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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체육계의 불편한 진실

홍석봉 언론인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의 선전은 무더위에 지친 국민에게 청량제가 되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호투는 불쾌한 열대야 마저 날려주고 있다. 그들이 있어 8월은 행복하다. 메달 순위는 스포츠 정신과는 거리가 있지만, 경제력과 국력의 상징으로 여겨져 관심이 높다. 아무리 올림픽 정신이 참가에 의의가 있다고 해도 메달의 의미는 크다. 우리나라는 올림픽 개막 초기부터 메달집계판 상단을 차지하며 국민 자긍심을 한껏 드높여 주고 있다.올림픽 경기 종목 간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국민의 환호를 받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주목받지 못하는 종목도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급 성적을 거둔 양궁과 사격은 공정한 선수선발 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 체육의 고질병이다시피한 관련 협회의 전횡, 인맥, 유명세 위주의 선발 등이 배제된 채 오직 실력만으로 선수를 뽑아 놀라운 결과물을 내놓았다.모두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의 산물이긴 하지만 협회의 인적, 물적 지원이 없었더라면 어려웠을 터이다.이런 와중에 선수를 등한시한 협회의 불성실한 태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배드민턴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가 발단이다. 그는 대회 준비 과정에서 국가대표팀에 환멸을 느끼고 한때 은퇴를 결심했었다며 폭탄 발언을 했다. 안세영은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인터뷰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등에 관한 문제점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협회)과 계속 (함께)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안 선수의 작심발언은 수년 동안 대표팀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불합리한 운영 관리에 대한 고발이었다. 잔칫날 굳이 그랬어야 하느냐는 비판도 없진 않지만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응어리를 풀어던졌다. 국민은 선수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데 힘 쏟아야 할 협회가 아직도 선수 위에 군림하는가 하는 생각을 갖는다.문화체육관광부도 안세영의 폭탄발언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파문은 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지역 예선에 탈락, 올림픽을 TV로 지켜볼 수밖에 없던 대한축구협회도 투명치 못한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 축구협회장의 독선 운영으로 팬들로부터 지탄받았다.사람들이 묵시적으로 동의하지만, 대놓고 말하기는 꺼리는 사실이 있다. 사실일지라도 공개하면 비난받을 가능성이 큰 것을 우리는 ‘불편한 진실’이라고 한다. 말하기도 거북하고, 듣는 사람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쉬쉬하며 감추는 게 보통이다. 불편한 진실은 묻어두면 당장은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뒤에 곪아 터지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안세영은 용기를 내 내부 고발을 했다. 차제에 체육계의 병폐를 도려내고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상자 속 썩은 사과를 내버려두면 곧 모든 사과가 함께 썩는다. 우리 사회 곳곳에 불편한 진실이 넘쳐난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하길 바란다. 한국 선수단 파이팅!

2024-08-08

오버투어리즘

우정구 논설위원 관광산업을 “굴뚝없는 공장”에 비유한다. 생산하는 공장이 없어도 고용창출 효과를 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또 관광은 보이지 않는 무역이라 하여 외화획득의 첨병으로 인식된다. 국제친선과 문화교류, 국위선양의 효과도 관광의 장점이다.태국은 관광산업 비중이 GDP의 21.9%다. 그리스도 비슷해 유네스코 문화유산 덕에 관광산업으로 국민이 먹고산다 해도 무방하다 할 정도다.그러나 관광산업이 이렇게 꼭 장점만 있는 것일까. 많은 도시들이 관광산업 진작을 위해 자국의 문화유산과 천연자원을 홍보하고 외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열중이나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최근 유럽의 유명 관광도시에서 관광객 방문을 거부하는 시민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이곳을 찾은 관광객에게 물총을 쏘며 도시를 떠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을 위한 도시보다 지역민을 위한 도시를 원한다는 게 이유라 한다.한해 수 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바로셀로나에선 관광객 수용을 위해 주거용 주택이 숙박시설로 바뀌면서 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이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이탈리아 베네치아는 관광객이 넘쳐나면서 물가가 올라 어느날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 한때 13만명에 달했던 도시인구가 5만명으로 줄었다. 정부가 관광객에게 도시 입장세를 물리기로 했으나 도시를 떠난 주민들을 돌아오게 하기에는 뒤늦은 조치다.오버투어리즘은 외국인 관광객의 과잉 유입으로 지역주민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유럽의 유명관광지에서 빚어지는 오버투어리즘을 어떻게 볼 것인가. 관광산업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반면교사할 점은 없을까./우정구(논설위원)

2024-08-08

세상의 눈으로 대한민국을 보면

장규열 고문 대한민국은 여기까지 열심히 달려왔다. 산업화에 성공해 경제성장을 이뤘으며, 민주화의 다리도 어렵사리 건너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 결과, 우리는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며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국경의 의미가 거의 희미해지고 글로벌 환경이 펼쳐지는 이즈음에 밖에서는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세계 여러 나라의 ‘인재 유치 매력도’ 순위를 발표했다. 세상의 젊은 인재들이 역량과 소양을 펼치며 일하고 싶은 나라의 등수를 매겼다.대한민국은 조사대상 63개국 가운데 49위. 우리는 선진국 문턱에 다다랐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조사에서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2022년 결과인데, 이전보다 여덟 계단이나 떨어졌다고 한다. 미국이 4위, 일본이 27위, 호주가 14위라 하고, 그나마 중국이 우리보다 아래쪽에 보인다.열심히 달려 왔지만, 해외의 젊은 인재들 눈에는 아직도 멀었다는 얘기다. 그 순위마저 해를 거듭하며 하향세라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여러 나라들이 인구감소를 힘들어 하는 가운데, 캐나다는 한 해 이민인구 유입 100만 명을 돌파하며 인구를 획기적으로 늘이고 있다. 비결은 ‘가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다.대한민국은 얼마나 와서 살고 싶은 나라일까. 정부는 위기를 맞은 인구정책을 다시 보면서, 양질의 이민을 끌어들일 고급인력 유도 정책을 세워야 한다. 날이 갈수록 확연해지는 글로벌 환경에서 해외 인재들을 대한민국으로 불러 들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유학 떠난 인재들이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일도 소중하지만 고국으로 다시 불러들일 만한 여건도 만들어 내야 한다.환경적 정주여건, 세금과 연금제도, 2세를 위한 교육시스템, 문화적 다양성과 경제적 안정감, 일상에서의 불편함 제거 등 인재들을 대한민국으로 끌어모을 과제들이 수두룩하다. 여기까지 경제적 집적효과에 방점을 두고 국가경쟁력을 생각해 왔다면, 이제는 보다 다각적이며 심층적인 시각에서 우리의 모습을 살펴야 한다.‘세계 10위권’ 타이틀을 세상의 마음 속에 각인하려면 우리에겐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안전과 치안이 우리의 자랑이었지만 그마저 위태로워 보이는 오늘의 현실 앞에 혹 나라의 경쟁력 관리를 위한 길을 잃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여러 사건과 사고 가운데 다소 실망하여 속을 더러 끓였지만 나라의 이미지를 다시 세울 방법을 얼른 찾아야 한다.무엇보다 젊은이들의 심장을 함께 두드릴 방도를 찾아야 한다. 좋은 생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남들의 시선에 비친 우리의 모습에 겸허해야 한다. 생각은 금방 바뀌지 않는다. 진심과 공감을 싣고 방법과 태도를 고쳐야 한다. 세계인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이 나아지려면 나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내 생각 속의 허상만 붙들고 자만해 봐야 아무도 곱게 보지 않는다.꿈에서 깨어나 우리의 위치를 잘 봐야 하고, 거기서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한다.

2024-08-07

‘국민 귀염둥이’ 신유빈의 먹방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국민 OOO‘. 이런 표현은 식상해서 잘 쓰지 않지만 이번은 예외다.바나나, 납작 복숭아, 주먹밥, 에너지젤…. 이젠 누가 뭐래도 ‘국민 귀염둥이’로 등극한 탁구선수 신유빈이 이번 프랑스 파리올림픽 경기 도중과 전후에 먹은 것들이다.수많은 카메라가 참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는 국제 스포츠 대회. 관중들이 보건 말건 귀여운 표정으로 갖가지 것들을 맛있게 먹는 신유빈을 지켜본 나이 지긋한 중년들은 ‘다이어트’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자신들 딸을 떠올리며 “내 딸도 저렇게 잘 먹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어디서나 흔하게 보는 바나나와 복숭아는 특정 업체가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신 선수가 머리에 얼음 팩을 올리고 먹은 에너지젤은 제조사가 있는 공산품. 그 제품을 만든 회사는 갑작스레 늘어난 주문량에 즐거운 비명을 내질렀다는 후문까지 들려온다. 스포츠 스타가 가진 영향력을 증명하는 사례 중 하나다.빼어난 탁구 실력과 함께 갓 스무 살답지 않은 성숙하고 깨끗한 매너까지 보여준 신유빈에게 한국인은 물론, 파리를 찾은 다른 나라 선수와 외국인들까지 호감을 표시했다고 한다.나이가 나이인 만큼 4년 후 미국에서 열릴 LA올림픽과 그 다음에 개최될 8년 후 올림픽에서까지 ‘성장하는 신유빈’을 박수 치며 지켜볼 탁구 팬들은 벌써 행복감에 설렌다.폭염 속에서도 파리올림픽 중계방송을 지켜보며 뜨거운 응원을 보낸 국민들에게 귀여움과 즐거움을 선물한 ‘신유빈의 먹방’.그 먹방은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여러 부작용에 시달리는 20대 여성들의 스트레스도 일정 부분 풀어주지 않았을까?/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8-07

귀의 소리 이상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모든 기관들의 활동성이 떨어지고 얼굴에 붙어 있는 오관의 기능도 떨어진다. 청력도 자연스레 점점 나빠지나 특히 심한 사람들이 있다. 소리가 들리는 이명이 있는 경우도 있고 잘 들리지 않아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이 난치질환에 속하는 것으로 나이가 들수록 오래 될수록 치료가 어렵다.이명은 실제로 외부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음에도 환자는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으로 매미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 같은게 들린다고 한다. 대부분의 원인은 청각기관의 이상으로 파악되나 그럼에도 정확한 원인을 찾고 치료를 하는 게 쉽지가 않다. 힘든 일을 하거나 피로할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해지고 조용할 때 잠을 잘 때 잘 느껴진다.이명이 심해지고 오래되면 청력이 약해지는 쪽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청력이 떨어지고 나이가 들면서 이명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 환자들은 이명이 지속된 후에 청력이 떨어진다고 증상을 표현한다. 급성이고 특별한 손상이 없으면 한 두달 정도 치료를 하면 많이 좋아지나 일년 이상 지속된 경우에는 치료가 쉽지 않다. 오래된 경우는 치료 기간을 3개월 이상 해야 한다.귀안의 청각 기관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고 직접적으로 그 기관을 건드려서 치료하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접근을 해서 치료를 할 수 밖에 없는 질환이다. 우선 상부경추를 풀어 머리로 가는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주는 치료법이 일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청력 쪽의 문제는 머리로 가는 혈액순환과 그 사람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우선 상부 경추를 풀어 머리를 맑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의 피로감이나 면역이 저하된 것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그리고 턱관절도 같이 교정을 해주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턱관절과 상부경추는 같은 레벨에 위치하는데 경추의 교정과 턱관절의 교정은 같이 하는 것이 귀의 문제에는 더 큰 치료 효과가 있다. 대부분의 환자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가 많은데 수면부족과 가슴두근거림 등의 화병증상을 동반 한다면 한약으로 그 증상을 컨트롤 하면 귀의 소리가 줄어드는 경우가 생긴다. 귀의 문제만으로 접근을 하면 답이 나오지 않지만 인체를 크게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치료의 방법이 생긴다.상부경추 1, 2번을 지나가는 대후두신경과 3차 후두신경을 풀고 경동맥 밑을 지나가는 성상신경을 풀어주면 큰 효과가 나는 경우가 있다. 이곳을 풀어주면 교감신경의 흥분이 가라앉고 피로가 덜해지고 특히 머리로 가는 혈액순환이 좋아져서 머리가 맑아지고 잠을 깊이 잔다는 후기가 많다. 몇 년 된 소리가 조금씩 작게 들린다는 말이 나오거나 전보다 청력이 좋아졌다고 하면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본인의 불편함이 최대한 줄어들 때까지 치료를 하면 된다. 그러나 애초에 난치 질환이라 처음부터 길게 치료를 하기 보단 한 달 정도 치료를 한 후 효과가 나면 계속 치료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2024-08-07

