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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상의 공간과 익숙한 풍경 앵글에 담아

포항의 사진갤러리 갤러리포항(관장 손진국)이 30일부터 5월 12일까지 여류 사진작가 김주영 작가를 초대해 ‘재현된 우연’전을 선보인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을 주제로 포항 철길숲, 진주 옥봉동 골목길의 서정적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다.포항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진가들과 기획자들이 운영하는 지역 유일의 사진전문 갤러리인 갤러리포항의 개인 초대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김 작가는 일상의 공간과 익숙한 풍경을 독특한 색감으로 담아내 왔다. 그의 작업은 우연한 순간과 공간들의 기록이다. 독특한 색과 감성적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에는 사진으로 시를 쓰고 싶다는 작가의 은유적 사유가 잘 담겨져 있다. 그의 ‘재현’ 작업은 지난 2004년부터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만난 오묘한 색들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을 깊이 들여다본 작업에서 몇 차례 기억할 만한 변화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는 포항 철길숲, 진주 옥봉동 골목길 등 역 주변으로 상업화 등 개발이 진행된 공간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포항 철길숲 작품들은 산책로를 넘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한 포항 철길숲이 지닌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이 한껏 느껴진다.오랜 시절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골목길 사이로 세월의 거친 흔적 가득했던 진주 옥봉동 골목길에서 만난 풍경과 삶의 이야기는 정겹게 다가온다.김주영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도심의 팽창으로 도시는 외곽으로 성장발전하고 중심은 주변으로 변화합니다. 이제는 주변이 된 그 중심의 골목길들 산책하며 그곳에 흐르는 시간의 흔적과 그곳을 지키는 자연을 통해서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봤다”고 고백했다.갤러리포항은 포항시 북구 죽도로19 2층에 위치해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6

“파란토끼 룰루와 동화나라로 떠나요”

(재)포항문화재단은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하는 ‘키즈 페스타 in POHANG’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으로 5월 4일 오후 7시30분과 5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창작인형극 ‘파란토끼 룰루’를 선보인다.‘파란토끼 룰루’는 극단 로.기.나래의 작품으로 어린이들의 상상 속 동화나라에 사는 개구쟁이 파란토끼 룰루가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는 어둠을 다스리는 깜깜마녀에게 잡혀간 꿈별씨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차이와 갈등을 극복해야 할 때 물리침보다 안아주기가 해결책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내용의 창작인형극으로 2015년 한국아시테지 겨울축제 올해의 우수작 선정을 비롯해 춘천인형극제, 경기인형극제 공식 초청작, 김천국제가족연극제 은상 및 최우수연기상 수상, 러시아 가브로쉬페스티벌 초청 등 국내외 다수의 축제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1997년 창단된 극단 로.기.나래는 ‘무한한 상상의 자유’라는 인형극의 특별한 규칙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찾으며 창조적인 공연을 올려왔다. 이들은 무대 위와 아래의 사람들이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한 인형극을 만들어가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파란토끼 룰루’의 관람료는 전석 1만5천원이며 포항시민은 특별할인된 전석 1만원으로 예매가 가능하다. 그 외 10∼50%의 다양한 할인이 제공되며 예매는 티켓링크 홈페이지(www.ticketlink.co.kr)와 전화 1588-7890로 하면 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6

서창환과 제자들 화폭으로 다시 만나다

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김형국)은 28일부터 6월 11일까지 1∼5전시실에서 특별기획전 ‘푸른 나무 아래서: 서창환과 제자들’전을 개최한다.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을 즈음해 열리는 이 전시는 지역 미술계에서 스승과 제자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돈독한 관계를 쌓고 각자의 예술세계를 펼쳐나가 지역 미술의 발전에 기여한 서양화가 고(故) 서창환(1923∼2014) 선생과 제자들을 조명한다.서창환은 1923년 함경남도 흥남에서 태어나 일찍이 일본 유학을 통해 서양화를 익히고 귀국, 월남해 1946년 경북 영주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포항에서 10여 년간 제자를 기르며 포항에 현대 화단의 기반을 마련했고, 1959년 경북중학교로 부임하면서 대구에 정착, 평생 미술교육자이자 작가의 길을 걸었다.중고등학교와 대학에서의 오랜 교직 생활을 통해 배출한 수많은 제자들은 현재 대구·경북 미술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중견 작가들로 성장했고, 그 중 상당수가 스승 서창환과 같이 제자들을 길러 내는 미술교육자의 길을 걸었다.이번 전시에는 서창환의 교사 생활 초기 포항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 김두호를 비롯해 경북중학교와 영남중·고등학교 재직 시의 제자들인 박중식, 노중기, 문순만, 이장우, 노태웅, 이기성, 김봉천 등 모두 8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서창환은 평생 나무와 숲을 그린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 올린 청색조와 보라색조의 나무들은 하늘과 땅을 이어 주는 매개체로, 절대자에 대한 작가의 신앙 고백이면서 동시에 생명력에 대한 경외심의 표현이다.1~3전시실은 1960년대 초반에서 작고 시까지 50여 년간의 화업을 아우르는 서창환 작가의 시기별 대표 작품 60여 점을 선별해 소개하고, 작품과 더불어 사진, 팸플릿 등의 인쇄 자료와 영상 자료를 함께 전시해 작가의 작품세계의 전모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4~5전시실에서는 스승의 길을 따라 작가로서 현재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제자 8명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된다.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평생토록 나무와 숲을 그렸고 스스로 큰 나무와도 같은 존재로 남은 스승 서창환의 작품과 그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훌륭한 작가로 성장한 제자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하면서 가르침과 배움의 인연, 예술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6

‘조희창의 음악 오디세이’ 첫 공연 전석 매진

(재)포항문화재단의 2022 인문학 콘서트 ‘조희창의 음악 오디세이’ 시리즈 중 첫 번째 공연인 ‘베토벤과 불멸의 연인’편이 지난 23일 오후 5시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개최됐다.음악평론가 조희창의 섬세하고 유쾌한 해설과 피아니스트 송영민의 연주가 함께한 이번 공연은 전곡 베토벤의 곡들로 구성됐으며, ‘엘리제를 위하여’를 시작으로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1악장, 8번 ‘비창’ 2악장, ‘열정’ 3악장, 17번 ‘템페스트’가 소개되는 무대로 채워졌다.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피아니스트 송영민은 대중에게 친숙한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으며 뒤이어 조희창의 해설로 작곡가 베토벤의 일대기와 연주곡들이 상세히 다뤄졌다. 이후 피아노 소나타 ‘월광’, ‘비창’, ‘열정’을 이어서 연주한 송영민은 조희창과의 토크에서 ‘다른 작곡가들과 달리 한 음도 허투루 쓰인 게 없는’ 베토벤의 곡을 이야기하며 당대 가장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 베토벤을 재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베토벤의 소나타 17번 ‘템페스트’와 앙코르로 ‘황제’ 2악장을 선보이며 공연이 마무리됐다.이날 공연을 관람한 박 모씨(54·포항시 북구 환호동)는 “다른 클래식 공연과 달리 부담 없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고 해설을 들을 수 있어 음악을 이해하고 몰입하는 데 한결 수월했다”고 소감을 밝혔다.한편, ‘조희창의 음악 오디세이’는 23일 ‘베토벤과 불멸의 연인’을 시작으로 6월 25일 ‘뉴욕에서 온 네 장의 편지’, 9월 24일 ‘기타의 히스토리’, 11월 26일 ‘책갈피 속의 클래식’등 총 4회 구성으로 관객과 만나게 된다. /윤희정기자

