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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바람에 취하고 소리에 젖어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5월의 신록 속으로 흠뻑 젖어든다. 연둣빛 잎새와 초록빛 잎사귀의 어우러짐 속에 초목은 나날이 싱그럽고 두터워지고 있다. 녹엽의 나부낌과 연록의 여울 속에 여름날이 어느새 손짓하고 있고, 산천은 온통 푸르고 싱그러운 몸짓으로 청록의 서사시를 쓰는 듯하다. 어디를 둘러봐도 무엇 하나 거리낌 없이 계절의 여왕을 찬미하는 듯하니, 코로나19의 지겨움에서 다소 안도하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자연을 찾아 신록의 물결 속에 빠져드는 모양새다.필자 역시 지난 주말, 무심코 초록에 빨려들 듯 풀과 나무들이 반기는 호젓한 오솔길을 걸었다. 봄에는 붉은 꽃에 어리고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빛조차 붉게 물드는 홍류동(紅流洞) 계곡 일대에 조성된 가야산소리길을 지인들과 함께 걸어본 것이다. 실로 오랜만의 반가운 나들이가 아닐 수 없었다. 하긴 코로나의 시달림에 만남 자체가 꺼려지고 위축과 결핍의 시기를 거의 빠져나갈 즈음의 부담 없는 걸음이었으니 오죽이나 가뿐했으랴. 모처럼의 만남과 더불어 어울림만으로도 충분히 푸근한 시간들이었다.홍류동계곡은 가야산국립공원에서 해인사입구까지 이르는 4km 계곡으로 신라말의 거유(巨儒) 고운 최치원 선생의 발자취가 서린 곳이다. 이곳에는 옛길을 다듬고 복원해 계곡을 따라 걸으면서 자연과 역사, 경관을 탐방하고 체험할 수 있는 가야산소리길이 계곡을 넘나들며 완만하게 조성돼 있다. 소리길 주변에는 최치원 선생이 제자들과 시회(詩會)를 가졌다는 주요 문화자원인 농산정(籠山亭)을 비롯 칠성대, 낙화담 등의 명소가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자연적 요소를 갖춘 생태학습장이 다양하게 조성돼 있으며, 탐방로 곳곳에는 고운 선생의 시판(詩版)과 담담한 여운을 주는 짧은 현대시 구절이 길바닥의 각석으로 깔려져 이색적으로 읽힌다. 소리길 초입부터 조금씩 들려오는 물소리, 바람소리가 한결 청신(淸新)함을 더해준다. 계곡이 깊어지니 송림 사이로 솔바람이 불어오고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물소리가 번잡함에 찌든 마음을 금방이라도 씻겨줄 것만 같다. 그에 더하여 요란한 듯 경쾌한 산새들의 재잘거림과 폭포수의 물보라 소리 같은 잎새들의 손 흔드는 소리가 울창한 숲의 음률처럼 변주되니, 과연 자연과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걸어야 하는 가야산소리길로서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 세속의 시끌벅적함을 물소리가 막아줄 정도로 고운 선생이 둔세시(遁世詩)에서 남긴 ‘한번 청산에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라(一入靑山更不還)’는 시구절이 계곡을 벗어나서도 한참 되뇌어진다.시원한 초록의 바람에 취하고 청아한 소리에 젖어들다 보니 심신의 곤고함이 자신도 모르게 말끔해진 것 같다. 삶에 지치고 온갖 소음과 불협화음이 난무할수록 산이나 계곡을 찾아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계류를 마주하면 어떨까?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觀水洗心) 솔바람 소리 들으며 마음을 정결히 하듯이(聽松心自潔), 자연에 들면 눈이 더욱 맑아지고 귀가 한결 밝아지게 되리라. 푸른달 푸른 바람과 계곡의 울림이 빠듯해진 일상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듯하다.

2022-05-16

김대중의 길, 이회창의 길

김진국 고문 보름 뒤 지방선거다. 그런데 무슨 선거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 안철수 후보도 나섰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같이한다. 이 상임고문은 “권력은 집중되면 부패한다는 명확한 진실이 있다”라며 윤석열 견제론을 재등판 명분으로 삼았다.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오늘로 겨우 일주일째. 그런데 민주당 공격이 윤 대통령에게 집중했다. 취임사도 비판 대상이다. 새 정부의 출범부터 부정했다. 이 상임고문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그 선봉에 섰다. 선거 불복(不服)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선거 불복은 많았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1963년 대선에서 역대 가장 적은 15만 6026표 차이로 떨어진 뒤 “나는 정신적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도 71년 선거에 대해 “나는 선거에서 이기고, 투·개표에서 졌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87년 선거도 “명백한 부정선거였다”면서, “단일화했어도 (선거 부정을 막을 수 없어)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라고 ‘김대중 자서전’에 적었다. 단일화 책임론을 그렇게 뒤집었다. 그러나 선거에 불복해 이익을 본 예는 없다. 국민의 눈이 차갑다.이재명 후보 출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대통령 선거에서 졌으면 반성하고, 자숙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살아온 근거지이고, 성남 시장과 경기도 지사를 거치며 정치적 뿌리를 박은 분당갑에 나설 수도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에 유리한 인천 ‘계양을’을 선택한 것도 비판 대상이다. DJ가 13대 총선에서 전국구 11번, 15대 총선에서 14번을 자청한 것과 비교된다. ‘대장동 비리’ 등 수사를 막을 불체포 특권 갑옷을 입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라고 외친 게 이런 의심을 굳혀준다.선거가 끝나도 대결 구도를 풀지 않고, 바로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면 국민 통합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집권한들 국민의힘 지지자가 승복할까.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일시적이고, 불가피한 현상이라 믿고 싶다.대선을 재수하는 길이 여러 가지다. DJ는 대통령 선거 뒤 곧바로 정계 은퇴하고, 영국으로 떠났다. 선거가 국민의 심판이라면,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DJ와 이 상임고문은 다르다. DJ가 세 번째 떨어진 뒤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져 단일화 실패 책임까지 모두 떠안을 처지였다. 또 권위주의 시대의 끝자락이라 정치보복을 피하려면 불체포 특권만으론 불안했다. 해외 피신 경험도 있었다. DJ도 71년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진 뒤에는 당권 장악을 시도했다. 대선 한 달 뒤에 있었던 총선 때 진산 파동이 터졌다. 이를 이용해 총재 대행을 맡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87년 대선에서 졌을 때도 평민당 총재로 여소야대 정국의 중심이 됐다. 97년 말 대선에서 패배한 이회창 후보도 이듬해 당권을 장악했다.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전임 정부 실패가 정권교체에 큰 변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당내 경쟁 후보 진영을 온전히 끌어안지 못해 고전했다. 확실한 당 장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을 것이다. 정당과 국회 경험이 없는 점도 큰 약점이다. 불복만 아니라면 자리와 사람은 일치하는 것이 좋다. 권한과 책임이 일치해야 정상이다. 박완주 의원 문제 대응이 흔들리는 것도 자리와 사람이 일치하지 않은 탓이다.97년 대선에서 실패한 이회창 총재는 원내 과반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을 이끌며 총리 임명안을 비롯해, 새로 출범한 김대중 정부에 반대만 했다. 새 정부에 기대하는 민심과 멀어졌다. 뒤이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다음 대선도 실패했다. 따라갈 만한 길이 아니다.어차피 지방선거는 곧 끝난다. 윤 대통령은 이 상임고문의 경쟁자가 아니다. 법대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법대로 장관을 임명했다. 이 ‘법대로’가 대화와 타협을 막고, 정치를 실종시킨다. 책임 있는 사람이 나서야 결단하고, 협치할 수 있다. 그런 성숙한 여야 관계로 국민의 신뢰를 쌓아가기를 기대한다. /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5-15

거시적 관점 통해 백년대계 이루려고 노력해야

강희룡 서예가 왕정시기 한 왕조의 공식적인 역사기록인 ‘제왕본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왕이 포악하면 전쟁을 일으켜 백성을 도탄으로 몰아넣고 유약하면 침공을 당해 결국 나라가 멸망하는 비운을 맞는다. 성군의 시기에는 나라가 발달하고 백성들은 풍요 속에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 최고지도자의 자질은 한 나라의 흥망성쇠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지난해 동아일보와 서울대 연구팀이 설문을 통해 대통령의 바람직한 리더십을 분석했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라는 관점에서 얼마나 개방적이어야 하는지 물음에 일반 대중(38%)보다는 전문가(62%) 의견을 더 존중해야 한다고 봤다. 또 정책을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가 나올 때에는 여론의 과반가량의 동의를 구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57%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정책 수립 시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합의를 위해 노력하되 지나치게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전문지식에 기초해 정책적 소신을 유지하라는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책수립 과정에서부터 각종 이익단체에 휘둘리거나 정치적 이해득실을 앞세울 경우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신임 대통령 취임사는 선거 때 표출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시기마다 우리 국민이 기대한 리더십의 특성을 잘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운영 가치로 화합, 신뢰, 소통을 꼽은 설문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풀이되며 한국 정치사에 적폐로 불리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스타일에 따른 사회적 피로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조선 후기 실학자 안정복(1712~1791)은 경세치용을 중시하고 실제적인 학문을 중시했기에 그의 저서 순암집(順菴集) 제1권 유감(有感)이란 시에 권력 다툼을 흙으로 만든 가짜 떡을 가지고 다투는 아이들의 난장판으로 보고 다음과 같이 읊었다.“흙덩이 떡 만들어 소꿉장난 하는 아이들/앞다투어 머리채를 잡아 뜯네/벼슬판 난장 다툼도 이와 같으니/명줄 닳고 몸 망쳐도 알지 못하네.”18세기에 살다간 한 실학자가 읊은 시가 21세기 현재의 한국 정치의 모습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당시 안정복이 볼 때 벼슬판의 권력 다툼이 그저 흙으로 만든 가짜 떡을 가지고 다투는 아이들의 난장판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어찌 나쁜 것이겠는가. 그것은 사회 체제가 만들어 낸 불가피한 권한이며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계약의 산물이다. 권력의 모순은, 이익을 추구하는 본능을 가진 인간이 이익을 조정하고 환원하는 대표자가 되었다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유사 이래로 권력의 속성이 추악하다고 인식된 데에는 바로 권력의 대표자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본래 자기 것이 아닌 국민의 것을 자기 것으로 끌어들이기 위하여 대표자의 지위에서 국민에 대한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권력의 목적은 다수 대중의 이익과 안전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 불가피하게 위임된 것이다. 공동체의 대표자로 선정되어 이 신성한 권력을 행사할 때에는 그야말로 머리 속에는 오로지 국민의 안녕만 남아 있어야 한다. 국가 변화의 실패 원인은 고질적인 불공정과 불합리성이 도사리고 있는 심층구조가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권력을 강조하는 리더십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배력과 높은 열정은 국가 통치에서 반드시 필요한 리더십이다. 조직의 문제를 자신의 책임보다는 통제의 범위 밖에 있다고 인식하는 생각은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국제정세 속의 정치는 그동안 축적해온 정치적 실력과 거시적인 관점을 통해 백년대계를 이루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에게 윤리적이고 국민 앞에는 정직하며 약속을 지키는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또한 권력의 본질을 투철히 이해하고 미래 리더십 역량을 발휘하여 권력 행사에 전념한다면 흙떡을 다투다 패가망신하는 일이 없을 터이다.

