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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경주 ‘낭산’ 문화유산을 만나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최선주)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재)성림문화재연구원과 함께 15일부터 9월 12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낭산, 도리천 가는 길’ 특별전을 공동 개최한다.이번 특별전은 신라인들이 각별하게 여긴 경주 ‘낭산’에 대해 소개하고 나아가 낭산에 분포한 다양한 문화유산을 알리며, 이것들이 가지는 의미를 종합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위해 이번 전시는 ‘낭산으로의 초대’(프롤로그), Ⅰ부 ‘신들이 노닐던 세계’, Ⅱ부 ‘왕들이 잠든 세상’, Ⅲ부 ‘소망과 포용의 공간’ ,‘전시를 마치며’(에필로그) 등 5개의 주제로 구성했다.먼저 ‘낭산으로의 초대’(프롤로그)는 경주 분지에서 낭산의 위치와 낭산에 분포한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Ⅰ부 ‘신들이 노닐던 세계’에서는 사천왕사와 전(傳) 황복사 등 낭산의 사찰에서 다양한 신장상(神將像·사찰이나 부처를 수호하기 위해 갑옷을 입고 칼이나 창을 들어 무장한 신상)이 만들어진 배경을 소개한다. 토착 신앙의 성지였던 낭산이 신장상의 조성 등을 통해 불교라는 새로운 사상의 공간으로 변하긴 했지만, 신성한 공간이라는 인식과 국가를 지켜준다는 상징성만큼은 변함없이 이어진 배경을 담았다.Ⅱ부 ‘왕들이 잠든 세상’은 진평왕릉과 선덕여왕릉이 낭산 일원에 들어서면서 낭산 일대가 신라 왕들의 영원한 안식처로 자리매김했고, 그 과정에서 왕의 명복을 비는 사찰이 건립됐음을 소개한다. 1942년 전 황복사 삼층석탑에서 수습된 사리 장엄구는 이러한 양상을 잘 보여주는데, 국보로 지정된 금제 불상 2구를 비롯한 사리 장엄구가 세상에 나온 지 80년 만에 처음으로 일괄 전시돼 이번 특별전의 의미를 더한다. Ⅲ부 ‘소망과 포용의 공간’에서는 낭산이 국가와 왕실의 안녕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의 소망을 기원하던 공간으로 성격이 확장됐음을 소개한다.이를 위해 국립경주박물관과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이 소장한 능지탑 발굴품을 한 자리에 선보인다. 능지탑의 원형을 짐작케 하는 벽전(7513塼·벽면이나 기단 면을 장식하는 전돌)과 상륜부 장식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한다. 아울러 일제강점기에 낭산 서쪽 자락에서 발견됐다가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겨진 십일면관음보살상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진 약사불 좌상이 처음으로 함께 전시되는데, 현실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기도하던 신라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전시를 마치며’(에필로그)에서는 사역(寺域)의 대부분이 발굴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찰의 명칭조차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전 황복사의 사례를 소개하며, 낭산의 문화유산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최선주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이번 특별전은 그동안 사람들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했던 경주 낭산과 그 문화유산의 역사성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경주 낭산의 문화유산과 그 역사 속 이야기들이 국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15

가창창작스튜디오, 3년 만에 전면 개방

(재)대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가창창작스튜디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입주작가의 작업실을 관람객들에게 개방하는 ‘오픈 스튜디오’를 개최한다.3년 만에 개최되는 이번 오픈 스튜디오는 올해 입주한 10명의 작가들의 상반기 결과전시로 작가의 작업실에서 만나는 작품과 이야기를 선보인다.가창창작스튜디오 전관이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면 개방되며, 1층과 2층의 총 10개의 작업실에서 작가의 작업 과정과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평소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가들과의 자유로운 대화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또한 ‘촉촉 흑연 방명록’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시민에게는 생소한 매체인 비아르쿠 흑연을 활용한 방문기록을 남겨볼 수 있다.이와함께 2007년 개관 이래 16년차를 맞이하는 가창창작스튜디오의 다양한 사진 및 발간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 ‘열여섯번의 여름’도 스페이스 가창 전시실 전관에서 개최된다. 전시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총 70명의 입주작가로부터 회신 받은 사진과 문장 등 총 150여개의 기록물로 구성된다. 전시 관람은 별도의 예약 없이 가능하며, 오픈 스튜디오(가창창작스튜디오, 오후 1시~6시)와 아카이브 전시(스페이스 가창, 오전 10시~오후 6시)의 장소 및 관람 시간이 다르므로 방문 전 일정을 꼭 확인해야 한다. 전시 및 입주작가와 관련된 상세정보는 가창창작스튜디오 누리집(www.gcartstudi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15

‘물꽃 피는 바다’로 구룡포 해녀 삶 재조명

포항 구룡포 해녀들의 애환을 그린 창작 마당극이 무대에 오른다.포항향토무형유산원(대표 장임순·사진)은 오는 17일 오후 7시40분 포항 철길숲 오크정원 야외공연장에서 구룡포 해녀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 마당극 ‘물꽃 피는 바다’를 공연한다.이번 공연은 구룡포 해녀들의 척박했던 삶과 애환, 사랑을 담아낸 마당극으로 전통 춤과 노래가 함께하고 마당극 특유의 재치와 해학을 신명나게 표현해 누구나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창작마당극 ‘물꽃 피는 바다’는 자식의 학업, 가족의 생계 등 저마다의 이유로 바다에 뛰어들어야 했던 해녀들의 고통, 삶의 보람을 보듬어 주는 내용을 담았다. 총감독은 장임순 대표가 맡았으며 백송희씨가 대본을, 이삼헌씨가 안무, 박지명씨가 작곡을 맡았다. 손영선, 엄말숙, 강영자, 최지연, 권수정, 박병준, 이삼헌씨 등 7명이 연기를 맡아 포항의 소리와 포항의 이야기를 전통 마당극 기법으로 살려 해학적이고 감동 있는 공연을 선사할 예정이다.장임순 포항향토문화유산원 대표는 “해녀는 물질 경험으로부터 축적한 생태환경 지식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서로 협동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문화를 이어오는 살아있는 지역의 역사다. 이번 창작 마당극 ‘물꽃 피는 바다’초연이 경북 해녀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구룡포 해녀들의 삶과 문화를 재조명함으로써 소멸 위기에 놓인 해녀문화의 보존·전승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 공연을 제작한 포항향토문화유산원은 2019년 포항을 기반으로 지역의 역사와 역사 인물을 사회마당극 공연으로 제작하고, 문화에 소외된 시민을 위해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선보이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14

