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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카트만두의 파탄궁전에서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네팔은 자원이 많다고 알려져 있으나 크게 개발되지는 못하고 있다. 산악지대로서 도로교통이 발달되지도 못했고 국가산업도 발달되지 못했으며 대부분 주민들의 삶 자체가 낙농업 중심의 전통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2007년에 왕정이 무너지고 공산당이 정권을 잡았다가 다시 다른 정당이 정권을 잡는 등 혼란 하에 있다. 정치·경제면에서 인근 대국인 인도의 영향력이 매우 커서 자체적인 개발계획을 수행해 나가기도 힘들다.수도인 카트만두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은 막노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전기, 물 등 기본 인프라도 부족하다. 외국기업들의 경우에도 이를 감당 못하고 손 털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이곳은 무더운 인도와 접경하고 있지만 카트만두 자체가 1천300m의 고원에 위치하고 있고 다른 도시들도 2천~3천m의 고지에 위치하므로 날씨는 온화한 편이다. 밤낮의 기온차가 크다고 하지만 한국의 봄여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이곳 카트만두의 도심은 매우 복잡하다. 길이 좁고 차와 오토바이가 무질서하게 달린다. 가끔은 커다란 코끼리가 큰 나뭇짐을 등에 얹고 지나가는 모습도 보인다. 이러한 큰 동물이 도심에 나타남이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 불쌍해보였다.`파탄 더바 스퀘어`로 불리는 옛 왕궁터로 갔다. 이곳은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서 그 규모와 정교함이 놀라울 정도이다. 짙은 붉은 빛깔의, 때로는 검정에 가까운 건물들과 조각들이 힌두교에 바탕을 둔 인간의 염원과 함께 이룩되었다고 보는데 정말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 왕궁에는 많은 이들이 모여든다. 네팔인들도 많지만 한국, 일본, 중국은 물론 서구의 관광객들도 많았다.한편에서는 영화를 찍고 있다. 젊은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리는 듯한 네팔이나 인도의 영화사일 것이다. 오랜 건물들, 에로틱한 조각들 앞에서 두 남녀가 무언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이 왕궁 내지 사원과 연이어 비슷한 색상의 건물들이 연이어 있다. 낙후된 상가며 주거들이다. 길은 좁고 쓰레기가 쌓여 있다. 4~5층의 건물들은 좁은 공간으로 나뉘어 있고 많은 이들이 장사하고 거주하고 있는 고밀도 지대를 형성하고 있다.보존되어야 할 역사유산이 가득한, 그러나 인프라는 크게 부족하고 재정능력도 없는 카트만두를 어떻게 향상 시킬 것인가가 문제이다. 아니면 시민들의 궁핍한 삶을 이대로 두어야 하는 것인가?요즈음 지어지는 건물들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주변은 온통 4~5층의 다세대 주택들이다. 부실하게 철근이 배합된 콘크리트 기둥에 붉은 벽돌로 쌓아 건물을 지었다. 각층마다 방들이 여러 개 있고 각방에 각기 다른 가족들이 살고 있다.집들은 히말라야를 볼 수 있게 대개 북향이라고 하는데, 건물에 보온재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난방시설도 없어서 가난한 대부분의 시민들이 추위와 습기를 그대로 견뎌 내기에 다들 건강에 문제가 많다고 한다. 이중벽을 만들거나, 벽돌 안쪽에 보온재를 대거나, 난로라도 피우면 되련만, 그러지 못하니 한국인들로서는 그리 추워 보이지 않는 추위에도 만성질환 환자가 많다고 한다.한 한동대 졸업생인 현지 사립학교 교장은 `건축자재 값이 매우 비싸기도 하지만, 부잣집이나 가난한 집이나 보온재 없기는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물론 부자들은 난로를 피우겠지만….이 도시의 산업은 관광과 서비스업 뿐인 것 같다. 농촌의 경우 쌀과 감자가 주식이라고 하는데 그냥 자급에 바쁠 뿐이다. 참외만한 아보카도 등 열대 과일들이 풍성하고 약초도 많다는데 이에 대한 수출계획은 없는 것인가?

2014-10-29

지역대학과 개도국 이슈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곳은 경북 동해안에 위치한 개교 20년이 채 안된 신생 대학으로서 미국의 엠허스트, 포모나, 하비머드 등의 `리버럴아츠칼리지`들 처럼 학부중심의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14년의 외국생활 끝에 귀국하게 된 것도 출생 후 처음 와 보았던 이 지역에서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이 학교 덕분이라고 감사하고 있다. 그동안 어린 학부생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졸업시켰는데, 이제 1~2회 졸업생들이 40세 가까운 중년층에 접어들고 있다. 요즈음은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기에 직장을 잡지 못하는 졸업생들을 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지만 국내외에서 열심히 능력을 발휘하는 제자들을 보며 대견해 할 때도 많다.요즈음은 이 학교에서도 석사과정을 개설해서 국내외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는데 아직은 학생 수가 적은 일반대학원과 학생 수가 좀 더 많은 미국식 국제법률대학원, 국제개발대학원, 국제경영대학원 등이 있다. 이중 필자가 관계되는 곳은 일반대학원과 국제개발대학원이다. 일반대학원은 필자의 연구실로 1년에 1~2명의 내외국인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개발대학원의 경우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입학하는 아프리카 등 외국학생들 2~3명과 한국학생들 3~4명의 논문지도를 맡고 있다.한동안 학부중심의 교육에 매진하다가 갑자기 대학원생들의 논문을 지도하다 보니 좀 바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분야가 또 다른 주관심분야라고 할 수 있는 필자로서는 적지 않은 보람이 있는 것 같다.필자는 지난 10여년간 교내에 `새마을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여러 차례 외국인들을 위한 강좌를 열었었다. 또한 학생들을 데리고 몽골, 베트남, 네팔 등지를 다니며 경제개발 및 도시환경분야에 대한 현장조사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지역의 중소 기업인들도 함께 동행하면서 투자여건을 함께 점검하기도 했었다.이들 나라 정부에서는 한국을 발전의 롤 모델로 삼고 있기도 하고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이자 철강산업 도시인 포항을 매우 부러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발전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관찰해 볼 수 있었던 필자로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이`참 기적과 같은 나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갖는다. 지금 다양한 경제사회문제가 부각되어있는 듯 보이지만 우리 한국은 그래도 잘사는 축복받은 나라라고 생각된다.태평양의 한 섬나라 학생과 논문주제로 토론을 지속하는데 이 나라는 인구도 100만, 영토도 경북도 크기 정도인데, 생산품목이 커피콩뿐이다. 이것도 미국회사가 값싸게 가져가 버린다. 다른 산업을 일으키거나 다른 농산품을 생산해서 부가가치를 올리기도 힘들게 되어있다.한 아프리카 출신 학생과 토론을 하는데 그 나라는 국토는 넓고 인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각 부족들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내란에 크게 시달렸으며 지금도 `협동`이라는 개념자체가 없다고 했다.남아시아 출신의 한 학생은 자기 나라가 1960년대만 해도 한국을 도와줄 위치였으나 지금은 바닥에 위치하며, 경제, 도시환경, 치안문제 등이 불안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그는 그들의 과거 통치자들의 비리를 지적하고 한국적인 리더십을 부러워하기도 했다.한 북아시아의 학생은 주변 강대국들의 위협, 목축업의 쇠퇴, 사막화, 극심한 도시환경문제, 극심한 경제양극화를 지적하며, 한국의 발전됨을 부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이 멀고멀다며 낙심하기도 한다.이러한 활동 가운데 필자로서는 이들 나라는 물론이고 포항과 우리 한국의 나아갈 길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다. 이러한 지역대학의 활동을 통해서 우리 지역사회의 대내외적 역량이 함께 키워져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2014-10-22

