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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POEX 확장’ 주민설명회 준비… ‘동부초 이전’ 실마리 풀릴까

포항시가 포항국제컨벤션센터(POEX-포엑스) 2단계 확장의 조건인 동부초 이전을 위해 주민설명회를 통해 여론전을 펼치기로 해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3년간 포항교육지원청과 갈등만 반복한 포항시는 지난달 11일 국장급 공개 간담회까지 열었지만 상견례 수준에 그쳤고, 2차 공개 간담회를 연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성과를 도출할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포항시는 연구용역을 통해 포엑스 2단계 건립시 경제적 파급효과를 산출한 뒤 올해 내로 주민설명회를 열어 포엑스 2단계 확장 필요성을 설득할 예정이다. 9일 포항시는 포항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와 ‘포엑스 2단계 확장을 위한 동부초 이전 추진 현황’에 대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상현 관광컨벤션도시추진본부장은 ‘회색 산업도시’ 포항이 마이스(MICE) 산업 기반 ‘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 포엑스 건립은 필수적이고, 철강과 이차전지 등 지역기업의 국제 행사 유치를 위해서는 2단계 확장 공사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주장했다. 컨벤션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과 규모의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행사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포엑스는 1단계 공사만 완료할 경우 연 면적은 6만3818㎡가 전부이지만, 2단계 확장하면 12만㎡ 가 늘어나 18만3818㎡에 이르게 된다. 서울 강남(COEX·46만㎡)과 경기 고양(KINTEX·33만9503㎡)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큰 규모의 컨벤션이 포항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교육 당국은 지역의 숙원 사업으로 컨벤션 확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안전과 교육환경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포항시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언제든 찬성한다”면서 “다만 만남을 위한 만남 이 아니라, 학교 이전의 필요성과 대안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9-09

푸틴, ‘북극횡단 운송회랑’ 공식화···“포항은 북극항로 국가 전략 수행 주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75개국 7300여 명이 참석해 열린 제10차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북극항로를 단순한 계절 항로가 아닌 ‘국가 기간 물류망’으로 격상하고, '북극횡단 운송회랑(Trans-Arctic Transport Corridor·TTC)’ 구상을 공식화했다. 2030년까지 연간 1억t 이상의 화물 운송을 목표로 하며, 원자력 쇄빙선 신규 건조, 구조·구난 체계 복원, 항만 현대화, 항공 인프라 확충, 디지털 물류 플랫폼 구축이라는 5개 축을 본격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최수범 사단법인 한국북극항로협회 사무총장은 9일 경북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동방경제포럼의 중심에는 북극항로(NSR)가 있었다”라면서 “북극항로는 환경문제 등의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기회와 도전임을 재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통과하는 해상운송로를 말하며, 북극회랑은 북극권 8개국을 관통하는 복합운송체계와 통합 교통물류 네트워크를 뜻한다. 2016년 세계 최초로 아시아에서 출발해 북극항로와 러시아 내륙수로를 연계하는 ‘북극항로 상업 운항 프로젝트’를 총괄한 최 사무총장은 러시아 외교부의 공식 초청을 받고 이번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했다. 최 사무총장은 “북극항로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거리 단축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대체항로로서의 신뢰성”이라고 제시했다. 한국은 예측 가능성·안전성·지속가능성을 3대 원칙으로 삼고, 운항 일정의 투명성 확보와 요율 체계 공개, 한·러 공동 시범 운항, 구조·환경 대응 훈련 정례화, 상설 공동 작업반 설치 등을 실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은 단순 참여자가 아니라 국제적 신뢰를 뒷받침하는 핵심 파트너로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사무총장은 포항은 단순한 물류 거점이 아니라 대한민국 북극 전략의 전초기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 연구 역량을 지닌 포스텍은 북극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 최고 수준의 연구진을 중심으로 북극해운정보센터를 운영해 핵심 정보를 생산·제공함으로써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북극항로 구축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한민국 지방정부 가운데 유일하게 대표단을 동방경제포럼에 파견해 국제 현장에서 직접 목소리를 낸 포항은 지역 차원을 넘어 국가 전략 수행의 주체임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최 사무총장은 또 "포항시와 경북도는 영일만항을 수리조선과 첨단 물류산업을 결합한 복합항만으로 육성하면서 중앙정부와 협력해 국가 전략적 거점항만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라면서 “결국 포항은 포스텍의 연구·인재, 북극해운정보센터, 산업 생태계를 결집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고 북극에서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북극항로 심장부’로 부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9-09

