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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왕고래의 꿈, 산유국(産油國)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지난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첫 국정 브리핑에서 “포항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깜짝 발표’를 했었다. 물리탐사 결과 동해안 영일만에 석유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세계적 기술팀에게 의뢰한 결과 매장량이 최고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있을 가능성을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매장량 1/4이 석유일 것이라는데 그 35억 배럴은 우리나라 연간 석유수입량이 약 10억 배럴이니 4년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에 한국석유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시추 승인을 받아 12월 중순부터 포항 동쪽 50㎞ 떨어진 8광구와 6-1광구에서 시추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발표될 것이며 확률은 20%로 보고 있다. 매장이 확인되면 석유가스전을 개발하게 되는데 2028년까지 탐사 시추를 하고 2035년부터 상업 개발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석유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6년 1월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포항에 석유가 난다’며 작은 병에 든 석유를 마셨고 TV를 시청하던 사람들은 일어나 만세를 불렀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석유가 아니고 정제된 경유로 밝혀지면서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버렸다. 만약 그때 석유가 나왔다면 막 철강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포항제철은 어떻게 될까? 하고 염려도 했었다. 3년 후 한국석유공사가 설립되고 대륙붕 탐사를 계속한 결과 1987년 심해 가스층을 발견하며 1~8광구를 설정하였으며, 그중 8광구는 최대 매장량이 있을 것으로 보아 바다에서 제일 큰 동물인 ‘대왕고래’라 명명했다고 한다. 앞으로 국력을 기울여 대왕고래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우리나라는 매장량 140억 배럴인 세계 15위권의 산유국이 되는 것이다. 사실 2002년 김대중 대통령 때 ‘동해-1’ 해양플랜트 기공식을 갖고 2년 후부터 천연가스를 생산하여 오다가 2021년에 중단하고 현재 시설을 철거 중이다. 포항의 옛 지명은 신라시대 때 퇴화현(退火縣)이라 했다. ‘불이 꺼졌다’는 뜻이니 아마 옛날부터 가스가 나와 불길이 치솟은 것은 아닌지? 포항 지역은 지하자원 매장 가능성이 높은 신생대 3기 지질이고 최근까지 철길공원의 ‘불의 정원’에는 가스가 타고 있었다. 작년 8월까지 15년간 탐사했던 호주의 석유개발 회사가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결론을 내렸다지만 더 발전된 방식으로 유전을 찾아내어 푸른 동해바다에 커다란 대왕고래가 헤엄치는 꿈을 이루듯 우리 기술로 거대한 해양플랜트를 세워서 지구 속 에너지를 퍼올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탄소중립 계획에 반대되는 일’이라면서 메탄가스 배출량이 크고 시추와 개발에 10년 이상 소요된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천연가스와 석유를 생산하는 에너지 부국으로 장밋빛 경제 효과를 가져오게 되면 ‘바다가 흥한다’는 흥해(興海)의 예언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포항은 최근 2차 전지와 바이오 산업에 이어 수소연료 특화단지를 구축하여 3관왕을 이루었으니 해양 석유개발이 현실화 되면 금상첨화이리라.

2024-11-07

원자력 발전의 부활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몇 년간 닫혀있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문이 다시 열렸다. 지난달 30일 경북 울진의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에서 ‘탈원전 폐기’를 선언한 것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친환경적이지 않고, 값도 싸지 않고, 위험한 에너지’라며 ‘탈원전’을 외쳤고, 신규원전 백지화와 기존 원전의 단계적 감축 등으로 한국전력에 26조 원이라는 손해를 끼쳐놓은 굴레를 벗긴 것이다. 설계 수명을 다하면 폐기하겠다는 것이었는데 미국은 80년, 유럽은 무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전 중인 원전은 26기이며 발전량은 세계 6위이고 국내 전력 생산량의 30%를 담당하고 있는데 2016년 새울 3·4호기 이후 8년 만에 신규 건설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발전 방식에는 수력, 화력, 원자력과 친환경인 풍력과 태양열 등이 있으며 이 중 원자력 발전은 지속 가능한 자원의 활용으로 에너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고 온실가스 방출 감소로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며 엄격한 안전관리로 안정적 운영뿐만 아니라 에너지 공급의 독립성과 경제적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으며, 연료도 우라늄 1kg은 석유 9천 드럼, 석탄 3천t의 발전량을 갖는다. 물론 핵폐기물과 방사능 유출, 또 사고 발생 시 환경 파괴 등 안전에 대한 염려도 많을 것이다. 원자력 개발은 19세기 말 방사선이 발견된 후 우라늄 핵분열을 연구하여 핵폭탄이 만들어지고 2차 대전 때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트려서 전쟁을 끝내게 된다. 이에 1953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원자력 평화 이용’ 선언으로 많은 나라가 핵에너지 이용을 추구해 온 결과 미국이 최초로 원자력 시설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1956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원자력은 미래의 힘임을 간파하고 미국과 기술협력을 맺고 원자력법을 만들어 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한 덕분에 핵연료 국산화 그리고 2012년 원자력 산업기술의 자립을 이뤘다. 이로써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바탕으로 원전 르네상스를 기대하고 있으며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원자로 4기를 수출했고 이어 요르단과 터키에도 기술력을 전했으며 최근에 체코와 수출계약을 하는 등 원전산업 재도약이 기대되어 K-원전이 뜨고 있다. 한국은 1971년 가압경수로를 만들었고 2011년에는 제3세대 개량형인 한국표준 원전도 제작했다. 우리의 원전 1기는 약 100만kW이며 발전 단가는 kWh당 50원 정도로 석탄 석유보다 훨씬 싸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미국 스리마일, 구 소련의 체르노빌 그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맴돌고, 우리나라도 8년 전 경주 지진으로 인해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졌을 것이다. 원자력 발전에는 많은 공업용수와 냉각수가 필요하여 한울 6기는 울진, 월성 5기는 경주, 고리 5기와 새울 4기는 부산, 한빛 6기는 전남 바닷가에 배치돼 있다. 윤 대통령이 원전 생태 복원을 외친 ‘2050 중장기 원전산업 로드맵’을 실현하여 세계에 우뚝 서는 원전 강국을 이뤄 내기를 꿈꿔 본다.

2024-10-31

금배추 금상추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한 차례 가을비가 세찬 바람과 함께 다녀갔다. 기온은 뚝 떨어져 겨울의 기운을 불러오고 온 들판엔 첫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의 절기가 되니 낮과 밤의 온도 차가 크게 벌어지고 동식물들은 서서히 겨울잠 준비를 하는데 우리도 집집마다 겨우내 먹을 갖가지 김장을 담글 준비를 해야겠다. 그런데 올해는 채소값이 폭등하여 농림수산품 물가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밥상에서 신선한 맛을 풍겨주는 상추는 삼겹살 가격보다 높다고 하니 채소작황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생산자 물가지수는 14개월 연속 상승 중이며 농축산물은 5~9% 선이고 그중에서 배추 시금치 상추 등 채소는 전월 대비 60~80%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어 시민들의 장바구니가 불안해진다. 이는 지난 여름의 긴 폭염과 폭우로 인하여 엽채류(葉菜類)가 피해를 많이 입은 탓이고 가뭄과 병충해 확산의 영향도 클 것으로 보여 중장기 측면의 신선식품 수급 방안이 필요하다. 배추는 생육 적정온도가 섭씨18~20도인데 고랭지 채소의 생산량 감소와 재배면적 감소로 배추 한 포기 값이 김장철을 앞두고 1만원 이상으로 급증하여 금(金) 배추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생육 여건이 양호해지고 정부의 비축 및 공급 확대 등으로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채소값 폭등의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생산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소비 형태와 유통구조의 변화에도 관련 있고 농촌인구 고령화로 인력 부족도 한몫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곡물과 채소 재배에 대한 지원을 하는 등 농산물 가격 안정에 힘쓰겠다고 한다. 나는 싱싱한 채소를 쌈을 사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시골집 텃밭에 상추와 배추, 쑥갓, 고추 등을 조금 심어 틈만 나면 뜯어와서 알싸한 쌈장에 찍어 먹으며 자연의 맛을 즐긴다. 올해는 더위와 가뭄 탓인지 마음껏 먹지도 못하고 뽑아버린 탓에 마트에서 구입하여 먹는데, 작은 비닐 포장의 상추 2천 원짜리를 사서 재미 삼아 세어보니 싱싱한 잎이 15장 정도, 1장에 백원이 넘는 꼴이다. 또 심지도 않은 들깨가 수돗가에 무성하게 자라서 눈 건강에 좋은 비타민 A가 많고 뼈에 좋은 칼슘이 많다기에 한 주먹씩 잎을 따다 먹었는데 싱싱하지도 않고 벌레가 먹은 듯하여 모두 뽑아버리고 2천원짜리 한 묶음을 사서 보니 깨끗하게 씻은 손바닥만한 깻잎이 40장, 그러니까 한 잎에 50원이다. 생각해 보니 무릎 높이의 들깨 1포기에 동전 20개 정도가 열려있었구나. 주렁주렁 달렸던 청양고추도 100원짜리 동전인 셈이었네…. 요즘 어느 국수 파는 집에는 깻잎찜을 당분간 얹어주지 못한다 하고, 토마토 공급이 반 정도 줄어들어 맥도날드 햄버그에는 토마토를 빼고 무료 음료 쿠폰을 준다고 한다. 여기에 올가을 배추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니 ‘김포족’-김치 담는 것을 포기한 가족이 늘어날 것 같고 어느 마트에서는 ‘1인 하루 1통’으로 한정 판매한다고 하니 채소 대란이 오는 것은 아닌지…. 이제 베란다에도 취미 삼아 손바닥만한 작은 텃밭을 만들어 알뜰하게 채소를 가꾸어 금배추 금상추를 뜯어 먹으려는 도시인의 꿈도 늘어나겠다.

