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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승, 선생, 교사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이번 5월 15일은 부처님 오신 날과 스승의 날이 겹쳤다. 스승의 날은 세종대왕 탄신일이며, 제자들로부터 작은 꽃다발이나 손편지 등을 받으며 활짝 웃어야 하는 날인데, 위대한 스승이신 싯달타 부처님 탄신일에 같이 쉬게 되어 축하 받지 못해 섭섭하였을 터이다. 그런데 ‘휴일과 겹쳐 오히려 좋다. 학교에 있었으면 불편했을 텐데’라는 반응도 있다. 축하받을 날에 교단에 서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말은 요즘 부쩍 교권 추락이니 교권 침해라는 일들이 학생 인권 보호라는 주장과 서로 엉켜서 가르치는 일이 ‘보람과 희망’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는 탓이겠다. 작년 서이초등 교사 사망 사건 이후에도 학부모의 교권 침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있고 20~30대 젊은 MZ세대 교사들에게 ‘교단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가고 있다고 한다.가르치는 사람을 스승, 선생 또는 교사라고 부른다. 스승은 ‘제자를 가르쳐 이끌어 주는 학문 또는 기예가 높은 사람’으로 가장 높임말이며, 사부(師傅), 존사(尊師)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선생은 옛날에는 학예에 뛰어난 명인들의 존칭이었다. 그런데 ‘먼저 태어나다’는 말이니 먼저 태어나면 많이 배워 나이 적은 사람을 가르쳤다는 의미일까? 중국어도 라오시(老師), 늙은 스승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성 또는 직함의 뒤에 붙여 존대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으니 옛날 임금도 두려워했던 선생의 의미는 퇴색한 듯하고 힘이 드는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교사(敎師)는 각급 교육기관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를 칭하는 말이지만 요즘 일반적 의미로는 ‘평교사’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이렇듯 가르침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교원(敎員)이란 명칭이 노동이라는 말과 합치면 명예롭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선생은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직업’이고 스승 또한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 삶의 지혜도 알려주는 존경받는 인물이니만큼 국가의 동량을 기르는 중차대한 업무에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선생이 바로 서면 교육도 바로 서고,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도 바로 서고 굳건해진다. 사범대학의 사범(師範)은 참된 스승이 되어 제자들에게 모범을 보이라는 것이고, 교육대학은 교육(敎育) 즉, 효를 가르치기 위해 매를 들었다가도 가슴에 품어주는 사랑을 배우라는 곳이다.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 밀어준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처럼 가르침의 어려움만 기억하지 말고 인생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교단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서울교육청의 ‘보직 교사직’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싫다’가 약 80%이며 과중한 업무와 책임, 낮은 처우(보직, 수당)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니만큼, 교직 만족도가 낮은 청년 교사의 지원책도 강구되어야 하고, 교육자로서의 권리와 권위를 세워주고 교사를 존중하는 문화를 이끌어야 한다. 사(士·師·事)자가 붙은 직업 중에 의사(醫師)는 스승의 뜻이 있다. 의대 정원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여 스승의 옳은 직무를 다하길 바란다.스승의 날에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당선 감사 인사 현수막은 여러 군데 걸려있지만 스승에 대한 감사 현수막은 거의 보이지 않아 섭섭하다.

2024-05-16

부모 사랑과 자식 효도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5월의 맑은 날, 어버이날에 유튜브를 훑어가다가 ‘어머님 은혜’ 노래를 들었다.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은 것, 그것이 어머니의 은혜라는 것이다.어버이날 자식들의 안부 전화를 받으면 기쁜 마음이 된다. 시인 김소월도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했듯이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를 쓰신’ 어머니의 가이없는 희생과 지극하신 정성으로 길러주신 덕분에 어른이 되어서야 부모라는 존재의 책임을 알았다. 그 은혜를 생각하며 자식들에게 더 큰 사랑을 베풀고 효도를 기다려 보아야겠다.어버이날은 1956년 5월 8일 ‘어머니날’로 제정되었다가 효(孝)와 경로에도 뜻을 두어 1973년 어버이날로 되었고 이날 자식들은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부모님 은혜에 감사드리고 있다. 카네이션 꽃말은 ‘사랑과 존경’이다. 떨어져 사는 자식들에게 꽃 한 송이를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전화로 안부를 물어올 때면 가족의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마음속으로 부모님을 불러본다. 어머니, 우리 엄마를 부르면 뭔가 모르게 애처로움이 앞서고 아버지, 아빠라 불러보면 ‘아버지 술잔에는 눈물이 반(半)’이라는 정호승 시인의 ‘아버지 마음’을 느끼게 된다. 늙고 병들어 세월의 무게가 새겨진 아버지의 어깨와 따뜻한 가슴을 내어주며 착한 아이로 길러주시다가도 엄한 회초리를 들던 어머니의 손은 모두가 자식 잘되라고 가르쳐주신 부모님 은혜이다.시골집 아궁이에 불 땔 때면 어머니의 모습이 아른댄다. 6남매 키우시느라 참 고생하셨다. 50여 년 전 자식들이 많아 먹고살기 힘들 때 나라에서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외쳤었지. 이제는 출산율 0.7이라는 인구절벽에 서서 자식의 교육 방향을 왜곡(歪曲)해 버려 효도라는 가치 추구는 어렵게 돼가고 있다. 물질의 풍요로움으로 인해 삼강오륜은 희미해져 버렸고, 도덕과 예절은 찾기 어려울 듯 사회가 어지럽고 각종 범죄가 활개 치는 시대, 효의 부재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저출산 시대의 자식 사랑은 물질과 권력 우선의 사회행태로 인해 일신의 평안함만 생각한 인성교육 부족이 문제다.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교육 즉, 사람이 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교육을 지양하며 정부에서는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 왔다. 그 내용을 보면 초등 1,2년은 효와 정직을 가르쳐 떡잎부터 바르게 키우고 3,4년은 예와 협동, 책임을, 5,6년은 존중과 배려, 소통을 가르치도록 하고 있으며 중등은 자유학기제를 도입하여 예체능에도 힘을 쏟고 있다.우렁이는 알을 낳고 부화하면 자신의 살을 내어주는 자애심이 있고 가물치는 알을 낳는 고통에 눈이 멀게 되면 부화한 새끼들이 차례로 먹이가 되어 주는 효를 실천한다는 얘기도 있다. 감사할 줄 아는 삶을 가르쳐야 한다. 학문중심 교육으로 인성교육은 살아가는데 별거 아닌 것으로 인식된 지금, 부모님 사랑과 은혜를 가슴에 품을 줄 모르는 세대를 키우고 있는 느낌이다.부모의 자식 사랑과 그에 보답하는 효도는 이 사회가 밝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요람이 되게 할 것이다.

2024-05-09

이번 5월에는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5월이 왔다. 생동감이 넘치고 산뜻한 바람 속에 살아 숨 쉬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이다. 이해인 수녀는 -찔레꽃 아카시아꽃 탱자꽃 안개꽃이/ 모두 흰빛으로 향기로운 5월-이라 노래했다. 여기에 하나 더, 늦봄에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린 듯한 이팝나무도 5월의 신부 모습이다. 포항의 거리에 언제부턴가 심어졌던 이팝나무는 이제는 봄의 도심을 하얀 띠로 두르고 있다. 또한 장미의 계절이기도 하여 그 화사함으로 시인과 수필가 등 문학인들에게는 좋은 글쓰기 감이다.4월의 끄트머리에서 송도와 영일대 해안 길 따라 해변 마라톤대회가 열렸고 오천 해병부대에서는 해병문화축제가 시민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우창동 마장지에서 생태환경 바꾸기 문화행사인 마장지 축제가, 산림조합 잔디밭에서는 임산물 축제가 있었다. 5월은 전국적으로 많고 다양한 봄꽃 축제와 문화축제가 준비되어있는 달이다.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달력을 넘겨 보니 행사일이 무척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처님 오신 날도 있고 입양자의 날, 세계인의 날이 있는 5월은 인간관계의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달이다. 그런데 ‘공포의 달’이라는 걱정도 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선물은 무엇을 하면 좋을까?’라는 설문에 ‘용돈’이 가장 많은 대답을 얻었으며, 또 가족끼리 식사를 하려면 요즈음 물가가 올라서 주머니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래도 어버이날에는 어버이 은혜에 감사드리며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 마음을 가져야 하며, 스승의 날 또한 요즈음 사회적 기류를 보아 오해받기 쉬울지 모르지만 자기를 가르쳐준 선생님께 카네이션 한 송이를 달아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도 삭막해져가는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을 텐데 아쉽다.1일은 ‘근로자의 날’인데 달력에 빨간 글씨가 아니기에 은행에 갔다가 문이 잠겨있는 것을 보고 ‘아! 오늘이 노는 날이구나’하고 돌아섰는데 관청과 학교는 정상 근무였다. 5일은 입하(立夏), 여름에 접어드는 날.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함이 느껴지기도 하니 야외활동하려면 가벼운 윗옷이나 긴팔 셔츠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아침마다 차 유리창에 내려앉은 꽃가루를 털어내며 봄철의 성가심도 느낀다. 시골집 마루에도 송홧가루가 노랗게 쌓여있어 소나무 순을 따야 한다. 노랗게 솟아나는 것 중에서 2~3개를 남기고 따버리고 한 달 후쯤에 3~4㎝ 길이로 잘라주라고 한다. 작은 텃밭에는 상추와 고추 모종도 심었다. 잘 가꾸면 여름 한 철은 상추쌈에 풋고추 된장 찍어 맛있게 먹을 수 있겠지….최근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소위 ‘영수 회담’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루어졌다. 영수(領袖)란 옷깃과 소매라는 뜻인데 남의 눈에 잘 띈다는 데서 비롯된 표현으로 특출한 사람 즉,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 취임 2년 만의 첫 대면으로 여러 현안에서 양측은 이견을 보였지만 5월의 끝에는 22대 국회가 시작되니만큼 새 국회가 나라를 위하는 협치의 정치를 보여주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따뜻한 5월의 바람을 날려주었으면 한다.

