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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3월 26일 오전 10시를 기억하자

천안함 폭침일이 3월26일이고, 안중근 의사(義士) 순국일이 또한 그 날이다. 그러나 안 의사에 대한 관심은 차츰 흐려지는 것같다. 언론들도 천안함에 비해 안 의사를 소홀히 다룬다. 최근 안 의사의 이또 히로부미 저격이 한일간 논쟁거리가 되었다. 일본은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로 사형수일뿐”이라고 폄하했다. 안 의사는 일본 법정에서 “나는 우리나라를 뺏은 강도의 수괴를 처형했을 뿐이다”라고 진술했었다. 중국은 하얼빈에`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짓고, 저격현장에 표지석을 세울 계획이다. 안 의사 저격 당시 중국 지도층은 “우리나라에는 왜 안 의사 같은 인물이 없나. 그는 본받아야 할 인물이다”라고 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중국은 항상 한국과 보조를 같이한다.우리는 `유관순 열사의 노래`는 잘 알고 있지만`안중근 의사 추념가`는 듣기 어렵다. 김향운 작사, 계정식 작곡의 이 추념가는 학교에서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안중근의사 숭모회 임원들도 “1946년 3·1절 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은 후 맥이 끊어졌다”고 아쉬워한다. 4절까지 있는데, “수양산 빛난 정기 의인이 타고 나서/ 피끓는 애국심에 언 땅을 두루 돌며/ 의군을 일으키어 구국에 힘쓰셨네// 장하다 품으신 뜻, 크시다 밟으신 길/ 온겨레 뭉쳐서 영원히 노래하세”로 시작되는 이 노래를 이제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안 의사는 1909년 독립정신을 다지기 위해 동지들과 `단지동맹`을 결성했다. 왼손 무명지 한 마디를 잘라 그 피로 태극기 위에 `大韓獨立`이라 쓴 유품이 지금 남아 있다. 그리고 안 의사는 옥중에서 많은 휘호를 남겼는데, 그 낙관은 모두 왼손 손바닥으로 찍었다. 이`손바닥 낙관`은 후세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힘이 없어 남의 나라에 먹히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결심으로 부국강병에 몰두했었다. 또 하나 감동스러운 것은 안 의사 어머니의 편지다.“응칠아! 네가 이번에 한 일은 우리 동포 모두의 분노를 세계앞에 보여준 것이다. 이 분노의 불길을 계속 타오르게 하려면, 고등법원에 항소하지 말고 이번에 억울하게 죽어줘야 한다. …. 살려고 몸부림하는 인상을 남길 필요 없다. 혹시 늙은 에미를 남겨두고 네가 먼저 죽는 것이 동양유교사상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망설일까 일러둔다” 이 편지를 일본인 간수 지바 도시치가 읽고 감동해서 일기장에 옮겨 적어두었다가 공개했었다.안 의사는 1909년 10월26일 오전 10시에 이또를 저격했고, 5개월후인 1910년 3월26일 오전 10시에 사형을 집행했다. 시간까지 맞춘 보복처형이었다. 우리도 이제 그날 오전 10시에 추념가를 부르며, 추념식을 거행해야 하겠다. 그것이 극일(克日)의지를 다지는 일이다.

2014-03-27

수도권 규제와 지방의 자구책

최근 강원도 등 14개 시도지사들과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이`지역균형발전 협의회`를 구성하고,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의 문제점 분석 및 비수도권의 대응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는 전국의 균형발전 관련 단체들이 참석했으며, “규제 개선을 비수도권에 먼저 적용하고, 지방규제부터 완화한 후 수도권으로 확산하는 단계적 차별적 투자 활성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그동안 5차례에 걸친 투자활성화 대책이 발표되었고, 그때 마다 기업의 지방 이전은 감소됐고, 지방에 와 있던 대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을 보였다. `투자활성화`라 쓰고, “수도권 투자 활성화라 읽는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럴때 마다 지방에서는 강력히 항의했지만 정부는 마이동풍이었고, 국회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 언론들은`수도권의 나팔수`가 되어서 “수도권 투자 규제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 주춤거리며, 일자리 창출에 걸린돌이 되고 있다”고 외쳐댔다.`규제 개혁`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지방에서는 철렁 가슴이 내려 앉는다. 으레 `수도권 규제 완화`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이 주제한 규제개혁 토론회에서도 `대기업 규제와 수도권 규제의 문제점`이 등장했다. 가령, 빵 제조 판매업에 대기업의 진출을 막은 결과 고용이 줄었다든가, 대기업 규제 때문에 외국 기업만 호황을 누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좁은 국토에서 수도권만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 것인가. 국토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지방을 키워야 한다. 서울은 비만증에 걸렸고, 지방은 고사한다. 언제까지 이런 기형적 나라를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논리를 덮을 대의명분은 없다.지방에서는 수도권의 대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소상공인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있다. 최근 대구시 서구지역에서는 6개의 빵집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이색적인 빵을 개발하고, 공동장비를 구매하고, 공동작업장 임차, 공동기술개발, 공동네트워크, 공동브랜드를 사용하며, 공동판매하며,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한 판 힘겨루기를 벌이겠다고 한다. 또 `소상공인 협업화 사업`에 선정되면 공동설비 사업 지원금을 받아 협업화함으로써 원가절감과 신규인력 채용이 가능하게 된다. 대구지역에는 지금 177개의 협동조합이 신고됐는데, 도·소매업이 가장 많고, 유형별로는 사업자협동조합이 가장 많았다.안국중 대구시 경제통상국장은 “우수 협동조합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서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할 것”이라 했다.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를 외치는 한편 지방에서도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중에는 협업화 사업이 가장 효율적이다. 중소기업이 모이면 대기업에 대항할 힘이 생기기 마련이다.

2014-03-27

맥빠진 핵안보정상회의

이번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는 감회깊은 회의였다. 구한말 고종황제 시절, 우리는 국권을 뺏겼으니 당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할 자격도 없는 국가였다. 고종은 3명의 밀사를 파견해 “을사조약은 강제로 맺은 것이므로 무효”임을 주장하려 했으나,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회원국들은 약소국 조선의 호소를 무시했다. 결국 이준 열사가 현지에서 순국하는 비극을 맞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당당한 회원국이고, 직전 의장국이었으며, 우리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연설을 했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모습인가.그러나 이번 헤이그 정상회의는 두 가지 점에서 맥빠진 회의였고, 세계인의 관심을 그리 끌지도 못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흡수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국회가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방재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이다.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할 당시에는 핵강대국이었다. 대륙간탄도탄(ICBM)급 전략핵 미사일 176개를 포함해 1000개의 핵탄두가 배치돼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미국, 영국, 러시아 등 5대 핵보유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양해각서를 채결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핵무기를 포기했다. 그런데 이번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당했을 때 그 각서는 아무 소용 없었다. 각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이 아니고 `정치적 약속`일 뿐이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핵무기 포기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동부 침공이나 크림반도 합병에 대처할 수단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같은 사례는 북한으로 하여금 “그것 봐라. 우리가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라고 말할 명분을 주었으며,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의 주제인 `북핵문제`를 김빠지게 했다.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국회가 `핵방호법`을 통과시키지 않아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핵테러억제협약` 등에 대한 비준과 발효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 협약을 뒷받침할 `핵방호법`을 국회를 통과시키지 못했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기상천외한 법 때문에 야당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될 수 없다.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과 한 세트로 처리하자고 주장하며 120개 법안들이 주저앉은 것이다. 직전 의장국으로서 국제사회를 향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으니,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우리 대통령의 연설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야당은 대통령의 외교적 행보에 흠집을 내고 싶었는지 모르겠으나, 실상은 자신들의 위상에 흠집으로 남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신당의 지지도가 자꾸 내려가는데도 그 이유를 모르겠단 말인가.

2014-03-26

울릉·독도의 희귀식물 연구

경북도청 소속 석·박사들의 연구활동이 성과를 내고 있다. 도 농업기술원 김상국(45·농학) 박사는 천연기념물 제52호인 섬백리향으로 향수를 개발, 울릉도의 새로운 관광기념품으로 만들었다. 수산자원 개발연구소 유동제(41·이학) 박사는 전국 최초로 `대문어` 인공부화에 성공, 어자원 회복과 어업소득 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됐다. 도는 인공부화된 대문어를 동해안에 살포할 예정이다. 경북동해안에서 잡히는 문어는 전국 어획량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이고, 특히 파도가 거친 호미곶에 서식하는 `돌문어`는 풍미가 특별하다.도로철도과 박종태(46·공학) 석사는 지난해 3월 조립식 우수저류조 등 신기술 2건을 특허출원해 국가기술사업화 종합정보망에 등록되었다. 이 기술은 집중 호우 시 도로변의 하수구가 막혀 물이 넘치는 것을 예방하고, 빗물을 일시 저장해 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에는 경산의 한 업체에 계약금 1천만원, 매출액의 2%를 기술료로 받는 조건으로 기술이전했다. 축산기술연구소 오동엽(30·이학) 박사는 최근 3년간 19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총 10건의 산업재산권을 획득했으며, 세계3대 인명사전 중 하나에 등재됐다.과학기술 연구직 공무원들의 실적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상찬할 일이고, 특히 울릉도 독도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희귀식물에 대한 연구와 보존활동 또한 바람직하다. 울릉도는 열대식물과 한대식물이 공존하고, 세계 멸종위기 식물 중 유일하게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식물은 40여종으로, 울릉·독도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리운다. 울릉도는 육지에서 131㎞나 떨어져 있어서 식물들이 교잡(交雜)되지 않고 천적이 없어 육지식물과는 판이한 형태를 띤다.최근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독도·울릉도 유용 민속자원식물`을 발간했다. 울릉·독도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집대성한 도서인데, 181종의 사진과 특징, 용도 등을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로 설명하고 있다. 서기 512년 신라 지증왕 때의 토산물 기록과 1141년 고려 때의 나물에 관한 기록, 6·25 사변 후 독도에 상주하던 의용수비대가 왕호장근새순, 가는갯는쟁이 등을 나물로 먹었다는 기록도 있으며, 울릉·독도의 독특한 기후풍토의 영향으로 섬초롱꽃, 섬쑥부쟁이, 왕해국 등 섬 특유의 식물에 관한 기술도 있다.세계에서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섬현삼이 섬 일주도로 공사로 고사 위기에 처하자 기청산식물원이 이를 옮겨 심어 보호하는 활동을 펼쳤다. 기청산 생태환경연구소장 강기호 박사와 직원 3명은 울릉읍 저동 외달리로 들어가 섬현삼 30포기를 자생식물원에 이식했다. 그대로 두었으면 도로공사때 다 묻혀버렸을 것이다. 울릉·독도의 생태계를 연구하고 보전하는 노력이 강화돼야 하겠다.