호미곶 횟집이 ‘귀신의 집’ 된 속사정?···SNS 인기에 ‘속앓이’

호미곶면에 솟아오른 ‘상생의 손’ 조형물은 포항의 상징과도 같다.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일출 명소다. 조금만 시선을 옮기면 전혀 다른 풍경이 나온다. 조형물과 마주한 채 오른쪽으로 40m쯤 걸으면 낡은 조립식 건물이 있는데, 한때 횟집으로 쓰인 이곳은 ‘호미곶 귀신의 집’으로 불린다. 7일 본지 취재진이 찾은 귀신의 집 벽체는 군데군데 갈라지고 창문은 바람에 삐걱대며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건물 사이로 불쑥 나타나는 인체 형상은 움찔하게 만든다. 가까이 가서야 무표정한 마네킹임을 알 수 있지만, 등골이 오싹했다. 밤이 되면 긴장감이 더 커진다. 건물 안 붉은 조명이 켜지면서 마네킹의 실루엣이 선명해진다. 파도와 삐걱대는 철문 소리가 겹치면서 건물 앞을 지나는 이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거나 놀란 표정으로 뒤돌아보곤 한다. 마네킹은 건물주 A씨가 2023년 초부터 설치했다. 항의의 표시다. 1981년 ‘영일만관광지구’와 2003년 ‘호미곶관광지구’로 지정돼 개발 행위가 제한되면서 토지주가 땅을 갖고 있어도 새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A씨는 “관광지구단위계획을 풀어 달라”는 뜻을 담아 마네킹을 세웠다고 했다. A씨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SNS 등에서 ‘호미곶 귀신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퍼지면서 젊은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일부러 찾아와 “무섭지만 재미있다”며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이들이 늘었다. 시위를 위한 설치물이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이색 명소로 변해버린 것이다. 포항시는 이 건물을 ‘흉물’로 규정했다. 주민과 관광객들로부터 “경관을 해친다”는 민원이 이어져서다. 시는 여러 차례 건물주에게 철거를 요청했지만, 나아진 게 별로 없다. 처음 세워진 마네킹 3개에서 현재 1개로 줄었을 뿐이다. 건물은 여전히 서 있고 붉은 조명도 밤이면 빠짐없이 켜진다. 포항시 관광산업과 관계자는 “관광객이 몰려들어 관광자원처럼 활용되기는 하지만, 흉물스럽다는 민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3년 호미곶 관광지로 지정될 당시 주민 동의를 받아 진행한 사업이라 행정적으로 해제할 수 없는 구조”라며 “공공시설은 조성이 됐으나 호텔·콘도 같은 민간 사업은 수천억 원의 자본이 필요한 탓에 유치가 쉽지 않아 지금까지도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9-08

대구 서구 또 복합 악취 시작⋯주민들 민원 급증 “창문도 열기 힘들다”

염색 산단과 기초 환경시설 등이 밀집해 있는 대구 서구 지역은 매년 복합 악취 등 각종 환경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수년째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도무지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염색 산단과 직선 거리로 약 1㎞ 거리의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분뇨와 가스 등 복합 악취로 올해도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평균적으로 바람 방향이 북서풍으로 바뀌는 매년 9월부터 12월까지 냄새가 집중됐지만, 올해는 7월부터 복합 악취가 진동했다. 8일 서구청에 따르면 악취 관련 민원은 지난 2022년 173건에서 2023년 1만 3451건으로 급증했다. 더욱 큰 문제는 주민들이 행정당국에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악취가 대부분 야간 시간에 집중되다 보니 구청의 야간 당직자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달라 민원인의 불만을 더욱 키웠다. 실제 악취 신고 접수 시 현장을 직접 찾아 냄새를 맡으며 대응에 나서는 당직자가 있는 반면 다음날 해당 부서로 전달하겠다는 공지만 하는 당직자도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서구청은 “담당 업무가 아니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22일 서구청과 주민 대표의 만남의 자리가 마련되기는 했으나, 해당 부서장이 악취 문제 해결의 어려운 점과 민원 자제 종용 등의 발언을 하면서 주민들의 반발만 키웠다. 조용기 대구악취방지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악취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창문을 열고 살 수가 없다”면서 “ 행정기관은 서로 책임만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민들은 어디에 이러한 고통을 호소해야 할지도 모르게 됐다”고 말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9-08