2022-04-25

대자연 품은 ‘요세미티’의 숨결 한눈에

약 100만 년 전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생겨난 거대한 화강암 절벽과 계곡을 10년 세월 탐색하며 담아낸 컬러사진. 아름답다 못해 온몸에 전율이 전해지는 완벽한 풍경 사진을 만나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미국 풍경 사진가로 잘 알려진 이종한(85) 사진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대자연의 섭리가 숨 쉬는 곳-요세미티 국립공원’전이 오는 5월 2일부터 8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 전시실에서 열린다.미국의 비경을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해낸 이종한 작가의 작품은 원시적인 자연 및 풍경의 보존에 선구자적인 비전을 보여줬던 안셀 아담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을 받는다.미국에서 20여 년 넘게 사업가로 사는 동안 미국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돼 사진가로 활동하게 된 그의 사진을 보면 넉넉한 자연의 품에서 세월을 보낸 노년의 평온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2020년 버미리온 클리프 웨이브, 2021년 데스 밸리에 이어 세 번째 미국 풍경사진전이다. 300개가 넘는 호수와 폭포들이 빚어진, 면적이 무려 75만 에이커(9억1천 평)에 달하는(서울 약 5배 규모) 아름다운 대자연의 신비가 전 구간에 펼쳐져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명승지를 담은 사진 39점을 선보인다.요세미티 밸리, 와우나 마리포사 숲, 글래시어 포인트, 타이오가 로드를 따라가면서 2010년 1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매년 찾아 담아온 여름과 겨울 풍경을 선사한다.겨울 해질 무렵 머세드강에서 올려다보는 석양에 불타오르는 엘 카피탄을 가로 1m, 세로 1m50cm 대형 크기로 인화해 ‘대장’이란 뜻의 지구에서 가장 큰 1천m 높이의 화강암 바위산과 구름의 신비로운 풍경으로 보여준다.또 하나의 대형사진은 요세미티 계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터널뷰에서 촬영한 사진인데 왼쪽에는 엘 카피탄의 깎아지른 3천피트 암벽이 있고, 오른쪽에는 끝도 없이 많은 세콰이어 나무 속으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모양이 마치 신부의 면사포 같다 해서 이름이 붙여진 브라이덜 베일 폭포가 있다. 중앙에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아이콘 하프돔이 있는데, 돔의 절반이 잘려나간듯 한쪽은 곡선, 한쪽은 절벽으로 이뤄진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어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이들이 어우러져서 보이는 절정의 풍경은 요세미티의 첫 번째로 꼽히는 명소다. 방문객이나 등산가 그리고 사진가들이 제일 많이 찾는 곳이다.계곡 곳곳에서 시원한 물살을 쏟아내는 폭포 작품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그중 총 높이 739m에 3단으로 이뤄진 요세미티 폭포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폭포로 신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이종한 사진작가 투올름은 해발 2천627m 고지대 산록의 초지로 렘버트 돔이나 케시더럴 산맥을 바라보는 뷰가 탁월하다. 테나야 호수는 요세미티 밸리와 투올름 초지 중간 요세미티의 심장부에 있는 해발 2천484m의 고산호수로 요세미티 지역을 덮고 있던 빙하에 의해 만들어졌다. 코발트색의 청정한 물과 주위의 수많은 화강암 돔이 장관이다. 파노라마로 촬영한 테나야 호수를 65cm, 120cm 크기로 출력한 사진도 전시한다.이종한 사진가는 “160여 년 동안 관광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황홀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 담긴 원주민과 백인 간 마리포사 전쟁의 애잔한 이야기를 되새기며 촬영한 작품들”이라며 “관람객들에게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이국적인 풍광이 잘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한양대 공대 졸업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가 사업가로 활동하다 2007년부터 포항에 정착한 이종한 사진가는 전업 사진작가로 활동하기 위해 대구대에서 사진·디자인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 사진가는 경산전국사진공모전 금상을 비롯해 국내·외 사진 공모전에서 50여 회 수상했다. 내년 5월에는 미국 그랜드 서클 풍경을 담은 네 번째 미국 풍경 사진전을 계획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5

“지역 사진의 정신적 공간 자리매김하고파”

