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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호흡 그리기’ 톰 그레인저 지음·불광출판사 펴냄 인문

최근 건강이나 심리 치료 분야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호흡’이다. ‘숨만 잘 쉬어도 병원에 안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호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최신 연구 성과와 정보들이 쏟아진다.전문가들은 일정한 시간 동안의 평온하고 깊은 호흡을 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그 상태를 최고 30분 정도 유지시키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무의식과 의식의 영역에 두루 걸쳐 있으면서 생명과 그 무엇보다 직결되는 호흡이라는 단순한 행위가 사람의 마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신간 ‘호흡 그리기’(불광출판사) 역시 ‘호흡’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올바른 호흡이 신체와 정신건강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설명한다.영국의 작가이자 명상가인 저자 톰 그레인저는 바른 호흡이 스트레스 해소와 분노조절에서 나아가 내적감각과 자기인식 능력, 창조적 통찰력까지 제공한다고 말한다.책 속에 제시된 선과 그림을 따라가며 호흡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책에는 200개가 넘는 유도호흡 연습 문양과 만다라, 그리고 75개가 넘는 그리기 호흡 연습, 30개가 넘는 일회성 호흡 연습, 5개가 넘는 마음챙김 자유연습 호흡 문양이 있다.저자는 영성 대신 서양 의학에서 말하는 ‘내부 수용 감각(interoceptive ability)’이라는 말로 치환해 읽어보라고 권한다. 호흡이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통로’라는 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23

“겨울 감성과 낭만 채워줄 음악 함께 즐겨요”

포항시립교향악단이 겨울의 낭만을 음악으로 전한다.23일 오후 7시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제183회 정기공연의 제목은 ‘시와 노래’. 독일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슈만과 슈베르트의 곡으로 꾸며진다.첫 번째 무대는 슈베르트의 작품 중 서정성 면에서 단연 최고로 꼽히는 ‘로자문데 서곡’으로 섬세한 감정이 담긴 로맨틱한 음악으로 겨울날의 낭만이 잘 묻어난다.이어지는 곡은 ‘낭만’하면 떠오르는 작곡가로 꼽히는 슈만이 평생의 연인인 클라라 슈만에게 헌사했다는 ‘피아노 협주곡’이다. 평생 독주자에 관한 고민으로 협주곡 쓰기를 망설였던 슈만이 유일하게 완성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피아노 독주가 오케스트라와 때론 대화하듯, 때론 대결하듯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곡은 따뜻한 서정이 넘치는 1악장, ‘간주곡’이라는 부제가 붙은 목가적인 2악장, 밝고 씩씩한 분위기의 화려한 3악장까지 총 3개 악장로 구성돼 있다. 각 악장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데 1악장의 제1주제가 다른 악장의 주요 선율에 교묘하게 이용되고, 2악장과 3악장은 쉬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포항시향과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는 김원은 이화여자대학교 피아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피아니스트 김석 경희대 명예교수의 아들로, 일곱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예원학교 재학 중 도미, 줄리어드 음대 예비학교를 수석 졸업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수학한 그는 1995년 마리아 카날스 국제콩쿠르 1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20세기 작품 최우수 연주자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연주자로 올라섰다. 2007년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만이 설 수 있다는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데뷔 무대를 펼친 뒤 국내 오케스트라 협연뿐만 아니라 상트페테부르크필하모닉과 러시안국립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과도 협연을 이어가고 있다. 탁월한 테크닉을 바탕으로 한 정열적인 그의 피아노는 진한 여운과 감동이 느껴진다. 휴식 후에는 슈만의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이 곡은 슈만의 교향곡 중에서도 음악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는 걸작이다. 슈만의 창작열이 가장 뜨거웠던 31세가 되던 1841년에 작곡됐다. 작곡가의 삶의 희망이자 창작의 영감인 클라라와의 첫 만남부터 기나긴 투쟁을 거쳐 쟁취한 사랑의 환희까지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곡은 고전적인 교향곡 형식의 틀에서 벗어나 각 악장이 휴식 없이 연주된다. 주제와 동기의 유사성을 통해 마치 하나의 그물망처럼 연결된 곡은 정열을 노래하는 제1악장에 이어 아름답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제2악장, 그리고 활기 넘치고 쾌활한 제3악장과 젊은 열정이 느껴지는 제4악장으로 구성돼 있다.이번 정기연주회를 지휘하는 임헌정 포항시향 상임지휘자는 “이번 공연명이 ‘시와 노래’인 것은 평소 슈만이 가곡 작곡에도 많은 열정을 쏟아 부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고 “시적이면서도 그 자체로 깊은 감정과 풍부한 서정성이 담긴 곡들이 겨울에 관객들에게 깊은 위로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22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 ‘시카고’ 대구서 펼쳐진다

“36개국 490여 개 도시에서 선보인 스테디셀러 뮤지컬. 15인조 빅밴드의 찬란한 재즈 선율과 화려한 몸짓에 담긴 사회 풍자와 웃음….”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 ‘시카고’ 한국 공연 21주년 기념 공연이 오는 26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진다. 뮤지컬 ‘시카고’는 1975년 뮤지컬계의 신화 밥 파시가 처음 무대에 올렸다. 격동기 미국, 그 중에도 재즈 선율과 갱 문화가 가득했던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살인과 유혹, 욕망, 배신이 어우러진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후 ‘시카고’는 1996년부터 재공연되며 세계 490개 도시에서 4만 회 이상 무대에 올라 브로드웨이 공연 역사상 ‘오페라의 유령’ ‘캣츠’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래 공연되는 작품이다.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된 여자 죄수들과 그녀들을 전문으로 변호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대량생산 시스템, 대량 실업, 노동 운동, 뉴딜정책 등등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는 대공황 이후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격동기의 미국 사회를 냉소적이며 풍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1924년 시카고 트리뷴 지에 실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살인사건 기사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시키고 트리뷴지의 기자이며 희곡작가였던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쓴 1926년 연극 작품 ‘작고 용감한 여인’이 원작이다. 작곡가 존 칸더, 작사가 프레드 엡이 만들어낸 위트 있는 가사와 재즈 특유의 농익음이 묻어나는 매력적인 멜로디, 안무가 밥 파시와 앤 레인킹의 관능적이고 역동적인 춤선 등은 놓칠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이번 공연에는 21년째 시카고와 함께하는 배우 최정원부터 200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류한 티파니 영까지 다양한 실력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때는 1920년 후반. 재즈의 열기와 냉혈 킬러들이 넘쳐나는 금주 법 시대의 시카고. 냉혈한 살인자들로 만연하던 시대의 쿡 카운티 교도소에는 자극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언론의 괌심을 한 몸에 받는 여죄수들로 가득한데….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요일 오후 2시·6시30분, 문의 1599-1980(예술기획 성우)./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22