영일만의 방파제와 풍력발전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포항에 살면서 가볼 곳이 매우 많지만 20년전 포항으로 이사 후 즈음해서 가장 많이 가던 곳이 칠포해변이었다. 특히 봄, 가을이나 겨울에는 찾는 사람 별로 없는 한가한 해변이었지만 바닷가에 서서 몰아치는 파도를 바라보는 게 취미였었다. 그리고 해변가 관광호텔에 딸린 `엘리제`라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배가 고프면 그곳 특유의 두툼한 돈까스를 시켜 먹기도 했었다. 그러나 영일만항이 건설되는 몇 년 동안은 번잡하기도 해서 칠포 쪽 바다를 찾지 않았었다. 하지만 영일만항이 개항된 이후에는 주변에 새로 건설된 방파제를 찾아 바다도 보고 낚시꾼들의 모습을 지켜봄이 가끔의 일과였다.요즈음은 영일대해수욕장 피어(Pier) 위에 건설된 누각에도 가보고 해맞이공원의 미술관에도 가보고 여남동의 횟집이나 커피숍에도 가보는 등 들를 곳이 많아졌다.지금까지 살면서 국내외 많은 곳을 가보았지만 우리나라의 도시들 같이 특색 없는 곳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해변도시는 좀 다르다. 특히 도심이 해변과 맞닿은 도시는 좀 더 색다름을 준다. 요즈음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수변개발(Waterfront Development)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도심해변을 지닌 포항이야 말로 그 해변의 정취며 수변개발이 도시활성화의 큰 동력이 될 것이다.해양도시로서 포항은 다양한 가능성들을 지니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어업도시로서 전국 최대 규모 어시장인 죽도시장을 지니고 있고 최근에는 영일만항의 개항과 더불어 영일만항-포항신항-포항구항이 구성하는 해양물류중심도시로서의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시민들의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해양테마파크, 해양스포츠 등의 기능도 포항의 큰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지역은 국가차원에서 에너지환경산업벨트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원자력발전소가 울진과 경주에 집중되어 있고 포스코의 연료전지공장이 있고 지열발전시험장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곳에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본다.이곳은 바람이 세고 파도가 강하기에 풍력발전이나 조력발전소가 입지할 만한 곳이 많다고 본다. 또한 동해안의 가스하이드레이트나 시베리아의 가스전 개발과 연계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오늘 필자가 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풍력발전이다. 이쪽 동해안은 바람이 세기에 풍력발전의 적지라고 보아지며 영덕에는 풍력발전소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현재 포항 영일만항 앞바다에는 폭 20m에 길이 5km의 방파제가 있다. 이미 국토부에서 이곳에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는데 항만운용에 지장이 없다면 신속히 개발을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다이기 때문에 바람이 세고 대형풍력발전기를 설치 할 수 있음이 장점이라고 본다.전문가의 의견에 의하면 이곳 풍력발전기 기둥을 방파제 위에 구멍을 깊이 파서 묻으면 방파제도 안전하고 80미터 높이에 80m 직경 날개의 대형풍력발전기도 안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1기당 2~3MWh 이상의 전력이 생산될 수 있고 이곳에 10기 정도는 배치 할 수 있다고 한다.이 전기가 포항 영일만항 배후단지에 직접 공급될 수 있다면, 송전선을 통한 긴 공급라인이 불필요해진다. 또한 이곳이 이색적인 풍경과 함께 관광명소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인근 해변 구릉지에 눈을 돌리면 수십 내지 수 백개의 풍력발전기를 건설할 수 있는 장소는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이 방파제 인근은 풍랑이 좀 세기는 하다. 그러나 날씨가 좋을 때는 낚시터나 레크리에이션 장소가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풍력발전기나 시범적으로 설치되었다는 조력발전기 등이 다른 구조물들과 함께 색다른 경관을 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14-10-15

영일대해수욕장의 롤러코스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미국에 살 때 토요일이면 우리 부부가 가끔씩 아이들을 데리고 갔던 곳은 집에서 차로 40~50분 거리인 산타모니카해변이다. 이곳은 태평양이 내다보이는 넓은 해변으로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후와 함께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는 거대한 피어(Pier)가 있어서 그곳에 차를 세우고 어른들은 모닝커피 한잔을, 아이들은 설탕과 계피 묻힌 스틱도넛 `추로스`를 먹으면서 아침바다를 감상하기도 했다. 때로는 바다에 나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에 발을 적시거나 주변의 커다란 갈매기떼들을 쫓아가 보기도 했었다.이곳 피어 위에는 롤러코스터, 스윙, 어린이용 자동차운전장 등이 있어서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 했던 것들은 아빠, 엄마와 함께하는 `뿅뿅 개구리머리 때리기`였다.이제 많은 세월이 흘러서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뿔뿔이 제 갈길을 가고 있고 필자도 그곳을 떠나 고국 포항시에 살고 있으며 도심해변인 영일대해수욕장을 자주 찾는다. 이곳은 지리적인 상징성을 지닌 영일만을 품고 있는 포항의 도심해변으로서 아름답고 시설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얼마 전 바닷가 피어 위에 영일대누각이 세워졌고 스틸아트페스티벌이며 국제불빛축제가 열린다. 몇 주전 `검은돌장어축제`가 이곳 누각앞쪽 `도로를 뒤로 물리고 확보해둔 다용도 공간`에서 개최되었었는데 그날 밤의 정취가 대단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긴 백사장과 파도소리, 해변의 휘황한 불빛과 건물들, 물회, 매운탕, 과메기 전문의 포장마차들….이곳에는 포항시민은 물론이고 인근 대도시에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 아침저녁이면 해변을 따라 걷는 이들이 많아지고 해변의 조개구이점, 커피숍 등이 호황을 이룬다. 좀 아쉬움이 있다면 누각 인근 다목적 공간이 좀 더 넓게 확보되어 좀 더 많은 행사가 벌어지고 좀 더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당연히 주차빌딩 건설도 크게 요구된다.KTX가 개통되면 지금까지 서울사람들이 틈나면 속초나 강릉 바닷가를 찾아가듯이 많은 사람들이 더욱 편하게 포항 앞바다로 몰려 올 것이다. 이들은 영일대해수욕장과 인근해변으로 갈 것인데 이곳에 이들이 즐길 테마파크가 필요함은 당연하다고 본다.영일대해수욕장과 맞붙어 아름다운 환호해맞이공원이 있고 5분 거리에 전국에 잘 알려진 죽도시장이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영일대누각 앞쪽 다목적공간이 좀 더 확보되어 롤러코스터 등 각종 놀이시설들이 배치되면 좋을 것인데 해변에 좀 넓게 데크 내지 피어를 설치해서 이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환호해맞이공원은 이미 다양한 시설들이 있지만 주변을 도는 미니기차 내지 모노레일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바닷가에서 환호해맞이공원 제일 높은 곳까지 미니 케이블카가 설치될 수도 있다고 본다.이들 KTX를 통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하루만이 아니라 며칠이건 머물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숙박시설도 필요하다. 이미 몇 개 호텔건축이 진행되거나 기획단계인데 이에 대한 마무리가 잘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필자의 생각으로는 프랑스의 `랑독 루시옹`과 같이 고속철 개통과 연계된 해양테마파크 전략이 적용되어야 할 곳이 포항과 그 인근해변이라고 생각된다. 랑독 루시옹은 파리에서 900km나 떨어진 곳으로서, 해안선을 따라 관광성, 접근성 그리고 경제성이 좋은 곳들을 거점방식으로 개발했는데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은 물론이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국 관광객들을 크게 유치했다는데 그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2014-10-08

경전철과 모노레일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내년 3월이면 포항에 KTX가 연결된다. 많은 이들이 이를 반기는 것은 이로 인해 편해진 서울과 해외나들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한 경제산업파급효과를 크게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포항이 지정학적으로 오지에 위치한다 함은 서울에서 멀다는 것과 해외여행시 이용할 인천공항과의 접근성이 나쁘다는 이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KTX가 개통되면 과거와는 다른`가까운 포항`이 될 것으로 보아진다.하지만 이러한 고속철의 연결은 우리가 이웃으로 생각하는 대구의 경우는 10년 이상 누려오던 일상이기도 하니,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포항사람들이`왜 그렇게 부산을 떠는가`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어차피 이웃이라도 남의 사정을 속속들이 이해하기는 힘들다.포항은 인구 52만3천명의 중소도시이지만 비슷한 규모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산업, 교육, RD, 항만 등에서 많은 차이점들을 지니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 차이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이 포항의 문제이기도 하고 우리 한국의 문제라고도 생각된다.이는 수도권과 지방 혹은 대도시와 중소도시간의 경제 및 지리적 차이뿐만이 아니라 각자의 가치 및 역할에 대한 정치사회적인 면에서의 편향된 인식 때문이라고 보아진다. 지방 중소도시는 차별성을 품고 있더라도 국가차원에서 무시되기 십상이며, 심지어 광역권 차원에서도 나름의 균형발전 논리에서 무시되거나 하향평준화의 압력을 받기 쉽다.내년 3월에는 수도권과의 연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KTX가 개통된다. 이를 계기로 포항시에서는 도심과 KTX역의 연계를 위해 다양한 교통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한마디 첨부하고자 한다.이번 기회에 포항시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경전철이나 모노레일 건설을 추진해 보자는 것이다. KTX역에서 도심을 거쳐 포스코를 연결하는 노선 하나와 영일만항과 양덕동을 거쳐 죽도시장과 포스텍으로 연결되는 노선 하나가 있으면 시민들의 수송은 물론 좋은 관광코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이들은 지면위에 가설 될 수도 있겠지만 철골타워형으로 건설해도 비용면에서나 경관면에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모노레일의 경우는 어지간한 곡선궤도도 잘 소화하기에 노선선정 및 정류장 선택에 유리한 점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포항의 인구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행정구역이나 기능면에서 다양함을 갖추고 있다. 또한 도시화지역의 확산에 비해 공공교통이 제대로 발전되지 못했다. 당연히 버스노선의 증설이 필요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경전철이나 모노레일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포항의 도시구조와 인구성장 의지를 감안하거나 현재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관광도시로서의 발전, 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국가정책 수행차원에서도 맞는 말이라고 본다. 이는 민자유치를 전제로 하며, 때에 따라서는 민관합동개발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데, 전문업자들을 불러서 심각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필자의 경우 이러한 경전철이나 모노레일을 오래전부터 보아오고 타보기도 했었다. 가장 오래전 경험은 1980년대 중후반 일본 고베에서 포토아일랜드로 연결되는 경전철이고, 그 후 동경, 베를린,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탑승경험이 있는데, 어떤 장소로 이동한다는 목적보다도 주변의 경치를 구경함에 신이 났었다.지하철은 대도시의 경우 필요하다고 보지만, 이는 건설비가 천문학적이고 운영비도 매우 비싸 장기적인 적자운영이 불가피하다. 반면에 경전철, 모노레일, 혹은 트램은 건설 및 운영가격이 파격적으로 싸다. 이번 기회에 포항의 도시구조 및 발전형태 분석, 공공교통의 건설 등을 좀 더 종합적으로 분석연구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2014-10-01

