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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국양궁, 그 성공비결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금년 여름은 전세계 어디를 가나 푹푹 찌는 열기로 가득하다.더구나 제31회 하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종목별로 메달을 향한 열기로 각국의 각축전이 타오르고 있다.이런 가운데 한국 양궁이 리우 올림픽에서 전 종목 석권이라는 대업을 달성하였다는 낭보가 들린다. 올림픽 역사상 양궁에서의 전 종목 석권을 한국이 최초로 이루어 낸 것이다.한국은 양궁에서 남녀개인, 남녀단체전을 모두 석권하여 4개의 금메달을 낚아 올렸다.여자 단체전은 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28년간 8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석권했다고 한다.도대체 한국 양궁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두터운 선수층, 어려서부터의 체계적인 훈련, 협회의 아낌없는 지원, 한국인의 손재주 등 여러가지가 꼽히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것만으로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혹자는 한국이 워낙 활을 잘쏘는 민족이라고도 말한다.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유럽에서 출발한 양궁은 서양인에게 맞는 운동이고 동양인은 어깨에서 팔꿈치까지 길고, 팔꿈치에서 손목까지는 짧기 때문에 서양인들 체형에 맞는 활을 가지고 겨룰 때 동양인이 불리한 경기라고 한다.한마디로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은 운동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양궁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어떤 비결이 있을까?한국 양궁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한국 양궁의 국가대표 선수 선발 과정이 그 비결이라고 한다.양궁의 선수선발은 한국 스포츠 종목 중 가장 공정하고 엄격한 과정으로 최고의 모범이라고 입을 모은다.실제로 이번 리우올림픽 출전 남녀 6명 선수 중 1명만 제외하고는 모두 올림픽을 처음 출전하는 선수일 정도로 선발과정에 프리미엄을 받는 선수가 없다고 한다.4년전 런던올림픽에서도 3개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6명의 선수중 5명이 이번 선발전에서 탈락했고 심지어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도 이번 선수선발전에서 탈락했다고 한다.양궁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이유는 선발 과정이 공정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파벌이 없기에 그리고 공정하기에 누구한테 잘 보여야 하고 누구한테 줄 서야 하는지 이런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이러한 양궁의 선수 선발 과정은 정말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많다.최근 스포츠 종목에서 뇌물을 받고 진학시키거나 대표로 선발하는 행위들, 또 파벌로 인하여 실력은 있으나 인정받지 못해 해외로 진출하여 다른 나라 대표로 출전하는 경우, 도박에 연루된 선수들, 승부 조작 등 끊임없는 부조리가 있어왔다.어디 스포츠 뿐이랴?불공정한 공천으로 인한 힘있는 정치인에게 줄서기, 능력과 상관없는 낙하산 인사, 뿌리깊은 전관예우, 실력보다는 힘과 권력이 앞서는 사회 시스템이 우리 사회 도처에 자리 잡고 있어서 우리 사회와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 시키고 있다.오직 실력만이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공정한 시스템이 보장 된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정말 전종목 석권의 한국 양궁에서 우린 공정한 게임룰을 배워야 한다.

2016-08-18

한국인 유학생들의 고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이번 여름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푹푹 찌는 더위의 연속이다.유난히 더운 이번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미국 중서부의 7개의 대학을 돌아보았다. 조금 작은 대학도 있고 큰 대학, 명문대학을 포함해서 미시간, 위스콘신, 일리노이, 인디애나, 테네시, 켄터키 등 여러 주를 돌면서 대학 관계자들과 만나고 유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미국 대학 어디를 가든 한국인 유학생이 있고 그들을 위한 한국 식품점, 식당, 교회 등이 있어 이들의 유학생활에 편의를 제공해 주고 있다.유학생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졸업 후 취직이지만 미국에 남을 것인가, 한국으로 들어갈 것인가, 거주지 선택의 고민도 커 보였다.주위 아는 여러 교수들도 미국에서 연구직이나 대학 교수직을 사임하고 영주권을 포기하면서 귀국하기까지 기나긴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거주지 질문이 나올 때마다 필자의 대답은 똑같았다. “어디에 살든 본인이 행복하고 한국의 국가발전과 세계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지역이 무슨 상관이겠는가?”라는 답이었다.지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선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각 국가 선수들은 자기 국가의 명예를 걸고 뛰고 있지만 그들이 선수로 활약하는 무대는 꼭 자기 국가가 아닌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배구에서 신들린 활약을 하고 있는 김연경 선수, 축구의 귀재라는 손흥민 선수 등은 비록 국적은 한국이지만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다.그러한 예는 다른 나라에도 상당히 많이 있다.결국 국가의 힘은 영토에 한정되지 않고 그 국민들의 글로벌 활약 범위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때, 지적인 활동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활약 범위에서 국가의 힘을 외연화 시킬 수 있다고 본다.세계를 하나의 무대로 경영하는 개념을 버추얼 코리아(Virtual Korea)라고 부를 수 있다. 버추얼이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아도 실제로 존재하는 개념을 말한다. 글로벌(Global)이 물리적인 개념이라면 버추얼은 한걸음 더 나아간 포괄적인 개념이다.일본, 중국, 미국 등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한국인들은 그 자체가 버추얼 코리아의 네트워크이다.300만 미국 교민과 수천개에 달하는 한인교회, 대형마트, 한국식당, 그리고 한국공장, 상품 등은 그 자체가 한국 힘의 확산이다.미국 최대의 전자상품 마트인 베스트 바이(Best Buy) 에 들렀을 때 스마트폰 섹션과 TV 섹션은 삼성, LG의 상품이 판매대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유명한 소니를 한구석으로 몰아놓고 있었다.그리고 현대, 기아 자동차 딜러들의 모습은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있었다. 한국 대기업의 연매출액 반 이상이 해외 판매에서 나오는 경우도 많다. 세계에 퍼져 있는 한국민들과 그들이 구축한 버추얼 코리아의 힘이 아니겠는가?이제 모든 분야에서 전 세계는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면적은 작고,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오직 세계를 경영하는 길 뿐이다.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발달은 하나의 세계를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이번 미 중서부 대학 방문 투어에서 믿음직스럽고 영리한 눈빛을 가진 우리 유학생들을 앞에 두고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었다.그들이 공부가 끝나고 세계로 나아갈 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너희들이 어디에 살든 한국과 세계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다면 그건 한국민의 자랑이고 영토의 확장이 아니겠는가?”

2016-08-11

“이화여대 학생들에게”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한국의 대표적인 여자 사학인 이화여대가 최근 몸살을 앓고 있다.수백명의 이대 학생들이 학교 본관과 계단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고 교수들을 감금했다가 며칠 만에 풀어주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학생들은 `독단적 추진` `학위 장사` 등의 이유로 학교가 설립하기로 한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 사업을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와 상관없이 아마도 반대의 내면적인 이유는 이화여대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가 저하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일 것이다.이화여대는 지난 100여년간 한국 여성 교육의 명문대학이었고 학생들이 혹시나 그러한 명성에 흠이 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사실 이와 비슷한 예가 포스텍에서도 있었다. 지난 1986년 문을 연 포스텍은 8년 후인 1994년 최고경영자 과정(PAMTIP)을 개설했는데, 당시에도 지금 이대가 겪고 있는 그러한 유사한 상황을 겪었고 반대에 부딪혔었다.연구중심대학으로 문을 연 포스텍이 과연 이러한 사회교육 과정을 필요로 하는가? 라는 질문이 학교 내부에서 반론으로 제기되었다.당시 이 과정을 발의하고 준비하던 필자는 이러한 반론들을 설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우여곡절 끝에 첫 주임 교수를 맡게 되었는데, 그 후 22년간 여러 변화를 통해 지역사회의 기업인, 공무원, 전문가들의 계속 교육의 장으로 자리를 굳혔고 1천명에 가까운 졸업생들은 지역과 국가에 봉사하면서 포스텍에서의 교육과정을 보람 있게 실천하고 있다.사실상 하바드, 스탠퍼드, 옥스퍼드 같은 세계적인 명문대학들도 모두 사회교육과정이나 계속교육의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이러한 과정은 대학의 사회봉사, 기회균등의 제공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사실상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대학의 명성에 걸맞는 `사회봉사`의 차원에서 칭찬할만한 일이다.대학은 연구, 교육 이외에도 사회에 대한 봉사의 책임을 가지고 있다.연구, 교육을 통해 얻은 대학의 명성은 오히려 이러한 봉사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위에 열거한 세계적 명문대학들이 이러한 과정 때문에 명성에 흠이 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미래 라이프 대학` 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재정 지원사업, 이른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의 일환이다.교육부는 직장인, 경력단절여성들을 중심으로 평생 학습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연간 30억원을 지원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을 추진했고 여러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이대는 학년당 정원 200명 규모의 미래라이프 대학을 설립해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 전공`과 건강, 영양, 패션 분야를 다루는 `웰니스(Wellness) 산업 전공`을 개설, 내년도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여러 참여 대학 중 주요 유명대학들의 참여가 적은 가운데 이화여대의 참여는 오히려 신선하고 돋보였다.지금 농성 중인 학생들에게 이화여대의 그러한 프로그램은 여자 사학의 명문 이대의 명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다.이대생들이 오히려 그러한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직장인, 경력단절여성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는 것에 더 관심을 갖고 기회균등의 이슈에 더 관심을 갖는다면, 이대생들이 얼마나 더 멋지게 보일 것인가?

