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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따뜻한 겨울

따뜻한 겨울이 전세계를 놀라게하고 있다.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3주 동안 알래스카와 북서 태평양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겨울이 ‘동면’에 들어간 수준이며, 지난달 말부터 미국 동부 날씨는 3월·4월의 봄 날씨에 가까웠다고 보도했다. WP는 따뜻한 겨울의 원인으로 유난히 강한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극 소용돌이) 때문이라고 했다.폴라 보텍스는 북극이나 남극 지방의 대류권 상층부부터 성층권까지에 걸쳐 형성되는 영하 50∼60도의 한랭 기류를 말하는데, 이것이 극권의 차가운 공기와 그보다 낮은 위도에 위치한 따뜻한 공기 사이의 경계를 따라 흐르는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중위도 지방으로 남하하지 않고 북극 주변에만 집중되는 바람에 따뜻한 겨울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한랭 기류가 북극 일대에 집중된 탓에, 오히려 북극해 인근의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등에서는 오히려 기록적인 추위가 찾아왔다. WP에 따르면 지난주 그린란드의 대륙 빙하 온도는 화씨 영하 87도(섭씨 영하 66도)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11년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온도였다.우리나라도 이상 기후로 남원 남꽃축제·평창 송어축제·안동 암산얼음축제 등 전국의 겨울축제장이 직격탄을 맞았고, 가장 유명한 겨울축제 중 하나인 화천 산천어축제도 두 차례나 개막이 미뤄졌다.일본 북부 섬 홋카이도에도 올해 기록적으로 눈이 오지 않아 오는 31일 개막을 앞둔 삿포로 눈축제를 위해 삿포로 교외 지역에서부터 행사장으로 눈을 옮기느라 진땀을 흘릴 정도다.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가 된 지 오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13

죽으려고 해야 살고 놓아야 잡을 수 있다

김형렬전 대구 수성구청장문재인 정권 5년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2년 반 동안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집권진영은 전광석화처럼 사회 구석구석을 편 갈랐고, 그 흐름은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김정은의 평화쇼로 지방선거를 싹쓸이 했고, 무혐의로 판명난 공관병 갑질논란으로 군(軍)을 장악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이란 당근으로 경찰력을 움켜쥐었고,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의 대법관 대거 기용으로 사법부마저 내편으로 만들었다.서민생활과 밀접한 부동산대책은 또 어떠한가?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라고 자랑했으나 시장이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이 폭등하자 무려 18번이나 부동산대책을 냈다. 그 과정에서 집 없는 서민들은 전세 값 폭등이라는 계산서를 받아 놓고 있다.‘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란 북한의 비아냥을 귓전으로 들어야 했고, 한국형 원전 정지를 포함 통일·외교·국방·안보·교육 등 어디 성한 구석이 하나 없었다.경제인들을 만나보면 현실을 더 직감할 수 있다.사업을 키우기보다는 언제쯤 접을까를 고민하고 외국에 나가 새판을 벌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국가의 동력은 추락이 확연히 보이나 여론조사 결과는 현 집권층에 우호적으로 나온다. 그러니 국정지지 여론조사 결과도 못 믿겠다는 층이 늘어나고 있다. 2년 반 동안 정말 혼돈의 연속이었다.정치란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형국이다. 이렇게 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당연히 1차 책임은 현 집권층이다. 그렇다면 야당은 책임 없을까. 필자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면책될 수 없다고 본다. 솔직히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다. 며칠 전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108명으로는 숫적 열세로 이러한 폭거를 막지 못했다고 변명했고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그리고선 21대 총선에선 현역의원 50% 물갈이를 하겠다고 했다. 현역의원 절반을 교체하려면 지금쯤 총선 불출마가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4월 총선에 안나오겠다고 한 의원은 9명이 고작이다. 더불어민주당 20명의 반도 안 되는 숫자다. 특히 가장 혜택을 많이 본 TK에서는 단 한건의 불출마 선언도 없다. 과연 국민이 자유한국당의 진정성을 믿어줄지 의아스럽다.또한, 의원직 총사퇴까지 결의했지만 현 상황에 비추어보아 민주당과 문희상 국회의장이 사퇴처리를 받아 줄 리 없다. 약속대로라면 4월 총선까지 세비는 국고에 반납하는 것이 도리나 그렇게 할지도 의문스럽다.자유한국당 TK 의원들을 만나보면 자기를 제외한 다른 의원의 불출마를 은근히 기대하는 모습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나만 금배지를 달면 그만이라는 생각일 뿐인 것이다.대권프레임에 갇혀 자기희생의 의지는 없이 험지보다 양지를 찾으며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연일 내부에서 총질하는 정치인을 보면 이게 썩은 보수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보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노력은 커녕 지도부 책임론에 자신의 정치적 재기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을 국민들은 과연 모를까.자유한국당이 보수의 중심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자기 반성 위에 혁신을 거듭해야 함은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나름의 3가지 제안을 해보면, 첫째는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먼저 실천하라는 것이다.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총선 불출마선언부터 해야 한다.나라가 이 지경에 처해있고 초대형 예산과 2대 악법 통과에 따른 것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국민도 자유한국당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질 것이다. 책임지는 모습은 지도부 개개인의 험지 출마라는 정치적 꼼수가 되어서도 안 된다. 패배가능성이 높은 선거구에 출마함은 정적(政敵)들을 이롭게 할 것이고 조금이라도 승리 가능성이 있는 선거구에 출마함은 결코 물갈이대상 의원과 당협위원장에게 개혁공천을 이해, 설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상상을 초월한 개혁적인 공천을 단행하고 선대위원장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총선결과로 향후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총선의 결과로 대권을 그려가야지 대권을 설정해 놓고 총선의 수(手)를 두어서는 안 된다.둘째는 의원들도 자기희생적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로워진 모습으로 개혁공천을 실현해야하며, 칼질을 당하는 모습보다 총선불출마 선언으로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의(大義)를 위해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의원 개개인의 자기희생적인 용단을 보여주는 의원이 줄을 설 때 중도의 국민까지 관심을 보일 것이다. 지켜야 할 것이 의원 배지가 아니고 보수의 재건이라면 진정성을 먼저 보여 주어야 한다.의원직 사퇴와 같은 구태의 코스프레말고 총선 불출마선언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그리고 총선 불출마의원은 비례자유한국당의 산파가 되고 비례자유한국당 후보는 청년·여성·장애인 등 소수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으로 공천이 되어야 한다. 비례의석을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의 활로로 삼는 정치적 꼼수를 둔다면 치명적인 악수가 될 뿐이다. 잘리기 전 먼저 던져야 명분이라도 얻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버티면 실리도 명분도 모두 잃을 뿐이다.셋째는 보수통합의 헛된 꿈에 힘 빼지 말고 웰빙정당의 체질부터 혁신하라는 것이다. 현명한 국민은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범보수 통합이 쉽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60% 이상의 국민들이 보수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선, 대선의 계산법이 서로 다르고 자기희생의 의지가 없기에 통합은 어려운 것이다. 통합이 된다 하더라도 물갈이 없는 보수통합, 새누리당 의원이 다시 합치는 양적 통합이라면 국민의 박수를 못 받는다.통합을 위한 시간도, 의지도 없기에 보수통합은 이루어진다고 해도 총선 이후라야 가능할 것이다. 4+1협의체가 만들어 놓은 선거법의 필연적 결과로 예상되는 다자구도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선 총선시 보수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되 개혁적인 공천과 변화와 혁신으로 체질을 혁신해 간다면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을 보수의 새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선택할 것이다.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보다 양당심판론이 우세하고 여당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강하게 나타난 것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정당들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국민에게 찍어달라고 구걸하지 말고 국민이 찍어주고 싶도록 행동하라는 것이다.오는 4월 15일. 이날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린 선거일이다. 국민들은 그간 지켜보며 판단한 상황에다 지금부터 선거 때까지의 변화, 다시말해 여야 중 누가 국가를 잘 이끌고 갈 것인지를 눈여겨보며 주권을 맡길 것이다.야당의 몫을 다하려면 자유한국당은 완전한 환골탈태의 모습으로 등장해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2020-01-12

TK 정치권 물갈이 압박 계속된다

우정구 논설위원연초부터 정국이 급변하는 분위기다. 지난주는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현역의원 교체라는 핫 이슈가 정가의 화제였다. 혁신적 공천을 희망하는 지역민의 염원과는 다르게 TK의원들의 소극적 움직임이 눈총을 받는 시간이었다.자유한국당 전국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무감사 결과가 공교롭게도 TK정치권의 약점을 건드렸다. 당무감사 결과 내용은 TK 현역의원 교체 요구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는 TK 중진은 물론이고 초·재선 의원까지 100% 물갈이를 해도 될 만큼 교체 요구가 강렬했다는 내용이다.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가뜩이나 불출마 요구로 불편해 왔던 TK의원들이 입장 표명도 제대로 못한 채 난처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TK 정치권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발표다” 등 반발도 했지만 어쨌든 변화를 요구하는 현실을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야 했던 대목이다.TK 현역의원 물갈이는 새해 초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핫 이슈로 등장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현역의원의 물갈이는 매우 높은 호응도를 보인 것으로 조사돼 주목을 끌었다. 모 일간지의 경우 대구경북민의 60% 이상이 현역의원 교체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불과 3개월 전 조사 때보다 교체지수가 더 높아진 것이 확인됐다. 지역민들은 시간이 갈수록 지역 현역의원 교체희망 요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일간지 여론조사에서도 TK지역 현역의원의 지지율이 전국 평균 지지율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한 일간지는 대구경북만 대상으로 총선관련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도 지역민은 여야를 떠나 현역의원 교체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 방법으로 혁신적 공천을 1순위로 제시했다.TK 현역의원의 물갈이가 전국적 관심으로 떠오른 배경은 대구가 보수정치의 심장인 데다 만약 이곳에서 물갈이론이 일어난다면 상당한 폭발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서울 정가에서도 TK 현역의 물갈이론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TK 현역의원의 물갈이론은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도 전국적 관심 속에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지역의 정치인이 먼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한국당 TK 현역 의원의 불출마 선언자는 아직 아무도 없다.TK지역은 한국당 안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고 안정적인 텃밭이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서 인적 쇄신 요구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이례적일 수 있다.그러나 따져보면 뻔한 답이다. 지역의원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표출이다. 문재인 정부의 거듭된 실정에도 TK의원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다는 뜻이다.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은 고사하고 투쟁력조차 보이지 못한 것에 대한 지역민의 실망이 이렇게 되돌아온 것이다. 이에 대해 TK의원 나름의 항변도 할 수 있겠으나 각성도 있어야 할 부분이다.모 일간지 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거나 모른다는 사람이 대구경북에서만 30%를 넘겨 자유한국당 지지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 무당층은 지역의 정서를 고려해 본다면 한국당의 역할에 따라 몰릴 수도 있고 떠날 수도 있는 표다. 한국당은 지지한다. 하지만 지금의 인물에게는 표를 줄 수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맞물려 생각해볼 무당층 비율이다. 여차하면 표심이 바뀔 수 있다는 것 아닐까.

