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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정한 모정(母情)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지난주 끔찍한 뉴스가 나의 가슴과 뇌리를 때렸다.‘수원 냉장고 영아살해’ 사건이다. 4~5년 전 갓 태어난 두 자녀를 바로 살해하고 시신을 비닐봉지에 넣어 자기 집 냉장고에 유기한 후 여태껏 숨겨 온 30대 엄마, 그 비정한 모정에 치가 떨린다. 그녀는 엄마였을까? 아니 악마임이 분명하다. 남의 자식도 아닌 자기가 낳은 아기를 살해한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였을까….이런 사건의 희미한 기억이 있어 찾아보니 여러 개 있다.그중 17년 전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의 판박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에 와 살던 40대 프랑스인 부부가 연년생으로 태어난 아기를 냉장고 속에 보관했다가 발견되었는데 ‘임신거부증’이라는 정신적 미약이 참작되어 8년형을 받았었다.또 부산 수영구 34세 엄마는 두 딸을 죽게 한 후 동거남 집 냉장고에 넣어두었었고, 여수의 43세 여인도 쌍둥이 남매 중 남자아기를 살해 보관했으며 군산에서는 19세 미혼모가 같은 짓을 했고, 울산에서는 쓰레기통에 영아 시신을 버린 10대가 자수했다. 이렇듯 영아 유기는 매월 10건 이상, 살해는 매월 1건 정도 일어나고 있다.출산 후 신생아 살해를 저지르는 부모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주로 미혼모이며 키울 경제적 형편이 안된다는 것이다. 출산 연구조사를 보면 산모가 20세 이전이 30세 이후보다 영아살해 위험이 5배 정도로 많다는 것을 보면 산모의 양육투자율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아살해는 원시사회부터 오랜 역사를 가진 보편적 현상이며 정신병이나 범죄가 아닌 불가피한 생존 적응적 전략이라는 관점도 있다. 피임과 낙태가 불가했던 시절에는 출생 후 즉시 살해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 낙태 폐지와 피임, 임신 중단 등 유산을 유도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비용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이같은 가슴 아픈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2015~2022년간 출생미신고 2천123건을 찾아내어 다음달 7일까지 ‘유령 아동’실태를 밝힌다고 한다. 출생신고와 병원 출산이 보편화 되기 전에는 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겠지만 이제는 가정방문을 통하여 철저히 조사하여 아동매매·유기뿐만 아니라 장기 미등교 아동의 실태도 밝혀야 할 것이다.4월 출생아는 42개월째 자연 감소하여 역대 최저인 1만8천484명으로 작년에 비해 12.7% 감소했고 아동학대는 연 3만 건 이상이라고 하니 어린이가 건강하게 살아갈 유토피아는 먼 곳일까?그리스 신화 속 여인 메데이아는 남편의 외도에 아이들 모두를 살해하는 악녀이기에, 아이 아버지로부터 생활비 지원이 끊기면 자식을 포기하는 현상을 ‘메데이아 효과’라고 한다.위대한 아가페 사랑, 그 모성애는 좋은 환경에서 출산했을 때만 피어오르는 것인가. 우리 모두 올바른 인간성을 함양하고 국가는 다양한 가족지원 프로그램으로 영유아 살해·유기라는 사회적 병리 현상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

2023-06-29

하지 지나고 맞은 단오절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 하지(夏至)가 지났다. 초하(初夏)의 계절이 온 것이다. 더위는 지금부터라 기온이 벌써 30도를 넘나들고, 모내기가 끝나면 장마철 시작이니 곧 장마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그다음 날이 음력 5월5일 단옷날, 1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이다. 수릿날(戌衣日), 천중절이라고도 하며 설, 추석과 함께 3대 명절이며 각종 전통문화 놀이가 열리게 된다. 단(端)은 첫째, 오(午)는 낮이라는 뜻 외에도 다섯(五)의 뜻도 있다 하여 단오는 ‘초닷새’를 의미하기도 한다. 보통 6월 초·중순에 드는데 올해는 하지가 지나서 있는 것은 윤2월이 있었기 때문이다.지역에 따라 더운 날씨에 밤새 비가 내렸고 중부 지방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와 함께 우박이 쏟아지기도 했다. 단오는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재상 굴원(屈原)이 모함을 당하여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져 자살한 날이라 그를 기리기 위한 행사가 풍습이 되어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다고 한다.단옷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윤기 자르르 흐르는 고운 머리칼에 창포 뿌리로 만든 창포잠(菖蒲簪)을 꽂고 창포잎 이슬로 화장한 고운 얼굴에 녹의홍상(綠衣紅裳) 꾸며 입으면 봄의 여인이 된다. 쑥과 익모초, 그리고 산나물의 왕이라는 수리취 잎으로 수레바퀴 모양의 떡을 만들어 먹고, 여자는 그네뛰기 하며 담 밖을 내다보고 남자는 활 쏘며 씨름하며 힘을 과시했다. 그래서 이날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는 ‘씨름의 날’이기도 하다. 또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큼지막한 돌을 끼워 넣어 ‘시집보내기’를 하며 대추 풍년도 기원했고 약쑥 한 다발 묶어 대문 옆에 세워두어 재액을 물리치려는 벽사(8F9F邪)도 하였던 단옷날 풍습도 이제는 사라져가는 아쉬움이다. 그래서 어저께 시골집에 가서 담장 안쪽에 무리 지어 자란 인진쑥을 한 아름 뜯어 묶어 처마기둥에 걸어두고 왔다. 포항문화원이 올해 ‘제27회 포항단오절 민속축제’를 준비했다. 23일 오전 10시 종합운동장 옆 만인당 잔디밭에서 29개 읍면동과 문화원 산하 4개 문화반 등 33개 팀, 시민 1천여 명이 참여한 다양한 전통문화 축제를 펼친다. 흥해 농요팀, 월월이청청 보존회 등이 개막식을 흥겹게 하고 이어 줄싸움, 한복맵시 자랑대회, 노래자랑이 열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숨죽였던 시민에게 새 활력을 주며 우리의 고유 전통문화를 전파하려고 한다.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포항시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니 ‘포항소식-행사·축제’ 항목에는 행사명과 장소만 적혀있을 뿐 구체적 사항은 비어있어 알 수가 없다. 포항문화원이 주최하는 행사지만 포항시에서도 지원하는 행사이니만큼 자세한 내용을 쉽게 알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국내 각 지역에 고유한 단오제가 많다. 강릉단오제, 안동 풍년기원제 등이 유명하고 경산 자인단오제는 여원무(女圓舞)를 우아하게 추는 ‘한장군(韓將軍)놀이’와 대학 장사 씨름대회가 문화행사로서 눈길을 끈다. 어제까지 흩뿌린 빗방울이 장맛비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예측도 있지만 뜨거움을 날려달라고 단오굿 하듯, 나쁜 기운 몰아낼 단오축제를 즐기며 풍성한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갔으면 한다.

2023-06-22

노인 학대를 예방하자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6월 15일은 ‘노인 학대 예방의 날’, 노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노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인복지법에 따라 2017년에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을 ‘노인’이라 하며 올해 2월 기준으로 900만 명 이상인 ‘고령화 사회’가 되었고, 2025년에는 20% 이상 즉,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83세, 건강 수명은 66세라고 한다.20세기 후반 인구 고령화의 세계적 추세에 따라 노인 복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UN은 2006년부터 그 인식에 대한 활동을 추진하게 되었고, 노인을 위한 원칙으로 자립, 참여, 돌봄, 자아실현 및 존엄성을 제안했다. 즉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고 지식과 기술 등을 활용할 수 있게 하며 건강 보호와 관련 시설 등의 확충으로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고 또 교육, 문화, 여가 프로그램 참여로 잠재능력을 키울 기회를 줌으로써 학대로부터의 자유와 공정한 대우를 받게 하여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노인 보호 네트워크 확충 및 사회인식의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노인복지법에 ‘노인은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여 온 자로서 존경받으며 건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을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듯이 우리나라 노인은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경제발전을 이루고 가족들을 위해 헌신해 왔다. 그런데 최근 자료를 보면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최고이고, 노인 자살률도 1위라는 슬픈 사실에 놀란다. 통계청 자료에는 10만 명당 노인자살률은 60대가 30.1명 70대 38.8명 80대 이상은 62.8명으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노년기 자살은 사회적 지위 상실과 실업에 따른 경제적 결핍과 건강 악화, 배우자 사망 등 가족 문제의 우울감이 주된 이유이다.이러한 이면에는 노인학대라는 사회적 비극이 도사리고 있다. 노인학대는 ‘노인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 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인학대 실태를 보면 노인 10명 중 1명이 고통을 받고 있으며 1주일 1회 이상이 36.5%, 매일 23.1%로 정서적 학대가 가장 많고, 가정 폭력이 88%이다. 여기서 학대 행위자는 배우자가 46%, 아들-딸이 49%라는 통계도 있는데 이는 대가족 문화가 붕괴하고 있는 일면이다. 학대 사실이 인지되면 노인보호 전문기관 1577-1389로 신고하거나 ‘나비새김 앱’을 통해 알리면 된다. 2022년도 전국 노인보호 전문기관에 신고된 것은 1만4천여 건이며 이 중 3분의 1이 학대로 판정되었다. 그러나 자식들의 학대 아픔보다 신고할 경우 자녀의 피해를 우려한 부모의 마음으로 하지 않은 경우도 많겠지만 최근 5년간 노인학대 건수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경찰청 발표도 있다.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 이제 국가와 사회는 존엄하고 안전한 노년을 위하여 경제적 어려움에 편견과 차별, 건강 돌봄 문제 등 노인 복지에 더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23-06-15