2022-05-15

비 오는 숲을 걸었어

봄비가 내린다.이런 날이면 할아버지는 들에 나가 논둑을 한다. 겨우내 얼었다 녹아 금이 가거나 쥐구멍으로 허물어진 둑을 진흙으로 매끄럽게 새로 바르는 것을 논둑 한다고 했다. 삽으로 빗물에 젖은 흙을 떠서 둑에 발라 탁탁 치며 논에 물을 가두는 것이다. 할머니는 얼마 전 씨를 뿌려서 오종종 붙어 자란 모종을 속아 사이를 성글게 아주심기를 하셨다. 촉촉해진 밭에서 무럭 자라길 소원하시며 자신의 몸이 젖는 걸 감수하셨다.어린 나는 따뜻한 방바닥에 엎드려 빌려온 만화 한 질을 다 읽었다. 창가에 속살거리는 빗소리에 맞춰 책장을 넘기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되게 가물었다가 소나기 쏟아질 때 마당에 날리던 흙냄새가 아직 어린 나이에도 반가웠다. 연추 끝 물받이에서 모인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음악 소리 같았다.어른이 된 나는 이런 날 숲에 간다. 매월 둘째 주말에 언니들과 모임을 한다. 아침부터 회색빛으로 낮게 내려온 구름이 만나기로 한 12시가 되자 보슬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멀리 소풍을 가려고 한 계획을 비가 오니 취소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언니, 비 오는 수목원에 가 본 적 있나. 얼마나 좋은 줄 모르죠?” 내 말에 빗길 운전도 익숙하다는 순혜언니 차에 올라 구불구불한 길을 더듬어 경북 수목원으로 향했다.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중턱 즈음부터 길도 안개에 묻혀버렸다. 산을 산답게 만드는 나무들도 가지마다 물안개를 머금었는지 차분히 어깨가 내려왔다. 날이 좋은 날에는 산 아래 동네가 개미처럼 보였겠지만 안개 커튼이 드리운 탓에 사방이 온통 뿌옜다.푸르른 5월 수목원은 사람들로 가득 찬다. 하지만 오늘은 비요일이라 아무도 찾지 않아 그 넓은 곳이 다 우리 차지다. 산책로를 따라 언니들 웃음소리만 가득하다. 뜨거운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서 들고 갔다. 처음 나타난 벤치에 앉아 따뜻함을 나눠 마셨다. 기분 좋을 만큼 서늘한 산 기운을 커피에 섞어 마시니 언니들의 입에서 한목소리로 ‘좋다’ 하고 탄성이 터졌다. 숲이 곧 분위기 좋은 카페로 변했다.다시 조금 걷자 부슬거리는 비를 뚫고 달콤한 향이 코끝에 닿았다. 흠흠, 이게 무슨 향일까 두리번거리니 삼엽으름덩굴이 아기 손톱만 한 꽃을 피워 터널을 이루었다. 그 아래 서니 향이 더 진하다. 으름의 꽃 향이 이렇게 좋다는 것을 이전엔 알지 못했다. 안개에 갇혀 향이 달아나지 못하고 더 오래 머무르는 듯했다. 비에 꽃잎이 떨어진 바닥이 붉다. 햇살에 금방 말라 사라질 것도 봄비에 더 오래 별처럼 발밑을 밝힌다.전망대를 향해 올랐다. 저기 분홍 꽃잔디 사이에 무언가 움직인다고 언니들이 발길을 멈췄다. 산토끼였다. 갈색 털이 비에 젖어 춥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한발 다가가니 풀쩍 달아난다. 살금살금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어느새 숲 저쪽으로 얼른 몸을 감춰버렸다. 비 오는 날엔 사람들이 찾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 토끼의 산책을 우리가 훼방 놓았구나 싶어 미안했다.전망대에 앉았다. 우리 사이로 물안개가 지나는 게 보였다. 손에 잡힐 것 같다. 하지만 바람에 올라탄 안개에 붙잡혀버려 오히려 우리 볼이 촉촉해지고 말았다. 한참 산을 오르는 물안개에 갇혀 모두 말없이 비멍을 때렸다.내려오는 길, 빗물 머금은 불두화에 넋을 잃고, 비에 젖어 보랏빛이 더 진한 팥꽃나무에 한눈팔고, 천천히 걷다 보니 잎새 뒤에 숨어 핀 은방울꽃도 덤으로 발견했다. 팥배나무, 등대꽃나무 같은 처음 듣는 나무의 이름표도 확인하며 걸었다. 그러다 숲속 갤러리에 들러 연구원들이 수목원에 자생하는 꽃을 말려서 만든 액자 구경도 하고, 도서관에서는 서랍 속에 진열된 씨앗 구경도 하고 숲에 어울리는 책도 펼쳐서 읽었다.맑은 날이었으면 한 시간이면 돌아보았을 거리였다. 문 닫을 시간이라는 방송을 듣고 네 시간이 흐른 걸 알았다. 한나절 비 덕분에 숲에서 한 그루의 나무처럼 손끝까지 봄을 퍼 올렸다. /김순희 (수필가)

2022-05-15

미스터리의 북한 코로나19

우정구 논설위원 2020년 2월 이후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던 북한에서 지난달 25일 있은 조선인민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대규모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귀추를 모으고 있다.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3일 하룻동안 17만여명의 발열자가 발생했고 2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4월 말부터 지금까지 52만여명의 발열환자 발생했으며 현재 28만여명이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김정은 위원장이 “건국이래 대동란”이라 말한 것으로 미뤄보아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우리의 방역전문가들도 북한의 열악한 방역시스템을 감안할 때 코로나 상황이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북한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위험병으로 떠오르고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선언함에도 코로나19 청정지역임을 자부했다. 북한의 발빠른 국경 봉쇄와 사회주의 의료체제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수긍이 가는 면도 없지는 않았다.그러나 이번 코로나19의 발생은 북한에게는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북한은 2018년부터 시작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2020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4.5%를 기록했다. 1997년 고난의 행군 이후 23년만에 최저치다.특히 코로나19 이후 북한은 보건 방역을 강화하면서 경제와 방역의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북한 주민이 코로나19 공포와 굶주림 사이에서 시달린다는 보고를 낸 적이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위협적 안보상황과 별개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밝혔다.장막속에 가려진 북한의 코로나 대응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5-15

성년의 날을 맞으며!

김규종 경북대 교수 오늘 5월 16일은 성년의 날이다. 성년의 날은 만 19세 성인이 되는 청년들을 격려하고, 책임감을 일깨워주려는 의도로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성인이 됨은 가슴 벅차고 유쾌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책무를 의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이제는 자신의 언어와 행위 하나하나 신중하게 판단하고 실천해야 하는 시기다. 밥만 축내고 나이만 먹는다고 성인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요즘 한국인들의 인식에 깊게 자리한 것 하나가 젊어지고 싶은 일이다. “젊어지셨네요”라거나 “젊어 보이세요!” 하고 말하면 누구나 반색한다. 나는 그런 말에 별로 반응하지 않는 사람이다. 왜냐면 사람은 나이에 맞는 얼굴과 몸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동안(童顔)의 나이 지긋한 사람 사진이 나오면 외면한다. 나한테 중요한 것은 젊거나 어려 보이는 일이 아니라, 제 나이에 맞게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런데도 한 살이라도 젊게 보이려는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젊은이들처럼 차려입고, 신발 신고, 말투까지 흉내 내는 사람을 보면 뭔가 어색하고 낯설다. 더욱이 6∼70대가 그렇게 하는 모양을 볼라치면 왜 그러세요,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온다. 뭐, 각자들 제멋에 겨워 사는 것이 인생이니, 내가 끼어들 처지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빠른 속도로 실종되어 가는 권위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현대 한국의 가정에는 아버지가 없다.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아버지는 있지만, 전통 시대의 강력한 아버지는 오래전에 실종되고 없다. 이런 형편이기에 아버지의 권위도 사라진 지 오래다. 아버지와 가부장권 그리고 아버지의 권위가 부재한 까닭에 나이 먹은 사람들의 설 자리도 당연히 없다. 그 결과 존경받는 원로와 권위 있는 원로도 없다. 따라서 한국 사회의 마지막 보루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너도나도 어려지고 젊어지고 싶은 판국에 ‘꼰대질’이라 비난받을 각오로 나서는 사람도 보기 어렵다. 몸 사리고 평안하게 노후를 보내겠다는 자들만 득시글댄다. 세상이 혼탁하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자들이 설레발치지만, 누구 하나 담대하게 나서지 않는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척하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변화는 똑똑한 전화기(스마트폰)가 나온 후 급속도로 퍼져나가서 일반적인 현상이자 추세로 자리 잡았다.이런 형편에 맞는 성인의 날에 속이 편하거나, 젊은이들을 푸근하게 축복해줄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호부호형(呼父呼兄) 하지 못한 길동이가 집을 나간 것처럼 권위를 상실해버린 노인들의 흉중에 젊은이들을 위한 박수와 환호가 가당한 노릇인가?! 그래서 마음 한구석이 짠한 게다. 이 거칠고 완악하며 완강하고 무지막지한 세태의 격랑(激浪)을 저들이 어찌 헤쳐나갈 것인가,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서기 때문이다.하되, 젊은이들이여! 너무 겁먹거나 주눅 들지 말 일이다. 세상과 정면 대결하여 돌파할 일이다. 당당하고 자신 있게 세계와 부딪치면서 그대들의 길을 멋지게 찾아가기 바라노라!

2022-05-15

세월호 조사 종결을 앞두고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올해 세월호 참사 8주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 “아직도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다”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은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과제라고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는데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일이 있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2014년 4월 16일 오전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 시간이 또렷이 기억난다. 타이타닉처럼 대서양 한복판에서 침몰한 것도 아니라 당연히 모두 구조될 것이라고 믿었는데 어처구니없게 304명이나 희생되다니 슬픔을 넘어 분노가 일었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은 차마 볼 수 없어 뉴스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이번 뉴스를 보면서 지난 5년간 진상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더듬어보았다. 참사 후 1년이 지나 설립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성과도 없이 활동 기한이 지나 강제 종료되었다. 그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바로 세월호가 인양되어 선체조사위원회의 진실 규명에 기대를 걸었는데, 18개월 후 나온 보고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조타 미숙이나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때문일 것이라는 내인설과 외력에 의한 급선회 때문일 것이라는 열린안, 두 가지 의견만 내놓은 채 선조위 활동이 종결되었기 때문이다.그 후 진상 규명을 넘겨받은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에서 조사를 계속 하고 있으나 2년이 넘도록 어떤 성과가 있는지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그 사이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에서 기소한 해경지휘부가 무죄 선고를 받게 되어 무기징역을 받은 선장 외에는 높은 자리에 있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참사가 되어버렸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2021년에 나온 박상은의 ‘왜 세월호 참사 조사는 종결되지 못하는가?’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유일한 논문이다. 게다가 2018년 이후 세월호 연구가 끊어졌다가 나온 귀한 연구이기도 하다. 이 논문에서 저자는 내인설이 위원회 내부 다수의 주장이었는데도 외력설을 주장하는 열린안을 같이 보고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조사가 제대로 종결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이 논문에 의하면, 내인설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에게 외력설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가설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위원회 내부에 해양적폐세력과 진상규명세력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하면서 소통이 단절되어 결론 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선조위의 조사가 제대로 종결되지 못한 것은 밝혀지지 못한 진실이 있어서가 아니라 합의되지 못한 해석이 있기 때문인 셈이다.이제 한 달 후 6월 10일에 사참위도 종결된다고 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사참위에 전화를 걸어 2년 6개월이 넘도록 왜 아무 소식이 없는지 물어보니, 현재 5월 말 발표를 앞두고 위원들이 보고서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한다.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8년이 걸린 만큼 이번에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바란다.