2016-08-04

LPGA 한국 여자 선수들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1998년 도저히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골프라는 스포츠에서 만 20세의 박세리가 미국 LPGA(미국 여자 골프 프로대회) 대회에서 우승했다. 당시 골프, 테니스, 수영 등은 서구권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는 경기로 도저히 우리에게는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스포츠였다. 박세리 우승 이후 골프에서 한국 여자 선수들의 활약은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LPGA는 한국선수들이 판도를 흔들고 있다.세계 랭킹 10위안에 항상 3~4명이 포진하고 한국계 선수까지 합하면 반을 넘는 것이 흔하며 현재 세계랭킹 1위는 한국계선수 리디아고(한국명 고보경, 뉴질랜드 국적)이다. 세계 100위 안의 30%가 한국(계) 선수이다.여자 골프는 일본과 비교하면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다.일본 리그인 JLPGA는 선수도 많고 상금도 많아서 한국선수들 다수가 진출할 정도로 인기인데, 일본은 이제 한국을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한일 국가대항전도 한국의 연승으로 이제 그 대회의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일본의 골프장 숫자는 한국의 10배가 넘고 당연히 인구가 많은 일본은 골프인구도 우리보다 훨씬 많고 프로골프대회도 상금도 더 많고 활성화 되어 있다. 그런데 왜 한국여자 골프는 일본보다 그토록 강한가?이와 반대가 되는 예가 테니스에 있다.과거 전미라라는 테니스 선수가 있었다.전미라 선수는 1994년 16세의 나이로 윔블던 주니어(18세부)에서 준우승을 한 선수였다. 이는 한국 테니스 사상 불멸의 금자탑을 세운 역사였다.그러나, 전미라의 행진은 거기까지였다. 프로로서 세계 100위안에도 들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당시 결승에서 맞붙었던 스위스의 힝기스는 그 후 바로 프로로 전향, 수많은 프로 대회에 참가하여 경쟁력을 쌓았고 세계 1위가 되었다.힝기스는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유명클럽 등지에서 다양한 상대와 훈련하며 야생의 싸움닭으로 성장한 반면, 전미라는 당시 계속 주니어 대회를 맴돌고 한 명의 코치와 지루하게 공을 치고 연습하면서 점점 힘 없는 집닭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게 어려운 윔블던 주니어 대회의 준우승에 빛나는 전미라가 왜 성공할 수 없었나? 전문가들은 주니어 경기에 대한 집착과 훈련 방식을 꼽고 있다. 한 명의 코치와 연습하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졌다고 전미라는 회고하였다.테니스나 기록 경기가 아닌 상대적 경기를 하는 스포츠 종목은 고립 상태에서 절대 실력이 늘지 않는다. 다양한 상대와 연습해야만 실력이 늘 수 있다.테니스의 실패와 여자 골프의 성공은 그 원인이 같은 맥락에 있다.한국 여자 골프는 전 세계에서 훈련한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 주니어들이 나가 있고 국가대항전 호주 대표의 반은 한국계선수이고 이번 미국 주니어 선수권 남녀를 모두 한국(계)선수들이 휩쓸었다.반면 일본은 JLPGA에 갇혀서 일본 국내에서만 경기를 하는 선수들로 가득차 있다.결국 들판에서 야생마로 키워지고 있는 한국이 더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우리의 외교, 경제, 사회, 과학, 산업 모든 분야가 테니스의 실패와 골프의 성공에서 배워야 한다. 우리의 테두리 안에 갇혀서 우리만의 세계를 구축해서는 경쟁력을 얻을 수 없다. 글로벌이라고 하는 세계 무대로 나아가 야생의 들판에서 경쟁해야만 한다.산업에서는 성공도 했다. 한때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숨겨야 했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세계 시장이라는 들판에서 싸우면서 브랜드를 키웠다.그러나 노벨상 부재로 자책되는 과학, 그리고 세계무대에서 고전하는 외교, 만족감 OECD 최하위라는 사회상황은 어떠한가?우리는 여자 골프의 약진으로부터 야생처럼 경쟁하여 살아남는 글로벌 경쟁력을 배워야 한다. 실패는 그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다만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때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2016-07-28

사드의 님비(NIMBY)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사드 때문에 매일 시끄럽다.정부가 사드를 경북 성주에 설치한다는 발표가 나자마자 성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설명을 위해 방문한 국무총리에게 물병을 던지고 성주군수는 단식에 들어가기도 했다.사드는 영어로 THAAD(TerminalHighAltitudeAreaDefense)인데 한국어로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라고 부른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요소 중 하나이고,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군 병력과 장비, 인구밀집지역, 핵심시설 등을 방어하는데 사용된다.이미 한반도에 설치되어 있는 패트리엇(Patriot) 미사일이 고고도 방어를 할 수 없기에 개발된 미사일 체계라고 한다.사실상 끊임없이 핵과 공격용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이 패트리엇, 사드 이런 방어체계를 부르고 있다.그런데 왜 성주는 반발 하는가? 그 이전에 설치 예정지로 되어 있던 칠곡 등 모든 지역에서도 반대 시위가 있었다.`님비` 현상이라는 말이 있다.님비는 영어로 Not In My Back Yard(NIMBY)의 약자로 `내 집 뜰에는 안된다`는 것인데 지방자치 단체들이 핵시설이나 쓰레기 매립장 등 싫어하는 시설만큼은 내 지역에는 안된다는 주장을 빗대는 말이다. 영어권에서도 자주 쓰는 말이다.이왕이면 우리 지역에 투자해 달라며 대기업이나 정부시설을 다퉈 유치하려는 현상으로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PIMFY) 라는 말도 있다.최근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던 영남권 신공항 유치가 대표적인 경우이다.핌피인 신공항 사태의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드 배치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각 미디어마다 찬반 토론이 치열하다.찬반 어느쪽도 어려운 논쟁이 바로 사드 논쟁이다. 걸프전 당시 미군의 패트리어트는 이라크의 스커드와 알 후세인 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요격하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패트리어트는 특정 지점의 주요 군사시설만을 방어하는 거점중심 방공무기체계로 개발되었다는 제한성이 있었다. 패트리어트의 요격고도가 낮기 때문에 높은 고도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의 핵탄두가 폭발할 경우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북한은 패트리어트에 맞서 장거리 또는 고도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시험하면서 미국이나 한국 전역을 타격할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이 때문에 패트리어트보다 높은 고도에서 적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면서, 광범위한 지역을 방어할 수 있는 새로운 탄도미사일 방어체계가 필요하게 되었다.장군 멍군의 싸움인 것이다.사드를 반대하는 논리중에 군사적 측면의 시비는 너무 복잡하고 전문성이 요구된다. 과연 사드가 적의 고고도 탄도 미사일을 잘 방어 할수 있느냐 하는 것도 시비의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이다.그러나 비 군사적 측면에서의 시비는 설치 지역내의 전자파에 의한 주민들의 피해와 중국의 경제적 압박과 외교관계의 약화로 요약된다. 우리가 안보문제에서 가장 배격해야 할 것은 님비현상이다. 성주 주민의 건강, 전국 70%를 생산한다는 참외의 오염을 거론하지만 이미 전자파의 피해가 없다는 증명이 여러 차례 있었다.그 기지가 어디로 오든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포항이든, 안동이든 어느 지역이든 안보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각오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또한 중국의 경제적 압박과 외교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경제적 압박은 두 나라 모두에게 손해이다. 또한 그러한 압박이 현실화 된다고 해도 돌파구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외교의 피해는 사드와 관련없이 모든 북핵문제에 있어서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는 냉온을 반복하게 될 것이며 그 슬기로움은 우리의 몫일 것이다. 이제 이 조그만 나라에서 사드 님비의 지혜를 통해 님비 현상은 없어져야 한다는 바람이다.