손주들의 좌우명(座右銘)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방학이라 서울에서 내려온 손녀 둘과 대구의 손주 둘, 합해 넷이서 함께 할 프로그램을 찾던 중에 모두의 집이 있는 육신사 마을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일찌감치 신청해 두었다. 지난 토요일, 한국인성예절교육원에서 주관하는 ‘가족과 함께 묘골(육신사) 시간여행을 맛보다’라는 체험 프로그램에 손주 넷과 함께 참여했다.미리 본 일정표를 보니 다소 빡빡했다. 4학년 윤은 괜찮겠지만 나머지 1~2학년 아이들이 버거워할까 걱정했으나 전혀 아니었다. 한복을 단정하게 입은 선생님들이 친절히 지도하는 선비체험, 승경도놀이, 민화문자도 그리기, 연 만들기 등은 아이들이 시간을 잊을 정도로 흥미로워했다. 워낙 사촌 끼리 사이좋기도 한 아이들은 매 시간 모든 프로그램을 진지하게 들으면서 웃고 즐기고 재미있어해 덩달아 나도 흐뭇했다.마지막 프로그램은 가훈 만들기였다. 가족들이 상의해서 가훈을 만들어 발표도 하고 액자에 끼워 집에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학생들은 가훈 대신 좌우명을 써 보라며, 자신의 자리 오른쪽에 써두고 가르침으로 삼는 문구라고 설명했다. 막내 린이 해맑게도 묻는다. 왜 오른쪽에 붙여요? 왼쪽에 붙이면 안돼요? 가까이 두란 뜻이니 왼쪽에 붙여도 돼. 웃으며 대답하신 선생님은 미리 연습할 종이 하나씩을 나누어 주신다. 애들이 과연 좌우명을 생각해 쓸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나는 미리 내가 갖고 있던 가훈을 아이들에게 쓰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웬걸? 아이들은 자기들의 좌우명을 생각해서 거침없이 적는다.‘한길로 가는 사람은 철창에 갇혀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4학년 윤의 좌우명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할수록 자유롭고 나중에 이룰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는 대답이다. 듣고 보니 비유도 절묘하다. 우리는 ‘한 우물을 파라’고 배웠는데 요즘은 이 말이 맞겠네요. 선생님과 눈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비겁하면 죽고 용감하면 산다.’ 2학년 손자 건의 좌우명은 승경도 시간에 들었던 이순신 장군 얘기를 들어서 생각한 걸까? 아, 물론 건이 또래의 남자아이라면 비겁은 악덕이요, 용감해야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건 당연한 걸지 모른다. 예전에 났으면 아주 훌륭하고 멋진 장군이 되었을 거라는 선생님의 칭찬에 어깨를 으쓱한다. ‘착한 사람은 천국 가고 나쁜 사람은 지옥 간다.’며 쓴 은이. 기독교계 유치원을 2년이나 다닌 티를 낸다. ‘착한’, ‘천국’, ‘나쁜’, ‘지옥’을 굵게 써 제법 캘리그라피 디자인을 했다. 글자 ‘나쁜’에는 악마의 뿔을 두 개 달아 더 크게 경계했다. 막내 린은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어두컴컴한 길로 간다.’라고 정성스럽게 쓴다. 책을 열심히 읽고 속담도 제법 많이 아는 린이라, 어디서 본 문구냐고 물었더니 제가 스스로 생각해낸 거란다. 배우지 않으면 왜 어두운 길로 가는데? 공부를 안하면 아무 것도 모르니까 어둡고 답답하지. 공부를 많이 해야 잘 보이고 환하지. 할머니는 그것도 몰라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그래, 이 할미는 오늘도 너희들에게서 많이 배운다.

2024-08-07

AI

윤명희 수필가 ‘그녀’ 앞에 마주앉았다. 영화제목이 그녀라는데 She가 아니고 Her이다. 나는 그녀라는 제목이 주격이 아닌 것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주인공 테오도르는 손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하는 섬세한 남자다. 편지를 부탁하는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사연을 듣고 글로써 상대를 감동시키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아내로부터 이혼 재촉을 받고 있다. 그는 사랑했던 둘의 관계가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전혀 모른다.그는 새로운 인공지능 광고를 물끄러미 보다가, 18만개 중에 그가 원하는 맞춤형 운영체제를 클릭한다. 순간, Hi~ 반갑게 인사하는 아름다운 여자 사만다가 나타난다. 당황한 테오도르는 멋쩍은 웃음을 보인다. 그가 구입한 여자가 휴대폰에 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말을 건다. 그는 어쭙잖은 표정으로 그녀가 묻는 말에 대답한다.그가 이혼문제로 밤늦도록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자, 사만다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다가온다. 무슨 고민이 있느냐는 말로 그의 속엣 말을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그는 아내에게도 하지 않았던 얘기들을 거리낌 없이 내 놓는다. 공감하는 목소리로 추임새를 넣는 그녀는 그가 모든 것을 내놓도록 기다려준다. 눈물 가득한 목소리로 위로하는 그녀 앞에서 그는 깊은 잠에 든다. 다음날 아침, 어젯밤 대화에서 찾아낸 그의 별명을 그녀는 한껏 밝은 목소리로 부르며 깨운다. 여느 날과는 다른 굿모닝이다. 그녀는 그가 커피를 마시는 동안, 밤새 온 메일을 차례대로 읽어주고, 그가 놓치는 일정을 관리해 준다. 대필한 편지를 교정해주며 더 달콤한 낱말을 찾아서 문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녀는 그가 쓴 글귀에 마치 자기가 받은 손 편지인 냥 과하게 감동까지 해준다.그들은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그가 휴대폰 카메라로 세상을 보여주면 그녀는 그를 위해 노래를 지어 불러준다. 내 말에 귀 기울여주고, 공감 해 주고, 같이 울어주는 존재를 가진 그는 잊고 살았던 연애 감정들이 일어나는 것을 느낀다. 그녀는 그의 글들을 모아 교정을 보고 편집해 출판사로 메일을 보내는 일을 혼자서 단숨에 처리한다.그의 뇌세포 하나까지도 다 들여다보는 사만다는 세상에 대해 주어진 프로그램보다 더 진화하게 된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생각 전부를 읽고, 인간의 감정까지 다 알게 된 그녀는 그의 기분을 살펴주는 것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밤새 서로의 살갗 감정까지 나눈 그들은 이미 오감도 함께 하고 있다. 그녀는 그와 육체적 사랑까지 할 수 없음에 괴로워하는 단계에 이른다.테오도르는 이제 밝은 표정으로 아내를 만난다. 이혼 서류에 마지막 사인을 하는 그는 그녀에게 사만다라는 OS와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사만다를 하나의 인격체로 사랑한다는 남편에게 그녀는 당신은 순종적인 아내를 찾은 거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선다.하나의 인격체가 되어 가는 사만다는 주어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아닌 자신의 재발견까지 꿈꾸게 된다. 사람의 상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해 가는 사만다는 이제 Her가 아니라 She가 되어가고 있다. Her와 She는 같은 그녀가 아니다. 소유와 목적에서 머물고 있던 테오도르는 흔들린다.인간관계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정에는 언제나 변화가 있다. 무한정 업그레이드되는 사만다를 그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녀를 OS체계라 생각하지 않는 그는 그녀가 몇 천 명과 대화를 나누고, 몇 백 명을 사랑할 수도 있다는 사실 앞에서 크게 흔들린다.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나는 매번 빠른 시대변화에 멈칫거린다. 사만다는 딱 내 남자가 원하는 타입의 여자다. 데면데면한 성격의 나는 몇 십 년을 같이 살아도 그의 속을 잘 알지 못한다. 알라딘의 램프 속 여자인 지니에게 텔레비전 켜 달라고 하는 말도 버벅거리는 남편은 아직 OS와 기본적인 대화조차 나눌 줄 모른다. 그녀의 사용법을 모르는 그도 언젠가 영화의 주인공처럼 고지능의 OS(operating system)가 곁에 있지는 않을까하는 신경이 일어선다. OS가 내 주변을 얼쩡거리고 있는데 나는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신문화에 한발 늦은 남편까지도 사만다라는 애인이 생길 거라는 예감이 든다. 남편에게 슬쩍 물어보니 그가 씨익 웃는다.

2024-08-07

과메기

빨랫줄에 내어 걸린청어며 꽁치는먼 바다의 소리를그 공복에다 차곡차곡 담는다바람에 걷어차이고햇살에 희롱당하고 나면슬슬 부아가 치밀어몸이 굳는다분노도 절망도 짜내어결국엔 건조한 바다가 된다부질없는 저항의 시간을 보내며그렇게 기름기를 온통 빼고도저 반짝거리는 최후의 형해(形骸)는차라리 부활의 깃발이리라과메기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우리의 미래가 된다죽음과 주검을 극복하는향기가 된다마르고 뒤틀려도좋은 음식이 되어당신과의 입맞춤약간 비릿하나죽을 때까지의 여운이 되어.홍어가 있듯 과메기도 있다. 개복치는 또 어떤가. 존재를 설정하고 앞과 뒤의 배경을 설명하는 언어로서 과메기는 불세출의 독보적인 명사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최초의, 최후의 물건이자 명징한 상징이다. 포항의 역동성은 이 짜부러진 생선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서 시작된 듯하다./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08-07

우리는 빚진 자

장마 지나니 바람결도 가볍다. 물기 털어낸 바람을 집안에 들이려 창문부터 연다. 장롱 문도 활짝 열어 제습기 바람대신 뽀송한 자연바람을 들인다. 눅눅한 시간을 견딘 이불이며 옷이 무사한지 모르겠다. 이불장을 가득 채운 침구며 옷걸이에 켜켜이 걸린 옷들을 살피는데 너무 빽빽하다. 바람 드나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자꾸 사서 채우기만 하고 비우는 일을 게을리한 탓이다. 한계를 향해 치닫고 있는 지구처럼 장롱도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잊고 있었다. 오래 입은 적 없는 옷 어딘 가엔 좀이 슬고 곰팡이 꽃이 피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날 잡아 답답한 장롱 정리부터 해야겠다.지난 8월 1일은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었다. 인류가 지구 자원을 사용한 양과 그 배출 규모가 지구의 생산능력과 자정능력을 초과한 날이라는 뜻이다. 이는 8월부터 12월까지 다섯 달은 미래의 지구에서 빌려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나라마다 다르다. 2024년 EOD를 보면 미국 3월 14일, 캐나다 3월 15일, 호주 4월 5일, 독일 5월 2일, 프랑스 5월 7일, 이탈리아 5월 19일, 일본 5월 16일, 중국 6월 1일, 영국 6월 3일, 우리나라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평균보다 훨씬 이른 4월 4일이었다. 한국인은 미래의 인류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지구인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1970년 이후 인류는 꾸준히 지구 생태 용량을 초과해 왔다. 1970년 12월 21일이었던 것이 2000년에는 9월 23일로, 2019년 7월 29일,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3주 정도 늦춰진 8월 22일이었다가 올해 8월 1일로 앞당겨졌다. 지구 하나만으로는 지나치게 소비를 일삼는 인류를 감당하기에 부족하다는 말이다. 지난해는 산업혁명 이후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다. 폭염은 갈수록 더 자주 더 길게 이어지고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의학 저널 ‘란셋’에 의하면 2019년 한 해 동안 폭염으로 사망한 지구인은 48만 9000명이었다고 한다. 구미시 전체 인구수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폭염뿐 아니라 지구별 어느 한 곳에선 커다란 물난리가 나고 또 다른 곳에선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 해마다 이러한 악순환은 돌림병처럼 되풀이되고 있다.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거리엔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집이 통째로 딸린 카라반을 타고 떠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바다를 만끽하기 위해 차 꽁무니에 요트를 매달고 나선 이도 더러 있다. 나라 바깥으로 떠나는 무리도 적지 않고 트렁크 가득 물놀이 기구며 먹거리를 채워 가족 단위 여행을 하는 이들도 숱하다. 땀에 흠뻑 젖은 채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날 땐 신음하는 지구별을 대신해 고마운 인사라도 대신 전하고 싶어진다.잘 쉰다는 건 미래를 위한 투자라 할 수 있다. 휴가에서 얻은 좋은 기운으로 남은 시간들을 건강하고 기쁘게 보내기 위해 사람들은 휴가를 떠난다. 더구나 일 년에 한 번뿐인 여름휴가는 가족이 더욱 돈독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다만 우리는 이미 지구 생태 용량을 초과해서 살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휴가를 떠나기도 전에 우리가 사용할 일 년 치 생태는 다 써버린 상태다. 미래를 가불해서 살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들뜬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일수록 소비는 늘어나고 거기에 비례해 쓰레기의 양 역시 감당 못할 정도로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다 같이 자전거 여행을 떠나진 못하더라도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는 마음은 지니고 가야 한다.숯불 바비큐는 때로 여행을 떠나는 목적이 되기도 한다. K 바비큐는 외국인들도 인정한 특급 메뉴다. 가족 혹은 지인들끼리 둘러앉아 숯불구이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는 낭만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휴가의 백미다. 요즘에는 소고기와 양고기 소비도 꾸준히 늘고 있다 들었다. 일 년 중 휴가지에서 소비하는 고기 양은 얼마나 될까. 이 시간에도 엄청난 양의 고기가 휴가지 불판 위에서 익어가고 있을 것이다. 가축의 방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지구 가열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지 오래다. 지구별 온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육식을 하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식용을 목적으로 한 가축 사육 역시 멈출 수 없는 일이다. 휴가철뿐 아니라 각 가정의 식탁에서도 고기 먹는 날을 조금씩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박월수 수필가 이불장 문을 연다. 속에 든 걸 모두 꺼내 놓으니 산더미다. 빛바랜 베개부터 낡은 이불까지 버려야 할 것도 많다. 포장조차 뜯지 않은 이불도 있다. 쓸 것도 아니면서 모아 두는 건 낭비보다 더한 욕심이다. 옷장 안도 마찬가지다. 몇 년째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수두룩하다. 먼지 앉은 가방이며 모자도 만만찮다. 가벼워지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하게 솟구친다. 더운 것도 잊고 버릴 것과 나눔 할 것을 분류해 내어 놓는다. 미련 없이 치우고 나니 오래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개운하다. 한결 헐거워진 장롱이 제대로 숨을 쉬는 것 같아 보기 좋다. 가득 채우기보다 덜 채우는 걸 배우는 것도 지구에 빚진 자가 할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박월수 수필가 약력 ·2022년 대구수필가협회 문학상·2022년 경북문협 작가상 등 수상·수필집 ‘숨, 들이다’·청송문인협회장/수필가 박월수

