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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극사실화로 다시 핀 꽃들의 아름다움

대구·경북 미술애호가 단체인 고금미술연구회가 선정하는 제27회 고금미술 작가인 여류 서양화가 김수미(31)씨의 첫 개인전이 1일부터 6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린다. 고금미술연구회는 지난 4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대구·경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진유망작가를 대상으로 제27회 고금미술 작가 공모전을 벌여 출품작을 심사한 뒤 김씨를 최종 선정했다.김씨는 찻잔에 담긴 꽃을 묘사한 작품들을 통해 차별화한 구도와 조형미, 사실감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커피잔과 그곳에 담긴 장미 등 사실감 넘치는 묘사력이 돋보이는 극사실 정물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출품작들은 고전적 표상과 감각적 이미지의 표현으로서 꽃과 정물이 주는 상투적 조형성을 뛰어 넘는 은유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꽃과 화병, 커피잔, 서적, 정물들은 고전적인 회화의 인상을 풍기고 있다. 서양화에서 전통적인 소재로 다뤄지는 꽃, 정물, 초상 등에 조화와 균형, 통일성을 지향하는 고전적 미학을 함께 실천함으로써 형식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관능적 이미지를 대표하는 장미를 비롯해 다양한 꽃들이 주는 상징적 의미와 환상적이고 중후한 색채와 구도에서 오는 고전적 이미지의 표출은 작품이 주는 강한 자연의 생명력을 여과 없이 담아내고 있다. 바로크풍의 겹쳐진 커피잔과 그곳에 담긴 꽃들이 전해주는 조형미는 화려한 곡선과 중첩되는 정물들이 주는 긴장감을 통해 시각적인 효과를 넘어서서 촉각적인 느낌까지 강하게 구현하고 있다. 사실감 넘치는 표현력을 수반한 안정된 화면구성은 친근한 소재들과 결합해 신선한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2-01

피아노 선율 타고 흐르는 명곡의 향연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수상자인 피아니스트 알렉세이 나비울린 내한 공연이 내달 10일 오후 7시30분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열린다. 러시아 출신인 알렉세이 나비울린은 1992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제1회 청소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3위를 수상하고, 1998년 이탈리아의 테르니에서 열린 `제23회 카사그란데 국제 콩쿠르`에서 1등상과 특별상인 슈베르트 상을 수상하며 그 천재성을 인정받았다.그의 나이 24세 이던 2002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2위와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후 아일랜드 대통령 메리 매컬리스와 러시아 푸틴 대통령 앞에서 연주하기도 한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축제, 프랑스 몽펠리에, 발루아 피아노 축제, 슈베르트리스트 축제 등 많은 축제에 초청돼 연주하고 있다. 또한 아일랜드 국립 심포니, 그리니치 심포니, 체코 브르노 비루투오지, 바르샤바 신포니아, 몬테카를로 필하모니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알렉산더 디미트리에프, 알렉산더 아니시모프, 게르하르트 마르크슨, 미하일 플레트네프 등 최고의 지휘자와 연주했으며, 2012년부터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차이콥스키 콘서바토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이번 공연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피아노 작품으로 알려진 `18개의 피아노 소품 Op. 72`을 연주하며 2부에서는 무소르그스키의 `눈물`과 `명상`, `스케르초 다#단조`, 프로코피에프의 `전쟁 소나타`로 알려진 `피아노 소나타 6번 가단조 Op. 62`를 연주한다./윤희정기자

2015-11-30

찬양·사랑의 노래로 이웃사랑 실천

포항사랑의부부합창단(단장 김정환·지휘 정웅규, 반주 손조량)은 지난 28일 오후 7시 포항충진교회 본당에서 `행복한 동행`이란 주제로 창단 10주년 기념 제5회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사진 소년소녀가장 돕기 일환으로 열린 정기연주회에는 소프라노 김성희와 테너 박명훈이 특별출연하고 엔젤어린이합창단이 찬조출연, YOUUS(유앤어스)가 우정출연했다.포항사랑의부부합창단은 박하이나 포항중앙교회 아나운서의 사회로 시작된 연주회에서 `만유의 하나님` `그 사랑` `주와 함께 가리라` `천개의 바람이 되어` `Ose shalom(평화의 주)` `사랑이 끝날 때 까지` `주 함께 살리라` `시편 139편` `은혜 아니면` 등을 불렀다.소프라노 김성희는 `아침의 노래`를 들려준 뒤 테너 박명훈과 듀엣으로 `축복 하노라`를 선사했다.엔젤어린이 합창단은 `귀 기울여봐` `나는 예수님이 좋아요`를 부르고 YOUUS는 `대성당들의 시대-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중` `지금 이 순간-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중`을 들려줬다. 특별출연한 조수빈, 유향, 류여주, 박소정, 김채운(지휘 김초희)은 가야금 병창으로 `들국화` `동해바다`를 불렀다.포항사랑의부부합창단은 2005년 2월 찬양을 통한 선교와 부부사랑을 통한 이웃사랑을 실천, 무너져 가는 가정의회복과 교회연합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창단했다.그간 정기연주회 5회, 순회찬양 27회, 전국LCC 연합찬양제 4회, 포항합창제, 백암합창제, 포항성가합창제 참가에 이어 군부대, 교도소, 장애시설, 요양원을 방문, 연주회를 열었다./윤희정기자

2015-11-30

깊어가는 겨울밤 이국정취 가득한 낭만음악 세계로

저물어 가는 2015년,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이 올해 마지막 정기연주회인 제420회 정기연주회를 내달 11일 오후 7시 30분 대구시민회관 그랜드 콘서트홀에서 펼친다. 이날 지휘를 맡은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는 독일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러시아의 차이콥스키와 보로딘 작품을 통해 낭만음악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한다.전반부에는 마치 오페라를 보는 듯 흥미로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 후안`과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을 연주한다.`돈 후안, Op.20`은 슈트라우스가 24세 때인 1889년 완성한 곡으로 스페인의 당대 호색가이자 귀족인 돈 후안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곡으로 정열적인 동시에 향락적이면서도 소박함을 지닌 돈 후안의 일생이 잘 녹아들어 있다.두번째 곡인 교향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은 장난꾸러기로 알려진 독일의 전설적 인물 틸 오일렌슈피겔의 불안과 장난을 모티브로 삼았다.후반부에는 차이콥스키의 관현악곡 `이탈리아 카프리치오`, 보로딘의 오페라 `프린스 이고르` 중 `폴로베치안 댄스`를 들려준다.`이탈리아 카프리치오`는 곡은 차이콥스키가 이탈리아에서 받은 인상을 민속음악을 주제로 자유롭게 작곡한 곡이다. 트럼펫의 활기찬 팡파르로 시작하며 곡이 흘러감에 따라 이탈리아의 조용한 아침부터 시장의 북적거림, 카니발 등 이탈리아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끝으로 이날 대미를 장식할 보로딘의 러시아 오페라 미학을 집대성한 작품 오페라 `프린스 이고르` 중 `폴로베치안 댄스`를 연주한다. 폴로베츠의 포로로 잡혀있는 와중에도 민심을 걱정하는 이고르 공 일행을 위로하기 위해 족장 콘차크가 베푼 잔치에서 펼쳐지는 여러 춤을 묘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동양적인 색채와 신비로운 분위기, 격렬한 리듬 등이 잘 어우러져 매혹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특히 여성합창 부분 `바람의 날개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곡의 하이라이트이며, 광고음악으로도 종종 사용돼 친근하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대구시립합창단의 합창도 함께 한다.코바체프 지휘자는 “슈트라우스 두 교향시를 통해 풍부한 악상과 치밀한 묘사, 탁월한 관현악법 매력과 극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며 “차이콥스키와 보로딘의 음악에서는 이국의 정취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5-11-30

