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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폭염 속, 한 줄 ‘문장’이 주는 위로와 감동이란…

세 나라 소설가들이 바라본 베트남 전쟁문학평론가 이경재 ‘한국 베트남 미국의 베트남전 소설 비교’문학평론가 이경재는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 ‘소설과 그 소설의 무대인 공간의 연관성’을 탐구해온 국문학자다.몇 해 전엔 본지에 ‘경북문학기행’을 6개월 간 연재하며 문학사에 빛나는 이름을 남긴 대구·경북 소설가와 시인들을 세밀하게 소개하기도 했다.숭실대 국문과 교수이기도 한 이경재가 가장 최근에 출간한 책은 ‘한국 베트남 미국의 베트남전 소설 비교’. 이 책은 제목 그대로 3개 나라 소설가들의 작품 연구를 통해 ‘베트남 전쟁’이라는 인류사의 비극을 해석하고 있다.10여 년 전부터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던 이 교수는 다문화를 소재로 한 소설들을 읽으며 그것들 속에 자주 등장하는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고, 그 관심은 이번 저작으로 이어졌다.1960년대 시작돼 1970년대까지 이어진 베트남과 미국의 전쟁은 제국주의와 민족주의의 충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갈등, 민족해방을 지향하는 베트남인과 이데올로기와 경제적 이익을 포기할 수 없었던 미국의 곤혹스런 입장 등으로 인해 복잡한 양상을 띠며 전개됐다. 한국도 이 전쟁의 제3자가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베트남전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의 군인을 파병한 국가다.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진행된 전투는 군인들만이 아니라 적지 않은 작가들에게 충격과 환멸을 가져왔고, 이는 당연한 수순처럼 소설과 시로 형상화됐다.이경재 교수는 ‘국가’ ‘정체성’ ‘젠더’라는 3가지 관점에서 베트남전을 소재로 하는 소설들을 읽어내 수많은 사상자를 낸 비극적 전쟁의 뿌리를 찾아간다. 이 교수에 의하면 베트남 전쟁이라는 것을 소재로 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미국 작품들의 경우 ‘현미경적 시각으로 병사의 감각에 제한된 현장밀착식 재현’을 위주로 하는 것이 많고, 한국 소설은 ‘베트남전의 보편적·역사적 맥락을 조망하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전쟁의 고통을 가장 크게 겪은 베트남 작가들의 경우는 ‘정서적인 측면이 강하며 비극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베트남인들의 내면을 형상화하는데 탁월하다’고 이경재는 설명한다.‘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직전까지 베트남은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 중 한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나라가 어떤 역사적 아픔을 겪었는지 제대로 알려하는 이들은 드물었던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만약 이번 여름에 이경재의 ‘한국 베트남 미국의 베트남전 소설 비교’를 읽는다면 이후에 떠나는 베트남 여행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너무나 자주 사용된 문장이라 식상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여행이니까. 사랑은 불완전한 종교가 아닐지…이병철 시인 ‘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게’이병철 시인은 독특한 사람이다. 통상 ‘시인’이라는 단어에서 사람들이 떠올리는 해사한 얼굴에 여윈 몸, 영감을 기다리며 잠들지 못하는 불면 등과 이 시인은 거리가 멀다.그는 아마추어 야구단의 에이스고,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유쾌한 선생이며, 프로 수준의 낚시 실력을 갖춘 한국에선 유사한 전례가 거의 없는 시인.2년째 본지에 ‘2030 우리가 만난 세상’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이병철은 그 긴 기간 동안 한 번도 원고 마감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는 성실한 생활인이기도 하다.이병철의 2번째 시집 ‘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게’는 그가 시간을 쪼개 쓰며 살고 있는 삶이 어떠한 형태이며, 열망 뜨거운 한국의 젊은 시인이 꿈꾸는 세상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병철은 시집의 제목이며, 동시에 인간들이 객관적으로는 영원히 해석해내지 못할 ‘사랑’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사랑은 구원이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신(神)이다. 인간이 실존의 한계인 죽음이나 현실원칙으로 인한 고통을 잊는 순간은 오직 타자와 사랑할 때다. 너를 위해 죽을 수 있다는 무모한 열정에서 완벽한 사랑의 형태가 빚어진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써 사랑을 완성했듯. 사랑할 때 인간은 신이다. ‘나’와 ‘너’가 만나 서로의 신앙이 되고, 서로의 세계가 되고, 서로의 신이 되어 구원했다가 끝내는 심판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불완전한 종교라고 믿는다.”사실 이병철의 말처럼 “시는 예정된 실패고, 미래가 없는 몰입이고, 이룰 수 없는 꿈”일 수도 있다.그러나, 체온보다 뜨거운 날씨 속에서 달아오른 서로의 몸과 만질 수 없는 마음까지 애타게 탐하는 ‘사랑’이 없다면,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그래서다. 아래와 같은 이병철의 시를 읽다보면 아주 잠깐이나마 여름밤의 찜통 같은 더위를 잊게 된다. 청와대서 문학으로 돌아온 시인이 하고픈 말신동호 시인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던 신동호가 자신의 본령이자 본업이라 할 문학으로 귀환했다.세상의 흐름을 때마다 정확하게 읽어내고,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예민하게 포착해 써내야 하는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하는 건 당연지사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그러나, 신동호는 이 지난한 작업을 5년간 큰 실수 없이 해냈다. 그를 오래전부터 알아온 기자는 그 5년 동안 신동호의 숨겨진 면모를 여러 번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운문만이 아닌 산문도 좋은 작가다.50대 후반인 그를 지금은 ‘대통령의 연설문을 썼던 사람’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신동호는 사실 10대 때부터 상징과 은유 가득한 문장을 써내던 영민한 소년 시인이었다.19세에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신동호는 청년 시절을 거치며 ‘겨울 경춘선’ ‘저물 무렵’ ‘장촌냉면집 아저씨는 어디 갔을까’ 등의 시집을 펴내며 작가로서의 길을 꾸준히 걸었던 사람.그가 청와대로 갔을 때 누군가는 “출세”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제 문학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지만, 천만에. 신동호는 보란 듯 시인으로 돌아왔고, 4번째 시집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를 최근 출간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이 있다. 가보지 못한 길이 있다. (그러니) 여전히 골목을 서성일 수밖에 없다.”신동호가 이번 시집을 출간하며 독자들에게 전한 말이다. 여기서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 ‘가보지 못한 길’ ‘서성일 수밖에 없는 골목’은 모두가 ‘시(詩)’의 은유란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세상 사람들에겐 저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이 있다. 신동호에게 어울리는 옷은 청와대가 아닌 앞으로 그가 서성일 골목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신동호는 언제나 문학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던 사람이었다. 아래와 같은 절창을 쓰는 시인이니 그의 귀환이 더욱 반갑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08-16

“다양한 비전 실행, 조화로운 균형발전 이끌겠다”

끈기의 4전 5기 신기록으로 청도군의 행정을 책임지게 된 김하수 청도군수. 이러한 연유로 김 군수에게 ‘청도군수’의 직함은 남다른 감회로 다가오며 4만2천명의 군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사로울 수밖에 없다.민선 8기 청도 군정의 슬로건을 ‘청도를 새롭게! 군민을 힘나게!’로 정한 것에서도 군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행정학 박사로 청정자연을 지키며 군민의 소득증대를, 인구감소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며 농촌의 대표도시로 내일의 청도를 짊어질 젊은 층의 욕구에도 부응해야 하는 김 군수에게서 청도 군정의 방향성과 미래의 청사진을 들어보았다. -늦었지만, 당선을 축하하며 앞으로 4년간의 군정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궁금하다.△선거에서 보내준 군민의 과분한 사랑과 성원에 감사드린다. 군민이 저에게 거는 기대를 잘 알고 있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슬로건인 ‘오직 군민 행복!, 오직 청도발전!’을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겠다. 더 큰 청도를 만들라는 군민의 명령을 받았으니 군민 모두가 살기 좋고 행복한 청도, 열린 청도, 함께하는 청도를 만들고자 제대로 일하고 소통하는 군수가 되겠다.이를 위해 청도 군정은 △첨단 기술을 접목한 고품질 친환경 미래농업 육성으로 부자가 많은 살기 좋은 청도 △최고의 위락단지와 레포츠단지 조성을 통한 관광의 메카로 부상 △다 함께 누리는 따뜻한 선진 복지를 실현 △지방소멸 위기에 적극 대응 △상생 협력의 신성장 혁신경제를 구현 △소통과 변화, 섬김의 군정 추진 등을 약속한다.청도를 중심으로 영남권에 1,300만 명이 살고 있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위락단지와 레포츠단지가 조성되면 청도 경제에 큰 힘이 될 것이다.군민 모두가 평등하고 차별이 없는 맞춤형 복지와 군민 모두가 행복한 세상, 일자리와 주거, 교육, 문화예술, 체육 기반시설이 조화롭게 정착하는 환경을 아름답게 만들겠다. -4년 군정 방향에서 가장 중요 포인트는 무엇인가.△인구유입정책으로 생동감 넘치는 청도를 만드는 것이다. 관광단지 조성 등으로 인구유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군정 운영의 핵심 가치인 군민 참여와 소통을 전제로 할 것이다.소통의 시작은 경청이지만 소통의 완성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 마음이 공감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거주하는 외부 전문가들이 외부에서 겪은 경험을 행정에 접목해 군정 운영에 반영하고 군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생각이다.또 행정을 주도적으로 접하고 집행하는 공직자의 역량도 개발하며 공직자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군수와 공직자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로 지역문제를 군민과 함께 해결한다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군정 운영은 군수 한 사람이 아니라 군민과 공직자 등 모두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적극적인 소통의 장을 만들고 실천할 것이다. -선거에서 균열 된 민심의 화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지방자치단체장이 선출직으로 바뀌고 난 후부터 지역 분열의 우려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선거 과정에서 누구를 지지했건 청도의 발전을 염원하는 마음은 같아 가장 먼저 선거 때문에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지지하지 않았던 군민들과 대화를 통해 이 불협화음을 풀어나가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로 경쟁했던 후보의 공약도 청도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함께 실현해 나가면서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군정 슬로건을 ‘청도를 새롭게!, 군민을 힘나게!“로 정한 이유는.△청도군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도군수 후보 시절 ‘농업은 생명, 농촌의 미래’라는 메시지를 제시한 바 있다. 청도군민의 70%는 농·축산업에 종사해 농위국본(農爲國本)이라는 말처럼 당연히 농업은 중요하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동물만이 살아남듯이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농업도 변화의 시대에 발맞추어 간다면 농촌의 미래가 될 것이다.그러나 농업만으로는 청도군 전체를 이끌어 갈 수 없기에 도시·문화관광·인구 정책 등 전방위로 청도군의 미래 청사진을 담을 수 있는 통합과 발전의 슬로건이 필요했다. -청도군의 군정 목표로 ‘혁신하는 친환경 농업도시 조성’ 등 5대 목표가 제시되었다. 이들을 설명한다면.△군정의 5대 목표는 △혁신하는 친환경 농업도시 조성 △살고 싶은 행복한 복지도시 △성장하는 상생의 균형도시 △매력적인 고품격 관광도시 △변화하는 창의적 교육도시 등이다.첫째 혁신하는 친환경 농업도시 조성은 미래전략형 신성장 농업인 육성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미래농업을 육성하고 부농이 많고 농민이 꿈과 희망을 키우는 청도를 만드는 것이다.둘째 살고 싶은 행복한 복지도시는 드림생활봉사센터와 가족센터 건립 등으로 아이의 꿈을 키우고 어르신의 행복한 노후 생활을 보장해 누구나 살고 싶은 청도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셋째 성장하는 상생의 균형도시는 대도시와 연접한 청도만의 큰 장점을 살리며 지역 자생력을 높여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넷째 매력적인 고품격 관광도시는 1천300만 명의 배후 관광객을 관광과 휴양, 치유, 힐링의 관광 서비스를 제공해 매력적인 고품격 관광도시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다섯째 변화하는 창의적 교육도시는 지방소멸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아이의 꿈을 키우며 더 나은 교육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인재 양성원을 설립하고 청소년 국제 교육 교류 추진, 유명 강사 초빙 등으로 교육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다. -군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청도군수로 일할 기회를 준 군민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청도군민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청도군 예산 1조원 시대가 현실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 두 손 모두를 오직 군민 행복과 청도발전이 갑절이 될 수 있도록 사용하겠으니 많은 응원과 지지를 부탁한다.청도/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2-08-11

3년 만의 귀환… 반가움에 ‘흠뻑’ 흥겨움에 또 한번 ‘흠뻑’

‘2022 예천 낙동강 7경 문화한마당’이 10일 오후 7시 ‘SEMI 곤충엑스포 2022 예천곤충축제’가 열리고 있는 한천체육공원 메인무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예천군이 주최하고 경북매일신문이 주관한 이 행사는 ‘SEMI 곤충엑스포 2022 예천곤충축제’를 축하하고 낙동강 수변생태공간 홍보 및 낙동강 관광·레저 산업 육성을 통한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코로나19로 취소·연기된 이후 3년 만에 열려 축제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학동 군수를 비롯 최윤채 경북매일신문 사장, 최병욱 군의장, 도기욱·이영식 도의원, 신향순 군의원 등 지역 기관단체장과 군민, 관광객 등 2천여 명이 참석해 깊어가는 여름밤의 정취를 만끽했다.특히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은 가족단위 관람객들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다채로운 체험·공연 행사를 즐기며 축제의 흥겨운 분위기를 만끽했다. 전시·체험 프로그램으로는 민속놀이 체험, 보부상 체험, 추억의 뻥튀기, 옛날 간식 체험 등이 마련됐으며 부대행사로 신도시 맘카페와 연계한 플리마켓 장터가 운영돼 많은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특히 ‘살아있는 곤충 세상 속으로’를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예천곤충축제’장에서는 딱정벌레목 곤충과 나비, 호박벌 등 살아있는 곤충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해 인기를 모았다.이날 ‘예천 낙동강 7경 문화한마당’은 신인배우 서하가 사회를 맡아 양동근, 산이, 강혜연, 류원정, 김민교, 이병철, 최상, 강민주, 이종학 등 국내 정상급 인기가수들이 대거 출연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여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이끌어냈다.김학동 예천군수는 “이번 ‘낙동강 7경 문화한마당’공연을 통해 휴가철 축제장을 찾아주신 지역 주민들과 많은 관광객들이 즐겁고 행복한 여름밤을 보내시고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천/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사진= 이용선 기자