2022-05-15

그 후, 한 달

강길수 수필가 합창 소리 가득하다. 경내로 내려꽂히는 따가운 5월 초순 한낮 햇살도 가세하여 함께 노래하고 박수갈채를 보낸다.4월 초순 어느 아침, 이곳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소리가 뒤범벅된 아수라장이었다. 오랜 세월 자란 굵은 팔뚝들이, 아닌 밤중 홍두께로 툭툭 잘려 나가 너부러지며 아우성치는 현장이었다. 팔뚝 잘리는 큰 나무의 통곡도, 막무가내로 자르는 날카로운 기계음도 못 듣는 로봇 일꾼으로 변한 사람들…. 그 폭력의 잔상이 가슴에 남았다.한 달이 지났다. 기계톱에 맥없이 잘려 떨어지는 팔뚝의 유탄에 맞아 일부 가지가 유명을 달리했던 장미는, 잃은 동기들을 기리려는 듯 더 커다란 붉은 꽃들을 피워냈다. 핑크빛 수줍은 볼로 웃으며 봄 마중하던 진달래도 악몽 같던 날 한쪽 꽃과 가지를 잃었는데, 그새 상처를 보듬고 초록 옷으로 갈아입었다. 단풍나무 등 작은 정원수들도 가지치기 아픔을 겪어내고 생기발랄한 잎들로 단장했다.저절로 눈이 위로 향한다. 한 달 전, 온 팔뚝이 절반쯤 뚝 잘린 채 하늘에 의지하여 서 있던 활엽수들…. 하지만 지금은, 남은 팔뚝들에 생명의 합창 소리가 가득하다. 굵은 가지들을 에워싼 새싹들이 시루에서 촘촘히 솟아오르는 콩나물 같다. 빼곡한 새싹들이 자라며 환호한다. 춤춘다. 긴 박수 보내며 큰 노래 부른다.나무는 미래를 내다보며 사는 걸까. 제법 묵은 가지에 언제 저 많은 새싹을 틔울 눈을 마련하였을까. 산골에 나서 많은 나무를 벗하며 자랐다. 어린 시절, 꺾어 놀이도구로도 삼으며 함께한 나무들은 그렇게 많은 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버지가 하시는 과수원의 사과나무나 자두나무도 그랬다. 하면, 나무들은 비상시를 대비한 예비 눈을 몸속에 간직하고 있다는 말인가.내가 저 나무들의 처지였다면, 새싹을 내보낼 눈이 없어서 지금 속수무책으로 몸이 말라가고 있을 것이다. 한 달 만에 어찌 저리 많은 새 눈을 만들어 싹을 피울 수 있으랴. 새싹들은 대부분 한 뼘은 자랐고, 어떤 것은 두 뼘 이상 커 잔가지가 되었다. 새 가지 중에 어떤 것은 큰 가지, 또 어떤 것은 잔가지가 될 것이다. 팔뚝 잃은 고통과 상처를 계속 치유하며 더 많은 가지를 가진 나무, 더 커다란 나무로 자라나리라.누가 나무를 함부로 대할 수 있단 말인가. 누가 나무의 주인행세를 할 수 있겠는가. 또 누가, 나무를 하찮다 떠들 수 있을 것인가. 졸지에 팔뚝들을 잃은 많은 나무 중 한 그루도 죽은 나무는 없다. 원망의 소리도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나무는 스스로 치유하고, 스스로 싹틔우고, 스스로 살고 있다. 만일 사람을 저 나무들처럼 취급한다면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터다.묵묵히, 그저 묵묵히 모든 것을 순종하며 사는 생명체가 나무다. 비가 오거나 오지 않아도, 햇볕이 엷거나 따가워도, 미풍이나 태풍이 불어도, 큰 더위나 살을 에는 추위가 닥쳐도 나무는 제 자리에서 굳건히 견뎌낸다. 나아가, 사람이 제 몸을 송두리째 베어 목재나 다른 쓰임에 써도 묵묵히 자신을 바친다. 나무는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존재다.나도, 나무처럼 살아내고 싶다.

2022-05-15

남녀평등과 정보화 사회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정보화 사회라는 단어가 한참 인기를 끌던 90년대 모 여자대학 정보처리학과 초청으로 ‘정보화 사회: 도전과 대응’이라는 패널 토의에 참가한 적이 있다.당시 필자가 소속된 포항공대는 남학생이 많던 대학이어서 전부 여학생인 화사한 캠퍼스는 들뜬 이미지를 던져 주고 있었다. 그 대학 정보처리 학과 학생들의 의욕적이고 촐망촐망한 눈빛을 보면서 정보화 시대 한국 여성들의 역할에 크게 가슴 부푼 기억이 있다당시 필자를 중심으로 EIS(중역정보시스템)의 연구회를 조직하여 회사 중역들의 의사결정을 보조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연구를 하였고, 이러한 정보시스템을 통해 남성위주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의 역할이 크게 고조될 수 있다고 역설하던 생각이 난다.의사결정을 위한 전략정보의 신속한 입수, 상황분석의 용이, 신속화, 선택의 폭 증가로 인하여 권위적 의사결정 방식을 개선할 수 있기에 의사 결정자로서의 여성의 역할 증대에 사실상 EIS는 크게 공헌하였다.세월이 흘러 오늘 남녀평등은 어느 정도 구현 되었을까? 정보화 사회가 그런 역할에 많은 공헌을 했을까?몇 년 전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기 위해 국회의원 직을 사퇴한 모 의원은 필자와 함께 1971년 서울공대에 입학한 3명의 여학생 중 한 명이었다. 공대에 여학생이 입학하는 것이 큰 화제가 되고 신문에 기사화 되던 시절이다. 공대 캠퍼스에 여학생이 걸어가면 남학생들이 한참을 쳐다보곤 하였다.30여 년 전 필자가 포스텍에 부임했을 때 여학생의 비율이 10% 가까운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 전체로도 공대 여학생의 비율은 계속 꾸준히 증가하여 2000년 10%를 넘어서고 최근 통계에 의하면 여자 공대생이 20%를 넘었다고 한다.지금은 여성이 공대를 다닌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여성의 사회진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상과 취업률이 좋은 공대의 상황이 여성을 공대로 끌어들이고 있다.사실 여학생 비율의 폭발적 증가는 법학 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법시험 합격자나 법학전문대 여성 비율도 거의 50%에 육박할 정도이고 판검사에도 여성이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1970∼80년대까지는 법대에 다니는 여학생을 신기하게 쳐다보던 시절이었다.이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활약은 눈부시다. 이제 캠퍼스에 넘치는 공대 여학생은 선진화의 상징이고 여성의 사회진출의 상징이다.또한 제도적으로도 여성 할당제라든가 여성고용에 대한 혜택도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여성들의 사회진출에 대한 남성들의 불만도 고조된다.교수 채용 사이트로 유명한 모 정보 사이트에는 최근 ‘여성 교수 채용’이 논란이 됐다. 지난달 한 국립대가 낸 교수 채용 공고에서 몇 개의 학과가 여성 지원자만 채용하겠다고 하여 논란을 불렀다. 국립대의 여성 교수 비율을 2030년까지 25%로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었는데 남성 박사학위 소지자들의 반발을 불렀다.남성들은 20대 여성 취업률이 남성보다 높기 때문에 더이상 고용 현장에서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그러나 아직 여성고용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많다.2021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5~29세 고용률은 여성이 70.9%로 남성의 66.4%보다 높다. 남성들은 군대를 다녀와 여성보다 취업 전선에 늦게 뛰어들기 때문이다.그런데, 20대 후반 이후 여성 고용률은 뚝 떨어져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고용률이 높다. 남성 고용률은 30~34세 85.7%, 35~39세 90.1%로 계속 증가하는 반면, 여성 고용률은 65.7%, 57.5%로 떨어진다. 결혼해 육아 등으로 일을 그만두는 ‘경력 단절’이 일어나기 때문이다.고용의 질도 남성보다 좋지 않다. 전 연령대에서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남성보다 높다. 월평균 임금도 여성이 남성보다 적다.결국 20대 여성 고용률은 남성보다 높지만 여성들은 남성보다 계약직 서비스업 등 월급이 적고 불안정한 질 낮은 일자리에 더 많이 진출하고, 결국 여성의 전생애주기 고용 실태는 우리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요즘은 EIS를 뛰어 넘어 인공지능 (AI)시대로 돌입하였다. 과거 EIS 정보시스템이 의사결정을 도와주던 시대에서 인공지능이 직접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남녀 차별은 더 좁혀 질수 있고 여성의 역할은 더 증대될 수 있다.남성들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성의 취업의 질이나 대우에 있어서 아직 평등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평등화가 필요하지 않거나 남녀 역할론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주장하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이다.아직도 남녀평등은 쉽게 해결 되지 않는 이 사회가 안고 있는 오랜 숙제이다. 그것은 또한 정보화 사회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이다.

2022-05-15

선진국형 엘리트 체육 육성 방향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최근 우리나라는 1991년 분리됐던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25년 만에 통합됐다. 그간 엘리트와 생활체육으로 나눠서 운영하는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즐기는 스포츠를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엘리트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선진국형 스포츠로 발전을 꾀한다는 것이다. 수년이 지났지만, 그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우리나라 체육단체 통합의 모델이 스포츠선진국 독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스포츠클럽이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거점이 된다. 스포츠클럽에서 우수한 선수들은 거주지 인근에서 전문체육시설과 기관들의 단계별 선수선발과 육성, 수준별 훈련프로그램, 부상 예방 및 관리 등 스포츠과학 지원을 받으며 지역대표, 국가대표로 선발 육성된다. 독일에서 이러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올림픽훈련거점센터(OSP)이다.독일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이후 지역의 우수선수를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육성하여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현재 19개 지역에서 올림픽훈련거점센터를 선정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하계, 동계, 장애인 등 각종 올림픽 참가종목을 대상으로 관할 지역 내 올림픽 메달획득이 유력한 팀이나 중앙경기연맹이 육성하는 국가대표 및 상비군선수 그리고 이들을 지도하는 체육지도자들도 집중적으로 관리 지원한다. 이밖에도 잠재력이 뛰어난 지역의 청소년대표선수도 지원 대상에 포함되며, 주로 스포츠의학, 운동역학, 트레이닝방법론, 그리고 사회, 심리, 영양 등과 관련한 양질의 스포츠과학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과제이다.지원범위는 기본과 특별관리로 나눌 수 있다. 기본관리의 경우 훈련장소, 단체 간 협약 여부와 상관없이 경기력 향상을 위한 스포츠과학 분야의 상담 등 지원이 상시 가능하다. 한편 특별관리는 중앙경기연맹과 협약 후 기본관리와 연계하여 이루어지며, 해당선수가 지역의 훈련거점센터에서 훈련하거나 중앙경기연맹 주관의 훈련과 시합 때도 지원된다. 특별관리 대상은 독일올림픽체육회(DOSB), 중앙경기연맹 그리고 올림픽훈련거점센터 간의 협약에 의해 결정되고, 지원기간은 올림픽 주기 4년간이다.특히나 독일은 “건강은 엘리트선수가 경기력 향상을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이라고 인식하고 올림픽훈련거점센터에서는 예방과 재생 및 재활의 목적으로 스포츠의학이 지원되는데, 건강과 경기력 진단, 치료 및 상담 등이 주요 영역이다. 우선적으로 질병과 부상이 있는 선수들이 가능한 빨리 훈련을 재개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하며, 선수의 부상 및 재활은 치료부터 훈련 재개까지 협력 병원이나 전문기관이 담당한다.구체적으로 올림픽훈련거점센터 소속 선수가 부상으로 인해 입원할 경우 병원치료와 더불어 지정병원과 협력하여 센터에서 전문적인 외래 재활훈련이 지원된다. 최상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선수 개별적으로 실시되고, 필수적인 재활훈련계획은 해당지도자, 의사와 물리치료사가 한 팀을 이루어 함께 수립한다.한 예로 현재 독일에서 최대 인원을 관리 지원하고 있는 바이에른 올림픽훈련거점센터의 경우 연중 선수들을 위한 스포츠의학 지원은 협약을 체결한 4개 병원의 전문의들이 담당하고, 매년 독일올림픽체육회가 주관하여 의무적으로 실시되는 선수들의 건강검진은 뮌헨공과대학교(TU M00FCnchen)의 할레 교수팀이 주도하고 있다.이상에서 제시한 것처럼 독일의 엘리트선수 육성체계는 지역분산형으로 거주지 인근의 여러 훈련거점센터, 대학, 병원 등 전문체육시설과 기관을 기반으로 하여 스포츠과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선수들의 건강을 우선시하고 예방과 재활의 목적으로 체육지도자. 의사, 물리치료사 등이 협력하여 지원되는 스포츠의학과 매일 스포츠현장에서 훈련성과와 훈련방법 그리고 운동부하 및 회복능력을 고려한 개별적인 훈련과학의 지원 등은 스포츠선진국 독일의 특징이자 강점으로 여겨진다.우리나라도 기존의 국가대표선수들에게만 제공되던 스포츠과학 지원이 스포츠선진국 독일처럼 16개 광역시도에 등록된 모든 엘리트선수들에게 제공되는 기회가 열렸다. 2015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는 지역별 스포츠과학센터 선정 및 운영을 통해 지역 우수선수들의 과학적 훈련기반 정착 및 경기력 향상을 위해 체계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체육단체 통합 이후 재능이 숨어있는 꿈나무선수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 많아졌다. 현재 선수 수급 등의 문제로 위기에 처한 엘리트스포츠가 이들을 어떻게 스포츠선진국과 같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육성 지원할 것인가를 고심할 시점이다.독일의 스포츠관련 기관과 단체들 간의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협력관계, 인간중심주의에 입각하여 건강과 예방 및 재활의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지원되는 스포츠의학, 이론과 실제가 접목된 현장중심의 훈련과학 지원 등은 현재 우리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2022-05-15

