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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론과 민심

여론은 사회 구성원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인정되는 공통의 의견을 말한다. 특히 건전여론은 사회 구성원이 그 사회 전체의 이익이나 정의에 대해 동질적 관념을 가질 때 성취가 가능하다. 선진국일수록 건전여론 형성도가 높다. 현대사회가 여론을 중시하는 것은 민주적 이념과 맥을 같이한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의견을 잘 받드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근본이 된다는 뜻이다. 현대 사회에서 여론조사가 활발히 활용되는 것은 국민의 마음을 잘 살펴보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 여론조사는 사안에 따라 국론(國論)이라는 말로도 사용한다. 여론 청취만큼 민주주의 국가에서 중요한 일은 없다.옛날에는 이를 민심(民心)이라 불렀다. 백성의 마음이다. 민심보다 여론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요즘이나 과거나 그 중요성은 똑같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한 것은 하늘의 뜻만큼이나 백성의 뜻을 잘 살펴야 국가가 평온할 수 있다는 것이다.서경에는 “군주가 선정을 베풀면 백성이 사모하고 악정을 하면 앙심을 품는다”고 했다. 민심을 얻는 것이 바로 천하를 얻는 것과 같다는 가르침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란 “백성은 강물이며 임금은 강물 위에 떠 있는 배”라는 뜻이다. 강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음을 이른 말이다.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이뤄졌던 그해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였다.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많은 문제 제기에도 대통령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임명반대 여론이 월등히 높은데도 아랑곳 않겠다는 분위기여서 정국의 앞날이 시계 제로 상태다. 민심을 제일로 살폈던 옛 성현의 지혜가 아쉬운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03

달러패권에 대한 불만

김학주 한동대 교수리만사태 때 사고를 친 것은 미국이다. 그런데 그 부작용은 신흥국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한 이후 시중에 풀린 자금은 아시아로 건너 와 핫머니가 되었고, 미국이 통화정책을 바꿀 때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에 달러를 더 쌓아야 한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즉 신흥국 정부가 지출 대신 저축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또한 미국의 무역장벽으로 인해 신흥국 국민들도 불안감을 느끼며 소비대신 저축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대규모 세금 감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축이 증가한다는 소식이다. 세계적으로 소비를 늘려 줄 수 있는 곳은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아시아인데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이유로 이곳에 불안감이 조성되어 소비 대신 저축이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브레튼 우즈(Bretton Woods) 협정은 1971년 깨졌다. 그럼에도 달러는 그 때의 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미국은 세계 교역의 10%, 세계 GDP의 15%를 차지하는데 불과하지만 50%이상의 교역과 세계 증권 발행량의 2/3 이상이 달러로 이루어지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최근 영란은행장인 마크 카니는 달러가 단일 기축통화라는 사실이 주는 역기능을 비판했다. 미국이 불안해질수록 다른 나라들이 더 달러를 사야 하는 역설을 꼬집었다. 그는 세계교역 비중을 기준으로 한 바스켓 통화를 제안했다. 그것도 디지털 통화로 하자고 한다. 그는 내년 1월로 영란은행을 떠나 IMF내 집행임원으로 내정될 확률이 높다. 즉 점점 달러에 도전하는 세력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미국은 달러 패권을 고집하겠지만 결국 수출해야 먹고 살게 된 스스로를 인정할 것이다. 트럼프가 수출을 위해 달러 약세를 원한다고 해서 생뚱맞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워렌을 비롯한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 동안 여러 나라들의 물건을 사주던 미국의 전후 세대(baby boomer)가 늙어 더 이상 구매력을 유지할 수 없으니 이제는 미국도 남의 나라에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미국의 물건을 사 줄 수 있는 곳은 아시아다. 미국은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를 비롯해 사물인터넷 시대의 기초소재인 IT부품을 팔 수 있다. 그럴수록 미국도 서서히 아시아 패권을 인정할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아시아에서 내수시장이 큰 중국의 위안화 자산에 투자해 볼 수 있다.그런데 미국이 그렇게 생각을 바꾸기 전에 커다란 갈등을 만들 수도 있다. 군사력을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이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주가지수는 10년을 주기로 두 배 올랐다가 위기가 발생하며 반 토막 나서 제자리로 오는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미국이 만드는 갈등이 시장에 쇼크를 주며 코스피를 전고점인 2600의 절반인 1300근처로 끌고 내려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장은 안전자산인 달러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019-09-03

죽음의 공포도 이겨내는 이야기의 힘

이야기는 늘 어딘가에서 와서 어딘가로 흘러간다. 한 번 이야기에 붙들린 인간은 그 어딘가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결국 끝날 때까지, 그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이야기에 들린 경험이란 어린 시절일수록 더욱 강렬한 법일 터, 고백하건대 나는 어린 시절 어린이용 문고판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고 신밧드의 모험 이야기에 붙들려, 중앙아시아 부근의 저 먼 어느 세계를 그리워하기도 했다.분명 어린 시절,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었거나 혹은 누군가의 입을 통해 이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이 이야기는 중동 지역에서 누군가의 입을 떠돌던 구전의 이야기를 모아둔 것으로, 1,001일 밤 동안 이어진 이야기라는 의미로 ‘아라비안 나이트’ 혹은 ‘천일야화’라 부른다.중동의 여러 지역에서 제각각 생겨난 280여 편 정도 되는 이야기들을 모은 것인 만큼, 이 이야기들 사이에 연관성은 없다. 어린이용 문고판에는 신밧드의 이야기나 알라딘의 마술램프 같은 어린 아이들의 모험에 대한 취향을 자극할 만한 것들이 특별히 선택되었던 것뿐이다.이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의외로 재미있는 것은 이 수많은 이야기들을 엮고 있는 액자가 되는 이야기이다. 바로 우리에게는 셰에라자드의 이야기로 알려진 그것이다. 이야기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고대 페르시아 왕에게 두 명의 형제가 있었는데, 그중 맏이인 샤리아가 왕위에 올랐고, 동생인 샤즈난은 평민으로 만족했다. 샤리아는 그런 동생이 기특해서 타타르 왕국을 그에게 주었고, 샤즈난은 그 왕국의 왕이 되었다.하지만 샤즈난은 자신의 왕비가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을 보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형인 샤리아에게 해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샤리아는 오히려 본인이 여성에 대한 공포에 빠져, 여성과 결혼을 하고 하룻밤이 지난 뒤 그 여성을 죽이는 끔찍한 행동을 반복한다.이런 샤리아 왕의 고약한 습벽 때문에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 도시에서 거의 사라질 때쯤, 당시 ‘채홍사’를 맡고 있던 재상의 딸이었던 셰에라자드는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샤리아 왕과 결혼하여 샤리아의 끔찍한 행위를 막아보겠다고 자원하게 된다. 셰에라자드는 그렇게 동이 떠오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야기를 시작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앞두고 있던 셰에라자드가 이어가던 이야기가 바로 ‘천일야화’였던 것이다.동이 터오고 샤리아 왕이 자신과 결혼한 여성을 죽여야 할 시간이 되었지만, 아직 셰에라자드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기에서 샤리아 왕의 고민이 시작된다. 여느 경우처럼 셰에라자드를 죽이면 더 이상 그 이야기의 뒷부분을 들을 수 없다. 샤리아는 그래서 셰에라자드를 살려두고 다음의 이야기를 듣기로 한다. 여성에 대한 공포가 빚어낸 강박을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이겨낸 것이다. 호기심은 그렇게 힘이 세다.셰에라자드 역시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였을 터.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샤리아의 관심이 끊어지게 된다는 것은 자신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치 독자의 서늘한 눈빛을 상상하는 연재 작가의 공포와 닮았다. 그런 공포와의 줄타기 끝에 셰에라자드는 무사히 천 일과 하루 동안 이어진 이야기를 마친다. 물론 영원히 이어지는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을 테니, 언젠가 셰에라자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끝난다. 하지만, 샤리아는 그간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이야기의 두 번째 힘은 바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분명, 이야기는 어딘가로부터 와서 어딘가로 흘러간다. 우리는 그 흐름 어딘가에서 이야기에 붙들리고 그 이야기로부터 빠져 나오지 못한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셰에라자드의 이야기에 샤리아가 붙들렸듯이./송민호 홍익대 교수