2022-08-10

밤마다 그려내는원색 불빛 찬란한 포항 바다를 담다

‘항온동물’로 지칭되는 모두가 견딜 수 없는 더위가 한국을 휩싸고 있다.인간의 체온 이상을 넘나드는 온도가 지속되는 8월 초의 폭염. 선풍기와 에어컨을 동원해 몸이 느끼는 온도를 낮춰보고 싶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다.이런 뜨거운 날들이 캄캄한 밤까지 이어지는 열대야. 많은 이들이 더위에 취약한 인간이 아닌, 차가운 심해를 헤엄치는 물고기로 존재를 전이하고 싶어지는 시절이다.앞으로 얼마나 이런 시간이 지속될까? 가끔은 섭씨 40도를 위협하는 집안 온도계가 도깨비처럼 두렵다.아주 오래전 개봉한 영화지만 어둡고, 습하고, 그래서 인간의 몸을 움츠리게 하는 ‘그랑부르’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듯하다.며칠 전이다. 견딜 수 없는 무더위를 피해 어둠이 내린 바닷가를 한참 동안 거닐었다. 점점이 빛나는 몇 점 불빛 외에는 어떤 것도 반겨주지 않는.앞서 언급한 ‘그랑부르’를 다시 떠올린 건 그 순간이었다. □ 늘어선 ‘차박 여행자’들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푸르게 일렁이는 파도와 하얀 거품을 물고 자지러지는 포말, 원색의 비키니가 달리는 해변과 첫사랑의 기억인양 붉게 멍드는 석양. 전형적인 여름날 바닷가 풍경이다. 동양과 서양이 다를 수 없고, 옛날과 지금이 다르지 않은.아이들이 입을 모아 부르는 다장조의 동요 같은 도시의 회색 일상도 19세기나 지금 21세기나 다를 바 없다. 잠시잠깐의 떠남이 그 단조로움을 얼마만한 힘으로 치유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2022년 여름은 누구나 바다로 가는 기차를 타고 싶은 목마른 날들이다. 하지만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언제나 있기 마련.햇살 부서지는 낭만의 금빛 해변을 꿈꾸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프랑스의 영화감독 뤽 베송의 영화 ‘그랑부르’는 조그맣지만 그 힘을 부정할 수 없는 대리만족의 기쁨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차갑고 서늘한 페루와 그리스의 바다풍광을 배경으로 ‘인간이란 끊임없이 외로움과 싸우는 가여운 존재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을 주는 슬프고, 그 슬픔 때문에 끔찍하게 아름다운 영화다.‘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바다 건너 낯선 땅으로 가는 길이 막힌 지 이미 오래. 한 해에 1천만 명 이상이 가깝건, 멀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로 여행을 다녔던 한국인들은 ‘앞으로는 오로지 조그만 한국, 여기서만 생을 견뎌야 한다’는 갑갑함을 견디기가 어렵다.그래서였을 것이다. 타고 다니던 차에 텐트를 싣거나, 아예 기본적 의·식·주의 해결이 가능한 캠핑카를 마련한 이들은 이른바 ‘차박’으로 갑갑함을 풀고 있다.대여섯 시간이면 ‘낭만의 금빛 해변’으로 자신을 데려다줄 비행기에 몸을 싣기 어려워진 시기.그러니, “불법주차입니다. 빨리 차를 빼주세요”라는 위협을 감수하면서 캠핑카에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어떤 곳으로 가고 싶다’는 꿈을 실은 여행객들을 마냥 질책하기도 어렵다.뜨거운 날씨 속에서 그보다 더 뜨거운 열망으로 차를 몰고 바닷가를 향하는 여행자들. 그들에게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는 우리들 대부분이 마음속에서 ‘차박 캠핑 여행자’를 꿈꾸고 있기 때문 아닐까? □ 포항 밤바다가 주는 특별한 선물을 기다리며앞서 말한 영화 ‘그랑부르’의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자크 마이욜(장 마르크바 분)과 엔조 몰리나(장 르노 분)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다. 한적한 그리스의 해변 마을에서 누가 깊이 자맥질하는가를 내기하던 철부지들. 영화는 그 철부지들의 성장과 좌절, 희망과 소멸을 ‘짙푸른 바다’의 색채와 구원의 여인으로 상정된 조안나(로잔나 아퀘트 분)를 통해 보여준다.1988년 프랑스 칸영화제 오프닝 작품으로 상영된 ‘그랑부르’는 아주 긴 세월을 뛰어넘어, 하늘만큼이나 파랗고 광대한 심해(深海)의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지금 이곳이 싫지만, 다른 저곳으로 갈 용기가 없는 인간들의 소심함을 위로해왔다.혼자선 외로움을 견딜 힘이 없고, 외로움을 나눠 가질 다른 사람을 사랑할 용기마저도 없는 사람들.그래서였을까? “나의 우주는 바로 당신”이라는 로잔나의 고백은 새벽녘 해미 같은 서늘함으로 우리들의 가슴을 적셨다.20세기 어느 시인은 노래했다. “너를 향한 그리움으로 오늘도 바다는 푸르렀다”고.눈으로 보는 바다는 단지 아름다울 뿐이다. 폭염의 햇살을 가리는 파라솔 아래에서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들, 모래성을 허물며 발가락을 간질이는 파도, 수평선 저편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별빛…. 그러나, 인간사에 어찌 아름다움만이 있을까.눈이 아닌 가슴으로 바라보는 바다는 막막함으로 우리의 가슴을 막아선다. 맑은 서정시의 소재가 되고 고운 노래의 가사가 되었던 바다. 그러나, 그 짙푸름 안에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과 슬픔이 녹아있던가. 세상사의 회한(悔恨)이란 인간에게나 바다에게나 마찬가지인 것을.포항의 해변에선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포스코가 만들어내는 밤의 불빛을 만날 수 있다. 때론 여름날 정글을 닮은 초록빛으로, 가끔은 성하(盛夏)의 열정보다 온도 높은 선명한 붉은색으로 환한.낭만과 원시의 키워드인 ‘바다’가 생산과 노동의 은유인 ‘공장’의 불빛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사실 그게 보편적인 시선이기도 하다.하지만, 깊은 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모래밭을 거닐어본 사람은 안다. ‘낭만’과 ‘노동’은 별개로 존재하는 상극(相剋)의 단어가 아닌, 인간의 삶 내부에 동등하고 동일하게 존재하는 상생(相生)의 단어라는 것을.살풍경한 포항제철이 하늘을 배경으로 밤마다 그려내는 원색의 불빛은 어찌 보면 동해안 바닷가마을 포항을 ‘포항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명백한 오브제(Objet)일 수도 있지 않을까. □ 이가리 닻 전망대에서 만난 밤바다는…다시 ‘그랑부르’로 돌아가 보자. 서늘한 밤바다로의 떠남을 꿈꾸었지만, 떠나지 못하고 식은땀 끈적이는 도시에 남은 사람들.떠난 사람들에게 ‘바다’는 분명 눈과 육체를 즐겁게 해주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떠나지 못한 사람은 어떤가? ‘그랑부르’를 통해 가슴과 영혼에 쌓인 일상의 묵은 때를 씻어내는 즐거움은 떠나지 못하고 도시에 남은 우리들의 몫이 아닐지.영화의 마지막. 자크는 돌고래의 노래 소리만이 적요함을 깨는 심해로 영원히 사라진다.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떠난다.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요절시인(夭折詩人) 박정만의 절명시 한 줄.“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우리 모두는 이 지긋지긋한 여름을 피해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 그곳이 심해건, 우주건. 그러나, 그것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일상을 견디는 건 세속인간들의 천형(天刑)이기에.지난 주말이었다. 포항 청하면까지 차를 몰아 ‘이가리 닻 전망대’의 밤 풍경 속을 표표히 거닐던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이런 말을 했다.“여기서 캄캄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의 경계가 희미해진다”고. “우리는 대체 무엇을 바라며 어디로 가고 있냐?”고.울울창창 소나무가 싱그러운 향기를 뿜어내고, 조선 최고의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그림 속에도 수차례 등장하는 아름다운 바다에서 왜 친구는 굳이 삶과 죽음의 덧없음과 생의 허무를 떠올렸을까?그날은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이제야 이런 위로를 ‘이가리 닻 전망대’ 위에서 번민과 고뇌 속을 헤맸던 그에게 해줄 수 있을 듯하다.“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 열망과 환멸 사이의 간극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저 네 눈앞에서 빛나던 밤바다의 별빛만이 그 답을 알고 있을 뿐.”/홍성식기자

2022-08-09

민선8기 영주, ‘화려한 청년기’ 부활 기틀 만든다

박남서 영주시장은 민선 8기를 영주의 화려한 청년기를 되찾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포부다.박 시장은 취임 후 공약 및 핵심 사업을 점검하고 민생경제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다.민선 8기 영주시정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단연 “경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박 시장은 영주경제 대변혁을 통해 미래 산업이 꽃피는 영주, 청년을 지키고 키우는 영주, 문화가 힘이 되는 영주로 거듭날 것을 선언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세부계획 마련에 나섰다. 먼저 지역 경기침체 및 지속적인 인구감소 문제 등의 시대적 숙제를 해결하는데 역점을 두고 관련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의 우수한 청년 육성,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지역에 청년들이 북적이고 생기 넘치는 영주를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이를 위해 기업지원 전담부서 신설과 국·도비 예산 확보를 위한 특별팀을 구성해 예산 1조원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민·관 합동 기업투자유치위원회를 구성해 기업유치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지역의 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이어나가게 된다.박 시장은 “지역 기업이 살아야 영주가 도약한다는 신념으로 기업인들과의 정기적인 만남과 현장 기업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더 역동적인 경제도시, 더 강한 경제도시 영주를 만들겠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우수 기업유치를 위한 노력에 시정을 집중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특히 시가 그동안 중점 시업으로 추진해온 영주 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의 조성원가 재점검을 통해 시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경량소재산업 육성 기반 구축과 기업유치에 힘써 안정적인 청년 일자리 확보와 세수를 올리는데 집중하는 등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힘을 싣는다는 포부다. 문화가 곧 지역경제의 힘이 되는 선비 관광산업에도 나선다.영주는 선비정신으로 대표되는 문화도시로, 교육, 관광, 문화·예술, 시민의식 등 사회 전 분야에 올바른 선비정신을 담아내고 정도전, 안향, 금성대군 등 영주의 역사 인물을 활용한 선비콘텐츠를 개발해 선비정신을 잇고, 관련 문화콘텐츠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소백산 케이블카, 익스트림 어드벤쳐파크 등 소백산 일대를 관광지화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영주 지역의 자긍심인 소백산과 영주댐 일원을 관광경제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등 관광 산업에서도 지역 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다. 영주의 대표적인 역사·문화관광 자산인 부석사와 소수서원, 선비촌, 무섬마을과 9월 개장하는 한문화 테마파크 선비세상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K 문화 특별시 영주 조성에도 나선다.지역 경제의 또 다른 핵심축인 농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도 새롭게 추진된다. 농산물 종합유통센터 건립 등 안정적인 유통망 구축과 농업에 6차 산업 추세에 발맞추는 정책으로 지역농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기존의 농업정책이 재배와 생산에 중점을 뒀다면 유통과 마케팅 분야도 그에 못지않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게 된다. 미래 농업의 주역인 청년 농부 육성도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청년 농부 육성과 소득향상을 위해 청년 농업경제 플랫폼을 추진해 청년들에게 정보교류와 교육, 창업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청년 억대농부와 청년기업 육성에 힘쓸 방침이다.이 밖에도 교육재정 확대, 유소년 체육단 창립, 예·체능 특성화고 지원 등 교육정책을 강화하고 젊은 영주를 위해 구도심 경제활성화, 신도심 문화예술 및 힐링공간 확보 등 구도심과 신도심의 동반성장을 위한 계획도 추진한다.민선 8기에는 민생과 미래에 집중하며 모두가 행복한 영주시를 완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힌 박 시장은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시민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시민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써 영주의 꿈을 시민과 함께 이루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민선 8기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박남서 영주시장에게 듣는다“시장 직속 기업실 신설, 투자유치 직접 챙길 터”- 선거 이후 시민 화합에 대한 방안이 있다면.△ 영주시장을 목표로 오랜 시간 달려왔다. 그만큼 지역의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시민들의 애환을 들었고 공감했다. 선거는 새로운 영주시의 미래를 개척하는 과정이다. 민선 8기에서는 이전 시정에서 챙기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하나하나 빠짐없이 챙겨나가겠다. 영주시민 모두가 하나 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시민을 위한 시정을 펼쳐나가겠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망가졌다,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 내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며 지역의 정상화를 이뤄나가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과 관심을 당부 드린다.- 영주농축특산물 국내외 판로 개척에 대한 계획은.△ 지난 7월 영주시와 삼성홈플러스는 년간 70억 규모의 매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다양한 대형 브랜드를 대상으로 판로 확대를 위해 (가칭)영주시 유통공사를 설립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판매 확대와 온 오프라인을 통한 수출상담회 개최 및 해외 우수 바이어 발굴을 지원할 계획이다. 수출물류비 지원 확대, 맞춤형 수출지원에 의한 통상경쟁력 강화, 국제 박람회 참가지원, 영주수출기업협의회 활성화에 중점 지원을 계획 중이다.- 경제 시장, 청렴 시장에 대한 시민 기대감이 크다.△ 시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경제성장을 통한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 시장 직속으로 기업실 신설, 기업하기 좋은 도시 기반 마련, 베어링산단 조기 완공, SK스페셜티 등 대규모 투자유치에 의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할 것이다. 국가산단에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에 대해 1기업 전담공무원 3명을 배치해 입주단계부터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깨끗하고 투명한 시정으로 청렴도를 높여나가겠다.- 고령화, 인구감소에 따른 경제인구 대처 방안은.△ 20만에 육박했던 영주인구가 10만 명대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은 결국 낮은 임금과 청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인구감소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이 중심 되는 일자리 확보에 전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첨단베어링 국가산단과 경량소재산업 육성 기반 구축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려나가겠다. 영주/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2-08-08