2014-03-26

북한주민의 마음부터 얻어야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은 `통일방법론`을 얻는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통독(統獨) 당시의 인사들을 두루 만나 경험을 청취할 것이다. 독일 통일보다 남북통일은 훨씬 더 어렵다. 동독은 공산체제였지만 북한처럼 그렇게 철저한 폐쇄·공포·통제사회는 아니었다. 동독 당국은 국민들에게 서독 TV 시청을 허용했지만 북한은 몰래 남한 방송을 청취하다가 적발되면 호된 처벌을 받는다. 남한의 실정을 알게되면 그동안 북한 당국이 거짓말했던 것이 탄로나고 잘 사는 남한에 대한 동경심이 맹목적 충성심을 훼손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도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어서 한류바람이 북에도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현경대(75)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올해의 활동촛점을 탈북자 지원에 두겠다고 한다. 이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 결국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길이라는 것이다. 탈북자들과 1:1결연을 맺고, 법률지원, 의료지원, 장학사업, 취업 알선 및 직업교육 등 5가지 실천사업을 펼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탈북자들이 안심하고 남한생활을 영위하게 되면 “탈북자는 미리 온 통일”이 될 것이고, 이들이 중심이 돼 북한 당국의 거짓선전을 폭로하는 힘이 될 것이다.최근 `탈북 엘리트 8명`이 참가한 토론회가 열렸는데,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게 통일을 향한 첫걸음”이란 주장이 나왔다. 또 평양, 원산, 함흥, 신의주 등 주요 도시에 백화점을 열어 남한 생필품을 싼 가격에 팔 수 있도록 북을 설득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고, 명절때 초코파이나 화장품 등 장마당에서 고가로 팔리는 남한 상품을 “남녘 동포들이 북녘 동포에 보내는 선물로 보내자”는 제안도 나왔다. 지금 북한 장마당에는 중국 물품이 거래의 주종목인데, 그보다 품질이 우수한 한국 제품을 유통시킬 수 있다면 통일은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독일 통일의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동독 주민의 마음을 얻는 노력이었다. 정부는 물론 종교계, 언론계, 민간지원단체, 법률단체 등이 동독 지원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주민들의 힘에 의해 무너지고, 이듬해 10월 동독 국민들은 자유투표를 통해 독일민주주의연방(서독) 가입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북한에서의 `자유투표`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지금 북한 경제와 체제는 붕괴직전에 왔고, 부패지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주민들의 충성심도 거의 소진된 상태이니, 굶주림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군인(軍人)들이 집단 탈북을 시작하면 통일은 실로 `도둑 같이`올 수도 있을 것이다.북한 주민에게 헐벗고 굶주림을 해결할 방법이 바로 눈앞에 있음을 알려주고, `자유`가 무엇인지 알게 하는 대북활동이 더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

2014-03-25

대구은행의 `아름다운 승계`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에 새로 선임된 `박인규호(號)`가 공식출범했다. 박 회장은`최고의 동반자`를 경영비전으로 정하고, 현장경영·정도경영·미래경영을 경영방침으로 발표했으며, 자산규모를 2017년까지 80조원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또 자산운용업은 고객에게 다양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업종이라며 올해 자산운용업에 우선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으며, 주력 자회사인 대구은행은 선택과 집중형 성장에 주력하고, 지역경제의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동남권은 매년 30% 이상의 성장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2배로 늘릴 것이라 했다. 또 DGB캐피탈은 창원, 울산 등 동남권 영업네트워크 확대와 선박, 의료리스 등 신수익원 적극 발굴 및 시너지 영업 확대로 총자산 3조원 규모의 중견캐피털사로 도약시킬 계획도 밝혔다. 박 회장은 취임사에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현장에서 고객과 소통하고,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지향하는 금융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Best Partner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1979년 대구은행 입행 후 줄곧 한 길을 걸어왔고, 뛰어난 경영능력과 대내외 신임도를 인정받아 DGB호의 선장이 되었다.우리 지역의 유일한 지방금융기관인 대구은행은 매우 아름다운 이미지를 쌓아왔다. 지역 기업들의 애로를 잘 파악해서 도와주려 애썼고, 수익보다는 베품에 더 마음을 썼다. 끊임 없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어서 고객의 가려운 부분을 적시에 긁어주었으며, 천재지변 같은 지역에 문제가 생겼을때는 항상 먼저 달려왔다. 행장이 직접 중소기업체들을 찾아다니며 대안을 상의했다. 그런 일들이 대구은행의 전통으로 굳어졌으니 신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DGB동행봉사단`은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태풍 매미 피해, 2006년 서문시장 화재, 2007년 충남 태안 기름유출, 올해 2월의 포항지역 폭설 등 재난지역에 달려와 봉사활동을 펼쳤는 데, 올 3월에는 신규 봉사단원 40여명과 함께 `긴급구호봉사단`을 창단하면서 홍수, 태풍, 폭설, 산불 등 재난지역에 출동해 구호물품 전달, 피해복구활동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다.대구은행의 좋은 이미지는 `아름다운 승계`가 한 몫을 한다. 아름다운 퇴진은 이미 전통으로 굳혀진 것같다.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은 임기를 1년이나 남겨두고 후배를 위한 배려를 했다. 이번에 전·현 회장이 함께 이·취임식을 가졌다. 하 전회장은 2011년 DGB금융지주사를 출범시켰고, 취임 당시 20조원 규모이던 자산규모를 42조원으로 키우는 등 역대 어느 행장보다 높은 실적을 올렸다. 신임 박인규 회장도 못지 않은 명성을 쌓을 수 있도록 지역민들이 많이 성원해주었으면 한다.

2014-03-25

규제개혁을 막는 요인들

역대 정권들이 규제 개혁에 실패한 이유는 `규제권력자`들을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료와 정치인들은 `규제로 먹고 사는 세력`인데, 그것을 뺏으려하면 사생결단 저항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그 규제 개혁을 이들 규제권력자들 손에 맡겼으니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철밥통을 제 손으로 깰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쳐부술 원수”, “암 덩어리”라는 극언까지 써가며 규제를 개혁하려고 하지만 그게 곧장 쉬운 일은 아니다. 1970년대 후반 박정희정권 때였다. 당시 재무장관은 김용환씨였고, 외환관리과란 부서가 있었다. 해외여행때 갖고 나갈 달러의 한도를 정해 허가해주는 일을 맡았다. 김 장관은 그 규제를 풀고 업무를 은행에 넘기라고 지시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장관이 담당 국장을 바꿨지만 과장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장관은 외환관리과를 아예 없애버렸다. 뿌리를 뽑아버린 극약처방이었다. 중국인들 사이에 도는 말이 있다. “위에서 정책을 내면 우리는 대책을 세운다” 중국정부가 부패구조를 척결할 정책을 발표하면, 아래에서는 이를 피해갈 대책을 세운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위에서 몰아붙이면, 공무원은 복지부동한다”라고 한다.기업들은 국회를 `규제공장`이라 부르고, 이번 대통령 주제 끝장토론에서 “봄이 되면 쳐들어오는 황사와 같은 존재가 의원 입법”이란 말까지 나왔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의 말이다. 입법조사처의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이 의원 평가를 할때 제출 법안 숫자도 포함시키는 바람에 의원들이 마구잡이로 법안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행정부가 법안을 낼 때(행정법안)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국회의원의 의원입법에는 그런 과정이 없다. 그래서 행정공무원들이 국회의원에 `청탁`해서 의원입법 형식으로 법안을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청부 의원입법`이라 하는데, 그래서 국회를 `규제공장`이라 하는 것이다.경제관료 출신인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감사원을 바꿔야 규제 개혁을 할 수 있다” “감사원이 선진화돼야 공무원의 복지부동, 무사안일이 없어진다”고 했다. 감사원은 공무원이 기업에 무엇을 해주었는지만 살피고, 무엇을 해주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기업을 위해` 한 업무는 꼭 말썽이 생기지만, `안 해준 일`은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니 어느 공무원이 `기업 편에 서서` 행정업무를 처리하겠느냐는 것이다. 감사원은 우선 `공무원과 기업의 커넥션`에 대한 의심부터 하고 보는 특성이 있으니, “감사에 지적당하지 않기 위해 복지부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공무원의 권력 내려놓기, 국회의원의 각성, 감사원의 선진화 없이는 규제 개혁의 성과는 미미할 것이고, 잠시 잠복했다가 다시 살아날 공산이 크다.

2014-03-24

비리·부패가 일상화된 사회

경주 방폐장 건설공사에서도 예외없이 뇌물사슬이 형성돼 있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발주처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경주시 사이에 5억여원의 뇌물이 오갔다는 것이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월성센터장 이모(59)씨와 대우건설 현장소장 전모(56)씨를 구속했다. 또 현장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전 이사장 민모(64)씨와 본부장급 임원 2명, 선거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백상승 전 경주시장 등 17명을 불구속입건했다. 월성센터장 이씨는 대우건설 현장소장 전씨로부터 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 증액 등 편의제공에 대한 대가로 6천9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계약금액은 2천584억원이었으나 이후 5차례 설계변경으로 공사비가 6천80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대우건설 소장 전씨는 7개 하도급업체로부터 공사비 증액 등의 대가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억대까지 총 5억2천500만원 상당을 수수하고, 이중 1억2천500만원 상당을 발주처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및 본부장급 간부들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급행료`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한국형 비리`는 이미 관행화된 것이다. 시공업체-발주처-행정관청 사이에 형성되는 뇌물사슬은 우리나라의`악성규제`만큼 그 역사가 오래됐고,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악성종양과 같은 병증이다. 사법기관이 아무리 단속 적발 처벌을 해도 그 생명력은 질경이풀 같아서 결코 뿌리가 뽑혀지지 않는다. 부실시공으로 이어지는 이 건설현장의 부패구조는 언제 사라질 지 막연하기만 하다.유명 업체 이름을 내세워 “아웃도어 창고대방출” “점포정리” 등 문구를 내걸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업체들이 날뛴다. 그러나 실제 판매되는 것은 정품이 아니고 짝뚱이거나 저질 상품이다. “교환은 되지만 환불은 불가”란 조건으로 저가 상품을 3일에서 일주일 정도 팔고는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최근 포항시 죽도동의 한 호텔에 마련된 임시매장에서는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K사 상품을 할인판매한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K사에 확인한 결과 “그것은 우리 화사의 것이 아니고 판매 자체가 불가능한 제품”이란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이런 악덕 상혼이 왜 단속되지 않는지 의아하다.죽도 어시장에 일본산으로 의심되는 수산물이 판매되고 있지만 단속기관인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단속인력 부족과 불법노점상이라는 등의 이유로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수협조합원인 한 어민은 “포항시 부지와 혈세로 건축한 건물 내에서 특히 수협이 위탁 관리하는 판매장 내에서 어떻게 세금도 안 내는 상인이 영업을 할 수 있는가. 이는 비정상의 극치”라고 했다. 이렇게 톱니가 안 맞는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가?