포항문화 원형 발굴·보존노력 기울여야

포항 지역 문화예술인과 시의원, 학자들이 포항정신의 정체성에 대한 규명과 적극적인 교육을 위해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및 문화콘텐츠 개발, 문화재 지정을 제안하고 나섰다. 포항문화원(원장 배용일) 부설 포항문화연구소(소장 박이득)는 지난 27일 포항문화원 대강당에서 `포항문화의 원형(原形)을 찾아서`를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을 열고 `포항의 충효문화-포은 정몽주`, `외래 지식인과 토착민들의 상생적 협력관계`, `지역 대표 명산 내연산 산신, 할무당 신당`이 지닌 가치를 살폈다.이날 심포지엄에는 김삼일 대경대 석좌교수, 김윤규 한동대 교수, 박창원 향토사학자, 홍필남 시의원, 이주옥 포항대 교수, 강호진 향토사학자가 초청돼 주제 발표에 이어 토론을 펼쳤다.김삼일 교수는 고려의 충신이자 성리학자인 포은 정몽주(1337~1392) 선생의 충절과 학덕에 주목했다. 오겸·김종직 등 제자들의 시를 통해 포은 선생의 본가가 포항 오천읍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히고 한국의 높은 정신세계와 `충절(忠節)`을 대표하는 그의 정신이 의병활동 등으로 지역에서 면면히 이어지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그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토론자로 참여한 홍필남 시의원은 “동국 18현(겨레의 스승) 중에 한 분으로 동방이학지조(東方理學之祖·한국에서의 성리학의 으뜸)라고 추앙되고 있고 포은 선생의 주자학-성리학의 학문세계는 수양론과 예학의 실천적 기반을 토대로 고려 말에서 조선시대를 이끌어가는 시대 이념으로 자리 잡아왔다”면서 “`문화도시 포항` 조성을 준비하고 있는 포항은 이제, 포은 선생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향교 및 서원을 통한 선비사상과 충효교육 등 인성교육 활성화를 통한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포은 선생과 관련된 문헌자료 `포은선생집 속록`권 4의 택재원사에 나오는 유적지 영일고택 복원, 구정리 포은선생유허비1·2 등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포은 선생의 고향 오천을 알리는 문화사업도 개발, 시민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두번 째 발제자로 나선 김윤규 교수는 송시열, 정약용, 유숙 등 포항에 온 외래 학자들을 소개하는데 이어 “포항에 이래한 사람들과 지역민 간의 상호 교류와 교감의 자취를 이어받아 그 성과를 이어받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했다.“이를 통해 외래 지식인과 포항 지역민이 상호 회피를 넘어서 수용과 재생산에 이르는 생산적 관계를 가지는 과정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토론자 이주옥 교수도 “김윤규 교수의 제언대로 외래 지식인과 토착민의 상생적 협력 관계인 상호발전의 범주야말로 이상적인 `포항과 외래 지식인과의 교감`이라고 한다면, 과연 현재 및 미래에 우리가 함께 견지해 나가야 할 포항정신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지에 대한 규명과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마지막 발제자인 박창원 향토사학자는 지역의 대표 명산인 내연산에 소재한 할무당 신당을 20여 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포항시 북구 송라면 중리·덕곡 등 5개마을에 전승되고 있는 할무당 신당을 모신 신당인 백계당 신당은 민속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포항의 정신문화유산으로 마땅히 보존돼야 할 민속자료이지만 제의가 언제 중단될 지 모르는 등 현실은 매우 비관적이라며 이를 문화재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보존해야” 라고 강조했다.강호진 향토사학자도 토론에서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지역민의 힘을 모아 백계당과 할무당 석상, 그리고 백계당 신당과 관련된 문헌 자료와 편액으로 남은 8개의 기문 등은 유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이곳에서 행해지는 제의는 민속자료로 지정·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5-11-30

“인권이란 약할 권리를 옹호하는 것”