“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 aren’t close enough.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토저널리즘의 전설인 위대한 전쟁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는 사람 사는 세상을 표현하고자 했죠.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처절한 전쟁을 카메라에 담았던 그의 작가정신은 오래도록 우리의 가슴을 울려주고 있습니다.”사진 전문 갤러리를 표방하고 있는 갤러리 포항 손진국 관장의 말이다.30년 가까이 ‘혼을 담는’ 사진작가로 불리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역 사진작가들이 마음껏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갤러리포항에 많이 반영됐다고 밝혔다.“삶과 예술을 넘나들며 ‘도시와 자연’ 사이에서 인간의 존재와 그 존재가 경험하는 삶의 의미를 조명하고 현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하는 위치와 진정한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사진 작품들을 일단 한 번 감상해 보시라”고 권하는 손 관장을 23일 만났다.- 갤러리 포항은 어떤 곳인가.△약 20평 규모의 사진 전문 갤러리로 출발하였다. 갤러리 포항은 지역사진가 6명이 뜻을 같이하여 창작 공간인 ‘공간너머’를 결성하고 십시일반 물질과 재능을 모아서 만든 공간이다. 사진 전문 갤러리라고 해서 사진만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앞으로는 사진과 함께라면 어떤 장르의 예술 작품도 콜라보로 전시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공간너머는 무엇을 하는 단체인가.△포항 사진의 저변 확대로 포항예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 다양한 일을 하려고 한다. 신진작가 발굴 및 양성, 국내 유명작가 초대전, 사진 포럼 및 세미나, 포항 사진의 정체성과 현대사진의 흐름 등과 관련한 자체 기획전, 지역 작가 유고전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 어떤 작가들이 주로 활동하나.△공간너머 사진가들은 개별적 시간성을 갖추고 있다. 사진의 사회적 역할을 늘 고민하며 아마추어리즘에서 탈피하여 예술에 대한 진지한 모색을 넘어 그 생각을 함께하고자 하는 작가들이다.- 영리 목적으로 하는 것인가.△아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머닛돈을 털고 재능을 기부하여 만들었다. 일부 대관도 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대관료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냉·난방비 정도의 실비만 받고 있다.- 그럼 운영비는 어떻게 마련하나.△운영위원들의 월 회비와 후원제도를 통해서 충당하고 있다. 후원회원 1구좌에 매월 5천원으로 사진인과 예술인, 시민들이 참여해 주셔서 올 한해는 그럭저럭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인 중에서는 최고 10구좌까지 후원해주신 고마운 분도 계신다. 내년에도 후원제도를 꾸준히 홍보해 나갈 것이다.- 작가들이 작품을 팔기도 하나.△물론이다. 전시 기간 중 관람하신 분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작품을 예약하시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와 소비자 간에 이루어지기에 갤러리에서는 잘 모른다. 작품이 팔리면 더러 갤러리에 후원금을 전달해 주시는 분도 있다.- 사진예술 작품 감상은 어렵다고 한다. 팁을 준다면.△찍는 것은 작가의 몫이요, 보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고 한다. 작가가 어떤 의도로 촬영을 했든지 간에 관객은 보이는 대로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한다고 한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와 관객의 느낌이 일치되면 좋은 촬영이 되었고 감상이 될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고는 작품 속에서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땐 작가가 상주하면 작품의 설명을 부탁해 보면 좋겠지만 초보자 입장에서는 질문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작품을 보실 때 먼저 포커스가 어디에 맞아 있는지 봐야 한다. 포커스가 사진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갤러리 포항은 사진 전문공간이다. 한옥에 살면 가구뿐만 아니라 가구 등 기물이 달라지고 사람의 행동이나 의식이 달라지는 공간의 의미처럼, 포항에 문화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사진 전문 갤러리를 만든 것은 포항 사진의 위상과 사진가들의 긍지에 있다. 지역 사진의 정신적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싶은 것이다. 또한, 포항의 창작 사진 활동이 타지역에 비해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미술관 진출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주기적인 개인전에 적합한 전시 공간이나 토론 공간의 부재가 그 요인이라 보고, 그 환경적 대안 공간을 제시하고자 한다.- 시민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지역사진가와 사진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분들을 위해 헌정된 갤러리인 만큼 운영은 후원회원에 의해 이뤄진다. 갤러리 포항은 문화예술을 향유할 포항시민, 사진인, 문화를 사랑하며 즐겁게 살아갈 여러분의 공간이다. 지역의 한계를 넘어 사진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 갤러리가 지역 문화사에 작으나마 의미가 있다고 보고, 이 같은 성장과 발전을 위해 사진인, 예술인, 시민 여러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많은 관심과 격려를 해 주시고, 소원하는 길을 한마음으로 모아 함께 걸어가 주셨으면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4

해양도시 포항의 정체성… 30일부터 ‘포항학아카데미’ 개최

‘2022 포항학아카데미’ 첫 강좌를 알리는 포스터. /포항지역학연구회 제공포항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는 시민 강좌 ‘포항학아카데미’가 오는 30일부터 포항시민들과의 두 번째 만남의 자리를 가진다.포항지역학연구회와 포럼 오늘이 공동주최하는 ‘포항학아카데미’는 포항지역의 향토사학과 문화, 문학 등을 발굴해 포항의 정체성을 살리는 한편 지역의 문화와 역사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개최하고 있다.‘2022 포항학아카데미’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문화와 역사분야로 인정받은 전문가들 특별강의를 실시하는 프로그램으로 30일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특강을 시작으로 오는 12월까지 한 달에 한 번씩 모두 9명의 전문가와 식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강의를 맡은 강사진은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지형학자 민석규, 김남일 환동해지역본부장, 이상모 경북도 동해안정책자문관, 박요섭 해양로봇실증센터 박사, 김윤배 울릉도 독도 해양연구기지 대장, 안경모 한동대학교 교수, 김수희 독도재단 교육홍보부장, 이재원 포항지역학연구회 대표 등이다.이번 ‘2022 포항학아카데미’는 해양과 인접한 포항의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지리, 문화, 역사, 민속 등의 다양한 방면을 둘러보고 ‘해양도시 포항’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해 마련된다.이재원 포항지역학연구회 대표는 “포항이 뿌리 깊은 역사와 문화의 도시임을 시민들에게 상기시킨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해양도시 포항’의 과거와 현재를 탐구하고 나아가서는 미래 포항의 청사진을 그려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한편, 포항지역학연구회는 포항지역의 향토사학자, 의사, 언론인 등 각 분야에 종사하는 포항의 역사와 문화 등 인문학을 연구하는 모임으로 2018년 창립 이후 ‘포항지역학 총서’ 발간과 지역발전 세미나, 시민 강좌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2-04-24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라” ‘좋은 어른’에게 듣는 인생 조언

인생을 살다 보면 문득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을 맞을 때가 있다. 그런 막막한 순간, 나보다 앞서 인생을 산 ‘좋은 어른’에게 조언을 얻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우리는 모두 각자의 별에서 빛난다’(인플루엔셜)는 책상 위에 10년 뒤 달력을 놓고 사는 미래학자, TV를 거꾸로 놓고 보는 괴짜 교수, 한국 벤처 1세대의 아버지, 드라마 ‘카이스트’의 실제 모델 등 화려한 수식어로 불리지만, 그 스스로는 ‘꿈을 키워주는 사람’이라 칭하는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현실의 장벽 앞에 힘겨워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위해 마련한 인생 문법이다.저자 이광형 총장은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시절 한국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대거 배출해 벤처 창업의 대부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인공지능과 바이오정보, 미래학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미래를 향한 자신만의 꿈을 하나씩 실현해왔다.무수한 제자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한편, 본인의 삶을 통해 꿈이 가진 힘을 증명해 온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밤하늘의 별은 모두 저만의 독특한 빛이 있다. 우리도 그렇다. 남과 비교하거나 경쟁에 휩쓸리지 말고 나만의 꿈을 찾아라. 나는 나만의 고유한 색을 찾을 때 가장 빛난다.”저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에 온 마음을 다해 뛰어들 때, 비로소 우리는 밤하늘의 별처럼 유일무이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12개의 주제로 인생철학을 풀어내며 젊은이는 물론 장년층에게도 유용한 지침을 제시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1