2024-05-02

사회질서 교육이 필요하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저녁을 먹고 밤바다 모래밭을 맨발로 걷으려고 나섰다. 작은 마트 앞을 지나는데 중3 학생인 듯한 남자애 3명이 그 옆 건물의 닫힌 문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웃으며 라면을 먹고 있었다. 반듯한 차림새에 책가방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 속으로 ‘참 별난 녀석들이네….’하며 힐끗 보는데, 눈이 마주치자 미안한 듯 ‘저 가게가 복잡해서요’한다. 길거리 식사, 학생 때는 그런 낭만도 있어야지 하며 웃어주었다. 그리고 해변을 한참 걷고 집에 오면서 그곳을 지나는데 계단 구석에 쓰레기가 보인다. 녀석들이 먹었던 라면 그릇과 휴지들이 버려져 있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쓰레기 버리는 곳이 있는데….그러잖아도 조금 전 해변에 즐비한 유흥음식점 밖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젊은 남녀들과 그들의 발밑에 버려진 담배꽁초들이 하얀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광경을 보며 ‘도대체 학교에서 뭘 배웠나!’ 하고 왔었는데…. 요즘 젊은 학생들의 행태에서 예의범절이 사라진 모습을 많이 보며 우리의 교육이 어딘가 잘못이 있음을 느낀다. 그냥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는 생각으로 공부, 그러니까 지식 충전에만 열중하는 현실이 아쉽고 사회인으로서의 교양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지하철을 타다 보면 흔히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있다. 노인들이 타면 으레 노인석에 앉게 되겠지만, 자리가 없어 일반석으로 가면 아무도 선뜻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더욱이 학생들은 휴대폰에 머리를 묻고 모른 체 한다. ‘노인들은 구석진 경로석으로 가쇼’라고 말하는 듯 어떨 때는 흘낏 올려다보고는 또 머리를 묻는다. 경로 정신이 많이 부족한 탓이다.교육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또한 바람직한 인성과 체력을 갖도록 가르치는 것’이라는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그 바람직한 인간이 갖추어야 할 지덕체(智德體) 교육 목적은 시대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기에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교육, 가정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참된 사회적 윤리는 훌륭한 가치를 가진다고 본다.25일은 ‘법의 날’이다. 준법정신을 앙양하고 법의 존엄성을 진작시키기 위해 60여 년 전 제정되었다. 옛날 기자조선 때는 ‘팔조금법(八條禁法)’이라 하여 8개의 조항만으로 사회질서가 유지됐겠지만 이후 불교와 유교 등의 가르침으로 도덕과 윤리가 나라의 근본 질서를 유지했었고 민주국가가 된 지금은 수백 명의 국회의원들이 제안해 내는 많은 법이 우리의 일상을 보호 또는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인간의 자유는 원하는 것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데 있다.’라고 프랑스 철학자 루소는 말했다. 우리들은 자유를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 즉, 방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느끼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우리의 교육목표는 홍익인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고, 그 교육 방향 또한 ‘백년지계(百年之計)’라 했듯이 거시적이고 장기적 안목으로 수립해야 한다. 요즘 우리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것도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가르침이다. 자신을 갈고닦아 올바른 인성을 갖추고 난 후 집안을 일구고 나라를 다스려야 할 것이다.

2024-04-25

봄날의 새로운 변화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이번 봄날씨가 무척 덥단다. 기온은 25도를 넘을 것 같고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의 영향으로 뿌연 대기는 미세먼지 ‘매우 나쁨’으로 예보되고 있다. 그 치열하던 선거 열풍도 사라지고 난 거리에는 벚꽃도 다 져버렸다.4월의 달력을 다시 살펴본다. 많은 기념일이 있고, 특히 우리들의 기억을 불러내는 큰 사건이 많다. 4·3 제주 사건의 희생자 추념일도 있고 16일의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명확한 사고 경위를 밝히지 못한 채 진도 해상에서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단원고 학생 등 300여 명의 원혼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19일은 4·19혁명 기념일이다. 1960년 3월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학생들이 중심 세력이 되어 일으킨 의거(義擧), 크게 말해서 민주혁명이다.혁명(revolution)은 사회적 가치체계가 변화하였거나 그러한 변동을 야기시키는 과격한 사회적, 정치적 변동을 의미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수단이기도 하다. 우리는 해방과 함께 민주주의 교육이 실시되어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변화시켰고 삶의 도시화로 기존 질서에 대한 반기를 드는 경우가 많아졌다.4·19의거와 같은 반정부시위가 민주항쟁으로 번져서 고교생과 대학생 약 3만여 명이 나라를 제2공화국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큰 선거를 치르고 나면 어디에선가 사회 변화가 꿈틀거릴 수 있다. 이 혁명이란 말은 꼭 정치적인 것에만 쓰는 것이 아니고 산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혁신들을 언급하며 우리의 뇌리에 박혀있다. 요즘 사회는 3차 디지털 혁명을 거쳐 AI와 빅데이터 등 인터넷 기술 발달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며 인류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것이다.선거 결과가 마음을 질퍽거려 밝은 길을 달려봤다. 지난 일요일,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에서는 무형문화재 전승공연이 있었다. 포항무형문화재이수자협회가 포항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이화 도화 만발하다’라는 주제로 가야금 병창, 판소리, 살풀이춤, 농악뿐만 아니라 택견까지 우리의 고유문화를 이어 나가는 행사였다. 한여름 한겨울을 빼고 매월 둘째 주 일요일 오후에 ‘신라마을’ 잔디밭에서 펼치는 공연이라, 많은 관객이 한옥의 마루에 걸터앉아 흥을 나누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귀비고(貴妃庫)에도 내려가 연오랑세오녀의 전설도 살펴보며 포항시의 축제 활성화 노력을 헤아려 봤다.해안도로를 달려 호미곶 유채밭에 가보니 14만 평의 노란 물결 속에 휩쓸리는 상춘객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가득하다. 가을에는 메밀꽃과 해바라기가 아름다운 들판을 만들게 하는 것도 신선한 변화이려니 호미곶광장으로 가서 ‘상생의 손’을 본다. 이번 주말 20일부터 이틀간 제13회 호미곶 돌문어 축제가 열린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활문어 경매 쇼와 문어잡기 체험, 가요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으니 가족들과 함께 호미곶을 찾아 바닷바람 맞으며 유채꽃 향기도 듬뿍 맡아주기를 기대해 본다.호미곶 막걸리 한 병 사서 돌아오는 길, 붉은 저녁노을이 영일만을 가득 채운다. 푸른 동해, 영일만과 호미곶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어 옛 철강 도시 포항의 위상을 뛰어넘는 관광 혁명이 일어나기를 염원해 본다.

