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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영일만항에 APEC 정상회의 숙소용 크루즈선 2척 뜬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가자들의 숙소로 활용될 대형 크루즈선 2척이 포항 영일만항에 들어온다. 대형 크루즈선을 이용한 ‘플로팅 호텔’ 형식의 해상 계류형 숙박시설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사례다. 6일 포항시와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경주 지역 숙박 수용 능력의 한계를 고려해 포항 영일만항 부두에 대형 크루즈선을 정박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확정된 선박은 ‘피아노랜드’호로 파나마 선적의 중국 소유 크루즈선이다. 전장 261m, 7만t급, 객실규모 850개실 규모이며 회의 기간 중국 국적 참가자의 숙박 및 행사 공간으로 사용된다. 정박 기간은 5일이다. 추가로 검토 중인 A사 크루즈선은 전장 183m, 2만 6000t급, 객실규모 250개실로 일본 국적 참가자 숙박 및 행사장 활용을 위한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대형 크루즈선의 영일만항 입항은 경주 일원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 행사에 비해 지역내 숙박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제32차 APEC 정상회의에는 21개 회원국의 정상 및 대표단을 비롯해 경제인 2000여 명과 언론인 등을 포함해 약 2만 명 이상이 경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밀집한 대표 관광지로 회의 기간 일반 관광객 수요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참가자 분산 수용과 교통 혼잡 완화를 위한 국내 최초 해상 숙박형 이벤트가 기획된 것이다. 포항시청 항만과 관계자는 “영일만항은 대형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는 국제 여객부두를 갖추고 있으며 경주와 차량으로 40분 거리여서 접근성도 뛰어나다”면서 “행사 기간 중 항만 보안, 출입국 통제, 해양 안전 관리 등이 핵심인 만큼 해양수산부·포항시·대한상의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일만항 플로팅 호텔 운영은 단순한 숙박 대체가 아니라 포항이 국제행사 지원 도시이자 동해안 해양관광 거점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6

시각장애 외국인 승객을 자가용으로 모신 ‘훈훈한 경주 시내버스 기사’

경주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막차 운행을 마친 뒤 시각장애 외국인 승객을 자신의 자가용으로 목적지까지 데려다준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새천년미소 소속 51번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김수찬(65) 기사다. 김씨는 지난 1일 밤 경주 시내에서 KTX 경주역(구 신경주역) 방면으로 향하던 외국인 남녀가 버스에 탑승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해당 시간대 51번 버스의 종점은 경주역이 아닌 문화고등학교 앞이었다. 해당 노선의 종점은 경주역과 7.8㎞ 떨어진 곳이다. 특히 남성 승객은 시각장애인이었고, 동행 여성은 낯선 곳에서 난감한 표정이었다. 이를 지켜본 김씨는 주저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는 시내버스 운행을 마친 뒤 자신의 차량에 두 외국인을 태우고 직접 경주역까지 안내했다. 이 사연은 마침 같은 버스를 타고 퇴근 중이던 경주시 내남면 행정복지센터 강호지 산업팀장을 통해 알려졌다. 강 팀장은 당시 상황을 지켜본 뒤 승객의 동의를 얻어 촬영한 사진과 함께 사연을 주변에 전했다. 사진 속 여성 승객은 “부끄럽다”며 얼굴을 손으로 가렸지만, 두 사람 모두 당시 버스를 몰았던 김 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앞서 김 씨는 2021년에도 승객이 심정지 상태에 이르자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해 ‘TS 교통안전 의인상’을 받은 바 있다. 김수찬 기사는 “그 상황이었다면 누구라도 저 처럼 했을 겁니다”라며 “경주를 찾은 손님이 불편하지 않게 여행을 마쳐서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역 교통의 최일선에서 시민과 방문객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기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이런 따뜻한 마음이 경주를 찾는 이들에게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2025-08-06

폭염에 ‘끓는 바다’ 양식장 물고기 지켜라

속보=폭염이 이어지면서 경북 동해안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양식생물 폐사 위기<본지 8월6일자 1면 보도>가 더해지자 포항시가 30억 원을 투입해 포항의 양식장에 있는 1369만 마리의 어류 지키기에 나섰다. 포항시는 30억 원을 투입해 육상양식은 39곳(1155만 마리), 해상가두리는 17곳(190만 마리), 축제식은 6곳(18만 마리), 연승식은 47곳 등 109개 양식장에서 키우는 강도다리, 조피볼락, 넙치 등 1369만 마리의 어류 피해 최소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양식 어가에 방제 장비와 물품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시설 현대화와 보험료 지원 등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한다. 지역 내 양식 어가에서는 액화 산소 공급기, 저층수 공급장치, 히트펌프, 냉각기 등 1970대의 방제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포항시는 이 장비들이 고수온 시기에 효과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현장 기술 지도와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고수온 피해 방지를 위한 4000만 원의 방제비를 편성해 얼음, 면역증강제 등 방제 물품을 지원하며, 이상 수온 대응 지원사업(3억2200만 원)으로 순환펌프 682대, 액화 산소 670톤, 산소 용해기 6대, 수중교반기 4대 등을 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포항시는 양식 어가의 재해 부담을 덜기 위한 양식수산물 재해보험료 지원도 진행한다. 1억6100만 원 상당을 들여 보험 자부담금의 70%를 지원하고 있으며, 수산 재해로 인한 양식수산물과 시설물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히트펌프를 보급하는 양식장 친환경에너지 보급사업(4억5000만 원), 저층수 취수라인 개·보수 등을 위한 양식장 시설현대화사업(12억2000만 원), 어류 면역력 강화를 위한 수산 동물 예방백신 공급사업(8억2900만 원)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흥해읍 오도리 강도다리 육상 수조직 양식장을 방문한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에게 현행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의 치어 기준을 기존 50g에서 20g으로 완화해줄 것을 건의했다. 현재는 중량 50g 미만의 치어는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 자연재해 등으로 폐사하면 어업인들이 직접 피해를 떠안게 된다. 정철영 수산정책과장은 “이상기후가 반복되며 양식 어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데, 고수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가용 자원과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6