화산불 위령제를 보며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현충일 아침, 베란다에 조기(弔旗)를 달고 가슴에 손을 얹었다. 영일만 건너 포스코가 조용하고 아파트엔 태극기의 일렁임도 없다. 또 그냥 놀아버리는 국가추념일이 된 듯하다. ‘화산불 위령제’에 가는 길,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은 보지 못해 허탈한 마음으로 화진해수욕장으로 내려갔다.예전에는 50사단 해안훈련장이 있었던 곳, 지금은 모든 건물이 철거되어 모래밭이 적막하다. ‘썩은 숭이네 고랑’이라는 이곳에서 매년 현충일에 임진왜란 때 왜구들과 싸웠던 병사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하여 ‘임란 화산불 전몰호국영령 위령제’가 열린다. 2005년부터 향토 애림(愛林)단체인 노거수회(老巨樹會)가 정성껏 모셔오고 있는데 올해는 김인술 회장을 비롯한 15명의 회원들만 모여 조촐하게 제상을 차렸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지방 국회의원, 시장과 교육장, 군 장병 등 많은 인사가 모여 지역 문화예술단체의 살풀이춤 등 고전무용과 헌다례(獻茶禮)가 풍성하게 치러졌었다.초대 회장이었던 이삼우 기청산식물원장의 해설을 들어보면 80년대 초부터 몰두해온 향토사 발굴과정에서 이곳 모래더미에 묻혀있는 기록에 남겨지지 않은 전쟁사를 알게 되었단다. 임진왜란 무렵 이곳 대진항에 진을 친 왜군이 노략질을 일삼자 송라찰방(옛 역참관원)이 월포 수군만호군과 의병 등 300여 명을 이끌고 화산불 남쪽의 큰 숲인 대동수(大東藪)에 모였다가 야간에 기습 공격하여 싸운 결과 양쪽 모두 전멸 상태가 됐고 지휘관들은 도망가버려 역사의 기록 없이 잊혀진 전투가 되어 구전으로만 전해온다는 것이다. 수차례 유적지로 만들려고 했지만 ‘기록에 없다’란 이유로 아직도 연초록 갯방풍의 줄기가 기어 다니는 모래밭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예전엔 화살촉도 발견되고 바람이 모래를 날려버리면 유골도 곳곳에 노출되어 골곡포(骨谷浦)라 했고, 일제시대 때 송라초등학교의 일본인 교장이 고요한 달밤에 이곳을 찾아와 제물을 바치고 통곡을 했다는 주민들의 말도 전해진다.역사의 한 모퉁이에서 사라져버려 수백 년 거들떠보지도 않던 무명용사들의 원혼을 기리기 위하여 노거수회는 매년 해당화를 심고 동해안 최남단 자생지로 복원하여 전몰장병들의 혼령이 붉은 해당화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해변 풍경을 꿈꾸면서 가꾸어 왔다. 간단히 음복하고 소나무 숲 사잇길을 걸으면 드문드문 붉은 해당화가 낮게 피어있고 주황색 열매가 곱다. 매년 캠핑카들이 진을 치던 이곳을 철조망으로 막아두었으니 그나마 숲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푸른 동해의 바람을 맞으며 해변을 지키고 있다. 모래밭에서 새끼를 돌보고 있는 멸종위기 2급의 쇠제비갈매기 부부를 찍고 있는 사진작가들도 보인다. 화진해수욕장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한다. 언젠가 이곳에 위령비를 세우고 소담한 생태공원으로 꾸민다면 일본인들도 오지않을까?7번 국도로 오다가 보경사 입구 광천리에 있는 한미해병충혼탑에 올라갔다. 84, 89년 팀스피리트 훈련 중 헬기 추락으로 사망한 한미 해병 52명의 영혼을 지키려 89년에 건립한 탑 앞에 서서 동해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현충일 호국의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2023-06-08

글로컬대학 30의 꿈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지방대학들의 생존을 위해 정부가 제안한 ‘글로컬대학 30’ 신청이 마감되었다. 지난 3월 지역대학의 세계화를 위해 결성된 ‘글로컬대학위원회’가 공고한 후 대학가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된 터였다. 오늘날 저출산, 수도권 집중이라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지방의 학력 인구가 급감하고 있으니 지방대학을 살려보자는 정책이다. 글로컬(glocal)은 글로벌(global·국제)과 로컬(local·지방)의 합성어로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 즉 글로벌 지역주의라는 의미가 있다.현재 전국에는 336개의 대학이 있는데 서울 인천 경기 이외의 지방대는 220개이며, 올해 정시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학과가 전국 26곳으로 이 또한 모두 지방대학이며 비수도권 중 경북이 10개로 최고이고 폐교의 위험도 있다. 정부는 2월 1일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에서 ‘글로컬대학 30 선정 사업’을 제안하고,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이끌어 세계적 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 비수도권 30개 대학을 선정하여 5년 동안 대학마다 1천억 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예비지정의 평가 기준은 비전과 목표의 혁신성(60), 자율적 실행의 성과관리(20), 산학협력의 지역적 특성(20)에 대해 5쪽 분량의 ‘혁신기획서’를 제출받는데 대학 안팎의 경계를 허무는 과감한 혁신성을 가장 중요한 모티브로 선정했다. 먼저 15개 대학을 선정하고 9월 말에 최종 10개 대학을 지정하면 지자체도 재정지원금을 줄 것으로 기대되어 생존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많은 대학이 통합과 교류협력을 주 과제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는 33개 대학 중 16개 대학(일반대 13, 전문대 3)이 공모에 신청한 것으로 밝혔는데 포항공대의 실리콘밸리 육성, 한동대의 ESG, 경주대-서라벌대의 문화관광 등이 혁신안으로 선정되어 지방 소멸의 방패가 되었으면 한다.우리나라는 1970년대 산업화와 더불어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학 교육이 빠르게 확대되어왔었다. 1965년에는 70개 대학이었지만 1995년 대학설립준칙주의와 정원 자율화 등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 2000년대 초반에 150개가 넘고 이후 400여 개 가까이 되었으나 근래 폐교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90년대 후반 입시홍보 활동을 하면서 많은 대학의 신설이 걱정되어 출생아 수를 알아봤더니 1960년 100만 명을 넘어 10여 년 가까이 유지되다가 60만 명으로 떨어졌고 2000년경에는 다시 50만 이하로 줄었기에 이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0년쯤에는 입학정원 1천 명인 대학이 100개쯤 사라질까 걱정했던 것이 현실이 되어 가는 듯하다.대학의 통폐합과 연합 등으로 인재양성의 전략을 마련하고 있지만, 부산과 충남에서는 대학생들의 반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유연한 학제 운영으로 대학과 지역, 또 산업과의 벽을 허물고 담대한 혁신으로 지역의 산업, 사회 연계, 특화 분야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혁신을 시도하는 대학, 즉 ‘글로컬대학 30’에 선정되어 지역 균형발전의 허브가 되길 바란다.‘말은 나면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옛말이 어색해지도록 지방대학이 인재양성의 요람이 되길 빌어본다.

