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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야권 신당이 해야 할 새 정치

민주당과 안철수 새정치연합이 결국 합쳤다. 6·4지방선거 필패가 자명하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여당에서는 `야합`이라 하고, 새정치는 없고, 헌 정치 구태의 재연이라고 비난한다. 국민들은 “여북 답답하면 그러겠는가”라며 측은하게 여긴다. 과거에는 연합으로 재미를 본 정치가 있었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연합 필승, 분열 필패”라며 야 3당이 연합을 한 것이 오히려 자충수였는데, 이번의 연합이 지방선거에서 `재미`를 볼 지는 미지수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최근 발표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2.7%였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43.0%, 새정치연합 13.9%인데, 민주당은 11.1%였다. 거대 제1야당의 성적표 치고는 낙제점이고, 새정치연합의 성적 또한 점점 떨어지다가 최근에는 8%이상 추락했다.`안철수의 새정치`란 것이 여전히 안개속인데다가 인물란·자금란·조직란을 겪으며 `허약한 본색`이 점차 드러나니 새 활로를 찾지 않을 수 없었고, 민주당도 벼랑끝 전술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야당이 하는 일이 본래 `정부 여당 헐뜯기와 발목잡기`지만 그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야당들은 그 독을 너무 마셨다. 민주당은 박근혜정부에 대해 `무능·오만·독선·불통·반민주·민생파탄`정권이라 했지만, 국민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이빨은 강하기 때문에 빠지지만, 혀는 유연하기 때문에 살아남는다”는 고사성어가 있다. 국민정서를 바로 읽지 못하고 외골수로 `심판`만 하다가 지지율 11.1%라는 절망적 성적표를 받았는데, 야권 연대 신당은 지금이라도 각성하고 `새정치·새활로`를 찾아야 한다.`이빨이 아니라 혀`처럼 융통성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북한의 인권은 온 세상이 다 걱정하는 일인데, 우리나라 야당 국회의원들만 오불관언이다. 북한인권법안 5건은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외통위에서 잠자고 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북한의 인권침해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북한을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오도록 도와주는 수단이 북한인권법이다. 독재자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인민을 `존엄`으로 여기도록 돕는 법이란 말이다. 밤이 되면 까맣게 되는 북한을 보고 `빛의 분단`이니 북한의 10대는 남한 청소년보다 10kg이상 체중이 덜 나가는 `체형분단`이란 말도 있다. 이런 현상을 바로잡는 데도 북한인권법은 일조를 할 것이다.야권 신당이 `새정치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 탈출구를 북한인권법에서 찾아야 한다. 북한의 참혹한 인권말살의 현실을 방관·방치하면서 무슨 새정치 운운 하는가.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북을 돕는 길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물웅덩이를 향해 기어가는 아기`를 그냥 버려두는 일이다.

2014-03-04

`1090 평화와 통일운동`

`1090 평화와 통일운동`은 10대부터 90대까지 모든 세대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확산시키자는 취지로 지난해 3월 정식 출범했다. 종교·문화·법조·학계·정계와 기업·지자체 대표 등 35명이 발기했고, 이영선 코피온 총재,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백영철 건국대 명예교수 등이 공동대표이고, 이홍구 전 국무총리, 도법스님,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이 고문이다. 이 민간단체가 최근 북한 아기들에게 보낸 조제분유는 컨테이너 2개 분량의 2만6천통이고, 통일부는 이 대북 지원을 승인했다. 남북 정상이 공히 화해 협력을 강조하고,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무사히 치러진 상황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 아기들에게 분유를 제공함으로써 남북 화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이 일은 남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 북측은 탁아소, 유치원, 소아병원, 육아원 등 10여 곳의 영·유아 시설에 공급할 예정이다.유니세프는 `2014 아동 인도주의 활동보고서`에서 북한의 5세 미만 어린이 중 28%가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에 유니세프는 대북 식수·위생 부문 개선사업에 590만 달러를 투입하고, 보건·교육에 대한 지원도 벌여나가기로 했는데, 우리 정부와 민간단체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근래 `체형 분단`이라는 용어가 새로 생겼다. 키와 체격에 현격한 차이를 보여서 외모만 봐도 남한 사람인지 북한 사람인지 알아볼 정도라 해서 생긴 낱말이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대남 비난과 도발위협 등 경색국면에서도 민간의 분유와 의약품 지원은 계속 승인해왔다.또 정부는 구제역이 발생한 북한에 소독약과 백신 등을 지원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실무접촉을 제의했다. 북한 조선통신은 “평양시와 황해북도 중화군의 17개 단위들에 전파됐으며, 3천200여 마리가 구제역 O형에 감염돼 360여 마리가 폐사됐으며, 2천900여 마리를 도살했다”고 보도했다. 영양실조로 `체형 분단`이란 말까지 나오는 북한에서 가축전염병까지 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식량·분유 지원과 함께 의약품을 지원하고, 가축전염병 퇴치를 위한 소독약과 백신을 공급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남북화해의 길을 여는 일이다.영·유아가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면 뇌세포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고 성인이 됐을 때도 민성질환을 앓을 수 있다. `1090 평화 통일운동`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준비위원회` 구상에도 거론될 정도로 비중이 있는 민간단체이다. 이 운동에 국민적 차원의 참여가 필요하다. 국민 각자가 통일을 위해 기여한 바가 있어야 하겠다.

2014-03-03

남북이 함께 하는 기념행사를

제95주년 3·1절 기념행사가 전국적으로 성대히 개최됐다. 독도사랑운동본부와 울릉군, 울릉군의회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탈행위 및 역사왜곡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사)독도바로세우기운동본부는 독도사랑 문화공연을 펼쳤다. 포항시는 송라면 대전리 3·1만세촌 광장과 포항운하에서 기념행사를, 영덕군 영해면도 만세운동를 재현했으며, (사)대구한백청년회는 햇불행진을, 대구국학원이 주관하고 대구지방보훈청이 후원하는 `3·1절 기념 태극기 몹`거리 퍼포먼스도 있었다. “기미년 3월 1일 정오 터지자 밀물같은 대한독립 만세”로 시작해서 “선열아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 날을 기리 빛내자”로 끝나는 3·1절 노래를 1년에 단 한 번 불러보는 날이었다. 우리가 3·1절 만세운동과 8·15 광복절을 더 절실히 기리는 것은 일본의 극우성향이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에게까지 독도는 일본땅이라 가르치고, 2월22일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에는 중앙정부 고위 관리들이 와서 축사를 했다.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는 일본의 군국주의 시대를 귀태(鬼胎)라 불렀다. 그런데 근래 들어 아베정권은 그 귀태를 환생시키고 있다. “나를 군국주의자라 불러도 좋다” “침략이란 말은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이런 말을 태연히 한다.일본 고위 공직자들의 망언도 이어진다. “위안부는 어느 나라에서나 있었다”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다” “난징대학살은 없었다” “일왕은 살아 있는 신이 됐다” 등등. 뿐만 아니다. 젊은이들을 자살특공대로 내몬 가미가제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들이 남긴 유서를 유네스코기록문화유산에 등재하겠다 한다. 또 나치 히틀러가 바이마르공화국의 민주주의 헌법을 슬그머니 개정해 독재를 정당화한 헌법으로 만들었던 사례를 거론하면서,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제9조를 개정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일본이 군국주의로 복귀하다 보면, 언제 해상자위대가 독도를 공격할 지 알 수 없다.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남북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비록 분단됐지만 공동의 적 앞에서는 한 민족끼리 손을 잡는 것이 마땅하다. 3·1절 기념행사를 남과 북이 함께 개최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것이 통일 대박으로 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또 8·15 광복절도 남북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기념하면 여북 좋은가. 이런 일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한글날 기념행사, 설날 민속행사, 개천절 기념식, 8월 한가위 민속행사, 단오절 민속놀이 등을 남북 공동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남북이 정치체제에서는 물과 기름 같지만 정신적으로는 언어를 같이 쓰는 동포다. 분단 이전으로 단숨에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차츰 차츰 접근해가는 노력은 필요하다.

2014-03-03

신라왕경 복원정비 특별법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 정비 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하자는 특별법이 추진되고 있다. 초안에 의하면 문화재청은 신라왕경 복원 정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경주시장은 종합계획에 따라 매년 구체적 실행계획을 수립하며, 또 안정적 재원 조달을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기금 조성을 위한 특별회계를 설치, 국가, 경북도,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전입금, 출연금을 적립토록 한다는 것이다. 왕경복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고, 지난해 문화재청, 경북도, 경주시가 양해각서를 채결했다. 이 신라왕경 복원사업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12년간 계속되는데,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성을 유지하며 차질 없이 추진되려면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 특별법이 제정돼야 하며, 추진 주체의 안정적 지위 확보를 위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총 사업비가 1조6천622억원이나 들어가는 대형 국책사업인만큼 위원회의 위상도 튼튼한 기반위에 서야 하고, 재원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서도 특별회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 특별법은 지역출신 국회의원과 상의해서 4월 국회에 발의할 것이라 한다.신라 왕경(王京)이란 북천·서천·동천·남천 4개의 강으로 둘러싸인 시가지 부분을 말한다. 월성, 황룡사, 분황사, 첨성대, 봉황대(왕릉), 동궁과 월지, 월정교, 쪽샘 등이 있는 지역이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은 이 왕경을 완전히 신라의 모습으로 바꿔놓을 생각을 했었다. 박 대통령만큼 신라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진 지도자가 없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서거후 어떤 정권도 경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서울 경복궁 복원 정비에 많은 국가예산을 투입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주가 다시 부각됐고, 경주 시가지 전역을 대상으로 한`왕경 복원`은 아닐지라도 `왕경 핵심 유적`만 복원 정비키로 한 것이다.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것은 경주로서는 큰 복이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를 따라 경주에 여러번 왔었고, 부친의 경주구상을 익히 알고 있었으며, 그 유지를 받들어 신라왕경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이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도읍지이고, 북한의 개성은 고려 5백년의 도읍지 송악이다. 신라의 정신을 계승한 고려는 신라의 인물과 제도와 전통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와 같은 역사를 돌이켜볼때 경주와 개성은 고도(古都)라는 점에서 정신적 맥을 같이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신뢰프로세스의 일환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한다는데, 경주와 개성의 문화교류가 통일에 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도 신라왕경 복원정비사업은 차질 없이 실행돼야 할 일이다. 이번에 국회에 상정되는 왕경 복원정비 관련 특별법이 무난히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2014-02-28

남북 상호이해의 여정(旅程)