2014-03-24

기술혁신과 가격경쟁력

두 가지 반가운 소식이 있다. 신학기 마다 중·고생 교복이 학부모들의 큰 부담이었는데, 대구교육계는 `대구형 교복`을 만들어 거품가격을 시원하게 해결할 계획이고, 포스코는 권오준호의 첫 작품으로 KAIST와 함께 고망간강 LNG저장탱크를 개발해 기존 탱크보다 값은 싸고 저장 용량은 늘어나는 기술혁신을 이루었다. 화신(花信)과 함께 들려오는 기쁜 소식이다.대구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다음달 대구시교육청과 `착한 교복` 공동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가격거품 없는 우량교복을 공급할 계획이다. 패션연구원은 산자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섬유·패션업체에 시장정보를 제공하고 연구 개발 마케팅을 지원하는데, 이번에는 `교복 디자인과 품질인증`을 맡기로 했다. 전문 디자이너가 남녀 학생의 표준 교복디자인을 개발하면 학교들은 이를 자유롭게 선택한 후 교복 제작업체를 선정하고, 연구원은 제작된 교복을 검사한 뒤 품질인증을 한다.섬유도시 대구다운 발상이다. 대구에서 생산된 원단으로 지역 봉제업체가 교복을 만들면 지역경제가 힘을 받고, 홍보비 유통비가 거의 들지 않으니 통상 25만원 선이던 동복가격을 15만원 선까지 낮출 수 있다. 대기업들이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요란스럽게 광고를 하니 일부 부유층 학생들은 이에 현혹되어서 사치 허영심을 만족시킬 비싼 교복을 선택하겠지만 청소년의 감성에 맞는 디자인과 좋은 소재의 교복을 값싸게 공급한다니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대구의 `공공 연구기관과 교육 당국의 협력`이 교복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조짐이다.우리나라 교복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대시장이고, 몇개의 대기업이 할거하고 있다. 이들은 감수성 예민한 학생들의 심리에 호소하는 교묘한 홍보전략으로 거품가격을 만들어내고, 학부모들은 신학기 마다 두통을 앓으며 `공동구매`로 대응해왔다. 교육당국은 `교복나눔행사`로 이에 대처해왔지만 대기업의 아성을 돌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는 데, 이번 대구의 행보가 교복시장 혁신의 실마리가 되리라 믿는다.고망간강 LNG저장탱크는 포스코가 최근 양산에 성공한 에너지 강재인 `고망간강`에 KAIST의 `격자구조 기술`을 결합한 것으로 기존 최고 저장량 1000㎥보다 무려 20배나 많은 2만㎥를 저장할 수 있다. 또 기존 스테인리스보다 용접성이 우수하고 가격도 낮으며, 격자형 압력용기는 직육면체이므로 기존의 원통형보다 대형 탱크 제작이 수월하다. 뿐만 아니라 격자로 하면 외벽에 전달되는 압력을 분산시켜 저장량이 늘어도 외벽을 두껍게 만들 필요가 없다. 탱크 설치 공간이 줄고 제작비가 훨씬 적게 드니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기술의 포스코`를 향한 첫발걸음이 믿음직하다.

2014-03-21

집단휴진 철회 후 남은 숙제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24일로 예고했던 2차 집단휴진을 하지않기로 했다. 의협은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정부와 의협간의 2차 협의결과를 회원 투표에 부친 결과, 62.16%가 집단휴진 유보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2차 집단휴진에는 그간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 강한 불만감을 표출했던 전공의들이 대거 가세할 예정이어서 자칫 의료대란이 초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는데, 다행스러운 일이다. 협의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는 집단행동을 자제키로 한 것은 합리적 결정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번 2차 의·정 협의 결과를 둘러싸고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제기되고 일부 내용에 대한 논란도 있는 만큼 협의결과 이행을 위한 의료계와 정부의 후속 논의가 심도있게 진행돼야하기 때문에 성숙하고 진지한 대화 의지와 논의의 기조를 유지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집단휴진 유보로 의료공백사태는 모면했지만 의·정 협의에서 수가 조정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일선 의사들의 불만이 해소된 상태로 보긴 힘들다. 게다가 수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 개편과 관련, 대상 공익대표의 범위에 대해선 의·정간의 입장이 다소 엇갈려 앞으로 논란의 소지가 될 것 같다. 건정심 구조 개편이 의협의 요구대로 이루어져 수가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건강보험료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보건의료노조는 협의안에 대해 원격의료 허용 및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의 길을 열어줬다며 무효이며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는 건강보험료 인상, 의료비 폭등으로 이어질`야합`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16일 의·정이 잠정합의한 원격의료 선(先)시범사업 실시, 건정심 구조 개편 등 핵심 사안들에 대한 근원적 문제제기가 여전한 상황이란 이야기다.당장에 의료계 내부뿐 아니라 건보공단, 건강보험가입자 측의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역시 건정심의 구조개편 방향이다. 국민의 생활과 직결돼 있는 만큼 건정심 구조개편 역시 이용자인 국민의 안전과 편익이 증진되는 방향으로 개편되는 것이 순리다. 공익대표가 객관적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부터 갖추어야 가능한 일이다. 원격의료 도입 역시 의료서비스 접근성, 비용 및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시범서비스의 범위와 대상 선정에 대해 철저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후속 논의 과정에서는 환자,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할 것으로 본다. 그래야, 의사가 원하는 제대로 된 진료, 환자가 바라는 안전하고 적정한 치료를 보장해주는 의료제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2014-03-21

경주박물관 `천마총 특별전`

1973년 발굴된 천마총 유물들이 41년만에 그 전모를 드러냈다. 그 중에서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그림 4점은 매우 특별하다. 이번 전시품은 모두 136건 1천600점인데, 그 중에서 흰 천마가 그려진 금동판도 관심을 끈다. 대나무를 잘개 쪼개 엮은 판 위에 금동판을 붙인 말다래인데, 사람이 말을 탈때 다리에 튀어오르는 흙먼지를 막아주는 구실을 한다. 발굴 당시에는 녹이 너무 슬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고, 복원기술도 미흡해서 `더 이상 상하지 않도록` 보존실에 넣어두었다가 최근 적외선 촬영 등 기술 발전에 힘 입어 복원했다.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천마도는 국보 제207호로 지정돼 있고, 이것도 승마자의 두 다리를 보호하는 말다래인데, 이번 특별전에 한쌍이 나왔다. 그리고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그림 두 점도 처음 공개되는데, 하나는 상서(祥瑞)러운 새를 그린 서조문(瑞鳥紋)이고, 하나는 흰 물감으로 그린 기마인물상이다. 이렇게 4점이 백화수피(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진 그림이다.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된 `모나리자`가 버드나무판에 그려진 인물화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버드나무와 자작나무는 생김새가 비슷하고 항생제 성분도 있어서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라인들도 알았던 것이다.자작나무에는 `기름샘`이 있어서 물에 젖어도 불이 잘 붙는다. 또 불에 탈때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 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 특히 껍질은 수천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천마총은 5세기 말 소지왕릉이거나 6세기 초 지증왕릉으로 추정되는데, 1천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습기 찬 흙에 묻혀 있어도 말짱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종이가 없던 옛시절에는 자작나무 껍질에 불상을 그리고, 불경을 적었으며, 북극권 슬라브족들은 “인간을 위해 신이 준 선물”이라며 집 주위에 심는다. 시경(詩經)에는 자작나무가 자주 나오는데, 특히 남녀 사랑을 읊은 시에 잘 등장한다. 피부 하얀 미인, 변함 없는 사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서조문 채화판`이나 `기마인물상`은 말다래와 달리 햇볕을 가리는 모자 챙이나 말장식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무덤 주인의 머리맡에 놓였던 부장품 궤짝 안에서 발견되었고, 이번에 처음 세상에 나왔다.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은 “보존처리를 위해 그동안 공개하지 못했던 발굴품들을 이번에 처음 내놓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발굴한 것을 재발굴하는 전시”라고 했다. 녹과 세월의 때 속에 숨어 있던 옛모습이 보존처리를 통해 비로소 맨얼굴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신라의 역사를 아는 것은 우리민족의 위대함을 아는 일이다. 천마총 유물들과 신라역사관을 돌아보며 우리가 얼마나 위대한 역사를 가진 민족인지를 재인식했으면 한다.