2020-01-12

명상 중인 철학자

김현욱 시인요즘 렘브란트 그림에 푹 빠졌다. 유명한 그의 자화상보다는 ‘명상 중인 철학자’(1632년)를 보고 한눈에 매료되었다. 구두장이 눈에는 구두만 보인다더니 명상 초보 눈에는 명상만 보이는가보다.‘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1632년), ‘야간순찰’(1642년)은 렘브란트가 전환기에 그린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밝음과 어둠의 차이가 분명하지만, ‘야간순찰’은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와는 달리 각각의 인물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야간순찰’은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듯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다르다.바로크 양식을 기반으로 한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는 의상에서 볼 수 있는 흰색과 검은색의 대비, 빛과 어둠의 대비가 명확하다. 시신과 튈프 박사, 수강생들을 충실히 표현했다. 비스듬한 다이아몬드형 구도는 해부학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긴장을 잘 드러낸다. 이에 비해 ‘야간순찰’은 렘브란트의 독자적인 구성과 표현이 엿보인다. ‘야간순찰’은 빛과 어둠 속에 인물들을 차별화하여 표현했다. 어떤 인물을 조명을 받은 듯 굉장히 환하고 자세히 그린 반면에 어떤 인물은 어둠 속에서 잘 드러나지 않게 표현했다. 가로 4m, 세로 3m 이상의 거대한 크기인 ‘야간순찰’은 등장인물인 군인들이 각자 초상화 비용을 부담해서 제작되었다. 하지만, 렘브란트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충실히 그리지 않고 새롭게 연출하여 단순한 집단 초상화를 넘어 인물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표현하고자 하였다.렘브란트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보면 태양이 떠오르는 여명에서부터 마지막 빛을 발하고 사라지는 하루의 삶을 인생에 비유하여 표현한 한 편의 연극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빛의 화가 렘브란트는 ‘명상 중인 철학자’에서도 깊이 있는 공간을 상당히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부드러운 색채가 햇살의 느낌을 잘 담아냈다. ‘명상 중인 철학자’에서 빛은 정신을 밝히고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람자는 철학자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화면에서 보여주는 빛과 그림자의 명암에서 인생의 즐거움과 슬픔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제 나도 습관적으로 아침에 일어나 창문으로 햇빛이 천천히 스며드는 것을 바라본다. 빛이 방뿐만 아니라 내 영혼으로도 스며드는 느낌을 받는다. 빛의 신비한 기운을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옛 성인들은 이른 아침 동녘을 바라보고 앉아 일출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명상 중인 철학자’를 보면 렘브란트가 왜 ‘빛의 화가’인지 알 수 있다.렘브란트의 ‘엠마오의 저녁식사’(1629년)에서도 빛과 그림자의 사용이 좀 더 극적으로 강조되었다. 예수의 얼굴이나 몸 같은 세부적인 부분은 어둡게 묘사하고 예수의 뒤에서 비추는 빛만 강조하고 있다. 예수 앞에 순례자를 그리지 않고, 아주 깊은 어둠으로 표현하여 관람자가 그 자리에서 예수를 마주하는듯한 느낌을 받는다.올해는 도서관만큼 미술관에도 자주 갈 작정이다.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제로(ZERO) 전시회가 한창이다.

2020-01-12

대통합 보수 신당은 탄생할 것인가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4월 15일 총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보수 정당의 통합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보수 통합을 위한 혁신 통합 추진위원회가 통합의 대원칙에는 합의했기 때문이다. 통추위에 참여한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대표도 보수 재건 3원칙에는 동의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황교안 대표가 이 원칙을 수용했는지는 아직도 분명치 않다. 자유한국당, 새보수당, 우리공화당, 안철수계는 과연 대통합 신당을 창당할 것인가. 유승민의 보수 재건 3원칙을 통해 통합과정의 딜레마를 검토해 보기로 하자.새보수당의 유승민은 이미 ‘탄핵의 강을 건너 보수를 개혁하여 새집을 짓자’는 3원칙을 제시하였다. 그의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주장은 탄핵에 관한 책임을 이제 묻어 두자는 것이다. 사실 새보수당 의원 8명은 당내의 비박계와 함께 박근혜 탄핵을 지지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은 일찍부터 탄핵에 반대하고 그들과는 당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대통령 탄핵 시 총리였던 황교안 대표로서는 이 문제를 섣불리 다루기 어렵다. 자칫 탄핵문제 제기는 당의 내홍을 초래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통추위에서는 탄핵문제가 총선의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합의하여 통합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두번째의 ‘보수개혁’은 명분상으로는 합의하기 쉬운 전제이다. 보수 개혁은 불가피한 시대적 소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 내에도 강경보수와 온건보수, 중도보수라는 입장에 따라 개혁의 범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공화당은 보수 강경입장에서 박근혜 탄핵비판에 당 존립근거를 두었다. 한편 새보수당은 중도 보수층까지 포괄하는 보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보수 정당의 정체성 문제로 연결된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보수 개혁’은 형식적 봉합과정을 거치면서 해결될 수도 있다.세번째 원칙은 기존 당을 해체하여 새집을 짓자는 입장이다. 한국당도 신당 창당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고, 새보수당도 협상용 신당 창설을 마친 상태이다. 그러나 보수 정당의 새 집이라는 신당 창당 과정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이나 빅텐트 설치는 항상 당의 헤게모니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과거 합당이나 통합신당이 실패한 주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새 집의 규모와 당직 배분, 공천권 문제의 갈등은 신당 창당을 어렵게 하는 최종적인 딜레마이다.이 점들을 두루 감안할 때 보수 대통합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아직도 대통합의 원칙에는 동의했지만 각론에는 차이가 많다. 그러므로 대통합을 위한 협상과정에는 상당한 갈등과 진통이 예상 된다.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상 당사자들의 통 큰 결단이 요구된다. 정파 지도자들의 기득권 포기 없이는 대통합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더구나 이번 개정 준연동형 선거법은 소수 정당의 이익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그것이 대통합 신당 창설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보수 신당 통합과정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2020-01-12

친절에 대하여

어느 전철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전철 안의 넓은 자리는 일곱 사람 정도 앉게 되어 있지만 조금 좁히면 여덟 사람도 앉을 수 있습니다. 어떤 젊은 부인이 일곱 명이 앉아 있는 자리에 오더니 조금씩 당겨 같이 앉자고 하면서 끼어 앉았습니다. 누가 봐도 홑몸이 아닌 모양새였지요. 먼저 앉아 있던 일곱 사람의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순간 스쳤습니다.잠시 후, 가장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신사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러자 자리를 좁혀 같이 앉자던 임산부 젊은 부인이 황급히 일어났습니다. 이후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중년 아주머니가 슬그머니 일어나는가 싶더니, 이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청년이 벌떡 일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긴 좌석이 한순간 텅 빈자리가 되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들은 한동안 서로 앉으라느니, 괜찮다느니 하며 가벼운 승강이를 벌였지요. 결국, 그들은 모두 조금씩 자리를 좁혀 가며 앉았습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이번에는 전해 들은 시내버스 목격담입니다. 할머니 한 분이 버스를 탔는데 짐을 올려놓고 뒤지니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사분한테 “기사 양반 미안한데 돈이 없구려…” 계속 미안하다고 했는데 기사는 “돈도 없는데 왜 타요! 내리세요.” 소리를 질렀습니다. 출근길이라 손님들도 많았습니다. 손님 중에는 화를 내며 출발하라는 사람도 있었고, 할머니에게 내리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때 한 고등학생이 만원을 꺼내 요금함에 넣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걸로 할머니 차비하고, 또 이렇게 돈 없는 분 타면 화내지 말고 남은 돈으로 그분들 차비해 주세요.”순간 버스 안은 조용해지고 기사는 말없이 차를 출발시켰답니다. 크리스티앙 네스텔 보베는 이렇게 말합니다. “벙어리가 말할 수 있고 귀머거리가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 그것은 곧 친절이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12

엇나간 민주주의의 찢어진 실루엣

안재휘 논설위원진보 정치학계의 대표적 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초 한 학술회의 기조 강연에서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한국 진보의 도덕적, 정신적 파탄”이라며 “한국의 진보파가 이해하는 직접민주주의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를 뿐 ‘전체주의’와 동일한 정치체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은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삼권분립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실현될 수 없도록 만드는 패러독스라고 지적했다.정권 중심부를 향해 사정(司正)의 칼끝을 겨누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팀 핵심 간부들이 모조리 전보 인사조치를 당했다. ‘검찰개혁의 일환’이라는 포장술이 동원됐지만, 당위성이라곤 전혀 없는 핑계로 들린다. 4월 총선이 그리 멀지 않았는데도 정권이 겁 없이(?) 던진 인사폭탄을 놓고 해석이 봇물을 이룬다. 청와대가 검찰의 칼날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얼마나 뒤가 구리면 이렇게 무리수를 두겠느냐는 말조차 나돈다.문재인 정권 초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된 윤석열은 죽은 권력, 지나간 정권에 대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펼친 정치보복의 첨병이었다. 그는 보수 정권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을 모두 영어(囹圄)에 잡아 가두었다. 그러나 지난해 검찰총장으로 발탁된 이후, 조국 등 여권 인사들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일순간 판이 거꾸로 뒤집혔다.윤석열은 토사구팽(兎死狗烹)의 낭떠러지 끝에 내몰렸다. 지난 정권 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긴 윤석열은 이 정권에서 ‘정무 감각 없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인상적인 말을 또 남겼다. 그는 자신이 불의를 수사하는 사냥개로서 우직한 본능을 지닌 검찰임을 자인한다. 박근혜도 문재인도 그를 잘못 알기는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아니, 광화문에서 패 갈라 상반된 함성을 펼치는 군중들 모두 윤석열을 오해하며 아전인수의 섬에 함께 갇힌 것은 아닐까.문재인 정권이 이렇게 막 나갈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조국 대란’이 제아무리 나라를 뒤집어 놓아도, 무도한 검찰 무력화(無力化) 공작에도 문재인 지지도는 국민 절반, 여당 지지도는 제1야당의 두 배를 유지한다. 그들이 악착같이 추구해온 ‘선악 갈라치기, 보수세력 궤멸 의지’를 앞세운 끈덕진 진영대결·청백전 정치는 성공하고 있다. 국민의 ‘옳고 그름’ 판단력을 퇴화시키려는 목적에 기어이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오늘날 민주주의는 장군들이 아니라 선출된 지도자들, 즉 대통령·총리의 손에서 죽는다. 시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완전히 이해했을 땐 너무 늦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그 위기 신호로 ‘심판매수’, ‘비판자 탄압’, ‘운동장 기울이기’, ‘무조건적 반대’, ‘권한 남용’, ‘반국가 세력 낙인찍기’ 등을 든다. 엇나간 민주주의의 찢어진 실루엣 앞에 이 나라 민주주의는 점점 더 위태로운 벼랑길로 치닫고 있다.