2019-09-02

소중한 것은 내 곁에… 청도 운문사

지난 밤 꿈에 그가 하얗게 핀 파꽃을 안고 찾아왔다. 안부를 물어야 하는데 그만 가위에 눌려 잠을 깨고 말았다. 더 이상 잠들지 못하고 정원으로 나갔더니 젖은 달빛아래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넘쳐흐른다. 잔디밭이나 바위 틈, 담장 너머 빈터의 강아지풀숲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어댄다. 생의 가장 눈부신 한 때를 위한 이 장엄한 합창들이 나를 숙연하게 한다.고요의 겹을 벗고 아침이 열리는 시간, 운문사로 향한다. 미처 가슴 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한 것들과의 재회는 세월이 흘러도 아름답다. 그런 기억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우리는 가슴 속에 애틋한 시구 하나 쯤 만들어 두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비록 그 때는 힘들었다 할지라도.운문댐의 수위와 물빛은 계절마다 달랐고, 봄날의 벚꽃은 언제나 내 늑골 사이에서 통증을 일으키며 피고 졌다. 보슬비의 속삭임이나 여름날 폭풍우의 거친 숨결조차 나를 위무하던 곳, 크고 작은 외로움이 방점처럼 찍히는 날이면 무작정 달리던 길, 이 길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신라 진흥왕 18년(서기 557년) 신승이 창건한 운문사는 대작갑사(大鵲岬寺)라 불리다 고려 태조가 ‘운문선사(雲門禪寺)’라 사액한 뒤부터 운문사로 불려졌다. 지금은 승가대학과 대학원, 율원과 선원을 갖춘 전국 최대 규모의 비구니 교육 도량으로 알려졌지만 관광지화 된 여느 사찰과는 다르다. 호거산 아래 스스로를 가둔 듯 세상으로 열려 있는, 활짝 핀 연꽃 같은 사찰이다.미혹으로 결박당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로자나불, 그 아래 무릎을 꿇고 백팔 배를 하노라면 이내 지혜의 눈이 떠질 것만 같다. 색 바랜 단청과 오래된 마룻바닥이 주는 편안하고 정갈한 기운들, 비로전을 지키는 동서삼층석탑과 담장 너머 불이문의 세계를 상상하는 일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까치 떼가 땅을 쪼는 곳에 절을 지었다는 운문사의 전신인 대작갑사를 떠올리게 하는 작압전(鵲鴨殿) 앞을 지나노라면 작은 공간 속에 나를 맡기고 싶어진다. 두어 시간 정도는 온전히 나를 버릴 수 있기를 희망하며. 가부좌를 하고 앉았노라면 백팔배를 할 때와는 다른 기분에 젖어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천연기념물로 지정된 500년 수령의 처진 소나무나 젊은 후박나무의 늠름함 앞에서 일상을 돌아보고, 불이문 앞을 지나다 젊은 스님이라도 만나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면 만다라의 세계가 그리 어렵고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드리 전나무 길과 노송들이 늘어선 솔바람 길을 걸어 나올 때쯤이면 내 안에서도 맑은 샘물소리가 들린다.이제는 만남보다 이별을 경험하는 일이 훨씬 많아졌다. 투병하는 그를 데리고 이곳에 오겠다던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세상에 덩그러니 남아 있을, 주인 잃은 약속들이 모두 하늘에 올라 별이 되어 빛나기를 빌어본다. 건강했던 그가 어느 틈에 내 곁에서 걷는다.생전에 그도 이 길을 걸었을까. 나처럼 홀로 핀 쑥부쟁이와 사진을 찍고, 미간을 찌푸리며 전나무 꼭대기에 걸린 하늘을 올려다보았을지 모른다.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몇 번이나 뒤 돌아보기도 했을 것이다. 한 줄의 편지글조차 닿을 수 없는 아득한 허공, 때로는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지척에 그가 있을 것만 같다.백팔배는 그를 위한 기도로 시작되었다. 땀이 흐르고 몸이 젖는다. 이따금씩 무릎 관절이 경고를 보내오지만 멈출 수가 없다. 내가 없어지고 젖은 몸이 바다가 된다면 후련해질까. 그는 자주 썰물이 되어 내 가슴에서 파도친다. 잘 지내느냐는 흔하디흔한 한 마디를 어디에다 전하랴.버거울 정도의 아픔이나 고난조차도 누군가에게는 사치로 보여질 수 있다. 힘내라는 말만 되풀이하다 돌아오는 날이면 나의 헐벗은 문장들이 마른 나뭇잎마냥 밤새 떨다 잠들곤 했다. 오히려 상대편의 빠진 머리칼과 창백한 얼굴, 말을 아끼는 눈빛 속에 훨씬 깊고 쓸쓸한 문장들이 설산처럼 쌓이곤 했다. 그가 떠나자 마지막 경전의 문구처럼 내 안에서 종소리가 되어 울린다.인연이 깊든 얕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힘들다. 이별 뒤에는 고통과 아픔만 따르는 것은 아닌데 여전히 두렵다. 있을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떠난 후에야 주변을 밝히는 경우가 있다. 나는 한 동안 그를 떠올릴 것이다. 시시할 정도로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그리워할 게 분명하다.조낭희수필가법당을 나서는데 바람이 어깨를 치며 장난을 건다. 재빠르게 전나무 숲으로 숨어버린 바람의 뒷모습에서 얼핏 그를 보았다. 그는 생각보다 자주, 어쩌면 모든 순간에 함께 하는지 모른다. 멧비둘기의 구슬픈 울음소리나 길고 긴 여름 말없이 타오르던 배롱꽃, 때로는 시집(詩集) 속에 내리는 밤비가 되어 함께 할 수도 있다.아름다운 삶은 기도로 성장하며 고귀한 죽음을 전제로 한다. 떠오르는 태양처럼 그와 연결된 많은 추억들이 어딘가에서 사랑스럽게 빛나고 있으리라. 세상은 소중한 것들로 넘쳐나고, 수많은 감사의 기도로 충만해진다.바위틈 이른 쑥부쟁이 한 송이 피어 가을을 알린다. 가만히 두 손 모을 수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진실로 소중한 것은 지금, 여기 내 곁에 있다.

2019-09-02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柿)’는 처음부터 없었다

제사는 어떻게 모시는 것이 좋은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정성으로, 검소하게 지내는 것”이 제사를 모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너무 평범한, 꼰대 같은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이런 표현은 오래전에도 있었다.조선 후기 문신이자 유학자인 갈암 이현일(1627~1704년)의 글이다. 제목은 ‘갈암집 제23권_학암처사 정달중의 묘표’.(전략) 또 말하기를, “상례와 제례는 형식을 갖추어 잘 치르는 것보다는 슬퍼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차라리 더 낫고, 사치스럽게 하기보다는 검소하게 하는 것이 차라리 더 낫다.” 하고, 털끝만큼도 남들을 의식해서 지나치게 차리는 일이 없었다.(후략)갈암은 영해(寧海)에서 태어났다. 지금의 경북 영덕이다. 남인계의 사대부다. 성리학을 완성한 퇴계 이황의 적통. 위 문장은, 갈암이 인척 관계였던 정달중의 묘표에 적어넣은 ‘정달중의 말’이다. ‘형식보다 슬퍼하는 마음이 앞서고, 사치스럽기보다는 검소하게’다. ‘털끝만큼도 남을 의식해서 지나치게 차리지 마라’고 했다. 조선 후기 최고의 유학자가 전하는, 제사 잘 모시는 방식이다.제사 모시는 방식에 대한 엉터리 이야기가 너무 많다. 추석이다. 제사 잘 모시는 방식, ‘제사에 대한 엉터리 이야기’를 더불어 살펴보자.홍동백서, 조율이시는 엉터리다펄쩍 뛸 사람들이 많겠다. 홍동백서, 조율이시, 오랫동안 제사 모시는 금과옥조로 받아들였다.‘홍동백서(紅東白西)’는 이른바, 제사 모실 때, 과일을 놓는 순서다. 제사 모시는 이를 기준으로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이다. ‘홍동백서’는,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는 뜻이다. 사전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불행히도 엉터리다. 조율이시(棗栗梨柿)는 대추, 밤, 배, 감(곶감)의 순서대로 제사상에 놓는다는 뜻이다. 역시 엉터리다.일제강점기 이전 어떤 기록에도 홍동백서, 조율이시는 없다. 맞다, 틀렸다고 이야기하기도 모호하다. 부디, ‘홍동백서’를 이야기하는 분을 만나면 어디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느냐고 여쭤보기 바란다. “옛날부터” “오래된 책에” “우리 집안에서”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예전의 오래된 책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다.제사상 차리는 법을 그린 그림은 진설도(陳設圖)다. 진설도 어디에도 홍동백서, 조율이시는 없다.어동육서(魚東肉西)도 마찬가지다. 물고기는 동쪽에, 고기는 서쪽에 놓는다는 뜻이다. 조선 시대 거유(巨儒) 우암 송시열(1607~1689년)이 말하는 어동육서의 유래는 엉뚱하다. 중국 기준으로 동쪽은 바다, 서쪽은 내륙이다. ‘어동육서’는 여기서 시작된 게 아닐까, 라는 추측이다. 우암도 이 문제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왜 고기는 서쪽에 놓고, 생선은 동쪽에 놓습니까?”라는 질문에 속 시원하게 대답하는 이는 없다. 역시 예전부터 내려오는, 옛날 자료에, 라는 엉뚱한 대답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우암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이 있다는 정도다.세종대왕의 시대는 조선 초기다. 건국 직후, 법률을 비롯하여 사회 규범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았을 때다. ‘세종오례의’가 나온 이유다. 우선 급하게 법령을 만든다. 이 문서에 제사상 차림이 있다. 중국 측 자료를 참고하고, 조선에 맞는 ‘공식 제사상 차림’을 만들었다.상차림 앞줄에 ‘생율(밤), 생이(배), 실상(잣), 산자(한과, 과줄, 박산), 은행, 강정, 약과, 호도(호두), 사과, 홍시(감), 대조(대추)’ 등이 나타난다.‘조율이시’는 어디에도 없다. 조율이시는 대추, 밤, 배, 감의 순서다. ‘세종오례의’에는 밤, 배, 감, 대추의 순서다. ‘조율이시’는 대추[棗, 조]가 가장 먼저다. ‘세종오례의’에는 대추가 가장 나중이다. 언제 변할 걸까?또 다른 의문점도 있다. 왜 대추, 밤, 배, 감만 순서를 정했을까? 밤은 있는데 같은 견과류인 호두는 순서에 없다. ‘세종오례의’에는 호두도 있다. 마찬가지로 순서에서 빠진 잣, 은행은 어디에 놓아야 할까?배는 있는데 사과도 순서에서 빠졌다. 이건 어떻게 된 영문일까? 조선 시대 제사상에는 수박도 없다. 과일 진설 순서를 정하는 것은 우리 방식이 아니다. 1778년 궁중 장례원의 진설도에는 과일 이름이 아예 없다. 모든 과일을 ‘實果(실과, 과일)’라고 적었다. 종류나 순서는 없다.‘홍동백서’ ‘조율이시’는 허망하다.추석, 설날의 ‘차례’도 뒤틀렸다추석과 설날의 ‘차례’도 엉뚱하다. 내용과 형식 모두 뒤틀렸다.차례[茶禮]는 ‘차 한잔 올리는’ 정도로 간소한 의례다. 오늘날의 추석, 설날은 이것저것 뒤섞은 ‘짬뽕’이다.추석은 음력 8월 15일이다. 한가위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다’라고 표현한다. 2019년은 ‘이른 추석’이다. 양력 9월 13일이다. 오곡백과는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벼는 들판에 서 있고, 과일은 익지 않았다. 늦은 추석이라도 10월 초, 중순 정도다, 한반도의 추수,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것은 11월이다. 음력 8월 15일은, 농사일이 바쁜 계절이지 오순도순 모여 앉아 한담할 때가 아니다.한반도의 현대화는 ‘이농(離農)’이다. 농경사회는 산업사회로 바뀐다. 농촌 인구가 도시로 이주한다. 노동자, 학생이다.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갔다. 제사를 모셔도 도시로 간 아들, 딸들이 매번 농촌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1년에 두 차례 설날, 추석이 고작이다. ‘한가위, 오곡백과’의 신화는 이렇게 완성된다. 추석날 온 가족이 모이는 ‘아름다운 풍습’이 생긴 이유다.설날, 추석은 ‘민족 최대의 명절’이 되었다. 추석, 설날의 제사상은 기제사 상을 따른다. 기제사와 차례상이 섞였다. 차례(茶禮)와 제사는 같다. 차례상은 사라졌다.1969년 ‘가정의례준칙’이 발표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정확한 제사의 방식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1960년대, 이들이 대부분 제주(祭主)가 되었다. 진설 방식을 모르는 이도 많았다. 이런저런 이론들이 나타난다. 공무원이나 민간 모두 예전 자료를 뒤졌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의 자료였다. 허둥지둥 한국 방식으로 바꿨다. 뒤섞인다.‘홍동백서’는 일본식이다?‘홍동백서’도 이 무렵 어물쩍 끼어들었을 것이다.우리는 ‘홍백(紅白)’이 아니다. 우리는 ‘홍청’이다. 신랑, 신부는 ‘홍실, 청실’이다. 신혼부부의 베개는 홍실, 청실로 꾸민다. 태극기도 홍과 청이다. 위는 홍, 아래는 청이다.‘위키트리’의 어린 시절의 운동회, ‘청백전’에 대한 설명이다. ‘홍백’은 한반도로 건너온 뒤 ‘청백’으로 바뀐다.“(청백은) 푸른색[靑]과 하얀색[白]으로 편을 갈라 싸우는[戰] 것을 의미한다. 일본에서 헤이안 시대 미나모토 가문과 다이라 가문의 겐페이 전쟁에서 유래한 ‘홍백전’ 문화가 일제강점기를 통해 조선에 넘어온 뒤 대한민국 정부의 왜색 척결 및 반공사상 강화 차원에서 이름이 바뀐 것이다.”일본인들의 ‘홍백’은 뿌리가 깊다. 겐페이 전쟁[源平合戰]은 1180년, 원씨(源氏) 가문(흰 깃발)과 평씨(平氏) 가문(붉은 깃발) 사이의 내전이다. 이때부터 홍백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본 NHK의 연말 가요 프로그램은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이다.우리는 홍백을 청백으로 바꾸었지만 ‘홍동백서’는 일본식이라 여기지 않았다. 조선 시대 어느 기록에도 홍동백서, 조율이시는 없다. “언제, 누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없다. 근거가 없다. 일본 방식이라는 게 오히려 근거가 있다.반드시 전통을 따라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불가능하다. 따를 필요도 없다. 되새겨야 할 것은 제사를 모시는 정성이다. 제물(祭物)이나 형식이 전통은 아니다. 조선 시대 제사에는 반드시 생선 젓갈[醢, 해]을 사용했다. 지금 제사에 생선 젓갈을 사용해야 할까? 그렇진 않다. 형식은 변한다. 시대를 따른다.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은 정성이다.제사를 잘 모시는 방법은 무엇일까? 갈암 이현일의 글에 답이 있다. “형식보다는 진정으로 슬퍼하는 마음, 사치스럽지 않게, 검소하게, 정성스럽게”다.그까짓 과일 어디에 놓으나 무슨 허물이랴?/맛칼럼니스트 황광해