오징어배 줄고 사람들 떠났지만… 바다는 여전히 빛난다

화양연화(和樣年華), 누구에게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있다. 석탄가루 묻어있는 검푸른 항구, 비좁고 가파른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추억으로 남아 있는 동해안의 묵호에도 찬란한 시절이 있었다. ‘동네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고 할 만큼 풍요롭던 묵호항은 세월 속에 화려했던 시절을 묻어두고, 그 흔적만 묵묵히 간직하고 있다. 지금, 묵호의 바다는 그때와는 다른 색으로 빛나고 있다. 한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흑백사진처럼 바다마을에 펼쳐진다. △옛 어촌마을 묵호동과 검은 바다 펼쳐진 묵호항강원도 동해시의 먹빛처럼 검푸른 바다가 일렁이는 묵호는 예전에 검은 새와 바위가 많아 포구가 까맣게 보였다. 그런 이유로 오진, 오이진(烏耳津)이라고 불렀다. 조선 현종 때, 오진에 큰 수해가 나자 강릉부사 이유응이 현장 시찰을 나왔다가 마을주민들과 촌장을 만났다. 유난히 검은 포구를 본 이유응은 마을 이름을 오진이라 부르는 까닭을 듣고, ‘산과 물이 어우러진 곳에서 멋진 경치를 보며 좋은 글씨는 쓰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의미의 ‘묵호(墨湖)’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밤이면 오징어 배의 불빛으로 묵호의 바다는 유월의 꽃밭처럼 현란하다.’라고 할 정도로 묵호 바다에서는 명태와 오징어가 많이 났다. 어획량이 풍부하니 묵호항은 일거리가 넘쳤다. 남자들이 오징어를 잡아 오면 아낙들은 오징어 배를 따고 내장을 다듬었다. 일손이 부족해 인부들이 몰려오면서 묵호동 산비탈에 슬레이트지나 양철로 지붕을 올린 판잣집들이 촘촘하게 들어섰다. 밤에 산비탈 언덕의 판자촌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은 마치 반짝이는 도시의 빌딩 숲 같았다. 지금도 지명이 남아 있는 산비탈 골목 ‘덕장길’에는 소나무로 만든 덕장에서 오징어, 대구, 명태, 가오리를 꾸덕꾸덕하게 말리는 비린내가 풍겼다.1960~70년대 묵호는 불꽃 같은 호황을 누렸다. 1941년 개항해 삼척 일대의 무연탄을 실어나르는 작은 항구였던 묵호항은 1964년 국제항으로 승격했다. 1968년에는 쌍용양회 대단위 시멘트 공장을 준공했다. 동해안 제1의 무역항이 되면서 석탄과 시멘트를 실어나르기 위해 전국에서 화주와 선원이 몰려들었다. 묵호는 이주민과 지역주민이 한 데 어울려 번성했다. 요정이 생겨나고 백화점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술과 바람의 도시’, ‘유행의 첨단도시’가 됐다. 그러다가 1983년 동해항이 국제무역항으로 떠오르면서 묵호는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다. 명태도 더는 잡히지 않아 부산에서 냉동된 원양 생선을 사올 지경이었다. △벽화마을 묵호동 논골담길우뚝 솟은 등대가 한 가닥 빛을 비추는 등대마을. 하늘에 닿을 듯한 산자락 동네에는 발아래에 바다를 두고 살아온 사람들의 애환이 담겨있다. 가파른 비탈길이 온통 흙바닥이었던 붉은 언덕은 명태와 오징어를 나르는 지게와 고무 대야에서 흐른 바닷물로 질퍽해 장화 없이는 다닐 수 없었다고 한다. 마을은 줄줄 흘러내린 물 때문에 흙길이 논길처럼 질척거려서 ‘논골’이라 불렀다. 지금은 따개비 등껍질 같은 시멘트 바닥이 되었지만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주민들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슬레이트집 담벼락에 묵호 이야기를 담은 벽화를 그려 ‘논골담길’ 벽화마을을 조성했다. 고단한 삶을 지게에 지고 이겨냈던 아버지들과 덕장에서 언 손으로 젊은 날을 보냈던 어머니들이 예술가들과 함께 무수한 이야기들을 마을에 그려냈다. 담화로 감성을 덧댄 소박한 마을은 색다른 여행지로 다시 태어났다.네 갈래로 나눠진 골목은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논골 1, 2, 3길을 수놓은 벽화에는 황금기를 보냈던 묵호항의 역사와 바다에서 살아가는 지난한 삶의 순간들이 필름처럼 펼쳐진다. 등대오름길에는 논골담길에 불어오는 새로운 희망과 바람이 담겼다. 등대오름길은 2013년 방영된 드라마 ‘상속자들’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주인공 은상이 어머니와 도망쳐 나와 살게 된 집의 오렌지빛 지붕과 짙푸른 바다색의 대비는 눈이 시리다. 언덕배기 골목길 주인 없는 대문에는 바다로 나간 이에 대한 그리움인지 홀로 남은 외로움인지 모를 눈물이 녹이 되어 흘러내린다. 해양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묵호등대. △빛으로 마을을 물들이는 묵호등대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오르다 보면 논골담길 꼭대기에서 드넓은 바다와 동해시를 굽어보는 묵호등대에 다다른다. 파리의 에펠탑처럼 어디서나 보이는 묵호등대는 1963년 처음 불빛을 밝혔다. 하루에 보리쌀이나 밀가루 한 되 정도의 품삯을 받는 아르바이트로, 남자들은 지게를 지고 여자들은 대야를 머리에 이고 자갈, 모래, 시멘트를 담아 나르며 건설했다고 한다. 2007년 해양문화 공간을 조성해 새로 지은 묵호등대는 동해를 항해하는 선박과 묵호항을 찾는 선박들의 길잡이이자, 푸른 동해와 백두대간의 두타산·청옥산도 내다볼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하다. 아침이면 온몸으로 해를 맞이하는 등대는 한낮에는 바다 바라기를 한다. 밤이 오면 환한 불을 밝혀 항구를 빛으로 물들인다. △바다와 하늘을 즐기는 체험명소 도째비골 스카이밸리해랑전망대묵호등대와 이어진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에 들어서면 마을의 감성에 취한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등골이 오싹해진다. 해발고도 약 59m 높이의 하늘 산책로, 스카이워크는 바다를 향해 난 바닥 일부가 유리로 만들어져 마치 허공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담대한 마음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왕버들을 모티브로 한 슈퍼트리 봉오리 조형물 앞에서 소망도 빌어본다. 영원한 약속을 의미하는 쌍가락지 조형물과 도깨비 뿔을 형상화한 조형물도 볼거리다.메인 타워에서 27m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자이언트 슬라이드’와 케이블 와이어를 따라 공중을 달리는 ‘스카이 사이클’을 체험하면 짜릿함은 배가 된다. 음식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도째비 아트하우스 ‘눈누난나’는 도깨비에 홀린 듯 거꾸로 세워져 있다.바다로 내려가면 도깨비방망이를 형상화한 85m 길이의 해랑전망대를 만난다. 해상보도교량의 관문인 파란 도째비터널을 지나 다리 위를 걸으면 묵호의 바다 내음이 코끝으로 밀려온다. 투명한 유리 아래에서 파도가 발을 적실 듯 몰아친다. 하늘에서는 봉오리였던 슈퍼트리 조형물이 바다 위에 만개한 꽃처럼 피어있다.어스름 해가 저문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묵호항으로 향한다. 어시장 좌판에는 자연산 횟감들과 다리가 튼실한 대게, 눈알이 싱싱한 생선들과 살이 반쯤 말려진 생선들이 넘쳐난다. 흥정하던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항구에 갑자기 짙은 해무가 몰려온다. 바다는 금세 자취를 감춘다. 항구에 정박한 배들과, 산비탈에 촘촘히 박힌 알록달록한 지붕과, 그 위에 우뚝 선 하얀 등대가 희미하다. ※여행메모생김새가 못나고 투박해 선창 바닥에 내동댕이쳤던 곰치에 잘 익은 김치를 썰어 넣어 김칫국처럼 끓여낸 곰치국은 동해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흐물흐물한 생선 살덩이는 입안에서 녹을 것처럼 부드럽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살이 아주 연하고 싱거우며 곧잘 술병을 고친다’라고 전해질 만큼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은 속을 확 풀어준다. 해랑전망대 맞은편에서 어달항, 묵호항까지 이어지는 해안가에는 식객 허영만이 다녀가 ‘백반기행’에 소개된 식당부터 곰치국의 원조임을 자랑하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묵호=글·사진 이솔 객원기자

2022-08-04

“지역미래 책임질 ‘5·5·5 프로젝트’ 반드시 성공 시킬터”

향후 고령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이남철 군수가 얼마 전 임기를 시작했다. 어려운 경제상황과 코로나19의 재확산 등으로 나라 전체가 어려움에 빠져 있는 현재. 고령군도 적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고, 향후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등 당면과제가 적지 않다.이남철 군수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군수는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 등 해결해야 할 문제를 피해가지 않고, 적극 대응할 것을 내외에 천명하며 빈틈없는 군정을 약속했다.‘들썩들썩 젊은 고령’, ‘매력 넘치는 대가야’, ‘스마트한 부자농촌’, ‘일취월장 지역경제’, ‘다함께 행복한 복지’, ‘군민중심 공감행정’은 이남철 지사가 지향하는 군정의 기본 방향.군민중심의 공감행정 실현과 약속한 것은 꼭 지키겠다는 다짐을 내놓은 이남철 고령군수가 이번 인터뷰를 통해 향후 4년간의 계획을 가감 없이 밝혔다. 아래에서 그 계획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들어본다. -먼저 축하드린다. 군정을 시작하며 든 생각은?△새롭게 시작될 희망 고령을 염원하며 보내주신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46대 고령군수로서 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선거 과정에서 흩어져 있는 민심을 모아 오로지 군민화합과 ‘젊고 힘 있는 고령’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불안정한 세계 정세 속에서 경기 침체, 인구 감소 등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만만치 않은 위기 앞에 놓인 우리 고령군과 군민들을 위해 온 마음을 담아 열심히 뛰는 전심전력의 군수가 될 것을 약속드리고자 한다. 더 빠르고, 더 똑똑하게 빈틈없이 군정을 살피고자 다짐하고 있고, 공약 실현에 노력할 결심이다.-고령군의 미래 목표와 방향이 궁금하다.△포스트 코로나19 시대로의 전환과 함께 시작되는 민선8기다. 우리 군의 군정 목표는 ‘젊은 고령, 힘 있는 고령’이다. 침체된 경기와 인구 감소 등 시대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가겠다. 한층 젊어진 고령의 힘을 발산해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워진 고령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들썩들썩 젊은 고령’, ‘매력 넘치는 대가야’, ‘스마트한 부자농촌’, ‘일취월장 지역경제’, ‘다함께 행복한 복지’, ‘군민중심 공감행정’이라는 군정 계획을 민선 8기의 기조로 삼으려고 한다. 행정에서는 정확하고 똑똑하게 방향키 역할을 수행해 군민들과 함께 희망 고령을 그려갈 것을 약속한다.-역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어떤 것인가?△지역 경기 침체와 지속적인 인구 감소 문제 등의 시대적 숙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쏟으려고 한다. 이를 위해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의 우수한 청년들을 육성하겠다. 더불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우리 지역에 청년들이 북적이고, 생기가 넘쳐나는 고령을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인구 5만 명 도시, 신규주택 5천 호, 청년인구 5천 명’이라는 ‘5.5.5 프로젝트’를 역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지역의 우수한 청년들을 육성하고 이들을 우리 군에 정착시켜 ‘들썩들썩 젊은 고령’을 만들어보겠다. 청년농부를 위한 ‘스마트 팜 정책’을 통해 청년 리더를 키워나가고, 청년주택 등을 더욱 확대해 아름다운 전원마을 조성에 힘쓰겠다. 또한, 청년드림센터 운영을 통해 창업·정착·일자리 등 다방면의 원스톱 지원을 넓혀감으로써 우수한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우리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것이다. 또한 스마트한 부자농촌을 만들기 위해 우수 농축산물의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산시키고, 농업 시설과 시스템의 현대화, 농촌인력뱅크 운영, 스마트 농축산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미래농업에 대비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도 지속하려고 한다. -‘5.5.5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추진 방안은 무언가?△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수한 지역 청년들을 육성하고, 다른 지역으로부터 끌어들이며, 나아가 젊음의 기운으로 에너지 넘치는 들썩들썩한 고령의 미래를 그려나가고자 한다.먼저 6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선도경제 구축에 힘쓰며 1만 여 근로자의 ‘직장도, 집도, 주소도 고령’ 운동을 즉시 추진하려 한다. 100개 기업에 1조 원의 과감한 투자로 일자리 3천개 창출 등 지속가능한 산업경제 도시 인프라도 갖추겠다.둘째는 신도시를 조성하고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확장 추진하며, 도시가스 공급과 마을 하수도 시설을 확대하겠다. 타운하우스와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해 인구 유입을 이끌어내는 등 사람 중심의 고령 발전 기반을 마련코자 한다.셋째, 대구~광주간 달빛내륙철도 고령역 유치에 적극 나서고, 김천~거제간 KTX 조기 착공을 추진하고자 한다. 국지도 67호선과 지방도 905호선의 4차선 확장, 대가야 하이패스 전용 IC 설치로 광역교통망이 제대로 갖춰진 사통팔달 교통의 중추가 되도록 하겠다.마지막으로 친환경 축산 스마트단지를 조성하고 가축분뇨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스마트 팜 확대 및 클러스터 조성, 농촌지원 전담 인력센터 설치를 통해 미래 스마트 농업도시를 만들어 부자농촌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대가야 문화관광’의 발전 방향도 궁금하다.△대가야 문화를 바탕으로 ‘라이트플라워 로드’와 ‘왕의 길’ 등 빛과 자연이 어우러진 역사 힐링공간을 조성해 새로운 문화관광 트렌드로 구축할 것이다. 또한 폐교와 유휴자원을 활용해 문화예술 특화지구를 만들고, 낙동강 줄기를 따라 은행나무 숲 힐링단지와 수변테마파크, 낙동강 달빛 휴양원와 철기로드, 낙동문화권 에코뮤지엄과 주을저수지 생태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자연친화적인 휴식 공간을 마련해 군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 넘치는 문화관광 힐링도시로 만들어갈 예정이다.-향후 4년간 군정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군민중심의 공감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정례적인 군민 소통 콘서트를 개최해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책을 모색할 생각이다. 또한 군민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속하고 간결한 행정 절차를 통해 대군민 서비스 만족도도 향상시킬 것이다.또한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업무 추진과 사기 진작을 위해 열심히 일 잘하는 직원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들이 고령 발전에 보탬이 되는 일꾼이 되도록 이끌겠다. 공무원 스스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을 주고, 그 노력과 성과를 반영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한다.군정 속으로 뛰어드는 ‘행동하는’ 군수, 군민들의 마음을 읽는 ‘공감하는’ 군수, 약속한 것을 지키는 ‘능력 있는’ 군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령/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2-08-03

한 여름의 ‘밤바다’때론 농밀하거나… 때론 고요하거나…

7월 말을 지나 8월 초순이다. 무더위는 한국 어느 곳에서도 피하기 어렵다. 이 기간은 한국 사람의 절반이 여름휴가를 떠나는 시기이기도 하다.산과 계곡으로의 피서도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휴가객들은 ‘피서’라고 하면 가장 먼저 푸른 파도 넘실대는 바다부터 떠올린다. 한국인들은 특히 여름날의 바다를 좋아한다.‘코로나19 사태’가 한국을 뒤덮기 전 경상북도와 강원도, 부산의 해수욕장엔 해마다 수십 만 명의 인파가 북적였다. 바로 지금 이 시기 즉 7월 말, 8월 초가 그랬다.다시금 재확산 추세를 보이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감지한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국내 해변으로 휴가를 떠나고 있다.천정부지로 오른 항공료와 높아진 외국에서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이 비교적 안전한 한국 바다로의 여행을 선택하는 이유일 터.영일대해수욕장과 칠포해수욕장을 비롯한 포항의 해변과 영덕과 울진 등 경북 일대 해수욕장을 지나는 도로는 주말과 평일 할 것 없이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해변마다 넘쳐나는 휴가객과 짜증스런 날씨에도 바다로 향하는 가족과 연인의 얼굴은 환하고 발걸음은 가볍다. 이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온전한 휴식을 누린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 아닐까. □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는 낮의 바다도 좋지만…지난 7월 31일 서울에서 긴 시간을 운전해 연인과 함께 포항으로 휴가를 온 K씨를 월포해수욕장에서 만났다.“1년 내내 도심에서 직장과 집만을 오가는 서울 사람들에겐 포항의 푸른 바다가 마치 꿈속 이상향 같이 느껴진다”는 그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와 ‘동백꽃 필 무렵’을 보며 올여름 휴가지로 포항을 선택했다고 한다.월포 해변 일대는 ‘갯마을 차차차’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드물게 파도타기가 가능한 한국 해변으로도 이름이 높은 월포해수욕장은 물론, 인근 청하시장에도 드라마 제작의 흔적이 남아 있어 젊은 여행자와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실제로 그날 월포해수욕장엔 100여 명 가까운 이들이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었다. 초보부터 전문가 수준까지 다양한 서퍼(surfer·파도타기 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월포해수욕장엔 파도타기가 처음인 사람들을 위한 강습소와 장비대여점이 만들어져 있다. 비단 여름만이 아닌 겨울에도 적지 않은 서퍼들이 월포 해변을 찾는다는 게 파도타기 장비대여점의 설명.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영일대해수욕장 역시 포항으로 여름휴가를 온다면 빼놓을 수 없는 방문지 중 하나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나 강릉 경포대해수욕장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고, 각종 편의시설도 잘 준비돼 있다. 2km 가까운 긴 백사장과 다양한 형태의 카페와 주점, 한식부터 일식, 거기에 이탈리아 요리까지 두루 즐기는 게 가능한 영일대해수욕장은 수심이 낮아 어린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그저 그만이다.영일대 해변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는 건 한국 사람만이 아니다. 적지 않은 외국인들도 구릿빛으로 몸을 태우며 공놀이를 하는 모습을 바닷가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국적 풍경까지 선사하는 것. □ 북적이는 한낮의 해변이 아닌 고요한 밤바다에선…취향과 성향의 문제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8월 초순 한낮의 바다는 관광객과 여행자들이 북적일 수밖에 없다.인파 넘치는 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거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니, 한낮의 해변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낮의 바다에선 찾아보기 힘든 고요와 한적함을 원하는 여행자가 있다면 밤바다로의 산책을 권해보고 싶다.‘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이다. 필리핀 보라카이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눈처럼 곱고 하얀 모래가 깔린 보라카이 화이트비치의 쏟아지는 햇살 아래서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수영을 하거나, 요트를 빌려 먼 바다로 나가 시원한 바람을 맞거나, 비치발리볼을 구경하거나, 선탠을 하거나…. 낮의 보라카이 해변은 수천 명의 인파로 시끌벅적했다.바로 그 해변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한 건 혼자서 산책을 나간 밤바다에서였다. 자정을 넘긴 시간, ‘언제 이곳이 그렇게 북적였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한 밤의 해변은 고요함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선물해줬다.낮에는 들리지 않던 파도소리가 너무나 선명했고, 물결에 부딪쳐 속살거리며 굴러가는 조그만 자갈까지도 눈에 들어왔다. 나 홀로 원시의 풍경 속에 내던져진 느낌이었다. 쓸쓸했지만, 그 쓸쓸함이 좋았다.연이어 오래 전에 읽은 이성복(70)의 시 ‘바다’가 머릿속을 스쳐 갔다. 이런 노래다.서러움이 내게 말 걸었지요나는 아무 대답도 안 했어요서러움이 날 따라왔어요나는 달아나지 않고그렇게 우리는 먼 길을 갔어요눈앞을 가린 소나무숲가에서서러움이 숨고한 순간 더 참고 나아가다불현듯 나는 보았습니다짙푸른 물굽이를 등지고흰 물거품 입에 물고서러움이, 서러움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밤의 해변‘바다’라는 제목을 달고도 바다가 아닌 ‘서러움’에 포커스를 맞춘 이성복의 시는 인간의 본질이 결국은 희열이 아닌 슬픔에 있다는 걸 문학적으로 형상화 한 절창이다.파도를 서러움으로 인식할 수 있는 건 시인만의 능력이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이라고 왜 밤바다를 보는 저마다의 감상이 없겠는가? 고요한 밤의 해변은 누구에게나 시적 영감을 주는 힘을 가졌다.영일대해수욕장과 월포해수욕장도 다를 바 없다. 휴가객이 북적거리는 낮의 해수욕장을 피해 밤늦은 시간 해변을 거닐어본다면 한낮엔 듣지 못했던 바다의 소리와 인파 속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미세한 움직임을 만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지난밤 영일대해수욕장을 거쳐 카페 거리가 형성돼 있는 여남동까지 방파제를 따라 30분쯤 걸었다.인적이 드물어진 그곳엔 열대야임에도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었고, 물새 몇 마리가 졸고 있었다.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에서 커피 하나를 사들고 한참 동안 일렁이는 바다의 조용한 몸부림을 바라본 시간. 낮의 해변에선 맛보지 못한 충일감이 몸을 감쌌다.소설가 장정일은 ‘누군가의 춤추는 모습을 바라본다는 건 그 사람의 영혼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썼다. 이걸 이렇게 바꿔 말해도 좋을 듯하다. “밤의 바다를 응시한다는 건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이라고.영일대해수욕장의 밤보다 더욱 농밀하고 원시적인 밤 풍경을 원하는 여행자도 있을 법 하다. 그렇다면 포항 장기면 신창리 해변으로 야간 산책을 가보면 어떨까 싶다.인적은 더 드물고, 바다와 백사장이 들려주는 여름밤의 소리를 더 미세하게 포착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신창리 해변이다. 때론 무서우리만치 고요하고 괴괴한 어둠도 그곳에서라면 낭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아름다움과 낭만은 한낮의 해변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가슴 속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밤바다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는 2022년 여름휴가를 계획해보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08-02

