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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 지켜라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22일 국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의결했다고 한다. 지난 대선때 여야가 공통으로 내놓은 공약이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쇄신특위에서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자 공청회를 통해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얘기다. 특위는 애초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지방의 중앙정치 예속화를 심화하고 선거과열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에서 폐지 문제를 의제에 올렸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특위 소위에서는 많은 의원이 무작정 폐지해서는 안된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고 한다.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방에서의 정당 기능의 축소와 여성의 공직 진출 기회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지방 명망가나 지역 토착 세력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당의 비민주성, 지역주의 투표성향이 크게 두드러진 우리 정치현실에서 정당공천제에 따른 각종 폐단이 부각돼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정당공천제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특히 국회가 지난 2005년 8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기초자치단체 선거에 정당공천제를 도입한 이래, 지방선거는 정책이나 인물중심이 아니라 정당중심의 `묻지마`식 투표로 전락했고, 지방이 중앙에 예속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도 심화되고 말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1995년에 68.4%였던 지방선거 투표율이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2006년에는 51.6%, 2010년에는 54.5%로 추락한 점이 이를 입증한다. 공천비리 등 불법선거사범과 지방의회 의원의 뇌물 비리 등이 급증, 정당공천이 지방의회 의원 자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자치 6기가 시작된 2010년 7월부터 2년간 선거법 위반, 뇌물 수수 등의 비리행위로 형사 처벌된 기초의원만 49명에 이른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이제 지방자치 제도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재·보선에 따른 추가적 비용 지출과 지방 행정의 마비 역시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정당공천제 폐지에 따르는 문제점은 정당 민주화, 남녀동반선거구제 내지 여성 일부 할당제, 후보자에 대한 시민단체와 지역 언론의 감시강화 등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통한 정치쇄신 약속을 실천하는 것은 여야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첫 걸음이자 썩어가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살리는 첩경이라 할 수 있다.

2013-05-16

교육혁신, 리더십·교사 열정으로 가능하다

15일은 제32회 `스승의 날`이다.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헌신해온 교사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시하는 날이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라는 `스승의 날`노래 가사말처럼 한때 스승의 권위가 절대적으로 존종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교사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교권은 실추됐다. 일그러진 교육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선 공교육의 정상화와 교권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들이 선결돼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 스스로의 교육혁신 의지도 중요하다.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부로부터 홍조근조장을 받은 신용(57) 이문고 교장의 사례는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대전의 교육 소외지역인 신탄진에 자리한 이문고는 지난 2007년만 해도 1지망 비율이 27%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이 비율이 144%로 껑충 뛰어 올랐다. 학생과 학부모 기피학교 1위에서 최고의 인기학교로 변신했다.신 교장의 비결은 모든 학교에 귀감이 될 만하다. 평교사로 일하다 지난 2009년 교장을 맡은 그는 교사의 전문성 향상에 가장 역점을 두었다. `교육연구회`를 조직해 교사들이 전문서적을 탐독하도록 하고,선진학교를 벤치마킹하면서 교육연구활동에 주력했다. 또 그 결과물을 교재로 만들어 다음년도 수업에 활용하게 했다. 그 결과 학생들의 학력이 자연스럽게 신장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향상도 20대 우수 학교에 드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수업도 4개 학급을 수준별로 6개 반으로 나눠 맞춤형으로 진행했다. 특히 그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이유는 교사들의 자율성을 중시했다는 점이다. 그는 인성교육팀과 학력신장팀, 기획팀 등의 시스템제로 학사를 운영하며 교사들이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했다. 특히 인성교육팀 운용 덕분으로 모든 학교의 골칫거리인 왕따와 폭력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학부모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이번 사례는 교육 책임자의 열정과 리더십이 교육혁신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교사들이 적극적 의지로 나서면 교육현실이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교훈을 말해준다.교육 당국도 이런 교훈을 유념해야 한다. 교사들의 의욕을 꺾는 교육 현장의 부조리를 없애고,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존중받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스승의 날을 맞아 `서울교사 얼마나 행복한가`를 주제로 교사 150명을 설문조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응답자의 44.5%가 학교생활에서 잡무가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수업과 학생들과의 상담에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도록 잡무는 최소화해주어야 한다. 교육당국은 교사의 리더십과 열정을 일깨우는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2013-05-15

유급보좌관제, 성숙한 자치에 도움될 것

지방의회의 숙원사업이라 할 수 있는 광역의회 유급보좌관제가 조만간 정부의 지원아래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행정부 유정복 장관은 14일 수원에서 열린 경기언론인클럽 초청 강연에서 광역의회에 유급보좌 인력을 둔다는 것은 지방자치를 잘 발전시키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조차 지방자치단체는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유급보좌관제는 의원들이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도록 돕는 것으로 지방자치 발전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고 한다. 광역의회 유급보좌관제는 지난해 6월 경기도의회가 헌법재판소에 지방자치법 제91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후부터 뜨겁게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안이다. 이와 관련, 경기도의회를 비롯한 광역의원들 모임은 지방의회의원 연수에서 `지방의회 유급 보좌관제 도입 촉구결의문`을 채택하고, 전국 시·도의장단협의회 역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고 나선 모양새다.전국 시·도의회의장단협의회도 지난 달 18일 전남 광양에 모여 `지방의회 인사권독립 및 유급보좌관 제도 도입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 촉구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물론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광역의회가 보수를 받게된 지 8년도 지나지 않아 유급보좌관을 두자는 안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경우 7명에서 9명에 달하는 보좌인력이 지원되고, 국회사무처를 비롯해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등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지방의원들 역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보좌인력을 비롯한 전문기관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전국 광역의회가 다루는 예산규모가 연간 100조원에 달하고 수많은 조례를 결정하는 의회가 보좌인력 하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일각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제 발전을 위해서는 광역의회에 인적자원과 물적자원, 정보자원이 지원되는 것이 옳다는 게 정치학자들의 일관된 주장이기도 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유급보좌관제 도입에는 점진적인 절차를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진석 국회사무총장이 모 라디오 방송에서 말한 것 처럼 의원 개개인에게 보좌관을 붙이기보다 공동보좌관제를 도입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지방 의회가 공동보좌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주면 광역의회 유급보좌관제에 대한 예산낭비 등에 대한 비판은 비켜갈 수 있을 것이다.무엇보다 지방은 국가의 하위개념이 아니라 동등한 개념이며, 안전한 사회, 유능한 정부, 성숙한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안전행정부를 만들었다고 설명한 유정복 장관의 소신에 크게 공감한다.

2013-05-15

윤창중 사건 신상털기는 그만둬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둘러싸고 피해여성에 대한 마구잡이식 신상털기가 온라인상에서 재연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피해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의 사진과 실명, 인적사항 등이 널리 퍼졌다. 피해 여성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증명사진도 있으며, 증권가 정보지를 출처로 한 신상명세까지 적나라하게 공개됐다고 한다. 처음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미주 한인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미시 USA`를 친노종북 사이트로 몰아붙이는 일도 벌어졌다. `미시 USA`를 해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피해여성에 대한 신상털기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가뜩이나 충격에 빠져있을 피해자의 얼굴과 인적사항 등이 마구 퍼져나간다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큰 상처를 받았을 여대생 피해자와 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신상털기는 결코 해서는 안될 짓이다. 그런데도 일부 누리꾼은 사진 속 여성의 외모를 두고 피해 여성을`꽃뱀`으로까지 몰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한 누리꾼은 “꽃뱀 인턴녀의 배후를 철저히 조사해서 밝혀야 한다”는 글을 포털사이트에 남기기도 했다니 이래선 안된다. 인격살인에 가까운 이런 댓글들을 더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 무슨 큰 일만 벌어지면 정략적인 유불리를 따져 사건을 음모론적으로 해석하려는 세력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미주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가 윤창중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윤 전 대변인이 미시유에스에이의 종북 세력에 당한듯 하다.”라는 글도 올라왔다니 어이가 없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미시USA에 종북세력이 있다는 것인지 밑도 끝도 없다.윤창중 성추행 사건은 국격을 훼손한 국제적 망신이다.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따져야한다.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사건이다. 피해 여성이 꽃뱀이라거나 미모 때문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식의 신상털기는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드러낼 뿐이다. 성추행은 피해 여성의 외모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게 널리 입증된 연구결과이다. 그보다는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남성이 하위 여성을 상대로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위공직자인 윤창중 전 대변인이 힘없는 인턴 학생을 상대로 벌인 성추행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본질은 제쳐 두고 관음증적인 신상털기나 쓸데없는 종북논쟁을 벌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마당에 비인간적인 신상털기나 소모적 논쟁으로 상처를 키우는 일은 제발 그만두길 바란다.