우리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

여행은 설렘을 동반하는 말이다.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잠시 ‘떠남’이 주는 여유를 즐기다 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꽤 새롭다. 우리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이고 여행이 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국내이건 해외이건 장소는 상관없다. 정여울 작가는 ‘여행의 쓸모’에서 여행을 ‘일상의 뒤치다꺼리에 잠식되지 않는 시간, 타인의 시선에 일희일비하며 상처받지 않는 시간, 그런 시간의 발자국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라고 썼다. 일상이 반복되고 있는 아이들과 여행의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방학이어도 매일 학원과 학교로 향하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아이들에게 잠깐의 여유를 찾아 지난 주말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 건축투어를 하기로 하고 자세한 건 아이들에게 맡겼다. 주말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방학과 휴가가 있는 때여서 박물관이 개장 전임에도 불구하고 줄이 몇 겹이나 만들어져 있었다. 많은 인파에 놀랐는데 대부분 이른 아침부터 여러 지역에서 자녀들과 함께 중앙박물관으로 온 부모들이었다. 오전 10시 개장과 동시에 입장이 시작되고 우리는 특별전이 열리는 ‘마나 모아나’로 향했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같았지만 영화 ‘모아나’를 재미있게 본 터라 오세아니아의 전통 예술과 철학을 상상하며 관람을 시작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카누 영상이 나와 우리들을 태우고 전시실 안으로 데려간다. 전시실 안은 카누와 장신구들이 여러 컨셉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입장권에도 독특한 글자와 가면의 모습이 그려졌는데 조각상들이 어디서 본 듯한 이국적인 향기를 풍겼다. 전시실에는 그들의 삶을 이어주던 카누가 실제 모습 그대로 놓여 있다. 그들에겐 항해의 기술이 중요했던 것처럼 파도와 뜻밖의 재난을 피하기 위한 날씨도 중요했다. ‘호스’는 그들이 항해 시에 가지고 다닌 날씨 부적이었는데 작은 조각 하나에도 바다의 삶에서 살아남기 위한 간절함이 느껴진다. 장례 의식을 치를 때 쓰이는 장신구들 가면, 돼지 뼈로 만든 남성의 장신구가 남성의 강인함을 상징한다고 했다. 카누와 장신구들은 그들의 손끝에서 바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출구로 나오니 앉을 수 있는 자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점심 후에도 상설 전시를 보기 위해 재입장을 해야 했는데 여전히 입장하는 줄이 길게 이어졌다. 다시 지하철 4호선을 타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건축투어를 하러 갔다.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건축 투어는 두 자리가 남아 아이들만 투어를 하기로 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도착하니 어울림광장에서는 여름 축제로 스케이트보드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후끈한 열기가 무대를 에워싼 사람들 사이로 전해졌다. 어울림마당에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그 길에는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를 홍보하기도 하고 건물이 연결되는 그늘진 곳에서는 서울거리공연이 열려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기둥 없이 만들어진 건물이 독특한데 입구인 B2부터 4충까지 이어진다. 4층의 잔디사랑방에는 저녁 어스름에 밴드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건축에 관심을 둔 아이는 건축에 관한 용어를 알아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만족해했다. 남은 시간 광화문 교보문고와 해리포터 팝업스토어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소비를 즐기고 포항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으로 돌아왔다. 2층의 계단참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며 종일 걸었지만 불평이 없으니 아이들이 주도하는 여행이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05

마음 세탁소

경주시 안강읍 산대 11리에는 빨래터가 남아 있다. 중복에 가족들과 옥산서원 근처에 낙지볶음을 먹고 복달임하려고 들렀다. 동네 어디쯤이라고 대충 듣고 찾아가니 못 찾아 길가 텃밭에서 빨간 고추를 한 소쿠리 딴 아주머니께 여쭈었다. 오던 길로 되돌아 가면 공원에 소나무 있고 운동기구 있는 곳이 나오니 거기가 빨래터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공영주차장 벽에 빨래하는 그림이 환하게 우릴 반겼다. 주차장 바로 앞이 화전소공원이었다. 공원 둘레에 색색의 백일홍을 심어서 소담스러운 풍경이었다. 팔각정이 보여 다가가니 어르신들이 모여 윷놀이로 더위를 잊고 계셨다. 어디서 왔냐며 올라앉으라며 권하셨다. 포항에서 빨래터 구경하러 왔다고 하니 시원한 냇물에 발도 담궈 보라며 웃으셨다. 바로 옆에 맑은 물이 흐르고 운동기구가 잔디를 따라 놓였다. 돌계단을 따라 빨래터에 내려가 발을 담궜다. 시원한 물이 종아리까지 적셨다. 물고기들이 바닥을 헤엄치고 다녔다. 칠평천에서 내려오는 물이 빨래터를 지나 공원 밑으로 흘렀다. 이름만 빨래터인 건 아니다. 실제로 주민들은 집에서 빨기 어려운 커다란 돗자리 같은 것들을 이곳에 갖고 와서 씻는다. 환경보호를 위해 화학 세제는 금지다. 조선의 풍속화가 김홍도와 신윤복도 빨래터가 그림의 소재였다. 그림 속 아낙네 몇이 개울가에서 빨래한다. 그림 왼쪽의 어린아이가 딸린 여성은 머리를 풀어 헤쳐 감은 뒤 다시 땋는다. 그 아래의 여성은 긴 빨래를 비틀어 짜면서 건져낸다. 그 오른쪽에 방망이질하는 여성 둘이 무슨 이야기인지 한참 이야기 삼매경이다. 그림 오른쪽 위의 갓을 쓰고 쥘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양반이 보인다. 신윤복의 그림 ‘빨래터의 사내’를 보자. 개울가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여인, 흰 천을 펼치는 할미, 그리고 목욕을 마쳤는지 젖은 어여머리를 땋고 있는 젊은 여성이 보인다. 왼쪽의 젊고 늘씬한 몸매의 사내는 활과 화살을 들고 눈길은 젊은 여성에게 꽂혔다. 오래전부터 빨래터는 남성과 여성이 만나는 공간이었다. 황진이의 어머니는 18살에 병부교 다리 밑에서 빨래하다 양반을 만나 황진이를 낳았고, 고려 태조 왕건은 빨래터에서 만난 여성과 관계하여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은 고려의 두 번째 왕이 된다. 빨래터는 여성들 고유의 일터이자, 수다 떠는 곳이다. 여성의 합법적 집을 나오는 탈출로였고, 동네 소식을 듣고 빨래를 두드리며 스트레스도 해소했다. 여름철엔 밤에 나와 아낙네들이 멱을 감으며 더위를 쫓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주민들은 화전 빨래터를 ‘마음 세탁소’라고 부른다. 빨래를 핑계로 모여 앉아 수다도 떨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물멍을 하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고 했다. 낮에는 마을 어르신들과 주변 주간보호센터의 어르신들이 꽃구경하러 찾아오고 오후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저녁에는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운동기구도 이용하고 벤치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는 동네 사랑방이 된다니 사람 사는 공간이었다. 도시화로 집마다 세탁기를 들이며 빨래터 풍경은 사라졌다. 안강읍 산대 11리의 빨래터에도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났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2021년 부녀회와 청년회가 주축이 된 ‘화전마을 꽃두레’가 경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주관한 주민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부터 공원 만들기에 속도가 붙었다. 철마다 피는 꽃을 심고 마을주민이 화합해 성과를 보이니 3년 연속 공모사업에 선정되는 결과를 얻어냈다. 안강읍 산대11리 화전마을은 여전히 냇가에 모여 정을 나누는 빨래터를 가진 마을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05