2020-01-12

비행자동차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현실화되는 세상이다.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비행기를 타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꿈꾸었던 단순히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지금은 현실화돼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우리가 영화나 만화에서나 보았던 도심 위를 나는 비행물체가 조만간 가상이 아닌 현실화될 것 같다는 소식이다. 또한번 과학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플라잉카’로 불리는 도심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 물체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상당 부분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회사마다 에어택시, 비행자동차, 개인항공기 등 여러 용어를 사용하나 자동차와 비행기의 기능이 결합된 차세대 운송수단이라는 뜻에서는 같은 말이다.라이트 형제에 의해 최초 개발된 비행기가 발전하며 인류의 삶을 이토록 바꾸게 될지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싶다. CF영화의 장면이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지난해는 독일에서 제작된 미래차 ‘볼로콥터’는 싱가포르에서 시범 비행도 마쳤다고 한다.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인 ‘CES 2020’에서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의 실물크기 비행자동차를 선보여 화제다. 현대차는 2023년 시험비행을 거쳐 2025년부터 실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라 한다.비행자동차 산업의 발전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 때마침 지역업체 격려차 이곳을 방문한 권영진 대구시장이 현대자동차관을 방문, 실물크기의 비행자동차의 대구 전시를 요청했다고 한다.현대측의 긍정 답변이 있었다고 하니 올 10월 개최 예정인 대구국제미래자동차 전시회가 한층 기대된다. 도심 하늘을 나는 자동차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우정구(논설위원)

2020-01-12

내면의 어둠 물리치기

한효정 한동대 4년·ICT창업학부청소년 캠프에 대학생 봉사자로 참여해 진행했던 활동이 있다. 납작한 접시에 깨끗한 물을 담는다. 깨끗한 마음을 상징한다. 그 물에 후춧가루를 뿌린다. 더럽고 어두워진 마음을 의미한다. 다음 단계로 손가락에 세제 한 방울을 바른다. 어둠을 밀어내는 빛의 역할이다. 세제를 바른 손가락을 더러운 물 한 가운데 넣자 순식간에 후춧가루가 바깥으로 밀려난다.캠프에서 이 활동을 한 이유는 그날 주제였던 어둠 물리치기 Rejecting Darkness, 곧 빛이 어둠을 몰아내는 모습을 경험적 자극을 통해 각인하려는 의도였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 그때 함께 했던 이 경험이 기억에 맴돈다.최근 내 마음에는 어둠이 안개처럼 짙게 내려앉아 오래 머문다. 내면의 목소리는 나를 책망하기 바쁘고 더 잘할 수는 없겠느냐 다그치는 엄격한 검열관이 버티고 있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자존감이 쪼그라들고 그런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목소리만 커지는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울하다.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어둠에 잠식당해 컴컴했던 마음의 밤을 물리치고 싶었다. 빛나는 새 아침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본다. 나의 밤은 이렇게 시작됐다. 4학년 2학기를 맞으며 휴학을 결정했다. 숨 가쁘게 달려온 대학 생활을 잠시 멈췄으니 느긋하게 쉬려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갑자기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을 경험할 좋은 기회가 생겨 쉬려던 마음을 내려놓고 그 길을 선택했다. 버겁고 힘들었지만 애써 무시한 채 머뭇거리는 두 다리를 머리로 달래며 걸었다. 나를 위한다고 쏟아내는 엄마의 조언은 잔소리를 넘어 참견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딸을 믿지 못하겠어요?” 꾹꾹 누르던 감정이 서러운 목소리로 변해 엄마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돌아서서 자신을 자책했다. 학교를 벗어나 접하는 회사의 환경도 낯섦 그 자체였다. 긴장했지만 그렇지 않은 척하며 처음 겪어야 하는 미숙한 내 모습과 한계를 보며 당황스러웠다.이렇게 어두움이 깃든 내 마음에 빛을 비춘다면 어떨까? 내 아침은 이렇게 시작한다. 4학년 2학기를 맞으며 휴학을 결정했다. 그리웠던 내 방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기숙사에서 그토록 먹고 싶었던 집밥을 먹으며 가족들과 매일 눈 맞춤도 할 수 있다.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이 있고, 출근할 수 있는 회사가 생겼다. 회사에 다녀오면 나름 쉴 수 있다. 고민이 생기면 언제든 엄마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비록 많이 서툴지만 아직 인턴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모르는 것을 친절히 알려주는 회사 분들이 고맙기만 하다.아무리 예쁜 구슬을 모은다 해도 실과 바늘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화려한 스펙과 좋은 경험이 있다 해도 내 안에 감사와 기쁨이 없다면 예쁜 목걸이로 다시 태어나지 못한다. 그저 공간만 차지하여 굴러다니는 구슬일 뿐이다. 감사는 빛과 같다. 내 주변에 놓인 좋은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내가 의식조차 못 하는 사이 내면을 가득 채우는 부정적인 생각은 어느새 관성이 붙어 밤과 밤을 이으려 한다. 하지만 비록 지금 밤에 있다고 해도, 결코 아침을 건너뛴 채 내일 밤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매일 어김없이 뜨는 태양이 있기에 마음을 다잡는다. 아침이 오더라도 눈을 뜨지 않는다면 나는 영원한 어둠 속에 갇혀 있을지 모른다.재미보다 기쁨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 영상을 보며 2~3시간 재밌게 보내는 것도 좋지만 돌아서면 공허한 그런 행위보다 30분이라도 차분히 책상에 앉아 글로 내 마음을 써 내려가며 삶의 기쁨을 채우는 시간 여행자가 되고 싶다. 혹 매일 그렇게 살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매일 감사하며 살고 싶다. 감사한 일이 너무 많은데 몇 가지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투덜거리고 스스로 어둠 속에 잠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고 싶다. 감사는 어둠을 물리치는 강력한 빛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이제 두 손을 앞으로 쭉 뻗고 내 마음에게 말한다. “어둠아 물러가라!”

2020-01-12

경산의 뿌리 압독국

최영조 경산시장모든 것에는 뿌리(시작)가 있다. 경북의 3대 도시로 우뚝 선 경산시의 뿌리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압독국(押督國)이다. 압독은 경산시 압량의 옛 지명으로 예로부터 압량벌이라고 불린 넓은 들에 풍수해가 적고 일조량이 많아 사과 재배 등 농업지역으로도 최적의 조건을 갖춰 2천년 전부터 압독국이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다.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압독국과 압량소국(押梁小國)으로 여러 번 나타나며 6세기경 신라 중앙에서 지방관을 파견해 직접 다스리기 전까지 대략 600여년 동안 경산지역에 있었다. 특히 신라 선덕여왕 11년(642년) 김유신이 압량주(州) 군주였다는 사실이나 불교를 일으킨 원효의 태생지가 압독이라는 기록을 보면 압독국이 망하고 나서도 이곳이 신라의 요지였음을 보여준다.영남대 맞은 편 넓은 구릉지역에 있는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과 압량면 부적리·신대리 고분군은 압독국의 유적이다. 이들 유적은 1982년을 발굴을 시작으로 실체가 밝혀졌으며 지금까지 1천700여 기의 고분과 마을 유적, 토성(土城), 소택지(沼澤池) 등이 발굴되어 사적(史蹟) 제516호로 지정되었다. 지난해 5월에는 부적리 고분군도 가치를 인정받아 압량면 부적리 331번지 일원 28필지 3만6천784㎡가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임당유적에서는 금동 관, 은제 허리띠, 말 갖춤, 토기 등 2만 8천여 점의 유물과 인골, 동물 뼈, 생선뼈 등 당시의 생활모습을 알 수 있는 다양한 희귀자료가 출토되어 한국 고대사 연구에 귀중한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임당유적의 가치가 소중한 이유는 고분뿐만 아니라 압독 사람들의 당시 생활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생활 유적이 함께 발굴되었다는 점이다. 유물을 통해 압독국의 최대 범위는 국읍(國邑)인 임당유적을 중심으로 과거 경산군 전체(대구에 편입된 고산, 안심 포함)와 대구광역시 불로동 일대까지를 포함했을 것으로 추정될 만큼 왕성한 세력을 떨친 고대국가였다.지난해 하양 양지리에서도 매우 중요한 유적이 잇따라 발굴·조사되었다. 하양 양지리에서 발굴된 목관묘에서는 2천년 전 경산지역 최고 권력자의 면모를 알 수 있는 중국제 거울, 청동검을 비롯한 화려하고 소중한 유물이 쏟아져 많은 주목을 받았다. 경산시는 이러한 독창적이며 찬란한 압독국의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연구·전시·활용할 ‘압독국 유적 전시관(가칭)’을 건립한다. 경산시 임당동 632에 191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준공 목표로 내년 상반기 내에 건립공사를 착공할 계획이다. 2018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에서 ‘적정’ 사업으로 선정되며 사업추진의 탄력도 확보했다. 압독국 유적 전시관은 압독국만이 가지는 독창적이고 풍부한 문화자원을 전시해 지역의 문화유산과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 줄 것이다. 시는 유적 전시관을 중심으로 압독국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정비 복원하는 것과 때를 같이해 청년 지식놀이터와 청년희망 Y·STAR프로젝트 등 청년문화 거점을 육성해 옛 문화와 청년문화가 어우러지도록 한다.또 압독국의 풍부한 문화자원을 연구·활용하기 위해 올해 영남대 박물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압독국 문화유산 연구·활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성과물로 임당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인골을 이용해 1500년 전 압독국 귀족 여인의 얼굴을 복원하는 데 성공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압량지역은 지금도 경산의 중심지역이며 개발이 예정된 대임지구 택지개발과 어우러지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뿌리를 잊는 것처럼 불행한 일도 없다.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어야 미래가 존재한다. 인구 30만 명을 앞두고 있으며 자립형 도시를 추구하는 경산시민들은 역사 속에 깊게 뿌리박은 압독국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하고 후손에게 좀 더 많은 지식과 자료를 남겨야 한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경산시의 자치단체장으로 지역 역사 알리기와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한 시정을 약속한다.

2020-01-12

날씨의 역습

지난 6일은 절기상 소한(小寒)이다. 소한은 새해 들어 가장 먼저 돌아오는 절기지만 정초한파라는 말처럼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는 때다. 절기 이름으로 보면 대한(大寒)이 더 추워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한 무렵이 연중 가장 춥다. “대한이 소한 집에서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이래서 생긴 말이다. 옛날 우리의 조상은 농사를 끝내고 소한부터 입춘까지 약 한달 간은 혹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눈이 많이 올 것에 대비해 땔감과 충분한 식량도 집안에 비치해 둔다. 이 무렵이 그 만큼 추웠다는 뜻이다.올 소한은 포근한 기온 속에 비까지 내렸다. 겨울이 실종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온이 따뜻해 소한 같지 않은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한 겨울에 철쭉꽃이 피고 반팔 차림으로 다닌다는 사람이 눈에 띄기도 했다. 7일 제주도의 기온은 23.6℃였다. 1923년 기상관측 후 97년 만에 최고 기온을 나타냈다. 지금까지는 1950년 1월17일 낮 기온 21.8℃가 가장 높았다. 이날 전남 완도는 19.3℃ 전북 고창은 17.8℃를 나타냈으며 대구와 포항도 낮 기온이 13℃를 기록했다.지구 온난화로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 온도가 1.5℃가 올라가는 등 지구촌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업화의 전개로 불가피하게 에너지 사용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기상변화는 이제 인류의 삶까지 위협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혹한의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아시아권에서 홍수로 난리를 겪는다.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 말했다. 인류의 최대 위협은 핵무기가 아니고 기후변화라고. 겨울 속에 만나는 봄이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이같은 기후변화의 역습 때문일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09

