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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생각도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2021년 아마존 최고의 책으로, BBC CNN USA Today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원제 Chatter·김영사)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 이선 크로스 교수는 ‘마시멜로 실험’으로 유명한 성격 이론의 대부 월터 미셸의 연구를 이어받은 제자로, ‘벽에 붙은 파리 효과(Fly-on-the-wall-effect)’라는 심리기법을 창안한 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다. 그는 인간이 내면에서 나누는 대화에 주목하고, 우리가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런 대화를 어떻게 통제하고 이용하면 더 행복하고 건강하며 생산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심리 실험과 뇌 메커니즘’을 통해 살펴본다. 여기에 흥미로운 사례를 접목시켜 부정적 생각과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내 안의 목소리와 잘 지내는 방법을 펼쳐 낸다.내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똑같이 내면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힘없이 무너지는 사람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트레스에 짓눌렸을 때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말하는 데도 옳고 그른 방법이 있을까? 우리가 염려하는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그들의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부추기지 않고 그들에 대한 우리 감정도 격해지지 않을까? 소셜 미디어에서 맞닥뜨리는 사람들의 무수한 ‘목소리’가 우리 마음속 목소리에 영향을 미칠까? 이런 의문을 엄밀하고 철저하게 연구한 끝에 놀라운 결과를 얻었고 답을 찾았다.저자는 21세기에 팽배한 문화적 주문인 ‘현재를 살아라’는 주문이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에 역행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간은 현재에 충실할 수 없는 존재다. 뇌가 그렇게 하도록 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의 작동 방식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시시때때로 현재에서 빠져나와 마음속에 존재하는 내면의 세계에 빠져든다. 현재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혼자 자문자답하고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을 귀담아듣는다.인간은 뇌의 ‘작업 기억’ 덕분에 내면의 대화를 지속하면서도 일상을 유지한다. 작업 기억이 언어적 신경 연결로를 계속 열어두기 때문에 우리는 내면의 대화를 지속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며 생산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마음속 언어적 사고의 흐름은 과거를 조각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자서전적 추론을 통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꾸며낸다.타인을 관찰할 때처럼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는 인간 정신의 특성인 비대칭적 사고로 인해 내면의 목소리는 종종 못되고 집요한 수다쟁이 ‘채터’로 변한다. 한번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면 내면의 목소리는 눈앞에 닥친 장애에만 정신을 집중하도록 제한하며 문제의 다른 대안을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채터는 사회적 삶, 경력 심지어 신체 건강까지 파괴한다.그렇다면 어떻게 부정적인 ‘채터’를 통제하고 이를 생산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저자는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객관적으로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의 문제를 규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이다.‘채터’는 우리가 ‘몰입자’가 돼 고민거리를 가까이 끌고 와서 확대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벽에 붙은 파리처럼 초연한 관찰자, 외부자가 돼 고민거리를 바라보라고 저자는 제안한다.아울러 고민거리를 생각할 때 주어를 ‘나’보다는 ‘자신의 이름’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동시에 이인칭, 삼인칭 대명사를 사용하면 자신에게 말할 때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정서적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런 방법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인간에게 일어나는 보편적인 사건임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저자는 이 밖에도 SNS를 이용할 때도 거리 두기에 유념하고, 플라세보(위약) 효과를 볼 수 있는 걱정 인형과 같은 물건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14

가을엔 詩를… 라틴아메리카 문학 거장 바예호의 첫 시집

“사노라면 겪는 고통, 너무나 지독한…. 모르겠어!신의 증오 같은 고통. 그 앞에선 가슴 아린지난날이 밀물이 되어 온통영혼에 고이는 듯…. 모르겠어!”―‘검은 전령’, 세사르 바예호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에서‘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민음사)는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세사르 바예호의 대표 시집이다.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저널리스트였던 바예호는 칠레의 파블로 네루다, 멕시코의 옥타비오 파스와 더불어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단을 대표한다.바예호의 시에는 상징이나 전원적 이미지로 감정을 표현하는 인디오 특유의 상징주의적 요소 외에도 표현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등 다양한 요소들이 풍부하게 구현된다. 바예호 시의 고유성은 시인이 자신의 서정을 그려냄에 있어 라틴아메리카 시 세계의 언어를 새로이 창조했다는 점에 있다.바예호의 시들은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닮았다. 바예호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여러 차례 중단하고 생업에 종사해야 했으며, 20대 후반에는 정치적 소요에 휘말려 투옥됐고, 석방된 후에는 평생을 파리에서 궁핍하게 살았다.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는 바예호의 첫 시집으로 삶의 고통과 좌절, 실존의 그늘을 토로한다. 이렇듯 굴곡진 삶은 그의 시에도 반영돼 작품 전반에 우울하고 어두운 정서가 깔려 있다.평생 가난과 고통 속에 살았던 시인은 “사노라면 겪는 고통, 너무나 지독한…. 모르겠어!”라며 삶에 대한 좌절감과 염세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시인은 나르시시즘적인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는다. 자신의 고통에 비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며, 타인의 고단한 삶에 대한 책임감을 고백하기도 한다.시인의 사랑은 타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넘어 신성(神性)에까지 미친다.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바라보는 신 역시 창조주로서 탄식하며 마음 아파할 것을 짐작해 시에 녹여냈다. 바예호는 사회의 부조리와 고통을 개인적 차원에서 ‘우리’의 차원까지 확장한 시인이었다.바예호의 시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위로와 용기를 준다. 그래서 바예호의 시는 혁명가가 힘의 논리에만 휘둘리지 않고 휴머니스트로서 남아 있도록 잡아 준다. /윤희정기자

2021-10-14

플라톤부터 존 롤스까지, 철학자들의 정치적 사유 탐구

독일 출신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오트프리트 회페는 ‘정치철학사’(길)에서 정치와 관련, 우리 시대를 ‘위기의 시대’라고 진단하면서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서 ‘정치적인 것’의 귀환을 요구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치적인 것’에 대한 중요한 정치철학자 20여 명을 소개하는데,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 및 문제의식과의 연관관계 속에서,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는 특정한 보편성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저자가 철학자들의 정치적 사유를 탐구하는 이유는 현실정치가 철학적 사유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듯하지만, 사실 사회발전과 정치발전이 이들의 사유를 비판하거나 모방하거나 주석을 다는 방식으로, 말하자면 정치적 사유가 현실정치에 현실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저자는 정치를 단순히 경제의 상부구조나 권력의 문제라고 해명하는 철학자들에게서조차 정치가 인간의 공존을 위한, 즉 ‘보다 좋은 사회적·정치적 세계를 기획’하는 ‘비전’의 영역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책은 저자가 2015년 튀빙겐대에서 한 강의를 바탕으로 펴낸 단행본.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부터 ‘정의론’으로 유명한 존 롤스까지 서양 인물의 정치철학 사상을 20개 주제로 요약해 소개했다. /윤희정기자

2021-10-14

“생명의 돌이 많은 이들에 위무 되길”