2014-03-20

지방선거 혼탁조짐이 보인다

선거때 마다 나타나던 흑색선전·중상모략·유언비어·음해모함 등 후진적 관행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좀 줄어들기를 바랐었는데, 오히려 지난 선거때보다 더 혼탁해질 조짐이다. 후보자들이 처음에는 다들 점잖게 공약이나 정책을 제시하며 체통도 지켜가다가 막판에 가서 불리하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부터 `마구잡이 흠집내기`로 돌입하는 것이 상례인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초입부터 심한 `샅바 싸움`을 벌이는 것같다.경북지사에 나선 박승호, 권오을 양 후보는 김관용 지사 비판에 열심이다. 공무원을 동원해 관권선거를 자행하고 있다는 폭로, 4년전에 문제가 됐던 김 지사의 아들 병역문제가 다시 들추어지고, 도청 신도시 인근에 김지사 친인척 명의로 토지가 대량 매입되고 있으니 이는 분명 차명 부동산일 것이라는 의혹 제기, 이우석 전 칠곡 부군수가 수뢰한 금액중 상당액이 김 지사에게 흘러갔다는 근거 없는 소문 등등이 나돈다.또 모성은 포항시장 후보는 추문을 유포한 진보성향의 모 정당 포항위원장 P씨와 유포자를 검찰에 고발했고, 공원식 포항시장 후보에 대해서는 아들과 부인이 연루된 폭행설과 비리를 담은 녹취록이 유포되고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공 후보는 터무니 없는 음해여서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한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읍면동 방문시 간부급 공무원 20여명을 대동하며 세 과시를 하는데, 공무원들이 그렇게 자리를 비우면 행정공백이 생기고 민원인들의 불만과 행정낭비가 심하다. 특히 시장 행차시 200명 가량의 주민들이 동원되는데 생업을 뒤로 하고 동원된 주민들은 속으로 불평을 할 것이니, 이것은 선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이른바 `현직 프리미엄`은 어느 선거에서나 나타나는 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인데, 이것은 분명 불법이지만 법망을 교묘히 피하는 편법이 얼마든지 있다. 또 지역 사업을 미뤄두었다가 선거공약으로 써먹는 일도 빈번하다. 유권자들도 오랜 세월 동안의 `학습효과`에 의해 그 속내를 뻔히 알고 있으니, 관권선거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최근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포항시와 대구시 중구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포항시장 후보 다섯 남성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김정재 전 서울시의원이 공천을 받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이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이야 그동안 충분히 검증된 인물이니 `잘 된 결정`이라 할 수 있지만, 포항은 매우 보수적인 도시여서, 남성 후보자들이 수긍할지 의문이다.다들 무소속으로 나와서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이고, 과열되면 자연 서로 헐뜯는 일도 벌어질 것이어서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이럴때일수록 포항시민들이 정신 바싹 차리고 신중히 시장 감을 골라야 한다.

2014-03-20

`권오준號` 출범을 성원함

포스코 권오준호가 출범했다. 권 회장은 작업복 차림으로 취임식에 나와 `일하는 회장`의 결의를 보여주었다. 그는 `POSCO the Great`를 새 비전으로 제시하고, `혁신 포스코 1.0`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철강시장은 매우 심각한 공급과잉으로 포스코가 자랑하던 경쟁우위도 곧 사라질 위기”라고 진단하고,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철강 경쟁력을 높이고 재무와 조직구조를 쇄신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사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혁신 포스코 1.0`은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하나가 돼, 일등이 되는 것을 의미하며, 국민에게 사랑받고 세계인에게 존경 받는 기업이 되자고 했다.권 회장은 또 현재의 위기상황을 신속히 벗어나 또 다른 50년을 준비하는 비상계획으로 `4대 혁신 어젠다`를 제시했으며, 취임식 직후 포항제철소 3제강공장을 방문, `현장 제일주의 경영`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원가경쟁력과 품질경쟁력에서 세계 최고의 포스코로 만들어가겠다는 결의를 직원들과 함께 다짐하는 모습이었다.권 회장의 인사원칙은 `지역 친화적 상생 관계 강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 포항출신 임원을 포항제철소 요직에 전진 배치한 것이다. 흥해 출신의 이정식 소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연일 출신의 김관영 상무를 대외협력 분야를 맡는 행정부소장에 올린 것은 지역과 상생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또 40여년 간 포항에 살며 포항제철소에서 잔뼈가 굵은 김진일 전 포스코켐텍 사장을 철강생산본부장으로 선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RIST에서 오래 연구해오면서 지역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한 권 회장의 의향이 반영된 인사이다.권 회장은 또 철강사업 중심의 체제로 재정비하고, 관리직 경영임원의 축소 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직 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함으로써 포스코의 몸무게를 줄였다. 현재의 6개 부문인 조직을 4개 본부 체제로 전환시켰으며, 기존 탄소강·스테인리스 등 `사업` 중심으로 운영하던 조직을 철강 생산 및 마케팅 등 `기능` 위주로 개편한 것이다. 또 `경영임원`은 기존 68명에서 52명으로, 기획 구매 담당 등은 31명에서 14명으로 대폭 줄이고, `전문임원`은 20명을 새로 선임했다. 전문성을 중시하고, 날렵한 몸집을 만들겠다는 뜻이다.근래 들어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세계 철광석 값을 주도하는 중국이 최근 철강생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인데, 중국 정부가 스모그·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철강생산을 규제한 것도 한 원인이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철강업계의 곤경이 어느 정도 진정될 조짐이다. 호기를 맞아 `최고 품질, 최저 가격`이라는 권오준호의 목표가 순조롭게 달성되기를 기원한다.

2014-03-19

수협과 죽도어시장의 문제

최근 SNS를 통해 이상한 소문이 나돈다. 러시아의 어선들이 일본 동북 해안 원전 사고 인근 해역에서 조업을 하고, 방사능 감염위험이 매우 높은 물고기를 `러시아 산`이라는 원산지 표시를 붙여 세계 각국에 팔고 있다는 소문이다. 러시아 산이라 하면 일본 원전사고 지점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안심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경고문이 휴대전화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아베정권은 “원전 냉각수의 누출은 완전히 막아졌다”고 발표했지만, 거짓임이 드러났다.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가 계속 누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이 있는데, 어떻게 완전한 방수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애국심 과잉`으로 거짓말을 하면 일본국민은 좋아할 지 몰라도 세계를 속일 수는 없다. 또 러시아 어선들이 일본 동북면 원전사고 해역에서 조업을 한다는 소문에 대한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대의 천문학적 돈을 쓴 러시아로서는 `무슨 짓이든`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상황이 이러한데, 부산 자갈치시장, 서울 노량진시장과 함께 국내 3대 어시장으로 유명한 포항 죽도어시장에서는 원산지 표시 없는 생선이 진열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표시가 없으니, 일본산인지, 러시아가 일본 동북해역에서 잡은 생선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해당 관청 직원이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어시장에 나와 일일이 대보면서 `방사능 반응 없음`을 홍보했지만, 모든 생선을 매일 점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원산지 표시 없는 생선을 “으레 국산이겠지”하고 믿고 구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법에 의하면, 원산지 허위표시를 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벌이 엄청 무겁지만, 아예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이고, 그나마도 판매한 수량에 따라 액수가 달라지므로, 소규모 좌판 상인의 경우 5만원에서 몇십만원 정도의 과태료 처분만 받게 되니, 아예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일본산 생선이 팔릴 수 있는 것이다. 단속기관 관계자도 “수협에 협조를 요청하지만 한번도 계도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고, 단속이 나오면 방송으로 알려주기까지 한다”고 했다.수협에 문제가 있으니 죽도어시장의 명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최근 포항수협 모 지점 직원이 억대의 불법 대출을 받아 횡령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수협중앙회가 5일간 감사를 했으나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또 포항수협 임원이 어판장 불법 전대를 자행함으로써 “어업인을 위한 수협인가, 임직원을 위한 수협인가”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순환인사를 통해 끊임없이 `새물`을 갈아 대는 것도 수협쇄신의 한 방법이다.

2014-03-19

통일로 가는 준비 단계

우리나라에는 두 개의 대북 지원 단체가 있다.`민화협`과 `북민협`이 그것인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의 준말이다. 민화협은 1998년 국민회의·한나라당·자유민주연합·국민신당 등 4개 정당과 사회단체가 모여 출범했다. 민족화해주간 등 통일 관련 행사, 학술회의 등을 추진해왔고, 비료 지원 캠페인을 벌였다. 보수와 진보 인사들이 두루 참여하는 기구이고, 홍사덕 전 의원이 상임의장을 맡고 있다. 북민협은 민간 대북 지원 단체들의 모임인데,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이 이끌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월드비전은 세계 96개국을 지원하는데, 1994년부터 북한을 포함시켰고, 2000년부터 `무바이러스 씨감자`재배기술을 전수했으며, 현재 황해북도 금산농장을 통째 월드비전이 맡아 농업, 보건의료, 주택, 교육 등 지역개발사업을 진행중이다.북민현 양 신임 회장은 “통일 준비는 남북한 주민들의 신뢰쌓기에서 시작돼야 하고, 대북 지원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했다. 2010년 5·24조치로 대북 지원이 막히자, 아프리카나 동남아 빈국 지원으로 방향이 선회됐지만, 북민협은 국제월드비전을 통해 대북 지원을 계속했고, 그동안 북한 주민들이나 당국자의 신뢰를 얻어 금산농장을 관리하게 되었다.양 회장은 10여년 전 동독지역이었던 라히프치히에서 본 경험을 말했다. “이용객이 없는데도 독일정부가 그 곳에 공항을 짓고 도로를 닦았는데, 지금 그 곳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돼 있다. `이것이 통일준비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와 같이 대북지원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란 것이다. 최근 북민협과 월드비전은 북한 영·유아를 위한 분유 2만천통을 북에 보냈다.지난주 북한을 방문하고 최근 한국에 온 글린 포드(64) 전 유럽의회(EU) 의원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30명 가량의 북한 관리들이 경제교육을 받고 있다. 북한의 경제 개혁개방에 대한 열의는 대단하다”고 했고, 평양시내는 늘어난 차량으로 교통혼잡이 생겼고, 북한 무역은행이 발급한 직불카드로 택시, 대부분의 상점과 식당에서 결재가 가능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리고 그는“뭔가를 얻으려면 먼저 지불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대북원칙을 발표한 후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고, 스스로 위원장을 맡았다. 5·24조치를 차츰 풀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통일을 위한 준비단계라는 생각이다. 통일부 교류협력국은 대북 규제를 너무 심하게 해서 `교류규제국` 혹은 `대북지원단체들의 저승사자`라 불리우고 있는데, 인적·물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통일부의 정책도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2014-03-18