가족끼리, 연인끼리 ‘봉화 계곡여행’ 떠나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후끈후끈한 태양은 바다로 계곡으로, 산과 강으로 피서를 떠나게 만든다. 눈치 볼 것 없는 숲속 조용한 계곡 여행은 매력적이다. 가족들이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봉화엔 불볕더위를 식히고 호젓하게 휴가를 보내기 좋은 계곡이 많다. 백리장천 고선계곡, 사미정계곡, 반야계곡, 석문동 참새골계곡, 우구치계곡 등이 바로 그곳들. 그중 어느 곳을 여행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고선계곡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청정지역인 고선계곡은 태백산에서 발원한 계곡 중 가장 길어 100리에 이르며, 풍부한 수량과 울창한 숲, 기암괴석의 절벽은 태백산 계곡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힌다. 고선계곡 상류는 열목어가 서식할 정도로 깨끗하다. 계곡 길은 그다지 넓지 않고 예부터 주민들이 다니던 길을 포장했다. 편리를 위해 계곡과 산을 훼손해가며 도로를 확장하고 테크길을 만든 피서지와 다른 부분이다. 고선계곡은 자연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더욱 가치가 커 보인다. 펜션, 민박이 있으며 노지캠핑이나 숲 그늘에 자리 잡고 물놀이 하기도 좋은 곳이다. 외길로 나란히 이어지는 계곡은 굽이굽이 백리장천이다. 민족의 영산 태백산답게 아름다운 물길을 만들어 놓았다. △사미정계곡 태백산, 문수산, 구룡산에서 발원한 운곡천 물줄기는 춘양면을 거쳐 낙동강으로 이어진다. 물줄기 따라 옛 선비들이 자연을 벗 삼아 학문과 인생을 논하던 정자가 많이 남아 있다. 정자 자체의 아름다움과 억겁의 세월이 만들어 낸 자연, 그곳에 사미정 정자가 있다. 또한 사미정 계곡이 자리했다. 맑고 깨끗한 풍광으로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었던 이곳에는 굽이친 계곡 따라 암반과 소나무가 어우러지고 너럭바위가 푸른 물길을 만들어 낸다. 물고기와 다슬기를 잡으며 여유 있게 지낼 수 있는 물놀이 장소다. △반야계곡 백병산(1154m) 묘봉(1169m), 민등산에서 시작한 물길이 반야계곡이며 석포면에서 낙동강과 합류된다. 반야계곡은 10여km의 길이로 잔잔한 시냇물처럼 흐르는 분위기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기암절벽과 협곡이 있어 웅장함의 비경을 만들고 있다. 신록이 가득한 소나무 숲으로 이어진 계곡은 청명한 물과 새소리를 벗 삼기에 좋다. 복잡한 계곡이나 피서지의 모습이 아니라 오붓한 정겨움이 묻어 나오는 풍경이다. 계곡의 시원한 경치와 물소리, 때 묻지 않은 깨끗함 속에서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피서지다. △석문동 참새골 백두대간 줄기로 태백산과 구룡산 자락이 흘러내리고 맑고 깨끗한 자연 절경으로부터 감동의 깊이가 고스란히 전해 오는 곳이 참새골이다, 찌르듯 곧게 자란 춘양목이 울울창창 하늘을 가리고, 짙푸른 계곡, 길섶으로 물소리와 바람 소리 청명하다. 천연의 요새로 전쟁 때 피난하던 곳이며, ‘정감록’에 기록된 전국 십승지 중 한곳이다. △우구치계곡 백두대간 봉화 구룡산, 삼동산, 옥돌봉에서 출발한 물줄기는 우구치계곡을 거쳐 영월로 이어져 남한강에 합류한다. 우구치 계곡은 영월 내리천의 최상류로 맑은 물과 우거진 산림으로 원시 자연을 품고 있는 계곡이다. 오지의 풍경을 간직한 우구치계곡은 금정계곡이라고도 하며, 춘양 서벽리 백두대간 수목원에서 88번 도로 영월 방향으로 고개 하나를 넘으면 가닿을 수 있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05

“절체절명의 철강”…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 지정 사활

“산업용 전기요금이 크게 오른 것만 해도 애로가 많습니다.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합니다”. 5일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 지정을 위한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현지실사단을 만난 포스코,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렇게 호소했다. 미국의 철강 관세 50%가 그대로 유지돼 큰 타격을 받게 된 세아제강, 넥스틸 등의 강관업체도 어려움에 직면했다. 포항시는 현지실사단과의 종합상황 점검 회의에서 하루 빨리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건의했다. 포항제철소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저가 중국산 철강과의 경쟁과 더불어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적자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임을 강조하면서다. 특히,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 에너지 비용 급등, 산업구조 전환 등 복합 위기를 겪는 철강업계를 지속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철강산업 위기가 지역 내 협력 중소기업과 일자리 생태계 전반에 침체를 유발하고 있어 국가적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100명이 넘는 여야 의원이 정당을 초월해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K스틸법)을 발의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포항시 투자기업지원과 관계자는 “어려움에 처한 철강기업이 생산을 줄일 경우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의 분야가 필요로 할 경우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는 등 연관산업마저 어려움에 직면한다”라면서 “철강도시 포항을 살리는 것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경북도는 지난달 18일 산업부에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9월 중에 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정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으로 지정되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우대, 이자차액 보전, 컨설팅, 고용안정 지원 등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을 2년간 집중 추진하게 된다. 한편, 정부는 지역의 주된 산업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시의성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으로 신청하는 요건을 현실에 맞게 변경했다. 3월 4일부터 이런 내용을 포함한 ‘지역 산업위기 대응 제도의 지정 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시행했다. 덕분에 세계 최대 규모 단일 화학산단인 석유화학산단을 품은 여수시는 지난 5월 전국 최초로석유화학 분야에서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으로 지정됐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5

“동부초 이전, 학교 존립 위한 필수 과제”