‘호국도시 칠곡’ 곳간 채우고, 경제 살리고, 군민 늘린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최근 ‘탈권위주의’소통 행보로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는가 하면 군수실을 방문한 손님을 위해 직접 커피를 내리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김 군수는 자신의 이러한 행동을 경직된 조직 분위기를 누그러뜨려 직원들의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는 수평적 소통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CEO형 군수’를 표방한 김 군수는 경직된 공무원 조직이 먼저 변화와 혁신을 해야만 민선 8기 군정 비전인 ‘곳간 채우고, 경제 살리고, 군민 늘리고’를 현실화 시킬 수 있다고 본다.취임 한 달을 맞은 김 군수를 만나 그동안의 느낌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최근 파격적인 행보로 관심을 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지.△주위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좀 당황스럽다. 출·퇴근길에 자전거를 타는 것은 지난 20년동안 해온 나의 일상이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가장 좋은게 출·퇴근길에 자건거를 타는 것이여서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은 자건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칠곡군에 와서 자전거 출·퇴근의 불편함이 있다면 거리가 5∼10분거리밖에 안된다는 점이다.그래서 운동을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평소 차로 이동할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방치된 쓰레기더미가 가장 눈에 잘 들어와 군청에 연락해 좀 치워달라고 부탁한다. 가장 큰 장점은 많은 주민분들을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한번은 80이 넘은 할머니가 취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오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때 많은 분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소감은.△선거에 당선돼 군에 들어오니 민간조직하고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민간기업에서는 능력만 있으면 발탁인사로 국장도 시켜도 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선 TF팀을 만들어 일을 빨리 진행시킬 수도 있는데 여기는 조례, 기존의 규정 때문에 빨리빨리 일을 진행 할 수 없다는 점이 사실 좀 갑갑하게 느껴진다. 물론 그것이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런 부분들이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공직에 들어와 보니 내부적으로 자율성이 좀 더 많아져야겠다고 느꼈다. 사고가 좀 유연하지 못한 부분과 불필요한 절차도 많은 것 같다. 예를 들면 내가 간단한 인사만 하면 되는 자리인데 과장, 국장이 모두 다 나왔있다. 난 이런 것이 불편하다. 그 시간에 일을 해야할 사람들이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느낀다. 꼭 필요한 자리에만 나왔으면 좋겠다.내가 군수실에서 손님을 위해 직접 커피를 내리는 것도 그 시간에 비서도 자신의 업무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앞으로 조직의 유연성, 탄력성 등만 조금 바꿔 나간다면 절차는 복잡하지만, 전국 어느 행정기관보다 혁신적인 기관이 될 것으로 믿는다.-칠곡의 가장 큰 현안은.△누가 뭐라해도 경제다. 경제는 칠곡만의 문제가 아니고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다. 살림이 나아져야 근심걱정이 덜어지는 것이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나라에서도 기껏 했는 일이라는게 돈 나눠주는게 전부였다. 물론 돈을 나눠주는게 마중물 역할은 하겠지만 결국 경제가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경제를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튼튼한 일자리부터 필요하고, 제대로 된 사람도 필요하고, 인구도 모아야 한다.실제 기업 사장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사람만 있으면 지금 수출의 두배는 하겠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지금 사람들이 전부 수도권으로 떠나니 일할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그래서 직장과 주거가 한 곳에 있는 직주근접을 실현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다.우선 지역이 특히 칠곡이 얼마나 생활하기 좋은 곳인지를 알리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살기 좋은 곳, 교육시키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자연스럽게 인구가 늘어나도록 할 생각이다. 자연스럽게 인구가 늘어난다면 도드라지게 언급하지 않더라도 시 승격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또 시 승격이 되지 않더라도 이렇게 우리만의 살기좋은 환경으로 변화해 간다면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지역의 균형발전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지.△칠곡은 왜관을 중심으로 북삼, 석적 등 지역간 균형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점들을 하나씩 해소해 나갈 것이다.대중교통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북삼의 경우 대구 광역철도가 곧 개통이 되기에 율리택지지구와 같은 비중 있는 발전 전략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석적의 경우는 구미공단의 배드타운 역할을 해왔는데, 교통불편이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였다. 그래서 석적구미하이패스IC, 석적에서 북삼역을 광역철도망을 이용할 수 있는 버스노선, 도로확장 이런것들을 통해 새로운 변화을 이끌 계획이다.새로운 교통망은 지역균형발전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북삼, 석적, 왜관이 나름대로의 역할을 가지면서 서로 상생할 수있는 여지를 만들어 갈 것이다. 지천, 동명의 경우도 지역의 반이상이 그린벨트로 지정돼 하고 싶은게 있어도 하지 못해왔다. 하지만 최근 대구의 발전중심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조금씩 옮겨오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군부대 유치를 공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군부대 유치를 그린벨트 내에 성사시키게 되면 도시 자체가 지천 자체가 젊어지게 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은 주민등록상의 인구도 좋지만 생활권 인구도 중요하다. 여기와서 먹고 쓰는 사람이 중요하지 주민등록만 옮겨놓고 먹고 쓰지 않는다면 지역 경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과 트루먼 미국 전 대통령 동상 설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트루먼 전 대통령은 아시아 끝에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미군을 참전시킨 사람이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사회주의로 가느냐 자유민주주의로 가느냐에 있어 자유민주주의를 택해 그 길을 가도록 기여한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에서 정말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 일생 전체를 다 논할 수는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만주군 이야기가 있고, 백승엽 장군도 간도 임시정부 이야기가 있다. 한 인물을 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생 전체를 다 논할 수는 없다. 나 조차도 살면서 낯 부끄러운적이 얼마나 많은 적이 모른다. 이 분들이 일했던 부분을 조명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또 칠곡군은 호국의 도시이다. 호국의 도시에는 100점 만점의 호국의 주인공, 60점 70점 주인공, 50점의 주인공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분들을 모셔놓고, 그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토론회, 학술대회를 열 수 있어야만 진정한 호국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그런 점에서 저는 호국과 관련된 모든 이슈를 여기 호국의 도시 칠곡에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동상에 계란을 던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도 칠곡에 와서 이야기하고, 태극기부대도 와서 이야기하고, 공론의 장이 되어야한다. 그래야만 칠곡이 진정한 호국의 도시가 되지 않겠나. 순혈주의(純血主義)로 이사람 빼고 저사람 빼고 하는 것보다는 호국과 관련된 이슈들은 호국의 도시 칠곡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이야기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이제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본다.칠곡/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2-08-01

“1조 원 소득 실현으로 희망찬 봉화시대 열겠다”

민선 8기 제46대 봉화군수에 취임한 박현국 군수(국민의 힘·전 도의원·63)는 ‘군민이 주인인 희망찬 봉화’를 슬로건으로 정하고 힘찬 출발을 했다.박 군수는 군민과 희노애락을 함께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공감 행정을 통해 군정의 모든 정책에 군민참여를 실현하고 정체되어 있는 봉화 발전을 위한 참신한 정책추진으로 ‘1조 원 소득의 희망찬 봉화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박 군수가 내세운 5대 핵심공약은 △부자농업인 육성 △국내 최대 산림클러스터 조성 △사계절 테마 국제 관광벨트 조성 △봉화형 정주여건 조성 △열린 군정 실현 등이다. 특히 봉화의 우수한 농산물을 비롯한 풍부한 산림자원, 청정한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봉화형 먹거리 산업들을 추진해 지역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희망찬 봉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민선 8기 박현국 봉화군수를 만나 앞으로 4년간 이끌어 가게 될 군정 운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민선 8기 봉화군수로 취임한 소감은.△군민 여러분이 보내주신 과분한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제46대 봉화군수에 취임하게 됐다. 저를 믿고 봉화의 미래를 맡겨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봉화에서 태어나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봉화를 가슴과 눈에 담으며 고향 사랑을 키워왔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봉화형 농업과 체류형 관광산업으로 농촌과 상경기를 살리고 인구가 늘어나는 봉화를 군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현재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지금 봉화의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계속되는 인구감소, 심각한 노령화, 불안정한 농가소득 등 지방소멸의 위기를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봉화군의 1인당 총소득은 26백만 원 수준으로 급속한 기후변화로 농작물 작황은 부진해지고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농업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이다. 또한 현재 지역 관광산업의 패러다임이 머물다가는 관광으로 바뀌고 있지만 봉화군은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체류형 숙박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봉화의 주 소득원인 농업의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높여 부자농촌을 만들고 관광산업을 농업과 더불어 육성해 나가는 데 있어서 고민이 깊다. 이러한 문제들을 지역 여건에 맞는 다양한 정책개발을 통해 앞으로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1조 원 소득의 봉화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5대 핵심공약을 자세히 소개한다면.△대표적인 공약으로 창의적인 농정혁신을 통해 부자 농업인을 육성할 계획이다. 작목별 농민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고 외국인근로자 농촌일자리 중개센터를 건립해 영세농업인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겠다. 또 봉화형 스마트팜 기반 조성사업, 6차 산업 창업 및 활성화 지원 등 농업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로 변화하는 영농 트렌드를 선도해 미래형 농업도시로 탈바꿈시켜 나가겠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대체작목 발굴을 지원하고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한 인큐베이팅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생태 구축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할 예정이다.봉화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해 국내 최대 산림클러스터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한국임업진흥원 분원 유치 등으로 산림분야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고 산림 고부가가치 산업을 적극 육성해 군 면적의 83%를 차지하는 산림을 봉화발전의 새로운 장으로 만들어 나가겠다.이와 함께 봉성~춘양~소천~명호를 잇는 사계절 테마 국제 관광벨트 사업을 역동적으로 추진해 스쳐가는 관광이 아닌 머물다가는 관광으로 관광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봉성 베트남마을 조성과 분천산타마을 테마파크 조성 등 국제적 수준의 관광콘텐츠 확충으로 지역 관광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 올리겠다.또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확충과 귀농귀촌인 문화·복지 인프라 확충 등 봉화형 정주여건 조성에 힘쓰며 군민 소통행정 강화를 위한 군민참여 군정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상시적 주민소통 행정시스템을 구축해 군민의 목소리를 가까이하고 군민이 참된 주인이 되는 열린 군정을 실현하겠다.-고령농 중심 봉화의 농업이 발전하기 위한 방안은.△농촌 인구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고령농가의 노후준비는 미흡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농업에 종사하는 노인들은 노후복지가 되는 국민연금과 노인기초연금, 노인일자리 참여급여 등에 국한되어 영농에 종사하지 않으면 노후생활이 어려운 형편이다. 고령화에다 농번기 일손 부족으로 농작업 근로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농협과 연계한 농촌중개인력센터 운영과 외국인의 계절 근로자 도입도 확대해 노동력 고령화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 수급지원 체계로 농업경영의 안정화를 하도록 할 계획이다.노인들에게 재배하기 편리한 기후변화 대응 대체작목의 발굴지원, 영농작업의 원활한 위탁이 되도록 위탁영농 농업법인 육성확대, 작목별 농업분야 보조금과 농산물 판로대책도 소농, 영세농 등 고령 농업인들에게 우선 배려할 것이다.농업용 드론 기구를 통한 벼재배 병충해 방제작업을 밭작물에도 확대하고, 대형농기계 사용이 어려운 고령 농업인을 위한 소형농기계의 권장 보급, 어르신 전용 농기계에 대한 수리센터 운영 등 고령 농업인들이 많은 배려를 받을 수 있는 농정시책을 추진할 계획이다.또한 농업 외 안정적인 소득확보를 위한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확대,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농어촌공사와 농지를 담보로 연계한 농지연금 제도도 권장할 계획이다.-농특산물 활성화 방안은.△봉화가 자랑하는 3대 작목인 사과, 고추, 수박은 국내 최고의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봉화의 대표 우수 농산물이다.우리 지역 대표 농산물들이 하루빨리 전국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아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농가의 수익이 개선되고 봉화 농업의 체질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우선 봉화 대표 농산물 통합 브랜드 CI 및 BI 개발을 시작으로 최근 SNS 마케팅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 인플루언서 브랜디드 콘텐츠, 웹드라마 등 다양한 공감형 온라인 콘텐츠 제작과 적극적인 SNS 바이럴 마케팅을 수반하는 뉴미디어 마케팅 전략을 펼치겠다. 더불어 대도시 프로모션 행사와 상설 온라인 농산물 축제 등 다양한 프로모션이 진행된다면 봉화의 대표 농산물들이 전국적인 명품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끝으로 앞으로 4년간 군정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평소 지속가능한 봉화발전의 미래비전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을 해왔고 위기를 극복하고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실행방안들도 차곡차곡 챙겨 왔다. 이제부터 군민을 위한 봉화의 시간이 시작되도록 그동안 준비해온 군민행복 실천방안들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 군민 모두를 진영·계층·지역 가리지 않고 화합의 장으로 모시고 소통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군정에 적극 반영해 진정으로 군민이 주인이 되는 봉화를 만들어 가겠다.봉화/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2-07-31