2016-07-21

우리 자식 어떤 대학에 보내야 할까?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신문지상에 각 대학들의 신입생 모집 공고가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9월경 본격화되는 수시모집을 위해 각 대학들이 저마다 대학을 홍보하고 자기 대학으로 학생을 보내라고 홍보하고 있다.교육부의 구조개혁위원회는 입법화를 통해 정원을 충족 못하는 부실대학의 퇴출을 유도할 예정이어서 대학들의 발걸음은 바빠지고 있다.구조개혁 위원장인 백성기 전 포스텍 총장의 말에 의하면 곧 많은 대학들의 정원이 조정되고 일부 대학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한다.고교 졸업 정원보다 입학정원이 더 많은 공급 초과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라면 갈 대학은 많아진다는 이야기가 된다.그러나 “갈 대학은 많은데 갈 수 있는 대학은 없다”는 푸념이 학부모들의 걱정이다.한국의 4년제 대학은 200개가 되지만 자식을 보내고 싶은 대학에 보내려도 성적이 모자라는 것이 학부모들의 공통된 고민이다.어느 대학에 보내야 하는가?대학에는 대학 랭킹이란 것이 있다.1994년 한국의 한 중앙지가 처음 국내 대학 랭킹을 발표 하기 시작하였는데, 이후 2000년대 들어와 영국의 평가기관들을 중심으로 세계 대학 랭킹, 아시아 대학 랭킹 등을 우후죽순처럼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국제 랭킹들에서도 국내랭킹은 쉽게 계산해 볼 수 있다.현재 대학 랭킹을 발표하는 기관은 세계적으로 50개가 넘는다. 그런데 이러한 랭킹기관들이 공통점으로 사용하는 기준은 크게 셋으로 나누어 진다. 각 대학들의 기본인프라와 연구력, 그리고 평판도이다. 문제는 대학 선택을 할 때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대학의 기본인프라나 연구력보다는 평판도에 훨씬 매료된다는 사실이다. 평판도에 매료되는 것은 그 대학을 졸업했을 때 누릴수 있는 본인의 평판이 대학의 평판과 같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경영에서 전문 용어로 신분동질화(Status Synchronization:SS)라고 부른다.즉 그 대학의 졸업생이나 대학의 평판도에 자신을 동화시키고 싶은 욕망이다.SS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크게 네가지가 있다. 이 네가지 요소들은 상호 연관성이 있다.우선 입시시장에서의 배치표이다. 이건 정시모집을 하는 대학들에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대학들이 배치표를 만드는 입시관계자들에게 읍소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또하나는 입소문이다. “어떤 대학이 재벌의 지원을 받아 크게 뜨고 있다” “어떤 대학이 요즘 입학생 수준이 떨어진다” 등의 입소문이 수험생 학부모의 마음을 움직인다.아마 입소문 중에서 가장 위력적인 것은 그 대학 선배들의 입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선배들의 후배 충고는 매우 중요하다.아마도 수시모집으로 학생들을 모집하는 경우에는 이런 입소문이 중요할 수 있다.또한 각종 매체에 발표되는 대학랭킹도 대학선택에 영향을 준다.그러나 대학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입학생들의 성적이다. 입학생들의 성적이야 말로 SS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30년의 일천한 역사를 가진 포스텍이 어떻게 명문교가 되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건 대학인프라, 연구력이 중요하긴 하였지만 초대 김호길 총장의 280점 승부수에 있었다. 280점 이하는 선발하지 않겠으며 학생이 안오면 학생없이 대학을 운영한다는 배짱이 통했고 결국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성공하였다.우리 자식을 어떤 대학에 보내야 하는가?모든 부모님들의 한결 같은 고민이다. 수험생 당사자이건 부모들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한국에서 대학은 다른 나라에 비해 수직 서열화 돼 있다. 전통적인 대학 서열은 아직도 선택의 폭을 좁히고 전공과 관계없는 선택을 하도록 한다.자기 적성에 맞는 학과를 결정하고 그 분야를 잘 공부하고 연구환경이 잘 조성돼 있는 대학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지만 위에 언급한 SS를 소홀히 할 수 없고 SS를 결정하는 4가지 요인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대학 선택에는 미래를 위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현명한 지혜와 판단이 요구된다.

2016-07-14

한 젊은 검사의 죽음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한 젊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33살의 정말로 꽃다운 나이다. 검사에 임용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검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부장검사로부터 모욕과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해당 검사 이외에도 김모 부장검사로부터 모욕을 받은 검사들이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나도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해당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은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김모 부장검사와 같이 일했을 때를 `지옥`이라고 회상했고, 결재판으로 머리를 맞으며 욕설을 들어야 했으며 때로는 밤을 새서 만든 보고서가 눈 앞에서 찢겨지는 치욕을 당했다고 한다.연수원 동기 990명 가운데 712명이 뜻을 함께했다고 하니 이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간다.해당 검사의 어머니는 `다른 검사들이 아들과 같은 고통을 받지 않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고 하면서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김 모 부장을 해임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한다”면서 아들의 죽음에 오열하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이를 조사하는 검찰의 자세에서는 큰 온도 차가 느껴진다.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고 하는 검찰은 “김 부장검사가 문제가 많은 것은 확실하다”며 “징계수위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는데 이는 제 식구 감싼다는 비난을 면키 힘들어 보인다.인간에게 가장 참기 힘든 게 `모멸감`이다.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도 인간이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것은 자존심(Self-Esteem)이다.심리학자들은 이 자존심을 인간의 가장 바탕이 되는 욕구로 분류한다. 그런 자존심의 붕괴로 필자도 여러 친구를 잃었다.10여 년 전 장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명 그룹의 2세인 그는 검찰조사를 받고 나온 후 사무실에서 뛰어내렸다.몇 해 선배이긴 해도 친구 같은 선배였고 젊은시절 같은 직장에서 함께 동고동락을 하면서 해외출장도 같이 다니던 친구는 아주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대학도 국문과를 나와 감성적인 면이 다분했는데 검찰의 조사에서 모멸감을 도저히 참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그러나 조금은 계산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공대 출신 친구 한 명도 이런 모멸감으로 떠나갔다.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활약하던 그 친구는 몇 년전 조그만 도시의 시장으로 선출되어 한 도시의 장을 맡게 되었다. 이공계 출신으로 논리적이고 덜 감성적인 친구였다. 그러나 예산 집행에서 나타난 문제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나온 직후 한강물에 뛰어들었다. 당시 친구를 구하려고 물에 뛰어든 운전기사도 함께 세상을 떠나는 비극적인 사건이었다.최근엔 대전연구단지 내의 큰 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던 절친하던 친구가 특허를 얻은 발명품에 대하여 투자가들의 압박 등으로 법적인 문제가 얽히면서 모멸감을 받으며 힘들어 하던 중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친구들의 사망 사건을 보면서 인간에게 있어서의 자존심의 중요성과 모멸감에 대한 저항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법을 집행하는 기관들의 효율성 향상에 대한 압박과 고충도 충분히 이해한다.그러나 법을 집행하는 조직일수록 자존심을 존중해주는 인간적인 조직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인간을 다스리는 법을 집행하는 기관일수록 더욱 인간적인 조직으로 성장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걸 그들이 사용하는 법을 통해서라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아픈 가슴으로 해당 검사의 명복을 빌고 싶다.

2016-07-07

천재 과학자의 뼈아픈 독백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미국 수재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경쟁하기가 힘들어. 우리 교육방식의 문제야.”어제 오늘 하루 종일 이 한마디가 필자의 가슴을 내내 아프게 하고 있다.임지순 교수! 그는 후배들에겐 `공부의 신`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천재 과학자이다. 70년 경기고 수석졸업, 대입예비고사 전국수석, 그리고 서울대 수석입학. 소위 그 시절 3관왕의 영예를 누렸던 선배이다. 미국 버클리 유학 시에도 시험은 수석이었다고 한다.서울대 교수 30년 생활을 정리하고 올해 포스텍으로 부임한 임 교수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그가 던진 독백과 같은 이 한마디가 내내 뇌리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연간 20조 가까운 연구개발 투자비와, 교수들에게 4조가 넘는 연구비를 주고 있지만 한국이 노벨상을 타는 날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그가 건네준 전 카이스트 총장 러플린에 대한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버클리에서 학사, MIT에서 박사를 받은 러플린은 그후 벨 연구소에서 일하는데 괴짜이고 주변사람과 어울리지 못해 쫓겨났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버클리로 돌아왔다가 스탠포드 교수가 되었는데 벨 연구소에서 연구한 연구업적을 근거로 48세인 1998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후 벨 연구소의 해당 연구실은 러플린을 몰아낸 걸 크게 후회하였고, 노벨상 수상자를 몰아낸 연구실로 낙인찍혔다는 이야기다. 러플린과 알고 지내던 임 교수는 그가 괴짜 연구자라고 단언하면서 한국에서 성장했으면 학교를 다니다가 쫓겨났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국 교육환경이나 연구환경은 러플린 같은 학자는 수용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단언코 말할 수 있다. 심지어 미국의 벨 연구소에서도 쫓겨난 괴짜를 한국 교육계와 연구계가 수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노벨상을 비롯, 획기적인 발견과 창의성은 의외로 이런 괴짜에게서 발견된다.한국이 노벨상을 받는 날이 올까?300개가 넘는 노벨상 수상을 한 미국을 선두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일본, 중국, 심지어 인도, 파키스탄 등 동양의 여러 나라들이 수상했다. 실제로 노벨상을 수상한 나라는 40개국을 넘고 있다. 한국은 경제규모로 세계 10위권에 가까이 가고 있고 올림픽에선 항상 10위안에 드는 G20인 국가이다. 그러나 노벨상은 전무하다.노벨상을 수상한 국가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거론할 수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 중진국들은 거의 다 포함돼 있고 한국만 유일하게 빠져있는 상태이다.한국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이 질문에 임지순 교수의 독백은 하나의 정답을 보여 주고 있다. “불가능에 가깝다.”필자가 미국 대학에서 공부했을 때, 미국의 수재들과 한국의 수재들의 차이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답을 구하는데 급급한 한국의 수재들은 해법이 없는 문제를 접했을 때 며칠간 끙끙대다가 끝내 답을 구하지 못했다. 미국의 수재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해법이 없으면 해법을 만들면 된다”한국에서 수재라고 불리던 한국학생들은 이 한마디에 “졌다”라고 복창했다.창의력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인가 혹은 훈련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지만 창의력의 90% 정도는 훈련과 환경에 의해 얻어진다고 보여진다.노벨상을 수상하는 졸업생의 동상을 앉히겠다고 포스텍에는 빈 좌대가 있다. 포스텍을 설립한 지 금년이면 30년이다. 원래 계획은 설립 30년쯤 좌대가 채워지도록 되어 있다.그러나 여전히 그 좌대는 비어 있다.과연 초·중·고등학교에서 창의적으로 길러지지 않은 학생들에게 대학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한다면 노벨상을 받게 할 수 있을까? 대학의 창의력 교육이나 연구는 제대로 되고 있는가?독백처럼 내뱉은 임지순 교수의 한마디가 오늘 한국교육과 연구의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그 같은 수재가 힘들다고 한다면 정말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창의적 교육과 연구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 답을 내놓기 전에는 한국의 노벨상 수상은 아직도 요원하다.