박근혜 대통령은`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남북간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혀갈 것을 천명했다.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통일에 관한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을 모색해 나갈 그 중심적 역할을 맡을 기구이다. 박 대통령은 “독일에 갔을 때 통일 당시 서독 총리를 지낸 분에게 `통독이 됐을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무엇이었던가`물었더니`인포메이션, 인포메이션, 인포메이션`이라고 세 번 말했다. 서로를 너무 몰랐던 게 한이라더라”고 했다. 통일전에도 서독과 동독은 빈번한 교류가 있었고, 서독은 동독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소련을 통해 많은 지원금을 보내주었으며, 정치범 한 사람당 상당한 돈을 주고 데려왔으며, 서독 의회는 공개적으로 동독 지원금을 의결하기도 했다. 이만하면 동·서독은 서로 잘 알았다고 볼 수 있겠는데, 그래도 통일이 되고 나니 서로 모르는 것이 너무 많더라는 것이다.남북이 서로를 더 많이 알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최우선 과제이므로, 그 일을 맡을 컨트롤 타워로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통일후, 동독은 “경쟁체제가 너무 어려워 통일 전이 나았다”는 말이 나왔고, 서독은 “동독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바람에 우리는 더 가난해졌다”고 했다. 통제체제 속에서 수동적으로 살아온 사람과 자유 경쟁체제 속에 살아온 사람 간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던 것이다.이번 이산가족 상봉 논의때 북은 “한국의 언론을 정부가 다스려달라”는 요구를 했다. 한국의 언론자유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관제언론밖에 없는 북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북은 언론의 비판기능을 이해하지 못한다. 북은 `비판`을 반역으로 보아 극형으로 다스리지만 남은 `당연한 일`로 여긴다. 이석기 의원 사건도 북에서라면 `장성택 처형`과 같이 다스리겠지만 남에서는 검사와 변호사 간의 법리공방을 거치며 3심까지 가는 긴 세월이 지난 후 기껏 징역형과 자격정지 정도이다. 남북이 서로 `이해되지 않는 일`의 한 사례다.`통일준비`란 이와 같은 이해되지 않는 일들을 낱낱이 드러내어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준비과정이다. 그런 이해의 과정 없이 통일이 됐을때 독일처럼`엄청난 투자를 하고도 쌍방이 불만인 불완전 통일`이 되고 말 것이다.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서도`공동의 적`이 생기면 `한 편`이 되는데, 일본의 후안무치·망언 망동에 대응해서 그 죄악상을 밝혀내 고발하는 일은 남북이 손을 잡을 수 있는 일이다.또 산림녹화나 구제역 등 전염병에 대한 공동대응, 과학기술이나 역사 문제, 언어문제 등 학술적인 면에서도 공동연구의 길을 틀 수 있다. 그리고 경제적 이익이 되는 과제를 발굴 협력하는 일을 서로 연구하면 된다.

2014-02-28

교복나눔에 더 많은 참여를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주는 것은 동창간의 사랑을 물려주는 일이다. 의복 속에는 그 사람의 영혼이 스며 있기 때문에 의복은 `제2의 신체`라는 믿음이 우리 민족에게는 있어왔다. 따라서 교복을 나누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입학하는 후배가 졸업한 선배의 교복을 물려받아 입는다는 것은 단순히 `값싼 교복을 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선배의 사랑을 물려받는` 일이다.이 아름다운 교복나눔행사에 여러 교육청, 봉사단체, 기업 등이 나서고 있다. 경주시와 경주시새마을회는 동국대 경주캠퍼스 체육관에서 사랑의 교복나눔 행사를 열었는데, 학부모 2천여명이 참가했다. 동복 27만원, 하복 20만원대인 교복을 2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었으니, 학부모 부담이 큰 신학기에 쏠쏠한 부조가 되었다. 22개교가 참여했고, 5천여벌의 교복이 기증됐다. 새마을회는 세탁 수리를 맡는데, 동복은 세탁소에 맡기고, 하복과 와이셔츠, 바지, 치마 등은 새마을 회원들이 집에 가져가 직접 세탁·다림질을 했다. 판매대금은 어려운 이웃들에 밑반찬을 만들어주는데 전액 사용한다.포항교육지원청과 포항시새마을회가 주관하고, 포항시와 포항MBC가 후원하는 교복나눔행사에 2천여명 학생 학부모가 찾아왔다. 새마을회원들은 기증받은 교복 1만여벌을 세탁하고 수리해서 새 교복처럼 만들었다. 한 입학생은 “새학기에 준비할 것이 많아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많았는데, 싼값에 교복을 구입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3년간 깨끗이 입고 후배에게 물려주겠다”고 대견스러운 말을 했다. 허영과 사치에 물들지 않게 자식을 잘 키웠다.칠곡교육지원청도 가정 부담을 줄이고 학생의 인품과 정서 함양을 위해 교복 물려주기 행사를 열었는데, 중학교 6개교, 고등학교 2개교가 참여, 1천여벌의 교복을 모았다. 교육관계자와 학부모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세탁비용만 받았고, 수익금 100여만원은 불우이웃 성금으로 내놓았다.포스코의 사회적 기업인 포스코휴먼스는 무료로 교복 1천300벌을 세탁해주었다. 교복 상·하의, 조끼, 넥타이, 체육복 등 종류별로 분류해 세탁방법을 달리하고, 다림질로 마무리한 뒤 비닐포장까지 해서 새옷 처럼 만들었다. 포스코휴먼스 관계자는 “직원들이 고유의 업무 외에 추가로 일을 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지만 내 아들 딸 동생들이 입는 교복이라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정성을 다했다”고 했다.그러나 교복 나눔행사에 참여하는 학생은 매우 적다고 한다. 아직도 사치 허영에 물들어 값비싼 대형업체의 교복을 사입고 부유를 과시하는 허세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류가 많다는 말이다. 거대한 교복시장을 석권하는 대기업들의 농간을 분쇄하기 위해서라도 교복공동구매와 중소 교복업체의 제품 구매를 활성화해야 한다.

2014-02-27

예산타령도 가려서 해야 한다

한동안 뜸하던 예산타령이 요즘 들어 새로 고개를 든다. 예산이란 본래 도끼질하고 대패질하기 마련이지만 그러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교육예산이나 도시미관 예산 같은 것이 그렇다. 교육은 성역(聖域)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또 포항시의 경우 테라 노바를 선언하면서 예술이 꽃피는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일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도시미관을 위한 간판 정비사업 예산 배정하는 일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교육과 간판에 관련된 예산이 문제가 되고 있다.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점이 `벙어리 영어`였다. 외국인이 말을 걸어오면 도망갈 생각부터 하는 것이 바로 `외국인 무섬증`인데, 그것은 문법과 번역 위주로 된`입시용 영어교육` 탓이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원어민 보조교사를 채용했고, 그것은 긍정적 성과를 거뒀다. 정부는 2001년부터 한 학교 당 4천만원씩 지원해서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게 했고, 2007년 전국에 86명이던 원어민교사가 2010년에는 376명으로 늘었다. 교육지원금 중 성공사례에 들만 했다. 그런데 이 예산이 대폭 깎였다. 지난해 212억원이던 것이 올해 164억원으로 줄어든 것이다.그 결과 포항지역 초등학교와 읍 면지역 중학교를 제외한 중고교에서 원어민교사가 사라지게 됐다. 결국 학원으로 학생들을 내쫓아 사교육비를 가중시키고, 어려운 가정은 교육기회마저 박탈당하며, 공·사립 간 학교 격차를 더 벌여놓게 됐다. 아낀 예산보다 더 큰 후유증을 만들어낸 것인데, 이것이 바로 `손대지 말아야 할 예산을 깎은` 부작용이다. 포항교육청 관계자는 “신임 영어교사 실력이 원어민교사보다 뛰어나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참으로 가소로운 `교육진단`이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생활하는 한국인 영어교사가 어찌 영어생활권에서 살아온 원어민교사보다 낫다는 말인가. `외국인 무섬증`을 무슨 수로 해결할 것인가.테라 노바를 목표로 내건 포항시는 아름다운 간판·조화로운 간판·품격 있는 간판·에너지 절약형 간판이 내걸린 거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주변 건축물의 형태와 색깔 등과 잘 어울리는 간판이 좋은 간판”이라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완공된 일부 옥외광고물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 밤에는 표가 나지 않지만 낮에는 간판의 배경이 그대로 드러나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처음에는 뒷배경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고 했다가 지금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추가보완은 어렵다고 오리발을 내민다. 그러니 “공연히 간판을 바꿨다”고 후회하는 상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돈만 들이고 손대서 망쳐놓는` 행정이 포항시의 새 도시 사업인가. 예산타령을 할 것이 따로 있다.

2014-02-27

비리와 부실이 낳은 재앙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참사는 비리와 부실이 낳은 결과라는 것이 경찰 조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공사비가 상식선을 크게 벗어났다. 바닥면적 1천205㎡인 체육관을 1억4천만원에 짓기로 하고, 포항에 있는 S업체와 계약했는데, 건축업계는 “정상가격의 절반 수준”이라 했다. 절반 값에 건축하려면 값싼 자재를 쓸 수 밖에 없고, 공정도 부실하기 마련이다. 특히 경주시 담당 공무원은 “폭설에 건물이 무너질 수 있으니 제설작업을 철저히 하라”는 재해 당국의 공문을 무시하고, 업체에 전달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니 결국 `총체적 부실과 비리와 직무유기`가 빚은 재앙이었다. 과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연상된다. 그때 서울시 공무원들이 상당수 사법처리를 당했는데, 형기를 제대로 산 사람도 별로 없고, 현직에 복귀한 공무원도 상당수 있었다. 당시 “대형 건축물이 무너지는 것은 나라 자체가 부실하다는 증거”라는 말이 파다했다. 부정·부패·비리·직무유기 위에 세워진 건축물이 많다는 것은 나라가 그만큼 허술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그 때의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 경주 체육관 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은 결코 유야무야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경찰은 시공을 한 S사와 건축자재를 납품한 경북의 E사를 상대로 부실시공과 규격미달 자재 납품 여부를 조사중인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공사 감리 담당자도 조사하고 있다. 부실시공 의혹은 19일 이뤄진 전문가 현장진단에서도 일어났다. 당시 토목환경공학 교수 등 전문가 5명은 “지붕의 뼈대인 보와 샌드위치패널을 연결하는 부분에 구멍이 4개 있는데, 실제 볼트가 박힌 것은 2개뿐이었다. 지붕 무게를 버티는 보들이 이렇게 심하게 휘기는 어렵다. 제대로 된 강철을 쓴 것인지 조사하고, 시공과정의 부실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재 샘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강도 및 재질 분석을 의뢰했다.과거 수백억원 짜리 공사를 입찰할 때 `단돈 1원`을 써낸 대형 건설업체가 있었다. 그것은 `국가를 생각하는 갸륵한 마음`의 표현일 수 있지만 이를 계기로 다른 많은 공사를 따낼 `마중물`구실도 했다. 포항의 S업체도 절반가격에 체육관 공사를 따낸 후 다른 공사를 수주할 약속을 받았는지 여부도 경찰은 조사를 하고 있는데, 만약 그런 약속을 했다면 리조트 측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2009년 이 체육관의 구조안전 검증을 맡았던 건축구조기술사 장모씨는 구조도면도 보지 않고 구조계산도 직접 하지 않은 채 “구조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승인 도장을 찍어준 사실도 확인됐다. 이것은 건축법 위반이고, 자격 취소 사유가 된다. 수사도 철저해야 하지만 처벌도 엄격해야 이런 참사가 다시 벌어지지 않는다.