2023-06-01

부처님 오신 날 축제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27일은 음력 사월초파일, 불기(佛紀) 2567년 ‘석가탄신일’인데 2018년부터 ‘부처님 오신 날’로 되었다. 1975년에 공휴일로 되었고 올해부터 대체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음력 공휴일인 설날, 추석과 더불어 평달만 휴일이다. 그래서 올해는 27일부터 3일 연휴가 된다.불교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많이 믿는 종교이지만 석가탄신 기념일은 같지 않다. 한국 대만 중국 등은 음력 4월 8일이지만 태국 미얀마 베트남 등 남방 불교국가들은 각각 다른 날로 하고 있다. 일본은 불교 신자가 많지만 양력 4월 8일을 ‘하나마쯔리’라는 축제로 즐기고 북한은 공휴일이 아니란다.석가모니가 태어나서 외친 “하늘 위 하늘아래 나보다 존귀한 사람 없다.(天上天下 唯我獨尊)”라는 마음으로 6년간 수행하여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36세에 부처가 되었고 금강경과 법화경 등 불전으로 번뇌와 헛된 감정에 흔들리지 말고 덧없는 인생을 가치 있게 살라는 완벽한 지혜를 주고 있다.초파일에는 많은 축제가 열린다. 연등회, 제등행렬, 관등놀이뿐 아니라 방생이나 탑돌이 등도 있고 민속행사로 확대되었다. 연등(燃燈)은 ‘불꽃을 태운다’는 의미로 석가가 가르친 깨달음, 즉 마음을 밝힌다는 뜻에서 제등행렬, 관등놀이 등 등불을 밝히는 지혜의 축제가 많다. 이 중 연등회는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고, 무형문화재 122호인 가장 대표적인 행사인데 4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올해부터 문화재 관람료가 없어졌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사찰을 찾아가서 오색 연등(蓮燈)을 달며 가족의 행복을 발원해 보는 것도 좋겠다. 그런데 이들 행사는 이미 시작하였는데 경주는 ‘형산강 연등축제’를 지난 3일부터 ‘마음의 평화, 지혜의 등불’이라는 표제로 금장대 부근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고, 포항은 지난 13일에 장미꽃 만발한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연등축제를 봉행하여 용 코끼리 공작새의 커다란 등을 끌고 흥겨운 농악대 취타대와 함께 오거리까지 제등행렬을 한 바 있다. 왜 부처님 오신 날의 3일 연휴에 하지 않고 2주일을 당겼을까?부처님 오신 날 27일 앞뒤 3일간 ‘포항 불빛축제’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형산강 체육공원에서 개최할 예정인 국제불꽃축제는 ‘불과 빛의 도시, 포항’을 알리고자 2004년에 첫 불꽃을 터뜨렸는데 이번에도 포스코의 야경을 배경으로 필리핀 이탈리아 스웨덴과 한국이 참여한 국제불꽃 쇼가 부처님 오신 날을 더욱 빛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불꽃 쇼는 27일 밤 9시부터 1시간 동안 찬란한 불꽃을 하늘에 터뜨릴 것이고 마지막 ‘그랜드 피날레’는 한국이 장식한다. 26, 28일 밤에는 시민 디자인 불꽃 쇼가 우리의 마음을 밝게 비추고, 어둠 속에서 분탕질이나 하고있는 정치계에 진정 밝은 깨달음을 주었으면 좋겠다.부처님 오신 날 탑돌이 행사는 부처님의 큰 뜻과 공덕을 기리는 민속행사로 확대되어왔으니 반듯한 석탑을 오른쪽으로 세 번 돌며 개인과 가정의 평안을 기원해 보자. 나무아미타불.

2023-05-25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스승의 날이 되면 나의 휴대폰이 바빠진다. 옛 제자들의 전화와 문자, 그리고 카톡이 나의 기억을 일깨워준다. 수십 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오는 제자들의 반가움을 듣노라면 교단에 섰던 40여 년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행복한 마음으로, 나 또한 구순(九旬)이 되신 은사님에게 전화를 드린다. 사제지간, 그 가르침의 은혜와 사랑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빌어본다.코로나19 기간 동안 서먹했던 ‘스승의 날’ 행사가 밝아졌다는 소식을 들으며 요즈음의 교육계를 생각해 본다. 스승의 날이면 붉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던 제자들의 밝은 웃음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만들어지고 난 후 꽃바구니와 함께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교직 사회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도 늘어났고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체벌 전면금지로 교사들의 수업권마저 침해당했다는 마음에 사기가 떨어졌다는 반응도 87%가 넘는다고 하니, 스승과 제자 간의 사랑도 멀어지나 보다.교육의 한자 뜻을 살펴보면 교(敎)는 아들에게 효도(孝)의 가르침으로 회초리(6535)를 드는 모습인데 요즈음은 체벌이라는 심한 비난을 듣고 있으니 육(育)의 뜻처럼 아기를 품에 안듯 안아주지 못한 탓일까? 따뜻한 가르침으로 교육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해주는 ‘참스승’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간에 인생 경험의 가르침 책무를 다할 때 국가는 굳건하게 일어설 것이다.가르치는 사람을 스승, 선생, 교사라고 부른다. ‘직업인으로서의 교사만 있을 뿐 스승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교사들의 자책성 발언인지 학생들의 비판적 외침인지…. 스승은 삶의 지혜까지 심어주는 큰 사람이고 선생 또한 함부로 대하지 못한 존경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높임말로 가르친다는 교원 또는 교사의 직함일 뿐이다. 전교조라는 교원들 모임을 보면 ‘가르치는 노동자’라는 말일 텐데 사랑스럽고 귀한 자식 같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어찌 노동에 비할까? 그러니 교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건 아닌지…. 어쨌든 교육자들은 인간적 사랑과 지적인 열정으로 제자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주며 국가의 동량(棟樑)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참된 스승으로서의 길을 가야 한다.교육의 방향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그러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듯 지덕체(智德體)를 겸비한 미래의 국민을 가르쳐야했지만 그동안 정치적 사회적 틀 속에 묶여 근시안적 변화로 메꾸어왔다. 조국 근대화, 국민교육헌장 반포, 반공교육, 민주화운동 등으로 길을 헤맸다고 하지만 그래도 현재와 같은 번영된 나라를 만들어 온 것은 교육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사는 최고 인기직종의 하나였으나 이제는 추락하고 있다. 교총의 조사에 의하면 22년도 교권침해 상담처리 건수가 520건으로 늘어났고 명예퇴직도 증가하고 있다는 가슴 아픈 교직 사회가 되어버렸다.교권 존중과 스승 존경의 사회 풍토 위에 국가 교육의 미래를 그려보며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 본다.‘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 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2023-05-18

가정은 ‘행복의 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계절의 여왕’ 5월의 화사한 치마폭에 싸여 가정의 사랑을 부르고 있다. 요즘 점점 잃어버릴 것만 같은 가족의 사랑과 믿음을 다시금 품어주며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아야겠다.가정은 소중한 보물이지만 어려운 현실에 부딪히다 보면 그 가치를 잊어버리고 소홀하기 쉽다. 또 가정은 국가와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기에 부모와 자식 모두가 올바른 인성과 규범으로 그 가치를 높여나가야 한다. 우리는 가정과 집의 의미를 같이 쓰고 있지만, 집(house)은 가족이 살아가는 외형적 공간이고 가정(home)은 삶의 최고 가치, 즉 행복을 가꾸어 가는 내면적 관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그런데 요즘 가정의 근간, 즉 구성원들인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인해 가족들 간의 상호접촉이 소원해지고, 비혼과 만혼 등으로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1.7 %이며 가정이 사라진다는 우려에 인간성 부족과 함께 여성의 사회생활 다변화에 따른 자기중심적 자유를 향유하려는 경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미혼모, 비혼모뿐만 아니라 이혼과 사별에 의한 한부모가족도 약 37만 가구라 하니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빈곤을 겪고 있는 이들 가정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가정이 불화하면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폭력 등이 일어나게 되고 그 신체적 정신적 피해로 인해 가정의 파괴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부부 2.5쌍 중 1쌍은 1년간 배우자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고 부부싸움 또한 1년에 1천300여 건이 119출동을 부르고 있다. 경북의 가정폭력 신고는 지난해 9천185건으로 전년 대비 5.3%나 증가했다고 하니 가족 구성원에 대한 사랑의 성찰이 필요하다. 이혼율은 작년에 인구 1천명당 1.8명으로 OECD 회원국 중 9위, 아시아 1위라는 슬픈 기록으로 혼인비 53%이고 출산율마저 0.7명이니 가정의 달에 다시 한번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고독사 문제도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6%인 65세 이상 독거노인의 무연고 사망이 최근 5년 사이 2배로 증가하였고 청장년층도 증가추세라고 하니 사회적 관계망을 잘 유지하고 위험한 환경에 있는 노인들에게는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와 같은 사회 안전망이 절실히 필요하다. 고독사 통계를 보면 작년 3천378명 중 50대 남성이 약 30%로 1천명 정도이고 여성의 4배 이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가사노동과 건강관리에 익숙하지 못한 탓이라고 한다.젊은이들은 집 구하기 어려워 결혼을 미루고 노년층은 사회와 단절된 삶 속에서 우울하고 무기력한 생을 보내고 있으며 아이들은 아동학대에 시달리는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는 마음은 아프다.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용기를 북돋우고 관심을 가지며 사랑으로 보살펴서 ‘가정 소멸’이라는 엄청난 사태가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가정은 ‘행복의 샘’이다. 맑은 마음, 밝은 얼굴, 고운 손길로 따뜻한 사랑의 샘물이 솟아나도록 하자.

