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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영덕 영해면, 대한민국 변방에서 ‘도시재생’ 중심으로

도시. 우리는 그것을 대부분 딱딱한 건물과 도로로 구성된 사물의 집합체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최근 도시를 살아있는 유기체, 즉 생명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늘고 있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전성기를 맞은 후 쇠퇴하는 우리 사람처럼. 문제는 지방의 도시들 대다수가 생명력이 다해 이제는 소멸의 위기에까지 몰린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의 생존전략을 발휘해 경쟁하고 있지만 결국 엄혹한 진화의 과정에서 소수의 생명만이 ‘도시’라는 유전자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그런 가운데 최근 영덕군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영덕군은 수많은 공모를 통해 국비를 끌어 모은 후 여러 사업들을 연계해 관할구역인 영해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대단위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작은 지방자치단체에겐 대담한 도전이 될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는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생존의 갈림길에 놓인 다른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에겐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과연 영덕군 영해면은 대한민국 도시재생의 모델하우스가 될 수 있을까? ◇ 왜 도시 ‘재생’ 인가때는 바야흐로 2002년. IMF 외환위기 이후 얼어붙은 경기의 부양정책으로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붐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허름한 건물을 밀어버리고 휘황찬란한 고층건물을 세우면 모두가 도시인의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꿈꿨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뉴타운·재개발 사업은 대실패로 막을 내렸다.영덕군이 성장 중심의 재개발·재건축이 아닌 지속가능성 중심의 도시재생을 선포한 이유는 이러한 역사적인 교훈의 발로이며 그 핵심가치엔 공공성이 있었다. 주민들이 소외되는 그 어떤 개발사업도 명분이나 효능이 없다는 것이다. 영덕군의 이러한 기조는 되새길만하다. 새로운 인구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방도시에서 주민들을 배재한 개발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 영덕군이 영해면에 그리는 ‘도시재생’은 시대적 요구이며, 전성기가 지난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공간의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주민들의 생활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사회, 경제, 문화, 주거,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비전과 실천인 셈이다.◇ 뉴딜을 넘어 도시재생+SOC확충의 콜라보레이션영해면에 시행될 도시재생사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영덕군은 2018년부터 2025년까지 8년간 영해면 일대에 1천700여억원의 예산을 투여한다. 모두 국비를 확보한 사업들이다. 영덕군의 도시재생사업이 여타 시군의 뉴딜사업과 차별화되는 것은 비단 그 규모의 우월성만은 아니다. 각각의 사업들이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 도시재생사업들 간의 연계, 그리고 도시재생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사업 간의 연계가 유기적으로 융합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설계됐기 때문이다.그 예로, 최근 국비를 확보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대상지인 영해면 성내리 일원의 주거환경정비와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143억원이 투입되는데, 이 일대와 교집합을 이루어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450억원)’,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150억원)’과 같은 기존에 국비를 확보한 도시재생사업들이 긴밀히 연계돼 있고, 여기서 다시 ‘예주 행복드림센터 조성(147억원)’, ‘3.18만세시장 보행환경 조성(16억원)’과 같은 SOC 구축사업이 융·복합되면서 각각의 사업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서로를 보완·견인하고 있다.영덕군의 이러한 복안은 도시를 수많은 세포가 모이고 각각의 기관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생명체로 바라보는 철학에서 기인한다. SOC 구축으로 뼈를 형성하고, 그 위에 도시재생사업으로 근육을 단련하며, 그 속에 주민들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에 생기를 북돋아 장기를 강화한다. 영해라는 생명활동의 중심에 ‘지역공동체’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영덕군은 여러 도시재생사업의 계획착수 단계부터 주민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주민협의체와 주민위원회의 발족을 이끌어 민관이 긴밀히 협조해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주민들을 사업의 주체로 세워내는 노력들을 아끼지 않았다. ◇ 영해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은 ‘도시 정체성’ 복원!그렇다면 과연 영해라는 생명체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영덕군이 영해면에 시행하는 과감하고 도전적인 일련의 도시재생사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예주’로 기억되는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확립하는 일, 바로 영해의 정체성을 공표하고 이를 도시경쟁력으로 확보하는 것이다.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지자체간의 경쟁이 심화된 오늘날엔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역사·문화적 정체성이 그 도시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낡은 건물을 밀어버리고 새 건물을 번듯하게 올리는 것이 전부인 재개발사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에 새로 조성되는 신도시에 의해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고유한 역사와 문화가 깃든 지역은 절대적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보다 먼저 태어나 쇠퇴기를 겪는 서구의 도시들이 역사와 문화를 도시재생의 핵심전략으로 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영해는 2,000년 전 삼한시대의 신비로운 우시국을 시작으로 남쪽의 경주, 북쪽의 강릉과 버금가는 동해안의 거점도시였고, 고려 해안방어의 요충지로 읍성이 건축됐으며, 일제에 대한 민중의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신돌석 의병장의 항일운동과 동해안 최대 만세운동이 펼쳐진 충절의 도시이다. 영덕군의 여러 도시재생사업이 영해 주민들의 생활근거지이자 역사·문화의 상징인 만세시장을 중심으로 폭넓게 융합된다는 것은 도시의 정체성을 복원하고 계승하는 것이 영덕군 도시재생사업의 본질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통합이 바로 영해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지금까지 살펴본 영덕군의 도시재생사업은 ‘영해가 확 바뀐다’, ‘동해안 중심도시로 도약’ 등과 같은 과장되고 상투적인 언어로는 표현될 수 없다. 모든 도시가 그렇듯 쇠퇴기를 겪는 ‘영해’가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남다른 케어 프로그램을 가동했다고 볼 수 있다. 영덕군의 도전적인 도시재생사업에 관찰이 아닌 관조의 시선이 보내지는 것은 변화될 ‘영해’가 보여줄 드라마이며 그것이 끼칠 영향력일 것이다. 하나의 생명체로서./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2021-11-01

일본제철 대규모 구조조정 치명상… 한국, 경계 늦춰선 안돼

일본제철은 한때 세계 철강업계의 벤처마킹 단골 메뉴였다. 세계적 기술력으로 품질 좋은 철강 생산을 했고, 지역사회와의 협업 등 배울 점이 많아서였다. 포스코 또한 초기엔 일본제철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으며 성장판을 마련했다.그런 일본제철이 최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3위 철강 기업 일본제철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철강도시 포항으로서는 일본제철 사례가 궁금증을 낳을 수밖에 없다. 현지 매체에 보도된 내용 등을 통해 그 배경을 살펴봤다.1950년 창업한 일본제철은 매출 6조2천억 엔(62조 원), 종업원 수 10만6천 명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다. 1970년 일본 아와타 제철과 후지 제철이 합병해 신일본제철로 이름을 바꾼 이후, 2012년 스미모토 금속 공업과 합병해 ‘일본제철’로 탄생했다. 이후 일본 전국에 15기의 용광로를 운영하며 세계 최대 조강생산량과 판매량을 기록한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본 경제를 견인해 왔고, 세계 철강 업계를 주름 잡기도 했다.그랬던 일본제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지난 3월, 동일본제철소 카시마 지구의 고로 2기중 1기를 2024년 말까지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것. □ 글로벌 경쟁 심화·탈탄소 압박 등이 요인일본제철의 고로 가동 중단은 당장 일본 산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제철은 국내 수요의 감소, 수출 채산성 악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철강사 경쟁과열 등을 구조조정의 이유로 밝혔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감소도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OECD에 따르면 2019년 일본의 조강 생산 능력은 1억3천만t이지만 실제 생산량은 9천900만t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8천319만t까지 감소했다. 중국 철강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산으로 인한 공급 과잉, 채산성 악화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던 일본제철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더 축소되자 결국 카시마 제철소 고로 추가 폐쇄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기에 이르렀다.일본제철의 구조조정 발표가 나오자 일본 내에서 다양한 분석들이 쏟아졌으며 그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 닛케이신문은 일본 정부의 탈탄소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도했다.일본 정부는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내건 상태.석탄을 원료로 하는 코크스를 이용하는 고로사의 부담은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다. 코크스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로를 이용해도 되지만, 고로에 비해 전기로는 불순물 제거가 어려워 자동차에 사용되는 고장력 강판이나 전기자동차의 모터에 활용되는 전기강판 등 고성능 강재 생산에는 한계가 있다. 고로를 이용한 자동차용 강재 생산이 주력인 일본제철에게 탈탄소 정책은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것이 관련 학계 및 산업계의 는 분석이다. □ 고로 불 꺼지면 도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동일본제철소 카시마 지구 고로 1기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면서 가장 충격을 받은 측은 제철소 소재 지방정부다. 이바라키현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인구 6만여명의 작은 도시 카시마시는 철강과 함께 성장한 지역이다.스미모토 금속공업의 주력 제철소였던 동일본제철소 카시마 지구는 2012년 스미모토공업과 신일본제철이 합병하면서 일본제철 소유로 넘어갔고, 1968년 가동을 시작한 이후 자동차와 가전제품용 박판 등 일본 주력 수출품의 소재를 생산하면서 지역 경제를 든든히 받쳐왔다.카시마시와 일본제철과의 연관은 각종 지표로도 확인된다. 인구 6만7천여 명 중 일본제철의 종업원만 3천 명, 하청회사를 포함하면 거의 1만여 명이 일본제철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도시 인구의 약 15%가 일본제철에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일본제철은 고로 폐쇄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 생긴 인력을 타지에 위치한 제철소로 전환 배치하여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카시마시에 이미 기반을 마련한 일부 직원들은 강재가공회사 등이 위치한 인근 치바현 등으로 이직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보도하고 있다.카시마시와 이바라키현 등 지방 정부는 제철소 일부가 폐쇄되면 고용과 납세 등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비상이 걸려 있다.카시마시 니시키오리 고이치 시장은 그동안 “고로 1기가 폐쇄되면 협력업체 뿐 아니라 음식업 등 여러 형태 사업장의 어려움으로 5천명 정도가 고용에 나쁜 영향이 받을 걸 각오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결국 도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위기 상황임을 토로했다.카시마시는 앞서 철강 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걸은 이와테현 가마이시시를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일본 근대 제철산업의 발상지로 불리는 가마이시는 1978년부터 1989년 사이 석유파동과 엔고(円高) 현상으로 현재 일본제철의 전신인 신일본제철이 고로 2기를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자, 지역의 근간을 이루던 산업이 쇠락의 길을 걸었고, 조선소와 하청업체도 도산하거나 공장을 이전하면서 도시 자체가 무너졌다. 1975년 기준 가마이시 제철소 종업원 수는 가마이시 지역 종사자 전체의 약 15%, 제조업 종사자 수의 약 61%였으며 1963년 철강 산업이 번성할 당시에 인구는 9만2천명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기준 인구는 3만2천명까지 내려앉았다.이런 선례가 있다 보니 그간 경제 특구에 의한 공업용수와 수도요금 인하, 녹지율 완화 등의 지원을 해 온 이바라키현과 카시마시는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고로 2기 조업 유지와 관련해 필요한 100억 엔 규모의 지원을 일본제철에 제안한데 이어 탈탄소 정책 기조에 맞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도 50억 엔 상당의 지원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제철의 계획을 막지 못해 현재 비상이 걸려 있다. □ 다양한 대책 발표했지만, 기업도시로 재생은 어려울 전망그동안 일본제철과 20여 회 접촉하며 현재 체제 존속을 위해 나섰으나 협상에 실패한 이바라키현은 고로 폐쇄 발표 이후 대안으로 수소환원제철법 개발, 제로카본스틸 생산, 그린 수소 생산 등 수소를 테마로 한 탄소 중립 산업 거점으로 성장시키겠다며 재도약 시책을 내놓고 있다.카시마시 역시 공업 용수 가격 인하, 지역 교통 접근성 개선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상태에서 더 이상 기업도시로의 재생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일본제철의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철강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면서 일본제철의 경영 상황도 반전되었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일본제철의 입장은 확고하다.실제 일본제철은 지난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연도 전체(21.4~22.3·일본 회계연도 기준) 영업이익 6조 원을 전망했으며 연결기준 조강생산량은 4천60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하고 수익성도 나아졌으나 일본제철은 계획대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실적 발표장에서 향후 고정비를 절감하고 고부가가치재 위주 생산체계를 수립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힌 일본제철은 대대적인 설비 구조조정도 실시, 계획대로 기존 15기 고로를 순차적으로 폐쇄해 10기로 축소하고 조강생산능력을 20% 줄일 예정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이후 고로가 가동 중인 다른 지역은 일본제철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10-31

부족함보다 특별함에 집중… 교육변화 희망을 쏘다

학교는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다.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이 이뤄지고 있는 농촌 지역, 특히 면 지역에서 작은 학교의 존재가 갖는 의미는 더 특별하다.작은 학교는 오랜 시간 동안 학생과 학부모, 교사, 관공서 등을 잇는 지역사회의 중추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해서 소수 학생이 다니는 작은 학교에 지속적으로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서 과연 다른 시민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경제적 논리로만 살펴본다면 이는 결코 효율적인 투자가 아니다.하지만, 때로는 관점을 조금 바꿔 생각해 볼 필요성도 있다.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 교육변화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학생과 학부모는 학구 내에 배정된 초·중·고등학교를 다녀야만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사하면서 아이들이 다닐 학교에 대해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주거지에서 가까운 학교로 배정되고 그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더 많다.그로 인해 도심지역에 있는 대부분 학교는 학생 수 유지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학교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의 환경 개선에 대해 능동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반면, 작은 학교의 상황은 정반대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작은 학교를 택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작은 학교를 살린다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교육 시스템이 재개편되는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글 싣는 순서1. 소멸 위기에 놓인 시골학교의 현실2.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Ⅰ3.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Ⅱ4. 경북도교육청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명과 암5. 지속 가능한 시골학교 상상 아닌 현실로 □ 분교와 폐교 위기에 놓인 포항지역 학교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교육부의 ‘적정 규모 학교 육성 권고 기준’은 초등학교 경우 면·벽지 60명 이하, 읍 지역 120명 이하, 도시 지역 240명 이하다. 중·고등학교는 면·벽지 60명 이하, 읍 지역 180명 이하, 도시 지역 300명 이하가 기준이 된다.지난 3월 1일 기준으로 지역에 위치한 교육부 권고 기준 이내의 학교는 초등학교 26개교, 중학교 13개교 총 39개교인 것으로 집계됐다.학생 수가 10명 이하인 ‘중점추진 통폐합 대상학교’는 죽장초등학교 상옥분교장(학생 수 3명)과 장기초모포분교장(학생 수 4명)이다. 특기 장기초모포분교장의 경우에는 재학생 수가 10명 이하이고, 신입생도 없어 5년 안으로 폐교가 될 상황에 놓였다. 현재 이 학교는 2학급, 학생 수 4명이 전부이고 6학년에 재학중인 학생 2명이 졸업하고 나서 더 이상 신입생이 입학하지 않는다면 폐교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폐교·분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되살리자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포항교육지원청은 지난 2019년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시범 대상인 죽천초등학교에 운영 예산 2천만원을 지원했다. 또 2020년 초등학교 12개교에 1천만원, 중학교 1개교에 2천만원 총 1억4천만원을 전달했다.이후 2021년 초등학교 13개교와 중학교 4개교 중 중복사업 대상인 2개교(경북미래학교로 선정된 흥해서부초와 자율재능학교인 청하중)를 제외한 15개교에 1천만원씩 총 1억5천만원을 지원했다.뿐만 아니라 작은 학교에 방과후학교와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교재·교구·도서 개발 운영 및 구입을 도와준다. 또 학생들이 통학하기 쉽게 차량 임차와 구입, 운영비 부담을 해 줬다.포항교육지원청은 작은 학교에 특색프로그램 개발비를 지원해 작은 학교에 대한 교육력을 강화하고, 작은 학교로 학생이 유입될 수 있도록 언론기관 및 홈페이지 홍보, 현수막 게시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홍보를 병행하고 있다. □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의 성과현재 작은 학교 학구제가 운영되고 있는 학교는 죽천초, 곡강초, 신광초, 송라초, 월포초, 흥해서부초, 문충초, 장기초, 양포초, 대송초, 남성초, 기북초, 죽장초, 장기중, 대송중, 청하중, 서포중 등 모두 17개교다. 작은 학교 학구제가 시행된 첫해인 2019년도에는 22명이 이듬해에는 108명의 학생이 작은 학교로 유입됐다.특히 지난 9월 1일 기준으로 올해는 모두 142명의 학생이 작은 학교를 다니는 것을 택했다.2021학년도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유입학생 현황을 살펴보면 죽전초와 곡강초, 청하중이 22명으로 유입학생이 가장 많았고, 장기중 21명, 문충초 18명 흥해서부초 9명, 양포초 8명, 장기초와 남성초 7명의 학생이 작은 학교행을 택했다.1970년 개교한 흥해서부초는 올해까지 1천44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해냈다. 하지만, 흥해서부초는 1990년대부터 입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전교생 수가 29명까지 줄어들며 폐교 대상 학교로 지정돼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끊기도 했다.하지만, 교직원들의 헌신적인 학생지도와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 프로그램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이후 전교생 수는 2017년 95명에서 2019년 100명, 2021년 현재 106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대상 학교로 선정되면서, 재학생 중 14명의 학생이 서부초로 유입됐다.□ 작은 학교 살리기의 최종 목표작은 학교 살리기는 작은 학교만의 특색과 교육경쟁력을 강화를 시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또 작은 학교든 큰 학교든 간에 학교의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학습권을 보장하고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또 적정한 규모의 학교를 키워나감으로 인해 교사가 수업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이후 수업 연구시간을 확보해 수업의 질이 향상된다면 그만큼 학생들의 교육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작은 학교를 특화해 인근에서 전학을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직원의 열정과 학부모의 지원,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작은 학교 살리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고른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끝