인구증가 및 지역성장 전략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요즈음 지자체의 인구예측에 대한 의견이 관련인들 간에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는 포항시만이 아니라 경주, 안동 등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인구지표에 크게 목을 매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규모가 커져야 경제도 발전하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로 인해 지자체의 예산도 많아지지만 각종 국가사업 타당성점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하지만 근래에 수도권 몇몇 도시 이외에 인구증가가 이뤄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인구증가율이 급속히 떨어진 이유도 있지만 아직도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보아진다.포항의 경우에도 오랫동안 동해안의 중심도시로서 90만~100만 도시를 꿈꿔 왔었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인구가 52~53만명에 머물러 있다.이 현실을 인정하고 그 규모에 맞는 도시발전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냐? 아니면, 예전 그대로 100만 도시의 꿈을 키워 갈 것이냐가 문제이다.많은 학자들이 `인구 저성장 기반의 도시`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실 있는 성장을 역설하고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국가가 발전하고 인구증가가 크게 감소된 상황에서 당연한 주장이라고도 생각된다.도시계획가이자 국제관계에 관심이 큰 필자의 의견으로는 아직 성장단계의 우리나라로서 남북통일 등 많은 숙제들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낮은 인구성장율은 문제가 크며, 인구증가노력이 크게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지자체의 상황에 따라 전략적인 성장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포항의 경우에도 지정학적, 경제산업 및 RD 차원의 역할이 국가적으로 좀 더 강조돼야 할 것이고, 당연히 좀 더 큰 규모의 인구를 지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추후에 이 이슈를 좀 더 다각도로 토론해보면 좋을 것이다.우리 한국이 해양지향적인 그리고 북방지향적인 발전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영일만항이 있고 포스텍 등의 RD기반이 있는 포항의 그 전진기지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포항은 환동해권의 중심에 위치하며 러시아/중국-일본-한국의 3각 물류연계, 러시아의 자원개발, 그리고 얼음이 풀리는 북극항로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포항은 경북과 강원을 포함한 동해안지역의 중심도시이자 대구 등 내륙도시들의 관문역할도 좀 더 강조 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 포항은 지금까지 대구-포항 네트워크하에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울산-포항 네트워크가 또 다른 축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또한 포항-경주-영덕-울진-울릉도가 한 지역으로 작동하게 될 것으로 본다. 포항은 이 광역적인 인구와 기능을 서비스할 도심의 기능을 갖춰야 하고 국내외 관광객들을 맞을 채비를 갖춰야 하고, KTX, 영일만항, 그리고 포항공항을 중심으로 물류네트워크의 기능도 발달시켜야 할 것이다.하지만 포항은 환동해권은 물론 동해안권의 중심도시로서의 역할을 정치적으로나 학술적으로나 적극적인 지원은 받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인구나 산업성장에 있어서도 외부로부터는 물론 내부적으로도 대답이 정리되어 있지 못한 감이 있다. 이러한 목표가 있다면, 국가발전계획은 물론이고 지역발전계획에도 잘 반영되고 그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그때 그랬으면 좋았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국가사업이나 민간투자유치에 있어서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함이 중요하다. 또한 이를 위한 기본 인프라 및 여건을 갖추기 위해서 각 구성요소들이 좀 더 혁신적이고 체계적으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2014-09-24

포항 도심이야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포항에 20년 가까이 거주하다 보니 이곳 토박이를 자처하는 분들 만큼이나 이 지역 지리에 밝아졌다고 생각된다. 물론 사는 곳과 직장이 북부 끝자락에 있어 그곳 지리에 더욱 익숙하기는 하지만 시내 다른 지역에서도 길을 잃거나 동서남북을 혼동하는 경우는 드물다.포항으로 이사 와서 몇 년간은 도심지리에 익숙하지 못해 거리를 헤맨 적이 많다. 언젠가는 구룡포에 갔다가 직장동료인 대학동창이 운전하여 형산강을 건너 칠포 인근의 직장으로 되돌아가는데 포스코대교를 건너 바로 우회전하여 강변도로를 탔는데 그후 몇 차례 좌회전 하다 보니 갈 길은 나오지 않고 10여분 후에 강변로 근처인 문화예술회관으로 되돌아 나온 적이 있었다.대구~포항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고속도로에서 내려 포스텍이나 죽도시장을 찾아가는데 방향을 몰라 난감해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내비게이션이 널리 보급된 것이 불과 5,6년 전이라고 생각되니까.그때도 생각하던 것이 죽도시장 혹은 포스텍 인근에 무언가 랜드마크적인 건물이나 구조물이 세워져서 멀리서도 대충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부터도 `어디어디 옆` 하는 식으로 손쉽게 설명되고 알아들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생각했었다.포항도심에는 랜드마크적인 건물이 드물다. 오거리, 육거리 하는 식으로 도로결절점이나 지명은 존재하지만 외지인들에게는 큰 지침이 되지 못한다.지금은 도심외곽으로 고속화도로가 개통되고 그에 따라 신개발지나 학교 등주요 거점들이 연결되어 외지인들도 손쉽게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도심은 문제가 많다. 찾아가기도 쉽지 않고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다. 더구나 동빈내항, 육거리, 오거리 등에 걸쳐 도심공동화가 크게 진행되고 있다.세계의 어느 도시가 그러하듯이 포항의 경우도 도심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빈내항의 오염을 제거하고자 포항운하를 뚫었다고 하지만 이 사업의 또 다른 목적은 도심활성화를 위해서이다. 포항시는 그 주변의 도심재개발 내지 재생사업을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도심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외곽신도시 내지 주거개발이 인기 있고 사업성이 있다 보니 교외화를 너무 부추기게 되어 도심은 쇠락하게 되고 사람들의 통근거리는 멀어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주변의 자연녹지가 훼손되고, 에너지소모 및 탄산가스 배출량이 늘어나게 되었다.포항시의 경우에도 구시청사와 구포항역 인근을 중심으로 도심활성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심 대부분의 지역들은 기존의 상업활동과 커뮤니티가 보존될 도심재생전략을 채택함이 옳다고 보나 일부 거점지역들은 랜드마크적인 복합기능의 건물로 개발하여 도심활성화의 시금석역할을 하게 할 필요가 있다.일일 1만명 이상의 승객이 이용하는 도심의 낡은 시외버스터미널의 경우도 다른 도시의 경우처럼 터미널+백화점+호텔기능이 포함된 도심의 주요거점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육거리 구포항시청 인근의 폐교될 초등학교터도 뮤지엄, 상업시설, 주거시설들이 포함된 랜드마크적인 복합기능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편의만이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의 유치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포항KTX역 개통이 포항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 올 것이고, 역세권개발이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도심활성화와 역세권개발이 협력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교통분담, 경제산업역할분담 등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투자자 확보가 중요하지만 두 사업의 시간적인 간격도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예측과 다양한 시나리오 하에 포항의 전반적인 발전계획을 짜가야 할 것이다.

2014-09-17

다시 만난 호치민 거리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호치민시티는 인구 1천만명의 대도시가 되어 있다. 베트남에서는 자본주의적인 요소를 가장 많이 지니고 있다고들 하지만 이곳 정부의 통제는 아직도 사회주의적인 딱딱함과 비신축성을 지니고 있어 보인다. 아직도 호텔이나 민박집 등의 외국인들의 출입이 감시되기도 하고 종교활동이 가능은 하나 선교는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입국은 비자 없이도 가능하나 미국인들에게는 비싼 금액과 함께 비자를 요구하고 있다.미국인들은 자기가 싸웠던 적국이었기에 그러하다는데 한국인의 경우에는 자기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니 이해하겠다는 것이다.여름이라서 대절한 마이크로버스 안에 있을 때는 모르지만 도심 상점가를 걸을 때는 무척 덥고, 도보까지 꽉 찬 물건들, 쓰레기와 오물들, 하수구 냄새 등이 섞여 숨쉬기가 힘들다. 부지런히 사는 모습들이지만 위생상황은 아직 열악하다.한참을 걷다가 커다란 아케이드 건물, 벤탄시장으로 갔다. 이곳은 호치민의 특징적인 시장으로 많은 종류의 물건을 팔기에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곳이다. 체육관 같이 넓은 공간에 수 천개의 가게들이 촘촘하게 옷, 수공예품, 전자기기 등 각종 물품들을 쌓아 놓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필자는 잠자리 탓에 약간 감기가 들어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라서 어서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밖으로 나가자 그 무더위에도 숨이 확 뚫린다.커피 한잔하기로 하고 주변의 커피숍으로 갔더니, 사람이 꽉 차있다. 좀 더 걸어 다른 곳으로 갔더니 좀 한가해서 10명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Cafe Suda`. 한국말로 읽으면 `커피쓰다`라서 잘 기억하는데, 베트남 브랜드 아이스커피이다.이곳 커피는 진하고, 아이스커피라도 매우 진하고 달게 해서 나온다. 얼음을 가득 채워주는데, 이곳 사람들은 천천히 얼음을 녹여서 마시는데 비해 필자의 경우 언제나 그렇듯이 단숨에 커피만 마셔버리니 모두들 당황하는 기색이다.베트남은 우리 한국에 비해 국토도 넓고 인구도 많다. 더구나 남북으로 갈려있지도 않다. 사람들이 부지런하니, 이러한 세계불황 속에서도 잘 발전해 나가는 것 같다. 싼 중국물건들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물건들을 만들어 팔아내는 나라가 흔치는 않을 것이다.이곳 사람들은 한국의 발전을 자기들의 발전모델로 삼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또한 한류가 이곳을 크게 영향주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한국 비디오를 보고 한국 아이돌의 음악을 듣는다. 한국건설사들도 한동안 한국식 뉴타운 건설로 재미들을 보았다.하지만 요즈음 불황에는 많은 건설사들이 좀 더 싼 주택건설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의 1㎡당 1천500달러가 아닌 600~700달러의 분양가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이를 사회주택(Social Housing)이라고 부른다.이곳에도 대단히 비싼 주거들이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호치민시티의 많은 사람들은 슬럼의 열악한 주거에 거주하고 있다. 대절한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8번가를 돌아보는데, 슬럼과 같은 곳도 있고 좀 더 나은 형태의 집들도 있다. 그러나 주변의 강들은 매우 오염되어 악취를 풍기고 있다. 각 마을의 오염물들이 모두 이곳으로 흘러나온다고 보면 된다.좀 반반해 보이는 건물들도 뒤로는 강쪽으로 연결되어 강위에 기둥을 세우고 건물을 연장시켜 놓았다. 이곳에서 음식하고, 샤워하고, 화장실의 기능 등이 다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오물들은 강으로 직행하게 된다. 호치민시는 이곳을 어떻게 향상시킬지 별 능력도 아이디어도 없는 것 같다. 오직 외국기업들이 신도시건설을 꿈꾸고 있을 뿐….