노익장 만세

건강 100세 시대를 맞아 요즘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젊은이 못지않게 힘이 넘치는 노인의 증가로 각종 대회에서 그들의 노익장이 자주 회자된다.작년 도쿄올림픽에서는 호주의 승마대표인 메리 해나다 선수가 66세의 고령에도 출전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무려 6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한 노익장이다. 58세의 룩셈부르크의 니 시아렌(58)은 도쿄올림픽에서 41살 연하의 우리나라 탁구 신동 신유빈 선수와 겨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해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는 50살의 독일 선수 페히슈타인은 3천m 스피드스케이팅에 참가해 주목을 끌었다.충청도의 마라토너 김모 할아버지는 2019년 83세의 나이로 마라톤풀코스를 400회 완주하는 공식기록을 세웠다. 그는 2009년도에는 한해 동안만 마라톤풀코스를 105회나 완주해 세계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노익장이란 노인이지만 청년 못지않게 힘이 넘치는 모습을 뜻하는 말이다. 중국 후한서 마원전에서 이 말이 유래했다. 후한서에 등장하는 마원은 대장군으로 기백이 넘치는 장사다. 그는 평소 “대장부가 뜻을 품었으면 궁할수록 더욱 굳세고 늙을수록 더욱 기백이 넘쳐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여기에 나온 노당익장(老當益壯)의 표현에서 노익장이 유래한 것이다.올해 실시된 검정고시에서 60세 이상 고령자가 대거 합격했다. 대구는 80세, 경북은 77세 노인이 최고령 합격자다. 대구만 60세 이상 고령 합격자 140명이 나왔다. 고령의 나이에도 상급학교 진학을 꿈꾸는 그들의 열정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5-12

공동체의 위기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함으로써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정권이 바뀐 것이다. 그러나 도통 정권이 바뀌었다는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게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더불어민주당이 178석의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국회가 여소야대 형국이고,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방정부의 상당수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이러니 정국운영이나 지방정부 돌아가는 분위기가 윤석열 정부에 발맞춰 팽팽 돌아가는 분위기가 날 리 없다.더구나 MBC나 KBS 등 공중파 방송 역시 아직 세상 바뀐 걸(?) 모르는지 새 정부에 비우호적인 태도가 역력하다.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마저 진영논리에 매몰된 채 편가른 채 감정다툼에 나선다.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 공동체의 위기와 원인을 짚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적으로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으나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그가 지목한 가장 큰 원인은 ‘반지성주의’였다. 그는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하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했다.그런데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이같은 집단갈등을 초래하는 반지성주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공감가는 해석이자 진단이다.공동체 위기를 실감하는 것은 보수진영만의 인식이 아니다. 대구·경북 출신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2일 이임식 연설에서 “빈부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탐욕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수도권만 잘 살고, 경쟁만이 공정으로 인정받는 사회는 결코 행복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면서 “바로 이것이 우리 공동체의 위기”라고 지적했다.그 역시“나와 생각이, 성별이, 세대가, 출신 지역이 다르다고 서로 편을 가르고, 적으로 돌리는 이런 공동체에는 국민 모두가 주인인 민주주의, 더불어 살아가는 공화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고 우려했다.그는 “대화와 타협, 공존과 상생은 민주공화국의 기본 가치이자 지금 대한민국 공동체에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보수니 진보니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에게 닥친 공동체 위기를 과연 어떻게 타개해나가야 할까.새 정부를 연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공동체 위기를 초래한 반지성주의를 깨부수고,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2022-05-12

어린이를 위하여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사람의 일생 중 가장 행복한 시절은 언제일까? 환경과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개는 부모의 사랑과 보호를 받고 의식주를 직접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어린 시절을 꼽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들 중에서 최하위권이라 한다.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과 출세 지향적 사회분위기가 주요 원인인 것 같다. 우리나라도 먹고 살기 급급했던 절대빈곤의 시절을 벗어난 만큼 어린이들의 행복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어린이들은 행복하게 하는 첫 번째 조건은 맘껏 뛰놀게 하는 겻이 아닐까 싶다. 다른 동물들도 어린 새끼들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잠시도 가만있지를 않는다. 몸과 마음의 성장과 학습에 즐겁게 노는 것보다 좋은 게 없다고 한다. 놀 때는 혼자서 노는 게 아니라, 형제나 동무들과 어울려 놀아야 더 즐겁고 학습효과도 크게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은 등하교 시간이 아니면 골목에서 아이들을 보기가 어렵고, 잘 꾸며진 놀이터에도 어울려 노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혼자서 인터넷게임을 하거나 만화영화를 보는 것으로 놀이를 대신하는 모양이다.가급적이면 자연과 친해지는 것으로 어린이들의 행복감을 높여주면 좋을 것이다. 맑고 안정된 정서를 길러주는 데 자연보다 좋은 게 없을 터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철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자주 대하는 것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신비와 감동을 체험하는 일이 된다.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김치나 된장, 채소나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듯이, 자연과 친해지는 것도 처음부터 자주 접해서 길이 들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틈나는 대로 풀이름 나무이름, 새와 곤충의 이름도 익히고 모양과 생태에 대한 지식도 쌓아가야 친근감이 생기게 된다.배움의 기쁨도 행복감을 높이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하나다. 성인의 반열에 오른 공자님도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했으니 범인들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부모의 닦달에 쫓겨서 학원을 순례하는 공부 말고, 예능이든 운동이든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라야 행복감을 가질 것이다. 학교 성적과 상관이 없는 과목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결코 쓸데없는 일이 아니란 걸 어른들이 알아서 지나친 참견을 하지 않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가장 좋은 행복한 진·선·미에서 나온다고 한다. 거짓되고 악하고 추한 것에서 쾌락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얘기다. 비뚤어진 욕망의 충족이나 말초적인 쾌감 따위에 집착하는 것은 심성을 피폐하게 해서 결국 행복과는 멀어질 뿐이다. 그리고 정서와 감성의 깊이가 행복감의 깊이가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한 송이 풀꽃을 보고도 감탄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 감흥이 없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행복감이란 사물과 현상에 대한 정서적 반응인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존감을 갖게 하는 일이다. 경쟁의 우위에서 오는 자만심이 아니라, 무한한 우주 속에서 오직 하나뿐인 존재라는 생각을 가질 때, 자존감과 행복감은 물론 남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생기는 것이다.

2022-05-12

다시, 대한민국

윤영대수필가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광장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4만여 명의 국민이 참석한 가운데 21발의 예포가 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의 재건’을 천명하며 취임선서를 하는 국회의사당 전면에는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취임 슬로건이 선명하게 걸려있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서 어떻게 벗어났었는지 ‘다시’라는 말의 의미를 되씹어보았다.그날 오후 경축연회에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국민승리의 날’이라며 외친 자신감을 가지고, 취임사에서 약속한 내용을 향후 자신의 정치철학으로 다지면서 실행했으면 한다. 이번 취임사에서는 ‘자유’라는 말을 35회나 언급했다고 하니 그의 생각에는 이 나라가 자유와 인권이 많이 결여되었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리고 슬로건과 함께 그려진 태극 문양을 닮은 엠블럼은 바로 전통 매듭인 ‘동심결(同心結)’을 형상화한 것으로 다짐과 약속의 상징이며 통합을 뜻한다고 하니 국민통합을 이루는 밝은 정치를 기대해 본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 비전으로 하여 국익과 실용, 공정과 상식을 국정 운영의 원칙으로 하는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그 과제를 정치, 경제, 사회, 미래, 안보외교, 지방시대 등 6개의 국정 목표로 나누었는데,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그리고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등이다. 이 방대하고 세밀한 정책을 5년 만에 다 이룰 수 있을까? 그러나 전임자의 실정을 보아 온 우리는 희망을 갖고 응원하고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전임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해서 많은 기대를 걸었었는데 자신의 약속이었던 평등과 공정, 정의를 못다 이룬 정치로 결과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원래의 뜻한바 그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 궁금하다. 코로나19로 엉망이 되어버린 사회가 바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아니냐는 우스개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희망의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하며 ‘통합과 전진-국민의 삶 속으로’를 외쳤지만 갈라진 주위로 인해 탄핵을 당하지 않았던가.이제 74년간 국정 운영의 중심지였던 청와대의 역사는 마감되고 용산 시대의 막이 올랐다.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신임대통령의 철학을 믿고 그 꿈을 이루도록 빌자.‘어린이가 꿈꾸고 상상하는 미래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생각을 보여주려고 취임식장에는 어린이들의 그림으로 장식하기도 하였으니 부디 취임사에서 말한 꿈을 이루어 가는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2022-05-12

경상북도 “울릉공항”과 “경북에어”의 同伴구축 검토 할 때

전 영 윤 사)한국항공스포츠협회 단장 대한민국에 15개의 공항중에 13개 공항이 적자를 못 벗어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2000년 초부터 지방공항을 살려서 지역경제 활성을 도모하고자 외국처럼 21인승 항공기를 운항 할수 있는 ‘소형항공운송사업법’을 만들었지만 예상보다 조기에 폐업을하 하였고 이에 항공기 규모를 50인승 이하로 개정된 ‘소형항공운송사업법’으로 지방공항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성장 엔진으로 키우려 했다. 필자도 2010년에 포항시 “포항공항활성화추진위원”으로 위촉 되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포항에어”유치를 통한 공항활성화에 상당한 노력과 지금도 울릉공항과 연계한 노력을 기우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동안 국내에는 10여개의 민간 항공사들이 ‘소형항공운송사업’에 뛰어들었으나 항공사업 특성상 자금력과 메이저 항공사와의 경쟁 등에 밀려 매우 빠른 기간에 폐업하기 일쑤였다. 현재는 78인승 항공기로 50인을 태워 운항하는 1개사만 적자에 허덕이며 힘들게 운영을 하고 있다. 2025년부터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이 50인승급 전용공항으로의 개항을 하게 될 것이며, 특히 울릉공항은 공사에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고 2025년에 개항을 하게 될터인데 현행 항공법상에 울릉공항에 취항할 항공기와 항공사가 현재 없다는 것이다 모두에 설명했듯이 대한민국에서 민간이 주도하고 지자체가 일부 지원하던 민간 주도방식의 ‘50인승 소형항공사업’은 10여년이 넘는 실증을 통하여 성공하여 정착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에 벌써 도달 하였다 “포항에어”도 얼마 못가 날개가 꺽인 것을 경북인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6천억원짜리 울릉공항의 개항시 재무구조가 건전하고 경제성을 확보한 양호한 운항능력을 가진 50인승 소형항공운항사가 취항을 할 수 있을까? 준비가 되어 있을까? 자금력이 든든한 대기업에서 레드오션속에 뛰어들 일은 거의 없을 것이고 기존의 메이저 항공사들 역시 소형항공기 운영에 참여를 안 할 것이라는 중론이다 이유는 수익성이 매우 나쁘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EAS(Essential Air Service)과 일본(이도진흥법)등 외국에서는 격 오지 주민들의 교통복지를 위하여 정부차원에서 특별법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해 오고 있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민,관이 공동으로 설립 운영하는 방식의 공공주도형 항공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할 때이다 . 기존에 공항소유 지자체가 입항하는 항공사에 얼마간씩 지원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조족지혈로 큰 도움이 안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경북도와 포항시 울릉군의, 경북 상의 , 기업 , 도민 공모주 등을 통하여 ”경북에어“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 할 때이다 기존 3개의 공항과 2개의 공항이 추가로 개항할 경상북도는 공항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 균형 발전과 경제 활성화의 신성장 엔진으로 “경북에어”를 검토 해볼 필요가 있다 만일 예천공항 울진공항에도 b-737급이 아닌 50인승 소형항공기가 울릉도를 비롯한 섬공항 우선으로 하루 여러 차례 풀방개 처럼 드나든다고 하면 얼마나 신나는 일이 될 것인가? 6월의 새로운 지자체장들이 중지를 모아볼 사안이며 이는 발상의 전환으로 죽어가는 몸통을 꼬리가 흔들어 깨우게 되는 혁신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5-6개의 내륙 공항에서 울릉공항을 이어줄 “경북에어“는 국가 50인승 소형항공사 시장을 선점하여 이후 개항 할 흑산공항과 백령공항의 승객들도 날라주게 될 것이기에 지금까지처럼 지자체가 “적자로 허덕이는 민간 항공사를 지켜만 볼 것이 아니라 제도 정비를 통하여 투자와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50인승 ‘소형항공사’를 공동으로 운영한다면 울릉공항 포항공항과 “경북에어”에 수많은 청년들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다.