유리상자 속 ‘야생 별’ 반짝반짝

대구 봉산문화회관이 설치·조각·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의 창조적 발전을 위해 마련한 ‘2021 유리상자-아트스타’ 전시 공모에 선정된 류신정 작가의 ‘야생 별’이라는 타이틀의 설치 작품이 오는 26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올해로 14년째 스튜디오, 아트스타 등 부제와 함께 진행 중인 유리상자는 젊은 예술가가 4면이 유리로 된 공간에서 선보이는 실험적 사고를 감상하는 전시다.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 ‘야생 별’ 작품을 출품한 류신정 작가는 순수한 자연의 이미지를 이용한 감성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8개의 다양한 구로 구성된 이번 작품은 스테인리스 봉에 작가가 체득한 자연 이미지의 레진을 에폭시로 고정하고 가장자리에서 퍼지는 방사형 구조이지만, 단순한 구 형상에 머물지 않고 촉수 같은 긴 라인이 자유롭게 뻗어 나가 공간과 공간을 유기적으로 이어주고, 구획하며, 확장해 나간다. 여기에 추가로 LED 조명까지 장착한 이 형상은 유리상자 공간에서 변화되는 자연의 이미지를 머금고 도심 속 빛나는 야생 별이란 생명체로 태어난 것이다.‘야생 별’은 작가의 습관적 드로잉에 기인한 형상이다. 회화를 전공한 류 작가는 본능적으로 낙서를 하듯 드로잉을 즐기며 이를 통해 이미지를 구상한다고 밝힌다. 자연스러운 드로잉이란 자연적인 이미지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생각을 꾸미지 않고 표현하는 것 그것이 야생이며, 인공적인 기존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실험정신이다.류 작가는 “‘야생 별’은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 탐색하고 실험하는 개념으로 ‘야생’을, 그리고 현시대의 희망적 표현으로 ‘별’이라고 정했다”면서 “‘야생 별’은 화려한 도시 풍경의 빛과 대비되며 동시에 상실된 것들에 대한 희망과 바람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2021-12-21

팬데믹 속 다양한 프로그램 ‘문화 숨통’

올 한 해 포항시립포은중앙도서관은 시민과 함께하는 내실있는 운영을 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임시 휴관 등으로 힘든 시기에도 ‘포항만화축제’, ‘원 북 원 포항’, 랜선 프로그램 등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성황리에 마치며 2021년 한 해를 마무리했다. 지역민을 위해 어떠한 사업을 추진했는지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북 드라이브 스루 운영포항시립포은중앙도서관은 지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자 임시 휴관 중에도 ‘북 드라이브 스루’를 운영했다. 이용자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후 차량으로 수령해 가는 방식으로 소통해 나갔다. 무료 도서 택배 서비스와 특별 대출 서비스도 병행해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코로나19 예방을 최대화하려고 노력했다는 평가이다. ■ 미디어 스튜디오 방음부스 설치포항시립포은중앙도서관은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스마트 K-도서관’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난 9월 포은중앙도서관 1층 로비에 미디어 스튜디오 방음부스를 설치했다. 미디어 스튜디오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인 리모트미팅을 통한 비대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작가와의 만남 유튜브 실시간 생중계, 랜선 북테라피 영상 제작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돼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독서문화프로그램 운영에 큰 역할을 했다.■ 27개의 비대면 프로그램 운영포항시립포은중앙도서관은 유아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운영해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시민들과 코로나 19로 바깥출입이 힘든 포항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어린이독서회, 내 삶의 이야기 책, 스토리뮤직 등 27개의 프로그램이 235회 운영됐으며 총 2천408명이 참여했다. 또한 포은중앙도서관에서 자체 제작한 영상 ‘랜선산책’, ‘랜선극장’, ‘랜선 작가의 방’ 등은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돼 조회 수가 2만2천320여회에 이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2021 포항만화축제-일상을 넘어 만화愛 빠지다’ 개최포은중앙도서관의 특성화 자료인 만화를 주제로 한 ‘2021 포항만화축제-일상을 넘어 만화愛 빠지다’는 대면으로 운영해 코로나19 장기화에 지친 포항시민들에게 만화를 통한 문화방역으로 삶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전신청과 인원제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킨 가운데 인기 웹툰 작가와의 만남, 웹툰 포토존, 웹툰 주인공을 찾아라! 등 다양한 전시 및 체험프로그램이 시민들의 호응 속에 진행됐다. ■ ‘원 북 원 포항’ 선정 및 관련 프로그램 진행한 책 한 도시 읽기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된 ‘원 북 원 포항’은 시민추천과 시민투표를 통해 올해의 책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를 선정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해의 책 선정을 기념해 선포영상을 제작·업로드했으며 조회 수가 1천회를 넘었다. 또한 역대 원 북과 올해의 책을 대상으로 서평 및 웹툰 공모전을 실시해 총 65명의 참여로 큰 호응을 얻었으며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은 도서관 3층 복도에 전시돼 도서관 이용자에게 큰 볼거리를 제공했다.■ 온라인 독서환경 유도 위한 전자책 활성화포항시립포은중앙도서관은 도서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비대면으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전자책 활성화를 위한 ‘버스안에서(書-)전자책탐사대!’를 운영했다. 버스, KTX, 포항공항 등 교통요충지와 다중이용시설에 전자책 이용방법과 전자책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QR코드가 삽입된 포스터를 부착해 전자책 이용을 유도했으며 이용자의 편리성을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다.천목원 포항시립도서관장은 “포항 시민의 방역수칙 준수와 안전한 도서관 이용으로 한 해가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다”며 “2022년에도 다양하고 알찬 독서문화 프로그램과 행사, 축제를 계획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21

“아마추어 도예가들이 빚은 열정 보러오세요”