“내 삶에 대해 얘기를 좀 해보라고 하시는데, 난 내가 삶을 산 거라는 확신이 그다지 서지 않는군요. 오히려 삶이 우리를 갖고 소유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살았다는 느낌이 들면 우리는 마치 스스로 삶을 선택이라도 한 것처럼 자기 삶인 양 기억하곤 하지요. 개인적으로 나는 살면서 선택권을 거의 갖지 못했습니다. 지극히 일반적이고 사적이며 일상적인 의미의 역사가 나를 이끌었고, 어떤 면에서는 나를 속여 넘겼지요.” (`내 삶의 의미`11쪽)`자기 앞의 생`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로맹 가리의 회고록 `내 삶의 의미`(문학과지성사)가 번역 출간됐다.로맹 가리(1914~1980)는 한 작가의 생에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소설상인 공쿠르상을 두 차례 수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을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한 로맹 가리는 첫 소설 `유럽의 교육`으로 1945년 비평가상을 받으며 유럽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한 뒤 `하늘의 뿌리`로 1956년 공쿠르상을 받았다. 그리고 19년 뒤인 1975년, 그는 한 번도 받기 어렵다는 공쿠르상을 또다시 거머쥔다.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자기 앞의 생`으로 두 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자기 앞의 생`에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노인, 성전환자, 창녀 등 그늘진 곳의 소외된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던 그는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 가끔 숨 막히는 의무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고백하면서도 인간의 존엄성, 희망, 아름다움, 순수, 정의 등을 포기하지 않았다.`내 삶의 의미`에 소개된 글들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몇 달 전 라디오방송에서 자신의 삶을 회고했던 것을 녹취한 것들이다.이 글에서 그는 삶의 궤적을 찬찬히 좇으며 자신의 모든 작품을 되짚어보고, 자신이 삶에서 추구해온 것들과 소설가로서 작품 속에 담으려 했던 의미를 정리한다.로맹 가리는 자신의 삶과 문학을 돌아보며, 여성을 향한 사랑이야말로 자기 삶의 큰 동기이자 기쁨이었다며, “내 책들이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 거의 언제나 여성성을 향한 사랑을 얘기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거라고 말한다.스스로를 타고난 소수자로 칭하며 자신은 좌파든 우파든 다수의 강한 자들에게 반대한다고 할 만큼 언제나 약자의 편이었던 로맹 가리의 `여성성에 대한 예찬`은 “약함에 대한 예찬과 옹호”로 인권과 연결된다. 그에게 “인권이란 바로 약할 권리를 옹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에게 공쿠르 상을 안긴 `하늘의 뿌리` 역시 생태학적인 시각을 넘어 인권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다. 그는 “코끼리는 곧 인권”이라고, “서툴고 거추장스럽고 성가셔서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는 존재, 진보에 방해가 되는 존재,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호해야 하는 그런 존재”로 코끼리는 인권을 상징한다고 말한다.로맹 가리 특유의 유머 역시 그에겐 사상의 표현이었다. 그에게 “유머는 무기 없는 사람들의 순결한 무기”였다. 그는 “유머는 우리에게 닥친 고통스런 현실을 누그러뜨릴 때 우리가 행하는 일종의 평화적이고 수동적인 혁명”이라고 말한다이 회고록은 몇 달 후 자살할 사람이 삶을 돌아본 것이기에 매우 진지하지만,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생동감 넘치기에 어둡지 않다. 또한 로맹 가리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이야기는 재미있고 밝지만,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기에 깊이 있을 수밖에 없다. 로맹 가리가 작품을 통해, 삶을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그의 뜻, 삶과 문학에 대한 철학이 총망라 돼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1-27

다시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에세이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설가 김형경이 남자에 관한 심리 에세이 `오늘의 남자`(창비)를 펴냈다.재작년 출간한 `남자를 위하여`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남자 이야기다. `다시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작가는 여자들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들의 행동과 속내를 파헤친다.언제 어디서나 서열을 정리하고, 경쟁에서 에너지를 얻고, 권력자 앞에선 약해지는 남자들은 본심은 무엇일까. 작가는 문학작품 속의 인물과 작가의 생애, 심리학자들의 연구 등을 적절히 배치하며 이 같은 질문에 답을 구한다. 직접 겪은 주변의 사례들이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선사한다.1장 `아픈 남자, 슬픈 남자`에서는 여자와는 확연히 다른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남자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안부를 묻는 대신 술잔을 채워주고, 수다로 스트레스를 푸는 대신 무행동·무반응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남자, 야근에 시달리면서도 새벽 외국어학원을 찾는 남자들의 불안감 등을 살펴본다. 2장 `가장과 아버지의 이름으로`에서는 다루는 결혼을 앞둔 남자, 딸에게 과한 애착을 보이거나 자녀를 너무 돌보지 않는 아버지, 가정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의 심리를 통해 가장으로서 우리의 아버지가 겪은 마음의 짐을 헤아려본다.3장 `남자의 성과 사랑`은 남녀 간의 관계 맺기에 중요한 가이드가 된다. 사랑을 거절당한 남자의 찌질하거나 폭력적인 행동, 결혼 전후에 달라지는 남자의 태도, 끊임없이 여자를 유혹하려는 바람둥이 남자 등의 사례들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낭만적 사랑의 환상`을 깨뜨리기도 하지만 건강한 남녀관계를 위한 애정 어린 조언이다.4장 `남자 속의 영웅들`에서는 경쟁심과 권력욕을 가진 남자들의 행동을 살펴본다. 남자들이 영웅담처럼 늘어놓는 군대 이야기, `미안하다`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남자들의 속사정,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남자의 무책임한 대처법 등의 사례를 통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체화된 남자들의 영웅심리를 설명한다. /윤희정기자

2015-11-27

과거·현재 두루 아우르는 웅숭깊은 이야기

소설가 황석영(72)이 3년 만에 새 장편소설 `해질 무렵`(문학동네)을 발표했다.이번 작품은 황석영 장편 소설 중 가장 짧은 560매 경장편으로 완성됐다.소설은 성공한 60대 건축가 박민우와 아르바이트로 삶을 영위하는 20대 정우희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인물의 이야기는 당시 사회상과 궤를 같이하며 묘하게 맞물려간다.산동네 달골의 어묵장사 아들인 박민우는 일류대학을 나와 외교관의 딸과 결혼한다. 이후 건축가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인생의 해질 무렵에서 문득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반면 정우희는 연극 연출이라는 꿈을 좇으며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삶을 버텨내고 있다.각각 과거와 현재 세대를 대변하는 두 주인공은 박민우의 첫사랑 차순아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얽혀간다. 차순아는 정우희가 만나던 남자의 엄마이기도 하다.작가는 이번 소설을 `인생파 소설`이라 부르며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 그는 두 주인공의 교차하는 내레이션 속에서 인생은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갈 이들을 소중히 여기고 보듬었어야 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개인의 회한과 사회의 회한은 함께 흔적을 남기지만 겪을 때에는 그것이 원래 한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며 “지난 세대의 과거는 업보가 되어 젊은 세대의 현재를 이루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성공한 건축가 박민우는 인생의 해질 무렵에 서서 길 위에 드리워진 긴 그림자를 돌아보며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본다. 더는 변화할 무엇도, 꿈꿀 무엇도 없을 것 같은 그의 일상에 강아지풀 솜털 하나가 날아든다. 그 작은 씨앗은 그가 소년 시절를 보냈던 산동네 달골, 아스라한 그 시절 가슴 설레게 했던 소녀를 불러오고 달골에서 함께 부대끼던 재명이 형, 째깐이, 토막이, 섭섭이 형 같은 사람들을 불러내어 견고하게만 보이던 그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젊은 연극연출가 정우희는 반지하 단칸방에서 산다. 그녀는 음식점 알바와 편의점 알바를 뛰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연극무대에 매달린다.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그럴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척박한 세상에 지쳐 젊은 날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검은 셔츠”….황석영은 육십대의 건축가 박민우의 목소리와 젊은 연극연출가 정우희의 목소리를 교차 서술해나가면서, 우리의 지난날과 오늘날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추억이 서린 골목들을 밀어내고 삭막한 구조물들을 올려온 지난 역사, 그리고 누추하고 서글픈 반지하방 세대의 삶이 쓸쓸하고도 먹먹하게 얽혀들며 우리의 마음속에 울려퍼진다.언제나 시대를 직시해왔던 작가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두루 아우르며 짧지만 웅숭깊은 이야기를 나직하게 들려준다. 그 역시 해질 무렵 길 위에 선 채, 우리의 삶과 역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삶이 집과 터를 넓히는 과정인 줄 알고 모두 그렇게들 달려왔으나, 실은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갈 이들을 소중히 여기고 보듬었어야 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노라고./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1-27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궁금하세요?