1000만t 포항 ‘벤토나이트’, 인공장기 원료로?···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하버드 메디컬 스쿨 공동연구 ‘관심’

포항이 1000만t이나 품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벤토나이트가 인공장기 원료로 쓰일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 생산 기반이 없어 저가 중국산에 잠식당한 상황에서 ‘떡돌’로 불려 온 포항의 벤토나이트가 이번에는 제대로 활용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2016년 3월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문을 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이하 센터)는 올해 3월부터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는 의과대학 중 하나인 미국 하버드 메디컬 스쿨과 벤토나이트를 활용한 인공세포 배양 기술 활성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의료공학 분야에서 인공장기를 만들 때 세포 간 전기신호를 일으키는 ‘카본나노튜브’ 역할을 벤토나이트 등 점토광물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와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그것이 세포 전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다. 지난 10년간 구룡포와 호미곶 일대에 전국 최대 규모로 매장된 벤토나이트 1000만t의 활용 연구를 진행해온 센터는 벤토나이트를 화장품 개발 원료로 사용하는 데만 국한하지 않고 스마트 비료와 개량신약, 인공장기 등 바이오 산업과 연계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서성만 지질자원융합실증연구실장(책임연구원)은 “연구가 성공하면 벤토나이트가 조직 재생 소재로 사용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전 세계에 포항산 벤토나이트를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에 벤토나이트가 매장돼 있다는 것은 2014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진행한 ‘광물자원 매장량 조사’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벤토나이트를 지역 산업과 연계해 거둔 성과는 미미하다. 2019년 기준 벤토나이트의 최대 수입국 1, 2위는 중국(7만4495t)과 인도(6만7067t)로, 전체 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산 벤토나이트는 저가 물량 공세로 국내 주물과 토목, 정제, 종이 등 대부분의 산업 시장을 이미 잠식했다. 산업 수요 변화로 2014년 이후부터 국내 벤토나이트 수요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벤토나이트는 ‘반려동물 분변 처리 용품’과 ‘미용 팩 파우더’ 등에 사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포항산 벤토나이트가 국내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품질ㆍ소량 생산 방식으로 새로운 판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 국내 광물 원자재 생산시장에서 벤토나이트의 가격은 t당 3만~7만 원 수준이지만, 의약품이나 화장품 원료로 쓰이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으로 부가가치가 뛰기 때문이다. 박종규 선임연구원은 “고순도 제품 개발과 생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 관심 부족으로 산업화 단계 직전“이라면서 “포항이 생산한 고품질의 벤토나이트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9-08

올해 임금체불 대구 368억 원, 경북은 472억원⋯제조업과 건설업 비중 커

대구·경북지역의 사업체 체불임금이 368억 원, 472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과 건설업이 비중이 높다. 7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17개 시도별 임금체불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임금체불 총액은 1조 3421억 원, 체불 피해 노동자는 17만 3000명이다. 수도권(경기·서울·인천)의 체불액은 전체의 56.6%를 차지해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경기도에서는 4만 3000명이 서울에서는 4만 7000명의 노동자가 임금을 받지 못했다. 수도권에 사업체가 밀집해 있다는 이유로 체불이 집중되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사전관리와 감독이 전무 했다는 분석이다. 대구는 5704명(368억 원), 경북에서는 6712명(472억원)이 임금을 받지 못했으며, 각각 전국 체불임금 분포도에서 체불 금액의 2.7%, 3.5%를 차지했다. 세종(0.3%), 제주(1.4%), 울산(1.4%), 대전(1.4%), 강원(1.8%), 충북(3.0%)의 뒤를 이었다. 고용노동부가 광역지방자치단체별 체불 현황을 분석해 지방정부와 공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와 경북은 제조업와 건설업 등 체불 규모가 높았다. 또 서울은 운수·창고·통신업 및 건설업, 제주는 건설업 및 도소매·음식·숙박업의 체불 규모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구노동청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다음 달 2일까지 임금체불을 집중 청산할 계획이다. 작년보다 집중 청산 기간을 2배 늘리고, 임금체불 신고 전담 창구도 개설했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인해 업종별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며 “노동권 사각지대를 줄이고 체불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임금 체불은 지역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 중 하나란 지적이기에 노동부는 앞으로 매월 시·도별 체불 현황을 지방자치단체와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해 체불 예방의 효과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9-08