아마추어 도예가 10명이 출품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제2회 흙이야기공방 회원전’이다. 포항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내 문화경작소 청포도다방에서 22일까지다. 아마추어라고는 하지만 작품 수준이 높고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살린 작품이 출품된 게 이채롭다. 전업작가가 아니라 다른 직업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작품 개성도 뚜렷하다는 평가다.초등학교 교사, 어린이집 원장, 주부 등 직업이 서로 다르지만 이번에 전시에 나선 아마추어 도예가 10명의 공통점은 모두 같은 도예공방 회원이라는 것이다. 포항 꿈틀로에 작업실을 두고 연잎을 활용한 테마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드는 권미분 작가의 도예연구소다.공정필, 김정귀, 김희숙, 박위숙, 백정애, 이경희, 황선애, 황세진, 황영순, 최계자 씨 등 회원들은 길게는 15년, 짧게는 1년 경력으로 손잡이가 없는 찻잔부터 시작해 지금은 다양한 일상소품들을 자유롭게 만들어내며 이번 회원전을 준비했다.이번 전시에는 조형토, 백자토, 혼합토 등의 흙으로 작업을 한 후 다양한 색의 유약작업을 거친 후 환원소성으로 마무리 된 조명등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권미분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은 힘든 시기이지만 모두에게 작은 희망을 피워 올린다는 의미를 담아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불켜는 도자기 20여 점을 선보인다”며 시민들의 많은 관람을 바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20

‘동해안별신굿’ 지화 한자리에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 동해안별신굿에 사용되는‘지화(紙花)’의 아름다움과 그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재)포항문화재단은 대안공간 298에서 내년 1월 11일까지 지화공예 전수자인 김자중 명인의 개인전 ‘바다에 핀 종이꽃’을 개최한다.이번 전시는 지화공예 전수자인 김자중 명인의 첫 개인전이다. 김 명인이 제작한 동해안별신굿의 중요한 도구인 지화 22점과 제작과정, 인터뷰가 담긴 영상 등을 만나볼 수 있다.포항문화재단이 지난 2년 여간 소멸위기에 놓인 동해안별신굿의 문화적 가치를 재발굴하기 위해 진행한 ‘문화도시 포항 인문-해양 콘텐츠 미래자산화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김자중 명인은 청하에 거주하며 66년 동안 지화작업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전시 작품들은 얇은 종이를 염색하고 접어 칼과 가위를 이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면과 선, 구멍을 뚫고 엮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작업으로 다양한 패턴과 어우러진 지화를 통해 추상적 조형미와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꽃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굿판 외에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화려한 장식의 지화와 함께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해 어촌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제의이자 마을축제로서 ‘동해안별신굿’의 민족예술의 소중한 가치를 더했다.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한국의 마을 굿 중 가장 왕성한 전승력을 지닌 동해안별신굿이 행해지는데 중요하게 쓰이는 다양한 지화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에 시민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20

라이트 페인팅 작가 고수지 개인전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어둠 속에서 신비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작가는 놀이터를 찍기 위해 밤을 택했고, 때문에 수고로운 라이트 페인팅 기법을 쓰고 있다. 밤이 오길 기다렸다가 밤새 한 놀이터와 이야기하듯 촬영을 진행한다. 포항 갤러리 권(관장 라익권)은 21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고수지 청년작가의 ‘놀이터에 담긴 어린 시절의 열정’ 전을 연다.이번 전시는 데뷔 10년 이내 전도유망한 예술가를 발굴해 예술계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는 갤러리 권의 기획 전시 ‘청년작가전’의 일환이다.대구예술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과를 전공한 고수지 작가는 라이트 페인팅 기법을 이용한 어린이 놀이터 사진 작품 5점과 이 사진 작품을 애프터 이펙트(After Effect) 프로그램으로 편집한 영상 1점을 선보인다.라이트 페인팅은 빛과 시간, 공간의 개념을 이용해 카메라 조리개를 최대로 조여준 뒤 장시간 노출을 주는 방법으로 빛의 흐름을 사진 속에 담아내는 촬영 기법이다. 카메라의 셔터스피드를 최대한 길게 설정한 뒤, 사진이 찍히는 순간 발광체로 원하는 그림을 그리면 빛이 사진 속에 기록된다. 피사체는 부동자세로 있어야 하고 그리는 사람은 원하는 그림을 상상하며 빛의 그림을 그리는 원리이다.고수지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는 기본적으로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얼리티 위에 환상적인 것이 입혀지는 굉장히 효과적인 힘 있는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며 “관람객들이 직장생활 등 바쁜 일상 속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한 번쯤 생각해보며, 쉬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20

대구문화예술회관, 24일 송년음악회… 유튜브 중계도

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김형국)은 24일 오후 7시30분 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2021 송년음악회’를 연다. 이번 송년음악회는 지휘자 임성혁의 지휘로 대구시립국악단과 20~40대 해외 유학파 출신 단원, 젊고 역량 있는 연주자들로 구성된 디오오케스트라가 출연해 전·후반 음악을 이끌어간다. 전체 프로그램을 동·서양 악기에 맞춰 새롭게 편곡해 그동안 만나보지 못한 음악의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이날 협연자로 소프라노 김은주, 테너 김재형과 가수 박완규,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 전통타악연희단 풍물마당 등이 아름다운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전반부는 ‘아리랑 환상곡’으로 문을 열며 소프라노 김은주가 ‘산유화’,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 중 ‘신이여 평화를 주소서’, 테너 김재형이 ‘뱃노래’,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연주한다. 이어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중 ‘저녁은 다가오고’를 이중창으로 선보인다.후반부는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캐럴과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을 그린 ‘당연한 것들’ 등을 연주하며, 록그룹 부활의 리드 보컬 박완규가 자신의 대표 레퍼토리로 화려한 무대를 꾸민다. 마지막으로 ‘사물놀이와 관현악을 위한 신모듬’ 중 3악장 ‘놀이’로 2021년 송년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한다.이날 공연은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한다. 방문하지 못하는 관객들은 대구문화예술회관 유튜브를 통해서 공연 청취가 가능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19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이야기가 수필”