2024-10-24

섬나라가 되어버린 한국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지난 15일 정오쯤에 휴전선 철책에 막혀있던 경인선과 동해선의 북쪽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합동참모본부에서 밝혔다. 북한이 남북 연결선인 길을 파괴하여 육로로 이어갈 수 있었던 평화의 길을 없애 버린 것이다. 작년 말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한 뒤부터 북한의 낌새가 이상하게 감지되었다. 올해 5월과 7월에 동해선과 경인선의 철도 레일과 침목을 제거하였고 9월부터는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와 철도를 끊어버리고 방어축성물을 쌓으려는 의도가 보여 긴장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그 두 곳의 도로 옆에 나뭇잎 지뢰 등을 매설했었다. 상호 우발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측에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서로 걸어서 왕래할 수 있는 길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있는 통로만 남아있는 꼴이다. 이렇게 남북한 군사분계선이 통행 불가로 강화되었으니 우리 남한은 섬이 되어버린 모습이다. 우주에서 찍은 밤의 지구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는 한반도가 아니고 북한 쪽이 까맣고 남한만이 밝은 불빛으로 빛나서 섬처럼 보여진다. 우리는 외국을 ‘해외’ 즉, ‘바다 건너’라고 말하듯이 외국을 가려면 반드시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야만 된다. 차로써 또 걸어서는 국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외국이라는 개념이 너무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엔 외국 여행을 하다 보면 국경이라는 것이 참으로 이상하게 느껴졌다. 첫 유럽 여행할 때였다, 버스를 타고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도중에 작은 마을에서 잠시 버스가 서고 운전기사가 군인인 듯한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차 안을 한번 힐끗 보고는 버스를 출발시켰다. 가이드가 알렸다. ‘스위스로 넘어왔다’고…. 그냥 길을 잘못 들어 지방 경찰에게 묻는 줄 알았는데 국경 검문소였던 것이다. 유럽은 이제 유럽연합(EU)이 되어 하나의 국가처럼 화폐도 통일하여 더욱 국경 개념이 없어졌고, 발칸반도의 여러 나라를 지날 때도 우리나라의 톨게이트 같은 곳에서 잠시 내려 걸어가면 국경 통과, 쉽게 다른 나라로 넘은 것이었다. 북한 때문에 섬 아닌 섬나라에 살아온 탓에 국경을 넘는다는 것을 어렵게 생각했던 나를 깨우쳐 주었다. 물론 옆 나라와 싸우고 있는 경우는 그렇지 않겠지만 다른 나라를 걸어서 넘어간다니 얼마나 신기하랴. 휴전선 철책으로 한 민족이 사는 호랑이 모양의 반도를 갈라놓아 오고 가지 못하는 비극의 나라, 장자(莊子)는 ‘형제는 수족과 같아서 끊어지면 잇기가 어렵다(手足斷時 難可續).’고 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등으로 형제가 좀 가까워지나 했는데, 뭐가 틀어졌는지 4년 전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쇼를 벌였고 최근에는 폐기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내는 등 다시 억지를 부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으로 시끄러운 세상이 끝나면 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유럽까지 가보고 싶다. 아! 400㎞ 길이의 답답한 작은 섬나라 한국, 유라시아를 달리는 아시안하이웨이의 꿈은 언제 이루어질는지….

2024-10-17

축제의 계절, 10월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폴짝폴짝 징검다리 뛰어 건너듯 쉬었던 10월 초순의 휴일은 한글날을 쉬고 또 주말을 맞아 그 기분은 이어지고 있다. 가을 축제가 많은 계절에 태풍 소식이 언뜻 들려오기도 하지만 가을비와 함께 추워진 날씨에도 행사들은 무사히 잘 치러졌으면 한다. 지난 5일 호미곶 해맞이광장에서는 ‘제20회 포항사랑 연날리기 한마당’이 열려 꼬리연 날리기와 사생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고, 오천읍 포은 정몽주 묘역 광장에서는 제20회 포은문화제가 열려 오천읍민 화합을 유도하며 배우들의 공연과 함께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게 펼쳐졌었다. 이번 주에는 11일부터 사흘간 양덕체육공원에서 ‘수제맥주 페스티벌’이 열리고 먹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벼룩시장도 열려 지난 폭염에 시달렸던 시민의 마음을 흥겹게 할 것이고, 13일에는 11월에 개최될 포항국제음악제 준비를 위한 작은 페스티벌이 문화예술회관 일원에서 진행될 것이다. 이외에도 만인당(萬人堂)에서는 5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취업박람회가 열려 현장 면접을 통하여 구직희망자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니 젊은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19일부터는 ‘전환’을 주제로 ‘강철과 예술의 만남’ 스틸아트 페스티벌이 영일대해수욕장 인근에서 펼쳐지며, 이 밖에도 몇몇 공연과 전시회가 있으니 10월은 즐거운 축제의 달이 될 것이다. 한편 경주에서는 10일부터 제51회 신라문화제가 봉황대와 대릉원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 행사는 대릉원에서 신라복 패션쇼를 시작으로 갖가지 예술공연이 벌어지는 거리예술 축제이다. 이제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寒露) 절기이니 오곡백과를 수확해 마무리 타작하는 농부의 마음은 풍요로워 국화 꽃잎 따서 화전(花煎)을 구워서 술 한 잔 하며 가을 놀이를 생각할 것이고, 여름 더위로 잃은 원기 회복을 위해서 가을 고기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먹으면 좋겠지. 양수 9가 두 개 겹쳐진 음력 9월 9일은 ‘중양절’이라는 세시 명절이고, 10이 둘 겹쳐지는 양력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모자보건법’에 의거 제정되어 임산과 출산이 줄어가는 국가적 위기에서 임산부들의 사회적 배려를 통해 사랑이 가득한 가정을 이루도록 한다는 취지이다. 이렇듯 다양한 축제를 기웃거리다 보면 많은 사람과 접촉하게 되는데 다시 급증하고 있는 코로나뿐만 아니라 독감에도 전염될 수 있기에 65세 이상 노인들은 반드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이달 11일부터이다. 현재 의료계의 불협화음이 마음에 걸리기도 하지만 꼭 예방주사를 맞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겨울철 독감은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 이제 곧 단풍의 계절이다. 이번 여름의 긴 더위로 작년보다 6일가량 늦게 시작한 단풍은 설악산을 시작으로 남하 중인데 포항 동해안 지역은 10월 말경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벌써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돌아 일교차가 10도 이상이 되니 계절이 바뀌었나 보다. 여름옷은 세탁하여 집어넣고 깨끗한 겨울옷을 꺼내 입고는 강남으로 내려가는 제비들을 전송하고 북쪽에서 날아오는 기러기 떼를 마중하는 축제도 벌여야겠다.