“동부초 이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향후 학교의 존립을 결정짓는 필수 과제가 됐습니다” 5일 오전 경북매일신문과 인터뷰에 나선 김일근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사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날 김 회장은 동부초 총동창회 회장 자격으로 이런 의견을 내놨다. 포항국제컨벤션센터(POEX-포엑스) 2단계 확장을 위해 동부초 이전이 필요하다는 포항시와 명확한 실행 계획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포항교육지원청이 대립하는 상황에서다. 김 회장은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서울 중심에 있는 학교도 폐교 하는 상황인데, 경북 제1의 도시로 불리는 포항 역시 도심 한복판에 있는 중앙초가 폐교되는 아픔을 겪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동부초도 해마다 학생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 신축 이전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부초에 관한 관심과 애정도 남다르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베체트’라는 희소병에 걸려 한순간에 시력을 잃었고, 지금은 아주 밝은 빛도 보지 못하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극심한 심적 고통이 밀려올 때면,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신나게 뛰어놀며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가진다고 했다. 김 회장은 “어릴 적 학교 정문으로 걸어가면 500년 된 회화나무와 이순신 장군 동상, 담벼락을 따라서 잣나무, 샐비어꽃 등 식물들이 심겨 있었다”면서 “눈을 감아도 옛날 교정의 그 모습이 생생하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소중한 학교의 폐교를 막기 위해 지난 5월 23일 총동창회 임원들과 함께 ‘동부초 이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추진위원장을 맡은 김 회장은 포항교육지원청과 포항시 등 동부초 이전 업무 담당자들을 만나며 협의와 중재 역할 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공청회와 학부모·학생 의견 공개 수렴이 필요한데, 교육지원청의 완강한 반대로 꼭 필요한 절차를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라면서 “ 열린 마음으로 소통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05

고수온에 폐사 위기… 양식장 ‘발동동’

“수온은 오르는데, 대책은 가라앉고 있습니다” 5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오도리에서 강도다리 육상 수조식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영복(63) 오도수산 대표는 이렇게 호소했다.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과 경북도·포항시 관계자들이 고수온 대응 상황 점검을 위해 방문한 자리에서다. 김 대표는 “마을 어민 12명 중에 1명만 남았다"라면서 "어업은 사라지고 펜션 사장만 남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경북 동해안 연안에는 지난달 9일 고수온 예비특보, 지난 1일에는 고수온주의보가 발령됐다. 현재 동해중남부 연안에도 고수온주의보가 유지 중이며, 폭염이 지속됨에 따라 향후 수온 상승과 양식생물 폐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현재 포항의 양식장은 109곳, 양식 어류는 총 1369만 마리에 달한다. 육상양식은 39곳(1155만 마리), 해상가두리는 17곳(190만 마리), 축제식은 6곳(18만 마리), 연승식은 47곳 등이다. 정부는 고수온 대응을 위해 올해 30억22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개인 방제장비 1970대를 현장에 배치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체감이 되질 않는다“라면서 ”장비보다 운영비가 부담이 큰 탓에 냉각기와 산소 공급 장치를 돌리려면 결국 전기요금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수온 특약보험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김 대표는 “강도다리 치어 수만 마리를 보험에 넣었지만, 보상 받은 적은 없다”라면서 “폐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20~30g 시기에는 보상 자체가 되지 않는데, 왜 가입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하루 냉각기 돌리면 전기요금만 10만 원이 넘어서 농업처럼 특례요금이 필요하다”면서 “양식업은 한 번에 폐사 피해가 수억 원인데, 왜 산업 대접을 못 받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금은 수온이 잠깐 떨어졌지만, 바람 방향 하나만 바뀌면 다시 섭씨 28도를 넘고 그 상태가 3~4일만 지속돼도 대량 폐사한다”면서 “작년엔 성체 11t이 죽었다”고 강조했다. 수심 50m 저층수 활용 방안도 논의했다. ‘1㎏ 라인 수심 2m·깊은 라인 200m까지 연결·17도 수준의 저층수 온도’라는 조건에 실제로 폐사가 줄었는데, 어민들이 선제적으로 효과 여부를 실험 중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포항시·국립수산과학원·경북도어업기술원은 아직 실험 단계다. 김영복 대표는 청년 어업인을 위한 공간 할당을 제안했다. 그는 “양식장 하나 짓는 데 70억 원이 들어서 청년들이 감당할 수 없고, 도시 처럼 구획하고 설비까지 해둔 구역을 임대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정책도 실험도 결국 어민이 체감하지 못하면 소용없고, 현장과 제도는 아직 멀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김성범 차관은 “양식업은 국가 식량산업의 핵심이며, 전기요금 특례와 보험 보장 범위, 청년 어업인 육성 등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정책 검토에 적극 반영하겠다. 어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5

“노곡동 침수 사고는 명백한 人災 책임자 문책·피해보상 실시하라”

(사)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안실련)이 5일 성명을 통해 “노곡동 침수 사고는 총체적 관리부실에 의한 명백한 인재“라며 “대구시는 대시민 사과와 함께, 관련 책임자 문책 및 피해보상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4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대구 노곡동 침수 사고 조사단은 “대구시가 관리하는 직관로 수문이 고장으로 3%만 열려 제기능을 상실했고, 배수로 제진기(배수펌프에 유입되는 쓰레기 등 부유물질을 걸러내는 기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침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북구청이 관리하는 고지배수로 수문 역시 제대로 닫히지 않아 수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펌프장 수문과 게이트펌프 등도 고장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안실련은 “이번 사고의 본질은 관리 주체가 대구시와 북구청으로 이원화된 탓에 책임 있는 운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총체적 관리부실에 의한 인재이다”라고 강조하면서 “2010년 발생한 침수 피해 당시 약 1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고지배수터널을 설치해 더 이상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설치된 장치들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고 매뉴얼은 무용지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 공백 상황에서의 공직사회 기강 해이와 지휘체계 부재 역시 사고 대응의 심각한 허점으로 드러났다”면서 “전임 시장인 홍준표 전 시장은 정치적·행정적 책임을 결코 비켜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배수시설 운영·관리 체계를 일원화하라”며 “관할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를 종식하고 통합 운영 및 관제 체계를 구축해 유사 사고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라”고 말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8-05