10년 넘게 십장생 중 하나인 돌(石)을 즐겨 그려온 중견 한국화가 남학호(62·사진) 작가가 영덕문화원으로부터 초대받아 전시회를 연다.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영덕문화체육센터 특별전시장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남 작가는 맑은 물속에 잠긴 조약돌, 촉촉이 젖은 몽돌 등 ‘석심’(石心) 시리즈 중 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작품 속의 돌들은 작가의 고향인 영덕 바닷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조약돌로, 그림 속 돌은 고향인 영덕군 병곡에서 성장기부터 바닷가에서 늘 보았던 조약돌을 그의 친숙한 그림 소재로 삼게 됐다.‘석심’은 작가에게 유년기의 추억이자 오랜 시간 세상을 둥글게 깎아온 그의 마음을 담은 돌이며, 조약돌 그림 속에는 어김없이 나비 한 마리가 등장하고 있다. 작가의 표현기법은 극사실주의적 기법을 사용하지만 그린 이의 의식이 배제된 서양의 극사실적 기법과는 차별이 진다. 그에게 돌은 의식 속에 꾹꾹 담아 놓은 생명의 돌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돌과 나비가 만나면 생명의 온기가 생성된다고 주장한다. 고대부터 나비는 장수(長壽)와 복(福)을 가져 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남 작가는 “제가 그린 돌에는 생명이 있어 살아 숨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귀를 열고 가까이 마음을 주노라면 조약돌이 뱉어내는 생명을 들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많은 분들이 코로나19로 위축된 정서가 위무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학호 작가는 대구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개인전 15회를 열었다. 국전 심사위원과 운영위원 역임 및 수성아트피아 기획 ‘남학호 화업 40년’전, ‘전남 국제 수묵 비엔날레 초대’전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제34회 금복문화상을 수상하고, 대구시미술대전, 신라미술대전, 경북미술대전에서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 경북대학교병원, 외교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현재는 대한민국미술대전·대구시전·경북도전·신라미술대전·개천미술대전·전국소치미술대전·정수미술대전·대한민국한국화대전·김해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협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윤희정기자

2021-10-13

‘제22회 재생백일장’ 산문 윤순옥 씨 대상 ‘영예’

애린복지재단(이사장 이대공)과 포항문인협회(회장 서숙희)가 최근 공모전으로 개최한 ‘제22회 재생백일장’입상자 명단이 발표됐다.코로나19로 인해 지난 9월 4일부터 24일까지 공모한 이번 백일장에는 전국에서 367명이 참가해 △대학·일반부 단추·골목길 △고등부 들풀·몸살 △중등부 소금·의자 △초등부 지우개·가족사진을 시제로 그동안 갈고 닦은 글솜씨 경연을 펼쳐 대상 1명, 장원 8명, 차상 15명, 차하 16명, 참방 36명 등 총 76명의 입상자를 냈다.대상의 영예는 윤순옥(일반부 산문·포항시 남구 연일읍·사진) 씨가 차지했으며 상금 200만원을 부상으로 수상한다. 시상식은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며 입상 확인은 포항문인협회 홈페이지(http://cafe.daum.net/pohangliterature)를 이용하면 된다.한편, 포항의 근대사회복지와 문화예술에 초석을 놓은 고(故) 재생 이명석 선생(1904∼1979)의 아호를 딴 재생백일장은 지난 1998년부터 매년 9월 열리고 있다. 6·25 전후 포항 문화발전의 주춧돌을 놓은 재생 이명석 선생의 공덕과 노고를 기리고 계승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평가되고 있다.다음은 ‘제22회 재생백일장’대상·장원 입상자 명단.□대상 △일반부 ▲산문 윤순옥(포항시)□장원 △일반부 ▲운문 윤빛나(제주시) ▲산문 김지영(포항시) △고등부 ▲이예린(경산여고 2년) ▲산문 김혜민(대구 대진고 3년) △중등부 ▲운문 최정윤(포항 이동중 1년) ▲산문 김다희(포항 포은중 3년) △초등부 ▲운문 최지혁(포항 이동초등 5년) ▲산문 이상은(포항 장흥초등 5년) /윤희정기자

2021-10-13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쓰고 또 씁니다”

“책 한 권을 다 읽든, 절반을 읽든, 한쪽만 읽든 중요하지 않아요. 매일 책을 읽고 울림을 느끼고 깨달음을 얻었다면 이를 삶에 적용하고 실천했을 때, 독서는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인성 수업’과 ‘쓰기와 걷기의 철학’의 저자 김창운 작가는 읽기, 쓰기, 그리고 맨발 걷기에 푹 빠져있다.“자존감이 낮았던 나를 변화시킨 것이 바로 읽기, 쓰기, 그리고 맨발 걷기입니다. 이 셋은 모두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오롯이 참 나와 만나는 시간입니다. 하루를 계획하거나 반성하며 자아를 성찰할 수 있습니다.”소심하고 병약해 자존감이 낮은 삶을 살다가 읽기, 쓰기, 그리고 맨발 걷기를 만나 스스로 삶의 주인이 돼 글 쓰는 삶을 살고 있다는 김 작가를 지난 11일 만나 그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어린 시절 내성적이고 병약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신 후, 믿고 기댈 나무를 잃었다. 스스로 바로 서지 못하고 남의 눈치를 보며, 낮은 자존감과 깊은 열등감으로 힘든 삶을 살았다. 40대 중반까지 삶의 주인으로 살지 못했다. 2010년 무렵 우연히 읽은 박성우 시인의 ‘삼학년’이라는 시 한 편을 계기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 삶의 변화는 거기서 시작되었다. ‘이런 평범한 일상도 시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 1년 정도 꾸준히 시집을 읽었다. 뭐라도 끼적이고 싶었다. ‘동백꽃’이라는 첫 자작시를 쓴 게 글쓰기의 시작이었다.-2017년에 낸 첫 저서 ‘인성 수업’은 어떤 책인가.△시 한 편을 계기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를 통해 우연히 이은대 작가와 인연이 닿아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 평소 산책할 때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깨달음을 하나씩 얻었다. 일상과 자연에서 얻은 깨달음을 모아 ‘먼저 진정한 나를 찾고 내 삶의 당당한 주인이 되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가자.’라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 ‘인성 수업’이다.-꾸준한 맨발 걷기를 통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는데.△2018년에는 스스로 터득한 삶의 방식을 글쓰기와 맨발 걷기를 통해 직접 실천하면서 깨달은 바를 전하고자 ‘쓰기와 걷기의 철학’을 썼다. 맨발 걷기는 진정한 나를 만나 성찰할 시간을 준다. 특히 새벽 맨발 걷기를 하면 신성한 기운이 느껴진다. 어둠이 내려앉은 고요한 새벽, 깨어나는 자연의 소리를 듣고, 별과 달을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맨발로 걸으며 메모장에 글을 쓰곤 하는데,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쓰기와 맨발 걷기는 나를 찾고 나를 바로 세워 주는 디딤돌이다.-지금까지 공저를 포함해 세 권의 책을 냈고, 지금도 계속 쓰고 있는데 글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내가 글 쓰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글을 쓰고 있지만, 쓰면 쓸수록 어렵다. 하지만 계속 쓰는 이유는 나를 알아가고,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를 알고, 나를 찾는 것은 상대방을, 세상을 이해하는 바탕이기도 하다.-작가로서 앞으로 어떤 글을 더 쓰고 싶은지.△만물은 매 순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나의 개체로서 우리도 이 순간 무언가 달라지고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는 어제와는 분명히 다른 존재다. 똑같은 주제라도 바라보는 관점이나 내면의 생각은 같을 수 없다. 글쓰기와 맨발 걷기도 매일 같은 행위를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날마다 결이 다르다. 저자로서의 출발점은 베스트셀러를 쓰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 내 삶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내가 먼저 바로 서서 진정으로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타인을 동등한 존재로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고, 도와줄 수 있다. 일상의 작은 에피소드에서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찾아내어 잔잔한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글쓰기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다.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면 삶이 곧 글이라는 말이 있듯이 먼저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것이 곧 글쓰기의 출발이다.-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인연이다. 노자의 도덕경을 풀어쓴 ‘동양이 서양에게 삶을 묻다’라는 책을 읽고 인연의 소중함을 배웠다. 읽고 쓰고 맨발로 걷는 삶도 나의 의지가 아니라 인연의 결과물이다. 인연은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른 인과법칙이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인연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마음을 비우고 흐름을 따를 때 좋은 인연이 나타나 삶을 이끌어간다. 현재 포항지역 맨발 걷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맨발학교 포항지회 장기현 회장이 그런 소중한 인연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앞으로의 계획은.△앞으로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맨발로 걸으며 진정한 나를 찾아 나를 바로 세우고, 삶의 당당한 주인으로 살아가면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과 반복이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실천하여 얻은 깨달음을 전하는 책을 펴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12