2023-05-11

곡우(穀雨)에 쌀값 투정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20일은 곡우(穀雨)다. 보통 음력 3월 중순인데 올해는 윤달이 끼어있어 이제야 춘3월이니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농경(農耕)의 절기이다. 무논에 가래질하고 논둑을 다듬고 논갈이하여 못자리를 잘 다듬어 놓으면 한 해의 풍년이 가슴에 차오를 텐데, 일기예보를 보니 중부지방에 이슬비 오고 대구는 30℃가 넘는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고 한다.옛 농가에서는 볍씨를 담근 장독을 씻어두고 자작나무나 박달나무의 즙으로 ‘곡우물’ 마시며 반가운 사람을 기다리다가 부정한 일을 겪었던 사람들이 오면 대문간에서 소금을 뿌리거나 쑥을 태운 연기를 쬐게 하여 나쁜 기운을 막고 한해의 불행을 피하자는 풍습이 있었다.올해도 농민들의 마음은 풍년을 빌겠지만 근래 쌀 풍년의 기쁨은 국가의 걱정거리가 되었다. 풍년 탓인지 쌀값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떨어져 45년 만에 최대폭락을 기록하여 농민들의 시름이 크다. 이에 야당은 쌀값 정상화를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국회를 통과시켰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 처리되어 시끄럽다. 쌀값이 떨어지면 국민은 좋을 텐데 왜 개정을 하려는가? 그 해결을 위해 국가의 수매 의무화, 다른 작물 생산 유도, 쌀 가공법을 개발을 통한 수요 증가 등이 제기되고 있다. 쌀값 폭락의 원인으로 첫째, 가격이 싼 수입쌀이 늘어나고 둘째, 우리 식습관이 변하고 있으며 셋째로 풍년으로 과잉생산된 탓이라고 한다. 중국산은 값싸고 관세할당물량으로 수입해야 하며 쌀 소비는 30년 전의 1/2 정도로 떨어졌으니 식습관을 개선해야겠다는 의견도 있다.쌀 생산을 보더라도 보급률 90% 이상으로 작년만 해도 25만t이 남았다. 쌀은 세계인구의 40%가 주식으로 하고 있는데 세계 120여 개국에서 년 6억t을 생산하며 모든 곡물의 25%이다.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세계 10번째 정도이지만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자랑스럽게 1위이다. 그것은 우리의 기술로 신품종을 개발하고 토양관리와 병해충 방지뿐만 아니라 비료 살포 등에도 힘을 기울인 덕분이다.몇 년간 풍년이 들었고 그동안 코로나19 영향으로 식당 손님의 감소와 곡류 소비 감소 등으로 우리의 230만 농민들이 생산한 쌀을 쌓아둘 공간이 부족한 현실이다. 제안 발의된 양곡관리법의 수매 의무화 부분을 살펴보면 초과 생산 3% 이상 또는 쌀값 하락 5% 이상일 경우 정부가 의무 매입하여 안정시키겠다는 것인데, 여당은 쌀값 정상화가 아니라 남는 쌀 강제 매수법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보호 지원으로 쌀값을 올리면 남는 쌀은 정부가 국가보조금으로 매입 보상하여 생산 농민을 보호할 것 같지만 오히려 또 과다 생산할 우려도 있다.예전엔 남아도는 쌀을 북한으로 보내준 적도 있다지만 미사일을 계속 쏘아대며 국제평화에 찬물을 끼얹어 UN 제재를 받기에 보내주고 싶어도 어쩔 수 없다.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쌀 농업과 가격조정에도 새로운 종묘법 등 기술을 개발하여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룬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어 보자. ‘쌀이 넘친다’ ‘쌀이 남아돈다’…. 그래도 흉년보다는 낫겠지.

2023-04-20

서쪽 하늘과 동쪽 바다의 걱정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봄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갈피를 잡지 못한다. 올 3월은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봄이었다. 평균보다 7~9도 높았고 벚꽃마저 앞당겨 피어 ‘봄의 실종’을 알렸는데 올여름은 또 폭염의 우려가 있다고 한다. 그저께는 내륙 산간 지역이 영하의 날씨를 보여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어는 등 냉해 우려가 있었다니 꽃샘추위는 저리 가라는 듯하고 낮에는 20도 이상이 되어 갈팡질팡이다. 전국의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건조주의보가 내려져 있고 동해안은 강풍 특보 속에 초속 15m 이상의 센 바람을 타고 강릉 산불은 민가 100여 채를 태우고 지나갔다.서쪽 하늘에서 황사가 덮여왔다. 중국과 몽골에서 발원한 흙먼지가 전국을 뿌옇게 시야를 가리고 미세먼지는 ‘매우 나쁨’ 수준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잔류 황사가 서해상으로 유입하여 대기 정체로 축적이 되어 농도가 높아진 탓으로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 중 ‘관심’ 단계이고 미세먼지는 평소의 10배인 130마이크로그램 정도여서 외출 시 황사용 마스크 쓰기를 권하고 있다. 우리 집 뒷창문으로 멀리 비학산이 보이고 그 투명한 정도를 보며 미세먼지의 정도를 가늠하곤 하는데 요즘 며칠간은 아예 보이지를 않았다. 꽃 피고 새 우는 아름다운 4월의 하늘에 먼 서쪽 대륙에서 날아온 황사가 우리 한반도를 질식시키는 것 같아 기분이 우울해진다. 다행히 14일 금요일부터 이틀간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다. 제주 50mm, 남해안과 경북 남부 10mm 정도이지만 수도권과 중부, 경북 북부는 비의 흔적이 적을 것이라고 한다.이렇게 서쪽 하늘이 숨쉬기를 힘들게 하는데 동쪽 바다는 또 다른 걱정을 하게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폐수를 올 6월쯤 방류한다는 소식이다. 2011년 동일본 지진으로 파괴된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130여만 톤의 오염수를 수백 개의 탱크에 보관 중인데, 이를 해양 방류하면 해류를 따라 태평양을 돌아 동해안으로 들어오고 해양환경은 물론이고 인체와 수산물에 끼치는 막대한 피해는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을 것이란 우려이다.일본 당국은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한 ‘처리수’라고 발표하고 있지만 우리 시민 단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저지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매월 범국민 대회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포항을 비롯한 경주·영덕·울진·울릉 등 동해안 5개 시·군은 ‘오염수 해양방류 공동 대응’을 위한 상생협의체를 구성하여 수산물 소비심리 위축과 가격하락 등 수산업계의 고민과 관광·레저업계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기금편성 등 신규사업도 건의하고 있다. 12일 포항환경운동연합, 포항YMCA 등 6개 시민 단체도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철회 캠페인을 벌였다.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한반도가 어찌하여 서쪽 대륙에서 불어오는 황사와 미세먼지에 하늘이 덮이고 동쪽 바다에서 밀려오는 방사성 해류가 넘실대는 환경을 걱정하게 되었나. 기후변화와 인간의 실수로 말미암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 정계에서 소용돌이치는 분탕질 바람부터 잠재우며 현명한 길을 걸어가야 한다.