2013-05-14

경찰관의 안이한 상황대처

지난 주말 포항 도심에서 가스폭발사고가 났다. 40대 후반의 남성이 동거녀와의 불화로 감정이 격해지자 가정용 LP가스를 폭발시킨 끔찍한 사고였다. 이 남성은 물론 `가스를 폭발시키겠다`는 119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7명이 크게 다쳤다. 가스 폭발 협박범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황망중에 당한 사고지만 경찰의 상황 판단력 부족이란 문제점을 드러냈다. 경찰의 사건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폭발 위협 신고가 접수되고 10여분 뒤 경찰관들이 신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가스냄새가 심하게 나고 집안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는 것. 가스 폭발 용의자가 LP가스통의 호스를 잘라 실내에 가스가 누출됐고, 자신은 이 가스에 질식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은 가스누출로 인한 폭발사고에 대비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실내에 진입했고, 쓰러져 있던 용의자가 순간 라이터에 불을 붙여 폭발사고로 이어졌다.경찰의 사건에 대처하는 상황 판단력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남게 된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할 당시 이미 가스냄새가 나고 있는 긴박한 상황이어서 폭발 피해를 줄이고, 쓰러져 있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신속한 진압작전을 펴는 것이 옳았다고 판단했다. 틀린 선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진압 경찰관 7명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린 선택은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가스누출 현장 투입에 따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무모한 진입으로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화재진압 대응매뉴얼에 따르면 가스 화재를 수반하지 않은 가스누출은 체류지역 및 유동범위의 확정이 어렵고, 인화에 의한 폭발위험, 산소부족, 중독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현장대응시 △건물내부 주민대피 △중간밸브 등 공급밸브 차단 등을 강조하고 있다. 또 매뉴얼에는 `2차 재난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므로, 확산방지에 주력`이라는 말도 함께 기록돼 있다.LP가스를 폭발시키겠다고 전화로 협박을 했던 폭파협박 범죄로 신속한 제압의 필요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경찰은 우선 주변 통제와 현장 수색, 범인 검거 등 폭파협박 사건에 준하는 절차대로 작전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경찰관들이 방화복 등 안전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사지(死地)로 뛰어든 것은 무모했다. 소방관들이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스 폭발 현장 경험이 많은 소방관들의 도움을 받아 진압작전을 벌이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경찰은 사회 안정과 민생 치안을 위해 법률과 질서를 유지하고, 위험으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범죄를 예방, 진압하는 공권력의 상징이다. 공권력은 항상 지켜져야 하고, 또 생명까지 보호를 받아야 한다. 위험물질을 이용한 범죄에 대비해 경찰관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2013-05-14

불통인사가 부른 `윤창중 성추문`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최대 외교 이벤트인 미국방문중에 그 성과를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야 할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의혹`사건에 연루돼 전격경질됐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참사다. 그는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7일(미국 현지시간) 인근 호텔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대사관 인턴 직원인 미국 시민권자 교포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20대 여성은 현지 워싱턴DC 경찰에 성추행 범죄를 신고하면서 “용의자가 허락없이 엉덩이를 움켜 쥐었다(grabbed)”고 진술한 것으로 경찰 보고서에 기재돼 있다고 한다. 청와대는 “방미수행 중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됨으로써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경질 사유를 밝혔다. 미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구체적인 혐의야 조만간 드러나겠지만 대통령의 `입`으로 통하는 청와대 대변인의 처신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추태다. 대통령의 정상 외교를 언론에 설명하고 알리는 책임자가 술에 취해 성추행 의혹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온 국민의 낯을 뜨겁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박 대통령의 방미성과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게 됐다. 새누리당마저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고 국가품위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은 예고된 참사”라며 “국가 품위를 손상시키고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향후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해 온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국가적 수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극우 보수 논객`으로 대선 기간 야당 후보와 야권 지지세력에 맹비난을 퍼부은 그는 박 대통령 당선 닷새만에 `당선인 수석 대변인`으로 깜짝 발탁된 이래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박 대통령은 `불통 인사`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를 거듭 요직에 기용해 결과적으로 화를 자초한 꼴이 됐다.특히 미국경찰이 수사 사실을 발표하기에 앞서 윤 전 대변인이 일정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한 것은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사건으로 인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현재로서는 피해자 측의 일방적 주장만 알려져 일방적으로 매도하기에 조심스럽지만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이번 사태의 진상과 책임소재는 분명히 가려야 한다. 그리고 대국민 사과 등 필요한 후속조치는 물론이고 불통인사의 폐해를 직시해 두번 다시 이런 인사가 요직에 등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3-05-13

포항, 한국 과학의 미래를 이끌어라

21세기 한국 과학을 이끌 `꿈의 빛`인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사업이 포항에서 힘찬 출발을 알렸다. 과학도시 포항에 최첨단 과학시설인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기공식이 지난 9일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열렸다. 한국 과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포항에 들어선다는 그 자체가 영광이고, 자랑스럽다.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들어섬으로 해서 포항은 이제 명실상부한 과학 도시로 자리를 굳히게 됐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 등을 빛의 속도로 가속해 물질의 미세구조를 관찰·분석하는 아주 정교한 현미경과 같은 대형연구시설이다. 특히 제4세대는 기존 3세대보다 100억배나 밝은 광원을 갖고, 펄스폭이 1천배나 짧아 살아있는 세포의 동적 현상까지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이다. 4세대 가속기를 이용하면 단백질을 결정화하지 않고도 단분자 단백질 등을 분석할 수 있게 돼 신약개발에도 획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신물질·신소재 분석을 통해 원천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IT·반도체소자산업, 의료분야 등 다양한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포스텍이 최일선에서 책임지고 시설공사를 수행하게 된다. 총 사업비 4천260억원(국고 4천억원, 지자체 26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1년 4월부터 추진돼 차질없이 진행돼 오고 있다. 오는 2014년 이 시설이 완공되며, 지난 2008년 미국과 2010년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 3번째 보유국이 된다. 방사광가속기는 국가간 공유를 거의 하지 않는 최첨단 연구시설로 영국, 프랑스, 중국, 스웨덴 등 세계 각국의 열강들이 앞다투어 독자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처럼 연구시너지 제고 및 운영비용 절감 등을 위해 3세대 방사광가속기 인근에 부지 10만2천700㎡, 건물 연면적 3만6천720㎡ 규모로 지어진다. 여기에 10GeV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 시설과 빔라인(실험장치) 3기도 함께 들어선다.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경북은 과학의 눈이라 불리는 방사광가속기(포항)와 과학의 손이라 불리는 양성자가속기(경주)등 세계 유일의 3대 가속기가 집적된 곳”이라며 “IT, BT, NT 등 첨단산업이 집적된 세계적인 첨단과학 RDB단지인 가속기클러스터를 조성해 신산업 발굴·육성, 첨단 기술개발, 일자리 창출, 창업촉진 등 지역의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포항은 국내 유일의 세계 20위권 대학인 포스텍이 있고, 세계 최고수준의 기초과학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한국연구소,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국제과학벨트 기초과학연구단 등이 있다.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기공을 계기로 한국 최초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포항에서 배출되기를 기대한다.

2013-05-13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부적절한 행보

검찰이 이른바 `국정원 사건`의 축소, 은폐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국가정보원 직원의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전 수사과장을 불러 강도높게 조사했다. 경찰로부터 `국정원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한 자체 감찰 및 진상조사 결과도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검찰은 외압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소환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의혹 사건은 지난해 말 대선 정국을 뒤흔든 대형 이슈였다. 여야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경찰이 조사에 나섰고 당시 수사 실무책임자가 권은희 송파서 수사과장이다. 경찰은 그러나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둔 12월 16일 밤 국정원 여직원의 컴퓨터에서 댓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해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는 권 과장의 폭로가 나왔고 경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선거를 코 앞에 두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정치적 사건에 경찰 지휘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행위다.이런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다. 대선을 사흘 앞두고 서둘러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한 게 바로 김 청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발표로 인해 경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고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을 수 없었다. 김 전 청장이 대선 이후를 겨냥해 줄서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쏟아졌다. 나중엔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졌다. 김 전 청장은 직권을 남용해 진실과 다른 수사결과를 발표하게 했고, 경찰공무원법상 정치운동 금지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민주당 등으로부터 고발도 당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청장이 최근 보이는 행보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김 전 청장은 지난 7일 서울에서 수 백 명의 하객이 몰린 가운데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경찰 재직 중 자신의 업적을 주로 소개한 책이다. 오는 15일엔 고향인 대구에서도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내년 지방 선거 또는 국회의원 선거를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다.피선거권이 있는 김 전 청장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야 누가 뭐랄 수 없는 일이다.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본인이 당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직 서울경찰청장으로서 경찰 조직과 구성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렇게 거리낌없이 행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의 지시에 따른 발표 때문에 전체 경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크게 의심받게 됐고 부하 직원이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마당이다. 야당으로부터 고발당해 검찰 조사도 앞두고 있다. 정치적 행보를 하더라도 관련 의혹을 해소하는 게 먼저다. 자신 때문에 경찰 조직 전체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는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김 전 청장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옳을 것이다.