2019-09-02

‘폴리페서’의 ‘앙가주망’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폴리페서(polifessor)’가 ‘앙가주망(engagement)’을 강변(5F37辯)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을 상실하고 정치권력의 시녀가 된 폴리페서가 ‘정의의 상징’인 법무부 장관을 맡게 된다면 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조국 교수를 둘러싼 의혹들은 마치 ‘비리백화점’ 같다. 자녀의 입학관련 부정, 웅동학원의 불법과 탈법, 사모펀드 투자, 자녀의 논문게재 및 장학금 특혜 등 그 의혹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교수로서 마치 ‘정의의 사도’나 되는 것처럼 열을 올렸던 ‘도덕적 담론’은 이제 부메랑이 되어서 다시 돌아왔다. 그가 격렬하게 비난했던 폴리페서는 알고 보니 바로 자기 자신이었고, 특목고 출신은 원래의 설립 취지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해놓고서는 외고를 졸업한 딸은 이공계 대학을 거쳐서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갔다. 논문의 편법 게재를 비판했으면서도 고2 학생이었던 딸은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을 제치고 의학전문 학술지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이처럼 그가 평소에 교수로서 했던 말들은 모두가 위선임이 드러났다. 서울대 학생들은 조국 교수를 ‘부끄러운 동문 1위’로 선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캠퍼스 촛불집회를 하면서 “서울대 학생으로서 조국 교수님이 부끄럽다. 장관은 물론이고 교수의 자격도 의심스럽다”고 하면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그를 둘러싼 비리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짬짜미한 ‘교수 카르텔’ 역시 우리나라 교수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조국 교수의 딸을 논문의 제1저자로 올려 어떠한 처벌도 받겠다고 인정한 단국대 장교수, 다른 사람에게는 장학금을 한 번씩 주고 ‘낙제생’에게는 격려 차원에서 6학기나 계속 줬다는 부산대 노교수, 대학생 이상 지원자격이 있는 ‘유엔인권인턴십’에 고교생이었던 두 자녀를 선정, 파견했던 서울대 정교수 등도 역시 폴리페서라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조국 교수의 은사인 서울대 최대권 명예교수는 “트위터 날리며 청와대 수석 하느라 바빠 생긴 학문연구의 공백에도 어떻게 복직할 염치가 남았는지 딱하다”고 하면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마음으로 법적 정의와 보편적 양심을 좇아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또한 그를 아끼던 선배이자 진보인사인 신평 교수도 “당신이 진보귀족으로서 지금까지 저질러 온 오류와 다른 사람들에게 안겨준 상처들에 대해 깊은 자숙의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꾸짖고 있다. 게다가 사태를 관망하던 검찰도 드디어 전방위 압수수색에 착수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앙가주망’을 하겠다고 버티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도덕성을 상실한 폴리페서는 ‘앙가주망’을 말할 자격이 없다. 정치지도자는 모름지기 수신(修身)과 제가(齊家)를 한 후에 비로소 치국(治國)을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로서 자신과 가족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사람이 나라를 위해 정의로운 사법개혁을 하겠다고 하니 ‘소가 웃을 일’이다.

2019-09-02

자동봉진의 스펙세습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스펙세습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문제가 된 게 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이다. 이른바 ‘자동봉진’의 스펙세습이다.입시에서 합격기준이 아리송한 학생종합부전형, 이른바 학종을 통과하려면 ‘학생부에 기재하는 모든 항목이 번듯해야 한다’는 게 통설이다.내신과 수상실적처럼 점수를 매기기 좋은 항목뿐 아니라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다 ‘자동봉진’(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기록, 독서활동까지 빼곡히 적혀 있어야 한다.국회에서 열린 ‘특권층 대학부정입학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 1차회의에서 우리교육연구소 소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른바 스카이(SKY)대학에 들어간 기득권층 자녀가 4만7천여명이며, 재작년 서울대 입시에서 자동봉진을 통해 수시로 입학한 특목고·자사고 학생이 3분의 2에 해당하는 65%인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전체 학생비율의 4.5%다. 95.5%의 약자집단 부모들에게는 3분의 1이 배당되고, 4.5%의 부모들에게 3분의2가 배당되는 시스템이라는 분석이다.그런데 자동봉진으로 들어가는 수시가 80%이고, 정시는 20%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자동봉진이란 기록이 스펙세습의 핵이 되고 있다. 이러니 조국 후보자 딸이 특혜입학 논란에 휘말려서가 아니라 기득권층에 유리하게 설계된 입시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현행 대학입시 전형이 이처럼 복잡하기 그지없고, 각각의 대학별 전형까지 감안하면 학부모들이 자녀의 대입에 훈수를 두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런 현실이 입시컨설팅이나 고액 입시 코디네이터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게 ‘자동봉진’ 스펙 논란을 지켜본 서민들의 씁쓸한 소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02

4천 번 실패를 넘어서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인 잭은 대담한 질문을 던집니다. “췌장암을 진단하는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잭은 암에 걸리면 특정 단백질이 혈액에서 증가하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라? 해결책은 간단하겠네? 췌장암에 걸릴 때 증가하는 단백질을 찾으면 되잖아?”하지만 잭은 혈액 속 8천 종류 단백질이 있다는 걸 아직 몰랐습니다.잭은 다짐하지요. “내가 반드시 찾아내고 말겠어.” 산 같은 건초더미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 격이지만, 소년은 도전을 시작합니다. 방학 3개월 내내 단백질 하나하나 분석합니다. 주방 구석과 학교 실험실을 오가면서 실패를 반복합니다. 췌장암에 걸려도 미동도 없는 단백질 수치 8천 종을 하나씩 확인해 나갑니다. 실패, 또 실패, 또 실패… 잭은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르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순수한 결심을 지켜내죠. 방학이 끝나갈 무렵 잭은 발견에 성공합니다. 4천 번 실패 끝에 드디어 췌장암이 걸렸을 때 수치가 증가하는 단백질을 찾아낸 겁니다.‘메소텔린’은 췌장암, 난소암, 폐암에 걸리면 증가하는 단백질입니다. 잭은 기뻐 날뛰지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가만 생각해 보니 혈액 속에서 메소텔린이 증가했는지를 감지해 낼 센서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피를 한 방울 뽑아 센서에 떨어뜨리면 메소텔린의 지표를 알아낼 수 있어야 췌장암을 진단할 수 있을 테니까요.잭은 혼란에 빠집니다. 새 학기를 시작했지만, 메소틸렌 증가 수치를 혈액에서 감지해 낼 수 있는 물질을 찾는데 골몰하지요. 어느 날 생물 수업 시간에 책상 밑에 넣고 몰래 읽고 있던 과학 저널에서 탄소 나노 튜브에 대한 논문을 읽습니다. “유레카!” 머리카락보다 5만 배나 더 가느다란 탄소 나노 튜브에 메소텔린에 반응하는 항체를 엮으면 센서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습니다. (내일 편지에 계속)/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09-02

도시의 영웅 탄생을 방해하다

곽지영 포스텍 산학협력교수·산업경영공학과소방관, 경찰, 군인, 구급요원, 응급의료 종사자 등등. 공공의 안전과 시민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자기 몸을 던져 위험을 상대하는 것이 일상인 사람들. 언론은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벌어진 그들의 영웅담을 생생하게 전하고, 우리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린다.매번 그런 데자뷰 같은 반복을 접하는 필자의 감정은 이내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사명감으로 빛나는 제복 뒤에 가려져 미처 못 볼 수 있겠으나 그들은 우리 부모이고, 형제자매이고, 귀한 자식들이다. 국가와 도시 시스템이 취약하여 우리 가족인 그들을 자꾸만 순직하는 ‘도시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후배들 볼 면목이 없다.물론 국가 차원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는 2022년까지 전국 80개 이상 지자체에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과 도시 안전망 서비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은 관내 CCTV 영상, 교통, 기상, 시설물 정보 등 도시의 안전 상황을 한곳에서 모니터링하고 시청, 소방서, 경찰의 현장 대응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경북에서도 올해 구축이 완료된 포항과 경산을 시작으로, 2019년 새로 선정된 구미를 비롯해 김천, 영천, 안동, 울릉 등 여러 지자체가 다음 차례를 준비하고 있다. 통합플랫폼과 도시 안전망 서비스가 스마트시티 구현의 근간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치와 비교할 때 아직 첫 걸음마를 내딛은 정도에 불과하다. 예측불허, 위험천만인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지켜내는 일을 믿고 맡기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첨단의 정의를 갱신해가는 통신, 가전제품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비교할 때, 공공안전 분야의 스마트화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은 반성해야할 일이다.그래서 필자는 미래의 도시, 스마트시티 구축에서 우리가 가장 정성을 쏟아야 할 분야가 바로 안전이라 믿는다. 도시의 바람직한 미래에는 기술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위험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람들은 절대 없어야하기 때문이다.조용히 눈을 감고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그려본다.일반 가정을 비롯한 도시의 모든 건물에는 위험감지와 자기방어를 위한 지능형 장치가 마련되고, 유사시 그 장치의 모니터링과 제어가 원격으로도 가능하게 서로 연결된다. 집집마다 설치된 화재경보기와 소화기는 이제 상황을 스스로 감지해 자율적으로 동작하고 중앙 시스템에 상황을 알릴 줄도 아는 ‘스마트’ 버전으로 바뀐다.재난현장의 소방관은 스마트 안전장치로 철저하게 보호받는다. 각종 센서를 통해 수집된 현장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분석되고, 혼합현실 장치를 통해 구조자의 위치와 안전한 이동 루트 등 현장 대응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으며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상황실에서는 소방관들의 실시간 위치와 그들의 생체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며 만약의 위험상황에 2중, 3중으로 대비한다. 그 꿈속 도시는 스마트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인 연결성과 지능화를 통해 스스로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도록 변모하여 시민들과 안전요원 모두를 위한 진정한 안전망이 된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이제 더 이상 도시 영웅의 희생에 슬퍼하고 미안해할 일은 없다.