2014-09-03

호치민 행 비행기에서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인천공항에서 베트남 호치민시티까지는 5시간이 걸린다. 12~13시간 걸리는 북미노선에 비해서 짧은 거리이기는 하지만 지루한 비행시간임에는 틀림없다. 포항-김포노선이 비행장 공사로 인해 지난 7월1일부터 폐지된 이후, 포항인들은 외국 가기가 더욱 힘들어 졌다. 신경주나 동대구로 가서 KTX를 타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여러 차례 갈아타야하기에 무거운 짐을 동반한 경우는 비행기나 직통의 리무진버스와는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 있다.와인 한잔하고 잠이나 잘까 하다가 영화나 한 편 보기로 했다. 기내영화를 뒤척여 보니 엘비스 프레슬리가 주연한 `Blue Hawaii`라는 영화가 있다. 1961년 작품이며 코미디에 가까운 영화이지만 엘비스의 노래가 좋아서 여러 차례 보았던 기억이 있다.빙 크로스비의 `Can`t Help Falling In Love`가 엘비스의 달콤한 목소리로 불려진다. `No More`, `Moon Light Swim` 등 엘비스의 여러 편의 노래와 함께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며 영화 전편에 걸쳐 아름다운 하와이의 경관이 보여진다. 누구나 하와이 해변으로 달려가고 싶은 심정을 갖게 만든다.아 그런데, 이곳 장면 중에 마을사람들이 함께 그물을 끌어 고기를 잡는 내용이 나온다. 엘비스와 그의 부모 및 친척들과의 대화중에 `그물을 끌어올리는데 힘을 보태지 않으면 고기를 먹을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얼마 전 필자가 예로 들었던 포항 여남동 바닷가에서의 고기잡이와 흡사해서 반가웠다.지역을 알리는데 이와 같이 유명 배우나 가수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대단히 효과적 일 것이다. 더구나 아름다운 자연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그려내는데 이러한 음악영화 제작과 같은 게 어디 있을까 싶다.한시간 반쯤 지나 영화가 끝났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또 다른 볼거리가 있을까 찾다보니 `피끓는 청춘`이라는 한국영화가 눈에 뜨인다. 제목이 좀 유치해 보이기는 하지만 등장인물과 배경도시가 좀 아는 곳이라 틀어보았다.이 영화는 충청도 한 중소도시에 위치한 고등학교인 농고와 공고의 남녀 싸움패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코미디 비슷한 영화이다. 그곳에서 영화도 찍고 시사회도 했다는데 꽤 많은 관객들이 모였다고 했다. 필자도 심심하던 차에 오래전 군대생활 당시 잠시 머물렀던 그 도시의 1980년대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이 영화는 먼저 본 `Blue Hawaii` 같은 저명영화도 아니고 저명한 지역을 배경으로 한 것도 아니지만 그 곳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필자와 같이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이들도 생겨날 것이다.귀국 전에 거주하던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필자가 근무하던 LA시청이며, 도심의 낡은 거리가 자주 영화촬영의 무대가 되곤 했었다. 가끔은 길이 막혀 돌아가거나 멀리 한쪽에서 촬영장면을 지켜보기도 했지만 영화 속에서 익숙한 건물과 거리를 발견함도 또 다른 희열이었다.만일 포항을 무대로 영화 한편을 제작한다면 어떠한 배경과 내용이어야 할까? 다큐멘터리 보다는 무언가 로맨틱하거나 코미디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인데 내년 3월이면 포항KTX역이 개통되어 서울에서 많은 이들이 단시간에 포항의 청정해변에 도착할 수 있으니 영일대해수욕장의 아름다운 영상과 스토리를 그려내도 좋겠다.영화감상이 끝나니 호치민의 탄소넛공항 도착시간이 다 됐다. 자주 이용하는 같은 항공사의 북미노선에 비해 비행기는 좀 작았지만 두 편의 영화 덕분에 좀 더 즐거운 여행이 된 것 같다. 한밤이지만 호치민의 날씨는 아열대의 여름답게 무척이나 덥다.

2014-08-27

연해주농업 가능성에 대한 소고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연해주의 전체 농지는 70만㏊라고 한다. 개간 가능한 땅이 300만㏊인데 불과 20% 남짓만 경작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체 경작지 180만㏊와 비교하면 170만명 정도가 거주하는 연해주 농경지의 규모를 알 수 있다. 이곳은 150년전 우리 선조들이 학정과 기아를 피해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나온 곳이었다. 스탈린 시대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했다가 20여년 전부터 5만명 가까운 고려인들이 재정착을 위해 이곳으로 이주해오고 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농사를 짓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곡물가가 싸서 가족중심 농업이 더 이상 연해주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하지만 대규모 농업은 그런대로 수익을 가져 올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은 특히 콩과 옥수수 재배의 최적지라고 하는데, 대량생산된 콩과 옥수수가 소비량의 90%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그대로 공급될 수 있다. 말 그대로 해외 식량기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최근에 포항 출신의 한 농업경영인이 이곳에 배추와 무 재배를 추진하고 있다. 2013년에는 시험 삼아 60만평에 파종했는데 한국의 배추와 무값이 폭락하여 생산량 모두를 현지에서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올해는 한국시장이 어떠할지 모르지만 러시아나 일본에서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들었다.평소 환동해권과의 교류에 관심이 많던 필자도 이분과의 교류를 통해 연해주의 농업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대학원생들과 좀 더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농학 자체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필자의 전공분야가 지역개발 및 관련 공공정책 수립이라서 평소 개발도상국의 농업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최근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10년내에 지구촌이 식량과 물 전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한 말은 공연한 얘기가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 전세계의 식량난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며, 우선 중국, 서남아, 아프리카 등지의 곡물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우리 한국으로서도 식량자급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며 이 연해주의 땅을 장기 리스하여 세계 식량난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우리 기업들로서는 곡물만이 아니라 채소, 특히 고부가가치 작물재배를 시도할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기업의 수익이 창출되는 것이지만 이를 통해 가난하게 살아가는 고려인들의 삶을 안정시켜 줄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을 고용하고 이들의 커뮤니티 건설을 도와 줄 수도 있다고 본다.또한 이곳에서 북한동포들을 고용할 수도 있을 것이며 이러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차 우리 한국기업이나 미주교포들이 러시아 지자체 내지 기업의 협조를 얻어 북한의 농업기술 향상 내지 농업근대화에 참여 및 정책조언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올해 북한은 가뭄이 계속되어 농업생산량의 감소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북한은 농업과 관련한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농사에 필요한 물자공급 상황도 좋지 않고 기후 변화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워서 주변 여건에 따라 농업 생산량이 크게 좌우된다고 한다.북한 당국이 매년 전 인민을 동원해서 농촌지원 전투까지 벌이고 있는데 21세기에 들어와서까지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북한체제에 맞는 `집단영농방식`으로 일함에 따른 낮은 농업생산력의 결과이며, 농업기반시설 부족, 영농자재 부족 등의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1980년 중반부터 식량난이 심각해졌다.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사회의 농업지원, 북한 당국의 증산정책 등으로 매년 400만t 이상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식량 부족량이 매년 123만t에 이를 만큼 북한 식량난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014-08-20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여건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강소기업을 키운다. 이는 지역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전략임에 틀림없으나 매우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포항이 지금까지 포스코가 있음으로 해서 국내 제일의 철강산업도시로 발전하였고 연계된 중소 제조 및 판매업들이 자리 잡았다. 이러한 철강산업 기반이 없었다면 포항이 지금까지와 같은 번영을 쉽게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포항시장이 강조하고 있는 강소기업은 포괄적으로 모든 분야의 기업들을 이야기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첨단분야의 기술주도형 중소기업을 말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미국 실리콘벨리의 경우처럼 첨단분야의 RD를 바탕으로한 벤처기업들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세계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어 있다. 물품과 서비스의 수요가 소량다원화되고 빠르게 바뀌어 지극한 순발력과 차별화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투자자본도 이에 따라 세심하게 움직이게 되고 부의 집중화가 더욱 뚜렷해짐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한국의 발전단계에서 철강산업과 중화학공업이 그리고 이와 연관된 전후방의 중소기업들이 많은 공헌을 했다. 현재도 이 경쟁력을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있는 것부터 잘 지키자.` 지역의 몇몇 전문가들도 누누이 강조하고 있지만, 이 말은 포항이 철강산업을 도외시하지 말고 더욱 첨단화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도와주자는 말이다.또한 산업 다양화를 위해서 그리고 강소기업의 육성을 위해서 에너지·환경분야, IT 및 로봇분야, 바이오분야 등에 노력을 경주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환동해권의 중심 항만도시로서 물류산업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우리가 수없이 강조하고 있듯이 포항은 다른 국내 도시들에 비해 차별화된 여건들을 가지고 있다. 이는 포스코와 그 계열회사들, 포스텍과 산하의 첨단연구실, RIST, 한동대 등이다. 하지만 포항은 아직도 수도권과의 지리적인 이격이라는 전통적인 한계를 벋어나지 못하고 있고 `테크노폴리스`로서의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음이 사실이다.지역혁신이며 테크노폴리스의 개념은 지난 10여년 이상 많은 도시들이 실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 꿈을 이루지 못함은 자본의 부족, 지원제도의 부족, RD역량부족, 그리고 기업과 대학들의 네트워킹 부족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젊은 청년들이 창업을 하고 강소기업들로 키워 내려면 청년들의 도전정신이 필요하고, 차별화된 실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젊은 청년들이 생계를 위해서,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치킨집이나 커피숍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운영함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IT, 바이오 등 첨단분야의 부가가치가 높고 국내외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들이라는 것이다.이때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활동을 뒷받침할 금융, 기술, 세제 등에 걸친 지원정책과 지역사회의 차별화된 기업친화분위기이다. 이러한 환경조성의 주체는 지자체이고 경제사회단체이고 시민들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지역에 자리 잡은, 그리고 자리 잡을 국가기간산업과 대기업들이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대학과 그 산하의 연구기관들이다. 아무래도 이들과의 네트워킹에 바탕을 둔 파생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의 성공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지역사회는 기업하기 좋고 국제적인 투자가 몰려 올 수 있는 여건조성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2차 산업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고 3차산업, 즉 호텔, 쇼핑센터, 각종 서비스업종에도 투자자들이 몰려 들 수 있도록 여건조성과 함께 기회를 만들고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관학 리더들의 기업가정신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 각 계층의 동반자적인 협력이 크게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2014-08-13