‘이인성 미술상’ 수상자 강요배 개인전

대구미술관은 13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2, 3전시실 및 선큰가든에서 ‘제21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인 강요배(70) 작가 개인전을 한다.이인성 미술상은 한국 근대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서양화가 이인성(1912~1950)의 작품세계와 예술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9년 대구시가 제정했다.강 작가는 제주 출신의 서양화가로 회화매체의 확장과 깊이를 더하며 밀도 있는 역사에 충실하고 다양한 화풍의 변모를 추구하며 밀도 있는 작품세계를 보이고 있다.대구미술관은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열정과 탐구 정신이 이인성 미술상 지향점과 부합한다고 평가해 그를 수상자로 뽑았다.이번 전시회는 ‘강요배: 카네이션-마음이 몸이 될 때’라는 제목으로 강 작가 작품세계를 방대하게 조명한다. 성육신(成肉身)의 어원인 인카네이션(incarnation)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 제목 ‘카네이션-마음이 몸이 될 때’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강요배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태도는 체화(體化)다. 그의 작업들은 내면을 이루는 생각, 사상, 이론 등이 몸에 배어 자기 것이 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임을 제목을 통해 전달한다.제주의 자연과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 주제로 작업을 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 ‘몸’으로의 발현으로서 확장된 작업 세계를 보여준다.광활한 대자연의 풍경을 담은 16미터 대형 작품 ‘수풍교향’(2021)을 비롯해 1946년 대구의 10월 항쟁 등 근현대의 역사적 사건들을 접목해 작가가 지닌 민중의식을 드러낸 ‘산곡(山谷)에서’(2021), 고 이인성 화백의 ‘가을 어느 날’(1934) 작품을 오마주한 회화 ‘어느 가을날’(2021), 대구·경산의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한 상주비단 설치작업, 자연과 사운드에 집중해 작가가 직접 촬영한 영상 작업 등 모두 40여 점을 소개할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2021-10-12

‘대구오페라축제’ 네 번째 메인오페라 ‘아이다’, 22·23일 공연

‘제18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네 번째 메인오페라 베르디의 ‘아이다’가 오는 22일 오후 7시30분, 23일 오후 3시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오페라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군 사령관 라다메스 장군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베르디가 예순 가까운 나이에 작곡한 필생의 역작이다. 이집트 국왕이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 건설을 기념해 작품을 의뢰하면서 탄생했으며, 1871년 이집트의 카이로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 직후 미국과 유럽 전역의 극장에서 공연돼 대성공을 거뒀다.특히 2막의 이집트군 개선 장면은 역대 오페라 중 가장 웅장한 파노라마를 자랑하며,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대규모 출연진의 합창, 현란한 군무, 거대한 무대장치로 ‘종합예술’ 오페라의 매력을 한껏 뽐내는 대작이다.이번 제18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아이다’는 2017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공연될 당시 전석매진을 기록, 티켓 품귀현상을 겪었을 만큼 크게 사랑받았던 작품을 재연출해 선보이게 된다. 6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연출상과 창작부문 최우수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등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회수 연출가가 2017년에 이어 다시 연출을 맡았고, 탁월한 오페라 해석력을 자랑하는 지휘자 김덕기가 지휘봉을 잡는다.탄탄한 출연진 역시 공연을 한껏 기대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소프라노 조선형과 이은주가 주인공 ‘아이다’를, 테너 이정원과 하석배가 아이다의 연인 ‘라다메스’ 장군을, 메조소프라노 양송미와 사비나 킴이 아이다의 연적이자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암네리스’ 공주를, 바리톤 양준모와 제상철이 아이다의 아버지 ‘아모나스로’를 맡아 노래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상주단체인 디오오케스트라와 대구오페라콰이어가 함께한다. /윤희정기자