영천광야교회(담임목사 박경호)는 28일 오후 7시 연극전문극단 기꺼이홀리시어티(대표 유승준)를 초청해 교회 문화예술쉼터 `광야`에서 3인극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공연한다.연극은 구두 수선공 시몬이 하나님께 벌을 받아서 세상에 온 천사 미하일을 돌보는 사건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한 톨스토이의 러시아 정교회 신앙이 담긴 작품이다.작은 구둣방을 운영하며 가난하지만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시몬과 마트료나 부부.빵 사먹을 돈을 아끼고 아껴 겨우 옷 한 벌 살 수 있는 돈을 모았고, 시몬은 옷을 한 벌 사러 나가게 된다. 하지만 시몬은 헐벗은 채 길가에서 떨고 있는 미하일을 만나게 되고 새 옷 대신 미하일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데….연극은 시몬과 마트료나 부부, 그리고 미하일이 우연찮게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또 사람 사이의 정이 메말라가고, 남을 짓밟고 올라서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건 사랑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박경호 목사는 “연극에는 톨스토이가 이 시대에 전하는 위로와 격려가 있다”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연극을 본다면 더 큰 감동을 받을 것이다. 공연을 본후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광야교회 문화예술쉼터 `광야`는 영천고등학교 도로 건너편 클푸 이불집 3층에 위치하고 있다.공연은 무료다. 출연 마트료나 역 조수빈·이보영, 시몬 역 이용화·김덕우. 미하일 역김마음·이한성./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1-26

“포항 복음화·행복한 도시 만들기 앞장”

포항 지도자홀리클럽(회장 홍상복)과 언론인홀리클럽(수석부회장 김재원) 임역원들은 최근 영일대호텔에서 합동성경공부를 하고 풍성한 교제를 나눴다.이들은 포항복음화와 행복한 포항만들기, 한반도 통일, 대통령과 위정자들을 위해 기도 등으로 힘을 모을 것을 다짐했다.김원주 목사(포항성시화운동본부 대표본부장) 인도로 시작된 성경공부는 사도바울에 대한 나눔으로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김 목사는 “여러분들은 자기 자신을 어두움과 사망의 권세에서 하나님께로 돌아온 사람으로 보는가? 무엇으로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참석자들은 강한 빛을 보고 큰 음성을 들은 바울같은 큰 체험은 없었지만 회심한 이야기들을 들려준 뒤 “구원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김 목사는 “시골교회를 시무할 때 천국 갈 것으로 생각했던 한 장로님이 임종을 앞두고 천국과 지옥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해 당혹스럽게 한 일이 있었다”며 “이후 이 장로님은 말씀을 받아 들이고 아주 평온한 가운데 소천하셨다”고 회고했다.그는 “천국과 지옥이 믿어지고 구원에 대해 확신 있는 사람은 주님의 지상명령인 전도에 힘쓸 수 밖에 없다”며 “날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된 삶을 살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지도자홀리클럽은 선출직 기관장 초청 기도회, 통일기도회, 통일한국포럼 등 언론인홀리클럽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적극 지원키로 했고 언론인홀리클럽은 주변의 아름다운 소식들을 적극 발굴, 전하기로 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1-26

안동교구 내달 12일 예천서 피정 갖기로

천주교회에 있어 `성서`는 수도 전통의 핵심이었다. 고대 수도자들은 성서를 온 마음으로 읽고 맛 들였으며, 그 말씀에 따라 열정적으로 자신들의 온 삶을 투신해 살다 갔다. 흔히`거룩한 독서` 즉 `성독(聖讀·거룩한 독서)`으로 번역되는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는 초기 교회의 베네딕도 수도회 전통에서 나온 읽기 방법으로, 성서 지식을 쌓기 위한 여느 성서 독서와 달리 영적으로 풍성한 결실을 얻기 위한 수련 과정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관상에까지 이르게 된다. 천주교 안동교구(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이 독서법을 교구 내 신자들에게 쉽게 이해하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2015 말씀과 함께 하는 렉시오 디비나 피정`을 개최한다.12월 12일 오전 10시 예천군 농은수련원에서 교구 내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피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올해 `자비의 해`를 맞이해 루카복음 15장의 말씀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묵상하는 시간으로 마련한다. 특히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헤아릴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피정은 황재모 안동교구 사목국장의 기조강의 `바비의 해와 루카 15장`을 시작으로 루카복음 통독, 찬양의 시간, 렉시오 디비나, 파견미사 등으로 진행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1-26

“와~ 성탄시즌” 경북동해안 교계 행사 다채

포항과 영덕 등 경북동해안 지역 교회와 기독단체들이 성탄절을 맞아 시민 어울림 한마당 잔치, 성탄 콘서트, 성찬절 파티전도 강습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이어간다.포항성시화운동본부(대표본부장 김원주)는 12월 5일 `2015 크리스마스 포항시민 어울림 한마당잔치를 연다.포항성시화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포항중앙상가 북포항우체국 건너편에서 2천여 명의 교인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탄트리 점등예배를 드리고 점등식을 가진다.메인 성탄트리는 LED 막대 120개를 이용한 트리로 생명의 빛을 형상화했다.메인 트리에 불이 들어오면 중앙상가 실개천 주변에 설치된 100여개의 크고작은 트리도 일제히 불을 발힌다.북포항우체국 앞 특설무대에서는 10~24일 오후 6시부터 3시간 30분 동안 성탄거리찬양이 이어진다.성탄거리찬양은 포항중앙교회, 제일교회, 포항침례교회, 한동대 등 15개 교회 및 대학이 참여, 캐럴과 복음성가 등을 부른다. 또 지나가는 시민들을 상대로 전도용품을 나눠주며 복음을 전한다.육거리 중앙아트홀에서는 16일부터 20일까지 영화상영과 합창제, 무용공연이 진행된다.포항극동방송(지사장 김성휘)은 영덕군기독교연합회, 포항시기독교회연합회, 포항성시화운동본부와 성탄절의 의미를 나누는 2015 성탄콘서트 `해피 크리스마스`를 영덕과 포항에서 개최한다.성탄 콘서트는 10일 오후 7시 영해교회와 17일 오후 7시30분 포항늘사랑교회에서 진행된다.콘서트에는 샌드아트 김상식씨, 색소폰 김승·박흥근씨, 포항극동방송 전속성악앙상블, 포항극동방송 전속어린이합창단이 출연해 아름다운 음률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한다.김성휘 지사장은 “올해도 지역과 지역민들을 섬기고 함께하는 성탄콘서트를 기획했다. 방송청취자와 지역민과 함께 하는 성탄의 기쁨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주민들의 관심과 참석을 당부했다.공연은 무료로 진행된다.이에 앞서 어린이전도협회 포항지회(대표 이금상 목사)는 포항과 영덕에서 교회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성탄절 파티전도 강습회를 연다.성탄절 파티전도 강습회는 30일 오후 7시 포항지회 사무실과 12월 1일 오후 7시 영덕읍교회에서 진행된다.전도 강습회에서는 찬양, 성구, 공과, 복습게임 등을 소개한다.또 `누구의 생일일까요?`란 뮤지컬과 인형을 통해 복음 메시지를 재미있게 전하는 `말하는 인형`, 발레, 퍼포먼스(영상으로) 등 성탄발표회 프로그램도 보여주고 무료로 자료를 제공한다.김혜경·오윤숙 간사는 “전도강습회는 성탄절을 맞아 믿지 않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통해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값진 기회”라며 “이웃의 아이들을 초청해서 파티를 하며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강습회를 통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강습회는 무료로 진행된다.경주와 울진, 울릉지역도 교회마다 성탄트리를 설치,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고 이웃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주며 복음을 전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1-26