공적 공간의 경계와 사적 권리

국회의사당은 국민 주권의 상징이며, 입법부 활동의 핵심 공간이다. 그곳에서 국회의원들은 법률안을 심의하고, 행정부를 견제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소속 의원이 국회 회의 중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장면이 동의 없이 촬영되어 공개되면서, 국회의원의 공적 공간에서의 사적 권리와 촬영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이 커졌다. 국회는 공적 성격은 분명하다. 국민은 국회의원의 공무 수행을 감시하고 평가할 권리가 있다. 의원의 발언내용, 찬반투표, 출결 상황 등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인만큼, 그 활동 역시 투명하게 감시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여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아무리 공적인 공간이라 하더라도, 국회의원 역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 통신의 비밀, 인격권을 가진 국민이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순간이 업무인지, 가족과의 대화인지, 의료 상담인지 외부인은 판단할 수 없다. 촬영 동의조차 받지 않고, 특정 시점의 이미지를 확대해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사적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공인이란 이유만으로 사적 영역이 완전히 박탈되고 감시 받아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도 여러 판례를 통해, 공인의 사생활 역시 보호의 대상이 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특히 동의 없이 촬영한 장면이 신체, 통신, 가족, 종교, 건강, 정치적 판단 등 민감한 정보로 연결될 수 있는 경우 법 위반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촬영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그 자유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순간, 법과 윤리가 그 자유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 목적이나 여론에 활용하기 위한 악의적 촬영과 왜곡 유포는 자유가 아닌 폭력에 가깝다. 국민은 감시할 권리가 있지만, 감시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시점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어떤 화면을 열람했는지는 국회의원의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함부로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법을 만들고 정책을 고민해야 할 공간이, 서로를 몰래 촬영하고 유포하는 싸움터가 된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국가 운영을 맡길 수 있을까. 국회는 스스로 명확한 촬영과 유포에 대한 내부 규율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의사당 내에서의 촬영 가능 범위, 회의 중 의원의 프라이버시 보장 기준, 촬영 시 동의의 절차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아울러 언론이나 외부 관계자에게도 공적 공간에서의 촬영과 보도에는 기본적인 윤리 규범이 존재함을 환기시켜야 한다. 국회의원은 공직자이지만 동시에 인간이다. 국민의 눈에 띄는 존재인 만큼 높은 윤리의식과 책무감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모든 순간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주주의란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를 억압하는 체제가 아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공적 책임과 사적 권리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제도다. 감시는 가능하되, 존중 속에서 이뤄져야 하며,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오늘날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석종출 시민기자