2021-10-28

가장 낮은 곳에서 높이 빛나는 교회 ‘빈자의 미학’ 기적을 보여주다

만약 신(神)이나 절대자가 실재한다면 어떤 곳에 머무르기를 원할까?웅장하고 화려한 교회나 성당, 절이나 모스크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을지, 아니면 작고 소박하더라도 자신을 섬기는 진실한 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환하게 웃을지.한국은 대도시이건 조그만 도시건 교회 건물이 높고 큰 것이 보편적이다. 첨탑에 세운 십자가를 눈에 띄게 네온사인으로 장식하는 경우도 흔하다. 성당과 절 역시 대형화하는 게 일종의 흐름이나 추세인 걸 부정하기 어렵다.농담처럼 전해져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유럽에서 한국으로 여행 온 사람들이 밤늦게 산에 올랐다. 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수십 개의 네온사인 십자가. 어디서건 쉽게 보이는 빨간 십자가에 놀란 한 여행자가 말했다고 한다. “어… 한국의 야경은 유럽의 공동묘지 같네.”그는 아마도 독일이나 프랑스의 묘지에 세워진 수많은 십자가를 떠올린 것이리라.‘웅장하고 눈에 확 띄게’ 지어져 눈길을 사로잡는 대부분의 한국 교회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교회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20여 평 작은 규모의 소박한 벽돌 건물. 경산시 하양읍에 자리한 무학로교회다. 인위적 화려함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독특한 예배당하양읍은 인구가 3만 명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소읍(小邑). 특별한 관광지가 없는 이곳으로 최근 1~2년 사이 전국에서 찾아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바로 무학로교회를 보기 위해서다.지난 26일 찾아가서 직접 확인한 교회는 듣던 그대로 조그맣고 아담한 예배당이었다. 어깨를 붙이고 앉는다고 해도 50~60여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 사실 신축 예배당이 생기기 이전 무학로교회의 신자는 30여 명 남짓이었다고 한다.갈색의 벽돌로 묵묵히 쌓아올린,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건물. 예배당 내부에도 설교를 하는 사람과 설교를 듣는 사람의 눈높이를 달리하게 만든 강단조차 없었다. 첨단의 조명 시설과 음향기기도 보이지 않았다.신축 교회는 2층으로 만들어졌다. 옥상인 2층에 올랐다. 거기서도 일체의 인위적인 장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조용하게 묵상과 기도를 할 수 있는 조그만 벽돌 벤치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을 뿐.작은 정원에도 야외 예배당이 꾸며져 있었는데, 그곳도 벽돌 벤치에 벽돌 설교대만 있는 심플한 모습. 동네 사람들이 와서 언제든 쉬어갈 수 있다고 했다.이전 교회와 새로 만든 교회 뒤쪽으로는 낡은 살림채가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언가를 현란하게 꾸며서 보여주려는 의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담백함에 오히려 마음이 끌렸다. 눈빛이 선량한 조원경 목사를 교회 마당에서 만났다.“2019년 초반에 무학로교회를 신축했어요. 2년 6개월쯤 시간이 흘렀는데 그간 7천500명 넘는 사람들이 여길 찾아왔습니다. 지금 화장실을 수리하고, 에어컨을 새로 설치하고 있는데 그 비용도 모두 교회를 찾아준 분들의 헌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고마운 일이지요.”일체의 장식과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기도하고 묵상하는 공간’이라는 교회가 가진 본질에만 충실하고자 애쓴 건축가의 흔적이 역력했다.그럼 신축 무학로교회는 누가 설계하고 어떤 사람들이 만든 것일까? 이런 궁금증이 생긴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목사와 건축가, 스님과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든 공간몇 년 전. 조원경 목사는 지역 문화 관련 세미나 모임에서 건축가 한 명을 만난다. 교인들이 30년을 사용한 오래되고 낡은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 게 안타까웠던 조 목사는 건축가에게 묻는다.“우리에게 7천만 원이 있습니다. 이걸로 새 교회를 지을 수 있을까요?”이 질문에 “네.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한 사람이 건축가 승효상(69·제5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이다.건물의 설계와 건축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순박한 시골 교회 목사의 작은 희망을 기꺼이 받아들여 무료로 무학로교회를 설계한 승효상은 미술사학자 유홍준의 집 ‘수졸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설계했던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 중 한 명.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무인도에 가서 사는 삶이 아닌 이상 더불어 산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지만 어떻게 서로 많은 가치를 공유하고, 나누면서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던 승효상은 저서 ‘빈자의 미학’으로도 유명하다.빈자의 미학을 “가난한 사람의 미학이 아니라, 가난할 줄 아는 사람의 미학”이라고 정의한 승효상이 그가 설계하는 건축물에 어떤 철학을 담아온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가능하다.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함께 나누는 공간이 굳이 크고 화려할 필요가 있을까? 무학로교회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말없이 들려주고 있었다.신축된 무학로교회엔 조 목사와 건축가 승효상의 노력과 땀만 들어간 게 아니다.‘작은 시골에 평화로운 마음의 안식처를 만들고 싶다’는 뜻에 동의한 대구의 한 벽돌공장 대표는 10만 장의 벽돌을 선뜻 기부했고, 인근 영천시에 위치한 사찰 은해사도 기꺼이 교회 신축에 300만 원을 보탰다. 하양읍 주민들도 크고 작은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무학로교회엔 은해사 주지가 심은 나무 한 그루가 서있고, 그 아래엔 ‘아름다운 우리의 인연이 영원히 이어졌으면 한다’는 내용의 표지석이 새겨져 있다. 그걸 보면서 섬기는 신은 달라도 결국 종교의 핵심은 사랑과 자비, 이해와 용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목사와 건축가의 순수한 우정과 종교 간의 벽을 훌쩍 뛰어넘은 화합, 여기에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신앙심을 보여준 사람들. 무학로교회는 이 모든 것들을 재료로 만들어진 듯했다. ‘공간 물볕’도 하양읍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라비단 기독교인만이 아니라, 외로움과 번잡함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주는 공간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무학로교회엔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세상에서 상처받은 이들이 혼자 조용히 찾아와 한참을 예배당에 앉아 있다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귀띔. 여기에 더해 승효상의 스타일과 건축 철학을 직접 느껴보고자 하는 학생 여행자들도 방문한다고 했다.얼마 전엔 무학로교회 맞은편에 카페와 갤러리, 야외 전시장 등으로 구성된 ‘공간 물볕’이 또 하나의 ‘하양읍 명물’로 들어섰다.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과 감각적으로 디자인된 카페, 여기에 작고 예쁜 전시 공간까지.‘물볕’은 무학로교회가 있는 하양(河陽)의 순우리말이다. 여기를 설계한 건 승효상의 아들인 승지후. 그도 아버지처럼 건축가로 일하고 있다. 건물의 이름인 ‘공간 물볕’을 제안한 것은 아버지 승효상, 그 이름에 어울리는 건물을 구체화시킨 건 아들 승지후다.지척에 있는 무학로교회와의 조화를 위해 설계 과정에서 여러 고민을 했다는 게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공간 물볕’.그곳 정원과 갤러리에 전시된 그림과 사진을 천천히 둘러보고, 카페에 마주 앉아 향기 좋은 커피를 마시는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가 다정해 보였다.기실 성(聖)과 속(俗)은 완벽한 반대의 개념이 아니다. 성스러움 속에는 속됨이 숨겨져 있고, 속된 것들 안에서 성스러움을 찾아내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닐까. 무학로교회와 ‘공간 물볕’이 불화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며 옹기종기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본다.“신이나 절대자가 기꺼이 머물며 사람들에게 사랑과 나눔을 설파하는 공간은 반드시 크고 권위적이어야 할까? 작고 소박한 곳에선 이타적이고 선한 행위가 이뤄지기 힘든 것일까?”이 물음에 관해 경산시 하양읍 무학로교회가 들려주는 답이 궁금하다면 언제든지 찾아가도 좋을 것 같다. 환한 가을볕과 규모는 작지만 큰 위로를 선물할 예배당이 당신을 반길 게 분명하다.돌아오는 길. 고무신을 신은 조 목사가 잔잔한 웃음으로 기자를 배웅했다. 교인들과 함께 가장 낮은 곳에서 높이 빛나는 교회를 만들고자 했던 그의 꿈이 하얀 고무신에 투영되고 있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10-27

아름다운 컨테이너 숲 그 곳에 청년의 꿈이 산다

컨테이너를 이용한 트렌디한 공간 이자 젊은이들을 위한 공간인 FXCO(펙스코)가 대구에 들어서면서 최근 새로운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대구 젊은이들의 꿈의 공간 ‘펙스코(FXCO)’는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의 알록달록한 컨테이너를 활용해 만든 기숙사 ‘스페이스 박스’, 201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오픈한 ‘컨테이너 파크’ 등과 같이 화물수송을 목적으로 하는 금속 상자인 컨테이너를 젊은 아티스트를 위한 공간, 개방형 문화 공간, 최신 트렌드의 쇼핑 소비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은 알록달록한 컨테이너를 활용해 기숙사인 ‘스페이스 박스’를 만들었다. 크레인을 이용해 3층으로 쌓아 올린 스페이스 박스는 학생들을 위한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무주택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네덜란드의 다른 도시에서설치되기도 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는 2013년 ‘컨테이너 파크’가 오픈했다. 카지노 밀집 지역과는 조금 떨어진 다운타운인 상권이 침체되어 있는 곳이었다. 침체된 상권을 살리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가 컨테이너를 재활용해 만든 복합 쇼핑센터인 ‘컨테이너 파크’로, 이 곳에는 개성 넘치는 각종 소규모 상점들과 식당,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지역 청년들과 상생하는 패션-문화복합공간 펙스코는 대구시가 지역 패션분야 신진디자이너 브랜드의 판로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해 10월 1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건물 공사때부터 모아진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증명하듯 사전 오픈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쓴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반기고 환영하는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펙스코는 Fashion X Coexistence(패션과 공존)의 의미를 담아 이름 붙여진 트렌디한 컨테이너형 건물 3개동에 3층 연면적 1천839㎥ 규모로 완공된 대구 최초의 컨테이너형 패션·문화 복합공간이다. 패션 신진디자이너 브랜드의 상품을 모아 선보이는 편집 매장과 지역 청년들의 창업의 꿈을 실현하는 아트숍, 카페, 레스토랑, 일상에 작은 기쁨을 선사할 무료 전시와 아기자기한 리빙 소품 매장이 한 곳에 모인, 지역의 선도적 라이프 스타일을 주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1층에는 펙스코 개관을 기념해 기획된 특별전 ‘뉴 트렌드 아트 마켓’(New Trend Art Market)이 전시되고 있다. 부모님과 아이를 동반한 가족 혹은 친구나 연인과 함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전시회는 민경숙, 오영실, 정영숙 등 대구 대표 산업, 섬유를 모티브로 작가들의 감성을 더한 작품인 ‘Textile Sensibility’, 김정혜, 문경, 이승준, 주후식외 작가들이 동물을 소재로 회화, 세라믹, 키네틱아트의 형식으로 동물의 다채로운 모습을 표현한 ‘Animal Love’, 박우성, 박준상 외 작가들이 서브컬쳐로 대변되던 마니아 중심의 피규어에 시대를 관통하는 유머와 해학을 첨가한 ‘Figure Impressionism’이 전시돼 감동을 선사한다.또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아로마테라피(향기요법)를 천연 유래 성분의 제품으로 개발해 선보이는 자연주의 방향 브랜드 쌩스네이쳐(Thanks Nature), 예술이 있는 삶을 지향하는 독립 예술가들의 작품을 발굴해 다양한 상품으로 제작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상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 아이템을 선보이는 아트 플랫폼이자 편집숍인 뚜누(Tounou), 소소한 일상에 즐거움을 선사하는 감성·토탈·리빙브랜드인 데일리 라이크(Daily Like), 최근 지역에서 떠오르고 있는 애리스 커피 스탠드(Arris Coffee Stand)가 입점해 있어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층에는 상품을 만들고도 독립 매장이나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패션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한 편집매장인 펙스코숍(fxco#)이 들어서 있다.대구시는 섬유패션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과 정책 지원사업으로 국내를 대표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섬유패션 도시로 확고한 입지를 이어가기 위해 패션산업을 이끌어갈 신진디자이너의 지원과 브랜드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2002년부터 계명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섬유패션디자인창업보육센터를 설립하고 경제적, 체계적 기반이 약한 예비및 초기창업자의 디자인 기획, 생산, 유통에 대한 전문교육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을 통해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CDS: Creative Design Studio)를 마련해 지역 기반의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한 창작공간과 비즈니스 활동에 필요한 각종 홍보, 마케팅, 교육, 컨설팅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1, 2차에 걸친 디자이너 인큐베이팅프로그램인 셈이다.이번에 오픈하는 펙스코숍(fxco#)은 3차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10일까지 입점 브랜드 모집 공고를 내고 1, 2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총 35개 브랜드가 선정됐다. 여성복 18개 브랜드, 남성복 5개 브랜드, 신발, 가방, 쥬얼리를 포함한 잡화 10개 브랜드, 대구의 또다른 대표 산업인 안경 브랜드와 소품을 선보이는 라이프 스타일 2개 브랜드의 상품들을 선보인다.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펙스코 온라인숍(www.fxcomall.com)을 통해서도 개성있고 트렌디한 디자인의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향후에는 이들의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과 해외 바이어 초청, 수주상담 및 전시회 참가, V-커머스 및 촬영 공간 지원 등 대구시 섬유패션사업의 다양한 혜택도 지속적으로 계획하고 있다.또 펙스코를 디자인으로 발전시키고 캐릭터화까지의 스토리를 소개하고 제품화된(굿즈) 상품을 선보이는 팝업 공간인 ‘펙스코드림숍(FXCO Dream#)’, 크리에이터들의 라이브 커머스, 리얼타임 이벤트를 위한 메타버스(온라인 가상세계) 공유 제작 스튜디오인 ‘메타버스 드림 스튜디오’가 상설 운영 중이며, 스페인 캐릭터 브랜드로 MZ 세대에 인기있는 무인숍 ‘쿠쿠스무스(Kukuxumusu) 카페’가 입점해 있다.3층에는 떡볶이와 튀김, 쫄면 등 익숙하고 당연한 맛의 메뉴를 세련된 감성으로 풀어낸 대구 대표 분식 브랜드인 ‘해피 치즈 스마일(Happy Cheese Smile)’, 깨끗한 공기와 물이 흐르는 밀양의 무농약 수경재배 야채들을 공수해 건강 도시락을 만드는 ‘컴앤헤브(Come and Have)’, 라곰파스타와 리조또,부채살 스테이크 등 퓨전 양식당인 ‘라곰 키친(Lagom Kitchen)’, 일곱 가지 드레싱 샐러드와 다양한 계절 과일로 만든 에이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맛의 부리또와 간편한 컵 와인을 즐길 수있는 카페 ‘소울 샐러드 위드 와인(Soul Salad with Wine)’이 입점해 있다.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로운 외출이 부담스럽다면 ‘방콕쇼핑’이 가능한 펙스코 VR투어도 가능하다. 펙스코몰의 홈페이지(www.fxcomall.com)에 접속한 다음 첫 화면 상단의 VR TOUR를 클릭하면 마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마치 직접 걸어 다니면서 공간 곳곳을 둘러보는 것 같은 3D 입체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FXCO는 라이프스타일, 아티스트편집숍 등 청년 창업브랜드들에게 항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온오프 마케팅 및 글로벌 시장 판로 지원사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특히, 신진패션디자이너 브랜드의 브랜드아이덴티와 상품성 향상을 위해 주기적 고객반응 기반한 맞춤컨설팅 및 매출향상을 위한 라이브커머스, 마케팅 지원, 상품생산 지원, 중국, 일본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수주상담 및 전시회참가 등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신진브랜드에서 앵커브랜드로 성장시켜 지역을 넘어 글로벌 스타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주)모라비안앤코 펙스코(FXCO) 사업단 김윤찬 실장은 “대구의 랜드마크로써 팝업공간인 Colorful-X공간에서 매시즌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구성해 매번 방문할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펙스코 마당에서 펼쳐지는 시민들과 함께 하는 청년아티스트들의 공연, 실험적인 패션쇼, 시민들과 함께 하는 플리마켓 등으로 활력과 재미, 공감이 있는 패션·문화·복합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2021-10-27