문화가 많은 것을 바꾼다

정부는 현재의 산업단지를 문화공간식으로 리모델링해 공단의 이미지를 확 바꿀 계획이다. 산업부는 산업집적법을 고쳐 산업단지에 생산, 연구개발, 교육, 문화, 복지, 편의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용도구역제를 도입한다. 산업부는 산학융합지구와 종합비즈니스센터를 조성하고,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종합복지관과 직장 어린이집을 세우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공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공단이 딱딱하고 삭막한 곳이 아니라 문화가 있는 `부드럽고 편한` 공간이 될 모양이다. 공업단지에는 당구장, 탁구장, 커피숍이 생기며, 편의시설도 만들게 되었다. 산업단지의 이미지가 개선되면 청년 인재들도 관심을 가지고 취업하고 싶어 할 것이니 인재의 효율적 활용에도 도움이 된다. 공장 근로자들의 후생 복지가 선진화되는 것이다.칠곡군은 근래 `인성마을`로 유명해졌다. `인성`이란 말이 학교에서만 쓰이는 용어가 아니라 한 마을이 지표로 세운 것은 드문 일이다. 그래서 칠곡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는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왜관읍 매원(梅院)마을은 광주 이씨 집성촌으로 과거에는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더불어 영남 3대 반촌이었다. 당시 한옥만 400채에 가까웠고, 과거 급제자가 26명이고, 사헌부 대사헌 등 청요직에 오르기도 했다. 서울대 총장을 거쳐 국무총리를 지낸 이수성씨와 이상옥 전 외교부 장관이 이 마을 후손이다.그러나 6·25때 인민군이 이 마을에 사령부를 설치하면서 집중 폭격을 맞았고, 지금 남아 있는 한옥은 40여 채에 불과하다. 칠곡군은 선비문화가 스며 있는 이 매원마을을 체험형 전통한옥마을로 복원할 계획이다. 10년에 걸쳐 185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마을 전체를 민속마을(중요민속자료)로 지정받는 일도 추진한다. 해은고택과 지경당, 감호당은 최근 도 지정문화재가 됐다. 10년후 3대 반촌의 반열에 들었던 옛 모습이 재현되었으면 한다.포항문화원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분야별로 지원하는 `2014 어르신문화프로그램` 공모와 `2014 어르신 동아리 사업`에 3개가 선정돼 노인사회문화 예술교육의 거점기관으로 부상되고 있다. `어르신 국악극단 영일만 시나위`는 국악과 연극을 융합한 새로운 형식으로, 국악교육에 전통무용과 난타 등을 결합시켰다. 이 문화프로그램을 이수한 어르신들은 봉사단, 동아리활동 등으로 재능을 기부하고, 사회활동에 참여한다. 또 동아리 활동으로 `천연염색 동아리 물들이며, 정들이며`와 `한글서예 동아리 한글아! 놀자!` 등 문화예술교육도 시행된다.문화예술이 공단과 마을과 도시를 바꾼다. 변화하지 않으면 낙후한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이 변화의 흐름에 시민들이 적극 호응해주기를 기대한다.

2014-03-18

보이스피싱 파수꾼들

보이스피싱의 해악은 단순히 돈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 트라우마`를 앓는다. 가정이 산산조각난 사례도 있고, 여성피해자가 유산을 하고, 장기적인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하고, 불면증에 시달린다. 변호사의 아내이고, 의사인 한 여성은 1억2천만원을 날리고,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 심지어 경찰 가족이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되다 보니 보이스피싱은 더 정교해졌다. 전에는 어눌한 조선족 어투를 썼지만 지금은 완벽한 표준어를 연습해서 구사하니 누구나 당할 수 있다.피해자들이 구제받을 길은 극히 좁다. 범인도 쉽게 잡히지 않는다. 중국 등지에 근거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찰과의 공조가 없으면 검거가 불가능하다. 피해자들의 정신과적 치료를 맡아줄 사회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다. 가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체포되기도 하는데, 그들에 대한 처벌은 벌금형에 불과하다. 단순 사기범으로 취급하는 것이다.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수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그들은 날개를 달고 있는데, 법체계는 한가롭기만 하다. 돈을 잃은데다가 정신적 피해로 고통받고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정상적인 생활도 어려워지고, 피해를 구제받을 길도 없고, 범죄자들이 잘 잡히지도 않아 분통이 더 터지는 피해자들의 사정을 생각하면 “당하는 사람이 어리석지”란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처벌법을 강화하고 전문 수사기능을 확립하는 한편 보이스피싱을 막아준 금융기관 직원들에 대한 보상책도 마련해야 한다.지난 2월 포항축산농협에 근무하는 여직원 박지영(35)씨는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았다. 한 고객이 불안한 모습으로 들어설 때부터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인 것을 알고, 고객이 입금하려던 계좌에 대해 입·출금 정지 조치를 취하고, `아들의 납치`가 거짓임을 확인시켜주었다. 포항북부경찰서는 박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금융기관과 경찰의 공조가 긴요한 지금이다.최근에는 안동시 태화새마을금고에 근무하는 임수남(35·여) 과장도 한 할머니의 피해를 막아주었다. 휴대전화를 들고 불안한 표정으로 돈을 인출하려는 할머니에게 전화금융사기에 대해 설명하면서 안심시키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은 감사장과 소정의 격려금을 전달했다. 또 스탠다드치타드은행 안동지점 권경미(41·여) 차장도 한 고객이 적금을 해약하고 돈을 보내려 하자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하고 이를 막았다. 경찰은 권 차장에게 감사장과 부상을 전달했다.이같은 창구 여직원들의 공로는 실로 적지않다. 이들은 `사회적 테러`를 막은 것이다. 사회가 이들의 공로에 응분의 보상을 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방어 보상금 제도`를 마련해서 튼튼한 방어벽을 구축해야 한다.

2014-03-17

행정난맥상이 심하다

포항수협 여직원의 억대 공금 횡령사건에 이어 수협 이사 등의 비리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내부 고발`에 따르면, 포항수협 활어 어판장 내의 판매장 중 상당수가 부정 임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규정에 의하면, 수협 땅에 포함된 판매장 운영자의 자격은 어민이나 중매인 본인 또는 직계 존비속에게만 주어지며, 타인에 대한 전대는 금지되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의 판매장이 그동안 수천만원의 권리금에, 보증금 1천만원, 월세 200만~300만원 등으로 타인에 전대되고 있다. 수협 임원들까지 버젓이 부정 전대를 하고 있으며, 모 이사의 조카는 정년퇴직한 뒤에도 6년째 급수선을 운행하며 월급을 받고 있다고 한다.수협의 한 이사는 “포항수협이 과거 주먹구구식 경영의 잔재로 인해 여전히 비정상적인 부분이 많다”고 말하고, “각종 부실공사와 직원들의 무사안일, 일부 임원의 전횡을 철저히 바로 잡아 어민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경북지역 농협들이 STX 투자 실패로 100억원대의 손실을 입은데 이어 수협의 투자 손실도 만만치 않다. 영덕군 강구수협은 수도권 경락 대출사업에서만 지난 한 해 17억6천200만원의 손실에 일반대출까지 포함, 총 21억6천여만원의 손실을 봤으며, 일부 잉여를 제하면 총 10억1천여만원 가량의 손실이 생겼다고 한다. 투자는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신중한 심의를 거치지 않거나 투자 대상 기업의 내부 사정을 면밀히 점검하지 않아 부실 기업인 줄 모르고 투자했다면 문책을 면할 수 없다.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를 조사중인 경찰은 체육관 건축허가 신청 과정에서 관련 서류가 변조된 사실을 발견, 마우나 개발팀장 0(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용역업체 대표 P(48)씨와 경주시 공무원 L(43)씨에 대해 추가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수사중이다. 0씨는 리조트 내 체육관을 신축하려면 도지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관련 서류에 체육관 신축 내용을 끼워 넣어 `사전 승인을 받은 것처럼` 공문서를 변조했으며 이 과정에 P시와 L씨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모다아울렛 경주점은 대규모 점포지만 소매점 허가를 받으면서 건축법과 소방법, 각종 절차와 조건을 생략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9건에 걸쳐 건축허가를 내준 경주시가 이런 사실을 간과한 부분이 말썽을 빚고 있다.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은 경주시 중심상가연합회 등 상인들은 “대형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소매점으로 허가받는 편법을 동원, 각종 제한 규정을 모두 피해갔다. 어떻게 이런 허가를 해줄 수 있나”라며 경주시행정을 비난하고 있다.아직도 편법이 통하고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일이 여전히 많다. 행정기강을 바로 잡는 일이 긴요하다.

2014-03-17

산불이 걱정되는 계절

산림청은 지난 10일부터 4월20일까지를 `대형산불 방지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했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부는 계절인데, 농촌에서는 논밭두렁 태우기가 빈번하고, 성묘객과 등산객이 많아지며, 무속인들이 산에서 불을 켜놓고 기도행위를 하는 일이 많아지니 자연 산불도 잦고 대형으로 번진다. 더욱이 갈수록 산림이 울창해지니 산불 발생 빈도도 늘어난다. 산불이 일어난 지역에서는 자치단체장을 처벌하는 등 극약처방을 쓰기도 하는데, 시장 군수의 정치생명이 산불에 달릴 지경이었다.등산로 입구에는 초소가 있어서 등산객들의 라이터 성냥 등을 맡아두고 명단을 적어놓아 책임 소재를 밝힐 자료로 삼기도 한다. 산에서는 일체 불을 피워 취사하는 행위를 금하고, 담배 피우는 사람은 아예 등산을 하지 말아야 한다. 불 붙은 꽁초를 함부로 던져서 일어나는 산불이 가장 많다고 한다. 농촌 노인들이 논두렁 태우기를 하다가 산기슭으로 불이 옮겨 붙어 대형산불로 번지는 일이 지금도 빈번하다. 산 근처에서 소각하는 행위는 법에도 금하고 있다. 쓰레기를 소각할 일이 있을 때는 해당 관청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은 후 공무원의 입회하에 소각해야 한다.병해충 방제를 위해 논·밭두렁 태우기를 하는 일이 많은데, 사실상 해충 방제효과는 별로 없고 오히려 해충의 천적만 죽일 뿐이라 한다.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해충은 11% 정도 없애는 반면 해충의 천적인 거미류 등 익충은 89%나 사라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잡초에 발생하는 도열병은 벼에는 전염성이 없어 소각효과가 없고, 흰잎마름병은 주로 수로에 서식하니 논두렁 소각과는 무관하며 벼물바구미도 산기슭 땅속에서 겨울을 나니 논밭두렁 태우기와는 관계 없다. 현행 법상, 산에서 100m 이내 거리에서 논밭두렁에 불을 놓으면 과태료 100만원, 산불을 내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공무원들이 이런 사실을 널리 알려서 `몰라서 짓는 죄`가 없게 해야 하겠다.전에는 주로 사람의 힘에 의존해서 산불에 대응했으나 지금은 첨단기술을 이용해 감시장비를 발명해냈다. `스마트 CCTV`는 연기와 불꽃에 반응해서 산불인지 마을 굴뚝의 연기인지 구분해서 소방본부에 알려준다. 또 무인비행로봇을 발명했는데,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험하고 깊은 산위에 날아가 `산불의 종류와 규모` 등을 식별해서 본부에 알려준다. 산불은 조기 발견 조기 진화가 관건인데, 이 같은 과학기술을 이용한 기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안전행정부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능형 CCTV와 자율비행로봇을 더 발전시키고 올해부터 향후 5년간 70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전국에 보급할 예정이다. 국민 모두가 산불 예방·진화 요원이 돼야 할 계절이다.