2024-10-10

국군의 날에 느낀 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올해는 건군 76주년이다. 국군의 날이 임시공휴일이 되고 무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 맑은 하늘에 태극기를 내걸었다. 국군의 날 행사가 TV에 중계되고 올해도 2년 연속으로 거리 행진까지 열렸다. 서울공항에서의 기념식을 보면서 육해공 그리고 해병대의 힘찬 열병식 모습이 ‘아! 우리도 드디어 군사력 강국이구나’하는 뿌듯한 마음이 들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 바로 힘을 키우는 것이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다. 전투기들의 편대비행으로 시작한 기념식에서 병력 5000명과 83종 340여 대의 군사 장비들의 분열을 보노라면 우리 군의 의지와 K-방산의 힘을 느끼게 된다. 군악대와 군기단의 멋진 행진 중에 간호부대와 특수부대의 여군들이 보여준 절도 있는 자세도 군인으로서의 임무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것 같아서 자랑스럽고, 태권도 시범과 공중 고공낙하 기술은 강건한 국군의 힘을 보여주며 적의 도발 시 강력한 응징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 믿음직스럽다. 모두가 이번 전략사령부 창설을 축하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분열에는 유·무인 전투 체계도 참가했다. 개 모양으로 잘 걸어가는 다족 보행 로봇과 드론 등은 앞으로 전투의 양상이 바뀔 것 같은 예감이고, 해군 또한 무인잠수정도 보여주고 있다. 장비부대는 육중한 차량에 실려 오는 미사일 등의 위용이 대단한데 그중에 이날 처음 공개된 거대한 ‘괴물 미사일’ 현무-5는 지하 벙크도 파괴하는 능력의 탄두 8톤의 이동식 미사일로서 북한이 제일 두려워할 세계 최강이다. 이외에도 천호 등 다연장 로켓 등이 시민의 관심을 모았다. 국산 무기의 우수성을 보여준 K9 자주포와 K2 흑표 전차도 위용을 보이며 지나갔다. 이 모두가 K-방산에 활력을 불어넣고 세계적으로 알려서 자랑스러운 과학 기술 강군이 되려는 꿈이 아닐까. 공군력도 대단했다. 공중급유기, 대잠초계기, FA-50 경공격기 등이 편대를 지어 날았는데 작년에 음속을 돌파하여 우리나라를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의 반열에 들게 한 스텔스기 KF21 ‘보라매’도 첫선을 보였고 최근 외국의 많은 관심을 끌게 되어 더 넓은 세계의 하늘을 열어나가는 임무를 다할 것이다. 또 미국에서 날아온 전략 폭격기도 나타났다. ‘죽음의 백조’라는 폭격기 B-1B ‘랜서’도 북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블랙이글스 8대가 오색 플레어를 뿌리며 공중곡예를 하며 우리 대한의 국력을 축하했다. 오후엔 서울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한 차례 더 행진하고 커다란 태극기를 풍선에 매달아 하늘로 띄웠다. “강한 국군, 국민과 함께!”라고 외치듯…. 올해는 단기 4357년 개천절, 하늘이 열린 날이다. 천신 환인(天神 桓因)의 아들 환웅(桓雄)이 하늘에서 태백산 신단수(神壇樹) 아래로 내려와 웅녀를 만나서 낳은 단군왕검이 한반도 최초의 나라 고조선을 세운 날이다. 반만년 우리의 역사 속에 민족의 기원인 단결과 화합으로 더 힘찬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임무다. 우리 국민끼리 갈라져 싸우는 못됨을 벗고 홍익인간과 이화세계를 실현하여 세계에 우뚝 서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밝은 하늘을 열어야 한다.

2024-10-03

바다환경 지킴이가 되자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태풍이 열대성 저기압으로 되어 우리나라 남부를 휩쓸고 지나간 후, 바닷가를 걷다 보면 많은 해양 쓰레기들이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저께 밤에도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영일대 해수욕장을 걸었는데, 파도가 모래밭 끝까지 갈 듯이 밀려오면서 까만 해조류 뭉치들을 흩어놓고 있었다. 그것들을 피하고 걸으면서 ‘저걸 누가 어떻게 치우지?’하고 걱정했는데 다음 날 보면 해변은 말끔히 치워져 깨끗했다. 밤에는 해양쓰레기를 일일이 살펴볼 수 없지만 주로 해조류(海藻類) 무더기이고, 다음 날은 또 색깔이 다르다. 플라스틱 병과 어구 그물도 섞여 있고 나무토막도 보인다. 해조류들을 뒤적이며 줍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초록색은 파래이고 까만 것은 미역이나 모자반이며 누른 것은 꼬시래기라고 하며, 자기는 주로 청각을 고르고 있는데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맛있다고 일러주기도 한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걷기운동 준비를 하여 바닷가로 나갔다. 얕게 깔린 구름 사이로 9월의 맑은 햇살이 뚫고 나오는데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래밭을 걷고 있었고, 하얀 모래밭에는 검은 무더기들이 길게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먼저 눈에 띄는 곳으로 갔더니 고둥과 조개 껍질이 무더기로 깔려있어 쓰레기라기보다는 예쁜 장난감처럼 보여서 몇 개 주웠다. 굴 껍데기가 몇 개씩 붙어있어 인공 작품 같은 것도 보이고 동글동글한 연한 갈색 고둥도 예쁘고 까만 키조개는 내 손바닥보다 크다. 죽어서 바다 밑에 있다가 조류에 쓸려온 것이다. 지나가며 ‘살아있습니까’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무더기가 큰 곳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단복을 입고 쇠스랑 갈퀴 등을 가지고 쌓여있는 쓰레기들을 긁어모으고 있었고 트랙터가 다시 그것들을 한곳으로 옮기고 있었다. 참 고마운 분들이 봉사활동 하시는구나 하고 물어보니 두호동과 중앙동에서 일하러 나왔다고 한다. 아마 해양 환경미화원인 ‘바다 환경 지킴이’인 것 같다. 2팀 20여 명이 열심히 모래밭을 청소하고 있었다. 30여 년 전 대학에 있을 때, 당시 북부 해수욕장을 자주 지나면서 보니 쓰레기가 많이 보였던 터라 매주 한 번 정도 학생들을 동원해서 쓰레기를 줍게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즈음은 플러깅(plugging)이라 해서 운동 삼아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곤 하는데, 몸을 구부렸다 펴거나 쪼그리고 앉았다 일어나는 작업이라 일석이조의 효과이니 홍보가 많이 되었으면 한다. ‘반려해변’ 활동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데 기업, 단체, 학교 등이 특정 해변을 맡아서 반려동물처럼 키우고 돌보는 ‘해양 입양’ 프로그램으로 198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처음 시행하여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약 1만5000km 해변을 가진 우리나라에는 꼭 필요한 일일 것 같고 2년 전부터 80여 개 기관이 60여 개 해변을 맡아 자연보호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해양 쓰레기도 연간 14.5만 톤 이상이고 83%가 플라스틱이며 이로 인한 해양 사고도 매년 5백 건 이상이라 하니 각 지자체에서도 적극 추진해야 일이지만 민간 활동으로 해안을 지키자는 바다 환경 지킴이의 의식도 확대되었으면 한다.

2024-09-26

소나무숲 단풍이 들면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올해 추석은 30도가 넘는 더위에 태풍도 멀리 비껴가 버린 마른 한가위였다. 저녁 바다 위로 떠오른 슈퍼문을 보러 바닷가로 가봤더니, 명절 인파가 북적이는 달밤의 해변은 가을 정취로 가득하고 작은 소나무 숲은 보름달의 고요한 빛을 품고 있었다. 다음날 부모님 산소에 갔다 오기 위해 아침에 서둘러 나섰다. 대구 팔공산 줄기를 찾아가는 먼 길은 딸과 아들이 번갈아 운전대를 잡고 나는 아내와 함께 뒷자리에 평안하게 앉아 창밖을 보며 가을이 오고 있는 풍경을 즐기고 있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붉은색, 아니 갈색의 단풍(?)이 든 소나무가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산소를 오르는 길목의 산에는 한 자락 기슭 모두 초록색이 아니었고 산꼭대기까지 단풍이 들어있었다. 아름다운 단풍은 아니다. 근래 번지고 있는 소나무 재선충(材線蟲)에 의해 누렇게 말라버린 탓이다. 재선충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발견된 이후 그 피해가 늘어나며 한동안 주춤했다가 2년 전부터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142개 지자체에서 860만 그루가 피해를 입고 있는데 지난 2년간 90만 그루가 또 갈색으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이러한 사태가 계속된다면 70년대 이후 치산녹화 10년 계획으로 산림녹화 운동을 벌여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산림 증가율 1위로 선정했던 삼천리 금수강산의 소나무가 절멸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소나무 병은 1㎜ 크기의 선충이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에 의해 소나무 잣나무 곰솔 등에 옮겨지고 그 중심부의 수관(水管)을 막아 단시간에 고사시키는 시들음병인데, 일본 중국 타이완 및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피해가 늘고 있으며, 중국은 모두 베어내고 일본은 홋카이도를 제외한 곳에서 소나무가 사라졌다고 한다. 경북은 경주와 영덕에 피해가 큰 반면 영양과 울진은 현재 미발생지역이라니 다행이다. 포항과 동해안은 지난해 60여만 그루에 발생하여 전국에서 가장 피해가 심한 곳이다. 불국사 주변에도 번지고 있어 걱정이고 감포 도로변의 폐목 등이 쓰러져 민가에 피해를 주고 있으며 해안이 이암토질의 경우 산사태도 우려되는 만큼 산림청에서는 피해 등급을 1~5단계로 하여 소나무재선충병 발생위험예보를 하고 있다. 2005년에 제정된 소나무방제특별법에 따라 병든 나무는 벌목, 파쇄, 소각, 열처리, 훈증 등으로 우리 민족의 정신적 텃밭인 푸른 소나무숲이 사라지지않도록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재선충 방제는 베어내는 벌목이 최선이겠지만 잘못 건드리면 확산의 우려가 있으므로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되기 전 10월에서 이듬해 3월 사이에 벌목하는데 예산 부족 등으로 모든 소나무 방제는 불가하다고 본다. 또 벌목한 후에도 이동을 단속하고 베어진 나무는 녹색 비닐로 덮어 훈증을 하게 되는데 ‘나무의 무덤’이다. 약으로 나무에 주사하기도 하고 다른 곤충의 천적을 이용하기도 한다. 송림이 사라지면 송이버섯도 자취를 감추게 될까? 산소에 술 따르고 가족 오붓이 묘원을 내려오는 길 주위에 붉게 타버린 소나무들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푸른 소나무 숲과 함께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가을을 걷고 싶다.