2023-04-13

청명 날 봄비, 산불을 끄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이번 주는 청명·한식에 식목일까지 몰려있다. 청명은 ‘하늘이 맑아진다’는 날이라 날씨가 좋으면 그해 농사가 잘되고 고기도 많이 잡힌다고 한다. 그러나 올봄은 유난히 가뭄이 심하고 산불이 잦아 걱정이었는데 마침 단비가 내려 크고 작은 산불도 끄고 산과 들도 물기를 머금게 하였으니 오히려 농사가 잘될 것이 아닌가.오동나무 꽃 피우고 종달새 나타나고 첫 무지개가 뜬다는 청명 절기에 예년처럼 되풀이된 식목일의 산불을 각인시키려는 듯, 지난 2일 오전 충남 홍성을 시작으로 전국 34곳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은 강풍에 힘을 얻어 4일까지 58곳으로 확산해 그 발화원인에 야릇한 의심을 사게 만들기도 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피해가 심한 10개 시·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주택과 공공시설의 피해복구 등 후속 조치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산불 피해 면적이 10ha 이상인 곳만 5곳, 그중 4곳이 충남 호남이다. 경북은 최근 3년 동안 청명 한식 전후로 10건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이번 전국적 산불 사태에서 경북지역 피해가 적은 것은 올해 1월 출범한 경북소방본부 소속 ‘119산불특수대응단’이 24시간 진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이다.그동안 계속되어 온 가뭄 현상으로 전국의 산천은 거의 말라버렸고 이에 따라 화재위험이 크다는 우려에 3월 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위험지수 4단계 중 ‘높음’으로 예측하며 4일 비가 내리기 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예보한 바 있다. 자료를 보면 희한하게도 식목일날 산불 발생이 2000년 50건, 2002년 63건 등 청명·한식에 많이 발생했다.옛날 임금이 고을 수령들을 통해 백성들에게 내려주는 불을 받으려고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었다’고 한식이라고 했지만, 불을 금했다는 이날 요즘 산불이 많다 보니 그 의미가 묘하다. 이제 산불도 다 꺼졌으니 한식에 약밥, 쑥떡을 먹으며 무병을 빌고 또 윤달이니 조상묘를 찾아가서 풀 베고 잔디 입혀 성묘하며 마음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지금껏 강원과 경북이 산불 주요 발생지역이었던 것은 태백산맥의 영서에서 영동으로 불어오는 양간지풍(襄杆之風) 탓이라 하며 이번처럼 충남 호남지역에서 많이 발생할 것은 예상치 못했다. 다행히 청명 날부터 전국적으로 단비가 내려 산불은 껐지만, 평균 이하 강수량으로 50년 만의 가뭄 해갈에는 부족할 것 같다. 그런데 제주와 남해 지역에서는 호우주의보, 강풍특보 등이 내려 항공편 결항사태를 빚었으니 참 이상한 기후 현상이다.요즘은 식목일 행사도 뜸하다. 그러나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고 했으니 비록 산림복구엔 100년이 걸린다지만 잿더미가 된 축구장 4천400개 넓이의 산에 힘을 모아 나무를 심어야겠다. 산불 피해로 마음 둘 곳 없는 이재민의 상처를 어루만지듯 봄갈이하는 들판에도 계속 비가 내렸으면 한다. 이상 고온으로 서둘러 핀 벚꽃이 이번 단비로 모두 떨어져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될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시원한 메밀국수 한 그릇 훌훌 말아먹고 진달래술 한잔하며 정녕 아름다운 4월을 만들어 가자.

2023-04-06

만우절(萬愚節) 거짓말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4월 1일은 만우절이다. 공식적인 기념일도 휴일도 아닌데 ‘절(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거짓말을 해도 괜찮은 날이라 가벼운 장난으로 서로 속이고 즐거워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하지만 남에게 해가 되지는 않아야 한다.그 유래를 찾아보면 부활절 얘기, 노아의 홍수 때 비둘기 날린 얘기, 춘분 설법 등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일반적인 것이 새해 첫날을 바꾼 역법 얘기이다. 16세기 유럽에서 사용되던 율리우스력(曆)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바꾸면서 그것을 알지 못한 사람들에게 4월 1일 선물을 보내거나 축하하는 등의 거짓 행위를 했고 그 언행에 속은 사람들을 ‘4월 바보(April fool)’라고 했다는 설이다. 우리나라도 조선 시대에는 첫눈 오는 날이면 궁인들이 임금을 속여도 되는 낭만적인 설화도 전해진다. 어쨌든 동서양 모두 거짓말을 하면서 하루를 즐겨온 것이다.요즈음의 우리 사회는 거짓이 난무하는 듯한 판국이어서 여유롭게 농담하고 장난칠 마음들이 아닐 것이다. 절박해지는 일상과 치열한 사회의 경쟁을 겪으면서 삶이 팍팍해진 탓인지 모르겠다. 사실 90년대 까지만 해도 119 장난 전화 때문에 소방서가 골머리를 앓았고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거짓말 장난으로 선생님들이 난감했던 일들이 이제 먼 추억이 된 듯하다. 20여 년 전 ‘흔들바위 추락설’로 설악산 사무소가 확인 전화로 곤욕을 치렀었고 한때는 빌 게이츠가 피살됐다는 오보를 보고 놀랐던 일들이 웃음으로 삶의 긴장을 풀곤 했던 만우절의 기억도 있다. 90년대부터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기도 하고 헛걸음을 시키기도 했다. 이제는 장난 전화로 피해가 클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기도 하고, 경범죄 처벌법의 ‘거짓신고’로 60만 원의 벌금을 낸다. 이러한 강력한 조치로 장난과 허위 신고 등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만우절 거짓말에 후회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34.1%가 ‘그렇다’고 대답했다는데, 그 이유로는 상대방이 진실로 받아들여 심한 상처를 받기도 했고, 본인도 거짓말쟁이라고 낙인이 찍혀버렸다고도 했다.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심한 거짓말을 하면 심각한 정신적 질환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만우절 거짓말은 오전까지이고 오후에는 장난임을 밝혀야 한다.‘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는다’는 말처럼 ‘리플리 증후군’이 요즘 우리의 정치계를 만연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학위 경력 위조, 기억 등을 서로 거짓말이라고 싸워대고 있으니 국민으로서 마음이 쓰리다. 거짓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는 진실이 어색해질 때가 있다. 거짓말에도 색깔이 있는 모양이다. 거짓인 줄 알면서도 하는 ‘새빨간 거짓말’이 있고, 남을 배려하면서 위로하는 듯한 착한 거짓말은 ‘하얀 거짓말’이고 어쭙잖게 허세를 부리는 말을 ‘파란 거짓말’이라고 한다. 이제 코로나도 해제 분위기에 들어온 듯하니 우리의 일상에도 유쾌한 장난으로 삶의 피로를 풀어보는 하루가 되어도 괜찮겠다. 하얀 벚꽃이 절정을 이룬 보경사에 나들이를 가서 거짓말 한번 해볼까. “조용한 만우절에 왔더니 뜨락에 하얀 눈이 쌓였네”

2023-03-30

춘분 다음 윤2월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이 지났다. 천문학적인 봄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부터 북반부는 여름으로 향하고 남반부는 겨울을 향한다. 봄보리를 갈며 춘경(春耕)을 하고 담장도 고치고 파릇한 들나물도 캐 먹는다.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고 동풍이 불면 보리 풍년이 든다고 했는데 올해는 비가 오지 않았으니 코로나가 또 늘어 날려나? 요즘 같은 기상이변으로 3월의 온도가 역대 최고로 거의 20도를 웃돌고 꽃들도 한창이다.마스크를 벗어 던진 가벼운 기분으로 신광(神光)의 백련봉에 올랐더니 분홍 진달래가 산길마다 가득하고 노란 생강나무는 아랫마을에 피어있는 산수유와 샛노란 꽃잎을 겨루고 있었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봄비에 젖어 질퍽거리던 오솔길에는 마른 낙엽들이 쌓여 작은 불씨에도 금방 불이 붙어 번질 것만 같다. 연초록 새싹이 돋아난 찔레꽃 나무 가시에 팔뚝을 긁혀가며 얕은 계곡을 헤매기도 했다.22일은 물의 날, 23일은 세계기상의 날이다. 근래 세계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엄청난 자연재해를 맞고 있지만 ‘날씨, 기후, 물의 미래’라는 슬로건처럼 스스로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올봄과 같은 극심한 가뭄에 산과 들, 강이 마르고 있어서 산불이 많이 발생하며 농사도 어려울까 염려된다. 24일은 제8회 서해수호의 날. 제2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그리고 천안함 피격사건 등 북한군의 기습 도발을 겪으면서 서해북방한계선 NLL을 지키며 영해 사수 의지를 가슴에 품고 산화한 55인의 용사를 기리기 위한 날이다. 이날 우리 해군은 전 해역에서 대규모 해상 기동훈련을 실시하며 그 의지를 재다짐한다.춘분 다음날부터는 윤달의 시작이다. 윤달은 양력과 태음력 상의 계절이 서로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 19년마다 7번, 보통 2~3년에 한 번씩 끼워 넣는데 올해는 윤2월이다. 만세력(萬歲曆)을 살펴보니 윤5월이 가장 많고 윤2월은 지난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윤달은 ‘썩은 달’ 또는 공달[空月], 덤달, 여벌달이라기도 하며 옛날부터 천지신명이 인간의 행위를 감시하지 않고 쉬는 달로 여겨서 묘의 이장 또는 수의를 하곤 했는데 ‘걸릴 것도 없고 탈도 없다’ 하더라도 나쁜 짓 하지 말고 조심스레 보내야 한다. 2월에 윤달이 들면 장을 담그고 팥죽 쑤어 먹으며 가택신들에게 가족의 안녕을 빌기도 했었다. ‘부정이나 액이 없다’라고 하며 집수리도 하고 장독대도 옮겼다 하니 집안도 두루두루 말끔히 정리해보자.3월은 벚꽃의 계절이다. 올해는 따뜻한 날씨 덕분인지 전국적으로 꽃들이 앞당겨 피어났다. 포항에도 개나리, 진달래가 10여 일이나 빨리 꽃망울을 터트렸고 벚꽃도 벌써 피어나 다음 주 만개할 예정이란다. 환호공원과 효자 영일대, 마장지 등에는 벌써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경주 보문관광단지에도 3월 말 만개할 예정이며 제30회 벚꽃 마라톤도 열린다.양력과 음력 간의 계절 느낌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윤달을 끼워 넣듯, 요즘 윤 대통령의 일본과의 대화에 대한 여야의 어긋난 정치 감각 차이를 메꾸어 주는 멋진 한 수를 놓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2023-03-23