2019-09-02

책을 가까이

강성태 서예가·시조시인9월은 독서의 달, 이른바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다. 등화가친이란, ‘등불을 가까이 할 만하다’라는 뜻으로, 중국 당나라 대문호인 한유가 그의 아들에게 독서를 권하기 위해 지은 시 ‘부독서성남시’(符讀書城南詩)의 끝부분에 나오는 구절이다.‘때는 가을이라 긴 장마 걷히고/신선하고 서늘한 바람 들에서 불어오니/등불 점점 가까이 하고/책을 펼칠만 하다’ “시추적우제(時秋積雨霽) 신량입교허(新凉入郊墟) 등화초가친(燈火稍可親) 간편가권서(簡篇可卷舒)” 54행으로 된 오언고시(五言古詩)에서 한유는 어려서 비슷하던 아이들이 자라나 두각을 드러내면서 하나는 용이 되고 하나는 돼지가 되는 것, 누구는 군자가 되고 누구는 소인이 되는 것은 배우고 배우지 않은 차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들을 아끼는 마음과 공부를 채근하는 마음이 엇갈린다면서도 세월을 아껴 책을 읽고 시를 지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도록 권면하고 있다.우리나라의 독서율은 해가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1994년 86.8%에서 2013년 71.4%, 2017년에는 60% 이하로 떨어졌다. 1년 간 책을 한 권도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10명 중 4명이나 된다. 시대가 각박해지고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 휘말려서일까?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간편하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수시로 보거나 들을 수 있으니, 독서에 투자하던 시간과 노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면서 책과는 점차 멀어지게 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초간편사회가 된다 해도 책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것까지 가져다 주지는 못한다. 생각의 힘과 창의성은 독서와 토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독서는 깨달음의 원천이다. 경험해보지 못해 얻을 수 없는 것들을 간접적으로라도 얻게 해준다. 그것은 곧 주어지지 않은 것을 보이게 하고, 존재하는 것을 다르게 생각하며, 낡은 것을 새롭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독서는 사람의 재능을 밝혀주고 지혜를 더해주는 마음의 등불이라 하지 않았던가.필자의 주위엔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독서와 토론을 하고, 소리 내어 윤독(輪讀)을 하며 책읽기의 재미에 빠지는 분들이 더러 있다.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진지하며, 중년의 연배임에도 저마다 글 읽는 목소리는 샘물처럼 낭랑하기만 하다. 아마도 변하지 않는 친구를 대하듯 책과 만나고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정겨움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리라. 독서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고 소소하지만 생활의 저변에서 독서문화를 조성해가는 작은 변화의 물꼬가 아닌가 생각된다.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키우고 길러낸다.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는 책 속에 가득하다. 책을 읽는다면 그 계기들을 만날 수 있고, 고금동서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천랑기청(天朗氣淸)한 가을의 길목에서 풀벌레 소리의 화음에 맞춰, 책장마다 새록새록 피어나는 감칠맛 나는 이야기 나라로 독서여행을 떠나보자.

2019-09-02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의 비어있는 두 자리

백선기 칠곡군수칠곡군은 예로부터 국방의 요충지로 6·25전쟁 당시 칠곡에서 펼쳐졌던 ‘다부동 전투’ 승리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반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있게 한 호국·평화의 도시이다. 이러한 칠곡의 역사와 도시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은 문화행사가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이다.2013년부터 개최된 낙동강대축전은 특산물을 활용해 먹고 즐기는‘그저 그런’축제가 아니다. 6·25전쟁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며 전쟁의 아픔을 일깨우고 전세계에 평화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기획됐다. 낙동강대축전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참전용사에게는 보은(報恩)의 장이요, 전후세대에게는 안보를 교육하는 현장학습의 무대이다. 올해는 오는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칠곡보생태공원과 칠곡보 오토캠핑장 일원에서 열린다.그동안 전쟁과 평화라는 다소 무겁고 교훈적인 주제임에도 지역 정체성과 차별화된 콘텐츠로 축제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며 30만 명의 구름 관람객을 불러 모았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지침에 따라 실시한 평가에 따르면 낙동강대축전의 만족도는 5점 만점 기준으로 4.28점으로 문화관광축제 평균인 3.47점을 크게 상회하며 만족도 최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내용과 흥행’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명품 축제로 평가받았다. 재방문, 추천의사, 구전의사 등에서도 평균 4.34점이라는 최고 수준의 점수를 기록, 높은 만족도를 반영했다. 외지방문객 1인당 평균소비금액은 4만4천594원으로 분석됐다.낙동강 대축전을 통해 호국과 보훈이 6월 같은 특정한 시기와 현충시설과 같은 제한된 장소에서만 실천하는 의전행사가 아닌 일상의 삶 속에서 향유하고 실천하는 문화행사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국내 유일의 호국 축제이자 명품축제를 개최한다는 자부심으로 민관이 하나 돼 축제준비로 분주하다. 낙동강이 가지는 역사, 기억, 호국을 바탕으로 ‘칠곡, 평화로 흐르다’를 주제로 펼쳐지며, 육군 제2작전사령부 주관의 ‘낙동강지구 전투전승행사’와 통합 개최해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칠곡보생태공원을 중심으로 평화 테마파크와 강 건너 오토캠핑장에 위치한 호국 테마파크로 공간이 분리가 되기에 각 테마파크를 잇는 ‘파크 브릿지’를 행사장 중앙 430m 부교로 설정해 공간도 연결할 계획이다.먹거리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푸드코트’가 새롭게 펼쳐진다. 대형 원형트러스를 푸드코트 공간으로 조성해 예년보다 더 많은 먹거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문화의 무대’객석으로도 활용해 먹거리와 공연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농·특산물 홍보관과 기업홍보관이 함께 자리하면서 지역홍보와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축전을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칠곡의 좋은 농·특산물과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특히 낙동강 방어선 전투를 생생하게 그려낸 실경 뮤지컬 ‘55일’을 통해 실제 경치를 활용한 뮤지컬의 매력과 감동을 느껴볼 수 있다. 뮤지컬 배우, 칠곡군민, 군인 등 총100여 명의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 뮤지컬은 55일간 낙동강 전투의 대서사시를 담아낼 예정이다. 뮤지컬 공연이 펼쳐지는 평화의 무대 바로 뒤에 위치한 낙동강과 관호산성을 배경으로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 음향, 특수효과 등이 조화를 이뤄 이번 축전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눈여겨 볼 것은 관람석에 비어있는 두 자리다. 올해부터 각종 공연이 열리는 무대에는 관람이 가장 용이한 VIP 좌석 두 곳을 전몰장병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종 장병을 위해 비워둘 예정이다. 국화꽃을 올려두고 정복을 입은 부사관 후보생이 미동도 않고 옆에서 지킬 예정이다. 비어있는 자리는 낙동강 대축전의 의미를 국민들에게 잘 전달하는 상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오늘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참전용사의 고귀한 희생에서 비롯됐다. 올 가을에는 6·25전쟁 최대의 격전지인 칠곡군에서 자신의 모든 것과 가족의 행복까지도 포기했던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억하고 존경과 감사를 보냈으면 한다. 역사의 이름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이젠 당신이 응답할 차례이다.

2019-09-01

나의 바다 찾기

문정민 교육컨설팅 에듀아이엠대표 (커뮤니케이션 전문강사)“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어릴 때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질문이다. 예전에는 둘 다 좋다며 대답을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제는 바다가 좋다고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다. 포항에 살면서 좋은 점을 물어보면 나는 주저 없이 ‘바다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것’이라 대답한다.주변에도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를 물어보면 각양각색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어린아이와 청춘은 여름 바다에 가서 신나게 놀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답답한 일이 있는 사람은 멀리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면 마음이 활짝 열린다고 하고 누군가는 깊은 파도 소리가 마음을 달래주어 좋다고 한다. 이유는 다르지만 바다가 우리에게 다채로운 방식으로 기쁨과 위로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나는 유난히 바다를 좋아해서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찾아가는 바다를 정해두고 있기도 하다. 에너지가 필요할 때는 ‘영일대’ 바다를 찾는다. 포항 인근 해수욕장 중 늘 붐비는 곳이다. 우리나라 해수욕장 중 도로와 상가들이 해변과 가깝게 있는 곳으로 손꼽힐 것이다. 영일대 바다는 계절과 관계없이 사람들이 모이고 구경거리가 많다. 해안 보도블록을 따라 걷노라면 다양한 전시 작품을 볼 수 있다. 특히 포항을 상징하는 스틸 아트 작품이 눈길을 끈다. 버스킹 공연장에서 들리는 통기타 소리가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상점 앞 테이블에 삼삼오오 앉아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웃음소리가 시끌벅적하다. 이때 바다는 조연일 뿐 주연은 사람이다. 그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며 나는 마침내 축 늘어진 어깨를 펼 수 있다.슬프거나 외로울 때는 ‘흥해읍 방석리’ 바다를 찾는다. 좁은 시멘트 포장길을 걸으면 방파제에 가렸던 탁 트인 바다가 나타난다. 길가 나지막이 핀 들꽃이 바닷바람에 맞춰 춤을 춘다. 그곁 삐죽 고개를 내민 달맞이꽃과 솜털을 뒤집어쓴 강아지풀이 정겹다.그 길 끝에는 파도를 온몸으로 껴안고 있는 시커먼 바위 군락이 있다. 옷깃을 여미며 바위에 서면 바다가 나를 둘러싼다. 바위가 바다 쪽으로 성큼 나와 있기 때문이다.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장엄하다. 바위 위에 서서 하염없이 몰려오는 파도와 마주하면 박목월 시 ‘크고 부드러운 손’이 떠오른다.“크고도 부드러운 손이 /내게로 뻗쳐온다. / 다섯 손가락을 / 활짝 펴고 / 그득한 바다가 / 내게로 밀려온다.”운명의 거센 파도를 온몸으로 견뎌낸 시인의 고백을 조용히 나도 읊조리며 사색에 잠긴다. 시인도 내가 보고 있는 이 바다를 보고 있었을 것만 같다. 온몸을 휘감는 소리에 눈물을 얹으면, 거센 파도에 내 슬픔은 소리없이 녹아내린다. 하얀 포말과 함께 무겁고 우울했던 감정은 넓고 깊은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한없이 넉넉한 바다는 이렇게 모든 것을 품어준다.복잡하게 얽힌 무언가를 정리하거나 집중해서 생각할 일이 있을 때는 ‘오도리’ 바다를 찾는다. 해변입구에 동화 속 마을처럼 아기자기한 카페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곳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도 좋지만 두 손에 담길 듯 작은 모래사장에 더 마음이 끌린다. 끝까지 걸어도 십 분이면 충분한 해변은 부담스럽지 않고 아담해서 좋다. 고운 모래는 몇 번을 잡아도 금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물은 깨끗해서 절로 손을 담그게 한다. 모래사장에 털썩 주저앉아 바다 앞 작은 바위섬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툭툭 모래를 털고 커피 한잔 테이크아웃해 주차장 턱에 앉는다. 온통 파란 하늘과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모든 것이 맑아진다. 그 순간 닫혀있던 감각이 열리며 다양한 하늘 풍경만큼 새로운 아이디어가 몽글몽글 피어난다.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온전한 쉼이다. 그렇다고 일상의 바쁜 일들을 제쳐 놓고 마냥 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때 가까운 바다를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잊고 있었던 나를 만나고,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가을에는 바다와 친해지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오늘 저녁에는 ‘영일대’ 바다로 발걸음을 옮겨볼 생각이다.

