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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임 승부조작 37억원 꿀꺽 캄보디아 거점 사기단 검거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승부 조작이 가능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 46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이중 14명을 구속했다.16일 경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콜센터 조직원와 대포통장 관리책 등 역할이 철저하게 분담된 범죄단체를 조직, 최초 로또 당첨번호를 알려주겠다는 문자 등을 발송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승패 조작이 가능한 게임에 베팅하도록 피해자들을 속여 총 71명으로부터 약 37억 원을 가로챈 혐의다.경찰 수사결과 이들은 콜센터를 통해 ‘실시간 사다리게임을 분석해 3~4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의 미끼형 문자를 다량 발송, 회원들을 사이트로 유도한 뒤 처음에는 게임의 정답을 알려줘 수익을 거두게 하다가 피해자들이 고액을 베팅하면 승부를 조작해 돈을 잃게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또한 조직원들을 국내·외로 양분해 국내 조직원들은 △유령법인 명의의 대포통장 개설 △피해금 인출 △송금 등 범죄수익금을 자금세탁하는 역할을 맡고, 해외 조직원들은 △현지 콜센터와 △조작 가능한 게임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는 등 점조직 형태로 조직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해외 조직원들의 경우 이탈을 막고자 속칭 ‘삼청교육대’라는 곳을 설치해 이탈하는 조직원들을 감시·감독·교육하기까지 했으며, 경찰 수사에 대비해 범행에 이용할 대포폰·대포통장을 사전에 구비하고 조직원들 간에는 철저히 가명을 사용하면서 사전에 해킹한 인터넷 ID를 통해 게임 사이트를 홍보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경찰은 조직적 범행에 대해 범죄단체 가입·활동죄를 적용하는 한편, 체포현장에서 약 1억 원의 현금을 압수하고, 향후 5억7천만 원을 한도로 범죄수익을 추징할 수 있도록 피의자들 소유의 자동차·예금채권 등의 재산을 보전해 범인들의 재범의지를 근절함과 동시에 피해회복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3-08-16

포항 ‘칠포리 암각화군’ 행정 무관심 속 훼손 방치

포항 영일 ‘칠포리 암각화군’이 수년째 부실 관리로 훼손 상태가 심각하지만 포항시가 ‘나몰라라’ 무관심 행정으로 일관, 비난을 받고 있다.이곳은 인류 문화사에서 우리나라 선사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공인받고 있다.16일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에 따르면 경북 유형문화재 제249호인 북구 흥해읍 칠포리 암각화군 일부가 잡초에 둘러싸여 있고 유물 곳곳에 사람 이름이나 도형 등 각종 낙서로 훼손 되는 등 보호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보존 상태가 심각한 상태다.윤 전 교수가 이날 ‘칠포리 암각화’를 방문할 당시 A, B, C, D, E, F 6개 군(群) 중 B군은 잡초를 헤치고 올라가서야 겨우 암각화를 볼 수 있었고 2, 3번 사다리꼴 암각화 일부에는 조각 낙서로 훼손돼 있었다.4, 8, 9번의 경우 허리 높이 이상으로 우거진 잡초 탓에 아예 찾을 수가 없었고 ‘칠포리 암각화군’ 안내 표지판의 글자 일부는 사라지고 없었다.윤 교수는 “지난 2021년 지역에서 ‘칠포리 암각화’ 훼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후 ‘포항시가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으나 지금 상황이 더 나빠졌다”면서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행정기관의 무관심으로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암각화 보존을 위해서는 먼저 초청 토론회 등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등이 정기적인 보존·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포항시 문화예술과 담당 학예연구사는 기자의 “왜 2년이 지나도록 문화재가 방치되고 있느냐”는 취재에 “기사 올리면 되지 않느냐”는 무책임한 반응을 보였다.한편 한반도에서 가장 넓게 분포된 암각화 유적 ‘칠포 암각화’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 201번지와 334번지 해안도로변 등 곤륜산 정상에서 흐르는 좁고 깊은 계곡 옆에 돌출된 바위 면에 새겨져 있다.암각화의 형태는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데, 국내 최대 크기인 길이 100㎝에 달하는 암각화도 그려져 있다.또 ‘칠포리 암각화’는 규모와 조형성, 상징성 등에서 다른 암각화 유적과 비교해 차별성을 인정 받고 있을뿐 아니라 선사시대 문화에 대한 새로운 연구 영역을 제공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2023-08-16