선비들이 노니던 곳서 고즈넉한 휴식을…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상 어느 누구도 폭염과 폭우가 지루하게 반복되는 여름날의 더위를 피할 수 없다.그 옛날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봉건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왕도 움직임을 자제하고 가만히 앉아 있거나, 약해진 기력을 보충할 보양음식을 먹었을 뿐 별다른 피서법이 없었다. 왜냐? 1902년 전엔 에어컨이라는 게 없었으니까. 존재하지 않는 걸 왕과 고관대작의 방에 설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많은 이들이 에어컨의 혜택(?)을 누리는 21세기가 됐지만, 더위가 가져오는 불쾌지수의 상승을 온전히 막을 수는 없다. 24시간 내내 에어컨 밑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요즘처럼 그칠 줄 모르는 무더위가 장기간 지속되면 누구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그럴 일이 아닌데도 다툼은 잦아진다.이럴 때면 조용한 활엽수 그늘 아래서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주는 시 한 편을 읽는 것도 효율적인 피서법이 아닐까?백석문학상 수상자인 박철(62) 시인의 ‘그대에게 물 한 잔’은 힘겹게 2022년 여름을 지나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지만 맑은 힘을 준다. 이런 노래다.우리가 기쁜 일이한두 가지이겠냐마는그중의 제일은맑은 물 한 잔 마시는 일맑은 물 한 잔 따라주는 일그리고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불쾌지수 상승과 폭발하는 스트레스를 잠시잠깐이나마 잠재우는 짧고도 편안한 시다. 나도 한 잔 마시고, 사랑하고 아끼는 이에게 시원한 물 한 잔 따라주고 싶어지는. □ 옥산서원 계곡서 만나는 퇴계 이황 글씨인격의 도야와 학문의 완성을 삶의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았던 조선의 선비들 역시 겉으로 엄살을 떨지는 않았겠지만, 힘들게 여름을 났음이 분명하다. 그들 역시 더위와 추위를 느끼는 인간이었을 테니.하지만, 세상에 이름을 떨친 조선 유학자들의 피서법은 오늘날 보통 사람들과 달리 호들갑스럽진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경주 옥산서원 뒤편 넓고 평평한 바위엔 회재 이언적이 이름을 짓고, 퇴계 이황이 쓴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세심대(洗心臺)’다. 이름 그대로 마음을 씻는 공간. ‘대한민국 여행사전’은 세심대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옥산서원은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황 등과 함께 ‘동방오현(東方五賢)’ 중 한 사람인 회재 이언적을 모신 서원이다. 선조 5년(1572) 사당을 세우고 그 후 선조 7년(1574) 서원으로 승격되면서 선조로부터 옥산서원이라는 이름을 하사받고 사액서원이 되었다. 서원 앞으로는 계류가 흐르는데 작은 폭포 용추 위로 걸린 외나무다리가 서원으로 드는 제 길이고 용추 위 백여 명도 앉을 만한 너른 바위가 세심대다.”옥산서원 세심대 주변엔 시원한 물이 흐른다. 더위를 식히고자 이곳을 찾은 경주시민과 여행객들에겐 최상의 피서지.아이들은 물장구를 치거나 물총을 쏘며 놀고, 어른들도 체면 불구하고 양말을 벗은 채 뜨겁게 달아오른 맨발을 계곡물에 담근다.그렇다면 조선의 선비들은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이른바 ‘양반 체면’에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들었리는 만무했을 테고, 방이나 정자에서 유교 경전을 읽다가 하루에 한두 번쯤 세심대에 서서 세상사와는 무관하게 오랜 세월 흘러온 물을 보며 시상(詩想)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 회재 이언적은 독락당에서 어떤 여름을왕에게 권위를 인정받은 옥산서원은 서원 자체의 아름다움과 주변 풍광의 시원스러움이 한국의 어느 서원에도 빠지지 않는다.서원을 거닐던 70대 어르신 한 명은 “안동을 비롯해 경상북도의 서원을 여러 군데 가봤지만, 옥산서원만큼 자연과 잘 어우러진 풍경을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곳은 보기 드물다”고 했다.직접 가서 둘러본 기자로선 그 말에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이 옥산서원의 핵심 중 핵심이자, 가장 근사한 건축물이 독락당(獨樂堂)이다.“제 아무리 어진 선비라도 삶의 어느 한 순간엔 세속의 일을 잊고 스스로의 즐거움을 찾는다”는 솔직하고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독락당.‘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이란 책에는 독락당을 그림 그리듯 묘사하는 문장이 나온다. 그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회재 이언적의 은신처로 만들어진 독락당은 자연과 어울리는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계정과 함께 가옥의 한 공간을 차지하는 사랑채를 독락당이라 칭하지만 특별한 구분 없이 안채와 사랑채, 별채를 함께 독락당이라 부르기도 한다. 뾰족한 솟을대문을 지나 만나게 되는 것은 나지막한 담장이다. 안채와 사랑채를 가로지르는 담장은 부녀자의 생활공간인 안채를 분리시키고 찾아오는 이방인들을 자연스럽게 사랑채 공간으로 안내한다. 미로를 걷는 듯 복잡한 낮은 담장 길은 양편을 막는 사잇길을 지나 옆을 흐르는 시냇물로 연결된다. 회재가 학문을 연마하고 문학과 예술을 즐겼을 독락당 창살을 열어젖히면 계곡과의 경계를 짓는 담장 사이로 시냇물을 살펴보는 열린 공간이 펼쳐진다.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계곡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후략).”책의 설명은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만나본 옥산서원, 세심대, 독락당은 비교적 번잡스럽지 않게 삼복더위를 피할 수 있는 맞춤한 여름 여행지였다.회재와 퇴계 등 조선 성리학의 완성에 작지 않은 역할을 한 선비들의 역사적 흔적, 여기에 짙은 그늘과 차가운 물소리의 시원스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앞서도 말했지만, 더위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여름 한철의 고통이자 짜증스러움이다. 세상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던 500여 년 전 회재의 여름도 다를 바 없었을 터.무더위가 주는 고통과 짜증스러움을 현명하게 이겨낸 사람에겐 ‘가을’이라는 자연의 선물이 주어진다. 그 옛날 독락당에서 회재 이언적이 받았던 그 선물을 우리도 기다려보자. 영원히 지속되는 여름은 없으니. ‘숨은 보물' 정혜사지 13층석탑독락당 인근 ‘신라시대 석탑'독특한 축조 방식 눈길 끌어옥산서원과 세심대, 독락당을 돌아보고 물놀이까지 즐겼다면 인근에 ‘숨은그림찾기’처럼 존재하는 정혜사지 13층석탑을 찾아가보면 어떨까?독락당 지척에 우뚝 선 이 탑은 국보 제40호다. 서원에서 조선 선비의 숨결을 느껴보고, 세심대 인근에서 시원한 계곡의 풍광을 만끽한 후에 주어지는 보너스 같은 게 바로 정혜사지 13층석탑 인근 풍광.오가는 사람들이 적은 곳에 있지만 이름 그대로 ‘국보’이니 탑에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하면 스피커를 통해 경고방송이 나온다는 걸 알고 가야 놀라지 않는다.지금은 터만 남은 정혜사는 신라 선덕왕 원년(780)에 중국 당나라에서 온 백우경이란 사람이 살던 집을 절로 고친 것으로 알려졌다.정혜사지 13층석탑은 1층은 크고 높은데 비해, 2층부터 급격히 작아지는 독특한 형태로 주목받는다. 이 탑은 일반적인 신라시대의 축조 양식에서 벗어난 형태고, 신라 석탑 중 유일한 13층탑이라고 한다.“옥산서원을 지나 옥산리의 독락당에서 북쪽 700m쯤 되는 곳에 있다. 정혜사지 일대의 경작지에는 기왓장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데 과거 정혜사의 중심을 이루었던 사역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13층석탑은 각 부의 양식과 조성수법에서 오직 하나 밖에 없는 특이한 유례를 보이고 있다. 1962년에 국보로 지정됐다”는 것이 정혜사지 13층석탑에 관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설명.비단 고대 건축과 역사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어디서도 보기 힘든 특이한 양식의 이 탑을 피해갈 이유는 없다. 게다가 쉽사리 만나기 힘든 ‘국보’ 아닌가.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07-26

은어 잡으며 더위 ‘훌훌’봉화로 ‘休’하러 오세요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던 봉화은어축제가 3년 만에 오프라인 축제로 돌아왔다.제24회 봉화은어축제가 7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9일간 봉화읍 내성천 일원과 신·구시장에서 ‘봉화에서 COOL하게! 은어로 FUN하게!’라는 주제로 열린다.봉화은어축제는 2019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5년 연속 우수축제로 선정됐으며, 2020년엔 ‘대한민국 축제 콘텐츠 대상’에서 축제관광부문 대상, 2021년엔 비대면 축제 대상을 수상하는 등 매년 50여만 명이 찾고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여름 축제이다.올해는 3년 만에 대면 축제로 개최되는 만큼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따른 축제관광 트렌드에 맞춰 내성천의 깨끗하고 시원한 물에서 은어와 함께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버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은어 반두·맨손잡이 체험, 은어 먹거리 장터 등 행사·체험 프로그램과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풍성한 음악 공연, 아이들이 좋아하는 샌드아트 모래 놀이장 및 물놀이장까지 전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 은어잡이 행사·체험 프로그램봉화은어축제의 핵심 콘텐츠인 은어 반두·맨손잡이 프로그램은 축제 기간 동안 매일 진행된다.반두잡이는 주중 3회·주말 4회, 맨손잡이는 주중 4회·주말 5회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1만 원이다.(축제장 내 부스에서 사용가능한 상품권 3천 원이 포함)봉화 최고의 은어잡이를 뽑는 제3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배 어신(魚神)선발대회도 8월 6일 오후 4시 내성천 반두잡이 체험장에서 개최된다. 300명 한정 신청자를 사전 접수(참가비 2만 원) 받아 제한된 시간동안 반두로 가장 많은 은어를 잡은 어신 1, 2, 3등을 선발해 상과 상금을 수여한다.축제 속의 야시장은 8월 2일과 3일 양일간 내성천 특설무대를 중심으로 열리며 저녁 시간 무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음료와 봉화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송이빵과 같은 별미들이 판매될 예정이다.봉화군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문화유적 탐방투어 버스는 축제기간 동안 오전과 오후 각 1회 운영된다. 문화관광해설사의 고품격 해설을 들으며 분천산타마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생태예술제(문수골 가재마을)를 탐방할 수 있다. □ 축제와 함께 즐기는 연계·부대행사 프로그램은어축제기간 동안 다채로운 연계·부대행사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코로나19 여파로 2년간 온라인으로 개최됐던 한여름 분천산타마을이 올해는 7월 23일 개장식을 시작으로 8월 21일까지 30일간 운영된다.‘여름’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줄 트리전망대 물총대전 등 주말 이벤트와 이색 거리 공연, 분천 산타 마을 캐릭터들과 즐기는 마칭밴드 퍼레이드 등 다양한 특별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도착! 미션 드림팀’, ‘찐 산타를 찾아라’ 등 게릴라성 현장 미니게임 이벤트도 열린다. 기차여행을 통해 잠깐의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을 이용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코레일 관광열차 V-트레인은 내부가 통유리로 된 개방형 열차로 분천역에서 철암역 사이의 백두대간 협곡을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다. 열차는 1일 2회 운영되며 예매는 코레일 앱과 현장에서 가능하다.또한 봉화은어축제에 뜨거운 열기를 전해줄 전국여자 프로볼링대회가 은어축제 사전홍보 기간인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봉화군 국민체육센터 볼링경기장에서 열린다. 여자부 개인전과 단체전이 펼쳐지며 결승전은 SBS Sports를 통해 생방송 될 예정이다.2022 생태예술제는 8월 6일과 7일 이틀간 문수골 가재마을에서 열린다. 가재 잡기 체험, 문화예술 공연, 예술인의 밤이 개최되며 은어축제 행사장에서 투어버스를 연계 운영한다. □ 다채로운 공연 프로그램봉화은어축제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 공연은 7월 30일 오후 7시 30분 특설무대에서 개최되며 봉화 출신 가수 최우진과 인기가수 김혜연, 유승우 등이 출연해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예정이다.이밖에도 은어축제 기간 동안 장민호, 이찬원, 임찬이 함께 하는 미스터트롯 콘서트와 인기 록밴드 국카스텐이 꾸미는 ROCK 콘서트 등 다양한 주제의 공연들이 매일 펼쳐진다.8월 7일 폐막식 공연에는 정동원, 오유진, 남승민, 김연자가 출연해 축제의 마지막 무대를 꾸미며 이어 진행되는 폐막 드론쇼와 불꽃쇼를 끝으로 봉화은어축제 마지막을 수놓을 계획이다.특히 봉화군은 코로나19의 장기 확산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축제기간 중 특별 방역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며, 코로나19 재유행 우려 및 감염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축제장 내 다중이용시설은 수시로 소독하고 일 2회 축제장 내 현장방역과 소독제 비치, 마스크 착용 등 관광객들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홍보할 계획이다.박현국 봉화군수(봉화축제관광재단 이사장)는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되는 은어축제인 만큼 즐겁고 유익한 다양한 콘텐츠를 많이 준비했다”며 “예전처럼 봉화은어축제장에 많은 분들이 찾아오셔서 추억과 재미, 감동과 기쁨을 모두 찾아가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봉화/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2-07-25

“칠성천 복개와 아케이드 설치가 큰 보람”