2024-04-18

22대 총선이 있던 날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끝났다. 이제부터 새로운 국정 방향이 정해질 것이다. 여당은 100석을 겨우 넘겼고 야당 측은 200석 가까이 차지하였으니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서 보였던 두 당의 표정이 대조적이었다.선거 날 오후, 아파트 내에 마련된 투표장으로 갔다. 주민증을 보여주고 받은 두 장의 투표지가 한 장은 엽서 크기였지만 비례투표 용지는 나의 팔 만큼 길어서 무슨 당이 적혀있었는지 다 읽어보지도 못했다. 빨간 도장을 찍고 접어서 투표함에 넣고는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했다’는 마음에 이제 더 알찬 국회가 되기를 빌어보았다.이번 선거의 뜻을 기려, 내 차를 손보고 시골집 정원을 다듬기로 했다. 먼저 엔진 오일을 교체하러 가까이에 있는 카센터로 갔다. 교체한 지 1년이 지났고 주행거리도 1만km를 넘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도 4년마다 새로 뽑는데 엔진 오일도 새로 갈아야지…. 뚜껑을 여니 까맣게 변해버린 기름이 줄줄 나온다. 맑은 새 기름을 넣고는 일부러 고속도로를 달려 시골집으로 갔다. 짧은 거리지만 살짝 속력을 높여 보았는데 엔진이 부드럽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도로변 하얀 벚꽃은 어저께 분 세찬 바람으로 꽃눈 되어 쌓여있다.날은 맑았고 바람도 없었다. 따뜻한 봄의 기운이 내려앉은 화단에는 앵두나무 하얀 꽃이 포근하고 빨간 철쭉이 소담스럽다. 두 해쯤 손보지 않았던 탓인지 배롱나무는 내 키의 두 배쯤 자랐다. 가지치기를 해야겠다고 나무의 모양새를 잡고 죽은 가지는 자르고 서로 엉킨 가지와 쭉 뻗은 가지도 잘라냈다. 내친김에 보리수나무와 모과나무도 담장 높이로 깔끔하게 정리하며 이번 국민의 투표로 참된 새 인물들이 뽑아졌기를 바랐다. 좀 떨어져 보면 수형(樹型)이 어색해서 몇 차례 사다리를 오르내리면서 내가 키우고 싶은 모양을 만들어 갔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고 평화롭게 꽃피우며 알찬 열매를 맺어주기를 기대하며….물 한 잔 마시고 채소밭도 가꾸었다. 지난주 거름을 뿌려 섞어둔 조그마한 밭에 이랑과 고랑 만들고 모종을 사서 심기로 한다. 상추 배추 고추-‘추 삼남매’를 알맞게 심어 잘 가꾸면 여름까지 채소 걱정은 없을 터다. 허리를 펴니 엄나무와 가죽나무가 쭉 뻗은 키를 자랑하는 듯하여 새순이 잘 나오도록 자르고 가벼운 마음으로 귀가했다.TV를 켜니 출구조사 발표 때는 국민의힘이 100석 미만일 거라 해서 여당 의원들의 얼굴이 찌푸려졌었는데, 개표 10% 때 ‘민주 80-국민의힘 129’라 해서 웬일이지? 했으나 자꾸 수치가 변하더니 밤 9시경에는 반반, 밤 11시가 되니 상황은 반대로 되어 출구조사 값과 거의 같이 되었다. 참 신기하다. 새벽 5시까지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지도를 보니 좌우, 그러니까 전라-경상이 파랑과 빨강으로 나누어져 태극기를 세로로 놓은 형상이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색깔이 이번 선거로 동과 서로 갈라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쓰리다. 이제 정치권도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며 민생을 살피는 마음으로 국정을 논하며 시민의 심부름꾼이 되어 세계 10대 경제 대국, K-문화가 퍼져나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할 것이다.

2024-04-11

밝은 눈, 맑은 마음으로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4월 5일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 우리 고유의 명절 중 하나인 한식(寒食)날이다. 한창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는 계절에 웬 찬밥인가? 예부터 나라에서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켜서 쓰는 개화(改火) 의례를 행했는데, 버드나무를 문질러 불을 피우고 관청과 대신들 집에 나누어주었다고 하며, 그 사이에는 불을 사용할 수가 없어 ‘찬 음식’을 먹었다는 얘기다. 이날은 쑥떡이나 약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일년내내 병 없이 지내라는 의미이며, 또 ‘손 없는 날’이라 성묘하고 산소를 돌보며 잔디를 깎는 개사초(改莎草) 풍습은 지금도 행해지는 풍습이다.또한 한식은 농부들이 소의 상태를 점검하거나 볍씨를 담그어 농사 준비를 하는데 이날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으면 풍년이 들고 바다에서는 풍어를 만나는데 세찬 바람과 함께 큰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하루 전날이 24절기 중 다섯 번째인 청명(淸明)인데, 밭 흙에 비료를 섞고 골고루 가래질하는 봄밭갈이 시작의 날이기도 하다. 한 해의 양식을 마련하는 중요한 일이지만 점점 잊혀져 가는 듯하다.봄의 논밭길을 걸으면 온갖 봄나물들이 파릇하고 산과 언덕엔 곱고 화려한 꽃나무들의 잔치가 벌어진다. 올해는 따뜻한 3월이 계속된 탓인지 벌써 목련꽃들은 베르테르의 눈물처럼 꽃잎을 떨구는데, 일주일쯤 일찍 만개한 하얀 벚꽃이 영일대 호숫가에 둘러서서 풍성한 꽃잔치를 벌이고 호미곶 10만 평 들판은 노란 유채꽃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러한 봄날, 식목일에는 나무도 심어야 하는데 그동안 산림녹화가 잘 되었는지 근래에는 큰 식목 행사를 볼 수 없고 집안 뜰에 몇 그루의 꽃나무 심는 것이 즐거운 일이다.올 4월의 아스팔트 거리는 하얀 벚꽃 아래로 색다른 펄럭임이 요란하다. 4월 10일에 치러질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무수히 걸려 있는 후보자의 현수막들이다. 생소한 이름들도 많이 보인다. 빨강과 파랑, 초록과 노랑 색깔 옷을 입은 후보자와 도우미들이 꾸벅꾸벅 인사하고 선거방송 트럭이 지나가면 귀가 먹먹해진다. 집집마다 배달된 커다란 봉투에 두툼하게 담겨진 선거공고물도 다 읽기 어렵다.왁자지껄 시끄러운 이번 선거판에 뛰어든 정당 수는 무려 40개, 비례대표 투표지 길이가 자그마치 51.7cm라고 하니 어이가 없고, 전국 952명의 후보자 중에서 지역구 254명과 비례대표 46명, 즉 300명을 뽑아야 하는데 이중 전과기록 보유자만 32%인 300명이 넘는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약 4천430만 명 중에서 경북은 약 220만, 가능한 많은 유권자가 정당한 주권을 행사해 주면 좋겠다. 윤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딱 한 달 남겨둔 이번 선거는 향후 국정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점이라고 생각되어 유권자들을 어지럽게 만드는 그 많은 이슈와 선거공약뿐만 아니라 후보자들의 인성과 경력, 가족관계 등도 꼼꼼히 따져보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나라가 바로 설 것이다.4월의 청명한 봄날, 아름다운 꽃나무 아래에서 찬 음식 먹은 깨끗한 정신에 밝은 눈, 맑은 마음으로 고른 올바른 나무 한 그루씩을 자신의 꿈을 가다듬은 두 손으로 바르게 심었으면 한다.