경북대 등 10대 국립대 지방소멸 막는다

“국가균형발전과 국가적 난제 해결, 거점국립대가 함께 힘을 모으겠습니다.”경북대를 비롯한 전국 10개 국가거점 국립대학교(KNU10)가 상호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가균형발전과 국가적 난제 극복, 국제사회 발전을 위해 공동 협력을 대폭 강화해 나가기로 하는 협약을 체결해 주목을 받고 있다.경북대·강원대·경상국립대·부산대·서울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 등 10개 국가거점 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KNU10, 회장 부산대학교 차정인 총장)는 16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행정관 4층 대회의실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국가거점 국립대학교 간 협력을 위한 협약’사진을 체결했다. 10개 국가거점 국립대학들은 이번 협약을 통해 미래 국가 성장동력 창출, 국가균형발전, 지역소멸 극복, 양극화 해소 등 국가적 난제의 해결 등에 공동 대응하고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협약에 따르면 이들 국립대는 △양자·바이오·이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 공동연구센터 설립 등 대학 간 교육·연구 네트워크 구축 및 인프라 공유 △교원 및 연구 인력 상호 교류 △학점·학기 교류 및 상호 학점 인정 △지식 정보자원, 강의 등 유무형 자산의 공유 및 교류 협력 △국가 및 지역산업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 △국가적 난제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공동사업 기획 및 수행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 및 기회 제공 등을 위한 지구촌 상호협력사업 공동 발굴 등 상호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명시했다.이러한 프로그램과 사업 추진을 통해 향후 국가거점 국립대학들의 지속적인 협력과 역량 강화로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지구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공동 모색하기로 했다.이주호 사회부총리는 “정부도 지역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라이즈, 글로컬사업 등 큰 혁신을 진행하고 있지만, 오늘 거점국립대 간 이러한 협약식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첨단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가지기 위해서도 대학들의 협력이 중요하다. 정부가 과거의 정책에서 벗어나서 정부 주도가 아닌 대학 주도의 혁신을 지원하는 체제로 바꾸고 있으며, 이번 협약을 통해 거점국립대 간의 좋은 협력모델이 많이 나온다면, 정부 주도가 아닌 거점국립대학들의 협력이 주도하는 새로운 혁신모델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

2023-08-16

예천 실종주민 2명 어디에… 한달째 행방 묘연

예천지역 산사태 발생한 지 한 달째인 16일에도 소방 당국의 수색작업이 계속됐지만 실종된 주민 2명의 행방이 묘연해 가족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예천군에서는 지난달 15일 산사태 등으로 15명이 사망하고 2명(감천면 벌방리 김 모(71)씨와 윤 모(여·73)씨)은 실종됐다.소방 당국도 실종자가 발생한 마을에서 하류 160㎞ 떨어진 낙동강 고령군 강정고령보까지 수색 중이지만 발견되지 않으면서 노심초사하고 있다.실종된 주민 김 씨의 아들(36)은 “산사태로 집이 통째로 사라지면서 아버지 물품은 아무 것도 없다”며 “아버지를 찾는 게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이지만 옷이나 신발 등 무엇이라도 발견하면 보내드리고 싶은데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아들 김 모씨는 “당시 새벽에 마을을 덮친 산사태로 전기가 끊겨 암흑천지 상태에서 쓸려 내려가다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아버지는 순식간에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또 8년 전 아버지와 서울에서 이 마을로 이주해 친환경 바이오 오일을 판매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실종과 집, 사업장 등을 모두 잃으면서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경북소방본부는 그동안 군, 경찰과 함께 실종자 수색작업을 했으나 이날부터는 자체적으로 하루 150여 명의 대원과 드론, 보트 등을 동원하고 있다.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고라니 사체 20여 마리를 찾을 정도로 실종자가 발생한 마을과 인근 하천 등을 샅샅이 훑었지만 발견되지 않았다”며 “하류로 떠내려갔을 것으로 보고 실종자 발생 마을에서 69㎞ 떨어진 상주시 상주 보와 160㎞거리의 낙동강 강정고령보 사이를 집중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3-08-16

경북도, 사회적 농업인식 제고 ‘농업 활성화’ 설명회 개최

경북도가 16일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도, 사회적 농장 관계자, 사회적 농업 실천 희망농가, 시군 담당공무원, 관련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경북 사회적 농업 설명회’를 개최했다.이날 설명회는 경북 사회적 농업 거점 농장인 ‘경산 힐링공유팜’의 주관으로 농업 활동을 통해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돌봄·교육·고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농업’의 확산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관련 전문가, 사회적 농업 우수농장 등을 초청해 △사회적 농업의 정책 방향 △개념 △우수 운영사례 발표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먼저 경북도에서 2023년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의 주요 내용을 비롯한 사업 추진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조문수 대구대 명예교수(아그로웰니스 회장)가 사회적 농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당면 과제 등을 발표했다.또한, 구미 ‘한우리글로벌협동조합’의 마을주민 및 고령자 등과 함께하는 지역 서비스 공동체 활동 프로그램과 경산 ‘바람햇살농장’의 발달장애인 대상 영농재활 및 어르신 치매예방 프로그램 소개 등 사회적 농업의 우수 실천 사례도 공유했다.경북도는 이번 설명회를 통해 도내 사회적 농업에 대한 인식 제고와 사회적 농업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농장을 적극 발굴·지원해 경북의 사회적 농업을 지속적으로 확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3-08-16