2014-02-26

에너지 자립섬 울릉도의 미래

21세기를 `청정 자연 에너지 시대`라 부른다.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가 수십년 내 바닥을 드러낼 것이 예상되니 다른 에너지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되겠고, 화석연료가 지구환경을 훼손하면서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자외선 방어층에 구멍이 생겼으며, 지구온난화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100년 이내에 지구가 끓을 것”이라 전망하는 과학자도 있다. 이래저래 지구촌은 청정 자연에너지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좋은 사례가 덴마크에 있다. 1997년 덴마크 자원부는 삼소섬을 청정에너지 자립섬으로 바꿔놓았다. 햇볕이 좋고, 바람이 잘 부는 섬이어서 우선 풍력발전소를 건립했다. 이 발전소가 섬 전체 에너지를 충당하니 석유나 석탄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 자연전력으로 삼소섬은 수소사회프로젝트를 성공시켰고, 신재생에너지 관리 시설과 기관을 입주시켜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당초 40%나 되던 실업률을 3%로 끌어내렸다. 목축을 발전시켜 `삼소치즈`라는 유명 브랜드도 개발했고, 청정에너지로 자립하는 섬을 견학하려는 관광객이 한해에 50만명을 넘어섰다.경북도는 2011년부터 울릉도를 삼소섬처럼 만들 계획을 세웠다. 2024년까지 총사업비 3천630억원(국비 지방비 민자)을 들여 울릉도의 천혜의 자연자원과 새로운 에너지원을 결합해 저탄소 녹색성장의 선도모델로 삼을 계획이었다. 섬 전역을 `녹색에너지 거점`, `녹색관광 거점`,`녹색생활 거점` 등 3가지로 구분해서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해에 10억원의 국비를 확보해 용역 등 기본계획을 진행시켰다. 태양력,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에너지, 수소에너지 등 총 11가지의 에너지원이 개발 대상인데, 울릉도·독도에는 이같은 청정에너지원이 풍부하기 때문이었다.경북도의 이같은 프로젝트에 최근 정부가 날개를 달아주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풍력, 태양광, 매립열,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을 연결해 디젤발전을 대체하는 `에너지자립섬` 울릉도를 시범·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전력 공기업과 신재생 업계가 도서지역 자립형 마이크로그리드 조성사업에 공동참여토록 해 수출역량도 확보할 방침을 밝혔다. 울릉도 에너지 자립섬 시범사업은 여러가지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성공하면 만간투자가 우선 활성화될 것이고, 해외 시장 진출도 활발해질 것이며, 울릉도 견학 관광도 더 활기를 띨 것이다.울릉도의 소규모 신공항 건설도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에너지 자립섬 프로젝트를 구체화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일본의 독도침탈 야욕이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울릉도·독도 프로젝트가 정부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은 영토수호 관점에서도 매우 바람직하다.

2014-02-26

평창을 향한 희망의 별빛들

금3, 은3, 동2, 종합 1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소치 동계올림픽은 막을 내렸다. 3관왕이 된 안현수를 러시아에 뺏기는 등 쇼트트랙의 부진이 원인이었다. 밴쿠버의 효자종목이 불효종목이 됐다. 특히 남자부의 부진은 빙상연맹이 책임을 져야한다.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남자부 전멸`이라는 전대미문의 성적표를 남길 뻔했다. 4년후 평창에서 소치의 치욕을 반드시 씻어야 한다.여자컬링은 비록 4강에 들지는 못했지만 희망의 빛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강호 러시아·일본·미국을 큰 점수차로 꺾고, 3승을 기록한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10개팀 중 랭킹 10위인 우리 컬링팀이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거둔 성적이다. 창설 20년에, 국제규모의 컬링경기장은 경북 의성에 단 하나뿐인 열악한 운동환경에다가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비인기종목의 설음도 많았지만 여자컬링은 평창을 향한 희망의 빛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태릉선수촌에 연습시설이 있지만 경기용은 아니다. 국제경기용 컬링장은 경북 의성에만 있다. 그래서 2010년 국제경기도 의성에서 열렸다.경북 의성은 한국컬링의 메카다. 소치에서 해설을 맡은 김민정 해설위원도 경북체육회 코치이고, 의성 군위 청송이 지역구인 김재원 의원은 국제경기장 건립을 위한 예산 확보에 일조를 했으며, 그 자신 컬링 선수이고 올 여름에는 컬링 지도자 겸 심판 자격증을 딸 계획이다. 이번에 예쁘장한 얼굴로 유명해진 이슬비 선수는 의성의 한 과수원집 딸이다. 이번 소치에서의 성취를 계기로 컬링에 대한 투자가 더 많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컬링은 섬세한 한국인의 체질에 가장 잘 맞는 운동이고, 나이에 상관 없이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다. 컬링붐이 일어날 조짐도 보인다.올림픽에는 흔히 예상외의 성과가 있지만 이번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딴 것은 또 하나의 희망의 빛이다. 이승훈, 주형준, 김철민 3명이 한 팀이 된 남자 팀추월은 네덜란드 팀에 3초 뒤진 준우승을 했다. 겨울이 긴 북극권 국가들의 잔치인 겨울올림픽에서 우리가 거둔 메달은 그만큼 가치가 높다. 3명이 한 팀으로, 두 팀이 동시에 달려서 앞 선수가 상대팀 뒷 선수를 추월하면 이기는 경기이고, 추월을 못하면, 뒷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한 시간을 재어 승부를 결정하는 경기다. 팀웍과 호흡이 중요하다.김연아의 은메달은 두고두고 한으로 남을 것이지만 박소연, 김해진이라는 두 기대주가 있어 평창의 빛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가 직접 선발한 후계자이고, 이번에 쇼트프로그램을 무난히 통과한 실력을 갖췄으며, 17세 고교생들이니 평창의 승전보를 충분히 기대해볼만 하다. 쇼트트랙도 심기일전해서 두번의 눈물을 보이지 않도록 효자종목의 영광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2014-02-25

일본의 침략근성 철저한 응징을

일본정부는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하고, 독도를 일본영토로 만들려는 의도를 노골화시켰다. 특히 시마네현은 이날 기념식을 갖고, 고지도 전시회 등을 열었으며, 일본 정부는 내각 정무관을 파견해 격려했다. 이날 경북도, 포항시, 울릉군은 `다케시마의 날 규탄대회`를 열었다. 도지사, 도교육감, 지역출신 국회의원, 시장, 군수 등이 모두 참여하고, 독도 관련 시민단체 및 시민 1천여명이 모여 성토했다. 서울에서도 독도향우회 회원과 학생 500여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일본은 전쟁범죄자라는 죄의식을 갖고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없애라!”고 외쳤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독도사랑본부(총재 강석호)가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국회의원 및 전국 중 고 대학생 대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4 다케시마의 날 철폐 촉구 행사`를 열었다. 이같은 규탄 대상은 단순히 독도문제만은 아니다. 일본이 과거의 군국주의로 돌아가려는 의도를 분쇄하려는 것이다. 일본이 지난 죄악을 반성하지 않고 억지만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위안부는 전쟁때 어느 나라에서나 있었다. 그러나 선량한 아녀자들을 강제로 끌어다가 성노예로 만든 사례는 나치 독일과 일본 뿐이다. 다른 나라들은 성매매업소들이 군부와 계약을 맺어 `매춘부에 의한 영업`을 했지만, 나치는 점령지의 길거리에서 혹은 교도소 여자 감방에서 강제로 여자들을 끌고가 몸을 제공하게 했다. 그런데 독일은 과거의 잘못을 숨기지 않는데, 일본은 굳이 그런 일 없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 심지어 독일은 `부인(不認)금지법`을 만들었다. 나치의 만행을 부인하는 자를 엄히 처벌하는 법률이다. 그런데 일본은 정부가 앞장서서 부인을 한다. 온 세계가 규탄해야 할 2중만행이다. 미 국무부는 2001년부터 세계 각국의 인신매매 방지 노력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내는데, 일본은 항상 하위등급으로 분류된다.일본은 증거가 명백한 일까지 부인한다. 독도를 한국땅으로 분류해 제작한 지도가 수없이 많은데도 일본은 이를 외면한다. 일본인 자신이 제작한 지도에도 울릉도 독도는 분명히 한국 영토로 표기돼 있다. 또 일본은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일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그것이 거짓말이란 것은 자료에 의해 밝혀졌다. 최근 중국 상하이사범대학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일 학술회의`에서 “일본군이 직접 부녀자를 강제 연행하고, 중국 괴뢰정부를 이용해 군 위안소를 개설 관리하는 제도를 만들었다”는 증거자료가 다수 발표됐다.일본의 `과거 죄악 부인`은 침략근성의 재발 조짐이다. 이를 그냥 두었다가는 동남아의 평화가 다시 위협받게 된다. 군국주의를 싹 부터 자르기 위해서는 세계가 힘을 모아 응징해야 한다.