2024-09-19

폭염 속의 추석 맞이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가을이 들어선다’는 입추(立秋)가 지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 ‘계절의 신’도 건망증이 있는지 선선하다는 가을바람은 낌새도 없고 아직도 초가을 폭염이 들끓어 열대야에 밤잠을 뒤척이게 만든다. 거기에다 경북지역은 가뭄까지 겹쳐서 청도 운문댐과 영천 자양댐의 저수율이 반도 못 미치고 있어 주의 단계이며 두 저수지를 수원지로 삼고 있는 대구와 포항 등은 목말라가고 있는 형편이다. 산천에 물이 마르면 곡식과 과일도 알차지 못하다. 영천 꿀사과도 튼실하지 못하고 일부 지방의 산에는 송이버섯도 모습을 감추었다고 이번 추석 특수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농민들은 한숨을 쉰다. 어저께 남부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린 곳도 있지만 동해안에는 가는 빗줄기가 스쳐 가며 조금 시원했는지는 모르지만 추석 연휴에는 30도 이상의 더위가 남을 거라고 하니 즐거워야 할 명절이 심히 걱정된다. 언뜻 가을 추(秋) 한자를 살펴본다. 벼 화(禾)에 불 화(火)이니 벼를 뜨거운 햇볕에 잘 말리라는 뜻이겠지 했는데, 불의 의미가 이상해서 자료를 뒤져보니 갑골문(甲骨文)에는 메뚜기 모양이 그려져 있다. 누렇게 익은 벼잎에 붙은 메뚜기를 잡아 구워 먹었다는 뜻이란다. 그래, 옛날 시골 초등학교 다닐 때 들판의 논두렁에서 벼잎에 붙어있던 메뚜기들을 잡아서 신주머니에 넣어오면 어머니가 기름에 볶아서 맛있는 반찬으로 해주셨던 기억이 아련하다. 이 가뭄과 더위에 그 녀석들은 어디로 숨었을까? 숱하게 뿌려졌을 농약으로 살아있기나 할까? 벼농사 또한 덥고 습한 날씨와 물이 가득한 논에서 잘 되겠지만 올해는 좀 염려된단다. 이러한 사태는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생태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쳐서 자연재해와 환경파괴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9월 중순까지 계속될 거라는 찜통더위에 폭우라도 스쳐 가면,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근래 적도 인근 해양에서 발생한 13호 태풍 ‘버빙카’가 서서히 올라오는데 추석날쯤에는 경북과 강원을 지나 동해로 빠질 우려도 있다고 하니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맛있는 추석 음식을 먹으며 웃음꽃 피울 모습이 걱정된다. 추석이면 강강술래 돌며 온마을이 들떴고 줄다리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서서히 사라지고 제기차기나 윷놀이는 하겠지. 그러나 씨름은 국가 스포츠로 발전하여 올해 민속씨름대회는 12일 경남 고성군 체육센터에서 열려 7일간 남녀 장사 250여 명이 힘을 겨루게 된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을 살리고, K-컬처를 세계에 알리자. 지난 8일 끝난 파리 패럴림픽도 금 6, 은 10, 동 14개로 종합 22위를 달성하여 우리의 장애극복 의지를 세계에 알렸고 특히 중증 장애인을 위한 ‘보치아’경기는 10회 연속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일구어 자랑스런 모습으로 귀국했었다. 이제 명절을 맞아 부모님 뵈러 고향을 다녀와야 하는데 열차예매는 다 했는지…. 이미 표는 매진되었을 터,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려면 좀 걱정도 되겠지만 요즘 전기자동차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니 사전 점검을 잘하여 무사히 귀가하며, 소담스러운 선물과 밝은 미소 가득히 부모님과 형제들의 품으로 찾아왔으면 한다.

2024-09-12

9월 문화꾸러미를 풀어보자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9월, 가을이 왔다. 하지만 더위가 가시지 않은 곳도 있으니 백로(白露) 철을 맞은 풀잎에는 하얀 서리가 맺힐지…. 물가의 백로(白鷺)가 긴 목을 빼어 들고 갸우뚱거린다. 이제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면 추수하는 기쁨도 있으려니 들국화 향기 퍼드러지는 들판을 거닐며 즐거운 마음으로 추석을 준비해야겠다. 그리고 뜨거운 계절을 이겨온 마음을 모아 문화의 한마당을 꾸며보는 것도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바람이리라. 포항문화재단의 ‘문화꾸러미’를 펼쳐본다. 포항시에는 많은 문화공간이 있는데 포항문화예술회관, 시청 대잠홀, 중앙아트홀 외에도 시립미술관, 포은중앙도서관 및 문화예술 팩토리 등 여러 곳에서 문화 보따리가 꾸며지고 있다.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는 12일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제209회 정기연주회 ‘베토벤의 취미는 산책’이 공연되고 26일에는 ‘협주곡의 밤’이 계획되어 있다. 시청 대잠홀에서는 5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 ‘벨라미치 퍼블릭합창단 성과연주회’가 있었다. 이는 6세 어린이부터 80세 미만 어르신까지 포항시민 120명이 합창을 통한 세대 간 이해와 교제의 성과물 음악회였다. 포항의 대표적 축제인 ‘칠포 재즈페스티벌’을 빼놓을 수 없다. 29일부터 이틀간 칠포해수욕장 무대에서 재즈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9월 축제로 이름이 나있어 티켓은 예매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축제는 국내 젊은 그룹 밴드와 재즈 아티스트 외에 일본의 유명 재즈밴드도 출연하여 오감만족을 통한 가을 낭만을 즐길 수가 있다. 미술 분야의 꾸러미도 보자. 포항시립미술관은 스틸아트 기획전 ‘스틸 플로우’와 장두건 미술상 수상 작가의 영상과 아카이브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는 ‘미술관 음악회’가 열려 또 다른 예술의 감흥을 주고 있다. 시립 중앙아트홀에는 여성인권전 ‘행진2024’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으며, 2층의 인디플러스에서는 국내외 독립영화를 엄선하여 보통 하루 3개씩 상영하고 있는데 관람료가 있으니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서 보는 즐거움도 찾을 것이다. 시내 중앙동에는 원도심 문화예술 지구인 ‘꿈틀로’ 거리가 있는데 20개가 넘는 공방이 각자의 특이한 작업을 통해 예술인들을 모으고 있으며 ‘Space298’에서는 청년 작가들의 미술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한편 포항북구청의 ‘문화예술 팩토리’에서 20일 포항 생활문화동호회가 펼치는 공연 한마당의 색소폰 오케스트라의 음악에 취해보는 것도 좋겠다. 14일에는 청하에 있는 기청산식물원에서 ‘상사화 음악회’가 열리니 시골바람 쐬며 달려가 붉은 상사화가 하늘대는 풍경을 보면 어떨까. 27일부터 사흘간 포항시립도서관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영일대 해상 누각 앞 마당에서 벌어진다. 초청 작가들의 강연과 북토크뿐만 아니라 창작 뮤지컬과 각종 문학 전시가 있다고 하니 바닷바람 마시며 9월의 문학잔치를 즐겨보았으면 한다. 지난 8월에 장성동의 옛 미군부대 부지 8000여 평에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POEX가 착공하여 2년 후에 준공된다고 하니 글로벌 마이스(MICE) 산업 중심도시로 우뚝 서며 문화예술 도시로 거듭나기를 꿈꾸어 본다.