세월을 버틴 나무들… 벌거숭이에서 울창한 숲이 되다

우리 주위에는 나무가 참으로 많다. 나무를 빗댄 노래도 많고, 문학 작품도 수두룩하다. 그 뿐인가. 상상 속의 나무를 가져와 민초들의 꿈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외가가 있었던 경상남도 창녕군 모전마을의 입구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까막눈이 시절 기억에 모전 마을 나무에는 색색이 종이를 매단 기다란 줄이 감겨 있기도 했고, 특별한 날에는 오래된 한복을 입은 마을 어르신들이 나무를 향해 수차례 절을 올리기도 했다. 모르긴 몰라도 모전 마을의 나무는 수백년 이상 살아온 마을의 수호신이었다. 외할아버지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에게 ‘나무 등을 타고 놀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도 그러한 것이 마을 저수지의 머릿구에 서 있는 나무는 생명력 없는 검은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여름 한 철에는 녹색잎을 토해내기도 했다.「예전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나무를 심었다.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소나무를 심었다. 딸아 자라 시집갈 때가 되면 그 오동나무를 베어 가구를 만들어 혼수로 보냈다. 소나무는 아들과 평생을 함께 하다가 생을 마감할 때가 되면 베어 관을 짜는데 썼다. 아이들마다 각각 내나무가 있었다. 이처럼 내나무는 나의 탄생과 더불어 나와 숙명을 같이하고 죽을 때에는 더불어 묻히는 존재였다. (이규태 수필 ‘내나무’ 가운데)」□ 울진 금강송면의 나무나무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품고 울진의 금강송면을 찾았다. 왕피천의 물줄기를 따르다 보면 멀리서 울창한 나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울진군 북서부에 있는 금강송면은 본래 서면으로 불렸다. 하지만 2015년 4월 금강송면으로 개칭됐다. 면의 전 지적이 태백산맥에 속하여 500~1천m 이상의 험준한 산지를 이룬다. 한참의 시간을 걸려 금강송면에 있는 소나무숲길로 들어섰다.“울진 금강송면의 소나무숲길은 미국 CNN에서 선정한 세계 50대 명품 트레킹 장소에도 소개됐었죠.”한 관계자의 이야기처럼 곧게 뻗은 소나무 가지들은 마치 길을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인사라도 하는 마냥 의연하기만 하다. 울진군 등에 따르면, 금강송면의 소나무숲길은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전국 1호 숲길이기도 하며,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되어 있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에 트레킹과 둘레길에 많은데, 그중에서 으뜸으로 치는 곳이 바로 금강소나무숲길이 아닌가 한다.「태백산맥줄기를 타고 금강산에서 울진, 봉화와 영덕, 청송일부에 걸쳐 자라는 소나무는 주위에서 흔히 보는 꼬불꼬불한 일반 소나무와는 달리 줄기가 곧바르고 마디가 길며 껍질이 유별나게 붉은데, 이 소나무는 금강산의 이름을 따서 금강소나무(金剛松) 혹은 줄여서 강송이라고 학자들은 이름을 붙였으며, 흔히 춘양목(春陽木)이라고 알려진 나무이다. 결이 곱고 단단하며 켠 뒤에도 크게 굽거나 트지 않고 잘 썩지도 않아 예로부터 소나무 중에서 최고의 나무로 쳤다.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금강소나무 집단 분포지는 숙종 때 황장봉산으로 지정 관리하였으며, 1959년 육종림으로 지정된 후 2001년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할 정도로 유명한 숲으로 금강소나무 미인송(520년 된 할아버지 소나무)이 있는 지역으로서 특별 보존 관리하고 있는 청정지역이다. 500년이 넘은 천연수림의 소나무 터널을 통과하면서 금강소나무들의 열병 사열을 받아 볼 수 있다. 소나무 숲이 품어내는 식물성 호르몬인 피톤치드도 느껴볼 수 있다.(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중에서)」그 중에서도 금강송면의 유명한 나무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천연기념물 제408호인 산돌배나무가 있다. 금강소나무숲길 2구간인 ‘한나무재길’을 걷다보면 만날 수 있다고 한다.“닥발골에서 또 한모퉁이 돌아서면 쌍전리 산돌배나무가 있는 큰닥발골이죠.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산돌배나무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로 생물자원으로서의 보존가치가 커요. 수령이 약 250년이고, 높이 25m, 가슴높이 4.3m죠.”또 금강소나무숲길 3구간인 ‘오백년소나무길’에는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를 볼 수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다.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일제강점기의 엄청난 금강송 수탈에도 훼손되지 않았다. 남아 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산이 깊고 교통의 오지였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병정소나무’도 있다. 6대의 아름드리 금강소나무가 한 줄로 서 있는 모양이 병정들이 정령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병정소나무’라 부른다. 과거 송진채취로 인한 아픈 흔적이 남아 있다.금강소나무숲길 4구간인 ‘대왕소나무길’에는 수령이 600년으로 추정되는 대왕소나무수종이 남아 있다. 아쉽게 볼 수는 없었지만, 사진으로 보는 자태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 한반도와 나무 그리고 사람갑작스레 궁금증이 일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생각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는 울릉도에 있었다. 경북 울릉군 도동리 산8, 도동향뒤 바위산 중턱에 위치한 향나무는 수령이 2천500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 나아가 지난 2018년 울릉군발전연구소는 “도동리 향나무의 나이테를 조사한 결과, 5천~6천년으로 추정된다”고 하기도 했다. 이어 강원도 삼척시 도계면 늑구리 210-2에 있는 삼척 늑구리 은행나무는 수령 1천500년을 자랑한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은행나무와 부부 사이라고 전해지고 있다.하지만 한반도의 산과 들에 지금처럼 나무가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일부 사유지를 제외하고는 민둥산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 어른들의 이야기다.흔히, 나무가 없어 붉게 토양이 드러난 벌거숭이 산을 ‘민둥산’이라고 부른다. 사실 국토의 65% 가량이 산림인 우리나라에 민둥산이 펼쳐지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 국토에 산림 황폐화가 진행된 것은 조선시대 말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화전(火田)으로 인한 산림 훼손과 온돌을 사용하는 가옥구조로 인해 나무를 땔감으로 쓸 수밖에 없었고, 이후 일제가 목재를 수탈할 목적으로 그나마 남아있는 나무들을 마구 베어가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또 6·25전쟁을 겪으며 험난한 전투 속에서 산림의 황폐화는 더욱 가속화되었다.이러한 산림 황폐화는 조금만 비가 와도 산사태와 홍수로 이어졌고, 약한 바람에도 황토먼지가 날리며, 비가 오지 않으면 금방 가뭄이 드는 일로 이어졌다. 산속에는 새와 동물이 점점 사라져 생태계도 망가졌다. 하지만 여기 우리나라의 민둥산을 산림이 우거진 산으로 바꾼 인물이 있었다.“평생을 나무하고만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나무는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고 내가 나무 속에 있는지 나무가 내 속에 있는지조차 모를 느낌이 들 때가 많다.”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임목육종학자 고(故) 현신규 박사(1911~1986)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그는 일본의 수탈과 6·25전쟁을 거치며 황폐해진 조국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리기테다소나무’, 한국 토양에 잘 맞는 포플러나무인 ‘은수원사시나무’를 육종해 산림을 다시 푸르게 하는 데 기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국토 녹화에 공헌한 현 박사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은수원사시나무에 그의 성을 따서 ‘현사시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다.1911년 평안남도 안주군에서 태어난 현 박사는 철학이나 문학을 전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를 서울대 농과대학 전신인 수원고등농림학교에 입학시켰다. 이후 일본 규슈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조선총독부 임업시험장에서 연구직으로 일했다. 산림조사에 나갈 때마다 헐벗은 숲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그는 다시 규슈대 박사과정에 들어갔지만 1945년 전쟁 막바지 한국인으로서 신변에 위협을 느껴 귀국해야 했다. 이후 수원농업전문학교에서 조교수로 교편을 잡으며 연구자료를 정돈해 규슈대로 보냈고, 1949년 한국인 최초로 임업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2021-10-26

공단도시에서 숲의 도시로 거듭나는 ‘구미’

구미시가 ‘전자산업도시’, ‘회색공단도시’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치유의 도시’, ‘숲의 도시’로 거듭난다.구미시는 1960년대부터 한국산업의 기틀을 마련하며 한국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다.이로 인해 금오산, 천생산, 태조산 등과 낙동강이 관통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산업도시라는 이미지에 가려져 있었다. 이런 구미가 최근 산림청·한국산림복지진흥원 주관으로 처음 실시한 2022년 녹색자금 지원 ‘치유의 숲’전국 공모 사업에 경북도 대표로 응모해 최종 선정됐다. ‘산업도시’, ‘공단도시’로만 알려졌던 구미가 ‘치유의 숲’ 전국 공모에 선정된 것은 구미가 이제서야 천혜의 자연환경을 알릴 수 있다는 의미로 그 의의가 깊다.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심신에 산림치유가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어 구미의 ‘치유의 숲’은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구미가 준비하고 있는 ‘치유의 숲’이 어떤 것인지 알아봤다. ◇구미시, ‘치유의 숲’ 전국 공모사업 최종 선정코로나19와 급속한 고령사회 등으로 늘어만 가는 산림치유와 휴양문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산림휴양시설 확충사업에 총력을 기울여왔던 구미시가 최근 ‘치유의 숲’ 전국 공모사업 최종 선정돼 시민 모두가 함께 누리는 행복한 산림복지 구현에 한발 더 다가섰다.이번 공모사업은 복권 수익금 재원으로 마련된 녹색자금으로 조성된다.녹색자금은 산림의 기능을 증진하고, 가치있는 산림자원 등 공익적 사업 조성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운영된다.구미시는 이번 전국 공모사업에 경북도 대표로 응모해 1차 서류심사, 2차 현장심사, 3차 발표심사(PPT) 등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전남 신안군과 함께 최종 선정됐다.구미는 입지여건·접근성·자연환경·기반 인프라 등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았으며, 사업 계획의 적정성, 관리계획의 구체성 등과 구미시의 적극적인 의지와 기관장(시장)의 관심도 분야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구미시는 이번 ‘치유의 숲’선정으로 마련된 총 사업비 70억원(녹색자금 60% 42억원, 도비 12% 8억4천만원, 시비 28% 19억6천만원)으로 선산읍 노상리 일원 시유지 50㏊에 시민들의 심신치료, 휴양, 힐링 등 복합적인 녹색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기간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으로 기본·실시설계 2년, 시공 2년으로 추진된다. ◇도심 속에 조성되는 ‘치유의 숲’코로나19 장기화로 시민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숲이 주는 위로, 심신치료, 심리적 안정, 면역기능 강화 등 치유에 대한 숲의 관심도 역시 급증하고 있다. 숲이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요소인 경관, 소리, 향기, 피톤치드, 음이온, 물, 광선, 기후, 지형 등이 인간의 신체조직과 생리적·감각적·정신적으로 교감해 심신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또 숲에서의 이뤄지는 각종 체험프로그램은 긍정적인 감정을 증가시켜 우울 수준을 낮추고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면역력 증가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러한 ‘치유의 숲’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치유의 숲’이 갖춰야 할 조건들도 점차 강조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접근성이다.이에 구미시는 도심과 가까운 곳에 ‘치유의 숲’을 조성해 시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구미시는 뛰어난 자연환경과 주차장 등과 같은 기반시설 등을 이미 갖추고 있고, 접근성 또한 매우 용이한 선산읍 노상리 산8-2번지 일원(선산뒷골)에 도심 속 녹색 공간과 산림치유가 함께 공존하는 구미만의 ‘치유의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곳에는 치유센타, 테마 치유숲(4개), 무장애 숲길 등 현지 여건에 맞는 도심형 복합 숲이 조성된다. ◇테마가 있는 ‘치유의 숲’구미시는 ‘치유의 숲’을 테마별로 다양하게 구성해 각계각층의 시민들에게 맞춤형 산림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이를 위해 우선 내부시설을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한 체험실, 건강측정실 등으로 구성된 ‘치유센타’를 건립해 치유의 숲 관리·안내 및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또 △촉각 치유 숲 △바람소리 명상 치유 숲 △향기 치유 숲 △동행의 숲 등 4가지 테마로 구성된 숲을 조성하고, 차별화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촉각 치유 숲’은 숲 구성 요소들을 질감을 손과 발 등 피부로 직접 느낄수 있도록 해 다양한 감각 회복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 및 아토피 완화 등에 도움을 주는 공간이며, ‘바람소리 명상 치유 숲’은 바람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공간으로 소규모 편의시설을 함께 설치하며 명상 및 산림욕 등을 즐길 수 있다.‘향기 치유 숲’은 숲속에서 풍기는 산림향인 피톤치드와 좋은 향기를 가진 수종으로 후각적 치유를 하는 숲으로, 향기를 이용한 감정 아로마테라피 프로그램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마지막인 ‘동행의 숲’은 숲을 산책하고, 관찰하며 산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숲으로 조성한다.또 교통약자도 쉽게 접근·이용하도록 휠체어 교행을 고려한 무장애 데크로드를 설치한다.◇차별화된 구미만의 산림치유 프로그램 운영구미시는 이번 ‘치유의 숲’에 구미만의 차별화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우선 국내 최대 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구미의 특색에 맞게 기업체 노동자 맞춤형 쉼(休) 치유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산림치유가 각종 공해와 환경오염, 소음과 같은 환경적 스트레스와 직업 환경에 따른 직무 스트레스 등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이다.이에 구미시는 산업단지 내 기업체와 MOU를 체결해 노동자들에게 산림복지서비스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또 일반시민들을 위해 가족과 함께하는 소통·화합 프로그램,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신체활동 치유 프로그램으로 신체적·정서적 성장과 안정을 선사할 예정이다.이를 위해 전문 산림치유지도사의 컨설팅을 반영한 연령주기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용객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구미시만의 차별화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할 계획이다.여기에 시민단체와도 협약을 체결해 소외계층을 위한 숲체험과 산림휴양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숲이 가진 문화적, 인문학적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다양한 산림휴양서비스와 접목해 숲에서 시민들이 건강과 함께 정서적 충만감도 느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장세용 구미시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는 국가적 재난 상황 속에서 이번 산림청 녹색자금지원 공모사업 ‘치유의 숲’선정은 구미시민들의 삶의 희망과 여유의 안식처를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염원이 함께 어우러진 값진 결과”라며 “앞으로도 새로운 산림휴양시설 확충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 시민 모두에게 다양한 산림복지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행복지수 향상과 정주여건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1-10-24

학령인구 감소… ‘작은학교 자유학구제’로 반전 꾀한다

아이들이 줄어들고, 학교가 사라지면서, 농촌지역 마을들이 점점 더 힘을 잃어가고 있다.실제로 올해 경북지역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0명을 기록했다. 이는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합계출산율인 2.1명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미 지역 내 출생아 수는 2018년 1만6천79명에서 2019년 1만4천472명, 2020년 1만2천873명으로 해마다 평균 1천500명씩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북지역의 출생아 감소 속도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출산율 감소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경북지역의 폐교 수는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 통계 자료를 보면 1982년부터 올해 3월 1일까지 폐교된 전국의 초·중·고교는 3천855개교다. 특히 지역 내 폐교 수는 732개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남(833개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이 같은 위기에 직면하자 경북도교육청은 ‘작은학교 자유학구제’를 운영하며 반전을 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경북도교육청의 작은 학교 살리기에 대한 모토는 ‘농어촌 소규모학교의 교육여건 개선’, ‘맞춤형 지원을 통한 교육력 회복’, ‘작지만 강한 학교 육성’이다. 글 싣는 순서1. 소멸 위기에 놓인 시골학교의 현실2.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Ⅰ3.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Ⅱ4. 경북도교육청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명과 암5. 지속 가능한 시골학교 상상 아닌 현실로 □ 작은학교 자유학구제 도입 필요성 대두저출산과 고령화, 도시 집중화에 따른 농어촌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소규모 학교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농산어촌 지역 작은 학교들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작은 학교 중심의 자유학구제 운영 필요성이 커졌다.경북도교육청은 지난 2019년 3월부터 작은 학교 학구를 큰 학교 학구까지 확대·지정해 큰 학교 학생들이 주소 이전 없이 작은 학교로만 전입 가능한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를 만들었다.이에 대해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 증대를 통한 작은 학교 활성화 및 지역 사회 붕괴 막기 위한 조치”라며 “적정규모학교 육성으로 통폐합학교의 재통합 방지를 위한 노력”이라고 전했다.자유학구제 대상학교는 ‘작은 학교’의 경우 읍·면 소재지에 위치해 있으면서 60명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급, 3학급 이하 학교 중 희망하는 학교가 인근의 큰 학교 학구와 묶여 선정된다. ‘큰 학교’는 시·읍 지역에 있으면서 전교생 200명 이상을 유지하는 학교여야 한다. 경북도교육청은 작은 학교에서 큰 학교로 입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작은 학교로 배정된 학생은 큰 학교에 입학할 수 없도록 했다. □ 작은학교 학구제의 도입자유학구제에 선정되면 학교당 1천만원 이상의 예산이 지원되고, 학교별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올해는 143개교에 총 15억6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운영하고 있다.경북교육청은 지난 2019년 3월 초등학교 29개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모두 108개교(초등학교 97개교, 중학교 11개교)가, 올해는 143개(초등학교 123개교, 중학교 20개교)가 참여하는 등 작은학교 자유학구제의 신청을 원하는 학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작은 학교학구제를 통해 유입되는 학생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도입 첫해인 2019년 134명, 2020년 460명, 올해 661명의 학생이 유입됐다. 지난해의 경우 안동 풍산중이 54명으로 유입학생이 가장 많았고, 포항 장기중 22명, 영주 이산초·포항 죽천초 19명이다.□ 작은학교 자유학구제의 효과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를 운영하면 과밀 학급을 해소할 수 있다. 그 예로 풍천중학구 학생 54명이 올해 풍산중으로 입학을 했다. 이들 학생이 풍천중으로 입학했을 경우 1학년의 한 학급당 평균 29명이 되는데, 이는 읍면 한 학급당기준 인원인 24명을 초과하게 돼 과밀학급이 되어버리는 상황이다. 다행히 이들 학생은 풍산중의 입학을 선호했고, 통학버스 2대를 이용해 통학을 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복식 학급(2개 이상의 학년을 한 교실 또는 한 명의 교사에 의해 운영하는 학급)을 해소하는 장점도 있다.실제로 포항 곡강초, 포항 남성초, 경주 연안초, 안동 서후초, 구미 옥성초, 영주 순흥초, 영천 청통초, 상주 은척초, 군위 우보초, 영양 입암초, 봉화 봉성초 등 모두 11개교의 학교가 복식 학급(12학급)이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복식수업이 해소되게 되면서 교사들은 수업에 대한 부담을 줄게 되었고, 수업연구 시간이 더 확보되면서 수업의 질적 수준이 이전보다 더 향상되는 등의 이점이 있었다.특히 포항 장기중학교는 2020년 작은학교 자유학구제 시범학교로 지정된 후 ‘사군자(四君子)’ 교육 프로젝트, 1인 3악기 연주 재능 갖추기, 사제동행 아침 독서 등 특색프로그램 운영으로 지난해 14명이 입학했으며, 올해는 33명의 학생이 배정을 신청해 10여년 만에 1학년이 2학급 체제로 편성되는 성과를 얻었다. □ 자유학구제 완전 정착은 기다림이 더 필요경북도교육청이 최근 실시한 자유학구제 현장 설문조사 결과에서 96.04%가 ‘보통 이상 만족’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는 자유학구제 운영으로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 유입된 학생 288명, 학부모 486명, 작은 학교 교원 563명 등 총 1천337명이 참여했다. 설문 조사 결과 매우 만족 63.13%(844명), 만족 26.78%(358명), 보통 6.13%(82명)을 각각 차지했다.자구책을 마련한 소규모 학교들이 반전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설문에 참가한 이들은 ‘불만족’을 선택한 이유로는 통학 시 안전 문제, 상급학교 진학 문제, 교우 관계, 시설물의 노후화, 교원의 업무량 증가와 생활지도의 어려움 등을 지목했기 때문이다.세부적으로 작은 학교의 경우 구기종목과 토론수업에 참여할 적정 규모의 학생수가 여전히 부족하다. 또 학생·학급간 선의의 경쟁체제 이뤄지지 않는 등 교육과정 운영이 곤란한 측면도 있다. 교직원들은 복식수업으로 인한 부담이 크고, 공문처리 건수 과다로 수업연구 소홀 및 수업의 질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생이 10명 이하인 작은 학교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해 결정을 하려고 한다”며 “오는 2022년부터 자유학구제에 대한 시행 예산을 1천만∼3천만원 각 학교에 차등 지원해 특색프로그램을 더욱 알차게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1-10-21