2013-05-10

기준금리 인하, 경제현장서 효과 나도록 해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7개월 만에 인하했다. 0.25% 포인트 내려서 2.5%가 됐다. 동결 전망이 우세하던 시장은 `깜짝 인하`로 받아들였다. 코스피는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은 반등했다. 정부 쪽에선 반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결정에는 국내 경제보다는 외부 환경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국내 경기는 한 달 전 금통위 때와 달라진 게 없지만 바깥 사정은 급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만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췄고 호주, 인도 등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미국이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일본이 돈을 풀어대며 양적 완화를 강화하는 흐름이 주요국들의 가세로 확연해진 셈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직후 글로벌 금리 흐름을 인하 배경으로 꼽았다. 대세에 합류한 것이다.금리인하 과정을 보면 씁쓸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금통위 직전에 보여준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하루 전날 한은을 겨냥해 “자칫 청개구리 심리를 갖고 있거나 (나무)늘보의 행태를 보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며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독불장군이나 뒷북 대응은 안 된다는 원색적 경고인 셈이다. 정부는 3월부터 “재정, 금융, 부동산 등의 정책조합”을 강조하며 우회적으로 금리를 내리라고 유도했다.김 총재도 잘했다고 할 수 없다. 그는 불과 엿새 전에 “지난해 7월, 10월 내린 0.5%포인트도 굉장히 큰 것이다. 한국이 기축통화를 쓰는 미국,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 것인가”라며 동결 신호를 강하게 줬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과 혼란을 키우고 정부와 정치권의 조바심을 유발한 발언이다. 한은 독립성은 주변의 존중 못지않게 시장의 신뢰를 쌓으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있을 때 지켜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과정상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기준금리 카드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4·1부동산대책의 주택거래세 한시 감면 방안, 17조3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 투자·수출 활성화 대책에 이어 다음 주에는 강력한 벤처·창업 활성화 방안까지 내놓는다고 한다. 정부는 이들 정책과 금리인하의 효과가 경제현장 곳곳에 퍼지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신속한 규제 완화로 금리인하가 투자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가계의 이자부담을 덜어주려면 금융권이 이번 결정을 반영해 대출금리를 제대로 내려야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가계대출이 늘거나 물가가 들썩이는 조짐이 있는지 지켜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안한 외환시장을 겨냥해 거시 건전성 대책을 다듬을 필요가 있는지 살피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3-05-10

출판사 사재기 근절해야

서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책을 대신 사게 하거나 온라인 서점에서 아이디를 달리해서 책을 여러 권 주문하는 이른바 서점가의 `사재기`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베스트셀러 순위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지만 베스트셀러가 여전히 서점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재기가 적발되면 문화관광부에 법적 조치를 의뢰하고 각 서점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제외시킬 것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 출판계의 사재기 행위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고질병 수준이다. 출판시장을 교란시키고 독자들에게 해를 입힐 뿐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도 상처를 준다. 이런 사재기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출판계에서 대대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이러한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것이 책 판매와 직결되다 보니 이러한 행태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출판유통시장의 문제는 사재기 행위뿐이 아니다. 도서정가제에도 불구하고 제살깎아먹기 식의 할인 경쟁이 난무하는가 하면 경품을 걸거나 사은품, 쿠폰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에는 많은 독자가 서적 구매 시 참고로 하는 온라인 서점의 신간소개 코너가 출판사로부터 돈을 받고 올리는 광고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전자책 시장이 커지면서 유통사들 간 과열 경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소설가 황석영씨가 자신의 소설 `여울물 소리`를 절판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황씨는 SBS 시사 프로그램 `현장 21`이 `여울물 소리`에 대해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자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고 해당 출판사에 출판권 해지를 통보하는 동시에 이 책을 절판시키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함께 명예훼손에 대한 정신적·물질적 피해 배상과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단호하게 묻겠다고 말했다.문단의 거목인 그는 이 소설이 칠순을 맞이해 등단 50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실린 중요한 작품인데,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연루됐다는 자체가 작가로서의 명예에 크나큰 손상을 주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사재기 행위는 상도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독자들을 기만하는 일이며 한국문학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주장하고 출판계에 만연해 있는 출판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러한 행태를 근절시키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단언했다.책은 정신적, 문화적 소산물이라는 점에서 일반 상품처럼 취급할 수는 없다. 관계 당국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서 이런 행위를 근절시켜야 한다. 사재기에 대한 처벌을 벌금형으로 강화하거나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출판계의 자정 의지와 지식인들의 양식있는 실천이 성숙한 문화시민으로 거듭 나는 일이다.

2013-05-09

한미동맹 국제사회에 과시한 정상회담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양국 동맹관계를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7일 오전(미국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하고 한미동맹을 지금까지의 포괄적 전략동맹에서 질적(質的)으로 협력의 지평을 넓힌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5년전 전통적 우방관계에서 전략적 동맹관계로 격상된 한미동맹은 이제 국제무대에서 공조를 강화하는 새로운 차원의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지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두 지도자는 정상회담 직후에는 안보 중심의 동맹을 외교와 경제는 물론 환경 등 범세계적 당면 현안에 대처하는 분야로 확대해 공조를 한층 강화할 것을 다짐하는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도 채택했다.앞으로 4년간 대북정책은 물론 국제사회의 위기에 대응해 손발을 맞춰 나가야 할 두 지도자의 정상회담은 한미동맹 60주년이자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이한 시점에 열린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해 보인다. 더욱이 개성공단의 잠정 폐쇄, 북한의 핵 문제와 잇단 도발위협으로 한반도 정세가 악화한 상황인데다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의 역사도발에서 알 수 있듯 주변국의 불확실성과 위협도 만만찮은 현실이다. 박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대북정책의 핵심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끌어낸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6자회담 당사국이 기후변화, 테러대응, 원자력안전 등 비(非)정치적인 분야에서 신뢰를 구축한 뒤 정치분야로 협력의 영역을 넓혀감으로써 북한이 자발적으로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도록 유도하기 위한, `서울 프로세스`로 명명된 박 대통령의 동북아 다자협력 구상도 심도있게 논의됐다고 한다. 나아가 두 정상은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하면서도 핵 개발과 도발을 중단하고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올바른 길을 간다면 경제적인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다. 향후 양국의 대북정책의 방향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사상 최대규모의 국내 경제사절단이 동행해 `북한 리스크`로 야기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도 그 의미를 간과할 수 없다. 정부가 정상회담 직전에 보잉사, 커티스-라이트, 올모스트-히어로스 등 미주지역 7개 투자기업으로부터 3억8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한 것이 그 반증이다.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협정 만료 시한이 2년 연장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의 미해결 과제도 결과를 낙관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양국 간 `존중과 신뢰`에 기반해 머리를 맞대면 접점을 찾지 못할 일도 아니다. 정부가 후속 협상 과정에서 정상회담의 성과가 희석되지 않도록 신뢰를 바탕으로 호혜적인 결론을 도출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3-05-09