대구 경북 1명… 생존 애국지사 전국 9명 뿐

제78주년 광복절을 지낸 가운데, 젊은 시절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운 애국지사 중 생존자는 9명밖에 남지 않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대구지방보훈청에 따르면 16일 현재 독립유공자 애국지사 중 생존자는 국내 8명, 국외 1명 등 모두 9명뿐이다. 또 지난 13일 일본에서 영주 귀국한 오성규(100) 지사가 포함됐다.이 중 대구·경북의 유일한 생존 독립유공자로는 권중혁(101) 지사가 있다. 권 지사는 지난 2020년 경북도 내 마지막 광복군 출신 생존자였던 배선두 애국지사가 별세함에 따라 대구·경북의 유일한 생존 애국지사로 남아있다.권 지사는 1944년 1월 20일 보성전문학교 재학 중 일본군에 학도병으로 강제 징집됐다. 그는 징집에 반발해 6명의 동지와 함께 독립운동에 투신하려고 부대를 탈출했지만, 곧바로 수색대에 체포돼 고문을 당한 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대구 조선병사 탈출사건’이다.‘대구 조선병사 탈출사건’을 주도했던 권 지사는 현재 노환과 폐렴 등의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일본에 있던 마지막 생존 독립유공자 오성규(100) 애국지사는 지난 13일 고국 땅으로 돌아와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김학규 광복군 제3지대장 묘역에서 환국 신고를 했다.오 지사는 중국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하다가, 16세에 중국 안후이성의 한국광복군 제3지대로 입대했다. 1945년 5월부터 국내 진공을 위한 한미합작특수훈련 중 광복을 맞았고, 이후 정치적 혼란 속에 일본으로 갔다. 그러다가 지난 11일 “조국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뜻을 정부에 전해 13일 영주 귀국했다. 오 지사는 지난 15일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연로한 모습으로 휠체어를 타고 참석했다.이처럼 현재 생존 애국지사는 권 지사와 오 지사를 포함해 국내에 8명(강태선, 권중혁, 김영관, 오성규, 오희옥, 이석규, 이일남, 지익표)과, 미국에 거주하는 1명(이하전)만 남게 됐다. 이들은 모두 1921년부터 1926년 사이에 태어났고, 현재는 연로한 상태로 대부분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한편 애국지사는 일제의 국권 침탈 전후부터 1945년 8월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항거한 사실이 있는 이로, 그 공로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 표창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안병욱 인턴기자 eric4004@kbmaeil.com

2023-08-16

대형로펌 진출 소식에 포항 법조계 술렁

포항에 조만간 대형법무법인(로펌) 사무소가 진출한다.이 로펌이 네트워크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검찰·경찰 수사관 스카우트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변호사 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15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9월초 북구 양덕동 포항법조타운 인근에 대형 로펌 A법무법인 포항지사가 문을 연다.지난 2012년 서울에서 형사분야 전문법률사무소로 개업한 A로펌은 이후 이혼과 가사, 성범죄 등으로 분야를 확대해 운영해 오고 있다.A로펌은 현재 사건을 총괄 담당하는 대표 변호사만 11명이 근무하고 있고, 변호사 180명과 전문위원 80명이 활동하고 있다.서울과 부산, 울산, 대구 등 전국 일원에 사무소 25개를 운영하고 있고 사건 유형별로 나눠진 18개 전담센터가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A로펌은 포항사무소 개점에 앞서 수개월 전부터 사건 수임을 전담할, 주 근무지가 포항이었던 현직 검찰·경찰 수사관 영입에 나서면서 지역 법조계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A로펌은 영입 대상이 된 검찰(1명)·경찰위원(2명) 후보자들에게 연봉 7천만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A로펌이 향후 지역 변호사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양비론으로 엇갈리고 있다.A로펌은 사건 의뢰인이 경찰 첫 방문 때부터 고소장 접수, 조사 진행 과정까지 검찰·경찰위원들이 단계별 조언을 해주는 소비자 눈높이 법조 서비스를 제공, 향후 ‘지역 법조계에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반면 지역사회는 인맥과 학맥, 지연으로 사건 수임 대부분이 이뤄지기 때문에 ‘A로펌의 향후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또 영입을 제안 받은 상당수의 경찰 수사관들도 “A로펌이 요청한 업무 수준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이 로펌에 입사시 회사가 제시한 최소 사건은 수임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일선 한 경찰관은 “A로펌은 형사사건 수임이 기장 큰 부분일텐데 지역에선 마약과 성 관련 범죄가 큰 부분을 차지, 큰 로펌이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취업할 경우 실적을 맞추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내부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경찰의 이같은 기류 때문인지 현재 A로펌은 영입될 검찰위원은 결정했으나 경찰위원 영입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지역의 한 법조인은 “향후 A로펌의 영향력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지역 법조계 시장의 일정 부분을 잠식할 것만은 확실하다”고 전망했다.지역민들 사이에서도 대형 로펌 사무실이 개설되면 고객이 선택폭이 넓어지게 된다면서 그 경우 지역변호사 업계도 서비스 향상 등 나름의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내다봤다./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3-08-15