꼼수 없는 정치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꼼수는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정의된다. 바둑에서 꼼수는 정수와는 달리 상대가 욕심을 내는 것을 노려 함정에 빠뜨리는 수를 말한다. 최근 정치판에서 꼼수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바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자유한국당이 반발하며 창당준비를 하고 있는 ‘비례자유한국당’이 꼼수의 대표적 사례로 등장한다. 자유한국당의 위성 정당인‘비례자유한국당’의 창당준비위원회 결성 신고가 지난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고됐다. 사무소 소재지는 ‘서울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73번지 우성빌딩 3층’이니 한국당 중앙당사와 같은 주소다. 창준위는 발기 취지문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연동형 선거제가 많은 독소조항과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야욕에 눈먼 자들의 야합으로 졸속 날치기로 처리된바, 꼼수는 묘수로, 졸속 날치기에는 정정당당과 준법으로 맞서 반드시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의 선거법 개정을 꼼수로, 비례정당 창당을 묘수로 재해석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비례정당 창당 자체에 대해 한국당 스스로도 꼼수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하다. 비례자유한국당이 출범하면 4·15 총선에서 한국당은 지역구 후보만, 비례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만 낼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 의원 30여명을 비례자유한국당에 배치해 원내 3당으로 만드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국당은 지역구 투표용지에서 ‘기호 2번’을, 비례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투표용지에서 ‘두 번째 칸’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다.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청문보고서 채택을 않겠다는 자유한국당 때문에 난항이다. 자유한국당은 정 후보자를 상대로 동탄 개발과정에서의 개입 의혹이나 채무 관계, 기부금 등을 쟁점화하며 전방위적으로 추궁했으나 ‘결정적 한 방’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9일 “입법부 수장을 한 분이 총리가 되는 것은 삼권분립을 훼손한 것이라 처음부터 부적격이었고, 도덕성 등 관련 의혹이 여러 개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며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사실 정세균 후보자는 1년에 한 번 기자들의 투표로 당마다 1명씩 가장 신사적인 의원에게 수여하는 백봉신사상을 12번이나 탄 기록을 갖고 있을 정도로 신사적인 의원으로 유명하다. 보수성향 야당의원들과도 친하고, ‘스마일 정’이란 별명으로 불릴 만큼 온화한 성품에다 6선 관록에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을 지냈으니 국무총리 후보로는 오히려 분에 넘친다고 해야할 인물이다. 이런데도 전직 국회의장이 국무총리를 맡는다고 삼권분립 훼손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오는 16일 이전까지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나 총선에 출마할 이낙연 국무총리의 행보에 흠집을 내기 위한 꼼수로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이 나라 정치가 어려운 것은 정정당당한 정수가 아닌 꼼수의 횡행 때문은 아닌가. 꼼수 없는 정치가 못내 아쉽다.

2020-01-09

자연으로 돌아가면 살 수 있을까?

나이 때마다 인생에 대한 느낌이나 인상은 아주 달라지는 것 같다.스무살 때 같으면 사람은 결코 죽음에 순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될 때가 많다. 젊음이, 생의 기운이 몸과 마음 안에 가득차 흐르는데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으랴.삼십대때야말로 한국인들로서는 가장 의미심장한 시절이라고 생각된다. 십대 때까지는 학교에서 철학조차 가르치지 않으니 이십대 들어서 겨우 인생에 눈뜨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삼십대 되어야 이제부터 진짜 인생을 살기 시작하는 때문이다.꿈과 욕망은 큰데 자신의 현실적 위치가 그에 상응하지 않아서 괴롭디 괴로운 인생을 곱씹는 때가 바로 삼십대요, 사십대는 어떻게든 자신의 사회적 위치며 인생의 의미 같은 것, 사명이나 운명 같은 것에 눈떠 조금씩 내면화하고 그 의식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 그러니 결실을 이루려면 사십 대에 열심히 어느 한 방향으로 내달리지 않으면 안되는 때일 것이다.그렇게 해서 오십대에 이르는데, 이제는 마음도 몸도 평온을 찾을 때가 왔다고 봐야 한다. 철모르는 몽상도, 미친 듯 내달리는 꿈도, 현실에 착근시키려는 실행도 이쯤 되면 가라앉을 것은 가라앉고 인생의 자기 몫이 어느 정도쯤 되는지 스스로 파악할 수도 있는, 바로 그 나이가 오십대라고 할 것이다.이것은 내 생각이지만 이쯤 되면 삶을 삶답게, 그 의미에 치중해서 천천히, 조용히, 차근차근 살아야 할 때이건만, 아뿔싸, 이때처럼 또 다른 인생의 고비가 없다. 이름하여 삶의, 생명의 위기가 뜻하지 않게 불어닥치는 때도 대체로 이 오십대인 것이다.텔레비전이라면 뉴스조차 담 쌓은지 오래인데, 요즘 때아니게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이것저것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많다.자연으로 돌아가면 제대로 살 수 있을까? 건강을 잃어버린 사람들, 생명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마지막 찾아든 산 속에서 새로운 삶을 얻는 경우를 자주 본다. 과연 자연은 인공적 치료 대신에 진짜 회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자연으로 돌아가라고들 한다. 그러나 정작 무서운 병에 걸리면 자연이, 산속이, 피톤치드가, 높은 지대의 공기가 사람을 살릴 수 있을지 의심을 품게 된다.서양의학을 중심으로 발전한 현대의 암 치료법은 세균학적인 시각에서 출발한 한계 탓에 사람을 ‘살리려고 죽이는’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자연 치료만이 살길이라는 말도 들린다.비단 암의 문제만이 아니라, 요즘 들어 이대로는 더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위기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세속의 오염된 공기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 깨끗한 공기로 숨쉬며 기름때를 벗겨내야 할 것 같다고나 할까. 올 만큼 왔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야 살 것 같기도 하다. 산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겨울 나날들이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

2020-01-09

스와니 강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머나먼 저곳 스와니 강물 그리워라”로 시작하는 ‘스와니 강’은 우리에게도 애창곡으로 불리는 미국 노래이다. 스와니강은 미국의 역사깊은 강의 이름이다. 이번 겨울방학동안 가족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미국 동부 지역을 차를 몰고 다니고 있다. 그러던 중 그 유서깊은 스와니 강을 우연히 만났다.워싱턴에서 조지아주 애틀란타 그리고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알라바마주 몽고메리를 거쳐 차를 몰고 플로리다주로 들어서는데 “역사적인 강, 스와니강입니다”라는 팻말을 고속도로에서 보게 되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차를 모는 기분은 상쾌했다. 스와니강의 자태는 노래만큼 고요하고 정겨웠다.스와니강은 미국 조지아 주 남동부 늪지대에서 발원하는 강인데 원래 이름은 ‘산후아니’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초창기 원주민 인디언들의 말로 “갈대가 우거진 강”이라는 뜻의 구아사카에스키라고 불렀는데, 이후에‘작은 성 요한’이라는 뜻의 ‘산후아니(San Juanee)’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이것이 흑인들에 의해 와전되어, 지금의 ‘스와니’가 되었다고 한다.미국의 작곡가 스티븐 포스터가 1851년에 작곡한 노래로 원래 제목은 ‘고향 사람들’이었다. “멀리 스와니강을 따라 내려가면 그리운 고향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애수가 깃든 망향의 노래인데, 포스터는 이 노래의 가사를 즉석에서 거의 완성하였으나 강 이름을 정하지 못하였다고 한다.포스터는 그의 형과 함께 미국 지도를 펼쳐 놓고 적절한 강을 살펴보다가 플로리다주의 스와니강을 찾아냈고, 포스터는 2음절에 맞추기 위하여 ‘Suwannee’를 ‘Swannee’로 줄여 가사에 사용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노래는 발표 후 큰 인기를 끌었으며, 1935년에는 플로리다주의 주가가 되었다고 한다.머나먼 저곳 스와니 강물 그리워라. 이 노래를 부르면 어릴적 옛고향에서 복숭아밭에서 복숭아를 따먹으며 뛰놀던 생각도 나지만 또 주위의 이산가족의 아픔도 생각난다. 날 사랑하는 부모형제 이몸을 기다려. 그들의 부모형제는 떨어져 있고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 하나둘 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언제나 나에게 고향을 찾아 가볼까.150년 전 흑인들의 마음을 그린 이 가사는 아마도 지금 많은 한국의 이산가족들의 마음이리라. 남북 이산 가족상봉은 정권에 따라 희비가 갈려왔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이 경직상태로 또 언제 이들이 부모형제를 만날지 기약이 없다.상봉가족의 문제가 정치적 쇼가 아닌 진정한 상봉이 되려면 현재의 남북접근 방식으로는 안된다. 현 정부의 접근 방식으로는 북한의 오만만 키워주고 남북의 문제는 한국의 치욕적인 상황속에 점점 안개속으로 멀어져 가고 있다.북한은 한국을 무시하고 점점 오만해 져 가고 있다. 그래서, 이산가족 이들의 스와니강은 점점 멀어져 간다.전 세계 단 하나의 분단국가, 한국.스와니강의 노래는 오늘도 이산국가 한국에서 구슬프게 흐른다. “머나먼 저곳 스와니 강물 그리워라”

2020-01-09

후안무치(厚顔無恥)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일찍이 맹자(孟子)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측은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과 더불어 사람의 착한 본성인 인(仁)·의(義)·예(禮)·지(智)의 단초가 되는 마음의 하나인 수오지심은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이 옳지 못한 것을 미워하는 마음’을 일컫는다. 자신의 과오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남의 잘못을 모른 척 하는 것도 의(義)가 아니라는 것이다.지금 정권의 관계자들과 추종하고 비호하는 세력들의 행태를 볼진대 후안무치란 말이 오히려 모자랄 지경이다. 저들의 비리와 부정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악담과 조롱을 퍼붓고 수사하는 검찰까지 겁박하는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들의 뻔뻔함이 국민들의 도덕적 불감증까지 확산시키는 폐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신년 벽두부터 쓴 소리를 하는 것은 정치권에서 멀리 떨어진 일개 서민이 보기에도 현 시국이 풍전등화처럼 위태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난 70여년 온갖 간난신고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땀 흘려 이룩한 나라를 파탄지경으로 몰아넣는 정권에 대해서 방관하고 침묵한다면 그 어찌 사람의 도리라 하겠는가.이 정권은 시작부터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전 대통령을 비롯해서 대법원장, 비서실장, 장관, 국정원장 등 지난 정권 관련 인사들을 탈탈 털어 100여 명이나 사법처리했다. 그리고 그 적폐청산의 선봉장이었던 중앙지검장을 야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우리 총장이라고 추켜세우며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도 보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를 않았다. 그런데 막상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가 불거져 수사가 시작되자 태도를 돌변해서 검찰개혁을 들고 나왔다. 비리 혐의자인 민정수석을 내치기는커녕 오히려 법무장관에 임명하여 검찰을 압박하려는 무리수를 자행하였으나 빗발치는 반대여론에 밀려 취임 35일 만에 사퇴를 하는 촌극을 연출했다.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검찰이 정권의 앞잡이가 되어 편향된 법집행을 하거나 수사권의 남용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고 있는 지금의 검찰은 검찰개혁의 취지대로 잘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도 정권이 노골적으로 검찰을 압박하는 한편 여당은 국회의장까지 가세를 해서 제1야당을 제외한 군소정당들과 야합하는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서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에 급급한 것은 너무나 속보이는 처사가 아닌가. 조금이라도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둘러 공수처법을 통과시킨 것은 검찰은 물론 사법부까지 손아귀에 넣어 정권의 방어막과 안전장치로 삼으려는 속셈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반대 하는 목소리엔 귀를 막고 동조하는 세력들만 국민이라는 이 정권의 도를 넘는 오만과 후안무치를 막을 길은 오로지 선거를 통한 심판밖에 없다. 다가오는 4월의 총선에도 견제할 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정국은 더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2020-01-09