2024-09-05

무더운 8월의 망각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가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숲속에는 매미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바다 물놀이가 즐거웠던 영일대 해수욕장도 지난 18일 일요일 저녁에 폐장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으나 해변을 찾는 시민의 발걸음은 여전히 북적거린다. 이제 농부들은 호미를 씻어 놓고 휴식을 취하는 농한기에 들어가겠지만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들은 작은 삽을 들고 김장용 배추나 무를 심을 즐거운 계획을 세우겠지…. 이때쯤 한줄기 큰비라도 내려 더위를 씻어주는 ‘처서 매직(magic)’을 기다려 보지만, 올해의 첫 태풍인 9호 ‘종다리’는 기세 좋게 서해로 올라오더니 어저께 열대성 저기압으로 기세가 꺾인 후 소멸하여 돌풍과 함께 엄청난 폭우를 뿌리며 중부지방을 지나가 버렸다.올해는 8월 중순까지 태풍 소식이 없는 이례적인 기상 상태를 보여주더니 이번 백중사리 때에 맞추어 종다리의 날개짓으로 서해안을 넘치게 하고 습한 찜통더위로 전력수요도 100GW(기가와트)급으로 급증시켰다. 종다리는 종달새, 노고지리라는 텃새인데 북한이 제시했던 태풍의 이름이다. 이 종다리는 6년 전에도 12호 태풍으로 우리나라를 위협하더니 일본 본토를 휘젓고 거꾸로 한 바퀴 돌고는 남중국 쪽으로 빠져나갔었다. 그때도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서울 지역을 40도 가까이 달구었었는데 이번 종다리는 대구 포항 권역을 35도 이상의 찌는 듯한 열기로 덮어 계속 달굴 모양이다.이런 무더위 속에 덮쳐 온 나쁜 소식이 있다. 잊혀져 가던 코로나19의 재확산이다. 새로운 변이로 의료공백 장기화로 가뜩이나 불안한 의료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감염자 수가 한 달 사이 6배로 빨라졌고, 질병관리청은 이달 말까지 35만 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증상이 감기나 독감과 유사하여 유행 속도가 빨라지지나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이 더운 여름철에 다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고민이 생겼다. 65세 이상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는 증세가 인지되면 즉각 검사하여 확산을 막아야 하는데 이제 팬데믹 현상으로 4급 감염병이라 격리 의무는 없다.또한 8월 말은 각급 학교의 개학 기간이다. 초중등은 이미 개학한 곳이 많겠지만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모든 학교가 문을 열게 되니 철저한 방역으로 지난 4년간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코로나19가 계절독감과 같이 치명률이 낮은 만큼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치료제와 백신 접종에 대한 대책을 확실하게 세우고 있는지 염려스럽다.폭염은 계속되고 있다. 두 달간 돼지와 닭 등 가축이 100만 마리 가까이 폐사하고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양식어류도 500만 마리 이상이 물 위로 떠올랐다. 배추, 시금치 등 채소도 피해를 입어 밥상 물가를 들썩이고 있으며 이상기후가 추석을 앞둔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걱정이 태산이다.갈수록 뜨거워지는 기온으로 인해 강에는 녹조, 바다에는 적조가 두터워지고 가을을 맞으며 밀려온 태풍은 집중호우를 퍼붓는다. 무더운 8월, 잘 익은 붉은 복숭아의 달콤함에 빠져 시원한 휴식을 취해보고 싶다.

2024-08-22

광복절에 건국절 시비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파리 올림픽에서 금13 은9 동10개 메달로 세계 8위의 성적이 안겨준 시원함과 함께 말복을 지난 바람이 더위에 지친 마음을 식혀주고 있다. 80여 년 전 일제의 압박에서 벗어난 작은 나라가 주권을 되찾은 감격을 모아 국가를 세우고 근면한 정신으로 세계 10위권 국력의 위상도 높였다. 이 모두가 광복(光復)이라는 힘을 꾸준히 가꾸어 온 우리 민족의 정신력 때문이리라.8·15 광복절에 다시 한번 광복절 노래를 불러 본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1910년 8월29일 한일 합방으로 국권을 빼앗긴 후 40여 년을 피눈물 나는 독립운동을 이어갔고 연합군 승리의 힘이 더해져 1945년 8월15일 일본의 항복으로 광복을 이루었었다. 이 역사적 날을 기념하여 광복절을 기리고 있는 것이다.이 광복절에는 국민 모두 태극기 높이 들고 다시 찾은 민족의 빛을 온 누리에 밝히며 세계에 우뚝 설 힘을 보여 주어야 하는 날인데 느닷없이 ‘건국절(建國節)’ 시비로 두 쪽 나버린 광복절이 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광복절 기념식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독립기념관 등에서 대통령과 3부 요인 및 광복회 등 독립운동 단체가 참석하여 독립과 함께 정부수립을 축하하여 왔는데, 이번 79주년 경축식에는 국회의장과 야당 6개 정당, 그리고 광복회장과 광복회를 비롯한 37개 독립운동 단체 등이 보이콧하여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가졌다.이는 신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에 따른 논란의 결과다. 김 관장은 뉴라이트(New right) 즉, ‘신우파 (新右派)’ 성향으로 독립운동을 폄훼했다는 이유로 사퇴를 압박당하고 있다. 뉴라이트는 2000년대 중반에 나타난 신보수주의로 반공주의를 구시대적이라 비판하면서 식민지 근대화론과 경제적 자유주의를 외치며 보수를 넘어 극우화된 부류라는 평이다.여기에 덧붙여 건국절 제정을 주장하고 있는데 ‘건국은 언제인가?’라는 많은 논란이 정치계와 학계,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1919년 독립운동 시작과 임시정부 수립, 1948년 정부수립 중 어느 시점을 건국으로 보느냐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미 광복절로 우리나라 탄생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고 있는데 굳이 건국절을 제정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외국의 경우 건국기념일이 따로 없고 미국은 독립기념일, 프랑스는 혁명기념일, 중국은 국경절이라 하지 않는가. 또 북한은 1948년 9월 9일을 인민정권 창건일 즉, 구구절이라 한다. 이러한 다양한 명칭 속을 비집고 싹튼 건국절 논란을 꺼낸 사람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했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역사재단 등 역사 관련 8개 공공기관과 위원회에 21명의 뉴라이트를 요직에 앉힌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발로 이번 광복절 경축식이 별도 개최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해방과 광복, 독립과 건국 모두 다 이루어졌는데 건국이라는 해석 차이로 광복절이 두 동강 났다는 것은 남북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우리 민족에게는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24-08-15