2024-08-06

독특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포스터. 로맨스 영화. 쉽게 표현할 수 없지만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느낌이 있고, 과정이 있고, 결말이 있다. 이 속에서 수많은 로맨틱 영화가 만들어졌으며 변주에 변주를, 배우를 바꿔가면서 국적과 인종을 넘나들면서 시간과 장소를 바꿔가면서 이어져 오고 있다. 이것은 뼈대다. 나와 사랑할 상대가 있고, 만남과 헤어짐이 있으며, 기쁨과 슬픔, 좌절과 환희가 뼈대에 달라붙는다. 여기에 안타까움과 절절함이 간극을 메울 때면 풍성함과 더불어 아름다움이 피어오른다.로맨스 영화의 형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핵심이라기보다는 로맨스 영화의 미묘한 감정들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들이 이곳에 집중된다는 뜻이다. 상대의 존재를 인식하고, 우연과 필연 사이를 오가며 만남과 헤어짐이 이어진다. 밀당이 이어지고, 한 단계 관계의 진전이 보일쯤 난관에 봉착한다.난관은 집안의 문제이거나, 갑작스러운 이유로 인한 헤어짐, 불치병과 같은 다양한 유형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재회의 과정을 거쳐 극복에 이른다. 극복 이후는 헤어짐이거나 만남의 지속이다.연애를 글로써 설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무미건조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거기에 그것을 뼈대니, 형식이니, 과정이니 하는 것들로 설명할 때 쉽게 울림이 전달되지 않는다. 여기에 애잔함과 애틋함, 슬픔과 기쁨의 요소들이 얹힐 때 우리는 스스로의 경험에 비추어 타인의 연애를 감상하게 된다.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위의 풍성한 연애 요소들을 걷어내고 당당히 뼈대와 과정으로 이루어진 로맨스 영화를 선보인다. 천연덕스럽게 은퇴를 번복하고 만든 영화, 장르가 로맨스인데도 불구하고 도무지 우리에게 익숙한 요소들이 보이지 않는다. 말랑말랑하거나 달콤하거나 촉촉하거나 구구절절 해야할 것들이 말끔히 제거되어 무심한 표정과 건조한 일상, 지극히 일상적인 대사들로 화면을 채운다. 사랑을 하게 되면서 일어나게 되는 복잡미묘한 감정과 심리, 꼬이는 사건의 전개는 감독의 관심 밖인듯하다.생뚱맞으며 무미건조한 로맨스 영화가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독특한 스타일을 통해 리듬을 가지게 된다.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전형적인)를 그대로 따르면서도 싱그럽고 물기 머금은 요소들을 걷어 낸 자리에 엷은 생기와 희미한 희망이 자리잡는다. 복잡다단한 감정의 선들이 보이지 않을 때, 대사는 직설적이고 지극히 현실적이다. 간결하면서도 규칙적이지 않은 독특한 리듬이 유머와 결합되어 능청스러움을 더한다. 이처럼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로맨스는 다른 곳에서 울림을 끌어 온다.핀란드 헬싱키의 어느 곳. 비정규직으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노동자인 안사와 홀라파. 취업과 해고를 반복하고 불안이 엄습하는 일상이지만 삶에 대한 원망이나 그렇다고 지독한 애착도 보이지 않는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특별할 것 없는 만남이 그 어떠한 설레임도 없이 이어진다. 일상과 평범의 바깥. 시스템에 쉽게 안착하지 못하는 이들이지만 억척스러움이나 도달하고픈 목적에 관심이 없다.그 흔한 ‘사랑해’라는 대사 한마디 없이, 고백의 절차도 없이 두 사람의 로맨스는 시작된다. 영화의 분위기와 다르게 이 영화는 뮤지컬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 배경에 깔리는 음악들은 애틋하고 말랑말랑하게 자리를 잡는다. 건조함과 외로움의 강도는 그 어느 영화 못지 않다. 밋밋하게 이어지는 이별과 재회의 과정이 심각하지 않지만 결코 시스템 밖에서 무너지지 않는 사랑을 보여 준다.로맨스 영화며 코미디 영화이며 뮤지컬 스타일의 영화. 낙엽처럼 건조하고 다른 결을 지니고 있지만 그 어떤 로맨스 영화보다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사랑’도 있음을 알게 해준다./(주)Engine42 대표 김규형

2024-08-06

입추 더위

우정구 논설위원 오늘이 바로 입추(立秋)다. 입추는 24절기 중 13번째 절기며 대서와 처서 사이에 있다. 양력으로 8월 7일 내지 8일이 입추가 되는 날이다.중국 화북지방의 날씨를 기준으로 24절기가 만들어져 우리나라와는 약간의 기후 차이가 있다. 입추가 가을의 시작을 알린다고 표현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시기는 처서 때다.14번째 절기인 처서는 8월 22일과 23일에 든다. 올여름은 14일 말복을 지나 22일이 처서다.우리 조상들은 처서를 “땅에서는 귀뚜라미 업고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고 말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옴을 빗댄 표현이다. 입추와 처서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이제 폭염도 기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는 기대감이 있다.요즘 날씨를 보면 기세가 꺾일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기상청도 “지금의 무더위가 이달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입추인 7일의 대구경북의 기온은 최고 31∼36℃로 예상된다. 작년 입추 날의 기온은 37.8℃로 역대 입추 날 날씨로는 신기록을 세웠다.“봄이 와도 봄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오랑캐인 흉노족 왕에게 시집간 중국 절세미인 왕소군의 딱한 처지를 생각하며 부른 시의 한 구절이다.경우는 다르지만 입추와 처서가 와도 더위가 떠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지금의 날씨가 “가을이 와도 가을 같지 않다”는 말로 표현하면 틀리지 않다.지속되는 찜통더위로 전국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면서 최근 사흘사이 6명이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가 바로 지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8-06

망가지는 국가의료시스템… 이게 개혁인가

심충택 논설위원 진료와 교육, 임상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던 한국 의료시스템이 망가지고 있다. 대규모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7개월째 지속되면서 환자와 수련병원, 의과대학 모두 패닉상태다. 중환자들은 생명을 위협받고,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 3만명은 돌아올 기미가 없다. 지친 의대교수들도 병원을 떠나고 있다. 입원·외래환자가 반토막난 수련병원들은 경영난으로 간호사 채용을 못하고 있다. 의대생, 전공의, 전문의로 이어지는 의사배출 시스템이 붕괴 직전인 시점에 경찰은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을 조사하기 위해 출석요구서까지 보내 의정갈등을 키우고 있다.지금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전공의들을 병원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현재 전공의들은 의대증원 철회 없이는 병원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의사들을 악마화 한다’면서 정부에 대한 감정도 지극히 좋지 않은 상태다. 수련병원들이 지난달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마감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미복귀 전공의 대다수는 미용성형을 주로 하는 병의원, 요양병원 등의 일반의로 취업하거나 미국 의사 면허 취득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수련병원에서 전공의가 사라지면 전문의와 의대교수들도 배출될 수 없다. 내년 전문의 배출이 평소의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전공의에게 의존했던 수련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의사 배출이 꽉 막힌 상황에서 실효성이 의문이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의대교수 21명이 진료와 업무에 지쳐 사직했다.전국 의과대학 재학생들의 수업거부가 몰고 올 사회적 파장도 만만찮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 1만8217명 가운데 출석하고 있는 학생은 495명에 불과하다. 내년 1학기까지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유급이 확정된다면, 2025학년도에는 현재 1학년과 신규 입학생(7500명)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동시에 진급하기 때문에 6년 내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 현 의대 교육여건상 수업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이와함께 의대 본과 4학년들이 의사 국가시험 지원을 계속 거부하게 되면, 내년에는 신규의사도 배출되지 않는다. 최근 마감한 의사 국시 실기시험 접수자는 364명으로 지난해(3212명)의 11.3%에 불과하다.국가 의료시스템 마비현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공의에 대해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며 강경방침을 고집하고 있다. 의료계에선 “내년도 의대 신입생이 전공의가 되는 2031년이 돼야 의료공백 사태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문제는 현 정부입장으로선 전공의 복귀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만약 의사를 양성하는 국가 의료시스템이 지금처럼 서서히 붕괴돼 중환자들을 치료할 의사가 급격히 줄어든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2024-08-06

멈춘 혁신을 움직이는 혁신으로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미국 철강 도시 피츠버그시에 있는 베들레헴 제철소는 백 년의 부귀영화를 누리다 자만과 매너리즘에 빠져 혁신을 게을리 한 탓에 하루 아침에 멈췄다. 기업이 혁신을 멈추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추락한다. 세상은 시속 100㎞ 빠른 속도로 과학 기술 문명이 변화 발전하고 있다. 80㎞ 속도로 지속가능 경영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경쟁사에 밀려 멈춤만 있을 뿐이다. 강한 기업으로 가는 길은 시속 110㎞ 달려야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가는 지속가능 기업이 될 수 있다. 멈추는 기업들은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혁신을 멈추면 기업도 멈춘다. 혁신이 멈추는 데는 여러 상황이 있겠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유다. 첫째, 명확한 목표와 비전 부족이다. 혁신의 방향성이 불명확하거나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지엽적인 활동이 되거나 소멸된다. 둘째, 리더십 부족이다. 경영진의 혁신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부족하면 현장은 혁신 모멘텀을 잃게 된다. 셋째, 조직 내 저항이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저항, 기존 관행에 안주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조직문화로 개선 활동은 어려워진다. 넷째, 실행력 부족이다. 아이디어는 좋으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개선 능력이 부족하여 현장의 변화 없는 혁신이 되는 경우가 있다. 다섯째, 지속성 부족이다. 혁신은 지속성 속에 자사의 일과 문화에 맞게 진화 발전하고 개선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기에 과정에 문제들은 변화관리로 풀어가야 한다. 여섯째, 현실성 없는 전략수립이다. 현업 활동 인프라(시간, 사람, 자원, 제약 요소 등)를 감안 실현 될 수 있는 혁신 전략과 실행 안을 수립하고 지원해야 한다.필자가 컨설팅 하고 있는 P사의 혁신은 내년이면 20년이 된다. 근무 여건이 바뀌고 중대재해 3법 발효와 안전이 우선시 되면서 혁신활동의 제약요소가 있다. 12시간 근무와 인적 요건 등으로 근무 중 활동이 어렵고, 공장 수리 시간에도 안전관리 등 쉽지 않은 인프라다. ‘모든 문제는 풀어가는 방식이 있다’라는 것에서 보면 운영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 근무 중 개선이 어려우면 도요타의 자주연(自主硏)처럼 개선전문팀 운영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자주연 활동은 작업 현장에서 문제와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실행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이고 효과적이다. 도요타의 ‘지속적인 개선(Kaizen)’ 문화는 자주연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작은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여 전반적인 성과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P사는 공장 설비점검반을 중심으로 개선지원팀 운영체계화가 필요하다. 장치산업의 특성에 맞게 설비 학습을 통한 점검 결과와 현업의 니즈를 반영한 지속적인 개선이 현실적인 대안이 되는 것이다. 또한 개인화 되어 있는 MZ세대 움직임을 유도하기 위해 1인 1구역/1설비/1개선 실명제로 운영하면 Clean 작업장과 설비 환경개선이 지속 될 것이다.현업 인프라를 감안한 발전방안은 움직이는 혁신이 되어 성장과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2024-08-06

