언덕배기에 우뚝 서 있는 장엄한 낙우송 3 부자(父子)는 키 15미터, 몸 둘레 3.5미터의 거목으로 식물원의 가장 오래된 존재이었다. 마치 ‘정원의 왕(king tree)’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움은 물론 장중한 품위까지 지녔다. 샘물이 흐르는 골짜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뿌리를 지면 위로 밀어 올려 호흡근을 키운 모습은 하나의 신화적 풍경이다. 땅 위로 솟아난 뿌리들은 오백나한이 수행을 위해 모여든 듯 기묘한 형상을 이루고, 그 앞에 서면 식물의 생명이 얼마나 영묘한 방식으로 뿌리에서부터 호흡하고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멀리서는 메타세쿼이아와 비슷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잎이 어긋나고 가지가 수평으로 뻗는 낙우송만의 세계가 드러난다. 미국 미시시피강 습지에서 시작된 그 원형질은 깊고 오래된 생명의 지혜를 품고 있다. 그러나 낙우송 3 부자(父子)는 생태학 이상의 이야기, 인간과 나무가 주고받은 소박한 기적이 숨어 있다. 한때 이곳의 땅은 식물원 소유가 아니었고, 주택단지 공사가 시작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굴착기가 다가오는 모습을 본 원장님은 공사를 멈추게 하고 빚을 내어 토지를 사들였다. 무거운 이자에 지치던 어느 날, 그는 나무 앞에서 넋두리처럼 고단한 속을 털어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가 방송에 소개되면서 뜻밖의 수익이 생겨 1년 치 이자가 모두 해결되었다. 그 후로 원장님은 낙우송을 ‘은혜 갚는 나무’라 부르며 매년 막걸리 한 사발을 올린다. 세월을 견딘 생명의 의지, 생태적 원리, 그리고 인간과 나무 사이에 흐르는 조용한 인연까지, 기청산의 낙우송 3 부자는 그 모든 이야기를 고요한 몸짓으로 품고 서 있다. 정원 숲길에 첫 발을 들이는 순간, 어디선가 흘러나온 새소리가 은은한 경음악처럼 발끝을 따라붙는다. 그 소리는 마치 숲이 오랜 침묵 위에 올려두었던 서곡(序曲) 같아, 한 걸음 한걸음에 부드러운 숨결을 더한다. 나무 사이로 어린 햇살이 비스듬히 흘러내리면, 길 위에 흩어진 낙엽들은 발바닥의 가벼운 압력에 응답하듯 제 나름의 음계를 토해낸다. 높고 낮고, 길고 짧은소리들이 켜켜이 겹쳐, 숲의 자연 화음에 하나의 목관악기가 새로 참여한 듯한 깊이를 만든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추임새처럼 스며들 때, 새들의 짧은 기척과 바람의 숨결은 다시금 한데 더해져, 숲은 더없이 정교한 즉흥곡으로 변모한다. 정원의 나무들은 그 음악의 무대 뒤에서 천천히 호흡하며, 피톤치드의 향을 내어 마치 악보의 여백처럼 공기를 정화한다. 나뭇잎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숲에서는 하나의 섬세한 악절이 된다. 때로는 물결처럼 멀리서 미묘한 저음을 보내오고, 가지 끝에 잠시 앉았다가 날아오르는 작은 새의 기척은 곡 마지막에 찍히는 가느다란 쉼표처럼 흘러간다.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과 나 사이의 경계가 천천히 풀어지고, 발걸음은 음악의 일부가 되어 숲과 함께 호흡하기 시작한다. 꽃 앞에 멈추면 마음은 꽃의 색채를 닮아 단정해지고, 나무 아래 서면 마음속 오래된 그림자마저 제 자리를 찾아간다. 숲이 들려주는 이 음악은 치유의 이름으로 불리기보다 오히려 존재의 본래 리듬을 되돌려주는 회복의 예술처럼 느껴졌다. 정원의 숲을 빠져나오기까지 여전히 발목을 스치며 따라오는 새소리와 낙엽의 여운 속에서 문득 깨닫는다. 치유란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새 한 마리의 노래와 낙엽 한 장의 울림이 한 몸처럼 흐르는 이 숲길 위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 몸은 알고 있다. 정원의 낙우송과 숲의 감동 여운을 안고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숲을 빠져나왔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기청산식물원은… 기청산식물원은 자연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 중심으로 꾸며진 독특한 식물원으로, ‘쇠솔이 흐르는 천년의 숲’처럼 조성되어 명상과 치유를 위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환경부가 지정한 서식지 외 보존기관이기도 해서, 울릉도를 비롯해 경상도 지역의 희귀하고 멸종위기 식물을 20년 넘게 조사하고 보전해 왔다. 식물원 내부는 자생식물 전시원, 울릉식물 관찰원, 약용식물원, 수생식물원, 향기식물원, 희귀종 전시원 등 여러 테마별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생식물의 다양성을 사계절 내내 감상할 수 있다. 전화 054-232-4129. 개장 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겨울철은 5시) 매주 월요일은 휴원. 식물 해설 및 안내 제도 운영.

2025-12-03

해수부 법률안 5건 국회 통과···구명조끼 의무화·양식시설 실명제 도입

해양수산부 소관 법률안 5건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어선 승선자의 구명조끼 착용 의무화, 양식시설물 실명제·불법시설 즉시철거제 등 안전·질서 확립 조치가 핵심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이번에 통과된 ‘어선안전조업 및 어선원의 안전·보건 증진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외부 갑판 작업 시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외국인 어선원 정보에 대해 해경청·법무부 등 관계기관이 상호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그동안 정보 연계 부재로 출입항 신고 시 외국인 승선원 확인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이 개선될 전망이다. 양식업 현장의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도 강화된다. ‘양식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양식시설물 실명제를 도입해 모든 시설물에 소유자 정보를 표시하도록 했다. 위반 시 최대 1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아울러 지금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던 행정대집행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 양식시설물은 즉시 철거할 수 있는 특례도 신설됐다. 해수부는 2023년 도입한 어구 실명제, 2026년 시행 예정인 불법 어구 즉시철거제와 함께 해양폐기물 저감 효과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선박평형수 관리기록부의 전자적 관리 근거 마련(선박평형수 관리법) △해양오염방지관리인 재교육 이수 의무 명확화(해양환경관리법) △업종별 수협 해산 조합원 수 기준 완화(15인→7인, 수산업협동조합법) 등 3건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하위 법령을 신속히 마련해 개정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