2014-02-25

문제 교사를 위한 인성교육

`국회인성교육실천포럼`은 최근 `인성교육진흥법`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정의화 대표는 인사말에서 “법 제정은 정부 정책과 재정 지원을 통해 인성교육의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이며, 4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6월까지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교육관련 여야정치인 10여명도 참석했는 데, 입법 취지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각론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법에 인성 관련 교과과정이나 수업 비율 등을 명시하자는 측도 있고, 기본 방향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개별 입법과 정책으로 뒷받침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일선 교사들도 의견을 냈는 데, “인성교육법 제정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자칫 `인성과목`이 또 하나 추가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교육부 소속인 인성교육진흥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올리자”는 제안도 나왔다. 또 국회입법조사처 조인식 교육문화조사관은 “인성교육의 주체로서 가정의 역할을 법안에 명시하고 학부모교육을 의무화하자”고 했다.“문제 학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 가정이 있을 뿐”이란 말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교육부는 성범죄 교사 관련 처벌법을 엄격히 할 생각이다. 교육부 김영윤 학교정책관은 “학생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법원으로부터 유죄가 확정된 교원은 교사 자격을 박탈해 교단에서 영구 퇴출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초중등교육법의 개정을 추진중이며, 이르면 올해 안에 개정,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2006년에 도입한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에 따르면, 형 집행이 끝난 후 10년간 학교, 유치원, 학원 등 교육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그 기한이 지나면 취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개정하려는 법에는 교사 자격을 아예 박탈해서 재취업이 영구히 불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김 학교 정책관은 “극히 일부지만 자질 미달 교원을 교직에서 추방함으로써 대다수 교원들의 명예를 지키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는 사안이 가볍더라도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하는 등 교원 징계규정을 강화할 생각도 밝혔다.최근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최월영)는 초등학교 교사때 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학사 A 씨(45)에게 징역 4년에 5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또 대구지법 이정목 판사는 학생의 멱살을 잡고 끌고다니다가 함께 넘어져 중상을 입힌 이모(52) 교사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감정에서 비롯된 행위는 올바른 교육방법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일부 자질 미달의 교사들 때문에 다수의 교사들이 피해를 본다. 학생 인성 교육도 중요하지만, 문제 교사들을 가르칠 인성교육법도 필요하다.

2014-02-24

수치(羞恥)만 남긴 소치올림픽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은 처음부터 수치스러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수천 마리의 유기견들이 돌아다니며 참가자들을 위협했다. 길거리를 떼지어 다니며 선수들이 묵는 호텔 복도에도 들어왔다. 배고픈 개들이 사람까지 위협하니 러시아 당국은 독화살이나 총으로 도살해야 했고, 동물애호가들은 유기견을 살리자며 당국과 대립했다. 소치올림픽은 처음부터 `개판`으로 시작됐다.숙소 수도꼭지에서 황톳물이 쏟아져나오는 통에 생수를 사다가 세수를 했고, 샤워실 문이 열리지 않아 문을 부수고 나온 일도 있었다. 변기 2개가 나란히 놓여 있어서 `코미디 화장실`을 만들어 놓았으며, 변기 뚜껑이 밑에 있고 변기는 벽에 붙어 있는 `예술작품`같은 화장실도 있었다. 변기에 `낚시 금지 딱지`가 붙어 있기도 했다. 러시아에는 변기에 대고 낚시질을 하는 정신병자들이 많은 모양이다.소치는 따뜻한 휴양도시인데, 올해 겨울은 유난히 기온이 높아 눈이 전혀 내리지 않았다. 눈이 없는 겨울올림픽을 열자니 눈확보에 엄청난 돈을 들여야 했다. 북쪽의 만년설을 차량으로 실어다가 지하실에 보관했고, 제설기 446대를 곳곳에 배치했으며, 심지어 주술사까지 불러와 기설제(祈雪祭)를 지냈지만 올림픽 기간 내내 청명한 하늘에 기온이 영상 20도를 오르내리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소치는 43조원,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돈을 썼다. `겨울 없는 도시`에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대가였다.코미디의 하이라이트는 오륜기였다. 개막식때 눈꽃송이 5개가 동그라미로 변하는 데, 가장 오른쪽에 있는 꽃송이 하나는 고장을 일으켰다. 그래서 다른 4개만 `4륜기`가 되고, 하나만 꽃인 채 남아 있어서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 일은 곧바로 상혼을 발동시켰는데, 개막식 후 단 몇시간 만에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에 `4륜기 티셔츠`가 출시됐다. 그러나 러시아 국민들은 TV에서 이 장면을 보지 못했다. 당국은 연습때 찍어놓은 영상을 대신 내보냈다.결정적인 `소치의 수치`는 피겨에서 벌어졌다. 김연아의 은메달을 두고 국제여론이 들끓고 있다. “올림픽 사상 가장 이해할 수 없고, 가장 의심스러운 판정” “김연아의 적수는 김연아 자신뿐” “숨이 막힐 정도로 완벽한 환상적인 연기”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은 스캔들” “소치올림픽은 푸틴의 눈치만 살피는 눈치 코치 수치올림픽”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의 부인이 심판이고, 미국 한국 심판은 없었고, 친 러시아 유럽심판 일색” “5점 이상의 차이는 과잉눈치가 빚은 실수”우리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4년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그 때 러시아는 `뿌린대로 거둘 것`이다. 세계는 심판 스캔들을 내내 잊지 않을 것이다. 연아의 은메달은 욕된 금보다 더 빛난다”

2014-02-24

비정치적 남북 교류의 방향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많은 우여골절 끝에 성사됐다. 오래 만남이 중단됐었고, 단 나흘을 남겨두고 북측이 연기하는 바람에“정말 믿을 수 없는 상대”란 비난도 들었다. 이번의 협의과정도 상호 팽팽한 신경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측의 줏대와 북측의 자존심이 양보의 미덕으로 접점을 찾았고, 한미 군사훈련도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혈맹이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단순 동맹 관계로 격하된 것도 북이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는 여건이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법이어서 그동안 남북은 숱한`비`를 맞아 땅이 많이 굳어졌다. 부부간에도 고운 정 미운 정이 교차되면서`부부의 정`이 완성된다는데, 남북관계도 그 같은 과정을 겪어왔다. 그래서 정치적 문제는 잠시 뒤로 미뤄놓고 비정치적 교류, 가령 언어나 과학기술 같은 학술교류와 북의 인적 물적 자원과 남의 자본 기술이 만나는 경제교류 같은 것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접근방법이 바람직하다.2007년 6월30일 평양에서`민족과학기술학술대회`가 처음 열렸다. 포항공대(남)와 김책공대(북)·민족과학기술협회(북)가 공동주최하고 박찬모 당시 포스텍 총장 등 24명의 남측 인사, 150여명의 북측 인사, 재중 동포 학자 10여명, 미국 학자 10여명, 재일동포 학자 1명 등 200여명이 참가해서 IT(정보기술), NT(나노기술), BT(생명공학), ET(환경공학) 등 4개 분야에 대한 학술교류를 했고, 박찬모 당시 총장은 기조연설에서 “분단사상 첫 과학자들의 역사적 만남이고, 남북이 공동연구를 할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이받이할 이 학회를 매년 지속적으로 열자”고 제안했다.그리고 2011년 7월 제7차 고려학국제학술토론회에서 남북 과학기술 용어 통일에 관해 논의했다. 북한은 1960년 `말 다듬기 운동`을 벌여 한자를 폐지하고, 외래어와 고유어를 정리했는데, 전구가 불알로, 코너킥이 구석차기로 변했고, 표준어를 문화어라 불렀는데, 북한 사투리가 많이 문화어가 되어 사전에 올랐다. 그러나 김정일 대에 와서 그 언어정책이 폐지돼 한자도 가르치고 외래어도 사용하고 영어도 배우게 되었다.남북 언어학자들이 모여서`겨레말큰사전`편찬사업을 벌여왔었는데, 천안함 사태 이후 지난 4년간 회의가 중단됐으나 지금의 화해분위기를 만나 그 논의를 다시 일으킬 움직임이 보인다. 남북간 언어의 이질화는 세월이 갈수록 심해진다. 북한말을 들으면 외국어 같고, 탈북자들도 남한 언어가 너무 생소하게 들린다고 했다. 통일의 길은 차근차근 닦여야 하는데, 그 첫걸음은 언어의 통일이다. 일상용어든 과학용어든 `말과 글이 통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겨레말 큰사전의 편찬은 통일로 가는 고속도로를 닦는 일이다.

2014-02-21

철저한 안전점검과 예방책을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의 신년보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여수, 부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방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세우라”고 당부하고, “근래 들어 화학물질 사용과 유통량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전수칙을 체계화하고 철저히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변국들과 환경외교 노력을 강화하고 급증하는 화학사고와 기상이변 등 국토 해양 환경 분야 전반에 걸쳐 재난 안전 관리 체계를 돌아보고, 필요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면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과도한 복지비용 등도 지적했다.이에 포항해경은 항만청, 포항시청, 소방서 등과 함께 경북지역의 기름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해양시설 등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저장소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이송배관 안전관리 및 선박 유류 이송작업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이상한파 등 기상이변 등에 대비해 사전 예방책을 세우기로 했으며, 기름을 취급하는 해양시설 10곳과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시설 2곳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점검 관리키로 했다.현재 초미의 관심사는 철골구조 샌드위치 패널 공법으로 지은 체육관이 붕괴돼 많은 사상자를 낸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다. 코오롱그룹 계열사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경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의 1차 현장감식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테스크포스팀 등이 건물의 안전도를 조사했다. 또한 한국강구조확회와 한국안전시설공단, 경북경찰청 과학수사팀이 합동으로 2차 감식을 실시했다. 경찰은 또 경주시와 시공사 등을 상대로 체육관 시설 인·허가 자료, 설계도면 등을 제출받아 체육관 부실 시공 여부에 대해 수사와 건축법 위반 여부 수사 관련, 건축주, 시공사, 감리가 시방서대로 건축되었는지, 건축 허가 후 증·개축 관련 불법 여부도 조사중이다.이번 경주 사고는 하나의 반성을 남겼다. 총학생회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맡긴데 대한 반성이다. 학교 당국이 책임감 있게 진행하지 못하니 안전대책 또한 부실하기 마련이었다. 특히 신입생 환영행사는 간혹 `술먹이는 행사`로 전락했고, 과거 과음으로 목숨을 잃는 학생이 생기기도 했으며,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주 사고를 겪으면서 정부는 학생회 단독으로 신입생 환영회나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포스텍은 수년전부터 교내 강당과 기숙사에서 인성교육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해왔고, 한동대 또한 교내에서 행사를 진행하는데, 음주는 철저히 금하고, 명사특강 등으로 진행한다. 위덕대, 대구가톨릭대, 수성대 등도 교내에서 `술 없는 행사`를 한다. 모든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야 부산외대 학생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2014-02-21