전망좋은 바닷가 마을에서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지금도 이러한 마을행사가 있는지 모르지만 필자가 포항에 이사 오고 몇 년후인 약 15년 전, 통통배가 앞바다 꽤 멀리까지 나가며 둥그렇게 그물을 풀어놓고 육지 양측에서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영차 영차 그물을 끌어 올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곳은 도심에서 가깝고 영일만의 아름답게 전망되는 경사진 언덕배기 마을이다.그곳에 학교도 있고 꽤 많은 이들이 모여 살지만 집들은 꽤 낡았고, 농촌과 어촌의 모습을 지니는 소박한 곳이었다. 가끔 횟집 순례상 그 앞길을 지나쳐보기도 했지만 그 동네 안쪽으로 해서 언덕배기 정상까지 올라 가 본 것은 10년전 쯤인 것 같다.그 마을 작은 뒷산을 넘어가면 넓은 평지가 있고 신도시형태의 주거단지들이 들어선지 5~6년이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바닷가 마을은 그리 큰 개발의 흔적 볼 수가 없었고 필자의 기억에서도 멀어져 있었다. 다만 그곳이 포항에서 가장 전망 좋은 언덕배기라는 것 정도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이번 여름 해외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동네 후배들과 커피 한 잔 하러 간 곳이 그곳에 새로 생긴 커피숍이다. 한가한 길 모퉁이에 차를 세우고 1층 카운터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니 넓은 창을 통해서 해변가의 선착장과 조그만 고깃배들이 보이고, 멀리 영일만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차차 재정비 되어질 것으로 보아지나 주변 집들은 대부분 낡은 모습 그대로이다. 이 커피숍의 주인이자 건물주는 건축이나 장사와는 관계없이 살아 왔는데 워낙 커피를 좋아하다보니 이곳에 땅을 사서 3층으로 집을 지어 3층은 살림집으로 1~2층을 직접 운영하는 커피숍으로 꾸몄다고 했다.대지가 똑바른 모양도 아니고 평평하지도 않아서 건축이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 본인이 `헤이리예술마을`을 포함하여 많은 곳을 가보고 예쁘게 짓기 위해 직접 공부를 많이 해서 담당한 건축사가 애를 먹었다고도 했다.이 마을은 원래가 어촌이자 농촌마을인데 아직도 해녀가 다섯 분이 생존해 계신다고 했다.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지만 제주도의 해녀들도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고령화 되어가고 있다. 50대 후반이나 60대가 가정 젊은 그룹들이라고 말할 정도이다.필자가 어린 시절만 해도 서해안이나 남해안에 가보면 제주도 해녀들이 원정물질을 왔었다. 젊은 해녀들이 많아서 이웃에 민박하면서도 가슴 설레었던 기억들이 남아 있다. 이때는 꽤 많은 제주 해녀들이 지역남성들을 만나 현지에 남게 되었다고 들었다. 이분들도 그러한 경우가 아닌지….집주인과도 이야기하고 주변경관 감상에 시간을 쏟다가 여독을 못 이겨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좀 더 자주 찾아갈 동네라고 생각하면서….요즈음 도시개발의 화두인 도시재생은 낙후된 곳을 모두 허물고 대규모의 아파트나 상가를 지어내는 것이 아닌, 있는 마을의 모습을 되도록 많이 보전하고 커뮤니티의 활동들도 보전하면서 현지개량을 추진하는 것이다. 도시재개발과 도시재생이 분명 비교되는 장단점이 있지만 요즈음 대세는 도시재생이다.이 해변마을도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잘 잡고 있다고 보나, 큰 건물이나 새건물이 너무 많이 들어서, 전통적인 모습들이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새로 짓더라도 주변과 조화되는 스케일로 조화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이 마을에서는 앞으로도 고기잡이도 많이 하고 해녀들도 작업을 계속하고 어촌마을의 연례행사들도 맥이 끊이지 않고 잘 이어져서 영화에 나오는 이탈리아의 해변마을과 같이 아름다우면서도 관광객이 찾는 동해안의 특징적인 어촌마을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특히 마을전체의 고기잡이 축제를 매달 날을 정해 시행한다면 그 무엇보다도 좋은 관광거리가 될 것이라고 본다.

2014-08-06

팜 스프링스의 종려나무 숲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로스앤젤레스에서 서쪽으로 2시간 반을 운전해서 팜 스프링스로 향했다. 이곳은 온천과 골프장으로 유명했지만, 요즈음은 카지노와 고급물품 아웃렛들도 많아졌다. 가다보면 멀리 벌거숭이산들이 보이고 주변은 엉겅퀴들이 자라는 모래사막이다. 이곳은 낮 기온이 화씨 120도에 이를 정도로 더운 또 하나의 `죽음의 계곡`이라고 보면 된다. 가끔 건물들이 보이고 나무들이 보이지만 모두가 스프링클러로 유지되는 것이리라. 최근 들어선 듯한 대규모 카지노 건물들도 보이는데, 그 앞에는 키 큰 종려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이 나무는 일반 야자나무와 생김새도 좀 다르지만 당도 높은 대추야자를 생산한다는 것이 큰 다른 점이다. 성서에서는 승리와 늘 푸름을 상징한다는데 한 그루에 1만달러씩이나 해서 고급 호텔이나 카지노 앞에나 심어진다는 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원래 북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이 종려나무는 100여년 전에 한 기독교 선교사가 씨를 가져와 이곳 팜 스프링스에 심었다는데, 기후가 비슷하여 잘 자란다는 것이다.오늘 이곳에 온 것은 종려나무농장을 보기 위해서이다. 동행한 70대 후반의 노신사께서는 식물, 특히 약용식물의 전문가이자 성서학자이기도 한데, 필자에게 수없이 종려나무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계신다. 가끔 세워진 팻말을 보니 이곳 사막지대의 농장 구매가격이 1에이커에 7천불은 넘는 것 같다.길가의 그 넓은 사막에 병정들의 관병식같이 열을 맞추어 종려나무 들이 줄지어 있다. 어떤 나무들은 노란 열매들을 수 없이 맺고 있었는데, 이 열매들이 좀 자라면 해충이나 조류로부터의 피해를 막기 위해 포대로 씌워 놓는다. 이곳 농장들의 규모는 수십 에이커 정도씩인 것 같은데, 종려나무를 심어 놓으면 5년 후면 수확이 가능하며, 매년 그루당 250파운드의 열매를 맺고, 그 열매는 1파운드당 5달러 정도에 팔린다고 한다.멋진 외관의 휴게소에 들어서니 그곳은 대추야자 가공공장이자 판매처였다. 우선 한쪽에 마련된 비디오 관람장소에서 그곳 종려나무농장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판매처에는 대추야자들이 박스로 포장되어 팔리고 있었는데, 10개 정도 들은 것이 6~7달러, 좀 큰 박스들은 40불 이상 할 정도로 가격이 비싸다.시식코너가 있어 대추야자 조각들을 맛볼 수 있었는데, 노란 것, 검은 것 등 5종류는 되는 것 같다. 한국의 곶감보다 당도가 2~3배는 되어 보일 정도로 달다. 싹을 틔워보기 위해 가공되지 않은 열매를 좀 구하려 했는데, 그곳 사람들은 종려나무 곁가지를 쳐서 땅에 꽂아 놓으면 성체로 자라나니 씨로 심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팜 스프링스 휴양지를 오른쪽에 두고 계속 운전해가자, 호수가 보인다. 멀리 지평선이 보일 정도의 넓은 호수인데, 열대의 사막지대라서 주변에는 요트하우스가 하나 있을 뿐 모래와 푸른 물 뿐이다. 차에서 내려 호숫가를 걷자니 말라죽은 조기 같이 생긴 생선들이 수 없이 널려 있다.물맛은 매우 짜다. 이 노신사는 20여년 전부터 이곳에 와서 낚시질을 했다고 하는데, 이 조기 같이 생선이 매우 많이 잡히고 맛도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무슨 까닭인지 물고기들이 죽어서 떠 밀려 온다고 했다. 주변에 커다란 황새 같은 물새들이 있는 것을 봐서 아직 물고기들이 있다는 증거이지만, 물의 염도가 너무 높아지고 호수 아래 어떤 화산활동이라도 있어 그렇치 않겠느냐는 것이다.되돌아오면서 한 카지노에 들렀다. 커다란 건물인데, 밖과는 달리 시원한 실내에는 슬로트머신들이 있고 레스토랑들도 있다. 많은 이들이 이웃 대도시에서도 오고 외국에서도 오는 모양이다. 필자 일행은 뷔페식당에 가서 늦은 점심을 들고 다시 로스앤젤레스로 길을 재촉하였다.