박월수 수필가 “더러 사는 일이 버겁다고 여겨질 때, 여기 실린 몇 편의 글에서 작은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떠올려지는, 머무르고 싶은 구절들이 많은 분의 숨들이기에 묻어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최근 첫 수필집 ‘숨, 들이다’(수필세계사 간)를 펴낸 박월수(56·청송군 현동면) 수필가의 출간 소감이다.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한 이후 10여 년만이다.박 수필가는 일상적 체험을 중심으로 한 사색의 깊이와 은유적 성취가 탁월하고 감각적 언어로 진단해가는 자기 모색이 남다르다는 평을 받는다.지난 18일 박 수필가를 만나 이번 수필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첫 수필집을 펴낸 소감은.△너무 내 속을 드러내 보인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수필은 한 개인의 역사이기 이전에 어쩌면 우리 모두의 역사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도 든다. 사람들 살아가는 얘기는 다 다르지만 그 속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 중심엔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이웃이 있듯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얘기가 한 편의 수필이라고 생각한다.-‘숨, 들이다’를 펴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등단부터 거의 이십 년 가까이 문단에 있었는데 그동안 쓴 글이 백여 편 남짓이다. 과작이란 말을 가끔 듣는다. 독자에게 커다란 울림을 줄 확신도 없으면서 종이를 낭비하는 일이 두려웠다. 책을 낸 작가분들이 동료 작가들에게 무상으로 보내오는 책 빚을 갚아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 내 책을 궁금해하고 기다리는 분들의 채근하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디딤돌 창작지원금 수혜를 받아 늦게나마 첫 수필집을 내어놓게 되었다.-수필집 제목이 특이한데.△두부 만드는 장면을 우연히 본 일이 있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콩물을 끓이고 젓고 간수를 붓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숨을 들인다고 했다. 숨 들이는 과정의 마지막이 간수를 붓는 단계였는데 자칫 잘못하면 다 만들어 놓은 두부를 버릴 수도 있었다. 매 순간 콩물에 간수를 붓듯 정성을 들이는 일, 나는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며 숨 들이는 일이라고 이해한다. 어눌한 글이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흔적이므로 그토록 아름다운 우리말을 표지 제목으로 빌려오고 싶었다.-이번 수필집은 어떻게 구성됐나.△1부에서 4부까지는 주로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다. 뻔한 얘기지만 뻔하지 않게 쓰려고 무진 애를 썼다. 어둡지만 절망이 아닌 희망을 노래하는 얘기들을 주로 실었다. 마지막 5부는 내가 사는 청송의 이야기들로 묶었다.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에 등재된 아름답고 의미 있는 곳들을 알리고 싶어 그림을 그리듯 풀어서 썼다. 수필집 ‘숨, 들이다’ -수록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수필은.△내가 가장 애착하는 수필은 ‘새’다. ‘달’이라는 작품으로 신춘에 등단하고 나니 글을 쓰는 일이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달’보다 더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새’는 띠라고 하는 식물로 제주 방언인데 예전 제주 사람들은 그 새를 베어다가 지붕을 이는 데 주로 썼다. 사진 모임으로 우도에 갈 때마다 바람에 흔들리는 새의 물결을 보았고 무언지 모를 벅찬 감동에 사로잡히곤 했는데 수필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끝없이 누웠다 일어서는 새가 어쩐지 나를 닮은 듯도 했다. 그러다가 새가 자신의 씨앗을 바람의 힘으로 번식한다는 걸 알았고 결국은 땅에 사는 식물이 새가 된 이유를 제 나름으로 해석하게 되었다. 식물의 삶과 사람의 삶도 살아가는 방식은 닮아있다.-좋은 수필이란 어떤 것인가.△먼저 진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필은 작가의 체험이 녹아든 글이므로 솔직하고 진실해야 독자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그다음은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구성, 통일감 있는 주제가 받침이 되어야 한다. 나머지는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을 들고 싶다. 상상력이 결여된 글은 메마른 사막과 같아서 음미하기가 쉽지 않다. 작가만의 해석으로 촘촘하게 짜인 글, 남다른 상상력이 살아 숨 쉬는 글, 그런 수필을 나는 좋은 수필이라 생각한다.-앞으로의 바람은.△나는 수필을 연인 대하듯 쓰다듬고 보듬길 좋아한다. 그런 수필을 꾸준히 오래도록 쓸 것이다.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테마수필을 써 보고 싶다.-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수필만큼 타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수필 한 편엔 한 편의 인생 다큐가 들어있다. 있는 그대로의 것을 다만 문학적 장치만을 가미해 표현해 놓은 까닭이다. 좋은 수필을 읽으면 잔잔한 울림이 있고 반성이 있으며 살아갈 힘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따뜻한 수필을 많이 아끼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19

기성세대에 전하는 44가지 삶의 통찰

“죽기 전까지 늦은 것이란 없습니다. 올바른 자의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곁에 있는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어 살아간다면 죽을 때까지 빛나는 인생을 누릴 수 있습니다.”베스트셀러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이자 여든여섯의 나이에도 왕성한 저작물을 펴내고 여전히 강단에 서는 영원한 ‘현역’ 정신과 의사 이근후 이화여대 의대 정신과 명예교수의 신작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가디언)이 출간됐다.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을 가르친 뒤 최근 인기 유튜버로도 활약하고 있는 노학자가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기성세대들에게 44가지 삶의 통찰을 전하는 책이다.저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남은 생을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인생 후배들에게 스스로 살아본 인생을 돌이켜 깨달은 삶의 이치들을 때론 유쾌하게 때론 다정하게 들려준다.가족 간에 일어나는 문제는 물론 사회생활에서 모두가 겪어야 하는 과제들,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자기만의 해법,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삶의 예지를 제시한다.이 책에는 나이 듦에 관해 풀어낸 심리서이면서도 인문학적 깊이와 에세이를 읽는 듯한 재미가 모두 담겨 있다. 내용 전체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지탱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독자들이 스스로 그것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즐거움과 감동을 가져다준다.76세에 고려사이버대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졸업한 이근후 교수가 맨 먼저 전하는 지혜는 ‘깨달음이 주는 가치’.이 교수는 “죽기 전까지 늦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앞만 보고 살아왔다’고 토로하는 중장년 세대의 경우 나이에 맞게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잣대를 들이대고 그에 맞춰 자세를 낮추거나 틀에 박힌 행실을 요구하곤 한다. 그런 이들에게 이 교수는 무의식적으로 지니고 있는 자신의 생활 습관을 반성하고 성찰해서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에 즐거움과 희열을 느끼며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것을 조언한다.이 교수는 나이 들수록 털어내야 할 감정 중 하나로 ‘원한’을 꼽는다. 흔히 원한은 ‘타인을 용서함’으로써 해결되리라 여기지만, 그는 진정한 용서란 ‘자신을 용서함’으로써 이뤄진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노여움, 원한 등 부정적인 감정을 슬기롭게 승화하는 방법은 ‘유머’라 일컬는다. “말이나 글이나 모두 내 생각이나 뜻을 상대방에게 올바르게 전하기 위한 것이다. 뜻에 대하여 듣지 않고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과 글도 있지만 심오한 뜻을 응축하여 짧은 말이나 글 속에 담아서 전하는 경우도 있다. 그 뜻을 헤아려 이해한다면 한 차원 수준 높은 소통이 될 것이다. 이젠 남이 먹여 주는 행복을 먹지 말고 나 스스로 행복을 만들자. 내 마음 그릇이 넘치도록 말이다.” (p.173)1935년 대구 태생인 이근후 교수는 국내 최초로 폐쇄적인 정신 병동을 개방 병동으로 바꿨고 정신 질환 치료법으로 사이코드라마를 도입했으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 정신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퇴임 후 아내와 함께 (사)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해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 교육 등의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16