2016-06-30

홍콩에서 빛난 포항과 울산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결국 김해공항 확장으로 판결이 났지만 신공항을 놓고 “밀양이냐 가덕도냐”라고 영남권과 부산권이 다투고 있을 때 홍콩의 신흥 명문대학 홍콩 과기대(HKUST)에서 있었던 아시아 대학 정상회의에선 아주 신선한 발표가 있었다. 영국의 고등교육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주최하는 2017년 아시아대학 정상회의(Asia Universities Summit)가 내년 3월 울산에서 울산대 주최로 개최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매년 THE는 아시아 정상회의를 열고 아시아대학의 여러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아시아 대학 랭킹을 발표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포항과 울산이 함께 빛을 발했다.포항에 있는 포스텍은 이번 THE 아시아 랭킹에서 아시아 8위로 국내 1위를 회복했다.2010년 세계 28위까지 오르며 국내 1위로 THE에서 평가했던 포스텍은 2012년 이후 국내 3위로 내려가면서 전통적인 라이벌인 카이스트, 서울대와의 해외 평가에서 고전했었다. 이러한 평가는 해외에서의 인지도와 국내에서의 대학지원에 영향을 주는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번 포스텍의 국내 1위로의 복귀는 포스텍이 창설 3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출발이 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울산의 약진은 이에 못지 않았다.울산대학교는 아시아 52위로 국내 10위권 대학으로 평가됐다. 의대가 강한 울산대가 논문 및 대외평가에서 큰 약진을 이뤘다. 이미 울산대는 포스텍이 한동안 1위를 기록하였던`설립 50년 이하 대학`에서 세계 100위권에 들었다. 또한 괄목할 만한 일은 THE의 2017년 아시아대학 정상회의가 내년에 울산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이다.울산대는 광역도시 승격 20주년을 맞이하는 울산시와 연합해 국내 첫 최대 규모 `아시아대학 정상회의`를 유치해 산학협력의 가치를 전수하고 `산업·관광도시 울산`을 세계에 홍보한다는 계획이다.아시아대학 정상회의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 대학의 총장과 정부 관료, 비즈니스 리더들이 참가하는 회의로 창의적 인재양성과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고등교육의 역할과 미래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을 위한 대학의 역할 등을 논의하는 회의이다.홍콩에서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올해 대회에는 세계적 명문인 미국 칼텍, UCLA, 싱가포르국립대, 독일 뮌헨공대,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영국 글래스고대학 등 세계 50여 개국에서 31명의 총장을 포함 250여 명이 참가했다. 세계 1위라는 칼텍 총장을 비롯해 포스텍, 카이스트 총장들이 참석한 대규모 회의였다. 홍콩과기대 설립 25주년을 자축하기도 했다.THE는 현장 실사를 통해 울산대학교와 견학예정 산업체인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SK에너지를 비롯해 숙박시설과 교통편 등을 점검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또한 내년도 회의에선 혁신적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방안을 모색하는 본회의와 함께 한국대학의 산학협력교육 현장인 산업체 탐방 등으로 한국의 우수한 산학협력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사실상 포항도 이러한 계획을 추진했으면 한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특히 `산학협력`이 세계대학의 발전전략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에 산학협력의 메카 울산에 뒤지지 않는 포항에서 한국의 산학협력 모델을 주제로 한 대학정상회의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실제로 9월에는 미국의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 버클리 캠퍼스에서 세계대학 정상회의가 열린다.포항도 울산의 세계화 전략과 같이 이러한 세계대학 정상회의를 개최할 계획을 제안하고 싶다.이제 서울과 지방을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각 지역은 세계를 향해 각개 약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홍콩에서 빛난 울산 그리고 포항의 위상이 지속적으로 두지역의 세계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특히 두 도시가 고속도로로 30분 생활권으로 묶어진다면 두 지역의 세계화는 협력을 통해 가속화 될 수 있다.

2016-06-23

밀양 대 가덕도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밀양이냐? 가덕도냐? 국토교통부가 오는 24일 이전 아주 중요한 발표를 한다고 한다. 한국 동남부권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 발표가 그것이다.그런데 발표가 초 읽기에 들어가면서 가덕도의 부산과 밀양의 동남부 지자체 연합 간의 대결이 국론분열 수준으로 가고 있다.`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남부권 신공항 건설`에 관련 지자체장이 서명하고 공정한 입지 평가를 위하여 한국교통연구원-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컨소시엄에 용역을 준 지 꼭 1년만이다.컨소시엄이라고는 하지만 한국교통연구원은 기초 데이터만 제공하고 파리공항공단이 실제 입지 타당성을 조사하기 때문에 공정한 조사를 기대한다는 것에 지자체들이 합의한 것이다.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지극히 우려스러울 정도이다.부산에서는 2만여 명이 모인 대규모 궐기대회까지 열렸다. 가덕신공항유치 범시민 궐기대회에는 100여 개 사회단체와 시민 등 2만여 명이 운집했다.이들은 결의문을 정부와 청와대, 국회 등에 제출한 뒤 관철되지 않을 경우 끝까지 투쟁하기로 했다고 한다. 행사 후 시민단체 대표들은 부산시청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고 한다.반면 영남권의 대구, 울산, 경남북의 시·도 단체장들도 경남 밀양시청에 모여 공동 호소문을 발표했다고 한다.이와 함께 밀양 내정설, 결과 불복설 등 각종 설과 함께 음모론도 난무하고 있다. 정치권 역시 여야 구분 없이 지역구와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가덕도와 밀양으로 갈려 다투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우선 한국 동남부에 어떤 공항이 필요한 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우리는 최근 다시 개항한 포항 공항의 예를 보면서 국내선을 연결하는 항공노선의 한계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KTX와 곧 등장할 프리미엄 고속버스 등으로 국내 도시를 잇는 항공편은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사실상 제주도를 제외하면 국내 대부분 지역, 특히 수도권 지역은 KTX나 다른 교통수단으로 2시간 남짓으로 갈 수 있다.이러한 상황에서는 국내 도시를 잇는 항공편은 지속적으로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따라서 동남부권 공항은 인천공항과 대등한 공항이 되어야 한다. 즉, 전 세계를 직접 날아갈 수 있는 그러한 국제공항이 되어야 한다.자주 해외출장을 가는 주위 동료교수들을 보면 인천공항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큰 부담이 되는 걸 볼 수 있다. 아침 항공편을 이용하려면 새벽 2시에 심야버스로 포항을 출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천공항에 저녁 늦게 도착하면 포항에 내려올 방법도 마땅치 않아 전전긍긍하기도 한다.이러한 측면에서 동남권에 전세계로 직접 날아갈 수 있는 국제공항이 필요한 건 동남권에 있는 부산, 대구와 같은 인구밀집도시, 울산 포항과 같은 산업대형도시를 위해서 절대 필요한 것이라고 보여진다.일반적으로 공항까지 가는 거리는 1시간 내외가 가장 최적이라고 하고 그런 관점에서 공항들이 세워진다.그러한 측면에서 동남부권의 주요 인구밀집도시나 산업대형도시에서 1시간 내외 거리에 공항이 위치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공항의 입지를 정치적으로 판단해서도 안되고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지자체가 합의하여 발의하고 그리고 용역을 맡긴 용역업체의 객관적인 결론을 받아들여야 한다.국가적 사업은 지역 이기주의나 정치적 전략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밀양과 가덕도를 두고 벌이는 정치적 정쟁이나 지역 이기주의적 시위는 즉시 중단 되어야 한다.