노교수가 말하는 ‘물질의 시대’ 행복은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른 다음에는 더 이상 행복이 커지지 않는다”는 ‘이스털린 역설’의 주인공, 행복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97·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1974년 발표와 동시에 경제학의 방향을 바꾼 그의 이론은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된다.이번에 출간된 ‘지적 행복론’(윌북)은 그 후에도 50년간 지속된 그의 연구를 쉽고 명쾌한 언어로 풀어 쓴 책이다. 최근 몇 년간 학교에서 진행한 행복경제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내면의 행복에 관한 질문들에 대해 그 해답을 촘촘하면서도 다정하게 들려준다.그의 관심은 언제나 개인과 행복, 부와 행복, 사회와 행복, 국가와 행복의 관계를 경제학의 언어로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었다.좀 더 많이 벌면 더 행복해질까? 결혼하고 자녀가 생기면 더 행복할까? 어떤 정책을 약속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문득문득 우리의 내면에서 떠오르는 행복에 관한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해 평생 행복경제학에 투신해온 97세의 석학이 들려주는 촘촘하고도 다정한 대답으로 가득한 책이다. 직접 강의를 열고 학생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쓰여 있어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술술 읽을 수 있다.복지 정책부터 환경오염, 종교, 자원봉사, 정치체제에 이르기까지 행복에 영향을 끼치는 영역들을 두루 살피고, 현실적이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론하면서 함께 ‘행복의 진짜 모습’을 찾아나가는 방식의 책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행복’이라는 인간의 감정이 경제학의 프레임 속에서 더욱더 구체성 있게 드러난다.“소득을 높이는 것과 다르게 건강을 증진하는 것은 윈-윈 상황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소득을 높이려고 한다면 준거 기준도 함께 높아지기에 어느 누구도 예전보다 더 행복해지지 않을 겁니다. 이에 반해 운동을 해서 건강을 증진하고 과거의 개인적 경험에 바탕을 둔 준거 기준이 변치 않는다면 모두가 예전보다 더 행복해지겠지요.”이 책은 행복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거쳐 ‘행복혁명’이라는 개념도 새롭게 제시한다.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산업혁명, 인구혁명에 이어 행복혁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얘기다. 개인은 건강과 가정생활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국가는 복지 정책을 펼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총력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세상을 향해 내놓는 진단이자 고언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1

에너지 패러다임 이끄는 국가 미래 ‘부와 힘’ 지형도 바꾼다

‘왜 지금 전 세계의 자본과 인력이 에너지에 몰려드는가?’19세기 석탄, 20세기 석유…. 인류, 산업, 투자의 역사가 뒤바뀐 결정적 순간 뒤에는 늘 에너지가 있었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에너지는 단순히 산업의 주요 요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적(기초요건적) 요소이자 국제관계를 좌우하는 ‘숨은 권력’으로 존재해왔다.2050 탄소중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의 움직임으로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대전환의 순간을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의 시대를 살아가는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이 탄소를 내뿜고 있고 점점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경제 활동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비즈니스북스)는 석유·가스 개발과 에너지 산업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국내 최고의 두 전문가가 펴낸 책으로, 앞으로 30년간 펼쳐질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설명하며 달라질 미래 경제 패권 시나리오를 전망한다.한국석유공사 사장을 지낸 양수영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와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최지웅 씨는 석유·가스 분야를 비롯해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현장에서 바라본 석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분석한다.제1부는 석유의 탄생, 현재, 미래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고갈된다’고 경고해온 석유의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한다. 영국의 메이저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통계에 따르면 남아 있는 석유의 양은 2020년 기준 약 50년분이다. 이 잔존량의 의미는 과거와 다르다. 탈탄소의 시대, 이제 더 이상 석유 산업에 자본과 인력이 몰리지 않는다. 또 새롭게 개발될 수 있는 탐사 대상도 찾기 어려워졌다. 매년 감소 중인 석유 개발 투자가 일으킬 석유 수급의 불균형이 세계 패권 구조와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설명한다.제2부에서는 ‘검은 황금’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에서는 대체에너지로 주목받는 재생에너지와 지구상에 가장 풍부한 물질인 수소를 다룬다. 고갈의 염려가 없고 탄소 배출이 없는 이 에너지원들의 현실과 가능성을 살펴보고 왜 아직 상용화가 쉽지 않은지, 특히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이유와 재생에너지 확대와 시장 선점에 성공한 다른 주요국들의 움직임 속에서 무엇을 고민하고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던진다.제3부 탄소중립이 바꿀 미래의 패권 지도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으로 요구되는 탄소중립의 올바른 경로와 그 과정에서 나타날 산업 구조의 변화를 살펴본다.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유럽 국가들이 취하는 탄소세 등의 행정적 방침이 한국 경제와 기업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한국의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심도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전 세계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에너지원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미래의 부와 힘의 주인이 결정될 것이다. 과거 석유가 인류, 산업, 투자의 역사를 뒤바꿨듯 새로운 에너지원이 전혀 다른 세상,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열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1

현대 한국화의 아름다움 세계에 알려

현대 한국화를 대표하는 수묵화가 박대성(77·사진) 화백의 해외 순회 전시가 지난달 25일부터 독일 베를린 주독일 한국문화원과 6월 카자흐스탄 국립박물관 등 4개국 5곳에서 열린다.경주엑스포대공원 솔거미술관은 미술관 소장작가인 박대성 화백 해외 순회전을 해외 진출 프로젝트의 첫 발걸음으로 시작했다.지난해 11월 한국화의 세계화를 위해 ‘한국화 브랜딩을 위한 학술대회’를 열고 소장 작가인 박대성 화백의 해외 진출 프로젝트 추진에 나선데 따른 것이다.첫 전시인 독일 베를린 주독일 한국문화원에서는‘진경시대:영원한’이란 주제로 전시회를 하고 있다. 박 화백은 진경산수화를 재해석한 작품 24점을 공개했다. 진경산수화는 한국 산천을 직접 보고 소재로 그린 산수화를 가리킨다. 박 화백은 6월에는 카자흐스탄 국립박물관, 7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9월에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센터와 다트머스대학교 후드미술관, 10월에는 이탈리아 로마 한국문화원 등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내년에는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메리 워싱턴대학교 등에서도 작품을 선보인다.1945년 청도에서 태어난 박 화백은 제도권 교육 대신 독학으로 한국화를 익혀 독창적 화풍을 개척해 호평을 받고 있다. 1979년 중앙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겸재 정선부터 이상범, 변관식의 진경산수화 명맥을 이으면서도 과감하고 다채로운 시도로 한국 수묵화의 현대화를 이뤘다. 2015년에는 작품 830점을 경주엑스포대공원 솔거미술관에 기증하면서 솔거미술관 건립 기초를 마련했다.류희림 경주엑스포대공원 대표는 “솔거미술관이 한국화 브랜딩의 세계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며 “한국화가 독립적인 예술분야로 자리잡고, 경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0