‘순수한 사랑’ 희망 찾으러 청춘들이 온다, 포항으로 온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평소 TV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궁금증을 가질 만했다. 포항 외곽 조그만 전통시장에 50여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이곳저곳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은 눈에 익지 않은 낯선 광경이었다.포항시 북구 청하면 미남리에 자리한 청하시장은 1920년대부터 형성돼 과거엔 인근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시내에 대형 마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갈수록 규모가 축소돼 지금은 5일마다 한 번 열리는 장날에만 예전 기억을 간직한 이들이 찾아오는 조그만 장터. 그곳에 왜 이렇게 많은 20~30대 여행자들이 몰리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청하시장 입구에서 좌판을 펼치고 오징어를 구워 파는 할머니의 입에서 나왔다.“드라마 때문에 안 그렇나. 쉬는 날에는 사람들이 더 많이 온다.”이전엔 양념한 돼지고기가 맛있는 식당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던 청하시장과 인근 월포해수욕장은 요즘 밀려드는 관광객들에 놀라고 있다.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적한 시골마을까지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오고 있는 것.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인기에 힘입어 촬영지인 청하시장 일대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여름부터 지금까지 식을 줄 모르는 열기다.기자가 거길 찾아간 건 지난 18일. 휴일이 아님에도 가족과 커플 단위의 여행객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장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정도였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예전에는 없던 푸드 트럭과 크고 작은 좌판들이 생겨났고, 청하시장에서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은 그 어렵다는 ‘코로나19 시대’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을 맞느라 바쁘게 손길을 놀리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낭만적 사랑’이 이뤄진 공간을 찾는 관광객들젊은이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끈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는 현실적인 깍쟁이 윤혜진(신민아 분)과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홍두식(김선호 분)이 만들어가는 좌충우돌 로맨스가 펼쳐졌다.두 사람이 만나는 곳은 가상의 바닷가 마을인 청호시 공진동. 드라마 제작진은 포항 청하시장 일대를 공진동으로 설정하고 촬영을 진행했다. 청하시장에 몇몇의 세트가 만들어졌고, 인근 월포 바다와 한적한 어촌마을도 ‘갯마을 차차차’의 촬영장이 됐다.삶과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전혀 달랐던 혜진과 두식. 하지만, 잦아지는 만남 속에서 연애감정이 싹트고 결국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연인이 된다는 드라마의 전개. 낭만적 사랑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유쾌하게 따라가는 로맨틱 코미디라 할 수 있는 ‘갯마을 차차차’는 주연 배우들과 함께 김영옥, 조한철, 강형석 등 조연을 맡은 배우들까지 맛깔스런 연기를 보여줘 시청률을 높였다. 공진반점, 보라슈퍼, 청호철물, 카페 ‘한낮엔 커피, 달밤엔 맥주’ 등의 간판을 단 가게들은 드라마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청하시장에 만든 세트.소박한 스타일로 소읍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낸 그 공간은 포항을 찾은 여행자들이 ‘인생 사진’을 남기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어린 딸을 품에 안고 보라슈퍼 앞에 선 젊은 아버지의 웃음이 따스해 보였다.“연차 휴가를 내고 대전에서 왔다”는 30대 연인은 포항이 처음이라고 했다. ‘한낮엔 커피, 달밤엔 맥주’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둘에게 물었다.“포항 어때요? ‘갯마을 차차차’의 인기 비결은 뭐였을까요?”“현실에서라면 혜진과 두식의 사랑이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러나, 드라마는 그렇지 않았죠. 순수한 사랑에 대한 긍정과 희망 같은 걸 보여줘서 좋았어요. 오다가 해변에도 들렀는데 포항 바다가 이렇게 예쁠 줄 몰랐어요.” 여행자와 주민들, 서로 배려해 청하시장 인기 이어지길한국의 시골이 대부분 그렇듯 젊은 세대를 보기 힘든 청하시장 주변. 그곳에서 오래 생활해온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들려오는 청년들의 웃음소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질 것도 같았다.그러나, 이것 하나는 잊지 않아야 한다. 관광객들에겐 아주 가끔 찾아가는 공간이 주민들에겐 일상을 영위하는 생활의 터전. 건물의 문을 함부로 열어본다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행동은 삼가야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을 것이다.‘갯마을 차차차’는 불륜이나 폭력이 등장하지 않는 이른바 ‘착한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의 팬들이 찾아오고 있으니 이건 쓸데없는 기우(杞憂)이려나?모처럼 찾아든 활기에 시끌벅적한 에너지로 넘쳐나는 청하시장을 나와 월포해수욕장을 향했다. 승용차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다.포항시청은 인기 높은 지역 관광지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월포 해변을 이렇게 소개한다.“길이 900m, 폭 70m의 백사장에 하루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 해수욕을 하기에 좋다. 월포방파제에선 낚시도 가능하다. 남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면 솔밭이 있어 삼림욕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짙푸른 가을 바다 위로 수백 마리의 갈매기가 비상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지는 하얀 포말. 이 역시 도시에선 보기 어려운 낭만적인 장면이었다. ‘갯마을 차차차’의 두 주인공 혜진과 두식의 애정이 깊어가는 공간으로 역할을 한 월포 바닷가에도 적지 않은 여행자들이 드라마가 남긴 여운을 즐기는 중이었다. 그날은 바람이 꽤 차가웠음에도 몇몇은 추위에 신경쓰지 않고 서핑을 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월포해수욕장은 파도타기를 즐기는 이들에겐 이미 유명한 곳이다.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예쁜 카페가 적지 않은 월포 해변. ‘제2의 혜진과 두식’을 꿈꾸는 연인들이라면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드라마 속 장면처럼 알콩달콩 밀어(蜜語)를 속삭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시간이 넉넉하고 기차가 선물하는 낭만을 좋아하는 관광객이라면 포항에서 동해선 기차를 타고 월포역까지 가보는 것을 권한다. 잠시잠깐이지만 흥미로운 체험이 될 것이다. 역에서 해변까지는 그야말로 지척이다.해변에 도착해서는 혜진처럼 신발을 벗고 한가롭게 바닷가를 산책하거나, 두식처럼 머리칼을 적시며 서핑을 해봐도 근사하지 않을까.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 드라마 속 로맨스 속으로…‘갯마을 차차차’를 따라가는 여정은 청하시장과 월포해수욕장에서 끝나지 않는다.드라마에선 두식이 멀리 푸른 물결 일렁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배를 수리하는 모습이 나온다. 놀란 눈빛으로 이를 지켜보는 혜진의 얼굴도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이 장면이 촬영된 곳은 사방기념공원. 공원은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1960~1970년대 사방사업(沙防事業·산, 강가, 바닷가 따위에서 토사가 유실되거나 붕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나무 등의 식물을 심는 사업)에 힘쓴 이들의 행적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아니나 다를까. 그곳도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이 찍더라도 ‘엽서 같은 사진’을 만들어줄 풍경에 배가 놓인 언덕 위에 오른 연인과 가족들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혜진의 드라마 속 직업은 치과 의사다. 그렇다면 두식과의 달콤한 로맨스가 만들어지기도 했던 혜진의 병원은 어디에 있을까. 이곳 역시 월포해수욕장에서 멀지 않다. 청하면 해안 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청진3리 어민복지회관을 세트로 개조한 ‘윤치과’가 나타났다.윤치과 앞에도 줄을 서서 자신의 촬영 순서를 기다리는 젊은 여행자가 가득했다. 동네 주민인 듯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생선을 말리며 손자 또래의 관광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멀어진 자신의 청춘을 추억하고 있었을 것이다.여기까지 둘러보고도 ‘갯마을 차차차’와 헤어지기 아쉬운 사람이라면 드라마의 또 다른 촬영지인 곤륜산과 구룡포 석병리를 찾아가면 된다. 그리고, 하루쯤은 파도 소리가 잠을 깨우는 포항의 해변 숙소에서 묵어가면 어떨까.이미 막을 내렸지만 ‘갯마을 차차차’ 열풍은 아직 진행형이다. 갑갑한 현실과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드라마 속 로맨스의 공간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길 또한 한동안 이어질 게 분명하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10-20

‘검정고무신’·‘달려라 하니’… 추억의 한국만화

2천년대 이전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오전 8시께 텔레비전 앞에 앉아 눈 앞에 펼쳐진 화려한 그래픽의 향연에 입을 벌리고 손뼉을 쳤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케케묵은 냄새가 나는 만화방에서 수십권의 만화책을 쌓아놓고 자장면 곱배기 한 그릇을 냅다 해치웠던 기록이라도 말이다. 하물며 만화책 종이종이에 묻었던 이물질이 그리 더럽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역시.현대 한국 만화의 효시는 1909년 6월 2일에 창간된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삽화’라는 이름의 1칸 만화이다. 일종의 만평인 셈이다. 해당 만화는 화가 이도영이 그렸다. 한 전문가는 말했다. “아마 이도영의 만화를 처음 본 사람들은 신기했을 겁니다. 앞다투어 신문을 펼쳐든 사람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신문 기사가 아니었으니까요. 바로 1면 중앙에 배치된 독특한 그림. 한 칸을 가득 채워 그린 개화기 신사의 모습과 인물에서 뻗어나온 선을 따라 쓰여진 글자들이죠. 그것이 바로 최초의 만화였습니다. 일본의 내정간섭이 극도에 달하며,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가는 가운데 애국단체 대한협회가 발간한 ‘대한민보’ 창간호가 파격적인 선택을 한 것이죠.”우리나라 시초 만화의 내용은 이랬다. ‘국가 정세를 바르게 이해하고, 한민족의 혼을 통합하여 백성의 목소리를 모아 보도 내용을 다채롭게 하겠다’다만, 한국 역사상 최초의 만화는 지난 1990년 충북 선산에서 발견된 의열도(義烈圖)로 여겨진다. 의열도는 조선시대 초 1745년, 선산의 부사였던 권상하가 지역에 내려오는 각종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서민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부 이야기는 그림으로 묘사했다. 이 중 주인을 구한 소 이야기를 담은 의우도와 주인을 구한 개 이야기를 담은 의구도는 사실상 4컷 만화다. 하지만 의열도는 어디까지나 최초의 한국 만화였을 뿐, 다른 작품으로 이어지는 뿌리가 되거나 훗날 한국 만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 만화의 시초라고 보긴 어렵다. □ 그후 100년, 한국 만화 산업은 세계 5위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 만화 시장의 규모는 78억7천800만 달러(약 9조2천억원)로 추정됐다. 이것도 순수한 만화 콘텐츠 시장 규모만 따진 것이다. 여기에 지식재산권(IP)과 부가가치를 합치면 웹툰 시장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물론 지식재산권 전체 만화 콘텐츠 시장의 절반 이상인 40억1천800만 달러를 일본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2위는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의 본고장인 미국(10억2천700만 달러·약 1조2천억원), 3위는 인구 대국인 중국(8억6천만 달러·약 1조100억원)이 차지했다. 한국은 2018년 3억1천300만 달러로 6위였지만, 2019년에는 5위로 올라섰다.“아마도 뿌리 깊은 천시 때문일 겁니다. 과거에도 글자를 모르는 백성에게 그림으로 교화한다는 사상이 있었잖아요. 만화 역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보는 것이라는 풍조가 있었죠.”실제로 만화에 대한 저질시비는 상당히 뿌리깊은 악습이었다. 1920년대 조선일보에 4컷 만화 ‘멍텅구리’ 시리즈를 연재했을 때에 일부 식자층에게 ‘어른들을 단순 사고만 해대는 바보처럼 묘사하고 미련하게 표현했다’는 식으로 만화의 저질성이 지적된 바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비판은 상업 어린이 만화 시대가 도래한 1948년 7월 5일에 발행된 잡지 ‘백민(白民)’에 실린 수필가 양미림의 글 ‘만화시비’였다.「끝으로 결론삼아 몇 가지 만화에 대한 공통된 시비를 요약해 말해보면 첫째로 그 제재가 허무맹랑한 것과 미신적 내지 비과학적인 내용인 점이며 그 위에 또 회화예술의 소양이 매우 부족한 솜씨로 그려진 졸렬한 색채. 제멋대로의 사투리와 한글 철자법 사용 등이다. 감수력이 강렬하고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주어지는 더구나 정화가 아닌 만화그림인 즉, 그 저작자와 출판자는 잘 팔리는 데만 정신이 팔리지 말고 모름지기 그 영향의 결과까지를 고려에 넣는 양심적 출판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양미림의 ‘만화시비 중에서’)」하지만 2021년 현재 한국 만화 시장은 평균 1.5%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만화 시장 상위 10개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한국 웹툰사들의 수출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이 기대 요인이다. 웹툰은 한국이 개발해 해외에 진출한 플랫폼이라 한국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이 선점한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이 형성되면 한국이 차지할 파이가 크다.업계 관계자는 “해외 디지털만화는 종이만화를 단순히 모니터로 옮긴 형태로 소비돼 왔지만 한국 웹툰은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한 플랫폼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지금 이현세나 박봉성, 허영만 등 만화가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전선욱, 주호민, 이말년 등의 이름은 젊은층 사이에서 유명하죠. 이들의 수익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일부 인기 작가들은 강남에 빌딩을 가지고 있다고도 하더라구요.” 2008년 서울 강동구 주민등록증을 받은 달려라 하니. □ 코끝을 간지르는 추억의 만화아기공룡 둘리와 달려라 하니, 천방지축 하니, 떠돌이 까치 등 우리의 눈과 귀를 브라운관 앞으로 모이게 하는 것들은 많이 있었다. 지금도 일부 사람들은 유튜브 등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과거의 추억에 젖어들고는 한다. 웹툰이 만화 시장을 접수한 2천년대 이후의 추억은 영화나 드라마로 나타났다. 인기 웹툰이 영화화되고 드라마화된 것이다.지난해 글로벌 인기 웹툰 ‘여신강림’은 동명의 드라마로 첫 선을 보였었고, 글로벌 누적 조회 수 12억뷰를 자랑했던 웹툰 ‘스위트홈’은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JTBC 월화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네이버 시리즈 웹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외에도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지난해 9월 영화 ‘신과 함께’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와 극장용 장편 영화 5편 제작에 대한 판권 계약을 맺었다.그렇다면 우리의 추억을 자극할 수 있는 만화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우선 ‘검정 고무신’은 어떠할까. ‘검정 고무신’은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1969년을 배경으로 기영이와 기철이 형제의 풋풋한 성장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족 만화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이영일(필명 도래미)이 스토리를 쓰고 이우영이 그렸다. 1992년 소년 챔프에 연재된 이후 2006년까지 연재해 한국 코믹스 만화 사상 최장수 연재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특이한 것은 아동용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엄마 나 군대가”, “으~ 술이 안 깨”, “진노 쓴물”과 같은 말이 등장한다. 3기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편에서는 도승이가 기철이에게 껌과 초콜릿을 줘서 계급이 상승하는 장면 등 풍자적인 모습도 나온다.‘달려라 하니’는 이진주 작가가 그린 순정만화다. KBS에 의해 만화 영화화된 초기 방송용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소녀 주인공 하니가 역경을 딛고 육상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만화는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둔 시점인 1985년부터 1987년까지 만화 잡지 ‘보물섬’에 인기리에 연재됐으며, 1988년 만화영화가 되었다. 특이한 것은 해당 만화의 출판사가 육영재단이라는 점이다.2천년대 이후에는 만화보다는 웹툰이다. 요사이 만화는 웹툰과 동의어로 쓰이는 것 같기도 하다. 2천년대 이후 웹툰의 추억은 무엇이 있을까.호연 작가의 ‘도자기’는 수묵화 같은 느낌의 필치와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한국의 도자기에 관해 다루는 웹툰이다. 단순한 그림체가 주는 편안함과 섬세한 내용이 주는 잔잔한 감동,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가는 도자기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2007년 1월에 연재를 시작해 9월까지 총 93화로 완결됐다.군대 생활을 기반으로 한 웹툰도 빠질 수가 없다. 그 시초격이라고 할 수 있는 ‘꾸나꼬무이야기’는 작가 겔부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스포츠 투데이에 연재한 웹툰 형식의 만화다. 요사이에는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된 ‘디피(D.P.)’도 화제다. ‘디피(D.P.)는 작가 김보통의 원작 웹툰 ‘디피: 개의 날’을 기반으로 한다./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2021-10-19