2016-06-16

30세, 이립(而立)의 포스텍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1986년 설립된 포스텍이 올해 30주년을 맞이한다.30년 전 박태준 포스코 회장의 결단과 김호길 초대 총장의 배짱으로 만들어진 포스텍은 한국의 서울 아닌 지역에서도 초일류 대학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영국 타임즈는 설립 50년 이하 대학 중 포스텍을 세계 1위로, 그리고 세계의 모든 대학을 통틀어서 세계 28위로 포스텍을 랭크하기도 했고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여러 차례 한국 1위의 대학으로 랭크되었다.그런 포스텍은 최근 격동의 몇 년을 보낸 후 작년 9월 새로운 총장을 맞이해 새로운 출발을 했다.그리고 이제 1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지금 포스텍은 30년 행사 계획을 세우기에 분주하다. 조금 늦었지만 30년사를 편찬하고, 역사물 찾기, 음악회, 동아시아 총장회의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현 시점에서 포스텍이 30주년을 맞이해 무엇을 해야 하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지난 수년간 캠퍼스를 격동으로 몰아넣었던 이슈가 있었고 그 기간 동안 역동력을 많이 상실한 포스텍의 상처는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그 하나의 현상이 전통적인 포카서(포스텍, 카이스트, 서울대의 삼각구조)에서 학생들의 포스텍 선택권이 줄어드는 현상을 최근 입시에서 경험했다. 지난 몇 년 간 남들이 뛰고 있을때 포스텍은 혼돈의 세월을 겪었기 때문이다. 국가과학자를 비롯해 여러 유능한 교수들을 잃었다. 또한 대학의 대내외적 평가는 상대적인 하락을 겪고 있다.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정성적인 요소로는 대학의 명성이 있고, 정량적으로는 입학생의 성적과 국내외 대학평가(랭킹) 등이 있다.물론 포스텍이 자랑하는 대학의 연구능력은 위의 세 요소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그 영향은 장기간에 걸치고 또한 전략적인 접근 없이는 쉽게 반영되지 않는다.포스텍은 짧은 역사와 규모 면에서, 삼각구조에서, 명성 부분에서 늘 불이익을 감수해 왔다. 이런 와중에 대학평가의 하락도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입학생의 성적으로 승부를 걸기에는 위험적 요소가 많다는 판단도 문제이다. 초대 김호길 총장의 절대 커트라인의 승부수도 이제는 교육부가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설립 30년. 이 시점에서 포스텍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포스텍은 확고한 방향을 세워야 한다.그냥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한국에서 상위권 대학의 하나로 그냥 남을 것인가?아니면 확고한 방향을 세우고 흔들리고 있는 위상을 다시 잡아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인가?논어에는 사람이 나이 서른이 되면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어 자기 인생의 뜻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하여 이를 이립(而立)또는 입지(立志) 한다고 쓰여 있다.30세가 된 포스텍은 이제 이립의 경지에 와 있어야 한다. 목표를 확고히 세우고 흔들릴 수 없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포스텍이 이립의 경지에 와 있는지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한다.구성원들과 외부인들에게 확고한 포스텍의 목표와 흔들리지 않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지를 명확히 알려야 한다.그러한 의미에서 형식적인 30년 행사보다는 “진정한 도약을 위한 혼신의 힘이 들어간”행사들이 확고한 목표와 방향 설정 하에 기획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획은 감동적이고 글로벌적이어야 한다.2011년 중국 칭화대학이 10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100년의 도약을 선언하고 중국 국가총리와 세계 초일류 대학들을 초대하여 캠퍼스에 모여 기념식수를 한 행사와 최근 카이스트가 개최한 세계총장들의 캠퍼스 투어를 통해 창의적인 연구결과들을 보여준 행사 등은 그 밑바닥의 정신이나 스케일 면에서 포스텍이 충분히 참고 해야할 행사들이었다. 30세의 포스텍은 이립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2016-06-09

반기문 신드롬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제8대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지난주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름이다.그는 이번 5박6일의 방한에서 `반기문 대망`을 심는데 꽤 성공했다. 국민지지율은 2주 연속 상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대권 도전`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그의 대권 출마를 기정사실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그가 “내년 1월1일이 되면 이제 한국 사람이 되니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결심하고, 필요하면 여러분에게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한 말은 유엔 사무총장을 끝낸 후 그냥 놀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출마 선언만을 남겨놓은 가운데 반기문 신드롬은 여야를 막론하고 앞으로의 대권구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여야 불문 정계개편에까지 메가톤급 파괴력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반기문의 대망은 사실 고교 시절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그 시절 외교관은 많은 젊은이들의 꿈이었다.필자도 고교시절 20년후의 자기 모습에 대답하는 퀴즈에서 “유엔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낮잠 자고 있을 것”이라고 대답한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세계를 누비는 외교관은 여러 청소년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반 총장에게 1962년 기회가 찾아왔다. 충주고 3학년 반기문 학생은 그 해 여름 한 달간 미국적십자사가 주최한 `청소년 적십자 국제견학계획 (VISTA)`에 참가했다.한 달 동안 세계 각국에서 모인 젊은이들과 함께 미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미국 문화도 체험하고 토론도 하는 행사였다.이 행사의 마지막은 미국 각지에서 흩어져 생활하던 학생들이 마지막으로 워싱턴에 집결해 백악관을 방문하고 케네디 대통령을 면담하는 일정이었다. 반 총장도 “케네디 대통령과의 만남이 내가 외교관의 길을 걷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반 총장의 대권 유력후보설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실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난 후 자국 정부에서 일한 경우는 심심치 않게 있었다. 임기 중에 사망한 2대 함마슐트를 제외한 과거 유엔 사무총장 6명 중 3명은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뒤 자국 정부에서 일했다. 사무총장 중 거의 반이 자국정부를 위해 일했다는 통계이다.특히 이 가운데 4대 쿠르트 발트하임은 퇴임 후 오스트리아 대선에 출마, 당선돼 대통령을 지냈다. 또한 5대 케야르도 퇴임 후 페루 대선에 출마했지만 후지모리 대통령에 패한 후 총리 겸 외무장관을 맡았었다.왜 사람들은 반기문에 열광하고 반기문 신드롬에 빠져드는 것일까?우리는 반기문 신드롬을 정면으로 쳐다볼 필요가 있다. 반기문 신드롬은 그가 UN 사무총장이라는 국제적 명성 때문일 수도 있고, 외교관 출신으로서 오랜 공직경험과 정치에 물들지 않은 순수성 때문일 수도, 또한 막연히 성공한 한 사람으로서의 존경 대상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그러나 여기서 분명한 것은 이러한 신드롬은 국내 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여기서 파생된 국민적 욕구가 기존 정치인이 아닌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로 분출된 현상이다.그동안 한국 정치인들이 보여준 행태는 부끄러운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필요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또한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지식)도 필요할 것이다.또한 정치인들이 깨끗한 신분을 유지하고 지위남용을 하지 않는 건 절대적인 조건이다. 또한 무엇보다 국민을 우선에 두고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 정치인들에 식상한 국민들에게 반기문 신드롬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다.반기문 총장이 대통령에 출마할 지 결국 대통령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반기문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는 현 정치를 개선해야 하고 한국 정치가 선진화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는 한 제2, 제3의 반기문 신드롬은 계속될 것이다.

2016-06-02

대학 축제, 이대로 좋은가?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5월은 정말 싱그럽다. 특히 캠퍼스는 5월에 들뜬다. 초록색 잔디의 캠퍼스엔 대학축제가 젊음을 부른다. 각 캠퍼스마다 대학축제로 가슴이 들뜬다.그런데 대학축제, 이대로 좋을까?이런 의문을 갖는 건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축제가 그 본래의 목적인 `대학생의 순수와 낭만의 장`이란 본래 취지가 퇴색해 가고 있다.얼마 전에 대학축제 사진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대학축제 가수공연에 학생회 간부들이 일명 VIP석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해병대 복장의 사람들이 마치 콘서트장처럼 통제하는 모습이 촬영됐기 때문이다. 대학의 축제는 가수 공연장으로 변해 가고 있다.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장과 다를 바가 없다. 어떤 경우는 대학축제 표가 동이 나 구하지 못한 사람을 위한 `암표`까지도 등장하기도 했다고 한다.학생회장이나 학생회는 유명가수를 부르지 못하면 무능하다고 비난 당하기에 학생회는 유명가수 초청에 사활을 건다고 한다. 비용도 엄청나다. 축제에 들어가는 비용의 반 이상을 유명가수 초청비로 사용한다고 하고 그 액수는 수천만 원, 때론 1억이 넘기도 한다고 한다.모 대학에서는 연예인 섭외비용으로는 5천만원을 지출하고 막상 주인공인 학생 동아리 공연이나 전시회에는 그 10분의 1인 500만원을 지원했다고 한다. 거의 90%의 비용을 연예인 초청에 사용한 것이다. 대학 축제에서 가장 많이 지출되는 비용은 학생 지원비가 아니라 연예인을 모셔오는 섭외비가 되고 있다.대학 축제가 학생들의 순수한 낭만을 발산하고 서로간의 화합을 위한 시간과 공간인지 그저 아이돌 가수를 보기 위한 콘서트인지 분간이 안된다.이 뿐만 아니라 주요행사인 학과별 또는 단과대학별 술집 운영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축제의 주점들이 이상한 이름을 사용하여 주점 이름이나 메뉴이름을 만드는 것이 문제가 된 건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살인자 이름이나 동료친구나 그룹들을 비하하는 이름을 정하여 물의를 빚기도 한다.거금을 지불한 연예인의 공연을 보면서 술을 마시는 것이 축제의 전형적인 모습이 되어 가고 있다.60~70년대 과거 순수했던 대학축제가 기억된다. 정치적으로 힘들던 시절이긴 하지만 당시 대학축제는 각 학과별 체육대회가 주축을 이루고 사랑하는 연인들이나 친구들에게 캠퍼스를 소개하고 함께 즐기는 그런 축제였다. 학생들 중 기타를 잘 치는 친구들이 단상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함께 즐기며 노래 자랑을 하고, 게임을 즐기고 간단한 민속춤을 추며 하루를 보내곤 했다.같이 올 연인이 없는 친구들을 위해 누이동생을 소개해 주거나 아니면 여대 학생들과 미팅을 하기도 했다.약속된 연인이 나타나지 않아 혼자서 축제를 와 눈물짓던 친구의 모습도 이젠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마지막 날 축포를 터뜨리며 불꽃놀이를 하는데 그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이 보통의 관례였다.시대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하는 건 어쩔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학생들의 축제의 모습이 바뀌는 건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축제의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좀더 학생다운 학문, 순수, 사랑, 화합 이런 주제가 생각나는 축제의 모습은 볼 수 없을까?대학시절 20대에 순수를 배양할 수 없다면 그 기회는 다시 안 올 수도 있다.대학축제, 이대로 좋은가? 한번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2016-05-26