2024-04-04

꽃샘추위의 3월에는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반도 동쪽의 저기압과 서쪽의 고기압 사이로 차가운 북서풍이 불어온 탓이다. 또 건조주의보까지 내려져 있는데 강풍까지 불어오니 산불도 염려되고 화재의 발생도 우려된다. 그런데 다음 주까지 빗방울이 떨어지겠다고 하니 수상한 3월의 봄날이다. 길가의 개나리와 계곡의 산수유, 산기슭의 생강나무들이 서로 노란 꽃잎을 피워올려 진달래의 연분홍 잠을 깨우고 있다.3월 22일은‘서해수호의 날’이다.‘제2연평해전’과 ‘천암함 피격’ 그리고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서해수호 55 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매년 3월 넷째 주 금요일로 정한지 벌써 9주년이다. 20일부터 전국 각지에는 ‘불멸의 빛’이 켜지며 국립대전현충원에서는 오후 8시부터 55분간 3개의 큰 빛기둥이 사흘간 쏘아 올려진다. 지금도 북한은 장거리포 등을 발사하며 싸움을 걸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추모행사에 관심 없는 듯 불참이 많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참석하여 55인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는 등 열의를 보였으니 사상이 반대일까 궁금하다.23일은 ‘세계 기상의 날’이다. 세계기상기구 WMO가 1950년 세계기상협약을 제정하였었고 우리나라는 1956년 68번째로 가입하여 기후 위기 대응과 기상이변 등에 협력하고 있다. WMO의 올해 주제는 ‘기후 행동의 최전선에서’인데, 여기서 ‘기후 행동’이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개인, 정부, 사회의 모든 노력’을 말하며 일상 속에서 1회용 사용을 줄이는 것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하여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지표면의 온도상승은 150여 년 전 산업혁명 이후보다 섭씨 1.1도나 올라 최고치를 기록하였고 남극의 얼음양은 자꾸 줄어들고 있다. 잦은 태풍과 가뭄도 인류에게 두려움을 준다. 북아프리카의 폭염은 섭씨 50도를 넘었었고, 기상이변도 심해져 미국은 한파와 폭우가 덮쳤고 유럽에서는 이상 고온·저온 현상으로 기후가 요동쳤다.또 23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그 주제는 ‘함께 누리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며 인류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로 물 부족뿐만 아니라 강이나 바다가 오염되면서 먹을 수 있는 물이 줄어들고 있다. 가뭄과 홍수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으니 물 자원을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이제 총선도 20여 일 남았다. 각 당마다 후보자를 선정하는데 무척 시끄럽고 뭐가 뭔지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진흙탕 속 싸움을 보면 참된 국가의 미래가 암담해지기도 한다.의대 정원도 확정되었다. 2천 명 중 대구·경북 지역 5개 대학은 289명을 배정받아 640명이 됐고, 동국대 분교는 71명, 경북대는 90명이 증원되어 ‘지역의 필수 의료를 살리는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환영하지만, 의사가 된 후 몇 명이 지방에 남을지는 의문이다.그러면 작년 11월부터 범시민 결의대회와 서명 운동으로 연구 중심 의대설립을 요청해 온 포항시의 꿈은 깨졌는가. 가속기연구소와 바이오 기반 시설이 많은 포스텍이 스마트 병원을 구상해 온 것도 헛꿈이 되었는가….희망찬 3월, 꽃가루 날리는 광장에 서서 국가의 밝은 미래를 그려 본다.

2024-03-21

3월은 ‘깨어나는 달’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꽃샘바람 속에 들판을 걷다 보면 파란 풀들의 새싹이 밟히고 나무마다 꽃망울이 움트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개구리가 깨어난다는데 산간 지역엔 찬바람과 함께 눈이 내리고 있다.만물이 생동하는 달, 3월 달력을 보니 15일이 ‘3·15 의거 기념일’이다. 기억을 60년 전으로 되돌려 본다. 1960년 그날 치러진 정·부통령 선거 중 마산에서 부정선거가 적발되어 이에 항거하는 시민과 학생 수천 명이 거리에 모여 행진하며 시위했고 이에 경찰이 총기를 발포하여 9명이 사망하고 80여 명이 부상했으며 시위는 계속됐었다.이 사건 보름 전 2월 28일 일요일에는 대구에서 자유당 독재와 불의에 항거하여 경북고, 대구고를 비롯한 8개교 1천200여 명의 고교생들이 ‘일요 등교’ 지시에도 학교를 뛰쳐나가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제1공화국 정부수립 후 민주개혁을 요구한 최초의 시위로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었다.그리고 1주일 후, 3월 8일에는 대전에서 대전고를 시작으로 지역 고교 1천600여 명이 정권의 부정부패와 불법 인권탄압에 항의하여 시위를 전개하였었다. 이는 고교생들의 순수한 열정과 용기로 항거한 충청지역 최초의 민주화운동이었고 100여 명의 학생들이 연행·구속되거나 몽둥이 등으로 구타당하는 고충을 겪은 아픈 역사이다.보름 동안 일어난 3건의 학생 민주의거운동은 한 달 후 전국에서 불길처럼 타올랐던 4·19혁명의 불씨가 됐었다. 학생들이 깨어난 나라지킴 열의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본다.3월은 영어로 ‘March’, ‘행진하다’는 말인데 참으로 숨겨진 의미가 있을까 찾아보니, 그 어원이 그리스·로마 신화의 ‘전쟁의 신-마르스(Mars)’이다. 추운 겨울 동안 준비했다가 따뜻한 봄이 되면 힘차게 행진하여 전쟁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3월은 우리에게도 투쟁의 역사가 기록됐을까….이렇게 학생운동을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 3월은 전국 의대 학생들이 놀라 깬 듯 집단 파업에 들어갔다. 2000년대 초 감축하기도 했던 의과대학 정원이 선거를 앞둔 탓인지 한 달 전 ‘의사인력 확대방안’의 긴급 브리핑에서 현재 3천58명에서 2025년부터 2천명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대학 수요와 역량을 기반으로 비수도권 지역의대 중심으로 증원한다고 하지만 관련 학계와의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지 심각한 반대에 부딪혔다. 대학입학 후 전문의까지 10년 후에야 그 효과를 볼 수 있으니만큼 18년간 동결되었던 의대 정원을 갑자기 늘린다고 수도권 의료인력 집중과 필수 의료분야 부족 문제를 올바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이 문제로 수련의, 전공의 9천여 명이 집단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 또한 전체 1만8천여 명의 30% 정도인 5천500여 명이 휴학을 신청한 상태이며, 33개 의대의 교수들도 증원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집단 사직서를 쓰고 제자들을 지지하고 있다. 학생들의 대규모 집단행동은 심각한 문제이다. 더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 대계이다.3월은 ‘깨어나는 달’-이제 4월 총선도 있고 하니 지금 한창 분탕질에 묻힌 정치계도 다시 털고 깨어나 국가의 진정한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

2024-03-14

인구절벽에 ‘사라진 아기’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작년 6월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후, 출생 미신고 영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던 보건복지부의 결과가 발표됐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미출생 신고된 아기는 1만1천700여 명이고 그중 사망은 718명이라고 밝혔는데, 이 중에 2010~2014년에 태어났지만 신고 않된 아기는 9천603명으로 그 5%인 469명은 병으로 사망했고 생존자 6천248명 중 2천36명은 부모가 양육하고 3천714명은 입양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2천700여 명은 생사가 불명인데 어찌 되었을까? 안타까운 일이다. 출생신고는 생후 1개월 이내에 부모가 관할구청에 방문 신고해야 하며(호적법 제49조) 신고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은 없고 과태료가 5만 원이다. 미등록 아기는 보육원에 버려지거나 하여 ‘사라진 아기’가 될 수 있고, 그동안 베이비박스에는 1천400명 정도가 버려졌으나 이 전수조사가 있고부터는 발길이 뚝 끊겨버렸다고 한다. 영아유기죄를 두려워한 것이다. 이를 보완하는 대책으로 병원이 아기 출생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알리는 ‘출생통보제’와 임산부가 익명 출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보호출산제’가 있다.아이 하나하나가 너무도 소중한 저출산 시대에 여러 지자체에서는 모든 아이에게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준다거나 청년 부부 결혼 장려금으로 500만 원을 주는 등 정부 지원 없이 전국의 지자체 90% 정도가 출산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또 여·야 모두 유급 배우자 출산휴가 즉 ‘아빠 휴가’를 1개월 의무화하고 휴가 급여, 육아휴직 급여도 제안하고 있다.OECD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이스라엘 2.90 미국 1.64 일본 1.33 평균 1.59인데 우리나라는 0.72로 세계 최저의 인구절벽 시대를 맞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25~49세 남성 절반이 미혼으로 사는 뉴노멀 세대는 경제·주거 문제, 자아실현이라는 개인적 생애의 추구로 말미암아 60년대 베이비붐 시대를 지나서 2000년에 출생 60만이 붕괴된 후 2010년 47만, 2020년 28만 명 선이 무너졌고 작년은 23만 명으로 역대 최저 출산을 기록하였다. 이는 환경 호르몬 등 오염과 사회진출 연령, 만혼과 이혼 증가, 불임·난임에 대한 거부감 감소 등의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미혼모의 복지 사각 환경도 감소시키고 의료비, 진료비뿐만 아니라 생계비, 출산용품비 등을 지원하여 안정적 육아에 도움을 주고 미혼모의 인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미혼모 가족의 출산 및 양육 실태 조사에 의하면 42% 정도가 금전적 어려움을, 15% 정도가 안정되게 지낼 곳이 없다는 호소도 있으니, 그들에 대한 교육과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병원 외 출산도 연간 100~200 명으로 추산하고 있고 연간 출생아 수는 8년 만에 반 토막이 나서 월 2만 명 이하이고 영유아 유기도 매월 10건 이상이 된다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인구절벽 위기의 절박함에 단순 출산 장려도 중요하지만 불우한 환경 속에서 아기로 인해 미래의 삶을 두려워하는 산모들을 주거와 복지, 교육과 노동 정책으로 감싸주면, 사라지는 아기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진정한 사랑으로 가득한 사회환경이 될 것이다.