2021-10-11

박태준 10주기… 되짚어보는 거인의 삶

“철강산업을 일으켜 국가건설의 초석이 되겠다. 그것이 내가 이 땅에 태어난 뜻이다.”“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해 순교자적으로 희생하는 세대다.”“교육이 일본에 앞서야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故) 박태준(1927∼2011) 포스코 창업회장의 어록에 나오는 말이다. 그의 정신과 신념이 함축돼 있다.포항의 시민단체인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대표 이재섭·이하 포사연)가 박태준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추모도서 ‘박태준 생각’(아시아)을 펴냈다.‘박태준 생각’ 편찬위원들은 “박태준 선생이 남긴 공적의 탑은 생각과 말과 행동의 삼일치가 만든 위업이다. 그러나 공적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그것을 성취하게 만들었던 선생의 정신, 고뇌, 투쟁이다. 이 무형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봐야 하는데, 그것을 어떤 실체로 세우려는 출간 취지에 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또한 포사연은 “지리적으로든 시대적으로든 가까운 거리에서 박태준 선생에 대한 정당한 칭송과 합당한 비판에 게으르지 않았던 우리가 이렇게 어지러운 세상에서 선생의 10주기를 기리는 일들에 나서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고 예의인데, 물론 ‘박태준 생각’이 전국적으로 널리 읽히게 되는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지난 9월 14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열리는 포항시립미술관의 ‘신화를 담다―꺼지지 않는 불꽃’ 전시를 찾아오는 관람객들이 이 책을 기념으로 오래 간직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박태준 생각’은 3부로 짜였다. 1부 ‘사진과 행적으로 만나는 박태준의 생애와 정신’은 출생부터 서거까지 일대기 전체를 66개 소제목으로 나누고 관련 사진 103장과 함께 행적과 어록을 간추려 연대기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이대환 작가의 ‘박태준 평전’에서 해당 시기에 대한 비평적 관찰을 발췌해 곁들였다. 2부 ‘황혼기의 연설에서 박태준정신을 되새기다’에는 김호길 포스텍 총장 10주기 추모사, 한일국교정상화 40주년 국제학술대회 기조연설, 국립하노이대학 특별강연, 그리고 마지막 연설로 남은 ‘퇴직 직원들과 19년 만의 재회’ 인사말 등을 실었다. ‘박태준 생각’을 따라가면서 ‘박태준 생각’과 진지하게 교감할 수 있는 기회다.3부 ‘학자의 눈, 작가의 눈으로 박태준정신을 탐구하다’에서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사회학)의 논문 ‘특수성으로서의 태준이즘 연구’와 이대환 작가의 에세이 ‘천하위공의 길, 박태준의 길’을 통해 박태준정신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한편, ‘박태준 생각’을 펴낸 아시아 측은 ‘2011년 12월 13일 향년 84세로 서거한 박태준은 41세(1968년)부터 65세(1992년)까지 사반세기 동안 언행일치와 솔선수범의 리더십으로 포스코를 세계 최고 철강기업으로 우뚝 세우는 가운데 국내 최고 수준의 14개 유·초·중·고교와 세계적 연구중심대학 포스텍을 설립·육성함으로써 생전에 자신의 말을 실체적 위업(偉業)으로 이룩했다. 그의 삶에서 필생의 사상적 두 축이 되었던 ‘제철보국’과 ‘교육보국’을 실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2021-10-11

“수묵으로 풀어낸 죽도시장 이야기”

포항의 중진 문인화가 이형수(70) 화백이 오는 17일까지 해도 도시숲 일월 숲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고 있다.이 화백은 수묵의 전통성을 살리면서 소재는 우리 곁의 삶 속에 스며져 있는 일상 속에서 번득이는 삶의 결을 수묵으로 표현해 냈다.제목 ‘멸치를 파는 사람들’ 작품의 화제를 보면 “멸치 머리에는 단백질과 칼슘으로 이루어진 이석이 있어 몸의 균형을 물론 이석의 단면을 보면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 멸치의 나이를 알 수 있다. 이석은 비행기 블랙박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썼다. 멸치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내 쓴 작가의 인문적 소양이 돋보인다.작품 ‘덕대집 소견’에서는 “삶은 돼지머리 미소가 이쁠수록 값이 비싸다는 중생들의 부질없는 욕망을 나무라 듯 죽어서도 힘든 중생을 위해 돌부처처럼 마냥 웃고만 계신다”며 삶은 돼지 머리 모습을 눈 깊은 해학으로 풀어내기도 한다.작품 ‘고등어를 바라보는 가족들’에서는 “고등어의 푸른 등빛과 은백색의 비취빛은 진화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바닷 새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등에 푸른 물결무늬를, 물밑에 포식자가 물결이 일렁이는 것처럼 은백색 배빛으로 위장하고 있다”며 다윈의 진화론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 ‘칼을 가는 여인’의 화제는 “칼을 가는 여인의 삶은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칼날을 세우는 그 여인의 손끝에서 나오는 기운은 날카롭다.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짧은 일상의 한 순간이지만 삶의 굴레를 벗어버리려는 그녀의 손끝의 칼날은 날카롭다”며 어시장 부근에 칼가는 여인의 내면을 수묵으로 글과 그림을 풀어내기도 한다.전시된 30점의 작품은 죽도 시장의 평범한 소재들을 능숙한 필치로 정감 있게 표현하면서 그속에는 깊은 인문학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혜안이 놀랍다.이형수 작가는 “‘먹는 것이 그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영일만 사람들은 죽도시장이 만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도시장의 생명력 넘치는 음식물이 포항 사람을 만들었다. 죽도시장은 그야말로 영일만의 보고”라고 했다. 또 그는 “멀리 밖으로 나가기 힘들고 사람 만나기를 꺼려지는 일상의 연속이지만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오고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고운 단풍 소식과 함께 일월 숲 갤러리 야외 전시에 많은 포항 시민의 관람을 바란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11

혼돈의 시대, 민중은 왜 교회로 몰려갔나

“어찌 보면 인간은 각자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이 있다는 점에서 평등한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그렇게 아파하고 신음하고, 때로는 자신의 실패와 마주함으로써 성장합니다.”베스트셀러 ‘라틴어 수업’의 저자 한동일 작가의 신작 에세이 ‘믿는 인간에 대하여’(흐름출판)가 출간됐다. ‘믿는 인간에 대하여’는 한 명의 신앙인이자 오랜 시간 법학을 공부해온 저자가 유럽의 역사 속에서 드러난 인간의 믿음과 종교에 대해 탐구하고 얻어낸 결과물이며, 불완전한 한 인간으로서 성찰하고 얻은 깨달음을 담은 책이다.저자는 “인간의 유구한 역사에서 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법과 정치가 종교와 분리된 것은 불과 몇 세기에 지나지 않았고, 10세기 초반 유럽의 혼란한 시대적 상황에 불안에 떨던 민중은 교회로 몰려와 신의 보호와 자비를 청하기도 했다”고 말하며, 역사 속 종교와 인간이 걸어온 흔적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분석한다.저자는 특히 흑사병과 기근 등으로 고통의 시기를 겪었던 중세의 모습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오늘날을 비춰보며, 과거 인류가 중세를 거쳐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렀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흑사병으로 인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라졌으나 그것을 계기로 의학이 어떻게 종교로부터 독립된 학문이 됐고, 역사 속에서 종교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돼왔으며 정치로부터 분리될 수 있었는지, 그것이 사회적으로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를 살핀다.또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거졌던 ‘종교의 자유’를 언급하며, 오늘날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종교행사나 각종 집회가 금지되는 중에 몇몇 종교 공동체가 내세운 ‘종교의 자유’는 과연 합당한가 하는 문제를 법학자의 시선으로 짚어낸다.이 책에는 저자가 그리스도교, 이슬람, 유대교의 성지가 모두 모여 있는 종교의 도시 예루살렘에서 한 달 동안 머물렀던 경험도 담겨 있다. 저자는 그곳에서 각자의 종교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분리장벽을 세우고 전쟁도 불사하는 인간의 모습을 마주하며 신의 존재와 신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고민한다.베드로 회개성당으로 알려진 ‘닭 울음 성당’을 방문한 저자는 스승 예수를 배반한 베드로와 유다가 한 사람은 살고 한 사람은 자결을 택한 이유에 대해 ‘실패’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생각하고, 구 시가지에 위치한 ‘십자가의 길’ 초입에 새겨진 “오, 길을 지나는 모든 사람이여, 나의 고통과 같은 아픔이 있다면 주의를 기울여 보십시오”라는 문구를 되새기며 인간으로서 ‘같은 아픔’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고민한다. 그밖에도 모든 종교가 천국과 지옥을 말하지만, 그 둘을 가르는 차이는 인간 존재의 태도에 있지 않은가라는 물음이나, 인간의 고통은 신이 아닌 인간 사회가 만들어온 구조적인 문제에서 더 크게 비롯된다는 지적도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 “오늘의 아픔과 절망을 바꿀 수 있는 내일이 있다면 인간은 그 아픔과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을 견디고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라고 적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07