2025-09-07

남원, 가야의 기억을 품다

전라도 남원은 대가야 전성기의 기운이 뻗어간 땅이다. 곳곳에 남은 고분군과 출토 유물은 긴 세월 속에서도 그 사실을 증언한다. 남원 고분군을 찾으면, 돌과 흙이 말없이 전하는 역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남원은 본래 백제의 고룡군(古龍郡)이었다. 그러나 신라 경덕왕 16년(757년)에 병합되어 남원소경이 설치되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사편수회의 이마\ 지명 고룡을 ‘큰 물’로, 기문(基汶) 또한 ‘큰 물’로 억지 해석하여 남원을 기문국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서기’ 어디에도 남원이란 지명은 없다. 이러한 왜곡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역사적 해악이었다. 더구나 일부 한국 학자들까지 이 주장을 수용하면서 혼란이 커졌다. 이에 분노한 남원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남원은 기문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다행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민족사학자들의 노력으로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이라는 바른 이름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남원 운봉읍과 아영·인월 일대는 실제로 대가야 세력권에 포함되었던 곳이다.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에는 약 40기의 봉토분이 분포하며, 발굴된 고분에서는 구덩식 돌덧널무덤, 굴식 돌방무덤, 독널무덤이 있다. 대가야 특유의 형식이 확인되었다. 붉은 토기, 환두대도, 철모와 철촉, 농공구, 마구류, 갑주류가 출토되었고, 백제 왕릉에서나 볼 수 있는 청동거울과 금동신발까지 발견되었다. 이는 이 지역이 가야와 백제 문화가 혼재된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고분의 양식 또한 두 문화를 함께 반영하고 있어 5~6세기 운봉고원을 중심으로 한 교류의 생생한 증거가 된다. 남원 아영면 월산리 고분군도 주목된다. 발굴 당시 중국제 청자 계수호, 철제 자루솥, 금제·유리제 장신구, 철제 갑옷, 마구류, 토기류가 확인되었다. 그것은 고분의 주인이 지배층이었음을 알려준다. 또한 청계리의 청계고분군은 호남 지역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가야계 고분으로, 봉분 규모도 크다. 그곳에서는 수레바퀴 장식 토기 조각, 아라가야계 토기, 그리고 호남에서 처음 확인된 왜계 나무빗이 출토되었다. 남원 아영 분지에 정치 조직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증거다. 남원은 대가야 문화권의 한 축으로서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다. 그러나 대가야가 멸망하면서 정치 체제 또한 사라지고, 남원은 역사의 변두리로 밀려났다. 오랜 세월 그 진실은 묻혀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다시 그 조각들을 모으고 있다. 고분 속에 잠들었던 유물들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산 증인이다. 남원은 기문이 아니다. 남원은 대가야 가야 지역이다. 우리는 이 땅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굽은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걷는 땅이 왜곡된 기억 위가 아니라, 바른 역사 위에 서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밝혀야 할 것은 돌무더기 아래 숨은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이 들려주는 목소리다. /김성문 시민기자

2025-09-07

명사들에 배우는 인문학 새 시대정신을 일깨우다

(사)신한국운동추진본부(이사장 심후섭)는 지난 2일 대구 담수회관에서 후학기 개강식을 개최했다. 이번 개강식에는 서정학 담수회 회장을 비롯해 송승달 경북대 명예교수, 도명기 영남대 명예교수, 오상태 대구대 명예교수, 배수진 계명대 명예교수, 이종석 부이사장을 비롯해 김영근·박남철·이구동·조경규 이사 등 지역 학계 원로와 시민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신한국운동추진본부는 설립 이래 ‘온고창신(溫故創新)’을 운동의 기본 지표로 삼아왔다. 이는 단순히 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과거의 가치와 지혜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와 문화를 창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모색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날 행사에서 서정학 담수회 회장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과거의 뿌리에서 나왔듯, 새로운 한국 또한 우리의 전통을 바탕으로 창조적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며 “신한국운동은 국가를 새롭게 하고 국민 모두가 주인이 되는 일류 선진국으로 발전시키는 데 뜻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교육과 대화의 장을 통해 지역사회와 나라가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개강식의 첫 번째 강의는 심후섭 이사장이 맡았다. 심 이사장은 ‘이야기가 세상 모든 문을 연다’라는 주제로, 손자·손녀에게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아이들의 감성을 깨우고 바른 인성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쥐를 삼킨 묘연 스님’의 일화, 무염선사와 구염선사의 대화, 김안국과 그의 부인의 가르침 등을 흥미롭게 풀어내며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청중들은 강연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고, 강연이 끝난 뒤에는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신한국운동추진본부는 매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명사 초청 시민의식선양대회’를 열고 있다. 이 자리에는 800여 명의 시민이 함께해 시대정신을 공유하고 한국 사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지금까지 조갑제 논객, 김주영 소설가, 우동기 전 대구교육감, 이정우 실장 등 각계 명사들이 초청돼 깊이 있는 강연을 펼쳐왔다. 이러한 대회는 지역민들에게 큰 울림을 주며,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한 공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신한국운동추진본부는 부설 인성대학원을 운영하며 매회 권위 있는 전문가를 초청해 시민 대상 인문학 강좌를 이어가고 있다. 담수회관 3층 대강의실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특강은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어 지역민의 교양 증진과 인문학적 소양 함양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강좌에 참여한 시민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생각이 깊어지고 삶을 돌아보게 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개강식을 계기로 신한국운동추진본부는 ‘새로운 한국’을 향한 실천적 활동을 한층 더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교육, 그리고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9-07