고령서 목장 탈출 암사자 1시간 만에 사살

지난 14일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 한 목장에서 사육해오던 암사자가 우리를 탈출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불안에 떨었지만 다행히 1시간여만에 엽사들에 의해 사살됐다.고령군은 이날 오전 7시46분경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했고 직선 거리로 약700m 떨어진 사설 캠핑장의 야영객 77명도 덕곡면사무소로 긴급 대피했었다.현장에는 경찰 127명, 소방관 26명, 군청 관계자 6명, 환경청 관계자들과 고령군 소속 엽사들이 출동해 1시간여 만인 오전 8시 36분경 사육장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서 긴급 출동한 고령군 엽사들에 의해 사살됐다.사살된 암사자는 목장의 전 주인인 P모씨가 20여년간 키워 오던 것을 지난해 목장을 인수한 K모씨가 사육해 왔던 개체로 드러났다.이 암사자는 국제멸종위기종(CITES)으로 신고 되어 있는 개체로, 대구지방환경청 허가를 받아 합법적인 절차를 거처 사육하는 것으로 확인됐다.해당 목장은 지난 1984년부터 한우를 사육해 왔는데, 현재 이 목장에는 한우 45두를 방목 사육하고 있을 뿐 다른 동물은 없는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군 관계자는 “사자 사체는 현재 환경시설관리공단 고령사업소 유해조수 냉동 컨테이너에 보관중이고 사체 처리는 대구지방환경청과 논의 후 추후 결정 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관계 당국은 “사자 포획 과정에서 마취를 선택하지 않고 사살을 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환경부의 ‘동물 탈출 시 표준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탈출 동물이 안전하게 원래의 우리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예외 상황에서는 위험 정도나 주변 상황에 따라 마취 또는 사살을 결정할 수 있다. 특히 인명 살상이 가능한 사자의 경우 ‘위험도에 따른 동물 분류’에서 ‘위험그룹’에 해당돼 탈출 시 사살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경찰 한 관계자는 “사자가 마취총을 맞더라도 곧장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사자가 마취제를 견뎌 내면서 산속으로 숨거나 민가로 향하게 되면, ‘인명 살상’ 같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살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3-08-15

경북도, 베트남·캄보디아 ‘광폭 외교’

경북도는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이달희 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교류 및 경제사절단을 베트남, 캄보디아에 파견해 수기업 수출상담회, 수산물 판촉행사 등 시장 개척활동을 펼치고 베트남, 캄보디아 정부 관계자와 면담을 통한 교류 협력, 해외인력 유치활동, 의료봉사 지원, 쌀 도정기 기증행사 등을 진행했다. 먼저 경북도는 지난 8일 베트남 호치민 롯데호텔에서는 실라리안 소속 풍기특산물영농조합법인(홍삼제품, 영주), 웰빙바이오(흑마늘농축액, 의성), 참미푸드사(즉석제품, 칠곡)와 수산기업인 성진홀푸드(수산건어물, 영덕) 등 18개사 대표들과 현지 구매자간 총 108건의 수출 상담을 진행해 370만 달러의 수출계약 성과를 올렸으며, 9일에는 베트남 진출기업인 대영전자비나(호치민 소재)와 크레신(박닌 소재)을 방문해 업무 협의하고 현지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을 격려했다.또한, 해외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출신 기업인 케이마켓(K-market) 에스에스알(SSR)점에서 개최된 우수 수산물(8개사) 판촉 행사장을 방문해 경북도 해외자문위원 및 호치민 대구경북 상공인연합회 회원들과 함께 홍보 및 판촉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 이달희 부지사는 9일 보 반 호안(Vo Van Hoan) 호치민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10일 응우옌 탄 하이(Nguyen Thanh Hai) 타이응우엔성 당서기, 11일에는 다오 꽝 카이(Dao Quang Khai) 박닌성 부성장을 면담하고, 12일에는 수스 야라(Suos Yara) 캄보디아 국회의원 겸 외교위원장, 크온 쿤디(Khoun Khundy) 캄보디아 상원의원 등과 만남을 통해 상호협력을 위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동남아 지자체들과 광폭의 세일즈 외교를 추진하기도 했다.아울러 12일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교 헹 소파다(Heng Sophady) 총장에게 경북도에서 제작한 캄보디아 국가 음원을 전달하고, 경북도 프놈펜 문화교류센터에서 캄보디아 농촌지역 3개주를 대상으로 쌀 도정기 10대를 기증하기도 했다.이 자리에서 이달희 부지사는 “경북도에서 시작된 새마을운동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고,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새마을운동의 시작은 주민 스스로 잘 사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바뀌면 가정이 변하고 마을이 변하고 결국 국가가 변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이번 방문에 함께한 경북도 캄보디아 의료봉사단은 지난 10일부터 4박 6일 일정으로 ‘사랑으로 전하는 마음, 건강한 캄보디아’를 슬로건으로 캄보디아 깜퐁 톰 주립병원에서 현지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번 해외의료봉사단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 등 71명과 약사 10명, 경북자원봉사센터 20명, 지원인력 3명 등 총 104명의 대규모 인원으로 구성됐으며, 내과, 외과, 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 안과 등 총 14개의 진료과에서 양질의 진료와 임상병리검사를 병행해 캄보디아 의료 소외지역에 다양한 의료 혜택을 제공했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3-08-15

장애인단체 7곳 “상주시장 주민소환 강력 반대”