유해화학물질법 계기로 산업안전 강화해야

불산가스 등 유해물질을 누출한 기업에 대해 해당 사업장의 매출액 대비 5%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마련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제출한 원안의 규제 내용을 대폭 하향 조정한 이 법은 과징금 부과 기준을 `전체 매출액`에서 `해당 사업장의 매출액`으로 변경하고, 그 비율도 매출액 대비 `10% 이하`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단일 사업장의 경우는 매출액 대비 2.5% 이하의 과징금을 매기도록 했다. 또 화학사고에 따른 업무상 과실치상죄 조항도 `3년 이상 금고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10년 이하 금고나 2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완화했다. 원청업자의 연대 책임도 행정적 책임만 묻고 형사처분 대상에서는 제외하는 것으로 조정했다.이 법에 대해선 경영자총협회(경총)와 환경관련 단체 모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경총은 개정안 내용이 여전히 기업 경영활동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반면 환경관련 단체들은 유해화학물질은 자칫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어 강도 높은 징벌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외국에선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 원청업자에 형사처벌을 묻도록 한 조항이 행정처분으로 후퇴한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경제 발전과 더불어 유해화학물질 사용량이 늘어나며 최근들어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삼성, LG 등 대기업의 작업장에서까지 산업 안전의 허점이 드러나고, 국민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유해화학물질의 유출은 수많은 인명피해와 환경적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법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은 10만 명당 산업재해 사망자가 11.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가장 많다. 이로 인해 산재보상금의 규모도 엄청난 수준이다.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산재로 인한 직접 손실액은 약 3조6천억원이며, 간접손실을 포함한 경제적 피해 추정액은 18조에 이른다. 이 손실액은 국내 총 생산의 1.67% 해당하는 액수다.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안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만든 법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노후 설비 교체와 철저한 시설점검, 작업장의 안전 수칙 등에 만전을 기하면 이 법에 저촉될 소지는 낮아진다.무엇보다 산업재해는 어느 정도 사전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이다. 이런 위상에 걸맞게 기업들이 산업 안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질 때가 되었다고 본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제정을 계기로 산업 현장의 안전 의식이 한층 높아져 더 이상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2013-05-08

이젠 추경예산 효과 극대화 할 때

올해 제1회 추가경정예산이 7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정부가 지난달 18일 추경예산안을 국회에 낸 지 20일 만이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재정건전성 대책 마련 등을 놓고 줄다리기가 있었지만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된 것은 다행이다. 외형상으론 세입보전 12조원, 세출증액 5조3천억원 등 총 17조3천억원으로 짠 정부안의 골격을 유지했다.세출 심의에선 정부안에서 5천억원을 감액하고 상임위 등이 제시한 증액분 5천억원 가량을 반영했다고 한다.특히 포항으로서는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예산에서 삭감됐던 300억원이 증액되지는 못했지만 올 해 전체 예산에서 1천억원 이상을 확보해 방사광가속기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4세대 방사광가속기 사업은 4천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올해 당초예산 850억원에다 이번 추경에서 200억원이 증액돼 사업이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년동안 650억원이 투입된 데 비하면 대단한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이밖에도 지역에서는 국도 31호선 흥해와 기계간 4차로 확장 사업에 당초예산 200억원에다 24억원을 추가 확보했고 국도 14호선 오천 ~청림간 확장사업도 당초예산 70억원에 56억원이 추가됐다. 지역의 국회의원이 사실상 이병석 국회부의장 한 명 뿐임을 감안하면 더욱 자랑할 성과다. 이젠 이를 지역경제에 적절히 수혈하는 일이 시급해졌다.정부도 추경예산이 국회 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급변하는 안팎의 경제 상황, 녹록지 않은 환경은 한숨 돌릴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3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2.6%나 줄었고 소비 침체도 심각하다.정부로선 정교한 집행계획을 짜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적기에 돈을 풀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다만 신속한 집행에 치중하다가 범할 수 있는 잘못도 경계해야 한다.계약 한 건, 한 건을 꼼꼼히 따져 한 푼의 혈세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번 추경으로 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950만원대로 불어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추경의 부작용이 생기는지도 살펴야 한다. 적자국채 발행의 증가로 국채시장에 적신호가 켜지지는 않는지, 나랏빚이 늘면서 국가신용을 우려하는 시각은 없는지를 모니터링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2013-05-08

길이 뚫려야 마음이 열린다

경제는 물류의 흐름이다. 물류를 이어주는 것은 뱃길과 도로다. 그래서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사통팔달의 도로망을 꼽는다. 우리나라의 조국근대화 역시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출발점이다. 그동안 남북과 동서축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대거 건설됐고, 이를 통해 세계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거미줄같이 얽힌 국가도로망에서 유독 경북동해안은 빠져 있다. 부산에서 속초를 연결하는 동해안고속도로와 서해의 새만금과 동해의 포항을 잇는 총 282.8km의 동서고속도로 건설은 아직도 요원하다.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후보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매번 여러가지 이유로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고, 그래서 동해안은 여전히 낙후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영·호남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동서화합과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동서고속도로의 완전개통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새누리당 이병석(포항 북구) 국회부의장 주최로 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동서고속도로(동서 3축) 완성을 위한 지역 국회의원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이 부의장을 비롯해 최규성, 정희수, 최경환, 이철우, 이완영, 전정희, 이상직, 박민수 의원이 참석했고, 함께 자리하지 못한 유승민, 정수성 의원은 동서고속도로 완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영호남의 여야 의원이 거의 참석했다. 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했던 국회의원들이 당파와 지역을 넘어 오랜만에 한목소리로 뭉치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이들 의원들은 동서고속도로가 동·서지역 간 화합과 국민통합을 상징하는 길인만큼 현재 추진이 보류돼 있는 대구~무주 구간을 이어 동서고속도로를 완성해 나가는데 공동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이병석 부의장은 “대구~무주 구간을 단순히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보류시킨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동서고속도로 전체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최규성(전북 김제 완주, 3선) 의원도 “현재 기본설계 중인 새만금~전주 구간을 포함해 새만금에서 무주까지 연결되는 구간이 적기에 완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끊어진 대구~무주 구간을 이어 동서고속도로를 완성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박근혜 정부는 국정목표로 `안전과 통합의 사회`를 강조했다. 동서고속도로는 단순한 길이 아니라 동서화합과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길이다. 바로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통합의 사회`를 건설하는 대역사의 출발점이다. 이병석 국회부의장은 “경부고속도로가 대한민국을 경제강국으로 만들었듯이 동서고속도로는 대한민국에 제2의 기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영호남 국회의원들이 모처럼 의기투합한 대역사가 반드시 성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시 한번 `통도익친(通道益親: 도로를 뚫으면 서로 이익이 되고, 친함이 있다)`을 새겨주길 바란다.

2013-05-07

무상보육 재정난 해결책 마련해야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여야의 대표적 공통 복지 공약이었던 무상보육 사업이 재정난으로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서울시는 이르면 6월부터, 경기도는 9월부터 양육수당을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른 지방자치 단체도 비슷한 처치라고 한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0~5세 전면 무상 보육 정책을 추진하면서 예상됐던 일이었다. 하지만 국회나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역시 국회와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은 1조 1천141억원이지만 확보된 예산이 6천949억원 정도이고 국비를 제외하면 4천52억원이 부족해 양육수당은 6월부터, 보육료는 9월부터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한다. 경기도도 올해 무상보육 예산 1조 9천58억원 가운데 3천198억원이 부족해 양육수당은 9월, 보육료는 11월부터 주지 못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무상보육 미확보 예산이 대구시 485억원을 비롯, 경남도가 545억원, 광주시 432억원 등으로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올해 1분기 지방세수가 4천 301억원이나 급감했다고 하니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정부는 작년 9월 재정문제를 이유로 소득 상위 30% 계층을 보육료 지원대상에서 빼는 것을 골자로 한 보육ㆍ양육체계 개편안을 추진하려 했지만 국회는 여ㆍ야의 총선ㆍ대선 공약사항이었던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관철시켰다. 여ㆍ야는 그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부담금을 포함해 부족 예산 1조 4천억원을 증액키로 하고, 정부가 늘어난 예산 중 정부 부담금 외에 지자체 부담금의 절반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최근의 지방세수 급감, 낮은 재정자립도 등 지방재정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부족했다.지자체들은 무상보육의 국비 지원 확대가 해결책이라는 입장이다. 무상보육 관련 국비 비율을 현재 50%에서 70%(서울의 경우 20→40%)로 확대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작년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됐지만 전체회의에 계류 중이다. 국비지원 비율을 늘릴 때 필요한 추가 재원을 마련하기 힘들고, 다른 국비 지원 사업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회, 정부가 이런 느긋한 태도를 취하는데에는 또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둔 지자체장들의 `분발`을 기대하는 속내도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전면 무상보육 정책이란 공약 이행의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인 올해 무상보육 예산 대책뿐 아니라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포함해 지속가능한 무상보육정책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로드맵을 분명히 제시해야한다.