대구를 ‘아시아 오페라 메카’로 우뚝 서게 한 축제

2003년 시작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DIOF)가 올해로서 22번째를 맞는다. 22회 대구국제오페라 축제는 이달 26일부터 11월 8일까지 총 44일간 열릴 예정이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22년의 세월 속에 다양한 레퍼토리의 작품을 선보이며 누적 관람객 50만 명을 돌파했다. 대구가 아시아 오페라의 메카로 자리잡는 성과도 일궈냈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인 대구에서 열리는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 축제’는 오랜 세월 쌓아온 대구오페라하우스만의 노하우와 역사를 토대로 대구를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오페라 축제의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특히 이번 축제는 거장들의 최고 대표작으로 구성된 오페라로 작품 자체가 지닌 예술성과 대중성이 결합된 무대로 ‘영원히 사랑받는 오페라’라는 축제의 메시지가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축제에 앞서 주요 작품을 소개해 본다. △'일 트로바토레'(9월26~27일: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작의 개막작)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일 트로바토레’는 대구 초연으로 국내 유일 오페라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4인 4색의 소리로 보여 주는 열정과 복수의 드라마, 가족의 비밀이 얽힌 비극은 무대 위에서 강렬하게 폭발하며 세대를 넘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중세 유럽의 음유시인의 삶을 시대를 초월한 예술로의 승화된 열정의 오페라 작품이다. △'카르멘'(10월 16·18, 11월 2일:영남오페라단 제작 대구오페라하우스 초청작) 조르주 비제(1838~1875)의 ‘카르멘’은 에스파냐만의 음악이 아닌 집시 문화, 프랑스의 강렬한 열정의 집합체로 완성된 작품이다. 피할 수 없는 사랑과 운명, 그리고 자유를 향한 인간의 욕망과 사랑에 대한 치명적 대가를 그린 비제의 천재성이 두드러지며, 사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한 주제를 담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피가로의 결혼'(10월 24~25일: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작 글로벌 영아티스트오페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최고작 ‘피가로의 결혼’은 서곡의 경쾌한 연주와 피가로와 수잔나의 재치 있는 희극의 전개, 계급사회를 아주 흥미있게 풍자하여 담아낸 작품으로 아름다운 아리아, 이중창 등은 더 없는 모차르트만의 선율을 자랑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자유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명작이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11월 7~8일: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작 폐막작) 크리스토프 글루크(1714~1787)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우리 곁에 있는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으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라는 두 연인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는 시간을 초월하여 오늘날까지도 그 애틋함이 보는 이에게 순수함의 감동을 전한다. /김성두 시민기자

2025-09-07

올해 대구·경북 건설 현장서 28명 사망… 작년보다 21%↑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하 대구노동청)이 오는 11월 말까지 지역의 건설공사 현장 사망사고 감축을 위해 현장불시 점검에 나선다. 7일 대구노동청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대구·경북지역의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28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명(21.7%)이 늘어난 수치다. 이 중 경북지역에서는 18명의 사고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전년 보다 1명(5.3%)이 줄어들며 소폭 감소했지만 대구지역은 사망자가 6명에서 10명으로 1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구노동청은 건설업 사망사고 감축을 위해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부터 건설공사 현장을 불시에 방문해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현장 점검 사항은 △안전모 착용 △안전난간 설치 등 12대 핵심 안전 수칙과 온열질환 예방조치 준수 여부 등이다. 노동 당국은 점검 사항을 반복 위반한 건설 현장에 대해 과태료 부과 및 사법처리 등으로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앞서 권병희 대구 노동청장은 지난 5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주거복합 신축공사 현장을 불시에 점검했다. 권 청장은 이날 작업 발판 및 안전난간 적정 설치, 개인보호구 착용, 휴게시설 설치 및 관리 등을 확인하고 법령 위반 사항에 대해 현장에서 즉시 시정을 요구했다. 대구 노동청 관계자는 “대형 건설 현장에서부터 소규모·영세 현장까지 차례대로 불시 점검을 벌여 사망재해가 근절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9-07