하태환, 문달식… 짧지만 강렬한 발자취

1952년 개헌에서 대통령 직선제와 양원제가 채택됨으로써 국회는 민의원과 참의원으로 나눠지지만, 1954년 5월 20일 제3대 선거에서는 민의원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만 실시된다. 이 선거에서 정당 공천제가 처음 실시되는데 자유당이 제1당, 민주국민당이 제2당이 된다. 임 : 1954년 제3대 민의원 의원 선거에서 영일군 갑구에서는 박순석, 을구에서는 김익로가 자유당 공천을 받아 당선됩니다. 하지만 포항은 무소속의 하태환(41·일본 리쓰메이칸대학 법문학부 졸·동지상고 교장)이 자유당 공천을 받은 김판석 의원을 누르고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납니다.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박 : 당시 선거판이 치열했고 자유당 횡포가 심했어. 하태환은 제헌의원 선거와 제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영일군 을구에 출마하지만 제헌의회 때는 사퇴하고 제2대에서는 낙선의 고배를 마시지. 하지만 하태환은 보통 인물이 아니야. 어려운 형편에 일본 유학을 다녀왔고, 한쪽 다리가 불편한 몸으로 동지교육재단과 포항대학을 세웠지. 그리고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야. 위트와 유머가 넘치고 선거에는 귀재였어. 타고난 정치인이 아닌가 싶어. 1954년 선거 막판에 묘한 일이 벌어져. 하태환 후보의 선거운동용 차량이 사라진 거야. 몸이 불편한 사람이 차량이 없으니 선거운동을 어떻게 하겠어. 난리가 났지. 그런데 그 차량을 사흘 만엔가 동빈내항에서 건져낸 거야. 이 사건 때문에 포항이 시끌벅적했어. 선거 막판에 대형 이슈를 만들기 위해 하태환 측에서 자작극을 벌였다는 소문이 돌았어. 하지만 내 판단에 그 소문은 헛소문이야. 몸이 불편한 하태환 후보가 스스로 차량을 수몰시켰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지. 여하튼 그때 무소속이 자유당을 누르고 당선된다는 것은 굉장한 사건이었어. 하태환은 국회의원 당선 후에 자유당으로 옮기고 국방위원장이라는 노른자위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이 되지. 하지만 4·19혁명 후에 정치적 날개가 꺾이고 말아. 당시 선거 상황을 ‘포항시사’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이 선거에서는 집권 자유당이 공천한 후보자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무제한의 공권력이 동원되었다. (중략) 심야에 후보자의 선거운동용 차량이 동빈동 항만에 수장되는 보기 드문 사건이 일어났으며 선거 당일에도 투표 방해와 공공연한 무더기표 투입 등이 있었다. 그러나 지나친 물리적 관권 개입이 민심을 극도로 자극하여 많은 시민이 탄압받는 후보자를 동정하고 그 선거운동을 자원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지지세가 급증하여 선거는 예상 밖의 결과를 낳았다.-‘포항시사’, 1999, 534∼535쪽.임 : 하태환이 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은 선거에 이점이 되었겠습니다.박 : 내가 그때 동지중학교 3학년이었어. 선거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될 때였는데 담임 선생님이 종례하면서 저녁 먹고 학교로 나오라고 하는 거야. 누군가 학교에 불을 지른다는 소문이 돌았거든. 자유당 횡포가 심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어. 투표일에는 오전 수업을 마치고 투표소 주변을 돌기도 했지. 동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투표소를 어슬렁거리면 상대측에서 겁이 났을 거야. 학생들은 한마음으로 우리 학교 선생님(하태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임 : 포항시 선거구 낙선자 중에 소방서장 문달식(37·포항수산대 졸)이란 인물이 있습니다.박 :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소방서장을 했지. 수산업도 꽤 크게 했고. 무엇보다 유도에 큰 발자취를 남겼어. 유도 6단이었거든. 대한유도회 창설의 근간을 만들었고 포항에 유도를 도입했지. 덕분에 포항이 유도가 아주 강한 도시가 되었어. 1967년 도쿄 유니버시아드대회 라이트헤비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장안의 화제가 되었고, 대한체육회장을 지낸 김정행이 문달식의 제자야. 해마다 포항에서 ‘동암(東庵) 문달식 추모 전국유도대회’가 열리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지. 포항시의 초대 민선 시장은 박일천이다. 1952년에 지방자치제가 처음 시행되면서 그해 5월 20명의 시의원이 간접선거로 시장을 선출하는데, 이때 당선자가 박일천이다. 문달식은 1960년 4·19혁명 후 5월 13일 제8대 포항시장으로 취임해 그해 12월 1일 임기를 마친다. 그리고 12월 19일 포항시장 선거에 출마하는데, 이 선거가 시민이 직접 시장을 선출하는 최초의 선거다. 이 선거에서 문달식이 당선되어 제9대 시장으로 12월 30일 취임하지만 이듬해 5·16 군사정변으로 인해 6월 20일부로 사임하게 된다. 문달식은 두 차례 시장에 취임하지만 임기는 13개월 정도에 불과했다.임 : 1958년 5월 2일 제4대 민의원 의원 선거가 실시됩니다. 그 이전의 선거 결과를 보면 1, 2위 득표차가 얼마 나지 않았는데 이 선거에서는 득표차가 굉장히 크게 납니다. 포항시, 영일군 갑·을 3개 선거구 모두 자유당 공천자들이 압승을 거두는 것이지요. 포항에서는 하태환이 재선에 성공하고, 영일군 갑구에서는 박순석, 을구에서는 김익로가 당선됩니다. 그런데 영일군 을구에서 ‘재재선거’라는,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집니다.박 : 자유당의 횡포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지. 오죽하면 선거를 두 번이나 더 치렀겠나. 민주당에서 김상순(41·하얼빈국립대학 3년 졸) 후보가 등록했는데 무효 처리가 된 거야. 그 바람에 김익로가 압승했지. 그런데 김상순이 등록 무효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해. 다시 치른 선거에서 김익로가 300여 표차로 겨우 당선되었어(김익로 1만 4310표, 김상순 1만 3986표).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야. 김상순 측이 재선거도 불법으로 치러졌다고 소송을 제기해 또다시 선거 무효 판결을 받아냈지. 재재선거는 1960년 1월 23일 실시되는데, 국민 여론이 어떠했겠나. 자유당은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김익로 대신 김장섭을 공천했고, 민주당도 타 지역 출신인 현석호를 공천했는데 김장섭이 큰 표차로 당선되었지.임 : 당시에 부정선거가 어느 정도 심했습니까?박 : 그때 현장을 취재한 기자가 ‘동아일보’ 이만섭이야. 8선 의원으로 국회의장을 지냈지. 이만섭이 1932년생이니 젊은 시절의 이야기지. 이만섭이 재선거 개표장인 대송초등학교에 몰래 들어갔는데 밤 10시께가 되자 갑자기 전원이 차단되고 투표함에 정식 개표원이 아닌 사람의 손이 막 들어가더라는 거야. 그 장면을 이만섭이 카메라로 찍고는 필름을 교실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동료에게 던졌지. 그 동료는 곧바로 대구 팔공산 송신소로 달렸고, 그곳에서 ‘동아일보’ 본사로 넘겼어. 다음 날 ‘동아일보’에 그 사진이 특종으로 실렸지.당시 상황을 다음의 글이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1958년 5월의 4대 국회의원 선거는 엉터리였다. 대리투표가 비일비재했고 야당 참관인을 쫓아내고 투표함도 바꿔치기를 했다. 부정선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그해 9월 경북 영일군에서 재선거가 치러졌다. 당시 이만섭은 현장 취재를 갔다. 자유당 정권이 동원한 정치 깡패들이 개표장의 전기를 끊고 모아둔 표 중 민주당 표만 가지고 달아나자 민주당 참관인이 “표 도둑이야!”라고 고함쳤다. 이만섭도 “이 표 도둑놈들아” 하고 외치며 쫓아갔다. 취재만 하면 되는 기자가 울컥하는 마음에 뛰어갔다가 깡패들한테 많이 얻어맞았다. 몇 시간 후 개표가 재개됐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사과를 돌리자 이만섭은 분한 마음에 “나쁜 놈들”이라며 사과를 내던지며 항의했다. 그 후 자유당에서 “이만섭이 선거 개표를 방해했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라고 해서 열흘간 피해 다녔다.- 최영훈, ‘영원한 청년, 내가 본 이만섭 의장’, ‘용기와 양심의 정치인 청강 이만섭’, 청강 이만섭 평전 간행위원회, 박영사, 2018, 394쪽.임 : 김상순 후보는 비록 낙선했지만 이만섭 기자가 아주 고마웠겠습니다.박 : 이만섭과 김상순의 우정은 이만섭이 국민당 총재가 될 때까지 이어졌지. 내가 황대봉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있을 때 마침 이만섭 의원이 나를 불러 “자네 포항에서 왔나, 혹시 김상순을 아나?”라고 묻길래 “가끔 인사드린다”고 했더니 옛일을 이야기해주더군. 박이득1942년 포항에서 태어나 서울 인창고와 건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포항 MBC, ‘영남일보’기자를 거쳤으며, 한국예총 포항지회장, 경북문인협회 부회장, 한흑구 선생 문학비 건립추진위원장, 포항독립운동사 발간 추진위원장을 역임했다. 수필가로 ‘월간문학’ 등에 작품을 발표했고, 제1회 애린문화상을 수상했다. 최세윤 의병장 기념사업회 이사장, 포항문화원 부설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대담 : 임종석(경북매일신문 부사장) / 정리 : 최미경(시인·동화작가) /사진 : 김훈(사진작가)

2021-10-19

‘스마트도시’ 달서구, 지속가능한 대구 미래 이끈다

대구미래 변화의 중심에 달서구가 있다.최근 대구는 KTX 서대구역세권 개발사업과 대구시 신청사 이전, 4호선 순환선(트램) 건설로 서남부생활권으로 대구도심이 변화하고 있다.전국에서 3번째로 주민수가 많은 거대자치구인 달서구는 교통, 교육, 주거환경 등 정주여건이 뛰어난 곳이지만,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교통체증, 환경오염 등의 새로운 도시문제에 직면했다.이러한 도심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과 그린혁신의 바람을 일으켰고, 우리가 받아들여야하는 진화의 흐름이 됐다.세계뿐만 아니라 전국 자치단체는 디지털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 중이다.지난해 코로나19 라는 대위기 속에 디지털 혁신정책은 계속 확대 강화해 나가야하는 전략으로 급부상했고, 같은해 7월 정부는 ‘한국판 뉴딜1.0’발표에 이어 올해 7월 14일 한 단계 더 진화된‘한국판 뉴딜2.0’ 추진전략을 발표했다.이에 달서구도 당면한 위기극복 뿐 아니라 지역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 인프라 조성과 탄탄한 민·관·산·학·연 협업체계를 구축해 비수도권 자치단체 중 최초이며 유일하게 세계지식포럼행사에서 ‘2021 대한민국 지식혁신 스마트시티 우수상’을 받았다.지속 성장하는 대구 미래를 위해 대구 중심에 선 달서구는 주민에게 귀 기울이며 동참을 끌어내 대구미래를 선도하는 자치구로서 4차 산업혁명의 대표 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계획이다. □ 스마트도시 달서구는 이렇게 준비했다우선, 추진체계와 제도부문 정비를 위해 지난해 7월 대구 기초지자체 중 최초로 스마트도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이달부터는 스마트도시 전문가 인력풀(30여명)을 구성해 분야별 전문가와 정기·수시회의를 통해 사업발굴 및 미래도시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가고 있다.특히, 내부역량강화를 위해 ‘스마트도시 연구 학습동아리’를 구성·운영했고, 자유로운 소통과 토론을 위한 직원 ‘브라운백미팅’을 열었다.또, 사업부서 담당자 역량제고를 위한 전문가 초청 컨설팅 간담회 및 세계스마트시티 엑스포 견학으로 현장체험교육 강화에도 노력했다.지난해말 스마트도시사업에 대한 제도적 근거 마련을 위해 ‘달서구 스마트도시 조성 및 운영 조례’를 지역 최초로 제정했고, 부구청장을 위원장으로 대학, 기업, 공공기관, 연구원, 공무원 등 각계 ICT 관련 전문가 18명으로 ‘달서구 스마트도시위원회’를 구성했다.올해는 달서구형 스마트도시 모델 창출을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 수립 등의 내용을 담은 ‘달서구 스마트도시 조성 5개년 계획’을 수립 중에 있고, 주민들이 참여해 삶의 현장에서 다양한 도시·사회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에 함께 참여하는 ‘주민참여 리빙랩(Living Lab)’도 운영하고 있다.이밖에도 국내·외 스마트시티 서비스 우수기업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스마트도시 분야 비즈니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 현재 달서구는 다양한 첨단 스마트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도심환경을 위한 스마트그린도시 서비스달서구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정부 공모사업에 14개 사업이 선정돼 87억원의 국·시비 인센티브 예산을 확보했고, 자체사업으로 26억 규모로 스마트도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달서구는 도심 한가운데 대규모의 성서산업단지가 위치한 지역 특성을 반영해 드론과 IOT를 활용한 입체적 환경감시망을 구축했다.실시간 미세먼지 측정 및 상황실 운영으로 지난해 7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우수 적극행정’으로 선정됐다.또한, 2020년 9월에는 행안부·과기부의 협업공모사업에 ‘미세먼지 저감 도출을 위한 지도기반의 미세먼지 및 바람길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사업이 선정되어 앱을 통해 주민에게 미세먼지 농도 및 알림서비스를 제공하고, 모스월·소형분진흡입차량 등 저감장비를 운영해 미세먼지 대응시스템을 구축했다.현재 미세먼지 강창안심구역으로 선정된 호산동 일원에 국·시비 2억원으로 미세먼지 저감사업을 추진 중이며, 지역 내 경로당에는 미세먼지 정보알리미 및 고효율 에너지 공기순환기 등을 설치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혁신 신기술 활용한 안전도시 구축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기반 구축사업’에 선정돼 방범·소방·교통 등 스마트 서비스들을 연계할 수 있는 통합플랫폼을 지역 최초로 구축·완료했다.이에 따라 달서구관제센터 2천여대의 CCTV영상을 경찰서·소방서·재난상황실과 연계해 실시간 영상확인으로 출동시간 단축 및 긴급대응으로 구민이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누리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또한, 특화서비스로 달서안심이 앱서비스, 전통시장 화재알림서비스, 체납차량 위치알림서비스도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3월 선정된 국토교통부 ‘2021년 스마트시티 솔루션 확산사업’은 37억5천만원 규모의 사업으로 어린이 교통사고가 많은 위험예상 지역에 스마트횡단보도 23곳을 설치하고 스마트 버스정류장(쉘터) 4곳과 스마트폴 8식을 설치해 첨단 신기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아울러, 올해 4월에는 행정안전부 공모사업 ‘주소체계 고도화 및 주소산업 창출 공모사업’에 전국 최초로 선정돼 공원·버스정류장·안심귀갓길 등 주소가 필요한 시설물에 사물주소를 부여해 주민에게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역경제를 위한 혁신적 노력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진행하는 ‘스마트 시범상가’ 사업에 성서와룡시장이 선정돼 스마트상가(45개 점포)로 거듭났다.비대면 주문·배송서비스와 스마트(디지털) 메뉴판, AR을 이용한 스마트미러 등 여러 스마트 기술을 시장현장에서 접할 수 있게 됐다.올해도 성서아울렛타운, 두류젊음의 광장 상가가 스마트시범상가에 선정돼 지역 특성에 맞는 스마트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다.올해 3월부터 대구지역 최초로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사이트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서남신시장은 언택트 시대에 맞춰 누구나 쉽게 온라인·모바일로 전통시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쇼핑환경을 제공하고 있다.특히 지역 내 전통시장 중 화재에 취약한 예전우시장, 달서시장, 서남신시장, 와룡시장, 성서용산시장, 상원시장 등 6곳 시장에 스마트 화재알림시설을 구축하고,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과 연계해 실시간 화재영상 확인 등으로 안전한 전통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더불어, 성서산업단지가 전국 최초 스마트산단으로 지정돼 제조공정혁신 및 창업 지원, 근로환경 개선, 산단 인프라 확충 등 산단 대개조사업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돼 달서구에서 제공되는 스마트도시서비스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예정이다. □ 사회적 약자를 위한 스마트 돌봄서비스 제공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사업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지역 1천634가구에 화재·가스감지센서 등을 설치해 응급상황 발생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119에 자동신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달서구 특화사업으로 1인가구 위기상황 예방을 위한 달서안심 돌봄플러스사업은 지난 7월부터 취약계층 66세대에 스마트플러그를 보급해 전력량 및 조도변화 확인으로 안전확인 및 고독사 등 위기를 예방하고 있다.또한, 초등학생대상 구강위생검사 후 검사결과에 따라 맞춤형 온라인 구강보건교육을 제공하는 ‘언택트 구강보건교육’ 서비스사업도 올해 5월부터 지역내 56곳 초등학교 2학년 5천2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대구미래는 스마트도시 달서가 선도달서구 스마트도시의 중장기적 비전 및 체계적 추진방향, 스마트도시 미래상, 로드맵 설정, 재원조달방안 등의 내용을 담은 ‘달서구 스마트도시 조성 5개년(2022~2026년) 계획’이 이달말 확정될 예정이다.이 계획을 토대로 달서구는 스마트그린산단을 기반으로 한 청년층 인구유입 확대와 이들의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도시 활력에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이와 더불어 중앙정부 정책 흐름(데이터 활용, 탄소중립, BIM)에 부합하면서 동시에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나갈예정이다.정부가 지난 7월에 발표한 ‘한국판 뉴딜2.0’의 주요 추진전략인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휴먼뉴딜 등이 지역균형의 프로젝트로 부상한 만큼 급변하는 전환의 중심에서 달서구 전체 공무원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달서구는 미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부직원 역량 제고는 물론 주민주도 참여기반 마련을 위한 스마트도시 네트워크 강화 및 소통채널을 구축하는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람중심의 스마트도시 조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지역사회 발전을 견인하는 스마트 선도 자치구가 되기 위해 전 부서, 전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함께 이러한 진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며 “지속 성장하는 대구의 미래를 위해 대구 중심에 선 달서구가 구민 수요에 귀 기울이고 동참을 끌어내 민·관·산·학·연이 함께 만들어가는 ‘대구미래를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

2021-10-18

학교, 도농교류·도농상생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다

‘위기는 곧 기회다’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 광역·기초자치단체, 교육기관 등이 힘을 합쳤다는 소식이 전국에서 들려오고 있다.날이 갈수록 소멸 위험이 심각해지고 있는 농촌마을을 중심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지역 특색에 맞는 인구유입 정책과 사업 등을 펼치며 ‘소멸’에서 ‘회생’으로 대반전을 이룩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작은 학교 살리기’의 목표는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살리기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농촌공동체 활성화’에 있다. 쉽게 말해, 교육을 매개로 외지에서 들어오는 학부모들이 마을 주민과 함께 힘을 모아 작은 학교 살리기에 동참하면서 도농교류와 도농 상생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다.앞서 지난해 경남 거창군 신원면과 신원초등학교는 ‘신원신바람위원회’를 구성하고, 폐교위기에 처한 작은 학교를 살리기에 나섰다. ‘신원신바람위원회’는 귀농 농가에 빈집과 일자리를 소개하고 면민과 동창회에서 기금을 조성하는 등 학교특성화 교육과 학생복지를 늘리기 위해 힘써왔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마을에는 귀촌을 택한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으며 폐교 직전에 놓인 학교와 마을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글 싣는 순서1. 소멸 위기에 놓인 시골학교의 현실2.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Ⅰ3.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Ⅱ4. 경북도교육청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명과 암5. 지속 가능한 시골학교 상상 아닌 현실로 □신원초의 번영과 쇠퇴경남 거창군 신원면에 위치한 신원초등학교는 지난 1926년 개교해 졸업생 2천660여명을 배출해 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다. 1980년대 당시 신원면의 학생 수는 약 1천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때 신원초의 재학생 수는 200여명이 넘었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이촌향도 현상이 발생하며 인구 유출이 가속하기 시작했다.이후 출산율 감소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 등의 영향으로 1996년부터 현재까지 신원면에 있는 4개 학교(율원초등학교, 산수초등학교, 중유초등학교, 용현초등학교)가 모두 신원초등학교로 통폐합됐다.신원초도 2000년대부터 재학생의 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고,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교생 수가 20∼30명 내외에 그쳤다.특히 지난해 신원초의 재학생 수는 모두 26명(초등학생 23명, 유치원 3명)이었다. 뿐만 아니라 2021학년도 신입생이 없어 6학급에서 5학급으로 감축될 위기를 맞닥뜨리기도 했다.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오는 2023학년도에는 4학급으로 학급수가 대폭 줄어들게 되고, 3∼4년 뒤면 신원초는 자연스럽게 분교와 폐교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위기를 직감한 신원초는 같은 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작은 학교를 살리기’운동에 돌입했다.학교는 ‘신바람 신원 교육’(신나는 배움, 바른 몸과 마음, 자람과 보람이 있는 생활)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학교 특성화 교육 홍보 활동에 열을 올렸다.우선 해외수학여행과 승마장 체험 등과 같은 폭넓은 현장체험학습을 통해 재미있는 교육활동을 하고, Non-GMO 친환경 급식과 감염병 걱정 없는 안심학교(코로나 청정지역) 등을 적극 어필하며 학생 유치에 나섰다.신원초는 같은해 8월 10일 거창군으로부터 ‘폐교 위기 탈출 컨설팅 대상 학교’로 선정되며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오며 홍보활동을 펼칠 좋은 기회도 얻게 됐다.뿐만 아니라 9월부터 신원초가 폐교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졸업생 및 향후회, 마을 주민, 학부모들도 ‘신원신바람위원회’를 꾸린 뒤 폐교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팔을 걷어붙였다.이들은 자체적으로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해 기금 모금을 전개했고, 그 결과 4천280여만원의 기부금이 조성됐다.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인 귀중한 기부금은 전교생 장학금, 전(입)학생 장학금·복지·수학여행 등과 모두 학생들을 위해 사용됐다. □작은학교 마을의 희망으로 피어나다민·관·학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 지난달 24일 기준 병설유치원에는 3명이 입원을 했으며, 초등학교는 9명(1학년 2명, 2학년 4명, 4학년 2명, 5학년 1명)이 전·입학하는 쾌거를 거뒀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부산, 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전입 상담을 문의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 가구만 40가구에 달한다.학교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2학년도 유·초등 학생 수가 50명에 이를 것을 예상하고 있다.특히 올해 신원면에는 네 가정이 전입했으며 앞으로 두 가정이 추가로 전입할 예정이어서 신원면 인구 또한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8명이 더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9년 8월 인구 1천500명의 선이 무너지면서 같은 해 9월 1천448명까지 감소한 이후 2년여 만에 거둬들인 성과인 셈이다. 신원면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 한 대목이다.신원면의 인구 증가의 주요 요인은 신원초의 폐교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 중인 ‘작은 학교 살리기’에 따른 성과로 연결할 수 있다.마을 주민들은 “누군가에게는 학생 수가 적어 없어져야 할 학교지만, 우리에게는 그 시설의 추억과 마을을 위해 나설 수 밖에 없다”며 “신원초 마저 폐교되어 버린다면 신원면에는 초등학교가 단 하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또 최근 거창군 신원면은 겹경사를 맞았다.지난 8월 국토교토부가 주관한 지역수요 맞춤지원 공모에 ‘신원면 신바람 주거 플랫폼 구축사업’이 선정돼 국비 28억원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기 때문이다.신원면 ‘신바람 주거플랫폼 구축사업’은 폐교위기 탈출을 위한 LH공공임대주택 신축사업과 연계해 생활 SOC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으로 커뮤니티 거점 조성, 체육관 리모델링, 보행환경 개선을 전액 국비로 추진하게 된다.거창군은 폐교된 신원중학교 유휴부지에 다목적 홀, 공유카페 등 개방형 공유공간인 어울림센터와 전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숲 도서관을 조성할 계획이다.또 옛 신원중학교 체육관은 리모델링을 통해 생활체육시설로 탈바꿈해 지역 주민과 이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문화·체육 플랫폼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거창군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약을 맺고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한 LH공공임대주택 신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원면에는 지역에 2022년을 목표로 임대주택 12호가 완공되면 신원초 전·입학 전입세대에게 우선으로 공급할 계획이다.제인식 신원초등학교장은 “지금까지의 성과는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신원면 졸업 동문, 신원면 관계기관 등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인 학생 유치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안전한 배움터 신바람 나는 신원초등학교를 만들고, 신원초만의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1-10-14