2024-03-07

세시풍속의 변화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설 연휴를 가족들과 보내고 이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오니 그 며칠간의 모습들이 잔잔한 기억으로 가라앉는다. 차례상도 간소하게 하였고 떡국 올려서 조상님께 한해의 복을 빌어보았다. 자식들에게 세배를 받으며 덕담도 해주고 깨끗한 봉투에 마련해 둔 세뱃돈을 주고 보니 또 한 살 더 먹었다는 세월을 가늠해 보기도 한다.옛 같으면 형제자매가 설날에 다 모여 북적대며 즐거웠을 텐데 가족 수가 줄어드는 요즈음 그나마 모두 자기들의 생활을 찾아 훌쩍 떠나버리면 허전한 가슴엔 때때옷 입은 손주들의 웃음소리만 귀에 아른거릴 뿐…. 더욱이 이웃 어른을 찾아뵙고 세배를 드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옛날 설날에는 가족들 모두 모여 앉아 윷놀이도 하고 밖으로 나가 들판에서 연날리기도 했었지만 이제 모두 바빠서인지 세시풍속을 즐겨야 할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힘이 든다. 전통 명절이 조금씩 쇠퇴해 가는 느낌이다.14일은 밸런타인데이(St. Valentine’s Day)- 여자가 남자 친구에게 초콜릿을 선물한다는 날, 근래 들어 청소년들 사이에서 새로운 세시풍속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유래는 3세기경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병사들은 황제의 허락 없이는 결혼할 수 없었는데,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안타깝게 여긴 성인 발렌티노는 몰래 결혼식을 주례해 주었으며 그 죄로 처형을 당했고, 그 후 순교한 이날을 축일로 기념해 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일본에서 유입됐다. 조선시대에도 ‘연인의 날’이 있었고 경칩(驚蟄)과 칠석(七夕)이 우리의 풍속이다.밸런타인데이에 주로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도 1936년 일본의 어느 제과업체가 광고하고 나서라고 한다. 요즘이야 연인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친구나 가족에게도 뜻있는 선물을 하며 새로운 세시풍속이 되고있는 현실이니 농경사회의 뿌리 깊은 전통을 융합해 가며 청소년들의 감각에 맞는 명절로 자리하는 것도 나무랄 수 없겠다. 이날을 계기로 3월 14일은 남자가 여자에게 답례하는 ‘화이트데이’가 있고, 또 4월 14일은 위의 두 날을 기념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짜장면을 먹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블랙데이’도 있다. 이러한 날들이 마케팅 목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비난도 받지만 젊은이들 사이에는 매달 14일에 이름을 붙여 ‘포틴 데이’로 즐기고 있다고 한다.또 24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라 이것을 숨기려 했다는 ‘일본 음모론’도 있지만 겨울을 보내는 음산한 계절에 사랑을 담은 꽃다발을 건네며 달콤한 초콜릿을 선사하는 맑은 마음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 작년 밸런타인데이는 코로나의 사회적 거리가 해제되어 마스크를 벗은 날이었고 올해는 전국 곳곳이 20도 안팎으로 역대급으로 더운 밸런타인데이가 되어 홍매도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이제 입춘첩을 붙여둔 문간에 봄비가 내리고 햇살 받는 창가에 동백꽃 향기가 넘치면 각급 학교의 졸업식도 있고 3월의 개학 준비도 해야겠지…. 세시풍속은 해마다 일정한 시기가 되면 전통대로 반복 거행하는 의례적인 생활행태이지만 세월 따라 조금씩 변하며 새로운 것이 탄생하기도 한다.

2024-02-15

사랑의 온도를 높이자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여러 가지 이웃돕기 성금 모금 행사가 이루어진다. 올해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는 전국 17개 시·도 곳곳에 빨간 사랑의 열매가 그려진 ‘사랑의 온도탑’을 세우고 작년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62일 동안 ‘기부로 나를 가치 있게/ 기부로 세상을 가치 있게’라는 슬로건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온정의 손길을 모았다. 현금이나 의류 등 현물로도 사랑의 열매를 거두며 목표액의 1%가 모아질 때마다 사랑의 온도가 1도씩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탑은 2주 전에 일찌감치 전국 목표액 4천349억을 초과 달성하여 최종 109.6도를 기록하고 우리 국민의 이웃사랑 실천의 힘을 보여주었다.모인 기부금은 지역사회 안전지원을 기본으로 저소득 가정과 사회 돌봄, 교육 및 자립지원에도 나누어져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시키고 복지인프라 구축 등에 쓰이고 있다.포항은 16억5천, 경주는 8억원의 목표치를 넘었고, 경북은 서울 부산 충북과 함께 45여 일 만에 100도를 조기 달성했었지만 대구 등 몇몇 지역은 목표 달성에 마음을 조여야했다.이는 최근 경기부진으로 기업과 자영업자의 참여가 적어서 기부 한파(寒波)가 닥쳤다고 하지만 고액 기부금뿐만 아니라 십시일반의 사랑을 보여준 개인 참여가 과반을 넘어 100도 돌파에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뒤집고 목표달성을 향한 사랑의 불꽃을 활활 피웠다. 여기에 안동의 85세 어르신은 빈병을 팔고 자식들의 용돈을 보탠 45만원을, 상주의 80세 어르신은 5년 동안 모은 동전 수천 개로 70만원을 기부하였다는 훈훈한 얘기도 들린다.흔히 우리는 기부 선행을 원할 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즉,‘가진 자들의 선행(善行)’을 기대하고 있지만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아웃을 도와 달라며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기부 나눔 문화를 확산해가는 단체는 적십자 희망나눔 성금을 비롯하여 민간 아동복지전문기관인 ‘초록우산’과 글로벌 아동권리전문 NGO인 ‘굿네이버스’, 홀트아동복지회 등이 있어 꾸준히 아동들의 행복을 위한 보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작년 1월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금’도 목표액 65억보다 약 40% 많은 90억이 모아져 저출산과 고령화에 의한 지방소멸 위기대응책을 세우고 주민 복리와 청소년 육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전국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소식을 듣고 포항 사랑의 온도를 살펴보려 포항시청 앞 광장에 갔더니 작년 12월 5일 세워졌던 빨간 사랑의 온도탑은 치워지고 없었다. 벌써 100도를 달성한 탓일까? 쌀쌀한 날씨에 사랑의 열매를 헤아릴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 사랑의 흔적을 볼 수 없어 섭섭했다.아침에 베란다에서 똑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나기에 살펴보니 꼭 잠그지 못한 수도꼭지에서 작은 물방울이 밤새 떨어져 커다란 물통에 가득 고여 있었다. 적수성연(積水成淵)-작은 물방울이 모여 연못을 이루듯 시민들의 작은 정성이 사랑의 온도를 높여가면 우리사회가 더욱 따뜻해질 것이다. 가득 고인 물을 떠서 목말랐을 화분에 뿌렸더니 꽃잎에 생기가 돈다.