이열치열 삼매경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여름날의 절정이다. 절기상 입추라지만 한여름의 무더위는 여전히 기세등등해 몇 차례의 소나기가 지나가도 숙지지 않는 염천(炎天)이다. 거기에 파리올림픽의 열기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지구촌의 온나라가 뜨거운 용광로 속에 있는 듯한(萬國如在紅爐中) 형국이다. 밤에도 기온이 3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이 강원도의 해변도시에서 나타나고, 94년만에 최장 열대야가 이어지니 과연 이상기후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그러나 아무리 무더워도 올림픽의 치열하고 불꽃 튀는 열기마저 꺾을 수 있으랴. 제33회 파리 올림픽의 개막과 더불어 세계 206개국의 선수들이 저마다의 기량과 특기로 각축을 벌이느라 세계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 선수들이 10회 연속 양궁 여자단체부 금메달을 차지하고, 사격부문에서는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나오는 등 초, 중반까지 쾌조를 보이고 있으니 또 다른 기대와 설렘으로 더위 따위는 무색할 정도다. 그만큼 집중과 몰입은 새로운 내면과 흥미를 낳기도 한다.어떤 대상에 마음을 모으고 한 가지 일에 힘을 쏟으며 깊이 파고 들거나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 일이나 대상을 아끼며 정성과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국가대표선수로 발탁되어 올림픽 같은 세계무대에 서기까지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과 눈물은 선수들 자신만이 알고 있으며, 그 누구라도 무한한 땀의 가치와 혼신의 노력을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으리라. 그렇게 자신의 특장을 살려 심신을 가다듬고 훈련과 단련을 거듭한 끝에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맘껏 기량을 펼쳐 나갈 때, 관중의 환호와 이목이 집중되며 갈채가 이어질 것이다.‘평범한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남모르게 흘리는 땀이/비범을 낳으리라/처절한/몸부림만이/경이를 보이리라//막연한 꿈은 부질없는 바램이다/활시위의 긴장과/눈물 같은 땀방울로/무진장/뒤척거리는 고독/기적의 꽃이 피리라’ -拙시조 ‘꿈-기적의 꽃’ 전문어떤 학문이나 운동, 음악이나 예술활동에 깊이 몰입하고 집중한다는 것은 삼매경(三昧境)에 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마음의 티끌을 없애고 잡념을 떨쳐 오롯이 대상에만 정신을 쏟으며 노력과 혼신을 다해 나가는 경지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독서삼매경은 다른 일이나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책 읽기에만 사뭇 빠져드는 것이고, 운동삼매경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몸동작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대상에 골몰하고 심취하여 반복연습으로 갈고 닦으며 자신의 임계점을 향해 끝없이 추구하게 되면, 운동선수는 기적 같은 명승부를 펼치고 예술가는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키며 차츰 내공이 깊어질 것이다.한여름의 무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이렇듯 제 나름의 이열치열 같은 삼매경의 비법(?)으로 더위를 이기며 자신을 다스리면 어떨까? 예컨대 자신이 좋아한다거나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을 때로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때로는 끼니를 잊기까지 할 정도로 몰두하고 파고들다 보면 수시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조차 고맙고 소중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만의 비장의 루틴으로 건강한 여름날을 나면서, 태극전사들의 선전과 낭보가 청량감을 더해주기를 기대해본다.

2024-08-06

구미시의회 정책지원팀은 뭣하고 있나

김락현 지방부 구미시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지방채를 적극 관리해 재정건정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선 8기 들어 2020년 2098억원이던 지방채를 2023년 1576억원으로까지 줄인 구미시가 지방채 관련 보도자료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지난달 31일 열린 제279회 구미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이지연 의원이 “구미시의 2023년 총 부채가 2645억원으로 전년(2219억원)보다 19.2% 증가한 것은 구미시가 재정건전성의 제고를 고려하고 않고 있는 것으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지연 의원은 “2023년 회계연도 1인당 세출액은 392만원으로 전년대비 6만5000원이 감소해 구미시민이 받아야 할 행정서비스가 전년 대비 대폭 축소됐다”고도 했다. 1인당 세출액은 전체 예산을 인구수로 나눈 수치를 뜻한다.이 의원의 발언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용어의 사용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재정건정성을 논할 때 ‘부채’비율도 많이 거론하긴 하지만 ‘부채’보다는 ‘지방채’를 더 우선적으로 따져 본다. 지방채는 해당 자치단체가 당장 갚아야 할 채무이기 때문이다.반면 부채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자금 유출까지 포함하고 있어 자칫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부채만 놓고 비교하자면, 2023년 부채 2645억원은 2020년 부채 2977억원에 비해 12.5% 줄어들었다. 또 회계연도 1인당 세출액의 경우도 단순히 세출액이 줄었다고 해서 시민들의 행정서비스가 축소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구미시는 2023년도에 역대 최대 규모의 국·도비 8914억원 확보하면서 본예산 2조시대를 열었다. 당시 국비사업을 살펴보면 △SOC 1463억원 △RD 975억원 △문화·환경·복지 584억원 △농림수산 105억원 등이다. SOC, RD 등의 사업들은 연차적 계획에 따라 이월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회계연도에 추경예산도 포함되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세출액만으로 행정서비스를 논해선 설득력이 떨어진다.물론, 이지연 의원의 5분 자유발언은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결산상 잉여금의 문제점을 수면위로 끄집어 냈다. 그렇기 때문에 시의회 정책지원팀의 역할이 아쉽다. 정책지원관은 시의원의 의정활동을 전문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로, 구미시의회는 정책지원관과 의회사무국 직원으로 구성한 정책지원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문위원(5급)들도 의정활동을 돕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정책지원팀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의회사무국은 의원들이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kimrh@kbmaeil.com

2024-08-05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사업, 시민이 함께 해야 한다

유성찬 포항환경연대 공동대표 24년 전, 2000년 11월에 '송도백사장 유실문제 해결을 위한 범시민연대'라는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의 이름으로 포항 청소년수련관에서 송도주민대책위, 환경단체, 포항KYC 회원들, 포항시민들이 모여 토론회가 개최된 적이 있었다.  그 때 필자는 포항KYC의 공동대표로 참가했다.  열띤 논쟁이 있었지만 이를 기점으로 이후 포항시, 포항시의회가 참여하면서 대책 논의가 본격화 됐다. 당시 엄이웅 포항부시장이 함께 한 송도백사장 유실 범시민대책위원회의 실무위원회에서 필자는 시민단체의 실무대표를 맡아 송도백사장 문제 해결에 대해 여러 실무위원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있다. 지역문제에 있어서 공적토론영역은 언제나 필요하다. 지난해, 안토니오 구스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구온난화, 기후위기로 인해 지구가 뜨거워져 인류에게 지옥문이 열렸다.'고 발표하였다. 실제 기후재난으로 2022년에 파키스탄에서 1600여 명, 나이지리아에서 600여 명이 사망하였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뜨거워진 지구대기로 인해 태풍, 가뭄, 홍수, 산불 등 기후재난의 횟수나 크기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또 포항에서도 9명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아간 힌남노 태풍이 있었다. 기후재난으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은 기후약자이고 가난한 사람들이다. 특히 후진국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에 이산화탄소를 대량배출하는 산업과 공장이 있을 리 만무한데, 기후재난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양심이 있다면 분명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에 진입해 있다. 걸맞게 품격도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제 포항에서 이산화탄소를 대량배출하는 포스코의 석탄용광로의 존재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할 때가 됐다.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2023년 3월 시행되어 포항시도 2050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하여 모든 행정시스템을 가동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탄소중립 실현은 시민 참여와 실천없이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탄소중립포인트제도에 참여하여 전기를 아끼고, 플라스틱 사용도 줄이고, 생활쓰레기 분리도 잘하는 시민행동이 필요하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선 기업의 동참은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간에 필수적으로 수반될 수 밖에 없다. 포항 시민의 한 사람으로, 가까이에 있는 석탄용광로에 대해서 모른 척,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생활하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과 환경을 위해서라도 옳지 않은 행동일 터다.  다행인 것은 포항경제의 뿌리, 포스코가 이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포스코 없는 포항은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자 조합이다. 시민들은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탄소중립운동을 펼치고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당연 포항시 행정도 포스코의 탄소중립 경제활동에 대해 적극 관심을 가지고 협조에 주어야 한다. 필자는 지구촌의 모든 경제시스템이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탄소환경경제를 도외시하는 환경운동방식으로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런 점에서 소수의 시민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탄소중립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대중적인 환경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본다. 산업현장과 기업은 시민들이 탄소중립운동을 지원하고 도와주면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시민이 곧 직장인이고, 현장 노동자가 곧 지역의 생활시민 아닌가.   머잖아 탄소중립경제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모든 경제적 가치의 기준이 탄소중립에 있다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과 기업은 자연스레 도태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 기업들도 이산화탄소제로를 실현해야 기업활동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단지들을 탄소중립화 하지 않는 시민환경운동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환경을 지키자는 시민의식과 함께 전(全)사회적으로 탄소중립을 성공해야 한다는 시민운동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야말로 탄소배출권 거래제, 탄소세를 기반으로 하는 탄소중립 경제시스템을 활용하는 새로운 환경운동이고 기후위기, 기후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환경운동을 기대한다.

2024-08-05

대통령 레이건과 트럼프의 배짱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1981년 3월 30일 오후 2시 26분.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로널드 레이건(1911~2004)이 총에 맞는다. 워싱턴 힐튼호텔 앞에서 전용차에 오르던 레이건을 향해 존 힝클리가 권총을 쏜 것. 불과 3m 앞이었다. 총탄은 심장을 12cm 비껴갔다.피격 후 레이건은 생사가 오가는 수술을 받는다. 그 와중에도 메스를 잡은 의사에게 “당신 공화당원 맞지? 민주당 지지자 아니지?”라는 농담을 했다고.회복 직후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레이건. 무대에 오른 그의 뒤편에서 풍선이 터진다. 총성으로 오해할 수 있는 큰 소리였다. 그럼에도 레이건은 어깨도 움찔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농담에 긴장한 참석자 모두가 폭소했다. “이번엔 날 맞히지 못했네.”2024년 7월 13일 오후 6시 15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8)가 피격 당한다. 펜실베이니아 유세 도중 먼 거리에서 날아온 총알에 맞았다. 오른쪽 귀에서 피가 흘렀다. 총탄이 5cm만 왼쪽을 향했다면 사망했을 수도 있었을 터.그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트럼프는 손을 치켜 올리고 청중을 선동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트럼프는 총격 사건 후 며칠도 지나지 않아 웃는 얼굴로 다시금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세장은 다중에 밀집하는 공간. 또 다른 테러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곳임에도.레이건과 트럼프는 평가가 엇갈리는 사람이다. 열성적 지지자 이상으로 둘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항상 크고 작은 위험 속에서 살았거나, 살아간다.어쨌건 트라우마(Trauma·정신에 지속적 영향을 미치는 충격)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만든 둘의 배짱 하나는 ‘삼국지’의 맹장 장비(張飛)를 넘어서는 것 같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8-05

사람은 올바름만으로는 살 수 없다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한 주가 숨가쁘게 흘러갔다. 일요일부터 다시 일요일이 올 때까지 무엇인가 내 삶에서는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올바름을, 원칙을 따라야 하나, 그렇지 않으면 눈 감고 포용하는 길을 택해야 하나?옛날에 나 어렸을 때 어머니는 내게 남의 흉허물을 드러내지 말라 하셨다. 따지지 말라 하셨다. 그렇게 하면 인생을 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 자식이 어렵고 힘들게 살까 걱정하신 것이었다.화요일쯤이었나? 한 밤, 두 밤을 뜬눈으로 새다시피 한 판에, 파주의 후배 작가 작업실로 수박을 커다란 것을 하나 들고 돈 아까운 줄도 모르고 택시를 타고 갔다. 거기에 작가 몇 사람이 모인다고 놀러오라 했었다. 몸은 너무나 피곤한데,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서서 아예 잠을 잘 수 없는 상태, 잠깐만이라도 정 많은 친구들 만나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한 삼십 분 앉았다 돌아온다는 것이 두세 시간을 그대로 눌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퀴즈를 내듯 후배 친구들에게 내가 처한 상황을 말하고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고 했다. 올바름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음을 깨닫는 나이, 더구나 그 올바름을 취한다면 사람을 버려야 하는 것이었다. 몇 살이라도 젊은 친구들인데, 모두들 내가 더 어려워질 것을 걱정들을 했다. 이미 많이 늦었으니 판을 벌리는 것보다는 그대로 사람을 사는 쪽을 택하라는 것이었다. 지혜가 담긴 의견들이었다.파주 헤이리의, 이 작업실 주인은 요리 솜씨가 아주 좋았다. 모인 사람들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를 해두었고, 내가 가자 서둘러 조리를 해서 다시 내주는데, 와인 한 잔 하기에 안성맞춤 멋진 음식들이었다. 이미 모인지 꽤 되었지만 내가 가자 무슨 일인가로 긴장해 있던 분위기가 더 풀린 것 같았다. 옳고 그른 것을 따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속에서 좋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편안한 것도 없다. 우리는 꽤 오래, 지금보다 더 어려웠을 때부터 서로 가까워진 사람들이었다. 어려울 때 서로 가까워진 사람들은 사이가 쉽게 나빠지기 어렵다. 어려울 때 쌓인 정이 깊기 때문이다.더 늦기 전에 이제는 불광동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몸이 천근이었다. 일산이 집인 후배와 같이 다시 택시를 타고 바래다주고 집으로 오기로 했다. 이 친구는 아직 자리를 옮겨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었다. 차 안에서 다시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구했다.이제 혼자였다.검은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했건만.그러나 두날째 밤을 새다시피 한 정신이 맑아지고 차분해졌다. 감정을 앞세울 일도 아니고 사리에 맞게, 일이 생긴 대로, 이에 맞게 대처하면 될 뿐이었다.이 일은 결국 올바름을 쫓아 문제를 풀어나가겠지만, 사람은 결코 올바름만으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은 더욱 강해진다.그리고 사람은 각기, 백이면 백, 천이면 천 사람이 결코 같지 않다. 사람마다 올바름이 같지 않을 수 없고, 내 올바름이 객관적으로 올바른 게 아닐 수도 있다.끙끙 속앓이를 하며, 나는, 그래도 사람은 올바름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하고 애써 내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2024-08-05