포항문화재단 합창단‘Bella Famiglia’ 참여자 모집

(재)포항문화재단은 재단이 운영하는 대잠홀과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청년예술단체 벨라미치문화예술연구소의 ‘2022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 퍼블릭 프로그램으로 온 세대 합창단 ‘Bella Famiglia’에 참여할 시민들을 오는 29일까지 모집한다.‘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은 경북문화재단 주최, 경북도에서 후원하고 포항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대표적인 예술협력 사업이다.온 세대 합창단 Bella Famiglia 모집대상은 포항지역 내 세대 간 공감대와 하모니를 원하는 2명 이상의 그룹으로 온 가족, 부부, 남매, 자매, 형제, 친구, 직장동료 등 모든 세대(유아부터 노년까지)가 참여 가능하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 40명의 시민들이 문화예술교육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2022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 퍼블릭 프로그램 온 세대 합창단 Bella Famiglia은 편견과 왜곡으로 공감이 결여된 세대 간 연결을 위해 삶의 균형과 공감의 매개체인 음악예술을 활용해 세대연결을 지향한다.개인의 잠재능력을 이용해 자아성취의 욕구를 충족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깨진 삶의 균형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교육 종료 후 발표 공연도 진행될 예정이다. 교육기간은 오는 5월 2일부터 8월 13일까지이며, 기간 내 매주 월요일 대잠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교육은 전액 무료로 진행된다.참여를 희망하는 시민은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0

강성위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 출간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작품을 한시로 옮겨 시를 이해하는 색다른 관점을 선보이는 ‘한시(漢詩)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푸른사상)가 출간됐다. 한문학자이며 한시인이기도 한 강성위 씨가 지은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 4부까지는 김소월, 윤동주로부터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정호승, 안도현 등의 현역 시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인들의 작품 총 64편을 수록했다. 우리말로 된 시를 한시로 옮기고, 주석을 달아 시어와 구절을 이해하게 하고, 한역시를 다시 한글로 직역해 그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고, 저자의 깊이 있는 해설이 담긴 한역 노트까지 곁들인 이 책은 한국시를 읽고 감상하는데 있어 이제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뜻깊은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5부에는 저자의 자작시와 자작 한시가 실려 있다.한국 현대시를 한시로 옮기는 일은 두 언어 사이의 표현방식 차이 때문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시를 창작하고 번역해온 저자의 경험, 그리고 한시와 현대시 양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맹문재 교수(안양대학교 국문학과)는 “한국 현대시를 한시(漢詩)로 옮긴 작업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학계나 시단에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강성위 시인은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고, 학문이 깊으며, 이 세계를 끌어안는 자세가 진지하고도 넓다”고 평했다.푸른사상 출판사 측은 “이색적이고 의미있는 이 책의 출간으로 한시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고, 근·현대에 이르는 한국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가 한시로 번역, 소개되면서 한국 현대시가 중국 등 동양문화권으로 전파할 수 있는 ‘한국시의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한문학자이며 시인이기도 한 저자 강성위 씨는 한시 창작과 번역을 지도하는 작은 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대학 출강과 생활한시를 창작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30권이 넘는 저서와 역서를 비롯 창작 한시집으로 ‘술다리(酒橋)’ ‘감비약 처방전’ 등이 있다. 현재 월간 ‘우리詩’와 한경닷컴 ‘The Pen’에 ‘한시공방(漢詩工房)’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 중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0

포항문화재단, ‘상상력극장 삼양동화’ 공연

(재)포항문화재단은 2022년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하는 ‘키즈 페스타 in POHANG’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오는 30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상상력극장 삼양동화’를 공연한다.‘상상력극장 삼양동화’는 ‘헨젤과 새엄마’, ‘거울을 깬 왕비’ 편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2018년 팟캐스트 뮤지컬과 낭독공연으로 시작됐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기존의 고전동화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의 원작을 뒤집은 스토리로 동화 속 불편한 부분을 현대적 관점으로 바꾼 동화 뮤지컬이다. 2022 서울아시테지 겨울축제 대표공연 초청 및 제30회 서울어린이연극상 단체부문 관객인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상상력극장 삼양동화’는 3명의 배우가 내레이션과 여러 역할을 나눠 연기함으로써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입체적인 낭독형식으로 진행되는 색다른 공연으로 기존 고전 동화 속 편견과 고정관념을 뺀 이야기 전개로 아동이 세상에 맞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헨젤과 새엄마’ 편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악독한 새엄마가 아닌 아이를 구하기 위해 용감하게 어둠 숲으로 뛰어드는 헌신적인 새엄마로, ‘거울을 깬 왕비’ 편에서는 여성에 대한 불평등한 인식을 깨고 수동적인 백설공주가 아닌 새엄마를 찾아가 제안을 하는 적극적인 캐릭터로 관객과 만난다.‘상상력극장 삼양동화’ 티켓은 전석 1만5천원으로 포항시민은 특별할인된 전석 1만원으로 예매 가능하다. 그 외 10∼50%의 다양한 할인이 제공되며 예매는 티켓링크 홈페이지(www.ticketlink.co.kr)와 전화 1588-7890로 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9

‘울진 화마’의 상처 사진으로 만난다

손진국·이정철·강철행·최흥태·안성용·권기철…. 포항의 중진 사진작가들의 모임인 ‘공간너머’ 사진가들이 지난달 발생한 국내 최장 시간의 산불로 기록되는 울진산불의 현장을 담은 사진전 ‘화상(火傷)’전을 열고 있다.오는 25일까지 갤러리 포항(포항시 북구 죽도로 19 2층)에서 열리는 전시는 화상의 아픔을 겪고 있는 울진 주민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마을의 상처를 기록하고 기억함으로써 울진 주민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길을 사유해보자는 취지로 마련했다.이번 사진전에는 공간너머 회원들이 울진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울진군 화동리, 소곡리 마을 일대를 일주일간 모니터링하며 기록한 사진 100여 점을 테마별로 전시하며 아직도 생생한 산불의 기억을 담아내고 있다.울진산불은 지난 3월 4일부터 13일까지 9일간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다.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건조한 날씨에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 겹치면서 급속히 번져갔다. 산림 2만 923ha(울진 1만 8천463ha, 삼척 2천460ha)를 태우고 213시간 43분(약 9일) 만에야 진화된 울진산불은 산림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산불로 주택 351채, 창고 318개, 비닐하우스 63개, 축사 16개 등 총 748개 시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울진에서만 219세대 33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진가들의 렌즈에 비친 풍경은 참담하다.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집들이 불에 타 검게 탄 시멘트벽들만 남아 주민들의 허탈한 심정을 아프게 새긴 비명(碑銘)처럼 서 있다.평생을 살아온 집이 하루아침에 폐허가 돼 피난처에서 몸을 피하고 있는 노부부가 집터 앞에 망연자실해 주저앉은 모습은 대형 산불이 남기고 간 참담한 주민들의 상처를 대변한다. 마을을 함께 지키며 수십 년, 수백 년 동네 사람들과 같이 희로애락을 나누며 살아나온 나무들도 불 속에서 검게 타버리고 생명을 잃어버린 채 서 있다.산짐승과 새와 벌레들의 보금자리이며 꽃과 나비와 사람들의 휴식처이며 또한 생업의 현장이기도 한 산과 나무들이 뜨거운 불길 속에서 타들어 가는 시간을 멈추려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담았다.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손진국 사진가는 “마을의 울타리가 되어주던 푸르렀던 대밭의 대나무들이 불에 탄 채 동네의 오래된 길을 막고 있었지만, 우리들의 눈에는 희망을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는지 검은 땅에서 숨을 쉬며 돋아나오는 새순을 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9