포항이 한때 울산과 더불어 고래잡이로 유명한 도시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포경 금지령이 있기 전까지는 적지 않은 포경선이 동해를 오가며 밍크고래 등을 잡았다. 포획과 해체 과정을 거친 고래고기는 일본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전라북도 어청도를 거쳐 포항과 울산, 강원도까지 고래를 쫓아 거친 바다를 항해했던 뱃사람들은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되었거나 세상을 떠났다. 70여 년 전에는 오징어 기름을 종이우산에 칠했다는 이야기도 요즘 세대에게는 생소하다. 모두가 20세기 중반의 이야기다. 이를 들려주는 최일만 선생의 목소리에 신명이 붙었다. 홍 : 고래잡이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나요?최 : 일제강점기 때 포항에 포경선 두 척이 있었지. 구룡포에서는 포경 금지령 직전까지 고래를 잡았어. 당시 영국에서 “1990년 이후엔 한국의 포경 금지령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 풀리지 않았지. 1970~1980년대 전국에 포경선이 스물한 척 정도 있었어. 매년 3~4월이 되면 포경업자들이 울산에 모여 회의를 했어. 언제쯤 고래가 처음 출몰하는 어청도에 갈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서였지. 고래는 다니는 길이 있어. 포항과 울산 근해에서는 5~6월에 밍크고래가 많이 잡혔지. 한여름에는 강원도 주문진 인근으로 포경선이 몰렸어. 고래잡이는 바다가 거칠어지는 겨울에는 하지 못하니까 10월이면 끝나. 고래를 잡을 수 있는 기간은 1년 중 7개월 정도야.홍 : 포항의 포경업 이야기를 좀 더 해주시죠.최 : 포경 금지령이 내리기 전 울산에는 포경선을 두세 척 가진 회사와 한 척만 가진 개인이 있었어. 배를 여러 척 가진 곳은 법인을 세워 운영했지만, 한 척을 가진 이들은 법인이 없어 우리에게 대신 고래고기를 팔아달라고 했지. 물량이 많을 때는 이런 요청을 거절했는데, 나중에는 이익금 중 30%를 효창수산이 가지기로 하고 위탁판매했어. 그러다가 포경 금지령이 내려졌지. 고래잡이 방식은 근해 포경과 원양 포경이 있는데, 일본은 원양 포경을 하는 회사가 일곱 개나 있었어. 한국에는 부산에 한 개가 있었는데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지. 선단을 구성할 만한 여러 척의 배가 없었고 재정 또한 어려웠던 탓이야. 그래서 한국의 고래잡이는 먼바다가 아니라 가까운 바다에서 이뤄졌어.홍 : 포항을 떠나 있던 기간은 군대에 있었을 때인가요?최 : 남들보다 조금 늦게 입대했어. 강원도 20사단에서 31개월 복무했지. 결혼은 1965년, 그러니까 스물아홉 살에 했고. 아이들 넷을 키우면서 일만 하느라 너무 바빴어. 자식들이 어릴 때 함께 놀아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후회스러워. 아이들의 입학식과 졸업식에도 가보지 못했거든. 그 시절에는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버지가 식구의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눈코 뜰 새가 없었어. 직업 특성상 매일 새벽에 시장과 항구로 나가야 하니 다정한 아버지가 되기 힘들었지. 다만, 내가 어릴 때 서당에서 배운 사람살이의 기본을 자식들에게 자주 들려줬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야.홍 : 연세에 비해 건강이 좋아 보입니다.최 :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생활습관 덕분인 것 같아. 지금도 아내와 매일 오전에 꽤 먼 거리를 걸어. 청년 시절부터 육체노동으로 단련된 것도 나이 먹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야. 수산물을 많이 먹는 일본 사람들은 장수하는 편이지. 내가 특히 좋아하는 요리는 오징어 내장과 시래기를 넣고 끓인 찌개야. 열일곱 살에 강원도에 일하러 갔다가 처음 맛본 음식인데,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맛깔스러웠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인데 오징어로 기름을 짜기도 해.홍 : 오징어 기름은 어떤 용도로 쓰입니까?최 : 과거에 울릉도와 구룡포에서 오징어 기름을 많이 짰어.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인근과 구룡포에 그 작업을 하는 공장이 있었지. 오징어 기름은 경상남도 의령과 함안의 죽세품 공장에 팔았어. 비닐우산이 생산되기 전에는 잘게 쪼갠 대나무에 종이를 붙여 우산을 만들었어. 종이가 비에 젖지 않으려면 기름칠을 해야 하는데, 그때 오징어 기름을 사용했지. 오징어 기름은 고급 페인트의 재료로도 썼는데, 모두 1950~1960년대 이야기야. 그때는 밤을 까서 일본으로 수출했고, 산초나무 이파리까지 따서 수출하던 시절이지.홍 : 오징어는 울릉도에서 많이 잡혔지요?최 : 그렇지. 오징어잡이 어선을 가졌을 때 몇 번 가봤고, 오래전에 여객선을 타고도 다녀왔어. 지금이야 쾌속선를 타고 세 시간 남짓이면 울릉도에 닿지만, 그때는 저녁 8시쯤 출발하면 다음 날 아침에야 도착했어. 1950년대엔 포항과 울릉도 사이를 목선이 오갔고, 한참 후에야 400t쯤 되는 청룡호가 취항했지.『한국세시풍속사전』에 의하면 오징어는 함경북도 연안과 울릉도, 독도 부근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많이 잡힌다. 오징어류는 염분이 높은 곳을 좋아한다. 이와 함께 부유생물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밤에 표층으로 많이 올라온다. 오징어는 수직 운동이 심해 낮에는 100~200m 깊이에 있다가 밤이 되면 얕은 수면으로 올라와 소형 어류를 잡아먹는다. 이때 행동이 공격적이면서 불빛에 잘 모이는데 이 습성을 이용해 채서 낚는 채낚기가 대표적인 어법이다. 채낚기는 플라스틱, 나무, 납으로 미끼 모양을 만들어 낚시 채에 붙인다. 색채를 넣거나 형광물질을 발라 자연산 미끼처럼 보이도록 하고 집어등(集魚燈)으로 어획 효과를 높이는 게 특징이다. 홍 : 죽도시장에서 번영회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언제입니까?최 : 1990년 초부터 사단법인 죽도시장번영회 대의원과 이사를 맡았어. 회장이 된 건 1993년이야. 이후 2016년까지 회장직을 이어갔지. 마지막 7~8년 동안은 회장 자리를 넘겨주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어. 결국 ‘회장은 3년제로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을 바꾼 후 그만뒀지.홍 : 죽도시장번영회 회장은 선거로 뽑나요, 추대인가요?최 : 경선도 했고 추대 방식으로 뽑기도 했어. 경선을 하다 보니 상인들 사이에 우애가 나빠져 추대 형식으로 바꿨지.홍 : 1990년대 이후 죽도시장은 어떻게 변했습니까?최 : 아주 오래전에는 시골 장터와 다를 게 없었어. 포항제철이 들어오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 열악했던 시장 환경도 점차 좋아졌지. 1990년대에 구획정리가 마무리되었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정비되었어. 내가 1995년에 포항시의원이 되었는데, 그때는 칠성천 주변 환경이 좋지 못했어. 그래서 출마하기 전부터 시의원이 된다면 가장 먼저 칠성천을 복개하겠다고 결심했지. 7년간 시의원으로 일했는데 그중 칠성천 복개 과정이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 쉽지 않은 사업이었지만 보람이 컸던 일이야.홍 : 그즈음 아케이드도 설치되었지요?최 : 칠성천 주변의 환경이 개선될 무렵에 아케이드를 만들기 시작했어. 죽도시장의 규모가 작지 않으니 한꺼번에 설치할 수 없어 순차적으로 세웠지. 현재는 구 죽도파출소에서 남빈동 과메기거리까지 90%가량 아케이드가 설치되었어. 10년 이상 걸린 사업이야.홍 : 칠성천 복개와 아케이드 설치를 할 때 문제는 없었습니까?최 : 대부분의 죽도시장 상인들이 원했던 일이었어. 시장은 조그만 사업도 상인들 동의 없이는 진행하기가 어려워. 아케이드를 설치해야 하는데 도로에 기둥을 세웠던 상인들이 그걸 빼지 않겠다고 해서 마찰이 있기도 했어. 불법 건축물이었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점유권을 인정하지 않기가 어려웠던 탓이지. 하지만 칠성천 복개와 아케이드 설치처럼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라면 누가 나서서 추진해야 하지 않겠나?대담·정리 : 홍성식(본지 전문기자)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 / 사진 제공 : 김진호(사진작가)

2022-07-25

바람 춤추는 소나무숲, 청량한 물소리… 자연 품으로 간다

어떤 이들은 양산이 영축산 통도사 빼면 볼 것 없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양산에서 통도사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코끼리 다리를 만지고 코끼리라고 하는 것만큼 우스운 이야기다. 양산 곳곳을 여행해보면 얼마나 많은 볼거리와 느낌있는 여행지가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낙동강 자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임경대는 물론이고 ‘경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내원사 계곡까지 가슴까지 청량해지는 눈부신 여행지가 가득하다. 자연속에서 힐링을 원한다면 양산으로 오시라. 오솔길을 걸어도 좋고 사찰 속에서 사색에 잠겨도 좋다. 양산에 가면 자연이 나를 푸근하게 안아주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불보사찰 통도사통도사를 가보지 않고 양산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양산에 많은 절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압권은 통도사다. 영축산 줄기에 자리한 통도사는 신라시대 선덕여왕 15년(646년)에 창건된 천년고찰(千年古刹)이다.통도사는 사찰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절경이다. 매표소인 무풍한송에서 일주문까지 보드라운 흙길이 이어진다. 무풍한송(舞風寒松)은 ‘바람은 춤추고 소나무는 차다’는 뜻이니 길이 가진 이름이 한 줄 시와 다름없다. 길 옆 작은 개울의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면 더운 여름의 열기조차 사그러지는 것 같다.통도사에서 꼭 눈여겨봐야 할 것은 현판들이다. 당대 명필로 이름났던 추사 김정희와 흥선대원군의 글씨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통도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三寶寺刹) 중 하나다. 삼보(三寶)란 불가에서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는 세 가지로 부처를 상징하는 불(佛), 부처의 말씀인 경전을 상징하는 법(法), 부처님을 따라 수행과 중생 구제를 하는 승(僧)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부처의 말씀을 기록한 대장경을 봉인한 해인사를 법보사찰,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해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송광사는 승보사찰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금강가사를 모시고 있는 대표적인 불보사찰이다. 통도사에 모시고 있는 진신사리는 불골(부처님의 유골) 불아(부처님의 치아) 불사리(부처를 다비하여 얻은 유골)로 자장율사가 당나라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통도사 대웅전은 특이하게도 사면에 이름이 제각기 달려 있다. 동쪽은 대웅전, 서쪽은 대방광전, 남쪽은 금강계단, 북쪽은 적멸보궁의 현판이 걸려 있다.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의 위용 때문인지 대웅전에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대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이 불상을 대신한다. 금강계단은 ‘금강과 같이 단단하고 보배로운 규범’이라는 뜻이다. 부처님이 항상 그곳에 있다는 상징성을 띤 것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금강계단은 바로 부처님의 계 그 자체인 것이다. □ 서운암 수 천개 장독대 장관통도사의 암자여행은 또 다른 묘미를 준다. 통도사의 자장안에는 무려 19개의 암자가 자리하고 있는데 마치 통도사를 중심으로 요새를 이룬 것 같다. 통도사 암자 중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서운암이다. 통도사 주차장 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보타암과 취운암을 지나 서운암이 나타난다.서운암은 고려 충목왕 2년인 1346년에 충현대사가 창건했고 조선 철종 10년인 1859년에 남봉대사가 중건했다고 전한다. 옛날에는 초막인 인법당이 전부였는데 근래에 성파(性坡)스님이 현재의 모습으로 일구었다고 한다. 스님은 지난해까지 통도사의 방장(方丈)을 지냈고 올해 한국불교 조계종의 제15대 종정(宗正)에 추대됐다.서운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 천 개는 족히 되는 장독들이다. 바람과 햇살에 익어가는 된장독과 고추장독, 간장독이 늘어선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전국을 돌며 장독을 모으고 옛 방식대로 장을 담그기 시작한 것이 성파스님이다. ‘신분제가 있었던 시절에도 왕족이나 양반, 상놈 할 것 없이 똑같이 사용했던 게 장독이니 우리에게 이만큼 소중한 문화유산이 어디 있겠느냐’라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그렇게 독을 모으고 장을 담근 지 10년이 넘었고 지금 서운암의 재래식 된장은 양산시의 특산품으로 지정되어 있다.서운암에 또 하나의 볼거리는 작은 불상이 무려 3천여 개나 모셔져 있는 삼천불전이다. 성파스님이 1985년부터 5년 동안 흙으로 구워낸 도자기로 만든 삼천불이다. 서운암 주변은 무려 100여 종이 넘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야생화 군락지이기도 하다.통도사에서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은 극락암이다. 극락암은 우리 시대 큰 스님으로 이름이 높은 경봉스님이 정진했던 곳이다. 스님이 워낙 고명하다보니 수많은 이야기를 숨겨놓고 있다. □ 오봉산 임경대와 내원사 계곡도 절경양산 정취를 한눈에 굽어보려면 오봉산의 임경대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양산 8경 중 7경이기도 한 오봉산 임경대(臨鏡臺)는 통일신라시대 대문장가였던 고운 최치원 선생의 시에서 유래한다.최치원 선생은 벼슬길에 물러난 뒤 문득 이 일대 암벽 위에 서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한 편의 시를 썼다.“안개 낀 봉오리 뾰족뾰족 물은 늠실늠실/ 거울 속 인가가 푸른 봉우리 마주했네/ 어디로 외로운 배 바람 잔뜩 안고 가나/ 별안간 날던 새 자취 없이 아득하네/ 낙동강의 비친 산의 모습이 마치 거울 같다”임경대는 이 시에서 유래했다. 임경대는 지난 2001년 개봉했던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과 차태현이 이별을 했던 장소다. ‘견우야 ~미안해~’라고 애절하게 외치던 장소가 바로 임경대다.임경대의 풍경은 시시각각 변한다. 구름이 흘러갈 때는 운해로 뒤덮혀 바다처럼 떠다니고 황혼이 깃들 무렵이면 온 천지가 붉은 빛으로 물들여진다. 뿐이랴 눈이라도 내리면 설국이 펼쳐진다.양산의 또 다른 절경인 내원사 계곡은 ‘경남의 소금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절경이 펼쳐진다. 영남 알프스의 남쪽 주봉인 천성산에서 발원한 계류가 북쪽으로 흐르며 만든 내원사 계곡은 기암절벽이 계곡마다 펼쳐져 있어 신비한 느낌을 준다. 계곡 곳곳에 3층 바위와 작은 폭포와 소 병풍바위가 둘러 쌓여 있다.통도사가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내원사 계곡에 있는 내원사는 다분히 여성적이다. 내원사가 비구니 스님들이 정진하는 곳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부드럽고 고운 선을 지닌 절의 모습이 어머니의 모습처럼 소담하기 때문이다. 내원사는 신라 선덕여왕 시기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한국전쟁 때 전소되었으나 1958년 비구니 수옥 스님이 중창했다.함께 가볼만한 곳양산에는 여름을 시원하게 즐길만한 곳이 많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햇빛을 받아 아름다운 오색무지개를 만든다 해서 붙여진 ‘무지개폭포’는 물이 차고 주변이 시원해서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가지산, 신불산, 영취산, 오봉산, 천태산 등이 만나는 곳에 있는 원동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천혜의 장소로 이름이 높다. 물을 테마로 한 양산테마파크와 도심 속 힐링장소인 양산디자인공원, 연인들끼리 방에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양산영화공장도 들러볼만 하다.놓칠 수 없는 맛집양산 통도사 앞에 있는 산채전문점인 경기식당은 영축산에서 자생하는 고사리, 산나물, 푸른나물 등 7가지의 각종 산나물을 비빔밥 재료로 사용해 향이 독특하고 산나물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우거지 국도 담백하다. 양산의 향토음식이기도 한 민물 매운탕은 산바다집이 유명하다. 메기 매운탕을 특히 잘한다. 잡내가 전혀 없고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손영환 비빔국수는 각종 야채와 과일을 자연 발효시켜 소스를 만들었다. 매콤달콤한 맛이 일품이고 뒷맛이 개운하다./최병일 작가