2019-09-01

구미경제의 굴욕

경북 구미는 박정희 대통령이 조국의 근대화를 염두에 두고 일으켜 세운 도시다. 포항제철과 더불어 한국 근대화 기치의 중심지 역할을 한 도시다.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지목한 전자산업이 이곳에서 출발했다. 1988년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휴대전화를 구미산업공단에서 개발하면서 애니콜 신화가 이곳에서 탄생한다. 디지털 기술혁신의 본향인 셈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 덩샤오핑조차도 경제 발전의 모델로 삼고자 했던 곳이 바로 구미였다.1973년 구미 1공단이 준공되면서 가난한 농촌마을은 상전벽해가 된다.공장이 들어서자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도시는 활기로 차고 넘쳤다. 1999년 구미공단은 전국 단일 공단으로서는 처음으로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05년 수출 300억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전국 어느 도시도 넘나 볼 수 없는 최고의 수출중심 도시로 성장했다. 낙동강의 기적이라 불렀다. 적어도 2010년 이전 만해도 울산시와 맞먹는 부자 도시였다고 모두가 자부했다. 잘 나가던 구미 경제가 심각한 곤경에 빠졌다는 소식이 자주 들리고 있다. 삼성전자 LG 등 대기업의 해외 이전과 경기침체 등 복합적 요인 때문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통계상에 나타난 수치로 볼 때 구미의 경제는 이미 중증에 빠져든 것 같아 걱정이다.공단 근로자수 감소와 공장 가동률 전국 최하위, 실업률 전국 최고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다. 특단의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할 판이다. 공단 설립 50년 만에 구미 경제가 굴욕적 상황에 직면한 꼴이 됐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선두주자인 구미의 옛 명성을 회복할 묘책이 지금 필요한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01

‘음모론’의 虛와 實

안재휘 논설위원정치판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를 둘러싼 오만 의혹들을 놓고 패 갈라 싸운다. 그런데 조국이 별별 망신을 당하는 한동안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당당하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기류가 좀 달라지고 있는 느낌이긴 하다. 이제야 민심을 조금이라도 살피고 헤아린 것인가. 물론 변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어떤 것도 없다.검찰이 전격적으로 조국과 관련된 거의 모든 곳에 압수수색 반원을 투입한 뒤 음모론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시간만 지나가면 자신들을 지휘할 법무부 장관 후보를 향해 칼을 뽑은 초유의 검찰 결단에 무수한 흉계설이 날아들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도대체 왜 ‘오버’라고 욕먹어가면서 이런 극약처방을 내린 것인가. 성층권 대붕(大鵬)의 아득한 공작정치가 시작된 것인가.조국을 둘러싼 여론전쟁은 필사적이다. 정부·여당은 조국이 밀리면 다 죽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모습이다. 아니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의 용(龍)이 묵묵부답이니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판단인 듯하다는 분석이 더 정확할 것이다. 윤 총장의 용단을 놓고 민주당이 총공세다.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면서 자기한테 안 물어봐서 화가 난 듯한 집권 여당 대표의 감정적 발언은 아무래도 이율배반이다.뭇 사람들이 원하는 검찰개혁의 으뜸 덕목은 ‘독립’이다. 오직 국가와 국민만을 위해서 사법권을 발휘하는 엄정한 검찰을 원한다. 윤석열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문 대통령도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했다. 윤석열이 누구인가.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오직 조직에 충성한다”는 감동적인 국회 답변으로 영웅이 된 인물 아니던가.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무산시키려는 불순한 거사로 의심하는 모양새다.적폐청산의 지휘관으로 살차게 칼을 휘두르던 윤석열의 모습을 기억하는 자유한국당은 예상치 못한 사태에 더욱 갈팡질팡하고 있다. 청와대와 고도의 묵계로 다른 큰 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모두 걷어 내지는 못한 것 같다. 아군의 팔 하나 꺾고 나서 적군의 허리를 꺾는 것은 검찰의 주특기다.‘동굴의 우상’에 영혼을 저당 잡힌 각계의 범여권 인사들이 거들고 나선 것을 보면 사태가 심각하긴 한 모양이다. 그 중에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저질 스릴러’라고 힐난한 유시민은 가히 이 나라 최고로 교졸한 궤변가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아무리 그래도 촛불 시위 대학생들을 향해 ‘물 반 고기 반’이라고 야유하고, 마스크를 벗으라고 소리친 건 너무 나갔다.그런 음모론적 시각이라면 박근혜를 대통령 권좌에서 끌어내린 촛불 시위 역시 ‘물 반 고기 반’이었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이미 보수의 뒤안길에는 당시 촛불 시위의 이면에 엄청난 음모세력이 있었다는 주장이 낭자하다. 어찌 됐건 무성한 음모론의 정글 속에서 도무지 앞이 안 보이는 일상을 견뎌야 하는 배고픈 민초들만 한없이 서글프다. 오면초가(五面楚歌)에 빠진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용은 도대체 왜 침묵하고 있나.

2019-09-01

경술국치일에 다시 보는 ‘한일합방 문서’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지난 8월29일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완전히 나라를 빼앗긴 수치스런 날이다. 1910년 8월22일 체결된 8개항의 합방 문서가 8월29일부터 효력이 발생한 것이다. 한일 합방조약 전문 1조에는 “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전부(全部)에 관한 일체 통치권을 완전히 또는 영구히 일본 황제 폐하에게 양여한다”고 되어 있다. 나머지 조항은 합방 후 한국 왕실에 대한 예우, 합방 훈공 한인의 예우, 한인들의 관리 채용 등 식민화를 위한 사탕발림식 내용이 들어 있다.일본은 치밀한 계획을 통해 조선의 국권을 강제 탈취하였다. 일본은 1905년 을사조약을 통해 외교권을 강탈하고 통감부를 설치하여 내정 간섭을 시작하였다. 1907년 고종을 강제퇴위시키고, 행정각부에 일본인 차관을 임명하여 실질적인 내정을 장악하였다. 뒤이어 군대를 강제해산하고 사법권과 경찰권까지 탈취하여 1910년 한일 합병 조약을 완성케 한 것이다. 합방문서의 전문에는 ‘양국의 상호 행복을 증진하고 동양의 평화’를 위해 병합조약을 체결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말미에는 총리대신 이완용과 통감 데라우치 마사다케의 서명이 들어 있다. 임금의 옥쇄도 없는 이 엉성한 문건이 식민 통치의 근거가 된 것이다.이러한 경술국치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경술국치는 일본의 강점이라는 외재적인 원인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매국노 이완용과 송병준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 당시의 독립협회 만민공동회의 활동은 광무 정권의 외교 노선과 입장을 달리하였다. 애국 계몽세력과 위정척사 유생들 간에도 민족 문제로 갈등하였다. 갑오개혁과 광무개혁은 실패하고 정약용 김옥균의 개혁정치는 이상에 지나지 않았다. 한말의 무능한 국왕과 관료 부패와 대립이 경술국치를 자초한 셈이다. 우리는 한말의 정세를 거울삼아 일본의 경제 압박을 여야가 합심하여 대처해야 한다. 오늘도 우리에게 백배 사죄해야할 가해자 일본은 반성은커녕 경제 문제로 우리를 겁박하고 있다.아베의 경제제재는 후발국가인 한국의 전자, 통신 산업 등이 일본을 앞지른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그들은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전략물자의 유출 등 우리에 대한 안보 불신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폐기는 지극히 당연한 조치이다. 우리 국민들이 아베의 오만불손한 태도에 분노하면서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일본이 다시 국제법 위반 운운하면서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자가당착일 뿐이다. 우리는 차제에 일본 의존적인 경제부문에 과감히 투자하여 새로운 경제 기술 프레임을 서둘러 구축해야 할 것이다.우리는 극일을 위해서 109년 전의 경술국치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 나라의 젊은 세대들은 경술국치의 의미마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지자체의 조례에는 엄연히 조기 달기를 규정하고 있지만 관청에서도 조기게양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46개의 국가기념일이 제정되었지만 아직 경술국치일만은 빠져 있다. 경술국치일을 우리가 ‘국민 각성의 날’로 제정해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은 희망이 없다는 말을 다시 명심할 시점이다.

2019-09-01

아이들의 삶과 연결하기

김현욱 시인계절의 변화는 칼날처럼 어김없다.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풍요로운 가을이 온다. 달콤한 여름방학을 보낸 아이들은 개학하고 2학기를 시작했다. 9월이 되면 학교와 도서관, 각종 단체에서 독서, 문화행사가 풍성하게 열린다. 포항시립도서관은 ‘2019 바다로 나온 도서관’을 준비 중이다. 포항문인협회는 덕수동 수도산에서 제20회 재생백일장을 연다. 포항문화재단과 포항시립미술관에도 행사가 풍성하다. 참 볼 것 많고 갈 데 많은 9월이다.방학 중에 동료 선생님들을 만나 ‘한 학기 한 권 읽기’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동료 선생님들은 학창 시절에 책 읽어주는 선생님을 만난 적이 없었다. 1990년대의 학교 도서실은 열악했고, 형식적인 독서교육을 받았다. 학창시절에 만난 선생님들은 책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다. 오로지 성적과 입시, 대학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런 시절을 거쳐 교사가 된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는 아이들과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한다. 독서 강연을 갔다가 만난 어떤 젊은 교사는 “독서 교육 꼭 해야 하나요? 아이들이 스스로 읽게 놔두면 안 되나요?”라고 항변했다. 틀린 말도 아니다. 문제는 그렇게 말한 담임 선생님과 1년 동안 함께 지낸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찾아 읽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학창 시절에 만난 선생님에게서 무얼 배웠느냐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남는 것은 그때 그 선생님들의 태도다. 나를 어떻게 대했던가. 우리에게 어떻게 대했던가. 그 선생님은 무엇을 소중히 여겼던가.2학기에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가 한 선생님이 말했다. “2학기에는 아이들과 동시집을 같이 읽으려고 해요. 요즘 아이들은 시를 잘 안 읽어요. 방학 때 동시집을 읽다 보니 그동안 내가 알던 시와 다르더라고요. 아이들의 삶이 잘 드러나서 아이들도 좋아할 거 같아요.”정치든 예술이든 삶과 동떨어진 것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일 뿐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아이들의 삶이 분리된 지는 오래다. 시험이 끝나면 쓰레기장에 교과서와 문제집이 수북하게 쌓인다. 학기별로 학년별로 필요 없는 것들, 수명을 다한 것들이다. 거기다 4차 산업혁명 운운하며 뭔가를 새로 배우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시험만 치면 필요 없는 것들을 배우느라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낭비한다.진정한 배움은 자신의 삶과 연결될 때 가치가 있다. 학창 시절에 행복한 독서 경험은 아이들의 삶에 큰 흔적을 남긴다. 첫 키스 같은 책 한 권은 평생을 간다. 한 학기 한 권 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삶과 연결하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삶의 대부분은 평범하고 사소한 일들을 바탕으로 흘러간다. 대통령이라고 아이돌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먹고 자고 일하는(배우는) 게 전부다. 특별할 것 없는 자신의 일상 속에 우주의 영원한 진리가 있다. 우리가 애타게 찾아 헤매는 행복이 있다. 세발자전거에서 두 발 자전거로 옮겨가기 위해 매주 고군분투하는 딸과 자전거 관련 그림책을 읽으며 삶과 배움이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나는 기다립니다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해보는 게 배움이다. 삶이 배움이고 배움이 삶이어야 한다. 그날 우리가 모여서 나눴던 고민의 대부분은 아이들의 삶과 배움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였다.