인디플러스 포항, 독립·예술영화 명작 앙코르 상영회

포항 유일 독립·예술영화관 인디플러스 포항이 6월부터 11월까지 ‘텅빈날 프로젝트’를 개최한다. ‘텅빈날 프로젝트’는 인기 독립·예술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앙코르 상영회로, 관객이 직접 투표해서 DIY로 상영 시간표를 완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영화 프로그래밍의 기회를 관객에게 환원하는 것으로, 관객의 주체적인 선택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매년 큰 지지와 성원을 받았다. 상영 후보작은 총 20편으로 2020년에서 2021년 사이에 개봉한 독립·예술영화 중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을 주제의 다양성을 고려해서 선정했으며, 지난 5월 18일부터 13일간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선정된 상영작은 △6월 17일 ‘쁘띠마망’△7월 22일 ‘남매의 여름밤’ △8월 19일 ‘스파이의 아내’ △9월 16일 ‘아이들은 즐겁다’△10월 21일 ‘그린 나이트’△11월 18일 ‘찬실이는 복도 많지’등이다.‘텅빈날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쁘띠마망’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칸영화제 2관왕을 차지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이며, 탁월한 연출과 미장센을 중점으로 관람을 추천하는 명작이다. ‘텅빈날 프로젝트’는 6월부터 11월까지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오후 7시30분에 상영하며, 관람료는 3천500원이다. 네이버에서 인디플러스 포항을 검색하거나 디트릭스(www.dtryx.com)에서 수수료 없이 예매할 수 있으며, 인디플러스 포항 방문 발권도 가능하다. 인디플러스 포항에서는 ‘텅빈날 프로젝트’ 외에도 새로운 정기 개봉작을 상영하며, 영화감독을 직접 만나 대화할 수 있는 GV 행사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특히 이달 말에는 25일 오후 2시 ‘윤시내가 돌아온다’, 7월 1일 오후 2시 ‘경아의 딸’등 2주 연속 GV 행사가 예정돼 있다. /윤희정기자

2022-06-14

고흐의 ‘그림 속으로 풍덩! 빠지다’

(재)대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구예술발전소는 오는 25일 오후 3시 대구예술발전소 2층 전시실 앞 복도에서 6월 공연프로그램인 (사)디오오케스트라의 ‘고흐에게 보내는 편지 · 그림 속으로 풍덩! 빠지다’를 개최한다. 대구예술발전소는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공간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자 매월 개최되는 공연프로그램을 발전소 공간 곳곳에서 개최하고 있다.대구예술발전소 2층 전시실 앞 복도에서 펼쳐지는 ‘고흐에게 보내는 편지 - 그림 속으로 풍덩! 빠지다’는 네덜란드 출신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1888)’, ‘귀가 잘린 자화상(1889)’, ‘별이 빛나는 밤(1889)’ 등 7편의 대표작품과 시대적 배경을 실내악 연주 및 배우 정하의 해설로 풀어낸다.빈센트 반 고흐 특유의 화풍을 볼 수 있는 대표 작품들뿐만 아니라, 오페라 ‘카르멘’ 서곡, 드라마 ‘하얀거탑’ OST ‘B Rossette’,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보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곡인 ‘러빙 빈센트’OST ‘Starry Starry Night’ 등 작품을 위해 선별된 다양한 연주곡들이 더해져 관객들의 눈과 귀가 즐거운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연주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연주 전담 경력뿐만 아니라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 연주’, 국립오페라단 ‘삼손과 데릴라’ 등 다양한 활동 경력과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마탄의 사수’로 대상을 수상한 오페라 전문 오케스트라인 (사)디오오케스트라가 맡는다.공연은 무료로 진행되며, 2층 복도에서 진행되므로 별도 사전예약 및 객석이 없는 자유 관람형태로 운영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14

맥시조 41집 출간기념회·하계세미나 개최

우리의 전통 정형시 시조를 맥으로 이어가고 있는 맥시조문학회는 지난 11일 포항시 신광면, 청하면 일대에서 ‘맥시조 41집 출간기념회 및 2022년 하계 세미나’를 가졌다. 사진청송, 경주 등지에서 모인 회원 10여 명은 흥해읍에 위치한 포항시농업기술센터 내의 장미원과 식물치유실을 둘러보고, 신광 송화타운에서 맥시조 41집 ‘저토록 환한 웃음’출간기념회와 맥시조 42집 편집계획 등을 논의했다.이 자리에서 김병래 회장은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시대를 반영하는 문학의 치열한 문학정신으로 창작활동과 시조문학 발전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자”고 당부했다. 신광 용연저수지 야외 테이블에서 열린 하계세미나는 맥시조 동인지 42집의 발간 일정과 작품 편수, 화보내용 게재, 시조문학 활성화 방안 등의 편집계획을 논의했다. 또한 포항문화재단과 경상북도문화재단의 주제별 공모사업에 ‘맥시조문학회 동인 시비(詩碑) 건립’ 아이템을 응모하는 등 제도적인 접근과 적극적인 기획, 추진으로 시조문학의 지평을 넓혀 나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한편, 맥시조문학회는 1979년 창립 이후 매년 동인지를 내는 등 회원 모두가 치열한 시정신을 바탕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계승, 발전시키려는 문학적 소신을 갖고 시조 발전과 시조인구 저변확대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경북지역의 대표적인 시조문학단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14

“시는 가슴 속 담아뒀던 마음 열게 해줘요”