대구시립극단 제35회 정기공연 `콜라소녀`

대구시립극단(예술감독 최주환)은 오는 27일 오후 8시, 28일 오후 5시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제35회 정기공연작 `콜라소녀(김숙종 작·최용훈 연출)`를 공연한다. 연극 `콜라소녀`는 2012년 서울연극제 공식초청작으로 매회 전석 매진을 이루며 인기작품상과 연기상 2관왕을 수상한 작품.2013년 대학로에서 진행된 한달간의 앙코르 공연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은 이 작품은 가족이기에 쉽게 상처 주고 상처 받지만, 미워할 수 없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연극은 충청도 어느 시골집에서 홀로 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큰아들의 환갑날이 펼쳐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함께 신선함을 선사한다.연출은 현재 대학로에서 가장 상한가를 달리는 연출가 중 한명인 최용훈 극단 작은신화 대표가 맡았다.최 대표는 대구시립극단이 오랜만에 초청한 객원 연출가로, 작품을 쓴 김숙종 작가와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제목인 `콜라소녀`는 극 중 손녀의 대사인 “그날 콜라 많이 마셔서 트림날 때마다 얼마나 울었다고. 콜라 마시고 트림하면 코끝이 찡해서 눈물나잖아”에서 뽑아낸 것이다. 경상도에서 맛보는 배우들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연기는 작품을 감상하는 색다른 묘미다. 대구시립극단 단원들은 이번 공연을 위해 직접 충청도를 찾아 시장에서 사투리를 배우는 등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열성을 다했다.백은숙·강석호·김경선·박상희·김미화·박찬규·최우정을 비롯한 시립극단 단원들과 배우 이혜진, 김정연 등이 출연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1-25

한글·한문서예 전통 필획 숨쉬다

전통에 바탕을 둔 질박하고 창경한 필획으로 이름 높은 송하 백영일 선생의 개인전이 오는 29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에서 열린다. 대구예술대 교수를 역임하면서 지역 서단의 정통성을 이어온 송 선생은 특히 한글 서예에서 한자의 전서와 초서, 훈민정음 해례본체에 바탕을 두면서도, 표음문자에다 표의성을 부여하고 화상 이미지를 도입하는 등 참신한 예술성과 조형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그동안 전통 한문 서예 작품 위주의 작품을 선보이며 서단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기에 기존 작품과 다른 새로운 한글 작품들은 서단의 신선한 활력소가 됐으며 한글서예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서예의 미학을 찾아내는 일에 평생을 매달린 백영일의 이번 전시는 지난 전시에서 새로운 조형언어의 가능성을 선보인 한글서예와 더불어 전통적 필획이 살아 숨쉬는 한문서예 등 다양한 작품 4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한편 송하 백영일 선생은 1995년부터 2011년까지 대구예대 서예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운영위원, 심사위원장, 동아미술제 동우회, 동아미술제 심사위원, 대구서학회 초대 회장, 국제서법연합 대구경북지회 부회장,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 등을 지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1-25

신현대 교수 한국화 열정 40년 결산

계명대 미술대학 신현대 교수가 정년퇴임을 맞이해 오는 29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전관에서 지난 40년 화업을 되돌아보는 회고전을 갖는다.신 교수는 완숙기에 동·서양화의 재료와 매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지만 지필묵을 끝까지 지켜낸 전형적인 한국화가다.그의 화업 40년을 돌이켜 보면 초기에는 동양화의 전형인 문인화의 발상을 토대로 민화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한국화를 구사해 왔고 이후 동·서양을 아우르는 비구상으로 발전해 왔다.초기 작업은 전통적인 수묵채색화를 계승하되, 절제된 붓질로 인물과 사물의 외곽을 구획한 후 진한 채색을 얹거나 형태를 단순화하고 윤곽선을 파괴하는 즉흥성도 보여줬다. 대상의 속성과 상황을 왜곡과 변형, 생략과 강조 등 차별화된 기법으로 표현하고 전면적인 발묵 위에 선과 채색의 흔적을 남기는 표현을 구사했다.전통정신을 계승하면서 전통화법의 한계를 극복해 보임으로써 한국화의 표현 영역을 넓히고자 한 것이다.채색위주의 비정형 표현은 대상을 분석하고 재구성해 평면화시키는 구성적 표현과 독특한 질감의 마티에르를 이용해 조형성보다는 입체적 표현감을 구사해 한국화 채색의 표현 영역을 확대시켰다. 신 교수의 작품 형성 기간 중 가장 주된 테마로 자리잡은 `애가(愛歌) 시리즈`는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진행됐으며 이 시기에 드러난 작품 속 형상들은 그 자체에 특별히 상징된 의미보다 내재된 인간의 사랑과 감정의 표현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사랑하는 대상을 재현하기 위해 동·식물 등을 의인화 해 배경과 어우러지게`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표현하고 있다,화폭에 펼쳐진 그의 작업은 사물의 해체와 채색의 흔적을 표현과정에 있는 그대로 수용했고, 붓가는 대로 작업을 감행하면서 마음 속에서 우러난 감정을 여과없이 쏟아내며 이미지로 형상화 했다.농묵과 농채는 섬세하면서도 기법의 변화를 시도하고 여기에다 재치 있는 표현이 가미돼 세월이 흐를수록 점차 성숙한 화법을 구사하는 원천이 됐다. 올해 들어와 새롭게 변신한 그의 작화 기법도 전통회화 `일격화(逸格畵)`의 영향을 받았다.일격화란 평범한 화법에서 벗어난 품격과 양식을 의미한다./윤희정기자