2024-02-01

세월의 흔적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교직을 떠난 후 얼마간 무언가 모를 우울증이 있는 듯하여 ‘제2의 밝은 삶’을 사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갖자고 마음을 잡았다.책도 많이 읽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나름대로의 취미생활도 해보지만 무엇보다 대화의 상대가 줄어들었으니 웃음이 줄었다. SNS에 많이 떠도는 말이 생각났다.‘자주 웃어라. 혼자서 거울과 대화도 하며 웃는 연습을 하라.’그래서 요즈음 혼자 운전할 때는 차 안에서 큰 소리로 웃고, 집에서는 거울을 보며 소리 없이 표정으로만 크게 웃곤 한다. 그러면 참으로 기분도 좋아짐을 느낀다.자주 거울을 보게 되면서 내 얼굴이 조금 이상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세수할 때만 거울을 잠깐 볼 뿐이었는데 요즘 자주자주 보니 주름살도 많아졌고 살도 많이 빠졌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한다.그뿐 아니다. 얼굴 모양이 좀 이상하다. 바르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냥 자연스레 힘 빼고 보면 얼굴이 삐딱하니 왼쪽으로 기울었다. 따라서 목과 윗몸도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바로 하면 두 눈썹 선과 입술선이 평행이 아니다.눈썹을 수평으로 하면 입부분이 왼쪽으로 올라가니, 턱을 오른쪽으로 조금 움직여야 콧날과 인중, 그리고 입술의 중심이 맞는다.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아! 그래. 40년 이상을 교단에 서서 분필로 칠판에 글씨를 써왔지. 나의 전공이 전기공학, 그중에서도 이론 과목이 많아서 수학공식으로 문제를 풀고 복잡한 회로를 그렸다 지우며, 인문 계통과는 달리 말로만으로는 강의가 안 되는 분야다. 분필을 쥔 오른팔에 힘주고 몸을 반쯤 학생들을 향해 비틀고 방정식을 풀어가며 입으로 설명을 해야 하니, 자세가 왼쪽으로 기울고 턱이 돌아가게 된 것이리라. 한번 강의에 칠판 서너 번은 지우게 되니 오랜 시간 반복적인 몸짓이 나의 얼굴을 살짝 비틀어 버린 것이다. 이것을 신체기억(Body Memory)이라고 하던가. 나의 인생에는 ‘세월의 흔적’이리라.그래서인지 최근 치과에 가서 임플란트를 하면서 검사해보니 이빨도 아래위가 잘 맞지 않고 음식도 한쪽으로만 씹었던 흔적이 보인단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부터 자세도 삐뚤었던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을 때 나는 바르게 한다고 자세를 잡았는데도 사진사는 자꾸 교정을 해주었던 일이 기억난다.‘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했던가. 위의 사실을 미루어보아 ‘습관이 바뀌면 몸도 외모도 바뀐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면 얼굴이 바뀌고 걸음이 바뀌어 상(相)이 바뀌었으니 나의 운명도 바뀌었다는 말인가. 어디 외모뿐이랴, 신체의 각 기관과 생각하는 틀과 성격도 바뀌었겠지.오랜 세월 반복된 비뚤어진 자세가 나의 얼굴과 뼈를 불균형으로 바꾸어 버렸음을 깨닫고 몸에 남은 세월의 흔적은 지울 수 없겠지만 이제까지 잘못된 일상의 행동과 몸짓, 보고 듣는 관점을 고쳐서 바른 자세와 자신을 낮추는 배려로 남은 인생을 잘 갈무리하여 건강한 삶을 살아가려한다.

2024-01-25

탈당 사태를 빚는 붕당(朋黨)정치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4월에 있을 총선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듯 정치판에서는 탈당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를 필두로 하여 6명이 이탈하였고 정의당에서는 4명의 의원이 탈당 선언을 하여 각각의 연합체를 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종착지는 제3지대 통합신당이 될 것이라는 정계의 예상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한 4명 정도가 빠져나와 개혁신당을 꾸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은 아직도 몸을 사리고 있지만 공천 방향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면 자신의 입지를 보고 탈당하는 의원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들이 모두 모여 신당을 꾸리게 되면 그 ‘빅텐트’ 아래 모이는 정치인들은 각자의 이익을 찾는 모습 또한 시끄러울 것이 염려된다.우리의 정치판을 보면 좌파와 우파, 정파(政派)와 당파(黨派) 등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듯한 이합집산의 형태를 보여왔다. 헌법 제8조에는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가 보장되며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가의 보호와 자금 보조 등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은 ‘동일한 정견을 가진 사람들이 정권을 획득하여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로서 현재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50개이다.우리나라 정당의 변천사를 따라가 보면 크게 서너 개의 줄기가 보이지만 그 갈라진 명칭이 너무 많고 비슷해서 머리가 복잡해진다. 제헌국회를 지나고 자유당, 민주당, 통일당으로 시작한 정당은 유신정권과 5공화국을 거치면서 커다란 맥을 형성하게 되었다. 민주공화당, 신한국당의 흐름을 받은 한나라당은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국민의힘으로 바뀌면서 22년 2개월의 최장 기록을 세웠고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새정치민주연합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어 오면서 자신들은 초창기의 민주당 정신을 승계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국회는 국민의힘 113석, 더불어민주당 164석, 정의당 6석과 통합진보당, 기본소득당, 한국의희망이 각각 1석을 차지하고 있다.학문적 정치적 이해 관계의 붕당정치는 이조시대의 사색당파(四色黨派)가 대표적이다. 선조 때 영남 사림파인 동인과 기호 훈구파인 서인으로 갈라져 사상과 이념 차이로 싸웠고 광해군과 숙종을 거치면서 남인·북인과 노론·소론으로 왕권의 승계를 지키고 사익 또는 자기 집단의 이익 추구를 위해 분란을 일으키다가 영·정조의 탕평책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붕당은 고려가 원조라고 한다. 스승의 가르침을 놓고 편을 갈랐고 문벌, 종교, 민족성 등에서 차이가 나면 심각한 당파싸움을 했었다. 현재는 정치집단의 의견이 다를 경우 싸우게 되는데 국내문제이면 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도 끝나게 되지만 반일 친중 등 해외 문제의 다툼이면 국가 안보에도 위협을 가하는 것이니만큼 잘 해결해야 한다. 미국의 민주당은 200년, 영국의 보수당은 180년의 역사를 가지는데 우리는 20년도 안 되는 동안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며 당을 바꾸고 있다. 자신들의 이해타산으로 이합집산을 하면서 일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인들의 붕당 생태를 막을 수는 없을까?

2024-01-18

세계적 슈퍼 선거의 해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소한(小寒) 무렵의 추워지는 날씨에 시골집에는 납매(臘梅)가 소복이 피었다. 음력 섣달 납월(臘月)에 피는 노란 꽃을 보니 이른 봄이 온 듯하다. 연말 모임에 나가보니 벌써 국회의원 예비 후보자들의 얼굴도 보인다.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00여 일 남아있는데 너무 이른 움직임은 아닌지….SNS에는 올해를 ‘슈퍼 선거의 해’라는 제목이 떠돌고 영국 가디언 지는 ‘2024년은 민주주의 슈퍼볼의 해, 전례 없는 투표 축제’라며 지구가 선거의 열풍으로 휩싸일 것이라고 하고 있다. 세계 70여 국가가 각종 크고 작은 선거를 치를 예정이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40억 명의 유권자가 자기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정치인 선발에 참여하는 것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정치권 지형이 바뀌고 정책과 경제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우리나라와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있을 나라의 경우,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와 9월의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고, 11월에는 ‘세계 대통령’을 뽑는다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선거가 있다. 그리고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선, 5월 영국 총리 선거, 6월 유럽의회 대표 선거도 예정되어 있다.곧 있을 대만의 선거는 ‘중화민국은 멸망하지 않았다’며 독립과 정통성을 주장하는 민주진보당과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며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국민당과의 싸움으로,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해양 패권과 이념전쟁이 더 심각해지고 아시아의 정치·경제적 큰 변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관심이 큰 미국 대선은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을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또한 세계 정치의 불확실성과 함께 미래가 염려되기도 한다. 세계 정치의 흐름을 보면 우로 정렬하는 세계 즉, 우파의 강세와 자국 우선주의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높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큰 곳이니만큼 민주주의 의식을 갖고 주권과 안보, 경제와 무역 정책을 지키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선거철이 되면 포퓰리즘과 좌우의 정치편향이 드러나는데 선심성 공약의 남발로 돈을 풀고 경제 부양, 복지 확대 및 사회 인프라 확충 등을 내걸고 있지만 자칫 헛발을 디디면 인플레이션과 국가 부채가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게 되니 경계해야 한다. 경제는 유권자들에게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한 사회,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라온 젊은 세대들은 인권과 환경 등 인류 보편의 문제에 관심이 높아 보이니 후보자들도 폭넓은 의견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선거철이 되면 금품수수와 허위사실 유포 등 선거범죄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어 경찰도 예의 주시하고 있겠지만 유권자들도 네거티브 공약에 휘둘리지 말고 참되고 능력 있는 후보자를 택하여 이 나라가 세계의 정치 경제 파도 속에서도 굳건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사상 최대 선거의 해, 2024년은 또 여름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고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는 예고도 있다. 올바른 선거를 통해 모든 나라가 안정된 정치를 이루며 평화로운 국가가 되었으면 한다.

