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기상청, 기상관측차량 도심 폭염 특별관측 실시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도심 아스팔트 위와 사람의 평균 키 높이 사이의 기온 차가 10도 가까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 노인, 밭일을 하는 고령 노동자처럼 땅과 가까운 위치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더위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지난달 31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인근 도로에서 이동형 기상관측차량을 이용해 기온을 측정했다. 그 결과 도로 노면 온도는 44.3도, 성인 평균 목 높이(1.5m) 지점의 기온은 35.2도로 9.1도 차이를 보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이 땅 가까이의 체감온도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원인”이라며 “고온에 노출되는 신체 부위에 따라 실제 느끼는 더위가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동형 기상관측은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예보될 경우, 대구 도심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폭염 특별관측’의 일환이다. 올해도 동성로, 수성못, 두류공원, 달성공원, 반월당역 인근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관측차량에는 기온·습도·기압·강수량 등 기상요소는 물론, 노면온도와 고층 대기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특수장비가 탑재돼 있다. 고정형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닿지 않는 지역이나, 열섬현상 등 국지적 기상 현상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난달 25일에는 대구역, 국채보상공원, 반월당네거리 등 세 곳에서 관측이 이뤄졌다. 같은 시각 대구AWS는 34.63도를 기록했지만, 반월당네거리에서는 35.63도로 1도 더 높았다. 노면 온도는 반월당이 61.82도, 대구역 48.83도, 국채보상공원 40.69도로 확인됐다. 도심 중앙 교차로일수록 열섬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 셈이다.
기온뿐 아니라 습도까지 고려한 ‘체감온도’는 차이가 더 커진다. 예컨대 실제 기온이 36도일 때 습도가 70%라면 체감온도는 37도 이상으로 올라간다. 습도가 높을수록 땀 증발이 어려워지고, 몸의 열 방출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한 계층이 폭염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어린이는 신진대사율이 높아 열을 쉽게 흡수하지만 체온 조절 기능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땀 배출이 어렵다. 노인은 땀샘 기능이 떨어져 열을 배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이 같은 관측 결과를 대구시와 대구정책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공유하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공동 세미나도 열 예정이다. 각 지자체가 폭염 대응 정책을 수립할 때 기초자료로 활용되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김윤철 대구지방기상청 주무관은 “기상청 내부 정보만으로 대응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자체, 연구기관, 교육기관 등과 협력해 폭염 대응 체계를 실질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