APEC 대비···포항경주공항, 항공기 비상착륙·생물테러 실전훈련

공항 활주로에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국제선 부정기편 항공기가 우측 엔진 이상으로 기체가 흔들리며 착륙했고 직후 엔진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화재로 이어질 경우 대규모 피해가 우려됐다. 공항은 즉시 비상 상황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했다. 소화구조반이 초동 대응에 나섰고 현장사고수습대책본부가 설치됐다. 해군과 소방이 합동으로 화재를 진압했고 일부 승객은 연기 흡입으로 긴급 이송됐다. 기동 불능 항공기가 처리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공항 대합실에서 미상의 가방 2개가 발견됐다. 경찰과 군은 곧바로 현장을 봉쇄하고 민간인을 대피시켰으며, 방역 당국은 다중탐지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병원체 ‘두창’ 양성 판정이 내려졌고 폭발물도 확인돼 안전 조치가 이어졌다. 초동조치요원이 현장에 투입돼 기관별 대응이 본격화됐다. 환경검체가 채취돼 정밀 분석을 위해 이송됐으며, 위기경보 단계는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됐다. 통제선이 확대되고 제독소와 응급의료소가 설치돼 노출자 이송·격리와 제독 조치가 실시된 끝에 상황은 최종 종료됐다. 한국공항공사 포항경주공항과 포항남구보건소는 5일, 26개 유관기관 160명이 참여한 대규모 합동훈련을 공동 주관했다. 항공기 사고와 생물테러 상황을 동시에 가정해 실제 절차를 그대로 적용하며 실전감을 높였고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 행사 수준의 위기 대응 능력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용진 포항경주공항장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대비해 유관기관과 협력 속에 성공적으로 훈련을 마쳤다”고 말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9-05

대구 퀴어축제 갈등 심화⋯반대 단체 퀴어축제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갈등에 불이 붙었다. 대구 퀴어 축제 반대 단체가 앞서 예고한 바와 같이 법적 조치를 신청해서다. 5일 대구퀴어반대대책본부와 동성로 상인회 상인 등(이하 반대 단체) 30여 명은 대구지방법원에 퀴어 축제 개최에 반대한다며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시민 불편, 상가 매출 하락 등을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이들은 3년 전부터 매년 퀴어축제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 단체는 성명을 내고 “퀴어 축제가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리다 보니 시민들이 통행 불편을 겪고, 배달 오토바이 통행이 금지돼 상인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 이준호 동성로 상점가 상인회장은 “퀴어 축제는 시민과 상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퀴어 축제 측은 동성로 상인들이 법적 수단까지 동원해서 반대하는 이유를 묵살하지 말라”고 외쳤다. 이들은 집회신고 인원보다 실제 축제 참가 인원이 적다는 점도 꼬집었다. 반대 단체 측은 “퀴어축제는 매년 축제 참가인원을 3000명으로 신고하지만, 지난해 실제 참석자는 400여 명에 불과하다. 400명 집회를 위해 버스와 지하철을 우회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갈등의 불씨는 커지고 있다. 앞서 전날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참여자들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30대 김모 씨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는 삶인 만큼 다양하게 생각해봐야 할 상황인 것 같다"며 “다만, 행사로 인해 관심이 없는 시민들이나 피해를 보는 일반인이 없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지법은 반대 단체가 지난 2년 간 퀴어축제 집회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제17회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오는 2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중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9-05

‘2022 부커상 최종 후보’ 정보라 소설가 경북매일신문 ‘찾아가는 저널리즘 특강’

경북매일신문(대표이사 최윤채)은 4일 오후 1시 본사 3층 강당에서 ‘2022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소설가)를 초청해 ‘재난과 지역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실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원하는 ‘2025년도 찾아가는 저널리즘 특강’의 전문 연수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이날 강연에서 정보라 작가는 2021년 포스텍 SF 어워드의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경북대 물리학과 출신의 이하진(필명) 하드 SF 전문 작가의 ‘어떤 사람의 연속성’을 소개하면서 촉발지진이 발생한 포항,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 등 재난이 발생한 비수도권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했다. 재난 이후 재난이 발생한 원인이나 복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데 따른 낙인 찍기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정 작가는 “재난을 주제로 내세운 SF 소설과 언론사에서 다루는 재난 보도는 전개 양상이 다를 수 있지만, 차별과 낙인 찍기라는 공통 분모를 엿볼 수 있다”라면서 “특히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영웅이 누군가를 위해 꼭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은 소설가 박해울의 ‘기파’를 놓고서도 정 작가는 “바이러스가 번지는 재난 상황의 초호화 우주선 오르카호에서도 심각한 빈부 격차, 영웅 모두 등장한다”라면서 “자본주의, 기술 문명과 기계 문명의 한계에 대한 비판, 재난이 완전하게 복구되지 않는 상황 등 매우 잘 짜여진 서사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보라 작가는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애나대에서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씨앗’으로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23년에는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9-04