포항 중진 시인 송준규, 첫번째 시집 출간

시집 ‘간지럼 타는 나무’ 표지.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진 시인 송준규(65) 씨가 첫번째 시집 ‘간지럼 타는 나무’(도서출판 우리시움)를 펴냈다.송 씨는 2014년 포항소재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한 이후 2015년 계간 ‘시인정신’ 신인상을 수상하며 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도서출판사 우리시움의 우리시시인선 72번으로 출간된 ‘간지럼 타는 나무’는 송 시인의 신작 시 60편이 수록됐다. 시집은 3부로 구성됐으며 제1부 ‘포항조감도’는 시인이 살고 있는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시인의 깊은 명상을, 제2부 ‘사방연속무늬’는 시인 자신의 이야기를, 제3부 ‘바람의 산’은 전국 명산을 노래하고 있다.우리시진흥회 홍해리 시인은 표사에서 “송준규 시인의 시를 따라가다 보니 시인의 발과 마음이 읽어낸 포항의 지리와 역사를 훑어보게 되어 그곳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송준규 시인. 시인의 깊은 명상과 미학을 통해 보여주는 생의 비의에 대한 깨달음, 즉 삶의 지혜로 이룩한 시편들은 독자에게 큰 감동을 줄 것”이라고 평했다.영문학 박사인 여국현 시인은 해설에서 “‘간지럼 타는 나무’에 담긴 시들은 지지시(地誌詩)적 공간의 특성을 말하고 있다. 특정한 풍경이나 장소를 묘사하면서 그 장소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을 회고하거나 혹은 그 사실이나 사건과 연관된 시인의 명상이나 철학을 표현하는 지지시 유형으로 단순히 장소에 대한 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의 시간과 역사성을 자신의 시속으로 끌어들여 한 공간에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끼며 담아낸다”고 평했다. /윤희정기자

2021-12-16

‘지속가능 경영’ 선구자 존 엘킹턴, 새로운 자본주의를 말하다

신간 ‘그린 스완(더난)’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인 존 엘킹턴이 회복과 재생을 촉진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을 제시하는 책이다. 그린 스완은 지난 2007년 뉴욕대학교 교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제시한 용어 ‘블랙 스완’에서 파생했다. 블랙 스완은 가능성이 극히 적지만, 일단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을 말한다. 9·11 테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린 스완은 ‘해결책’을 더한, ‘자본시장의 변화를 촉진하는 개념’으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새롭게 정의한 미래 자본주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존 엘킹턴은 이미 시작된 ‘변화의 징후’를 읽는 10가지 용어인 목적, 비즈니스 모델, 수익, 성장, 가치, 임팩트, 책임, 중대성, 지배구조, 좌초자산을 통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확인한다. 기업에서 전례가 없는 엄청난 사안에 직면하게 될 때, 종종 ‘사악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담배 회사는 흡연이 수많은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문제를 은폐해왔고, 결국 거대한 액수의 벌금을 선고받아야 했다.저자가 지적하는 사악한 문제는 크게 다섯 가지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 살인자 칼로리, 항생제가 초래한 슈퍼버그, 탄소가 급격히 기온을 상승시킨 것, 심각하게 증가한 우주 쓰레기다. 책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섯 가지 패러다임을 짚어내고, 그린 스완의 특성을 지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세계 기업들에 다음과 같이 엄중하게 윤리성을 촉구한다.“우리가 2030년까지 어떤 형태의 부의 창출을 이룩하든 간에, 그 결과가 자연환경 및 우리의 경제와 사회를 적극적으로 회복, 재생시킬 능력의 여부가 궁극적인 시험 대상이 될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16

“올 한 해 갈고 닦은 금속공예 솜씨 보실래요?”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운영하는 포항스틸아트공방은 공방 수강생들의 2021년 성과를 발표하는 전시를 20일부터 24일까지 포항스틸아트공방에서 연다.스틸아트공방은 2016년 동빈내항 옛 철공소 거리에 개소 이후 시민들의 삶 가까이에서 스틸문화 대중화에 힘써왔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거쳐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755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포항 시민이면 누구나 직접 손으로 생활금속공예품과 주얼리금속공예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시민공작소로 지역 특화 문화산업을 통한 구도심 재생 문화공간망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번 2021년 성과물 전시에서는 2021년 9기와 10기 수강생 30명이 직접 제작한 공예 소품 및 주얼리 등 총 40여 점을 선보여 그동안 갈고 닦은 금속공예 솜씨를 뽐낸다. 그 중 지난해 새로 증설한 창업반 강좌 수강생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윤숙희, 이문숙, 조영미, 신은경 씨의 ‘경상북도 기능경기대회’ 귀금속공예 부문 은상, 장려상, 모범선수상 수상작을 비롯해 ‘제12회 현대주얼리 디자인 공모전’금상, 디자이너상, 특선, 입선을 수상한 금속공예품들이다.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포항스틸아트공방은 일상 속 스틸아트 문화 확대와 금속공예 전문가 양성 및 대외활동 지원으로 시민 중심 예술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있는 만큼, 2022년에도 지속적으로 문화시민 양성 및 취미활동 지원에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를 보내겠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15