한국빙상의 미래는 양양하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의 선수단이 참가했고, 전 종목에 출전했으며, 상위 10위권 목표를 세웠지만 쇼트트랙에서 예상밖의 부진을 보이면서 실망감이 높았다.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와 그의 눈부신 성과를 보면서 “한국빙상계의 근원적인 탈바꿈이 없으면 희망도 없다”는 말도 나왔다. 빙상연맹의 지도층 임원들은 낯을 들 수 없게 되었고, 대회 초반과 달리 경기장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다.그러나 선수들은 “이럴 때 일수록 힘을 내자. 아직 남아 있는 경기가 많고,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다”며 서로 격려하며 힘을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한 결의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18일 저녁에 있었던 여자 쇼트트렉 3000m 계주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란듯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심석희, 박승희, 조해리, 김아람이 국민의 우려를 단숨에 날려주었다. 이들의 우승앞에서 지도자들은 펑펑 눈물을 쏟았다. 한국빙상이 기사회생(起死回生)하는 순간이었고, 허물을 상당 부분 벗겨주었기 때문이다.남자 10000m에서 아쉽게 4위에 머물러 메달권에 들지 못했지만 빙상경기에는 상대팀의 교활한 방해공작도 있고, 운(運)도 작용하기 때문에 그만한 전적(戰績)도 빙상계에 쏟아지는 비난의 소리를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었다. 여자 3000m 계주는 8년전 토리노올림픽에서의 금메달 이후 첫 우승이고, 4년전 벤쿠버올림픽에서 1위로 들어왔지만 석연찮은 판정으로 메달을 놓친 그 통한을 이번에 설욕했다는 의미도 있어서 남자 10000m의 4위는 “한국 빙상의 이름값”은 한 것이다.앞으로 김연아의 피겨가 남아 있고, 메달이 기대되는 경기가 아직 많이 있으니 빙상계에 쏟아지던 비난의 소리를 무마시킬 여지는 여전히 준비돼 있다. 또 지금부터 착실히 이상화 선수 같은 투지로 준비한다면 4년 후 평창에서의 영광도 기대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더욱이 그동안 지적되었던 빙상계의 부조리 비리 불합리한 운영방식 등이 상당히 정상화될 것이니 `평창에서의 영광`도 멀리 있는 꿈은 아닐 것이다.무엇보다 이번 소치에서 거둔 성과는 “컬링에 대한 재인식”이다. “그 경기가 그렇게 재미 있고 스릴 넘치는 경기인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컬링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다. 외국에서는 청소년에서부터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즐기는 대표적 경기가 컬링이다. 힘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우리 컬링팀이 4강에는 들지 못했지만 랭킹 최하위 팀이 3강팀을 큰 점수차로 격파한 것은 통쾌한 쾌거였다. `서러움 많던 비인기종목`에서 벗어나 평창에서의 영광을 기대해도 좋을 유망종목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 빙상의 미래는 양양하다.

2014-02-20

해빙기 철저한 안전점검을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의 원인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진행요원은 15명이나 배치하면서 필수·의무적 배치 인원인 안전요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이는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로 사법처리가 가능한 위법행위다. 건축주, 시공사, 감리회사 등을 대상으로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으니 앞으로 혐의사실이 얼마나 더 나올 지 알 수 없다.이 체육관 건물은 첨단 컴퓨터프로그램으로 설계 제작한 철골 구조물인 PEB공법에 의해 지어진 건물이다. 이 공법은 내부에 기둥이 없으므로 격납고, 체육관, 공장 등에 많이 이용된다. 내부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원가절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중을 정확히 계산하지 않으면 불안정한 공법이기도 하다. 이번에 100t 좀 넘는 눈무게에 무너졌다. `첨단 컴퓨터프로그램`과 `철구조물`이라 해서 완전히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경찰은 불량자재나 부실시공에 촛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공명현상`이란 것이 있는데, 소리도 물리적 충격을 준다는 뜻이다. 또 `나비효과`도 있다. 대형 교량이 작은 충격의 반복에 의해 무너진다는 것이다. 건물도 마찬가지인데, 내부에 음향을 흡수하는 시설이 돼 있지 않으면 그 음향의 충격에 의해 건물이 손상될 수 있다는 뜻이다.그래서 체육시설을 음향기기가 고음을 내는 공연장으로 이용할 때는 반드시 흡음시설을 해야 한다고 음향전문가들이 충고하고 있다. 참고해야 할 조언이다.이 리조트 건물은 준공 후 한번도 안전진단을 받지 않았다. 현행법상 5000㎡ 이상의 건물만 안전진단 대상이 되기 때문인데, 이 체육관은 1천20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폭설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진단 대상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래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당국과 지자체는 합동으로 전국 1천㎡ 이상의 샌드위치 패널 창고 등 3천500여곳을 점검할 것이라 한다. 안전을 중요시해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굳이 명칭을 바꾼 그 값을 해야 할 일이다.안동시는 경주 사고에 놀라 관내 경량 철골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된 다중이용건물인 대형유통시설, 판매시설, 나이트클럽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또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하며 지반이 허약해진 곳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는 봄철 마다 실시하는 점검이지만, 이번에는 더 철저히 대형공사장, 노후 건물, 절개지, 축대와 옹벽 등 위험시설로 지정된 49곳을 조사하게 된다.한편 경북도교육청이 울진군에 건립한 원자력 마이스터고 건물 옥상에 균열이 생기고 일부에는 누수현상이 발견됐고, 현관 대리석의 색깔이 변하고 있어서 부실시공 시비가 일고 있다. 이 또한 철저히 점검해서 안전을 확보해야 하겠다.

2014-02-20

규제완화 모범 지자체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개혁 대토론회`가 열렸다.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이끌어내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다. 모든 가치가 수도권 중심으로 돼 있는 구조에서 수도권 규제를 풀어버리면 지방은 더 말라버릴 것이 뻔하다. 토론회에서는 “영국, 프랑스, 일본 같은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에 기업투자 유치를 위해 수도권 규제정책을 포기했지만 한국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우물안 개구리 같은 정부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도 나왔지만, 한국의 편중 발전 만큼 최악의 편중은 없다. 여북하면 `서울공화국`이란 말이 생겼겠는가. “한국에는 서울밖에 없다”는 말이고, “대도시 사람만 사람이다”란 말도 있다. 이런 부조리를 깨기 위해서는`국토균형발전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의료·금융 서비스업 규제 완화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찾고 일자리도 창출해야 한다.세계적인 금융회사가 한국에 오지 못하는 것은 정부 규제때문이다. 작은 신상품 하나 만들려해도 감독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짧게는 2주, 길게는 3, 4개월 걸린다”란 말에는 공감이 간다. 이것이 우물안 개구리식 규제다.자치단체들 중에는 규제 개혁에 앞장서는 모습이 보인다. 최근 상주시는 투자활성화를 위한 지방규제 완화 추진 실적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돼 대통령상을 받았다. 상주시는 자치법규 일제정비를 통한 등록규제 정비와 신설규제 억제, 기업투자를 위한 규제개선과 국내외 투자유치활동 등으로 2천794억원의 투자유치와 함께 맞춤형 중소기업 지원, 기업전담 One Stop서비스체계 구축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와 서민생활 등에 부담을 주는 중앙부처 규제 개선 건의, 기업활동 활성화를 위한 인허가 행태 개선, 70여건의 등록규제 정비, 한국타이어 테스트 엔지니어링 유치 등 성과를 거뒀다.구미시 또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투자통상과 오흥석 주무관은 `기업 섬김이 대상`인 녹조근정 훈장을 받았다. 구미시는 2013년 한해 동안 등록규제된 총 242건 중 76건을 일제 정비해 기업 및 시민들의 불편을 없앴다. 장애인 종합복지관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 및 경쟁제한적 자치법규 개선, 인·허가 전담 창구 개설 운영, 지역투자 기반조성 및 투자유치, 상수원 보호구역외 지역에 대한 공장 설립 제한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친기업 환경을 조성했다.모든 자치단체들은`공무원들이 놓기 싫어하는 규제`가 무엇인지 낱낱이 골라내어서 이를 혁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일을 잘 하는 지자체장들이 이번 지방선거에 많이 당선돼야 하겠다. 그것만이 수도권과의 대결에서 살아남아 국토균형발전을 이뤄내는 최상의 방법이다.

2014-02-19

허술한 건물이 불러온 재앙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재앙이었다. 당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대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3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최종집계됐다. 사고 당시 이 건물에서는 부산외국어대학 신입생 100여명이 신입생환영회를 하고 있었는데, 무대쪽의 천정이 내려앉기 시작했고, 놀란 학생들이 출입구쪽으로 몰려갔으나 추운 바람을 막기 위해 출입문을 모두 닫고 행사를 한 탓으로 대피가 늦어졌다. 많은 학생들이 몰려 빠져나갈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천정은 급속히 무너져 내렸고, 10여 초만에 천정이 다 내려앉았다고 하니, 이 건물의 안전성은 극히 미흡했음이 분명하다.이 건물의 벽은 일반 건물처럼 콘크리트가 아니고 샌드위치 패널이었다. 임시로 지은 가건물 같은 집이었는데, 그 넓이는 매우 넓었으며, 지붕을 받치는 기둥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으니, 근본적으로 부실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경주·포항에 쏟아진 폭설은 사상 최악이었는데도 리조트 측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고, 사후 대책에도 무관심했다. 허약한 건물에 두껍게 눈이 쌓이면 무너질 것이 자명한데도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다.전문가에 따르면 1㎡의 면적에 눈 50cm가 쌓이면 그 무게가 150kg이라 한다. 이 체육관 건물 지붕의 면적이 990㎡이니 눈 무게는 무려 148t 이상이다. 이 눈무게가 샌드위치 패널에 실렸으니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다. 건물구조의 허약성을 미리 알아 제설작업을 완료한 후 행사를 치렀어야 했는데, 리조트 측이 그 생각을 못하고 `손님 받기와 영업`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이같은 안전불감증이 결국 강당붕괴라는 대형참사로 이어지고 말았다.구조작업도 지지부진하다. 리조트로 가는 도로는 왕복 2차선인데, 도로 제설작업도 제대로 되지 않아 구조차량들이 눈을 치우면서 진입해야 했다. 천정에 깔린 학생들의 비명소리는 계속 아우성인데, 구조차량의 진입은 신속하지를 못하니 이보다 더 애간장 탈 일은 없다. 좁은 길에 구조차량, 구급차, 취재차, 놀라서 달려온 학부모 차량들이 한데 얽혔으니 아수라장이 따로 없고, 구조작업은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구조 당국은 사고 현장 인근에 우선 응급진료소를 차려 응급 의료장비와 의사 간호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진료소에 실려온 환자가 잠시후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고 한다. 추운 날씨에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담요와 이불이 마련되어서 그나마 도움이 되었다. 이번 폭설은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고, 끝내 많은 학생들의 희생을 불러오고 말았다. 폭설의 무서움을 재인식하고 모든 시설에 대한 재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2014-02-19