2015-11-25

보고 듣는 `미술관 음악회` 늦가을의 낭만

포항 환호해맞이공원에 있는 포항시립미술관은 깊어가는 가을의 여유와 힐링을 만끽할 수 있는 운치 있는 미술관이다. 아름다운 나무 숲과 푸른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내에 있으면서도 북적이지 않고 자연과 예술품을 함께 느낄 수 있어 도심의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마음의 휴식을 준다.엄숙하게 그림을 감상하는 어렵고 지루한 곳이 아니라 자연과 미술, 건축과 음악, 소통과 힐링을 모두 담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친 일상을 벗어나 힐링의 시간을 갖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늦가을의 정취를 흠뻑 머금은 이곳에서 26일 오전 11시 미술관 음악회 `뮤지엄 뮤직` 공연이 열린다. 전시와 더불어 다양한 음악 공연과 도슨트(미술관 안내자) 해설을 곁들여 미술관 나들이를 더욱 풍성하고 낭만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포항시립미술관과 포항시립예술단이 공동 기획한 미술관 음악회 `뮤지엄 뮤직`11월 공연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가을 노래들을 재즈 연주로 들을 수 있다.특히 연주곡들이 잔잔하고 감성적인 곡보다는 경쾌한 곡들이 많이 준비돼 가을비가 잦은 요즘 다소 처지는 기분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우선 음악회의 시작은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지가 크라이슬러의 감미로운 사랑의 곡 `아름다운 로즈마린`과 경쾌한 집시 춤곡인 몬티의 `차르다시`를 연주한다.이어 포항클라리넷콰이어(이승목·문경호·송경은·최선경)가 필모어의 `서커스 꿀벌`과 핸리 맨시니의 `핑크 팬더`, 그리고 이상용 편곡의 `베사메 무초` 등을 연주하며 관악기로 이 곡들의 매력을 전해준다. 음악회의 마지막은 재즈 4중주 무대가 장식한다. 피아노 김태헌, 색소폰 오재한, 드럼 최권호, 베이스 서영완이 만추에 잘 어울리는 자니 머서의 `고엽`을 비롯해 카를로스 조빔의 `웨이브`, 그리고 재즈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 중 한 곡인 에드워드 헤이먼과 빅토르 영의 `When I Fall in Love`를 연주한다. `When I Fall in Love`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삽입돼 발라드곡이지만 발랄하게 소개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또한 대중가요로 익숙한 인순이의 `거위의 꿈`과 이문세의 곡으로 유명한 `가을이 오면`도 들을 수 있다.포항시립미술관에서는 미술관 소장 스틸 조각 작품 중심으로 기획된`Built in Steel`과 음식을 주제로 한 `모두를 위한 식탁`전이 진행되고 있다.미술관 음악회 `뮤지엄 뮤직`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오전 11시 시립미술관 로비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며,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1-25

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 `호두까기인형`

발레리나 강수진 예술감독의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사진이 대구 수성아트피아 명품시리즈로 열린다. 내달 8, 9일 오후 7시30분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지난 2011년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은 전회 매진을 이룬데 이어 4년 만에 다시 대구 관객과 만난다.12월이면 전세계 곳곳에서 공연되는 `호두까기인형`은 다양한 버전이 있다. 국립발레단의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은 같은 `호두까기인형`이라도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구성으로 성인 관객에도 매력적인 작품이다. 환상적인 동화 세계에 대한 향수 뿐 아니라 고난이도 안무가 선사하는 쾌감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1966년 볼쇼이 극장에서 `호두까기인형`을 초연하면서 여자주인공 클라라의 이름을 마리로 바꿨고, 드로셀마이어는 법률가, 마리의 아빠는 의사로 등장인물의 직업까지도 세세하게 재설정 했다. 러시아 볼쇼이 정통 발레의 웅장한 무대에서 선보이는 고난도의 테크닉은 어른들까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게다가 주인공 마리와 왕자님의 로맨스도 있어 연인들에게도 안성맞춤인 공연선물이다. 국립발레단`호두까기인형`은 2000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을 선보인 이래 11년간 `전일 전석 매진` 기록을 이어온 우리나라 대표 스테디셀러 공연이다.`호두까기인형`이 이렇게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된 데는 화려한 춤뿐 아니라 차이콥스키의 음악도 한 몫 한다. 차이콥스키는 `호두까기인형`,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까지 이른바 고전발레 3대 명작을 작곡한 발레음악의 대명사다. 차이콥스키는 2막 `눈송이 왈츠`에 합창을 삽입해 펑펑 내리는 눈송이의 분위기를 살렸고, 사탕요정의 춤에 악기 `첼레스타`를 사용해 마치 아침이슬이 내려앉는 듯한 영롱한 효과를 끌어냈다. 피콜로로 표현된 앙증맞은 중국 춤, 현악기와 관악기가 떠들썩한 러시안 춤으로 나라별 음악적 특징이 절묘하게 표현된 것도 놀랄만하다. 게다가 왈츠를 특히 좋아한 차이콥스키의 취향대로 `꽃의 왈츠`, `눈의 왈츠` 등 다양한 왈츠 음악을 듣다 보면 정말로 무도회에 온 듯 멜로디에 몸을 맡기게 된다.수성아트피아 관계자는 “관객들은 크리스마스이브의 즐겁고 경쾌한 소란스러움이 잘 묻어나는 화려한 춤과 음악으로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추억을 12월 수성아트피아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립발레단 솔리스트들의 혼이 깃든 몸짓 하나하나가 모여 올 연말 최고의 공연 선물을 선사한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1-24

“포항문화 원형 찾기로 삶의 질 더 높이자”