2019-09-01

21세기 에디슨이라 불린 소년

의대손(宜代孫)은 고종황제 승정원일기에 나오는 인물입니다. 의대손이 만든 발명품을 구입해 궁궐에 도입하려 시도 중입니다. 촛불과 횃불에 의존해 밤의 조명을 해결해야 했던 우리 궁궐에 서양의 전구가 최초로 들어오게 된 셈이죠. 의대손은 에디슨의 발음을 한자로 표기한 겁니다. 에디슨은 당시 조선의 궁궐에 자신의 발명품이 설치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뻐했다고 전합니다.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1천200번의 실험을 거친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물론 에디슨 이전에도 몇 사람이 전구의 발명을 성공했지만, 필라멘트 수명이 상용화할 정도로 제대로 된 것은 에디슨의 업적이라고 해석하고 있지요.에디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1천200번의 실패를 한 것이 아닙니다. 전구를 켤 수 없는 1천200가지 방법을 알아낸 것뿐입니다.”21세기 에디슨으로 불리는 한 소년이 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에 사는 열다섯 살 잭 안드라카(Jack Andraka). 잭은 아버지 친구 ‘테드’의 죽음을 경험합니다.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거였지요. 췌장암은 자각 증세가 없고 미리 예후를 알 길이 없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죠. 발견하면 이미 암세포가 다 퍼진 말기 상태라 췌장암 진단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조금만 더 일찍 발견할 수 있었더라면’ 잭은 이구동성으로 한탄하는 말을 듣고 질문을 던집니다.“왜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일까?”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잭은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 정보를 뒤지기 시작합니다. 의학 논문, 저널, 책, 대학 강의 등을 섭렵하지요. 잭이 발견한 충격적인 결론은 이렇습니다. 지금 의료계가 사용하는 췌장암 진단법은 60년 전에 개발한 방법으로 정확도는 30%에 불과하며 4시간이나 걸리고 비쌉니다. 한 번 검사에 92만원(800달러). (내일 편지에 계속)/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09-01

지소미아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요즘 ‘지소미아’라는 생뚱맞은 단어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필자도 처음 이 발음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있다. 지소미아는 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로 국가 간에 군사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협정을 말한다. 사실 이 발음에는 문제가 있다. G만 알파벳으로 부르고 나머지는 한 개의 단어로 부르는데, 이런 예는 법학전문대 시험인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 을 ‘엘샛’이라고 부르는데 근거하지만 이 경우 L은 독립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데 반하여 General은 독립적 의미가 약하기 때문에 사실상 ‘지소미아’는 발음상 문제가 있다.어쨌든 한일간에 맺어진 지소미아를 한국측이 일방적으로 폐기함으로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소미아는 한국은 주로 탈북자, 북중 접경 지역의 인적 정보를 일본에 공유하고 일본은 첩보위성 및 이지스함 등에서 확보한 시긴트(sigint) 등 정보자산을 한국에 제공해 왔다. 그런데 지소미아 폐기는 한일 뿐만이 아니라 한미 동맹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파악된다. 애초에 지소미아는 미국이 제안하여 북한을 감시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일이 맺도록 한건데, 한국이 이에 반기를 드는 것은 미국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미국측이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트럼프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는 한·일 갈등에 대한 워싱턴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었다”고 주장했다.한국이 지소미아 파기로 미국을 일본 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국을 편들어주던 미 정부내 인사들도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파기해버리는 것을 보고는 돌아섰다고 보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지소미아 파기는 미국 안보, 미국 국익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문제이다”라고 말한다.일본의 극우 언론이긴 하지만 일본 산케이 신문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방침이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며 향후 한·미·일 3국 공조 체제에서 이탈하는 전조라는 주장을 했다. 이들은 극단적으로 “한국이 ‘자유진영’에 있는 시간이 앞으로 오래 남지 않았다”며 자유민주주의 동맹에서 빠져나갈 날이 가까워졌다고 주장했다.이러한 일본 극우의 주장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이들의 우려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한국은 한국-미국-일본의 삼각 동맹을 공고히 하고 안보에 관한한 한치의 의심도 없이 3개국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 지소미아는 북한과 중국이 싫어하는 협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협정이 더욱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다.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보도에서 “지소미아 폐기로 한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태가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이 보도에는 근거가 있다. 한국이 북한이 원하는대로 해주고 있지만 실제 북한은 한국 정부와 한국의 대통령을 경멸하고 깔보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북한에 얕보이지 않으려면 한미일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여야 한다. 북한이 칭찬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칭찬 뒤에는 깔보임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힘의 균형은 상대의 전술에 말려들어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2019-08-29

넓고 깊은 생각을 키우려면

영화 ‘올드보이’에서 15년 동안 밀폐 공간에 갇혀 있던 최민식은 끝없이 묻습니다. “누가 나를 가둔 것일까? 유응삼? 이소영의 정부? 강창석? 김사송?” 유지태는 말합니다.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니야.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점심은 뭘 먹을까? 내일 누구를 만나야 하지? 아이 학원은 어디로 보내야 할까?” 생각은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사람들은 오대수처럼 질문 자체가 맞는지, 틀렸는지 고민하지 않습니다. 답만 추구하니 틀에 박힌 결과만 경험합니다.질문이 변하면 생각이 확 달라집니다. 알파고와 바둑 두던 이세돌을 기억하십니까? 이긴 쪽 우승 상금은 100만달러. 행사비용은 100만 달러. 모두 200만 달러(22억원)를 들인 행사였습니다. 구글은 이렇게 질문합니다. “사람들 머리 속에 인공지능 AI의 발전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남길 것인가?”인공지능, AI라는 난해한 개념을 한순간에 사람들에게 각인시킬 수는 없을까? 생각을 거듭합니다. 제대로 질문하자 찾아온 답은 놀라웠습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 승부’ 전 세계가 주목할 것은 뻔합니다.대국은 모두 다섯 판이 벌어집니다. 이 다섯 번의 바둑 시합이 벌어지는 일주일 동안 구글의 시가 총액은 무려 58조 원이나 상승합니다. 하루에 10조 원 이상 돈을 쓸어 담은 겁니다. 22억 원 투자 후 58조 원 거두기. 구글은 너무도 선명하게 인공지능 분야 미래를 전 세계에 보여줬고, 사람들 머릿속에 남은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질문이 바뀌면 생각의 틀이 확 바뀝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습관적으로 질문하던 틀을 깨 보는 9월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질문을 의심치 않고 답만 찾으려 애쓰던 구습을 깨고 질문이 온당한가, 전제의 오류는 없는가를 깊이 숙고하는 멋진 가을 맞으시길!/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08-29

영양의 ‘통곡’

전국에서 손꼽히는 오지 마을은 경북의 봉화(B), 영양(Y), 청송(C)이다. 세 곳의 영어 머리말을 따서 속칭 BYC라 불렀다. 그중에서도 영양은 오지 중 오지다. 전국 도시가 다 있는 교통 신호등이 영양에만 없다. 지금은 인근의 교통량 증가로 2개의 신호등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에서 4차선 도로가 없는 유일한 자치단체로 남아 있다. 그나마 있는 도로는 낙석과 선형 불량으로 주민의 통행을 심각히 위협한다. 주민이 옷 한 벌 사고, 병원 한번 가기 위해 인근 지자체까지 1시간 이상 가야하는 불편을 겪는다. 못사는 남의 나랏일 같다.군민이 교통문제를 민원 삼아 최근 궐기에 나섰다고 한다. ‘영양군민 통곡위원회’라 이름을 정하고 정부에다 호소문을 올렸다. 온 세상이 천지개벽할 만큼 바뀌고 있는 데도 영양군만 제자리 걸음이라는 안타까운 호소다. 국토균형 발전은 그들과는 상관이 없는 얘기다. 통곡(痛哭)이란 이름이 실감이 난다.영양군의 인구는 1만7천명. 울릉군을 빼고 나면 국내서는 인구가 가장 적은 자치단체다. 면적의 93%가 임야와 농지다. 초중고 모두 합쳐 학생수는 도시의 한 학교 규모만 하다. 군의 재정자립도는 겨우 4%다. 영양군이 내세우는 자랑거리는 청정자연과 수려한 경관뿐이다. 군청 홈페이지나 홍보물에는 어김없이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강한 태양빛, 최상의 농산물 등이 소개된다. 이 덕에 영양군은 2015년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협회로부터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지정을 받았다. 밤하늘의 투명도가 뛰어나 은하수나 유성 등을 육안으로 관측 가능하다는 말이다. 청정도 좋지만 주민의 편리성인 교통 문제도 중요하다. 군민의 통곡 소리에 정부가 답할 차례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8-29

머나먼 사법개혁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문재인 정부의 핵심실세로 꼽히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름으로써 인사청문 정국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이 조국 후보에 대해 제기된 여러 의혹과 관련된 20여곳에 대해 동시다발로 압수수색을 벌였기 때문이다. 특히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에 나설 조국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수사하려는 것’이란 주장에서부터 ‘조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짜맞추기 수사’라는 추측까지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치열한 논쟁끝에 9월 초 청문회 일정을 가까스로 합의한 여야 정치권도 그저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야당이 비록 조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는 했지만 인사청문회 전에 검찰이 갑자기 압수수색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한 듯 하다. 청와대는 물론 검찰에 대한 지휘권을 갖고 있는 법무부장관도 사전에 협의나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20년이 다된 국회청문회 역사에서 검찰이 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니 구구한 해석이 난무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 조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규명은 청문회가 아니라 검찰수사에서 밝혀지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된 것 아닌가 싶다. 국민의 관심도 청문회가 아니라 검찰 수사에 쏠리고 있다. 조국 후보자가 청문회가 아닌 검찰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야권 입장도 당황스럽다.물론 검찰 수사를 주장해온 야권으로선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것을 탓할 수 없는 입장이다. 다만 하필이면 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압수수색을 벌여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킨 검찰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실제로 조 후보자를 상대로 한 국회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 청문회까지 일주일도 안 남은 기간에 검찰이 각종 의혹과 관련한 진실을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낼 리도 만무하다. 따라서 9월 초 청문회가 열리는 기간에도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청문회에 출석한 후보자나 증인들이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수사중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버티어도 어쩔 수 없다.더 중요한 것은 조 국 후보자를 더 이상 고집하다가는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어하는 사법개혁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검찰이 각종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 조 후보자가 법무장관에 취임한다해도 검찰개혁을 제대로 주도할 수 있을리 없고, 검찰개혁을 외쳐봐야 호응을 얻을 수도 없을 것이란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조 후보가 청문회를 무사히 마치든 못마치든 법무부장관으로서 맡은 소임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워보인다. 문재인 정부에는 조국 후보자 이외에 사법개혁을 추진할 인물이 전혀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국민이 바라는 사법개혁, 그 길은 너무 멀고도 멀어 보인다.