상주시 통합신청사 건립과 관련한 주민 간 갈등이 상주시장 주민소환으로 비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상주지역 7개 장애인단체가 주민소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상주시지회를 비롯한 7개 장애인단체는 14일 상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주시장 주민소환 철회 요구를 위한 성명을 발표했다.이날 성명은 행복상주만들기 범시민연합(상임대표 김종준)이 지난 1일 통합신청사 건립 의사결정 과정 등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며 상주시장 주민소환 의지를 확고히 밝힌데 따른 것이다.7개 장애인단체는 성명서를 채택하고 “최근 일부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상주시장 주민소환에 대해 우려와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고 밝혔다.이어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통합신청사 건립과 관련해 상주시가 조례를 위반하지 않았고, 절차적 하자도 없다고 법제처에서 확인했다”며 “지난 몇 달 동안 통합신청사 건립과 관련, 지역사회에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지역사회가 분열되는 등 상주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또한 “통합신청사를 건립한다고 상주시장을 주민소환 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고 명분도 될 수 없다”며 “상주시장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단체는 이를 철회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함께 상생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특히 “지금의 상주시 청사는 노후 되고 협소하며,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편의시설도 적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며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 내용을 담고 있는 통합신청사 건립은 장애인 모두의 바램”이라고 강조했다.덧붙여 “통합신청사 건립에 대해 누구나 찬성과 반대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 것이지만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를 우선적으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며 “상주시장 주민소환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를 철회할 때까지 반대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이날 성명 발표에 참가한 장애인단체는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상주시지회와 한국농아인경북협회상주시지회, 경북장애인권익협회상주시지회, 한국장애인정보화경북협회상주시지회, 경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상주시지부, 한국척수장애인경북협회상주시지회, 한국교통장애인협회상주시지회 등이다./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

2023-08-15

포항 숙원 ‘대학병원 설립’ 반드시 이뤄져야

경북 제1의 도시인 포항에서 숙원사업인 연구중심 의대와 스마트병원의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에서는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대학병원을 추천해달라며 대부분 인근 대도시를 찾아가고 있다. 인근지역에서 포항의 종합병원으로 공급이 된 의사들도 근래에는 수도권으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의사 수와 의료서비스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은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4.8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보다 2배 가량 많았다. 경북은 2.2명으로 세종시(2.0) 다음으로 의사 수가 가장 적어 의료서비스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의대를 신설하고자 하는 대학은 지방에서는 10곳이며 수도권은 2곳이다. 경북에서는 안동대와 연구중심 의대로 방향을 정한 포항의 포스텍이다.포스텍의 연구중심 의대 신설은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텍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2028년까지 연구중심 의대를 설립해 8년 과정(2년 의사 과정 +4년 의사 과학자과정 +2년 의사 과정)과 대학원까지 12년의 교육과정을 거치며 매년 50명 정원의 의사 과학자 양성과정을 개설하고 연구중심 병원과 질병 관련 연구센터를 건립하고자 한다. 이 병원의 직전 단계인 포스텍 의과대학원은 올해 개원한다.의사 과학자는 의사이면서 과학자로서 기초과학과 임상 두 영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균형 있게 갖춘 전문가로 과학자에 가깝다. 또 연구중심 의대는 치료를 하는 임상의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질병의 예측, 치료기기 및 백신 개발, 장기 재생 및 교체 등을 연구하는 의사를 양성하고자 한다. 코로나19 이후 발 빠른 백신 개발을 보며 연구하는 의사인 ‘의사 과학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포항은 철강산업의 단일구조에서 미래산업으로 바이오 헬스 분야의 국책 사업도 유치해 포항의 미래를 찾고 있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에서야 정부 차원의 의사 과학자 지원 사업이 시작되어 선진국에 비해 출발이 한참 늦은 상황이다. 소청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필수 의료가 폐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 과학자들에게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금전적 보상은 물론 정신적·사회적 보상이 적절히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먼저 의대를 나와서 의사 과학자를 지원하는 현실 속에서 의사 과학자의 절대적인 숫자는 많지 않은데 의대 졸업생 3천508명 가운데 의사 과학자 지원자는 30명 정도로 졸업생의 1% 미만이다. 또 의사 과학자를 선택했지만 지원과 보상에 있어서 충분치 않으면 다시 임상의로 돌아가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료기관 근무 의사의 평균 연봉은 2억3천만 원인데 의사 과학자에게는 이만큼의 수입이나 안정성을 제공할 만한 토양은 마련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서도 의사 과학자 100명이 출발하면 단계별로 빠져나간다. 이들은 낙오가 아니라 개업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퇴로가 있는 이들을 잡아놓으려면 엄청난 지원책이 필요하다. 포스텍에서는 의대를 나와서 의사 과학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의사 과학자를 선택해 경북도와 포항시의 지원 속에서 의학과 공학을 이해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한다.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포스텍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방안은 의사 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를 대비해 이미 유능한 교수와 의사의 영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포스텍에 우수한 교수들이 모이면 우수한 인재들이 자연스레 따라오듯 대학병원이 설립되면 포항지역에도 여러 이점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15