나만의 어장 보며 스트레스 푼다… ‘물고기 멍’ 이색 취미 확산

화려한 꼬리를 가진 구피, 폭풍 번식이 특징인 체리 새우, 푸른색과 붉은색을 함께 뿜어내는 열대 물고기 네온테트라 등 ‘관상어’를 보면서 지친 마음을 달래는 ‘물고기 멍’, ‘물멍’이 유행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유튜버가 ‘물멍’과 ‘비바리움’(테라리엄 속에 소동물을 함께 넣어 감상하는 원예 활동)을 취미로 소개한 이후 국민적 관심도가 커졌다. 포항에서도 ‘물멍’을 이색 취미로 삼은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2012년 개설한 ‘포항 열대어 모임’은 2300여 명의 회원을 자랑하는데, 하루에도 수십 건의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온다. 자신의 수조를 소개하는 ‘물방’ 사진부터 열대어 사육 팁, 장비 후기, 무료 나눔 소식까지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한 회원은 “집에 돌아와 어항 조명을 켜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녹는다”며 “출근길에는 다른 사람들의 물방 사진을 보며 짧은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물멍족’이 늘면서 수족관 매장도 인기다. 포항에는 각종 열대어, 새우, 수초, 유목, 여과기 등 장비를 갖춘 전문 매장들이 많다. 남구 오천읍의 한 수족관은 단순한 관상어 판매를 넘어 미니 생태계를 구현한 테라리움, 비바리움, 팔루다리움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테라리움은 유리 용기에 식물을 키우는 방식이며 비바리움은 여기에 소형 동물까지 함께 사육하는 형태다. 팔루다리움은 물과 땅, 동물과 식물이 공존하는 수조형 생태계로 최근 인테리어 아이템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대구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A씨는 “사장님이 직접 만든 팔루다리움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나만의 힐링 공간을 만들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물고기가 수초 사이를 유영하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정화된다”고 말했다. 물고기 나눔 문화도 퍼지고 있다. 북구에 있는 한 양식당은 손님에게 직접 키운 구피를 무료로 분양해 눈길을 끈다. 식당 관계자는 “한 손님이 ‘물고기 멍이 너무 힐링된다’며 식사 후 구피 몇 마리를 더 받아갔다”며 “찾아오는 분들 중에 물고기 키우는 데 관심 있는 분들이 제법 된다”고 전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등지에도 ‘알비노 풀 플래티넘 화이트’, ‘블루 테일 구피’ 등 소형 열대어를 나눔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취미 진입 장벽을 낮추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물멍’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현대인의 정서적 갈증과 맞닿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병대 위덕대 반려동물학부 교수는 “물고기, 수초, 수조 장식물 등을 돌보는 일은 시끄럽지 않지만 일상 속 생명을 바라보고 돌보는 깊은 행위”라며 “디지털 피로와 인간관계 소진 속에서 반응 없는 생명체와의 조용한 교감이 새로운 위안 방식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5

AI가 매칭하지 않았다면?···생후 4개월 영아 돌보미 ‘아동학대’ 의심 신고

'아동 안전이 최우선···포항시, 아이돌보미 관리 철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4일 배포한 포항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아이돌보미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는데도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발생한 사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올해만 3월과 7월 2차례에 걸쳐 포항시가족센터 소속 아이돌보미 대상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했고, 마음 건강 지원 사업을 통해 인·적성 검사와 심리 안정 프로그램까지 진행했는데, 아동학대 의심 신고 사례가 발생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내용은 이렇다. 포항시 북구 창포동에서 생후 22개월과 4개월 자녀를 키우는 주부 A씨가 지난 1일 맘카페에 아이돌보미의 학대가 의심되는 홈캠 영상과 함께 시간대별로 아이돌보미의 생후 4개월 영아 학대 의심 정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울고 있는 영아를 달래지 않고 방치하거나 거칠게 역류 방지 쿠션에 눕히고,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영아를 의자에 앉혀 놓거나 아이 혼자 두고 자리를 비우는 등의 행동들을 지적했다. 포항시는 3일 조정위원회를 열어 아이돌보미의 의견을 청취한 뒤 ‘활동 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고, A씨가 경찰에 신고한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자격 취소 등의 강력한 행정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돌봄 대기 해소를 위해 긴급·단시간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여성가족부가 도입한 ‘AI(인공지능) 기반 일시 연계 방식’이 이번 사건의 한 원인이 됐다고 포항시는 지적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생후 3개월부터 만 12세까지 받을 수 있는데, 수요가 많아서 정기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많게는 6개월에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주말이나 긴급한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걸쳐서 아이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평일에는 아이돌보미를 보유하고 있는 민간 위탁 기관인 포항시가족센터가 아이돌보미와 일시 연계를 신청한 가정과 매칭을 해준다. 가족센터는 아이돌보미의 특성을 잘 알기 때문에 영아들의 경우에는 경력자 위주로 배치하는 등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다. 반면에 AI는 아이돌보미의 경력 등 특성과 관계없이 일시 연계를 신청한 가정 주변에 거주하면서 돌봄서비스 업무를 하지 않고 있는 아이돌보미에게 곧바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돌보미가 돌봄서비스를 수락하면 자동으로 연계되는 방식이다. 한편, 올해 상반기에 포항시는 포항시가족센터를 통해 1540가구, 2784명의 아동에 대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했지만, 6월 말 기준 대기 가정 수는 257가구에 달한다. 그나마 포항시가족센터가 올해 124명의 아이돌보미를 추가로 채용해 대기 가정 수와 대기 시간을 다소 줄였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4

경산시선관위 타인 명의로 국회의원에 수천만 원 후원 한 기부자 고발

경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타인 명의로 국회의원 후원회에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혐의로 A산업 대표 B씨와 해당 기업 계열사 직원 C씨를 대구지방검찰청에 형사고발했다. 4일 경북선관위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8월쯤 C씨에게 “국회의원 4명(대구지역 의원 3명, 비례대표 1명)의 후원회에 각 2000만 원씩 총 8000만 원을 기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C씨는 A산업과 그 계열사 임직원 60명의 명의를 무단으로 사용해 각 후원회에 100만~200만 원씩 송금하는 방식으로 기부를 실행했다. 이 방식은 정치자금법에서 정한 개인 기부한도를 크게 초과한 것으로, 기부 명의 역시 허위로 판단된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법 제2조 제5항에서는 누구든지 타인의 명의나 가명을 사용해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법 제11조는 개인이 국회의원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연간 총 20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하나의 후원회에는 500만 원을 초과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된다. B씨와 C씨는 이 두 조항을 동시에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선관위는 이들이 명백한 공모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선관위 관계자는 “후원금 기부는 대한민국 정치문화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수단이지만, 법적 절차와 한도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명의 도용 기부는 후원회뿐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04