포항문화원(원장 배용일) 부설 포항문화연구소(소장 박이득)는 27일 오후 2시 대강당에서 `포항문화의 원형을 찾아서`를 주제로 제1회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문화적,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정립되지 못한 채 지역을 이뤄온 포항문화의 원형을 찾아 오늘의 역사에 정위치 시키려는 시도다. 이 심포지엄을 통해 포항문화의 가치가 확장되고 의미가 심화돼 포항문화가 한껏 고양되기를 희망하고 있다.특히 지금껏 시민이 알고 있는 포항 출신 성리학자 포은 정몽주를 통해 충효사상이 포항정신의 근저가 됐다는 점인데 이를 통해 시민들의 일월(日月)정신의 역사·문화적 양식이 어디로 계승됐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포항문화의 기원을 찾아 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날 박이득 소장이 좌장을 맡아 김삼일 대경대 석좌교수가 `포항의 충효문화-포은 정몽주를 중심으로`, 한김윤규 한동대 교수는 `외래 지식인과 교감하는 포항`, 박창원 향토사학자(청하중 교장)는 `내연산 산신, 할무당 신앙의 성격`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각각 발표하고 이어 홍필남 포항시의원, 이주옥 포항대 교수, 강호진 향토사학자가 주제발표자들과 함께 종합토론을 갖는다.김삼일 교수는 포은 정몽주의 충효사상에서 포항의 충효정신이 태동한 것임을 밝히기 위해 정몽주의 고향이 영일임을 밝혀주는 문헌자료 `포은선생문집`관향 편, `행장`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영일현 인물란과 영천편 우거란, `해동역사` `영일읍지` `경북마을지` `남성재지` 등을 소개한다.박창원 향토사학자는 포항의 대표적인 산신 숭봉처로서 내연산 산신 백계당이 민속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포항의 정신문화유산임에도 방치되고 있어 문화재로 지정하는 등 보존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할 것을 강조한다.김윤규 교수는 조선시대에 포항에 이래한 지식인들과 지역민 간의 상호교류와 교감의 자취를 소개하면서 이들이 가진 지역민들과의 교감 여부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이들이 지역의 문화 향상에 기여하고 마침내 토착화 되는 과정을 통해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축적하는 등 포항의 문화를 이루는 중심이 됐음을 설명한다.박이득 포항문화연구소장은 “이 심포지엄의 최종 목표는 따뜻하고 복된 시민의 삶 속에 문화를 포함시킴으로써 일상의 풍요로움을 더하는 데에 있다. 무엇보다 우리 문화의 원천과 원형, 그리고 핵심은 문화유산에 있다”면서“이번 학술 심포지엄을 통해서 소중한 지역문화를 삶의 깊은 곳에서 느끼며 즐김으로써 삶이 더 윤택해 지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1-24

伊 스칼라 오페라극장 주역가수 초청 음악회

▲ 실비아 달라 베넷따, 피에로 줄리아치 이탈리아 스칼라 오페라극장의 주역가수 실비아 달라 베넷따와 피에로 줄리아치가 구미를 찾는다.구미시는 오는 26일 오후 7시30분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실비아 달라 베넷따 피에로 줄리아치 초청음악회를 연다.이번 공연은 전 세계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인 이탈리아 스칼라 극장 주역가수로 활동하는 정상급 오페라 가수들을 초청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수준 높은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의 감동을 선사한다.공연에는 오페라 레퍼토리에서 순수한 리릭소프라노 배역들을 성공적으로 공연했고, 권위 있는 극장에서 수준 높은 역량으로 노래해온 소프라노 실비아 달라 베넷따와 세계 최대 야외 오페라극장인 아레나극장에서 7년간 주역가수로 활약하며 400여회 이상 오페라 `아이다`무대에 오른 세기의 드라마틱 테너 피에로 줄리아치가 출연한다.연주는 국내 최정상인 웨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2012년부터 조수미의 모든 국내 공연의 지휘를 맡고 있는 방성호 상임지휘자가 이끄는 웨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는 이번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의 주역가수들과 환상적인 하모니를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또 유럽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베이스 이대범과 촉망받는 성악가 출신이자 드라마 `구가의서` OST로 이름을 알린 팝페라 가수 이사벨이 출연해 더욱 풍성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입장권 가격은 일반 4만원이며, 일반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www.gumiat.or.kr)를 방문하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만 7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5-11-24

포항소재문학상 대상에 서울 이병일씨

포항문인협회(회장 하재영)는 23일 2015 포항소재문학상 입상자를 발표했다. 포항시가 후원하고 포항문인협회가 주관하는 포항소재문학상은 해맞이 고장 포항의 문화와 정신을 스토리텔링하고, 이를 통해 전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포항을 글감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해 올해 7회째를 맞았다.올해 대상은 이병일씨(서울시 도봉구·사진)의 시 `딴봉마을의 초상`이 차지했다.이씨는 처부모로 부터 전해들은 `딴봉마을`이라는 형산강 직강공사로 인해 수몰된 송도 형산강 하구 마을 이름을 소재로 우리가 이미 잘 알거나 이미 사라진 것들이 전해주는 언어들의 아름다운 깊이를 향기롭게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전북 진안 출신인 이씨는 한때 포항 해병사단에서 복무를 한 적이 있으며 `문학수첩` 시 부문 신인상, `2014년 수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옆구리의 발견`을 출간했다.이씨는 당선소감에서 “포항은 산골소년이었던 제게 바다를 보여줬고, 파도치는 절벽의 비경을 보여줬습니다. 각종 고기잡이배와 한여름의 수평선을 친친 감고 있는 오징어등불과 죽도시장의 풍경들이 제겐 시가 되고 밥이 된 셈입니다”라고 말했다.이번 포항소재문학상 공모에는 시 87명(328편), 수필 35명(69편), 소설 29명(31편) 등 총 146명(428편)이 참가했다. 시상식은 내달 18일 오후 7시 포항 영일대호텔에서 있을 예정이다.2015 포항소재문학상 입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대상 이병일(시, 서울시 도봉구)◇최우수상 △소설 권분자(대구시 북구) △시 박미현(강원도 춘천시) △수필 박정숙(경남 양산시)◇우수상 △소설 조계희(경기 안양시) 임수진(충남 천안시) △시 조윤래(포항시 북구) 이종섭(경기 고양시)△수필 김철순(포항시 남구) 김민성(서울시 관악구)/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1-24