1천8번째 거절

커널샌더스를 아십니까? 치킨 사업으로 유명한 흰 수염에 흰 양복 입은 할아버지.샌더스는 대공황을 겪으며 사업이 쫄딱 망하는 경험을 합니다. 지인의 도움으로 작은 주유소를 차려 영업을 시작하지요. 이때 여행자들이 배고파 하는 모습을 보고 한쪽에 테이블을 놓고 닭튀김, 햄 등을 판매합니다. 5년 후에는 작은 식당이 유명해져 켄터키 주지사로부터 명예 대령인 ‘커널’ 호칭을 받습니다.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식당 앞 도로를 우회하는 큰 길이 생기면서 샌더스는 1955년 다시 파산합니다. 이때 샌더스의 나이 65세. 샌더스는 남은 차 한 대를 지렛대 삼아 새 출발을 결심합니다. 집집마다 찾아가 직접 부딪치고 수없이 많은 음식점을 찾아 자신의 레시피와 아이디어를 설득합니다. “제가 닭튀김을 맛있게 만드는 비법을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이 아이디어를 채택해 매출이 증가하면 그 증가한 금액의 아주 일부만 제게 나눠 주시면 됩니다.”모두 그를 비웃습니다. 샌더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지난 거절은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자신을 변화시킵니다. 세심하게 말투를 고치고, 설득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냅니다.샌더스는 그렇게 2년을 반복하지요. 무려 1천8번이나 거절을 당한 후 1천9번째 음식점 주인에게 “당신의 제안에 동의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년 동안 자동차에서 먹고 자며 뜻을 이루기 위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 샌더스. 말이 천 번이지, 우리는 대개 무엇을 시도할 때 열 번만 거절을 당해도 당장 그만두고 싶지 않을까요? 그것도 나이 65세라니!실패에서 우리는 가장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실패를 다루는 방식이지요. 승자는 실패를 통해 ‘성공에 다가서는 법’을 배우고, 패자는 실패를 통해 ‘성공에서 멀어지는 법’을 배웁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09

마술과 기술

사실 많은 혁신적인 기술들은 처음엔 마치 ‘오즈의 마법사’가 보여주는 것과 같은 초자연적 ‘마술’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우리를 매혹시키며 우리의 생사화복을 쥐고 있는듯 우리 위에 군림한다. 그러다가 점차 많은 사람들에게 그 원리가 폭로, 혹은 이해되어 모두가 알만한 모습이 되면서 그 기술의 자리가 점차 낮아지다가 결국엔 모든 이들의 손에 들어가 그들 삶의 일부가 된다.‘오즈의 마법사’라는 동화에서 주인공 도로시는 오즈의 마법사가 가진 위대한 능력이 자신을 그리운 고향 캔사스 집에 데려다 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험난한 모험을 감행하여 오즈의 마법사가 있는 성에 다다른다. 그러나 오즈의 마법사는 연약한 늙은이이며, 그의 모든 능력은 마법이 아니라는 사실에 도로시는 크게 실망한다. 하지만 오즈의 착한 마녀는 도로시에게 스스로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도로시 자신 안에 언제나 있었음을 알려주게 된다. 결국,“내 집같이 좋은 곳은 없어(There’s no place like home.)”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운 덕에 도로시는 그리운 집과 가족들에게 무사히 귀환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오즈의 백성들과 도로시가 거짓말쟁이 사기꾼 오즈의 마법사가 펼쳐내던 재주를 위대한 마법이라 생각했던 것은 그들만이 유난히 어리석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누구에게든 기술과 마술을 구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상과학 영화의 효시로 불리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쓴 영국의 유명한 공상과학소설 작가 아서 C. 클라크는 “극도로 앞서가는 기술은 마술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라 했다. 생각해보면 오늘날의 인터넷, 고속열차, 드론, 스마트폰, 일기예보, 영상통화 등 지금은 우리 일상적인 삶의 일부가 된 기술들을 100년 전 사람들이 보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기술들을 마술이라 생각할지는 너무나 자명하다.사실 많은 혁신적인 기술들은 처음엔 마치 ‘오즈의 마법사’가 보여주는 것과 같은 초자연적 ‘마술’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우리를 매혹시키며 우리의 생사화복을 쥐고 있는듯 우리 위에 군림한다. 그러다가 점차 많은 사람들에게 그 원리가 폭로, 혹은 이해되어 모두가 알만한 모습이 되면서 그 기술의 자리가 점차 낮아지다가 결국엔 모든 이들의 손에 들어가 그들 삶의 일부가 된다. 기술의 혁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과정을 기술의 민주화라 부른다.대형 발전소를 건설하고 대규모 송전 시설을 갖추어야만 개개인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기에 발전과 송전은 국가가 나서야만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의 규모까지는 소규모 수력, 풍력 혹은 태양광 발전기를 이용하여 개개인이 어렵지 않게 전기를 만들어 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전기의 민주화’라고도 불리운다. 또한, 은행 같은 금융 기관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금융서비스가 이젠 크라우드펀딩과 P2P 기반의 예금, 대출 및 송금 등을 통해 가능하게된 것을 ‘금융의 민주화’라 부르기도 한다.이런 민주화의 추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형건물을 짓고 다수의 점원을 고용하지 않아도 알리바바와 같은 세계 최대의 쇼핑몰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큰 규모의 숙박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에어비엔비와 같은 세계 최대 규모의 숙박업을 만들어 모든 개개인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집 한 칸을 이용하여 숙박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산간 벽지에 사는 농부가 인터넷을 통해 중간 유통업자 모두를 넘어 도시의 수요자와 직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국가와 조폐공사와 같은 엄청난 기반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화폐 발행이 이젠 컴퓨터를 소유한 개개인들이 모여 간단한 문자나,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아르헨티나의 피아 만시니라는 여성 운동가는 인터넷 정당을 만들어 아무런 정치 자금을 쓰지 않고도 전국 유권자 4%의 지지를 받아내었다. 이렇듯 개개인의 손에 들어가 개개인의 역량이 된 현대 기술은 개개인 모두를 생산과 유통, 화폐 금융 등의 경제적 분야는 물론 언론과 정치에 이르는 모든 삶의 영역에서 집중된 힘과 주도권을 대중의 손에 나누어 주는 민주화를 이루어내고 있다.하지만, 민주화 자체가 우리 앞에 놓인 문제 해결의 종착역은 결코 아니었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우리가 늘 배우는 바이다. 꽁꽁 얼어 붙어 암울하기만 했던 우리나라의 과거 정치 상황에서는 오직 민주화의 봄바람만 불어 온다면 모든 정치적 문제는 눈 녹아 내리듯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끊이지 않는 정치적 혼란과 위기의 정치 현실을 보면, 민주화의 봄바람이 불던 그때는 목적지에 도달하던 때가 아니라, 비로소 진정 의미 있는 새로운 여정의 첫 발자국을 내딛고 있었던 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민주화의 봄이 우리 앞에 열리고 있던 그 시절에 우리는, 우리 손에 잡혀진 역량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역량에 따라 요구되는 책임의 무게도 함께 커진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신중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했었다. 스파이더맨에서 여러 번 등장했던 대사처럼 “큰 능력에는 큰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With great power, comes with great responsibility)”정치적 민주화와는 다르지만 현대 과학기술의 민주화도 우리 앞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소수의 전유물이기에 소수만이 구사할 수 있었던, 마술사의 마술과 같은 과학기술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뻗기만 하면 잡히는 가까운 곳에 놓여 개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이되었다. 하지만, 우리 손에 잡혀진 현대 과학기술은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만큼 혼란과 자멸의 가능성을 함께 열어 줄 수도 있기에, 기술민주화가 제공하는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발걸음은 가볍고 경박스럽지 않은 무겁고 신중한 걸음이 되어야 한다.100년전을 살았던 사람들의 눈에, 오늘날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모두, 신령한 능력을 가진 위대한 마술사와 같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손에 들린 것은 현대 기술이 만들어 낸 신통한 ‘재주’들일 뿐이다. 이런 ‘재주’들로 강화된 우리 개개인의 역량이 열어내는 민주화된 새로운 시대의 가능성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유무선 통신 기술로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어 온갖 지식과 정보를 널리 나누어 서로 배우고 가르치게 될 우리는 새로운 친구를 갖게 되고,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며, 새롭고 혁신적인 경제를 건설하고, 효율적인 정치적 의사 결정 구조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새로운 모습의 국가를 형성할 수도 있게 될지 모른다.요컨대 민주화된 현대 과학기술은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시켜 우리의 보폭을 더욱 넓게 해줄 것이고, 우리로 하여금 보다 빨리 그리고 멀리 달릴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가능성에 도취되어 그저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저런 일을 감행하는 경박스러움은 경계해야 한다. 민주화된 현대과학기술이 열어주는 가능성의 크기가 크고 놀라운 만큼, 우리는 “이 모든 역량을 이용하여 어떤 내일로 향해 나갈 것인가?”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고 답하려 노력하며, 신중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하지만 이런 질문에 어찌 쉬운 답이 있겠는가? 그저 도로시의 소망처럼 오랫동안 잃어 버리고 잊고 있었던 것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내 집같은 곳은 없어(There is no place like home.)”라는 주문이 어쩌면 그 소중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뿐이다./장수영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장수영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미시간대학교 산업공학 박사를 마친 뒤 귀국, 포스텍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나눔과기술 공동대표, 크리스천과학기술인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2020-01-08