“시는 마음을 열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치료 효과가 있습니다. 시 낭송 치유는 재능이 아니라 시(詩) 자체가 가지고 있는 효과 덕분입니다. 말벗이 되어 얘길 들어주면 벽이 허물어지듯 가슴 속에 담아뒀던 얘기들을 털어놓게 됨으로써 굴레를 벗어 치유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정해란 (사)경북지체장애인협회 영덕군지회 여성자립팀 과장은 장애인들의 수호천사로 알려져 있다. 정 과장은 10여 년간 영덕군 장애인단체에서 근무하며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고령의 고독사, 우울증, 외로움 등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고령 여성 장애인들에게 시 낭송을 가르쳐주고 시 낭송을 통해 심리적 자립을 도모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줬다. 여성 장애인들의 마음과 영혼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정 과장을 지난 12일 만났다.-여성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고 있는데. 주로 하는 일은 어떤 건가.△여성 장애인들의 사회적 고립은 인적자원을 포함한 사회적 자원동원에 악영향을 미친다. 교육적 욕구가 높아져 가는 시대적 흐름에 맞춘 이용자 욕구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참여자의 자존감 향상은 물론 사회성을 높이고자 문화, 복지, 예술, 고용, 인권문제 등 향후 장애인 여성 복지문제도 동일한 시각으로 접근한다. 자립실현, 인권차별철폐, 교육강화, 사회문화체험 등 다각적인 변화추구를 모색하면서 여성 장애인도 당당한 사회인으로 활동하여 지역 발전에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옹호하고 지지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시 낭송 치유 봉사에 열정을 쏟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시는 사랑이다. 시를 읽으면 성질이 급한 사람도 느긋해지게 만들고 입이 험한 사람도 곱게 만들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묘한 효과가 있다. 장애인들은 가슴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시를 읽으면 상처도 꽃이 된다고 했다.-그동안 일하면서 힘들거나 보람 있었던 일을 소개한다면.△과정을 통해 성과가 나타났을 때, 즉 결과물이 만들어졌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2021년 전국장애인시낭송대회에서 3명이 출전을 하여 1명이 은상, 2명이 장려상 등 모두 수상한 일은 감동이고 보람이었다. 수상자들은 70대 중반의 고령이지만 심성부터 곱디고운 여인네들이었다. 노년의 자아존중감을 찾고 나로 인하여 주위가 밝아지고 가족이 행복해지고 서로의 믿음이 생기는 것을 볼 때가 내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장애인 시 낭송 교육은 언제 시작했나.△2019년도에 주 1회 수업으로 시작했다. 시 낭송 교육은 시의 숨결과 시인의 생각을 공감하고 감동을 느끼면서 아름다운 정서를 통한 자아실현과 나를 개발하게 할 목적이었다. 말을 더듬거나 말끝을 흐리는 등의 잘못된 언어습관을 고치고 대중 앞에서 담대한 발표력을 키워 당당함을 통해 살아 숨 쉬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며 내 속에 잠재돼있는 나를 찾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사회참여의 계기를 통해 함께 소통하고 동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삶의 질을 향상하는 나비효과를 기대하면서 시 낭송 교육을 시작했다.-교육 이후 장애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소리 예술인 시 낭송은 귀로 듣는 곡조의 문학이며 읽고 낭송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의 희망을 담는 힐링의 시간이 된다. 참여의 기회를 통해 사회적 욕구 해결, 자신감 회복, 자존감 고취 등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 서로 힘을 불어 넣어주는 시간 속에서 상호신뢰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장편의 시를 외울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오는 자부심으로 도전하는 진취적인 성향도 개인적으로 도드라졌으며, 치매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를 준 것 같다.-장애인들과 오랜 시간 생활하고 있는데 장애인에 대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 것 같나.△장애인복지정책이 물질에 치중돼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목이 아쉽다.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장애인들은 가족과의 분리와 생계의 어려움, 건강과 고독감 등으로 하루하루 무기력과 외로움으로 살아간다. 그분들의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즐겁고 행복한 노년의 즐거움을 전달하는 복지서비스 체계구축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한비야 님의 난초론 중에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정성을 들이라는 글이 있다. 난초를 키우는 과정에서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만큼 아름다운 꽃을 얻을 수 있듯 좋은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인연이란 그냥 내버려 두어도 저절로 자라는 야생초가 아니라 인내를 가지고 공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한 포기 난초라고 했다. 나로 인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고, 나의 열정이 그분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노년의 삶에 따뜻한 햇볕이 되었으면 좋겠다. /윤희정기자

2022-06-13

대구미술관, 다티스트 ‘박창서’展

대구미술관은 14일부터 10월 3일까지 2022 다티스트(DArtist) 중견부문에 선정된 박창서(48) 작가의 개인전을 4, 5전시실에서 연다. 다티스트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중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을 지속하는 중견작가와 원로작가를 선정해 개인전과 학술행사 및 아카이브 구축을 추진하는 대구미술관의 프로젝트다.박창서는 미술사를 소재로 삼고 미술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구축하는 후기 개념미술 경향의 작품을 시리즈로 선보여왔다. 그의 작업에는 이미지에 앞서 자주 텍스트가 등장한다. 이는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예술가의 말을 작품에 소환해 현시대에 다시금 질문하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위치-나-제안’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개념미술의 가능성을 대중과 소통한다.제목에서 ‘위치’는 작가가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예술적 인식이다. 작가는 “다양한 문화적, 예술사적, 장소적 맥락들이 마주치는 상황에 나 자신을 위치시키고, 그 인식의 결과물인 예술작품을 관람자에게 제안한다”고 말했다.전시는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등 30여 점의 작품을 기억과 풍경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4전시장을 아우르는 주제이자 장면은 풍경이다. 작품 ‘당신의 기억으로부터(From your Memory), 2022’는 회색 구름 이미지와 언어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은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구름을 담아내기 위해 물감 대신 아크릴 스프레이를 분사하는 작업 방식을 선택해 생성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그날그날의 구름을 표현했다.구름 이미지와 텍스트가 공존함으로 인해 거리에 따라서 이미지가 두드러지기도 하고 텍스트가 더 잘 읽히기도 한다. 관람객은 이러한 거리감을 통해 이미지가 언어화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5전시장 주제는 ‘기억’이다. ‘나를 기억해 주세요(Remember me), 2022’는 전시장 중앙에 예배당으로 설치됐다. 예배당 중심에 놓인 스펀지 무덤과 침대에 쓰인 문장, 네온으로 만들어진 ‘Remember me’라는 문구가 시선을 끄는 이 작품은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의 말이나 개념을 가져와 그들을 기억한다.박창서는 계명대 미술대를 졸업하고, 파리 제1대학 팡테옹 소르본느에서 조형예술학 석사과정을 거쳐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에식스 스튜디오, 유턴 아트스페이스, 주프랑스한국문화원 등 국내외 다양한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지며 개념미술의 확장성과 주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13

경주 솔거미술관 ‘청년작가전’ 막올라

경주 솔거미술관이 청년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청년작가전 ‘Interlinked cause and effect : 유대하는 인과’가 지난 4일 개막해 8월 28일까지 솔거미술관에서 펼쳐진다. 솔거미술관 기획 1~2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장배 작가와 예술과 산업 분야에서 3D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김민균 디자이너의 협업전이다.이번 전시에는 박장배 작가의 회화 15점과 박 작가의 작품을 3D그래픽화 한 김민균 디자이너의 미디어 작품 등이 선보인다.박장배 작가는 불교미술의 전통적인 화법을 수련해 다양한 회화 기법을 자신만의 회화 세계로 구축했다. 전통적인 종교화의 소재를 작가 고유의 조형언어와 감각으로 그려냄으로써 전통 불화를 동시대 예술로 확장한 작품으로 보여준다.대학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김민균 디자이너는 제품디자인 전문회사에서 책임디자이너로 근무하며, 제품 디자인 외에도 모션그래픽, 비주얼라이징 등 영역의 제한 없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이들 두 사람은 그물처럼 얽힌 상호의존적 관계를 의미하는 인과(cause and effect)와 불교 사상의 관점에서 본 ‘회복과 윤회’를 전시의 주제로 선정하고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그 결과, 종교적인 색채를 지녔으며 동시대적 조형 언어가 가미된 박장배 작가의 작품을 김민균 작가가 새로운 캔버스인 3D그래픽으로 구현해 냈다.박장배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불교의 가르침 중에서 집제에 의한 인간의 고통이 깨달음을 얻어 멸제의 영역으로 도달하는 과정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김민균 디자이너는 박장배 작가의 작품에서 생사의 이치에 대한 인간적인 감정들을 발견하고, 이러한 감정을 어떻게 자신의 작업영역으로 끌어들여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류희림 대표는 “솔거미술관이 마련한 청년작가전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작가들의 깊이 있는 연구와 고민으로 완성된 작품을 관람하며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12