굿바이 코로나 마스크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지 2년 5개월 만에 자율화를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3월 20일부터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이 방역수칙을 성실하게 준수해온 덕분에 지난 1월 말 착용 의무 조정 후 일평균 확진자 38%, 신규 위중증 환자 55% 감소 등 방역상황이 안정적이라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판단에 의한 것이다.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과 대형시설 내의 개방형 약국은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것이다. 학교의 통학 차량도 포함된다. 그러나 의료기관과 약국, 요양병원 등의 감염 취약 시설에서는 계속 유지한다고 한다. 다만 혼잡시간대의 대중교통 이용자, 고위험군, 유증상자에게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현재까지의 누적확진자는 전 국민의 60%인 약 3천만 명이며 항체 양성률도 70%이고 일일 확진자가 약 9천 명으로 10주 연속 하락세를 유지하는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까워졌으니 일상회복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마음으로 ‘마스크 착용해제’ 선언을 가슴 열고 기쁘게 받아들이자.2019년 연말에 갑자기 들려온 ‘우한 폐렴’ 소식이 다음 해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의 첫 확진자가 확인되면서 놀랐는데 세계보건기구 WHO는 팬데믹을 선언하였고 10월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실시로 위반 시에 과태료 10만 원까지 부과했다.2021년 남아공화국 변이의 국내발견 후 4월 12일 실내·외마스크 착용 전면 의무화를 실시했으며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 발생으로 2022년 3월 17일 역대 최다 확진자 62만1천124명 기록을 세웠고 4월과 5월에 거리두기 종료,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해제를 했다가 9월에 전면해제를 발표했었다. 그리고 지난 1월 30일 ‘착용 의무’를 ‘권고’로 1단계 해제를 하여 신학기를 앞둔 학교와 학원, 어린이집 등에도 밝은 기운이 비치었고 드디어 3월 20일 전면해제의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시적 증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일률적인 방역은 사실상 끝이 난 것이다. 일본도 ‘노 마스크(No-mask)’를 선언했고 세계적으로 마스크 착용해제 국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마스크 착용은 사회성 발달을 저해한다고 하지만 여론 조사에서 해제 후에도 ‘계속 쓰겠다’는 사람이 70%인 것을 보면 그동안 습관화되어버린 일면이 없지도 않다. 그 환경적 요인으로, 벗었다 썼다 하는 번거로움, 미세먼지, 차가운 날씨, 알레르기 등이 있고 심리적 요인으로는 ‘익명성’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부터 개인의 선택에 달렸으니 스스로 준비하고 챙겨서 가벼운 봄나들이를 할 수도 있겠다.이제 의료기관 착용해제와 확진자 7일 격리 의무만 남겨두고 코로나 팬데믹은 힘을 잃고 있다. 3년 전 마스크 사려고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섰던 기억들…. 품귀현상, 사재기, 가격 폭등, 마스크 5부제까지 경험했던 마스크 KF94는 888일간의 쉼 없는 사투를 끝내고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져 갈 것이다. 턱스크, 마스크 미인 등 숱한 신조어를 만든 마스크가 새로운 생활용품으로 탈바꿈하는 꿈도 꾸어 본다.

2023-03-16

한민족 디아스포라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지난 3일 KBS가 공영방송 50주년 기념방송을 하며 되돌아본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유난히 나의 기억에 남아있던 것이 ‘남북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었다. 1983년 6·25 특집으로 시작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6월30일부터 시작하여 138일간이나 계속되어 1만189건의 상봉을 이루게 하여 서로 얼싸안고 통곡을 하는 눈물겨운 장면들이 아직도 가슴에 멍하다.‘이산가족’이란 ‘헤어져 만나지 못하고 있는 가족’이란 뜻이겠지만 우리에게는 남북분단으로 흩어져 만날 수 없거나 소식을 모르는 북쪽 가족이란 의미가 깊다. ‘이산(離散)’이라는 말을 들으니 디아스포라(diaspora)가 언뜻 생각난다. ‘~너머(dia)’와 ‘씨를 흩뿌리다(spero)’라는 고대 그리스어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멀리 흩어지다’를 뜻한다. 원래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면서 그들만의 규범과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지칭하지만, 후에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또는 거주지’를 말한다. 그 원인으로 정치적 탄압에 의한 난민, 무역이나 노동 등에 의한 이민 등이 있으며 옛 이스라엘 왕국의 멸망으로 이집트 등으로 이주한 유대인이 원류이다.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생각해 본다. 현재 우리 재외동포는 약 750만 명이며, 1902년 12월 102명이 이민선을 타고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건너간 것이 한국이민사의 시작이고, 일제 강점기 식민지를 떠난 재일 조선인, 소련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 등이 우리 민족의 디아스포라 역사이다. 1963년부터 15년간 독일로 간 약 8천 명의 광부와 1만여 명의 간호사가 정착하며 나라를 알린 힘이 되었다. 그러나 재외한인들은 정착지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일이 많이 발생하였고 폭력에 노출되었으며 1992년 LA폭동이 일어났을 때 경찰이 한인 거주지역 보호를 외면했던 일이 대표적 예이다.그러나 이제는 전 세계에 흩어져 살며 우리의 풍습과 언어를 전파하고 거주국 내의 권익 신장과 역량을 강화하는 등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이산가족 찾기운동을 벌였던 40여 년 전, 한밤중까지 TV중계를 보면서 수많은 아픈 사연을 듣기도 했었다. 남북 이산가족 고향방문단도 있었고 공연을 통해 교류하기도 했다. 5월에는 인천에서 제11회 디아스포라 영화제도 열린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난민, 이민, 실향, 추방 등 수많은 이주민의 희로애락을 다룬 영화들이다.우리에게는 특별한 디아스포라가 있다. 38선의 분단과 6·25전쟁으로 인해 헤어져야 했던 가족과 친척들이 한반도 내에서 철조망 하나로 인해 왕래하지 못하고 먼 해외보다 더 가기 어려운 현실에 민족적 비극을 안고 사는 것이다. 형제들을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하는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국가와 국민 모두 마음을 모아야 한다.이제부터 우리는 진정한 남북대화를 통하여 가깝고도 먼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서로 만나 껴안고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날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