2014-07-30

여름을 보내며 불황의 언저리에서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여름 이맘때면 인천공항 카운터가 미어지는데 이번엔 한가했다. 비행기 안에서도 중국, 필리핀 등에서 연결되어 오는 승객들이 대다수이고 국적기인데도 한국인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다.지속되는 경제불황에 세월호 참사까지 겹쳐 국민들의 일반 씀씀이만이 아니라 해외여행도 크게 자제되고 있음이 우리 한국사회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서도 지난 몇 달 동안 장사가 더욱 안된다며 가게주인들의 걱정이 많았다.지금 세계는 사막화의 진행으로 많은 걱정에 쌓여있다. 곡식들을 가꾸거나 가축을 방목하기도 어려운 지역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번에 방문한 로스앤젤레스 만해도 저 멀리 콜로라도의 강물을 수송해오지 않는다면, 이 1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살아 갈수도 없고 대규모 농장에 물을 댈 수도 없을 것이다.우리 한국도 요즈음 물 아끼자는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지구 대부분의 지역 보다는 훨씬 나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더 큰 걱정은 전력부족이다. 한국의 진짜 더위는 장마 이후에 찾아오는데 후덥지근하며 열대야를 동반하니 에어컨 없이는 살기 힘든데 전력의 블랙아웃 가능성 때문에 걱정들이 크다.당장 화력발전소며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 낼 수가 없으니 몇 년내에 전력의 추가공급이 힘들다. 따라서 국민들은 올 여름도 블랙아웃이 두렵고 전기세폭탄이 두려워 에어컨도 잘 못 켜며 더위를 이겨내야 할 것 같다.미국도 아직 불황을 극복해 내지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잡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도 몇 년째 얼어붙어 있다. 작년부터 부동산이 기지개를 켠다 하여 많은 이들의 맘을 설레게 했는데 주택 모기지(Mortgage) 벽이 높아져서 주택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요즈음 비고용율이 6.5%로 예전보다 많이 낮아지고 있다고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이들이 원하는 소득과 직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여독도 가시기전 코리아타운에 갔다가 한 바비큐 레스토랑에 갔다. 이곳은 보기 드물게 마음대로 먹고 일인당 10달러 정도를 받기 때문인지 고객들이 많다. 아무리 고기가 싼 미국이라도 이런 곳은 보기 드믄데, 예전의 고급식당 자리에 이러한 저렴한 레스토랑이 생긴 것이다. 필자 일행도 차돌배기, 불고기, 삼겹살을 여러 차례 구워 먹었고 셋이 30달러+세금을 내고 왔다.요즈음 미국대통령 오바마의 인기가 최악이라는데 경제불황을 극복해 내지 못함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불황은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의 문제이고 매일매일 새로워지는 국제문제들도 미국정부의 큰 부담일 것이다.오늘 오후에는 유기농 식품을 파는 트레이드 조스에 갔었다. 그리 크지 않은 동네가게로서 매우 인기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 오면 우선 카트를 하나 끌면서 시식용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과일, 채소, 그리고 치즈 등 가공식품을 사게 된다. 우선 커다란 수박을 한통 골랐는데, 5~6달러 정도이다. 그 옆에 예전에 보지 못하던 아주 작은 수박들이 있는데, 지름이 15cm 정도이고 가격은 한 개당 2.75달러였다.얼마 전 한국의 한 농촌에서 사과 크기의 수박을 개발해 내었다는데, 맛은 그대로이면서 사과같이 껍질 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보통수박은 무거워서 넝쿨과 열매가 땅바닥에 있어야 하지만 이것은 토마토나 단호박 같이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렇다면 베란다에서 화초 같이 키울 수도 있고 그 자리서 따 먹을 수도 있는 큰 히트 상품이 될 수도 있다고 보아진다.불황이 극복되려면 농업분야에서도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많아져야할 것 같다. 물론 정부의 거시정책이 국제적인 상황과 국민의 정서를 잘 읽어냄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은 당연히 요구되는 사항일 것이다.

2014-07-23

KTX역세권개발 쉽지는 않다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충북도가 2011년부터 2년에 걸친 KTX오송역 역세권 개발사업에 참여할 민간업체를 찾는데 실패했다. 충북도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심사위원회를 열고 “3차 공개모집에 응한 민간 기업체 컨소시엄 두 곳에 모두 부적격 판정을 했다”며 “컨소시엄사가 내건 요구조건을 도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디폴트 여파에 사업자체의 존폐를 걱정해야 했던 충북도는 충북개발공사·청주시·청원군이 참여하는 공영개발을 검토해보기로 했지만 자금부족으로 인한 지자체의 주저 등으로 시작도 못했다. 충북도는 부동산 불경기와 기업의 자금조달의 어려운 점을 고려해 역세권 개발면적과 추정사업비를 당초보다 60%나 축소했었다.포항KTX 개통으로 인한 지역경제의 긍정적인 영향은 포항과 수도권 및 대전권과의 접근성이 크게 증가하며 경제, 산업, 문화, RD 관련의 활동들이 증가하면서 지역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부정적인 영향은 `빨대효과`로서 포항시민들이 쇼핑, 병원진료 등에 있어서 수도권이나 인근 대도시를 더욱 이용하게 되어 지역상권이 파괴되는 것이다.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포항의 경제·산업·문화요소들이 수도권 및 대도시 시민들의 큰 관심을 끌만큼 발달되어야 하고, KTX 활용을 계기로 더욱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방도시들이 그러한 상황에 도달해 있기는 힘들고, 무언가 새로운 전략을 도모해야 할 것인데 그것이 역세권개발이라고 생각된다.KTX역세권을 브랜드화 된 고밀도의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개발하고 주변지역에 지역특화산업을 일으키는 것이다. 부정적인 영향을 극소화하기 위해서도 역시 역세권의 개발을 촉진시키는 것이라고 본다.수원역세권에서는 롯데몰이 오는 8월에 오픈하는데 신세계도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한다. 수성에 나선 AK플라자는 대규모 증축으로 맞불을 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1호선 전철 수원역에는 2016년에 환승센터가 건립되는데 이에 대한 반응들이라고 보면 된다.수원역에 대형몰이 유치되면 수원 인근 사람들은 물론 서울 사람들도 손쉽게 찾아오게 되어 지역경제가 부흥될 것이다. 이는 이미 언급한 오송역세권 개발여건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수원은 오송에 비해 인구도 많고 각종 기관, 학교, 저명 유원지 등이 있고 서울과도 가깝다.오송역세권의 어려움은 경제불황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지방 중소도시들로서는 부동산의 침체 및 제한적인 인구와 경제규모로 말미암아 민간업자들이 사업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있는 것이다. 공영개발도 쉽지 않고 주민들의 환지방식도 쉽지 않다. 따라서 포항시도 다른 지역들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시사점들과 함께 포항시의 차별화된 강점들을 배경으로 차별화된 전략으로서 KTX역세권 개발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포항에 대구나 서울사람들이 오게 하려면, 그곳에는 없는 것을 개발해야 한다. 이미 죽도시장이며 포항운하가 있기는 하지만 바다전망, 해산물, 요트장, 해양테마파크, 농산물테마파크, 영일만항을 통한 환동해 네트워크, RD관련의 국내국제회의, 포스텍과 한동대의 동창회 및 학부모 모임 등도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 포항KTX역세권에도 이러한 요소들을 참고하여 바다전망의 호텔과 주상복합, 각종 국내국제회의장, 첨단벤처오피스, 외국인 대상의 쇼핑몰과 레지던스 호텔 등이 세워진다면 좋을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민자유치를 위한 각종 여건제공도 중요하고 이 역세권 개발을 계기로 포항의 경제산업 및 문화관광적인 자원들이 잘 엮어져 브랜드화 되어야 한다. 이를 계기로 포항의 경제산업 및 주거환경지도가 업그레이드되어야 함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2014-07-16