‘백성을 치유한 선비의사’ 儒醫 특별전

(재)포항문화재단이 오는 30일까지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순회전시 ‘백성을 치유한 선비의사, 유의(儒醫)’전을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귀비고 1층에서 열고 있다.한국국학진흥원과 공동 추진한 이번 전시는 조선의 지식인들이 질병을 치유하고 전염병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보여주는 특별 전시회다.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휩쓸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시기인 만큼,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문적으로 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질병을 치료하려는 방안을 모색하는 현상에 주목하며 기획됐다.유의는 유학자로서 의학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술을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을 총칭하는 말이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알고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을 중요한 임무로 삼았다.사람들의 아픔은 여러 종류가 있고 그중 가장 밖으로 드러난 것이 질병이었다. 그래서 조선의 유학자들은 세상을 고치는 것과 사람의 질병을 고치는 것이 다른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선비의사, 유의(儒醫)는 그렇게 탄생했다.이번 전시에서는 의학 관련 소장자료를 전시와 도록을 통해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편찬한 의학서 언해두창집요.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역병의 상황을 겪으며 당시의 상황을 기록해 둔 일기자료와 국가 차원에서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편찬한 언해본 의학서인 ‘언해두창집요’ ‘구급간이방’ 등이다.류성룡이 저술한 ‘침경요결’, 가일 안동권씨 문중에서 작성하고 실제로 이용했던 절첩본 ‘약방문’, 안동지방의 유의였던 임정한이 쓴 ‘존양요결’, 어의를 지낸 전순의가 1487년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기록한 ‘식료찬요’ 등도 확인할 수 있다.특히 그 가운데 포항을 대표하는 유의로 알려진 석곡 이규준 선생의 ‘황제내경소문대요(黃帝內經素問大要)’ 등이 전시되며 포항의 지역성을 고려해 약효로 알려진 몇 가지 해산물에 관한 소개도 볼 수 있다.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세상과 질병에 대한 조선시대 선비의사들의 태도를 되돌아보고, 모두가 같이 난국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을 모색하였으면 한다”고 전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2-06-12

포은서예국제대전… 정몽주 충효사상을 깨우다

(사)포은선생추모사업회(회장 김영수)는 고려시대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의 충효사상을 일깨우고, 전통 서예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제5회 포은서예국제대전(교류전)’을 개최한다. 포은서예국제대전은 포은 정몽주의 고향인 포항지역에서 정몽주 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서예문화 발전의 주역이 될 참신하고 역량 있는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문화예술 진흥사업으로 2018년 제1회 포은서예전시회를 시작으로 5번째 치러지는 서예 작품 공모전이다.제5회 포은서예국제대전은 포은선생추모사업회가 주최하고 포은서예국제대전 운영위원장인 포은선생추모사업회장을 중심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전체 일정을 확정했다.이달부터 원서교부를 시작해 8월 6일까지 현장 접수, 8월 9일까지 우편접수를 진행하며 심사 및 휘호를 통해 수상작을 선정한 후 8월 24일에 심사발표 할 예정이다.작품 공모는 한글, 한문, 문인화, 캘리그라피, 현대서예, 전각, 서각, 민화, 소자 등 9개 부문으로 나누어서 출품 수 제한 없이 접수를 받으며 국적에 관계 없이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 작품 마감 이후 1차 심사, 2차 휘호를 통해 대상 1명, 최우수상 2명 등 전체 수상작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수상작에 대한 시상을 진행하며, 동시에 수상작 전시회도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해 일주일간 포항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12

초현실주의 구룡포… 박해강 서양화가 초대전

포항 중견 서양화가 박해강 작가가 오는 20일까지 서울 갤러리 반포대로5 초대전을 갖고 있다. 갤러리 반포대로5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회는 박해강 작가의 15번째 개인전으로 포항 구룡포의 아름다움을 초현실주의를 가미한 구상 작품 14점을 전시한다.작가가 살고 있는 포항시 남구 구룡포의 등대, 바다, 달, 안개 등이 표현된 화면은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감돌아 이채롭고, 구상화를 넘어서 초현실주의풍의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이번 전시에서는 풍부한 색채구성에서 변화해, 동일색상 계열의 색채 이미지 변화로 색상의 범위를 좁혔다. 푸른 빛의 화면 구성으로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 내고 있다. ‘물안개’‘달빛’은 물안개, 달 등 자신의 삶에서 늘 함께했던 유의미했던 풍광들의 형상을 재구성한 것이다. 민감하고 섬세한 색채 표현이 빼어난 작품으로 자연의 오묘함과 신비함을 작가 고유의 시선으로 표현해 다채롭고 환상적인 동시대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대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박해강은 가오슝 아트페어, 홍콩하버 아트페어, 아트대구 아트페어, 아트 경주에 참여했으며 아라예술촌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12