2022-05-12

제8회 지방선거, 투표의 의미와 가치

최영희(영천시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민주주의에서의 투표는 “사회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며, 직접적으로 내가 살아갈 내일의 모습을 스스로 결정하는 권한”이다. 철학자 로버트 노직은 무엇이 가치있는 삶인가에서 투표란 “자신이 숙고한 판단이나 견해가 다른 사람의 그것과 동등한 무게를 지녀야 하는 자율적이고 자주적인 존재로서 우리의 지위를 그것이 표현하고 상징적으로 확인해 주는 행위”라고 설명하였다.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의 의미와 중요성은 굳이 이런 인용문이 없더라도 우리에게 이미 충분히 학습된 내용이다.문유석 작가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어사 박문수나 판관 포청천처럼 누군가 강력한 직원 발동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악인을 엄벌하는 것을 바라며, 정의롭고 인간적이고 혜안 있는 영웅적 정치인이 홀연히 백마타고 나타나서 악인을 때려잡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지적하며,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일은 없을 거다“라고 한다.이 사회를 살아가며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며, 또한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많은 역할들 중 중요한 하나이다.투표를 왜 하지 않는가라고 물어보면 ‘투표를 해도 바뀌는 것이 없어서 33.9%,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20.0%, 후보자에 대해 잘 몰라서 16.9%’의 확률로 나타났다(출처:중앙선관위 유권자 의식조사. 제21대 국선 선거기간전조사). 즉, 무관심, 무정보, 무의지인 것이다.그럼 지방선거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시장, 도지사)과 자치단체의원(시의원, 도의원)을 뽑는 선거이다.위기의 지방자치를 구하는 방법은 우수한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일이다. 지방자치는 저절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부터 시작된다.희망이 없다고 말하기 이전에 나의 적극적인 참여로부터 희망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나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우리 가족의 삶의 행복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다.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우리 일상에 대한 관심이니만큼 지방선거에 더욱 관심을 갖고 신중히 임해야 한다.투표는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최고의 권리이다. 하지만, 너무 크게만 생각하면 ‘투표 무기력’이 올 수 있다. 자칫 사회가 전체적으로 무기력증에 걸려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너무 크고 원대한 목적만을 위해 달리려고 하기 때문이다.“어차피 이루지 못할 꿈인 걸? 그냥 안할래.“”어차피 나의 한표로 세상이 바뀌지도 않을 텐데 뭐.“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면 그 다음 일을 할 수 있고, 또 다음 일을 할 수 있다.그럼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바로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도장을 찍는 것 이다.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에 관심 없고, 제대로 된 정보가 없고, 행동하기 위한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유권자는 관심과 정보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 바로 이 3가지 조건을 가지고 있는 우리 유(有)권자! 투표는 투표도장으로 완성되어야 한다.한 표의 가치를 꼭 기억하고 투표에 참여하자. 당신의 투표 도장이 찍힐 때 바로 소중한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2022년 6월 1일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소중한 권리를 꼭 행사하자!

2022-05-12

1회용 컵보증금 제도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1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커피 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1회용 컵에 일정금액의 자원순환보증금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사용한 컵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제도다. 버려지는 1회용 컵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되는 이 제도는 오는 6월 10일부터 본격 시행된다.코로나팬데믹으로 배달이나 포장판매 증대로 급격히 늘어난 플라스틱 용기와 1회용 컵을 적극 회수해 재활용하거나 줄이기 위해서다. 1회용 컵들은 폐기되면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고,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환경오염의 주범중 하나다. 이 제도의 적용대상 1회용 컵은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 모두 포함되며, 재사용되는 다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머그컵은 제외된다.1회용 컵 보증금 액수는 300원으로 책정됐다.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와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텀블러 할인혜택금액이 300원 내외인 점 등을 고려해 책정됐다. 1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대상사업자로는 매장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사업자 등이 포함된다. 흔히 이용하는 커피전문점이나 베이커리 매장, 패스트 푸드점 등이 모두 1회용 컵 보증금제도의 대상사업자에 포함돼 있다. 길거리에 버려진 1회용 컵들도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1회용 컵에는 바코드 등을 새겨 보증금이 중복으로 지급되는 것을 방지한다.보증금은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현금지급이나 계좌이체 등 소비자가 선택한 방식으로 지급된다. 계좌이체의 경우 매장 보증금시스템 금융기관 간 전산처리로 이뤄지며, 곧 출시될 1회용 캅 보증금앱을 통해 본인계좌로 입금된다.1회용 컵보증금 제도, 환경보호와 자원재활용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제도라 여겨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5-11

지성주의를 반기기로 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목줄미착용을 엄금합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더러 스치는 길목에 걸린 현수막이다. 애견에게 목줄을 반드시 착용시켜 달라는 호소였는데, 부정(否定) 표현을 거듭 보면서 잠시 헷갈리고 말았다. 그냥 ‘목줄을 꼭 맵시다’라고 했으면 금방 알아채지 않았을까.새 대통령이‘반지성주의’를 경계하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지적했다.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는 누가 시작했을까. 지성을 반대하고 생각하기를 싫어하여, 사람들의 의견과 담론이 파묻힐 터에 과연 민주주의는 신음할 게 아닌가.그는 과연 그런 뜻으로 ‘반지성주의’를 이야기했을까. 역사학자 호프스태터(Richard Hofstadter)가 처음 썼다는 이 표현은 ‘집단이나 개인의 광기에 따라 정상적인 지적사고의 발현을 금기시하고 부정하는 태도’ 정도로 이해된다.반공사상을 기치로 1950년데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즘(McCarthyism)과 독일의 히틀러가 선동을 거듭하며 반대세력을 악마로 지칭하며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던 반지성의 사례로 기억된다.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화혁명도 독재와 전횡을 공고히 하고 집단의 논리로 다양한 사상의 발현을 억제한 사례가 아니었을까.오늘 우리들 생각의 텃밭은 어떠한가.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하지만, 생각과 관점의 양극화는 위험한 수준을 이미 넘었다. 누구를 만나도 ‘당신은 어느 편인지’ 살피게 되고 내 편이 아니면 차단하고 돌아서는 게 일상이 되었다.디지털과 온라인은 내게 편안한 사람들만 친구로 삼는 습관을 더욱 굳히고 있다. 다른 생각에는 눈도 돌리지 않아 그들이 무엇 때문에 다르게 생각하는지 묻지도 않는다. 한 켠의 논리로만 판단하고 다른 편의 의견은 거들떠도 보지않는다.이런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은 이를 극복하거나 수정하기 보다는 이용하면서 표대결로만 몰아간다. 양쪽을 함께 견주며 이성적인 판단에 이르러야 하는데,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이 집단과 진영의 구호에 묻히고 만다.반지성주의는 극복함이 옳다. 켜켜이 쌓인 민중의 생각이 드러나야 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담론의 장에 당당히 올라와야 한다. 토론과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더 나은 지향점이 발굴되어야 하고 보통 사람들의 풀뿌리 정서가 존중되어야 한다.누구도 공론장을 휘어잡지 말아야 하고 공평무사한 시민민주주의가 구현되어야 한다. ‘반지성주의’를 고안했던 호프스태터 본인마저 정의상 애매한 용어임을 자인하였다고 한다. 부정이 부정을 낳는 혼돈의 연속을 경험했을 터이다. 민주주의를 실현함에 있어, 반지성주의를 부정하느라 씨름하기 보다 올바른 지성을 일깨우는 데 집중했으면 한다.더 넓게 보고 더 깊이 생각하는 대통령을 경험하고 싶다. 모두가 어울리며 더불어 행복한 나라를 만나고 싶다. 편을 가르면서는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다. 반지성주의를 극복하기는 커녕 자칫 그 덫에 빠질 위험이 더욱 높다. 대통령도 국민도 상대에게 더 많이 관대해 졌으면 한다.

2022-05-11

나의 권리, 그리고 배려와 나눔

이재현 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나누어 가져야지요 // 하나의 막을 사이에 둔 / 농도가 다른 액체가 / 농도를 맞추기 위해 애를 쓰듯 / 그렇게 나누어 맞춰야지요. // 그대의 새벽잠과 / 나의 저녁잠 / 혹은 그대의 휘파람과 / 나의 한숨 / 나누어 가져야지요 / 그대의 약냄새와 / 나의 술냄새 / 그대의 30시간과 나의 18시간.”삶의 존재론적 의미라는 주제를 다감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따뜻하게 보듬는 박상천 시인의 시집 ‘말없이 보낸 겨울 하루’에 실린 시 ‘삼투압’의 일부이다. ‘그대’와 ‘나’는 삶의 패턴이 다르다. ‘그대’가 휘파람을 불며 넉넉한 삶을 즐길 때, ‘나’는 삶의 무게가 버거워 한숨을 내쉰다. ‘그대’가 약으로 몸의 질병을 다스릴 때, ‘나’는 술로 마음의 통증을 삭여낸다. 이런 그대와 내가 나누고 함께할 때 ‘우리’는 모두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는 것이다.세상은 평등하지 않다. 평등한 세상은 어느 때,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슬프지만 앞으로 오지도 않을 것이다. 공정한 세상의 실현 역시 의구심이 든다. 그대와 내가 평등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지도 않고 평등을 원치도 않는 사람들이 꾸려가는 세상에서 공정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궁이와 굴뚝 청소를 하면서 재를 묻히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더 쉬울 듯하다.지난해 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를 시작했다. 평일 출근 시간대의 시위로 많은 시민들은 불편함을 겪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이 시위를 비난했다.나의 지인도 “장애인 이동권 중요하다. 또한 내 출근할 권리도 중요하다.”라고 짧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SNS에 올렸다. 불편과 불쾌함을 애써 누른 표현이었는데, 그 생각 속에 장애인의 이동권을 인정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그래도 한마디를 해야 할 것 같아 “모든 사람의 권리는 중요하다. 그러기에 자신의 권리를 챙기기 어려운 이들-소수자, 약자-의 권리는 다수자, 덜 약한 이들이 챙겨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른 사회이고 민주 사회이다.”라고 댓글을 달았다.두 주 전쯤 어느 신문에 식당에서 ‘혼밥’ 점심을 즐기려다가 방해받은 경험을 한 기자의 기사가 올라왔다. 혼자 앉아있던 테이블에 공사 작업복을 입은 모르는 사람이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수저를 놓고 앉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는 것이다. 내 돈 내고 내가 편하게 먹을 혼밥의 권리는 중요하다. 양해 없이 불쑥 남의 자리를 침범한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다. 그러나 짧은 점심 시간에 넉넉지 않은 돈으로 좁은 식당에서 빨리 밥을 먹고 일어서야 하는 노동자의 어려움을 더 생각해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권리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땀내 나고 피곤한 사람들이 좁은 식당에서 내 자리를 침범했을 때 그것을 너그럽게 받아들여 주는 배려와 관용이 더 아름다운 가치가 아닐까?누가 옳고 그르다는 것이 아니다. 권리를 함께 나누는 세상, 서로를 배려하는 세상을 그려보고 싶을 따름이다.