2023-03-09

화사한 봄의 시작, 3월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2월 말경이 되자 기온이 들쭉날쭉하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환절기임을 느끼게 한다. 이때쯤 되면 어릴 때 할머니가 ‘영등 할매 내려온데이’ 하시며 장독대에 물 한 그릇 떠놓고 고사를 지내셨던 기억이 있다. 영하의 반짝 추위도 뒷걸음질하며 물러가고 평균온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보하니 이제 곧 초봄의 3월, 만물이 새롭게 생동하는 환희의 계절이 펼쳐질 것이다. 가슴을 열어 생명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우리의 일상에도 희망을 불어 넣어보자.3월 첫날은 삼일절, 104년 전 일제로부터의 독립을 위하여 태극기를 흔들며 외쳤던 ‘대한독립 만세’를 입속에서 부르며 태극기를 베란다 밖으로 걸고는 옆 아파트를 둘러보니 태극기의 물결은 거의 없다. 국민의식도 희미해가는 것 같아 마음 아프다.봄이 오는 길목을 찾아 마장지로 갔더니 아직 쌀쌀한 날씨 탓인지 조용한 연못가에 물오리들이 날개를 접고 앉아 봄을 기다리고 있었고, 입학식을 앞둔 각급 학교 교문에는 ‘입학을 축하합니다’ ‘우리 학교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경북교육청 발표를 보면 신입생 없는 초등학교가 32개 교, 1명뿐인 곳이 30개 교이며 전국적으로 147개 교라 하니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절벽이 봄에 느끼는 또 다른 겨울이다. 마스크 벗고 입학식을 한다니 아이들은 불안해하고 부모들은 마스크 벗는 연습을 시키고 있다고 하니 코로나의 어둠이 크다.3월이면 꼭 맛보고 싶은 것이 있다. 죽장 산골에서 채취하는 고로쇠 물이다. 올해는 겨울 날씨도 좋았고 비와 눈이 적당히 내려주어 당도가 높고 품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뼈에 이롭다고 골리수(骨利水)라 하니 다음 주말에 4년 만에 열린다는 고로쇠 축제에 가서 고로쇠 한 그루에 한 번만 채취한 첫물을 찾아서 마셔봐야겠다. 봄나물도 나왔다. 어제 식탁에 냉이나물 무침이 올라왔기에 ‘아! 벌써 봄이구나’하면서 그 연초록 잎사귀와 하얀 뿌리의 상큼한 맛을 음미했다. 옛날 달래 냉이 캐러 밭둑을 뛰어다녔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마음의 약이 되고 시골집 화단 틈에 파릇하게 돋아나는 통통한 돌나물 한 줌 뜯어 무쳐 먹으며 술 한잔하려니 요즘 소줏값 인상이 말썽이지만 어쩌랴!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막걸리값 다툼은 없으니 다행이다.이제 봄이 오는가 보다. 웃자란 나뭇가지들이 눈에 걸리고 낙엽 밑 새싹들의 숨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니 화단도 가꾸어줘야겠다. 날이 좀 풀리면 배롱나무의 쭉 뻗어 나간 가지들을 자르고 담장을 넘어가는 뽕나무 가지도 쳐서 모양을 잡아주면 좋겠지. 베란다에서 숨죽여온 난들도 분갈이를 해주어 예쁜 난꽃이 피어나면 난향만당(蘭香滿堂) 그윽한 향기를 맡고 싶다.이제 두꺼운 겨울옷은 빨아서 정리해 넣고 가볍고 밝은 옷차림으로 산뜻한 봄을 맞자. 어느덧 1년이 지난 우크라이나의 전운(戰雲)은 아직도 걷히지 않고, 튀르키예 지진은 계속 땅을 흔들며, 여의도에서는 불협화음이 잦아지는 듯하더니 또 티격태격 싸우고 있다.시골집 처마 밑을 떠난 후 벌써 몇 년째 소식이 없는 제비가 언제 다시 찾아오려나…. 이제 화사한 봄의 계절, 춘3월을 맞이하고 싶다.

2023-03-02

큰 재난의 작은 신호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최근에 나는 생각하지도 못한 큰일을 당했다. 자동차의 엔진이 고장 나버린 것이다. 사소한 신호를 가볍게 생각했고 또 무관심했던 것 같다. 얼마 전 시골길을 가는데 엔진 부위에서 툴툴거리는 작은 소음이 들려서 바퀴에 뭐가 끼었는가 하고 부근의 정비소에 가보려다가 다시 조용해지기에 도착하여 엔진 덮개를 열어보고 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서 그러려니 했었다.저녁때 돌아오면서 속력을 좀 냈더니 소음이 심해졌다. 집 부근 카센터도 일찍 문이 내려져 있기에 아파트 주차장까지 끌고 와서 찬찬히 살피고 있는데 지나가던 이웃 분이 차의 소음을 들었는지 엔진이 못 쓰게 될지도 모른다면서 ‘절대 움직이지 말고 렉카를 불러 정비공장에 가세요’한다.다음날 견인차를 불러 정비공장에 가서 진단을 받으니 엔진 오일의 고갈로 내부 손상이 심해서 엔진 전체를 교체해야 하며 요즈음은 부품 구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이 다니지 않았고 차량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나 보다. 얼마 전 계기판에 노란 경고등이 왔을 때 엔진 오일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는 주유할 때 엉뚱하게 엔진 세정제를 넣었고, 이후 빨간 불이 왔을 때도 냉각수만 채우고는 무심히 지났던 것 같다.일주일 후 찾으러 갔더니 수리비가 엄청나다. 엔진 오일 30년은 넣을 수 있는 비용이다. 10년이나 타던 나의 애마가 몇 번이나 아프다는 신호를 보냈는데도 알아채지 못한 탓이다. 사소한 초기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방치하여 대형 사고를 자초한 것인데, 사람으로 말하면 가슴 아플 때 혈관주사라도 맞으면 될 것을 심장 이식수술까지 한 셈이다. 우리의 몸도 그렇다. 작은 통증을 느끼고도 ‘뭐 어때서? 설마….’ 하며 내버려 두면 심각한 중병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사태 불감증으로 처리를 미루는 동안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또 며칠 전 휴대폰의 사진을 노트북에 옮기려는데 한참 깜빡거리다가 그만 화면이 먹통이 되어버렸다. 다시 시도했더니 갑자기 화면이 바뀌며 저장해 두었던 것들이 몽땅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동안 찍어둔 사진과 써놓은 글, 나의 기록들이 모조리 사라진 것은 아닐까? 그간 데이터를 백업해두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며 메모리를 뒤지다가 기억에도 없는 곳에 옮겨져 있는 자료를 다행히 찾아냈지만 다른 기능은 불능이었다. 몇 달 전부터 낌새가 있어도 대수롭잖게 생각했었는데 나의 귀중한 자료를 다 잃을 뻔했다. 모든 큰 사고에는 경미한 징후가 반드시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려본다.지난 이태원 참사도 초기의 사태를 간과하지 않고 잘 대처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다. 우리의 현 정치국면도 ‘나와 무슨 상관이랴….’는 ‘중도(中道)와 무관심’인 듯한 국민의 정치의식으로 인해 큰 혼란을 겪을지 모른다. 세계적 기후 위기도 지금부터 환경 변화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대처하지 않는다면 지구의 종말과 같은 대재앙이 닥쳐올 수도 있을 것이다.작은 관심이 큰 사고를 예방하며, 사소한 해결이 큰 업적을 남기게 된다는 것을 이번 엔진 사고를 당하고 난 후에 다시 가슴에 새겨본다.