인류 발전을 이끈 ‘창조적 사고’의 힘

인간의 창조적 사고는 예나 지금이나 커다란 수수께끼다. 인공지능이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창조적 사고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많은 사람이 창조성을 모차르트, 피카소, 아인슈타인 같은 인류의 위대한 지성들에게만 주어지는 남다른 능력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최신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창조성은 몇몇 선택받은 사람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독일의 과학저술가 슈테판 클라인은 최근 펴낸 저서 ‘창조적 사고의 놀라운 역사’(어크로스)에서 인간의 창조적 사고가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석기시대부터 인공지능 시대까지 인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흥미롭게 탐구한다. 330만 년 전의 인류가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었음을 증명한 로메크위의 석기 유적지부터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소를 거쳐 에이다 러블레이스와 앨런 튜링, 알파고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능의 탄생까지, 경이로운 창조의 궤적을 좇으며 그 기념비적 순간을 만든 우리의 뇌는 어떻게 진화하고 작동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이 책에서 그는 뇌과학과 고고학, 인지과학의 최신 연구들을 인용하며 몇몇 천재들의 번득이는 영감이 역사를 바꿨다는 통념을 뒤집는다. 그리고 창조적 사고는 뇌와 뇌, 사람과 사람, 지식과 지식이 연결될 때 비로소 발현되는 것임을, 교류와 협력이 창조성의 근원이며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동력임을 강조한다.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됐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는 현생인류,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의미의 호모사피엔스의 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창조적 사고가 가능했다고 여기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능은 호모사피엔스에 이르러 비로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슈테판 클라인은 고고학자 소니아 아르망과 함께한 탐사를 통해 이러한 편견을 깬다.2015년 소니아 아르망이 아프리카 투르카나호 인근 로메크위 지역에서 발굴한 뗀석기 유물은 약 330만 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밝혀져 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기존의 유물보다 100만 년 가까이 앞서 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유물은 호모사피엔스 훨씬 이전의 인류도 좀 더 나은 도구를 만들기 위해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있었음을 말해준다.슈테판 클라인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뇌’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한다. 그는 호모사피엔스의 위대한 업적은 협력할 줄 알고, 좋은 아이디어가 공동체에 지속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하며, 인류의 발전을 이끈 창조적 사고는 ‘커다란 뇌’가 아닌 ‘집단적 뇌’에서 나왔다는 점을 강조한다.집단적 뇌는 우리가 무엇이든 온라인으로 배울 수 있는 시대에도 굳이 대면 수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서로에게서 배울 줄 알게 된 것, 다른 사람의 발명을 모방할 줄 아는 것이 인간에게 일어난 첫 번째 사고 혁명이라고 슈테판 클라인은 말한다. 창조적 사고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이다.슈테판 클라인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역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에 빚지고 있다고 말한다. 항해를 떠날 때 콜럼버스의 손에는 천문학자이자 출판업자인 레기오문타누스가 펴낸 ‘천체위치추산표’가 들려 있었다. 이런 수단이 있었기에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엄두가 났던 것이다.기계가 인간보다 빠르게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세상에서, 슈테판 클라인은 지금껏 창조적 사고를 가능하게 했던 교류와 협력과 더불어, 무엇이든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삶의 자세가 진정한 창조성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이처럼 기계가 인간보다 빠르게 해결책을 모색하는 세상에서 저자는 지금껏 창조적 사고를 가능하게 했던 교류·협력과 더불어 무엇이든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는 어린아이와 같은 삶의 자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조성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류 발전의 실체인 ‘창조적 사고’와 ‘집단적 뇌’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거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09

자신의 사상을 삶에 녹인 ‘에리히 프롬’

20세기 철학자 중 대중의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비롯한 저작들에서 인간이 겪고 있는 갖가지 병리 현상들, 예컨대 자살, 우울증, 알코올중독, 고독감, 무력감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에리히 프롬의 심원하고 날카로운 통찰은 당대 사람들뿐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커다란 울림을 준다.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21세기북스)의 저자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니체, 하이데거, 쇼펜하우어 등 실존철학 대가들의 사상을 대중들에게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소개하며 철학 공부의 즐거움을 선사해왔다.이 책에서는 인간이 느끼는 불안과 고독의 이유, 나아가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의미를 사유한 에리히 프롬의 심원한 사상과 함께 그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려고 노력한 인간 에리히 프롬을 조명한다.저자는 철학사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창조적인 인물 중 한 명인 에리히 프롬의 생애와 사상을 집약적으로 그리며, 프롬의 따뜻한 메시지를 통해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를 위로한다.책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에서 자본주의 시대까지, 다양한 형태의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일어난 역사적 장면들과 함께 인간의 심리에 대한 에리히 프롬의 통찰을 확인할 수 있다.저자는 “프롬은 인간 스스로가 고독하고 무력하게 낯선 세계에 던져져 있다고 느낄 때 갖게 되는 욕망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러한 욕망을 생산적으로 충족할 때, 다시 말해 ‘사랑’과 ‘지혜’ 같은 자신의 이성적인 잠재능력을 충분히 구현함으써 비로소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09

경주문화재단, 초등 4∼6학년 문화예술 감상 교육

(재)경주문화재단은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2022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술감상교육 ‘퐁당퐁당 미술관 여행’ 교육생을 모집한다.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는 ‘2022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술감상교육 운영사업’은 청소년들에게 학교 밖 문예회관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예술 감상교육 프로그램을 제공·운영함으로써 청소년들의 자발적 문화예술 향유 능력 및 정서 함양을 제고하는 프로그램이다.경주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2022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술감상교육 - 퐁당퐁당 미술관 여행’은 1종 미술관인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의 기획 전시와 연계해 예술작품 감상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지역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이 프로그램은 알천미술관의 ‘The 경주’, ‘RE:’ 전시를 무료로 관람하며 전시 관람 예절을 배우고, 전시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시간을 가진다.‘The 경주’는 인터렉티브 미디어 작품을 볼 수 있는 실감 미디어아트 체험 전시이고, ‘RE:’은 7인의 경주 출신 작가들이 ‘공존’, ‘환경’, ‘회복’ 등 다양한 관점의 시각적 언어로 풀어낸 현대 미술 전시이다.‘퐁당퐁당 미술관 여행’ 1기는 지난 5월 30일부터 모집해 11일부터 7월 2일까지 운영하고, 오는 8월 27일까지 총 4기를 운영할 예정이다.모집인원은 1기수당 30명으로 총 120명을 선착순 모집하며 수강료는 무료이다.수업은 매주 토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다. 교육신청은 경주예술의전당 홈페이지 접수(www.garts.kr) 또는 전화접수(054-777-6306) 하면 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08

피아니스트 유자 왕 내한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유자 왕개성 넘치는 연주와 외모로 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피아니스트 유자왕(35)의 리사이틀이 오는 15일 오후 7시30분 대구 달서아트센터 청룡홀에서 열린다. 달서아트센터의 올해 DSAC 시그니처 세 번째 무대다.DSAC 시그니처는 국내외 최정상급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달서아트센터의 기획 공연 시리즈다.중국 베이징 출신인 유자왕은 윤디리, 랑랑과 함께 중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꼽힌다.베이징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유자 왕은 어린 시절 중국에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이후 캐나다와 미국에서 학업을 이어가 커티스 음악원에서 개리 그라프만을 사사했다.2007년 컨디션 난조로 무대에 서지 못한 ‘건반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대신해 샤를 뒤투아가 지휘하는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뒤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다.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바르톡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 수록된 음반은 그래미상 ‘최고의 클래식 독주’ 부문 후보에 올랐고, 2017년에는 뮤지컬 아메리카에서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의상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채 탁월한 테크닉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이날 무대에서 유자 왕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8번 내림마장조’를 시작으로 쇤베르크의 ‘피아노 모음곡’, 리게티의 ‘에튀드’,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3번 올림바단조’, 알베니즈의 ‘이베리아모음곡 3권 3번’, 카스푸틴의 ‘전주곡’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08