예고 없이 찾아온 ‘늙음’ 앞에서 나를 돌아보다

‘내가 늙어버린 여름’(김영사)은 프랑스 출신의 미국 작가이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를 역임한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이 쓴 노화에 대한 쓸쓸한 에세이다.프랑스에서 태어나 이혼한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저자는 어릴 적 향유했던 거대 문학세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며 이중 문화 문학과 여성 문학, 페미니즘 학자로 미국 유수 대학의 교수로 활동했고 특히 MIT에서 그녀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해 매년 문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에게 상을 수여할 정도로 인정받는 학자였다.그러나 어느 여름 ‘늙음’이라는 거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엄청난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일생 고독이나 외로움, 추억을 회상하는 일 따위는 없는 꼿꼿한 삶을 살았던 그녀는 이 역사적 사건을 계기로 과거 딸로, 아내로, 운동가로, 잘나가던 학자로 살던 여러 가지 나를 만나 그때의 내가 앓았던 결핍마다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저자는 ‘늙음’을 ‘재난’에 비유하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회와 관계로부터 배제되는 일상에 분노와 서운함, 자괴감을 느낀다.하지만 이 위기마저도 인생의 유일한 친구인 문학에 기대어 ‘어떻게 나답게 늙음을 돌파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모두가 ‘어떻게 늙을 것인가’에 집중할 때 몹시 현실적인 태세로 ‘늙은이’가 돼버린 나를 거침없이 폭로하면서 시종일관 시적이고 우아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남부러울 것 없는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한 여성이 통제할 수 없는 변화를 맞닥뜨리고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존재로 자신을 정의하게 되는지 스물두 편의 거침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엿볼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07

감정, 관계, 집을 잘 파는 능력까지… 체온조절에 달렸다?

프랑스 그르노블알프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사회심리학자 한스 이저맨은 ‘따뜻한 인간의 탄생’(머스트리드북)에서 인간은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서로에게 의존해왔으며, 이런 사회적 체온 조절 본능은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고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체온 조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탐색해 감정, 관계, 건강, 언어, 심지어 집을 잘 파는 능력까지 얼마나 많은 것이 주변 온도에 또 체온에 따라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거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돼 물리적 접촉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인간이라는 종의 본성에 대한 긍정적이고 놀라운 메시지를 던진다.따뜻한 사람은 너그럽고 사교성이 뛰어나며 성품이 훌륭한 사람으로 비치고, 차가운 사람은 인색하고 무정하며 비열한 사람으로 간주한다. 심지어 차가운 커피보다는 따뜻한 커피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인간은 한층 더 친근감을 느낀다고 한다.이렇게 따뜻함에 인간이 집착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 접촉해 온기를 나누며 체온을 조절하는 사회적 체온 조절이 인간의 생존과 번영에 꼭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07

구미오페라단, 전국체전 축하무대 오른다

구미오페라단(단장 박영국·사진)이 제102회 전국체육대회 축하 공연으로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탁계석 대본·우종억 작곡)을 선보인다.2000년 창단한 구미오페라단은 그동안 경북 지역에서 많은 공연을 개최해 지역민들의 문화적인 욕구 충족과 고급문화 저변 확대에 이바지해 왔다.오는 9일 오후 4시 구미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되는 구미오페라단의 ‘메밀꽃 필 무렵’은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창작부문 금상 수상작으로, 2011년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축제에 초청돼 서울예술의전당에서 피날레 작품으로 공연해, 서울예술의전당 개관 이래 현재까지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2009년 초연된 오페라는 한국 서정미학의 극치로 평가받는 이효석의 동명의 작품이 원작이다. 아리아, 중창, 합창의 균형적 구성과 극적 갈등과 긴장이 아닌 서정과 탐미(耽美)의 미학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기존 오페라와 차별화된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메밀꽃 필 무렵’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온전한 가정을 이루지 못한 상실의 아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는 애정 결핍 상태다. 소외와 상실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은 현대인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이 인물들이 오페라를 통해 오늘의 정서로 다시 부활하기에 무리가 없다.또한 오페라의 구성은 이탈리아 오페라를 본 따 아리아 중심으로 짜여졌지만, 전체적인 흐름에는 토속적인 우리 선율이 가득해 우리 정서에 푹 빠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당시와 서울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출연자들이 다수 출연해 무르익은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총감독 및 연출 박영국, 허생원 김승철(계명대 교수), 조선달 박찬일, 여인 유소영(경북대 교수), 동이 손정희, 충주댁 권수영, 이씨 이헌영, 김씨 김동우, 박씨 박유준이 출연하며, 지휘 임병욱, 무용 김주엽무용단, 사물놀이아트컴퍼니, 센트로필하모닉, 스칼라합창단 등이 출연한다.이번 공연은 전석 초대이며 유튜브로 실시간 생중계 한다. /윤희정기자

2021-10-06

포항문화재단, 9일 ‘제4차 문화안전망 포럼’ 개최

(재)포항문화재단은 오는 9일 오전 10시 캐릭터해상공원 내 전국생활문화축제 메인스튜디오에서 문화기획자, 문화평론가 등 문화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4차 문화안전망 포럼’을 개최한다.포항시는 법정 문화도시로서 2021년 시민과 함께 고민할 정책 의제로서 ‘문화안전망’을 선정하고, 시민 개개인의 삶이 안전하게 문화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문화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책 설계를 위한 시민 릴레이 포럼을 진행 중이다.이번 포럼은 4차로 진행되는 포럼으로 포항에서 개최하는 ‘2021 전국생활문화축제’와 연계해 ‘동네지식인과 함께 만드는 사회적 여가’를 주제로 지역사회 공동체 안에서 관계망 형성, 사회적 가치 탐색으로서의 사회적 여가와 지역의 문화안전망 사례의 의미를 되새기며 확장성을 탐색한다.특히 문화를 통한 지역사회 문제 해결 및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문화안전망의 이해와 지역과 사람을 잇는 동네 지식인의 의미와 역할 등에 대해 심도있게 이야기하고 재난시대, 위기 속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위로하며 돌보는 공동체의 방향을 찾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토크쇼 형태로 진행되는 이번 문화안전망 포럼은, 1부에서는 ‘사회적 여가 속 문화안전망’과 관련해 주제발표가 이뤄지며, 주제발표와 연계해 문화안전망과 관련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사례발표가 이뤄진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발제와 사례 내용을 바탕으로 패널들의 자유로운 토크 나눔이 진행되며, 재난시대, 서로를 지지하고 위로하는 돌봄의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이번 포럼은 코로나 상황 등을 반영해 대면 형식의 포럼이 아닌 유튜브를 통한 생중계와 줌(ZOOM)화상을 통해 온라인 포럼의 형태로 진행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06