2022-05-11

자유론(自由論)

오낙률 시인·국악인 자유론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는 그리 흔치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사회도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자유로운 사회임에 틀림이 없다. 자유를 억압하는 요인은 어느 정부의 통치 권력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는 주변에도 수없이 널려있다. 인간이 태어나서 첫울음 빼고는 거의 모든 행위가 교육 또는 사회조직의 유지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크고 작은 통제와 억압 속에 있음이 사실이다. 사회규범을 지키기 위한 온갖 노력이나 수단들은 자유를 억압하는 요소에 해당하며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서 심지어는 입만 열면 자유를 들먹이는 대다수 정당의 조직 속에서도 억압과 부자유는 존재한다.그러나 그들은 억압투성이의 사회에서도 오랜 타성에 젖었거나, 더 큰 자유의 획득을 위하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인내하며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그런 생활에서 감내하는 많은 억압된 삶을 그저 사회생활의 본질이라 생각하고 무시하면서 오직 정치적 환경에서만 자유를 획득하고자 목청을 돋우는 실정이다.자유와 억압의 개념은 다분히 정신적인 것에서만 우선하다가 종국에는 육신의 행과 불행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억압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게 되고 그것에 집착하여 해결해보려는 행위만을 일삼다가 일생을 마치게 되는데 그것은 인간의 숙명에 해당하고 삶의 본질에 해당한다.인간의 자유를 박탈하는 억압 중에 가장 큰 억압은 무엇일까? 필자의 이러한 물음에 답하는 사람의 대다수가 정치적 부자유를 운운할 것이 뻔하나, 그러한 정치적 억압에 앞서 인간의 자유를 가장 지독하게 박탈하는 것은 경제적 억압이다. 경제적 억압 중에서도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굶주림이다. 실로 우리 인간에게 가장 먼저 주어져야 할 자유는 굶주린 위장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위장의 자유이다. 우리는 한때 위장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하여 다소의 정치적 억압을 감내하며 생활하던 시절이 있었다. 현금의 사회에서 이제 정치적 자유가 가장 큰 화두가 된 것은 그러한 경제적 억압이 다소 해소된 이유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정치적 자유를 완성하기 위한 구호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경제적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부자유가 사방에 널려있는 것처럼 자유 또한 사방에 널려있다, 자유란 결국 억압이나 구속이라는 언어 속에서만 그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인데, 현재 내가 누리는 사소한 자유가 훗날 나의 삶에서 가장 큰 억압의 요인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사람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가슴에서 그만큼 치열하게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많은 유형의 자유 중에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기쁨이 가장 크다는 증거이다.가까운 곳에 널려있는 자유를 못 챙기고 마치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처럼 오로지 높은 곳만 바라보며 자유를 외치는 이들이 있다. 자유란 높은 데서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억압의 요인을 제거하며 스스로 이뤄내는 것이다.

2022-05-11

“나는 공정선거지원단이다”

이진화 (대구 북구선관위 공정선거지원단) ‘나는 가수다’, ‘국대는 국대다’. 방송사 경연 프로그램에 사용된 제목들이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자부심이 내포된 제목들이다.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즈음하여 나는 이렇게 고쳐 말하고 싶다. “나는 공정선거지원단이다.” 공정선거지원단은 선거업무가 폭증하는 시기에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을 도와서 선거법 위반행위 예방과 단속업무를 한다.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모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교육을 받고, 때로는 시험을 통해 실력을 검증 받으며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 때로는 싸늘한 시선과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묵묵히 주어진 임무를 열심히 하다보면 공정선거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믿어줄 것이라 생각한다.공정선거지원단은 매일 아침 ‘예방이 최우선이고 단속은 그 다음 순서’라는 업무지침에 따라 정치관계법을 학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후보자 등에게 정치관계법 등을 안내하고 위법행위 예방 활동을 하는 것과 병행해 선거운동 과정에서 벌어지는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최대한 반영해 선거사무관계자와 주민들 간의 충돌을 방지하는 일도 수행한다. 최근에는 5월 19일부터 시작될 선거운동기간 전에 확성장치 규제와 소음기준 등의 개정된 법규와 선거 관련 안내 자료 등을 후보자 등에게 수시로 전달하고 있다.올해 초 치러진 제20대 대선 때 1, 2월의 강추위 속에서 훼손된 선거벽보를 시린 손 녹여가며 보완 첩부하고, 반복적인 선거벽보 훼손 사건으로 인해 잠복근무를 하며 경찰과 협조하여 훼손범을 적발하고, 투표소 현장에서 실랑이하는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일 등의 수고를 나열하는 것이 괜한 공치사 같기도 하지만 공정선거를 위해 수행한 일에 대한 뿌듯함과 자부심은 감출 수 없다.한편으로는 우리 입장에서는 다소 황당한 루머를 마주하기도 한다. 제20대 대선 때의 일이다. 청사 내 사무공간이 협소한 구·군선거관리위원회의 경우, 효율적인 선거관리를 위해 지원단 임시사무실을 두고 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설치장소 등을 공개하고 있다. 북구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청사 인근에 임시사무실을 얻어 20여 명의 직원과 지원단들이 밤낮으로 선거법 위반행위 예방·단속업무에 매진했다. 그런데 일부 단체가 이 임시사무실을 부정선거와 관련지어 오히려 감시대상으로 주장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하여 운영 중인 사무실이 이렇게 보여진다니 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지금은 제8회 지방선거 예방·단속 업무에 한창이다. 과거 경험으로 미루어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에서 후보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호 비방과 흑색선전이 특히 많이 발생해 업무 피로도가 높아지기도 한다.사후 조치보다 사전 안내·예방을 우선으로 하고 친근감 있는 안내자가 되기 위해 당초 ‘선거부정감시단’이라는 명칭에서 ‘공정선거지원단’으로 개정했다. 공정선거지원단은 공정한 경쟁과 정책선거를 위하여 친절한 안내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의 역할이 민주주의 꽃으로 활짝 피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업무에 매진해 본다.

2022-05-11

빵과 함께

배문경 수필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빵 한 조각에서 출발한다. 가지치기 노동자였던 그에게 빵은 가족의 생계를 연명하기 위한 목숨이었다. 추운 겨울 일거리를 찾지 못해 힘없어 돌아오는 길, 빵집에서 갓 구운 빵 냄새는 그를 기다리는 배고픈 조카들과 오버랩되었다. 그는 빵을 훔쳐 달아나다 붙잡혀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빵 한 조각 때문에 젊은 청년 장발장은 삶에서 19년이란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다. 여러 번의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그는 마흔넷에 출소한다. 그 대가는 너무 혹독했다. 그에게 빵은 신(神)보다 높은 곳에 있었다.세월에 따라 빵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 것일까. 장발장이 그토록 갈망하던 빵이 지금은 하나의 캐릭터로 변해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고 있다. 최근 90년대 감성이 인기를 끌고 옛것에 대한 레트로 열풍이 불자 spc삼립은 20여 년 전 ‘포켓몬빵’을 다시 생산했다. 그때도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만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포켓몬스터 캐릭터 카드가 든 빵은 품절 사태를 가져올 만큼 인기가 있다.빵 맛을 찾는 것이 아니라 빵에 들어있는 159개의 포켓몬 ‘띠뿌띠뿌씰’ 빵에 든 캐릭터에 관심이 쏠려있다. 연예인이 나오는 프로에서 조차 60개의 빵을 뜯어 뮤와 뮤츠 스티커 찾기를 했다. 이제 빵은 빵이 아닐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빵들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던진다. 호빵맨이란 만화 또한 아이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어릴 적 아이들 사이에서는 보리개떡이 간식으로 만점이었다. 보리쌀 간 것과 밀가루를 섞은 것에 막걸리를 부었다. 뜨뜻한 곳에 놓아두었다가 팥과 콩 등을 대충 흩뿌려 쪄내면 밀가루의 네다섯 배로 부풀어 올랐다. 그렇게 만든 빵은 배고픈 그 시절 들고 다니며 친구들과 놀며 먹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지금의 보리떡과는 다르게 단맛도 없고 고소한 맛도 없지만 감자나 고구마로도 성이 차지 않던 그 시절 아이들의 군것질역할을 톡톡히 해냈다.최근엔 빵지 순례라는 기행도 있다. 경주를 찾는 여행객들은 신라 천년의 역사여행을 와서 맛집을 찾고 황리단길에서 경주 다보탑이 새겨진 십 원 빵을 먹는다. 그러고는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린다. 미니 핫케이크 모양의 찰보리빵도 대세다. 빵은 선교사와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다’라는 그리스도의 말을 전하면서 말이다. 첨성대와 불국사가 경주를 지키는가 했더니 빵이 한 몫을 차지했다. 주령구는 통일신라시대 귀족들의 술자리 흥을 돋우는 놀이도구로 14면체의 14가지의 벌칙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놀이문화이다. 이런 주령구 모양의 빵도 신라의 문화전수자로 나섰다.빵은 어디든 함께 한다. 두 탑이 노을 아래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감은사지, 문무대왕 수중능의 파도치는 감포 바다, 바다에서 돌꽃이 피어나는 주상절리가 보이는 창가, 연둣빛 보리밭에 푸른 바람이 일렁이는 황룡사, 어디서든 입을 즐겁게 하는 빵이면 힘들었던 시간이 설탕처럼 달콤하게 녹아내린다.중학교 때 짝꿍은 학교 앞에서 빵집을 했다. 그 친구가 과학이나 생물 시험을 치면 늘 빵점이라서 놀림을 받았다. 0점 시험지에 맛있는 빵이 붙어서 맛난 점수가 되었다. 빵점이건 백 점이건 우린 또 빵이란 단어 앞에서 조금 약해지고 아무렇지 않게 빵 한 조각을 떼서 입에 넣는다. 실실 웃음이 난다.초등학교 시절, 체육 선생님은 육상을 끝내고 온 우리들에게 급식으로 주고 남은 밀가루 빵을 모았다. 그것을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넣고 바싹하게 튀겼다. 땀 흘린 뒤에 운동장 계단에 앉아 파란 하늘을 보며 땀을 식혀가며 먹던 고소한 맛,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잊을 수 없는 빵맛이다.빵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 중의 하나다. 새 번역 성경이 나오면서 떡으로 번역했던 것을 밥으로 바꿨다고 한다. ‘빵순이’라 불리는 내게 빵은 밥이나 마찬가지이다. 삶을 되돌아보면 빵은 나의 역사와 함께 하며 나를 살렸다. 누가 내게 ‘신神과 함께’냐 묻는다면 ‘빵과 함께’라고 대답할 것이다.바쁘게 뛰어다니느라 때를 놓친 오후, 커피 한 잔에 바싹하고 고소한 오리지널 스콘을 떼먹는다.

2022-05-11

신미(辛未)