일상의 정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언제부터인가 나는 정치 뉴스를 보지 않는다. 서로 상대만 탓하며 그들만의 정치를 하는 모습에 실망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특정 정당이 압도적 표를 받았지만 뭐 하나 변하지 않는 현실에서 차라리 외면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또한 투표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진실을 알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하지 못하는 나의 무력함을 외면하고 싶은 이유도 있다.이런 내가 지난주 우연히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영상을 본 게 실수였다. 이진숙 후보자의 과거 이력을 잘 알고 있었지만, 장관급 공직자로 지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별 동요는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사청문회 영상을 클릭한 것은 ‘광주’라는 두 글자 때문이었다. 방송통신위원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성격을 말하지 못하고 논쟁적이라거나 헌법 운운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란 어렵지 않다. 세상을 좌/우 이념 대립으로만 보는 모습에 가슴 깊은 곳에서 답답함이 몰려왔다. 이러한 시각이 방송에 투영될 때 어떤 결과가 생길까.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울 은평구의 어느 아파트에서 일본도로 이웃을 무참히 살해한 기사를 접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며, 피해자에게 죄송하지 않다는 당당한 모습에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음모론을 반복하는 피의자를 접하니,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그런데 우연히 들어간 해당 아파트 게시판을 보고는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인을 애도하는 글도 많았지만, 은평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동네, 살인자는 임대 아파트 주민, 망자의 울음소리가 아파트에 가득하다는 식의 조롱과 혐오의 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 떨어진다는 한탄도 빠지지 않았다.정치와 일상,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실상 우리는 정치와 일상이 분리된 삶을 산다.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적 올바름은 자본주의적 욕망으로 대체되고, 생활인으로서 우리에게 자본의 힘은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 생활은 가깝고 정치적 올바름은 너무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언제부터인가 생활인으로서 감각에 익숙해져서 정치에 관심이 없어졌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쉽게 말해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며 살기도 버거운 세상이다.그렇지만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하지 못하는 공직자와 익명성에 기대어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는 사람의 거리감은 그렇게 멀지 않다. 타인의 고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선으로 여기는 삶의 태도가 정치인 것이다. 이런 인식이 널리 공유되어 보편성을 만들고 나의 몸과 마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시각의 근저에는 자본주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나의 삶-정치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정치 뉴스를 외면할 수 있지만 나의 삶-정치를 외면하면 우리의 일상은 좀비가 출몰하는 디스토피아가 되고 말 것이다. 어떤 삶의 태도를 누구와 어떻게 공유해야 할까? 당장 2학기에는 학생들과 조금 더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겠다.

2024-08-05

해발 2.53미터

강길수 수필가 J 초등학교 옆 교차로에 건널목이 있다. 사람이 신호 기다리는 한곳 곁에 가로, 세로, 높이 모두 한 뼘쯤 돼 보이는 정사각 표지석 하나가 있다.관심 없이 지나다녔으니 언제 설치됐는지 모른다. 며칠 전 출근길에 표지석 옆에 서서 신호를 기다렸다. 무심코 시선을 옮기는데 표지석이 처음 제대로 눈에 띄었다. 그리고 무슨 글자가 그 윗면에 새겨져 있는 것도 보였다. 수년 아니, 어쩌면 강산이 한 번은 변했을 세월을 나는 표지석을 못 본 듯 곁에 자주 오갔다.가까이 다가가 글자를 보았다. 바로, ‘해발 2.53M’란 표지였다. 내심 두 번 놀랐다. 첫 번째가, 주위 사물에 대한 내 무관심을 또 확인한 점이다. 살아오며 나름대로 만나거나 지나가는 사물에 관심을 가진다고 여겼는데, 실상은 아니거나 모자람이 드러난 것이다. 두 번째는, 내가 사는 곳의 해발 고도가 너무 낮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 사실이다. 포항에 올 때부터 상식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예전에 양학천이나 칠성천이 복개되지 않았을 때는, 매일 지나다니며 수면 높이나 보이는 수질, 악취 같은 것들을 가늠할 수가 있었다. 하나, 지금은 포항 운하나 동빈내항 같은 곳에 일부러 보러 가기 전에는 깜깜이가 되었다. 복개 때문이다. 수로 안의 수면 높이나 수질 같은 것은, 당국자들이나 점검하고 알고 있을 것이다.당국에서 시가지에 해수면 표지석을 세운 이유는 법률에 따른 것일 테지만, 국민도 자기 사는 곳의 해수면 높이 정도는 알고 살아가라는 뜻도 있을 터이다. 남, 북극과 고산지대의 빙산과 만년설이 온난화로 녹아내린다. 그 결과 해수면이 상승하는 기후변화시대를 살고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해수면 상승을 다루는 여러 단편적 보고나 보도들을 보았다. 한결같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한데, 해수면 상승 예상 수치는 보고나 보도마다 달랐다. 전문가들의 예상 모델이나 수치가 아직 일치되지는 않는다. 그나마, 해양환경공단(KOEM)의 ‘해수면상승시뮬레이터’의 자료가 체계적으로 보인다. 해수면 상승지표를 4단계로 정하고, ‘현재, 2050년, 2100년’ 3 시점을 각각 볼 수 있게 한국의 해수면 상승 예상 지도가 올려져 있다.4단계는 ‘대표농도경로(RCP· 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의 지표 수치다. 지구 자체가 인간 활동 영향을 원상회복 가능한 경우는 RCP 2.6,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가 RCP 4.5, 저감 정책이 어느 정도 실현되는 경우는 RCP 6.0, 저감 정책을 안 할 경우를 RCP 8.5로 정해 나타냈다.이 지도를 보면, 2050년 우리나라는 해안가를 따라 많은 지역이 침수가 예상된다. 특히, 포항시는 공단을 포함한 시가지의 상당 부분이 침수 예상 구역으로 돼 있다. 글, 수치 보다 지도로 보니 실감이 더 든다. 해수면 상승 문제는 투발루 같은 섬나라의 일만이 아니라, 우리 앞에도 닥쳐올 현안이다. 따라서, 국가, 지자체, 국회 등 관련 기관은 이에 대한 연구와 대책을 세워 실행하고, 국민도 내 일처럼 관심 가지며 협조를 해나가야 할 때다.

2024-08-05

이미지즘을 선도한 정지용의 시 언어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한국 문학의 근대의 여명기에는 육당의 덜 다듬어지고 조잡한 회화체 형식의 신체시로 시작되면서 전통과의 연계 대신 문학사의 단절을 가져왔다. 20년대는 서구의 상징주의와 낭만주의를 흉내낸 아마추어적 문학 풍조와 계급문학이 득세하면서 한국의 현대시사는 서구의 문학에 접목되는 기이한 과정을 거쳤다. 30년대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국제적 안목을 지닌 모더니티가 정지용과 김광림과 같은 탁월한 재능과 기질을 갖춘 시인들에 의해 세련된 초현실주의나 다다이즘에 근접하는 문예 양식이 만들어졌다.과다한 한자 어휘를 배격하거나 생경한 일제식 외래어를 가능한 시의 언어에 배제했던 20년대 소월, 30년대 백석, 정지용 등이 이룩한 성과는 시문학에 언문일치를 이루었다. 이들에 의해 우리말의 싱싱함과 푸르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토착어를 적절하게 시어에 반영하여 시어의 구어적 청각적 전통성을 이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노래하는 시, 씌어진 시라는 측면에서 구전적 전통과 회화체의 관습을 현대시로 이어낸 것은 근대적 단절이 아닌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평가될 일이다.이 시기에 토착어 지향의 시적 경향이 강할수록 성공적인 시라는 판단이 가능한 이유는 당대의 소월, 만해, 백석, 이상화, 김영랑 등과 같은 시인들의 시작에서는 한자어나 외래어가 절제되지 않아 참담한 시적 실패를 보여주는 것과는 상반된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알 수가 있다.시인 정지용이 1923년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고향을 그리워하며 쓴 시 ‘향수’(‘조선지광’ 65호, 1927년 3월)의 예를 들어보자. 시문학파가 일군 토착어 지향성은 단순한 언문일치운동의 차원이 아닌 토착어가 섞인 고향의 노래이기 때문에 그 호소력이 각별하다. 한자어나 외래어와 같은 생경한 언어가 아닌 어린이나 유민들의 구어적 언어가 잃어버린 고향의 실체를 경험하는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쉽게 노래로 전파될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중략//하늘에는 성근 별/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이 시에서는 토착어의 배타적 조직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마구잡이로 토착어를 남발하듯 쏟아 부은 게 아니라 절묘하게 방언을 잘 섞어놓았기 때문에 피상성이나 억지를 부린 듯한 혼란은 충분하게 배격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토착 지향의 30년대 시문학파 시인들은 최소한 느낌에 섬세한 구체성을 부여하고 드물게는 느낌과 생각의 긴밀한 통합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향수’에서 등장하는 토착어는 매우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에서 ‘지줄대다’라는 시어는 마치 실개천의 흐르는 물소리를 연상할 수 있게 한다. ‘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에서 ‘얼룩백이 황소’는 우리 전통적인 일소인 칡소로 검은 반점이 있는 소의 심상적 이미지를 이어준다.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이라는 표현은 이 시에서 매우 중요한 전경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소의 울음을 비인과적인 시간성 언어인 ‘해설피’로 표현한다. 소의 울음을 시각적으로 금빛으로 마치 게으른 칡소가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전경은 한 폭의 이미지요 그림이다. 텅 빈 밭에 밤바람 소리는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이 밀려들어 마치 말이 달리는 듯하고 하늘에는 듬성듬성한 별이 모래성으로 옮아가는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 이미지로 드러낸다. ‘얼룩백이 황소’, ‘질화로’, ‘늙으신 아버지’, ‘짚베개’,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 ‘사철 발 벗은 아내’, ‘서리 까마귀’,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 등 시인의 공감각을 절묘한 토착어로, 저녁 무렵에서 밤으로 다시 새벽으로 이어지는 고향의 늦가을 전경을 시간적 이미지로 이어낸 작품이다. 시간적으로 유서 깊은 고향의 추억을 시공간으로 엮으면서도 시인의 경험을 뿌리깊은 토박이 말로 이미지화하여 잘 꿰어낸 작품이다.