2013-05-07

中企와 함께하는 포스코의 상생경영

포스코가 육성한 중견기업들이 승승장구 하고 있고, 20~30대 청년 사업가들에게 지원한 벤처기업들도 괄목한 성장을 하고 있다. 포스코가 추구하는 중소기업과 함께하는 상생경영이 그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가 육성하고 있는 중견기업 4개사의 지난해 평균 매출이 2년 새 50.8% 늘어나는 등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인 매출기록을 세웠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중견 육성기업 4개사 실적발표회`에서 이들 기업 대표들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줬다. 이들 4개사 중 KC코트렐(분진처리 설비 제조)은 지난 2010년 매출 2천452억원에서 지난해 3천321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조선내화(내화물 제조)는 2010년 4천99억원에서 지난해 4천985억원으로, 고아정공은 1천510억원에서 1천568억원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또 지난 2010년 매출 1천800억원에 불과했던 BHI(보일러 및 압력용기 제조)는 지난해 무려 5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기업이 이 같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포스코의 상생경영 때문으로 여겨진다. 포스코는 지난 2011년 협력기업 30개사를 2020년까지 중견기업으로 육성한다는 `중견기업 육성 협약`을 맺었다. 이들 30개사 전체의 지난 2년 간 평균 매출액은 약 34%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은 지식경제부가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해 온 중견·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 선정기업들의 5년 연평균 매출증가율 15%보다도 월등히 높은 성과다.포스코가 지원하고 있는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사업도 놀라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 사업은 20~30대 청년 사업가들이 운영하는 9개사와 벤처기업 16개사 등 총 39개사를 선정, 벤처창업 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포스코가 벤처 아이디어를 공모해 투자자를 연결해 주거나 직접 투자지원을 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지난달 30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이들 기업의 창업발표회에는 포스코패밀리사 사장단이 직접 참여해 실질적인 사업화가 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사업에 실패한 CEO를 위한 `리스타트 업(Re-start Up)관`도 별도로 마련해 이들의 재도전을 도왔다.포스코는 지난해까지 총 23개사를 대상으로 약 40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투자했고, 28억원의 외부 연계 투자를 유치하는 등 벤처기업 육성 활동을 펼쳤다. 총 고용 인원은 186명에서 217명으로 약 17% 증가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신뢰와 소통을 기반으로 중견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포스코의 상생경영이 우리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포스코의 상생경영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이들 기업 CEO들은 사회적 책임감에 더욱 충실해야 할 것이다.

2013-05-06

박 대통령 방미에 거는 기대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4박6일 일정으로 5일 방미 길에 올랐다. 두 정상은 7일(미국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다. 북한의 거듭되는 도발과 일본의 우경화 행보로 동북아의 안보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시점에 이뤄지는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 외교는 국제 외교무대 데뷔전의 성격도 담겨 있다.무엇보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위기가 반복되는 동북아 정세의 엄중함을 냉철히 인식하고, 북한의 도발 위협에 맞서 대북 정책 공조방안을 모색하는데 최우선적인 관심을 쏟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일명 `서울 프로세스`를 방미 때 제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북한과 미·중·일·러 등 기존 6자회담 당사국이 비(非)정치적 사안인 기후변화나 테러대응, 원자력안전 문제부터 다자간 대화를 시작하자는 구상이라고 한다. 동북아판 `헬싱키 프로세스`로 불리는 이 제안대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이번 방미 기간에 심도있게 논의돼야 할 것이다. `포괄적 전략동맹`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한 차원 끌어올려 협력의 지평을 넓혀나가겠다는 박 대통령의 새로운 한미동맹 구상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북한은 지난 2월 3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 미사일 발사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또 북한의 갑작스런 통행 제한 조치와 함께 근로자 철수로 개성공단은 한달째 잠정 폐쇄된 상태다. 하지만 한미 양국의 대북 대화제의는 북한의 무반응으로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고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고 있다. 남북·북미 간 관계개선이나 흔들림없는 군사·외교적 억지력 구축이 핵심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 안보위기를 계기로 연기론이 흘러나오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만료시한을 2016년 3월까지 2년 연장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도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검토돼야 한다.또 발효 1주년을 맞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통상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국익제고 차원에서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될 것이다. 한반도 위기 고조로 그 어느 때보다 `북한 리스크`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대규모 경제사절단의 방미 동행이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 해소로 직결될 수 있어야 한다. 아무쪼록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한반도에서 위기를 걷어내고 나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결실을 거두길 바란다.

2013-05-06

정부, 전력 장기수급 대책있나

지난 겨울 가까스로 넘긴 전력대란은 올 여름, 그리고 내년 겨울에 심각한 양상으로 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와 국민들을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국내 전력 수급 상황은 원자력발전소 고장이 잦아지면서 `청신호`보다 `적신호`로 기울고 있다. 그리고 가동예정을 앞두고 설치돼야 할 송전탑이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로 지연되는 등 전력수급을 위한 제반 여건도 순탄치 않다.특히 원전 고장은 전력 생산에만 차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원전의 안정성에도 불신을 초래하고 있어 더 큰 문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력대란을 극복할 수 있는 단기대책은 물론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전력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정부의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내년 1월 전력공급이 8천686만kw인 상황에서 최대 전력수요가 8천376kw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공급에서 수요를 뺀 예비전력이 310만kw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수급계획은 신고리 원전 3호기를 비롯 현재 각종 고장으로 멈춰있는 울진 4호기, 영광 3호기 등 원전 4기의 정상가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 특히 신고리 3호기만 가동되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예비전력이 170만 kw로 떨어지는 등 심각한 전력난이 예상된다. `경계단계`인 200만kw 미만이면 공공기관은 강제단전 해야할 상황에 몰리게 된다.월성원전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고장으로 원전이 정지된 사례만 8건이다. 원인은 `자동정지`, 수동정지로 분류된다. 비단 월성원전 뿐아니라 고리, 울진, 영광 등 국내 원전은 각종 고장으로 전력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어 왔고, 앞으로도 원전고장으로 인한 전력생산 차질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중요한 것은 현재 `원전`이 국내 전력사업에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르며, 정부는 이를 20% 더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전력수급은 산업안보와 직결돼 있는 데도 정부는 수시로 닥치는 전력대란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절전`이란 임시처방만 내놓으면서 장기적인 대책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전력 장기수급계획에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앞으로 더 높아 질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나 원전사업자 양자 모두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무엇보다 대체 에너지가 없는 국내 상황에서 가동중인 원전과 계속운전을 해야 할 원전에 대한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전력대란을 이유로 `절전`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비치기 십상이다.

2013-05-03

정년 60세 연장 부작용 최소화해야

지난 달 30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정년 60세 연장제`법안을 두고 포항철강공단 내 기업들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이미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포스코와 일부 패밀리사, 현대제철 등은 법안 통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지만 아직 정년을 연장하지 않은 대다수 기업들은 걱정들이 태산인 모양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1년 1월부터 56세 정년을 57세로 연장했고, 2012년에는 57세를 58세로 늘리는 등 임금피크제가 정착단계에 있다. 포스코 패밀리사 가운데서도 포스코강판, 포스코엠텍, 포스코ICT 등도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현장기술직이 많은 포스코건설은 아직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해 노사합의로 정년 60세로 이미 협약한 상태다.그러나 동국제강의 경우 현재 정년을 만 57세로 정해놓고 있어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게 됐고, 정년을 연장해야 할 나머지 공단내 대다수 기업들은 정년 60세 연장은 임금조정 갈등이 커지고 신규채용 부담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또 일부에서는 임금조정 없는 정년 60세 의무화는 중장년 근로자의 조기퇴직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일 발표한`고령자 고용연장을 위한 임금체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는 근속연수가 길수록 임금과 생산성의 격차가 벌어지는 연공급 임금체계로 인해 고령자 고용불안이 야기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연공급적 임금체계인 호봉제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이 지난해 기준 75.5%에 달해 동일직무의 근로자라도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상승폭이 선진국보다 크다. 실제로 2006년 기준 국내 제조업의 20년차 이상 근로자 임금은 신입직원에 비해 2.8배나 높았다. 이는 스웨덴(1.1배), 프랑스(1.3배), 영국(1.5배), 독일(1.9배) 등 유럽 주요국이 1.1~1.9배인 것과 비교해 크게 높은 수치다.더구나 임금과 생산성 간의 괴리가 커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34세 이하 근로자에 비해 302%인 반면 생산량과 부가가치는 각각 82%, 60%에 불과하다. 결국 중장년 근로자의 높은 임금수준에 비해 생산성이 따라가지 못해 기업은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의 방안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정년을 연장하기 전에 임금과 생산성을 일치시키는 임금 조정부터 선행돼야 한다. 이밖에 임금조정에 노조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노조와 성실한 협의를 하도록 도입요건을 완화하고, 임금의 합리적 수준을 제시하는 등 부작용 최소화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2013-05-03