2022-07-21

초록그늘 아래서 역사의 숨결을 느끼다

여행 없는 여름이 너무 길다.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한여름에 훌쩍 떠나는 며칠간의 휴가는 삶의 에너지로 역할 한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그러나, 2020년 벽두. 누가 청하지 않았음에도 불현듯 찾아온 ‘코로나19 바이러스’ 탓에 제대로 된 여름휴가를 즐기지 못한 것이 벌써 3년째 접어들었다.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완화된 올해는 ‘그래도 좀 나으려니...’ 기대했건만, 그 기대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2022년 여름이 야속하다. 한반도 중부에서는 연일 폭우가, 남부엔 견디기 힘든 폭염이 긴 기간 지속되는 와중에도 어김없이 여름휴가철은 눈앞에 다가왔다.다시금 증가한다는 코로나19 감염자 관련 보도를 보자면 아직 해외로 떠나기엔 시기상조(時機尙早)인 것 같고, 어쩔 도리 없이 사람들과 다닥다닥 붙어서 더위를 식혀야 하는 실내수영장과 워터 파크 등은 여전히 조심스럽다.이럴 땐 그래도 ‘거리두기’가 가능하고, 가까운 곳에 자리한 피서지를 찾는 게 인지상정. 그럼 어디에 그런 곳이 있을까?경북도에 거주하며 ‘물 좋고 시원스런 휴가지’를 검색하는 이들이라면 경주 옥산서원(玉山書院)을 올여름 가족 피서지로 결정하는 게 어떨까 싶다.비교적 조용한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거기에 더해 조선의 우뚝한 유학자가 남긴 역사의 향기까지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옥산서원 일대다. □ 유네스코도 인정한 한국 정신문화의 핵심 공간평일 한낮. 다소 번잡한 경주 시내를 벗어나 옥산서원이 자리한 안강읍 옥산리로 가는 길. 여름을 여름답게 하는 매미 소리가 요란했다. 어느새 도시의 짜증스러움은 저편으로 사라지고, 잊고 살았던 어린 날 시골의 성하(盛夏) 풍경.쭉쭉 높다랗게 자라나 더위를 식히는 풍성한 그늘을 품은 수백 년 된 나무들이 도열한 군인처럼 옥산서원 방문자들을 반기고 있었다.입에 발린 수사지만 경치가 그저 그만이다. 더할 나위 없는 피서지로 느껴졌다.도착했으니 이제 옥산서원이 어떤 곳인지를 알아볼 시간. 서원 입구의 표지판이 사적 제154호인 이 서원의 연혁(沿革)을 설명하고 있다.“옥산서원은 회재 이언적(李彦迪·1491 ~1553)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자 세웠다. 이언적은 조선 중종 때의 문신으로 그의 성리학은 퇴계 이황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종묘에 명종의 공신으로 모셔져 있다.그가 타계한 후 1572년에 경주부윤 이제민이 지방 유림의 뜻에 따라 서원을 창건했으며, 1574년에는 선조에게서 옥산서원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아 사액서원(賜額書院·왕으로부터 편액·서적·토지·노비를 받아 그 권위를 인정받은 서원)이 됐다.고종 5년(1868) 흥선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렸을 때도 헐리지 않고 그대로 살아남은 47개의 서원과 사당 중 하나다.”사실 옥산서원은 서원 자체보다 맑은 물이 흐르고 산새가 지저귀는 주변의 빼어난 풍광으로 여행자들에게 더 유명하다.하지만, 서원이 지닌 가치와 그 안에 깃든 조선의 선비정신을 이해하고나면 옥산서원의 기와 하나, 사람들이 오가는 조그만 문 하나에 담긴 세세한 사연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한국의 ‘서원’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세계의 역사·문화학자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건축물이다.그런 차원에서 유네스코(UNESCO·교육·과학·문화의 보급과 교류를 통해 국가간 협력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연합 전문기구)는 한국의 몇몇 서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옥산서원은 소수서원, 도산서원, 남계서원, 도동서원 등과 함께 ‘조선시대 전국 각지의 지식인들이 제향을 올리고 강학을 하며 성리학 교육 체계를 만들어 가던 공간’으로 인정받았다.성리학이라는 조선의 통치·사회이념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 외에도 옥산서원은 건물이 지닌 형식미도 높게 평가받는다.전문가들은 “동시대에 만들어진 다른 사원들이 자유로운 건축 양식을 보이는데 반해 옥산서원은 틀에 짠 듯 질서정연한 형식을 갖췄다”고 입을 모은다.건축물 자체에서 긴장과 절제가 느껴진다는 건 ‘조선 선비’ 회재 이언적의 품성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 유학 강의 듣는 어르신들 모습에 겹쳐진 회재의 그림자방앗간을 찾았으면 떡을 뽑아야 하고, 포도청에 갔으면 억울한 사연을 알려야 하는 법. 서원을 방문했으니 안을 둘러봐야 하는 게 정해진 수순이다.옥산서원의 입구인 체인문을 지나 이언적의 위패가 봉안된 체인묘를 가장 먼저 만나봤다. 품격과 기품이 느껴지는 미려한 문이고, 건축물이었다.제사를 올리기 위한 제수를 보관하던 전사청을 지나 그 옛날 경주 지방의 유학자들이 학문을 연구하던 무변루와 구인당 등을 보러 가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수십 명이 젊은 강사에게 ‘유학(儒學) 강의’를 듣고 있었다. 옥산서원에 썩 잘 어울리는 모습.그랬다. 이언적이 살았던 15~16세기 조선의 학자들은 땡볕이 쏟아지고, 장마철 습기가 방바닥에 곰팡이를 피우는 한여름에도 의관을 제대로 갖추고 사서(四書)와 삼경(三經), ‘춘추(春秋)’와 ‘예기(禮記)’를 읽었다. 그게 그 시절 선비들의 점잖은 피서방식이었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기자가 옥산서원을 찾은 날은 기온이 섭씨 35도를 오르내렸다. 말 그대로 찜통더위. 그럼에도 강사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메모까지 하는 어르신들 모습에서 ‘현대를 사는 회재’를 보았다고 하면 과장일까?이쯤에서 옥산서원의 주인이라 해도 좋을 회재 이언적이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기자의 얕은 역사지식으론 짧고 알기 쉽게 설명하기 어려우니 아래 ‘한국 미의 재발견-궁궐·유교건축’의 한 부분을 인용한다.“회재는 조선 중종 때의 성리학자이자 문신이다. 주희의 주리론적 입장을 성리학의 정통으로 밝힘으로써 조선시대 성리학의 방향과 성격을 정립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호를 ‘회재’라 한 것은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의 호인 회암(晦庵)에서 회(晦)자를 취함으로써 주희의 학문을 따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회재의 성리학은 이후 퇴계에게 이어진다. 회재는 1610년(광해군 2년) 9월에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황 등과 함께 문묘에 종사됐다. ‘동방오현(東方五賢)’이라 불리는 이들은 조선조 도학(道學)의 우뚝 선 봉우리로 평가받는다.회재의 고향은 경주 양동마을이다. 만년에 관직을 그만두고 양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주 안강읍 옥산 시냇가에 자리를 잡은 후 안채를 짓고 개울에 면하여 사랑채 독락당(獨樂堂)과 정자 계정(溪亭)을 경영한다.자연을 벗 삼으며 약 6년간 성리학 연구에만 전념했다. 그런 연유로 회재가 세상을 떠난 후 독락당에서 가까운 곳에 계곡을 사이에 두고 옥산서원이 창건되었다.” □ 옥산서원 계곡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물론 다른 견해도 있겠지만, 회재에 관해서는 “고위직을 두루 거치고 높은 학문적 성취를 이루었음에도 어느 한 편에만 서지 않고 중용(中庸)을 지킨 조선의 학자”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이에 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쓰고 있다.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이언적은 사화(士禍·조선시대 선비들이 정치적 반대파에게 몰려 참혹한 화를 입었던 사건)가 거듭되는 사림(士林)의 시련기에 살았던 선비로서, 을사사화 때는 좌찬성·판의금부사의 중요한 직책으로 사림과 권력층 간신 사이에서 억울한 사림의 희생을 막으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사화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그래서일까? 이언적의 넉넉한 품이 옥산서원과 주변 자연환경까지 자신의 풍모를 닮게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서원을 나와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따라 검고 평평한 바위가 인상적인 계곡으로 올라갔다.유치원에서 소풍을 온 것인지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이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한낮의 무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그래. 어리다고 더위를 느끼지 않을 턱이 없다. 그네들의 천진난만한 피서가 더 없이 귀여워 보였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07-19

“문경 발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

신현국 문경시장이 지난 1일 취임 이후 문경발전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긍정의 힘만이 문경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신현국 시장은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문경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겠다고 한다.자신을 지지해준 시민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신현국 시장.그는 주어진 4년 임기 중 자신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 문경시민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주저없이 내비쳤다.대구지방 환경청장을 역임하고 문경시장을 두 번이나 거친 그는 공직과 행정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취임사에서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문경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은 뭐든지 하겠다고 했다.새롭게 문경시정의 책임자로 돌아온 그에 대한 문경시민의 기대도 남다르다.취임 직후 MOU 체결, 국민의 힘과 당·정 정책간담회 개최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신현국 시장을 잠시 만나 시정구상과 각오를 들어봤다. -취임직후부터 엄청 바쁘신 것 같습니다.△네, 지난 8일에 골프장인 버드힐 문경CC 조성사업, 12일에는 경비행기 이착륙장, 훈련장 등을 갖춘 항공테마파크 조성 MOU를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9일에는 당·정 정책간담회를 가졌고, 그 외에도 서울, 세종, 대구 등 공약사업 추진을 위해 분주하게 다니고 있습니다.-시장 취임 전부터 상당한 준비를 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고 제가 시장으로서 해야 할 일만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문경을 발전시킬 것인지, 시민들이 진정 원하는 바는 무엇일지. 이번에 체결한 업무 협약 건도 취임 전부터 준비해왔기에 빨리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현재 문경은 인구 감소 문제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문경을 살릴 길은 ‘개발’에 있습니다. 대학·공공기관 유치하고, 기업과 민자사업 유치해야 문경이 발전합니다.앞으로 우리 시는 투자양해각서(MOU) 체결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업에 추진력을 받게 할 것이고, 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또한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문경에 도움이 되는 일은 무조건 도전할 것입니다. -시장님의 각오가 시정 슬로건에 담겨져 있는 것 같으신데.△민선8기 시정 슬로건을 ‘긍정의 힘! Yes 문경’으로 정하였습니다.1% 가능성에도 포기하지 않고 국군체육부대를 유치한 것처럼 소극적 시정, 부정적 관점을 타파해 발전도 Yes, 화합도 Yes, Yes! 긍정의 힘으로 시정을 이끌겠습니다. 대학 유치, 기업 유치에 온 힘을 다해 인구 늘리고, 경제 살리는데 집중할 것입니다.-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문경도 인구감소, 원도심 공동화 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인구증가와 원도심 활성화 방안을 이야기해 주시죠.△저는 인구 감소 해결책으로 대학 유치, 기업유치와 같은 대규모 유치를 통한 인구 유입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특히 저의 공약 사항 1번과 2번이 대학 유치인데, 학교 유치로 학생들을 유입해 상주 인구를 늘리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숭실대의 경우 교양 과정 캠퍼스로 문경 캠퍼스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주소 갖기 운동 등은 숫자 늘리기 밖에 안 되기에 문경에서 소비하고 생산하는 경제 인구를 증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또 문경의 원도심이 많이 위축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의 영향도 있고, 인구가 줄어들다보니 빈 점포도 많이 생겼습니다. 저는 원도심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문화의 거리를 활성화시키고, 제2청사도 시내에 설치하고, 점촌역 인근의 도심지를 개발할 방안도 계획하고 있습니다.하지만 무엇보다 원도심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인구 증가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에 학교 유치, 기업 유치에 더 집중하고자 합니다.-선거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을 방안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제가 11년 만에 다시 문경시장(민선 4, 5기 시장역임)으로 취임할 수 있도록 해주신 이유도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갈등과 반목을 지속해서는 안됩니다.문경은 인구 감소, 상경기 위축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해묵은 갈등은 털고, 오직 문경 발전만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 측면에서 공무원 인사 역시도 실력 위주로 탕평책을 쓰겠다는 것이며, 취임 직후 공무원들에게도 공정한 행정을 주문하였습니다.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문경/강남진기자

2022-07-19

‘산소 카페’ 청송군으로 떠나는 여름휴가 어때요?

예년보다 일찍 다가온 폭염과 폭우가 사람들을 힘겹게 하고 있다. 어느 곳 할 것 없이 지역 불문이다.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위가 시작되거나, 예상하지 못한 급작스런 소나기에 난처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견디기 힘든 여름’이 지속되고 있다. 올 여름은 뜨거운 공기를 외부로 내보내지 못한 채 그 열이 스트레스와 폭염을 부르는 ‘열돔 현상’으로 낮 최고기온이 영상 38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와 잠을 이루기 힘든 열대야가 벌써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세계적 경제 침체로 인해 사람들의 몸과 마음 모두가 지쳐가고 있는 상황. 한 가지 어려움이 또 생겼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이 눈에 띄게 드러나면서 팬데믹과 엔데믹의 무너져버린 경계로 인해 혼란스러움까지 가중되고 있다.몇 해 전이라면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며 행복감에 들떴을 시민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영향 아래 물가 변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겹친 사회적 악재 속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에 빠져 있다. 누구랄 것 없이 힘든 2022년 여름을 맞고 있는 것. 이럴 때는 차라리 모든 걸 잠시 잊고 일상에서 벗어나 맘 편히 쉬어가는 것도 마음과 몸을 달래는 하나의 방편이지 않을까?이런 상황 속에서 청정 자연을 배경으로 시원스런 여름 휴가지로 각광받고 있는 청송군이 느긋한 쉼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행복한 여행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가볍게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있어 주목된다. 여러 가지 조건이 즐거운 여행을 막고 있지만, 모처럼 다가온 휴가철을 마냥 걱정 속에서 보낼 수만은 없는 일.‘맑고 깨끗한 공기를 맛보며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여행지’를 지향하는 ‘산소 카페 청송군’이 준비한 볼거리와 먹을거리, 그리고 즐길거리를 아래 소개한다.건강과 치유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공간으로의 떠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역사와 힐링의 공존하는 ‘신성계곡 녹색길’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청송군 신성계곡이다. 여기는 관광공사가 주관한 여름철 관광지로 선정될 만큼 피서의 명소로 유명하다.갯버들 하천 길, 갈대 봇도랑 길, 방호정 길, 자암 길, 하천 과수원 길, 백석탄 길로 이어진 12km의 길은 맑은 물과 푸른 숲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길게 이어진 녹색길을 따라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일상에서 벗어나 코로나 블루(우울증)로 인해 지친 영혼을 치유하는 안식의 시간을 갖게 된다. 또한, 이 길은 신성리 공룡발자국화석, 백석탄 등 4곳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명소를 품고 있다.신성리 공룡발자국의 경우 2003년 산사태 발생으로 발견된 곳으로, 발자국 수는 약 400개.공룡 모형이 설치돼 있는 소공원은 학습장과 포토존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인근 신성리지질학습관에는 지질공원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신성계곡은 절경과 맑은 물, 그리고 빽빽한 소나무 숲을 자랑하며, 방호정에서 고와리 백석탄에 이르는 15km의 계곡 전체가 청송8경의 1경으로 지정된 곳이다.도지정 민속문화재 제51호인 방호정은 방호 조준도가 지은 정자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생모 안동 권씨(安東權氏)의 묘(墓)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 세운 정자다. 신성계곡을 찾게 된다면 꼭 들러봐야 할 명소.여기에 더해 안덕면 고와리 계곡에 있는 백석탄은 알프스산맥의 미니 암봉 같은 바위군으로 하얀 바위 사이로 흐르는 옥 같이 맑은 물은 ‘이곳이 바로 선계가 아닌가’라는 착각 속으로 방문객을 이끈다.계곡 흐름에 따라 오랜 시간 동안 수마(水磨)되고 침식돼 암반에 항아리 모양의 깊은 구멍들이 생겨 있으며, 조선 인조 때 경주 사람 송탄 김한룡이 이곳의 시냇물이 맑고 아름다워 고계(高溪)라 칭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달기약수탕에 갔다면 약수 닭백숙도 맛보길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달기약수탕은 청송읍 부곡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 유명세가 시작된 것은 지금부터 130여 년 전 조선 철종 때다.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하가 벼슬에서 밀려나며 낙향해 부곡리에 살면서, 마을 사람들과 수로공사를 하던 중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약수를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그 물을 먹어보았더니 갑갑했던 가슴에서 시원한 트림이 나오고 속이 편안해져 그 후에도 즐겨 마시게 되었다.이곳 달기약수탕은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솟아나는 물의 양에 변함이 없고 엄동설한에도 얼지 않으며, 색과 냄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 약수로 밥을 지으면 푸른색 윤기를 돌면서 찰기도 있어 지친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라고 한다.또한 매년 음력 3월 30일이 되면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권성하 공을 기리며 약수가 끊이지 않고 솟아오르기를 기원하는 약수령천제를 지내고 있다.그 명맥이 40년 넘게 유지되고 있어, 청송 달기약수터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달기약수탕까지 와서 시원한 달기약수 한 모금을 마셨다면, 주위의 먹을거리를 둘러보는 게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이는 더위에 지친 몸의 원기를 회복하고 싶은 여름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달기약수탕 인근에는 약수와 각종 약재를 사용해 맛깔나게 끓여낸 약수닭백숙을 여름철 보양식으로 판매하는 식당이 적지 않다. 이중 한 곳에 들러 백숙을 맛보는 것도 청송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약수닭백숙은 철분 함량이 높은 약수가 닭의 지방을 제거해 맛이 담백하고 소화가 잘된다고 알려졌다. 위에도 부담이 적다.달기약수에 닭, 인삼, 황기, 감초, 대추, 녹두 등을 넣어 푹 고아서 닭이 알맞게 익으면 닭은 건져내 따로 담고, 국물에 쌀을 넣고 죽을 쒀 닭고기와 함께 먹는 게 이른바 ‘청송 약수닭백숙 맛있는 먹는 방법’이다.이 닭죽은 위와 장에 좋고 몸의 기운을 돋우어 준다고 해서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그렇기에 청송군엔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한 오래된 닭백숙 맛집이 유난히 많다. ▲얼음골과 잘 정돈된 캠핑장도 청송의 매력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여름이라면 청송군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여행지가 바로 청송 얼음골이다.얼음골 계곡 주변은 한여름 외부 온도가 영상 32도를 넘으면 얼음이 어는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청송 얼음골은 골이 깊고 수목이 울창하며 다른 지역 관광지와 달리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물다. 그렇기에 산새들의 지저귐 속에서 계곡의 골을 따라 부는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수려한 산세와 울창한 수목 덕분에 전국에서 가장 맑은 공기를 맛볼 수 있는 명소로 자리 잡은 청송은 캠핑과 삼림욕을 즐길 곳이 많다는 것도 자랑 중 하나다.청송자연휴양림, 부남면 청송오토캠핑장, 상의자동차야영장, 수달캠핑장 등이 바로 그곳이다.이곳들 모두는 꼭 여름이 아니더라도 사시사철 가족단위 캠핑객들이 찾는 곳으로, 도시에서의 바쁜 삶을 짧은 시간이나마 잊고 자연 속에서 치유를 찾아가는 ‘힐링 여행지’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장기화 되고 있는 코로나 블루(Corona blue)에서 벗어나 진정한 휴식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은 사람들의 보편적 심정이다.성큼 다가온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도심을 피해 싱그러운 자연과 깨끗한 물, 여름이 주는 풍성한 기운을 즐길 수 있는 ‘산소카페 청송군’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마음의 쉼표’를 그려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김종철·홍성식 기자