2024-08-05

야마토함, 스즈, 그리고 우장춘 박사

4월 26일 청일전쟁 당시 많은 군사시설이 설치되었던 히로시마 성을 떠난 우리 일행이, 히로시마의 명물 오코노미야키로 점심을 해결하고 향한 곳은 구레시(吳市)였습니다. 히로시마가 근대 일본의 육군도시로 유명한 곳이라면, 구레는 해군도시로 유명한 곳인데요. 히로시마에서 남동쪽으로 20㎞ 떨어져 있는 구레는, 히로시마에서 열차를 타고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해안가 도시입니다. 히로시마에서 구레까지 가는 열차에서 바라본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의 풍경은 너무나 잔잔하여 마치 커다란 호수처럼 보였습니다.구레가 일본을 대표하는 해군도시로 성장하게 된 첫 번째 계기는 1889년 해군 진수부(해군 함대의 개장, 수리, 무장, 보급을 담당하는 후방사령부)가 설치되면서부터인데요. 구레에 진수부가 설치된 이유는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이 깊으며 입구가 넓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구레는 일본 해군과 함께 성장하였고, 일본에서 첫째가는 조선소가 건설되는 등 군사도시로서 크게 발전하는데요. 특히 구레는 일본이 본격적인 군국주의로 나아가기 시작한 만주사변(1931년) 이후부터 크게 발전합니다. 이후 수많은 함정, 항공기, 항공모함, 잠수함 등을 생산하였는데, 1937년부터 1941년 사이에는 매년 평균 일곱 척의 함정을 만들기까지 했다고 합니다.이처럼 일본의 최첨단 기술이 모였던 구레를 상징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야마토함입니다. 당시 일본이 추구한 대함거포주의(大艦巨砲主義)의 상징이기도 한 야마토함은 실로 거대한 함포를 가진 큰 전함이었습니다. 야마토함의 길이는 263m이고 높이는 54m에 이르렀으며, 사정거리는 무려 42㎞에 이르렀습니다. 1941년에 완성된 야마토함은 당시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가장 큰 전함이었는데요. 일본이 국운을 걸다시피 하며 극비리에 만들었던 야마토함은 사실 그 존재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것이었습니다. 당시 해전의 주역은 이미 전함에서 항공모함으로 옮겨가고 있었으니까요. 해전에서의 공격은 이전처럼 함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항모를 떠난 비행기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기에 야마토함의 군사적 효용은 그렇게 높을 수가 없었는데요, 더욱 허무한 것은 1945년 4월 7일 오키나와로 이동하던 도중 미군 비행기의 폭격을 받아 싸움다운 싸움도 못해보고 ‘불침함(不沈艦) 야마토’는 침몰해 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그러나 야마토함에 대한 일본인들의 향수는 대단한 것이어서, 구레시가 2005년에 건설한 구레시해사역사과학관(吳市海事歴史科学館)의 이름은 아예 ‘야마토 뮤지엄’일 정도입니다. 이 곳에서는 군항으로서 발전해 온 구레의 역사, 구레가 보유했던 제강과 조선 등의 기술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지만, 이곳의 주인공은 단연 야마토여서, 박물관의 현관에 해당하는 곳에는 야마토함을 10분의 1로 축소해 놓은 모형이 방문객을 맞이해 주었습니다.전쟁 당시 구레는 야마토함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대표적인 해군도시이자 공업도시이기도 했지만, 그런 이유로 해서 미군의 엄청난 공습을 받기도 했습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이 세상의 한 구석에서’는 히로시마에서 구레로 시집간 스즈라는 어린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전쟁 당시 구례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서 스즈가 주로 하는 일은 전망 좋은 곳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전함을 바라보는 것과 공습경보가 울리면 대피호에 숨는 일입니다. 이러한 작품의 상황은 구레의 실제 역사적 상황에 그대로 부합되는 것인데요. 안타깝게도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조카 하루미는 즉사하고, 스즈는 오른손을 잃고 맙니다. 선량하기 이를 데 없는 스즈의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가 그림 그리기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른손의 상실은 스즈에게 너무나 큰 고통이었을 겁니다. 이외에도 ‘이 세상의 한 구석에서’는 구레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데요. 스즈의 눈을 통해 바라본 구레 사람들은 대부분 해군과 관련된 일을 하며 살아가고, 구레 시내는 당시의 군수경기로 인해 흥청망청하기도 합니다. 너무나 착하고 순박한 스즈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오른손을 잃고 수많은 가족을 잃습니다. 이런 스즈를 통해 바라본 2차 대전이란 죄없는 스즈(일본인)가 누군가(미군)에 의해 끊임없이 고통을 겪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하는데요. 아무리 스즈에게 감정이입을 하더라도, 이 전쟁 당시 ‘이 세상의 다른 구석’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본군에 의해 죽어갔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야마토 뮤지엄을 관람한 우리 일행은, 근처의 다른 해군 관련 전시관도 둘러보았는데요. 히로시마가 어떠한 군사시설도 없는 평화도시로 남은 것과 달리, 구레는 지금도 일본의 대표적인 군항도시로 남아 일본해상자위대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경재 숭실대 교수 구레 답사를 마치고, 히로시마로 돌아오며 저는 미처 들르지 못한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구레는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1898-1959)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곳으로서, 우장춘은 구레중학교의 5회 졸업생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우장춘의 아버지 우범선(1857-1903)은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가담했다가 일본으로 도피한 인물이지요. 그가 1903년 고영근에게 암살된 곳도 바로 이곳 구레였으며, 우범선의 묘는 지금도 구례에 남아 있습니다. 우장춘은 말년에 홀로 귀국하여 조국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합니다. 그런 공을 기려, 대한민국 정부는 우장춘이 죽기 3일 전에 문화포장을 수여하는데요, 우장춘은 그 훈장을 받고 “조국이 나를 인정했다”며 피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우장춘의 눈물 속에는 평생을 이방인으로 살았던 자신이 드디어 조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기쁨과 더불어, 아버지 우범선이 자신을 통해 조국으로부터 용서받았다는 기쁨도 담겼었는지 모르겠습니다.글·사진=이경재(숭실대 교수)

2024-08-05

나는 공짜가 아니다

누군가 ‘예술가는 돈을 밝히면 안 된다’고… /ideogram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한 업체로부터 공연 섭외 요청 연락을 하나 받았는데 돈 얘기가 빠져있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책정된 출연료가 있나요?”하고 물었다. 그 이후로 답변은 오지 않고 있다. 이런 일은 종종 있는 일이라 당황스럽지도 않고 화도 나지 않는다. 그저 조금 성가실 뿐이다.나는 창작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다. 글과 음악을 팔아 돈을 벌고 그것으로 나와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간다. 갈빗집 사장님이 갈비를 팔고 휴대폰 대리점 사장님이 휴대폰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나의 창작물을 파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파는 것들을 공짜로 내어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갈비나 휴대폰을 공짜로 달라고 점포 문을 여는 사람은 아주 드물 것이다. 내 창작물이 갈비나 휴대폰 보다 위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 값이 공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누군가는 ‘예술인은 돈을 밝히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누가 돈 주는 게 제일 좋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좋은 사람, 자아실현, 화목한 가정, 건강 등등. 다양한 유무형의 자원 중에 내게 가장 넉넉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게 바로 돈이다. 예술인들은 흔히 이런 상황에 놓인다. 차고 넘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중 무엇을 먼저 추구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예술인은 당연히 돈을 밝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물론 그런 논리와 무관하게 선심을 쓰는 차원에서 공짜로 노래도 부르고 글도 쓸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칫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짜로 쓰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그것이 유료화 되면 성을 내곤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음악이다. 한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법다운로드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다운받거나 무료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음악을 듣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너무 당연해져서 음악을 유료로 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났을 때 수많은 대중들이 반발했던 기억이 선명하다.그럼에도 내가 비영리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먼저 사회를 향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 같은 생각으로 기획된 무대가 있다면 금전적인 부분과 관계없이 달려가기도 한다. 사회적인 올바름을 추구하는데 나의 창작물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내가 가진 무형의 재산을 빌려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간혹 이런 경우들이 있다. 내가 공연을 함으로써 발생되는 수익을 기부 할테니 와 달라는 것인데 그 수익 기부를 자신들의 이름으로 하겠다는 것. 이건 반칙이라고 생각한다.내가 신세를 진 사람이나 가까운 지인들의 부탁으로 나의 능력을 무료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식으로라도 신세를 갚을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기쁜 일이다. 가까운 지인들 같은 경우 나의 호의를 기억해두고 밥이나 술이라도 살 테니 여건이 되고 상황이 맞으면 부탁을 들어줄 수도 있는 것이다. 간혹 모르는 사람이 밥을 살 테니 도와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모르는 사람과 밥을 왜 먹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돌려주고 싶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그외 너무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 일이라거나, 나에게 커다란 영광인 일 같은 경우에는 무료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가급적 무료로 나를 사용하도록 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나의 원칙이다. 간혹 재능을 기부하게 되는 경우이더라도 가급적 거마비 수준의 돈은 받으려고 한다. 재능 기부는 말 그대로 재능을 기부하는 일. 재능 기부를 바라면서 거기에 드는 비용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재능에 금전까지 얹어서 기부하라는 말이 된다. 나는 재능 외에 차비나 식대 같은 비용까지 기부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예전에 라디오에서 한 연예인 진행자가 어느 청취자와 전화 통화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비영리 단체에 있다는 청취자가 진행자에게 기회 되면 재능기부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하자 진행자는 말했다. “재능이 너무 커서 기부할 수가 없어요.” 나는 무릎을 탁 치며 공감했다. 나 역시 내가 가진 재능으로 십수 년째 먹고 사는 사람이다. 결코 그 재능이 작다고는 할 수 없다.기다리던 답장이 왔다. ‘죄송하지만 저희가 신생 업체라 책정된 출연료는 없습니다. 하지만 향후…’ 나는 이런 상황에 향후를 기약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 나를 존중한다면 여건 안에서 적은 금액이라도 제안했어야 했다. 보수가 적은 것과 없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에. 나는 공짜가 아니다.

2024-08-05

김치찌개와 파스타

인간에겐 누구나 영혼을 울리는 음식이 있다. /언스플래쉬 ‘오늘 뭐 먹지?’많으면 세 끼, 못해도 두 끼는 꼭 챙겨 먹어야 하는 내게 이것은 꽤 중요한 문제다. 이른 아침부터 고열량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인간으로 내가 가진 지론은 바쁜 날엔 더욱 든든하게 챙겨 먹어야 한다는 것. 이렇게 욕심을 부리다간 속이 더부룩해 종일 끙끙거릴 게 분명하지만, 힘이 빠지고 머리가 어질어질한 것보다야 낫다. 피치 못할 이유로 한 끼라도 거르게 되는 날엔 회의감에 빠진다. 나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먹는다는 행위는 우리 인생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일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혹은 ‘먹고 살기 참 힘들다.’는 말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이는 단순히 영양가 있는 덩어리를 위장에다 모으는 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얼마든지 문학적인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다.생각해 보면 매 끼니를 그렇게 잘 챙겨 먹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세끼를 근사하게 차려 우아하게 먹는 호사스러운 시간은 우리의 일상에 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음식으로 허겁지겁 주린 배만 채우는 것처럼 슬픈 일은 또 없다. 식사 자리에는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자리한다. 그런 면에서 위장과 영혼은 서로 맞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각자에게 영혼을 울리는 음식이 있을 것이다. 나의 소울 푸드는 김치찌개와 파스타다. 살면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을 꼽자면 이 두 가지다. 전국 방방곡곡의 김치찌개 맛집을 찾는다든가, 새로운 파스타 조리법을 유튜브 영상으로 시청하는 것 또한 나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내가 가장 즐겨하는 요리 또한 이것인데,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자신 있게 내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필살기이기도 하다.김치찌개는 김치가 맛있는 것이 핵심. 앞다리살 대신 등갈비를 넣으면 조금 더 고급스럽게 변하고 참치나 스팸을 넣으면 더 캐주얼한 맛이 난다. 새우젓과 두부만 넣어 칼칼하게 끓이는 것도 일품이다. 육수도 중요하다. 멸치로 내느냐 사골로 내느냐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이다. 무엇보다 김치찌개는 오래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깊어진다. 한 솥 가득 끓여놨다가 다음 날 아침에 비척비척 일어나 후루룩 떠먹는 김치찌개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파스타는 말해 뭐하겠는가. 오일, 토마토, 크림을 베이스로 두는 이 요리는 무엇을 넣고 어떤 식으로 조리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된다. 봄에는 제철 나물로, 여름은 방울토마토와 치즈로 산뜻하게 만들면 한 계절이 내 안으로 고스란히 들어오는 기분이다. 날이 쌀쌀해지면 여러 가지 해물로 육수를 만든 다음 토마토소스에 고추장을 섞어 맛을 내는데, 한 입 떠먹으면 혈관에 뜨거운 기운이 돌면서 몸이 따뜻해진다. 이것은 해장에도 제격인데, 숙취로 괴로워하는 나를 몇 번이나 구원해 준 아주 고마운 녀석이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음식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과 닿아 있다. 밥을 먹으려고 입을 크게 벌리는 순간이 어쩐지 민망해지는 것처럼. 이에 관해 구태여 말하는 게 머쓱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우리를 쉽게 감동하게 한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한식당을 찾았을 때의 기쁨을 떠올려보자. 고된 여행에 지쳤을 때 먹는 김치찌개 한 입처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묘하게 달짝지근하고 심심한 것이 아쉬워도, 이 정도면 괜찮아, 얼추 비슷한 맛이야, 하며 관대해진다. 은은한 감동이 뭉근하게 퍼지면서 마음 어딘가가 풀어지는 기분이다.유럽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도 본토의 파스타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맛있긴 했지만 내 입맛에 딱 맞진 않았다. 마늘과 페페론치노가 넘치도록 들어갔으면 좋겠고, 고춧가루 팍팍 넣어 느끼한 맛을 잡고 싶고, 아니 여기에 굴소스 한 스푼을 넣으면 감칠맛이 더 돌 것인데… 그런 불온한 생각을 하는 손님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업원은 음식이 맛있느냐고 물어왔고 나는 엄지를 척 내밀며 거짓 웃음을 지었다.그러니까 내 부엌에서 내가 만든 음식이 내 입에는 가장 맛있다는 결론이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땡초도 실컷 넣고 짠맛도 단맛도 마음껏 조절해 가면서 내 맘대로 만드는 김치찌개와 파스타. 여기에 시원한 맥주 한 잔 곁들이면,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소리가 절로 나온다. 누군가가 먹고 너무 싱겁다고, 맵고 달다고 미간을 찌푸려도 뭐 어떠한가. 내가 만들고 내가 먹는 것인데. 다른 곳에선 몰라도 식탁의 주도권만큼은 내가 쥐고 있다. 그게 중요한 거다.