서향재에서

김규종 경북대 교수겨울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1월 6일 월요일 저녁. 광주 동명동에 자리한 ‘서향재(書香齋)’에 도착한다. 서책의 훈향이 퍼져 나가는 집, 서향재. 이곳에서 30년 넘도록 시민들이 모여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고 토론해왔다고 한다. 한 세대에 이르는 긴 세월, 세 번째 월요일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향재 독서모임 이름이 ‘세월회’라고 말한다.그날 모임에서 나는 ‘유라시아와 격동의 20세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유라시아를 횡단하는 포괄적인 인문학 서책을 기획하고 있던 터라, 그 일부를 파워포인트로 정리해 선보인 것이다. 20세기 전체를 어찌 90분 남짓한 시간에 다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19세기에 강연 일부를 할애하였기로 시간은 더욱 짧아지고 말았으니.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20세기의 고갱이는 얼추 전달한 듯하다. 서향재에 빼곡하게 놓인 의자가 모자라 몇 사람은 마룻바닥에 앉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된다. 듣는 이들은 불편했겠으나, 말하는 자로서는 퍽이나 고마운 일이다. 그렇게 유명하지도 대단한 인간도 아닌 자의 강연을 함께 해준 그들의 마음 씀씀이가 따스하게 다가온다. 청도의 농가주택에 살면서 붙인 당호가 ‘파안재(破顔齋)’이니, 파안재 주인이 서향재로 마실 나가서 한 마디 전한 셈이다. 그 말은 하지 않았으나 속은 훈훈한 저녁이었다. 돌이켜보면 2차 대전 후에 일제가 패망하고 나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것이 20세기 한복판의 일이다. 우리로서는 잊을 수 없는 숱한 사건과 사변이 꼬리에 꼬리를 문 20세기 후반기지만, 세계사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물론 1-2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커다란 전쟁은 없었으나, 한국동란을 필두로 베트남전쟁과 걸프전이 뒤를 이었다. 중국에서는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 천안문사태로 숱한 인명이 살상되었다.20세기를 두 가지 말로 요약한다면 필시 문명과 야만이 되리라. 한편으로는 과학과 기술이 불러온 물질문명과 의약과 보건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삶의 질이 풍요로워진다.다른 한편으로는 1917년 사회주의 10월 혁명과 내전, 1-2차 세계대전과 국지전으로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는 참화가 벌어진다. 그리고 21세기에도 중동의 전운은 전쟁의 참화를 예고한다. 1월 3일 있은 미군의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군사령관 폭살(爆殺)이 좋은 본보기다.이라크를 방문 중인 이란의 전쟁영웅 솔레이마니를 처단해버린 미국의 처사에 국제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남의 나라 한복판에서 은밀하고 야비하게 군사작전을 실행하는 나라가 어찌 인권과 민주주의를 운운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2차 대전 이후 세계의 패권국가로 등장한 미국의 악행이야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21세기 스무 번째 벽두에 자행한 행악질은 실로 경악스럽기 그지없다.서향재에 모인 시민들과 함께 차분하게 돌아본 20세기의 교훈은 단출하다. 야만을 경계하면서 문명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이다. 묵묵히 자신과 사회와 세계와 역사를 돌이키고 사색하는 시민들의 서향재는 오래도록 환하게 빛나리라.

2020-01-08

브루스 왕과 거미

로버트 브루스 스코틀랜드 왕은 용맹하고 현명했으나 영국과 전쟁에서 여섯 번이나 패해 군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숲 속에 몸을 숨기는 처지였습니다.비 오는 날, 브루스는 초라한 오두막에 누워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이제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생각에 젖어 모두 내려놓고 투항할 마음을 먹습니다.그때 브루스 왕은 우연히 거미가 줄을 치는 것을 목격하지요. 거미는 한 기둥에서 다른 기둥으로 거미줄을 보내려고 했지만 여섯 번이나 거미줄이 짧아 실패합니다.지켜만 보던 브루스는 말합니다.“쯧쯧, 여섯 번이나 싸움에 지고 이렇게 도망쳐 온 내 처지나 여섯 번 실패한 네 처지나 다를 바가 없구나…”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거미는 브루스의 푸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가느다란 줄을 뽑아 내어 일곱 번째 도전할 준비를 합니다. 브루스는 본인의 처지는 까맣게 잊은 채 거미가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다 마침내 줄을 건너편 기둥에 걸쳐 놓은 것을 보고 “바로 저거다!” 소리 지르며 용기를 얻습니다.“여섯 번 해서 안 되면 일곱 번하고, 일곱 번 해서 안 되면 여덟 번, 아홉 번 계속해서 하는 거다. 그러면 언젠가는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브루스는 그 길로 산을 내려가 스코틀랜드 군사들을 다시 모았습니다.“나의 병사들이여! 지금 영국군은 승리에 도취해 긴장을 풀고 있다. 이때 쳐들어가면 승리할 것이다.” 그들은 무서운 기세로 영국군을 무찔렀습니다. 마침내 스코틀랜드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지요.혹독한 시련을 겪으면 대개 사람들은 남 탓을 하거나 합리적인 핑계를 대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사방이 캄캄한 어둠에 잠겨 있어도 브루스 왕에게 거미가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소망의 빛을 놓치지 않는 2020년이기를 기도합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08

선생님의 용기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처럼 물리적 시간으로는 새해이지만 정치를 비롯해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면 새해는 한참 멀었다. 분명 보신각종은 울렸는데, 그 효험이 예전 같지 않다. 한때 사람들은 보신각종 소리에 절망적인 모든 것을 잊고 새로운 희망을 노래했다. 그런데 지금을 사는 사람들은 희망의 결심 대신 절망의 복수에 중독되어버렸다.성난 군중의 모습은 홍콩만의 일이 아니다. 오만과 독선에 빠진 정치인들의 작태에 이 나라 국민도 단단히 성이 났다. 촛불이라도 들고 싶지만, 이념으로 변질된 촛불은 오히려 국민의 눈과 마음을 멀게 하기에 그럴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맹목적이고 일방적인 이념에 갇혀 도로를 오염시키는 무리가 될 수는 더 없다. 자정 능력을 잃은 사회를 사는 방법에 대한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 그 사회를 떠나거나, 아니면 외면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정말 죽을 각오로 싸우는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방법은 희망 고문에 불과하다. 답이 없는 사회에 오로지 내 답만이 정답이라고 외치는 무리 때문에 우리 사회의 혼돈은 단군 이래 최고다.네거리를 지나다 어느 정당에서 내건 “국민의 힘”이라는 문구가 적힌 불법 가로펼침막을 보았다. 특정 정당의 홍보 수단이 되어버린 “국민”이라는 단어가 참 아팠다. 국민을, 그것도 국민의 힘을 저렇게 함부로 써도 될까는 생각에 화가 났다. 지정된 장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불법으로 내걸린 특정 정당 홍보물의 도구로 전락한 것이 이 나라 국민의 실정이다.도대체 이 나라엔 국민(國民)이 있을까? 교과서에서는, 그리고 지금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은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했다. 진정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교과서도 그렇고 대통령도 그렇고 국민을 기만(欺瞞)한 것이 확실하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과 국민은 정치의 도구요 수단, 더 정확하게 말해서는 노리개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국민 정치 로봇이라는 용어가 역사에 기록되기 전에 더 이상 이념 정치인들에게 농락되어서는 안 된다.그것은 교육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도, 교사도 아니다. 지금 학교의 주인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교육 관료들이다. 그들의 말 한마디면 학교 정책들은 하루아침에 바뀐다. ‘SKY 캐슬’에 이어 최근 ‘블랙독’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거기서 어느 기간제 선생님의 말씀이 필자의 마음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애들 보기에 쪽팔리지 않습니까!”과연 지금처럼 간다면 2020학년도의 학교 모습은 어떨까? 달라지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학생들은 의미도 없는 줄세우기식 시험에 갇혀 하늘 한 번 못 볼 것이다. 또 공시생이 될 줄 뻔히 알면서도 어른들의 편견에 떠밀려 명문대학교 진학을 위해 밤을 낮으로 삼을 것이다.정말 학생들 보기에 쪽팔린다. 더 이상 우리는 학생들을 명문대라는 말로 유혹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초에 교사들이 용기를 내어 교육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 그 첫걸음은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다.“학생 여러분, 교실에, 교과서에, 시험에 가두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2020-01-08

말 많은 마일리지 개편안

마일리지는 고정 고객 확보를 위한 기업의 판매 촉진 프로그램으로, 고객은 이용 실적에 따라 점수를 획득하는데, 누적된 점수는 항공권을 구입하는 화폐의 기능을 한다. 마일리지는 항공사에서 시작돼 근래에는 신용카드사, 통신회사 등에서도 고객 유치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최근 대한항공이 내놓은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해 소비자들이 연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논란이 많다. 대한항공은 이번 개편안에서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기준을 대륙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바꿨다. 이에 따라 일반석 기준으로 전체 125개 대한항공 국제선 운항노선 중 64개 노선의 보너스 마일리지가 인하되고, 49개 노선이 인상됐다. 12개 노선은 종전과 같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장거리 노선에서다. 예를 들어 인천∼뉴욕(미국) 구간의 프레스티지석을 보너스 항공권으로 구입하려면 종전에는 평수기 편도 6만 2천500마일이 필요했지만 개편안 기준으로는 9만마일이 적용된다. 같은 구간을 일등석으로 사려면 종전 8만마일에서 13만5천마일로 늘어난다. 항공사측은 공제 마일리지의 합리적 기준 마련이 목적이며, 중국, 미국 등의 경우 동일 지역 내에서 2천마일 이상 운항거리 차이가 나는 데, 그동안 운항거리 차이를 반영하지 못해 비합리적이었다는 주장이다. 탑승 마일리지 적립률을 바꿔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은 적립률을 최대 300%까지로 대폭 높이고, 일반석 가운데 여행사 프로모션 등으로 할인이 적용되는 등급의 적립률은 최하 25%까지로 낮춘 데 대한 불만도 크다. 마일리지 산정방식이 ‘빈익빈 부익부’ 방식으로 바뀌었으니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듯 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08

그 한 마디의 치명적 약점

장규열 한동대 교수말들이 거칠다. 생각을 나누고 소통을 이어가려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지면을 채우는 언사가 투박하고 공격적이다. 부드럽고 유연한 언어를 사용하면 뜻을 충분하게 전하지 못하기라도 할 것처럼, 언중(言衆)이 만나는 표현들은 날카롭고 뾰족하다. 촌철살인(寸鐵殺人). 여러 생각을 짧은 한마디로 정리해 줬을 때 이렇게 부른다. 통쾌하기도 하고 속이 시원하겠지만, 그 한마디가 어떤 결과를 빚는지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감동하여 마음을 움직이기보다 칼날이 되어 마음을 다치게 했다면. 생각을 바꿔 새롭게 다짐하기보다 마음 문을 영영 닫아걸게 했다면. 대화와 소통의 문이 열리기보다 그 한 마디로 다시는 마주 대하지 않게 된다면.말로 겨뤄야 한다. 생각은 견주어야 하고 의견은 개진되어야 한다. 특히 나라의 앞길을 가늠하고 조정하는 일은 사리에 맞아야 하고 논리가 닿아야 한다. 부족한 이치를 막말로 이기고 모자라는 논리를 혐오와 단절의 표현으로 차단하면, 생각이 더는 나아갈 수가 없고 현실은 점점 힘들어만 간다. 속이 시원한 끝에, 속만 시원하고 말았다면 이는 소통이었을까 배설이었을까. 말로 한 펀치 먹이는 게 필요한 게 아니라, 생각을 모아 더 나은 소통의 장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말재주 좋은 그가 뱉어낸 한 마디가 상대에게 깊은 절망을 안긴다면, 말이 오히려 벽을 만들지 않았을까. 벽, 그것도 소통의 절벽이 생겨나지 않을까. 단절과 반목, 질시와 냉대는 그렇게 생겨나지 않았을까.칼처럼 깊이 박히는 표현을 고대하기보다 생각깊은 논변을 기대했으면 한다. 말을 하는 이도 촌철살인에 ‘속깊은 지혜’를 담기로 하고, 언론은 더 이상 ‘그 한 마디’에 기대지 않았으면 한다. 속이 시원해 이기는 게 아니라 소통을 이어가야 공동체가 일어날 수 있다. 촌철살인격 한 마디를 찾느라, 감정과 편견에 치우치면 이내 막말이 되고 공격적 언사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언론이 제목장사를 하고 종교가 폭압적 언사로 어지러우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세상을 접할 것인가. 속 시원할 그 한 마디에는 전달효과도 물론 있겠지만, 치명적 약점이 도사리고 있다. 촌철이 살인으로 끝난다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되고 말 것인가. 말을 하려거든 누구를 이겨 올라서는 걸 넘어, 공동체에 유익한 뜻이 담기도록 유의할 일이다. 그 말을 받아 살피고 새기면 더욱 슬기로운 지혜가 솟아오르게 담론을 이어갈 일이다.‘주홍글씨’를 지었던 작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은 ‘단어와 문장은 쓰는 사람에 따라서 선이든 악이든 피어나므로, 문제와 희망을 함께 담는다’고 하였다. 조선의 한 시조는 ‘말로써 말많으니 말말을까 하노라’고 하였던가. 변화와 개혁을 실천해 가려면, 겨루고 벼룰 것은 결국 생각의 힘이다. 그 힘을 바르게 표출하기 위하여 심사를 가다듬어야 한다. 새 해, 정치의 계절에는 특별히 힘과 뜻을 담은 무게있는 말들이 잔치를 벌여야 한다.