‘대전 소리사’에 얽힌 추억

토요일 오후 2시 사람도 차도 붐비는 시간. 평소라면 대릉원 쪽 도로로 진입을 했을 터이지만 조금 둘러가더라도 시장 쪽으로 차를 돌렸다. 거리는 조금 더 멀어져도 시간은 단축된다. 몇 년 사이 참 많이 달라졌다. 붐비는 시내를 피하려 둘러 다니던 황남동은 이제 반대 입장이 되었다. 중심상가가 오늘따라 더 조용하다. 간판이 낡지 않았는데 임대 문의가 붙은 곳들이 보인다. 주차를 하고 잠시 걸어 목적지인 대전 소리사로 향했다. 1969년 문을 연 이곳은 이제 경주 유일의 음반 판매점이 되었다. 시작은 전자제품들을 판매하면서 함께 끼워 팔던 한 두 장의 음반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기계를 사갔던 고객들이 다시 찾아 추가로 음반들을 구매하면서 수요가 점점 늘어났다. 경주에선 클래식 음반을 흔히 구하기 힘들었던 때라 유일한 판매처였던 이곳을 찾는 이가 많았다. 경주관광전문대와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가 생겨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교육청에서 음반 구입 사업을 진행한 것도 한 몫 했다. 학창 시절 등굣길, 점심시간을 채우던 클래식 음악들의 출처였다.지금은 유일한 음반가게가 되었지만 20~30년 전만 해도 열댓 개의 음반 판매점이 성업 중이었다. 당시 회원 가게들이 적힌 한국음반협회 경주시 지부회 회원 수첩을 보여주셨다. 익숙한 이름이 더러 보였다. 매달 평양냉면집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여러 회칙들이 적혀있다. 그 중 재밌는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협회에서 정해 둔 쉬는 날이 있는데 문을 열면 벌금으로 쌀 한가마니를 내야 한다. 그리고 회원 경조사에 대한 부분들도 상세히 적혀있었다.오래된 역사만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으리라 여쭤보았다. 잠시 지긋이 하늘을 올려다 보시더니 한자락 한자락 추억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가게 문을 열고 지금까지 규칙이 술을 마신 사람이나 취한 이에겐 음반을 판매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술 냄새를 풍기는 손님이 문 앞에 서서 이미자 음반을 찾았다. 거절할 핑계삼아 음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음반이 인기 음반이라 입구에서 떡하니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 금방 들통나버렸다. 지금이야 웃으며 말씀하시지만 당시엔 참 난감한 순간이었으리라.지금은 낯선 이가 음식이나 먹거리를 주면 지레 겁먹고 거절하거나 피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과거엔 작은 콩 한 쪽도 나눠먹던 시절이었다며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알려주셨다.최진희 음반을 사갔던 고객에 대한 기억이다. 음반을 사간 후 몇 차례 교환을 하러 들렀던 그녀는 어느 날 감자를 가져다주었다. 고마움에 대한 표시로 가져온 선물이었다. 요소 비료 포대 안에 감자를 담고 새끼줄로 감아 감포에서 시내까지 가져온 것이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추억 중 하나다.그리고 월성원자력 발전소가 생길 쯤 타지역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종종 이곳을 찾았는데 어느 날은 캐나다 사람들로 가게가 가득 차기도 했었다. 그러다 울산간 도로가 생기고부터는 보기 힘들어졌다.명절이 되면 가게 한켠에 강정 두자루가 자리 잡았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준비한 강정들이었다.지금이야 스마트 폰으로 몇 번 누르면 승차권 예약쯤은 별일 아니지만 당시엔 멀리 사는 단골들을 대신해 고속버스 터미널 예약을 대신 해주기도 했다. 마음 없이는 할 수 없는 번거로운 일이었음에도 추억을 떠올리는 사장님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인터뷰를 하는 동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꼬마 손님 몇이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음반을 찾아 다녀갔다. 특히 어린이날이 되면 부모님 손을 잡고 많이 찾는다고 한다. 수기로 적는 주문서엔 메모로 가득 차 있었다.한 시간 가량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중요한 질문 하나를 놓친 걸 깨달았다.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대전 소리사는 어떻게 해서 지어진 이름일까요? “예전엔 장사를 크게 잘해서 밭이랑 논 같은 땅을 많이 사라고 그렇게들 지었어.” 30년 만에 궁금증이 풀린 시간이었다.옆에서 함께 하던 서점과 가게들이 벌써 몇 차례 바뀌었고 내일 풍경은 오늘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그 안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아날로그 시대의 낭만. 대전 소리사만큼은 오래도록 남아주길 바라본다. 오랜만에 구입한 빨간색 커버의 비틀즈 음반이 오후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15