포항예술고, ‘부활’ 김태원 초청 마스터 클래스 진행

“세월이 지나도 공감하는 소울이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밴드를 이끄는 리더는 모든 시간대에 성실해야 합니다.”올해 2학기부터 대구가톨릭대 실용음악과 석좌교수로 강단에 선 인기 록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 교수가 최근 포항예술고 예송관에서 포항예술고 보컬 및 실용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했다.이번 마스터 클래스는 보컬 및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고교생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무대 연주 경험을 제공하고자 포항예술고(교장 김민규)가 기획한 행사이다.모두 4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이번 강연에서는 4명의 학생이 각각 무대에 올라 기타, 보컬, 작곡을 연주했다.김 교수는 이들의 연주 평가 및 이에 따른 조언에 나섰고, 무대 연주 후에는 학생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이날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한 학생들은 김 교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메모하면서 경청하는 등 시종일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행사에 참가한 한 학생이 “보컬이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에게 맞는 곡을 선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또 “금년에 슬럼프를 겪고 있는데 극복과정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나를 사랑해 주는 분들을 위해 노래해야 한다는 이타적인 마음과 순수함을 잃지 않는 마음을 음악가의 소양으로 지녀야 한다”고 하면서 “음악 하는 과정에서의 갈등은 나중에 음악적 자산이 된다”고 답했다.이번 마스터 클래스 강연에서 리드보컬을 연주한 이나빈(3년) 학생은 “김 교수님의 특강, 마스터 클래스, 자유질문 시간을 통해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을 가졌고 앞으로 음악하는 데 소중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고 강조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05

20일 경주서 1세대 스타 PD 주철환의 ‘예능인문학’ 강연

(재)경주문화재단이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중단 중이던 ‘경주예술의전당 예술특강’을 재개, 오는 20일 오후 2시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1세대 스타 PD 주철환의 ‘예능인문학’을 개최한다.이날 강연자로 초청된 주철환 PD는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일요일 일요일 밤에’, ‘우정의 무대 ’등의 인기 예능 연출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방송대상, 백상예술대상 등 국내 유명 방송상에서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OBS 방송국 초대 사장,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뿐만 아니라 이화여대와 아주대의 교단에서 후학을 양성한 경험과 저서 ‘PD는 마지막에 웃는다’,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 있게 죽자’, 칼럼 ‘주철환의 음악동네’, ‘예능은 패션이다’ 등의 정수를 모두 담아 이번 예능인문학을 준비 중이다.이날 강연에는 경주 어쿠스틱 밴드 하늘호(昊)와 함께하는 콘서트 융합형으로 구성, 인문학이 낯선 시민도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예능인문학은 경주예술의전당 홈페이지, 티켓링크에서 거리두기 좌석으로 예매 가능하다. 티켓가는 R석 1만원이며, 선착순으로 카카오톡채널 쿠폰 할인과 예술특강 마니아 할인 등이 있다. 문의 1588-4925.한편, 예술특강은 문화·예술계의 명사를 초빙해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강연으로 연간 4회 정도 진행하는 경주예술의전당 레퍼토리 사업으로 올해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상반기 유현준 건축가의 ‘공간으로 읽는 세상’에 이어, 하반기 주철환 PD의 ‘예능인문학’으로 마무리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05

일기 쓰듯… 포항의 이야기 캔버스에 담아

포항의 중진 서양화가 서종숙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17일까지 포항 청포도다방 청포도미술관에서 열린다.전시에는 ‘스토리 포항’을 주제로 한 굿즈와 스케치화, 에세이가 선보인다. 포항의 바닷길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는 작가는 포항의 동빈바다길, 송도바다길, 칠포바다길을 마치 일기를 쓰듯이 오랜 기간 하루하루 캔버스와 원고지를 채워왔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 속 이미지와 글은 마치 시간과 중력을 없앤 가상공간처럼 느껴진다.동빈바다길에는 동빈내항과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를 꿈꾸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어부들, 철공소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기획해 4월에 조성된 ‘생명의 물길에서 문화로’ 공공미술 설치작업도 담겨 있다. 또 이와 연결된 일상 속 친환경 실천을 위한 리사이클 라이프를 실행하는 좋은환경예술활동가(GOODEA)의 활동도 소개한다.송도바다길은 송도해수욕장 입구에 자리한 평화의 여신상을 1930년대 아이의 모습으로 작가가 그려 이름 붙인 ‘송이’와의 만남으로 송도의 변화과정과 바다와 인간의 따스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하늘바다길칠포는 곤륜산에서 우화등선이 돼보고 3천년 청동기시대로 길을 떠나 칠포리 암각화에 얽힌 이야기를 상상으로 전해준다. 이 이야기는 그녀의 반려견인 루이와 여행하며 나누는 이야기이다.1999년 4회 개인전 이후 22년 만에 5번째 개인전을 갖는 서종숙 작가는 “포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이번 전시회는 한순간 짧게 보는 것보다 깨알 같은 글을 조금씩 읽어 내려가듯 봐 주었으면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각적인 언어로 나의 두 번째 고향이자 내가 살고 있는 포항의 이야기를 한뼘 한뼘 채워 나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서종숙 작가는 동국대 서양화과와 대구대 대학원에서 재활과학과 미술치료, 재활심리를 전공했다. 포항과 대구, 김제에서 4회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윤희정기자

2021-10-05

일월문화제 기획전시 ‘세오녀의 일월안’ 개최

(재)포항문화재단이 ‘제14회 일월문화제’ 일환으로 추진하는 기획전시 권군 작가의 ‘세오녀의 일월안’전을 6일부터 13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 1층 전시실에서 연다.‘세오녀의 일월안’전은 지역의 대표적 무형유산인 연오랑세오녀 설화에서 ‘일월사상’을 현대적으로 재창안하고자 기획됐다. 설화에 따르면 포항은 연오랑과 세오녀가 일본으로 떠남과 동시에 해와 달의 정기를 잃어버리고, 다시 세오녀가 보낸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니 일월의 정기가 되살아난 장소, 영일현의 공간적 배경인 도시로써, 일월의 정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었던 매개체 ‘세오녀의 비단’처럼 예술활동을 통해 해와 달의 정기를 보는 눈 ‘일월안(日月眼)’을 현대의 포항에서 되찾고자 한다. 권군 작가는 일제 식민지,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친 후 지난한 세월과 마주하며 공업도시로 발전한 포항에서 일월사상의 근간이 되는 지리적·역사적 특징에 대해 연구하고, 포항의 자연과 문화, 여성이 공존할 수 있도록 ‘태양 맞춤 명상(퍼포먼스)’과 회화, 도자기 등 작품활동을 함으로써 오늘날의 일월안을 찾고자 시도한다.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 김남수 안무비평가가 참여하는 렉처 퍼포먼스 ‘햇님달님-보랏빛 비단의 비밀’이 9일 오후 4시 중앙아트홀 전시실에서 펼쳐진다. 이번 프로그램은 연오랑세오녀 설화에 대한 작가만의 해석과 강연을 결합한 퍼포먼스 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같은 날 낮 12시 도구해수욕장에서는 권군·신채은 작가가 참여하는 ‘태양 맞춤 퍼포먼스’를 통해 해의 정기를 흡수해 몸의 감각을 되살리고, 잃어버린 달을 느끼는 신체의 움직임을 섬세히 표현한다.권군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슈테델슐레 토비아스 레베르거 클래스를 수료했으며, 두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는 등 서울과 포항을 오가며 활발히 작업하고 있는 청년작가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05