2019-08-29

처세보민

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세상 살아가는 일은 간단치 않다. 나와 너, 우리와 너희, 우리와 그들이 끓이는 섞어찌개가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흥미진진하고 포복절도할 일도 적잖다. 언어도단의 세계가 펼치고, 일망무제(一望無際)의 도저한 경지가 현현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에는 고수도 많고, 깊이를 측량하기 어려운 인물도 적잖다. 세상은 불가사의한 곳이다.로빈슨 크루소가 다시 인간이 될 수 있었던 소이는 ‘프라이데이’와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혼자 걸머지는 인생은 단출하다. ‘격양가’의 주인공처럼 “해 뜨면 나가서 일하고, 해 지면 들어와서 쉬고,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밭 갈아서 밥 먹으면” 그만이다. 일하기 싫으면 안하면 되고, 먹기 싫으면 굶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둘이 함께 있으면 다른 세계가 열린다. 그래서 나온 말이 ‘처세’다. 세상에 어떻게 거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개개인은 각자의 처소와 시간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판단할 것인지, 고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위정자는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백성을 평안하고 넉넉하게 인도할 책무가 있는 까닭이다. 거기서 나온 말이 ‘보민’이다.예로부터 처세보민은 동양사상의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550년 전란이 지속된 춘추전국시대의 종요로운 개념 하나가 처세보민이었다. 처세보민은 당대 지식인들이 깊이 사유하고 실천해야 할 사회적 의무였다.요즘 정치판의 블랙홀은 조국 현상이다. 마치 대한민국에는 그와 그의 가족만 있고, 문제를 야기하는 것처럼 사방에 조국 이야기만 울려 퍼진다. 못내 우려스럽다. 장관 자질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인적사항을 현미경으로 살펴서 온갖 트집거리를 찾아낸다. 그런 과정에서 인격모독과 사생활침해와 연좌제와 인격살인마저 가능한 염량세태가 두렵다. 우리가 이뤄낸 인권과 민주주의의 쇠퇴가 염려스럽다.다른 편에서 보면 조국 현상은 이른바 86세대의 양면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국사에서 선배를 가르친 유일무이한 세대가 그들이다. 7말8초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그들과 함께할 수 있었음은 축복이다. 진정 몰랐기 때문에 자연스레 ‘불치하문(不恥下問)’이 가능했던 아름다운 시절. 하지만 그들은 물질적 욕망에 포획된 첨단 자본주의 세대다. 돈이 돈을 벌고, 학벌마저 세습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세대이기도 하다. 80년대 대학평준화로 입학한 그들은 자유와 민주를 기반으로 하는 변혁과 혁명과 저항을 기치로 내건다. 그들의 이념과 경험이 바탕이 됐던 87년 평화대행진은 한국 민주주의의 정점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우리는 강남 8학군과 대치동의 발아를 목도한다. 오늘날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공교육의 진원지는 “나 이래봬도 이대 나온 여자예요!” 일갈한 타짜세대 아닌가 한다. 조국 현상에서 우리가 성찰할 대목은 ‘도덕경’ 44장에 있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서, 오래 갈 수 있다.” 나의 욕망을 어디까지 몰고 갈 것인가, 하는 최종지점을 확실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마음속에 ‘계영배 (戒盈杯)’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9-08-28

경북형 마을학교 2 - 되돌아오는 학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바뀌었다. 자연은 철이 바뀌기 전 중간지대를 운영 중이다. 급속한 변화에서 오는 혼돈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연의 배려에 작렬하던 여름 태양도 가을로의 자리 넘김을 준비하고 있다. 철 바뀜은 자연의 소리에서 확실히 알 수 있다. 매미 소리로 가득하던 여름 공간에 알락귀뚜라미, 넓은날개철써기 등 가을 곤충들이 소리로 가을을 짓기 시작했다.비록 자연은 변하지만, 필자는 매주 일요일 오후 6시면 출근한다. 왜냐하면 기숙사 학교인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 일요일 저녁에 귀교하기 때문이다. 산자연중학교는 네온사인 하나 없는 전형적인 면단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밤이면 간헐적으로 의무를 다하는 개짓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런 시골 마을이 일요일 저녁이면 길게 늘어 선 차들로 분주해진다. 차들은 서울, 경기, 전북 등 전국에서 학생들을 등교시키기 위해 학부모들이 운전해 온 차들이다. 산자연중학교는 전국단위 모집 학교이다. 지금 재학생들은 전국 10개 시도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에 귀가를 해서 일요일 저녁에 귀교를 한다. 귀교 방법은 대중교통, 개인차량 등 다양하다. 개인차량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19시에서 20시 사이에 집중해서 학교로 온다. 필자는 좁은 시골 길에 자칫 있을 교통 혼잡을 예방하기 위해 매주 일요일 19시부터 학교 앞 도로를 지킨다.이번 2학기에는 5명의 학생이 서울, 전북 등지에서 전학을 왔다.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전학을 희망했지만, 학비 부담 등의 이유로 전학을 포기했다. 그래도 이번 전학생들은 학교와 마을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한때 농산어촌 학생의 성공 기준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마을을 떠나 대도시로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농산어촌 지역의 학생들은 마을을 떠나기 위해 밤을 낮처럼 공부 하였다. 부모들은 그런 자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몸이 부셔지도록 일을 했다. 결국 많은 학생들이 공부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고향을 떠났다. 필자는 고향을 떠난 이들이 자녀교육을 고향 학교에서 시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녀뿐만 아니라 이촌(離村) 한 사람들까지 고향으로 돌아오는 상상을 해보았다. 만약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분명 지금과 같은 마을 소멸 현상은 없을 것이다. 필자의 상상 중 전자가 이번에 이루어졌다. 출향민(出鄕民)의 손주가 서울에서 이곳 영천으로 전학을 왔다. 전학 이유는 본교에서는 실시하고 있는 1인3기 교육, 몽골 해외이동수업 등과 같은 특성화 교육과 본교 특색 프로그램인 마을학교 수업을 받기 위해서이다.2015년부터 시작한 마을학교는 이름 그대로 마을이 학교가 되고, 학교가 마을이 되는 공동체 회복 교육 프로그램이다. 대표 활동으로는 학급 인성 전담 교사로 초빙된 마을 어르신들께서 매주 목요일 아침에 수업을 하시는 ‘인성전담 마을교사’ 제도이다.인구 절벽을 자초한 것도 교육이지만, 필자는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교육이라고 믿는다. 올해는 비록 한 명의 손주가 전학을 왔지만, 몇 년 안에 이촌 한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고향으로 되돌아오리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2019-08-28

양초와 다이아몬드 (3)

패러데이가 기록한 노트를 보면 의미 있는 발견 순간을 기록한 페이지에 11, 894번 숫자가 있습니다. 한 페이지에 3번씩 실험한 결과를 필기했으니 패러데이는 4천 페이지째 이르러 전자기 유도 법칙을 발견한 것이지요.빅토리아 영국 여왕이 온갖 지위와 명예를 보장해 주겠노라, 제안하지만, 패러데이는 정중하게 거절하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사후 가장 명예로운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할 것도 수락하지 않습니다. 끝내 평민들의 공동묘지에 자신의 시신을 묻어달라 유언하지요.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청소년을 위한 과학 특강을 개최해 다음 세대가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합니다. 패러데이가 시작한 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강연은 오늘날에도 역사가 면면히 이어져 200년 넘는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리차드 도킨스, 칼 세이건 등 연사로 초대받은 사람은 과학계 전설들입니다.20파운드 지폐 뒷면에는 패러데이 초상과 그 크리스마스 특강에서 양초 하나로 6개의 실험을 보여주는 위대한 강연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패러데이는 양초 하나로 다양한 물리, 화학 개념들을 설명한 후에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양초의 불꽃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지만, 다이아몬드는 불꽃이 없으면 결코 빛날 수 없단다.”‘단 하루를 살더라도 이렇게 사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이다’ 얼마 전 칼럼에 소개한 황농문 서울대 교수의 ‘몰입’ 예찬이었습니다. 두뇌를 5%도 채 가동하지 않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우리 인생에 일침을 가하는 따끔한 충고였지요. 사람은 뇌를 풀가동하고 몰입의 상태에 들어갈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하지요? 마이클 패러데이처럼, 책 읽기와 노트쓰기, 편지쓰기, 강의 듣기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몰입으로 열고 싶어 하는 그대를 존경합니다. 양초 불꽃처럼 눈부신 세계가 눈앞에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08-28

흔들리는 수소경제

수소경제는 화석연료인 석유가 고갈되어,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가 주요 연료가 되는 미래의 경제를 말한다. 이 말은 미국의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워튼스쿨 교수인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수소경제(The Hydrogen Economy)’(2002)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리프킨에 따르면 2020년이면 전세계적으로 석유생산이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고, 이로 인해 가격과 공급체계가 불안정해짐으로써 석유확보를 위한 분쟁은 불가피하다. 이에 대비해 우주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구하기 쉬우며, 고갈되지 않고 공해도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인 수소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에디슨 전력연구소는 현재의 소비 추세로 간다면 2040년경 석유가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수소경제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수소 에너지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데, 아이슬란드에서는 1999년부터 수소경제 프로젝트를 국책사업으로 채택했고, 미국에서도 수소 연료개발을 위한 사업에 착수했다.문재인 정부도 대통령전용차를 수소차로 선정하는 등 수소경제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않다. 수소경제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인 인프라인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를 위해 설립된 하이넷(HyNet·수소에너지네트워크)이 삐걱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출자사들이 출자 부담에 비해 정책지원이 미흡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속속 이탈하고 있다. 수소경제기본법 등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는 것도 불안요소다. 수소전기차를 비롯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가 정책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8-28

이게 대학인가

장규열 한동대 교수온 나라가 한 가지 사안에 묶여버렸다. 대통령의 인사가 중요하지만 이처럼 모든 다른 뉴스들을 묻어가며 국민의 마음이 힘들어야 하는지. 정부의 3권 밖에서 감시와 견제, 취재와 보도를 균형있게 해야 할 언론은 어디 갔는가. 이 와중에 급속도로 국민의 믿음을 잃어가는 집단이 있다. 대학. 사회에서 대학은 무엇인가. 전공지식의 심화를 위하여 연구하고 개발하여 발전의 토대와 가능성의 지평을 넓혀가는 곳이 아니었던가. 다음 세대와 함께 호흡하며 연구성과와 학습역량을 쌓아 학생들의 개인적인 발전에도 기여하는 곳이 대학이 아니었던가.젊은이들이 드넓은 학문의 세계와 치열한 담론의 지평을 만나며 학습과 연구로 견주고 연마하여 이전보다 성숙하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하는 곳이 대학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자란 인격체는 성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너끈히 책임지고 주변을 돌아보며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여 가도록 이끌어 내는 곳이 대학이 아닌가. 그래야 할 대학은 그 소명을 다하고 있는가. 대학에 어떻게 등수가 매겨지며 더 나은 대학이 따로 있을 수 있는가. 우리 대학은 언제부터 취업준비의 마당이 되어버렸는가. 부정이라도 저지르며 들어가고 싶은 대학은 대학인가 아닌가. 그런 줄 온 나라가 아는 터에 대학은 이에 대하여 한마디 언급도 없으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다짐도 보이지 않는다.누구보다 대학이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이 나라 교육을 누가 잘못하여 여기까지 왔는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어도, ‘대학과 대학입시’가 지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철학자 게리거팅(Gary Gutting)은 “대학이 과학과 인문학 그리고 예술의 모든 분야에서 ‘지성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개발하며 전수하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지성적인 문화’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잘 읽고 바로 쓰며 발견하고 개발하며 나누고 표현하는 능력을 대학에서 배우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가 능동적이며 민주적으로 움직여 가는 바탕을 대학이 만들어야 한다. 그런 결과, 학생들은 선택에 따라 취업을 할 수도 있고 창업을 할 수도 있으며 세상과 더불어 든든하게 이웃과 함께 살아내는 건강한 인격체로 태어날 터이다.대학은 각자의 정체성에 따라 다양한 교육과 연구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을 지원하겠다는 선의에 따라 대학의 운영과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일도 이제는 없어야 한다. 어려운 대학을 정부가 도울 수는 있어도 간섭과 제한이 적용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대학이 창의적이며 긍정적인 지향성을 가져 자율적으로 학풍을 만들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대학이 더 이상 입시부정과 같은 부끄러운 의혹과 혐의에 시달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학의 이름을 간판삼는 허망한 기대도 사라져야 한다. 대학이 좋아도 개인은 노력해야 세상이 바뀐다. 나라와 나라의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 대학이 그 본질부터 회복하여야 한다.대학이 세상을 바꿔야 하므로.