시인이 된 포항 할배·할매들, 삶을 읊조리다

포항에서 시금치 농사를 하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시인(詩人)이 됐다.“얼라를 업고 콩잎 훑으러 갔다/소 먹인다고/날은 덥고/얼라는 등에서 바르작대고/땀은 콩죽같이 흐르고/허리도 아프고/일은 진척이 안 되고/하다하다 얼라를 뽕나무 아래 내려놓았다…./아이구, 생각하면 기가 찬다/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박호순 시 ‘그때는 그랬다’)로 이어지는 시(詩)가 중진 시인의 시 못지 않다.지난 10, 11월 두 달간 포항시 남구 연일읍 중명2리 60∼80대 어르신 18명과 문인 3명이 매주 마을회관에서 만나 시 창작 수업을 하면서 어르신들이 직접 시를 짓는 ‘동네방네 예술프로젝트-시로 쓰는 자서전’프로그램에서 시집(詩集)을 펴냈다.시집 제목은 ‘삶의 향기, 시(詩)가 되다’. 노인들이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문인들에게 들려주면 이를 녹음해 함께 들으며 문인들의 지도로 직접 쓴 시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자녀와 분리된 생활로 인해 무기력한 일상생활에 활력을 주고 살아온 날들의 특별한 감정을 시로 표현하는 활동이 우울증과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믿음이 바탕이 됐다. 또한 자신의 일생을 축약해서 읽는 활동을 통해 정서를 안정시키고 자존감 회복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포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수필동호인 모임인 포항수필사랑 이순혜 회장은 “문학을 하는 단체로서 뜻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도시와 시골의 문화 격차를 줄이고 어르신들에게 삶의 활력소를 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어르신들의 시집까지 출간해 드리게 됐다”고 전했다.이 회장은 “처음에는 시집살이조차 어려움이 없었고 잘되라고 하는 말씀이었다 모범답안을 제시하더니 조금씩 속깊은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시를 지으시고 있다”고 말했다. 경로당에서 시간만 보내던 노인들이 힘들었던 지난 세월을 시를 통해 서로 위무하며 공감하는 게 가장 큰 변화란다.이번 포항수필사랑의 활동은 (재)포항문화재단이 2019년부터 주관해온 문화소외지역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요즘 화두로 떠오른 지역의 예술인과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함께’하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지역문화 프로젝트의 ‘소중한’성과물이다.‘시로 쓰는 자서전’에 참여한 김록자 할머니는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가 칠십 팔십 되면서 점차 희석되어 옅어졌는데 다시 돌아보니 새롭다. 힘든 시절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좋은 때도 있었다. 나도 젊은 시절에는 예뻤고 영감과 알콩달콩 지내기도 했더라. 지난 시절 추억여행이 새롭고 책으로 나오니 아이들한테도 보여줘야겠다”고 소감을 전했다.포항수필사랑은 삶에 있어서 문학이 주는 향기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단체다. 해마다 동인지(14호)를 발간하고 문학 공모전에 입상을 하는 등 꾸준한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을 통해 뒷방으로 밀려나 삶의 주체자로서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어르신들을 스스로 밖을 향해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두 달 만에 ‘삶의 향기, 시(詩)가 되다’ 책을 받아 든 어르신들의 얼굴에서 설렘이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지 고민했던 시간이었지요. 어르신들에게는 이야기 자체가 치유 능력이 되고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멀리할 것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서 귀를 기울여 들어주면 존재의 소중함을 스스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순혜·양태순·김순희 수필가)/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15

대구예술발전소, 20일까지 예술감독 공모

(재)대구문화재단(대표이사 이승익)에서 운영하는 대구예술발전소는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오는 20일까지 예술감독을 공개모집한다.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의 직무는 △기본계획 내 프로그램 운영 방향 및 컨셉 제시 △입주작가 활동 지원 및 소통 △대외 협력 기관 발굴 및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예술감독 응모자격은 전시기획 분야 10년 이상 활동 경력이 있는 자이거나 전시기획 분야의 국제행사 주 기획자 경력이 있는 자 또는 이에 상당하는 경력을 갖춘 자이다.예술감독 위촉 기간은 내년 1월 3일부터 12월까지 1년간이며, 재단이 대구예술발전소 재수탁 시, 성과평가를 거쳐 위촉 기간을 최대 2년간 연장할 수 있다.심사방법은 1차 자격 요건 서류 심사, 2차 직무수행계획서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및 면접 심사로 진행되며, 면접심사위원이 추천한 후보자 2명 중에서 재단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신청접수는 오는 20일까지 이메일(recruit-dgfc@naver.com)로 접수하면 된다.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대구문화재단 홈페이지(www.dgfc.or.kr) 또는 대구예술발전소 홈페이지(www.daegufactory.kr)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14

은은하고 경쾌하게… 주변 풍광 담아내

“푸근한 마을의 풍경을 그린 수채화 감상, 어떠세요?”‘스케치풍경회’ 모임은 순수 예술문화를 지향하고 수채화를 사랑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2010년 창립전을 개최하고 올해 12번째 회원전을 갖는다.포항시 남구 희망대로 850에 위치한 포항문화예술회관 1층 전시실에서 19명의 수채화 작가 40여 점을 오는 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간 전시한다.출품작들은 산과 들, 강, 꽃 등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소재로 현장스케치를 통한 수채화들로 대체로 구상적 요소가 많고 수채화가 지닌 물의 특성을 강조한 작품이 많다. 특히 신입 회원들의 신선한 작품들이 활기찬 생동감을 불어넣는다.회원은 포항의 중진 수채화가 김엘리 화가가 지도하는 작가들과 수채화를 즐기는 30∼70대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회원전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아끼며 존중하는 모임을 만들고 있다.2010년 창립전을 가진 이래 12년이 흘렀으며 맑고 투명한 수채화를 사랑하는 아마추어 미술인들 20여명이 지금까지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아마추어라곤 하지만 붓을 든지 20년이 가깝도록 이미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개인전을 열거나 각종 공모전에 수상한 회원도 있는 내실 있는 단체이기도 하다.최근 몇 년 전부터 수채화만이 아닌 다른 장르의 회원들도 가입해 포항 근교의 풍경을 소재로 스케치 여행을 떠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창립한 이후 포항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정기전 11회 외에도 여러 곳에서 초대전을 가질 만큼 작품에 대한 열정만은 대단하다.이번 전시회에는 강필숙 공영순 김리아 김유경 김윤오 김현수 박경희 신수라 원명희 유정주 이경화 이선희 이소애 이윤태 이정미 이진광 임현순 최계숙 황서희 씨 등이 출품했다.이진광 수채화풍경회 회장은 “바쁜 와중에도 회원들간의 화합과 서로의 창작활동을 격려하며 1년간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소개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풍경들을 감상하시고 새로운 용기와 작은 행복을 담아가시길 소망한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14