사라진 포항 역사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옛 포항 역사 앞을 지나면서 휑하니 뚫린 길을 보았다. 그 휑하니 뚫린 길을 보면서 휑하니 뚫린 심정을 느꼈다. 포항의 눈물과 기쁨,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포항역이었다. 일제시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해방과 함께 건축된 포항역사는 거의 100년 가까운 포항의 산증인이다.그 포항역이 몇 년 전 철도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하여 안심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포항역은 사라졌다.폐철도 공원 조성 시 축소된 모형을 건립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 모형이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왜 한국은 역사를 무시하고 부수고 없애는 것일까?옛 건물들과 유적지들은 사라지고 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던 필자가 다녔던 중고교, 대학 건물들은 사라졌다. 다른 곳으로 옮겨간 모교는 서먹서먹할 뿐이다. 오히려 아직 조금 흔적이 남아있는 옛 교정이 감흥을 줄 뿐이지 새 캠퍼스는 가보기가 싫을 정도로 정이 들지 않는다.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때 늘 지나다니곤 했던 종로2가에 있던,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은 화신백화점 건물이 사라진 건 큰 충격이었다. 일제시대에 건축되어 옛 건축미를 가지고 있던 그곳은 초현대 건물로 바뀌었다. 중앙청 건물은 일제의 잔재라고 하여 폭파시키고 해체하였다. 단성사 국도극장 등 보존가치가 높은 건물들이 이젠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서울의 시티투어 버스가 손님이 없어서 폐지 압박을 받고 있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씨티투어를 해보면 서울이나 한국 대도시의 문화유산들이 얼마나 빈약한 지 알 수 있다.파리나 런던, 그리고 최근 다녀온 바르셀로나나 리스본 등도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으로 형성되어 있다. 옛 건물들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이러한 유럽의 오랜 도시들 뿐만 아니라 역사가 일천하다는 미국의 워싱턴 필라델피아 등도 방문해 보면 옛날 건물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한 역사적 건물들이 관광자원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자부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치욕의 역사적 건물, 부서진 역사적 건물도 원형 그대로 보존하여 후세들에게 교훈으로 삼고있다.전쟁으로 파괴된 건물도 원형 그대로 다시 신축 보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몇 년전 옛 공산권이었던 동독의 도시 드레스덴대학에 들렀을 때 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된 도시에서 프라우엔키르케(교회)를 완벽하게 재연하여 옛 역사를 지키려는 노력에 눈물을 적시었다.우리의 경우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는 인근 경주도 도시전체가 현대화되어 유적도시라는 느낌이 빈약하다. 유적지들은 현대식 건물 사이사이에 간신히 유지되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이다.이렇게 바꾸고 부수고 하면서도 우리에게는 안 바뀌는 것들도 있다.정부부처의 이름은 수시로 바꾸지만 운영방식은 구태의연하다. 관료주의, 권위주의 그리고 지나친 자율침해 등은 여전하기 떄문이다. 이런 관료주의 권위주의는 좀 바뀌어야 한다. 국회의 운영과 의사수렴 방식도 구태의연해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신축 건물들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건물들은 천편일률적이며 상가의 디자인이나 간판들도 구태의연하다. 도시마다 매년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지만 도시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도시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도시를 가든 모양도 비슷하고 성냥갑 같은 아파트 건물들도 똑같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것들은 바뀌어야 한다.우리는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서양 선진국에 비하여 거꾸로 가고 있다.지금 부수어 버리는, 역사를 간직한 유산들은 잘 보존되어야 하고 구태의연하고 잘못된 행정 소프트웨어 입법부 의사결정 방식들, 단조로운 건물 디자인들은 과감하게 혁신적으로, 창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사라진 포항역사를 대신하여 뚫린 그 길로 정말로 차를 몰고 가기 싫었다. 그 도로에서 눈길을 돌려 우회 길로 달리는 필자의 심정은 아마 지금 포항의 역사를 그리워하는 시민들의 심정과 같을 것 같았다.

2016-05-19

해양 조선 강국의 침몰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한국이 유라시아 대륙의 맨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면 맨 서쪽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이 있다. 그 리스본의 벨렘 지구의 테주강변에는 포르투갈의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바스코다가마와 그의 용감한 선원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서 있다. 기념탑이 있는 자리는 실제로 바스코다가마가 기나긴 인도 항해를 떠난 자리라고 한다.최근 방문한 리스본에서 필자는 그 기념비를 바라보면서 찬란한 해양 강국 포르투갈의 영욕의 세월의 반추와 함께 우리 한국 조선산업의 침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해양조선산업을 견인했던 현대, 한진, 대우, 삼성 등 한국 조선업체들의 위기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한국경제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그동안 세계 최고의 해양조선산업을 선도하면서 거대 공룡 산업으로 몸집을 부풀렸던 한국 조선산업이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은 해양조선산업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네덜란드 같은 과거의 해양 강국이나 일본, 스웨덴과 같은 해양산업 강국 자체가 영원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한국은 한때 조선 수주량 세계 1위를 자랑하면서 일본에 이어 조선산업의 맹주로 위용을 떨쳤다. 일본을 추월한 것은 10여 년 전이었고 그 위세는 대단했다.서방 진영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 시장경제의 경쟁 속에서 기업 자본과 기술력, 거대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조직력과 정치적 지원 아래 공룡 기업으로 몸집을 불려 나갔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부실한 예측, 무리한 수주 경쟁, 부실한 경영방식에 의한 과도한 차입금, 그리고 중국의 한국 추월로 한국 조선산업은 몰락의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사태가 이렇게 악화되기 전에 조선사 경영진은 사람이 많이 들어가는 조선업의 한계와 미래발전방향을 고민해야 했을 뿐 아니라 거기에 맞춰 과감한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을 했어야 했다. 전 세계 조선소는 10여 년 전 600여 개에서 현재 400여 개로 200개 가까운 조선소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중 3분의 1은 인도물량이 없는 조선소라고 한다. 이는 향후 더 많은 조선소가 이같은 존폐 위기에 처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과연 위기 극복 방법은 무엇인가?중국은 경기둔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됐으며 한때 300여 개였던 조선소를 반으로 줄였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형조선소를 육성하겠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정하고,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 키워드는 기업 인수합병 및 통폐합으로, 현재 40여 개의 조선소만이 남아있다고 한다.현재 국내 조선 4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국민경제 전체 초미의 관심사다. 그런데 지금 언론에 거론되거나 정부가 구상하는 조선산업 구조조정방안은 대부분 인력구조조정과 채무구조조정으로 보여진다.문제는 각 회사가 몇 만명이나 되는 엄청난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서 일시에 몇 만명의 인력을 감축하기에는 그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조선업의 구조조정은 이미 늦었다. 세계 경기가 침체국면이고 중국이 거대시장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간과한 것은 큰 실수이다. 늦긴 했지만 구조조정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포르투갈의 명물로 관광객을 끌고 있는 에그타르트는 리스본 벨렘지역의 한 수녀원에서 우연히 만들어 졌다고 한다. 수녀 복장을 빳빳하게 하기 위해 계란의 흰자위만을 쓰고 난후 남은 노른자위의 활용방안을 고민하던 중 개발한 에그타르트는 기술경영에서 회자되는 `예상치 못한 기회`의 산물이다.이제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야 한다. 조선업의 불황은 한국 경제와 실업문제가 걸려있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구조 조정에 실패하고 미래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치유를 위한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적절한 대응으로 제2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에그타르트의 지혜로 조선산업의 위기가 극복되길 빌어본다.