2024-01-11

청룡의 기운으로 새해를 열자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2024년 새해가 시작됐다. 갑진년(甲辰年)-‘청룡의 해’이다. 예쁜 연하장에 간단한 덕담을 써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우편으로 보내곤 했지만, 요즈음은 휴대폰 앱으로 마음을 주고받는다. 연말부터 날아오는 새해 인사에 고마운 얼굴들을 그려보며 1년을 시작한다.‘올해는 용띠의 해, 청룡의 기운을 받아 건강하고 복된 가정을 이루길 바랍니다.’고 써 보냈다.사실 ‘용의 띠’ 해는 양력 1월 1일부터가 아니고 입춘, 그러니까 40여 일 후인 2월 4일부터 시작이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 ‘무슨 띠냐?’고 따지니까 청룡의 기운으로 새해를 시작하자.용은 순우리말로 ‘미르’. 12간지(干支) 동물 중에서 권위와 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이며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물을 다스린다. 또 용감하고 활력이 넘치는 추진력으로 행운과 번영을 이끈다. 그래서 용띠 해에 태어나면 투지와 결단력을 갖추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고 본다.용은 뱀의 긴 몸통에 돼지의 코, 사슴의 뿔, 토끼의 눈, 매의 발, 잉어의 비늘 등 뭍짐승 날짐승 물짐승 모두의 특성을 갖고 크기를 마음대로 변화시키며 비와 구름, 바람과 천둥 번개도 몰고 다니는 그야말로 사신(四神) 중의 하나이니, 옛 고분 벽화에도 많이 그려져 있다. 또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顏), 옷을 곤룡포(袞龍袍)라고도 한다.청룡이란 이름도 많이 쓰인다. 고교야구 청룡기대회, 청룡영화제도 있고 1965년 창설된 해병 제2여단 청룡부대는 베트남에 참전하여 빛나는 전공으로 무적 해병의 신화를 썼었다. 지형 곳곳에도 용의 이름을 붙인다. 계곡의 늪-용소, 고즈넉한 못-용연 그리고 깊은 우물-용정도 있다.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구룡포의 전설을 되새기며 호미곶을 돌아오면 구룡소 돌개구멍에서는 파도가 밀려올 때면 하얀 물줄기가 솟는 용트림도 볼 수 있다.용띠 해를 맞아 달라지는 정책과 제도가 많이 제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출산과 교육·복지 문제일 것이다. 결혼·출산 시 3억원까지 증여 공제를 해주고 부동산은 ‘청년주택 드림’과 신생아 특례를 준다. 최저 임금도 지난해의 2.5% 인상된 시간당 9천860원이 되고, 군 장병 봉급 및 수당도 인상하고 대중교통 할인인 K-pass를 도입한단다. 교육·복지 분야에는 늘봄학교의 전국 도입과 ‘6+6 부모육아휴직제’도 펼치고 환경 및 농수산 분야에서도 각종의 개선을 약속하고 있으니 국민 모두가 ‘용꿈’을 꾸어보자.해가 바뀌어 미국발 금리인하와 대선으로 세계 경기는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국제 정세는 밝지 않다. 미-중 반도체 싸움, 소련-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도 걸림돌이다. 국내 문제도 짚어보면 지난해는 견토지쟁(犬免之爭)으로 아무 득도 없는 싸움질만 했고, 100여 일 남은 총선을 앞두고 야당 대표에게 칼을 휘두른 사건이 일어나 앞으로 피 튀기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이 걱정되지만, 올바르고 참신한 인물을 뽑아 ‘개천에서 용 나듯’ 등용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청룡의 해에 푸른빛 동해로 흘러드는 형산강에서 마음속으로나마 용왕제를 올리며 뜻하는바 모두를 이룰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2024-01-04

한 해를 마무리하며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올해도 이제 1주일이 남았다. 한 장 남은 달력 위에 성질 급하게 새 달력을 걸어본다. 예쁜 그림과 사진이 있는 달력도 좋지만 큰 글씨에 빈 여백이 많은 달력을 구했다. 옛날엔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단오에는 부채를 주고받고 동지에는 달력을 나누어 주었는데 나는 새마을금고에서 나누어 주는 달력을 얻어다 쓴다. 요즈음 기억이 깜빡깜빡해서 중요한 모임이나 해야 할 일들이 있으면 그날에 큰 글씨로 표시해 두면 기억하기 좋기 때문이다.지나간 날들을 훑어보니 크고 진하게 표시한 기록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집안의 크고 작은 일-제삿날과 가족의 생일, 지인들의 자녀 혼사가 있고 행사와 모임도 표시했다. 그리고 나의 소소한 취미인 우표수집을 위해 그 발행 날짜엔 빨간 우체국 마크가 선명하다.갑자기 추위가 엄습한다. 이 추위는 북극에서 밀려온 한파가 주말까지 이어진다고 하는데, 전국 대부분이 최저 영하 15도 이하인 한파특보가 내려지고 경북 북동 산지에는 한파경보가 내려지는 등 올들어 가장 춥겠단다. 또한 전국이 대체로 맑겠지만 충청·전라 해안과 제주에는 폭설도 예상된다고 하니 빙판길 사고도 염려된다. ‘동짓날에 눈 오고 추우면 풍년이 든다.’했으니 이 추위도 즐겁게 견뎌야 하겠지. 그런데 강원 영동과 경상권 동부지방은 건조특보가 내려져 산불 등 화재 예방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니 이 좁은 나라의 동서가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세찬 바람에 체감 온도가 클 텐데 외투 깃 세우고 모자도 쓰고 요즘 독감도 설친다고 하니 몸조심 잘하며 계묘년 한 해를 무사히 마무리하기를 빌어본다.며칠 후면 아기 예수가 태어난 성탄절, 크리스마스이다. 대체공휴일처럼 일, 월요일 연휴이고 앞의 토요일까지 합치면 쉬는 날이 사흘이 된다. 벌써 교회나 성당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고 이따금 들려오는 캐럴은 연말의 기분을 들뜨게 하고 거리에는 반짝이는 장식들이 가로수에 입혀져 겨울 축제를 예고하고 있다. 연말연시 인파가 몰리는 곳에는 안전관리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우리 주위에는 불우한 이웃들이 많다. 포스코 그룹은 올해도 이웃돕기 성금 100억원을 기탁하였는데, 그동안 누적액이 1천920억이라고 한다. 그리고 2천700 여벌의 방한 의류도 기부했고 연탄배달 봉사도 한다고 하는데, 이 대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도 한국 노인빈곤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씻기가 부족할 테니 국민 모두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야겠다. 또한 결핵 발생률도 1위로 인구 10만명당 35.7명이고 사망률 또한 3위이다. 이에 대한결핵협회는 결핵퇴치기금을 모으기 위해 매년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해 오고 있는데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아서 만화가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 속으로’란 타이틀로 10종류 1시트에 3천원짜리를 발행했다. 구입이 아니라 기부이니 카드나 연하장을 보낼 때 붙여 보내면 그 작은 정성이 이러한 불명예를 씻어주는데 작으나마 사랑의 열매를 맺지 않을까 싶다.이번 동지는 애동지다. 아이들에게 나쁘다고 팥죽은 안 쑤더라도 팥시루떡은 먹으며 모든 액을 물리쳐야지.