영·유아 북스타트 책꾸러미 택배서비스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송영희)은 지역 내 영·유아를 대상으로 북스타트 책꾸러미 택배서비스를 운영한다.북스타트(Book Start)는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라는 취지를 담아 영·유아 단계별로 그림책을 선별하고 책이 든 꾸러미를 선물하는 지역사회 문화운동 프로그램이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는 ‘북스타트 책꾸러미 택배지원 사업’에 시립도서관이 선정돼 운영하고 있다.신청대상은 포항시에 주소지를 둔 35개월 이하 영·유아 180명으로 아이 월령에 따라 1단계 북스타트(0~18개월), 2단계 북스타트플러스(19~35개월)로 구분되며, 오는 14일부터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 후 증빙서류와 함께 시립도서관 홈페이지 게시판으로 신청하면 된다.신청은 선착순 모집으로 진행되며, 오는 7월 중 선정된 가정으로 그림책 2권, 손수건, 에코백, 가이드북으로 구성된 책꾸러미를 택배로 발송한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송영희 포항시립도서관장은 “북스타트 책꾸러미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책을 접하는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고 올바른 독서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08

낭만 가득한 ‘백조의 호수’

“러시아 낭만음악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초여름 밤 무대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포항시립교향악단의 제189회 정기연주회 ‘백조의 호수’가 9일 오후 7시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진다.임헌정 포항시향 예술감독이 이끌 이번 정기연주회의 테마는 러시아 낭만주의를 꽃피운 작곡가 차이콥스키이다.서유럽의 작곡 기법에 낭만주의와 러시아 민족주의를 결합해 러시아 음악을 세상에 알린 차이콥스키는 우리나라 음악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이번 무대에서도 우리 음악 팬들이 좋아하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과 ‘백조의 호수 모음곡’이 연주된다. 피아니스트 이진상(41)의 연주로 감상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차이콥스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광대한 러시아의 설원이 떠오르는 이 곡은 러시아풍의 주제를 사용한 슬라브적인 중후함과 관현악의 다양한 색채감 등으로 클래식 명곡의 반열에 자리하고 있다.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며 세계적인 음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진상은 쾰른 국제 피아노 콩쿠르, 홍콩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게자 안다 콩쿠르에서 우승한 실력파 피아니스트로 다양한 연주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8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후반부는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음악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백조의 호수’에서 6개의 악곡을 선곡한 연주회용 ‘백조의 호수 모음곡’으로 장식한다.이 작품은 마법에 걸려 낮에는 백조로 변하는 오데트와 그녀를 구하려는 지그프리트 왕자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귀에 익숙한 오보에의 아름다운 선율과 현악기의 소박한 어울림이 인상적이다.이번 공연의 티켓은 전좌석 3천원으로 티켓링크(전화1588-7890)에서 예매 가능하고, 잔여석에 한해 당일 현장에서도 구입 가능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08

포항문화재단 ‘별이 빛나는 포항’ 함께 해요

(재)포항문화재단은 오는 10일 오후 8시 포항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에서 포항시민의 날 기념 ‘2022 별이 빛나는 포항 정밀아×재주소년×종코’를 개최한다. ‘2022 별이 빛나는 포항’은 포항 출신 또는 포항과 인연이 있는 연주자들을 소개하고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와 같은 공연을 선보이는 포항문화재단의 자체 기획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성황리에 진행된 바 있다.올해 역시 새로운 포항 출신의 아티스트를 발굴해 시민에게 소개함으로써 지역 출신 연주자들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올해 ‘별이 빛나는 포항’첫 순서인 ‘정밀아×재주소년×종코’공연에는 한국 포크 음악의 대표 음악가로 2021년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최우수포크음반’, ‘최우수포크노래’ 3관왕에 빛나는 정밀아를 비롯해 2003년 재주소년 1집 ‘才洲少年’을 시작으로 다수의 음반 발매 및 프로듀서와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재주소년, 그리고 현재 포항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종코가 출연해 초여름 밤 포크 음악이 전하는 감성에 물드는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관람료는 무료이며, 일부 좌석을 배정하는 사전 예약이 지난달 27일 30분 만에 조기 마감되며 본 공연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현재 관람을 원할 시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아도 공연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잔여 좌석 배정 또는 스탠딩존에 서서 자유 관람이 가능하다.한편, ‘2022 별이 빛나는 포항’은 10일 포항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에서 개최되는 ‘정밀아×재주소년×종코’의 무대를 시작으로 8월 27일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공중그늘’, 11월 19일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이필기’, 12월 10일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박영성×김화종×고이삭’등 연중 4회차의 시리즈로 구성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07

“신라 왕자 묻힌 ‘태봉산’ 문화재 지정을”

신라시대 왕자의 태가 묻힌 태봉이 있는 유적지가 시 당국의 관심이 닿지 않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황인 향토사학자 등에 따르면 포항시 남구 장기면 죽정리에 자리한 태봉산(胎封山)은 신라시대 왕자의 태가 묻힌 곳으로 여러 자료에도 기록으로 남아있는 향토 문화유산이다. 또 조선시대에는 붓을 닮았다 하여 문필봉(文筆峰)이라고도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그래서 이곳에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등산객이 태봉을 보기 위해 이 산을 올랐는데 최근에는 산 입구에 사나운 대형견들을 풀어 놓아 산을 오르지 못하고 있는 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몇 년 전부터 태봉산을 오르고 있다는 전모 씨(53·포항시 남구 동해면 조항산길 12-4)는 “목줄도 없는 사람 키만 한 대형견들이 산에 오르려는 저에게 달려들어 혼쭐이 났다. 많은 사람이 문화재로 지정된 줄 알고 이곳을 찾고 있는데 문화재로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빠른 시일 안에 향토문화 유산으로 지정하는 등 시 차원의 빠른 대책으로 짐승들의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황인 향토사학자는 “얼마 전 이곳에 들렀더니 동네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누군가 개를 풀어놓아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아무도 태봉산에 오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태봉산은 신라시대 왕자의 태가 묻힌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조선환여승람과 일월향지 등 여러 자료에 신라 때 왕자의 태(胎)를 여기 봉했으므로 태봉(胎封)이라 이름하였다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하여 안내판이라도 세우고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강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한편, 왕실의 태실문화는 서양은 물론 인근의 중국, 일본 등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유산이다. 예로부터 태는 생명을 부여한 근원으로 함부로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보관했다. 특히 왕실에서는 아이가 새로 태어나면 태반(胎盤)은 깨끗이 세척한 후 전국에서 길지(吉地)를 골라 이를 묻는 안태의식을 거행했다. 이렇게 왕실에서 태를 봉안한 곳을 태실(胎室)이라 하며, 나중에 왕위에 오른 왕자의 태실을 태봉(胎峰)이라 하고 이렇게 가봉(加封)하는 것을 태봉(胎封)이라고 하는 독특한 출생 의례(儀禮)를 유지해 왔다고 전해진다.이에 지난 4월 경북도를 비롯한 3개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조선왕조 태실유적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나섰다.생명존중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구현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07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행복한 삶이죠”