감포 수중 동종, 드디어 발견되나

경주시 감포읍 바다밑에서 대형 동종(銅鐘)으로 추정되는 문화재가 존재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는 소식에 지역민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양식 경주시장이 1일 오전 경주시청에서 열린 현안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경주와 포항의 해양 경계 부근 경주 감포쪽 바다 수중 25m 지점에서 분실된 어구를 찾던 한 잠수부가 높이 2m 가량의 청동금속 종으로 추정되는 유물을 발견하고 신고했으며,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시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황룡사 대종, 감은사 대종과 관련한 이야기가 대종천 지명과 관련해 전해오는 것을 감안하면 유물이 실재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경주시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지난 4월 10일 수중발굴팀을 현지에 파견해 긴급탐사를 실시했으며, 4월 14일부터 4월 26일까지 수중 발굴선을 투입해 탐사에 나섰다고 문화재 탐사사실을 확인함으로써 대형동종 발굴이 초읽기에 들어 간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감포읍 앞바다에 수장돼 있는 동종에 관해서는 우리 역사에서 두 가지 얘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하나는 신라경덕왕 13년(754년)에 제작된 황룡사 대종(높이3m12,두께27cm)이다. 이 종은 고려고종 25년 몽골군에 의해 해로를 따라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쪽으로 옮겨지다 풍랑으로 배가 전복되면서 수장됐다고 삼국유사 등에 기록돼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문무대왕의 호국 혼이 숨쉬는 감은사 대종이다. 임진왜란때 왜군들이 대종을 훔쳐 어선에 싣고 일본으로 운반하려다 심한 파도로 배가 침몰하면서 감은사앞 바다에 수장된 것으로 전해진다.이처럼 감포읍 앞바다에 황룡사 대종 또는 감은사 대종이 수장됐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왔고, 1980년대에는 문화공보부 산하 문화재관리국 조사단이, 2000년대는 해군이 각각 대왕암 주변 해저를 탐사했지만 대종을 찾지는 못했다.그런 전력때문인지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경주시가 공개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3월말 신고를 접수한 뒤 신고 내용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해 18t급 탐사선을 현지에 파견, 수중유물이 존재한다고 신고된 지점을 중심으로 정확한 위치를 찾는데 주력중이지만 유물의 존재여부는 아직 알수 없다는 것이다.비록 황룡사 대종 또는 감은사 대종으로 추정되는 대형 동종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문화재당국과 경주지역민들의 가슴이 크게 부풀수 밖에 없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이번에야 말로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신라시대의 동종을 찾아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이 떨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013-05-02

노사정 대화 실질적인 성과 있도록 해야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 근로조건 개선 해법을 모색하는 노사정 협의체가 1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노동부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5월 한 달간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체`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청장년과 여성 일자리 늘리기, 고용안정ㆍ근로 조건 격차 해소, 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 기반 조성, 근로시간ㆍ임금체계 개선이 핵심 과제라고 한다. 경기 부진 속에 좀처럼 성장 동력 회복 조짐이 안 보이는 데다 기업 투자마저 위축돼 일자리 창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임을 고려한 것으로 짐작된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노사정이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을 찾고자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다만, 한달이라는 기간이 로드맵을 마련하기에 충분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주요 현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로 문제 해결을 향한 토대를 마련할 수는 있다고 본다.노사정이 한시적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 여건이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대통령 임기 말인 2017년까지 23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탓에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는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특히 지난 3월 고용동향은 새 정부의 고용 목표를 크게 밑돌아 노사정이 함께 서둘러 일자리 창출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는 위기감을 공유하는 계기가 된 듯하다. 청년 고용률이 38.7%로 1984년 이후 최저였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다.정부는 5월 중에 일자리 로드맵을 완성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까지 발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촉박해 보인다. 그렇다고 노사정 회의체를 정부의 일자리 로드맵 작성 일정에 무리하게 짜맞추려 해선 안 된다. 그럴 경우 피상적인 논의로 흐를 공산이 크고, 결국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 모처럼 가동되는 노사정 회의체가 생산적인 대화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내주길 바란다.이번 노사정 협의체는 아무래도 일자리 창출 방안 모색에 주안점을 두는 듯하다. 그러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 문제도 논의한다고 하니 구체적 합의가 나와주기를 기대한다. 특히 불황을 구실로 정리해고가 남발되지 않도록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요건 강화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해줬으면 좋겠다. 아울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임금 등의 격차 해소에도 박차가 가해지길 바란다. 노사정 대화가 결실을 거두려면 상생과 동반성장의 요체에 대한 성찰이 전제돼야 한다. 대화에 임하는 노사정 대표 모두 각별히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2013-05-02

개성공단, 이제라도 정상화되기를

개성공단에 마지막까지 체류하던 우리측 인원 50명중 43명이 30일 새벽 귀환함으로써 개성공단의 폐쇄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북한측은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과 입주기업들에 대한 세금 등 미수금 문제를 먼저 해결할 것을 요구해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7명은 귀환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들의 신변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번 실무협의에서 북한측은 미수금 등의 정산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우리측 사업자들이 미처 못가지고 나온 자재 및 완제품 등 우리측 자산을 가져오는데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온 세계가 그 장면을 각종 매체를 통해 지켜봤다. 그 장면은 대북 투자의 결과가 어떻다는 것을 백마디 말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공단 입주업체들의 피해는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업체들의 피해규모는 원부자재, 완제품, 공장설비 등을 모두 합쳐 2조8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업들이 거래처로부터 받게될 손해배상 요구액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 같은 피해는 모두 북한측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에 대한 통신, 통행 제한조치를 취하고 근로자들을 철수시켰기 때문에 발생했다. 이번에 북한은 지난 2000년8월 제2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하고 2003년 8월 발효된 투자보장, 이중과세 방지, 상사중재, 청산결제 등 4대 경제협력 합의서를 위반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체류에 관한 합의서`(2005년 발효)와 2002년에 만든`개성공업지구법` 등에서 약속한 사항들도 모두 위반했다. 이 때문에 만일 개성공단이 끝내 폐쇄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 투자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한번 신뢰를 잃으면 거래가 쉽지 않다.이제 남은 것은 공단 폐쇄 여부다. 공단은 남북 경협의 상징으로 만들어진 지 9년만에 가동을 멈췄다. 이제 온 세계는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것인지 아니면 영영 폐쇄될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다. 북한은 잘 돌아가고 있던 개성공단에 대해 갑자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통신·통행 제한조치를 취하고, 근로자를 철수시켰다. 이것은 공장 가동을 강제로 중단시킨 것이며, 입주기업들에 고의로 손해를 끼친 행위다. 정말 경솔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남북경협과 한반도 평화를 상징하는 개성공단은 남북한이 모두 소중히 여겨야 할 보물같은 존재다. 동시에 한 쪽이 변심하면 쉽게 깨질 수 있는 유리그릇과도 같다. 북한은 이제라도 공단 정상화를 위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 북한이 공단의 미래를 위한 남북 대화에 응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2013-05-01

교통수요 예측 오류 피할 방안 찾아야

대구도시철도 3호선 경전철 사업이 교통수요 예측을 과다하게 늘려 잡아 지자체 재정악화를 부를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30일 대구도시철도 3호선을 비롯한 6개 경전철 사업을 대상으로 경전철 건설사업 추진실태를 감사한 결과 대구 3호선은 주변 택지개발사업에 따른 추가 수요를 전부 예상해 통행량에 반영했지만 이 지역 12개 택지개발사업의 입주율이 42%에 그치는 바람에 과다 예측이라고 밝혔다.대구지하철 3호선은 재추정한 교통수요가 당초예상치의 63%에 불과했다고 한다. 다른 곳은 수요가 더 많이 부풀려졌다. 지난해 개통한 의정부 경전철은 하루 7만9천49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통행량은 1만1천258명으로 예상치의 14%에 불과했으며, 용인 경전철은 재추정한 수요가 당초 예상치의 35%, 광명 경전철은 43%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해당 지자체장 등에게 신뢰성 있는 수요예측을 주문하고, 제3의 독립기관에서 사업 단계별로 수요 재검증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교통수요 예측 잘못으로 정부·지자체 재정악화나 주민부담 증가 등의 부작용을 겪는 것은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이나 북ㆍ서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교통수요 예측이 맞지 않아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고 있다고 한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 14개국에서 최근 30년간 이뤄진 210개 도로ㆍ철도사업의 대다수에서 예측 교통량과 실제 측정 교통량 사이에 큰 오차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철도 프로젝트의 경우 전체 사업의 72%가 이용승객을 66% 이상 과다 추정했고, 평균적으로 실제 승객수가 예측치의 51.4%에 불과했다고 한다.선진국에서도 교통수요 예측에 큰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분석모형의 단순성과 샘플링의 한계, 데이터의 부족, 국가 및 지역개발계획의 변경, 생활환경 및 이동패턴의 변화, 경제상황의 변화, 새로운 기술 및 미디어의 등장 등 여러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대규모 예산과 비용이 투입되는 SOC사업의 정책결정에서 정확한 교통수요 예측은 필수다. 따라서 정확하고 광범위한 데이터의 수집과 검증, 체계화되고 통일된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지속적인 업데이트, 수요예측 프로세스와 데이터의 표준화, 다양한 시나리오와 민감도 분석을 통한 대안 도출 등이 절실하다. 이에 더해 교통수요예측 사후분석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수요예측사업을 복수 기관에 발주하는 등 새로운 제도 도입도 적극 검토해 교통수요 예측 잘못으로 인해 주민들이 큰 부담을 안게되는 정책적 오류는 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13-05-01