2014-03-14

울릉·독도 해양자원 복원을

울릉도·독도해양연구소가 해양심층수를 이용해 홍해삼과 대게를 양식하는 시험에 착수했다. 울릉 특산인 홍해삼의 어획량이 매년 감소하는 추세인데, 이는 해양환경 변화와 남획이 원인이다. 이를 방치했다가는 해양수산자원의 고갈을 면할 수 없기에 서둘러 복원하려는 것이다. 연구소는 2015년부터 20억원을 투입해 홍해삼종묘배양장부터 건립하고, 지역 어촌계의 방류 협조도 얻을 것이며, 이 시험양식에 성공하면 민간에 기술을 이전, 연간 양식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 한다. 최근 독도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천연기념물 331호 `점박이 물범`으로 추정되는 해양 동물이 나타났다. 몽돌밭에 나와 앉은 물범은 1시간 가량 머물렀는데, 독도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둘러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사람을 피하지 않는 특성을 보여주었다. 2012년 3월15일에도 독도 동·서도 사이 작은 바위에 점박이 물범이 올라앉아 일광욕을 하는 모습을 독도경비대원, 등대원, 독도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촬영했다. 또 2012년 7월 24일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큰 바다사자`가 울릉도 인근 해역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매년 2~3월이면 물개들이 나타나는 등 해양 표류 동물들이 자주 목격된다. 이처럼 울릉·독도에 멸종위기종들이 연이어 발견되고 있는데, 이는 이 해역의 해양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이다.해양 표류 동물들은 `인간 친화적 동물`이기 때문에 멸종위기를 맞았다. 일제시대 일본 어부들은 일본정부의 허가를 받아 독도에 서식하던 해양동물들을 마구 때려잡았다. 스스로 사람 가까이 오려고 하는 특성때문에 쇠꼬챙이와 몽둥이에 맞아 떼죽음했다. 일제는 그 껍질로 방한복을 만들고, 기름을 항공기 연료로 사용했다. 해양 동물들은 그렇게 박살을 당한 후 독도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반세기가 넘도록 사라졌다가 근래에 들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정부가 예산을 들여서 전문가들로 하여금 체계적 연구를 진행하고, 이 동물들의 서식환경을 잘 조성해주어야 한다.그동안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반딧불 오징어`가 울릉도 해안으로 떼지어 몰려왔다는 소식이다. 꼴뚜기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2개의 촉수 끝에 3개의 발광기관이 있어서 반짝반짝 빛을 내기 때문에 반딧불 오징어란 이름이 붙었다. 일본에서는 `불똥오징어`라 부르며 천연기념물로 관리하는데, 반딧불오징어박물관도 짓고 도야마현은 불똥오징어축제도 한다. 이 발광꼴뚜기가 최근 울릉도 해안에 몰려온 것이다. 울릉군에서는 국내 희귀종인 넓미역과 반딧불오징어를 특화산업으로 지정할 계획이다.이런 현상은 울릉·독도 해양생태계가 차츰 원기를 회복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때를 놓치지 말고 해양자원 확보에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2014-03-14

안동 `임란역사기념관` 시비

안동시가 2016년까지 서애기념관과 학봉기념관을 세울 계획을 세웠다. 각각 1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는데, 이에 반발하는 사회단체들이 시위에 들어갔고, 시민여론도 호응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한다. 무릇 역사인물의 기념관이란 시민 모두가 환영하고 축하하는 분위기 속에서 건립돼야 할 것인데, 이처럼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고 하는 것은 재고의 필요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경북유교문화보존협의회와 경북문화예산포럼은 최근 안동시청 앞에서 기념관 건립의 부당성을 제시하고, 그 예산을 통과시켜준 안동시의회에 대해서도 “문중의 의회인가, 시민의 의회인가”라고 성토하면서, “문중, 사찰, 권력에 휘둘리는 의회가 존재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200억원의 예산을 전면 취소하라고 했다. 집행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의회가 가부 결정을 하는 시스템에 시민 사회단체들이 반대하는 일이 과거에는 별로 보이지 않았는데, 지방자치시대가 성숙되면서 드물지 않게 눈에 띈다. 그것은 납세자들이 `납세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고, 공직자들 마음대로 국민혈세를 요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이다.정재호 유교문화보존협의회 회장은 “수 년전 안동시가 서후면에 수십억원을 들여 건립한 학봉기념관이 있는데, 왜 또 지으려 하는가. 이것은 예산낭비의 전형”이라 하고, 특정 문중에 특혜를 주려는 안동시는 민생보다 `치적 쌓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안동시민들도 대체로 공감하는 모양이다. 특히 학봉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 상반되고 엇갈리는 상황이라 그 기념관을 중복 건립하는 일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1590년 선조는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했는데, 정사는 서인 황윤길이고, 부사는 동인 김성일이었다. 다음해 돌아온 사절단은 `일본이 도발할 것인가`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황 정사는 도발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김 부사는 정반대 의견을 냈다. 당시 조정은 동인이 실세여서 학봉의 의견을 따랐다. 그러나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선조는 학봉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나, 서애의 진언으로 학봉은 경상도 초유사가 됐다. 학봉은 진주대첩을 이뤘고, 제2차 진주성 전투때 병사했다.황 정사 후손인 사학자 황의돈은 “당시 득세한 동인이 김성일의 편을 들어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마음을 놓아 태평한 꿈에 취해 드러누웠다”고 기록했고, 사학자 신복룡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그가 마지막 생애를 어떻게 마쳤는가에 따라야 한다”며 학봉에 대해 `문중사학의 희생자`라 썼다. 이렇게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기념관 건립을 고집하는 것은 맞지 않다. 안동에는 독립운동가들이 많고, 민주화운동가들도 적지 않다. 현대사 쪽에서 역사인물을 찾아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2014-03-13

포항제철소와 포항크루즈

포항크루즈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요금체계에 승객들의 불만이 많은데, 유아까지 요금을 받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일이고,`경로할인제`가 없는 것도 유감이다. 소인 요금이 너무 높은 것도 지적될 수 있으며, 죽도시장까지 가는 B코스를 예약제로 해서 `전통시장 활성화`에 별 도움 안되게 한 것도 문제다. A코스 크루즈선은 포항제철소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운하관을 출발한 여객선은 운하를 통과하고, 죽도시장을 지난 후 동빈내항으로 들어가고 영일대해수욕장은 끼고 돌아 송도 송림과 포항제철소 7개의 고로를 바라보며 운하관으로 돌아온다. 이 코스의 핵심은 포스코 고로의 위용이다. 특히 야간의 고로는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장식되는데, 그 아름다움이야 말로 포항을 왜 `빛의 도시`라 하는지 실감나게 한다.그런데 포항크루즈는 이같은 관광명소에 대한 설명을 잘 해주지 않는다. 남해 다도해를 운항하는 관광선 선장들은 개그맨 처럼 관광객을 즐겁게 해준다. 구수한 유머를 섞어가며 설명을 하는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승객들은 지루한 줄 모른다. 그처럼 재미있는 설명은 손님들로 하여금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그에 비해 포항크루즈는 죽도시장에 대한 설명도 없고, 포스코 고로 옆을 지나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한다. 관광객들이 흥미있게 들을만한 일들이 포항제철소에는 많이 있다. 그리고 송도 송림에 얽힌 일화도 많다. 단순히 `배만 타고 한 바퀴 도는` 무미건조한 크루즈에 1만원 승선료라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고, 다시는 오고 싶지도 않을 것이며, 외지 손님들에게 크루즈선 관광을 권유하지도 않을 것이다.포항제철소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속의 제철소`이다. 창업 초기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해서 지금은 4분의 1 가까운 면적에 수목이 들어서있다. 890만㎡ 부지 중 220만㎡가 숲이다. 3파이넥스 공장 주변 우수종말처리설비, 폐수처리설비 등에도 녹지대 조성을 완료했고, 올해는 부생복합발전시설 주변에 대한 녹화사업도 끝냈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친환경 녹지 제철소는 없다.포스코에 대한 자랑거리는 많지만 최근의 것만 들어도 포항제철소와 외주파트너사 (주)레스코가 함께 국내 최초로 쓸모없는 부산물을 자원화하는 연구에 성공했다는 점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파이넥스 공정에서 발생한 슬러지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연간 9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게 된다. 포항제철소 환경보건그룹은 지난 한 해 부산물 재활용으로 400억원을 벌었다.크루즈선이 포스코를 지날때 이같은 설명을 곁들이고, 죽도시장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면 포항크루즈의 성공은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관광해설 요원의 양성이 시급하다.