터키처럼 러시아 여행길도 다시 열리기를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해 러시아의 자존심이 무너진 일이 언론을 통해 한국에 알려졌다.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스푸트니크V’. 하지만, 이 백신은 아직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적인 승인을 받지 못했다. 러시아 사람들조차 스푸트니크V의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이런 상황이니 비교적 오가기 쉬운 인근 동유럽 국가로 미국이나 영국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가는 러시아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러시아의 ‘코로나19 사태’는 여전히 심각한 현재진행형이다. 지난주에도 1일 확진자가 3만 명에 이르렀고, 숨지는 이들도 하루 1천 명에 가깝다고 한다.현재까지 러시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70만여 명. 사망자 역시 21만 명을 넘고 있다. 백신 접종률도 30% 안팎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 여러 조건을 감안할 때 아직은 안전한 러시아 여행이 힘들어 보인다.노모와 함께 다시금 블라디보스토크행 크루즈에 몸을 싣는 꿈 ▲낭만적인 기억으로 남은 포항-러시아 크루즈 여행형편이 이러하니 러시아로 떠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더 커지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싣고 아름다운 바이칼 호수와 만나는 꿈, 몇 시간이고 끝없이 이어지는 해바라기밭을 바라보는 꿈은 당분간 미뤄둘 수밖에 없을 듯하다.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다. 국토의 면적이 미국과 중국을 합친 규모에 육박한다. 그러니 특정 지역을 여행한 것만으로는 “러시아에 가봤다”고 말하는 게 우습게 들린다.기자의 경우엔 극동 러시아 지역인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이 근사한 추억으로 가슴에 새겨져 있다. 이동 수단이 비행기가 아닌 크루즈였다는 게 여행의 낭만성을 배가시켜줬다.블라디보스토크로 항해한 이탈리아 크루즈 ‘네오 로만티카(Neo Romantica)’가 포항을 떠난 건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불과 1개월 전. 그때만 해도 낯설고 끈질긴 바이러스가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란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했다.어쨌건 그 항해는 즐거웠다. 자그마치 30시간 넘게 배 안에 있었지만 지겨운 줄 몰랐다. 60층 높이의 빌딩을 눕혀 놓은 크기의 거대한 크루즈 안에선 시간마다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가 펼쳐졌고, 끼니마다 제공되는 어지간한 호텔 수준의 음식은 입을 즐겁게 했다.크루즈 여행의 특성상 나이 지긋한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더 높아 보였다. 먼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거나 흔들리는 버스를 장시간 타야 하는 보통의 여행과는 달리 배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는 편안함이 있기에 그런 것 같았다.지금의 코로나19 사태를 알 수 없었던 포항시는 전 세계 크루즈 승객이 3천만 명에 이르던 2019년의 상황을 고려해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는 크루즈의 취항을 준비했었다. 그건 해양경제시대를 맞은 포항이란 도시의 관광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법의 하나이기도 했으니까. ▲노모와 블라디보스토크로 갈 날을 기다리며그러나, 불과 2년 사이에 크루즈 여행이 애물단지로 취급받고 있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2020년 초반. 세계 각지에서 크루즈 여행을 즐기던 사람들 모두가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크루즈 자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취급받는 장면을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봐야 했다.여행하고 싶다는 열망은 그곳에 쉽게 갈 수 없을 때 더 증폭된다. 크루즈를 타고 도착했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또한 그런 여행지가 됐다.겨울이면 기온이 영하 20℃ 이하로 떨어지는 곳이지만, 입김을 뿜으며 돌아다니던 혁명광장과 독수리 전망대,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던 유럽 스타일의 예쁜 건물들이 눈앞에 삼삼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본 큼직한 킹크랩을 떠올리면 지금도 군침이 돈다.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왕복하는 크루즈가 상설화됐다면 일흔다섯 살 노모를 모시고 한 번쯤 배에 오르려 했다. 그건 효도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자식의 소박한 꿈이었다.항해 중에는 노인들을 위해 준비된 각종 이벤트와 게임·노래자랑을 즐기게 해주고, 매일 식구들의 음식을 준비하느라 긴 세월 고생한 모친에게 한국에선 맛보기 어려운 러시아 특유의 요리를 대접하고 싶었는데….이런 마음이 들 때면 ‘영원히 지속되는 수난과 고통은 없다’는 잠언을 떠올리게 된다.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러시아 전체가 코로나19가 가져온 수난과 고통에서 한시바삐 벗어나기를 기원한다.그렇게 된다면 매서운 극동 러시아의 찬바람도 기꺼이 맞으며, 일주일쯤 기차를 타고 멀고 먼 모스크바까지 달려 매력적인 러시아 관광지 곳곳을 돌아보고 싶다는 바람 간절하다. 22개월 만에 열린 터키 하늘길… 그리운 아나톨리아, 카파도키아 ▲터키로 가는 하늘길은 이제 열렸다는데...터키 역시 러시아만큼이나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컸던 국가다. 누적 확진자가 745만 명에 이르렀으니까. 하지만, 사망률은 0.9%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낮은 상황이다.관광 관련 산업은 터키의 주요한 수입원 중 하나였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했기에 두 대륙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는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20~30분쯤 배를 타면 아시아 지구에서 유럽 지구에 도착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이스탄불.인위적으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풍경이 여행자를 매료시키는 터키 카파도키아 지역은 기암괴석으로 만들어진 외계 행성처럼 느껴졌다. 조그만 마을 괴레메에서 숙소로 이용한 어두컴컴한 동굴호텔은 또 얼마나 흥미로웠던가.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상당수의 국가가 여행자의 방문을 자제시켰던 것처럼 터키도 관광객의 유입을 어쩔 수 없이 막았다. 그런데 최근 22개월 만에 터키로 가는 하늘길이 다시 열렸다는 뉴스가 들려왔다.여행사의 전언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터키 여행 후 2주간의 자가 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출국 72시간 전 PCR(유전자 증폭) 검사는 필수다. 터키 외에 몇몇 유럽 국가와 싱가포르 등도 여행이 작년보다는 훨씬 쉬워졌다. 자신이 생활하는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다른 문화와 생활양식을 체험하고 싶었던 이들에겐 오랜만에 들려온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유럽의 입구, 아시아의 출구”로 불리는 터키는 1920년대 술탄(Sultan·이슬람국가의 최고 통치자)이 없어지기 전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오스만 투르크 제국으로 익숙했다. 공화국이 된 건 불과 100여 년 전.이란, 아르메니아, 이라크, 시리아, 불가리아 등과 국경을 접한 터키는 흑해, 지중해, 마르마라해 등 아름다운 바다가 사시사철 반갑게 손짓하는 곳이기도 하다. 해안선 길이가 자그마치 7천200km에 이른다. 해변도시 안탈리아는 로마 시절부터 유명한 휴양지였다.동방과 서방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온 국가였기에 정치·사회적 우여곡절도 많았다. 아직도 분쟁을 겪는 이웃 나라가 있을 정도다.국민의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지만, 종교적 도그마가 여행자의 기분을 상하게는 하지 않는다. 이는 오스만 투르크 시절부터 몸에 배인 이방인에 대한 포용력이 터키 국민들의 핏속에 흐르기 때문인 듯.한 달쯤 터키를 여행한 경험에 의하면 이스탄불과 흑해 주변도 좋지만, 아나톨리아 고원지대가 특히 매력적인 여행지다.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땐 적지 않은 터키 젊은이들이 한국으로 왔다. 파병된 그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그런 역사 때문에 흰 수염이 멋진 70~80대 터키 할아버지들은 한국 청년 여행자들을 손자처럼 여기기도 한다. 기자 역시 몇몇 가정에 초대받아 달콤한 홍차와 터키식 피자 ‘피데(Pide)’를 대접받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막혔던 여행길이 많은 나라에서 여전히 뚫리지 않았지만, 터키 등을 필두로 이제 서서히 열리고 있는 추세다. 한국도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해외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다가오는 겨울엔 러시아의 새하얀 설원과도 기쁘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10-13

우리 곁 경북도 지정문화재 1천399점… 여러분은 아시나요?

어린 시절, 아버지의 고향인 달성군 시골집 인근에 있던 사당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다소 괴기스러운 모습이기도 했고, ‘귀신이 나온다’는 동네 형들의 귓속말은 또래 사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특히나 쾌쾌한 냄새가 나는 연못 오른편에 놓여 있었던 작은 석탑 주변은 무성하게 자란 풀떼기 만큼이나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곳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200년은 넘은 사당’이라는 동네 어른의 이야기에 놀라움을 표했다. 또 어린 아이의 치기라고 할 수 있는 문화재를 훼손하는 장난보다는 멀찍이 떨어져서 200년의 세월을 감상하는 조금은 어른스러운 행동을 가지게 됐다.진부한 질문이지만, 대한민국의 국보 1호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숭례문을 이야기할 것이다. 조금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남대문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리라.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보물 1호는 무엇일까. 더 나아가 경상북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상북도의 지정문화재 1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국가지정문화재 : 문화재위원의 심의를 거쳐 문화재청장이 지정한 문화재이다. 국보와 보물,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국가무형문화재, 국가민속문화재가 이에 속한다.」「시·도지정문화재 :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가운데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가 지정하는 문화재이다. 시·도 지정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 민속문화재, 기념물 등이 이에 속한다.」「문화재자료 :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 가운데 향토보존상 시·도지사가 지정한 문화재이다.」경상북도청에 따르면,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지역의 국가지정문화재는 모두 793점이다. 하지만 경상북도 지정문화재는 국가지정문화재의 2배에 가까운 1천399점이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문화재자료가 581점으로 가장 많고, 유형문화재가 473점, 민속문화재가 154점, 기념물이 152점, 무형문화재가 139점이다. 다만, 경상북도가 지정한 유형문화재는 552호까지 있다.그렇다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어린 시절 시골 동네에서 가까이서 보았던 우리 지역의 문화재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다시 한 번 진부한 질문이지만, 경상북도의 지정문화재 1호는 무엇일까?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경상북도가 지정한 유형문화재 1호와 2호는 존재하지 않는다. 명칭조차 ‘미상’이다. 본래 경상북도의 지정문화재 1호는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에 있는 선화당이었다. 선화당은 경상도 관찰사가 공적인 일을 하던 건물로 안동에 있던 것을 조선 선조 34년(1601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그 뒤 현종 11년(1670년), 영조 6년(1730년), 순조 6년(1806년) 3차례에 걸친 화재로 타버렸다. 지금의 건물은 순조 7년에 다시 지은 것이다. 이후 경상북도 도청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81년 7월 1일 이전까지 경상북도의 지정문화재 1호였으나, 대구시가 대구직할시로 승격됨에 따라 경상북도에서 분리되어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1호로 재지정됐다. 경상북도의 유형문화재 2호였던 징청각 역시 대구시의 분리로 현재 대구시 유형문화재 2호로 재지정된 상태다. 선화당과 마찬가지로 경상감영공원에 위치한 징청각은 경상도 관찰사가 살림채로 쓰던 건물이었다. 조선 선조 34년에 선화당, 응향당 등 여러 건물과 함께 지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호는 지난 2010년 2월 24일까지 존재했었다. 경북 예천군 상리면 명봉리에 있었던 ‘명봉사경청선원자적선사릉운탑비(鳴鳳僿境淸禪院慈寂禪師凌雲塔碑)’가 주인공이다. 유형문화재 3호는 그해 보물 제1648호로 승격됐다.현재 경상북도가 지정한 유형문화재의 제일 앞줄에 있는 것은 영주시 풍기읍 비로사 경내에 있는 ‘비로사진공대사보법탑비(毘盧寺眞空大師普法塔碑)’다. ‘비로사진공대사보법탑비’는 비로사 안에 있는 진공대사의 탑비다. 고려 태조 22년(939년)에 세운 비이며, 현재 일부가 파손된 상태다.경북 경주시 배동 산72-6번지에 있는 경상북도 지정 유형문화재 19호와 21호도 눈길을 끈다. 유형 문화재 19호는 ‘삼릉계곡마애관음보살상(三陵溪谷磨崖觀音菩薩像)’이며 21호는 ‘삼릉계곡선각육존불(三陵溪谷線刻六尊佛)’이다. 2개의 문화재 모두 1972년 12월 29일 지정됐다. 불상은 정확한 연대와 조각자가 알려져 있지 않으나, 통일신라시대인 8~9세기 작품으로 추정된다.경상북도 지정의 유형문화재 63호는 오래된 초상화다. ‘농암영정후사본및금서대 (聾巖影幀後寫本및金犀帶)’라는 이름의 그림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시조작가인 농암 이현보(1467~1555) 선생의 초상화다. 추사 김정희의 소개로 소당 이재관이 분강서원에서 그렸다고 한다. 현재 개인 소유다. 경상북도 지정 유형문화재 248호인 ‘영주가흥리암각화 (榮州可興里岩刻畵)’는 본래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향토사학자에 따르면, “1990년 8월 7일 문화재 지정 이전에 아이들의 낙서가 많았다”고 한다. 가흥리 암각화는 청동기 시대의 것이다. 청동 동구로 쪼아서 새기는 방법을 사용하여, 3~5개의 선을 옆으로 연결했는데 그 의미는 아직 알 수 없다.2020년 말 기준으로 경상북도 지정 유형문화재의 막내는 550호와 551호, 552호인 ‘최벽 관련 고문헌(崔璧 關聯 古文獻)’, ‘안동 용수사 소장 용산지(安東 龍壽寺 所藏 龍山誌)’, ‘안동 용수사 소장 통진대사 양경 비편(安東 龍壽寺 所藏 通眞大師 讓景 碑片)’이다. 이 가운데 ‘안동 용수사 소장 통진대사 양경 비편’은 원래 안동 태자사에 있던 통진대사 양경(879∼954)의 비문으로 추정된다. 학자들은 “범일-행적-양경으로 이어지는 사굴산문의 계보 및 고려 초기의 역사적 사실과 관련한 귀중한 자료”라고 판단하고 있다. □곁에 있는 지정문화재, 관심과 보존 필요근래에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있는 연일향교를 찾았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하더니 고층 아파트의 옆으로 기와집이 늘어져 있었다. 효자동 입구에 ‘연일향교’라고 쓴 표지판이 작게 있었지만, 누군들 관심이 있었을까. 뜻밖에 연일향교는 1985년 8월 5일 지정된 경상북도의 문화재자료 1호였다.「연일향교는 고려 말기에서 조선 성종 이전에 처음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성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평면으로 구성되어 있고, 정면에 있는 중앙 칸의 칸살을 퇴칸보다 넓게 잡고 측면의 칸살은 뒤칸 앞쪽보다 2배 정도 더 넓게 잡은 칸잡이법을 사용했다. 건물의 구조와 공포 형식이 조선후기의 장식성이 강한 면을 보이고 있다. 대성전은 뒤에 위치하고 내삼문 앞으로 명륜당을 배치시키고 있다. 또한 주건물과 외상문이 동일축선상에 있어 전학후묘의 배치를 보여주고 있다. 조성권이 쓴 상량문에는 조선 태조 7년(1398년)에 대송면 장흥리에 처음 건립되었으나, 임진왜란으로 전소되어 숙종 때 성좌동으로 옮겨 다시 건립되었다고 한다. 고종 8년(1871년)에 현감 원우상이 읍치를 효자동으로 옮기게 되면서 향교 역시 현재의 자리로 옮겨지게 되었다.」 연일향교는 마치 백성을 내려다보듯이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변에 집이 없었던 과거라면 형산강과 연일 뜰이 한 눈에 보였을 것 같았다. 특히, 연일향교는 새로 손을 본 것인지 깔끔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과거의 손때가 여기저기 묻어 있는 것도 보였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문제는 1시간 가까이 연일향교를 둘러보는 사이, 어느 누구도 이곳을 찾지 않았다. 국보와 보물에 몰두된 우리의 관심에 서글퍼지는 순간이었다.사실 국보와 보물도 지정 호수 2자리가 넘어가면 관심이 없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라고 했다. 하물며 광역자치단체가 지정한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과분한 일이기는 하다. 다만, 대다수의 지정문화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 위치하고 있으며, 국보와 보물에 비해 접하기가 쉬운 것도 사실이다. 지정문화재에 대해 공부를 하며 만났던 한 향토사학자는 “경상북도의 지정문화재라고 하지만 문화재의 등급을 매긴 것에 불과하다”면서 “지정문화재이건 비지정문화재이건 작은 관심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2021-10-12