2023-12-21

정치가, 정치인, 정치꾼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계묘년을 보내며 교수신문에서는 전국 대학교수 1천315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설문조사 했는데 30% 정도가 ‘견리망의(見利忘義)’를 택했다고 한다. ‘눈앞의 이익을 보고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으로 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정치인의 현 세태를 꼬집은 것이라 본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올바른 책무를 팽개치고 권리를 주장하며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생각들을 대변한 것이리라. 다음으로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을 골랐다. 자기 또는 자기편의 언행에는 나 몰라라 하면서 그 책임을 남에게 돌린다는 것, 즉 국정운영의 책임은 정부 탓, 언론 탓을 해댄다는 것이다.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우리나라 정계는 그야말로 국가의 미래, 국민의 행복 따위는 관심이 없는 듯 자기들만의 이전투구(泥田鬪狗)에 뛰어든 모양새다. 정치를 하는 사람 즉, 정치인이란 ‘국가공무원법’에서 정무직 공무원으로 정의하는 사람으로 국가원수, 장관, 국회의원 등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그들은 국민의 복지향상과 국가이익 도모를 실천하는 나라와 국민의 일꾼이다. 우리는 그들의 언행을 보며 정치가, 정치인 또 정치꾼이라 부르고 있다. 영어로 굳이 구별한다면 정치가는 Statesman, 정치인은 Politician이다. 정치가는 ‘국내 정치나 외교에 관한 언행이 공정하고 존경받는 사람’이라면, 정치인은 ‘자신 또는 자기편의 이익만을 쫓는 모사꾼 즉 정치꾼’으로 폄훼되고 있는 느낌이다.프랑스 조르주 퐁피두는 “정치인은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사람이고, 정치꾼은 자신을 위해 나라를 이용하는 사람”이라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많은 정치인은 정치꾼들로 보여진다. 자기 당 우선이고 국민권익은 나중이라는 태도로 공약을 쉽게 뒤집고 정당한 근거도 없이 상대방을 비난하고 의견을 짓밟고 있다.정치가의 자질은 도덕적이며 준법의식을 갖고 미래 지향적인 개혁을 통해 국가 번영을 지향하며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을 좀 낮추어 정치인이라 한다면 사소한 거짓말이 탄로가 나도 전혀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비도덕적, 비윤리적 행위를 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우리나라는 정치인이라면 주로 국회의원을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과연 정치에 대한 논리적 능력을 가진 사람 즉 정치외교학, 법학, 행정학, 사회과학 등을 전공한 자가 얼마나 될까? 언론인과 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정계로 뛰어드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보좌관을 9명씩이나 데리고 있으니 전문성을 띤 사항은 그들에게 맡기면 되겠지만 정치인으로서 업적을 쌓아 특정 분야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정치엘리트가 많아야 국가백년지계를 설계하는 의로운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의 근대사에 정치가라 부를 수 있는 인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오히려 귀에 익은 정치인 거의 모두를 정치꾼이라 불러도 될 듯하니, 과연 정치가로서의 꿈을 갖고 있기나 한 것일까? 우리나라는 정치꾼들의 저질스러운 행태로 안보와 경제가 걱정스러우니 앞으로 참다운 정치개혁을 통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훌륭한 정치가들을 뽑아야 할 것이다.

2023-12-14

지방 균형발전의 꿈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심각하다. 수도권 면적이 국토의 약 12%인데 인구의 50%가 몰려있어 비수도권 즉, 지방소멸의 위험지역은 12년 사이에 2배로 늘어났다. 국가 경쟁력은 훼손되고 지역 간 양극화로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는 가운데 17개 시·도는 ‘지방분권-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지방시대를 열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방시대 5대 전략은 교육혁신을 통한 지역 혁신 인재를 양성하고 특화 산업을 일으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시킴으로써 2030세대의 정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지방소멸을 막자”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 균형 발전과 함께 경제 성장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그 보장의 원칙으로는 공업의 합리적 배치, 생산력의 적합성과 함께 교통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게 된다. 지방마다 자연조건과 자원의 분포 상태가 다름으로 각자의 끊임없는 정책 개발과 실현이 중요하다.인구소멸과 투자가 없는 지방을 방치하게 되면 국가 균형발전이 깨어지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어진다. 국회는 ‘지역 균형발전 포럼’도 열고 권역별 메가시티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경북도는 2년 연속 산업통상자원부의 ‘투자유치 우수 지방단체’에 선정되어 지방세 30억 절감 효과를 가져왔으며 내년에도 지자체 지원이 가능하다. 그 평가는 투자유치, 투자 수행 방식, 사업 이행관리 및 만족도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2024년부터 경북도 내의 균형발전 낙후 지역인 상주 문경 의성을 비롯한 11개 기초지자체는 국고보조비율 10%를 상향 지원을 받게 된다. 2차전지와 반도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특화단지 2곳과 국가산단 후보지 3곳을 선정하는 등 경북도의 산업구조를 바꾸려고 한다.1960~70년대 울산은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제조 산업을 통해 힘찬 공업도시로 발전하였고, 경기 화성은 근래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을 집중시켜 신도시로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포항은 70년대 포항제철을 중심으로 동해안의 굴지의 철강 도시로 우뚝 섰었다. 그러나 이러한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는 지방자치는 갈수록 위축되고 국가균형발전은 요원한 듯하다. 인구 감소, 고령화, 지역 격차 등을 이겨나가도록 주민복지와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스마트빌리지 사업도 키우고 지방투자 촉진 보조금을 통한 기업의 지방투자 활성화도 지원하고 있다.경북도는 ‘K-U시티’ 사업에 ‘배우고 익히고 누리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2개 시·군에 맞춤형 사업과 지역 대학과의 인프라 구축을 통해 미래 신도시, 청년 정주 도시를 만들려고 한다. 구미는 반도체 산업을 금오공대 구미대와, 의성은 세포배양 산업을 영남대와, 포항은 2차전지 산업을 포항공대와 한동대 등과 협력하기로 하였다. 또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여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 클러스터를 만들고 일반산업단지에서는 2차전지 및 산업용 가스생산설비를 만들겠다고 한다.산업과 함께 교육 인프라도 중요하니 포스텍의 연구중심 의과대학도 꼭 설립되었으면 한다. 지방 정주와 교육, 문화와 산업 등 5대 분야의 대전환 정책이 달성되었을 때, 진정한 지방 균형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2023-12-07

이제 12월이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이제 12월이다.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 찬 바람이 세차게 불고 흰 눈이 내리는 계절이다. 우리말로는 ‘섣달’이지만 아직 음력으로는 ‘동짓달’이다. 양(陽)의 기운이 시작되는 달이며 지난 한 해를 회고·정리하며 다음 해를 준비하는 달이기도 하다. 또 12월은 영어로는 December, 그런데 ‘Decem’의 뜻은 라틴어로 숫자 ‘10’을 의미하며, 옛 최초의 로마력(曆)은 10월까지였는데 열두 달로 되면서 뒤로 밀려난 것이다. 그러고 보니 11월 November도 라틴어 ‘9’의 의미를 갖는구나.이제 북극에서 대륙성고기압의 찬 기운이 불어오면 기온은 영하로 뚝 떨어지고 땅은 얼어붙어 빙판길 사고도 염려된다. 추위에 겨울 독감 인플루엔자와 폐렴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코로나19의 확산 우려가 있어서 독감 예방주사와 백신접종을 동시에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3년 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와 번지며 1일 발생자가 처음으로 1천 명을 넘었던 달도 그해 12월이었다. 그리고 계속 창궐하여 펜데믹을 일으키더니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으니 방역 당국도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12월은 크리스마스가 있다. 성탄을 기리는 마음으로 주위에 온정을 베풀어야 할 곳이 많다. 그래서 연말 자선 모음을 하며 쌀도 모으고 구세군 자선냄비에 성금을 넣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뿐만 아니라 각 지방 곳곳에 희망 나눔 캠페인을 벌이며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지면 내년 1월 31일까지 62일간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을 모아 100도를 훌쩍 넘기를 희망해 본다.초겨울을 지나 일 평균 온도가 0℃ 이하인 엄동이 되면 흰눈 잔치가 벌어지는 스키장이 열리겠지만 KBO 등 야외 경기는 비활동 기간이 되어 스토브 리그에 들어가게 된다. 대부분 학교는 겨울방학을 하여 쉬게 되고 곤충이나 짐승들도 긴 겨울잠에 빠져드는 1년의 끝 달, 우리도 겨울을 준비해야겠지….옛 어릴 때의 기억을 되살려 본다. 겨울이 되면 아버지는 군불을 때기 위해 장작 한 소달구지 구해놓으면 푸근한 얼굴이 되셨고, 세월이 흘러 연탄으로 바뀌었지만 지금은 가스와 전기가 방을 덥히고 집을 따뜻하게 한다. 참 좋은 세상이다. 또 중요한 건 김장 담그는 일이다. 어머니는 배추 수십 포기를 잘라서 소금물에 절이고 고추 마늘 생강 등을 빻아 버무려 큰 장독에 넣어 땅에 묻고 흐뭇해하셨다. 이젠 절임 배추 몇 포기만 사 와서 양념 묻혀 냉장고에 넣으면 된다.벌써 12월, 단풍 들었던 잎사귀가 다 떨어지면 겨울철 나뭇가지 치기를 해야된다. 나뭇가지 모양을 잘 살펴서 햇볕을 잘 받아 성장에 방해받지 않도록 밑가지를 잘라주어 새봄에 예쁜 새순을 기대하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가지치기해야 할 곳들이 많음을 느낀다. 잘 골라 수형(樹形)을 가다듬는 일꾼이 나와야 할 텐데 걱정이다.대통령도 나서 민관이 온 힘을 다했던 부산 2030세계박람회 유치는 불발됐고 우리의 힘찬 미래를 실현하려던 꿈도 좌절됐다. 12월의 탄생석은 청록색 터키석이다. 성공과 승리 그리고 행운의 의미를 담고 있고 부정 에너지를 추방하고 독성을 판별한다고 하니 파란 하늘과 바다의 기운을 품어보자.

202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