재선충에 속절없이 무너진 포항의 숲 ‘붉은 비명’만 남았다

21년 전 포항에서 처음 보고된 소나무재선충병은 여전히 숲을 갉아먹고 있고, 푸르름을 내뿜던 소나무는 붉게 물들며 신음하고 있다. 지난 2일 호미 반도의 시작점인 포항시 남구 동해면 금광리에 들어서자 도로 갓길 옆 생을 마감한 소나무가 눈에 띄었다. 가지는 말라비틀어졌고, 줄기 껍질은 일그러져 벗겨지고 있었다. 한때 산 전체를 감싸던 짙은 녹음은 사라지고 검붉게 드러난 나무 뼈대들이 황량하게 서 있었다. 동해면 임곡리로 들어서자 야트막한 산등성이 위로 우람했던 소나무들이 병든 모습으로 서 있었다.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병든 채 숨이 끊긴 나무처럼 처연했다.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관광지 주변 산도 병세가 깊었다. 바람에 떨어진 솔방울과 솔잎들이 바닥을 덮었고, 앙상한 가지들은 방향을 잃은 채 뒤엉켜 있었다. 반쯤 마른 나무들은 건강한 줄 착각하게 하지만 가까이 보면 침엽수 고유의 윤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임곡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씨는 “펜션 바로 옆에 있는 소나무가 7~8년 전부터 조금씩 말라가기 시작했고, 줄기까지 새까맣게 벗겨져선 죽어버렸다"면서 "함부로 베어낼 수도 없고,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흥환간이해수욕장 근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던 해송 군락이 사라지고 죽은 나무 몇 그루만 앙상하게 남았다. 그 위로 날아든 까마귀 한 마리가 연신 껍질을 쪼아댔다. 생명을 잃은 나무 위에서조차 또 다른 생명이 생존을 위해 파고들었다.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벌목지에는 낙석 방지막이 설치돼 있다. 급경사지에 나무가 사라지자 토사 유실을 막기 위해 급히 조치한 것이다. 그러나 벌거숭이 된 산은 여전히 무방비하다. 낙엽이 깔렸어야 할 땅엔 잘린 나무의 흔적만이 흩어져 있다. 발산리 한 야산은 전체가 이미 벌목을 마친 상태다. 줄지어 자란 소나무들은 사라지고 휑한 경사면만 남았다. 나무 하나 없는 산은 속살을 훤히 드러낸 채 하염없이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호미곶면 대동배리로 접어들면 고사한 소나무 위로 담쟁이덩굴이 자리를 잡고 올라간다. 살아 있는 나무를 덮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죽은 나무에 남겨진 줄기를 덮는 덩굴은 묘한 공허감을 안긴다. 30년 넘게 마을에 거주한 김모씨(70)는 “바위 위에 바람이 불고 태풍이 와도 꿋꿋하게 서 있던 소나무도 순신간에 재선충에 감염돼 사라져 쓸쓸하기만 하다”며 한때 마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소나무 이야기를 전했다. ‘지뢰 매설지역’이라는 붉은 경고판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도 재선충에 말라 죽은 소나무들이 여전히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가지를 잃고 비틀린 채 하늘을 향해 뻗은 나무들은 마치 살려달라 외치는 듯 침묵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호미반도 둘레길을 걷던 이명자(58)·박진호(62) 부부는 “때 아닌 단풍인 줄 알았는데, 말라 죽은 소나무였다"라면서 "우리가 기억하는 포항은 푸른 바다에 초록 소나무였는데 지금은 죽음의 색으로 덮였다”며 아쉬워 했다. 호미곶 해맞이광장 인근의 일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명소의 해송들도 고사한 채 남아 있었다. 일부는 반쯤 마른 상태였고, 일부는 이미 잘려 흔적만 남았다. 사진작가 이윤재씨(43)는 “SNS에 해송 사진 올리면 다들 감탄했는데 이젠 그 자리에 병든 나무만 남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기읍성 뒷산으로 가보면 푸른 대숲과 고사목이 기이하게 공존한다. 붉게 물든 고사목이 능선을 따라 이어지고 푸르른 대나무와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산 아래 민가까지도 재선충 피해가 번져 있었다. 50년 넘게 이 마을을 지킨 오모씨(75)는 “어릴 적 저 산에 소풍도 가고 도토리도 주웠다. 지금은 다 말라서 겁난다. 마을 쪽으로 벌레가 내려오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숲이 푸르니까 그래도 숨통은 트인다"며 한숨지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구룡포에서 장기까지 이어지는 구간의 바다 쪽은 동해의 짙푸름이 반짝이지만, 반대편 산들은 죽은 소나무로 검붉게 뒤덮였다. 반짝이는 바다 풍경과 병든 산의 대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침묵하게 만든다. 과연 같은 시공간인지 믿기 어려울 만큼 격차가 크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의 산들도 예외는 아니다. 곳곳에서 벌목이 이뤄졌지만 이미 감염이 번진 뒤였다. 등산로 입구는 벌겋게 고사한 나무로 둘러싸여 있었고 뒷산까지 감염 흔적이 역력했다. 2대째 복숭아를 재배하는 정모씨(55)는 “처음 재선충이 발생했을 때 방재를 요청했지만, ‘순서대로 한다’는 이유로 미뤄졌고, 결국 산 곳곳으로 퍼졌다”고 말했다. 신광면 비학산은 학이 날개를 펼치는 듯한 능선으로 이름 붙여졌지만, 지금은 재선충 피해로 날개 끝이 썩어 들어간 듯하다. 인접한 야산까지 피해가 확산한 상태였다. 정상부터 시작된 고사 현상이 산 전체로 퍼지고 있었고 녹색의 생명력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죽음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포항시 녹지과 관계자는 “소나무재선충은 길이 약 1mm의 실처럼 가는 선충으로 단 3~5일 만에 성충이 돼 빠르게 번식한다”며 “이 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하지 못하고 북방수염하늘소나 솔수염하늘소 같은 매개충이 옮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하늘소는 겨울 동안 소나무 속에서 월동한 뒤 봄에 우화해 건강한 소나무를 가해하고 이 과정에서 재선충이 함께 전파된다”고 덧붙였다. 방제 방식에 대해서는 “초기에는 감염목만 베어내는 ‘단목 방제’를 실시했지만, 지금은 감염 확산이 심해서 감염목 주변의 미감염목까지 함께 제거하는 ‘모두베기’ 방식으로 전환했다”며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동해면, 장기면, 호미곶면 등은 현재 방제 특별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해당 지역은 모두베기와 수종 전환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베어낸 자리는 법에 따라 3년 이내에 반드시 조림해야 하며 재감염 방지를 위해 소나무가 아닌 다른 수종을 심고 있다”며 “산사태 우려와 관련해 시민들이 걱정할 수는 있지만 나무를 베어낸 뒤에도 뿌리는 그대로 남아 있어 2~3년 동안 토양을 단단히 붙잡아준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항공 방제는 익충까지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시행하지 않으며 매개충의 활동 시기에 맞춰 드론을 활용한 국지적 방제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도 이미 여러 차례 방제해 재선충 확산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4