이진상·김태형 ‘젊은 피아노 거장’ 한자리에

원숙한 연주로 젊은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피아니스트 이진상·김태형의 듀오 리사이틀이 오는 17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 타고난 사운드 밸런스와 논리정연한 해석으로 자신들의 음악적 철학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대구 관객 앞에 선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공연 ‘인사이트 시리즈’ 무대로, 그들이 처음으로 갖는 대구 연주회다.김태형은 하마마쓰, 롱티보 국제 콩쿠르 입상 외에도 호주 멜버른 국제 실내악 콩쿠르 2위와 더불어 청중상과 현대음악상을 수상하는 등 실내악 부문을 통해 그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이진상은 쾰른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홍콩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우승하고, 게자 안다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 우승과 3개 부문 특별상을 휩쓸어 주목받은 뒤 겸허한 무대 매너, 섬세한 감수성, 명석한 해석으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보이고 있다.두 피아니스트는 그리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6번’,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듀엣을 위한 총 6개의 소품’ 중 4곡을 1부에서 선보인다. 2부에서는 슈만의 초기 실내악 작품으로 작곡된 ‘안단테와 변주곡’과 에코노무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을 연주한다. /윤희정기자

2021-12-14

“나도 어린이 예술가”… 대구미술관 ‘악동뮤지엄’

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예술가와 함께 창작활동, 오감발달,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체험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은 내년 1월까지 예술가들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초등학생 대상 체험 교육프로그램 ‘2021-2022 악동뮤지엄’을 진행한다.올해 프로그램에는 대구미술관 2021 Y 아티스트 프로젝트 ‘유머랜드주식회사’에 참여한 이승희 작가와 어린이 1천명이 함께 한다.참여 어린이들은 ‘손편지’, 추억의 ‘마니또 게임’ 등 아날로그 방식의 체험으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작업해 공감을 이끌어낸다. 미술관으로 회신 된 어린이 예술가들의 작품과 참여과정은 온라인 라이브로 방송해 ‘우리’가 사는 공간,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악동뮤지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사업 중 하나다.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활성화로 창의적인 미래세대를 육성한다는 취지다.참가비는 무료로, 8~13세 초등학생 선착순 모집이다. 오는 15일까지 대구시 통합예약시스템에서 참여 신청을 받는다. 프로그램은 총 10회(평균 주 1회, 비대면 포함) 과정으로 진행하며 모든 체험은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다. 기록물은 어린이들의 작품과 함께 내년 2월 온라인 전시회로 선보일 계획이다. 문의 (053)803-7883./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12

“‘청년 찾는 힙한 거리’ 디딤돌 되고 싶어”

“삶이 각박할수록 문화예술의 가치는 우리 인생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많은 시민에게 청포도다방의 음악과 미술의 만남을 통해 문화시설의 턱을 낮추고 문화예술 향유가 주는 삶의 풍요로움을 한층 더 느낄 수 있도록 해 드리고 싶습니다.”구자현 대표가 밝히는 포항 청포도다방 운영 취지다.구 대표는 지난 5월부터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내에 자리한 미술·공연 관람 시설인 청포도 다방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30여 개의 다양한 문화사업을 통해 시민의 문화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지난 11일 구 대표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청포도다방은 1960년대 포항의 근대 문화예술사의 태동을 이끈 문화사랑방을 새롭게 조성한 곳이다. 소개 부탁한다.△1950년대 사진작가 박영달 선생님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던 곳이다. 이후 10년간 예술인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며 문화와 예술을 논하고 교류하던 근대 포항 문화가 시작된 장소였다. 포항시가 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하며 예술인들을 모을 수 있는 공간을 고민했고, 그 결과 청포도다방이 2018년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리뉴얼되면서 꿈틀로에 터를 잡게 된 것이다.-혈관외과 의사인데 문화예술 부흥을 선도하는 청포도다방 운영을 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제가 1994년에 포항에 왔으니까 벌써 25년이 넘었다. 선린병원이 첫 근무지라 옛 아카데미 극장 주위를 매일 다녔다.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잠시 타지에 근무하다 돌아와 보니 이 골목들이 다 위축되고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저에겐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마침 포항문화재단에서 낸 청포도 다방 운영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는데 감사하게 기회를 주셔서 참여하게 되었다. 가능하다면 꿈틀로가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문화가 활기차게 펼쳐지고 저처럼 추억을 가지신 분들, 이곳이 낯선 우리 청춘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힙한 거리’가 될 수 있는 작은 디딤돌이 되고 싶다.-지역의 청년 예술가들에게 무료로 공연·전시의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도 무료 관람을 진행하고 있는데 호응은 어떠한가.△운영 초기에는 지인들 위주로 많이 오셨는데 그동안 홍보에 노력하고 다양한 연령과 공연, 전시를 하다보니 조금씩 문화를 즐기러 오시는 시민분들이 늘어나고 다들 꽤 만족해하시는 것 같다.-지난 6월에 개최한 예술치유 토크콘서트 ‘문화보건소, 청포도AED(청포도에이드)’가 시민의 호응이 높았다.△문화보건소 청포도에이드는 심장제세동기(AED)와 청포도다방 시그니처 음료 청포도에이드(ADE)를 합성한 명칭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겪는 개인의 정서적 치유뿐만 아니라 원도심 주민과 예술가가 교류하고 사회적 연대를 확대할 수 있는 건강한 삶을 위한 관계의 의미를 고민하고자 기획됐다. 원래는 2개월에 1회 건강강좌 및 공연, 레크리에이션을 위주로 계획되어 6월과 9월 치매와 관절 건강, 웃음 치료로 2차례 열었고, 이후 코로나 확산으로 현재는 휴식기를 갖고 있다. 또 매월 첫째 주 수요일은 다양한 시각과 관심을 누구나 주제 없이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프로젝터를 모색하는 ‘램블링 테이블(rambling table)’이라는 모임을 가지며 오신 분들께 차 한잔 대접하고 있다.-앞으로 운영 기간에 반드시 진행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그동안은 소음 및 민원 문제로 하지 못했던 인디밴드나 EDM 등의 공연을 계획하고 있으며 청포도다방 앞 298공판장이라는 광장이 있는데 버스킹 페스티벌이나 야외 클래식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부족했던 인문학 행사들도 좀 더 신경을 쓸 예정이다.-음악밴드 활동을 30여 년 넘게 해오고 있다. 문화예술 활동이 주는 보람은 무엇인가.△ 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음악을 하면서 내 삶의 여유 및 휴식, 또 다른 형태의 열정과 에너지가 생겨나면서 본업에도 긍정적인 영향과 활력을 주는 것 같다.-코로나19 팬데믹 등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격려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면.△어쩌면 코로나 시대가 바삐 움직이던 우리네 일상에 쉼표를 주었을 수도 있다. 그동안은 잘 벌고 잘 먹고 잘사는 데 최선을 다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소소한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게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문화예술기획자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바람직한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 제공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우선은 접근성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저도 문화경작소 청포도다방을 운영하기 전에는 관심은 있어도 선뜻 가보지 못했다. 찾아가는 문화보다는 찾아올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형식이나 장소에서도 우리 시민들이 쉽게 함께 할 수 있게 좀 더 캐주얼한 형태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네 산책하듯이 문화를 즐긴다, 이렇게 되면 멋지지 않을까.-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현재 ‘Re-Urban Better experience’라는 모토 아래 관심 있는 청년들과 함께 침체된 구시가지 내에서 문화를 통해 활기를 찾는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포항은 제주 못지않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도시다. 중소 도시의 장점을 살려서 멜버른이나 포틀랜드 같은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윤희정기자