선현들의 정신·지혜 묵향에 스며들다

“청능유용(淸能有容,청렴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근위무가지보(勤爲無價之寶, 근면함은 값으로 헤아릴 수 없는 보배이다), 승거목단(繩鋸木斷,끊임없이 노력하면 큰일을 이룰 수 있다) ”(`채근담`중)포항 지역 중진 서예가 경헌 김영수사진 초대전 포항시시설관리공단 `2015 지역우수작가 초대전`이 23일부터 29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한국서가협회, 경북서예대전, 신라미술대전, 포항시서예대전 초대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는 최근 작 20여 점을 선보인다.이번 출품작들은 도(道), 인(仁), 덕(德), 의(義), 서(恕)`등의 내용을 다룬 주옥같은 명구들로 한시와 한글 시를 작품 속에 녹여냈다.`논어` `명심보감` `채근담`듬 몸과 마음을 닦는 수신서로 널리 읽힌 동양 고전을 비롯해 퇴계·포은·목은 선생 시 등 청렴한 생활과 인격 수양을 일깨우는 내용을 전서를 비롯한 한자 오체와 한글 서예에 담아냈다. 김완용 포항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지역 서예발전을 위해 힘써온 우수작가들의 전시를 지원하는 지역우수작가 초대전 올해 다섯번째 행사”라며 “뜻 깊은 전시회를 통해 경헌 선생 서예를 멋을 함께 공감하고 소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영수 작가는 “선현들의 정신이 오롯이 담긴 깊은 뜻과 지혜를 써 내려간 글씨를 통해 몇 사람에게라도 삶의 용기와 지혜를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시서예가협회장을 역임하면서 포항시서예발전을 위해 힘써온 김영수(65) 작가는 30여 년 서예가로서의 한 길을 묵묵히 걸어왔으며 현재 포항시서예가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오천에서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서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5-11-23

“만지작 만지작, 소리의 존재 느껴보세요”

대구 봉산문화회관의 대표적 기획시리즈전인 `기억공작소`의 다섯번째 작가로 영상 설치작가 안정주 전이 내달 27일까지 열린다. 안정주는 2014년 제5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작가로, 소리와 이미지를 연결, 반복, 변형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영상작품 3점, `Smoking`과 `Fishing`, `Cro ssing`을 선보인다. 2007년 핀란드에서 제작한 이 3편은 2분30초 정도 간격으로 연속해 반복 재생된다. 전시장 입구 벽에 걸린 사진 1점, 일부 형태들을 오려낸 브뤼셀의 독립문 기념사진이다. 어린 시절의 종이인형 오리기가 떠오르기는 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쉽게 읽기는 어렵다. 오려낸 공간을 채우는 할로겐 빛의 그림자가 무심하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오랫동안 그리고 자세히 보면 그 오려낸 모양이 자동차와 나무, 깃발,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 그것이 소리를 내는 것들의 이미지이고, 전시장 안쪽에는 비디오 영상 속 한 장면의 사진을 같은 의도로 오려낸 작업이 3점 더 있다는 사실을 조금 후에야 알게 된다.위 사진 안쪽 벽면의 영상에는, 담배를 피우려고 베란다에 나온 흰 셔츠 차림 남자의 움직임이 보인다. 붉은색 벽을 배경으로 담배를 피우는 화면 속 인물의 호흡과 미세한 움직임에 덧씌워진 소리는 `만지작 만지작`, `피~후`, `물끄럼`, `풀석` 등 상황에 잘 일치하지만, 원래 현실의 소리가 아닌 사람의 입으로 내는 소리들이다. 조금은 어설프고 웃음이 새나오는 이 한국말 립싱크는 무심한 일상 행위들에 집중하도록 이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다리 위에서 낚시를 하는 이미지에 결합시킨 립싱크, 도로를 횡단하는 사람들과 주변 광경을 담은 이미지를 립싱크한 영상을 보면서 우리는 이미지에 가려 보지 못했던 소리의 존재를 눈여겨보게 된다.뒤돌아 보이는 반대편 벽에는 가운데 모니터와 좌우로 3점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모니터에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유럽의 유명 관광지와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을 촬영한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그곳은 의미심장한 역사 현장의 기념비적인 건축물, `문`이 있는 장소다. 그러나 지나치는 사람의 행동과 주변 움직임의 소리는 유쾌 발랄, 생기 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자동차 소리, 단체 여행자의 감탄사, 카메라 셔터 소리, 바쁜 발걸음 소리, 깃발의 무심한 펄럭임과 나뭇잎의 마찰 소리 등은 가볍게 스치는 일상 풍경의 소리들이며 사람의 입으로 내는 소리다.베를린, 브뤼셀, 마드리드, 파리, 인스브루크, 로마 등지의 역사적 건축물을 각각 촬영한 6편의 영상은 연속적으로 반복되며, 작가는 이 비디오 영상에서 그 장소 원래의 현장 소리를 모두 제거하고, 촬영한 지역의 국가 출신 참여자들의 언어와 목소리로 화면 속의 움직이는 대상을 묘사하는 립싱크로 `Harmony`를 보여준다.아래 사진 안정주 작가는 친숙한 비디오 영상 이미지 위에 새롭게 가공된 소리를 덧입히는 자신의 작업에서 소리 자체는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오히려 현실의 내러티브를 깨고 사라지게 하거나 인공적인 현실로 그 자리를 대체해 세상의 어딘가에 가려져 소외돼 있을지 모르는 소리를 발견 해내려는 시도를 지속해왔다. 소리가 가진 속성을 확장하고 영상의 의미를 극대화시키려는 그의 작품의 매력은 침묵을 관찰하고 소리의 가치에 대해 주목하며, 언어와 소리가 가지는 문화적 소통과 단절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해준다./윤희정기자

2015-11-23

“나의 운명 되어버린 시집 새로이 세상에”

“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 다볼 틈 없이/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순간이면 좋겠네//멀리서 웃는 그대여/산 넘어가는 그대여//꽃이/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참이더군”(최영미 `선운사에서` 전문)1992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이후 시,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영미 시인의 기념비적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창비) 개정판이 출간됐다.시대를 응시하는 처절하고도 뜨거운 언어로 한국 문단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이 시집은 지금껏 50만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내겐 축복이자 저주이며 끝내 나의 운명이 되어버린 시집을 새로이 세상에 내놓”(개정판 시인의 말)으면서 시인은 세편의 시(`지하철에서 6``마포 뒷골목에서``귀거래사(1992)`)를 덜어내고 과도한 수식어를 쳐내는 등 손톱을 다듬는 마음으로 젊은 날의 시편들을 일일이 손보았다. 간결하게 정돈된 시어들은 최소한의 언어로 간결미를 뽐내며 당대에 대한 치밀한 묘사와 비유를 더욱더 생생하게 드러낸다.지난 20여년간 `서른살의 필독서`로 청춘의 아픔과 고뇌를 다독여온 이 시집은 “어떤 싸움의 기록”(최승자, 추천사)이자 깊은 사랑의 기록이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는 변했지만 “교과서가 없는 시대에 고투하는 젊은 영혼의 편력을 도시적 감수성으로 정직하게 노래”(최원식, 추천사)한 시편들이 당대를 건너온 시인의 열정과 어우러져 여전히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물론 나는 알고 있다/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낮은 목소리로 사랑 노래를 즐겼다는 걸/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잔치는 끝났다/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둘 지갑을 챙기고/마침내 그도 갔지만/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다시 사람들을 불러모으리라/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서른, 잔치는 끝났다` 전문)/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