빙상계 근본적 대수술을

소치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이 전멸상태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까지 금메달 19개를 수확한 메달박스 쇼트트랙이 지금 몰락하고 있다. 안현수 선수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에 올랐었다. 그러나 그는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고, 소치에서 러시아 깃발을 달고 금메달 하나 동메달 하나를 땄다. 빅토르 안으로 개명한 그의 선전(善戰)에 러시아인들만 뿐 아니라 한국 응원단까지 환호를 보낸다. 그것은 `한국 빙상계에 보내는 야유`이다. 안 선수는 더 이상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 없어서 러시아로 갔기 때문이다.2006년 안 선수의 부친은 성적지상주의, 파벌싸움 등 한국 빙상계의 비리를 폭로했다. “상대 파벌의 코치와 선수가 짜고 현수가 1천m와 3천m에서 1등하는 것을 막았다”그리고 2010년 안현수 펜카페에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정수가 코치의 강요로 부상사유서를 쓰고,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했다”는 글을 올려 2차파문을 일으켰다. 대한체육회는 감사에 들어가 이 폭로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김기훈, 김동성, 안현수, 전이경, 신선유 등을 배출한 한국쇼트트랙은 한체대와 비한체대 간의 파벌싸움과 짬짜미(담합·야합)로 곪아가기 시작했다.러시아 선수복을 입고 러시아 국기를 든 안 현수 선수가 동메달에 이어 금메달을 딴 반면 한국 쇼트트랙이 노메달 행진을 이어가자 대통령까지 나서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돌아봐야 하겠다”며 근본적 대수술이 필요함을 역설하기에 이르렀다. 파벌싸움이 선수를 좌절시키고 내쫓고, 성추행 지도자가 멀쩡하게 그 자리를 지키면서 선수들의 사기를 추락시켰다. 파벌싸움이 진정되니 이번에는 독재체제가 구축됐다. 호랑이를 피하니 여우가 나타나는 식이다. 선수선발 방식도 `10명을 뽑아 훈련하고 최종 5명을 내보내는 종래의 방식`을 바꾸어서 `5명을 선발해 훈련하고 그대로 내보는 방식`을 채택해놓으니, `능력 있는 선수`가 뽑히는 것이 아니라 `독재권력자에 잘 보이는 선수`가 나가게 되었다. 그 말은 `한 번 잘못 보이면 선수생활 접어야 하는 체제`가 되었다는 뜻이다.`승부조작 음모에 반기를 든 선수``방상연맹의 비리를 지적하는 지도자``독재권력자에 대드는 선수·임원`등은 빙상계를 떠나야 할 정도로 비리는 도를 넘었다. 스포츠든 정치든 안에서 썩어들어가면 반드시 망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스포츠 단체의 개혁을 추진중이고, 온 국민이 빙상연맹을 향해 주먹질을 하고 있지만, 과연 비리와 파벌이 발붙일 수 없는 시스템이 구축될지 의문이다.`꼬리 자르기`로 환부(患部)를 남겨두었다가, 그것이 또 다른 공룡비리로 자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 대수술이 필요하다. 먼저 인품과 도덕성을 갖춘 지도층으로 바꿔야 한다.

2014-02-18

`명성황후` 포항공연의 의미

일본 아베정권의 궤변과 억지주장은 한·일관계를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 2차대전 당시 일본이 동남아 각국들에 저지른 악행은 나치 독일과 다르지 않지만 독일은 잘못을 인정하고 수시로 사죄하는데, 일본은 많은 증거를 인멸했고,“난징 대학살은 없었다”며 발뺌을 하고 정신대 강제동원에 대해서도 “어느 나라든 위안부는 있었다”며 성노예로 끌려간 소녀들을 창녀 취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뮤지컬`명성황후`가 최근 포항에서 5회 공연되었다.이 뮤지컬은 이문열의 소설 `여우사냥`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역사상 `삼전도의 치욕`이상의 치욕스런 사건이 있었다. 삼전도에서는 인조 임금이 적국의 황제에게 항복한 사건이지만 `여우사냥`은 황후 민중전이 일본군인과 낭인들에 의해 살해 능욕당한 사건이다. 이를 을미사변이라 하는데, 전국적으로 의병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고종은 경복궁 안에 황후가 거처할 집인 건청궁을 지었다. 대원군의 간섭으로부터 민중전을 해방시키고 대원군을 정치에서 배제시켜 쇄국정책을 개방정책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의미였다. 열강들이 몰려들었고,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으며, 이를 진압하려고 민중전은 청나라 군대를 불러들였다. 이를 핑계로 일본군이 진주했으며, 결국 청일전쟁이 벌어졌고, 승전한 일본의 세력이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민중전은 러시아 세력을 끌어들여 일본을 억제하려 했던 것이 을미사변의 계기였다. “민비를 제거하지 않고는 일본이 발을 뻗을 수 없다”고 해서였다.1895년 10월8일 새벽 일본 군인과 조선 낭인들이 경복궁 담을 넘어 건청궁을 침범했고, 고종을 구금한 그들은 민중전을 살해하고, 밖으로 끌어내 능욕하고 불태워 증거를 없애려 했다. `에이조 보고서`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썼다. “민비를 두세 군데 칼로 찌르고, 국부를 검사하고, 불태웠다. 우스운 일이고, 분노할 일이었다”그 무리 중에는 조선인 군인 우범선과 이두황이 있었는데, 그들은 민중전의 얼굴을 아는 자들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를 낳은 적이 없는 민중전의 `국부를 검사해` 신원을 확인했다니 일본인들로서는 우스운 일이고, 조선인들로서는 분노할 일이라는 뜻인데 `검사`만 했겠는가.이번 명성황후 공연은 적지 않은 입장료에도 4천800석 전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고 한다. 소프라노 이태원의 청아한 목소리, 아역배우들의 맑은 음성, 가슴 울리는 음향효과와 웅장한 합창, 회전무대를 바탕으로 한 30여회의 화려한 무대전환, 현대적 의상과 고루하지 않은 음악 등이 포항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일순에 날려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깊이 새겨야할 일은 일제의 그 극악무도한 잔혹성을 잊지 말고 세계에 알려서 독일처럼 꿇어앉아 눈물로 사죄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4-02-18

폭설피해 최소화의 공로자들

일주일간 쉴새 없이 쏟아지던 폭설은 영일만 역사상 초유의 일일 것이다. 대비책이 없었다면 도시 기능이 마비됐을 일이다. 다행히 기온이 높아 눈이 오는 족족 녹고, 밤에도 그리 얼지 않아 제설작업이 손쉽기는 했지만 포항시청을 중심으로 많은 기관 단체들이 잘 협조했고, 군 부대와 경찰이 전폭적으로 나서 준 덕분에 피해가 최소화됐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거둔 대표적 사례다. 이번 폭설 기간 중 주요 간선도로와 고갯길에 투입된 민간업자의 포크레인은 276대에 1억여원, 염화칼슘과 소금 구입비 1억5천여만원 등 모두 2억5천만원 가량이 들었다. 물론 포항시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의 유류비와 인력 동원에 따른 비용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 이 정도의 추가 비용을 들여서 사상 최악의 폭설과 싸워 얻은 반사이익은 얼마나 될까? 도로가 마비됐을 때 철강 수송은 전면 중단됐을 것이니, 철강업체와 운송업체의 영업손실은 엄청날 것이고, 죽도시장이나 마트 등 유통 업체들은 개점휴업으로 입는 손실 또한 막대했을 터이다.눈이 그친 13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포항지역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의 붕괴로 인한 손실은 13억9천여만원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시설기준이 더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번 폭설에 정부기준의 비닐하우스도 무너졌기 때문이다. 북쪽에서 내려온 고기압은 찬바람을, 남쪽을 지나는 저기압은 수분을 몰아왔는데, 찬바람과 물이 만나면 눈이 된다. 동해안의 2월은 이`찬바람과 물의 만남`이 빈번하니, 앞으로도 폭설이 예상되고,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지금 세워놓지 않으면 안된다.이번 제설작업의 공로자들은 군부대 장병들이었다. 해병대 제1사단은 병력 600여명과 제설차 2대를 투입했고, 오천읍과 자매결연을 맺은 1사단 전차대대는 병력 150명과 제설차 2대를 긴급투입해 오어사 진입로와 주요 간선도로 제설작업을 했다. 태풍 등 재해때 마다 가장 먼저 달려오는 해병대원들이다. 육군 50보병사단 장사대대는 페로이다, 구레이다 등 중장비 32대와 장병 1천여명을 투입해 마을진입로를 열고, 홀몸노인 주거지 등을 중심으로 지원사업을 펼쳤다. 이 사단은 복구가 끝날때까지 병력과 장비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 한다.권기선 경북경찰청장도 연일읍 부추작목반 하우스농장을 찾아 포항남부경찰서 직원과 방범순찰대원 150여명과 함께 마을진입로 제설작업과 복구작업을 도왔다. 포항남부경찰서 교통관리계 두 경찰관은 걸어서 출근하는 60대 여성을 근무지까지 순찰차를 태워주었고, 북부경찰서 두 경찰관은 눈 덮인 야산에서 길을 잃은 시민을 구조했다. 또 한편 포항시의회는 의사일정을 미루고 상옥리를 찾아 제설작업에 참여했다. 큰 재앙을 막아준 공로자들이 고마울뿐이다.

2014-02-17

컬링은 한국인에 맞는 경기다

우리 여자 컬링팀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 출전 10개국 중 랭킹10위이고, 이번이 첫 올림픽 출전이다. 그러나 성과를 보면 핸드볼의 `우생순`을 연상시킨다. 한국의 컬링 나이는 겨우 20세다. 실업팀도 없고, 선수들이 뻗어나갈 곳 없으니 학생시절 취미로 하다가 뿔뿔이 살길 찾아 흩어졌다. 경북 의성여고에서 컬링을 했던 이슬비는 유치원 보조교사로 취업을 했고,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컬링으로 전향한 김은지, 중국 유학중 컬링에 접한 김지선, 초등학교때부터 컬링을 해온 엄민지, 그리고 컬링 1세대 신미성 선수. 이들을 불러모은 지도자는 현 대표팀 감독 정영섭(57) 당시 경기도청 감독이다. 중학교 교감출신인 그는 전국을 돌며 선수들을 찾아냈다. 비인기종목의 신생팀은 괄시를 받기 마련이다. 태릉선수촌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인근 분식집이나 모텔에서 숙식을 했고, 외국 선수가 쓰다 버린 일회용 브러시 패드를 주워 빨아 쓰기도 했으며, 브러시를 들고다니면 “유리창 닦으러 다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2002년 미국 비스마르크 선수권에서는 9전9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2년 3월 캐나다 세계선수권에서 4강에 올랐다. 벤쿠버올림픽 우승팀인 스웨덴과 종주국 스코틀랜드를 격파했다. 지난해에는 겨울유니버시아드에서 은메달을 땄고,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소치에서 우리 컬링팀은 초반부터 기염을 토했다. 선배격인 일본팀을 12대 7로 대파하면서 1차 예선을 가볍게 통과하더니, 컬링 강국 러시아를 8대 4로 꺽는 이변을 연출했다. 컬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TV시청률이 10%대로 올랐고, “컬링을 배우고 싶다”는 전화가 협회에 많이 걸려온다. 사실 게임규칙을 알고 보니 그렇게 스릴 있고 아기자기한 게임도 없다. 컬링은 `빙판위의 체스`라 불리운다. 두뇌싸움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섬세한 손놀림과 평정심, 면밀한 전략 전술 없이는 결코 이길 수 없는 경기이고, 관전하는 사람들도 자기도 모르는 새 `선수의 일원`이 되어서 작전을 짜고 있는 `참여경기`이다.컬링은 두 팀이 맞붙는 경기인데, 하우스 중앙에 자기 편의 스톤을 더 많이 올려놓는 경기이다. 방어(선공) 순번에서는 방어벽을 쌓는 전략전술을, 공격(후공)에서는 이 장벽을 제거하고 하우스 가까이 돌을 놓은 전략전술을 구사한다. 1회에 돌 8개씩 던져 10회까지 공방이 이어지고, 끝 앤딩에서 어느 편 스톤 몇개가 과녁에 더 가까이 와 있느냐를 가지고 점수를 매긴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섬세한 손놀림이 장점이고, 머리가 기민하게 잘 돌아가니, 컬링에 적절한 체질이다. 비록 이번 첫 올림픽 출전에 2승4패로 4강진출의 목표가 어두워졌지만 `우생순`의 성과는 거두었다. 컬링 실업팀이 많이 결성됐으면 한다.