“자연은 인간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오직 자연 상태에서만이 능력과 욕망이 균형을 유지하며 내면을 제어할 수 있기에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필수라 할 만치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농부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오낙률(62·포항시 북구 기북면) 시인은 사회현실을 객관적으로 관조하고 자기 철학과 신념으로 재해석해 진술하는 탄탄한 시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진이다. 특히 그의 시는 휴머니즘적인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그는 자신의 시에 전통 시조 가락을 얹어 시조창의 멋스러움과 아름다움을 알리기도 하며 전통예술 장르의 맥을 잇고 계승 발전시키고자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지난 5일 오낙률 시인을 만나 예술가로의 삶과 활동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시란 무엇인가.△모든 예술 행위는 자연의 모방행위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방행위는 그림 그리기 즉, 자연 그리기로 나타난다. 그러나 인간의 몸으로 자연을 완벽하게 그리기란 거의 창조주쯤으로 불리는 신의 경지에 도전하는 무모한 행위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집요하게 자연을 그대로 베껴 그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연에 가장 가깝게 그린 그림을 가장 훌륭한 예술의 작품으로 인정하고 그에게 예술가의 칭호를 부여하고 있다. 시작(詩作) 또한 자연을 언어로 그리는 행위이며 가장 짧은 언어 속에 가장 많은 자연적 사실을 그려내야 하는 작업이다. 시가 여타 예술 장르보다도 우선하여 손꼽히는 이유는 시의 창작 기법이 회화성과 음악성 그리고 고도의 함축과 절제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의 소재로 자주 쓰이는 사람이라는 자연물은 가장 그려내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를 지닌 자연물이라 말 할 수 있다.-‘따이한에게 쓰는 편지’ 등 그동안 펴낸 시집들이 시인이 살아온 치열한 삶과 세상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삶의 궤적이라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한 말씀 하신다면.△사람이 살면서 울고 싶다가도 타인 앞에 서면 애써 웃어야 할 때가 있다. 나의 많은 시 중에서 유난히 꽃과 사랑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이를테면 나의 시작 행위는 치열한 삶을 살아오면서 내면에서 갈구하는 일종의 피안(彼岸)과 결핍의 충족 행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최근 발간한 네 번째 시집 ‘포항 12경(景)’이 가곡으로도 만들어지고 불렸는데 소개한다면.△지난해 말에 발간한 저의 시집 ‘포항 12경’에는 총 77편의 시가 6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그중에 열두 편이 포항의 대표적 명소 12곳의 풍광을 노래한 시이다. 이 작품들은 포항에 적을 두고 음악 활동을 하는 가곡 단체 캄스앙상블의 정기 공연에 쓰일 가곡 가사로 집필했다는 창작 배경이 있다. 캄스앙상블 측이 먼저 포항문화재단에서 선정해놓은 ‘포항 12경’을 주제로 12편의 시를 써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주어진 집필 시간이 너무 짧아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시조창은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소중한 무형 문화유산이지만 평소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시조창에서 현대인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면.△시조창에는 느림의 미학이 있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음악은 가히 질주하는 말의 발굽 소리에 견줄 만큼 빠르다. 거기에 반해 시조창은 그 빠르기에서 선인이 말에 올라서 유유자적 풍광을 즐기며 산책하는 속도라 할 수 있다. 현대음악에서 느끼는 창자와 청자의 만족도가 30:70이면 시조창에서는 창자와 청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반대로 70:30이라 한다. 쉽게 말하면 시조창은 노래 부르는 사람이 더 즐겁고 현대음악은 노래를 듣는 사람이 더 즐겁다는 뜻이다. 조용한 산사나 풍광 좋은 자연의 품에 들어서 부르는 시조창 한 자락은 듣는이가 없어도 스스로 행복해지기에 충분하다.-시인으로 활동하며 시조창, 시 낭송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데 그 힘의 원천은.△소위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서 느끼는 행복감이다. 시와 창과 낭송은 엄밀히 말해 생산과 소비의 관계에 있다, 시를 쓰면서 시 낭송가들과 함께 어울리며 활동하는 것은 시인으로서 시 소비의 패턴을 아는 데 도움이 된다.-농사에 대한 의미가 남다른 것 같은데, 오낙률 시인에게 농사란.△농사도 하나의 창작행위라 할 수 있다. 매년 자연과 더불어 자연을 빚는 일에 일조하는 보람은 오랫동안 농사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농사일 속에서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생명 질서의 근본과 원리를 터득할 수 있다.-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먼 훗날까지, 자연과 더불어 살다 간 소박한 서정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어떤 사회를 꿈꾸는가.△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사람들도 상처받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무균실 같은 사회가 있었으면 좋겠다.-앞으로의 계획은.△많은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시 한 편 남기고 싶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06

포항예술고 학생들의 ‘예술의 향연’

경북지역의 명문 예술고인 포항예술고(교장 김민규) 학생들이 한 해 동안 갈고 닦은 예술의 향연을 펼쳐 놓는다.올해로 25회째 맞는 포항예술고 송산예술제는 해마다 다양한 콘텐츠로 볼거리를 제공하며 시민들에게 친근한 문화행사로 인기를 얻고 있다. 김정민作 ‘책가도’ 학교 설립자인 고 송산(松山) 김현호 학교법인 대동교육재단 설립자이자 포항예술고 초대교장의 호를 딴 송산예술제는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 만에 열리는 대면 예술제로 기획돼 더욱 관심을 모은다.음악과·미술과 학생들은 7일부터 7월 17일까지 40여 일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과 대전시실, 로비, 경주 세계엑스포공원에서 고등학교 규모의 예술제 행사로는 대규모의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올해 ‘제25회 송산예술제’는 음악 공연과 미술전시회 두 부분으로 나눠 진행되며 클래식·국악 연주회, 뮤지컬·실용음악·실용무용 공연, 포항·경주지역 미술작품전시회 등 다채롭게 펼쳐진다.음악연주회는 7일 오후 7시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클래식·국악 공연, 7월 12일에는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오후 5시 뮤지컬 공연, 오후 7시 실용 음악·실용무용 공연이 각각 진행된다. 주영현作 ‘보색의 원리’ 오케스트라 합주, 합창과 오케스트라, 뮤지컬 공연, 국악퓨전 음악, 가야금 병창, 바이올린·플루트·피아노 독주, 피아노 3중주, 바리톤 독창 등 다채롭고 풍성한 무대를 선보인다.미술과 실기작품전은 회화, 조각, 디자인, 애니메이션과 등 미술과 전교생이 참여한 가운데‘그리기 혹은 메꾸기’를 주제로 7일부터 10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 로비에서 열리고, 7일부터 7월 13일까지 포항예술진흥원 3D 디지털 갤러리 전시, 13일부터 7월 17일까지 경주세계엑스포 문화센터에서 초대전이 열린다.김민규 교장은 “‘예술이 있는 일상을 꿈꾸다’는 부제로 펼쳐지는 각 영역별 공연과 미술작품 전시회를 통해 어렵고 힘든 시기를 극복한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2022-06-06