제91회 어린이날을 맞아

5월 5일은 제91회 어린이날이다. 1922년 방정환(方定煥)을 비롯한 일본 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관이 돼 5월 1일을 기념일로 정한 것이 출발점이다.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으로 1939년 기념행사가 중단됐고, 해방 이듬해 날짜를 5월 5일로 바꿔 기념식을 다시 시작했다. 1957년 제35회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헌장이 공포됐고, 1975년부터 법정 공휴일로 정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린이헌장은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지금 우리 어린이들이 어린이 헌장에 따라 제대로 키워지고 있는지 되짚어 볼 때다. 어린이들은 가정과 학교 교육을 통해 성장한다. 어린이들의 잠재적 특성과 소질을 계발하고 지성과 인성을 고루 갖춘 인격체를 완성시켜간다.하지만 현재 우리 교육은 모든 것이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부모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부터 수능시험 준비에 들어간다.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한자와 음악, 미술 등 수능에 대비한 선수학습이 시작된다. 학교교육 역시 수능시험과목 위주로 짜여지고, 수능과목 이외 학과는 등한시 되고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짜놓은 수능 고득점 프로그램에 따라 학원생활이 시작되고, 이후 고등학교까지 오로지 수능시험 잘 치는 기계 인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학력을 더 중시하는 전반적인 사회구조속에서 올바른 인성과 소질개발은 상대적으로 무시된다. 이런 교육환경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전인적인 인격체를 길러낼 수 없다.오는 5일 대구·경북지역 곳곳에서 풍성한 어린이 행사가 개최된다. 포항시는 이날 오전 9시30분 환호해맞이공원에서 `제20회 포항어린이날 감사큰잔치`를 개최한다. 경북도는 영천시민운동장에서 어린이와 부모님, 선생님 등 1만5천여명이 참여하는 `제19회 경북어린이날 큰잔치`를 마련한다. 대구시도 두류야구장 일원에서 2만여명의 어린이와 가족들이 참여하는 `제36회 어린이 큰잔치`를 개최한다.이밖에 성주군과 예천군, 고령군 등 대구·경북지역 일선 지자체와 사회단체 등지에서 특색있고 다채로운 어린이 날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하루만큼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해주자. 일과성 행사를 통해 어린이 날을 기념하고, 관심을 보일 게 아니다. 어린이들이 건강한 신체와 올바른 인성으로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더많은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소외되거나 장애로 차별받는 어린이들의 상실감을 보듬어 차별 없이 밝고, 아름답게 자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13-04-30

국민행복기금 성공 위한 조건

국민행복기금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이 6만명을 넘어 당국이 예상했던 수혜자 32만명의 20% 가까운 인원이 가접수 첫 주에 몰렸다. 예상보다 3배가량 많다고 한다. 가접수 직후에 채권 추심이 중단되는 점에 비춰 그간 빚 독촉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일 수 있다. 10월 말까지 이뤄지는 본접수 때도 가접수 기간에 나타난 열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이르면 5월 중순부터는 연대보증자도 행복기금 신청 대상에 추가될 예정이다. 수혜 대상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초 예상보다 20만명 가까이 많은 5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당국의 전망이다. 예상을 웃도는 신청 열기는 금융당국에 새로운 숙제를 안겨줬다. 애초 수혜자 32만명을 기준으로 5년간 1조5천억원으로 잡았던 행복기금 규모를 늘려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직 접수기한이 6개월이나 남은 만큼 당장 고민할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거액을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은 만큼 신청 추이를 지켜보며 재원대책을 미리 준비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 핵심은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있다. 애초 1조5천억원은 신용회복기금 잔액 등으로 조성할 예정이었다. 금융당국은 일단 자산관리공사나 금융회사에서의 차입이나 출연을 기금 확대 방안으로 검토 중인 모양이다. 행복기금에 종자돈을 댄 신용회복기금도 2008년 말 금융권 출연금을 바탕으로 출범했으므로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인다. 신중해야 할 사항은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모아도 부족할 때 나올 수 있는 `재정 투입론`이다. 개인의 채무조정에 세금을 쓴다면 또 다른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행복기금 출범 전부터 제기된 도덕성 해이 방지 문제도 정부가 유념할 과제다. 성실하게 빚을 갚는 사람만 손해라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격하고 일관된 심사가 필수적이다. 지난 2월말 현재 연체기간이 6개월 이상이고 1억원 이하인 신용대출채무자를 대상으로 기준을 정한 만큼 상환 의사, 자활 의지가 있는 대상자를 제대로 가려낼 수 있도록 심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탈락하면서 나올 수 있는 신청자 간 형평성 논란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연대보증자의 채무조정 과정에서 빚 갚을 의지가 없는 주채무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도 금융당국은 유의해야 한다.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고통을 겪는 연대보증자를 구제해야 하지만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세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행복기금이 성공하려면 수혜자의 상환능력을 키우고 재기를 도울 수 있도록 취업지원대책도 강화해야 한다.

2013-04-30

포스코 `임금피크제` 롤모델 삼아야

포스코가 지난 2011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임금피크제` 가 국회의 `정년 60살 보장법`과 맞물리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고 미리 이 제도를 도입한 포스코의 경영기법이 새삼 돋보인다. 임금피크제란,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포스코는 이 제도를 터키, 베트남,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의 제철소를 건설하는 현장에 접목시키고 있다. 포스코는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현지 채용인력을 가르쳐야 하는 기술자는 물론 늘어난 신입사원을 가르칠 인력이 필요했는데 오랜 경험을 가진 이들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회사는 임금을 덜 주는 대신 그 기술자가 가진 기능과 노하우를 이용해서 좋고, 해당 근로자는 정년으로 직장을 떠나야 하지만 임금을 조금 덜 받는 대신 다시 일할 수 있게 되는 양측 모두에게 좋은 제도다. 포스코의 임금피크제는 이미 국내 기업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지난 2009년 포항제철소 STS냉연공장에서 정년퇴직한 김동섭(60)씨의 사례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퇴직 후 터키로 건너가 포스코아산(Assan) 냉연공장에 기술고문으로 재입사 했다. 그의 재입사는 포스코의 요청에 의해서다. 회사는 그가 정년퇴직을 했지만 그의 경험과 기술력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터키 냉연공장 건설에 그가 최고의 필수요원이기 때문이다. 김씨 자신도 “30년 넘게 포항제철소 냉연공장에서 일해 온 경험을 이곳 터키에서 다시 펼칠 수 있게 돼 인생을 새로 사는 기분”이라고 했다.포스코는 지난 2011년부터 직원의 정년을 56살에서 58살로 2살 늘렸다. 또 58살 정년퇴직 이후에도 희망자에 한해서 1년 단위로 재 채용을 거쳐 60살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46명이 56살로 정년을 맞아 회사를 떠날 예정이었지만 아직도 일하고 있고, 올해도 485명이 그 혜택을 보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정년이 늘어난 임금피크제에 대해 회사측은 물론 근로자들도 두 손을 들고 환영하고 있다. 요즘 같은 때 그 직장에서 더 일할 수 있게 해준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4일 `정년 60살 보장법`을 상정, 의결했다. 29~30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오는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돼 2017년에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임금피크제는 현장 기술직에만 한정돼 정년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무직 직원들은 `역차별`이라며 이 제도에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은 활력을 위해 정년을 늘리는 동시에 신입사원 채용을 꾸준히 유지할 필요가 있고, 근로자들 역시 한발 물러서는 양보가 수반돼야만 이 제도가 정착될 수 있다.