오감으로 느끼는 미래형 도서관 온다

“가상세계의 도서관을 통해 새로운 도서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포항시립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하는 ‘미디어 창작공간 및 실감형 체험관 조성 지원’ 공모사업에 포은중앙, 대잠, 연일 등 3개 도서관이 선정됐다고 18일 밝혔다.메타버스 활용의 현주소인 ‘실감형 체험관 조성’에 선정된 포은중앙도서관은 실제 책 위에 빛으로 이뤄진 영상을 투사해 고서(古書)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디지털 북’과 첨단 기술이 적용된 고지도를 고해상도 이미지로 대형 스크린에 자세하게 보여주고 다양한 정보까지 제공하는 ‘인터렉티브 지도’ 콘텐츠를 구현해 책을 오감으로 느끼는 미래형 도서관의 청사진을 보여줄 예정이다.‘미디어 창작공간 조성’으로 선정된 대잠·연일도서관은 공유 스튜디오 및 촬영장비 지원환경 조성으로 시민들의 창작역량을 강화하고 도서관이 지식의 놀이터로서 시민들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앞서 포은중앙도서관은 지난해 ‘스마트 K-도서관’ 공모사업에 선정돼 1층 로비에 21㎡ 규모의 공유 스튜디오를 조성해 운영 중에 있으며, 도서관이 문헌소장과 기록의 역할을 넘어 새로운 문화를 창작하고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포은중앙도서관의 특성화 주제인 ‘만화’ 콘텐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웹툰창작체험관 조성 및 운영사업’ 수행기관으로 8년 연속 선정돼 웹툰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화상수업플랫폼을 활용해 운영하고 있다.송영희 포항시립도서관장은 “‘Second Life, Second Library(가상현실 플랫폼, 가상현실 도서관)’시대를 대비한 도서관 서비스의 확장 및 고도화를 통해 계속해서 성장·발전하는 도서관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도서관이 지식정보를 소비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재미있고 편안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8

대구 달서아트센터 ‘최석민 무용단 우리 춤 한마당’ 개최

‘DSAC 2022 로컬 아티스트 프로젝트 - 최석민무용단의 해설이 있는 신명나는 우리 춤 한마당’이 오는 27일 오후 7시30분 대구 달서아트센터 청룡홀에서 열린다.DSAC(Dalseo Smiling Arts Center) 로컬 아티스트 프로젝트는 대구지역 우수예술단체를 발굴,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공연을 제공하는 달서아트센터의 지역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 예술단체 공연공모를 통해 선정된 8팀의 공연과 ‘푸치니 베스트 컬렉션’, ‘가곡열전’ 등 브랜드 콘서트를 포함, 총 10건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대구·경북에서 활발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문 무용 단체인 최석민 무용단은 2007년 창단해 전통·창작무용 공연뿐 아니라 공연 및 창작 작업에서 안무, 연출, 기획 등을 하고 있다.이번 공연에서는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8호 ‘수건춤’을 비롯해서 ‘선비춤(임이조류)’, ‘달구벌검무(정소산류)’, 진도북춤 등 우수성과 보존가치를 인정받은 우리나라의 다양한 전통무용과 ‘품바’, ‘희망의 등불을 밝히며’, ‘꽃잎 흩날리며’ 등의 창작무용을 선보일 예정이다.특히 우리의 멋과 흥, 신명이 담겨진 다양한 우리 전통춤에 대한 해설을 곁들여 한국 전통무용의 우수성을 알리고 전통의 소중함을 전달하며 춤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8

“문화마을 만들기 함께해요”

“우리 동네 내 손으로 행복한 문화마을 만들어 갑니다.”(재)포항문화재단 문화도시사업단은 2022년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시민커뮤니티·문화활동공간 ‘삼.세.판’(이하 ‘삼세판’) 3기를 모집한다.삼세판은 ‘삼삼오오 모여 세상을 바꾸는 문화판’의 줄임말로 시민 스스로가 주체적 문화활동을 통해 나와 도시의 변화를 주도해 나간다는 의미로 현재 총 24개팀의 시민커뮤니티가 삼세판 거점을 중심으로 포항시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삼세판은 시민중심의 문화도시 정착을 위해 각자가 살고 있는 시점과 공간에서 시민 자발적으로 형성된 커뮤니티를 발굴해 이들이 사회적 의제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보다 나은 삶의 가치실현을 위한 다양한 시민활동에 대한 지원사업이다.무엇보다 그동안 도시 중심으로 추진해온 문화거점 사업을 농어촌, 공단지역으로까지 확대해 주민 접근성이 높은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언제든 갈 수 있는 생활권) 문화거점 조성을 확대해 시민의 문화접근성을 높이고 포용의 문화를 실천하는데 목적이 있다.‘시민커뮤니티’란 지역주민이 거주하는 생활권 내에서 그 지역만의 문화가치를 생성하고, 확산하고자 하는 자발적 시민모임을 뜻하며, ‘문화활동공간’은 이 커뮤니티들이 생활권내에서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거점으로 동네카페 및 책방, 아파트 유휴공간, 주민센터 유휴공간 등 일상적으로 이용·공유 가능한 공간이면 된다.삼세판에 선정될 경우 시민커뮤니티가 활동할 문화활동공간의 조성과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받게 된다.지원자격은 생활권이 같은 3명 이상의 시민모둠이며, 동네 문화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과 문화활동공간 운영 계획을 오는 5월 9일까지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선정 후 각 공간에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지원규모는 1곳당 최소 100만원∼최대 500만원으로 신규공간 10개팀 내외를 지원할 예정이다.자세한 공모내용은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포항문화재단 정책기획팀(054-289-7902)으로 문의하면 된다.포항문화재단 문화도시사업단은 관 중심의 문화공간사업에서 나아가 시민 생활권으로 문화거점을 확대하고, 시민들의 자발적 문화자치활동을 지원해 향후 2024년까지 총 33개소의 시민커뮤니티 문화활동간을 조성·지원해 시민이 일상적 삶을 변화시키는 문화안전망을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8