2019-08-28

영일신항만의 경제영토를 키우자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그동안 환동해 거점 도시, 국제 항만도시라는 슬로건에 어울리는 포항의 모습이 더딘 속도지만 이제야 이루어지고 있다. 10년 전 국가항만기본계획 발표 당시의 예정보다는 다소 지연된 느낌이지만 영일신항만 인입철도가 마무리 공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국제페리나 국제크루즈선을 맞이할 국제여객부두도 내년이면 완공된다고 한다. 동해안 유일의 국제 컨테이너항만이면서도 수도권 등의 물동량을 유치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던 최소 필요조건인 철도와 여객물류망이 항만 개장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갖추어지게 된 셈이다. 그동안 지역 경제계는 영일신항만 물동량에 고민이 많았다. 항만 물동량은 배후지역인 대구 경북지역에서 창출되어야 마땅하지만 인입철도의 부재가 최대의 약점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영일신항만의 정기 운항경로에 미주지역이 없다거나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되지 못하여 물동량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그러나 국가항만전략상 환동해 거점항만으로 자리매김한 영일신항만은 일반적인 항만의 성장경로를 밟기보다는 오히려 기능과 전략적인 측면에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영일신항만이 현재 기항하고 있는 지역·국가는 9개 지역(일본, 러시아, 중국, 홍콩, 태국,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이다. 이 지역을 시장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영일신항만은 지금까지 제대로 알짜배기의 지역과 항로를 개설하며 경제영토를 확장해온 셈이다.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시장성에 입각한 영일신항만과 관련된 9개 지역의 구매력평가GDP규모(2018년 기준)를 집계해 보면 총 42조6천22억 달러로 전 세계의 31.6%를 차지한다. 반면 그동안 항로가 없다며 아쉬워했던 선진 영어권 6개국(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의 비중은 20.2%에 불과하다. 게다가 2024년까지 9개 지역의 구매력평가GDP의 성장률전망치가 연평균 6.8%인 반면, 영어권 6개국은 3.9%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어 세계 시장에서의 비중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점이다.결론적으로 영일신항만은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기항 지역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파이를 키워나가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국제물류와 여객을 맞이할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등에 능통한 우수인재만큼은 계속 양성해 나가야만 한다. 여기에 자체 항만물동량의 창출만 해결하면 된다. 다행히도 9개 지역 대부분 생활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지역임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는 과거가 된 80~90년대의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용품들이 이들 지역 소비자에게는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참에 국내 시장에서 퇴출된 이들 제품을 생산하던 중소기업들을 영일만항 배후산업단지로 모아 과거의 제품들을 다시 생산하는, 굳이 명명하자면 ‘복고경제’를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수출시장에 맞춘 복고제품들을 포항에서 직접 생산, 수출한다면 지역 내 철강생태계를 보완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영일신만항의 물동량까지 늘리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2019-08-27

약속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우편물 중 ‘○○경찰서’라 적힌 것이 보여 얼른 집어들었다. 경찰서 민원실로 와서 귀하의 교통법규 위반사항을 확인하라는 통보였다. 바로 갔더니, 내 차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는 영상을 보여주며 안전운전 의무 위반이니 차후부터는 범칙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조심하라 하였다. 전혀 기억에 없는 일을 화면으로 확인하니 세상이 두렵기도 하였고, 운전습관을 스스로도 믿을 수가 없어 창구에 비치된 안전운전 서약서를 써서 제출하였다. 서약을 하고나면 교통규칙을 더 잘 지키게 될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 중 약속은 대단히 중요한 덕목이다. 지키자고 하는 것이 약속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끝끝내 지켜냄으로써 진한 감동을 주거나 그렇지 못하여 비극적인 종말이 될지라도 약속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에 좋은 소재이다. 필자가 청소년이던 시절, 혼성 듀엣가수의 노래‘약속’이 크게 애창되었는데, 오늘날의 가요처럼 가사가 절절하거나 요란하지도 않고 ‘약속~ 약속~ 그 언젠가 만나자던 너와 나의 약속’이 가사의 대부분이었다. 이 단순한 가사와 느릿한 멜로디가 당대 청춘들의 가슴을 적셨으니 아마도 약속이라는 그 깊디깊은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어린아이 때부터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수없이 많은 약속을 하고 이를 지키려 무진 애를 쓴다. 청춘남녀끼리 새끼손가락을 걸며 하는 약속, 부모와 자식 간의 약속이나 국가 간의 약속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약속은 없다. 사회 안전도 교통법규 등 사회적 약속의 이행으로 유지되며 약속을 위반함으로써 발생되는 위험은 매우 크다. 국제적인 약속의 위반은 커다란 분규를 불러 때로는 참혹한 전쟁의 비극을 맞기도 한다. 중요하지 않은 약속이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스스로와의 약속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의 양심과 내면 깊은 곳에서 약속을 지켰다고 자부할 수 있을 때는 어떤 실패에도 의연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는 더러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오늘이 어머님 기일이다. 어머님은 생전에 “나 죽거든 제사는 너희 아버지 기일에 함께 지내라”고 누누이 말씀하셨다. 저승에서도 삼종지도를 따르겠다는 당신다운 생각일 수도 있으나 아마도 하나 아들의 짐을 덜어주려던 마음이 더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어머님 떠나시고 몇 해 동안은 제사를 따로 지내다가 다섯 해가 지나고는 시속을 핑계로 아버님 제삿날에 함께 모시기로 하였다. 뭐가 옳은지는 모르겠으나 세월은 뭔가를 자꾸 변하게 만든다. 아마도 변하는 것은 세월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리라. 어머님 생전부터 약속된 것이기는 하나 어쩐지 세월따라 슬쩍 달라진 마음을 들키기라도 할까봐 영 편치가 않다.요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어수선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나와 어떤 약속도 위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애써 자존심을 지키려 하고, 아베 총리는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억지로 그들의 조치가 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이나 더 이상 대국으로서의 존엄은 찾아볼 수 없다. 필요에 따라 궁색한 떼를 쓰더라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는 말자.

2019-08-27

양초와 다이아몬드(2)

패러데이는 책의 가르침을 따라 근면한 독서, 노트 쓰기, 강의 참석, 편지 교환을 인생 습관으로 삼습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철학 문집’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메모 노트를 만들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꼼꼼하게 기록합니다. 열아홉 살부터는 소규모 과학 모임에도 정기적으로 참가하고, 회원들과 편지를 정기적으로 주고받는 일을 실천하죠.패러데이는 책을 읽거나 강연에 참석하면 철저하게 그 내용을 노트하고 자신의 생각을 수많은 페이지를 할애, 기록하고 또 기록합니다. 그리고 제본 기술을 이용해 노트를 멋들어진 책으로 만듭니다. 이 습관이 결국 인쇄소 제본공에서 위대한 과학자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왕립연구소 회원이었던 서점의 고객 윌리엄 댄스가 패러데이의 노트를 보고 감동합니다. ‘험프리 데이비 강연’ 고액 입장권 4장을 선물합니다. 험프리 데이비는 영국에서 가장 저명한 과학자였습니다. 인기 스타였지요. 패러데이는 험프리 데이비의 강연에 참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합니다.‘영국 왕실 기하학 수업’ 강연을 앞자리에 앉아 꼼꼼하게 메모하며 듣습니다. 네 차례의 강연 모두를 완벽하게 노트를 작성하고 멋들어지게 제본합니다. 그해 크리스마스이브에 강연 노트 제본한 책 4권을 험프리 데이비에게 선물로 증정하지요. 평소 습관대로 마음을 움직이는 편지를 씁니다. 자신을 실험 기구 닦기로라도 써달라는 내용이지요. 감명을 받은 험프리 데이브는 패러데이를 기억합니다. 꼼꼼한 강연 노트 제본이 정말 인상적이었거든요.제본공 패러데이는 마침내 영국 왕립연구소 험프리 데이비의 조수로 들어가, 마음껏 노트하고 사색하며 책을 읽고 실험실의 장비를 장인의 솜씨로 매만집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패러데이는 험프리 데이브를 능가하는 과학자로 성장합니다.(내일 편지에 계속)/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08-27

초대형 방사포

방사포는 다연장 로켓포의 북한식 명칭이다. 여러 개의 로켓탄을 한 번에 발사하여 특정지역을 제압하는데 쓰는 무기다. 로켓이나 제트엔진 등을 추진 동력으로 유도장치에 의해 날아가 목표물을 정확히 부수는 미사일과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북한의 방사포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 사용한 신기전(神機箭)이 원조라 할만하다. 신기전 화차는 조선 문종 때 제작됐다. 직경 46㎜의 둥근 나무통 100개를 나무상자 속에 7층으로 쌓아 나무구멍에 신기전 100개를 꽂아 화약에 불을 붙여 동시에 화살을 날린 무기다. 우리보다 중국의 다발 화전이 앞섰다. 이를 더 발전시킨 것은 조선의 신기전이다. 신기전의 제작 설계도는 현존하는 것 중에 가장 오래라 한다. 북한의 방사포 이른바 다연장 로켓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본격 등장했다. 소련과 독일이 로켓탄을 개발하고 미국도 대규모 로켓탄을 제작 로켓 포병을 운용했다. 오키나와 전투나 인천상륙작전에 이를 사용,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고 한다.지난 24일 북한이 새로이 연구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를 성공적으로 시험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 무기”라며 크게 기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라고 이름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미사일급 방사포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리고 “북한이 사거리와 고도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단거리 타격 능력을 완성시킨 것 같다”고 분석했다.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 북한 등 국제사회 안보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 대통령조차도 북한의 방사포 사격에 대해 남의 말 하듯 하니 세상이 달라진 것인지 어리둥절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반응은 유유자적이다. 정말로 이래도 되는 걸까./우정구(논설위원)

2019-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