포항시, 1조 원 규모 호미반도권 관광개발 본격화

포항시가 추진 중인 ‘호미곶 골프&리조트 조성사업’과 ‘코스타밸리 관광휴양지구 개발사업’이 각각 지난달 10일과 24일 열린 도시관리계획위원회 심의에서 토지적성평가를 최종 통과, 동력이 붙기 시작했다. 포항시도 본격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총 1조원이 투입되는 이 두 사업은 체류형 관광 인프라 확충과 지역 일자리 창출, 해양관광 특구 지정 등 호미반도권 광역 관광개발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먼저 남구 장기면 두원리 일원 약 165만㎡ 부지에 들어서는 ‘코스타밸리 관광휴양지구’는 2028년까지 총 8677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복합관광 단지다. 이 사업은 앞서 경북도 제7차 권역별 관광 개발계획과 포항시 2030 도시기본계획에 반영된 것으로, 500실 규모의 호텔·콘도 숙박시설을 비롯 골프장, 펫파크, 스마트 레이싱, 딥다이브, 푸드테크 관광센터 등을 갖춘 대형 복합 레저시설로 조성된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 흐름에 발맞춰 세계 장수마을 ‘블루존’ 개념을 도입한 웰니스센터와 온천시설이 결합돼 아시아 최고 수준의 장기체류형 리조트로 개발된다. 이 사업은 국내 최대 민간 관광단지 운영사인 ㈜모나용평과 토지소유주인 ㈜중원이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코스타밸리모나용평㈜’이 주관한다. 시행사가 이미 사업지 대부분의 토지를 이미 확보해 안정성과 실현 가능성이 크다.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 일원 127만㎡ 부지에 총 사업비 1745억원을 들여 조성할 ‘호미곶 골프&리조트’는 2007년 9홀 규모 골프장 조성계획이 고시된 이후 장기간 지연됐던 지역 숙원 사업이다. 2021년 민간사업자 승계를 계기로 18홀 골프장과 고급 리조트를 포함한 관광휴양단지로 재편됐다. 이 사업 역시 현재 사업 부지의 99%가 확보된 상태다. 빠른 시일 내 착공, 2027년 말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포항 최초의 골프빌리지를 비롯 다양한 관광·휴양·레저시설이 계획돼 있다. 포항시는 2건 모두 내년 초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해당 지역 주민들은 관광 활성화와 지역 소득 창출에 기대를 걸며 대체적으로 사업계획을 환영하고 있다. 정모씨(62·호미곶면)는 “호미곶에는 호미곶 광장 말고는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었는데 골프장 등 복합관광 단지가 들어서면 연중 호미곶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역경제도 활성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2건 사업이 포항 관광 투자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후속 행정절차를 신속히 마무리 짓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는 방침으로 있다”고 밝혔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8-04

지방도 건설 토지 보상 업무, 시·군보다 전문기관이 맡아야

경북 주요 도시를 연결해 간선도로망을 이루는 ‘지방도’ 건설사업 주체인 경북도는 토지 등에 대한 보상업무를 기초단체인 시·군에 위임했다. 예산을 주는 경북도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일선 시·군은 달갑지 않다. 타 업무를 병행하는 보상 담당 공무원의 업무 과부하, 전문성 부족, 잦은 인사이동 때문이다. 보상이 지연되면 사업이 늦어지면서 비용도 추가되고, 결국 주민 피해로 돌아간다. 김진철 경북도 도로행정팀장은 “보상업무는 까다로운 민원을 직접 다뤄야 하는데다 전문성이 필요한 탓에 기초단체 공무원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북도는 5년여전부터 보상 분야 전문인력을 갖춘 경북개발공사 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지방도 및 국가지원지방도, 재해복구·예방사업 등에 대한 보상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개발공사도 위탁업무 수용에 한계가 있어 여전히 일선 시·군에 보상업무를 맡기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경북도 도로계획팀 관계자는 “지방도 건설사업은 주로 기초단체의 요구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군이 보상업무를 담당하는 조건으로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신속한 지방도 건설을 원하는 지자체는 자발적으로 보상업무를 맡기도 한다. 영양군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영양읍 무창리와 기산리를 잇는 3.9㎞ 구간의 지방도 건설사업의 보상업무를 진행한다.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보상업무를 자원했지만, 6개월 마다 바뀌는 공무원이 아닌 보상업무를 대행해주는 용역회사에 일을 맡겼다. 김미분 영양군 건설행정팀장은 “전문성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보상업무를 기초단체 공무원이 맡는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용역회사를 찾는 것도 무척 힘이 든다”면서 “궁극적으로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경북개발공사 등이 신속하게 보상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초단체가 경북개발공사에 위탁한 사례도 있다. 포항시는 아파트 사업시행자가 300억 원을 지원해 건설하는 ‘양학동~흥해 대련 간 도시계획도로’의 보상업무를 경북개발공사에 맡겼다. 송하동 도로시설과 주무관은 “140억 원 상당의 보상업무 물량을 담당 공무원 1명이 처리하면 사업 지연과 주민 피해가 발생한다는 판단에 발 빠르게 위탁했는데, 보상업무에 전문성이 담보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경북개발공사 등의 인력을 대폭 확충해 기초단체의 보상업무를 위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의 한 감정평가사는 “보상업무 전문성 확보와 시·군의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경북개발공사와 같은 전문기관이 담당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상은 결국 민원인데, 법적인 절차에만 치중하는 전문기관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갈등 발생 소지가 있다”라면서 “설계 변경이나 보상 필지 조정 등 실무에서 생기는 문제 해결에 시·군 공무원이 참여해 보완하는 구조도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한섭 경북개발공사 보상사업처장은 “경북개발공사와 같은 보상업무 전문기관이 지방도 등의 보상업무를 전담하는 게 맞다”면서도 “우리 업무에도 과부하가 걸린 상황에서 인력 충원 등의 문제는 광역단체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4