발코니정원과 유니버스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가끔은 발코니에 심어놓은 화초들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바쁜 일상 중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시간, 그리고 주말뿐이지만 소파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되고 마침내 발코니로 나가 하나하나 살펴보고 물도 주면서 5분에서 10분씩은 시간을 보낸다. 요즈음 가장 관심을 쏟는 것은 이른 봄 씨앗을 뿌려 이제 15㎝ 키에 널따란 잎사귀를 맺은 몇 그루 겨자씨나무이다. 겨우 싹이 튼 1~2㎜ 정도의 것들도 많이 있는데 서너 개가 먼저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또한 관심을 쏟는 것은 올봄 어렵게 구해놓은 유카나무이다. 잘 자랄지 몰랐는데 50㎝ 높이의 줄기 옆으로 두 개의 싹이 돋아나 10cm 이상의 길이로 기다란 잎사귀가 펼쳐지고 있다. 또 다른 화분에는 유카나무 뿌리 한쪽을 15㎝ 정도 잘라 심어 놓았는데 역시 10㎝ 높이로 싹이 돋아나고 있다.그리 넓지 않은 발코니의 화초들이지만 자라나는 모습도 이뤄내는 풍경도 하나의 자연이고 유니버스(Universe)인 것 같다. 물론 필자가 물을 주고 옮겨심기는 하지만 자라나고 꽃을 피우는 것은 그들 스스로의 일이다. 아, 이곳에 벌과 나비가 날아든다면 더욱 자연을 이룰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텔레비전에서는 나로서는 처음 보는 영화 `아마겟돈`을 방영하고 있다. 1998년 작품으로 꽤 오래된 것이라는데 그 이름이 주는 심각함과 우주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장면 장면이 스펙터클함을 주는지라 꽤 심각하게 열중해 있었다.목숨을 걸고 우주로 가서 단단한 유성의 표면에 245m나 되는 구멍을 뚫고 핵폭탄을 설치하고 폭파시켜야 하는, 그래야 `핼리혜성(Halley`s Comet)`과 같은 거대한 유성군의 지구충돌을 막을 수 있기에 벌이는 한 무리 굴착기술자들의 스토리였다. 어찌 보면 유치한 스토리이기도 하지만 거대한 우주의 모습과 진한 인간애를 느끼게 하는 그러한 영화였다.저 영화 속에 있는 것 같은 저 하늘의 거대한 유니버스, 그리고 이 발코니 정원의 작은 화초들의 자라남. 나는 자전거를 타며 이 두 가지 유니버스를 바라보면서 월요일인 내일 있을 강의내용들과 수천㎞ 떨어져 있는 미국에 유학중인 두 아들들을 생각하고 있다.내 살아가는 이 동네와 그리고 이 세계라는 유니버스. 또한 내 자신 속을 흐르는 수많은 갈래의 생각들. 또 다른 유니버스를 일깨워주는 듯한 저 영화.필자는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도 영화이야기를 해줄 때가 있다. 러시아 혁명 전후의 긴박함, 시베리아의 기나긴 겨울, 그 가운데 젊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닥터 지바고`.때에 따라서는 전쟁터의 급박함과 고뇌를 담은 `위워 솔저스` 같은 베트남 배경의 전쟁영화를 언급할 때도 있고, 로마제국하의 노예들의 반란을 그린 `스파르타쿠스`, 코사크족의 애환을 그린 `대장 부리바` 등을 이야기를 해줄 때도 있다. 물론 `아마겟돈`도 상황에 따라 이러저러한 카테고리로 언급될 것이다.요즈음 수업시간에 자주 언급되고 있는 주제는 전공분야와 연관된 발코니 정원이며 옥상정원 이야기이다. 생태계라는 것, 지구라는 유니버스의 순환시스템이라는 것, 이 모두가 함께 언급되기 마련이다.자기 내지 자기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우리 인간의 속성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속성들이 모여져 거대한 도시며 국가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각자가 공동의 삶, 공통의 유니버스인 지구생태계를 배려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나로서도 이 사소한 발코니정원 이야기를 단순히 화초 가꾸기가 아니라 우리 지구를 생각하고 유니버스를 생각할 그러한 주제로 학생들에게 예를 들 것이다. 일요일날 본`아마겟돈` 같은 영화와 연계해 하나의 생태계며 인생살이를 좀 더 구구 절절히 설명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2014-07-09

이웃 결혼식 참석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며칠 전 같은 분야의 동료이자 한 이웃의 따님 결혼식에 참석했었다. 도심임에도 주변 공간들이 널찍하고 새로 지어진 예식장이라서 축하객들도 별 어려움 없이 모여들고 담소하고 헤어질 수 있어서 좋았다. 서울의 결혼식장이라는 것이 매우 혼잡해서 차를 세우기도 웨딩홀을 찾아가기도 힘이 들지만 포항은 서울 사는 축하객들의 방문에는 좀 멀어서 불편함이 있을지 모르나 막상 도착하면 조급하지 않아 좋다. 예식장의 시설이나 분위기도 서울이나 포항이나 큰 차이가 없이 멋지다.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닌 다음에는 대개 부모와 신랑에게 인사나 하고 떠나는 게 요즈음 풍습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도 예식을 좀 지켜보다가 지인들 따라서 아래층 뷔페식당으로 갔다. 미안한 감정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바쁜 이들에게는 편리한 점도 있어서인지 별 거리낌 없는 풍습이 되어 버린 것 같다.필자는 식당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또한 오랫동안 이름은 익히 알았지만 처음 만난 이들과 이야기도 하고 간단히 음식을 먹으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결혼식장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지 못했음이 좀 아쉽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바삐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상호배려일 수 있다고도 생각되었다.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결혼식에 몇 차례 참석해 본적이 있다. 물론 규모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일본인들의 결혼식이 인상에 남는다. 결혼식은 예식장이나 교회에서 하지만 그 후에 개인집 정원이나 음식점 큰 방을 얻어 음식도 먹고 신랑신부소개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두어시간 동안 결혼 피로연을 연다.어떤 이는 앞에 나가서 신랑신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말을 하기도 하고 옛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음식도 매우 정성이 담긴 것들이라서 한두번 참여한 것이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다.꽤 오래전이지만 필자의 경우에도 결혼식을 미국에서 했었다. 시골도시의 웅장한 교회였는데 그날따라 눈이 너무 와서 결혼식이 30여분이나 지연되었었다. 하지만 꽤 많은 동료 유학생들이 눈길에 차를 몰고 참석해 주었었다. 결혼식후 피로연도 교회식당에서 간소하게 했었는데 눈이 너무 심해져서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찍은 사진이나 동료들로부터 받은 찻잔, 쟁반, 벽시계 등 조그만 선물들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이러한 결혼식들은 요즈음 한국의 결혼식과는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장소도 다르고 모이는 사람들의 수도 다르고 축하해주는 모습도 다르다.우리 한국의 경우도 결혼식이며 피로연이라는 것이 차차 그러한 모습으로 변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결혼식이 신랑신부의 행복한 시간 마련 중심으로 축하객들도 자발적으로 온전히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결혼식은 우리의 삶이 좀 더 여유를 가지게 되고 정말 가까운 사람들이 가서 축하해주는 결혼식이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하지만 어떻게 보면 한국의 결혼식이 꼭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일부 호화결혼이며 강요된 듯한 참석이 아니라면 어제 본 것 같은 포항에서의 정겨운 결혼식 형태를 크게 바꿀 이유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필자의 성격 탓이기도 하겠지만 지방도시에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먼 외국에 사는 것과도 비슷해서 서울 사는 친구나 친지들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결혼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못 만나던 이들을 만나게 된다.어제도 자주는 못 보지만 절친한 몇몇 선후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처음 만난 분들도 인사도 트고 음식도 먹으며 꽤 오래 담소를 나누었다.신랑신부는 매우 행복해 보였다. 결혼식에 참석한 이들도 매우 즐거워 보였다. 이들 부모님을 통한 축하객이었지만 필자도 그 자리를 통해 매우 유쾌하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2014-07-02