2014-03-13

사회안전망이 너무 허술하다

AI가 없던 경북 경주 닭농장에 AI바이러스(H5N8)가 퍼져 닭 5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경기도 평택시에서 들여온 중닭 5천200여 마리 때문에 일어난 재앙이다. 평택시는 `AI감염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들여오는 닭을 왜 그렇게 허술하게 검사했던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너무나 미흡하고, 도처에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한 사례이다. 평택서 경주까지 300km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방역에도 걸리지 않았다. 닭들은 운송과정에서 10여 마리가 폐사했고, 농장에 도착한 직후에 또 20 마리 가량이 죽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미 AI에 감염돼 있던 닭을 평택의 농장에서 팔았다는 뜻이다.그러나 평택시 방역당국은 잘못이 없다고 딱 잡아뗀다. 경주시는 “가금류 이동승인서를 발급할 때 관찰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하는데 반해서 평택은 “검사 당시 해당 농장에는 폐사한 닭이 없었고, 볏에 푸른빛이 도는 등 AI의 사전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그러면 이동하는 과정에서 감염됐다는 말인가. AI파동이 한동안 숙지는 듯 하다 싶더니 방역활동도 손을 놓았던 것인가. 이 헛점을 틈타 AI가 기습을 한 것인가. 그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농림축산식품부는 “AI는 폐사 직전까지 별다른 징후가 없어서 육안 관찰만으로 가려낼 수 없을 때가 있다”고 했다. 이 말은 우리나라 방역체계에 구멍이 많다는 것을 자인하는 언급이다. 법에 의하면, AI발생지역에서 3km 이상 떨어져 있는 지역까지는 가금류의 이동을 제한하지 않고, 육안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가금류 이동 승인서`를 발급하게 돼 있다. 그 법의 헛점이 이번 경주사태를 만들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농축식품부는 가금류 이동에 대한 방역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닭·오리 등의 질병도 분명 `잠복기간`이란 것이 있을 것이므로 발병지역의 가금류를 이동시킬때는 반드시 전문기관에 의한 정밀검사를 거치도록 해야 할 것이다.우리 사회의 허술한 시스템은 이것 뿐만 아니다. 9년간 잠만 병원에서 자고 낮에는 놀러다니는 `가짜 입원 환자`로 지내면서 6억5천만원의 보험금을 뜯어낸 부부가 있었다. 최근 대구 동부경찰서는 이모(62)·김모(59·여)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부부는 대구 부산 등 4개 지역 병원 24곳에 당뇨나 천식 등을 이유로 입원했고, 입원이 되지 않으면 허리나 목이 아프다며 입원을 했다. 이들은 9년간 9개 보험사에 20가지의 질병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교활한 자들에게 힘없이 무너지는 이 허술한 사회시스템을 견고히 만들어야 할 것인데, 법을 다루는 국회는 정쟁으로 허송세월하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2014-03-12

공공기관은 신뢰성이 생명

지난해 8월 국립대구과학관의 채용비리 사건이 터졌다. 뇌물이 오가기도 했고, 현직 공무원, 유력자의 자식이나 친인척에 유리했으며, “합격자를 미리 정해놓고 시험을 봤다”는 말도 돌았다. 전형적 채용비리란 비난이 쏟아졌고, 현대판 음서(陰敍)란 소리도 들렸다. 음서란 조선시대의 인사행정으로, 높은 관직에 있던 사람의 아들은 과거시험을 거치지 않고 등용되는 제도였는데, 지금의 시대에 그것은 기회균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사항이다. 수사를 맡은 대구 달성경찰서는 “전체 면접합격자 24명 중 20명은 부정합격자”란 수사결과를 미래창조과학부와 대구시에 통보했지만 대구시와 과학관은 20명 중 9명만 불합격 처리했고, 9명 중 5명의 명단은 공개했으나 4명은 숨겼다. 공개못할 그 내막이 무엇인가? 유력자의 자식이란 뜻인가. 명단이 공개되면 그 고위 공직자의 신상에 치명상을 입는가. 한 시민단체는 20명 전원의 채용무효를 요구하면서, 그럴 수 없다면 그 근거를 제시하라고 했다. 대구시와 과학관이 반성할 줄 모르고 덮으려 하다가는 또 한 번 회오리바람을 맞을 것이다.경북도내 농협들이 주식 투자로 수백억원을 날렸다. 주로 농민들이 저축한 돈인데,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팬오션과 동양증권 등의 회사채를 매입한 탓이다. 또 일부 농협은 리스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투자를 했다. 안동, 김천, 영덕 등 모두 17곳의 농협이 총 282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에도 외부 투자 실패로 100억원의 손실을 본 일도 있었다. 투자한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투자금의 절반 가량의 손실은 불가피한데, 농협 경영의 악화가 우려될 정도다.농협의 한 간부는 “외부 투자 담당자들의 전문성 부족이 문제이고, 증권회사 직원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도 문제이며, 일부 농협은 분산투자를 하지 않은 것도 화근”이라고 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증권가의 격언도 있다. “주식은 귀신도 모른다”는 말도 있지만,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을 항상 갖고 있지 않으면 불측의 피해를 당할 수 있다.LH 대구경북본부는 국민임대주택 임대료 인상분 4.8%를 분할납부할 수 있는 규정을 숨기고 일괄징수하려다가 망신만 당했다. 영천시 망정동에 있는 휴먼시아 5단지의 경우, 임대차계약 만료 후 재계약을 할 때 LH대구경북본부는 임대보증금과 월임대료 인상분을 일시불로 납부할 것을 요구했고, 주민들이 반발하자 L과장이란 직원은 “그런 규정은 없다. 아니면 재계약 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임대주택법 20조 5항을 들이대며 집단행동에 나서자 겨우 `법대로`했다고 한다. 아무리 부채 1위의 공기업이지만, 지역 주민을 우롱하다가 체면만 구기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2014-03-12

지역 연계협력의 시너지효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중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이 5가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인데, 그 중에서 지역간 연계협력 지원정책은 지금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복수의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권역을 구성하고 협력 사업을 추진할 경우 정부가 지원키로 한 것이다. 또 지역 기업의 수요를 바탕으로 시·도 경계를 넘는 산업생태계를 지원하는 `산업협력권 사업`과 연계 강화에 성공한 복수의 지자체에 대해선 시·도 합동평가에 반영해 재정 투·융자 간소화 등 행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최근 상주·문경·예천 3개 시군이 지역행복생활권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상생발전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업을 공동으로 발굴·추진키로 했다. 이로써 3개 시·군은 양질의 기초인프라, 일자리, 교육, 문화, 의료, 복지서비스를 함께 누리게 되었다. 상주시와 문경시는 이미 상하수도 시설 공동이용, 산불진화헬기 공동임차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향후 예천군은 문경시와 공동으로 용궁면 소재 금천을 생태하천으로 조성하고, 국사봉을 중심으로 예천~문경간 산악벨트 연계사업을 펼치는 등 10여개 사업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예천군은 도청 이전지로서 상주·문경시와 다양한 분야에서 연계 협력할 여지가 많다. 우선 3개 시군은 올 봄부터 햇순 나물 6차 산업화를 선도사업으로 선정, 공동 추진한다.최근 경북 동해안 5개 시군이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북도청의 안동·예천 이전에 따라 해양수산분야 행정업무에 불편이 예상되는 해안도시들이 연대하겠다고 나선 것은 무척 의미가 깊다. 도지사 등 지자체장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도청 제2청사, 해양수산출장소의 개설을 공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5개 해안도시들이 연대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움직임이고, 박근혜정부의 `지역간 연계협력에 대한 지원`정책에도 부응하는 일이다.지난 7일 포항시, 경주시, 영덕군, 울진군, 울릉군 등 5개 시군은 지역행복생활권 구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경북 동해안 시군은 인구 52만 도시인 포항시를 중심으로 중추도시생활권을 구성, 연계협력 사업의 공동 추진 및 예산 확보 노력, 생활권 발전계획 공동 수립, 현안과제 해결을 위한 상호 협력 강화 등을 위해 상호협력을 하게 된다. 포항시 관계자는 “동해안은 서로 보완성이 있는 지역 특성을 공유하고 있어 상호교류와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발전에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경북도는 지난해 5월 25곳의 지질명소를 선정했는 데, 포항 7곳, 경주 5곳, 울진 5곳, 영덕 9곳으로 모두 동해안 지역이다. 역사 지리, 생활여건 뿐 아니라 지질에서도 이 지역은 동질성을 가졌으니 이 연계협력의 끈이 단단히 조여질 것이 기대된다.

2014-03-11

남북간 농업협력과 기술교류

한국의 농업기술이 아프리카 동남쪽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농업을 변화시킨다. 포항시는 최근 농업기술센터 전문가들을 파견해 기술전수를 하고 있다. 이 섬나라는 세계 4대 빈국으로 국민소득이 400달러에 불과하다. 국토면적은 한국의 2.7배나 되지만 악천후 때문에 만성적 식량난을 겪는다. 포항시는 2011년부터 전문가를 파견해서 농촌개발운동과 새마을운동을 펼쳤고, 특히 지난해에는 통일벼 3품종 시범재배에 성공했다. 시는 올해도 단호박, 옥수수 등 다양한 채소 재배법을 전수하고 가정용 정미기도 지원하며, 의료지원도 하고 있다. 먼 아프리카땅의 빈국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기술원조를 하고 있는데, 정작 가까이 있는 북한에 대한 지원은 거의 끊겨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5·24조치 이후 남북관계는 냉전시대로 돌아간 것 같고, 남북은 그 책임을 서로 미루면서 장기간 기약 없는 대립상태를 지속해왔지만, 근래에 들어 화해분위기가 피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어떤 경우든 대립보다는 화합이 양측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연방제통일이니 하는 정치적 논의보다는 과학기술·언어 등 학문적 비정치적 분야에서부터 `통일의 징검다리`를 놓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근래 들어 남북간 농업분야 교류가 본격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얼마전에는 한 시민단체가 주도해서 조제분유를 북에 전달했고,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대북농업개발협력포럼`이 개최돼`통일 시대 남북이 상생하는 대북농업개발 협력사업의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는데, 통일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기관과 과거 북한에 대한 농업 지원사업을 적극 펼쳤던 지자체 관계자들과 민간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해 비상한 관심을 보여주었다.이 포럼에 참석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물자만 오가는 교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오가고 지식과 기술이 오가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교류가 돼야 한다”는 축사를 했고,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김정은 시대에는 먹는 문제 해결이 최우선적 과제이며, 이를 위해 농업분야 남북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농업분야 협력은 남북 양측의 부담이 크지 않아 실현가능하다며 `공동영농단지`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한 발표자도 있었고, 남북 당국이 정치·군사적 사안과 농업협력을 분리해서 지속적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남북농업협력추진협의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담은 신년 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북한에 온실용 자재 지원, 남북 공동영농 단계적 확대, 북한 산림 복원을 위한 조림과 병해충 방제사업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상호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교류 협력이 실현되었으면 한다.