2016-05-12

박태환의 눈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한국 스포츠 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꼽으라면 어떤 선수를 꼽을 수 있을까?아마도 모두 생각이 다를 것이다. 마라톤의 손기정·황영조, 피겨스케이트 김연아, 체조 양학선, 골프 박세리, 축구 차범근…. 여러 선수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물론 이러한 선수들이 모두 훌륭하고 위대하지만 필자는 한국 스포츠 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수영의 박태환 선수를 주저없이 꼽고 싶다.실제로 수영은 오랫동안 서구인들의 독무대였고 한국은 입상권에 한 번 들기 힘들정도로 고전해 왔던 종목이다. 연습환경이 서구에 비해 매우 열악하고 신체구조상 수영은 도저히 유럽이나 미국에 이기기 힘든 종목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그런 위대한 선수 박태환이 이번 리우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수 있다는 보도가 있다.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도핑 적발 선수는 국제연맹의 해당 징계가 끝나도 3년 동안 국가대표팀에서 배제한다`는 선발 규정을 들어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자격을 박탈했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세계반도핑기구(WADA) 검사에서 금지약물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이를 근거로 2016년 3월까지의 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고, 국내규정에 따르면 박태환은 2019년 3월까지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박태환의 스승` 노민상 전 수영 국가대표 감독은 박태환을 용서해 달라고 연맹에 호소하고 있다. 박태환은 이미 국제연맹의 징계를 받았고 충분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는 입장이다. 노 감독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리우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좌절됐음에도 불구하고 18개월간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박태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박태환이 대한민국 수영에서 세계 경쟁력을 갖춘 유일한 선수라고 강조하면서 올림픽 출전의 기회가 다시 한 번 주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다.선수 한 명 때문에 규정을 바꿀 수 없다는 수영연맹의 입장과 이중처벌은 과하다는 비판적 입장은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이런 와중에 지금 열리고 있는 전국 규모의 수영대회에서 박태환은 여러 종목에서 연일 1위의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기록도 모두 올림픽 자격을 넘는 기록이라고 한다.선수가 이런 장기징계를 받으면 은퇴하는 것이 보통인데 박태환은 지난 18개월 좌절 속에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걸 과시하는 듯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박태환이 이미 공식 징계를 받고도 로컬 규정 때문에 이중 처벌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이중 징계와 관련된 항소가 들어올 경우 대부분 선수의 편을 들어줬다. 그러나 박태환 측은 CAS에 제소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수영연맹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박태환 측은 로컬 규정에 막혀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박태환의 상황이 러시아로 국적을 바꿔 러시아 대표로 나간 `제2의 안현수` 사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안현수 선수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렇게 했겠나”라면서도 “그런 생각은 추호도 안했다. 그렇게 할 의향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한 개인 선수 때문에 규정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 규정이 이중처벌의 경우라면 충분히 규정의 개정을 고려해 볼만하다. 그리고 그 선수의 행동이 고의적이 아닌 실수에 의한 것이라면 충분한 아량을 보여 주어야 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공헌할 시간이 많은 선수가 자성과 반성을 하고 있다면 기회를 다시 주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힘을 얻고 있다.다른 나라의 경우 국제징계를 국내징계와 동일시 한 후 올림픽에 출전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수영연맹은 선수의 실수이고, 도핑징계 종료 후에도 국가대표 발탁을 금지하는 것은 `이중징계`라는 점을 신중히 고려하여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기회를 열어주었으면 한다. 실수는 용서 될 수 있어야 한다. 박태환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

2016-04-28

포항공항, 다시 힘차게 날 수 있을까?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포항시는 19일 포항공항과 김포공항을 오가는 항공기를 다음달 3일부터 다시 운항한다고 밝혔다. 2014년 활주로 공사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 지 거의 2년 만이다. 이 노선에는 대한항공기가 투입되어 하루 두 차례 운항을 개시 한다고 한다. 포항공항은 해병대 앞 공항청사 시절에서 두 번의 변신을 겪으면서 지금의 비교적 시설이 갖춘 괜찮은 규모의 공항으로 변신하였다.동대구에 처음 KTX가 들어오던 2000년 초반 직전에는 하루 13번의 운항을 하기도 한 기억이 있다. 왕복개념으로는 26회 운항이었다. 거의 매 시간 비행기가 포항공항을 출발하는 대 호황기가 있었다.이후 KTX가 동대구로 들어오면서 운항횟수는 반으로 줄었고, 다시 KTX 노선이 신경주를 거치게 되면서 하루 3~4회로 줄어들었다가 공항 활주로 공사로 공항은 아예 폐쇄가 되었었다. 그 사이 KTX는 다시 포항까지 들어오게 되었기에, 이제 공항을 오픈 한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승객이 항공편을 이용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이제 자칫하면 포항공항은 국내의 다른 지역공항이 겪었던 유령공항의 길을 걷게 될 지 모른다.포항공항을 새로 날게 하는 방안은 무엇일까?포항공항이 `포항경주공항` 또는 `경주포항공항`으로 명칭변경이 추진될 것이라고 한다. 포항시는 공항 활성화 방안으로 포항공항의 명칭을 포항과 인근 경주 두 도시의 명칭을 병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25일부터 시작하는 항공권 예매시스템에 포항노선을 `포항경주`로 표기토록 요청하였다고 한다. 명칭변경은 경주시도 강력히 원하는 것이고 그 지역 국회의원의 공약사항이었다.산업과학도시 포항과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의 이미지를 함께 하는 소위 트윈 시티(Twin Cities, 쌍둥이 도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시기적절해 보인다.쌍둥이 도시란 지리적으로 가까운 두 개의 도시가 도시의 성장과 팽창에 따라 하나의 권역으로 통합되어 서로 상생, 발전해가는 현상을 가리킨다.미국에서는 그 예가 꽤 많은데, 3M 본사가 있는 미네소타의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텍사스 달라스와 포트워스, 그리고 가장 주목받고 있는 워싱턴주의 시애틀과 타코마이다. 시애틀 타코마는 시 택(Sea-Tac)이라고 부르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는 시애틀의 소프트 산업과 세계적인 비행기 제작회사 보잉이 있는 타코마의 제조산업이 교묘하게 어울린 트윈 시티이다.이러한 현상으로 비추어 볼 때 포항-경주의 공동 명칭 사용은 항공교통의 활성화 뿐만 아니라 두 도시 협력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건 지역항공사 설립을 통한 국내 도시는 물론, 인접 국가에 대한 운항이다.사실상 제주도를 제외하면, 국내 대부분 지역은 특히 수도권 지역은 KTX나 다른 교통수단으로 2~3시간 이내 갈 수 있다. 2~3시간에 갈 수 있다면 구태여 비행기를 탈 필요를 덜 느끼게 된다. 공항에 가는 시간, 공항에 내려서 움직이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시간적으로 큰 이점이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포항공항은 인접 국가에 취항하는 항공사를 설립하여 국내보다는 중국, 일본 같은 인접국가를 풀로 사용하는 공항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포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항공사 설립이 시급하다고 본다.그러한 지역항공사는 소형 항공기로는 국내, 중대형 항공기로 인접국가를 운항하는 것이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교통수요는 가중효과가 있는 현상 중에 하나이다. 수요가 발생하여 운행 횟수가 증가하면 수요가 더욱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잠재적인 수요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의 현상도 있게 된다.글로벌 한국, 글로벌 지역 시대에서 포항-경주는 그 지역에서 바로 세계의 관문으로 들어가는 출구가 되어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포항공항은 포항경주 공항으로 탈바꿈해 다시 힘차게 날아야 한다.

2016-04-21

잃음의 교훈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불과 5초. 그 짧은 시간에 핸드폰이 탁자 위에서 사라졌다. 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장 중 한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일어난 일이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탁자 위에 놓은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지금은 한국에서는 거의 사라져간다는 날치기를 당한 순간이었다.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그런 날치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지만 막상 눈 앞에서 벌어진 풍경은 믿기 힘들었다.그 순간 머리 속에는 40여 년 전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잃어버린 책이 오버랩 되었다. 그때도 무슨 이유인지 책이 사라진 기억을 가지고 있다.그 책에 대한 애착감이 컸기에 몇 일을 책을 찾으러 돌아다니던 필자를 보면서 기숙사 식당 아주머니가 너무 애처롭다고 다독여 주며 위로해주시던 고마움이 기억된다. 잃음의 상실감은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직위, 권력이든 정말 큰 것이다.어제 4년마다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현역의원들 중 의원직을 공천을 받지 못했든가 아니면 어제 선거에서 패하여 의원직을 상실한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들의 상실감은 충분히 상상이 간다. 오랫동안 의원직을 유지했던 다선 국회의원일수록 그 상실감은 훨씬 클 것이다.일반적으로 책임을 갖고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갖는 자리에서 물러난 후 상실감과 공허감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친구 중에서 대학총장을 8년을 하고 물러난 친구가 한동안 마음의 공허감과 상실감으로 고생하는 것을 지켜 본 적도 있고, 장관을 하다가 물러난 친구들도 거의 예외 없이 한동안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유발되는 향수(nostalgia)도 옛 행복에 대한 상실감에서 비롯된 슬픈 감정이라고 한다.잃는다는 건 정도는 차이가 있어도 누구에게든 상실감을 준다.필자도 마찬가지였다.이번에도 순간적으로 사라진 핸드폰을 생각하면서 며칠간 거의 잠도 오지 않았다. 거기 가족, 친구들과 함께한 수 백 장의 사진이 그대로 저장되어 있었는데 그러한 소중한 추억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사진을 다른 곳에 저장하는 백업을 하지 않았기에 더 상실감이 컸다. 그 사진 속에는 지난 추억과 역사들이 있기에 아쉬움으로 마음이 힘들었다.그건 대학 때의 상황도 같았다. 잃어버린 책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이 정이 든 물건이었다. 그건 가슴에 안고 다니면서 늘 읽었던 책이기에 사람이 아닌 물건에 대한 애정도 쉽게 포기하기 힘든 것이었다.아마도 잃음의 상실감의 정점은 사람을 잃는 것일 것이다. 필자도 경험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상실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픔과 고통을 준다.그런데 잃음에서 교훈을 얻을 수는 없을까? 잃음은 상실감과 고통만을 주는 것일까? 이번 핸드폰을 잃으면서 사진보관의 중요성과 자동보관 기능을 알게 되었다. 친지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사진도 많이 받게 되었다. 생각지 못했던 보너스이다. 대학 때도 책을 잃은 후 책의 소중함을 더 깨닫고 책과 거기에 담긴 내용들에 더 강한 애착을 가지고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가족에 대한 사랑의 소중함을 더 느끼고 삶의 태도에 변화를 보이는 경우를 우린 흔히 본다.어제 선거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들께도 같은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의원직 상실로 상실감은 크겠지만 그건 다시 국가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국회의원직이 개인의 이익이 아닌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직이라는 것, 국민이 가장 무섭게 섬겨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된다면 그분들의 정치적인 역정에 전화위복의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잃음은 상실감만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잃음에는 교훈이 있다.