2022-07-18

“화합·협치로 소통행정 ‘시민 행복시대’ 열겠다”

민선 8기 제10대 경산시장에 취임한 조현일 시장. ‘꽃피다 시민중심 행복경산’을 슬로건으로 28만 명의 경산시를 이끌어 나갈 조 시장의 시정은 변화의 중심에서 머물고 싶고 살기 좋은 도시, 차이가 차별되지 않도록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 직접 발로 뛰어 시민과 소통하고 공유하며 좋은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아이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명품교육 도시, 살고 싶은 웰니스도시 조성 등 경산의 행복한 미래 대전환을 꽃피우는 것이다. 민생부터 챙기고 경쟁력 있는 도시, 명실상부한 대학도시, 교육도시, 시민의 행복공동체 구현, 시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조 시장과의 일문일답으로 경산시의 미래를 예측해 본다. -민선 8기 제10대 경산시장 취임을 축하하며 앞으로 4년간의 경산시정 추진의 가장 중요 포인트는 무엇인가.△누구나 수긍하고 인정하는 인사다. ‘인사가 만사’라고 말하듯이 인사를 통해 공직자의 사기를 북돋우면 시민의 행복은 따라온다고 본다.28만 시민과 공직자들이 어우러질 때 양질의 행정서비스가 제공되고 시민 중심의 행정, 원-스톱의 행정으로 시민의 만족도는 저절로 높아질 것이다. 격무부서의 공직자들이 실제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인사를 정착시키고자 외부인사로 구성된 인사혁신TP 팀을 운용해 인사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즉 관행과 정으로 포장된, 청탁으로 인사가 좌우되지 않을 것이다.-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사자성어(四子成語)나 격언이 있다면 무엇이며 그 이유는.△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다. 선출직은 어려움도 많고 힘든 사람들도 보게 돼 이들에게 늘 고생 후에는 좋은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니 희망의 끈을 놓지 말 것을 이야기했고 나 자신에게도 입버릇처럼 각인시킨 말이다. 희망은 모든 것을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시민과 공직자들에게 말이 아닌 실천으로 고진감래의 모범을 보여 줄 것이다. 지금의 경산이 있는 이유가 우리의 앞사람들이 희망으로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라 확신한다.-앞으로 4년간 경산시정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와촌과 남천을 연결하는 종축 고속화도로의 완공과 신대구부산고속도로의 구일(남천) 하이패스 IC 개설이다. 종축 고속화도로는 국도 25호선과 4호선을 연결하고 청통와촌 IC에 연결돼 지역의 남·북부권의 균형발전과 산업단지의 물류 수송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종축 고속화도로의 한 축을 담당할 남산~남천 국도 대체 우회도로는 지난해 12월 제6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에 이미 신청됐다. -시민이 행복한 경산을 만들기 위해 △살고 싶은 도시환경 등 5대 시정목표를 설정했다. 5대 시정목표를 자세하게 설명해달라.△경산시정의 5대 목표는 살고 싶은 도시환경을 포함해 △일자리 중심 미래경제 △지켜 주는 행복 복지 △시민 중심 적극 행정 △사람 중심 교육문화 등이다.첫째, 살고 싶은 도시환경을 위해 대구 도시철도 1·2호선 진량 연장 순환선 추진과 대구 도시철도 3호선 경산 연장, 광역도로 신설로 동서남북 어디나 통하는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와촌~하양~진량~남산~남천을 연결하는 경산의 대동맥 종축 고속화도로는 지하철 연장과 맞물린 시너지 효과로 경산의 균형적인 발전의 큰 틀이 될 것이다.둘째, 일자리 중심 미래경제는 기업과 일자리가 넘치는 ICT(정보통신기술) 허브도시이자 미래경제도시 경산을 위한 것이다. ICT는 정보 기기인 하드웨어와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정보를 수집·생산·가공·보존·전달·활용하는 모든 방법을 말한다.대임지구의 경산지식산업센터와 경산미래융합타운, 대학들의 창업센터가 융합되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ICT 창업의 메카로 경산이 자리 잡을 수 있다.셋째, 사람 중심 교육문화는 시대가 원하는 미래 인재의 숲, 명품 교육도시 조성과 다양한 문화와 찾고 싶은 즐거움이 넘쳐나는 웰니스(웰빙과 행복, 건강의 합성어) 도시를 조성하는 것이다. 교육혁신 시범도시 사업추진으로 대학이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진정한 대학도시 경산을 건설하겠다.넷째, 지켜 주는 행복 복지는 근심 걱정과 차별 없이 지속 가능한 돌봄 서비스로 책임지고 늘 지켜 주는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다.육아와 문화생활이 동시에 가능한 생활문화센터, 작은 도서관 등 생활권 문화시설과 프로그램 확충, 공공시니어타운 조성, 노인·장애인 일자리 확대 등을 시행하게 된다. 또 지역 곳곳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한 관광명소로 만들고 일상 속 소확행이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생활관광 핫플레이스 경산’을 완성하는 것이다.다섯째, 시민 중심 적극 행정은 존중받는 시민의 힘이 확실한 경산발전의 에너지로 작용하는 것으로 시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시민의 복리를 위해 신바람이 나게 일하는 즐거운 공직문화를 만들어내겠다. 시민 중심의 열린 행정, 현장에서 보고 들으며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을 시정에 담아내고 시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칠 것이다. -시민들에게 부탁하거나 요구할 것이 있다면.△지켜봐 달라는 것과 힘내시라는 것이다. 선거로 민심이 갈라진 것을 봉합, 화합·협치할 시간을 주고 느긋하게 지켜봐 주는 것이다. 경산시정을 시장 독단이 아닌 경쟁자의 좋은 의견은 시정에 반영해 추진하는 협치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시민들의 가계 안정을 돕기 위한 특별지원금을 추석 전에 지급할 예정으로 추경과 정부의 교부세로 560억원의 특별지원금 재원을 마련해 1인당 20만원을 경산사랑카드로 지급해 지역의 내수경기를 활성화 시킬 것이니 민선 8기를 믿고 기다려 주었으면 한다.경산/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2-07-17

TANGO 삶과 밀착된 춤을 바라본다는 것은…

지난 9일이었다. ‘특정한 사람’과 ‘소수의 동호인들’만이 즐기던 춤으로 인식됐던 남아메리카 춤 탱고(Tango)가 시원스런 바다를 배경으로 대중화돼 주목을 끌었다.한여름 밤을 뜨거운 열기로 수놓은 ‘영덕 고래불 해변 탱고 페스티벌’은 멀고 먼 나라의 이국적인 문화로 생각되던 탱고를 영덕군민은 물론, 경북도민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깝게 만들어준 행사로 호평 받았다.이 페스티벌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열려 뜨거운 열정과 서늘한 감각을 동시에 간직한 춤 탱고를 알리는 행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기실 탱고는 한국엔 덜 알려졌지만,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남미와 스페인 등 유럽 전역 춤 애호가들 사이에선 그 인기가 예전부터 높았다.그래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 거장들도 자신의 작품 속에 탱고를 주요한 소재와 핵심적 주제로 여러 차례 사용한 바 있다.뒤늦게 경상북도에 찾아온 ‘탱고 유행’. 몇몇 춤 평론가에 의해 ‘옷을 입은 채 느끼는 황홀한 감각’으로, 때로는 ‘절망을 이기는 흥겨운 에너지’로 이야기 되는 탱고를 다룬 영화 몇 편을 아래서 살펴본다. △ 그래도 삶은 아름다운 것… ‘여인의 향기’한때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고, 그 뜨거운 열정으로 인해 고위급 장교가 됐지만, 예기치 않은 운명으로 인해 눈 뜬 장님이 된 늙은 사내가 있다. 괴팍한 성격으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미군 예비역 중령 프랭크(알 파치노 분).피해갈 수 없는 모모한 상황으로 인해 철없는 고교생 찰리(크리스 오도넬 분)는 이 괴팍한 예비역 군인과 어쩔 수 없이 내키지 않는 뉴욕 여행을 하게 된다.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모두가 즐거운 그 기간에 둘은 티격태격 전혀 즐거울 것 없는 둘만의 여행을 억지로 지속한다. 그런데, 이 지루하고 권태롭던 여행이 ‘탱고 한 판’으로 반전된다. 영화 ‘여인의 향기’다.뉴욕의 고급 레스토랑. 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던 젊고 아름다운 여성 도나(가르베일 앤워 분)에게 프랭크가 “춤을 추자”고 청한다.처음 보는 늙은 사내의 뜬금없는 제의. 도나는 당혹스럽다. “나는 춤을 추지 못해요”라는 도나에게 프랭크가 말한다. “탱고는 추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비싼 양복과 화려한 원피스를 갖춰 입은 식당 손님들 사이에서 프랭크와 도나가 심장 박동처럼 흔들리는 선율을 타고 매혹적인 탱고를 추기 시작한다. 춤이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두 사람에게 주목되는 수백 개의 눈동자.장님인 프랭크는 도나의 얼굴은 물론, 춤추는 공간의 넓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게 무슨 문제일까? 프로페셔널 댄서보다 더 멋지게 도나를 리드라는 프랭크의 탱고 스텝. 박수가 쏟아지는 건 당연지사.영화의 마지막. 아무 것도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장님이 됐다는 절망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프랭크에게 찰리가 말한다.“당신은 앞으로도 오래 살 자격이 있어요. 왜냐고요? 눈 뜬 사람보다 더 근사하게 탱고를 출 수 있잖아요.”영화 ‘여인의 향기’는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탱고는 어떤 죽음도 삶보다 따뜻할 수 없다는 걸 알게 해준다”고. △ 더 이상 꿈꾸지 못한다면 인생은 무엇인가?… ‘고래와 창녀’루이스 푸엔조(Luis Puenzo·76)는 탱고가 생겨난 나라 아르헨티나의 ‘생존한 최고 감독’이라 불러도 무방하다.탁월한 역사인식과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를 환상적 메타포 안에 효율적으로 엮어내는 루이스 푸엔조의 탁월한 연출력은 이미 아카데미를 비롯한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바 있다.그의 대표작이라 칭해도 좋을 ‘고래와 창녀’는 2004년 감독한 영화다. 1936년. 이데올로기와 종교 탓에 수십 만 명의 사람들이 비참한 죽음을 맞았던 스페인 내전과 21세기 스페인 마드리드의 우울한 풍경의 교차.여기에 모성(母性)의 상징이라 할 여성의 가슴과 드넓은 ‘바다의 어머니’ 고래를 동일한 의미망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해내는 감독의 연출력은 ‘고래와 창녀’를 ‘금세기 놓쳐서는 안 될 영화’ 중 하나로 기억되게 했다.이 영화에도 탱고를 추는 장면이 등장한다. 아르헨티나의 땅 끝이자, 지구의 땅 끝이기도 한 파타고니아(Patagonia) 지방.1933년. 아름다운 스페인 여자 로라는 깊고도 깊고, 멀고도 먼 대서양 건너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로 간다. 이유는 단 하나. 20세기 초반 인간에겐 절대적 가치로 느껴졌던 ‘자유’와 ‘사랑’을 찾아서였다. 그러나, 개개인의 삶에는 희망과 더불어 절망이 병존하는 법. 그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당신 없이는 세상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는 로라를 혼자 남겨둔 채 연인 에밀리오는 낡은 비행기를 타고 더 먼 곳으로 떠나버린다.고통과 절망의 끝에서 장님이 연주하는 반도네온(bandoneon·탱고에 사용되는 손풍금) 리듬에 맞춰 느리고 슬픈 탱고를 추는 로라.카페 안 수백 개 백열등의 환한 불빛으로도 달랠 수 없는 로라의 외로움을 반도네온 소리와 느린 탱고 스텝이 위로해준다.다음 날. 남극에서 불어온 차가운 바람이 몸과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해변에서 로라는 상처 입은 채 바닷가로 떠밀려온 거대한 고래를 만난다. 이 고래는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후 유방암을 앓는 로라의 손녀 베라에게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루이스 푸엔조는 ‘사라진 가슴’과 ‘사라진 고래’를 아르헨티나 탱고 선율 속에 부활시킴으로써 ‘예술적으로 승화된 은유’의 힘을 관객들에게 선물한다.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아프지만 그렇기에 더 매력적인 풍경이었다. △ 환멸 속에서도 인간은 살아야 한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앞서 ‘여인의 향기’와 ‘고래와 창녀’가 그래도 남아있는 삶의 희망과 미래를 낙관한다면 지금 이야기 할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환멸의 오브제(objet)로 탱고를 삽입하고 있다.이미 오래전부터 문명과 진보의 정점(頂點)이라 지목된 도시 프랑스 파리. 제대로 된 정신상황을 가질 수 없었던 폴(마론 브란도 분)은 세상의 어떤 부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우연히 만난 딸 또래의 여성 잔느(마리아 슈나이더 분)는 폴이 가진 서러움과 환멸의 일정 부분을 이해하는 듯하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나이와 무관하게 어려운 일.지난세기 ‘문명의 절정’이라 불리던 파리. 그 도시의 조그만 아파트에서 만난 둘은 ‘처음이자 마지막 같은 성교’를 치른다. 그 장면엔 어떤 화려한 장식도 없다. 그저 쓸쓸하고 메마른 시퀀스(Sequence).‘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다수의 영화평론가들이 “다시는 만들어지기 힘든 영화”라고 부른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영화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명성에 가장 큰 힘을 실어준.왜였을까? 그건 바로 ‘탱고 페스티벌’이 열리던 20세기 후반의 ‘기이한 풍경‘을 영사막 위에 옮겨놓았기 때문이 아닐까?‘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장동건보다 잘생긴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가 출연한 거의 마지막 영화였다. 그는 말했다.“인간이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끼는 건 춤추는 순간 뿐”이라고. 마지막.어쨌건 탱고는 춤의 하나일 뿐이지만, 삶의 많은 부분을 끌어안으며 오랜 시간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 애정이 올해부터 시작된 ‘영덕 해변 탱고축제’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까? 이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