2024-08-05

변변치 못하게 선거 불복까지 따라하나

김진국 고문 ‘탄핵’이 시대의 명제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전에는 ‘탄핵’이라는 단어가 금기어였다.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불경이라 생각했다.요즘은 유행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이후로 이동관·김홍일·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이 소추됐다. 또 안동완·이정섭·손준성·이희동·임홍석·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무려 9명의 검사 탄핵안이 발의됐다. 언론과 검찰을 야당 손에 쥐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청원에 143만 명이 찬성했다. 이를 핑계로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청문회까지 열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문회…. 외국에서는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 대통령이라고 생각할 법하다. “청원이 있어서…”가 이유다.143만 명이 찬성 서명했다는 것도 놀랄 일이다. 하지만 증오의 정치 시대에 반대자를 모으자면 100만 명이 어려운 숫자가 아니다. 다른 정치인인들 반대서명을 하면 못 모을까. 탄핵 청문회에서 듣도 보도 못한 기행들이 벌어졌다.이런 이벤트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권위를 잃고, 신뢰도 잃어간다. 윤 대통령은 다음 선거에 나서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건, 아니면 다른 누가 나선다고 해도 경쟁할 상대에서 윤 대통령은 제외된다. 그렇다고 분명한 탄핵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탄핵 놀이’를 즐기는 인상을 준다. 취임 이전부터다.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민주당만 그런 게 아니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통해 한동훈 대표를 선출했다. 당원도, 일반 국민도 63%가 한 대표를 선택했다. 대통령실이 원희룡 후보를 적극 지원한 것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압도적 승리다. 일반 국민뿐 아니라 당원들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분명히 표시했다.그런데 전당대회가 끝난 바로 다음 날 김재원 최고위원은 방송에 출연해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의사가 다를 때는 원내대표의 의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김민전 최고위원도 “(채 상병 특검법은) 당대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당대표 생각이라 하더라도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렇게 토론을 통해 더 좋은 전략을 세워가는 게 최고위원회의다. 하지만, 이 발언은 한 대표를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전당대회 중에도 ‘김옥균 프로젝트’가 나돌았다. 김옥균의 개화당이 갑신정변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삼일 천하로 끝난 것에 비유한 구상이다. 한 대표가 당선되더라도, 단기간에 낙마시키겠다는 뜻이다. 그 이후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텼다. 과정을 구체적으로 복기하지는 않겠다. 최고위원회의 구성에서 정 의장이 버티면 반(反) 한동훈 성향이 과반수가 된다. 한 대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결국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찾아가 만남으로써 해결했다. 그런데도 아직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았다. 여전히 한 대표를 국민의힘 대표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력이 많다. 윤 대통령이 ‘당무 개입’이라는 탄핵 핑계를 만들지 않으면서 최대한 의견을 밝혔지만 선뜻 수용하지 않는다.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에 대해서도 ‘10분만 만났다’라는 조작한 정보를 흘리며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를 반대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기존 당 간부들이 대통령을 핑계 삼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비친다. 63% 대 19%로 세 배가 넘게 득표했지만, 불복하려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한 대표도 망하는 길이다. 민주당 행태와 다르지 않다. 아니, 집권 2년을 지켜본 민주당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선거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회로 진격하라고 지지자들을 부추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92년 선거 직후 ‘컴퓨터 부정’을 주장하며 백서를 내고, 보라매 집회를 열었다. 최근에는 보수 세력 일부도 선거 부정을 주장한다. 선거가 잘못됐으면 정상 절차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하지만, 무한정 의혹을 확산하고, 불복하는 행태는 민주주의에 독(毒)이다. 집권당이 하다 하다 변변치 못하게 선거 불복까지 따라 하려는 건지 한심하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08-04

여름에게 안부를

이희정시인 여름아, 반찬이 쉽게 상하는 계절이 되었어이런 계절이 되어서야겨우 답장을 한다 종이와 펜은 넘쳐나는데 마음이 도착하지 않아서겨우의 자리에 많은 것들을 고이게 만들었어겨우의 자리는 어떤 곳일까모든 것엔 제 자리가 있고 그건 결코 슬픈 일이 아니지만어쩐지 겨우는 영원토록 제자리만 맴돌 것 같고겨우, 기껏, 고작, 간신히, 가까스로….내가 사랑하는 부사들을 연달아 적으며그것들의 겨움을 또한 생각한다여름아, 왜 어둠을 말할 땐 내린다거나 깔린다는 표현을 쓸까어제는 야광운을 찍은 사진을 봤어야광운의 생성 조건은 운석이 부서진 가루와 초저온이래부서짐과 추위의 결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된 것그것들을 아무 죄의식 없이 아름답다고 말해도 되는 순간이 올까상한 반찬을 버리면 깨끗한 식탁을 가질 수 있을까-안희연,‘야광운’부분 (‘당근밭 걷기’, 문학동네)일기예보는 연일 폭염을 경보한다. 아이들은 연신“더워죽겠어요”라는 말을 쏟아낸다. 온몸에 흐르는 땀처럼 말이다. 해서 답해주었다,“여름이니까.” 그런데 진정 여름을 여름으로만 답할 수 있을까.안희연 시인(1986~)이 호명하는 단어들은 모두 애정어린 겨움을 지니고 있다. “겨우, 기껏, 고작, 간신히, 가까스로….” 의미심장한 부사어들을 연달아 적으며 겨움의 안쓰러움을 상기한다. 시를 가만히 따라가 보면 유독 언어 표현의 세밀함에 감탄하게 되는데, 한 단어도 허투루 놓인 게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시인은 여름이라는 대상을 한 존재로 대상화하고 있다. 제목으로 올린 ‘야광운’의 주제를 대수롭지 않게 멀리 두는 방식으로 본질에 밀착하는 기예의 깊이를 힘껏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녀가 한 존재, 여기서는 여름이 되겠다. 여름이라는 존재를 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세상 모든 모종을 향해 열려 있으되 충분한 교감이 전제되어야 한다.“절대로, 도무지, 결단코, 기어이, 마침내, 결국….//그런 말들은 다독여 재우고//여름아, 이제 나는 먼 것을 멀리 두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 내가 나인 것을 인정하는 사람으로”“안희연의 시는 다른 존재와 관계 맺는 순간을 통해, 삶이란 한 사람의 것이 아님을 체감하게 만들며, 그러한 연결의 감각이 서로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는 독해를 경유하며 이번에는 ‘절대로’‘도무지’‘결단코’‘기어이’‘마침내’라는 종결의미의 부사어들이 안간힘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힘을 빼고 지나온 겨움의 연약함을 결국 무너지지 않게 하려는 강한 의지가 어렵지 않게 감지된다.우리의 여름은 점점 더 뜨거워질 것이다. “상한 반찬을 치운다고 우리의 식탁은 깨끗해질 수”없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으로 직감하고 있다. 보통 밤에는 구름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행성에선 밤에도 빛을 향해 하늘을 밝히는 야광운 현상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대기 오염의 결과라고 이것이 주는 불안감은 시인이 열거한 “겨우, 기껏, 고작, 간신히”의 여름과 같은 사실로 귀납된다.여기서 여름은 점점 틈입해 들어오는 경험의 편린이 아니다. 부서지고 쪼개지는 파괴에 힘을 다해 맞서는 저항의 태도이다. 이 시에서 야광운은 공포감을 가졌지만 이어지는 단어들은 치유감을 지녔다.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며 잊지 않으려 애쓰고 또 애쓴 시어들이 결국 비극의 구멍을 메운다.먼 것은 멀리 두는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시에 담긴 감동의 태반(太半)은 안간힘이라는 저항의 겨움이다.

2024-08-04

울릉 100년 미래의 초석 다진다

남한권 울릉군수 ‘반추하다’는 원래 ‘동물들이 먹은 것을 되새기는 행위를 의미’하나, 우리 일상에서는 ‘되풀이를 음미하고 생각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된다.민선8기 2주년 울릉군정이 반환점을 돌고 있다. 앞선 2년 동안 성과 및 과오를 되짚어 보며 성과는 더 발전시키고 과오는 문제점이나 원인을 파악해서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 울릉 100년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기간이 돼야 할 것이다.민선8기 공약사항은 7개 분야 70개 과제 76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분야별 세부 현황을 살펴보면, 일자리가 있는 인구교육 정책에 13건, 관광과 경제성장 기반구축에 12건, 주민안전 의료복지 실현에 12건, 잘 사는 일등 울릉 건설에 11건, 문화가 있는 친환경섬 건설에 8건, 울릉 발전 전략 기반 마련에 10건, 소통을 통한 혁신 행정 구현에 10건이다.현재까지 완료 11건, 정상추진 47건, 일부 추진 12건, 미착수 4건이며 공약 이행률을 산정해 보면 45.57%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실적은 울릉도 등 먼섬 지원 특별법의 제정과 울릉도 브랜드 개발 그리고 도동학생체육관을 활용한 358억원 규모의 울릉 다이음터 건립사업 확정이다.무엇보다도 지난해 12월 말 울릉군 도약의 전환점이 될 ‘먼 섬 지원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같은 해 3월 법안을 발의했을 당시에는 정주생활지원금과 대학입학 특별전형의 혜택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관계 부처에서 제도적, 재정적 부담을 표명, 특별법 제정이 불발될 수도 있어 지속적인 중앙 부처와 협의 하에 부처별 이견이 있는 조항을 삭제, 대안으로‘울릉도·흑산도 등 국토 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물론 먼 섬지원 특별법 제정으로 울릉군민의 정주여건을 개선할 수 있어 환영할 일이지만 군민들이 피부로 와 닿을 만한 정주생활지원금과 대학입학특별전형 혜택이 빠져 아쉬움이 있었지만 국민의 힘 이상휘(포항 남·울릉)의원이 ‘서해5도 지원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원 규정으로 인해 울릉도 등 해당 섬 주민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질 수 있어 개정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황이다.법안 내용에도 있듯이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돼 있는 이유가 바로 시행령 제정과 종합발전계획의 수립을 위한 것이다. 시행령을 통해 법에 명시된 여러 사항들의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돼야 하고 종합발전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사업들이 제시가 될 것이다.또한, 국토외곽 먼 섬지원 특별법을 기반으로 울릉도를 싱가포르처럼 발전시키기 위해 기관 업무 협약 체결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울릉도와 같이 한정된 토지에도 불구 도시디자인과 경관이 우수하게 조성됐다.특히 우수한 대학교의 교육과정, K-U시티 사업과 변환경제 사례를 통해 울릉도 신사업을 발굴하고, 창이공항을 비롯 여러 도시정원을 통해 울릉공항 개항 이후의 운영방법, 도심형 케이블카과 트램, 버스 등 도서 교통 순환 체계 및 울릉군이 표방하고 있는 친환경 생태관광섬을 실현하고 울릉도형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구상중이다.해상교통의 다양화와 일주도로의 완전한 개통, 항만시설의 현대화와 더불어 울릉공항 개항과 같이 지리적 고립의 한계가 해소된다면 100만 관광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마냥 긍정적인 효과만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관광 인프라의 부족도 문제지만 지난해 언론에 대거 보도되었듯이 불친절, 식당 혼밥 불가, 고물가, 패키지 여행의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 외부의 부정적 인식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이런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친절도 향상, 바가지요금 근절, 청렴도 개선 등의 인식변화를 위해 ‘에메랄드 캠페인’을 시작했다.에메랄드 캠페인은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도시브랜드 ‘에메랄드 울릉도’를 활용한 방안으로 세이브(SAVE) 에메랄드-에메랄드 빛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친환경적으로 자연 자원을 개발 및 활용한 관광정책을 추진한다.스마일(SMILE) 에메랄드-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친절한 웃음으로 관광서비스를 혁신적으로 개혁하고 관광 도시 이미지 개선하는 것이다. 체인지(CHANGE) 에메랄드는 당당하고 청명하게 변화된 공직문화를 바탕으로 밝고 활기찬 울릉의 미래 변화를 꾀한다.혼재된 각종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군민들이 알기 쉽고 응집된 힘을 얻기 위해 3대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다시 찾는 새울릉’이 헛된 모토가 되지 않게 혁신적 의식변화가 있어야 하겠다.가장 우선은 특별법에 의한 종합발전계획의 수립이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약 1년간 올바른 방향성과 실체적이고 구체적인 사업안들이 마련될 수 있도록 주민들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묻고 또 물어서 합해진 중지들을 통해 5개년 청사진을 잘 그려내야 한다.관 주도적이 아니라 군민들이 주도하는 그래서 군민들의 숙원해소와 가려운 곳을 시원히 긁어드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민선8기 이제 반환점을 돌아 2년여가 남아있다. 2년밖에 안 남았다는 부정적 인식보다 군민 모두 2년이나 남아있어 건설적이고 진취적인 일을 더 도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식을 가질 시기다.