2014-02-17

겨울 재해대책 근본적 재검토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포항 상옥리를 찾았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상옥은 포항시가 무공해 친환경 슬로우푸드 지역으로 지정한 곳인데, 시설재배 농가들이 심한 피해를 입었다. 포항시는 상옥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제설작업을 우선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였고, 이동필 장관도 특별히 이 곳을 방문했다. 이 장관을 만난 한 토마토 재배농민은 “올해 처음 연동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는데, 이번 눈에 내려 앉았다. 이런 결함이 있는 줄 알았으면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라 했다. `시설 기준`을 상향조정해 달라는 건의였다.이 장관은 특별 약속도 했다. “피해조사가 끝나지 않았더라도 우선적으로 북구비를 지원해 빠른 시일내에 복구되도록 하겠다”고 했으며, “법에 의한 지원뿐 아니라, 피해 복구를 위한 응급조치도 검토하겠다”며 예산 지원 외의 지원도 언급했다. 또 “농작물 시설재해보험이 지난해 처음으로 시행됐는데, 보험료가 비싸다는 인식때문에 가입률이 9%에 불과하다”며 농작물 시설재해보험의 가입을 확대시킬 대안도 마련할 뜻을 비추었다.한편 정부와 여당은 폭설 피해지역에 대해 특별교부세를 신속히 집행하기로 했다. 또 지자체가 관리하는 국도 등에 대한 지원과 복구 체계를 종합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강석호 의원은 “지금 대도시는 큰 장비가 들어가니까 금방 복구가 되는데, 지자체가 관리하는 작은 골목이나 농촌 산간지역은 제설차량이 부족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기상이변 상황에 대해서는 복구·지원 체계를 메뉴얼화 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가 관리하는 도로에 대해 폭설시 제도적으로 예산 등을 국토부가 보조나 지원을 해야 하는데, 지자체에 맡겨버리니깐 임기응변식으로 돼 손이 못미치는 부분이 있다”면서 복구비 일부를 선지급하고 추후 정산하는 방향으로 조기 집행을 주문했다.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을 만나 포항지역 폭설 피해 응급복구를 위한 특별교부세 지원을 요청했다. 박 의원은 포항시가 요청한 응급복구비 소요액 35억원 중 시비 부족분 23억원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면서 “예산지원이 늦어질 수록 피해가 더 커지기 때문에 신속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에게도 재해복구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주문했다. 울릉도에서는 바닷물을 도로에 부어 눈을 녹이는 방법을 쓰는데, 소방차에 바닷물을 실어다 붓는 방법도 생각해볼 일이다.폭설은 어민들에게도 심한 고통을 주었다. 일주일 넘게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조업을 못한다. 더 계속되면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라 한다. 장기간 여객선 운항이 중단돼 고립된 울릉도민들은 정부의 대책을 요청하고 있다. 겨울철의 재해 대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세워야 할 시점이다.

2014-02-14

적자 공기업의 돈잔치 혁파를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비정상적이고 염치 없는 공공기관 노조의 `개혁에 대한 저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과거 공공기관 개혁은 늘 `말잔치`로 끝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영부영 있은 듯 없은 듯 잊혀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언급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빈 말을 하지 않는 대통령`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빚은 산더미 같이 쌓이는데, 치열하게 일도 하지 않으면서, 복지혜택을 과도히 누리고, 노조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신도 부러워할 직장`이 된 공공기관이 이번에는 반드시 `정상화·합리화`될 것이라는 믿음이다.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국민은 어려움에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공공부문에서 방만경영을 유지하려고 저항한다면, 국민앞에 그 실태를 철저히 밝혀 공공기관 스스로 변화의 길을 가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면합의를 통해 과도한 복지혜택을 누리는 관행을 이번에 철저히 뿌리뽑아야 할 것이라 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박봉과 체임으로 고통받는데, 공공기관은 돈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창구에서 기차표 파는 단순노동 종사자가 70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는다니 말이 되는가.부채 상위 12개 공기업이 최근 5년간 3천억원이 넘는 복지비를 지출했고, 일부 기관은 해외에서 학교에 다니는 직원 자녀에게 고액의 학자금을 지급하거나 직원 가족에게까지 100만원씩 치과 치료비를 주었다. 그 외에도 국민이 분통을 터트릴 돈잔치 사례가 많은데, 그 실태를 낱낱이 드러내어서 국민적 심판을 받도록 하고, 비정상적인 행태가 정상적인 것으로 관행화된 묵은 구악(舊惡)을 척결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이미 천명했는데, 그 속에는 공공기관 정상화가 핵심과제로 들어 있고, 다음으로 규제개혁이 중요과제가 돼 있다.그런데 지역에서는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모양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노조의 주장에 밀려 `성과급 균등 배분`을 계속하고 있다. 당초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성과급은 직원별 자체 내부 평가를 거쳐 수(20%), 우(40%), 양(30%), 가(10%) 등 4등급으로 구분하고, 월급의 165~215%씩의 성과급을 지급키로 했다. 그러나 노조가 “불필요한 경쟁이 가속화돼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해 균등지급제로 바꾸었다. 능력 있고 열심인 직원이나 무능하고 게으른 직원이나 똑같은 성과급을 받은 것이다.빚만 쌓이고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하면서 성과급을 받고, 일도 치열하게 하지 않으면서 복지혜택은 남 달리 누리며 국민혈세를 갉아먹는 공공기관을 그대로 두고는 나라가 제대로 가지 못한다. 국민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2014-02-14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이상화

소치에서 마침내 낭보가 날아왔다. 여자 500m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상화(25·서울시청)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것은 세계 빙상계가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올림픽이란 워낙 돌발변수가 많아서 걱정이 없지 않았고, 특히`빙상 3총사`라 불리우던 이승훈, 모태범이 부진을 보이자 우려는 더 깊어졌다. 500m 단거리는 스타트에서부터 초긴장 상태라 선수들의 부담감과 긴장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부정출발로 탈락하는 유망 선수들이 많았다. 두 남자선수의 부진도 그 긴장감과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화는 극한 훈련을 통해 체력도 길렀고, 마인드컨트롤에 성공함으로써 일체의 압박감에서 벗어났다. 그는 우승후 인터뷰에서 “올림픽이라 생각하지 않고 월드컵시리즈라 생각했던 것이 주효했다”며 마인드컨트롤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월드컵시리즈야 말로 이상화의 `자신감의 온상`이었다. 거기서 그는 무려 7번이나 500m에서 우승했다. 뿐만 아니라 밴쿠버올림픽 우승 이후 지난 시즌에서 무려 4번이나 세계신기록을 갱신했던 것이다.세계 빙상계는 일찌감치 이상화의 우승을 예상했었다. 계속적인 기록갱신을 보면서“이상화 앞에 보이는 선수는 없다. 그는 이제 자기 자신만이 적이다”라고 했다. 그 기록갱신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피눈물 나는 훈련의 결과일 뿐이다. 물론 `체중을 줄이고 허벅지를 키우는`스포츠과학의 도움이 컸겠지만, 지칠 줄 모르는 집념이 주 무기였다. 이상화는 남자선수들이 치러내는 모든 훈련과정을 다 소화해냈다. 산악훈련, 사이클, 웨이트트레이닝 등으로 허벅지 둘레를 키웠다. 그 결과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러시아의 올가 피트쿨리나(75초06)를 0.36초나 여유 있게 따돌리고 74초70로 조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이상화의 화려한 성과를 보면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빙상계 간부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관규 빙상연맹 전무이사이다. 그는 밴쿠버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감독이었고, 세계 3, 4위였던 이상화를 정상으로 끌어올린 지도자다. 그는 철저한 과학 훈련과 세심한 조련으로 선수를 키웠다. 4년전 밴쿠버에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고, 예상하지도 않았던 금메달이 이상화의 목에 걸리게 만들었던 숨은 지도자가 바로 김 감독이었다. 시상대에서 이상화도 눈물을 쏟았지만 김 감독도 남몰래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피눈물 나던 훈련과정을 돌아보면 누구든 감정이 격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이상화는 13일 오후 11시 1천m를 남겨두고 있다. 이승훈 모태범도 아직 남은 경기가 있다. 낭보가 전해지기를 기대하지만 심한 부담감을 주지는 말아야 하겠다. 그냥 승부에 초탈한 심정으로 연습때 처럼 경기에 임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2014-02-13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지난 한 해 포항·경주 등 동해안 지역은 별다른 기상재해가 없었다. 태풍 폭우 없이 풍년을 구가했었는 데, 새해에 들면서 기상이변이 닥쳐왔다. 연 5일 간의 폭설은 포항·경주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재해였다. “눈이 귀한 포항도 이제 안전 지역이 아니다”란 말이 맞다. 지난 3년간 눈피해를 당했기 때문이다. 포항시도 폭설 대책을 철저히 세워놓고 적절히 대처했다. 2011년에는 제설장비가 불과 10여대였는데, 올해는 185대를 준비했다. 또 염화칼슘 300t을 미리 준비해두어 이번에 요긴하게 사용했다. 이번에 눈이 오지 않은 대구시에서 제설장비를 보내주고 해병대원들과 경찰이 지원을 해주고, 새마을부녀회 등 자원봉사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준 덕분에 “이번 포항시의 제설대책은 완벽에 가깝다”는 찬사를 듣게 되었다. 다행히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눈이 잘 녹고 얼지 않아 제설작업에 큰 부조가 되기는 했지만 포항시의 재난방지 메뉴얼은 칭찬받을만 했다.포항시의 `안심콜 서비스`도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이다. 75세 이상의 홀몸 노인 100명을 대상으로 민원콜센터 상담원이 주 1회 안부전화를 하고, 건강, 복지, 의료정보, 문화행사, 폭설 태풍 등 재난재해 발생시 대응요령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3회 이상 전화를 받지 않으면 읍·면·동 사회복지사에게 방문토록 의뢰한다. 또 응급상황 발생시 119와 연계해 구조하는 등 복지사각지대 소외계층을 돕고 있다. 지난해 포항시 민원콜센터는 총 3천500여건의 안심콜을 통해 노인안전을 지켰다.그런데 날로 심해지는 기상재해에 대응하는 농가의 대책은 아직 미흡하다. 2013년 농작물 재해보험에 1천42곳의 농가가 배, 사과, 벼 등을 대상으로 1천849건을 가입했으나 시설재배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전혀 없었다. 2011년부터 해마다 폭설 폭풍으로 비닐하우스가 붕괴되고, 하우스 속의 농작물이 동해 등 피해를 입는데 시설 개선은 미진하고 시설피해에 대한 재해 지원금은 피해액의 35%에 불과하니 “한 번 재난을 당하면 그 영향이 3년 간다”는 말이 생겼다.농작물 재해보험은 국비 50%, 도비 5%, 시비 20%, 농가 자부담 25%로 운영되고 재기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데 시설재해보험에는 가입하는 농가가 없다니 걱정이다. 농협은 2013년부터 농작물 시설재배보험을 운영하고 있는데 포항, 경주, 영덕, 구미 등이 대상이고, 정부가 정한 표준 설계기준에 따라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면 시설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기준에 따른 비닐하우스도 이번 같은 폭설에는 무너졌으니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현실에 맞는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극심해지는 기상재해에 대응해야 하겠다.

