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욱 시인읽기 능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쓰기 능력`이다. 제 힘으로 글을 써보아야만 책이나 교과서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글을 쓴 사람의 기분이나 심정을 상상한다거나 글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추측하는 것도 직접 글을 써본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글을 써보지 않으면 글을 읽을 수도 없다. 독해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지식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인 사고도 불가능하다. 단순히 과목으로서의 국어 실력이 아니라 모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수학도 사회도 물리도 그리고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능력이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이해하는 힘도 모두 모국어 능력과 연관되어 있다.그러므로 아이들이 글 쓰는 습관을 익히고 그 시간을 좋아하게 되면 학업에 필요한 다른 능력은 자연스럽게 갖추어진다. 얼핏 보면 너무 멀리 돌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것이 바로 아이들의 실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쓰기 능력은 학창시절뿐 아니라 대학시험을 치르고 취직을 하여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데도 크나큰 도움이 된다. 이런저런 상황에서 글을 써야 할 일이 생길뿐더러 글을 통해 그 사람의 실력과 인간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즉 쓰기 능력을 기른다는 것은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초등 글쓰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초등 글쓰기가 아이의 10년 후를 결정한다`의 저자 히구치 유이치에 따르면 “글쓰기는 너무 즐거워!”라는 것을 경험케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 스스로 글을 쓸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 일상생활 속에서 `아, 무언가를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밥 먹고 똥 누고 숨 쉬고 잠을 자듯이 생활 속에서 글쓰기도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쓰고 싶은 마음을 북돋우는 것, 초등 글쓰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글쓰기 지도 교사는 아이의 마음에 쓰고 싶다는 생각이 일도록 도운 후 손을 떼면 가장 좋다. 어쩌면 그것으로 그리하여 글쓰기가 즐겁고 신나고 속 시원한 일이라는 것을 체득케 만드는 것으로 우리의 역할은 끝난 건지 모른다.그렇다면 쓰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하면 북돋울 수 있을까?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시작해야한다. 공부와 연관되어 있지 않더라도 아이가 좋아하고 빠져있는 대상이나 사물이 뭔지 잘 알아야 한다. 그것을 응원하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공부는 뒷전이고 축구에 빠져있는 아이에게, “엄마한테 축구 이야기 좀 들려줄래?”라고 물으면 기꺼이 메모지를 꺼내 와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 둘째, 아이가 공감할 만한 자료(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등)를 잘 활용해야 한다. 제사지낼 때 엎드렸다 얼마나 있다 일어나야 하는지 몰라 아버지 눈치를 보았다는 어느 아이의 글을 읽고, “아, 나도 그랬어요.” 라고 맞장구를 친다면 쓰고 싶은 마음은 이미 조성된 것이다. 셋째, 노작과 체험활동을 통해 직접 겪고 체험케 해야 한다. 아이의 몸은 커다란 연필과 같다. 그러한 경험들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확인한 것들을 기록하고 싶게 만든다. 넷째, 꼭 `글쓰기`가 아니라 다양한 방법의 `표현`을 허용해야 한다. 말로, 노래로, 춤으로, 그림으로, 악기로, 혹은 무표정과 침묵으로 그때그때의 느낌과 기분을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도록 존중해야 한다. 꼭 연필을 들고 공책에 뭘 써야만 글쓰기가 아니라는 것을 부모와 교사는 알아야 한다. 다섯째, 글쓰기를 통해서 자신이 부모님과 선생님과 소통하고 있구나, 라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일기 쓰는 사람은, 일기 검사하는 담탱이를 만난 초등학생 밖에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숙제와 검사를 위한 일기는 아이나 교사 모두에게 고역이다. 하지만, 일기장이 교사와 학생의 아름다운 소통의 장이 되는 경우는 다르다. 그 일기장을 서로 기다리는 정도라면, 그 교실은, 이미 소통과 공동체의 아름다운 글쓰기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글쓰기는 자신과의 만남이면서 동시에 세상과의 만남이다. 글쓰기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만나고 참세상을 보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2013-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