영주 가는 길, 아름다운 산야를 보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며칠 전 영주에 갈일이 있어 점심 후 차를 몰아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타고 대구 인근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안동을 거쳐 영주에 오후 4시 이전에 도착할 계획을 세웠다.포항에서 안동이나 영주 가는 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7번 국도를 잠시 타다가 영덕쯤에서 좌로 돌아 지방도를 타는 것으로 주행거리는 짧지만 산길을 느리게 운전해 가야 한다. 또 하나는 고속도로를 바꿔 타며 가는 것인데 주행거리가 훨씬 더 많아지나 운전은 편해진다.포항에서 안동까지 고속도로 내지 고속화도로가 직선으로 연결된다면 1시간30분 이내에 연결될 수 있다고 보는데 지금은 3시간이 걸리니 시간소모와 함께 운전으로 인한 부담감도 큰 편이다. 몇 달 있으면 안동 인근에 도청신도시가 문을 열게 되므로 당장은 힘들더라도 몇 년내에 연계 고속교통망이 건설되기를 바랄 뿐이다.이번에 공적인 일로 영주에 가게 되었을 때 직접 연결되는 기차나 버스가 없었고 학기말의 바쁜 와중이라 좀 주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좀 일찍 출발하여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가자고 작정하게 되니 마음이 편해지고 약간의 설레임이 생겼었음도 사실이다.포항-대구 노선은 자주 다니는 곳이라서 이모저모를 잘 알고 있지만 대구-안동-영주 노선은 낯설다. 하지만 이 고속도로에서는 아름다운 시골풍경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녹음 우거진 높고 낮은 산, 크고 작은 들판, 아름다운 마을들이 연속으로 나타난다.지방도시인 포항에 살고 있어서 복잡한 대도시와는 다른 풍치 속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곳의 풍경은 더욱 전원적이다. 포항과 경주만 해도 인구도 많고 경상도에서 가장 넓은 들을 지니고 있지만 이곳에는 녹음 짙은 산과 구릉이 대부분이고 작은 들판에 작은 마을들이다.20~30년 전에 일본 갔을 때는 푸르른 산야와 잘 정리된 농촌마을들을 부러워했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 한국의 산야도 잘 정리되고 녹음이 짙다. 물론 기후가 다르므로 우리의 산에는 일본 중남부에서 볼 수 있는 대형 대나무나 야생 원숭이들은 없지만 고라니며 멧돼지가 크게 증식되고 있다. 물론 곰이며 호랑이까지도 살게 되어야 한반도의 생태계가 온전해진다고 보는데 그것은 남북통일이 되고 저 백두산과 그 너머 시베리아 까지 생태계가 연결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아직은 아쉽지만 이 남한 땅에서라도 생태계가 나름대로 잘 가꾸어져야 할 것이다. 환경친화적으로 개발된 도시며 농촌이며 산업단지가 중요하고 백두대간을 필두로 한 크고 작은 야생의 생태 축들이 살아나야 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경북 북부권은 많은 장점들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돌아오는 길에 안동휴게소에 들르니 원색의 등산복을 입은 나이 드신 분들이 우르르 전세버스에서 내린다. 당연히 우동집이며 커피집이 붐빈다. 한쪽에 한가한 장소가 있는데 안동의 전통공예품이며 전통차를 파는 곳이다. 그릇, 부채, 액세서리 등을 구경하다가 상황버섯차를 아이스로 주문했다. 좀 씁쓸하지만 내가 즐기는 맛이다.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금수강산으로 불렸는데, 여기 사는 우리들은 당연하다 여길 뿐 이를 큰 축복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러 나라를 다녀보고 비교해볼 기회가 있다면 우리 산야의 아름다움과 비옥함을 알게 될 것이다. 여기에 지난 수십년간 크게 발전한 경제산업과 인프라 덕택으로 우리 국민들의 삶이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수준에 와 있으니 더욱 자랑스럽다.아무쪼록 이렇게 아름다운 산야를 지닌 우리 경북이 환경친화적인 마을 가꾸기에 있어서나 야생 생태계 보전에 있어서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의 모범적인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4-06-25

지역발전 프로젝트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얼마전 한동대가 지역발전 프로젝트 연구위원회를 구성하고 포항의 발전을 위한 과제들을 제시했다. 한동대가 개교함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항에 몸담게 되었고, 지자체 및 관련 기관들과의 협력 하에 지역발전 관련 사업들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왔다. 하지만 그 노력이 대체적으로 분산되어 있었고 지역에서도 이들의 지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제부터 한동대는 대학차원에서 지역발전연구 및 지역협력을 위한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지역발전에 관계되는 사안들을 연구하고, 토론하고, 발표하며, 지자체, 산업체, 그리고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의견을 나누고 협력하며, 지역사회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역할을 도모해 가겠다는 것이다.지역발전 프로젝트 연구위원회는 도시, 건축, 토목, 산업디자인, 법률, 경제 등 관련 분야의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위원회의 첫 세미나에서 포항발전을 위한 10대 과제들을 제시했다.첫째 주제는 `포항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로서 첨단철강, 에너지, 환경, 관광, 디지털 문화콘텐츠, 고부가가치 농업 및 수산업 등에 관한 현황과 네트워크 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들이다.둘째 주제는 `도심 활성화전략`으로서 도심재생, 도시 이미지 및 장소성 제고, 호텔, 컨벤션센터, 박물관, 테마파크 등의 유치방안 연구이다.셋째 주제는 `영일만항 활성화 및 배후단지 개발`로서 환동해권 항만네트워크 개발, 영일만항 및 포항신항 2-3단계 개발, 환동해권 산업 간의 Value Chain, 배후단지 국제물류비지니스센터 개발 등이다. 또한 영일만항을 북방영토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화 하여 연해주 및 시베리아의 에너지 및 천연자원 개발, 북극항로 개척 및 극지방연구 등을 행하는 것이다.넷째 주제는 `포항의 도시구조 분석 및 개발 방안연구`로서 공공교통, KTX역세권 개발, 환경친화도시 및 스마트도시 연구 등이다.다섯째 주제는 `동해안 개발`로서 해양개발 및 해안선 보전, 항만, 어항, 해양구조물 등 연구 등이다.여섯째 주제는 `공공 및 산업시설 입지결정에 관한 지침 및 실행방안 연구`로서 쓰레기소각장, 화력 및 원자력 발전소 등의 입지에 관한 것이다.그 이외에도 새마을운동 및 커뮤니티 연구, 대학, 기업, 지역사회 관계 연구, 도시기본계획 연구, 창조경제 조성방안 및 실천전략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이러한 연구분야들은 철강산업의 후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쟁우위적인 산업기반 마련 면에서도, 지역민들의 경제문화사회면에 걸친 삶의 질 향상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연구가 진행되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실천전략이 세워지고 추진되어야 할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담론의 형성이 중요하고, 강력한 리더십과 지역사회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국내 최고수준의 RD 역량을 지닌 포스텍과 비견하여 한동대의 연구는 좀 더 정책 내지 인문학적 연구나 예술작품에 집중된 면이 있다. 물론 한동대에서도 에너지, 환경, 레이저, 생명공학 등 이공학계열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됨도 사실이므로 명확히 구분하여 선을 긋기는 힘들다.어쨌든 한동대의 역할로서 중요한 것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지역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발전개념을 정립하고, 지역사회와 진취적인 담론을 형성하며 함께 고민하면서 구체적인 실천전략들을 수립해 가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지역산업 및 인적자원과 지역과 국내외 RD간의 매치메이커 내지 중간자(Mediator)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지역대학의 이러한 선제적인 지역발전 연구 및 네트워킹 노력은 지자체 및 기업들의 협력을 불러올 것이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직간접적 파급효과가 경제사회문화에 걸쳐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아진다.

2014-06-18

KTX역세권 개발 왜 중요한가?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반년후면 포항에도 KTX가 연결되어 수도권과의 연계가 크게 변모될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고속철 연결에 대한 큰 기대와는 달리 역세권 개발은 크게 강조되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이에 큰 안타까움을 갖는 이유는 포항이 산업기반으로서나 지정학적으로나 국가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포항KTX역과 역세권의 역할이 함께 차별화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포항KTX역은 첫째, 영일만항 배후 교통결절점으로서 러시아, 중국, 일본 등 환동해권 물류 및 관광객들이 대구와 서울 등지로 떠나고, 또한 이를 거쳐 환동해권으로 나가는 국제적 접촉점이다. 둘째, 건설 중인 동해선의 실제적인 출발점으로서 삼척, 강릉을 거치고, 북한을 통과하여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될 것이다. 셋째, 시베리아 및 북극해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는 시기에 영일만항과 함께 북방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할 장소이다.이러한 중요성을 지닌 장소로서 이곳은 역의 기능만이 아니라 역 주변공간의 파생적 내지 협력적 기능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포항인들에게 KTX역세권은 새로운 비즈니스 및 문화활동을 일으킬 신성장동력이면서 포항의 새로운 상징적 장소가 되어야 한다.현재 KTX역사 및 철도공사가 한창이며 그 규모 또한 대단하다. 하지만 문제는 체계적인 역세권계획의 부재이다. 현재 건설 중인 역사 및 관련 편의시설 정도로는 우리 시민들이 기대하는 KTX개통의 파급효과를 모두 다 얻어내기는 힘들 것이다.이 KTX역은 포항 어느 지역에서든 10~20분 이내로 접근이 가능하므로 혁신적인 전략들만 마련된다면 역세권 중심지역에만도 1만~2만명의 고정인구와 특징적인 비즈니스 및 문화시설을 갖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역을 중심으로 도보로 접근 가능한 위치 내에 호텔, 갤러리, 쇼핑, 주상복합건물들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고 `파크 앤 라이드`를 위한 주차장도 크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이 KTX역에서 서울, 대전 등지에서 방문하는 연구자·전문가들이 도착하지 마자 회의하고 곧 바로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곳이 지역대학 연계 활동공간으로 쓰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산업디자인, 건축, 연극, 필름 등의 작품발표장이자 예술공연장으로서, 명사초청의 강연장으로서, 혹은 예술가들의 즉흥 공연장으로도 쓰인다면 좋을 것이다.또한 포항역이 종착점이자 시발점이므로 열차기지가 조성될 수 있고 포스코의 강판이 가까이에서 공급되므로 인근에 열차제조창이 조성될 수도 있다. 이는 역세권만이 아니라 포항의 산업발전에 큰 공헌요소가 될 것이다.초기 투자자의 확보가 중요하므로 포항시로서는 영일만항 배후단지개발, 마리나시설을 포함한 해양관광단지 개발 등 설득력 있는 중장기개발전략과 매력적인 투자 인센티브, 포스텍과 한동대의 연구개발, 창업, 국내외 네트워크 등을 포함한 다양한 성장여건들과 함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이러한 교통중심 압축도시 개발은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이다. 이곳이 생태적이고, 첨단의 스마트한 역세권으로 잘 개발되면 교통중심 압축도시 개발의 모범사례로 많은 탐방객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물리적인 어려움이 있다하더라도 반경 800m 정도의 공간은 도보중심의 고밀도로 치밀하게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외곽 2~3㎞ 내의 신개발지 내지 기존주거지는 소형버스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포항KTX역 개통은 사실상 포항의 대중적인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므로, 이로 인한 발전 파급효과는 정량적 경제분석 만으로는 측정이 힘들다. 우리는 포항KTX역세권의 지정학적인 그리고 상징적인 가능성과 파급효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4-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