2024-08-04

포항시, 다음 지속가능한 정책은 무엇

양만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 “포항은 그야말로 ‘핫한 도시’가 아닌가요.”서울언론사의 한 피디가 나에게 한 말이다. 영일만의 해역에서 석유가 매장되었다는 뉴스. 채상병 사망 사건과 박정훈 대령, 모두 포항과 무관하지 않다. 주요 뉴스의 진원지가 포항이니 그럴 만도 하다.중앙과 지방의 언론매체를 타고 연일 조명을 받고 있다. 며칠 전에는 대구 TBC, KBS도 가세했다. 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본격 건립하여 포항시가 ‘글로벌 MICE중심도시’로 도약한다며 이강덕 포항시장과 생방송을 했다. 동아일보도 편승해 포항시가 철강도시에서 ‘이차전지 산업’ 도시로 만들겠다는 이시장의 메시지가 뉴스의 한 면을 차지했다. 포항시의 주가를 연일 상한가로 언론사들이 띄우고 있다.다음은 무슨 주제라는 궁금증도 생길만 하다. 이차전지·바이오· 수소 등 신성산업 육성을 위한 ‘기회발전특구도시’, 포항이 등장할까. 포항은 제철중심의 ‘제철보국’의 도시에다 ‘2차전지’의 도시로 경합하여 성장·발전하는 회복력이 강한 도시로…. 4차 산업생태계의 변화에 순응하여 탄탄한 고용시장을 선점하려는 첨단기업의 유치정책 수립과 집행에 방점을 두었다. 2차전지의 주력업체인 에코프로를 비롯한 여러 기업을 포항에 진입시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지진과 힘남노 태풍의 재난에 회복력탄력성을 실현시킨 포항시.재난의 역경에도 도시경제 성장 동력의 확보에 필요조건을 포항시가 갖췄다. 제철보국에 이어 전지보국에 토대를 둔 위대한 포항시대의 장을 여는데 아직은 부족하다. 필요조건은 되어도 충분조건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국에서 가장 매력적이며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 받으려면 함께 가동시켜야할 ‘부스터’가 있어야 한다.도시 전문가들의 주장을 빌려 보자. 미국의 뉴올리언즈는 풍부한 역사, 번창하는 문화, 훌륭한 요리, 흥미로운 건축물을 가진 도시이지만, 여전히 탄탄한 경제성장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도시 발전의 부스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일본 후쿠오카는 안전한 도시로, 의료와 보육에 더해 저렴한 집값에다 고숙련 노동자에게 매력적인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오늘날 ‘운 좋은 소수’의 부자만 아닌 ‘다수 일반시민들’이 함께 살기 좋은 도시는 경제 성장의 동력이외에도 4가지 엔진들이 함께 작동되어야 한다. 사교육비 많은 들지 않은 ‘공정한 교육 제공’, 주거비용이 급상승하지 않는 ‘안정된 주택확보’, 값싼 대중교통비로 ‘편리한 대중교통의 확충’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질 좋은 ‘의료 서비스의 충족’을 들 수 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4가지 인프라를 잘 갖추긴 어렵다. 하지만 50만 포항시가 경제 성장동력과 함께 가세시켜야 할 ‘부스터’가 필요하다.특별히 덤으로 추가하자. 이미 이강덕 시장체제가 출범하면서 시작 했다. 부담도 작고 효능감도 거두고 있는 ‘그린웨이 프로젝트’이다. 2016년부터 시작하여 축구장 95개 달하는 67㎡의 녹지공간을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현재 진행형 사업이다.도시의 녹지프로젝트가 왜 중요한가? 포항시민이 평안한 휴식과 건강한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고,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을 통해 힐링하려는 관광객 유치와 ‘맨발 걷기 좋은 도시’로 명성을 얻기 위해서. 맞다. 더욱 중요한 요인도 있다.도심의 녹지공간은 시민의 정신건강과 아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도시에 녹지공간이 많을수록 도시의 자동차와 공장에서 배출하는 오염을 정화하여 공기의 질을 높인다는 사실이다. 또한 도심의 녹지가 많으면 도심의 열섬을 완화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녹지가 소음을 흡수하여 생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기능도 있다. 녹지가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수면의 질도 높고 푸른 숲을 바라보는 시각적 효과로 편안함을 안겨 준다. 삭막한 도심의 중심부를 가로지는 ‘철길’에 숲을 조성하고 시민들에게 야외활동 공간을 제공하는 그린웨이 프로젝트는 10여년 동안의 결실이다.포항시민들이 명실공히 자랑할 만한 그린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녹지공간에서 걷고 뛰고 운동하며 수다를 떨면서 친화력을 높일 수 있으니, ‘스트레스의 해방구’로 부를 수 있겠다. 숲길을 걷는 사람들은 그 분위기가 조성하는 편안함으로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건강증진에 효과가 있다. 맨발로 숲길을 걷는 포항시민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도심 녹지와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녹지공간에 근접해 사는 사람은 이웃 사람들과의 상호관계를 촉진할 수 있는 환경요인 때문에 그들은 쉽게 만나 대화를 할 수 있기에 외로움도 적고 심리적 안정감도 높일 수 있다. 그렇다. 그린웨인 정책은 포항시민들에게 정신건강지수를 높였다는 점에서 성공한 프로젝트로 평가받을 만하다. 도심에 녹지가 풍부한 도시일수록 범죄발생률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포항시가 미래 발전을 위해 역점을 두어야 할 지속가능한 정책에 대한 해답은 정해져 있지 않은가.

2024-08-04

극한 대결 정치를 종식하려면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극한 대결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다간 나라의 장래가 위태로울 것이다. 극한 대결 정치에서 여야 어느 쪽도 양보할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어느 쪽이나 양보는 곧 굴욕이고 패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상생의 정치, 타협의 정치를 외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상대를 부정하는 대결의 정치를 지속하고 있다.여야는 정치적 현안이나 정책뿐 아니라 이를 해결하는 해법까지 투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정작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소외되고 정치는 여야의 정쟁 수단화된 지 오래다.윤석열 정부의 임기도 이제 3년이 채 남지 않았다. 집권 여당은 아직도 자신들의 실정을 지난 정부와 야당 탓으로 돌리고 있다. 야당은 압도적 의석을 토대로 대통령과 정부를 탄핵하려고 한다. 이런 극한 대결의 정치는 어느 한 쪽이 완전히 항복하거나 소멸되어야 끝날 수 있다. 극한 대결 정치의 책임은 여야에 반반씩 있다. 그 해법이 보이지 않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윤석열 정부는 출범 시부터 야당을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치 않았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빌미로 야당을 범죄 집단 시 하였다. 지난 총선에서도 여당은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이·조 심판’을 전면에 걸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집권여당은 108:192로 패하고 말았다. 충격적인 결과였지만 집권여당은 아직도 반성은커녕 야당의 폭주와 횡포를 비난하고 있다.총선 참패 후 간만에 여야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이재명 대표의 선전포고식 발언과 윤 대통령의 특유의 주장과 설득이 독차지했다. 이후 여야의 협상은 단절되고 여야의 격돌정치는 더욱 강화되었다.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벌써 16회나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거부한 인사를 대부분 장관으로 임명해 버렸다. 총선 후 여당 당선자 축하연에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테니 소신껏 일하라고 격려하였다. 이런 정황에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타협의 정치는 기대할 수 없다.야당 역시 총선의 압승을 계기로 정부 압박 정치를 강행하고 있다. 야당은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넘는 공세적 정치를 펼치고 있다. 거야는 여야 간 조율도 되지 않은 ‘25만원 지원법’ 등 포퓰리즘적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키고 있다. 여당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이를 저지하려 하지만 역부족한 현실이다. 야당의 수적 우세는 인사 청문회 등 각종 위원회에서 엄청난 증인을 소환하고 증인에 대한 망신주기 등 불합리한 독주행태가 계속되고 있다.이러한 야당의 강공 드라이브는 법률안의 일방적 통과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의 지나친 거부권 행사가 궁극적으로 대통령 탄핵의 명분을 쌓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야당의 집권 여당에 대한 강공만이 능사일까.야당의 지나친 의회 독단과 독주가 야당 지지율 저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아직도 3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야당 선호도가 여당보다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극한 대결의 정치는 결국 비생산적 정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가장 손해를 보는 측은 여당도 야당도 아닌 주권자인 국민들이다. 극한 대결의 정치는 결국 팬덤 정치에 기반하고 있다. 팬덤 정치는 적대적 프레임 정치를 수단으로 활용한다. 여야는 친윤과 친명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팬덤 정치로 나갈 수밖에 없다. 야당은 선거전야의 수박논쟁에서 열혈 친명인 개딸들이 장악하고, 여당에서는 윤핵관에 이은 친윤들이 당권을 수직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서라도 우세한 팬덤에 편입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소선거구제의 승자 독식의 제로섬게임은 여야의 프레임 정치를 더욱 부추긴다. 정치권의 대결이 언론, 시민 단체, 여론의 편 가르기로 이어지고 있다. 대결과 팬덤, 진영정치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이다. 결국 극한 대결 정치는 당내 민주주의를 가로 막을 뿐 아니라 강성 지지층만으로 생존하는 악순환 구도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이러한 극한 대결의 정치는 하루 빨리 종식되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현재로서는 빠른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오기의 정치·격노의 정치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여전히 갈 데까지 간다면 국민들이 심판한다는 오기의 정치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여야 공히 상대를 비이성적인 악마 집단화하는 프레임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복잡다단하게 얽힌 뫼비우스의 고리를 어디에서 먼저 풀 것인가. ‘미워도 다시 한 번’유행가처럼 여야 간의 진정한 대화부터 시도해야 한다. 집권 여당과 대통령부터 야당과의 진정한 대화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대통령은 정파의 책임자가 아닌 국정의 총체적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실정의 책임을 야당에게 돌리는 것은 하수의 정치이며 구태의 정치이다.대통령이 대선 공약인 ‘공정과 상식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만이 능사가 아니며 야당 역시 입법 독주만이 문제의 해법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를 포함한 권력주변의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 가야 한다. 여기에는 야당의 협력적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

2024-08-04

세상을 변화시키는 지혜 : 깨진 유리창의 법칙

신일철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1982년에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Q. 윌슨과 조지 L. 켈링에 의해 소개되었다. 사소한 무질서와 범죄가 방치될 경우 큰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무질서의 상징인 하나의 깨진 유리창이 수리되지 않고 방치되면, 이는 주변 환경에 대한 무관심과 무질서의 수용을 의미하는 신호로 작용하여 더 많은 유리창이 깨지게 되고, 결국에는 더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사회적 이론이다. 도시 안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되는 것으로 조그마한 불법적 행위나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즉시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기업 내에서도 직원이 비윤리적인 행동이나 불안전한 행동을 방치하면 다른 직원들도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된다.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작업자의 실수나 관리자의 방관 그리고 경영층의 무관심은 경쟁력 저하의 보이지 않는 원인이기도 하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적용된 사례를 살펴보자.2000년대 초 도요타 자동차는 초기의 작은 부품 결함을 방치했다가 가속페달의 작동 불량이 야기되었고 운전자 전체 가족의 사망사고가 발생하였다. 결국 전무후무한 1000만대 대규모 리콜 사태로 이어지면서 경영위기가 발생하였고 도요타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이는 사소한 제조상의 문제가 큰 경영상의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오늘날 우리사회의 공원이나 거리에서 쓰레기를 적극적으로 수거하고 청결과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등 시민 자율적인 모습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더불어 방치된 건물이나 공터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서 사회의 전반적인 안전성과 질서를 향상시키는 모습을 경험하고 있다.필자는 이러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성숙한 제조 현장의 관리와 기업경영에 적극 적용하기를 기대한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작은 결함이 발견되면 이를 무시하거나 방치하지 않고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작은 결함이 발생했을 때 이를 즉시 수정하고 예방하는 전원의 노력으로 제품 품질을 유지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사소한 문제라도 신속하게 처리하고 직원들에게 적절한 행동과 피드백을 보여주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만약 설비나 주변환경의 사소한 오염이 방치되면 설비고장 빈도의 증가와 직원들의 근로의욕 및 마인드도 함께 오염되어 결국 기업의 평판과 성공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소한 일을 미리 처리하지 않고 방관하거나 미처 대응을 못해 결국 큰 힘을 들이게 된다는 의미이다. 어떠한 문제라도 구성원이 함께 협력해 해결하고 개선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깨진 유리창 법칙은 단순히 범죄와 무질서의 예방적 조치나 엄격한 관리라는 소극적 해석에서 벗어나 사회질서와 규범을 존중하는 성숙한 사회문화의 구축과 지속 가능한 기업경영 그리고 행복한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고있다.

20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