2023-02-23

흰 눈이 곱게 쌓이면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이번 겨울 오랜만에 흰 눈이 내렸다. 그동안 우리 지역 동해안에는 메마른 날이 계속되어 겨울 가뭄을 걱정했었는데 우수(雨水)의 절기를 맞아 소복하게 하얀 눈꽃이 핀 설국이 그려졌다. 최근 올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밀려왔었고 그 한기에 하늘이 얼었는지 포항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됐는데 15일 오전 8시까지 1cm 정도 쌓여 갑자기 대설특보로 바뀌었다. 청하에 1.6cm 영덕에 11.1cm인데 울진 평해 지역은 20.6cm로 대설경보가 내렸다고 한다. 포항 외곽지로 빠지는 우현동 고갯길에서 차량들은 거북이 운행을 했고 상옥으로 넘어가는 산간지역은 교통이 통제되었으며 마을버스 운행이 중지된 곳도 있다.새벽부터 안전안내문자가 깜빡댄다. 밤새 내린 눈으로 도로 결빙이 예상되니 미끄럼 등 교통안전에 주의하고 대설주의보도 발효되었으니 가급적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한다. 창을 열고 밖을 보니 바닷가에는 하얀 거품 같은 파도가 밀려오고 하늘은 눈이 계속 내릴 듯이 온통 뿌옇다. 아파트 마당엔 모든 차량이 눈을 덮어쓰고 조용한데, 눈밭 놀이터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재갈거림이 사랑스럽다.며칠 있으면 차가운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인데 겨울을 마무리 짓는 빗물이라는 의미이다. 녹은 강물을 헤엄치며 수달들은 고기를 잡을 테고 기러기는 줄지어 북녘을 날아갈 것이다. 하얗게 쌓인 눈이 녹으면 땅속에 꿈틀대던 초목의 겨울눈이 깨어나고 코로나로 3년간이나 움츠렸던 우리 마음에도 이웃사랑의 눈이 트이리라. 대지를 녹이는 우수(雨水)에, 근심 걱정에 찬 우수(憂愁)를 털고 농부들은 새해의 농사 계획을 세우고 좋은 씨앗을 고르며 우수(優秀)한 싹을 틔우는 희망을 가지겠지…. 지겹도록 격돌하며 거친 말을 해대는 정치들판에도 흰 눈이 내려 덮이고 그 맑은 빗물에 봄눈 녹듯 서로의 앙금을 녹여 올해는 더욱 따뜻하게 국운을 일으키는 파란 싹을 틔우고 고운 꽃들의 잔치를 열어주기를 바란다.튀르키예·시리아 지진으로 인해 인류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지마는 이 또한 온 세계가 이웃돕기 성금으로 사랑의 빗물을 모아주고 있다. 지진 피해 아동이 700만 이상이라고 유엔아동기금(UNICEF)은 밝히고 있으며 아동피해에는 사상자뿐만 아니라 집과 부모를 잃고 또 트라우마를 비롯한 질병을 갖게 된 아이들도 있다. 새싹의 눈을 보살피는 심정으로 어린이 구호를 위한 세계 각국의 온정이 메마른 땅을 덮듯 가슴 가득 도와주었으면 한다.온 누리에 흰 눈이 내리면 세상은 하얗게 물들고 모든 더러움을 덮은 그 백설의 숲길을 걷고 싶어진다. 지인들과의 카톡방에도 눈의 노래가 들려오고 흰 눈 내린 겨울의 정경 속에 매화꽃이 피어나고 있다.“조그만 산길에 흰 눈이 곱게 쌓이면/ 내 작은 발자국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 내 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 때까지/ 새하얀 산길을 헤매이고 싶소”창밖을 보며 김효근 작사·작곡의 가곡 ‘눈’을 부르노라면 어느새 숲속으로 난 눈밭을 걷고 있는 마음이 된다.겨울 막바지에 내린 하얀 눈은 봄을 향한 계절의 알림이고 땅에 물기를 머금게 하는 생명의 물이 될 것이다.

2023-02-16

지구에 닥치는 재앙(災殃)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2월 6일 새벽 4시 17분(현지시각)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규모 7.8 강진이 일어나 여진(餘震)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었고 골든 타임을 넘기면 10만여 명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어 금세기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SNS에서는 이 엄청난 참변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는데 인명 구조 현장에서 뒤편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영상을 보면 자연재해에 대한 인간의 무능력을 느끼게 된다. 현재까지 파괴된 거의 6천여 채의 건물 잔해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매몰되어 있을까 안타깝다. 추위와 악천후 속에 어렵게 구조되는 앳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더욱 애가 타고, 심지어 탯줄이 붙은 채로 들려 나오는 신생아를 보니 기적을 본 듯하다. 사망한 딸의 손을 잡고 망연자실한 아버지, 꺼내주면 당신의 노예가 되겠다고 호소하며 동생을 껴안고 있는 소녀 등…. 인간의 무기력이 가슴을 친다. 도로 파괴로 구조가 지연되고 여진 공포 속에 약 2천300만 명의 이재민이 추위에 노숙하고 있다.이러한 참사에 세계 65개 나라에서 구조의 손길을 펴서 구조대와 구호물자가 속속 도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118명의 역대 최대규모의 긴급구호대를 파견하여 인명 구조와 구호를 하고 있다. 한국전쟁 때 군대를 파견하여 우리의 자유를 지켜준 형제의 나라에 대한 당연한 의무이다. 이렇듯 전 세계가 하나 된 지구를 보여주며 따뜻한 정으로 추위를 녹여주고 절망 속에 한 아름 감동의 꽃을 피우고 있다.이번 지진 피해가 큰 이유는 겨울철 새벽 4시, 지표 18㎞ 지하에서 발생하였고 건물들이 내진설계가 미약한 탓이고, 시리아는 내전 중이라 구조지연에 따른 것이라 한다. 이러한 재앙은 예고가 없다. 21세기 들어 아이티,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중국 쓰촨성, 동일본 등 수많은 대규모 지변(地變)이 있었고 작년 파키스탄의 폭우, 최근 유럽의 폭염과 가뭄, 미국 동부 한파 등 천재(天災)도 발생하고 있으니 기후위기와 함께 지구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생물 다양성 파괴, 해수 온도 상승, 온실가스 증가 등 인간이 저지른 행동으로 지구의 대재앙이 우려된다.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6년 경주의 규모 5.8, 2017년 포항의 규모 5.4 지진 등 1990년 이후 급증하여 규모 3.0 이상이 연간 11회로 기록되고 있다. 작년엔 규모 3.0 이상 지진이 전국에서 8회 발생하였고 올해 1월 강화도 서쪽 해상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 우리는 내진설계, 재난대비 시스템, 대피요령 교육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자꾸만 솟아오르는 고층빌딩을 보면 두렵기도 하다.지진은 지구 내부의 급격한 지각변동으로 산사태뿐만 아니라 건물, 도로, 철도, 댐 등을 파괴하고 화재 발생, 교통과 통신 장애, 전기와 가스 사용 불능 등 우리에게는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지만, 이번 튀르키예 대지진 참사에서 10여 개 주에서 건물이 내려앉았고 내전에 지친 시리아에는 수천 년 된 고고학 유적지가 파손되는 모습을 보니 천재지변(天災地變) 즉 ‘신의 행위(Act of God)’라 할지라도 인류가 헤쳐나가야 할 엄숙한 과제이다.

2023-02-09

마스크를 벗는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이제 마스크를 벗는다. 코로나19라는 뜬금없는 병균이 우리의 일상에 퍼지면서 2020년 10월 13일부터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11월부터는 과태료까지 부과하며 강화했었는데, 2년 3개월 만인 1월 30일에 해제되고 권고로 전환됐다. 참 기다려왔던 반가운 조치다. 그러나 아직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병원과 약국, 요양병원 등 감염 취약시설 등은 제외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이 밝힌 자료를 보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코로나 감염 경험이 있고 코로나 항체보유율은 99%에 육박하지만 항체는 시간이 갈수록 감소한다고 하니 재감염도 우려해야 한다.마스크 해제 이틀이 지난 2월 1일 전국확진자는 2만420명으로 증가했고 누적 확진자는 약 3천20만 명으로 심각 상태는 여전하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서 다음 주 개학하는 각급 학교는 봄방학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3월부터 벗자고 권고하며 학생들의 자유로움에 안전을 기하자는 움직임도 있다.사실 세계보건기구 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유지한다고 발표하였기에 ‘국내 마스크 전면해제와 확진자 7일 격리의무 단축’을 한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도 WHO 해제 후로 미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제적 상황을 종합 검토한 후 마스크 전면해제가 이루어질 전망이다.경상북도는 매일 코로나 확진자 현황을 휴대전화의 안전안내 문자로 알려왔기에 내 나름으로 그 데이터를 정리하며 분석하곤 했는데 1월 19일부터는 보내온 자료가 전혀 없다. 통신시스템에 문제가 있나 하고 생각해 보니 강풍과 한파주의보는 계속 쏟아지고 있는 터라 그동안 확진자 자료를 보냈을 재난안전실에 문의를 해봤더니 행정안전부에서 재난문자를 보내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국민도 지쳤고 매일 보내지는 문자에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이제는 재난이라기보다는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안전 안내도 효과가 감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료는 코로나 관련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는 말에 살펴보니 2월 1일 경북 1천231명에 포항 235명 경주 130명 등으로 포항의 누적 확진자는 28만2천532명이며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거리를 나서보면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의 밝은 얼굴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 쓰고 있고 아직 불안하고 또 벗기가 어색하다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 3년 정도 쓰다 보니 습관이 되었고 모든 장소에서 일상화로 익숙해진 탓도 있으려니….특히 요즘과 같은 겨울 한파에 감기 예방용으로 착용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쉽게 벗지 않으려 하는 듯하다. 오늘 현관문을 열고 나가다가 ‘아차!’하고 다시 들어와 마스크를 찾았고, 입구 계단에서 마스크 벗은 이웃의 얼굴들을 보며 새삼스럽게 인사를 나눈 모습이 새롭다.이제 곧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를 하며 그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 병마를 싹 태워 날려 보내고 싶다.

2023-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