대기업건설사, 43억원 3개월 대출연장보증에 15억4천만원 받아가…부당이득 논란

국내 시공능력평가 5위에 해당하는 대기업 건설그룹의 계열사인 D건설이 대구의 한 골프장(이후 A사)을 상대로 이른바 갑질을 통한 부당이득을 취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다. D건설은 책임준공을 조건으로 2020년 A사와 군위군 소재 골프장 조성공사(총 공사비 710억원)를 계약 체결해 진행하던 중 2023년 A사에 대한 대주단(대출금융기관협의체)으로 참여해 공사비 외 대출이자 수익까지 올렸다. D건설은 당시 전체 대출금 820억 중 43억을 대출해 줘 금융사를 포함한 19개 대주단의 일원이 됐다. 그러나 D건설은 2024년 대출 기간 만기가 도래하자 A사의 대출 연장 요청에 19개 대주단 중 유일하게 연장 불가를 통보하고, 신탁사에 공매 진행을 요청했다. A사는 D건설을 찾아 골프장 공사까지 한 회사이고, 그것도 대주단 19개 중 18개가 대출 연장에 동의한 것임을 설명하고 재고를 요청했다. 그러자 D건설은 대출 기간 연장 조건으로 15억4000만원의 현금 담보와 함께 2024년 12월 9일까지 대출금 43억원의 미상환시 이 담보를 몰취한다는 단서가 달린 합의서를 요구했다. 당시 D건설은 이 조건에 대해 다른 18개 대주단으로부터 미리 동의를 받은 것이라고 A사에 알렸다. 다급했던 A사는 어쩔 수 없이 2024년 9월 9일 합의서 작성 후 15억4000만원을 D건설 법인통장으로 보내줬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서야 A사는 2024년 9월 12일 3개월 기한으로 대주단 전체 대출 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다. 만기일은 2024년 12월 12일이었다. A사는 만기일을 하루 앞둔 2024년 12월 11일 타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D건설의 43억원 등 대주단 대출 820억원을 모두 상환했다. 이후 A사는 D건설에 대출연장 당시 담보로 보내 준 15억4000만원을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D건설은 2024년 9월 9일 별도 작성한 합의서를 빌미로 아직까지 골프장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 A사는 “2024년 9월 9일 D건설과 합의서를 작성했어도 2024년 9월 12일 19개 전체 대주단이 다시 협의해 2024년 12월 12일까지로 상환기간을 변경했고 D건설도 이에 동의했다”면서 “이 경우 담보 몰취의 효력 발생 시기도 변경돼야 함에도 인정해 주지 않고 있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D건설이 대출 기간 연장 당시 해당 조건에 대해 다른 대주단도 동의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며 거짓의 합의서를 요구한 만큼 무효라고 했다. 법률전문가 및 금융권 관계자도 “대출이자 수익을 주목적으로 하는 금융권에서는 대출이자가 연체되거나 공사가 중단되면 공매가 진행되나, 이 골프장 건은 정상적으로 이자가 지급되는 등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D사가 공매를 진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라고 했다. A사 관계자는 “D사로 공매에 넘겨버리는 바람에 연체가 걸려 이자마저 종전 9.5%에서 3%나 오른 연 12.5%를 적용받았다”면서 “이때부터 직원들의 급여 지급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며 “D건설은 지급수수료 1%도 더 챙겼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이 골프장 건설을 한 업체인데 이럴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골프장을 시공한 대기업 건설사가 대출금 43억원 3개월 연장 조건으로 15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그것도 논란이 있음에도 사흘 만에 어려운 지방의 중소기업 재정 상태는 감안치 않고 꿀꺽 먹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원청사의 갑질이자 횡포”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사의 주장에 대해 D건설사 측은 “합의서에 따르면 12월 9일까지 당사의 채무가 전액 해소되지 않으면 위약 벌 형태로 담보를 몰취하도록 돼있고, A시행사의 채무는 최종적으로 변제 기일 보다 3일 넘긴 12월 12일에 해소된 만큼 위약금을 받지 않겠다고 결정하지 않으면 경영진은 배임에 해당되기에 규정대로 진행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합의서 체결 과정을 대주단에게 공유하였을 뿐만 아니라 승인 공문도 받았고, 담보 지급 후 계약 연장 건은 시행사에서 먼저 제시한 내용이며 녹취도 있는데 이에 거짓 합의서라고 함은 시행사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밝혀왔다. /임창희기자

2025-08-04

집중호우에 주민들 “비만 오면 불안해요”

지난 3일밤 시작된 집중호우가 4일까지 경북 전역을 강타했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경주 감포에서는 시간당 62.5㎜, 고령 62㎜, 달성 50㎜, 성주 45.5㎜, 경산 44㎜, 칠곡 39㎜, 영천 신녕 36.5㎜, 안동 34.4㎜, 청도 금천 33.5㎜, 김천 대덕 29㎜ 등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하천 범람과 산사태 위험이 현실화 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경북 주요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경북 고령 196.5㎜, 경주 토함산 109.5㎜, 성주 101.5㎜ 경산 99㎜, 대구 달성 148㎜ 등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밤부터 4일 새벽 사이 총 27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으며, 고령에서만 13건의 침수 및 구조 요청이 있었다. 구미에서는 야영객 4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영양, 상주, 고령, 성주 등 4개 시·군에는 14세대 18명이 마을회관 등지로 대피했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에서도 산사태 경보가 발령돼 주민 65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경산, 경주, 포항 등지에서는 도로 장애 등의 피해가 잇따랐고, 의성군은 새벽 3시경 산사태 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부 도로는 유실되거나 통제됐으며 하천변 주차된 차량들이 떠내려가는 피해도 보고됐다. 호우특보는 4일 오전 비가 잦아들면서 모두 해제됐다. 고령군에 내려졌던 홍수주의보도 해제됐다. 다만 고령군과 성주군에는 산사태주의보가 여전히 내려져 있다 호우가 계속되는 동안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고령군 대가야읍의 이모씨(68)는 “밤새 비가 쏟아지는데 창밖을 보는 게 무서웠다”며 “하천 수위가 너무 빨리 올라가서 대피할 준비까지 했다”고 말했다. 성주에서 농사를 짓는 윤모씨(60)는 “밭이 물에 잠겨 수확은커녕 복구도 엄두가 안 난다”며 “올해는 정말 끝났다”고 말했다. 성주군 주민들도 “밤마다 경보음과 스마트폰 재난문자가 울릴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다”며 “정신적으로 너무 지친다”고 말했다. 대구지방기상청은 “5일 새벽까지 경북 남부에 최대 80mm, 중·북부에는 60mm 이상의 비가 더 내릴 수 있다”며 저지대 주민들에게 침수 피해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