“포항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사진전 해보고 싶어”

작가 이도윤은 평생 사진을 찍으면서 어떤 일을 겪었을까? 그리고 사진작가는 어떤 자세로 사진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그 밖에 남은 생에 그가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해 들어보았다. 조 : 평생 사진을 찍으면서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이 : 오죽하겠어. 별일이 다 있었지. 간첩으로 몰려 파출소에서 조사받은 적도 여러 번 있었어.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버스 타고 걸어서 시골로 들어가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니 이상하게 생각했겠지. 당시에 시골 사람들 신고 정신이 투철했거든. 카메라 장비를 도난당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지. 부산 서면에 촬영대회가 있어서 새벽에 버스를 타고 움직였더니 촬영이 끝난 후에는 지칠 대로 지쳤던 거라. 부산에서 만원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어느 순간 카메라 가방에 있던 카메라가 사라진 거야. 카메라는 말할 것도 없고 고생해서 찍은 필름도 없어져 정말 속이 쓰렸지. 이건 자랑 같은데 포항 시의원 중에 내가 인물을 찍은 사람은 모두 당선되었어. 그 소문을 듣고 시도 의원들이 내 사진관에 와서 졸면서 기다리기도 했어. 울릉도에서 찾아온 군의원도 있었고.조 : 사진관으로 찾아온 사람도 많았겠습니다.이 : 지금이야 휴대전화로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으니 사진관 갈 일이 별로 없지만 과거에 사진관 가려면 큰맘을 먹어야 했지. 환갑 사진을 찍을 때는 온 가족이 버스를 대절해 오기도 했어. 그렇게 사진관에 오면 맨 처음 가족 전체 사진을 찍고, 큰아들 가족, 작은아들 가족, 부부 사진, 개인 사진 순으로 찍는 거야. 그 사진이 영정 사진도 되는 거라. 돌 사진, 백일 사진, 약혼 사진은 물론 언약식 사진을 찍으러 오는 경우도 많았지. 그러고 보면 시대마다 계절마다 복장도 다양했어. 그래서 유행이 바뀔 때마다 서울 동대문, 남대문으로 옷을 구하러 다니기도 했어. 학교 졸업앨범도 많이 했지. 대개 증명사진을 찍을 때 한 번 찰칵 하면 다 찍었다고 하는데 나는 여러 포즈를 신경 쓰며 고개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주문하며 세밀하게 여러 번 찍고 가장 잘 나오는 것으로 인화했지. 그래서 학생들 앨범 촬영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 그래도 사진 잘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졌지. 한번은 누드 사진을 찍으러 온 아가씨가 있었어. 저녁 무렵에 퇴근하려는데 한 아가씨가 조심스럽게 들어오더니 누드 사진을 찍으러 왔다는 거야. 그때만 해도 누드 사진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던 때여서 나도 의아했지. 왜 누드 사진을 찍고 싶냐고 물으니 상체에 자신이 있어서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은데 누구한테 부탁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포항에서는 이도윤이 가장 유명하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는 거야. 어떡하겠나, 사진을 찍어주었지.조 : 선생님 사진을 살펴보면 ‘생업’이란 제목이 여러 개 보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이 : ‘생업’은 단순히 직업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절실한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지. 이 사진은 내 사진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찍었는데 우체국 앞이야. 눈발이 날리는 어느 날 한 아낙네가 얇은 옷차림에 고무 대야를 이고 어디론가 바삐 걸어가는 장면이지. 고무 대야에는 감자 몇 알이 담겨 있고. 아낙네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감자를 팔러 장으로 가는 것일까, 아니면 어린 자식들에게 저녁을 먹이러 가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사진이지. 이런 삶을 생업이라 보는 것이지.다큐멘터리를 넘어 깊은 진실과 교감하려는 이도윤의 작가정신은 다음 글이 잘 설명해준다.“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고달팠던 삶을 읽도록 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진을 찍었다.”작가가 담아내려 했던 것은 그 순간의 어떤 진실만큼이나 그 진실이 담겨진 더 큰 그릇이라 할 수 있는 당대의 사회적 현실이었고, 그 현실을 직조하고 있는 우리네 삶의 진득한 기록이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진은 잊혀짐과 망각에 대한 저항, 기록인 것이며, 그러한 순간순간의 기록이 모여 역사를 이룬다. 거창하기만 한 거대 서사가 아닌 평범한 이들의 일상들이 쌓이고 쌓인 역사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더 남다를 수밖에 없다.작가의 사진은 이처럼 순간의 진실이 하나하나 모여 이루어진 우리네 평범한 이웃들의 씨줄 날줄로 엮어진 풍경이며 역사인 것이다. 아울러 그저 단순히 차가운 객관적인 다큐멘터리로서의 진실만이 아닌, 그 속에 담겨진 진실과 교감하려는 작가적 애정이고 태도이기에 더 큰 울림을 전한다.- 민병직, ‘그리운 포항, 사람들’, 포항시립미술관, 2012, 8쪽.조 : 지금도 찍고 싶은 사진이 있는지요.이 : 특별히 찍고 싶은 사진이 있다기보다 사진전에 가면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을 느껴. 이건 이렇게 찍으면 안 되는데, 저건 어떤 앵글로 찍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이 생겨. 아프기 전에는 쉼 없이 계속 움직였지. 매일 아침 6시 전에 나가 오전 10시까지 촬영했어. 사진은 역광이 중요하니까. 지금도 사람들이 나를 보면 사진 촬영하느냐고 물으면서 사진 좀 가르쳐달라고 해. 내 처지가 이러니 어디 가서 어떻게 찍어라고 말해주는 게 전부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오면서 사진을 더 많이 찍었지. 디지털이 아무리 편리하다고 해도 아날로그보다는 못해. 사진의 톤과 디테일에서 아직은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따라오지 못하지. 조 :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면 카메라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근본적으로 사진에 임하는 자세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이 : 사진을 편안하게 찍으려고 해서는 안 돼. 근성이 있어야 해. 한 장면을 찍어도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야지. 이명동 선생 같은 열정과 프로 근성을 배워야 해. 요즘 사진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사진작가의 혼이 작품에 담겨 있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들어. 화가들이 왜 사진을 가볍게 여기겠어? 화가는 사력을 다해 그림을 그리잖아. 사진작가도 과연 그럴까? 한번 생각해볼 문제지. 그런 의미에서 흑백 사진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 그림도 살릴 수 없는 것을 흑백 사진은 살릴 수 있어.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이 흑백 사진을 찍게 되면 사진 예술의 본질을 깊이 이해할 수 있거든. 내 사진 중에 ‘돼지몰이’, ‘생업’은 흑백 사진이 주는 최고치의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지.조 : 끝으로 사진계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지요.이 : 사진은 나에게 삶 그 자체지. 매 순간 사진을 생각했고 매일 사진을 찍었어. 그러다가 목표가 생겼는데 사진을 사회와 접목해보자는 것이었어. 그리고 그 길을 향해 열심히 걸어갔지. 나는 이 모든 걸 내가 좋아서 했어. 그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요즘 사진전에 가보면 사진과 관련된 사람들만 오는데 이건 좀 아쉬워. 내가 개인전을 할 때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많이 왔지. 지역 유지들도 찾아와서 좋은 작품 만든다고 고생 많았다며 격려도 해주고 그랬어. 왜 사람들이 사진전에 별로 오지 않는지 사진계에서 고민하고 개선책을 찾아야 해. 그리고 이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지는데, 내 사진과 필름을 어떻게 할까 고민이야. 포항시립미술관에 맡길지, 한국사진협회 포항지부에 맡길지. 여건이 되면 ‘포항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해보고 싶군. 이도윤 작가 이도윤1940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났다. 1967년 포항에 정착하면서 사람들의 삶과 풍경을 사진에 담아왔다. 1973년 포항 맥심다방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2년 포항시립미술관에서 ‘그리운 포항, 사람들’이란 주제로 여섯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프랑스 국제사진전 우수상, 아시아태평양 사진전과 유네스코 사진전 우수상, 중화민국 사진전 3회 입선, 대한민국 미술대전 2회 입선, 대한민국 사진대전 입선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포항지부장, 영상동인회 전국 회장, 선린대학·포항대학 강사 등을 역임했다.대담·정리 : 조혜경(시인)

2021-10-11

‘마을이 살아나기 시작하다’ 지역사회 구심점으로서의 학교

학교의 존폐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특히 농촌지역에서 학교는 단순히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 공동체의 구심점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설립될 당시에 마을 주민들이 땅을 무료로 제공해 주는 등 학교 건립에 어떠한 형태로든 동참했다면 학교는 교육기관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이 같은 상황에서 ‘작은 학교 통폐합’과 ‘적정규모학교(학생들의 교육력 향상을 위해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교육결손 최소화 및 교육적 효과 극대가 가능한 규모로서의 학교) 육성’ 등과 같은 교육정책은 지역 인구 감소를 부추기고 결국 ‘농촌 공동화’ 현상을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곧 마을 주민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지역 사회의 황폐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입장으로 바라볼 수 없다.청성초는 민·관·학이 힘을 모아 ‘작은 학교 살리기’를 일궈낸 곳이다. 분교 격하 위기에 놓였던 청성초는 ‘교육 이주 정책’을 통해 난관을 극복해 냈고, 그렇게 찾아온 이주 가정은 학교를 넘어 청성면에까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글 싣는 순서1. 소멸 위기에 놓인 시골학교의 현실2.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Ⅰ3.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Ⅱ4. 경북도교육청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명과 암5. 지속 가능한 시골학교 상상 아닌 현실로 □청성초의 번영과 쇠퇴충북 옥천군에서 산비탈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다 보면 조그마한 초등학교 한 곳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1932년 3월 개교한 청성초등학교다.청성초는 개교 이래 지난 86년 동안 모두 3천921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낸 지역의 전통 있는 명문학교로 손꼽힌다. 청성초는 1970∼1980년 베이비 붐 세대들이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시절 전교생이 한때 1천여명에 이를 정도로 학생 수가 많았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이촌향도 현상이 발생하며 인구 유출이 가속하기 시작했다.2000년도에 접어들어서는 출산율 감소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 등의 영향으로 지난 1995년부터 현재까지 청성지역에 존재하는 4개(신서분교장, 묘금분교장, 화성분교장, 능월분교장)의 초등학교는 모두 이 학교로 통폐합하게 됐다.마을 주민들은 “학교가 차례대로 문을 닫기 시작한 이후에 지역 인구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며 “2015년 이후부터 마을에서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언제인지 가물가물 정도”라고 전했다.실제로 청성초의 전교생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16명을 기록하게 됐다.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청성초는 ‘학생배치계획에 따른 학교 학생 수 추이’를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오는 2022년에는 15명, 2023년 13명, 2024년 10명, 2025년 15명, 2026년 16명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문제는 전교생이 20명인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될 경우 학교를 분교장으로 격하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024년이면 청성초등학교가 결국 ‘청성분교장’으로 격하된다.청성초마저 사라져 버리면 이 마을에는 초등학교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민·관·학이 협력한 ‘청성초 살리기 운동’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마을 주민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청성초 살기기 운동’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건 지난해 12월부터이다.우선 청성면 마을주민과 청성면사무소, 청성초, 교육지원청 등이 모여 ‘지역공동체 협력에 따른 소규모 학교 살리기’ 첫 대책회의를 열었다.청성초 동문회 등은 십시일반 모금된 성금으로 장학사업 이외에 교육 이주 주택수리비, 어학연수비, 교육 프로그램비, 학교 선후배가 함께하는 멘토·멘티를 계획했다.또 이들이 가장 중점을 둔 건 전학 가정에게 거주할 ‘주택’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학교 총동문회에서는 마을의 빈집부터 찾기 시작했다. 먼저 마을회관 한 층 전체를 새로운 주거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또 자치단체에서 조성한 ‘귀농인을 위한 집’도 활용하기로 했다.인근에 위치한 산계 3리와 구음2리에 있는 빈집을 전학가정이 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도배와 장판, 보일러 등 100∼200만원 정도의 비용 지원으로 시설 보수를 해줬다. 이주 가구에는 보증금은 이주자 본인이 부담토록 하고, 1년 동안 총 120만원의 월세를 제공해 줬다.이주민들이 도시에서 생활하다 귀농을 하게 될 경우 어떻게 별다른 일자리가 없어 애를 먹는데, 이를 도와주고자 마을 주민들은 이들을 위한 일자리도 소개해줬다. 실제로 근처 포도연구소 등의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과 마을 대단위 가족 기업에서 일할 기회도 제공했다.교육활동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1.5㎞ 이상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등하교 지원을 위한 통학차량이 운행된다. 학교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및 방과후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육비 및 교육재료비에 대해 수익자 부담없이 전액 무료 지원을 하고 있다. 전교생의 오후 돌봄 및 마을공동체 방과 후 프로그램의 비용 전체를 학교 및 교육청에서 담당한다.□학교를 살리자 ‘마을이 되살아 났어요’이러한 노력에 대한 결실로 지난 9월 말 기준 모두 8가구 14명(유치원생 4명, 초등학생 10명)의 학생이 청성초로 전학을 왔다. 그뿐만 아니라 양주, 오산 등 2가구가 새로 이사 올 예정이다. 전입 상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기 가구만 9가구(유치원 10명, 초등학생 6명)에 달한다.여기에 ‘청성면 산성문화마을 주거플랫폼 구축사업’이 국토교통부의 ‘2021 지역수요 맞춤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전입 인구 증가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군은 내년부터 8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4년까지 청성면 산계리 131-1번지 일원에 초등학교 전학생과 인근 산업단지 근로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15호와 복지센터, 주차장, 친환경 숲 속 놀이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최소 1가구에 4명만 잡아도 60명의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박희경 청성초교장은 “학생 감소로 분교 위기에 있던 유난이 힘든 시기에 미래 사회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써주신 마을주민, 총동문회에 고맙다”며 “더 많은 학생이 청성초에서 따뜻한 인성을 기르고 슬기롭고 바르게 서로 어울려 따뜻한 인성, 창의, 융합적이고 복합적인 사고를 갖춘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1-10-07

인도와 이란, 코로나19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무엇보다 귀한 인도의 관광 자원은 사람들의 미소먼저 두 가지 질문. 가난 속을 살면서도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다는 듯 행복하게 웃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는 어딜까?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이 없음에도 남을 돕는 걸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이들은 어디에 많이 살까?30여 개 나라를 여행한 경험에 한정시켜 말하자면 첫 번째 물음에 대한 답은 인도, 두 번째 질문에는 이란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인도의 거리에선 찌푸린 사람을 보기 어렵다. 좌판을 펼치고 채소나 과일을 파는 상인들은 물론, 심지어 걸인까지도 미소와 멀어지지 않고 산다. 현세는 잠시잠깐이고 내세에 보다 나은 삶을 얻어낼 수 있다는 종교적 믿음 때문일까?이란에선 영어로 소통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페르시아 말을 하지 못하는 여행자들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크고 작은 도움이 필요할 때면 피붙이처럼 다가와 자기 일처럼 도와주려는 이란 사람들을 어느 도시에서건 쉽게 만날 수 있기에 그렇다.선량하고 순수한 사람이 많은 인도와 이란은 많은 이들에게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왜냐? 여행이란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이기도 하기에. ▲확진자 증가에도 바이러스와의 공존 모색하는 국가 늘어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는 여행자들의 길을 막아선 게 벌써 2년째다. 인도와 이란을 향하는 관광객들은 거의 제로(0)에 가깝게 대폭 줄어들었다.그도 그럴 것이 두 나라의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어느 곳보다 심각한 상황을 거치고 있다. 흉악한 역병은 착한 사람들을 피해가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야기한 인도와 이란의 피해는 컸다.현재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천400만 명에 이른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사망자 역시 45만 명에 가까운 숫자. 안타까운 일이다.코로나19로 인해 죽은 사람들을 태우는 화장터 사진과 아내의 시신을 자전거에 싣고 가다가 통곡하는 남편을 찍은 사진을 본 많은 이들이 인도로 눈길을 돌렸고, 연민의 마음을 전했다. 이제는 전력난까지 겪고 있다니 인도의 상황은 앞으로도 전망하기가 어렵다.이란 역시 56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그중 12만 명은 죽음을 맞았다. 다소 폐쇄된 형태를 가진 국가라 피해 관련 뉴스가 많이 전해지진 않지만, 아직도 하루 확진자가 1만 명 이상씩 나오고 있어 사태가 안정화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 21개월째. 많은 국가들이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무조건적인 바이러스 배척이 아닌 함께 공존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것.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인도로는 코로나19 백신 지원이 이어지고 있고, 이란은 19개월 만에 관광 목적의 비자 발급을 다시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두 나라로 가는 하늘길이 열리고, 예전처럼 인도와 이란의 넉넉한 인심과 환한 웃음을 보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라며 과거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코로나19 아픔 딛고 인도 특유의 천진한 미소 되찾길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을 지배하기 한참 전 경험한 ‘28일간의 인도 여행’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꾸미지 않고 사심 없이 웃는 사람들을 가장 많이 만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어떤 난처한 상황에서도 인도 사람들은 “No problem(아무 문제 없어요)”이라며 크게 웃었다. 손을 내밀며 적선을 요구하는 이들까지도 “지금 내가 당신에게 좋은 일을 하도록 해주고 있고, 그로 인해 당신은 다음 생에 부자로 태어날 것”이라고 미소 섞어 말했다.그런 그들이 밉지 않았다. 국적과 결혼 여부, 여기에 아버지 이름과 월급까지 궁금해 하는 수많은 인도인들의 질문이 처음엔 곤혹스러웠으나 여행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웃으며 답해주는 여유가 생겼다.태어난 곳에서 70년을 살며 마을 밖으로 한 번도 나가보지 않은 인도 할머니는 “여기서 먹고 사는 게 다 해결되는데 뭐 하러 다른 마을에 가느냐”며 천진하게 웃었다.작은 거짓도 섞이지 않은 순정한 그 말에 마땅한 답변을 찾기가 어려웠다. 인도 사람들이 삶과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우리와는 전혀 달랐다. 그게 옳다 그르다를 판별하는 건 기자의 능력 밖에 있는 일.1857년 무굴제국이 멸망한 후 영국의 식민지가 된 인도는 10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영국의 정치·경제적 지배를 받았다. 독립된 건 1947년.파키스탄, 중국, 네팔, 방글라데시 등과 국경을 마주한 인도는 많은 국민들이 사망하는 심각한 국경·종교 관련 분쟁을 숱하게 겪었다. 그럼에도 울음보다는 웃음에 익숙한 게 어떤 측면에선 놀랍기도 했다.불교가 생겨난 인도는 국토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넓고, 인구도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이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수도인 델리와 경제 발전이 눈부신 뭄바이는 인도의 대표적인 거대 도시이자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지역이다. 10명 중 8명의 국민이 힌두교도이기에 생사관(生死觀)이 한국인들과는 많이 다르다.우리와는 1973년부터 외교 관계를 본격화했고, 한국으로 철광석, 원면, 피혁제품 등을 수출하고 있다.낯설지만 매력적인 여행지 인도에선 힌두사원과 이슬람교당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석굴 사원과 고대 문명의 흔적도 뚜렷하다. 이런 이유로 유럽과 북미 관광객들은 ‘아름답고 신비한 나라’로 인도를 인식한다.그러나 무엇보다 귀한 인도의 관광자원은 순박하고 세파에 찌들지 않은 사람들의 미소다. 그 웃음과 만날 날을 기다리는 여행자들이 적지 않다. 이방인에 피붙이처럼 다가와 도와주는 이란 사람들 ▲이란, 친절과 타자 향한 배려로 역병 이겨내길페르시아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이란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 당당히 맞서 공동체의 자존을 지키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2천500년 전 페르시아는 지구의 1/3을 지배한 대제국이었다.이란 사람들은 강한 자존심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친절을 지니고 살아간다. 기자는 그 친절을 직접 몸으로 겪었다.출근길은 한국이나 이란이나 몹시 바쁘다. 페르시아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여행자가 내민 쪽지. 거기엔 찾아갈 숙소 이름과 주소가 삐뚤빼뚤 적혀 있었다. 그걸 받아든 테헤란의 직장인 한 명이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면서 기자를 숙소 앞까지 데려다줬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베푼 조건 없는 친절.서로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는 둘은 1시간 넘게 동행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상대를 바라보며 멋쩍게 웃었을 뿐. 말로 전하지 못하는 고마움을 악수로 대신하며 서로의 이름을 알려줬던 이란 여행 첫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거칠고 교조적”이라는 선입견과 오해 속에서 살아가는 이란의 이슬람교도들. 그러나, 기자가 거기서 본 것은 폭력적인 편견이 아닌 다른 나라에선 체험하지 못한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였다. 아마도 그건 종교와는 무관한 인간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었을까?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이란은 큰 혼란과 수난을 겪었다. 확진자 수도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많다. 하지만, 수난 이후에도 이웃과 타자를 대하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 이타심(利他心)은 이란인을 특정 짓는 단어 중 하나이기에. 파키스탄, 터키, 이라크, 아제르바이잔과 인접한 이란은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서 동양과 서양을 잇는 문명의 다리 역할을 해왔다.이슬람 시아파(이슬람교 2대 종파의 하나로 마호메트의 사위인 알리가 후계자가 되어 세운 교파)의 주도국인 이란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산유국이다.정치권력은 최고 종교지도자인 이맘(Imam)이 가졌다. 호메이니에 뒤를 이어 이맘에 오른 사람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고전적인 아름다움 가득한 궁전과 단아한 왕비의 사원이 여행자를 놀라게 하는 이스파한과 영화 ‘300’에 등장하는 페르시아 황제의 별궁 페르세폴리스는 이란이 내세우는 관광지다.수백 년 전 흙벽돌로 만들어진 독특한 건물이 가득한 사막 도시 야즈드와 지구에서 가장 큰 호수 카스피해에서 즐기는 낭만과 맛있는 생선 요리 또한 빼놓으면 아쉬운 이란 여행의 즐거움.저녁 무렵 조그만 시장 거리에서 갓 구운 따끈한 빵을 먹어보라며 내밀던 이란 할머니의 잔잔한 미소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10-06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지속가능 도시발전 이룬다