2020-01-08

가정부 한 사람의 힘

페스탈로치가 어렸을 때 스위스는 정치가들의 싸움으로 몹시 어지러웠습니다. 농촌은 피폐했고 도시는 타락해 있었지요. 아버지는 정직한 의사로 돈보다 고통스러운 환자를 치료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러다 그만 병을 얻어 죽음에 이릅니다.죽기 직전 아버지는 가정부 바아베리에게 말합니다. “바아베리, 내 가족들을 지난날처럼 앞으로도 잘 돌봐 주면 좋겠네.”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에 그녀는 “네, 그렇게 하고 말고요. 약속하겠습니다.” 말하고 눈물을 닦았습니다. 페스탈로치의 나이 다섯 살 때, 아버지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형편이 넉넉지 않은 이 집에 남아 궂은 일을 하겠어요?” 모두 수군거렸지만 바아베리는 묵묵히 일했고, 어린 페스탈로치를 친동생처럼 보살펴 주었습니다.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바아베리를 가족처럼 여기며 생활하던 페스탈로치는 자라면서 가슴에 소중한 꿈을 키워 갑니다. “사회는 타락했지만 바아베리처럼 훌륭한 사람은 얼마든지 많을 거야. 나도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생을 바쳐야지.”어른이 된 그는 타락한 사회의 병을 고칠 수 있는 길은 정치, 경제도 아닌 교육에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시 억압적인 교육 환경 가운데서 아이들은 체벌과 봉건적 체제 아래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페스탈로치는 교육 철학이 달랐던 학부모와 교장들로부터 배척당했지만, 뜻을 함께하는 동료와 함께 일절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실물교육과 체험을 통한 진정한 교육을 실천했습니다.페스탈로치는 사상 최초로 교육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단체를 조직하고 투쟁했던 선한 목자였습니다. 그가 이렇게 올바른 교육에 헌신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가정부 한 사람의 숭고하고도 희생적인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누구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에 남을지 고뇌하며 최선을 다하는 우리의 2020년이길 소망합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07

무명가수 K형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지만 지난해 송년회 기억을 떠올려 본다. 그날은 대낮부터 송년모임이 있었다. 연협(연예협회) 회원들의 송년회였다. 예총의 9개 예술단체 중 가장 힘겨운 한 해를 보냈을 협회가 바로 연협이다.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정이라 모든 행사를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회비로 운영하였으니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례행사를 빠뜨리지 않았으며, 송년파티는 알차게 준비하였다. 행사를 시작하면서 먼저 ‘가요발전을 위하여 열정적으로 노력하다 안타깝게 갑자기 먼 길을 떠난 K형에게 묵념’을 드렸는데, 그에 대한 추억으로 가슴 한켠이 아릿하였다.구랍 20일 경, 이른 새벽에 전화벨이 울렸고 K형이 타계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들었다. 불과 며칠 전, 예총이 주관한 ‘예술인한마당’에서 특유의 활발한 무대매너로 ‘시골총각’을 멋지게 부르던 모습이 생생한데, 그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니…. 돌아보면 아쉽지 않은 이별이 어디 있을까마는 K형과의 이별이 특히 안타까운 것은 그와의 추억이 각별하기 때문이다. 나보다 한, 두 살 위인 그는 누구보다 웃음이 많았고 긍정적인 성정을 가진 인정 많은 이웃이었다. 그는 평생을 밝은 얼굴로 웃고 노래하며 봉사하는 무명가수의 삶을 살았다. 40여 년간 대중음악의 한 길을 걸으며 무대 위에서나 현실의 삶에서 언제나 웃는 모습이었고, 불귀의 길을 떠나기 전날에는 모친상을 당한 후배의 문상을 위하여 먼 길을 마다않고 다녀온 정 많은 시골총각이었다.아침 일찍 빈소에 도착하니 망자임을 알리는 모니터 안에서 가족이라고는 딸 둘의 이름이 적혀있을 뿐이었다. 그의 대표곡인 ‘시골총각’이 나직하게 들리는 분향소에서 연협의 지인들에게 들은 그의 삶은 평생을 혼자서 외롭게 노래하며 살아온 외길이었다. 핑크색셔츠를 즐겨 입었고, 돋보기안경 너머의 큰 쌍꺼풀, 구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그의 뒤에 웅크린 고독의 무게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심장에 지병이 있었으나 경제력 부족으로 고가인 심장박동 보조기를 착용하지 못하여 위험요소를 늘 지니고 있었으니, 40년을 한결같이 무대 위에서 노래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였으나, 정작 자신은 심장의 고통을 안고 고독과 빈손으로 맞서왔다 생각하니 대중예술인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가를 짐작할 수 있는 단면을 본 것 같았다. 밤늦도록 쓴 소줏잔을 기울이며 그를 추억한 동지들은 예술과 현실의 삶이라는 엄혹한 경계에서 고뇌하는 연예예술인들의 삶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간절히 소망하였다. 초등학교 시절 그의 품을 떠나 서른을 넘긴 두 딸은 어렵게 연락이 닿아 장례식에 겨우 참석하였고, 연협 동료들이 곁을 지키던 외로운 유해는 고인의 평소 바람대로 화진해수욕장 앞바다에 뿌려졌다. 부디 저승에서는 튼튼한 심장으로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기를.함께했던 대만여행에서 입었던 귀여운 빨간조끼, 그 모습이 새삼 그립다. 이제 우리는 멜빵바지에 핑크색 넥타이를 매고 돋보기안경 너머로 큰 쌍꺼풀의 맑은 눈으로 환하게 웃으며 부르는 무명가수의 ‘시골총각’을 어디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인가.

2020-01-07

스마트세상은 누가 만드는가?

곽지영 포스텍 산학협력교수·산업경영공학과얼마 전 영국의 브리스톨이라는 도시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회의장소인 브리스톨 대학으로 이동하는 중 택시기사님께 인사치레로 ‘브리스톨은 참 흥미로운 도시 같다’고 한마디 건네자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우리 브리스톨은 지금 런던을 능가하는 혁신적인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브리스톨의 혁신을 위해 시의회와 브리스톨 대학이 시민들과 함께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기사님의 이야기는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십 수분 간 길게 이어졌다. 브리스톨 시의회와 브리스톨 대학이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마트화 노력에 대한 기사님의 해박한 지식과 자긍심은 그저 우연이라기에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혹시 브리스톨 대학 관계자가 아닌지 묻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계시는지 조심스레 물었다.“운전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많이 들으니까요. 게다가 곳곳에서 도시 혁신을 위한 활동들이 수시로 진행되고 있으니 모를 수가 없지요….” 기사님의 당연하다는 듯한 답변에 우리는 말문이 막혔다.‘영국을 비롯한 유럽 스마트시티의 성공 비결은 시민 참여를 통해 도출된 일상 속 해법이라는 점이다.’ 여느 보고서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이 구절은 이번 영국 방문을 계기로 우리에게 새로운 발견의 대상이 되었다.영국인들에게 스마트시티란 국가나 지자체가 ‘알아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들에게 스마트시티는 이제 구성원들이 직접 나서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도시 혁신활동 그 자체로 시민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 그것을 택시기사님의 증언을 통해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영국인에게 있어 과학기술은 그 역사를 자신들이 이끌어 왔다는 특별한 자긍심의 대상인 동시에, 누구나 쉽고 친근하게 대하는 대중문화의 일부’라는 요지의 논설을 읽은 것이 떠올라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예술에 대한 그들의 시각과 태도 역시 무관하지 않다.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무료로 이용 가능한 영국. 그들에게 예술은 높은 곳에 걸어 두거나 유리 상자 안에 고이 모셔두고 멀찍이서 감상하는 경외의 대상이 아니다. 바로 가까이에서, 언제고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일상 속에 녹아든 생활 그 자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과학기술과 예술을 일상생활 그 자체로 만들어 버린 그들이기에,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누군가 일방적으로 창조하도록 허용하지도, 유리상자 속 전시용 스마트 세상이 되게 내버려두고 뒤로 물러나 있지도 않았다. 스마트 세상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손수 한번 만들어 보겠다며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다.소위 ‘엄친아’와 비교 당하는 언짢은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 글을 통해서나마 우리 지역 시민들께도 슬쩍 한 번 부추겨 보고 싶다. 우리 모두가 실생활에서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진짜 스마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말이다.

2020-01-07

트로트 열풍

국악이란 한국 음악의 준말이다.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거나 한국적 토양에서 나온 음악이란 뜻이다. 시대적으로 보면 일제 강점기보다 앞선 19세기 이전부터 있었던 우리 음악이다. 선조의 생활 속에서 계승 발전된 음악이다. 요즘 종편 TV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트로트는 국악과 현대 대중가요와 구분되는 일제 강점기에 형성된 음악 장르다. 국어사전에서는 “정형화된 리듬에 일본 엔카(演歌)에서 들어온 음계를 사용하여 구성지고 애상적인 느낌을 주는 음악”이라 정의하고 있다. 트로트는 1930년대 중반 정착되면서 우리국민 사이에는 신민요와 더불어 대중가요의 양대산맥이었다. 당시 이미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음악이다. 황성 옛터, 타향살이, 목포의 눈물 등이 당시 인기곡이다.트로트(trot)는 영어로 “빠르게 걷다” 는 뜻이다. 서양음악 폭스 트로트에서 나왔지만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본다면 일본 가요인 엔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한 때는 왜색이라는 이유로 외면도 받았고 금지곡이 되는 수난도 겪었다. 하지만 1960년대 ‘동백 아가씨’를 계기로 인기가 회복되며 점차 국민의 가요로 자리를 잡았다.최근 종편 방송에서 방영한 트로트 경연이 지상파 방송을 크게 압도하는 시청률로 화제를 모았다. ‘뽕짝’으로 통하던 트로트가 세상의 이목을 갑자기 확 끌어들였다. 트로트가 갖는 꺽기 창법의 매력과 오락적 요소가 우리 국민정서와 잘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트로트의 인기는 구태를 벗어던지고 자유분방한 시대적 흐름을 잘 잡아낸 기획이라는 평가가 오히려 더 적합하다. 과거에 매달린 그리고 고정관념에 빠진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적 현상으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07