2013-04-29

국회의원 출석까지 불러야 하나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첫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 출석을 점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본회의 사회를 맡은 민주통합당 소속 박병석 국회 부의장이 오후 2시 본회의 속개시간까지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자 본회의장에 있는 의원들 이름을 일일이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출석 체크 결과, 당시 본회의장 자리에 앉아있는 의원은 300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59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사상 최악의 고비용·저효율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18대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며 새 정치를 약속했던 19대 국회에서 의원들 출석 점검을 하는 현실이 반복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쇄신을 경쟁적으로 다짐하며 유권자 앞에서 한껏 몸을 낮췄던 정치권이 아니었던가. 해머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고,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것만이 구태가 아니다. 비록 사소한 일이라도 국민의 위임을 받아 응당 해야 할 일을 외면하고 소홀히 한다면 그게 바로 청산해야 할 구태요, 악습이다. 국회가 회기 중에 총리와 국무위원을 출석시킨 가운데 국정 전반에 관해 질의하는 대정부 질문은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다. 국회의원으로서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나라 안팎의 여건이 녹록지 않아 새로 출범한 박근혜정부를 상대로 따져묻고 주문할 일도 산적해 있는 시점이다.여야가 특권 내려놓기의 개혁 카드로 제시한 방안은 국회의원 연금폐지, 겸직금지, 세비 삭감 등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는 이를 시행하기 위한 관련 법안 처리에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원 무노동 무임금제`도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이었고, 작년에 국회 개원이 늦어지자 실제로 세비를 반납한 일도 있다. 그마저도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의 세비 반납을 `인기영합적 쇼`라고 깎아내리며 엇박자를 냈다.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바라는 것은 거창한 다짐이나 약속이 아니다. 본연의 의정활동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에 1차적으로 부응하는 일이다. 의원들이 국회가 열리면 본회의장이든 상임위 회의장이든 정시에 자리를 지키고 앉아 국정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세비가 아깝다는 비난과 지탄이 쏟아질 리 없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여의도 입성을 계기로 정치쇄신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렇다고 여야가 또 경쟁하듯이 실천하지도 못할 쇄신방안을 내놓으려 해선 안된다. 본회의장이 텅텅 비어 출석을 점검 당하는 부끄러운 일부터 없애는 것이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길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2013-04-29

포항시, 국비 확보에 최선 다해야

포항시의 2014년도 국비 확보 대책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내려주는 국가예산인 국비는 지방재정자립도가 형편없는 지역 실정에선 다다익선이랄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전국 각 지자체의 국비확보전은 필사적이라 할 만큼 치열하다. 2014년도 국비예산 확보를 위해서도 정부 부처별 내년도 예산요구서 제출기한인 오는 6월말까지 진행되는 내년 정부 사업 예산수립 기간에 맞춰 각 지자체가 필요한 국비내역을 정부에 제출하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등을 총동원해 제출한 국비예산을 굳히도록 설득하는 양상으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당정보고회를 수차례 열고, 국회 및 정부 예산부처를 방문해 내년에 소요될 국비예산의 필요성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는 작업이 이어지는 것이다. 현재 포항시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국가투자 예산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총 62개 사업, 1조8천억원 규모의 내년 정부 예산 확보안을 마련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포항시는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등에 국비예산 확보의 촛점을 두고, 미래창조과학부의 글로벌 기초연구거점육성 전략에 따라 지역에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을 추가 유치해 포항을 연구기반 조성 및 해당 분야의 세계적 선도 거점도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해양수산부와 관련해서도 현재 추진 중인 수중건설로봇, 수중정밀탐사로봇 자율유영 원천기술개발 사업 등과 연계, 동해권 스마트 재난방재 로봇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포항 등 동해안 연안을 전국 최대 해삼양식 특화단지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라니 제대로 맥을 짚었다는 느낌이다. 즉, 박근혜 정부가 향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국정운영방향을 잘 고려한 예산확보 전략이라는 평가다.다만 포항시의 국비 확보에 가장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해 줄 지역구국회의원이 반쪽이 돼 있는 게 문제다. 포항시의 2개 지역구 가운데 포항 남·울릉의 무소속 김형태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지역구 활동을 전폐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지난 2월 25일 시 단독으로 국비확보 대책 보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비 예산확보전에 뛰어들었으나 김형태 국회의원의 재판절차가 진행중이어서 매년 3월에 해오던 국회의원 참석 당정보고회 조차 열지 못했다. 이러다보니 포항시의 내년 국비예산확보는 이병석 국회부의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또 박승호 포항시장이 최근 강석호 경북도당위원장과 장윤석 예결위원장 등을 차례로 찾아 국비 예산 확보에 적극 지원을 요청했다니 국비확보를 위한 총력전이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랄 뿐이다.

2013-04-26

보육·교육통합, 풀어야 할 과제 많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관리 필요성은 1960년대부터 제기됐으나 오늘날까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커서 통합에 엄두를 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이 문제를 거론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적극적인 대안 마련을 지시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있다. 정부는 조만간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TF를 통해 통합 모델이 마련되면,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까지 시범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무리한 통합은 정부나 수요자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 우선 어느 부처에서 담당할 지가 정해져야 한다. 현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유치원은 교육부가 각각 관할하고 있다. 대다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은 유치원 교육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올해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만 3-5세 국가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 재원은 교육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공통의 국가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고, 교육비 지원 재원을 교육부에서 조달하고 있다면 관리체계도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인다.통합의 최대 과제는 추가 재원 조달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아동 1인당 비용 차이가 큰 상황에서 유치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마련하거나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데, 유치원 수준으로 학부모 부담을 높인다면 학부모 대다수가 감당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무상보육을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와도 맞지 않는다.또 다른 과제는 교사자격을 통합하는 문제다. 현재 유치원 교사는 교원 자격증을,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보육교사자격증이 필요하다. 최소 자격요건도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학 졸업, 보육교사는 고등학교 졸업이다. 이 차이를 메워야 한다. 처우 문제도 그렇다. 전국의 유치원 교사는 4만 2천여 명, 보육 교사는 이보다 훨씬 많은 24만 8천여 명이다. 양쪽을 통합하면 보육교사 급여를 유치원 교사 수준으로 올려줘야 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시설 기준, 운영 방식도 통일해야 한다. 어린이집은 하루 12시간에 방학이 없지만, 유치원은 하루 3-5시간 기준에 연간 180일 수업으로 방학이 있다. 만3-5세 누리과정 대상이 아닌 0-2세 영유아의 보육수요 해결도 주요 과제이다. 0-2세 영유아를 통합 모델에 넣을지, 별도의 어린이집에서 돌봐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그동안 통합 논의가 결실을 보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복잡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질이 좋고 균등한 교육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내실있는 통합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2013-04-26

아베의 침략부인은 역사적 진실 왜곡행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일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부정하려는 의도를 드러내 한일외교관계가 크게 경색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 국가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일제의 침략을 미화함은 물론 그 정당성까지 부여하려는듯한 망언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전날 참의원 답변에서도 일본의 과거사를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를 현 내각이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여야 의원 168명은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에 이어 사상 가장 많은 일본 의원들이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이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은 결코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말 총선에서 일제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의 수정,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의 개정,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 등의 공약을 내걸고 승리했다. 취임 초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느라 이런 문제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듯 하더니 이번에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지지율이 80% 가까이 오르자 자신감이 충천한 듯 하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을 쟁점화해 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한 일본 헌법 9조를 바꾸려는 게 아베 총리의 속셈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태평양 전쟁은 일본의 침략전쟁이 아니라는 소신을 피력해왔다. 야스쿠니에 합사된 A급 전범들도 전쟁 범죄자가 아니며, 전쟁을 금지한 일본 헌법은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더니 드디어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하고, 야스쿠니를 총리 자격으로 참배하고, 헌법 9조를 바꾸려는 행보를 시작한 셈이다. 아베 총리는 23일 밤 독도와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주장할 전문가회의에도 참석했다. 거기서 그는`일본의 입장과 생각을 국제사회에 정확하게 침투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 우경화 질주`에 필요한 이론적 작업도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한국과 중국의 입장에선 아베 정부의 이런 잘못된 움직임을 결코 묵과할 수 없다. 일본이 이웃나라를 침략한 역사적 사실은 누가 아니라고 해서 달라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이 식민지배의 가해자이고 한국이 피해자라는 사실 역시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변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이는 진실과 거짓,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설사 일본이 향후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 된다 해도 이같은 진실과 정의를 뒤집을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해서 일본이 마주할 건 국제적 고립 뿐이다. 역사적 사실과 정의를 왜곡하는 일본정부의 자성을 촉구한다.

201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