2014-03-11

경북 의성 컬링은 대박이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컬링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대회에서 여자주니어 대표팀이 그 가능성을 확고히 굳혔다. 컬링선수들이 열악한 환경속에서 악전고투했고, 올림픽 출전 10개팀 중 랭킹 10위였던 한국 컬링팀이 열강을 연속 격파하며 4강을 겨루었을 때부터 컬링경기는 비상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빙판위의 체스`라 불릴 정도로 아기자기한 두뇌게임이고, 선수들도 미모를 갖추고 있어서`컬링`과 K-POP 걸그룹 걸스데이를 합성해서`컬스데이`란 별명까지 얻었는데, 이번 여자컬링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한국 컬링은 대박을 터트렸다. 스킵 김경애(20)와 김선영(21)은 경북체육회 소속이고, 김지현(18), 구영은(19)은 의성여고, 오은진(21)은 의성스포츠클럽 소속이다. 한국 컬링이 주니어·시니어 통틀어 세계선수권 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주니어 대표팀의 주축은 경북체육회와 의성여고 선수들이었다. 경북 의성이 컬링의 요람이란 뜻이다. 소치올림픽에 출전했던 김지선(27), 신미성(36), 이슬비(26), 김은지(24), 엄민지(23) 등 경기도청 소속 선수들 중 2명이 의성여고 출신이다.올림픽 출전 10팀 중 10위였던 여자컬링 대표팀은 공동 8위(3승6패)로 뛰어올랐고, 이번 주니어팀은 지난 1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주니어선수권에서 8전 전승으로 우승,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냈으며, 예선 1차전에서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7승2패를 기록, 캐나다와의 결승전에서 팽팽한 시소게임을 벌이다가 4-6으로 석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북 의성 선수들이 이뤄낸 찬란한 성과라는 점에서 “의성컬링은 대박이다”라 할 수 있겠다.우리나라에 컬링 경기장은 단 두 군데 밖에 없다. 의성과 서울인데, 서울 태릉의 것은 연습용이고, 의성의 것은 국제경기용이다. 컬링에 일찍 눈뜬 지도자들과 지역 국회의원이 힘을 합쳐 의성을 컬링선진지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컬링 선수는 대부분 의성에서 나온다”는 말이 정설로 굳어졌다. 이같은 전통을 만드는 일이 결코 손쉬운 것은 아니다. 과거 영화 `우생순` 핸드볼 처럼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는 가운데 “역경은 강한 뱃사공을 만든다”는 정신으로 장애물을 돌파했던 그 `한국 고추장 정신`이 오늘날 `컬스데이`를 이뤄낸 것이다.6·4지방선거 중 경북도지사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내건 공약 중에서 공통적인 것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도청제2청사를 동남권 해안도시로 가져오겠다는 것과 의성군을 컬링의 메카가 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대박을 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컬링투자에 올인해야 하겠다.

2014-03-10

감시·감독을 해태한 책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우려되는 것이 사회 기강 해이다. 행정조직은 국가를 구성하는 뼈대이고, 공무원을 일컬어 예로부터 동량(棟梁)이라 했다. 공무원과 행정조직이 바로 서야 사회가 바로 선다는 의미다. 전제군주시대에는 말할 것도 없고,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시대에도 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공직기강이 느슨해지면 사회 전체 기강이 해이해지는 법이다. `선거기가 취약기`라 하는 것은 표를 의식해 감시·감독·단속 업무가 존재감을 상실하기 때문인 데, 선거때일 수록 공직기강을 더 엄히 다져야 하는 이유다. 포항수협 직원이 다른 사람 명의로 불법 대출 받아 가로챈 사실이 밝혀졌다. 북구 죽도동 A지점 직원 B(46)씨는 고객 명의를 도용해 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5년간 9차례 1억1천200만원을 횡령했다. 그는 전산단말기를 조작해 허위대출을 한 뒤 피해자 2명의 통장에 입금하고, 임의로 보관하던 피해자의 도장과 통장을 이용해 수차례 돈을 빼냈으며, 대출 상환기일이 다가올 때마다 날짜를 변경하며 대출기간을 늘렸다. 그런데 이런 범죄행위가 자행되는 동안 그는 자체 감사에서 한 번도 적발되지 않았다. 이 범법사실이 밝혀진 것은 후임자가 들어와 업무를 보다가 서류 미비를 발견하고 추궁한 결과였다.지난해 11월 경남 통영의 한 수협에서 5년간 189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있었다. 유통판매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거액의 공금을 빼돌릴 동안 수협은 감사 한 번 하지 않았다. 이 사건 후 수협은 “내·외부 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비리 관련자 엄중 문책, 통합전산시스템 구축 등 강도 높은 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포항 사건이 터진 것으로 보아 공염불에 불과했다. 부실한 감시 감독에 대한 문책을 엄격히 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안동시는 2004년 광역쓰레기장을 확장하면서 지역주민협의체인 무주무발전위원회에 2011년까지 40억원을 지급하고, 또 순환형매립지 정비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20억원을 지급하고, 2021년까지 60억원을 추가로 지급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무주무발전위원회 직원 A씨가 수년간 각종 사업비나 물픔 대금을 지출하고는 해당 업체에 대금을 잘못 입금했다면서 다시 돌려받는 수법 등으로 보조금과 마을기금 수억원을 가로챘다고 한다. 그러나 안동시는 수년간 정산서류 등의 면밀한 검토는 물론 현장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관계자는 “각 단체들이 보조금을 사용한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발뺌을 했다. 공무원이 이런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으니 국가보조금은 임자 없는 돈이 되고 마는 것이다. 관리책임자를 엄히 처벌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이런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2014-03-10

정부의 정책홍보 소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2월 임시국회가 끝났는데, 가장 시급했던 복지3법이 처리되지 못해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65세 이상에 지급할 기초연금법안과 장애인연급법안과 맞춤형 급여체계로 전환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이 처리되지 못해 시행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을 개탄하면서 “국회가 복지3법을 포함한 민생법안과 경제활성화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야권 신당 창당을 겨냥해 “진정한 새정치는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우리 정치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3모녀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동반자살한 일을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이라며 “이 분들이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거나 관할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이 상황을 알았다면 정부의 긴급 복지 지원 제도를 통해 여러 지원을 받았을 것”이라며 정곡을 찌른 한 마디를 했다. “우리 복지 여건이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있는 제도도 이렇게 국민이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없는 제도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 것이다. 국가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아서 국민이 모른다면 `없는 제도나 마찬가지`가 된다.절망에 내몰린 국민을 구제할 제도가 있는 줄 몰라서 일가족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기업인이 경영에 도움이 될 지원제도가 있는 줄 모르는 덕에 58억원을 번 공무원도 있었다.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규제가 많고, 국민이 제도를 모를 때 웃는 사람은 공무원이다.국가는 고용창출과 기업활동 진작을 위해 상당한 기업지원자금을 확보해두었다. 그러나 소규모 영세 기업들은 이런 제도가 있는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 5급 공무원이 바로 이 `모르는 점`을 파고 들어 `브로커 회사`를 친인척 이름으로 설립하고, `합법적 돈벌이`를 했다. 그는 정부 전산망에서 수혜 대상자를 확인한 후 몰라서 신청하지 않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아줄 수 있다. 수수료는 30%다”라고 해서 5년간 58억원의 정부지원금을 가로챘다. 이 돈은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자금이니, 그 공무원은 교활하게 국민혈세를 수탈한 것이다.규제가 많으면 공무원이 간섭할 일이 많아지고, 국민이 제도를 모르면 공무원이 즐겁다. “국민이 무지할 수록 정치가는 행복하다”라는 정치 격언도 있다. 북한의 비밀주의 폐쇄정치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권력층이 무슨 짓을 해도 국민이 모르기 때문에 부정·부패·비리가 자행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는 반대로 적극적으로 개방해서 국민 모두가 행복한 국가로 만들어간다. 정부와 언론은 정책홍보에 더 노력해야 한다.

2014-03-07

선거철의 인사 난맥상

선거철이 다가오면 현직 단체장이나 교육감 등 인사권을 쥔 수장들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선거는 절체절명의 사안이니 인사권이라는 `여의봉`을 사용하고 싶을 것이고, 소속 기관의 직원들은 인사의 향방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이럴때 등장하는 잠언이 “참외밭에서 신발끈을 매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쓰지 말라”는 말이다. 선거철 인사에는 자칫 의심을 살 여지가 많은데, 조금이라도 `선거용 의도`가 엿보이면 바로 지탄의 대상이 된다. 최근 경북도교육청 인사에서 잡음이 일었다. 시·군교육청 교육장과 장학관 인사에서 균형을 잃고 편중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또 직무성향에 맞지 않는 사람을 홍보담당에 임명해서 전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듣는다. `형평과 적재적소 배치`는 인사의 기본원칙인 데, 도교육청 인사는 그 두 가지에서 모두 빗나갔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교육청 근무 교육장과 장학관의 경우, 초·중등 출신이 고루 배치돼야 교육행정이 원활하게 수행되는데, 최근의 도교육청 인사는 편중적이라 한다.포항과 구미 교육청의 경우, 교육장과 장학관이 모두 초등 출신이라 중등 출신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균형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교육청 한 간부는 “인사는 개인의 자의에 따를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거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시스템이 무너졌다. 인사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현 교육감이 선거에 대비해 자기 사람 심기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측도 있다”고 했다. 또 현 교육감은 `홍보와 담 쌓은` 직원을 홍보담당으로 임명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홍보담당자는 교육정책도 알리고 보도 협조도 구해야 하는데, 언론사들은 “홍보담당이 부임한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 얼굴 보기 어렵다. 언론사를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얼마 전 경북도 보건복지국장 인사의 난맥상이 보도된 적이 있었고, 그때도 “현 지사가 차기 선거에 대비한 포석인사가 아닌가”하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당시 보건복지국장의 경우, 1년 6개월 사이에 무려 4명이나 바뀌었는데, 이들은 모두 부시장, 공무원교육원장 등으로 영전해 갔기 때문이다. 평균 재임기간이 6개월이라면, 업무파악도 제대로 못한 채 떠나는 `정류장 인사`인데, 이는 인사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다. 또 도내 안동, 김천, 포항에 3개 의료원이 있는데, 그 원장들이 모두 현 도지사와 인연이 깊은 실세여서 국장의 관리감독권이 통하지 못한다고 한다.인사권을 이용해 선거에 덕을 보겠다는 심산이 엿보인다면, 이는 오히려 선거에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의 유권자는 예전처럼 그렇게 어리숙하지 않다. 원칙과 시스템에 의한 합리적 인사행정을 하는 행정가라야 유권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다.

2014-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