고래와 쥐구멍

이재현 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니는 평~생 미용해서 먹고살 팔자 같다.”칭찬처럼 들리는가? 어떤 이에게는 심드렁하니 들릴 수도 있는 이 말 한 마디가 경북 구미의 열일곱 살 고1 중퇴생의 삶을 바꿔 놓았다. 어쩌면 칭찬 같지도 않은 미용실 원장의 칭찬이 아버지의 매질에 소매치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소녀를,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 100여 명의 어머니이자 걸그룹 멤버의 ‘금수저’ 엄마로 만든 것이다. 유명 아이돌그룹 AOA의 멤버 찬미의 어머니 임천숙씨의 이야기이다. 열흘 전 쯤 어느 일간지 실린 임천숙씨의 인터뷰 기사는 팍팍한 연말연시를 환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2002년에 미국에서 ‘Whale Done!’이라는 책이 출판됐다. ‘Whale Done!’을 우리말로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well done’(잘 했어)과 비슷하게 발음되는 이 책제목을 굳이 직역하면 ‘고래가 해냈어!’쯤 될까? 이 책은 2003년 1월에 한국에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됐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니! 참 잘 지은 번역 제목이다. 이 문장은 마치 오래전부터 있던 속담처럼 퍼져나갔다. 책은 읽지 않았어도 이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우리는 칭찬에 목말라 한다. 나는 아니라고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땅에 칭찬이 귀하디 귀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 오랜 달리기 끝에 물 한 모금을 구하듯, 칭찬을 찾아 헤매지만 나남 없이 칭찬을 듣기 어렵다. 반면에 갈등과 질시와 반목과 비방은 곳곳에 널려 있다. 건전한 비판을 잃어서는 안 되지만 내 편과 남의 편을 너무도 확연히 가르고, 있는 잘못 없는 죄 찾아 상대방을 발가벗기기에 애쓰는 것이 이즈음 대한민국의 세태요 현실이다. 여와 야가, 진보와 보수가, 경영진과 노동자가, 경상도와 전라도가, 남과 여가 칼날을 벼리고 주먹을 겨누고 등을 돌리고 있지 않은가. 잘잘못을 가리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은 밝히고 죄는 벌하되, 거기까지이다. 이제는 참회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경자년 쥐의 해가 밝았다. 하느님의 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소의 머리 위에 올라타 있다가 문 앞에 이르러 냉큼 뛰어내려 1등을 훔친 쥐의 행위를 약삭빠르다고 욕하고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쥐해가 되면 이것이 슬기로운 행동으로 해석된다. 쥐해가 되면 양식을 축내며 구멍 속으로 도망 다니는 쥐를 부지런하다고 칭찬하고, 그 번식력을 칭송한다. 뚱뚱하다고 게걸스럽다고 돼지를 욕하다가도 돼지해가 되면 다산의 상징으로 풍요의 모델로 추켜세워 주는 것이 해를 이어 열두 동물을 맞이하는 우리들 칭찬과 긍정의 모습 아닌가. 지난해도 그랬고 내년도 그럴 것이다.이 칼럼 집필 제의를 오랫동안 고사했다. 그러다 추천하시는 분의 칭찬과 격려에 결국은 손을 들면서 말했다. “저는 고래가 아니라 쥐과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칭찬에 숨을 구멍을 먼저 찾습니다.”상대방이 쥐구멍을 찾을지언정 올해는 열심히 칭찬거리를 찾아서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을 세워보면 어떨까.

2020-01-07

하루 16시간의 독학

그는 극빈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는 친구들이 돈을 모아 관을 사 줄 형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우산공장에서 하루 10시간씩 일을 하고서도 밤늦게까지 다시 삯일을 해야만 생계를 겨우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소년은 근처 교회의 연극에 출연하며 웅변을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30세 때 뉴욕 주의원으로 선출됩니다. 하지만, 그는 의원직을 수행할 만한 기초가 없었습니다. 길고 복잡한 법안은 읽어도 이해할 수 없었고, 숲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가운데 산림법 위원에 뽑혔습니다. 은행과 거래한 적도 없으면서 주립 은행법 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번뇌에서 헤어날 수 없었습니다.그는 결심합니다. 하루에 16시간씩 공부하며 무지(無知)를 극복해 나갔습니다. 그의 이름은 알 스미드. 독학으로 정치 연구를 시작해 10년 후 뉴욕 주의 최고의 정치 권위자가 되었으며 4번 주지사로 뽑힙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까지 올랐으며 콜롬비아, 하버드 등의 6개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습니다.독학은 학습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독학은 스승 없이, 학교에 다니지 않고 혼자 하는 공부를 뜻합니다. 만약 책을 우리의 스승으로 삼을 수 있다면, 독학이야말로 최고의 스승에게 최고의 가르침을 전수받을 수 있는 최고의 교육 방식입니다.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한 해결책을 책을 통해 찾는 과정은 진정한 지식을 선물합니다. 그래서 독학으로 얻은 지식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왜(why) 공부해야 하는가를 알고 시작하는 목적 있는 공부. 이런 독학은 게임보다 훨씬 재밌습니다. 공부가 재미없다고 하는 이유는 단지 자격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스로 유발한 호기심이 없이 결과만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인생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며 목적을 품는 공부. 최고의 스승으로부터 배우는 독학의 매력에 풍덩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06

사자성어 수난시대

강희룡 서예가공자는 제자들과 일찍부터 춘추오패의 하나였던 제나라 환공의 묘당을 찾았다. 묘당 안에 들어서자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쓸모없는 술독이 바로 눈에 띄었다. 이 술독을 반기는 공자를 보고 그의 제자들이 의아해하자 제자들에게 술독에 물을 채우도록 시켰다. 물이 반쯤 이상 차오르자 신기하게도 비스듬했던 술독은 바로 섰고, 물이 점점 더 가득 차자 다시 비스듬히 기울기 시작하더니 이내 엎어지고 말았다. 이 독이 제나라 환공이 항상 의자 오른쪽에 두고 가득 차는 것을 경계하며 나라를 다스렸다는 술독이다. 일명 좌우명(座右銘)이라고도 한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배웠다고 교만하게 군다면 반드시 넘어진다는 법을 제자들에게 가르친 것이다.현대인들도 해가 바뀔 때마다 스스로 경계하는 격언이나 좋은 문장을 마음의 거울로 삼아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려고 마음에 새긴다. 개인 말고도 정부 또는 정당,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도 한해 목표를 설계하고 달성을 위해 정진할 것을 다짐하는 교훈이나 사자성어를 쏟아낸다. 지난 2019년 새해를 맞아 경북도는 냉재야화(冷齋夜話)에 실려 있는 황정견이 주장한 환골탈태(換骨奪胎)로 정했고, 포항시는 조선 후기 학자인 유도원의 노애집에 실려 있는 사당잠(四當箴)에서 인용된 동필유성(動必有成)으로, 포항시의회는 ‘후한서’ 주목전에 나타나 있는 동주공제(同舟共濟)로 정하여 한해를 마무리했다. 개인들이 각자가 스스로의 삶이 풀어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정하는 좌우명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없으나 공기관에서 정하는 이러한 사자성어가 도정이나 시정에서 조직의 목표에 대한 실천의지가 일 년 동안 반영되어 시민들을 위해 목표를 완성하였다면 다행이나 그렇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감언이설로 시민들을 속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한해가 바뀌어 경자년을 맞았다. 2020년 역시 경북도·주요 시군에서는 서로 뒤질새라 경쟁하듯 사자성어에 정책 비전을 담아 마구 쏟아냈다. 푸른 새바람으로 경북에 좋은 일들을 많이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은 도청의 녹풍다경(綠風多慶), 마음을 합쳐 힘써 나아가자는 뜻의 포항시의 합심진력(合心進力)을 비롯해 경북도내 전 기관단체들과 기초자치단체가 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를 보면 새해 비전과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을지 모르나 일 년 후 그 결과에 대해서는 거울 속에서 냉철하게 분석하여 비춰보아야 한다. 역사에 대한 분별 기준이 절대적인 옳고 그름이 아닌 상대적인 이해관계가 되어버린다면 언젠가 우리는 무엇이 옳은 역사인지도 그른 역사인지도 분간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역사는 거울이다. 지난 일이 옳은지 그른지를 알지 못하고서는 현재의 일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기가 어렵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변화에 속도를 내고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성과를 더욱 많이 만들겠다는 의지로 인용되는 사자성어들이 역사의 거울 앞에서 성찰적이지 않으면 매년 그렇듯이 그 빛을 잃고 말잔치로 끝날 것이다.

2020-01-06

베트남의 박항서, 그리고 한국의 정치 리더

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번역학 전공인천공항에서 베트남 하노이의 노바이 공항까지 비행기로 대략 5시간이 걸린다. 베트남은 우리에게 멀고도 가까운 나라이다.2019 동남아시아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팀이 인도네시아 축구팀을 3대0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이 60년 만에 동남아시아 축구게임에서 우승한 것이라고 한다. 우승으로 들뜬 베트남에서는 시민들이 수백 대의 오토바이들이 떼를 지어 베트남 국기를 달고 경적을 울리며 시내를 달린다.작년 2018년 8월 필자는 호치민 벤탄시장 앞에서 거대한 오토바이 물결에 휩쓸린 적이 있다. 2018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경기 4강전 경기가 있던 날로 기억되는데,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이 인상적이었다.베트남은 한국에게 비즈니스의 나라, 사돈의 나라, 한국은 베트남에게 축구 스승의 나라가 되었다.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팀의 승리비결은 선수들의 체력과 기량, 정신력, 그리고 지역감정의 극복이라고 한다.베트남은 동서가 좁고 남북으로 긴 나라이다. 남북으로 길이가 1천650㎞에 달한다. 베트남에도 북부, 중부, 남부 사이에 지역감정이 존재한다고 한다. 박항서 감독 이전의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 감독은 선수의 선발과 기용에 있어 출신 지역에 따른 편중이 심했고, 심지어 선수들도 다른 지역의 선수들에게는 경기 중 패스도 잘 하지 않았다고 한다.박항서 감독은 고질적인 관행으로 이어온 지연을 뛰어넘어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하고 기용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선수들의 체력과 기량은 하드웨어적인 속성이다. 정신력과 지역감정의 극복은 소프트웨어적인 속성이다. 하드웨어적인 속성과 소프트웨어적인 속성을 박항서 감독은 리더십으로 조화롭게 융합하였다.바야흐로 시대는 소프트웨어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 7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는 하드웨어가 지배하던 시대였다. 공단지역 여기저기 높게 솟은 공장 굴뚝에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남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와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산업화 시대에는 그것이 맞았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 시대에는 소프트웨어적인 사고가 지배한다.‘소프트(soft)’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부드럽고 조화로운 사고, 함께 어울리는 사고가 바로 소프트웨어적인 사고이다.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정치 리더는 지금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동서의 지역감정을 넘어 화합과 조화 속에서 남북통일의 대업을 이룩할 리더는 부드러운 사고와 혜안의 암묵지, 그리고 포용력을 지닌 자이어야 할 것이다.바로 ‘소프트 파워(soft power)’‘소프트 거버넌스(soft governance)’ 내지 ‘소프트 카리스마(soft charisma)’이다.

2020-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