2016-04-14

이합집산의 정당들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더불어 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 통합민주당, 새천년민주당, 평화민주당, 새정치 민주연합….`민주`자가 들어가는 역대 정당 이름을 나열해 보면 10개가 훌쩍 넘는다.`민주 글자가 들어가는 이름 만들기` 퀴즈 놀이를 하는 기분이다. 해방후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정당 이름은 비공식 이름까지 합하여 100여개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하도 많은 이름을 쓰다 보니 이름이 소진되어 이제는 새로운 정당 이름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소송도 최근 일어났다.최근 민주당은 민주당명 부당 오남용 피해근절을 위한 유사당명 및 약칭당명 사용금지안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한다. 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이 뚜렷이 구별된다고 한 법원의 가처분기각 결정과 달리 일선 선거 현장에서 당명 관련 혼란이 극심하다”고 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나 후보들에 대한 당명 혼용으로 정당 지지가 왜곡됨과 동시에 유권자들의 혼란은 깊어지고 있으며 민주당 후보들의 피해호소도 계속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을 민주당이라고 잘못 부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선관위에서 불허한 `더민주당` 약칭 사용도 빈번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민주당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국민들의 정당 명칭에 대한 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길에서 시민들에게 현재 한국의 정당이름을 대라고 하면 정확히 댈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될 것 같다.필자는 새정치 민주연합이 태어난 정확히 2년 전 “또 새로운 정당인가?”라는 칼럼을 쓴 기억이 난다그리고 2년이 지났고 또 그 정당은 이름을 바꾸고 탈당한 사람들이 또 다른 정당을 만들고 그 수많은 정당이름에 또 두 개의 정당이름이 태어났다.공천을 둘러싼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정치적인 소신도 없는 듯 소속 정당을 마구 갈아치우는 모습을 보면 정치인이 무슨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일어난다.미국, 영국 등 정당의회주의 선진국가들에 비하여 한국에서는 왜 정당들의 이름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정치인들은 그런 정당들을 오고 이합집산을 하는 것일까? 그건 한마디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한국에서 정당은 개개인 정치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일 뿐이다.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이리저리 정당이름을 바꾸고 정치인들이 이합집산을 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 정당의 역사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지속돼 왔고 이에 국민들은 정말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정치에 역겨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미국에는 2개의 주요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이 200년 가까이 미국 전통을 지켜왔다. 두 정당은 다양한 계층의 미국인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광범위한 정치적 견해를 수렴하고 있다. 의원이건 국민이건 미국에서 소속정당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정당의 뿌리는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의회정치의 시조로 꼽히는 영국은 거의 200년 동안 보수당과 자유당, 노동당 등으로 발전해 보수당, 노동당의 양당체계가 자리잡았다. 의원내각제로 운영되는 정부는 의회를 지배하기 위한 정쟁이 치열하지만 양당제는 확고하다.정당이름을 바꿔 크게 정치가 나아진 경우를 별로 본 기억이 없다. 또한 계산에 의해 이리 저리 정당을 옮기는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한 경우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정당 이름보다 소속 정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의 진정 국민을 위한 자세이다.정치인 개인의 필요에 의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이리저리 정당을 옮겨 다니는 모습은 이제 그만 보았으면 한다.이제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속이고 순간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그리고 당선을 위해 정당을 만들고 해산하고 그리고 정당을 이리 저리 옮기는 이기적인 행동을 멈추어야 한다.수없이 많은 정당이름으로 국민을 혼돈시킬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성실하고 애국적인 자세를 보여 주길 정말로 당부한다.

2016-04-07

과학자 정치인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이번 총선은 여러가지 면에서 화제를 낳고 있지만 과학자들에겐 상당히 특별한 선거가 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대국의 영향 탓인지 과학자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할 전망이다. 특히 여야 3당의 비례대표 1번이 모두 이공계 출신이라는 사실은 유례없는 일이고 아주 특이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필자와 고교 시절부터 절친했던 과학자인 한 친구도 당선이 보장된 비례대표를 받아 국회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그 친구는 고교시절 공부 잘하는 것으로 이름을 날리며 대입예비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하였던 수재인데, 과학자의 길을 걸으며 한국 과학계에 큰 공헌을 하던 중 갑자기 이번에 정치인으로 변신하게 되었다.또한 포스텍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한 여성 졸업생도 이번에 확실한 비례대표번호를 받아 국회에 입성할 전망이다. 사실 과학자가 정치인으로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잘 수행한 경우가 우리 국회에서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한 여성 과학자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교수로 있다가 국회에 들어간 후 과학계의 발전을 위해 매우 애써왔으며 현재도 국책연구원 원장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그녀가 보여주고 있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 창의적 인재 양성의 중요성, 글로벌 이슈의 심각성에 대한 꾸준한 소신은 과학자로서의 남다른 경험에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또한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한 과학자 의원은 미국에서 공학박사를 받은후 귀국하여 3선의 관록을 가진 국회의원으로 미국의 재미과학기술자협회와 한국의 과학계를 연결하면서 다양한 과학진흥 활동을 펼쳐왔다.한국은 정말 많이 변했다. 100달러가 안 되는 국민소득이었던 한국이 세계에서 9번째 무역 1조 달러 국가로 성장했다. 조선, 자동차, 반도체, 전자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과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규모의 획기적인 양적 질적 성장은 과학과 무역의 두개의 축에 의해 가능했고 특히 최근 한국 과학계의 약진은 산업을 이끄는 견인차가 되어왔다.그러나 반면, 과학발전과 연계한 산업 발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와 글로벌 이슈들이 산적되어 있어 과학자들의 정책적인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 과학자가 이제 연구실만 지켜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과학기술을 충분히 이해하고, 과학적 합리성을 몸에 익힌 과학자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과학자의 정치 참여는 때로는 긍정적인 효과가 매우 클 수 있다.많은 정치인들이 과학적 전문성이 필요한 연구개발 투자 등에 대해 문외한이고 이를 보충해 줄 수 있는 것이 과학자 정치인일 것이다. 연구개발 투자의 원칙과 제도의 핵심을 몸으로 경험한 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또한 과학자 정치인은 꼭 과학과 산업의 진흥 부문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분야에서도 국회 내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과학자가 갖는 합리적, 분석적이고 계량적인 사고가 과학이 아닌 곳에서도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과학계는 “국회에서 심의하는 예산의 상당부분이 과학기술과 관련된 상황에서 과학적 상식과 합리적 사고 능력을 갖춘 과학기술 전문가가 국회에 가야 한다”며 그동안 여야 정당에 후보를 추천해 왔다.과학기술계는 정치권이 선거철마다 과학기술을 들러리로만 내세우고 막상 선거가 끝나면 과학기술계를 홀대한다고도 주장한다. 아마도 그러한 문제는 과학자 정치인이 직접 정치나 행정에 참여함으로써,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이번에 국회로 진출할 필자의 친구와 고교시절 영어회화 클럽을 함께 하였다. 매달 미팅이 끝나면 부르는 클럽송은 `홍하의 골짜기(Red River Valley)`였다. 그 노래의 끝에는“홍하의 골짜기와 당신을 그토록 사랑했던 카우보이를 잊지 말라”는 구절이 나온다. 정치로 진출하는 과학자 친구에게 말하고 싶다.“그토록 당신이 사랑했고 그토록 당신을 사랑하는 과학계를 잊지 말라”고.그에게 그가 가진 합리적이고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201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