김충섭 김천시장은 민선7기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일자리 친화적인 우량기업 유치에 올인했다.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올 12월 준공예정인 김천1일반산업단지 3단계 부지에 35개 기업 2천900개의 일자리와 6천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리쇼어링(re-shoring) 1호기업인 아주스틸, e-커머스 1위 기업인 (주)쿠팡의 첨단물류단지, 신선식품기업 대정, (주)현대에이알씨코리아 등이 김천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김천∼거제 간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현재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본설계를 시행 중이다.이번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시행 중인 사업으로 포함돼 2022년 착공하게 된다. 총연장 172㎞에 4조7천억원이 투입되며, 철도가 개통되면 1시간 10분만에 김천에서 거제까지 갈 수 있어 물류교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충섭 김천시장. 김 시장은 지난 6월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에서 진행한 민선7기 전국공약이행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SA(최우수)를 받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선거공약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자치단체장으로 인정받았다.김 시장은 기업유치, 공약사업이행, 철도망구축 등 시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민선 7기 마무리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발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주요 현안사업에 대해 알아본다.◇시청삼거리∼환경사업소∼유한킴벌리 10월말 도로개통김천시는 시가지 교통체증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천483억원을 투입해 시청 삼거리∼환경사업소∼유한킴벌리∼혁신도시간 연장 5.6㎞에 4~6차로의 도로개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2023년 전 구간 개통 예정으로 최근 삼애원 터널공사와 국가하천 감천(甘川)을 횡단하는 교량, 그리고 공사구간 중 최고 난공사인 경부고속도로 횡단교량(덕곡교) 거치를 완료했다.◇70억원 들여 공공산후조리원 2022년 상반기 완공김천시는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김천’ 만들기 공약사업의 일환으로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하고 있다. 모암동 김천의료원 인근 1천689.6㎡ 부지에 70억원을 투입해 지상 2층 연면적 1천432㎡ 규모로 건립되며, 지난 6월 착공해서 2022년 상반기에 완공 계획이다.‘김천시공공산후조리원’ 모자동실에는 개인 좌욕기와 거동이 불편한 산모를 위한 전용 샴푸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비대면 면회실을 배치하고, 신생아실은 베네 캠(Bene cam)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신생아의 상태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타 시군의 시설과 차별화하고 있다.◇50억원 투입 장애인회관 2022년 12월 준공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장애인 단체 사무실을 단일 건물 입주로 통합해서 장애인 단체 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장애인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옛 응명초등학교 부지에 ‘장애인회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총사업비 50억원, 연면적 2천480㎡(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난 7월 설계공모를 완료하고, 현재 실시설계 중에 있다. 올 연말에 착공해서 2022년 12월 준공할 예정이다.◇66억원 들여 노인건강센터 2022년 10월 준공김천시는 노인인구(65세 이상)가 전체인구의 23%로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남산동 중앙공원에 66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2천973㎡(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올해 1월 착공해 2022년 10월 준공예정이다.노인건강센터는 노후생활에 꼭 필요한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각종 노인복지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중심센터 역할을 하게 된다.◇263억원 투입 감호지구 도시재생 2024년 완료‘감호지구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지역주민과 상인협의체의 적극적인 참여로 정정당당 은빛복지센터, 보행자 안전 우선도로, 문화광장, 행복한 가게프로젝트 창업공간 조성사업 등의 설계가 원활히 진행 중이다.감호지구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국비 141억원을 포함 총 263억원을 투입해 2024년 사업 준공을 목표로 생활 SOC시설 등 8개 분야 23개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도심기능 회복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평화동 도시재생, 행복주택 2022년 4월 입주김천시 평화동 원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6년간 프로젝트 사업으로 추진 중인 ‘평화동 도시재생사업’이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2016년에 공모에 선정된 ‘평화동 도시재생사업’은 3개 분야, 18개 세부사업으로 연차별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으며,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도시재생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김천역 인근 지하 2층, 지상 15층 규모로 건립 중인 복합문화센터 및 행복주택 조성사업으로 1~4층까지는 청년센터와 건강다문화센터로 활용하고, 5~15층까지는 청년, 신혼부부, 대학생 등을 위한 행복주택(99호)이 들어서게 되며, 2022년 1월 완공해 4월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통합보건타운 건립으로 도심 활성화평화동 옛 김천대학교 창업보육센터 일원에 계획하고 있는 ‘통합보건타운’ 건립은 총사업비 348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1만1천200㎡(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9월부터 설계공모에 들어가 2022년 8월 착공해서 2024년 상반기에 개소할 계획이다.‘통합보건타운’은 보건소, 중앙보건지소, 치매·정신건강복지센터를 단일 건물에 통합·운영함으로 시민들에게 양질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한 곳에서 종합적으로 제공한다.근무인력 200여명과 시설 이용자들의 유동인구 증가로 침체돼 있는 평화동 원도심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시내 가로수, 화이트 핑크 삼색버드나무 심어김천시 평화로에 시민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연출할 수 있는 화이트 핑크 셀릭스(삼색버드나무)를 식재했다.이 수종은 계절에 따라 잎이 핑크, 화이트, 그린 3가지 색으로 변하는 신품종으로 맹아력(萌芽力, 싹트는 힘)이 좋아서 원하는 다양한 수형을 연출할 수 있어 가로수, 정원수, 공원수 등으로 많이 식재되고 있다.◇고성산 둘레길, 느긋하게 천천히 걷는 트래킹 코스고성산은 도심 시가지(평화남산동, 양금동, 대곡동)와 연접해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김천의 대표적인 도시 숲으로 시민들에게 쉼터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최근에는 가족들과 산책을 즐기고, 가벼운 조깅도 할 수 있는, 느긋하게 천천히 걷는 트래킹코스가 각광받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현재 계획 중인 ‘고성산 둘레길’ 또한 김천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시민들의 건강과 활력을 지켜주는 쉼터로 조성할 계획이다.◇복합혁신센터 건립 공정률 46%, 내년 완공김천혁신도시의 정주여건 개선과 주민들의 다양한 문화욕구 충족을 위해 건립하고 있는 김천복합혁신센터의 공정율이 46%를 보이는 가운데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김천복합혁신센터는 국도비 114억원을 지원받아 총 363억의 사업비를 투입해 8천287㎡ 부지(육아종합지원센터 옆)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연면적 1만163㎡)로 건립한다.이곳에는 도서관, 다목적강당, 청소년실, 휴게실 등 다양한 문화공간을 꾸며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지난해 공모를 거친 건축디자인은 김천시의 대표 무형문화재인 ‘빗내농악’의 상징적 의미를 형상화하여 빼어난 건축미를 더했고, 가족열람실, 종합자료실, 열람실, 공연 및 음악회, 야외전시, 강연 및 강좌, 세미나, 힐링·카페 독서공간과 청소년 활동공간으로 구성했다. ◇농산물종합유통타운,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김천시는 교통의 중심지이자 과실류 집산지인 강점을 살려 대형 장기프로젝트인 ‘농산물종합유통타운’ 건립을 계획하고 입지선정을 위한 준비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농산물종합유통타운 건립사업은 산지의 조직화, 규모화, 전문화를 통한 통합마케팅 체계구축, 농산물 유통구조의 혁신과 더불어 소비자 중심의 미래 먹거리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과수거점 산지유통센터, 비상품화농산물 자원화센터, 로컬푸드 복합센터(로컬푸드 직매장, 농가 레스토랑 및 테마카페 등), 전송물류센터, 체험형 축산테마공원 등 최근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른 농산물 유통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계획이다.이를 위해 김충섭 김천시장은 지난해 9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방문, 농산물종합유통타운 건립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국비지원 등을 건의했다.◇황산공원, 가족단위 휴식공간으로 조성장기미집행 공원 일몰제에 대비해 추진된 지좌 황산공원은 2019년 설계에 착수해 현재 토지보상 및 용역을 추진 중에 있으며, 올해 보상 및 설계를 완료하고 2022년 착공할 예정이다.주요 도입시설은 산책로, 광장, 물놀이시설, 흙놀이터, 초록쉼터, 네트어드벤처 등이 있다.그동안 급경사로 인해 이용이 불편했던 황산에 다양한 산책로와 데크길을 만들어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접근성을 높인다.또 지좌 황산공원에 흙놀이터, 물놀이시설, 네트어드벤처 등을 설치해 가족들이 아이들과 편안하게 이용하도록 한다. 훼손된 숲은 복원하고 편백나무 숲 등을 조성해 치유와 휴식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나채복기자ncb7737@kbmaeil.com

2021-10-04

경제 활성화·체감형 복지·나눔으로 지역상생 앞장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두 번째 추석을 지나도록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다. 갑갑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던 마스크도 그새 익숙해졌는지 이젠 민낯이 더 어색할 지경이다. 마스크 쓰는 날이 길어질수록 소상공인의 시름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주) 한울원자력본부(본부장 박범수)가 있는 울진군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지역경제가 고사 직전이다. 어려울 때 의지할 구석 하나 있으면 참 든든하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울진군에 힘을 보태고 있는 한울원자력본부의 ‘울진 사랑’이 눈물겹다. ◇판로 개척부터 랜드마크 지원까지 ‘지역경제야 살아나라’코로나19로 가라앉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한울본부도 한 몫 거들었다. 판로가 늘 고민이었던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해 우체국쇼핑몰에 ‘지역 농수산물 브랜드관’을 개설했다. 단순히 새로운 판매 창구를 열어준 것에 그치지 않고 할인 프로모션도 함께 마련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마른 오징어며 미역, 조청 등 울진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이 대표 선수다. 아는 이들만 알음알음 찾았던 상품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차츰 입소문을 타는 모양새다.우체국 지역브랜드관에 입점한 지역업체 대표는 “한울본부가 마련해준 온라인 장터의 재미가 쏠쏠하다”며 “어디서들 알고 오는지 작년 대비 매출이 큰 폭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한울본부가 마련한 가격 할인 프로모션은 관련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울진읍 바지게시장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피할 순 없었다. 장날만 되면 발 디딜 곳 없을 정도로 북적이던 시장이 허전하기 일쑤다. 깊은 고민 끝에 상인들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걷기로 했다. 자체 온라인 쇼핑몰인 바지게몰닷컴이 바로 그것. 상인들의 새로운 도전에 한울본부도 힘을 보탰다. 지난 4월 창립 20주년을 맞아 바지게시장 쇼핑몰 신규 가입자에게 쇼핑지원금 1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며 지원사격을 톡톡히 했다.신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 또한 열매를 맺었다. 지난 8월 5일 개장한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이 그 주인공이다.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은 울진 죽변항에서 후정해수욕장까지 2.4km의 해안선을 따라 놓인 왕복 궤도시설로 최대 높이는 11m에 달한다. 한울본부는 사업비 약 230억원 중 95억을 부담했다. 동해안을 따라 펼쳐진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관광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개장 이후 한 달 만에 1만8천명이 방문하면서 울진군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도 해안스카이레일이 불러올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에 기대가 크다.◇전기요금부터 TV수신료, 수도요금까지 ‘고지서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울진군을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보편적 복지형 사업을 향한 지역사회의 호응이 뜨겁다. 개별 주민마다 실생활에서 혜택을 직접 체감할 수 있어서다. 한울본부는 1996년 시작한 전기요금 보조사업을 통해 매년 꾸준히 발전소 주변지역 3개 읍면(북면, 죽변면, 울진읍)에 전기요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역주민의 경제부담을 완화하고자 다른 분야로 지원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전기요금에 이어서 발굴한 분야는 건강검진이다. 건강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중요한 가치인 만큼 울진군민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2013년부터 종합건강검진을 전액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 8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시행한 끝에 약 1만2천명이 혜택을 받았고 총 지원금은 57억원에 달한다.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을 위해 병원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함께 운영하는 세심한 배려로 주민 만족도가 크다. 올해도 지역주민 2천200명이 건강검진 서비스를 받을 예정이다.TV수신료도 지원한다. TV수신료는 한국방송공사(KBS)가 방송법에 따라 징수하는 요금이다. 한 가구당 2천500원씩 매달 전기요금과 함께 부과된다. 한울본부는 2018년 KBS와 협약을 맺고 발전소 주변지역 3개 읍면 가정용 TV 앞으로 나온 수신료를 전액 지원했다. 시범 운영한 사업이 지역사회에서 큰 호응을 얻자 이듬해 울진군 전체로 범위를 확대했다. 울진군에 등록된 TV 2만여대에 부과된 TV수신료 총 6억여원은 2019년부터 한울본부가 일괄 납부하고 있다.2022년부터는 수도요금도 추가된다. 모든 울진군 관내 가정용 급수전 사용 가구에 월 5천원 한도로 상수도 요금을 보조할 계획이다. 현재 한울본부는 울진군 맑은물사업소와 손잡고 수도요금 시스템 개선 및 고지서 변경 등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맑은물사업소 요금부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역주민 2만 가구 정도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따뜻한 이웃사랑 나눔 실천 ‘어려울 때일수록 도와야죠!’모두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상생 협력의 자세가 빛을 발하는 때다. 한울본부 역시 지역과 함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자체 봉사단을 꾸려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장을 찾았다. 지역주민들이 원활하게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일일 도우미로 나서 일손 부족으로 허덕이던 보건당국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이날 접종대상은 접종 절차가 낯선 노년층과 학생들의 비중이 높았던지라 한울본부의 친절한 안내는 더욱 큰 힘이 됐다.울진군보건소 최용팔 보건사업과장은 “한울본부 덕분에 수월하게 예방접종을 마칠 수 있었다”며 “이른 아침부터 나와 지역주민들을 위해 수고해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이웃을 향한 나눔 행보도 이어갔다. 울진군은 동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을 뿐만 아니라 농어촌 지역 특성상 대중교통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복지 서비스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이다. 2006년부터 한울본부는 지역 복지기관이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을 구석구석까지 찾아갈 수 있도록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 복지시설에 후원한 차량은 총 37대다. 올해 역시 승합차 3대를 비롯해 트럭, 경차, 의료용버스 등 총 6대를 전달했다. 지난 5월에는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 2억여원을 전달하며 나눔문화 확산에 앞장섰다. 한울본부가 내놓은 기부금은 지역 자원봉사단체 활동 지원, 복지시설 운영 프로그램 후원 등 취약계층 복지증진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뿐만 아니라 설·추석, 창립 기념으로 찾은 장보기행사는 조용했던 장터를 모처럼 떠들썩하게 했다. 세 차례 행사에서 총 8천만원 상당의 농수산물을 구입해 정성스레 선물꾸러미로 만들어 지역 취약계층에 전달하며 전통시장도 살리고 이웃사랑 정신도 실천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한울본부 지역복지사업 업무를 담당하는 김종미 과장은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지역사회에서도 어려움이 많다”며 “울진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지역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상생 협력에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장인설기자 jang3338@kbmaeil.com

2021-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