“사찰은 신도를 위해서, 신도에 의해서 존재한다”

금호 포항 죽림사 주지 스님“죽림사는 신라 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전통사찰이자 문화재 보유사찰로서 옛 명성을 되찾는 일에 모든 역량을 모아나갈 것입니다.”포항시 북구 탑산길 10번길 14에 위치한 천년고찰 조계종 죽림사. 코로나19 등으로 신도들이 거의 찾지 않는 위기의 사찰을 예전처럼 번듯한 사찰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금호 주지 스님의 부임 소감이다.이춘수 신도회장 등으로 구성된 죽림사 재건축위원회 신도들은 금호 스님이 없는 죽림사를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포항에 죽림사가 있어 불교대학 등 포교가 이뤄질 수 있듯이 죽림사는 금호 스님이 있어야 신도들이 찾아오는 절이 될 수 있다며 스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지난 6월 부임 이후 주련과 일주문 단청 공사를 이미 완료하고 문화재 사찰의 명성을 찾고자 사찰 주변 공사 등을 계획하고 있는 금호 스님을 지난 3일 만났다.-죽림사와의 인연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첫 만남이 어떤가.△중앙종회 의장, 제11교구 본사 불국사 부주지 등 많은 소임이 있어 처음에 올 적에는 부담도 많고 걱정도 많았는데 막상 와 보니 죽림사 주지 소임 또한 어느 소임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비록 여러 소임 때문에 시간에 쫓기긴 해도 방임하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할 수 있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죽림사에 온 지 4개월 정도 되셨다. 소감을 간단히 말씀해 주신다면.△여러 사찰에서 소임을 맡아 부임할 때마다 매번 부담스럽고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번 죽림사는 왠지 모르게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옛 고향 집에 수십 년 만에 돌아오면 해야 할 일이 많듯이 죽림사 또한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신라 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을 정비하여 옛 명성을 되찾아 이를 보존해야 하고, 포항불교의 도심 포교 도량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포교 활동도 많이 해야 한다는 소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수행하고 포교할 사명이 주어져서 몸은 고달프겠지만 매우 만족하고 있다. 죽림사 신도님들의 불심은 어느 사찰 신도님들보다 깊은 것 같다. 또 저의 염원과 같이 신도님들도 죽림사의 중흥을 누구보다 더 바라고 있어 든든하기도 하다.-취임 후 사찰 재정비 등 특성화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주련은 기둥(柱)마다 시구를 이어서(聯) 걸었다는 뜻이다. 좋은 글귀나 남에게 자랑할 내용을 붓글씨로 쓰거나, 그 내용을 얇은 판자에 새겨서 걸기도 한다. 주련은 우리의 전통 건축양식과 우리 조상들의 생활양식뿐만 아니라 사상, 문학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서예 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다. 그러나 주련의 글씨가 박락, 탈색되어 서체의 형태가 변모되고 나무는 벌레에 의해 부식돼가는 것을 묵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가 소중한 전통문화에 대한 계승과 보존에 얼마나 무심하고 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죽림사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들을 더욱 세심히 관리해 더욱더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간직해야 할 것 같다.-‘시대에 맞는 승려상’으로 평가되고 계시는데.△‘21세기는 불교 문화 시대’라는 말을 듣고 싶다. 불교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창조적 계승을 통해 불교 문화가 일반 대중들에게도 스며들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현대인 눈높이에 맞는 기도와 명상법을 보급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기회로 삼아 불교 르네상스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현재 코로나 시국이라 ‘코로나 블루’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불교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지 않겠나. 그 역할을 무엇이라고 보나.△요즘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수천 명이 발생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수준인 4단계가 몇 달째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고, 사람들 간의 만남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깊고, 서로 간의 마음 간극 또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서로 만남을 통해 대화하고, 위로하고 상생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직접적인 대면 활동이 제한되고 있다. 직접 만나긴 힘들더라도 전화나 SNS 등을 통해 서로서로 관심을 놓지 않고 안부를 전하며 살아야 한다. 종교활동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직접 절에 와서 법문을 듣고 신행 활동, 봉사활동 등을 함께 하는 대면 활동도 금지되고 있긴 하다. 그렇더라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해 배려하고 존중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실천이다. 부처님을 의지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듯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한 집안 한 식구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감싸주는 것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원천적인 힘이고, 진정한 보살의 행이 아닐까 생각한다.-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사부대중은 각자 직분에 따른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출가수행자는 수행자답게 수행과 포교에 전력을 다하고, 재가자는 재가자의 위치에서 신행과 맡은 역할을 다해 시대 상황에 부응하는 불교의 역할을 열어가야 한다. 보름달은 원만한 부처님의 지혜와 복덕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혜와 복덕은 자비에서 나온다. 황벽 선사는 자비에는 연고가 없기에 대자비라는 말씀을 하셨다. 명절 등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평소 어려운 이웃이 주변에 있지 않나 돌아보는 자비심을 잊지 마시길 당부드린다.-향후 계획을 소개해 주신다면.△사찰의 존재 의의는 신도들이다. 신도를 위해서, 신도에 의해서 존재한다. 그렇기에 사찰을 새롭게 정비하면 신도들도 새 마음이 될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부임 첫 사업으로 사찰 재정비 결정을 내리게 됐다. 현재 주변을 잘 정돈하고 여건을 만들었더니 신도들뿐만 아니라 이웃 주민들도 죽림사를 더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죽림사를 활짝 열고 종교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 황소의 발걸음으로 정진하고자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04

인디플러스 포항직장인을 위한 영화 기획전

포항문화재단 독립영화상영관 인디플러스 포항은 오는 6일 오후 7시 30분 직장인을 위한 영화 기획전 ‘일 끝나고 뭐해?’를 개최한다.이번 기획전에서 정지영 감독의 장편 영화 ‘은미’ 상영과 더불어 포항 출신 손예원 배우, 정지영 감독, 홍성은 감독이 포항을 찾아 관객들과 영화 관람 후 시네토크도 진행한다.지난 8월 열렸던 ‘일 끝나고 뭐해?’에 이어 두 번째 진행되는 직장인을 위한 기획전은 반복되는 일상에 다시금 활력을 되찾고자 하는 의미로 기획됐다. 포항문화재단 독립영화상영관 인디플러스 포항에서 오는 6일 상영되는 정지영 감독의 장편영화 ‘은미’ 포스터. /포항문화재단 제공 10월 상영작 ‘은미’는 현대 사회에서 쉽게 겪을 수 있는 번 아웃(Burnout)이 된 직장인들을 위해 선정한 작품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여러 사람과의 가벼운 만남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지쳤거나 불확실한 목표를 향해 걷고 있는 삶을 사는 직장인들에게 일상의 여유를 갖게 하고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포항문화재단 인디플러스 포항 관계자는 “이번 기획전을 통해 직장인분들이 지친 일상에 활력과 ‘나’를 찾는 기회가 되고, 일반 극장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독립영화의 매력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영화 상영 일정과 정보는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 인디플러스 포항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매는 독립예술영화 통합 예매사이트 인디앤아트 시네마(www.indieartcinema.com)에서 수수료 없이 가능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04