우리는 동이족(東夷族)의 후예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파리 올림픽이 연일 뜨거운 폭염에 지쳐있는 우리 국민의 마음에 시원한 승전보를 전해주며 한밤의 열기를 날려주고 있다. 파리 세느강을 따라 태극기를 휘날리며 들어왔던 우리 선수단은 이름도 틀리게 불렸지만 21개 종목 143명의 선수들은 개막 사흘째에 벌써 ‘활·총·칼’에서 금메달 5개를 목에 걸며 영광스러운 시작을 알렸다.펜싱 사브르의 오상욱은 금빛 찌르기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고, 여자 10m 공기권총의 오예진은 8년 만에 사격의 금메달을 명중시켰다. 그리고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장에서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 세 여궁사가 쏜 화살은 황금빛 과녁을 뚫고 우리 양궁의 역사를 새로 썼다. 88서울올림픽부터 시작된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후 40년간 10번이나 연속 금빛 화살을 쏜 것이다. 다음 날 열린 남자양궁 단체전에서도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 세 명궁들이 ‘텐텐텐’을 기록하며 프랑스를 이겨 3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고 남녀동반 3연승까지 이루어 냈다. 그리고 여자 공기소총에서는 19세의 반효진이 하계올림픽 100번째의 금메달을 안겨주어 잠시 메달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자정을 넘기며 중계방송을 보는 긴장감에 잠은 달아났다. 여자양궁은 대만과 네덜란드를 이기고 중국과의 결승에서 전훈영 선수가 첫발을 10점에 꽂고 슛오프까지 갔었지만 마지막 3발을 모두 10점에 명중시켜 10연승 양궁의 신화를 썼다. 이 10승 중 중국과는 다섯 차례나 이겼다. 남자팀도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프랑스와의 결승에서 직경 8cm의 과녁을 연이어 적중시킨 ‘텐텐텐’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맏형 김우진의 마지막 화살이 10점에 적중했을 때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활솜씨가 가슴 가득 차올랐다.예부터 우리 조상은 말 잘 타고 활을 잘 쏘았다고 동이족(東夷族)이라 불렀다. 아시아의 대륙을 깔고 앉은 중화민족은 사방의 이민족을 자신들 보다 미개하다고 생각하여 동이서융(東夷西戎)과 남만북적(南蠻北狄)의 오랑케라고 불렀다. 동이의 이(夷)자는 큰 활(大弓) 이라는 의미의 문자로서 동쪽의 활 잘 쏘는 민족이고, 서융의 융(戎)은 창 과(戈)자가 섞여있으니 창을 잘 쓰는 민족이었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남만의 만(蠻)은 벌레 충(蟲)자가 들어있고 북적의 적(狄)에는 개 견(犬)자가 붙어있으니 너무 멸시한 것 같다. 그리고 중국의 고전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도 우리를 ‘동방의 큰 활을 쓰는 어진 민족’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니 웅대한 단군조선의 역사를 가진 우리는 작은 오랑캐 민족이 아니다. 이제 큰 활을 들고 강대국으로 일어서야 한다.나무의 탄성을 이용하여 화살을 날려 보내는 활은 총기류가 나오기 전까지는 중요한 무기였다. 활쏘기는 신라 때 관료를 뽑는 기준이었고, 조선시대에는 무과 실기 7개 중 4개가 국궁의 실력을 시험했다. 이러한 동이족의 인물 중에 동명성왕 주몽은 ‘활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고 이성계와 정조 대왕도 명궁의 설화를 가지고 있다.이러한 민족의 피를 이어받은 동이족 후예들이 앞으로 많은 세계대회에서도 금빛 과녁을 쏘아 민족의 자긍심을 높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2024-08-01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장마가 오락가락 땡볕 더위가 시작되는 대서(大暑)가 지나고 폭염이 전국을 뒤덮는다. 체감온도가 35℃ 이상이면 폭염특보인데 경주와 감포는 36℃를 넘었다. ‘대서에는 염소 뿔도 녹는다’지만 대단한 삼복더위다. 초복에서 말복까지는 20일, 그런데 올해는 중복에서 말복까지가 20일인 월복(越伏)이라 더위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측되어 더위와의 전쟁은 절정에 닿는다.74년 전 북한이 중국, 소련의 비호 아래 조용하던 삼천리 무궁화 금수강산을 남침하여 쑥대밭을 만들며 3년간 피를 튀기면서 UN 참전과 인천상륙 작전, 중공군 개입 등 외세가 이 나라 운명을 쥐고 있었다. 마침내 휴전안이 나왔으나 정작 우리는 참석하지 않은 채 유엔-중국-북한의 3군 대표가 정전협정에 서명한 날이 7월 27일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사령관에게 전작권을 이양했던 탓이리라. 그리고 3개월 내에 평화협정을 맺어야 했는데 군사분계선이 설정되고 비무장 지대 DMZ가 만들어지고 아직까지도 남북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정전(停戰)과 휴전(休戰), 그 의미는 어떻게 다르며 종전(終戰)은 언제 이루어질 것인지…. 1953년 7월 27일에 이루어진 것은 정전협정(ceasefire)인데 38선이 휴전선이 되어버렸고 우리는 휴전협정(armistice)이라 부르고도 있다. 정전은 전쟁 중인 국가들이 전투를 일시 멈추는 것으로, 국제적 개입이 있는 것이 보통이고, 휴전은 당사국 간 협상으로 전쟁을 멈추는 것이라는데 국제법상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전쟁상태인 것에 유의해야 한다.북한은 2013년 정전협정 파기 선언을 한 바 있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며 남북정상회담 등을 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뭉개져 버린 상태다. 2020년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최근에는 휴전선 전역에 지뢰매설, 철책 보강을 하는 사실도 보고된다. 또 잠시 뜸하던 북한오물 풍선도 다시 날려보내고 벌써 10번째이다. 그래, 휴전상태. 전쟁을 잠시 쉬고 있을 뿐 아직 끝나지 않았다.전쟁으로 모두 171만여 명의 사상자를 내었고 민간 피해도 남북 250만, 이산가족 1000만 명이 발생했다. 이러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딛고 남한은 2018년 ‘30-50클럽’이 되었고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높였다. 작년 포브스 선정 세계 6대 강국이 되었고 군사력도 세계 5위에 올라섰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기술력으로 지난주 24조 규모의 체코 원전도 프랑스를 제치고 수주하였다. 그러고 보니 27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는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데 우리나라는 총 21개 종목에 선수 143명을 포함하여 260명이 파견되어 금메달 5개 종합 15위를 목표로 마음을 다지고 있다.이러한 국력을 밑거름으로 남북한은 전쟁을 끝내는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맺어 민족 번영에 한뜻이 되어야 하는데 북한의 태도가 걱정이다. 장자(莊子)는 “형제는 수족이라 끊어진 경우에는 잇기 어렵다(手足斷處 難可續)”고 했다. 남북 형제가 인연을 끊었으니 서로 잇기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이제 서로 마음 열고 두 손을 맞잡아 분단을 넘어 통일국가로 세계에 우뚝 서는 그날을 만들어 가자.

2024-07-25

폭우 쏟는 장마전선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지겹게 비가 내리는 장마철이다. 흐리고 습하고 번개 치며 굵은 비를 뿌리는 우리 한반도의 특정 기후 현상이다. 보통 6월 중순에 시작하여 7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고온다습한 날씨 때문에 여름을 맞는 마음은 무겁다.이렇게 비 오는 날이 길어지는 이유는 북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남서풍과 오호츠크해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북동 기류가 만나서 한반도의 동서로 긴 장마전선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즉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의 경계선에서 두 기단(氣團)의 힘겨루기가 시작되고 서로 밀고 당기며 한곳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집중호우를 퍼부어 강둑을 무너뜨리고 들과 마을을 침수시키며 산사태를 일으켜 우리의 마음을 짓뭉개고 있다. 참으로 계절의 악몽이 아닐 수 없다.장마, 한자어인 줄 알고 길 장(長)자에 ‘마’는 무슨 글자일까 찾아보았더니 순 우리 한글이라 한다. 500여 년 전 옛 문헌에 ‘오랜 비’라고 ‘댱마’라 했던 것이 ‘장마’로 변했다는 것이다. 한자로는 장우(長雨) 임우(霖雨), 일본은 매우(梅雨)라고 하고, 때맞추어 내려주면 산과 들을 씻어주고 논밭에 물을 뿌려주니 감우(甘雨)라는 말도 있다. 오뉴월의 보리장마, 초여름의 고치장마, 초가을의 건들장마도 있다는데….거의 일정한 장마철이 언제부턴가 들쭉날쭉하여 한반도 기상예보가 잘 맞지 않는다고 2009년부터 기상청에서는 장마 예보를 중단했으나, 올해는 작년보다 강수 기간이 길고 강수량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어저께 이틀 동안 포항 오천에는 장마 기간 전체의 2/3인 25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고 기계면에는 시간당 56.5mm라는 기록적인 장대비가 쏟아졌었다. 이제 소강상태가 되었지만 다음 주에는 계속해서 장맛비 내리고 포항은 29도 이상으로 무덥겠다고 한다.태풍은 아직 소식이 없지만 대구·경북에 쏟아진 폭우로 금호강이 범람하고 오천 냉천에서 밀려온 황토물이 영일만을 누렇게 덮어버렸다. 멀리 군산은 시간당 131mm로 수백 년 만의 물 폭탄을 맞았고 세계적으로도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우리도 재해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열대 수증기가 집중적으로 지나가는 ‘대기의 강’은 군산 서천과 안동 상주를 잇는 장마 띠를 만들어 도로와 주택을 침수시켰고 토사 붕괴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으며 수확을 앞둔 채소와 과일 등에도 피해를 입혔으니 당국은 피해복구와 농작물 시설 등의 안전 보호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또한 긴 장마로 불쾌지수와 우울감이 높아져 우리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정치계를 보자. 특검이니 검사 탄핵이니 하며 여·야 기압골을 형성한 지가 벌써 수개월째, 대통령은 15번째 거부권을 행사했고 야당은 당대표 연임 도전을 의식하며 대통령 탄핵이라는 폭풍을 일으키려 하고 있으며 국힘당은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후보 간 비방을 폭우처럼 퍼붓고 있으니 가뜩이나 무더운 장마철 피해에 정신이 아득한 국민에게는 억수장마가 쏟아지려 하고 있다. 다음 주에 다시 장맛비가 쏟아지고 나면 태풍이 몰려올지 모른다. 우리 모두 천재지변에 잘 대응하도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2024-07-11