기후위기에 맞선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나름북스)은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및 정책 전문가인 아야나 엘리자베스 존슨과 환경운동가 겸 사회학자인 캐서린 K.윌킨슨이 과학자와 언론인, 법조인, 활동가, 농부, 예술가 등 기후 운동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여성 리더 60명의 주장과 분석, 에세이, 시를 담은 책이다.여성들은 이 책에서 점점 복잡해지는 기후위기의 양상을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고 기후위기에 맞서 사회를 신속하고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다양한 아이디어와 해법을 서술했다. 이는 탄소 배출을 줄일 실질적인 방법부터 생태계 보호와 복원,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 시스템까지 광범위한 동시에 구체적이다.나이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전문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이들 저자는 연구와 정책 개입은 물론 직접 행동 등으로 얻은 성과를 공유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폭넓게 보여준다.기후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기후운동 또한 활발해지고 있지만 저자들은 변화를 위한 논의와 주체 구성에서 여성이 과소 대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이것이 차별을 넘어 인류 전체와 지구에 위협이 될 것이므로 연대와 창의성에 기반한 여성주의 기후 리더십이 필요하고, 그래야만 사회를 바꾸고 위기에서 벗어나 생명을 지키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2022-06-02

강직한 문장으로 연약한 존재들의 인생사 펼쳐내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의 베스트셀러를 낸 소설가 김훈(74)의 새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문학동네)가 출간됐다.2006년 첫 소설집 ‘강산무진’ 이후 16년만에 내놓은 두 번째 소설집으로 2013년부터 9년간 써온 7편의 단편을 묶었다.작가는 세속과 일상을 유심히 관찰한 끝에 특유의 강직한 문장으로 연약한 존재들의 인생사를 펼쳐낸다.표제작 ‘저만치 혼자서’는 죽음을 앞두고 호스피스 수녀원에 모여 살게 된 늙은 수녀들과 그들을 편안한 임종으로 인도하기 위해 성심성의껏 봉사하는 젊은 신부의 나날을 그린다. 성직자들조차 죽음이라는 미지의 사건에 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번민하고, 결국 죽음을 받아들여 안식에 드는 모습이 처연한 안도감을 남긴다.수록작 ‘명태와 고래’는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한 월남 어부의 이야기다. 북한에선 인민의 배반자이고 남한에선 간첩인 어부의 삶은 이념 경쟁 속에서 무력하게 상처를 입는 개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 작품을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보고서를 읽은 뒤 두려움과 절망감 속에 썼다고 했다.‘저녁 내기 장기’는 가정이 해체되고 일터에서 밀려나는 등 각자의 비극을 품은 채 알지 못하는 상대와 장기를 두는 것으로 외로움을 견디는 노년의 애환을 안구건조증이라는 보편적인 노화 증세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문학동네 측은 “김훈은 문학은 거창한 것이 아니며, 글은 삶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한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그런 만큼 김훈은 소설 속 인물들의 고통과 절망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룬다. 고통과 절망을 선명하게 묘사해 드러내는 대신 글의 이면에서 감지하게 만드는 서술은 김훈 소설을 읽는 묘미이자 등장인물에 대한 작가의 배려이기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02

코로나에 시달린 뇌, 어떻게 회복하나

2022년 4월,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코로나를 앓았다. 또 코로나 감염 경험이 없더라도 팬데믹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이는 한 명도 없다.코로나19 팬데믹이 지구촌을 엄습한 지 2년이 지난 현재, 코로나가 우리 뇌와 마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심리학, 뇌 과학, 신경 과학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충북대에서 인지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정수근 교수의 책 ‘팬데믹 브레인’(부키)은 제목이 함축하듯이 코로나가 우리 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일러준다.저자는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다면 뇌와 인지 기능에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영국의 건강 빅 데이터 보유 기구인 바이오뱅크(UK Biobank)가 40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전후의 뇌 영상을 비교한 결과 신경 세포체가 밀집돼있는 회백질의 두께가 얇아져 있었다.또 다른 연구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의 뇌를 검사해보니,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앓은 사람의 뇌처럼 여기저기 손상을 입었음이 확인됐다. 특히 고위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신경세포가 망가진 것을 확인했다.저자는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어도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것만으로 뇌 손상과 인지 기능 저하를 피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 이동 제한과 지역 봉쇄 등 팬데믹이 초래한 사회적 고립은 뇌와 인지 기능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남극 기지나 우주 정거장처럼 외부 사회와 단절된 환경에서 생활한 연구자들의 뇌를 조사한 결과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를 비롯해 여러 영역의 크기가 줄어들었고, 주의 기능과 공간 인지 과제 수행 능력이 저하됐다.물론 우리가 경험한 고립의 강도는 남극 기지나 우주 정거장만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대원들은 고립 생활을 자원했고 그에 대비한 훈련을 받았으며 임무 종료일과 집으로 돌아갈 날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뇌 영역과 기능에 손상을 입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저자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본 바로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팬데믹이 우리 뇌와 인지 기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한다. 과연 위협의 실체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증상에는 두통, 피로, 기억력 감퇴,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해지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등이 있다. 또한 코로나19 완치자를 대상으로 인지 기능을 측정한 연구 결과 도형 퍼즐 문제 풀기, 기억 과제, 논리 추론 과제 등 9가지 과제 점수가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보다 낮았다. 저자는 코로나19 증상이나 이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가 감염 후 7개월이 지난 후에도 계속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코로나19로 인한 뇌 손상이 다른 뇌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한다.그렇다면 희망은 없을까? 정 교수는 우리 뇌가 경험과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하고 달라질 수 있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치료 목적으로 뇌의 절반을 제거해도 남은 절반의 뇌가 제거된 뇌의 기능을 이어받아 수행한다. 덕분에 환자는 절반의 뇌만으로도 얼마든지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또 나이가 들면 뇌 영역의 크기가 줄고 인지 기능도 쇠퇴하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 저자는 이런 뇌의 가소성 덕분에 팬데믹 종식 후 인지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한다.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저하된 뇌 기능을 회복하고 지친 심신을 깨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 뇌와 인지 기능은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노출될수록 더 발달한다. 그러므로 생소한 동선으로 출퇴근하거나 낯선 점심 메뉴에 도전하는 것,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즐기거나 새 취미를 찾는 것처럼 일상에서 소소한 변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뇌 영역의 부피가 커지고 뇌 영역 간 연결성도 좋아진다. 게다가 충분한 수면과 스킨십은 스트레스 수치를 줄여 주고 면역력과 백신 효과를 높인다고 말한다. /윤희정기자

2022-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