육십갑자 중 여덟 번째 신미(辛未)다. 천간(天干) 신금(辛金)은 매울 신(辛)이다. 언 상태(-6~7°C)에서 딴 포도로 만드는 아이스 와인처럼 매서운 결단력, 시리도록 아픈 인내심, 그걸 느낀다. 이미 포도 잎도 하늘 기운이 수분을 다 거두어 가서 말라져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기 열매 안의 수분을 활용하여 버틴 끝에 저렇게 보석 같은 포도가 되고 아이스 와인이 된다.‘마지막 잎새’처럼, 하늘의 수분이 다 없어져서 이제는 버틸 힘도 없을 텐데, 저렇게 끝까지 남아 있는 존재, 이름 하여 매울 신(辛)이다. 신축생, 신묘생, 신미생, 신사생, 신유생, 신해생들은 보석 같기도 하고, 살벌하기도 하며, 면도칼 같다고도 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상대는 모르지만 내가 알면 피해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신미(辛未) 일주를 ‘흙 속에 묻힌 보석’이라 한다. 흙 속에 있는 그 자체로 살면 된다. 밖으로 드러내려고 하지 말고, 말이나 마음이나 물질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면 되는데, 남을 도와주었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남에게 베푼 것은 바닷가 모래 위에 쓰고 남의 도움을 받았으면 바위에 새기면 된다. 천간(天干)이 매울 신(辛)이기에 절대 공치사하면 안 되는 것이다.땅의 기운 미(未)는 양(羊)이다. ‘보석으로 치장한 양(羊)’이다.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에서도 좋아하는 동물이다. 뒤탈이 없는 지기(地氣)의 대표적 동물이다. 조용하고 부끄러움도 많고, 잘 나서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예술과 재능은 풍부하다. 어떻게 해서든지 남을 돕고 싶어 하는 기질도 많다. 남 돕는다고 돕다가 도리어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 내가 이런 잘난 면이 있다고 보여주려다 하늘의 매서운 신(辛)맛을 보는 경우다. 남을 탓하지 말고 신미(辛未)의 양(羊)답게 희생양(72A0牲羊)이 되면 된다.희생양은 제물로 바치기 위해 희생되는 양(羊)이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피해자라는 뜻도 된다. 지금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피해자’란 의미로 사용된다. 희생양의 유래는 구약성경에서 나온 말이며 ‘속죄양’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이 죄를 지었을 때 양이나 염소에게 죄를 전가하여 대신 속죄의 피를 흘리게 하는 것이다.중국 전국시대에 초나라의 왕이 오나라를 공격했다. 오나라에서는 ‘저위’와 ‘궐융’으로 하여금 초나라 군사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주면서 노고를 위로하게 하였다. 초나라의 장군이 “잡아라! 그들을 죽여서 그 피를 북에 바르고 우리 군대의 사기를 올려라”라고 명령을 내렸다. 초나라 장군이 저위와 궐융에게 “너희들이 여기 올 때에, 먼저 쾌를 뽑아서 점을 쳐봤느냐?”라고 물었다. “점을 쳐 봤소이다”라고 대답했다. “점쾌를 풀어보니, 길하고 이로웠느냐?”라고 물었다. “길했소”라고 대답했다. 초나라 장군이 “지금 우리가 너희를 죽여서 그 피를 북에다 바르고 군대의 사기를 높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그 두 사람은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 크게 길하고 이롭다는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이라오. 오나라의 왕이 우리를 이곳에 보낸 뜻은 당신네 군대의 정세를 알아보자고 한 것이다. 장군께서 만약 노함을 그치지 못한다면, 우리 오나라는 성을 에워싸고 있는 못을 더욱 깊게 파고, 성벽을 더욱 높이 쌓을 것이오. 장군께서 만약 우리들을 손님처럼 대우해 준다면, 오나라는 싸우고자 하는 마음을 풀 것이요. 지금 장군께서 우리를 죽인다면, 오나라는 반드시 경계를 강화하고 엄중하게 방비할 것이요”라고 말했다.이어 “우리가 쾌를 뽑으면서 길흉을 물었을 때에는, 오나라의 길흉을 물은 것이지, 우리 개인의 길흉을 물은 것이 아니오. 만약 우리 둘을 희생시켜서 한 나라를 보존할 수 있다면, 어찌 길하고 이롭다 하지 아니할 수 있겠소.만약 죽은 사람이 아무것도 모른다면, 우리들의 피를 가지고 북에 바르면서 제사를 지낸다고 해서 무엇이 이로울 것이며, 만약 죽은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다면, 우리들은 두 나라의 군대가 서로 맞붙고 있을 때에, 초나라의 북을 울리지 못하도록 하여서 방해할 것이오”라고 대답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난 장군은 그 두 사람을 죽이지 못했다.한비자 ‘세림(說林)’ 하편에 나오는 글이다. 나라를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용기야말로, 그 자체가 아름다운 덕이다.사주에 양(羊)이 있으면 대부분 자신만만하고 여유가 넘치는 경우가 많다. 성격은 대부분 온화한 성품을 가지고 있으며 침착하고 차분하다. 신중함을 가지고 있어서 상처를 받거나 화나는 일이 있어도 쉽게 풀어지고,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양은 좋은 목초지를 찾아 자주 이동하기 때문에 이동수가 있다고 한다. 사주 연월일시를 볼 때 양이 태어난 연(年)에 있다면 부모를 떠나 객지 생활을 하고, 태어난 월(月)에 있으면, 객지 생활을 하며, 이성 관계가 복잡하다. 태어난 일(日)에 있으면, 배우자와 관계가 부실하여 집 밖을 떠도는 경향이 있다. 태어난 시(時)에 있으면 자녀와 운이 좋지 않아 자식 덕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나를 알면 업(業)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있다.천연기념물 ‘산양(山羊)’은 ‘숲속에 사는 작은 양’이다. 바위가 있는 급경사의 높은 산에서 튼튼한 발굽과 잘 발달된 두 개의 발가락으로 가파른 경사의 바위틈을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가파른 바위가 있는 산악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서식 환경이 열악하여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이다.5월은 가정의 달이다. 우리 주위에 ‘산양’처럼 각박한 환경 아래서 살아가고 있는 가정이 없는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힘든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푸른 초원 위에서 양처럼 평화롭고 어려움이 없는 가정이 되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2022-05-11

문제는 BTS가 아니다

지난 4월 23일 ‘가디언지’에는 다음의 기사가 올라왔다. ‘BTS 병역 논란으로 분열된 한국’이라는 기사에는 BTS가 기여한 경제 효과가 35억 달러에 이른다는 설명과 함께 요즘 이들의 병역 문제에 대한 한국에서의 논란을 다루고 있었다. 더불어 이 기사에서는 대체복무 혜택을 받은 대표적인 국내 예체능인으로 손흥민과 조성진을 소개하며 한국의 병역 대체 자격 제도에 대해서도 소개했다.BTS의 병역 면제에 대한 이슈는 올해에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보자면, 2018년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의 하태경 의원이 아시아 게임과 같은 스포츠 종목이 아닌 다른 예체능계에서는 병역 특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BTS를 거론한 것이 시초이다. 물론 당시의 하태경 의원의 주장과 현재의 BTS의 병역 특례를 둘러싼 주장에는 다소간 차이가 있겠으나, ‘병역법’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대다수의 한국인이 알고 있듯,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성인 남성은 예외 없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누구나 치러야만 하는 의무에 있어 각종 편법을 통한 면제가 난무하다보니, 같은 남성의 입장에서는 병역과 관련된 문제가 보다 예민하게 다가온다.겉으로 보기에 국방의 의무는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신성한 의무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군 내부의 만연한 폭력과 각종 부조리를 비롯한 기본권의 무시와 사회진출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시기에 2년을 강제로 압류 당해야 한다는 박탈감에서부터, 병역 의무 이행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전무하다는 사회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 남성에게 군대란 신성한 의무가 아니라 편법을 취할 수 없어 치러야만 하는 벌칙과 같이 다뤄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개인의 잘못에 대한 벌칙이 아니라, 그와 같은 편법을 저지를 경제적 배경을 지니지 못한 자가 치러야 하는 벌칙 말이다. BTS의 병역 특례와 관련된 이슈를 살펴보고 있자면 병역의 의무를 벌칙처럼 생각하는 사회적 풍조가 만연해있으며, 그것이 더욱 강화되는 것 같다. 특례라는 말에서부터 그렇다. 왜 특례가 필요한 것인가? 국방의 의무가 신성한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치러야 하는, 대한민국의 어쩔 수 없는 의무라면 왜 특례 제도를 통한 면제가 존재하는 것인가. 특례 제도는 법적인 문제이므로 글쟁이인 내가 옳고 그름을 면밀하게 따지기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30대 남성으로써 느끼는 바는 이와 같은 제도에 전제되어 있는 병역의 의무가 지닌 위상이 그다지 신성하지도, 또 고귀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BTS가 그렇게 문제겠는가. 그간 예체능 부류에서는 계속해서 병역 특례가 나왔었다. 가장 훈련에 매진해야 할, 가장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시기에 병역의 의무를 다한다는 것이 한 선수의 경력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에 대한 병역 특례를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아마 이와 같은 기본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성인 남성이 동의하리라고 본다. 예컨대, 최근의 병역법 개정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20~30대 남성의 반응이 거셀 수밖에 없는 것은 BTS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BTS를 둘러싼 법적, 정치적 움직임에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은 병역을 피해야 하는 요인으로 다루는 시선들과 개인적, 사회적 피해들에 대한 고려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즉, 이와 같은 문제에서 나타나는 의견들은 BTS라는 가수에 대한 배척의 태도가 아니라 병역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목소리가 훨씬 더 크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최소한의 선택지조차 없는 채 단지 의무라는 이유로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야만 하며, 그 대가로 인권 경시와 심지어 생명권의 경시조차 경험해야만 했던 의무 이행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BTS는 이런 경험을 안했으면 하는 것이 최소한의 마음이다. BTS만이 아니라, 군입대를 앞둔 모든 남성에게 드는 생각이다. 단지 의무라는 이유만으로 가혹하고 부조리한 환경에 던져지는 것은 과연 합당한 일인가? 합법적이기에 우리가 그것을 합당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 합법성의 요소들에 대해 다시금 고려하고 제도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병역 제도에 대한 남성들의 발언은 결코 쪼잔한 남성들의 나보다 나은 남성을 향한 한풀이가 아니다. 병역제도라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루는 법적 제도적 장치로 인한 피해자의 증언으로 이 사회가 받아들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2-05-10

다들 이렇게 산다고요?

오월이다. 오월은 이상하게 들뜨는 달. 부쩍 좋아진 날씨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야 할 것만 같고 예기치 못한 수상한 이벤트가 벌어질 것 같은 그런 달이다.오월에도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구름처럼 흘러가는 시간을 꼼짝없이 바라보고 있다. 삼월에도 사월에도 그랬던 것처럼.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비슷비슷한 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일상을 영위하는 일도 나쁘지만은 않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남들만큼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시절이 유한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는 요즘, 복원할 수 없는 현재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상의 반복이 답답하다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다.격무에 시달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곧장 침대 쓰러져서 자고 싶지만 아무렇게나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다. 퇴근 이후야말로 하루 중 유일하게 자유로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반려견을 위한 산책이다.새로 이사한 집 앞에는 온갖 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공원이 있다. 한 시간 정도 강아지와 산책을 한 뒤에는 간단한 음식으로 요기하고 집안일을 한다. 설거지, 빨래, 청소… 집안일은 왜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인지. 그러다 보면 캄캄한 어둠이 찾아오고 책상 앞에 앉아 소설을 끼적이다가 침대에 드러눕는다. 핸드폰을 뒤적거리면서 인터넷 세상을 기웃거리고 있노라면 ‘이제야 좀 쉬고 있군’이라는 마음이 절로 떠오른다. 침대 위의 휴식 시간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플랫폼은 유튜브다.이제는 유튜브와는 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정보를 검색하는 것부터 음악 감상까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이 채널 안에 있다. 이러한 니즈에 맞춰 다양한 채널은 질 높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추억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짧은 클립으로 잘라서 업데이트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짧은 분량의 웹드라마, 콩트까지. 유튜브는 이제 기존의 텔레비전이 담당했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단순하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패션, 요리, 메이크업, 게임 등을 보여주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채널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그 안에서 요즘 내가 자주 시청하는 영상은 일상을 찍어 올리는 ‘브이로그(v-log)’다.처음 브이로그를 봤을 때의 당혹감을 기억한다. 한 사람의 일상이 특별하지 않게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 그러니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다. 카메라를 가운데 두고 담아내는 일상이 완전하게 날 것일 수는 없다. 의도적으로 편집된 부분들과 삭제된 시간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것, 가장 흥미로운 것을 연출한다는 것도 느껴졌다. 거기에 따라오는 이질감이 불편했던 것도 잠시, 어느 순간 스스로 브이로그를 검색해서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의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삶을 지켜보면서 일종의 동질감과 일말의 위안이 생겼기 때문이다. 화면 너머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아…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이토록 망망한 세계를 혼자서 살아갈 순 없다. 타인과의 관계맺음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좌우를 살피고 함께 걷는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내 걸음이 너무 빠르거나 느린 것은 아닌지 타인을 가늠하고 나 자신의 좌표를 인지한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돌이켜보면 오래전부터 그랬다. 까맣게 어둠이 내려앉은 밤, 환하게 불빛을 빛내는 어느 집의 창문을 바라보면서 저곳에는 과연 누가 살고 있을지 궁금해하곤 했었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헤아리듯 모두의 삶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만져보고 싶었다. 상상의 영역에 존재하던 타인의 삶을 너무 쉽게 볼 수 있게 된 요즘이다. 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역의 경계가 흐릿해진 것이 느껴지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한다.오늘도 나는 핸드폰을 들어서 타인의 삶을 관망하는 중이다. 이렇게 사는구나.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이런 삶은 어떤 기분일까? 그러한 질문은 돌고 돌아서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그리하여 너는 어떻게 살고 싶어?답을 내리기엔 골치 아프지만 일상을 지내다보면 순식간에 휘발되고야 마는 물음에 가깝다. 침대 위의 내게 너무 많은 정보가 와르르 쏟아지고 있다. 과연 좋은 시절일까. 안도와 불안 속에서 두 눈을 감는다.결국엔 이렇게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고. 이렇게 차근차근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중이라고.