2021-12-12

뉴욕 마천루, 과연 인간을 위한 공간일까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인 현대사회. 이른바 세계화 시대에 도시는 한 국가 내에서 고립된 행정 단위체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열려 있는 개방체로서 존재한다. 이러한 세계화, 정보화의 흐름 속에서 도시는 점차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도시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도시 간 경쟁은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한 차별화된 도시브랜드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신간 ‘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현암사)는 도시를 이해하기 위한 여섯 가지 방법론을 제시한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시각문화학과 교수인 저자 리처드 윌리엄스는 자본, 권력, 성적 욕망, 노동, 전쟁, 문화를 프로세스라 이름 붙이고 이를 이용해 도시를 적극적으로 해석해낸다.자본은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적인 요소다. 저자는 모든 건축물이 돈 없이는 지어질 수 없는데, 부동산 개발에 들어가는 자본을 간과하는 학계 분위기를 지적한다. 나아가 건축물은 자본 투기의 한 형태라는 주장을 편다. 뉴욕 맨해튼 마천루들의 높은 공실률은 이곳이 실제 생활을 위한 공간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초고층 빌딩들은 인간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돈을 묻어두는 금고인 것이다.권력은 거대한 건물을 지어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며 투명함을 가미해 청렴하다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한다. 장대한 워싱턴 내셔널 몰과 그 주변 정부 청사를 둘러보면 우리는 스스로를 작은 존재로 느끼게 되며, 런던 시청사와 독일 국회 의사당은 투명한 유리 구조로 권력의 투명성을 강조하려고 한다.성적 욕망은 도시 곳곳에서 피어나 도시를 변화시킨다. 뉴욕 허드슨강 동안의 첼시 부둣가는 뉴욕 해상운송의 중심지였지만 쇠퇴를 거듭하며 버려졌다. 그러나 맨해튼에서 걸어갈 수 있는 이곳이 남성 동성애자들의 만남 장소로 떠오르고, 이어 예술가들이 이 지역을 주목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휘트니 미술관이 들어선 이곳은 이제 세계 미술계의 중심이 됐다.1인당 경제 소득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인 실리콘밸리. 이곳에는 기념비적인 건축물과 공적 공간이 없다. 대신 기업들이 이 지역을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낮은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존 건물을 개조한 것이 대부분이다. IT 산업을 선도한 개발자들이 젊은 시절 모여 살았던 주거 공간이자 노동 공간인 방갈로 주택 또한 현재 실리콘밸리의 기본적 주택 양식으로 남아 주목할 만하다. 실리콘밸리의 풍경은 새로운 노동 환경을 보여주며 창조산업 분야에서 일과 놀이의 구분을 허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전쟁은 한 도시를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로스앤젤레스는 2차대전을 거치며 군수산업의 중심지가 되었고 미국의 주요 방위산업체가 로스앤젤레스에 모이면서 초거대 도시로 성장했다. 현재도 30만 명이 군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문화는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제는 산업적인 것이 문화적으로 보인다. 버려진 창고와 공장들은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테이트 리버풀은 부두 건물을,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로 쓰던 건물을 고쳐 만들었고, 발틱 현대미술관은 제분소를 개조해 만들었다.‘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에 담긴 이러한 이야깃거리들은 도시가 6가지 프로세스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하며 설계보다는 인간 활동의 결과로 현재 모습을 띠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안목으로 발견할 수 있는 도시의 얼굴은 전보다 더 입체적일 것이며, 독자들은 도시의 다양한 표정을 엿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09

스마트폰, 잠시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필로우)의 저자 미국 작가 제니 오델은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관심경제에 사로잡힌 관심의 주권을 되찾아 다른 방향으로 확장하자고 제안한다.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곳은 작고 네모난 기기가 아니라 실제 세계의 시공간이라는 것. 새를 관찰하는 시간을 해독제로 여기고, 공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예술, 철학, 역사 속에서 건져 올린 다양한 사례를 시적인 문체로 엮으며 관심을 기울일 때 확장되는 세계를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저자는 삶을 재건하고, 진실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듣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타인의 말소리, 자연이 변화하는 소리, 새가 우리에게 말 걸어오는 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고독과 관찰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책은 1장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대한 변론, 2장 단순한 세계의 유령들, 3장 거부의 기술, 4장 관심 기울이기 연습, 5장 낯선 이들의 생태계, 6장 생각의 토대 복원하기 등 총 5장으로 구성됐다.‘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미국에선 지난해 출간됐는데 버락 오바마가 ‘올해의 책’으로 추천하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독자와 만났다. /윤희정기자

2021-12-09

세종·세조의 수혜자?… 성종은 어떤 리더인가

조선의 9대 왕 성종(1457∼1494). 그는 세종·세조의 수혜자인가, 아니면 성세를 이룬 리더인가. ‘성종의 국가경영’(지식산업사)은 성종 시대를 전공한 방상근 박사(정치외교학)가 15세기 조선 왕조의 안정을 이끈 성종 리더십의 요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책이다. “성종은 교화의 시대에 ‘변혁적 리더십’을 펼쳤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지금까지 역사학과 철학, 정치학계의 성종시대 연구에서는 사림세력과 훈구세력의 대립구도에 관심을 뒀다. 그러나 저자는 성종이 어떻게 현실을 인식하고 진단했는가에 초점을 둔다. 곧 성종은 세조대 퇴락한 풍속을 청산하고자 ‘교화(敎化)’라는 정치개혁의 과제를 설정하고 시행에 옮겼다는 것이다.저자에 따르면, 성종은 문제를 파악하고 정치과제를 도출한 다음 공론정치를 통해서 교화를 추진하며 지지를 이끌어 내고자 했다. “수렴청정기에 경연에서 유학 이념을 학습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유교적 공론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성종은 그 일환으로 홍문관(弘文館)의 기능을 확대한다.저자는 이러한 공론정치의 실상을 소상히 보여 주되, 성종이 국정을 운영하는 방식과 태도에 주목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