울진 연호공원

비 오는 아침, 울진군 울진읍 연지리를 찾았다. 국도를 달리다 내려서니 금방 커다란 호수가 보였다. 둘레에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 우산을 받쳐 들고서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주차장은 넓고 무료다. 입구 화장실 건물에 등나무 덩쿨이 무성한데 뒤늦게 핀 보랏빛 등꽃 몇 송이가 일행을 반긴다. 그 앞에 연호공원이라고 글자 조형물이 섰다. 사진 찍기 좋게 양 끝에 앉는 자리까지 놓였다. 공원은 시내 중심에 자리하여 접근성이 좋은 관계로 울진군민뿐 아니라 울진을 찾은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 중 한 곳이다.호수를 감싼 언덕에 오르니 소나무가 숲을 이룬다. 숲에서 호수 경치가 잘 보이는 곳에 연호정이 자리했다. 이 연호정이 있는 곳은 원래는 1815년(조선 순조 15년)에 건립한 향원정이라는 정자가 자리하고 있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정자가 퇴락하여 1922년 옛 동헌의 객사 건물을 향원정의 자리에 옮겨 세우고 연호정(蓮湖亭)이라 명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소나무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호수에 연꽃이 한창이다. 연꽃이 가득한 호수를 내려다보기에 좋은 정자라는 이름이 딱 어울린다. 그런데 풍경 중앙에 정자가 하나 더 보인다. 호수 가운데 세운 월연정이다. 아래로 내려서니 입구에 어락교라는 나무다리가 있는데 월연정까지 인도교로 폭 4m에 길이 51.9m의 규모다. 장자의 ‘물고기의 즐거움’이라는 사유 세계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월연정에 오르니 호수를 사방으로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정자 기둥과 기둥 사이가 액자처럼 서로 다른 경치를 보여준다. 울진과학체험관과 전망대가 한 장면, 그 옆으로 코스모스가 한 장면, 눈을 돌리니 금계국이 한켠에 피었다. 무엇보다 호수 둘레를 따라 분홍빛으로 핀 연꽃이 가장 잘 보이는 정자다. 지역 선비들이 연호정에서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이 달에 비친 연꽃에 취한다는 의미로 월연정(月蓮亭)이라 지었다고 한다. 이름값을 하는 정자다.우리도 연꽃의 향에 취하려고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울진군에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벤치를 곳곳에 배치했다. 그중에 센스가 돋보이는 의자는 앉아서 휴대폰 충전이 가능한 것이다. 좋은 글귀를 읽으며 연꽃 구경까지 하다 보면 시간이 스르륵 흘러 배터리가 가득 찬다.보슬비가 하염없이 연잎에 내렸다. 커다란 잎에 작은 연못이 만들어졌다. 고려 시대 문장가들은 특히 연꽃을 사랑하였다. 맑고 강직한 성품의 곽예는 비가 오면 혼자 우산을 들고 연못으로 가 오래도록 연꽃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시를 남겼다. 최해라는 시인의 ‘빗속의 연꽃’이라는 시에는 당나라의 탐욕스러운 관리인 원재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죽고 나서 그 사람의 창고에서 후추가 팔백 가마나 나왔고 종유 기름도 오백 냥이 나왔는데 평생을 써도 절대로 쓸 수 없는 엄청난 양이었다. 두 번째 구절은 천년을 두고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고 적었다.세 번째 구절에는 푸른 옥으로 됫박을 만들었다고 적었는데 푸른 옥은 연잎을 말한다. 그럼 됫박은 무엇일까? 비 오는 날 쪼그리고 앉아 연잎을 가만히 보다 보면 그 의미를 알게 된다. 빗방울이 연잎에 떨어지면 또르르 굴러 가운데로 모인다. 이제 마지막 구절을 보자. ‘종일 맑은 구슬을 담고 또 담는가’라고 맺는다. 하늘에서 내려온 구술이 모이고 모이면 연잎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살짝 기울어진다. 그동안 모은 구슬을 연못 위로 쏟아붓는다. 그 모습을 됫박질로 표현한 것이다.연호에 연잎이 종일 모은 구슬로 가득 찼다. 비 오는 날에는 울진의 연지리에 가서 곽예가 되었다가 최해가 되었다가 하며 하루를 보내도 좋을 듯하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15

여름방학 ‘탐구생활’의 추억

뜨거운 여름방학을 보내고 온 아이들은 까맣게 타서 돌아왔다. 더러는 벌겋게 목덜미 살갗이 벗겨져 있기도 했다. 선크림 따위는 없던 시절이었다. 여름방학 동안 우리에겐 어김없이 ‘탐구생활’이라는 큰 숙제가 주어졌다. 잠자리, 나비, 무당벌레 등 개학 때면 각자가 채집해 박제한 곤충의 스크랩을 비교해보느라 시끌벅적했다. 간혹 실물 곤충을 케이지 안에 넣어온 아이가 있어 한바탕 야단법석을 떨기도 했다. 밀린 일기를 쓰느라 기상청에 전화해 지나간 날의 날씨를 기록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먼저 일기를 쓴 친구들의 날씨를 베껴 적곤 했다.우리는 따분한 여름을 산으로 강으로 계곡으로 돌아다녔다. 그 시절 내륙지방의 여름은 큰맘 먹고 떠나보는 것이 영덕 해수욕장 정도였다. 기동력이 없던 시절이라 떠나도 모두 동해안 언저리여서 영덕 가서 회 먹고 돌아오는 거면 호사 중에도 큰 호사였다. 꾸불꾸불한 34호 국도를 타고 다녔던 영덕은 고속도로 개통으로 이제 안동에서 한 시간이면 도착 가능한 거리가 되었다.개학을 맞이하면 때론 빈자리가 보이기도 했다. 여름 물놀이에 휩쓸려 영영 돌아오지 않는 아이의 자리였다. 잠시 슬퍼했지만 우리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어렸으니까.개미굴에 개미는 몇 마리가 들어가는지, 고추잠자리 날개 한쪽을 뜯어내도 잘 나는지를 지켜보는 데만 한나절이 걸렸다. 놀 시간이 모자라도 괜찮았다. 내일 다시 만나 놀면 됐으니까. 비상연락망에 적힌 연락처에는 간혹 ‘안집’이라고 적힌 아이도 있었다. 세 들어 살던 아이들이 주인집 전화번호를 적어둔 것이다. 그런 모든 것들이 아랑곳없던 시절, 하루 종일 휴대폰 없이 밖으로 돌아다녀도 부모님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저녁을 집에서 먹는다는 건 그 시절 어린이들의 ‘국룰’이었으므로.물 맑은 길안천에서 골부리를 줍고 모기향을 피운 골목길 들마루에 누워 두런두런 어른들의 수다에 잠들던 여름밤. 수박서리를 하다 걸려 원두막 아래에서 벌서던 친구들을 놀리던 기억까지, 그 시절 우리가 채집한 추억은 얼마나 많이 박제되어 있을까.이번 주부터 학교별로 개학을 맞이한다. 겨울방학에 비해 여름방학은 유난히 짧은 느낌이다. 방과후 수업을 받거나 학원을 다니거나, 아이들은 짧은 탐구생활을 마치고 학교에 복귀한다. 매미소리에 귀 기울이고 땡볕에도 맘껏 뛰놀던 시절은 지났지만 밀린 방학숙제에 괴로워하는 모습은 똑같은 개학이 다가왔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15