세종은 왜 운동을 멀리했을까 역사적 인물 10인의 질병 추적

우리 역사상 최고의 리더이자 다재다능했던 세종대왕은 왜 운동만은 멀리했을까? 천상의 건축가 가우디는 왜 하필 해골 집을 짓는 데 집착했을까?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어쩌다 도박꾼이 되었을까? 인상파의 거장 모네의 말년 화풍은 왜 추상화처럼 변했을까?정형외과 전문의인 이지환 씨는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부키)에서 그 해답은 이 천재들이 각기 앓았던 질병 속에 있다고 말한다.저자는 사서(史書) 등을 추적해 총 10명의 역사 속 인물의 다양한 질병을 탐구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건축가 가우디, 소설가 도스토옙스키, 작곡가 모차르트, 철학자 니체, 과학자 마리 퀴리, 화가 모네와 로트레크와 프리다 칼로, 가수 밥 말리가 그 주인공이다.이 책에서 저자는 당시 시대상과 의학 수준, 발병 과정, 외관상 병증을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역사 문헌과 기록, 사진 자료와 초상화, 국내외 의학 논문을 참고해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펼치고 있다. 심지어 저자가 직접 논문을 쓰기도 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강직성 척추염 사례로서 세종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SCIE급 이상 국제 학술지에서 세종을 다룬 첫 논문이기도 하다.△조선 최고의 리더 세종은 왜 운동을 멀리했을까?최고의 성군이자 천재 중 한 명이었던 세종. 하지만 그는 ‘고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해서 결국 비만해진 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세종의 건강과 관련한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눈병 12번, 허리통증 6번, 무릎 통증 3번, 목마름 증상 2번, 살 빠지는 증상 1번이 언급돼 있다. 나이대별로 분석하면 허리통증은 20대 초반에 발생해 30대 때 심해졌다가 낫기를 반복했다. 눈 통증은 40대부터 악화했다가 역시 좋아지다가 악화하기를 반복했다.그러나 정확히 어떤 병을 앓았는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세종이 피부병이나 임질(현대적 의미로는 방광염)에 걸렸다거나 당뇨 합병증을 앓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천상의 건축가 가우디는 왜 해골 집을 지었을까?가우디는 수많은 해외관광객을 불러들이며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건축가다. 그의 건축물들은 묘한 공통점이 있다. 건물 곳곳에서 발견되는 뼈와 해골 형상이 그것이다. 평론가들의 혹평과 주민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골 집 짓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심한 관절염을 앓았기 때문이다.그는 종종 형의 등에 업히거나 나귀를 타고 등교해야 했을 정도로 관절통이 심했다. 병약으로 친구를 사귀지 못해 외로운 학창 시절을 보냈다. 평생 2겹의 양말과 푹신한 신발을 신고 다닌 것도 그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의 관절염은 결국 죽음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도박꾼이 된 사연도스토옙스키는 못 말리는 도박꾼이었다. 원고료를 모두 날린 것은 예사였고 원정 도박에 나섰다가 돌아올 경비까지 잃고 쩔쩔매기 일쑤였다. 오죽했으면 독일의 비스바덴 쿠어하우스 카지노가 ‘기념할 만한 호구’라며 그의 이름을 딴 홀을 만들고 흉상을 세웠을 정도다.도스토옙스키가 이처럼 유산까지도 다 날릴 만큼 지독하게 도박에 중독된 이유는 간질 발작 환자였기 때문이다. 자기 결혼식 피로연에서 2번이나 발작을 일으킬 정도였던 그는 언제 어디서 발작이 자신을 덮칠지 몰라 평생 전전긍긍했다. 간질 발작 환자는 흥분 신경 전달 물질이 많은데, 흥분 물질이 많으면 도박이 주는 자극에 취약하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작품에는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많이 등장한다.△실존 철학의 선구자 니체는 어쩌다 정신 병원에 입원했을까?학창 시절 “사원에 숨은 열두 살짜리 예수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니체는 추천사만으로 대학교수에 임용되고, 1년 만에 여러 저작을 집필했으며, “신은 죽었다”고 당당하게 선언할 만큼 자신만만하고 탁월한 철학자였다. 하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심한 두통과 불면에 시달렸으며, 나이가 들어서는 성격마저 괴팍하고 폭력적으로 변해 버렸다. 자신의 소변을 마시는 등 기이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1899년 친구의 손에 의해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다음 해 퇴원한 후 그는 누구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고 살아 있는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지낼 뿐이었다. 니체는 결국 1900년 폐렴으로 사망한다. 그의 뇌와 영혼을 파괴한 질병은 무엇일까? 당시 니체는 신경 매독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극심한 두통, 불면증, 발작, 성격 변화를 한꺼번에 설명할 수 있는 질병은 바로 뇌종양이다. 커다란 종양이 니체의 머릿속에서 천천히 자라면서 뇌와 신경을 압박했을 것이다. /윤희정기자

2021-09-30

여성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와의 인터뷰

소설 ‘연인’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여성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1914~1996)의 인터뷰집 ‘뒤라스의 말’(마음산책)이 출간됐다.뒤라스의 말년 1987년부터 1989년까지 이탈리아 저널리스트인 레오폴디나 팔로타 델라 토레와 이뤄진 인터뷰를 토대로 엮은 ‘뒤라스의 말’은 유년시절부터 인터뷰가 이뤄진 시점까지 연대순으로 작가의 삶을 통과하며 그의 작품 활동을 엿볼 수 있다.소설의 선형적인 흐름이나 사건 전개식 구성을 배제하고, 인물의 심리 표출을 극도로 절제하면서도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온 뒤라스는 때로는 ‘누보로망’ 작가로, 때로는 ‘여성적 글쓰기’의 전범으로 꼽히지만 스스로는 특정 사조에 갇히길 거부하며 자신만의 문학적 영토를 개척하는 데 충실해왔다. 또한 영화와 연극, 드라마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 영역을 확장해왔기에 현대 문화사에 남긴 족적도 적지 않다.1931년 프랑스로 이주하기 이전 식민지 베트남에서 험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뒤라스는 18년 동안그곳에서 소외감과 고독감을 깊이 느끼게 되고 이는 뒤라쓰 글쓰기의 지속적인 모티브가 된다.책은 칸 영화제 수상작 ‘인디안 송’을 연출하는 등 영화 시나리오 작업 및 연출로도 주목받았고, 2차 세계대전 중 적극 참여했던 레지스탕스 활동, 38세 연하의 연인과의 사랑, 알코올 중독 등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