2014-02-13

한·일 문화유산 등재 경쟁

며칠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이리나 보코바(62) 여사가 한국을 방문, 대통령, 외무장관, 여성가족부 장관을 차례로 만났다. 대통령은 “한국의 김장문화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기쁘다. 제주 해녀, 풍물놀이 등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은 2007년부터 제주해녀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해왔다. 그런데 일본도 지난해부터 일본 해녀 `아미`를 내세우고 있다. 제주 해녀는 매우 특별하다. 제주도는 유배지였고, 고관대작들이 귀양살이를 한 고장이어서 여자들이 `물질`로 생계를 유지했고, 남자들은 글만 읽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규슈와 야마구치 등 근대 산업유산군(群)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코바 총장을 만난 윤병세 외교장관은 “이곳은 일제 강점기때 징용된 조선인 수천명이 노동착취를 당하고 억울하게 숨져간 곳이다. 이런 아픔이 서린 곳을 세계유산에 올리는 것은 유네스코의 정신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보코바 총장은 “세계유산 등재는 관련국을 분열과 갈등이 아닌 통합으로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곳들이 일본으로서는 탄광 등 근대 산업의 선도 지역이지만 한국으로서는 굴욕과 슬픔이 있는 곳이다.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보코바 총장을 만나 “위안부 문제는 전쟁시 소녀들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 성노예 행위이므로, 위안부에 관한 야만적 역사기록은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될 가치가 있다”고 했다. 독일 나치와 일본은 2차대전때 소녀들을 강제로 납치하고, 거짓말로 유인해서 전쟁판에 끌고가 성노예로 만들었으니, 이는 나치의 유대인 강제수용에 관한 기록과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돼야 한다는 것이었다.조 장관은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쓴 `안네의 일기`를 거론하면서 이 일기가 나치의 대학살 사실을 세상에 자세히 알린 것과 같이 위안부에 관한 기록도 제2차대전 당시 일본의 잔인성을 고발하는 기록이 될 것이라 했다. 보코바 총장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고 한다.보코바 총장이 한국의 수뇌부들과 만나고 있을 때 일본은 `가미가제 자살특공대원들의 유서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에 등재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 천왕이 내린 술 한 잔씩을 받아 마신 소년들은 `마음에 없는 애국 유서`를 써놓고 요즘의 이슬람 자살특공대처럼 폭탄 실은 전투기를 몰고 그대로 미국 함정에 떨어졌다. 그 대원들 중에는 한국인 청년들도 많았다. 자살을 사주 유도하는 살인행위인 이 사실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군국주의 망령의 부활`이다. 이는 유네스코 정신에도 맞지 않고, 일본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많다. 전범(戰犯)들을 추모하는 야스쿠니 참배를 당연시 하는 일본의 호전성을 온 세계가 비판해야 한다.

2014-02-12

경험이 최고의 선생이다

기상이변이다. 포항지역에 연 나흘 쉴새 없이 눈이 내린 적은 없었다. 강원도는 겨울 한 철 마을 전체가 눈에 덮여 이웃집 가는데도 눈터널을 뚫어 통행하는 경우가 있고, 대관령은 `눈과의 전쟁`이 겨울철 연중행사가 됐으며, 울릉도는 겨울 한철 `눈관광·눈산행`의 명소가 됐지만 포항시의 경우 해양성기후의 영향으로 눈 구경하기 어렵던 지역이었다. 그런데 연 나흘 폭설이 내렸으니 이는 분명 기상이변이다.그러나 포항시는 이번 사상 최악의 폭설을 무난히 치러내고 있다. 그것은 지난 2, 3년 간의 학습효과이다. 불과 28㎝ 쌓인 눈에도 시가지 전역의 교통이 마비되고, 제설작업은 늑장대응에 느리기만 했으며,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아 며칠씩 걸어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았다. 심지어 3.6㎝의 눈에도 교통대란을 겪었다. 물론 혹한과 함께 내린 눈은 금방 얼기 때문에 대응하기 어려웠지만 철강공단의 대기업들은 스노체인을 장착한 통근버스를 재빨리 투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포항시의 대응은 한가하기만 했었다.그러나 이번에 `최악의 폭설`에 대응하는 포항시와 경북도의 자세는 매우 기민하고 적극적인 것이었다. 상옥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3개가 재빨리 열리는 것을 보고 시민들은 놀랐다. 그리고 “며칠 시내 교통이 마비되겠지”하고 생각하던 시민들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공무원들과 군·경이 신속히 투입돼 밤샘 제설작업을 벌였고, 자원봉사자들도 적극 나섰으며, 대구시와 대구은행 등의 지원도 늦지 않게 이어졌다. 지난 몇 년간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그 경험이 약이 된 셈이다. “포항도 이제 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이 심어졌고, 대응매뉴얼도 세밀히 짜여졌던 것이다.이번 폭설에는 공무원 2천여명, 군장병 600여명, 경찰관 200여명이 투입되고, 자율방제단 140여명, 제설장비 258대가 투입됐다. 그리고 시내버스 40여대에 스노체인을 장착해 통행토록 독려하고, 시내택시에도 협조를 구했으며, 시민들에게는 방송을 통해 시내버스 이용을 홍보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천지역 주민 150명을 비롯, 우창동 새마을금고, 연일읍 새마을부녀회 등이 자원봉사에 나서 제설작업을 도왔다.특히 대구시는 제설제 살포기와 15t 제설차량 4대, 다목적 차량을 긴급지원해주었고, 대구은행은 기존 자영업자 재해 피해자 대출을 피해 가계로 확대해 1인당 최고 5천만원까지 지원하고, 신용대출에 대해 최고 1.0%의 금리를 감면토록했다.그러나 옥에 티도 있었다. 상당수 학교들이 휴교하거나 등교시간을 늦췄는데, 일부 학교는 제때 통고를 하지 않아 학생들이 힘들게 학교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일도 생겼다고 한다. 재해때 가장 기민하게 보호해야 할 대상이 학생인데, 정작 학교가 이러니 실망이다.

2014-02-12

규제와 부서간 칸막이 철폐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진돗개 정신`과 `불어터진 국수론`을 말했다. 한 번 물면 끝장을 볼때까지 놓지 않는 진돗개 처럼, 중간에 흐지부지 되는 업무처리를 지양하고 때를 놓쳐 정책의 효과가 떨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국회를 향한`충고였다. 시급한 국가정책을 두고 `흥정`을 벌이는 작태가 얼마나 국가이익을 해치는지 국민도 잘 알고 있다. 국회 회기 100일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지난해의 국회에 국민들도 분노했었다. 대통령은 또 규제 혁파와 부서간 칸막이 제거를 강조했다.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말은 필요 없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면 투자자들이 알아서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면서 “총리실에 규제와 관련한 사이트를 만들어 누구든지 불편하다는 게 있다면 끊임 없이 사이트에 올리고 그것을 정부의 각종 사이트와 링크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며 정부간 칸막이를 없애고, 규제 혁파를 위해 정부 부처들이 공동전선을 펼 것을 주문했다.규제 혁파를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것이`호텔의 입지 조건`에 관한 것이다. 학교 근처에는 호텔을 지을 수 없도록 해놓은 법률 때문에“관광객들이 한국에서 호텔을 잡기 어려워 한국행을 꺼린다”는 말이 항상 나온다. 학교 근처에 호텔을 짓지 못하게 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등에는 없는 규제이다. 호텔이 왜 `학습분위기를 해치는 시설물`에 포함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대착오적 규제이다. 또 항공업과 여행업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업종인데, 담당하는 부처는 갈라져 있다. 항공업은 국토교통부가, 여행업은 문화관광부가 맡는다. 일본은 두 업종을 함께 관리해서 칸막이가 아예 없다.올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지난해보다 20% 늘었는 데,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은 21% 줄었다. 호텔 잡기도 어렵고,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의 주요 은행들은 외국인이 자국 은행카드로 일본내 ATM에서 환전수수료 없이 엔화를 인출할 수 있어 한결 편해지고 있지만 한국에는 그런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관광비자 면제 대상국 확대, 면세품목 확대 등을 실행하고, 지난 연말에는 카지노 등 복합형 관광시설 설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각종 규제와 부서간 칸막이를 없애면서 우리보다 한참 앞서 가고 있는 것이다.규제와 칸막이를 철폐하면 일자리는 투자자들이 알아서 만든다. 그러나 제조업의 일자리는 한계가 있고 컨설팅이나 요양 등 서비스업종에는 아직 여유가 많다. 은퇴자들이 모여 축적된 기능을 바탕으로 컨설팅 회사를 차린다거나, 요양시설 등에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 국수가 불어터지기 전에 진돗개정신으로 추진해야 할 일들이다.

201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