꽃 같은 잡초들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벌써 7월. 장맛비라며 슬쩍 다녀간 빗줄기 덕분인지 들판에는 온갖 풀꽃들이 가득하다. 갑자기 닥친 더위에 한참 만에 들린 시골집에도 생각 밖의 초록색 막이 덮여있다. 그런데 그 속에 하얀 꽃 노란 꽃들이 피어있어 밉지 않은 꽃밭에 들어온 느낌이다.방문을 활짝 열어 공기를 바꾸어 놓고 뒤뜰까지 둘러보니 풀들이 너무 무성하고 앞뜰의 키 낮은 정원수는 아예 밑둥치가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아, 가지 정리를 좀 해야겠구나’하고 전지가위와 톱을 꺼내 들고 가까이 가보니 쑥의 무리와 예쁜 개망초꽃 탓이다. 개망초는 심지도 않았는데 재작년부터 흰 국화처럼 피던 꽃이라 그냥 두어온 것인데 알고 보니 온 들판에 피어 퍼드러지는 잡초라는 것이다.잡초는 경작지에서 재배하는 식물 외의 것을 말하며 야초(野草), 즉 들풀인데 생육이 빠르고 번식력이 강할 뿐 아니라 수명이 길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여 햇빛과 바람을 막아서 다른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잡풀, 풀떼기라고도 한다. 집 주위를 둘러보니 토끼풀은 대문 앞 잔디밭에 애잔스럽게 꽃피우며 깔려있고 담장 밑 명아주는 자주색 열매를 맛보게 하여 그냥 두었지만 잔디 마당의 방동사니와 바랭이는 보이는 족족 뽑아버리고 있다. 그러나 개망초는 들판을 지나다 보면 하늘하늘 무리 지어 춤추고 있어 아름답고, 뜰에도 예뻐서 그냥 두었는데 올해는 너무 많다. 아내는 꽃이 예쁘니 그냥 두자고 했지만 허리 높이까지 자라고 비바람에 쓰러진 듯한 모습이 보기 싫어 몇 포기를 남기고 모두 뽑아버렸다.개망초는 좀 늦게 피는 망초보다 꽃이 크고 예쁜데도 앞에 ‘개’ 자가 붙었고 달걀꽃, 계란프라이꽃이라는 이름대로 꽃 가운데가 노랗게 둥근 예쁜 잡초다. 그런데 왜 ‘망초’일까? 밭을 망친다고…? 망초류는 북아메리카 원산인 귀화식물인데 구한말인 1905년 전후로 전국에 만발한 탓에 ‘나라를 망치는 꽃’ 망국초라 하여 ‘망초(亡草)’가 됐다는 사연이다. 어린잎은 한방재료로 쓰이며 소화불량, 설사, 장염뿐만 아니라 감기와 학질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꽃말이 ‘화해(和解)’처럼 다른 잡초들과 화해를 해야겠구나.쑥 무리도 다 뽑으려고 한다. 모양새가 국화 같아서 처음엔 놔두었는데 번식력이 워낙 강해서 화단석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줄기를 밀어 올린다. 약쑥은 봄에 쑥떡도 해 먹고 인진쑥은 약효도 많고 5월 단옷날 뜯어서 말려 걸어두면 집에 귀신이 못 들어온다고 해서 두고 있지만 이것 역시 화단에서는 잡초이니 뽑아낼 수밖에…. 그러나 잡초라고 해서 다 못된 것이 아니고 생태계에서는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잡초가 없으면 병충해가 농작물을 공격하거나 익충의 보금자리가 줄어들 수 있겠다는 것이다.요즘 우리 국회를 보자. 이제 아름다운 국가 정원을 꾸며야 하는데 정치하는 인간, 즉 정치인 속에도 그들만의 잡초들이 보여 여의도 꽃밭이 일그러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몇몇 특검법, 방송4법 또 검사 탄핵안 등으로 인해 약 10여만 평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국회의사당 뜰에 개망초가 피지 않기를…. 전국을 뒤덮던 생태교란종 ‘노란 코스모스’ 금계국은 이제 지고 없다.

2024-07-04

6월의 이른 폭염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하지(夏至),‘여름에 이르다’는 절기다. 태양은 가장 높이 떠서 그림자가 가장 짧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아서 태양의 에너지를 길게 받아 본격적으로 농작물이 성장하는 시기이다. 이 열기가 쌓여 한 달 후에는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가 오는데, 19일 오전, 기상청은 66년 만에 가장 무더운 6월이 될 것이라고 폭염주의보를 발표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이 이틀 이상 이어질 것이 예상될 때 내리는 주의보인데, 벌써 92개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태다.서울은 35.8도로 75년 만에 6월 최고 온도를 기록했고 가까운 경주도 37.7도를 넘었으며 경산 하양읍은 자동 기상관측장비(AWS)가 39도를 찍었다. 우리나라 전국의 한낮 기온이 35도 안팎으로 기온분포 영상을 보면 거의 붉은 색이다. 청명한 날씨에 남서풍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인체 온도보다 높은 날씨에는 온열질환을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며, 오후 2~4시 사이에는 야외 작업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장맛비가 시작되었다. ‘하지에 비 오면 풍년 든다’하였으니 농촌에는 조금은 기다리는 마음으로 모내기를 마쳤을 것이다.이번 6월 폭염은 전 지구적인 기후 현상이라고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미국은 중서부와 북동부에 열돔(Heat Dome) 현상이 발생하여 38도 이상 치솟아 대부분 지역에 주의보를 발령했고, 중국은 지표면이 75도가 넘는 곳도 발생하였으며, 인도는 폭염 사망자가 160명 이상이 된다고 한다. 사우디에서는 성지순례기간 동안 52도의 열기 속에 550여 명이 사망했고 40도가 넘는 그리스에서는 1주일 사이에 관광객 3명이 현지에서 죽었다는 것이다.엘니뇨와 라니냐의 영향으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여 근래 세계 온도는 산업혁명 전보다 1.3도 상승했다는데 앞으로의 지구환경이 심히 걱정된다. 이러한 열파(熱波)로 올해 7월에 치러질 파리 올림픽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가뭄, 산불, 홍수 등의 기상이변도 심해지고 있으니 지구 곳곳이 난리다.그러나 이른 폭염에 너무 겁내지 말고 주변을 정리하고 마음을 시원하게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6월에 모심기가 끝나면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이 있다. 땀내 나는 머리카락을 잘 다듬고 제철 음식인 감자와 옥수수, 참외를 먹는 즐거움도 가져보자. 감자는 열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고 옥수수는 이뇨 작용이 탁월하다 하니 잘 삶아서 닭백숙과 같이 먹으면 뜨거운 하짓날 열기를 식힐 수도 있겠다. 그리고 민물 장어와 다슬기로 단백질을 보충하여 6월 찜통더위를 잘 이겨 나가보자.그런데 국회는 자기들만의 열기에 막혀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20여 일이 지나고 있는데도 전반기 원구성도 못한 채 여·야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으니 국민은 찜통 같은 답답함에 온몸에 땀이 흐를 지경이다.답답한 마음에 반바지 차림으로 밤바다로 나가 모래밭을 맨발로 걸으며 영일만을 멀리 바라보니, 머릿속에 무언가 빤짝이는 영상이 떠오르는 듯하다. 석유 시추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10%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꿈 ‘산유국’이 현실이 되길 빌어본다.