경북 선비문화 아카데미 수강생 모집

포항문화원(원장 박승대)은 내달 4일부터 운영하는 경북 선비문화 아카데미 수강생 25명을 18일부터 선착순 모집한다. 경북 선비 문화 아카데미는 한국정신문화의 근간인 선비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시민들에게 바람직한 가치관 확립과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교양 프로그램이다.한국국학진흥원 박경환 연구위원의 ‘선비와 기록문화’ 강의를 시작으로 총 11회에 걸쳐 진행되며, 영남 선현들의 사상 및 문화·교육, 충효·예절, 교양과 지역의 정체성 등을 담고 있는 다양한 수업이 준비돼 있다.이번 아카데미는 오는 5월 4일부터 6월 15일까지 매주 수·금요일 오후 2~4시 포항문화원(포항시 북구 새천년대로 909)에서 진행되며, 참가신청은 포항문화원 홈페이지(http://pohang.kccf.or.kr)에서 신청서 양식을 다운받아 문화원 방문 혹은 E-mail(pohang4711@kccf.or.kr)로 접수하면 된다.기타 자세한 사항은 포항문화원 사무국(054-242-4711)으로 문의하면 된다.박승대 포항문화원장은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옛 선현들의 올바른 정신문화 함양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포항문화원에서는 앞으로도 지역의 전통문화 계승과 발전을 위해 한층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7

“정신 허기진 시대, 차 한잔이 약이죠”

내연산 기슭 천년고찰 보경사를 향하는 길목. 포근한 차향이 산사를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따사롭게 채운다. 꽃향기와 각종 약재의 냄새가 오묘하게 어우러지고, 달그락거리는 다기 소리가 봄이 오는 소리를 일깨운다.포항시 북구 송라면 보경로 460에 위치한 양지방 찻집은 20여 년 전 문을 열었다. 내연산과 보경사를 찾는 이들이 잠시 쉬며 차를 마시는 아담한 곳이다. 20평 남짓한 찻집으로 들어서면 대표 이순임(63) 씨가 오랜 시간 동안 가꾸고 꾸며온 100여 점의 다기와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서 소박함이 느껴진다. 마치 숲속에 마련된 작은 별장에 들어선 기분이다.톨스토이는 ‘차는 영혼의 깊은 곳에 있는 잠재력을 깨운다’고 말했다. ‘차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맛있는 물을 함께 나눈다’는 일념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에 집중하며 자신과의 온전한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이순임 양지방 찻집 대표를 지난 16일 만났다.보경사 향한 길목 자리한 지 22년, 숲속 별장 같은 찻집 만들어맛있는 차 위해 재료 하나하나 직접 손질 ‘티소믈리에’ 자격증도“누구라도 차 한잔 청해온다면 기꺼이 함께 울고 웃고 싶어요”-‘양지방’이라는 상호는 누가 지었는가.△지인들이 상호는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짓는 게 아니라고 해서 2003년 5월 철학관에서 2~3일 걸려 여러 가지 상호를 지어 주셨지만, 그중에 좋은 지혜를 얻어가는 방이란 뜻의 양지방(良智房)이 마음에 들었다. 그게 아니라도 음지·양지 할 때 따뜻한 느낌도 들어서 내가 직접 골랐다.-양지방 찻집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하나뿐인 아들이 대학 진학을 한 다음 군입대를 하고 나니 갑자기 텅 비어버린 마음을 추스를 방법이 없었다. 나 자신을 찾겠다고, 가장 좋아하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찾은 답이 차였다. 오래전부터 대추차를 잘 끓였다. 너무 비싼 가겟세가 부담되어서 내 집에서 해 보자고 주택가에서 ‘대추차가 이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이란 큰 간판을 걸고 시작했었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주택가에서 장사한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지금 이곳 양지방으로 옮겨왔는데, 벌써 22년째다.-어떤 종류의 차를 팔고 있는가.△전통찻집으로 문을 열었으니 일단 대추차가 기본이다. 건 오미자를 문경에서 직접 사 와서 12시간 이상을 우려서 걸러 냉차로, 온차로 내놓는다. 이른 봄 솔잎과 솔순을 따다가 며칠을 흐르는 물에 씻어 큰 항아리에 숙성 발효를 시킨 다음에 이 또한 냉·온으로 제공한다. 남편 쉬는 날 깊은 산골 차량이 별로 안 다니는 곳을 찾아 솔잎을 따다가 엑기스를 만들어 둔 것을 8~9년이 넘은 지금까지 손님에게 내놓는다. 처음에는 병에 담아 팔기도 했으나 지금은 재선충 때문에 만들어 팔지는 못하고 가게 손님에게만 내놓고 있다.-그동안 애로점은 없었는지.△전통찻집이 쉬우리라고 생각하여 가볍게 달려드는 분들이 많은데 말리고 싶다. 재료를 인스턴트로 구입해서 한다면 몰라도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손을 거쳐서 해야 하는 일들이라, 한두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 입맛 맞추기가 그리 쉽지 않다. 철 따라 해놓아야 할 것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가장 좋아하는 중국차 녹차 황차 홍차 우롱차 흑차 보이차 등 차 종류만 수백여 가지다. 자격증도 따고, 어떤 차를 어떻게 우리면 더 맛나게 더 향기롭게 우릴 수 있을까 하고 서울까지 수업받으러도 다녔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양지방 찻집을 운영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또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차 생활 한지가 어언 사십여 년이 되었고, 찻집이라고 열어놓고 지금 이 자리에서만 22년째다. 지금 이 시대가 배고픈 시대는 아니다. 정신이 고픈 시대라서 누구라도 찾아와 차 한잔 청해온다면 기꺼이 함께 울고 웃으며 맞이하고 싶다.-티소믈리에 자격증을 가지고 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티소믈리에는 어떤 자격증인가.△녹차는 녹차답게 홍차는 홍차답게 각 차 마다의 특성을 잘 살려 좀 더 향기롭게 좀 더 맛있게 어떤 다구에 어떤 차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며, 물 온도를 높여야 할지 낮추어야 할지를 맞출 줄 아는 전문자격증을 말한다. 차를 마시는 사람 마다의 개성도 중요하지만, 체질에도 맞게 차를 권하는 것도 티소믈리에가 해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찻집 주인이 왜 한복을 안 입고 있느냐는 손님들이 가끔 있다. 물론 의복은 그 사람을 표현하는 목적이 있지만, 차를 맛나게 우리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단정한 모습으로 정성을 다해 차를 우리면 된다고 생각한다.-관광객을 상대하는 찻집인데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관광지라고 한번 휙 다녀가는 분도 있지만, 한국은 일일생활권이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든지 오갈 수 있다. ‘일상생활 속 차문화’를 추구하며 한자리에 이십여 년 있다 보니 그때 그 주인 맞나요 하고 찾아오는 분이 꽤 늘었다.-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양지방 찻집만의 정겨운 이미지를 한층 높여 보경사를 찾는 많은 사람이 우리 찻집을 들러서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입덧 심했던 임산부, 하늘나라로 가신 요양원 어르신들, 그 자제분들…. 참 많은 사연이 깃든 곳이다. 그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울고 웃던 옛일을 추억하는 일이 내가 찻집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사는 날까지 이렇게 살다가 갈 수 있기를 욕심내어 본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7