고려인들이 함께 한 의미 있는 수업

오전 9시부터 시작인 수업이지만 이르게 도착한 학생들이 과반을 넘었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자 성은 우리와 같지만 이름은 조금 다른 고려인들이 금세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아직은 한국말이 조금 서투른 탓에 수업 진행을 제외하고 학생 서로 간의 이야기는 러시아어로 이뤄지고 있다. 수업 시간이 평일 오전이다 보니 참가자의 대다수는 나이대가 있는 여성분들이었다. 경주는 관광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해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 외국인 비율이 전국 2위라고 하면 다들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중 고려인들은 2004년 기준 6000여 명으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많다. 대부분 성건동과 외동읍에서 거주 중인데 성건동에는 벌써 맛집으로 소문난 빵집이 있을 정도다. 가격 대비 크기가 크고 재료로 실하게 들어있어 만족도가 높다. 이날 수업은 경북문화재단 ‘이웃사촌 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운영을 맡은 한국짚풀공예협회 경북지회에서 준비한 강좌로 시낭송과 짚풀공예 두 가지로 나눠 진행되었다. 수업은 성건동에 위치한 외국인 도움센터 교육장에서 이뤄졌다. 배점숙 시낭송 강사를 시작으로 수업이 시작되자 강의실을 가득 채운 열의 어린 눈빛들이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본격적인 수업 시작 전 간단한 스트레칭, 복식호흡, 손뼉치기로 긴장을 풀어냈다. 그리고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낭송하는 동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빛으로 시작 인사를 나눴다. 곧이어 시에 관련된 배경 설명이 이뤄지고 따라 읽기에 들어갔다. 다들 조금은 서툰 발음이지만 또박또박 정성스레 읽어나갔다. 한 가지 시가 끝날 때마다 지명된 학생이 혼자 읽는 시간도 있었는데 학창시절 영어 수업 시간마다 찾아들던 긴장감이 떠올랐다. 선생님과 절대 눈을 마주치지 말 것은 암묵적 불문율이었다. 오늘은 만들기 수업이 빗자루다 보니 관련된 시도 포함되었다. 그러다 빗자루 하면 떠오르는 도깨비 이야기가 등장했다. 도깨비 전설이 나오자 표정들이 밝아졌다. 도깨비는 나이 불문 인기 소재임이 분명하다. 시 낭송 수업이 끝나자 손경희 강사가 준비한 짚풀공예수업이 시작되었다. 하나하나 직접 따서 손질한 귀한 짚풀재료들과 알록달록한 실들이 준비되었다. 여러 개의 매듭이 겹쳐져 하나의 빗자루가 완성된다. 손에 익지 않은 매듭기술로 몇 번이고 반복되는 과정을 거쳤지만 다들 즐거운 모습이다. 투박해 보이던 짚풀에 고운색 실이 여러 차례 감겨 지고 정성이 들어가니 탐나게 예쁜 빗자루가 완성되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알록달록한 색이 어우러져 장식용으로도 실생활용으로도 다 가능할듯하다. 학생들 모두 굉장히 만족스런 표정이다. 돌아온 나라, 돌아온 고향에서 그들이 정착을 하려면 무엇보다 언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문화를 배우면서 언어를 습득하는 수업이 필요하다. 고려인들이 운영하는 상점들을 방문하면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상품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음에도 언어장벽으로 그들 상품의 장점이 드러나지 못하는 게 무척 아쉬웠다. “세상 가장 아름다운 길은 너와 함께 걷는 길”. 수업에 포함되었던 심혜옥 시인의 ‘아름다운 길’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픈 역사를 딛고 오랜 시간 멀리 돌아온 그들과 함께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길 바라본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