尹대통령 부친 윤기중 교수 별세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92·사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별세했다. 윤 교수는 노환으로 최근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가 최근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3일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오늘 오전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후 병원을 찾아 부친의 임종을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은 국정 공백이 없도록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며 “조화와 조문을 사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애도를 표해준 국민 여러분에게 고개숙여 감사드린다”고 부연했다.  고인이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로 재직해온 만큼 고인과 가까웠던 학계 인사 등 최소한의 조문만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고인이 오랜 기간 평생을 교단에 머무셨기 때문에 제자들과 학계 지인들의 최소한으로 조문이 이뤄질 것 같다”며 “그 외에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설명했다. 주한외교사절 조문 등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가족장이라는 점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현지시간)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 등 정상외교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할 계획이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부모상을 당한 것은 지난 2019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모친상을 당한 이후 두 번째다./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3-08-15

1시간만에 끝난 사자 탈출 소동…"우리 뒷문 열려 있었다"

“암사자 1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했습니다.”14일 경북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 한 목장에서 암사자가 탈출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된 건 오전 7시 23분쯤.목장 주인 A씨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목장 관리인이 먹이를 주고 청소하기 위해사육시설로 들어간 뒤 암사자가 탈출한 사실을 인지했다.사육시설 뒤편 문은 열려있는 상태였다.관리인은 목장 주인에게 이 사실을 급히 알렸다.목장 주인 A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소방 당국에 공조 요청을 했다.고령군은 급히 목장 주소와 함께 암사자 탈출 소식을 알리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암사자 포획에는 소방대원, 경찰관, 고령군 유해야생동물 피해 방지단 소속 엽사 등 159명과 장비 34대가 투입됐다. 암사자는 목장에서 아래 방향으로 15∼20m 떨어진 풀숲에서 발견됐다고 엽사들은 전했다.목장에서 멀리 도망가지 않고 주변을 배회하거나 앉아 있었다고 한다.김동환 고령군 엽우회 회장은 “수색을 시작한 지 20∼30분 정도 지났을 때 암사자를 발견하고 나와 동료 엽사가 총 2발을 쏴서 사살했다”고 설명했다.그는 “관계 기관이 다 현장에 왔는데 암사자가 맹수이고, 민가로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마취총을 맞더라도 마취가 되는데 시간이 걸리니 사살하기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사살된 암사자는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환경시설관리 고령사업소 냉동 창고로 옮겨졌다가 고령군이 인계했다.현재까지 사살된 암사자는 태어난 지 20년가량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목장 주인 A씨는 “전 주인이 20년 전 이곳을 경영하며 새끼 때부터 길러와 평소에 애교도 부리고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을 정도로 온순했다”고 전했다.이곳은 현재 1개 건물에 사육시설 2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나머지 1개 동에도 수사자가 살았지만, 목장 주인 A씨가 이곳을 인수하기 전 이미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목장 주인 A씨는 “인수 당시 맹수고,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서 환경청에 문의했는데 인수하거나 처리하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며 “동물원에도 의뢰했지만, 맹수 특성상 서열 다툼이 있을 수 있다며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2023-08-14

"사자사육 이웃도 몰라"…고령군 “불법 사자 사육 추정”

고령군 한 민간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가 탈출했다 1시간여만에 관계 당국에 사살됐다.경북소방본부와 고령군 등에 따르면 14일 오전 7시 24분께 덕곡면 옥계리 한 사설 목장에서 기르던 암사자 1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했다.탈출한 암사자는 오전 8시 30분께 사살되며 상황이 종료됐다.고령경찰서 관계자는 “‘20년 정도 된 암사자가 우리에서 탈출해 산으로 도주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라며 “오전 8시 30분께 목장 인근 4∼5m 지점 숲속에서 엽사와 경찰 발견해 사살했다”고 밝혔다.사자가 오전 8시 13분께 경남 합천군 가야면 북두산 방면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지며 관계 당국은 한때 북두산 입산을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고령군은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주민에게 사자 탈출 사실을 알리고 주의를 당부하며 “사자를 발견하면 119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인근 성주군도 이날 오전 같은 내용의 재난 문자를 주민에게 발송했다.해당 목장은 지난해 2월 군청으로부터 관광농원으로 지정돼 관광객을 상대로 운영 중이다.소 축사와 관련한 운영 허가는 받았으나, 사자 사육 허가는 받지 않아 불법이 추정되는 상황이라고 고령군은 밝혔다.고령군 관계자는 “목장 주인이 몰래 사자를 키웠던 걸 주변 주민이나 이장조차도 몰랐다고 한다”며 “갑자기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가 와서 ‘암사자가 도망갔단다’라고 연락이 와서 정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전병휴기자

202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