2024-06-20

북한 오물 풍선의 우려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지난 5월 28일 밤, 260여 개의 커다란 오물 풍선이 휴전선을 넘어왔었다. 우리가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낸 것에 대한 북한의 보복성 도발 행위이다.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군 당국의 발표를 보면 오물 풍선은 6월 1일에도 약 600개 풍선에 담배꽁초, 폐지, 비닐, 폐건전지 등에 냄새나는 오물까지 넣어서 북서풍이 부는 날 하늘에 띄웠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 군은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이에 겁먹은 듯 북한은 6월 9일을 끝으로 대남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우리는 예의 주시하며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마음의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북한이 풍선을 날려 보내기 시작한 것은 8년 전, 대남 전단 40여 종 30여 만장을 날려 보냈었는데, 이번 오물 풍선은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의하면 6월 9일까지 4회에 걸쳐 약 1300개를 날려 보냈다고 한다. 1개당 5~10kg 정도라 하더라도 10t 이상의 오물이 남하하여 전국 곳곳에 뿌려졌을 텐데 그 오염 상황이 심히 우려된다. 모두 밤 9시가 넘은 밤하늘 3km 높이에서 초속 5m 정도로 소리 없이 날아오는 3~4m 크기의 풍선을 다 발견하기란 어려울 것이고 비록 발견하더라도 전방 격추 등 대응체계가 미흡했다는 질타는 면할 수가 없겠지만 내용물이 터졌을 경우 낙탄이나 오염물 분산이라는 위험을 고려하여 공중 요격보다는 낙하 후 처리를 결정했다는 것이다.이 오물 풍선은 서울, 경기, 강원뿐만 아니라 충청, 경상까지 날아왔고 경북은 안동, 의성을 지나 영천의 포도밭에서도 발견됐으며 370km 떨어진 포항 송라 화진해수욕장까지 날아왔다고 하니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택가 차량 유리창이 파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보니 고속도로와 공항 등에 떨어졌으면 그 피해가 엄청날 것이고 도심의 경우 인명 피해도 크게 우려된다. 사실 오물 풍선 낙하로 인하여 춘천에서는 산불도 발생했고 인천공항에서는 3차례나 운행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만약 그 속에 생화학 물질이 있었다면 그 피해는 엄청났을 것이다. 사실 북한은 세계적인 생화학 무기 보유국이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풍선 오염 물질에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6가지 가축전염병 병원체 검사를 한 농림수산부는 아직 이상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하지만 가축분뇨나 인분(人糞)의 경우 장티푸스, 콜레라 등 전염 우려가 있으니만큼 오물 풍선을 발견하면 만지지 말고 신속히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대북 전단 30만 장, K-팝 USB 2000개를 넣은 대형 풍선 20개를 북으로 보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대북 메시지 전달의 방법과 효능도 검토해 봐야한다. 풍선은 열상감시장비와 레이더로 추적이 가능하고 추락 후 화생방 신속대응팀과 폭발물처리반이 출동하여 수거하고있다. 북한은 또 29일부터 서해 NLL 남쪽으로 GPS 교란작전도 벌이고 초대형 방사포를 동해안에 발포하는 등 도발을 하고 있으니 그 속셈을 잘 간파하여 북한 공산주의의 정신적 오물이 남한에 뿌려지지 않기를 빌어야겠다.

2024-06-13

정원을 잘 가꾸자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5월의 들판을 달려보면 갖가지 풀꽃들이 밝은 계절을 노래하고 있다. 노란 꽃들이 유난히 많다. 그중에서 군락을 이루어 피어있는 금계국은 황금색 깃털이 아름다운 금닭(金鷄)을 비유한 듯한 국화과 식물인데 너무나도 소담스러워 길가에 차를 세우고 살펴본다. 몇 년 전만 해도 많지 않았던 꽃들이 요즈음은 길섶과 비탈에 풍성하게 널려있다. ‘사랑의 망각’ ‘상쾌한 기분’이라는 꽃말과 함께 강인한 번식력으로 봄의 들판을 차지하고 있다.풀꽃은 원래 존재감이 별로 없지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고 노래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흥얼거리며 시골집 골목길로 들어서면 노란 돈나물(돌나물) 꽃도 눈길을 끈다.오늘은 시골집의 소나무 순치기를 하려는 날이다. 5월 하순부터 6월까지가 적기이다. 그동안 노란 꽃가루를 마루에 흩뿌려 귀찮게 하던 새순들이 쑥쑥 자라서 다른 모양새를 보이고 있고, 그대로 두면 잎들이 햇빛을 가리거나 바람을 막고 수형(樹形)을 망칠 수 있기에 불필요한 가지도 잘라주어야 하는 시기이다. 이걸 놓치면 다음 계절, 여름과 가을을 기다려야 한다.정원에는 몇 그루 낮은 소나무가 꽤나 근사하게 자라고 있는데 수형 관리를 위해 매년 가지치기를 해주고 있다. 검붉은 나무둥치가 드러나도록 자르며 나무 끝부분이 강하게 자라는 특성 때문에 순을 따서 가지 세력의 균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소나무 종류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나무의 외모를 고려하며 큰 가지부터, 위에서 아래로, 밖에서 안쪽으로 전지(剪枝)를 한다. 말라죽은 가지, 병든 가지를 먼저 자르고 쑥 뻗은 도장지와 아래쪽으로 쳐진 가지, 둥글게 굽어있는 가지, 교차하는 가지를 자른다. 뭉크러져 있던 잔가지가 잘려지면 바람도 시원하게 통하고 갖가지 모양의 굵은 가지가 영험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소나무는 절개와 의지, 충정과 지조 등의 가르침을 주듯 우리의 애국가에도 철갑을 두른 듯하다고 하지 않은가. 소나무 꿈을 꾸면 벼슬할 징조이고 소나무를 그리는 꿈은 만사형통을 이룬다고 하니 잘 키워야 하겠다.5월 30일부터 22대 국회가 열렸다. 여의도 국회 정원에도 가지치기를 한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은 지역구 253명과 비례대표 47명 등 총 300명의 국회의원 중 초선 의원은 131명이다. 지난 21일 국회 박물관에서 가진 ‘초선 의원 의정 연찬회’에 모여 국회 조직과 기능 및 주요 의정 지원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앞으로 4년간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국회에 반영하여 국민의 심부름꾼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를 다짐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 나무에 기둥 쪽 108개 가지와 밖에서 둘러싸고 있는 175개의 가지가 서로 엉키거나 햇빛을 가리고 혼자서 쭉 뻗는 행위로 여의도 소나무를 훼손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는 옛날에는 가축을 키웠다고 하니 이상한 소리를 듣지 않도록, 여의도의 여의(汝矣)를 ‘여의주(如意珠)’라고 해도 좋을 정치·금융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해서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 정원을 잘 가꾸어 나가길 염원하는 바이다.

2024-06-06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외교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서 언급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에 대해 ‘대통령 배우자의 첫 단독 외교’라는 말이 비난의 불똥이 튀어 외교(外交)의 의미를 되내어 본다.외교는 주로 군사적 또는 정부 간 협상을 다루는 정무 외교와 경제 외교가 주된 것이지만 근래에는 역사와 전통, 문화, 예술 등의 가치를 내걸고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를 높여 국가 간 공감대를 엮어나가는 공공 외교(Public Diplomacy)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즉 다른 나라의 국민 대중을 대상으로 하여 이해와 신뢰를 높여나가는 보이지 않는 외교도 중요하다. K-팝이나 K-드라마 같은 인기가 국격을 높여주고 방산 무기와 AI 산업 특화도 우리나라를 세계적 관심으로 ‘힘 있는 나라’의 반열에 올려놓아 많은 국가가 우리와 좋은 관계 맺기를 희망한다.22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딸, 게바라 마치 박사가 “미국의 반대에도 쿠바와 수교를 맺어준 한국을 쿠바 국민은 환영하며 앞으로 한국의 선진 기술이 쿠바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과 쿠바는 지난 2월에 전격 수교했었다.우리의 외교가 미·중·일·러시아의 4강에 편중되어 온 것은 지정학적 이유가 컸지마는 이제는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까지 우호를 쌓아가고 있다. 따라서 강대국의 논리에 맞추어 나가는 약한 나라에서 한 단계씩 우리의 길을 개척하는 힘을 보여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국격(國格)이 외유내강(外柔內剛)이다. 이 말은 중국의 당서(唐書)인 노탄전(盧坦傳)에 나오는 말이며, 평소에는 만만하게 보여도 내면의 강인함, 즉 타인에게 겸손하고 예의 있게 행동하면 존경받는다는 뜻이다.이제 우리나라도 힘을 갖고 평화와 안정을 누리며 국제기구에도 적극 참여하여 여태 한국 외교의 고질병이었던,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의 눈치 보는 것에서 벗어나 주의 깊게 정세를 읽고 정확한 판단으로 이겨나가야 한다.얼마 전 푸틴 대통령의 5번째 취임식에 미·영·EU는 불참했으나 우리는 러시아 대사를 보냈고, 타이완의 라이칭더 총통의 취임식에는 정부 측 인사를 보내지 않았다.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었을 테다.외교의 임무는 국가 이익 즉, 자유 독립과 안정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니만큼 줄타기 외교도 해야 한다. 그러나 내유(內柔)까지 되면 곤란하다. 특히 내분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내강(內剛) 즉, 겉으로는 부드러우나 마음속으로는 꿋꿋하여 결코 약하지 않아야 된다. 우리는 형제라고 하는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위협도 받고 대법원까지 해킹당했는데, 정치권의 분열과 민심의 이반까지도 일어나고 있으니 너무 몰랑하게 보이는가? 7년 전 중국을 국빈 방문한 대통령이 ‘혼밥’을 먹고, 한국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것도 속이 강건하지 못한 탓일까…. 부끄럽다.앞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에 따라 미군 철수나 감축이 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니 국가 안보를 위한 외교 역량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기다.

202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