2022-05-10

윤석열 시대, 여야 協治는 불가능할까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비단주머니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야당과의 협치다. IMF 사태에 버금가는 위기가 닥친 국가 현안을 극복하려면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과의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야당이 국회에서 과반 의석(300석 중 172석)을 차지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새 정부를 지원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다.협치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에도 나오지만, 어떤 조직이든 전임자가 인수·인계를 할 때 후임자에게 덕담과 함께 성공을 기원해 주는 게 상식이다. 대통령 자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에 허니문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이다.하지만 이번 대통령 인수·인계 과정은 상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국민청원에 답변하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 것이냐”며 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후임자를 비판했다.그 이전에도 그는 윤 대통령의 북한 선제타격론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 “국가 지도자로서 적절하지 못하다”, “검찰총장으로서 임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는데 중도에 그만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식의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앞으로도 이런 식의 정치적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농후하다.전임 대통령의 태도도 문제지만,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쌓여있는 것도 협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고소·고발 건수는 모두 6건이다.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과 공무원 사적 동원, 허위 해명 의혹 등이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정영학 녹취록을 왜곡한 혐의와 검사 사칭 의혹도 포함돼 있다.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당시 민주당으로부터 세 차례 검찰에 고발당했다.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허위 해명과 선대본부 임명장 무작위 발급 의혹 등이다. 보수와 진보 시민단체들이 두 사람을 고소·고발한 사건까지 포함하면 전체 건수는 두 손으로 세기가 어렵다.현재로선 협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키를 쥔 사람은 여·야 원내대표 정도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금도 겉으로는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사람이 최일선에 서서 한치 양보없는 ‘오기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권 원내대표는 ‘172석 거야(巨野)’에 휘둘려서는 새 정부 국정과제를 관철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당내 강경·개혁 의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대표직에 오른 박 원내대표도 개혁 완수를 촉구하는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협치는 말 그대로 ‘서로 도우면서 정치한다’는 의미다. 지금으로선 양당의 갈등이 역대급이어서 협치를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이지만, 두 원내대표가 국가미래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유연하게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협치의 길은 반드시 트인다.

2022-05-10

보복소비

우정구 논설위원 보복소비(revenge spending)란 원래 배우자에게 과소비로 보복하기 위해 사치품 등을 흥청망청 사들이는 행위를 뜻하는 용어였다. 그러나 근래 와서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적 상황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보복하듯이 분출하는 현상을 두고 일컫는 말로 바뀌었다.일부 학자들은 강압적으로 소비를 억제한 적도 없는데 보복이란 표현은 과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고, 일부서는 보복보다는 보상이 적절한 표현이라 주장도 한다.이유야 어찌됐던 지난달 18일부터 거리두기가 사실상 해제되면서 우리 주변에는 보복소비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백화점의 매출이 거리두기 해제 직전보다 2∼3배 가량 늘고 전국의 관광지나 놀이공원, 호텔 등에는 보복소비를 하려는 인파로 넘쳐나고 있다.억눌렸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코로나로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자영업자들은 모처럼 살아난 경기에 살맛이 난다. 소비는 경제활동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소비가 제때 이뤄져야 생산과 분배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도 가능하다. 또 소비가 진작되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게 마련이다.2년여 만에 나타난 폭발적 소비현상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지 관심이다. 아직은 끝나지 않은 코로나19가 어떻게 심술을 부릴지 알 수 없어 걱정스러운 면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특히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는 우리 경제에 보복소비가 경기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기대도 거나 아직은 의문이다. 일본은 예상했던 보복소비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물가 상승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경제에 나타난 보복소비가 경제회복의 단초가 되길 기대해 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5-10

나팔꽃과 해바라기

조현태 수필가 가뜩이나 코로나19 감염병 때문에 이태가 넘도록 답답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침공이 온통 화젯거리로 식을 줄 모른다. 국내 뉴스도 서로 헐뜯는 감정대립에다가 자기유익만 강조하니 너무 식상하고 암담하다. 이런 상황에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동화가 언뜻 떠오른다.담장아래 꽃밭에 해바라기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해바라기들의 발밑에는 나팔꽃이 자라고 있다. 나팔꽃은 먼저 A해바라기에게 부탁한다. 자기 혼자서는 설 수 없는 존재라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자라야 꽃을 피울 수 있다. 내가 너에게 기댈 수 있게 해 준다면 나의 아름다운 꽃을 너에게 줄 수 있다고. 이 말을 들은 A해바라기는 가당치도 않다는 투로 되받아친다. 내게 거추장스러운 존재는 딱 질색인데 내 몸에 칭칭 감고 올라가겠다는 것이 아니냐? 네가 나를 꽁꽁 묶어 어떻게 할 작정이냐? 어림도 없으니 다른데 가서 알아봐. A해바라기의 매몰찬 거절에 나팔꽃은 주눅이 든다.그렇다고 넝쿨식물의 삶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무척 미안한 마음으로 B해바라기에게 고개를 돌려 눈치를 살핀다. 그런데 B해바라기는 나팔꽃에게 빙그레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 미소에 힘을 얻은 나팔꽃이 용기를 내어 부탁한다. B해바라기야 내가 기댈 몸이 되어주겠니? 허락만 해 준다면 나의 가장 아름다운 꽃을 너에게 줄 테야. B해바라기는 흔쾌히 나팔꽃 아가씨의 버팀목이 되어주겠다고 한다. 사실은 해바라기끼리 해만 바라보며 남보다 더 크게 자라려고 경쟁하는 삶이 너무나 각박한 터였다. 하늘의 해를 향해 더불어 살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이로 지내자고 오히려 위로하는 자세다.기꺼운 허락을 받은 나팔꽃은 기쁨에 겨워 B해바라기의 몸을 감싸안으며 자라 오른다. 마침내 나팔꽃은 진분홍 꽃을 가득 피우며 바깥세상의 아름다움도 구경할 수 있게 된다. 거기다가 나팔꽃의 깜찍하고 독특한 색채가 B해바리기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인다. 노란색 꽃 한 송이만 달랑 피어있는 다른 해바라기들이 부러워하기까지 한다.어느 날, 거센 비바람이 휘몰아친다. 밤새도록 불던 비바람이 잔잔해지고 아침 해가 돋는다. 나팔꽃은 아침을 맞이하려고 부랴부랴 꽃을 피우면서 단단하게 끌어안았던 몸을 느슨하게 풀고 주위를 살핀다. 그때 나팔꽃이 A해바라기의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목이 꺾인 채로 흔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밤의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목이 부러진 것이다. 하지만 같은 비바람을 맞아도 B해바라기는 거뜬하게 서서 나팔꽃과 가볍게 입맞춤한다.거센 비바람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나팔꽃도 무서움에 떨며 B해바라기를 바짝 끌어안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해바라기야 무서워. 너도 무섭지?” 밤새도록 서로 감싸고 보호했던 것이리라. 아침의 따사로운 해를 바라보며 B해바라기와 나팔꽃은 함께 행복했다.서로 밀어내는 전쟁보다 함께 끌어안는 공동체가 목을 부러뜨리는 힘에도 견딜 수 있다는 이야기.

2022-05-10

가정의 달에 생각하는 ‘가족’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자식과 부모, 반려자에 대해 숙고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시간은 소중하다. 일상 속에서 무뎌지기 쉬운 관계의 유지와 지속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처럼 챙겨야 하는 아이와 양가 부모님이 계시는 세대들에게 가정의 달은 경제적, 육체적으로 피곤한 시기이기도 하다. 보통의 가정에서 아이 선물과 양가 부모님 용돈, 외식 몇 번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매년 반복되는 5월 가정의 달. 올해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도권에서 사는 형님네를 찾았다. 양가의 아이들은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 전이지만 자연스럽게 화제는 아이 교육 문제로 옮겨갔다. 형님은 아이 교육을 위해 중국 주재원을 생각하고 계셨고, 나는 미국으로 연구년을 떠날 계획이 있다. 둘 다 아이 영어 교육이 해외로 나가는 중요한 목적이었다.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경쟁’에 대한 걱정과 분노를 공유했지만, 동시에 어떻게 우리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평범한 아빠였다.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를 기억한다. 교수 아빠와 엄마가 ‘부모찬스’에 불법까지 저지르며 자식의 스펙을 만들어 대학에 보낸 사실이 드러나고 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검찰의 과잉 수사가 논란이 되었지만, 그와 별개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준 자식 사랑이 공론화된 사건임은 분명하다.최근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자식 사랑도 남다르다. 누군가의 자식은 아빠가 병원장으로 있는 대학에 편입학을 했고, 학교 본부에 신고도 없이 아빠 수업을 들었다. 어느 후보자의 고등학생 딸은 두 달 만에 논문 5편을 학술지에 투고했으며, 1년 만에 영어로 된 전자책 10권을 출간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자식에 대한 남다른 사랑은 좌·우를 떠난 공통된 현상이라고 해야 옳겠다.이러니 결혼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당연한 귀결이다. 경제력을 갖춘 특권 계급의 자식 사랑에 대다수 부모가 초라해지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아이를 낳고 싶을까? 자본 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된 경제 공동체로서 가족 개념은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다. 여성·남성의 노동 이원화 정책 속에서 출산과 양육을 여성 주도의 사적 영역에 묶어두는 편이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도 아이를 키우는 일이 오로지 여성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혈연·경제 공동체로서 가족의 의미는 오히려 강화되었다.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얽혀 있어서 쉽사리 해결책을 찾기 어렵지만,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혈연·경제 공동체로서 가족이란 범주를 넘어설 수 있는 상상력이다. 우리는 특권 계급의 자식 사랑을 비판하지만, 내 자식만큼은 그렇게 키우고 싶은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이 욕망에 충실한 것이 나와 사회의 발전에 보탬이 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단언컨대 지금은 우리 사회에 안 좋은 영향만 줄 뿐이다. 매년 반복되는 가정의 달에 뻔한 가족의 의미만 추억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니 그럴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22-05-10

희망을 보여주는 정치인이 되었으면

선거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몇 년 전 작고하신 아버님이 생각난다.고향에서 부모님과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고 있어 선거일에 부모님을 모시고 투표를 하러 가곤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투표를 하고 식사와 나들이를 한 다음 집으로 돌아왔던 추억들이 있다.투표를 하러 갈 때마다 아버님께서는 노파심에 후보자 중 한 명의 이름을 말씀하시며 ‘그 사람을 찍어야 나라가 잘 된다’라고 하시며 나도 같이 동참하길 바라셨다. 속으로는 다른 후보자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네 그러지요’하면서 투표소로 향했다.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에 들어가 어디에 찍을까 하는 사이에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후보자의 이름이 내 눈에 더 크게 부각 되어 나도 모르게 찍었던 경우가 있었다.그런데 어느 순간 선거 때가 되면 자녀들에게 아버님과 똑같이 하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지난 3. 9 실시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20대, 30대가 된 자녀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난 내가 가지고 있는 견해와 생각을 강조하며 자녀들이 같이 동조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가 아버님의 권유로 내 한 표를 아무런 생각없이 행사했던 것과 달리, 20대 아들은 자기 생각이 분명하였다. 진보, 보수를 떠나서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자기 생각을 분명히 제시하면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선거 문화가 많이 성숙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아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어느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처음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유권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약속 이행이다.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과 정책을 바꾸거나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다. 당선 이후 ‘되고 나면 다 똑같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말이 떠오르는 실망스러운 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물론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여 이행이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국민과의 합의를 통해 변경하거나 이해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등 노력하면 될 것이다.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학생들의 장래희망 중 대통령,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10위 안에, 그것도 상위에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다. 2021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초·중·고등학생의 장래희망 Top10에 정치인은 없다.물론 시대적 상황과 직업의 다양성, 학생들이 추구하는 것이 다를 수 있는 영향도 있겠지만 자라나는 학생들 마음에 정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지 못한 기성세대들의 잘못은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신 분이나 다음을 기약하고 계신 분,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출마를 결심하신 분들 모두 대한민국의 발전된 앞날을 위하여 국민들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진정으로 봉사하려는 마음과 정치에 대한 바른 모습을 통해 자라는 세대들에게 선거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고, 더 나아가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희망을 심어주기를 소망해 본다./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2-05-10