트라우마 지우는 특수 청소부의 삶

“당신의 고통을 존중합니다.”죽은 쥐, 널브러진 파편, 두려움과 함께 사는 동물 조련사, 우발적인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을 거둔 젊은 여성, 40년 동안 쌓아 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잠을 자는 70대 여성, 거실에서 조용히 피를 흘리며 죽어 간 버스 운전기사….‘트라우마 클리너’(열린책들)는 특수 청소 서비스 전문 회사를 운영하는 트라우마 생존자 샌드라 팽커스트의 삶과 내면을 다룬 에세이다. 호주의 논픽션 작가 세라 크래스너스타인은 샌드라가 산 자와 죽은 자의 집에 질서를 찾아주는 과정과 지금껏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한 그녀의 특별한 삶을 담아냈다.작가는 4년 동안 샌드라를 따라 20여 곳의 현장을 방문하고 취재하며 그녀의 삶을 온전히 되살려냈다.트라우마 클리닝 혹은 특수 청소 일은 뭔가 음울하고 괴짜 취향의 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른 직업만큼이나 전문성을 요한다. 무엇보다 샌드라는 탁월한 공감력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집에 스며들어 있는 악취를 없애고, 괴상한 포르노물과 사진과 편지를 버리고, 비누와 칫솔에 붙은 그들의 DNA까지 없애지만 사람을 지우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반려동물로 삼은 죽은 쥐를 내다 버릴까 예민해진 고객을 안심시키고, 40년 동안 치우지 않은 집의 주인과 수다를 떨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오래된 청구서를 정리한다. 침구, 텔레비전, 가구 등 물려받을 유족이 없어 남아 있는 물건은 따로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한 곳에 무료로 설치해 주기도 한다.냉대와 따돌림, 차별과 폭력으로 얼룩진 샌드라의 삶은 언뜻 평범해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 여러 가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는 면에서, 그리고 내면의 욕구를 인지하고 자기다운 삶을 찾아 나간다. 작가는 샌드라의 삶을 취재하며 활기찬 그녀의 모습 이면에, 힘든 일을 티 내지 않는 문제,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문제, 누군가에게 정착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문제 등을 발견한다. 하지만 샌드라는 타고난 확신과 놀라운 회복력으로 자신의 삶을 가꿔 나갔다. 그녀는 침묵을 두려워하고 소음이 있어야 잠들 수 있지만, 그녀의 집에는 꽃이 가득하고 아늑한 소파와 향기 좋은 비누가 있다. 트라우마는 그녀의 기억 속을 배회하지만, 새로운 기억과 계획으로 삶을 채워 나가고 있는 것이다.작가는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함께 지워 버린 샌드라의 삶을 복원하고 마음 깊숙한 곳까지 꿰뚫어 봄으로써 샌드라와 독자 사이에 인간적 유대 관계를 맺어 준다. 작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취약성을 들키고 싶어 하지 않지만, 취약성을 드러냄으로써 연민 넘치는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샌드라의 활기찬 모습 이면에는 부모에게 학대받고 성소수자로서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 아픔이 있었다. 저자는 샌드라의 청소 현장과 그 자신이 갖가지 트라우마의 생존자인 샌드라의 인생역정을 번갈아 조명한 뒤 이렇게 말한다.“트라우마의 반대가 트라우마의 부재는 아니다. 트라우마의 반대는 질서와 균형이다. 그것은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중략) 빛이 가득 들어오는 그 집에서도 샌드라의 과거 최악의 기억들은 여전히 이 구석 저 구석을 배회한다. 하지만 그런 기억들은 이제 대부분 공간을 메우고 있는 좋은 기억과 새로운 계획, 살아온 삶과 살고 있는 삶에 자리를 내주지 않을 수가 없다.”세라 크래스너스타인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2018년 빅토리아 문학상, 논픽션 부문 빅토리아 프리미어 문학상, 오스트레일리아 출판산업상ABIA ‘올해의 일반 논픽션 상’, 도비(Dobbie 문학상), NSW 프리미어 문학상 ‘더글러스 스튜어트 상’(공동 수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오스트레일리아 국립전기상, 영국 웰컴 문학상 등에서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4

가치관 변화,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금융은 자본주의의 꽃이자 핵심으로도 불리지만, 탐욕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며 불평등을 심화해나가는 시스템이자 업계라는 사실이 거의 상식으로 통용된다.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 전쟁과 식량 위기 등으로 세계가 막다른 길을 향해가고 있다는 전망이 인류 위에 그림자처럼 드리운 지금, 정치-경제-금융적 가치관의 실질적인 변화로 세상을 더 좋게 만들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캐나다 중앙은행과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 총재를 지내는 등 세계 금융 핵심부에서 활동해 온 마크 카니는 ‘초가치’(윌북)에서 금융의 역사를 되짚으며 ‘공정한 금융’의 가능성을 탐색한다.마크 카니는 금융 시장에서 왜곡돼온 가치에 대한 인식을 짚고, 어떻게 하면 이 거대한 세계적 위기의 시대에 세계적 차원에서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금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긴급하고도 대담한 통찰과 제언을 내놓는다.세계 금융의 핵심부에서 활동해온 마크 카니는 2013년 비영국인 최초의 영국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해 2020년까지 브렉시트 이후의 혼란을 성공적으로 수습한 유능한 경제 리더이자,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있었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에는 과감한 판단과 정책적 결정으로 캐나다를 G7 가운데 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시킨 강력한 리더십으로 찬사를 받은 주인공이다.그에 따르면 시장경제는 외부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사회적 가치에 균열이 생기면 시장경제도 흔들리게 된다. 그는 자본주의 속성상 시장 가치 영역이 지속적으로 팽창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즉 인간 가치를 위협한다고 본다.따라서 ‘부의 유토피아이자 인간성의 디스토피아’를 극복하려면 시장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우리는 시장이 제대로 잘 작동하도록 사회적 자본을 재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개인과 기업은 시장 시스템을 위해서 연대감과 책임감을 회복해야 한다. 한층 더 폭넓게 말하면, 사회의 가치관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하고 ‘초(超)가치’를 지향함으로써 우리는 번영의 여러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